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평전
    2026-06-26
    검색기록 지우기
  • 연안
    2026-06-26
    검색기록 지우기
  • 판시
    2026-06-26
    검색기록 지우기
  • 평론
    2026-06-26
    검색기록 지우기
  • 재선
    2026-06-26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943
  • 러 혁명투사 트로츠키 감춰진 삶은 어땠을까

    러 혁명투사 트로츠키 감춰진 삶은 어땠을까

    트로츠키/로버트 서비스 지음/양현수 옮김/교양인/972쪽/4만 7000원 1917년 러시아 10월 혁명을 이끈 투사이자 혁명사상가 레온 트로츠키(1879~1940)의 삶을 조명한 전기가 나왔다. 영국 옥스퍼드대 역사학과 교수인 로버트 서비스가 “지구 상의 모든 문서고를 뒤져 완성했다”고 자신하는 책 ‘트로츠키’는 지금껏 그의 추종자들의 시각에서 드러나 있던 세계적 혁명가의 면모 이면을 보여주는 평전이다. 지금까지 나온 트로츠키 관련 저술들은 그를 흠결 없는 혁명가로만 옹호하는 등 객관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없지 않았다. 트로츠키는 1940년 스탈린이 보낸 비밀 요원의 손에 암살됐다. 그렇게 ‘정치적 순교자’가 되었기 때문에 이후 많은 연구자들은 되도록이면 트로츠키의 말을 신뢰하는 방향으로 움직였다. 좀 더 비판적으로 접근할 수 있었던 이들까지도 그런 시각이 강했다. 생전의 트로츠키는 놀랄 만큼 솔직한 태도의 소유자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그가 암살당하기 10년 전인 1930년 펴낸 자서전 ‘나의 생애’에서는 많은 부분이 감춰졌다. 지금까지 트로츠키를 이해할 수 있는 또 다른 대표작으로 꼽히는 저술은 폴란드 망명자 출신의 영국 역사가 아이작 도이처가 쓴 ‘트로츠키’ 3부작. 이 역시 불세출의 혁명가 트로츠키를 이해하는 바이블로 꼽혀온 책이다. 그러나 로버트 서비스의 ‘트로츠키’ 평전은 트로츠키를 진정으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가려진 면모를 새롭게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는 데 초점을 맞췄다. 저자는 “자신의 삶과 시대에 대해 트로츠키가 자서전에서 묘사한 사실들에는 왜곡이 많다”면서 “그런 왜곡 때문에 우리가 소련 공산당 역사를 이해하는 데 부분적으로 오류가 생겼다”고 지적한다. 트로츠키는 대단히 매력적인 자질을 갖춘 비범한 능력자였다. 뛰어난 연설가였고 조직가였으며 지도자였다. 또한 문학적 감수성도 탁월했다. 혁명의 목적에는 무한한 열정을 품고 헌신했다. 주위 사람들에게 영감을 불어넣어 그들이 자신을 희생하고 위업을 달성하도록 이끌었다. 다른 어떤 지도자들보다 더 분명하게 모든 남성과 여성이 자기 실현의 기회를 누리고 공동의 선(善)에 봉사할 수 있는 미래 세계에 대한 전망을 제시했던 것도 그였다. 그런 그에게도 극복하지 못한 약점은 있었다. 뛰어난 연설과 문장으로 추종자들을 감동시켰으나 그 추종자들을 자기편으로 만들거나 그들에게 확실한 용기를 주는 데는 실패했다. 그는 주위 사람들과 어울리기를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었으며 항상 자신이 주위 사람보다 우월하다고 생각한다는 인상을 풍겼다. 이는 결국 잠재적 동맹자들을 멀어지게 만드는 결점이었다. 일화 하나. 정치국 회의가 지루한 안건으로 미적거리고 있으면 그는 주머니에서 프랑스 소설을 한 권 꺼내 들고 읽기 시작했다. 이런 행동은 자신보다 덜 지적이고 능력이 부족한 사람들의 말을 경청하기보다는 자신의 시간을 조금이라도 유용하게 쓰겠다는 의미였다. 트로츠키는 친구들과 동지들이 정치적으로 자신을 저버릴 때 그들을 다시 자기편으로 끌어들이려는 노력을 하지도 않았다. 트로츠키는 “재능이라곤 없는 무식하고 평범한 사회주의 관료였을 뿐”이라고 스탈린을 평가했다. 그래서 레닌을 승계하는 정치투쟁에서 그가 스탈린에게 패배한 까닭은 당시 소련의 사회세력 균형이 관료 집단에 유리하게 기울어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저자는 트로츠키의 주장과는 달리 스탈린은 결코 평범한 관료가 아니었다고 단언한다. 다양한 분야에서 재능을 과시했으며, 소련의 정치 현실을 매우 잘 이해하고 있었고, 단호한 지도력을 발휘한 이가 스탈린이었다고 평가한다. 트로츠키의 정치적 기량은 스탈린보다 확실히 한 수 아래였다는 것이다. 유상덕 선임기자 youni@seoul.co.kr
  • 소설가 김남일 실천문학사 대표에

    소설가 김남일 실천문학사 대표에

    소설가 김남일(57)씨가 최근 열린 도서출판 실천문학사 주주총회에서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1983년 ‘우리세대의 문학’을 통해 등단한 김 신임 대표는 ‘청년일기’, ‘천재토끼 차상문’, ‘일과 밥과 자유’, ‘민중신학자 안병무’ 등 다양한 소설과 평전 등을 냈다. 1981년 겨울부터 1983년까지 독립된 실천문학사의 초대 편집장을 지냈으며 제1회 전태일문학상, 제2회 아름다운작가상, 제17회 제비꽃문학상 등을 수상했고 2012년에는 권정생 창작기금을 받았다. 현재 한국작가회의 부이사장을 맡고 있다. 그는 취임사에서 “어지럽도록 빠르게 변화하는 우리 시대에 그 우뚝했던 창간 정신을 어떻게 구현할지 슬기롭게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 [서울대 추천 도서 100선-읽어라, 청춘] ‘간디 자서전’

    [서울대 추천 도서 100선-읽어라, 청춘] ‘간디 자서전’

    1930년 당시 인도를 지배하던 영국은 경제적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인도의 소금 생산을 금지하고 자국의 소금을 높은 세금을 매겨 판매하려는 소금법을 제정했다. 이 법이 시행되면 인도인들은 쉽게 얻을 수 있는 소금을 비싸게 사야 했다. 간디는 영국의 치졸한 이기주의가 낳은 이 법의 부당함에 정면으로 맞섰다. 영국 식민 당국의 협박과 폭력적 탄압, 독립운동을 하던 동료들의 무관심에도 그는 소금이 나는 단디 해안으로 행진을 시작했고 동참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면서 이 소금 행진은 거대한 저항 운동으로 번져 갔다. 이 행진이 비폭력 불복종 저항 운동의 표본이 된 이유는 저항하는 자세에 있다. 얻어맞아 대열에서 벗어나기 전까지 묵묵히 폭력을 받아들이는 태도는 매질에 움츠러들거나 팔을 들어 막는 행동조차 하지 않아 도리어 폭력을 가하는 사람에게 스스로 잘못을 뉘우치게 만든다. 수많은 사람들이 추풍낙엽처럼 쓰러지면서도 행진의 대열을 흐트러뜨리지 않고 오로지 침묵으로 저항할 수 있었던 힘은 간디에 대한 인도인들의 믿음 때문이었다. “비폭력은 사람으로서 할 수 있는 가장 완벽한 자기 정화다”라는 간디의 말이 가장 극적으로 실현된 일이 바로 소금 행진인 것이다. 간디가 아니었으면 성공할 수 없었던 이 일은 인도 독립에 결정적인 계기를 마련했다. 간디 없이 인도의 독립을 말할 수는 없다. 그만큼 간디는 조국의 독립에 지대한 역할을 했고 그 과정에서 보여 준 힘은 어떤 어려움과 외압에도 굴하지 않는, 흔들림 없이 헤쳐나가는 단단함이었다. 그 힘은 요란하지도 않고 강압적이지도 않다. 흐르는 강처럼 일관되게, 조용하고 꾸준하게 흘러 사람들의 마음에 젖어드는 것이었다. 몸을 낮추고 전하려는 바를 묵묵히 실천하는 모습으로 사람들의 의식을 깨웠다. 그러한 이유로 사람들은 그를 ‘위대한 영혼’이라는 의미를 담은 마하트마라고 불렀고, 성자(聖者)라고 칭송했다. 그러한 간디의 위대한 힘의 원천을 탐색하고 이해할 수 있는 책이 바로 ‘간디 자서전’이다. ‘나의 진리실험 이야기’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은 1925년 그의 나이 56세부터 4년간 ‘나자지반’이라는 잡지에 쓴 기록물을 엮은 것이다. 친구의 권유로 자서전을 써야겠다고 마음먹은 간디에게 또 다른 친구는 자서전을 통해 내세운 주장이 상황의 변화로 버려진다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며 만류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자신이 진리라고 믿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인지 끊임없이 실험한 과정과 결과를 기록해 스스로 성취하려고 노력한 자아의 실현이 가능했는가 하는 성찰의 시간을 갖고자 자서전 형태의 글을 쓰기 시작했다. 자서전은 말 그대로 자기의 일생을 자기가 기록한 글이다. 감추려고 한다면 얼마든지 감추고 미화할 수 있는 글이다. 그러나 간디는 이 책에서 자신이 한 일이 무엇이고 그 가치는 어떠한 것인가를 중시하지 않았다. 어린 시절부터 자신이 생각하는 진리에 얼마나 진실하게 다가가려 노력했는지를 밝히고 싶지 않은 개인적 사건까지 꺼내어 설명하고 있다. 그가 진리 실험이라고 소개한 이 과정은 집요하다. 식욕이나 성욕 같은 기본적 욕구조차 진리를 추구해야 할 대상이다. 물론 진리의 원천은 다를 수 있다. 어머니의 말씀을 따르는 것이 진리일 때도 있고 종교의 가르침이 진리의 핵심일 수도 있다. 공통된 것은 진리의 의미가 말과 행동의 진실이라는 것이다. 뜻한 바를 행동으로 실천하는 것, 신념을 갖고 이를 발현하는 것이 진리를 이루는 길이라는 믿음은 그가 어린 시절부터 키워 온 중요한 삶의 가치관이었다. 그렇다고 그의 모든 믿음의 실천이 바람직한 결과를 가져온 것은 아니다. 그는 실패에 따른 문제점을 다음 행동의 지침으로 삼으려 노력했고 그 과정을 ‘실험’이라는 단어로 이 책에 소개해 놓았다. 그는 진리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겪은 부끄러운 과오조차 낱낱이 기록함으로써 진리의 모습을 찾으려 한 자신을 통해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이 스스로의 진리를 찾아 탐구하기를 희망했을 것이다. 끊임없이 탐구하고 실험하는 모습은 바람직한 과학자의 자세를 닮았다. 하나의 결과를 위해 수만 번 실험하는 태도, 비록 실패할지라도 실패의 과정까지 포용하려는 모습을 자세하면서도 솔직하게 고백한 이 책은 일반적인 자서전을 기대한 독자에게는 다소 재미없고 밋밋한 이야기가 될지 모른다. 그러나 마흔이 넘어 돌아온 인도에서의 행적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의 성장 과정과 20여년을 보낸 아프리카의 생활을 그가 어떤 마음가짐으로 살았는지 아는 것이 중요하다. 역동적인 시대의 흐름에 휘둘리지 않고 자신의 마음을 다잡고 담담하게 세상을 이끈 원천을 알고 싶다면 이 책이 실마리를 제공해 줄 수 있다. 간디의 진리 실험에 공감하려면 그의 사상적 기반인 ‘아힘사’와 사상을 실천하는 지침이라 볼 수 있는 ‘사티아그라하’의 개념을 정리해 둘 필요가 있다. 아힘사는 원래 ‘불살생’(不殺生)을 이르는 말로 불교, 자이나교, 힌두교 등 다양한 종교를 믿는 인도인들의 종교관에서 찾을 수 있는 덕목이다. 아힘사의 실현은 고기를 먹지 않겠다는 실천에서 다른 사람을 함부로 대하지 않겠다는 의지, 나아가 어느 것도 진정한 자신의 소유가 아니라는 깨달음으로 드러난다. 사티아그라하는 진리의 힘을 통한 비폭력 불복종 운동을 통칭하는 말이다. 그가 행한 많은 저항 운동,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벌인 지문 등록 거부와 소금 행진도 사티아그라하다. 물론 간디는 자신의 가정에서도 진리를 추구하기 위한 변화로 사티아그라하를 실행하기도 했다. 간디는 이 책에서 자신이 어떤 마음가짐과 기질을 갖기 위해 노력해 왔는지를 밝히고 있으며 자신의 사상적 기반이 무엇이고 어디에서 시작됐는지를 소상하게 써 놓았다. 다만 이것만으로는 세상이 간디를 어떻게 평가하는지를 다 알 수는 없다. 그런 이유로 간디를 더 잘 이해하려면 그의 평전을 먼저 보는 것이 좋다. 그런 다음 자서전을 읽는다면 간디가 왜 자서전을 썼는지 의도를 더 명확하게 이해할 것이다. 자서전은 여러 출판사에서 출간됐으나 가급적 함석헌 옹이 옮긴 책을 읽기 권한다. ‘간디는 현대 역사에서 하나의 조명탄입니다’로 시작되는 역자의 서문은 이 책이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왜 필요한지를 명확하게 제시해 주고 있다. ‘어린애 같은 겸손한 믿음’에서 나오는 간디의 위대함은 폭력이 세상을 지배하는 시대는 지났어도 간디가 제시한 평화와 사랑이라는 명제는 언제나 필요하다는 점을 깨닫게 한다. 간디를 둘러싼 세상은 늘 그를 억압했다. 하지만 간디는 그 억압을 회피하기보다는 진심으로 받아들이고 화해하려 했다. 남들이 포기할 때 포기하지 않고 쓰러질 때 쓰러지지 않으면서 평화로 가는 진리를 위해 노력했다. 그래서 간디는 인도인은 물론 세계인의 마음속에 죽어서도 ‘마하트마’다.
  • [당신의 책]

