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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깊이읽기] 문학의 죽음

    [앨빈 커넌지음·최인자 번역] 최근 평론가들이 ‘작가의 죽음’등의 표현을 써가며 ‘문학의 권위가 떨어지고 있다’,‘문학이 변하고 있다’는 공론들을 해왔다.그러나 앨빈 커넌처럼 무자비하며 단정적인 어조로 ‘문학의 죽음’(문학동네 발간)을 선고한사람은 없었다. 그는 방대한 자료들을 인용해가면서 작가의 행적,출판업계의 현황과 사건들을 통하여 문학계에 일어난 비리와 모순들을 폭로하고 문학이 이처럼 쇠퇴한 이유로 문학가들의 실수와 사회의 변모를 열거한다.그에 의하면 페미니즘과 마르크시즘 비평가들은 사회에 뿌리박고 자란 문학작품들을 놓고 단지 자기 입지를 강화하기 위하여 남근중심주의니 부르주아 계층의 자기합리화니 하며 재단한다는 것이다.해체주의자 또한 전문 용어를 구사해가며 그럴싸하게꾸며 쇠퇴해 가는 문학을 대학이란 전문체제 속에 넣으려고 안간힘을 쓴다. 글을 읽어갈수록 나의 의문은 깊어만 갔다.문학 작품은 인쇄매체 속에 담겨 나오기 때문에 작가가 쓴 글이 순수하게 독자에게 전해질 수는 없는 일이다.그 중간에 출판사가 있고 그것을 받아들이는 사회가 있고 제도가 있다.당연히 그 과정에서 작가의 의도는 굴절되고 왜곡된다.그리고 그 굴절과 왜곡은하나의 훌륭한 의미로 독자에게 수용된다.또 저작권법 때문에 그 작품과 전혀 상관없는 후손들이 벼락부자가 된다 하더라도 작가의 노고를 몽땅 사회에 환원할 수는 없는 일이다.또 실제 작가와 책 속에 함축된 작가는 엄연히 분리되어야 한다. 커넌이 비난하는 것처럼 폴 드 만이 여자를 버리고 아이를 외면했다 하더라도 그의 문학 이론이 세상에 미친 영향이 빛바래는 것은 아니다.그럼에도 커넌은 왜 이렇게 좌충우돌하면서 작가와 평론가들의 위선과 표절을 캐는 것일까? 문학은 인간이 공유하는 하나의 장(場)으로 작용할 수 있다.‘무정’을 읽고 1910년대 학생들이 교육으로 국가를 발전시킬 결심을 했다면 당시 기생들은 기생 영채의 불운을 자기일 처럼 슬퍼했다.문학은 독자들이 각자 자신의감정과 세계관을 드러내고 서로 소통할 수 있는 훌륭한 공유물이다.페미니즘 비평가가 염상섭의 ‘삼대’에서 가부장의권위에 희생되는 여성들의 모습을 끄집어내며 울분을 터뜨릴 수 있는 것이며 마르크시즘 비평가가 같은 소설을 읽고 부르주아 지식인의 나약함을 비판할 수 있는 것이다.이 모든 것중 어떤 것도 문학의 나약함을 설명해줄 수 없다. 커넌의 말대로 문학은 새로운 환경에서 변화의 국면을 맞고 있다.이야기는영상매체로 자연스럽게 흘러들어가 영화와 TV 속으로 스며들었고 컴퓨터 속으로 들어가 둥지를 틀고 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이 변화를 ‘문학은이제 수많은 의사소통의 양식들 중에서 단지 글을 통한 의사소통을 위한 하나의 테크닉일 뿐’이라며 비장하게 설명하고 있다.커넌이야말로 그동안 문학의 정전성(正典性)을 믿었던 문학 연구가였는지 모른다.자기가 사랑하던것에 대한 배반감이 이리도 사무친 것일 줄이야.그의 분노와 고뇌에 의해 이 시대에 문학이란 무엇인가를 다시 한번 생각할 수 있었다.
  • 절제의 미 깊어진 ‘동양적 서양화’…오수환 전시회

    한 쪽은 굵은 붓자국이 남아있는 단색 화면,또 다른 한 쪽은 흰 바탕에 붓으로 아무 생각없이 그어 댄 듯한 필선만 남아있는 화면.‘양면화면’ 또는‘2첩화폭’으로 불리는 이 ‘그림같지 않는 그림’이 요즘 오수환 화백(54·서울여대 교수)이 그리는 그림의 특성이다.한창 작업중인 그림을 현장에서 보고 있는 것 같은 긴장감을 자아내는 붓자국.그 예술적 탐색의 진실을 엿볼 수 있는 오수환 작품전이 두 곳에서 동시에 열리고 있다.서울 가나아트센터에서의 개인전(20일까지)과 갤러리 현대에서의 그룹전(21일까지)이 화제의전시다. 서양화를 가장 동양적으로 그려낸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오수환 그림의 특징은 무엇보다 서예의 흔적이 강하다는 것이다.그의 작품에서 서예적 요소는 동양과 서양을 이어주는 다리다.작가는 본래의 글자를 지우고 그 위에 글자를 새로 쓰는 이른바 ‘팰림프세스트(palimpsest) 양식’을 구사해 왔다.그러나 이번 전시에서 그의 붓놀림은 사뭇 경쾌해지고 절제의 미는 더욱 깊어진 것처럼 보인다.그의 작품엔 자신을 비운 뒤에 비로소 찾아 드는 텅빈 충만감이 감돈다.프랑스의 미술평론가 미셀 누리자니는 “오수환은 작품을 통해 가장 원초적인 기호를 찾고자 노력한다.무(無) 또는 공(空)을 추구한다. 그의 작품에는 서예의 흔적이 명백하다”고 적절히 지적한 적이 있다.작가자신은 이렇게 말한다.“나의 작품에서 붓자국은 시간의 경과를 보여주는 한 방편이다.그것은 또한 지우고 칠하면서 가능한 한 실수를 많이 보여주려는노력의 결과다” 작가는 이번 두 전시에서 ‘적막(寂寞)’을 주제로 한 대형 유화작품들을선보이고 있다.이 ‘적막’시리즈는 ‘곡신(谷神)’연작 이후 94년부터 작업해 온 양면화면 형식을 유지하고 있다.하지만 검은 색의 굵은 선이 흰 바탕에서 단색 색면으로 뻗어나가게 하는 등 두 화면의 ‘화해’를 시도하기도한다.이러한 두 화폭간의 대화와 연대는 그의 그림이 보다 높은 자유의 경지와 자기 침잠의 세계로 나아가도록 도와준다.‘대립적인 것이 보완적이다’라는 명제는 그의 그림에 관한 한 참이다. 그의 그림을 어떻게 보아야 할까.“그림 자체가 별 것이 아니다.농사를 짓는 일이나 쓰레기 치우는 것과 다를 게 없다”고 말하는 작가는 그림을 어떻게 보아 주기를 바라지 않는다.그림 앞에 선 순간,보는 이들이 무언가 생각할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을 가질 수 있으면 족하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어떤그림이든 굳이 의미를 캐 가며 분석적으로 보려 하지 말고,편안한 마음으로보고,느끼고,또 느낀 것을 인식하면 된다는 얘기다. ‘집운봉(集雲峯)’ 곧 구름을 모으는 봉우리란 오수환의 화실 이름처럼 그의 작품은 맑고 무심하다.선화(禪화)의 기운이 서려 있다면 지나친 말일까. 오수환의 그림은 마음의 눈을 열고 지고한 명상의 자세로 보아야 제격이다.
  • 변혁으로서의 문학과 역사(23)-남정현의 분지②

