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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제르인에게 줄 바엔…” 고향집 불태운 아르메니아인들

    “아제르인에게 줄 바엔…” 고향집 불태운 아르메니아인들

    최근까지 총성이 울리던 분쟁지 나고르노카라바흐의 외곽지역 켈바자르에 살던 가로 다데부샨은 14일(현지시간) 자신의 집에 휘발유를 끼얹고 불을 붙였다. 그가 직접 지어 19년간 살던 집이다. 짙은 연기가 피어올랐다. 이웃들도 쓰라린 이별의 표시로 정든 집에 불을 질렀다고 AP통신이 전했다. 아르메니아 주민이 살던 켈바자르와 라친 지역은 15일 오전 0시부터 아제르바이잔으로 이양됐다. 이 때문에 아르메니아인 주민 600여명이 떠나게 된 것이다. 다른 아르메니아 주민은 AFP에 “자정까지 떠나라는 명령을 받았다”며 “여기는 내 집이다. 아제르바이잔에 넘겨줄 순 없다. 집을 불태울 것”이라고 말했다. 한 주민은 “부모님의 무덤도 옮겼다”며 “아제르바이잔인은 우리 무덤을 훼손하며 기뻐할 것이다. 그건 정말 참을 수 없는 일”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다데부샨은 “우리는 무슬림(아제르바이잔인)에게 아무것도 남겨 주고 싶지 않아 집에 불을 지르거나 폭파했다”고 말했다. 다데부샨의 아내인 루신은 마지막으로 집을 돌아본 뒤 “이제부터 우리는 노숙자다. 어디로 가야 할지, 어디서 살아야 할지 모르겠다”며 눈물을 지었다. 주민들은 떠나기 직전 9세기부터 있었던 아르메니아 정교회에 모였다. 일부는 세례를 받는 모습도 목격됐다. 주민들은 다시는 볼 수 없을 것을 예감한 듯 사진을 찍었다. 성직자들은 성상과 성물을 떼어냈다. 길 건너 러시아 평화유지군은 무장 트럭에 탄 채 이런 모습을 지켜봤다. 주민들의 이동으로 아르메니아로 향하는 도로에는 차량 행렬이 수㎞나 이어졌다. 가재도구와 가구 등을 실은 차량의 대규모 탈출이었다. 주민들이 고향을 떠나는 것은 아르메니아와 아제르바이잔이 지난 9일 러시아의 중재로 맺은 평화협정 때문이다. 평화협정에 따라 아르메니아는 오는 20일까지 아그담 지역과 가자흐 지역을, 켈바자르와 라친 지역을 각각 이달 15일과 12월 1일까지 아제르바이잔에 반환하기로 했다. 앞서 두 나라는 나고르노카라바흐를 두고 지난 9월 말부터 6주 넘게 격전을 벌였다. 아르메니아는 2317명이 사망했다고 밝혔지만 아제르바이잔은 사상자 수를 밝히지 않았다. 이기철 선임기자 chuli@seoul.co.kr
  • 국경 넘은 에티오피아 내전… ‘아프리카의 뿔’이 위험하다

    국경 넘은 에티오피아 내전… ‘아프리카의 뿔’이 위험하다

    에티오피아 연방정부와 북부 지방 군사정부 사이 내전이 확산하면서 이웃 국가를 포함한 ‘아프리카의 뿔’ 역내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이 와중에 에티오피아 서부에서는 무장괴한들이 버스를 공격해 최소 34명이 사망하는 사건이 벌어져 주민들은 불안감에 휩싸였다. 가디언과 BBC 등은 에티오피아 지방 군사정부인 티그라이인민해방전선(TPLF)이 인접한 암하라 지역과 이웃 국가인 에리트레아에 로켓 공격을 가했다고 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에티오피아 정부는 성명에서 “13일 늦은 시간에 로켓 한 발이 (암하라주) 주도(州都)인 바히르다르와 곤다르 도시들로 발사됐다”고 발표했다. 이들 도시에서는 총격전도 벌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에티오피아는 2018년 아비 아머드 알리 총리가 집권한 후 티그라이 지역을 기반으로 한 TPLF가 중앙 정치에서 대거 밀려나며 아비 정권과 티그라이 간 분쟁이 촉발됐다. 지난 3월 코로나 사태로 아비 정권이 총선을 연기하자 TPLF는 이에 반발해 9월 독자 선거를 치렀고, 10월에는 의회가 재무부에 티그라이에 내년 예산을 보내지 말 것을 요구하며 양측의 갈등은 내전으로 확대됐다. 암하라 지역이 공격을 받은 것은 이번 내전을 티그라이 지역 안에서 끝내려고 했던 아비 정권의 구상이 큰 차질을 빚게 됐음을 의미한다. 지난 10여일 사이 티그라이군과 연방군 양측에서 수백 명의 사망자가 발생했고, 잔혹한 민간인 학살까지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특히 이번 내전은 에티오피아를 비롯해 소말리아, 에리트레아, 수단, 케냐 등으로 이뤄진 ‘아프리카의 뿔’ 지역 전반으로 확산되며 국제사회의 우려를 더하고 있다. AFP통신에 따르면 티그라이 측에서 발사한 미사일 여러 발이 에리트레아 수도 아스마라 공항 인근에서 폭발했다. 에티오피아와 20년 넘게 분쟁 관계였던 에리트레아는 2018년 아비 정권과 평화협정을 맺었지만, 티그라이와는 이후에도 갈등을 빚어 왔다. 더불어 이번 내전으로 대규모 난민 사태까지 발생했다. 수단 난민기구는 현재까지 2만 1000명 이상의 에티오피아인들이 수단으로 건너온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전했다. BBC는 “TPLF는 전투 경험이 풍부하고 (내전 지역의) 산악 지형을 잘 알고 있는데, 아비 총리가 이를 과소평가했을 수 있다”면서 “이 지역의 갈등이 장기화되면 에티오피아를 비롯한 ‘아프리카의 뿔’ 지역의 민간인들에게 끔찍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이날 에티오피아 서부 베니샹굴 구무즈 지역에서 버스 한 대가 총기 공격을 받았다. 에티오피아 인권위원회(EHRC)는 이날 성명에서 “현재까지 희생자는 34명이지만 사망자 수가 더 늘어날 수 있다”면서 이 지역 내 다른 곳에서도 비슷한 공격이 있었다는 보고가 있다고 전했다. 에티오피아 정부에 따르면 지난 9월 베니샹굴 구무즈에서는 무장한 민병대가 최소 45명을 살해했다.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 ‘아프리카의 뿔’로 번지는 위기...에티오피나 내전 확산

    ‘아프리카의 뿔’로 번지는 위기...에티오피나 내전 확산

    에티오피아 내전이 확산하며 이 지역을 포함한 아프리카 북동부 ‘아프리카의 뿔’ 역내의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가디언과 BBC 등은 에티오피아 지방 군사정부인 티그라이인민해방전선(TPLF)이 인접한 암하라 지역과 이웃국가인 에리트레아에 로켓 공격을 가했다고 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에티오피아 정부는 성명에서 “13일 늦은 시간에 로켓 한 발이 주도(州都)인 바히르 다르와 곤다르 도시들로 발사됐다”고 발표했다. 에티오피아는 2018년 아비 아머드 알리 총리가 집권한 후 티그라이 지역을 기반으로 한 TPLF가 중앙 정치에서 대거 밀려나며 아비 정권과 티그라이 간 분쟁이 촉발됐다. 지난 3월 코로나 사태로 아비 정권이 총선을 연기하자 TPLF는 이에 반발해 9월 독자 선거를 치렀고, 10월에는 의회가 재무부에 티그라이에 내년 예산을 보내지 말 것을 요구하며 양측 갈등은 내전으로 확대됐다. 암하라 지역이 공격을 받은 것은 이번 내전을 티그라이 지역 안에서 끝내려고 했던 아비 정권의 구상이 큰 차질을 빚게 됐음을 의미한다. 지난 10여일 사이 티그라이군과 연방군 양측에서 수백명의 사망자가 발생했고, 잔혹한 민간인 학살까지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이번 내전은 에티오피아를 비롯해 소말리아, 에리트레아, 수단, 케냐 등으로 이뤄진 ‘아프리카의 뿔’ 지역 전반으로 확산되며 국제사회의 우려를 더하고 있다. BBC는 TPLF가 티그라이와 국경을 맞댄 에리트레아를 로켓으로 공격했다고 보도했다. 에리트레아 관영 매체에 따르면 티그라이 측에서 발사한 로켓 2발이 수도 아스마라 인근에서 폭발했다. 에티오피아와 20년 넘게 분쟁관계였던 에리트레아는 2018년 아비 정권과 평화협정을 맺었지만, 티그라이와는 이후에도 갈등을 빚어 왔다. TPLF는 에리트레아가 아비 정권에 의료 지원을 하는 등 이번 사태에 개입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무력으로 공격할 수 있다고 위협해 왔다. 더불어 이번 내전으로 대규모 난민 사태까지 발생했다. 수단 난민기구는 현재까지 2만 1000명 이상의 에티오피아인들이 수단으로 건너온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들 난민들은 공습을 피하기 위해 뙤약볕 아래 수km를 걷는 것도 마다하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사태를 빨리 마무리 지으려는 아비 정권의 당초 계획과 달리 이번 내전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BBC는 “TPLF는 전투 경험이 풍부하고 (내전 지역의) 산악 지형을 잘 알고 있는데, 아비 총리가 이를 과소평가했을 수 있다”면서 “이 지역의 갈등이 장기화되면 에티오피아를 비롯한 ‘아프리카의 뿔’ 지역의 민간인들에게 끔찍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 “아제르바이잔에 일부 영토 양도”… 아르메니아 사실상 백기 투항

