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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한민국 24시] ‘노인천국’ 종묘광장

    ‘환갑을 훌쩍 넘긴 당신의 외로운 아버지는 오늘도 어느 공원 한 구석에서 짝을 찾고 있을지 모른다.’3일 오후 4시 서울 종로구 훈정동 90 종묘 앞 광장.어떤 이들은 이곳을 종묘공원으로 잘못 알고 있기도 하다.아무튼,이 무렵 종묘 입장권 매표소 앞 잔디밭에서는 한바탕 춤판이 벌어졌다.앉은 이들도 빈 페트병을 두드리며 장단 맞추기에 골몰했다. 덩실 더덩실 돌아가는 춤판의 주인공은 남녀 노인 8명이었다.옆에 나뒹구는 술병이 말해주듯 얼굴은 불그레 물들어 취기가 오른 모습들. 노인 쉼터의 ‘원조’는 종묘에서 버스한 정거장 거리인 종로3가 탑골공원(파고다공원)이지만 지난해 3월부터 독립운동 발상지 성역화 사업의 일환으로 새 단장을 하느라 1년간 폐쇄하면서 ‘놀이터’로는 잊혀져 버렸다.그렇다고 새 둥지를 멀리서 찾을 이유도 없었을 것이다. ◆그들은 ‘낙원동’이라 부른다= 이 역시 인근 동네 이름이 낙원동이어서 잘못 붙여진 것.하지만 적어도 이곳을 찾는 사람들 사이에 아직까지 ‘토’를 다는 이는 없다. 해가 일찍 뜨는 요즘 4만2000평에 이르는 드넓은 광장의 하루는 오전 8시쯤 하나 둘 노인들의 발길이 이어지면서 열린다.이날도 신문지나 두툼한 마분지,바둑·장기판 등을 옆구리에 낀 노인들이 약속이나 한 것처럼 모여들기 시작했다. 아직은 이른 아침이라 인원이 많지 않은 데다 바삐 날갯짓을 하는 비둘기의 울음소리가 크게 들릴 정도로 평화로운 분위기가 느껴지건만 노인들의 표정은 그다지 밝지만은 않다. 오죽 몸을 기댈 곳이 없는 형편이라면 약간은 찌뿌드드한 날씨에 움직이기가 수월찮은 노구를 이끌고 벌써부터 도심 광장까지 찾아왔을까.생각이 여기까지 미치면 이곳도 결국 그들에게 ‘낙원’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을 금세 깨닫게 된다. 그러나 어쩌면 이 광장이 마지막 남은 ‘노인 천국’인지도 모른다.아니나 다를까. 오전 10시쯤 되자 광장 구석구석에 놓인 벤치는 이미 만원사례를 이뤘다.가져온 신문지나 마분지 등을 벤치에 깔고 앉은 노인들은 이제야 ‘동지’를 만난 기쁨으로 조금씩 들뜨기 시작했다.동시에 소란스러워졌다. 노인들은 화장실에 갈 때도 벤치에돌을 하나 올려놓곤 했다.자리를 빼앗기지 않을까 하는 염려 때문에 ‘영역 표시’를 해놓는 것. 한 노인이 옆자리로 눈을 돌려 ‘까치’담배를 사러 인도(人道)의 매점을 다녀왔는데 한개비에 100원이나 하더라고 넌지시 말을 건네며 대화를 청했다. “내 나이쯤 돼 보이는데 자녀가 몇이오?”“아들만 둘인데 집 한채씩 물려줬지요.”“그렇다면 자식들에게 제법 대접받고 살겠는데….”“그게….” 몇년 전만 해도 사업이 번창해 한때는 10억원대의 돈을 다루기도 했다는 A(73)씨는 “잘 나가던 시절엔 부도란 말은 내 사전에 없다고 생각했는데,방심한 게 탈이었는지 그만 당하고야 말았다.”면서 “막상 돈이 떨어지자 사회는 물론 식구들조차 그리 달갑잖은 눈치”라고 단골로 광장에 나오게 된 사연을 들려줬다. ◆광장은 작은 ‘공화국’= 끼니를 때워야 할 낮 12시.웬 일인지 많은 노인들이 꿈쩍도 않은 채 자리를 지켰다.더러 아낙네들이 머리에 받치고 나르는 김밥이나 떡 따위를 느릿느릿 삼켰을 뿐이다.길 옆 ‘24시간 포장마차’에서 비스킷 몇 조각,또는 삶은 달걀 등을 안주 삼아 술잔을 기울이는 사람이 늘어만 갔다. 이같은 상인이나 종교 전도자들이 많은 것은 인파로 북적대기 때문에 ‘약발’이 먹힌다는 사실을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는 뜻일 게다.사람들은 이곳에도 없는 것 빼고는 다 있다고 자랑을 늘어 놓듯 말하곤 한다. 점심시간을 다른 곳에서 보내고 뒤늦게 광장에 출연하는 ‘오후반’의 가세로 이젠 발 디딜 틈조차 없어질 무렵 내기 바둑이나 장기판 구경에 ‘단물’이 빠지면 노인들은 ‘쇼핑’에 나선다.‘호르몬을 생성해 온 몸에 다 좋다.’고 선전하는 만병 통치약을 파는 곳도 몇 군데 된다.깔끔한 노인들은 광장 한복판에만 2∼3곳 되는 구두 수선소에서 반짝반짝 광을 내거나 닳아빠진 굽을 갈아치울 수도 있다. 오후 1시20분쯤 이번엔 40대로 보이는 신사가 확성기를 들고 전도를 위한 설파를 시작했다.종교를 가져야 축복받는다는 말에 말쑥하게 차려 입은 백발 노인은 “선생 말대로 신(神)이 존재한다면 왜 멀쩡한 사람들을 물난리로 고생시키고,노인들을 버림받게 만드느냐.”고따져 물었다.설교하던 사나이는 몇 마디 응수를 하다가 지쳐버린 듯 어디론가 사라졌고 대신 기독교 신자인 다른 노인이 끼어드는 바람에 무신론 시비는 급기야 일파만파로 번지고 말았다. 이곳엔 이밖에도 조금 특별한 게 있다.바로 ‘박카스 아줌마’.저마다 들고 다니는 크고 작은 가방은 음료로 가득 차 불룩 튀어나온 게 특징이라면 특징으로 꼽힌다.‘박카스 드세요.’라며 손님을 끄는 게 보통이다.하지만 요구르트도 많이 판다. 음식이나 음료를 판매하는 통로는 이른바 ‘일천냥 가게’인 셈이다.요구르트 가격은 500원.비싼 이유는 ‘팁’이 붙기 때문이다.여성이 드물다 보니 이성(異性)으로서 말 동무가 돼 주는 대가다.만약 술을 같이 하고 싶으면 ‘위험수당’까지 합해 1만원 정도를 팁으로 내놓아야 한다. ◆가슴은 아직 뜨겁기만= 잔디밭 춤판이 달아오를 대로 달아오를 무렵인 오후 4시30분쯤 광장 관리사무소 앞에서 갑자기 싸움판이 벌어졌다.하루에도 심심찮게 열리는 ‘시국 강연회’가 비화된 것이다. 1시간 전 관리사무소 옆 종로국악정소광장에서 열린 강연회는 사뭇 진지하게 출발했다.70세쯤 되어 보이는 첫 출연자를 중심으로 빙 둘러싼 청중은 족히 100명은 됐다.노인은 “각 정권에 워낙 속아 살아온 국민들이라 서로 믿지 못해 헐뜯는 습성이 있다.”고 지적한 뒤 “이젠 나쁜 얘기는 서로가 하지 않기로 하자.”고 제안했다. 시간이 흐르자 이제까지 듣기에 열중하던 청중들은 옆 사람들과 짝을 지어 소주제를 놓고 의견을 주고받았다.말하자면 분임토의가 이뤄진 셈. 모두가 흥미진진하게만 여기던 강연이 변질된 것도 이 대목에서 비롯됐다.한 노인이 “정권이 바뀌면 보복한다더라.”며 한 마디 불쑥 내뱉은 게 화근이었다.청중 가운데서 “누구한테 여당 편 들라고 하느냐.”는 가시 돋친 말이 쩌렁쩌렁 울려나왔다. 상대가 “그게 편 들라는 말이냐.그렇게 보는 당신이야말로 특정 정당 손들어주기야.”라고 하자 건너편에서도 “무식한 놈”이라고 맞받아쳤고 결국 멱살잡이로 이어졌다.어떤 이는 이를 다들 나라 걱정이 많은 탓으로 돌리기도 했다. 오래 입어 해진 셔츠의 단추가 모두 날아가면서 어둑어둑해질 때까지 1시간이 넘도록 다툼은 계속됐지만 볼썽사나운 싸움판만 있는 건 아니다. 7∼8시가 되면 그나마 가족들이 기다린다는 생각에 급해졌거나 돌아갈 곳이 있는 노인들은 이제 하나 둘씩 서서히 자리를 뜨기 시작한다. 그러나 아직도 술이 고픈 노인들은 포장마차를 쉽게 떠나지 못한다.또 캄캄해진 벤치에서는 요즘 유행어로 ‘작업’을 하느라 여념이 없는 사람도 심심찮게 발견된다.이따금 치마를 살짝 들어올리면서 유혹해 오는 ‘박카스 아줌마’의 손을 떨치지 못한 것.물론 이러한 유혹은 대낮에도 없지 않다. 여관행에 드는 기준비용은 3만원이다.그러나 역시 에누리 없는 장사는 없는 법.‘있어 보이는’사람이라고 여겨지면 5만원까지 치솟지만,반대 경우라면 값은 형편에 따라 1만원 안팎까지 떨어지기도 한다. 목수 일을 한다는 C(62)씨는 “보통 ‘○○동 아줌마,△△ 여사’로 불리는 매춘부들끼리는 서로가 알아보는 눈치”라면서 “나이가 주로 50대 안팎이지만 최근에는 젊은 여성들이 가세해 10여만원을 받고 소개비를 떼 주기도 한다.”고 귀띔했다. 가뜩이나 시대가 낳은 갖가지 시련을 헤쳐온,오늘날 어르신들의 하루는 이런저런 해프닝 속에 힘겨운 표정으로 지나가고 있었다.‘당신도 늙어 보라.’고 꾸짖는 듯이 말이다. 송한수기자 onekor@
  • 새영화/ 30일 개봉 프릭스 - 괴물로 변한 거미떼의 습격

