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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배민아의 일상공감] 마음속의 해와 달, 샹그릴라

    [배민아의 일상공감] 마음속의 해와 달, 샹그릴라

    몇 해 전 여름 사계절 온화한 기후의 중국 윈난성을 찾았다. 성도인 쿤밍을 시작으로 몇몇 도시를 거쳐 샹그릴라로 향하는 일정이었다. 샹그릴라는 영국 작가 제임스 힐턴의 소설 ‘잃어버린 지평선’에 나오는 이상향의 도시인데 디칭티베트족자치주 중뎬시가 소설 속 지역과 비슷하다며 도시 이름으로 정한 곳이다. 자칭 지상낙원이라 명명한 자신감을 확인하러 야간열차와 버스를 갈아타고 샹그릴라에 도착했다. 이미 어두워져 멋진 풍광을 볼 수 없었으나 가방 속 과자 봉지가 터질 듯 팽창돼 있고, 튜브형 핸드크림이 터져 흐른 모습을 보며 고산지대인 샹그릴라에 도착했음을 실감했다. 호텔 체크인 후 행여 문을 닫을세라 뛰다시피 찾아간 식당에서 그 지역 추천 메뉴인 야크 고기와 현지 음식들을 배불리 먹고 마시다 돌아와 반신욕으로 피로를 풀었다. 내일 일정에 대한 설렘으로 자리에 누웠는데 쉽게 잠에 빠지지 못하고 컨디션이 영 좋지 않다. 몸이 무겁고 발열과 두통에 메스꺼움, 숨가쁨까지 더해져 자리에서 일어날 수가 없다. 기온 차로 인한 몸살이라 생각한 남자가 여자를 위해 전기장판을 빌려 와 따뜻하게 수면을 취하게 했는데, 자다 깨 보니 간호하던 남자도 옆에 누워 시름시름 앓는다. 이것이 고산병 증세고, 고산병을 예방하려면 무리한 운동, 과음, 과식, 반신욕 등을 삼가야 했다는 호텔 직원의 말을 듣고야 우리의 사소한 행동이 화를 자초했음을 알았다. 과자봉지나 화장품 용기도 터질 듯 괴로워하고 있는데 사람의 몸도 급격한 기압 변화에 난리가 나지 않을 수 없었으리라. 약을 구하러 약국을 찾았더니 만병통치라는 허접한 포장의 한약 덩어리를 권한다. 정체 모를 약 앞에서 고민하는 우리에게 야릇한 미소를 지으며 꺼내 온 또 다른 약은 짝퉁 비아그라다. 정력제이면서 고산병에도 효과적이라지만 누워 있기도 힘든 판에 출처도 모를 정력제를 털컥 먹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아무리 지상낙원이라도 몸을 가눌 수 없으니 이후 일정을 포기하고 마치 추위를 피해 활동 시기를 기다리며 동면에 들어간 개구리처럼 이불을 감고 움직임과 영양 섭취를 최소화한 채 현지 기압에 몸이 적응하기를 기다렸다. 소설 속 샹그릴라는 노화와 죽음에서 벗어나 오래 건강할 수 있고 근심과 고통이 없는 평화로운 마을로 묘사되지만, 현실의 샹그릴라에서 우리는 악몽 같은 며칠을 보냈다. 코로나와 함께한 지난 시간도 어쩌면 기나긴 동면기였다. 갑자기 찾아온 혹한 같은 코로나를 이겨 내기 위해 학생들은 집 안에만 머무르며 컴퓨터와 소통했고, 일이나 사교 모임도 온라인으로 접속하며 외출을 최소화했다. 집콕 생활로 돌봄에 지친 부모들, 친구를 만나지 못한 학생들, 손님이 끊긴 상인들의 아우성이 커지며 심신이 지쳐 가고 있는 요 며칠 지인들의 SNS에 봄소식이 올라온다. 백신 접종도 시작됐으니 이제 조금씩 코로나 동면에서도 빠져나올 때가 되지 않았을까. 샹그릴라는 티베트어로 ‘마음속의 해와 달’이라는 뜻이다. 고산병을 된통 앓은 후 맞이한 샹그릴라는 그야말로 이상향이었다. 넓고 푸른 초원에 하늘과 맞닿은 산, 솜사탕처럼 걸린 구름 등 사실 지극히 평범했지만 고통 끝에 낙이 온다는 진리처럼 내 몸과 마음에 해와 달이 뜨니 그제야 낙원이었다. 지인의 사진으로 만난 봄소식에 살짝 밖을 살피니 삭막했던 곳곳에 새 생명의 움직임이 엿보인다. 이번 봄이 유난히 더 반갑게 느껴지는 것은 지난 우리의 동면 같은 시간이 너무나 길고 혹독했던 이유일 게다. 올봄에는 코로나가 조금 주춤해질 것 같은 조짐만으로도 모두의 마음속에 해와 달이 걸릴 것 같다. 어둡고 답답했던 동면기를 밀어내고 새 희망을 비출 수 있도록 모두의 마음속에 해와 달을 품게 할 샹그릴라의 봄이 어서 찾아오기 바란다.
  • IS에 무너져내린 성당 앞에서 교황 “평화가 전쟁보다 위력적”

    IS에 무너져내린 성당 앞에서 교황 “평화가 전쟁보다 위력적”

    가톨릭 교황 중 처음으로 이라크를 찾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7일(현지시간) 수니파 극렬 테러집단 이슬람국가(IS)의 공격으로 크게 파손된 성당과 교회를 찾아 전쟁 희생자들을 다독였다. 이날 아침 북부 쿠르드 자치구의 아르빌에서 헬리콥터를 이용해 모술에 도착한 프란치스코 교황은 IS와의 전쟁 과정에 파괴된 네 군데 교회의 가운데 있는 ‘교회 광장’에서 평화로운 공존을 호소했다. 세상에서 가장 오래 된 기독교 공동체 가운데 하나였던 모술은 지난 2017년 IS가 패퇴하기 전까지 최대 거점이었다. 모술이 속한 니나와주(州)에선 IS의 공격으로 수십만명의 기독교인들이 이주해야 했다. 교황은 벽이 부분적으로 무너져내린 모술의 알타헤라 시리아 가톨릭 성당을 배경으로 한 연설을 통해 “기독교인들이 이라크와 다른 지역에서 비극적으로 추방된 것은 해당 개인과 공동체뿐 아니라 그들이 떠난 지역에도 헤아릴 수 없는 피해를 줬다”면서 이라크와 중동 지역 기독교인들이 고향에 머물 수 있도록 기원했다. 교황은 “문명의 요람이었던 이 나라가 그토록 야만스러운 공격으로 피해를 보고 고대 예배소들이 파괴되고, 수많은 무슬림과 기독교인, 야지디족 등이 강제로 이주되거나 살해된 것은 얼마나 잔인한 일인가“라고 개탄하면서 특별히 IS의 대량 학살과 납치, 성노예 대상이 됐던 야지디족의 역경을 언급했다. 이어 “하지만 오늘 우리는 형제애가 형제살해죄보다 더 오래 가고, 희망이 증오보다 더 강력하며, 평화가 전쟁보다 더 위력적임을 재확인한다”고 강조했다. 교황은 이어 모술로부터 30㎞ 떨어진 도시 카라코시를 방문해 미사를 집전했다. 카라코시는 이라크의 가장 오래된 최대 기독교 마을로, 2014년 IS가 장악하면서 파괴됐다가 2017년 이후 기독교인들이 돌아와 서서히 복원되고 있다. 모술 성당과 마찬가지로 알타헤라로 불리는 카라코시 성당 미사를 통해 교황은 신자들에게 “꿈꾸기를 멈추지 말라. 포기하지 말라. 희망을 잃지 말라”고 당부하며 “지금은 재건하고 다시 시작할 때”라고 위로했다. 다시 아르빌로 돌아온 교황은 현지 스타디움에서 IS 치하에서 살아 남은 기독교인들을 위로하기 위한 대규모 미사를 집전했다. 코로나19 확산 위험에도 수천명이 참석해 교황을 환영했다. 교황은 “여러분들과 함께 하면서 슬픔과 상실의 목소리를 들었지만, 동시에 희망과 위로의 목소리도 들었다”면서 “이제 내가 로마로 돌아갈 시간이 다가오지만 이라크는 내 마음 속에 항상 남아있을 것”이라고 축복했다. 아르빌은 지난 몇년 동안 IS의 폭력을 피해 연고지를 떠난 난민들의 수용소가 돼 왔다. 교황 경호대 측은 이라크 북부에 여전히 IS 잔당이 남아 있음을 고려해 경계 태세를 최고조로 높였다.교황은 아르빌 미사를 마친 뒤 2015년 9월 난민선을 타고 가다 익사해 전세계에 난민의 비극을 알린 시리아 난민 아이 알란 쿠르디(당시 3세)의 부친 압둘라 쿠르디를 만나 위로했다. 교황은 오랜 시간 압둘라 쿠르디와 대화했고, 가족을 잃은 아버지의 고통을 경청했다고 교황청은 전했다. 알란과 그의 형, 어머니 등은 다른 난민들과 함께 소형 보트를 타고 터키에서 그리스 코스섬으로 가다 배가 뒤집히면서 익사, 터키 남서부 해안에 떠밀려와 엎드려 숨진 채 발견됐다. 아르빌 일정을 마친 교황은 수도 바그다드로 이동하면서 이라크 방문 일정을 마무리했고 8일 오전 로마로 돌아간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中, ‘코로나 차단‘ 자신감 반영 “올해 6%이상 성장”

    中, ‘코로나 차단‘ 자신감 반영 “올해 6%이상 성장”

    중국 정부가 코로나19 통제 자신감을 바탕으로 올해 6% 이상의 국내총생산(GDP) 성장 전망을 내놨다. 올해도 주요국 가운데 ‘경제성장률 1위’를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 또 홍콩 선거법을 개정해 직접 통제를 강화하기로 했다. 미국 등 서구세계의 강한 반발이 예상된다. 리커창 중국 국무원 총리는 5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13기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4차 연례회의 업무보고에서 이러한 계획을 밝혔다. 리 총리는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6% 이상으로 잡았다. 경제 회복 상황을 고려하고 각 분야의 개혁과 혁신, 질적 성장을 추진하는 데 유리한 환경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전 세계 경제 전문가들이 예측하는 중국의 올해 성장 전망치는 7~8% 정도다. 중국 정부가 ‘무리하지 않고 반드시 지킬 수 있다’고 자신하는 구간을 목표치로 제시했다. 중국은 2019년 성장률 전망치를 6∼6.5%로 설정했고 실제로 6.1%를 기록했다. 지난해에는 감염병 사태 불확실성을 이유로 목표 수치를 내놓지 않았고 2.3%를 달성했다. 리 총리는 경제 정상화를 위해 재정 적자 목표치를 GDP의 3.2% 내외로 조정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적자 목표치가 3.6%였던 것을 감안하면 올해부터 서서히 적자 폭을 줄여 재정 건정성을 높이려는 취지로 풀이된다. 1조 위안(약 175조원) 규모로 조성됐던 바이러스 방역 관련 정부채도 올해에는 발행하지 않기로 했다. 여기에 소비자 물가 3% 내외, 도시 실업률 5.5% 내외로 설정하고 일자리도 1100만개 이상 창출하기로 했다. 수치만 놓고 보면 중국 경제가 정상 궤도로 들어섰다고 볼 수 있다. 또 중국은 홍콩·대만과의 관계에 대한 원칙을 재확인하며 국제사회에 선을 넘지 말라는 메시지를 던졌다. 리 총리는 “홍콩·마카오에 대해서는 일국양제(한 국가 두 체제) 원칙을, 대만에는 92합의(‘하나의 중국’ 원칙을 각자 해석)를 충실히 지킬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홍콩과 마카오의 장기 번영과 안정 유지를 위해 민생 증진과 경제 성장을 지원할 것“이라면서도 ”두 지역의 국가안보 수호를 위해 법 집행을 확실히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외부 세력이 홍콩·마카오 문제에 간섭하는 것에 단호하게 맞설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만에 대해서는 ”우리는 대만과 관련한 주요 원칙과 정책인 1992년 합의와 하나의 중국 원칙의 수호, 대만해협을 가로지르는 평화로운 발전, 중국과의 재통일 촉진에 전념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만 독립을 추구하는 어떠한 분리주의자들의 행동에도 반대한다. 이를 단호히 저지하고자 높은 수준의 경계심을 유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중국은 미국과의 군사적 긴장 분위기에도 올해 국방예산 증가율을 2년 연속 6%대로 낮춰 설정했다. 미국과 무리한 국방비 지출 경쟁을 벌이지 않겠다는 의도다. 이날 중국 정부는 “올해 국방예산을 전년 대비 6.8% 늘린 1조 3553억여 위안으로 정했다”고 밝혔다. 중국 국방예산 증가율은 2015년 10.1%에서 2016년 7.6%로 내려온 뒤 7.0%(2017년), 8.1%(2018년), 7.5%(2019년)를 기록했다. 코로나19 여파가 컸던 지난해에는 6.6%였다. 중국 정부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6% 이상’으로 제시한 만큼, 국방비 지출도 이에 맞춰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장예쑤이 전인대 대변인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중국의 국방비 지출이 전반적으로 국가 경제의 발전 수준과 조화를 이룬다”면서 ‘국방비 지출의 적절하고 안정적인 증가세 유지’를 언급했다. 미국과의 패권 경쟁은 장기전이고 지구전인 만큼 무리하게 ‘오버페이스’하지 않겠다는 속내가 읽힌다. 베이징 류지영 특파원 superryu@seoul.co.kr/
  • 여수상공회의소 회장 선거 이용규·김철희 후보 단일화

