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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짜 상속녀’ 소로킨, 가석방 풀려난 뒤에 오히려 돈 줄줄이

    ‘가짜 상속녀’ 소로킨, 가석방 풀려난 뒤에 오히려 돈 줄줄이

    백만장자의 상속인 행세를 하며 미국 뉴욕 사교계를 발칵 뒤집어놓은 ‘가짜 상속녀’가 가석방으로 풀려났다. 독일 국적의 안나 소로킨(30)은 지난 2013년 애나 델비란 이름의 상속녀 행세를 하며 뉴욕 사교계에 등장했다. 동유럽 억양의 영어를 구사하며 6700만 달러(약 787억원) 재산을 거느린 독일계 부자의 상속인이라고 떠벌였다. 명품 옷과 신발로 몸을 휘감고 다녔으며, 맨해튼의 최고급 호텔과 레스토랑에서 호화판 생활을 했다. 개인 전용 비행기를 타고 여행을 다니기도 했다. 그런데 2017년부터 여러 은행과 고급 호텔들에서 20만 달러(약 2억 2000만원) 이상을 빌려 갚지 않는다는 말이 나오기 시작했다. 알고 보니 그녀는 냉난방 업체를 운영하는 평범한 러시아 출신 사업가의 딸이었으며, 패션스쿨을 중퇴하고 패션잡지에서 잠시 인턴으로 일한 경력 뿐이었다. 지난 2019년 5월 다수의 절도와 사기 혐의로 징역 4~12년형에 2만 4000달러(약 2800만원)의 벌금과 20만 달러의 피해 배상을 명령받았다. 그녀는 얼바니의 교도소에 수감됐는데 11일(이하 현지시간) 최소 형기의 절반만 채우고 모범적인 수형 생활을 했다는 이유로 가석방됐다고 영국 BBC가 전했다. 이날 석방으로 그녀는 독일로 강제 추방될 가능성이 더 높아진 것으로 방송은 전망했다. 지난해 10월 6일 가석방위원회의 심리 녹취록이 지난 연말 언론에 공개됐는데 소로킨은 “난 정말 부끄러운 짓을 했다. 나로 인해 많은 사람이 고통을 겪었다. 죄송하다”고 털어놓았다. 하지만 소로킨은 사기극이 들통 난 뒤에도 스타일리스트를 고용해 화려한 차림으로 법정에 나와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옷차림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판사 앞에 서길 거부하기도 했다. 카메라를 향해 포즈를 취하기도 했다. 당시 검찰은 “이런 행태가 아직 반성하지 않고 있다는 증거”라며 “소로킨이 유일하게 감정을 표출한 것은 교정 당국이 지급한 옷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화를 내며 울었던 순간”이라고 전했다. 영상 스트리밍 업체 넷플릭스는 그녀의 인생을 영상화하는 조건으로 10만 달러(약 1억 1000만원)의 계약을 체결해 인기 드라마 ‘그레이 아나토미’ ‘스캔들’ 등을 제작한 프로듀서 숀다 라임즈 연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받은 스타 배우 제니퍼 로렌스 주연으로 드라마 제작이 확정된 상황이다. 이 영화의 각본은 그녀의 정체를 국제적으로 폭로한 2018년 뉴욕 매거진의 제시카 프레슬러의 폭로 기사를 바탕으로 한다. 지난달 인사이더 닷컴은 이 영화 판권을 판매한 대가가 32만 달러라고 다른 얘기를 전하면서 소로킨이 은행과 호텔 등에 진 빚과 벌금 등을 갚는 데 쓸 것이라고 보도했다. 그녀의 친구가 쓴 또다른 책은 HBO 채널이 사들이기로 했다고 앞서 발표됐다. 가짜 상속녀 행세를 한 것이 들통 났고 감옥까지 다녀왔으며 이제 독일로 강제 추방될 지경인데 오히려 책과 영화 판권으로 돈을 챙기고 인터뷰 등으로 이름을 날리게 생겼으니, 세상 참 요지경이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정의용-美블링컨 통화… “한반도비핵화 공조·한미일 협력 공감”

    정의용-美블링컨 통화… “한반도비핵화 공조·한미일 협력 공감”

    정의용 외교부장관이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과 12일 통화했다. 정 장관 취임 이후 한미 외교부 장관의 첫 통화이다. 양국 장관들은 한반도의 안전한 비핵화를 위해 긴밀히 공조해 나갈 것을 강조했다. 또 한미일 협력이 지속되는 것이 중요하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으며, 최근 미얀마 상황에 대한 우려도 공유했다고 외교부는 설명했다. 외교부는 보도자료에서 “양 장관이 한미동맹이 동북아, 인도·태평양 지역, 그리고 전 세계의 평화·안정·번영의 린치핀(핵심축)이라는 점을 재확인했다”면서 “글로벌 현안 대응과 공동의 가치 증진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한미동맹을 계속 발전시켜 나가기로 했다”고 전했다. 이어 “가능한 빠른 시일 내 양국간 현안 논의를 위한 고위급 협의를 개최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 정의용, 설날에 블링컨과 첫 통화...“한미일 협력 중요”

    정의용, 설날에 블링컨과 첫 통화...“한미일 협력 중요”

    가능한 빨리 고위급 협의 개최싱가포르 합의 핵심 내용 언급미얀마 상황에 대한 우려 공유정의용 외교부 장관이 설날인 12일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과 첫 전화 통화를 했다. 정 장관 취임 3일 만이다. 정 장관은 블링컨 장관과의 통화에서 “한미동맹이 동북아, 인도·태평양 지역 그리고 전세계 평화·안전·번영의 핵심축(린치핀)”이라는 점을 재확인했다. 또 글로벌 현안 대응과 공동의 가치 증진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한미동맹을 계속 발전시켜 나가기로 했다. 양 장관은 가능한 빠른 시일 내에 양국간 현안 논의를 위한 고위급 협의를 개최하기로 했다. 코로나19가 ‘변수’지만 한미 정상회담 조기 개최를 위해서는 고위급 협의가 최대한 빨리 이뤄져야 한다. 양 장관은 또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 긴밀히 공조해 나갈 것이란 점도 강조했다.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는 2018년 6월 북미 싱가포르 공동성명에 나오는 4가지 원칙 중 하나다. 싱가포르 공동성명이란 용어는 빠졌지만 핵심 내용이 언급된 것은 긍정적 신호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가 강조해 온 ‘한미일 협력’에 대해서도 양 장관은 협력이 지속되는 것이 중요하다는 데 공감하고, 최근 미얀마 상황에 대한 우려도 공유했다. 한편,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따르면 미 국무부 대변인실 관계자는 VOA에 “현재 존재하는 한국과 일본 사이의 긴장은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한일) 협력을 심화할 기회를 모색할 것”이라고 말해 한일관계 개선을 위해 역할을 할 것임을 시사했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 김정은 한달 만에 경제부장 경질, 극단적 표현까지 왜 이러나?

    김정은 한달 만에 경제부장 경질, 극단적 표현까지 왜 이러나?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나흘간 열린 당 전원회의를 마치면서 올해 경제계획 수립 과정에 나타난 문제점을 신랄히 비판하며 극단적인 표현을 서슴치 않았다. 최고 지도자가 이런 표현까지 써야 할 정도로 북한의 경제 사정이 나아지지 않는다는 조급증의 발로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국정 운영의 총체적인 책임을 간부들에게 떠밀려는 것 같다는 의심도 피할 수 없게 됐다. 당 경제부장을 한달 만에 경질해버린 것도 문제다. 조선중앙통신은 12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2차 전원회의가 2월 8일부터 11일까지 진행됐다”며 “(김정은 총비서가) 여러 부문의 사업을 신랄히 비판했다”고 보도했다. 김정은 총비서는 보고에서 “올해 인민 경제계획이 그전보다 별로 달라진 것이 없다”며 “어떤 계획은 현실 가능성도 없이 높여놓고 어떤 부문에서는 반드시 해야 할 것도 계획을 낮추는 폐단이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특히 지난달 당 경제부장에 임명된 김두일이 경질되고, 대신 오수용 당 비서가 맡았다. 오수용(77) 당 비서는 김정은 정권 아래 몇년 동안 경제부장을 지냈으며 최근 군수산업을 총괄하는 제2경제위원장을 맡은 바 있는 예산통이다. 먹는 문제 해결의 최일선인 농업부문에서 불리한 조건을 무시한 채 과거처럼 ‘허풍’을 부리며 실행 불가능한 곡물 생산 계획을 세워 악폐를 반복했다는 점을 비판했다. 반면 자력갱생 경제발전의 핵심인 전력·건설·경공업 부문에서는 비판과 처벌을 우려해 아예 계획을 낮추는 부작용이 나타났다. 특히 자신이 “주요 경제부문들의 계획을 작성하는 데서 내각이 주도적인 역할을 하지 않았다”고 지적, 심혈을 기울여온 내각의 ‘경제사령부’ 역할이 전혀 복원되지 않는 현실에 분노한 것으로 관측된다. 결국 그 책임을 김두일 전 부장이 다 뒤집어썼다. 지난 9일 회의에서는 권력 서열 3위인 조용원 당 조직비서가 연단에서 좌석의 김두일을 세워놓고 신랄히 비판했는데 다음날 사진이 공개되기도 했다. 이번 전원회의에서는 특수기관에 대한 경고도 나왔다. 김 총비서는 “국가와 인민의 이익을 침해하고 당의 결정 지시 집행을 태공하는 단위 특수화와 본위주의 현상을 더 그대로 둘 수 없다”며 “당권, 법권, 군권을 발동해 단호히 처갈겨야 한다”고 일갈했다. 반사회주의와의 투쟁도 의정으로 논의됐다. 김 총비서는 반사회주의와 비사회주의 현상을 놓고 “일심단결을 저해하는 악성 종양”이라며 “강력한 연합 지휘부를 조직해 반사회주의, 비사회주의와 투쟁을 집중적으로, 다각적으로 강도 높이 전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밖에도 당 중앙위원회 구호집 수정과 노동당규약 해설 심의, 보선 등이 이뤄졌다. 리선권 외무상이 당 정치국 위원으로 보선됐고, 김성남 당 국제부장은 정치국 후보위원으로 보선됐다. 김동일·김영남·김철수는 당중앙위원회 후보위원에서 위원으로 올라섰고, 홍혁철·리경호·최영진·룡군철·정서철은 당 중앙위원회 후보위원으로 보선됐다. 김정은 총비서는 대남 부문에선 별다른 메시지를 내놓지 않았다. 또 북한은 지속적인 대북 제재 속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로 민생고에 지친 주민들의 사상 이완 현상을 우려하며 전원회의를 계기로 당·공안·사법기관을 총동원해 중앙과 도·시·군에까지 연합지휘부를 만들어 통제에 나설 것임을 분명히 했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정 총리 “백신접종 시작되면 평화로운 일상 되돌아갈 수 있을 것”