    ‘프릭스’(Eight legged freaks·30일 개봉)는 잘 계산된 상업영화다.괴물이 인간을 위협하는 공포영화와,재앙에 맞서 싸우는 집단을 그리는 재난영화의 문법을 적당히 섞었다.환경문제를 은근슬쩍 건드리기도 하고,인디영화 같은 황당 코믹도 들어 있다.멜로와 액션의 양념도 쳤다. 결과는? 뛰어난 작품까지는 못 돼도,다양한 재미가 혼합된 괜찮은 오락영화가 됐다.장르를 이리저리 섞다 보면 산만해지기 십상인데,적당한 선에서 장점만 끌어들여 깔끔한 구성을 만들었다.아무 생각없이 즐기기에는 안성맞춤. 배경은 미국의 작은 폐광촌.산업폐기물을 실은 트럭이 전복돼 강으로 흘러든다.강가의 귀뚜라미를 먹은 거미들은 며칠새 인간보다 더 큰 괴물로 변한다.‘터미네이터2’ ‘아마겟돈’ ‘스파이더 맨’의 특수효과팀이 만들었다는 이 거대한 거미만으로도 볼거리는 충분하다. 10년만에 마을로 돌아온 광산 엔지니어 크리스(데이비드 아퀘트)와 그의 옛 애인이자 보안관인 샘(캐리 뷰러)은 거미떼에 맞서 한판 승부를 벌인다.마을 사람들을 한 장소에 불러들여 함께 싸우는 작품의 클라이맥스는 정통적인 재난영화와 닮았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 영화의 매력은 영웅이 없다는 점.선남선녀가 주인공이지만 그들은 뭔가 부족한 인물들이다.이 둘이 마을사람들과 힘을 모아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은 뻔하지만 감동적인 데가 있다. 고양이가 거미에게 먹히는 것을 마치 만화처럼 벽에 새겨진 고양이의 몸짓으로 표현한 장면,거미의 습격을 외계인의 침공이라고 주장하는 수다쟁이 라디오 DJ,크리스가 위급한 상황에서 샘에게 머뭇거리며 사랑을 고백하려 하자 샘이 빠른 대사로 명쾌하게 받아치는 장면 등은 공포영화답지 않은 웃음을 선사한다. 평화로운 마을이 예기치 않은 위기에 처하고 이를 공동으로 대처한다는 내용은 9·11테러에 직면한 미국인에 대한 은유로 읽힐 수도 있을 듯.감독은 뉴질랜드 출신 엘로리 엘카옘.거미를 그린 단편 공포물로 재능을 인정받아 할리우드에 스카우트됐다. 김소연기자 purple@
  • ‘인썸니아’/실수로 동료 죽인 형사 만약 당신이 그 형사라면…

    도머와 햅은 형사다. 도머(알 파치노)가 과거에 저지른 부정을 동료인 햅이 폭로하려 하자 도머는 불안해진다.어느날 살인범을 쫓다 도머는 ‘우연히’햅을 사살한다.그게 정말 우연이었을까.무의식중에 햅이 죽기를 바랐기 때문일까.아니다.모두 그놈의 살인범 때문에 생긴 일이다.도머는 서서히 스스로를 잃어간다. ‘메멘토’로 천재작가란 격찬을 받은 크리스토퍼 놀란.그가 이어서 던진 화두는 ‘인썸니아’(Insomnia·15일 개봉),즉 불면증이다.‘인썸니아’는 전작 ‘메멘토’와 마찬가지로 인간 의식의 흐름을 따라가는 일종의 해답 없는 게임이다. 깨어있지만 깨어있지 않은 병리적인 혼돈 상태.불면증처럼,영화는 명확하게 보이지만 모호해져만 가는 두가지 살인사건을 추적한다.도머는 햅을 살인범으로 착각해 죽였다.살인범에게 죄를 씌우면 모든 게 해결된다.물론 그건 범죄다.하지만 결과가 옳다면 과정쯤은 무시할 수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살인은 우연이 아닐까.작정하고 죽인 게 아니라면 모두 우발적인 사고일 뿐이다.쉽게 정체를 드러낸 살인범핀처(로빈 윌리엄스)는 그렇게 도머를 유인한다.“나도 그 여고생을 우연히 죽인 거야. 너처럼.” 이제 도머만 가만히 있으면 모든 게 평화로워진다.도머는 과거사를 감추고 계속 형사로 살아가면 되고,핀처는 3류 소설가로 남으면 된다.과거 비리도그 나름의 정의를 실현한 것이었다.살인범으로 몰릴 처지인 여고생의 남자친구는 원래 악질이다.미래의 범죄자를 처단하는 셈 치면 된다. 당신이라면 이 상황에서 어떻게 하겠는가.감독은 보통의 스릴러처럼 살인범을 잡는 데에는 관심이 없고,대신 이런 난처한 질문을 관객에게 던진다.“‘메멘토’에서 관객을 주인공의 관점에 서게 한 것과 똑같은 방법으로 이번에는 도머의 머리 속에 관객을 집어넣는다.”라는 제작자 스티븐 소더버그의 말처럼 철저히 도머가 돼 사건을 바라보게 한다. 이는 관객에게 한편으로는 흥미진진하지만,도덕성을 시험당한다는 점에서 곤혹스러운 경험이다.지독한 안개만큼이나 희미한 상황에 놓인 정의와 진실을 누가 가려낼 수 있겠는가.아니 과연 그렇게 명확한 진실이 존재하기나할까.기록만이 진실하다고 믿는 ‘메멘토’의 주인공이 기억의 왜곡 속에서 전혀 엉뚱한 진실을 찾듯이,그렇게 도머는 불면증 속에서 진실을 왜곡한다. 영화는 백야가 지속되는 알래스카 풍경으로 도머의 내면을 완벽하게 잡아낸다.빛을 가리려 커튼을 치고 베개와 이불로 막아보지만 죄의식은 스멀스멀 그틈새로 새어나온다.피곤에 찌들고 눈이 퀭하게 변한 도머의 육체처럼 관객도 피로함을 느낀다. 하지만 할리우드 자본으로 찍은 영화답게 선악의 대결구도를 빼놓지 않았다.특히 결정적 증거를 강물에 던질 듯하다가 주머니에 넣는, “그래도 진실은 살아 있다.”는 식의 결말은 이 천재감독이 할리우드와 타협한 듯한 인상을 준다. 김소연기자 purple@
  • “남북관계 공정보도 노력” 기자협회 금강산서 포럼

    한국기자협회(회장 이상기)는 15일 금강산 호텔 해금강에서 제20회 기자포럼을 열어 민족 동질성 회복을 위한 노력을 다짐하고 북측 언론기관 대표단의 답방을 희망하는 ‘한국기자협회 금강산 방문에 즈음한 결의문’을 채택했다. 기자협회는 결의문에서 “남북이 화해와 협력으로 나아가는 마당에 최근 서해상에서 무력 충돌이 빚어진 것을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밝힌 뒤 “남북이 화해와 협력을 바탕으로 평화로운 통일을 실현하는 데 일선 언론인들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협회는 ▲사실에 입각한 공정보도 ▲안보상업주의 경계 ▲민족 동질성 회복을 위한 실천적 노력 ▲남북간 기자 교류 추진 등을 다짐했다. 김성호기자 kimus@
  • [임영숙 칼럼] 템플스테이에 초대합니다

    새벽 3시에 이토록 평화롭게 잠에서 깨어날 수 있다니…. 새벽 1∼2시에 잠자리에 드는 습관을 가진 사람으로서는 드문 체험을 했다.도량석을 도는 스님의 부드러운 목탁소리,처마끝에서 울리는 맑은 풍경소리,태풍 라마순이 잦아들면서 뿌리는 빗소리를 들으며 산사에서 맞는 초여름 신새벽은 참으로 평화로웠다.그리고 묵언.아침 예불 시간까지는 말을 할 수 없다.예불이 끝난후 서툰 가부좌를 틀고 앉아 참선을 할때는 사위가 절대 정적에 휩싸인 듯했다.갑자기 새들의 지저귐이 요란하게 들려왔고 그제서야 “새들보다 먼저 깨어났구나.”하며 스스로에게 감탄한다. 월드컵 기간동안 외국인들을 위한 사찰체험 프로그램으로 마련된 템플스테이(Temple Stay)에 참가할 기회를 가졌다.한국방문기획단과 조계종이 지난 주말 여기자클럽을 경기도 화성의 용주사로 초대한 것이다.취재는 많이 해도 직접 체험할 기회는 갖기 힘든 기자들은,월드컵 열기 속에 단 하루도 숨 돌릴틈 없었던 취재와 격무의 6월을 보내고 “초여름 산사의 고즈넉함을 느껴보자.”는 기대속에 출발했다.그러나 템플스테이는 강행군의 연속이었다.저녁 9시 취침에 새벽 3시 기상,세찬 빗줄기 때문에 도량청소 울력이나 탑돌이가 생략됐음에도 단 1분도 잡념이 끼어들 수 없는 빡빡한 일정의 연속이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정확히 24시간의 산사체험이 끝났을 때 일행은 모두 행복한 표정이었다. 월드컵 기간 예상되는 숙박난을 해소하고 한국 전통문화를 체험하는 기회를 제공하는 관광상품으로 개발된 템플스테이는 지난 5월22일부터 6월30일까지 전국 33개 전통사찰에서 운영됐고 참가 외국인은 모두 900여명이었다.그 가운데는 20개국 주한 외교사절과 그 가족들도 있었고 영국 블레어 총리 공보수석보좌관,프랑스 문인협회 회원들,독일 재즈그룹 살타첼로도 있었다. 그들에게 템플스테이는 “결코 잊을 수 없는 너무나 멋진 체험”이었다.단순한 식사가 아니라 수행의 한 과정으로 하는 발우 공양,하루 일하지 않으면 하루 먹지 않는다는 선가의 전통에 따른 울력,고요한 사유로 해탈의 길을 찾는 참선 수행,스스로 세상을 밝히는 등불처럼 살고자 하는다짐의 표현인 연등 만들기,수행과 기도의 한 방법인 탑돌이,부처님의 가르침을 전하는 마음으로 경전을 옮겨 적는 사경 등을 해보고 그들은 “진짜 한국을 맛 보았다.”고 말했다.미국 플로리다에서 왔다는 한 교수는 “나는 길을 잃기 위해서 여기 왔다.”면서 삭발을 하기도 했다. 이 프로그램이 외국인들의 감탄 대상으로만 끝나서는 안될 것이다.월드컵기간동안의 한시적 행사로 끝날 것이 아니라 상설체제로 운영되고 내국인에게도 개방해야 한다.조계종과 정부 당국도 그런 방향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으나 아직 확정된 바는 없다.기존의 사찰수련회와의 접목도 고려해 볼 만하다. 지금까지 언론은 템플스테이 참가 외국인이 예상보다 적었다는 점에서 ‘절반의 성공’이라고 평하고 있지만 이 프로그램은 숙박난 해소 차원보다는 한국전통문화 체험 쪽에 무게를 두어야 한다.다이내믹한 열정의 ‘붉은악마’와 자기 속으로 깊이 침잠해 볼 수 있는 템플스테이의 절묘한 조화속에 한국 문화의 진정한 모습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유럽 관광길에 찾는 대부분의 문화유적들이 기독교와 관련된 것들이듯이 한국 문화재의 65%이상이 불교 문화재다.무심코 사용하는 우리 말 가운데도 불교에서 유래된 것들이 많다.‘이판사판’‘야단법석’‘무진장’등이 그 일부다.“독서 삼매에 빠진다”할 때의 삼매도 범어 삼마디(samadhi)의 음역에서 비롯된 것이다.한국인이라면 자신의 종교에 상관없이 한국문화의 뿌리인 불교를 이해해야 할 의무가 있지 않을까.나와 이웃과 자연은 하나라는 연기사상에 입각한 한국의 사찰은 자연과의 철저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따라서 사찰 체험은 단순히 불교사원을 방문해 보는 것이 아니라 한국의 전통,한국의 문화,한국의 자연을 느끼고 배우는 길이다.주5일 근무제가 시작됐지만 그것을 온전히 감당할 훈련과 여유를 갖지 못한 사람들에게는 특히 템플스테이가 유용한 기회가 될 듯싶다. 임영숙 ysi@
  • 기고/ 北·美관계 개선 김정일에 달려