    [당신의 책]

    인생은 뜨겁게(버트런드 러셀 지음, 송은경 옮김, 사회평론 펴냄) 20세기 대표 지성인이자 저술가, 1950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문필가이기도 한 영국 사상가 버트런드 러셀(1872~1970)의 자서전이다. 2003년 상·하권으로 나뉘어 출간된 첫 완역판에서 각 장에 수록된 서간문을 덜어내고 한 권으로 재편집한 개정판이다. 러셀은 생의 마지막에 출간한 자서전 서문에서 자신을 지배해 온 세 가지 열정을 이야기한다. 사랑에 대한 열정, 진리 추구에 대한 열정 인류의 고통에 대한 참기 힘든 연민이 그것이다. 러셀은 이 열정들이 거센 바람과도 같이 자신을 이리저리 몰고 다니며 깊은 고뇌의 대양 위로, 절망의 벼랑 끝으로 떠돌게 했다면서 그것이 자신의 삶이었다고 했다. 영국 웨일스의 귀족 가문에서 태어났으나 부모를 일찍 여의고 도덕적으로 엄격한 조부모 밑에서 고독한 유년 시절을 보낸 러셀이 뛰어난 수학자이자 철학자로 성장하는 과정, 1차 대전을 겪으며 전쟁과 핵무기에 반대하던 실천적 지식인으로 변모하는 모습 등이 담겨 있다. 596쪽. 1만 9000원. 애거서 크리스티 자서전(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김시현 옮김, 황금가지 펴냄) 전 세계적으로 40억 부가 넘게 팔린 ‘추리소설의 여왕’ 애거서 크리스티가 60세이던 1950년 쓰기 시작해 15년 뒤인 1965년 완성한 자서전이다. 작가의 경력은 어떻게 시작됐는지부터 그녀의 수많은 작품 속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의 모델이 된 사람들을 만난 이야기, 유명 작품을 쓰게 된 계기와 후기 등을 들려준다. 어린 시절 프랑스에서의 추억, 1900년대 상류층 사람들의 삶에 대한 상세한 묘사나 세계대전 무렵 영국 여성들의 삶이 묘사된다. 크리스티는 서문에서 인생은 흥미진진하고도 즐거운 현재, 모호하지만 흥미로운 계획을 세울 수 있는 미래, 현재를 떠받들고 있는 기억과 사실들인 과거로 구성된다면서 추억의 즐거움을 누리겠다고 했다.자서전을 끝내며 크리스티는 “이만 자서전을 끝맺어야 할 듯싶다. 삶에 관한 한 말해야 할 것은 모두 말했으니”라고 했으나 이후 10년이 그녀 생애 최고의 시간들이었다. 808쪽. 2만 8000원. 인간관계를 발명한 남자(스티븐 와츠 지음, 정지현 옮김, 아템포 펴냄) ‘현대 성공철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데일 카네기(1888~1955) 평전이다. 카네기의 삶을 전면적으로 다룬 최초의 평전으로, 미주리대에서 역사를 가르치며 미국 현대 인물의 평전을 집필하는 스티븐 와츠가 썼다. 현대 미국 비즈니스 문화에 대한 이야기와 함께 20세기 현대 성공철학의 메시아로 불리는 카네기의 삶과 의미를 풀어 나간다. 미주리 주의 시골 마을에서 가난한 아버지와 독실한 신앙심을 가진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소년 데일은 대학 시절부터 대중 연설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다. 형식주의를 거부하는 카네기의 수사법과 연설법은 대학 공부를 마칠 무렵 완성됐다. YMCA에서 대중 연설을 가르치는 일에 열정을 쏟고 그 경험을 바탕으로 훗날 현대적인 성공철학을 정의한 베스트셀러 ‘카네기 인간관계론’(1936년 초판 발행)을 썼다. 형식주의를 거부하고 성공하고 싶다면 호감 가는 성격을 만들고 다른 사람의 심리적 요구를 이해하라며 인간 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한 그의 조언은 현대사회에서 여전히 유효하다. 632쪽. 2만 8000원. 모험본능을 깨워라(스킵 요웰 지음, 이채령 옮김, 푸르메 펴냄) 세계적인 아웃도어용품 ‘잔스포츠’의 공동 설립자인 히피 출신 사업가 스킵 요웰(1946~)의 인생, 모험 그리고 창의적인 사업 이야기다. 미국 서부 캔자스주의 촌구석 출신 소년이 모험 중독자이자 훌륭한 산악인이 된 사연, 삼촌의 정비소 창고에서 사촌과 그의 여자 친구 잔이 패밀리 사업으로 시작한 일이 아웃도어 산업 정상에 오르기까지의 사연 등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초기에 창립자 3명이 인디언이나 에스키모 복장을 하고 직접 카탈로그 사진을 찍었던 일, 돔형 텐트를 착안한 일화 등을 통해 저자는 잔스포츠의 성공 비결로 한계를 정하지 않은 창립자들의 순수함, 철저한 제품 검증 등을 꼽았다. 매우 독특하고 유쾌한 인물의 자서전인 동시에 성공한 벤처 사업가의 경영 전략이 담긴 경영 서적이기도 하며 모험 에세이로도 읽을 수 있다. 288쪽. 1만 5000원.
  • [주말 하이라이트]

