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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옥천 이평~석호리 교량 건설 26년만에 다시 이웃사촌으로

    옥천 이평~석호리 교량 건설 26년만에 다시 이웃사촌으로

    대청댐 건설로 26년 동안 생활권이 갈라졌던 충북 옥천군 군북면이 다시 한 생활권으로 묶인다. 옥천군은 2010년까지 110억원을 들여 군북면 이평∼석호리를 잇는 길이 300m, 폭 8m의 교량과 2㎞의 접속로를 건설할 예정이라고 14일 밝혔다. 군북면은 1979년 말 대청댐이 건설돼 금강 지천인 소옥천의 세월교(30여m 돌다리)가 물에 잠기면서 18개 마을이 두 지역으로 분리됐다. 이 때문에 석호·막지·소정리 등 7개 마을 380여가구 주민 700여명은 소옥천 건너편에 위치한 면사무소까지 가려면 옥천읍으로 우회하거나 배로 하천을 건너야 하는 불편을 감수하고 있다. 댐이 건설되면서 막지리는 150가구에서 30가구로 줄어드는 등 인구도 크게 감소했다. 하천 양쪽 마을이 왕래가 끊기면서 석호리에 있던 군북초교도 90년대 말 폐교됐다. 손채화 면장은 “댐이 들어선 뒤 7개 마을이 ‘섬’처럼 떨어져 나가고 그들이 옥천읍을 생활권으로 하면서 행정을 펴는 데도 어려움이 컸다.”면서 “교량이 완공되면 다시 군민 전체가 예전의 다정했던 이웃으로 하나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옥천 이천열기자 sky@seoul.co.kr
  • [김문기자가 만난사람] 고서적 수집 25년 외길 박대헌 영월책박물관장

    [김문기자가 만난사람] 고서적 수집 25년 외길 박대헌 영월책박물관장

    고서(古書)가 헌책이라고? 천만의 말씀이다. 도도히 흐르는 역사의 기록이요, 그 진실의 두께를 켜켜이 담아낸 정의로운 보물이다. 또한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해 냈던 선조들의 온갖 지혜가 녹녹하게 발라져 있어 미래를 비춰주는 거울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런 말도 있다.‘고서 속에는 만가지 봉록(俸祿)이 다 들어있다. 다만 그것은 아는 자만의 것이다.’라고. 이밖에도 금과옥조 같은 여러가지 표현으로 고서의 소중한 가치를 깊이 새기게 한다. 박대헌(54) 영월책박물관장.‘백수’로 지내던 20대의 젊은 나이 때부터 25년 가까이 고서적만을 옹골지게 수집해온 특별한 삶의 밭을 일구고 있다. 흙속의 진주 캐기라고나 할까. ●영월의 폐교에 책박물관 열다 1998년, 그는 아무도 생각지 못했던 강원도 산골의 한 폐교에 ‘책박물관’을 떡 하니 열어 주위를 놀라게 했다. 사람, 자연, 책이 함께 어우러지는 그런 ‘그림 같은 문화마을’에 대한 평소의 동경과 신념이 작용했다. 이와 함께 1983년부터 서울에서 운영해 오던 고서점 ‘호산방’ 또한 아예 두메산골로 옮겼다. 그는 여기에서 300∼400년 전의 조선시대 희귀본 등 수백권의 고서를 찾아내 빛을 보게 했고 박물관을 찾는 많은 관광객들에게는 문화적으로 여러 신선한 충격을 안겨다주었다. 영월지역을 다녀온 이들은 한결같이 “정말, 대단한 분이다.”라는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그런데 최근 영월에 있던 ‘호산방’을 서울 도심 한복판인 태평로1가의 한국프레스센터 지하로 옮겼다. 고서점이 점점 사라지는 현실을 감안할 때 다소 의아해지는 대목이다. 궁금증을 풀기 위해 지난주 ‘호산방’에서 박 관장을 만났다. 입구에는 ‘호산방은 30년 후를 생각합니다.’는 글귀가 인상깊게 걸려 있었다. 안으로 들어서자 200년 전의 ‘의방활투’를 비롯,‘추사문집’ 초판본, 조선후기의 ‘우병치방법’ 등 세월의 때가 잔뜩 묻은 희귀 고서 500여권이 눈에 들어온다. 특히 ‘우병치방법’은 소가 병들었을 때 치료하는 요령이 상세히 담겨 있어 당시 우리 선조들이 소를 어떻게 대했는지 짐작하게 했다. ●프레스센터 지하에 고서점 열어 특히 한쪽에 진열된 1960∼1970년대의 국민학교 교과서들은 당시의 추억 어린 향수를 떠올리게 했다. 아울러 월북 시인 임화의 ‘현해탄’, 박두진의 ‘해’, 그리고 소월의 스승 안서 김억의 육필원고 등도 소중하게 다가온다. 박씨가 10년 전 펴낸 필생의 역작 ‘서양인이 본 조선’도 눈에 들어온다. 이 책은 17∼20세기에 걸쳐 조선에 다녀간 서양인들이 조선에 관해 쓴 책들을 하나하나 꼼꼼하게 살펴 새롭게 정리했다. 이를 위해 그가 모은 원본만 모두 287권. 세계 각국의 고서점을 구석구석 뒤지고 다닌 발품의 결과물이기에 학계에서도 소중한 사료가치로 인정한다. 그가 ‘서지(書誌)학자’로 불리는 까닭도 바로 여기에 있다. 서울시내 중심가에 둥지를 새롭게 마련한 지 두달 됐다는 그는 “영월에 있는 책박물관 운영이 어려워져 이곳에 일을 저질렀다.”고 했다. 하기야 산골에서 박물관을 운영하기란 그리 쉽지는 않았을 터. “영월의 책박물관도 살리고 또 수도 서울 한복판에 고서문화의 한 중심축을 만들어 보겠다는 생각도 들었지요. 지금은 약간 어렵겠지만 내년에는 정상궤도에 오를 것으로 희망합니다.” ●고서, 작은 마을의 희망이 되는 물건 ‘30년 후를 생각합니다.’라는 글귀의 뜻을 물었더니 “고서를 통해 이전과 현세대, 그리고 미래 세대를 연결시키는 공간을 의미한다.”는 대답이 돌아온다. 그러면서 “30년 후를 생각해 보면 주위에 남을 만한 책들이 얼마나 될지 걱정도 된다.”고 부연했다. 이어 “대형마트에서 팔지 않는 물건, 작은 마을의 희망이 되는 물건, 그게 바로 고서의 가치”라고 거듭 강조한다. 웬만한 강원도 여행객치고 박씨를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그의 책사랑은 소문이 나 있다. 그가 서울에서 영월로 향했을 때만 해도 강과 산으로 둘러싸인 산골마을에 서점과 음악·연극 공연장, 문화 예술인의 작업실, 화랑, 카페가 있는 마을을 구상했다. 그래서 ‘영월 책축제’만 7회나 여는 등 나름대로 온 힘을 기울였다. 하지만 책과 문화에 대한 주변 사람들과의 시각차이를 좁히는 것은 쉽지 않았다. 결국 박물관을 잠시 폐관했다가 얼마전 다시 재개관하는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세계에서 가장 먼저 생긴 책마을은 영국의 ‘헤이 온 와이’입니다. 웨일스의 작은 마을이지요. 폐광 등으로 1960년 초만 해도 쇠락해가는 마을이었는데 어느날 리처드 부스라는 한 젊은이의 노력으로 지금은 세계 각국의 관광객들이 찾는 유명한 책마을로 변모했습니다.” 평소 박씨의 철학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영월책박물관은 옛 학교터(여촌분교)와 건물을 그대로 활용하고 있다. 이 학교는 1962년 개교해 1998년 문 닫기까지 36회에 걸쳐 400여명이 졸업했다. 현재 박물관에는 3만∼4만여점이 소장돼 있다. 박씨의 책사랑은 고교 때부터 시작됐다. 어느날 은사에게 옛 책의 소중함을 듣고 용돈을 아껴 시간날 때마다 청계천 등지에서 한두 권씩 책을 사모았다. 원래의 꿈은 도예가. 그래서 홍익공업고등전문학교에서 요업을 전공했다. 고교과정 3년과 대학 2년과정을 합친 5년제 학교였다. 군 제대후에는 도예학원을 운영했으나 아무런 성과를 이룰 수가 없었다. 백수생활로 접어들면서 방황이 시작됐다. 국립중앙박물관과 도서관, 그리고 서울의 여러 고서점을 들르는 일이 유일한 낙이었다. 그 많은 유물을 눈감고도 줄줄 꿸 정도였다. 덕분에 도자기뿐만 아니라 고미술 전반에 대한 안목이 높아졌다. 고서적도 마찬가지. 결국 곰곰이 생각하던 끝에 서울 장안평 고미술상가에 고서점 호산방(壺山房)을 열었다. 이때가 1983년 서른 살의 나이였다. 호산방이라고 한 것은 조선 말기 서화가 우봉 조희룡의 호 호산(壺山)에서 비롯됐다. 고서점을 연 후에는 주로 필사본과 간찰, 또 개화기와 일제 강점기 때의 역사와 문학 관련 양장본들에 관심을 쏟았다. ●수집에 미쳐 가족엔 ‘미안한 아빠´ 1992년 장안평 고서점을 광화문 인근으로 옮겼다. 이때 인사동의 한 고서점 주인은 “인사동에서도 안 되는 고서점이 광화문에서 되겠어? 1년도 못버틸 걸.” 하고 말렸다. 하지만 꽤 유명세를 탔고 번창해 나갔다. 그 사이 방송통신대학을 9년만에 졸업했고 동국대 정보산업대학원에서 출판잡지를 전공, 석사과정까지 마쳤다. 이때가 1998년 나이 마흔 여섯이었다. 박씨네 가족이 현재 거주하는 곳은 책박물관 한쪽에 있는 허름한 관사. 말이 관사이지 한겨울에 연탄난로를 두 개씩 피워도 거실의 물이 얼고 수도관이 터지기 일쑤. 그러다 보니 박씨는 무능한 가장으로 전락했다. 초등학교 5학년, 중학교 1학년이던 두 아들은 이곳에서 고등학교를 마쳤다. 서울에서도 학원 한번 보내지 못하고 시골에 데려왔지만 큰아들은 현재 한국과학기술원(KAIST) 4학년에 재학중이고, 둘째는 내년 대학에 진학할 예정이다. “누가 그러더군요.‘고서수집을 하는 것은 독립운동하는 것과 마찬가지다.’라고 말입니다.” 어쩌면 이 말은 그동안 산골마을에서 외롭게 문화독립운동을 해온 박씨를 두고 한 말이 아닐까. 그는 고서에 관심있는 사람들을 위해 “고서는 열번 잘 사는 것이 중요하지 않다. 한번 잘못 사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는다. 내년 초 그동안의 고서수집 노하우와 에피소드를 담은 ‘서창야화-어느 고서점 주인의 잠꼬대(가제)’라는 책을 발간한다. km@seoul.co.kr
  • ‘정치권 영입 1순위’ 정운찬 前서울대총장

