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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리산 산마을 이야기](9)경남 하동군 화개면 화랑수마을

    [지리산 산마을 이야기](9)경남 하동군 화개면 화랑수마을

    화랑수(花浪水)란 이름은 범왕리 연동마을의 연꽃에서 유래한다. 연동의 연꽃들이 채 피기도 전에 늦장마라도 지면, 연꽃들이 굽이굽이 흘러 화랑수 앞 계곡에서 원을 그리며 꽃이랑을 이루었는데, 그 광경이 아름다워 ‘화랑수’라 했다는 것이다. 화랑수마을의 구름다리는 1970년대 새마을사업의 일환으로 건설됐다. 지금은 시멘트로 견고하게 만든 아치형 다리가 그 임무를 대신하지만 2002년 이전까지만 해도 아슬아슬 흔들다리가 화랑수와 도로변 마을을 연결하던 유일한 소통의 끈이었다. 화랑수 10여가구 중 몇몇 집들은 아직도 마루 밑에 장작을 쌓아두고 추위가 가실 때까지 아궁이에 불을 지핀다. 가끔씩 고구마도 구워 먹고, 숯불 앞에 앉아 책도 읽고, 떠난 애인의 흔적을 태우기도 하며…. 뽀글뽀글 물이 끓으면 묵직한 가마솥 뚜껑을 열고 물을 퍼낸다. 세숫물로 쓰일 귀한 온수다. 시골에선 소리에 민감하다. 소리가 다양하고 명확하다. 화랑수의 바람 속엔 많은 소리들이 담겨 있다. 뜨문뜨문 처마 끝 풍경 소리, 보글보글 찻물 끓는 소리, 파란하늘 구름 흐르는 소리, 어두운 밤 별빛 떠나는 소리, 바람에 부닥치는 나뭇잎 소리, 간지러운 계곡물 소리, 삐그덕 낡은 문짝 우는 소리, 바람이 벅벅 창호지 긁는 소리, 집배원 아저씨의 오토바이 소리, 뒷집에서 낑낑대는 강아지 소리…. 지리산 어귀에선 뻐꾹뻐꾹 뻐꾸기,‘홀딱벗고’를 외쳐대는 검은등뻐꾸기, 휘휘~ 등골 오싹한 한밤중 검은지빠귀, 소쩍소쩍 구슬픈 소쩍새, 낮이든 밤이든 새벽이든, 산새소리로 잠잠할 겨를이 없다. 화개 대다수 집들이 그러하겠지만 화랑수의 봄은 여느 동네보다 바쁘다. 찻잎을 따는 일손이 부족해 도시 대처로 나가 있던 자녀들이 회귀하는 연어처럼 고향으로 돌아온다. 망태에 넣어온 찻잎에선 싱그러움이 묻어나고, 가마솥에 찻잎을 덖는 고소한 냄새가 담장을 넘나든다. 화개에선 소위 녹차가 흔하다. 티백은 최하품이라고 아예 쳐주지도 않는다. 집집마다 커피 내놓듯 이곳에선 차, 그것도 우전이니 세작이니, 도시에선 고가에 팔리는 잎차들을 일상처럼 마시며 생활한다. 허리가 휘도록 고단한 봄, 손톱 끝에 시커먼 찻물이 배고, 하루에도 수십 잔씩 차를 넘기며 맛보느라 쓰린 속, 그래도 차가 상품이 되어 판매될 땐 출가시키는 자식 보듯 흐뭇하게 떠나보내는 인자한 눈매들이다. 여름의 화랑수는 봄만큼 활기차다. 매실을 수확하고, 매실로 담근 술이나 원액을 담장 밑 장독 안에 소중히 모셔둔다. 섬진강 건너 광양에 이름값을 넘겨주긴 했지만 섬진강 매실의 원조는 하동! 화랑수도 예외는 아니어서 철 지난 차밭마다 초록의 단단한 매실이 주렁주렁 초여름 햇살에 반짝인다. 매실 수확이 끝나고, 장마마저 물러나 무더위가 기승을 부릴 때면 화랑수 구름다리 밑은 도시에서 몰려든 피서 인파로 가득하다. 가슴까지 철렁대는 깊은 곳에서도 발가락 끝이 보이는 깨끗한 물. 자갈밭 위에 울퉁불퉁 텐트를 치고, 다리 밑 평상에 눕기도 하며, 도로는 주차장이 되고, 마을마다 민박집을 구하려는 사람들로 분주한 곳. 여름 한철을 위해 집집마다 민박을 하지만 주인과 손님으로 매정히 그어진 경계선은 없다. 손님을 맞는 옛집들에선 정겨움이 넘쳐난다. 그에 비해 가을과 겨울은 조금 한적하다. 간간이 감이며 밤을 수확하는 집들과 통장 잔고처럼 장작을 쌓아 올린 집들만 늘어나는 계절. 시간은 소리 없이 흐르고, 다시 봄이 오면 마을은 기지개를 켜듯 새로운 1년을 준비할 것이다. 글 사진 황소영 월간 마운틴 기자(www.emountain.co.kr) ■ 가는 길 서울 서초동 남부터미널에서 화개행 버스를 탄다. 구례를 거쳐 하동까지 가는 버스로 화개는 그 중간지점이다. 자가용을 이용할 경우 호남고속도로 전주IC나 대전~통영간 고속도로 장수IC에서 남원으로 간 다음 19번 국도를 이용해 화개로 간다. 남해고속도로는 하동IC로 바로 진입한다. 화랑수는 화개에서 쌍계사 방향으로 약 7㎞ 떨어져 있다.
  • [이도운특파원 워싱턴 저널] 블랙 프라이데이와 사이버 먼데이 쇼핑 광풍

    미국 언론에서 하도 떠들어대기에 ‘블랙 프라이데이’ 쇼핑이라는 것을 한번 경험해 봤다. 블랙 프라이데이는 추수감사절(매년 11월 네번째 목요일) 다음날로 미국의 쇼핑센터들이 대폭 바겐세일을 하는 날이다. 세일은 보통 일요일까지 이어진다. 버지니아 주 북부 교외에 자리잡은 리스버그 코너. 유명한 의류 브랜드의 할인매장이 밀집한 곳으로 워싱턴 지역 주민들의 대표적인 블랙 프라이데이 쇼핑 장소 가운데 하나다. 금요일의 혼잡을 피한다고 토요일에 갔지만 차량 정체와 주차난은 피할 수 없었다.미국인들이 좋아하는 몇몇 브랜드의 매장 입구에는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몇십 미터씩 줄을 서서 기다리는 쇼핑객들도 있었다. 가족 전체가 동원돼 자동차를 가득 채울 만큼 ‘구매력’을 과시하는 모습도 보였다. 세일 의류 가격은 평상시보다 30∼70%가 할인됐고 150달러(약 14만원) 이상 구매에 추가 20% 할인 등 갖가지 인센티브가 쇼핑객들을 유혹했다. 미 전국유통업재단에 따르면 이번 블랙 프라이데이 주말에 1억 4700만명이 쇼핑에 참가했다. 미 인구 절반에 해당하는 엄청난 숫자다. 지난해에 비해서도 4.8%가 늘었다. 그러나 재단측은 쇼핑객 1인당 지출액은 347.44달러(약 32만원)로 지난해에 비해 3.5%가 줄었다고 밝혔다. 미국의 경제 침체를 반영하는 것 같다.그렇다고 미국의 유통업체들이 이대로 물러나지는 않는다. 블랙 프라이데이 주말에 이어지는 월요일(26일)에는 ‘사이버 먼데이’라는 것이 기다리고 있다. 인터넷 쇼핑몰들이 대대적인 세일에 들어가는 것이다. 미국의 인터넷 쇼핑몰 가운데 무려 75%가 이 행사에 참여했다. 미국의 방송과 신문들은 새벽부터 밤 늦게까지 이어지는 블랙 프라이데이와 사이버 먼데이의 쇼핑 ‘광풍(狂風)’을 비판하는 대신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부추긴다. 수출이 경제를 이끄는 한국과 달리 미국은 국내 소비가 경제의 3분의2를 차지하기 때문이다.dawn@seoul.co.kr
  • 여성 폐암 사망자 10년새 156%↑

    비흡연자가 많은 여성의 폐암 발생률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에는 비흡연자나 여성에게 많이 발생하는 폐암인 ‘선암’ 발생률이 흡연이 주원인인 ‘편평상피세포암’ 발생률을 앞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폐암학회는 폐암 퇴치의 날(11월17일)을 맞아 올해 전국 89개 병원에 등록된 폐암 환자 8788명의 진료 정보를 분석한 결과, 선암 환자가 34.8%를 차지해 32.1%인 편평상피세포암 환자보다 많았다고 최근 밝혔다. 이는 1997년 조사에서 편평상피세포암(44.7%) 환자수가 선암(27.9%) 환자수를 크게 앞섰던 것과는 상반되는 분석 결과이다. 선암 환자의 급격한 증가는 여성 폐암 환자의 증가세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학회 조사 결과 남성 폐암 환자 비율은 1997년 79%에서 올해 75.8%로 약 3%포인트 감소한 반면 여성 폐암 환자는 같은 기간에 21%에서 24.2%로 증가했다. 또 1995년부터 2005년까지 통계청의 사망원인 분석에서도 폐암으로 인한 여성 사망자수가 156%나 증가해 남성 사망자수 증가율보다 28%포인트나 높았다. 이 같은 문제에도 불구하고 폐암에 대한 일반인의 인지도는 여전히 우려할 만큼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학회가 서울대병원과 국립암센터, 분당서울대병원, 서울아산병원, 세브란스병원, 삼성서울병원 등 서울권역 6개 대형병원의 폐암 환자 24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전체의 80%가 ‘폐암에 대한 사전 지식이 없었다.’고 답했다. 또 이들 가운데 64%는 다른 질병을 치료하거나 증상을 직접 발견한 뒤에 폐암 진단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성숙환(분당서울대병원 흉부외과) 학회 홍보위원장은 “선암과 여성 폐암 환자의 증가는 조기검진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일깨우고 있다.”며 “국가가 폐암의 유형에 맞는 검진 체계를 도입하고, 관련 정보를 적극적으로 홍보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선암(腺癌) 위, 장, 기관지, 자궁, 담낭 등의 점막을 비롯해 전립선, 고환, 난소, 갑상선, 이자 등 인체의 선(腺) 조직에서 발생하는 암. 양성인 선종(腺腫)과 비슷한 형태를 띤다. ●편평상피세포암(扁平上皮細胞癌)세포의 모양이 물고기의 비늘과 같다고 해서 이름 붙여진 암. 폐에 생기면 선암과 마찬가지로 암세포의 크기가 큰 비소세포폐암 가운데 하나로 분류된다. 주로 폐의 중심부에 생기고 흡연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 피부를 보면 내부 장기의 건강을 알 수 있다.

    피부를 보면 내부 장기의 건강을 알 수 있다.