    “아제르바이잔에 일부 영토 양도”… 아르메니아 사실상 백기 투항

    러·아르메니아·아제르바이잔 평화협정러시아군 1960명 5년간 평화유지 업무 항복선언 들은 주민 수천명 항의시위도 아르메니아와 아제르바이잔이 러시아와 함께 영유권을 둘러싸고 치열하게 교전을 벌이던 나고르노카라바흐 지역에서 휴전하는 데 합의하는 평화협정을 체결했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두 나라는 10일(현지시간)부터 나고르노카라바흐 지역에서 교전을 중지하며 러시아군 1960명이 이곳에 파견돼 앞으로 5년간 평화유지 임무를 담당하는 내용의 합의문에 지난 9일 서명했다. 합의문은 또 아르메니아가 아제르바이잔군이 점령한 아그담, 라친 등 일부 지역 지배권을 아제르바이잔에 넘긴다는 내용도 담겼다. 니콜 파시냔 아르메니아 총리는 이날 “러시아, 아제르바이잔 대통령과 카라바흐 전쟁의 중단에 관한 합의에 서명했다”고 밝혔다. 일함 알리예프 아제르바이잔 대통령 역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기자회견을 열고 “3자 휴전 합의는 분쟁 해결에 중대한 요소가 될 것”이라고 확인했다. 두 나라의 휴전 합의는 두 달 전 아제르바이잔군의 대규모 공격으로 아르메니아가 지배하고 있던 나고르노카라바흐 지역의 상당 부분을 잃는 바람에 이뤄졌다. 9일에는 전략적으로 가장 중요한 슈시까지 아제르바이잔군에게 점령당해 아르메니아가 사실상 백기를 들었다. 파시냔 총리는 “현재 전투 상황에 관한 심도 있는 분석 끝에 합의에 서명했다”며 “나와 우리 국민에게 말할 수 없이 고통스럽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러시아 평화유지군 1960명은 이날 19대의 군용 차량에 나눠 현지로 파견됐으며 수대의 IL76 수송기는 군장비를 싣고 러시아를 떠났다.나고르노카라바흐 지역은 옛 소련 시절 아르메니아계 주민이 다수인 아제르바이잔 영토였다. 옛 소련이 붕괴하자 나고르노카라바흐는 독립공화국을 세운 뒤 아르메니아와 통합하겠다고 선포했지만, 아제르바이잔이 이를 거부하는 바람에 양측이 1992∼1994년 치열한 전쟁을 치러 3만명이 사망했다. 현재 나고르노카라바흐는 국제법적으론 아제르바이잔의 영토지만 아르메니아 정부의 지원을 받는 분리주의파 아르메니아인들이 통제(실효지배)하고 있다. 아르메니아의 대다수는 기독교인이고 아제르바이잔은 대다수가 무슬림이다. 터키는 아제르바이잔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반면 러시아는 아르메니아와 아제르바이잔 모두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 6주 넘게 치열하게 교전을 벌인 두 나라는 지난달 10일부터 세 차례나 휴전에 합의했으나 산발적인 교전이 계속되며 양측의 사망자도 1300여명으로 늘어났다. 이날 휴전 합의가 공개되자 아르메니아 수도 예레반에선 주민 수천명이 항의 시위에 나섰다. 이들은 “우리 영토를 포기하지 않겠다”고 외치며 일부는 정부 건물에 침입해 의자를 부수는 등 격한 분노를 표출했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 서훈 “피격 공무원 월북 여부 부분은 사실규명의 대상”

    서훈 “피격 공무원 월북 여부 부분은 사실규명의 대상”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서해상 공무원 피살 사건과 관련, “월북 여부 부분은 사실 규명의 대상으로 남아 있다”고 밝혔다. 한반도 종전선언 추진에는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서 실장은 4일 국회 운영위원회의 청와대 국정감사에 출석해 인사말을 통해 “서해 수역에서 발생한 우리 국민 피격 사망 사건은 발생해서는 안 될, 대단히 유감스러운 사건으로 유족들께도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정점식 의원이 피살된 공무원의 월북 여부에 대해 추궁하며 “해경은 세 차례에 걸쳐 (월북이라고) 단정적으로 표현했다”고 따지자 서 실장은 “(월북으로) 판단된다는 표현은 썼는데 최종 판단이라고는 안 한 것 같다”고 해명했다. 서 실장은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와 관련해서는 “2018년부터 세 차례 남북 정상회담과 세 차례 북미 정상회담을 통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에 합의하는 등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실질적인 진전이 있었지만, 그때의 약속들을 온전히 이행해 나가는 데 어려움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종전선언이 비핵화에 도움 될지 의문스럽다”는 국민의힘 신원식 의원의 질문에 서 실장은 “(종전선언은) 정치적인 선언”이라며 “최소한 여러 개 나라의 정상이 모여 선언하는 과정에서 평화협정이 나올 수도 있고 비핵화도 당연히 나올 것이기 때문에 중요한 하나의 모멘텀이라는 취지로 이해해 달라”고 강조했다. 이정수 기자 tintin@seoul.co.kr
  • 서훈 “종전선언, 비핵화·평화 체제 길목에 중요한 모멘텀”

    서훈 “종전선언, 비핵화·평화 체제 길목에 중요한 모멘텀”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종전선언은 비핵화와 평화 체제로 가는 길목에 있어 굉장히 중요한 모멘텀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4일 서 실장은 국회 운영위 국정감사에 출석해 “종전선언은 정치적 선언이지만, 여러 나라 정상이 모여 종전선언을 논의하는 상황 속에서 평화협정에 대한 논의나 비핵화에 대한 논의가 당연히 병행될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서 실장은 이어 “평화협정에는 당연히 종전선언이 포함될 수밖에 없다”며 “문재인 대통령도 종전선언은 비핵화와 평화체제의 길을 여는 문이라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또한 “종전선언 논의는 한미 간에도 계속 논의돼 온 것”이라며 “제가 최근 방미한 후에도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종전선언이 언제나 테이블 위에 있다’고 언급했다”고 설명했다. 신원식 국민의힘 의원이 ‘종전선언이 북한의 비핵화 동인이 될지 의심스럽다’고 말하자, 서 실장은 “북한 입장에서도 종전선언은 비핵화 논의와 연계된 논의라고 생각할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하며 많은 합의를 이뤘다. 김 위원장의 문서상의 약속 혹은 구두 약속은 확보된 것 아니겠나”라며 “다만 이를 이행하는 단계까지 도달하지 못한 것이 아쉬운 점”이라고 말했다. 서 실장은 “합의를 어떻게 잘 이행할 것이냐에 초점을 맞춰 접근하는 것이 가장 빠른 길”이라고 강조했다. 임효진 기자 3a5a7a6a@seoul.co.kr
  • 아프간-미 평화협정 와중, 카불대 총격전 최소 19명 사망

