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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 동계 스포츠 강국 넘어 ‘스포츠 선진국’ 초석 놓았다”

    “한국, 동계 스포츠 강국 넘어 ‘스포츠 선진국’ 초석 놓았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2월 9~25일)과 평창동계장애인올림픽(패럴림픽·3월 9~18일)이 크고 작은 우려를 말끔히 씻고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대회 전만 해도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남북 단일팀, 개회식 추위, 흥행 부진 등을 비롯한 각종 문제점이 지적됐지만 평창을 밝힌 남북한 선수들의 하나 된 모습과 자원봉사자들의 미소는 전 세계를 감동시키기에 충분했다. 이젠 평창 대회의 레거시(유산)를 발전시키는 과제만 남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서울신문은 지난 28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 사옥에서 문화체육관광부 후원으로 ‘평창동계올림픽·패럴림픽 성과와 향후 과제 전문가 대담’을 진행했다. 김주호 평창조직위 기획홍보 부위원장, 유승민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 박종완 강원도 올림픽운영국 총괄관리과장, 전혜자 대한장애인체육회 사무총장이 2시간 남짓 토론을 벌였다. 송한수 서울신문 체육부장이 사회를 맡았다. ●평창 대회가 남긴 성과들 사회 이번 대회의 가장 큰 성과는 무엇이라 생각하나. 박 과장 강원도는 전국 인구의 3%에 불과하다. 적은 인원이 성공적으로 치러내 강원도에 자부심을 느낀다. 외국인 3000여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하니 95%가 친절했다고 답했다. 숙박 시설도 80% 이상이 만족했다. 손님맞이 부분에서 좋은 성과를 냈다. 전 사무총장 한국 선수단은 평창패럴림픽에서 역대 최고 성적인 공동 16위에 올랐다. 비장애인도 설상 종목에서 메달을 따기 어려운데 크로스컨트리스키에서 신의현이 메달(금 1, 동 1)을 캔 것은 큰 성과다. 앞으로 장애인 동계스포츠가 발전할 수 있는 시금석이 되지 않을까 싶다. 대회 기간 동안 가족 단위 관중이 많이 오셔서 감사하다. 애처로운 눈빛이 아니라 패럴림픽도 스포츠로 봐 줘서 가슴이 뭉클했다. 올림픽에서 나온 문제점이 보완돼서 패럴림픽을 더 잘 치를 수 있었던 것 같다. 유 위원 여러 악조건 때문에 1년 전만 해도 잘 치를 수 있을지 반신반의했던 것이 사실이다. 북한 리스크 때문에 걱정이었는데 평화롭게 마무리됐다. 평창선수촌장을 하면서 운영 시설이나 숙박, 음식이 너무 좋다고 칭찬을 많이 받았다. 저 또한 IOC 위원이지만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뿌듯했다. 대회 기간 IOC 내부 회의가 매일같이 열렸는데 문제점이 거의 지적되지 않았다. 평창대회가 우리나라가 강조해 온 스포츠 강국을 넘어 스포츠 선진국으로 가는 초석이 될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성적과 상관없이 선수들이 최선을 다하는 것에 관중들이 박수 쳐 줄 때 감격스러웠다. 구 교수 스포츠의 의미를 재정립하는 기회가 되지 않았나 싶다. 과거에는 대형 스포츠 이벤트가 민족주의를 고양시키고 국격을 높이는 수단으로서 인식됐다면 이젠 시대가 변했다. 경기에서 이기든 지든 그 자체를 즐기게 됐다. 이번에 한국 선수들이 따낸 은메달 8개, 동메달 4개도 금메달 못지않은 가치가 있었다. 금메달에만 환호하는 것이 아니라 메달을 못 땄다 해도 그게 대수냐는 태도가 보였다. 스포츠의 의미가 재정립된 것 아닌가 싶다. ●‘북한 리스크’ 잠재운 평화올림픽 사회 평화 올림픽으로 불리며 논란도 많았는데. 구 교수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 구성 단계에서 선수들의 의견을 묻지 않은 것에 대한 지적이 많았다. 어려운 환경에서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며 운동하거나 꿈을 이루기 위해 멀리 미국에서 온 선수들인데 이들의 감성을 이해하는 게 스포츠 정신이란 것이다. 젊은층에서 남북 단일팀이 불공정하다고 답한 비율이 80~85%나 된다. 올림픽이 정치화됐다고 이야기하시는 분들도 분명히 존재한다. 이번 기회에 북한과 지속적으로 교류해 공감의 폭을 넓히는 게 과제이자 유의미한 성취였다고 생각한다. 김 부위원장 지난해 말을 돌이켜보면 안전 문제 때문에 몇몇 나라에서 올림픽에 안 오겠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그것이 지속되면 10~20개 나라가 못 오겠다 선언할 수 있다. 평창조직위와 정부에서 각 국가올림픽위원회(NOC) 설득에 나섰다. 그런 와중에 여러 가지 제안을 통해 북한이 평창에 오게 됐다. 그런데 사람들은 그때 상황을 잊어버렸다. 단일팀 이슈가 터진 것이다. 옛날 같으면 북한이 온다는 것만 해도 굉장히 신기하고 박수 칠 상황이었는데 그렇지 않았다. 놀랐다. 아마 정치권에서도 당황했을 것이다. 대회 때도 그런 문제로만 가지 않을까 싶었는데 다행히 선수들이 함께 훈련하면서 서로 이해하기 시작했다. 북한 참여라는 것이 마지막 톱니바퀴로 끼워지면서 전체 올림픽 가치를 실현하는 데 일조했다. 유 위원 단일팀 결성에 급한 분위기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대회를 위해 준비할 시간이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상태에서 출발했다. 마음이 무겁고 너무 미안했다. 그렇더라도 이미 결정된 뒤엔 빨리 준비해야 하는데 너무 안 좋은 쪽으로만 몰려 걱정이었다. 나중에 단일팀 첫 경기를 현장에서 봤는데 너무 감동적이었다. 대회를 통해 지금 (남북 관계가) 진행되는 것들을 보면 놀랍게 빨리 잘되는 것 같다. 올림픽이라는 힘이 주는 사회 변화가 굉장하다고 느꼈다. 박 과장 전 세계에서 분단된 도(道)는 강원도 하나밖에 없다. 이번에 북한 선수들이 평창에 오면서 굉장한 친밀감이 생겼다. 과거 강원도에서 남북 교류가 활발했는데 도민들도 이번 계기로 다시 교류가 이어질까 기대를 많이 하고 있다.●대회 기간 아쉬운 점들 사회 대회를 잘 치렀지만, 빛에는 그림자도 따르기 마련이다. 아쉬운 점을 꼽는다면. 박 과장 장애인 아이스하키 체코와의 예선 2차전에선 정승환이 연장 시작 13초 만에 서든데스로 골을 성공시키는 명승부를 연출했다. 7000여 관중들이 감격해 경기 후에도 1시간 동안 자리를 뜨지 못했다. 거기서 장애인 스포츠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느꼈다. 그런데 중계가 안 됐다. 전 국민이 봤으면 좋았을 텐데 아쉽다. 전 사무총장 다행히 대통령께서 패럴림픽 중계에 대해 지적해 주셨다는 것에 감사하다. 발언 이후 생방송 시간이 바로 많아졌다. 유 위원 대회가 끝나고 재방송이 여러 번 나오면서 여운을 느끼면 좋은데 지금 그렇지 않다. 올림픽을 치른 국민들의 관심도 레거시(유산) 가운데 하나다. 관심이 너무 빨리 식지 않게 도와주면 좋겠다. 김 부위원장 노로바이러스와 수송·숙소 관련 문제가 초반에 조금 심각했다. 기존 보안 요원을 격리시키고 국방부에 요청해 군인들에게 지원을 받았다. 소도시에 인원이 몰리다 보니 길이 막혀서 차량이 늦게 왔다. 좋은 호텔은 임자가 있어 자원봉사자들은 1시간 걸리는 곳에 머물 수밖에 없었다. 결과적으로 잘 해결됐지만 면밀하게 준비했으면 더 좋았겠다.●‘올림픽 유산’ 발전 과제는 사회 올림픽 레거시를 위해 할 일은 무엇인가. 박 과장 정부에서 경기장 사후 관리에 대해 국비 보조를 기본 원칙으로 하고 있다. 굉장히 감사하다. 다만 국고 보조 비율을 높였으면 한다. 경기장 시설에 1조원 들어갔다. 그것을 유지하려면 힘들다. 유 위원 앞으로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이 열린다. 선수들은 가장 비슷한 시설을 찾아 전지훈련과 경기를 하고 싶어 한다. 최신 올림픽 시설을 보유하고 있는 평창에서 이를 유치할 절호의 기회다. 아이디어를 잘 짜서 기회를 잡았으면 좋겠다. 구 교수 대회 기간 드러난 빙상계 비리 논란에 마침표를 찍어야 한다. 문화체육관광부에서 공정하고 충분하게 조사를 벌여야 한다. 이번 기회에 갑질 없는 체육계로 거듭나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정리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 ‘日 패싱’ 초조감 반영… 14년 만에 북·일 정상회담 열리나

