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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긴장속에선 사업 성공 어려워”

    “개성공단의 성공 여부는 북한에 달려 있습니다.” 이명박 서울시장이 26일 북한 개성공단을 방문해 “남북한 긴장 속에서는 개성공단 사업이 계속 확대되기 어렵다.”면서 “북한이 평화공존이라는 근본적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를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단순히 인건비가 싸다는 것만으로 공단이 성공할 수 없다.”면서 “경제적, 환경적 여건이 갖춰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개성공단에 필요한 경제적 여건으로 세 가지를 꼽았다. 우선 금융제도를 제대로 갖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재 우리은행이 공단에 진출해 있지만 돈을 입금해도 이자를 지급하지 않고 있다. 인터넷이 빨리 개통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업들은 세계를 상대로 수출, 경영해야 하는데 인터넷을 사용할 수 없다는 것은 치명적인 약점이라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공단 출입이 자유스럽지 못한 점을 한계로 지적했다. 그는 “원료나 인력이 24시간 자유롭게 왕래해야 기업 경쟁력이 생긴다.”면서 “출입시간을 엄격하게 제한한 현 제도론 공단이 발전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시장은 “경제든, 국방이든 홀로 할 수 없는 시대”라면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북한을 개방하고, 국제사회 구성원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 개성공단 문제도 자동적으로 해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시장의 개성공단 방문은 서울시 소재 기업과 북한당국의 초청으로 이뤄졌다. 이 시장은 기업들의 진출 현황과 애로사항을 청취한 뒤 로만손과 호산에이스, 신원, 문창기업 등 생산라인 현장을 돌아봤다. 개성공단에는 현재 시범공단 100만평 부지내 2만 800평이 15개 기업에 분양돼 13개 기업이 가동중이다.개성 정은주기자 ejung@seoul.co.kr
  • [남북통합 ‘윈윈전략’] (상) 사회 파장과 주요대책

    [남북통합 ‘윈윈전략’] (상) 사회 파장과 주요대책

    남북농업협력위원회 등 정부 차원의 경협사업이 본격화하면서 통일에 대한 논의가 적지 않다. 정부가 ‘평화공존’을 표방하고 있지만 한반도에서의 예기치 못한 통일 시나리오가 국내외에서 자주 거론되고 있다. 어떤 형태로든 통일이 이뤄진다면 남북 당국은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통일비용을 최소화하고 남북한에서 정치·경제·사회 등 각 부문을 안정화시킬 ‘윈-윈전략’은 준비된 것일까.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최근 농림부의 용역을 받아 이같은 물음에 대한 보고서 ‘통일에 대비한 남북한 통합대책’을 마련했다. 농업부문에 초점을 맞췄지만 북한의 산업특성을 감안할 때 통일시 비상대책과 다름없다. 서울신문이 13일 단독 입수한 이 보고서는 “남북한 통합을 위해 농업부문에서 단기적으로 준비해야 할 핵심 내용을 분석했지만 부분적으로는 남북 전체의 대책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통일 직후 예상되는 주요 상황과 대책을 비롯해 남북 통합대책을 세 차례에 나눠 짚어본다. ●‘엑소더스’ 억제할 ‘인센티브’ 제공해야 보고서는 통일시 식량난 타개와 최저생계 유지를 위해 남한으로 이주할 북한 주민은 180만명으로 추정했다.2003년 기준으로 북한 인구 2252만명의 8%에 해당된다. 또 잠재적으로 북한 농업인구의 80%인 660만명이 일자리 등을 찾아 남한이나 북한내 도시지역으로 이동할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이농현상이 남한에선 25년 걸렸지만 북한에서는 매우 짧은 기간에 이뤄져 양측에서 실업·주택·환경·교통·빈곤 등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하지만 인구이동에 대한 강제적이고 물리적인 규제는 남북통합 차원에서 실효성이 떨어진다. 북한내 국유농장의 민영화 과정과 적대 계층으로 분류됐던 북한 주민 27%가 취업전선에 나서면서 임금격차에 따른 인구이동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북한에 남으면 혜택을 주고 남한으로 이주하면 불이익을 받게 하는 방안이 적절하다. 첫째, 농장의 사유화 과정에서 분배받은 토지에 경작권을 주되 처분권은 일정기간 제한하고 주택도 점유권만 주고 소유권은 나중에 인정한다. 국영기업의 민영화를 추진하되 지분의 전매는 제한한다. 둘째, 북한에 남는 주민에게는 식량과 생필품 및 농자재를 싸게 살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생산한 농산물은 높은 가격으로 정부가 수매한다. 기초생활을 위한 보조금도 지급한다. 셋째, 남한으로 이주했을 경우 남한보다 상대적으로 서비스가 떨어지는 북한의 사회보장법을 따르게 한다. ●성인 1인당 식량 600g 북측에 지원해야 통일시 한반도 전체의 식량 부족량은 연간 1500만∼2000만t으로 분석된다.2004년 기준으로 남북한 전체의 곡물 수요는 식량과 가공용을 포함해 2490만t이지만 공급량은 928만t이다.1500만t 이상이 부족하다. 하지만 북한 주민의 식량수요가 남한에 근접하면 부족량은 2100만t으로 늘게 된다. 남한은 부족분을 수입해 왔지만 북한은 그렇지 못했다. 따라서 북한 주민에 대한 식량지원은 유상배분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통일 직후의 혼란기에는 무상으로 지원해야 한다. 북한의 협동농장 소속 농민의 1인당 연간 식량소비량 220㎏를 고려, 무상지원은 성인 1인당 하루에 600g의 식량으로 정하면 된다. 식량배급을 원하는 주민은 당국에 등록하고 나이에 따라 차등지급하는 게 바람직하다. ●농축산물 ‘최고가격제’로 시장 안정시켜야 급격한 통일로 북한의 배급체계가 붕괴되고 도·농 전체에서 식량과 생필품 부족에 따른 ‘초(超)인플레이션’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북한 주민의 상당수가 빈곤계층으로 추락할 수 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따라서 쌀·보리·밀가루·콩 등의 기본 식량과 소·돼지·닭 등의 축산물 가격을 평시의 150∼200%로 제한, 남북 당국이 시장을 통제해야 한다. 또한 공급부족으로 각 지역에서 암거래 시장이 폭증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북한내 군마다 상설시장을 만들고 국영상점이나 협동상점은 농협이 맡아 생산과 소비를 연결시킬 필요가 있다. 아울러 북한내 농업생산의 안정을 위해 농지는 일시적으로 국유화한 뒤 실제 농사짓는 주민들에게 점차 유상분배할 필요가 있다. 이 경우 월남한 남쪽의 실향민들은 북쪽의 옛 땅을 되찾기 어려워질 전망이다. 백문일 이영표기자 mip@seoul.co.kr
  • [씨줄날줄] 샤론 총리/이목희 논설위원

    일부 역사학자들은 유대인과 아랍인의 조상이 같다고 말한다.BC 20세기경 메소포타미아의 갈대아 우르에서 태어나 지금의 이스라엘땅 가나안으로 이주한 아브라함은 나이가 들어 후손을 보았다.86세에 여종 하갈을 취해 낳은 아들이 이스마엘이고,100세에 본처 사라를 통해 이삭을 얻었다. 본처 소생이 태어나자 이스마엘은 집을 떠나 아랍인의 조상이 되었다고 한다. 이삭은 유대인 계보를 이어갔다. 아브라함 이래 4000여년에 걸쳐 가나안땅을 차지하기 위해 이삭의 자손과 이스마엘의 자손은 피튀기는 싸움을 벌였다. 모세·여호수아에서 다윗·솔로몬을 거치면서 기원전 시대에는 유대인의 우위였다. 로마가 유대왕국을 멸망시킨 뒤에는 아랍계의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2000년 동안 그 땅의 주인이었다.2차대전 후 미국·영국은 유대인에 의한 이스라엘 건국을 지원했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가자지구와 요르단강 서안으로 쫓겨갔다. 지난 60년간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대치 지역은 지구촌의 화약고였다. 대표적인 것이 1967년 6일 전쟁. 이스라엘이 기습공격으로 아랍권을 초토화시켰다. 이스라엘의 전쟁영웅은 애꾸눈 국방장관 모세 다얀과 시나이반도 진격을 진두지휘한 기갑사단장 아리엘 샤론. 샤론은 1981년 국방장관을 맡아 레바논내 팔레스타인 난민촌 학살사건을 주도, 강경파로 악명을 날렸다. 2001년 총리 취임 직후까지 샤론의 모토는 ‘유대인의 영토 극대화’. 그러나 최고지도자 반열에서 바라본 국제질서는 냉엄했다.‘지역안보와 평화정착’이라는 실용노선을 택하면서 그는 미래 지도자로서 면모를 가꿔나갔다. 국내의 강력한 반발을 누르고 가자지구에서 유대인 정착촌을 강제철거했다. 샤론 총리가 뇌출혈로 위독한 상태에 빠지자 중동평화에 다시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이스라엘 총선에서 협상파 입지가 좁아질 가능성이 제기되고, 팔레스타인쪽도 덩달아 온건파의 몰락이 우려된다. 하지만 역사의 큰 방향은 순리대로 흘러갈 것으로 기대한다. 강경파 샤론이 ‘더불어 살자’는 실리노선을 걸을 수밖에 없었던 현실은 변하지 않고 있다. 평화공존을 위해 4000년을 기다려왔는데, 시일이 좀더 걸린다고 낙담할 일은 아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현명한 선택이 있도록 세계가 도와야 한다. 이목희 논설위원 mhlee@seoul.co.kr
  • [이경형칼럼] 도라산역·임진각에서