    피부는 신체의 일부분일 뿐만 아니라 우리 몸을 둘러싸고 있는 또 하나의 신체기관이라 할 수 있습니다.그러다보니 신체가 건강하고 원활하게 돌아가면 피부도 건강하게 유지되지만,만약 체내에 약간의 문제가 발생하면 그것이 바로 피부에 나타나게 됩니다. 특히 간장,신장,위장 등의 기능과 내분비계통에 문제가 생기면 바로 피부에 영향을 줍니다.그래서 피부가 좋지 않거나 뾰루지가 많은 경우 간장,신장,위장,내분비계통의 건강을 체크하고 이를 치료하기도 합니다.따라서 피부에 영향을 미치는 기관을 알고 피부 건강을 위해 몸의 건강을 지키는 습관을 들여야 합니다. 간장은 우리 몸에 영양을 공급하는 아주 중요한 신체기관입니다.간장의 기능이 나빠지면 영양공급이 원활하지 못해서 피부에도 충분한 영양을 주지 못하게 됩니다.특히 피부조직내의 모세혈관은 활동력이 왕성하며 영양과 산소가 교환되는 곳입니다.간의 기능이 약해져 해독하는 기능이 약해진다면 유독성 물질이 혈액 속에 들어가게 됩니다.이것이 혈액을 통해 전신으로 이동한다면 피부세포가 손상을 입게 됩니다.또 비정상적인 변이가 나타나게 됩니다.피부는 약해지고 민감해지는 데 우선 건조해지고 쉽게 부종 현상이 나타납니다.또 심한 경우 반점이 나타나며 거미 모양의 혈관 확장 혹은 핏줄이 돋아 나오고 부스럼이 생기기도 합니다.따라서 이렇게 피부에 트러블이 일어날 경우 눈에 보이는 것만 치료한다고 해서 모든 것이 치료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평상시 간장이 건강할 수 있게 해야 피부도 윤기 있고 영양이 풍부할 수 있습니다. 신장 역시 피부와 연관되어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신장은 신체내의 노폐물을 배설하는 기관으로 인체의 각 내장 기관에서 신진대사를 통해 독성 물질을 방출합니다.따라서 신장의 기능이 좋지 않으면 혈액 속에 노폐물이 머무르게 됩니다.그래서 피부에 손상을 주고 피부조직내의 수분이 증가해 얼굴은 물론 온몸이 부어 오르는 증상이 나타납니다.또 피부에 탄력이 없고 색이 거무스름하게 변하기도 합니다. 뿐만 아니라 몸 속의 영양이 균형있게 이루어져야 좋은 피부를 가질 수 있습니다.그래서 섭취한 음식을 소화해내는 위장이 이런 기능을 담당하기 때문에 위장 건강에 신경을 써야 합니다.위장이 약해지면 아무리 좋은 음식을 먹어도 충분히 흡수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우리 몸의 영양 균형이 깨져 피부에도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특히 위장에서 소화하고 남은 고체인 대변에 무리가 가서 직장의 흡수 작용에 의해 유해물질이 체내와 혈액 속에서 순환하게 됩니다.이에 따라 피부도 거칠어지게 됩니다.만약 이런 유해물질이 모낭의 모세혈관 속에 들어가게 되면 여드름이 생기는 것은 물론 점점 심해져 곪기도 합니다.따라서 간장,신장처럼 위장의 흡수 배설 기능이 건강해져야지만 피부 역시 깨끗하고 아름다울 수 있는 것이지요. 또 얼굴을 보면 건강의 상태를 정확하게 알 수 있습니다.우선 얼굴을 크게 보면 이마는 심장,볼은 대장과 간장,인중은 위장,턱 쪽은 신장 자궁 방광을 나타냅니다.그래서 이 부위를 살핌으로써 사람들의 건강 상태를 체크할 수 있습니다. 얼굴에서 가장 위에 있는 이마는 심장과 폐를 나타냅니다.따라서 이마에 뾰루지가 난다면 폐를 보해 주어야 합니다. 그리고 얼굴의 볼에는 위장 경락이 흐릅니다.따라서 소화가 제대로 안되면 볼에 여드름 혹은 뾰루지가 날 확률이 높습니다.따라서 볼에 뾰루지가 많이 나거나 피부 상태가 좋지 않으면 위에 염증이 있는 것을 의심해야 합니다. 또 입과 턱 주변은 신장과 자궁 등을 나타내는데 이 부분에 색이 거무스름해지거나 뾰루지가 생긴다면 신장과 자궁에 이상이 있음을 의심해야 합니다. 왼쪽 뺨은 간의 상태를 나타내는 곳인데,간 기능이 약해지면 코와 코를 중심으로 왼쪽 뺨에 있는 곳에 뾰루지가 나타나는 등 건강하지 않은 기색이 보입니다.따라서 이럴 경우 간의 피로를 풀어주고 간을 보호하는 음식을 섭취하는 것이 좋습니다. ■도움말: 명옥헌 한의원 김진형 원장
  • [녹색공간] 건전한 도시의 물순환체계를 위하여/민경석 경북대 교수

    물의 순환은 바다·하천·호수·지표면 등지에서 증발한 수증기가 바람에 의해 이동하여 구름을 형성하고 비나 눈의 형태로 다시 지표로 내려와 일부는 토양으로 침투되고, 나머지는 하천·호수·바다에 이르는 과정이다. 인간은 순환 중인 물을 용도에 맞게 이용해 왔다. 하지만 도시화·산업화로 물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자연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물의 양은 점차 한계를 드러냈다. 따라서 수요를 충족하고자 댐·저수지를 건설하고, 상하수도 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적극적인 방법을 찾았다. 도시화는 콘크리트 포장과 같이 빗물이 스며들지 못하는 불투수면을 증가시켜 지하수 함양을 어렵게 하고 평상시 도심내 하천의 기저유량을 감소시킨다. 또 빗물이 유역 상류에서 하류로 도달하는 시간을 단축시켜 도시 홍수 피해를 가중시킨다. 이처럼 도시화·산업화는 도시의 물순환을 불균형하게 하여 효율적인 물관리를 어렵게 할 뿐만 아니라, 건전한 물순환 회복을 위한 경제 부담도 지불하게 하였다. 우리나라의 연평균 강수량은 1245㎜로 세계평균인 880㎜의 1.4배이지만 전체중 3분의2가 여름에 집중돼 홍수피해가 발생하고,11∼5월 사이에는 갈수기로서 물이 부족하다. 해안지방과 내륙지방간의 지역별 강수량 차이도 크고 연도별 차이도 커서 물관리 여건은 좋지 않다. 우리나라의 연간 수자원 총량은 1240억t이나 하천수·댐수·지하수로 이용되는 양은 337억t으로 27%에 불과하며,31%가 바다로 유실된다. 유럽에서는 국가·유역 단위의 물 스트레스 정도를 나타내기 위하여 물이용지수(WEI:Water Exploitation Index)를 쓴다. 물이용지수는 연평균 물사용량과 장기간의 수자원 평균량을 백분율로 나타낸 것으로 국가의 담수자원 활용 정도를 보여준다. 물이용지수가 10%미만인 경우는 건전한 물순환을 나타내며,10∼20%이면 물의 가용여부가 일반적인 산업 활동의 제한요소로 작용한다.20∼40%이면 수요·공급의 집중적인 관리가 필요하며,40% 이상이면 심각한 물부족현상으로 비상대책이 필요한 수준을 의미한다. 우리나라 4대강 유역의 평균 물이용지수는 29.5%로 나타나(환경부,2006년) 어느정도 스트레스를 받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므로 수량확보 대책과 물수요관리 대책이 필요하다. 국내 처음으로 서울시가 올해부터 10년내 세계일류 친환경 물순환 모범도시 조성을 목표로 빗물 관리에 나섰다. 건물·공원 등에 빗물이용시설을 설치하여 조경·청소 등에 활용할 계획이다. 하지만 계절·지역별 편중이 심한 우리나라의 강우 특성상 빗물이용은 실제 적용에 앞서 빗물활용의 경제성, 갈수기를 위한 대규모 빗물저장공간 확보 등 다각적인 문제점 검토가 선행되어야 한다. 빗물에 비해 연중 일정하고 많은 수량을 확보할 수 있는 하수처리수는 사용목적에 맞게 고도처리하여 생활잡용수·공업용수·농업용수·하천유지용수 등으로 사용할 수 있다.2000년 2.9%에 불과하던 하수처리수 재이용률은 2006년에 7.6%로 증가하였으나 수요처 확보의 어려움, 하수에 대한 선입견, 심미적 거부감 등으로 대부분 하수처리장내에서의 잡용수나 농업용수, 하천유지용수 등으로 이용한다. 하수처리수 재이용 활성화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법과 제도의 정비가 시급한데, 환경부에서 마련하여 입법예고 중인 물순환 이용 촉진에 관한 법률이 빠른 시일내에 시행되어 지역별·계절별 물부족을 해결하고, 국민이 바라는 국토의 물공간도 충분히 확대하여야 한다. 하수고도처리수 재이용 역시 민간사업화하여 정부가 추진중인 물산업육성에도 큰 부분이 되어야 한다. 상수원수가 부족한 싱가포르와 미국 캘리포니아의 경우 하수처리수를 초고도처리하여 상수원 저류지로 보내어 상수원수로 사용하거나 상수원수로 사용하는 지하수를 보충하기 위하여 지하에 충전하고 있다. 민경석 경북대 교수
  • [땅끝마을에서 한양까지 다시 걷는 옛길] (9) 논산 연무~상월