    여수상공회의소 회장 선거 이용규·김철희 후보 단일화

    여수상공회의소 회장 선거를 하루 앞두고 유력 출마자들의 단일화가 극적으로 이뤄졌다. 지난달 24일 치러진 여수상의 의원선거 결과 40명의 의원 당선자 가운데 유리한 고지를 점령해 온 이용규(68) 후보와 탄탄한 중소기업을 이끌면서 입지를 다져온 김철희(66) 후보가 2일 저녁 단일화에 합의했다. 이들은 논의를 통해 3일 개최되는 의원총회에서 이용규 후보를 24대 상의회장 후보로 지지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두 후보는 “평화로운 선거를 통해 화합하고, 여수상의를 바르게 운영해 산단과 지역의 상생 발전을 모색하는데 나름의 역할을 하기로 했다”며 “이를 위해 평소 뜻을 함께해온 후보자가 상의 본연의 역할에 충실할 수 있도록 힘을 모으기로 했다”고 단일화 배경을 설명했다. 이같은 소식에 지역 상공인들은 “여수상의가 모처럼 화합하는 모습을 보여 지역 경제 활성화가 기대 된다”는 반응들이다. 이 후보는 “여수상의가 해온 그동안의 불합리한 문제점을 개선하고 여수산단과 지역사회와의 상생을 위해 상의 본연의 역할이 필요하다는데 서로 힘을 합치기로 했다”고 밝혔다. 회장 후보를 사퇴하기로 한 대신기공 김철희 대표는 “변화를 모색하고 상생 발전을 이끌 상의회장에 적격이다는 판단아래 양보하게 됐다”며 “이 후보가 오랜 기간 동안 이어져온 소모적인 갈등과 분열을 해소하고 상공인들을 화합하는데 힘써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김 후보의 철회로 여수상의 회장 선거는 이용규, 이영완(67) 후보의 2파전이 됐다. 하지만 지역사회는 과열된 선거 열기를 가라앉히고 선거로 인한 갈등을 봉합하기 위한 차원에서 풍부한 경험이 장점인 이용규 후보로 협의 추대가 바람직하다는 여론이 높다. 3일 선거 당일 극적으로 후보자간 단일화로 선거 없이 회장이 선출될 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여수 최종필 기자 choijp@seoul.co.kr
  • 평화 꿈꾸는 서해 5도민… 인구소멸 위기

    서해 5도는 남북관계가 나빠질 때만 언론이 앞다퉈 찾는다. 평소엔 눈길조차 주지 않는다. 그러나 이곳이 없으면 인천 앞바다도 없고, 이곳이 평화로워야 국민이 편안히 잠든다. 경제도 요동치지 않는다. 그러나 옹진군은 인구 감소로 소멸 위기에 처해 있다. 지원 정책이나 사업이 없다면 섬의 쇠락은 가속화될 것이다. 정부는 주민들의 정주 지원금으로 매월 5만~10만원을 지급하는데 안보를 위해서라도 8700여 주민에게 더 큰 지원을 해야 한다. 군인과 주민들이 공존하며 신뢰를 쌓는, 섬을 지키는 가장 좋은 방식을 좇아야 한다. ●평화수역·남북공동어로 구역 만들기 위해 안간힘 인천시는 서해 5도 평화정책을 얼마나 주도하고 있을까. 평화도시 조성에 관한 조례를 제정했다. ‘남북공동어로구역’ 설정을 위한 법적 고찰도 했다. 서해 5도 운동본부·시민단체·인하대 로스쿨 등과 평화수역 조성 방안을 마련했다. 교육청과 평화학교 설치도 추진하고 있다. ‘신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구상안’도 준비 중이다. 과거보다 의지는 분명하다. 하지만 아직 가시적이지 못하다. 그나마 평화시정을 가늠하는 잣대가 남북협력기금이다. 지난 3년 장정민 옹진군수는 10억원, 박남춘 인천시장은 90억원을 조성했다. 서해 평화정책은 물론 남북교류를 위해 이 정도론 모자라다. 도리어 조직은 축소됐다. ‘접경지역지원 특별법’ 사업으로 남북평화도로의 상징인 영종도~신도 연륙교 건설이 시작됐다. 하지만 백령 공항, 대형선박 운항, 강화 교동산업단지와 해주산단 등은 지지부진하다. 당초 서해5도 종합발전계획은 지난해까지 78개 사업에 9109억원이 책정됐다. 지난해 7월 2025년까지 99개 사업에 7585억원을 집행하기로 했다. 하지만 기존 사업에 대한 평가는 제대로 했는지, 평화수역 조성과 주민들의 미래를 위한 요구가 제대로 반영됐는지 의문이다. 인천시는 백령공항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국방부도 조건부 동의했지만 지난해 말 기획재정부의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하지 못했다. 관광이나 경제성만으로 판단하는 것이 옳은지, 기재부가 안보와 서해평화 항로, 중국의 내해화(內海化)를 막을 필요성을 제대로 검토했는지 따지고 싶다. ●중국 불법어업 방지 먼저 이뤄져야 평화수역 설치를 위해 다양한 측면에서의 실태조사와 자료 축적이 필요하다. 50억원이 지원된 ‘개성 만월대 남북공동발굴조사’가 전범이다. 통일부의 남북협력기금이 필요하다. 해주의 바닷모래 채취가 꽃게 등의 고갈로 이어졌는지, 바닷속은 과연 어떤지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남북한 공동어로구역을 설치했는데 물고기가 없다면 참담할 것이다. 과거와 현재 어로 형태, 민속, 생활권, 경제공동체의 복원 등 역사적 유산과 현황에 대한 정리가 필요하다. 실향민들에 대해 기록하고 자료를 보전해 통일 후 전할 것들을 정리해야 한다. 이곳을 평화의 바다로 만드는 일은 남북한 충돌과 중국의 불법어업 방지에 일차 목표가 있다. 평화수역의 해상경계를 설정하고 생태 자원 보호구역 등도 미리 준비해야 한다. 종합발전계획과 접경지역지원 사업, 통일부의 남북협력기금이 접목돼야만 성과가 극대화된다. 서해평화기본법 제정과 서해평화청 설치가 필요한 이유다. 북한의 태도나 유엔제재를 핑계 삼지 않고 우리가 주도할 정책과 과제를 검토하고 북한과 합의해야 하는 사안, 합의가 되지 않는 경우, 합의 이후 등의 로드맵을 설정하고 단계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김민배 인하대 법전원 교수(전 인천연구원장) mbkim@inha.ac.kr
  • ‘위안부 왜곡’ 램지어 규탄·논문 철회 요구한 성북

    ‘위안부 왜곡’ 램지어 규탄·논문 철회 요구한 성북

    “일본군 성노예 피해자의 명예와 인권회복은 평화로운 세상을 위해 반드시 필요합니다. 일본의 침략 역사를 부정하는 마크 램지어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의 논문 게재 철회를 요구합니다.” 이승로 서울 성북구청장이 25일 지역 청소년들과 함께 최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매춘부’로 묘사해 비판을 받는 마크 램지어 교수를 규탄했다. 이 구청장은 삼일절 102주년을 앞두고 계성고 3학년 학생 5명과 성북천 분수마루 광장에 세워진 한중 평화의소녀상을 수건으로 직접 닦은 후 이 같은 목소리를 전했다. 학생들도 피켓을 들고 “우리는 램지어 교수가 일본 정부의 꼭두각시가 돼 일본의 침략과 가해 역사를 부정하는 연구를 한 것을 반성하고 논문 게재를 스스로 철회할 것을 요구한다”고 목소리 높였다. 2015년 동소문동 가로공원에 설치된 한중 평화의소녀상은 ‘창작연극 지원센터’를 짓는 공사를 시작하면서 이달 분수마루 광장으로 자리를 잠시 옮겼다. 이 구청장은 “평화의소녀상이 보다 많은 시민과 만날 수 있도록 분수마루로 자리를 옮긴 것을 계기로 계성고 학생들과 규탄 메시지를 전달하게 됐다”면서 “만해 한용운 등 수많은 독립운동가가 활약한 독립운동가의 도시답게 앞으로도 일본의 역사 왜곡을 바로잡고 세계 평화와 인권을 수호하는 데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계성고 학생들은 지난해 11월 독일 베를린 평화의소녀상이 철거 위기에 놓였을 때 성북구민과 공무원 등 총 3600여통의 손편지를 모아 독일 시민단체에 보내는 활동을 펼쳐왔다. 문송현(18)양은 “계성고와 성북구민을 대표해서 이 자리에 서게 됐다”면서 “앞으로도 평화의소녀상과 관련한 논란이 생기는 것을 막을 수 있도록 학생 입장에서 실천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으로 역사를 제대로 알리는데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서해 5도를 다시 보다 6] 국민과 인천시 그리고 정부의 자세