    [이경형칼럼] 도라산역·임진각에서

    북한은 진정 우리에게 무엇인가. 임진각 평화의 종각에서 울리는 새해 첫 종소리를 들으며 문득 이같이 자문해 본다.‘2006 경기도 평화와 희망의 축제’가 열린 임진각 ‘평화누리’ 광장의 화려한 무대는 레이저 빔이 밤하늘을 가르고, 가수들의 빠른 리듬을 따라 불꽃들이 분수처럼 피어오른다. 파주 등 분단의 경계 지역에서 사는 수천 명의 시민들이 손에 손에 촛불을 들고 평화의 소망을 기원한다. 남한은 과연 북한에 어떤 존재인가. 임진각역 출발, 평양행 임시 열차는 새해를 2시간여 앞둔 밤 9시24분 실향민 등 300여명을 싣고 달렸다. 분명 이정표에는 평양행으로 씌어 있지만 열차는 7분쯤 달리다 말고 도라산역에 섰다. 분단 55년 만인 지난해 경의선은 이어졌지만 아직은 이 철도의 최북단역인 민통선내 도라산역 플랫폼에 서서 새삼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질문을 던져본다. 북한은 우리에게 분명 귀찮고 성가신 존재다. 핵 카드로 미국과 도박에 가까운 외교 게임을 벌이는 북한은 하루빨리 선진국으로 가야 하는 우리의 행보에 걸림돌이 된다. 그렇다고 내팽개칠 수도 없다. 저들이 막다른 골목에 이르면 무슨 난리를 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러니 달래고 설득할 수밖에 없다. 그것이 대북 포용정책이고 남북평화공존정책이다. 북한은 또 우리 사회 이념의 리트머스 시험지다. 진보-보수, 좌파-우파를 가르는 중요한 잣대의 하나가 북한에 대한 태도이기 때문이다. 국가보안법 개폐문제나 북한 ‘퍼주기’ 논란 등에서 보듯, 북한의 존재는 남남 대결을 야기하는 매개체가 되고 있다. 북한의 처지에서 남한을 보면, 겨우 쌀 됫박이나 도와주면서 온갖 잔소리, 이웃의 입노릇까지 다하는 ‘남보다 못한 형’쯤으로 볼까. 아니면 줏대도 없이 미국 자본주의에 빌붙어 돈푼깨나 벌었다고 나대는 졸부로 볼까. 아무튼 미국을 제치고 ‘우리끼리’ 잘 해보자는 데 필요한 남쪽의 동반자, 아니 ‘돈 있는 협력자’로 여기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흔히들 북한이라고 말할 때, 거기에는 북한 주민과 북한을 통치하는 김정일 권력체제를 함께 지칭한다. 그래서 북한은 우리가 마음대로 멸하거나 무너뜨릴 대상은 아니다. 현실적으로도 한민족공동체의 절반을 구성하고 있다. 과정이야 어찌됐든 분단된 남북을 평화적으로 통일하는 것은 한반도에서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들의 민족사적 과제다. 하지만 서두를 필요는 없다. 더욱이 21세기 들어 세계화의 급물살이 지구촌을 휩쓰는 가운데 민족의 의미는 크게 퇴색하고 있다. 젊은 세대들 사이에서는 북한도 외국의 하나로 보고, 문제를 풀자는 주장이 적지 않다. 실제로 남북한간에, 또는 한반도 주변 4강과 얽힌 현안들 가운데 민족공동체라는 ‘족보’를 가지고 풀 수 있는 일들은 열 손가락 꼽기도 힘들 것이다. 올해는 남북한 당사자간 대화의 활성화가 예상되는데도 불구하고, 북·미간 위폐 문제로 북핵 6자 회담의 진전은 불투명하다. 워싱턴에서는 ‘9·19 베이징 공동성명’을 이뤄낸 대북 협상파들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으며, 북한도 체제 보장에 대한 부시 행정부의 태도에 깊은 불신을 보이며 대결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이럴수록 우리는 북한에 믿음을 심어주어야 한다. 동전을 짤랑거리면서 그들의 체면을 구겨서는 안 된다. 신뢰만 형성되면, 우리가 그들의 귀에 거슬리는 인권 문제, 북·미간 상호 불신 제거에 관한 충고를 하더라도 경청할 것이다. 거의 매일 출근 길에 임진강 건너 북한 땅을 바라보면서, 새해에는 우리 모두 정말 따뜻한 마음으로 북한에 다가갔으면 한다. 본사고문 khlee@seoul.co.kr
  • [문화마당] 종교간 대화와 열린 종교/최준식 이화여대 한국학 교수

    한국 종교계가 올해로 종교간 대화 40주년을 맞이했다. 우리나라 종교간 대화의 선구자라 할 수 있는 개신교의 강원룡 목사가 1965년 10월 광나루에 있는 용당산 호텔에서 가톨릭의 김수환 추기경과 불교의 능가 스님 등을 초치해 처음으로 모인 것이 그 시초이다. 그 뒤로 한국의 종교간 대화는 많은 발전을 했다. 한국은 종교간 대화를 하기에 매우 좋은 실험장이자 학습장이다. 동서양을 대표한다고 볼 수 있는 불교(그리고 유교)와 기독교가 모두 들어와 있을 뿐만 아니라 그 종교들이 비슷한 세력으로 각축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는 종교간 대화를 왜 하느냐 하는 근본적인 물음이다. 종교간 대화에서 세계적 권위로 꼽히는 미국 템플대학의 스위들러 교수는 자신 저서의 제목을 ‘대화 아니면 죽음을!(Dialogue or Death)’라고 할 정도로 종교간 대화를 중시했는데, 우리는 종교간 대화를 왜 해야 할까? 종교간 대화에서 가장 먼저 얻을 수 있는 실익(實益)은 대화를 통해 서로를 배우는 데에 있다. 다름 혹은 차이를 비교하는 과정에서 자기의 정체성이 확립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자신에게 어떤 요소가 부족한가를 배울 수 있는 것이다. 종교학에는 가장 기본적인 격언이 하나 있는데 그것은 ‘(종교를)하나만 알면 (종교에 대해서)아무 것도 모르는 것이다(He who knows one,knows none.)’라는 것이다. 이 격언을 따르면 우리는 자신의 종교를 제대로 알기 위해서라도 다른 종교와 대화를 하고 그 종교에서 배워야 한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우리나라에는 이렇게 상대방의 종교에서 배우려는 사람들이 그리 많은 것 같지 않다. 일전에 기독교 TV를 보다가 요즘 제일 ‘잘 나가는’ 어떤 목사의 설교를 듣고 너무 어이가 없어 실소한 적이 있다. 그는 지상파 방송에 나온 바도 있어 개신교에서는 대단히 인기가 많은 목사로 꼽힌다. 그가 설교하다 느닷없이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예수 안 믿는 사람들에게 충고를 하겠는데 애를 낳지 말라는 것이었다. 그래 무슨 말인가 했더니 예수를 안 믿으니 둘만 지옥 가면 되는 걸 왜 애를 낳아서 셋이서 지옥엘 가느냐는 것이었다. 이런 태도는 폐쇄된 보수주의 신앙이라고 할 수 있는데-보수주의 신앙도 열린 신앙은 훌륭한 점이 많다!-이런 신앙은 이웃과 단절이 된다는 점에서 바람직하다고 볼 수 없다. 관계가 단절되면 그것은 반(反)생명을 뜻한다. 이런 사람들이 한둘일 때는 별 문제가 없는데 숫자가 많아지면 세력을 이루어 반대 세력과 싸움을 하게 된다. 지금 미국과 이라크의 전쟁도 그런 태도의 연장이라 할 수 있다. 이 사람들은 무조건 자기만이 옳다고 주장한다.‘나’는 선이고 ‘남’은 악이다. 부시가 가진 신앙도 따지고 보면 이런 수준 낮은 보수주의 신앙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그와 미국은 엄청난 힘을 가졌다. 그러니 저렇게 억지 전쟁을 벌여 놓았다. 그래 놓고도 본인이나 미국의 수구 보수 세력들은 자신들이 잘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태생적으로 기독교와 이슬람교는 한 뿌리에서 나왔다. 원래 비슷한 것끼리 더 미워한다고 하더니 영락없이 그 꼴이 난 것이다. 지금까지의 역사를 볼 때 기독교와 이슬람교의 전쟁은 끝날 기미가 별로 보이지 않는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이렇게 다양한 종교가 있는 우리나라에는 종교간의 전쟁이 없는 게 신기하다. 어떤 이는 우리 민족이 슬기로워서 다양한 종교들이 평화공존하고 있다고까지 말한다. 그런 면도 있겠고 우리나라 종교들이 서로에게 무관심한 면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동안 우리 종교들은 많은 교감을 나누었다. 새만금으로 대표되는 환경운동에는 천주교, 불교, 개신교, 원불교 등이 아름답게 동참을 했다. 이렇게 하는 종교간의 협력운동은 전 세계에서 희귀한 경우로 주목을 끌었다. 그러나 아직도 상대방 종교에 무심하고 헐뜯는 경우가 많이 남아 있어 안타깝기만 하다. 최준식 이화여대 한국학 교수
  • 鄭통일 “평양서 6자회담 측면지원”

    鄭통일 “평양서 6자회담 측면지원”

