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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친노계 ‘민주 주력’으로 당내 세력 대재편 예고

    친노계 ‘민주 주력’으로 당내 세력 대재편 예고

    민주통합당 1·15전당대회에서 한명숙 후보가 대표에 선출된 것은 친노(親) 세력의 부활을 통한 민주당 접수를 예고한다. 한 대표는 문성근 최고위원 당선자와 함께 이번 전대 흥행을 이끌었다. 초반은 한 후보가, 중반 이후 문 후보가 바람을 일으키며 현 정부 출범 뒤 폐족(廢族)으로 몰렸던 친노 진영의 부활을 이끌었다. 민주당의 전통적 주력인 호남세력의 쇠락과 극적으로 대비되며 세력 대재편이 예고된다. ●‘대주주’ 호남세력 쇠락 민주당 대의원들과 시민들이 동시에 한 대표를 선택하면서 민주통합당의 정책은 통합 이전 민주당의 정책틀을 유지하면서도 총선에 대비, 진보 색채를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즉 서민과 중산층을 기반으로 남북관계의 개선을 주장하면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나 한·중 FTA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을 유지할 것 같다. 한 대표는 이날 연설 등을 통해 “99%의 서민이 이기는 시대를 만들겠다. 복지가 이기는 시대를 만들겠다.”며 정책과 노선 혁신 의지를 밝혔다. 박명호 동국대 교수는 “좀 더 좌클릭(진보 색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실천 여부는 미지수지만 총선을 앞두고 있어 진보 색채를 강화해 한나라당과 차별화를 기하려 할 것 같다.”고 분석했다. 부산 지역 출마를 선언한 문 최고위원이 2위 돌풍을 일으키면서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 등 친노 세력의 ‘낙동강벨트’ 확대 전략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대선주자인 문재인 이사장, 잠재적 주자인 김두관 경남지사의 부상으로 연결될지도 주목된다. 호남 중심 옛 민주당 세력이 급격히 약화되면서 세력재편 과정의 진통도 예상된다. 합당 전 민주당은 정동영, 정세균, 천정배, 박주선, 조배숙 등 최고위원 대다수가 호남 출신이었다. 한 대표는 이런 점을 의식한 듯 민주당 전통지지세력을 ‘수십년간 민주당을 묵묵히 지켜온 뿌리’라고 표현했다. 박영선, 이인영 최고위원 등 중간 세대의 지도부 진입은 민주통합당이 세대교체를 실행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총선과 대선에서 2040세대의 지지를 흡수해 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전대를 통해 시민세력의 제도정치권 진입이 실현돼 민주당이 통합 정당·전국 정당의 면모를 갖추었다는 평이다. ●총선 대비 진보색채 강화할 듯 민주당 전당대회는 그간 호남 대의원들의 표심에 전적으로 기댔다. 그래서 호남에 고립된 폐쇄적 이미지가 강했다. 그러나 모바일투표를 통한 일반 시민의 대대적인 참여가 민주당의 폐쇄성을 해소시켰다는 평이다. 따라서 민주당의 시민참여 정치 실험은 일단 긍정적으로 평가받고 있다. 80만명의 매머드급 선거인단이 참여, 시종 예측을 불허하게 해 전당대회 흥행 성공의 요인이 됐다는 얘기다. 민주당은 이번 전대를 통해 원내 중심의 대중 정당에서, 유권자 중심의 열린 정당으로 변모하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평이 나온다. 앞으로 지도부가 모바일 투표로 중요한 당론을 결정하는 식의 새로운 정치 실험들을 해 갈 분위기다. 민주당이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새로운 지도부와 전통 민주당 지지세력의 화학적인 결합이 이루어져야 총선, 대선에서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 고위 당직, 중하위 당직 인선에서 계파 간 대립도 우려된다. 국민참여경선이 주를 이룬다지만 총선공천과정의 잡음도 최소화해야 한다. 전통 지지세력의 소외감, 박탈감도 해소해 줘야 한다. 이춘규 선임기자 taein@seoul.co.kr
  • “시멘트 공장, 인근 주민 건강피해 배상하라”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는 충북 제천의 A시멘트 공장 인근 주민 16명이 신청한 분쟁 조정 건에 대해 시멘트 공장 측이 1억 2500만원을 배상하라고 결정했다고 29일 밝혔다. 1965년 설립돼 연간 450만t의 시멘트를 생산하는 이 공장은 1989년 석회석 운반 벨트를 밀폐하고 2003년에는 대기오염물질 방지시설을 효율이 좋은 여과식 집진시설로 교체했다. 하지만 위원회가 A시멘트 공장 일대 주민 600명을 대상으로 건강영향조사를 한 결과, 만성폐쇄성 폐질환(COPD) 유병률이 12.5%로 다른 지역에 비해 높았다. 먼지와 관련한 직업을 가진 적이 없는 주민이 진폐증을 앓는 경우도 있었다. 신청인은 모두 144명이었지만 이 지역에 10년 이상 거주했고 진폐증이나 만성 폐쇄성 폐질환(COPD) 판정을 받은 주민 16명이 배상을 받게 됐다. 과거에는 신청 자체가 받아들여지지 않던 시멘트공장 인근 주민의 환경분쟁조정에서 배상 결정이 내려진 것은 처음이다. 따라서 시멘트 공장이 있는 영월·단양·삼척 등지에서도 유사한 조정 신청이 잇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환경분쟁조정위 관계자는 “유사한 분쟁조정 신청 건에 대해서는 이미 실시된 건강영향조사나 이에 준하는 조사 결과를 검토해 배상 결정을 내릴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유진상기자 jsr@seoul.co.kr
  • NYT, 총체적 정보실패 꼬집어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사망은 한국과 미국 정보당국의 총체적 실패를 세상에 드러냈다고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가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뉴욕타임스는 한국과 미국 정부 모두 북한이 공식발표를 하기 전까지 김 위원장 사망 사실을 짐작조차 못했다면서, 발표가 있고 나서야 양국 당국자들은 전화통을 붙잡고 서로 진행상황을 물어보기 바빴다고 꼬집었다. 이번에 다시 한번 드러난 북한의 철저한 폐쇄성은 향후 미국과 그 동맹국들이 북한의 권력교체에 어떻게 대응할지 판단하는 데도 어려움을 줄 것이라고 이 신문은 예상했다. 미국은 정찰기와 위성을 통해 북한 전역을 살피는 활동을 한다. 또 군사분계선을 따라 고성능 안테나를 통해 전자신호를 잡아낸다. 한국 국가정보원은 해마다 수천명에 이르는 탈북자들을 인터뷰한다. 하지만 정작 북한 정권 내부에서 이뤄지는 일에 대해선 거의 파악하지 못한다. 북한에선 극소수 핵심 인사들만 민감한 정보들을 공유하기 때문이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 당시 보좌관을 지냈던 미셸 그린은 “우리는 북한이 침공할 경우 어떻게 대처할지 명확한 계획을 갖고 있다.”면서 “하지만 북한 정권이 붕괴할 경우 어떻게 할지는 완전히 백지상태”라고 인정했다. 결국 미국 정부는 북한에서 일어나는 상황을 지켜보고 북한이 한국을 공격하지 않기만을 바라는 구경꾼의 입장이라는 것이다. 크리스토퍼 힐 전 미국 국무부 동아·태차관보는 이와 관련, “북한은 불투명성에 기반해 번창하는 사회”라고 말했다. 뉴욕타임스는 북한이 특별방송을 했던 것은 1994년 김일성 주석이 사망했을 때 단 한 번뿐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 당국자들은 상황의 심각성을 전혀 감지하지 못했다. 이날 한국 정부는 이명박 대통령 생일잔치를 준비하고 있었고, 당국자들은 이날 오전 10시 잇따른 특별방송 예고가 무엇을 의미하느냐는 질문에 어깨를 으쓱했을 뿐이었다. 미 중앙정보국(CIA)이라고 사정은 별반 다르지 않았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직 CIA 정보요원은 “가장 심각한 문제는 우리 정보원들이 북한 정권 지도부에 깊숙이 침투하는 데 실패하는 것이다.”면서 “대부분 중간층 출신인 탈북자들한테 얻는 정보는 구닥다리 정보가 많아 권력 핵심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지 못한다.”고 털어놨다. 강국진기자 betulo@seoul.co.kr
  • [사설] 정보화 역주행하는 정부의 정보 감추기

