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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간경변 왜 생기나

    우리가 간경화증으로 알고 있는 간경변은 발병원이 매우 다양하다. 발병 경위는 간의 염증이 반복되다가 만성화에 이르고, 이 상태에서 방치하면 간조직의 섬유화가 진행돼 점차 굳어지면서 경변으로 진행한다. 조 박사는 “우리 나라의 경우 B형 간염에 의한 간경변이 전체의 70%에 이를 정도로 압도적”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B형 간염에 의해서만 경변이 오는 것은 아니다.C형 등 소위 바이러스성 간염은 물론 습관적인 음주자에게 많은 알코올성 간염과 자가면역성 간염도 경변의 손꼽히는 원인이다. 또 속발·원발성 담도 폐쇄, 윌슨씨병 등 대사성 질환, 약물 부작용으로 나타나는 약제유인성, 정맥폐쇄성 질환도 원인이 된다. 더러는 심인성과 특발성 경변이 임상적으로 관찰되기도 한다. 이렇게 발생하는 간경변이지만 초기에는 특이 증상이 거의 없어 피로가 쉽게 오거나 메스꺼움, 식욕부진 등의 일반적 증상만 생긴다. 그러다가 경변이 점차 진행되면서 황달, 잇몸 출혈, 구취 증가, 손이 떨리는 수전증, 피부에 가는 혈관이 두드러지는 현상 등이 나타난다. 여기에서 증세가 더 진행되면 배에 물이 차는 복수, 혈변과 토혈, 간성 혼수 등의 증상을 보인다. 이런 증세가 나타나면 중증으로 봐도 된다. 조 박사는 “간경변은 조기 발견할 경우 수술 예후가 무척 좋기 때문에 증세가 나타나면 미루지 말고 병원을 찾아 원인을 살피는 것이 좋다.”고 충고했다.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 [열린세상] 법 해석의 논리/박상기 연세대 법대 학장

    헌법재판소가 ‘신행정수도건설특별법’을 위헌으로 결정함으로써 거의 1년여 지속되던 수도이전 논란이 마침내 종지부를 찍게 되었다. 결정문에 따르면 서울이 수도라는 것은 ‘경국대전’이 제정된 이래 형성된 관습헌법 사항이라는 것이다. 앞으로 대한민국 수도는 헌법 개정을 통하지 않으면 이전이 불가능하게 되었다. 헌법재판소는 법률에 대한 위헌결정권을 가지고 있으니 이번 결정에 절차상 문제는 없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앞으로 법률에 불만이 있는 사람들이 모두 헌법소원을 제기할 것이므로 헌법재판소는 문전성시를 이룰 것이다. 국가 중요 정책이 실질적 내용보다는 정치적 이해관계나 정쟁으로 인하여 판단되는 상황을 맞게 될 수도 있다. 헌법재판소는 이론적으로는 입법·행정·사법기관과 병행하는 제4의 국가기관이라고 하지만 분열된 한국정치의 현실 속에서 실질적으로 국가 최고기관의 자리를 차지하게 되었다. 관습헌법이란 불문헌법 국가에서 오랜 시일에 걸쳐 확립된 헌법적 사항에 대한 관행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수도에 관한 사항이 헌법적 사항인지도 의문이지만 ‘대한민국 헌법’이 성문법으로 엄연히 존재하는데 관습헌법을 내세워 성문헌법의 개정 절차를 요구하는 것이 과연 헌법적 질서에 맞는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수도에 관한 사항이 설사 관습헌법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보통의 법률에 비해 우선적이지 않고, 동등한 효력을 갖는 연성 헌법적 지위를 갖는 관습헌법 사항을 개정 절차가 보통의 법률에 비해 엄격하게 규율되는 경성헌법인 대한민국 헌법의 개정 절차를 밟도록 하는 것 역시 문제점으로 지적할 수 있다. 이번 위헌 결정을 통하여 헌법재판소 재판관 임명 절차에 문제점이 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9명으로 구성된 헌법재판관은 대통령과 국회, 대법원장이 각각 3인씩 추천한 인사를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되어 있다. 그런데 헌법은 법관의 자격을 가진 자만이 헌법재판관이 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철저한 법률가 중심주의적 사법체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헌법 해석에 법률적 해석지식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법관 자격이라는 형식 요건을 규정한 것은 헌법 해석의 보수성과 폐쇄성, 독점성을 보장한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헌법재판소를 비롯하여 대법원 역시 최고법원으로서 그 기능은 일반 법원과는 다르다. 사회적 현실을 편견 없이 정확하게 바라볼 줄 알아야 하고, 법률가의 시각만이 아니라 일반 시민의 시각도 고려하는 법 해석이 필요한 것이다. 평생을 사법구조의 틀 안에서 생활한 법조인 중심의 사법체계가 초래한 문제점은 그동안 많이 지적되어 왔다. 그렇지만 법조계 내부의 반발과 정치권의 무신경으로 인한 문제점이 이제 충격적으로 노정되기 시작한 것이다. 여당의 충청권 출신 의원 일부가 헌법재판관에 대한 탄핵 발의를 논의한다지만, 헌법재판관에 대한 탄핵심판 역시 헌법재판관들이 하도록 헌법에 규정되어 있다. 탄핵 발의를 하는 것이 현명한 일은 아니지만 이론적으로는 국회가 하여야 할 사항을 탄핵 대상자 스스로가 하도록 한 것도 난센스이다. 현재 우리 사회에서 정치적·경제적·사회적 쟁점은 옳은가, 그른가의 기준에 따라 판단하기보다는 정치적 성향에 따라 판단된다. 구체적으로는 노무현 대통령을 지지하는가, 아닌가라는 기준이 더 중요한 것 같다. 여기에 동원되는 많은 이론과 이유는 이러한 목적성을 위하여 설계된 것이어서 논리적이지도 않고 설득력도 별로 없다. 정부와 여당이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에 대한 대응방안에 고심하고 있지만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번복할 방법은 없다. 승복할 수밖에 없는 것이 법적 현실이다. 정치적 이유로 불복할 수 없다는 점에서 우리나라에 법치주의가 비로소 꽃을 피웠다고나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이제 지방 균형발전을 위한 다른 방안을 강구하는 것이 정부와 여당의 몫이라고 본다. 박상기 연세대 법대 학장
  • 이젠 왕따카페까지…괴롭힐수록 등급 올라