    ■독도평전 1, 2부(EBS 토요일 밤 8시 5분) 대한민국 최동단 섬 독도는 우리 역사 그 자체이자 민족의 자존심이 새겨진 곳이다. 하지만 사실 우리는 독도를 잘 모른다. 95주년 3·1절을 맞아 조선 성종 때 실제로 있었던 역사적 사건인 ‘잃어버린 섬, 삼봉도(울릉도와 독도) 찾기’를 조명해 본다. 일본에 건너가 돗토리 번주에게서 삼봉도 포기 문서를 받아낸 영웅 안용복의 이야기다. ■특파원 현장 보고(KBS2 토요일 오전 8시 20분) 올겨울 영국은 대규모 홍수로, 미국 동부는 기록적인 한파와 폭설로, 미국 서부는 극심한 가뭄으로 천문학적인 손실을 입었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상이변이야말로 인류를 위협하는 대량 살상무기다. 기상이변의 원인과 파장을 특파원이 심층 취재했다. ■황금무지개(MBC 토요일 밤 9시 55분) 도영은 정심의 뒤를 이어 황금수산의 새 회장 자리에 오른 진기의 악행을 알고 고민을 거듭한다. 백원이 병원을 탈출한 정심을 영혜 집으로 데려오자 영혜는 난감하기만 하다. 진기는 백원의 황금무지개 재단을 다시 그룹으로 편입시키려고 물밑작업을 하는데…. ■놀라운 대회 스타킹(SBS 토요일 오후 6시 20분) 1000만 관객 돌파를 앞둔 영화 ‘겨울왕국’ OST ‘렛 잇 고’를 한국어 버전으로 불러 화제가 된 뮤지컬 배우 박혜나가 함께한다. 박혜나는 뮤지컬로 다져진 가창력을 선보이고 듀엣곡 뮤지컬 ‘캣츠’의 ‘메모리’를 노래하며 MC와 패널들을 매료시킨다. ■산 너머 남촌에는 2(KBS1 일요일 오전 9시 10분) 백수나 다름없는 구멍가게집 아들 진수(김진수)에게 꿈이 생긴다. 최근 공석이 된 마을 청년회장 자리를 차지하는 것이다. 청년회장다운 자질보다는 욕심만 앞서는 진수 때문에 송화리 마을이 들썩거리고, 부녀회장은 아들을 감싸다가 주민들과 대립한다. ■특집 CNBLUE 컴백쇼(SBS 일요일 밤 12시 15분) 대한민국 대표 꽃미남 밴드 씨엔블루가 돌아왔다. 씨엔블루 단독 컴백쇼는 신곡 6곡과 기존의 히트곡 메들리로 시작된다. 자작곡으로 뚜렷한 음악 세계를 보여주는 씨엔블루는 한 단계 더 진화한 깊은 감성의 음악들이 담긴 새 앨범 ‘캔트 스톱’을 공개한다. ■명불허전(OBS 일요일 밤 9시 15분) 각계각층의 명사를 초대해 그동안 들을 수 없었던 이야기를 나눈다. 이번 시간에는 성악가 엄정행이 출연한다. 1943년 경남 양산에서 태어나 경희대 성악과를 졸업한 그는 1968년 서울 명동국립극장 무대에서 데뷔하면서 꾸준히 우리 가곡의 아름다움을 선사했다.
  • “韓·中지도자, 日과 만나 문제 해결해야”

    “韓·中지도자, 日과 만나 문제 해결해야”

    “한국과 중국의 지도자들이 일본의 의도를 잘못 해석하고 있는 건 아닐까요. 왜 아베 신조 총리를 만나 대화를 하지 않습니까. 일본은 군사대국이 되는 걸 원치 않는 듯합니다. 이대로 우경화의 길을 걷고 있다고 몰아붙이면 군사적 대립만 초래할 뿐입니다.” 미국 내 최고의 ‘동아시아통’으로 꼽히는 에즈라 보걸(84) 하버드대 명예교수는 21일 서울 중구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대화’를 강조했다. “어떠한 경우라도 소통의 창구는 열려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이날 간담회는 ‘덩샤오핑(鄧小平) 평전’(민음사 펴냄)의 국내 출판을 기념하는 자리였다. 그는 “미국 입장에선 중국과 한국이 일본과 회담을 지속하지 않은 것이 일본의 야스쿠니 참배와 마찬가지로 실망스러웠을 것”이라며 “덩샤오핑도 주요 국가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봤다”도 덧붙였다. 보걸 교수는 빌 클린턴 행정부와 조시 부시 행정부에서 동아시아 담당 분석관과 동아시아 정책자문회의 공동의장을 지냈다. 하버드대에선 동북아연구소를 직접 이끌어 왔다. 지난 15일 국내에 첫 출간된 ‘덩샤오핑 평전’은 덩샤오핑과 중국 현대사에 대한 보걸 교수의 10년 연구가 집적된 책이다. 2011년 처음 출간된 뒤 지난해 1월 중국에서 출간돼 73만부나 팔렸다. 그는 책을 쓰기 위해 덩샤오핑과 관련된 영문, 일문, 중문 자료를 거의 모두 살폈다. 또 덩샤오핑의 자녀와 그 밑에서 일하던 관리 등 100여명을 중국어로 직접 인터뷰했다. “덩샤오핑 집권 초기인 1978년 중국은 가난하고 혼돈스러운 나라였죠. 마오쩌둥(毛澤東)의 대약진 정책 실패와 문화혁명으로 거덜난, 외부와 단절된 나라가 오늘날 연평균 10% 이상의 고성장을 하며 미국과 패권을 다투는 초강국으로 탈바꿈했습니다.” 보걸 교수는 덩샤오핑을 20세기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인물로 꼽았다. 덩샤오핑이 없었다면 오늘날 중국도 없다는 이야기다. 덩샤오핑의 리더십에 대해선 “강하지만 유연한 지도자”라고 평가했다. 군과 지방정부, 금융기관, 당에서 다양한 경력을 쌓아 언제나 분명하고 강한 메시지를 일관된 방향으로 제시했고, 유연했기에 국가의 분열을 막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는 2011년 제자인 김병국 고려대 교수와 함께 ‘박정희 시대’를 집필하기도 했다. 박정희와 덩샤오핑의 공통점으로는 경제부흥을 꼽았다. 다만 “74세에 중국의 리더가 된 덩샤오핑은 정치, 군사, 경제 면에서 풍부한 경험을 가지고 있어 박정희 전 대통령이 지도자에 올랐을 때보다 유리한 위치에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김대중 전 대통령을 하버드대에서 만났는데 목숨을 잃을 뻔했다는 얘기를 듣고 그 시대 지식인들이 많이 탄압받았다는 걸 알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박 전 대통령이 한국의 현대화를 이끈 것은 간과할 수 없다. 국민의 자유를 억압했지만 급진적 경제발전을 이끈 똑똑한(smart) 지도자였다”고 평가했다. 이어 박근혜 정부에 대한 평가로는 “박 대통령은 강한 리더십을 보여 주며 한·중 관계를 개선시키고 있다”고 답했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호밀밭의 파수꾼’ 작가 샐린저 사생활 낱낱이

    ‘호밀밭의 파수꾼’ 작가 샐린저 사생활 낱낱이

    샐린저 평전/케니스 슬라웬스키 지음/김현우 옮김/민음사/604쪽/3만원 미국 작가 J D 샐린저의 ‘호밀밭의 파수꾼’을 읽어 봤는가. 주인공 홀든 콜필드의 독백이 쉽게 와 닿던가. 만약 당신이 이 책을 읽고 감동했다면 당신은 감수성이 아주 뛰어난 게 틀림없다. 하지만 이 소설은 결코 만만하게 읽히는 작품이 아니다. 왜 그럴까. 그것은 주인공의 내적 변화를 추적하는 소설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소설을 잘 이해하려면 작가의 인생 여정을 살펴보는 게 중요하다. 물론 그의 다른 소설들을 보다 잘 이해하는 데도 작가가 살아온 과정들을 짚어 보는 것은 크게 도움이 될 것이다. 2010년 1월 27일 샐린저가 91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 지 4년 만에 그에 대한 평론을 곁들인 전기가 번역돼 나왔다. 이 책 ‘샐린저 평전’이다. 샐린저는 1919년 1월 1일 뉴욕에서 육류와 치즈 수입상을 하던 유대계 아버지 솔로몬과 어머니 미리엄 사이에서 태어났다. 아버지의 사업이 날로 번창해 1932년 가족이 마지막으로 이사한 집은 센트럴파크 맞은편 파크애비뉴의 호화 아파트였다. 샐린저는 맨해튼의 맥버니 중학교에 입학했으나 성적이 나빠 퇴학당했다. 그 후 다시 들어간 학교가 펜실베이니아주의 밸리 포지 사관학교. 이 학교는 ‘호밀밭의 파수꾼’의 주인공 홀든 콜필드가 퇴학당하는 기숙학교의 모델이 됐다. 1937년 뉴욕대에서 2학기 중간고사를 망치자 샐린저는 자퇴했다. 이듬해 가을 샐린저는 밸리 포지 사관학교에서 멀지 않은 어시너스대에 등록해 글쓰기와 어학 수업을 주로 들었다. 그는 학교가 맘에 들지 않아 한 학기 만에 관뒀다. 그러나 자신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확실히 찾았다. 전업 작가였다. 1939년 1월 샐린저는 컬럼비아대에 등록해 문학잡지 ‘스토리’의 편집자인 휘트 버넷이 가르치는 단편소설 작법을 들었다. 그는 버넷에게서 영감을 받았고 교실 밖에서도, 집에서도 자신만의 글을 쓰기 시작했다. 1940년 ‘스토리’ 봄 호에 그의 첫 작품인 단편소설 ‘젊은 친구들’이 실린다는 얘기를 듣고 자신만의 작품 활동을 하고 싶은 욕심에 컬럼비아대를 자퇴했다. 학창 시절은 그렇게 끝났다. 1941년 여름 22세의 샐린저는 당시 미국에서 가장 잘나가는 극작가 유진 오닐의 딸로 미모가 출중한 우나 오닐과 깊은 사랑에 빠졌다. 하지만 자기보다 6세 아래인 이 아가씨는 속은 얕고 자기중심적이며 머릿속은 텅 비어 있었다. 샐린저가 자신의 글에서 통렬하게 묘사하고 경멸했던 여성의 유형이었다. 그는 우나의 현란한 취향에 자신을 맞췄고 감당하기 어려운 고급식당에서 저녁을 먹으면서 영화 배우나 상류층 유명 인사들과 어울렸다. 그러나 연애는 거기서 멈췄다. 그 이듬해 로스앤젤레스로 이사간 우나는 36세 연상의 전설적 배우 찰리 채플린과 사귄다는 얘기가 들려오더니 1943년에는 그와 결혼까지 했다. 샐린저는 엄청난 상처를 받았다. 역설적인 사실은 그 후 샐린저의 작품세계가 대외적으로 크게 조명받기 시작했다는 대목이다. 1946년 그의 작품 ‘매디슨에서 시작한 작은 반란’이 미국 최고의 문학잡지 ‘뉴요커’에 실렸다. 1951년 7월 16일 마침내 ‘호밀밭의 파수꾼’은 미국과 캐나다에서 동시에 출간됐다. 10년 전부터 구상한 작품의 완성판이었다. 소설은 출간 직후 뉴욕타임스의 베스트셀러 목록에 7개월 동안 머물렀다. 그의 이름은 비로소 미국 문화의 흐름을 바꾸고 세대를 초월한 시대정신을 규정한 작가의 대명사로 자리매김됐다. 평전은 샐린저의 2차 세계대전 참전 경험, 신비에 싸인 여인 실비아와의 첫 결혼과 이혼, 출판사 및 언론사들과의 신경전, 헤밍웨이에 대한 신랄한 비평, 그가 영향 받았던 선(禪 ) 사상 등 다양한 이야기를 아우르고 있다. 유상덕 선임기자 youni@seoul.co.kr
  • 영화 ‘변호인’ 양우석 감독 “왜 흥행하냐고? 울고 싶은데 뺨 때린 영화니까”

    영화 ‘변호인’ 양우석 감독 “왜 흥행하냐고? 울고 싶은데 뺨 때린 영화니까”