    [땅끝마을에서 한양까지 다시 걷는 옛길] (9) 논산 연무~상월

    전북 여산에서 1번 국도와 갈라진 옛길은 충남 논산 연무대와 닿아 있다. 이 길로 접어 들면 연무읍 고내리에 봉곡서원이 나온다. 서원 앞에 사는 80대 할머니는 “여자들이 꿈을 꾸면 옛날에 욕을 본 사람들이 나타난다며 (서원을) 옮기라고 해유.”라고 말했다. 이곳에는 최근까지 사람이 살다가 떠난 흔적이 있다. 특별하게 보이는 서원은 아니지만 이계맹 등 조선시대 때 귀향을 갔던 선비들의 위패를 모시고 있기에 그리 생각하는 듯했다. ●논산훈련소 주변 경기도 옛말 서원 앞에는 ‘황화정(皇華亭)’이라고 쓰인 비석이 있다. 황화정은 서원에서 400m쯤 북쪽에 있던 정자다. 옛날 현감(군수)이 관찰사(도지사)를 맞고 배웅을 하던 곳이다. 황화정이 훼손된 뒤 비석만 이곳으로 옮겼다고 한다. 황화정이 있던 마을은 지금 한적하고 쇠락한 농촌일 뿐이다. 예전에 전라도 지역에 속했던 마을이다. 이 마을 끝에서 옛길은 다시 1번 국도와 만난다. 곧 이어 육군훈련소(옛 논산훈련소·연무대)와 입소 대대가 나온다. 훈련소 앞에서 식당 호객을 하던 김영심(74)씨는 “훈련소도 옛날 훈련소지, 지금은 아녀. 자꾸 오그라져.”라며 최근의 경기를 전했다. 흔한 술집도, 다방도 없다. 입소병의 ‘총각딱지’를 떼주던 아가씨촌도 사라졌다. 교통이 좋아져 입소날에 부모의 차를 타고 오고 면회 때도 멀리 나가 먹는다고 말했다. 김씨와 함께 호객을 하던 70대 할머니는 “재수 있으면 하나 걸리고 공 치는 날이 많아.”라고 한탄을 했다.“밥 먹고 가슈.” 두 할머니는 끝내 객(客)의 소매를 잡아끈다. 훈련소 입소 대대 앞도 마찬가지다. 식당이 줄지어선 거리는 사람 하나 보이지 않았다. ●논산은 역사상 최고 전쟁터 훈련소에서 옛길을 따라 좀더 올라가다 옆길로 2㎞쯤 빠지면 견훤 왕릉이 나온다. 이 왕릉은 기념물 26호로 연무읍 금곡리에 있다. 견훤은 완산(전주)에 도읍을 정하고 세력을 키웠으나 아들 신검과 왕위 계승을 둘러싸고 내분을 빚으면서 고려 왕건에게 멸망했다. 죽으면서 “완산이 그립다.”고 해 이곳에 묻어주었다고 한다. 날씨가 좋으면 이곳에서 전주 모악산이 보이는 것도 이런 연유다. 논산은 후백제가 왕건과 전투를 벌였고 백제가 멸망할 때 계백장군이 신라와 싸운 황산벌이 있는 곳이다. 육군훈련소도 이곳에 있고 계룡대도 있다. 삼군본부가 있는 계룡대는 현재 계룡시에 속하지만 이전에는 논산 땅이었다. 논산지역 향토 사학자 류제협(61)씨는 “논산은 넓은 곡창지대여서 전투식량 조달이 손쉬워 역사상 수많은 전쟁이 치러졌다.”며 “삼국시대 때는 접경 지역이라 전쟁이 많았고 계룡대는 높은 계룡산이 둘러싼 천혜의 요새여서 들어온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논산은 최대 전쟁터일 뿐만 아니라 삼국 통일을 이끌어 통일을 상징하는 고장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견훤 왕릉에서 다시 탄 옛길은 연무터미널과 개태골을 거쳐 1번 국도와 갈라져 은진향교로 향한다. 은진면 교촌리에 있는 이 향교는 조선시대 교육기관으로 봄과 가을에 제향을 지낸다. 공자 등 성현 22명의 위패를 모신 향교는 평상시에 문이 닫혀 있다. 향교 안에 3000년 된 은행나무가 있어 떨어진 은행 열매가 옛 정취를 이어준다. 향교에서 1㎞쯤 올라가면 망보기마을이 나온다. 고개에서 적들이 오는지 망을 보았다 해서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한양이나 전라도로 갈 때 선비들이 이곳에서 쉬었다고 한다. 큰 정자나무 밑에 계단식 서낭당이 있다. “20년 전만 해도 소몰이꾼들이 정자나무 밑에서 쉬다 갔어.” 나무 밑에서 붉은 고추를 널어 말리던 70대 할머니가 넋두리처럼 내뱉었다. 이 마을을 지나면 옛길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관촉사가 있다. 보물 232호 석등도 있지만 높이 18m의 국내 최대 석불인 은진미륵(보물 218호)이 서 있어 유명하다. 고려 목종 9년(1006년)에 완공된 이 석불은 보수공사가 진행 중이다. 구절초가 절 안에 가득 꽃망울을 터뜨려 가을 분위기를 한껏 뽐냈다. 사찰로 들어가는 계단 옆에 세워진 이승만 박사 추모비는 이 곳의 옛 정취와 달라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이 추모비는 방공청년회 논산지부가 1965년 건립한 것이다. ●‘춘향전´에 7군데나 지명 나와 옛길은 다시 논산시 부적면으로 이어진다. 향토 사학자 류씨는 “전북 여산에서 충남 공주 경천까지 가는 길의 지명이 춘향전에 7군데나 나와 이 구간이 ‘춘향전 옛길’이라고 불린다.”고 말했다. 새다리도 이 가운데 하나다. 부적면 신교리 논산천에 있는 이 다리는 새로운 교량이 건설되면서 다리를 놓았던 돌이 냇가에 묻혔다고 한다. 부적면사무소 앞에서 오른쪽으로 꺾어진 옛길은 지금도 넓은 논 사이를 달린다. 호남선 건널목을 건너 얼마 지나지 않아 부인2리의 자연부락인 지밭마을이 나온다. 이 마을 무당이 후백제를 멸망시키려 왔던 왕건의 꿈을 해몽해줘 왕건이 이를 믿고 공격, 끝내 멸망시켰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마을 입구에서 만난 서용호(81)씨는 “한양으로 가던 길은 농로가 됐거나 경지 정리로 모두 사라져 버렸다.”고 푸념했다. 4∼5㎞쯤 되는 비포장 농로를 달리다 보면 노성천이 나오고 이 하천을 건너자마자 초포마을이 나온다. 이 일대 주민들은 이 마을을 ‘풀개’라 불렀다. 주소는 광석면 항월리다. 이곳은 한양을 오갈 때 반드시 거치는 마을이었다. 자연히 주막촌이 형성됐고 왈패들이 많았다.‘최장사’니 ‘팔장사’니 하는 힘센 전설적인 장사 이름이 전설로 내려온다. 주민들은 이들이 들었던 거대한 돌이 있다고 전했으나 지금은 흔적이 없다. 새로운 교량이 들어섰지만 예전 다리를 쓰던 돌들이 냇가에 흩어져 있다.20∼30년 전까지만 해도 논산장을 가려면 지나던 길이다. 주막집들은 지금 슬래브 주택으로 바뀌었다. 허름한 기와집 한 곳에서만 막걸리를 팔았다. 주민 이유영(67)씨는 “주먹 깨나 쓰던 장사들이 많아선지 ‘아사리 풀개’라고 불렀다.”면서 “내가 어릴 적만 해도 이곳에 5일장이 서면 노성, 상월 등 인근 동네 아이들이 무서워 오는 걸 꺼렸다.”고 회고했다. 풀개를 떠난 옛길은 노성천 옆을 따라 올라간다. 노성면으로 들어서자 교촌리 ‘윤증고택’이 맞는다. 윤증(1629∼1714) 선생은 조선시대 숙종 때 한학자로 스승 송시열 선생의 논리를 비판하는 등 성품이 대쪽 같았다. 대사헌, 우의정 등에 임명됐으나 모두 사양했다. 고택은 윤증의 성품대로 간결하고 품위가 있다. 중부지역 양식에 남도풍이 가미돼 있다. 중요민속자료 190호다. 길은 이어 상월면을 거쳐 공주시 계룡면으로 들어간다. 논산 이천열기자 sky@seoul.co.kr ■ 부인2리 지밭마을 유래 “옛날 선비들이 한양에 말 타고 갈 때 서낭당 앞에서 내려서 가야지, 그렇지 않으면 말 다리가 부러지고 말았대유.” 논산시 부적면 부인2리 지밭마을 주민 오영근(65)씨는 마을에 내려오는 전설을 전하면서 대뜸 이렇게 말했다. 마을안 논 옆에 세워져 있는 서낭당은 무당을 모신 곳이다. 이 무당은 고려 태조 왕건이 견훤의 아들 신검의 후백제를 멸망시키는 사건과 관련이 있다. 왕건이 후백제를 치려고 개태사 근처에 진을 치고 잠을 자다가 꿈을 꾸었다. 자신이 무쇠솥을 쓰고 물속에 빠지는 꿈이었다. 왕건이 “불길하다.”고 고민하자 부하들이 “이 마을에 해몽을 잘하는 무당이 있으니 한번 물어보자.”고 했다. 무당의 딸로부터 ‘흉몽’이라는 얘기를 듣고 낙심해 되돌아가던 왕건을 때마침 집에 돌아온 무당이 붙잡았다. 무당은 “길몽이다. 솥은 왕관을, 물은 등극을 뜻한다.”고 풀이했다. 왕건은 무당의 말에 곧바로 후백제를 쳐 멸망시켰다. 왕건은 고려를 건국한 뒤 무당의 은혜를 갚고자 ‘부인’이라는 작위를 내리고 땅을 하사했다. 지금의 마을 이름도 이 작위명에서 유래하고 있다. 지밭이란 자연부락명도 ‘제사를 지내는 데 쓰는 밭’이란 뜻에서 변형됐다. 오씨는 “쳐다봐서 보이는 땅은 전부가 무당 땅이었다고 해요.”라고 전했다. 재미있는 것은 왕건이 하사한 엄청나게 넓은 토지의 일부가 지금도 전해진다는 것이다. 이 땅은 두 마지기(400평 정도)로 마을 주민들이 공동으로 경작하고 있다. 여기에서 나온 쌀로 매년 대보름 전날 마을 서낭당에서 무당의 제사를 지내주고 있다. 요즘 서낭당 앞에는 건축폐기물이 어지럽게 쌓여 있지만 제사 때는 주변을 깨끗이 정리하고 지낸다고 한다. 제삿날이면 일부 주민이 풍물을 치면서 서낭당으로 올라간다. 제사가 시작됨을 알리는 신호이다. 이 풍물소리를 들은 이웃들이 준비해놓은 음식을 하나씩 가지고 뒤따른다. 제사는 성대하다. 오씨와 함께 도랑에서 우렁이와 참게를 잡고 있던 서일웅(67)씨는 “(제사를 지내는) 그날은 주민 모두가 멸치도 안먹는다.”고 웃었다. 비린 것을 피할 정도로 무당의 제사를 신성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20여년 전만 해도 제사 때면 외지인이 마을에 들어오지 못했다.”면서 “지금도 제삿날 직전에 초상집에 갔던 주민은 서낭당 근처에 얼씬도 하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논산 이천열기자 sky@seoul.co.kr
  • [사설] 법원 性에 관대한 건가, 무지한 건가

    법원이 사회통념상 납득하기 힘든 성(性) 관련 판결들을 최근 잇따라 내놓은 것은 우려할 만한 일이다. 서울고법 특별5부는 그제 여직원들을 성희롱했다는 이유로 해고된 대기업 지점장에 대해 “성희롱에는 해당하지만 직장 내 일체감을 이끌어내려는 의도에서 비롯됐다고 보인다.”라는 취지로 손을 들어주었다. 그보다 1주일쯤 전에는 술집 손님을 단골로 만들고자 여종업원들에게 성관계를 갖도록 지시한 주인에게 성매매 알선 혐의가 없다고 무죄를 선고한 판결이 서울중앙지법에서 나왔다. 우리는 이같은 판결들에 당혹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성희롱 건에서 재판부는 지점장의 행동을 “여직원들로 하여금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게 하는 행위”로 인정했다. 그러고도 “관리자로서 직원에 대한 애정을 표시해 일체감ㆍ단결을 이끌어낸다는 의도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는 이유로 면죄부를 주었다. 이 무슨 해괴한 논리인가. 직장의 일체감을 위해서라면 여직원은 성적 굴욕감쯤은 감내하라는 뜻인가. 성매매 알선 건도 마찬가지이다. 매상을 올리려는 목적에서 주인이 종업원에게 손님을 지정해 주고, 성관계를 통해 평상시 관리토록 했으면 당연히 술값과 성관계 사이에 상관관계가 있다고 보아야 할 터이다. 그런데 성매매가 아니라니 참으로 이해심 넓은 판결이라 하겠다. 우리 사법부는 어찌 이처럼 상식을 뛰어넘어 ‘성범죄’에 관대한가. 아니면 성에 관해 무지하기 때문인가. 우리로서는 그저 남성우월적 시각이 사법부에 만연해 있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 [맑은물 밝은세상] (15) 네덜란드 워터넷 정수장