    이젠 왕따카페까지…괴롭힐수록 등급 올라

    “진정 민우를 잘 괴롭힌다고 생각되는 사람만 회원 등급을 올려준다.”,“민우 괴롭히기에 숙달된 사람만 민우와의 격투기를 예약할 수 있다.” 인터넷에 같은 반 친구를 집단 따돌림하고 폭행하는 사진과 글을 모아놓은 ‘왕따카페’가 등장해 충격을 주고 있다. 포털사이트 다음에 개설된 이 카페는 논란이 확산되자 문을 닫았지만,피해학생은 커다란 정신적 충격을 받고 괴로워하고 있다. 지난 2월 학생들의 왕따 동영상 파문으로 해당 학교 교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홍역을 치른 이후에도 교실에서의 왕따 현상이 여전히 심각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왕따카페’에 폭행 장면과 ‘격투기’ 후기 공개 부산 남구 D고 3학년 9반 학생들이 만든 카페의 이름은 ‘정민우(가명·18)군을 사랑하는 팬클럽 모임’.하지만 카페에는 제목과 달리 반 친구들이 정군을 괴롭히는 내용의 게시물이 버젓이 올랐다. 이 카페는 지난 6월 초 멀티미디어 수업시간에 학급의 친목을 위해 만들어진 것.학생들은 작은 체격과 내성적인 성격으로 놀림을 받던 정군과 친해지자는 취지에서 일부러 이름을 붙였다.하지만 반 친구들끼리 채팅을 하는 데 이용하던 카페는 점차 정군을 괴롭히는 수단으로 바뀌어갔다.교정에 정군을 눕혀놓고 8∼9명이 의기양양하게 둘러서 있거나,정군의 손발을 4명이 들어올려 학교 뒷동산으로 끌고 가는 사진 등이 잇따라 올랐다. 심지어 학생들은 정군을 괴롭히는 ‘정기모임’까지 만들어 ‘격투기는 매일 5교시 20분 전 학교 뒷동산에서,민우가 도망가지 않는 한 계속한다.’는 공지글을 올렸다.점심식사 시간마다 1대1로 ‘이종격투기’ 명목으로 정군을 발로 차고 무릎으로 내리치는 ‘장난’을 하고는 후기를 올렸다. ●“친해질 수 있을 것 같아 꾹 참았다.” 이 카페는 한 학생이 ‘홍보’를 위해 그 내용을 비디오게임 커뮤니티에 올린 이후 급속히 퍼져나갔다.카페의 존재가 알려진 이후 이 카페에는 하루 100여명의 네티즌이 몰려들어 철없는 학생들의 행동을 비난했다. 그러자 학생들은 지난달 25일 서둘러 카페를 폐쇄했다.하지만 정군은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4일 학교에서 만난 정군은 “친구들이 장난칠 때 반항도 해보고 도망도 쳐봤지만 소용이 없었다.”고 말했다.정군은 “그래도 반 친구들과 친해질 수도 있다는 기대에 괴로워도 꾹 참았다.”면서 “왕따카페를 만들어 공개한 사실에 허탈하고 배신감이 든다.”고 고개를 떨궜다. 담임 한모(50) 교사는 “민우는 키 162㎝,49㎏의 왜소한 체격에 행동과 말이 느려 친구들에게 자주 놀림을 받아왔다.”면서 “그래서 항상 반 학생들에게 주의를 줬지만 일거수일투족을 모두 파악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처음엔 장난으로…익숙해지다보니 불쌍한 마음도 안 들어” 카페 운영자인 김모(18)군은 “처음엔 민우가 불쌍했는데 괴롭히는 것도 익숙해져버려 장난으로 이런 일을 벌였다.”면서 “좀 잘해줬어야 하는데 지금은 민우에게 미안하다.”고 털어놨다.카페 회원으로 정군을 왕따하는 데 가담했던 김모(17)군은 “민우와 좀 더 친해지려고 그냥 장난으로 시작한 것”이라면서 “일이 이렇게 커질 줄 몰랐다.”고 당혹해했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왕따의 내용이 인터넷에 공개되면서,집단적·가학적인 즐거움을 느끼는 현상으로 확산되는 데 크게 우려하고 있다. 중앙대 사회학과 신광영 교수는 “왕따와 체벌 등 학교에서 발생하는 문제는 외부노출을 꺼리는 공간의 폐쇄성에서 기인한다.”면서 “학교 운영과 학생 생활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학부모와 지역사회가 학생상담위원회를 만드는 등 공동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지혜·부산 이재훈기자 nomad@seoul.co.kr
  • [씨줄날줄] 순혈주의/오승호 논설위원

    세계 2위의 소프트웨어 제조회사인 미국의 오라클 최고경영자(CEO)인 래리 엘리슨은 지난 2월 샌디에이고에서 열린 오라클 앱스월드 콘퍼런스 기조연설에서 다음과 같이 밝혔었다.‘오라클 비즈니스 시스템을 사용하는 기업들이 앞으로는 경쟁사인 시벨시스템스,SAP의 제품도 같이 사용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그는 오라클이 이같은 연동 작업을 도울 수도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엘리슨은 경쟁사의 프로그램을 연결해 사용하는 행위를 강력히 비난했던 인물.그런 그가 정보시대의 과제인 ‘데이터 분열’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순혈주의를 버린 것이다. 국내 기업들도 시민단체나 외국계 투자 펀드 등에 의해 순혈주의 포기를 강요받고 있다.기업들은 경영에 대한 외부 간섭을 막기 위해 기업이 원하는 인물들로 이사진을 구성해 왔다.그러나 경영투명성 확보 등을 위해 외부인을 이사진에 참여시켜야 한다는 외부의 ‘공격’을 받고 있다. 이헌재 부총리와 윤증현 금융감독위원장이 금융기관 순혈주의에 대한 입장을 피력,궁금증을 크게 하고 있다.이 부총리는 지난주 금융연구원 조찬 강연에서 “금융기관의 폐쇄성과 순혈주의는 극복해야 하지만,반드시 외부에서 CEO를 발탁해야 한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고 밝혔다.윤 위원장도 같은 날 저녁 출입기자들과의 토론회에서 “우리나라 금융기관처럼 순혈주의와 폐쇄성이 짙은 나라는 없다.”고 강조했다.경제부처 수장과 금융감독 책임자의 인식 차이를 지적하려는 것은 아니다.김정태 국민은행장이 회계 처리 위반 문제로 문책 경고를 받아 연임 불가가 확정된 날,발언이 나왔다는 점이 문제다.더욱이 10월 말 임기가 끝나는 김 행장 후임이 거론되고 있다. 정책의 최고 책임자들이 국민은행장 선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발언을 하는 것은 자제하는 것이 옳았다.국민은행은 완전 민영화됐다.외국인 지분율도 지난 10일 현재 77.87%나 된다.내부 발탁 인사를 할지,외부인을 영입할지는 행장후보추천위원회와 주주들이 결정할 사항이다.순혈주의와 외부인 영입에 대한 흑백논리는 바람직하지 않다.급변하는 금융 환경에 탄력적으로 대응해 고객 편의와 주주 이익을 중요하게 여기고 나라경제도 생각하는 인물을 고르는 것이 중요하다. 오승호 논설위원 osh@seoul.co.kr
  • [사설] 北 양강도 대폭발 진상 뭔가

    12일 전해진 북한 양강도 대폭발 소식에 온 국민이 또 한번 놀란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지난 9일 발생한 대폭발은 용천폭발사고 때보다 더 규모가 큰 것으로 전해졌다.직경 수㎞의 버섯구름이 치솟았다는 설과 함께,핵무기실험이 아니냐는 추측이 제기되기도 했다.정부가 전국의 방사능감지망과 지진계측 등을 종합점검한 뒤,핵실험 징후는 없다고 잠정결론을 내렸다니 일단은 안심이다. 핵실험이 아니라는 잠정결론이 내려졌다지만 정부는 미국,일본 등에 정보제공 요청 등 추가확인작업을 계속해야 할 것이다.북한의 핵실험이 임박했다는 뉴욕 타임스 보도가 나온 시점에 폭발소식이 전해진 것도 마음에 걸린다.핵실험이 아닌 단순사고로 판명나더라도 1500여명의 사상자를 낸 용천참사가 난 지 불과 몇달 뒤,또 대형사고가 북한땅에서 일어났다는 것은 예삿일이 아니다.관계당국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북한 내부에서 야기될지도 모를 여러 정치적,사회적 변화와 파장을 예의주시하고 대비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 북한발 사고소식이 우리 국민을 놀라게 하는 것은 무엇보다도 북한당국이 고수해온 폐쇄성 때문이다.지난 4월 용천사고 때는 그나마 만 하루 뒤 사고사실을 시인하고 국제사회의 지원을 요청했던 북한이다.이번에 북한 매체들은 아직 사고 사실조차 보도하지 않고 있다.북한은 1992년 농축우라늄 제조 사실 자진공개 이후,핵 관련 사실을 수시 번복하는 ‘모호성 정책’으로 의혹을 확대재생산해온 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반면 연구용인 우리의 농축우라늄 분리,플루토늄 추출실험에 대해 북한 외무성은 미국의 사주를 받은 핵무기 개발용이라고 강변하며,6자회담 불참의사까지 내비쳤다.북한은 이런 자세로는 핵문제를 풀기 힘들다는 점을 인식,이달 말 6자회담에 약속대로 참석해야 한다.이번 대폭발도 진상이 무엇인지 외부세계에 알려야 한다.사고라면 피해규모가 얼마인지 알아야 국제사회가 나서서 도울 게 아닌가.
  • [영화평론가 이효인의 스크린나들이] 그리운 배우 허장강