    1000만 관객 동원 기록이 초읽기에 들어간 영화 ‘변호인’은 양우석(45) 감독의 데뷔작이다. 영화 프로듀서, 웹툰 작가, 컴퓨터그래픽 회사의 창작기획본부장 등 다양한 이력의 그에게 삶을 추동하는 키워드는 두 가지, ‘영화’와 ‘호기심’이었다. 마흔 넘어 늦깎이 감독의 입봉작으로 1000만 흥행 기록을 카운트다운하게 될 줄 그 자신 예감이나 했을까. 지난 10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만난 양 감독은 “정치적 논란이 될 듯해서 긴장은 많이 했지만, 흥행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면서 “대학시절 논어, 맹자 등 고전과 문사철(문학, 역사, 철학) 서적을 탐독했고 거시적인 시각을 가지려 했다”고 말했다. →영화를 어떻게 기획했나. -1980년대를 해석할 수 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해 1990년대 초부터 기획했다. 하지만 2000년대에 노무현 전 대통령이 대선 후보가 되면서 접었다. 2037년쯤에야 얘기가 되겠다고 생각했다. 처음엔 웹툰을 만들 생각이었다가 2011년 시나리오를 썼는데 위더스필름의 최재원 대표가 독립영화로라도 만들어 보자고 했다. 그렇게 시작한 것이 한 달 뒤 투자가 들어오고 주인공 송우석 역에 송강호가 캐스팅되면서 상업영화로 급물살을 탔다. →왜 1980년대, 노무현이었나. -고도 산업화 시대를 열고 민주화가 시작된 1980년대는 성장의 밀도가 가장 높았다. 그때가 대한민국의 사춘기라고 생각했다. 한국이 정보기술(IT) 강국이 된 뿌리도 80년대에 있었다. 때문에 그 당시를 살았던 개개인의 삶도 치열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지금은 그렇지 못하다. ‘잉여’를 자처한 젊은이들이 조건에 따라 삶이 정해진다고 체념해 버리는 요즘 세태가 너무 아쉬웠다. 1980년대는 민주화조차 이뤄지지 않은 지독하게 열악한 시대였는데도, 구성원들이 악조건을 바꿔 가며 사회를 변화시켰다는 사실을 보여 주고 싶었다. 개인적으로 1980년대의 산업화와 민주화를 대변한 인물이 김재익 청와대 경제수석비서관과 노 전 대통령이라고 생각한다. 영화가 나왔을 즈음 김재익 평전이 나와 기뻤다. →그래도 인물에 대한 미화 논란은 피하기 쉽지 않은 부분이다. -미화는 끝까지 피하려고 했다. 오히려 노 전 대통령이 봤다면 기분 나쁠 수 있는 내용이 꽤 있다. 국밥집에서 데모하는 학생들을 놓고 친구들과 몸싸움까지 벌이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감독으로 가장 공들인 장면인데 그때가 극중 송우석이 인간적으로 가장 약하고 밑바닥을 치는 시기였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노 전 대통령을 순수하다고 좋아하거나 세상 물정 모르고 순진하다고 싫어한다. 그 나이에 요트로 진짜 올림픽에 나가려고 한 것이나 1990년 성공이 보장된 길을 버리고 ‘꼬마 민주당’에 남은 것이 순진한 측면 아니었나. 순수함과 순진함이라는 양면을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에 집중했다. →송강호의 연기가 8할을 차지하는 영화다. 연출의 주안점은 어디에 뒀나. -1930년대 ‘스미스씨 워싱턴에 가다’라는 고전주의 영화처럼 주인공의 옆에서 걸어가듯 인물중심적으로 찍었다. 너무 세련되면 선동 영화처럼 보일 수 있기 때문에 카메라와 약간 거리를 두고 투박하게 찍었다. 송강호는 대사의 행간까지 정확히 읽는 배우 그 이상이다. 자기 연기를 관객의 눈으로 객관화시켜 보는 능력까지 있다. 송강호는 배우이면서 대본이고, 관객이다. →현재 한국 사회의 상황들과 묘하게 맞물리면서 영화가 흥행했다는 시각도 있다. -마침 울고 싶은데 뺨을 때린 상황이었던 것 같다. 가끔씩 사회를 반영하고 사이렌 같은 역할을 하는 영화가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사이렌이 주의를 환기시킬 수는 있지만, 불을 끌 수는 없다. ‘변호인’은 분노와 증오를 일으키는 것이 아니라 회의와 성찰에 관한 영화다. 극중 송우석과 차동영(곽도원) 경감은 둘다 신념을 지녔지만 한 사람은 그에 대한 끊임없는 성찰과 의심을 했지만 다른 사람은 그렇지 못했다. 이 영화가 각자의 신념에 대해 성찰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
  • 한국인 첫 유엔기구 수장의 삶과 역정

    한국인 첫 유엔기구 수장의 삶과 역정

    이종욱 평전/데스몬드 에버리 지음/이한중 옮김/나무와숲/ 327쪽/ 1만 5000 2006년 세상을 떠난 이종욱 박사는 인류를 위협하는 질병을 물리치는 데 크게 기여한 공로로 국제 사회에서 ‘백신의 황제’, ‘아시아의 슈바이처’, ‘작은 거인’ 등으로 불릴 만큼 존경을 받았다. 그는 일찍이 사람들이 두려워하고 꺼리는 한센병 환자들을 돌보는 것을 시작으로 결핵과 천연두, 소아마비, 에이즈 등을 퇴치하기 위해 밤낮을 가리지 않고 일을 했다. 소아마비 발생률이 세계 인구 1만명당 한 명으로 낮아진 것도 그의 노력 덕분이다. 국제 보건의료계에서 거의 무명에 가까웠던 이종욱 박사는 2003년 5월 한국인 최초의 유엔기구 수장(세계보건기구 사무총장)으로 선출되는 파란을 일으켰다. 그리고 1년에 30만㎞ 넘게 지구촌 구석구석 가난하고 병든 이들이 있는 곳을 찾아다니며 공중보건 문제를 해결하려 노력했다. 2005년까지 300만명의 에이즈 환자들에게 치료제를 공급하자는 캠페인을 전개했다. 또 신종 인플루엔자에 적극 대처하기 위해 국제보건 규칙을 30년 만에 개정했으며 대유행병 6단계 로드맵 등을 구축했다. 그의 꿈은 가난한 사람들도 최고의 보건 서비스를 받는 것이었다. 생전에 “누구도 약을 구하지 못해 목숨을 잃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외쳤다. 신간 ‘이종욱 평전’에는 그의 삶이 고스란히 담겼다. 생애 대부분을 세계보건기구(WHO)에 몸담았던 이 박사의 일생을 촘촘히 기록했다. 책의 지은이는 이 박사가 사무총장이던 시절 연설문을 작성했던 데스몬드 에버리. 이 박사의 개인 서신, 가족과 동료들의 회고, 친구들의 편지글 등을 인용하면서 그의 삶과 업적을 입체적으로 정리했다. 한국인 최초로 선출직 유엔기구 수장이 된 ‘세계 보건기구 대통령’ 이종욱의 삶과 업적을 돌아볼 수 있는 소중한 자료다. 책 말미에 실린 이 박사의 연설 선집과 연보는 특히 눈길을 끈다. 국제기구 진출을 꿈꾸는 젊은이들에게 많은 도움이 될 만하다. 김문 선임기자 km@seoul.co.kr
  • [당신의 책]

    [당신의 책]

    후설(한국고전번역원 승정원일기번역팀 엮음, 한국고전번역원 펴냄) 후설은 목구멍(喉)과 혀(舌)라는 뜻으로 왕명 출납을 맡은 승정원의 별칭이다. 고전번역원 승정원일기번역팀이 ‘후설’(喉舌)이란 이름으로 일기의 정수만을 골라 책을 펴냈다. 승정원일기는 정7품 관원인 주서들이 임금을 수행하면서 보고 들은 말과 행동뿐만 아니라 국정의 이모저모를 일기 형식으로 기록한 것이다. 국보 303호이자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이다. 이런 승정원일기는 임진왜란과 이괄의 난을 겪으면서, 또 영조대와 고종대에 화마를 치르며 많은 분량이 소실됐다. 현재 남아 있는 기록은 인조 이후의 조선왕조 288년치 기록이다. 그런데 이 분량만도 무려 3245책, 2억 4300만자로 왕조실록의 5배가량이나 된다. 단일 서종으로는 세계에서 가장 방대한 양이다. 292쪽. 1만 2000원. 위험한 언어(울리히 린스 지음, 최만원 옮김, 갈무리 펴냄) 국제 공통어인 에스페란토에 얽힌 희망과 고난의 역사를 담았다. 1887년 폴란드 안과의사 루도비코 라자로 자멘호프 박사는 인종, 언어, 종교 등의 경계를 넘어 누구나 소통할 언어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그가 창안한 언어가 바로 에스페란토다. 에스페란토는 ‘만국공통어’라는 아름다운 이상을 내걸었지만, 가시밭길을 걸었다. 좌우파나 동서양을 가리지 않고 숱한 탄압을 받았는데 이유는 다양했다. 에스페란토 지지자들의 좌파적 성향이 문제가 됐고, 유대주의라는 꼬리표가 붙기도 했다. 정치 상황에 이용당하기도 했다. 서유럽 국가에서는 초기 에스페란토 지지자들이 세계 프롤레타리아트의 통합을 위해 에스페란토를 사용한다고 선언했다가 ‘위험한 공산주의자들’이라고 낙인찍혔다. 독일 정치학자인 저자는 의사소통의 권리가 인권의 하나로 여겨지는 현실에 주목하면서 에스페란토의 미래가 밝다고 말한다. 628쪽. 3만원. 빨치산 대장 홍범도 평전(김삼웅 지음, 현암사 펴냄) 여천(汝天) 홍범도(1868~1943)의 서거 70주기를 맞아 평전이 출간됐다. 독립전쟁의 전설로 불리는 홍범도는 평양에서 천민의 아들로 태어났다. 포수 출신으로 사격 실력이 뛰어난 데다 신출귀몰해 간도와 극동 러시아의 험준한 산악지대를 넘나들면서 일제를 공포에 몰아넣었다. 독립투쟁 사상 가장 빛나는 봉오동 전투와 청산리 대첩도 실은 그가 주도했다. 하지만 해방 후 남북에서 모두 철저히 배제된다. 남쪽에선 그의 볼셰비키 입당 경력이 문제가 됐다. 북쪽에선 김일성 우상화에 장애가 된다는 이유로, 또 공산 정부 수립이 아닌 민족 독립을 위해 항일운동을 벌였다는 논리에 휘말렸다. 책은 스탈린의 강제이주 정책으로 카자흐스탄으로 쫓겨나 1943년 10월 75세를 일기로 생을 달리한 홍범도에 대해 유해 귀환 논의조차 없는 안타까운 현실을 토로한다. 312쪽. 1만 8000원. 광신(알베르토 토스카노 지음, 문강형준 옮김, 후마니타스 펴냄) ‘우리시대의 광신은 무엇인가? 신자유주의인가, 이에 저항하는 몸짓인가.’ 책은 이런 물음에 답을 준다. 책의 주인공은 ‘관용과는 담을 쌓았고 소통은 불가능하며 어떤 논쟁도 용납하지 않으면서 오직 상대편의 관점이나 생활방식이 뿌리 뽑힐 때라야 비로소 안도하는’ 광신자들이다. 역사에서 그들은 다양한 목소리로 등장했다. 천년왕국운동, 노예폐지론자, 농민 혁명가, 아나키스트, 마르크스주의자들은 물론 이슬람 극단주의자들까지 인류는 수많은 광기의 역사를 경험했다. 심지어 오늘날에는 신자유주의의 그림자가 광기를 부채질한다는 의혹을 받는다. 그들의 신념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단순히 비이성적인 병리 현상으로만 치부해야 할까. 책은 모든 급진적인 시도에 ‘광신’이라는 딱지를 붙이지 말고, 정면으로 맞대응할 것을 주문한다. 454쪽. 2만 2000원.
  • 동물의 왕국? 편견의 왕국! 있는 그대로의 아프리카를 보다