    정 총리 “백신접종 시작되면 평화로운 일상 되돌아갈 수 있을 것”

    정세균 국무총리가 설날인 12일 “이제 곧 백신 접종이 시작되면 다시 이전의 평화로운 일상으로 되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며 “그렇게 되도록 정부는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약속했다. 정 총리는 페이스북에 공개한 설 인사 영상에서 “어느 때 보다 간절함을 담아 건강과 행복을 기원한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길 바란다”며 이같이 말했다. 정 총리는 “우선 안전한 명절이 되도록 특별방역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연휴 이후 시작 예정인 백신 접종도 제대로 준비하고, 애써 살리고 지킨 경제 회복의 불씨도 더 키우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민께 힘이 되는 정부가 되도록 끊임없이 노력하겠다”며 “어렵더라도 조금만 더 힘을 내주고 주위에 더 고통받고 외로운 이웃은 없는지 살펴봐달라”고 당부했다. 정 총리는 “가족·친지와의 만남은 아껴두고 고향 방문과 여행도 미뤄달라. 아쉽지만 잠시 참는 것이 내 가족과 이웃, 사회의 긴 행복이 된다”며 연휴 기간 만남과 이동 자제를 거듭 호소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임병선의 메멘토 모리] 재즈 레전드 칙 코리아 80세로 타계

    [임병선의 메멘토 모리] 재즈 레전드 칙 코리아 80세로 타계

    미국의 재즈 레전드 칙 코리아가 세상을 떴다. 80세.  지난 9일(이하 현지시간) 희귀암으로 세상을 떠났다고 그의 홈페이지가 11일 밝혔는데 왜 이렇게 시간이 걸려서 공표하는지, 어디에서 어떻게 죽음을 맞았는지나 공식 사망 원인 등을 공개하지 않았다. 50년 넘게 재즈 무대를 빛낸 그는 지난해에도 공연 실황 가운데 자신의 솔로 연주만 모은 더블 앨범 ‘플레이스’를 발표했을 정도로 왕성하게 활동했는데 왜 이렇게 일찍 세상을 떠나야 하는지 안타까운 마음 뿐이다.  그는 죽음을 예감한 듯 페이스북에 팬들에게 띄우는 글을 남겼다. “나는 음악의 불꽃을 끝까지 밝게 태우는 데 도움을 주고 내 여정에 함께 한 모든 이에게 감사하고자 한다. 연주하고 작곡하고 공연하는 일을 하고 싶어하는 이들이 그렇게 했으면 좋겠다는 것이 나의 바람이다. 당신 스스로나 우리 모두가 그렇게 하지 않더라도 이 세상은 더 많은 아티스트와 더 많은 즐거움을 필요로 한다.”  65차례 그래미상에 후보로 추천돼 23번을 수상해 63년 역사에 네 번째로 많은 노미네이트를 기록했다. 올 블루스‘(All Blues), ’트리올로지 2‘(Trilogy 2) 앨범이 다음달 14일 그래미 재즈 부문 후보에 올라 사후 수상 가능성도 열려 있다. 1960년대 중반 블루 미첼, 윌리 보보, 칼 제이더, 허비 만과 함께 연주했으며 1968년 허비 행콕 대신 마일스 데이비스 그룹에 합류하며 명성을 날리기 시작했다. 데이비스의 명반 ‘인 어 사일런트 웨이’와 ‘비치스 브류’에 그의 피아노 선율이 실렸다. 스탠 게츠와도 호흡을 맞췄다. 1970년대에는 자신의 아방가르드 재즈 그룹 ‘서클’, 나중에 ‘리턴 투 포에버’를 이끌었다. 비브라폰 연주자 개리 버튼, 수많은 클래식 연주자, 라틴 재즈 등을 즐겼다.  빌 에번스, 호레이스 실버, 매코이 타이너 등을 이어받은 피아노 양식으로 1970년대의 젊은 피아니스트들에게 본보기가 됐고, 4도 음정을 사용해 독특한 왼손 음형을 구사했다. 칙 코리아의 많은 작품과 즉흥연주에서는 스페인 취향이 엿보인다. 신시사이저와 수많은 전자 건반악기를 사용해 경쾌하고 재미있는 선율에 록과 스페인 리듬을 결합해 청중들의 마음을 끌어 재즈를 넘어 폭넓은 청중에게 다가갔다.  그는 지난해 앨범 발매에 맞춰 AP 통신과 인터뷰를 통해 “달림이가 달리는 것을 좋아하듯 난 기분이 나아지기 때문에 피아노를 두드리는 것을 좋아한다. 기어만 바꾸면 다른 방향으로 옮겨 다른 노래를 만들고 내가 원하는 뭐든지 한다. 그래서 늘 실험”이라고 털어놓았다. 어린 시절 좋아했던 모차르트를 비롯해 텔로니우스 몽크, 스티브 원더 등의 작품도 실었다.  1941년 6월 12일 매사추세츠주에서 태어난 그는 네 살 때부터 피아노를 쳤다. 컬럼비아 대학과 줄리어드 음대를 중퇴할 정도로 정규 교육 과정에 적응하지 못했다. 연주자로 활동하며 솔로 공연 때 손님을 불러 올려 함께 연주하는 것을 즐겼다. 2019년에는 뉴욕 필하모닉과 트롬본 공연을,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와 퍼커션 공연을 했다. 또 온라인 교습 프로그램 칙 코리아 아카데미를 만들어 질문을 받고 함께 수다를 떨곤 했다. 학생들이 표현의 자유를 마음껏 즐기고 각자 자기만의 방식으로 생각하라고 권하기도 했다.  그는 앞서 AP 인터뷰를 통해 “모든 사람이 나와 같이 행동해야 하는가? 아니다. 우리 모두가 각자 다르게 좋아하는 방식대로 세상이 굴러가게 만들어야 한다. 다만 우리는 어울리고 협업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고인은 사이언톨로지 신도였으며 플로리다주 클리어워터에서 살았다. 유족으로는 부인 게일 모란과 아들 태듀스가 있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英 새 연구 “관절염 치료제 토실리주맙 코로나 중환자의 생명 연장”

    英 새 연구 “관절염 치료제 토실리주맙 코로나 중환자의 생명 연장”

    관절염 치료제로 흔히 쓰이는 약품 토실리주맙(tocilizumab)이 코로나19 중증 환자의 생명을 연장하는 데 효험이 있었다는 새로운 예비 연구결과가 나왔다고 영국 BBC가 11일(현지시간) 전했다. 이미 정기적으로 맞아온 값싼 스테로이드 제제와 이 약을 함께 처방받은 환자 25명 모두가 생명을 유지할 수 있었다고 전문가들은 말했다. 이미 영국의 일부 병원에서는 이런 식으로 코로나19 환자들을 치료하고 있다고 했다. 이렇게 처치하면 생존 시간을 늘릴 수 있고 회복 시간을 줄여주며 무엇보다 환자들을 집중치료실로 옮기지 않아도 돼 의료진의 부담을 덜어준다고 국민건강서비스(NHS) 의료진은 설명했다. 지난해 심각한 코로나19 증상을 보이며 체스터필드 왕립병원에 입원한 웬디 콜먼(62)은 이 약품 실험에 자발적으로 참여했는데 큰 효과를 봤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숨쉬는 것도 아주 힘들어 했고 얼마 안 있으면 집중치료실로 옮겨질 상황이었다”면서 “토실리주맙을 맞고 난 뒤에는 안정화되고 더 나빠지지 않았다. 지금도 난 그 때 이런 방법이 있다는 것을 몰랐더라면 무슨 일이 벌어졌을지 두렵기만 하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코로나로 병원에 입원한 환자의 절반 정도가 이런 처치로 효험을 봤다고 말했다. 웬디와 같은 실험 참가자들이 4000명이 넘는데 결과는 “엄청나다”고 말했다. 코로나 환자의 절반 정도가 스테로이드 제제 덱사메타손과 함께 토실리주맙을 몸 속에 떨어지게 하는 드롭 처치를 받게 한 뒤 토실리주맙을 드롭하지 않는 환자군과 비교하는 실험이 진행되고 있다. 토실리주맙을 처치받은 그룹의 환자 596명(29%)이 28일 안에 숨졌는데 처치 받지 않은 그룹의 694명(33%)에 비해 적은 숫자였다. 또 환자가 산소호흡기 처치를 받거나 숨질 확률 38%를 33%로 낮췄다. 토실리주맙과 덱사메타손을 함께 처치받은 환자들이 산소 처치를 받을 확률을 3분의 1로 줄여준다는 것이다. 옥스퍼드대학 전문가로 실험을 주도하고 있는 마틴 랜드레이 교수는 “(두 약품을) 함께 쓰면 그 효과는 상당하다. 영국과 전 세계 환자들과 그들을 돌보는 보건 서비스 종사자들에게도 좋은 소식”이라고 말했다. 케임브리지의 아덴브루크 병원의 집중치료 전문의 샬롯테 서머스 박사는 “이번 발견은 엄청난 일보 전진이다. 이런 치료법은 사람들을 집중치료실에서 멀어지게 하는 것처럼 보이는데 환자들이 나 같은 사람 안 만나도 되게 하는 일이니 그들에게 정말 좋은 일”이라고 말했다. 다만 치료비가 다소 비싼 점이 걸린다. 덱사메타손은 5파운드 밖에 되지 않는데 토실리주맙은 500 파운드나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집중치료실 병상 하루 사용료가 2000 파운드니 결코 비싼 것이 아니라고 방송은 전했다. 이번 예비 실험 결과는 의학저널에 동료 검토 논문으로 제출될 예정이다. 한편 지난달 일본 주가이(中外) 제약이 만드는 관절 류머티즘 치료제 악템라가 코로나19 중환자에 투여한 결과 사망률이 떨어지는 등 효험을 발휘했다는 연구 결과가 국내 언론에도 소개된 적이 있다.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 연구진이 집중치료실에서 인공호흡기를 부착한 중증 코로나19 환자 800명을 대상으로 ‘악템라(일반적으로 토실리주맙)’을 투여해 효과를 조사했더니 악템라 등을 쓰지 않은 환자 약 400명의 사망률이 35.8%에 이르는 반면 악템라를 투여한 환자 약 350명의 사망률은 28%로 7% 포인트 이상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구조의 사릴루맙(Sarilumab)을 정맥 내 주입한 그룹을 나눠 비교했을 때도 거의 비슷한 차이가 있었다. 아울러 악템라와 사릴루맙을 함께 쓰면 집중치료를 받는 기간이 열흘 정도 짧아졌다. 폐와 다른 장기를 손상시키는 ‘사이토카인 폭풍(Cytokine storm)’ 부작용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미 의회 폭동 실상 드러나도 공화 상원의원들 “트럼프는 무죄”