    내게는 직업과 연관된 두 개의 추억 뭉치가 있다.하나는,내가 실제로 겪지 못했지만 훗날 나름대로 재조립한 과거의 한국 영화,‘1950,60년대 한국영화’이고,다른 하나는 1980년대 영화(운동)를 중심으로 맺었던 ‘인연’이다.50,60년대 한국 영화들은 누추함과 비루함,그리고 어설픔이 있지만 진실과 고뇌가 있다. 당시 한국 영화계의 주류에 속했던 원로 영화인들은 자주 이런 말을 한다.“요즘 영화들은 겉만 화려할 뿐 과거 한국 영화가 가졌던 혼이 없다.” 나 역시 부분적으로는 그 말에 동의한다.이야기가 정교하고,화면이 풍부한 90년대 이후 대부분의 영화들은 정작 보고 나면 잘 만든 이야기 한편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주제 의식도 뚜렷하고 화면도 매끄럽지만 지속적인 울림을 주지 못하는 80년대 이후의 유럽 영화들과 어떤 면에서는 닮은꼴이다.하지만 오해마시길.과거 영화가 현재의 영화보다 낫다는 말은 아니다.한 측면을 얘기한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오히려 앞서 언급한 원로 영화인들의 발언의 근저에는 ‘당신들의 시대’를 살아버린 분들의 미련과 섭섭함,그리고 현재에 대한 시기와 질투의 감정 또한 있다고 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배우 허장강을 떠올리노라면 50,60년대 한국 영화는 보다 선명해진다.‘돼지꿈’에서는 영어를 구사하는 사기꾼으로,‘김약국집의 딸들’에서는 아편쟁이로,‘서울의 지붕밑’에서는 엉큼한 점쟁이 노인으로,그리고 또다른 영화에서는 냉혹한 뒷골목 사나이로,그는 김승호만큼 아니 어쩌면 김승호보다 더 연기의 진수를 보여 준다.그 연기 속에는 정말 ‘혼’이 있다.그것은 요새 배우들이 아직은 해내지 못하는 것이다. 반면,지금 한국 영화계를 움직이는 사람들은,투자자 등을 제외하곤,거의가 80년대 산물이다.난세가 영웅을 만든다는 말을 과장되게 끌어들이지 않더라도,그들은 단지 나이만으로 현재의 한국 영화계를 움직이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충무로 영화계의 합리와 비합리,대화와 억지,개방성과 폐쇄성 사이를 비집고 개방적으로,대화하는 태도로,합리를 이끌어낸 것은 바로 그들이기 때문이다.하지만 80년대 그들은 충무로에서 점심 끼니를 걱정하던 사람들이었다.그것을 두고 “옛날에 걔 내 밑에 있을 때 이러저러했다.”라고 비아냥대는 사람들도 있지만,그런 말이야말로 패배자들의 뒤통수 때리기에 불과하다.그때 슬리퍼 끌고 삼류극장에서 영화를 본 후 더운 여름에 닭발 안주에 소주를 마시면서,그들 혹은 우리는 영화를 얘기했다.주로 영화의 힘과 영화와 사회와의 관계에 대해 말했던 것 같다.아버지의 영화들이 놓친 것들에 대해 말했던 것이다. 그 가운데에 장선우 그리고 박광수 등이 있다.그들 또한 사람인지라 작업 과정에서 적지 않은 뒷말을 남겼고,작품에 대한 평가 또한 고르지 않다.하지만 한국 영화 역사 전환기의 그 선명함과 영향력만은 평가해야 할 것이다.과거의 이데올로기를 감춘 채 던진 ‘너에게 나를 보낸다’와 ‘거짓말’,자신의 한계마저 고스란히 드러내면서 고집을 굽히지 않은 ‘그들도 우리처럼’ 등은 여전히 우리 영화의 보물이기 때문이다.그들이 그립다.영화로 행복해지고 싶다.
  • [한국근대사 100년-좌담] “한국전쟁·반공국가주의가 좌우이념 공존 차단”

