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터대사/남북정상회담 다시 엮어낼까/남북대사 연쇄접촉 의미와 전망
◎한·미·북 문제 풀려면 정상대좌 필요/“빠르면 새달 남북연쇄방문” 전망도
「국제문제 해결사」카터의 남북한 중재외교가 활발해질 것 같다.지미 카터전미대통령이 19,20일 잇따라 남북한의 대사를 만난것은 자신의 남북중재외교개시를 앞둔 사전 정지작업의 일환이라고 할수 있다.
물론 카터가 19일 북한대표부의 박길연대사를 만난 것은 생전의 김일성주석이 팩스를 통해 자신에게 보냈던 편지의 원본을 전달하겠다는 북측 요청에 따른 것이었다.또 20일 한승수주미대사를 만난 것은 자신이 지난 16일 김영삼대통령 앞으로 보낸 서한의 답장을 전달하겠다는 한대사의 요청에 따라 이뤄진 것이다.
그러나 아이티방문의 분주한 일정 직후 카터전대통령이 하루걸러 남북한대사를 잇따라 만난 것은 단순히 두통의 서한을 전달받기 위해서는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서한이상」의 메시지전달과 관련,아직 구체적으로 드러난 사실은 없으나 외교소식통들은 카터의 남북한 연쇄방문이 멀지않아 다시 이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러한 전망의 근거는▲북한이 김일성사망 직후 카터의 재방북을 희망했고 ▲김대통령이 답신의 통해 「가까운 시일내에」 그의 방한을 초청했으며 ▲카터전대통령도 남북한 양측이 자신의 중재역을 기대할 때는 언제든지 이를 수행할 태세가 되어있다고 한 점을 들수 있다.
카터의 남북한 연쇄방문은 연내,빠르면 내달초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는게 워싱턴의 전망이다.국무부의 한 관리는 카터전대통령이 23일부터 제네바에서 속개되는 제3차 미북고위급회담이 일단락되면 방북하겠다는 뜻을 피력했다고 전하고 있다.따라서 그의 남북한 연쇄방문은 미북고위급위회담의 진전과 맞물리는 함수관계에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가령 미북 3단계 2차 고위회담이 성과속에 끝난다면 결국 미북한은 연내 연락사무소를 상호개설할 것으로 예상된다.미북한 수교의 전단계라고 할수있는 연락사무소개설이 남북한의 관계개선없이 미북한간에 독자적으로 이뤄지기는 어렵다.뿐만 아니라 북한핵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해서는 특별사찰과 경수로지원문제가 확실하게 풀려야한다.또한반도의 비핵화선언의 이행이 뒤따라야하고 이를 위해서는 남북한 대화가 필요불가결한 것이다.
그러나 김일성사후 남북한간 상황은 이러한 당면 문제들을 풀어나갈만한 분위기가 아니며 일거에 대화국면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남북정상의 만남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대두되고 있다.
따라서 카터전대통령의 남북한 연쇄방문은 바로 이 대화국면으로의 전환을 위한 남북정상회담 주선이 그 목적인 셈이다.
특히 카터의 평양방문은 클린턴행정부의 대북한정책과 정비례적 함수관계를 갖고있다.카터전대통령이 애틀랜타의 카터센터에서 한승수대사를 만난뒤 『북한을 당장 방문할 계획은 없다』고 밝힌 것은 카터가 클린턴행정부 및 한국정부와 보조를 일치시켜 나가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관계소식통들은 미정부가 북한에 대해 고위급회담에 포커스를 맞추고있는 판에 카터가 일방적으로 다른 곳에서 딴전을 벌이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하고있다.이는 카터의 남북한 중재외교가 어느 일방의 요청에 의해 시동이 걸리는 것이 아니라 남북한과 미정부의 「동시 요청」이 있을때 가동될 것임을 말하는 것이다.