    [서해 5도를 다시 보다 6] 국민과 인천시 그리고 정부의 자세

    서해 5도는 평화로운가 중국과 북한에 맞선 국경이자 최북단 경계선이다. 자유로운 관광 지역도 아니다. 만선의 기쁨을 누리는 바다도 아니다. 남북관계가 악화할 때만 언론들이 찾는다. 이 섬 주민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 무엇이 필요한지, 왜 중요한지 평소에는 눈길도 주지 않는다. 그러나 이곳이 없으면 인천 앞바다도 없다. 여기가 평화로워야 국민이 편안히 잠든다. 경제도 요동 치지 않는다. 그러나 옹진군은 소멸 위기에 몰려 있다. 옹진군민 2만 455명 가운데 65세 이상이 5485명으로 고령 비율은 26.8%이다. 정부는 정주 생활 지원금으로 매월 5만-10만원을 지급한다. 국토안보 차원에서 서해 5도 8700여 명에 대해 더 큰 지원을 해야 한다. 배를 타던 주민들도 어업을 접고 있다. 고령화로 섬의 보건업무가 더 중요해졌다. 주민들에게 일자리가 생겨도 육체적으로 일할 여건이 안된다. 섬의 특성도 고려해야 한다. 서해 5도가 모두 같지 않다. 농업 중심의 백령도, 어업 중심의 대청도, 꽃게 중심의 연평도 등에 맞춰 지원 방식도 다양해져야 한다. 인천시의 평화 정책은 인천시는 서해 5도에 대한 평화정책을 얼마나 주도하고 있을까. 인천은 2021년 평화시정을 ‘인천 주도의 남북교류협력 사업추진, 평화통일 범시민공감대형성, 접경지역협력방안 및 평화기반 마련’으로 제시했다. 인천시는 평화도시 조례를 제정하여 평화도시 조성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다. ‘남북공동어로구역 설정을 위한 법적 고찰’도 실시하였다. 인천시는 서해5도 운동본부·시민단체·인하대 로스쿨 등과 함께 서해5도의 평화수역 조성을 위한 방안을 마련하였다. 교동의 평화학교는 교육청과 함께 추진하고 있다. ‘신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구상안’도 준비 중이다. 과거보다 의지는 분명하다. 하지만 크지 않고, 그래서 가시적이지는 못하다. 경기도의 DMZ과 한강하구 사업, 강원도 고성 UN평화특별도시 정책과 비교하면 차이가 나타난다. 인천이 서해5도를 평화의 바다로 만들기 위해서는 박 시장의 1호 공약답게 더 적극적이어야 한다. 남북 관계는 국내외적 변수에 좌우된다. 지방자치단체로서는 평화정책 수립과 추진에 한계가 있다. 변함없는 이데올로기 대립과 정치적 견해 차이도 해소해야 할 과제이다. 그나마 평화시정을 가늠할 수 있는 잣대 가운데 하나가 남북협력기금이다. 정권이나 자치단체장이 바뀔 때마다 평화정책과 남북협력기금은 냉탕과 온탕을 반복한다. 남북협력기금은 조성 시점에 따라 약간 차이가 있지만 경기도 732억원, 서울시 344억원, 강원도 240억원, 인천시는 100억원, 옹진군은 10억원이다. 그나마 텅빈 곳간을 채운 것은 장정민 옹진군수와 박남춘 인천시장이다. 지난 3년간 장 군수는 10억원, 박 시장은 공약을 앞당겨 90억원을 조성하였다.옹진군은 기초 자치단체로서 남북평화교류 사업에 필요하다. 그러나 서해 평화협력 정책은 물론 남북교류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인천시 100억 원 기금으로는 할 수 있는 사업은 많지 않다. 기금은 상황에 따라 증액이 가능하다. 하지만 축소된 조직은 복원이 쉽지 않다. 경기도가 평화부시장을 중심으로 72명, 강원도가 평화지역발전본부장을 중심으로 64명이다. 인천은 남북협력담당관에 14명이다. 인천시가 주도하는 남북교류 협력사업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예산 확대와 함께 조직 강화가 필수적이다. 평화는 남북협력에서 시작한다 ‘접경지역지원 특별법’에 따른 사업으로 남북평화도로의 상징인 영종~신도 연륙교 건설이 지난달 착공되었다. 사업비 1245억원이다. 앞으로 강화와 해주, 개성과 연계할 예정이다. 하지만 백령 공항, 대형선박 투입, 교동산업단지와 해주 산단, 강화와 해주 연결 도로 등은 지지부진하다. 남북평화사업이 선거 공약에 그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원래 서해5도 종합발전계획은 2011~2020년 78개 사업에 9109억원(국비 4599억, 지방비 2068억, 민자 등 2442억원), 10개의 부·처·청이 관련된 사업이었다. 그러나 계획은 완료되지 못하였다. 예산도 남았다. 그러자 지난해 7월 사업비 7585억원(국비 5557억, 지방비 1866억, 민자 162억원)에 2025년까지 계획을 연장하였다. 그리고 민자 유치사업은 2280억원으로 감축했다. 5년 동안 행정안전부, 교육부, 문체부, 농식품부, 복지부, 환경부, 국토부, 해수부, 산림청, 과기정통부가 99개 사업을 추진한다. 99개 사업에 서해평화수역 조성이나 서해 5도 주민들의 요구가 얼마나 반영되었을까. 서해5도지원특별법에 의한 종합개발계획은 2010년 국토연구원 보고서에 기초하고 있다. 5년 연장할 때 지난 10년의 변화를 반영하고, 미래를 예측해 설계했어야 한다. 기존 사업들에 대한 평가도 진행했어야 했다. 지난 10년 동안 78개 사업이 왜 완료되지 못했는지, 주민보다 공무원이나 군의 시각이 앞선 것은 아닌지, . 어떻게 해야 제대로 효과를 낼 수 있는지, 올해부터 추진되는 99개 사업이 같은 잘못을 범하지 않으려면 반드시 검증과 수정을 하면서 사업을 진행해야 한다. 서해 5도는 평화와 통일의 출발점 서해 5도의 평화수역 설치를 위해서는 다양한 측면에서의 남북한 실태조사와 자료 축적이 중요하다. 2007~2015년 ‘개성 만월대 남북공동발굴조사’에 50억원의 남북협력기금이 지원되었다. 대표적인 남북협력 성공 사례로 평가받는다. 최근 3년간 접경지역에서 ‘한강하구 공동조사 지원 사업, DMZ 국제평화지대화를 위한 통합적 재난관리체계 구축 기반 마련 연구용역 추진 사업, 한반도 통일미래센터 운영경비 지원’ 등에 남북협력기금이 지원되었다. 접경지역 발전종합계획 2020년 전략별 사업계획도 참고할 만하다. 정부는 접경지역 발전을 위해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예를 들면 생활 SOC 확충 등 정주여건 개선을 위한 LPG 배관망 구축사업(사업비 2035억원, 지난해 3.1억원), 주민문화센터 조성(사업비 1000억원, 지난해 270억원), 생태·평화관광 활성화를 위한 DMZ 평화의 길(사업비 286억원, 지난해 102억원), 한탄강 주상절리 길 조성(사업비 611억원, 지난해 94억원), 해양 및 수상레저 시설 조성(사업비 101억원, 지난해 46억원) 등이다. 서해5도의 평화수역 설치를 위한 실태조사와 사업 등에 서해5도 지원사업과 접경지역 지원사업 그리고 남북협력기금에 의한 추진을 할 필요가 있다. 과거 해주 바닷모래 채취가 꽃게 등 어족 자원의 고갈로 이어졌는지, 서해5도 바닷속은 과연 어떤 상태인지 조사할 필요가 있다. 황사를 막기 위해 사막에 나무를 심으러 가는 우리나라다. 산란지 보호를 위해 해주 지역을 비롯한 해안지역 생태와 간척 사업 등에 대한 공동조사도 필요하다. 정작 남북한 공동어로구역을 설치했는데 물고기가 없다면 황당한 일일 수밖에 없다. 인천시는 백령공항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사업비 1740억원에 2026년 개항 목표다. 국방부도 조건부로 동의하였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기획재정부의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하지 못했다. 따져 본다. 백령공항을 관광이나 경제성만으로 판단하는 것이 옳은가. 중국은 인공섬에 비행장까지 만들어 영토를 확장하고 있다. 백령공항은 유사시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길이다. 서해를 중국의 내해로 삼으려는 시도를 막기 위한 것이다. 최북단 국토 보전과 국가안보의 징표다. 한편 중국 위해시와 백령도, 인천을 잇는 항로 개설을 위한 옹진군의 용역이 실시되었다. 중국의 협력이 필요한 사업이다. 이를 성사시키기 위해서는 백령도와 북한 남포를 잇는 항로 개설도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 기재부의 예타 기준이 과연 서해 평화에 도움이 되는가. 서해 평화를 원한다면 서해 5도를 돈벌이 대상이나 경제적 논리로만 접근해서는 안된다. 서해 평화를 원한다면 경제적 논리보다 주민의 생명과 안보의 논리를 우선해야 한다. 남북의 본격적인 교류가 이뤄지면 서해 5도를 북한과 어떻게 연계할 것인가. 항로, 항공노선, 육로 접근, 통신, 인터넷 등에 대한 준비를 남북한의 시각에서 재정립해야 한다. 서해 5도의 평화는 중국과 남북한이 함께 협력하고 준수해야만 지속 가능하다는 사실을 직시할 때다. 문화 인류사적 차원에서도 서해5도를 조사해야 한다. 남북한의 과거와 현재 어업 형태, 민속, 생활권, 경제공동체의 복원 등 역사적 유산과 현황에 대한 정리가 필요하다. 실향민들에 대해 생전에 기록하고, 그분들의 자료를 보존해야 한다. 건물을 짓는 것보다 그 안에 어떤 내용을 담아 기억하고, 통일 후 후세에 전할 것인가 답해야 한다. 평화는 조직과 사업으로 표현된다 서해평화를 원한다면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서해 5도 지원 특별법에서 나타나듯이 중앙 행정기관 내 업무와 기능이 산재해 있다. 서해 5도에 대한 지원사업은 행안부, 평화수역은 해수부와 국방부, 남북협력기금은 통일부가 주무 부서다. 한강하구 공동이용과 마찬가지로 서해 5도 공동어로 구역 설정은 북한 뿐만 아니라 중국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는 점에서 외교부까지 포괄해 범부처가 협력해야 할 사안이다. DMZ와 한강하구 사업에 대한 정부, 경기, 인천, 강원도의 노력만큼 서해 5도에 관련 부처와 인천의 역량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 서해5도를 평화의 바다로 만드는 일은 남북한 충돌과 중국의 불법 어업방지에 일차적인 목표가 있다. 그것은 남북공동어로구역 설정과 남북 공동 서해 수산물 가공 및 유통 등을 통해 달성된다. 북한과 협상을 위해 평화수역의 해상경계 설정과 생태 자원 보호구역 등도 사전에 준비해야 한다. 북한과 평화수역의 운영을 위한 협약도 필요하다. 서해 5도의 평화수역은 서해 5도 종합발전계획과 접경지역지원사업 그리고 통일부의 남북협력기금이 접목되어야만 성과가 극대화될 수 있다. 서해 5도의 평화수역을 향한 과제는 산적해 있다. 평화의 바다는 예산과 조직을 통해 구체적으로 실현된다. 서해평화 기본법의 제정이나 서해평화청의 설치가 필요한 이유다. 북한의 태도나 유엔제재를 문제 삼을 것이 아니라 우리가 주도할 수 있는 정책과 과제를 차분하게 검토해야 할 때다. 사안별로 북한과 합의를 전제로 한 경우, 합의가 되지 않는 경우, 합의가 된 후 등으로 나눠 로드맵을 설정하고, 단계적으로 사업을 추진해야 할 때다. 평화정책 추진 의지가 있다면 실현 가능한 것은 많다. 서해 5도 평화수역은 전쟁을 막고 평화로 가는 지름길이다. 서해평화정책이 바로 국가안보다. 한반도에 평화보다 우선하는 정책은 없다.
  • [서해 5도를 다시 보다 5] “정전협정 정신으로” “해상경계 획정 유연해져야”

    [서해 5도를 다시 보다 5] “정전협정 정신으로” “해상경계 획정 유연해져야”