    동물의 왕국? 편견의 왕국! 있는 그대로의 아프리카를 보다

    아프리카 대륙의 일대기/존 리더 지음/남경태 옮김/김광수 감수/휴머니스트/992쪽/5만 3000원 아프리카는 역동적이다. 대륙에 포함된 국가는 54개인데, 언어는 약 2030개다. 지구상에 통용되는 언어의 3분의 1쯤 되는 숫자다. 유전적 다양성도 풍부하다. 평균 신장이 가장 큰 마사이족과 가장 작은 피그미족이 공존하는 게 좋은 사례다. 게다가 인간을 포함해 얼마나 많은 종류의 동식물들이 아프리카에서 기원해 진화를 거듭해왔는지는 가늠하기조차 어렵다. 하지만 아프리카에 대한 지식은 대체로 단편적이다. 아프리카 하면 황폐한 사막, 약육강식으로 점철된 ‘동물의 왕국’, 저개발과 야만이 판치는 땅이란 이미지가 퍼뜩 떠오른다. 그나마 알고 있는 지식마저 편향적이다. 우리가 여태 접해 온 아프리카의 역사가 다른 대륙, 예컨대 유럽과의 관계 속에서 설명됐기 때문이다. 아프리카를 그럴싸하게 표현한 듯한 ‘검은 대륙’ 별칭 또한 따지고 보면 인간의 어둠이 존재하는 땅이라는 유럽 쪽의 낙인에 다름아니다. 진보적 사관의 아프리카 출신 학자들이 ‘아프리카의 눈’으로 역사를 보긴 하지만 이 또한 이데올로기의 그늘에서 자유롭지는 못하다. 이에 견줘 ‘아프리카 대륙의 일대기’는 한결 균형 잡힌 시각에서 쓰여졌다. 작가이자 사진기자인 저자는 영국 런던에서 태어나 오랜 기간 아프리카를 여행하며 살았다. 런던 유니버시티칼리지 인류학과 명예 연구교수로 재직할 정도로 이론적 기반도 탄탄하다. 무엇보다 기자 경력을 가진 만큼 아프리카를 대단히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번역자는 책을 ‘아프리카 평전’이라 했다. 대륙 자체에 인격을 부여하고, 출생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를 연대기 형식으로 정리했다는 뜻이다. 책은 아프리카의 자연 이야기에서 시작된다. 대륙의 탄생과정과 지리, 기후 등의 외양을 기술하는 데 책 앞부분의 4분의 1 정도를 할애하고 있다. 그 안에 깃들어 사는 사람의 이야기는 그 뒤에야 비로소 등장한다. 이는 저자가 일반적인 역사 서술 방식이 아닌, 폭넓은 문명사의 관점에서 아프리카를 기술하려는 의도를 가졌기 때문인 것으로 보여진다. 책이 가진 미덕 가운데 하나는 학제 간 벽을 허물었다는 것이다. 기존의 정해진 방향이나 해석의 틀을 거부하려면 폭넓은 지적 토양이 필요할 터. 책은 지질학, 지리학, 고고학, 고생물학, 언어학, 인류학, 농업경제학, 기생충학 등 방대한 학문 영역을 종횡무진 오간다. 저자는 이처럼 각 학제의 연구 성과를 토대로 아프리카에 대한 일반적인 선입견을 명료하게 짚어낸다.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 어린이 ‘위인전 인물’이 달라졌다

    어린이 ‘위인전 인물’이 달라졌다

    어린이용 위인전의 목록이 달라지고 있다. 에이브러햄 링컨, 토머스 에디슨, 이순신 등 역사 속 이름으로 채워졌던 인물전집에 스티브 잡스, 버락 오바마, 반기문 등 동시대 인물들이 빠르게 진입하고 있다. 고전적 개념의 ‘위인’보다는 ‘멘토’나 ‘직업 롤모델’로 인물을 평가하는 세태가 그대로 투영된 결과다. 그러나 사회·역사적 검증이 끝나지 않은 당대 인물에 대해 다분히 자의적인 평가가 반영된다는 점에서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인물전집 시장의 달라진 분위기는 최근 출판된 인물전을 일별해도 쉽게 감 잡힌다. 지난달 출판사 다산어린이와 비룡소는 일제히 배우 오드리 햅번 편을 펴냈다. 그동안 다산어린이의 ‘세계인물 교양만화 WHO’ 시리즈는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 ‘해리포터’ 시리즈를 쓴 조앤 롤링, 비틀스의 존 레넌, 자메이카의 가수 밥 말리 편 등을 출간했다. 웅진주니어의 ‘직업 인물 학습 만화’ 시리즈는 방송인 오프라 윈프리와 애플의 창업자 스티브 잡스, 레고를 발명한 고트프레드 편을 펴냈고, 살림어린이의 ‘거장들의 시크릿’ 시리즈는 경영인 잭 웰치와 손정의, 워런 버핏, 이명박 전 대통령 등을 다뤘다. 영림카디널의 ‘꿈을 이룬 사람들’ 시리즈는 경영인 이병철과 정주영, 문이당어린이의 ‘닮고 싶은 사람들’ 시리즈는 앙드레 김과 안철수 전 안철수연구소 대표 등을 목록에 포함시켰다. 1958년 학급문고간행회의 ‘위인전’이 마하트마 간디와 막사이사이, 이순신 등으로 구성되고 1972년 계몽사의 ‘소년소녀 세계위인 전집’이 석가모니와 공자, 유방 등을 소개했던 데 비하면 격세지감이다. 독자들의 구매 현황에서도 달라진 분위기는 감지된다. 15일 교보문고에 따르면 어린이 인물 전기 분야에서 베스트셀러 1위는 2011년 ‘반기문 총장님처럼 되고 싶어요’(명진출판사), 2012년 ‘스티브 잡스’(문이당어린이)가 차지했다. 올해 순위에서는 초등학교 교과서에 실린 ‘아버지의 편지(다산 정약용)’(함께읽는책)가 1위를 차지했지만 개그맨 김병만의 자서전 ‘꿈이 있는 거북이는 지치지 않습니다’(실크로드·3위), ‘노력의 멘토 반기문’(참돌어린이·5위), ‘박지성처럼 꿈꿔라’(주니어김영사·8위) 등 현대 인물의 전기도 여전히 강세를 나타냈다. 예스24의 올해 같은 분야 베스트셀러 목록에서 멘사 회장 빅터 세리브리아코프의 이야기를 다룬 ‘어린이를 위한 빅터’(한국경제신문·2위), ‘1대 100 요리 에드워드 권’(스콜라·5위)이 높은 순위를 차지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이처럼 수십년 꿈쩍없던 인물전집의 목록이 바뀌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무엇보다 출판계에서는 “기존의 인물전이 고루한 느낌을 주면서 시장성이 떨어지고, 직업 교육이 강화돼 ‘위인’보다 ‘롤모델’이 중요하게 인식되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올해 찰리 채플린과 환경운동가 레이첼 카슨 등을 포함해 ‘만화 인물 평전’을 완간한 돌베개의 관계자는 “익숙한 인물들에 학부모 독자층이 매력을 느끼지 못하면서 출판사가 새로운 인물 발굴에 나선 것이 가장 큰 변화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웅진주니어 관계자는 “‘직업적 멘토’를 강조하는 등 교과 과정에서 직업 교육이 중요하게 다뤄지는 것이 ‘직업 인물 학습 만화’ 시리즈의 기획 배경”이라면서 “독자들에게도 갈수록 세분화되는 직업을 다양하게 다뤄달라는 요구가 많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 같은 시대 변화 속에서도 역사적 평가가 끝나지 않은 인물에 대해서는 좀 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이재복 아동문학평론가는 “직업의 다양화에 따라 더 넓은 범위에서 인물을 다루는 것은 필요한 일이지만, 인물의 전기에는 사회적 합의를 거친 보편성이 전제되어야 한다”면서 “시간의 무게를 견디면서 검증되는 절차를 밟지 않고 단순히 경제·정치적 성공의 잣대로 인물을 평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한미화 출판평론가는 “가치 판단이 어려운 어린이에게 특정 인물의 장점만 부각시켜 전달하는 것은 위험부담이 크다”면서 “유명한 인물의 성공 이야기를 주입시키는 것보다 사회에는 다양한 인물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배경헌 기자 baenim@seoul.co.kr
  • [구본영 칼럼] 언제까지 선진 독일을 부러워만 할 건가

