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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잇단 정답시비… 수능 신뢰도 추락

    “더 이상 수능을 믿지 못하겠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의 신뢰도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수능 물리Ⅱ 11번 문제의 ‘복수정답’을 인정하면서 물리Ⅱ 이외의 과학탐구 과목을 선택한 수험생들에 대한 역차별 논란이 일고 있다. 게다가 화학Ⅰ에서도 정답 시비 논란이 일고 있어 수능과 교육당국에 대한 신뢰도는 추락할 대로 추락한 것 같다. 복수정답 인정에 따른 재채점 결과 물리Ⅱ 등급이 상향 조정된 수험생은 모두 1016명이고,1등급으로 조정된 수험생은 52명이다. 물리Ⅱ 과목 1등급 수험생 비율이 재채점 이전 5.06%에서 5.32%로 늘어난 셈이다. 하지만 하향 조정된 수험생이 없기 때문에 다른 과목을 선택한 학생들이 상대적으로 불리할 수 있어 수시전형처럼 정시전형에서도 ‘정원외 합격’으로 형평성을 맞춰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고려대 박유성 입학처장은 25일 “물리Ⅱ 외의 과목을 선택한 학생들이 불합격하면 공정하지 못하다고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정원외 합격을 인정해 달라고 교육부에 요청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교육부는 이날 서남수 차관 주재로 대책회의를 열고 “선의의 피해자가 많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에 정원외 합격은 수용할 뜻이 없다.”고 못박았다. 평가원의 이의신청 심사 과정이 가진 구조적 폐쇄성이 이번 논란의 근본 원인이라는 지적도 있다. 평가원은 수능 문항에 대해 이의가 제기되면 이의심사 실무위원회가 1차 심사를 하고 심층 점검이 필요할 경우 학회 등 외부 전문가들에게 본심사를 의뢰한다. 하지만 실무위원회에 평가원 내부 인원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외부 의견이 개입되기 힘든 구조인 데다 실무위원회가 이의신청을 하지 않으면 본심사로 넘어가지도 않는다. 이번 물리 과목 실무위원회도 11명 가운데 외부인은 1명뿐이다. 이런 구조를 깨트리지 않으면 재채점 사태가 또다시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수험생들 사이에 화학Ⅰ 5번 문제도 에 명확지 않은 표현이 있다는 주장이 번지고 있다.5번은 헬륨으로 채운 기체측정관과 수은으로 채운 깔때기가 고무관으로 연결된 그림을 놓고 헬륨의 운동속도를 묻는 문제다. 헬륨과 수은 높이를 비교한 (가),(나) 2가지 그림을 제시하고 의 ㄱ∼ㄷ 3개 항 가운데 수은 깔때기를 내려 수은의 높이와 헬륨의 높이가 같게 됐을 때에 대한 옳은 설명을 모두 고르도록 했다. 문제는 ‘(나)에서 콕을 열어 두어도 수은의 높이는 변하지 않는다.’라고 돼 있는 ‘ㄷ’에 있다. 수험생들은 ㄷ의 ‘콕을 열어두어도’란 표현에서 ‘충분한 시간이 지나면’이라는 전제가 빠져 있어 ‘ㄷ’이 답이 될 수 없다고 주장한다. 대한화학회원인 경북대 화학교육과 이무상 교수는 “콕을 열면 수면이 변했다가 시간이 흘러 유지되는 게 맞기 때문에 학생들의 주장대로 에 중간과정이 빠져 있어 충분히 오해의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이재훈 이경원기자 nomad@seoul.co.kr
  • 입 다문 총기탈취범… 심리적 압박 여부·1000만원 현금도 의문

    입 다문 총기탈취범… 심리적 압박 여부·1000만원 현금도 의문

    군·경 합동수사본부는 강화도 무기탈취 사건의 용의자 조모(35)씨가 ‘우울해서 저지른 충동범행’이라고 진술했다고 13일 밝혔다. 군·경 합동수사본부의 김철주 본부장(인천지방경찰청장)은 이날 인천경찰청에서 이같이 1차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하지만 조씨는 범행사실만 시인하고 나머지에 대해서는 대부분 입을 다물고 있어 경찰 조사결과에도 불구하고 의문은 남아 있다. 합동수사본부는 이날 저녁 조씨의 신병을 해병대사령부로 이첩했으며, 군은 조씨를 상대로 범행동기, 공범여부 등에 대해 본격적인 조사에 들어갔다. 조씨의 집에서 공기총과 전기충격기 각 1정이 발견됨으로써 추가 범죄여부를 캐는 것도 과제다. 첫번째 궁금증은 충동범죄냐는 것이다. 조씨는 사건 당일인 지난 6일 우연히 강화도에 가서 진눈깨비가 날려 범행을 했다고 진술했다. 비가 오면 감정의 기복이 심해지는 성향이어서 약 7개월 전부터 우울증 치료를 받아 왔다는 게 경찰 발표다. 서울시내 한 대학병원에서 우울증에 대한 소견서도 받았다는 것이다. 김 본부장은 “여기다 조씨는 1년 전 사기를 당해 사업이 망하고 10년간 사귀던 애인과 헤어지면서 외부와의 접촉을 기피하는 등 사회폐쇄성 성향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충동에 따른 우발적 범죄였다는 얘기다. 하지만 충동범죄라고 보기는 어렵다. 표창원 경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범행에 사용된 차량을 훔친 것으로 봐서는 우울증 환자가 저지른 충동적 범행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코란도 승용차를 훔친 뒤 이를 이용해 초병을 습격했다는 것은 계획된 범행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둘째는 공범 여부다. 경찰은 공범은 없으며 단독범행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상현 동국대 교수는 훈련된 해병을 살해하고 총기를 탈취한 게 단독으로 가능했겠느냐고 반문한다. 조씨는 W대학 금속공학과와 K대 대학원 금속공학과를 나왔으며, 보석세공사 일을 했다. 특수부대가 아닌 포병 출신인 조씨로서는 감행하기 어려운 일이다. 셋째는 조씨가 왜 총기를 버리고 경찰에 편지를 보냈느냐는 것이다. 조씨는 6일 총기를 탈취한 뒤 화성에 있는 자신의 작업실로 가져와 보관한 뒤 서울 용산구 한강로 집으로 돌아왔다. 조씨는 10일 오전 차를 몰고 총기류를 가지고 전남 장성으로 출발했다. 경찰은 “몽타주와 DNA 확보 등으로 수사망이 좁혀지자 심리적 압박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조씨의 몽타주는 조씨의 친구 조차 알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엉터리였다. 게다가 경찰은 강화 해병 복무자를 대상으로 DNA 추적작업을 벌여왔다. 조씨가 심리적 압박을 느낄 수 있는 상황과는 거리가 멀다. 조씨는 총기류를 전남 장성에서 버리고 다시 승용차를 몰고 부산으로 향했다. 이곳에서 그는 경찰에 보내는 편지를 작성했다. 편지를 쓴 것은 경찰에 ‘나 잡아가라.’고 자수하는 것과 다름없다. 편지 작성시 장갑도 끼지 않아 지문이 묻어날 수 밖에 없었다. 넷째는 조씨가 1000여만원의 현금을 왜 마련했느냐는 것이다. 조씨는 자신의 귀금속을 팔아 1105만 5000원을 마련했으며, 경찰은 종로의 귀금속상에서 이를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조씨는 8개월 동안 월세를 내지 못해 보증금 300만원이 100만원으로 줄어들 정도로 돈에 쪼들렸다. 왜 조씨가 귀금속을 팔아 급하게 현금을 마련했는지도 풀리지 않는 대목이다. 인천 이경주 이경원기자 kdlrudwn@seoul.co.kr
  • 가로림·근소만 기름띠 ‘초비상’

    가로림·근소만 기름띠 ‘초비상’

    태안 앞바다의 기름 유출사고 나흘 만에 태안반도 해안선 167㎞ 전체가 시커먼 ‘기름밭’으로 변했다. 피해 양식장과 어장, 해수욕장만 7100㏊를 넘어섰다. 충남 최대의 양식장 밀집지역인 가로림만과 근소만도 결국 피해지역으로 편입됐다. 경기 남부지역인 경기만과 안면도까지도 피해 지역에 들어섰다. 한국해양연구원은 10일 태안 앞바다 기름 유출사고의 피해 범위가 서해 연안에 그치지 않고 황해 전체로 확산될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았다. 이에 따라 정부는 태안 앞바다를 비롯한 태안군 소원면, 원북면 등 4개 면지역을 11일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키로 하고, 이날 관계부처 긴급 차관회의를 열어 후속 대책 마련에 나섰다.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오후 정례 브리핑에서 “11일 국무회의에서 특별재난지역 선포 문제가 보고될 것”이라면서 “현지 조사가 끝난 뒤 결정할 문제이지만, 요건이 누가 봐도 충족되면 먼저 선포한 선례가 있다.”고 말했다. 해양수산부 중앙사고수습본부에 따르면 피해 면적은 서산 가로림만∼태안 남면 거아도 해안선 167㎞로 확대됐다. 어장 피해가 2108㏊, 해수욕장 221㏊, 피해 예상 어장이 385곳 4823㏊로 집계됐다. 특히 가로림만을 비롯해 양어장이 몰려 있는 안면읍 내의 내·외파수도까지 기름띠가 몰려 왔다. 가로림만의 피해 예상 어장 규모만 현재 112곳 1071㏊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사고 나흘째를 맞아 주민, 군병력 8800여명과 방제 선박 138척, 항공기 5대 등이 사고 해역과 해안에서 방제 작업을 벌였다. 하지만 기름띠가 해상과 해안가 곳곳으로 광범위하게 퍼져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해상의 기름띠는 가로림만에서 안면도 중간 앞에 있는 내·외파수도까지 70㎞에 걸쳐 퍼져 있다. 소량의 기름띠만 유입됐던 근소만도 유입량이 점차 늘고 있다. 해경은 이날 가로림만 4.2㎞, 학암포 1.5㎞, 근소만 2㎞, 모항 0.6㎞, 태안화력 1㎞ 등 모두 9.3㎞의 오일펜스를 설치해 기름 유입을 막고 있다. 하지만 이날이 조수간만의 차가 가장 크고 물살이 센 ‘백중사리’여서 해안과 해상의 오염범위가 크게 확대되는 것은 불가피해졌다. 해양환경연구본부장 이재학 박사는 “황해는 남쪽만 열려 있고 동·서·북쪽이 막힌 폐쇄성 바다”라면서 “해류의 순환이 더뎌 기름으로 오염된 바닷물이 완전 순환되기까지 10년 이상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수도권과 전북도 대책마련에 분주하다.24시간 감시체제에 들어간 평택시에 이어 군산시와 부안군도 상황실을 설치해 기름띠와 유막 확산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정부도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자 후속 조치에 들어갔다. 행정자치부는 사고 수습을 위해 우선 충남도 59억원 등 예비비를 지원하며, 부족한 부문은 특별교부세를 즉각 교부할 방침이라고 했다.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되면 공공시설 피해액의 최대 80%를 국고에서 지원받는다. 복구에 필요한 행정·금융·세제·재정 등의 특별지원도 받는다. 군산 임송학·태안 이천열·서울 김경두기자 golders@seoul.co.kr
  • 독한 감기가 독감? 그건 아니죠~

