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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열린세상]깨달음의 세계를 향하여/이기웅 열화당 대표·출판도시문화재단 이사장

    [열린세상]깨달음의 세계를 향하여/이기웅 열화당 대표·출판도시문화재단 이사장

    나는 요즘, 임종국 선생이 1988년 이맘때쯤 쓴 ‘바람’이라는 시편을 나직한 음성으로 읊곤 한다. ‘잎을 떨치는 / 저것이 바람인가 // 전선을 울리는 / 저것이 바람인가 // 모습을 잃어 / 소리로만 사는 것인가 // 바람이여 / 어디로 와서 어디로 가는 것인가 // 바람이고 싶은 / 나는 무엇인가 // 바람이어야 하는 / 나는 또 무엇인가 // 모습을 벗고 / 소리마저 버리면 / 허(虛)는 마냥 실(實)인 것이니 // 바람이여 / 가서 오지 않은들 / 또 어떤가’ ‘친일문학론’의 저자 임종국 선생이 폐기종이라는 질환으로 고통받으면서도 운명적 책임감으로 작업했던, 일제하의 우리 지식인들 행태의 진실 찾기는 참으로 치열했다. 생의 마지막, 그러니까 작고하기 꼭 일 년 전 그가 처한 심경이 잘 나타나 있는, 아름다운 시이다. 나는 이 여덟 연의 시에, 우리 민족의 기개와 언어세계가 늠름하고 당당하게 유감없이 드러나 있다고 생각한다. 일제하 지식인들의 기막힌 행태, 그 진실, 그 모욕적이고 참담한 진실을 알고 난 다음, 곧 온갖 역사의 진실을 깨닫고 난 다음, 스스로의 존재를 향해 쏟는 가식 없는 외침이 아닌가 한다. 그게 어찌 그분 스스로에게만 던져지는 외침일까. 1929년생인 그는 신설동에서 십대의 시절을 보내던 얘기를 이 책의 머리글인 ‘자화상’에서 밝히고 있다. 일본사람 밑에서 그저 당연한 것처럼 살았던 자신의 어처구니없는 자화상은, 천치(天痴) 바로 그것이었다고 탄식한다. “조센진은 원래 종자가 그 꼴”이라든가 “종의 근성을 가진 조선놈”이라는 욕을 들어도 큰 자극을 못 느끼는 모습 하며, 그러면서도 배낭에 구구식 총과 대검을 찬 상급생들이 하늘만큼이나 장해 보였다고 고백한다. “조선놈과 명태는 두들겨 팰수록 맛이 좋아진다.”는 말을 듣던 일도 그 무렵이었다. 얼마가 지났을까, 쌀 반 콩깻묵 반의 배급 식량이 나오더니 얼마 되지 않아 해방이 됐다고 세상이 벌컥 뒤집혔다. 그는 ‘해방이 뭔가?’ 하면서도 덩달아 좋아했다. 그때 그의 나이 열일곱이었다. 하루는 김구 선생이 오신다는 말을 친구로부터 듣고, 그와 주고받던 대화를 소개하면서, 요즘의 열일곱 살에 비추어 그 무렵의 자신의 정신연령이 어느 정도일까 자탄한다. “얘! 너 그 김구 선생이라는 이가 중국사람이래!” “그래? 중국사람이 뭘하러 조선에 오지?” “이런 짜아식! 임마 그것두 몰라? 정치하러 온대.” “정치? 그럼 우린 중국한테 멕히니?” 식민지 교육 밑에서의 모든 것이 회의(懷疑) 한 번 한 적 없이 당연한 것이었으며, 한국어를 제외한 모든 것, 민족이라는 관념까지도 해방 후에 얻었다고 실토하고 있다. 그는 그를 바보 천치로 만든 일체(一切)를 증오하면서, ‘친일문학론’을 쓰게 되었다고 적었다. 그는 민족의 이 치욕적인 역사 때문에 괴로워했고, 이로 하여 역사의 진실을 캐내어 사실 그대로 기록하는 일에 매달리게 되었으며, 결과적으로 그의 작업들은 우리에게 많은 깨달음과 함께 책무를 주었다고 생각한다. 이 대목에서 우리는, 어떤 경우라 할지라도 ‘깨달음’이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확인하게 된다. ‘아는 것만큼 보인다.’는 말이 있다. 생각이 대체로 같다 할지라도 그 생각이 어느만큼의 수준이냐에 따라 그 공동체의 명운이 결정되는 것이다. 그런 지경에서 보면, 일제(日帝)와 해방공간에서의 우리 민족의 공동체적 깨달음은 말이 아닌 터였다. 문제는, 그 정황이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임 선생은 이 책에서 어느 특정한 친일 인사를 가려내기보다는, 깨달음이 모자란 우리 민족 공동체가 처했던 역사의 진실을 적나라하게 파헤치고 골라내어 역사 위에 세우고 싶었을 것이다. 우리 민족 어느 누구도 떳떳할 수 없었던 역사의 진실을 정리하고 싶었던 것이다. 안중근 의사 의거 일백 주년을 맞으면서, 더욱 뼈저리게 느껴지는 생각이고 책이요 사람이다. 이기웅 열화당 대표·출판도시문화재단 이사장
  • [토요 포커스]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신종플루 콜센터’를 가다

    [토요 포커스]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신종플루 콜센터’를 가다

    신종인플루엔자(인플루엔자A/H1N1) 첫 환자가 발생하고 5개월이 흘렀다. 환자수가 1만5000명을 넘고 사망자가 두 자릿수를 기록한 가운데 신종플루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보건복지가족부 중앙인플루엔자대책본부는 말 그대로 ‘눈코뜰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국민들의 온갖 항의를 받고 궁금증을 풀어주는 콜센터는 밤낮과 주말을 가리지 않고 운영된다. 신종플루 콜센터는 보건복지가족부가 운영하는 희망콜센터(☎129), 응급의료정보센터(☎1339), 국민건강보험공단 콜센터(☎1577-1000), 질병관리본부 콜센터(☎1588-3790) 등 모두 네 곳이다. 콜센터에서는 신종플루 관련 치료거점 의료기관 이용과 진단·처방·검사 등에 대한 정보를 제공한다. 의학적 전문지식을 다루는 곳도 있다. 신종플루 상담으로 정신없이 일하고 있는 국민건강보험공단과 질병관리본부 콜센터를 찾아 현장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그들이 느끼는 신종플루 불안 체감지수는 얼마일까. “네~네~무엇을 도와드릴까요?” 한 옥타브 높은 목소리로 ‘고객님’을 찾는 콜센터가 아니다. “보험 상품 좋은 게 나왔는데요~.” 휴대전화, 보험, 신용카드 등 상품을 파는 콜센터도 아니다. 정신없이 시끄러울 것이라는 예상은 여지 없이 무너졌다. ‘타닥타닥’ 자판 소리와 ‘조근조근’ 응답하는 목소리만 가득했다. 신종플루 콜센터 4곳 중 가장 많은 문의를 받는 서울 마포구 염리동에 위치한 건강보험공단 콜센터와 보건소·의료기관을 상대로 전문상담을 하는 은평구 녹번동에 위치한 질병관리본부 콜센터를 23일 찾았다. 개인위생 수칙만 지키면 된다지만 시민들의 불안감과 궁금증은 끝이 없다. ●사망자 발생하면 문의전화 폭증 지난 1일부터 신종플루 업무를 담당한 건강보험공단 콜센터는 신종플루 상담 외에도 매일 평균 30만통의 상담을 소화한다. 이쯤되면 ‘공룡 콜센터’라고 불러도 될 듯하다. 사망자가 연이어 발생한 9월 초에는 하루 700통이 넘는 문의가 쇄도했다. 당시에는 콜센터 4곳을 합쳐 문의전화가 한주 동안 6400여통에 육박했다. 사망자가 발생한 당일과 다음날엔 문의전화가 평소보다 10%이상 늘어난다. 언론 보도가 많은 날에도 문의가 증가한다. ‘뉴스에 이렇게 나왔는데 괜찮은거냐.’며 불안을 호소한다. 상담원들이 ‘특별히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안심시켜도 소용 없다. 30, 40대 엄마들의 문의가 다른 연령대보다 많은 편인데 아들딸 걱정이 주를 이룬다. 4년째 상담원으로 일하고 있는 양은선(27·여)씨는 “전화를 받다보면 사람들의 불안감이 목소리에서 바로 느껴진다.”고 말했다. 양씨는 “신종플루 초기보다는 전화문의가 줄어들었고, 불안감도 잦아졌다.”며 “현장에서 국민들과 접촉하는 상담원으로서 뿌듯함을 느낀다.”고 자부심을 내비쳤다. ●‘문의’ 아닌 ‘항의’하는 고객 난감 건강보험공단 콜센터는 본래 건강보험관련 각종 문의를 받는 곳이다. 서울에 자리한 본부와 각 지역 지사의 상담원을 모두 합하면 1223명에 이른다. 대다수가 노련한 상담 전문가들이지만 ‘문의’보다 ‘항의’가 많은 날은 지치게 마련이다. ‘나한테는 타미플루 처방을 왜 안 해주냐.’ ‘치료거점병원 갔더니 엉망이더라.’ ‘우리동네에는 치료거점병원이 없다.’ 는 식의 각종 항의가 빗발친다. 건강보험공단 고객지원실 김미경 차장은 “항의 전화는 더욱 친절하게 응대하려고 노력한다.”며 “몇십분씩 실랑이를 하다 보면 금세 피곤이 밀려온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하루 평균 530통 정도 문의를 받는다. 처음보다는 줄어들었지만 그래도 많은 수치다. 시민들의 걱정이 끊이지 않자 건강보험공단은 추석연휴에도 콜센터를 운영하기로 결정했다. 오전 8시부터 오후 7시까지 운영한다. ●의학 지식 물어봐도 문제 없어 질병관리본부 콜센터는 보건소·의료기관을 대상으로 한 전문상담을 하는 곳이다. 신종플루가 발생하기 전, 질병관리본부에는 콜센터가 없었다. 상담원은 모두 15명. 공중보건의 15명도 순환하며 근무해 의학 자문을 돕는다. 모니터링센터 시절부터 근무하고 있는 주형진(22)씨는 “매일 비행기 1대를 채울 만한 분량의 검역질문서를 검토했다.”며 “그에 비하면 콜센터 업무는 훨씬 수월하다.”고 웃으며 말했다. 건강보험공단 콜센터와 달리 전문적인 지식을 요하는 질문이 많다. 투약이나 검사 지침이 바뀔 때마다 문의가 빗발친다. 문의 대상이 특수한 만큼 밤 10시까지 근무한다. 보건소의 경우 ‘타미플루를 5일동안 투약했는 데도 차도가 없는데 어떻게 해야 하냐.’는 질문, 병원은 ‘환자 발생 보고 방법을 알려달라.’는 질문이 많다. 일반 상담도 받는다. 전문적인 상담을 해주는 까닭에 예상치 못한 질문도 꽤 있다. 류위선 공중보건의는 “‘신종플루 이름은 왜 H1N1이냐, 신종플루 유행이 언제 끝나냐는 개인적인 궁금증을 물어보는 사람도 있다.”고 귀띔했다. 이어 “의사로서 국민들이 과도한 불안감에 떨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위생지침만 지키면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조언했다. 이민영기자 min@seoul.co.kr ■ 가장 많이하는 질문은 신종플루 콜센터로 걸려오는 전화 내용은 가지각색이다. 상담원들이 질문별 대응 매뉴얼을 갖고 응답하고 있지만 의외의 질문에는 당황하기도 한다. 건강보험공단 콜센터의 도움을 받아 가장 많이 묻는 질문 1, 2, 3위를 선정했다. 아래 9가지 내용만 알면 신종플루에 관해 모르는 게 없는 고수의 경지에 오를 수 있다. ●1위 확진 검사 →고위험군 환자는 급성열성호흡기 질환이 없어도 확진검사 보험 적용이 되나? -고위험군 환자대상이어도 급성열성호흡기질환이 있는 경우에 한해 확진검사를 급여 대상으로 인정한다. →확진검사 3종 모두 인정되나? -확진검사법 3가지(real-time RT-PCR, conventional RT-PCR, multiplex RT-PCR) 중 1종에 대해서만 급여가 인정된다. →신종플루 확진검사 급여 대상자에 적용돼 검사했는데, 음성으로 나오면 어떻게 되나? -신종플루 확진검사 급여대상자에 해당되면 검사결과에 상관없다. ●2위 예방접종·백신 →신종플루 예방접종은 언제 받을 수 있나? -현재 신종플루 백신은 식품의약품안전청 허가·심사 과정을 거치고 있다. 이르면 10월말부터 접종이 가능하다. →3살배기 딸이 있는데, 먼저 접종할 수 있나? -우선접종대상자는 확정되지 않았다. 의료종사자가 최우선이며 영유아, 노인, 만성질환자가 우선 접종대상자로 선정될 가능성이 높다. →백신이 안전한가? -모든 백신은 검정 과정에서 안전성에 대한 검증이 이뤄지고 출하된다. ●3위 고위험군 →신종플루에 걸렸을 때 합병증을 유발할 가능성이 큰 위험집단은 무엇인가? -다음 사항에 해당되는 사람이라면 신종플루 예방에 더욱 철저해야 한다. ▲천식, 기관지염, 폐기종을 포함한 만성 호흡기계 질환을 가진 사람 ▲심장병, 당뇨병, 만성적 대사질환, 신장·신경계·혈액계에 질환이 있는 사람 ▲면역이 억제된 환자(암이나 에이즈 환자) ▲임산부 ▲비만인 사람 ▲흡연자 →고위험군에 해당되면 어떻게 해야 하나? -의심증상이 나타났거나 환자와 가까이 접촉한 후에는 즉시 의료기관에서 진료 받고 의사의 판단에 따라 타미플루를 복용한다. 복용은 증상이 시작된 후 40시간 내에, 감염자와 접촉 이후 48시간 내에 하는 것이 가장 좋다. →급성열성호흡기질환은 있는데 집에서 쉬고 있는 어른(노인)의 주의사항은? -다음과 같은 증상이 나타나면 중증으로 진행될 수 있으니 즉시 의료기관에서 진료 받아야 한다. ▲열이 떨어지지 않고 지속된다 ▲가슴 부위가 아프다 ▲숨쉬기가 곤란하다 ▲어지럽거나 의식이 없다 ▲탈수 증상이 나타난다 이민영기자 min@seoul.co.kr
  • “석면얘기 언제 나왔는데 아직도 치료 안되느냐”