    미 의회 폭동 실상 드러나도 공화 상원의원들 “트럼프는 무죄”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전 대통령이 조장한 의회 난동 사태가 당초 알려진 것보다 훨씬 심각했던 것으로 드러나고 있지만 공화당 상원은 여전히 그의 무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고 CNN 등 미국 언론이 11일(이하 현지시간) 보도했다. 하원의 탄핵 소추위원단은 지난 9일부터 시작된 상원의 탄핵 심판 절차를 통해 트럼프의 폭동 당일 연설이 의회 난입으로 이어졌다는 데 초점을 맞췄다.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는 ‘선동 사령관(inciter-in-chief)’ 별칭이 주어졌다. 전날에는 의원들이 폭도들에 위협당할 수 있는 일촉즉발의 상황을 보여주는 새 영상과 사진, 녹취를 공개하며 여론전과 함께 공화당 상원 설득에 총력전을 펼쳤다. 탄핵 소추위원단은 전날에 이어 이날도 각종 증거를 제시하며 공화당 상원의원들을 압박했다. 12일부터는 이틀간 트럼프 측 변호인단이 반박에 나선다. 탄핵 심판 과정에 새로 공개된 자료에는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 사무실에 95만볼트 전기충격기를 들고 침입하거나, 평화적 권력 이양 절차를 진행한 마이크 펜스 당시 부통령을 겨냥해 교수대가 설치됐다거나, 펜스 부통령을 비롯한 의원들이 가까스로 폭도들로부터 벗어나 대피하는 모습 등이 포함됐다. 하지만 CNN은 “공화당 상원의원들은 잇단 영상 공개에도 트럼프를 무죄로 만들겠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며 “생생한 폭력 사태 현장을 목격하고도 내란 선동 혐의로 트럼프를 유죄판결하는 데 더 가까이 간 것 같지 않다”고 전했다. 공화당 상원의원들이 탄핵 소추위원단의 잇단 증거 공개에 충격을 받긴 했지만 트럼프의 발언이 폭력 사태로 이어졌음을 입증하지 못했다고 본다는 것이다. 공화당의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은 “의사당이 그렇게 짓밟힐 수 있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면서도 탄핵 표결에 대한 그의 마음은 바뀌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오히려 “무죄에 찬성하는 표가 어제보다 더 많을 것 같다”고 언급했다. 마이크 브라운 의원은 소추위원들의 발표에 눈을 떼지 못했다면서도 견해를 바꿨느냐는 질문엔 “절차에 흠결이 있기에 결론은 다르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테드 크루즈 의원은 트럼프가 시위대에 말한 ‘죽을힘을 다해 싸워라’와 같은 언어를 사용하지 않는 미국 정치인은 없다면서 트럼프와 폭도의 직접적인 연관성은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소추위원들이 범죄자들의 끔찍한 폭력에 집중하는 데 많은 시간을 보냈지만 트럼프의 언어는 선동에 대한 법적 기준에 한참 못 미쳤다”고 말했다. 론 존슨 의원은 전날 공개된 영상으로 마음이 흔들렸는지에 대한 질문에 “누가 아니겠느냐”고 했다. 그러나 트럼프에 대한 유죄 투표에 관해 묻자 “나는 그 사람들(폭도)에게 책임을 묻고 있다”고 밝혔다. 팀 스콧 의원은 “(탄핵에 찬성하는 공화당 상원의원은) 5∼6명이 다일 것”이라 했다. 특히 일부 의원들은 의회 폭동 사태를 지난해 여름 인종 정의 시위와 비교하면서 당시 그 재판이 어떻게 다뤄졌는지를 비판하고 있다고 CNN은 전했다. 당시 일부 폭력으로 변질된 시위를 독려한 민주당 측이 어떤 책임을 졌느냐고 물은 셈이다. 이런 언급들로 미뤄볼 때 트럼프가 탄핵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것이 중론이다. 공화당에서 최소 17명의 이탈표가 필요한데 현재로선 리사 머코스키, 수전 콜린스, 팻 투미, 밴 새스, 밋 롬니, 빌 캐시디 등 6명 정도만 예상할 수 있다. 전직 대통령 탄핵 절차가 합헌이라고 투표했던 캐시디도 아직 본인 뜻을 정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탄핵 찬성론자인 롬니 의원도 각종 증거가 공화당 의원들의 마음을 돌려놓을지에 대해 “그들이 어떻게 반응할지 예측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중국 BBC 월드뉴스 방송 금지, 영국 “중국 평판만 손상될 것”

    중국 BBC 월드뉴스 방송 금지, 영국 “중국 평판만 손상될 것”

    중국 정부가 영국 공영 BBC 월드 뉴스의 국내 방영을 금지했다. 도미닉 라브 영국 외교부 장관은 즉각 트위터에 글을 올려 “언론의 자유를 축소하는 용납할 수 없는 결정”이라며 “전 세계의 눈에는 중국의 평판을 손상하는 조치로 비칠 뿐”이라고 비판했다. 중국 국가라디오텔레비전총국(광전총국)은 12일 BBC가 콘텐츠 규정을 심각하게 위반해 이같이 결정했다고 관영 신화통신이 전했다. 광전총국은 이날 0시에 발표한 성명을 통해 BBC가 보도 내용이 진실하고 공정해야 한다는 규칙을 어겼다면서 앞으로 일년간 BBC 월드 뉴스의 방송 면허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못 박았다. 중국 정부가 신장(新疆)에서 운영하는 재교육 수용소에서 강제노동과 성폭행이 발생해왔다는 의혹을 BBC가 보도해 온 것이 문제가 됐다. 중국 외교부는 이에 대해 “불공정하고, 객관적이지 않고, 무책임한 보도”, “가짜 뉴스”라며 BBC를 향해 맹공을 퍼부어왔다. BBC는 성명을 내 “전 세계에 공정하고 공평한 기사를 전달하고 있다”며 중국 당국의 결정이 “실망스럽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중국이 BBC 월드 뉴스의 국내 방영을 금지한 것은 ‘눈에는 눈, 이에는 이’로 영국에 보복하겠다는 조치로도 풀이된다. 영국 방송·통신 규제당국 오프콤(Ofcom)은 2019년 런던에 유럽본부를 개소한 중국국제텔레비전(CGTN)이 독자적인 편집권 없이 중국 공산당의 통제 아래 운영되고 있어 국내법을 어겼다는 이유로 지난 4일 방송 면허를 취소했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3번째 사형제 폐지 헌재 심리 2년, 이번에는 다를까