    독한 감기가 독감? 그건 아니죠~

    ‘감기와 독감은 어떻게 다를까?’얼핏 간단해 보이지만 적지 않은 사람들이 헷갈리는 질병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감기와 독감은 확실히 서로 다른 질병이다. ●감기와 독감 감기란 코와 목 등 상기도(上氣道) 감염을 말하며 대개 저절로 낫는다. 감기는 리노바이러스, 파라인플루엔자바이러스,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 인플루엔자바이러스 및 아데노바이러스 등에 의해 유발되며, 이 중 리노바이러스와 코로나바이러스가 전체의 50% 이상을 차지한다. 이 가운데 인플루엔자바이러스에 의한 상기도 감염을 흔히 독감(인플루엔자)이라고 한다. 감기의 세균성 원인으로는 연쇄상구균에 의한 인후염이 대표적이며,5세 이하의 소아에서 가장 흔하다. 같은 바이러스 감염이지만 독감은 감기와 달리 10∼30년 주기로 유행하며, 바이러스의 종류에 따라 계절별 발생 빈도에도 차이가 있어 리노바이러스 감염은 가을과 봄에, 코로나바이러스는 겨울에 많다. ●감기 및 독감의 유행 감기바이러스는 주로 어린이를 통해 학교에서 가정으로 전파된다. 따라서 어린이를 둔 가정에 감기가 잦다. 감기바이러스는 환자의 콧물, 가래 등 호흡기 분비물이 기침 등을 통해 전파되며, 인플루엔자바이러스와 아데노바이러스는 이런 경로 외에 대기 중의 바이러스에 의해 감염되기 때문에 세균과 달리 감염기간이 짧지만 독감 유행기에는 전파 속도가 매우 빨라진다. ●감기와 독감의 증상 감기바이러스의 잠복기는 보통 12∼72시간이며, 콧물·재채기·코막힘이 동반되고, 발병 2∼3일 후부터 인후통과 기침이 나타난다. 열은 어른보다 어린 아이들이 심하며, 성인의 경우 1년에 평균 2∼4회, 어린이들은 6∼8회 정도 발생한다. 독감은 기침·콧물 같은 상기도 감염 증상보다 발열과 오한·두통·몸살 그리고 근육통이 나타나며, 소화불량도 흔한 증상이다. 발병 3∼5일부터 가래 없는 건성 기침과 콧물 등의 증상이 나타나며, 안구 출혈과 기침을 할 때 가슴이 화끈거리는 증상이 수주 가량 지속되기도 한다. 또 드물지만 노약자에게 폐렴을 유발하기도 하는데, 이 경우 치료약이 없어 치사율이 매우 높다. ●감기와 독감의 치료 감기약은 많지만 감기에 특효약은 없으며, 약 없이도 저절로 회복된다. 약은 연관 증상을 완화시켜줄 뿐이다. 대부분의 종합감기약에는 항히스타민제가 포함돼 있어 콧물 등의 증상을 완화시키지만 과다 복용하면 분비물 농도가 진해져 부비동염(축농증)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 그런 만큼 누런 콧물과 가래가 나오거나 기침이 3주 이상 계속되면 중이염, 부비동염, 기관지염 및 폐렴 등의 합병증이 의심되므로 병원을 찾는 게 좋다. 세균성 감염에는 항생제를 사용해야 치료가 되고, 합병증도 막을 수 있다. 특정 연쇄상구균에 의한 급성 인후염은 치료하지 않으면 급성 류머티즘열과 급성 신우염 같은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독감 예방주사 감기는 예방주사가 없고, 독감은 어린이는 연 2회, 성인은 1회만 접종을 받으면 된다. 특히 호흡기질환자나 만성폐쇄성 폐질환자,65세 이상 고령자와 심장·신장·당뇨환자 등 만성질환자는 독감 예방접종을 받는 것이 좋다. 물론 임신부도 접종을 받을 수 있으나 달걀에 과민반응이 있는 사람은 접종을 피해야 한다. 예방접종은 독감 유행 전에 맞아야 하므로 11월 중에는 맞아야 한다. ●독감·감기 관리 ▲휴식이 중요하다. 특히 열이 날 때는 더욱 그렇다 ▲흡연을 피하고 물을 충분히 마셔야 기관지 점막이 부드러워지고 탈수도 막을 수 있다 ▲상기도 감염으로 목이 아프고, 코가 막히면 꿀을 탄 레몬차를 자주 마시도록 한다 ▲음주는 피하고, 따뜻한 소금물로 자주 양치질을 하면 목의 통증을 덜 수 있다. 코막힘에는 식염수나 미지근한 물을 코에 떨어뜨리면 증상이 완화된다.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 도움말 대한의사협회
  • [오늘의 눈] 中개혁·개방과 거꾸로 가는 남북관계/ 김미경 정치부 기자

    “개혁·개방은 현 시대 중국의 운명을 결정하는 핵심적인 선택이다.”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 겸 공산당 총서기가 15일 베이징에서 개막한 ‘중국 공산당 제17차 전국대표대회’에서 던진 일성이다. 그는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 발전과 중화민족의 부흥 실현을 위해 일부 부작용이 있더라도 개혁·개방 노선을 계속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는 2020년까지 1인당 국내총생산(GDP)을 2000년(862달러)의 4배로 늘리겠다는 후진타오 주석에게 개혁·개방은 피할 수 없는 과제이자 도전인 것이다. 그렇다면 북한은 어떠한가. 북핵 6자회담을 통해 핵문제를 해결,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이 되겠다던 북한은 지난 2∼4일 열린 2007남북정상회담에서 여전히 폐쇄성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개혁·개방을 부정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김정일 국방위원장과의 첫 정상회담 직후 “개혁·개방이라는 용어에 대한 불신감과 거부감을 어제 김영남 상임위원장과의 면담, 오늘 김 위원장과의 회담에서 느꼈다.”고 말했다. 북한이 개혁·개방에 의한 체제 붕괴를 우려하는 것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핵실험 이후 경제 재건에 ‘올인’하고 북·미관계 정상화를 꾀하는 등 변화를 시도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개혁·개방의 상징인 개성공단을 방문한 노 대통령이 “이곳은 남북이 하나되는 자리이지 누구를 개방·개혁시키는 자리가 아니다.”며 “개혁·개방은 북측이 알아서 할 일이고, 우리는 불편한 것만 해소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한 것은 남북관계가 오히려 북한의 개혁·개방을 후퇴시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를 낳기에 충분하다. 노 대통령은 2007남북정상선언을 통해 대규모 경협사업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북한의 눈치를 보느라 개혁·개방을 언급하지 않겠다면 이같은 경협에 엄청난 혈세를 퍼부을 이유가 없다. 통일부는 홈페이지에서 개혁·개방이란 표현을 삭제할 것이 아니라 북한이 경협을 통해 개혁·개방에 왜 나서야 하는지, 중국의 사례를 들어서라도 설득할 필요가 있다. 김미경 정치부 기자 chaplin7@seoul.co.kr
  • [HAPPY KOREA] (22) 경기 안성시 ‘안성맞춤 문화마을’

    [HAPPY KOREA] (22) 경기 안성시 ‘안성맞춤 문화마을’