    12일 환경부의 석면 피해 진단결과를 전해들은 충남 홍성과 보령의 석면광산 인근 주민들은 “얼마 못 가 마을사람 다 죽는 것이 아니냐.”며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주민들은 이날 마을회관 등에 모여 정부에 대해 치료와 보상은 물론 이주대책 수립을 요구했다. 홍성군 광천읍 상정리 덕정마을 주민 정지열(66)씨는 “폐기종, 흉벽석회화, 폐섬유화 등이 진행돼 호흡곤란이 유발될 가능성이 있다는 진단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광산에서 오랫동안 일했던 마을 어른들이 폐질환을 앓으면서 고통스럽게 돌아가시는 것을 볼 때마다 ‘먼지를 많이 먹어서 빨리 가시는구나.’라고만 생각했지 이렇게까지 석면 피해가 광범위하게 퍼진 줄은 상상도 못했다.”고 놀라워했다. 정씨는 “충남도에서 실시한 건강검진의 경우 광산 반경 1㎞ 이내로 제한됐다.”면서 “광산에서 일했던 주민 모두 검진을 받을 수 있도록 반경 4~5㎞까지 조사대상을 넓혀야 한다. 10~20년 전에 광산 인근에서 살다가 이사한 사람들도 추적해 건강상태를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 마을 주민 홍영표(50)씨도 “나는 석산(석면광산)에 가본 적도 없는데 흉막반 진단을 받았다.”면서 “진단을 받을 때는 정말 세상을 다 잃은 것처럼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은 생활하는 데에 큰 지장이 없지만 10년, 20년 뒤에는 생명을 위협받는 것 아니냐.”고 두려움을 호소했다. 이 마을은 72가구 167명의 주민이 살고 있다. 보령시 청소면 정전리 이장 강희성(70)씨는 “광산이 마을에서 얼마 안 떨어져 있지만 예전에는 (석면이 해로운 줄을) 전혀 몰랐다.”면서 “폐광은 됐지만 지금도 마을이 석면에 노출돼 있을 것”이라고 불안해했다. 강씨는 “주민들이 석면을 꺼림칙하게 여기면서 마음의 병까지 얻고 있다.”며 “다른 곳으로 이주할 수 있도록 정부에서 대책을 세워 달라는 주민도 있다.”고 전했다. 홍성군 은하면 화봉리 야동마을 이장 이종효(62)씨는 “석면 얘기가 언제 나왔는데 아직도 치료가 안 되고 있느냐. 피해자만 있고 가해자는 없다.”면서 “아픈 주민이 치료나 보상을 받으려면 석면특별법이 제정돼야 한다고 하던데 국회는 싸움만 하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홍성 이천열기자 sky@seoul.co.kr
  • ‘잉여인간’ 작가 손창섭씨 日서 투병생활

    대표적인 전후세대 작가의 한 사람인 손창섭(87)씨가 일본에서 노환에 시달리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그는 1973년 일본인 부인과 함께 도쿄에 자리잡은 이후 활동이 제대로 국내에 알려지지 않았고, 따라서 일부 인명사전 등은 그가 세상을 떠난 것으로 기록하기도 했다. 18일 국민일보에 따르면 손씨는 현재 도쿄 근교의 한 노인전문병원의 6인 병실에서 투병생활을 하고 있다. 도쿄에서 가까운 히가시쿠루메시의 한 서민아파트에서 부인 우에노 지즈코(84)와 살아온 손씨는 지난해 9월 급성 폐기종 증세로 입원해 병마와 싸우고 있다. 그러나 손씨는 자신의 소설이 수록된 작품집을 보여주고 제목을 언급해도 일본말로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하는 등 병세가 악화된 상황이다. 손씨는 평양 출신으로 14세에 일본으로 건너가 니혼대학을 중퇴했다. 1952년 단편 ‘공휴일’로 문단에 나온 이후 1960년대 들어 ‘신의 희작’, ‘잉여인간’을 잇따라 발표하며 문제작가로 떠올랐다.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법제도 현실화로 진폐환자 혜택을”

    “법제도 현실화로 진폐환자 혜택을”

    “차라리 합병증이 생겼으면 좋겠습니다.” 지난 40년 동안 태백지역 탄광에서 일해온 광부 박연근(67)씨의 탄식이다. 몸 속에 쌓인 탄가루로 매일 심한 기침과 가슴 통증에 시달리는 진폐환자다. 1992년 병원에서 11급 진폐 판정을 받았다. 하지만 근로복지공단이 내리는 ‘입원요양’ 최종 판정을 받지 못해 아무런 의료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28년 광부 경력의 김덕수(71·진폐 13급)씨도 같은 처지다. 신홍준 대한광업진흥공사 태백사업소장은 27일 “탄광이 많은 태백지역에는 진폐증으로 고생하는 분들이 많은데 까다로운 법규로 의료 혜택을 받지 못하는 사례가 많다.”며 안타까워했다. 신 소장은 10명의 직원과 함께 매달 진폐환자 가정을 찾아 상담과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달에는 박씨 등의 집을 찾아 쌀과 생활용품 등 200만원 상당의 위문품을 전달했다. 신 소장은 “진폐증에 시달리면서도 입원요양 판정을 받지 못해 집에서 치료하는 이른바 재가(在家) 진폐환자들이 의료 사각지대에 방치돼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진폐재해자협회에 따르면 전국 진폐환자 수는 3만명(정부 추산 1만 7000여명)에 이른다. 이 가운데 병원요양 혜택을 받는 환자는 3000여명에 불과하다.2만 7000명은 재가 진폐환자인 셈이다. 입원요양 판정을 받으려면 폐결핵, 폐기종, 기관지 확장증 등 정부가 인정하는 9가지 합병증을 앓아야 한다. 입원요양 대상으로 판정되면 치료는 물론, 한달 평균 200만원 수준의 ‘휴업 급여’ 등 1인당 총 400만원가량의 혜택을 받게 된다. 신 소장은 “재가 진폐환자들은 ‘공인된’ 합병증이 없다는 이유로 생계비 지원 혜택이 전혀 없다.”면서 “이 때문에 ‘입원요양을 받게 해주겠다.’며 산재 브로커들까지 기승을 부리는 실정”이라고 털어놓았다. 성희직 진폐재해자협회 후원회장은 “독일이나 일본처럼 입원요양 중심에서 통원치료 중심으로 정부 지원제도가 바뀌면 수백억원의 예산을 절감할 수 있다.”며 “현실에 맞게 법제도를 고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사정 진폐제도 개선위원회는 이같은 현실을 감안해 제도 개선을 검토 중이다. 안미현기자 hyun@seoul.co.kr
  • [단독]친일파 해부 임종국선생 ‘총서’ 구상 햇빛

    [단독]친일파 해부 임종국선생 ‘총서’ 구상 햇빛

    학계에서 말로만 회자되던 ‘친일문제 연구가’ 고 임종국 선생의 ‘친일파총서’ 발간계획의 실체가 처음으로 밝혀졌다. 총서의 골격은 공동집필자 가운데 한 명이던 김승태 전 한국기독교역사연구소 연구실장이 최근 자료정리 도중 선생과 함께 작성한 ‘공동연구협약서’를 찾아 민족문제연구소에 기증하면서 드러났다. ‘친일파총서’는 선생이 1989년 11월 폐기종으로 작고(당시 60세)하기까지 매달렸던 마지막 숙원사업이자, 국내에서 한 번도 시도된 적 없는 친일파 연구의 집대성 작업이었다. 지금까지 총서의 이름은 선생의 사망 정황을 언급(“‘친일파총서’ 기획·집필 도중 세상을 떠났다”)할 때만 단편적으로 거론됐을 뿐, 총서의 실제 내용에 대해서는 전혀 알려진 바 없었다. 선생이 발간 작업을 미처 시작하지 못하고 눈을 감으면서 총서의 구상도 함께 묻혀 버린 까닭이다. 선생이 남긴 숙제를 민족문제연구소가 ‘친일문제연구총서’ 발간이란 형식으로 추진하고 있지만, 연구소 또한 선생이 구상했던 발간계획을 확인하지 못한 채 작업을 진행해야 했다. ●분야별 모두 10권·친일인명사전 포함 김 전 실장에 따르면,1988년 당시 독립기념관 자료과장이던 그는 기독교의 친일문제를 다룬 논문을 쓰면서 선생의 도움을 받았다. 이듬해 2월 그는 투병 중이던 선생으로부터 총서 공동집필을 제안받았다. 김 전 실장은 “건강악화로 혼자서 작업을 감당할 수 없다고 판단한 선생이 3월초 총서의 구상을 메모한 쪽지를 보여 줬고, 난 메모를 워드프로세서로 타이핑해 협약서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김 전 실장은 작업의 방대함을 고려해 이명화 독립운동사연구소 연구원을 선생에게 소개했다. 협약서는 최종적으로 임종국, 김승태, 이명화 3인의 이름으로 작성됐다. 협약서를 보면, 총서는 모두 10권으로 구성됐다. 총론(서명:‘외세영합과 친일파’)을 비롯해, 사상(‘사상침략과 친일파’)과 정치(‘정치침략과 친일파’),1∼4공화국의 친일파(‘해방 이후의 친일파’) 부문을 선생이 맡고, 동·서양종교(‘종교침략과 친일파 1∼2’)와 사회교육(‘사회교육침략과 친일파’) 부문을 김 전 실장이, 경제(‘자원침략과 친일파’)와 만주·중국(‘대륙침략과 친일파’) 및 문화(‘문화침략과 친일파’) 부문을 이 연구원이 전담했다. 또 총서에서 인용한 친일논설의 원문만 모은 자료집을 각 권마다 한 권씩 제작해 총 10권의 ‘친일논설전집’을 만들고,1만∼2만명의 친일파를 수록한 한 권 분량의 ‘친일인명·용어사전’ 편찬도 계획했다. 김 전 실장은 “선생은 이미 사전편찬을 목적으로 1만 5000여개의 인명카드를 만들어 놓은 상태였다.”면서 “그 중 300여개의 기독교 인물카드를 종교 분야 집필에 활용하라며 건네 주기도 했다.”고 회고했다. 선생은 자신이 정리한 자료와 쓴 글을 근간으로 보완작업을 진행하고, 종교와 대륙침략 등 새로 연구해야 할 분야는 김승태·이명화 두 사람이 맡았다. 자료는 서로 공유하되, 집필은 각자의 책임 하에 단독으로 진행키로 했다. ●선생 타계로 편찬작업 전면 중단 하지만 선생의 타계로 작업은 전면 중단됐고, 총서의 구상을 담은 협약서마저 사라지거나 자료더미에 묻히면서 총서는 이름으로만 전해졌다. 김 전 실장은 “선생은 2∼3년 안에 한 권씩은 내자고 말했다.”면서 “다섯 권을 맡은 선생은 협약서 작성 당시만 해도 최소 10년은 살 거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며 안타까워했다. 선생의 뜻을 좇아 ‘친일문제연구총서’ 발간을 추진하고 있는 민족문제연구소의 조세열 사무총장은 “친일청산 작업을 한층 앞당겼을 ‘친일파총서’가 제대로 출간되지 못해 아쉽다.”면서도 “지금이라도 소문만 무성하던 총서의 구체적 뼈대를 확인하게 돼 매우 다행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연구소가 ‘친일파총서’의 구상을 모른 채 ‘친일문제연구총서’ 발간을 진행해 왔지만 둘의 내용은 큰 틀에서 흡사하다. 차이점이라면 선생의 작업에서 ‘친일인명·용어사전’은 마지막 단계에서 편찬되는데 비해, 연구소의 경우 ‘친일인명사전’ 편찬을 필두로 작업을 이어간다. 명단을 발표할 때마다 격렬한 논쟁을 불러 일으키고 있는 연구소의 친일인명사전은 오는 8월 출간될 예정이다. 조 총장은 “연구소의 총서 작업이 선생의 총서 구상과 크게 다르지 않아 후배로서 무척 안도하고 있다.”면서 “이번 기회를 통해 친일청산의 불씨를 지피기 위해 몸부림쳤던 선생의 진면목이 재조명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문영기자 2moon0@seoul.co.kr
  • [부고] 美 보수논객 버클리 사망