    [맑은물 밝은세상] (15) 네덜란드 워터넷 정수장

    네덜란드는 국토의 30%가 바다 수면보다 낮다. 나라 이름 자체가 ‘바다보다 낮은 땅’이라는 뜻이다. 국민들은 수만년 전부터 간척으로 국토를 넓히고 댐을 쌓는 등 물과 싸우는 것이 생활의 전부였다. 지금도 간척사업이 진행 중이다. 수돗물 생산·운하·간척사업·수해 방지 기술 등은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강물·지하수를 최고급 수돗물로 네덜란드는 물은 많지만 상수원은 취약하다. 수돗물을 만들기 위해서는 유럽 5개국을 지나면서 더러워질 대로 더러워진 라인강물을 퍼올리거나 지하수를 뽑아야 한다. 수돗물 생산 여건이 최악의 수준이다. 암스테르담 북해 바닷가 모래성(城)에 있는 워터넷(Water-net)정수장. 워터넷은 암스테르담 시민 100만명에게 상수도를 공급하는 동시에 하수도·간척사업·해외 수자원개발 사업을 펼치는 물관리 전문기업이다. 지표수로 수돗물을 만드는 기업의 모델이 되면서 세계 각국의 상수도 관련자들이 수시로 이곳을 찾아와 정수 기술을 벤치마킹한다. 거대한 모래성을 이용해 물을 자연친화적으로 걸러내는 것이 워터넷 정수장의 특징이다. 모래성은 3600㏊(분당 신도시 2배 정도)나 된다. 파도와 바닷바람에 밀려온 모래가 산을 이루는 지형이다. 취수장은 56㎞ 떨어진 라인강변에 있다. 전용 수로를 통해 이동한 물은 정수장 아래 호수에 일단 저장된다. 다음은 워터넷만의 특이한 정수 기법이 동원된다. 호수에서 모래성 인공 수로로 물을 퍼올려 물을 걸러내는 기법이다. 모래성에는 나무와 갈대가 빼곡하다. 갈대가 무성한 모래밭 사이로 폭 30m정도의 인공 수로 40여 개를 만들었는데 길이만 25㎞에 이른다. 물이 인공 수로를 따라 60∼100일을 천천히 흐르는 동안 오염 물질이 걸러지고 나면 깨끗한 물만 모래 속으로 서서히 스며든다. 모래 수로에 오염물질이 가라앉아 달라붙는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박테리아를 넣어 없애거나 연중 골고루 내리는 비가 자연적으로 정화해준다. 워터넷 홍보실 어드바이저인 쿠스 데커스는 “모래성이라는 자연자원을 이용해 정수 비용을 줄이고 화학 약품 사용을 최대한 억제하고 있다.”고 말했다. ●모래로 시작해 모래로 정수 완료 모래성 수로에서 1차 걸러낸 물은 펌프로 뽑아내 정밀 정수 시설을 갖춘 수돗물 생산 공장으로 보낸다. 기다리는 코스는 모래와 물이 들어 있는 사일로에 공기를 불어넣어 작은 찌꺼기를 물 위로 띄워 걸러내는 과정이다(급속사여과). 미세 오염 덩어리를 걸러내는 방법이다. 특이한 것은 오존 처리를 한다. 오존이 직접 닿으면 인체에 해롭지만 이곳에서는 안전하게 물을 소독하는 매개로 이용한다. 다음은 자갈·굵은 모래 층을 거치도록 하면서 물을 부드럽게 만든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활성탄(숯)으로 여과한 뒤 다시 모래와 물이 들어 있는 사일로로 보내 똑같은 과정을 거친다. 마지막 과정도 모래다. 축구장 크기만한 물탱크 바닥에 1m정도 되는 밀가루처럼 아주 고운 모래층을 서서히 통과하도록 해 아주 작은 오염물질까지 걸러낸다(완속사여과). 염소 소독 시스템을 갖췄지만 비상시에만 사용한다. 시간당 7000∼8000t의 수돗물을 만들어낸다. 최대 능력은 시간당 1만 3000t을 생산할 수 있는 시설이다. 물값은 t당 1700원으로 우리나라보다 4배 비싸다. 워터넷은 암스테르담시와 수리국이 지분을 갖고있는 공기업형이라서 물값을 마음대로 올리지 못한다. 워터넷 정수장 공정관리 책임자인 프레드 반 스후텐은 “모래성이 박테리아나 바이러스를 걸러내는 필터인 동시에 두 달분의 물을 저장하는 거대한 물탱크 역할을 한다.”며 “시민들은 100% 이 물을 수도꼭지에서 받아 바로 마신다.”고 소개했다. 암스테르담 글 류찬희기자 chani@seoul.co.kr ■플래보랜드 간척지 5600ha…세계적 습지·생태공원 ‘명성’ 네덜란드에는 간척지를 세계적인 국립공원으로 조성한 곳도 있다. 암스테르담 북쪽 플래보랜드.1960년대 말에 간척사업을 마친 곳으로 아직도 간척사업의 흔적을 볼 수 있다. 플래보랜드 간척지는 크게 4지역으로 나뉜다. 스키폴 공항에서 40분 떨어진 래리슈타트는 암스테르담 배후도시 역할을 한다. 도시가 개발된지 15년 정도 됐으며 주거·업무지역과 해양 관광도시로 개발됐다. 바다를 막아 생긴 아이젤 호수 주변에는 해양스포츠 문화가 발달했다. 두 지역은 농업·산업지대다. 금속·식음료·실리콘·중장비 산업으로 유명하다. 나머지 한 곳은 개발 유보지로 남아 있는데 이곳이 바로 세계적으로 유명한 오스터파르더스 플라스 공원이다.5600㏊(분당 신도시 3배 정도)나 된다.1970년대 오일 쇼크 이후 석유화학 산업단지로 조성하자는 주장에 밀려 사라질 위기를 겪기도 했지만 국립공원으로 지정, 습지 생태공원으로 관리하고 있다. 가뭄이 들면 운하를 통해 늪지까지 물을 끌어와 습지를 유지토록 하고 있다. 습지는 갈대가 우거졌고, 언덕에는 나무가 울창하게 들어서 포유류와 조류 등 동물의 천국이 되었다. 비록 간척이라는 개발사업을 통해 확보한 땅이지만 필요하다면 철저하게 보존하는 지혜를 엿볼 수 있는 곳이다. 래리슈타트 류찬희기자 chani@seoul.co.kr ■폐쇄형 대신 친환경댐으로 11세기부터 둑을 쌓아 바닷물을 막아왔던 네덜란드. 그러나 20세기에 들어 엄청난 재앙을 당한다.1953년 2월 남서부 북해 연안을 강타한 해일과 폭풍우가 주변을 한순간에 삼켜버렸다. 주민 1835명이 희생되고 가축 20만 마리가 떼죽음을 당했다.7만 2000명의 이재민이 발생하고 농경지 16만㏊가 사라졌다. ●평상시 수문 열어 바다·호수물 이동 암스테르담에서 남서쪽으로 승용차로 1시간 거리 델타웍스 간척지역. 대재앙을 입은 네덜란드는 해일을 막기 위해 로테르담과 제이란드 지역을 잇는 대규모 치수 사업을 시작한다.12개 댐과 62개 수문을 건설하는 ‘델타 프로젝트’가 그것이다. 워낙 큰 사업이라 1986년에야 끝났다. 초기 사업은 바닷물을 막는 데 중점을 뒀다. 재앙을 막기 위해서는 대규모 댐을 건설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생각을 했다. 물을 가둬 전기를 일으키거나 상수원으로 사용하는 댐이 아니라 방조제이다. 그러다 보니 환경을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하링브리트 댐은 2중으로 막았다. 바닷물이 안으로 들어오는 것은 막고 댐 안의 물은 조수간만의 차를 이용해 흘려보내도록 설계했다. 그러나 바닷물이 호수 안으로 들어오지 않으면서 물이 더러워지기 시작했다. 아예 모래 제방을 쌓아 호수와 바닷물이 완전 차단돼 호수가 썩는 곳도 생겼다. 호수가 썩으면서 물고기와 조개가 떼죽음 당했고 어민들은 생업을 포기해야 했다. 주민들의 반발도 거셌다. 결국 제방에 작은 터널을 만들어 보았지만 수질개선에는 별 도움을 주지 못했다. 환경을 고려하지 않은 댐 건설이 얼마나 무모한지를 절실히 깨닫게 한 사업이었다. ●해일 때 수문 닫아 바닷물 유입 막아 환경 문제를 인식한 뒤에는 댐 건설 방향을 달리했다. 오스터스켈더 댐은 모래와 돌로 방조제를 막는 폐쇄형 댐 대신 60여 개의 수문을 달았다. 해일이 닥칠 때만 수문을 내려 바닷물 유입을 막고 평상시에는 수문을 올려 바닷물과 호수 물이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게 설계했다. 담수로 인한 수질 악화가 생기지 않아 호수에서는 예전처럼 고기를 잡고 조개도 캐고 있다. 치수사업과 환경을 동시에 고려한 사업으로 평가받는다. 댐 옆에는 델타 프로젝트와 첨단 공법 등을 소개하는 박물관을 지었다. 댐 내부 일부를 헐어 만든 전시장과 전망대에는 늘 관광객이 붐빈다. 디 히어 국제수리공대(IHE) 교수는 “단순 치수 목적의 댐 건설에서 돌아서 자연친화적인 댐 건설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했다. 로테르담 류찬희기자 chani@seoul.co.kr
  • “집앞이 미술관이 됐어요”

    “집앞이 미술관이 됐어요”

    ‘도시 갤러리 프로젝트’가 결실을 맺고 있다. 12일 서울시에 따르면 ▲예술로 일촌 맺기 ▲놀이방+공부방 ▲불광천에 공공미술 등 3개 캠페인이 진행되고 있다. 올해 30개 지역에서 사업을 시행하기로 하고 공모안을 심사하고 있는 도시갤러리 프로젝트는 미술작가와 주민들이 합동으로 후미진 골목에 문화적 여유가 생기도록 작품을 만드는 사업이다. ●‘미술가·주민 합동작업’ 마포구 망원동 유수지 앞의 낡은 컨테이너를 단장해 ‘동네 예술가 센터’를 만들었다. 주민 공동작업을 기획하고 작업하는 곳이다. 목공작업이 필요할 때에 ‘예술마당’이라고 이름 붙인 목공소도 차렸다. 재료비 10만원의 범위에서 주민들이 만들고 싶은 작품을 구상해 지금 한창 작업중이다. 성산동의 전병철 작가는 주민들이 함께 이용하는 원통형 동네 게시판을 만들었다. 조호연 작가는 연립주택의 화단과 벽을 예쁘게 꾸미고 ‘꽃밭 주택’이라고 이름을 지었다. 공동벽화도 설치하고 버스정류장의 안내판을 재미있게 만들 예정이다. ●‘놀이방+공부방’ 관악구 신림동에서는 놀이방+공부방 사업을 하고 있다. 어린이들이 모여 노는 동네 구석구석을 살펴보고 방치된 놀이공간을 새롭게 꾸미는 프로그램이다. ‘우리자리 공부방’에 텃밭과 툇마루을 조성해 공부방을 겸한 놀이방으로 만들 예정이다. 자재는 쓰레기나 폐건축자재를 최대한 이용하기로 했다. 작은 텃밭에서는 아이들이 놀면서 생태탐사도 할 수 있다. ●‘불광천에 공공미술’ 불광천 신응교에는 동네 어른들이 즐길 수 있는 ‘장기 방’을 만들었다. 조명시설이 있는 넓직한 평상에서 장기는 물론 바둑도 둘 수 있다. 근처의 와산교는 여성들만의 공간으로 꾸미고 있다. 긴 나무벤치를 만들고 샹들리에로 ‘아트 조명’을 꾸몄다. 마이크 시설을 만들어 때에 따라 노래방으로도 활용되도록 할 예정이다. 불광천변의 콘크리트 계단에는 알록달록한 타일로 물고기, 오리, 게 등을 예쁘게 그려 놓았다. 그 길이만 100m에 이른다. 또 천변을 따라 설치된 나무테크에 누워 하늘을 바라보면 북한산의 기운이 느낄 수 있도록 조형물을 만들었다. 작업 중간단계지만 13일 오후 5시 30분∼7시 30분 응암역 근처의 불광천변에서는 장기·바둑대회, 노래자랑, 그림자놀이 등 ‘불광천 프로젝트 마을잔치’가 열린다. 서울시 관계자는 “작은 창작활동으로 시민들에게 소박한 기쁨을 주기 위해 내년엔 대상지역을 늘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경운기자 kkwoon@seoul.co.kr
  • [거리 미술관 속으로] (44) 은평구 불광천 도시갤러리

    [거리 미술관 속으로] (44) 은평구 불광천 도시갤러리

    물 맑은 하천은 예나 지금이나 사람들의 삶의 일부이고, 놀이터다. 한때 흙탕물과 퀴퀴한 냄새로 가득했던 하천이 요즘은 가족 나들이를 즐기는 곳으로 되돌아왔다. 은평구 불광천은 미술이 숨어있는 곳으로 태어났다. 서울시 도시갤러리 프로젝트의 하나로 지난 7월부터 변신에 들어간 지 3개월 만이다. 큐레이터, 조각가, 설치미술가 등 10여명으로 구성된 이미지 행동집단 ‘레드 안테나’가 중심이 돼 ‘불광천에 물 오르니 미친 흥(興)이 절로 난다.’를 주제로 곳곳에 작품을 숨겨놨다. 아이들이 가장 좋아할 만한 것은 징검다리와 계단에 새겨넣은 암각화. 어려운 그림이 아니라 자연에서 볼 수 있는 물고기, 오리, 새, 개미 등 귀여운 그림이다. 불광천에서 열린 생태탐험캠프에 참가한 아이들이 그린 그림들을 조각가 차명원·장은석씨가 돌에 새겼다. 지하철 6호선 응암역에서 증산교까지 2㎞ 길이의 산책로에 있는 암각화는 모두 100개. 징검다리 위나 옆면, 계단의 한쪽 모퉁이에 숨어있어 찾아내는 재미가 쏠쏠하다. 어디엔가 그려넣은 징표처럼 문득 생각나고, 선사시대 동굴벽화처럼 먼훗날 발견하는 즐거움을 떠올린 작가들의 의도이다. 서울시 조망명소로 꼽히는 불광천 해담는다리에서 와산교 방향으로 가는 길에는 물 위에 떠있는 평상이 있다. 설치미술가 김해심 작가는 “편안한 자세로 나무 위에 앉아 북한산을 바라볼 수 있다.”면서 “북한산과 자신 사이에 놓인 자연의 공간감을 한껏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소개했다. 신응교 위쪽 분수대 계단에는 식물, 곤충 등을 그린 초충도(草蟲圖)를 유리타일로 붙여놓기도 했다. 이곳으로 마실나온 어르신들을 위해 신응교 아래에는 바둑, 장기를 두는 공간이 있다. 와산교 밑에는 전등을 매달아 꾸민 조명장식을 만들었다. 큼지막한 스크린을 걸어 그림자 놀이 공연을 하는 등 무대로도 활용된다. 불광천에만 나가도 문화와 여가생활이 있고, 그 속에 있다는 자체가 자연을 담은 풍경화가 된다.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조선후기 신지식인 한양의 中人들] (41) 마마 전문치료 두의(痘醫) 유상

