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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與신당 이득렬·최동호씨 영입 확정

    여권 신당추진위(공동대표 李萬燮·張英信)는 오는 11일 발표예정인 2차 추진위원으로 문화방송 사장을 지낸 이득렬(李得洌)한국관광공사사장과 한국방송공사 부사장 출신인 최동호(崔東鎬)방송진흥원이사장을 영입하기로 최종결정했다. 신당추진위는 개혁성이 돋보였던 지난 1차때와 균형을 맞추는 차원에서 이번 2차 추진위원은 군·법조·관료·언론은 물론 기업인·전문경영인 출신의보수성향 인사를 대거 영입키로 했다고 김민석(金民錫)대변인이 9일 전했다. 2차 추진위원으로는 김진호(金辰浩) 전 합참의장,최환(崔桓) 전 부산고검장,최홍건(崔弘健) 전 산자부차관,원희룡(元喜龍)·함승희(咸承熙)·이종걸(李鍾杰) 변호사,미국계 컨설팅 회사인 ‘프라이스워터 앤드 쿠퍼스’ 이승엽(李承燁)상무,배석범(裵錫範) 전 민노총위원장 대행,이석형(李錫炯) 경실련부정부패추방운동본부장,대구대 대학원장 송화섭(宋花燮)교수 등이 확정적이다. 한편 방송인 이상벽(李相壁) 엄기영(嚴基永) 이계진(李季振) 손석희(孫石熙)씨와 시사평론가 정범구(鄭範求)씨,오세훈(吳世勳)변호사 등은 입당시점을신당 창당 전후로 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주현진기자 jhj@
  • H.O.T-S.E.S-신화 한무대 선다

    90년대말 대중음악계의 ‘무적함대’H.O.T, S.E.S, 신화 세 팀이 총출동하는 콘서트가 오는 20일 저녁 7시30분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펼쳐진다. 세 팀 모두 S.M엔터테인먼트 소속이지만 이들이 한 무대에 서기는 이번이 처음. 이번 공연은 한국 노래문화의 역사를 올곧이 담아내기 위해 추진되고 있는노래박물관 기금 모금을 위해 기획됐다.(02)721-7663,7505. 노래박물관 추진위원회(위원장 이수성)는 최근 남이섬 소유주인 민웅기 경춘관광개발 대표로부터 부지 1만여평을 기증받아 사업에 활기를 띠게 됐다. 이 사업은 지난 91년 문화계와 언론계 인사를 중심으로 발족한 ‘좋은 문화가꾸기 모임’(위원장 이백천)이 추진해온 숙원사업이었으나 부지가 없어 어려움을 겪어 왔다. 이 박물관에는 윤심덕의 ‘사의 찬미’로 시작된 우리 노래가요 역사를 담은 자료를 전시하고 나아가 남이섬을 노래테마파크로 발전시킨다는 계획이다. 따라서 관광사업으로서의 수익성도 갖춘다는 계산이다. 또 창작 스튜디오를 일반인에게 공개,누구나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가요발전에 기여한 인물을 기리는 명예의 전당도 구상하고 있다. 위원회는 이를 위해 9일 오후 상공회의소 상공클럽에서 ‘한국가요 80년-노래박물관 건립의 의미’라는 주제로 세미나를 열고 추진위원회 결성식도 가졌다.음악평론가 강헌씨가 ‘한국문화에 있어 가요의 가치와 노래박물관의의의’를,이중한 한국문화복지협의회 회장이 ‘테마파크 구상의 윤곽’을 주제로 발표했다. 그러나 이처럼 좋은 취지를 가진 기금모금 콘서트가 왜 10대만을 겨냥해 기획됐는가 하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보다 폭넓은 참여를 이끌어 내며 공감대를 넓혀 갈 수 있는 방법도 있었을텐데 말이다.추진위 관계자는 “좋은사업에 대한 공감을 젊은 층부터 시작해 올라갈 계획이었다”며 “앞으로는더 다양한 연령층을 포괄할 수 있는 콘서트를 꾸미겠다”고 말했다. 임병선기자
  • [연극 리뷰] ‘내게 거짓말을 해봐’

    ‘장정일을 위한 변명?’지난 5일부터 홍익대앞 소극장 씨어터제로에서 공연중인 연극 ‘내게 거짓말을 해봐’를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아마 이것이 아닐까 싶다. 원작소설은 판금됐고,영화 ‘거짓말’은 개봉이 불확실한 상태에서 이 연극은 어찌됐든 ‘도대체 원작이 어떤 내용이길래…’하는 관객들의 호기심을전제로 할 수밖에 없다.각색·연출을 맡은 시인 겸 영화평론가 하재봉은 ‘유부남 조각가와 한 여고생의 일탈적 성관계’라는 것 외에는 일반인에게 알려져있지 않은 원작의 내용을 충실히 보여줌으로써 작가 장정일의 의도를 관객들에게 이해시키고자 한다고 했다.실제 그는 “장선우 감독의 ‘거짓말’이 너무 대중적이고 상업적으로만 접근한데 실망해 연극화를 결심했다”고밝히고 있다. 영화 ‘거짓말’이 두 남녀의 성행위에 초점을 맞춘 반면 연극 ‘내게…’는 38세 조각가 제이의 억압된 의식과 자기모멸에 무게를 두고 있다.여고생 와이에 대한 집착과 탐닉도 그의 이같은 비정상적 내면이 표출되는 과정으로그려진다.초등학교 5학년때 죽은 제이의 아버지는 군인장교 출신으로 항상엄격하게 제이를 가르쳤다.아버지에게서 당한 폭력과 정신적 억압은 평생 그의 삶을 조종했고,이는 사디즘과 마조히즘으로 변형돼 나타난다.연극은 무대를 철창처럼 꾸미고,중앙에 군복입은 아버지를 등장시키는 기법으로 원작의정치성을 드러내고자 한다. 하지만 연극 ‘내게…’가 아무리 영화와의 차별성을 강조한다고 해도 ‘상업성’의 혐의를 완전히 벗어나기는 어려워 보인다.연출자는 원작을 각색하면서 직접적인 성행위 장면을 생략하고,와이를 끝까지 처녀로 남아있게 했다.그러나 이러한 ‘자기검열’(연출자의 표현을 빌자면)에도 불구하고 반라의 제이와 와이가 나누는 성적인 대화와 몇가지 동작은 연극 특유의 현실감을고려하면 민망하기 이를데 없다.더욱이 ‘충격적인 생생한 라이브무대’를내세우면서 은근히 ‘벗는 연극’임을 드러내는 홍보문구를 대하면 이같은의구심은 더욱 커진다. 어쨌든 그동안 실체가 드러나지 않은채 논란만 무성히 나돈 ‘거짓말’에 대한 평가는 이제 연극무대에서나마 관객의 몫으로돌아오게 됐다.12월31일까지.(02)338-9240이순녀기자
  • 갤러리 현대 한국미술 50년전