    아베 새달 방미… 협조 요청 계획 北이 대화 응할지는 미지수 그동안 대북 압력을 강조하던 일본 정부가 대화 제의에 나선 것은 오는 4~5월 남북, 북미 정상회담이 예정된 상황에서 일본 국내적으로 주요 현안인 납치 문제가 제대로 다뤄지지 않을 것이란 초조함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한국이나 미국을 통해 북한에 납치문제 해결을 요구하는 것보다는 북한과 일본의 정상이 직접 만나서 이 문제를 논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동안 북한 문제 대응에 있어서 한일,미일,한미일 공조를 강조했던 만큼 한국과 미국이 북한과 대화에 나서는 상황에서 일본만 소외되고 있다는 점도 정상회담 제의의 배경으로 보인다. 아베 총리는 북일 정상회담 성사를 위해서는 미국의 협조가 긴요하다고 보고 다음달 중순 예정된 방미 및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북일 정상회담 성사를 위한 미국 측의 협조를 요청할 계획이다. 그러나 일본이 그동안 대북압력의 목소리를 높여온 상황이어서 북한이 일본과의 대화에 응할지는 불투명해 보인다. 특히 일본 측이 요구하는 납치피해자 전원 귀국 요구와 관련해 북한은 ‘납치 문제는 이미 다 해결된 사안’이라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어 접점을 찾기가 쉽지 않다. 아베 총리는 지난달 9일 평창동계올림픽 개회식 참가를 위해 한국을 방문한 자리에서 북한의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잠시 대화를 한 자리에서 평양선언에 기반을 둬 납치및 핵·미사일 문제를 해결하고 국교정상화를 지향한다는 방침은 변화가 없다고 전했다. 북일관계 소식통은 “국교정상화 언급은 정상회담에 대한 의사표명과 같다”며 “북한 측도 그렇게 받아들이고, 김정은 위원장에게 (일본의 북일 정상회담 희망) 의사가 전해졌다”고 말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개회식 ‘북한’ 호칭에 北 발끈” “김정숙 여사는 명예 응원단장감”

    “개회식 ‘북한’ 호칭에 北 발끈” “김정숙 여사는 명예 응원단장감”

    평창동계패럴림픽은 유독 긴 여운을 남긴 듯합니다. 애초 흥행 실패와 성적 저조에 대한 두려움도 적잖았지만, 선수들은 장애와 사회적 편견에 온몸을 던져 도전했고 국민들은 열정적 응원으로 응답하며 감동을 일구었습니다. 감동이 만들어지기까지 어떤 뒷이야기가 있었는지 소개하며 폐회의 아쉬움을 달래볼까 합니다.●북한을 북한이라 부르지 못하고… 지난 8일 평창동계패럴림픽 개회식을 하루 앞두고 남북 공동 입장이 ‘없던 일’로 바뀌고 말았습니다. 북한이 한반도기에 독도 표기를 주장했기 때문이었죠. 올림픽과 달리 북한은 패럴림픽에서 왜 그렇게 독도 표기를 주장했을까요. 남북 고위급 회담에 참석했던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올림픽 땐 대규모 응원단과 방문단이 남한을 방문해 (자신들의) 존재감을 드러냈는데, 패럴림픽에선 그럴 수단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대형 인공기 입장을 원했던 것 같아요.” 이 과정에서 우리의 안일한 대응도 뒤따랐습니다. 올림픽 땐 남북 공동 입장을 합의문에 넣었던 반면 패럴림픽에선 ‘전례에 따른다’고 할 뿐 정확한 문구를 넣지 않은 것입니다. 북한은 이 틈을 비집고 들어왔습니다. 이희범 평창조직위원장도 ‘북한’ 때문에 곤욕을 치렀습니다. 그는 패럴림픽 개회식에서 공식 국명인 ‘조선인민민주주의공화국’ 대신 북한이라고 불렀습니다. 북한이 이에 대해 발끈했고 공식 사과까지 요구했습니다. 난감한 상황이었죠. 결국 비공식 자리를 만들어 ‘유감’을 표명했습니다. 북한은 이를 ‘깊은 사과’로 받아들인다고 했습니다. 사과에도 남북의 해석 차이는 컸습니다. 고위급 회담에서도 부정의 의미가 강한 우리 측의 “검토하겠다”는 표현을 북한에선 ‘수용’으로 해석해 충돌을 빚었다고 합니다.●명예 선수촌장 될 뻔한 김정숙 여사 조직위는 패럴림픽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 문재인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를 명예 평창선수촌장으로 임명하는 방안을 꾀했다고 알려졌죠. 김 여사가 명예 선수촌장을 맡아 공식 행사에 참가한다면 언론에 대거 보도될 테고 국민도 자연스럽게 관심을 갖게 될 것이라는 판단이었습니다. 아쉽게도 청와대가 난색을 표해 명예 선수촌장 카드를 버렸습니다. 그렇지만, 김 여사는 패럴림픽 기간 동안 12일과 16일을 빼고는 모두 출근 도장을 찍었습니다. 경기장을 찾은 관객들은 스크린에 김 여사가 나올 때마다 열광했습니다. 아이스하키 동메달 결정전을 치른 지난 17일 김 여사는 아이스하키팀 선수들의 사인을 새긴 주장 한민수의 유니폼을 입고 등장했죠. 그리곤 카메라가 김 여사를 비추자 벌떡 일어나 태극기를 흔들며 응원을 주도하기도 했습니다. 이쯤 되면 김 여사를 명예 선수촌장은 아니더라도 명예 응원단장쯤 맡겨야 하지 않았나 싶습니다.●백종철 감독의 ‘동생 리더십’ 평창패럴림픽을 뜨겁게 달궜던 ‘오성(五姓) 어벤저스’는 평균 나이로 50.8세나 됩니다. ‘막내’ 이동하가 45세이고 ‘큰 형님’ 정승원이 60세입니다. 아무래도 43세의 백종철 휠체어 컬링 대표팀 감독은 형님·누님을 지도하는 게 쉽지만은 않았을 텐데요. 어리다고 카리스마를 잃으면 곤란하기에 자신만의 지도 철칙을 갖고 있다고 합니다. 선수들에게 절대로 ‘형님’이나 ‘누님’이라고 부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분위기가 좋을 때면 ‘오성 어벤저스’들도 약간 이런 호칭을 원하는 뉘앙스를 풍기곤 했습니다. 그런데 그때마다 백 감독은 “절대 그럴 일 없다. 제가 컬링을 그만두면 형님이라 부를 텐데 그러지 않을 것이니 기대하지 말라”고 단호하게 이야기했다고 합니다. 실제로 경기 중 작전시간을 가질 때면 백 감독은 ‘오성 어벤저스’에게 존댓말과 함께 선수라는 호칭을 사용하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한국 휠체어 컬링이 평창패럴림픽 예선에서 1위를 차지하고 플레이오프에서도 ‘값진 4위’를 달성한 데에는 백 감독의 ‘동생 리더십’이 한몫을 단단히 한 게 아닐까요.●구직에 나선 평창조직위 직원들 선수들만큼이나 평창동계올림픽·패럴림픽을 위해 구슬땀을 흘린 이들은 조직위 직원들입니다. 2011년 10월 출범한 이래 민간기업과 공공기관, 중앙부처, 지방자치단체에서 파견자들이 모여들어 함께했고 공개 모집한 직원도 1200여명에 이릅니다. 지난 18일 패럴림픽 폐회식을 끝으로 대장정을 마치면서 파견자들은 곧 ‘원대 복귀’를 할 예정입니다. 문제는 공개 모집을 통해 조직위에 취직을 한 이들인데요. 올림픽 유산(레거시) 업무를 맡게 될 일부 인원을 빼고 상당수는 이제 조직위를 떠나게 됩니다. 4월 중순까지는 지금껏 주말 근무를 밥 먹듯 하느라 미뤘던 연차나 대휴를 소진하면서 휴식과 함께 ‘구직 활동’에도 신경을 써야 할 처지입니다. 일부 직원들은 다음 행선지를 위해 벌써 원서도 여러 곳에 넣기도 했다는 데요. 불철주야 고생해 올림픽과 패럴림픽을 성공적으로 치르는 데 핵심적 역할을 했던 이들이기에 아무쪼록 ‘좋은 결과’를 얻었으면 좋겠어요. 숱한 어려움을 견딘 선수, 김 여사, 조직위 직원 여러분께 참 감사하다는 말씀 건넵니다. 평창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강릉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평창 김경두 기자 golders@seoul.co.kr
  • 입장권만 34만장 판매… 역대 최대 규모·최고 흥행

    평창동계패럴림픽이 세간의 우려를 뒤엎고 열흘간의 열전을 제대로 마무리했다. 장애인 스포츠에 대한 관심도가 저조해 흥행을 둘러싸고 비관적 시선을 받았지만 보란 듯 역대 최고 성적표를 받았다. 18일 평창동계올림픽·패럴림픽조직위원회에 따르면 이번 패럴림픽은 흥행 면에서 역대 대회 최고 수준을 달성했다. 당초 목표로 삼았던 22만장을 훌쩍 뛰어넘는 34만 5000여장이 판매됐다. 목표 대비 무려 157%가 팔렸다. 2010 밴쿠버대회의 21만장과 2014 소치대회의 20만장을 가볍게 제쳤다. 덩달아 입장권 수입도 69억 5000여만원을 돌파했다. 대회 기간 경기장과 평창 올림픽플라자, 강릉 올림픽파크를 찾은 방문객은 74만 2000여명이다. 개회식 다음날이었던 지난 10일엔 9만 9000명으로 일일 최대 관람객을 기록했다. 대회 규모 면으로 보면 49개국 선수 567명이 참여하며 역시 역대 최대치를 자랑했다. 직전 열렸던 소치대회에선 45개국 547명이 참가했다. 금메달 수도 소치 때보다 8개 증가한 80개로 역대 최다다. 늘어난 메달 숫자를 반영한 듯 OBS(올림픽 방송 서비스)는 소치대회 때의 300시간보다 7% 증가한 320시간의 방송 영상을 세계로 송출했다. 국내외 51개국 방송사가 중계에 나섰다. 아울러 평창패럴림픽 현장엔 29개국에서 270개 언론사, 814명이 등록해 열기를 뿜었다. 또한 대회의 완벽한 진행을 위해 장애인들을 위한 특수 버스 46대, 휠체어 리프트 차량 149대, 저상버스 48대가 준비됐다. 자원봉사자 5180명과 수습사무관 330명, 경기 전문협력요원 850명, 수송서비스 인력 2000여명 등도 팔을 걷어붙였다. 세계를 통틀어 20개 국가에서 29명(장관급 이상)의 외빈과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이 대회를 찾아 자리를 빛냈다. 역대 최대 규모의 선수단에서도 ‘멀티 메달’을 획득한 선수가 71명에 이를 정도로 한계를 뛰어넘는 멋진 경기력을 관중들에게 선보였다. 평창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 “퍼펙트 평창… IOC·IPC회의 없이도 잘 돌아갑니다”