    13일 제16차 남북 장관급회담이 베이징 북핵 6자회담과 동시에 개최됨으로써 베이징과 평양 사이 ‘실시간 메신저’가 ‘로그 온’ 상태로 들어갔다. 평화적 핵 이용 권리를 둘러싸고 냉랭함 속에 개막된 2단계 4차 6자회담 타결을 위해선 북측의 결단이 절실하고, 남측이 이를 촉구할 공간적 여건은 확보된 것이다. 남측 대표인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평양출발에 앞서 “6자회담을 측면지원하겠다.”고 했다. 현대아산과 북한측 갈등 해소, 금강산 관광정상화 문제 등이 현안으로 부각된 가운데, 남측은 14일 오전 전체회의에서 한반도 평화체제를 의제로 제시하고 납북자·국군포로 등의 생사확인도 요청할 예정이다. ●“혁명열사릉 참배 않기로” 이날 저녁 인민문화궁전에서 박봉주 총리 주재로 열린 환영만찬에서 정 장관은 “지금이야말로 ‘우리 민족끼리’정신에 따라 냉전의 외로운 섬으로 남아 있는 한반도 상황을 획기적으로 전환시켜, 항구적 평화를 제도화하고 민족의 평화공존과 공동발전을 통 크게 추진해갈 때”라고 강조했다. 앞서 북측은 우리측과 회담 일정을 협의하면서 지난 8월 북한측의 국립현충원 방문에 상응하는 어떠한 조치도 우리측에 제의하거나 요구하지 않았다고 우리 대표단 관계자가 전했다. 이 관계자는 “따라서 북한의 현충시설을 참배하지 않기로 합의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태풍 ‘카눈’장대비 속 환영행사 우리 대표단이 도착한 평양 순안 공항에는 16호 태풍 카눈의 영향으로 장대비와 강풍이 불어 환영행사는 우산을 쓴 채로 어수선한 분위기로 진행됐다. 평양거리 특히 김일성 광장 등에는 조선노동당 창건 60주년 행사를 준비하고 있는 수천명의 주민들이 비를 피해 건물 주변에 모여 있는 모습들이 보이기도 했다. 만찬에 앞서 남북한 대표단은 우리측 숙소인 고려호텔에서 덕담으로 일정을 시작했다. 북측 단장인 권호웅 내각 참사는 “좋은 결실이 있었으면 좋겠다. 남측에서 비료도 주시고, 농사작황도 좋다.”고 인사했다. 정 장관은 “곧 추석인데 민족 앞에 명절 선물을 마련했으면 한다.”고 화답했다. ●정 장관과 김 위원장 재면담 할까 만찬에서 박봉주 북측 내각총리는 지난 6·17 면담을 거론하며 “경애하는 장군님께서 정 수석대표를 접견하신 것은 6·15시대를 빛내이는 또하나의 커다란 사변”이라고 평가했다. 나흘간의 일정에는 재면담이 잡혀져 있지 않다.12일 미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차관보가 정 장관에게 전한 미측의 대북 메시지를 북측이 어떤 식으로 받아들일지도 관심사다. 평양 공동취재단 김수정기자 crystal@seoul.co.kr
  • 기조연설서 드러난 암초들

    |베이징 김수정특파원|남북한과 미국 등 6자회담 참가국들이 27일 제4차 전체회의 기조연설을 통해 협상에 임하는 기본입장을 밝혔다. 미국과 북한이 한반도 비핵화와 관계정상화 착수 등 큰 틀의 목표에 한목소리를 낸 것은 회담의 청신호로 볼 수 있다. 하지만 각측이 합의문이라는 ‘바구니’에 담자며 새롭게 제기한 내용들은 회담 진전의 암초가 될 전망이다. 보다 많은 것을 얻어내려는 협상 카드용인지, 아니면 진정한 목표지점인지에 따라 성패가 갈릴 전망이다. 먼저 긍정적 요소는 미국·북한 등 참가국이 큰 그림에서 진전된 해결의지를 피력한 부분이다. 미국의 크리스토퍼 힐 차관보는 경제지원을 받으며 핵폐기를 한 우크라이나와 남아공의 예를 들기도 했다. 그동안 미국은 일방적인 ‘선(先) 핵폐기-후(後) 경제지원 및 관계개선’을 골자로 한 ‘리비아 모델’을 북측에 적용하고자 했다. 그는 또 미국 대표로서 “우리는 북한과의 관계 정상화에 착수하겠다.”고 말하고 지난해 6월 3차 회담서 제안한 안을 심층적으로 논의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 신축성을 발휘할 가능성을 내비친 것이다. 그렇지만 힐 차관보는 북한의 모든 핵무기 프로그램에 대해 검증을 수반한 폐기가 돼야 하며 미사일 인권 등의 문제를 처리해 나간다는 것을 공동 문건 바구니에 담자고 했다. 북한 김계관 부상도 한반도 비핵화가 김일성 주석의 유훈이며, 최고 수뇌부의 확고한 의지로, 북·미 관계가 정상화되고 핵위협이 제거되면 핵무기 및 핵계획을 폐기할 것을 공약한다고 했다. 하지만 비핵화 본질에 대한 공동인식 확립과 평화공존을 위한 법적·제도적 장치 구축을 얘기하면서 ▲무조건적인 핵불사용을 담보할 것을 강조했다.“핵공격을 받지 않을 경우 핵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미국의 이른바 ‘소극적 안전보장’ 원칙과는 거리가 먼 주장이다. 이는 94년 제네바 핵합의 때도 마찬가지였다. 또 한반도 비핵화의 본질은 핵위협 제거 및 남북한의 ‘비핵지대화’라고 말했다. 남한내 주한미군 핵무기와 영공 영해상 범위까지 확대한 것이다. 북측은 비핵화 의무사항으로 ▲남한내 핵무기 철폐 및 외부 반입 금지 ▲핵우산 제공 철폐를 주장했다.92년 한반도 비핵화 선언 이후 한국 정부는 핵무기가 없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으며 최근 우리측 수석대표인 송민순 차관보는 이의 검증을 위해 남한 미군기지 시설을 공개할 수 있다는 내용도 밝혔지만 본격적 군축 회담이 아닌 상황에선 매우 미묘한 사안이다. 핵우산 제공은 한·미안보 동맹의 핵심사항 중 하나다. 한·미 양국은 매년 한·미안보협의회(SCM)를 통해 이 공약을 확인하고 있다. 하지만 이같은 암초들로 회담이 결렬될 개연성은 적은 것으로 보인다.‘김일성 주석의 유훈’‘관계정상화 착수’ 등의 언급에서 양측의 문제해결 의지가 더욱 강하게 감지되기 때문이다. 두 차례 양자회담을 거친 양측이 일단 출발선인 기조 연설에서 서로의 수준을 맞췄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crystal@seoul.co.kr
  • 北 “모든 핵 포기 용의” 美 “관계정상화 착수”

    |베이징 김수정 오일만특파원|북한은 27일 “미국의 핵위협이 제거되고 북·미관계가 정상화되면 모든 핵무기와 핵프로그램을 검증가능하게 포기할 용의가 있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의 김계관 외무성 부상은 이날 제4차 6자회담 전체회의 기조연설에서 “한반도 비핵화가 김일성 주석의 유훈이고, 최고수뇌부의 확고한 의지”라면서 이같이 말했다. 김 부상은 또 북한 핵폐기 공약과 함께 미국은 북한체제 전복 정책을 포기하고 평화공존을 위한 법적·제도적 장치를 구축할 것을 공약해야 한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은 특히 핵위협 제거와 남북한의 ‘비핵지대화’가 분명히 이뤄져야 한다고 밝히고 미국에 대해 무조건적 핵 불사용을 담보해야 한다는 주장도 편 것으로 알려졌다. 또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의무사항에 남한내 핵무기 철폐 및 반입 금지, 핵우산 제공 철폐, 비핵화에 따르는 경제적 손실 보상 문제 등을 언급, 미측뿐 아니라 한국 정부와도 접점을 찾는 과정에서 상당한 진통을 예고했다. 미국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차관보는 북한에 현존하는 모든 핵무기와 핵프로그램을 효과적 검증을 수반해 폐기하는 대신 다른 참가국은 대북 안전보장과 교역·투자 등 경제협력 조치를 실행할 것이라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특히 미국 대표로서 북한과 관계 정상화에 착수할 것이라고 밝히고, 지난해 6월 제3차 회담에서 내놓은 제안을 심층적으로 논의, 핵심 원칙을 합의해야 할 것이라고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힐 차관보는 대신 이번 회담 결과에 담겨질 핵심 원칙으로 미사일과 인권 문제의 처리를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북·미 양측은 28일 한차례 더 양자회담을 갖고 기조발언 내용을 기초로 집중 협상에 들어갈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우리 정부 수석대표인 송민순 차관보는 기조연설에서 “이번 회담에서 공동 문건 채택이 필요하다면서 우리의 대북 송전제안이 이 문건틀에 포함될 수 있다.”고 밝혔다고 정부 당국자가 전했다. 문건의 기본틀과 관련,“북한이 모든 핵무기와 핵계획을 검증가능하게 폐기할 것을 약속하고 다른 참가국은 관계정상화, 안전보장, 경제협력을 약속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일본측은 일·북 평양선언에 따라 핵, 미사일, 납치 문제 등 현안을 포괄적으로 해결, 북측과 관계 정상화를 실현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하고 이 경우 상당한 규모의 경제협력을 북한에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crystal@seoul.co.kr
  • 6개국 수석대표 기조연설 요지

