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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꼴찌’학교 명문高로 ‘우뚝’/전북 익산고 수능고득점 대거배출

    ‘꼴찌’들이 다니던 시골의 한 종합고등학교가 대입 수능시험 고득점자를 다수 배출하는 ‘명문고’로 탈바꿈해 화제다. 전북 익산시내 중심가에서 20㎞쯤 떨어진 금마면 동고도리 익산고(교장 최인호·59)는 지난 66년 설립돼 인문계와 실업계 학생이 함께 공부하는 종합학교이다.몇년 전까지만 해도 익산과 군산지역에서 인문고 진학에 실패한 학생들이 ‘마지막 학교’로 선택하는 후기 학교로 인식됐었다. 정원이 532명이나 되지만 개교후 지난 30여년간 수도권 대학에 입학시킨 학생이 손에 꼽힐 정도로 실력이 형편 없었다.그랬던 이 학교가 지난해부터 서서히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올해는 기어이 큰일(?)을 내고야 말았다. 이번 수능시험에서 이 학교 고인성(인문계)군이 392점으로 전북도내 최고성적을 거둔데 이어 전북도 예체능계 수석도 이 학교 학생이 차지하는 저력을 과시했기 때문. 특히 이 학교에서 운영하는 영재학급 학생 29명 가운데 과반수가 330점 이상 고득점을 얻는 놀라운 성적을 기록했다. 지난해에는 개교 36년 만에 처음으로 서울대 합격자를 배출하는 성과를 올렸다.이같이 익산고가 갑작스럽게 입시명문으로 떠오른 것은 지난 99년 지병으로 숨진 익성학원 지성양(당시 69) 이사장의 ‘교육보국’ 실현의지 때문이다.지 이사장은 눈을 감기 전 ‘지역인재 양성’ 유지(遺志)와 함께 150억원의 장학기금을 내놓았고,이를 기반으로 인재육성 사업을 활발히 펼치게 됐다. 30여명으로 구성된 ‘영재학급’을 별도로 설치,이들 학생에게는 3년간 수업료를 포함한 일체의 공납금과 기숙사 비용을 전액 면제해주고 있다.겨울방학때는 미국과 호주에 1개월씩 어학연수도 보냈다. 최 교장은 “학생들이 대부분 도시로 빠져나가면서 수많은 농촌학교들이 폐교에 직면해 있는 현실에서 상당히 고무적인 현상이라고 생각된다.”면서 “우리 학교의 교육시스템이 침체된 농촌교육에 활력을 불어넣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익산 임송학기자 shlim@
  • [나의 건강보감] 세브란스 외국인 진료소장 인요한 박사

    “사냥에는 저를 뛰어넘는 의미가 있습니다.1895년 처음 이 땅을 밟으신 저의 진외증조부(아버지의 외조부) 유진 벨 이후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모두 사냥을 했습니다.그 분들에게 사냥은 이국에서의 외로움을 달래는 방편이자 이 땅 구석구석을 이해하는 길이었습니다.” 연대세브란스병원 외국인 진료소장 인요한(44) 박사.처음 본 사람은 누구나 그를 ‘외국 사람’이라고 한다.금발에 파란 눈,체격도 110㎏이 넘으니 그럴 수밖에.그러나 마주보고 인사 한마디라도 나눈 사람치고 그를 외국인이라고 우길 사람은 없다.확실히 그는 ‘벽안(碧眼)의 한국인’이다. ●진외증조부 이후 5대가 109년간 한국생활 그의 가족은 5대 109년동안 이 땅을 지키며 살고 있다.그와 그 가족들이 이 땅에 씨뿌려 가꾼 사랑이라는 이름의 나무는 어느새 웅숭깊게 자라 그 허구한 세월을 과실처럼 매달고 우뚝 서있다.3대의 조상이 이 강산에 혼백을 묻었음에도 우리에게 더 건 그 무엇이 아직도 남아 있는 걸까.“저는 한국과 한국인에게서 받은 게 참 많습니다.이 땅에서 이국의 선교사 아들로 태어나 한국인으로 자라 교육받고 또 이렇게 병마의 고통을 더는 구원의 일까지 하고 있으니 이보다 더한 축복이 어딨겠습니까?”그러면서 “제가 이 나라를 위해 무슨 일을 해야할지를 고민하며 살고 있다.”고 했다. 이런 그에게 사냥은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이 땅과 이 사람들을 더 깊이 이해하는 값진 지침’이다.그래선지 사냥이라면 밥먹다가도 숟가락을 놓는다.“최근엔 가족들이 전남 보성에서 사냥 휴가를 보내고 왔어요.일주일동안 꿩만 열댓마리 잡았지요.”사냥을 위해 여름 휴가를 미뤘다가 수렵장이 개설되자마자 부리나케 뛰어가 보성의 산야를 훑고 왔다.네살난 막둥이는 물론 부인 이지나(41)씨도 사냥을 즐겨 최근 수렵 면허시험을 치르기도 했다.해마다 수렵장이 개설되는 11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못가도 스무번은 사냥길에 나선다.“매년 번갈아 순환수렵장이 열리기 때문에 해마다 고을 하나씩을 섭렵할 수 있다.”며 덩치가 집채만한 그가 좋아라 웃는다. 그는 사냥을 ‘단순한 살생’으로 보는 시각에 아니라고 고개를 젓는다.지금처럼 먹이사슬이 붕괴된 상태에서 사냥은 생태계의 건강성을 지키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것이다.그렇다고 그가 오로지 사냥에만 매달리는 건 아니다.그는 산,그중에서도 지리산을 끔찍하게 사랑한다. ●어머니 품 같은 지리산 천번넘게 찾아 “제가 지리산을 오른 횟수는 줄잡아 천번이 넘을 겁니다.보통은 수렵기가 끝나는 3월부터 10월 사이에 가는데,사연이 있습니다.”그와 지리산의 인연은 깊다.진외증조부 이래 그의 조상들은 지리산에서 지난한 선교의 영적 힘을 얻었는가 하면 종교적 근신을 하곤 했다. 또 지리산은 그의 선조가 콜레라 등 풍토병을 피하는 피난처이기도 했다.지금도 노고단과 왕시루봉 인근에는 이 땅의 고단한 선교 역사를 증언하는 이들 유적이 남아 있어 그들이 살았던 세월을 묵묵히 웅변하고 있다. “전 강보에 쌓인 젖먹이때부터 이곳을 찾기 시작했어요.그 후 세상에 걷어 차이고 사람 때문에 울고 싶을 때마다 이곳을 찾아 묵상에 들곤 합니다.묵상 속에서 다시 용서와 화해의 힘,그리고 고난을 이겨내는 용기를 얻곤 하지요.”이를테면 인 교수 가족에게 지리산은 영혼의 안식처이자 그들이 하릴없이 엎어지지 않도록 건강을 준 어머니의 품같은 곳이다. 그에게는 남다른 아픔이 하나 있다.누군가 그곳에 선대의 희생을 모욕하듯 ‘이 곳은 무엇을 했던 곳일까요?’라는 제목의 안내판을 세운 것.제목 밑에는 선교사들이 마치 외세의 전위대인 것처럼 써놓은 내용이 실려 있었다.이 대목에서 그의 안색이 굳어졌다. “제 선조는 일제로부터 고종 황제를 지키기 위해 몸을 던졌고,폐교와 추방의 아픔을 겪으면서도 신사 참배를 거부했으며,3·1운동 때는 일제의 학살 만행을 알리기 위해 사선을 넘었습니다.또 저는 부끄럽지만 광주민주화 운동때,그 처절한 살륙의 현장을 지키며 외신 기자들에게 진실을 알리다 추방되기도 했고요.전 감히 말합니다.역사는 온당하게 읽어야 한다고.”그 안내판은 그후 슬그머니 철거됐다. ●젓갈없으면 밥 못먹는 ‘진짜 한국인' 인 박사는 1959년 전북 전주에서 태어나 유년기를 순천에서 보냈다.1895년 이 땅에 첫 발을 내디딘 진외증조부 유진 벨 남장로교 선교사와 할아버지 윌리엄 린튼,아버지 휴 린튼에 이어 그와 그의 자녀들까지 5대가 이 땅을 지키며 산다.처음 한국땅에 들어올 때 유진 벨은 당시 상대적으로 낙후한 전남 지역을 택해 그 소외의 땅에서 눈물겨운 선교활동을 시작했다.이런 선조의 고난을 두고 “그 분들은 이 땅에 간과 쓸개,혼까지 아낌없이 바쳤고,나는 그 분들의 음덕으로 편하게 사는 셈”이라고 회고했다.그러나 그 역시 선대가 그랬듯 편안한 길을 택하지 않았다. 그는 진외증조부가 이 땅에 들어온지 100년이 되는 지난 95년 둘째형 스티브 린튼과 ‘유진벨 재단’을 설립,북한돕기에 나섰다. 처음에는 식량을 지원하다가 지금은 결핵 퇴치사업에 주력하고 있다.그들 형제가 물불 가리지 않고 뛰어 지난 6년동안 북한에 물경 300억원이 넘는 의약품을 지원할 수 있었다.이 약품으로 북한의 결핵환자 15만명을 치료,이 가운데 13만여명이 완치됐다며 흐뭇해 했다. 그는 틀림없는 한국인이다.이 땅에서 오래 살았다거나 이름을 바꿨대서가 아니라 한국인과 정체성을 공유하기 때문이다.“식사는 한국식으로 합니다.양식은 한두끼만 먹어도 질리는데,한식은 안그래요.젓갈 양념에 버무린 김치와 청국장,보쌈을 모르고 사는 서구인들,불행해요.한번은 뉴욕엘 갔어요. 기내식에 질려 도착하자마자 우래옥이란 한식집을 찾아갔는데,그곳에서 먹었던 알탕 맛을 평생 잊을 수 없습니다.” ●유진벨재단 설립 北에 의약품 300억 지원 젓갈이 없으면 밥을 못먹고,술이라면 청탁을 가리지 않으며,사람을 좋아해 틈만 나면 달려나가 술판을 벌이기 일쑤인가 하면 ‘연세세브란스는 내 모든 것’이라는 한국적 연고의식,그러면서도 북한돕기의 열정을 감추지 않는 심지까지 가진 그가 한국에서 주변인이어야 할 이유는 어디에도 없다. 담소 말미에 덧붙인 그의 얘기는 우리에게 자괴스러운 부끄러움이었다.“북한을 오가면서 느낀 게 있습니다.분단의 상처가 이렇게 큰데,지역이 다시 갈려 있다는 건 우리 민족의 건강성을 해치는 고질입니다.이젠 청산해야죠.” 심재억기자 jeshim@ ■사냥 건강예찬 “사냥만 한 스포츠가 어딨습니까?자연과 교감하며 몸과 정신을단련하는 것은 물론 스트레스도 물에 씻은 듯 털어냅니다.골프처럼 돈이 드는 것도 아니고 주색잡기처럼 몸이 상하지도 않습니다.” 그는 어려서부터 종종걸음으로 아버지를 따라 사냥터를 누볐다.벌써 초등학교 5학년때 할아버지에게서 20구경 외대 단발총을 넘겨받아 품고 잤던 일도 생생한 기억.젊어서는 훌치기 총인 레밍턴 870을 사용하다가 5년전 거금 200만원을 들여 이탈리아제 베넬리123 자동연발총을 구입했다. 사냥에는 사냥개도 필수.아버지 대까지는 포인터종을 사용했으나 그는 냄새가 싫어 포인터 대신 영국산 코커스패니얼을 택했다.사냥능력이 뛰어나면서도 절대 사람에게 해코지를 하지 않아 마음에 든다고 했다. ‘열혈 헌터’답게 그의 사냥건강론은 막힘이 없다.“가장 멋진 매력은 이 땅의 곳곳을 내 눈으로 살피며 애정을 키울 수 있다는 점입니다.알다시피 사냥은 정해진 길이 없습니다.대자연 속에서 지향없이 걷고 뛰며 야성과 만난다는 것은 생각만 해도 가슴 뛰는 즐거움 아니겠습니까?그뿐이 아닙니다.표적을 쫓아 격발하는 순간,세상의 모든 일들을 말끔히 잊곤 하죠.” 전국의 수렵장을 돌며 생경한 풍경과 음식을 즐길 수 있는 즐거움도 무시하지 못한다.더러 희귀 조수류와 만나는 것도 기쁨이다.최근에도 오소리와 산까치를 봤다고 자랑했다. 어려서부터 몸에 밴 탓에 그의 사냥원칙은 철저하다.아무리 그럴듯한 표적도 직접 눈으로 확인하기 전에는 절대 안전핀을 풀지 않는다. 보호 조수를 지키는 일도 그의 몫.평소 보호 조수를 머릿속에 담아 실수로라도 그것들을 살상하지 않는 철칙을 어긴 적이 없다. 그런가 하면 최근에는 바이러스성 간병(肝病)이 번져 야생토끼의 개체수가 줄고 있다며 수의사에게 원인 규명을 의뢰할 만큼 그는 지킬 것은 지키는 사냥꾼이다. 심재억기자
  • 지자체, 휴양시설 구입 붐/주5일 근무제 앞두고 콘도·폐교 매입 활용