    “퍼펙트 평창… IOC·IPC회의 없이도 잘 돌아갑니다”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은 ‘퍼펙트’, 앤드루 파슨스 국제패럴림픽위원회(IPC) 위원장은 ‘역대 최대 이벤트‘(biggest event)라며 칭찬을 쏟아내더라고요.”지난 14일 강원 평창 메인프레스센터에서 만난 이희범(69) 평창동계올림픽·패럴림픽조직위원회 위원장은 지난달 9일 동계올림픽 개회식부터 계속된 강행군 속에서도 연신 웃음을 지었다. 이 위원장은 두 위원장의 평가를 소개하고서 평창올림픽과 패럴림픽이 성공적이었다는 또 하나의 증거라며 말을 이어 갔다. 그는 “리우올림픽 땐 운영이 잘 안 되면 IOC가 매일 조직위와 회의를 갖고 직접 지시·통제를 했다”며 “하지만 평창올림픽에선 개회식 다음날부터 사흘 조직위와 회의를 하고 그쳤다. 조직위가 잘 돌아가는데 회의를 할 이유가 없다고 하더라”며 뿌듯해했다. 이어 “패럴림픽 때도 회의는 첫날 하루만 했다”고 강조했다. 이 위원장은 ‘대박’을 우리 선수단의 공으로 돌렸다. 그는 “선수들이 기대 이상 기량을 선보였다. 올림픽 땐 컬링을 비롯해 신출귀몰한 경기가 이어졌고, 패럴림픽에선 메달 획득 여부와 상관없이 인간 승리로 감동을 선사하며 흥행을 이끌었다”고 말했다. 이어 “덕분에 관객이 많았고 티켓도 목표의 100% 이상 팔렸다. 패럴림픽을 걱정했는데, 13일 현재 목표 149%를 달성했다. 컬링은 200%를 넘겼다”고 덧붙였다. 위기의 순간도 있었다. 이 위원장은 “올림픽 기간 노로바이러스 확산으로 비상이었다. 열심히 통제하려 했는데 계속 퍼져 나가니 속수무책이었다”며 “선수들에게 전염되는 걸 막느라고 무진장 애를 썼는데 다행히 큰 피해는 없었다”고 회상했다. 올림픽 개회식 1주 전인 지난달 2일 보안업체 직원이 머물던 평창 호렙오대산청소년수련원에서 처음 노로바이러스가 발생했고, 올림픽 기간에 선수 4명을 포함해 172명이 양성 확진을 받았다. 동계올림픽 사상 최다 인원이 참석했음에도 전염병 감염자 비율은 지난 대회에 비해 최저 수준이라는 게 조직위의 설명이다. 몇몇 고비를 넘기며 대내외적으로 긍정 평가를 받지만, 이 위원장은 아쉬움도 털어놨다. “올림픽에 비해 관심을 덜 끄는 패럴림픽을 위해 방송사에서 중계에 나서야 한다. 조직위에선 여러 차례 중계를 요청했는데 일본이나 영국, 미국에 견줘 방송 시간이 절반을 훨씬 밑돈다”며 목청을 높였다. 이 위원장은 중도 사퇴한 김진선 전 강원지사와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에게서 바통을 받아 2016년 5월 구원투수로 등판했다. 그는 “1년 9개월 동안 앞만 보고 달렸다. 바흐 위원장이 올림픽을 ‘에브리데이 스페셜’로 불렀는데, 나에겐 ‘에브리데이 고난’이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잠은 몇 시간이나 주무시냐’고 묻자 “온갖 걱정에 밤에 벌떡벌떡 깬다. 낮에 보고를 받으면서 꾸벅 졸기 일쑤”라고 하소연 아닌 하소연을 하기도 했다. “올림픽 준비 기간엔 시속 100㎞로 달리다가 요즘은 KTX처럼 시속 250㎞로 달리는 기분”이라던 그는 이사 소식도 뒤늦게 들었다며 크게 웃었다. “집이 팔려서 그 옆으로 옮겼다고 합디다. 지난달 25일 올림픽을 마치고 서울에 회의하러 갔다가 잠시 새집에 들렀어요. 내 짐은 정리도 안 된 채 구석에 쌓여 있더군요.” 평창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 장애 넘은 열정에…시작부터 하나된 전 세계

    장애 넘은 열정에…시작부터 하나된 전 세계

    한민수 로프 잡고 암벽 오르듯 성화 운반 남북 공동 입장 무산됐지만 끈끈함 과시 휠체어컬링 서순석, 김은정과 최종 점화 한국 선수단 주장 한민수(48·아이스하키)가 달항아리 모양의 성화대를 향해 가파른 슬로프를 오를 땐 거창한 장비가 필요하지 않았다. 성화를 등쪽 보관대에 꽂고 줄 하나를 두 팔로만 잡아 당기며 앞으로 나아갔다. 비장애인에게도 버거운 슬로프를 성큼성큼 내디딜 때마다 관중의 박수 소리가 커졌다. 왼쪽 다리 절단에도 좌절하지 않고 일어선 그의 모습은 평창동계패럴림픽에 출전하는 세계 49개국 570명 선수들을 상징하는 듯했다.9일 강원 평창군 평창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린 평창패럴림픽 개회식에선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가르지 않는 무(無)장애 세상이 그려졌다. 비장애인과 장애인이 뒤섞여 무대 중앙을 흥겹게 돌며 하나 된 무대를 버무렸다. 그 위로 세상에 모든 것을 차별 없이 비추는 태양과 달을 상징하는 ‘공존의 구’가 등장하며 무대를 뜨겁게 만들었다. 최종 성화주자로 나선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컬링팀의 주장 김은정(28)과 평창패럴림픽 휠체어 컬링 대표팀의 주장 서순석(46)은 올림픽의 뜨거웠던 열기가 패럴림픽으로도 이어지길 바라는 염원을 담아 불꽃을 둥그런 구에 점화했다. 동계패럴림픽엔 처음 출전하는 북한 선수단은 인공기를 든 기수 김정현(18·장애인 노르딕스키)을 앞세워 전체 선수단 중 34번째로 등장했다. 한반도기에 독도를 그려 넣을지를 둘러싼 이견으로 올림픽과 달리 남북 공동 입장은 무산됐다. 한국 선수단은 신의현(38·장애인 노르딕스키)을 앞세워 맨 마지막인 49번째로 들어섰다. 같이 입장하진 못했지만 남측 최보규(24·장애인 노르딕스키)와 북측 마유철(27·장애인 노르딕스키)이 함께 성화를 들고 무대에 올라 남북의 끈끈함을 뽐냈다. 관중으로 꽉 찼던 올림픽 개회식에 비해 군데군데 빈자리가 엿보였다. 그렇지만 장애의 편견을 깰 선수를 응원하려는 장애인과 비장애인 관중의 열기는 한 달 전에 못지않았다. 가족과 함께 온 안자영(40)씨는 “평창 패럴림픽을 계기로 평소에 미처 관심 두지 못했던 장애인 스포츠, 장애인 인권에 대해 생각해보게 됐다”며 “아이들도 패럴림픽을 보며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없앴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말했다. 지체 장애인이자 대한장애인요트협회 사무국장인 이광수(52)씨는 “장애인 선수들이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최선을 다해 훈련한 것을 알기에 ‘참가에 의의를 두고 열심히 해라’고 하기보다는 ‘메달을 꼭 따 성취감을 느끼길 바란다’고 말해 주고 싶다”며 “국민들도 패럴림픽을 마쳐도 비장애인 스포츠를 사랑하듯 장애인 스포츠도 아껴 주면 좋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평창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평창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 올림픽 열기+10% 티켓값…목표 예매율 120% 넘본다

