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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굄돌] 영화배우 문희의 눈물

    종종 젊은 감독과 중견 감독을 만날 때마다‘미워도 다시한번’의 문희를출연시키보라고 권한다.감독들은 한결같이 쉽지 않다고 말한다.‘문희’라는배우의 컴백은 김지미 윤정희 엄앵란의 그것과는 차원이 다르다고 한다. 쉽게 범접할 수 없는 아름다움 때문이라고 한다. 벌써 나이를 들먹이는 것이 부끄럽다.하여튼 10대 초반의 소년이 영화를 통해 세상을 받아들이기 시작할 때 문희의 눈물을 보았다.그후로 문희가 출연하는 영화만 보면 눈물이 흘러 나왔다.자연인으로 태어나 나의 의식의 최초눈물은 이때가 아닌가.영화를 보는 일은 문화적 의식이고 문화적 의식은 곧성장기 통과의례와도 같다.이 시기의 의식적으로 몸에 배어 있는 눈물 흘리는 습관은 기도의 시간과도 맞먹는다. 간혹 아내와 함께 TV드라마,논픽션 드라마,‘편지’‘약속’같은 영화를 보노라면,결정적인 순간에 아내가 이렇게 말한다.‘또 눈물을 흘리고 있지?’라며 나의 눈가에 자기 얼굴을 갖다댄다.문희의 눈물을 보며 자란 나는 오늘영화평론가가 되었다. 절대 여자를 울리지 말자!이감상주의가 성장하여‘절대 타인의 가슴에 상처를 주지 말자’는 인생관으로 자리잡았다. 그래서 나는 문희에게 감사한다.많은 여자 배우가 나타나고 사라졌다.반드시 멜로드라마가 아니더라도 숱한 여성캐릭터를 연기한 여배우들이 눈물을흘렸건만,유독 문희의 눈물만이 맑게 비쳐지고 내 영혼을 맑게 씻어주는 기능을 하는 걸까.잘 알 수가 없다.그토록 좋아하는 내 인생의 배우 문희를 딱한번 실제로 만나는 기회가 왔다. ‘아,나는 행복하다’라고 속으로 소리를 질렀다.그 옛날 스크린에 비친 심상이 그대로 수정처럼 빛나고 있었다.세월과 더불어 들려온 그녀의 인생 곡절 많이 들어알고 있었지만 그것은 내 안에서 태우고 자기를 가꿔온 배우가한국에도 있구나. 8월19일 영상자료원에서 그녀에게 받은 사인을 아내와 두 아이들에게 자랑했다.세월의 먼지가 덮힌 나의 앨범에 그녀의 한복입은 브로마이드를 꽂은지꼬옥 30년만의 경사다. 가을이 깊어가는 계절에 문희를 사숙하는 나는 행복하다. [양윤모.영화평론가]
  • [변혁으로서의 문학과 역사](38) 한수산’욕망의 거리’

    한수산 필화사건의 전말을 가장 적절하게 묘사한 이문재 시인의 글(레이디경향 1988년 11월)은 이렇게 시작된다.“1981년 5월28일 오후 3시,중앙일보사 편집국 문화부.문화부장을 찾는 직통전화가 걸려온다.‘보안사령부 X소령입니다.제주에 살고 있는 한수산씨의 집주소와 전화번호를 좀 알려주시겠습니까?’ 정중했지만 차갑고 딱딱한 목소리였다.이 한 통의 전화로 이튿날부터 끔찍한 사건이 저질러진다.이른바 한수산 필화사건….”문학평론가 정규웅 (당시)문화부장은 좋잖은 예감으로 즉각 연재소설 ‘욕망의 거리’를 검토하기 시작했다.이미 1980년 5월1일부터 시작된 이 장편은미모의 30대 여주인공을 중심으로 흥미진진하게 도심 속의 욕망을 추적하는중이었는데,아무리 뒤져도 관계 당국의 비위를 거슬릴만한 구절이나 반정부적인 요소는 없었으나 다만 아래 구절이 약간 마음에 걸렸다. “어쩌다 텔리비전 뉴스에서 만나게 되는 얼굴,정부의 고위관리가 이상스레촌스런 모자를 쓰고 탄광촌 같은 델 찾아가서 그 지방의 아낙네들과 악수하는 경우,그 관리는돌아가는 차 속에서면 다 잊을게 뻔한데도 자기네들의 이런저런 사정을 보고 들어 주는 게 황공스럽기만 해서,그 관리가 내미는 손을 잡고 수줍게 웃는 얼굴,바로 그 얼굴들은 언제나 그렇게 닮아 있어서 그것이 모내기 하는 논둑이든,산동네 빈민촌이든,탄광촌이든 항시 같은 사람처럼 느껴질 정도였다.”(317회)박회장과 함께 잠자리에 들면서 세희는 박회장 집에서 보았던 죽은 부인의사진을 떠올렸는데,그 ‘부자 사모님 얼굴에서 탄광촌 여인의 모습’을 왜떠올렸는지 자신도 모른다고 소설은 서술하고 있다.그리고 다음 장면을 또보자. “월남전 참전 용사라는 걸 언제나 황금빛 훈장처럼 닦으며 사는 수위는 키가 크고 건장했다.그는 지금도 그 수위 복장에 대해서 남모를 긍지를 가지고 있는 듯 싶었다.내가 월남에 있을 때 말이야,그러니까 그때가 서기 일천구백 몇 년인가 하면…그렇게 그는 시간 나는대로 자서전을 썼었다.그리고 그럴 때면 그는 자신의 그 꼴같지않게 교통순경의 제복을 닮은 수위제복을 여간 자랑스러워 하지않는 눈치였다.하옇든 세상에 남자놈 치고 시원치 않은게 몇 종류가 있지.그 첫째가 제복 좋아하는 자들이라니까.그런 자들 중에는 군대 갔다온 얘기 빼놓으면 할 얘기가 없는 자들이 또 있게 마련이지.”(324회)세희의 남동생 경태는 사장이 유일하게 애첩의 집에까지 데려갈 정도로 신임을 받는데,다른 회사의 스카웃 제의를 받아들여 사직원을 냈건만,사장은 일을 다 배운 뒤에는 도로 자기 회사로 오라고 간단히 잘라버린다.화가 난 경태가 사무실을 나오며 수위를 보고 떠오르는 잡념들을 묘사한 대목이다. 그나마 문제가 된다면 이 구절이겠거니 예견하고 있던 차에 드디어 사건은터졌다.5월29일 오전 10시 경,언제나 이런 사건이 터질 때마다 반복되듯이낯선 중년들에 의하여 정규웅부장은 검은 세단에 태워져 끌려갔다.중앙일보에서는 손기상(당시 편집국장대리,현 삼성문화재단 상무),권영빈(당시 문예중앙 주간,현 중앙일보 주간),허술(당시 출판국 부장)이 연행 당했고,엇비슷한 시각에 한수산은 제주에서 항공편으로 압송 당했으며,박정만 시인(당시고려원 편집부장) 역시 끌려 들어갔다.빙고동 보안사 대공분실이었다. [任軒永 문학평론가]
  • ‘미니멀’지향 국내외 작가전 3곳서 동시에