    중앙정부의 정보 감추기가 늘고 있다. 행정안전부가 발간한 2010년 정보 공개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중앙 행정부처의 정보 비공개율은 2006년 11%에서 2010년 20%로 5년 새 2배 가까이 상승했다. 특히 대통령실은 정보공개율이 2007년 44.33%였으나 지난해에는 4.02%로 급감, 검찰 등 권력기관의 정보 은폐가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터넷 등을 통해 정보가 속속들이 공개되고 위키리크스의 폭로 등으로 국가기밀이 파헤쳐지는 최근 추세와 달리 정부는 정반대로 가고 있다. 공직사회는 정보의 폐쇄성이 정부정책에 대한 신뢰성을 떨어뜨리고 유언비어와 괴담을 양산하는 것은 아닌지 곱씹어봐야 한다. 중앙 행정기관의 정보 비공개율은 참여정부에서 이명박 정부로 접어들면서 점점 높아지고 있다. 연도별 추이를 보면 2006년 5746건이던 정보 비공개 건수가 2009년 9649건으로 늘어난 뒤 지난해에는 1만 1897건으로 1만건을 넘어섰다. 정책보고서는 정책결정 등 민감한 정보 또는 국가의 안보 등과 관련된 정보를 많이 보유 관리하기 때문에 중앙부처가 다른 공공기관에 비해 비공개율이 높을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 말은 뒤집어 보면 정책입안과 집행이 투명하게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국민의 높아진 정보 공개 의식에 발맞춰 정부의 정보 비공개 수법도 점점 교묘해지고 있다. 관련정보가 없다고 하는 것이 가장 일반적이지만 동문서답형으로 답하거나 허위정보를 제공해 비켜가기도 한다. 구제역 매몰지 자료를 요청하자 지방자치단체는 농림수산식품부로 책임을 전가하고 농식품부는 구제역 매몰지가 아닌 신고지 현황이라는 엉뚱한 자료를 제공했다. 특히 지난해에는 법령상 비밀 비공개가 4974건으로 가장 많아 법령 핑계가 신종수법으로 자리잡고 있다. 정부 정책에 대한 정보 접근이 어려우면 불신과 의혹이 증폭된다. 따라서 공직자들은 정보공개청구에 대해 귀찮아할 것이 아니라 열린 자세로 적극적으로 대응해 국민과 소통해야 한다. 그래야지만 정부에 대한 불신이 해소되고 정책에 대한 신뢰가 쌓이게 된다. 정보 공개가 투명하게 이루어지면 부패도 감소하게 된다. 공공정보는 사회 구성원이 공유해야 할 공적 자산이지 공직사회의 전유물이 되어선 안 된다.
  • 박근혜 1월 조기등판하나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의 ‘1월 조기 등판설’이 당 안팎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내년 총선을 위한 공천개혁 방안의 밑그림이 그려지면 한나라당은 곧바로 선거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박 전 대표가 위원장을 맡아 당내 공천을 진두지휘해야 한다는 요구가 그것이다. 앞서 홍준표 대표가 “공천권을 쥐고 있는 한 어느 누구도 공천에 개입하지 못한다.”고 호언장담했지만 지도부 쇄신 요구가 분출한 상황에서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박 전 대표가 선대위원장을 맡게 되면 공천은 평소 지론대로 시스템에 맡기되 새 인물 영입에는 직접 나설 가능성도 거론된다. 한나라당이 내년 총선 후보자를 일반 국민의 손으로 선출하는 ‘오픈 프라이머리’(완전개방형 국민참여경선제) 도입을 진지하게 논의하고 있는 것도 박 전 대표의 ‘시스템 공천론’과 일맥상통한다. 이와 관련해 한나라당 핵심 당직자는 4일 “박 전 대표가 당 대표는 아니더라도 뭔가 화끈하게 하면서 당을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면 사람들도 승복할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쇄신파인 남경필 최고위원도 “선대위가 꾸려지면 박 전 대표를 위시해 몇몇이 책임지고 박 전 대표가 중심에 서는 안에 찬성한다.”고 밝혔다. 앞서 원희룡 최고위원도 박 전 대표에 대해 “새 정치를 주도하는 변화의 리더십, 자신을 버리는 큰 정치를 안 하면 안 된다.”면서 “작은 그릇을 지키는 폐쇄성과 수동성으로는 정치인의 한 사람으로 어려워질 수 있다.”며 정면승부를 요구하기도 했다. 친박(친박근혜)계 쪽에선 시기상조라며 경계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최구식 의원 수행비서의 디도스 해킹 등 당에 초대형 악재가 터진 상황에서 박 전 대표 등판 요구는 더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이날 저녁 비공개로 진행된 최고위원회의는 해킹 사태 대응 때문에 쇄신안이 일단 뒤로 밀렸지만 비상상황에 대한 당의 위기감은 더욱 높아졌다. 친박계 최경환 의원은 “내년 총선이 박 전 대표 중심 체제로 가야 한다는 데는 아무도 이견이 없다.”면서도 “그에 앞서 선거대책 기구가 먼저 꾸려져야 하며, 이에 앞서 현 지도부가 책임을 지고 쇄신안을 내놓으라는 것이 지난달 29일 의원총회에서 모아진 총의인 만큼 현 지도부의 쇄신 구상을 먼저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유승민 최고위원은 “(박 전 대표의 등판을 말할) 시점도 상황도 아니다.”라면서 “디도스 해킹 공격이라는 대형 악재가 터져 당장 쇄신 얘기도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박 전 대표 대변인격인 이정현 의원 역시 “교황이 교시 내리듯 하는 것도 아니고 (박 전 대표 등장 시점을) 지금은 말할 입장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공천 방안을 놓고선 오픈프라이머리가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이는 후보 선출권을 소속 당원·대의원에 국한하지 않고 일반 국민에게 전면 개방하는 제도다. 논의 과정에서 전략공천 비율이 재조정될 가능성도 있다. 박 전 대표가 당 대표를 맡아 17대 총선을 지휘했던 천막당사 시절의 공천 방식도 본보기로 평가된다. 당시 여야는 모두 합쳐 99개 지구당에서 동시에 상향식 공천을 했다. 이재연기자 oscal@seoul.co.kr
  • [CEO 칼럼] 우리의 미래를 생각하면서/장영철 캠코 사장

    [CEO 칼럼] 우리의 미래를 생각하면서/장영철 캠코 사장

    “우리 만남은 우연이 아니야”라는 노랫말처럼 사람들의 만남은 정말 우연이 아닌 것 같다. 우리는 수많은 사람과 관계를 맺고 사는데 상대방을 언제 어떻게 보느냐는 문제, 즉 만남에 있어서 정확한 인식과 적절한 타이밍이 매우 중요하다. 예를 하나 들어 보자. 1912년 4월 영국을 출발해 미국 뉴욕을 향하던 타이타닉호는 인근을 지나던 캘리포니아호에서 보낸 빙하에 대한 경고를 무시하고 전속 항해를 계속했다. 결국 빙하와 충돌한 타이타닉호가 침몰할 때 가장 가까운 거리에 있던 선박 역시 캘리포니아호였다. 바닷속으로 가라앉던 타이타닉호는 사고 현장에서 16㎞ 거리에 있던 캘리포니아호를 향해 조명탄과 무선통신을 활용해 구조신호를 보냈으나, 캘리포니아호는 조명탄을 선상 불꽃놀이로 잘못 인식했다. 설상가상으로 때마침 무선사도 자리를 비운 상태였다. 그 결과 타이타닉호의 승객 1500명 이상이 사망하는 불행이 일어나고, 캘리포니아호 또한 타이타닉호의 침몰을 가장 가까이에서 방조한 배라는 불명예를 얻게 되었다. 만약 불꽃을 조명탄으로 제대로 인식하고 무선사도 사고 당시 제자리에 있었다면 많은 사람이 구조됐을 것이다. 사업에서도 이런 일들이 종종 생긴다. 1970년대 서울에 볼링장이 단 두 곳밖에 없던 시절에 한 지인이 그중 한 곳을 경영한 적이 있었는데, 크게 재미를 보지는 못했다. 당시 우리나라의 소득 및 여가생활 수준에서 볼 때 볼링장은 다소 이른 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소득이 올라가고 여가문화가 활성화된 10년 후였다면 큰 성공을 거두었을 것이다. 사업을 할 때 사회환경적인 여건과 적절한 사업 개시 시점을 항상 고민해야 하는 까닭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수백년 동안의 폐쇄성을 극복하고, 전 세계를 상대로 활발하게 교류하고 있다. 세계 아홉 번째로 무역 규모 1조 달러를 돌파하고 경제규모 세계 10위권이라는 눈부신 성장을 이룩했다. 이 같은 발전은 그동안 한반도라는 울타리에 갇혀 있었지만 기마민족의 DNA가 정부의 강력한 수출산업 육성정책, 그리고 개방화라는 시대의 흐름에 맞춰 발현된 결과라고 생각한다. 시대의 흐름과 우리 민족의 기질이 잘 맞아떨어져 일어난 시너지 효과뿐만 아니라 자유무역을 지향하는 국가들과 관계를 잘 정립한 것이 선진국으로 진입할 수 있었던 성공 요인이라고 본다. 2차 대전 종전 당시 세계 5대 강국으로 평가받던 아르헨티나가 수입대체산업 육성과 같은 내부지향적 정책으로 시대 흐름을 놓치고 선진국 문턱을 넘지 못한 사례만 보더라도 개방적인 관계 형성의 영향을 알 수 있다. 중국도 마찬가지 경험을 갖고 있다. 세계제국을 건설한 당나라와 콜럼버스보다 80여년 빠른 시기에 동아프리카 연안까지 진출했던 명나라는 국제적인 감각과 개방성을 유지하고 있을 때 세계 최고 국가의 지위를 누렸다. 그러나 이후 문호 개방에 소극적인 입장을 취하면서 내부 분란과 함께 망국의 길로 들어서고 말았다. 우리 역사에서도 구한말의 쇄국정책이 나라를 쇠퇴시킨 결과를 가져왔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반면 일본은 선도적인 개화와 적극적인 개방을 통해 한때 세계 2위의 경제대국으로까지 성장할 수 있었다. 불가에서는 모든 사람과 현상이 독립적이지 않고 상호관계하는 인연이 있다고 한다. 기독교에서도 만물을 주재하는 신과의 관계가 모든 것의 연결고리로서 작용한다고 본다. 이러한 연결이 선하게 발전하면 우리가 사는 세상과 각자가 맺고 있는 관계에 있어 더 좋은 일이 일어날 것이다. 시간적 스펙트럼으로 국가의 미래를 조망하고, 대내외적 비전을 구현시킬 수 있는 사람들이 선한 관계로 연결되고, 우리의 이웃 국가와 좋은 관계를 형성해 나간다면 국가의 미래 또한 더욱 발전되리라고 믿는다. 아울러 지난 1년간 본 지면을 통해 독자들과 만나면서, 필자와 여러분 간에도 좋은 관계가 이루어졌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
  • 도봉구, 민간 복지공동체 만든다