    왕조시대의 몰락,서양문물의 유입과 함께 시작한 우리의 근대는 서울신문의 궤적이기도 하다.1904년 서울신문의 전신 대한매일신보가 창간될 즈음,우리에게 이식된 서구의 이념은 100년의 세월동안 한국을 움직이는 기간 동력이었다.근대 공간에서 이념은 때로는 항일이나 민족,때로는 개발 논리,또 이후에는 민주주의를 지향하며 우리 사회를 견인했다.그러나 냉전체제가 해체되고 우리 사회가 민주적 정당성을 확보하면서 이념적 모순과 정체성의 혼란을 겪기 시작했다.아직도 보수와 진보,좌파와 우파를 보는 우리의 시각은 협소하고 뒤틀려 갈등과 대립상을 씻어내지 못하고 있다.여기에 21세기 진로와 정당성에 대한 비판까지 겹쳐 국민들을 혼란스럽게 한다.서울신문은 창간 100주년을 맞아 임지현(한양대 사학)교수와 김호기(연세대 사회학과)교수의 대담을 통해 한국 사회를 관통해 온 이념의 좌표와 미래를 짚는다. -임 공교롭게도 서울신문의 전신 대한매일신보의 창간과 우리가 셈하는 근대의 시기가 거의 일치한다.대한매일신보가 창간된 1904년은 안팎으로 시련기였으며,대한매일신보는 이런 시대적 요청과 필요성으로 태어났다.여기에 주목해 보면 우리의 근대사와 영욕을 함께한 서울신문의 존재 의미도 자연스레 살필 수 있지 않을까. -김 신문이라는 매체의 등장이 바로 새로운 이념의 산물이었다.당시는 국운이 쇠해 국가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던 때였다.이때 대한매일신보가 창간된 것은 ‘항일’과 ‘민족’이라는 가치를 지향하는 것이었는데,그런 가치가 우리 근대에 크고 깊게 자취를 남겼음을 부인할 수 없다.아쉬운 것은 일제 강점기와 1970∼80년대 개발시대를 지나면서 일제와 독재정권에 예속돼 제 목소리를 잃었다는 점이다.90년대 중반 제호를 서울신문에서 대한매일로 바꾸면서까지 그런 과거와 단절하려고 노력했고,지난해 서울신문으로 다시 태어나 확실히 권력과 거리를 두고 건강한 긴장관계를 지키고 있다고 본다.긍정적인 변화다. -임 그런 각성 위에서 서울신문이 우리 사회 공론의 장이 되고,또 새로운 성장의 토대로 작용할 것이라는 기대를 갖는다.개화기 대한매일신보의 계몽적 역할은 아무리 그 의의를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하지만 21세기의 신문은 달라야 한다.계몽이 강조되다 보면 일방적 주의주장이나 자기정당화의 덫에 걸릴 위험이 많다. 이념 측면에서 지난 100년을 정의하는 것은 쉽지 않다.일제하에서는 지식인 중심의 좌파적 경향이 지배했고,광복 후에도 이런 배경 때문에 좌우 대립이 치열했다.그러나 당시의 좌우대립은 지금처럼 경직된 모습은 아니었다.그런 점에서 한국전쟁과 이후 박정희 시대의 반공국가주의는 냉전의식의 확산과 좌우 이념의 공존을 차단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고 본다. ●식민통치·분단·민주화 거치며 대전환 완성 -김 근대 100년은 전통사회에서 근대로의 전환이 이뤄진 시기로,식민통치와 분단,민주화라는 큰 궤적을 거치면서 대전환이 완성됐다.문제는 이런 전환이 현재 인권과 분배,환경문제 등에 얼마나 중요한 가치를 부여하는가 하는 점이다. -임 우리 사회는 보수와 진보를 고정된 실체로 이해하는 경향이 짙다.이념 구획이 냉전적이다.세계주의가 곧 신자유주의고,이게 보수라는 그릇된 인식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살펴보면 우리의 세계주의는 민족주의에 발목이 잡혀 있다.지금은 민족주의자도 세계화를 공유해야 한다. -김 60년대까지도 우리는 보수가 곧 우파이며,진보는 좌파라는 인식,나아가 보수는 안정이고 진보는 변화라는 인식이 지배적이었다.들여다보면 진보적 보수도 있고,보수적 보수도 있다.이런 시각에서 신자유주의는 세계적 보수,국내의 파병반대 이념은 세계적 진보의 표면화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지금은 ‘보수=우파,진보=좌파’라는 인식이 적용되지 않는 세상이다.보수와 진보라는 2분법에 세계주의가 더해진 분류법이 제시되고 있다. 역사적으로 광복 후 가장 큰 이념적 분기점은 분단으로 본다.이후 80년대까지는 우파 주도의 사회였고,진보주의자나 좌파에는 정치적 시민권이 부여되지 않았다.결국 이런 족쇄가 이념적 지형과 사유의 폭을 협소하게 했는데,이게 80년대 들어 해빙된 것이다. -임 우리 이념체계의 골격인 민족주의 문제도 짚을 필요가 있다.지금의 국제주의는 전 지구적이며,네트워크화하는 특성을 보이는데,우리는 여전히 민족주의에 발목이 잡혀 있다.일제강점이나 광복,한국전쟁 등은 한마디로 서구에서 시작된 ‘근대성’이 세계로 확산되는 과정의 일환으로 이해할 수 있는데,그것은 이념적으로 공산주의 대 반공주의,제국주의 대 민족주의,독재 대 민주주의처럼 이항대립적 이념틀을 자연스러운 것으로 수용하게 했고,특히 한반도에서 그 대립은 경직된 형태로 나타났다.그 결과,현실이 이념적 대립에 포박 당해,관념이 승하고 그 관념이 다시 현실을 악화시키는 기제로 작동했다고 본다. -김 사실,오늘날 진보주의는 국가주의와 민족주의를 어떻게 볼 것인가를 두고 딜레마에 빠져있다.국가주의와 민족주의를 적극 사고하는 부류가 있는가 하면,이에 대한 비판도 만만치 않다.세계화의 다중적 특징의 하나는 무한경쟁인데,여기에서 국가나 민족의 개념을 뺀다는 것은 무장해제와 다름없다.최근 논란을 빚고 있는 파병 문제도 결국 민족국가적 선택일 텐데,이런 국가주의,민족주의가 개인주의와 개개인의 자율을 기반으로 하는 민주주의와 맞서지만,긍정적 면도 간과할 수 없다.예를 들어 월드컵 때의 거리응원을 두고 일부는 파시즘적이라고 비판하지만 다른 쪽에서는 잠재력의 분출이나 민족주의의 표출로 읽는다.이 이중성을 이해하고 극복하는 대안을 찾아내는 것이 진보주의자의 과제일 것이다. -임 민족주의나 국가주의에도 좋고 나쁜 모델이 따로 있는데,많은 경우 서로 섞여 그 경계가 모호하다는 점이 문제다.우리의 경우 식민통치를 경험해 저항적 민족주의의 경향이 강한데,이후 박정희가 지배통치를 강화하기 위해 이를 이용했던 게 사실이다.이런 문제를 극복해야 바람직한 국가 혹은 이념모델의 정립이 가능하지 않겠나.살펴보면 민주화 세력과 박정희 반공독재는 항상 길항관계를 유지했으면서도 당시의 진보주의자나 좌파는 체제 내에서 존재했다. -김 나는 민족주의를 열린 민족주의와 닫힌 민족주의로 구분하고 싶다.닫힌 민족주의는 공존과 다양성에서 한계를 갖는데,이에 대한 대안이 바로 열린 민족주의다.이는 인간과 민주주의에 대한 보편적 가치를 적극적으로 수용하고,다른 민족,다른 국가의 이익을 훼손하지 않고 기능하는 민족주의일 것이다.여기에서 필요한 것이 바로 세계주의와 공존할 수 있는 민족주의 프로그램이다. ●민족주의안에 내장된 폐쇄성 극복해야 -임 우리 사회에 뿌리내린 민족주의의 에너지는 엄청나지만 그 안에 내장된 폐쇄성의 코드를 극복하는 게 필요하다.돌이켜보면 광복 이후 민족이라는 대아(大我)에 개인이라는 소아(小我)가 철저히 매몰돼 개인과 개인의 자율성이 민족주의에 포박된 시기였다. -김 지금의 강고한 민족주의 흐름은 근본적인 자기 비판을 통해 부정적인 면을 해체해야 한다.이런 면에서 바람직한 민족주의는 NGO나 기업 등 다양한 중간조직이 활성화된 것이라야 한다. -임 확실히 80년대 이후 한국사회의 공공성은 신장되고 있다.그런 점에서 우리의 이념적 미래는 일정하게 건강성을 유지할 것으로 본다.그러나 진보주의자들이 스스로를 진보라고 규정하고 ‘그러므로 내가 정답’이라고 여기는 행태는 바뀌어야 한다.그건 독선이다. -김 향후 우리 사회의 과제를 개혁과 민주적 통합이라고 본다면,시급한 것은 박정희 시대와 그 시대의 이념으로부터의 단절일 것이다.그런 점에서 일부 문제가 없지 않으나 80년대 이후 진보주의자의 운동 방향을 옳다고 본다.문제는 지금 보이는 박정희 시대에의 향수와 반공국가주의로의 회귀 움직임인데,우리의 보수가 아직도 박정희의 그늘에 안주해서야 되겠나.좋은 사회란 보수와 진보가 제대로 각을 세워야 하는데,우리 보수는 지리멸렬해 있다.보수와 진보는 결국 적대적 의존관계 아니겠는가. -임 엄밀하게 말해 지금 세계가 당면한 새로운 역사적 조건들은 앞 시대의 이항대립적 이념으로는 해석하기 어려운 것이다.신채호가 말했듯,‘조선의 주의가 아니라,주의의 조선이 되는’ 관념과 현실의 전도된 관계를 넘어서는 발상이 중요한데도 우리가 그동안 시민사회의 진보적 가치에 너무 집착한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없지 않다.언론의 역할에 기대를 갖고,또 서울신문의 창간 100주년이 의미있다고 보는 것도 이런 시각과 다르지 않다.과거의 문화적 기제를 점검하고 새 모델을 제시하는 일은 바로 언론과 지식인의 몫이다. 정리 심재억·박상숙기자 jeshim@seoul.co.kr 김호기 교수 ●약력 △연대 및 대학원(석사.동양사회,현대사회론)△독일 레펠트대학 대학원(박사)△미국 UCLA 초빙연구원△현,대통령자문 정책기획위 국민통합분과 위원△현,연대 사회학과 교수 임지현 교수 ●약력 △서강대 사학과 및 대학원(박사.서양사상사)△폴란드 바르샤바대학 및 영국 포츠머스대학 연구 및 강의△하버드 옌칭연구소 초빙연구원△현,한양대 사학과 교수 ˝
  • [사설] 주사가 할 일 장관이 하는 정부

    행정자치부 한 고위 간부가 관료조직을 작심하고 비판한 쓴소리가 잔잔한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관직의 꽃이라는 중앙 부처의 현직 국장이,그것도 한국적 관료문화의 산실인 행자부에서 내부를 향해 직격탄을 날렸으니 공직사회가 충분히 충격을 받을 만하다.조목조목 잘도 들춰낸 공직사회의 고질적 병폐들은 관료사회를 서둘러 수술해야겠다는 인식을 일깨워 주었다. 관료조직은 국가 사회를 외부의 충격이나 동요에 크게 흔들리지 않고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시대적 창안이다.관료조직은 국정의 전문가들로 내부적으론 상명하복으로 계통을 세우고 대외적으론 인적 유입을 거부하는 속성을 갖는다.그러나 관료조직도 시대적 산물이고 보면 사회 발전과 변화에 맞춰 운용의 기술을 달리해야 한다.세상이 변하면 관리체제도 바뀌어야 한다는 말이다.정책방향을 제시해야 하는 장관이 주사급의 업무인 구체적인 시책까지 일일이 챙겨야 하는 관료 시스템이라면 더 이상 존재가치가 없다고 할 것이다. 관료사회의 변신을 재촉하는 제도적 장치를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공무원 개인별 직무경험과 교육훈련 내역 등을 종합 평가할 수 있는 경력개발시스템을 구축해 연공서열을 대신해야 한다.공무원의 신분은 원칙적으로 보장하되 고위직에선 계약제 형태인 개방형 직위 공모제를 대폭 확대하여 사실상 완화하는 효과를 거둬야 한다.정부가 고위 공직자의 ‘인력 풀’ 시스템으로 2006년에 도입하려는 고위공무원단도 앞당겨야 한다.인력 풀에 민간 참여를 유도한다면 부처이기주의와 함께 공직사회의 폐쇄성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북한문헌연구‘ 6권 출간

    남북 교류가 활발해지고,북한에 대한 연구가 과거보다 한층 폭넓어지고 있다.하지만 신뢰할 만한 북한의 1차 자료를 확보하기는 여전히 쉽지 않다.전문 학자들에 따르면 북한의 기본적인 문헌조차 접근이 어려운 실정이다. 북한의 폐쇄성이 크게 개선되지 않는 데다 북한 관련자료를 체계적으로 발굴·정리하는 전문기관이 없기 때문이다. 경남대학 극동문제연구소가 ‘북한문헌연구;문헌과 해제’(6권)를 발간했다.북한 전문 연구기관인 이 연구소가 2000년 3월 착수해 4년여 작업끝에 출간했다.연구소 개소 30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북한연구 프로젝트로 탄생됐다.통일부장관을 지낸 박재규 총장의 의지도 반영됐다.제1권은 조선노동당,2권은 최고인민회의,3권은 사상 및 통일편이다.또 4권은 대외관계 및 군사 안보,5권은 경제발전,6권은 사회 및 법제편으로 구성돼 있다.자료는 각종 김일성·김정일 저작,조선중앙연감,노동신문,민주조선,당대회 및 최고인민회의 회의록,신문 잡지 연감 등을 망라해 주제별로 400개를 선별 정리한 것이다. 서강대 김영수 교수(정치외교학)는 “이번 출간은 역사의 뿌리를 잊은 채 북한의 현재에만 빠져 있는 우리의 근시안적 연구자세를 바꾸는 자료가 될 것”이라며 “북한 연구의 새로운 계기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출간을 주도한 하와이대 서대숙(전극동문제연구소장) 교수는 “이번 연구는 북한의 업적과 실패를 찬양하거나 비난하려는 의도는 아니다.”라며 북한에 대한 객관적인 자료집으로서 큰 활용도가 있을 것으로 평가했다. 경남대는 앞으로 영어 및 일본어판도 출간할 계획이다. 김수정 기자 crystal@˝
  • [메디컬 라운지]