    가을 화단에 우연찮게 이름높은 ‘미니멀’ 지향 국내외 작가들의 격조높은 작품전이 3곳에서 동시에 열리고 있다. 이중 예화랑에서 기획전으로 21일까지 열리는 ‘이인현·장승택 2인전’은같은 추상화라도 개성적 표현을 적극 배제하면서 간결·엄밀·극소화를 추구하는 비개성적 미니멀 추상화의 면목을 잘 보여준다. ‘시간과 공간의 만남’을 부제로 하고 있는 2인전에 대해 이태호 예화랑큐레이터는 “무언가를 표현하고자 하는 그림은 ‘의미’가 있는 것이고 침묵하고 있는 그림인 미니멀 작품 속에는 의미가 없고 단지 존재만 있을 뿐인가”라는 질문의 대답으로 기획됐다고 말한다.이에 대해 두 작가는 작품에대한 의미부여나 아름다움은 그림 자체나 감상자의 주관에 있지 않고 그림이라는 3차원적 오브제와 감상자의 만남,즉 시간의 지속성과 공간이 만나는 데서 태어난다고 대답한다는 것이다. 각각 일본과 프랑스에서 공부하고 돌아온 이인현과 장승택은 이처럼 “아름다움은 ‘시간과 공간의 만남’ 속에서 끊임없이 새롭게 태어난다”는 생각을 굳게 공유하지만 작품 자체는 기법과 느낌이 상당히 달라 이번 기획전의부피를 키워주고 있다.(02)542-5543. 한편 경복궁 끝자락에 위치해 단아한 전시환경이 매우 인상적인 갤러리 인은 국내 평면 모노크롬(단색) 추상회화의 대가인 이봉열 초대전을 22일까지펼친다. 거의 10년을 주기로 전시를 열어온 이봉열의 작품세계는 그 시기마다 의미있는 변천을 드러내고 있는데 70년대는 격자구조를 이용한 구축적인 공간을보여주었고 80년대는 그 격자구조를 해체하는 과정을 나타냈었다.90년대를마감하는 이번 전시는 그간의 공간들을 아예 지워나가면서 단색 특히 회색조의 중성적인 화면을 내보이고 있다. ‘화면과 작가의 몸의 일체화’를 이봉열의 90년대 근작들에 관한 이해의틀로 적시한 바 있는 평론가 김복영은 30여년 간 화력의 결실을 맺는 이번전시에 대해 “달관의 시선으로 응시하는 제목 그대로 ‘지워진 공간’이요,어떤 이름으로 명명될 수 없는 ‘무제의 공간’을 보여준다”면서 작가의 육화(肉化)된 전신으로서의 공간을 경험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한다.(02)732-4677. 또 개관한 지 2년 밖에 안되었지만 해외 비디오전,국제 사진 트리엔날레전,건축전 등 수준높은 기획전을 펼쳐온 카이스 갤러리는 미국 작가 피터 핼리전을 11월5일까지 열고 있다.뉴욕 화단에서 새로운 추상인 신(新)기하 경향의 기수로 호평받고 있는 피터 핼리의 작품은 직사각형의 도형이 반복되는기하학적 이미지,디지탈 시대상를 반영하는 각진 회로도 등이 강렬한 색상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의 작품은 자기나 자기 주장을 극력 숨기는 미니멀 아트를 넘어 ‘새로운 추상’으로 불리워지고 있는데 이는 기하학적인 추상과 강렬한 색을 통해직감적이고 폭발적인 시각을 유도하면서 현대사회의 소통과 단절,창살로 억압하는 ‘감옥’같은 사회 체제를 풍자하기 때문이라고 설명된다.902)545-2239. 김재영기자 kjykjy@
  • ‘러시아의 자부심’ 볼쇼이발레단 온다

    세계 최고를 자랑하는 러시아 볼쇼이발레단이 11월 3·4일 서울을 찾는다.이번 공연은 대한매일신보사가 창간 95주년과 한국-러시아 수교 9주년을 기념,한국국제교류재단·SBS와 함께 초청해 이루어졌다. 볼쇼이발레단의 내한 공연은 지난 90년 이래 네번째.그러나 이번 공연은 이전과는 달리 볼쇼이 고정 레퍼토리의 ‘명장면’만을 모은 프로그램 구성과세계적 스타및 차세대 유망주들로 짜여진 초호화 출연진으로 벌써부터 발레팬들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볼쇼이는 명작품의 정수만을 모은 갈라 공연을 펼친다.국내 팬들은 여러 작품의 하이라이트들을 한꺼번에 즐길 수 있다.아울러 개개의 작품을 가장 잘소화하는 무용수로 출연진이 구성돼 볼쇼이발레의 주역들을 두루 만나게 된것도 이 공연이 갖는 장점. 출연진에는 무용의 오스카상으로 불리는 ‘브노아 드 라 당스’를 지난 95년에 받은 갈리나 스테파넨코(러시아 인민예술가)를 비롯해 이나 페트로바,안드레이 우바로프,세르게이 필린(이상 ‘러시아 영예의 예술가’)등이 포함됐다.오랫동안 볼쇼이의 명성을 이끌어온 스타들이다. ‘볼쇼이의 떠오르는 별’인 스베틀라나 룬키나와 니콜라이 치스카리체,콘스탄틴 이바노프 등 차세대 슈퍼스타들도 이들과 함께 발레예술의 진수를 뽐낼 예정이다.이밖에 볼쇼이의 정식단원이 돼 첫 귀국무대를 갖는 배주윤도 국내팬에게서 열렬한 환호를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서울공연 프로그램은 1·2부로 나누어 짰다.1부에서는 ‘지젤’1·2막 가운데 고난도의 테크닉이 집중된 2막을 보여준다. 1841년 파리 초연이래 낭만발레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지젤’은 국내에서도 가장 인기높은 작품.발레리나에게 무용가로서,연기자로서 두가지 자질을 동시에 요구한다는 점에서 ‘무용의 햄릿’이라는 별명을 가졌다. 이번 공연작은,볼쇼이극장 총감독인 블라디미르 바실리예프가 지난 97년 새로 안무한 것이다.첫 공연때 주연을 맡아 모스크바 발레역사상 최연소 지젤의 영광을 안은 스베틀라나 룬키나가 역시 서울무대에 선다.알브레히트 역은 세르게이 필린. 볼쇼이발레단이 연출하는 ‘지젤’의 군무 신은 그 화려함과 고도의 테크닉으로너무나 유명하다. 2부는 다양한 레퍼토리로 구성했다.갈라공연에 늘 끼게 마련인 ‘돈키호테’(젤로빈스키 안무)의 집시춤과 ‘백조의 호수’2막 아다지오,‘호두까기 인형’파 드 되(2인무)등 인기품,‘베니스의 축제’2인무,‘라 바야데르’중북춤 등 국내에서 보기 힘든 작품 등을 고루 섞었다. 무용평론가 장광렬씨는 “갈라공연의 특징은 출연자가 각각 잘한다고 해서꼭 성공할 수 없다는 데 있으며,전체적으로 앙상블을 이루어야 한다”고 전제하고 “서울공연 출연진의 면면이나 레퍼토리 선정을 볼 때 볼쇼이 최고의 무대를 기대할 만하다”고 말했다. 발레단 48명,오케스트라 70명 등 총 138명으로 구성된 볼쇼이발레 내한공연팀은 11월1일 입국해 3일과 4일 오후7시30분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 무대에 선다.교보생명이 협찬했다.(02)721-5966. 이용원기자 ywyi@
  • ‘10代 팬덤현상’ 과도한 애정인가 스타 소유욕인가