◎미·북 제네바회의 어찌 될까/“양측 유화분위기”… 낙관론 우세/경수로·특별사찰 등 난항 전망도
23일 제네바에서 재개되는 미국과 북한의 3단계회담 2차회의도 1차회의와 마찬가지로 핵문제의 완전한 해결을 모색하는 자리가 되기 보다는 해결로 가는 여러 과정 가운데 한 단계가 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다.아직도 곳곳에 난제가 도사리고 있는데다 이미 드러나 있는 북한 경수로 지원 문제,미국과 북한의 관계개선 문제,특별사찰 문제등 주요 과제들이 모두 쉽게 풀기 어려운 것들이다.설령 미국과 북한이 이번에 포괄적인 논의를 매듭짓는다 하더라도 경수로의 지원방식이나 관계개선 절차등 구체적인 사안에 들어가면 다시 분야별 회의를 계속할 수 밖에 없다.
이를 염두에 둔듯 지난 14일 방한했던 미국 국무부 차관보인 로버트 갈루치 핵담당대사도 이한회견에서 2차회의가 1주일 정도 진행될 것으로 보면서 상황에 따라 3,4차회의가 열릴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같은 회의 자체의 한계성에도 불구,2차회의의 앞날에 대한 전망은 어떤 점에 보다 무게를 두느냐에 따라 여전히 크게 엇갈리고 있다.미국과 북한사이에 형성된 유화적인 분위기등에 초점을 맞추는 쪽은 2차회의 역시 낙관적으로 바라보고 있다.특히 평양과 베를린 전문가회의에서 드러났듯 북한의 새체제를 인정하는 듯한 미국의 자세와 미국과의 접근을 서두르고 있는 북한의 태도를 놓고서는 『곡절이야 있겠지만 결국 합의에 도달할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여기에 2차회의는 전문가회의에서 논의된 사항을 토대로 포괄타결의 틀을 짜는 자리이다.그리고 양측은 주요 문제에 대해 어느 정도 서로의 속사정을 파악해 놓고있는 상태이다.따라서 미국과 북한이 대화의 기초를 유지하면서 서로 절충점을 찾을 것으로 전망되고있다.
한 관계자는 『현재의 대화국면을 다시 제재로 되돌리는 것은 미·북 모두에 부담』이라고 설명했다.즉 현 궤도에 대한 전면수정이 아니라면 둘다 경수로및 남북대화,과거핵 규명등 어려운 문제들을 포괄적으로 묶는 미묘한 조합을 만들어 낼 것이라는 얘기이다.
그러나 경수로의 모형등 전문가회의에서 드러난 미·북의 이견과 특별사찰에 대한 북한의 거부발표,이에 대한 갈루치대사의 반격등 일련의 움직임을 들어 난항을 겪을 것이라는 비관섞인 관측도 만만치 않다.베를린회의가 끝난뒤 북한이 「경수로 모형 선택권은 북한에 있다」고 주장하자,미국은 즉각 「이는 협의 대상이 아닌 미국의 결정사항」이라고 반격에 나서 일찍부터 서로 기선을 제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특히 북한은 한미 두나라가 어느 때보다 중시 하고 있는 남북대화를 애써 무시하면서 어떻게든 평화협정 문제를 거론할 기세다.이번 회의에서 양측이 합의에 도달한다면 그 내용은 법적 구속력을 가지면서 핵문제가 구체적인 실천단계에 들어서게 된다.각론 부분에 대한 세부 이행계획,즉 사안별 실천 시간표도 합의문 속에 포함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미국과 북한 모두 내부 사정,또는 주변국의 반발을 의식해야 하는 처지여서 시간표를 쉽게 양보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미국과북한은 한발짝만 잘못 내디디면 위기를 맞게되는 벼랑 끝에 서서 협상을 해야한다.따라서 어떤 형태로든 절충점을 만들어 내리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최근의 밀고당김은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려는 제스처의 성격이 크다는 것이 일반적인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