    공무원 주5일 근무제를 앞두고 각 지자체가 직원들의 복지 증진을 위해 콘도 등 휴양시설을 구입하는 붐이 일고 있다. 대구시는 2001년 폐교된 경북 영덕군 달산면 영덕중학교 달산분교(공시지가 2억 7000만원)를 매입,내년부터 직원 휴양시설로 활용하기로 했다.시는 폐교를 리모델링,콘도식 숙소와 세미나실 등을 갖춰 연수 및 휴양시설로 사용할 방침이다.시는 지난해 전국 각지의 콘도 9계좌를 구입하기도 했다. 경기도 시흥시는 내년에 콘도(28평) 회원권 5계좌를 구입하기 위해 1억 2500만원의 예산을 책정했다.시는 현재 대명콘도 등 15계좌를 갖고 있으나 부분적으로 주5일 근무제가 실시되면서 신청자 수에 비해 계좌수가 부족하자 추가 구입을 추진한 것.안산시도 지난해 8억원을 들여 대명·한화콘도 30계좌를 사들인 데 이어 내년에 5계좌를 추가 구입하기로 했다. 대전시는 한화·일성콘도 등 17계좌를 보유하고 있으나 내년에 2억 5000만원을 들여 10계좌를 추가 구입키로 했고,충남도는 안면도에 롯데캐슬콘도 회원권 92계좌를 갖고 있다. 충북도는지난 5월 2억원을 들여 콘도 회원권 10계좌를 사들인 데 이어 내년에도 10계좌를 구입하기 위해 3억원을 책정했다.강원도 원주시는 지난 7월 2억 3000만원으로 한화콘도 8계좌를 사들였으며,전남도는 지난해 9400만원을 들여 지리산 자락에 있는 송원리조트 등 콘도 4계좌를 구입해 직원들에게 이용토록 하고 있다. 충북도 관계자는 “내년부터 격주 5일 근무제가 실시되면서 공무원들이 여가를 충분히 활용해 재충전할 수 있도록 콘도를 더 구입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일반회사에 비해 복지도가 크게 뒤지는 공무원들의 사기진작을 위해서는 필요한 조치라는 지적과 함께 곱지 않은 시각도 있다. 조모(48·시흥시 정왕동)씨는 “계속되는 경기침체로 시민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공무원들이 복지 증진을 이유로 국민의 세금으로 콘도를 대량 구입하는 것은 사려깊지 못한 처사”라고 말했다. 인천 김학준기자 kimhj@
  • ‘산악인 가수’ 신현대 콘서트/14~16일 대학로 라이브극장

    1980년대 후반 여성가수 백미현과 함께 ‘난 바람 넌 눈물’이란 노래를 불러 사랑받았던 가수 신현대가 14∼16일 대학로 라이브극장에서 콘서트를 연다. 이번 공연은 지난 6월 8년 만에 선보인 3집 음반을 기념하는 무대.산악인으로도 잘 알려진 그는 “엄홍길·박영석·한왕룡 등 청춘을 산에 바친 산악인들에게 헌정하는 무대”라고 취지를 밝혔다. 그에게 솔로 3집 앨범의 의미는 각별하다.주로 언더그라운드 라이브 무대에서만 노래를 불러온 그가 마침내 ‘오버그라운드’로 활동거점을 바꾸겠다는 신호탄이다.‘기억 속에 남은 너’‘그래 잊자’‘그저 그냥 그렇게 지내요’ 등의 수록곡들에서 알 수 있듯 성인 포크음악의 부활을 위해 앞장설 계획이다. 1987년 ‘눈물 속에 흐르는 자그마한 나의 별빛’으로 데뷔한 그는 지난 8월엔 경북 영주에서 폐교음악회를 개최하는 등 생활 속으로 파고드는 무대를 주로 열어왔다.80년대 후반 함께 활동했던 가수 박강성·김범룡·임지훈 등이 게스트로 출연할 예정.(02)2166-2821. 황수정기자
  • 폐교위기 학교 ‘세일즈’로 살렸죠/최일성 경기도 마장초등학교 교장