    미국의 대표적 보수논객인 월리엄 버클리 주니어가 27일(현지시간) 코네티컷주 스탬퍼드 자택에서 사망했다.82세.CNN은 그의 비서 린다 브리지의 말을 인용해 그가 몇년간 폐기종을 앓아 왔다고 밝혔지만 사인은 알려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1926년 뉴욕 태생인 버클리는 출판, 방송진행, 기고 등으로 현대 미국의 보수주의 기반을 놓은 인물로 평가받는다. 예일대를 졸업한 이듬해에 저서 ‘예일대의 신과 인간:학문적 자유의 미신’에서 모교가 세속적 급진 좌파의 이념을 길러내고 있다고 통렬히 비판하며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1955년 29세의 나이로 격주간지 ‘내셔널 리뷰’를 창간한 뒤 1990년 기고편집자 자리로 물러날 때까지 편집장을 역임했다. 에미상을 수상한 TV토크쇼 ‘Firing line(사선)’을 1966년부터 99년 2월까지 진행하면서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 제럴드 포드 전 대통령 등의 초대 인사들과 보수주의를 논했다.1962년엔 신디케이트 칼럼인 ‘우파에서(On the Right)’를 시작해 정치유세부터 세금법, 유명인사까지 다양한 장르를 비평했다. 1965년 뉴욕시장에도 도전했으나 실패했다. 하프시코드 연주자, 대양횡단 항해사 등 다양한 이력을 가진 팔방미인이기도 했다. 유족으로 소설가인 아들 크리스토퍼 테일러 버클리가 있다.이재연기자 oscal@seoul.co.kr
  • 2007년 사라진 ‘별’

    올해도 친숙하던 많은 동시대인들이 생을 접고 저 세상으로 갔다. 세밑을 맞아 우리들 곁을 떠난 ‘진별’들의 생을 반추해 본다.●정·관계 5공 시절 외무부장관을 지낸 이원경(85·8월4일)씨가 별세했다. 제1회 외교관 공채시험에 합격한 고인은 외무부 의전국장·차관 등을 거쳐 1983년부터 1986년까지 외무부 장관을 역임했다.12·13대 국회의원이었던 지연태(79·12월21일)씨도 유명을 달리했다. 황정일(52·7월29일) 주중 정무공사는 베이징에서 식중독 치료를 받다 숨져 의료사고 여부를 놓고 외교마찰이 일기도 했다. 해병대 초대 사령관을 지낸 신현준(92·10월15일) 예비역 중장은 미국에서 별세했다. ‘통영 대꼬챙이’로 불린 이일규(87·12월2일) 전 대법원장은 1975년 대법원이 ‘인민혁명당 재건위원회’ 사건 관련자 8명에게 사형 판결을 내릴 때 유일하게 반대했다. 민복기(94·7월13일) 전 대법원장은 검찰총장, 법무부 장관을 거쳐 10년간 재임한 최장수 대법원장이었다. 이종원(83·8월27일) 전 법무장관과 이범준(79·11월30일) 전 교통장관도 해를 넘기지 못했다.●사회·학계 5·18 민주화운동의 ‘마지막 수배자’인 윤한봉(59·6월27일) 민족미래연구소 소장이 지병인 폐기종으로 광주 망월동 5·18묘역에 잠들었다. 독도 의용수비대 김경호(79·6월16일) 선생도 별세했다. 백범 김구 선생의 암살 배후를 추적해온 권중희(71·11월16일)씨도 세상을 떠났다. 평생 고아들의 무료 진료와 사회사업을 위해 헌신한 김종원(93·3월26일) 선린병원 설립자도 타계했다. 군 복무 중이던 장병들의 안타까운 죽음도 있었다. 아프가니스탄 다산부대에서 근무 중이던 윤장호(27·2월27일) 하사는 자살폭탄 테러로 숨졌다. 해병대 박영철(20·11월6일) 상병은 총기탈취사고의 희생자였다. 국제법 권위자로 프랑스 문화재 반환과 독도 영유권 분쟁 해결에 앞장서 온 백충현(68·4월11일) 서울대 법대 명예교수는 뇌출혈로 세상을 떠났다.1990년 국내 최초의 의학대사전을 발간한 이우주(89·4월25일) 전 연세대 총장은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약리학자였다.KAIST 초대 원장을 역임하며 국내 물리학 발전에 크게 기여했던 이주천(77·9월27일) 교수도 생을 달리했다. 1993년 3월 북송된 비전향장기수 1호 이인모(89·6월16일)씨도 북한에서 사망했다. 기독교계의 대표적 진보인사로 도시 빈민과 노동자를 위한 종교운동에 힘썼던 김동완(65·9월12일) 목사도 소천했다.●문화·체육계 연예가는 벽두부터 잇따른 자살로 패닉에 빠졌다.1월 탤런트 겸 가수인 유니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지 20여일 만에 영화배우 정다빈의 자살 사건이 겹쳤다. 개그우먼 김형은은 교통사고로 26세의 짧은 생을 마감했고,‘큰손’ 장영자씨의 사위였던 인기 탤런트 김주승과 원로 연기자 최길호는 암투병 끝에 유명을 달리했다. 당뇨합병증과 싸워 오던 중견 탤런트 홍성민의 사망소식도 팬들을 가슴아프게 했다. 문단에선 2월에 ‘분명한 사건’‘가끔은 주목받는 생이고 싶다’ 등을 남긴 오규원 시인,5월엔 ‘국민 수필가’ 피천득과 ‘강아지똥’의 아동문학가 권정생,11월엔 ‘수난이대’의 소설가 하근찬이 세상을 떠났다. 시인·화가·무용평론가로 이름을 날린 팔방미인 예술인 김영태, 원로출판인 홍석우 탐구당 대표, 한국 서예계의 거목 여초 김응현도 치열하게 생을 살다간 문화인으로 남았다. 원로 가수들의 부음도 전해졌다.2월 ‘키다리 미스터 김’의 주인공 이금희에 이어 5월엔 ‘이별의 인천항’ 등을 히트시킨 원로가수 박경원이 76세를 일기로 타계했다. 중요무형문화재 보유자들도 우리 곁을 떠났다. 대표적인 창작국악 작곡가이자 중요무형문화재 제1호 종묘제례악 명예보유자인 이강덕을 비롯해 ‘진도씻김굿’ 예능보유자 박병천,‘조선시대 마지막 무동’ 김천흥,‘대동굿’ 명예보유자 최음전,‘영해별신굿놀이’ 보유자 김미향,‘북청사자놀음’ 보유자인 여재성 등이 역사 속 인물이 됐다. 원로무용가 송범, 한국 오페라 무대를 주름잡았던 원로성악가 바리톤 윤치호, 가요 ‘잊혀진 계절’ 등을 쓴 작사가 박건호, 정명조 천주교 부산교구장 등도 역사의 뒤안으로 돌아섰다. 프로야구 롯데자이언츠 투수였던 박동희(39)씨가 3월 부산에서 교통사고로 숨졌다. 한국 체육계의 큰 별인 조상호(81) 전 체육부 장관은 8월25일 뇌출혈로 별세했다. 최은택 전 축구국가대표팀 감독은 2월 66세로 유명을 달리했으며 국내 최초로 프로복싱 동양챔피언에 올랐던 강세철(81·5월)씨, 김성은(64·8월) 대한아마추어복싱연맹회장도 세상을 떴다.●경제계 ‘마지막 개성상인’이자 40여년 화학산업의 외길을 걸은 송암 이회림(90·7월) 동양제철화학 명예회장이 세상을 떴다. 박경복(85·7월) 하이트·진로그룹 명예회장은 지난 93년 OB맥주의 아성을 무너뜨려 ‘하이트 신화’를 세웠다. 경제기획원 전신인 부흥부 장관, 부총리 겸 경제기획원장관을 지낸 신현확(87·4월) 전 총리도 올해 진 큰 별이다.5·6 공화국 시절 ‘금융계의 황제’ 이원조(74·3월) 전 은행감독원장도 유명을 달리했다. 강권석(57) 기업은행장은 편도종양 치료를 받다 12월 갑작스레 숨을 거뒀다.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부인 변중석(86)씨도 8월 남편 곁으로 갔다.●해외 일본 사진기자 나가이 겐지가 지난 9월 미얀마 양곤에서 반정부 시위를 취재하다 진압군 병사의 총격을 받고 50세의 나이로 숨졌다. 그는 마지막까지 비디오카메라를 놓지 않아 감동을 주었다.`컵라면´ 등 `인스턴트 라면´을 처음 만든 일본 닛신(日淸)식품의 안도 모모후쿠(96) 회장이 1월 심장마비로 숨졌다. 미국의 자선 사업가 브룩 애스터는 지난 8월 폐렴으로 105세로 생을 마감했다. 초대 러시아 대통령에 오른 보리스 옐친은 4월 심장질환으로 사망했다. 지난 9월 세계적 테너 가수 루치아노 파바로티가 타계, 팬들의 애도가 지구촌 곳곳으로 이어졌다. 첼리스트 겸 지휘자 므스티슬라브 로스트로포비치, 러시아가 배출한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인 티콘 흐레니코프 등의 거장들도 떠났다. 소피아 로렌의 남편이자 `길’`닥터 지바고´ 등의 대작을 남긴 영화제작자 카를로 폰티, 네번이나 아카데미상을 차지했던 스웨덴 영화감독 잉마르 베리만,`왕과 나´‘지상에서 영원으로´의 할리우드 명배우 데보라 카도 `진 별’이 됐다.각부종합
  • [부고] 로큰롤 개척자 아이크 터너 사망