    정태욱-정전협정 정신으로 찾는 평화 해법 한국 정전협정을 재인식할 필요가 있다. 한반도의 전쟁과 평화를 규율하는 정전협정은 비록 한국전쟁의 산물이었지만, 전쟁을 끝내고 평화로 나아가자는 법이었다. 그 기본 목적은 적대행위의 방지와 평화의 증진이었다. 그에 따라 서해5도 수역과 한강하구는 육상의 비무장지대와 달리 민간 이용에 개방된 곳으로 규정되었다. 이 사실을 우리는 거의 망각하고 있다. 정전협정은 남북의 접경지대를 3개 부분으로 나누어 규율하고 있다. 육상의 비무장지대, 한강하구, 서해 5도 수역이 그것이다. 이 가운데 육상의 비무장지대는 군사분계선을 가운데 두고 있으며, 민간인 출입과 왕래를 엄격히 통제하는 군사적 완충지대로 규정되었다. 반면에 한강하구는 군사분계선을 두지 않고, 남북 민용 선박 항행에 개방하였다. 다만, 군사정전위원회와 유엔사가 선박 등록과 민사행정을 관할한다. 서해 5도 수역은 더 나아가 군사분계선도 없을 뿐더러 유엔사의 관할 수역이 따로 지정되어 있지도 않다. 남북의 인접해면, 즉 영해 존중의 원칙만 천명하였을 따름이다. 따라서 원칙적으로는 영해만 침범하지 않으면 누구든(제3국 선박도) 국제해양법에 따라 해수 이용을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규정된 것이다. 원론적으로 우리 어선이 중국 양쯔강 유역까지 가서 조업을 할 수 있듯이, 북한의 남포 앞 바다에도 갈 수 있고, 마찬가지로 북한 어선도 우리 경기만에서 어로 활동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정전협정 상 인접해면만 침범하지 않으면 남북의 어선이 서로 오르내리며 조업활동을 할 수 있으며, 그에 대하여 유엔사는 물론 누구도 간섭할 수 없는 것이다. 육지에 휴전선이 있으니 바다에도 그런 것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은 ‘분단 무의식’의 반영일 따름이다. 정전협정 체결 당시 해상분계선 없어 서해 5도 수역은 ‘민간 자유 이용’ 규정 이후 EEZ 선포하면서 적대 현장 변질 남북이 다시 평화수역으로 만들어야 정전협정 체결 당시 국제법 상 ‘공해자유의 원칙(mare liberum)’이 확립되어 있는 상황이었고, 아직 12해리 영해와 200해리 배타적 경제수역(EEZ)의 해양법이 정립되기 전이었다. 따라서 바다를 남북으로 가르는 ‘휴전선’은 생각할 수 없는 것이었다. 서해5도 수역 문제는 정전협정의 제1 의제인 군사분계선 설정에서 다루어지지 않고, 제3 의제인 휴전감시 방법에서 다루어졌다. 해상 군사분계선은 애초에 문제가 아니었던 것이다. 휴전회담 당시 서해 5도 수역에서는 해상 군사분계선이 아니라 섬들의 귀속이 문제되었다. 육상의 군사분계선은 유엔군과 공산군의 접촉선으로 결정되었다. 그렇게 육상의 군사분계선에 준하여 섬들의 귀속을 정할 경우 38선 이남, 황해도-경기도 도계(道界) 이북에 있는 섬들은 북한에 속할 우려가 있었다. 이는 남측의 입장에서 수용하기 어려운 결과였다. 더욱이 당시 제해권은 유엔군이 장악하고 있었다. 그리하여 원래 남측이 통제하던 38선 이남의 섬들 가운데 백령도, 대청도, 소청도, 연평도, 우도 등 다섯 개의 큰 도서군(島嶼群)들은 유엔사의 통제 하에 두고, 나머지 섬들은 북한에 귀속하는 것으로 결정되었던 것이다. 서해 5도 수역 정전협정 규정의 또 하나의 쟁점은 남과 북의 연해(인접해면, 영해) 문제였다. ‘영해’는 정치적 문제로 간주되어 ‘군사’ 정전협정에서는 영해가 아니라 연해(coastal waters) 혹은 인접해면(contiguous waters)이란 용어를 사용하였다. 당시 유엔사는 미국의 표준에 따라 3해리를 주장하였고, 북한은 제3세계의 경향에 따라 12해리를 주장하였다. 결국 그 범위는 타결되지 못하고 다만, 인접해면을 존중하며, 어떠한 봉쇄도 하지 않는다는 규정으로 봉합되었다. 그러나 3해리와 12해리의 다툼이 있었다면, 적어도 3해리에 대한 합의는 존재한 것으로 봄이 합당하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정전협정 상 서해 5도 수역에는 휴전선은 존재하지 않고, 대신 남북 각기 그 육지를 둘러싼 3해리의 띠 모양의 영해가 있을 뿐이었다. 그에 따라 휴전 직후 우리 군이 어로 활동과 초계활동의 한계를 정하기 위하여 북한 3해리 영해를 기준으로 황해도를 둘러싼 형태의 북방한계선(NLL)을 설정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 북방한계선은 어디까지나 우리 어선이나 병력 진출의 북방한계를 정한 것이지, 북한 비무장 선박의 남하와 북한 어민들의 어로 활동을 제약하는 것으로 오해되어서는 안된다. 다만, 당시 남측의 해군력이 월등하였고, 따라서 남한 어민들의 어로 활동이 활발하였다. 북방한계선이 곧 우리 어민들의 어로한계선이 된 것이다. 하지만, 해군력에서 열세였던 북한은 위와 같은 ‘공해자유의 원칙’과 ‘3해리 영해’가 만족스럽지 못한 것이었다. 북한은 휴전회담 당시부터 해상 군사분계선을 언급했다. 정전협정 체결 후 군사정전위원회에서도 육상의 군사분계선의 연장선 혹은 황해도-경기도 도계의 연장선을 해상 군사분계선으로 주장하였다. 또한 북한은 인접해면의 범위를 12해리로 주장하였고, 1955년에는 내각 결의로 12해리 영해를 선언하였다. 서해5도 수역에서 남북 어민들의 나포와 분쟁이 잦아졌고 군사적 충돌도 발생하였다. 마침내 1968년 박정희 정부는 어로저지선(어로한계선; 조업한계선)을 현재 수준으로 남하시켰다. 이후 국제해양법의 발전으로 12해리 영해는 물론 200해리 배타적 경제수역이 주장되면서 북한은 1977년 서해 5도 수역에 군사경계수역과 해상경계선을 선포하였다. 그에 맞서 남한 역시 12해리 영해와 200해리 배타적 경제수역을 공표하였으며, 북방한계선을 일종의 해상 군사분계선처럼 관철시켰다. 이렇게 서해 5도 수역은 남북의 배타적 관할 수역이 중첩되는 모순과 적대의 현장이 되어 버렸다. 3해리 영해를 제외한 수역에 ‘공해자유의 원칙’을 적용하여 남북이 모두 공유할 수 있게 한 원래의 정전협정 정신은 사라졌다. 서해의 긴장이 고조되면서 결국 1999년 연평해전을 시작으로 남북의 군사적 충돌이 연이어 발생하였다. 남과 북은 다시 정전협정의 정신으로 회귀하여 평화의 해법을 찾으면 좋겠다. 서해 접경수역에서 남북의 배타적 구역을 3해리로 확인하고, 그 너머의 부분은 남과 북이 평화롭게 협력하여 함께 이용하는 수역으로 만들어 가는 것이다. 이는 한반도 평화협정의 첫걸음이 될 것이다. 정태욱 인하대 법전원 교수 water@inha.ac.kr이석우- 수역 안정 유지하며 공간관리 인식 제고를 1982년에 체결된 유엔해양법협약은 해양에서의 모든 행위에 대한 법적인 구도를 형성하고 영토 및 영역을 이유로 주장될 수 있는 해양 구역을 규정하고 있다. 영해를 획정하는 일반규칙은 동 협약 제15조에 규정되어 있는데, 이 규정에 따르면 경계는 두 국가 간 중간선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동 협약은 배타적경제수역의 경계획정에 관한 구체적인 방법을 규정하고 있지 않다. 대향국간 또는 인접국간의 배타적경제수역의 경계획정에 관한 협약 규정은 제74조에 규정되어 있는데, “‘공평한 해결’에 이르기 위하여 국제법을 기초로 하는 합의에 의하여 이루어진다; 상당한 기간내에 합의에 이르지 못할 경우 관련국은 분쟁해결 절차에 회부한다; 합의에 이르는 동안, 관련국은 이해와 상호협력의 정신으로 실질적인 잠정약정을 체결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다하며, 과도적인 기간동안 최종 합의에 이르는 것을 위태롭게 하거나 방해하지 아니한다. 이러한 약정은 최종적인 경계획정에 영향을 미치지 아니한다; 관련국간에 발효중인 협정이 있는 경우 경계획정에 관련된 사항은 그 협정의 규정에 따라 결정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동 협약에서 배타적경제수역의 경계를 획정하는 구체적인 방법을 명시하지 않아 해양경계획정 관련 법규범은 일반적으로 국제사법기관을 통해 형성된 판례를 통해 발전하고 구체화되고 있다. 2009년 루마니아와 우크라이나 간의 흑해(黑海) 해양경계 사건에서 국제사법재판소(ICJ)가 적용한 해양경계획정의 소위 ‘3단계 접근법’은 그 이후 2012년 국제해양법재판소(ITLOS)의 방글라데시와 미얀마 간의 벵갈만의 해양경계획정 사건과 2012년 국제사법재판소(ICJ)의 니카라과와 콜롬비아 사이의 경계획정 사건 등 후속 판결들을 통해 일반적으로 해양경계획정에 있어서 실행가능한 통상적인 방식으로 인식되고 있다. 이런 3단계 접근법은 첫째, 잠정적인 등거리선/중간선 설정, 둘째, 형평한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 등거리선/중간선에 조정을 요구하는 어떠한 요소들이 있는지의 여부 고려, 그리고 셋째, 조정된 경계선이 각국의 해안선 길이 비율과 각 당사국에 속하게 될 관련 해양 면적의 비율 간에 심각한 불균형으로 인해 형평하지 않은 결과를 도출하지 않도록 점검하는 방식을 의미한다. 3단계 접근법의 이론적 완결성에 대한 여러 비판이 제기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재 시점에서 이 3단계 접근법을 배제하고는 현존하는 해양경계 미획정 지역에 있어 결과를 예측하여 협상에 대비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에서 그 이론적인 적용 가치가 증대되고 있다. 즉, 해양경계획정 과정에 있어 예측가능성의 제고가 해양경계획정에 적용되는 동 3단계 접근법의 객관성을 보장한다는 인식 때문이다. 국제법에 당사국 간 공평한 경계 강조 서해5도 해상은 한중일 관할권 중첩 남북 관할권 미치는 수역 최소화하고 이해 조정해 통합 관리방안 강구해야 첫 번째 단계인 잠정적인 등거리선/중간선 설정에 있어 인접국 간 해양경계에 있어서는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등거리선이, 대향국 간 해양경계에 있어서는 양국 연안의 중간선이 잠정적 경계선이 되며, 이러한 등거리선 또는 중간선은 모두 해양경계획정을 위한 수단이므로 그 자체로 어떠한 법적 결과가 발생하지는 않는다. 서해5도 및 동해상 남북한 간의 가상중간선을 표시하면 첨부한 지도와 같다. 두 번째 단계에서는 이러한 가상중간선에 형평한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 잠정적인 중간선의 수정 또는 이동을 요하는 요소들이 존재하는지를 고려하는데, 연안길이 간의 불균형, 어업활동, 안보 등을 해양경계획정을 위한 고려사항으로 보고 잠정적인 중간선에 수정을 가한다. 실제 해양경계획정과 관련된 협상에서 가장 첨예하게 대립이 되는 분야이기도 하다. 그리고 마지막 세 번째 단계에서는 처음 설정한 조정된 중간선을 적용해 설정된 해양경계획정이 최종적으로 공평한 결과에 도달하였는지를 소위 비례성 테스트를 거쳐 획정한다. 그렇다면 3단계 접근법을 통해 최종적으로 획정될 서해5도 수역의 해양경계획정은 어떻게 될 것인가? 첫번째 단계에서 설정한 가상중간선이 두번째 단계와 세번째 단계에서 어떠한 변형을 거쳐서 최종적으로 획정될 것인가는 가능성은 거의 없지만 남한과 북한이 동 사안을 제3자 국제사법기관에 의뢰하는 경우에 해당 방식을 통해 분명해 질 것이다. 남한과 북한이 동 사안을 제3자 국제사법기관에 의뢰하지 않고 양자간의 협상을 통해 해결하고자 하는 경우에도 3단계 접근법은 결과의 예측가능성을 담보하기에 원용될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문제는 해당 서해5도 수역은 남북한만의 해양 문제가 아닌 한중일 3국의 관할권이 중첩되는 수역이라는 점이다. 남한과 북한간의 서해5도 수역에서의 해양질서의 법적인 지위에 변화를 가하는 어떠한 행위의 결과는 양자간에 해양경계획정이 이루어지지 않은 한국과 중국, 북한과 중국과의 해양질서의 법적인 관계 설정에 있어서 매우 중요하다. 결과적으로 해당 수역의 관리와 분쟁해결의 해법 강구에 있어 관할권 확보 및 해양경계획정을 위한 전통적인 접근에서 유연해질 필요가 있다. 유엔해양법협약 체제는 영해, 접속수역, 배타적 경제수역, 공해 등으로 전 해역을 공간적으로 구분하여 각 공간에서 연안국과 비연안국의 권리를 기능적으로 분배하고 있는데, 서해5도 수역의 경우는 국가의 관할권이 미치는 수역을 최소화하고, 남북한간 이해관계를 조정하면서 해당 수역을 통합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방안을 강구하는 것이 필요하다. 더욱이 1974년 한일간 합의된 북부대륙붕경계선을 제외하고 주변국과 해양경계획정이 전무한 현재의 한국의 해양질서 유지는 주변 해양강국들간의 역학관계의 부산물로 유지되고 있다고 보는 것이 정확하다. 한국이 한반도 수역에서의 최소한도의 주도적 지위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남북한 해양질서의 안정적 유지 관리는 필수요건이다. 현재 서해 NLL을 포함하여 정전협정에서 유래한 남북한 간의 해양경계획정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통해 한반도 해양질서의 안정적 관리 및 한반도 평화체제의 정착을 위해서 서해5도 수역의 해양공간관리의 활용에 대한 인식의 전향적인 제고가 요구된다.  
  • 제주, 이틀째 강풍 동반한 눈보라…“항공기·여객선 운항 차질 예상”