    한때의 과도한 열정인가,아니면 기성세대의 폭력(?)에 맞서는 정당방위인가. 지난주 한 방송국이 H.O.T 4집앨범 ‘아이야’수록곡의 일부에 표절의혹을제기하자 이 방송사 인터넷 사이트에는 10대 여학생들이 중심이 돼 사이버공격을 집중했다. 이들은 표절의혹은 제쳐두고 ‘우리가 이 삭막한 세상에서 누군가를 사랑함으로써 행복해질 수 있는 유일한 길을 왜 가로막느냐’고 반발했다. 여기에 젝스키스와 서태지와 아이들 팬클럽까지 가세,통신망은 곧 진흙탕으로 바뀌었다.욕설이 난무하는 것은 물론,“죽여버리겠다”는 식의 협박도 서슴지 않았다. 또 한 방송사가,H.O.T 멤버들을 소재로 한 팬픽(스타를 소재로 한 소설)에서동성애를 다룬 사실을 문제삼으려 한다는 입소문이 팬클럽 안에서 나돌자 곧“방송국을 폭파하겠다”“방송이 나가면 아이들의 희생이 잇따를 수 있는데 첫번째 희생자는 내가 될 것”이라는 등의 협박이 올랐다. 이들이 가장 애용하는 무기는 집단의 힘을 과시하는 것.이유는 소수의 힘으로는 기성세대나 언론,보수주의자들의 입을 다물게 할 수 없다고 믿기 때문이다.따라서 대상을 정하면 시기를 맞춰 융단폭격을 가한다.이메일이 유용한연락수단이 된다. 두번째 방법은 공격해야 할 대상이 생기면 최대한 자극적인 언사를 동원해격퇴하는 것이다.이 바람에 한두번 싸움을 걸어본 30대는 물론 양자를 화해시키려는 20대도 곧 ‘퇴장’해 버린다. 공연이 시작되기 몇시간 전에 공연장에 나가 플래카드를 준비하고 격문을 붙이고 노래를 따라 부르다 넘어지고 울고불고 하는 것은 차라리 아름다운‘맹신’으로 치부할 만하다. 2년여전 신문들은 이러한 대중의 문화수용 양태를 ‘팬덤’(Fandom)으로 규정하고 일말의 기대를 드러낸 바 있다.원래 팬덤이란 말은 열광적으로 추종한다는 뜻의 fanatic과 집단적 증후군의 dom이 결합된 것이었다. 이 개념은스타가 대중에 의해 맹목적인 추앙을 받는 시대가 막을 내렸다는 것을 의미했다. 팬들의 문화권력 확장으로 오히려 스타를 ‘관리’하면서 서로가 서로를 필요로 하는 상호보완적 관계를 기대하는 바람도 있었다. 하지만 이제 일부 10대들은 스타를 아예 ‘소유하고 지배’하려 든다. H.O.T멤버와 사귄다고 알려진 가수 간미연 협박사건을 대표적인 사례로 꼽을만하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회원이 많다는 H.O.T팬클럽은 정식회원만 3만5,000명을 넘어섰다.S.M기획은 이들을 관리하느라 스타월드라는 회사를 따로 두고 있다. 팬덤현상은 공격을 당할수록 상대를 적대시,자신들만의 아성을 더욱 공고히한다는 점에서 ‘패닉’(집단 광기)으로 옮아갈 가능성이 많다. 이들의 집단적 흥분과 맹신을 이용,음반시장의 커다란 권력으로 떠오른 10대를 겨냥한 매니지먼트로 주머니를 채우겠다는 뮤지션과 기획사들이 있는 한팬덤현상은 당분간 올바른 방향으로 가지 못할 것 같다. 임병선기자 bsnim@ *문화집단운동‘팬덤공’스타산업의 박수 부대 거부 요즘의 팬덤은 병적이고 부정적이기만 한 것일까.그렇지 않다.기존 문화판을짓누르던 엄숙주의에서 탈피,장르간 벽을 허물고 스스로 창작과 평론을 하는문화집단 운동으로 팬덤이 발전해 간 사례도 있다. 독립예술제를 기획 연출해 얼굴이 알려진 김종휘와 그룹 ‘허벅지밴드’의안이영노가 참여하고 있는 잡지 ‘팬덤공’이 대표적이다.‘팬덤공’은 지난97년 6월 예닐곱명이 모여 ‘팬진공’(‘팬 매거진 공’의 약칭)으로 출발했다. 막 개념이 소개되던 팬덤을 실질적으로 정착시키려는 의도에서였다.스타산업의 박수부대로 전락해서는 안된다는 것이 그들을 모이게 한 동기였다.진앙지는 라이브클럽이 들어서던 신촌과 홍익대 근처. 같은해 10월 누구나 들어올 수 있도록 문호를 개방,이름을 ‘공아리’(동아리+공)로 붙였다.고교 1년생부터 어엿한 직장인,백수까지 문을 두드렸고 이들은 만화를 그리다 밴드에서 연주하고,낮에는 영화하고 밤에는 밴드하는 식으로 문화평론과 창작작업을 시작했다.공아리는 지금의 스타 팬클럽이 상상하지 못할 정도로 결속력도 없고 공동체 의식도 없었다.그냥 속이 텅 비었으며 무엇이든 관통하고 어디에든 척 달라붙는 존재였다고 멤버들은 술회한다. 그러나 이들은 98년 여름까지 5권의 동아리 잡지를 발행한 뒤 현재는 최소한의 상업성 확보까지 겨냥하며 ‘팬덤공’이라는 이름으로 잡지를 재창간,활발한 활동을 보이고 있다.재창간 2호의 목차를 보면 비디오잡지 라는 새로운평론형식을 실험하는 ‘자유독립’을 소개하는 기사부터 음반 가격이 천차만별이라는 점을 지적한 것, 라이브클럽 합법화를 둘러싼 시비, 인디 영역에서 새로움을 개척하는 ‘스컹크 레이블’등 문화산업과 시장의 논리를 파헤치고 있다. 이외에도 체계적이고 합목적적인 활동으로 주목받는 팬클럽 등 팬덤들은 많다.영국 비틀스협회를 능가하는 자료와 분석력을 갖춘 한국비틀스협회,하이텔·천리안 등 각 통신업체의 음악동호회 등에 참여를 권하는 것도 광적인스타사랑에 빠진 청소년에게 대안이 될 수 있다. 임병선기자
  • [변혁으로서의 문학과 역사](37)한수산 ‘욕망의 거리’

    1972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작가 한수산은 이듬해에 장편 ‘해빙기의 아침’으로 한국일보에 입선,그 4년 뒤인 1977년에는 서커스 인생을 그린장편 ‘부초(浮草)’로 오늘의 작가상을 수상하여 70년대 후반기의 팍팍했던 문학적 갈증을 풀어준 인기작가가 되었다.이 무렵에 성행했던 세칭 호스티스 문학으로부터 전환점을 마련한 ‘부초’는 ‘갈보같은 세상에 청순한여인’의 환상을 불러 일으켜 이 작가를 선풍적인 인기로 몰아넣었다. 인기 절정 속에서 작가 한수산이 제주도로 거처를 옮긴 건 1979년이었다.이역사적인 일대 격변 속에서도 중산층의 감성적인 작품에 대한 수요는 오히려급증하여 그는 중앙일보에다 1980년 5월1일부터 ‘욕망의 거리’란 장편소설을 연재하게 되었다.한수산은 ‘작가의 말’에서 이렇게 작품의 개요와 포부를 밝혔다. “70년대에 30대를 맞은 사람들.그들의 얼마쯤은 남의 나라 땅에서 피를 흘리며 20대의 나이를 살았습니다.또 누구는 뼈마디 굵은 손을 움켜잡고 바다를 건너 일터를 찾아 떠나기도 했습니다.어떤 사람에게는 영광일 수도 있었고 또 누구에게는 오욕이기도 했던 저 10년.그 시대의 날금 위에다 진솔했던 한 세대의 청춘이 가졌던 비극을 씨금으로 얹으려 합니다.”제목처럼 서울은 60년대의 ‘만원’(이호철의 유명한 장편 ‘서울은 만원이다’를 상기)의 시대를 지나 ‘욕망의 거리’로 탈바꿈한 지 오래였다.그 욕망의 추적 장치로 작가는 민세희라는 미모의 여인을 내세웠다.그녀의 이력서는 70년대적 욕망의 상징에 썩 어울릴만하다. 소설의 첫 회는 민세희가 졸부의 아들과 호텔에서 벌이는 정사로 시작된다. 남자는 외국으로 떠나야할 처지여서 이별의 정사를 끝낸 뒤 혼자 빗길을 달리다가 사고로 죽고 만다. 아파트를 제공해 주면서 동거하는 남자를 비롯한 뭇 남성들 속에서 그녀의심장을 파고든 상대는 조태호 영화감독뿐이었다.한때 단역을 맡았던 인연으로 알게된 조태호에 대한 세희의 마음은 세속적인 사랑과 예술적인 소망이겹쳐진 지고의 애정으로 충만해 있었다. 그녀에게는 제대후 복학한 동생 경태와,지방신문사에 다니는 정우가 있다.경태는 입대전 애인의 변심을 보고 용약 매진하는데,대기업을 버리고 군소 무역회사에 들어가 자기능력 개발에 진력하여 외국업무까지 파악한 뒤 독립업체를 만드는 걸 그 목표로 삼는다.형과는 달리 정우는 투옥 당한 은사에게면회를 가는 등 사회문제에 몸을 던져 지방신문 기자가 되는데 결국 자신이투옥 당하고 만다. 이쯤 하면 세 남매가 서로 다른 길을 가면서 70년대의 한국 사회상을 조명하고자 하는 작가의 의도를 간파할 수 있을 것이다.여기서 세희의 역할은 경태가 그토록 추구해 마지않는 경제적인 성공을 거둔 뒤 한국 남성들은 어떻게변모하는가를 미리 보여주는데 있다고 하겠다.세희는 회사일을 두 아들에게맡기고 은퇴하여 일본에서 주로 지내는,상처한 박회장의 후처로 들어앉는다. 세희보다 두 살이나 많은 박회장의 딸 난주가 찾아와 그녀의 비윤리성을 강변하지만 이건 삽화에 지나지 않는다.그녀는 소장수와 백정을 소재로 다뤄일약 인기감독이 된 조태호의 아이를 임신하여 나름대로의 삶을 설계해 나간다. 더 많은 이야기가 있으나 대충 이런 줄거리인 소설이한창 무르익어 갈무렵한수산 필화사건이 터진다.누가 봐도,작품내용이나 작가 자신에게,또는 연재매체에도 전혀 문제가 없을 것 같은 이 소설의 필화 전말은 대체 어디일까. [任軒永 문학평론가]
  • 유서같은 유고소설-장용학 ‘빙하기행’