    ‘정치권 영입 1순위’ 정운찬 前서울대총장

    정운찬(58) 전 서울대 총장의 거취에 정치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유력 대권주자가 없는 데다 지지율이 바닥을 친 여권이 정 전 총장에게 ‘외부선장 영입대상 1호’,‘장외 블루칩’이라는 등의 헌사와 함께 끊임없는 러브콜을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5일 기자가 서울대 사회과학대 6층 교수연구실에서 만난 정 전 총장은 아직은 이같은 수식어에 휘둘리지 않으려는 듯 “(정치권 입문은) 생각없다.”며 손사래부터 쳤다. 그러면서도 “나라를 위해 더 많은 공부를 한 뒤 목소리를 내더라도 내고 싶다.”며 여운을 남겼다. 그는 요즘 정치권의 미묘한 흐름은 잘 읽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특히 “노무현 대통령이 인기가 없는 것은 대한민국이라는 항공모함을 좌우로 흔들어 국민을 배멀미하게 했기 때문”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최근 비서진에 정치권 인사를 영입했다는 소문의 진위를 묻는 기자에게 그는 “그것뿐 아니다. 캠프 세 곳을 운영한다는 얘기가 들려 곰곰이 생각해 봤다.”며 정치권 본격 참여설의 이면을 속속들이 털어놓았다.17년 동안 지속해온 금융연구회, 꼬마 민주당 시절 의원 보좌관을 지냈던 후배들, 총장 시절 스태프들을 거명하며 “아마 (대선)캠프를 차렸다는 (뜬)소문이 알려졌다면 이 정도일 것”이라며 웃어 넘겼다. 그는 정치권을 몸에 맞지 않는 옷이라 여기는 듯했다. 아직까지 ‘정치인’이라는 자리가 ‘개혁적 경제학자’라는 자리와 바꿀 만큼 매력을 느끼지 않는 것 같았다. 그는 “정치인은 여기가서 이 말 해야 하고 저기 가서 저 말 해야 하지 않나. 아무튼 정치는 학자들이 할 일이 아니야.”라며 고민의 한 단면을 보여 주었다. 그 연장선상에서 현재 여권의 정계개편 방향과 노무현 대통령과 김근태 의장의 대립각에 대해 “명분과 국민 동의 없이 쉽게 구도가 깨지겠냐.”고만 할 뿐, 극도로 말을 아꼈다. 여당의 야심작인 대선후보 오픈프라이머리(완전 국민경선제)에 도전하겠냐는 질문에도 위헌성 문제가 해결됐냐고 되물은 뒤 “참여 안 한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지난 5·31 지방선거 전후로 정치권의 많은 인사가 찾아왔다고 한다. 그는 지난 8월 열린우리당의 한 친노그룹 인사가 찾아와 “내년에 큰일을 하셔야 하지 않냐.”며 대권 행보를 부추겼던 사실을 전했다. 민주당 김종인 의원은 자주 만나는 유일한 정치인이라고 한다. 군사독재가 기승을 부리던 지난 1980년대 후반, 직선제 개헌 투쟁에 앞장섰던 그를 전두환 전 대통령이 잡아 넣으라고 할 때 당시 김종인 민정당 의원이 앞장서서 막아줬기 때문이다. 지금도 김 의원은 “정치권의 유혹에 중심 잃고 끌려다니지 말라.”며 충고해 준다고 고마운 인연임을 강조했다. 오랜 세월 정치권과 담을 쌓았던 그였지만 이번만큼은 거절하기 쉽지 않을 것 같다고 그의 의중을 에둘러 묻자 의외로 강하게 부정하진 않았다. 사실 정치권 입문시 문제가 되는 조직 운영능력이 검증되지 않았다고 하지만, 서울대 총장 시절 수천억원대의 학교발전기금을 모으는 리더십을 보여준 그다.‘서울대 폐교론’과 ‘통합논술형 입시안’ 도입으로 참여정부와 대립각을 세운 ‘소신’에다 경기고와 서울대 출신의 총장 등으로 대표되는 ‘엘리트 출신’이라는 점은 중산층 결집에 더할 수 없는 메리트다. 한마디로 여권에서 탐낼 만한 대권후보인 셈이다. 경제 분야 이외에는 개혁성은 물론 검증된 내용이 없는 게 아니냐고 묻자 그는 “깨는 게 개혁은 아니다.”고 전제한 뒤 ‘항공모함론´을 역설했다. 거대한 조직일수록 먼저 체득한 사람에게 배우면서 서서히 움직이면 된다는 것이다. 한·미 FTA에 대해서는 “개방 확대만이 절대불변의 진리인 것처럼 접근해서는 안 된다.”면서 “추진속도와 개방범위는 지구화 파고를 견딜 수 있는 인프라의 구축과 개방확대에 따른 부작용 해소가 전제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구혜영기자 koohy@seoul.co.kr
  • [화제의 작가를 찾아서] 홍콩경매 3억2000만원 최고가 기록 김동유 화가

    [화제의 작가를 찾아서] 홍콩경매 3억2000만원 최고가 기록 김동유 화가

    현존 국내 미술작가중 해외 판매 최고가 기록을 가진 작가는 누구일까? 유명 원로나 중견작가 얼굴이 떠오르겠지만, 실제 주인공은 불과 2∼3년 전만 해도 무명에 가까웠던 김동유(41) 작가이다. 목원대 회화과를 나와 3년 전까지 미술학원 강사를 겸업했던 그는 지난 5월 홍콩 크리스티 경매에서 ‘마릴린 먼로 vs 마오 주석’이란 작품이 추정가의 25배인 3억 2000만원에 낙찰되면서 미술계를 경악시켰다. 가격도 가격이지만 지방대학을 나온 무명 시골작가의 면모가 매우 인상적이었던 것이다. 충남 논산의 한 폐교에 꾸민 김동유의 작업실을 찾았을 때, 그는 마치 들일을 하던 농부처럼 소탈한 차림새로 기자를 맞았다. “복서가 적지에 가면 KO가 아니면 이기기 힘들잖아요. 지방대를 나와 시골에 사는 제가 작업하면서 늘 생각해왔던 것은 ‘남들보다 조금 우수해선 안 된다.’는 것이었어요. 남이 하기 어려운, 완전히 차별화된 작업이어야만 한다는 생각만 했죠.” 그는 작은 인물사진을 픽셀로 해 캔버스에 다양한 형태를 연출한다. 마오쩌둥 얼굴 수천개가 모여 하나의 마릴린 먼로 얼굴이 되는가 하면, 수백개의 고흐 얼굴이 모여 고흐의 대표작인 ‘해바라기’를 만들어 낸다. 가까이서 보면 단순한 작은 인물들의 모임이지만, 그림에서 멀어지면서 그 인물의 조합은 또 다른 인물이나 꽃, 구름이 된다. “대학 때부터 사물과의 거리나 방향에 따른 시각의 차이, 그를 이용한 시각효과에 주목했어요. 앞에 보이는 것이 다는 아니니까요. 조금만 떨어지면 다른 것이 보이고, 방향을 약간만 틀어도 또 다른 무언가가 느껴지거든요.” 하긴 우리 삶도 그와 비슷하지 않을까. 주변 인물이든, 사건이든 보는 시각(視角)에 따라서, 시점(時點)에 따라서 얼마나 달리 보이는가. 이같은 사유를 바탕으로 그는 지금의 작업 이전에도 방향에 따라 다른 모양이 보이는 ‘접는 그림’을 시도했다. 그 이전엔 우리 미술이 서양미술 답습의 역사라는 비판적 시각을 바탕으로 ‘명화 구기기’라는 작업도 했었다. 김동유에게 있어서 회화란 ‘물감 배열의 문제’이다. 작가는 결국 물감을 어떻게 배열할 것인가 고민해야 하며, 그 결과에 따라 엄청난 에너지가 발산되기도 하고, 그저 평범한 그림이 되기도 한다는 것이다. 마치 원자가 배열에 따라 핵폭탄이 되기도 하고, 단순한 화학물질이 되기도 하듯이 말이다. 김동유는 해외 아트페어나 경매 등을 통해 미술시장이 국제화하면서 그 진면목을 드러낸 대표적 사례다. 학벌이나 학연에 의해 전시가 이루어지고, 그림값이 매겨지던 국내 미술풍토에 가려져 있던 숨은 ‘보물’들이 최근 본격적으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 것도 이같은 국제화 때문이다. 집안 형편이 어려워 미대 지망생들의 꿈인 홍익대를 포기하고 지방대 4년 장학생을 택해야 했던 김동유. 그러고는 대학 1학년 어느 날 홍익대 정문 앞에서 눈물을 떨구었다고 했다. 그의 작업실을 나서면서 ‘만일 그 눈물이 없었다면 오늘의 김동유가 있었을까?’란 역설이 머리를 맴돌았다. 글 사진 논산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 [HAPPY KOREA] 완도·장흥·진도 주민활동 탐방