    10일 오전 경기도 가평군 가평읍 마장 2리.차를 타고 서울에서 북한강을 따라가다 가평읍을 만나 북쪽으로 5분쯤 달리자 산자락에 자그마한 학교가 모습을 드러냈다.‘학교 살리기’의 모범 사례로 알려진 마장초등학교다.교정 한쪽에서는 공사가 한창이었다.깨끗한 교사(校舍)와 아담한 운동장.겉으로 보기에는 여느 시골 초등학교와 다를 바 없었다. 낯선 손님을 반긴 것은 돌하르방 한 쌍.우직하고 작달막한 하르방을 쳐다보고 있는 사이 최일성(62) 교장이 나와 인사를 건넸다.최 교장은 지난 여름 4·5·6학년 제주 수학여행 때 현지에서 조각을 해 공수해 왔다고 알려주었다. ●99년 신입생 2명서 전교생 146명으로 최 교장은 요즘 정신없이 바쁘다.지난 99년 부임한 뒤 폐교 위기에 놓인 학교를 다시 일으켜 세운 뒤 ‘학교 살린 교장’이라는 별명을 얻었다.그의 노하우를 배우기 위해 교사와 교육청 관계자부터 지방자치단체 직원들,언론사 취재진에 이르기까지 방방곡곡에서 찾아온다.학교를 화려하게 부활시킨 그의 성과는 주목을 끌기에 충분했다.사교육비 문제로 들끓고 있는 사회의 이면에서 최 교장의 공적은 유난히 두드러져 보였는지도 모른다. 특별한 계기는 없었다.99년 3월.교장으로서 처음 부임한 이 학교는 당시 신입생이 달랑 2명이었다.‘입학식을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다 겨우 입학식을 마친 뒤 학생 수도 늘리고 교육의 질도 높여 학교를 부흥시켜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는 주민들을 모아 “학교를 살리겠다.”고 말했다.그러나 주민들은 “젊은 사람들이 다 떠나는데 어떻게 살리느냐.”며 믿지 않았다.최 교장은 “이곳에서 정년퇴임을 하겠다.나는 떠나지 않는다.”는 말로 주민들을 설득했다.오기가 발동했다.오기는 열성과 어우러져 점차 마을 전체를 변화시켰다.시골학교에서는 상상도 하지 못할 영어와 중국어 원어민 교사를 초빙해 외국어를 가르쳤고,학생들이 가장 배우고 싶어하는 수영과 피아노를 특기적성교육 프로그램으로 운영했다.장기적으로 학생들을 끌어모으기 위해 병설 유치원을 개설하고,학부모를 상대로 외국어 강좌까지 열면서 이웃 마을까지 ‘학교 세일즈’에 나섰다.그의 열성에 관할 교육청인 가평교육청과 경기도교육청도 돕기 시작했다. ●병설유치원 등 좋은 교육환경만들기 최선 지난 2000년 32명까지 줄었던 학생 수는 그의 노력으로 차츰 늘기 시작했다.지금은 전교생이 5배 가까이 늘어 146명에 이른다. 최 교장은 하루가 멀다 하고 찾아오는 방문객들에게 “자신감을 가지라.”고 조언한다.“이곳에 오시는 분들 중에는 ‘우리는 학교 사정이 달라서 안된다.’고 합니다.그럴 때면 정말 답답해요.머리속에 ‘안된다.’는 생각이 박혀 있으면 일이 될 리 없지 않습니까.‘하면 된다.’는 자신감이 중요합니다.” “똑같은 감기 환자도 병원에 가면 처방전이 다르게 마련입니다.하물며 수많은 학생들을 가르치는 학교에서 학교 살리는 방법이 학교마다 달라야 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최 교장은 이 학교의 노하우를 자신의 학교에 그대로 적용시키려는 교사들에게도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최 교장은 아이들만 생각하며 하루를 보낸다.“이젠 늙어서인지 새벽잠이 없어요.새벽에 일어나도 어떻게 하면 아이들에게좋은 교육환경을 만들어줄까 고민합니다.최근에는 아이들이 관심 있는 인라인스케이트를 가르칠 방법을 찾고 있어요.” 항상 아이디어 짜내기에 고민한다며 너털웃음을 터뜨린다.고민의 결과는 ‘이런 것은 어떨까요.’라는 말과 함께 온갖 아이디어로 쏟아진다.그는 요즘 사교육비가 늘고 공교육이 부실해지는 원인에 대해 학교와 학부모간의 신뢰감이 사라져가는 것을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남이 변하기를 기다리지 말고 교사가 먼저 변해야 합니다.시간이 걸리더라도 학부모들에게 믿음을 주면 학부모들도 마음을 열 것입니다.” ●“교사가 먼저 변해야 학부모도 신뢰” 학부모들에 대한 충고도 잊지 않았다.“학부모들도 생각을 바꿔야 합니다.지금 아이들을 사교육으로만 내몰고 있는 것은 스스로 하지 못했던 공부를 자식들에게 대신 시키려는 한풀이 교육 때문이지요.” 그는 전주에서 소문을 듣고 찾아와 아이를 전학시키겠다는 학부모를 한사코 말렸다.“아빠는 춘천에서 서울로 출퇴근하고 아이는 이 학교에 보내겠다는 것이었습니다.말이 안 되지요.아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가정의 행복인데 가족이 흩어져서 행복하겠습니까?” 맹모삼천지교(孟母三遷之敎)라도 가정의 행복이 전제돼야 한다는 설명이었다. 내년 8월 정년퇴임을 앞두고 있는 최 교장은 후배 교사들에게 간곡히 당부했다.“교육을 잘 시키지 못했다면 이는 잘못이 아니라 죄라는 생각을 가져야 합니다.항상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가르치되 무서운 선생님이 아니라 엄한 선생님이 되어야지요.” 가평 김재천기자 patrick@ ●최일성 교장 약력▲1942년 함경남도 원산 출생 ▲1961년 춘천사범학교 졸업,강원도 철원 청량초등학교 교사로 첫 부임 ▲94년 경기도 가평 상천초등학교 교감 ▲99년 3월 경기도 가평 마장초등학교 교장 부임(현)
  • ‘사교육 해결책’ 해외서 찾는다/KBS1 특별기획 2부작 ‘세계는 교육혁명 중’

    세간에 회자되는 ‘대치동 교육특구’란 말은 한국 공교육의 불행한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준다.만병의 근원인 사교육의 폐해를 해결할 묘안은 없는 것일까. 28, 29일 오후 10시에 방송되는 KBS1 특별기획 2부작 ‘세계는 교육혁명 중’은 타산지석으로 삼을 만한 해법을 찾아 해외로 눈을 돌린다. 1편 ‘학교가 책임진다’는 영국의 교육개혁을 살펴본다.이튼과 해로로 대표되는 영국의 사립학교는 철저한 엘리트교육으로 유명하다.하지만 사립학교의 비중은 7%.나머지 대부분의 공립학교는 문제투성이였다. 영국 정부는 국가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선 엘리트 교육만으로 부족하다는 것을 절감하고,지난 10년 동안 공립학교의 수준을 향상시키기 위해 강력한 충격요법을 동원했다.학교가 학생들의 학력을 일정 수준 향상시키지 못하면 폐교도 서슴지 않았다. 제작진은 학부모들이 외면해 문을 닫은 공립 학교의 현장을 찾아보고,비슷한 위기에 처했지만 교장과 교사,학교 운영 위원회 등이 노력해 살려낸 학교들도 소개한다. 또 BBC에서 황금시간대에 ‘교사상 시상식’을 내보낼 만큼 교사들을 존중하는 사회 풍토도 소개한다. 2편 ‘대학도 개혁한다’는 혁명적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는 중국의 대학을 취재했다.최근 중국 대학의 화두는 교수 인사제도 개혁과 산학 협동,대학간 통합이다. 베이징 대학에서는 사회주의 최후의 보루로 여겨지던 종신교수제가 깨지고 있다.지난 5월 발표된 교수 인사 제도 개혁안은 해마다 전체 교수의10%가량을 퇴출시킨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칭화대의 경우 ‘대학이 곧 기업’이라고 할 정도로 산학협동에 무게를 두고 있고,항저우의 저장대는 지역 4개 대학을 통합하면서 중국내 3위 대학으로 급성장했다. 제작진은 각 대학 총장을 인터뷰하고 중국 대학 개혁의 과정과 방향 등을 심도 있게 조명한다. 이순녀기자 coral@
  • [씨줄날줄] 3금제도