    로큰롤 개척자로 불리는 아이크 터너가 12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교외 자택에서 숨졌다.76세. 사망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으나 고인이 폐기종을 앓아 왔다고 뉴욕타임스 등 언론들은 전했다. 터너는 호소력 넘치는 목소리와 폭발적인 음량으로 지구촌 팝송 팬들을 사로잡았던 티나 터너(68)의 옛 음악 동반자이자 전 남편이다. 8세때 미시시피의 라디오 방송국에서 턴테이블을 고치는 일로 시작해 톱스타로 우뚝 선 전설적인 인물로 유명하다.‘링 마이 벨(Ring My Bell)’ 등 수많은 히트곡을 남기며 명예의 전당에 오르는 등 로큰롤의 선구자로 자리매김했다. 그는 이러한 업적 못잖게 티나 터너와의 불행한 결혼 생활과 가정폭력, 알코올 중독, 마약복용에 따른 복역 등으로 불명예를 안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가정폭력 소문을 줄곧 부인했다. 송한수기자 onekor@seoul.co.kr
  • 추석연휴 방심하면 건강 ‘악~’

    추석연휴 방심하면 건강 ‘악~’

    온 가족이 오랜만에 만나는 큰 명절 한가위가 다가왔다. 전국 곳곳에서 고향을 찾는 귀성객들이 또 한차례 전쟁을 치르게 된다. 하지만 그리운 부모 형제를 만나는 일이라 누구도 이런 노고를 마다하지 않는다. 집집마다 정담과 웃음이 넘치는가 하면 갖가지 음식도 즐비하다. 이처럼 들뜬 와중에 자칫 건강을 해치기 쉽다. 명절도 탈없이 맞아야 더 의미있고 즐겁다. ●주부의 덫 명절증후군 명절 때가 다가오면 일시적인 우울 증상을 보이는 주부들이 있다. 바로 ‘명절 증후군’이다. 명절을 앞두고 평소와 다른 물리적, 정신적 스트레스 때문에 생긴다. 이런 증상은 ‘좋은 며느리’라는 강박적 관념에 순응했던 과거 세대와 다른 가치관을 가진 신세대 여성에게 많다. 이 때문에 명절 때 아예 시댁에 가지 못하는 부부도 있다. 증상은 두통과 무기력증, 불안감, 모든 일에 짜증이 나고, 명절 후에 심한 몸살을 앓는 등 정신적, 육체적 고통이 수반된다. 명절에 의해 생기는 스트레스는 대부분 단기간에 해소되나 같은 상황이 반복되면서 가정불화가 커져 파국에 이르는 경우도 없지 않다. 이 증상은 명절을 맞아 주부가 감당해야 하는 무리한 가사노동의 부담, 가부장적 문화에서 비롯된 가족들과의 갈등이 원인인 만큼 미리 이런 부담을 덜어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갈등 대상을 만나기 전에 친구나 남편 등에게 자기 감정을 털어놓음으로써 사전에 갈등상황에 적응하는 이른바 ‘환기효과(ventilation)’를 거칠 필요가 있다. 창문을 열어 환기를 하듯 이해관계가 없는 사람과 대화하면서 미리 예정된 상황에 적응하는 것이다. 가족간의 대화도 중요하다. 서로의 입장에서 느낀 바를 공유하고, 자신의 입장만을 고집하기보다 상대를 배려하고 상대의 가치관을 이해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주부들이 명절을 앞두고 느끼는 이런 스트레스를 모두 혼자 삭이려고 드는 것도 좋은 해결책이 아니다. 남편이나 시부모, 며느리들간의 대화를 통해 자신의 생각을 밝히고 이해를 구하든가, 남을 새로 이해하게 되면 스트레스의 강도가 훨씬 낮아진다. ●명절이 무서운 만성질환 당뇨병이나 고혈압, 심장 및 신장질환, 간질환 등의 만성질환자들은 명절이 질환 관리의 고비가 된다. 고지방, 고열량 음식을 많이 섭취하게 되기 때문이다. 식이요법이나 운동요법을 잘 실천하던 사람들도 명절을 지나면서 리듬을 잃는 사례가 많다. 특히 당뇨환자는 명절 기간 중에 당 섭취를 철저히 절제해야 한다. 과일의 1회 적정 섭취량은 50㎉로 사과나 배 1/3쪽, 귤 1개 정도가 여기에 해당된다. 배탈, 설사도 조심해야 한다. 심한 설사와 탈수로 인한 저혈당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명절 음식은 대부분 고지방, 고단백, 고열량식이어서 자칫 과도한 영양 섭취로 몸의 균형을 깨뜨리기 쉽다. 만둣국은 470∼600㎉, 잡채는 150∼230㎉, 갈비찜 한 토막은 100~140㎉, 전 1쪽은 110㎉, 식혜는 120㎉의 열량을 갖고 있다. 또 기름을 넣어 조리한 나물 1인분도 140㎉나 된다. 성인 남성의 하루 권장 열량은 2400∼2500㎉, 여성은 1800∼2000㎉인 점을 감안하면 적정 열량을 지키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금방 알 수 있다. ●부모님 건강 챙기기 모처럼 뵙는 부모님의 신체 변화를 살피는 것도 자식들의 몫이다. 이 때 안색이나 외모의 변화를 지나치게 언급하는 것은 예의에 어긋나므로 조심하되, 당사자가 말하는 증상을 경청해야 한다. 우선, 통증 등 구체적 증상을 호소한다면 병원을 찾아 정확한 원인을 찾아내야 한다. 자연스럽게 대화하면서 본인이 느끼는 증세를 파악하되, 식사량과 체중의 변화, 수면 및 치아건강 등도 알아볼 필요가 있다. 또 지병이 있다면 상태의 변화와 약 복용 상태 등도 확인해야 한다. 부모가 당뇨를 가졌다면 발에 상처가 있는지 주의깊게 관찰할 필요가 있다. 물론 이런 증상만으로 섣부르게 병을 예단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신체 분야 별로 문제가 있을 수 있는 질환을 염두에 두고 살펴보면 의외로 쉽게 문제를 찾을 수 있기도 하다. 일반적으로 유념해야 할 노인성 질환에는 기관지천식, 만성 기관지염, 폐기종, 간질성 폐질환, 폐부종, 기관지 확장증, 폐암, 폐렴, 폐결핵 등이 있으며, 심장병, 고혈압, 고지혈증과 당뇨병, 갑상선 질환, 소화기관 장애, 간질환 등이 있다. 또 대장암, 유방암, 자궁경부암, 뇌졸중, 녹·백내장 등 안과 질환도 노인들에게 흔히 있는 질환이다. 음식을 먹을 때 사레가 잘 걸리는 노인성 후두, 지나친 코골이와 수면무호흡도 노인들의 건강을 심각하게 위협할 수 있다. ●운전 후유증, 자세가 관건 귀성길에 장시간 운전을 하다 보면 어깨나 허리, 발목 등에 ‘긴장성 근육통’이 생기기 쉽다. 운전석에 오래 앉아 있으면 서 있는 것보다 2배가 넘는 부담이 허리에 가해져 척추에 무리가 오기도 한다. 따라서 운전을 할 때는 엉덩이와 허리를 좌석 안쪽으로 깊숙이 집어넣고, 의자 등받이는 105∼110도 정도로 세워 앉는 게 바람직하다. 체증 구간을 지나면서 혹시 있을지 모르는 추돌에 대비해 머리받침을 머리 높이에 맞게 조정하고, 허리와 등받이 사이에 생긴 공간은 얇은 베개나 허리용 보조 쿠션을 넣어주는 것이 좋다. 또 운전 중에는 1시간에 1회 정도 휴식을 갖고, 가볍게 어깨와 허리, 목운동을 하는 등 굳어 있는 근육을 풀어주는 스트레칭이 필요하다. ●고스톱 즐기다 병 얻을라 가족, 친지들이 한자리에 모이면 자연스레 고스톱을 치게 된다. 그러나 방바닥에 오래 앉아 있다 보면 아무리 좋은 자세를 취해도 허리가 아프고, 어깨가 결린다. 이런 자세는 서 있는 자세에 비해 허리 부담이 3배 가까이 크다. 이렇게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고스톱을 치다 보면 자연히 자세가 흐트러지게 되고, 이때 척추가 가장 큰 압박을 받는다. 따라서 허리나 등, 골반의 통증을 예방하려면 소파나 식탁에 앉아서 하는 것이 좋다. 부득이 방바닥에 앉는 자세를 취해야 한다면 짬짬이 일어나 가볍게 걷거나 무릎 돌려주기 등의 스트레칭을 해줘야 후유증을 겪지 않는다. 음식 장만이나 설거지를 할 때도 바른 자세가 중요하다. 만약 주방의 싱크대가 너무 높다면 슬리퍼를 신거나 밑받침을 대고 해야 하며, 싱크대가 낮다면 다리를 적당히 벌리고 허리가 구부정하게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또 자주 자세를 바꿔주거나, 아래쪽 싱크대 문을 열어 한쪽 발을 번갈아 디디고 일하는 것이 좋다. 무거운 것을 들 때는 반드시 허리를 편 상태에서 무릎을 굽혀서 들고, 큰 상을 옮길 때는 두명이 함께 들도록 해야 한다. ●응급상황에는 이렇게 성묘를 갈 때 가장 흔하게 발생하는 사고는 벌에 쏘이는 경우. 이때는 손으로 벌침을 빼지 말고 명함이나 플라스틱 카드로 긁어 벌침을 뽑아야 독이 체내로 주입되지 않는다. 그런 다음 찬물 찜질을 하면 통증과 부기가 빠진다. 그러나 벌침에 쏘인 뒤 심한 두드러기가 돋거나 입술, 눈 주변이 붓고 가슴이 답답하다고 호소하면 빨리 병원으로 옮겨 응급처치를 해야 한다. 독사 등 뱀에게 물린 경우에는 상처를 깨끗이 씻고, 탄력붕대로 감은 뒤 상처 부위가 심장보다 낮게 고정시켜 신속하게 병원으로 옮긴다. 얼음을 상처에 대거나 입으로 독을 빠는 행위, 칼 등으로 물린 부위를 째는 행위 등은 하지 말도록 한다. 조리 중에 화상을 입었을 때는 가능한 한 물집이 터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화상 부위에 옷이 엉겨붙으면 억지로 떼지 말고 찬 물로 식힌 뒤 가위로 천을 오려 떼어내야 한다. 민간요법인 간장, 기름, 된장 등을 바르지 말고 소독 거즈를 화상 부위에 덮고 붕대를 느슨하게 감아준다. 성묘 후 1∼2주가 지나 열과 오한이 나고, 두통 등 감기 증상이 나타나면 유행성 출혈열 등 풍토병에 감염됐을 가능성이 큰 만큼 바로 병원을 찾아야 한다. 심재억·정현용기자 jeshim@seoul.co.kr ■ 도움말 분당서울대병원 신경정신과 하태현 교수. 삼성서울병원 정신과 윤세창·가정의학과 이정권 교수. 힘찬병원 박광열 과장. 우리들병원 장원석 부장. 예송이비인후과 음성센터 김형태·수면센터 박동선 원장
  • [부고] ‘5·18 마지막 수배자’ 윤한봉씨 별세

    5·18민주화운동 ‘마지막 수배자’인 윤한봉 민족미래연구소 소장이 27일 지병인 폐기종으로 59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전남 강진 출신인 윤 소장은 1974년 전남대 농대 축산과에 재학중 ‘민청학련 사건’과 ‘긴급조치’ 위반 등으로 투옥과 제적을 되풀이했다.‘민청학련 조작 사건’ 당시엔 징역 15년을 선고받고 1년 만에 석방된 뒤 광주지역 청년운동의 중심 역할을 해왔다. 그는 다시 79년 10월 긴급조치 위반으로 붙잡혀 석달 동안 모진 고문을 당했다.5·18 때는 신군부로부터 배후 주동자로 지목받아 전국에 수배돼 11개월 동안 도피하다가 81년 4월 무역선 화장실에 몸을 싣고 미국으로 밀항했다. 윤 소장은 밀항 후 미국 워싱턴주 벨링햄 등지에서 활동하며 민족학교를 세웠고, 미국·일본·유럽 등에 ‘한청련’ 등의 운동단체를 결성해 해외에서 민주화운동을 펼쳤다.‘살아남은 자의 부채 의식’ 때문에 미국 망명 중 의도적으로 미국 생활에 적응하지 않겠다는 원칙을 지킨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는 1993년 수배가 풀리면서 귀국했다. 귀국 후에는 5·18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세력에게 거침없는 비판을 쏟아냈다. 이후 5·18기념재단 설립을 주도하고, 들불야학 열사기념사업회 등도 이끌었다. 윤 소장의 유족으로는 부인 신경희(46)씨가 있다. 장례는 민주화운동을 했던 인사들을 중심으로 장례위원회를 구성해 30일 오전 민주사회장(4일장)으로 치러진다. 고인의 빈소는 조선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062)220-3352. 광주 최치봉기자 cbchoi@seoul.co.kr
  • 미세먼지 호흡기질환 유발 메커니즘 첫 규명