    아프간-미 평화협정 와중, 카불대 총격전 최소 19명 사망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의 최대 규모 대학인 카불 대학교에서 2일 무장괴한이 난입해 벌인 총격전으로 최소 19명이 숨지고 22명이 다치는 사건이 벌어졌다. 미국이 지난 2월 아프간 무장세력 탈레반과 평화협정을 맺은 이후 미국 지원을 받는 아프간 정부와 탈레반이 카타르에서 미군 철수 등을 놓고 지리한 협상을 이어가는 가운데 현지 테러가 잇따르는 형국이다. AP·AFP 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아프간 주재 이란 대사가 참석하는 도서전이 카불대에서 열린 가운데 무장괴한들이 난입해 한 시간 넘게 총격전이 벌어졌고, 최소 19명이 숨지고 22명이 부상당했다. 타릭 아리안 아프간 내무부 대변인은 아프간 수도의 캠퍼스에서 발생한 테러로 인한 사상자수를 집계, 발표하진 않았으나, 최소 3명의 공격자가 연루됐고 이들은 이어진 총격전에서 모두 숨졌다고 밝혔다.목격자들에 따르면 용의자들은 현장서 도주하는 학생들을 목표 삼아 총격을 하고 폭발물을 터뜨렸다. 산발적인 수퓨탄 폭발음과 자동 무기 발사음이 캠퍼스 안에 울러퍼졌고, 용의자들은 아프간 보안군과 총격전을 벌인 끝에 제압됐다. 이 학교 학생인 아마드 사밈은 “권총으로 무장한 세력이 학교 안에서 총을 난사하는 것을 보았다”고 전했다. 총격전 직후 탈레반은 자신들이 공격에 가담했다는 사실을 부인하는 성명을 발표했으나 구체적인 내용은 없었다. 아직까지 테러의 배후를 자처한 단체는 나오지 않았다. 당시 학교에서는 도서전이 열리고 있었으며 여러 고위 인사들도 참석 중이었다. 현지 ISNA 통신은 바하도르 아미니안 주아프간 이란 대사 등이 40여개 이란 출판사가 주최하는 박람회에 참석할 예정이었다고 보도했다. 이슬람 수니파 무장단체인 이슬람국가(IS) 세력은 소수 시아파를 배교자라 부르며 전쟁을 선포하고 2014년 이후 수십 차례 공격을 감행해 왔다. 이란은 시아파가 다수를 차지하는데, 고위층은 IS의 테러 대상으로 지목돼 왔다. 카불에서는 지난달 말에도 한 교육센터에서 자살 폭탄 공격이 발생해 학생들을 비롯해 24명이 사망했다.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 [특파원 칼럼] 스가의 비전과 한일 관계 개선/김태균 도쿄 특파원

    [특파원 칼럼] 스가의 비전과 한일 관계 개선/김태균 도쿄 특파원

    몸이 아파서 그만둔다던 사람의 퇴임 후 행보가 예사롭지 않다.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 얘기다. 자리에서 물러나고 한 달 만에 일본 보수극우의 정신적 고향인 야스쿠니 신사를 두 번이나 참배하더니 지난 22일에는 몇 달 전 개관한 산업유산정보센터란 곳까지 찾아갔다. 일제강점기 하시마(군함도) 강제징용 만행을 왜곡한 전시자료 때문에 우리에게 비판받고 있는 그곳이다. 아베는 여기를 그냥 둘러보고만 간 게 아니라 사람들을 모아 놓고 조선인이 핍박받았다는 한국 측의 근거 없는 주장에 적극적으로 반격해야 한다고 선동을 하기도 했다. 이러한 일련의 행동은 최장 집권 기록을 세우고도 역사에 남을 만한 성과는 내지 못했다는 안팎의 평가에 대한 자기 강박증이 한몫을 하고 있음에 틀림없다. 그가 필생의 숙원이었던 ‘헌법을 개정한 최초의 일본 총리’ 타이틀을 따내는 데 성공했어도 굳이 군함도 자료 전시장까지 옹색한 발걸음을 했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보게 된다. ‘전후 체제로부터 탈각을 통한 아름다운 나라 건설’을 자신이 그리는 일본의 모습으로 설정했던 아베는 국민들에게 딱 부러지게 과시할 만한 ‘레거시’(정치적 유산)를 찾으려고 무던히 애를 썼다. 납치 문제 해결을 전제로 한 북한과의 수교, 센카쿠열도 국유화 이후 냉각됐던 중국과의 관계 정상화, 남쿠릴 2개 섬 반환을 통한 러시아와의 평화협정 체결 등은 자신의 그림을 맞추기 위한 필수적인 퍼즐조각들이었다. 물론 결과는 빈손 퇴장이었지만 말이다. 이에 비해 스가 요시히데 총리는 “국가상에 대한 청사진이 없다”는 압박에 직면해 있다. 어떤 국가와 사회를 지향하는지, 다른 나라와의 관계는 어떻게 설정할지 등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지 못한 채 집권 초기를 흘려보내는 이례적인 상황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휴대전화 요금 인하, 불임치료 건강보험 적용 등 생활밀착형 과제들을 이례적인 속도로 밀어붙이고 있지만, 정치권과 언론의 시선이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실용주의 민생시책만으로는 정권의 구심력을 유지할 수 없다. 국가 지도자로서 큰 구상을 국민에게 보여 주지 못하면 머잖아 지지율 위기가 찾아올 것”(일간지 정치데스크)이라는 평가가 그 일면이다. 그러나 스가는 실현 가능성을 동반한 비전을 세우는 데 결코 녹록지 않은 상황에 놓여 있다. 우선 본인이 내치에는 능하지만, 외치의 경험은 전무하다. 집권 자민당의 최대 파벌에 속해 있으면서 모든 분야의 베테랑들이 주변에 포진하고 있던 아베에 비해 측근 인재들도 턱없이 부족하다. 시기적으로도 코로나19 때문에 경제는 꽉 막혀 있고 사회의 활력은 뚝 떨어져 있다. 아베처럼 개헌을 최고의 가치로 내세울 상황도 아니다. 코로나19 경제위기의 와중에 공연히 잘못 들고 나왔다가는 득보다 실이 많을 게 뻔하다. 게다가 개헌은 잘되더라도 아베의 그늘에 가려질 수밖에 없다. 외교 쪽 환경도 극히 열악하다. 주변국 어디 하나 상대하기 만만한 곳이 없다. ‘북한 납치 문제 해결’, ‘러시아 남쿠릴 영토 반환’과 같은 메가톤급 결과물은 당장은 전혀 기대할 수 없다. 그런 면에서 한일 관계 개선은 스가에게 퍽 구미 당기는 주제가 될 수 있다. 국민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실적의 크기로만 본다면 북한, 러시아에 비할 바 못되지만, 가능성이라는 현실론에서는 다른 카드들보다 한참 위에 있다. 납치 문제 해결에 관한 한 아베 못지않은 행보를 보여 온 스가에게 한국과의 관계 정상화는 대북 접근의 지원군을 확보한다는 차원에서도 중요하다. 스가 정권이 현재 처해 있는 자국 내 상황을 한일 관계 개선의 지렛대로 활용하기 위한 노력을 우리도 좀더 적극적으로 해 볼 필요가 있다. windsea@seoul.co.kr
  • [씨줄날줄] 美 참전용사의 청원/오일만 논설위원

    [씨줄날줄] 美 참전용사의 청원/오일만 논설위원

    ‘종전선언’은 전쟁 당사국 간에 전쟁 상태가 완전히 종료됐음을 국제적으로 알리는 행위다. 기존의 정전협정을 폐기하고 평화협정으로 넘어간다는 의미다. 국제적으로 종전 협정을 체결하기 전까지는 전쟁 상태가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간주되기 때문에 전쟁 당사국 간의 외교 정상화는 불가능하다. 종전선언의 대표적 사례는 1978년 이집트와 이스라엘 간에 체결된 캠프 데이비드 협정이다. 1978년 9월 17일 이집트와 이스라엘의 단독 평화교섭을 타개하기 위해 당시 미국 카터 대통령이 대통령 별장인 워싱턴 근교 캠프 데이비드로 사다트 이집트 대통령과 베긴 이스라엘 총리를 초청해 맺은 역사적 협정으로 화약고 중동에서 평화의 초석을 놓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반도는 남한이 빠진 상태에서 미중북 3자가 1953년 7월 27일 ‘교전을 잠시 중지한다’는 정전협정을 맺고 현재까지 총부리를 겨누는 휴전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평화의 시작을 알리는 종전선언은 2018년 4월 27일 남북 정상의 ‘판문점선언’을 통해 수면 위로 올라왔다. ‘남과 북은 정전협정 체결 65년이 되는 올해 종전을 선언하고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한다’며 ‘항구적이고 공고한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남북미 3자 또는 남북미중 4자회담 개최를 적극 추진해 나가기로 했다’고 합의한 것이다. 이 합의는 두 차례의 ‘트럼프·김정은’ 북미 정상회담이 무위로 끝나면서 급격하게 동력을 잃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종전선언 추진 의사를 밝히면서 정치권에서 논쟁이 한창이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종전선언은 대한민국의 종말을 불러올 행위로서 국가안보를 저버리는 반헌법적 행태”라는 견해를 내놓았고 정세현 민주평통 수석부의장은 “북미 관계가 좋아질 때까지 남북 관계라도 한발 앞서 나가야 한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고 해석했다. 진보보수, 여야로 갈라져 갑론을박이 한창인 상황에서 최근 미국에서 6·25 참전 용사들이 한반도 종전선언을 촉구하고 있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우리 평균 나이가 82세입니다. 우리에게는 죽기 전에 평화협정이 맺어지게 해 달라고 유엔 지도부에 호소할 정당한 권리가 있습니다.” 미 비영리단체 ‘한국전쟁 유업재단’(이사장 한종우 시러큐스대 교수)이 참전용사들의 서명을 받은 ‘한국전쟁 종식을 위한 유엔 청원서’ 초안에 담긴 내용이다. “사라져 가는 참전용사 중 한 명으로서 죽기 전에 (한반도) 통합 달성을 위한 뭔가를 찾을 수 있기를 바라고 기도한다”는 절실한 사연도 보인다. 이번 청원은 2015년 추진됐다가 재추진 중이다. 노병들의 마지막 소원이 담긴 만큼 유종의 미를 기대한다. oilman@seoul.co.kr
  • 주미대사 “종전선언, 미국은 북한만 동의하면 이견 없다는 입장”