    |베이징 오일만특파원|27일 열린 제4차 6자회담 전체회의에서 각국 수석대표가 발표한 것으로 알려진 기조연설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한국 북한은 핵폐기를 공약하고 다른 참가국들은 ▲관계 정상화 ▲안전보장 ▲경제협력을 약속해야 한다는 공동문건을 채택해야 한다.‘말 대 말’,‘행동 대 행동’에 기초하고 상호 조율된 원칙에 따라 병행 실시하거나 동시 행동으로 이뤄져야 한다. 북한은 모든 핵무기와 핵계획을 검증 가능하게 폐기할 것을 약속해야 한다. ●미국 북한은 현존하는 모든 핵무기와 핵 프로그램을 효과적 검증을 수반해서 폐기해야 한다. 이 경우 다른 참가국들은 북한의 안전보장과 교역·투자 등 경제협력 조치를 시행할 것이다. 참가국들은 평등 및 상호존중 원칙에 기초하여 미사일 및 인권문제 등을 양자 또는 다자적 이슈로 처리해 나가야 한다. 리비아 남아공 우크라이나 등이 전략적 결단으로 국제사회와 관계정상화 한 사례를 주목해야 한다. ●북한 우리는 미국의 핵위협이 제거되고 북미 관계가 정상화되면 모든 핵무기를 포기할 용의가 있다. 우리의 목표는 미국의 핵위협 제거 및 한반도 비핵화이다. 북미 관계가 정상화되고 신뢰가 형성되면 핵위협이 제거될 경우 핵무기·핵무기 계획을 검증 가능하게 폐기할 것을 공약한다. 대신 미국은 북한 제도의 전복을 포기하고 평화공존을 위한 법적·제도적 장치 구축을 공약해야 한다. 북미는 ‘말 대 말’ 공약을 이행하기 위해 다음의 의무사항이 필요하다. 즉 ▲북미간 신뢰 조성을 위한 법적·제도적 장치 구축 ▲평화 공존 ▲남한의 핵무기 폐기 및 외부 반입 금지 ▲(미국의)핵우산 제공 철폐 ▲비핵화에 따른 경제적 손실 보상 등이다. oilman@seoul.co.kr
  • [한·미 정상회담 진단] “갈등 근본해결 아닌 봉합에 초점”

    11일 한·미 정상회담은 북핵 문제의 평화적·외교적 해결 원칙과 한·미 동맹의 공고함을 재확인했다는 점에서 비교적 성과가 있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평가다. 하지만 근본적인 해법을 도출해내는 것보다는 한·미간의 갈등을 봉합하는 데 무게중심을 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 북한 핵문제 ●임동원 전 통일부장관 일단 분위기는 좋은 것 같다.‘미스터 김정일’이라는 말을 재차 쓴 것은 분위기를 좋게 하는 데 일조할 것이다. 북한이 6자회담에 복귀할 명분을 줌으로써 좀더 가능성이 높아진 것 같다. ●고유환 동국대 교수 북한에 명분을 주려 애쓴 흔적이 역력하다. 한반도 평화공존 원칙을 밝힌 것도 성의를 보인 것이다. 군사적 옵션은 거론되지 않은 것 같다. 북한은 내부 협의를 거쳐 이르면 7월쯤 6자회담에 나올 것으로 보인다. ●윤덕민 외교안보연구원 교수 북한이 회담에 나오도록 하는 마지막 기회를 만들어 냈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북한이 나오지 않을 경우에 대한 의견도 포괄적으로 나눴을 것으로 본다. 다만 이를 공표하면 북한을 자극할 우려가 있기 때문에 회견에서는 언급하지 않은 것일 수 있다. ■ 한·미 동맹관계 ●김태효 성균관대 교수 전체적으로 한·미 신뢰관계를 확인하는 회담이었다. 동북아 균형자 역할을 하겠다는 한국의 입장에 대해, 미측은 한·미관계의 중요성 속에서 일정부분 역할을 하는 것으로 이해한 것 같다. 하지만 전략적 유연성 문제 등에 대해서는 명확한 입장 표명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런 점에서 갈등설을 봉합하는 차원의 회담이라는 인상이 짙다. ●전현준 통일연구원 기조실장 그동안 갈등설의 진원지가 됐던 동북아 균형자론과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등에 대해서 양측의 오해가 어느 정도 불식됐고 정상회담을 통해 한·미동맹관계가 이상이 없다는 쪽으로 정리를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갈등이 완전히 봉합됐는지는 속단할 수 없지만, 큰 틀에서 양국이 한반도에서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지고 있는 만큼 심각한 균열현상은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본다. 정리 김상연기자 carlos@seoul.co.kr
  • [열린세상] 北·美 각각 설득해 북핵 해결하자/홍현익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북핵문제가 파국과 해결의 갈림길에 접근하고 있다. 북한이 핵보유 선언, 미사일 발사에 이어 5㎿핵발전소의 폐연료봉 인출로 긴장을 고조시켜 가고, 미국은 북한체제 전환 모색, 문제의 유엔안보리 회부 및 종합적 제재방안 강구로 대북 강경책을 구체화함으로써 북·미 갈등이 고조되는 한편 희망의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먼저 북·미 실무회담이 열리는 뉴욕채널이 재개되었다. 남북실무회담을 통해 10개월간 중단되었던 남북대화가 복원되어 핵문제를 논할 수 있는 장관급 회담도 2회이상 열리게 되었다. 정상회담 개최로 한·미 공조도 최고 수준에서 조율될 수 있게 되었다. 북한은 핵포기-미국의 체제보장 교환, 또는 핵보유를 통한 대미억지력 확보라는 이중 포석을 두어왔다. 특히 핵보유 선언에 미국이 무대응과 압박 강화로 대응하자 긴장을 점진적으로 고조시켜 왔으나 이제 궁지에 처하게 되었다.5㎿핵발전소에서 인출한 폐연료봉의 재처리가 마지막 긴장고조 조치가 될 가능성이 크다. 핵실험 강행은 자승자박을 의미하므로 가능성이 크지 않은 것 같다. 왜냐하면 그 경우 한국·중국·러시아는 미국의 대북제재를 더이상 막기 어려울 것이고 무엇보다 북한에 50%이상의 에너지와 식량을 제공해 온 중국이 이를 용인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은 국제사회의 대북 비판 여론을 업고 중국·한국·러시아·일본을 동원하여 전면적인 압박을 가동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몸값불리기 작업을 거의 종료한 북한은 이제 협상 개시 명분을 찾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부시 행정부는 북한의 위험성을 부각시켜 국제사회의 대북 비난 여론을 확보하면서, 동북아에서 군사안보의 중요성을 인정받아 미군의 지위를 강화하고 일본·중국·대만·남북한에 대한 영향력 증대를 모색하는 한편 미사일 방어를 추진해 왔다. 그러나 클린턴 행정부가 북한의 핵보유를 정지시킨 반면 부시 행정부는 결과적으로 이를 용인하였으며 이제 또다시 북한이 6개 이상의 핵탄두를 생산할 수 있는 작업에 들어간다고 발표하자 대내외 비판에 직면하게 되었다. 특히 중국과 한국의 견제로 대북제재가 이루어지기 어려우므로 자신의 대북정책이 한계에 도달했음을 인식하게 되었다. 이런 맥락에서 북·미 양측은 협상을 모색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북한 지도부는 사담 후세인의 운명을 교훈삼아 일방적으로 굴복하거나 대충 타협하지는 않을 것이다. 미국 역시 북한이 핵실험 등으로 한계선을 넘어서면 북한을 쉽게 공략할 수 있기 때문에 쉽게 양보하지 않을 것이다. 특히 양측은 상대에 대한 강한 불신감을 갖고 있다. 정부는 직접 또는 중국 및 러시아의 중재로 북·미간 부족한 신뢰를 보강해 주려는 그간의 노력을 지속하는 동시에 양측에 상대를 불신하더라도 타협이 유리함을 납득시켜야 한다. 북한에는 초강대국인 미국의 양보를 얻는 것은 사실상 무모할 뿐 아니라 자기가 믿지 않는 미국 단독의 체제보장을 받는 것보다는 미국을 포함한 한·중·러·일 5개국 공동 보장이 더욱 유리하며, 부산물로 상당한 경제협력을 얻을 것이므로 후세인처럼 실기하지 말고 조속히 현명한 판단을 내리라고 촉구해야 한다. 부시 행정부에는 북한의 핵보유가 일본·한국의 핵보유로 이어지면 동북아 평화뿐 아니라 미국의 위상도 결정적으로 저해받을 것이라는 점에 의거, 북핵의 평화적 저지가 절실함을 강조한 뒤 한국과 미국이 동시에 승리하는 정책을 제안하여야 한다. 즉 미국 국력의 100분의1도 안 되는 북한에 한번의 관용을 베풀어, 평화공존 의지나 협상기간 중 적대행위 중지를 선언함으로써 북한이 회담에 복귀하도록 한 뒤, 핵포기와 체제보장 교환에 합의하면서 북한이 이를 어길 경우 5개국 공동 제재 가능성을 확보함으로써 국제사회에서 존경심을 회복하고 국익도 지키는 정책을 채택하도록 권해야 한다. 현재 북핵문제는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뿐 아니라 남북 협력과 한·미동맹마저 저해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는 북한과 미국을 설득하여 이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는 데 국가 역량을 총동원해야 한다. 홍현익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 [김홍신의 세상보기] 민족의 자존심을 위하여