    “아픔에는 어디까지라는 한계가 없었다.숨이 끊어지지 않는 한 어디까지라도 아파질 수 있는 육신이 저주스러웠다.그런 육신과 인연을 끊고 싶었다.비명을 흘리면서 뒹구는 자기 자신을 거기에 떼쳐 버리고 도주하고 싶었지만아픔은 놓아주지 않았다” 지난 8월31일 타계한 장용학(張龍鶴·사진)의 유고(遺稿)소설 ‘빙하기행(氷河紀行)’의 일부다.‘문학사상’이 발굴하여 10월호에 실은 이 작품은 미발표작 ‘천도시야비야(天道是也非也)’의 초고에 해당한다. 장용학은 ‘요한시집’과 ‘역성서설(易姓序說)’‘비인탄생(非人誕生)’등 실존주의적 색채를 띤 일련의 우의(寓意)적 작품들로 한국 지식인 소설의개척자로 평가받는다. 그의 작품들은 추상적이고 관념적인 내용을 주로 다루고 있어 읽기가 쉽지않은 편이다. ‘빙하기행’은 그러나 이례적일 정도로 정치체제의 비판이라는 현실적인문제를 다루고 있다.특히 자신이 실제로 경험한 고문에 대한 묘사가 매우 사실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그의 전작들과 차별적이다. 장용학은 1962년 ‘원형의전설’ 이후 반절필상태에 들어가 1987년 ‘하여가행’ 이후로는 침묵해 왔다.그런 그가 왜 이런 작품을 썼으며,왜 발표하지않았을까. 문학평론가 박창원(청양대교수)이 말년의 작가와 이야기를 나눈 데 따르면장용학은 1960년대 ‘경향신문’과 ‘동아일보’의 논설위원을 지냈으나 박정희정권에 대한 부정적 입장 때문에 해직됐다. 당시 그는 ‘남산’에 두차례 끌려갔고,이후 감시를 받는 생활을 했다.이런와중에서도 ‘문학실천협회’ 초대회장을 지내기도 한 그는 이런 제3공화국이 오래 가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칩거를 시작했으나,임종 때까지 이어질줄은 몰랐다고 한다. “개 돼지처럼 취급되는 수모에서 오는 수치감에 자기 혐오의 수렁에 빠졌고,늘 자기를 보고 있는 누구의 눈을 느껴야 했는데 암만 해도 그것은 자기의 눈인 것 같았다.그 눈앞에서 그는 나날이 비굴해지고 천해져갔고 그 눈이두렵고 부끄러워 볼 수가 없었다. …그렇게 해서 그는…겨울만 있는 세계로쫓겨났고,자기를 보고 있는 눈을 의식하면서 살아야 했다” ‘빙하기행’의 한 대목이다.바로 장용학이 왜 수모를 당한 이후 오랜 칩거에 들어갈 수 밖에 없었고,작품활동도 이어갈 수 없었는지를 밝힌 대목이라고 해석할 수 있지 않을까.그런 점에서 ‘빙하기행’은 유고이자,유서라고볼 수도 있을지 모른다. [서동철기자]
  • [인터뷰] 5개월만에 방송 복귀하는 정범구씨

    “사회를 ‘올바른 눈’으로 비판하는 시사프로에 대해 미련을 버릴 수 없었습니다” ‘CBS 시사자키’,‘KBS 정범구의 세상읽기’ 등에서 명사회자로 활약하다가 지난 5월 갑자기 독일로 떠났던 시사평론가 정범구씨(45)가 5개월여만에귀국,오는 11일 자신의 ‘친정’인 CBS에서 마이크를 잡는다. 90년부터 대학강의,방송진행 등을 맡아 바쁘게 지내온 정씨가 독일을 다녀온 것은 새로운 지식과 정보를 재충전하기 위한 것.“독일은 오랫동안 유학한 곳으로 친숙하고,지식계의 새로운 조류를 배우기에 적합했습니다” 정씨는 이번 독일체류중 ‘통일 독일’을 보고 돌아온 것을 가장 큰 성과로꼽았다. 그는 “모두 11년간 통일전 ‘서독’에서 유학했기에 통일된 독일은또하나의 새로움이었다”고 말했다. 또 독일을 비롯해 유럽 전역에서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새천년’(밀레니엄)에 관한 논의들도 관심사였고,독일내시사프로그램의 제작과정도 열심히 배웠다. 정씨는 국내 시사프로그램에 관해 ‘직설의 문화’가 없는 게 취약점이라고지적했다. 앞에서 털어놓고 토론하는 풍토가 부족하다는 것이다.그는 “토론문화의 정착을 위해 체면과 사교를 중시하는 분위기에서 벗어나야 한다”고강조했다. 정씨는 “앞으로 ‘국가안보’뿐 아니라 ‘사회안보’의 개념을 도입,사회구성원 사이의 의사소통의 균형을 이룰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드는데 최선을다하겠다”면서,소문이 무성한 ‘정계진출’설에 대해 “아직은 뜻이 없다”고 말했다. 김미경기자
  • 최기인 장편소설 ‘가락시장의 밤’ 출간

    시장(市場)이 자본주의의 특성를 극명하게 드러내는 장소라는 데는 누구든이의가 없을 것이다.그런 점에서 자본주의 경력이 일천한 한국사회에서 시장만큼 근대적인 장소도 드물다. 그러나 실제 시장에서 벌어지는 상황은 조금 다른 것 같다.특히 곳곳에 들어선 농수산물 도매시장들은 최첨단 시설을 갖추고 있지만 유통구조나 상인들의 행태만은 아직도 근대적이지 못하다는 지적을 받는다. 작가 최기인(崔基仁)의 장편소설 ‘가락시장의 밤’(상하 2권,신지성사)은이처럼 근대적이어야 할 것 같은 농수산물 시장이,왜 현실적으로는 근대적이지 못한 장소일 수 밖에 없는지를 보여준다. 이 작품은 군에 갔다온 주인공 찬우가 대학에 복학하기 위해 리어카를 끌다농수산물 도매시장에 주저앉은 뒤 겪은 이야기를 10여년 동안의 현장취재를바탕으로 엮은 현장소설이다. 이 작품은 우리 문단에서 찾아보기 힘든 본격 상업소설이기도 하다.일찌기문학평론가 김현은 “한국소설에서 근대인들이 겪고 있는 치명적인 결점은돈에 대한 모멸,경멸에 기반을 두고 있는듯 하다”고 꼬집었다지만,그런 점에서도 그동안 작가들이 기피하던 영역에 도전한 작품으로 평가할 만하다. 이 작품에서는 도시보다는 근대화 되지 못한 농촌에 대한 애정이 보다 흠씬묻어난다. 무엇보다 농촌과 도시를 대립적인 공간으로 설정한데다,작가가 의식했건 안했건 등장 인물들도 ‘순수한’ 농촌출신은 정상적으로 상거래를하고 때론 후한 인심을 보이지만,이미 도시생활로 ‘때가 묻은’ 농촌출신은어떤 종류건 술수에 가담한다. 그것은 작가의 경력과 관계가 있을 것이다.그는 전북 부안의 농촌 출신이다. 1964년 서울신문(대한매일의 전신) 신춘문예에 희곡이 당선되어 문단에 나온 뒤 ‘월간 새농민’에 장편소설이 당선됐다.이후 농촌을 소재로 한 작품을 적지않게 썼고, 근대화 시기 농촌의 모습을 풍자적으로 그린‘또옴방각하’(1989)는 그를 농촌을 무대로 한 소설을 쓰는 작가로 기억하게 만들었다.게다가 그는 지점장까지 역임하고 지난해 정년퇴직한 ‘농협 맨’이기도 하다. 그런 그의 정신적 기반은 농촌일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농업협동조합은 또 어떤 곳인가.근대화가 뒤진 우리 농민을 기본단위로 하지만,실제 업무의 주요 부분은 현대사회의 최첨단을 걷는 금융업이다.농수산물 도매시장이 농민들로 하여금 자본주의에 적응토록하는 중간단계이듯이,농협 또한 같은 역할을 한다.그런 점에서 이 작품은 작가 자신의 이야기라고할 수 있다.나아가 그가 쓴 농촌소설들의 속편에 해당한다고 볼 수도 있을지모르겠다. 그가 이 작품을 쓴 것은 지난 88년 가락시장과 이웃한 올림픽 패밀리 아파트에 살기 시작한 것이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고 한다.소설을 구성하며 아예직장도 시장안에 있는 청과시장지점장을 자원했다.이후 낮에는 지점에서 시장상인들을 상대하고,새벽이면 상인들과 모닥불에 둘러앉아 막걸리를 마시며소설의 소재를 취재했다. 그는 강산이 변한다는 기간 동안 가락시장을 누빈 끝에 남은 것은 “수십권의 자료노트와 이 작품,그리고 시장상인들을 친구로 사귄 것”이라면서 웃었다. 서동철기자 dcsuh@
  • ‘아침햇살’ 발행인겸 동화작가 이윤희씨