    일보 진전이 기대됐던 북한·미국 관계가 서해교전 사태로 인해 다시 얼어붙고 있다.미 행정부 일각에서는 햇볕정책에 대한 원론적 검토가 필요하다는 극단론까지 공공연히 주장하고 있는 실정이다.미 공화당 보수파 정권의 싱크탱크를 자부하는 헤리티지재단 아시아연구소의 동북아시아 정책분석가인 발비나 황의 글을 통해 미국의 보수진영이 북한을 바라보는 눈을 알아본다. 미 국무부는 지난 2일 북한과 고위급회담을 재개하겠다는 제안을 철회했다.이같은 결정은 지난달 29일 발생한 서해교전의 여파로 북·미 관계의 미래에 많은 추측을 불러 일으킨다. 특사파견 철회가 이미 지연돼 온 북·미간 대화의 ‘막다른 골목’을 의미하는가.적어도 미국의 입장에서는 그렇지 않다.두나라 관계개선에 대한 어떠한 전망도 평양 정권의 역할에 달려 있다. 미국이 특사파견 계획을 철회한 것은 기본적으로 북한이 시의적절하게 반응하지 않은 탓이다.미국은 6월25일에 이어 27일 고위급 특사를 10일 평양에 보내겠다고 거듭 제의했다.1일까지 북한이 응답하지 않음으로써 10일 평양을 방문하기 위한 준비절차가 불가능해졌다는 것은 분명하다.게다가 북한이 한국 해군과 교전함으로써 대화보다는 대치 국면을 선호한다는 강력한 사인을 보냈다. 북한이 왜 교전했는지 확실히 알 수는 없다.공격의 이면에 깔린 동기들을 결정하는 것은 궁극적으로 중요하지 않다.실제로는 다양한 동기들이 있을 수 있다.가령 서해교전은 성공적인 월드컵을 방해하려는 평양의 계산된 노력일 수도 있다.북한 정권이 지시한 게 아니라 현장에서 북한 해군의 과잉반응일지 모른다.또한 미국과의 대화를 직전에 두고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대화의 분위기를 뒤엎기 위해 직접 지시한 사건일 수도 있다. 북한의 진정한 동기가 무엇이든,중요한 점은 의도됐건 우발적이건 북한이 다시 긴장을 고조시켰고 평화로운 대화의 분위기를 망쳤다는 것이다.게다가 적어도 한국의 해군 4명의 젊은 목숨을 앗아갔고 30명이 심각한 부상을 입었다.결국 이번 사건의 가장 중요한 의미는 ‘북한 정권이 너무 불투명하기 때문에 그들의 행동과 의도를 결코 이해할 수 없다.’는 좋지 않은 현실만 재확인시켜 준 셈이다. 이같은 현실은 북한을 남한뿐 아니라 미국과 아시아 지역 전체에 안보상의 위험스러운 존재로 계속 남게 한다.북한 정권의 투명성 부족과 국제사회로부터 많은 수혜를 얻어내기 위해 그동안 저지른 도발적 사건들을 감안하면 북한이 더이상 ‘비열한 행동’으로부터 수혜를 받게 해서는 안된다. 미국은 이같은 차원에서 서해교전에 반응했고 북한이 성실하고 신뢰할 만한 대화 파트너가 되기를 머뭇거림에 따라 대화재개를 연기했다.북한은 대화를 추구하면서 진지하지 않은 자세를 보였다.물론 이 자체로 미국이 북한과 다시 만나기를 거절한다는 뜻은 아니다.그러나 북한의 나쁜 행동에는 결코 보상이 뒤따르지 않을 것이라는 중요한 암시를 미국이 보낸 것이다.대화가 중단된 책임은 미국이 아니라 북한에 있다는 사실도 전세계에 천명했다. 북·미 관계개선의 운명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손안에 있다.그는 한국과 미국과의 관계를 개선시킬 실질적이고 중요한 기회들을 던져버렸다.김대중정부가 6개월밖에 남지않은 상황에서 그는 시간을 빨리 쓰고 있다.그러나 김정일이 미국과 남한의 제안에 응답하기를 기다리는 동안 대북정책의 목적이 옆길로 빠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지금까지 북한은 미국과 남한이 북한과 만나거나 대화하는 것 자체를 ‘성공의 기준’으로 놓게끔 상황들을 조종하곤 했다. 대화 자체가 목적이 아니며 그래서도 안된다.대북정책의 최종 목적은 전부는 아니더라도 한반도에서의 긴장을 영구히 완화시키는 것이다.북한을 협상테이블에 앉히는 게 필요하지만 이같은 중간 절차를 위해 북한에 모든 것을 주는 데에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 대북정책을 재검토한 윌리엄 페리 전 국방부 장관은 “북한과의 협상은 미국이 원해서가 아니라 북한이 존재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북한은 최근 그들의 실체를 드러냈고 미국도 같은 방식으로 적절히 대응했다. 발비나 황/ 헤리티지재단 정책분석가 ▲약력/ 1968년생,컬럼비아대 외교학 석사,버지니아대 경영학 석사(MBA),조지타운대 박사
  • [임영숙 칼럼] 꿈은 이루어진다

    서너살이나 됐을까.얼굴에 태극 문양을 그린 붉은악마 차림의 두 어린이가 뚫어지게 한 곳을 바라보고 있다.월드컵 준결승전 다음날인 26일 대한매일 1면 사진이다.상암동 서울월드컵 경기장에서 벌어진 한국과 독일 경기 관람에 열중한 어린이들을 찍은 것이었다.신문 지면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 이 사진 밑에는 “꿈은 계속된다”는 제목의 기사가 실렸고,사진설명 제목은 “내일은 우리가…”였다. 나도 그 어린이들처럼 붉은악마 옷차림으로 상암동 경기장에서 월드컵 준결승전에 12번째 선수로 ‘참여’했다.경기가 끝나고도 응원석이 텅 빌 때까지 앉아 있다가 집에 돌아오니 자정이 가까운 시간이었고 아쉬움과 뿌듯함이 교차하는 형언할 수 없는 감정으로 잠자리에 들었다.그러나 아침 신문에서 이 사진을 보는 순간 한국이 독일에 0 대 1로 진 아쉬움을 가볍게 떨쳐낼 수 있었다.“그래 적절한 시점에서 잘 멈춘 거야.이번 경기도 연장전이나 승부차기까지 가고,그래서 우리가 이긴다 해도,다음 경기에서 우리 선수들이 경기장에 쓰러져 끝내 일어나지 못하는 불상사가 생길 수도 있어.그동안 죽을 힘을 다해 몸이 부서져라 뛰었으니….한꺼번에 무리하게 이루는 것보다 4년 후를 기다리지 뭐.”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린 순간 스스로를 달랬던 심정으로 다시 돌아갔다. 사실 한국 축구의 폴란드전 첫 승만도 대단한 일이라고 생각했던 내가 결승 진출좌절을 아쉬워한 것은 우승에 대한 욕심이 아니라 한국 선수들이 일본 요코하마 경기장에 서는 것을 보고 싶은 소망에서였다.“‘아시아의 긍지’가 된 한국 축구를 일본이 열렬히 응원하는 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울까.”하는 생각에서 한발 더 나아가 “이번 월드컵 대회에 남북한 단일팀이 뛰었다면 남북 통일은 훨씬 앞당겨질 텐데.”하는 꿈까지 가졌던 것이다. 동북아 질서의 재편에 대한 기대가 무너진 데서 온 아쉬움과 교차된 뿌듯함은 우리 선수들과 응원단이 안겨주었다.한국 선수와 응원단은 너무나 순수하고 평화스러웠다.거스 히딩크 감독은 지난 5월 “한국 선수들의 강한 열정과 순수함이 나를 들뜨게 한다.이들은 월드컵을 단순히 돈벌이로 여기는 유럽선수들과는 크게 다르다.”고 말한 바 있는데,6월 한달 내내 우리 선수들은 온 국민과 세계인에게 히딩크의 그 발언을 감동적으로 확인시켜 주었고 이날 준결승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붉은악마의 응원 모습을 먼 발치나 텔레비전을 통해서만 본 사람들에겐 그 거대한 에너지 분출과 일사불란함이 섬뜩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그러나 그 붉은 물결 속에 들어가 보면 평화로운 열정에 ‘생애 최고의 감동’(미국 칼럼니스트 토머스 플레이트)을 맛보게 된다.아직도 그 물결 속에 들어가 보지 못한 사람이 있다면 나는 3,4위전 때를 놓치지 말라고 권하고 싶다. 준결승전이 끝나고 경기장 밖에서는 진기한 풍경이 벌어졌다.독일 응원복을 입은 한 독일인이 작은 나팔로 ‘대∼한민국’을 선창하고 붉은악마 차림의 한국인과 외국인들이 이를 따라 목청껏 연호하는 모습이었다.노약자와 어린이는 들어갈 수도 없을 만큼 축구 팬의 난동이 극심하다는 공포의 유럽 축구장에서 주최국이 패배했을 때 상상이나 할 수 있는 모습인가. 물론 한국의 놀라운 승리를 ‘음모론’으로깎아내리는 외국 언론도 없지 않다.인종차별의 냄새가 나는 그런 주장이 2006년 독일 월드컵 대회에선 더이상 발붙이지 못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정부의 포스트 월드컵 대책이 발표됐지만 월드컵 경기장 사후 활용대책의 재점검도 필요하다.10개 개최도시가 이미 마련해 놓은 대책은 수익사업 위주이고 축구경기장으로서의 상시 활용계획은 미흡한 편이다. 뉴욕타임스는 “한국은 결승에 나가지 못했으나 세계에 자신들의 정신을 과시했다.”고 썼다.그렇다.우리는 월드컵 우승보다 더 값진 것을 얻었다.붉은악마의 준결승전 카드섹션대로 “꿈★은 이루어진다”는 것을 스스로 확인했다.또 우리가 얼마나 아름답게 꿈을 이루는가를 전 세계에 보여주었다.우리는 꿈을 이루었고 앞으로도 이룰 것이다. 임영숙/ 미디어연구소장 ysi@
  • [월드컵을 넘어서] (2)이제는 경제다