    박원순 서울시장의 복지 행보가 과감하게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도봉구가 주민들 모두 더불어 행복하게 살자는 ‘공존’을 강조한 복지공동체 건설에 나섰다. 기존의 공동체가 폐쇄성 짙은 지역 단체를 의미했다면 도봉구는 여기에 ‘마을 주민들의 복지’라는 열린 개념을 도입한 것이다. 이동진 구청장은 “도봉 복지공동체는 ‘민간 참여’ 조직으로, 마을의 복지 문제를 함께 고민하고 해결해 가는 관계망을 확대하는 게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임기 중 민간지역복지거점 기관을 100개까지 지정하는 게 목표다. 구는 올 9월 ‘동 복지위원회 구성 및 운영에 관한 조례’를 제정, 공포하고 지난 21일부터 25일까지 위원을 위촉한다. 동별 20명 내외로 조직된 복지공동체 조직의 전체 위원 248명은 민간참여 중심의 복지전달 시스템 체계화에 앞장서게 된다. 이 구청장은 “공동체적 감각, 인간에 대한 공감 등에서 희망과 대안을 찾고 있다. 동 복지위원이 바로 그런 역할을 맡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정된 재원을 두고 발생하던 갈등은 주민 참여를 통해 풀고, 민간으로 구성된 동 복지위원회가 어려운 이웃을 직접 찾아내 자립할 수 있도록 도와줌으로써 단순한 경제적 지원을 넘어선다는 계획이다. 위원회가 복지공동체의 구심점 역할을 하는 가운데 일선 행정기관·복지관이 복지자원을 활용해 어려운 이웃을 입체적으로 지원한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고전 인물로 다시 읽기] ‘오감도’ 이상

    [고전 인물로 다시 읽기] ‘오감도’ 이상

    ●박제가 되어 버린 천재? 1934년 식민도시 경성의 여름은 뜨거웠다. ‘조선중앙일보’에 7월 24일부터 연재되기 시작한 작품 ‘오감도’(烏瞰圖) 때문이다. 작가는 2000여편 중에서 30편을 골라 연재할 계획이었지만, 결국 15회를 넘기지 못했다. 띄어쓰기 무시! 문법 파괴! 기호와 숫자가 문자를 대신하는 시! 독자들은 분노했다. 이것은 시가 아니다, 당장 원고를 불살라라, 작가가 미쳤다! 하지만 작가는 자신을 미쳤다고 비난하는 독자들에게 반문한다. ‘왜 미쳤다고들 그러는지. 대체 우리는 남보다 수십년씩 뒤떨어져도 마음 놓고 지낼 작정이냐?’ 그가 보기에 대중은 게으르고 편협했다. 자신은 지금 시대의 어리석음과 무지를 뛰어넘고 있는 중인데 독자들은 아직도 구태의연한 문학관만 소비하는 중이니 말이다. ‘오감도’의 작가 이상(李箱·1910~1937). 그는 정말 시대와 불화한 천재였을까. 시대가 박제시켜 버린 천재였을까. 그럴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재능이나 영감에 의지해 개성을 뽐내는 그런 천재는 아니었다. 모두가 문명화, 근대화라는 덧없는 망상 속에서 허둥댈 때, 그는 아무도 보지 못했던 문명의 메커니즘을 보고, 시대의 이면을 볼 줄 아는 눈을 가진, 비상(非常)한, 비상(飛上)을 꿈꾼 지식인이었다. ●모던 경성, 적빈(赤貧)의 시공간 1910년 9월생인 그는 일본어를 국어로 하는 세상에서 태어나 문화통치 기간인 1920년대에 학교교육을 받으며 성장했다. 1920년대 중반이 되면 제국 일본의 식민 경영이 본격적으로 뿌리내리게 된다. 아울러 경성의 도시경관은 총독부 건물, 경성제국대학, 백화점을 중심으로 근대 도시의 풍모를 갖추어 나가기 시작한다. 그 안에서 근대적 학교교육이 본격적으로 보급되고 출판산업 규모가 비약적으로 커졌다. 그리하여 1920년대에는 신문과 잡지를 통해 동시대의 근대문화를 흡수하고 소비하는 ‘대중’이 유럽풍 옷가지와 장신구로 몸을 두르고 커피 한잔을 찾아 방랑하는, 보들레르가 명명했던 ‘산보객들’이 경성 한복판에 등장하기에 이른다. 경성고등보통학교 건축과 학생이었던 이상 역시 화구통을 메고 거리를 어슬렁거린다. 그러나 그의 눈에 비친 것은 가난이었다. 끼니를 잇기 힘든 가난한 중인 가문의 장남이었던 그는 현미빵을 팔아 학교를 다녔다. 그가 배우는 최신 기하학과 건축학이 식구들과 이웃의 허기를 달래줄 날은 참으로 요원했다. 하지만 이런 물질적 가난보다 더 무서운 것은 정신의 가난이었다. 생활은 점점 더 돈을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었다. 돈은 아비와 자식, 친구와 애인을 연결시켜 주는 가장 강력한 매개체였다. 의리도 인정도 돈 앞에서는 힘을 쓸 수 없었다. 지독한 정신의 가난은 가난한 서민들뿐 아니라 도시인 전체를 갉아먹고 있었다. 대중매체가 선전하는 소비와 향락, 학교에서 강요하는 청결하고 근면한 생활. 이상이 보기에 이것은 실상 일본식 유행풍속을 좇아 양복을 입고 몇 개 안 되는 다방을 전전하면서 ‘교양입네’ 하는 꼴이었다. 제국 일본의 식민도시 경성은 제대로 문명화를 구가하지도 못하면서 박래품 소비에만 열광하는 ‘무늬만 근대도시’였다 경성의 도시인들은 모두 ‘모던’(modern)이라는 거울을 통해 자신의 모습을 보지만, 정작 자신의 텅 빈 정신은 보지 못하는 불구자들이었다. 왼팔을 들면 거울 속의 나는 오른팔을 들어 올리는 기묘한 형국처럼 도시인들은 자신을 비추는 문명의 거울 앞에서 분열증에 시달렸다. 지독한 정신의 가난 속에서도 겉으로는 잘사는 척, 문명인인 척하기에 급급한 삶이라니! 이상은 이 사태가 공포스러웠다. 그 수선스러움에 질식할 것 같았다. 이 가난에 맞서야 한다! ●나의 펜은 나의 칼이다 1930년 ‘조선’에 연재된 첫 장편소설 ‘십이월 십이일’을 필두로, ‘이상한 가역반응’, ‘삼차각설계도’, ‘건축무한육면각체’ 등 기하학과 일본어가 맞물린 시들과 ‘지도의 암실’ 등의 소설, 다양한 수필이 발표된다. 문명을 지탱하는 정신의 가난과 대결하면서 그가 집중적으로 관심을 기울인 것은 언어의 문제였다. 식민지 조선에서는 일본어가 국어다. 하지만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말은 조선어다. 그는 식민지에서의 가난과 소외가 무엇보다도 언어와 그 언어 사용자 사이에 놓인 간극 때문에 발생한다고 생각했다. 예컨대 1930년대를 지배하는 ‘모던’이라는 말 안에는 그 어떤 진지한 성찰도 부재했다. 도시의 소비자들은 양복(洋服), 양행(洋行)과 같이 서양풍을 내세운 습속에만 매달릴 뿐 왜 서양식 옷을 입고 서양에서 나온 책을 읽어야 하는지에 대해 자문하지 않았다. ‘모던’이란 말은 식민지 조선에서 텅 빈 기호였다. 그 안에서 어떤 정신적 가치도 찾을 수 없었다. 이상은 그런 시대를 ‘활자허무시대’라고 명명했다. 이상은 그렇게 기호에 갇혀 자기 삶의 진실을 외면하는 문명인의 삶을 해부하기로 했다. 그러니 당연하게도 그런 그에게 문학은 대중이 기대하는 여가선용이나 위안의 도구일 수 없었다. 그렇다고 사회주의자들이 주장하듯 특정한 계급의 현실을 드러내고 정치적 방향을 선동하는 이념의 도구에 머무를 수도 없었다. 문명의 매커니즘을 해부하고, 소외된 삶을 극복하는 것! 이것이 문학의 일차적인 임무여야 했다. 이상에게 펜은 그런 가난한 문명과 나태한 정신을 향해 휘두르는 칼이어야 했다. 그의 시 ‘오감도’는 숫자와 여러 가지 기호들을 통해 근대적 삶의 폐쇄성과 불구성을 해부하는 ‘메스’로서의 문학이었던 셈이다. ‘오감도’ 연재가 중단된 후 자신의 시도가 불러일으킨 적대적 반응에도 불구하고 이상은 실망하지 않았다. 자신을 몰라보는 대중을 무시하지도 않았으며, 관광객의 시선으로 그들의 삶을 관조하지도 않았다. 속악한 돈의 횡포나 비정한 이기주의를 직시하면서도, 그는 자신 역시 허위에 찬 근대의 산물임을 처절하게 의식했다. 박태원과 김기림 같은 지인들은 이상이 퇴폐적 카페를 열고 여급들과 연애하는 것을 보면서, 그가 문학만이 아니라 자신의 삶으로도 문명을 비판하고 자조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는 감추려고도, 미화하려고도 하지 않았다. 자신이 겪은 배반과 궁핍을 솔직하게 드러내면서 근대문명을 고민하고, 그 안을 휘청거리며 걸었다. ●이상, 시대의 혈서를 쓰는 자 1936년 가을, 이상은 일본 도쿄로 떠났다. ‘날개’를 통해 평단으로부터 큰 주목과 호평을 받은 직후였다. ‘날개’는 돈으로 마음과 정신을 사고파는 근대인의 삶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작품이다. 여기서 이상은 주인공이 날개를 얻어 비상할 것을 꿈꾸는 장면으로 작품을 마무리했다. 해부를 넘어 새로운 도덕을 발견할 필요성을 느꼈기 때문이다. 그는 어쩌면 그 도덕적 비전이 식민지 조선 바깥에, 현해탄 건너 문명의 본산에 있을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도쿄에서 그를 기다리는 것은 허영의 낙원이었다. 특가품, 할인품, 온갖 상품들로 넘쳐나는 긴자 거리에서 사람들은 모두 성병에 걸린 듯 화려하게 치장한 채 돌아다녔으며, 최신 서적들은 그저 교양으로 소비되고 있었다. 거기에도 자기 삶의 정열을 태우는 인간은 아무도 없었다. 오히려 현대 자본주의의 병폐가 더 노골적으로 발산되고 있었다. 영국 런던에 가도 사정은 마찬가지일 것이다. 어딜 가도 적막, 암흑, 권태뿐이다. 그렇다면 어디에서 새로운 도덕을 찾아야 한단 말인가. 20세기가 그토록 찬미해 마지않는 문명이란 정신의 가난만 키우는 황금만능의 허위 세계임을, 이상은 낯선 땅에서 뼛속 깊이 절감한다. 그해 겨울 도쿄 거리에서 이상은 불온한 조선인으로 낙인찍혀 감방에 갇히게 된다. 도일(渡日)하기 전부터 앓았던 폐병은 급속도로 악화되었고, 문명의 속악성은 그의 마음에서 한 가닥 희망마저 앗아가고 있었다. 그 와중에도 그는 글을 쓰면서 돌파구를 모색하겠다는 의지를 포기하지 않았다. 1937년 4월 17일. 채 십년이 되지 않는 창작 기간 동안 오직 근대문명의 실상을 파헤치기 위해 글을 썼던 이상이 죽었다. 그의 죽음은 친구 김기림의 말대로 제 육체의 마지막 조각을 갖고 제 혈관을 짜서 쓴 시대의 혈서였다. 죽기 몇 달 전 탈고한 소설 ‘종생기’(終生記)에서 이상은 자신의 묘지명을 작성한다. “일세의 귀재(鬼才) 이상은 그 통생(通生)의 대작 ‘종생기’ 일편을 남기고 서력 기원후 일천구백삼십칠년 정축(丁丑) 삼월삼일 미시(未時) 여기 백일(白日) 아래서 그 파란만장(?)의 생애를 끝막고 문득 졸하다. 향년 만이십오세와 십일개월.” 자신을 죽이고, 그 시체로부터 생과 예술의 본질을 투시하려 했던 자. 임박한 죽음 앞에서도 이상은 그렇게 끝까지 예리한 언어의 칼날을 거두지 않았다. 오선민 남산강학원 연구원
  • [씨줄날줄] 자수성가 부자/곽태헌 논설위원