    아파트단지를 둘러싼 담장은 흔히 외부와의 단절을 상징한다. 폐쇄성 때문에 ‘아파트 단지는 있어도, 아파트 문화는 없다.’는 자조적인 목소리도 나온다. 그러나 경기 안성시 보개면·금광면 일대 ‘안성맞춤 문화마을’은 지역간, 계층간, 세대간 경계를 허물며 도시와 농촌이 공존할 수 있는 길을 보여주고 있다. 한적한 농촌 지역인 이곳에 1700여가구,4400여명이 거주하는 대규모 아파트단지가 들어선 것은 2005년. 안성시내로부터 3∼4㎞밖에 떨어지지 않은 지리적 이점으로 당초 학교가 들어설 예정이었으나, 학생 수요가 줄어들면서 아파트가 그 자리를 차지했다. 청량산 자락에 20층 높이로 솟아있는 아파트 외관은 보는 이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든다. 하지만 이는 아파트단지 안팎에서 이뤄지는 ‘소통의 문화’를 간과한 것이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아파트 주민과 인근 농민간 농산물 직거래가 대표적이다. 현재 직거래는 쌀과 콩 등 곡류를 비롯, 배추·고추·파 등 채소류까지 폭넓게 이뤄지고 있다. 생산자 입장에서는 안정적인 판로 확보 등 판매가 수월하고, 소비자 입장에서는 농산물 재배과정을 직접 눈으로 확인한 뒤 구입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게다가 중간 유통마진이 없기 때문에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 가격 측면에서 10∼20% 이상 이득이다. ●농산물 직거래로 ‘소통의 물꼬’트다 김윤백(58)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은 “입주자들의 70∼80% 정도는 외지인들이기 때문에 공동체 의식을 이끌어내는 계기가 필요했으며, 농산물 직거래가 그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면서 “직거래 활성화를 위해 상설매장을 만드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농산물 직거래가 가져온 부산물도 있다. 아파트 주민들은 공원·놀이터·게이트볼장·레크리에이션장 등 단지내 시설·프로그램을 단지 밖 이웃에게 모두 개방하고 있다. 때문에 단지 밖 6개 자연마을 1300여명의 주민들은 농촌 속에서 도시민들의 삶을 누릴 수 있는 기회를 제공받고 있다. 복거마을 이임섭(55)씨는 “아파트단지를 제외하면 공원 하나 없고, 병·의원 역시 단지내 상가에 위치해 있을 정도로 기초인프라가 부족한 실정”이라면서 “교류 활성화가 아파트와 농가의 이질감을 극복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허브 등 경관작물 재배로 화답 올 초부터는 천편일률적인 농촌 경관을 바꾸는 변화의 바람도 불고 있다. 이곳 농민들이 한경대와 손을 잡고 13만 2000㎡(4만평) 부지에 경관농장을 조성했다. 도시민들을 위한 휴식공간 제공과 농민들을 위한 새로운 소득원 창출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취지에서다. 농장에는 계절에 따라 허브, 유채, 해바라기 등의 경관작물을 심었다. 아파트단지 앞, 경제성이 떨어지는 계단형 농지 등으로 경관작물 재배를 확대할 구상이다. 또 경관작물이 일반작물에 비해 아직은 소득이 떨어지는 점을 감안, 소득 증대 방안에 대한 연구에도 주력하고 있다. 김경섭 한경대 교수는 “경관농장을 농촌 체험의 장으로 활용, 농지에서 얻는 직접소득보다는 농장 운영을 통한 간접·파생소득을 높이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면서 “지금은 초기단계인 만큼 주민들을 위한 교육 공간으로 활용하고, 다른 지역과 차별성을 만들어 나가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도시민·농민·문화예술인 ‘한 울타리 생활´ 특히 마을 주변에는 1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안성 최대 종합운동장과 레포츠공원, 정구 돔구장, 실내체육관, 문예회관, 시립도서관 등 문화·체육시설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다. 때문에 외지인들이 마을을 보다 손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안성시내와 마을을 잇는 조령천 5㎞ 구간에 자전거도로를 연결하는 사업도 올 초부터 추진하고 있다. 이씨는 “안성시내와 멀지 않은 전형적인 도농복합지역”이라면서 “도시민과 농민, 문화예술인들이 함께 공존할 수 있는 마을을 만들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안성 김병철·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이동희 안성시장 “문화가 살아야 농촌도 살아나” “농촌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문화·복지 차원의 접근이 뒷받침돼야 한다.” 이동희 안성시장은 “농촌 문제가 심각하다고 하지만, 농업정책적 시각만으로는 문제 해결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면서 이같이 강조했다. 이 시장은 “60세 이상 노인층이 대부분인 농촌은 양로원과 다름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면서 “농촌 문제를 다룰 때 갈수록 줄어드는 소득을 어떻게 보전해 줄지에 대한 고민은 다양하게 이뤄지고 있지만, 복지·문화 차원의 접근은 극히 미약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이 시장은 안성 특산물인 배·포도 등을 테마로 개최되던 농산물축제를 과감히 포기했다. 대신 2001년부터 남사당놀이를 앞세운 문화축제인 ‘바우덕이축제’를 열고 있다. 남사당놀이는 풍물(농악), 버나(대접 돌리기), 살판(땅재주), 어름(줄타기), 덧뵈기(탈놀음), 덜미(꼭두각시놀음) 등으로 구성된 대형 전통종합예술이다. 영화 ‘왕의 남자’ 흥행을 계기로 축제 방문객만 50만명에 이를 정도로 성황을 이루고 있다. 올 축제는 오는 3일부터 7일까지 열린다. 이 시장은 “농산물 특화 생산만으로는 지역발전이나 소득증대를 기대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라면서 “문화가 살아야 주민들의 참여의식을 높이고, 지역이 살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살기좋은 지역만들기’ 대상지역도 전통항아리마을, 음악인촌, 경관농장 등 문화가 숨쉬는 공간으로 가꿔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안성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김병준 담당관, 중앙정부에 ‘쓴소리’ “‘살기좋은 지역만들기’는 책상 앞에 앉아 머리로 그리는 게 아니라, 주민들과 막걸리 마시고 싸워가며 만들어 나가는 것입니다.” 김병준 안성시 안성맞춤마케팅담당관은 “살기좋은 지역만들기가 하향식 정부 지원사업 방식에서 탈피했다고 하지만, 여전히 중앙정부의 통제가 많은 것이 사실”이라면서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김 담당관은 “지역의 특성을 살려야 하는 일을 중앙정부가 일일이 관리하려고 하면 100% 실패할 수밖에 없다.”면서 “관리하려 들면 지방정부나 주민 입장에서는 시키는 대로 따라갈 수밖에 없고, 믿고 맡겨야 열심히 한다.”고 강조했다. 사업 추진 과정에 대한 책임은 지방정부와 주민들에게 전적으로 맡기고, 중앙정부는 결과에 대한 평가를 보다 엄격히 하는 ‘역할 분담’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김 담당관은 “서로 신뢰하지 못하는 데 이유가 있겠지만, 평가 결과가 나쁘면 지원을 중단하면 된다.”면서 “주민들에게도 스스로 준비가 안 돼 있으면 지원하지 않겠다고 못을 박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지역에서 필요로 하는 중앙정부 관련 예산을 하나로 묶는 ‘정책 패키지’가 차츰 축소되면서 지원에 대한 실망감이 커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라면서 “부처 이기주의를 넘어 지역 발전의 새로운 성공 모델이 나올 수 있도록 패키지 지원 방안을 보다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안성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 외면받는 신당경선… 반성도 없다

    외면받는 신당경선… 반성도 없다

    대통합민주신당이 국민의 경선 외면에 반성은 없이 아전인수와 이전투구에만 매몰돼 있다. 낮은 투표율은 날씨 탓으로 돌리고 후보간 제살깎기식 비난전이 난무한다. 지난 15∼16일 열린 제주·울산·충북·강원 지역의 전체 투표율은 19.7%에 불과했다. 선거인단에 등록한 유권자 5명 가운데 1명만 투표한 셈이다. 당 지도부는 흥행부진에 당황하면서도 민심에 다가갈 노력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 유권자에게 제시하는 비전도 없고, 오로지 상대의 ‘실수’나 ‘악수(惡手)’만 기대하는 형국이다. 통합민주당은 원래 미국식 100% 국민참여경선(오픈프라이머리)을 도입한 경선을 치르려 했다. 대선 후보를 당원만으로 뽑는 폐쇄성, 줄 세우기에서 벗어나겠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초반 경선은 이와는 반대로 가는 형국이다. 일반 선거인단은 없고 조직 동원이 판치고 있다. 투표장 주변에는 선거인단을 실어 나른 버스들이 즐비하고, 특정 지역의 투표율은 평균치를 훨씬 웃돌고 있어 공정성 시비에 휘말리고 있다. 사정이 이런데도 오충일 대표는 17일 확대간부회의에서 “공교롭게도 투표지역이 태풍의 영향에 있어서 어려운 여건이었다. 제주뿐만 아니라 충북 지역도 비가 많이 와서 (유권자들이) 자중자애한 게 사실이다.”며 저조한 투표율을 ‘날씨 탓’으로만 돌렸다.“경선은 기대에 못 미쳤지만 내용에 있어서는 나름대로 성공했다.”며 ‘아전인수’식 해석까지 내놓았다. 정동영·손학규·이해찬 후보도 반성은 커녕 ‘동원선거 논란’과 ‘몰표공방’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 이 후보를 지원하고 있는 김종률 의원은 17일 오전 충북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 후보가 몰표를 얻어 손·이 후보를 큰 표차로 따돌린 것을 보고 ‘코미디 같은 선거’였다고 생각했다.”면서 “군부정권 시절 비리가 횡행했던 ‘체육관 선거’도 이 정도는 아니었을 것”이라며 맹비난을 가했다. 손 후보측 전략기획위원장인 전병헌 의원도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충북의 경우 정·손 후보의 격차가 3400여표가 났는데 정 후보측 이용희 의원 지역구인 보은·옥천·영동의 표차가 3200표”라며 “범여권의 아무런 기반 없이 신당에 살신성인 자세로 합류한 손 후보가 조직력 양상으로 상당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정 후보측을 겨냥했다. 정 후보는 이용희 국회 부의장의 지원을 받았다. 이에 대해 정 후보측은 ‘몰표 운운’은 악천후 등 어려운 여건에서 경선에 참여한 선거인단에 대한 모독이라고 비판하면서 정 후보뿐 아니라 손·이 후보도 충북 충주와 강원 영월·평창 지역에서 ‘과반득표’를 했다고 반박했다. 정 후보 캠프 노웅래 대변인은 “본인들이 이기면 자발적인 지지이고 본인들이 지면 조직·동원 선거라고 하는 것은 반칙이고 구태”라며 “이기고 지는 것은 민심의 뜻이고 그대로 수용해야 한다. 경선 결과를 인정하지 않기 위해 엉뚱한 핑계를 대는 것은 위기의식의 반증”이라고 맞서며 공방을 벌였다. 이종락기자 jrlee@seoul.co.kr
  • [사설] 위기의 정당정치, 대책 필요하다