    [김홍신의 세상보기] 민족의 자존심을 위하여

    소백산 깊은 골의 해맑게 흐르는 실개천 물로 목을 축이면 금세라도 온몸이 산소덩어리가 된 듯했다. 노승은 흐르는 물을 보고 왜 흐르느냐고 물었다. 무어라 대답할 말이 마뜩찮아 그냥 웃었다. “이놈아, 땅이 비뚤어졌으니 흐르지.” 노승의 이 한마디에 참 많은 걸 한꺼번에 깨닫게 되었다. 그렇다, 땅이 비뚤어지지 않고 평형을 유지한다면 어찌 물이 흐르겠는가. 물이 그러하다면 인간사는 오죽하겠는가. 그런데도 우리들은 매사를 평형을 유지하는 게 정도라고 생각하는 듯하다. 광복 이후 대한민국의 가장 큰 숙제와 화두는 북한문제였다. 어떤 때는 뜨거운 물잔 같아서, 놓자니 깨질 것 같고 끌어안자니 델 것 같은 존재이기도 했다. 누구라도 명쾌하게 해법을 제시하기도 어려운 문제였다. 근래에 북핵문제가 최대 현안으로 떠올랐지만 국민은 의외로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눈치이다. 옛날 같으면 식료품과 생필품 사재기로 세상이 시끄러웠을 것이다. 미국 대통령과 고위 정책당국자들이 연일 대북 강경발언을 쏟아놓으며 북한을 윽박지르고 있는데도 한국 국민은 별로 개의치 않는 듯하다. 일부 서방 언론은 미국의 북한공격을 기정사실화하기도 했다. 미국이 이라크에서 한발 빼고 나면 다음 수순의 공격지점이 북한일 수밖에 없다는 예측이 나도는 판이다. 많은 국민이 이라크를 침공하는 미국을 비판했고 한국군의 이라크 파병을 반대한 속사정은, 이라크 침공 다음 수순이 북한일 거라는 신빙성 있는 논거 때문이었다. 이라크가 소유한 대량살상 무기 때문에 이라크를 침공할 수밖에 없다고 했지만 미국의 속셈은 다른 데 있었다는 게 드러난 셈이다. 이라크 전역을 그리 샅샅이 뒤져도 대량살상 무기를 발견하지 못했다. 그 탓에 미국은 도덕적 패배자로 전락하고 말았다. 북핵문제 역시 미국의 잣대로 분석하고 미국의 잣대로 재단하려 한다는 데 의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다. 묵은 필름을 돌려볼 필요도 없이 미국이 자국의 이익을 위해 행동할 건 뻔한 이치이자 역사적 사실이다. 만약 미국이 북한을 공격한다면 한반도에 어떤 일이 일어날 수 있을까? 북한의 무기와 병력은 대부분 남쪽에 배치되어 있으며 공격받는 순간 자동으로 남쪽을 공격할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수도권 일대는 엄청난 피해지역이 될 것이다. 사태가 최단시일에 수습된다 해도 한국 현대사는 치명적 피해를 보게 될 것이다. 그럴 리도 없고 그래서는 더욱 안 되지만, 만약 미국이 북한을 공격하게 된다면 과연 북한은 어떻게 변하게 될까? 전문가들의 견해는 놀랍게도 남북통일이 아닌 북한의 중국화를 열거하고 있다. 분명한 것은 강대국들의 흑심을 충족시켜주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사실이다. 북한의 다급한 사정을 감안하여 비료지원을 결정한 정부의 태도를 비판하는 것이 과연 옳은가? 북한의 절대빈곤을 조건 없이 도와주는 것은 통일비용을 엄청나게 절감케 된다는 사실을 왜 모르는가? 우리는 지금보다 담대하게 북한문제를 풀어나가는 지혜를 숙지해야 한다. 북한이 자력으로 식량을 해결하고 자력으로 경제를 부흥하고 안정적인 외교력을 발판으로 미국과 타협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유익한 방법임을 자각해야 한다. 남과 북이 평형을 유지하면서 통일을 앞당길 수는 없다. 지금은 평화공존이 우선이고 어느 한쪽이 기울어져 물이 자연스레 흐를 수 있게 해야 할 것이다. 북한에서 남쪽으로 기울어지는 것보다 남한에서 북쪽으로 기울어지는 것이 순리일 것이다. 물은 언제나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기 마련이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전쟁은 결코 창조적일 수 없다. 오로지 파괴를 통한 굴복과 원한만 남기 마련이다. 밖에서 보면 북핵문제가 위태로워 보이는데 안에서 보면 으레 그렇고 그런 통과의례쯤으로 치부하고 있는 점도 이참에 되짚어 보았으면 한다. 미국의 북핵 관점도 우리 국토와 우리 민족과 우리나라의 문제임을 분명하게 천명하면서 민족 자존심의 관점에서 생각했으면 한다.
  • 中 “양안정상회담, 아직은…”

    |베이징 오일만특파원| ‘8일이 56년간의 양안 단절의 역사를 뛰어넘었다.’ 지난달 26일 난징(南京)의 쑨원(孫文) 묘소 참배로 시작된 타이완 국민당 롄잔(連戰) 주석의 대륙 방문은 3일 상하이 일정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평화공존 및 경제협력’에 대한 타이완 국민들의 지지는 날로 높아가는 상황이다. 하지만 중국은 이날 천수이볜(陳水扁) 타이완 총통이 이끄는 민진당이 정강에서 타이완 독립 조항을 삭제하기 전까지는 회담을 원치 않는다고 밝혀 양안 정상회담이 성사될지는 미지수다. 왕자이시(王在希) 중국 공산당 대만사무판공실 부주임은 롄 주석이 타이완으로 돌아간 직후 기자회견에서 “민진당이 정강에서 타이완독립 조항을 삭제한다면 천 총통 및 민진당과 대화ㆍ협상을 재개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미사일 배치 문제도 논의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고 말했다. 롄 주석은 지난달 29일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공산당 총서기와 60년 만의 ‘국공수뇌회담’을 열고 오랜 적대관계를 청산하는 등 5개항에 합의, 양안관계 개선의 획기적 이정표를 세웠다. 양안간 경제협력도 주목된다. 중국 당국은 타이완 농산품에 대한 무관세 수입, 중국인의 타이완 여행 규제 폐지, 영공ㆍ영해 개방을 통한 직항노선 개방 등 적극적인 당근 전략을 선보였다. 중국 당국은 양안관계 개선의 상징적인 의미로 판다 한 쌍을 기증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롄 주석의 ‘상하이 행보’는 향후 경제협력에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상하이는 중국 최대 경제도시로서 타이완 기업인과 유학생 30만여명이 거주하고 있다. 특히 타이완 100대 기업 중 70여개가 진출해 있다. 롄 주석은 2일 타이완 기업인들과의 만찬에서 ‘양안 공동시장’ 구축 제의 사실을 밝혔다. 양안간 경제 통합을 이룩하겠다는 의미로 후 주석과의 회담에서 비중있게 논의됐다는 것이다. 홍콩ㆍ마카오와 맺은 자유무역지대(CEPA)를 타이완에 확대하는 방안이다. 물론 롄 주석의 대륙 행보에 타이완 정부와 ‘독립파’들의 반응은 부정적이다. 하지만 타이완 주요 일간지들은 여론조사를 통해 주민 60% 이상이 국공회담이 양안간 긴장 해소에 기여했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보도했다. oilman@seoul.co.kr
  • “北, 이달중 핵연료봉 재처리”