    이명박 대통령은 현대건설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해 현대그룹 주요 계열사의 CEO를 지냈지만 오너가 아닌 월급쟁이였다. 이 대통령이 고(故) 정주영 그룹 명예회장을 대신해 청와대에서 열린 재벌 회장 모임에 대타로 참석하자 모 그룹 회장이 “당신이 왜 여기에 왔느냐.”고 핀잔했던 것으로 재계에는 알려져 있다. 그 재벌 회장은 2007년 12월 대통령선거에서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가 당선되자, 보복을 당할까 좌불안석이었을지도 모르지만 피해를 본 것은 아직까지는 없다. 모 그룹 회장이 이 대통령에게 이같이 말한 것은 재벌의 힘, 재벌의 폐쇄성을 말해주는 상징적인 사례다. 대기업들의 모임인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사실상 재벌 오너들의 모임이다. 샐러리맨의 신화로 통하는 S그룹 회장도 재벌 모임에서는 약간 소외돼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이것도 재벌의 폐쇄성, 그들만의 리그를 보여주는 사례로 꼽힌다. 선대로부터 물려받은 것도 많고 계열사도 많으면 보통 재벌 회장으로 불리지만 처음에는 맨손으로 일굴 수밖에 없다. 한국의 대표적인 대기업 집단을 일군 고 정주영 명예회장은 자수성가한 부자의 대명사로 통한다. 20년 전쯤 정 명예회장이 정계에 발을 들여놓자 노태우 정부는 현대그룹을 겨냥해 세무조사 등 온갖 압박을 가했다. 하지만 현대그룹이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탄탄한 계열사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당시 현대중공업의 한해 순이익은 삼성그룹 전체의 순이익과 비슷했다고 한다. 현대자동차, 현대건설 등 잘나가는 계열사들이 현대그룹에는 즐비했다. 반면 삼성그룹에서는 삼성생명과 삼성물산 정도가 그나마 의미 있는 순이익을 내는 정도였다. 재벌닷컴이 1813개 상장사와 1만 4289개 비상장사의 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주식·배당금·부동산 등 등기자산의 가치를 평가한 결과, 흔히 억만장자(billionaire)의 기준으로 삼는 1조원 이상의 부자는 25명이었다. 이중 대(代)물림에 의존하지 않은 자수성가형 부자는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을 비롯해 6명. 박 회장의 재산은 2조 4683억원으로 6위였다. 부모의 능력이나 부모의 대물림에 의존하지 않은 자수성가형의 부자가 많아야 열린 사회이고 희망이 있는 사회다. 보통사람들에게 희망을 주고, 기존 재벌들의 폐쇄성을 경고하는 의미에서도 앞으로 제2, 제3의 박현주가 많이 나와야 한다. 신흥부자들은 돈도 제대로, 멋있게 써서 기존 재벌과는 또 다른 좋은 모습을 보여줬으면 좋겠다. 곽태헌 논설위원 tiger@seoul.co.kr
  • “잡스가 21세기 에디슨?… 혁신가 일 뿐”

    “잡스가 21세기 에디슨?… 혁신가 일 뿐”

    전구의 발명으로 가정과 공장 환경을 개선시킨 토머스 에디슨, 값싼 자동차의 대량 생산으로 고속도로 시대를 연 헨리 포드, 비행기의 발명으로 지구촌의 시간과 거리를 단축시킨 라이트 형제…. 고인이 된 스티브 잡스의 업적은 과연 이들과 견줄 만한 것인가. ‘스티브 잡스’의 이름 앞에 온갖 찬사의 수식어가 붙고 있는 가운데, 미국 현지 언론과 전문가들은 이 같은 질문에 “아마도 그렇지는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들은 잡스가 추억하고 영광으로 여길 만한 천재이며 혁신가라는 점은 분명하지만, 그의 공헌이 과대 평가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물었다. 시사주간지 유에스뉴스앤드월드리포트의 릭 뉴먼 선임기자는 “애플의 혁신이 컴퓨터를 재미있고 사용하기 쉽게 만들었지만, 그렇다고 애플의 제품들이 자동차나 전구, 비행기와 맞먹을 정도로 지대한 사회적 영향을 미친 것은 아니었다.”고 평가했다고 일간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가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뉴먼은 에디슨의 전구가 촛불이나 가스 램프로 인한 화재 감소로 가정의 안전과 공장 작업환경의 개선을 가져왔고, 포드의 자동차는 교외와 각 주를 연결하는 고속도로를 달렸으며, 비행기는 세계 각국의 거리를 좁혔다는 점을 상기시켰다. 그러면서 뉴먼은 “예술적인 사용자 인터페이스(컴퓨터와 사용자 간의 매개체)를 개발한 실용주의자”라는 표현이 잡스에게는 더 어울린다고 지적했다. 사회적으로 엄청난 2차, 3차 파장을 일으키는 발명가와 실용적인 경쟁력을 갖춘 혁신가 사이에는 분명한 간극이 있다는 얘기다. 작가 마이클 데이지는 뉴욕타임스 기고문에서 애플의 비밀주의와 폐쇄성을 거론했다. 데이지는 “1970년대 젊은 반역자인 잡스가 2011년의 애플에 깜짝 놀랄 수 있다.”고 전제한 뒤 “애플 사용자들은 자기 뜻대로 프로그램을 설치할 수 없고, 애플이 통제하는 서버로부터 다운로드를 받아야 한다.”며 애플의 통제와 검열을 비판했다. 그는 현재 애플의 제품들이 노동환경이 열악한 중국에서 생산되고 있어, 미국의 고용창출에 기여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꼬집었다. 박찬구기자 ckpark@seoul.co.kr
  • 난치성 질환 COPD 위험성 20% 개선