    미세먼지 호흡기질환 유발 메커니즘 첫 규명

    황사나 공해 물질에 포함된 미세먼지로 인해 각종 호흡기 질환이 일어나는 메커니즘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세계 최초로 규명됐다고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22일 발표했다. 보건산업진흥원은 순천향대 부천병원 박춘식 교수팀이 2001년부터 국고 지원으로 진행해 온 ‘미세먼지에 의한 호흡기 질환의 악화 및 발병 원인’ 연구 결과를 국제 단백체 연구저널 ‘몰큘러 셀룰러 프로테오믹스’ 1월호에 게재했다고 밝혔다. 지름 10㎛(0.01㎜) 이하의 미세먼지는 사람 눈에 보이지 않을 만큼 가늘고 작은 먼지 입자로 사람의 폐포까지 깊숙이 침투해 급만성 기관지염, 폐기종, 비염 등 각종 호흡기 질환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면역력을 떨어뜨리고 신장이나 신경계에도 영향을 미친다. 연구팀은 호흡기 외피세포에 미세먼지를 투여하고 이에 따른 인체 내 단백체의 변화를 관찰한 결과, 미세먼지가 기도 상피세포를 자극하면 ‘MIF(대식세포 이동저지 인자) 단백질’이 대량으로 분비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MIF 단백질은 염증과 연관성이 있는 물질이다. 박 교수는 “황사나 각종 공해물질 속 미세먼지가 인체에 염증을 일으키는 메커니즘이 구체적으로 밝혀짐에 따라 치료약물 개발의 가능성이 열렸다는 데 이번 연구의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김태균기자 windsea@seoul.co.kr
  • [희귀 난치병 정복과 도전] (7) 만성폐쇄성 폐질환

    [희귀 난치병 정복과 도전] (7) 만성폐쇄성 폐질환

    30여년간 애연가로 지내왔던 김모(52)씨. 평소 건강했던 김씨는 일주일 전부터 지속적인 기침과 함께 호흡곤란이 느껴졌다. 일교차가 심한 가운데 감기에 걸렸다고 생각한 김씨는 오랫동안 즐기던 담배가 약간 맘에 걸렸다. 하지만 경미한 감기증상이라 생각하고 별다른 의심 없이 약국에서 종합감기약을 구입해 복용했다. 한동안 감기약을 복용했지만, 결국 김씨는 호흡곤란이 더 심해져 병원을 찾아 진단한 결과 만성폐쇄성폐질환(COPD)으로 확인됐다. 이미 몸이 붓고 손끝 청색증과 함께 성기능까지 떨어진 상태였다. 이처럼 겨울철이면 감기증상으로 알고 병원을 찾았다 심각한 질환이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그 가운데서도 가장 흔한 것 중의 하나가 만성폐쇄성폐질환. 병명은 누구나 한번쯤 들어본 이름이지만 암이나, 심장병처럼 무섭게 느껴지지 않는다. 하지만 알고보면 암보다 더 치명적인 난치병이다. 송정섭 대한결핵 및 호흡기학회 이사장(여의도 성모병원 호흡기내과 교수)에게 만성폐쇄성폐질환의 증상과 예방법 등을 들어봤다. # 폐암보다 심각한 질환 만성폐쇄성폐질환(이하 COPD)이란 만성기관지염이나 폐기종에 의해 기도가 서서히 폐쇄돼 결국 호흡을 하기 힘들게 되는 질환이다. 무서운 것은 폐암처럼 폐 기능이 50% 이상 손상되기 전까지 환자가 잘 모르는 상태로 진행된다는 데 있다. 환자가 자각증상을 느낄 때쯤이면 이미 회복이 불가능한 상태가 대부분이다.COPD가 심각한 질환임에도 초기에는 진단되지 않거나, 천식으로 잘못 진단되는 경우가 많아 유럽에서도 COPD환자의 25%만이 제대로 진단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폐암의 경우 1∼4기 단계별로 완치 확률이 있지만 COPD는 완치가 불가능, 치료는 진행속도를 늦추는 정도에 그치고 있다. 한번 손상된 폐 기능은 다시는 회복되지 않기 때문인데 조기진단과 병의 악화를 막는 치료가 매우 중요하다. # 40세 이상이 대부분 현재 COPD는 AIDS와 함께 전세계적으로 사망 원인 4위를 차지하고 있다.WHO는 2020년쯤에는 사망원인 3위, 장애원인 5위로 부상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미국에서도 심장질환, 암, 뇌혈관질환에 이어 4번째 주요 사망원인으로 알려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지난 2003년 대한 결핵 및 호흡기학회(이하 호흡기학회)가 전국 성인남녀 9243명을 대상으로 한 ‘COPD 전국 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내 45세 이상 성인의 17.2% (남성 25.8%, 여성 9.6%)의 유병률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이런 높은 유병률에도 불구하고 20년 이상 담배를 피우고 호흡곤란 증상까지 있는 잠재환자의 92%가 병원진료조차 받지 않을 정도로 방치되고 있는 실정이다. 호흡기학회가 전국 주요병원 7곳을 대상으로 COPD 환자의 증가를 조사한 결과 2000년 1만 5295명에서 2004년에는 1만 9887명으로 5년간 약 30% 증가했다.5년간 COPD 진단환자 수 총 8만 9290명 중 40대 이상 남성이 7만 1503명으로 80%를 차지하고 있어 40세 이상의 남성이 특히 위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 원인과 증상 COPD를 일으키는 원인으로는 흡연, 대기오염, 작업장에서의 유해가스 노출, 유전적 요인 등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환자의 80∼90%는 흡연으로 인해 발생하는 것으로 조사돼 있다. 흡연으로 기관지 내에서 먼지 등을 걸러주는 섬모운동이 방해되고, 점액분비선의 증식 및 비대를 일으키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COPD는 하루 1갑 이상 20년 동안 담배를 피운 사람에게 많이 나타나, 흡연 시작 후 20년이 지나면 증상이 나타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최근에는 대기오염으로 인한 COPD환자수도 점차 늘고 있는 추세다.COPD는 기침, 천명, 반복되는 폐 감염 및 객담, 호흡곤란이 주된 증상이다. 중증의 경우는 조금만 움직여도 숨이 차고 15㎝ 앞에 있는 촛불도 끄기 힘들 정도의 호흡량이 부족해져서 운동은 물론 청소나 출근 등의 기본적인 일상생활도 제대로 할 수 없다. 또한, 심한 호흡곤란과 객담, 기침 등으로 며칠씩 잠을 이루지 못해서 거의 탈진상태에 이르게 되고, 더욱 심해지면 의식이 혼미해져 혼수상태에 빠지기도 한다. 청진기로 색색하는 소리를 들을 수 있으나, 증상이 심해지면 이마저도 없어지게 된다. 더구나 COPD는 40세 이후에 발병하기 시작하며, 증상이 심해지면 간단한 걷기도 힘들 정도로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해진다. 종종 천식 증상과 혼동하는데 천식이 밤에 기침이 많은데 비해 아침 기침이 심한 것이 특징이다. # 예방과 치료법 대한결핵 및 호흡기학회는 매년 11월17일 ‘폐의 날’에는 COPD의 위험을 알리고 인식을 높이기 위해 서울 등 전국 주요도시에서 캠페인을 펼친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COPD 강좌, 폐기능 무료 검사, 건강상담도 강화할 방침이다. 이유는 치료보다 예방이 중요하기 때문이다.COPD는 진폐증처럼 완전하게 치료하지 못한다. 그러기에 금연 등 예방에 힘써야 한다. 치료는 증상을 호전시켜 일상생활의 활동범위를 넓혀주고, 최소한도로 일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주며 질환이 더 이상 진행되지 않게 하는 것으로 모아진다. 기관지확장제, 항생제 등의 약물치료가 일반적이다. 장기 투병중인 환자에게는 산소치료가 일반적이다. 급속도로 악화될 경우에는 정맥절개술을, 커다란 공기주머니(대기포)가 있을 때는 기종의 수술적 제거도 고려된다. 한림의대 정기석 교수는 “45세 이후에는 담배를 끊어도 손상된 폐의 복구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면서 “폐 건강을 위해서는 금연과 함께 등산, 달리기, 줄넘기 등 꾸준한 유산소 운동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동구 기자 yidonggu@seoul.co.kr 도움말:송정섭 대한 결핵 및 호흡기학회 이사장
  • 폐암 조기진단 혈액검사법 개발

    폐암을 초기단계에서 진단할 수 있는 혈액검사법이 개발됐다. 폐암증세가 나타나기 훨씬 전에 폐암세포가 혈액 중에 방출하는 특이한 형태의 단백질을 포착할 수 있는 혈액검사법을 개발했다는 발표다. 프랑스 몽펠리에에 있는 아르노 드 빌레네브 병원의 종양전문의 윌리암 자코 박사는 2일 이곳에서 열리고 있는 유럽의학종양학회(ESMO) 연례회의에서 발표한 논문에서 이같은 연구를 발표했다. 자코 박사는 각종 암세포는 저마다 특이한 형태를 가진 단백질을 혈액에 방출하며 방출하는 양도 암세포에 따라 다르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이 개발한 폐암진단 혈액검사법은 또 폐기종과 같은 다른 폐질환도 구분할 수 있다면서 폐암 환자와 다른 폐질환 환자는 세포의 변이가 같은 형태를 띠는 경우가 흔하지만 특정시점에서 암환자의 세포는 분자수준에서 특이한 변화를 나타낸다고 밝혔다. 자코 박사는 폐암환자 147명과 만성폐질환 환자 23명에게서 채취한 혈액을 분석한 결과 폐암환자의 90%에서 폐암세포가 만드는 특이한 단백질을 찾아낼 수 있었다고 밝혔다.몽펠리에(프랑스) 연합뉴스
  • 담배제조·매매 금지 입법청원

    담배 제조와 매매 등을 금지하는 내용의 법률(안) 입법 청원서가 국회에 제출됐다. 국립암센터 박재갑 원장은 김대중 전 대통령과 박관용 전 국회의장, 박 원장을 대표 입법청원인으로 하는 ‘담배제조 및 매매 등의 금지에 관한 법률’ 입법청원서를 22일 국회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입법청원서에는 각계 저명인사 158명이 청원인으로 참여했으며, 현직 국회의원 195명이 찬성 서명했다. 청원인들은 총 7조와 부칙으로 이뤄진 법안의 청원 취지문을 통해 ‘담배가 69종의 발암물질과 독성물질, 중독성이 강한 니코틴을 함유하고 있어 암, 심장질환, 뇌혈관질환, 폐기종 등 수많은 질병을 유발하여 국민들의 목숨을 빼앗고 있다.’며 ‘향후 10년의 유예기간을 두고 흡연율을 낮춤과 동시에 담배 관련 세제를 대체할 수 있는 세원과 잎담배 경작농가, 담배소매상 및 담배 산업 종사자들에 대한 대책 등을 마련한 뒤 이를 시행토록 하자.’고 밝혔다. 입법안에는 담배와 원료물질의 제조는 물론 수입·매매 및 매매 알선·소지와 소유를 금하고, 담배 제조 및 판매를 위한 장소와 시설·장비·자금 또는 운반수단을 제공하는 행위를 금지하며, 이를 어길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명시돼 있다. 이에 대해 한국담배소비자보호협회는 성명을 통해 “법안이 현실을 무시한 무책임한 발상”이라면서 “‘담배금지법 저지를 위한 공동연대’를 구성, 입법저지 투쟁에 나서겠다.”고 밝혔다.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 환경과학원 대기환경기준 개선조사 연구보고서