    ■‘경제4강' 民·官 함께 나서자 월드컵 4강 진입을 ‘경제 월드컵’으로 승화시키려는 노력이 붉은악마의 응원 열기 못지않다.정부와 기업들은 한달 전만 해도 예상치 못했던 성과로 부랴부랴 포스트 월드컵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전문가들은 그러나 정부 주도가 아닌 민·관 합동 또는 민간주도-정부지원 형태로 포스트 월드컵이 짜임새 있게 추진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코리아 브랜드를 높이고 동북아 중심국가로 발돋움하려는 국가적 전략을 짚어본다. ◇자만할 때 아니다= 프랑스가 1998년 월드컵을 치르기 전,290억달러였던 외국인 투자가 월드컵 이후 390억달러로 늘어났듯 외국인 투자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재정경제부 관계자는 “현재 150억달러인 외국인 투자자금은 월드컵이 끝나면 두 배이상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기업들도 월드컵 4강 덕을 톡톡히 봤다.한 예로,무역협회 등에 따르면 대회 개최전에 32%에 불과하던 현대자동차의 인지도는 67%로 껑충 뛰었다.붉은악마의 열광적이면서도 평화로운 응원문화는 어느새 우리나라를 상징하는대표브랜드로 자리잡았다. 하지만 이런저런 숫자에 만족하면 월드컵 대회는 일회성 이벤트로 끝날 수밖에 없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현대경제연구원 박동철(朴東哲) 거시경제실장은 “월드컵 열기는 대회가 끝나는 대로 금방 식게 마련”이라며 “기회를 놓치지 말고 경제도약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등 남미 국가들은 월드컵대회 개최 또는 대회마다 좋은 성적을 거둬 국가의 인지도가 높아졌다.그러나 이를 경제도약의 발판으로 연결시키지 못해 세계 금융불안의 진앙이 되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 정문건(丁文建) 전무는 “88서울올림픽도 스포츠 이벤트로는 성공했지만 코리아 브랜드를 한 단계 끌어올리는 데는 실패했다.”고 상기시키면서 이번 기회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코리아 브랜드는 제품과 경쟁력 업그레이드= 코리아 브랜드의 인지도는 높아졌지만 제품의 질과 경쟁력이 뒤따르지 않으면 상승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한국개발연구원(KDI) 김주훈(金周勳) 연구위원은 “일본제품은 1964년 도쿄올림픽을 개최하기전에 ‘싸구려’라는 인식을 받았으나 고부가가치화에 힘을 쏟아 세계적 고급제품으로 성장시켰다.”면서 제품의 질을 높이는 데 주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대경제연구원 박 실장은 “정부 주도의 포스트 월드컵 대책으로는 한계가 있다.”면서 “붉은악마 응원단을 젊은층이 이끌었던 것처럼 W(월드컵)세대,시민단체 등이 폭넓게 참여하는 민·관 합동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동북아 허브전략 발판으로= 월드컵 개최는 우리나라가 ‘동북아 허브(중심축)’로 우뚝 설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는 평가다.남덕우(南悳祐) 전 총리(산학재단이사장)는 “월드컵 때 결집된 거대한 국민적 에너지를 승화시켜 나가면 ‘동북아 허브’ 건설은 여러 난관에도 불구하고 충분히 가능하다는 확신을 갖게 됐다.”고 역설했다. 실제 우리나라는 국제적인 인천국제공항과 부산·광양항 개발로 동북아 교역과 물류의 허브가 될 수 있는 하드웨어를 갖추고 있다.세계적 수준의 통신인프라와 정보기술(IT) 산업기반도 매력적이다. 하지만 ‘동북아 허브의 실현은 넘어야 할 산이 한 둘이 아니다.단순한 국제적인 물류기지가 아니라,21세기의 새로운 경제질서 창출을 주도하는 것으로,정치·경제등 모든 분야의 기존 질서를 무너뜨려야 한다. 교육제도 개선,각종 무역규제 철폐,외국기업 세제혜택 등 각 분야의 문호개방이 전제되고 내·외국인의 차별 폐지도 고려해야 한다.무역협회 양수길(楊秀吉) 박사(전 OECD대표부 대사)는 “‘투자천국’‘기업하기 좋은 나라 만들기’를 외치는 구호는 난무하지만,이를 위한 내부적인 인프라는 걸음마 단계”라며 “히딩크 축구에서 보듯 선진화된 기법과 문화를 체득해 우리 것으로 만드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개방적 경제체제 전환에 따른 의식변화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한 예로 월드컵기간 동안 물류수송,관광객 유치 등에 큰 관심을 갖지 않은 탓에 성과가 기대치를 밑돈 것도 관광·서비스 인프라 구축에 대한 기본인식이 덜 돼 있음을 말해준다는 것이다. 주한 미상공회의소 제프리 존스 회장은 “싱가포르·홍콩 등과 같은 국제적 허브항을 만들려면 자본주의 개념에 대한 철저한 의식 전환이 필요하다.”며 “정리해고 등을 포함한 노동시장의 유연성,외환관리규제 철폐,소득세 부담 경감 등의 법·제도 개선을 통해 외국인이 매력을 느낄 때 동북아 허브는 실현될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박정현 주병철기자 jhpark@ ■현오석 무협 무역연구소장 “홍보·마케팅 전담기구 마련해야” 한국축구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던 월드컵 4강까지 오르자 세계인의 시선이 ‘대∼한민국’으로 집중되고 있다.대사관 등 외국에 나가 있는 정부기관이나 기업의 해외지점을 통해 ‘메이드 인 코리아’의 인지도가 급상승하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도 들려온다. 현오석(玄旿錫·사진) 한국무역협회 무역연구소장은 27일 “월드컵대회를 통해 국가의 이미지 개선은 물론,무역·수출·투자 등 경제 전반에 걸쳐 효과를 극대화해야 한다.”면서 “지금이야말로 ‘포스트 월드컵’에 온 국민적 역량을 모아야 할 절호의 기회”라고 거듭 강조했다. ◇4강 진출로 전 세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는데요. 무협 해외사무소나 KOTRA해외무역관 등에서 한국과 국산제품에 대한 이미지가 크게 좋아지고 있다는 희소식이 연일 들어오고 있습니다. 당장 수출 주문이 늘거나 계약이 이뤄지는 것은 아니겠지만 그동안 ‘코리아’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 때문에 평가를 제대로 받지 못했던 우리 제품의 우수한 품질이 제대로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그동안 한국은 ‘6·25전쟁’‘노조파업’‘정권부패’‘외환위기’등 부정적인 이미지가 강했습니다.그러나 월드컵을 통해 우리는 질서정연한 역동성과 넘치는 에너지를 전 세계에 보여줬습니다.특히 대회를 진행하면서 나타난 우리의 정보기술(IT)에 대해 외국인들의 찬사가 이어지고 있습니다.4강 신화 못지않게 ‘치안과 질서가 완벽한 나라’‘IT코리아’‘비즈니스 코리아’의 이미지를 확실히 심어준 계기가 된 것이지요. ◇88올림픽과 비교한다면. 올림픽은 서울이라는 도시 중심의 아마추어 행사였기 때문에 경제적 효과는 별로 거두지 못했습니다.월드컵은 스포츠산업과 통신·방송 등에 있어 전 세계 기업들이 모여 이윤을추구하는 ‘경제 이벤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특히 스포츠 마케팅을 통해 경제적인 부가가치를 극대화시킬 수 있습니다.올림픽 이후에는 소비가 급증하고 해외여행이 증가하는 등 흑자관리 소홀로 내실화된 효과를 보지 못했습니다.올림픽의 교훈을 바탕으로 월드컵 이후에는 일시적인 효과에 머물지 않도록 체계적인 전략이 필요합니다. ◇월드컵의 경제적 효과는. 한국개발연구원(KDI)은 3조 4000억원을 투자해서 17조원에 이르는 경제효과를 거둘 것으로 전망했습니다.서울시정개발연구원은 서울시의 경제효과로 6조원,고용창출도 9만명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국가 홍보효과와 경기부양효과 등은 월드컵의 큰 수확입니다.월드컵 개최도시 지역경제도 크게 개선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포스트월드컵 대책은. 9월 부산아시안게임과 연계해 월드컵 효과를 지속시키고,해외 바이어를 초청해 월드컵 개최도시에서 수출상담회를 갖는 등 정부와 민간차원에서 모든 방안을 강구해야 합니다.특히 월드컵 때 방한한 바이어와 지속적으로 관계를 맺어 ‘코리아붐’을 이어가는 발판으로 삼아야 합니다.외국인의 직접투자도 적극 유치할 수 있도록 체계적인 홍보·마케팅 공식기구를 마련하는 것도 필요합니다.축구에 열광적인 남미 등을 대상으로 수출마케팅을 강화하고,한국의 스포츠·문화상품을 무역과 연결시켜 실질적인 수출로 이어지도록 계획을 추진해야 합니다.삼성·LG·SK 등 대기업을 포함한 주요 수출기업도 월드컵 이미지를 십분활용,해외시장 공략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습니다.월드컵 성공을 카타르시스에만 머물게 하면 안 됩니다. ◇코리아브랜드 육성방안은. 브랜드는 물건 그 자체보다 문화·디자인 등이 집약된 복합 무역상품입니다.기본 브랜드는 바로 ‘국가’입니다.기업과 제품이 국가브랜드보다 많이 알려져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만 월드컵을 계기로 ‘코리아’라는 국가브랜드를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합니다. 월드컵 이후 한국을 ‘기업하기 좋은 나라’로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국가 이미지는 개선됐지만 외국기업들이 실제로 활동하기 더 어렵다면 효과가 있겠습니까? 외국인들이일하기 좋도록 환경을 만들어주어 무역·수출·투자확대로 이어지게 해야 합니다. 김미경기자 chaplin7@ ■히딩크식 경영 ‘훌륭한 리더가 조직을 바꾼다.’ 월드컵 4강 신화를 창조한 거스 히딩크 국가대표팀 감독의 독특한 용병술 때문에 유행하고 있는 말이다.히딩크 감독은 이번 대회를 통해 한 사람의 훌륭한 리더가 조직과 사회를 얼마나 탈바꿈시킬 수 있는가를 입증했다는 점에서 귀감이 되고 있다. ‘히딩크 신드롬’‘히딩크 경영학’이란 신조어를 만들어낸 그의 리더십은 의외로 간단하다.철저하게 경쟁원칙을 지킨 게 승리의 출발점이었다. 대표팀 23명을 마지막 순간까지 확정짓지 않으면서 경쟁을 유도했다.자발적 훈련으로 이어지게 한 것이다. 공정경쟁원칙은 대표선발 때마다 훼손됐다는 잡음이 일었으나 이번에 그가 ‘한 수’가르쳐준 것이다. 김광림(金光琳) 특허청장은 “우리 사회는 경쟁 외적 요소로 좌우되는 예가 허다하다.”며 “모든 분야에서 경쟁원리로 구성원의 능력을 최대한 이끌어내는 히딩크의 리더십을 본받을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평가했다. 그의 탁월한 ‘집중과 선택’ 능력도 본받아야 할 교훈으로 여겨지고 있다. 철저하게 준비한 자신만의 독특한 훈련프로그램으로 선수들에게 때론 가혹하게,때론 인간적으로 다가갔다. 지난 25일 준결승전(독일전)을 앞두고 그는 “우리 선수들은 개처럼 싸웠다.”고 말했을 정도다. 다만 중요한 결심을 할 때는 반드시 코칭스태프들과 토론을 거쳐 정확한 분석정보를 골랐다.하루하루 선수들의 개인적인 기량과 컨디션,문제점 등을 데이터베이스(DB)화하고,상대 팀의 경기를 비디오로 분석해 장·단점을 족집게처럼 끄집어내는 치밀함을 보였다. 대신 선수들에게는 스스로 깨닫게 했고,나이와 엄격한 선후배 관계 때문에 비효율적으로 이뤄지던 경기운영 행태를 깼다.예전 같으면 후배가 골문 앞에서 슈팅을 날릴 때 선배의 눈치를 봐야 했지만,이번에는 그렇지 않았다. 설기현이 미국·포르투갈전에서 수차례 결정적인 슛을 실수했을 때 관중석에서 ‘설기현 퇴장’소리가 들렸지만,히딩크는 꿈쩍도 안 했다.선수에 대한 신뢰감이 컸기 때문이었다. 그는 이탈리아전에서 동점골을 뽑아내 히딩크의 믿음에 화답했다. 현대모비스 박정인(朴正仁) 회장은 “감독(CEO)과 선수(직원)의 신뢰관계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평가했다. 그의 당당한 소신도 두고두고 회자된다.2001년 5월31일 컨페드컵에서 프랑스에 0대 5로 패했을 때 ‘오대영’이란 오명을 얻었지만 “축구는 감독이 하는 것이 아니라,선수가 하는 것”이라고 되받으며 자신의 훈련방법에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하지만 독일과의 경기가 끝났을 때는 “패자의 변명을 좋아하지 않는다.반성할 것이다.”라고 패배를 인정했다. 삼성경제연구소 강한수(姜翰秀) 박사는 “히딩크 리더십을 기업경영에 접목한다면 글로벌 리더십 확보,구조조정을 통한 활로개척,목표치 상향조정을 위한 역량극대화,신뢰를 기반으로 한 자율적 리더십 확립 등으로 요약된다.”며 “히딩크 리더십이 특히 CEO(최고경영자)들의 가슴에 와닿는 것은 냉철한 판단으로 생각하는 바를 소신있게 실천으로 옮겨 만족할 만한 결과물을 이끌어낸힘겨운 과정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주병철기자 bcjoo@
  • [굄돌] 자연과 탄생