    갤러리 현대는 1999년을 마감하면서 한국미술 50년을 정리하는 기획전을 연다. ‘한국미술 50년;1950∼1999’이란 이름의 이 전시회는 그간 한국미술을 뿌리내리고 발전시킨 대표적인 작가 50명의 작품을 1,2부로 나눠 차례로 선보일 계획이다.“한국미술을 이끌어 온 작가들의 명작을 감상할 수 있는 좋은기회이며 새로운 도약의 계기로 삼을 수 있는 중요한 전시”라고 갤러리 현대의 박명자 대표는 말한다. 10일부터 21일까지 열리는 1부는 주로 구상계열의 한국화·서양화로 한국미술을 현대화하는 데 모체적인 역할을 한 작품들을 골랐다고 한다.26명 작가의 80여점이 전시될 예정이다.이어 25일부터 내달 5일까지 2부 전시를 통해비구상 위주의 24명 작품 70여점이 나온다.특히 한국미술 중추를 이루는 작가들의 대표적 작품이 상당수에 달하는 이번 전시는 일반인들이 평소에 보기어려운 개인소장품들로 이루어져 관심이 더해지고 있다. 1부에는 현대 동양화의 1세대인 ‘5대가’들이 포함되어 있다.김은호는 전통적인 인물화의 기법을 간직하면서 현대적 감각을 가미했으며 허백련은 고결한 문인화의 정신을 지켜 왔고 노수현은 사경에 관념미를 가미해 독자적산수를 개척했다고 평론가 오광수는 말한다.사경산수의 새로운 경지를 연 이상범과 변관식의 방법은 18세기 진경산수의 맥과 연결되면서 산수화의 존재양식에 대해 많은 교훈을 던져주었다고 평가되고 있다. 이어 대담한 묵법을 구사하여 동양화의 형식적 굴레를 벗어난 김기창,성재휴,채색의 방법으로 동양화의 또다른 경지를 열어보인 박생광,천경자,격조높은 문인화의 정신을 현대화한 장우성 등이 뒤따르고 있다. 전시 서양화가들은 고전적 형식미를 추구한 도상봉,김인승,이인성,오지호와자기양식을 개척한 장욱진,이중섭,박수근 등으로 크게 나눌 수 있다고 오광수는 말한다.장욱진,이중섭은 향토적 소재를 고도로 압축된 양식화해 개성을가다듬었으며 박수근은 소재는 비슷해도 소박한 양식미를 완성한 점이 두드러져 보인다는 평이다.자연에서 오는 감동을 표현적인 터치로 구사해 보인이대원,박고석,임직순,자연에서 오는 감동을 설화적인 해석과 절제있는 양식으로 구현한 최영림,권옥연,변종하,구성주의적 감도를 가미해 나간 윤중식,문학진,김흥수 등으로 이어진다. 이번에 전시되는 작품중 이중섭의 ‘황소’와 박수근의 ‘시장’은 미공개작품으로 알려졌다. 2부 작가는 김환기,남관,유영국,한묵,이성자,유경채,이승조,최욱경,하인두,김영주,이응노,박래현,이준,이세득,백남준,김창렬,이우환,윤형근,박서보,정상화,정창섭,권영우,박노수,서세옥 등이다.(02)734-6111. 김재영기자 kjykjy@
  • 新黨작업 막판 여세몰이

    여권 신당 창당 작업이 가속도를 내고 있다.오는 25일 창당준비위 발족식을앞두고 막바지 여세몰이에 한창이다. 당초에는 지난달 31일 2차 추진위원 명단을 발표하기로 했으나 ‘언론 문건’을 둘러싼 정치 파문으로 일정을 미뤘다.그러나 창당준비위 발족식이 20일 앞으로 다가옴에 따라 가속페달을 밟기 시작했다.오는 7일 2차 추진위원 명단을 발표,일반의 관심이 신당쪽으로 쏠리도록 여론을 환기시킨다는 계획이다. 국민회의 총재인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4일 청와대에서 이만섭(李萬燮)·장영신(張英信)공동대표 등 신당추진위 간부들로부터 지역별 토론회,신당의정강·정책 논의 결과 등 준비상황을 보고받았다.김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신당 추진과 관련한 주례보고를 정례화하도록 지시,신당의 위상을 높여주었다. 2차 추진위원들도 1차 때와 마찬가지로 25명 정도로 여성은 4명 안팎인 것으로 알려졌다.직능·분야별 대표성 보강과 내년 총선에서의 경쟁력이 주요선정 기준이다. 김진호(金辰浩)전합참의장,원희룡(元喜龍)·이석형(李錫炯)·함승희(咸承熙)변호사,김화숙(金和淑)재향군인회 여성회 사무처장,최영희(崔榮熙)한국여성협의회(여협)회장,최영애(崔永愛)한국성폭력상담소장 등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 방송계에서는 손석희(孫石熙)·이계진(李季振)아나운서,시사평론가 정범구(鄭範求)씨 등이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영입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그러나 정치에 입문하면 방송을 그만두어야 하기 때문에 3차 영입대상으로 미뤄질 가능성도 있다. 노동계에서는 배석범(裵錫範)전민노총위원장 대행,조성우(趙成禹)민화협 집행위원장,도천수(都天洙)민주개혁국민연합 사무총장,유상덕(劉相德)전 전교조 수석부위원장 등의 이름이 거론된다. 한편 신당추진위의 김민석(金民錫)·추미애(秋美愛)의원과 이인영(李仁榮)·우상호(禹相虎)·이일세(李一世)추진위원 등은 5일 1박2일 일정으로 기차를 타고 서울을 출발,천안·대전·대구·부산에서 ‘희망의 열차 투어’라는이름의 간담회를 개최하며 신당 분위기를 고조시킬 계획이다. 주현진기자 jhj@
  • [변혁으로서의 문학과 역사](41)‘민중교육’지 사건