    |워싱턴·도쿄 연합|북한은 이달 중 다시 핵연료봉 재처리 과정을 시작할 것이지만 미국과의 직접 협상을 통해 핵무기를 현 수준에서 동결할 수 있음을 밝혔다고 최근 북한을 방문했던 한반도 전문가가 15일 밝혔다. 워싱턴 소재 국제정책연구소의 선임연구원인 셀리그 해리슨은 연합뉴스와의 회견에서 “북한측은 이달부터 영변 원자로의 정기적인 연료봉 제거작업을 시작할 것이며 이것은 3개월 동안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해리슨 연구원은 지난 5일부터 9일까지 북한을 방문해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강석주 외무성 제1부상, 김계관 6자회담 수석대표, 이찬복 상장 등을 만나 얘기를 나눴다고 말했다. 해리슨 연구원은 “지난 1994년에도 그들이 원자로에서 연료봉을 꺼냈을 때 위기가 고조됐었다.”며 “북한측이 다시 핵연료봉을 꺼내 재처리를 완료하면 핵무기를 현 수준의 2배를 보유하게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해리슨은 이어 “북한은 미국과의 직접 대화를 통해 핵무기를 현 수준에서 동결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면서 “북한측은 핵무기 동결에는 보상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북한측은 6자회담 복귀의 전제조건과 관련, 미국이 북한측에 ▲북한의 주권과 영토보전을 존중하고 ▲북한과의 평화공존 준비가 돼 있음을 밝히는 한편 ▲북한의 정권교체를 추구하지 않고 있음을 밝힐 것을 요구했다고 해리슨은 전했다. 또 북한측은 이제부터는 핵물질의 제3국 또는 제3자 이전 여부도 협상 의제에 포함시킬 것이라고 말했다고 해리슨 연구원은 밝혔다.
  • [시론] 북한 주권국가론의 함의/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시론] 북한 주권국가론의 함의/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의 일본, 한국, 중국 등 아시아 3국 순방에 이어 박봉주 북한 내각 총리가 중국을 방문하여 경제협력과 6자회담 등 현안문제를 협의했다. 아직 6자회담 재개를 위한 진전된 소식은 없지만 조건과 명분 찾기가 시작된 것이다. 북한이 지난 2월10일 ‘핵보유선언과 6자회담 불참’이라는 초강수를 들고 나온 것은 부시 2기 행정부의 대북정책이 1기 때와 다름없이 강경 일변도임을 시사했기 때문이다. 부시 2기 행정부 출범 초기에 핵문제 해결의 가닥을 잡지 못하면 또다시 4년동안 승산 없는 고통스럽고 지루한 줄다리기를 해야 한다는 절박감에서 나온 승부수라고 할 수 있다. 라이스 미 국무장관은 지난 1월18일 미 국회 상원 인준청문회에서 북한을 ‘폭정의 전초기지’(outposts of tyranny)라고 지칭하면서 부시 2기 행정부에서도 대북 강경노선을 유지할 것임을 시사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북한은 지난 3월3일 외무성 비망록을 통해서 “미국에 의하여 국가주권자체를 부정당한 우리가 무슨 명분으로 미국과 마주앉아 회담할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하면서 강하게 반발했다. 북한이 요구하는 회담개최의 조건과 명분은, 미국이 ‘폭정의 종식’ 발언에 대해 사죄하고, 북한체제 전복을 노리는 정책을 포기하고 평화공존으로 나아갈 의지를 명백히 밝히고 행동으로 보여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라이스 국무장관이 아시아 순방 중 일본과 한국에서 밝힌 ‘북한 주권국가론’은 북한이 요구한 6자회담 재개를 위한 조건과 명분의 일부를 충족시킨 것으로 볼 수 있다. ‘폭정의 전초기지’ 발언을 철회하지는 않았지만,“북한을 주권국가라는 사실을 누구도 부정하지 않는다.”는 발언의 함의는 북한을 공존과 협상의 파트너로 인정한다는 뜻을 간접적으로 내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북한 주권국가론’은 북한이 6자회담에 나올 수 있는 체면과 명분을 세워주기 위한 미국의 고심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다. 표면적으로는 부시 1기 행정부의 ‘반테러와 비확산’이란 대외정책 목표가 ‘자유의 확산’으로 바뀌고,‘북한 불량국가론’이 ‘북한 주권국가론’으로 대북인식이 바뀌었다. 그러나 이는 미국의 대외정책과 대북정책 목표가 바뀌었다기보다는 포장이 바뀐 것에 불과한지도 모른다. 부시 2기 행정부는 힘을 통한 패권안정정책과 일방주의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서 외형상 인류보편가치인 자유, 민주, 인권을 표방하면서 미국 중심의 단극체제(unipolar system) 구축을 꿈꾸고 있는지도 모른다. 미국 중심의 단극체제에 도전할 ‘잠재적 적’은 중국과 러시아이다. 특히 중국은 북한 핵·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WMD) 문제가 ‘북한위협론’으로 활용되면서 미사일방어체제 구축과 일본 군사대국화의 빌미로 활용되는 것에 강한 우려를 하고 있다. 중국은 북한에 대한 경제지원을 강화하면서 북한위협론이 미래 중국안보를 위협하는 요인으로 발전하는 것을 막기 위해 북한 껴안기를 본격화할 것이다. 박봉주 북한 총리의 중국방문을 계기로 중국은 북한경제를 중국경제권으로의 편입을 촉진시켜 경제난을 덜어주려고 할 것이다. 한편 중국은 6자회담 장소 제공국이자 중재자로서의 국제적 위상을 제고하기 위해서 북한에 대한 회담재개를 강하게 촉구할 것이다. 조만간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의 북한방문이 이뤄지면 북핵해결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게 될 것이다. 북한이 이번 기회마저 놓치면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다. 미국과 일본의 대북 압박이 본격화되는 시점에서 중국과의 관계마저 소원해지고 남북관계의 정체가 지속되면 북한의 체제위기는 심각한 국면으로 치달을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우려해야 할 것은 6자회담 무용론이 나올 경우 6자회담 참여국가들의 대북 무시정책이 본격화되는 것이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 [토요일 아침에] 새 술은 새 부대에/ 박기호 천주교 서울서교동 성당 주임신부

    지난 한 주간 우리 공동체는 반가운 손님들로 북적거렸다. 일본 홋카이도에서 40년 동안 사목생활을 하고 있는 파리외방선교회의 한 사제가 ‘한국을 알자’ 라는 주제로 청년 대학생 16명을 모아 여행을 온 것이었다. 약간의 긴장감도 보였던 그들은 우리 청년들과 함께 비좁은 공동체에서 먹고 자고 돌아다니면서 금방 친한 친구가 되었다. 한국인의 가정생활을 보고 싶어 하여 우리 본당 청년들은 이틀간 소박한 민박도 제공했다. 서울의 고궁과 경주의 문화유산, 난타 공연도 안내하였다. 그리고 서대문 형무소 유적지와 안중근 의사 기념관, 나눔의 집을 방문하여 위안부 할머니들과 대화도 가졌다. 여행 내내 티없이 밝고 즐거우면서도 진지한 얼굴이었다. 기술문화 수준에 관심이 크면서도 과거의 역사에 대한 이해의 마음도 보였다. 밤새워 이야기하고 그렇게 한 주간을 보낸 후 마침내 떠나면서 서로 부둥켜안고 눈물을 흘리며 아쉬워했다. 짧은 기간이지만 대부분이 한·일 역사에 대한 진실과 새로운 이해를 가질 수 있었다고 말하고 있었다. 또한 전혀 생각이 미치지 못했던 소비시대 대안의 삶인 공동체 운동에 대한 생각의 계기가 되었다고 했다. 그들은 일본을 대표하는 사람들도 아니고, 청년 모두도 아니고, 겨우 일본 변방의 극소수의 젊은이들이다. 그렇지만 한국과 일본 젊은이들의 순수한 마음과 우정을 보면서 한·일관계 역사 청산의 또 다른 해법과 희망을 생각하게 된다. 일본은 한국을 사실상 50년 동안 지배했다. 반세기 간의 비정한 역사는 한국은 한국대로, 일본은 일본대로 당대의 책임자들이 현재의 정치와 교육·문화의 주도권을 놓지 않고 있어서 끊임없는 갈등과 분쟁, 감정의 악순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해방 60년이 되었음에도 우리나라 철도는 왼쪽 통행을 한다.‘국민학교’를 ‘초등학교’로 표기 하나 고치는 데 50년이 걸렸다. 정통성 없는 군사 정부가 타협으로 저지른 한·일 협정의 잘못 꿰어진 단추를 풀어 고치기를 꺼려한다. 신사참배, 독도 영유권 주장은 일본 정치인들의 변함없는 태도로 자신의 세대가 지켜내야 할 가치로 삼고 있다. 그럼에도 국제분쟁의 유불리 계산으로 피해가는 것이 외교 지침처럼 되어 있다. 이런 세대에는 한·일 역사 청산의 올바른 해법이 나올 수 없을 것이다. 중국의 황사는 한국을 지나 태평양을 건너고 아마존 숲의 산소는 우리의 숨결이 되고 무슬림의 저항은 세계인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 모두가 한 하늘을 바라보고 살지 않으면 안 되게 되었다. 미국이건, 일본이건 이제 절대 강국은 없다. 평화공존도, 경제발전도, 인간화의 성장도 모두 진정한 것, 서로를 하나의 몸뚱이로 삼는 공동체 세계관에서 찾지 않고서는 아니 되는 시대다. 패권시대의 상처에 대한 가해자들은 자기 세대의 행위를 정당화하려고 온갖 왜곡과 강제를 도모하고, 그것이 진정한 정산과 화해를 가로막는다. 그것이 자신들의 역사에 대한 책임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집트를 탈출한 히브리 민족은 40년 사막 생활이라는 세대교체 후에야 가나안을 들어갈 수 있었다. 예수님은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고 가르치셨다. 정의와 진리를 기준으로 삼아 세상과 국가와 사람을 바라볼 수 있는 순수한 젊은이들에게서 화해와 용서와 새로운 우정의 시대에 대한 희망을 보는 한 주간이었다. 박기호 천주교 서울서교동 성당 주임신부
  • 本社후원 韓·日수교 40주년 세미나