    [구본영 칼럼] 언제까지 선진 독일을 부러워만 할 건가

    내리 3선에 성공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에게 지구촌의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지고 있다. 요즘 그녀의 일거수일투족은 한국에서도 큰 관심사다. 이 수더분하게 생긴 여성에게 전 세계에서 선망의 눈길이 쏠리는 까닭은 뭘까. 어차피 침대 머리맡에 사진을 꽂아둘 만한 매력 만점의 ‘핀업걸’도 아닌데…. 메르켈 정부의 눈부신 경제적 성취보다 더 부러운 게 있다. 독일 정치의 놀라운 통합성과 안정성이다. 이번에 메르켈이 이끈 기민당·기사당 중도우파 연합이 압승했다고 하지만 과반은 확보하지 못했다. 그러니 중도좌파인 사민당이나 녹색당과 ‘적과의 동침’ 격인 대연정을 모색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그럼에도 향후 독일 정정을 불안하게 보는 전문가는 없다. ‘전부 아니면 전무’ 식의 정쟁 없이 절충하는 문화가 일찌감치 정착된 까닭이다. 이것이야말로 분단국 서독이 우리보다 먼저 통일을 이룩하고 선진국 클럽에서도 최우등생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원동력이 아니겠는가. 우린 어떤가. 십수년째 선진국 문턱에서 맴돌고 있다. 최근 대니얼 튜더 이코노미스트 한국 특파원이 쓴 한국 평전을 읽고 얼마간 위안은 얻었다. 10년 넘게 한국에서 살고 있는 그의 ‘기적을 이룬 나라, 기쁨을 잃은 나라’(원제: Korea, the impossible country)란 책이다. “1960년대 이후 한강의 기적으로 부를 만한 경제성장과 함께 지난 25년간 군사독재에서 벗어나 민주주의가 잘 정착된 나라”라는 평가가 담겨 있었다. 이처럼 외부에선 한국을 산업화·민주화를 함께 일군 나라로 여기고 있다. 하지만 우리 내부는 극단의 정치적 대립으로 하루도 바람 잘 날이 없다. 유신헌법이 철폐되고 5공까지 지속됐던 ‘체육관 선거’도 막을 내렸는데도 그렇다. 1987년 직선제 개헌으로 5년 단임을 못 박아 어느 대통령도 장기 독재를 하려야 할 수도 없다. 그런가 하면 이른바 국회선진화법으로 세계 정치사를 통틀어 소수당에 가장 막강한 권한을 부여했다. 야당의 동의 없이는 여당이 그 어떤 안건도 맘대로 처리할 수 없다. 그런데도 민주당은 김한길 대표가 50일 넘게 노숙하면서 장외투쟁을 하느라 그런 대단한 권한을 스스로 내던졌다. 국가정보원 여직원 댓글 사건을 빌미로 국정원 개혁을 요구하면서다. 물론 야당 입장에선 댓글이 북한의 사이버 침투와 종북세력의 준동을 막는 차원을 넘어 선거에 개입한 흔적이란 혐의를 둘 수도 있다. 그러나 국정원 직원이 몇달 동안 수백개(설령 수천개라 하더라도)의 댓글을 달았다고 선거의 당락에 결정적 영향을 줬다고 하는 것은 논리의 비약일 듯싶다. 하루에도 좌·우, 친여·야로 갈려 지향점이 다른 수억개의 댓글이 명멸하는 사이버 공간에서 말이다. 그 사이 민주당 지지율은 반토막 났다. 48% 대선 득표율이 20%대로 가라앉았다. 국회가 열리지 않으니, 국정원법 개정 등 개혁안인들 결실을 볼 리 만무하다. 민주당 지지율이 새누리당의 절반에다 박근혜 대통령의 3분의1 수준이란 건 뭘 말하나. 댓글 사건을 기화로 대통령의 리더십 자체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태도에 국민들이 동의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대통령을 불통 이미지로 낙인 찍는 데 성공했을지 모르나, 민주당도 민심을 잃었다. 승자는 없고 패자만 있는 공멸의 정치다. 이쯤 되면 후진국형 정치가 산업화-민주화에 이은 선진화의 길목에서 최대 걸림돌이 아닌가. 결국 선진국 진입의 장벽은 제도의 문제가 아니라 이를 운용하는 우리 정치인들의 행태다. 물론 대통령과 여당이 먼저 메르켈이나 독일 여당처럼 포용력을 보여야 한다. 그러나 기초연금 공약 축소를 사과하는 대통령에게 “히틀러의 말이 생각나게 한다”고 야유하는 치졸한 야당은 정작 독일엔 없다. 야당은 대통령이 실족하기만을 바라는 것으로 국민의 믿음을 얻을 순 없다. 견실한 대안을 내놓고 국민으로부터 점수를 따는 경쟁을 펴는 게 독일식 선진 정치의 요체임을 깨달았으면 좋겠다. kby7@seoul.co.kr
  • 확정지역 2곳뿐… ‘초미니’ 10월 재보선

    확정지역 2곳뿐… ‘초미니’ 10월 재보선

    오는 10월 30일 치러지는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가 2~3곳 정도의 ‘초미니’급으로 예상되면서 예상과 다른 양상으로 진행될 전망이다. 15일 현재 확정된 선거구는 경북 포항남·울릉과 경기 화성갑 두 곳이다. 우선 안철수 무소속 의원은 이날 “10월 재·보궐 선거구가 2~3곳에 그친다면 참여하지 않을 생각”이라고 밝혔다. 앞서 4월 안 의원은 10월 재·보선에 후보를 내지 않을 가능성에 대해 “그것은 아주 극단적인 경우”라며 선거 참여를 기정사실화했었다. 안 의원은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연 기자간담회에서 “2~3곳 정도로 정치적 의미가 축소된다면 구태여 참가할 필요가 없지 않겠나”라면서 “국고 보조금을 받는 거대 정당이 아니기에 상황이 이렇다면 내년 6월 지방선거에 집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 의원의 인재 영입 작업이 순탄치 않은 점도 재·보선 불참 결정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신당 창당에 대해서는 “국민으로부터 ‘그만하면 됐다’는 평가를 받을 때까지 내실을 다지고 더 많은 분과 함께하겠다”고 말했다. 새누리당에서는 거물들의 귀환이 관심사다. 서청원 전 한나라당 대표가 화성갑을 염두에 두고 막판 고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서 전 대표는 ‘우정은 변치 않을 때 아름답다’는 평전을 이날 출간하기도 했다. 당 공천 신청 마지막 날인 16일 신청서를 낼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별세한 고희선 의원(화성갑)의 장남인 고준호 농우바이오 전략기획실 팀장도 16일 아버지 지역구에 공천을 신청한다. 18대 때 이 지역을 차지했던 김성회 전 의원은 이미 지난주 예비후보 등록을 마쳤다. 민주당에서는 19대 때 고 의원에게 석패한 오일용 화성시갑 지역위원장이 설욕을 벼르고 있다. 통합진보당은 홍성규 당 대변인을 내세웠다. 포항남·울릉은 새누리당에서 10명의 예비후보가 불꽃 튀는 경쟁에 나섰다. 박명재 전 행정자치부 장관, 서장은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 이춘식 전 국회의원 등이 후보군이다. 허대만 민주당 포항남·울릉 지역위원장도 일찌감치 지역을 누비고 있다. 경기 평택을이 선거구에 포함되면 이 지역 3선 출신 임태희 전 대통령실장과 정장선 민주당 전 의원 간의 매치가 성사될지 주목된다.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송수연 기자 songsy@seoul.co.kr
  • 우린 프로이트에게 속고 있다

    우상의 추락/미셸 옹프레 지음/전혜영 옮김/글항아리/712쪽/3만 2000원 오스트리아의 심리학자 지그문트 프로이트(1856~1939)는 1906년 50세 생일선물로 앞면에는 자신의 얼굴이, 뒷면에는 오이디푸스가 스핑크스의 질문에 답하는 장면이 각각 새겨진 메달을 받고 무척 좋아했다. 오이디푸스 콤플렉스가 그의 정신분석학의 뿌리인 만큼 그가 얼마나 기뻐했을지는 쉽게 상상이 간다. 2010년 프랑스에서 나온 프로이트에 대한 비판적 평전이 ‘우상의 추락’이라는 제목으로 우리말로 옮겨졌다. 프로이트에 심취했다 비판자가 된 저자는 이 책을 낸 뒤 논란의 중심에 섰다. 프로이트는 본능 또는 충동을 뜻하는 리비도와 무의식, 금기시됐던 성욕 등의 개념을 끌어내 인간의 심리를 파헤친 정신분석학의 창시자로, 수면 아래 잠겨 있는 잠재의식으로 인간에 대한 인식의 지평을 넓혔다. 저자는 프로이트가 임상 사례를 조작하고, 전기작가들이 그를 미화해 그의 사상이 실제와 달리 왜곡됐다고 주장한다. 또 가족 등 주변 사람들과 개인적 경험을 토대로 현상을 분석하고 이론을 만든 것이어서 과학적이지 않다고 말한다. 프로이트가 정신분석으로 치료했다는 환자가 6개월 뒤 사망하는가 하면 프로이트는 처제 민나 베르나이스와 모호한 관계를 오랫동안 유지했다. 그러나 전기작가들은 두 사람이 스위스, 이탈리아 등 10여 차례 장기여행을 떠난 것은 사실이지만 불륜관계는 아니었다고 강변한다. 프로이트 심리학의 연결고리는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다. 반(反)유대주의자에게 모욕을 당하면서도 아들에게 모멸감을 안기는 모순적인 아버지, 후처로 들어와 장남인 프로이트를 최고로 여긴 20세 연하의 어머니, 딸 안나에 대한 프로이트의 과보호 등 복잡한 가족관계 속에서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는 형성된다. 아버지를 살해하고 어머니와 산다는 그리스 신화에서 유래한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는 아버지에 대한 적대감, 어머니에 대한 사랑, 딸에 대한 집착, 처제와의 밀월 행각 등 다양한 행태로 나타난다. 저자는 그러나 근친상간에 대한 욕구,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등이 모든 사람들에게 일반화할 수 있는지는 의문이라고 말한다. 책에는 또 미국의 영화 배우 메릴린 먼로가 비밀리에 오스트리아에서 프로이트의 딸 안나에게 심리치료를 받았으며 이것이 인연이 돼 먼로의 유산이 사후 안나 프로이트 재단과 프로이트 연구소에 들어가는 재미난 사연도 담겨 있다. 저자의 프로이트에 대한 비판이 옳은지 그른지는 차치하더라도 그의 숨겨진 면모는 프로이트 정신심리학을 다시 보게 한다. 임태순 선임기자 stslim@seoul.co.kr
  • 생활 좌파, 책으로 인생 되새김하다