    좋은 취지에서 출발했던 국민경선제도가 제 궤도를 이탈하면서 우리 정당민주주의를 위협하고 있다. 무조건 많은 유권자를 끌어들여 지지율을 올리는 이벤트로 활용하는 데 급급한 탓이다. 범여권의 이합집산으로 정당의 정체성이 크게 약해진 상황에서 대선후보 선출과정마저 민주주의 기본원리에서 벗어나고 있으니 큰 일이다. 그럼에도 정치권은 정당정치 복원노력은 외면한 채 그제 국고보조금 인상에 합의했다. 참으로 한심하기 짝이 없다. 국민경선제도는 미국의 오픈프라이머리를 본뜬 것이다. 공직선거 후보를 당원만으로 뽑을 때 나타나는 폐쇄성과 줄세우기 경향을 보완하기 위함이었다. 선거권 일부를 일반국민에게 개방하는 것은 좋으나 지금 대통합민주신당이 진행 중인 ‘묻지마 선거인단’을 통한 경선방식은 미국의 오픈프라이머리를 넘어선다. 미 캘리포니아주는 1996년 유권자가 여러 정당의 예비선거에 마음대로 참여할 수 있는 방식을 도입했다. 이른바 블랭킷 프라이머리다. 미 연방대법원은 블랭킷 프라이머리가 정당결사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위헌 판정을 내렸다. 과도기적 현상으로 이해하지만 한나라당과 통합민주당 등 주요 정당들이 여론조사를 포함시킨 점도 표의 등가성, 비밀선거 원칙에 맞지 않는다. 일부 정치전문가들은 민주노동당을 제외한 정당들의 경선이 원천무효라는 주장까지 펴고 있다. 본경선을 남겨둔 통합민주당과 이제 경선전에 돌입한 민주당은 경선 운용과정에서라도 정당정치를 극도로 훼손하는 일은 삼가야 한다. 유령 선거인단을 골라내는 노력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또 모바일 투표 과정에서 우려되는 대리투표, 공개투표를 방지하고 다른 당 지지자들의 역선택을 차단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국회는 다음 총선과 대선부터는 당원이 중심에 서는 국민경선 방식이 정착되도록 정치관계법을 손질하기 바란다.
  • [옴부즈맨 칼럼] 게이트 워칭/김사승 숭실대 언론홍보학과 교수

    흔히 언론은 사회의 게이트 키핑(gate keeping)기능을 한다고들 한다. 언론의 사회감시기능을 이렇게 이해하는지 모르겠지만 엄밀하게 말하면 틀린 이야기이다. 게이트 키핑은 뉴스조직 내부의 거름장치를 말한다. 데스크가 기사들 가운데 게재될 만한 것을 선택하는 것이 게이트 키핑이다. 뉴스조직의 바깥세상과 직접적인 관련은 없다. 최근 들어 게이트 워칭(gate watching)이라는 말이 이용되고 있다. 게이트 키핑과 반대로 뉴스조직 내부의 작동 메커니즘과 상관없이 사회가 뉴스의 게이트인 언론을 감시한다는 것을 말한다. 온갖 뉴스채널들을 눈앞에 펼쳐놓는 온라인 때문에 생긴 말이다. 아무튼 저널리즘 공간의 역전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게이트 워칭은 다음의 전제를 바탕으로 이루어진다. 뉴스공급자와 이들에 대한 감시자가 모두 다수라는 점이다. 게이트 워칭은 뉴스공급의 과점적 폐쇄성에 의존해온 전통적인 저널리즘에 몇 가지 변화를 요구한다. 우선 더 이상 사회비판의 권위를 독점할 수 없게 되었으므로 군림하는 자세를 버리기를 원한다. 하루아침에 계몽주의적, 엘리트주의적 기자의 태도가 달라지기를 바라기는 어렵겠지만 기자라고 어깨 힘주던 시절을 끝내야 하는 것은 분명하다. 둘째, 독자들도 똑똑하니 판단의 몫을 돌려달라는 것이다. 기자의 일방적 목소리보다 자신이 판단할 수 있는 정보의 효용성을 더 따진다.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한 답을 제시하는 것은 쉽지 않지만 ‘그게 아닌 것’을 짚어내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기자가 뉴스사안에 대해 함부로 정의를 내리는 것을 피할 필요가 있다. 제목에서 이런 일이 자주 일어난다.20일자 1면의 ‘대학들 해외학위 검증 의지가 없다’, 3면의 ‘첫 검증청문회·UCC질문 등 절반의 성공’, 21일자 8면 ‘철도역, 도심개발 중심에 서다’, 22일자 1면 ‘비싼 약 계속 먹어라’, 2면의 ‘이공계는 교수도 기피’ 등. 지난주 신문을 대충 살펴 본 결과다. 물론 기자가 의미를 부여하는 앵커링(anchoring)이 없다면 뉴스의 맛은 떨어진다. 그러나 이는 단정하는 것과는 다르다. 독자가 의미의 파장을 얻어낼 수 있는 공간을 허용해야 한다. 위의 제목들은 이런 여백을 두지 않는다. 다시 이 제목들을 보면 대부분 가치가 개입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성공’ ‘없다’ ‘중심’ ‘비싼’ 등은 이분법적 가치판단을 갖고 있는 말들이다. 이렇게 말해버림으로써 다른 가능성들을 없애버린다. 이들 기사를 이분법적으로 단정할 수 있는 내용들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해보라. 기자들의 가치판단이 강할수록 독자들이 의미를 확장할 수 있는 공간은 그만큼 줄어든다. 기자판단의 일보후퇴는 게이트 워칭에 대응하기 위한 소극적 태도라고 한다면, 적극적 자세는 보다 많은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다.‘말하기’보다는 ‘드러내기’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더 많이 드러낼수록 더 많은 판단의 근거를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단순히 스트레이트성 팩트 중심기사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관급기사를 많이 보여주라는 것도 아니다. 기자가 주도적으로 이슈를 개발하는 기획기사에서도 정보를 풍부하게 제시할 수 있다. 취재원의 다양성도 중요하지만 기자의 의미부여를 확인할 수 있는 자체 발굴 정보들 역시 중요하다. 이것이 가장 안 되는 것이 정치기사다. 정치기사를 빗대어 ‘소설’이라고까지 비아냥거리는 사람도 있다. 기자의 지적을 뒷받침할 정보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미국의 신문체인 가넷그룹이 편집국이름을 아예 ‘정보센터’로 바꾸었다. 정보를 통해 사람들에게 파고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전략이 게이트 워칭의 상황을 파악한 데서 비롯되었음을 알아야 한다. 김사승 숭실대 언론홍보학과 교수
  • [내 책을 말한다] ‘마음혁명’/살림 펴냄

    이 졸저는 작년 한해 52주에 걸쳐 서울신문에 연재되었던 ‘철학산책’을 재정리한 것이다. 이것은 대중들에게 철학적 사유를 가까이 하는 계기를 마련하기 위함일 뿐만 아니라, 또한 현재 한국의 정신문화가 모든 면에서 철학적 사유가 빈곤하고, 얄팍한 감정의 호오(好惡)와 시비(是非)로 세상을 온통 채색하는 센티멘털리즘의 유치함을 극복하려는 의도를 나타내고 있다고 여겨진다. 대중생활의 정신문화만 빈곤한 것이 아니라, 대학의 인문학도 퇴조의 길을 완연하게 걷고 있다. 대학의 인문학도 철학적 사유가 결핍된 정보학의 수준으로 전락하는 위험성을 노출하고 있는 것 같다. 대학의 철학강의도 철학적 사유에로 입문하는 도(道)를 가르치기보다, 오히려 철학에 관한 단편적 정보를 알려주는 것으로 끝나는 것처럼 보인다. 철학은 정보학(情報學)이 아니라, 입문학(入門學)이다. 입문학이란 도에 입문하는 길 찾기를 말한다. 단지 전공이란 미명 아래 철학의 어떤 영역을 소개하고 지적 정보로서 알려주는 일은 철학의 할 일이 아니다. 인문학의 대종인 철학이 죽은 단편적 정보만을 소개하는 일을 하다 보니, 한국의 인문학이 거세될 위기에 처하게 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인문학을 살리기 위하여 엄청난 돈을 투자하려고 하는데, 인문학자의 마음이 기껏 중계방송을 잘하는 수준의 정보학적 차원을 떠나지 않는 한, 그런 기획은 결코 성공할 수 없겠다. 철학은 한 시대의 다양한 정신문화(정치경제, 문화예술, 사회도덕, 과학기술, 역사종교 등)를 통일적, 유기적으로 상관적인 연관관계 아래서 보게 하는 역할을 한다. 플라톤이 이미 철학은 ‘통관적 비전’(synoptic vision)이라고 해명했다. 그런 비전이 가능하려면, 사유가 깊어야 한다. 사유가 얕은 사람들은 유식한 척 위의 다양한 정신문화를 거론해도 서로 어긋나는 말들을 감정적으로 토해낸다. 철학의 빈곤이다. 철학은 사유를 깊게 한다. 깊은 사유가 다양한 세상을 유기적 상관성으로 보는 도를 깨닫게 해준다. 깊은 연못은 많은 종류의 물을 다 수용하면서도, 결국 혼란 없이 자기 연못의 물로 소화시키고 정화시켜 나간다. 깊은 연못은 고요하다. 깊고 고요한 사유가 결국 통관적 사유를 일구어낸다. 깊기에 많은 다양한 물을 폐쇄성이 없이 수용할 수 있고, 고요하기에 그 많은 다양성들을 상호모순 없이 자기 물로서 소화시켜 나간다. 한국의 철학은 이 시점에서 다양한 생각들이 흙탕물을 일으킴이 없이 상관적 화음의 복락(福樂)을 우리와 후손들이 누리게끔 우리를 깊어지게 하는데 있겠다. 나는 우리가 마음에서 좀 더 깊어지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이 졸저는 그것을 위한 조그만 길잡이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 김형효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
  • [정책선거 원년으로] 대선정책 평가교수단 역대 공약 점검