    금기를 거부하며 자유의지를 추구하는 인간의 도전은 태초부터 있었다.성서에 따르면 아담과 이브는 선악과를 따지 말라는 하느님의 금기를 어겨 에덴동산에서 쫓겨나지만,그 대신 선악의 지혜를 배우게 된다.인류사를 진보의 측면에서 보는 역사학자들의 경우 인간이 유사 이래 끊임없이 자유의 영역을 확대해왔다고 긍정 평가한다. 1960년대 말 영화중에 ‘소령 강재구’란 영화가 있다.1965년 월남전 파병을 앞두고 수류탄 투척훈련 도중 한 병사의 실수로 떨어진 수류탄을 몸으로 덮쳐 수많은 부하들의 목숨을 건지고 산화한 강재구 대위의 희생정신을 그린 영화다.세세한 줄거리는 잊었지만,강 대위의 육사 생도시절 생활 장면 몇몇은 생생히 기억 난다.‘직각보행’,‘직각식사’ 장면들이다.생도들이 이동할 때 직각으로 움직이고,직각으로 팔을 들어 밥을 먹는,‘엽기적’인 모습이 충격적이었다.지금도 육사 신입생들은 정식 입학 전 6주간의 기초군사훈련 과정에서 ‘직각생활’을 한다.10대 후반의 재기발랄한 젊은이들에게 이제 엄격한 규율 속에 절제된삶을 사는 ‘군인’의 길에 들어섰음을 일깨우는 한 수단일 것으로 이해된다. 육군사관학교가 1951년부터 지켜온 ‘3금(禁)제도’의 완화를 놓고 고심중이라는 보도다.금연·금주·금욕(성생활과 결혼) 중 특정 장소에서의 음주 허용을 검토 중이다.특히 오는 2006년 개관 예정인 교내 생도회관에 대형 ‘호프집’을 만들어 생도들이 토·일요일에 면회 오는 가족이나 친구들과 맥주를 마실 수 있도록 하겠다는 구상이다.육사는 올해초 훈육관과 부모,지도교수의 승인 아래 술을 마실 수 있도록 완화했다.이전에는 학교장과 생도대장(준장)의 승인을 받는 경우 등 극히 제한적으로만 허용됐었다. 생도 시절은 평범한 젊은이들이 고도의 애국심과 국가관,사명감,책임감,지도력 등을 갖춘 국가 간성의 역량을 함양하는 시기이다.극도의 자제력과 인내심,극기력이 당연히 요구된다.이 기간 국가는 생활비와 학비,품위 유지비 등을 댄다.생도 1인당 약 1억 2000만원의 양성비가 든다.미 육사의 경우 3금제도를 폐지한 결과 임신,음주사고 등 부작용이 속출해 한때 폐교까지 거론했다고 한다.평범한 사람들의 목을 옥죄는 각종 금기나 성역,차별적인 법규 등의 철폐나 개선은 마땅하다.하지만 사회 모든 집단에 같은 규율이 적용돼야 옳은지는 생각해볼 일이다. 김인철 논설위원
  • 육사 ‘52년 禁酒’ 깨지나/ 교내 호프집 주말 허용 검토 “부작용 크다” 반론 만만찮아

    육군사관학교(교장 김충배 중장)가 1951년 4년제로 재개교한 이래 ‘3금(禁)제도’의 하나로 엄격하게 시행한 생도들의 음주를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하지만 학교 안팎에 찬반 양론이 팽팽해 시행과정에서 적잖은 논란이 예상된다. 22일 육사에 따르면 3금 제도를 신세대 생도들에게 강요하기 어려운 현실을 감안,특정장소에 한해 음주를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2005년쯤 개관하는 생도회관에 ‘호프집’을 만들어 주말에 면회오는 가족이나 친구들과 함께 맥주를 마실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강구되고 있다. 이번 음주허용 검토는 생도들이 교장이나 생도대장(준장),지도교수 등의 승인없이 술을 마시다 적발될 경우 퇴교토록 하는 엄격한 교칙에도 불구하고 외박이나 휴가기간 음주 사례가 끊이지 않은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실제로 생도들의 음주관련 사고도 적지 않아 지난 8월엔 외박중이던 생도 6명이 새벽까지 서울시내에서 술을 마시다 외국인 여성에 대한 성추행 시비에 휘말려 전원 퇴교 처분되기도 했다. 하지만 반론도 만만치 않다.국방부에 근무하는 육사 출신 장성은 “철저한 자제력과 극기심이 필요한 생도들에게 그 정도의 제한은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육사 관계자도 최근 미국 육사(웨스트포인트) 훈육관들이 육사를 방문한 자리에서 “미국에서도 3금제도를 폐지한 결과 생도들의 임신·음주사고 등 각종 부작용이 속출해 한때 폐교문제까지 거론됐다.”면서 “‘3금제도는 가급적 유지하는 것이 좋다.’는 견해를 밝히더라.”고 전했다. 조승진기자 redtrain@
  • 말말말˙˙˙

    오늘날의 동시 발표 지면을 눈여겨보면,잔디는 안 보이고 쑥만 퍼져 덮인 폐교의 운동장을 보는 것 같다. -시인 유경환(67)씨,한 문학세미나에서 동시와 동화 작가들의 수준미달 상황을 안타까워하며-
  • 태풍피해 한달 /(上)경남·전남 복구현장 르포

