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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금요일의 서재]장준하 선생 탄생 100주년… 그의 생애와 정신을 돌아보다

    [금요일의 서재]장준하 선생 탄생 100주년… 그의 생애와 정신을 돌아보다

    1918년 8월 27일 평안북도 의주에서 태어난 장준하 선생은 일본군에 끌려가 중국까지 갔으나 죽음을 무릅쓰고 탈출해 한국 광복군에 합류했다. 해방 이후에는 독재 정권에 맞서 민주화 운동을 주도했다. 유신 헌법에 반대하는 활동으로 구속돼 15년의 징역형을 받았다가 그해 병든 몸으로 풀려났다. 얼마 후인 1975년 8월 17일 경기 포천군 약사봉 계곡에서 숨진 채 발견되면서 타살 의혹이 불거졌다. 2002년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에서 장준하 선생의 죽음을 둘러싼 의혹을 재조사했으나 여전히 명확한 결론이 나지 않은 상태다. 장준하 선생의 탄생 100주년을 맞아 지난 6일 ‘장준하100년위원회’가 발족한 가운데 그에 대한 기억을 되살리는 책들이 때맞춰 새로운 모습으로 출간됐다. ◆어둠 속에 묻힌 의문의 사건, 다시 돌아보는 그날의 진실-2003년 7월부터 제2기 ‘대통령소속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에서 장준하 의문사 사건을 담당했던 고상만 전 조사관은 2012년 장준하 사건의 실체를 파헤친 ‘장준하, 묻지 못한 진실’(돌베개)을 펴냈다. 처음엔 이 책을 쓸 생각이 없었던 그는 국가기록원에서 장준하 사건 관련 자료를 2074년까지 비공개하기로 결정했다는 소식에 사건의 전말을 알려야겠다는 생각으로 집필을 시작했다. 책에는 장준하 사건에 얽힌 오해와 진실, 극적으로 찾은 장준하 의문사 관련 기록, 법정 스님으로부터 확인한 장준하 ‘거사’의 실체, 당시 이 사건과 관련하여 유일한 목격자를 자처한 김용환의 주장에 대한 의혹 등이 담겨 있다. 저자는 2012년 출간된 동명의 책에 머리말과 에필로그를 추가해 개정판을 펴냈다. 개정판 머리말에 저자는 지난 7월 별세한 장준하 선생의 부인 김희숙 여사와의 추억을 떠올리며 “어머님의 평생 소원 중 하나였던 남편 장준하 선생님의 의문사 진실을 꼭 밝히겠다”면서 “지난 2012년 8월 1일 ‘스스로 세상에 드러낸’ 장준하 선생님의 타살 의혹에 분명한 마침표를 찍겠다. 그동안 밝혀낸 사실과 새롭게 드러난 진실을 더하여 곧 이어질 진실화해위원회 2기 조사를 통해 사건의 실체를 명명백백히 하는 데 제가 가진 모든 힘을 다 하겠다”고 썼다. 개정판 에필로그에서는 장준하 사건의 비밀을 밝혀줄 단서가 “1975년 장준하 선생 사망 당시 사고 현장을 다녀간 중앙정보부와 보안사령부 요원이 작성한 중요 상황보고서를 존안해 놓고 있는 문서고에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 문서고 안으로 ‘강제 수사권’과 ‘압수 수색권’을 가진 의문사 사건 조사관이 직접 들어가 문제의 존안 문서를 확보할 수 있다면 지난 40년이 넘도록 굳게 닫힌 ‘비밀의 문’이 마침내 먼지를 털며 열리게 될 것으로 확신한다”면서 “바로 그때가 이 나라의 진짜 민주주의가 이룩되는 ‘그날’임을 나는 확신한다”고 적었다. 356쪽. 1만 5000원. ◆민주주의와 평화 통일을 위해 싸운 장준하 선생의 일생-신간 ‘민주주의의 등불 장준하’(사계절)는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장준하 선생의 일대기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펴낸 책이다. 1994년 처음 출간한 이 책은 장준하 선생 탄생 100주년을 맞아 특별 기념판으로 새롭게 나왔다. 책은 장준하 선생이 1918년 압록강 하류의 남쪽에 위치한 평안북도 의주 땅에서 출생한 날부터 일본 도쿄에서 유학하던 시절, 일본군에 끌려갔다가 탈출한 뒤 광복군 훈련반에서 군사 훈련을 받던 시절, 대한민국임시정부 김구 주석의 비서로서 조국으로 돌아오던 여정, 민주 언론의 필요성을 느껴 잡지 ‘사상계’를 창간하게 된 과정 등을 자세하게 소개한다. 책을 지은 김민수씨는 머리말에서 “나날이 새로운 역사를 써 가고 있는 지금 이 순간, 장준하라는 이름이 더욱 각별하게 다가온다.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와 평화는 지난날 장준하 선생 같은 이들의 의지와 희생 위에서 싹트고 자라날 수 있었다”면서 “민주주의를 지키고 평화 통일이라는 과제를 풀어야 하는 우리에게 선생이 보여 준 신념과 용기와 행동은 여전히 소중한 가치다. 우리가 장준하라는 이름을 기억하고 잊지 말아야 하는 까닭”이라고 말했다. 268쪽. 1만 2800원.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죽창을 든 조선의 노비, 폭압에 맞선 분투의 기록

    죽창을 든 조선의 노비, 폭압에 맞선 분투의 기록

    조선에 반하다/조윤민 지음/글항아리/400쪽/1만 7000원숙종 26년인 1700년 겨울, 얼마 전 천민 신분을 벗어난 이명과 이가음이(李加音伊) 형제는 경북 상주 읍내의 한 기와집에 잠입했다. 이날만 기다리며 13년간 절치부심하던 형제는 사랑채에 머물고 있던 한 양반을 살해했다. 그는 세상을 떠난 노비 출신 아버지의 옛 상전이었다. 철종 11년인 1860년에는 경희궁과 인근 관청에서 보수 작업을 하던 목수들이 포도청에 난입해 닥치는 대로 시설을 때려 부수고 관원과 하졸들을 마구잡이로 구타했다. 그 다음해인 1861년에는 30대 중반의 조만준이라는 남자가 왕실 사당에 행차하는 임금의 가마에 주먹만 한 돌멩이를 느닷없이 던져 가마 꼭대기의 황금 봉황 장식을 부러뜨렸다.신분 차별이 엄격했던 조선시대, 밖으로 뛰쳐나온 하층민들이 감행한 이 같은 행위를 보면 절로 떠오르는 속담이 있다.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한다’. 괜히 꿈틀한 건 아니었을 것이다. 힘없고 보잘것없는 미물이라도 극심한 횡포 앞에서는 절로 분노하게 되는 법이다. 신간 ‘조선에 반하다’는 조선시대 주류 흐름과 지배 세력에서 벗어나 있었던 ‘외부자’ ‘이탈자’ ‘탈락자’들이 싸우고 분투한 기록이다. 책은 도대체 왜 이들이 자신과 가족의 목숨을 내던지면서까지 반역을 할 수밖에 없었는지 속사정을 들여다본다. 저자에 따르면 “살아야 한다는 절박함은 순응하던 백성을 시위와 난동의 주역인 난민(亂民)으로 만들었다”. 미천한 신분인 아버지를 채찍으로 매질해 죽인 양반 상전에 복수하기 위해서, 관청에 차출돼 일하면서 품삯을 제대로 받지도 못하는데 푼돈마저 포졸에게 탈취당하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 관료의 부정부패가 횡행해 백성이 도탄에 빠져 있지만 사명을 다하지 못하는 군주에게 의문을 제기하기 위해서 백성들은 나름의 방식으로 ‘생존 투쟁’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 난동을 주도한 백성들이 바라는 것은 단 하나, “권세를 앞세운 폭압을 중단하고 행정과 법을 빙자한 수탈을 멈춰 달라는 것”이었다.파편처럼 곳곳에서 일어났던 개인들의 저항은 시간이 지나면서 지배층에 전면적으로 맞서는 집단적인 움직임으로 거듭난다. 17세기 미륵과 생불이 새로운 세상을 열어 줄 것이라고 굳게 믿었던 사람들이 승려와 무당의 통솔 아래 정치변란을 일으키고, 조선 왕조의 몰락을 희구하며 ‘정감록’ 같은 예언서에 기댄 반란을 모의하기도 했다. 19세기에는 진주민란, 홍경래의 난 등 탐관오리들의 횡포에 맞서기 위해 농민들을 규합한 대규모 항쟁 바람이 전국 곳곳에서 불었다. 반란을 주동했던 사람 중 홍경래(1771~1812)의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는데, 평안도 지역의 세도 정치를 비판하면서 농민 반란을 일으킨 그의 봉기 의지는 반란의 후예들에게 두고두고 이어졌다. 오죽하면 그가 죽고 난 후인 1817년 전북 장수에 ‘홍경래 생존설’이 퍼졌고, 그로부터 9년 뒤인 1826년 청주에 걸린 괘서에도 홍경래가 거병을 도울 것이라는 내용이 등장했다. ‘홍경래 불사설’이 끈질기게 이어진 것은 그만큼 새로운 세상이 도래하길 바라는 백성들의 마음이 간절했다는 방증일 터다. 저자는 “명징과 미혹이 교차하고 진전과 좌절이 함께하는 역사의 난장판에서 제대로 발언할 기회를 갖지 못한 이들에게 외칠 자리 하나를 마련하려 한다. 압제의 대상에서 저항의 주체로 거듭난 이들의 몸짓을 헤아리면서 조선 지배층이 구축한 억압과 착취의 사회구조 한 자락이나마 들여다볼 수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때로 격렬하고 폭력적이었던 시위들이 단순히 지배 세력에 대한 저항의 발로였다고 정당화될 수는 없다. 다만 “반항은 한순간 한순간마다 세계를 재고할 대상으로 문제 삼는다”는 알베르 카뮈의 말처럼 분노와 투쟁의 기록을 살피는 일은 자못 중요하다. 부당함에 순응하지 않았던 인간의 의지를 확인하는 동시에 지금 이 시대의 이면을 되돌아볼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금요칼럼] 가짜뉴스와 정치 선동/계승범 서강대 사학과 교수