    환경과학원 대기환경기준 개선조사 연구보고서

    환경 관련 국책연구기관들이 대기오염의 심각성을 경고하면서 개선대책이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고 잇따라 촉구하고 나섰다. 환경부 소속 국립환경과학원은 느슨하게 설정된 대기환경기준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고 권고한 연구보고서를 발간했다. 또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은 대기오염을 실질적으로 개선하기 위해 경유값 대폭 인상을 골자로 한 에너지세제 개편안을 제시했다. ●“정책목표 환경기준 느슨” 비판 우선 국립환경과학원은 우리나라 국민들이 각종 오염물질로 찌든 대기환경에 속수무책 노출돼 있다는 사실을 거듭 환기시켰다. 아울러 비록 법률적 구속력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정부 스스로가 국민의 건강보호를 위해 정책적 목표달성 기준으로 설정한 ‘환경기준’이 느슨하다고 비판하면서 개선안을 제시했다. 19일 환경과학원이 펴낸 ‘대기환경기준 개선을 위한 조사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전국 56개 시·군의 182개 지점에서 측정한 5개 대기오염물질(이산화황, 일산화탄소, 이산화질소, 오존, 미세먼지) 농도를 토대로, 국내 및 선진국 사례와 비교한 환경기준 달성률 및 국민들의 대기오염 노출실태가 드러났다. 과학원은 특히 환경기준을 넘는 오염지역에 거주하는 ‘위험인구집단’의 규모를 정부차원에서 처음으로 산출해 눈길을 끌었다. 위험인구집단은 국내 및 선진국 환경기준을 각각 적용할 경우 그 규모가 판이하게 달랐다. 미세먼지(PM10)와 이산화질소(NO2) 사례가 대표적이다. 미세먼지의 경우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16%(794만명) 가량이 현행 국내 환경기준치인 ㎥당 연평균 70㎍(마이크로그램·100만분의 1g)이 넘는 지역에 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이 같은 위험인구 규모는 유럽연합과 미국 등 선진국 환경기준을 적용할 경우 수직상승하는 결과를 보였다. 유럽연합 기준(40㎍ 이하)을 적용할 경우 전 국민의 93%(4529만명)가, 이보다 다소 완화된 미국 기준(50㎍)을 적용하더라도 79%(3844만명)가 인체에 해로운 오염지역에 거주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실내·외 공기 중에 포함된 PM10은 각종 호흡기 질환과 심장병·뇌졸중 등 심혈관계 질환을 일으키는 오염물질이다. 특히 미세먼지에 들러붙은 각종 유해화학물질은 유전자 변이·손상 등 사람에게 유전독성을 일으키는 것으로 최근 국내학계에 보고된 바 있다.(서울신문 2월6일자 1면 참조) ●“이산화질소는 0%→70%로 급상승” 이산화질소의 사례는 더욱 극적이다. 현재 국내 환경기준은 연평균 0.05(피피엠·100만분의 1을 나타내는 단위). 하지만 2001년∼2004년까지 4년 연속 이보다 높은 수치가 검출된 곳은 전국에서 한 군데도 없었다. 환경기준 달성률이 100%라는 얘기다. 하지만 이 역시 국내 환경기준이 턱없이 느슨하게 설정됐다는 반증일 뿐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 2000년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이산화질소의 농도가 높아지면 폐기능 및 호흡기 계통의 질환을 일으키며, 저농도에 장기간 노출되더라도 폐기종·기관지염·위장병·불면증 등 증세가 나타난다.”면서 연평균 0.021을 권고기준으로 제시한 바 있다.WHO 기준을 적용할 경우 이산화질소에 노출된 국내 위험인구 규모는 70.1%(3404만명)로 급상승했다. 국립환경연구원은 “이보다 다소 완화된 0.03(호주·홍콩 환경기준)을 적용하더라도 1951만명(40.2%) 가량이 이산화질소 오염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환경과학원은 이에 따라 현행 국내 환경기준이 국민건강 보호를 위한 기준에 턱없이 못미친다고 보고, 이를 한층 강화한 개선책을 내놓았다. 학계 등에서 꾸준히 환경기준을 신설해야 한다고 주장해 온 지름 2.5㎛(마이크로미터·100만분의 1m) 이하의 미세먼지(PM2.5)에 대해선 “PM10보다 위험하지만 서울을 제외한 전국에서 농도측정조차 하지 못하고 있어 환경기준을 신설하기란 현재로선 무리”라고 말했다. 측정소 및 측정장비를 확충해 2010년까지 새로운 기준을 제시할 것을 정부에 권고했다. 환경부는 올해 중 대기환경기준을 강화하는 내용의 법률 개정작업을 거쳐 내년부터 시행에 들어갈 방침이다. ●경유값 대폭 올려야 KEI는 더욱 파격적이고 적극적인 대책 수립을 강조했다. 환경오염을 실질적으로 감소시키기 위해선 정책목표를 높게 설정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세제 개편을 활용해야 한다고 촉구했다.KEI 강만옥 박사 등 연구팀은 최근 펴낸 ‘에너지부문의 환경세 도입이 환경·경제에 미치는 영향 연구’ 보고서에서 “올해 과세시한이 끝나는 교통세를 대신하는 ‘교통환경세’를 도입해 세수 가운데 일부를 대기오염 개선작업에 써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자동차 연료값을 현재보다 대폭 차등 부과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현재 시행되고 있는 에너지 관련 세제가 환경오염 감소를 위해선 역부족이란 인식 아래 현재 수송용 휘발유 값의 75∼80% 수준인 경유값을 106%까지 끌어올려야 한다고 권고했다. 미세먼지의 경우 자동차에서 배출되는 비율이 67%에 이르고, 이산화질소 역시 52%에 달하는데, 경유차의 대기오염 기여도는 휘발유 차보다 두 배를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처럼 세제를 개편할 경우 교통환경세는 현행 교통세수보다 1.4% 가량(연간 2000억원) 증가한 13조 9000억원이 될 것으로 추산됐다. 강만옥 박사는 이와 관련,“늘어난 조세수입 가운데 일부는 빈곤계층에 환급해 주면 소득재분배 효과를 내면서 결과적으로 세수 중립적인 환경세 제도를 도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경유값 인상으로 비용부담이 커지는 영업용 화물차량이나 공공운송수단에 대해서도 같은 맥락의 대처방안을 내놓았다. 강 박사는 “독일·덴마크 등 사례처럼 세수의 일부를 환급해 주거나 유가보조금으로 지급하면 해결될 것”이라면서 “그러나 세수환급 같은 조치는 시장 왜곡 등 부작용을 부를 수 있어 한시적, 단계적으로 운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은호기자 unopark@seoul.co.kr
  • 도로변 학교 폐질환 위험

    도로변 학교 폐질환 위험

    차도에 인접한 학교의 학생들이 주택가에 있는 학교의 학생들보다 대기오염에 더 많이 노출돼 있음이 실제 수치로 확인됐다.‘새학교증후군’과 같은 실내공기 문제뿐 아니라 학교 주변의 대기환경 관리도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한양대 보건대학원 이종태 교수는 서울 성동구에 있는 A초등학교와 B초등학교 학생 각각 27명과 33명을 대상으로 24시간 동안 이산화질소 노출농도를 측정한 결과, 각각 평균 39.4ppb와 24.4ppb로 큰 차이를 보였다고 6일 밝혔다. A학교는 교통량이 많은 간선도로변에 자리한 반면 B학교는 큰 찻길에서 300m가량 떨어진 주택가에 있다. 이 교수는 초등학생들의 옷에 이산화질소 농도 측정장치를 부착하는 방식으로 조사했다. 연평균 이산화질소 노출농도 기준치가 50.0ppb인 점에 미뤄 볼 때 두 학교간 차이 15.0ppb는 상당한 수준이다.ppb(parts per billion·10억분의1)는 환경 속에 존재하는 물질의 농도를 나타내는 단위다. 학생 개인이 아닌,A학교와 B학교 주변 대기의 이산화질소 농도는 각각 35.3ppb와 29.9ppb로 5.4ppb의 차이를 보였다. 개인노출 농도차보다는 적은 것으로, 뒤집어 말하면 대기속 오염물질이 실제 개인들에게 더욱 강력하게 영향을 미친다는 뜻이다. 이산화질소는 화석원료의 연소나 자동차 배기가스 발생 등으로 생성되는 대표적인 도시 대기오염 물질로 기도·폐 기능 저하 및 장해 등을 유발한다. 저농도에서 오랜 시간 노출되면 만성기관지염, 폐기종, 위장장해, 치아산식증(이빨이 삭는 것), 불면증 등이 나타날 수 있다. 이산화질소가 자동차 배기가스의 지표물질인 점을 고려하면 천식을 일으킬 수 있는 미세먼지나 새집증후군의 원인물질인 휘발성유기화합물(VOCs) 등 배기가스 내 다른 물질에도 더 많이 노출됐을 가능성이 높다. 최근 ‘학교보건법시행규칙’ 등이 개정되면서 학교 실내오염물질 측정 범위가 확대되고 의무화됐지만 학교주변에 대한 오염 규제나 감시는 미흡하다. 나길회기자 kkirina@seoul.co.kr
  • 당신은 지금 암을 마시고 있다

    당신은 지금 암을 마시고 있다

    ‘지금 혹시 금연 결심이 흔들리지는 않습니까?’ 흡연이 인체에 미치는 폐해가 워낙 크고 심각해 많은 흡연자들이 해가 바뀔 때마다 연례행사처럼 금연을 시도하지만 성공하는 경우는 드물다. 그러나 흡연이 구체적으로 왜 문제인지를 안다면 생각이 달라질 수도 있다. 무서운 흡연의 폐해, 그 실체를 들여다 본다. ●암 담배 연기 속에는 최소 50여 종의 A급 발암물질이 들어있다. 담배를 장기간 피우면 이런 발암물질이 체내에 축적돼 암을 유발한다. 지금까지 규명된 각종 암의 원인 중 30∼40%는 흡연이다. 흡연자는 비흡연자에 비해 후두암 11.5배, 구강암 13배, 폐암 11.3배, 식도암 6.4배, 간암 2.3배, 방광암 2배, 췌장암 1.5배, 위암 1.5배, 자궁경부암 2배 정도로 발생률이 높다. ●심혈관계 질환 심혈관 질환은 65세 이하 환자의 45%,65세 이상 환자의 25%가 흡연이 원인이었으며, 만성폐쇄성폐질환(COPD)으로 인한 사망자의 81.5%도 흡연 때문이었다. 담배는 한 개비만 피워도 니코틴의 작용으로 혈압이 오르고, 맥박이 빨라지며, 말초혈관이 수축한다. 또 혈소판의 응고를 촉진해 혈전증을 일으키는가 하면 담배 연기의 일산화탄소와 헤모글로빈이 결합해 원활한 산소 공급을 방해한다. 또 독성물질의 작용으로 저밀도(LDL)콜레스테롤이 증가, 동맥경화증을 유발하기도 한다. ●호흡기계 질환 담배 연기는 기관지를 자극해 염증을 일으켜 기침과 가래를 만들며, 기관지 벽을 두껍고 좁게 만들어 호흡기능을 떨어뜨린다. 또 호흡기계의 자정작용인 섬모운동을 약화시켜 감기, 기관지염 등이 쉽게 발생한다. 조금만 움직여도 숨이 차는 폐기종도 흡연의 결과이다. ●구강 질환 흡연자는 거의 대부분 치주조직이 약해져 잇몸병을 앓고 있으며, 치아의 색깔도 누렇게 변하고 검은 테가 생긴다. 한번 변한 치아의 색깔은 담배를 끊어도 회복되지 않는다.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 만성폐쇄성폐질환 치료법 개발