    태풍 ‘매미’가 한반도를 강타한 지 한 달이 넘었다.태풍은 사망·실종 131명이라는 인명피해와 4조 2225억원에 이르는 막대한 재산피해를 남겼다.정부는 수해지역을 특별재해지구로 지정,위로금과 사유시설 복구비를 지급하는 등 태풍의 잔해를 씻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피해현장에서는 지원의 손길이 모자라 아우성이다.복구의 현장과 농작물 피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농촌을 두 차례에 걸쳐 소개한다. 이번 태풍은 강한 해일을 몰고와 해안의 피해가 컸다.일부 섬지역은 선착장이 파손돼 여객선이 접안할 수 없어 전마선으로 승객을 태워 나른다. 경남 통영시 한산면 비진도는 선착장과 마을을 잇는 도로가 유실돼 사람만 겨우 다니고 있다. 통영시 산양읍 일대 해안은 스티로폼과 목재 등으로 뒤덮여 있고,바다 속에는 그물과 양식장 관리동으로 쓰였던 컨테이너,사료저장시설 등이 가라앉아 있다.모두 수십만t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지만 인력과 장비가 부족해 그대로 방치돼 있다.정부가 지급한 수거비 76억원은 금고 속에서 잠자고 있다. 남해안의 가두리양식장 400여㏊ 중 80%,굴 양식장의 46%가 파손됐으나 어민들은 치어 및 종패부족 등으로 복구할 엄두조차 못내고 있다.정부의 양식어업 구조조정 방침도 조기복구의 걸림돌이다.이곳 어민들은 아예 복구할 생각이 없는 것 같다.정부의 보상이 적당하면 가두리양식 면허를 아예 반납하겠다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전남 여수지역도 수산 증·양식시설과 입식어류 등 1187억원의 피해를 입었지만 복구는 엄두도 못내는 형편이다.여수시 남면 화태도 독정리 어촌계장 김정배(52)씨는 “가두리양식장 긴급복구에 나서 겨우 10%쯤 복구했지만 치어를 입식할 형편이 안돼 한숨만 쉬고 있다.”고 전했다. 최권이 통영시 어업생산과장은 “이번 태풍으로 남해안 어업생산기반이 완전히 무너졌다.”면서 복구하기까지는 최소 3년이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경남 창녕군 유어면 대대리 일대 논 200여㏊에는 진흙을 뒤집어 쓴 채 말라죽은 벼가 쓰러져 있다.제방 유실로 쌀 한 톨 건지지 못한 주민들은 논갈이를 위해 수작업으로 벼를 걷어내느라 진땀을 흘리고 있다.벼가 기계에 감겨 낫으로 베어내고 있지만 인력이 턱없이 모자란다.군 관계자는 “농민들에게 의타심을 키워줄 우려가 있어 인력지원을 안한다.”고 변명했다. 경남 의령군 정곡면 월현제방은 응급복구조차 안됐다.농경지 침수로 실농한 주민들이 원인규명을 위해 현장을 보존하는 것이다. 상습 침수지역 및 산사태 위험지역의 집단이주도 주민들의 반대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하영제 남해군수는 “해변의 횟집 등 상가는 피해를 각오하면서 이전을 반대하며,노인들이 사는 주택은 자녀들이 건축비를 부담하지 않으려 한다.”고 고충을 털어놨다.경남도내서는 산청군 생비량면 송계마을과 창원시 동읍 수석마을,거제시 일운면 와현리 등 3개 마을이 이주된다. 창원 이정규·여수 남기창기자 jeong@ ■‘쭉정이 들녘' 한숨소리만… “하늘도 무심하지….거둘 곡식이 없어 빚만 늘었습니다.” 농촌 들녘에 시름이 그득하다.잦은 비와 냉해로 가뜩이나 수확량이 감소했는데 태풍까지 덮쳐 한해 농사를 망친 농가들이 많기 때문이다.애써 지은 논농사를 반타작도 못한전북 순창군 복흥면 서마리 한석주(44)씨는 수심이 가득한 얼굴로 땅이 꺼져라 한숨만 내쉬었다.한씨는 올해 6000평의 논에 벼를 심었지만 조생종 3600평이 냉해를 입었다.벼의 목이 나오는 8월 한달 동안 기온이 15도 이하로 떨어지는 저온현상이 보름 이상 계속돼 수정되지 않는 불임피해가 발생했다. ●벼 수확량 작년의 절반도 안돼 엎친 데 덮친 격으로 9월에도 장마가 그치지 않았고 태풍이 휩쓸고 갔다.쭉정이만 남은 들판을 실망스럽게 바라보던 한씨는 수확을 아예 포기했다.농기계 사용료도 건지기 어렵다고 판단한 그는 2000평의 논을 갈아엎었다. 순창군의회 마화룡(47·복흥면) 의원은 “복흥면에서 심은 조생종벼 640㏊ 가운데 67%인 426㏊가 냉해를 입었지만 정부에서 특별재해지역으로 지정해 주지 않아 농민들의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피해면적 비례 보상 바라 자신도 농사를 짓고 있다는 한 의원은 “정부의 전업농 권장으로 임대까지 해 농사를 지은 대농들이 오히려 큰 피해를 입었는데 보상금은 면적비례로 주지않고 농가당 모두 같은 금액을 주기 때문에 불합리하다.”며 정부 차원의 대책을 요구했다. 전국 최고 품질을 자랑하는 전북 임실군 관촌면 고추주산단지 농민들도 시름을 앓고 있다.신전리 장평마을 김평수(30)씨는 2500평에 고추를 재배했지만 겨우 210만원을 건졌다.예년 같으면 2000만원은 족히 벌어들일 수 있는데 잦은 비로 역병이 번져 90%는 수확을 포기했다. 김씨는 “신전리 일대 고추재배 농가들이 대부분 올 농사를 망쳤다.”며 “영농자금 상환이 걱정”이라고 한탄했다. ●영농자금 상환 엄두못내 사과주산지인 경북 의성군 구천면 내산리 40여 농가도 태풍으로 둑이 터져 사과밭 전체가 침수되는 바람에 문전옥답이 하루아침에 쑥대밭으로 변했다. 내산리에서 3600평의 사과농사를 짓고 있는 조우현(72)씨는 썩어가는 사과를 바라보며 연신 한숨만 내뱉었다.높이 2m 남짓한 사과나무 전체가 물에 잠겨 역병이 돈 이 지역은 온통 사과 썩는 냄새가 진동해 파리떼만 득실거리고 있다. 밤 주산지인 전남 광양시 밤주산지도 태풍에 직격탄을 맞았다.광양 밤나무밭 6753㏊ 가운데 70%인 4717㏊가 낙과피해를 입었다.올 수확량은 태풍 루사로 피해를 입은 지난해 3200t보다도 적은 2500t으로 추정된다. 전주 임송학·광양 남기창·의성 김상화기자 shlim@ ■‘쑥대밭 학교' 언제 다시 짓나요 경남 통영시 한산면 용초도 용호분교 전교생 7명(1·4·6학년 2명씩,2학년 1명)은 태풍때 학교를 잃어 한달째 인근 한산도 하소분교까지 배를 타고 다닌다. 용호분교는 영화배경이 됐을 정도로 아름다운 학교로 1940년 개교해 80년대 초 전교생이 300여명에 이르기도 했다.6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이 학교가 태풍으로 한순간에 폐허가 됐다.운동장과 사택은 돌밭으로 변했다.1층 교실 안까지 자갈이 밀려들어 학교 건물은 붕괴 직전이다.컴퓨터와 전자오르간,도서 등은 모두 바닷물에 젖어 못쓰게 됐다.할 수 없이 아이들은 통학선을 타고 맞은 편 한산도에 있는 하소분교까지 오가며 공부하고 있다. “용호분교를 다닐 때는 시간이 많이 걸리지 않았는데….” 가장 어린 1학년 은희는 한 시간씩 배를 타고 오가는 게 얼마나힘든지 금세 눈망울에 이슬이 맺힌다.바다를 사이에 두고 마주한 용호·하소분교는 직선거리 1㎞ 남짓.하지만 통학선이 섬을 돌며 학생들을 태워 용초도에서 한산도 진두부두에 도착하기까지는 1시간쯤 걸린다.마을에서 오전 7시에 출발하는 통학선 시간에 늦지 않으려면 6시쯤 일어나야 한다. 용호분교는 건물을 헐고 다시 지을지,폐교하고 하소분교와 합칠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통영시교육청은 교실 4칸과 급식소 1칸,사택 3동 등을 포함해 학교를 다시 짓는 데 7억여원쯤 예산이 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통영 강원식기자 kws@
  • 편집자에게/ “폐교 막은 선생님·학부모에 감사”

    -‘전학 간 아이들이 돌아와요’ 기사(10월7일자 11면)를 읽고 학생 수 부족으로 폐교위기에 몰린 학교를 지역 중심의 열린 학교로 되살린 것은 더없이 반가운 소식이다.공교육이 파괴되고 불신받으면서 사교육 열풍이 불고 조기유학이 횡행하는 현실에서 폐교를 막아낸 초등학교 교장선생님과 교직원,학부모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한다. 기사를 통해 밝혀진 마장초교 등 경기도내 3개 학교의 사례는 농촌지역 소규모 학교의 폐교를 막고 지역사회의 한 구심점으로 다시 돌려놓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한 훌륭한 모델이다. 폐교 위기를 맞고 있는 학교들을 보면 대다수가 오랜 역사와 전통을 갖고 지역의 한 축이 돼 왔음에도 불구하고 인구 밀집지역 신생학교에 학생들을 빼앗겨 왔다. 그러나 이 학교들이 회생한다면 자연과 벗하고 지역사회와 더 밀접한 관계를 맺을 수 있다는 점에서 정부가 추진해온 과밀학급 해소와 전인교육의 이념에도 더 걸맞은 배움터가 될 수 있을 것이다.지역의 소학교가 오히려 지역과 동문,학부모와 어우러져 보다 나은 교육환경을제공할 수 있다. ‘소학교 살리기’는 계속돼야 하고 폐교를 막기 위해 학교 자체뿐 아니라 교육청·자치단체와 동문,지역사회 구성 모두의 노력과 참여가 절실하다. 이택림 참교육학부모회 경기도지부장
  • 말말말˙˙˙

    58년 전통의 학교문을 닫지 않도록 하기 위해 학교 살림은 ‘거지꼴’을 면할 수 없었다. -폐교 위기를 특성화교육을 통해 극복한 경기 가평 마장초등학교 최일성 교장이 원어민 교사와,복식수업 해소를 위해 초빙한 강사의 급료를 빠듯한 학교 운영비에서 충당하려면 교직원 6명은 종이 한 장도 아껴써야 했다며-
  • 3개 시골초교 교장의 학교살리기/ 원어민 교사·무용·골프 교육… 폐교 살린 특성화교육 “전학 간 학생들이 돌아와요”