    [금요칼럼] 가짜뉴스와 정치 선동/계승범 서강대 사학과 교수

    국가 권력과 직결되는 의도적 거짓 정보부터 특정인을 겨냥한 악의적 험담에 이르기까지, 가짜뉴스(교묘한 왜곡 보도)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전광석화처럼 퍼지며 범람한다. 악의도 없고 특별한 피해도 야기하지 않는 가짜뉴스라면 만우절의 장난 정도로 봐 준다지만, 작금의 가짜뉴스는 건전한 사회적 신뢰를 파괴하고 서로 증오하게 하는 암적 존재에 다름 아니다. 도를 넘어도 한참 넘었다.그렇다고 가짜뉴스가 인터넷 시대의 전유물은 아니다. 동서고금의 역사에서도 헤아리기 힘들 정도로 비일비재하다. 특히 국가 권력 관련 가짜뉴스는 대개 정치 선동과 불가분의 짝을 이루어 작용하곤 했다. 64년 네로황제는 로마 대화재로 민심이 흉흉하자, 기독교인의 방화 때문이라는 가짜뉴스를 유포시켜 위기를 돌파했다. 1923년 일본의 관동대지진 때 발생한 조선인 학살사건도 혐오심리를 이용한 가짜뉴스의 유포가 결정적 계기였다. 권력 유지를 위한 가짜뉴스의 정치 선동은 조선 시대에도 빈번했다. 한 예로, 효종 때 북벌론(北伐論)을 들 수 있다. ‘북벌운동’은 교과서에도 나오는 것으로, 병자호란 때(1637년) 삼전도에서 당한 치욕을 씻기 위해 청나라 정벌을 준비하자는 움직임이었다. 그런데 우리가 학교에서 배운 이런 내용 자체가 가짜뉴스였다. 당시 조선의 피폐한 국력을 고려할 때, 조선의 청나라 공격이 실제로 가능하다고 믿은 이는 국왕부터 삼척동자에 이르기까지 거의 없었다. 그럼에도 국왕과 지배 양반층은 “원수를 갚자”는 정치 선동을 통해 민심을 규합하고 왕조를 유지할 수 있었다. 철저히 대내용 정치 선전이었던 것이다. 대한민국의 허약한 국력으로 볼 때, 이승만 정권이 휴전 후에조차 계속 외친 북진통일론도 그 의도는 북벌론과 매한가지였다. 1680년대에 청나라의 천하제패가 확실해지면서 국내용 북벌론조차 시의성을 상실하자, 그 바통을 이어 18세기를 풍미한 새 가짜뉴스는 ‘영고탑회귀설’(寧古塔回歸說)이었다. 청나라가 지금은 비록 강성해 보이지만 오랑캐의 나라가 100년을 넘기기는 어려우니, 저들이 중원에서 패배하면 자기들 본거지인 만주의 영고탑(닝구타)으로 쫓겨서 돌아올 텐데, 그 도중에 평안도와 함경도 일대를 경유하면서 우리에게 피해를 줄 수 있으니, 북변 방어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는 주장이 바로 회귀설이다. 얼핏 들으면 꽤 그럴 듯하지만, 이는 당시의 국제 정세를 의도적으로 호도했을 뿐 아니라, 청나라가 곧 망할 것이라는 주관적 희망 사항 내지는 종교 수준의 맹신에 기초한 공포심 조장에 다름 아니었다. 주로 서인과 노론 세력이 이런 설(썰)을 유포시켰는데, 이를 통해 그들은 북변의 군사력을 장악하고 권력의 장기 안정을 꾀할 수 있었다. 반공, 멸공, 적화통일, 남침, 주적 등의 구호가 20세기 후반 냉전시대에는 국민 사이에 잘 먹혔다. 오히려 당시로서는 가짜뉴스가 아니라 절실한 현안이었을 수도 있다. 그러나 21세기 지금도 여의도에서 저런 구호를 대놓고 외친다면, 그것은 차라리 현대판 ‘영고탑회귀설’이라 할 수 있다. 모처럼 다시 맞은 남북화해 평화구축 분위기를 비난하면서, 여전히 북한을 겨냥한 안보 불안을 극구 강조하는 가짜뉴스의 횡행은 조선 후기 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다. 최근 언론을 보아도, 국민의 불안 심리를 극대화하려는 가짜뉴스가 창일한다. 다양한 경제 지표의 자의적 침소봉대, 국민연금 관련 의도적 불안감 조장, 해외 원전 수주 관련 고의적 왜곡 보도, 전기요금 관련 악의적 헤드라인 등은 모두 객관적 사실과 합리적 해석을 전달해야 하는 언론의 기본을 스스로 저버린 행위다. 사실을 합리적으로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서는 ‘시민답게’ 늘 깨어 행동해야 한다.
  • 트럼프, 대북 제재 ‘이행’ ‘해제’ 카드 동시에… 北 비핵화 압박

    트럼프, 대북 제재 ‘이행’ ‘해제’ 카드 동시에… 北 비핵화 압박

    아베와 통화선 “강력한 제재 유지 약속” 北은 서해위성발사장 해체 중단 ‘불만’ 폼페이오 4차 방북 앞두고 수싸움 치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북 제재 ‘이행’과 ‘해제’라는 카드를 동시에 꺼내 들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4차 방북을 통해 북한의 구체적인 ‘비핵화 행동’을 이끌어 내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세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22일(현지시간) 정례브리핑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이날 전화로 북한에 대한 강력한 제재를 유지하기로 약속했다”고 밝혔다. 2개월여 만에 이뤄진 미·일, 두 정상의 전화 통화는 ‘미국 측’의 요청으로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 정가는 미국이 북한에 비핵화 행동을 하지 않으면 강력한 대북 제재를 이어 갈 것이라는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라는 해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오후 웨스트버지니아에서 열린 집회에서 “지난 3개월 동안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제재를 풀지는 않았다”면서 “(대북) 제재를 빨리 풀어 주고 싶지만 북한이 핵을 제거해야 한다”고 말했다. 비록 ‘선 비핵화’라는 전제를 달긴 했지만 북한이 원해 온 ‘대북 제재 해제’라는 ‘당근’을 명확히 제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채찍과 당근 약속을 한꺼번에 풀어놓은 것이다. 북한은 대미 협상에서 속도 조절을 하며 협상력을 강화하고 있다. 미 북한전문매체 38노스가 지난 16일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의 서해위성발사장 위성 사진을 분석한 결과, 엔진시험대에서 새로운 해체 활동이 감지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로켓 발사 지지용 선로에 장착된 구조물을 해체하는 작업도 중단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 3일 촬영된 사진에서 활발한 해체 작업이 감지됐던 것과 대조를 이룬다. 북한이 의도적으로 서해위성발사장 해체의 완급을 조절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남 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가 23일 “종전선언 발표로 군사적 대치가 끝장나면 조미 간 신뢰 조성 분위기가 마련되고 새로운 전진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한 것도 북측의 불만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 매체 메아리는 “북·미 및 남북 관계가 교착 상태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것은 미국의 대북 제재 때문”이라면서 “관계 개선과 제재는 절대 양립될 수 없다”고 미국을 정면 비판했다. 워싱턴의 한 소식통은 “폼페이오 장관의 4차 방북이 임박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북·미가 비핵화 협상의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해 치열한 수 싸움을 벌이고 있다”면서 “9·9절을 앞둔 북한도, 측근들의 유죄 판결 등으로 국내 정치에서 수세에 몰린 트럼프 대통령도, 협상의 ‘성과물’이 절실한 시점”이라며 북·미 간 ‘종전선언’과 ‘핵 신고서’의 빅딜을 점쳤다. 워싱턴 한준규 특파원 hihi@seoul.co.kr
  • 비 맞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사진 공개 ‘눈길’

    비 맞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사진 공개 ‘눈길’

    17일 비를 맞으며 걸어가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모습이 공개되 눈길을 끈다. 김정은 위원장이 강원도 원산 갈마해안관광지구와 평안남도 양덕군의 온천지구를 시찰했다고 이날 조선중앙통신은 전했다.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 동지께서 리설주 동지와 함께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 건설장을 현지 지도 하시었다”며 공사 진행 상황을 전반적으로 돌아봤다고 보도했다. 노동신문도 이날 1면에 사진과 함께 김정은의 시찰 활동 소식을 전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애국지사 김산의 아들 “지금 한민족, 새 발자취 만들어”

    애국지사 김산의 아들 “지금 한민족, 새 발자취 만들어”