    생활 좌파, 책으로 인생 되새김하다

    ‘뼛속까지 자유롭고 치마 속까지 정치적인’, ‘야성의 사랑학’ 등을 쓴 재불 작가 목수정(44)이 3년 만에 신간 ‘월경(越境)독서’(생각정원)를 냈다. 국경뿐 아니라 도덕, 규범, 관습 등 다양한 유형의 경계를 넘는 삶을 살아온 그가 지금의 자신을 있게 한 인생의 책들을 되새김한 독서일기다. 한국관광공사, 동숭아트센터 등에서 근무하다 프랑스로 유학 간 그는 스물두살 연상의 예술가 프랑스 남자를 만나 비혼 상태로 아이를 낳았다. 2003년 한국으로 돌아와 국립발레단, 민주노동당 정책연구원, 진보신당 당원으로 활동했으며 2008년 다시 월경해 남편, 아이와 함께 파리에서 살고 있다. 여름 휴가차 딸 칼리(8)를 데리고 한국에 와 있는 그를 만났다. “제가 소설가 장정일씨나 서평가 이현우씨처럼 대단한 독서가도 아닌데 처음 출판사의 독서일기 연재 제의를 받았을 땐 망설였어요. 그러다 문득, 이 작업이 새로운 계기가 될 것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예전에 읽었던 책들을 다시 꺼내보면서 그동안 잊고 있었던 소중한 것들과 재회하는, 굉장히 의미 있고 재밌는 시간이었어요.” 목록에는 ‘몽실언니’(권정생), ‘심미적 이성의 탐구’(김우창), ‘이사도라 던컨’자서전, ‘엥겔스 평전’(트리스터럼 헌트), ‘미국민중사’(하워드 진) 등 다양한 분야의 책 17권이 실려 있다. 지난해 6월부터 1년간 인터넷 서점 알라딘에 글을 연재하면서 파리에서 구할 수 없는 책들은 한국의 지인에게 공수를 부탁하기도 했다. 그는 “예전에 읽었을 때의 강렬한 느낌이 남아 있지만 정확한 이유가 떠오르지 않았던 책들을 다시 보면서 그때의 감상뿐 아니라 삶의 연륜에서 오는 새로운 깨달음도 얻게 됐다”고 말했다. 스무살 때 만난 ‘이사도라 던컨’은 그에게 자유로운 영혼의 춤과 더불어 문화의 공공성에 대한 개념을 심어줬다. 이제 그는 이사도라의 두 아이가 사고로 숨진 센강을 딸과 함께 산책하면서 아이를 잃은 엄마 이사도라의 고통에 가슴 아파한다. 그는 “독자들이 이 책에 들어 있는 목록들을 찾아 읽기를 바라지 않는다”고 했다. 대신 “예전 가슴을 쿵 울렸던 책들을 찾아 자신만의 독서목록을 뽑으면서 각자 심기일전하는 계기를 마련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문화 영역과 진보 정당 활동을 병행해 온 그에게 누군가는 ‘감성좌파’라는 별명을 붙였다. 그는 “삶의 즐거움과 문화적 욕구를 희생하지 않으면서 좌파적 행동을 하는 것이 내가 추구하는 삶”이라면서 “그런 점에선 ‘생활좌파’라는 용어가 더 익숙하다”며 웃었다. 이순녀 기자 coral@seoul.co.kr
  • [당신의 책]

    경제분석의 역사 1·2·3(조지프 슘페터 지음, 이상호 외 옮김, 한길사 펴냄) 혁신, 창조적 파괴, 기업가 정신이라는 개념으로 유명한 오스트리아 출신 미국 경제학자인 저자가 경제학의 역사를 과학적 경제분석의 발전사로 풀어쓴 책. 1914년 저서 ‘학설사와 방법론사의 시대’를 토대로 마지막 9년을 쏟아부었지만 끝내 완성하지 못하고 숨졌다. 이상호 원광대 교수 등 5명이 1996년부터 번역을 기획해서 무려 17년 만에 출간이 완료됐다. 644~764쪽. 각 권 3만 5000원. 청소년 정치의 주인이 되어 볼까?(이효건 지음, 사계절 펴냄) 민주주의 원리부터 정치 참여까지 알기 쉽게 설명한 청소년용 정치교양서. 두발 자유화를 위해 학생들이 종이비행기를 날리며 항의 의사를 표시한 사건 등 청소년들이 스스로 나서서 민주주의를 실현시킨 흥미로운 사례들을 통해 민주주의가 무엇인지 깨닫게 하는 한편 청소년의 선거권 보장 등에 대한 생각거리를 제공한다. 200쪽. 1만 2000원. 산체스네 아이들(오스카 루이스 지음, 박현수 옮김, 이매진 펴냄) 20세기 빈민 연구의 고전으로 꼽히는 ‘산체스네 아이들’의 출간 50주년 기념판이 국내 출간됐다. 인류학자인 저자가 멕시코의 빈민가 카사그란데에서 살아가는 가족을 4년간 취재해 1인칭 서사 형식으로 기록한 이 책은 1961년 발간 당시 멕시코 빈곤의 실상을 생생히 드러내는 바람에 격렬한 논쟁에 휩싸이기도 했다. 2011년 발간된 50주년 기념판에는 산체스네 가족의 후일담 등이 추가됐다. 759쪽. 2만 8000원. 에라스뮈스(요한 하위징아 지음, 이종인 옮김, 연암서가 펴냄) ‘호모 루덴스’, ‘중세의 가을’로 유명한 사상가 요한 하위징아가 광기로 얼룩진 중세의 혼란 속에서 자유와 평화를 지키려 애쓴 고독한 인문주의자 에라스뮈스에 대해 쓴 평전. 하위징아는 에라스뮈스의 대표작 ‘우신 예찬’을 비롯해 그의 정신과 사상에 대해 심층적으로 분석한다. 472쪽. 1만 8000원. 불멸의 이론(샤론 버치 맥그레인 지음, 이경식 옮김, 휴머니스트 펴냄) 250년 전 탄생한 통계학 이론 ‘베이즈의 정리’는 사전 경험을 통해 확률을 도출한다는 점 때문에 통계학자들의 비난 속에 묻혔다. 하지만 주관성에 의지한 이론의 결과가 너무나 잘 들어맞으면서 실제 현실에서는 꾸준히 주목받아 왔다. 제2차 세계 대전에서는 독일 암호 체계인 에니그마를 해독하는 데 결정적인 공헌을 했고, 냉전시대에는 핵잠수함을 찾는 데 사용됐다. 단순하기 짝이 없는 이론이 어떻게 해서 인류 역사상 위대한 논쟁 가운데 하나를 촉발했는지를 흥미진진하게 보여 준다. 640쪽. 2만 8000원. 확신의 힘(웨인 다이어 지음, 김아영 옮김, 21세기북스 펴냄) ‘행복한 이기주의자’로 유명한 저자는 백혈병 진단을 받은 뒤에도 여전히 건강하고 정상적인 생활을 유지하고 있는 개인적 경험을 바탕으로 ‘확신의 힘’을 키우는 5단계 기술을 제시한다. 저자는 “이미 이루어 놓은 것처럼 확신하면 과거의 나에 얽매이지 않고 내 안의 창조적 에너지를 발견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288쪽. 1만 5000원. 일본군 위안소 관리인의 일기(안병직 번역·해제, 이숲 펴냄) 일제강점기에 미얀마와 싱가포르에서 2년 5개월 동안 일본군 위안소의 관리자로 일했던 조선인의 일기. 경기도 파주에 있는 개인 박물관 운영자가 10여년 전 경주에서 우연히 원본을 발견한 뒤 한국학중앙연구원에 제공했고, 안병직 서울대 명예교수가 주도하는 낙성대 경제연구소 팀이 현대어로 번역했다.424쪽. 2만 5000원.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정구현 지음, 청림출판 펴냄) 전 삼성경제연구소장이자 카이스트 경영대학원 교수인 저자가 분석하는 한국경제의 위기와 재도약을 위한 제언. 저자는 한국경제가 직면한 위험은 성공 속에 싹트기 시작한 나태함, 이익집단의 고착화, 리더십의 부재, 고비용 구조에서 비롯된 것이라면서 정부와 기업이 한국경제의 전면적인 리모델링을 단행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316쪽. 1만 6000원.
  • [씨줄날줄] 아마존의 WP 인수/문소영 논설위원

    1990년대 나스닥에서 정보기술(IT) 벤처기업들이 ‘떠오르는 별’이 돼 투자자들의 달러를 긁어 모으고 있을 때 ‘오마하의 현자’ 워런 버핏은 우직하게 코카콜라와 맥도날드 등 이른바 ‘굴뚝산업’의 주식에만 투자했다. 나스닥지수가 2000년 4572로 고점을 찍고 추락을 거듭해 2002년에 1172로 4분의1토막이 났을 때 버핏은 ‘내 그럴 줄 알았다’는 반응이었다. 버핏이 투자한 굴뚝산업에는 워싱턴포스트(WP)도 있었다. 버핏은 1974년부터 WP의 이사로 일했다. 유대계 금융인이자 정치인으로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 의장을 지낸 아버지 유진 마이어(1933년)에서 남편 필립 그레이엄(1947년)에 이어 1963년 발행인의 자리에 오른 캐서린 그레이엄과 이사회 멤버로 함께 일했다. 그때 둘이 각별한 관계를 유지했다고 버핏은 평전 ‘스노볼 1·2’에서 밝히기도 했다. 캐서린이 경영할 때 WP는 최고였다. 닉슨 대통령의 하야를 이끌어낸 1972년 워터게이트 특종보도가 대표적이다. 캐서린은 1993년 경영권을 아들에게 물려줬지만, 버핏은 2011년까지 이사직을 유지했다. 버핏은 1973년부터 WP 주식을 사들였고, 그가 회장으로 있는 버크셔 해서웨이는 워싱턴포스트 클래스 B(의결권 없음) 주식의 24%를 가지고 있다. 아마존닷컴의 창업자 제프 베저스가 지난 5일 WP를 인수한다는 깜짝 발표를 했을 때, 버핏을 떠올리며 버핏의 손익계산을 해봤던 사람들이 많았던 이유다. WP의 주가는 2004년 983달러로 최고점에 올랐지만 2011년 326달러까지 떨어졌다가 지난해 말부터 반등을 시도해 지난 5일 583달러로 장을 마감했다. 베저스의 WP 인수 발표에 대한 일반적 해석은 ‘오프라인에 대한 온라인의 승리’이다. 1994년 인터넷서점으로 시작한 아마존닷컴은 창립 20년 만에 ‘온라인 월마트’로 변신해 구글닷컴과 견줄 만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그러나 베저스는 아마존닷컴이 아니라 개인 자격으로 이 거래를 성사시켰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회사 소유주의 사적 이익이 아닌 독자에 충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언론 사주의 편집권 개입으로 늘 진통을 겪는 한국의 언론에 베저스의 발언은 신선한 충격이다. 이 빅딜이 한국 언론에 주는 충격은 어떨까. 2010년 주간지인 ‘뉴스위크’를 1달러에 매각한 뉴욕타임스가 2005년에 실패한 온라인 뉴스 유료화를 2011년 재차 시도해 상당한 효과를 보고 있는 만큼 뉴스 유료화라는 ‘핑크빛 전망’에 설레던 한국 언론들은 얼음물을 뒤집어쓴 기분이 아닐까? 온라인의 강자 네이버와 진검승부 중에 나온 빅딜이라 더 큰 충격일 게다. 문소영 논설위원 symun@seoul.co.kr
  • [당신의 책]