    ●서울아산병원 원스톱 담석센터 개소 서울아산병원은 담석증 환자들이 진료와 검사,결과 확인 등을 하루 만에 원스톱으로 마치는 담석센터(소장 김명환)를 최근 개소했다.이 센터를 찾는 초진 환자들은 외래에서 1차 진료와 혈액검사,CT,복부 초음파 등 필요한 검사를 받은 뒤 당일 결과 확인과 상담도 받을 수 있다.02)3010-5900. ●’리프리놀’ 관절염 치료효과 확인 ㈜씨스팜제약은 호주 파마링크사가 뉴질랜드산 ‘초록입홍합’ 추출물을 이용해 개발한 ‘리프리놀’ 임상시험 결과 관절염 치료 효과가 확인됐다고 최근 밝혔다.회사측은 세계보건기구(WHO) 고문인 미 캘리포니아주립대 명예교수인 조지 할펀 박사의 주도로 80명의 무릎 관절염 환자에게 리프리놀을 투여한 결과 증상 개선효과가 뛰어난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만성폐쇄성폐질환 치료제 곧 시판 독일 베링거인겔하임이 개발한 만성 폐쇄성폐질환(COPD) 치료제 스피리바가 미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얻음에 따라 머지않아 국내에서도 시판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국내에서도 임상시험이 완료돼 올 하반기에는 시판될 예정.˝
  • 쉬어가기˙˙˙

    노인성 질환인 만성 폐쇄성폐질환(COPD)이 젊은 흡연자에게서도 나타나고 있다고 전문가들이 경고했다.이탈리아 베로나대 로베르토 데 마르코 박사가 주도한 EU연구팀은 “최근 유럽지역의 20∼44세 남녀 1만 8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4%에 해당하는 젊은이들이 COPD증상을 가졌으며,12%는 COPD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히고 “유일한 해결책은 금연 뿐”이라고 강조했다.˝
  • “글쓰기부터 하세요”/英 케임브리지大 입학 손 에스더양의 학습법

    지난해 가을 영국의 유력 일간지 가디언지에 케임브리지대의 배타성을 드러낸 사례로 보도돼 큰 반향을 일으켰던 손 에스더(18·서울 휘경동)양이 1년 만에 재도전한 케임브지리대로부터 최근 입학허가서를 받은 뒤 16일 본사에 자신의 공부방식을 요약한 글을 직접 써 보내왔다. ▶관련기사 10면 손양은 중2 때인 1999년 목사인 아버지가 신학공부를 위해 2년간 유학길에 올랐을 때 같이 따라갔다가 영국에 남았다.지난해 말 서울로 돌아온 손양은 다시 케임브리지대의 문을 두드렸다. 손양은 이 글에서 “한국과 영국의 교육여건이 너무 다르기 때문에 얼마나 현실성이 있을지는 모르지만,국제 경쟁력을 키우려면 이런 공부법도 고려할 만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英 대입자격시험 6과목 A학점 손양은 지난해 영국 대입자격 시험인 ‘A-레벨’에서 수학,물리,화학,생물,역사,일반상식 등 6개 과목에서 A학점을 받았다.당시 손양이 재학중이던 영국 버크셔 세인트 크린스핀 공립학교 교장은 방학을 맞아 서울 집에 있던 손양에게 직접 국제전화를 걸어 “6개 과목 A성적은 개교 이래 처음”이라며 놀라움을 전했다. 통상 3개 과목 정도만 A학점을 받아도 옥스퍼드대와 케임브리지대,런던대 임페리얼 칼리지 등 명문대에 입학할 수 있을 정도로 ‘A-레벨’은 까다로운 시험.그러나 케임브리지대 트리니티 칼리지는 ‘귀족사회에 속하지 않은 소수자’라는 이유로 손양을 불합격 처리했었다.가디언지는 지난해 8월15일자에서 A학점 5개 이상을 받고도 케임브리지대에 들어가지 못한 손양 등의 사례들을 보도하며 영국 대학의 폐쇄성을 질타했다. 손양은 케임브리지대 대신 런던대 임페리얼 칼리지로 진학하려 했으나 갑자기 폐렴에 걸려,서울 집 등에서 쉬다 케임브리지대에 재도전했다.지난 13일 마침내 케임브리지대 크라이스트 칼리지(Christ’s College)로부터 입학허가서를 받은 손양은 “입학 때부터 세부전공을 정해야 하는 영국내 다른 대학과 달리 자연과학을 폭넓고 깊게 공부할 수 있어 케임브리지대 입학을 원했다.”면서 “생화학을 전공해 대한민국 노벨상 과학분야 첫 수상자가 되고 싶다.”고 밝혔다.그는또 “생체기관 사이의 화학작용을 연구해 질병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직접적인 도움을 주고 싶다.”고 덧붙였다. ●생화학 전공해 노벨상 받는게 꿈 손양이 밝힌 공부방법은 의외로 평범했다.고교 때는 학교 수업과 숙제,수시로 요구되는 발표 과제를 열심히 하고,대학 면접시험을 꼼꼼히 준비했다는 것이다.특히 어린 시절부터 책을 자주 읽고 글짓기를 많이 한 것이 많은 도움이 됐다고 소개했다.대학 입학을 9개월 남짓 앞둔 손양은 최근 한 출판사의 제의로 영국 유학생활을 다룬 책을 쓰고 있다. 유지혜기자 wisepen@
  • [사설] 이러고도 대한민국 외교관인가

    한국 외교관의 부끄러운 자화상이 내부 고발로 드러났다.외교통상부 내부토론 광장 ‘나눔터’에 올려진 외교관들의 공금유용,공관 ‘밥장사’ 등의 비행은 충격적이다.국가를 대표하는 외교관은 높은 윤리의식과 품위,그리고 국익을 극대화하려는 봉사정신이 필요하다.그런 외교관들의 추한 비리가 반복되는 것은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다. 토론방 글에 따르면 외교관들이 사적 모임의 식사를 공금처리하고 있다고 한다.관저 만찬 때 사람 수를 부풀려 추가 경비를 챙기는 이른바 ‘밥장사’를 하는 공관장도 있다고 한다.딸을 공관직원으로 위장해 데려가는 대사도 있었다고 한다.이와는 별도로 한 전직 홍콩주재 영사는 부적격자에게 비자를 발급해주고 2억 7000여만원을 받은 혐의로 17일 구속됐다.외교관이 ‘비자 장사’도 한 것이다. 외교관의 부조리는 감사원 감사 등에서 여러번 지적됐다.그런데도 근절되지 않고 있어 구조적 문제라 하지 않을 수 없다.물론 대다수 외교관들이 불법을 저지르는 것은 아닐 것이다.해외공관도 사실 점점 투명해지고 있다고 한다.그러나 고발 글이 두 달전에 올려졌음에도 불구하고 언론에 공개된 후에야 적극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을 보면 외교부의 폐쇄성은 여전하며 개혁의지가 있는지 의문이다.외교부는 이번에도 적당히 넘어가려 해서는 안 된다.철저히 조사하여 관련자를 엄히 문책하고 개혁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감사원도 감사를 강화하여 비리가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그나마 자체 비리를 고발하는 외교관이 있다는 것이 다행이다.외교부의 내부 고발이 공무원 사회 전체의 공직부패를 줄이는 개혁으로 이어지기를 바란다.
  • 메디컬 라운지/폐암보다 고통스러운 COPD