    1985년 8월 5일-당정 회합에서 학원 안정법을 제정,8월 임시국회에서 통과시킬 목적으로 분위기를 잡아가며 공청회 등 여론형성을 고조시켜 나가기 시작했다.바로 여름 방학 기간이었다.텔리비전은 ‘민중교육,당신의 자녀를 노린다’란 제목으로 이 무크지가 용공 계급투쟁 시각으로 교육을 분석하며,88올림픽 개최를 비방하고 자본주의 체제를 부정한다고 몰아세웠다. 집권층의 각본대로 였다면 이내 학원안정법은 국회에 통과되고 ‘민중교육’은 사라져야 했을텐데 역사는 그 반대로 학원안정법은 강력한 반발로 8월17일 유보조처 되었고,이 교육 민주화 운동은 전교조 운동으로 이어져 민중교육의 시대를 열어 주었다. ‘민중교육’지 사건 초기의 지나친 정부 개입과 모략 선전은 도리어 다수국민들로 하여금 반감을 유도하는 결과를 낳아 야당과 학계·문화예술계 등은 물론이고 대한교육연합회까지도 당국의 조처를 비판하는 성명서를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학원안정법의 유보와는 상관없이 ‘민중교육’지 관련 교사들에 대한 탄압은 강화되어 시인 김진경은 구속,1년형을,시인 윤재철은 집행유예 판결을 받았다.고광헌·심성보·이철국(여의도 고교)·이순권(경기기계공고)·홍선웅(미림여고)·심임섭(중랑중)·박경현(월계중)·유도혁과 강병철(논산 쎈뽈 여고)·송대헌(영풍 부석고)·김종만(시흥 도창국교)·민변순(충북 영동중 교장) 등은 모두 해직 당했다. 주로 문학인이 주축이 되었던 이 사건의 또 다른 한 희생자는 작가 송기원(실천문학 주간)이었다.이미 1980년 5월 광주항쟁 사건에 연루되어 투옥 경력이 있던 송기원은 성내운 교수의 무명산악회에 따라 강원도 홍천에 갔다가 8월12일 귀가한 즉시 낯선 사람들의 방문을 받았다.통상 당하던 일이라 그는기관원들임을 직감하고는 아내를 향해 “여보,부엌에서 칼 좀 가져와.이놈들,불법으로 주거 침입한 강도들이야.모두 찔러 죽여버리겠어”라고 오기를 부리자,일행 중 하나가 무표정하게 “송선생.식구들 있는데서 망신 당하고 싶소?”라고 점잖게 응대해 왔다.다혈질에다 기관원 방문에는 이골이 난 그는“어어,인제 공갈까지 치고 있어?”라고 다그쳤으나 상대는 이미 영장까지제시하는 치밀성을 보여 결국 연행에 응했다고 ‘이 땅의 교육 현실에 대한고발’이란 글에서 밝히고 있다. 뒤집어 씌우기 수사에도 이골이 난 작가 송기원은 바로 ‘민중교육’지의 기획부터 제목까지가 자신이 주관했다고 우겨 교사들의 피해를 줄이고자 했으나 결과는 그 반대였다. 발행인인 그에게 수사기관은 김진경·윤재철 등의 글이 ‘북괴’의 선전 선동 활동에 동조하여 이를 이롭게 할 목적임을 사전에 알았다고 시인하라는것이었다. 대체 ‘민중교육’의 주장은 무엇이었을까.“1946년 조선교육 심의회는 ‘홍익인간’을 교육이념으로 채택하였다.백낙준은 뒤에 이 말을 영어로 Maximum Service to Humanity(인류에 대한 최상의 봉사)라 번역한 바 있는데,이것은 민족이 분단될 위기에 놓인 상황을 고려할 때 미국식 보편주의의 표현 이외에 아무 것도 아니었다”고 김진경은 우리교육의 기본이념을 비판하면서 ‘국민교육헌장’ 심의위원 명단을 밝히는 등 시사적인 쟁점까지 구체적으로분석해 주었다.윤재철은 초중등 교사가최고 호봉에 오르기까지 소요되는 기간이 1982년 기준으로 30년(중등)과 35년(초등)인 우리나라와는 달리 10∼13년(미국),14년(영국),25년(대만)등 주요 국가는 평균 15∼20년임을 밝히면서 국내 다른 업종보다 훨씬 긴 시간을 요구한다는 교사의 권익문제를 거론하고 있다. [任軒永 문학평론가]
  • 속초 토박이 이성선 신작시집‘山詩’