    사실상 치료가 어려워 대표적인 난치성 질환으로 꼽히는 만성폐쇄성 폐질환(COPD)에 로플루밀라스트 성분의 신개념 치료제인 ‘닥사스’(나이코메드)가 효과적이라는 연구 결과가 제시됐다.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국내 COPD 환자 치료에 새로운 전환점이 될 전망이다. 최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열린 유럽호흡기학회(ERS) 연례 학술대회에서 치료에도 불구하고 악화가 반복되는 COPD에 로플루밀라스트 제제가 유효한 항염증 효과를 보였다는 임상결과가 발표됐다. 학회에서 런던 유니버시티 칼리지의 자드위거 베디차 박사는 “이 연구가 중요한 것은 COPD를 빈번하게 악화시키는 표현형에서 로플루밀라스트가 악화를 감소시키는 유효한 항염증 효과를 보였다는 점”이라고 밝혔다. 그는 “‘잦은 악화’ 그룹은 ‘드문 악화’ 그룹에 비해 건강상태가 더 나빠지고, 병의 진행도 빠르다.”면서 “따라서 악화가 잦은 환자는 이를 완화하는 것이 핵심적인 치료 목적이며, 이런 점에서 닥사스는 효과적인 치료 방안”이라고 덧붙였다. 베디차 박사가 주도한 이번 연구는 만성 기관지염을 동반하고, 잦은 악화를 보이는 중증 COPD환자 1500명 이상을 대상으로 한 2건의 연구를 통합 분석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그 결과 잦은 악화 환자 중 로플루밀라스트 제제로 1년 이상 치료를 받은 환자군은 잦은 악화상태를 지속할 위험성이 위약군에 비해 20%나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베디차 박사는 “이런 연구 결과는 로플루밀라스트 제제가 COPD환자의 잦은 악화상태를 안정적인 드문 악화상태로 개선시킨다는 것을 뜻한다.”고 설명했다. 나이코메드사의 앤더스 울만 연구개발 담당 부사장은 “로플루밀라스트 제제가 질환 상태를 안정적으로 개선해 잦은 악화로 고통받는 환자들에게 효과적인 치료 대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닥사스는 PDE4억제제로, 만성 기관지염을 동반한 중증 COPD치료제로 개발됐다. 개발 직후 유럽연합(EU)과 미국·캐나다 등에서 승인 받았으며, 국제 폐질환 치료가이드라인도 닥사스가 3∼4기 COPD환자의 염증을 유의하게 감소시킨다고 명시하고 있다. 심재억 전문기자 jeshim@seoul.co.kr
  • [Weekend inside] “인화학교 사건 잔혹성보다 구조적 원인 찾아야”

    [Weekend inside] “인화학교 사건 잔혹성보다 구조적 원인 찾아야”

    최영애(60) 여성인권을 지원하는 사람들 대표는 2004년부터 2007년까지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 등을 역임하면서 영화 ‘도가니’의 실제 모델인 광주 인화학교 사건을 직접 조사했다. 최 대표는 30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당시 법 한계에 부딪혀 가해자들이 제대로 된 처벌을 받지 못했다는 것에 화가 나고 분통이 터진다.”고 안타까워했다. 또 “사건의 잔혹성에 주목하기 보다 구조적 원인을 찾아 개선하려는 노력으로 제2, 제3의 ‘도가니’를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영화 ‘도가니’ 열풍을 바라보는 소회는. -영화를 직접 보지는 않았다. 피해 학생들이 증언했던 고통과 상처가 다시 떠오를 것 같아서다. 당시 사건을 조사하면서 직접 광주에 내려가 피해 학생들에 대한 심리치료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증언을 들었다. ‘도가니’ 열풍이 불고 관련 대책이 마련되는 움직임을 보면서 피해 학생들의 얼굴이 주마등처럼 스쳤다. →인화학교 사건을 계기로 사회가 주목해야 할 점은. -광주 인화학교 사건에는 사학재단의 공고한 폐쇄성과 성폭력을 바라보는 남성 중심적 사고라는 두 가지 구조가 깔려있다. 인화학교와 같은 사학재단의 장애인시설은 친인척이 모든 보직과 인사권을 쥐고 있다. 처음에는 한두 명이 성폭력을 시작해도, 이런 범죄를 알고도 묵인하는 폐쇄성 때문에 여러 사람이 범죄에 가담하게 된다. 또한 ‘항거불능’이라는 비합리적인 조항을 장애아동들에게 적용해 가해자들이 제대로 된 처벌을 받지 않았다. ‘항거불능’이라는 조항은 피해자가 죽을 힘을 다해 저항하지 않는 한 ‘좋아서 한 성관계’라고 판단하는 근거가 되는, 성폭력을 바라보는 남성 중심적인 사고가 반영된 조항이다. →영화 ‘도가니’로 우려되는 점은 없는지. -사람들은 영화와 소설을 통해 접한 사건의 잔혹성에 주목하려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사건의 잔혹성이 지나치게 부각될 경우 피해 학생들에게 2차 피해를 입힐 수 있다. 피해 학생들이 과거의 기억을 떠올리고 정신적으로 고통을 받게 되고, 인화학교 학생들 모두에게 ‘혹시 당하지 않았을까’ 하는 편견과 낙인이 생길 수 있다. 가해자들에 대한 분노 여론으로 인화학교 사건을 재수사하게 됐지만, 장애아동 시설 내의 성폭력은 인화학교만의 문제가 아니다. 단순히 학교를 폐교하고 가해자를 처벌한다고 해서 끝나지 않는다. →향후 필요한 대책은 -여야 정치권과 정부가 앞다퉈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나선 점은 바람직하다. 하지만 움직임이 한때의 열풍을 등에 업은 전시행정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 김소라기자 sora@seoul.co.kr
  • 統攝인가 通涉인가… ‘사회생물학 대논쟁’ 통해 본 통섭의 개념