    주미대사 “종전선언, 미국은 북한만 동의하면 이견 없다는 입장”

    이수혁 주미대사가 12일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유엔총회에서 제의한 종전선언과 관련 “미국 고위관료와의 접촉 결과, 미국은 북한만 동의한다면 아무런 이견이 없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 대사는 이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의 주미대사관 국정감사에서 ‘정치적 선언으로서 종전선언에 미국 정부가 공감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대사는 “종전선언은 비핵화로 가겠다는 선언”이라며 “비핵화 프로세스의 문을 여는 정치적 합의를 남북미, 또는 (남북미)중이 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법률적 효과가 있는 것도 아니고 유엔사가 해체되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면 정치적 (종전)선언을 해서 비핵화 프로세스를 진행하고 궁극적으로 평화협정을 만들어 항구적 평화를 이루자는 것”이라며 “그걸 북한에게 설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사는 다음 달 미국 대선에서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가 집권한다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 간 톱다운 방식 외교는 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바이든 정부에서) 외교안보를 맡을 사람들이 대부분 오바마 정부에서 고위직을 수행한 사람들”이라며 “경험으로 볼 때 톱다운보다는 밑에서 검토하고 건의하는 것을 대통령이 다시 재가하는 형태를 많이 보일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되면 톱다운이 유지 내지 강화될 수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고 내다봤다. 이 대사는 미국 정부가 한국에 쿼드 플러스의 참여를 요청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미국은 중국을 견제하고자 다자 안보대화체인 쿼드(미·일·호주·인도)를 공식화하고 한국, 뉴질랜드, 베트남을 포함시켜 확대하려는 구상을 갖고 있다. 그는 “한국 정부의 쿼드 플러스 참여에 대한 부정적 태도가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방한 일정 연기와 무관하지 않아보인다”는 정진석 국민의힘 의원의 질의에 “과잉해석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그러면서 “쿼드 출발이 한국을 배제하기 위해 만든 것도 아니었다. 미국과 일본, 미국과 인도 등의 군사 안보 관계를 위해 출발한 것이 폼페이오 장관 방한취소와 무슨 관계가 있냐. 경우에 맞지 않는 얘기를 하신다”고 말했다. 한편 김준형 국립외교원장은 12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0일 당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 연설에서 눈물을 보인 데 대해 “최고 존엄도 눈물 흘릴 수 있는 인간적인 신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김 원장은 “김정은 리더십의 가장 큰 특징 중의 하나”라며 “백두혈통과 철권통치로만은 국민들 붙잡을 수 없다는 것에 대한 자각”이라고 말했다.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 ‘美 대선 결과 지켜보자’…폼페이오 설득에도 쿼드 공식화 미룬 日·濠·印

    ‘美 대선 결과 지켜보자’…폼페이오 설득에도 쿼드 공식화 미룬 日·濠·印

    중국을 견제하고자 미국과 일본, 호주, 인도 4개국 외무장관이 머리를 맞댔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기대한 공동성명은 나오지 않았다. 중국의 보복을 우려한 각국이 자극적인 언사나 행위를 피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지 못했다’고 볼 수 있다. 7일 AP통신에 따르면 전날 쿼드 4개국 외무장관들은 일본에 모여 중국과 관련한 현안을 두고 회의를 가졌다. 코로나19 발생 뒤 처음 진행된 대면회의다. 그만큼 미국이 중국 견제를 중요하게 생각했다는 의미다. 이 회담은 인도 태평양 국가간 협력을 통해 중국의 세력 확장을 막겠다는 의도가 담겨 있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중국이 코로나19 문제를 은폐해 사태를 악화시켰다”고 비판했다. 이어 3개국 외무장관들과의 일대일 면담에서도 중국의 ‘악의적 행동’을 하나하나 지적했다. 다만 이번 회담에서 중국을 직접 겨냥한 국가는 미국이 유일했다. 나머지 나라는 회담 개최의 중요성을 강조했을 뿐 중국을 거명하진 않았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는 4개국 외무장관들에게 ‘인도 태평양 안보경제 이니셔티브’를 긍정적으로 평가했지만 중국에 대한 비난은 자제했다. 일본 언론들은 “중국과의 관계를 중시하는 일본과 인도가 원치 않았다”고 분석했다. 일본 외무성의 한 간부는 “4개국에게는 각자의 생각이 있다. 이것이 완전하게 일치하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고 마이니치신문이 전했다. 이는 각국이 중국과 갈등을 빚고 있지만 그렇다고 ‘반중’을 대놓고 선언할 수 없는 속내가 있음을 뜻한다. 중국은 호주의 최대 수출국일 뿐 아니라 일본의 두 번째, 인도의 세 번째 수출 대상국이어서 경제적으로 뗄레야 뗄 수가 없다. 블룸버그통신은 “스가 총리는 최대 무역국인 중국과 유일한 군사적 동맹 미국 사이에서 균형을 맞춰야 한다”면서 “그는 최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통화해 ‘긴밀히 협력하겠다’고 동의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때문에) 일본은 중국에 대한 언급을 피했다”면서 “외무장관들이 정례화에 합의했어도 공동성명이 없었다. 이번 회담은 상징적인 것에 가깝다”고 분석했다. 포린 폴리시는 “일본과 호주는 미국 무기체계에 편입돼 있어서 지금 당장 군사동맹으로 활동하는 데 문제가 없다. 쿼드가 공식화되면 프랑스·러시아 무기를 많이 쓰는 인도가 함께 한다는 것이 가장 큰 성과”라면서도 “다만 인도는 (쿼드가 공식화되면) 해묵은 국경선 문제가 전면적으로 불거질 수 있어 이를 우려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중국과 인도는 국경을 3500㎞ 가까이 맞대 분쟁이 일상화돼 있다. 두 나라는 20세기 중반까지 긴밀히 협력했지만 1959년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가 인도로 망명하자 관계가 틀어졌다. 1962년에는 전쟁도 벌였다. 1993년 평화협정을 체결해 심각한 충돌은 사라졌지만 아직도 국경선이 확정되지 않아 불씨가 남아 있다. 지난해 중국의 경제규모는 약 14조 달러(1경 6800조원)로 인도(3조 달러)의 다섯 배에 가깝다. 인도가 일대일로는 중국을 이기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런 상황에서 국경선 전체가 군사위험 지역으로 변하면 인도는 막대한 국방비를 추가로 지출해야 한다. 다만 코로나 이후 중국과의 관계가 급격히 나빠진 호주는 쿼드 4개국 간 협력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호주는 지난 4월 중국의 코로나 대응에 대해 국제적인 조사를 요구한 뒤로 중국으로부터 수입 금지, 반덤핑 조사 등의 보복 조치를 당했다. 단독으로 중국과 대치하는 것이 사실상 어렵다보니 국제 공조를 강조하는 모양새다. 두 나라는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해 ‘중국 때리기’를 시작한 2017년부터 삐걱거렸다. 당시 호주에서도 ‘중국의 영향력이 지나치게 커진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됐기 때문이다. 올 들어서는 호주가 미국에 동조해 바이러스 기원 국제조사 요구를 주도해 갈등이 증폭됐다. 한달도 채 남지 않은 미 대선 판도 역시 공동성명 채택 결렬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미 민주당 조 바이든 후보가 대통령이 돼 중국에 유화책을 편다면 트럼프 대통령의 만들어 놓은 ‘반중블록’이 하루아침에 무용지물로 변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열세인 상황에서 대선 결과를 지켜보고 후속 조치에 나서도 늦지 않다는 속내다. AP는 “쿼드 회원국은 중국이 공동 위협이라는 인식을 공유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조치에 동의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로이터통신도 “대중 공동 전선이란 미국의 요구는 중국과의 무역에 의존한 국가에는 민감한 주제”라고 말했다. 베이징 류지영 특파원 superryu@seoul.co.kr/
  • 트럼프 “노벨평화상 후보 지명, 조명 못받았다”