    평창동계패럴림픽 입장권 예매율이 목표 대비 120%에 육박했다. 대회 조직위원회는 지난 7일까지 집계한 결과 26만 5621표에 이른다고 발표했다. 당초 목표였던 22만표를 훌쩍 넘겼다. 예상 밖의 큰 성공을 거둔 평창동계올림픽 폐막 다음날인 지난달 26일 이미 98%를 돌파한 뒤 빠르게 목표량을 넘어섰다. 중고 거래 사이트나 카페에서도 티켓을 구한다는 글이 쉽게 눈에 띄고 사기 범죄도 적발될 정도다. 패럴림픽에 대한 관심이 올림픽보다 떨어질 수밖에 없어 패럴림픽을 먼저 치르고 올림픽을 치르자는 주장이 나올 정도였는데 평창에서는 올림픽 열기가 그대로 패럴림픽에 옮겨 붙고 있다. 무엇보다 평창동계올림픽 열기를 함께하지 못한 이들이 입장권도 싸고 관중도 덜 몰릴 것으로 예상되는 패럴림픽에서 욕구를 해소하려고 애쓰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패럴림픽 개회식 입장권은 올림픽에 견줘 10분의1 수준이었다. 9일 입장권 판매 사이트를 검색하니 아이스하키 다른 나라 경기나 바이애슬론 경기 입장권은 1만 6000원이면 구입할 수 있었다. 올림픽 기간 관람객들에게 제공됐던 혜택 대부분이 패럴림픽을 마칠 때까지 유지된다. 평창, 강릉 등 개최지 인근 8개 고속도로 요금소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게 대표적이다. 올림픽 때 큰 인기를 끈 평창 올림픽플라자도 패럴림픽 기간인 18일까지 다시 손님을 맞아 수호랑, 반다비 등 캐릭터 상품을 구입할 수 있다. 평창 올림픽플라자 근처에 자리한 복합전시 및 체험 공간 ‘K푸드 플라자’도 계속 문을 연다. 농림축산식품부에서 꾸린 이곳에선 한식과 식문화, 우수 농식품, 강원도 대표 음식 등 먹거리를 체험하고 500년 된 씨간장 맛도 볼 수 있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조수미가 평창올림픽 무대 못 나온 이유

    조수미가 평창올림픽 무대 못 나온 이유

    패럴림픽 주제가 저작권도 기부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소프라노 조수미가 2018 평창동계올림픽 무대에 오르지 못한 이유를 밝혀 화제다.조수미는 9일 강원 평창 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평창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 개회식에서 가수 소향과 패럴림픽 주제가 ‘평창, 이곳에 하나로’를 불렀다. 조수미는 이날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1년 전부터 패럴림픽 개회식에 나와달라는 요청을 받아 흔쾌히 출연을 약속했다”면서 “올림픽 무대에서 저를 보고 싶어 하셨던 많은 분들이 계셨지만 그럴 수 없었던 이유”라고 밝혔다. 장애인 인권에 관심이 많았던 조수미는 5년째 한대에 1000만원에 달하는 휠체어 그네를 장애인학교 등에 기부하는 등 선행을 베풀어 왔다. 조수미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사회가 골고루 행복해지려면 패럴림픽에 대한 관심도 더 높아져야 한다. 그래서 패럴림픽 개회식에 나가고 싶었다”고 말했다. 조수미가 소향과 부른 패럴림픽 주제가 ‘평창, 이곳에 하나로’는 이탈리아 음악가 페데리코 파치오티가 작곡했다. 조수미가 소향에게 함께 노래할 것을 제안해 두 사람의 무대가 성사됐다. 조수미와 파치오티, 소향은 이 곡에 대한 저작권 일체도 모두 기부하기로 했다.한편 이날 패럴림픽 개회식에 등장한 조수미와 소향은 흑백의 조화가 돋보이는 의상으로 눈길을 끌었다. 조수미는 패럴림픽 출연을 확정한 뒤 본인의 전담 디자이너 서승연에게 무대 의상을 특별 주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수미의 화려한 백색 드레스는 정통 오트쿠튀르(고급 맞춤복) 기법을 보여주는 오륜의 크리스털 장식과 찬란히 빛나는 반달 문양을 가슴에 표현했다. 이 반달 문양은 평창패럴림픽의 마스코트인 반다비의 가슴에 있는 반달 모양을 연상시킨다. 소향의 흑색 정장 바지 의상은 어둠 속에서 빛나는 별들을 표현했으며 여기에 크리스털로 장식된 반달 문양을 넣어 조수미 의상과 통일감을 줬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사설] 패럴림픽, 열정의 평창만큼 뜨거운 관심 쏟자

    평창에 평화와 화합의 성화가 다시 피어오른다. 세계 장애인 선수들의 겨울 스포츠 제전인 동계패럴림픽이 오늘 저녁 8시 평창올림픽스타디움에서 개막한다. 역대 최대 규모인 49개국 선수 570명이 6개 종목 80개의 금메달을 놓고 18일까지 열흘간 열띤 경쟁을 펼친다. “흠잡을 게 없다”는 극찬을 이끌어 냈던 평창동계올림픽에서의 ‘하나 된 열정’과 국민적 관심을 되살려 또 한번 성공 신화를 써야 할 시간이다. 이번 대회는 1988년 서울패럴림픽 이후 국내에서 30년 만에 열리는 패럴림픽이다. 올림픽 개최 도시에서 패럴림픽이 같이 열린 첫 출발이 서울패럴림픽이었던 만큼 의미가 더 크다. 북한도 동계패럴림픽 사상 처음으로 선수단을 파견했다. 노르딕스키에 출전하는 마유철, 김정현 선수와 임원 등 20여명이 입촌했다. 다만 남북한 선수가 한반도기를 들고 공동 입장하는 방안이 무산된 점은 아쉽다. 이문태 평창동계패럴림픽 개폐회식 총감독은 “장애는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며 “개회식에서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구분이 없는 무장애인 세상을 보여 주겠다”고 했다. 남성 듀오 클론이 개회식 무대에 서는 건 그래서 더욱 뜻깊다. 하반신 마비로 휠체어를 타는 강원래와 비장애인 구준엽이 함께 활동하는 클론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공존이라는 패럴림픽 정신과 일맥상통한다. 패럴림픽 일부 종목에서 선수와 인솔자가 같이 경기에 참여하고, 메달을 함께 받는 것도 마찬가지다. 장애는 차별의 대상이 아니고, 신체적 차이에 불과할 뿐이라는 인식을 바탕으로 패럴림픽에 참여하는 모든 선수들을 응원해야 할 것이다. 행여나 동정의 시선으로 선수들을 바라보거나, 지나치게 영웅으로 추어올리는 건 비장애인과 똑같이 당당하게 세상을 살아가는 장애인들을 모욕하는 일이다. 패럴림픽을 계기로 장애인에 대한 우리 사회의 태도와 인식이 더 성숙해진다면 성공적인 스포츠 이벤트 이상의 큰 성과로 남을 것이다. 무사고 기록을 세운 동계올림픽처럼 패럴림픽도 안전이 가장 중요하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폭설로 개회식 준비에 비상이 걸렸다고 한다. 체감온도도 영하 10도 아래로 내려갈 것으로 예보됐다. 제설 작업과 난방에 만전을 기해 선수단과 관람객이 불편을 겪지 않도록 조직위 관계자들이 애써 줄 것을 당부한다.
  • 소프라노 조수미·가수 소향 패럴림픽 주제가 부른다

    소프라노 조수미·가수 소향 패럴림픽 주제가 부른다

    소프라노 조수미(오른쪽)가 가수 소향(왼쪽)과 함께 ‘2018 평창동계패럴림픽’ 개회식에서 주제가를 부른다.조수미 소속사 SMI엔터테인먼트와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원회는 8일 이번 평창패럴림픽의 주제가 ‘평창, 이곳에 하나로’(Here as ONE)를 공개했다. 경쾌한 축제의 분위기가 느껴지는 곡으로, 이탈리아 음악가 페데리코 파치오티가 작곡했다. 조수미와 소향은 2015년 8월 가요음반 ‘그리다’ 중 ‘꽃밭에서’를 함께 작업했고, 이번 패럴림픽에서는 조수미가 소향에게 함께 부르면 좋겠다고 직접 제안해 성사됐다. 9일 오후 8시 강원 평창 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리는 평창동계패럴림픽 개회식에서 함께 노래한다. 조수미는 “평창에서 세계가 하나, 장애인·비장애인이 하나 되고, 평화를 기원하는 동시에 어린이부터 어른까지 모두가 즐겁고 쉽게 흥얼거릴 수 있는 노래였으면 한다”고 전했다.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 바흐 “개회 직전 공동입장·한반도기 사용 결정”

    바흐 “개회 직전 공동입장·한반도기 사용 결정”

    서울시, 명예시민증 수여도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이 8일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체육훈장 1등급인 청룡장을 받고 평창동계올림픽 남북 공동입장과 관련한 뒷얘기를 공개했다. 바흐 위원장은 “사실 지난달 9일 열린 평창동계올림픽 개회식에서 기쁨보다 안도감을 더 많이 느꼈다”면서 “북측 IOC 위원들과의 마지막 협상이 개회식(오후 8시) 시작 4시간 전에 마무리됐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런 이유로 오후 5시가 되어서야 이희범 평창올림픽 조직위원장에게 남북 공동입장 때 한반도기를 사용할 수 있다는 지시를 내리고, 모든 의전적인 준비를 바로 개시했다”고 말했다. 당시 북한은 독도가 그려진 한반도기를 들고 입장하길 원했다. 그러나 IOC는 ‘정치적 사안과 올림픽을 연계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이유로 독도를 뺀 한반도기 사용을 권고했다. 바흐 위원장은 북한 장웅 IOC 위원을 막판까지 설득했다. 결국 남북 선수단은 독도가 표기되지 않은 한반도기를 들고 입장했다. 바흐 위원장은 이어 “IOC는 2014년부터 북한선수단의 평창올림픽 참가를 어떻게 지원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면서 “문 대통령이 (나와의) 첫 면담에서 북한 선수단의 평창올림픽 참가를 지지할 것이라고 분명하게 말씀해 주셨고, 이로써 한국과 IOC 간의 좋은 협력관계가 시작됐다”고 말했다. 그는 “IOC는 계속해서 북한 올림픽위원회와 대화를 이어 가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청룡장을 수여하며 바흐 위원장의 노력에 사의를 표하고 “우리 국민은 평창올림픽의 성공에 큰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 이것은 국민이 수여하는 훈장”이라고 강조했다. 체육훈장은 청룡장, 맹호장, 거상장, 백마장, 기린장 등 5개 등급으로 구분된다. 이와 별도로 박원순 서울시장은 이날 바흐 위원장에게 명예시민증을 수여했다. 바흐 위원장은 후안 안토니오 사마란치 전 위원장에 이어 IOC 위원장으로서는 두 번째로 서울시 명예시민이 됐다. 박 시장은 “한반도 화합에 남다른 애정과 관심을 두고 올림픽 기간 작은 통일을 느낄 수 있게 기여한 바흐 위원장에게 깊은 감사를 드린다”고 말했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윤수경 기자 yoon@seoul.co.kr
  • 평창패럴림픽 남북 공동입장 무산