    1964년 12월에 넘겨진 소설 ‘분지’는 이듬해인 1965년 3월호 ‘현대문학’지(2월 중순께 발간)에 게재되었는데,당시의 한국문단 풍토에서는 충격적인 풍자였지만 의외로 별다른 반응은 없었다.그런데 그로부터 근 석달이 지난 5월 어느날 작가 남정현은 충일기업사란 곳으로 연행돼 상상할 수 없었던 심문을 당하기 시작했다.으리으리하다고 표현할 수밖에 없는 일식 건물로연행된 그에게 던진 점잖은 첫 질문은 “이 소설은 당신이 쓴 게 아니라 북괴의 어떤 인사가 써서 당신에게 건내 주어 발표시킨 것이 틀림없으니 그 경위를 밝히라”는 것이었다.언제,어디서 누구로부터 전달받았느냐는 것만 털어 놓으면 당장 풀어주겠다는 신사적인 위협은 점점 닥달로 바뀌는가 싶더니 슬그머니 고성과 육체적인 학대를 겸한,말하자면 음악적인 효과와 체육적인기능을 겸한 고문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어떤 학대를 받았을까.그 고통의 상처는 너무도 혹독하여 심한 고문을 당한 사람들 누구나처럼 그 역시 지금도 쉬 공개를 꺼린다.기발하고 기상천외한심리적 육체적인 학대 속에서 남정현은 완전히 정지된 시간에 박제된 채 매달린 한 객체로만 존재했다.그는 가끔씩은 집에 가기도 했으나 오라면 가야했고,대개는 아예 그 기업사에서 자며 봄과 초여름을 보내고 있었다. 심문 기간이 길어지면서 ‘분지’가 북한의 ‘통일전선’(1965.5.8)과,‘조국통일’(7.8)에 전재된 것이 발단이었다는 낌새를 챘지만,1965년이란 해는5·16군부 세력에게는 워낙 넘기기 어려운 때이기도 했다.지식인과 문학인들이 앞장 서서 전개했던 한일협정과 국군 파월을 둘러싼 비판의 소리는 높아만 가고 있었다. 특히 1965년 7월 9일자로 발표된 재경 문학인 82명 연서로 된 ‘한일 조약의 즉각 파기와 국회 비준 거부를 요구하는 성명서’는 분단 이후 문인들이처음으로 집단적인 사회비판 운동에 나선 사건이었다.“일본측 일방에만 유리하도록 되어 있으며 민족적 자존과 현실적 이해,미래의 전망에 한결같이모욕과 재침 그리고 실질적인 예속을 초래하도록 되어있다”고 지적한 이 성명서는 전체 문학인이 더 이상 관망적인 자세를 버리고 “주권과 권익의 옹호를 위해 투쟁하는 대열에 적극 참여하겠다”는 투지를 밝히면서,“한일협정 반대 데모로 구속된 애국 학생들을 즉시 석방하라”고 요구했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이 서명명단에는 박종화 김광섭 모윤숙 곽종원 안수길 조지훈황순원 등 원로급과,조병화 김남조 김수영 홍윤숙 신동엽 유경환 성춘복 등시인,박경리 선우휘 최일남 한말숙 등 작가에다 전숙희 등 수필가들이 대거참여한 범문단적 면모를 띠었다는 점이다.문단의 유명인으로 이 명단에서 빠진 인사로는 서정주 조연현을 비롯한 소수였다(총 명단은 임헌영 ‘민족의상황과 문학사상’ 393쪽). 바로 이 성명서가 발표된 7월 9일에 작가 남정현은 중앙정보부에서 정식 구속돼 서대문 구치소로 이송,그 닷새 뒤인 14일 검찰로 송치(김태현 서울지검 공안부장)되었다.김부장 검사의 제자였던 시인 박재삼이 ‘대한일보’에 근무하면서 틈을 내어 검찰청으로 찾아가 “선생님,남정현은 착한 사람입니다. 당장 풀어주셔야 합니다”고 강변했던 일화는 60년대 문단의 한 삽화이다.그는 계속 ‘분지’ 공판에다녔는데 구형이 있던 날 법정에서 오랫동안 서 있다가 나가던 길에 쓰러져 그 뒤 일생을 고생하다가 작고했다.이 무렵에 또다른 어떤 일이 있었을까.‘현대문학’ 8월호(7월 중순 발매)가 광복 20주년 기념으로 ‘광복 후의 문예지 문학단체’ 특집을 냈는데,이 경하할 해방 기념 특집호의 ‘편집 후기’에는 아래와 같은 글이 실려 있다. “본지 지난 3월호에 발표된 남정현씨의 소설 ‘분지’는 본지의 부주의로인하여 게재된 것으로서 이로 인하여 사회의 물의를 일으킨데 대하여 정중히사과하는 바이다” 이후 ‘남정현’이란 이름이 ‘현대문학’에 다시 등장하는데는 무려 33년이 걸렸다.‘현대문학’은 1998년 10월호에서 ‘현대문학의 문제작 재조명’이란 기획을 마련하여 ‘분지’를 재게재했는데,‘편집 후기’에다 이렇게쓰고 있다. “…최초로 문학작품을 반공법으로 문제 삼았던 남정현 선생의 ‘분지’를싣는다.외세로 인한 당대의 전도된 가치관과 민족의 정체성 부재의 문제를한 가정의 비극을 퉁하여 통렬한 풍자로 비판한 작품이다.강진호씨의냉철한 작품론에서 언급되었듯이 작가의 시대의식에 대한 인식의 깊이로써 전후문학을 한단계 끌어올리는 성과를 거두었던 이 작품은 33년이 지난 오늘날,극도로 혼란해진 사회적 현실을 숙고하게 만든다”[任軒永 문학평론가]
  • 오페라 페스티벌 ‘집안 잔치’아쉬움

    지난 4일 막을 내린 예술의 전당 99년 상반기 오페라 페스티벌은 독일공연이후 27년만에 국내에서 초연된 윤이상의 ‘심청’을 위한 축제였다. 오페라 페스티벌은 예술의 전당이 ‘오페라 대중화’ 차원에서 지난해부터시작했으며 당시 객석 점유율 70%라는 놀라운 기록을 세웠다.이러한 성공에힘입어 올해부터는 상하반기로 나눠 모두 두차례 공연을 갖기로 했었다. 지난 5월 22일부터 14일간 오페라 극장과 토월극장에 모두 네작품이 올랐다.‘심청’ ‘사랑의 묘약’ ‘사랑의 빛’ ‘디도와 에네아스’ 등.오페라극장에서 공연된 윤이상의 ‘심청’과 폐막작인 도니제티의 ‘사랑의 묘약’은 예술의 전당이 기획했다.나환자들의 삶의 터전을 마련한 고(故) 이경재신부의 일대기를 그린 ‘사랑의 빛’과 퍼셀의 ‘디도와 에네아스’는 세종오페라단과 서울 오페라앙상블이 각각 토월극장 무대에 올렸다. 우선 지난해부터 도입된 공개 오디션제와 레퍼토리 시스템,레파토리 다양화,해외 마케팅 등은 음악계의 높은 평가를 받았다. 공개오디션은 ‘음악성과 연기력을 고루 갖춘 신인들의 등용문’으로서 자리를 잡았다.창작오페라를 비롯해 영국 바로크 오페라까지 다양한 작품을 무대에 올렸다는 점과 해외마케팅을 통해 일본 현지에서 총 29매(심청 28매,사랑의묘약 1매)를 판매한 점은 큰 성과로 꼽힌다. 특히 윤이상의 난해한 음악을 연주한 지휘자 최승한과 코리안심포니의 노력이 돋보였다. 그러나 이번 행사는 오페라계의 집안행사에 머물렀다는 점 등 여러가지 문제점을 던지고 있다.객석 점유율을 보면 오페라 극장은 47%,토월극장은 57%로 전체 평균 객석 점유율은 52%였다.그러나 초대관객과 유료관객이 반반씩이어서 내용상으로는 그다지 성공적이지 못했다. 유료관객이 이같이 적은 것은 ‘사랑의 묘약’ 빼고는 대중성이 적은 탓으로 분석됐다.한마디로 작품선정이 적절치 못했다는 평이다.‘사랑의 빛’의경우 상업적인 무대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게 평론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아울러 홍보전략상의 허점이 두드러졌다.‘심청’의 성공에만 힘을 기울임으로써 결과적으로 관객의 선택의 폭을 좁힌 셈이 됐다.따라서 애써 준비한 작품들이 빛을 발하지 못하게 됐다. 특히 한국인이라면 ‘심청’이야기를 모두 알고 있는 만큼 독일어 가사로된 원작을 감상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강선임기자 sunnyk@
  • [화제의 책]나스카유적의 비밀·너무나 인간적인

    ■ 나스카유적의 비밀 페루 남부연안 나스카에서 가까운 한 사막에는 거대한 지상그림이 그려져있다.사다리꼴이나 원숭이,콘도르 등 다양한 동물 형상의 그림들.길이가 100m도 넘는 이 거대한 그림들은 세계 7대 불가사의중 하나로 꼽힌다. ‘나스카유적의 비밀’(카르멘 로르바흐 지음,박영구 옮김)은 이 그림을 지키고 그 비밀을 밝히기 위해 평생을 바친 독일여성 마리아 라이헤의 감동적인 삶을 추적한 일대기다.지은이는 나스카그림에 관한 기록영화를 제작하면서 이를 토대로 책을 썼다. 1932년 페루땅을 밟은 라이헤는 우연히 나스카그림의 존재를 알게 되면서 50년이 넘는 세월을 사막에서 지냈다.그림의 비밀을 풀기 위해 연구를 거듭했고,페루정부의 사막 관개사업 계획에 맞서 싸워 철회시키는 등 그림을 지키기 위해 온몸을 바쳤다.그녀는 사막의 열기로 시력을 잃고 혼자 걷지도 못하는 몸이 되어서도 95세까지 나스카에 살았다.그녀가 없었다면 나스카그림은이미 파괴돼 전설속으로 사라져 버렸을지도 모른다. 라이헤의 연구에도 불구하고 아직 이 그림의 비밀은 밝혀지지 않았다.푸른역사 7,500원■ 너무나 인간적인 세계를 움직이는 백악관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가는 늘 많은 흥미를불러 일으킨다.빌 클린턴 대통령 공보담당 보좌관이었던 조지 스테파노풀러스가 쓴 ‘너무나 인간적인’은 신비스러움과 베일에 가려진 백악관 내부의생생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는 92년 대선에서 주지사에 불과했던 클린턴을대통령에 당선시키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첫번째 4년 임기동안 실세 측근이었던 지은이는 권력의 핵심부에 있는 사람들의 권력욕·허영·불안·인간적 고뇌 등을 냉정한 눈으로 쓰고 있다. 콜롬비아대학의 객원교수(정치평론가)인 지은이는 클린턴의 수치를 모르는성품과 탁월한 정치적 감각의 낙관주의가 정치적 성공의 열쇠라고 평가한다. 그는 클린턴의 ‘이중성’을 고발하기도 한다.“그렇게 지적이고 자애롭고애국심이 강하며,또 자신이 역사에서 차지하는 위치를 너무도 잘 인식하고있는 사람이 어떻게 그런 어리석고 이기적이며 자기 파괴적인 행동(섹스 스캔들)을 할 수 있단 말인가?”이 책은 백악관의 일상생활 이야기도 들려준다.“어느 날 밤늦게 우리는 피자를 주문했다.대통령은 우리와 마찬가지로 피자 한쪽을 집어들고 입가로 가져갔다.그 때 비밀 요원이 피자를 내려 놓으라고 했다.검열을 받지 않은 피자였기 때문이었다.”
  • [저자와의 대화] ‘미국의 국가안보전략 사상사’ 문영일교수