    트럼프 “노벨평화상 후보 지명, 조명 못받았다”

    내년 노벨상 후보 지명, 언론보도 없다고 불만중동 평화협상 등 들며 ‘피스메이커’ 자화자찬CNN “후보 중 한명, 이미 받은 줄 알아” 비판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들어 스스로를 ‘피스메이커’라고 칭하며 2021년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된 것을 강조하고 있다. 물론 이스라엘의 아랍에미리트(UAE) 및 바레인 수교, 세르비아와 코소보의 경제정상화 합의 등 실제 성과가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후보일 뿐인데 이미 수상한 것처럼 굴며 유세를 위해 과도하게 이용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오하이오주 스완턴 유세에서 “나는 노벨평화상 후보에 오른 유일한 남자지만 어떤 언론의 조명도 받지 못했다”고 불평했다. 영부인 멜라니아 여사에게 후보 지명에 대해 알리고 기대를 하며 TV를 켰지만 뉴스에 자신의 노벨평화상 후보 지명 소식은 없었다는 것이다. 자신의 노벨상 후보 지명이 “미국에 큰 일이지 않냐”고도 했다. 이어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노벨상 후보로 지명됐을 때 이유를 알수 없었다”며 자신은 중동 평화 등의 성과를 거뒀다고 자평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2009년 노벨평화상을 받았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의 중재로 이스라엘이 지난 15일(현지시간) 걸프 지역 아랍국가인 아랍에미리트(UAE) 및 바레인과 외교관계 정상화를 위해 ‘아브라함 협정’을 체결했다. 미국은 카타르 도하에서 시작된 아프간 정부와 반군 탈레반 간의 평화협상에도 관여하고 있다. 지난 4일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중재로 오랜 적대 관계였던 세르비아와 코소보가 경제 관계를 정상화하기로 합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2일 유엔총회 화상연설에서 이런 성과를 나열한 뒤 “미국은 피스메이커로서 역할을 이행하고 있다”고 했다. 지난 15일 아브라함 협정 체결 후 백악관 측은 ‘트럼프 대통령이 왜 노벨상 수상 자격이 있는지 보여준다’는 폭스 뉴스 기사 등을 모아 기자들에게 배포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노벨평화상 후보에 오른 건 이번이 세번째다. 올해는 노르웨이의 크리스티안 티브링예데 국회의원이 이스라엘과 UAE의 평화협정 체결을 중재한 공로로 노벨위원회에 트럼프 대통령을 2021년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노벨평화상 후보 지명에 너무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미국 우선주의, 고립주의 등 트럼프식 외교정책에 대한 내부 비판을 잠재우는 카드로 쓰기에는 후보 지명만으로는 약하다는 것이다. CNN은 “후보는 318명이고 수상자는 단 한 명”이라며 “트럼프는 이미 노벨평화상을 수상했다고 생각하는 듯하다”고 꼬집었다. 워싱턴 이경주 특파원 kdlrudwn@seoul.co.kr
  • “중동 평화” 소문낸 트럼프 잔치… 선거용 비즈니스만 넘쳤다

    “중동 평화” 소문낸 트럼프 잔치… 선거용 비즈니스만 넘쳤다

    27년 전 이·팔 협정처럼 백악관서 체결 이스라엘, 건국 최초 걸프 아랍국 수교트럼프, 유대계 표심·反이란 결집 노려“이스라엘, 5~6개국 추가 협정 추진 중” 팔레스타인, 로켓 발사·시위 강력 반발로하니 “이스라엘 손잡은 결과 책임져야”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증인 자격으로 참석한 가운데 15일(현지시간) 이스라엘과 걸프 지역 아랍 국가인 아랍에미리트(UAE) 및 바레인이 외교 관계 정상화를 위한 ‘아브라함 협정’에 서명했다. 걸프 지역 아랍 국가와의 수교는 이스라엘 건국 72년 만에 처음이다. 이날 서명식은 1993년 이츠하크 라빈 당시 이스라엘 총리 및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 의장이 오슬로 평화협정(팔레스타인 잠정자치에 관한 원칙 선언)에 서명한 뒤 빌 클린턴 당시 미 대통령과 웃으며 손을 잡던 백악관의 그 잔디밭(사우스론)에서 열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새로운 중동의 여명을 맞았다”고 성과를 부각했지만, 미 언론들은 중동 평화의 문을 열었던 1993년과 달리 이번 협상은 ‘비즈니스’라고 깎아내렸다.아브라함 협정서에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셰이크 압둘라 빈 자이드 알나하얀 UAE 외무장관, 압둘라티프 빈 라시드 알자야니 바레인 외무장관, 트럼프 대통령 등 4명이 서명했다. 협정 명칭은 유대교·이슬람교·기독교의 공통 조상인 아브라함의 이름에서 따왔다. 네타냐후 총리는 “새로운 평화 모멘텀이 아랍과 이스라엘의 분쟁을 완전히 끝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3개국은 상호 대사관을 열고 여행·수도·보건·환경·기술 등 다방면에서 교류를 강화하는 내용의 3자 협정 및 양자협정도 맺었다. 이스라엘의 아랍 수교국은 이집트(1979년), 요르단에 이어 총 4개국으로 늘어났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재선을 염두에 둔 듯 기자들에게 “72년간 (수교국이) 2개국이 있었고, 우리가 한 달 만에 2개국을 추가했다. (정확히) 29일 만”이라고 강조했다. 아브라함 협정으로 친이스라엘 복음주의 유권자의 지지를 강화하는 효과를 거둘 거라는 분석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5~6개 국가와 이스라엘 간에 추가로 평화협정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는데 오만, 수단, 모로코, 사우디아라비아 등이 거론된다.이번 협정을 통한 이스라엘의 세력 확대로 궁지에 몰리게 된 팔레스타인은 크게 반발했다. 워싱턴에서 서명식이 진행될 때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는 로켓탄 2발이 이스라엘 남쪽을 향해 발사됐다. 가자지구 등에서는 항의 시위도 열렸다. 이번 협정이 중동 평화로 이어질지 미지수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중동을 화약고로 만드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갈등 해소에 관한 구체적인 방안이 담기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표적 친미 국가인 이스라엘, UAE 등을 묶어 ‘반이란 전선’을 강화하려는 게 이번 협정에 대한 미국의 의도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친유대단체 제이스트리트의 제러미 벤아미 대표는 뉴욕타임스에 “이번 협정은 분쟁 해결이나 평화가 아니라 사업상 거래”라고 비판했다. 부패 혐의로 재판 중인 네타냐후 총리, 재선을 앞둔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이익이 맞아떨어졌다는 것이다. UAE도 미국에 F35 전투기 판매를 요구하며 협정의 대가를 챙기려고 나섰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16일 TV 연설에서 “UAE와 바레인은 이란의 숙적인 이스라엘과 관계 정상화를 함으로써 발생할 어떤 결과에도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워싱턴 이경주 특파원 kdlrudwn@seoul.co.kr
  • 이스라엘-바레인·UAE 수교 중재한 트럼프, 왜 아브라함 찾을까