    국내 의료진이 흡연자들에게 사형 선고나 다름없는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치료법을 개발했다. 서울아산병원 호흡기내과 이상도 교수는 쥐를 이용해 COPD의 흡연 동물모델을 개발, 이 쥐에게 ‘심바스타틴’이라는 약물을 투여해 COPD를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냈다고 18일 밝혔다. 이 연구 결과는 세계적인 권위를 인정받는 ‘미국 호흡기 및 중환자의학회지’ 최근호에 게재됐으며, 이 교수는 심바스타틴에 대한 용도 출원 특허도 획득했다. 이 교수는 최근 5년 동안 쥐에게 매일 10개비씩 4개월 동안 흡연을 하도록 해 COPD 쥐 모델을 개발했다. 이후 이 그룹과 담배를 피우면서 심바스타틴을 복용한 그룹을 비교한 결과 두 비교군에서 COPD의 증상 정도에서 뚜렷한 차이를 확인했다고 설명했다.또 심바스타틴을 투여한 쥐를 대상으로 정밀 조직검사를 실시한 결과 COPD를 유발하는 3대 요소인 폐기종(폐에 구멍이 생기는 병)과 폐 고혈압, 기관지와 기관지 혈관 주위의 염증이 놀랄 만큼 개선됐다고 덧붙였다.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 [2005 재계 인맥·혼맥 대탐구] 금호아시아나그룹(1)-창업주 박인천회장家