    김산 ‘한국의 체 게바라’로 불린 혁명가 항일군정대학서 물리학·수학 등 가르쳐 아들 고영광씨 “내 성은 고려에서 따와”“내 성 ‘고’는 ‘고려’에서 따온 것이라오.” 혁명가의 늙은 아들은 비록 아버지의 성을 따르지 못했지만 그의 이름은 고려의 영원한 빛이라는 뜻처럼 빛났다. ‘한국의 체 게바라’로 불리는 애국지사 김산(1905~1938년)의 아들 고영광(81)씨는 성의 유래를 설명하며 자랑스러운 웃음을 지어 보였다. 15일 중국 베이징 한국대사관에서는 중국 인민군해방가를 작곡한 정율성 지사의 딸 정소제씨, 대한민국 임시정부 비서로 일한 김동진 지사의 딸 김연령씨 등 독립유공자 후손 7명을 초청한 광복절 경축식이 열렸다. 이 자리에서 고씨는 “광복 73주년이라는 것 자체가 한민족에게 매우 크고 기쁜 일”이라고 말했다. 그가 한 살 때 처형당한 아버지 김산(본명 장지락)은 미국 여성 언론인 님 웨일스가 쓴 ‘아리랑의 노래’를 통해 불멸의 혁명가로 남게 됐다. 평안북도 용천 출신인 김산은 3·1 만세시위운동 이후 중국 대륙을 누비며 전 생애를 혁명에 바쳤으나 일본 스파이로 몰려 극비리에 처형되었고 이후 덩샤오핑이 집권하면서 1983년 누명을 벗고 복권됐다. 김산은 1920년 신흥무관학교에서 군사학을 배운 뒤 상하이 임시정부 기관지인 ‘독립신문’의 교정원 및 인쇄공으로 일했다. 1925년 중국 공산당에 입당했고, 베이징에서 1·29 학생운동이 일어나자 허베이성 스자좡에서 4000여명의 학생이 참가한 대규모 시위를 주도했다. 공산당의 요청으로 옌안 항일군정대학에서 물리학, 화학, 수학, 일본어, 한국어를 강의하다 님 웨일스를 만나 ‘아리랑의 노래’를 구술하게 된다. 고씨는 웨일스를 직접 만난 적은 없지만 편지를 교환했으며 “김산의 희생은 인류 역사상 가장 비극적인 희생이었다”란 회신을 받았다고 밝혔다. 또 웨일스는 “아들을 한 명 두었으니 김산은 가치 있는 인생을 살았다”며 ‘아리랑의 노래’ 영문 초판을 보내줬다고 소개했다. 김산의 불꽃 같은 삶은 여러 차례 영화나 드라마로 만들려는 시도가 있었으나 결국 성공하지는 못했다. 고씨는 “아버지의 생애가 영화화된다면 ‘아리랑의 노래’에 따라 만들어지고 다른 이야기를 창조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73년 동안 남과 북이 모두 아름다운 국가를 건설했으며 이제 한민족이 새로운 발자취를 만들어 가고 있다”며 “남북 정상이 이미 두 번 악수했고, 오는 9월에 제3차 정상회담을 하는데 73년간의 노력이 오늘 이 뜻깊은 자리를 만들었다”고 강조했다. 베이징 윤창수 특파원 geo@seoul.co.kr
  • 68년 만에 두 아들에게 전해진 美 참전용사 아버지의 ‘군번줄’

    68년 만에 두 아들에게 전해진 美 참전용사 아버지의 ‘군번줄’

    “아버지 자랑스럽다”… 주저앉아 눈물“68년 만에 아버지의 군번줄을 찾았다는 소식에 그 자리에 주저앉아 울고 말았어요.”녹슨 군번줄로 돌아온 아버지를 맞이한 장남 찰스 맥대니얼 주니어(71)는 8일(현지시간) 6·25 전쟁에 참전했던 아버지를 그리워하며 아픔을 회상했다. 그는 “대부분의 사람은 아버지 없이 살아야 했던 우리 형제의 아픔을 잘 이해하지 못할 것”이라면서 “국방부로부터 아버지의 인식표를 찾았다는 연락을 받았을 때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라 한동안 감정을 달래야 했다”고 말했다. 이어 “6·12 북·미 정상회담에서 북한이 6·25 전쟁 당시 사망한 미군의 유해를 송환한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 ‘아버지가 포함될 수 있겠다’는 막연한 기대는 했다”고 덧붙였다. 미 국방부 기관지인 ‘성조지’에 따르면 유해 55구와 함께 북한에서 유일하게 건넸던 미군 인식표(군번줄)의 주인은 찰스 H 맥대니얼 상사로, 인식표에는 ‘McDaniel, Charles H RA17000585’라는 이름과 군번이 뚜렷이 새겨져 있었다. 전쟁포로·실종자확인국(DPAA)은 이날 버지니아주 알링턴에서 전달식을 열고 1950년 11월 평안북도 운산전투에서 전사한 것으로 추정되는 육군 상사 맥대니얼의 군번줄을 아들인 찰스 맥대니얼 주니어(71)와 래리(70)에게 전했다. 맥대니얼 상사가 전사할 당시 이들은 각각 세 살과 두 살이었다. 차남인 래리는 “아버지에 대한 기억이 전혀 없지만 난 애국자인 아버지를 진심으로 존경하고 자랑스럽게 여긴다”면서 “인식표는 가장 의미 있는 장소인 인디애나폴리스(고향)에 보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디애나 출신의 맥대니얼 상사는 의무부대 소속으로 1950년 8월 파병됐다. 8기병연대는 중공군의 기습 공격으로 상당한 병력을 잃었고, 특히 3대대의 손실이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DPAA는 이날 “당시 동료 의무부대원은 중공군의 포위 속에서 맥대니얼이 전사했다고 증언했다”고 전했다. 맥대니얼 상사의 인식표는 발견됐지만 그의 유해가 55개의 상자에 실제 들어가 있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이날 DPAA는 전달식에 참석한 차남의 구강 상피세포를 현장에서 채취했다. 워싱턴 한준규 특파원 hihi@seoul.co.kr
  • [집중 분석] 김정은 ‘40일 경제시찰’ 비핵화·민생발전 의지

    [집중 분석] 김정은 ‘40일 경제시찰’ 비핵화·민생발전 의지

    평안북도→함경북도→강원도→황해남도 6월말부터 北 전역 시계방향으로 훑어 사업장 22곳 방문… 작년 1년치보다 많아 “비핵화 전제로 경제 올인 의지 보여준 것”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경제 분야 현장 지도를 위해 지난 6월 30일부터 40일간 북한 전역을 방문하고 있다. 평안북도를 시작으로 양강도, 함경북도, 강원도, 황해남도 등을 시계 방향으로 훑는 ‘국토 순회’ 동선으로 이례적으로 장기간 이뤄지는 현장 지도다. 대외적으로는 비핵화 의지를 보여 주는 한편 대내적으로는 남북 및 북·미 관계 개선으로 전쟁의 위협이 상대적으로 줄어든 상황에서 민생 발전에 매진하자는 뜻을 알리려는 의도로 분석된다. 북한 노동신문은 지난 6월 30일과 7월 1일 김 위원장이 서북쪽 중국 접경 지역인 평안북도 신도군 갈(갈대)종합공장, 신의주 화장품공장·화학섬유공장·방직공장 등을 방문했다고 보도했다. 또 지난달 10일에는 북동쪽 중국 접경 지역인 양강도 삼지연 감자가루 생산공장에 들렀다고 보도했다. 지난달 14일부터 16일까지 김 위원장은 함경북도 락산바다연어 양어 사업소를 시작으로 동해안을 따라 남하하면서 함경북도 청진가방공장, 경성 온포휴양소, 염분진호텔건설장, 중평리 남새공장, 어랑천발전소 건설장 등을 방문했다. 노동신문은 지난달 24~26일에는 김 위원장이 강원도 122호 양묘장·원산영예군인가방공장·송도원종합식료공장 등을 들렀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지난 6일과 8일에는 서남 지역인 황해남도 삼천메기공장과 금산포젓갈 가공공장를 방문했다고 보도했다. 40일간 방문한 사업소만 22개로 지난해 1년 내내 방문한 20곳보다 더 많다. 함경북도를 방문했을 때는 “정말 너절하다”, “말이 안 나온다”, “돼먹지 않았다”, “뻔뻔스러운 행태” 등의 격한 표현으로 내각, 당 경제 부문 책임자, 함북도당 간부들을 질책한 것이 그대로 보도됐다. 그만큼 경제발전이 시급하다는 의미로 분석된다. 또 김 위원장은 매해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했던 김일성 주석의 사망일(7월 8일)에도 현장 지도에 나서는 등 경제 시찰을 최우선으로 삼는 행보를 보였다. 현장 지도는 김일성 주석 때부터 권위를 강화하기 위해 사용하던 수단이다. 이번에도 경제문제를 직접 챙기면서 북한 주민들의 지지 기반을 다지려는 것으로 보인다. 또 지난 4월 핵·병진 노선의 종료가 대미 홍보를 위한 것이 아니라 비핵화를 전제로 경제발전에 모든 것을 걸겠다는 의지였음을 보여 준 것으로 분석된다. 일각에서는 이번 일정이 경제 분야에 주로 포진한 ‘40·50대 유학파 신진 세력’의 작품이며 따라서 경제 분야에서 인재의 세대교체가 서서히 이뤄질 거라는 관측도 나온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김 위원장이 지방 경제 현장을 뛰어다니는 자신감을 보면서 북 주민들은 북·미 정상회담으로 대미 전쟁 위협이 줄었다고 생각할 것이기 때문에 안보 불안감도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 남재희 전 노동장관 “자존심 대신 현실감각으로 북핵국면 주도해야”