    비산비야(非山非野)라 해도 충청도 한 구석에는 호젓하고 으슥한 데가 많습니다.버스에서 내려 산마을을 돌아돌아서 비암사를 찾아가는 길입니다.논둑가장자리로,풀어놓은 넥타이처럼 경운기 길이 구불구불 나 있었습니다.가뭄으로 메마른 길 바닥에 질경이들이 뿌리를 박고 있습니다.수레바퀴 자국을 따라서 난다고 해서 옛 사람들이 ‘차전초(車前草)’라 했던 풀입니다. 아니나 다를까,경운기 바퀴에 짓밟혀서 잎과 줄기들이 눈이 쓰리도록 망가져 있습니다.온전한 잎사귀라고는 하나 없는 참혹 속에서도,연록빛 꽃대가 올라왔습니다.그 끄트머리로 깨알보다 작은 씨앗들이 단단히 여물었습니다.질경이가 제 목숨을 내놓고 틔운 씨앗입니다.자연생명은 늘 그렇게 목숨을 걸고 새 생명을 잉태시킵니다. 논둑 옆 웅덩이에 물자라 몇 마리가 자맥질을 하고 있습니다.그 독한 농약을 마시고도 용케 살아남은 물자라입니다.물자라는 한차례 짝짓기에 오직 한개의 알을 낳습니다.통상 100여개의 알을 얻기 위해 물자라 부부는 백여차례나 짝짓기를 해야 하는 괴로움이있습니다.암컷이 알을 낳아놓고 죽으면,수컷은 알이 부화할 때까지 등짝에 짊어지고 다닙니다.행여 알이 떨어질까 조바심이 되어 새끼들이 태어날 때까지 아무것도 먹지 않습니다. 생명은 추잡한 쾌락 끝에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도 성스러운 희생 끝에 탄생합니다. 산문 밖 기슭에 주홍부전나비 한마리가 마법에 걸린 공주처럼 낮잠을 자고 있습니다.가만히 숨죽이고 들여다봅니다.광택 나는 주홍색 날개며,주근깨처럼 귀여운 점들이며,수정같이 까만 눈이며,비단올 같은 더듬이며,저 평화로운 잠자는 모습이며….어느날 조물주가 혼자서 만들어 갑자기 지상에 내놓은 생명은 도무지 아닙니다.저리 아름답고 고귀한 것을 어찌 빵틀에서 붕어빵구워내듯이 단숨에 내놓을 수는 없었을 것입니다. 그렇습니다.나비들은 나비 아닌 다른 모든 것들에 의해 태어나고 길러져 왔습니다.자연은 생명을 낳고 기르는 어머니입니다. 모든 생명체는 자연의 여러 자식 중 하나일 뿐입니다.이 지구상의 그 어떤생명도 자연이 낳지 않은 것이 없습니다. 자연의 소중함과 위대함이 거기에 있습니다.사람도 그렇습니다.사람은 사람아닌 것들에 의해 태어나 대자연의 다른 모든 것들에 의해 길러져 오늘에 이른 존재입니다.인간이라고 따로 별난 것이 아닙니다. 김 재 일 (두레생명문화硏 대표)
  • ‘이변 90분’ 지구촌 흔들었다, 월드컵 개막 이모저모