    [조선후기 신지식인 한양의 中人들] (41) 마마 전문치료 두의(痘醫) 유상

    조선시대에 가장 무서운 병 가운데 하나가 마마였다. 마마는 누구나 평생 한번은 걸려야 한다고 생각했던 병인데, 심하면 죽었고, 가볍게 나아도 얼굴에 흉터가 생겼다. 심하게 얽으면 곰보라고 했는데, 조선시대 초상화를 살펴 보면 얼굴에 얽은 자국이 심한 분들이 많다.‘역사인물초상화대사전’에 200여명의 초상화가 실렸는데,17세기 후반에 태어난 인물들의 얼굴이 특히 많이 얽었다. 예를 들어 1660년대부터 80년대까지 20년 동안 태어난 분들 가운데 정수기, 박필건, 오명항, 이덕수, 어유룡, 윤봉근, 정현복 등의 얼굴에 마마자국이 심한데, 이들은 숙종과 비슷한 연배이다. 이 시기 인물들의 절반 정도는 마마를 심하게 앓았던 후유증을 평생 지니고 살았던 셈이다. ●왕실이 가장 두려워했던 전염병 마마 마마를 전문으로 치료한 의원이 두의(痘醫)인데, 가장 빠르게 승진했다. 임금들이 두의를 특히 고맙게 여긴 이유는 얼굴에 흉터가 생기면 왕노릇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평생 수많은 신하와 외국 사신들을 만나야 하는데, 성형수술이 발달하지 못했던 당시로서는 얼굴이 심하게 얽은 임금을 만나야 하는 신하도 마음이 괴롭고, 임금도 편치 못했다. 왕과 세자의 마마를 모두 치료해 지중추부사까지 오른 유상(柳 )은 대표적인 두의이다. 왕실에서 마마를 얼마나 두려워했는지, 현종 즉위년(1659) 9월5일 기사에 실린 이야기를 살펴 보자. 인조가 청나라 태조에게 항복한 뒤에 심양에 인질로 끌려 갔던 봉림대군이 돌아와 즉위하자 청나라에 복수할 준비를 했다. 효종은 송시열과 함께 북벌책(北伐策)을 추진했는데, 세상을 떠나던 해인 1659년 3월11일 희정당에서 송시열을 만나 북벌에 관해 의논했다. 몸이 차츰 약해지는 것을 걱정한 효종이 10년을 기한으로 청나라 칠 준비를 하자고 했다.10년이 지나면 효종 자신이 나이 쉰이 되어 기력이 약해지고 송시열도 늙을 테니, 북벌을 실현하기 불가능하다고 했다. 효종은 그러면서 아들의 마마 이야기를 했다. “세자가 매우 현명한데, 비록 부자지간이라 하더라도 어찌 그 장단점을 모르겠는가? 세자는 성품이 온순하고 효성스러운데다 견고한 의지가 있으니, 문치(文治)로 국가를 보존할 임금이 될 것이다. 깊은 궁중에서 자라 병가(兵家)의 일을 알지 못하니, 억지로 어려운 일을 책임지울 수 없다. 아직 마마를 치르지 않았기 때문에, 내가 어린아이처럼 보호하고 있다.” 효종은 세자의 마마를 걱정했지만, 정작 그 자신은 두 달 뒤에 종기를 고치지 못해 세상을 떠났다. 쉰이 될까봐 걱정했는데, 겨우 마흔이었다. 효종의 아들인 현종도 마마를 걱정했다. 현종 8년(1667) 2월에 원자를 세자로 책봉하는 책례(冊禮)를 치르기로 했는데, 나중에 숙종이 된 원자는 그때 일곱 살이었다. 그러나 한달쯤 전에 마마가 유행하자 현종은 행사보다 아들의 건강이 더 걱정되었다. 몸이 약해 자주 온천에 다니던 현종은 1월18일에도 침을 맞다가, 영의정 정태화를 불러 명했다. “세자가 책례를 마친 뒤에 사례의 전문(箋文)을 올리는 것은 중요한 의례이다. 그러나 지금 마마가 치성하고 있는데 세자가 연일 외정에서 예를 행하고 있으니 염려스럽다.” 그러나 정태화가 ‘내정에서 하는 것은 너무 구차하니, 동궁 소속 관원들만 외정에서 참여하여 간략하게 치르자.’고 아뢰어 그대로 하였다. 그만큼 마마는 왕에게도 무서운 병이었다. 이듬해 5월17일에 궁인이 마마를 앓자, 현종이 창경궁으로 거처를 옮겼다. 마마는 환자와의 접촉은 물론, 공기로도 전염되었다. 그래서 지엄하신 임금도 피신할 수밖에 없었다. 현종 12년(1671) 2월29일 실록에는 “팔도에 기아, 여역, 마마로 죽은 백성을 이루 다 기록할 수가 없다.”고 하였다. 이런 상황에서 마마를 앓지 않고 왕위에 오른 숙종과 마마 전문의원 유상의 인연이 시작된 것이다. ●숙종 완쾌되자 유상의 품계를 두 계급 이상 올려 명성대비는 숙종이 마마를 겪지 않은 것을 늘 걱정했다. 숙종이 왕위에 오른 지 8년째 되던 1683년 10월에 몸에 두창(痘瘡)이 나자 깜짝 놀라 목욕재계하고 자신이 대신 죽기를 청했는데,11월에 마마가 깨끗이 나았다. 허준이 ‘두창집요(痘瘡集要)’를 편찬한 뒤부터 두창이라는 말이 널리 쓰였는데, 일생에 한번은 걸린다고 해서 백세창이라고도 불렸다. 그랬기에 숙종은 늘 마마를 걱정했으며, 내의원에 두의를 두었다. 한의학에서는 두창이 걸리는 이유를 태독설과 운기설로 설명했는데, 태(胎) 안에 있을 때에 어머니의 나쁜 기운을 물려 받았기 때문에 어린아이가 두창에 걸린다는 것이 태독설이다. 그랬기에 명성대비도 숙종이 어렸을 때에 마마를 앓지 않자 평생 조바심하며 걱정했던 것이다. 명성대비가 기도하여 숙종의 마마가 나았다고 기록되었지만, 실제로 치료한 의원은 유상이다. 10월18일에 숙종의 마마 증상이 시작되었는데, 이틀 뒤에 유상을 불러 진료케 했으며, 의원 일곱 명이 번갈아 숙직했다. 현종이 왕궁을 비워두고 온천에 행차했을 때같이 십며칠 치의 군호(軍號)를 미리 정해 올렸으며, 숙직하는 군사도 새로 뽑지 않고 활쏘기 시범도 중지시켰다. 왕이 마마를 앓기 시작하자 비상사태에 들어간 것이다. 숙종의 증세는 나날이 심해져, 열흘째 날에는 청성부원군 김석주가 안부를 물어도 혼미한 상태로 턱만 끄덕일 뿐이었다.28일에야 비로소 곪은 데가 아물며 딱지가 생기기 시작했다.29일에는 가벼운 죄수들을 석방하라고 사면령을 내렸다. 11월1일에 딱지가 떨어져 완쾌되자, 대비의 수라상에도 고기와 생선이 오르게 되었다.5일에 시약청(侍藥廳)을 해체하고, 군사들의 비상체제도 원상으로 복구했다.10일에 유상을 종2품 동중추부사로 초자(超資)하고, 금관자를 내려 주었다. 상을 줄 때에는 품계를 하나씩 올리는 것이 관례인데, 유상의 경우에는 두 계급 이상 올렸다는 뜻이다.14일부터 의원들에게 지나친 상을 주었다는 논란이 일어나기 시작했지만, 언관들도 유상의 공로는 인정했다.17일에 종묘 사직에 경사를 아뢰었으며, 전 승지 이현석이 ‘성두가(聖痘歌)’를 지어 기쁨을 표현하자, 많은 사람들이 외워 전하였다. 그 정도로 왕의 마마는 큰 사건이었다. 12월4일에 유상을 종4품 서산군수로 임명했다. 그러나 이튿날 “임금의 환후가 평상시 같이 회복되지 않았으므로 멀리 내보낼 수 없다.”고 하여 한양 옆의 고양군수로 옮겨 주었다. 언제라도 불러 들일 수 있는 곳에 둔 것이다. ●감꼭지를 달여 마마를 치료했다는 전설까지 유상이 숙종의 마마를 치료한 비법이 ‘청구야담’에 실려 있다. 유상이 영남관찰사를 따라 책실(冊室)로 내려갔는데, 몇 달 동안 할 일이 없어 집으로 돌아가겠다고 관찰사에게 말했다. 금호를 건너 우암창에 이르기 전에, 종이 변을 보겠다고 고삐를 맡겼다. 유상이 채찍을 들어서 한번 치자, 나귀가 깜짝 놀라 달아났다. 하루가 다하도록 멈추지 않다가, 날 저물 무렵에야 어떤 집 마루 앞에 멈춰섰다. 마루에 있던 노인이 아들을 부르더니 “손님이 나귀를 타고 오셨으니, 나귀도 잘 먹이고 손님도 잘 모시라.”고 했다. 인사를 나눈 뒤에 귀뚜라미 소리가 들리자 주인이 긴 칼을 차고 나가면서 “내 책은 보지 마시오.”라고 했다. 유상이 휘장 속을 보니 의서(醫書)가 가득해 아무 책이나 들춰 보았다. 주인이 돌아와 함께 잠자리에 누웠는데, 첫닭이 울자 주인이 “빨리 떠나라.”고 했다. 한낮이 되어 판교에 다다르자, 액정서 아전들이 열댓 명이나 길가에 줄지어 서서 유상에게 빨리 서울로 들어가자고 재촉했다.“지금 성상께서 마마를 앓으시는데, 꿈속에 신령이 나타나서 의원 유상을 부르라고 했다오.” 구리개를 넘어서는데 어떤 할미가 마마에 걸렸던 아이를 등에 업고 있었다. 길 가던 사람들이 묻자 할미가 설명했다.“이 아이는 곪긴 속에 출혈이 심해 숨까지 막혔었다오. 다들 팔짱을 낀 채 죽기만 기다렸는데, 지나가던 스님이 시체탕(湯)을 달여 먹게 해서 효험을 보았지요.” 말린 시체탕은 감꼭지를 달인 약인데, 딸꾹질에 복용했다. 듣고 보니 어젯밤 보았던 의서에도 시체탕이란 말이 있었다. 왕을 진찰했더니, 할미가 업고 있던 아이와 같은 증세였다. 그래서 시체탕을 올렸더니 곧바로 효험이 있어, 신의라고 이름을 떨치게 되었다고 한다. 병균이라는 개념이 없던 조선시대에 두창은 귀신에 의해 생겨났다고 믿었다. 민간에서는 두창신을 중히 여겨 왔으며, 여러 가지 금기(禁忌)가 생겨났다. 그래서 그 귀신을 마마, 손님이라고 높이 받들었던 것이다. 고을마다 여단( 壇)을 쌓아 놓고 전염병이 돌 때마다 여제( 祭)를 지냈는데, 억울한 원혼(魂)을 달래 전염병이 돌지 않게 하기 위한 것이다. 마마가 유행하면 마마배송굿이나 하던 시대에 유상은 숙종뿐이 아니라 1699년에는 세자,1711년에는 왕자와 왕비의 마마까지 모두 치료했다. 더 이상 승진할 수 없을 정도로 분에 넘치는 상을 받았으니, 왕실의 마마를 치료하던 의원은 조선 최고의 전문지식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유상의 아들이 대를 잇지 않았기 때문에, 전설까지 생겨난 그의 의술은 전수되지 못했다. 허경진 연세대 국문과 교수
  • [2007 남북정상회담] 盧대통령 “금단의 선 넘어간다. 장벽은 무너질 것이다”