    남재희 전 노동장관 “자존심 대신 현실감각으로 북핵국면 주도해야”

    “자존심 대신 현실감각으로 북핵 국면을 주도해야 합니다. 국제 정세를 냉정하게 바라보면서도 국익을 위해 현명한 대처가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협치가 어느 때보다 중요하지만 ‘수구세력이 반전을 노린다’는 식으로는 불가능합니다.” 남재희(84) 전 노동부 장관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논객이자 정치평론가로 손꼽힌다. 서울신문 주필 등 언론인 출신으로 4선 국회의원과 장관 등을 지내며 언론과 정치 등 각 분야에서 뚜렷한 족적을 남겼다. 장관 재임 당시에도 노동계의 무노동 부분임금을 지지하면서 ‘비판적 보수주의자’라는 평가를 받았다. 2000년대 이후에는 웅숭 깊은 진보적 색채의 칼럼으로 우리 사회에 지표를 제시하고 있다. 지난 6일 서울 광화문 프레스센터 관훈클럽에서 만난 그는 팔순이 넘은 나이에도 형형(炯炯)한 눈빛으로 북핵 등 국제 정세와 한국 정치에 대해 막힘 없이 고견을 풀어냈다. -요즘 북·미 회담을 보면 마치 외줄타기 하는 광대를 눈 앞에 둔 듯 하다. 연일 냉·온탕을 오가고 있는데 어떻게 될까. =미국이나 북한이나 최고도의 전략 전술을 발휘하는 거다. 미국은 회담 과정에서 두 개의 목표가 있었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북핵의 제거다. 트럼프 미 대통령 취임 직후 일본 국제정치학자가 ‘북한 문제에 있어 트럼프 대통령이 가장 먼저 할 시도는 미국에 도달할 수 있는 핵 장착 미사일의 제거이고, 그 다음이 북핵일 것’이라고 분석하던데 맞는 이야기다. 싱가포르 북·미 회담에서 ICBM 해결은 끝난 것 같다. 트럼프 입장에서는 오는 11월 중간선거에 활용할 카드가 생긴 셈이다. ‘내 업적은 ICBM을 제거한 것이다. 이로써 미국은 북핵으로부터 안전하다’는 것이다. 트럼프가 계속 북핵 협상에 낙관적인 이유다. 하지만 북한에게 핵은 유일한 밑천이다. 마지막 카드를 내놓는 건데 최고가로 흥정하는 게 당연하다. 그러나 북한은 핵 하나만으로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불가침협정, 수교, 원조 등 여러가지를 다 해결해야 한다. 협상이 오래 걸릴 수 밖에 없다. 한국전쟁 당시 1년 간 전쟁이 벌어진 뒤 나머지 2년 간은 협상이 동시에 진행됐다. 공산권 협상은 전쟁과 협상이 거의 비슷한 비중으로 이뤄진다. 공격하면서도 대화하고 대화하면서도 공격을 가하는 ‘타타담담(打打談談) 담담타타(談談打打)’가 그것이다. 나라도 마지막 카드는 쉽게 버리지 않을 거다. -판이 아예 깨질 가능성은 없나. =트럼프가 ICBM을 이용해 중간선거를 막더라도 여러 난제들이 있다. 북핵 말고도 이란·시리아 등 중동 문제도 복잡하다. 동북아 전체로 봐서도 러시아와 중국 등과 해결할 문제가 간단치 않다. 그러니 북한 문제가 추가적으로 악화되는 걸 원치 않는다. 쾌도난마 식으로 북한을 쑥대밭으로 만들 수도 없다. 북한도 판을 뒤엎을 처지가 못 된다. 국제 사회의 공론도 무시 못한다. 북한을 괴멸시키는 대신 북한의 생존을 인정한다는 식으로 인식이 바뀐 상태다. 그러니 결국 북미 긴장이 풀리는 방향으로 갈 거다.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에 우호적이라는 점도 북에게는 큰 힘이다. 다만 장기적으로 북한에도 변화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쿠바의 경우 결국 카스트로 형제들이 다 물러나고 다른 이들이 집권하고 있다. 쿠바 모델이 북에 재현되지 않으리라는 법은 없다. -주한미군 주둔 인정 여부도 문제가 될 수 있는데. =김대중 전 대통령이 2000년 6·15 남북정상회담 때 ‘북한도 주한미군 주둔을 인정한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이 직접 이야기한 건 아니다. 김 전 대통령이 그런 심증을 가졌다는 것이다. 북한은 주한미군 주둔을 미리 인정하지는 않을 거다. 주둔의 불가피성은 이해하지만 바겐 포인트를 스스로 버릴 이유가 없지 않냐. 협상할 때는 미군 철군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최종적으로는 주한미군을 인정할 수 밖에 없다. 국제정치의 큰 흐름으로는 미국의 동북아 정책을 수용하지 않고는 다른 방법이 없다.-중간자로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역할은. =김대중 전 대통령이 아들 부시 대통령을 만났을 때 ‘디스 맨’이라고 지칭했다. 우리 식으로는 ‘이 자’에 해당한다. 매우 모욕적인 발언이었다. 오바마 대통령 당시 재임했던 로버트 게이츠 전 국방장관도 회고록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을 지칭해 ‘크레이지(Crazy)’라는 표현을 썼다. 우리 식으로는 ‘괴짜’ 정도에 해당한다. 노 전 대통령이 미국 입장에서는 까다롭고 불쾌했다는 것이다. 반면 문재인 대통령은 미국의 비위를 거스르지 않기 위해 강경화 외무장관 등을 계속 특사로 보냈다. 그 덕분에 아직 미국과의 관계는 부드러운 것 같다. 다만 창피한 일이지만 우리 입장에서 미국의 국익이라는 미국 정부의 기본 라인은 건드릴 수 없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 6월 계간지 ‘황해문화’ 발간 100호 기념 심포지엄에서 발표된 개번 맥코맥 호주국립대 태평양아시아학과 교수의 진단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맥코맥 교수에 따르면 2000년대 말 집권한 일본 민주당 정권은 미국 중심 외교에서 벗어나 자주외교를 시도했다. 그때 나온 말이 오키나와 미군 기지 이전이다. 당시 하토야마 유키오 전 일본 총리는 제국주의 문화를 청산하기 위해 노력한 정치인이다. 방한 당시 서대문 형무소에서 무릎까지 꿇은 사람이다. 그러나 일본 민주당 정권의 단명은 미국 외교라인과의 마찰이 한 요인이 됐다는 게 국제정치학계의 정설이다. 일본보다 외교력이나 경제력이 약한 한국은 더 말할 게 없다. 미국을 벗어난 자주 외교는 쉽지 않다. 그게 우리 앞에 놓인 운명이다. 사대에 대해서도 나쁘게 볼 필요는 없다고 본다. 사대는 약소국의 생존 전략이기 때문에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조선은 사대 정책을 펴왔지만 그걸 욕하기는 어렵다. 이승만 정부 때인 1951년부터 1955년까지 외교를 이끈 변영태 외교부장관이 퇴임 뒤 사석에서 “중국 주변국 중 화교가 자리를 못 잡은 나라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우리 조상들의 사대외교가 능수능란하고 현명했다는 점을 방증한다”고 설명하더라. 노예근성을 갖자는 건 절대 아니다. 그러나 한·미 관계에서도 자존심만 내세울 건 아니다. 현실감각을 갖고 접근해야 한다. 남로당 경북도당 간부였다가 전향했던 박진목씨가 과거에 언론인들과 친했다. 그는 한국전쟁 중 평양 밀사로 가서 이승엽 당시 국가검열상과 협상을 벌였던 인물이다. 박씨의 지론은 “과거 남로당이 생각을 잘못 했다. 그 막강한 일본 제국주의 군대를 물리친 미군을 상대로 남로당 몇몇이 ‘물러나라’고 투쟁했으니 계란으로 바위 치기가 아니겠냐”는 것이었다. 중국이 미국에 맞서는 강대국으로 부상하고 있지만 아직 시간이 필요하다. 미국의 외교 전문지 ‘포린 어페어스’는 중국의 부상과 동북아 정세를 일컬어 ‘빙하를 움직이는 일’(Moving Ice Glacier)라고 표현한다. 강대국 입장에서 빙하는 한반도다. 빙하가 움직이려면 몇 십년 몇 백년이 걸린다. -문재인 정부에 대한 평가는. 출범 초에 혁명적 상황에서 만들어졌으니 혁명적 대응을 해야 한다고 주문하기도 했는데. =1960년 4·19 이후 장면 정부는 혁명적 상황을 비혁명적인 해법으로 일관했다. 군의 부정부패를 그대로 방치했다. 혁명적 상황에서는 최소한 반 정도는 혁명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시대 조류에 씻겨 내려간다. 그런 면에서 현 정부는 반 쯤은 혁명적인 색깔을 드러냈다는 면에서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기무사 해체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쿠데타의 원조인 기무사를 이번 기회에 해체해 개편해야 한다. 최근 경제가 안 좋다. 근로시간 단축이나 최저임금 상승 등을 원인으로 지목하지만 미국을 제외한 전 세계적인 경기 하락이라는 해외 요인이 더 크다. ‘삼성 투자 구걸’ 논란도 일종의 소아병적 반응이다. 대범하게 바라봐야 한다. -지방선거 압승 이후 여당의 탈주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많은데. =우리나라의 기본적인 정치 지형은 보수가 강하다. 이는 남북이 분단됐기 때문이다. 세부적으로는 북한에서의 상층 인텔리들이 월남을 하면서 남쪽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했다. 개신교만 해도 평안도 출신의 보수적인 예수교장로회가 주역이 되고, 함경도 기반의 진보적인 기독교장로회는 소수가 됐다. 예장을 대표한 한경직 목사도 보수적인 색채가 매우 강했다. 미국의 영향력도 엄청났다. 미국이 길러낸 군, 학자, 언론 등 분야의 인물들이 얼마나 많은가. 미국 문화가 압도적이다 보니 보수가 강할 수 밖에 없다. 그에 반해 진보는 아예 없다시피 하다. 한국전쟁으로 일단 궤멸됐다가 조봉암 진보당 당수가 사형당하면서 더 위축됐다. 4·19 혁명 이후 잠시 머리를 들었지만 5·16 군사정변으로 또 다시 사라졌다. 1980년대 이후 학생운동 정도가 진보의 명맥을 이은 것이다. 정치 지형만 놓고 보면 어쩌다가 노무현 정부가 들어섰다가 문재인 정부로 이어온 것이다. 진보 정부라도 제대로 된 진보가 아닌 약한 진보다. 김대중 정부는 아주 약한, 노무현 정부와 문재인 정부는 조금 약한 진보 정부다. 이에 반해 이명박·박근혜 정부는 강한 보수였다. 그런 면에서 문재인 정부가 높은 지지율을 보이고 있지만 낙관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다. 다만 박근혜 정부가 완전히 망치고,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막말정치를 일삼으면서 보수가 힘을 못 쓰고 있다. 박근혜 정부의 실정에 책임이 있는 한국당은 연옥을 거쳐야 다시 살아날 수 있다. 엄청난 자정 노력 숙청, 반성 등 재생을 위한 노력이 뒤따라야 했지만 연옥을 안 거치니 안 되는 거다. 김병준 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점잖게 나가고 있지만 위기에 부딪혔을 때 어떤 행태를 보일 지 지켜봐야 한다. -그렇기에 평소 협치를 강조한 게 아닌가. 청와대도 협치내각을 구상 중이다.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후보인 이해찬 의원 관련 기사를 가리키며) 이 의원이 자꾸 말을 잘못 한다. 협치하자고 하면서 “수구세력이 반전을 노린다”고 이야기하면 되겠냐. 여당이 원내 과반수에 미달하면 야당을 슬슬 구슬러야 한다. 같은 표현이라도 ‘개혁이 더 필요하다’고 말하면 되는데 이렇게 자극하면 될 일도 안 된다. 한국당과의 협치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더라도 그런 입장을 취해야 한다. 끌어들이지 못할 망정 도발하는 건 맞지 않다. 이 의원은 문 대통령과 갈등을 빚을 수도 있다. 대통령과 여당 대표가 껄끄러운 관계로 가면 안 되는데 문 대통령에게 부담을 줄 것이다. ‘나(이 의원)는 (예전에) 총리였고 넌(문 대통령) 민정수석이었고, 난 (운동권) 선배고 넌 후배’ 이런 식의 모습을 보일 가능성이 커 보인다. -연동형 비례대표제 등 개헌을 통한 선거구제 개편 논의도 활발하다. =박명림 연세대 교수가 10년 전 쯤에 발표한 논문을 보면 전 세계 인구 대비 적정 의원수는 우리나라가 500명 정도이고, 단원제를 감안하면 350명 정도가 적정한 것으로 나온다. 의원수를 현재보다 늘리는 데 대해 국민들의 반감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가 숙제다. 안철수 전 바른미래당 의원이 정치 일성으로 의원수를 줄이겠다고 말하는 것을 보고 ‘안철수는 끝났다’고 주변에 이야기했다. 의원 수를 줄이자는 건 정치를 전혀 모르는 거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도 유럽식 선진 정치에 접근할 수 있다는 생각에 2015년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제안했을 것이다. 나도 국회의원에 5번 출마해서 4번 이겼다. 상대방보다 약간의 표만 먹으면 권력의 전부를 먹는 거다. ‘올 오어 낫씽’(All or Nothing)이다. 이건 국회가 민의를 제대로 반영하고 있다고 말할 수 없다. ‘비례는 대표의 원리요, 다수는 결정의 원리’라는 게 정치학의 기본 아닌가. 대통령 임기와 관련해서는 4년 중임제가 좋다고 생각하지만 5년 단임제 역시 무리하게 바꿀 필요는 없다고 본다. 1987년 개헌 과정에서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세 유력 정치인이 서로 번갈아가며 대통령이 되기 위한 속내로 5년 단임을 지지한 측면이 강하다. 지금은 속도가 중요한 4차 산업혁명 시대다. 이젠 10년이 아닌 5년이면 강산이 변한다. 내각책임제는 우리 현실에서는 절대 안 된다. 국회의원들이 서로 자리다툼에 골몰해 내각이 몇 개월 만에 무너지는 상황이 반복될 수 있다. 싸움하다가 볼일 못 볼 수 있다. 제2공화국 당시에도 헌법에 대통령과 총리의 권한이 분명히 구분돼 있었지만 윤보선 전 대통령과 장면 전 총리는 권력을 놓고 서로 암투를 일삼았다. -경제 면에서는 빈부격차 심화가 사회정의 문제 뿐 아니라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는다는 의견도 많다. =추미애 민주당 대표가 지난해 헨리 조지를 언급하며 강조한 것처럼 지대추구의 특권이 용인되는, 곧 땅으로 빈부격차가 심화되는 건 큰 문제다. 일본 파나소닉 창업자이자 ‘경영의 신’으로 불린 마쓰시다 고노스케 회장은 “땅은 공기나 물과 같다”고 말했다. 하늘이 주고 다른 것과 대체할 수 없는 땅을 독과점하는 건 부당하다는 것이다. 땅의 독점을 통해 엄청난 이익이 발생하고, 그에 따라 빈부격차가 심화된다면 당연히 정부 정책으로 해결돼야 한다. 다만 노무현 정부 때 그렇게 많이 올리지도 않았지만 종부세 인상으로 벼락을 맞았다. 속도는 알게 모르게 해야 한다. ‘오리털 뽑듯이 올린다’는 표현이 가장 적절하다. 원래 오리털은 펜촉으로 쓸 용도로 뽑았다. 오리털을 뽑으면 상처는 안 나지만 오리는 매우 아파한다고 하더라. 그래도 오리털은 뽑아야 한다. -얼마 전 한 언론(프레시안)에 노회찬 정의당 의원의 죽음을 애통해하는 글을 썼다. =노 의원보다는 심상정 의원과 더 가깝다. 하지만 노 의원과도 술자리를 갖는 등 잘 어울려 다녔다. 내가 인정하는 ‘구라’는 3명이다. 소설가 황석영과 유홍준 명지대 석좌교수, 그리고 노 의원이었다. 구라는 과장과 재치가 합쳐져야 가능하다. 황석영은 소설가로 1급, 유홍준은 미술평론으로 1급, 그리고 노 의원은 언어를 사용하는 정치인으로 1급이었다. 한국 정치 언어의 품격을 높인 그가 그런 선택을 해 애석하기 짝이 없다. 이두걸 논설위원 douzirl@seoul.co.kr
  • 北, 동창리발사대 추가해체 진행… 영구 폐쇄 신호탄