    9일 강원 평창 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리는 평창동계장애인올림픽(패럴림픽) 개회식에는 평창동계올림픽 때처럼 남북이 공동 입장하지 않기로 했다. 대한장애인체육회는 8일 오전 10시부터 김문철 단장을 비롯한 북한장애자올림픽위원회 대표단, 국제패럴림픽위원회(IPC) 등과 협의한 결과 북측이 “자국에서 개최하는 대회에서 정치적 이유 때문에 한반도기에 독도를 표기하지 못하는 것을 수용할 수 없다. 우리의 국토를 표기하지 못하는 점은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다”고 밝히고, IPC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강력한 파트너십이 구축된 상태에서 동계올림픽에 이미 쓰인 한반도기를 변경할 수 없다. 더이상 논쟁을 원치 않고 양측 주장을 존중해 개별 입장하기로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명호 대한장애인체육회장이 남북 공동 입장 성사를 위해 2차 협의를 제안, 오후 5시부터 20분 동안 IPC가 빠진 상태에서 북측과 다시 논의를 벌였으나 끝내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만약 9일 개회식에서 남북 공동 입장이 성사됐더라면 주요 국제대회 사상 11번째이며 패럴림픽에서는 사상 처음 이뤄지는 것이라 비상한 관심을 모았지만 아쉽게 무산됐다. 대한장애인체육회는 그러나 공동 입장 무산에도 불구하고 “민족 화합과 평화 패럴림픽을 위해 민족의 하나 된 모습을 원한다는 입장에 변함없지만 서로의 입장을 존중해 수용하고, 앞으로 대회의 성공적 개최에 양측이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또 남북이 성화 봉송은 공동 진행하겠다고 IPC에 제안했으며 IPC와 평창조직위원회도 이를 적극 수용했다고 덧붙였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그럼프 할배’ 투오마스 퀴뢰 “적어도 하늘에는 핵폭탄이 없었습니다”

    ‘그럼프 할배’ 투오마스 퀴뢰 “적어도 하늘에는 핵폭탄이 없었습니다”

    “적어도 하늘에는 핵폭탄이 없었습니다. 위대한 올림픽을 조직해줘 감사합니다.”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을 일주일 남기고 번역 출간된 ‘한국에 온 괴짜노인 그럼프’의 저자 투오마스 퀴뢰(44·핀란드)가 서울신문과의 이메일 인터뷰를 통해 대회 총평을 이렇게 털어놓았다. 퀴뢰는 까칠하기 이를 데 없으나 잔정 많은 괴짜 노인 그럼프 시리즈로 현재 핀란드에서 가장 잘나가는 작가다. 우리 사회처럼 세대간 극심한 견해의 차이를 보이는 핀란드 사회를 극명하게 풍자해 세 권의 시리즈가 인구 520만명의 핀란드에서만 50만권 넘게 판매됐고, 2014년에는 영화로 제작될 정도로 큰 사랑을 받고 있다. 그런 그가 번역본을 출간한 세종서적에 몸소 연락해 평창동계올림픽을 세계인에게 알리고 싶다며 ‘한국에 온 괴짜노인 그럼프’를 제안했다. 서울 유학을 결심한 손녀를 말릴 겸 서울살이에 불편한 점이 없는지 살펴보려고 한국을 찾은 김에 강원 평창과 강릉, 정선 경기장 등을 돌아보고 안내를 맡은 한국인들과 많은 의견을 나누는 것이 소설의 뼈대다. 김정은 북한 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언제라도 핵무기 발사 버튼을 누를 것 같은 분위기 속에 성공 개최가 의심됐던 평창동계올림픽이 큰 탈 없이 막을 내렸다. 폐막 다음날 이메일로 질문지를 보냈고 종합편성 채널의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낯익은 페트리 깔리올라가 핀란드어로 옮겨 작가에게 전하고 반대 과정을 통해 답변을 들었다. 마침 폐막에 즈음해 스키 여행 중이어서 답변이 지난 2일에야 도착했다. 이런저런 사정이 있어 미루다 이제야 올린다. 다음은 일문일답.→ 새파랗게 젊은 나이에 권력을 잡아 할배를 기분 나쁘게 만들었던 그 친구(김정은 위원장)가 평창 참가를 결정하면서 대회는 많은 질적, 양적 변화를 겪었다. 이런 숨가뿐 정세 변화를 멀리 핀란드에서 보면서 적잖이 당황했을 것 같은데. -원래 스포츠와 정치가 서로 혼동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올림픽에서는 늘 그래 왔다. 선전 효과가 너무 커서 그렇다. 아돌프 히틀러는 베를린올림픽을 자신의 목적으로 사용했고, 미국은 냉전 시대 모스크바올림픽을 보이콧했고, 옛 소련은 그 보복으로 로스앤젤레스올림픽에 불참했다. 평창 대회도 목적은 평화를 조성하는 데 있었지만 선전적인 구석을 배제할 수 없었다. 북한 응원단은 한국 관객들 사이에서 매우 이상한 존재로 비쳤다. 북한 선수들을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에 합류시키는 아이디어를 실제로 구현해야 했는지 여전히 의문이다. 그러나 올림픽 때 적어도 하늘에는 핵폭탄이 없었다. → 보수적인 할배는 세상의 변화 속에서도 여전히 사람의 본질은 바뀌지 않는다고 볼 것 같다. 하지만 평창 대회를 계기로 남북간 말과 뜻이 통하는 계기는 만들어졌다고 보는데. -사람과 사회, 국가 사이에는 항상 의사 소통이 필요하다. 그런 식으로만 우리는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 협박은 유치하고 매우 위험한 일이다. 북한의 뚱뚱한 소년과 미국의 대걸레 머리를 한 양키 대통령이 핵무기의 크기를 측정하고 있을 때 내 마음은 비명을 질렀고, 둘을 다시 유치원에 보내고만 싶었다.→ 젊은 독재자의 여동생과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개회식에, 젊은 독재자의 부하와 이방카 트럼프 백악관 보좌관이 폐회식에 나란히 앉은 모습을 보며 어떤 생각이 들었는지? 이렇게 정치가 올림픽에 얽혀드는 것을 보며 어떤 느낌이었는지? 또 앞으로 남북이나 북미 관계, 나아가 한반도 정세에 대해 어떤 생각이 들었는지. -적어도 미국인을 당황하게 만드는 꼼꼼하고 계획적인 면모가 엿보였다. 그러나 이제 세계 정세는 제대로 그려지지 않은 스케치의 선처럼 보인다. 그렇게 끔찍하고 위험한 것만 아니라면 재미있을 것 같다. → 이번 대회 가장 인상적인 장면이나 순간을 꼽는다면. -핀란드는 대회에서 적당히 성공했고, 오랫동안 금메달을 수상하지 못해 초조하게 만들었다. 그러다 마침내 이보 니스카넨이 크로스컨트리 스키 50㎞ 클래식에서 금메달을 땄다. 나도 그걸 보고서야 스키 여행에 동참할 수 있었다. → 핀란드는 금 1, 은 1, 동메달 4개를 딴 반면 노르웨이는 모두 39개의 메달을 따 종합 1위를 차지했다. 스웨덴도 금 7, 은 6, 동메달 1개로 핀란드보다 나았다. 어떤 차이가 이웃나라 간에 이런 차이를 불러오는지. -노르웨이는 오래 전부터 스키 종목에서 아주 강했다. 적시에 재능 있는 선수들을 찾아내고 훈련에 많은 시간과 돈을 투자했다. 노르웨이 동계스포츠는 무척 뿌리가 깊다. 스웨덴인들은 어려운 종목들에서 실력을 발휘했다. 하지만 핀란드 선수들은 이번 대회에서는 그 반대였다. 아쉽게도 4위와 6위에 머무르는 일이 많았다. 그러나 슬프지 않다. 현실은 받아들여야 하니까.→ 평창 대회는 아시아에 동계 스포츠를 확산시킬 수 있는 가능성을 확인한 대회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할배의 평가는. -쇼트트랙 스케이팅 선수들이 너무나 빨리 움직여 기뿐 나쁠 것 같다. 눈으로 계속 쫓아가기도 어렵고. 잠깐 딴데를 보게 되면 경기가 끝나 버린다. 그러나 아시아인들에게 동계스포츠의 인기가 높아졌을 것이란 점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많은 사람들이 있을수록 경기는 더 좁은 공간에서 이뤄져야 더 재미있는 것 같다. → 할배는 ‘아시아인들이 대회를 잘 치를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어느 정도 불식됐나. -동계올림픽을 잘 치르기 위해서는 엄청난 규모의 조직과 많은 역할이 필요하다. 또 인간의 힘으로 제어하기 힘든 요소들과 맞닥뜨린다. 우리는 겨울 폭풍우가 몰아치면 거기에 적응해야만 한다. (알파인 스키의) 일부 변경은 있었지만 단 한 경기도 취소되지 않았다. 내 경험에 비춰볼 때 오늘날 아시아는 모든 측면에서 가장 성장 속도가 빠른 곳이다. 그들에게는 의지와 재원, 성장하는 경제, 자신의 재능을 세계에 보여주고자 하는 열망이 있다. 반면 유럽은 ‘녹슨 노인’과 비슷하고, 또 그럼프 노인처럼 옛날이 더 좋다고만 여긴다. → 어떤 마음으로 한국 여행을 하고 책을 썼는지 궁금하다. 애초 기획 의도를 얼마나 관철했다고 보는가. -한국 말고는 자료를 찾기 위해 소설의 배경이 되는 곳을 여행한 적이 없다. 한국 여행은 재미있고 효과적이었다. 우리 팀은 며칠(지난해 8월 4박5일) 만에 좋은 결과를 얻었고, 핀란드대사관은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게 도왔다. 특히 프로젝트 코디네이터인 페트리 깔리올라가 아주 소중한 도움을 줬다. 난 2006년에도 서울을 방문했다. 어렸을 때 태권도를 배웠고, 한국의 과거와 현재에 많은 호기심을 가지고 있다. 핀란드의 다른 소설들이 한국에서도 많이 번역돼 행복하다. 이런 소설들은 다른 문화와 사람의 생각에 들어가기 위한 관문 역할을 할 것이다. → 앞으로 계획이나 현재 열중하는 일은. -자수성가한 그럼프가 다시 고국을 떠나는 영화 대본을 쓰고 있다. 한국이 첫 번째 목적지였는데, 이번에는 자동차를 사기 위해 독일로 떠나는 상정이다. → 책에 실린 종이상자 사진은 무얼 의미하는지. -그럼프처럼 자수성가한 사람들은 익숙한 무언가를 담는 데 집착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럼프 할배는 수도에 있는 아들 집에 갈 때도 늘 물건을 종이상자에 넣어 간다. 우연히 골판지 상자가 눈에 띄었는데 그런 할배들의 집착을 상징하는 데 딱이었다. → 마지막으로 괴짜 노인 그럼프를 좋아하는 한국 독자들에게 전할 말은. -위대한 올림픽을 조직해줘 감사하다. 핀란드는 현재 영하 25도인데 한국은 조금 더 따뜻하길 바란다. 그렇지 않다면 그럼프처럼 겨울용 모자를 기억하세요.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해외에서 온 편지] 영국 기초과학의 숨은 경쟁력 ‘슬로슬로 퀵퀵’을 보며…

