낙동강 인근 담낭암 1위… 민물고기회 기생충 원인일 수도
식습관·음주·과잉 진료 영향 고위험 음주율 높은 울릉군 간암 발생률 15년간 가장 높아
‘간암은 경북 울릉군, 담낭암과 담도암은 낙동강 유역’, 이런 식으로 지역마다 유독 잘 걸리는 암이 따로 있는 이유는 뭘까. 보건복지부는 지역 고유의 식습관과 음주율, 검진율 간의 연관성을 제시했다.
복지부가 22일 발표한 ‘시·군·구별 암 발생통계 및 발생지도’를 보면 담낭암과 기타 담도암은 낙동강 인근 지역 주민에게서 발생률이 매우 높은 특성을 보였다. 남성의 담낭암과 기타 담도암 발생률은 1999~2003년 부산 강서구에서 인구 10만명당 19.2명으로 가장 높았고, 같은 암의 여성 발생률도 부산 강서구가 2004~2013년 전국 1위를 차지했다. 이 밖에 경남 함안군·밀양시·창녕군, 전북 순창군 등에서 담낭암과 담도암 발생률이 높았다.
보건당국이 추정하는 이유는 간흡충증이란 장내 기생충이다. 낙동강 인근 지역은 민물고기를 회로 먹는데, 간흡충증이 민물고기에서 많이 검출된다는 것이다. 이 기생충은 쓸개즙이 내려오는 통로인 담관에 기생해 병을 일으킨다. 실제로 지난 8월 질병관리본부가 낙동강, 섬진강 등 기생충 감염 고위험지역 주민 4만명을 대상으로 기생충 감염률을 조사한 결과 전체 장내 기생충 감염률은 평균 5.3%, 낙동강 인근 주민의 기생충 감염률은 7.4%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하지만 민물고기를 날로 잘 먹지 않고, 간흡충증 감염률도 다른 지역보다 낮은 부산 강서구 거주 여성에게서 담낭암 등이 잘 발생하는 이유는 보건당국도 명확히 밝히지 못했다.
간암 발생률은 경북 울릉군이 최근 15년간 줄곧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일단 의심 가는 원인은 술이다. 울릉군은 2008년 질병관리본부의 지역사회건강조사에서 고위험 음주율 1위를 했고, 2011년에는 3위를 했다. 국립암센터에 따르면 음주가 간암 발생에 미치는 위험도는 3.4% 정도다. 간암 발생의 주요 원인은 B형 간염(68.5%)과 C형 간염(16.0%)인데, 울릉군을 대상으로는 지금껏 간염 유병률 조사를 하지 않아 주민 가운데 B형·C형 간염 감염자가 얼마나 있는지 현재로선 알 수 없다.
이강현 국립암센터 원장은 “울릉군의 고위험 음주율이 높은 수준이긴 하지만, B형이나 C형 간염이 직접적인 원인일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간암 발생률이 높은 경남, 전남은 2009년에 시행된 전국 29개 병원 B형 간염 항원 항체조사에서 B형간염 항원양성률이 각각 4.5%, 5.6%로 전국 평균(4.0%)보다 높았다. C형 간염 유병률도 부산·경남·전남이 다른 지역보다 높다.
갑상선암, 유방암, 전립선암은 서울 등 대도시에 집중됐으며 환경 요인과 지역민의 생활습관보다는 병원의 과잉진료가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 3개 암의 공통점은 초기 증상이 약하고 매우 느리게 진행되며 주로 건강검진을 하다가 발견된다는 것이다. 이 중에서도 갑상선암은 ‘한국에서만 많은 암’으로 꼽힌다. 국제암연구소(IARC)는 2003~2007년 우리나라에서 갑상선암 진단을 받은 환자 중 여성 90.0%, 남성 45.0%는 과잉진단으로 추정된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갑상선암 남성 환자가 가장 많은 지역은 1999~2008년 전남 여수시였지만, 2009년 이후부터는 서울 강남구, 경기 성남시 분당구, 서울 서초구가 나란히 1~3위를 했다. 권준욱 복지부 공공보건정책관은 “서울·대전 등 대도시에서 초음파를 이용한 갑상선암 검진율이 증가하면서 대도시 지역의 갑상선암 발생률이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여성의 유방암, 남성의 전립선암도 서울 강남·서초구, 경기 성남시 분당구가 최근 15년간 상위권을 놓치지 않았다. 모두 소득 수준과 의료 이용률이 높은 지역이다.
게다가 유방암은 초경 연령이 이를수록, 첫 출산 연령이 늦을수록, 출산 횟수가 적을수록, 모유 수유율이 낮을수록 여성호르몬에 더 오래 노출되면서 발생 위험이 커지는데, 서울 강남 3구와 경기 성남시 분당구에 거주하는 여성이 이런 특징을 보이고 있다. 서울은 12세 이하에 초경을 경험한 비율이 4.6%로 다른 도시보다 높고, 출산한 적이 없는 여성의 비율도 9.3%로 가장 높다.
괴산·증평군 등 충북 일부 지역의 대장암 발생률이 높은 이유도 대장암 검진율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2010년과 2012년 지역사회건강조사 대장암 시·도별 검진율에서 충북은 1위를 했다. 대장암은 대전 유성구와 충청 일부 지역에서 높게 나타났는데 대장암과 연관이 있는 흡연율, 고위험 음주율, 비만율, 중등도 이상 신체활동 실천율에서 다른 지역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충북, 경북, 전북 경계지역에서 위암 발생률이 높게 나타난 이유와 전북 순창군, 전남 화순군, 경북 군위군에서 폐암이 많이 발생한 원인도 명확하지 않다. 위암에는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 식습관, 흡연력 등이 영향을 미치는데 이 지역 주민들이 특별히 짜게 먹거나 다른 지역보다 담배를 많이 피우지는 않는다.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 지역별 분포도는 조사 자료가 없어 이 지역 폐암과의 연관성을 확인하기 어렵다.
폐암 발생률이 상대적으로 높은 전남 지역의 흡연율은 오히려 다른 지역보다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다만 이 원장은 “흡연은 노출 시점으로부터 10~30년의 오랜 기간을 거쳐 폐암을 유발하기 때문에 현 시점의 폐암 발생률과 현재 흡연율 분포는 뚜렷한 상관관계를 보이지 않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세종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