    대한결핵 및 호흡기학회가 주최하는 제1회 폐의 날 행사가 오는 21일 세종문화회관 컨벤션홀에서 열린다.‘폐암보다 고통스러운 COPD’를 주제로 한 행사에서는 COPD(만성폐쇄성폐질환)의 심각성을 널리 알리기 위해 현장에서 COPD 공개강좌,건강한 호흡을 위한 게임 등의 프로그램이 진행되며,참석자를 대상으로 폐기능 검사와 상담 및 자료집도 제공한다.문의(02)2062-1285.
  • ‘선비’ 韓銀 세상밖으로/신문 기고·방송 출연 장려

    한국은행 직원들은 독톡한 데가 있다.국내 최고의 두뇌집단이라는 강한 자부심과는 딴판으로 ‘은인자중’(隱忍自重)이 몸에 배어 있다.수십년간 쌓여온 전통이다.그러다 보니 적극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많이 받는다. 외부에 널리 알려진 ‘스타급’ 직원도 없다.지난 7월 박승 총재가 직접 나서 자신감 결여와 폐쇄성,소극성을 ‘3대 악덕’으로 지목했을 정도다.직원들도 이를 잘 안다.하지만 스스로는 중앙은행 직원의 위엄으로 이해하려 애쓴다. 이런 한은이 대변신을 꾀하고 있다. 지난달 능력 중심의 조직개편안을 발표한 데 이어 7일에는 ‘한국은행의 새 출발’ 추진방안을 공개했다.고매한 선비의 이미지를 벗고 세상 속으로 파고 들겠다는 게 골자다.일종의 ‘신장개업’ 선언인 셈이다. 우선 한은은 취약부문에 대해 외부 전문가를 영입하기로 했다.공무원 개방형 임용 같은 제도를 도입한 것도 그렇지만 힘에 부치는 부분을 솔직히 인정하겠다는 것 자체도 새 모습이다. 한은 관계자는 “업무가 금리정책,경기예측 등에 집중돼 있어 재정이나 미시경제쪽은 취약한 게 사실”이라면서 “이런 부분에 대해 내년부터 차장급 이상으로 외부 충원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은 직원들은 자기 이름이 언론 등에 공개되는 것을 극도로 꺼린다. 또 직원들의 신문·방송 출연이나 토론회 참석 등을 적극 장려하기로 했다. 말 실수를 한다든지 은행의 공식의견과 다른 얘기를 하게 되는 데 대한 두려움이 1차적인 이유다.실제로 외부에 잘못 얘기했다가 피해를 본 사례도 없지 않다. 한은 관계자는 “직원들이 외부행사에 발표자나 토론자로 가급적 많이 나가 한은 정책에 대한 일반의 이해를 구하게 만드는 동시에 직원 개인이 ‘스타’가 될 수 있는 기회를 주기로 했다.”면서 “외부에 공표된 개인 생각이 한은의 기본방향과 다소 차이가 나더라도 문제 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학교나 지역사회를 상대로 한 경제교육도 본격화할 계획이다.이를 위해 곧 경제홍보실 안에 5명 규모의 경제교육팀을 신설한다.그러나 중앙은행이 외부와 잦은 접촉을 할 경우,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이 약해질 수 있다는 내부 의견도 나오고있다.물론 이 또한 수십년간 젖어온 고정관념에서 비롯된 것일 수 있다. 김태균기자 windsea@
  • 쉬어가기˙˙˙

    영국 BBC는 최근 미국 공공건강하버드스쿨 연구원의 연구를 근거로 지난 2000년 전세계에서 500만명이 흡연 관련 질병으로 죽었다고 보도했다.사망 원인별로는 심혈관질환 169만명,만성폐쇄성 폐질환 97만명,폐암 85만명 등의 순이었다.성별로는 75%가 남자였으며,세계 11억명의 흡연자 가운데 9억 3000만명이 개발도상국 이하의 중·후진국에 거주한다.‘담배-죽음의 유혹’이라는 경고가 실감난다.
  • “사법개혁” 열띤 변호사대회/ “대법관 인사제도 혁신을”

    대한변호사협회는 25일 서울 삼성동 그랜드 인터콘티넨탈 호텔에서 변호사 6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제14회 ‘법의 지배를 위한 변호사대회’를 열고 사법개혁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날 대회에는 당초 최종영 대법원장과 대법관제청자문위를 탈퇴해 사법파문의 단초를 연 강금실 법무부장관,박재승 변협 회장이 모두 한 자리에 앉게 될 것으로 관심을 모았으나 강 장관은 화물운송거부 대책을 논의하느라 불참했다.행사주최측인 박 변협 회장은 오전 9시30분쯤 대회장에 도착한 최 대법원장을 귀빈실로 영접,한동안 나란히 소파에 앉았으나 서로 시선을 피하는 듯 어색한 모습을 보였다.최 대법원장은 축사한 뒤 박 변협회장이 기조연설을 시작하기 직전 자리를 떠났다. 박 변협회장은 ‘사법개혁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열린 심포지엄 기조연설에서 “사법부의 관료주의의 벽을 허물기 위해선 대법관상을 확립하고,재조·재야·기수 등에 구애받지 말고 대법관을 선발하는 인사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박 회장이 대법관 제청 파문과 관련,후보제청 자문위원회를 사퇴한 배경을 소상히 공개해 눈길을 끌었다.그는 “바람직한 대법관 상에 대한 근본적 논의없이 대법원장이 추천한 인물에 대해 자문을 구하는 운영방식의 폐쇄성 때문에 사퇴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운영방식의 부당함을 지적하고자 회의엔 참여했지만,법원행정처장이 대법관 제청권은 대법원장의 고유권한이란 주장만 되풀이해 퇴장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박 회장은 대법원의 사법개혁안에 대해서도 의구심을 나타냈다.자문위에서 ‘한 발도 물러설 수 없다.’던 대법원이 며칠 만에 ‘사법개혁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돌아선 것이 의아하다는 것이다.그는 “사법개혁이 국민의 뜻에 합당하게 추진되도록 협조,감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최 대법원장은 축사에서 “국민의 사법개혁에 대한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 대법원의 기능과 역할,법조인 선발 및 양성제도,법관 인사제도,국민의 사법참여 등 개혁 작업을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강 법무장관은 정상명 차관이 대독한 축사를 통해 “법률의 적용과정에 국민을 두루참여시켜 법률을 법률가의 전유물이 아닌 국민 모두의 것으로 변화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정은주기자 ejung@
  • [21세기 한국을 읽는다]방민호 교수가 만난 문학지성 (6)조동일 - 한국의 학문, 탈 식민지화를 위해