    [2007 남북정상회담] 盧대통령 “금단의 선 넘어간다. 장벽은 무너질 것이다”

    “여기 있는 이 선이 지난 반세기 동안 우리 민족을 갈라놓고 있는 장벽입니다. 이 장벽 때문에 우리 국민들은, 우리 민족들은 너무 많은 고통을 받아왔습니다.” 군사분계선을 10m 남짓 남겨두고 승용차에서 내려 대국민 메시지를 발표하는 노무현 대통령의 목소리에선 “여기서 한마디 하고 넘어가는 거죠.”라며 웃음 짓던 조금 전의 여유를 찾아볼 수 없었다.‘역사적 순간’의 감격을 다스리기란 산전수전 다 겪은 노 대통령으로서도 감당하기 버거운 듯했다. ●“제가 다녀오면 더 많은 사람들 다녀올 것” “저는 이번에 대통령으로서 이 금단 선을 넘어갑니다. 제가 다녀오면 또 더 많은 사람들이 다녀오게 될 것입니다. 그러면 마침내 이 금단의 선도 점차 지워질 것입니다. 장벽은 무너질 것입니다.” 환송단을 향해 손을 흔들고 허리를 굽혀 인사를 한 노 대통령은 몸을 돌려 ‘금단의 선’을 향해 걸음을 재촉했다. 평상시 아무런 표지도 없는 군사분계선은 대한민국 대통령의 역사적인 ‘도보 월경’을 앞두고 50㎝ 폭의 굵은 노란색으로 표시가 돼 있었다. 노 대통령이 잠시 멈춰 호흡을 가다듬는 듯하더니 성큼 노란 선을 넘어섰다. 노 대통령이 방북을 위해 특별히 착용한 개성공단산 시계의 시침은 정확히 9시5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노 대통령이 군사분계선을 걸어서 넘는 역사적 순간은 CNN 등 외신의 생중계를 통해 전 세계에 실시간으로 타전됐다. 이날 노 대통령의 도보 월경은 전 세계에 한반도 평화의 메시지를 극적으로 전달하는 효과를 발휘했다는 게 정부측 평가다. ●방북길은 한국전 당시 남침·북진로 노 대통령 일행이 군사분계선을 거쳐 평양으로 가기 위해 이용한 경의선 남북연결 도로는 2000년 남북정상회담의 결과물로 만들어진 것이어서 의미를 더했다. 과거 한국전쟁 당시 북한군의 침공로이자 유엔군의 북진로이기도 했던 이 길은 지뢰제거 작업 등을 거쳐 2002년 9월에 착공,2003년 10월 개통됐다. 이후 도로는 개성공단 입주기업뿐 아니라 각종 민간교류의 물류 통로로 활용되면서, 대립의 상징물에서 화해와 협력의 소통로 역할을 하고 있다. 1948년 4월 백범 김구 선생이 단독정부 수립을 저지하기 위해 평양에서 열린 남북 정당·사회단체 대표자 연석회의에 참석하면서 38선을 넘을 때도 이 육로를 이용했다. 한편 방북단은 노 대통령이 군사분계선을 도보로 넘는 것을 기념해 비무장지대 남방한계선 우리측 제2통문 앞에 3.6m 높이의 표지석을 세웠다. 표면에는 “평화를 다지는 길, 번영으로 가는 길.2007년 10월2일 대한민국 대통령 노무현”이란 문구가 새겨졌다. 김정석 청와대 부대변인은 노 대통령이 직접 문구를 지어 친필로 기록했다고 전했다. ●“욕심 안 부리겠지만 몸 사리지도 않을 것” 이날 오전 노 대통령은 출발에 앞서 청와대 본관에서 국무위원 및 청와대 수석들과 간담회를 가진 뒤 대국민 인사를 통해 회담에 임하는 자세와 각오를 밝히는 것으로 역사적인 하루를 시작했다. 노 대통령은 푸른 빛 넥타이에 감색 양복을 입고 있었고 표정도 비교적 밝았다. 권 여사는 자주색 정장을 입었다. 노 대통령은 간담회에서 “역사는 단번에 열 걸음 나아가기가 어렵다. 이번에 한걸음 더 나아갔으면 좋겠다.”며 회담에 응하는 소감을 밝힌 뒤 “지금은 한걸음 더 나아가지 않으면 안 되는 때이고 6자회담 진전을 위해 남북정상회담과 잘 맞춰줘야 하는 때”라며 회담의 배경을 설명했다.10여분 간의 간담회를 마친 노 대통령은 본관 앞에 준비된 연단에 올라 5분간 방북에 앞선 ‘대국민 인사’를 발표했다. 이어 노 대통령은 도열해 있던 한덕수 국무총리 등 국무위원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눴고, 태극기와 봉황 문장 깃발이 달린 전용차에 올라 7시55분쯤 청와대를 나섰다. 이날 노 대통령은 청와대 앞 효자동 길을 지나 시청앞∼서소문∼마포∼강변북로∼자유로 코스로 방북길에 올랐다. ●시민들 차분… 보수단체 반대성명도 서울시민들은 정상회담을 위해 방북하는 노 대통령 일행을 차분한 기대 속에 환송했다. 방북단을 태운 차량 행렬이 도라산 남북 출입사무소(CIQ)로 향하는 연도에는 출근길 시민들이 걸음을 멈추고 손을 흔들며 회담의 성공을 기원했고 가정이나 직장에 있는 시민들도 TV를 통해 출발 모습을 지켜봤다. 이날 아침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과 정부중앙청사 앞 인도에는 노무현 대통령과 방북단을 환송하기 위해 ‘참여정부 평가포럼’ 회원과 시민 등 수백명이 몰렸다. 이들은 오전 7시쯤부터 세종문화회관 앞에 ‘5천만개의 마음이 당신과 함께 갑니다.’라고 적힌 노란색 현수막을 걸고 회원과 시민들에게 한반도기와 색색의 풍선을 나눠주기도 했다. 반면 선진화국민회의 등 보수단체 소속 50여명은 이날 노 대통령 차량 행렬이 통과하는 시간에 맞춰 정부중앙청사 앞 네거리에서 집회를 열고 ‘북핵폐기 없이 평화 없다’,‘서해북방한계선 그대로 유지’ 등의 구호를 외치며 성명서를 배포했다. 이들은 “남북정상회담이 국민적 합의와 진정한 화해정신에 입각해 진행되지 않고 정권 차원에서 정략적으로 추진되고 있다.”면서 “대선에서 유리한 여건을 만들기 위해 남북정상회담이 추진되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개성공단産 로만손 시계 착용 눈길 노 대통령이 이날 방북을 위해 특별히 착용했다는 손목시계도 눈길을 끌었다. 개성공단에서 생산된 국산 로만손 시계로 시중에서 19만 8000원에 판매되는 제품이다. 남북경협의 상징인 개성공단산 제품을 일부러 선택했다고 청와대 관계자는 귀띔했다. 방북단은 노 대통령이 착용한 것과 같은 ‘TM7238L’ 모델을 9세트 더 구입해 김정일 위원장 등 북측 회담 관계자들에게 선물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번 회담의 공식수행원 13명 전원은 방북 기간 왼쪽 가슴에 회담을 위해 특별 제작한 휘장을 착용해 눈길을 끌었다. 금색 테두리를 두른 무궁화 모양으로 흰색 바탕 위에 왼쪽에 태극기, 오른쪽에는 한반도기를 배치했다. 평양 남북정상회담 공동취재단·이세영기자
  • [조선후기 신지식인 한양의 中人들] (40) 고약장수에서 종6품 오른 피재길