    [HAPPY KOREA] 완도·장흥·진도 주민활동 탐방

    주민 모두가 ‘억대 연봉자’인 시골 동네가 있다고 한다면 타박받기 쉽다. 전남 완도군 노화읍 미라리 전복마을이 있어 괜한 얘기는 아니다. 대부분의 농산어촌 마을이 잘 살겠다는 목표만 있을 뿐, 목표를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인 과정이 없는 상황에서 10년 넘게 시행착오를 거치며 착실히 준비한 끝에 거둔 성과다. 마을을 바꿔나가는데도 ‘로드맵’이 필요하다. 1. 어촌 ‘블루오션’ 완도 전복마을 전복마을은 연륙교가 놓인 완도 본섬에서 여객선으로 1시간 거리인 부속섬에 위치해 있다. 단순히 오지에 있는 깡촌으로 여겼다가는 큰 코 다치기 십상이다. 마을 뒷산 모퉁이를 돌아 바닷가에 면해 있는 마을로 들어서는 순간, 으리으리한 집들로 다문 입이 쩍 벌어진다. ●농어촌은 아기 울음이 끊겼다? 태어나는 아이가 드물어 면사무소 공무원이 출생신고서를 찾지 못해 쩔쩔매는 게 농·산·어촌의 현실이라는 웃지 못할 얘기도 여기서는 통하지 않는다. 마을 주민이라봐야 120가구 320명이 고작이지만, 올해 태어난 아이만 6명에 이른다.20∼40대가 전체 주민의 절반에 육박하다 보니, 마을에서 초등학교를 다니는 아이들도 50명이나 된다. 폐교 직전까지 내몰렸던 인근 노아북초등학교는 현재 100명이 넘는 아이들로 활기를 되찾았다. 남편을 따라 4년전 이곳으로 옮겨와 세살배기 딸까지 둔 송현숙(27·여)씨는 “어촌으로 이사한다니깐 처음에는 친정 부모님들의 반대가 심했죠. 지금은 잘 한 결정이라고 칭찬까지 해주세요. 사는데 특별한 불만이나 어려움도 없어요.”라면서 웃음지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전복마을의 사정은 다른 어촌마을과 다를 게 없었다. 인구가 줄어들면서 늘어나는 것은 빈 집뿐이었다. 하지만 최근 3∼4년 동안 현숙씨처럼 귀농한 세대가 20곳이 넘는다. ●농어촌은 황폐화됐다? 마을을 되살린 것은 전복이다. 마을에서 생산하는 전복은 연간 5600㎏ 가량으로, 가구당 순수익이 연평균 1억2000만원이다. 주민 모두가 억대 연봉자인 셈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평당 1만원하던 땅값은 30만원 이상으로 뛰었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땅을 팔겠다는 사람이 없어 못 살 정도다. 부자 마을로 탈바꿈하기까지는 기나긴 ‘인고의 시기’도 겪었다. 당초 이 마을은 1990년까지 김 양식을 통해 근근이 먹고사는 평범한 어촌이었다.80년대에는 반짝 호황을 누리기도 했지만, 대일수출 감소 등으로 재미를 보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다. 90년대 중반까지 4∼5년 동안은 파래자반을 내다팔아 짭짤한 수익을 올리기도 했으나, 주변 지역에서 우후죽순처럼 파래자반 양식어가가 늘면서 경쟁력을 상실했다. 이어 90년대 중반부터는 전복 양식으로 전환했으며,2002년부터 본격적인 소득이 발생하기 시작해 지금은 마을 주민 모두가 전복을 양식하고 있다. 최운재 미라자율관리공동체 위원장은 “처음에는 주민들을 설득하고 의견을 모으느라 애도 많이 먹었다.”면서 “마을에 적합한 새로운 소득원을 찾기 위해 수년간 연구하고 조사한 끝에 결실을 보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돈 앞에 이웃은 없다? 마을의 성공은 전복이라는 ‘블루오션’만 찾아서 이뤄진 게 아니다. 전복양식 초기만 해도 활용할 수 있는 양식장이 협소해 어가간에 양식장 확보경쟁이 심했다. 전복 양식 여부에 따라 주민간 소득 격차도 심화됐다. 이에 따라 주민들은 자치규약을 스스로 만들어 공평하게 양식장을 분배하고, 어가당 설치 가능한 시설량도 제한했다. 생산된 전복은 공동판매장을 통해 판매하고 있다. 아울러 미역과 다시마 등 전복 먹이용 해조류 양식산업도 활성화되자, 여기서 발생하는 수익도 주민들에게 골고루 나눠 줬다. 최 위원장은 “지금은 자치규약을 지키지 않는 사람은 마을에 발을 들여놓을 수 없다는 인식이 퍼진 상황”이라면서 “주민들이 힘을 모아 양식장 감시조를 운영하고, 정기적으로 바다 청소도 하는 등 부자마을이 됐어도 마음만은 여전히 시골”이라고 덧붙였다. 글 사진 완도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2. ‘친환경’ 쇠똥구리·사상·사하마을 ‘시골의 경쟁력은 도시와 다르다는 데 있다.’ 전남 장흥군 용산면 운주리 쇠똥구리마을에서 생산되는 적토미는 전국에서 가장 비싼 쌀이다. 일반쌀의 판매가격은 ㎏당 2000원 정도지만, 유기농 토종쌀인 적토미는 ㎏당 2만원으로 무려 10배나 된다. 지난해부터 본격적인 생산이 이뤄졌음에도, 없어서 못 판다고 한다. 단위면적당 생산량이 일반벼의 30∼40%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주민 소득을 3∼4배 이상 올리는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 지역사회단체인 ‘야생화 사랑모임’과 협력한 덕분이다. 이 마을 출신이자 야생화 사랑모임의 고문을 맡고 있는 이영동씨는 70년대부터 토종벼와 씨름해온 토종벼 전문가다. 현재 확보하고 있는 품종만 13종에 이른다. ●토종쌀 생산… 주민소득 3~4배↑ 이씨는 “쇠똥구리마을에서 우렁이농법 등을 통해 적토미, 녹토미, 흑토미를 생산하고 있다.”면서 “환경을 고려하지 않는 농촌은 더이상 의미가 없다.”고 잘라말했다. ‘경쟁력 확보→방문객 증가→소득 증대→삶의 질 향상’이라는 선순환을 이끌어내기 위해 마을 이름도 지난 2004년 바꿨다. 마을 주변에 서식하는 쇠똥구리를 알리자는 취지에서다. 아직은 부족한 게 많다. 마을 44가구 가운데 24가구만 친환경농법에 동참하고 있다. 마을 주민들이 소유하고 있는 전체 농지 11만 2000평 가운데 친환경 농법이 작용되고 있는 농지는 2만평 정도다. 마을 뒷산인 부용산은 단삼, 현삼, 더덕, 초오 등 200여종의 약재가 자연서식하고 있어 약다산이라고도 불려왔다. 하지만 주민들의 주요 소득원으로 자리잡지는 못했다. 마을과 인접해 있는 운주리 봉황마을, 접정리 접정마을 등과 협력도 아직은 미약하다. 선주봉 마을 이장은 “마을이 갖고 있는 장점을 마을을 되살릴 수 있는 자원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던 것 같다.”면서 “하나하나 풀어나가다 보면 도시에 못지않은 경쟁력 있는 시골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시골 정취 느낄 수 있는 흙길 조성 전남 진도군 의신면 사천리 사상·사하마을도 변화를 이끌어낼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전국 농촌 어디를 가도 콘크리트로 덕지덕지 포장된 길과 마주하게 된다. 콘크리트는 마을길은 물론, 농로까지 뒤덮고 있다. 도시와 달리 자연환경이 잘 보존돼 있다는 시골의 이미지를 무색케한다. 사상·사하마을 주민들은 최근 마을 앞 콘크리트를 걷어냈다. 대신 시골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흙길인 달구지길을 조성했다. 김종필 사상마을 이장은 “그동안 불편한 것만 생각했지, 환경을 고려하지 않았다.”면서 “농촌이 도시와 같은 환경을 고집한다면 이미 경쟁력을 잃어버린 것과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사상·사하마을은 신라 문성왕 때 지어진 천년 고찰인 첨찰산 쌍계사와 한국 남종화의 본산인 운림산방을 가려면 반드시 거쳐야 하는 관문이다. 또 마을에서 차로 10여분 거리에는 바다 갈림 현상을 볼 수 있는 ‘신비의 바닷길’도 위치한 관광명소다. 주민들의 소득은 여느 농촌마을에 비해 40∼50% 수준에 머물고 있다고 한다. 벼, 배추, 구기자, 표고버섯 등을 생산하지만 농지가 적은 데다 자갈땅이라 소출이 적을 수밖에 없다. 주민들이 각종 생활편의시설을 이용하려면 차로 15분 거리인 읍내까지 나가야 한다. 때문에 10여년 전만 해도 150가구 500명이 넘던 동네에 지금은 90가구 210명만 남았다. 주민 박만석씨는 “외지인, 심지어 한 식구인 며느리가 마을에 와도 떳떳하게 자랑할 수 없었던 게 사실”이라면서 “자연과 더불어 하나된 마을을 만들어야 떠났던 사람도 돌아오지 않겠나.”고 말했다. 글 사진 장흥·진도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 학부모들이 대낮에 은행털이?

    ‘초등학교 학부모들이 백주 대낮에 ‘은행’을 털다?’ 16일 경기도 포천 영평초등학교에 따르면 학교 운영위원회·자모회 등 학부모들이 30여년 전 학교 경계에 심은 은행나무 30여그루에서 14가마의 은행을 털었다. 지난달 말 수확한 은행은 이달 초 열린 ‘총동창 체육한마당’에서 절반가량이 판매돼 107만원의 학교지원 기금을 마련했다. 은행 품질이 좋다는 소문이 나면서 나머지도 속속 팔려나가고 있다. 지난해까지 이 학교 은행은 인근 주민들이 아무나 털어갔다. 올해 은행을 털게 된 이유는 1909년에 개교한 영평초등학교가 포천에서 가장 오랜 연륜을 자랑하면서도 전교생이 64명에 불과, 폐교의 위기에 몰리면서 학교운영에 학부모들이 도움이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스쿨버스가 1대 있지만 미니학교라 운전기사의 급여가 교육청에서 지급되지 않고, 급식도 자체 시설이 없이 인근 영중초등학교에서 조리된 음식을 전달받는다. 배식과 설거지 등 급식 종사원 인건비도 자체 해결해야 하는 입장이다. 학부모들이 번갈아 배식을 돕지만 일손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학교 성기봉 연구부장은 “내년부터는 교육과정과 연계, 학부모·교사·동창회원과 학생 등 교육공동체 모두 은행 털기에 동참할 예정”이라고 말했다.포천 한만교기자 mghann@seoul.co.kr
  • 학부모들이 대낮에 은행털이?

    ‘초등학교 학부모들이 백주 대낮에 ‘은행’을 털다?’ 16일 경기도 포천 영평초등학교에 따르면 학교 운영위원회·자모회 등 학부모들이 30여년 전 학교 경계에 심은 은행나무 30여그루에서 14가마의 은행을 털었다. 지난달 말 수확한 은행은 이달 초 열린 ‘총동창 체육한마당’에서 절반가량이 판매돼 107만원의 학교지원 기금을 마련했다. 은행 품질이 좋다는 소문이 나면서 나머지도 속속 팔려나가고 있다. 지난해까지 이 학교 은행은 인근 주민들이 아무나 털어갔다. 올해 은행을 털게 된 이유는 1909년에 개교한 영평초등학교가 포천에서 가장 오랜 연륜을 자랑하면서도 전교생이 64명에 불과, 폐교의 위기에 몰리면서 학교운영에 학부모들이 도움이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스쿨버스가 1대 있지만 미니학교라 운전기사의 급여가 교육청에서 지급되지 않고, 급식도 자체 시설이 없이 인근 영중초등학교에서 조리된 음식을 전달받는다. 배식과 설거지 등 급식 종사원 인건비도 자체 해결해야 하는 입장이다. 학부모들이 번갈아 배식을 돕지만 일손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학교 성기봉 연구부장은 “내년부터는 교육과정과 연계, 학부모·교사·동창회원과 학생 등 교육공동체 모두 은행 털기에 동참할 예정”이라고 말했다.포천 한만교기자 mghann@seoul.co.kr
  • [HAPPY KOREA] 경남·울산 마을 주민활동 탐방