    ‘어른이 읽는 어린이문화 전문계간지’를 표방하는 유일한 어린이문화 잡지 ’아침햇살’이 착실히 뿌리를 내리고 있다.지난 95년 봄에 창간돼 이번가을호로 모두 19호째를 맞은 것.이 잡지는 좋은 창작동화를 비롯해 문화비평과 기획논문 등 특집을 싣고 있다.이를 통해 어린이 문화현장의 문제점을제기하고 대안을 제시한다. 이번 호의 특집은 ‘동시 한마당’.일반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은 동시를 집중조명했다.지난해 9월 숨진 혜산 박두진 선생의 유작시 등 모두 63수를 담았다. ‘아침햇살’이 그동안 가장 공을 들여온 부분은 ‘어린이문화의 키워드’를 집중취재한 특집들.글쓰기 지도를 비롯해 민족정서,뉴미디어,성(性),환경교육,대중문화,만화,경제교육,컴퓨터문화,음식문화 등 어린이의 관심사와 어린이에게 영향을 끼치는 요인을 두루 분석했다.경제교육 편을 예로 들면 전문가 4명이 각각 70매 분량의 논문 4편을 게재,어린이의 경제관념부터 경제적 생활습관 갖기까지 관련 사항을 전반적으로 점검,특집마다 독자들이 지혜를 얻을 수 있도록 심혈을기울이고 있다. ‘아침햇살’이 이처럼 자리를 잡게 된 것은 동화작가인 발행인 이윤희씨(41)의 땀이 큰 몫을 했다.“얼마 가지 못할텐데 괜한 고생한다”는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책을 만들었다.이씨는 “‘아는 사람들이 용케도 잘 견딘다’고 말할 때마다 마음속으로 흐뭇하다”며 활짝 웃었다. 이씨가 잡지를 만들기 시작한 것은 “동화를 쓰기위해 이론을 공부하다 관련 자료나 연구가 전혀 없다는 점을 알게 되면서”부터 였다.당시 친하게 지내던 시인과 평론가 등 세사람이 힘을 모아 첫호를 냈으나 다른 두사람이 이후 모두 손을 드는 바람에 혼자 일을 떠맡게 됐다. 기획부터 원고청탁,교정,발송까지 일을 처리하다보면 밤을 새우기 일쑤였다. 그러면서도 본업인 동화창작에도 소홀하지 않았다.어린이용 동학농민전쟁역사소설 ‘네가 하늘이다’(4권)를 펴내 지난해 어린이문화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이 소설은 역사를 알려주면서 어린이에게 ‘내가 귀중한 만큼 남도 소중하다’는 진리를 일깨워준다. 특히 잡지를 만들기에 앞서 김기태(서강대 교수),박영조(스위스식품 대표),박찬중(시인),양영준(변호사),이준엽(목사)씨 등 운영위원들과 몇차례 편집방향에 관해 논의를 갖고 시의성과 객관성 유지에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이런 점에 힘입어 잡지의 성가가 날로 높아지고 있다고 이씨는 자평한다. 이씨는 얼마전부터 가입비 50만원의 평생회원 모집에 나섰는데 “반응이 좋다”며 자신감에 가득차 있다.대략 한번에 한권에 5,000원씩 모두 3,000여부를 찍으며 정기구독자도 많이 늘고 있다고 자랑했다.(02)502-4816허남주기자 yukyung@
  • [오늘의 눈] 경제지표 우려 근거 있나

    최근 일반 국민들은 우리 경제가 정말 좋아지는지 아니면 나락으로 다시 떨어지는지 감을 잡기 힘들다.반도체 특수,수출호조,저물가 등 뚜렷한 긍정적인 신호가 있는가 하면 유가상승,인플레와 재정적자 급증 등 얼핏 부정적으로 보이는 경우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반도체 호황과 무역흑자가 우리 경제에 좋게 작용할 것이라는 데는 이의가있을 수 없다.문제는 흔히 언론이나 경제평론에서 지적되듯 늘어나는 재정적자,인플레와 엔고의 부작용이 현재 두드러지고 있는가 하는 것이다. 재정적자와 인플레는 흔히 ‘위험시’되지만 과연 그런지 반론도 적지 않다.“영국의 공공부채가 늘어날 때마다 현인(賢人)들은 파산과 파멸이 임박했다고 단언했다.부채는 여전히 늘어갔지만 파산과 파멸은 요원했다”고 영국의 한 저술가는 꼬집었다. 미국의 경제학자인 로버트 아이스너 교수는 “주권국가가 자국통화로 진 빚을 갚지 못해 파산한다는 것은 한마디로 난센스”라고 지적했다.재정적자는정 어려우면 화폐발행·국채발행과 세금징수로 메울 수 있다는 것이다.적자가 고용유지,구매력 증대 등으로 이용되면 나쁠 게 없다. 인플레가 연간 수십%가 아닌 한 경제를 촉진시킨다는 것은 경제학의 기초지식이다. 지난해 대량의 실업자와 경기침체를 초래한 물가하락 등 디플레 조짐보다 인플레는 덜 위험하다.오히려 10% 이내의 물가상승은 생산증대·고용증대와 임금상승 등의 순기능이 있다. 올들어 물가상승률은 1% 미만이며 유가가 뛰어도 2%선을 넘지 않을 것으로연구기관들이 전망하는 마당에 유가상승이 미칠 악영향만 부각시키는 것은균형을 잃은 것처럼 보인다.엔고 영향은 복합적이다.일본 제품의 수입가격상승이라는 부정적인 영향이 있지만 국내 원화의 평가절하로 수출이 느는 긍정적인 영향이 있다.따라서 엔고를 ‘악재’로 몰아가는 것은 무모하다. 경제에 불안요인은 항상 잠재한다.지난해와 비교해 확실히 나아지는 점을평가절하할 이유는 없다.경제문제에서 정교한 분석을 거치지 않은,‘대중 국제주의자’들의 날탕 분석이 적지 않다는 미국의 경제학자 폴 크루그먼 교수의 한탄을 되새겨보게 된다. 이상일 경제과학팀 차장 bruce@
  • [변혁으로서의 문학과 역사](36) 현기영 소설’순이삼촌’