    세계적 역사학자 토인비는 “인류 역사는 도전과 응전 그리고 포용이라는역사법칙의 지배를 받는다”고 말한 바 있다.20세기 말에 그 포용의 역사가시작되고 미국이 새로운 역사무대의 주연을 맡고 있다.빌 클린턴 미국대통령은 미국의 국가안보전략 목표는 ‘포용과 확대’라고 선언하고 미국 주도의세계질서를 만들어가고 있다. 세계질서를 미국 혼자만의 힘으로 만들어갈 수는 물론 없다.중국·러시아·유럽연합 등과의 협력이 필요하다.유럽은 통합을 계기로 국제정치에서의 역할 증대를 꾀하고 중국과 러시아는 끊임없이 미국을 견제하려 한다.그러나 최소한 21세기 중반까지는 미국이 국제질서의 주도적 역할을 할 것으로 대부분의 정치평론가들은 예상한다.미국 주도의 세계질서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려면 미국의 전략을 알아야 한다.문영일 국방대학원 초빙교수의 ‘미국의 국가안보전략 사상사’는 미국의 세계전략을 파악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는 책이다.(을지서적 2만원).이 책은 안보전략측면에서 미국의 과거·현재를 분석하고 미래를 예측한다. 미국은세계전략 차원에서 국제분쟁에 개입하고 있다.냉전이 끝난후 많은분쟁이 일어나고 있는데 미국이 개입하지 않으면 어느 것도 해결되지 못하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미국은 발칸반도 민족분쟁을 해결하기 위해 유고연방에 대한 대대적인 공습을 단행해 왔다.미국은 왜 발칸반도 분쟁에 깊이 개입하고 있는가.문 교수는 그 이유로 ▲민주공화국 건설이라는 미국의 국가적가치의 확산 ▲역사적으로 세계적 안보전략의 요충지역인 발칸반도에서 유럽세력 압도 ▲지역내 슬라브계 영향력 감소 등 세가지를 들고 있다. 문 교수는 “미국은 윌슨 대통령의 미국적 이상주의를 구현하고 루스벨트대통령의 ‘힘의 정의’에 의한 세계질서 유지 및 팍스아메리카나의 국가안보전략 추구를 위해 세계평화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고 말한다.그러나 세계평화라는 명분 뒤에는 미국의 국가이익이라는 실리추구가 있다. 그는 21세기 미국의 세계안보전략 을 다섯 가지로 요약한다.그 전략은 ▲통합된 유럽의 평화로운 민주주의 정착 ▲강력하고도 안정된 아시아·태평양유지 ▲더욱개방된 새로운 21세기형 무역제도 수립 ▲세계평화의 주도력 유지 ▲21세기형 군사혁신 달성 등이다.세계안보전략의 큰 틀은 21세기에도 미국이 세계질서의 한 가운데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이 세계질서를 이끌어가려면 힘이 있어야 한다.그 힘의 원천은 무엇일까.문 교수는 “세계 어느 국가보다 풍부한 지하자원과 풍요로운 땅 그리고세계 최고의 자본과 기술이 힘의 원천”이라고 말한다.“개척정신과 부지런함은 그 힘을 집약하고 생산성을 극대화하는 바탕이다”. 문 교수는 “21세기는 팍스이코노미카(Pax-Economica)시대가 될 것”이라고 예측한다.그러나 경제적 풍요를 위해서는 인류공동의 부를 창조하기 위한공동의 노력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한다.공동노력이 실패하고 잘못된 정치와환경의 피해가 누적되면 인류적 재앙이 폭발할지 모른다.“인간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21세기는 풍요의 시대가 될 수도 있고 위기의 시대가 될 수도있다”고 그는 말한다. 이창순기자 cslee@
  • 서양화가 이세득 회고전

    20세기 모더니즘이 걸어온 길을 함께 걸어온 원로 서양화가 이세득(78).우리의 미감과 전통을 서구적 조형언어와 조화시키기 위해 노력한 한국 현대미술의 산증인이다.그럼에도 그는 ‘작가 이세득’보다는 ‘미술행정가 이세득’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63년 국제조형예술가협회 한국위원회 설립,91∼97년 선재미술관 관장 등 회화작업 이외의 활동에서도 뚜렷한 업적을 남기고있기 때문이다.서울 아트선재센터에서 펼쳐지고 있는 ‘이세득 회고전’은지금도 하루에 소품 한점씩은 꼭 그리는 현역작가 이세득의 치열한 창작정신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다. 초기의 사실적인 작업에서부터 근래의 추상작업에 이르기까지 그의 작품이총망라돼 전시되기는 91년 호암갤러리 회고전 이후 처음.작가의 조형정신의변천과정을 보여주는 작품 52점이 시기별로 나뉘어 걸려 있다.전시는 7월 4일까지(월요일 휴관). 1975년까지의 초기 작품 가운데 우선 시선을 끌만한 것은 ‘자화상’(42년).고전적이고 사실적인 인물화를 주로 했던 도쿄제국미술학교 시절의 화풍을짐작케 하는유일한 그림이다.이세득의 초기 인물화를 보면 그가 샤반느와보티첼리,드가 등에 심취했음을 알 수 있다.이 초기 인물화에 정물과 풍경이 도입되면서 그의 화면은 차츰 비대상으로 변화해 갔다.이 시기는 브라크와마티스에 심취했던 1957∼58년 무렵.‘하오의 테라스’나 ‘구성’같은 작품의 단순화된 분할 화면에는 그들의 영향이 짙게 배어 있다. 이세득은 58년부터 4년동안 추상 열풍에 휩싸인 파리에서 작업하면서 한국적인 것에 매료됐다.예컨대 신라 토기의 질감과 조형성,고구려 벽화 등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이런 요소들은 ‘주(宙)’‘고화(古話) 72-E’ 등의 작품을 통해 70년대 초까지 그의 화면을 지배했다.프랑스에서 귀국한 뒤 고건축에흥미를 가지면서 발견한 탱화와 단청의 이미지 역시 그의 화면에 되풀이해등장하는 한국적 요소.탱화와 단청의 색채와 이미지는 ‘열반’‘전설기’등 80년대 초에 제작된 일련의 연작에 이르기까지 지속됐다. 그러나 80년대 후반부터 이러한 이미지는 자취를 감춘다.대신 옛 창호를 연상시키는 추상공간이 화면에등장한다.“창호의 이미지는 전통적인 공간 또는 우주 공간의 개념과 상통하는 것”이라는 게 작가의 설명.이런 공간 속에서 화면은 비로소 유동적인 모습을 띠기 시작한다.미술평론가 이경성은 이시기의 작품을 ‘서정적 추상공간’이라고 부른다.한편 이세득은 80년대 후반 ‘심상’연작 이후에는 감각적인 색채마저 배제한 절제된 화면을 보여준다.이는 자신이 추구해온 서정적 세계를 정신적으로 보다 심화시키려는 작가의 또 다른 시도로 평가된다. 이번 전시의 부대행사로 4일 오후 7시30분 ‘러시아와 프랑스 피아노 음악’이라는 제목의 기념연주회가 마련된다.(02)733-8945김종면기자 jmkim@
  • 포크-록-전통음악 어울려…굴곡의 현대사를 노래