    저 옛날 원효는 중국으로 가려다 중도에 돌아왔으되 당대 불교철학의 첨단에 서 있었다.오늘날에도 해외에 유학하지 않고 세계적인 학문을 이룩하는 사람이 있다.그가 바로 국문학자 조동일 선생이다.“유럽 문명권의 독주 때문에 빚어진 불행한 역사를 청산하고 다음 시대를 열기 위해서 일제히 노력하는데 동아시아도 다른 여러 문명권과 함께 적극 기여하는 것이 마땅하고,한국에서도 할 일을 해야 한다.나는 내 나름대로 그 임무의 일단을 수행하면서,주위의 다른 사람,이웃나라 학자,다른 문명권 학계의 분발을 촉구한다.”(조동일 ‘세계문학사의 전개’(2002) 중에서) 말복을 앞두고 부채질을 해야 할 만큼 뜨겁던 날,선생의 연구실 바깥에서는 매미 소리가 따갑게 울려 퍼지고 있었다.선생은 역시 변함이 없었다.뭔가 혼자만의 담대한 구상에 빠져 있다 불청객을 맞은 듯했지만 나를 불편하게 만들지 않으려는지 손수 녹차를 타주시는 배려를 보이기까지 했다. 비록 내 자신이 도둑맞은 건 아니었지만,선생과의 인터뷰 테이프를 도둑맞은 나는 뭐라 변명 드릴말씀이 없었다.빨리 본론을 시작하는 수밖에. “다시 선생님의 근황을 여쭈어 보아야겠어요.” “‘지방문학사 연구의 방향과 과제’라는 책을 썼어요.이제 교정을 다 봐서 책이 곧 나올 단계입니다.그리고 ‘국문학통사’도 한 번 더 고쳐서 제4판을 내려고 준비하고 있어요.이 작업은 오래 걸려서 2005년 초에나 나올 예정입니다.” “오랫동안 한국문학사를 연구해 오셨는데요.우리의 문학은 중국이나 일본 같은 나라의 문학과 어떤 점에서 구별될 수 있을까요?” “한국문학사가 세계문학사에서 차지하는 특별한 점이 뭐가 있느냐.세 가지로 간추릴 수 있어요. 첫째,구비서사시의 전통입니다.우리 문학을 보면 고대부터 근대까지 서사시가 면면히 이어지는 것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어느 한 시대에 구비서사시의 풍부한 유산을 가진 나라는 여럿 있지만 이렇게 시대에서 시대로 이어지면서 면면히 새롭게 창조되는 구비서사시를 볼 수 있는 것은 한국문학이 특별한 경우입니다.시대에 따른 역동성이 있다는 것이죠. 둘째,한국은 동아시아 문명권의 중간에 위치해있습니다.중국이 중심부이고 일본이 주변부라면 한국은 중간부인데 중간부는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느냐.중심부가 발전시킨 공동 문어문학과 주변부에서 일찍부터 발전시킨 자국어 민족문학이 비슷한 비중으로 발전하면서 그 양자가 밀접한 관련 양상을 보인다는 것입니다.한국문학의 이런 특징은 다른 문명권의 중간부에서도 발견됩니다.산스크리스트어 문명권의 타밀,아랍 문명권의 페르시아,유럽 문명권의 프랑스나 독일 등이 그렇지요. 셋째,한국은 식민지 통치를 받으면서 근대문학을 일으켰는데 식민지 경험을 가진 다른 어느 나라의 문학보다 훌륭한 근대민족 문학을 이룩했습니다.그리고 그것은 앞 시대의 축적의 대가입니다.일본 식민지 통치는 언론과 정치의 자유를 극도로 억압했고 이것이 문학에서는 고도의 암시와 상징,비유를 가능케 해주었습니다. 그 결과 한국 근대문학은 문학적 창조의 방법을 보이면서도 민족이 요망한 것을 깊이 집약하는 양면성을 갖추었습니다.이것은 우리 문학이 가진 한 특성이면서 제3세계 근대문학이 가진 보편적 특징을 잘집약해서 보여주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고대,중세,근대에 걸쳐 한국문학은 중국이나 일본과는 다른 전통과 가치를 구비하고 있는 셈이군요.문명권을 중심부,중간부,주변부로 보는 관점이 흥미롭습니다.” “동아시아 문명권의 경우 중국은 공동 문어문학,즉 한문학의 중심부이고 그 규범을 보인 성과가 높은 반면에 중국의 백화문학은 근대에 들어서야 성립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반면에 일본은 공동 문어문학을 많이 하지 않았고 그 수준도 별로 높지 못한 데 반해 자국어문학은 일찍 성립된 편입니다.일본 사람들은 이것을 굉장한 것인 양 자랑하고 있는데 이것은 문명권의 주변부가 가지는 일반적 특성일 뿐 민족성 우위를 주장하는 것은 전혀 적합하지 못합니다.일찍 자국어문학을 했다는 측면에서 보면 일본보다 유럽 문명권에서 주변부 중의 주변부인 아이슬란드보다 못합니다.중세에는 공동 문어문학을 잘한 중간부,즉 한국이 아주 위세가 높았고,근대에 와서는 주변부였던 탓에 자국어 문학이 일찍 개화한 일본이 조금 나은 형편에 놓여 있는 거지요.그러나 근대를 넘어서서 다음 시대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근대와 중세의 유산을 함께 이용할 줄 알아야 하는데,공동 문어문학에 함유된 가치의 회복이라는 점에서 중간부인 한국의 중요성이 커집니다.유럽처럼 동아시아가 하나가 되기 위해서는 중국이 가지고 있는 중세적 보편성과 일본이 가지고 있는 개별성을 함께 구비하고 있는 한국이 두 나라보다 상대적으로 더 큰 구실을 하는 것이 마땅하겠지요.” “선생님의 말씀을 들으면 한국문학 연구를 폭넓은 시야를 확보하면서 주체적,독자적인 위상으로 끌어올리는 문제를 깊이 고민해 오신 것 같은데요.” “학문하는 데 있어 흔히 볼 수 있는 두 가지 조류가 있어요.하나는 서양 학문을 가져와서 우리 것을 만들고 또 그것을 토착화하자는 수입학이죠.그런데 이 수입학은 아무리 잘해도 원산지보다 잘 할 수는 없어요.원산지와의 격차를 줄이는 것도 매우 힘든 일이죠.또 수입학으로 대안을 만들 수는 없는 거죠. 다른 하나는 국학,우리 것을 소중하게 여기는 경향이 있는데 나는 이것을 자립학이라고 했어요.수입학이 범람하는 와중에 자립을 하자는 것도 좋지만 우리 것에 매달리면서 그것의 의의를 많은 경우 감정적으로 설정하고,우리 것이 가지는 보편적 의의를 발견하지 못하기 때문에 보편성이 결여돼 일반이론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것이 자립학입니다.이러한 자립학으로도 우리 학문은 학문이 크게 나갈 수는 없어요. 수입학의 폐단과 자립학의 폐쇄성을 함께 넘어가는 바람직한 학문의 방법이 필요한데,나는 이것을 창조학이라고 명명했습니다.창조학이란 뭐냐면,우리 것,우리 민족,우리 유산이 가지고 있는 보편적 의의를 발견하고 그것을 한편으로는 동아시아로 확대하고 제3세계로,세계로 확대하는 것이죠.동아시아로 확대한다는 것은 중세 연구에서 매우 중요한 것이고 제3세계로 확대한다는 것은 근대 연구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져요.그렇게 해서 얻어진 결과를 가지고 유럽문명권 사람들이 무엇을 잘못 이야기하고 있는가를 따져보는 거죠.그렇게 해서 근대를 합리화하는 그들의 한계에서 벗어나,유럽 문명권 중심주의를 세계 전체로 확대하는 데 그치지 않고,그것의 근본적 결함을 비판하고 대안이 되는 이론을 제시하는 것이 학문의 바람직한 자세일 것입니다.” “중요한 말씀 같습니다.그런데 학문을 함에 있어 언어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은데요.예컨대 영어를 잘 알아야 한다든가,말입니다.” “국제비교문학회 같은 국제학술대회에 참가해 보면,말할 수 있는 사람은 할 말이 없고 할 말이 있는 사람은 말할 수 없다는 아이러니를 겪게 됩니다.우리나라뿐 아니라 제3세계가 다 마찬가집니다.말할 수 있으면 할 말이 없다는 것은 영문학,혹은 국문학 전공자들이 해외에 나가서 영어는 빠지지 않게 하지만 내용이 없다는 것이죠.할 말도 있고 말할 줄 아는 사람이 필요합니다.이야기할 수 있는 내용도 있고 그것을 외국어로 표현할 줄도 아는,그러니까 양쪽을 갖춘 사람이 나와야 하는데,영문학자나 국문학자가 그렇게 하기는 매우 어려워요.국문학을 깊이 공부하는 사람이 비교연구의 관점도 다 갖추고 세상에 통용되는 말로 글을 쓰고 발표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것이 우리 현실이고 제3세계 국가들도 모두 비슷합니다.그런 공통적인 현실을 타개하는 것이 우리의 할 일입니다.” “그런가 하면 영어를 공용어로 해야 경쟁할 수 있고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견해는 만만치 않은데요.복거일씨가 그런 분 가운데 한 사람이었죠?” “영어는 일종의 교통어입니다.모국어가 다른 사람끼리 통용하기 위한 말인데,교통어로서의 영어가 갖는 효용성을 부정할 수는 없겠죠.그렇다고 해서 영어를 공용어로 삼자는 것은 말이 안 됩니다.말할 수는 있을지 몰라도 할 말은 점점 더 없어져요.할 말이 있고 말을 못하면 다른 사람이 번역을 해서라도 내놓을 수 있는데 말을 할 수 있고 말할 내용이 없으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이 대목에서 선생은 어조가 한결 높아진다. “지난번에 그런 주장이 횡행하길래 3개월 만에 급한 대로 ‘영어를 공용어로 하자는 망상’이라는 책을 썼습니다.관심이 있어 자료는 모으고 있었지만 내 분야가 아니었기에 바로 쓸 계획은 없었어요.그러나 문제가 시급하다는 생각,몇 달 만에 책을 썼고 원고 넘기고 한 달여 만에 책이 나왔어요.그 책의핵심 중 하나는,영어 공용어 국가는 영국과 미국의 식민지였거나,자기 나라 사람끼리 말이 통하지 않는 나라뿐이라는 것이에요.우리나라 사람끼리 말이 통하지 않게 하는 것,영어를 공용어로 만들어 한국어를 못 쓰게하는 것은 어떤 정치권력이나 법으로도 불가능해요.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소리를 떠드는 것은 사람의 의식을 혼미하게 하는 거예요.영어를 공용화한 나라가 얼마나 많은 불행과 고통을 겪고 있는지 조사해본 적도 없는 사람들이 그런 소리를 하고 정책을 좌우하는 사람들까지 부응하는 것은 위험한 일입니다.그것은 경쟁력도 못키우고 학문을 발전시키지도 못합니다.” 선생은 외국어를 가장 잘하는 국문학자 가운데 한 분이고 학문을 하려면 5개국어 정도는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지만,영어 공용어론에 대해서는 여간 강경한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아마 평생 학문을 학문답게 해온 사람의 지혜에서 우러나오는 게 아닐는지. 나는 선생께,선생님도 생활이라는 개념이 있느냐고 여쭈었더니,그렇단다.매년 8월 아무 날에는 제자들과 속리산에함께 오르신단다.이 글을 정리하느라 선생의 인터넷 홈페이지에 들어가보니 매주 일요일 오후 1시5분쯤이면 도봉산역에 도착해 등산을 하신단다.참으로 놀라운 생활이 아니냐.그 규칙성,그 성실함이라니. ■방교수가 본 국문학자 조동일 옛날에 신림 4거리에서 사람들과 함께 맥주를 마시고 있는데 어떤 큼직한 가방을 멘 사람이 혼자 쑥 들어오더니 구석 자리에 자리를 잡고 호프 500cc를 한 잔 시켜 마시고는 홀연히 사라져 버렸다.그가 바로 조동일 선생이었다.그 무렵 나는 그가 늘 해외여행을 다니는 사람마냥 큼직한 커리어백을 끌고 다니는 것을 목격하곤 했다.그는 다른 생각 없이 공부만 하고 땅만 보고 다니는 사람 같았다.생각은 하늘에 두고. ●도전과 의지의 삶… 저서 50여권 이번에 조동일 선생과 인터뷰를 치르는 동안에 예기치 못한 사건이 발생했다.녹취 테이프 푸는 일을 맡은 작가 김신우씨 집에 도둑님이 들어 테이프를 잃어버린 것.생각다 못해 선생에게 다시 인터뷰를 하자고 어렵게 말씀 드렸더니 쾌히 그러자신다.천재지변 같은 일을 어떻게하겠느냐고. 나는 선생 연구실의 낮은 문턱이 그렇게 고마울 수 없었다.높고 낮음은 보이지 않는 곳에 있는 것이었다. 1939년 경상북도 영양 사람으로 예천 출생이다.서울대학교 불문과를 졸업한 뒤 국문과에 다시 입학,처음부터 다시 새로운 학문을 익히는 도전과 의지의 삶을 살아왔다.1982년에 간행되기 시작하여 모두 다섯 권으로 낸 ‘한국문학통사’를 비롯하여 지금까지 쓴 저서가 모두 50여권. 그의 관심은 한국문학에서 출발하여 한국문학으로 끝나되 그 단일 주제는 끊임없이 확장,심화되어 왔다. ●평생 한국학의 세계성 탐구 ‘우리 학문의 길’(1993) 등이 보여주듯,그는 한국 지식사회가 주체성과 독자성을 확보하는 길을 고민해 왔으며 나아가 그러면서도 정저지와(井底之蛙)에 머무르지 않는 학문의 창조성을 고창해 왔다.최근 ‘세계문학사의 전개’(2002)처럼 그동안의 학문적 성과를 갈무리하는 저서를 내는 한편 ‘영어를 공용어로 하자는 망상,민족문화가 경쟁력이다’(2001) 같은 저서로 사회 일각의 천박한 서양 동화주의를 비판하면서 우리언어와 학문의 가치 옹호에 앞장서기도 했다.
  • 한은 노조 - 朴총재 ‘깊은 골’/‘3대악덕’ 발언에 노조 강력반발