    제주, 이틀째 강풍 동반한 눈보라…“항공기·여객선 운항 차질 예상”

    제주도에 강풍을 동반한 눈보라가 이틀째 이어지며 항공기·여객선 등 운항에 차질이 예상된다. 18일 제주지방기상청에 따르면 현재 제주 산지와 북·동·남부 지역에 대설주의보가, 제주도 전역과 해상에 강풍·풍랑특보가 내려진 상태다. 17일부터 이날 오전 6시까지 한라산 어리목에 17.6㎝, 산천단 10.2㎝, 유수암 4.0㎝, 제주 1.2㎝, 강정 4.8, 성산 5.5㎝의 눈이 내렸다. 기상청은 서해상에서 만들어진 눈구름대의 영향으로 제주 산지에는 15㎝ 내외의 눈이 쌓인 곳이 있겠으며, 이날 오전 9시까지 많은 눈이 내리다가 점차 약해지겠다고 예보했다. 오후에는 제주 해안에 비가, 중산간 이상에는 눈 또는 비가 내리겠다고 내다봤다. 기상청은 이날 오후 6시까지 제주 산지에 3∼8㎝, 중산간에 2∼5㎝, 해안 지역에 1㎝의 눈이 더 내릴 것으로 전망했다. 예상 강수량은 5㎜ 내외다. 이날 아침 최저기온은 -1∼1도, 낮 최고기온은 5∼7도로 예상된다. 오전 6시 기준 제주시와 서귀포시를 잇는 산간 도로인 516도로와 1100도로는 차량 운행이 전면 통제됐다. 서성로와 제1산록도로는 소형과 대형차량 모두 월동장구를 갖춰야 하고, 나머지 번영로·평화로·비자림로 등은 소형 차량의 경우 월동장구를 갖춰야 운행할 수 있다. 바람도 강하게 불어 체감온도는 더욱 낮아 춥겠다. 육상에 최대 순간풍속 초속 25m의 매우 강한 바람이 불고, 해상에는 초속 10∼18m의 강풍과 2∼5m의 높은 물결이 일겠다. 현재 제주국제공항에는 급변풍(윈드시어)경보와 강풍경보가 발효 중이다. 강풍으로 어제 하루 수십편의 항공기가 결항·지연 운항했다. 강추위로 난방기 사용이 급증하면서 전날 밤 제주지역 겨울철 최대 전력 수요 최고치가 경신되기도 했다. 전력거래소 제주본부에 따르면 18일 오후 7시를 기준으로 제주지역 전력수요가 98만5000㎾를 기록, 지난 1월 7일 기록한 최대전력수요(95만9000㎾)보다 2만6000㎾(2.71%) 높았다. 기상청 관계자는 “아침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면서 도로가 얼어 미끄러운 곳이 많겠으니 교통안전에 유의해야 하고, 항해나 조업하는 선박은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또 “항공기와 여객선이 지연·결항하는 등 운항에 차질이 있을 수 있으니 항공기 또는 선박 이용객들은 사전에 운항 정보를 확인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언제쯤 편히 쉴 수 있을까요

    언제쯤 편히 쉴 수 있을까요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 평화로에서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주관으로 열린 제1479차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에 지난 12일 돌아가신 정복수(오른쪽부터) 할머니의 사진과 고 강덕경, 김복동, 송신도 할머니의 사진이 놓여 있다. 뉴스1
  • 언제쯤 편히 쉴 수 있을까요

    언제쯤 편히 쉴 수 있을까요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 평화로에서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주관으로 열린 제1479차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에 지난 12일 돌아가신 정복수(오른쪽부터) 할머니의 사진과 고 강덕경, 김복동, 송신도 할머니의 사진이 놓여 있다. 뉴스1
  • 故 백기완 선생이 文대통령에게 전하려던 마지막 메시지는?

    故 백기완 선생이 文대통령에게 전하려던 마지막 메시지는?

    장례위측 “중대재해법, 김진숙 관심 가져달라”… 文대통령 ‘끄덕’ 김복동 할머니 이후 2년만… 김종필, 노회찬, 박원순 등 조문 안해 “아버님하고는 지난 세월 동안 여러 번 뵙기도 했고, 대화도 꽤 나누었고, 집회 현장에 같이 있기도 하고 그랬었습니다(문재인 대통령).” “살아생전에 하신 말씀이 회담, 해방·통일, 그리고 세월호 가족들을 대상으로… 살아생전에 (대통령을) 뵈었으면 더 좋은 말씀 해 주셨을 텐데…(고 백기완 선생의 장남 백일씨).” “이제는 진짜 후배들한테 맡기고 훨훨 그렇게 자유롭게 날아가셨으면 좋겠습니다(문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은 17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 빈소를 조문했다. 문 대통령이 직접 빈소를 찾은 것은 2019년 1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김복동 할머니를 조문한 이후 2년 만이다. 빈소를 찾은 문 대통령은 고인의 영전에 술잔을 올렸다. 고인의 장녀인 백원담 성공회대 교수가 “세월호 분들, 아버님이 가장 가슴 아파하셨는데, 구조 실패에 대한 해경 지도부의 구조 책임이 1심에서 무죄가 되고 많이 안타까워하셨다”고 말하자, 문 대통령은 “정부는 할 수 있는 조치들은 다 하고 있는데, 유족들이 원하는 방향대로 진상 규명이 속 시원하게 아직 잘 안 되는 것 같아서 안타깝다”고 답했다. 유족들은 고인이 입원하기 전에 문 대통령에게 당부하고 싶다는 취지로 남긴 영상메시지를 전했다. 영상 속에서 고인은 “다가서는 태도, 방법 이런 것 다 환영하고 싶습니다. 생각대로 잘 되시길 바랍니다. 그러나 한마디 해 주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한반도 문제의 평화로 가기 위한 노력이 이 땅에 사는 사람들의 삶의 역사에 주체적인 줄기였습니다. 문재인 정부는 바로 이 땅의 민중들이 주도했던 한반도 평화 운동의 그 맥락 위에 섰다는 깨우침을 가지시길 바랍니다”라고 말했다. 백원담 교수는 문 대통령에게 고인이 남긴 선물의 의미를 설명하며 하얀색 손수건과 책 1권을 전달했다. 백 교수는 “아버님이 문재인 정부의 평화·통일 노력에 굉장히 찬사를 보내시면서 통일열차가 만들어지면 꼭 이 하얀 손수건을 쥐고, 고향 황해도에 꼭 가고 싶다고 이걸 전달해 드리라고 하셨다”면서 “이건 마지막에 쓰신 책으로, 아버님의 모든 사상이 여기에 담겨 있다”고 했다. 자리를 함께한 양기환 장례위원회 대변인은 고인이 마지막까지 중대재해기업처벌법과 해고노동자인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에 관심을 가졌다고 강조했다. 양 대변인은 “선생님께서 병원에서 말씀을 못하시고 대화를 하실 때 글로 쓰셨는데 마지막 글이 ‘노나메기 세상이었지만 너도 일하고 나도 일하고 올바로 모두가 잘사는 세상’이었고, 특별히 관심을 가지신 것이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그리고 ‘김진숙 힘내라’였다”고 말했다. 이어 “각별히 선생님께서 마지막 뜻이기도 하시니까 말씀드린다. 각별히 관심을 가져 주시기 바란다”고 말하자 문 대통령은 고개를 끄덕였다. 문 대통령의 조문은 사뭇 이례적이다. 현 정부 들어 김종필 전 총리(2018년 6월)와 노회찬 의원(2018년 7월), 이희호 여사(2019년 6월)에 이어 지난해 7월 박원순 서울시장과 백선엽 장군 별세 당시에도 일각에서는 직접 조문을 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기도 했지만, 비서실장 등이 대신하고 조화로 갈음했다. 그만큼 문 대통령이 고인에 대한 각별한 마음을 전하고 싶어했다는 후문이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 [강남순의 낮꿈꾸기] 4개의 국적을 가진 사람