    속초를 지키는 시인 이성선(58)에게는 오래된 버릇이 하나 있다.벌써 10년째 아침에 일어나면 맨 먼저 설악산을 향해 세번 절한다.아침만이 아니라,언제고 산만 보면 두근거려 합장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그에게 산은 글로써 표현할 수 있는 세계가 아니다.“산을 붓 하나로 들어올리려는 사람은 미친 자(者)”라고 까지 말한다.그런 그가 새시집 ‘산시(山詩)’(시와 시학사)를 펴냈다. 그는 설악산 북쪽,금강산의 맨 아랫 봉우리라는 신선봉(神仙峰) 기슭에서 태어났다.어린 시절,세수대야를 들고 마당에 나서면,물에 비친 산 그림자를 떠서 얼굴을 씻곤 했다. 지금도 산속에 들어가면 마음이 편하다.해질녘이면 산은 어떤 울림을 주고,그 울림은 견딜 수 없도록 자신을 부르는 것 같다는 것이다.이 시집에 실린‘산달(山月)’은 그런 산에 대한 그리움과 존경을 담고 있다. 당신을 껴안고 누운 밤은/잠이 오지 않았습니다돌 하나는 품어도/사리가 되었습니다그의 시에는 이처럼 여백이 많다.그는 산시를 ‘가지를 친 겨울나무 같은 것’이라고 말한다.성긴 나뭇가지 사이로 읽는 사람이 각자 자신의 삶과 연결시켜 읽으면 된다는 것이다. 연장선상에서 ‘산시’에는 평론가가 쓴 ‘해설’이 없다.그는 거창한 이유를 붙이지 않는다.다만 “어릴 적 박목월의 ‘나그네’를 읽을 때 무슨 해설이 필요했느냐”고 되묻는다. 시인 고은은 “동해에 시인이 없다면,그 동해에 죄짓는 일이 될 것”이라며이성선을 지목한 바 있다.그런 평가를 받는 우리 문단의 대표적 서정시인이정신주의에 탐닉하게 된 동기는 그러나 뜻밖에도 소외감인듯 했다. 그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국문과에 진학하고 싶었으나,홀어머니가 강권하는 대로 농학과에 갔다.소외감 속에 대학을 졸업하고 교사가 된 뒤,지난 8월 명예퇴직할 때까지 국어 아닌 농업이나 기술 과목을 가르쳐야 했다. 그러나 생각처럼 되지않는 삶속에서 아침저녁으로 산과 바다를 바라보며 나무와 풀잎같은 ‘살아있는 신’과 대화를 나눌 수 있었고,생명체 하나하나가 자신과 똑같은 우주안의 공동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시도 중요하지만,생명도 중요하다는 생각이 자신의 시를 다른 사람과 조금은 다를 수 있도록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는 지난 96년 속초·고성·양양 환경운동연합을 결성하는 데 참여하여 현재 공동의장을 맡고 있다.‘현실’이 모든 것을 우선하던 70∼80년대에도 순수 서정시만 고수하던 시인에게는 의외의 직함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그는 “시를 쓰는 것과 같은 맥락일 뿐”이라고 말한다.“산과 자연이 훼손되는 것은 곧 내 어머니,내 가족이 다하는 것”이기 때문이다.천혜의 자연이 눈앞의 경제적 이유로 사라지는 것이 안타깝다는 것이다. 그런 만큼 그가 이른바 ‘운동’을 한다고 해서 달라질 것은 없다.오히려 선시(禪詩)에 가까운 산시에서,인간내면의 세계를 탐구하는 신비주의쪽으로 더욱 기울어져 가고 있다.현재 그가 35박 36일 일정으로 인도와 티베트를 여행하고 있는 이유도 거기에 있을 것이다. 서동철기자 dcsuh@
  • 볼쇼이발레단 내한 갈라공연…알고보면 즐거움 2배