    北, 동창리발사대 추가해체 진행… 영구 폐쇄 신호탄

    38노스 “수직엔진실험대 하부도 해체 벙커 내 연료·산화제 탱크도 제거한 듯” 발사대 해체는 ‘북미 합의’ 넘어선 조치 유엔 사무총장 “비핵화 위해 방북할 수도”북한이 평안북도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뿐 아니라 수직 엔진실험대와 발사대도 해체 작업을 추가로 진행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의 북한 전문매체인 38노스는 7일(현지시간) 지난 3일 촬영된 위성사진을 분석한 결과 “북한이 엔진 연소 실험장의 ‘수직 엔진 실험대’ 하부 구조물 해체 작업을 지속하고 있으며, 해체된 벙커에서 연료와 산화제 탱크도 제거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38노스는 지난달 20일과 22일 촬영된 위성사진을 검토해 북한이 발사장의 실험대 상부 구조물을 분리하는 등 동창리 발사장 해체를 시작했다고 분석했었다. 서해위성발사장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6·12 북·미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해체를 약속한 곳이며, 수직 엔진실험대는 탄도미사일과 위성발사체 엔진 개발의 핵심 설비다. 또 엔진실험대뿐 아니라 발사대의 해체 움직임도 포착됐다. 사진에는 로켓 발사 지지용 선로에 있는 처리·운반용 구조물과 관련된 작업이 진행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미 발사대 서쪽 벽의 3분의2, 북쪽 벽의 3분의1이 제거됐고, 관련 부품은 인근 대지에 적재돼 있었다. 지난달 촬영된 위성사진보다 건물 앞에 세워진 차량 등도 대폭 늘어 10여대 규모로 파악됐다. 38노스는 전반적으로 해체 활동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해석했다. 조지프 베뮤데즈 38노스 연구원은 수직 엔진실험대의 경우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해체를 약속한 것이지만, 발사대의 경우 그 약속을 넘는 진전된 조치라고 평가했다. 그는 “엔진실험대의 콘크리트 기반, 발사대의 갠트리(통 받침대) 타워와 발사대 기반 등을 파괴하는 것은 북한 내 어디에도 이와 동등한 능력을 갖춘 시설이 없다는 점에서 영구적이고 돌이킬 수 없는 조치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뉴저지주 베드민스터의 한 골프클럽에서 가진 재계 인사들과의 만찬에서 “북한이 지난 6월 싱가포르 합의 사항을 잘 지키고 있다”면서 “핵 프로그램 폐기에도 진전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하며 ‘대북 협상 회의론’을 일축했다고 AP통신 등이 전했다. 한편 일본을 방문 중인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8일 NHK와의 인터뷰에서 “비핵화 실현을 위해 다양한 수단을 써야 하며 내가 북한을 방문하는 것이 의미 있는 상황을 낳는다면 방북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북·미 간 협상에 대해 “일진일퇴하는 것은 있지만 우리는 흔들림 없는 결의를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워싱턴 한준규 특파원 hihi@seoul.co.kr 도쿄 김태균 특파원 windsea@seoul.co.kr
  • 김정은도 더웠나…망사모자에 흰 반팔 차림으로 공장 시찰