    매타작과 구류로 석방된 현기영은 여전히 서울사대 부속고교 영어교사로 나가며 울분 속에서 제주4.3항쟁과 너무나 닮은 광주항쟁 소식을 듣고 뜻밖의실책을 하고만다.“작취 미성인 상태로 1교시 수업에 들어갔다가 그(현기영)의 입에서 느닷없이 금기의 말이 튀어 나왔던 것이다.‘광주사태를 아는가?’ 보도 금지되어 있던 터라 아이들이 모르고 있거나 알아도 모른 체 할 게뻔했다.그러나 한 아이가,‘일제 때의 광주학생사건 말입니까?’ 하고 어이없는 반문을 해오자 불끈 화가 치밀었다.‘누구 아는 사람 없어? 그 옆 사람,몰라? 그 앞 새끼,몰라? 그 옆 새끼,그 뒷 새끼,그 옆 새끼,그 앞 새끼,몰라? 그래,빌어먹을,나도 모른다!” 이때가 1980년 5월 중순.계엄 아래서도 세월은 흘러 여름이 닥치자 잠잠하던 현기영의 주변에서 뭔가 이상한 낌새가 느껴지기 시작했다.관계기관으로부터의 내사가 시작된 것이었다.“출판사에서도,고향에서도 알려올 정도로반 공개적이었다.심지어 직접 집으로 찾아와 ‘새로 동서기로 부임해 인사차 왔노라’라고 엉뚱한 소리를 하고 가기도 했다.스무날 가까이 도마에 오른고기가 되어 칼 맛을 볼 날이 이젠가 저젠가 마음 졸이다 보니 체중이 급격히 떨어져(6kg이나!) 몸이 휘청거릴 정도로 야위어 버렸다.그 20일 동안에얼마나 정신적으로 시달렸던지 막상 그들이 들이닥쳤을 때는 오히려 마음이홀가분했다.”(이상 인용 ‘위기의 사내’). 1980년 8월21일,여름방학이 끝나고 운동장에서 조회를 하고 있는데 안에서누가 부른다는 전갈을 받고 복도로 들어서자 바로 종로서로 연행 당했다.이사건은 한국 필화 문학사에서 한 전환점을 이룬다.이제까지의 필화는 거의첫 심문에서 필자 이외에 다른 세력의 조종에 의하여 씌여진 것이 아닌가를밝히는 데서 시작했는데,현기영의 경우는 시종 단독 조사에다 애초부터 왜그런 글을 썼느냐는 추궁이었다. 단단히 혼 날 걸 각오했던 작가와는 달리 수사관 쪽은 오히려 건수를 채우고자 갖고 왔으나 헛수고라는 분위기였다.4박5일 동안의 밤샘 조사 뒤 작가는 석방됐으나 바로 ‘순이 삼촌’은 판금도서가 되어 전국 도서관과 서점으로부터 회수 당했다. 현기영은 다행히 교직에 그대로 머물렀다가 1987년 사직한 후 창작에 전념하고 있다. 문제의 작품 ‘순이 삼촌’은 70년대부터 분단소재 문학에서 성행했던 귀향 회상 형식의 소설이다.주인공 순이삼촌(제주도에서는 촌수 따지기 어려운남녀 어른을 두루 삼촌이라 부르기에 소설 제목은 순이 아주머니의 뜻임)은4·3 때 26세로 과수가 되어 외딸을 출가시킨 뒤 홀몸으로 떠돌던 중 화자인 ‘나’(곧 작가)의 서울 집에 와 일년도 채 못되는 동안 부엌일을 맡아 하다가 신경쇠약으로 두 달 전 귀향해 버렸다.‘나’는 할아버지 제사로 8년만에 귀향하여 일가친척의 안부를 묻던 중 순이삼촌을 거론하자 죽은 날짜도모르게 길가 밭에서 “머리 맡에는 먹다 남은 꿩약 사이나 몇 알갱이 흩어놓고 시체로 발견되었다”고 했다. 그 밭뙈기는 1949년 1월17일,그녀와 어린 남매를 포함한 마을 사람들 상당수가 끌려가 총살 당한 현장이었다.총소리에 혼절해 버린 탓인지 그녀는 살아났으나 행불된 남편 때문에 엔간히도 고초를 겪으며 유복녀를 추스려 기르던 그녀는일생을 피해망상증으로 시달렸던 것으로 이 소설은 촘촘히 묘사하고 있다. 작가 현기영은 애초에 이 작품으로 현실비판 의식의 작품은 끝내고 보다 아름다운 소설을 쓰고자 결심했었으나,필화를 겪으면서 작가 스스로가 피해자란 의식을 갖게되어 이후 보다 적극적으로 4.3항쟁을 비롯한 민주화와 통일에 밀착해 가게 되었다고 말했다.필화가 작가와 문학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었다는 산 교훈이 바로 ‘순이삼촌’과 작가 현기영인 것 같다. 任軒永 문학평론가
  • [쉽게읽기] 이용범의 ‘1만년동안의 화두’

    오늘날의 사회가 지식과 정보의 사회라는 건 새삼스러운 진단이 아니다.지식과 정보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습득하고 관리하느냐의 문제는 개인 삶의 성패는 물론 국가의 흥망성쇠에까지 영향을 끼쳐 그것을 능가하는 권력을 좀처럼 찾기 어렵게 한다.그런데 현대사회의 지식과 정보는 너무나 세분화되어있어서 이른바 ‘전공’의 형식을 만들게 된다.자연히 전공 밖의 분야에 대해서는 아둔해지기 쉬운 게 현대를 살아가는 개개인이 직면하는 현실이다. 인간과 우주에 대한 총체적 전망이나 통합적 인식은 르네상스시대의 아련한추억처럼 가물거릴 뿐이고,자기 분야의 일류 기술자나 조직사회에 충실한 임무 수행자들을 양산하기 위한 비정한 속도의 기관차가 현대를 관통하여 질주한다.사는 게 무엇인지,인간이란 진정 어떤 존재인지를 알지 못해 헛헛하기만 하다. 우리는 모든 역을 너무 빠르게 지나가며,자기 선로 바깥의 낯선 풍경들을 보며 소외감을 느낀다.이제 와서 이를 찬찬히 돌아보는 일은 생각만 해도 벅차다. 그러나 이 벅찬 문제를 감당하려는 한 권의책이 여기 있다.인간이라는 생물의 종자가 지구상에 출현한 이래 당면했던 가장 절실했던 문제들을 저 깊숙한 기억의 창고로 부터 꺼내어 밝은 햇살 아래 내보이려는 야심의 산물이다.죽음과 영혼,깨달음,신의 존재에 대한 질문,선과 악의 투쟁 등등 인간을둘러싸고 진행되어온 유서깊은 문제들을 화두의 형식으로 다루고 있는 ‘1만년 동안의 화두’(이용범 지음)가 바로 그것이다. 무엇보다도,이 책은 급변하는 문화변동 시대의 인간의 위상을 인류사적 관점에서 되돌아보게 하는 보기 드물게 큰 틀을 가지고 있다.인간의 어느 특정분야를 고찰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 그 자체를 다양한 관점에서 주목함으로써아둔한 전공의 위험에 경종을 올리는 것이다. 저자가 이 분야의 전문 학자가 아니라 작가라는 점도 이채롭다.저자는 작가의 역량을 십분 발휘하여 어려운 문제들을 쉽게 풀어나간다.작가로서의 입담이나 상상력을 동원하는 게 아니다.저자는 오히려 여러 분야의 연구 결과를적시 적소에 자료로 제시하는 방법을 택한다.동서고금의 정평있는 문헌들이200여종이상이나 동원되고 있는데 그 자료들이 활용되는 문맥이 적절하고재미있다. 그러나 이 책의 미덕은 지적 호기심을 다양한 각도에서 충족시키려는 재미있는 서술에만 있지 않다. 인간과 우주가 결국은 하나의 시원(始原)을 가지고 있다는 저자의 결론은 전공과 속도에 휘둘리는 현대인에게 정녕 인간은 무엇인가라는 화두를 무겁게던진다. 들녘 펴냄,값 1만5,000원. [윤재웅 문학평론가·동국대 강사]
  • [굄돌] 가장 기쁜 추석 선물