    3번째 사형제 폐지 헌재 심리 2년, 이번에는 다를까

    2021년 2월 12일은 헌법재판소가 1996년(95헌바1)과 2010년(2008헌가23) 판결에서 사형제 합헌 판결을 내린 이후 3번째 사형제 헌법소원을 심리한 지 2년째 되는 날이다. 9명 헌법재판관 모두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사형제도를 폐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라 시민사회에서는 이번에야말로 사형제 폐지라는 오래된 염원이 이뤄질 거라는 기대를 하고 있다. 2019년 2월 12일 소송이 헌법재판소에 접수된 이래 침묵하던 정부 측 소송당사자인 법무부 장관을 대리하는 정부법무공단은 지난 1월 14일 헌법재판소에 83쪽 분량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2019년 12월 9일 국제엠네스티는 “대한민국의 사형제도가 대한민국 헌법(제10조, 제34조 제1항, 제37조 제1항, 제37조 제2항)과 국제법, 국제 인권 기준이 보장하는 인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면서 헌법재판소에 의견서를 제출했다. 에이먼 길모어 유럽연합(EU) 인권 특별대표도 지난해 2월 12일 사형제폐지소위원회를 통해 한국의 사형제 폐지를 지지하는 유럽연합 공식 의견서를 헌법재판소에 제출했다. 이는 유럽연합이 우리나라 헌법재판소에 표명한 최초의 의견이다. 국제사형제반대위원회도 지난해 7월 15일 헌법재판소에 사형제도 폐지 입장을 담은 의견서를 냈다. 넉달 뒤인 지난해 12월 9일에는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사형제도폐지소위원회가 주교단 전원의 서명을 담은 ‘사형제도 위헌결정 호소 의견서‘를 제출했다. 지난 2월 1일에는 최영애 국가인권위원장이 헌법재판소에 사형제 폐지를 지지하는 의견을 낸 상태다. 인권위는 지난 2005년 처음 사형제를 폐지하라는 의견을 표명 이후 매년 꾸준히 의견을 내고 있다. 헌법재판소 관계자는 지난 10일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심리 절차가 진행중”이라며 “아직까지 공개 변론 일정 등은 정해진 바 없다”고 했다. 헌법재판소에서 재판연구관으로 일하는 한 판사도 “심리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모른다”고 말했다. 김영삼 정부 말미였던 1997년 12월 30일 사형수 23명에 대한 사형 집행을 마지막으로 김대중 대통령 집권하면서 사형 집행은 중지됐다. 그후 10년 이상 사형을 집행하지 않으면서 우리나라는 국제사면위원회에서 ‘사실상 사형폐지국가(Abolitionist in Practice Country)’으로 분류되었다. 대한민국은 올해로 사형 집행을 하지 않은 지 24년째가 됐다.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된 이후 첫 번째 사형집행은 1949년 7월 14일이었다. 이후, 1997년 12월 30일까지 총 몇 명이 사형집행 되었는지에 대한 정확한 통계가 없다. 법무부가 2009년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정부는 1948년 7월 14일 첫 번째 사형집행을 시작으로 1997년 12월 30일까지 모두 923명에 대한 사형을 집행한 것으로 나온다. 현재까지 법무부 교도소에 56명, 국방부 군 교도소에 4명 등 총 60명의 사형이 확정됐지만 집행되지 않은 사람이 남아 있다. 우리 헌법에서 사형이 언급되는 부분은 딱 한 곳이다. 바로 헌법 제110조 제4항 “비상계엄하의 군사재판은 군인·군무원의 범죄나 군사에 관한 간첩죄의 경우와 초병 · 초소 · 유독음식물공급 · 포로에 관한 죄중 법률이 정한 경우에 한하여 단심으로 할 수 있다. 다만, 사형을 선고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라는 조항이다. 헌법 제110조의 비상계엄하의 단심제 규정은 1962년 처음으로 헌법에 도입되었고, 1987년 제9차 개헌 때 “다만, 사형을 선고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라는 단서조항이 추가되었다. 이는 1987년 민주화 운동의 결과물로 이루어진 개헌의 결과로, 비상계엄하의 군사재판이라 해도 재판에서의 3심제를 보장하려는 인권 옹호 측면에서 신설된 조항이다. 2010년 헌법재판소의 결정(2008헌바23)에서 사형제 합헌의 근거로 이 조문을 들었다. 형법 41조에는 여전히 사형제를 법정 최고형으로 규정하고 있다. 법정형에 사형이 명시된 법률 조문의 수는 총 149개에 이른다. 이중 16개 조문은 법정형으로 사형만을 규정하고 있다. 헌법재판소가 올해 안에 ‘위헌 판결’을 내린다 해도 국회의 대체 입법이 반드시 필요한 이유다. 지금껏 총 8건의 사형제도폐지특별법 모두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회기 만료로 자동폐기됐다. 국회는 15대 국회 때인 1999년 발의 된 이후 매 국회마다 총 여덟 번에 걸쳐 사형폐지특별법이 발의되었다. 15대 국회에서 유재건 의원 등 91명의 국회의원들이 공동발의에 참여했다. 16대 국회에서는 정대철 의원 등 63명이 공동발의 의원으로 이름을 올렸다. 두 법안은 사형을 무기징역으로 대체하는 입법을 시도했다. 17대 국회에서는 1970년대 민주화운동과정에서 실제로 사형선고를 받고 유인태 의원을 비롯하여 국회 재적 의원수 과반수가 넘는 173명이 공동발의에 참여했다. 이때부터 사형의 대체형벌로 절대적 종신형이 등장했다. 18대 국회에서는 총 3건의 사형제도폐지특별법이 여야 의원들에 의해 대표발의 되었는데 여당 김부겸 의원 등 53명, 야당 박선영 의원 등 39명, 주성영 의원 등 10명이 공동발의했다. 김부겸 의원은 가석방을 할 수 없는 종신형으로, 박선영 의원은 가석방, 일반사면, 특별사면, 감형을 할 수 없는 종신형으로, 주성영 의원은 가석방, 사면, 감형, 복권을 할 수 없는 종신형으로 대체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법안을 발의했다. 19대 국회에서는 17대 국회에 이어 다시 유인태 의원이 대표발의 하여 국회 과반수가 넘는 173명이 공동발의에 참여했고 20대 국회에서는 이상민 의원 등 73명이 공동발의했다. 가장 마지막에 발의된 이상민 의원안은 사형제도를 폐지하고 형법상 가석방이 없는 종신형으로 대체하는 법안이었다. 우리나라 사형제도폐지운동의 시작은 1989년 서울구치소 교화협의회 구성원들이 중심이 되어, 한국사형폐지운동협의회를 결성으로 본다. 2000년 천주교, 개신교, 불교, 원불교 등 4대 종단을 중심으로 사형제도폐지를 위한 범종교인연합이 창립되었다. 2001년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가 정의평화위원회 산하에 사형제도폐지소위원회가 만들어지면서 사형제 폐지 운동이 본격적으로 활발하게 전개됐다. 2004년에 사형폐지불교운동본부까지 창립됐다. 이후, 사형제도폐지를 위한 범종교인연합은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참여연대, 인권단체연석회의 등 시민사회단체들과도 연대하여 국회 입법 활동과 대중적인 여론 형성 활동을 진행했다. 세계사형폐지의 날인 2007년 10월 10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의 기조강연과 4대종단 수장들의 사형폐지 촉구 연설, 시민사회 대표들과 각 정당의 대표들이 모여 ‘대한민국 사형폐지국 선포식’을 개최했다. 마지막 사형집행이후 만 10년이 되는 12월 30일에는 국회 본청 계단에서 대한민국이 사형폐지국임을 다시 한번 확인하고 당시 사형수의 수를 상징하는 60마리의 비둘기를 날렸다. 이때부터 사형제 폐지를 염원하는 종교·인권·시민 단체들은 매년 10월 10일 세계사형폐지의날(World Day Against the Death Penalty), 11월 30일 세계사형반대의날(Cities For Life) 그리고 12월 30일 마지막 사형집행일에 공동 행사를 열고 있다. 사형집행 중단 20년을 맞은 2017년에는 사형제도폐지 종교·인권·시민단체연석회의(이하 사형폐지연석회의)를 결성하여 연대를 이어가고 있다. 세계인권선언은 사형제 폐지의 주요 근거 중 하나다. 1948년 12월 10일 유엔이 결의한 세계인권선언은 제1조에서 “모든 사람은 태어나면서부터 자유롭고, 존엄과 권리에 있어 평등하다”고 규정하고 있다. 제3조는 “모든 사람은 생명, 자유 및 신체의 안전에 대한 권리를 가진다”, 제5조는 “누구도 고문 또는 잔인하고 비인도적이며 모욕적인 취급 또는 형벌을 받지 않는다”고 돼 있다. 세계인권선언에 나오는 ‘인간의 존엄성’ , ‘생명권’ , ‘비인도적이고 모욕적인 형벌’ 등의 개념은 사형제도 폐지의 이론적 근거다. 사형폐지를 위한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자유권 규약) 제2선택의정서는 1989년 유엔 총회에서 채택했고 2001년 발효됐다. 자유권 규약 제2선택의정서 전문에는 “사형의 폐지가 인간의 존엄의 향상과 인권의 건전한 발전에 기여한다고 믿으며”라고 돼 있고 제1조 제1항은 “이 선택의정서의 당사국 관할 내에서는 누구도 사형을 집행당하지 아니한다”고 돼 있다. 전세계 88개국이 가입했지만 우리나라는 가입하지 않았다. 2019년 인권위가 국무총리와 소관부처인 외교부장관 그리고 법무부 장관에게 자유권규약 제2선택의정서 가입을 권고한 바 있다. 1983년 유럽 의회에서 채택된 ‘사형제도 폐지에 관한 유럽인권협약 제6의정서’는 평시 사형제도 폐지를 규정하고 있으며 48개의 유럽 국가들이 가입했고 2002년 역시 유럽 의회에서 채택된 ‘완전한 사형제폐지에 관한 유럽인권협약 제13의정서’는 평시와 전시를 막론하고 모든 경우에서 사형제도 폐지를 규정하고 있으며 44개의 유럽국가들이 가입했다. 지난해 11월 17일 한국 정부가 최초로 찬성 표결한 ‘유엔 총회 사형집행 중단 모라토리움 결의안’은 2007년 처음 채택되어 2008년부터는 격년으로 2010년, 2012년, 2014년, 2016년, 2018년 등 총 일곱 번 채택됐다. 한국은 일곱 번 내내 기권으로 일관하다가 2020년 처음으로 결의안에 찬성했다. EU 모든 회원국은 사형제도를 폐지했다. 전 세계적으로 사형제도를 폐지하거나 한국처럼 10년 이상 사형을 집행하지 않은 사실상의 사형폐지국은 142개국에 이른다. 최영권 기자 story@seoul.co.kr
  • 국경 분쟁 인도-중국, 히말라야 호숫가 병력 철수 시작