    * ‘발레의 신화’볼쇼이의 무대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3·4일 오후7시30분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 발레팬들은 흔히 “좋아하는 한 장면을 즐기려고 1시간30분동안 전막공연을 지켜본다”고 말한다.그런 의미에서 여덟 작품의 하이라이트만 뽑은 이번 갈 라공연은 더할 나위 없이 크나큰 선물이다.게다가 작품의 내용과 감상포인트 를 되새기며 본다면 즐거움은 더욱 커질 것이다. 공연 1부에서는 ‘지젤’1·2막 가운데 2막 전체를,2부에서는 ‘백조의 호수 ’‘돈키호테’등 7작품의 정수를 잇따라 펼친다. [지젤] 죽음보다 아름다운 사랑을 그린 낭만발레의 대표작.150년 넘게 맥이 끊이질 않고 전세계에서 공연된 유일한 작품으로 꼽힌다.1막에서 시골처녀 지젤과 공작 가문의 청년 알브레히트가 만나 사랑하게 되지만 지젤은 상대방 의 신분과,그에게 약혼녀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는 절망해 목숨을 끊는다. 2막.‘윌리(처녀귀신)’가 된 지젤은 윌리의 여왕 미르타에게서 “알브레히 트를 유혹해 죽을 때까지 춤추게 하라”는 명령을 받는다.그러나 지젤은 알 브레히트와 사랑의 파드되(2인무)를 추며 그를 죽음에서 지켜낸다. “모든 발레리나는 지젤을 꿈꾼다”는 말처럼 2막에서 지젤이 추는 아다지오 (느리고 서정적인 음악에 아름다운 선과 균형미를 강조하는 춤)는 압권이다. ‘역사상 가장 어린 지젤’스베틀라나 룬키나를 지켜보자. [백조의 호수] 2막의 파드되로 2부 첫무대를 연다.백조사냥에 나선 지그프 리트 왕자가 마법에 걸려 백조가 된 오데트를 만나 진정한 사랑으로 마법을 풀어주겠다고 약속하는 부분.대단히 감미롭고 애절함을 느끼게 하는 포즈가 많다.발을 떨거나 고개를 옆으로 움직이는 발레리나의 동작은 실제 백조의 모습에서 따왔다고 한다.그 유명한 볼쇼이의 군무가 뒷받침한다. [베니스의 축제] 장편발레는 아니고 10분짜리 파드되지만 아름다움과 고난 도의 기교가 여느 대작에 못지않아 발레스타들이 자랑스레 여기는 레퍼토리. ‘고전발레의 아버지’마리우스 프티파가 안무했다.매년 열리는 베니스의 축 제 분위기를 살린,가면과 화려한 복장이 두드러진다.지난해 4월 러시아 페름 의 ‘아라베스크98’국제콩쿠르에서 배주윤과 콘스탄틴 이바노프에게 우승을 안겨준 작품으로,이번에도 두 사람이 서울무대에 오른다. [라 바야데르] 인도사원의 무희,야심찬 무사,공주의 삼각사랑을 그린 고전 발레 대작.작품 중에서 캐릭터댄스(각국의 민속춤을 발레로 변형)의 대표 격 인 북춤을 선보인다.이국적인 분위기에 각종 묘기를 섞어 흥을 북돋운다. [호두까기 인형] 설명이 필요없는 발레 인기품의 하나.이 작품의 하이라이 트인 2막 클라라와 호두까기인형의 파드되를 춘다.과자나라에 간 둘이 사탕 요정의 환대에 감사함을 표시하는 부분이다.행복과 기쁨을 상징하는 아름답 고 시적인 듀엣. [돈키호테] 볼쇼이의 대표작 가운데 하나로 이번 무대에서 2막의 ‘집시춤’ 과 3막의 그랑 파드되(5단계로 구성된 최고의 2인무)두 장면을 따로 올린다. ‘집시춤’은 볼쇼이가 “예술적 의미에서 매우 독창적”이라고 자부하는 춤 이다.선술집 장면에 등장하는데,빠른 리듬에 맞춘 관능적이면서도 유연한 춤 사위는 다른 발레단 공연에서는 보기 힘들다는 평을 듣는다. ‘돈키호테’의 그랑 파드되는 ‘화려함·기교·열기·관능·박력’등 모든 것을 갖춘,볼거리로는 최상의 그랑 파드되라고 무용평론가들은 말한다.남녀 무용수가 아다지오로 시작해 큰 도약과 빠른 회전의 남성 솔로, 포인트 슈즈 (토 슈즈)를 최대한 활용해 작고 빠른 발동작 중심의 기교를 부리는 여성솔 로로 이어진다. 클라이막스인 코다에는 강한 리듬과 빠른 선율을 타고 발레리나의 푸에테(32 회 제자리 돌기)등 최고 난도의 테크닉이 모두 등장하며 인상적인 마지막 포 즈로 끝난다. [백조] ‘돈키호테’의 집시춤과 그랑 파드되 사이에 무대에 오른다. 생상 작곡 ‘동물의 사육제’에서 빌어온 곡에 맞춰 총에 맞아 죽어가는 백조의 모습을 춤춘다.‘빈사의 백조’라는 별명으로 더 유명하다.발레리나의 이미 지를 가장 잘 담았다는 이 작품을 볼쇼이의 프리마 발레리나 이나 페트로바 가 연기한다. [루스란과 루드밀란] ‘돈키호테’의 그랑 파드되가 끝나면 오페라곡 ‘루 스란과 루드밀란’에 맞춰 출연자 전원이 엇갈려 무대에 나와 각자의 기량을 뽐내며 관객에게 인사한다. 갈라공연의 피날레를 화려하게 장식하고자 볼쇼 이극장 총감독 블라디미르 바실리예프가 안무했다.공연시간은 1·2부 각각 5 5분. 이용원기자 ywyi@
  • [굄돌] 영화와 디지털 혁명

    우리는 지금 커다란 문화적 단층 사이에 끼어 있다.산업혁명으로 인류의 삶은 비약적인 점프를 시작했다.18세기 영국을 중심으로 펼쳐진 산업혁명은 각종 기계의 발명으로 가내수공업적 단계에 머물렀던 농경사회를 공업문명사회로 진입하게 했다.그러나 지금은 또 하나의 새로운 혁명,곧 디지털 혁명이진행되고 있는 시기이다. 0과 1이라는 비트의 조합으로 된 디지털 문화는 감성적인 아날로그에 비해훨씬 이성적이며 속도감이 있다.디지털 세대와 아날로그 세대 사이에는 커다란 세계인식의 격차가 존재한다.빌 게이츠는 21세기를 ‘속도의 시대’라고명명했지만,디지털 세대의 키워드는 속도이며 그것의 감각적 드러냄은 바로영상이다.그리고 영화는 영상문화의 전위적 척후병이다. 최근 개봉된 ‘블레어 윗치’는 불과 4억원의 제작비로 만든 초저예산 영화지만 인터넷을 통한 홍보만으로 네티즌들의 관심을 사로잡는데 성공했고 미국에서만 제작비의 400배에 달하는 수익을 거두어 역대 최고의 수익률을 기록했다.‘블레어 윗치’는 영화 자체의 미학적 성과보다도 마케팅적 측면에서 영화사의 흐름을 바꾼 영화로 평가되고 있다. 영화 개봉 이전에 영화의 궁금증을 증폭시킬 수 있는 허구적 장치를 인터넷 사이트에 올려놓고 사실과 허구의 경계를 허물어버림으로써 사이버 스페이스의 특성을 극대화시킨 ‘블레어 윗치’의 모범사례를,앞으로 제작되는 영화들은 닮아갈 것이다. 인터넷 이용자가 늘어나고 있다는 것은 더이상의 정보독점이 허용되지 않는다는 이야기이기도 하지만,동시에 치밀하게 작전계획을 수립하면 대중을 상대로 손쉽게 정보조작과 여론조작이 가능하다는 얘기도 된다. 지금은 각 영화,TV,비디오,컴퓨터 등 각 영상매체가 분리되어 있지만 이제곧 동일 스크린의 개념으로 상호 연결될 것이고 영화라는 장르 자체에 대한고정관념도 변화될 것이다. 인터넷 극장의 등장은 그 한 예에 불과하다.디지털 혁명은 우리의 삶 전체를새로운 차원으로 이동시켜 가고 있다. [하재봉 시인·영화평론가]
  • 화가-관람객‘마음의 대화’나눈다/ 제5회 마니프展 새달 5일