    本社후원 韓·日수교 40주년 세미나

    지난 19일 고려대 LG포스코관에서는 ‘일본역사교과서와 역사인식’을 기획테마로 토론회가 열렸다. 서울신문이 후원하고 한국일본학회가 주최한 제70회 학술대회의 역사문화 파트 가운데 하나였다. 그동안 어학·문학 위주의 연구를 진행해오던 한국일본학회로서는 파격적이라 할 수 있는 자리였다. 한국일본학회는 1600명을 넘는 규모의 회원수를 자랑하는 국내 최대의 일본학 연구자 모임이다. 그러나 그동안 제대로 된 활동상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반일감정 탓에 일본을 연구한다는 이야기를 드러내놓고 하기 어려운 분위기도 일부 작용했다. 이번 역사문화 토론회의 좌장이자 새 학회장에 선출된 성균관대 구태훈 교수는 “한국인으로서 일본학을 연구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되새겨봐야 한다.”면서 “한·일 현안에 대해 적극적으로 발언하겠다.”고 밝혔다. 2001년 새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의 후쇼샤(扶桑社)교과서 파문은 여러 결과를 낳았다. 일본 우익에 대한 비판은 물론, 우리의 근현대사 연구성과와 역사교과서에 대한 자성론까지 낳았다. 그러나 올해 3∼4월로 예정된 일본 문부성의 역사교과서 검정 때 이런 파문은 또다시 재연될 조짐이다. 이를 논의하기 위해 한국일본학회가 마련한 ‘일본역사교과서와 역사인식’ 토론회가 19일 오후 고려대 LG포스코관에서 열렸다. 토론회에 앞선 주제 발표에서 서울시립대 정재정 교수는 0.039%의 채택률에 그친 후쇼샤 교과서 대신 50%이상의 채택률을 기록한 도쿄교과서를 분석, 도쿄교과서도 후쇼사 못지않다는 결론을 내려 눈길을 끌었다. 경기대 김기봉 교수는 미조구치 유조의 ‘인식의 공유’에 빗댄 ‘문맥의 공유’를 내세워 한국적인 대응을 비판, 참가자들과 열띤 토론을 벌였다. 세종대 오성 교수의 사회로 진행된 토론회에는 이외에도 고려대 최덕수 교수, 경복고 현명철 교사, 경기대 남상호 교수, 성균관대 동아시아학술원 김종식 교수, 한국학중앙연구원 정영순 교수, 역사문제연구소 이신철 연구원이 참가했다. 김기봉 역사교과서에 대해 수많은 비판이 있었지만 일본은 변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우리의 접근방법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닌가.‘운동’으로서가 아니라 ‘학술’로 접근해야 한다. 정재정 냉전 이후 유일하게 동아시아에서만 내셔널리즘이 강고하다. 더구나 관련 나라가 모두 연동되어 있어 실타래를 풀기 어렵다. 그럼에도 우리가 역사교과서 문제를 제기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우리가 당사자이기 때문이다. 단, 문제를 볼 때는 일본 교과서 시장의 경쟁관계라는 자본의 논리와 납치·수교·미국의 압박으로 얽힌 대북관계문제 같은 정치적 문제도 함께 봐야 한다. 남상호 후쇼샤 교과서 처음에 나오는 ‘역사를 배운다는 것은’이라는 글이 문제다. 역사상대주의를 천명하고 있는데 굉장히 기술(테크닉)적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것을 편의적으로 적용한다는 데 있다. 오성 개인적으로 보편주의를 내세워 일본을 비판했더니 일본학자들이 굉장히 냉소적이어서 놀란 적이 있다. 역사에서 보편적 인식이 가능한지 묻고 싶다. 김기봉 사실과 해석을 나눠 생각해야 한다. 사실은 연구해서 바로잡으면 된다. 그러나 해석은 굉장히 어려운 문제다. 후쇼샤 서문은 랑케의 역사주의 입장과도 비슷한데 아주 훌륭한 문장이다. 우리 역사책은 그렇지 않다. 우리 역사책은 객관성을 전제로 두는, 신(神)의 사관을 내세우고 있다. 주입식 역사교육은 비판받아야 한다. 김종식 기본적으로 일본역사 해석은 문부성 편수관들이 맡고 있다. 신의 관점을 비판했는데 행정관료인 편수관이 일본에서는 신이다. 좋은 지적이지만 일본 역사교과서 역시 편수관이 짜준 틀 내에서만 움직인다는 게 문제다. 정영순 시야를 넓힐 필요가 있다. 필리핀에는 후쇼샤 내용이 그대로 실린 교과서를 쓴다. 인도네시아 학자들은 아예 ‘역사학 자체가 해석학’이라면서 ‘우리는 말할 권리가 없다.’고 한다. 이런 것을 보면 일본연구자의 벽을 뛰어넘을 수 없지 않나 하는 고민이 앞선다. 이신철 운동과 학술의 병행을 얘기했는데 물론 학문적 접근도 중요하다. 그러나 홀로 서있는 학문은 없다. 강제동원의 경우 피해자는 해마다 죽어가고 일본은 자료를 숨긴 채 죽기만 기다리고 있다. 그런데 이것을 뛰어넘어 인식을 공유하자는 것인가? 보편주의도 마찬가지다. 강대국과 약소국의 보편주의는 다르다. 이라크전을 보면 잘 드러난다. 그 대신 ‘평화공존’을 내세워야 한다. 지금 일본측과 접촉해보면 머리 좋은 청년들은 우익단체에 다 가고 진보단체에는 노인들밖에 없다. 진보진영이 새로운 것을 찾는 젊은이들의 욕구를 충족시켜주지 못해서다. 반면 피스보트 같은 평화단체에는 젊은이들이 넘친다. 이들은 동남아 각국에서 봉사활동을 하는데 그 와중에 일제시대 피해자들을 접하다 보니 자연스레 과거사에 대해 사죄하고 반성한다. 우리도 이런 걸 제시하지 못한 채 반일만 내세우다가는 자멸할 수 있다. 김기봉 그럼에도 궁극적으로 민족주의는 포기해야 한다. 일본도 여러 측면이 있다. 일본 우익이면서도 욘사마에 열광하는, 그런 복합적인 존재다. 이런 사람들과 인식을 공유하기 위해서는 역지사지해야 한다. 오성 예전에 후쇼샤 서문을 보고 개인적으로 역사학 훈련이 덜 됐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긍정적으로 평가하니 당혹스럽다. 최덕수 내세우는 명분·이론과 드러나는 사실·역사상을 구분해야 한다.2001년 후쇼샤 교과서를 보고 일본 우익이 굉장히 두려워한다는 인상을 받아 안심한 적이 있는데 계속 그렇게 간다는 것은 문제가 많다. 정재정 학자들이 흔히 접하는 일본인들은 일본사회의 비주류이고 별종이며 사회적 영향력은 거의 없다. 그걸 알아야 한다. 보통의 일본인은 내셔널리즘만 나오면 입을 다문다. 여기에다 천황제 얘기까지 나오면 대화 자체가 불가능하다. 한·일역사공동연구회에 몸담고 있는데 이 모임의 일본 학자들은 그래도 중도쪽을 택한 ‘국제파’들인데도 대화가 어렵다. 그런 의미에서 역지사지는 굉장히 어려운 말이다. 국제사회의 여건도 좋지 않다. 김종식 비관적으로 볼 것만은 아니다. 일본은 지역운동이 굉장히 발전해 있다.2001년도 지역운동과의 연계가 상당히 힘을 발휘했다. 이들과 밀착해야 한다. 이신철 두 개의 칼을 떠올렸다. 시민·지역단체와는 ‘평화공존’으로 연대를 이끌어내야겠지만, 정치적으로는 민족주의적 입장에서 달려들어야 한다. 어떤 장기적인 방향성으로 민족주의에서 탈피하자는 것은 그 자체로는 정당하지만 현실 운동과는 거리감이 있다는 생각이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日근대화 이론가 후쿠자와 유키치 ‘동아시아와의 연대’ 사상가 아니다” 한국일본학회 비판 일찍이 근대를 향한 욕망에 경도된 춘원 이광수가 “하늘이 일본을 축복하셔서 이러한 위인을 내리셨다.”고 평가했던 일본 근대화 사상가 후쿠자와 유키치(福澤諭吉). 메이지시대 사상가임에도 일본에서는 여전히 일본의 미래를 제시했던 계몽사상가이자, 게이오 대학을 설립한 교육가로서 이름 높다. 그러나 한국에서 후쿠자와는 ‘탈아론(脫亞論)’으로 제국주의를 정당화했다고 비판받고 있다. 최근 일각에서 후쿠자와에 대한 이런 평가를 달리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후쿠자와의 제국주의적 측면은 비판하되 그의 사상사에서 ‘동아시아와의 연대’ 부분을 부각하는 방식이다. 여기에는 제국주의를 노골적으로 찬미했던 후쿠자와의 메이지의 중·후기 글들이 후쿠자와 자신의 작품이 아니라 일본 우익에 의해 날조된 것이라는 주장도 한몫했다. 이런 관점은 아시아주의 혹은 아시아연대 문제를 고민하는 일부 연구자들 사이에서 힘을 얻고 있다. 그러나 ‘한때’에 불과했더라도 후쿠자와는 정말 일본과 동아시아와의 연대를 주장했을까. 고려대 일본학 연구센터 박삼헌 연구원은 ‘근대 일본의 대외관과 위기론의 구조’라는 글을 통해 “아니다.”라고 못박았다. 그는 후쿠자와 사상사에 대한 기존 연구가 아시아와의 ‘연대-개혁-탈출’로 변해가는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고 정리한 뒤 이는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박 연구원은 “서구열강의 압도적인 힘 앞에 노출된 상황에서 아시아에 대한 인식이 그렇게 순차적으로 변해갈 수는 없다.”면서 “후쿠자와의 연대는 진정한 연대라기보다 불쌍하다는 연민과 우리도 저들처럼 되어서는 안 된다는 반면교사적인 측면이 강하다.”고 지적했다. 후쿠자와 논의의 출발점은 강대한 서양에 대한 두려움이었다는 얘기다. 그래서 동아시아와의 연대를 주장하지만 내용은 중국을 딛고 일어서야 한다는 것이었고, 동아시아의 개혁 대상은 조선에 한정될 수밖에 없었다. 김옥균을 중심으로 한 개화파의 조선개혁이 실패하자 터진 청·일전쟁을 후쿠자와가 ‘문명과 야만의 전쟁’으로 규정한 것도 이같은 맥락에서다. 그의 탈아론은 서구문명을 따라잡자는 것만이 아니라 아시아 침략을 당위로 삼는 논리인 셈이다. 박 연구원은 특히 “이미 메이지 초기 문헌에서 이런 논리가 등장했다.”고 말해 후쿠자와 저작의 진위논란과는 무관함을 강조했다. 서울대 최장근 교수 역시 “메이지유신 직후 일본은 홋카이도와 유구(오키나와)를 통합했고 이것이 제국주의 팽창으로 이어졌다.”면서 “후쿠자와의 논리는 팽창을 위한 명분에 지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성균관대 구태훈 교수는 “개항 직후 일본은 교린하는 아시아의 소국이냐, 아니면 대국지향이냐 하는 국가 진로를 두고 심각히 고심했다.”면서 “결국 일본은 대국지향을 선택했는데 이런 근대국가설계 논란과 함께 묶어서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내 집을 차지한 이방인/라자 샤하디 지음