    [조선후기 신지식인 한양의 中人들] (40) 고약장수에서 종6품 오른 피재길

    홍천 피씨(皮氏)는 전형적인 중인 집안이다. 대부분의 중인은 문과를 하던 사대부 집안에서 분파되었는데, 피씨는 문과 급제자가 없다. 조선시대 양반들의 1차 시험이었던 생원 진사시의 합격자 명부 ‘사마방목’에도 피씨는 없으니, 전형적인 중인이라고 볼 수 있다. 중인 집안의 족보를 간추려 모은 ‘성원록(姓源錄)’에는 홍천 피씨가 두 집안 실려 있는데, 중시조인 피수장(皮壽長)과 피하조(皮河照)가 모두 무인 출신이다. 두 집안의 후손들은 역관, 계사, 율관들과도 혼인했는데,‘성원록’을 편찬한 이창현은 이 집안을 의원 집안으로 분류했다. 종기를 잘 고쳤던 피재길(皮載吉)의 후손은 기록되어 있지 않아, 그의 직계에게는 의원의 맥이 끊어진 듯하다. ●어머니에게 처방 배워 고약을 만들어 팔다 의원 피홍즙(皮弘楫)은 주로 종기를 고쳤는데, 백광현과 달리 침으로 째기보다 약을 잘 써서 고쳤다. 아버지가 세상을 떠날 때에 재길은 아직 나이가 어려, 아버지의 의술을 이어받지 못했다. 어머니 박씨가 남편 옆에서 보고 들었던 여러 처방을 그에게 가르쳤다. 재길은 의서를 배우지 않았으므로, 약재를 모아 고약을 달이는 법만 배웠다. 종기를 고치는 온갖 고약을 팔러 여염을 돌아다니면서도 의원들과 맞서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여염의 민간인뿐만 아니라 사대부들도 소문을 듣고 그를 불러다 고약을 사 썼는데, 효험이 매우 뛰어났다. 1793년 여름에 정조 임금의 머리에 헌데가 났다. 여러 가지 침과 약을 써보았지만 오랫동안 낫지 않았다. 헌데가 얼굴과 턱으로 퍼졌다. 게다가 날씨까지 무더워, 정조는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내의원의 여러 어의(御醫)들도 어쩔 줄 모르고, 대신들도 날마다 모여 의논했지만 대책이 없었다. 그런데 마침 정조를 옆에서 모시던 사관 가운데 피재길의 이름을 아는 사람이 있어, 그를 불러들여 치료법을 물으시라고 추천했다. ●웅담 고약을 처방해 정조의 헌데를 사흘 만에 고치다 피재길은 미천한 신분이었으므로, 임금 앞에서 떨며 땀만 흘리고 말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좌우에 있던 여러 의원과 신하들이 모두 속으로 비웃었다. 정조가 가까이 다가와 진찰하게 하였다.“두려워 말고 네 솜씨를 다하라.” 그러자 재길이 말했다.“신에게 한 가지 처방이 있는데, 이 증상에 써볼 만합니다.” 물러가 약을 지어 바치라고 명하자, 웅담을 여러 가지 약재와 함께 고아서 고약을 만들어 붙였다. 정조가 “며칠이면 낫겠느냐?”고 묻자,“하루면 통증이 멎고, 사흘이면 다 나을 것입니다.”라고 대답했다. 사흘 뒤에 정말 다 나았다. 정조가 약원(藥院)에 유지를 내렸다. “전해 오는 약에서 조금 벗어나긴 했지만, 그동안의 괴로움을 다 잊게 해주었다. 요즘 세상에 뜻밖에도 숨은 솜씨와 비장된 의서가 있으니, 의원도 명의(名醫)라 말할 만하고, 약도 신약(神藥)이라 말할 만하다. 그의 수고를 갚을 방법을 의논하라.” 약원의 신하들이 “우선 내침의(內鍼醫)를 맡게 하고 6품을 내린 뒤에 벼슬을 주십시오.”라고 청하였다. 정조가 허락하고 즉시 나주 감목관(監牧官)을 제수하였다. 감목관은 지방의 목장에 관한 일을 맡아보던 종6품 관원인데, 대개는 부사나 첨사 같은 지방 수령들이 겸직하였다. 중인이나 서얼이 수령에 천거되려면 먼저 감목관을 지내기도 하였다. 감목관 벼슬을 준 것은 나중에 수령으로 임명하겠다는 뜻이기도 해서,‘성원록’에도 피재길을 의원으로 소개하지 않고 목관(牧官)이라고 소개했다. 의원이 겸할 수 있는 명예직인 셈이다.‘정조실록’ 17년(1793) 7월16일 기사에는 이렇게 기록되었다. “임금의 병환이 평상시대로 완전히 회복되었다. 지방 의원인 피재길이 단방(單方)의 고약을 올렸는데, 즉시 신기한 효력을 냈기 때문이다. 피재길을 약원의 침의(鍼醫)로 임명하도록 하였다.” 피재길이 종6품 나주 감목관으로 임명되자, 신의 피재길의 이름이 널리 알려졌다.‘청구야담’에서는 그의 명성을 이렇게 기록했다.“(감목관으로 임명되자) 약원의 여러 의원들이 모두 놀라 감복했으며, 두 손을 맞잡고 그에게 맞서기를 사양하였다. 이로부터 피재길의 이름이 온 나라 안에 퍼졌으며, 웅담고약이 천금의 처방이 되어 세상에 전해졌다.” ●임금의 목숨을 구해내지 못해 유배되다 천금의 처방을 터득했지만, 그가 갑자기 부자가 된 것은 아니다. 민간의 고약장수가 내의원 침의로 승격했지만, 임금의 병을 치료하는 것은 언제나 목숨을 담보해야 할 정도로 위태하고도 귀중한 일이었다.1800년 여름에 정조가 병에 걸려, 여러 의원들이 온갖 처방을 올려도 쾌유되지 않았다.‘정조실록’ 6월22일 기사에 약원의 여러 신하들을 접견하는 기록이 실렸다. 도제조 이시수가 안부를 묻자 “잡아당기는 통증이 조금 나은 듯하다.”고 답했다. 화성유수 서유린이 “수라를 이미 드셨습니까?”라고 묻자 “수라를 어찌 챙겨 먹을 수 있겠는가. 겨우 쌀미음을 조금 마셨을 뿐이다.”라고 답했다. 이병정이 “봉해 올린 장고( 膏)는 드셨습니까?”라고 묻자 “지금 같은 입맛으로 어찌 먹을 수 있겠는가.” 하였다. 정조는 신하들의 안부인사를 다 들은 뒤에 “피재길에게 지방의원 김한주·백동규와 함께 들어와 진찰해 보도록 하라.”고 명하였다. 온갖 음식이 입에 맞지 않고, 마땅한 약도 없었으므로, 믿을 데라곤 웅담고약의 신의 피재길 한 사람뿐이었다. 내의원 의원들이 며칠이 되어도 고치지 못하자, 온 나라에서 이름난 의원들을 모두 불러들여 지방 의원들이 함께 진찰하였다. 피재길이 진찰하고 나자 정조가 “찹쌀밥을 붙인 뒤에 고름이 많이 나왔는데, 지금은 어느 정도나 곪았는가?” 물었다. 김한주는 푹 곪았다 아뢰었고, 백동규는 고름이 많이 나왔지만 아직도 푹 곪지는 않았다고 아뢰었다. 의원들 사이에도 진단이 다르게 나오자, 정조가 “마루 밖으로 나가 앞으로 쓸 처방을 자세히 의논하도록 하라.”고 명하였다. 이튿날이 되어도 정조의 종기는 아물지 않고, 오히려 더 커졌다. 등골뼈 아래쪽부터 목뒤까지 여기저기 부어올랐는데, 연적만큼 크게 부어오른 곳까지 있었다. 정조는 도제조 이시수에게 “병이 든 지 오래 되어 원기가 차츰 약해지고 있으니, 지방의 잡다한 의원들은 더 이상 들여보내지 말라.”고 명했다. 피재길을 믿은 것이다. 그러나 하루가 또 지나도 차도가 없자, 이제는 피재길도 믿을 수 없었다.24일에는 정조가 “어제 정오부터 나오는 고름이 조금 적어졌다. 이제는 피재길 한 사람에게만 진찰하게 할 수 없으니, 여러 의관 가운데 누가 좀 더 나은가?” 물었다. 그러나 피재길의 치료도 끝내 효험이 없어, 정조는 나흘 뒤인 6월28일에 세상을 떠났다. 순조가 즉위한 뒤에 가장 먼저 한 일 가운데 하나가 정조를 살려내지 못한 의원들의 죄를 따지는 것이었다.7월4일 사헌부에서 “내의(內醫) 강명길과 피재길, 방외의(方外醫) 심인을 국문해서 실정을 알아냈으니, 속히 형벌을 시행하도록 하소서. 그 나머지 약(藥)에 대해 의논한 의원들도 아울러 엄히 조사하여 해당되는 형벌을 속히 시행하소서.”하고 아뢰었다. 곧바로 피재길을 유배보내라고 명이 떨어졌으며, 언관들은 의원들을 역의(逆醫)라고 명명하였다. 임금을 제대로 치료못한 책임 정도가 아니라, 시해한 혐의까지 덮어쓴 셈이다. 열흘이 넘게 고문당하던 끝에 의원 강명길은 매맞아 죽었으며, 피재길은 7월14일에 함경도 무산으로 유배되었다. 순조 3년(1803) 2월6일에야 대왕대비의 명으로 대사령이 내려 무산 유배지에서 풀려났다. 침술과 고약 하나로 고약장수에서 종6품까지 올랐던 피재길은 결국 침술과 고약 때문에 천리 유배길에 올랐다. 전문지식인 중인의 책임이자 비애라고도 할 수 있다. ●21세기까지 애용되는 고약의 효험 20세기의 고약으로는 이명래고약, 됴고약 등이 유명한데, 이명래 고약은 전통적인 고약과 좀 다르다. 파리외방전교회의 드비즈 성신부가 1895년에 아산 공세리에 부임해 공세창을 헐고 성당을 지었다. 중국을 통해 입국했던 드비즈 신부는 라틴어로 된 약용식물학 책의 지식과 한의학 지식을 응용해 고약 만드는 비법을 창안해내고, 공세리성당 신도였던 요한 이명래에게 전수했다. 이 고약이 처음에는 드비즈 신부의 한국 이름을 따서 성일론(成一論) 고약이라고 불리다가, 이명래의 민간요법까지 더해지며 1906년 아산에서 이명래고약집이 개업했다고 한다. 성한 살은 다치지 않고 굳어진 고름만 골라 뿌리를 뽑는 발근고(拔根膏)가 이명래고약의 핵심인데, 소나무뿌리를 태워 만드는 기름에다 약재를 녹여 만들었다. 발근고가 종기를 터뜨리면 고약이 고름을 빨아낸다. 우리나라 신약 제1호라고 할 수 있는 이명래고약의 비법은 100년 넘게 사위에서 사위로 전수되고 있다. 허경진 연세대 국문과 교수
  • [日 후쿠다 총리 시대 개막] 후쿠다 새 총리는 누구

    [日 후쿠다 총리 시대 개막] 후쿠다 새 총리는 누구

    |도쿄 박홍기특파원|후쿠다 야스오 일본 총리는 지난해 9월 자민당 총재선거 때 “나는 스페어(Spare·예비)다.”라며 출마 자체를 포기했었다. 또 “총리에 야심이 없다.70세가 돼 기력도 체력도 쇠약해지고 있다. 총리는 행동력이 없으면 감당해 낼 수 없다.”고도 했다. 그는 지난 14일 총재선거에 등록하면서 “평상시라면 출마하지 않았다. 그렇지 않기 때문에 하지 않으면 안됐다.”고 밝혔다. 상황을 비상사태로 규정, 불과 1년 전과 전혀 다른 상황을 연출할 수밖에 없었던 논리를 폈다. 결국 자민당 내의 9개의 파벌 중 8개파의 전폭적인 지지,‘파벌의 힘’을 등에 업고 총리에 올랐다. 그는 관방장관 시절 ‘그림자 장관’이라는 별칭처럼 튀지 않으면서도 국정을 조정해온 ‘균형감’에 높은 점수를 받았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가 지난해 총재선거 당시 “본인의 능력, 인간성, 인격 등 모든 것을 감안해, 지금의 시점에서 제일 적임”이라며 후쿠다 전 장관을 추천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그는 71세에 ‘늦깎이 총리’에 취임하면서 최초의 ‘부자(父子) 총리’를 비롯, 일본 정치사에 적잖은 공식 기록을 남기게 됐다. 후쿠다 다케오 전 총리의 장남인 그는 17년 동안 마루젠 석유회사에서 근무하다 1976년 부친의 비서로 뒤늦게 정치에 발을 디뎠다. 승무원을 꿈꾸던 부인 기요코와 결혼할 때 “정치가는 되지 않는다.”라는 약속도 했지만 90년 2월 중의원에 나와 첫 당선된 이래 지금껏 6차례 의원에 선출됐다. hkpark@seoul.co.kr
  • “여성, 多産기대 굵은 목소리 남성에 호감”

    “여성, 多産기대 굵은 목소리 남성에 호감”

    남성의 굵은 목소리가 매력적인 이유에 대한 연구 결과가 발표되어 눈길을 끌고 있다. 미국과 캐나다 등 서구 과학자들의 최근 연구결과에 따르면 여성들은 굵은 목소리의 남성에게 더 호감을 느끼며 그 이유는 다산(多産)에 대한 기대 때문이라고 BBC 등 해외 언론들이 24일 보도했다. 가장 최근에 발표된 조사는 캐나다 연구진이 현대 의료시술을 받은 적이 없는 탄자니아의 한 종족을 대상으로 목소리와 가족 수의 연관성을 비교한 것. 맥마스터 대학(McMASTER University)의 데이비드 파인버그 교수가 이끈 연구팀의 이 조사에서 목소리가 굵은 남성이 더 많은 가족을 부양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파인버그 교수는 “낮은 목소리를 가진 남성이 많은 여성들을 끌어들이며 많은 자녀를 갖고 있었다.”며 “반면 목소리가 높은 남성들의 자녀는 일찍 사망한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그러나 파인버그 교수는 굵은 목소리의 남성들이 이 같은 연구결과를 과신해서는 안된다고 경고했다. 그는 “굵은 목소리는 누구나 흉내 낼 수 있다.”며 “남성적인 매력의 일부분일 뿐 인상을 결정짓는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파인버그 교수의 연구 결과는 영국왕립협회 생물학학술지 ‘Royal Society journal Biological Letters’에 실릴 예정이다. 한편 여성의 목소리와 자녀수는 관련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이 전한 다른 연구결과에 따르면 여성들은 배란기에만 굵은 목소리에 호감을 느낄 뿐 평상시에는 오히려 조금 높은 목소리의 남성을 편하게 느끼는 것으로 조사됐다. 사진=BBC인터넷 캡처 나우뉴스 박성조 기자 voicechord@seoul.co.kr@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기고] 이번 추석 장보기는 재래시장에서/이호조 서울 성동구청장