    국내유일의 국제 아트페어인 제5회 마니프(MANIF·서울국제아트페어)전이 11월 5일 서울 예술의 전당 미술관에서 개막된다. 미술의 대중화와 국내 미술시장의 활성화 및 국제경쟁력 강화를 모토로 지난 95년 창설된 마니프는 미술작품 거래를 주목적으로 하는 국제 미술견본시장이지만 화랑 대신 조직위원회의 도움으로 작가가 직접 출품과 거래진행을맡는 특색을 가지고 있다.국내 작가 83명과 외국 작가 47명(17개국) 중 대다수의 참가작가들이 전시기간 동안 15평 규모의 독립된 개인별 전시 부스를지킨다.‘MANIF5!99’ 조직위원회를 맡고 있는 김영석 대표(아미갤러리)는“일종의 군집 개인전이라고 할 수 있는 이 아트페어 방식은 작품을 매개로작가와 관람객이 교감하며 대화할 수 있는 장이 열릴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작가당 10점 가량 출품할 계획이어서 모두 1,200점이 넘는 작품이 전시될예정인 올 마니프는 여러 특별전 등을 함께 마련하고 있다.마니프의 중심인메인전에는 올해 박석원,이건용 등 31명(외국작가 4명)이 초대되었으며 이기존 전시 외에 공모전을 통해 선정된 35명의 차세대 작가들을 비젼전이란이름으로 초대했다.이 비젼작가들은 지난 5월 실시한 마니프 공모전을 거쳤는데 당시 기성작가 302명이 응모했다.작가당 3점의 출품작을 전원 외국인인심사위원이 심사해 초대작가를 선정했다. 심사위원은 프랑스 미술평론가 (제라르 슈리게라) 프랑스 아트페어 MAC2000 대표(베네디토 콘차) 프랑스 화가(벨리코빅 블라디미르) 네덜란드 화가(마크 브뤼스) 등이다. 조직위는 비젼 35명 중 1명을 최우수 작가로 뽑아 2000년 프랑스 MAC2000전에 내보낼 방침이다.마니프는 메인전 초대작가를 대상으로 대상과 특별상 작가를 선정하고 있는데 외국인 심사위원 의견,입장표에 표시되는 관람객 인기도 및 작품 판매상황 등이 두루 고려된다. 이번 마니프는 20세기를 마감한 해를 기념하기 위해 두 개의 특별전을 기획했다.‘한국미술대표작가’전은 미술평론가 박영택을 커미셔너로 해 각 장르에서 가장 활발하게 활동중인 9명의 원로작가를 독립부스의 개인전으로 초대한다.권옥연 김흥수 손동진 황용엽(서양화) 민경갑 이인실(한국화) 김영중전뢰진(조각) 백남준(비디오아트) 등이 초대 작가들이며 신작이 상당수 포함되어 있다.‘아담과 이브’전은 프랑스의 슈리게라를 커미셔너로 외국작가 24명,국내작가 10명을 선정해 여자를 주제로 한 68점의 작품을 전시한다.16일까지.(02)514-5568김재영기자 kjykjy@
  • 현정숙 화초·야생화展

    현정숙전이 단성갤러리에서 11월2일까지 열리고 있다.(02)735-5588.작가가다루는 소재는 자연의 아름다움을 담은 일반적인 풍경과 함께 야생화 및 시골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화초들이 대부분이다. 평론가 신항섭은 “소재에 대한 명확한 이해와 치밀한 묘사력에서 작가의 잠재력을 느낄 수 있다”면서 구도 및 구성에서 좀더 명쾌하고 선명한 감각 및세상에 대한 더 깊은 이해를 주문하고 있다. 김재영기자 kjykjy@
  • [변혁으로서의 문학과 역사](40)’민중교육’지 사건