    統攝인가 通涉인가… ‘사회생물학 대논쟁’ 통해 본 통섭의 개념

    統攝이냐, 通涉이냐. 최재천(57)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석좌교수가 지식대통합을 위한 방편으로 제안해 한국사회에서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용어 ‘통섭’ 얘기다. 거느릴 통에 몰아잡을 섭을 써서 무언가가 중심에 서서 한데 몰아잡아 거느리느냐, 아니면 통할 통에 건널 섭을 써서 서로 대등한 입장에서 자유롭게 건네주고 받느냐다. 쉽게 말해 수직적이고 위계적인 계열화냐, 아니면 수평적이고 대등한 융합이냐다. 통섭이라는 단어가 널리 힘을 발휘하게 된 근원은 후자에 가깝다. 통섭이란 단어가 대개는 분과학문의 벽을 뛰어넘은 소통의 의미로 받아들여지고, 또 대개 그런 의미로 쓰여지고 있다는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하지만 이는 한 가지 의문을 낳는다. 통섭을 그런 의미로 쓸 경우 분과학문의 폐쇄성과 비효율을 비판하면서 등장한 간(間)학문적 태도, 혹은 요즘 유행하는 표현을 빌리자면 트랜스(Trans)적인 태도와 어떤 차이가 있느냐다. 단지 조금 더 멋져 보이는 단어일 뿐인가. 최근 나온 ‘사회생물학 대논쟁’(이음 펴냄)은 이 의문을 둘러싼 논쟁이다. 최 교수 주도로 과학철학, 과학사, 과학사회학 분야 학자들이 2009년 발표한 학술논문들을 담았다. 발표한 지 2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유효한 논거들이다. 명쾌한 결론은 없다. 하지만 통섭이란 용어, 그리고 사회생물학이 어떤 맥락을 갖고 있는지 확인해 볼 수 있어 매력적이다. 통섭이란 단어는 미국의 사회생물학자 에드워드 윌슨(82)이 썼다. 원어는 ‘콘실리언스’(Concilience)다. 모든 학문에 공통되는 사실을 언급하는 19세기 때 단어를 복구한 것이다. 윌슨의 제자로 이 개념을 번역한 최 교수도 스승의 예를 따라 일반적으로 잘 쓰지 않는 ‘통섭’(統攝)이란 단어를 골랐다. 주목할 점은 윌슨이 ‘Concilience’를 상위개념인 사회생물학이 다른 인문사회과학을 하위 분야로 포괄하는 개념으로 썼다는 사실이다. 때문에 생물학제국주의, 유전자결정론, 우생학으로 연결되면서 인종주의를 정당화한다는 거센 비판에 직면했다. 덕분에 윌슨은 학술대회장에서 마이크를 빼앗기고 물세례를 맞는 수모까지 당했다. 최 교수는 이런 논란에 애매한 태도를 유지한다. 우선 윌슨의 관점을 모두 받아들이지는 않는다고 선을 긋는다. 번역자로서 원저자의 의도에 맞는 단어를 고르다가 ‘統攝’을 선택했을 뿐, 자신의 견해는 通攝(두루 소통하며 쥔다), 혹은 通涉에 가깝다는 말까지 덧붙인다. 그럼에도 인간의 모든 행위를 생물학적으로 설명할 수 있다는 강한 신념을 내보인다. 인간에게는 유전자 수준을 뛰어넘는 창발성(Emergence)이 있다는 반론에 대해 그는 “창발성 자체도 언젠가 분석되고 설명될 개념이라는 내 입장에는 일말의 변화도 없다.”면서 “그 과정에서 자연과학이 가장 크게 기여하리라는 기대에도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못박았다. 앞에선 부인해 놓고 뒤돌아서서는 ‘도로 윌슨’을 외치는 격이다. 이쯤 되면 ‘대논쟁’이란 말이 자가발전적이라는 ‘의심’이 슬쩍 든다. 때문에 시선을 제대로 자극하는 것은 통섭반대론자들의 논거다. 전통적인 문화론 입장에서 통섭을 통한 지식대통합에 부정적인 이정덕 전북대 고고문화인류학과 교수, 통섭이란 개념은 자연과학자와 인문사회학자를 화해시키기보다 오히려 더 대립시키기 때문에 차라리 영국 철학자 앨프리드 화이트헤드의 합생(合生·Concrescence) 개념을 쓰자는 김환석 국민대 사회학과 교수의 제안이 눈에 띈다. 가장 결정적인 비판은 김동광 고려대 과학기술학연구소 연구교수의 주장이다. 김 교수는 한국에서의 통섭 논쟁의 특징은 ▲번역어가 무슨 뜻이냐에만 관심이 쏠렸지, 수직적이냐 수평적이냐 하는 논란은 큰 관심을 끌지 못했으며 ▲따라서 사회생물학 논쟁으로 연결되지 못했고 ▲그러다 보니 정작 생물학자들은 논쟁에 그다지 참여하지 않았다고 진단한다. 여기서 미국과 한국의 차이가 발생한다는 지적이다. 최 교수는 한국에서 다위니즘(진화론)에 대한 깊은 논의가 없다는 점을 한탄하지만, 김 교수가 보기에 한국에서 오히려 부족한 것은 우생학에 대한 논의다. “사회생물학자들은 또 그 이야기인가 하고 손사래를 치겠지만”이란 전제를 깔고 얘기를 시작하는 김 교수는 “서구에서는 오랜 기독교적 전통에 홀로코스트(대학살) 경험이 있기 때문에 과학으로 위장된 정치사회적 주장에 대한 반감이나 견제가 강하다.”고 상기시켰다. 윌슨이 통섭을 주장한 것은 바로 이런 반감을 뚫기 위해서라는 얘기다. 즉, 일반대중이나 인문사회과학도가 아닌, 사회생물학 후예들에게 걱정 말고 앞으로 전진하라는 의도를 담고 있다는 것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황우석 사태’에서 보듯 “과학이 곧 경제성장과 경쟁력 강화라는 말과 동의어로 인식되면서 독특한 국가주의적 성격”이 짙다고 김 교수는 말한다. 때문에 과학에 대한 반감이나 견제보다는 쉽게 열광으로 휘몰아쳐 간다는 것이다. 과학적이라고 말하면 곧 중립적이고 위해가 없으리라는 판단, 그것이 문제의 본질이라는 주장이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부고] 노태우 오른팔이자 5·6공 ‘특급소방수’ 이춘구 전 의원 별세

    [부고] 노태우 오른팔이자 5·6공 ‘특급소방수’ 이춘구 전 의원 별세

    제11∼14대 국회의원과 옛 민자당 대표를 지낸 지낸 이춘구 전 의원이 20일 별세했다. 78세. 대한민국 헌정회는 이 전 의원이 이날 새벽 숙환으로 숨을 거뒀다고 밝혔다. 직접 사인은 만성 폐쇄성 폐질환으로 알려졌다. 고인은 군사정권인 5공화국과 6공화국은 물론 김영삼 문민정부에서도 영향력을 행사한 정치인이다. 육사 14기 출신으로 준장으로 예편한 뒤 1980년 5월 17일 비상계엄 직후 국보위 재무위원으로 신군부 세력에 합류, 사회정화위원장을 지냈다. 11대 국회 때 전국구 의원으로 정치에 입문한 이후 고향인 충북 제천에서 내리 당선돼 4선의 관록을 쌓았다. 고인은 특히 5공 당시 노태우 전 대통령이 내무장관을 역임하던 시절 차관으로 일하면서 빈틈없는 업무수행 능력을 인정받았고, 이를 계기로 5공 말 노 전 대통령의 천거로 민정당 사무총장에 전격 기용되면서 여권 실세로 떠올랐다. 노 전 대통령의 오른팔로 1987년 대선에서는 민정당의 선대본부장을 맡아 ‘대통령 만들기’에 성공했다. 이후 5공 청산과 ‘정호용 의원직 사퇴’ 등 정치적 고비 때마다 전면에 등장해 ‘특급소방수’로 불리기도 했다. 고인은 ‘6공 황태자’라고 불린 박철언 전 체육청소년부 장관을 두고 노 전 대통령에게 싫은 소리를 한 유일한 여권 인사로, 박 전 장관 처리 문제에 불만을 품고 노 전 대통령 초청 모임에 불참하는 강단을 보이기도 했다. 1990년 민정당, 민주당, 공화당 간 3당 합당에 대해서는 “성급했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14대 대선에서 선대위 부위원장으로 김영삼 전 대통령의 당선에 크게 기여해 김 전 대통령으로부터도 신임을 받았다. 이 때문에 김 전 대통령은 1994년에 예상을 깨고 군 출신에다 5·6공 핵심 인사인 고인을 국회부의장에 중용했다. 1995년 민자당 대표, 1996년 신한국당 대표 등을 역임하며 YS 정권에서도 정치적 영향력을 발휘했다. 유족으로는 부인 문춘자씨와 아들 재용(개인사업), 딸 서영, 사위 권기연(에스에스모터스 대표이사) 씨 등이 있다. 빈소는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 21호. 발인은 22일. (02)2258-5971 이창구기자 window2@seoul.co.kr
  • 이춘구 전 민자당 대표 별세

    이춘구 전 민자당 대표 별세

    제 11∼14대 국회의원과 옛 민자당 대표를 지낸 지낸 이춘구 전 의원이 20일 별세했다. 78세. 대한민국 헌정회는 이 전 의원이 이날 새벽 숙환으로 숨을 거뒀다고 밝혔다. 직접 사인은 만성 폐쇄성 폐질환으로 알려졌다. 충북 청원 출신의 고인은 육사 14기로, 준장 예편한 뒤 5·17 직후 국보위 재무위원으로 신군부 세력에 합류, 사회정화위원장을 거친 뒤 1981년 제11대 총선에서 민정당 전국구 의원으로 정치에 입문했다. 고인은 5공과 6공을 거치며 충북 제천에서 4선을 하며 민정계의 실세로 활동했다. 특히 5공에서 노태우 전 대통령이 내무장관을 역임하던 시절 내무차관으로 보필하며 신임을 얻었고 이를 계기로 1986년 민정당 사무총장에 기용됐다. 노 전 대통령의 핵심 측근으로 평가됐던 그는 1987년 13대 대선 선거대책본부장에 이어 이듬해 노 대통령 취임준비위원장을 맡는 등 6공의 정권인수 작업을 지휘했고 6공이 출범하면서 내무장관에 기용됐다. 고인은 1992년 민자당 사무총장을 지냈으며 14대 대선 당시에도 김영삼 대통령의 당선에 크게 기여했다. 그 공로로 국회부의장과 민자당 대표를 역임했다. 유족으로는 부인 문춘자씨와 아들 재용(개인사업), 딸 서영, 사위 권기연(에스에스모터스 대표이사) 등이 있다. 빈소는 강남성모병원 장례식장 21호. 발인은 22일이다. (02) 2258-5971 인터넷서울신문 event@seoul.co.kr
  • 中·러·日 ‘국가 이미지 개선’ 공공외교 총력

    공공외교라는 잣대에서 중국과 러시아는 여러 모로 닮은꼴이다. 양국은 상대적으로 오랜 공공외교의 전통을 갖고 있지만, 20세기 후반 이후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국가적 관심사로 공공외교에 주력해 왔다. 지나친 국가 주도, 통제와 폐쇄성, 인권문제 등 근본적인 문제점이 바뀌지 않는 한 한계가 뚜렷하다는 비판을 받는 것도 공통점이다. 세계 2위의 경제대국으로 올라선 중국은 자국을 위협적인 존재로 인식하는 세계인들의 인식을 바꾸는 데 공공외교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개혁·개방 정책과 톈안먼 사태 이후 중국 정부는 국가 이미지를 긍정적으로 바꾸고 국제사회의 신뢰를 얻기 위해 본격적인 활동에 착수했다. 국가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해 2009년에만 450억 위안(약 7조 6000억원)을 투입했을 정도다. 대표적인 사례가 공자학원이다. 중국어 교육을 통해 중국의 가치와 문화를 전파하고자 하는 공자학원은 2004년 한국에 처음 설립됐다. 이후 2010년 현재 96개국에 332개의 공자학원과 369개의 공자교실이 운영되고 있다. 러시아의 공공외교는 소련 붕괴 이후 금융위기를 겪는 등 혼란이 계속되면서 극도로 위축됐다가 2000년대 들어서야 시스템을 다시 정비하기 시작했다. 인도주의 협력청을 2008년 설립하고 지난해에는 향후 20년을 조망한 장기계획도 내놓았다. 인도주의 협력청은 러시아에 대한 호감과 선호도를 높이기 위해 문화학술교류를 담당하는 문화외교 주관 기관으로, 세계 50여개 지역에 문화·과학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러시아가 현재 전 세계 50여곳에 문화과학센터라는 이름으로 설립한 러시아문화원을 2020년까지 100곳으로 늘리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한국은 내년에 문화원이 들어선다. 인도주의 협력청 소속으로 한국에 파견된 알렉세이 말롤레트코는 “문화과학센터 설립은 러시아의 연성권력(소프트파워)을 강화하기 위한 활동의 일환”이라면서 “현재 한국에선 러시아를 아는 사람이 거의 없다. 때문에 지금은 문화·학술 교류와 초청 등 낮은 수준의 관계 증진에 주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강국진·정서린기자 betulo@seoul.co.kr
  • ‘방산 비리’ 원인·해법은…