    [HAPPY KOREA] 경남·울산 마을 주민활동 탐방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는 격언이 빈말이 아닌 것 같다. 지역개발사업에서는 흔히 협력보다는 갈등이 번지는 사례를 볼 수 있다. 주민들은 행정기관이나 외부단체와 협력을 우려스러운 눈초리로 바라보고, 행정기관과 외부단체는 주민들의 우려를 ‘고집불통’으로 간주하기도 한다. 하지만 협력으로 상생의 원리를 배워가는 사례도 적지 않다. 경남 밀양시 부북면 가산리 밀양연극촌, 울산 울주군 서생면 화산리 맑은내배꽃마을, 경남 진주시 이반성면 사이버타운 등을 찾아 협력의 중요성을 되짚어봤다. 1. 밀양 연극촌 경쟁력 ‘쑥쑥’ 밀양 연극촌은 연극을 테마로 한 ‘국내 유일’의 마을이다. 월산초교가 폐교된 직후인 1999년 밀양시는 연극단체인 연희단거리패에 5000평의 학교 부지와 건물을 무상임대했다. 연희단거리패는 여기에 공연장과 연습실 등을 꾸미고,2000년부터 매주 토요일 ‘주말극장’을 열어 연극 마니아들의 발길을 끌어당기고 있다. 이듬해부터는 ‘밀양여름공연예술축제’를 여는 등 외연을 넓혀나가고 있다. 밀양연극촌은 손숙 전 환경부 장관이 이사장을, 이윤택 전 국립극단 예술총감독이 예술감독을, 밀양백중놀이 기능보유자로 중요 무형문화재 제68호인 하용부씨가 촌장을 맡는 등 내로라하는 예술인들이 대거 참여하고 있다. 또 50여명의 연극인이 상주하며 프로그램 개발을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주말극장을 찾는 관람객만 평균 200여명 수준으로, 웬만한 도시 한복판에 위치한 극장이 부럽지 않다. 연간 방문객은 5만∼6만명에 이른다. 하 촌장은 “방문객이 늘었지만, 아직은 적자를 면치 못해 외부공연 등으로 운영비를 충당한다.”면서 “하지만 연극인으로서 마음껏 재능을 뽐내고, 일반인들에게 문화에 대한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장소로는 서서히 자리매김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밀양연극촌은 행정기관과 민간단체가 협력으로 일궈낸 성공사례다. 다만 지역주민들과 연계한 프로그램은 빈약하다. 하 촌장은 “지역주민들과 협력할 수 있기를 바라지만, 연극하는 사람들은 제대로 포장을 할 줄 모른다.”면서 “그런 사람이 와서 도와줬으면 좋겠는데….”라며 아쉬워했다. 2. 맑은내배꽃마을 역할분담 행정기관과 민간단체가 손을 잡고, 주민들까지 끌어들여 꿈을 키워나가는 곳도 있다. 70가구 220명의 아담한 시골동네인 울주 맑은내배꽃마을에는 올초부터 변화의 바람이 불었다. 울주군은 이곳을 농촌체험마을로 꾸미기 위해 ㈜코엑스포라는 기획업체와 협약을 맺었다. 코엑스포는 마을 이름을 화산마을에서 현재 이름으로 바꾸고, 다양한 체험프로그램으로 도시민을 상대로 마케팅을 시작했다. 이광복 마을 운영본부장은 “소득 분배의 투명화로 갈등요인을 차단한 것이 주효했던 것 같다.”고 평가했다. 지난 9월 문을 열자 한달만에 1만2000명이 다녀갔다. 참가비와 생산품 판매로 1억원의 수익도 올렸다. 농산품 판로확보가 어려워진 상황에서 마을 주산품인 배의 절반 이상을 체험객들이 구입했다. 올해 말까지는 모두 2만명이 예약되어 있다. 체험마을 안내요원 등으로 13명을 채용해 고용 창출효과도 내고 있다. 이같은 초기 성공은 부산·울산지역의 유일한 체험마을이라는 지리적 이점도 한몫했다. 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주민들은 생산·판매, 외부단체는 프로그램 마련, 행정기관은 인프라를 구축하는 ‘역할 분담’이다. 여기에 울주군은 마을과 500m 가량 떨어진 명산초교를 울산지역 유일의 영어학교로 지정하는 한편, 이웃 외고산옹기마을이나 간절곶 등과 연계한 개발계획도 추진한다. 이 본부장은 “지금은 구멍가게, 민박집 하나 없지만 귀농을 유도해 인구가 유입될 것”이라면서 “다만 농촌 문제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은 많지만, 이를 한데 묶어줄 인적·조직적 네트워크는 없는 만큼 정부 차원의 보완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3. 진주 사이버타운 특화 집중 밀양연극촌이나 맑은내배꽃마을처럼 모든 동네가 ‘홀로서기’가 가능할 만큼 자체 경쟁력을 가진 것은 아니다.‘지닌 것’보다는 여전히 ‘없고 불편한 것’이 많다. 때문에 경남 진주시 이반성면 일대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반성면을 비롯, 일반성면, 진성면, 사봉면, 지수면 등 5개 면에서는 1999년부터 정보화 기반 지역개발사업인 ‘사이버타운 프로젝트’가 추진됐다.2001년부터 조성된 정부 주도의 정보화마을에 앞서 행정기관의 도움 없이 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지역단체인 진주농촌정보문화연구회의 주도로 진행된 민간 차원의 농촌정보화운동이다. 이제는 정보화 관련 영농조합까지 운영할 정도로 기반을 다졌다. 황인철 진주농촌정보문화연구회장은 “눈에 보이는 성과를 냈다고 하기에는 아직 미흡하며, 주민들의 힘만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면서 “각각의 마을이나 동네가 갖고 있는 장점을 한데 묶어 특화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중”이라고 설명했다. 예컨대 사봉면은 지방공업단지가 들어설 예정이라 일자리 창출에 유리하고, 진성면은 과학고와 체육고 등이 자리잡고 있어 교육을 특화할 필요가 있다. 또 연간 70만명의 방문객이 다녀가는 경남수목원과 정수예인촌이 조성된 이반성면과 오일장이 열리는 일반성면은 외지인들의 관심을 유도할 수 있다는 장점을 살려야 한다는 것이다. 황 회장은 “투입요소는 소모되는 것이 아니라, 확대재생산돼야 한다.”면서 “살기 좋은 지역 만들기가 자칫 구체적인 성과는 없이 지역간 위화감만 조장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글 밀양·울주·진주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 남해 가천다랭이마을 성공사례 경남 남해군 남면 홍현리 가천다랭이마을은 농촌체험마을로 ‘대박’을 터뜨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체험마을을 시작한 2002년에 방문객은 2000명에 불과했다. 그러나 올해는 벌써 17만명에 육박하고 있다. 사업을 시작하기 전 60가구 150명의 주민이 벌어들이는 한해 수입은 모두 합쳐 1억 5000만원이 고작이었으나, 지금은 5억원가량으로 3배 이상 증가했다. 마을 이웃에 펜션 등을 지으려는 사람들까지 몰리면서 땅값은 50∼100배나 올랐다. 성공 비결은 마을 고유의 다랭이논을 특화한 데서 찾을 수 있다. 다랭이논은 비탈지를 계단 형태로 깎아 만든 논(다랑이논)을 일컫는 사투리로, 다락논으로도 불린다. 이곳은 다랑이논의 원형이 고스란히 보존된 거의 유일한 해안가 마을인데다, 다랭이에 대한 상표권까지 확보해놨다. 또 방문객들이 먹고 자기 위해 쓰는 돈 말고도, 방문객들이 현장에서 사갈 수 있는 마늘 등 맞춤형 농작물을 재배해 지갑을 열게 만들었다. 그렇다면 가천다랭이마을은 이제 살기 좋은 지역이 됐을까. 오히려 주민들 사이에서는 사람냄새 나는 마을이 상혼만 판치는 관광지로 둔갑할지 모른다는 위기의식이 싹트고 있다. 현지에서 만난 주민들은 열악한 생활환경에 대한 문제점도 쏟아냈다. 마을을 들어서면 온통 콘크리트로 덕지덕지 바른 길과 시멘트 담장뿐이다. 담쟁이덩굴이 우거진 정취가 느껴지던 돌담길은 온데간데 없다. 마을터가 경사지에 위치하다 보니 가파른 마을길을 오르락내리락 하느라 주민의 상당수는 관절염 환자라고 한다. 현행 기준대로라면 주택의 90% 이상이 불법 건축물일 정도로 주거환경도 열악하다. 또 마을 앞 바다는 해삼·전복·미역·갈치 등 어족자원이 풍부하지만, 배를 댈 방파제와 선착장이 없어 생선은 시장에서 사먹어야 한다. 이웃마을의 선착장을 이용하려 해도 만만치가 않다. 주민들은 ‘달빛에도 논이 마른다.’고 말할 정도로 주민들의 주업인 농사가 잘 될 리도 만무하다. 김주성(50) 이장은 “도시민들이 살고 싶다는 문의전화를 많이 하지만, 텃밭만 가꿔도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 않으냐.”면서 “방문객이 늘기만 기다린다면 마을을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같은 공감대는 주민들 사이에서도 널리 퍼져있다. 김학봉(61)씨는 “마을을 가꿔나가려면 상인이 아닌 주민, 그것도 젊은이들이 들어와야 한다.”면서 “주민들이 함께 참여할 수 있는 공동 생산기반 시설을 구축하고, 구획정리로 주변환경과 어울리는 주택을 짓는 것은 물론 폐교도 대안학교로 조성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김대세(70)씨도 “처음에는 소득을 높이는 데만 신경을 썼지만, 이제는 우수한 자연자원이 훼손되지 않도록 상업화를 경계해야 할 시기”라면서 “마을 뒷산인 설흘산과 응봉산 등을 찾는 등산객도 많지만, 등산로가 제대로 정비되지 않아 심각해지고 있는 환경 훼손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남해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 7년만에 문패 내린 전남 도립 장흥대학

    7년만에 문패 내린 전남 도립 장흥대학

    ‘배움과 취업기회 확대’라는 그럴싸한 정치논리로 밀어붙여 문을 열었던 전남 장흥대학이 7년 만에 문패를 내렸다. 졸속행정이 낳은 실패작으로 179억원이라는 도민의 혈세가 낭비됐다. 가뜩이나 전남은 재정자립도가 14%로 광역지자체 가운데 가장 낮다. 개교 이래 줄곧 제기된 ‘혈세낭비’ 비난도 ‘사후약방문’이 됐고, 그 값비싼 대가는 애면글면 주민 몫으로 남았다. ●태생적 한계 장흥대학은 1999년 3월 장흥군 안양면 기산리 억불산 중턱에서 출범했다. 자동차·원예학과 등 지역특성을 살린 틈새전략을 폈으나 역부족이었다. 농·어촌이다 보니 해마다 신입생이 모자랐다. 급기야 2004년 3월 담양에 있는 다른 도립대학과 통합돼 남도대학 장흥캠퍼스로 전락했다. 이는 학교를 세우기 전 가장 중요하게 고려됐어야 할 지역고교 졸업생 숫자를 감안하지 않은 데서 비롯됐다.10여분 거리인 강진군에도 2년제 사립대학이 운영되고 있었다. 이 때문에 입학생은 사실상 주민등록상 인구 5만여명인 장흥군으로 한정되다시피 했다. 심지어 “장흥대학은 학생수보다 교수가 더 많다.”는 소리까지 나왔다. 당시 장흥에 지역구를 둔 모 국회의원은 의원시절 학교설립에 공을 들였다가 개교와 함께 초대학장(3년)을 역임하기도 했다. ●혈세는 얼마나 장흥캠퍼스에 쏟아부은 도비는 179억여원이다. 억불산의 편백나무 숲속에 자리한 학교부지 6만 7000여평은 전남도와 장흥군이 기증해 땅값은 빠져 있다. 개교 때 학교 건물은 3동에서 이후 9동(연건평 5234평)으로 늘었다. 앞서 문을 연 담양 도립대학(현 남도대학)과 합쳐지기 전인 2003년까지 시설비·인건비·운영비 등으로 해마다 27억원에서 40억원을 지원받았다. 통합 이후 2004∼2006년에는 인건비가 사라졌지만 운영비 등으로 해마다 1억 7000여만원에서 6억 2000여만원이 들어갔다. 지난해 말까지 장흥캠퍼스에 남아 명맥을 유지하던 3개 학과마저 남도대학으로 모두 옮겨갔다. 올부터 신입생이 사라진 이 대학에는 관리인조차 없어 건물과 일부 기자재가 그대로 방치되고 있다. 그러나 폐교 확정에 앞서 지난해 예산이 편성된 탓에 올해도 장흥캠퍼스의 운영비로 1억 7800만원이 집행되고 있다. ●활용방안 다양화해야 지난해 말 전남청사가 광주에서 전남 무안으로 이전했으나 광주시 매곡동에 있던 도 공무원교육원(직원 50여명)은 그대로 남았다. 직원들은 건물이 오래돼 고칠 데가 많다며 불만이다. 전남도의회 이부남(완도1) 의원은 “공무원교육원이 건물과 화장실 등이 비좁고 낡아 시설보수가 시급한 실정”이라며 “추가로 시설보수비를 쓸 바에야 시설과 경관이 훌륭한 장흥캠퍼스로 교육원을 이전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장흥캠퍼스 앞마을인 안양면 기산리 주민들은 “방을 세 놓으려고 적잖은 돈을 들여 집을 새로 고쳤다가 빚만 져 낭패를 봤다.”고 불만이다. 장흥군과 주민들은 “장흥군이 정부가 지정하는 한방생약 특구로 확정된 만큼 이곳에 한방산업진흥원 등 관련기관을 지어야 한다.”며 “기존건물과 연구시설 등을 잘 이용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장흥 남기창기자 kcnam@seoul.co.kr
  • 서귀포에 태풍전시관 생긴다

    태풍의 길목인 제주도 서귀포시 법환마을에 태풍 전시관 및 전망대가 들어선다. 이곳에는 2009년까지 60억원을 들여 전망여건이 좋은 1120평 부지에 태풍의 역사와 문화, 바람의 여정 등을 파노라마로 펼쳐놓아 관광객들이 체험토록 하는 태풍 전시관과 주변 해안의 거센 파도를 감상할 수 있는 전망대가 설치된다. 또 포구에 인접한 용천수를 관광자원으로 활용하는 용천수광장, 폐교시설을 활용한 야영장 겸 피크닉장, 야외무대, 해안생태 및 해녀체험 풀장, 해안산책데크 등이 갖춰진다. 제주월드컵경기장이 있는 법환마을은 해녀수가 100여명으로 서귀포지역에서 가장 많고, 해양생태계 보전지역인 ‘범섬’을 마주하는 등 주변경관이 아름다워 ‘제주전통 해녀(잠녀)문화 마을’로 명성이 높다. 제주 황경근기자 kkhwang@seoul.co.kr
  • “폐교같던게 한달만에 새학교로…”