    [정책선거 원년으로] 대선정책 평가교수단 역대 공약 점검

    우리나라 대통령 선거의 역사에서 본격적인 공약대결이 시작된 것은 1987년 6월항쟁으로 쟁취한 13대 대선부터다. 이전에는 ‘사사오입’ ‘부정선거’ ‘유신’ ‘체육관선거’라는 오명에서도 알 수 있듯이 공약은 철저히 무시됐다. 민주화 이후의 대선 공약도 진정한 의미에서 국민과의 약속은 아니었다. 공약이 선거의 장식품으로 전락해 유권자의 선택기준으로 기능하지 못한 탓이다. 지역주의가 선거를 지배하는 구도가 계속되면서 정책공약은 유권자를 동원하는 데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후보나 정당은 실천 가능한 정책공약을 개발해 유권자들의 표를 얻으려는 노력보다는 뭐든지 다 해 주겠다며 백화점식으로 나열하거나, 장밋빛 공약만 형식적으로 내놓았다. 막상 대통령에 당선되고 나면 공약 이행에는 관심이 없고, 백지위임을 받은 것처럼 통치해 왔다. 선거가 끝나는 순간부터 유권자는 대통령과 정부를 불신하는 악순환이 거듭됐다. 다행히 2002년 16대 대선부터 3김의 퇴장과 함께 지역주의가 완화되고, 이념적 경쟁이 자리잡으면서 정책공약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진보를 강조한 노무현 후보와 보수를 강조한 이회창 후보가 원심적 대결을 펼치면서 공약의 차별화가 이뤄진 것이다.15대 대선부터 도입된 TV토론은 후보자간 정책 차이를 드러내는 계기가 됐다. 하지만 2002년 대선도 과거의 구태에서 완전히 벗어나지는 못했다. ●주먹구구식 공약 역대 대선 공약을 살펴보면 우선 매니페스토(참공약 실천)의 요건을 갖추지 못한 채 슬로건이나 구호로 끝난 게 대부분이다. 정당과 후보는 그럴싸한 수사로 공약의 기조를 제시했으나 구체적 실현 방안은 제시하지 않았다. 특히 재원과 추진일정이 구체적으로 제시된 공약은 찾아보기 어려웠다.‘넉넉하고 고른 경제’,‘안심하고 살 수 있는 사회’,‘계층간 갈등을 해소해 균형잡힌 사회를 이룩한다.’는 등의 약속은 장밋빛이었지만, 실천방안은 회색빛이었다. 1992년 14대 대선에서 김영삼 후보는 신한국창조를 위한 10대 과제,77개 공약을 발표했다.1997년 15대 대선에서 김대중 후보도 100대 중점공약을 제시했다.2002년 노무현 후보도 21세기 국가발전을 위한 전략으로 4대 비전과 20대 정책목표,150대 핵심과제를 제시했으나 모두 실천방안이 결여됐다. 진정한 의미의 매니페스토 공약은 아니었던 셈이다. 구체적인 수치가 제시된 공약도 주먹구구식이 많았다.1987년 13대 대선에서 노태우 후보가 제시한 물가상승률 2∼3% 유지 공약은 인플레이션을 유발할 게 뻔한 주택 200만호 건설과 숱한 개발공약과는 완전히 배치되는 것이었다.1997년 김대중 후보가 내놓은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의 세계 5강 진입’ 공약은 외환위기 체제에서 어떻게 이루겠다는 것인지 도무지 알 수 없다.2002년 노무현 후보의 경제성장률 연 7% 달성 공약은 이회창 후보의 6% 성장 공약에 대응하기 위해 나온 것이었다. ●우선순위 없는 망라형 공약 제한된 예산을 갖고 선택과 집중을 통해 효과적으로 집행하겠다는 우선순위가 제시된 공약도 별로 없었다. 공약의 기조와 10대 과제,100대 과제 등은 나열에 불과하다. 영국의 토니 블레어 전 총리가 ‘교육 총리’가 되겠다고 선언한 뒤 교육공약을 집중적으로 강조한 것과 대조적이다. 정책은 기본적으로 선택의 문제다. 그러나 역대 대선공약은 각계각층의 모든 유권자를 다 만족시키려고 했다. 우선순위를 부여하면 특정계층에 치우친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 그래서 고른 득표에 지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우선순위를 밝히기를 꺼린 것이다. 예산의 뒤에는 이해관계자가 있고 이들의 표를 의식하는 후보로서는 모든 부문의 예산을 증액하고 싶어 한다. 그러나 감내할 수 있는 예산규모는 한계가 있다. 주어진 예산추계의 틀 속에서 우선순위를 부여하는 것이 상식이지만, 이를 애써 모른 체하면서 유권자를 속여 온 셈이다. 역대 대선에서는 실현가능성과 우선순위는 무시되고 주먹구구식으로 만들어진 공약들이 망라돼 제시됐다. 뿐만 아니라 선거 막판에 ‘깜짝 공약’이 등장해 선거판을 뒤흔들기도 했다. 정책공약보다는 정치공세가 주류를 이뤄 혼탁해진 경험도 많다. ●비전 아닌 선심경쟁 역대 대선공약은 ‘비전경쟁’이 아닌 ‘선심경쟁’이었다.1987년 13대 대선에서 김대중 후보는 농가부채 전면탕감을, 김영삼 후보는 그린벨트 해제를 내걸어 공약(空約)이라는 비판을 받았다.14대 대선에서는 정주영 국민당 후보가 제시한 ‘아파트 반값 공급’ 공약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젊은 층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한 군복무기간 단축, 예비군 복무기간 단축은 선심성 공약의 단골메뉴다. ●깜짝공약·위헌공약으로 당선 돌발적인 ‘깜짝공약’이 선거판세를 좌우한 경우도 많다.13대 대선에서 노태우 후보는 막판 선거 유세중 ‘88올림픽을 치른 후 중간평가를 받겠다.’는 공약을 갑자기 발표했다. 중간평가 공약은 6공화국의 족쇄가 됐으며, 결국 야당과 적당히 타협해 없었던 일로 처리됐다. 15대 대선의 깜짝공약은 내각제 개헌이었다.1997년 11월3일 국민회의와 자민련은 대통령후보는 김대중, 총리는 김종필이 맡도록 하는 야권후보단일화에 합의했고, 내각제 개헌을 대선공약으로 채택했다.1999년말까지 개헌을 완료한다고 했으나 이 공약은 실현되지 않았다.16대 대선의 깜짝공약은 노무현 후보의 행정수도 이전 공약이라고 할 수 있다. 실행계획과 재원조달에 대한 구체적인 검토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서둘러 발표된 것이다. 한나라당은 “행정수도를 이전하려면 40조원이 든다.”고 반박했지만, 노무현 후보 측은 “4조 5000억원이면 충분하다.”고 맞받아쳤다. 결국 행정수도 이전은 헌법재판소로부터 위헌결정이 내려졌다. ●정치공세에 눌린 정책대결 대선공약은 정치공세에 눌려 빛을 발할 수 없었다.13대 대선에서 노태우 후보는 ‘가짜 보통사람’,‘쿠데타의 주역’으로, 김대중 후보는 ‘대통령이 되기 위해 당을 깨고, 거짓말을 일삼는 후보’로 매도됐다. 14대 대선 초반부터 색깔론 시비, 현대그룹을 동원한 금권선거 시비, 초원복집 사건 등이 쟁점으로 부상해 지역주의가 극에 달했다.15대 대선의 이슈는 정권교체,3김 청산, 세대교체 등이었다. 내각제도 정권교체와 맞물린 이슈였다. 이회창 후보 아들의 병역문제,DJ 비자금 사건, 경제파탄 책임론과 IMF 재협상론 등도 쟁점이었다.16대 대선에서는 여권의 대선후보 국민경선과 후보단일화 등이 주된 이슈가 돼 정책대결을 사실상 가로막았다. 월드컵 열풍과 미군 장갑차 사건,DJ정부 말기에 터진 각종 게이트, 서해교전 등도 정책 선거 분위기와는 거리가 멀었다. ●매니페스토 검증이 우선돼야 공약 입안과 집행과정의 폐쇄성도 문제다. 많은 학자와 당 관계자가 참여했다고는 하나 공론화 과정은 없었다. 공약이행 평가도 공개적으로 이뤄지지 않았다. 심지어 정권 인수위 등에서 공약이행계획을 작성하면 이것이 대외비 문서로 관리되거나, 기록조차 남기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구체적인 매니페스토식 공약이 제시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대선공약의 문제점을 극복하는 길은 매니페스토 요건을 갖춘 공약을 제시하는 일에서부터 시작될 것이다. 먼저 후보자와 정당이 목표, 우선순위, 절차, 기한, 재원 등 매니페스토 요건을 갖춘 공약을 제시하고, 이를 유권자 앞에서 공개해 토론을 통해 검증하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 그래야 선거캠페인의 장식품으로 전락한 공약이 제기능을 다할 수 있다. 이현출 국회입법연구관
  • [서울신문 창간103주년] 20대가 본 ‘10년뒤 한국’

    [서울신문 창간103주년] 20대가 본 ‘10년뒤 한국’