    1985년 2월12일 치러진 제12대 총선은 학생과 민주화 운동권의 적극적인 참여로 야당인 신민당 선풍 현상을 일으켜 제1당으로 부상시켰다.대학생들은서울의 미국 문화원 도서관 점거 사건(5월23일)을 계기로 반군부 독재 운동을 격화시키기 시작했다.문공부는 봄부터 ‘김대중 옥중 서신’‘타는 목마름으로’ 등을 압수 수색했고,7월에는 민중미술 ‘힘전’전시회를 중단시켰다.집권 민정당은 이종찬(당시 여당 원내총무)의원을 비롯한 온건파의 반대를 무릅쓰고 전문 11조 부칙 3항으로 된 학원안정법을 마련하여 여름 방학때 통과 시키려했다.세칭 학원 안정법 파동의 시작이었다.학원 소요나 집회시위 등 시국 관련법 위반 학생에게 재판 없이 검사가 ‘선도’처분을 내릴수 있다는 내용이 그 골자였다.학원 안정법 통과를 위한 여론의 세몰이 회오리 속에서 끔찍한 필화사건 하나가 속죄양으로 떠올랐다.바로 ‘민중교육지사건이었다. 시인 김진경(당시 양정고 교사,현 한국교육 연구소 연구위원)은 ‘오월시’동인으로 함께 참여했던 윤재철(성동고 교사.지난 9월 복직),고광헌(선일여고 교사,현 한겨레신문 문화부장)과 함께 1984년 초부터 문학을 통한 교육개혁운동에 관심을 가지고 무크지 ‘민중교육’ 창간작업에 들어갔다.서울을 중심으로 주요 지방까지도 망라할 수 있는 참여교사 조직을 만든 후 ‘민중교육’이 실천문학사에서 선보인 것은 1985년 5월이었다. 교육 관련 논문과 시평 및 시·소설·수필·현장의 목소리·서평·학생들의작품·번역 등 다양한 형식과 내용을 담아낸 이 무크지는 곧 사회의 화제로떠올라 주목을 받게 되었다.특히 김성재(당시 한신대 교수,현 청와대 민정수석),유상덕(성동고 교사),심성보(보성중 교사,현 대구 교대 교수),임은경(서울대 사대 학생,현 교사) 등이 참여한 권두좌담 ‘분단 상황과 교육의 비인간화’와,특집 ‘교육의 민주화’(집필 김진경·윤재철·이철국·심임섭·이규환),교육 시평 ‘스포츠문화와 학교 교육’(고광헌) 등은 한국 교육의위상을 객관적으로 자리매김 해준 글들이란 평을 들었다. “교육이 중립적이어야 한다는 것은 명제죠.또 그것은 자율성을 의미하는것이기도 하지만 사실 교육의 목적은 인간이 인간답게 살 수 있도록 하는 것이므로 크게 두가지 측면에서 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하나는 인간이 인간답게 살지 못하도록 하는 사회의 온갖 제도·구조·가치관에 대한 끊임없는 비판과 변혁의 기능을 가져야 함과 동시에 인간은 사회 속에서 적응하고 살아가야 하니까 그런 면에서 자기의 삶을 살아갈 수 있는 능력과 함께 부단히인간다움을 키워주는 것이 교육의 두가지 큰 목적”(27쪽)이라는 기본 정신을 내세운 이 무크지는 그 인기의 상승도와 함께 기존 교육계에 위협이 되기도 했다. 윤재철 시인이 밝힌 바(‘교육 민주화의 횃불’)에 따르면 “책이 나온 한달 뒤인 6월 25일 경 서울 여의도고교 교장이 ‘민중교육’지가 불온하다며서울시 교위 학무국장에게 책자를 전달하고,학무국장은 그것을 시 교위 담당 안기부 조정관에게 내용의 검토를 의뢰함으로써 비롯되었다”(한승헌 변호사 변론사건 실록 ‘분단시대의 피고들’ 398쪽)고 한다. 이어 관련 교사들의 언동을 관찰하는 등 내부 단속을 펴다가 7월18일부터 경찰에서 소환하기 시작했다.때를 맞춰 문교부의 보도의뢰에 따라 텔리비전들은 ‘민중교육’지가 학생운동 조직이었던 삼민투의 주장과 일치한다고 대대적으로 보도한 뒤,7월31일(노태우 당시 민정당 대표위원이 기자회견에서 학원 사태를 해결코자 법률 보완을 검토중이라고 밝힌 그날)에는 각 교위를 통해 관련교사를 파면 등 중징계 하도록 하달했다. 任軒永 문학평론가
  • 소비·향략문화는 이제그만… 신촌 대중문화 메카로 재도약

    소비와 향락의 분출구로 신촌을 감지하는 우리에게 그곳은 빽빽이 들어선 비디오방 노래방 PC방만큼이나 숨 막히는 질식감으로 다가온다.온갖 대화가 오가지만 진정한 대화를 찾을 길 없는 의사소통의 부재공간으로 신촌이 읽히기도 한다. 신촌에서 두가지 이색 이벤트가 막을 올린다.낮은 울타리가 28일부터 사흘동안 개최하는 제3회 신촌문화만들기와 ‘99 좋은 콘서트-시월에 눈 내리는 마을’. 신촌문화 만들기가장 눈에 띄는 것은 행사기간 내내 운행하게 될 ‘테마가 있는 버스’.국민회의 정동영의원,전 탁구국가대표 현정화,이장호감독,탤런트 정애리,김만오 신촌 지하철역 DJ,고인경 파고다학원 회장,첼리스트 배일환 등 각계를 대표할만한 문화예술인사 30여명이 신촌거리와 연세대를 오가며 버스안에서 시민들과 대화를 갖는다. 28일 신촌 현대백화점 뒷골목의 창천 어린이놀이터에선 제2회 신촌 단편영화제가 열린다.공모를 통해 출품된 작품 외에도 송일곤의 ‘소풍’,조은령의‘스케이트’,임창재의 ‘눈물’등 국내외 우수 단편영화들이 상영된다. 28일과 29일에는 ‘마임이 있는 거리’가 펼쳐져 푸른 신호등이 켜짐과 동시에 질서 화해 커뮤니케이션을 주제로 아름다운 몸짓을 만들어낸다. 29일 신촌의 카페 ‘민들레영토’앞 야외무대에선 한스밴드와 이탈리아에서유학하고 돌아온 성악가들이 함께 하는 퓨전콘서트가 열린다. 사흘동안 매일 오후2시에는 이곳 카페에서 재즈평론가 김진묵과 대중음악 평론가 강인중,신국원 총신대 신학과교수 등이 참여하는 재즈와 팝,포스트모던에 대한 담론들이 전개된다.(02)333-1316 시월에 눈내리는 마을시월의 마지막 밤에 내리는 흰 눈.여기에 ‘춘천가는 길’의 김현철,‘처음 느낌 그대로’의 이소라,‘그집 앞’의 윤종신이 들려주는 감미로운 음악.31일 오후6시 연세대 노천극장의 8,000석 규모의 객석과 무대에는 온통 하얀 눈이 내린다.대형 인공제설기 50대가 동원돼 시월의화이트 크리스마스가 연출되기 때문이다.(02)3446-3332임병선기자
  • 13세 소녀의 당당한 베스트셀러 비평