    포크와 록,그리고 전통음악이 한데 어우러지는 대형 야외공연이 6월 밤하늘을 수놓는다.11·12일 이틀간 고려대 노천극장에서 열리는 ‘99자유-아름다운 저항,4월에서 6월로’.음반 사전검열제도가 96년 철폐된 것을 기념하기위해 처음 열렸던 ‘자유 콘서트’를 4년째 잇고 있다.민중가요와 대중가요,전통음악과 최첨단 유행음악,언더그라운드와 오버그라운드가 공존하는 ‘열린 노래 마당’으로 자리잡았다. 이번 공연은 여러면에서 예년보다 뜻깊다. 먼저 20세기를 마감하면서 굴곡많은 현대사와 궤를 같이 한 노래사를 되돌아본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새야새야’(갑오농민전쟁)부터 ‘6월의 노래’(87년 6월항쟁)까지 저항정신을모태로 한 노래들을 들려주고,다가올 새천년에 노래가 지닐 힘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통기타 음악이 뿌리내린지 30년 되는 해라는 점도 공연을 더욱 풍성하게 하는 요인. 더욱이 97년 2회 자유공연에서 목청 높여 주장했던 라이브클럽의 합법화가얼마전 이뤄짐으로써 축제 분위기를 한층 달아오르게 하고 있다. 재기발랄한 신인 언더 밴드 ‘에브리 싱글 데이’가 오프닝 무대를 꾸미고,‘노래를 찾는 사람들’이 공연의 줄기를 이끄는 호스트 밴드로 나선다.출연진은 두팀으로 나뉘는데,첫째날인 11일에는 김장훈과 한국사람,권진원,백창우,김원중,김현성,안치환과 자유,정태춘·박은옥,임동창과 쟁이골 사람들,전인삼씨가 나온다.둘째날에는 델리스파이스,신해철,정태춘·박은옥씨와 김덕수패 사물놀이 한울림예술단,프로젝트 밴드 김광석(서우영,윤도현,엄태환,이정열)이 출연한다.공연 중간중간 멀티큐브 화면을 통해 현대사의 빛바랜 사진과 다큐멘터리 장면이 무대를 채운다. 이번 공연에서는 특히 괴짜 피아니스트 임동창과 동편제 명창 전인삼의 협연(11일),포크 진영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4인조 ‘김광석 밴드’(12일)가 기대를 모으고 있다.두팀 모두 자유 콘서트는 처음이다.공연을 기획한 한국포크음악 30주년 기념사업회 강헌씨(대중음악평론가)는 “‘전통과 비판’이라는 화두를 통해 우리 대중음악의 뿌리를 찾고,미래를 모색하는 자리를마련하려는 취지”라고 기획의도를 밝혔다.(02)596-9370. 이순녀기자 coral@
  • 詩속에 아름다운 세상 있었네…/각 분야 60인 참여

    ‘한 그루 나무에 대한 시인의 명상은 참으로 단순하면서도 깊이 있는 매력으로 살아와서,수도원의 나무들을 바라보노라면 으레 이 시가 떠오르고 나도 한 그루 나무가 되는 느낌이다’.조이스 킬머의 시 ‘나무들’을 읽으며 이해인 수녀(시인)는 성스러운 기도자 모습의 한 그루 나무가 되고 싶어한다. ‘시는 나와 같은 바보가 짓지만/나무를 만드는 건 하느님뿐’이라는 끝연은 자신의 기도처럼 느껴진다고 이해인 수녀는 말한다.그는 신의 무한성과인간의 유한성을 생각케 하는 ‘나무들’이라는 시를 가장 좋아한다.시를 좋아하는 각계의 인사 60명의 애송시 이야기를 담은 ‘나를 매혹시킨 한 편의시’라는 책이 두권으로 나왔다.문학사상사 각권 7,000원 이 책은 이어령·차범석·손숙·김경동·박동규·박춘호·김영덕·유안진·박재삼·황병기·이해인·이윤택·유지나·최태지·조영남·노영심 등 문화예술·종교·학계 등 각분야 인사들의 가장 좋아하는 시와 그 시에 얽힌 여러가지 이야기를 담고 있다. 두 사람 이상의 애송시로 꼽힌 시인은 박목월·윤동주·이상·정지용 등 4명으로 우리나라의 대표적 시인들의 시는 시대를 초월하여 사랑받고 있음을보여준다.외국 시중에는 미국 시인 로버트 프로스트의 ‘걸어 보지 못한 길’을 애송시로 꼽은 사람이 김경동(서울대 교수)·배창호(영화감독)·김형모(‘십대들의 쪽지’ 발행인)등 3명으로 가장 많았다.60명의 애송시는 대부분 서정시로 사랑을 주제로 한 시(10편)와 신과 자연을 노래한 시(10편)가 많았다. 이어령 새천년준비위원회 위원장은 박목월의 ‘나그네’를 가장 좋아한다고 밝혔다.그는 ‘나그네’는 한국말 가운데 가장 아름답게 들리는 세음절의미학을 최대한 살린 시라고 평했다. 손숙 환경부장관(연극인)은 힘들고 외로울 때마다 익숙한 동작으로 책꽂이세 번째 칸에서 이성복 시집 ‘남해금산’을 꺼낸다는 이야기를 들려준다.‘처음 당신을 알게 된 게 언제부터였던가요’로 시작되는 ‘남해금산’ 시집의 표지글을 읽으면 여러명의 ‘당신’ 얼굴에서 위로를 받는다고 한다.“그 얼굴은 큰 딸일 때도 있고 존경하는 스승과 벗이 되기도 한다”.권영민 서울대교수(문학평론가)는 ‘책을 펴내며’라는 글에서 “언어의 꽃이라 할 수 있는 시는 인간의 아름다운 심성으로부터 빚어진다.그래서 잃어버린 시 정신을 회복하는 일이야말로 사람들이 자신의 삶의 한가운데에 온전히 자리잡을 수 있는 길이다”고 강조한다.우리의 정서는 메말라 있고 현실은 각박하지만 커피 한잔 값이면 살 수 있는 빛나는 언어의 시집은 고단한삶을 위로하고 마음의 풍요를 느끼게 할 것이다. 이창순기자
  • [오늘의 눈] 영화계 불협화음

    지난 28일 영화진흥위원회가 구성된 이후 영화계가 온통 들끓고 있다.영화진흥공사를 대체해 출범한 이 위원회는 김지미 영화인협회이사장 등 3명이불참한 가운데 신세길 전제일기획사장과 배우 문성근씨를 위원장과 부위원장으로 뽑았다.전체 위원중 신위원장을 제외하면 3명은 배우,2명은 감독이며나머지는 교수 둘,언론인 하나,방송관계자 하나이다.연령별로는 50대 후반이 신위원장을 포함해 4명이고 나머지는 50대 이하 젊은 층이다. 이를 놓고 영화인협회는 29일 긴급회의를 열어 인선이 부적절하다고 집중 성토했다.정부가 당초 정책개발·제작 등 5가지 전문분야별로 위원을 구성하겠다고 밝힌 것과는 달리 전문성이 전혀 없다고 질타했다. 김이사장은 “처음부터 전문성이 부족하다고 판단해 영협은 위원 위촉을 거절했다”면서 “위원 중에 정부가 말한 전문성을 갖춘 사람이 몇이나 있느냐”고 반문했다. 이같은 영화계 ‘불협화음’은 충분히 예견됐다.두달전 문씨 등이 주도해열린 젊은 영화인 모임인 충무로포럼에서 일부 영화인들이 ‘위원이 되어서는 절대 안될 인사’ 5명을 거론한 것이 발단이다.이어 영협은 충무로포럼에 사상 첫 경고조치를 내렸고 정부가 요청한 위원 추천을 외면했다. 정부가 추천을 의뢰한 14개단체 가운데 영화연구소 등 젊은 영화인 주축의8개 단체는 문씨 등을 대거 추천했다.문화부는 이에 따라 8명을 선정하고 2명은 장관이 따로 뽑아 위원 10명을 채웠다.반면 영협 말고도 영화평론가협회·영화학회 등은 영화를 제작하지 않는다며 역시 추천하지 않았다. 문화부의 한 관계자는 “이 위원회는 한국영화 발전에 앞장서야 하는 중요한 기구”라면서 “영화계 인사를 고르게 포함시킨 만큼 좋은 방향으로 추진돼야 할텐테”라고 안타까워했다. 한국 영화계는 기로에 서 있다.미국의 스크린쿼터 폐지 압력은 날이 갈수록 거세지고 제작에 나서겠다는 국내 투자가들은 갈수록 줄어든다.이에 따라정부는 수천억원대의 영화진흥기금을 조성,위원회를 통해 본격적으로 영화산업 진흥에 나설 계획이다.혹시 이번 내분이 이 ‘떡’을 차지하려는 세싸움은 아닌지,또 정부가 어느 한쪽을 편든것은 아닌지 우려된다.혈세로 마련될 이 돈은 원금 손실 없이 제대로 ‘시드머니’ 구실을 해야 한다.그 용도와배정을 철저하게 감독하는 일은 신임 박지원장관의 몫이라고 많은 영화인들은 강조한다. jaebum@
  • 기 고- ‘고시병’ 진단/복거일, 김성재