    ‘위기는 기회’ 학생수가 줄어 폐교 위기에 몰렸던 시골 초등학교들이 특성화 교육을 통해 극적으로 회생하고 있다. ●전교학생 32명서 145명으로 1945년 개교한 경기도 가평군 가평읍 마장2리 마장초교는 한때 재학생이 400여명에 이르렀지만 지난 2000년 5월엔 32명으로 줄어 폐교 대상으로 지정됐다. 99년 부임한 최일성(62) 교장은 “학교를 꼭 살리겠다.”고 매달렸지만 읍내 중심지 가평초등학교를 향한 학생들의 ‘엑소더스’를 막을 방법이 없었다. 최 교장은 2000년 5월 교육청에 요청,전교생에게 컴퓨터를 마련해줬다.7월엔 학교운영위원회와 협의,영국식 영어에 능통한 남아프리카 출신 20대 흑인 원어민 교사를 채용했다. 아이들은 외국인과 어울려 공을 차고 뛰놀며 자연스레 영어와 가까워졌다.한달에 수십만원을 주고 영어를 배우는 읍내 어린이들의 부러움을 사기에 충분했다. 최 교장은 내친김에 5·6학년을 제외한 1∼4학년의 복식수업을 해소했다.강사로 활동하는 퇴직교사의 인건비 100여만원을 충당하기 위해 종이 한장도 아꼈다.최 교장은관내 스포츠센터와 협상,한달 20만원의 강습비를 6만원으로 깎아 희망학생 20여명에게 수영을 가르쳤다.이중 3학년 이소현·이소희 쌍둥이 자매는 해군참모총장배와 동아수영대회 싱크로나이즈드 부문에서 연속 금메달을 따냈다. 전교생에게 방과후 학교 복도와 가평농업기술센터 강당 등을 빌려 스포츠댄스·풍물놀이·한국무용 등 특기 교육을 실시했다.마장초교 이야기는 가평군 전역으로 퍼졌고 전학갔던 어린이들의 U턴이 시작됐다.30명을 겨우 넘었던 학생수는 현재 145명(유치원 20명)으로 불어났다. 내년 이 학교에서 43년간의 교직생활을 접게 될 최 교장은 “학생수가 줄면 교직원은 좌절하고 학부모는 전학을 궁리하고,교육청은 폐교를 추진하는데 이는 잘못된 생각”이라고 말했다. ●진달래화전 등 요리·눈조각 수업도 경기 여주군 북내면 장암리 운암분교장도 ‘자연과 함께하는 특화교육’으로 폐교 위기를 넘겼다.시골학교의 장점을 최대한 살려 진달래를 이용한 화전 만들기 요리수업을 비롯해 별자리관측,야외영화상영,눈조각 수업 등 철따라 다양한 수업 프로그램을 마련했다.학부모들도 경험이나 직업을 살려 농사짓기,도자기만들기,미술감상,글짓기 등 특기교육 지도에 나섰다.도시 학교에서 볼 수 있는 집단따돌림 등도 이곳에선 먼나라 얘기처럼 들렸다.이같은 소식이 알려지면서 인근 여주읍내는 물론 멀리 서울과 호남·충청지역에서도 학생들이 하나둘 모이기 시작해 학생수가 65명으로 늘어났다. ●전국에서 학생들 모여들어 3년째 분교장을 맡고 있는 교사 김한석(49)씨는 “지극히 정상적인 교육을 하고 있을 뿐이다.”며 “기존 교육방식에 지친 학부모들이 이곳을 안식처로 생각하는 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경기 양평군 단월면 단월초등학교도 운동장 한 편에 길이 20m,폭 10m 크기(3타석)의 골프연습장까지 만들어 학생적성교육에 나서고 있어 학부모들로부터 호응을 얻고 있다. 가평 한만교·여주 김병철기자 mghann@
  • 간호사관학교 남자도 뽑는다/2005년부터 정원 10% 선발

    오는 2005년부터 ‘금남(禁男)의 집’인 국군 간호사관학교가 남자 간호사관생도를 선발한다. 국군간호사관학교(학교장 양승숙 준장)는 7일 2005년도 신입생부터 정원의 10%를 남자 생도로 선발하기로 하고 간호사관학교 설치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개정안이 올 정기국회를 통과하면 내년 선발과정을 거쳐 2005년 첫 남자 간호사관생도들이 탄생한다. 현재 군에는 중령 1명과 소령 2명,위관급 13명 등 모두 16명의 남자 간호장교가 근무하고 있지만 이들은 대부분 일반 간호대학 출신으로 간호사관학교 출신은 없다. 간호사관학교측은 육·해·공 3군 사관학교의 여생도 선발비율에 맞춰 전체 선발 정원의 10%를 남자끼리의 경쟁을 통해 뽑을 계획이다. 간호사관학교의 문호 개방은 육·해·공군 사관학교가 이미 여자 생도를 선발하고 있는데 간호사관학교만 남자 생도를 뽑지 않는 것은 역차별이라는 군 안팎의 지적에 따른 것이다. 한편 간호사관학교는 지난 98년 국방부의 예산절감 방침에 따라 폐교가 결정된 뒤 2000∼2001년도 신입생을선발하지 않았으나 당·정간 협의로 존치하기로 재결정,2002년도 신입생부터 다시 선발해 현재 1,2학년만 재학중이다. 조승진기자 redtrain@
  • 추석특집극 사람냄새 ‘물씬’/공중파, 휴먼 드라마 5편 준비

    가족,친지,이웃….바쁘다는 핑계로 소홀해지기 쉬운 이름들이다.명절이란 너무나 소중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잊혀지기 쉬운 존재들을 한번쯤 돌아보라는 쉼표 같은 의미가 아닐까. 지상파 방송3사의 추석 특집극들이 하나같이 사람냄새 물씬 나는 휴먼드라마를 지향하는 것도 당연하다.살림살이는 나아지지 않았을지 몰라도 올해 드라마 인심은 예년보다 후해졌다.KBS,SBS가 2편씩,MBC가 1편의 드라마를 준비했다. KBS2는 12일 오후 9시40분 3부작 드라마 ‘혼수’(김수현 극본,정을영 연출)를 연속 방송한다.제목대로 결혼을 앞둔 남녀가 혼수 때문에 갈등을 겪는 이야기를 통해 올바른 결혼관의 의미를 묻는다.홀어머니의 막내딸 승주(김현수)와 졸부 아들 정일(김정현)은 정일의 어머니가 무리한 혼수를 강요하면서 결혼이 깨질 위험에 처한다.김수현 작가 특유의 대사와 드라마적 구성이 기대를 갖게 한다. 14일 오전 10시40분에는 장애인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담은 단막극 ‘보름달 산타’(서희영 극본,선우완·신윤호 연출)를 내보낸다.지체 장애인 동생(홍경인)과 엘리트 형(김규철)이 우여곡절 끝에 형제간의 우애를 깨닫는다는 내용이다. MBC 특집극 ‘스쿨버스’(김형진 극본,최낙권 연출)’는 폐교 위기에 놓인 시골 분교를 배경으로 가슴 따뜻한 이야기를 들려준다.학교를 구하려는 이들의 엉뚱하고 폭소를 자아내는 에피소드가 기분좋게 펼쳐진다.김현주,정진 출연.방송은 11일 오전 9시45분. SBS는 11일과 12일 오전 9시30분 잇따라 두편의 2부작 특집극을 선보인다.11일에 방송되는 ‘앙숙’(박예경 극본,김경호 연출)은 20년 묵은 감정으로 서로를 증오하는 두 남자가 오해를 푸는 과정을 담았다.택시 운전사 호철(성지루)은 스무살때 첫사랑 연희(김혜선)를 빼앗아간 일도(김영호)를 앙숙으로 여긴다. 12일 선보이는 ‘팥쥐엄마’(박범수 극본,이용석 연출)는 친엄마보다 더 좋은 새엄마 얘기다.개그우먼 박미선이 희생적인 새엄마로,김청이 자신의 인생을 더 앞세우는 친엄마로 연기대결을 벌인다. 이순녀기자 coral@
  • ‘부안 초·중생’ 상경 시위/학생대표, 국회부의장 면담