    “학교가 달라졌어요. 구청장 아저씨 정말 고맙습니다.”지난 7일 오후 맹정주 서울 강남구청장 앞으로 큰 상자가 하나가 전달됐다. 이 상자에는 강남구 봉은초등학교 학생 960여 명이 맹 구청장에게 쓴 감사의 편지가 가득 담겨 있었다. 방학이 끝나 한달여 만에 등교한 학생들이 달라진 학교 모습에 감동을 받아 쓴 편지였다. 전교생 1008명인 이 학교 어린이들 거의 전부가 감사의 편지를 쓰다시피 했지만 알고보면 사연은 아주 간단(?)했다. 계단의 틈이 벌어지고, 외벽의 칠이 벗겨져 폐교처럼 보였지만 예산 부족으로 학교가 손을 못대고 있던 것을 강남구가 예산을 지원, 계단은 보수해주고, 외벽을 새로 칠해 줬기 때문이다. 강남구는 한걸음 더 나아가 인도와 차도가 구분돼 있지 않아 사고의 위험이 높던 학교앞 도로에 보행도로를 내주었다. 이들 사업에 들어간 돈은 고작 6000여 만원. 강남구는 연간 50여억원을 들여 75개 초·중·고교를 선별 지원하고 있지만 이번과 같은 감사편지를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내년에 중학교에 진학하는 한 남학생은 “개학을 하고 보니 한 달도 안된 듯한 새 학교가 됐다.”며 “나는 한 학기만 다니면 졸업하지만 동생들을 생각하니 정말 좋다.”고 썼다. 1학년 한 어린이는 “계단을 고쳐줘서 너무 고맙다.”면서 “감기 조심하라.”는 안부도 덧붙였다. 학생들의 편지에는 ‘키 크는 데 도움이 되는 농구대를 설치해 달라.’‘냄새나는 화장실을 고쳐달라.’는 등의 애교섞인 부탁도 적지 않았다. 뜻하지 않은 편지에 감동을 받은 맹 구청장은 “우리가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면 서로가 감동하게 되고 사회가 훈훈해진다.”면서 이 편지들을 구청 1층에 전시토록 했다. 구 관계자는 “강남구에 있는 각급 학교의 경우 강남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역차별’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교육청의 예산지원이 적어 시설물 보수조차 엄두를 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예산 여건이 좋지 않지만 앞으로도 지원을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강남구는 올해 30여개 학교 지원을 위해 교육경비로 55억 6000여 만원을 편성했다. 김성곤기자 sunggone@seoul.co.kr
  • [지금 장흥에선] 회진항~관덕방조제 운하 계획

    [지금 장흥에선] 회진항~관덕방조제 운하 계획

    격세지감이랄까. 숱한 논란 끝에 새만금 방조제가 축조된 것과는 정반대로, 남녘의 한 간척지에서는 방조제를 허물고 바닷물을 끌어들여 예전의 갯벌을 되찾으려는 ‘의미있는’ 발걸음이 시작됐다. 대한민국 간척사에서 처음 있는 역사적인 일이다. 정부도 식량안보 논리에서 벗어나 갯벌 복원사업, 생명운동에 불을 지핌으로써 향후 보폭에 무게가 실릴 것으로 보인다. 역사적인 무대는 1965년 민간인들이 간척사업을 했던 청정해역 득량만인 전남 장흥군의 한적한 바닷가이다. 장흥군은 벌써 ‘운하 관광시대’를 겨냥, 발빠르게 관광 청사진을 준비중이다. 서울 광화문에서 경도상으로 정남쪽이라 해서 이름 붙여진 ‘정남진 장흥’. 국내 첫 운하 관광시대를 열면서 기존의 건강휴양촌 이미지를 살려 복합관광 혁신도시로의 도약을 꿈꾸고 있다. ●운하에서 낚시를 장흥군 회진면 회진항(국가지정 1종어항) 뒤편 수로에서 아스라이 보이는 관덕방조제까지 이어지는 간척지가 200여㏊에 이르는 관덕농장이다. 이 거대한 논 한가운데로 운하가 뚫린다. 길이 4000m, 폭 200m, 깊이 20m 남짓으로 계획됐다. 이 운하는 해양수산부의 연안정비 시범사업으로 추진돼 다른 지방자치단체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운하 형태는 회진항 수로에서 신상리 관덕방조제까지 ‘낫’을 살짝 옆으로 돌려 놓은 기역자로 연결된다. 논 한복판을 뚫고 지나갈 운하는 황금빛 들판, 푸른 하늘, 쪽빛 바다와 어우러져 멋진 한폭의 그림으로 태어난다. 운하 위로는 한껏 멋을 부린 관광다리를 3개쯤 놓고 양쪽 둑으로는 산책로, 낚시터, 자전거도로 등 체험거리를 만든다는 구상이다. 배를 타거나 둑 아래에서 편하고 즐겁게 바다낚시를 즐기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곳과 연계한 배후지역 관광낚시도 여건이 차고 넘친다. 이미 회진하면 다양한 어종과 놀랄 만한 포인트로 전국 제1의 바다낚시터로 널리 알려져 있다. 요즘 회진 앞바다에서는 전어·병어·참장어 등이 손맛을 제대로 느낄 만큼 씨알이 굵어졌다. 또 이 운하 예정지에서 5분가량 들어가면 간척지와 노력도를 잇는 연륙교(452m)가 완공돼 바다쪽 접근이 더 좋아졌다. 노력도에는 해수풀장과 낚시터, 산림욕장 등을 만든다. 장흥군은 다리 바로 밑 폐교를 10억원에 사들여 각종 바다체험과 초보 강태공을 배려한 바다낚시 학교를 열기 위해 문패를 손질하고 있다. 다리 앞쪽 바다쪽으로 부유물을 띄워 설치하는 인공 바다낚시터 조성을 위해 기본계획 작성에 들어갔다. 최연수 장흥군 해양수산과장은 “내년에 확보된 12억여원으로 운하의 기본 및 실시설계를 하고 2009년까지 200억원을 투자한다.”며 “운하 건설과 갯벌복원 사업에는 보다 적극적인 정부의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속내를 감추지 않았다. ●복합관광지 탄생 회진항∼신상리 운하가 3년 뒤 마무리되면 회진항 앞쪽과 신상리 관덕방조제 앞 갯벌이 제기능을 찾게 된다. 이렇게 되면 어장의 생산성이 높아지고 저절로 주민소득도 올라갈 것으로 기대된다. 바닷물이 간만의 차로 흐름이 빨라지면서 고약한 냄새가 나던 갯벌에도 생명이 살아 꿈틀거리는 생태체험장이 된다. 운하는 엄청나게 퇴적된 펄로 골치를 앓고 있는 회진항의 구겨진 체면도 되살린다. 이어 항구 기능이 살아나면서 관광항구로 변신을 촉진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장흥군은 생태체험 관광에 잔뜩 눈독을 들이고 있다. 청정해역의 갯벌 복원지를 거점 관광지로 하고 인근 바다 관광지와 엮는 형태이다. 그래서 운하 예정지 인근에 만들 인공 바다낚시터와 회진면∼관산읍∼대덕읍의 청정 해안선을 따라 바지락과 굴 캐기, 참장어 낚기, 개매기(그물치고 고기잡기) 체험 등에 초점을 맞춘다. 또한 이곳 바닷가에서 태어나 바다를 화두로 소설쓰기에 매달린 동갑내기 한승원·이청준과 그의 선배 송기숙의 생가는 오롯이 그 자체가 살아있는 관광상품이다. 얼마 전 문을 연 억불산 정상의 천문과학관, 장흥댐, 천년고찰 보림사, 쇠똥구리마을, 지렁이 생태체험장 등도 복합관광자원으로 손색이 없다. ●운하개통 기대효과 방조제에 막혀 있던 득량만의 거센 조류는 운하를 타고 회진항 수로를 오간다. 하루 4번 물 방향이 바뀌는 작용으로 회진항 앞쪽과 관덕방조제 양옆에 쌓인 엄청난 양의 진흙더미는 봄눈 녹듯 사라질 것이 확실하다. 그동안 방조제 축조 이후 조류 속도가 느려지거나 아예 막히면서 윤기가 번지르르하던 갯벌이 자꾸만 썩어갔다. 이는 국가항인 회진항과 인근 황금어장을 망치는 주범이자 흉물거리였다. 간척지 논둑에서 만난 60대 농민은 “주민들은 간척지에 운하를 만들고 갯벌을 살리려는 노력에 박수를 쳐 환영한다.”고 말했다. 그래선지 주변에서는 벌써부터 관덕농장의 논값이 들먹거리고 있다는 소문도 들려 부작용이 감지됐다. 그러나 회진항 조금 못 미친 관산읍 삼산리 바닷가에서는 간척사업(논 250여㏊)이 막바지 단계에 접어들고 있었다. 장흥 글 남기창기자 kcnam@seoul.co.kr ■ 김인규 장흥군수 “회진항 운하건설 사업은 간척지의 갯벌복원 의의” 김인규(52) 장흥군수는 10일 “회진항 운하 공사는 국회 통과라는 절차가 있어 조심스럽지만 간척지의 갯벌 복원이라는 측면에서 상징성이 크다.”고 말했다. ▶운하의 의미는. -한마디로 소통이다. 자연도 인간도 물도 자연스럽게 흘러가도록 해야 한다.‘고이면 썩는다.’는 세상 이치를 갯벌 복원이 웅변하고도 남는다. ▶운하는 어떤 관광자원인가. -운하에서 다리위 낚시, 둑방낚시, 자전거일주, 돛단배 운항 등을 즐긴다. 생태체험 관광의 중심축이다. 마음 편하게 해보라는 것이다. ▶가고 싶은 종합관광이란. -도시화로 현대인들이 자꾸 ‘빠르게 빠르게’에만 매달리고 있어 안타깝다.‘정남진’인 장흥은 따뜻한 기후, 풍부한 물산, 인심 좋은 고장이다. 장흥에서는 ‘느린 세상’의 멋을 보여주려 한다. 마음을 비우고 생각도 바꾸면 세상이 달라진다. 관광은 지역에서 생산·가공·유통하는 종합관광 상품이 돼야 한다. 장흥은 ‘개방형 휴양도시’가 목표이다. 퇴직자 등이 휴양지 삼아 건강한 삶을 누린다면 바랄 게 없다. 장흥 남기창기자 kcnam@seoul.co.kr ■ 사촌~장재도선 제방에 다리놓기 ‘한창’ 회진항에서 승용차로 30분 거리인 바닷가에서도 40여년 전에 쌓았던 또 다른 제방을 헐어내고 물길을 내고 있었다. 장흥군 안양면 사촌마을이다. 쫄깃하고 담백한 맛으로 바지락의 대명사로 통하는 장흥 바지락의 특산지가 바로 이곳이다. 여기서는 마을 앞 섬인 장재도를 잇는 제방에서 둑을 트는 공사가 한창이다. 주민들의 오랜 숙원이었다. 올 1월부터 52억여원을 들여 2009년 1월 완공을 목표로, 둑 한가운데를 걷어내고 다리로 바꾸고 있다. 둑 길이 120m 가운데 중심의 80m를 모두 들어내고 다리를 놓는다. 바닷물 흐름을 좋게 하고 어선들이 손쉽게 지나가도록 교각은 3개만 세운다. 다리 위에서 낚시도 하면서 밤경치를 즐기도록 난간에는 특수조명도 준비중이다. 원래 사촌마을 앞 펄밭에서는 바지락과 고막 등 패류가 지천으로 널려 있었다. 조금 바다로 나가면 병어·전어·낚지 등 어류도 짭짤한 소득원일 만큼 청정해역이었다. 지금도 사촌마을은 장흥군에서 가장 잘사는 마을로 통한다. 그러나 1962년 이 둑이 놓이면서 사촌마을 앞 갯벌을 적시던 조류가 막혔다. 주민들은 “둑이 생긴 뒤 갯벌에서는 역겨운 냄새와 함께 수없이 많은 바지락이 썩어 나갔다.”며 “둑이 헐리고 갯벌이 되살아나면 마을 공동양식장도 금방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장흥 남기창기자 kcnam@seoul.co.kr
  • 대도시 못잖은 산골 방과후 학교