    10년 뒤 한국 사회의 화두는 역시 ‘고령화’였다. 서울신문이 창간 103주년을 맞아 20대와 50대 각 100명씩 200명을 대상으로 ‘한국의 10년 뒤 미래’에 대해 지난 3∼5일까지 전화·면접 설문 조사를 한 결과에 따르면 10년 뒤 한국 사회의 가장 큰 문제로 20대의 48%,50대의 46%가 고령화를 꼽았다. 이 같은 답변은 양극화와 실업, 환경문제 등보다 월등하게 높았다. 중년기 외환위기를 겪은 50대와 취업난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20대. 이들은 10년 뒤 한국의 미래에 대해 ‘희망적’이라는 답변을 내놨다.10년 뒤 닥칠 가장 큰 고민거리로 20대에서는 ‘육아(31%)’를,50대는 ‘건강(49%)’을 꼽았다. 20대 응답자의 71%가 10년 뒤 갖고 싶은 직업으로 공무원이 아닌 전문직을 꼽았다.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기의 득세에 따라 노동 유연성이 강화되고 ‘평생직장 신화’가 무너진 뒤 가장 각광받는 직종인 공무원은 8%의 지지밖에 얻지 못했다. 20대 응답자 가운데 48%가 10년 뒤 한국사회의 가장 큰 문제로 ‘고령화’를 꼽은 것 역시 의미심장하다.‘시한부 생명’처럼 밑바닥이 보이는 연금 문제에 대해 ‘많이 내고 나중에 받을 수 있을지는 의심스러운’ 젊은 층이 피해 의식을 갖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10년 뒤 최대 고민이 ‘육아(31%)’라는 응답은 다소 의외다. 또 남북관계에 있어서는 전향적이었지만 공교육 정상화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반응이 우세했다. ‘10년 뒤 한국의 미래’에 대해 응답자의 36%가 ‘희망적’이라고 응답했다. 이어 ‘현상유지(32%)’,‘예측하기 어렵다(24%)’,‘절망적(8%)’이란 순으로 대답했다. 결과적으로 응답자의 과반인 68%가 ‘지금과 같거나 오히려 좋아질 것’이라고 답하는 등 긍정적인 기대를 품고 있음을 알 수 있다. 20대 응답자들의 10년 뒤 최대 고민은 육아 문제(31%)로 드러났다. 취업(28%)과 내집 마련(26%), 결혼(11%) 등이 후순위로 밀린 점이 이채롭다. 평균 결혼 연령이 높아지면서 부모에게 육아를 기대하기 어려워졌고, 맞벌이 가정이 일반화됐지만 직장 내 탁아시설 등은 절대적으로 부족한 현실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서울시 등 일부 지자체에서 3% 퇴출안이 나오고 ‘철밥통 신화’가 조금씩 깨지고 있지만 공무원은 여전히 선망의 대상이다. 각종 설문조사에서도 공무원은 1등 신랑·신붓감이다. 하지만 이번 설문조사 결과 10년 뒤 갖고 싶은 직업으로 응답자의 절대 다수인 71%가 전문직을 꼽았다. 최고경영자(CEO·16%)나 공무원(8%)은 뒤로 밀렸다. 이런 현상은 여성 응답자에게서 더욱 뚜렷했다. 남성 응답자의 60%가 전문직이라고 응답한 반면, 여성 응답자의 82%가 전문직을 선택했다. 이 같은 흐름은 ‘10년 뒤 유망 직종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란 설문에서도 이어졌다.20대 응답자의 33%는 정보통신(IT) 및 생명공학(BT) 등 미래산업이 가장 유망하다고 응답했다.30%는 금융산업,23%는 전문직이라고 밝혔다. 공무원이라는 대답은 7%에 머물렀다. ‘10년 뒤 바라는 당신의 모습은 무엇인가.’란 질문에 대해서는 응답자의 52%가 ‘직장 내에서 초고속 승진 및 최고 연봉을 보장받는 인물’이라고 대답했다. 20대들은 10년뒤 한국 사회가 안게 될 가장 큰 문제를 고령화라고 생각했다.‘10년 뒤 한국사회의 가장 큰 문제점은 무엇일까.’란 질문에 응답자의 48%가 ‘고령화’라고 답했다. 환경(16%), 실업(10%)이라는 응답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은 수치다. 현 정부 들어 최대 화두로 등장한 ‘양극화’라고 답한 이는 9%에 머물렀다. ‘10년 뒤 한국 정치는 어떻게 변할까.’란 질문에 대해서는 ‘지금과 비슷할 것’이란 응답이 62%로 가장 많았지만,‘지역주의가 사라지고 정책 정당이 뿌리내리는 등 지금보다 훨씬 발전할 것’이란 응답도 26%가 나왔다. 퇴보할 것이라는 응답은 12%에 그쳤다. ‘10년 뒤 한국 경제는 어떻게 될까.’라는 문항 역시 62%는 ‘지금과 비슷할 것’이라고 말했지만 26%는 ‘성장과 분배, 일자리 창출 등 전반적으로 나아질 것’이라며 기대를 감추지 않았다.20대 응답자들은 10년 뒤 한국 경제의 성장 동력으로 IT(48%)와 반도체(41%)를 꼽았다. 한동안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생명공학을 꼽은 이는 단 1명(1%)에 머물렀다. 반공 교육에서 완전히 자유로운 20대는 남북 관계에 있어서도 전향적인 시각을 드러냈다.‘10년 뒤 남북관계는 어떻게 될까.’라는 질문에 대해 ‘북한이 붕괴 위험에 처할 것’이란 응답이 37%로 가장 많았지만,‘평화통일을 목전에 둘 것’이란 반응도 31%로 만만찮았다. 수능 세대인 20대는 공교육 정상화 전망에 대해서 지극히 부정적이었다. 응답자의 57%가 ‘사교육 문제가 더 심해지고 입시 위주의 교육이 강화될 것’이라고 답한 것.‘지금과 비슷할 것’이란 응답은 26%,‘공교육이 정상화되고 입시 교육이 바로잡힐 것’이란 대답은 17%에 머물렀다. 임일영 류지영기자 argus@seoul.co.kr ■ 50대·20대, 10년뒤 한국 ‘모녀 토크’ ‘10년 뒤 한국의 미래에 대한 신·구세대의 생각은 어떻게 다를까.’ 외교관인 남편을 따라 10년 가까이 외국 생활을 한 어머니 박혜경(51)씨와 딸 이솔(23·서강대 영문과 4년)씨는 10년뒤 한국의 미래에 대해 각기 다른 견해를 갖고 있었다. 두 모녀의 솔직한 대화를 통해 한국의 미래를 엿보았다. ●어머니 솔아, 엄마는 10년 뒤 한국의 미래를 ‘장밋빛’으로 보고 있단다.10년 가까이 네 아빠와 함께 외국 생활을 하면서 우리나라 국민들의 잠재력과 역동성을 더욱 절실히 느꼈기 때문이지.1990년대 중반 우리나라의 한 기업이 프랑스의 대형 가전회사를 인수하려 할 때만 해도 “감히 아시아의 기업이 프랑스의 자존심을 인수할 수 있느냐.”며 반대 투쟁을 벌여 인수가 좌절되기도 했거든. 그런 일이 있은 지 불과 10년 만에 프랑스의 세계적 석학 자크 아탈리는 “한국이 2025년까지 경제력이 2배로 증가하면서 전세계 경제·문화의 새 모델로 각광받을 것이며, 일본에서조차 한국식 모델을 차용하게 될 것”이라고 칭찬하는 시대가 되었어. 그만큼 우리의 성장 속도가 눈부시기 때문이겠지.10년 뒤면 우리나라는 경제·정치 등 많은 분야에서 세계 일류국가 대열로 합류해 있을 거야. ●딸 엄마, 저는 솔직히 엄마만큼 한국의 미래에 대해 낙관적이지는 않아요. 오랜 외국생활 때문인지 우리나라는 정말 ‘규제투성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거든요. 이런 상황에서는 10년 뒤 현상 유지만 해도 다행인 것 같아요. 정말 어딜가도 ‘하지 말라.’는 게 너무 많아요. 이렇게 규제가 많은 나라가 세계 일류국가로 진입하는 데는 분명 한계가 있다고 봐요. 실제 규제가 거의 없는 홍콩이 우리보다 훨씬 더 경제적 풍요로움을 누리고 있잖아요.‘메가트렌드’의 저자인 존 나이스비트 박사도 “한국 정부는 규제를 없애고 한국인들이 각각 경제에 기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어요. ●어머니 부작용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나라의 높은 교육열 또한 한국의 인재들을 길러내는 힘이 돼 나라를 성장시키는 원동력이 되고 있잖니. 집안이 아무리 어려워도 자녀 교육을 위해 모든 것을 헌신하는 부모들의 노력 덕분에 우리나라가 선진국 대열에 들어설 수 있지 않을까. ●딸 외국에서 학교를 다닐 때는 공부가 참 즐겁고 유쾌했어요. 학교 가는 것이 참 행복하다고 느꼈어요. 그런데 한국에 돌아와 학교를 다닐 때는 참 ‘고단하다,’는 생각밖에는 들지 않았어요. 우리나라 학교에서는 사실상 ‘입시’와 ‘경쟁’이라는 두가지 가치밖에는 강조하지 않는 것 같아요. 외국의 학교에서 늘 배워오던 ‘인간에 대한 예의’나 ‘올바른 사회적 가치’등 덕목은 점수화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외면받고 있어 안타까워요. 엄마, 사회는 사람이 만들어가는 거잖아요. 그런데 그 사회를 구성하는 사람들의 마음에 ‘따뜻함’과 ‘눈물’이 없다면 어떻게 그 사회가 살기 좋을 수 있겠어요? ●어머니 우리나라에도 전세계가 부러워하는 ‘붉은악마’라는 한국식 문화가 있지 않니. 온 나라 국민들이 한 가지 일에 다함께 매달려 서로 기쁨과 슬픔을 함께하며 ‘우리는 하나’라는 의식을 다질 수 있는 나라는 우리가 거의 유일할 거라고 생각해. ●딸 ‘붉은악마’는 그만큼 우리나라의 폐쇄성을 잘 드러내는 것일 수도 있어요. 외국인 노동자에 대해 우리만큼 배타적이고 폭력적인 나라도 없잖아요. 전세계는 점점 문호를 열고 개방하고 있는데 우리는 아직도 마음을 닫고 있어요. 미국은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데 주저하지 않고 매년 인재 풀을 새롭게 채워나가기 때문에 세계 최고의 나라로 남아 있을 수 있는 거 아닐까요. ●어머니 그래도 우리나라만큼 나라에 대한 애정을 가진 국민도 드문 것 같아. 외환위기 당시 ‘금모으기 운동’만 봐도 알 수 있지. 이런 애국심이 한국을 10년 뒤 더욱 강한 나라로 만들어줄 거라 믿어. ●딸 제가 보면 많은 사람들이 한국에 사는 것을 그다지 행복해하지 않는 것 같아요. 그래서인지 기회만 되면 다 이민가려고 하잖아요. 멕시코에 살 때 우리나라보다 못 사는 멕시코인들이 자기 나라에 대단한 자부심을 갖고 사는 것을 보며 참 부러웠어요. ●어머니 그래도 엄마는 한국의 미래에 대해 ‘낙관론자’인데…10년 뒤에 정말 우리나라가 어떤 나라가 돼 있을지 함께 지켜봐야겠구나. ●딸 저라고 우리나라가 잘못되기를 바라는 건 아니에요. 다만 부정적인 요소들을 꾸준히 고쳐나가 훌륭한 나라로 거듭나기를 바랄 뿐이죠. 불평만 하고 노력하지 않으면 나아지는 게 없겠죠?저도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정리 류지영기자 superryu@seoul.co.kr
  • [박찬구 기자의 정국 View] 노무현의 과테말라 비망록