    - 교육·사회제도 개혁으로 해법 찾아야 [뜨거워진 사법시험 열기로 대학교육이 왜곡되고 있으며,일부 직장인들도 직장을 뛰쳐나와 고시촌으로 몰려 부작용이 적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런 현상을 ‘고시병’이라고 부르고 고시생들을 ‘고시환자’로 비웃기도한다.과연 고시열풍을 어떻게 보고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대한매일은 이와관련 소설가 겸 경제평론가인 복거일씨와 로스쿨 방안을 마련중인 새교육공동체위원회 김성재교수의 의견을 각각 들어본다.]이른바 ‘고시열풍’에 관한 논의에서 생산성이 비교적 낮은 분야에 너무 많은 인적 자원이 투자되고 소중한 지식들이 사장된다는 걱정은 자연스럽고 정당화된다.하지만 정당화되기 어려운 것은 고시를 준비하는 젊은이들을 비웃거나 훈계하는 일이다.그들이 법적으로나 도덕적으로 비난받을 까닭이 없다는 점만을 가리키는 것은 아니다.그런 비난은 고시를 준비하는 개인들의 판단이 합리적이라는 사실을 놓친 것이다.근년에,특히 이번 경제위기 속에,새로 직업 시장에 참여한 젊은이들은 일자리를얻기 어려웠다.그런 상황에서각종 고시들은 좋은 대우와 안정성과 장래성을 함께 지닌 일자리를 얻는 지름길이었다.따라서 그런 비난은 문제를 잘못 짚었을 뿐 아니라 효과도 없다. 이 문제에 대한 합리적 처방은 고시준비를 그렇게 합리적으로 만든 사회적조건들을 바꾸는 것이다.가장 근본적인 대책은 정부의 몸집과 힘을 줄이는것이다.정부가 시장 위에 군림하는 한,관리라는 직업의 매력은 여전히 클 것이고 뛰어난 재능을 가진 젊은이들은 고시를 준비하게 될 것이다, 보다 직접적이고 쉽게 실행할 수 있는 대책은 고등교육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는 것이다,학과들의 종류와 정원을 엄격하게 묶어 놓은 탓에,대학들은 그동안 사회 환경의 변화에 제대로 대응할 수 없었고 직업 시장에서 팔리지 않는 학위들을 많이 생산했다.만일 대학들이 학과들의 종류와 정원을 자유롭게 바꿀 수 있다면,직업 시장에서 바라지 않는 학위들을 가진 젊은이들은 많이 줄어들고,자연히 고시를 준비하는 이들도 줄어들 것이다. 가장 시급한 대책은 그러나 노동시장의 자유화다.지금노동법은 너무 경직돼서,기업들이 덜 필요한 종업원들을 내보내고 꼭 필요한 젊은이들을 받아들이는 것은 실질적으로 불가능하다.이런 사정은 젊은이들에게 너무 불리하다. 사회가 근본적으로 개혁돼야 비로소 고시 열풍이 사그러질 것이다.그것을 개인의 단견이나 욕심에서 나온 현상으로 여기는 것은 문제의 핵심을 놓치는것이고 올바른 처방이 나오는 것을 막을 것이다. 卜 鉅 一 소설가·경제평론가- 사법시험이 특권층 선발제도로 변질 [뜨거워진 사법시험 열기로 대학교육이 왜곡되고 있으며,일부 직장인들도 직장을 뛰쳐나와 고시촌으로 몰려 부작용이 적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런 현상을 ‘고시병’이라고 부르고 고시생들을 ‘고시환자’로 비웃기도한다.과연 고시열풍을 어떻게 보고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대한매일은 이와관련 소설가 겸 경제평론가인 복거일씨와 로스쿨 방안을 마련중인 새교육공동체위원회 김성재교수의 의견을 각각 들어본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본래 시험을 통해 사람을 선발,임용하게 된 것은 출신성분 또는 경제적 빈부의 조건을 넘어 훌륭한 인재를 선택하려는 목적에서비롯됐다.이것이 현대에 와서는 모든 사람에게 차별없이 평등하게 기회를 제공하는 인권의 한 제도로 발전되었다.따라서 시험이란 제도는 특권층을 위한 것이 아니라 약자를 위한 사회정의의 차원에서 시행된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시험의 본래적 정신이 심각하게 왜곡되어 있다.특히 사법시험제도는 특권층을 선발하는 제도가 됐기 때문에 인권이나 사회정의 차원에서 볼 때 문제가 아주 심각하다.무엇보다도 사법시험에 합격한사람들이 스스로를 특권층으로 인식하기 때문에 근본적으로 우리 사회에서법의 정의가 존재하기 어렵다. 또한 사법시험은 특권층이 되는 유일한 기회의 사다리가 되어 초·중등 교육은 물론 대학교육까지도 정상적으로 할 수 없게 만드는 근본원인이 되고있다.인문계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최소 1∼2% 이내의 수재들은 거의 모두법대를 지망한다.그러나 법대에 가서 학문을 탐구하는 것이 아니라 고시준비를 한다.정상적인 법학교육이란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서울대의 경우 법대만이 아니라 인문,사회,자연계열에서 다수의 학생들이 고시준비를 하고 있고인문·사회·사범계열 등은 고시준비하는 학생이 약 70%에 달한다고 한다.이 때문에 서울대가 고시학원이 됐다고 한탄하는 목소리도 높다. 그리고 사법시험은 다른 시험과는 달리 한 시험을 통해 변호사 자격 인정과 판·검사 임용을 모두 성취시키기 때문에 그 자체로서도 모순일 뿐 아니라변호사,판사,검사 상호간의 독립성을 저해하고 이들이 폐쇄적인 동류의식으로 특권층을 형성하도록 한다는 의미에서 사회 정의에 반하는 것이다.이 때문에 사법연수원에서 변호사가 되는 사람까지도 국비로 연수시키는 것은 부당하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고칠 생각조차 하지 않고 있다. 그러므로 국민을위한 것이 아니라 법조인 만을 위해 불평등하게 특권층을 형성하는,이런 불의한 사법시험제도는 시급히 개혁돼야 한다. 金 聖 在 한신대교수·새교육공동체委 위원
  • [외언내언] ‘최후의 만찬’ 복원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은 같은 주제의 그림들 가운데 표현의 최고봉을 이룬 것으로 평가된다.다빈치는 이 그림에서 르네상스의 고전적양식을 처음 사용했다.그리스도 최후의 만찬을 그린 그림들은 흔히 교회 식당벽에 걸렸는데 이 그림 역시 밀라노의 산타마리아 델레 그라치에 성당의식당 벽면에 그려진 벽화다. 다빈치는 당시 벽화제작에 사용됐던 프레스코 기법 대신 특수 물감을 사용해 벽에 직접 그리는 기법을 만들어 냈으나 습기가 많은 밀라노 특유의 날씨 때문에 16세기 초부터 그림이 훼손되기 시작했다.그때부터 수많은 덧칠작업이 이루어졌고 지난 77년에는 본격적인 복구작업이 시작됐다.부자가 예술활동을 후원한 르네상스 시대 전통에 따라 복구비용은 이탈리아 사무기기 업체인 올리베티사가 부담했다. 특수 화학물질과 현미경 등 현대 과학기술을 동원한 22년간에 걸친 ㎜단위작업 끝에 복원된 ‘최후의 만찬’이 28일 일반에 공개됐다.복원 책임자 피닌 브람빌라는 “우리는 오로지 원래 작품의 빛과 색상을 되살렸을 뿐이며아무 것도 더하거나 빼지 않았다”다고 말했다.이탈리아의 관계자들은 원작의 90% 정도가 되살려졌고 새 생명과 빛을 얻었다고 자평하고 있다.그러나미국과 유럽의 평론가들을 중심으로 복원작업이 원작의 예술성을 오히려 손상시켰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복원팀이 덧칠을 제거하고 여백을 채우는 과정에서 원작이 상당부분 사라졌으며 그 결과 최후의 만찬의 극적 분위기와영혼을 잃어버린 작품이 되고 말았다는 것이다.미국 컬럼비아대학의 제임스백 교수는 “다빈치는 18∼20%만 남고 80%가 복원자들의 것”이라면서 “이제 르네상스 시대 그림이 아니라 포스트 모던 그림이 돼버렸다”고 혹평했다. 바티칸 시스티나 성당에 있는 미켈란젤로의 벽화 ‘최후의 심판’이 13년간의 복원작업 끝에 지난 94년 공개됐을 때도 복원의 타당성과 정확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소리가 높았다.루브르 박물관에 있는 다빈치의 ‘모나리자’도같은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인류의 문화유산인 걸작 미술품 복원작업을 둘러싼 이러한 논란은 쉽게 해결되기 어려운 딜레마인 셈이다.국내 최고의 목조건물인 봉정사 극락전의 벽화가 비바람 들이치는 처마 밑에 방치되고 있는 우리 현실에서는 그 딜레마조차도 행복한 고민으로 보인다.복원된 ‘최후의 만찬’을 보려면 공기압력실에서 먼지를 털어내야 하고 항(抗)박테리아 카펫을 따라 걸어가 제한된 시간 동안만 관람할 수 있다니 우리 문화재와 비교하는 것 자체가 애당초 무리인지도 모르겠다. 임영숙논설위원
  • ‘오광대탈춤’서울나들이