    [해외에서 온 편지] 영국 기초과학의 숨은 경쟁력 ‘슬로슬로 퀵퀵’을 보며…

    지난달 열린 평창동계올림픽 개회식은 한국인으로서 자부심을 느낀 세계적인 이벤트였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영국 사우스햄턴대학교의 교수들과 동료 학생들은 “증강현실로 만든 천상열차분야지도, LED 촛불로 형상화한 평화의 비둘기는 한국의 전통문화와 과학기술이 어우러진 멋진(brilliant) 무대”였다며 놀라움을 드러냈다. 영국 일간 가디언지 등도 5G, 스마트 슈트, KTX 등 한국의 과학기술 성과를 자세히 소개했다.# 평창올림픽 개회식 등 한국 과학기술에 깜짝 지난 50년간 눈부신 발전을 이룬 한국 과학기술도 ‘추격형 성장 전략(fast follower)에 따른 원천기술 부족’이란 약점이 있다. 영국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연구개발(R&D) 투자비율(1.70%)이나 특허출원 수 같은 양적 측면에서는 한국보다 뒤떨어지지만 기초연구와 원천·핵심기술 등 질적인 면에서는 뛰어나다는 평가다. 영국 과학기술 경쟁력의 비법은 무엇일까? 세계 최초로 인터넷 광섬유 증폭기를 개발한 사우스햄턴대 광전자 연구센터 수석 연구교수에게서 몇 가지 의미 있는 답을 들을 수 있었다. 그는 “기초연구에 대한 장려와 전폭적인 투자가 그 비법”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의 광통신 분야는 2000년 IT버블이 사라지면서 사장돼 관련 회사와 연구자는 LED로 진로를 바꾸어야 했는데 최근 들어 다시 광통신이 주목받으며 관련 인력을 역수입하는 상황을 사례로 들었다. 다른 한 가지 비법은 선행연구 결과평가와 차기과제 선정평가 간의 선순환 고리였다. 이전 연구 성과가 좋아야 다음 과제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구조적으로 열심히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 ‘빨리빨리’ 문화에 단기간 성과 이뤄냈지만… 필자가 영국에 와서 또 하나 놀랐던 점은 양보와 배려가 곳곳에 녹아 있다는 것이다. 좁은 영국 골목길을 운전하다가 상대방 차와 마주치면, 대부분 먼저 가라는 신호로 손을 들어 주거나 상향등을 깜박인다. 언젠가는 자신도 양보를 받을 수 있다는 사회적 신뢰가 구축되어 있기 때문에 기다린다는 것이 일시적으로 느린 것처럼 보이더라도 궁극적으로는 개인적, 사회적으로 손해가 아니란 것이다. # 기초연구 장기적 투자·재기 발판 고민할 때 먼저 가려고 꼬리를 물거나 쓸데없이 신경전을 하는 등의 갈등이 줄고 덕분에 전체적인 교통 체계도 원만하고 빠르게 작동한다. 이런 영국의 사회적 문화는 과학기술계에도 적용되어 연구자를 믿고 장기적인 계획과 지원책으로 뒷받침해 주면서 연구 성과가 제대로 나오도록 기다림의 미학을 보여 준다. 이에 비해 한국은 ‘빨리 빨리’ 문화와 함께 불신의 문화가 여전히 남아 있다. 극소수 연구자의 연구비 횡령과 연구 비리가 터질 때마다 과학기술계에 대한 불신은 커지고 그와 함께 연구자에 대한 규제는 강해진다. 물론 ‘빨리 빨리’ 문화 덕분에 한국 과학기술 수준이 단기간에 높아진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제는 ‘천천히 가는 것’(slow slow)이 ‘빠르게 갈 수 있다’(quick quick)는 점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기약 없는 말잔치일 수도 있겠지만 연구자를 믿고 기초연구 성과를 기다려 주고, 연구자의 연구 실패에 대해서는 다시 한번 일어설 수 있게 손을 내밀어 주는 여유가 필요한 때다.
  • [특파원 칼럼] 평창의 기적은 이어져야 한다/한준규 워싱턴 특파원

    [특파원 칼럼] 평창의 기적은 이어져야 한다/한준규 워싱턴 특파원

    지난달 9일, 평창동계올림픽 개회식의 벅찬 감동이 아직 잊혀지지 않는다.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고위급 대표로 방남을 했으며, 남북이 한반도기를 앞세우며 전 세계에 ‘우리는 하나’임을 천명했다. 또 남북 선수가 여자 아이스하키팀을 만들어 손발을 맞췄다. 여기에 김영철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이 ‘북·미 대화 용의’를 밝히면서 얼어붙은 한반도에 기적처럼 평화의 온기가 돌기 시작했다.  국내에서 북한 대표단의 방남을 둘러싼 찬반 논란이 거셌지만, ‘2018 평창동계올림픽’이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에 새로운 공간을 만드는 계기가 된 것은 분명해보인다. 특히 워싱턴 조야에서 하루가 멀다 하고 터져 나오던 ‘코피전략’ 등 대북 군사옵션의 목소리를 잠재웠다는 것은 일정한 외교적 성과로 봐야할 것이다. 불가능해 보이기까지 했던 ‘평창의 기적’을 짧은 시간에 만들어 내기 위한 노력에는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하지만, 문제는 지금부터다.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에 특사를 파견하고 강경화 외교부 장관을 미국으로 급파하는 등 한반도 안정·비핵화의 퍼즐 맞추기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하지만 대화를 이야기하면서, 전혀 다른 곳을 보고 있는 북·미를 조율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미국은 대화 전제 조건을 북한의 ‘완전하고, 검증가능하고, 돌이킬 수 없는 핵 폐기’(CVID)로 못박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그의 행정부는 25년 동안 미국이 북한의 ‘비핵화’ 거짓말에 속았다는 입장이다. 1994년 제네바 합의나 2005년 6자회담을 통한 9·19 합의를 뒤로하고 북한이 ‘핵개발’을 이어 왔기 때문에, 트럼프 행정부는 이전 미 행정부처럼 절대 속지 않겠다고 벼르고 있다.  반면 북한은 ‘비핵화’를 대화 테이블에 올리지 않겠다고 분명히 밝혔다. 최근 북한 외무성 대변인이 “평등한 입장에서 (북·미) 대화를 지향한다”면서 “전제조건적인 대화 테이블에 앉지 않겠다”고 명확히 선을 그었다. 북한은 비핵화를 전제로 한 대화에 나서지 않겠다는 것이다.  또 중국과 일본, 러시아 등도 2000년대 초반과는 달리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에는 많은 에너지를 쓰기 어려운 상황이다. 중국은 미국의 통상 압박과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 국면 등으로 활동 공간이 좁아졌다. 북한에 대한 지렛대도 국제사회의 기대를 채우기에는 부족해보인다. 일본의 아베 정권은 북핵 해결에 도움을 주기는 커녕 오히려 훼방꾼 노릇을 하고 있다. 러시아는 미국과 핵 군비 경쟁을 부추기며 유럽 등에 자신의 영향력을 키우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  문재인 정부에 북핵 해결을 위해 남은 시간도 그리 길어 보이지 않는다. 짧으면 불과 한 달 뒤인 4월 초가 첫 고비다. 북한이 4월 초로 예정된 한·미 연합군사훈련에 대한 반발로 미사일 시험에 나설 가능성 높기 때문이다. 이 경우 한반도의 화해 무드뿐 아니라 북·미 대화 분위기도 싸늘하게 식어버릴 것이다.  지금 한반도 평화의 운전대를 잡은 문재인 정부의 상황은 녹록치 않다. 북·미의 사이를 비집고 들어갈 틈도 넉넉치 않다. 주변에 도움을 청할 곳도 없다. 하지만 포기하거나 주저해서는 안 될일이다. 누구도 우리의,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책임져 줄 사람은 없다. 결국 우리 손으로, 우리 힘으로 만들어 가야 한다. 모두가 어렵다고 고개젓는 북·미 대화가 문재인 정부의 중재로 이뤄지는 ‘또 다른 평창의 기적’을 기대해본다. hihi@seoul.co.kr
  • 정의용·서훈 ‘김정은 의중’ 파악…트럼프에 대화 설득