    끊임없이 터지는 군납 비리를 뿌리뽑기 위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의 목소리가 높다. 올 들어서만 5건의 방위사업청, 방산업체 비리가 불거졌다. 전문가들은 방사청의 구조적인 폐쇄성을 바로 잡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동욱 경남대 군사학과 교수는 “방사청 조직이 상명하복이 강한 특성을 지니고 있는 데다 비리를 저지르는 것을 감시하는 체계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 교수는 비리가 계속되는 이유로 군 납품 업체가 과거 방사청 직원이었던 사람들을 쓰면서 비롯된다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퇴사한 직원들이 군납 관련 사정을 잘 알아 사업을 따내기 쉽기 때문에 쉽게 채용하는데, 방사청 조직이 폐쇄적이라 비리가 있어도 눈감아 버리고 만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이 교수는 헌병, 기무부대 같은 감시기구가 제 역할을 해야 한다고 해결책을 제시했다. 이 교수는 “비리가 일어났을 때 감시기구도 함께 책임을 지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상호 대전대 군사학과 교수는 “방사청이 경직돼 있고 관료화된 구조로 이뤄지다 보니 비리를 사전에 차단하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김진아기자 jin@seoul.co.kr
  • “X레이도 못찾는 폐암 초기 개가 진단한다”

    “X레이도 못찾는 폐암 초기 개가 진단한다”

    후각이 뛰어난 개를 활용해 인간의 폐암 발병 여부를 초기에 찾아내는 연구가 급진전되고 있다. 영국의 일간지 데일리 메일은 18일 독일 쉴러회헤 종합병원의 연구진이 개를 훈련시켜 인간 몸속의 각종 암 발병 여부를 냄새로 진단하는 연구가 진행중이라고 보도했다. 폐암에 걸린 환자를 대상으로 한 독창적인 실험을 한 결과 훈련받은 개가 폐암환자 10명중 7명꼴로 신뢰할만한 성과를 얻었다는 것이다. 영국의 경우 1년에 3만9000여명이 폐암 판정을 받지만, 초기에 발병여부를 알아내지 못해 1년이상 생존률이 겨우 25%에 불과한 실정이다. 그러나 환자의 날숨에서 페암과 관련있는 휘발성유기화합물(VOCs)를 찾아내는데 후각이 뛰어난 훈련받은 개가 결정적 역할을 하게 됨에 따라 폐암 조기 진단에 청신호가 켜졌다. 독일 병원 연구진이 폐암 초기 및 말기 환자, 만성 폐쇄성 폐질환 환자, 그리고 정상인 등 220여명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훈련받은 개가 폐암 환자 100중 71 샘플에서 VOCs를 맡아냈다고 한다. 실험에는 후각이 뛰어난 독일산 쉐퍼드와 캐나다산 레브라도 리트리버가 11주간의 특별훈련을 거쳐 참여했다고 한다. 특히 유럽 호흡기 저널에 실린 보고서에 따르면 실험에 참여한 개들은 환자가 복용한 약이나 담배 냄새 등에 현혹되지 않고 폐암발병 여부를 알아 냈다. 이 병원 연구진의 최종 목표는 개가 냄새를 통해 암 특유의 화학성분을 가려내고 폐암을 초기 단계에서 진단하는 데 사용하는 장치를 개발하는 것이다. 연구팀을 이끌고 있는 토르스텐 발레스는 “훈련된 개의 예리한 후각으로 초기 단계에서 폐암환자의 날숨과 정상인의 호흡 샘플에서 나오는 화학물질의 미세한 차이를 탐지해 내는 것”이라고 연구의 핵심 컨셉트를 소개했다. 사진=데일리 메일 캡쳐 서울신문 나우뉴스부 nownews@seoul.co.kr  
  • [허남주칼럼] 어머니를 울리지 말라

    [허남주칼럼] 어머니를 울리지 말라

    아들을 군대에서 잃은 어머니가 말한다. “자살이라도 가혹행위 때문이라면 그것은 타살이다.” 더욱이 용렬(庸劣)이란 불명예까지 덧씌워진 것은 두번의 죽음이라고 눈물을 흘렸다. 군대 내 자살을 몇몇의 허약한 이 시대 청년의 문제로 돌려선 안 된다는 사실은 통계가 말해준다. 2004년 이후 지난해까지 군대에서 사망한 병사는 884명, 평균 3일에 1명꼴이다. 그중 자살은 사망원인 1위로 절반을 차지한다. 군대 내 자살이나 총기사고는 새로운 소식이 아니다. 2005년 여름에도 총기난사 사건으로 8명의 병사들이 죽었다. 당시 정부는 군대 내 폭력의 존재에 화들짝 놀란 듯 선진국 군을 벤치마킹할 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6년이 지난 오늘날도 똑같은 일이 되풀이됐다. 조사과정에서 적잖은 가혹행위의 증거를 찾아냈다 한다. 되풀이되는 일은 우연한 실수가 아니다. 이제 경고로 받아들여야 한다. 이 시점에서 우리 사회가 해야 할 일은 군인의 지위에도 법정주의를 도입, 군인의 기본권도 침해돼선 안 된다는 사실을 법으로 규정하는 것이다. 국방의 의무로 징집된 병사의 경우 ‘군인복무규율’에 의무가 세세하게 규정되어 있지만 여기에 권리는 밝혀져 있지 않다. 상관의 포괄적이고 광범위한 권력을 정당화하고, 하급자에게는 의무만을 권장·강요하는 군대의 특수권력관계가 헌법에서 정한 인간의 존엄성을 훼손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국가안보를 위해 군인의 기본권을 제한할 수 있지만 그 수준을 정확하게 밝혀야 한다. 국가인권위원회 2005년 ‘국민인권의식조사’에 따르면 군대의 인권침해는 96%로 교도소 등 구금시설(94.1%)보다 더 높다는 사실은 차라리 끔찍하다. 또 구타와 가혹행위 등의 폭력은 언제, 어디서든 범죄라는 인식이 자리잡게 해야 한다. 남성들 간 성적인 가혹행위 역시 범죄라는 사실을 교육해야 하고 엄격하게 처벌해야 한다. 더욱이 피해자가 오히려 경멸당하고 가해자가 남자다운 인물로 영웅시되는 군대의 왜곡된 문화를 바꿔야 한다. 이는 여성이 피해자가 되는 여느 성범죄와도 유사한데, 군대나 남자로 대별되는 폭력적인 문화의 결과라고 봐야 한다. 더 이상 ‘군대에서는 그럴 수 있다.’는 과거 잣대로 청년들을 억누르려고 하지 말아야 한다. 군내부의 문제는 그 폐쇄성이 원인이다. 폐쇄적이므로 숨겨졌던 문제는 사라지지 않은 채 팽창하다가 결국 폭발하고 만다. 타이완의 예처럼 외부 인권전문가로 구성된 인권위원회를 설치, 가혹행위가 있을 경우에는 반드시 전화상담을 할 수 있도록 교육해야 한다. 독일식 국방옴부즈맨제도로 불리는, 선진국에서 활용하는 제도가 대안이 될 수도 있다. 병사는 직접 국방옴부즈맨에게 문제를 알릴 수 있어야 하고 절대로 불이익을 받지 않아야 한다. 이때 비밀보장을 지속적으로 병사들에게 알리는 것까지도 규정해야 한다. 분명하게 밝혀둘 것은 자살 역시 또 하나의 폭력이란 사실이다. 분노가 폭발할 때 칼끝이 자신을 향한 것, 그것이 바로 자살이다. 그러므로 군대 내 자살 예방교육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폭력을 없애는 것이 관건이다. 폭력이 폭력을 낳고, 폭력적 군대문화가 우리 사회의 폭력지수를 드높이고 있음을 이제는 더 이상 불편한 진실로 못 본 체하지 말아야 한다. 올여름 질리도록 비가 내렸다. 1980년 그해처럼 긴 장마였다는 올여름의 비는 그 어머니들의 눈물 같다. 나라를 위해 몸바친 아들은 어머니의 가슴에 대못으로 남지만 결코 분노는 남기지 않는다. 이 민족의 녹록지 않았던 역사를 누구 탓으로 돌릴 것이냐고 국립현충원을 찾은 백발의 어머니는 말한다. 하지만 억울한 죽음은 다르다. 구타와 가혹행위는 물론 성폭행까지 당한 굴욕감에 죽어간 아들을 어머니가 어떻게 잊을까. 더 이상 어머니를 울리지 말라. 이 땅에서 아들을 억울하게 잃고, 평생 분노의 삶을 사는 어머니는 없어야 한다. 더 이상 어머니를 울리지 말라. hhj@seoul.co.kr
  • [범죄는 흔적을 남긴다] (15) 연쇄살인범에 당한 20대女…6년만의 대반전