    [2005 재계 인맥·혼맥 대탐구] 금호아시아나그룹(1)-창업주 박인천회장家

    “잠깐이면 될 것이다. 아주 잠깐. 이 쇳줄을 넘어 몸을 던지면 될 것이여. 눈 깜짝할 사이면 저 파도에 휩쓸려 들어가 아주 사라져 버리고 말 것잉게.” 문화부장관을 지낸 작가이자 영화감독인 이창동씨가 지은 금호그룹 창업주 박인천(朴仁天) 일대기인 ‘집념-길위의 길’에는 1923년 당시 23세이던 박씨의 실패담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지금의 초등학교에 해당하는 보통학교 2학년 중퇴가 학력의 전부인 박씨는 어려서부터 이런저런 장사에 손을 댔지만 실패의 연속이었다. 일본 오사카에 돈을 벌러 갔지만 일주일만에 빈손으로 돌아오며 자살을 염두에 뒀을 정도로 그의 젊은 시절은 상처투성이였다. 이창동씨는 박씨의 일대기를 소설 형식으로 묘사하면서 “박인천의 일생은 우리 역사의 엄정한 상징”이라고 평가했다. ●택시 2대로 운수사업 시작 박씨는 나이 30세를 넘어 정규 교육을 이수하지 못했으면서도 독학으로 지금의 행정고시에 해당하는 보통문관시험에 합격하는 등 놀랄 만한 집념으로 인생의 반전을 이뤘다. 이런 그의 의지는 해방 이후 당시로선 노인 취급을 받고 은퇴할 만한 나이인 46세에 광주에서 미국산 중고택시 두 대로 회사를 차려 광주고속이라는 고속버스 회사를 출범시킨다. 박 회장은 이를 기반으로 삼양타이어(현재의 금호타이어), 석유화학으로 사업영역을 넓히며 현재 재계서열 10위 그룹으로 키워 냈다. 특히 금호그룹은 5공시절 예상을 깨고 제2민항사업자로 선정되면서 성장가도를 달리며 대표적인 호남재벌로 자리매김했다. 이처럼 박씨가 택시 두 대에서 아시아나항공까지 키워온 대재벌의 창업주로 성장하기까지에는 뼈아픈 실패들이 밑거름이 되었다. 남달리 고집이 세고 남한테 지기 싫어하는 ‘승부욕’이 오늘날의 금호아시아나그룹을 탄생시킨 것이다. 그야말로 박씨의 삶은 좌절과 성공을 향한 몸부림, 해방 후 맨주먹으로 출발해 한국 굴지의 재벌을 이루는 과정으로 이어지며 한편의 드라마를 연상시킬 만큼 극적이다. 그래서 한국 현대사의 축소판과 닮은꼴이라는 평가가 많다. 아호가 ‘금호’(錦湖)인 박인천 회장은 1901년 7월5일 전남 나주군 죽포면 동산부락 일명 신기(新基)마을에서 태어났다. 빈농에서 태어난 박 회장은 열 살이 될 때까지 별다른 교육을 받지 못하다가 어머니 손에 이끌려 서당에 다녀야 했다. 또래들보다 늦게 시작한 한학이지만 열다섯살 때 팔현강당에서 개최된 강경(講經)시합에 출전해 최우수상을 받는 등 재능을 발휘했다. 그러나 박 회장은 곧 한문공부에 흥미를 잃고 말았다. 자동차가 신작로 위에 먼지를 일으키며 달리는 시대에 한문 공부를 해서 뭘 하겠느냐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결국 열일곱살 되던 해 지금의 초등학교격인 나주 공립보통학교 1학년에 입학했다. 하지만 신식공부에 대한 열의도 2년을 넘지 못했다. 고등학교에 다녀야 하는 나이에 초등학교를 다니며 ‘애늙은이’ 취급을 받는 것이 무엇보다 싫었기 때문이다. 박씨는 공부에 대한 미련을 접어 버리고 열아홉살 때부터 면화수집상, 대금업, 싸전업 등의 장사를 했지만 손을 대는 족족 손해만 입었다. 이처럼 실패만 거듭해온 박씨가 인생의 전환기를 맞은 것은 일본으로 건너간 직후였다. 일본 오사카에서 보았던 어마어마한 공장 굴뚝 앞에서 조선 사람으로서의 무력감과 좌절감이 그를 바꿔 놓았다.“일본놈들이 어떻게 돈을 벌고 공장을 짓는지 알고 싶다.”는 일념으로 일본 순사 시험을 준비해 합격한 뒤 5년 만인 1929년 보통문관시험에 합격한 이후였다. 그리고 같은 해 이순정 여사를 배필로 맞았다. 박 회장은 8·15 해방을 맞자 택시 두 대를 구입해 운수사업에 뛰어들었다.17만원(圓)의 자본금으로 포드 디럭스 세단 5인승 택시 두 대를 사들였다. 그때 이 돈은 80㎏들이 쌀 44가마를 살 수 있는 액수였다.3남인 삼구 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은 창업주의 집념, 도전, 개척정신을 본받는다는 취지로 그룹 창업의 모태가 됐던 택시와 똑같은 모델을 구입해 용인 금호아시아나 인재개발원 1층 로비에 전시하고 있다. 사업수완이 있었던 박 회장은 2년여의 짧은 기간에 어느 정도 자본을 축적,48년에 광주여객을 세워 버스운수업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그러나 6·25전쟁은 탄탄대로를 걷던 그의 모든 것을 앗아가 버렸다. 하지만 박 회장은 온갖 역경을 극복하고 50년대에 광주여객을 전라남도 최대의 여객운송업체로 키워냈다. 이 과정에서 이순정 여사의 내조가 결정적인 힘이 됐다. 올해 95세인 이 여사는 아직도 광주여객을 운영하던 광주시 금남로 212번지에 거주하고 있다. 광주여객을 경영하던 당시 ‘안집’이라고 불렸던 이 집에서 친척, 조카, 버스 차장과 정비공 등 50명의 식솔을 손수 챙길 정도로 남편의 사업을 헌신적으로 도왔다. 1984년 남편과 사별한 이후에도 이 여사는 900명에 이르는 학생들에게 매년 1억원 이상의 장학금을 지급하는 등 사회복지시설에 수용된 불우이웃을 돕고 봉사단체를 육성하는 데 앞장서 왔다. 이 여사는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2002년 대한적십자사로부터 민간부문 최고 권위의 ‘적십자 박애장 금장’을 받기도 했다. ●제2민항 선정 ‘제2 도약´ 광주여객을 업계 최고의 반열위에 올려 놓은 박 회장은 이후 방적회사인 전남제사, 고려도자를 비롯해 금호타이어(전 삼양타이어)를 설립, 금호아시아나그룹 창업의 기틀을 다져나갔다. 그러던 박 회장은 1972년 어느 날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로 재직중이던 큰 아들 성용에게서 중대한 제안을 받는다. 서울 종로구 관철동에 있던 사무실로 찾아 온 아들은 “경영성과를 높이고 효율적 운영을 위해 지주회사 설립이 필요하다.”는 건의를 했다. 박 회장은 이를 받아들였고, 같은 해 10월 10일 박성용 교수 등 7명이 발기인으로 참석해 지주회사인 ‘금호실업’ 설립을 결의했다. 박 회장은 또 박 교수를 금호실업 부사장으로 전격 영입했다. 1973년 1월1일 금호아시아나는 박 회장이 초대 그룹 회장에 취임하면서 금호아시아나그룹을 출범시켰다. 금호는 그룹체제 출범과 함께 계열사별로 경영관리체제를 정비했다. 금호실업은 장남인 성용, 광주고속은 2남인 정구, 금호타이어는 3남인 삼구, 삼화교통은 첫째 사위인 배영환에게 경영을 책임지도록 했다. 1984년 6월6일 타계한 박인천 창업회장의 뒤를 이어 장남인 박성용 부회장이 그룹 2대 회장에 올랐다. 서강대 교수 재직시절부터 자문역으로 그룹경영을 도와온 박 회장은 금호실업 사장과 그룹 부회장을 거쳐 10년 만에 2세 경영시대를 연 것이다. 박성용 회장은 88년 정부로부터 제2민항 설립업체로 선정되는 경영능력을 발휘했다. 계열사간 합병과 비수익 사업정리 등 과감한 구조조정을 진행해 취임 당시 6900억원이었던 그룹 매출을 1995년 4조원으로 끌어올렸다. 이후 박성용 회장은 1996년 4월 바로 아래 동생인 정구 회장에게 회장직을 물려 주었다. 형제간 친족간 경영권 분쟁이 끊이질 않고 있는 작금의 경영계에 교훈이 될 ‘형제간 화합경영’의 모델을 제시한 셈이다. 박정구 회장이 2002년 지병인 폐암으로 세상을 뜨자 3남인 박삼구 회장이 그룹 4대 회장으로 취임하며 금호아시아나그룹은 형제경영의 전통을 이어나가고 있다. 박인천 회장은 슬하에 5남3녀를 두었다. 성용, 정구, 삼구에 이어 4남 찬구 금호석유화학부회장,5남 종구 국무총리 국무조정실 경제조정관 등이다. 딸은 경애, 강자, 현주씨 등 3명이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의 혼맥은 박인천 회장이 생전에 아들딸의 혼사에 매우 신경을 썼기 때문에 정·관·재계 유력 집안과 화려한 혼맥을 맺고 있다. 박 회장은 직접 유력 집안에 줄을 넣어 “사돈을 맺자.”고 청한 적도 있을 만큼 자식들의 혼사를 중요시했다. 특히 호남재벌이면서도 정구, 삼구, 찬구 3형제를 모두 영남 유력 집안에 장가 보냈다. 3세들 결혼도 삼성,LG, 대우그룹과 사돈을 맺는 등 화려한 혼맥이 이어지고 있다. 이처럼 박 회장이 자식들의 결혼을 직접 챙기는 등 혼사를 중요시 여겼지만 유독 큰아들 성용은 부친의 뜻을 어기며 연애결혼을 강행했다. 큰 아들 성용은 미국 예일대에서 유학하던 시절에 미국인 마거릿 클라크를 만나 열애 끝에 1964년에 결혼했다. 박성용 회장은 클라크 여사와 1남 1녀를 뒀다. 장손녀 미영(39)씨는 아직 미혼으로 캐나다에서 머물며 불교 관련 일을 보고 있다. 미국에서 영화 공부를 하고 있는 재영(35)씨는 구자훈 LG화재 회장 3녀인 구문정(30)씨와 결혼해 1남을 두고 있다. 창업주의 큰딸인 경애(71)씨는 제헌의원 출신 배태성씨의 장남 배영환(72) 삼화고속 회장에게 시집을 갔다. 슬하에 배정철·승현·동철·홍철 등 4형제를 낳았다. 2남인 정구 회장은 경북 안동에서 국회의원을 지낸 김익기 전 국회의원의 딸 김형일(59)씨를 배필로 맞았다. 김익기씨는 해태그룹의 창업주였던 박병규씨와 사돈관계이고, 박병규씨는 민병권 전 교통부 장관과 사돈이기도 하다. 정구 회장은 슬하에 은형·은경·은혜씨 등 세 딸과 외아들인 철완씨를 두고 있다. 세 딸은 모두 시집을 갔는데, 재계 유력 집안과 혼사를 맺었다. 장녀 은형(35)씨는 김우중 전 회장의 차남 김선협(포천아도니스CC 사장)씨와 결혼했고, 은경(33)씨는 장상돈 한국철강 회장 차남인 장세홍(한국특수형강 이사)씨와,3녀 은혜(29)씨는 허진규 일진그룹 회장의 차남 재명(일진경금속 영업담당겸 누브인터내셔널 대표)씨와 혼인했다. 아들 철완(27)씨는 국내에 있는 보스턴 컨설팅 그룹에서 경영수업을 쌓고 있다. 금호미술관장으로 있는 2녀 강자(64)씨는 대한전자재료 회장인 강대균(64)씨와 결혼했다. 강씨는 서울대 정치학과를 나와 미국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미국 LSE대 출신인 아들 재원(25)씨와 지은과 지영 등 두 딸이 슬하에 있다. 3남인 삼구 회장의 부인 이경결씨는 한국은행·산업은행 총재, 재무장관을 지낸 이정환씨의 둘째 딸이다. 이정환씨는 금호석유화학 회장을 지내기도 했다. 삼구 회장의 장남 세창(30)씨는 2003년 3월 교육자 집안 출신인 김현정(29)씨와 결혼했다. 세창씨는 지난 6월 MIT공대 MBA 과정을 졸업한 뒤 미국 회사에 취직했고, 딸 세진씨는 유학 중에 있다. 4남 찬구 금호석유화학 부회장은 위창남 전 광주투금 사장 딸인 위진영씨와 결혼했다. 장남 준경(27)씨는 고려대를 졸업한 뒤 중동 관련 무역회사에서 근무하고 있고, 딸 주형씨는 미국에서 공부 중이다. ●3녀 현주씨 삼성과 사돈 금호가(家)의 화려한 혼맥은 3녀인 현주(52)씨에서 절정을 이뤘다. 현주씨는 대상그룹 임창욱(56) 명예회장과 결혼했다. 현주씨는 1998년 큰딸 세령(28)씨를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외동아들인 이재용 삼성전자 상무(37)와 결혼시켜 삼성가와 사돈 관계로 맺어졌다. 세령씨와 이 상무가 만나게 된 것은 두 사람의 어머니인 현주씨와 홍라희 여사가 불교신도 모임인 ‘불이회’에서 친하게 지낸 게 계기가 됐다. 연세대 경영학과 2학년에 재학 중이던 세령씨는 결혼과 함께 휴학하고 미국 하버드대학에서 박사과정을 밟던 남편을 따라 유학길에 올랐다. 세령씨는 유학 중 2000년 장남 지호를 얻었고, 이듬해 귀국해 이건희 회장 부부와 함께 살면서 지난해에는 딸 원주를 낳았다. 둘째 딸 상민씨는 이화여대를 나와 미국 유학 중이다. 특히 현주씨는 대상그룹의 계열사인 상암커뮤니케이션즈의 지분 75%를 갖고 부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둘째 딸 상민씨를 2대 주주(17%)로 편입시켜 눈길을 끈다. 5남 종구(47) 국무조정실 경제조정관은 ㈜삼흥복장 사장 이명선씨의 장녀 이계옥(47)씨와 결혼했다. 슬하에 건호, 도윤 등 1남1녀를 두고 있다. 박씨는 미국 시러큐스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은 뒤 아주대 경제학과 교수를 지내다 1998년 기획예산위원회(현 기획예산처) 공공관리단장(별정직 2급)으로 공직을 시작했다.2002년 수질개선기획단 부단장으로 자리를 잠시 옮겼다가 2003년부터 국무조정실 1급인 경제조정관으로 재직 중이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형제경영을 펼치면서도 유독 종구씨만 경영에 일체 관여하지 않는 점도 재계에 비상한 관심거리다. 이에 대해 금호아시아나그룹 관계자는 “박씨는 막내 아들이지만 경제를 전공한 전문가로서 그룹 일에 뜻을 두기보다는 공직에서 자신의 능력을 펼치는 것으로 집안 내에서도 정리가 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종락기자 jrlee@seoul.co.kr ■ ‘벽안의 맏며느리’ 클라크 여사 ‘벽안(碧眼)의 재벌 며느리’ 박성용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명예회장의 부인 마거릿 클라크 박 여사는 미국인이면서도 한국인보다 더 한국인에 가까웠다. 보수적인 재벌가에서 조용히 남편을 도우며 맏며느리로서 시동생과 동서들을 챙기는 평범한 주부로 살아왔다. ●예일대 수학중 만나 교제 마거릿 클라크 여사는 남편인 박 전 명예회장을 1963년 미국 예일대에서 만났다. 그녀는 대학원 경제학부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던 박 전 회장을 눈여겨봤다. 동양인이면서도 이지적인 이미지에 항상 ‘제니스’ 라디오의 이어폰을 귀에 꽂고 클래식 음악을 듣던 박 전 회장에 대한 호감이 컸다는 게 박 전 회장의 이종 사촌인 서구 금호아시아나그룹 고문 등 친인척들의 전언이다. 박성용 전 회장도 미국인이지만 키도 그리 크지 않고 조신하게 생긴 클라크 여사의 매력에 흠뻑 빠졌다. 그러나 두 사람의 사랑이 커갈수록 고통이 더했다. 당시로선 유교적 전통이 강한 밀양 박씨의 장손으로 외국인을 맏며느리로 들인다는 것은 상상을 초월하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번민의 세월을 보내던 박 전 회장은 아버지에게 클라크와의 결혼을 허락해 달라는 편지를 보내면서 그녀와 나란히 찍은 사진을 동봉했다. 그러나 아버지 박인천 회장은 그 사진을 둘로 찢어서 봉투에 넣어 아들에게 다시 돌려보냈다. 그것이 박 회장이 할 수 있는 가장 분명하고 단호한 의사표시였다. 그러나 부모에게 효자로 소문난 박 전 회장은 난생 처음 부모의 뜻을 거역했다.1964년 둘이서 법적 절차만을 갖춘 최소한의 결혼식을 올리고 아버지와 사실상 ‘의절’ 상태에 들어갔다. 물론 박 회장은 두 사람의 결혼을 허락하지도 않았고, 결혼식에 참석하지도 않았다. 그러나 자식 이기는 부모 없는 법. 박 회장은 큰 아들 성용이 결혼한 지 2년이 지난 때에 둘째딸 강자가 미국 필라델피아에서 결혼식을 올리게 되자 아들 집을 방문하게 됐다. 당시 박 전 회장은 예일대경제학박사를 받은 뒤 클리블랜드시에 있는 케이스 공대 조교수로 재직하고 있었다. 박인천 회장은 클리블랜드 공항에 마중나온 파란 눈의 며느리와 그녀가 품에 안고 있던 장손녀 미영씨를 맞닥뜨린 뒤 얼었던 마음이 녹아 내렸다. 미국인이었지만 수수하면서도 정이 가는 인상을 가진 맏며느리를 보고는 굳게 닫혔던 마음을 2년반 만에 연 것이다. ●자녀들에 한국식 교육 서구 고문은 “성용 형님이 결혼한 뒤 페기(마거릿 클라크의 애칭) 형수에게 집안의 법도 등 예절교육을 많이 시켰다.”면서 “아버님에게 며느리로서 인정받기 위해서는 한국의 며느리가 지켜야할 예절에 대해 귀가 닳도록 얘기를 했다는 말을 형님으로부터 들었다.”라고 회고했다. 실제로 클라크 여사는 미국인이지만 미영씨와 재영씨를 이화여고와 구정고까지 졸업시킨 뒤에야 미국으로 유학을 보냈을 정도로 한국식 자녀교육을 고수했다. 그녀의 한국말은 서툴렀지만 상대방이 하는 얘기를 어느 정도 알아듣는 수준이었다. 클라크 여사는 박 전 회장 사후에 미국 친정에 기거하고 있다. 캐나다와 미국에 있는 미영씨와 재영씨를 가끔씩 만나는 것으로 외로움을 달래고 있다고 한다. 그렇지만 국내에서 집안의 대소사가 있으면 미국에서 달려와 직접 챙기는 등 아직도 맏며느리로서의 소임을 게을리 하지 않고 있다. 박인천 회장도 한국 집안에 시집온 뒤로 별 탈 없이 큰 며느리의 역할을 해내는 미국 며느리에 대해 뒤늦게 만족감을 표시했다. 박 회장은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제작한 탄생 100주년 기념 영상물에서 한 지인에게 “우리 큰 자부(며느리)가 미국 여자입니다. 나도 잘 이해를 하고 또 역시나 데리고 있어 보니까 똑같아요. 한국 며느리나 외국 며느리나. 그리고 이해심도 있어요. 자기들끼리 좋으면 좋은 것이기 때문에 이해하고 잘 지내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jrlee@seoul.co.kr ■ 창업주 父子 ‘금연 전도사’ ▲ 창업주의 도전정신을 기리기 위해 용인 인재개발원에 전시된 ‘1933년형 포드 딜럭스세단 5인승’ 옆에서 박삼구(왼쪽) 회장과 박찬구 부회장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금호아시아나그룹은 금연운동에 관한 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1986년 금연 캠페인을 시작해 1991년부터는 자체 사업장뿐만 아니라 일선 영업장에까지 금연을 실시하고 있다. 금호아시아나의 이런 금연 노력은 창업주와 2세 경영인들의 건강과 무관하지 않다. 박인천 회장은 1938년 심한 폐병을 앓아 2년 가까이 투병생활을 했다. 지금이야 폐병이 심한 병이 아니지만 당시 폐병을 앓는 환자는 세 명 중 두 명이 죽어나갔다. 경찰이었던 박 회장은 요양을 위해 순천경찰서에서 보성경찰서로 직장을 옮기고, 몸에 좋다는 각종 약과 치료를 받았지만 별반 차도가 없었다. 결국 경찰서에 사직서를 제출하고 목포에서 개업 중이던 김보형이라는 한의사로부터 1년 동안 녹용을 복용한 이후에야 건강을 되찾을 수 있었다. 박 회장은 이후 장수를 누려 84세에 별세했다. 박성용 명예회장도 폐가 좋지 않았다.1985년까지 하루에 담배 두갑을 피울 정도로 애연가였다. 그러나 담배가 건강에 해롭다고 생각하여 흡연운동을 전사적으로 전개했다. 1986년 8월 박 회장을 비롯한 142명의 임직원들이 금연운동에 동참해 매일 담뱃값 대신 푼돈을 모아 만든 ‘금호건강복지기금’을 조성해 금연 캠페인을 시작했다. 1991년 서울 중구 회현동에 있던 그룹 본사 사옥인 아시아나 빌딩을 포함한 전 사업장에 완전금연을 실시했다. 박 명예회장은 이런 공로로 1991년 8월 세계보건기구(WHO)로부터 금연메달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박 명예회장은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폐암으로 운명을 달리했다. 박 명예회장은 평소에도 허리디스크가 있어서 딱딱한 단화를 신지 못하고 스폰지 단화나 등산화 등을 신고 다녔다. 박정구 회장도 폐병으로 2년여 투병생활을 했다.2001년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 MD앤더슨암센터에서 폐기종 치료를 받아 한때 건강을 되찾아 경영 일선에 복귀했으나 2002년 7월 일산 국립암센터에서 폐암으로 별세했다. 그룹 관계자는 “창업주를 비롯한 2세 경영인들이 공교롭게도 폐가 좋지 않아 고생을 했지만 가족병이라기보다는 경영인으로서 심한 스트레스로 인해 병을 얻은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정세영 현대산업개발 회장, 최종건 SK그룹 선대회장과 최종현 회장, 양회문 대신증권 회장 등이 폐암으로 운명을 달리했다. 이종락기자 jrlee@seoul.co.kr ●특별취재반 산업부 홍성추 부장 (부국장급·반장) 박건승·정기홍·류찬희 차장 이종락·이기철·주현진·류길상·김경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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