    이스라엘-바레인·UAE 수교 중재한 트럼프, 왜 아브라함 찾을까

    미국 백악관에 유대교와 기독교, 이슬람교가 모두 조상으로 인정하는 아브라함이 소환됐다. 미국의 중재로 이스라엘이 15일(현지시간) 걸프 지역 아랍국가인 아랍에미리트(UAE) 및 바레인과 관계 정상화 협정을 체결했는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협정 서명식을 ‘아브라함 협정 서명식’으로 명명했다. 백악관 사우스론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셰이크 압둘라 빈자예드 알나흐얀 UAE 외무장관, 압둘라티프 빈라시드 알자야니 바레인 외무장관이 참석하고 트럼프 대통령은 ‘증인’ 자격으로 서명했다. 이스라엘과 UAE, 이스라엘과 바레인은 각각 양자 협정을 맺었고, 세 나라의 3자 협정도 체결했다. 기원 전 2000년대 사람으로 추정되며 구약성서 창세기편과 정확히 일치하는 아브라함은 첫 아들 이스마엘과 둘째 아들 이삭을 뒀는데 이스마엘은 아랍인의 조상, 이삭은 유대인의 조상으로 각각 여겨진다. 유대교와 기독교의 뿌리인 이스라엘과 이슬람교를 믿는 걸프 지역 아랍국가의 단합을 상징하는 존재로서 아브라함이 소환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 모른다. 1948년 건국한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분쟁 등을 이유로 대립관계였던 걸프 지역 아랍국가와 수교에 합의하기는 72년 만에 처음이다. 이스라엘이 수교했거나 합의한 이슬람 아랍국가는 기존 이집트와 요르단을 포함해 4개국으로 늘었다. 이스라엘은 1979년 이집트와 평화협정을 맺었고 1994년에는 요르단과 평화협정으로 적대 관계를 청산했다. 북서아프리카의 아랍연맹 회원국인 모리타니아도 1999년 이스라엘과 수교했지만 2010년 단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서명식 연설을 통해 “우리는 역사의 흐름을 바꾸기 위해 이곳에 있다”며 “수십 년의 분열과 갈등 이후 우리는 새로운 중동의 여명을 맞이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서명식에 앞서 집무실에서 네타냐후 총리와 면담하면서 이스라엘과 5∼6개 국가가 추가 평화 협정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매우 빠르게 진행될 것”이라며 “우리는 이미 그들과 대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스라엘과 추가로 수교에 나설 가능성이 높은 이슬람 국가로는 오만, 수단, 모로코 등이 거론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이슬람 수니파의 맹주인 사우디아라비아도 적당한 시기에 이스라엘과 관계 정상화에 나설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바레인과 UAE 모두 수니파로 사우디의 영향력 아래 있다.트럼프 대통령은 11월 대선을 앞두고 ‘피스메이커’를 자임하며 이번 협정 성사를 중요한 외교 치적으로 포장해왔다. 로이터 통신은 이스라엘과 UAE, 바레인을 하나로 묶은 이번 협정은 중동 지역에서 시아파 맹주인 이란의 영향력 확대와 탄도미사일 개발에 대한 아랍권 공동의 우려를 반영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자산 가운데 중요한 ‘친(親) 이스라엘’ 성향의 복음주의 기독교 유권자들의 지지를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서명식에 앞서 오전 폭스뉴스 인터뷰를 통해 이스라엘에 판매한 무기를 다른 중동 국가에도 팔 의향이 있으며 미국인의 일자리 창출에도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또 UAE가 F35 전투기 구매를 희망한다고 밝힌 뒤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했다. 앞서 지난달 13일 UAE와 이스라엘이, 지난 11일 바레인이 이스라엘과 외교 관계를 정상화하기로 했다고 밝히면서 팔레스타인은 더욱 고립되고 있다.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자치정부(PA) 수반은 이날 성명을 내 “평화, 안보, 안정은 (팔레스타인에 대한) 이스라엘의 점령정책이 끝날 때까지 (중동)지역에서 달성되지 못할 것”이라고 반발했다. 백악관에서 서명식이 진행될 때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로켓탄 두 발이 이스라엘 남쪽으로 발사돼 이스라엘인 둘이 다쳤다. 또 나블루스, 헤브론 등 요르단강 서안 도시와 가자지구에서 항의 시위가 벌어졌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지지율 열세’ 트럼프… 중동發 평화협정 띄우기

    ‘지지율 열세’ 트럼프… 중동發 평화협정 띄우기

    美 표심은 코로나·흑인시위 대응 더 관심미국이 이스라엘이 아랍에미리트(UAE) 및 바레인과 수교하는 데 중재자 역할을 하고 아프가니스탄(아프간) 정부와 반군 탈레반의 평화협상 돌입에도 관여하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녹록지 않은 국내 상황을 외교 성과로 뚫으려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더힐은 12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 대응에 대해 미국인들의 광범위한 반대에 직면하자 백악관이 (여러) 외교적 움직임을 리더십의 사례로 선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실제 지난 한 달간 분쟁 지역 곳곳에서 화해 무드가 조성됐다. 지난달 13일 이스라엘과 UAE가 미국의 중재로 평화협약에 전격 합의했고, 이달 11일에는 미국의 중재로 바레인 또한 이스라엘과의 외교 관계를 정상화하기로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집무실에서 “9·11(테러)을 낳은 증오에 대해 이 합의보다 더 강력한 반응은 없다”며 자화자찬을 했다. 바레인은 15일 이스라엘과 UAE가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 주재로 외교 관계 정상화를 위한 서명식을 할 때 합류할 예정이다. 이날 카타르 도하에서 시작된 아프간 정부와 반군 탈레반 간의 평화협상 개회식에는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참석했다. 탈레반은 이슬람 율법을, 아프간 정부는 서구 민주주의를 국가 체제로 삼으려 해 단기간 내 성과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2001년 내전 발발 뒤 2015년 열렸던 첫 공식 협상이 테러 등으로 이내 중단된 적도 있다. 하지만 이번에는 종전을 목표로 협상을 열었다는 점에서 예전과 다른 기대를 모으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일에도 오랜 적대 관계였던 세르비아와 코소보가 자신의 중재로 경제 관계를 정상화하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코소보는 1990년대 유고 연방이 해체될 때 세르비아에서 분리 독립하려다 1만 3000여명이 숨지는 내전을 겪었다. 20여년 만에 양측이 종식을 향한 첫걸음을 내디딘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런 외교적 성과를 ‘해외 주둔 미군 귀환’이라는 자신의 공약 이행과 연결시키고 있다. 지난 10일에는 아프간 주둔 미군을 4000명으로, 이라크 주둔 미군을 2000명으로 줄이는 등 감축 폭을 확대하겠다고 설명했다. 이런 기조에 대해 더힐은 “외교정책이 유권자들에게 가장 중요한 이슈가 되는 경우는 드물다”며 “세계무대에서 얻는 어떤 이득도 흑인시위에 대한 대처, 군 비하 발언, 코로나19 부실 대응 및 경제 불황 등 국내 문제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라고 전했다. 워싱턴 이경주 특파원 kdlrudwn@seoul.co.kr
  • 이스라엘-바레인 수교, 대선 앞두고 벼랑 몰린 트럼프의 ‘반전 카드’

    이스라엘-바레인 수교, 대선 앞두고 벼랑 몰린 트럼프의 ‘반전 카드’

    걸프지역의 작은 나라 바레인이 이스라엘과 11일(현지시간) 외교관계를 정상화하기로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재한 것인데 대선 50여일을 앞두고 코로나19 초기 은폐 의혹으로 궁지에 몰린 상황을 외교 치적으로 돌리려고 안간힘을 쓰는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 걸프지역 국가 가운데 아랍에미리트(UAE)에 이어 두 번째로 바레인과 이스라엘의 평화 합의가 성사됐다면서 “또다른 역사적 돌파구가 마련됐다!”고 적었다. 트럼프 대통령과 하마드 이븐 이사 알칼리파 바레인 국왕,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이날 통화를 하고 이스라엘과 바레인의 완전한 외교관계 수립에 합의했다는 공동성명도 트위터에 올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집무실에서 직접 발표도 했는데 9·11 테러 19주기임을 의식, “9·11을 낳은 증오에 대해 이 합의보다 더 강력한 반응은 없다”고 자부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밤 “우리가 또다른 아랍국가인 바레인과 평화협정을 맺을 것이라는 점을 이스라엘 국민에게 알리게 돼 흥분된다”고 밝혔다. 인구가 약 160만명인 바레인은 중동에서 친미국가로 꼽힌다. 미 해군 5함대가 바레인 수도 마나마에 본부를 두고 있을 정도다. 지난해 6월 미국 정부가 중동평화 경제 계획을 발표한 국제 워크숍을 개최한 곳도 마나마였다. 바레인은 오는 15일 이스라엘과 UAE가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 주재로 외교관계 정상화를 위한 서명식을 할 때 합류할 예정이다. 앞서 이스라엘은 미국의 중재로 지난달 13일 UAE와 평화협약에 전격 합의했다. UAE는 이스라엘과 수교에 합의한 세번째 아랍 이슬람 국가이자 첫번째 걸프 국가다. 이스라엘은 1979년 이집트와 평화협정을 맺었고 1994년에는 요르단과 외교관계를 수립했다. UAE에 이어 바레인까지 이스라엘과 수교에 합의하면서 중동 정세에 작지 않은 변화가 예상된다. 그동안 이슬람 아랍국가들은 대부분 팔레스타인 분쟁 등을 이유로 유대교가 주류인 이스라엘과 적대적이거나 껄끄러운 관계를 유지해왔다. UAE와 바레인은 이스라엘과 손을 잡아 미국과 관계를 강화하고 이슬람 시아파 맹주 이란을 견제하려는 의도가 큰 것으로 풀이된다.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 관리는 “팔레스타인과의 대의를 배신한 것”이라고 비판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호세인 아미르 압돌라히안 이란 의회의장 외교특보도 트위터에 이슬람 정신에 대한 거대한 배신이라고 비난했다고 통신은 덧붙였다. 이제 관건은 UAE와 바레인의 뒤를 이어 미국의 맹방이자 수니파 맹주인 사우디아라비아가 이스라엘과의 관계 정상화에 동참할지 여부다. 미국 정치전문매체 더힐은 이번 수교가 사우디의 승인 없이 가능했을 것 같지 않다며 중동지역에서 평화를 중재하려는 미국의 노력 막후에서 사우디가 주요 역할을 해왔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이스라엘과 수교할 나라들이) 더 있을 것이라고 아주 기대한다”면서 “합류하려는 다른 나라들에 대단한 열정이 있다고 말할 수 있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1월 대선을 앞두고 대외적 성과 축적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일 세르비아와 코소보의 경제관계 정상화 합의를 중재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또 아프가니스탄 정부와 반군 탈레반의 평화협상이 12일 카타르 도하에서 시작된다. 2001년 이후 계속된 내전 종식과 아프간 평화 정착을 위한 중요 분수령으로 평가된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도 개회 행사에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브렉시트 합의 뒤집는 존슨 총리… EU·美·英 내부서도 “대가 치를 것”