    ‘대도시 부럽지 않아요.’ 강원도 한 산골 초등학교가 지역사회의 도움으로 대도시에 못지않은 다양한 방과후 수업을 운영,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 학교는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으로 유명한 강원 평창군 봉평면에 자리잡고 있는 면온초등학교. 전교생이 50명에 불과하지만 지난해부터 영어, 프랑스어, 일본어 등 외국어와 스키, 음악, 미술, 골프 등 25종에 이르는 방과후 수업을 성공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이런 방과후 수업의 성공은 지역의 적극적인 협조가 있어서 가능했다. 인근 명문고인 횡성 민족사관고 ‘기쁨공부방’ 동아리 회원 30여명은 매주 두차례 면온초를 찾아 영어, 프랑스어와 과학 등을 가르치고 있다. 인근 군부대 장병들은 태권도와 수학을 지도하고 봉평중·고교 미술교사들은 그림 그리는 법을 가르치고 있다. 일본인 학부모는 일본어를, 지역 언론사는 합창과 신문활용교육을 학생들에게 방과후 수업을 각각 해주고 있다. 또 보광휘닉스파크는 교내에 소형 골프연습장을 만들어 골프를 지도하고 스키시즌엔 특별히 면온초등학교 학생을 상대로 무료 스키강습을 해준다. 이같은 소문이 퍼지면서 4년 전까지만 해도 전교생 20여명으로 폐교위기에 있었던 면온초는 지난 1학기에 6명이 새로 전학을 오는 등 활기를 찾아가고 있다. 이 학교 유치원 대기자도 16명에 이를 정도로 인기다. 서대식 교장은 “지역에서 ‘학교 살리기’에 자발적으로 동참하면서 질 높은 교육이 이뤄지고 있다.”며 “학부형들도 좋아하고 있다.”고 말했다.평창 조한종기자 bell21@seoul.co.kr
  • “작년에 봤던 귀신놀이 또 하네”

    ‘또 폐교에서 귀신 놀이인가.’ 평소 지상파를 즐겨보는 김정희씨는 요즘 불만이 많다. 납량특집으로 방송하는 오락 프로그램들이 앞다퉈 ‘귀신과의 전쟁’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KBS 2TV 오락프로그램인 ‘해피 선데이’의 간판 코너 ‘여걸 식스’는 20일 방송에서 공포영화 ‘여고괴담’을 찍었던 한 폐교에서 출연진이 귀신을 피해 먹을거리를 가져오는 미션을 수행하는 과정을 보여줬다. 조혜련·이혜영·정선희·현영·이소연·최여진 등 여성 고정 출연자들이 교실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처녀귀신과 저승사자를 만나 벌이는 사투는 과히 애처로웠다. 이혜영·현영 등 혼자 미션을 수행한 출연자들은 무릎을 꿇고 거의 기어가는 모습에다가 연속 소리를 지르며 우는 분위기였고, 결국 이혜영은 포기하고 돌아왔다. 한 시청자는 게시판에 “출연자들이 울면서 난리인 것을 보면서 안쓰러웠다.”고 했다. 다른 시청자는 “조명 아래서 귀신을 피해 도망치는 납량특집은 이제 식상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앞서 MBC ‘무한도전’은 5일과 12일 2주에 걸쳐 납량특집을 방송했다. 각각 폐교와 폐가에서 이뤄진 방송은 유재석과 박명수·정준하·정형돈·하하·노홍철 등 6명의 출연진 모두 귀신을 피해 이리 뛰고 저리 뛰면서 시청자들의 동정심을 유발했다. 방송 이후 “조명이나 스태프들이 없는 상황에서 공포에 떠는 출연자들이 불쌍했다.”“이제 다른 형식의 납량특집을 보고 싶다.”는 의견들이 쏟아졌다. 귀신이 등장하는 납량특집 외에 휴양지 등 해외 촬영을 하는 여름특집도 단골로 방송되고 있다. 그러나 기존 프로그램 형식을 그대로 유지한 채 장소만 바다나 풀장으로 옮겨 눈총을 받고 있다.SBS ‘실제상황 토요일’의 ‘리얼로망스 연애편지’는 지난 5일부터 3주간 태국 푸껫에서 청춘남녀 연예인 16명의 만남을 다뤘지만 파인애플 따먹기 등 장소만 바뀌었을 뿐 같은 내용으로 일관했다.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 [씨줄날줄] 프로네시스/황진선 논설위원

    아리스토텔레스는 진정으로 올바른 덕은 고귀한 것을 이성적으로 파악하는 철학적 지혜와 참된 이치에 따라 선을 실현하는 실천적 지혜의 결합으로 나타난다고 하였다. 엊그제 이장무 서울대 신임 총장은 취임사에서 “서울대가 지식 함양에 급급한 나머지 실천적 지혜인 프로네시스(phronesis)를 터득하는 데 소홀하였다.”고 자성론을 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철학적 지혜는 이성과 학문적 인식이 합쳐진 것으로 본다. 그러나 실천적 지혜가 없으면 좋은 사람이 될 수 없다고 강조한다. 이 총장은 서울대 출신들이 올바른 생각과 지식, 즉 철학적 지혜는 갖추고 있으나 이를 실천하는 데는 미흡하다고 판단한 것 같다. 그는 “(서울대가) 우수한 인재를 양성하였지만 베풀고 희생할 줄 아는 리더 육성에는 소홀했다.”고 밝혔다. 서울대에 대한 또다른 주요 비판은 ‘세계적으로 우수한 학생을 뽑아 가서는 평범한 학생으로 졸업시킨다.’는 것이 아닐까 싶다. 이 총장은 지난달 19일 노무현 대통령에게 임명장을 받은 뒤 이를 의식한 듯 “세계 대학 평가 93위로 만족할 수 없다. 서울대를 세계적인 대학으로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이 총장은 총장 후보 선정 결선투표에서도 “서울대는 우선 국민으로부터 사랑을 받아야 하고, 세계적인 대학으로 뻗어나가야 한다.”며 프로네시스와 수월성을 강조했다. 서울대에 대한 극렬한 반감 표현은 아마 폐교론일 것이다. 서울대가 없어진다고 해서 입시과열이 사라지고 학교 서열화로 인한 병폐가 없어진다고 믿는 사람들은 거의 없는데도 불구하고 2003년 이후 폐교론이 계속 거론되는 것은 반감이 있는 사람이 적지 않다는 방증이다. 이처럼 서울대가 표적이 되는 것은 정부로부터 많은 지원과 혜택을 받는 것은 물론, 서울대 출신들이 국가 요직을 독과점하는 권력기관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 총장은 취임사 말미에서도 “서울대가…국가와 민족을 위해 공헌할 수 있었던 것은 오로지 국민들의 따뜻한 사랑과 성원에 힘 입은 것”이라고 자세를 낮췄다. 이제 서울대 출신들은 21세기 한국판 브나로드(민중 속으로)운동이라도 벌여야 하는 것은 아닐까. 황진선 논설위원 jshwang@seoul.co.kr
  • 꿀맛 휴가, 휴양림 품으로

    꿀맛 휴가, 휴양림 품으로

    휴가는 휴(休)처럼 나무와 함께. 꿀맛같은 휴가를 원한다면 자연과 하나 될 수 있는 휴양림으로 떠나자. 맑은 공기뿐 아니라 거대한 나무, 시원한 폭포가 함께 하는 산으로. 또한 휴양림에는 통나무집, 캠핑장, 물썰매장 등 다양한 편의시설을 갖추고 있다. 아무런 부담없이 대자연의 품에 안겨보자. 공기 좋고 물 맑은 곳에서 일상을 잊고 즐기는 한가로움. 며칠, 아니 반나절이라도 좋다. 이런 휴가를 보내려면 한적한 자연휴양림이 최고다. 아름드리 나무와 흐르는 계곡물, 신선하다 못해 폐부를 찌르는 듯한 상쾌한 공기. 잠시 나를 잊고 자연과 하나 될 수 있는 자연휴양림을 소개한다. 비가 오면 처마끝에 떨어지는 물방울 소리, 맑은 날에는 눈부신 햇빛과 지저귀는 새소리, 저녁에는 풀벌레 소리를 노래 삼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 도움말:한국관광공사 # 아토피 치료에 좋은 남해 편백자연휴양림 어디를 가도 교통 체증과 북적이는 사람들 때문에 가슴이 답답해지는 사람이라면 조용하게 호흡하며 마음의 안정을 찾을 수 있는 경남 남해군 삼동면 봉화리에 있는 남해 편백자연휴양림을 권하고 싶다. 산책로, 전망대, 야영장의 편의 시설을 갖추고 있다. 또한 전망대에 올라가면 한려해상국립공원의 올망졸망한 섬들이 푸른 바다와 함께 시원하게 펼쳐진다. 이곳에서 자라고 있는 편백나무는 다른 나무들에 비해 뿜어내는 피톤치드가 월등히 많아 항균 면역 기능은 물론이고 아토피 피부 치료에도 좋다고 알려졌을 정도다. 또한 낚시에 취미가 있다면 휴양림 근처 내산저수지에서 흔들리는 찌를 바라보며 갑갑했던 마음을 흘려 보는 것도 권할 만하다. 근처에 영화 ‘밀애’를 촬영했던 보리암, 폐교를 활용하여 만든 해오름예술촌,8000여그루의 나무로 만들어진 물건방조어부림이란 천연 방풍림, 지족갯마을에서 쏙잡기(쏙은 겉모양이 갯가재보다 둥글고 새우류에 가까운 무리로 가재와 새우의 중간 정도)체험 등 근처에 다양하고 즐거운 볼거리가 가득하다.(055)867-7881,www.huyang.go.kr # 태백 고원에서 별 세는 여름밤을 해발 600m에 위치하고 있는 고원지대 태백시. 한여름에도 무더위가 침범하지 못할 정도로 시원한 곳이다. 폐광 지역이라는 현실과 관광 도시라는 이상이 공존하는 탄광촌에 들어선 고원자연휴양림은 강원도 태백시 철암동 금광골 골짜기에 깊숙하게 자리잡고 있다. 금광골은 평균 해발고도가 700m에 이르는 청정 고산지대라서 한여름에도 무더위가 느껴지지 않는다. 첩첩산중에 뚝 떨어진 휴양림이라 인적은 없고 오직 새소리와 물소리만 고요한 산속의 적막을 깨고 있는 곳이다. 하늘에 별이 총총대고, 휘영청 둥근 달이, 하늘 향해 솟아 오른 산허리에 걸리는 모습에 취해서 보내는 한여름 밤의 꿈은 환상적이다. 잘 지어 놓은 오두막에서 야외 바비큐 파티를 벌이고 자그마한 계곡에서는 시원한 물놀이를 즐기기만 하면 된다. 휴양림에는 낙동정맥 한 구간인 토산령(950m)을 잇는 3.5㎞ 구간의 트레킹 코스는 가족끼리 한적하게 걷기에 그만이다. 이밖에 태백산 도립공원의 석탄박물관의 갱도 탐험이나 대덕산 금대봉의 야생화 군락지, 한강의 발원지인 검룡소의 물줄기, 미인의 전설이 흐르고 있는 미인폭포, 매봉산 고랭지 채소밭과 풍력발전단지, 구불구불 산허리를 휘감고 올라가는 만항재 드라이브길 등도 돌아볼 만하다.(033)582-7440,forest.taebaek.go.kr # 고산휴양림에서 신나는 물썰매를 계곡 상류에 민가나 오염원이 전혀 없는 청정지역의 시랑천을 따라 만들어진 전북 완주군 고산면 오산리 고산자연휴양림이 아늑하게 자리잡고 있다. 고산자연휴양림은 계곡 물을 막은 물놀이장이 7곳이고 120m 길이의 물썰매장도 있어 휴양림에서의 하루를 시원하고 즐겁게 보낼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또한 다양한 평형대의 숙박시설, 자동차를 댄 곳 바로 옆 공간에 텐트를 칠 수 있는 오토캠핑장 등 다양한 편의 시설을 갖추고 있다. 근처에 대둔산 국립공원, 산림문화전시관, 천년고찰인 송광사 등도 돌아보자.(063)263-8680,tour.wanju.go.kr # 오감이 즐거운 제주절물자연휴양림 무더위와 빗줄기가 공존하는 7월에는 아름다운 풍광으로 유명한 제주의 휴양림을 찾아가 자연이 주는 편안함을 맛보자. 제주시내에서 20분 거리에 위치한 제주절물자연휴양림은 산책로, 놀이시설, 약수터, 등산로 등 여러 즐길거리를 갖추고 있다. 휴양림 곳곳에는 아이들이 뛰어놀 수 있는 잔디, 놀이시설 및 눈길이 머무는 곳에 발길도 잠시 멈출 수 있는 휴식공간이 많이 있어 눈, 코, 귀 등 오감이 즐거운 곳이다. 휴양림 입구에서부터 빽빽하게 자리한 삼나무숲에 들어서면 기분까지 맑아지는 은은한 숲향기에 피로가 저절로 풀린다. 하얗고 까만 자갈이 깔린 ‘건강산책길’을 맨발로 걸어보자. 마음뿐 아니라 몸도 건강해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완만한 산책로를 걸어올라 끝에는 연꽃 가득한 연못이 있다. 개구리가 폴짝폴짝 뛰어다니는 연못가에서 끊임없이 속삭이는 새소리를 듣노라면 ‘이게 바로 사는 맛이 아닌가. 인생의 쉼표를 한동안 또 잊고 살았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연못가를 지나 갈림길에서 왼편으로 접어들어 조금만 발걸음을 옮기면 약수터로 가는 길과 절물오름으로 오르는 등산로가 나온다. 이곳 약수는 신경통과 위장병에 특효라 하여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작은 물병을 준비해 약수를 담아 오름에 올라도 좋고, 오름에 다녀온 후 약수 한 모금으로 목을 축여도 좋다. 절물오름의 정상에 오르면 성산일출봉, 한라산, 제주시가지가 손에 잡힐 듯 펼쳐진다. 입가에 손을 대고 ‘야호’하고 외치면 가슴 속에 담겨 있던 스트레스가 모두 달아난다.(064)721-7421,jeolmul.jejusi.go.kr
  • 여름휴가 알뜰피서