    히말라야 국경지역에서 충돌했던 인도와 중국이 판공(Pangong) 호숫가에 배치한 최전방 병력을 철수하기 시작했다. 11일 힌두스탄타임스 등에 따르면 라지나트 싱 인도 국방부 장관은 이날 의회에 “인도와 중국이 라다크 동부지역에서 단계적으로 병력을 철수하는 데 합의했다”고 밝혔다. 싱 장관은 중국과 지속적인 대화 끝에 판공호수에서 10일부터 최전방 병력을 철수하기 시작했다며 “판공호에서 철수가 완료되면 48시간 이내 군 지휘관들이 만나 다른 지역의 철수도 논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첸 중국 국방부 대변인 역시 “양국 제9차 군단장급 회담 합의에 따라 반궁후(班公湖·판공호수) 남북에 대치하던 중국과 인도의 전방부대가 동시에 철수를 시작했다”고 말했다고 관영 글로벌타임스가 보도했다. 양측이 병력을 철수하면서 지난해 5월 이후 격화됐던 국경갈등이 돌파구를 찾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첸펑 중국 칭화대 국가전략연구원 연구부 주임은 “9차례의 회담을 통해 양측이 공감대를 형성했다”며 “전방부대 철수는 긴장을 완화하고 평화와 안정을 되찾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도와 중국은 1962년 국경 문제로 전쟁까지 치렀지만 국경선을 확정하지 못한 채 실질 통제선(LAC)을 경계로 맞선 상태다. 일부 지역은 양쪽이 주장하는 LAC의 위치가 달라 분쟁이 생길 때마다 서로 상대가 자신의 영토를 침범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라다크에서는 판공 호수와 갈완 계곡이 갈등 진원지다. 인도군과 중국군은 작년 5월 판공호수 난투극, 6월 갈완 계곡 ‘몽둥이 충돌’, 9월 45년 만의 총기 사용 등 라다크 지역에서 잇따라 충돌해 악화일로를 걸었다. 인도는 갈완 계곡 ‘몽둥이 충돌’로 인도군 20여명이 사망하자 프랑스 라팔 전투기 등 무기를 무더기로 사들인 것을 비롯해 틱톡, 위챗 등 중국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 59개에 대해 영구 금지 조처를 내리기도 했다.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 네팔 “에베레스트 등정 거짓말 인도인 셋 우리 산 오르지 마”

    네팔 “에베레스트 등정 거짓말 인도인 셋 우리 산 오르지 마”

    인도 출신 산악인 나렌드라 싱 야다브와 시마 라니 고스마니는 2016년 5월 세계 최고봉 에베레스트(8848.86m) 등정에 성공했다고 주장했다. 야다브가 에베레스트 정상에서 촬영했다고 주장한 사진들인데 이상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우선 정상에 오른 이들의 방한복이 얼음이나 더러운 자국으로 얼룩져야 하는데 그의 옷은 너무도 멀쩡했다. 인도 국기는 왼쪽으로 날리는데 뒤쪽의 네팔 국기는 오른쪽으로 날리고 있다. 뒤쪽 산악인의 신발 그림자는 오른쪽으로 드리우는데 야다브의 몸이 드리운 그림자는 왼쪽으로 드리워 있다. 넷째 그가 입은 다운 자켓으로는 에베레스트 정상의 추위를 견뎌낼 수 없으며 헬멧을 쓴 것도 이상하다. 다섯째 산소마스크와 통을 연결하는 선이 보이지 않는다. 인도의 한 산악인은 “우리가 알지 못하는 와이파이 산소호흡기가 나온 건가‘라고 비아냥댔다. 마지막 여섯 번째로 고글을 썼는데 앞쪽의 어떤 장면도 반사되지 않는다. 같은 장소에서 촬영했다는 왼쪽 사진의 하늘 색이 완전히 다른 점도 의아했다. 지난해 8월 야다브가 에드먼드 힐러리 경의 에베레스트 초등 때 경보다 먼저 에베레스트 정상을 밟은 셰르파를 기리는 텐징 노르가이 모험상을 인도 대통령으로부터 수상하자 다른 누가 아닌 인도 산악인들이 이의를 제기했다. 텐징 노르가이의 아들도 아버지 명예를 더럽혔다며 강력 반발했다. 이에 따라 네팔 관광부가 조사에 착수, 11일 마침내 이들이 정상에 이르지 못했다는 결론과 함께 거짓말을 한 두 사람과 탐사대 대장 등 셋의 네팔 산 입산을 6년 동안 금지시켰다. 관광부 대변인은 “이들은 사진을 비롯해 정상에 올랐다는 어떤 증거도 내놓지 못했다. 이들은 결코 정상에 도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등반 금지 시점을 2016년 5월로 소급해 실질적 징계 기간은 일년 남짓 밖에 되지 않는다. 네팔 관광부는 두 사람의 이름을 에베레스트 등정 인증 산악인 명단에서 삭제하고, 이들의 등정을 도운 여행업체 세븐 서밋 트렉스(Seven Summit Treks)와 셰르파에 각각 5만 네팔루피(약 47만원)와 1만 네팔루피(약 9만 5000원)의 벌금을 물렸다. 네팔에서 산의 꼭대기에 올랐다는 등정 인증을 받으려면 정상에서 찍은 사진, 베이스캠프에 있는 팀장과 정부 연락담당관이 ‘등정 성공’을 당국에 보고하면 된다. 이런 허술한 검증 때문에 등정을 조작하는 일이 적잖이 벌어진다. 에베레스트 등정에 성공하면 저술이나 자기계발 강사로 나설 수 있어 정상을 밟았다고 거짓 주장을 늘어놓는 유혹에 빠지기 쉽다. 세 사람이 네팔 정부의 결정에 어떤 반응을 내놓았는지는 전해지지 않았다. 세븐 서밋 트렉스의 밍마 셰르파는 “정부는 옳은 결정을 했고 다른 이들에 경고가 됐다. 그때로 돌아가면 모두가 그들이 정상에 당도했다고 말해 우리는 그렇게 보고한 것이다. 하지만 산악계는 신뢰에 터잡으며 우리는 그것을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네팔 관광부는 2016년 8월 에베레스트 등정 사진을 조작한 인도인 경찰관 부부 디네시 라토드와 타라케슈와리 라토드의 인증을 취소하고 10년 동안 등반을 목적으로 네팔에 입국할 수 없도록 했다. 이 부부는 에베레스트 정상에서 인도 국기를 든 사진을 공개해 등정 인증을 받았지만, 비슷한 시기 산에 오른 산악인들이 정상으로 향하는 길에서 이들 부부를 보지 못했다고 의심했다. 네팔 관광부는 다른 산악인이 정상에서 찍은 사진에 부부가 자신들의 모습을 합성한 것으로 봤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임병선의 메멘토 모리] 포르노 행상이자 표현의 자유 수호자 플린트

    [임병선의 메멘토 모리] 포르노 행상이자 표현의 자유 수호자 플린트

    미국의 도색(桃色) 잡지 ‘허슬러’ 창업자이며 ‘걱정 많은 음란물 행상(smut peddler)’임을 자처했던 래리 플린트가 78세를 일기로 세상을 등졌다. 플린트는 10일(이하 현지시간) 아침 로스앤젤레스의 세다스 사이나이 병원에서 가족들이 빙 둘러선 채 잠자다 숨을 거뒀다고 동생 지미가 일간 워싱턴 포스트에 알렸다고 영국 BBC가 전했다. 사망 원인은 정확히 공개되지 않았다. 래리 플린트 퍼블리케이션스의 대변인 민다 고웬은 “급작스런 질환이 최근 도져” 목숨을 잃었다고 말했다. 지미는 심장 이상 때문이라고만 밝혔다. 1942년 켄터키주에서 태어난 그는 고교를 중퇴하고, GM 공장에서 일하다가 1968년 동생과 함께 오하이오주에서 ‘허슬러 클럽’을 열면서 성인물 업계에 뛰어들었다. 성인 클럽을 홍보하기 위해 소식지를 발간한 것이 1974년 ‘허슬러’ 창간으로 이어졌다.그 뒤 무려 50년 가까이 숱한 논쟁, 법정 공방에 시달린 논쟁적 인물이었다. 1975년 존 F 케네디 대통령의 부인 재클린 케네디 오나시스의 나체 사진을 게재함으로써 일반 대중의 말초적 호기심을 건드렸다. 1978년 조지아주 법원에서 흑인 남성과 백인 여성의 성관계를 묘사해 외설 혐의로 재판을 받았는데 백인 우월주의자의 총을 맞고 하반신 마비로 남은 여생을 휠체어에 앉아 보냈다. 휠체어는 온통 금으로 도색했고 팔걸이에는 벨벳을 둘렀다. 1977년 지미 카터 대통령의 여동생인 루스 카터 스테이플턴의 권유로 복음주의 기독교로 개종했지만 암살 위기를 겪은 뒤 신앙마저 저버렸다. 그에게 총격을 가한 남자는 기소조차 되지 않았다. 하지만 2013년 다른 살인 혐의로 처형됐는데 그는 사형 집행에 반대했다. 1970년대 허슬러 잡지는 300만부가 팔릴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 동시대의 ‘플레이보이’가 점잖게 보일 정도라는 평판이었다. 그는 “내 경쟁자들은 항상 외설을 예술로 가장했다”며 “우리는 어떤 가식도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자신을 비판하는 보수 인사들을 잡지에 등장시켜 송사를 자초했다. 1996년 올리버 스톤 감독이 우디 해럴슨을 기용해 만든 영화 ‘래리 플린트(The people vs Larry Flynt)’에 자세히 소개됐다. 1983년 TV 복음 전도사 제리 팔웰을 잡지 만화에 등장시켰는데 그의 첫 경험이 집 바깥의 변소에서 맞닥뜨린 자신의 어머니였다는 식으로 묘사했다가 소송을 당했다. 팔웰은 요즘 말로 하면 징벌적 손해배상으로 5000만 달러를 청구해 하급심에서 승소했지만 1988년 대법원에서 뒤집어졌다. 대법관들은 8-0 만장일치로 언론의 자유를 존중해야 하며 풍자로 이런 정도는 용인해야 한다는 플린트의 주장에 손을 들어줬다. 수정헌법 1조에 근거한 판결이었는데 그는 이때부터 이 조항의 챔피언이란 별칭을 얻었다. 그 해 그는 ‘불쌍한 남자: 포르노 작가로서의 내 삶, 전문가 그리고 사회적 따돌림’이란 제목의 자서전을 발간했다. 주지사 선거는 물론 대통령 선거에도 출마하는 등 정치권도 기웃거렸다. 다섯 차례나 결혼해 네 자녀를 뒀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법정 변론 도중 고양이로 변신한 美 변호사 “웃어 넘겨야죠”