    임기 말 참여정부의 비망록에 평창과 과테말라는 어떻게 기록될까. ‘평창 효과’를 기대한 과테말라 현지 교민들은 뜻밖의 결과에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과테말라시티에서 창고업을 하는 엄성윤(41)씨는 “실망하지 않는다. 한국의 저력과 가능성을 알리는 좋은 계기가 됐다.”면서 “교민들은 ‘이제부터 진짜 시작’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교민들이 평창을 응원하기 위해 현지 공장에서 직접 만든 ‘대형 태극기 1호’를 소중하게 간직하겠노라는 다짐도 덧붙였다. ‘국익’ 앞에서 정부와 국민, 기업, 현지 교민, 언론 등이 호흡을 맞춘 사례는 결코 과소 평가될 수 없는 자산으로 남을 것이다. 평창 유치전 과정에서 관련 당사자간 공다툼이나 정치적 알력 등 씁쓸한 뒷맛도 남았지만,‘아름다운 패배’라는 대다수 언론의 해석에 이견은 없어 보인다. 노무현 대통령에게는 이번 유치전이 국제 사회의 냉혹한 게임의 룰을 뼈저리게 실감하는 계기가 됐을 것이다. 국내 정치에서 ‘원칙’과 ‘가치’라는 기준으로 구체제의 모순과 불합리성에 정면으로 맞서온 ‘노무현의 방식(Roh’s way)’이 국제 사회, 그것도 공정한 스포츠 정신이 생명인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서 통하지 않았다는 사실에 노 대통령은 좌절감을 느꼈을 법하다. 현지에서 총력전을 진두지휘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정부 관계자들이 “푸틴 대통령의 정치적 영향력과 러시아의 경제적 패권이 끼어들지 않았다면 결과가 달랐을 것”이라면서 “반칙 없고 정정당당한 페어플레이 정신이 지켜지지 않았다.”고 아쉬움을 드러낸 것도 같은 맥락이다.청와대 주변에서는 “조직과 자금의 선거”,“상업성과 투명성의 싸움”,“IOC의 폐쇄성·전(前)근대성과 개도국 이해 관계의 결합”이라는 평가가 흘러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힘의 논리가 엄존하는 IOC의 현실을 직시하지 못했다는 비판에서 정부가 자유로울 수는 없을 듯하다. 객관적인 판세 분석과 전략 수립, 이에 따른 치밀한 행동 프로그램이 제대로 작동했는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는 오는 11월로 다가온 2012년 여수 세계무역박람회 유치경쟁에 교훈으로 작용할 것이다. 평창과 과테말라가 ‘정치인 노무현’의 향후 입지와 동선에 미치는 함수관계도 간과할 수 없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평창 유치는 실현되지 않았을때 마이너스 효과보다는 실현됐을 때 긍정적인 효과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파괴력이 컸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평창 유치의 동력이 북핵 문제의 긍정적인 진전, 남북 정상회담의 분위기 조성, 국제 신인도 향상, 국내 주가 상승 등 임기 말 참여정부의 시너지 효과를 가속화시킬 것이라는 기대는 노 대통령의 순방 이전부터 청와대 내에서 공공연히 나돌았다. 지나친 비약일지 모르지만, 이번 유치전을 오는 12월 대선이나 내년 4월 총선에서 노 대통령의 정치 보폭과 연결시키는 시각도 제기된다.과테말라 현지에서는 노 대통령이 IOC 위원들을 상대로 밤 늦게까지 치열한 유세를 벌인 모습이 화제가 됐다. 분명 노 대통령은 지난 2002년 대선 이후 5년 만에 ‘자기 선거를 치르듯이’ 활기가 넘쳐 보였다. 평창과 과테말라의 경험이 임기 말 노 대통령에게는 정치적 투쟁성이나 특유의 오기, 도전 본능을 새롭게 다잡는 기폭제가 될지 모를 일이다.ckpark@seoul.co.kr
  • 제주공무원 의무파견제 첫 도입

    제주도가 도의 모든 공무원이 중앙 부처 및 타 기관에 1년 이상 의무적으로 근무하는 제도를 도입한다. 제주도는 21일 공무원의 정책수립 능력을 높이고 중앙과 제주도간의 연계성 확보 등을 위해 전국 자치단체 가운데 처음으로 ‘지방공무원 의무 파견제’를 시행한다고 밝혔다. 공무원 파견 대상기관은 기존의 중앙부처를 비롯해 정부투자기관, 공공기관, 국내 민간기업 및 각종 연구기관으로 점차 확대되며, 파견기간은 원칙적으로 1년이나 1년 연장도 가능하다. 파견 방법은 파견기관과 1대1 교류를 원칙으로 하되 수용기관이 허용하면 일방 파견도 한다. 파견 대상자는 희망자 및 승진자를 우선하며 파견자는 분기별 1회씩 업무추진실적을 보고해야 한다. 파견 공무원에게는 ‘경력평정 가점부여’,‘파견복귀시 본인 희망부서 배치’ 등의 인센티브가 주어진다. 또 기존 파견 공무원에게 지급되던 주택보조비와 교류수당 외에 항공료, 이전비용 등을 추가로 지급하고 연봉 평가등급 결정시 우대 및 성과상여금 지급시 배려 등 경제적 인센티브도 함께 준다. 박영부 제주도 자치행정국장은 “섬이라는 제주도의 폐쇄성을 극복하기 위해 공무원 파견제도를 활성화시켜 나가기로 했다.”면서 “승진 임용시 중앙부처 및 타 기관 파견 경력자만 승진 자격을 주는 ‘인사교류이수제’ 도입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제주 황경근기자 kkhwang@seoul.co.kr
  • [책꽂이]

    ●그리운 건 언제나 문득 온다(정끝별 지음, 이레 펴냄)작가가 지난 4년간 낡은 자동차를 끌고 14곳을 여행하며 느낀 감동을 한데 묶은 여행산문집. 작가는 자신을 들뜨게 했던 시의 한 모퉁이에서 새어 나오는 한줄기 빛을 따라 충남 춘장대, 강화도, 옐로하우스(인천의 집창촌), 전남 신안군 압해도, 전주 화암사 등으로 정처없이 돌아다니며 시인들을 만났고, 그 감동을 따뜻하게 적고 있다. 만성폐쇄성폐질환을 앓다 지난 2월 세상을 떠난 오규원 시인이 살았던 강원도 무릉리를 찾아 생전 고인의 삶을 추억해 보기도 하고,‘달랑 시집 한 권’만을 낸 뒤 시인의 궤도를 이탈해버린 김중식씨의 시 ‘식당에 딸린 방 한 칸’을 읽다 돌연 시의 배경이 된 인천 ‘옐로하우스’를 찾아가기도 했다.1만 1000원.●우리의 죽은 자들을 위해(창비 펴냄)중견시인 이시영(58)씨가 2년여만에 발표한 열한번째 시집. 일찍이 언어 생략의 묘미를 던져주는 단시에 정통했던 시인은 이번 시집에서 더욱 더 정제된 단시를 통해 역사의 폭력 앞에 선 개인의 운명을 통찰한다.10·26 당시 올곧은 신념을 견지하다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박흥주 대령(‘고 박흥주 대령’), 억울한 죽음의 대표적 사례인 인혁당 사건(‘젊은 그들’), 군사정권의 불의에 항거하다 실종된 아르헨티나 젊은이들(‘5월 어머니회’) 등 폭력 앞에서 스러지고, 잊혀져가는 개인들의 초상을 담고 있는 시들은 죽은 자들에겐 헌사요, 살아남은 사람들에겐 역사의 교훈이다.1969년 등단, 정지용문학상, 동서문학상, 현대불교문학상, 백석문학상 등을 수상했다.6000원.●공항에서(무라카미 류 지음, 정윤아 옮김, 문학수첩 펴냄)영화감독·공연 기획연출가·화가 등 1인다역의 삶을 살고 있는 작가의 새 소설집. 저마다 다른 희망과 고독 등을 품고 사는 현대인의 모습을 담은 8편의 단편이 실려 있다. 각각의 소설은 공항, 편의점, 노래방, 공원, 피로연장, 술집, 역 등 특정 공간을 배경으로 삼았다.8500원.●버드나무는 하룻밤에도 푸르러진다(장주경 지음, 뿔 펴냄)2004년 ‘세계의 문학’을 통해 등단한 작가의 첫 장편소설. 기원전 10세기쯤 마한 땅에서 살아가는 아로와 21세기 현대인인 야진, 두 여인의 시각에서 슬픈 비극의 역사를 환상적으로 풀어냈다.3000년이라는 장구한 세월을 넘나드는 광대한 스케일이 돋보인다. 강원도 양구에 있는 선사시대 고인돌을 소재로 삼았다.9800원.
  • 10일째 접어든 버지니아공대의 비극