    여름휴가 알뜰피서

    가족끼리 알뜰하고 편안한 여름휴가를 즐기려면 서울 자치구에서 운영하는 ‘휴양소’가 제격이다. 성수기에도 숙박비가 일반 숙박시설의 절반 이하 수준에 불과한 데다 각종 편의시설이 마련돼 있기 때문이다. 특히 60세 이상 노인과 동반 가족이 우선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 이 가운데 충남 태안군에 있는 서초휴양소와 동작구휴양소는 서해안 유명 해수욕장과 함께 볼거리, 먹을거리가 풍부해 여름 휴가지로 각광을 받고 있다. 이 지역은 해수욕장 수심이 얕고 갯벌이 잘 발달해 있어 가족단위 나들이객들에게는 더없이 좋다. 그러나 자치구 휴양소들은 객실이 많지 않은 탓에 1개월전에 사전 예약을 받고 있어 휴양소를 이용하려면 지금부터 서둘러야 한다. ■ 서초구휴양소 ●기분좋은 자연속의 팜스테이 “처음에는 큰 기대없이 갔는데 훌륭한 시설에 멋진 주변 환경, 직원들의 친절함 등 모처럼 기분 좋은 여행을 즐겼습니다. 멀지 않은 주변에 장길산 세트장, 염전, 바닷가 등이 있어 잊지 못할 추억을 안고 돌아왔습니다.”(구민 이규방씨) “폐교를 리모델링해서 그런지 첫인상은 시골 학교의 단아함과 편안함으로 고향집처럼 반가웠습니다. 특히 다른 곳에서 우리 구 마크를 보자마자 너무 반갑고, 자랑스러울 수가 없었네요.”(구민 손은정씨) 서초구 홈페이지 휴양소(www.seocho.go.kr/Resort)에는 이같은 휴양소를 이용했던 구민들의 호평이 쏟아지고 있다. 구민을 위해 운영하는 시설이어서 직원들의 친절함과 깨끗함은 기본이고, 일반 콘도시설에 비해 다양한 편의시설을 갖췄다. ●47실의 깔끔한 객실 서초구가 지난 5월 충남 태안군 남면 진산리 18의2에 문을 연 서초휴양소가 주민들의 인기 휴양소로 자리잡았다. 이 지역 폐교 부지를 매입해 만든 콘도식 휴양시설로 4695평 부지에 연면적 1499평으로 지하 1층 지상 7층 규모로 지었다.9평형(이용정원 4인) 31실과 14평형(이용정원 8인) 16실 등 객실 47실을 갖췄다. 객실은 온돌형으로 주방기구와 샤워시설이 있다. 식당은 60명이 이용가능하며,50평형의 남녀 사우나와 150명 수용가능한 강당,PC방, 바비큐장, 어린이놀이터, 운동장, 옥상 휴게쉼터 등을 갖추고 있다. ●60세 이상 구민은 성수기 1박에 2만원 휴양소 이용은 3박4일 이내가 원칙이며, 예약은 이용일 1개월 전에 해야 한다. 성수기(7월10∼8월20일)를 기준으로 1박당 9평형은 60세 이상 구민이 2만원, 타지역 주민 4만원이며,60세 이상 노인 동반자와 등록장애인 동반가족은 구민 3만원, 타지역 주민 5만원이다. 일반인은 구민 4만원, 타지역 주민 6만원이다.14평형의 경우 60세 이상과 60세 이상 동반가족은 9평형보다 각각 1만원씩 많다. 일반인도 구민은 6만원, 타지역 주민은 9만원으로 차등 운영하고 있다. ●풍성한 주변 볼거리 휴양소 인근에는 서해안의 명소 만리포해수욕장과 몽산포해수욕장을 비롯해 고려 충렬왕때 백화산 정상에 축성된 백화산성과 안흥성, 안면송림 등이 있다. 또 신두리해수욕장은 우리나라 최대 사구지대로 사막처럼 펼쳐진 넓은 모래 벌판을 만날 수 있다. 안면송림은 하늘을 찌를 듯 곧게 자란 소나무가 보는 이들의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서울에서 서해안고속도로를 타고 서산IC나 홍성IC를 이용하면 2시간이면 갈 수 있다.041)673-8470∼3. ■ 동작구휴양소 ●자연속에서의 안락한 휴식 “잘 놀다 왔습니다. 직원들이 친절하고 깨끗해 아이들이 너무 좋아했고, 편하게 쉬다 왔습니다. 다음에 또 가고 싶어요.”(구민 김연진씨) 동작구가 지난 2001년 충남 태안군 안면읍 신야리 123의 2일대 폐교한 초등학교 건물을 사들여 만든 동작구 휴양소(www.dongjak.go.kr/pub/les)는 구민들의 인기 명소로 자리잡았다. 기초 자치단체가 폐교를 사들여 휴양소를 만든 것은 동작구가 처음이다. 전국 다른 기초자치단체에서 벤치마킹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2001년 문을 열 당시에는 12평형(이용인원 7∼8인) 10실,24평형(이용인원 8∼10인) 6실 등 16실을 만들었으며, 지난해에는 펜션동을 신축해 11평형 3실,15평형 2실,18평형과 27평형 각 1실씩 모두 7실을 추가했다. 휴양소에는 식당과 강당, 맨발지압로, 운동장, 바비큐 그릴, 가족 노래방 등을 갖췄다. 객실은 콘도형으로 편리하고 안락하다. ●일반 콘도의 절반 이하 이용료 휴양소는 구 홈페이지를 통해 1개월전에 예약할 수 있다. 성수기(7월10∼8월20일)를 기준으로 동작구민의 경우 60세 이상 노인,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자, 소년소녀 가장 등은 12평형 1만 5000원,24평형 3만 5000원이다. 60세 이상 동반 가족 및 등록장애인은 12평형 2만 5000원,24평형 6만원 등이며, 일반 구민은 12평평 3만원,24평형 9만원이다. 타지역 주민의 경우 60세 이상 노인은 12평형 2만 5000원,24평형 6만원이며,60세 이상 동반가족은 12평형 3만원,24평형 9만원이다. 일반주민은 12평형 5만원,24평형 12만원이다. ●안면도의 붉은 낙조와 함께 안면도에 위치해 주변 볼거리가 풍성하다. 꽃지·샛별·방포·안면해수욕장 등 14개의 해수욕장이 있으며, 자연휴양림과 방포, 백사장 포구 등이 있다. 태안 마애삼존불상과 란도 괭이갈매기 번식지, 내파수도 등도 인근에 있다. 먹을거리로는 생선회, 꽃게, 바지락, 낙지탕, 대하, 김, 마늘, 전복구이, 주꾸미 철판구이 등이 유명하다. 가는 길은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서해안고속도로 홍성IC에서 나와 A·B방조제를 지나 안면도 샛별 해수욕장 가는 길로 가다 보면 나온다.3시간 정도 소요되며 교통이 불편한 만큼 승용차를 이용하는 것이 좋다. 문의 (041)673-7907∼8. 조현석기자 hyun68@seoul.co.kr ■ 남한산성 유원지 서울 시계에서 송사리를 잡을 수 있는 유일한 곳이 바로 남한산성 유원지이다. 서울 송파사거리를 지나 지하철 8호선 산성역에서 10분거리에 위치한 남한산성유원지는 성남시가 1995년부터 주민휴식공간으로 재탄생시키기 위해 업그레이드를 시작한 뒤 새로운 모습으로 주민곁에 다가갔다. 남한산성 유원지는 남한산성 정상보다 휴게시설이 다양하고 삼림욕장까지 갖춰져 전형적인 자연공원의 모습이다. 또한 유원지 입구에 조성된 대형주차장 옥상에는 1000여평 규모의 무료 인라인스케이트장이 조성돼 주말 가족나들이로 그만이다. 이 유원지의 가장 큰 특징은 남한산성 정상에서부터 이어지는 계곡이다. 등산로를 따라 흐르는 계곡은 남한산성 서편 계곡과는 달리 음식점이나 휴게시설이 전혀 없어 물이 맑기로 유명하다. 1㎞이상 뻗어내린 계곡은 바위를 감싸 돌며 바닥이 드러날 정도로 깨끗해 송사리 등이 서식하고 있다. 초여름 물놀이에 그만인데다 등산을 겸할 수 있어 일석이조다. 계곡 인근에는 큰 암반과 자갈밭, 그리고 곳곳에 운동시설이 마련돼 있다. 등산로를 따라 약사사와 영도사, 덕운사, 백련사, 칠보암 등 5곳의 사찰이 자리잡고 있으며 차량으로 남한산성을 오를 경우 통행료를 지불하는 동문까지 연결돼 있다. 가파른 등산로는 시가 다리를 놓거나 목재계단으로 조성해 놓아 산행에 어려움이 없다. 등산로를 따라 숲이 우거져 대낮에도 하늘을 보기 힘들 정도다. 삼림욕장은 이 가운데 특히 나무가 많은 등산로 중간지역에 500여평 크기로 마련돼 평상과 벤치 등이 설치됐다. 등산로 곳곳에 자연학습장도 꾸며져 야생화와 수목을 관찰할 수도 있다. 인근에는 400여점의 돌탑들이 병풍처럼 둘러싸인 탑공원이 있다. 유원지 곳곳에 마련된 발지압장은 자갈크기별로 조성돼 아이들도 사용이 가능하다. 등산후 발의 피로를 푸는 데 안성맞춤이다. 입구 인근에 조성된 비둘기광장에는 수백마리의 비둘기들이 날아들고 분수대는 제철을 만나 한낮에 시원한 물줄기를 뿜어내고 있다. 이 유원지의 또다른 자랑거리는 약수터. 청담과 검단, 산성, 고당, 중원, 옹달샘 등 나름대로 이름이 지어진 모두 6개의 약수터는 시가 최고의 수질을 보장한다. 평일은 물론 주말 등산객 대부분이 약수를 떠오기위해 물통을 들고 산을 오른다. 유원지내에는 공예전시장도 자리잡고 있다.3층건물의 이 전시장에는 지역에서 생산되는 전통공예품들이 전시돼 있고 판매도 한다. 수시로 사진전과 연주회 등도 열린다. 공원내 각종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CCTV도 설치돼 있다. 신구시가지 주민들의 화합을 위해 매년 열리는 성남시민의 날 행사도 이곳에서 맨먼저 터를 잡는다. 자전거 도시라는 명성에 걸맞게 유원지 입구에 제일 먼저 자전거보관대가 자리잡고 있다. 등산로변에 설치된 생태학습장과는 별도로 3000여평 규모의 우리나무와 꽃동산도 조성돼 있다. 성남 윤상돈기자 yoonsang@seoul.co.kr
  • ‘기쁨의 세계’ 교실엔 그늘…