    법정 변론 도중 고양이로 변신한 美 변호사 “웃어 넘겨야죠”

    “줌(화상회의 시스템)이 내 얼굴을 고양이로 바꿀 수 있을 줄 몰랐다. 또 줌 속 고양이가 날 인터넷 유명인사로 만들 줄 몰랐다. 그런데 단지 몇 시간 만에 이런 모든 일이 가능했다.” 미국 텍사스주의 카운티 변호사 로드 폰턴이 전 세계 수백만명이 시청해 화제가 된 온라인 법정 심리 동영상이 불러온 파장에 대해 이렇게 얘기했다고 영국 BBC가 10일(이하 현지시간) 전했다. 화제의 동영상을 처음 소셜미디어에 올린 사람은 다름 아닌 로이 퍼거슨 판사였다. 그는 화상 심리에 참여하기 전 줌의 필터들을 걸러내라고 사람들에게 일깨우기 위해 동영상을 올렸다. 폰턴의 설명에 따르면 그는 법정 대기실에서 판사와 함께 앉아 있었는데 비서 컴퓨터의 줌 시스템을 켰을 때 자신의 사진이 나와 모든 것이 정상인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판사가 재판을 시작하자 그의 사진이 사라지고 대신 흰 고양이의 모습이 나왔다. 비서 컴퓨터에 장치된 필터가 작동한 것이었다. 그가 걱정스런 표정으로 말하자 고양이가 커다랗고 걱정스러운 눈동자를 깜박이며 말하는 모습이 법정에 중계됐다. 비서는 계속 고치려 했으며 그는 “나 여기 있어요. 난 고양이가 아니에요”라고 말했다. 폰턴은 판사도 아주 재미있어 하더라고 전한 뒤에 “내 생각에 컴퓨터나 줌으로 어려움을 겪어본 적이 있는 누구라도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동영상이 뜻밖의 관심을 끌어 이메일과 전화가 빗발치자 처음에는 무척 걱정했지만 텍사스 속담 ‘치약을 튜브 속에 다시 밀어넣을 수 없다’를 떠올렸다며 “이런 일이 인터넷에서 선풍적인 관심을 끌게 된다면 다른 누구라도 그렇게 하듯 나도 그저 웃어넘길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손흥민 도움 둘도 헛되이 토트넘 에버턴에 연장 끝 4-5 패배

    손흥민 도움 둘도 헛되이 토트넘 에버턴에 연장 끝 4-5 패배

    손흥민(토트넘)이 도움을 둘이나 기록하고 팀의 네 골 모두에 간여했지만 팀의 연장전 패배를 막지 못했다. 손흥민은 10일(현지시간) 리버풀의 구디슨 파크를 찾아 벌인 에버턴과의 잉글랜드 축구협회(FA)컵 16강에서 전반 4분 산체스의 선제골과 후반 38분 해리 케인의 동점골을 도왔지만 팀은 4-4 상태에서 연장에 들어가 연장 전반 7분 버나드에게 결정적 한 방을 얻어 맞고 4-5로 무릎을 꿇었다. 그는 120분 열심히 그라운드를 누비며 팀의 네 골 모두에 간여해 토트넘 선수 가운데 가장 높은 평점 9.2을 받아들었다. 손흥민의 올 시즌 공격포인트는 17골 12도움(정규리그 13골 6도움·예선 포함 유로파리그 3골 3도움·리그컵 1골·FA컵 3도움)으로 늘었다. 토트넘은 초반부터 에버턴을 거세게 몰아붙였다. 손흥민의 왼쪽 코너킥을 골대 앞에서 산체스가 헤더 슈팅으로 연결해 득점했다. 손흥민의 시즌 11호 도움이었다. 손흥민은 전반 13분 첫 슈팅을 시작으로 27분에 도허티의 오른쪽 측면 크로스가 올라오자 달려들어 오른발 슈팅을 날렸으나 골키퍼 선방에 막혔다. 전반 36분 에버턴은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시구르드손의 패스를 받은 칼버트르윈이 토트넘의 수비수들을 앞에 두고 정확한 오른발 슈팅으로 마무리했다. 기세가 오른 에버턴은 2분 뒤 역전에 성공했다. 칼버트르윈의 패스를 받은 히샬리송이 토트넘 문전을 두들겼다. 전반 43분에는 시구르드손의 침투 패스가 나오자 칼버트르윈이 달려들자 호이비에르가 이를 막다가 파울을 범해 페널티킥이 선언됐고 시구르드손이 차 넣어 3-1로 달아났다. 전반 추가시간 3분 손흥민이 아크 정면에서 패스한 것이 미나의 몸에 맞고 굴절되자 라멜라가 받아서 골키퍼 키를 넘겨 한 점 차 따라붙었다. 후반 초반 케인을 투입한 토트넘은 12분 손흥민의 왼쪽 코너킥을 골대 앞에서 알더베이럴트가 머리에 맞혀 슈팅했다. 올센이 선방했지만 골대 앞에 있던 산체스 앞에 떨어졌고 산체스가 침착하게 골문에 집어넣었다. 에버턴은 후반 23분 시구르드손이 미드필드 중앙에서 넘긴 예리한 침투패스를 산체스의 뒤를 파고든 히샬리송이 받아서 골로 연결했다. 계속 동점을 노리던 토트넘은 후반 38분 케인의 헤더 슈팅으로 다시 동점을 만들었다. 손흥민의 왼쪽 코너킥이 문전에서 굴절된 뒤 다시 손흥민에게 왔다. 손흥민이 문전으로 왼발 크로스하자 골대 오른쪽에서 케인이 머리에 맞추며 마무리했다. 2도움을 올린 손흥민은 후반 45분 모처럼 슈팅을 시도했지만 무위에 그치며 연장에 들어갔다. 연장 전반 역습 상황에 골대 오른쪽에 있던 버나드를 수비수들이 놓쳤고 통한의 결승포를 맞았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바이든 “미얀마 군부 제재하겠다. 대중국 국방전략 곧 수립”

    바이든 “미얀마 군부 제재하겠다. 대중국 국방전략 곧 수립”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1일(이하 현지시간) 쿠데타를 감행한 미얀마 군부를 겨냥해 제재 카드를 꺼내들었다. 사실상 미얀마 군부를 지원하는 것으로 알려진 중국에 맞서는 국방전략을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10일 낮 연설을 통해 미얀마 쿠데타를 지시한 군부 지도자를 즉각 제재하도록 하는 새 행정명령을 승인했다면서 군부 지도자들과 관련된 기업 및 가까운 가족도 제재 대상으로 거론했다. 그는 “이번 주 첫 (제재) 대상을 확정할 것이며 강력한 수출 통제도 부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 내 버마(미얀마) 정부 자금 10억 달러에 군부가 부적절하게 접근하는 것을 막을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버마(미얀마) 정부를 이롭게 하는 미국 자산을 동결하는 한편 버마 주민에 직접 이득이 되는 의료 등의 영역에 있어서는 지원을 유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쿠데타에 반대하는 시위에 대한 폭력적 진압을 비판하면서 추가 조치도 동원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인도태평양 지역을 비롯한 미국의 동맹 및 파트너와 긴밀히 연락을 취해왔다면서 다른 나라들이 대응에 동참할 수 있도록 전세계 파트너들과 계속 협력하겠다고 했다. 미얀마 군부에게는 권력을 포기하고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 등을 즉각 석방하라고 거듭 요구했다. 이날 연설은 바이든 대통령의 일정에 포함돼 있지 않았다가 한 시간 전에야 급히 포함됐다. 4분 정도로 길지 않았다. 국방부 방문을 앞두고 급히 일정을 조정한 것으로 보인다. 네드 프라이스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미얀마 쿠데타에 책임이 있는 이들이 상당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바이든 행정부가 곧 내놓을 제재 명단에는 쿠데타를 주도한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이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 통신은 군부와 연계된 MEHL 등의 대기업도 포함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흘라잉 최고사령관을 비롯한 장성들은 미얀마 내 소수 무슬림 로힝야족 학살에 따라 2019년 미국의 제재 대상에 이미 오른 적이 있다. 따라서 바이든 행정부의 조치가 미얀마 군부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두고 봐야한다고 AP 통신은 지적했다. 미얀마 쿠데타는 중국을 견제하며 새로운 아시아 정책을 고민하는 바이든 행정부가 직면한 첫 외교 시험대다. 대대적 제재는 미얀마 군부와 중국의 밀착을 초래, 인도태평양 지역 동맹 및 파트너 규합을 통해 중국을 압박하려는 바이든 정부의 전략에 차질을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가 있어 왔다. 한편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후 처음으로 이날 오후 국방부를 찾아 연설하며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으로부터 국방부의 중국 태스크포스에 관한 보고를 받았다며 몇 달 안에 대중국 국방 전략을 수립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민과 군의 전문가로 구성된 태스크포스가 미국의 전략과 작전 개념, 기술과 군대 배치 등을 살펴볼 것이라며 몇 달 내에 핵심 우선순위와 결정사항에 대한 권고를 내놓을 것이라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정부 전체의 노력, 의회와 동맹의 협력이 필요하다며 이것이 중국의 도전에 대처하고 미래 경쟁에서 승리하는 것을 보장하는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국방부는 별도 자료에서 태스크포스가 15명 이내의 민관 전문가로 구성된다고 설명했다. 또 전략과 작전 개념, 기술, 군대 배치와 관리, 정보, 동맹과 파트너십, 중국과의 국방관계 등 우선순위를 다루고 4개월 안에 권고안을 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4일 국무부를 방문해 국방부 주도로 전 세계 미군의 배치를 다시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터라 미군의 재배치 작업이 최대 경쟁자로 여기는 중국을 견제하며 인도·태평양 지역의 군사력을 강화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을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인도·태평양 지역에는 주한미군과 주일미군이 주둔하고 있어 상황에 따라 두 지역에 배치된 미군의 조정이나 다른 국가로의 전력 보강 등이 검토될 수도 있어 보인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연설을 통해 국방정책과 관련해 미국과 전세계 동맹의 필수적 이익을 수호하기 위해 필요하다면 무력 사용을 절대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무력은 처음이 아닌 최후의 수단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UAE 성공 하루 뒤 중국 탐사선 톈원 1호 화성 궤도에 진입