    [강남순의 낮꿈꾸기] 4개의 국적을 가진 사람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과제가 있다면 그것은 무엇일까. 자크 데리다는 “함께 잘 살아감”(living-well-together)이라고 한다. 너무나 당연해서 상투적으로 들릴 수 있다. 그런데 이 당연한 듯한 말이 구체적인 우리의 현실 세계에 들어오면 복잡하고 심오한 의미를 지닌다. ‘함께 잘 살아감’이란 개인의 사적 영역에서만이 아니라 정치, 경제, 종교, 생태 등 우리 삶의 거의 모든 영역과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특히 여전히 남과 북으로 분리된 한반도에서 이 ‘함께 살아감’은 더욱더 커다란 도전을 받게 된다. ●코로나 시국, 모두의 삶이 연결되어 있더라 코로나 사태를 거치면서 지구 온난화와 같은 생태위기의 문제가 더이상 정치가들이나 환경전문가들만의 문제가 아님을 우리는 경험하고 있다. 당연한 듯한 일상이 돌연히 중지됐다. 내 아이들, 친척들과 이웃 등 내가 아는 사람만이 아니라 알지 못하지만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이 모두 나와 연결돼 있다는 것을 절실하게 경험하게 됐다. 나의 안전은 언제나 너의 안전과 분리불가하다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것은 ‘함께 잘 살아감’이라는 것을 경험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 ‘함께 살아감’의 과제는 낭만적인 구호가 아니다. 이 ‘함께’에 우리는 누구를 포함하고 배제할 것인가. 우리가 생각하는 이 ‘함께의 원’은 얼마나 작거나 또는 큰가. 또한 ‘잘 살아가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남북한 국적 모두 가질 수 있는 날이 올까 ‘만약 가능하다면, 언젠가 남한과 북한의 국적을 모두 가지기 원한다.’ 만약 어느 정치인이 이런 발언을 했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그 사람은 한국 사회에서 어떤 취급을 받을까. 이런 질문을 하는 사람이 있다면 단번에 ‘종북’, ‘빨갱이’라는 주홍글씨가 붙고, 보수정치인들과 기독교인들은 광화문에 모여 탄핵을 외치며 성토대회를 할지도 모른다. 언젠가 북한과 남한의 국적을 모두 가지고 싶다고 표현하는 교육자, 작가, 종교지도자, 언론인 또는 예술가가 있다면 단번에 학교에서는 직위 정지되고, 출판계약은 파기되고, 예정됐던 공연은 취소되면서 온갖 사회적 지탄과 공적 활동이 지극히 제한될지도 모른다. 이렇듯 가장 적대적인 관계 속에서 끊임없는 폭력과 살상이 벌어지고 있는 두 나라, 그 두 나라의 국적을 모두 가지는 꿈을 꾸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이런 위험하고 불가능할 것 같은 질문을 현실로 옮긴 사람이 있다. 2020년 8월 이스라엘과 아랍권 국가(UAE) 간 평화협정이 맺어지지 직전까지도 남한과 북한 이상의 적대관계를 가지고 테러와 폭력을 가해 오던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이 ‘원수’ 관계에 있는 두 나라의 국적을 세계 최초로 동시에 획득한 사람이 있다. 세계적인 피아니스트이자 지휘자인 다니엘 바렌보임이다. 그는 아르헨티나, 스페인, 이스라엘, 팔레스타인의 명예 시민권을 포함해 모두 네 나라의 시민권을 가지고 있다. 그뿐이 아니다. 유대인인 그는 많은 유대인이 여전히 ‘원수’로 생각하는 나라인 독일에서 거주하며 일하고 있다. 1999년 유대인인 바렌보임과 팔레스타인 출신 학자이며 미국 뉴욕의 컬럼비아대 영문학 교수였던 에드워드 사이드는 이집트, 이란, 이스라엘, 요르단, 레바논, 팔레스타인, 시리아 그리고 스페인 배경을 가진 청년들을 단원으로 하는 오케스트라를 함께 창단했다. 사이드는 학자로서만이 아니라 행동하는 지성인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음악 평론가이기도 하며 스스로 콘서트 피아니스트를 꿈꾸었던 사람이다. 바렌보임과 사이드는 오케스트라의 이름을 괴테의 시에 등장하는 구절을 따서 ‘웨스트이스턴 디반 오케스트라’(West-Eastern Divan Orchestra)로 명명했다. 이 오케스트라는 2012년 제9회 광주비엔날레에 참여하기도 했고, 2016년 유엔은 이 오케스트라를 ‘평화와 일치’를 추구하는 모델로 선정하기도 했다. 남한과 북한의 관계 이상으로 갈등과 분쟁이 끊이지 않는 중동 지역의 청년들을 모아 오케스트라를 창단한 바렌보임과 사이드는 어떠한 역할을 한 것일까. 바렌보임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이 오케스트라는 사랑 이야기도 아니고 평화 이야기도 아닙니다.… 이것은 무지에 대항하는 프로젝트로서 태동했습니다. 우리와 생각이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이해하고자 하는 프로젝트입니다. 서로의 생각이 다를 수 있고 서로 동의하지 않을 수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칼을 빼 들 필요는 없다는 것을 경험하게 하는 기반을 마련하는 프로젝트라고 할 수 있습니다.” 2001년 7월 7일 베를린 국립오페라단을 이끌고 이스라엘을 순회공연 중이던 바렌보임이 바그너의 음악을 연주하기 전까지, 이스라엘에서는 반유대주의자로 알려진 바그너의 음악이 연주되지 않았다. 그는 앙코르곡으로 바그너의 ‘트리스탄과 이졸데’의 일부를 연주하겠다고 하면서, 연주에 앞서서 청중에게 혹시 이 음악이 불편한 이들은 연주회장을 떠나도 좋다고 했다. 실제로 일부 청중은 연주회장을 떠났다. 이 사건 이후 바렌보임은 이스라엘의 문화부 장관을 비롯해 다양한 사람들에 의해서 강력한 비난을 받았고, 지휘자로서의 바렌보임을 보이콧하는 운동이 일어나기도 했다. 바렌보임은 아르헨티나에서 태어났지만 이스라엘에서 자란 유대인이며, 자신을 이스라엘인이라고 생각했다. 히틀러가 가장 좋아하는 작곡가로 알려진 바그너의 음악이 거의 금기시돼 온 이스라엘에서, 자신도 유대인인 바렌보임이 왜 바그너의 곡을 연주했을까. 바렌보임과 함께 ‘웨스트이스턴 디반 오케스트라’를 만들었던 에드워드 사이드는 “바렌보임과 바그너 타부”라는 글에서 이 세계에는 두 종류의 사람이 있다고 한다. 한 종류의 사람은 기존의 관습적 구조에 묻혀서 그대로 따라가는 다수의 사람이다. 이들은 자신들과 조금이라도 다른 견해나 행동방식, 사유방식을 가진 사람을 참지 못한다. 한국에서 단골메뉴로 등장하는 ‘종북몰이’는 자신과 조금이라도 다른 견해를 악마화하는 이 ‘다수의 횡포’의 예증이다. 그런데 또 다른 종류의 사람이 있다. 그들은 소수이지만, 다수의 입장이라 해도 그것이 평화로운 삶, 함께 사는 삶에 옳지 않다고 생각될 때 그 다수의 물결에 도전하면서 새로운 문을 여는 이들이다. 바렌보임은 이들 소수에 속한다고 사이드는 평가한다. ●진정한 일치란 긴장관계 속 포용·포괄돼야 이러한 소수의 존재는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상이한 입장을 지닌 이들의 평화로운 공존을 가능하게 하는 이들이다. ‘일치’란 모두가 똑같이 행동하고, 똑같이 생각하는 ‘동질성의 늪’으로 빠지는 것이 아니다. ‘진정한 일치’란 서로가 지닌 상이한 입장을 인내심 있게 듣고, 토론하고, 차이를 좁혀 나가는 지난한 노력을 포기하지 않고 그 긴장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포용과 포괄의 원을 확장하는 ‘목적’에 동조하는 ‘일치’다. 이들 소수야말로 한 사회가 보다 평등하고 정의로운 사회로 나아가는 데 동력을 제공하는 이들이다. 진영 논리에 따른 상대방 죽이기에만 몰두하는 정치가 판을 치는 한국 사회에, 그 어느 때보다도 절실하게 필요한 존재들이 바로 바렌보임과 같은 창의적이고 용기 있는 소수들이다. 21세기에 들어서면서 인류사회에 모든 분야가 이전과 전적으로 다른 변화를 경험하고 있다. 세계적인 장에서는 국가 간 지리적 영토를 넘어서는 북반구와 남반구 나라들 사이의 불균형 문제를 다루는 전 지구적 정의, 생태 위기를 극복하고자 하는 환경 정의, 젠더 정의, 성적 지향에 근거한 차별을 넘어서고자 하는 성적 정의, 인종적 정의 문제 등 국제적으로 또는 국내적으로 산재해 있다. 2021년 한국의 정황에서 보자면 남북한의 긴장과 갈등 관계를 넘어서서 진정한 ‘함께 잘 살아감’의 긴급한 과제가 또한 있다. 인류의 역사는 ‘불가능한 질문’과 씨름하던 소수에 의해 새로운 장을 열었다. 바렌보임은 이스라엘과 대척 관계에 있는 팔레스타인의 청년들이 함께 음악을 연주할 수 있을까라는 ‘불가능한’ 질문을 가능한 현실로 바꾸었다. ‘불가능해 보이는 질문’을 하기 시작하던 소수에 의해 우리의 현실세계는 ‘함께 잘 살아감’의 의미를 확장하게 됐다. ‘불가능한 상상’을 ‘가능한 현실’로 만들어 간 것이다. 함께 잘 살아감의 세계를 위해 만들어진 ‘웨스트이스턴 디반 오케스트라’처럼, 우리도 ‘남북한 청소년 오케스트라’가 언젠가 만들어질 수 있을까. 남한과 북한이 식량을 함께 나누고, 코로나 백신을 함께 나눌 수 있을까. 지금 한국 사회에서 이러한 불가능한 낮꿈을 꾸는 소수의 사람이 절실하게 필요하다. 글 텍사스크리스천대(TCU) 브라이트신학대학원 교수그림 김혜주 서양화가
  • [강남순의 낮꿈꾸기] 4개의 국적을 가진 사람