    중요무형문화재 7호로 지정된 경남 고성의 ‘오광대 탈춤’이 다음달 1,2일 서울 예술의 전당 자유소극장 무대에 오른다.오광대는 동서남북과 중앙의다섯 방위를 상징하는 다섯 광대가 나와서 노는 놀이를 뜻한다. ‘춤의 고을,고성 사람들’이라는 제목의 이번 공연은 탈을 벗고 춤을 중심으로 ‘명무전(名舞典)’형태로 꾸민 것이 특징이다. 연출을 맡은 무용평론가 진옥섭은 “고성 탈춤을 문화재로만 인식하고 춤자체의 시각으로 접근하지 않았던 기존의 방식을 탈피하려 한다”면서 “대본 중심의 연극적 요소보다는 춤 요소를 대폭 강화하여 탈에 가린 명무가(名舞家)들의 이름을 되찾을 계획”이라고 의도를 밝힌다. 하지만 탈춤의 원형은 그대로 살린다.문둥이·양반·승무 등 모두 다섯 과장으로 구성된다.주제도 다른 탈놀이와 비슷하게 양반계층의 위선을 조롱하거나 파계승을 풍자한다.그리고 민중들의 팍팍한 생활도 드러낸다.아울러 연출자 진옥섭이 입수한 60년대 초반에 촬영한 15분 길이의 16mm 흑백 필름도처음으로 상영한다.일제시대 명인들의모습과 공연연습,놀이 풍경들을 담았다. 말뚝이춤과 승무에서 실력을 인정받고 있는 이윤석이 구성과 재안무를 맡았다.악사 예능보유자인 이윤순과 원양반 예능보유자인 허판세 등 18명의 춤꾼이 출연한다.(02)2272-2153이종수기자 vielee@
  • 새 음반

    [스트레인지 포린 뷰티…] 팝의 서정시인으로 불리는 덴마크출신 4인조 밴드 마이클 런스 투 록이 기존 아시아 위주의 활동에서 벗어나 미국·유럽시장을 겨냥해 만든 베스트 앨범.91년 데뷔하자 마자 ‘아이 스틸 캐리 온’,‘더 액터’ 등을 히트시킨마이클 런스 투 록은 아름다운 발라드 선율과 감미로운 하모니로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올해 히트싱글로 국내에 첫 소개되는 ‘스트레인지 포린 뷰티’와 ‘슬리핑 차일드’ 등 13곡 수록.EMI. [노래의 날개 위에2] KBS 1FM이 개국 20주년을 맞아 EMI클래식과 공동 기획한 음반.타이틀은 매일 오후 4시 KBS 1FM의 프래그램명과 같다. 슈만의 ‘아름다운 5월’ 슈베르트의 ‘물위에서 노래함’그리그의‘솔베이그의 노래’ 등 성악곡과 푸치니의 오페라 ‘토스카’중 ‘노래에 살고 사랑에 살고’ 모차르트의 오페라 ‘돈조바니’중 ‘자 창가로 갑시다’ 베버의오페라 ‘마탄의 사수’중 ‘구름이 태양을 가리워도’ 등의 아리아를 포함,19곡이 수록되어 있다.EMI클래식. [정경화와 제임스 골웨이…]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와 플루티스트 제임스 골웨이가 20년전인 79년 녹음한 LP를 복각한 음반.당시 정씨는 자넷 느뵈 이후 최고의 여성바이올리니스트로 자리를 다져가고 있었고 골웨이 역시 베를린 필하노닉 오케스트라 플루트 수석자리를 그만두고 플루트 거장으로서 확고한 위치를 가지고 있었다. 이 음반이 발매된 뒤 두연주자는 세계 평론가들로부터 바흐의 실내악을 따뜻하게 그려냈다는 찬사를 받았다.앨범 표지도 20년전 것을 그대로 사용했다.BMG.
  • 日작가 하루키 신드롬 언제까지

    [올해 쉰 한살의 일본작가 무라카미 하루키(村上春樹).그의 장편소설 ‘상실의 시대’(원제 ‘노르웨이의 숲’)는 일본에서 약 600만부,세계적으로 1,000만부 이상 팔렸으며 우리나라에서도 50만명이 넘는 독자가 이 책을 읽었다고 한다.무라카미 하루키라는 이름은 이제 90년대를 가리키는 하나의 상징어가 됐다.그의 이름 앞에서 문학의 위기와 죽음을 예언하는 담론들은 별다른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한다.가히 ‘하루키 현상’이다.하루키는 우리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오는가.] 올해는 하루키 문학이 한국에 상륙한 지 10년이 되는 해.그동안 적잖은 논의가 있었지만 이 시점에서 그의 문학의 정체,특히 한국 독서계에 끼친 공과를 다시 한번 살펴보는 것도 의미있는 일이다.하루키의 대표작 ‘상실의 시대’는 국내에 번역,소개된 지 10년이 지났지만 지금도 베스트셀러목록 상위권을 지키고 있다.그만큼 한국 독자들의 폭넓은 반응을 얻고 있다.노벨상 수상자인 가와바타 야스나리(川端康成)나 오에 겐자부로(大江健三郞) 같은 작가도 한국 독서계에 제대로 뿌리내리지 못하고 있음을 감안할 때,이례적인일이 아닐 수 없다.하루키 문학의 매력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많은 독자들은 “하루키 소설의 매력은 분위기 그 자체에 있다”고 말한다. 그 분위기란 먼저 소설 주인공의 삶의 양식과 태도에서 찾을 수 있다.하루키 소설의 주인공들은 근원적인 상실의 아픔을 간직하고 있으면서도 우울이나비탄의 정조(情調)에 빠지지 않는다.그들은 마치 댄스 스텝을 밟듯 경쾌하게 세계와의 게임을 즐기면서 존재의 의미를 탐색한다.이것은 이전의 순문학에서는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새로운 인간형이다. 그 다음으로 꼽을 수 있는 것은 하루키 특유의 개성적인 글쓰기 스타일.하루키는 현실 경험이 아닌 말 자체의 이미지에 바탕을 둔 서술방식을 즐겨 사용한다.현실과 환상을 기술적으로 뒤섞는다든가 백일몽을 자연스레 끼워넣는데,혹은 이미지의 자기운동이란 측면에서 그런 방식은 안성맞춤이다.소비문화의 물질기호들을 별 거리낌 없이 사용한다는 것도 특기할 만한 점.이러한 ‘분위기의 미학’이야말로 독자들의 기분에 딱 들어맞는 하루키 소설을 만들어내는 원동력이다. 하루키는 시대를 관통하는 ‘동시대성의 감각’을 추구한다.특히 한국의 독자들은 그가 우리의 ‘운동권’에 비교될 수 있는 ‘젠쿄토(全共鬪)’세대라는 점에 이끌리는 듯하다.‘상실의 시대’에는 국가 권력과 기성 권위에 맞서 이상주의적 해방구를 건설하려 했던 일본 60년대 젠쿄토 세대의 상실의아픔들이 유령처럼 떠돈다.그렇다고 하루키가 우리 후일담소설의 경우처럼그 시대에 대한 감상적인 추억과 동경에 사로잡혀 있는 것은 아니다.외려 그는 그 시대와 과감하게 결별한다.혼란스럽고 무모했던 관념과 이상의 왕국에 더이상 머무를 수 없기 때문이다. 가벼움과 상실감,무국적성을 특징으로 하는 하루키 문학.그의 소설은 문학작품을 감상하는 전통적인 태도를 요구하지 않는다.다분히 쾌락적이고 자극적이다.이처럼 다양한 스펙트럼을 지닌 하루키 문학이 10년이란 기간을 두고우리에게 물밀듯이 몰려왔다. 하루키 문학은 90년대 한국 소설에 어떤 영향을 끼쳤고 또 끼치고 있는가.문학평론가 장석주는 이렇게진단한다.“90년대 일부 소설의 경우 하루키 소설과의 상호소통 흔적은 분명하다.그러나 그것은 다만 ‘흔적’일 뿐,깊이 들여다 보면 ‘차이’에 대한 자의식 즉 비판적 성찰이 전제되지 않은 일방적인 수수(收受)요 무자각적 닮음으로 치달은 일종의 문화(文禍)임을 알 수 있다” 하루키 소설이 한국의 젊은 작가들에게 다양성의 지평을 새롭게 열어준 촉매제였지만 그 폐해 또한 만만찮다는 것이다. 이와 동일한 맥락에서 살펴볼 수 있는 것이 국내 작가의 하루키 문체 모방내지 표절 문제다.문학평론가 남진우가 일찌기 ‘오르페우스의 귀환’이란글에서 지적했듯이,윤대녕이나 이응준처럼 하루키 문학의 어떤 측면을 진지하게 소화·변용해 나름대로 의미 있는 결실을 거둘 수도 있다.그러나 어떤명분에서는 표절은 문학적 자살행위임에 틀림없다. 한편 일본 고단샤(講談社)에서 펴낸 하루키 신작 장편 ‘스푸트니크의 연인’의 판권을 따기 위해 국내 출판사들이 최근 벌인 출혈경쟁은 우리에게 많은 점을 시사한다.어린 소녀와 중년여인의 레즈비언 사랑을 그린 통속소설에 불과한 이 작품에 왜 그토록 매달리는가.하루키가 아무리 출판계의 흥행보증수표라 하더라도 옥석을 구분해 내려는 최소한의 양식이 필요하다.선량한독자 대중이 상업출판에 휘둘려서는 안된다. [무라카미 하루키 연보]■1949년 일본 효고(兵庫)현 아시야(芦屋) 출생■1975년 와세다 대학 문학부 연극과 졸업■1979년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로 제22회 ‘군조(群像)’ 신인문학상을 받으며 등단■1982년 ‘양(羊)을 둘러싼 모
  • 국제방송교류재단 해외위성방송 세미나 주제발표