    얼마 전 기획회의 시간이었다.한 직원과 이견이 생겨 이야기가 오고가다가급기야는 서로 언성을 높이면서까지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결국 호흡을 가다듬고 합리적으로 이야기를 마무리짓기는 했지만 회의가 끝난 후에도 찜찜한기분은 영 풀리지 않았다. 나는 기다렸다.그 직원이 먼저 사과해오기를.그러나 다른 직원들의 입을 통해 간접적인 이야기만 들릴 뿐 정작 당사자는 며칠이 지나도록 아무런 말이없었다.갈등이 오래가는 것을 견디지 못하는 성격을 가진 나는 책을 읽다가시 한 편을 발견하고선 그 직원을 떠올렸다.그리고 편지를 썼다.“개망초꽃은 해사해.개망초꽃은 아무리 들여다보아도 해사해.가다가 다시 돌아와 개망초꽃을 다시 들여다보아도 개망초꽃은 정말 해사해.물 속에 들어가서 두 눈을 뜨고 바위 속을 들여다보면 확보다 더 큰 바위 속에는 늘 쏘가리가 있었어.쏘가리는 꼬리를 사알살 흔들며 나를 뚫어져라 쳐다보고 나도 숨이 턱 막힐 때까지 쏘가리를 바라고본 했지……” 편지는 녹색평론에 최근 발표된 김용택 시인의 ‘해사한 얼굴’이란시로 시작했다.그리고 “자,내가 쓴 연서야.읽어봐.”하고 전해주었다.담배를 피며 베란다에서 편지를 읽고 온 그 직원의 표정을 유심히 살폈으나 별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그리고 또 며칠이 지났다.‘아유,괜한 짓을 했지.윗사람이 주책 맞게.’ 이런 생각을 하며 여전히 찜찜한 기분을 떨쳐버리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데 오늘 아침 출근해보니 처음 보는 보랏빛 꽃이 가득 담긴 바구니와카드가 책상 위에 놓여 있는 게 아닌가.제주도가 고향이라서 추석 연휴를 며칠 앞당긴 그 직원이 떠나면서 남긴 편지와 함께.“사람들이 이 꽃에 ‘천일홍’이라 이름 붙인 이유는 무엇일까요? 천일 동안 꽃이 피어 있어서일까요? 어쨌든 사람들은 이 꽃에게 ‘정열’이라는 의미를 부여했답니다.그럼,제가 이 꽃을 사장님께 드리는 이유는? 사장님의 정열적인 삶을 위하여,아니면저의 속 깊은 당신을 향한 열정을 알아달라는……(표현이 너무 진했나요?)소개해주신 시(詩) 잘 읽었습니다.생일 축하합니다.” 누가 말했던가.사람은 사소한 것으로 상처 입기도 하고 사소한 것에서 큰 감동을 받기도 한다고. 올 추석 선물 중에서 제일 기쁜 선물이 될 것 같다.올 추석이 바로 내 생일이기 때문에. 강맑실 사계절출판사 대표
  • 동양화가 손영 개인전

    동양화가 손영 개인전이 21일부터 28일까지 갤러리 서호에서 열린다. 작가의 추상화 근작에서는 무엇보다 모음 그림 형식을 띤 외관이 두드러져보이며 자연과 그 원인으로서의 생명에 의미론적인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지적되고 있다. 평자들은 “마치 자연과 생명의 단서들을 기록한 박물지를 보는 듯하며 여기에 여성 특유의 감수성이 더해져 우주론적 표상으로까지 그림의 의미론적 지평이 증대되고 있다”고 말한다(평론가 고충일). 김재영기자
  • 대동아공영권式 낡은 발상

    뉴욕연합 일본 경제평론가 오마에 겐이치의 한국경제에 대한 훈수는 경제원리에서 벗어나 일본의 입장에서만 접근한 평론이란 반론이 제기됐다. 미국의 저명한 경제학자인 루디거 돈부시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교수는20일 연합뉴스에 보낸 기고문을 통해 오마에가 일본 우익 격주간지 ‘사피오’에 두 차례에 걸쳐 게재한 한국경제 비판을 조목조목 반박하면서 “한국은 오마에의 무지를 용서하고 그대로 나아가는 것이 더 현명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클린턴 행정부가 경제자문을 받기도 하는 돈부시 교수는 ‘십자포화속의 한국 개혁’이란 제목의 이 기고문에서 “오마에의 비난을 이해하는데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그의 의견들은 경제원론이 가르쳐 주는 이론과 크게 어긋날 뿐만 아니라 한·일간에 개재되는 편견과 콤플렉스가 지나치게 강하게 드러나 있으며 외부에서 불충분한 것으로 결론을 내린 일본모델이 아주좋은 것이란 집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돈부시 교수는 한국경제 위기의 초점은 “관료와 대기업의 유착이었다”고지적하고 “오마에의 통렬한 비난이 담고 있는 일관된 주제는 한국을 일본에 팔아넘기라는 것으로 아시아 문제는 아시아로 하여금 고유의 치료법으로 해결한다는 대동아공영권식 견해를 반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 ‘미국은 협력하려 하지 않았다’核둘러싼 남-북-美 대응과정 묘사

    미국은 대북한 정책을 어떻게 수립할까.한미 양국의 ‘견고한 공조체제’의실상은 어떤 것일까. 한반도에 대한 미국의 이익을 말할 때 사용하는 ‘사활적(vital)’이란 용어의 실체는 무엇일까.북한은 왜 그렇게 팀스피리트훈련(TS)에 민감할까. 지난 94년 봄 한반도에 닥쳐온,핵위기를 둘러싼 남북한과 미국의 움직임을그린 ‘미국은 협력하려 하지 않았다’(리언 시걸지음,구갑우 등 옮김)는 이런 질문에 직간접적으로 답을 제시한다.아울러 현재 김대중정부의 포용정책이 핵·미사일 위기의 해결과 한반도의 안정에 도움이 되는 방향의 것임을시사한다. 저자는 89년 뉴욕타임즈 논설위원으로 근무하면서 대북문제에 관심을 기울인 국제문제전문가.현재 콜롬비아대 교수이며 브루킹스연구소 연구원,국무부특별보좌관 등을 지낸 바 있다. 책은 지난 93년 북한 핵사찰거부와 미국이 북한의 과거 핵을 중시한 배경,북한의 핵보유 여부를 둘러싼 갖가지 혼선,‘불바다’ 발언 이후의 한미 양국의 대처 등을 관계자의 인터뷰 등을 통해 생생하게 담았다.저자는 책에서미국의 대외정책이 탈냉전이후 ‘강압과 협상’의 두줄기를 오락가락하고 있음을 보여준다.특히 핵을 놓고 북미간 충돌위기가 최고도로 높아지자 비로소‘한국문제에 관한 고위정책그룹’이라는 전문기구를 설립하는 등 행정시스템의 난맥상이 있었다고 지적한다. 아울러 북한이 보내는 갖가지 협상사인을 ‘악당(rogue)’이라는 이미지에얽매여 제대로 읽지 못했다고 분석한다.또한 주한미군 등 군부가 상대적으로전쟁을 피하려 애썼으며 CIA는 잘못된 정보판단을 외부로 흘려 상황을 악화시킨 일이 있었다고 털어놓는다. IAEA의 핵사찰 요구와 북한의 핵사찰 거부,TS재개에 따른 북한의 NPT탈퇴와미국의 제재검토 등 5∼6년에 걸친 복잡한 상황에서 정세를 유리하게 이끌기 위해 각 행위주체들이 기울인 노력을 단칼에 평가내리기는 어렵다.그러나전체적으로 미의회와 대통령,국무부,국방부,CIA 등이 일관성을 잃거나, 언론의 오보를 양산시킨 흔적이 짙다고 밝힌다. 명시적으로 쓰진 않았지만 미국의 정책수립과정도 엿볼수 있게 한다.이와함께 한반도정책이 예산의 제한속에서 세계 전략의 일환으로 다른 지역의 사안과 연계돼 움직이고 있음을 실례로 드러낸다.또한 이른바 한반도전문가들의선입견이 한반도에 어떤 재앙을 초래할 수 있는가 알려주며 한국의 강성기조가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키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한다. 미국이 북한을 어떻게 다뤘나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비평적인 시각에서 스토리를 풀어나간 점이 눈에 띈다.또 한국당사자의 견해를 소홀히 한 점도 다소 있다.그럼에도 이 책은 지금껏 나온 관련서적으로는 상황을 가장 사실적으로 재현한 것으로 평가된다.사회평론 펴냄 1만3,000원. 박재범기자 jaebum@
  • ‘뉴스속의 뉴스’ 심층분석의 대명사