    [강남순의 낮꿈꾸기] 4개의 국적을 가진 사람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과제가 있다면 그것은 무엇일까. 자크 데리다는 “함께 잘 살아감”(living-well-together)이라고 한다. 너무나 당연해서 상투적으로 들릴 수 있다. 그런데 이 당연한 듯한 말이 구체적인 우리의 현실 세계에 들어오면 복잡하고 심오한 의미를 지닌다. ‘함께 잘 살아감’이란 개인의 사적 영역에서만이 아니라 정치, 경제, 종교, 생태 등 우리 삶의 거의 모든 영역과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특히 여전히 남과 북으로 분리된 한반도에서 이 ‘함께 살아감’은 더욱더 커다란 도전을 받게 된다. ●코로나 시국, 모두의 삶이 연결되어 있더라 코로나 사태를 거치면서 지구 온난화와 같은 생태위기의 문제가 더이상 정치가들이나 환경전문가들만의 문제가 아님을 우리는 경험하고 있다. 당연한 듯한 일상이 돌연히 중지됐다. 내 아이들, 친척들과 이웃 등 내가 아는 사람만이 아니라 알지 못하지만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이 모두 나와 연결돼 있다는 것을 절실하게 경험하게 됐다. 나의 안전은 언제나 너의 안전과 분리불가하다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것은 ‘함께 잘 살아감’이라는 것을 경험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 ‘함께 살아감’의 과제는 낭만적인 구호가 아니다. 이 ‘함께’에 우리는 누구를 포함하고 배제할 것인가. 우리가 생각하는 이 ‘함께의 원’은 얼마나 작거나 또는 큰가. 또한 ‘잘 살아가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남북한 국적 모두 가질 수 있는 날이 올까 ‘만약 가능하다면, 언젠가 남한과 북한의 국적을 모두 가지기 원한다.’ 만약 어느 정치인이 이런 발언을 했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그 사람은 한국 사회에서 어떤 취급을 받을까. 이런 질문을 하는 사람이 있다면 단번에 ‘종북’, ‘빨갱이’라는 주홍글씨가 붙고, 보수정치인들과 기독교인들은 광화문에 모여 탄핵을 외치며 성토대회를 할지도 모른다. 언젠가 북한과 남한의 국적을 모두 가지고 싶다고 표현하는 교육자, 작가, 종교지도자, 언론인 또는 예술가가 있다면 단번에 학교에서는 직위 정지되고, 출판계약은 파기되고, 예정됐던 공연은 취소되면서 온갖 사회적 지탄과 공적 활동이 지극히 제한될지도 모른다. 이렇듯 가장 적대적인 관계 속에서 끊임없는 폭력과 살상이 벌어지고 있는 두 나라, 그 두 나라의 국적을 모두 가지는 꿈을 꾸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이런 위험하고 불가능할 것 같은 질문을 현실로 옮긴 사람이 있다. 2020년 8월 이스라엘과 아랍권 국가(UAE) 간 평화협정이 맺어지지 직전까지도 남한과 북한 이상의 적대관계를 가지고 테러와 폭력을 가해 오던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이 ‘원수’ 관계에 있는 두 나라의 국적을 세계 최초로 동시에 획득한 사람이 있다. 세계적인 피아니스트이자 지휘자인 다니엘 바렌보임이다. 그는 아르헨티나, 스페인, 이스라엘, 팔레스타인의 명예 시민권을 포함해 모두 네 나라의 시민권을 가지고 있다. 그뿐이 아니다. 유대인인 그는 많은 유대인이 여전히 ‘원수’로 생각하는 나라인 독일에서 거주하며 일하고 있다. 1999년 유대인인 바렌보임과 팔레스타인 출신 학자이며 미국 뉴욕의 컬럼비아대 영문학 교수였던 에드워드 사이드는 이집트, 이란, 이스라엘, 요르단, 레바논, 팔레스타인, 시리아 그리고 스페인 배경을 가진 청년들을 단원으로 하는 오케스트라를 함께 창단했다. 사이드는 학자로서만이 아니라 행동하는 지성인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음악 평론가이기도 하며 스스로 콘서트 피아니스트를 꿈꾸었던 사람이다. 바렌보임과 사이드는 오케스트라의 이름을 괴테의 시에 등장하는 구절을 따서 ‘웨스트이스턴 디반 오케스트라’(West-Eastern Divan Orchestra)로 명명했다. 이 오케스트라는 2012년 제9회 광주비엔날레에 참여하기도 했고, 2016년 유엔은 이 오케스트라를 ‘평화와 일치’를 추구하는 모델로 선정하기도 했다. 남한과 북한의 관계 이상으로 갈등과 분쟁이 끊이지 않는 중동 지역의 청년들을 모아 오케스트라를 창단한 바렌보임과 사이드는 어떠한 역할을 한 것일까. 바렌보임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이 오케스트라는 사랑 이야기도 아니고 평화 이야기도 아닙니다.… 이것은 무지에 대항하는 프로젝트로서 태동했습니다. 우리와 생각이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이해하고자 하는 프로젝트입니다. 서로의 생각이 다를 수 있고 서로 동의하지 않을 수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칼을 빼 들 필요는 없다는 것을 경험하게 하는 기반을 마련하는 프로젝트라고 할 수 있습니다.” 2001년 7월 7일 베를린 국립오페라단을 이끌고 이스라엘을 순회공연 중이던 바렌보임이 바그너의 음악을 연주하기 전까지, 이스라엘에서는 반유대주의자로 알려진 바그너의 음악이 연주되지 않았다. 그는 앙코르곡으로 바그너의 ‘트리스탄과 이졸데’의 일부를 연주하겠다고 하면서, 연주에 앞서서 청중에게 혹시 이 음악이 불편한 이들은 연주회장을 떠나도 좋다고 했다. 실제로 일부 청중은 연주회장을 떠났다. 이 사건 이후 바렌보임은 이스라엘의 문화부 장관을 비롯해 다양한 사람들에 의해서 강력한 비난을 받았고, 지휘자로서의 바렌보임을 보이콧하는 운동이 일어나기도 했다. 바렌보임은 아르헨티나에서 태어났지만 이스라엘에서 자란 유대인이며, 자신을 이스라엘인이라고 생각했다. 히틀러가 가장 좋아하는 작곡가로 알려진 바그너의 음악이 거의 금기시돼 온 이스라엘에서, 자신도 유대인인 바렌보임이 왜 바그너의 곡을 연주했을까. 바렌보임과 함께 ‘웨스트이스턴 디반 오케스트라’를 만들었던 에드워드 사이드는 “바렌보임과 바그너 타부”라는 글에서 이 세계에는 두 종류의 사람이 있다고 한다. 한 종류의 사람은 기존의 관습적 구조에 묻혀서 그대로 따라가는 다수의 사람이다. 이들은 자신들과 조금이라도 다른 견해나 행동방식, 사유방식을 가진 사람을 참지 못한다. 한국에서 단골메뉴로 등장하는 ‘종북몰이’는 자신과 조금이라도 다른 견해를 악마화하는 이 ‘다수의 횡포’의 예증이다. 그런데 또 다른 종류의 사람이 있다. 그들은 소수이지만, 다수의 입장이라 해도 그것이 평화로운 삶, 함께 사는 삶에 옳지 않다고 생각될 때 그 다수의 물결에 도전하면서 새로운 문을 여는 이들이다. 바렌보임은 이들 소수에 속한다고 사이드는 평가한다. ●진정한 일치란 긴장관계 속 포용·포괄돼야 이러한 소수의 존재는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상이한 입장을 지닌 이들의 평화로운 공존을 가능하게 하는 이들이다. ‘일치’란 모두가 똑같이 행동하고, 똑같이 생각하는 ‘동질성의 늪’으로 빠지는 것이 아니다. ‘진정한 일치’란 서로가 지닌 상이한 입장을 인내심 있게 듣고, 토론하고, 차이를 좁혀 나가는 지난한 노력을 포기하지 않고 그 긴장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포용과 포괄의 원을 확장하는 ‘목적’에 동조하는 ‘일치’다. 이들 소수야말로 한 사회가 보다 평등하고 정의로운 사회로 나아가는 데 동력을 제공하는 이들이다. 진영 논리에 따른 상대방 죽이기에만 몰두하는 정치가 판을 치는 한국 사회에, 그 어느 때보다도 절실하게 필요한 존재들이 바로 바렌보임과 같은 창의적이고 용기 있는 소수들이다. 21세기에 들어서면서 인류사회에 모든 분야가 이전과 전적으로 다른 변화를 경험하고 있다. 세계적인 장에서는 국가 간 지리적 영토를 넘어서는 북반구와 남반구 나라들 사이의 불균형 문제를 다루는 전 지구적 정의, 생태 위기를 극복하고자 하는 환경 정의, 젠더 정의, 성적 지향에 근거한 차별을 넘어서고자 하는 성적 정의, 인종적 정의 문제 등 국제적으로 또는 국내적으로 산재해 있다. 2021년 한국의 정황에서 보자면 남북한의 긴장과 갈등 관계를 넘어서서 진정한 ‘함께 잘 살아감’의 긴급한 과제가 또한 있다. 인류의 역사는 ‘불가능한 질문’과 씨름하던 소수에 의해 새로운 장을 열었다. 바렌보임은 이스라엘과 대척 관계에 있는 팔레스타인의 청년들이 함께 음악을 연주할 수 있을까라는 ‘불가능한’ 질문을 가능한 현실로 바꾸었다. ‘불가능해 보이는 질문’을 하기 시작하던 소수에 의해 우리의 현실세계는 ‘함께 잘 살아감’의 의미를 확장하게 됐다. ‘불가능한 상상’을 ‘가능한 현실’로 만들어 간 것이다. 함께 잘 살아감의 세계를 위해 만들어진 ‘웨스트이스턴 디반 오케스트라’처럼, 우리도 ‘남북한 청소년 오케스트라’가 언젠가 만들어질 수 있을까. 남한과 북한이 식량을 함께 나누고, 코로나 백신을 함께 나눌 수 있을까. 지금 한국 사회에서 이러한 불가능한 낮꿈을 꾸는 소수의 사람이 절실하게 필요하다. 글 텍사스크리스천대(TCU) 브라이트신학대학원 교수그림 김혜주 서양화가
  • 정 총리 “백신접종 시작되면 평화로운 일상 되돌아갈 수 있을 것”

    정 총리 “백신접종 시작되면 평화로운 일상 되돌아갈 수 있을 것”

    정세균 국무총리가 설날인 12일 “이제 곧 백신 접종이 시작되면 다시 이전의 평화로운 일상으로 되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며 “그렇게 되도록 정부는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약속했다. 정 총리는 페이스북에 공개한 설 인사 영상에서 “어느 때 보다 간절함을 담아 건강과 행복을 기원한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길 바란다”며 이같이 말했다. 정 총리는 “우선 안전한 명절이 되도록 특별방역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연휴 이후 시작 예정인 백신 접종도 제대로 준비하고, 애써 살리고 지킨 경제 회복의 불씨도 더 키우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민께 힘이 되는 정부가 되도록 끊임없이 노력하겠다”며 “어렵더라도 조금만 더 힘을 내주고 주위에 더 고통받고 외로운 이웃은 없는지 살펴봐달라”고 당부했다. 정 총리는 “가족·친지와의 만남은 아껴두고 고향 방문과 여행도 미뤄달라. 아쉽지만 잠시 참는 것이 내 가족과 이웃, 사회의 긴 행복이 된다”며 연휴 기간 만남과 이동 자제를 거듭 호소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대권 꿈꾸는 ‘코로나 총리’ 정세균, SNS 불났다

    대권 꿈꾸는 ‘코로나 총리’ 정세균, SNS 불났다

    “습관처럼 시계를 자주 봅니다. 오래된 버릇입니다.” 정세균 총리가 지난 7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다. 정 총리는 이 글에서 시계를 보는 버릇을 언급하며 “공식 행사 외에도 보통 분 단위로 촘촘히 일정을 짜 놓는다”면서 “현안 보고나 회의 등 빡빡한 일정으로 급하게 이동하거나 도시락으로 끼니를 때우는 경우도 허다하다”고 밝혔다. 그는 각 부처의 현안 보고와 회의를 “부처와 당사자들이 정성을 기울여 준비한 소중한 노고”라며 공직 사회를 다독이기도 했다. 요즘 관가에서는 정 총리의 페이스북이 화제다. 주요 현안이 있을 때 페이스북을 들여다보면 정 총리의 속내를 읽을 수 있어 정책을 조율하거나 입안할 때도 참고로 한다는 공무원들이 많다. 전임 이낙연 총리를 비롯해 이전의 총리에게서는 볼 수 없었던 모습이다. 공식 서류상이 아니어서 정 총리는 페이스북을 통해 자신의 철학이나 소신을 가감없이 표출하기도 한다. 그는 최근 야당이 국회에서 정부 여당을 상대로 정쟁 프레임을 덧씌우겠다는 가이드라인을 소속 의원들에게 배포한 사실을 언급하며 “정책 토론을 해도 모자랄 시간인데, 맥이 풀렸다. 가짜뉴스였으면 좋겠다”며 일침을 놓았다. 정치 현안과 관련한 보도자료나 성명을 낼 수도 없는 국무총리의 입장에서 페이스북을 통해 자신의 정치적 견해와 메시지를 있는 그대로 전달한 사례다. 그의 페이스북은 정치 현안에만 머물지 않는다. 제1회 한국 수어의 날인 지난 3일에는 페이스북에 본인이 직접 수어로 ‘안녕하세요. 농인 여러분. 만나서 반갑습니다. 사랑합니다.’라고 표현하는 4문장 짜리 영상을 올렸다. 최근에는 대전의 고등학생들이 택배 노동자들의 열악한 환경을 글로 실어 만든 ‘택배 노동자 달력’ 사진을 첨부하며 국토교통부 장관과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이 달력을 전달하고 대책 마련을 당부했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정 총리의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정치는 전임 이낙연 전 총리 시절에는 볼 수 없었던 모습이다. 정 총리도 한때는 참모들이 초안을 작성한 연설문 원고에 거대 담론을 담아 주요 행사에서 낭독했다. ‘전쟁 없는 평화로운 한반도, 온 국민이 돈 걱정 없이 아프면 치료받고…청년이 자유롭게 미래를 꿈꾸고 노년이 넉넉하고 여유로운 일상을 즐기는 나라…삶이 넉넉하고 만족스런 국민의 나라를 함께 만들어 가겠다’라는 표현이 지난해 11월 3일 제91주년 학생독립운동 기념사를 비롯해 각종 행사 때마다 빠짐없이 언급됐다. 이처럼 판에 박힌 연설문에서 SNS 메시지로의 변화를 차기 대선주자로서의 준비된 행보로 연결짓는 시각이 많다. SNS에 익숙한 젊은 유권자들의 표심을 공략하고, 시대에 뒤떨어지지 않는 정치인의 면모를 내보이려는 속내도 읽힌다. 총리실 주요 회의 때 종이 대신 태블릿을 사용하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1950년생인 정 총리의 새해 시계는 정치권 복귀와 차기 대선 도전에 맞춰져 있다. 총리로서의 SNS 소통 행보가 새해 정치 이정표에 어떻게 새겨질지 주목된다. 세종 박찬구 선임기자 ckpark@seoul.co.kr
  • “계엄령 무섭지 않다” 미얀마 시위에 군부 또 물대포