    |워싱턴 이도운특파원|버지니아 공대가 23일(이하 현지시간) 수업을 재개하면서 지난 16일 발생한 총기난사 사건은 일주일 만에 수습국면으로 접어들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무려 33명의 사망자와 30여명의 부상자를 낸 미 역사상 최악의 캠퍼스 범죄로 기록됨에 따라 그 후유증이 작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수사과정에서 범인 조승희씨와 관련된 새로운 사실들이 밝혀지면 이 사건이 또다시 미국사회에서 관심의 초점이 될 가능성도 크다. 1. NBC 사진·비디오 등 추가 공개땐 큰 파장일 듯 가장 중요한 진실 규명은 미 연방수사국(FBI)과 버지니아주 경찰의 수사를 통해 이뤄지게 된다. 수사당국은 이미 조씨의 시신을 부검했으며, 그가 사용했던 컴퓨터와 휴대전화 등을 확보, 조사를 하고 있다. 지금까지 발표된 사실들로 분석해 볼 때는 조씨가 정신이상 증세를 가진 상태에서 저지른 행위라는 방향으로 수사가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조씨의 수사결과 지금까지 예상하지 않았던 새로운 사실들이 드러날 수도 있다. 특히 조씨가 남녀공용 기숙사에서 저지른 1차 범행 뒤 미 NBC 방송에 보낸 자료에 놀랄 만한 내용이 포함돼 있다는 관측이 계속 나오고 있다. 그 자료가 공개될 경우 적지 않은 파장이 올 것이라는 관측도 따라붙고 있다. 2. 미국인 99%“한국인이 범인인 것을 알고 있다” 이태식 주미대사와 권태면 워싱턴 총영사, 버지니아 지역의 한인 대표 50여명은 24일 낮 한인상가가 밀집한 애넌데일에서 팀 케인 버지니아 주지사와 만나 후유증 극복을 위한 방안과 관련해 의견을 교환했다. 이 자리에서 케인 주지사는 이번 사건이 한인사회와 직접 관련이 없으며 보복 공격 등의 피해가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거듭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또 한인 대표들은 버지니아 공대의 희생자 기념비 제작 등에 한인사회가 적극 참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나 워싱턴 한인회의 한 관계자는 전날 뉴스위크가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한국의 사회적 책임을 지적한 응답자가 7.2%나 됐다는 사실에 신경이 쓰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미국인의 99%가 버지니아 공대 참사의 범인은 한국인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면서 드러나지는 않지만 그 후유증이 오래 갈 수도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와 함께 한인사회가 이기적인 폐쇄성을 벗고 한 단계 성숙해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 버지니아주 센터빌에 사는 주부 이혜경씨는 “사건이 발생한 뒤 한국인들이 희생자를 애도하기보다는 자신들에게 닥칠 피해를 먼저 걱정하는 모습을 보며 실망감을 느꼈다.”면서 “설령 피해가 오더라도 이를 감수하면서 미국사회와 함께 희생자를 애도하는 성숙한 모습을 보여줬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앞으로 조씨의 부모가 현재 살고 있는 버지니아주 센터빌의 자택으로 돌아와 정착할 수 있느냐도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인근에 거주하는 한국인 교포는 “같은 부모로서 조씨 부모를 동정한다.”고 말했다. 이 교포는 조씨 부모가 다시 집으로 돌아와도 눈총을 주는 사람은 없겠지만 과연 그들이 현재의 거주지에 계속 살 수 있을지 여부에는 의문을 표시했다. 3. 분노보다 차분하고 성숙한 美 대응은 배울 점 미국은 사건 발생 이후 줄곧 선진국다운 차분하고 성숙한 대응을 보이고 있다. 미 정부와 정치권, 언론은 물론 미국인 개인들도 범인인 조씨나 특정인, 특정집단을 비난하기보다는 사건의 진실을 규명하고 문제를 개선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에 따라 학교내 정신이상자에 대한 관리 방식과 총기구입 제도, 이민자의 미국사회 적응 문제 등이 개선돼야 할 점으로 지목되고 있다. 버지니아 공대 학생회는 지난 19일 주미대사관에 보낸 이메일에서 “한 사람의 행동이 우리 학생들과 한국인 사이의 장벽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한국이) 알아달라.”고 밝히기도 했다. 사건 발생 직후 ‘한인 슈퍼마켓에 코리안 고 홈이라는 플래카드가 걸렸다더라.’‘한인 제과점 유리창이 박살났다더라.’‘한국산 자동차가 파손됐다더라.’는 등의 유언비어가 나돌기도 했지만 지금까지는 공식적으로 파악된 피해사례는 없다. dawn@seoul.co.kr
  • [Local] 대구은행 본점 공원으로

    대구은행 본점이 공원으로 조성돼 시민들에게 개방된다. 16일 대구은행에 따르면 대구시 수성구 본점 주변 1000여평을 대대적으로 개조해 공원으로 조성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대구은행은 10억원을 들여 담장과 은행 조형물을 철거하는 공사를 하고 있다. 이 공사가 마무리되면 분수와 조각작품을 설치하고 녹지공간을 조성해 시민들이 만남의 장소나 휴식장소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공원은 다음달 중 시민에게 선보인다. 이곳에는 야외 갤러리도 설치돼 365일 전천후 미술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은행측은 사내 공모를 통해 시민과 함께하는 의미를 담은 공원 이름을 짓기로 했다. 대구은행 관계자는 “은행 고유의 폐쇄성을 극복하고, 시민과 함께하는 공간을 만들기 위해 공원을 조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구 한찬규기자 cghan@seoul.co.kr
  • 정운찬 정가행보 빨라지나

    11일 오전 9시30분, 국회 기자실이 발칵 뒤집혔다. 범여권의 잠재 대선 주자인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과 민주당과 통합신당모임의 일부 의원들간의 12일 오찬 계획 때문이었다. 정 전 총장이 “앞으로는 정치인을 만날 것”이라고 말한 뒤라 “드디어 입문 선언을 하는 것 아니냐.”라는 해석이 나돌았으나 이날 모임은 취소됐다. 이날 서울대 강의에 앞서 정 전 총장은 회동 여부에 대해 “전혀 모르는 일이다. 점심 때 만난다는 말은 처음 듣는다.”고 모임 자체를 부인했다.‘독자 신당 창당설’(서울신문 4월11일자 보도)에 대해서는 “구체적 아이디어가 없다.”고 덧붙였다. 신당을 염두에 두고 있으나 최종 결정된 것은 없다는 취지로 들렸다. 평소와 달리 시종일관 굳은 표정을 지은 그는 “정치인을 만나겠다고 한 것은 폐쇄성을 버리고 대외적으로 얘기를 들어보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의 해명과 달리 모임에 대한 얘기는 나왔던 것으로 파악됐다.12일 오찬 자리에 참석할 것으로 전해진 한 의원은 “나는 못가지만 그런 (모임이 있다는) 얘기가 있는 것은 맞다.”고 말했다. 정치인과의 회동에 대한 정 전 총장의 강한 부인은 기성 정치인들에 대한 불쾌함의 표현으로도 보인다. 정 전 총장은 지난 3월 통합신당모임 김한길 의원과의 회동 사실이 보도된 직후 “이미 그 기자가 그쪽(통합신당모임)에서 얘기를 다 듣고 온 상태였다.”고 말한 바 있다. 당시 통합신당모임이 주도권을 잡기 위해 자신과의 회동 사실을 언론에 흘렸던 상황이 이번에도 재현된 것으로 판단했다는 것이다. 모임은 취소됐지만 그가 정치인과의 만남을 시도했다는 점에서 정치권에 한 발짝 더 다가섰다고 볼 수 있다.나길회기자 kkirina@seoul.co.kr
  • [사설] 체육계 인사권까지 정부가 장악하나

    대한체육회와 대한올림픽위원회(KOC)를 ‘준정부기관’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한다. 정부가 최근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을 바꿨다. 대한체육회장을 비롯해 상임이사와 감사를 정부가 직접 임명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정부가 체육회 간부 인사권까지 장악하려는 의도가 아닌지 의심스럽다. 나아가 정부가 체육회 인사에 간여하고, 이를 통해 일거수 일투족 영향을 미치려는 발상에 대해 우려를 금할 수 없다. 세계 스포츠 흐름을 돌아 보자. 전문가 중심으로 자율적 인사가 이뤄지고, 발전돼 온 게 순리고 자연스러운 흐름이었다. 그렇게 함으로써 스포츠 육성·운영이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었다. 정치 중립을 통해 세계간 교류의 폭이 넓어지고 경기력 향상을 꾀했던 것도 이런 전문성·유연성 때문이었다. 동유럽 등 사회주의 국가가 스포츠 중심에서 멀어진 것도, 폐쇄성과 더불어 국가가 스포츠 단체나 기구까지 장악했던 전근대성의 산물이었다. 국제올림픽위원회는 정치중립을 명시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 우리 스포츠계는 반대의 흐름으로 나아가려 하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노무현 정권 들어 주요 스포츠 단체의 수장의 인사가 정권의 시각에 따라 좌지우지된다는 비판을 받아왔던 터다. 대한체육회장,KBO총재 자리를 정권과 친분이 두터웠던 인물이 차지한데 대해 말이 많다. 후진적 행태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대한체육회가 국가의 재정지원을 받았다 해서, 정부가 인사권을 갖겠다니 수긍하기 어렵다. 스포츠는 정권의 장식품이 아니다.
  • 아토피·류머티즘 치료근거 찾았다

    대표적 난치질환인 류머티즘과 아토피, 천식 등을 치료할 수 있는 염증 억제 기전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세계 최초로 규명됐다. 가천의대 ‘이길여 암·당뇨연구소’ 소장인 김성진 박사 연구팀은 류머티즘 관절염과 아토피 피부염, 알러지와 천식, 심혈관·호흡기질환과 위장염 등 염증성 면역질환을 치료할 수 있는 근거를 찾아냈다고 25일 밝혔다.이 연구 결과를 담은 논문은 면역학 분야에서 세계적 권위를 가진 ‘네이처 이뮤놀러지’ 26일자 인터넷판에 게재됐다. 논문에 따르면 연구팀은 염증 유발 등에 직접 관여하는 핵심 인자인 TNF(종양괴사인자) 수용체의 신호전달 경로를 억제하는 새로운 기전을 밝혀냈다.TNF 수용체의 신호전달은 염증의 확대에 매우 중요한 경로로, 이 경로가 비정상적으로 활성화되면 류머티즘 관절염, 천식, 아토피 피부염 등 염증성 면역질환을 유발하거나 증상을 악화시키는 것은 물론 심혈관 질환과 만성 폐쇄성 폐질환, 알코올성 간경화, 암 등의 발병 및 진행에도 깊이 관련된 인자로 알려져 있다. 인체는 정상적인 상태에서는 염증반응과 항염증반응이 균형을 이뤄 항상성을 유지하나 안팎의 요인에 의해 이 항상성이 깨져 염증반응이 항염증반응보다 우세하게 되면 심각한 면역질환이 발생하게 된다.이런 점에 착안한 연구팀은 항염증반응과 암 억제 반응을 일으키는 ‘TGF-β’라는 세포 속에 존재하는 특정 단백질인 ‘스매드7(Smad7)’의 발현을 인위적으로 조절함으로써 항염증반응을 유발할 수 있다는 새로운 사실을 밝혀냈다. 김 박사는 “염증성 면역질환의 치료 근거를 확보했다는 것은 획기적인 일”이라며 “이를 토대로 Smad7의 발현을 유도하는 물질을 현재 개발 중”이라고 밝혔다.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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