    김정은도 더웠나…망사모자에 흰 반팔 차림으로 공장 시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이례적으로 가벼운 옷차림으로 공장 현장 시찰에 나서 눈길을 끌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 위원장이 황해남도의 금산포젓갈가공공장을 시찰했다고 8일 보도했다. 중앙통신은 이날 “김정은 동지께서 리설주 동지와 함께 금산포젓갈가공공장을 현지지도하시었다”면서 지난해 김정은 위원장 방문 이후 이 공장이 집행한 과업과 제품 생산 상황 등을 파악했다고 전했다. 중앙통신이 보도한 사진 속에서 김정은 위원장은 평소 즐겨입는 인민복 상의를 벗고 얇은 소재의 흰색 반팔 티셔츠 차림으로 공장을 둘러보고 있다. 베이지색 망사 모자도 눈길을 끈다. 회색 인민복 상의는 동행한 부인 리설주 여사가 들고 있는 모습도 포착됐다. 북한도 최근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일부 지역에서 낮 최고기온이 40도를 넘는 등 연일 최악의 폭염이 이어지고 있다. 통신에 따르면 김정은 위원장은 공장이 지난해와 올해 젓갈 시제품 30여종을 완성하고 7가지의 젓갈품 총 수백t을 생산했다는 등의 보고를 받은 뒤 치하했다. 이어 김정은 위원장은 “기업전략, 경영전략을 바로 세우고 선진기술을 적극 탐구 도입하라”며 엄격한 공정·제품검사로 품질을 담보하고 생산의 과학화·현대화 수준을 높이라고 당부했다. 특히 ‘소비자’인 주민들의 평가와 요구를 제품 개발에 적극 반영하라는 주문을 강조한 점이 주목됐다. 김정은 위원장은 서해 수산자원을 최대한 활용해 평양과 서해안 주민들에게 젓갈 제품을 판매해야 한다면서 “시제품들을 생산하는 데만 그치지 말고 수요대로 생산하여 팔아주며 인민들의 평가에 귀를 기울이고 제품의 질적 발전을 위한 착상을 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처음 건설하는 젓갈가공공장이어서 생산성이 담보되겠는가 하는 걱정이 없지 않았는데 산더미같이 쌓아 놓은 젓갈 제품들을 보니 자부심이 생긴다”, “서해 포구의 보물고”라며 운영 실태에 만족감을 표했다. 최룡해 노동당 조직지도부장과 황병서·조용원·오일정·김용수 등 당 간부, 김창선 국무위원회 부장이 이번 시찰에 동행했으며 서홍찬 인민무력성 제1부상이 현지에서 김정은 위원장을 맞이했다. 황해남도 은률군 능금도에 있는 금산포젓갈가공공장은 북한에서는 처음으로 조성된 현대적 젓갈 가공공장으로 군(軍)이 운영을 맡고 있다. 김정은 위원장은 2015년 3월 공장 건설 현장을 방문한 데 이어 지난해 1월에도 시찰하는 등 이 공장에 큰 관심을 보여 왔다. 김정은 위원장은 6월 말부터 평안북도·양강도·함경북도·강원도·평양 등지의 경제현장을 잇달아 시찰했으며 최근에는 황해남도를 방문하고 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홍콩 가수 엘렌 루 사망, 소속사 측 “몇 년 동안 ‘양극성 장애’ 앓아”

    홍콩 가수 엘렌 루 사망, 소속사 측 “몇 년 동안 ‘양극성 장애’ 앓아”

    홍콩 가수 엘렌 루 사망 소식이 전해졌다. 7일 중국 매체 시나연예 등 다수 외신에 따르면 홍콩 가수 엘렌 루가 지난 5일 오전 홍콩 파오마디 호텔에서 사망했다. 루 소속사 측은 이날 “루가 지난 몇 년간 양극성 장애(조울증) 등 정서적 질병으로 고통받아 왔다”고 밝혔다. 소속사 측은 “우리는 항상 그를 지지하고 응원하면서 곁을 지켜왔지만, 결국 그는 세상을 떠나는 것을 택했고 그가 다른 세상에서 평안을 찾기를 진심으로 기도한다”고 전했다. 이어 “루는 같은 고통을 겪고 있는 사람들을 돕고 싶어 할 정도로 용감했다. 루 가족을 대신해 여러분 애도에 감사함을 표한다”고 덧붙였다. 연예팀 seoulen@seoul.co.kr
  • 엘렌 루 사망, 소속사 측 “양극성 장애로 고통 받아”

    엘렌 루 사망, 소속사 측 “양극성 장애로 고통 받아”

    홍콩 가수 엘렌 루(로개동)의 사망 소식이 전해졌다. 6일 중국 시나연예 등 외신에 따르면, 엘렌 루는 지난 5일 오전 홍콩 파오마디 호텔에서 투신해 세상을 떠났다. 향년 32세. 엘렌 루 소속사 측은 공식 SNS를 통해 엘렌 루의 소식을 전했다. 엘렌 루 측은 “엘렌 루는 지난 몇 년간 양극성 장애(조울증) 등 정서적 질병으로 고통받아 왔다”고 말하며 “우리는 항상 그를 지지하고 응원하면서 곁을 지켜왔지만, 결국 그는 세상을 떠나는 것을 택했고 우리는 그가 다른 세상에서 평안을 찾기를 진심으로 기도한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모두가 엘렌 루의 용감함을 기억하기를 바란다. 양극성 장애는 끔찍한 병이고, 엘렌 루는 여러 가지 방법으로 그 병과 싸우기 위해 노력해왔다. 엘렌 루는 자신이 가졌던 경험을 대중과 기꺼이 공유하고, 같은 고통을 겪고 있는 사람들을 돕고 싶어 할 정도로 용감했다”며 “우리는 여러분 모두가 심각한 정서적 질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에 대해 관심을 기울일 것을 촉구한다. 또한 이러한 병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은 주위 사람들이 자신의 어려움을 알게 하고, 다른 사람들이 당신을 도울 수 있도록 해야만 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엘렌 루의 가족을 대신해 여러분들의 애도에 감사함을 표한다”고 전했다. 현장에서 유서가 발견되지는 않았지만, 별다른 타살 의혹이 없어 사인은 자살로 결론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엘렌 루는 홍콩, 대만 등에서 가수로 활발하게 활동했다. 지난해에는 동성애자임을 밝히며 대만 여성 감독과 캐나다에서 결혼했다고 밝혔다. 사진=SNS 연예팀 seoulen@seoul.co.kr
  • “북한산 석탄 선적 의혹 선박 1대, 포항에 정박 중”

    “북한산 석탄 선적 의혹 선박 1대, 포항에 정박 중”

    러시아에서 북한산 석탄을 실어나른 의혹을 받는 배 1척이 포항항에 정박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미국의 소리’ 방송(VOA)은 선박의 위치정보를 보여주는 마린트래픽을 인용해 “‘진룽(Jin Long)’호가 한국시간으로 4일 오전 9시 24분 포항에 입항해 7일 현재까지 포항 신항 제 7부두로 표기된 지점에 머물고 있다”고 전했다. 이 방송은 또 일일 단위로 위성사진을 보여주는 ‘플래닛 랩스’ 자료를 인용해 “진룽호는 지난 1일 러시아의 나홋카 항에 머물렀으며 검은색 물질 바로 옆으로 선박이 정박해 있는 모습이 포착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포항 신항 제 7부두는 진룽호 도착 이전 시점의 위성사진만 확보돼 확인이 어렵지만, 과거 석탄이 하역된 흔적이 있는 곳으로 나타났다”며 “이를 토대로 볼 때 진룽호는 러시아에서 석탄을 싣고 포항에 입항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유기준 자유한국당 의원은 지난 5일 보도자료를 통해 진룽호와 샤이닝 리치호, 안취안저우 66호가 추가로 한국에 북한산 석탄을 반입했다고 공개했다. 앞서 샤이닝 리치호도 지난 2일 평택항에 입항했다가 4일 출항했으며, 정부는 적법 절차에 따라 검색을 했지만 특이점이 없었다고 밝혔다. 외교부 당국자는 6일 북한산 석탄 반입 의혹과 관련해 현재 한국과 미국이 긴밀하게 공조하고 있고 9건의 반입사례를 조사하고 있다며 과도한 해석은 적절치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편 자유아시아방송(RFA)은 평안북도의 한 무역일꾼을 인용해 “재작년부터 우리나라에 대한 경제제재가 본격화되어 석탄수출길이 막히자 조선무역회사들은 러시아 연해주 남쪽 끝에 있는 나홋카항과 블라디보스토크항에 석탄을 보낸 다음 러시아산으로 서류를 위장해 다른 나라들에 수출해 왔다”고 주장했다.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 北 ‘순천’ 향해 손 흔드는 순천시…남북 생태교류 나선다