    지난 1일 한국은행 로비에 박승 총재를 비난하는 ‘대자보’가 붙었다.노동조합이 박 총재에게 공개해명을 요구하는 내용이다. 5일 아침 출근길에는 한은 출입문 앞에서 전 직원들에게 노조 성명서가 배포됐다. 지난해 4월 박 총재 취임 이후 이렇게 노조가 강하게 반발한 적은 없었다.한은법 개정안의 국회 재경위 통과 다음날인 지난달 24일 박 총재가 가졌던 기자간담회가 파문의 발단이 됐다. 박 총재는 이날 한은법 개정안 통과의 역사적 의의를 강조한 뒤 “재임중 한은법 개정을 다시 추진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이어 ▲자신감 결여 ▲폐쇄적 사고 ▲소극적 자세를 한은 직원들이 고쳐야 할 ‘3대 악덕’으로 꼽으며 조직혁신을 강조했다. 직원들은 흥분했다.노조는 발언 직후 ‘한은법 개정 중단’ 등과 관련,총재의 공개해명을 요구했다.조직의 총수가 외부에다 대놓고 조직원들의 문제점을 지적한 데 대한 반감도 컸다.그러나 박 총재는 노조 움직임에 아무런 입장표시를 하지 않고 있다.“해명할 내용도 없고,자칫하면 노조를 더욱 자극할수도 있다.”는 판단에서다. 노조는 5일 성명을 통해 “박 총재의 한은법 개정 중단 발언은 조직 전체 의사와 무관한 것”이라면서 “이번 공개해명 투쟁을 통해 한은의 독점적 의사결정구조,관료주의 조직의 폐쇄성을 돌파하겠다.”고 말했다. 특히 “(총재가)개인의 경기판단을 수시로 언급하고,이마저 자주 번복하는 바람에 이를 합리화하기 위해 경제예측이 동원되고 이로 인해 실무자들은 감수해야 할 범위 이상의 비판을 받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에 대해 한은 고위 간부는 “한은의 위상강화를 골자로 한 한은법 개정안이 통과된 의미 있는 시점에서 총재의 발언에 대해 지나치게 노조가 문제를 삼고 나서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한은은 다음달 대규모 조직개편을 앞두고 있다.현재 ‘팀(Team)제’를 ‘부(部)제’로 바꾸고 125개에 이르는 본부 부서를 100여개로 줄이는 등 구조개혁이 골자다. 부서장 수의 축소 등 만만찮은 홍역이 예상되고 있다.이번 총재 발언을 둘러싼 파문에 더 큰 관심을 갖는 이유다. 김태균기자 windsea@
  • 재래식 화장실 용변자세 변비치료에 ‘딱’ / 강북삼성병원 조용균교수 연구

    재래식 화장실에서의 용변 자세가 변비 환자들에게는 가장 바람직한 용변 자세라는 연구 결과가 제시됐다. 강북삼성병원 소화기내과 조용균 교수팀이 용변 자세와 배변과의 관계를 연구한 결과 좌변기보다 재래식 화장실에서처럼 웅크린 자세가 우리 몸의 항문직장각(角)을 크게 해 배변에 좋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최근 밝혔다.항문직장각은 직장의 중심선과 항문관의 중심선이 이루는 각도로,이 각이 클수록 꺾이는 부분이 완만하다. 골반폐쇄성 환자 3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이번 연구에서는 배변의 용이도를 알아보기 위해 좌변기 자세,좌변기에서 양발을 들어올린 자세,완전히 웅크린 자세 등 3가지 자세에서 직장과 항문의 구조를 확인할 수 있는 배변 조영술을 시행했다.그 결과 항문직장각은 좌변기 자세에서 95도,좌변기에서 양발을 들어 올린 자세에서 99도,재래식 화장실에서 완전히 웅크린 자세에서는 118도가 측정돼 웅크린 자세가 배변에 가장 효과적이었다.이번 조사에는 직장중첩증과 항문협착 등 기질적이거나 전신적 원인의 변비 환자들은 제외됐다. 변비는 의학적으로 △4번의 배변 중 한번 이상 힘을 줘야 나온다 △변이 딱딱하다 △변을 본 뒤 잔변감이 남는다 △용변 횟수가 일주일에 2번 이하이다 가운데 2가지 이상의 증상이 3개월 이상 지속되는 경우를 말한다. 조용균 교수는 “우리의 재래식 화장실에서 나타나는 웅크린 자세가 변비환자들의 배변에 효과적이라는 사실을 확인한 것이 이번 연구의 성과”라고 말했다. 심재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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