    정의용·서훈 ‘김정은 의중’ 파악…트럼프에 대화 설득

    靑 “북·미대화 여건 조성 논의” 서로 대화 문턱 낮추도록 중재 김정은 메시지에 전세계 주목한반도 정세가 중대 변곡점을 맞고 있다.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조성된 대화 국면이 비핵화를 전제로 한 북·미 접촉으로 이어지지 못하면 지난해처럼 최악의 위기 국면으로 되돌아갈 수 있다. 당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에 대해 “분노와 화염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를 쏟아내자 북한은 미국령 괌을 포격할 수 있다고 맞불을 놓았다. 5일부터 1박 2일간 방북하는 대북특별사절단에 의해 북·미 대화의 첫 단추가 꿰질지, 아니면 ‘판’이 깨질지 한반도 안팎의 시선이 집중된다. 4일 발표한 특사단 파견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평창동계올림픽 개회식 때 여동생인 김여정 당 중앙위 제1부부장을 특사로 보낸 데 대한 ‘답방’ 형식이다. 김 위원장이 제3차 남북 정상회담을 위한 방북을 공식 제안했던 만큼 문 대통령이 원칙적으로 화답하는 내용을 담은 친서를 전달하고, 남북 관계 진전을 위한 정상회담 추진 문제도 큰 틀에서 논의할 수 있다. 특사단의 최우선 순위는 북·미 대화에 대한 김 위원장의 의지를 확인하고, 양측이 대화의 ‘문턱’을 낮추도록 설득하는 데 집중될 전망이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특히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북·미 대화 여건 조성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 수석을 맡은 것도 비핵화를 염두에 둔 대화로 북한을 끌어내려는 문 대통령의 ‘중매외교’에 방점이 있음을 알 수 있다. ‘미국통’인 정 실장은 문재인 정부에서 줄곧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호흡을 맞춰온 만큼 신뢰를 바탕으로 김 위원장의 속내를 파악한 뒤 워싱턴에 가감 없이 전할 수 있는 적임자이기 때문이다. 정 실장은 6일 귀환 이후 서훈 국가정보원장과 함께 빠른 시간 내에 미국을 방문,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하는 작업에 나설 계획이다. 앞서 불발됐던 김여정 제1부부장과 마이크 펜스 부통령 간 회동 추진과정에서 막후에서 마이크 폼페오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과 함께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진 서 원장도 힘을 보탤 전망이다. ‘탐색 대화’를 위한 상견례조차 할 준비가 안 된 북·미 간을 오가는 ‘중매쟁이’ 역할에 집중할 것이란 얘기다. 문 대통령의 특사단을 맞아 김 위원장이 어떤 메시지를 내놓을지는 예단하기 어렵다. 북한 역시 대화가 절실해 특사단을 맞이하는 만큼 ‘판’을 깨는 상황은 연출되지 않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북한이 핵 문제를 대화 테이블에 올릴 수 있다는 여지만 열어둔다면 문 대통령의 중재외교에 추가적인 계기가 생기는 셈이다. 문 대통령의 친서에도 관심이 쏠린다. ‘답신’의 성격인 만큼 “남북 정상회담의 ‘여건’을 만들어 성사시키자”는 메시지가 담길 것으로 관측된다. 연장선에서 북·미 간 조기 대화에 나서줄 것을 김 위원장에게 당부하겠지만, 명시적으로 ‘비핵화 의지 천명’ 등을 담을지는 불투명하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 [김윤하의 라이너노트] 케이팝·포스트록… 평창서 빛난 한국 음악

    [김윤하의 라이너노트] 케이팝·포스트록… 평창서 빛난 한국 음악

    지난달 25일 평창동계올림픽 폐회식 무대. 일반적으로 개회식에 비해 작은 규모로 개최되는 탓에 대중의 관심도는 다소 떨어졌지만 적어도 대중음악가 라인업에 있어서만은 개회식 못지않은 화려함을 자랑했다. 무엇보다 낯익은 케이팝 가수들의 이름이 올라 반가웠다. 2NE1 출신의 씨엘과 엑소가 각각 무대에 서서 ‘내가 제일 잘 나가’, ‘으르렁’ 등 자신들의 정체성과 이미지를 대표하는 곡을 선사해 케이팝 팬들의 아쉬움을 달랬다.안방에서 열린 국제행사에 한류대표 상품인 케이팝 가수들이 서는 건 당연한 일이테지만, 행사의 격을 한 차원 높여준 건 예상과 달리 포스트 록 밴드 잠비나이였다. 일렉트릭 기타와 여든 대의 거문고, 전통무용 ‘춘앵무’ 등이 동시에 등장한 ‘조화의 빛’ 무대에 선 이들은 자신들의 대표곡 가운데 하나인 ‘소멸의 시간’을 연주했다. 다섯 명의 멤버 가운데 이일우(기타, 피리), 김보미(해금), 심은용(거문고)은 한국예술종합학교 국악과 01학번 동기들로, 국악기를 이용한 록 음악의 새로운 해석으로 한국보다 해외에서 큰 주목을 받는 밴드다. 실제로 첫 EP를 발표하며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한 2010년 이래 영국 글래스턴버리, SXSW 등 해외 유수의 페스티벌을 문턱이 닳도록 오갔고, 2015년 11월 마침내 영미권의 대표적인 인디 레이블인 벨라 유니언과 아시아권 음악가로는 처음으로 계약을 체결해 정식 해외 진출에 성공했다.이들의 뒤를 이어 최근 해외에서 먼저 주목 받는 밴드가 한 팀 더 있다. 밴드 씽씽이다. 스스로를 ‘민요 록’ 밴드라 부르는 이들의 정체성 역시 독특하기 그지없다. 잠비나이가 한국 전통 악기를 이용해 서양의 곡을 연주한다면, 이들은 서양 악기를 이용해 한국의 민요를 노래한다. 기타, 베이스, 드럼이라는 스리 피스 록 밴드의 기본 구성을 바탕으로 ‘청춘가’, ‘사시랭이소리’, ‘난봉가’ 등 민요 메들리를 부른다. 어어부 프로젝트 출신이자 한국 인디 1세대를 대표한다고 할 수 있는 베이시스트 장영규와 국악계를 대표하는 스타 소리꾼으로 명성 높은 이희문의 만남이 만들어 낸 그야말로 ‘사건’ 같은 밴드인 셈이다. 단전으로부터 끌어올리는 폭발적인 흥은 물론 60·70년대 펑크, 사이키델릭 밴드에서 레이디 가가, 영화 ‘헤드위그’까지 소환하는 왁자지껄한 외양도 화제다. 미국 NPR의 대표 프로그램인 타이니 데스크 출연을 시작으로 세계 각국의 음악 프로그램과 페스티벌의 러브콜이 끊이지 않고 있다.이 길지 않은 글에서 언급된 음악가들이 들려 주는 음악의 면면을 다시 한 번 곰곰이 살펴본다. 이보다 다채로울 수 없고 이보다 개성 넘칠 수 없다. 맛도 색도 모조리 다른 음악을 하는 이들은 그러나 몇 가지 중요한 공통점도 가지고 있다. 타고난 매력과 아름다움을 알아 주는 국적과 인종을 불문한 든든한 팬들을 가지고 있다는 점, 그리고 ‘한국적’이라는 단어를 정해진 답처럼 선두에 세우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이들이 세계인의 이목을 끌고 끝내 사랑받을 수 있었던 건 한국적인 무엇이 있었기 때문이 아니다. 한국도 세계도 아닌, 제3의 어딘가에서 갑작스레 태어난 매력적인 혼종이었기 때문이다. 케이팝은 물론이려니와 국악계 출신 인물들이 주축이 돼 국악적 요소가 다수 포함된 음악을 하는 잠비나이와 씽씽에게 쏟아지는 관심 역시 같은 맥락이다. 이들의 음악 속에서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는 한국의 악기, 한국의 민요는 하나의 구성요소일 뿐, 그 자체로 아직까지도 정의조차 불가능한 ‘한국인의 얼’을 말하기에는 건너뛰어야 할 사고회로가 너무 많다. 세계가 사랑하는 한국 음악을 이야기할 때 ‘한국’을 빼면 음악 속 숨겨진 더 넓고 더 많은 것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이런 멋진 음악가들이 한국에서 태어나 준 것이 그저 고마울 뿐이다. 대중음악평론가
  • 文 “독도, 日에 처음 강점당한 우리 땅”… ‘盧 독도연설‘ 오마주