    핵폐기장 유치에 반대하며 열흘째 등교를 거부하고 있는 전북 부안의 초·중등학생과 학부모 등 400여명이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을 찾았다. 격포·변산초등학교,변산서중 등 부안군 변산면 소재 초·중등학교에 다니고 있는 이들은 학생대표단 15명이 조부영 국회부의장을 면담하는 동안 헌정기념관 앞마당에 모여 약식 집회를 가졌다.‘핵폐기장 반대’라는 문구가 적힌 노란색 티셔츠를 입고 ‘반핵’ 개사곡을 따라부르던 정현승(10·격포초교 3년)군은 “핵폐기장을 짓지 않겠다는 약속을 듣기 전까지는 선생님 얼굴을 보고 싶은 것도 참겠다.”고 말했다. 방학이 끝난 지난달 25일부터 등교를 거부하고 있는 학생들은 오전에는 핵폐기장 반대 부안군민 대책위가 변산면의 폐교를 빌려 개교한 ‘반핵민족학교’에 나가 반핵교육을 받고 오후에는 부안읍의 학원에 나가 부족한 학업을 보충하고 있다. 조 부의장을 면담하고 나온 학생들은 실망스러운 기색이 역력했다.변산서중 2학년 박소라(14)양은 “회의 일정 등을 이유로 면담을 서둘러 마치려 한다는 인상을 받았다.”면서 “국민 한 사람의 목소리라도 경청해야 하는 것이 진정한 국회의 본분이 아니냐.”고 꼬집었다. 이세영기자 sylee@
  • [이경형 칼럼] ‘연극촌’에서 본 지방화

    지난 주말 때 이른 추석(?)성묘를 마치고 귀경길에 경남 밀양시 부북면의 ‘밀양연극촌’에 들러 두 편의 연극을 잇따라 관람했다.4년전 월산초등학교 폐교 건물을 개조하여 연극공동체의 보금자리를 마련한 이곳은 한국의 대표적인 연극 마을로 자리잡아 가고있다. 교실 2개를 튼 소극장에선 아동극 ‘토끼와 자라’가 공연됐다.관객은 창원에서 버스 두 대로 온 어린이와 학부모가 대부분이었고,나머지는 인근 주민이거나 일부러 찾아 온 사람들이었다. 공연에 앞서 관객들은 출연배우들의 선창과 몸짓에 따라 노래와 춤을 배우면서 장내는 흥겨움으로 가득했다.1시간여 공연이 끝난 후 관객들은 축제가 파할 때처럼 자리 뜨기를 아쉬워했다.두 번째 공연은 후두둑 빗방울이 떨어지는 소리가 들리는,교사 뒤쪽의 천막 극장에서 저녁 8시부터 시작된 ‘서툰 사람들’이었다.객석엔 연극캠프에 참여중인 어린이들과 일반 관객이 채 100석도 채우지 못했지만,연극이 끝난 후 출연자들에게 보내는 여러 차례의 뜨거운 박수는 대형 공연 못지않게 장내를 달구었다. 지난 7월17일부터 보름 동안 이곳에서 열렸던 제3회 밀양여름공연예술축제 기간엔 개막 첫날 야외 ‘숲의 극장’등 4개 극장의 좌석이 매진되는 등 피서를 겸한 전국의 관객들로 대성황을 이뤘다고 한다.연극촌 촌장이라고 할 수 있는 연출가 이윤택씨는 극단 연희단거리패를 이끌고 매주말 연극 공연으로 이곳을 일궈왔다.그는 “밀양시민들과 호흡을 함께하면서 자리를 잡아왔다.”면서 “인근 부산,울산은 물론 서울 관객도 심심찮게 온다.”고 설명했다. 지금까지 밀양 하면 주변의 뛰어난 풍광과 함께 조선 후기 대표적 건축물인 영남루가 먼저 떠올랐지만 앞으로는 연극촌이 될 법하다.지난 90년대 이후 지방자치제 실시와 함께 ‘지방화’가 강조돼왔고,노무현 대통령의 참여정부도 지방 분권을 역설하고 있다. 중앙집권적 국가경영시스템을 분권형으로 전환하는 제도적 개혁은 지방화를 촉진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하다.마찬가지로 지방 주민들이 그 지역의 특화된 문화적 요소를 발전시켜나갈 수 있도록 중앙 정부나 해당 지자체가 적극 지원하는 일도 이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지금 전국적으로 매년 1000여 건의 기초자치단체 단위 지역 축제가 열리고 있다고 한다.각 지방은 특산물,유적지,유·무형문화재,온천,기타 관광자원과 연관된 지역 축제를 개최하고,이 과정에서 지역문화 인프라를 구축해 나가고 있다.축제 숫자만큼 내실을 거둔다고 말할 수는 없으나,그래도 지방화의 소중한 촉진제가 되고 있다. 언젠가 독일 뮌헨 지방을 여행했을 때 우연히 어울렸던 맥주 축제, 일본 홋카이도 노보리벳쓰 지역에 갔을 때 ‘도깨비 결혼’ 마쓰리(축제)행렬에 끼어 놀았던 문화 체험은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다. 영국의 웨일스 지방의 헤이온와이는 1960년대 초만 해도 퇴락한 시골마을에 불과했다.그러나 리처드 부스라는 한 청년의 헌책 사랑으로 세계 최초의 ‘책 마을’로 자리잡은 뒤 지금은 세계고서전시회 개최 등으로 연간 50만명의 관광객을 불러들이고 있다. 청계천 복원공사로 존폐 위기에 처한 청계천6가 일대의 헌책방들도 한국의 헤이온와이로 재탄생할 수는 없을까.고서점 호산방 박대헌 대표는 강원도영월의 한 폐교에 책박물관을 세우면서 책마을을 건설하겠다는 꿈을 키우고 있다고 한다.파주 통일동산 인근에 건설되고 있는 예술문화인들의 창작,전시,거주 공간을 겸한 ‘헤이리 마을’도 헤이온와이의 아이디어를 벤치마킹했다. 진정한 지방화 시대는 권력 구조나 경제력의 분권 못지않게 그 지방의 문화적 차별화,독자성이 꽃을 피울 때 제대로 열리는 것이다. 본사 이사 khlee@
  • [마당] 청년 실업과 대학의 위기

    박사 학위를 받은 후 상당 기간 ‘보따리 장사’라고 일컬어지는 시간강사 생활을 하다,올해 초에 모 지방대학에 임용된 후배를 만나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그동안 그가 생계를 아내에게 의지하며 반 백수 생활을 해왔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에,나는 그의 취직이 무척 기뻤다.그러나 그는 새로운 푸념을 늘어놓기 시작했다.그의 푸념을 요약하면,요즘 교수는 세일즈맨과 같다는 것이다. 현재 일부 지방대학에는 학생이 절대적으로 모자란다.학교 재정의 대부분을 학생들의 등록금으로 충당하다 보니 당연히 대학 당국은 정원을 채우는 데 혈안이 되어 있다.그래서 교수들을 연고지 고등학교에 홍보 사절로 내보내는 등 학생들을 유치하는 데 필사적으로 매달리고 있다는 것이다.그 후배의 결정적인 한마디.“어떤 고등학교에 갔더니 교무실 입구에 ‘교수,잡상인 출입금지’라고 씌어 있더라니까요.” 교수가 잡상인 취급받는 이런 일이 왜 일어났을까.그 대답은 아주 간단하다.학생수에 비해 대학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2003년의 경우 전문대를 포함해전체 대학수는 355개이며,정원은 약 70만명,2003년 대학 수학능력시험 응시자는 약 66만명이다.당연히 일부 대학은 폐교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며,살아남기 위해 대학도 안간힘을 쓸 수밖에 없다.문제는 이런 상황은 계속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는 데 있다. 조금 시각을 달리해 보자.우리나라 전체 실업률은 2003년 5월 기준 3.2%,청년 실업률은 7.1%이다.대학을 졸업하고 취업이 되지 않아 고민하는 청년들이 주위에 널려 있다.취업대란의 시대인 것이다.그럼에도 한편에서는 수십만명의 외국인 노동자들이 한국 땅에서 일하고 있다.노동력은 부족한데 실업률이 높은 모순적 상황의 원인은 상당부분 교육 인플레에 기인한다.지대한 교육열이 한국의 성장에 큰 힘이 되었지만,반대로 그 교육열이 수십만 명의 실업자를 양산하고 있다.대학이 필요이상으로 많고,대학 교육의 질적 수준과 상당수 대학 교수들의 실력이 형편없고,또한 대학에 꼭 가지 않아도 될 사람들마저 분위기에 휩쓸려 너도나도 진학하는 것이 문제라고 하면,많은 사람들이 분명 반발할 것이다.그러나필자의 생각은 분명하다. 대학의 개혁 혹은,구조조정 없이 한국의 청년실업률 문제 해결이나 대학 교육의 질적 향상은 불가능하다.경쟁력 없는 대학은 어차피 도태되겠지만,그렇지 않은 대다수 대학들도 공급자 중심의 사고에서 탈피하여 수요자 중심의 교육으로 나아가야 한다.교수의 전공 때문에,또는 ‘철밥통’인식 때문에 학과의 통폐합이나 대학의 구조조정이 지연되는 상황이 대학 현장에서 비일비재하다.교수들의 강의 내용이 지나치게 고답적이고 학문적이어서,다른 말로 하면 ‘한물 간’ 것이거나 전혀 실용적이지 못해서 사회에선 전혀 써먹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그런 교수들은 대개 인격수양,진리탐구,상아탑을 운운한다.그러나 상아탑이 아무리 고상해도 사회 진출의 입구에서 좌절하는 학생들을 구제하지는 못한다. 대학은 사회가 요구하는 인재를 길러내야 한다.출판사에서,꽤 알려진 대학의 국문과 출신 신입사원을 앉혀놓고 교정부호와 띄어쓰기,맞춤법,주술 호응을 다시 가르쳐야 하는 상황은 도대체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대학이 변해야 나라가 산다. /하응백
  • 책 / 초라한 시골마을서 ‘헌책방 왕국’으로 헤이온와이 이야기