    [범죄는 흔적을 남긴다] (15) 연쇄살인범에 당한 20대女…6년만의 대반전

    지난해 3월 28일 오전 10시 대전 대덕산업단지의 북쪽 끝 2차선 도로. 일요일 아침 자전거를 타고 마트로 향하던 외국인 노동자 자하드의 눈에 이상한 물체가 들어왔다. 사람이 바닥에 쓰러져 있는듯 했다. 자전거를 세우고 건물 한쪽 벽면을 살펴보니 젊은 여성이 대형 트럭과 담벼락 사이에 잠자듯 누워 있었다. “술에 취한 여자인가?” 급하게 여성에게 다가간 자하드. 소스라치게 놀랐다. 죽어 있는 게 아닌가. 양쪽 발목이 흰색 노끈으로 단단히 묶여 있었다. 누군가 이 가련한 젊은 여성의 목숨을 끊은 뒤 이곳에 버린 것이었다. ●입만 막은 여성이 질식사하다? 시신은 깨끗했다. 앳된 얼굴의 피살자는 줄무늬 블라우스에 베스트, 검은색 치마를 입고 있었다. 반듯한 옷매무새가 인상적이었다. 전체적으로 사회 초년생의 느낌. 코에는 핏자국이 있었다. 광대뼈와 왼쪽 턱에도 작은 상처가 있었다. 하지만 모두 치명상은 아니었다. 혈흔도 찾을 수 없었다. 여성 피살자들에게 통상 발견되는 목졸림의 흔적 또한 없었다(부검의들에 따르면 살해당한 여성의 90%가 목 졸려 죽는다. 힘이 약한 여성에게 쓰기 쉬운 방법이기 때문이다). 형사들은 범행 현장이 여기가 아니라고 결론 내렸다. 여성은 등을 바닥에 대고 누워 있었다. 하지만 시반(屍斑·시신의 피부에 나타나는 자주색 반점)은 몸 앞쪽에 나 있었다. 엎드려 있는 상태에서 죽음을 맞았다는 얘기. 정액반응은 나타나지 않았지만, 가슴에서 남성의 타액이 발견됐다. 부검 결과 사인은 비구(鼻口) 폐쇄성 질식사였다. 입가에 테이프 자국이 있는 걸 봐서는 이것이 죽음의 원인임이 분명했다. 하지만 테이프가 코는 빼고 입만 막고 있었는데 왜 질식사를 한 걸까. 해답은 사망 당시의 자세에 있었다. 사람을 납치하면 범인들은 보통 끈을 풀지 못하도록 손을 등 뒤로 묶고 소리가 새어나오지 못하게 입을 막는다. 때론 팔을 묶은 끈으로 다리까지 묶기도 한다. 팔이 뒤로 꺾인 자세가 오래 지속되면 심장박동이 크게 떨어진다. 법의학자들은 이 자세로 오래 방치할 경우 코나 입 어느 하나만으로 숨쉬는 것이 어려워 질식에 이를 수도 있다고 말한다. 게다가 피해 여성은 코에서 난 피가 비강을 막은 게 분명했다. 지문조회 결과 사망자는 충북 청주에 사는 24세 A씨였다. 가족들은 그녀가 집에 돌아오지 않자 가출신고를 한 상태였다. A씨가 죽은 채 발견되기 이틀 전인 26일(금요일) 저녁 청주 남문로에서 회식을 한 뒤 택시를 탄 게 화근이었다. 대학 졸업 후 무수한 입사 도전 끝에 직장에 취직하기 된 그녀였다. 그리고 그녀의 출근 첫째주 휴일을 앞두고 마련된 그녀를 위한 환영 회식이었다. 범인은 그렇게 막 피어나던 꽃망울을 무참하게 꺾어 버렸다. ●범인, 과실치사 적용받으려 술수 형사들은 시신 발견 지점 주변의 폐쇄회로(CC)TV 확인에 나섰다. 먼저 확보한 것은 A씨가 버려진 빌딩 담 위쪽에 설치된 CCTV 화면. 발견 전날인 27일 토요일 저녁 녹화분부터 확인했다. 후미진 곳이긴 해도 사람이 지나다니는 길인데 시신이 며칠 동안이나 방치되기는 어렵다는 판단에서였다. 성과 없이 이어지는 CCTV 화면 탐색에 형사들이 조금씩 지쳐갈 즈음이었다. 모니터의 시간이 오전 1시 30분을 가리키는 순간, 퉁퉁한 체격의 남자가 화면에 등장했다. 차에서 내린 남자는 주변을 두리번거리더니 트렁크를 열었다. 뭔가를 급히 꺼냈다. 이미 숨져 있는 A씨였다. 남자는 트럭 옆에 A씨를 버린 뒤 황급히 차를 몰고 떠났다. 화면이 너무 흐려 차량번호는커녕 범인의 이목구비도 가늠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차종이 흰색 NF쏘나타임은 분명했다. 더 큰 수확은 차 지붕에 택시표지가 붙어 있다는 점이었다. 경찰은 A씨가 회식을 마치고 탑승한 택시에 대한 수배에 나섰다. 경찰은 CCTV 속 범인이 시신을 유기한 후 다시 청주로 돌아갔을 것으로 판단했다. 그 과정에 반드시 거쳐 갈 수 밖에 없는 노루목을 찾아야 했다. 경찰이 짚은 지점은 현도교. 대전 대덕단지에서 신탄진 나들목(IC)을 거쳐 청주로 넘어가려면 어쩔 수 없이 거치는 곳이었다. 게다가 그곳에는 CCTV도 설치돼 있었다. 범행 당일 오전 1시 30분 이후 다리를 지나간 택시의 수는 모두 67대였다. 경찰은 이중 유독 수상해 보이는 1대에 주목했다. 차 번호를 숨기려 번호판에 반사테이프를 붙인 택시였다. 게다가 앞서 화면에서 본 것과 같은 흰색 NF쏘나타였다. CCTV 화면을 정밀 분석해 알아낸 차량번호는 충북××바××××. 경찰은 청주의 한 택시회사로 형사들을 급파했다. “CCTV에 다 찍혀 있다.” 형사들의 말에 택시기사 안모(41)씨는 순순히 자기 집에서 수갑을 받았다. 자하드의 112 신고가 접수된 지 12시간 만이었다. 택시 운전석 문짝에서는 식칼이, 트렁크 매트에서는 혈흔이 나왔다. 혈흔은 숨진 A씨의 것과 일치했다. A씨를 위협해 빼앗은 7000원도 함께 나왔다. 범인은 “테이프로 입만 막았기 때문에 A씨가 숨은 쉴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고 주장했다. 성폭행 등 성범죄는 저지르지 않았다고도 했다. 이미 2000년에 감금 및 성폭력 혐의로 3년형을 받고 복역했던 그는 사람의 목숨을 앗아놓고도 어떻게 하면 살인이 아닌, 과실치사만 적용받을까 갖은 술수를 쓰고 있었다. ●잔혹한 살인자… 살기 위해 몸부림치다 “연기군 조천변 살인사건 있잖아요. 이번에 나온 DNA가 그 사건 용의자와 일치해요.” 수사팀에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전화가 걸려 왔다. 안씨의 과거 범행이 칡넝쿨처럼 이어져 나왔다. 택시기사를 하며 6년간 살해한 여성이 3명이나 됐다. 2004년 10월 충남 연기군 전동면 조천변 도로에서 발견된 B(당시 23세)씨도, 2009년 9월 청주시 무심천 장평교 아래 하천가에 숨져 있던 C(당시 41세)씨도 그의 손에 희생된 것으로 밝혀졌다. 출소 후 안씨는 그렇게 늦은 밤 택시에 탄 여성을 상대로 살인과 강간, 강도 등의 범행을 이어갔다. 대부분 몸집이 작거나 술을 마신 사람들이었다. 지난해 10월 대전지법 형사합의11부는 안씨에게 사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잔인한 범죄를 저지르고도 고의성을 부인하고, 끊임없이 진술을 번복하는 등 진지하게 참회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고 있다.”면서 “억울하게 죽임을 당한 피해자와 그 유족들이 겪은 고통 등을 고려해 극형 선고가 불가피하다.”고 판시했다. 국가인권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국내에 설치된 CCTV는 총 274만대로 추정된다. 공공용 24만대, 민간용 250만대다. 현재 CCTV는 인권침해와 범죄예방 효과 사이에서 뜨거운 논란에 휩싸여 있다. 이 사건에서는 CCTV가 자칫 미제사건으로 묻힐 뻔 했던 억울한 죽음들의 한을 풀어준 것과 동시에 추가적인 희생자를 막는 효과를 냈다. 우리사회의 ‘은밀한 감시자’인 CCTV에 대해 어떻게들 생각하시는가. 유영규기자 whoami@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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