    文 “독도, 日에 처음 강점당한 우리 땅”… ‘盧 독도연설‘ 오마주

    “일본이 독도에 대한 권리를 주장하는 것은 과거 저지른 침략전쟁과 학살, 40년에 걸친 수탈과 고문·투옥, 강제징용, 심지어 위안부까지 동원했던 그 범죄의 역사에 대한 정당성을 주장하는 행위입니다.”(2006년 4월 25일 노무현 대통령의 한·일 관계에 대한 특별담화문)문재인 대통령의 첫 번째 3·1절 기념사는 한·일 관계에 대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역사 인식을 담은 이른바 2006년 ‘독도연설’과 궤를 같이한다. 청와대 관계자는 “노 전 대통령의 독도연설에 대한 ‘오마주’(프랑스어로 존경·경의)”라고 설명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독도는 우리 땅입니다”로 시작되는 이 담화문은 지금까지도 노 전 대통령의 명연설로 회자된다. 노 전 대통령은 독도 문제를 “단순히 영유권의 문제가 아니라 일본과의 관계에서 잘못된 역사의 청산과 완전한 주권확립을 상징한다”고 규정했다. 당시 민정수석이던 문 대통령은 노 전 대통령과 고민을 함께 나눴던 것으로 알려졌다.●日에 ‘진실한 반성´ 요구 문 대통령은 3·1절 기념사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참모들에게 외교·안보적 파장에 대한 검토를 지시하는 한편 노 전 대통령의 독도 연설을 눈여겨보도록 당부했다는 후문이다. 기념사 중 ‘독도는 일본의 한반도 침탈 과정에서 가장 먼저 강점당한 우리 땅’, ‘제국주의 침략에 대한 반성을 거부하는 것이나 다를 바 없다’, ‘특별한 대우를 요구하지 않는다’는 문구가 2006년 담화문과 겹친 것도 같은 이유다. 문 대통령은 일본 정부의 역사 인식 부재를 질타하면서 ‘독도 영유권’과 ‘위안부 문제’를 거론했다. 특히 취임 후 처음으로 독도를 콕 집어 언급한 데는 문 대통령의 강한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위안부 문제의) 가해자인 일본 정부가 ‘끝났다’고 말해서는 안 된다’ 등의 표현은 문 대통령의 구술(口述)을 고스란히 반영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 대통령의 발언은 일본의 ‘진실한 반성’ 없이는 미래로 나아갈 수 없다는 원칙을 다시금 확인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취임 후 첫 3·1절 연설인 만큼 한 번쯤 원칙적인 입장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는 차원”이라면서 “독도와 위안부 문제는 근본적으로 일제강점기에 대한 반성의 부재라는 측면에서 결코 별개의 사안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한 남북 대화 복원에 이어 북·미 대화를 중재하려는 우리 정부의 노력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어깃장을 놓으려는 듯한 일본에 대한 ‘경고’라는 해석도 나온다. 지난달 9일 평창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평창올림픽 이후) 한·미 군사훈련을 연기할 단계가 아니다. 예정대로 진행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하자, 문 대통령은 “이 문제는 우리 주권의 문제이고 내정에 관한 문제”라며 불쾌한 심경을 드러냈다. 아베 총리는 또한 올림픽 개회식 사전리셉션 때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과 함께 문 대통령의 연설을 ‘보이콧’하기도 했다. 강도 높은 대북 제재와 압박이 이어지기를 바라는 아베 총리와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한반도 정세를 대화 국면으로 이끌어가려는 문 대통령의 구상이 명백하게 배치되는 현실이 드러난 장면이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독도 문제 등을 부각시킬 의도는 없다”며 “남북, 북·미 대화의 흐름에 반하는 일본의 움직임을 주시하겠다는 것”이라고 에둘러 말했다. ●“촛불, 국민주권 역사 되살려” 문 대통령은 기념사에서 3·1 운동의 의의에 대해 “대한민국을 국민이 주인인 민주공화국으로 만든 것이 바로 3·1 운동”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대한민국 임시정부는 우리에게 헌법 제1조뿐 아니라 대한민국이라는 국호와 태극기와 애국가라는 국가 상징을 물려주었다”면서 “대한민국이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했다고 우리 헌법이 천명하고 있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임시정부가 수립된 1919년과 이승만 정부에 의해 정부 수립이 선포된 1948년 중 어느 해를 대한민국이 수립된 해로 볼 것인지를 둘러싼 ‘건국절’ 논란에 다시 한번 쐐기를 박은 것이다. 그러면서 “지난겨울 우리는 100년의 시간을 뛰어넘었다. 3·1운동으로 시작된 국민주권의 역사를 되살려냈다”며 문재인 정부의 마중물 역할을 한 ‘촛불혁명’을 언급했다. 이어 “저와 우리 정부는 촛불이 다시 밝힌 국민주권의 나라를 확고하게 지킬 것”이라며 “3·1운동의 정신과 독립운동가들의 삶을 대한민국 역사의 주류로 세울 것”이라고 밝혔다. 연장선에서 독립운동 유적과 독립운동가들의 흔적을 발굴하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중국 충칭의 광복군총사령부도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에 맞춰 복원될 것”이라고 설명했다.●“2019년, 항구적 평화체제의 새 출발선” 문 대통령은 또한 “3·1운동과 대한민국 건국 100주년을 항구적 평화체제 구축과 평화에 기반한 번영의 새로운 출발선으로 만들어 나가겠다”며 “우리에게는 우리 힘으로 광복을 만들어낸 자긍심 넘치는 역사가 있다. 스스로 평화를 만들어낼 역량이 있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광복 100년으로 가는 동안 한반도 평화공동체, 경제공동체를 완성해야 한다”면서 “분단이 더이상?우리의 평화와 번영에 장애가 되지 않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건국 100주년’인 2019년까지 남북과 북·미 등 한반도 문제의 당사국 간 대화의 싹을 틔워 북핵 문제 등 성과를 만들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다만 문 대통령은 ‘항구적 평화 체제’, ‘평화공동체’를 언급하면서도 한반도 비핵화 등을 직접 거론하지는 않았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 대북 특사 조만간 파견

    문재인 대통령은 1일 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갖고 평창동계올림픽 개회식 때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특사로 왔던 김여정 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에 대한 답방 형식으로 대북 특사를 조만간 파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청와대는 특사의 목적을 “북한 고위급대표단 방남 때 논의했던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이르면 평창패럴림픽(9~18일) 종료 이전이라도 대북 특사가 방북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두 정상은 또한 남북대화의 모멘텀을 유지해 한반도의 비핵화로 이어나가기 위한 노력을 계속해 나가기로 했다. 두 정상은 또 향후 진행될 남북대화의 진전에 대해서도 긴밀하게 협의하기로 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밤 10시부터 30분간 트럼프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갖고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조성된 남북관계 개선 등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 변화에 대해 논의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평창올림픽 기간 중 북한의 특사 및 고위급 대표단 방남 결과를 상세하게 설명하고, 트럼프 대통령과 협의를 가졌다. 한·미 정상이 대북 특사 파견을 조율하면서 우리 정부의 특사를 통해 비핵화를 염두에 둔 본격적인 북·미대화에 앞서 북·미가 생각하는 ‘탐색대화’의 조건들도 협의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가 평창올림픽의 성공적인 개최를 가능하게 했다”며 감사의 뜻을 표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평창올림픽이 매우 성공적이고 훌륭하게 치러진데 대해 축하를 전했다. 두 정상의 통화는 지난달 2일 이후 27일 만이다. 문 대통령 취임 이후 두 정상간 통화는 이번이 11번째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 문정인 “북·미 수교가 최선… 北 핵시설·물질 폐기 자세돼야”

    문정인 “북·미 수교가 최선… 北 핵시설·물질 폐기 자세돼야”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는 27일(현지시간) ‘북·미 수교가 한반도 안정의 최선’이라고 주장했다.문 특보는 이날 워싱턴DC에서 열린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평화공감포럼’에서 “미국의 군사행동을 저지할 다자협의 체제를 만들어 가야 하는데 (미국의 군사행동을 막을) 최선의 방법은 북·미 수교”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이를 위해선 북한이 당장 핵무기는 아니더라도, 지금 가진 핵 시설·물질을 검증 가능하게 폐기할 수 있는 자세가 돼야 한다. 그래야 중국과 우리 정부가 나설 수 있지, 그런 것도 없다면 진전을 보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또 문 특보는 미국의 최대 압박 전략과 관련해 “북한은 이를 핵무기 폐기의 도구가 아니라 자신들의 체제를 전복·붕괴하려는 적대 행위로 본다”면서 “그런 점에서 미국은 북한 문제를 다루기 위해 우선순위를 분명히 밝혀야 한다. 핵 문제에 모든 걸 집중시키고 민주주의와 인권 등은 부차적으로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는 1월 말 연두교서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탈북자 인권 문제 제기와 평창동계올림픽 개회식에 참석했던 마이크 펜스 부통령의 탈북자 면담 등을 간접 비판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어 문 특보는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의 미·북 대화 용의 표명에 대해서는 “원래 북한은 핵 문제를 꺼내면 퇴장하는데 이번에는 거부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뭔가 가능성을 보여줬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북·미 대화 성사 등 한반도 문제를 풀기 위한 문재인 대통령의 중재 노력과 관련해 “문 대통령은 지금 살얼음판을 딛는 심정일 것”이라면서 “‘최대 압박’에서 ‘최대 신중’ 자세로 모든 것을 조심조심하고 있다”며 문 대통령의 심경을 대변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북한에 ‘비핵화 좀 받고 미국과 대화하라’고 하고, 미국에는 ‘문턱, 즉 전제 조건을 낮춰 북한과 대화하라’고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문 특보는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문제와 관련해서 “전작권이 없다는 게 군사주권이 없다는 건 아니다”면서 “대한민국 대통령은 군사주권을 갖고 있다. 대통령이 주한미군더러 나가라고 하면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워싱턴 한준규 특파원 hihi@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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