    北 ‘순천’ 향해 손 흔드는 순천시…남북 생태교류 나선다

    역사적인 4·27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을 시작으로 고위급회담, 적십자회담, 이산가족 상봉 등 남북한 관계는 상상할 수 없을 만큼 큰 변화를 거듭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 대북정책인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은 철도, 교통 등 경제협력과 함께 환경분야 협력도 두루 포함돼 있다. 이러한 해빙 시대와 맞물려 전남 순천시와 북한 금강산이 최근 유네스코 생물권 보전지역으로 동시 등재되면서 남북 생태 교류에 대한 관심이 한층 높아지고 있다. 순천만 흑두루미의 주요 중간 기착지인 북한 평안남도 문덕군 룡림리 일대 철새보호지역이 순천만과 유사한 환경을 가졌다는 점도 눈길을 붙든다. 순천시는 생태 환경을 십분 활용한 대북 민간 교류 추진을 통해 한반도 정세에 큰 도움이 되도록 행정력을 모으고 있다.지난달 25일 인도네시아 팔렘방에서 열린 제30차 유네스코 ‘인간과 생물권 계획’(MAB) 국제조정이사회에서 순천시 전역과 함께 금강산이 유네스코 생물권 보전지역으로 등재됐다. 두 지역이 동시에 최종 승인됨에 따라 남북한 교류협력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유네스코 생물권 보전지역으로 선정되면 환경 보전을 통해 지역 경제를 활성화시키는 성장 동력으로 도시 브랜드 상승 효과가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말이다. 순천 생물권 보전지역은 총 9만 3840㏊에 이른다. 세계 5대 연안 습지인 순천만은 국내 최대의 갈대 군락지로 손꼽힌다. 광활한 갯벌과 흑두루미를 비롯해 청둥오리, 검은머리갈매기 등 조류들이 이곳에서 겨울을 나거나 서식하고 있다. 순천만과 인접한 동천하구는 빼어난 자연 생태계에 생태학적 보전 가치에서 높은 평가를 받아 람사르 습지에 등록돼 있다.국내 유네스코 생물권 보전지역은 제주도와 강원 설악산, 전남 신안 다도해, 경기 남양주 광릉숲, 전북 고창 5곳이다. 순천시가 여섯 번째로 등재됐다. 시는 곧 생물권 보전지역 관리 조례를 제정하고 로고 개발 등 지역 생산품의 고부가가치 브랜드화 사업에 본격적으로 착수한다. 생물권 보전지역 중장기 관리 계획을 수립하고 동북아 생물권 보전지역 네트워크에 가입해 전 세계 생물권 보전지역과 국제 교류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특히 순천시 전역 생물권 보전지역 등재와 함께 눈에 띄는 것은 나란히 생물권 보전지역으로 최종 승인된 북한의 금강산이다. 시는 ‘쌍둥이 등재’를 계기로 남북한 공동 생태 관광 프로그램 개발 등 남북 교류협력 사업에 대한 기대감이 커질 것으로 내다본다. 순천에선 순천만 습지와 동천하구가 람사르 습지에 등록돼 있으며 북한에선 평남 문덕, 함경북도 라선이 철새보호지역으로 등록돼 있다. 순천시는 이번 생물권 보전지역 등재를 계기로 남북 교류협력 사업을 구상하고 있다. 교류협력 제안 사업으로는 순천과 금강산 생물권 보전지역 공동 생태관광 프로그램 개발, 생물권 보전지역 특산품 공동 판매장 운영 등을 꼽을 수 있다. 한반도 두루미 월동 현황 공유를 위한 남북 공동 학술 심포지엄을 동아시아 람사르센터, 국제두루미재단 등과 협력해 개최한다는 계획도 가지고 있다. 생태관광 프로그램 개발 등 남북 교류협력 사업과 함께 한반도 두루미류 서식지 복원 프로젝트도 제안할 예정이다. 두루미류 서식지 복원 프로젝트는 서식지 공동 조사, 습지 복원, 철새 지킴이와 순천만 볍씨 나누기 등 순천형 흑두루미 희망농업단지 공동 운영이 포함돼 있다. 시가 북한과의 교류에 기대를 하는 이유는 동아시아 람사르센터가 순천시에 위치한 데다 문덕 철새보호지역과 순천만의 자연 생태가 비슷하다는 동질성, 과거 평남 순천시와의 교류 등 장점을 곁들였기 때문이다.앞서 지난달 동아시아 람사르센터 주최로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서해 접경지 습지관리자 교육 워크숍에 참석한 북측 관계자들은 순천만의 자연 생태에 많은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북한이 지난 5월 람사르 협약에 170번째 정식 회원국으로 가입한 후 국제회의에 처음으로 참석해 남과 북이 아우러진 자리였다. 북측 국토환경보호성과 자연보호연맹에서 모두 6명이 참석해 최근 람사르 습지로 등록된 문덕 철새보호지역 등 북한 내 주요 연안 습지의 생태에 관해 발표했다. 동아시아 람사르센터도 순천시의 남북 교류협력 사업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혀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오는 14일 순천만에서는 순천시의 남북 생태 교류협력 방안에 대해 국내외 전문가를 초청해 논의하는 토론회도 열린다. 북한 문덕·라선 철새보호지역 현황에 대해 설명하고 전문가들과 남북 교류협력 사업에 대한 방향을 모색하게 된다.시는 북한과의 생태 교류와 함께 평남 순천시와 다양한 교류협력도 적극적으로 추진 중이다. 허석 시장은 한 달 남짓 전 민선 7기 단체장으로 취임하면서 미국과 북한의 평화협정 등에 대비해 북한 순천시와 지역 교류협력 프로그램을 구상하고 있다. 우선 감염병 예방·치료 의약품과 농업 생산성 향상을 위한 토양 개량용·작목 생육용 고형 미생물을 지원하고 순천 특산품인 매실 엑기스 지원 및 제조 기술 등을 전수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어린이 도서 전달, 국경을 초월한 ‘남승룡(1912~2001·전남 순천 출신으로 일제강점기인 1936년 베를린올림픽 마라톤 동메달리스트) 마라톤’ 등 스포츠·문화·예술분야에서도 협력해 나갈 방침이다. 순천만국가정원 안에 북한 정원을 조성하는 등 평남 순천시와 사회·문화 교류 사업을 발굴 추진해 나가기로 했다. 순천 최종필 기자 choijp@seoul.co.kr
  • “교육과 교통 요지 공통점…남북의 순천서 평화 출발”

    “교육과 교통 요지 공통점…남북의 순천서 평화 출발”

    “남북 교류협력 사업을 통해 한반도 평화와 통일의 문으로 순천이 가장 먼저 들어가겠습니다.” 허석(55) 순천시장은 5일 “생태관광 교류와 함께 평안남도 순천시와 교류협력 사업도 추진해 나갈 계획”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또 “교통요지, 교육도시 등 공통점이 많기 때문에 남북 화해 분위기에 맞춰 교류를 추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평남 순천시는 인구 29만여명으로 양잠업과 함께 풍부한 석회석을 원료로 한 시멘트 산업을 자랑하는 도시다.허 시장은 “시민과 기업체가 주축이 돼 어린이 의약품을 보내면 남북한 생태 교류나 북한 순천과의 교류협력 등에도 중요한 견인차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며 “미국과 북한의 평화협정과 대북 경제제재 해제를 대비해 개방과 함께 북한 단천시와의 교류도 미리 준비하겠다”고 강조했다. 단천시는 전 세계 마그네슘 생산량의 32%를 차지해 전남 순천시가 추진하는 마그네슘 클러스터 단지 조성에 한몫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철도를 통해 마그네슘을 받을 수 있으면 경제 활력을 훨씬 높이게 된다. 허 시장은 “남북 관계에서 나타나고 있는 놀라운 변화와 함께 순천시와 금강산의 생물권 보전지역 등재 등 환경협력을 위한 좋은 기회를 맞이했다”며 활짝 웃었다. 이어 “전남 순천시가 평화와 통일의 시대에 적극 앞장서서 뛰는 선도적인 역할을 맡겠다”고 덧붙였다. 순천 최종필 기자 choijp@seoul.co.kr
  • “北강선이 우라늄 농축시설?...핵시설도 아닌데 침소봉대”