    브렉시트 합의 뒤집는 존슨 총리… EU·美·英 내부서도 “대가 치를 것”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를 주도했던 보리스 존슨 정부가 탈퇴협정을 무력화할 수 있는 법안을 공개했다. 브렉시트를 끌어냈던 존슨 총리는 “영국 내부 시장의 통합성 강화”라고 주장하지만 “국제법 위반”이라는 비판도 만만찮다. 이 법안에 대해 영국 정치권과 EU는 물론 미국까지 비판에 가세했다. 영국 정부가 공개한 ‘국내시장법’ 골자를 보면 영국에서 북아일랜드로 넘어가는 상품에 대해 통관 확인 절차가 적용되지 않는다. 브렉시트 협정에선 북아일랜드는 영국 영토에 속하지만 EU의 관세 체계를 따라야 한다. 또 영국과 EU가 새로운 무역협정 합의에 도달하지 못하면 내년 1월부터 상품 이동과 관련해 EU 탈퇴협정의 내용을 수정하거나 적용을 배제할 수 있는 권한을 영국 각료에게 부여하도록 했다. 특히 국내시장법은 특정 조항이 국제법 또는 다른 국내법과 일치하지 않거나 양립하지 않더라도 효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점을 명확히 밝혔다. 국내시장법은 EU 탈퇴협정을 따르지 않을 수 있다는 의사를 명확히 한 것이다. 이에 대해 EU 행정부 수반 격인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탈퇴협정을 위반하려는 영국 정부의 의도에 대해 크게 우려한다”며 “이는 국제법 위반이자 신뢰를 저버리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도 “영국이 국제협정을 위반한다면 미국과의 무역협정이 하원을 통과할 가능성은 없다”고 밝혔다. 존 메이저 전 영국 총리는 “여러 세대 동안 어떤 조약이나 합의에 대한 영국의 서명은 신성불가침이었다”며 “우리가 약속을 지키는 평판을 잃는다면 돌이킬 수 없는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비판했다. 캐서린 버나드 케임브리지대 교수는 “(국내시장법은) 탈퇴협정을 다시 쓰려는 시도”라고 지적했고, 스티브 피어스 에식스대 법대 교수는 “국내시장법 일부 조항은 명백한 국제법 위반”이라고 평했다. 반면 존슨 총리는 “내 임무는 영국의 통합성을 유지하고 북아일랜드 평화협정을 지키는 것”이라며 “(EU 탈퇴협정의 북아일랜드 관련) 협약을 극단적 또는 비합리적으로 해석하는 것에서 나라를 지키기 위한 법적 보호망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기철 선임기자 chuli@seoul.co.kr
  • 강명구-송인엽, 526일 2만 1200㎞ 달린 여정 오롯이

    강명구-송인엽, 526일 2만 1200㎞ 달린 여정 오롯이

    ‘영원한 KOICA맨’이라 불리는 송인엽 한국교원대 교수가 지구를 두 발로 한 바퀴 완주한 유일한 생명체 강명구 평화 마라토너와 함께 책 ‘나는 달린다’를 펴냈다. 요시카 피셔 전 독일 외무장관, 오지 및 극지 마라토너 안병식 씨가 똑같은 제목의 책을 냈는데 송·강 커플의 이 책은 조금 결이 다르다. 강씨는 2015년 2~6월 미국 무지원 횡단(5200㎞), 같은 해 9월 전국 일주 마라톤(독도 세월호 추모 달리기), 다음해 1월 진오 스님 베트남 마라톤 일부 동반, 같은 해 6월 네팔 지진피해 돕기 마라톤 카투만두~룸비니, 2017년 6월 사드 반대 평화마라톤 제주 강정~서울 광화문, 같은 해 9월~이듬해 10월 유라시아 대륙 횡단(1만 5000㎞), 2018년 11~12월 동해~고성~임진각 마라톤(500㎞), 지난해 7월 평화협정 촉구 국민대행진 제주 강정~임진각까지 526일 동안 매일 마라톤 풀코스를 소화하며 달렸다. 강씨의 도전에는 늘 송 교수가 함께 했다. 국제협력 전문가(ODAist)라고 자신을 소개하곤 한다. 한국국제협력단(KOICA) 창립 멤버로 아이티, 이라크, 에티오피아 등 8개국 소장을 역임했다. 한국교원대학 교수를 역임했고 다문화 TV 자문위원이기도 하다. ‘국제협력과 인류 공영’ ‘사랑과 인생’ ‘해외 취업과 봉사’ ‘여행과 도전’을 주제로 강연도 많이 한다. 104개국을 여행하고 쓴 ‘시(詩)로 노래하는 세계여행’, 대한민국 100대 명산과 10대 강, 15대 섬을 누비고 쓴 ‘시(詩)로 노래하는 우리 산하’를 내놓았다. 강씨 혼자 했던 미국 대륙 횡단과 둘이 함께 유라시아 대륙 2만 1200㎞를 책에 담았으니 얼마나 많은 사연, 사건들을 품고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만났겠는가. 도전 과정에 마주친 풍광을 기록하고 역사·문화·사랑·평화 정신을 담아냈다. 매일 마라톤 풀코스를 뛰고서도 웅숭깊은 생각과 고민의 깊이를 보여주는 강씨의 글쓰기 실력도 정평 나 있다.두 사람이 함께 호흡한 유라시아 1만 5000㎞ 대장정은 따로 세 권의 책으로 나눠 내놓는다고 했다. 송 교수는 “강명구 평화 마라토너가 지금까지 펼쳐 온 지구 한 바퀴 2만 1200㎞ 달리기는 조국의 평화통일 일념과 불굴의 투지로 가능한 일이었다”며 “미완으로 남은 북녘 달리기는 우리 국민들의 관심과 염원이 있을 때에만 북한 당국이 문을 열어줄 것 같다. 독자들의 응원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은 유라시아 대륙 횡단과 그 화룡점정이 될 북한 통과를 위해 물적으로나 심적으로 많은 노력을 기울였는데 이 책의 추천사를 썼다. 그는 유라시아 횡단 도중에도 “나는 오늘도 그들과 함께 뛴다. 비록 몸은 서로 떨어져 있을지라도 한반도 평화에 대한 간절한 마음과 열정을 늘 공유하면서 매일 그들의 힘찬 심장박동 소리를 듣는다. 그렇게 그들이 발로 뛰며 뿌린 평화의 씨앗이 지구촌 곳곳에 뿌려져 알알이 열매 맺는 날을 나는 꿈꾸고 있다.”라고 격려하고 응원했다. 그는 또 2018년 10월 방북 때 리선권 당시 조평통 위원장에게 두 저자의 북한 달리기를 위해 국경을 열어줄 것을 부탁하고, 국회 대정부 질문을 통해 통일부 장관에게 질의하기도 했다.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과 송하진 전라북도 지사가 축사로 거든 것도 이 책의 다른 결을 얘기해준다 할 수 있겠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이스라엘,UAE 외교정상화 도운 미국, ‘다음 차례는 미국산 무기 구매’