    전 세계가 서울 상암동 월드컵경기장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31일 밤 프랑스와 세네갈의 개막전 킥오프를 알리는 주심의 휘슬이 울리자 전국에 월드컵의 물결이 넘실거렸다.특히 세네갈이 예상을 뒤엎고 세계 최강 프랑스를 누르는 이변을 연출하면서 전국은 흥분의 도가니로 빠져 들었다. ●이날 상암동 경기장은 6만 6000여명의 관중이 뿜어내는 함성으로 요동쳤다.경기장에 미처 들어가지 못한 2만여명의 지구촌 친구들은 월드컵 공원에 설치된 대형전광판을 보며 프랑스와 세네갈 응원단으로 나뉘어 열띤 응원을 벌였다. 부바 디오프의 결승골로 세네갈이 프랑스를 1-0으로 물리치는 대이변을 연출하자프랑스의 식민지였던 세네갈 응원단은 “5월31일은 세네갈 제2의 독립기념일”이라며 환호했다.세네갈 출신 파투 디알코(38)는 “우리는 진정한 챔피언”이라면서 “세네갈을 응원해준 한국인들에게 감사한다.”고 말했다. 경기가 끝나자 수천발의 불꽃이 상암구장을 수놓으며 세네갈의 승리를 축하했으며,상대적으로 약체로 평가됐던 세네갈을 응원하던관중들도 ‘세네갈’을 연호했다.영국에서 온 제니 어니(30·여)는 “믿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면서 “이번 개막전은 월드컵 역사에 영원히 기록되고,내 인생에서도 잊을 수 없는 소중한 기억이 될 것”이라고 흥분했다. ●광화문,마로니에공원,한강시민공원 야외무대,마포문화센터,잠실야구장 등에 설치된 옥외 전광판에도 길거리 응원단과 시민들이 수천명씩 몰렸다. 광화문 거리 응원전을 구경나온 터키인 후세인(25)은 “세네갈보다 터키가 더큰 돌풍을 일으킬 것”이라면서 “많은 사람이 이렇게 모여 응원하는 모습이 너무나 인상적”이라며 연신 카메라 플래시를 터뜨렸다. 대학로 마로니에공원에서 경기를 즐긴 이순진(30)씨는 “프랑스가 당연히 이길 것으로 믿고 친구들과의 내기에서 프랑스팀에 돈을 걸었는데 낭패를 보게 됐다.”고아쉬워했다. 강남 코엑스에서 응원을 하던 프랑스인 클레멘트 토마제스키(51)는 “오늘은 프랑스 축구의 최대 치욕의 날”이라면서 “그러나 승부보다는 축구 자체를 즐겨야 한다.”며 자위했다. 프랑스인이 모여 사는 서울 서초구 반포4동의 프랑스 외국인 학교에 모여 중계방송을 시청한 프랑스인 100여명은 넋을 잃은 표정으로 집으로 돌아갔다.프랑스 어린이 아스트리그(11)는 “지단이 빠진 이번 경기는 0점이다.”면서 “그러나 다음 경기에서 진정한 프랑스의 실력을 보여주겠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옥외 전광판 응원현장의 주변 음식점과 술집은 ‘대형 TV 있음,단체관람 가능’이라고 적힌 안내문을 붙여 놓고 밤늦도록 ‘특수’를 누렸다.450석을 갖춘 명동 밀리오레 9층의 축구전문 생맥주집에는 예약이 몰리면서 이날 아침 일찍 좌석이 동났다. 한국 대표팀의 가족들은 “드디어 시작됐다.”며 긴장한 모습으로 이날 개막식과 개막전을 지켜봤다. 송종국 선수의 형 송종환(27)씨는 “우리 대표팀도 세네갈처럼 돌풍을 일으킬 것”이라면서 “16강 진출로 온 국민의 염원을 풀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지성 선수의 어머니 장명자(43)씨는 “선수들 모두 다치지 말고 힘껏 싸워주길바란다.”면서 “지성이가 잉글랜드,프랑스와의 친선경기 때처럼 좋은 경기를 보여줄 것으로 믿는다.”고 선전을 기원했다. ●개막 행사는 ‘동방으로부터’라는 대주제 아래 환영·소통·어울림·나눔이라는 4개 소주제로 나눠 동양적 상생의 정신을 전세계에 전했다. 특히 세계 최고 수준을 걷는 한국 정보기술(IT)의 진면목을 전 세계에 확인시키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IMT-2000을 예술과 조화시킨 이벤트를 엮어냈고,PDP와 트랜지스터 액정표시장치(TFT-LCD)로 만든 디지털 조형물을 사물놀이패와 함께 등장시키기도 했다.대형 TFT-LCD ‘에밀레종’에 세계적인 비디오아티스트 백남준의 작품이 표현되자 관중들은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피날레는 어린이들의 합창으로 장식됐다.평화로운 세상을 꿈꾸는 세계 어린이들과 모든 출연진이 하나가 되어 전통민요‘아리랑’을 현대화한 ‘상암아리랑’을합창했다. ●개막 2시간전에는 인기 연예인들이 분위기를 돋웠다. 가수 박진영은 춤과 노래로 일찍 경기장에 도착한 관중들을 즐겁게 했고,개그맨김종석과 프랑스 출신의 연예인 이다도시는 그라운드 중앙에서 관중들의파도타기응원을 유도했다. 색동옷을 입은 30명의 ‘병아리 응원단’은 신나는 음악에 맞춰 깜찍한 응원전을 펼쳐 박수갈채를 받았다. 이창구 홍지민 채수범기자 window2@
  • [씨줄날줄] ‘부시맨’과 ‘피그미족’

    중앙아프리카 열대우림에서 사냥과 채집을 하며 사는 피그미족(Pygmies)은 키가 아주 작아 90∼120㎝에 불과하다.이들에게 ‘피그미’라는 이름이 붙은 것은 ‘키가 작다.’는 뜻의 그리스어 ‘파이메(Pyme)’에서 유래한다.백인들이 이들을 처음 발견했을 때 희랍신화에 나오는 난쟁이족 ‘피그미에스’를 연상해 붙인 이름이다.‘피그미’라는 이름은 외부 세계에서 그렇게 부르는 것일 뿐 우리가우리를 한민족이라고 하듯 그들은 자신들을 ‘음부티(Mbuti)’라고 부른다.명확한 뜻은 없지만 ‘밀림의 아들’ 쯤으로 생각하면 된다. 이 밀림의 아들들 즉 음부티족은 ‘토레(Tore)’라는 이름의 밀림의 신이 인간을 창조했다고 믿는다.그래서 이들은 삶과 죽음을 분리해서 보지 않고 죽음을 의연하게 받아들인다.그들이 믿는 밀림의 신이 삶과 죽음의 요람이기 때문이다.이 작고 평화로운 사람들의 삶이 문명사회에 노출되면서 호기심의 대상이 돼 버렸고 ‘보잘 것 없는 사람’의 뜻으로 쓰이고 있다. 말 버릇 고약하기로 유명한 미국 조지 W 부시 대통령의입이 또 구설에 올랐다.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식탁의 버릇없이 구는 아이”로 비유하면서 김 위원장의 작은키를 빗대 ‘피그미’라고 비하했다는 것이다.“함께 대화를 하던 상원의원들이 깜짝 놀라 어찌할 바를 몰랐다.”고 전한 시사주간지 뉴스위크 기사는 그 순간을 “누구도 감히 다른 사람을 쳐다볼 수가 없었다.”는 동석자의 말을인용했다. 호사가들은 그의 실언이 계산된 실언인지,무의식중에 나온 실언인지를 놓고 계산이 한창이지만 순수한 실수든 계산된 실수든 부시 대통령의 의식을 지배하고 있는 인종적편견을 고스란히 드러낸 것임은 틀림 없다. 1980년대에 세계적으로 흥행한 영화 ‘부시맨’은 아프리카 숲속에 사는 원주민 세계에 콜라병 하나가 떨어진 데서 벌어지는 해프닝을 소재로 만든 영화다.당시 영화에 출연했던 부시족의 추장이 서울에 온 일이 있지만 어느 모로보나 부시 대통령과 피가 섞인 것 같지는 않았다.어쨌든미국식 이름의 유래로 보아 부시 대통령의 조상도 아득한옛날 어느 숲속의 부족이었을 것이다.밀림이나 숲이나 그말이 그 말인데 숲의 후예가 밀림의 아들들을 비하하는 것은 그렇다 치고 계산된 실언이라 하더라도 문명국의 최고지도자치고는 마음 씀씀이가 ‘피그미족' 만큼이나 작아 보인다. 김재성 논설위원 jskim@
  • 분쟁지역 어린이 “사는 게 지옥”

    월드컵을 맞아 한국은 온통 축제분위기.“축구에는 관심없다.”고 말했다가는 국외로 추방(?)될 지경.그러나 이런 축제 분위기와는 동떨어진 채 전쟁,기아,질병 속에서 최소한의 인간적인 삶조차 누릴 수 없는 사람들이 지구촌엔적지 않다. 아리랑TV가 전세계인의 축제인 월드컵을 맞아 월드컵의이면에 가린 전쟁과 기아에 관련한 고급 다큐멘터리를 선보인다.오는 25일 오후 8시 방영될 ‘2002 Report on Children's Right in World Dispute Areas(2002 세계 분쟁지역 아동 인권 현장보고)’는 레바논,팔레스타인,아프가니스탄,르완다 등의 분쟁 지역을 최근에 현지 취재한 다큐멘터리.특히 어린이들의 열악하고 비극적인 삶에 초점을 맞춰제작됐다. 최악의 나라는 미군 공습이 횝쓸고 간 아프가니스탄.겨우 몇 달 사이에 어린이들은 굶주림과 질병으로 엄청나게 죽어갔다.단지 항생제가 없어서 죽어나가는 것도 부지기수.더구나 아프가니스탄은 20년동안 내전을 계속해 왔기때문에 그 피해는 감당하기 어려울 지경.부모와 형제가 눈 앞에서 죽는 것을 목격하며 자란 아이들은 정신질환에 시달린다. 지난해 9·11사태 이후 이스라엘과 첨예하게 대립중인 팔레스타인의 어린이들은 전시의 공황상태에 놓여 있다.오직 공포 속에서 복수의 일념으로 자라나며 되풀이되는 테러에 희망을 잃어가고 있다. 또 94년 후투족과 투치족의 반목으로 인종청소라는 혹독한 내분을 치른 르완다는 그 후유증이 엄청나다.내전당시에 비해 평온해 보이지만 가정의 해체현상이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다.또 인종청소의 명목으로 강간당한 여성들이에이즈에 시달릴 뿐만 아니라 태어나는 아이들까지 이미에이즈에 감염됐다. 민용응 PD는 “어린아이의 입장에서 감당하기 어려운 고통과 공포 속에 살아가고 있는 아이들을 취재하면서 ‘과연세계는 평화로운가?’라는 의심을 떨칠 수 없었다.”면서“이 프로그램이 소외된 사람들의 입장에서 지구촌의 평화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송하기자 songha@
  • [마니아 칼럼] ‘월드컵과 훌리건’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갈 무렵,영국의 윈스턴 처칠 총리는 급한 일로 차를 타고 가다가 그만 신호를 위반하고 말았다.젊은 경찰관은 총리가 타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범칙금은 사람을 구분하지 않는다.”며 스티커를 발부했다. 관저로 돌아온 총리는 사명감이 투철한 그 젊은이가 기특하다는 생각에 경찰 책임자에게 전화를 걸어 포상할 수 없겠느냐고 물었다. 그러나 돌아온 답은 “자기가 할 일을 했을 뿐이어서 포상사유가 되지 않는다.”는 정중한 설명을 곁들인 거부의사였다.부끄럽게 생각한 처칠은 뒷날 의회에서 영국이 왜 해가 지지 않는 나라가 되었는지를 이 사례를 들어 역설하며 국민적 단합을 호소했다고 한다. 머지않아 세계 축구제전인 월드컵대회가 한국에서 막이오른다.단일스포츠로는 세계 최대 규모라는 국민적 행사이기에 안전한 월드컵을 치르는데 대한 관심이 커질 수밖에없다. 안전 월드컵과 관련해서는 훌리건(Hooligan)을 떠올리지않을 수 없다.축구장 난동패를 가리키는 말로서 19세기말영국 런던의 한 뮤직홀에서 난동을일으킨 아일랜드인들의 집단에서 유래했다고 한다.이후 영국의 극성 축구팬들이종종 훌리건이라는 딱지 아래 입국제한 등을 당하기도 했다.처칠의 사례에서 본 바와 같이 원리·원칙이 투철하고깨끗한 이미지의 영국이 훌리건의 원조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 지난해말 서울경찰청이 훌리건 전담부대를 발족하고 영국 경찰청의 전문가 4명을 초청하여 강의를 하였다.우리 축구대표팀 응원단인 ‘붉은 악마’도 이달 초 경찰청과 안전하고 평화로운 월드컵을 위해 ‘안티 훌리건 공동 캠페인’을 열고 경기장에서 민간 안전요원으로 활약하기로 협력협정서를 맺었다고 한다. 세계의 축제를 앞두고 우리는 당연히 만반의 대응방안을마련하여 안전한 대회가 되도록 해야 한다.그러나 영국 훌리건들에게도 과거 처칠을 감동시켰던 ‘해가 지지 않는나라'의 사명감 투철한 경찰관을 한번쯤 생각해 보고 행동하기를 기대한다. 홍남기 기획예산처 과장
  • 토요영화(18일)