    미국의 북한전문매체 38노스가 지난 3일(현지시간) 평안남도 남포시 천리마 구역에 북한의 비밀 우라늄 농축시설이 있다는 미 현지 언론의 기사에 ‘잘못된 보도’라고 이의를 제기했다. 앞서 워싱턴포스트는 지난 6월 정보당국자의 발언을 인용, ‘북한이 강선 단지라는 이름의 비밀 우라늄 농축시설을 가동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38노스는 인공위성 사진을 보면 강선 단지의 출입문은 전형적인 산업 공장의 출입문이라며 보안에 극도로 민감한 우라늄 생산 설비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서쪽으로 2마일 정도 떨어진 미사일 공장 태성기계공장의 출입문과 외부 검문소 등과 완전히 다르다는 것이다. 강선 단지가 비밀 우라늄 농축 시설이라면 유사한 수준의 보안 조치를 취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강선 단지가 우라늄 농축시설이라고 보기에는 평양·남포 고속도로에서 불과 1.4㎞ 떨어진 곳에 위치한 데다, 시설 진입로까지 특정한 검문소도 없고 산업 재해가 발생했을 경우 시설로의 출입을 차단할 수 있는 수단도 없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대량파괴무기(WMD) 연구 및 생산시설은 대부분 주요 도시와 멀리 떨어진 지역에 있고, 수많은 인공 및 자연 방어막과 검문소를 설치하고, 핵미사일 개발 인력은 다른 북한 주민과 격리한다는 세 가지 일반적인 원칙에도 어긋난다고 설명했다. 38노스 관계자는 “해당 건물이 무기 생산 부지의 특성 일부를 띠고 있기는 하지만 다양한 상황적 요인을 고려할 때 다른 목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최소한의 보안, 주요 고속도로에 가까운 접근성, 미사일 공장과의 인접성을 고려할 때 이는 아마도 태성기계공장의 증축시설일 것”이라면서 “확실한 증거는 없지만 정황 증거는 강선 단지가 북한의 핵프로그램에서 차지하는 역할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다”고 주장했다. 워싱턴 한준규 특파원 hihi@seoul.co.kr
  • 이산가족 상봉 최종 대상자…남 93명·북 88명

    이산가족 상봉 최종 대상자…남 93명·북 88명

    남북은 4일 판문점에서 이산가족 상봉 행사의 최종 대상자 명단을 교환했다. 통일부는 이날 오늘 오전 11시쯤 이산가족 상봉 관련 최종 명단을 정상 교환했다고 알렸다. 이산가족 상봉 행사는 8·15 광복절을 계기로 오는 20∼26일 열린다. 앞서 대한적십자사 관계자들은 북측 조선적십자회와 이산가족 상봉 대상자 명단을 교환하기 위해 이날 오전 9시 판문점으로 출발했다. 오전 11시쯤 판문점 연락관과 접촉해 북측과의 명단 교환이 이뤄졌다. 이산가족 상봉 최종 대상자는 남측 93명, 북측 88명으로 확정했다. 남측 방문단은 90세 이상이 35명, 80대는 46명, 79세 이하 12명 등으로 구성됐으며, 가족관계별로는 부자·조손 상봉이 10명, 형제·자매 상봉이 41명, 3촌 이상 42명으로 나타났다. 또 남성은 68명, 여성은 25명이다. 출신 지역별로는 황해도 출신이 23명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평안남도(14명), 평안북도(10명), 함경남도(8명), 경기도(8명) 등의 순으로 많았다. 우리측 방문단의 현재 거주지는 경기(35명), 서울(23명), 강원(7명), 인천(6명), 충북(5명) 등의 순으로 확인됐다. 북측 방문단은 90세 이상이 5명, 80대는 62명, 79세 이하는 21명으로 나타났으며, 가족관계별로는 부자·조손 상봉이 3명, 형제·자매 상봉이 61명, 3촌 이상 상봉은 24명이었다. 또 남성 46명과 여성 42명으로 구성됐으며, 출신 지역별로는 경기도 출신이 18명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강원도(17명), 서울(15명), 경북(11명), 충북(8명), 충남(7명) 등의 순으로 확인됐다. 남북은 지난달 25일 판문점에서 이산가족 생사확인 결과가 담긴 회보서를 교환했다. 남측은 북측이 생사확인을 의뢰한 재남 가족 200명 가운데 129명의 생사(생존 122명, 사망 7명)를 확인했다. 또 북측은 남측이 확인을 의뢰한 재북 가족 250명 중 163명의 생사(생존 122명, 사망 41명)를 확인해왔다. 이번 행사는 남측에서 최종 대상자로 선정된 이산가족이 먼저 20∼22일 재북 가족과 상봉한 뒤, 북측에서 최종 상봉자로 선정된 이산가족이 24∼26일 재남 가족과 상봉하는 일정으로 진행된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北김정은, 한밤중 시범운행 버스 탑승…“잘 만들었다” 흡족

    北김정은, 한밤중 시범운행 버스 탑승…“잘 만들었다” 흡족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국산용 새 모델의 트롤리버스와 전차를 직접 타보았다고 조선중앙통신이 4일 보도했다. 김정은 위원장의 이번 국내 시찰은 지난달 26일 강원도 송도원종합식료공장과 원산영예군인가방공장을 시찰한 지 열흘 만으로, 김정은 위원장은 평안북도와 함경북도, 강원도에 이어 평양에서 주민생활 향상을 위한 민생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김정은 위원장은 먼저 평양무궤도전차(트롤리버스)공장에 둘러 새 모델의 트롤리버스를 보고 “전차의 질이 월등하게 개선됐다. 손색없이 잘 만들었다”고 흡족한 평가를 했다고 방송은 전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이어 송산궤도전차사업소를 찾아 새로 만든 궤도전차를 살펴보고 대부분의 부속품을 국산화한 데 대해 만족하며 감사를 표했다. 김 위원장은 특히 이날 밤 시범운전 한 새 모델의 트롤리버스와 전차를 직접 탑승하고 “인민들이 낡아빠진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하며 불편을 느끼도록 하고 거리에는 택시들이 점점 늘어나는 것을 볼 때마다 늘 마음이 무거웠는데 이제는 전망이 보인다, 정말 만족하다”고 말했다. 김정은 위원장의 이번 시찰에는 최룡해·오수용 노동당 부위원장, 김수길 군 총정치국장, 황병서·조용원 등이 동행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씨줄날줄] ICBM의 진실/황성기 논설위원

    [씨줄날줄] ICBM의 진실/황성기 논설위원

    미국의 주간지 ‘타임’과 일간지 ‘뉴욕타임스’는 1998년 8월 일주일의 시차를 두고 평안북도 금창리에 대규모 지하시설이 건설되고 있으며, 북한이 그곳에 핵시설을 설치하려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보도한다. ‘금창리 지하시설 핵의혹’ 사건이다. 발단은 미 국방정보국(DIA) 첩보였다. DIA는 10년 전부터 땅굴 굴착이 시작됐으며, 땅굴 안에서 원자로와 재처리 시설의 건설이 이뤄지고 있다는 첩보를 미 국회에 건넸다. 땅굴 속 원자로는 2년 이내에 가동할 수 있으며 한 해 8~10개의 핵무기를 생산할 수 있는 플루토늄 추출이 가능하다는 충격적인 내용이었다.의회를 뒤집어 놓은 이 첩보를 미 언론이 보도했으니 북·미 고위급회담을 앞둔 미국 정부도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금창리 사찰을 북한에 요구한 것이다. 북·미의 네 차례 회담을 거쳐 ‘공화국을 모욕한’ 대가로 60만t의 식량 지원을 받고 북한은 이듬해 5월 미 사찰단의 금창리 방문을 허용한다. 사찰단이 지하 공간을 샅샅이 조사했으나 핵 시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2002년 발생한 2차 북핵 위기가 가짜뉴스에 의해 4년 앞서 발생할 뻔한 것이다. 워싱턴포스트(WP)가 7월 30일(현지시간) 북한이 평양 외곽의 대형 무기공장에서 액체 연료를 쓰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제조 중인 정황이 있다고 보도했다. 공장 안팎으로 차량들이 움직이는 모습이 포착됐다면서 수십 장의 사진도 제시했다. 이 공장은 지난해 11월 29일 발사한 ICBM 화성15형을 생산한 적이 있다. 하지만 사진에는 ICBM 같은 물체는 보이지 않는다. WP 보도대로 무기공장에서 ICBM을 만들고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6·12 북·미 정상회담 합의문 어디에도 미사일 생산을 동결한다는 내용은 없다. 즉 얼마든지 ICBM을 만들 수 있는 것이다. 한편으로 공장 주변의 분주한 모습을 북한이 연출했을 공산도 크다. 미국 정찰위성을 늘 의식하는 북한이 차량과 건물의 동태를 노출시켰다면 심리전 차원에서 역이용할 수 있다. “ICBM을 추가로 만들고 있으니, 가격이 오르기 전에 빨리 사시라”는 메시지를 미국에 전하고 싶은 거다. 비핵화와 바꾸려는 체제보장 조치에 인색한 미국을 압박하려는 심산일 것이다. 금창리 의혹 때 우리의 보수 언론들은 미 언론보다 더 날뛰었다. 그때야 북한의 위협이 커서 호들갑을 떨었다고 치자. 북한 관련 미 언론 보도를 신중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금창리 교훈’에도 불구하고 지금도 일부 언론이 ‘ICBM 생산 의혹’을 WP보다 더 크게 좇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지금은 비핵화·체제보장 협상 중이다. 난무하는 미국발 대북 정보를 냉정하게 분석하지 않으면 하루아침에 바보 될 수 있다. marry04@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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