    이스라엘,UAE 외교정상화 도운 미국, ‘다음 차례는 미국산 무기 구매’

    이스라엘과 아랍에미리트(UAE)의 외교정상화에 깊이 관여한 미국이 다음 단계로 UAE에 미국산 최정예 F35 스텔스 전투기를 팔기 위해 시동을 걸었다. 그러나 이스라엘과의 관계까지 고민하는 미 의회와 백악관 사이 논의 부족으로 인한 균열도 감지돼 향후 협상이 순탄치 않을 가능성이 적지 않다.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이자 양국 간 평화 협정에 직접 개입했던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고문은 23일(현지시간) CNN 인터뷰에서 “이스라엘과 UAE의 평화협정을 통해 F35 전투기의 UAE에 대한 판매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고 제안했다. 쿠슈너 고문은 “지난 1주일여 간 이스라엘에서 이것(F35기 판매)이 정치적 이슈가 됐고, UAE가 오랫동안 F35를 얻기 위해 노력해왔다는 점을 알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특히 쿠슈너는 “UAE가 F35를 얻는 것을 가장 바라지 않는 그룹은 분명히 이란”이라면서 “새로운 평화협정은 UAE가 F35 전투기를 얻을 확률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 현실이고, 이는 우리가 검토하고 있는 바”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확실히 우리는 (이스라엘의) QME(양적 군사 우위)를 보고 올바른 기준에 따라 모든 것을 할 것이지만, 이는 국무부와 미군이 바라보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미국의 평화협상 중재는 이스라엘과 중동 수니파 국가들을 결합시켜 미국의 테러지정국이자 이슬람 시아파 맹주국인 이란을 고립시키려는 전략에서 비롯됐다. 이 과정에서 미국과 UAE는 미국산 전투기 등 무기 거래 관련 비밀 조항을 넣은 것으로 보인다고 한 이스라엘 언론이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앞서 지난주 UAE 외무성은 성명에서 “(우리는) 15년 넘게 미국산 F-16기 모델로 비행해왔으며, 새로운 위협과 보다 정교한 적국에 직면한 상황에서 우리 방공 능력을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하고 개선할 것”이라며 “F35는 6년 이상 이 계획의 일부였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지난주 CNN은 쿠슈너 고문이 F-35 스텔스 전투기를 비롯한 첨단 무기를 UAE에 판매하도록 비밀리에 개입해 통상 이런 판매에 관여하는 NSC 및 의회 위원회 사이에 혼란과 좌절을 야기시켰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뉴욕타임스도 최근 “UAE 군 당국이 최근 몇 주 동안 F35기 관련 행정부 관리들의 기밀 브리핑을 받았다”고 보도한 바 있다. 그동안 이스라엘은 미국이 중동 지역 다른 나라에 전략 무기 시스템을 판매하는 것을 반대해 왔다. 이 지역에서 군사적 우위를 잃는데 대한 위협으로 여기기 때문이다. 무기 거래 합의가 성사되면 UAE는 F35기를 비롯해 무인기 등 미국으로부터 수십억 달러 규모 첨단 무기를 구입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CNN은 무기 판매 가능성을 둘러싼 논의와 평화 협정 사이에 직접적인 상관관계가 있는지는 불분명하지만, 트럼프 행정부 관리들은 “이번 합의가 무기 거래의 물꼬를 텄다”는 뜻을 내비쳤다고 전했다. 한 민주당 상원 의원 보좌관은 CNN에 “트럼프 행정부가 이스라엘의 반대를 무시하고 협상을 진전시킬 경우 의회가 반대 결의로 UAE에 대한 F35 판매를 ‘거의 확실히’ 차단하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 [곽민수의 고대 이집트 기행] 왕비들이 주고받은 편지

    [곽민수의 고대 이집트 기행] 왕비들이 주고받은 편지

    람세스 2세는 재위 초기부터 이집트의 전통적인 라이벌인 히타이트제국과의 마찰을 해결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됐다. 그는 왕위에 오른 지 5년이 되던 해(기원전 1274년쯤)에 히타이트와 제대로 한판 붙기로 결심하고 직접 군대를 이끌고 히타이트와의 국경 지대로 원정을 떠났다. 당연히 히타이트 측에서도 이집트군에 맞서 싸웠고, 결국 당대의 세계 최강대국끼리 맞붙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충돌이 바로 ‘카데시 대전’이다. 이 군사적 충돌에서 양측은 서로에 대해 분명한 승리를 거두지 못했다. 이때의 경험 때문인지 이후 양국은 태도를 바꿔 평화협정을 준비해 나가기 시작했다. 현대의 주요 사례들에서도 그러하듯이 애초에 서로에 대해 좋지 않은 감정을 갖고 있는, 세력이 엇비슷한 정치체들 사이의 평화협정은 맺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 이집트와 히타이트 사이의 평화협정도 마찬가지여서 공식적인 평화협정이 조인되기까지는 ‘카데시 대전’ 이후로도 15년이라는 세월이 더 필요했다. 게다가 히타이트 쪽에서는 무와탈리 2세에서 무르실리 3세로, 그리도 다시 하투실리 3세로 왕도 두 차례나 바뀌었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협상 진행 과정에서 양국의 왕비들끼리도 편지를 주고받았던 것 같다. 히타이트 쪽에서 보낸 편지는 아직까지 발견되지 않았지만, 이집트 쪽에서 보낸 편지는 점토판의 형태로 하투샤 유적에서 하나가 발견됐다. 이 점토판은 현재 터키 앙카라의 ‘아나톨리아문명박물관’에서 소장 중이다.편지의 발신인은 람세스 2세의 왕비 네페르타리였다. 네페르타리는 고대 이집트의 여성들 가운데 가장 잘 알려진 인물 중 한 명이다. 그 이외에는 이름이 비슷해서 자주 착각되는 네페르티티(아케나텐의 왕비)나 가장 성공한 여성 파라오인 핫셉수트, 그리고 고대 이집트 문명의 마지막 파라오 클레오파트라 같은 여성이 널리 알려져 있다. 네페르타리는 비록 람세스가 왕위에 오른 지 26년 만에 세상을 떠났지만, 람세스로부터 진심으로 사랑을 받았던 것으로 보인다. 람세스는 네페르타리를 위해 이집트에서도 유례가 극히 드문 왕비 개인을 위한 신전을 짓기도 했는데, 아부심벨의 소신전이 바로 그 신전이다. 편지는 무척 우호적인 방식으로 쓰여졌다. 그리고 그 내용을 통해서 히타이트 왕비인 푸두케파가 네페르타리에게 이미 편지를 썼다는 사실도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편지의 대략적인 내용은 이렇다. “이집트의 위대한 왕비 네프테라(네페르타리의 히타이트식 표기)가 히타이트의 위대한 왕비 푸두케파에게 보내는 편지. 나의 자매가 안녕하기를. 그대의 나라가 평안하기를. 그대가 나의 건강과 안위를 묻는 편지를 잘 받아 보았습니다. 그대는 우리의 우정을 위해서, 그리고 그대의 형제이기도 한 이집트의 위대한 왕과의 관계를 위해서 편지를 보냈겠지요. 위대한 라(이집트의 신)와 풍우신(히타이트의 신)께서 평화를 가져다줄 것입니다. 그리고 그분들은 위대한 이집트의 왕(람세스 2세)과 위대한 히타이트의 왕(하투실리 3세) 사이의 돈독한 형제애를 영원히 보장해 주실 것입니다….” 이집트에서는 여성들도 사회적 행위 수행자로 분명한 역할을 했다. 여성도 독립된 자기 소유의 재산을 보유할 수 있었으며, 정기적으로 수입을 얻을 수 있는 토지도 소유할 수 있었다. 그렇지만 외교 분야에 여성들이 직접 개입한 것은 예가 흔하지는 않다. 이 편지의 주인공인 네페르타리를 제외하면 람세스 2세의 어머니이자 바로 직전 파라오였던 세티 1세의 왕비 투야 정도의 사례가 유일하다. 반면에 히타이트에서는 왕비가 매우 큰 정치적 입지를 갖고 있어서 여러 정치 이벤트에 왕과 거의 동등한 수준으로 개입하는 사례가 상대적으로 많았다. 세티 1세 시대와 람세스 2세 시대에 이집트 왕비들이 국제정치 무대에 전면적으로 나섰던 것은 어쩌면 당시 가장 중요한 라이벌이었던 히타이트에 대한 이집트 측의 ‘맞춤형 외교전략’이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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