    ◆백색의 계절(EBS 세계의 명화 오후 10시) = 카리브해의 소국 마티니크 출신 흑인 여성감독 유잔 팔시가 메가폰을 잡았다.남아공 요하네스버그 흑인 거주지역 소웨토를 무대로 인종격리 정책에 대한 비판 메시지를 담았다.백인교사 벤두토이는 남아공에서 가족과 함께 평화로운 나날을 보내던 중 자기집 흑인 정원사의 아들이 행방불명됐다는 소식을듣는다.변호사까지 고용하고 투쟁태세에 돌입한 정원사에게 벤두토이는 아들이 곧 석방될 테니 문제를 확대하지 말라고 종용하지만,그 정원사가 경찰서장 부하에게 린치 당해 숨지자 사회모순에 눈을 뜨게 된다.가족의 만류를 뿌리치고 기자(수잔 서랜던),변호사(말론 브랜도)와 손잡고 진실을 밝히기 위한 법정투쟁에 돌입한다.89년작. ◆배틀 크리크(KBS2 토요명화 오후 11시)= 성룡 주연의 코믹액션극.공부엔 뜻이 없고 삼촌따라 쿵후 배우기에 여념없는 하룡(성룡).뛰어난 쿵후실력으로 폭력조직에 협박받는아버지네 식당을 구해주기도 한다.뛰어난 무술실력에 혹한 폭력조직 대부는 라이벌 조직과의 격투기패배를 만회하기 위해 하룡을 끌어들이려는 납치극을 계획하는데….로버트 클라우스 감독.19세이상. ◆큐브(MBC 주말의 명화 오후 11시10분)= 하이테크 SF스릴러를 표방하는 영화.경찰 쿠엔틴,여의사 할로웨이,탈옥수 렌,여대생 리븐,건축가 워스,자폐증 환자 카잔 등 6명이 이유도 모른채 ‘큐브’안에 갇힌다.우왕좌왕하던 중 수학전공자 리븐이 입구마다 새겨진 숫자들 사이에서 법칙성을발견,이를 단서로 출구를 찾아나선다.하지만 큐브가 스스로 배열을 바꾸는 영리한 유기체이며 그 큐브와의 지능싸움에서 이겨야만 해방된다는 걸 깨닫게 되는데….빈센조나탈리 감독,니콜 드 보에·니키 과다그니·데이비드 휴렛 주연.19세이상.
  • 월드컵/ 개막식 어떻게 펼쳐지나 “”축구로 하나되는 지구촌 형상화””

    ‘축구를 통하여 전 세계에 평화의 메시지를 타전한다.’ 오는 31일 펼쳐질 2002월드컵 개막식은 ‘어울림과 상생’이라는 동양적 가치와 IMT-2000 등 세계 최고 수준인 우리나라의 최첨단 정보통신 기술이 접목된 무대가 될 전망이다. 개막식은 사전행사와 공식행사,문화행사로 나누어져 진행된다.사전행사에서 관중들은 세계 각국의 타악기가 두드려대는 서로 다른 리듬이 하나의 조화를 이루는 것을 경험하게 된다.직접 IMT-2000 기술로 자신의 말소리와 움직이는모습을 180개국 25억 인류의 안방으로 보내기도 한다. 공식행사에서는 국제축구연맹(FIFA) 깃발과 공동 개최국인 한국과 일본의 국기가 입장하고 두 나라의 국가가 연주된다.정몽준 한국월드컵조직위원회(KOWOC) 위원장의 개회사와 FIFA 회장의 개회사,개막선언에 이어 본격 문화행사가 펼쳐진다. 손진책 총감독(극단 미추 대표)은 “문화행사는 한국의문화적 전통을 뿌리로 했지만 전통의 단순한 재현이나 승계가 아니라 전인류가 공감할 수 있는 세계적 보편성을 얻을 수 있도록 현대화시켰다.”면서 “동양적 상생과 조화의 정신을 인류가 함께 나눌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문화행사는 모두 4개 마당으로 짜여졌다.‘환영-소통-어울림-나눔’을 주제로 춤과 노래,조형물,그림,첨단 정보기술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구체적으로 형상화한다. 첫째마당은 ‘환영’.지구촌 각지에서 찾아온 손님을 환영하는 개막식의 프롤로그로 400명의 축하무용단과 취타대의 공연으로 시작된다.공동개최국인 한국과 일본의 국가연주가 끝나면 환영사와 대회사,개막선언이 이어지고 무용단과 기원패의 축하공연이 펼쳐진다. 둘째마당은 ‘소통’.전 인류의 소통을 갈망하는 어린이들의 조각배 띄우기에 이어 열림패가 전쟁도 분단도 없는소리를 이용해 의사소통을 시도한다.특별제작된 북과 세계 각국의 북들이 의사소통의 매개체로 등장한다.우리의 IMT-2000을 이용,관객이 직접 개막식의 진행 모습을 250여대의 LCD 모니터를 통해 비추게 된다. 셋째마당은 ‘어울림’.사방의 객석에서 어울림천이 관객의 손에 의해 그라운드로 옮겨지고 날줄과 씨줄이 되어 어울림의 바다를 만든다.한 가운데서 솟아오른 ‘평화의 종’에서 울리는 종소리가 180개국에 퍼져간다. 넷째마당은 ‘나눔’.평화로운 세상을 꿈꾸는 세계 어린이들과 전 출연진,관람객이 하나가 되어 누구나 쉽게 부르도록 만들어진 ‘상암아리랑’을 합창한다.이어 아나스타샤가 월드컵 공식 주제가를 부르고 한국의 박정현,일본의케미스트리 등 두 나라의 월드컵 가수들이 공연을 펼친다. 상암동 밤하늘의 화려한 불꽃놀이를 끝으로 문화행사가막을 내리고 프랑스-세네갈의 개막전 휘슬이 울리면 60억인류의 가슴을 한달 동안 뜨겁게 달굴 월드컵 축제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박록삼기자 youngtan@
  • [굄돌] 평화교육

    전세계 청소년들이 참여하여 폭력과 인종주의의 폐해를 체험하고 평화와 관용의 문화를 익히는 ‘피스 잼’(Peace Jam)이라는 국제평화캠프가 있다.1996년 창설된 이래 미국과 남아공,멕시코 등지에서 모두 40여차례 열렸으며 티베트의 달라이 라마,남아공의 투투 주교,조디 윌리엄스 등 노벨평화상 수상자들이 적극 후원하고,직접 강연도 한다. 1박2일의 짧은 일정이지만 이 캠프의 시도는 주목할 만하다.캠프에 참가한 청소년들은 전쟁 테러와 같은 구조적 폭력의 실상을 배우기도 하지만,무엇보다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내면의 폭력성,일상에서 자기 학대,타인에 대한 유무형의 관성화된 폭력 등을 돌아보게 된다.이를 바탕으로 남의 이야기를 경청하고,또 다른 생각을 가진 친구들과 조화를 이뤄가는체험을 함으로써 평화의 내적 동기를 부여하는 것이다. 우리사회처럼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평화교육이 절실한 곳도 없을 것이다.지구상에서 전쟁 위험이 가장 큰 지역에 살면서 그 심각성을 느끼는 사람은 소수에 불과한 현실만 봐도 그렇다.이러한 불감증을 지탱시키는 것이,그것이 근대화와군사정권의 폐해이든 아니든 간에,많은 사람들의 심성에 남아있는 오래되고 구조화된 폭력들이라는 것이 사실은 더 근본적인 문제다.남에게 내 생각을 강요하고,생각이 다르면 비난하고,폭력을 행사하고,패거리 짓고,왕따시키는 폭력적인문화는 정치권뿐 아니라,학교 직장 지역사회를 막론하고 마주치는 일상들이니 말이다. 피스 잼처럼 우리도 어린이나 청소년들에게라도 평화교육을 시켜보면 어떨까? 솔직한 바람으로는 아예 초등학교 2,3학년까지는 다른 공부 안 시키고,평화교육만 시켜도 좋을 것같다.‘친구들과 대화하기’‘생각이 다른 친구를 대하는 관용 훈련’‘약자를 함께 돕는 연민 훈련’‘결과에 승복하고,동참하는 인내 연습’ 등을 배운 아이들은 어른들의 폭력문화에 찌드는 대신,어른들의 귀감이 되어 사회를 맑게 해 나갈 것이다. ‘평화’란 이견,경쟁,대립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다름’을 조정하고 수용하는 공존의 문화가 살아 있는 상태를 말한다.그리고 그것을 체현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을때 세상은 평화로워진다.평화를 위한 희망의 씨앗이 먼저 우리아이들에게라도 심어지기를 기대한다. 정웅기/참여불교재가연대 국제협력국장
  • ‘부시 쇼크’와 한반도주변 4强