    UAE 성공 하루 뒤 중국 탐사선 톈원 1호 화성 궤도에 진입

    중국이 쏘아 올린 화성탐사선 톈원(天問) 1호가 화성 궤도 진입에 성공했다고 중국국가우주국(CNSA)이 10일 밝혔다. 아랍에미리트(UAE)의 화성탐사선 아말이 화성 궤도에 진입한 지 하루 만이다. 다음주에는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화성 표면에 무인 로봇 착륙을 시도한다. CNSA에 따르면 톈원 1호는 10일 오후 7시 52분(한국시간 오후 8시 52분)부터 감속 엔진을 가동해 약 15분 만에 화성 궤도에 들어섰다. 지난해 7월 23일 중국 최대의 운반 로켓인 ‘창정(長征) 5호’에 실려 발사된 지 7개월 가까이 만의 일이다. 화성 궤도에 진입한 것은 미국과 옛 소련, 유럽우주국(ESA), 인도, UAE에 이어 여섯 번째다. 중국이 화성 탐사선을 발사한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톈원 1호는 오는 5월이나 6월 화성에 착륙해 약 90일 동안 화성 표면을 탐사하며 토양의 지질 구조, 대기, 물에 대한 과학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미국과 옛 소련에 이어 세 번째로 화성에 착륙한 나라가 된다. 중국은 2011년 러시아와 함께 화성탐사선 ‘잉훠(螢火) 1호’를 쏘아 올렸으나 지구 궤도를 벗어나는 데 실패하고 말았다. 중국은 지난해 12월 달의 뒤쪽 표면에 오성홍기를 꽂고 암석과 토양 샘플을 지구에 가져오는 데 이어 두달 만에 화성 궤도 진입에 성공하는 우주개척 및 탐사 역량을 뽐내고 있다. 톈원은 ‘하늘에 묻는다’라는 뜻으로, 중국 전국시대 시인 굴원(屈原)의 시 제목에서 따온 이름이다. 우주 탐사 등 과학적 진리를 좇는 일은 멀고도 험하다는 뜻을 담고 있는데 ‘우주 굴기’의 과실을 따먹고 있다. 다만 중국의 화성 탐사는 미국 것을 그대로 본뜨고 있다고 영국 BBC는 전했다. 1970년대 중반 바이킹 호를 보내 화성 궤도에 진입한 뒤 2000년대 스피릿과 오퍼튜니티 등 무인 로봇을 표면에 착륙시킨 과정을 압축해보게?는 것이다. 반면 UAE의 아말은 조금 더 독창적이다. 화성 궤도에 일년 동안 머무르며 화성의 대기 등을 조사하겠다는 것이다. 아말은 두 달 동안 과학장비와 시스템을 테스트하고, 4년간의 본격적인 탐사를 위해 포획궤도(화성과 1000㎞-4만 9380㎞ 간격)에서 탐사궤도(화성과 2만㎞-4만 3000㎞ 간격)로 이동할 예정이다. 과학 궤도는 독창적이고 혁신적이어서 화성 대기에 대한 전례 없는 수준의 데이터를 확보하게 된다. 행성의 적도 부근을 가로지르는 타원형의 궤도는 다른 화성 탐사에서 활용된 적이 없으며 아말호는 화성 대기권 상층부와 하층부 사이에서 일어나는 기후 변화를 일별, 연별, 계절별로 측정하고 비교할 수 있게 된다. 아말호는 55시간을 주기로 궤도를 돌며 9일마다 화성 전체 이미지를 확보한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무인도에서 코코넛과 소라, 쥐 먹으며 33일 버틴 쿠바인 셋 구조

    무인도에서 코코넛과 소라, 쥐 먹으며 33일 버틴 쿠바인 셋 구조

    카리브해의 한 무인도에 고립됐던 쿠바인 3명이 코코넛을 따먹으며 33일을 버티다 미국 해안경비대에 구조됐다. 10일(이하 현지시간) AP통신 등에 따르면 미국 플로리다주 키웨스트와 쿠바 사이 카리브해에 있는 바하마의 한 무인도에서 남성 2명과 여성 1명을 구조했다고 해안경비대가 밝혔다. 해안경비대가 지난 8일 헬리콥터로 늘 하던 순찰을 하던 중 깃발을 흔드는 사람들을 발견했고, 당장 그들을 끌어올릴 구조 장비가 없어 일단 섬에 물과 음식, 무전기를 내려보냈다. 이튿날 헬기로 3명 모두 섬을 탈출할 수 있었다. 구조된 이들은 모두 쿠바 국적으로 모두 플로리다주의 병원으로 옮겨졌는데 탈수와 피로 증상을 보인 것 말고는 특별한 외상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항해하다 배가 뒤집히는 바람에 헤엄쳐 섬에 도달한 것이라고 말했다. 사람이 살지 않는 외딴 섬이라 이들은 코코넛과 소라, 쥐를 먹으며 33일을 버텼다고 지역 언론들은 전했다. 이들이 미국으로 가려던 것이었는지, 아니면 단순 조난자들인지는 확실하지 않다고 해안경비대 관계자는 전했다. 이 관계자는 현지 언론에 “섬에 한 달 넘게 고립됐던 사람을 구조해 본 기억이 없다. 처음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미국 이민국에 넘겨져 불법 이민을 시도했는지 여부를 조사받는다. 경비대 간부 릴리 비처는 영국 BBC에 “불행히도 대원 중에 스페인어를 유창하게 할 수 있는 대원이 없었지만 내 짧은 스페인어 실력으로도 그들이 쿠바 사람이며 의학적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아들을 수 있었다. 그들은 섬에 33일 있었다는 사실을 무척 강조하고 싶어했다”고 털어놓았다. 저스틴 도거티는 세 사람이 나중에 “코코넛으로도 충분한 영양을 취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며 첫눈에 봐도 그 섬에는 먹을 것이 많지 않아 보였다. 키작은 나무와 나무들이 조금 있어 뭔가를 끄집어내 먹을 수 있었다”고 했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사우디 여성 핸들 잡게 만든 알하스룰 1001일 만에 석방

    사우디 여성 핸들 잡게 만든 알하스룰 1001일 만에 석방

    사우디아라비아의 여권 운동가 루자인 알하스룰(31)이 수감 1001일 만에 풀려나 미국과의 관계를 정상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영국 BBC 방송의 보도에 따르면 알하스룰의 자매인 리나는 10일(현지시간) 트위터에 알하스룰의 얼굴을 클로즈업한 사진을 올리고 “루자인이 집에 왔다”고 적었다. 다른 자매 알리아는 “오늘은 내 인생 최고의 날”이라고 감격했다. 알하스룰은 사우디에서 ‘여성의 운전할 권리’를 주장하다가 정부가 여성 운전을 합법화하기 한 달 전인 2018년 5월 “왕국 불안정화를 시도했다”는 이유로 체포돼 수감됐다. 사우디 법원은 지난해 12월 알하스룰에게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징역 5년 8개월을 선고했다. 다만 당시 판사는 선고 형량 중 2년 10개월은 집행유예해 알하스룰은 이날 석방될 수 있었다. 물론 집행유예 기간인 만큼 완벽한 자유가 주어지지는 않는다. 5년 동안 여행이 금지되는 등 보호관찰 기간에 수많은 인신 제약을 받게 된다. 가족들은 알하스룰이 3개월 독방에 수감돼 전기충격 고문이나 채찍질, 성희롱에 시달리고 있다고 호소했다. 또 고문당하지 않는다고 말하면 자유를 주겠다는 유혹도 받았다. 사우디 정부는 고문설을 부인했고, 가족은 법원에 항소했지만 최근 기각 당했다. 정부 관리들은 그녀가 한 활동 때문에 구금된 것이 아니라 외국 외교관이나 언론, 다른 조직과 연락을 취한 것 때문에 구금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알하스룰이 처음 리야드의 형사법정에 선 것은 2019년 3월이었는데 사건 심리는 여러 차례 연기되다 지난해 10월 알하스룰은 가족과 정기적으로 연락하게 해달라고 단식 투쟁을 시작했다. 그 뒤 몇달에 걸쳐 공소장이 변경돼 테러 사건을 전문으로 다루는 법원으로 옮겨져 무시무시한 형량이 선고됐다. 이번 석방으로 사우디의 인권 문제를 적극적으로 비판해온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와 사우디의 긴장이 완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네드 프라이스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알하스룰의 석방은 매우 반가운 진전”이라고 말했다.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트위터에다 “알하스룰의 석방을 보게 돼 기쁘다”고 밝혔다. 로이터 통신은 사우디의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바이든 행정부와의 잠재적 마찰을 피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관측이 외교가에서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속세와 거리둔 암릉, 당신과 한발만 멀리