    “계엄령 무섭지 않다” 미얀마 시위에 군부 또 물대포

    미국 “시위 지지…中도 군부 압박 동참해야”뉴질랜드 “쿠데타 군부와 관계 중단” 선언미얀마 수도 네피도에서 9일(현지시간) 경찰이 쿠데타에 항의하는 시위대를 향해 물대포를 또 발사했다고 미얀마 나우 등 현지 언론이 보도했다. 네피도에서 시위대를 대상으로 물대포를 사용한 건 전날에 이어 이틀째다. 로이터 통신도 현지 매체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영상을 인용해 네피도와 양곤 북동쪽에 있는 바고시에서 경찰이 시위대를 해산시키기 위해 물대포를 발사했다고 보도했다. 앞서 미얀마 군부는 전날 국영TV를 통해 무법행위를 처벌하겠다는 방침을 밝히고, 최대 도시 양곤과 제2도시 만달레이 등 일부 지역에 계엄령 및 5인 이상 집회 금지 방침을 내렸다. 이 같은 조치에도 양곤을 비롯한 미얀마 전역에서는 주말에 이어 나흘째 대규모로 쿠데타 항의 시위가 이어졌다. 양곤에서 시위를 벌인 교사 테인 윈 소는 AFP 통신에 “군정의 경고에 대해 걱정하지 않는다. 그게 우리가 오늘 거리로 나온 이유”라면서 “선거 부정 때문에 쿠데타를 했다는 변명은 받아들일 수 없다. 어떠한 군부독재도 원하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1988년 민주화 운동을 이끈 이른바 ‘88세대’로, 최근 항의 시위를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민 꼬 나잉도 성명을 내고 3주 동안 계속해서 총파업을 진행할 것을 촉구했다. 로이터는 현장 목격자와 기자들의 전언을 인용해 만달레이에서 벌어진 시위 과정에서 최소 27명이 체포됐다고 보도했다. 군부의 강경 대응에 서구도 압박의 기조를 높였다. 미국 국무부는 “우리는 미얀마 국민과 함께 서 있으며, 민주적으로 선출된 정부에 대한 지지를 포함해 그들의 평화로운 집회 권리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네드 프라이스 대변인은 또 “우리는 군부의 최근 공개 집회 금지 발표를 매우 우려한다”며 군부의 오랜 우군인 중국에 대해서도 쿠데타를 규탄하는 민주국가의 움직임에 동참하라고 촉구했다. 뉴질랜드 저신다 아던 총리는 “미얀마에서 벌어진 사태를 강력 규탄해야 한다”면서 고위급 정치인 및 군부 세력과의 관계를 중단하는 등 국교를 유예하겠다고 했다. 외신들은 군부 세력이 이끄는 미얀마 정권을 고립시키기 위한 실질적인 조치를 내놓은 국가는 뉴질랜드가 처음이라고 보도했다. 유엔(UN) 인권이사회가 미얀마 사태 논의를 위한 특별 회의를 소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진다.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
  • 4·3 희생자 위자료 지급 명시화… 행불자 3500명 구제 길도 열려

    4·3 희생자 위자료 지급 명시화… 행불자 3500명 구제 길도 열려

    文 공약 제시 4년 만에 이달 본회의 처리보상 기준·절차 8월 국회에서 보완 입법군사재판 수형인 명예회복 위해 재심도추가진상위 설치… 사망처리 규정 신설유족 “억울한 죽음 평화로 승화될 기회”제주 4·3 희생자에게 국가가 위자료를 지급하는 내용을 담은 4·3특별법(제주 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를 통과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 시절 “제주 4·3특별법을 개정해 배상·보상 문제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힌 지 근 4년 만이다. 4·3특별법은 오는 26일 본회의에서 처리될 전망이다. 국회 행안위는 8일 법안심사소위를 열어 더불어민주당 오영훈 의원과 국민의힘 이명수 의원이 각각 발의한 4·3특별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개정안의 핵심은 희생자와 유족에게 국가가 위자료를 지급한다는 것이다. 여야는 관련 조항에 ‘배상 및 보상’을 명시하지 않는 대신 위자료라는 표현을 넣었다. 그동안 보상 규모 때문에 기획재정부가 반대해 왔지만, 지급 기준과 절차를 연구 용역을 통해 정하기로 했다. 여야는 8월 국회에서 보완 입법을 할 예정이다. 오 의원은 “위자료 관련 용역 과정과 법률안 재개정 작업 등 완전한 해결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4·3 수형인에 대한 명예회복을 위해 불법적으로 진행된 군사재판의 피해자를 구제할 수 있는 방안도 포함됐다. 4·3사건 당시 군사재판을 받아 판결문이 남아 있지 않은 수형인의 경우 법무부가 일괄적으로 직권 재심을 청구하고, 일반재판을 받아 판결문이 남아 있는 수형인은 특별재심을 청구할 수 있다. 기존 일반 재심보다 절차가 간편해졌다.추가 진상조사위원회도 설치한다. 4·3평화재단에서 조사한 내용을 논의한 뒤 심의·의결을 거쳐 국회에 보고하고 진상 조사 결과는 보고서를 발간한다. 4·3사건 피해자 1만 4533명 중 행방불명된 약 3500명에 대한 구제의 길도 열렸다. 진상조사위원회가 일괄적으로 행방불명자의 사망 처리를 할 수 있는 규정을 신설했다. 유족 측은 환영했다. 오임종 제주 4·3사건 희생자유족회장은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억울한 죽음이 헛되지 않고 평화로 승화될 기회의 첫 단추를 끼웠다고 생각한다”면서 “향후 행안위 전체회의나 법제사법위원회, 본회의 등 절차에서도 만장일치로 통과돼 잘못된 역사를 재정립할 수 있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원희룡 제주지사도 환영의 뜻을 보탰다. 그간 원 지사는 4·3 희생자 및 유족들의 명예와 피해 회복을 위해 특별법 처리가 필요하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고, 지난달에는 민주당 이낙연 대표와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을 연달아 만나며 초당적 협력을 당부했다. 이날도 국회를 직접 방문한 원 지사는 행안위 소위 통과 이후 “4·3특별법 제정 20년 만에 내디딘 큰 걸음이자 대한민국이 진정한 인권국가로 가는 새로운 시작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4·3사건은 1947년 3월을 시작으로 이듬해 4월 3일 발생한 소요사태, 그리고 이후 1954년 9월까지 제주도에서 벌어진 남조선노동당 무장대와 정부군 토벌대 간 무력충돌과 진압 과정에서 2만 5000~3만명이 죽거나 행방불명된 사건을 말한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이근아 기자 leegeunah@seoul.co.kr
  • 제주4·3특별법 개정안 국회 행안위 법안소위 통과···2월 처리 가능성

    제주4·3특별법 개정안 국회 행안위 법안소위 통과···2월 처리 가능성

    행안위 1소위, 오영훈-이명수 의원안 병합 심사 처리제주 4·3 희생자에게 국가가 위자료를 지급하는 내용을 담은 4·3특별법(제주 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를 통과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 시절 “제주 4·3특별법을 개정해 배상·보상 문제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힌 지 근 4년 만이다. 4·3특별법은 오는 26일 본회의에서 처리될 전망이다. 국회 행안위는 8일 법안심사소위를 열어 더불어민주당 오영훈 의원과 국민의힘 이명수 의원이 각각 발의한 4·3특별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개정안의 핵심은 희생자와 유족에게 국가가 위자료를 지급한다는 것이다. 여야는 관련 조항에 ‘배상 및 보상’을 명시하지 않는 대신 위자료라는 표현을 넣었고, 지원을 위한 필요 기준을 국가가 마련토록 했다. 지원 기준과 절차 등이 마련되면 여야는 8월 국회에서 보완 입법을 할 예정이다.4·3 수형인에 대한 명예회복을 위해 불법적으로 진행된 군사재판의 피해자를 구제할 수 있는 방안도 포함됐다. 4·3사건 당시 군사재판을 받아 판결문이 남아 있지 않은 수형인의 경우 법무부가 일괄적으로 직권 재심을 청구하고, 일반재판을 받아 판결문이 남아 있는 수형인은 특별재심을 청구할 수 있다. 기존 일반 재심보다 절차가 간편해졌다. 추가 진상조사위원회도 설치한다. 4·3평화재단에서 조사한 내용을 논의한 뒤 심의·의결을 거쳐 국회에 보고하고 진상 조사 결과는 보고서를 발간한다. 4·3사건 피해자 1만 4000여명 중 행방불명된 3500명에 대한 구제의 길도 열렸다. 진상조사위원회가 일괄적으로 행방불명자의 사망 처리를 할 수 있는 규정을 신설했다. 유족 측은 환영했다. 오임종 제주 4·3사건 희생자유족회장은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억울한 죽음이 헛되지 않고 평화로 승화될 기회의 첫 단추를 끼웠다고 생각한다”면서 “향후 행안위 전체회의나 법사위, 본회의 등 여러 절차에서도 만장일치로 통과돼 잘못된 역사를 재정립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원희룡 제주지사도 환영의 뜻을 보탰다. 그간 원 지사는 4·3 희생자 및 유족들의 명예와 피해 회복을 위해 특별법 처리가 필요하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고, 지난달에는 민주당 이낙연 대표와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을 연달아 만나며 초당적 협력을 당부했다. 이날도 국회를 직접 방문한 원 지사는 행안위 소위 통과 이후 “4·3특별법 제정 20년 만에 내디딘 큰 걸음이자 대한민국이 진정한 인권국가로 가는 새로운 시작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4·3사건은 1947년 3월을 시작으로 이듬해 4월 3일 발생한 소요사태, 그리고 이후 1954년 9월까지 제주도에서 벌어진 남조선노동당 무장대와 정부군 토벌대 간 무력충돌과 진압 과정에서 2만 5000~3만명이 죽거나 행방불명된 사건을 말한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이근아 기자 leegeunah@seoul.co.kr
  • 기억 잃는 은막의 여왕, 누가 그를 흔드는가

    기억 잃는 은막의 여왕, 누가 그를 흔드는가

    靑 청원인 “홀로 투병 중… 구해달라”백건우 측 “가족이 돌봐… 거짓 청원”백씨·윤씨 동생들 후견 놓고 소송전지난해 佛서 윤씨 동생들 최종 패소알츠하이머 치매를 앓고 있는 배우 윤정희(77)씨가 배우자인 피아니스트 백건우(75)씨와 딸에게서 방치된 채 프랑스에서 홀로 생활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백씨 측은 “허위 사실”이라며 즉각 반박했다. 지난 5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외부와 단절된 채 하루하루 스러져 가는 영화배우 윤정희를 구해 주세요’라는 글이 올라왔다. 청원인은 윤씨에 대해 “남편과 별거 상태로 배우자의 보살핌을 받지 못하고 파리 외곽에 있는 한 아파트에서 홀로 알츠하이머, 당뇨와 투병 중”이라고 썼다. 또한 “근처에 딸이 살기는 하나 직업과 가정생활로 본인의 생활이 바빠 엄마를 제대로 돌보지 못한다”며 “혼자서 나가지도 못하고 감옥 같은 생활을 한다”고 주장했다. 전화와 방문 횟수도 제한받고 있다고도 했다. 한국 영화사에 큰 족적을 남긴 배우의 근황에 대한 이 충격적인 폭로는 주말 이슈를 빨아들였다.백씨의 한국 공연 기획사 빈체로는 7일 입장문을 내고 이 주장에 대해 하나하나 따졌다. 빈체로는 “몇 년 전부터 윤씨의 건강이 빠르게 악화하며 (연주 여행에) 동행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며 “요양병원보다는 딸의 아파트 옆집에서 가족과 법원에서 지정한 간병인의 돌봄 아래 생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빈체로 등에 따르면 2019년 5월 윤씨가 파리로 간 뒤 그의 형제자매들은 후견인 선임 및 방식에 대해 소송을 제기했다. 백씨와 딸 진희씨를 윤씨의 재산·신상 후견인으로 지정한 데 대해 프랑스 파리의 지방법원에 이의 신청을 냈으나, 지난해 11월 파리고등법원의 판결로 형제자매 측이 최종 패소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빈체로는 “윤씨는 주기적인 의사의 왕진 및 치료와 함께 편안하고 안정된 생활을 하고 있다”며 “(청원인이 주장한) 제한된 전화 및 방문 약속은 모두 법원 판결 아래 결정된 내용”이라고 강조했다. 소송 당시 윤씨의 동생들은 “두 사람이 윤씨에게 적절한 보살핌을 제공하지 못하고 금전적인 횡령이 의심된다”고 주장했지만 프랑스 법원이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청원도 그 연장선이거나 윤씨의 상속 문제를 둘러싼 문제로 보는 시각도 있다. 1967년 ‘청춘극장’으로 데뷔한 윤씨는 330여편의 영화에 출연했고 2010년 마지막 출연작 ‘시’(이창동 감독)로 대종상 여우주연상을 품에 안았다. 백씨의 해외 연주 등에도 늘 동행하며 다정한 모습을 보여 왔다. 지난해 말 제10회 아름다운예술인상 공로예술인상을 수상한 윤씨를 대신해 시상식에 참석한 백씨는 “가족과 좋은 친구들의 보살핌으로 평화로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는 근황을 전하며 여러 차례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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