    현대인은 뉴스 홍수 속에 산다 해도 과언이 아니지만 뉴스는 속성상 수박 겉핥기만도 급급하다.때문에 사람들은 정보 더미속에 파묻혀 오히려 세상물정에 길을 잃어버리기 쉽다. 보도전문 케이블채널 YTN의 ‘집중조명’(월∼토 밤11시15분 본방송)은 짧은 리포트에 담을 수 없는 뉴스의 ‘속사정’을 전문가 토론형식을 통해 심층취재하는 시사대담 프로.지난 95년 3월 개국과 함께 태어난 뒤 5년동안 궂으나 마르나, 보도된 기사의 행간을 뒤적이는 이들의 갈증을 축여줘왔다. 공중파,케이블 통틀어 일일 시사대담 프로로는 ‘집중조명’이 유일한 형편. 때문에 프로를 거쳐간 이름들은 그대로 한국 유명인사 인명록 한권이다. 지난 5년간 장관을 비롯,정부 요직을 거친 이들은 이 프로 출연으로 통과의례를 대신했고 주요국 대사,언론을 기피하는 학자들,외국무대만 상대하다시피 하는 문화인들도 이곳의 제작 카메라만은 피해가지 못했다.경제평론가 엄길청씨는 이 프로를 맡은 것을 계기로 진행자로서 능력을 인정받으며 ‘스타’로 뜨기도 했다. ‘집중조명’의창에는 한국 논쟁문화의 현주소가 그대로 반영된다.초창기여야 대변인들이 국회정상화를 놓고 다투다 감정이 상해 녹화마저 중단된 스튜디오에서 고성을 지르며 싸운 일은 이 프로 ‘사고’의 대표적 사례.정반대로 한·양약 분쟁 토론장에서는 리허설때 그토록 말 잘하던 쌍방이 카메라 돌아가기 무섭게 혀가 굳어지는 바람에 제작진을 한참 애먹였다.이는 제작진이 생방송 도입을 쉽게 결심하지 못하는 중요 이유중의 하나. YTN 원년멤버 ‘집중조명’은 좁게는 회사 역사와도 운명을 같이 해왔다.97년말 IMF 자금지원 여파로 출연료가 완전동결됐을 때 여성 앵커 김순영씨가한푼도 받지 않고 진행을 맡아준 일은 YTN사우들 사이에서 두고두고 어떤 결집축 역할을 하기도 했다. 사정이 나아진 지금에 와선 집중조명의 희소가치가 빛을 발하고 있다.YTN은현장에서 벼린 기사감각으로 무장한 기자들이 만드는 이 대담프로를 회사의간판으로 집중육성한다는 계획이다. 이번 주엔 재외동포법 논란,연말 취업전망,동티모르 사태 등이 방송됐고 16∼18일 그린벨트 해제와관련된 이건춘 건교부장관 인터뷰,강원은행 합병 관련,조흥은행장 인터뷰,장애인 불임시술문제 등이 차례로 전파를 탄다. 손정숙기자 jssohn@
  • ‘옷 로비’’파업 유도’청문회와 언론보도 긴급토론회

    ‘고급 옷 로비’‘조폐공사 파업 유도’ 관련 청문회가 진실규명에 실패했다는 지적이 일고 있는 가운데 한국언론재단이 14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청문회와 언론보도’를 주제로 긴급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은 청문회 진행과정의 모순과 문제점,언론의 잘못된 역할 등을 집중 논의했다. ‘옷로비 청문회와 언론보도의 문제점’을 발제한 광운대 주동황(신문방송학)교수는 “진실규명보다는 정치 공방에 치우쳤던 청문회와,매일 신문지면과 TV화면을 채웠던 상업주의적 언론보도는 따가운 눈총을 받아 마땅하다”고 꼬집었다.이어 청문회 보도의 문제점으로 ▲사건과 관련없는 과다한 스케치기사 ▲증인을 희화화한 앙드레 김 관련기사 ▲여성에 대한 편향적 보도시각 ▲성급한 청문회 무용론 ▲여·야 대립을 부각시킨 정치적 선정주의 ▲사투리를 부각한 지역차별적 시각 등을 들었다. 그는 “옷 로비 청문회가 의혹과 불신만을 남긴채 끝났지만 옷 로비 사건이 과연 청문회를 할 만한 것이었는지 질문을 던질 필요가 있다”며 “특히 독자적인 취재를 통한 진실규명의 노력없이 선정적인 보도 태도로 일관했던 언론은 반성해야 한다”고 결론지었다. 이어 열린 토론회에는 언론시민운동단체 관계자를 비롯해 현직 언론인·학자·정치인 등이 참석,열띤 토론을 벌였다.고계현 경실련 시민입법국장은 “청문회를 통해 파업유도,옷로비 등 검찰의 수사가 잘못됐다는 것이 입증됐지만 구체적 사실 여부를 가려내지 못했다는 점에서 제도상의 문제점을 노출했다”면서 “심층취재 없이 선정적으로 보도한 언론도 청문회의 핵심사안을간과했다”고 말했다. 김은주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 신문모니터팀장과 노영란 매비우스 방송모니터팀장은 각각의 모니터 결과를 통해 “옷로비는 흥미위주로 확대 보도된 반면 파업유도는 지나치게 축소 보도됐다”고 지적했다.시사평론가 유시민씨는 “자기정체성을 결여한채 선정주의식 보도에서 벗어나지 못한 언론의 자기반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천정배 의원(국민회의)은 “짧은 시간동안 자료수집의 한계에 부딪치는 국회의원들이 ‘증인들의 무조건적 자백’을 기대하는 언론과 국민의 기대를 따라가기에는 역부족”이라고 말했다. 김미경기자 chaplin7@
  • 진해시민 은근한 문학사랑

    사람들의 문학을 보는 눈이 전같지 않다는 한탄이 적지않다.한때는 생활의일부였고,가까운 과거까지도 눈에 보였던 문학의 기능이 어디에 있는지 모르겠다고 한숨짓기도 한다.그럼에도 해마다 9월 김달진문학제가 열리는 진해에서는 아직도 절망보다는 가능성을 조금 더 발견하게 된다고들 한다. 올해도 그랬다.진해에서 태어나,진해를 사랑한 시인 월하(月下) 김달진(金達鎭·1907∼1989)을 기리는 문학축제가 열린 지난 11∼12일,군항으로 잘 알려진 남해의 작은 도시는 더함도 덜함도 없는 ‘문학도시’였다. 그 이틀 동안 진해는 곳곳에 걸린 플래카드가 만들어내는 특유의 분위기가아니더라도 조금은 들떠 있었다.“(문학제가 열리는)시민회관에 한번은 가봐야 될낀데…”라는 택시운전사의 독백은 그런 점에서 매우 상징적이었다. 행사를 준비한 경남시사랑문화인협의회도 그렇게 보통사람들의 참여에 신경을 썼던 것 같다.모임을 이끈 박태일 시인은 “문학제가 문인들만의 잔치가되지않도록 하겠다”는 생각을 준비과정에서 끊임없이 되새겼다고 했다. 청소년들을 위해서는 ‘진해사랑 시낭송 대회’를 열었다.‘월하전국백일장’도 일반인들에게도 문호를 넓혔다.특히 문학제의 소외계층이 되기 쉬운 노·장년들은 ‘옛 생활사 구연대회’로 참여를 유도했다.그 결과 청소년들 사이에는 시낭송대회와 백일장이 관심사이자 행복한 스트레스였고,주민들 사이에도 “그 얘기 한번 나가서 해보지…”라는 것이 인삿말이었다고 한다. 또 ‘한국 근대 희귀소설 전시회’를 열면서 진해시의 골목골목까지 어제와 오늘을 비교하는 사진도 함께 전시해 문학에 그다지 관심이 없는 사람도 흥미를 가질 수 있도록 배려했다. 문학제의 분위기를 띄우는 데는 무엇보다 참석자들의 ‘무게’가 많이 작용했던 것 같다.원로시인인 김종길 고려대 명예교수는 노구에도 백일장 심사를 자청하여 수백편의 시를 읽고,평가하는 수고로움을 마다하지 않았고,시낭송대회도 중견시인 이성선과 문학평론가 김종회가 맡아 권위를 더했다. ‘현대시의 사회적 효용’을 주제로 한 심포지엄에는 시인 박희진·황동규·박종해·김명인과 문학평론가김윤식·김종주·권택영·하응백·이지엽이대거 나섰다.지역의 젊은이들로서는 일부러라도 한번 찾아볼만한 인물들의들을 만한 얘기가 펼쳐졌던 셈이고,실제로 시민회관 강당은 딱딱한 심포지엄으로는 드물게 빈자리가 별로 없었다. 진해를 문학도시로 가꾸는 데는 지방자치단체도 한몫을 하고 있는 것 처럼보였다.진해시는 문학제에 상당한 비용을 부담하지만,‘지원하되 간섭하지않는다’는 쉽지않은 원칙을 잘 지켰다고 한다.심포지엄에 참석한 김병로 시장은 환영사를 하라는 사회자의 주문에 “문학행사에 내가 나서서 되겠느냐”고 사양하는‘정치인 답지않은’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인구 13만명의 중소도시 진해는 문학제가 열리는 동안 다른 도시와는 무언가 조금씩은 다른 모습을 보여주었다.한 시인은 그것을 “진해에서는 아직문학이 제구실을 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해석했다. 진해 서동철기자 dcsu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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