    죽음을 다시 쓴다(샘 파르니아, 조쉬 영 지음, 박수철 옮김, 페퍼민트 펴냄) 우리가 죽을 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죽음 너머에 무엇이 있는지를 종교나 철학이 아닌 과학적 관점으로 접근한 책. 현대 소생의학의 권위자인 저자는 심장이 멈추고 뇌가 정지하는 등 의학적으로 사망했다가 되살아난 사람들을 연구해 뇌가 정지하고, 육체가 사망한 이후에도 의식이 존재하는 현상을 입증한다. 340쪽. 1만 6000원. 모든 동물은 평등하다(피터 싱어 지음, 김상우 옮김, 오월의 봄 펴냄) ‘동물해방’ ‘죽음의 밥상’ 등을 저술한 철학자이자 실천윤리학자인 피터 싱어가 쓴 동물운동의 선구자 헨리 스피라의 평전. 좌파 운동, 흑인 시민권 운동에 이어 동물해방에 전념한 스피라의 생애를 통해 더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의미 있는 삶을 이야기한다. 427쪽. 1만 6000원. 자연과 인간(가라타니 고진 지음, 조영일 옮김, 도서출판b 펴냄) 일본 문학비평가이자 사상가인 가라타니 고진의 신작. 2010년 출간한 ‘세계사의 구조’를 보완하는 책으로, 후쿠시마 원전 사태를 겪은 이후 자연과 인간의 관계에 대한 내용을 추가했다. 일본에서는 출간되지 않았으며, 한국에서 처음 나왔다. 222쪽. 2만원. 시각예술의 의미(에르빈 파노프스키 지음, 임산 옮김, 한길사 펴냄) 20세기 최고 미술사학자 중 한 명으로 꼽히는 독일 출신의 에르빈 파노프스키(1892~1968)의 논문 10편을 묶었다. 고대에서 중세와 르네상스, 그리고 1950년대 미국에 이르는 다양한 시대를 아우르며 미술과 미술사학에 대한 인본주의적 관점을 제시한다. 100여개의 도판을 곁들여 도상해석학에 대한 이해를 도왔다. 528쪽. 2만 8000원. 소로우에서 랭보까지, 길위의 문장들(헨리 데이비드 소로 외 지음, 윤희기 옮김, 예문 펴냄) ‘월든’의 작가 소로를 비롯해 짧은 생애 곳곳을 바람처럼 떠돌았던 프랑스의 천재 시인 아르튀르 랭보, ‘보물섬’을 쓴 영국 소설가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미국의 낭만주의 시인 월트 휘트먼 등 영미와 유럽권 문호 10인의 걷기 예찬론. 352쪽. 1만 5000원. 나의 핀란드 여행(가타기리 하이리 지음, 권남희 옮김, 은행나무 펴냄) 핀란드를 배경으로 한 일본 영화 ‘카모메 식당’을 좋아한다면 반가워할 책이다. 이 영화에 출연한 여배우인 저자가 촬영기간 핀란드에 머물면서 보고 느낀 것들을 경쾌하면서도 따뜻한 문체로 풀어냈다. 1만 2500원. 동아시아와의 인터뷰(평화네트워크 정리, 서해문집 펴냄) 정전협정 60주년을 맞아 평화운동 NGO인 ‘평화네트워크’가 강상중, 와다 하루키, 스콧 스나이더, 진징이 등 한·미·일·중 4개국 동아시아 학자 및 관료, 시민단체 인사 15명에게 동아시아 공존의 길을 물었다. 냉전과 평화 사이에서 요동치는 동아시아의 현재, 일본의 우경화 바람, 한반도 핵문제, 미·중 패권 경쟁과 새로운 세계 질서, 남북관계의 평화 모색 등 현안에 대한 냉철한 진단과 전망이 담겼다. 368쪽. 1만 8000원. H팩터의 심리학(이기범· 마이클 애슈턴 지음, 문예출판사 펴냄) 왜 어떤 사람은 법과 규칙을 어기고, 비뚤어진 특권의식에 사로잡힐까. 이 책은 정직(Honesty), 겸손(Humility)을 인간이 선천적으로 타고나는 성격 요인, 즉 H팩터로 규정하고 이 요인이 우리 삶의 여러 분야에서 어떻게 구체화되는지를 다양한 사례를 통해 설명한다. 272쪽. 1만 6000원. 포어사이트 크리에이터(이돈태 지음, 세미콜론 펴냄) 애플의 디자인을 책임지는 조너선 아이브가 창업한 영국의 글로벌 디자인 컨설팅 회사 탠저린의 공동 대표인 저자가 들려주는 디자인 이야기. 저자는 수많은 기업과 디자인 프로젝트를 진행해온 산업 디자이너로서의 경력을 토대로 전략적으로 디자인 경영을 실행하는 방법을 제시한다. 260쪽. 1만 6500원.
  • 무라카미 하루키 3년만의 신작 ‘색채가’ 평가 엇갈려

    무라카미 하루키 3년만의 신작 ‘색채가’ 평가 엇갈려

    ‘하루키 특수’ ‘하루키 열풍’이라는 수식어를 어김없이 재현하며 ‘그’가 돌아왔다. 무라카미 하루키(64)가 3년 만에 발표한 장편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민음사)가 지난 1일 베일을 벗었다. 하루키를 갈망하는 독자들에게 그의 소설이 문화계의 축제냐, 출판시장의 독이냐를 따지는 논란은 무의미하다. 출간된지 하루 만에 출판가는 엇갈린 작품 평으로 분분하다. ‘1Q84’ 이후의 문학적 압박을 딛고 여전히 건재함을 확인했다는 호평에, 새로운 시도를 찾을 수 없다는 박한 평가까지. 신작 속으로 순례를 떠나본다. 스무살의 다자키 쓰쿠루는 반년간 죽음의 위(胃) 속에 잠겨 있었다. 쓰쿠루에게 “삶과 죽음을 가르는 문지방을 넘어서는 일 따위는 날달걀 하나 들이켜는 것보다 간단했다.”(7쪽) 계기는 명백했다. 다섯 손가락처럼 완벽한 조화를 이뤘던 네 명의 친구들에게 밑도 끝도 없이 절교를 당했기 때문이다. 16년의 가혹한 세월이 흘렀다. 서른여섯의 쓰쿠루는 상처에 딱지가 앉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여자친구 사라는 왜 거부를 당했는지, 스스로 이유를 밝혀보라고 주문한다. “안쪽에서는 아직도 조용히 피가 흐르고 있을지 몰라”라며. 완벽했던 시절을 송두리째 잃어버린 남자는 ‘왜’라는 물음을 품고 순례를 시작한다. 시선을 내내 붙드는 하루키식 서사의 흡인력은 여전히 강력하다. 간결한 문체와 단순한 이야기 전개로 독자를 물음표의 풀장에 빠뜨린다. 일본에서 ‘청춘연애소설로의 귀환’이라는 평이 나왔듯 투명한 청년의 감성도 그대로다. 상실을 돌아보며 성장해 나가는 주인공의 내면을 세심히 짚어나가는 작가의 성찰은 깊은 여운을 남긴다. 개인의 고독, 소외 등에 대한 불안의 코드도 짙다. 이름 속에 적(赤), 청(靑), 흑(黑), 백(白)의 ‘색채가 있는’ 네 친구들에 반해 ‘색채가 없는’ 쓰쿠루가 따돌림에 대한 공포를 토로하듯이.‘1Q84’에서 야나체크의 신포니에타, ‘상실의 시대’에서 브람스 교향곡 4번을 배경으로 깔았던 음악 애호가 하루키는 이번에도 음악을 이야기를 엮는 재료로 내보냈다. 헝가리 출신 작곡가 프란츠 리스트의 피아노 소곡집 ‘순례의 해’가 주인공이 기억을 재생시키고 상처를 치유하는 통로가 된다. 순례의 끝에 쓰쿠루는 결국 용서와 회복에 이른다.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충분하고 견고한 껍질을 만들어낼’(430쪽) 수 없었던, 위기 앞에서 수단을 가릴 처지가 못 됐던 친구의 나약함을 이해한다. 이를 두고 최재철 한국외대 교수는 작품의 주요 키워드로 회복과 소통을 꼽으며 ‘밀실’에서 ‘광장’으로 나오려는 개인이 발견된다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소설은 후회와 상실감, 상처로 가득한 고독한 청년이 순례를 통해 상처와 정면으로 마주쳐 스스로 회복하고 구제하는 과정을 그렸다”며 “동시에 쓰쿠루의 이름 속 한자 작(作)이나 그가 세상과 연결되는 장소인 철도역을 설계하는 일을 한다는 데서 개인이 과거와 상처에 함몰되지 않고 소통을 통해 밀실에서 광장으로 나오려는 모습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자기 복제’가 도돌이표처럼 반복됐다는 점은 아쉽다. ‘해변의 카프카’ ‘노르웨이의 숲’ ‘스푸트니크의 연인’ 등 전작들의 기시감이 짙다는 지적이 많다. 조주희 한양여대 교수는 “인물의 설정이나 변화 과정, 인물 간 구도, 불명확한 의도 등이 전작들과 겹친다. 사건을 해결하지 않고 여러 수수께끼를 남겨놓는다는 점도 마찬가지”라고 짚었다. 하루키 평전 ‘하루키 하루키’의 저자인 일본 문학평론가 히라노 요시노부 야마구치대 교수도 조 교수를 통해 본지에 신작의 명암을 전해 왔다. 그는 작품 속 표현인 ‘좋은 뉴스’와 ‘나쁜 뉴스’를 빗대 이렇게 평했다. “‘1Q84’ 이후 창작에 대한 부담이 컸을 텐데 이 정도의 작품을 쓸 수 있었던 그의 작가적 노력과 역량에 감탄했다는 게 좋은 뉴스다. 나쁜 뉴스는 전작과 차별화되는 새로운 점이 없다는 것이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