    우리 민족 최대의 명절인 한가위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올 추석연휴는 23일부터 26일까지 나흘이지만 하루이틀 휴가를 내면 9일까지 쉴 수 있는 모처럼의 황금연휴여서 그동안 못 뵈었던 가족 친지들을 만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교통, 통신의 발달과 핵가족화로 명절에 대한 감흥이 예전같지 않다. 항공사의 추석연휴기간 국제선 예약률이 90%를 넘었다고 한다. 명절을 가족끼리 여행하기 좋은 연휴의 하나로 생각하는 추세인 것 같다. 우리나라의 3대 명절 설, 단오, 한가위 가운데 가장 큰 명절은 단연 한가위였다.‘열양세시기’의 “더도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라는 말대로 한가위는 그동안의 수고와 노력에 대한 결실과 함께 한동안 못 만났던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여 훈훈한 고향의 정을 나누는 최고의 명절임에 틀림없다. 속담에 “근친길이 으뜸이고 화전길이 버금이다.”라고 할 만큼 추석을 전후해 ‘온보기’로 하루동안 친정 나들이를 하는 것이 여성들게는 큰 기쁨이며 희망이었다. 요즘도 민족대이동이라 할 만큼 몇 천만명이 고향을 찾아 일가친척을 만나고 조상의 음덕을 기리는 것이 이 연유라 생각한다. 어린 시절 추석이 가까워지면 동네 재래시장에 들러 고향에 가져갈 한 보따리의 선물을 마련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어머니와 함께 이곳저곳을 다니며 정성껏 선물을 고른 후 여기에 마음을 얹어 큰집에 가곤 했다. 하지만 교통이 발달하고 바쁜 현대사회에 살고 있는 요즘은 대형마트나 백화점에서 규격화되고 잘 포장된 선물을 사가는 게 일반화됐다. 명절을 앞둔 시장경기는 갈수록 양극화가 뚜렷하다. 대형마트의 매출은 크게 늘고, 재래시장은 평상시와 크게 다를 바 없어 명절 분위기를 느끼지 못한다고 상인들은 하소연한다. 재래시장에서는 대형마트에선 느낄 수 없는 사람사는 분위기와 그 지방의 인심이 있다. 또 파는 사람이 항상 그 자리에 있어 단골이라는 이름으로 가격을 깎는 재미도 있다. 뿐만 아니라 그 지방의 특산물들이 많아 타지인들도 시장에 가면 금세 그 마을이 어느 산물로 유명한지 안다. 하지만 대형마트는 어디를 가나 특산물은커녕 다 똑같은 제품뿐이다. 서울 성동구에는 단일품목 세계 최대 규모이자 수도권 육류 유통의 60∼70%를 차지하는 마장축산물 시장 등 크고작은 재래시장이 많다. 그동안 재래시장 현대화를 위한 노력으로 시설이나 환경도 크게 달라졌다. 마장축산물 시장도 구와 조합상인들의 노력으로 시장 이미지를 크게 개선했으며 인접 청계천 하류가 자연생태적으로 복원되면서 주변환경도 획기적으로 좋아져 이제는 가족과 함께 들를 수 있는 서울의 명소로 자리잡았다. 특히 이곳에서 판매되고 있는 고기의 품질은 뛰어나다. 신선한 축산물이 매시간 지방에서 배송돼 신선하며, 가격도 대형마트보다 20∼30% 싸다. 원산지와 가격표시도 의무화해 초보 고객도 믿고 살 수 있다. 포장기술도 대형 매장 못지않아 갈비세트나 꼬리세트 등 추석맞이 선물용 고기를 사려는 소비자들에게 인기다. 상인들이 스스로 정량, 정가, 정품의 ‘3정운동’을 펼치고 있으며 서비스 개선에 힘쓴 결과 이제는 서비스나 품질 면에서나 육류 제품을 안심하고 살 수 있는 시장으로 탈바꿈했다. 재래시장이 살아야 지역경제가 산다. 성동구도 재래시장을 살리기 위해 시장의 환경은 물론, 주차장과 화장실의 개선에 나서고 있다. 올 추석 선물은 가까운 재래시장에서 장만하자. 가격 흥정하고,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해 그동안 잊고 있던 사람사는 맛을 느끼게 해줄 것이다. 이호조 서울 성동구청장
  • 아~배! 한국여성 얼굴보다 뱃살 고민

    우리나라 여성들은 얼굴보다 뱃살에 더 신경을 쓰는 것으로 나타났다. 18일 대한화장품협회에 따르면 최근 3541명의 여성을 면접조사한 결과 신체부위 중 신경이 쓰이는 부위로는 아랫배가 가장 많았다. ‘평상시 가장 신경 쓰이는 신체 부위는 어디냐.’는 질문에 대해 아랫배라고 답한 응답자가 27%로 가장 많았다. 이어 얼굴(16%), 허벅지(10%), 팔뚝(9%), 허리(9%), 종아리(7%), 엉덩이(6%), 넓적다리(6%), 목(3%), 어깨(2%)의 순이었다. 피부 고민으로는 커진 모공(17.6%)이 가장 많았다. 주름(14.5%)과 기미·주근깨(14.5%)로 고민하는 여성들도 많았다. 한편 71%의 응답자가 매달 화장품 구입에 3만원 이상을 지출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화장을 하는 시간이 10분 이하라고 답한 응답자는 57.5%였다. 주현진기자 jhj@seoul.co.kr
  • 국립공원은 편법공원?

    국립공원관리공단이 한해 절반인 6개월을 ‘성수기’로 지정, 시설 이용요금을 인상하기로 해 시민들이 반발하고 있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은 봄(4월1일∼5월31일), 여름(7월1일∼8월31일), 가을(10월1일∼11월30일) 성수기(주말제외)에는 주차장 등 시설요금을 평상시보다 5∼25% 올려받겠다고 14일 밝혔다. 공단은 정액제 주차료는 4000원에서 5000원, 시간제는 10분당 200원에서 300원, 야영료는 4500원에서 5500원, 승합차 오토캠프비는 1만 4000원에서 1만 7000원, 통나무집(50㎡) 사용료는 8만원에서 9만원으로 각각 인상하고 다음달부터 적용하겠다고 말했다. 공단은 “지난 1월 입장료 폐지 이후 탐방객이 지난해보다 43%나 증가했고 특히 성수기에 집중되면서 자연 훼손의 우려가 커 탐방객을 분산하기 위한 차원에서 요금 인상을 추진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시민들은 “국립공원 입장료를 폐지한 뒤 9개월 만에 편법으로 요금을 올리는 꼼수에 불과하다.”며 반발하고 있다. 윤주옥 국립공원을 지키는 시민의모임 사무국장은 “시설요금 인상을 입장객 통제의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은 효과가 불분명하고 방법론적으로도 부적절하다.”면서 “인상 근거를 먼저 분명히 밝혀야 한다.”고 지적했다.이와 함께 국립공원 19개 사찰은 입장료 폐지 이후에도 등산객들에게 1600∼3000원의 문화재관람료를 별도로 받고 있어 탐방객들과 마찰을 빚고 있다.류찬희기자 chani@seoul.co.kr
  • 신성일(申星一) 찾는 신성일

    신성일(申星一) 찾는 신성일

    『제2의 신성일을 키우겠다』『「올·뉴·페이스」의 영화를 만들겠다』 『백만장자가 되겠다』새해로 접어들면서 영화계에 꿈틀거리는 벅찬 의욕들. 좀더 풀이하면 감독으로 「데뷔」하는 신성일이 자신의 후계자 물색에 나섰고, 상업감독으로 알려진 정인엽(鄭仁燁)이 「뉴·시네마」운동을 펼치고, 「톱·스타」남궁원(南宮遠)이 신발장사로 돼지꿈을 펼치게 된것. 『연애교실』이란 작품을 가지고 감독으로 「데뷔」하는 신성일은 요즘 마땅한 새얼굴 찾기에 혈안이 되어있다. 그가 찾는 신인은 남녀주연급 각 1명씩. 남자는 21~22살가량의 청년(가급적 대학생) 으로 운동신경이 발달된 사람. 미남일 필요는 절대로 없으나 사진발이 잘 받는 개성있는 얼굴일 것. 여자는 천성적으로 생기발랄한 19~20살 처녀.역시 빼어난 미모보다는 개성있는 얼굴 이어야 하고 키가 절대로 1백60cm를 넘지 말 것. 『현역 여배우처럼 축 처진 인상이어서는 안된다』고 강조. 이런 조건을 내걸은 신성일은 각 대학교와 양복점, 양장점, 이발소, 미장원, 목욕탕까지 그가 동원할 수 있는 세포망을 총동원해서 신인 색출작전을 펴고있다. 일단 뽑은 신인은 3년간 자신과 계약하고 『책임지고「스타」로 만들겠다』 는 공약. 감독으로 「데뷔」하는 목적중의 하나가 이 신인배우 양성이라고 신성일은 힘주어 말하고 있다. 그는 그동안 『뽑아놓기만 하고 한두작품으로 버림받은 배우지망생의 비극을 숱하게 보아왔다』고 말했다. 감독될 생각은 오래전부터 막연히 품어왔다고 한다. 직접적인 계기는 작년 11월 14일 그들의 결혼기념일에 아내 엄앵란(嚴鶯蘭)의 권고가 불을 붙였다. 『이제 자신의 시간을 가져야 할때』라고 말하는 그는 『내 영역은 어디까지나 청춘물의 주역이다. 그런데 지금 나이(34)로는 젊은 연인역도 중년남성역도 어울리지 않는다』 고 솔직히 털어놓는다. 「스타」로서의 인기가 떨어지니까 재빨리 새길을 잡는거라는 일부의 빈정거림에 대해서는 『인기떨어지면 감독 된다고 한다면 감독들이 화낼거』라고 담담한 반응. 지금 출연중인 12개 작품은 평상 편수의 절반도 못되지만 작품수를 줄이는쪽은 오히려 신성일 자신이라는게 정확할 것 같다. 『로맨스 빠빠』(59연도)이후 11년간 그가 해낸 주연영화는 약 4백70편. 감독에의 전업 이란 말을 극히 꺼리는 그지만 출연 작품을 줄이려는 건 자연스런 추세다. 『내가 하고싶었던 발랄한 현대젊은이 상을 이제 내가 뽑은 신인을 시켜 내가 만들어보겠다는 거죠』그는 감독으로서도 자신이 있다는 표정이다. [선데이서울 71년 1월24일호 제4권 3호 통권 제 120호]
  • 저타르 순한 담배 폐암 가능성 더 높아

    순한 담배와 필터 담배가 폐암 환자 증가와 밀접한 연관성을 갖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는 최근 국내외에서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순’,‘마일드(mild)’,‘저타르’ 등 이른바 순한 담배가 건강에 덜 해로울 것이라는 일반의 인식을 뒤집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리고 있는 제12차 세계폐암학술대회(조직위원장 이진수)에서 미국 터프츠 뉴잉글랜드 의료원의 개리 슈트라우스 박사는 ‘흡연 관련 선암성 폐암의 역학:담배업계 및 필터 담배와 순한 담배의 역할’이라는 연구 논문을 통해 니코틴과 타르 함량을 줄인 순한 담배와 필터 담배가 선암성 폐암 환자의 증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밝혔다. ●폐암학술대회서 슈트라우스박사 주장 이 연구에 따르면 1975년부터 2003년까지 미국 암등록 데이터에 입력된 30만명의 폐암 환자를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1970년대와 비교해 선암 증가율이 1990년대 말에 무려 62%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증가세는 전 세계적으로 담배가 점차 순해지고, 또 필터가 부착되는 경향과 거의 일치했다. 슈트라우스 박사는 “선암 발병률 증가 추세와 맞물려 1950년대에 전체 담배시장의 1%에 불과했던 필터담배가 1964년 64%,1986년 95%에 이어 현재는 98%대의 점유율을 보이고 있어 상관성을 부인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최근 보급률이 늘고 있는 순한 담배도 흡연자들이 연기를 깊이 들이마시게 하거나 더 자주 피우게 해 그렇지 않은 담배와 차이가 없는 흡연효과를 나타낸다.”고 설명했다. 흡연자의 몸이 필요로 하는 니코틴 양을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무의식적으로 더 깊게 빨고, 더 자주 피울 수밖에 없어 순한 담배나 필터 담배가 흡연자의 건강에 전혀 이롭지 않은 것. ●“담배맛 향상 발암물질 첨가” 슈트라우스 박사는 “특히 선암성 폐암이 여성과 젊은 흡연층에 많은 것은 최근 필터가 부착된 저타르 담배를 많이 피우는 것, 그리고 담배 회사들이 담배 맛을 좋게 하기 위해 이들 담배에 치명적 발암물질인 니트로사민을 많이 함유시키는 것과 무관치 않다.”고 밝혔다.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용어클릭] 선암 소세포암과 비(非)소세포암으로 나뉜다. 선암성 폐암은 편평상피세포 폐암, 대세포 폐암 등과 함께 비소세포암으로 분류된다. 전립선 등 주로 인체의 선(腺)을 따라 발생하는 선암의 일반적 특성을 보인다고 해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 폐암 점유율은 비소세포성이 80∼85% 정도로 소세포암에 비해 월등히 높으며, 소세포암에 비해 진행이 느리고 발견과 치료가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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