    국제방송교류재단(사장 황규환)과 한국PR협회(회장 최창섭)는 아리랑TV 해외방송 개국(6월 7일 시험방송,8월 12일 본방송)을 앞두고 26일 서울 중구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국가홍보를 위한 해외위성방송의역할’이란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했다.김희진(金姬辰)경원대 교수의 주제발표문을 요약한다. 해외홍보 매체로서 위성방송의 역할은 한국이 얼마나 활력있고 안정적이며품위있는 나라인가 하는 점을 알려 그에 맞는 긍정적인 이미지를 만들어가는 데 있다.우선 자국의 정치사회적 입장에 대한 대외 보도창구로서 역할을 훌륭히 수행해야 한다.우리나라에 대한 뉴스와 평론,그리고 세계의 뉴스거리에 대해 우리의 입장과 시각을 반영한 심층프로를 방영할 창구의 존재는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 둘째 우리나라를 중심으로 지역국들과 제기될 수 있는 잠재적인 갈등이나문제점을 파악하고 우리의 배경과 입장을 이해시킬 수 있는 쟁점관리 기능의 매체로 활용돼야 한다.셋째 국내 방송 프로그램의 해외 수요창출을 위한 견본시로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이와 함께 국내 기업과 제품,관광자원들을자연스럽게 소개하고 지원하는 한편 민족문화공동체 형성을 위한 해외동포결속 창구로서 역할도 기대된다. 효과적인 해외홍보 방송을 위해서는 몇 가지 전략적 고려가 필요하다.주 목적이 한국에 대한 이미지를 개선하는 데 있는 만큼 주 시청 대상자는 현지외국인으로 하고,부 시청 대상자로 재외 한국교포를 선정하는 것이 타당할것이다. 프로그램 측면에서도 일방적인 홍보의 성격보다는 시사뉴스와 교양정보,오락물이 적절히 배합된 종합채널로 구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또 위성채널의순조로운 현지 진입을 위해 주요국 시청자들의 매체 소비행태에 대한 직·간접적인 시장조사가 필요하다.아울러 해외홍보 방송이 체계적이고,현지 상황을 즉각적으로 반영하는 순발력을 갖추려면 해외홍보 실무를 담당하는 관련기구들과의 유기적인 공조체제가 마련돼야 한다. [金姬辰 경원대 교수]정리 이순녀기자 coral@
  • 오세영시인…인간실존의 문제 서정적 詩語로 형상화

    “공초(空超) 오상순은 허무의 끝까지 나아감으로써 그것을 극복하려 했던의지의 시인입니다.운명에 맞서 절대허무의 경지를 개척한 공초의 시세계와내 시의 공분모를 굳이 찾는다면 그것은 탈속적인 분위기라고 할 수 있지요” 올해 제7회 공초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오세영 시인(58)은 “공초선생과특별한 인연도 없는 나를 작품성만을 보고 편견없이 수상자로 뽑아준 데 감사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지난 65∼68년 박목월 선생의 추천으로 ‘현대문학’을 통해 등단한이래 지금까지 10권의 시집과 11권의 학술저서를 낸 부지런한 시인이요 학자다.그러나 우리 문단에서 오세영은 자신의 표현대로 ‘왕따’로 통한다.이른바 ‘문지’니 ‘창비’니 하는 거대 ‘문단권력집단’과는 애초부터 인연이없기 때문이다. “이들 두 그룹이 우리 문학 발전에 일정 부분 기여한 것은인정할 만합니다.그러나 이들이 끼친 폐해는 그 공(功)을 상쇄하고도 남아요.30년 가까이 배타적인 블록을 형성,문단정치의 본산노릇을 해왔으니까요”이런 패거리의식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한 우리 문학의 발전은 요원하다는 그는 특히 ‘문지’의 경우 그 폐쇄성과 엘리티즘은 4세대에 걸쳐 이어져오고있다고 안타까워했다. 오 시인은 이같은 문단의 진구렁 속에서도 자신만의 연꽃같은 시심을 피워내기 위해 분투해왔다.그의 시를 떠받치고 있는 정신은 사랑.오세영 시에 있어서 사랑이란 진리를 향한 에로스적인 충동 혹은 미혹한 상태로부터 진리를찾아가는 구법(求法)의 과정이다. 그는 ‘찻잔’이란 시에서 사랑을 “비움으로써 가득 차는 공간”이라고 정의한다.그 자신 불교신자는 아니지만 그의시에서는 뭔가 그윽한 선미(禪味)가 느껴진다. 이번 공초문학상 수상작 ‘집만이 집이 아니고’가 실린 ‘벼랑의 꿈’(시와시학사)은 시인의 동양적 사유의 정점에 놓이는 시집이다. “멀리 헤르만 헤세나 T.S.엘리엇에서부터 가까이는 옥타비오 파스나 파블로 네루다,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문인들이 동양사상으로부터 문학적 영감을 얻었습니다.맑은 바람이나 밝은 달을 읊조리는 정도라면 모를까,인간존재의 근원을 다루는데 어떻게 동양사상에 기대지 않을 수있어요” 오시인은 불교와 노장(老莊)철학은 물론,우리의 무속세계까지도 자신의 시적 영토로 아우른다.문제는 심오한 인생론과 우주론적인 성찰을 어떻게 서정의 그릇에 담아내느냐 하는 것.이를 위해 그는 “모더니즘적인 언어감각과 시어를 꾸준히 가꿔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 시대의 대표적인 서정시인으로 자리매김돼 있는 그는 사실 모더니즘 시인으로 출발했다.70년대 초까지는 과격한 실험시를 쓰기도 했다.처녀시집 ‘반란하는 빛’이 대표적인 예.그가 서정성의 세계로 돌아온 것은 70년대 후반들어서다.“전통적인 정서에 충실하다보니 이따금 고답적이라는 평을 듣기도 합니다.하지만 시의 본령은 서정성에 있는 것 아니겠어요” 서정주·박목월·유치환을 그가 가장 존경하는 시인으로 꼽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은것으로 보인다. - 시인 오세영은 ▲1942년 전남 영광 출생 ▲1965년 서울대 국문과 졸업 ▲1968년 ‘현대문학’에 추천 완료.추천작 ‘잠깨는 추상(抽象)’ ▲1970년 처녀시집 ‘반란하는 빛’출간 ▲1983년 시집 ‘가장 어두운 날 저녁에’로 제15회 시인협회상 수상.시론집 ‘서정적 진실’,평론집 ‘현대시와 실천비평’ 출간 ▲1985년 서울대 국문과 교수 부임.선시집 ‘모순의 흙’ 출간 ▲1986년 ‘그릇’ 연작시로 제1회 소월시문학상 수상 ▲1992년 ‘구룡사시편 겨울노래’로 제4회 정지용문학상 수상 ▲1995년 미국 캘리포니아 주립대 버클리 캠퍼스에서 한국현대문학 강의 ▲1999년 제10시집 ‘벼랑의 꿈’ 출간 ▲현 서울대 국문과 교수김종면기자 jmkim@
  • 美 ‘스타워즈’ 관람위해 220만명 휴가

    로스앤젤레스 AFP AP UPI 연합 전설적인 공상영화 시리즈인 ‘스타워즈’의 최신작 ‘스타워즈: 에피소드 1 유령의 위협(팬톰 메너스)'이 개봉 첫날 사상 최고의 흥행 수입을 기록했다. 이 영화는 19일 2,854만2,349달러의 수입을 올려 지난 97년 스티븐 스필버그감독의 ‘잃어버린 세계: 주라기공원' 이 세운 흥행 수입 기록을 깼다. ‘주라기공원'은 첫날 2,610만달러의 수입을 올렸다. ‘유령의 위협'은 이날 미 전역 2,970개 극장에서 개봉됐으며 일부에서는 0시 1분이후 24시간 상영되기도 했다. 영화 평론가들은 ‘유령의 위협'이 5일간 총 1억~1억4,000만달러의 기록적인 수입을 올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미 전역에서는 영화를 보기 위해 수백 만명이 휴가를 내는 등 첫날부터 엄청난 성황을 이뤘다.평론가들은 전국적으로 영화를 보기 위해 휴가를 낸 직장인만도 약 220만명으로 추산했다. 16년만에 만들어진 이번 신작은 영화 평론가들의 기대에 못미친다는 평가에도 불구,8달러의 예매권이 인터넷 경매를 통해 수백달러까지 치솟는 등 열기가 과열되고있다.
  • [변혁으로서의 문학과 역사](22)-남정현의 ‘분지’(1)