    공군은 항공우주정책연구원과 공동으로 8∼9일 충남 계룡대 공군대학에서 제8회 항공전략 국제학술발표회를 열었다.‘한반도 평화과정을 위한 강대국의 협력체제’란 제목으로 발표된 안병준(安秉俊) 연세대 교수의 글을 간추린다. 2000년 6월 남북 정상회담이 성사되고 지난 4월 임동원(林東源) 대통령 특사가 북한과 새로운 협상을 타결했음에도 불구하고 한반도에서의 평화 전망은 여전히 불확실하다. 한반도의 평화와 비핵화라는 전략적 목표를 달성하려면중국과 일본,러시아,미국 등 주변 4대 강국의 협력체제가무엇보다 중요하다. 올해말 또는 내년에 한국은 또 한번의 위기에 처할 징후가 드러나고 있다.이른바 ‘부시쇼크’로 인해 더욱 고조된다고 볼 수 있다.북한은 부시 미 정부가 제의한 핵,유도탄,재래식 전력 등에 대한 통제를 하지 않으면 미국과의대립을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다.중국이 양국의 충돌을 조정하거나,4대 강국의 협력체제가 성립돼야만 북한은 미국과의 대립을 피할 수 있다. 한반도 평화구축을 위해서는 ‘동시성’과‘한국화’의절차를 밟은 남북관계의 구축,유도탄 문제의 ‘국제화’가 필요하다.한반도 문제가 4대 강국간 경쟁관계에 의해 영향을 받는 상황을 타개하고,대량살상무기의 확산을 막으며 국가간 조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신중한 외교가 요구된다.비록 각 국가들이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지지한다고 해도 그들은 한반도에 관해 각각 다른 생각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절차가 필요하다. 다만 한반도 문제에 대해 4대 강국은 한 가지 공통점을갖고 있다.평화적이고 핵과 유도탄이 없는 한반도가 지역안보와 세계적 비핵 확산에 중요하다는 인식이다. 현재 북한은 모든 4대 강국과 활발하게 접촉하고 있다.이는 아시아지역포럼(ARF)과 아태경제협력체(APEC)와 같은회담에서 동북아의 안보일정을 만들 수 있도록 러시아와일본을 안보회담에 포함시킬 수 있는 기회다.이러한 이상을 현실로 변화시키는 것에 대해 미국은 리더십을 제공하고,중국은 구체적으로 협조하는 등 4대 강국의 공통적인관심이 필요하다. 부시 대통령은 중국의 장쩌민(江澤民) 국가주석이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으로 하여금 김대중(金大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할 수 있도록 건설적인 리더십을 발휘할 수있으리라고 믿고 있다.부시는 지난 2월 베이징을 방문했을 때 북한에 고위급 접촉을 재개하고자 하는 진실된 의사를 전달하는 데 장 주석이 도움을 줄 것을 요청했다.현재 중·미,중·일 관계는 반테러주의 물결과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가입,중국의 협력에 대한 기대 등으로 어느 때보다 긍정적으로 개선되고 있다.우리 입장에서 보면 두 개의한국 또는 통일된 한국이 4대 강국과의 우호관계를 유지하는 데 관심이 있다.한반도는 초강대국 사이에 위치해 전략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완충지대가 된다.남과 북은 한반도의 평화와 비핵화를 유지함으로써 가교를 건설하는 역할을수행해야 한다. 미국의 리더십은 평화로운 한국과 아시아를 이루기 위해,모든 관련국의 공익을 위해 요구되고 있다.모든 관련국들은 또다른 한국의 위기를 피하기 위해 협력할 필요가 있다. ◆ 안병준 연세대 교수·국제정치
  • 안락사 온라인 서명운동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들을 위해서 저의 ‘죽을 권리’는 중요합니다.제가 죽기 위해선 누군가의 도움이 간절히필요합니다만 이것은 영국에서 불법입니다.법 개정을 위해탄원서에 서명해주십시오.’ ‘인간답게 죽을 권리’를 위해 법정투쟁을 벌여온 영국여성 다이앤 프리티(43)의 노력은 끝내 수포로 돌아갔다.29일 유럽연합인권법원이 남편의 도움을 받아 삶을 마칠 수 있게 해달라는 그녀의 요청을 기각했기 때문. 1999년부터 불치병을 앓아온 프리티는 전신 마비상태로 튜브로 음식물을 섭취하며 삶을 연명해오고 있으며 지난해 7월부터 영국 정부와 법원에 안락사 허용을 호소해왔다.그녀는 지금 자신의 홈페이지(www.Jusitice4Diane.org.uk)를 통해 영국의 안락사 금지법 개정을 위한 온라인 서명운동을펼치고 있다.안락사 금지법에 따르면 자살을 도운 사람은최고 14년 징역형에 처해진다.하지만 고무줄 법적용으로 한바탕 논란이 예상된다.같은날 보건부는 지난 주 프리티처럼 불치병을 앓고 있던 ‘미스B’라는 여성의 의사들이 인공호흡기작동을 중단함으로써 그녀가 평화로운 죽음을 맞았다고 발표했기 때문.법원은 5주전 미스B의 치료 거부권을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프리티를 돕고 있는 시민운동단체들은 비슷한 사건을 두고 상반된 결과가 나왔다는 것 자체가 전면적인 법개정의 필요성을 보여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그러나 정부는 미스B의 경우 환자가 치료 중단을 요청한 것이지 프리티처럼죽기 위해서 도움을 요청한 것은 아니라며 두 사건간에 중대한 차이가 있다고 반박했다.영국 법원은 93·94년에 혼수상태에 있는 환자들의 생사를 결정하도록 의사에게 재량권을 부여한 경우가 있으며,96년 스코틀랜드의 한 환자가 죽을 권리를 인정받은 바 있다. 박상숙기자 alex@
  • “북녘 어린이에 영양과자·구충제를”

    “통일 시대에 남북 어린이가 ‘어깨동무’할 수 있도록배고픔과 질병으로 고통받는 북녘 아이들을 도와야 합니다.거창한 통일 구호보다도 영양과자(영양증진제)와 구충제가더 절실합니다.” 월드컵 대회와 어린이날이 있는 5월을 앞두고 ‘남북어린이 어깨동무’(이사장 權根述)가 더 바빠졌다. 남북 어린이들이 서로 친구가 돼 평화로운 한반도를 만들자는 취지로 96년 설립된 이 단체는 다음달 5일 ‘2002 남북어린이어깨동무 대행진-안녕? 친구야,함께 달리자’라는행사를 연다.여의도공원 문화의 마당과 주변 도로에서 남녘어린이들이 북녘 어린이들을 돕기 위한 뜀박질을 펼친다. 어린이 한명이 주어진 코스 한바퀴를 돌 때마다 북녘 어린이들에게 1만원과 영양제 1만정을 전달키로 했다.남북 어린이들이 스스럼 없이 마음의 친구가 되고 ‘평화’를 체험할수 있게 하자는 취지로 마련했다. 지난 3월에 남한 어린이들이 직접 자신의 얼굴을 그린 그림편지 100여장을 북한 어린이들에게 전해주고 그 답례로받은 북한 어린이 그림 70여장과 편지도전시한다.96년 6월부터 벌여온 ‘안녕,친구야’ 캠페인을 통해 북녘 어린이들에게 보낼 남쪽 어린이들의 그림편지 1만여장을 모아 이중1000여장을 7차례에 걸쳐 북한 어린이들에게 전달했다.이캠페인에는 남북 어린이뿐만 아니라 조총련계와 북경 한인학교 어린이들도 참여하고 있다. ‘남북어린이 어깨동무’는 북녘 어린이들에게 비타민·영양제와 같은 약품과 이유식·분유 등의 식품을 보내는 대북지원 활동도 활발히 벌이고 있다.지난 1월에만 구충제,항생제 등 36억원어치를 지원했다. 박진원(朴璡遠·36) 사무국장은 “남북인적교류라하면 대부분 이산가족상봉만을 생각하지만 통일 이후의 사회를 이끌고 기존 이산가족들의 아픔도 치유해줄 남북의 어린이들의 만남이 더 중요하다.”면서 “키도 10여㎝나 작고 체격도 왜소한 북한 어린이들이 남한 어린이들과 ‘어깨동무’를 할 수 있을 때 통일의 초석이 마련된다.”고 거듭 강조했다. 남북어린이 어깨동무는 올해에도 북한 어린이들을 위한 구호사업과 평화교육사업,남북어린이 문화교류사업등 다양한활동을 펼친다. 우선 각 초등학교를 방문해 어린이 학생과 교사들에게 ‘평화’ 교육을 실시한다.여름방학 때는 ‘평화교육 캠프’를 열 방침이다. 다음달 8일에는 22번째 대북 지원사업으로 과자 등 2000만원어치의 구호품을 전달한다.올해 안에 평양에 북한 어린이들의 영양관련 질병 치료와 연구를 담당할 ‘어린이 영양증진 센터’도 건립할 예정이다. 남북어린이어깨동무는 지난해 ‘온 겨레 손잡기 운동본부’가 제정한 제1회 화해와 평화상 단체부문상을 수상했다.문의(02)743-7941∼2. 이영표기자 tomcat@
  • 주공 이달중 상가 66개점포 분양

    대한주택공사는 18일부터 전국 7개 택지지구에서 상가 66개 점포,상업·준주거용지 29필지를 분양한다.수도권 대규모 택지지구에서 공급되는 상가여서 인기를 끌 것으로 예상된다. 부천상동 3·4단지는 대단위 택지지구로 연초부터 분양 문의가 끊이지 않고 있는 곳.지난달 분양한 상동1단지 상가 입찰결과 평균 19대 1의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동두천 송내지구 역시 6000여가구가 들어서는 택지지구로 내년 3월부터 입주가 시작된다.생연지구와 함께 동두천의 새로운 주거타운으로 조성되는 곳으로 경원선 복선전철및 평화로 대체 우회도로와 3번 국도에 접해 있다. 대단위 택지지구에 들어서 단지 밖의 대형 할인매장이나 백화점 상권의 영향을 크게 받지 않는다고 주공은 설명했다.중·소형 아파트가 모여 있어 입주자들의 소비행태가 대부분 단지안에서 이뤄진다. 신청 제한이 없다.일반공개경쟁입찰 방식으로예정가격 이상 응찰자 가운데 최고가격 입찰자에게 공급한다.계약금 10∼20%,중도금 30∼40%(계약일로부터 3∼6월이내) 및 잔금 50%(입주기간)로 납부하는 조건이다.(031)738-3711 류찬희기자 chan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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