    ‘기쁨의 세계’ 교실엔 그늘…

    |하마마쓰(일본 시즈오카현) 이춘규특파원|시멘트 블록과 슬레이트로 만든 엉성하기 짝이 없는 조회 공간과 체육시설, 좁아터진 교실, 낡아빠진 책상. 종이에 그려져 벽에 붙여진 브라질, 아르헨티나, 페루 국기 등등. 일본 중부 시즈오카현 하마마쓰시 주택가의 허름한 2층 상가건물에 위치한 남미 외국인 학교 ‘기쁨의 세계’를 지난 21일 찾았다.100개에 이르는 일본의 남미계 외국인 학교 가운데 정식 인가를 받은 단 한 곳이라는 말을 듣고 찾아갔으나 허술하기 짝이 없었다. ●허름한 상가 2층에 앙상한 블록·슬레이트 마쓰모토 마사미(42·여) 교장은 만나자마자 하소연부터 늘어놓는다.“할아버지의 나라가 야속하다. 중남미 출신 이민자 자녀들이 편안하게 배울 곳이 너무 적다.” 학생들은 남미에 이민간 일본인들의 2,3세들이다. 이들은 1990년대 스즈키나 혼다 등 이곳 연고지 기업들에서 일하기 위해 조국을 찾은 부모들과 함께 왔다. 현재 등록자만 3만 5000명. 미등록자도 1만명 정도다. 유치원부터 초중고 과정까지 배우는 학생들의 국적은 브라질 61명, 페루 43명, 아르헨티나 6명이다. 일본인 유치원생 1명도 외국어 공부에 열심이었다. 교사는 페루인 3명, 브라질인 5명 등 9명이며 일본어는 자원봉사 강사가 가르치고 있었다. 이들 학생은 원래 일본 공립학교에 다녔지만, 극소수를 제외하고는 일본어 습득에 애를 먹었고, 이지메(왕따)도 많이 당해 거리를 방황하기 일쑤였다. 마쓰모토 교장은 “일본 어린이가 수업시간에 오락실이나 거리를 돌아다니면 이를 발견한 어른이 학교에 데려가도록 법률로 규정돼 있지만 외국 어린이는 그럴 의무가 없어 방치돼 사고, 범죄로 이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이런 이유로 페루 학부모들이 3년 전 힘을 모아 이 학교를 설립했다. 수업료, 급식비 등으로 한달에 4만 6000엔을 받았지만 학생 수가 적어 적자 투성이였다. ●“노동력 필요” 그나마 최근엔 ‘달래기´ 지원금 학비를 못 내 2년간 60여명이 그만 둘 정도여서 학비를 깎아주기도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지난해 폐교를 검토하자 혼다, 스즈키 등이 “남미계 노동력이 없으면 안 된다.”며 2000만엔을 기부해 숨통이 겨우 트였다. 같은해 12월 학교 인가를 받으면서 하마마쓰시가 연간 145만엔, 시즈오카현에서 300만엔을 보조하기 시작해 가뭄 끝에 단비가 됐다. 마쓰모토 교장은 “아이들에게 장래의 희망을 보여주고 싶다. 일본 사회에서 공생하며 이곳에서의 삶에 자신감을 갖게 해야 한다.”며 “이민 선진국처럼 일본 정부의 지원 확대가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taein@seoul.co.kr
  • [구정이삭]

    ●구로구 저소득 가정 자녀를 위한 무료 학원 수강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이번 프로그램은 한 학원 원장의 사회 봉사로 이뤄졌다. 구로5동 P학원 원장 H씨는 “돈 때문에 학원 수강을 포기하는 학생을 볼 때마다 마음이 아팠다.”면서 “그 학생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각 동사무소가 대상 학생을 추천, 구로5동 주민자치위원회가 10명을 선정했다. 국민기초생활보장수급자와 차상위 계층 자녀 가운데 학급성적이 상위권인 학생들이다. 학원 무료 수강은 이달부터 내년 5월까지 1년간 진행되며 뽑힌 학생은 학원의 전 과목을 수강할 수 있다. 구는 관내 학원들과 연계, 이 사업을 확대할 방침이다.●서초구 21일 강원도 횡성군 안흥면에 서초수련원을 준공했다. 수련원은 목욕탕과 헬스장, 식당, 세미나실, 강의실, 다목적실 등을 갖췄다. 서울에서 2시간 거리에 위치, 주5일제로 주말을 이용, 주민과 직원들이 심신휴양과 여가활동을 할 수 있게 됐다. 수련원 주변은 횡성자연휴양림을 비롯, 유명 휴양림과 드라마 ‘토지’세트장, 현대성우리조트, 안흥찐빵마을 등 볼거리 먹을 거리가 풍부하다. 서초구는 1997년 자매결연한 횡성군의 폐교 부지를 매입해 수련원을 지었다.●강동구 외국인을 위한 ‘무료한국인강좌’를 개설했다. 외국인이 많이 사는 암사1동과 성내2동 주민자치센터에서 진행된다.강의시간은 암사1동은 화요일 오전 10시부터 낮 12시. 성내2동은 금요일 오후 7시부터 9시까지이다. 강사는 한국어를 전공한 대학교 한국어학당에서 경력있는 강사를 선발할 계획이다.회화와 읽기, 쓰기뿐만 아니라 문화체험과 전통요리 강습도 실시한다. 현재 강동구에 거주하는 외국인은 2956명. 지역별로 천호1동과 성내2동에 각각 560명,500명이 살고 있다. 암사 1동 주민자치센터 02)442-1204∼6, 성내 2동 주민자치센터 02)489-0857∼9 또는 강동구청 자치행정과 02)480-1320∼1●강서구 다음달 18일부터 28일까지 사법연수원생 2명이 무료 법률 상담활동을 한다. 사법연수원의 ‘2006년도 사업연수원생 법률상담봉사 연수제도’에 따른 것이다.이들은 법률문제와 법 관련 문서작성 등을 상담한다. 상담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 토·일요일엔 상담이 없다. 타거주지 사람도 상담가능하다. 별도 접수 없이 해당 시간에 구청 3층 회의실에 오면 된다.02)2600-6065●성북구 사이버 외국어 강좌를 개설해 오는 30일까지 수강신청을 받는다. 수강신청은 성북구청 홈페이지(www.seongbuk.go.kr)를 통해 가능하다. 수강료는 무료. 강좌내용은 영어 34종류와 일본어 8종류, 중국어 8종류 등 50여개의 강좌이다. 강의는 다음달 1일부터 시작한다.02)920-3442
  • [오지로 떠나는 시간여행] (2)영월 가정마을~정선 거북마을

    [오지로 떠나는 시간여행] (2)영월 가정마을~정선 거북마을

    평창, 정선을 거쳐 영월로 굽이굽이 흐르는 동강은 휘감아도는 강줄기만큼 골도 깊다. 이방인의 눈에는 가벼운 신비감마저 느껴진다. 강 건너 마을이 있으면 어렵지 않게 눈에 띄던 줄배가 보이지 않는 대신에 우람한 콘트리트 다리가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 노를 사용하는 대신 강변 양쪽에 줄을 매어 배를 연결해 사용하는 줄배의 존재를 자신 있게 이야기해 줄 수 있는 사람조차 드물다. 뜨거운 초여름의 햇볕을 피해 길가 나무 그늘 밑에서 담배를 태우고 있는 촌로에게 꼬치꼬치 물어 봐 어렵게 찾았다. 정선군 신동읍 덕천리 고개를 넘자 깎아지른 듯한 바위절벽이 병풍처럼 둘러쳐져 있고 밑으로 푸른 동강의 절경이 펼쳐진다. 저 멀리에 눈에 보일 듯 말 듯 한 외줄이 강을 가로질러 매여 있다. 그 줄에 거친 페인트칠을 한 작은 철선이 연결되어 있다. 강이 군(郡)경계이니 매일 같이 정선과 영월을 잠깐 사이에 왕복하는 줄배이다. 나루에는 작고 빨간 우체통이 있어 강 건너에 마을이 있음을 알려준다. 줄배를 타고 정선에서 강을 건너 영월의 가정마을에 들어가니 방치된 폐가 사이로 금낭화가 핀 집이 보인다. 강원도에서는 며느리밥꽃이라 불리는 꽃이 우물가에 탐스럽게 피어 있다. 정희득(65) 김연자(60)씨 부부가 사는 집. “내가 어릴 적에는 줄배가 하루 종일 바쁘게 움직였지. 아침에 연포학교로 가는 아이들을 시간 맞춰 건네주고, 강 건너 큰 밭에 일 나가는 아낙들 태워다 주고, 장날에는 마을사람들이 장에서 팔고 산 물건 한 보따리씩 들고 드나들면 하루 종일 서울 택시보다 바쁘게 왔다갔다 했어.” 지금은 강을 건널 때 집에서 키우는 검둥이만 나루를 지킨다며 씁쓸한 표정을 짓는다. 옛 추억을 더듬다가 문득 청년시절 뒷산 범우골에서 봤던 호랑이 얘기를 할 때 표정이 밝아진다. 우물가에서 김연자씨는 낮에 캐온 나물을 손봐 삶아 내는 일에 바쁘다.“사람 발길이 드물어 도시에선 귀한 산나물이 이곳에는 지천이야. 힘든 농사 대신 산나물을 팔아 자식들에게 돈이라도 조금씩 부쳤으면 좋겠어.”적지 않은 나이지만 객지에 나간 자식들 걱정이 빠지지 않는다. 저녁 무렵 경사진 밭머리에서 내려 본 마을의 많은 집 중에서 밥 짓는 연기가 올라오는 집은 두 집뿐이다. 나머지는 빈 집이다. 눈을 돌려 강 건너 정선 덕천리 거북마을을 봤다. 민박을 치며 사는 부부가 유일한 주민이다. 얼마 전 복부 한쪽에 잡히는 것이 있어 서울 병원에 입원한 남편이 걱정이라며 이재화(62) 할머니가 평상에 앉아 눈시울을 적신다. 혼자 있는 어머니 생각에 낮에 다녀간 영월에 사는 딸이 당부한 저녁 식사도 입맛이 없다면서 소주나 한 잔 하자고 손목을 잡는다.“저 놈의 소 때문에 병원에 가보지도 못하고 영감 혼자 병원에 있는 것을 생각하면 속상해.”라며 신세한탄을 한다. 곧 이어 “그래도 영감 없으면 못 살것 같다.”며 애틋한 사랑을 내비친다. 거북마을에서 강 상류로 2㎞ 정도 떨어진 연포마을. 적막한 마을입구에 폐교된 연포분교가 눈에 들어 온다. 혹시 관광객이라도 찾아올까하는 기대인지 ‘선생 김봉두 영화 촬영장소’라는 표지판이 입구에 초라하게 흔들리고 있다. 두런두런 하는 말소리를 쫓아가 보니 이명용(80) 할아버지가 마실온 이옥순(78) 할머니와 툇마루에 멀찍이 앉아 무료한 시간을 달래고 있다. 사진을 찍으려 하자 부끄러운 듯 더 멀리 떨어진다. 50년 이상 동강과 함께 살아온 사람들. 강에서 태어나 동강을 떠나본 것은 젊은 시절 일제 징용과 6·25전쟁 때가 전부다. 이들은 다시 강으로 돌아와 여지껏 후회와 보람, 좌절과 희망이 교차하는 평범하지만 건강한 삶을 살고 있었다. 글 사진 강성남기자 snk@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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