    작가 남정현은 등단 3년만인 1961년 중편 ‘너는 뭐냐’로 제6회 동인문학상(후보작)을 수상할 정도로 그 풍자적 기법이 뛰어났다.5·16군부쿠데타 이후 한국사회가 당면했던 갈등과 모순을 전통적인 골계적 수법으로 날카롭게비판하던 이 인기작가에게 당시의 잡지들은 앞다투어 원고를 청탁했다.1964년 11월 경 그는 ‘사상계’와 ‘현대문학’ 두 잡지로부터 소설을 청탁받고 우선 한 편의 작품을 쓰기로 결심했다. 그는 “소설이란 우리 인간사에 관한 이야기”란 생각을 가진 작가로서 현실을 관찰하면서 “어찌된 판인지 우리 사회의 요소요소에는 인간의 꿈과 염원을 시중들기 위한 법이며 제도며 그 장치보다는,도리어 인간의 염원을 가로막고 행복을 훼손하려는 장애물이 더 많은 것 같았다“고 느끼게 되었다. 문학적 상상력은 여기서 더 나아가 “국가권력은 이미 나라와 민족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자들의 손에서 아주 멀리멀리 떠나버린 상태”로 보여 “세세연년 민족자주를 열망하는 전민중적인 희원을 한번 소설화해보고 싶었을 뿐”이어서 쓰게 된 것이 ‘분지’였다.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4·19같은 민족적 희망이 왜 5·16같은 폭압으로 압살당해 버렸느냐를 추구하다가 “그 배후에는 아무래도 미국이라는 거대한 외세가 크게 작용하고 있음을 직관적으로 감지하고 그 답답함과 울분을 기초로 ‘분지’를 구상했던 것이다”(한승헌변호사 변론사건 실록 ‘분단시대의 피고들’ 참고). 그의 장기인 풍자적 기법으로 그리 오랜 시간을 끌지 않고도 탈고하게된 이 작품을 작가는 순문학지 ‘현대문학’을 통해 발표했다.1964년 12월 어느날이었다. 소설은 홍길동의 10대손인 홍만수가 어머니의 영전에 하소연하는 형식을 취한 일인칭 독백체로 이뤄져 있다.만수의 아버지는 일제 때 독립운동을 위해나갔으나 해방이 되어도 돌아오지 않았고,그의 어머니는 환영대회에 나갔다가 미군으로부터 성폭행 당한 채 돌아와 정신이상으로 죽는다.고아 남매는외가에서 자라던 중 6.25로 헤어져 만수는 입대했다가 제대했으나 살 길이없는 절망 속에서 스피드상사의 현지처가 된 누이동생 분이를 만나 미군수물자 장사를 하면서 지낸다. 이런 딱한 처지의 만수에게 친구들은 도리어 매부인 스피드상사에게 미국과 통할 수 있는 길을 열어달라고 빽을 써대는 현실을 저주하며 만수는 썩어빠진 정치를 규탄하나 그보다 더 견디기 어려운 것은 누이 분이의 고통이었다. 밤마다 스피드상사는 본국의 본처와 비교하면서 분이의 육체적인 결함을 들어 온갖 욕설을 퍼부어대며 학대해댔기 때문이다.대체 미국 여인들의 육체는 얼마나 황홀하기에 저런가고 고심하던 중 스피드의 본처 비취가 한국으로오자 만수는 그걸 확인하고 싶어졌다. 만수는 한국을 안내해주겠다는 구실로 비취를 향미산으로 데려가 정중하게분이의 처지를 설명하면서 그녀에게 육체를 보여줄 것을 요청하자,그녀는 다짜고짜 만수의 뺨을 후려갈겼다.절호의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고 만수는 그녀의 배위를 덮치고 앉아 속옷을 찢어 황홀한 육체를 확인할 수 있었다.그러나 만수의 손에서 헤어난 비취는 돌연 “헬프미!”를 외치며 산 아래로 내려가 도움을 청했는데 그 결과는 “향미산의 둘레에는 무려 일만여를 헤아리는각종포문과 미사일,그리고 전미군 중에서도 가장 민첩하고 정학한 기동력을 자랑하는 미 제 엑스 사단의 그 늠름한 장병들이 신이라도 나포할 기세로저(만수)를 향하여 영롱한 눈동자를 빛내고”있다. “이 땅 위에서 만수란 이름의 육체와 그의 혼백까지를 완전히 소탕하기 위해서 뿌려진 금액이 물경 이삼억 불에 달”하는 위기의 상황에서 만수가 어머니의 영전에 하소연하는 형식의 이 소설은 채만식의 풍자를 능가하는 완벽한 알레고리로 김지하 풍자문학에 한 발 앞선 성과였다.“앞으로 단 십 초,그렇군요.이제 곧 저는 태극의 무늬로 아롱진 이 런닝셔츠를 찢어 한 폭의찬란한 깃발을 만들”어,타고 태평양을 건너 미대륙에 닿아 “우유빛 피부의 그 윤이 자르르 흐르는 영니의 배꼽 위에 제가 만든 이 한폭의 황홀한 깃발을 성심껏 꽂아놓을 결심”을 다지는 것으로 이 소설은 끝난다. 林軒永 문학평론가
  • [프리뷰] 창작극 ‘나운규’

    ‘천재적 영감’을 분출하며 영화에 대한 혼을 불사르다 요절한 나운규가온다.옆에는 지기(知己) 윤봉춘이 서 있다. 극단 둘리가 창단 기념으로 6일부터 23일까지 무대에 올리는 창작극 ‘나운규’(정복근 작·한태숙 연출)는 두 사람의 우정과 사랑,조국 잃은 설움,무엇보다 ‘영화 사랑’을 꼼꼼히 쫓고 있다. “예술과 흥행성은 양립할 수 없어.언제까지 그 쓸데없는 평론가나 신문기자 눈치보고 살거야,우린 예술가야”“꼭 그렇지는 않아,강력한 리얼리티를살리고 외국인에게 현실을 호소할 수 있다면 유관순도 발가 벗겨야지,난 좋아서 하는 줄 아니.제작자가 ‘나운규’가 나와야 돈을 준다기에 마지 못해하는거지.나도 지쳤어” 재기를 노리며 현실과 타협하려는 나운규(강신일)와 그의 모습이 마뜩찮은윤봉춘(한명구)의 대화다. 문예회관 대극장 지하 연습실.작지만 다부진 인상의 강신일은 혼신의 연기로 나운규를 불러냈다.대사가 없는 동안에도 대본을 들고 나운규와 대화하고 있다.격정과 허무를 오가면서 뿜어내는 완급의 연기는 보는 이의 감정을 자연스럽게 빨아들인다. 강신일이 가슴과 감성으로 ‘불의 나운규’를 그리는 동안 한명구는 차분한 내면 연기로 ‘물의 윤봉춘’에 입김을 불어넣는다.불같이 피워 올랐다가자제할 줄 모르고 굴러가던 나운규를 걱정하며 조언하고,지쳐서 찾아오면 쉼터가 돼 주는 모습은 영락없는 윤봉춘이다. 여기에 신예 김호정도 ‘선배들에게 질세라’ 끼를 유감없이 발휘한다.나운규가 평생 가슴에 품고 살았던 윤마리아가 아편에 중독된 장면에서는 ‘광기의 예술가’를 사랑한 ‘또 다른 광기’를 토해냈다. 광대들의 신들린 연기를 조율하는 이는 한태숙.작가 정복근과는 ‘나,김수임’‘덕혜옹주’‘첼로’ 등에 이어 여덟번째 맞추는 호흡이지만 치밀함은여전했다.연습실에서 살다시피 한 작가와 함께 다섯번이나 대본을 고쳤다. “창작하는 입장에서 ‘불멸의 예술혼’을 지닌 선배의 삶을 무대에 옮기는 것은 오랫동안 간직해온 꿈이었다.현재에도 의미있는 나운규·윤봉춘선생의예술관을 대조하면서 속도감 있는 전개와 극적인 힘에 초점을 두었다”. 무대 뒤의 반투명막을 스크린으로,극중 인물의 내면을 드러내는 데 쓰는 무대장치도 눈길을 끈다. 나운규가 윤봉춘의 품에서 서서히 숨이 꺼져가는 동안 ‘아리랑’이 울려퍼진다.은은함과 처량함이 깃든,바이올린 선율 속에는 ‘광기와 예술’에 대한 영원한 물음이 들어 있었다.(02)737-2723이종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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