    어떤 중요한 선택에 있어서 패키지처럼 쓰이는 단어로 치자면 ‘명분과 실리’만한 것이 없다. 양쪽 모두에 일장일단은 있다. 명분을 내세우면 도덕적 선명성은 돋보일지 몰라도 자칫 공허한 구호만 나열하다 자멸할 수 있다. 실리를 외치면 현실적인 이득은 그런대로 챙기겠지만 지나칠 경우 역사적인 시야를 놓치기 십상이다. 상식적인 이 논리가 ‘나의 문제’로 다가왔을 때 묵직할 수 밖에 없다. ‘책씨’에서 펴낸 ‘내 집을 차지한 이방인’(라자 샤하디 지음, 유혜경 옮김)은 이스라엘을 보는 한 아랍인의 분열적 시선을 보여주는 책이다. 라자 샤하디는 아랍의 인권 변호사로 ‘알 하크’를 결성했지만 동시에 중동평화협상을 위한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측 법률자문역도 맡았다. 이런 경력은 그가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생적 문제의식과 상인적 현실감각’이라는 지론에 매달려 있음을 보여준다. 아랍권과 이스라엘의 투쟁이라는 주제의 무거움에 비하자면 책 내용은 상대적으로 가볍다. 변호사로서 실리주의를 지지하다 아랍 강경파에 암살당한 아버지 아지즈 샤하디에 대한 추억이 자전적 형식으로 기록되어 있기 때문이다. 부자가 함께 책을 썼다는 느낌이 들 정도다. 아랍권의 엄혹한 정치현실만 덜어낸다면 잔잔한 수필이나 아버지에 대한 추도사로도 읽힐 수 있다. 이들 부자의 냉정한 현실분석은 간단명료하다. 젊은 시절 라자 샤하디는 국제법과 인권의 원칙으로 이스라엘을 비판했다. 아버지는 아들을 타이른다.“우리에겐 이스라엘을 비난하는 결의안이 부족한 게 아니다. 유엔에 그 증거자료가 엄연히 있어.1948년 유엔은 팔레스타인 난민들이 귀환하거나 아니면 보상받아야 한다고 결의했지. 그 결의안이 통과된 지가 벌써 30년이야. 그런데 넌 지금 결의안이 더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구나.” 이 책은 ▲이스라엘을 축출할 수 없다면 차라리 평화공존을 받아들여 한다 ▲평화공존을 먼저 제안해 얻을 수 있는 ‘정치적 이니셔티브’를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는 대원칙에 이들 부자가 합의하는 과정을 상세히 보여준다. 실제 이스라엘의 침공과 아랍의 테러가 맞부딪치던 시기 PLO의 영역은 팔레스타인의 20%까지 줄었지만 평화협상에서는 40%의 지분을 약속받았다. 그러나 식민지와 군부독재 경험이 있는 우리가 이런 논리를 쉽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 더구나 “지금까지 이렇게 솔직하게 마음을 연 팔레스타인 사람은 없었다.”는 뉴욕타임스 같은 미국 언론의 호들갑스러운 서평을 보고 있노라면 평화에 대한 진정성이 악용당하는 게 아닌가 싶다. 쉽사리 풀기 어려운 숙제다.1만 1800원.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열린세상] 부시와 빈 라덴/양길현 제주대 정치학 교수

    부시 대통령이 다시 취임했다. 부시 2기 정부가 출범하는 데 대해서 축하의 기대보다 우려가 더 크다. 미국 메릴랜드대 여론조사에서 21개국 2만 1953명 가운데 58%가 부시 재선이 세계 평화와 안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응답할 정도로 세계인들이 부시정부에 대해서 갖는 생각은 부정적이다. 이는 세계가 위험해진 이유를 부시 대통령이 미국 중심의 안보지상주의를 대외적 강경정책으로 연결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안보지상주의가 대외적 강경정책으로 나타나고 있는 게 부시정부라면, 대내적 인권탄압으로 나타난 대표적 사례가 박정희 유신정부였다. 부시나 박정희 모두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안보지상주의와 외부로부터의 위협을 활용하여 시민사회의 자유를 제약했다. 다행히도 지난 40여 년간 한반도를 압도해 왔던 ‘적대적 상호의존’은 남한의 민주화 과정에서 소멸되어 나갔다. 다만 여전히 북한이 일당독재를 펴 나갈 수 있는 데에는 남과 북의 적대적 상호의존을 대신하는 북한과 미국간의 적대적 상호의존이 한 몫을 하고 있다. 부시와 빈 라덴 간의 관계는 일종의 미국판 적대적 상호의존을 반영하고 있다.2000년 9·11 테러는 세계 제1의 강대국인 미국만이 절대적 안보를 누리고 있다는 미국 예외주의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혔다. 무고한 인명살상과 사회심리적 충격은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를 군사적으로 점령하는 이른바 대테러전쟁을 정당화해 주었다. 그러나 부시 1기 정부 동안 그렇게 많은 인력과 물자가 동원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테러문제는 전혀 해결의 조짐을 보여주지 않고 있다. 그저 부시와 빈 라덴간의 적대적 상호의존만이 돋보일 뿐이다. 대테러 전쟁의 구호는 미국 내부의 경제문제에 대해서는 눈을 감게 하고 애국주의에 호소하면서 일시적으로나마 국민적 단합을 이끌어 나가는 데 유용해 보인다. 공화당 부시의 재선은 바로 여기서 가능했다. 2004년 11월 미대선을 며칠 안 남기고 미국에 테러 위협을 공개리에 표명한 빈 라덴이야말로 부시 재선의 일등 공신이다. 경제실정으로 인해 마지막 유세전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었던 부시에게 빈 라덴의 테러 협박은 구사일생의 기회였다. 대통령 선거가 일시에 전시 지도자로서 부시에 대한 국민투표적 신임투표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부시의 재선으로 인해 중동 지역의 반미전선에서 차지하는 빈 라덴의 지도적 입지도 그대로 유지되어 나갈 수 있게 되었다. 빈 라덴이 부시 당선에 도움을 주듯이, 부시의 강경노선이야말로 빈 라덴의 반미강경노선이 지속되어 나가도록 하는 강력한 명분이자 토대이기 때문이다. 부시와 빈 라덴간의 적대적 상호의존을 끊기가 쉽지 않은 것은, 부시가 이라크에 이어 이란에까지 압박을 가하는 한, 중동 지역에서의 반미감정은 더욱 불타오를 것이기 때문이다. 부시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밝힌 것처럼 ‘온 세계에 자유를 확산’시켜 나감에 있어 ‘필요하면 무력’도 불사하겠다고 강경한 입장을 취하는 한, 부시 2기 정부와 빈 라덴 등 반부시세력들 간의 적대적 상호의존 고리는 어느 일방이 제거될 때까지 지속되어 나갈 전망이다. 여기서 남북한간의 적대적 상호의존을 평화공존으로 바꾸어 나간 한국의 경험은 시사적인데, 그것은 안보지상주의를 버리고 북한으로부터의 위협을 감당할 수 있다는 한국민들의 자신감에서 가능했다. 결국 해결의 열쇠는 부시 대통령에게 있는 게 아니라 미국민들의 정치적 의지에 있다. 지난날 베트남 개입을 반대하는 미국내 반전운동 경험에서 보듯이 미국의 이라크 개입에 대해 국내적으로 많은 반대가 제기된다면, 부시정부 역시 ‘명예로운 철수’를 모색할 수밖에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미국민의 반전평화운동이 안보위기감을 넘어설 수 있을 만큼 커져 가다가도 빈 라덴이 계속 미국에 대한 테러를 협박한다면 무망한 것이기에 답답함은 여전히 남는다. 양길현 제주대 정치학 교수
  • [피플 인 포커스] 팔레스타인 수반 당선 아바스

    마무드 아바스(69)는 야세르 아라파트의 그늘에 가려 40여년간 2인자에 머물러온 인물이다. 아바스는 ‘타협과 비폭력’이란 말로 대표되면서 투사 이미지의 아라파트에 비해 ‘노련한 사업가’,‘실용주의자’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또 일찍부터 이스라엘을 국가로 인정한 소수의 팔레스타인인 가운데 한 명으로 이스라엘과 미국으로부터 협상 상대로 인식돼 왔다. 2003년 4월 자치정부 첫 총리에 임명된 뒤 아라파트와의 권력 다툼 끝에 4개월 만에 중도 하차하는 등 정치적 좌절을 겪은 아바스가 기회를 잡은 것은 아라파트가 파리의 군 병원에서 타계하면서였다. 이렇다할 아라파트 후계자가 없는 상황에서 아바스는 아라파트의 혁명 유업을 이어가겠다고 약속하면서 동시에 이스라엘과 미국엔 대화 신호를 보냈다. 그리고 자치정부 최대 정파이자 자신이 창립 멤버인 파타운동의 수반 후보가 돼 이번에 당선의 영광을 안았다. 팔레스타인학자협회(PAS) 마드히 압둘 함디는 “아바스는 총도 한번 들어본 적 없고 선거에 나서 본 적도 없다.”고 지적하면서도 “그는 선거 기간 민중에 보다 친밀하게 다가갔고 길거리 (민중의) 심장박동을 반영하고 있기 때문에 이젠 약하지 않다.”고 평가했다. 1935년 현 이스라엘 영토인 고대 도시 갈릴리 사페드에서 태어난 아바스는 48년 이스라엘이 무력을 동원해 국가를 건설하면서 고향을 잃고 가족과 함께 시리아로 쫓겨났다. 시리아 다마스쿠스 대학과 이집트에서 법학을 공부했으며 70년대 말에는 모스크바 유학길에 올랐다. 이어 82년 이스라엘 시오니즘과 독일 나치즘의 관계를 연구해 박사학위를 받았다. 모스크바 유학은 74년 아라파트가 유엔 연설에서 이스라엘과의 평화공존을 주장한 뒤 이를 이론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한다. 그는 이후 더욱 충실한 ‘아라파트의 입’이 됐다. 20대 때 카타르에서 지하저항단체에 몸담으면서 정치 인생을 시작한 그는 아라파트와 함께 1950년대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를 창설했고 65년 파타운동을 결성했다. 93년 미국의 중재로 조인된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간 ‘오슬로 평화협정’을 도안한 인물로도 알려져 있다. 황장석기자 suron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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