    속세와 거리둔 암릉, 당신과 한발만 멀리

    강원 철원에는 겨울에 제격인 여행지들이 몇 곳 있다. 한탄강 협곡을 따라 걷는 ‘물윗길 트레킹’이 대표적이다. 용암이 흘러가며 만들어 놓은 기이한 풍경들을 가까이에서 실감하며 걸을 수 있는 길이다. 소이산에서 굽어보는 철원평야의 풍경도 장쾌하다. 너른 들녘이 지평선 너머 북녘 땅까지 이어진다. 눈의 호사가 보통이 아니다.한탄강 협곡에 조성된 트레킹 길의 공식 명칭은 ‘한탄강 물윗길’이다. 이름 그대로 ‘한탄강 물 위에 만들어진 길’이다. 태봉대교부터 순담계곡까지 이어지는 8㎞ 정도의 구간을 부교(浮橋)와 바위지대를 따라 걷는다. 십수년 전만 해도 얼음 위를 그냥 걸었다. 그래서 이름도 ‘아이스 트레킹’이었다. 요즘은 부교 위를 걸어야 한다. 그 덕에 한결 안전해졌다. 하지만 아이스 트레킹이 주는 날것 그대로의 전율은 느낄 수 없다. 현지 지질해설사에 따르면 상당수의 관광객이 송대소와 고석정 등은 차로 돌아보고 실제 걷기는 순담계곡 쪽을 택한다고 한다. 짧지만 얼음 위를 걷는 구간이 있어서 아쉬움을 달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눈앞에서 펼쳐진 20~30m 수직절벽 주상절리 ‘아찔’ ‘물윗길’의 가장 큰 미덕은 멀리서 보던 풍경들을 아주 가까이에서 실감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탄강 협곡 일대의 풍경들은 대부분 접근하기가 매우 어렵다. 주변이 높이 20~30m의 수직 절벽인 데다 협곡 아래로 깊은 강물이 흐르기 때문이다. ‘물윗길’은 바로 이 강물 위에 부교를 띄워 조성했다. 그 덕에 내려서지 않으면 볼 수 없었던 협곡의 주상절리를 만지거나, 얼어붙은 폭포 옆에서 ‘인증샷’을 찍을 수 있게 됐다. ‘물윗길’의 공식 들머리는 태봉대교다. 한데 대부분의 관광객이 들머리로 삼는 곳은 대교 위쪽에 있는 직탕폭포다. ‘한국의 나이아가라’라고 불리는 곳. 크기는 작아도 모양은 매우 독특하다. 용암이 흐르다 식은 검은 주상절리 위에 폭포가 형성돼 있다. 폭포의 높이는 낮아도 폭은 강폭과 거의 동일하다. 검은 현무암 주변으로는 얼음이 매달려 있다. 흰 얼음과 시커먼 주상절리의 대비가 인상적이다.태봉대교에서 10분 남짓 걷다 보면 송대소다. 용암이 빠르게 식으며 수직절리 절벽으로 남은 곳이다. 한탄강 협곡을 따라 약 20~30m 높이의 절벽이 커튼처럼 둘러쳐졌다. 실제 협곡 아래서 보는 절벽의 규모는 입이 떡 벌어질 정도로 압도적이다. ‘물윗길’에서 만나는 최고의 풍경 중 하나다. 송대소 협곡 위로는 철원한탄강은하수교가 날아갈 듯 매달려 있다. 흔히 은하수교라 불리는 다리다. 2년여 공사 기간을 거쳐 지난해 10월 정식 개통됐다. 길이는 180m. 출렁대는 교량을 걷는 것도 겁나지만 강화유리를 댄 바닥 구간에선 머리카락이 쭈뼛 선다. 다리 위에서 보는 송대소 일대의 모습도 스릴 넘친다. ●이승만·김일성 이름 따 지은 ‘승일교’… 남북 함께 만들어 은하수교에서 승일교까지 3㎞ 정도 구간은 얼어붙은 한탄강변을 따라 걷는다. 승일교(등록문화재 26호)는 아치형의 교각이 아름다운 옛 다리다. 이승만과 김일성의 가운데 글자를 따 이름 지어졌다고 한다. 1948년 북한에서 공사를 시작했으나 절반가량 짓다 한국전쟁으로 중단했고, 이 지역을 탈환한 한국 정부가 휴전 이후 1958년쯤 나머지 절반가량의 구간을 완성했다. 결국 남과 북이 함께 만든 다리인 셈이다. 남과 북이 다른 시기에 만들어 교각의 모양이 약간 다른 것도 흥미롭다. 승일교에서 종착지 순담계곡까지는 3㎞ 남짓 떨어져 있다. 강변을 따라 걷는 이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고석정에 차를 두고 순담계곡까지 걷는다. 송대소 일대의 풍경이 거대하고 압도적이라면 고석정 주변에선 빼어난 암릉미와 마주할 수 있다. 거북바위, 선녀탕 등의 암벽들이 굴비 두름처럼 엮여 있다. 이 풍경들을 사진에 담기 위해 부교를 넘어가는 이들도 눈에 띈다. 얼음이 두껍게 얼었다 해도 한겨울의 끝자락을 향해 가는 시기에는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 종착지인 순담계곡과 이웃한 포천에도 용암의 흔적을 따라 걷는 길이 조성돼 있다. 포천 쪽에선 이를 ‘한탄강 주상절리길’이라 부른다. 여러 코스가 있는데,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곳은 ‘벼룻길 코스’다. 용암이 만든 비경, 비둘기낭 폭포가 이 구간에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벼루’는 벼랑, 높은 고개 등을 가리키는 순우리말이다. 깎아지른 절벽을 따라 부소천 협곡과 비둘기낭 폭포를 잇는다. 깊은 숲속에 숨겨진 비경을 찾고 싶다면 ‘멍우리길’을 권한다. 깎아지른 멍우리 협곡을 따라 걷는 길이다. 이 일대 어디나 인적이 드물지만 멍우리 협곡 주변은 특히 적막하다. 한탄강 협곡을 따라 철원 순담계곡과 포천을 잇는 트레킹 길이 조성 중이다. 완공 예정은 올해 말이다.●사연 많은 소이산 평화마루공원 전망대… 너른 철원평야 ‘한눈에’ 이 계절에 철원에서 꼭 찾아야 할 곳이 소이산이다. 오래전 궁예와 왕건이 터를 잡았고, 일제강점기엔 신사가, 군사정권 시절엔 ‘삼청교육대’가 세워졌던 사연 많은 산이다. 정상 부근 두 곳에 전망대가 세워져 있다. 소이산 평화마루공원 전망대와 옛 소이산 전망대다. 평화마루공원은 옛 미군 부대 건물과 교통호 등을 재활용한 공간이다. 전망대는 교통호 위에 조성됐다. 여기서 굽어보는 풍경이 실로 장쾌하다. 경기 고양시 일산의 22배에 달한다는 드넓은 철원평야 위로 딱 그만큼의 하늘이 펼쳐져 있다. 전북 김제의 ‘징게맹갱 외에밋들’에 견줄 만한 넓이다. 그 너른 벌판 위에 한국전쟁 당시 잦은 폭격으로 산이 아이스크림처럼 녹아내렸다는 아이스크림 고지, 백마고지 전적비 등이 산재해 있다. 멀리로는 북한의 평강고원과 철원의 용암대지를 만든 오리산 등이 묵직한 자태로 자리잡고 있다. 평화마루공원 오른쪽은 옛 소이산 전망대다. 예전엔 단연 최고의 전망대였지만 요즘은 평화마루공원 전망대에 자리를 내준 느낌이다.이 계절에 철원을 찾는 이유 중 하나는 겨울 철새다. 두루미, 재두루미, 큰고니 등 수많은 겨울 철새들이 민간인통제선 너머 철원평야에서 겨울을 난다. 하지만 올겨울은 코로나19로 외지인의 민통선 출입이 완전 차단됐다. 철새 탐조가 방문 목적이라면 철원군에 거리두기 완화 추이를 확인한 뒤 찾는 게 좋겠다. 민통선 아래에서도 서너 마리씩 가족 단위로 먹이를 찾는 두루미를 볼 수는 있다. 여기저기 널린 정미소 주변에서 만날 가능성이 높다. 민통선 너머의 월정역, 토교호, 평화전망대 등도 찾을 수 없다. 다만 ‘해탈의 피안(彼岸)에 도달한다’는 뜻의 도피안사(到彼岸寺), 겸재 정선이 사랑했던 삼부연 폭포 등 민통선 밖의 명소들은 방문할 수 있다. 글 사진 철원·포천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여행수첩 →주말에는 철원 물윗길 탐방객이 몰리는 편이다. 방문 전에 철원군축제위원회 홈페이지에서 예약하는 게 좋다. 평일에는 현장에서도 무난히 예매할 수 있다. 이용료는 1인 5000원이다. 전액 철원사랑상품권으로 교환해 준다. 관내 음식점 등에서 사용할 수 있다. →많은 이들이 찾는 포천 비둘기낭 폭포는 코로나19로 탐방이 중지됐다. 인근의 한탄강 하늘다리는 다녀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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