    1960년대 초까지만 해도 영국 웨일스 지방의 퇴락한 시골마을에 불과했던 헤이온와이(Hay-on-Wye).그러나 이처럼 초라했던 헤이온와이가 이제는 ‘헌책방 왕국’으로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헌책방 마을 헤이온와이’(원제 My Kingdom of Books,이은선 옮김,씨앗을뿌리는사람 펴냄)는 헌책방이라는 독특한 사업 아이템으로 보잘 것 없던 고향마을을 세계적인 관광명소로 만들어낸 리처드 부스(65)의 자서전이다. 1962년,옥스퍼드대학을 갓 졸업한 영국 청년 리처드 부스는 웨일스의 헤이온와이에 헌책방을 연다.사람들은 모두 그를 ‘정신나간 놈’이라고 비웃었지만 그에게는 “좋은 책은 반드시 팔린다.”는 신념이 있었다. ●40여 고서점 책장길이만 40㎞ 일간지에 헌책을 구입한다는 광고를 냈고,영국은 물론 미국,아일랜드 등 영어권 국가들을 직접 돌아다니며 헌책을 사들였다.사방에서 몰려든 책애호가와 사업가들은 오래된 성과 버려진 집,창고들을 하나둘 고서점으로 바꿔 나갔다.그 결과 주민 1500여명뿐인 이 마을에 40여 개의 서점이 들어섰다. 1970년대 말 마침내 헤이온와이는 수백만 권의 책과 수십 개의 점포를 보유한 세계 최초의 ‘책마을’로 부상했다.1980년대 중반에는 무리한 사업확장으로 파산,그의 성공신화는 한낱 물거품이 되는 듯했다.그러나 1990년대에 들어서면서 프랑스·벨기에·네덜란드 등지에서 잇따라 책마을이 생기면서 저자는 다시 세계 최초의 ‘헌책방 주인’으로 화려하게 재기한다. 이 책에는 헤이온와이에서 평생 40㎞에 달하는 책장을 만들어온 목수 프랭크 잉글리시,희귀한 책을 수집했던 007 작가 이언 플레밍,북 디자이너로 활약한 독재자 무솔리니의 사연 등 잘 알려지지 않은 일화도 실려 있어 흥미를 더해준다.헤이온와이는 이제 헌책방뿐만 아니라 골동품과 금은보석,공예품 산지로 명성을 얻고 있다. 이곳을 방문하는 관광객들은 다양한 레저활동을 즐길 수 있으며 매년 5월에는 세계각국의 유명 문인들이 참석하는 ‘헤이 문학축제’도 열린다.해마다 50만명의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헤이온와이가 웨일스에 미치는 영향은,셰익스피어의 고향 스트래트퍼드 어폰 에이번이 잉글랜드에 미치는 영향과 비슷하다고 한다. ●해마다 50만 관광객 찾아 문제는 헤이온와이의 성공사례와 같은 책마을 운동이 그리 녹록지 않다는 점이다.저자는 한 예로 네덜란드의 책마을 브레드보르트를 소개한다. 브레드보르트가 새로운 책마을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암스테르담과 경쟁을 벌여야 했다.암스테르담은 나치의 박해를 피해 도망 온 유대인 도서판매업자들 덕분에 독일 피난민문학의 중심지가 됐고 반(反)나치서적도 대거 출간했던 유럽 도서업의 중심지.저자는 브레드보르트는 네덜란드에서 관광객들이 가장 많이 찾는 안네 프랑크 박물관과 연계해 운영해야 한다고 충고한다. 우리에게도 헤이온와이 같은 헌책방 마을이 가능할까.강원도 영월의 한 폐교에 책박물관을 세우고 책마을을 일구고 있는 박대헌(고서점 호산방 대표) 영월책박물관장 같은 사례는 퍽 고무적인 일이다. 고서점을 문화상품으로 인식하고 책마을을 개척한 리처드 부스의 아이디어와 이를 실천에 옮기는 용기가 우리에게 필요하다.1만 5000원. 김종면기자 jmkim@
  • 귀신 만나는 법·흉가 모임·비명소리 카드…공포 마니아 인터넷에 북적

    ‘임신부나 노약자,심약하신 분은 사절.두려움을 이길 자신이 있으면 클릭 하세요.’ 삼복 더위에 지친 네티즌 사이에 ‘사이버 공포체험’이 인기를 얻고 있다.일상생활 속의 공포를 모아 놓은 접신(接神)체험,귀신을 찾아다니는 동우회,공포포털 등 종류도 다양하다. ●귀신찾아 밤마다 클릭 귀신 만나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알려주는 ‘귀신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cafe.daum.net/gostloveme)의 회원 수는 11만 6000여명에 이른다.자정을 넘기면 기존회원들은 물론 새로 가입을 원하는 이들로 북적인다. 공포를 즐기려는 사람들이 늘면서 유령이 찍혔다는 심령사진이나 소름끼치는 배경음악,경험담 등을 모아 놓은 이른바 ‘공포포털’도 등장했고,귀신,심령,접신 관련 커뮤니티 회원 수만 40만명이 넘는다. 가위눌림이나 유체이탈 경험을 나누는 인터넷 동호회엔 무엇보다 일상속에 숨어 있는 공포를 은근히 ‘즐기려는’ 사람들이 많다.유체이탈(cafe.daum.net/eetal) 카페 회원 최예린(25)씨는 “누구나 한번쯤은 가지고 있는 가위눌림의 기억 등 실제 경험을 밤새는 줄 모르고 읽다보면 왠지 모를 섬뜩함에 뒤를 돌아보게 되는 일이 많다.”고 말했다. ●폐교나 흉가에서 정기모임 모니터에서의 만남은 회원들끼리 공동 묘지나 폐교,귀신이 나온다는 흉가를 찾는 이벤트로 이어진다.지난해 4월 개설된 ‘흉가체험’(cafe.daum.net/hyunggabest)은 전국 2만여명의 회원들을 통해 방방곡곡에서 귀신이 나온다는 흉가에 대한 정보를 수집,믿을 만한 곳을 골라 확인작업에 들어간다.흉가에서 정기모임을 갖는 대담함 속에서 혹시 모를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회원들은 귀신을 물리친다는 팥이나 오곡,부적 등을 챙긴다. ●‘공포 카드’도 인기 소름 끼치는 효과음에 귀신의 형상을 담아 주위 사람에게 보내는 ‘공포 카드’도 젊은 네티즌 사이에 인기를 얻고 있다.처녀귀신,거울귀신 등의 아이템에 아이 울음,비명 소리,까마귀 소리 등의 효과음을 섞은 카드를 직접 만들 수 있는 서비스도 등장했다.인터넷 카드업체 에이포스튜디오(www.a4.co.kr) 관계자는 “장난스러운 아이템이 대부분이지만 상대방을 오싹하게 만드는카드도 있으니 함부로 보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유영규기자 whoam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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