    초등학교 6학년이 쓴 ‘서평’이 화제를 끌고 있다.‘인물과 사상’ 11월호에 ‘발표’한 소녀평론가 박수빈양(12·부산 대천초등학교 6년)이 해부한책은 인기 베스트셀러 작가 신경숙의 ‘기차는 7시에 떠나네’. 아이가 소설을 읽고 쓴 독후감이 아니다.당당히 서평이란 이름하에 ‘대체로 이 소설은 재미있었다.하지만 이런 걸 베스트셀러라고 하다니…’라고 단번에 비판의 메스를 들이댄다.‘나는 어른들이 생각하기에는 아직 어린 아이다.그런 내 눈에 재미있다는 건 문제있는 게 아닌가?’라고 작가 뿐 아니라평자들까지,그리고 “헉,그럼 어떻게 상을 무려 여섯개나 탔지?”라며 6개의상을 수상한 작가의 수상사실까지 몰아붙이는 기세가 여간 아니다. 만화를 빌리러 대여점에 갔다가 신문에서 소개되었던 것이 생각나서 ‘기차는 7시에 떠나네’를 빌려 읽고 ?줄거리가 빈약하고,?인물들의 개성이 없으며 ?실화인듯 꾸며낸 글의 전개를 작품의 단점으로 꼬집었다.그리고 작가에게 덧붙이기를 ‘사람들의 대화에 관심을 가지고 줄거리 쓰기 공부를 더한 후자기에 대한 생각과 여자에 대한 생각을 바꿀 것’을 요구하면서 ‘사랑에 대한 기억 하나를 찾아냈다고 자신을 찾은 것이냐’는 반문을 통해 진정한 삶의 의미까지 되묻는다.그리고 저자에게 “실화와 소설을 구별하세요”라며 점잖게 꾸짖고 있다. ‘엄마가 써준 글이 아니냐?’는 질문을 던지자 “아이들은 글을 못 쓴다는 어른들의 생각이 싫다”고 말하는 항의가 전화선을 타고 강하게 흘러왔다. 만화를 좋아하고,HOT를 좋아하는데 사업가로 자신의 브랜드를 갖고 싶단다. 어린 소녀비평가의 ‘평’이라고 무시할수 없는 것은 주위 눈치를 보지 않고 거침없이 쏟아 놓은 살아있는 평이라는 점 때문이다.전문비평가들의 ‘좋은 게 좋다’는 식의 평과 비교해 거칠지만 더 공감이 간다는 독자도 있음을간과할 수 없다. [허남주기자]
  • [외언내언] 태백산맥

    소설‘태백산맥’의 이적성(利敵性) 여부를 수사하고 있는 검찰이 최종 결정을 앞두고 각계의 의견을 듣는 절차를 밟고 있다고 한다. 흥미롭다.검찰은 여론수렴을 하는데 보수,중립,진보진영의 의견을 고루 묻겠다고 한다.검찰이 보수와 진보를 어떻게 나눌 것이며 그 여론수렴 결과를어떻게 반영 할 것인지,또 여론과 현행법 사이에 심대한 마찰이 발생할 경우어떻게 처리할 것인지도 궁금하다. 그러나 검찰이 소설의 범법성 여부를 가리는데 여론을 참작하겠다는 발상이재미있고 변화라면 변화다.시대의 변화를 실감케하는 대목이다. 그러나 검찰의 전진적 접근이나 법률적 해석 이전에 소설 ‘태백산맥’에대한 이적성 논란 자체가 과연 적절하느냐에 대한 의문이 없지않다. 우선 ‘태백산맥’은 냉전체제가 엄혹하고 전두환(全斗煥)군사정권의 폭압정치가 극에 달했던 1983년부터 월간‘현대문학’에 연재됐던 대하소설이다. 86년부터는 책으로 엮어나오기 시작했다.그러나 그동안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이런 작품이 문제가 된 것은 94년 이름을 대면 다 알만한 이(李)모씨가 이작품이 국가보안법상 이적표현물에 해당하지 않느냐며 당국에 고발하면서 부터.시각에 따라서는 빨치산 미화 소설이라고도 볼 수 있는 ‘태백산맥’을법적으로 문제를 삼으면 삼을수록 더욱 더 세인의 관심을 모으는 결과가 되리라는 것을 사법당국이라고 모를 리 없으나 고발된 사안을 덮어 버릴수도없는 게 검찰의 고민인 모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태백산맥’문제는 사실상 결론이 나 있는거나 다름 없다.문학평론가 권영민(權寧珉)서울대교수는 이 문제에 대해 “태백산맥은 역사가 아니다.삶의 진실을 찾아가는 허구의 형식인 소설일 뿐이다.특정개인의명예훼손이니 보안법위반이니 하는게 사실과 허구를 분간치 못하는 이념시대의 소산이다”라고 잘라 말한다. 문학적 판단을 떠나서도 “국가보안법상 이적표현물은 대한민국의 존립·안정등을 위협하는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것이어야 하며 작성동기도 종합적으로고려돼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있다.90년 헌법재판소도 국가보안법은 국가기본 질서에 위해를 줄 ‘명백한 위험’이있을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적용돼야 한다고 결정한 바 있다. 이미 500여만부 가까이 팔려 나갔고 일본에서까지 번역 출판되기 시작한 소설을 보안법으로 재단하려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일인지도 모른다.법을 있는대로 다 써 먹으면 백성이 남아나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보안법 개정의 필요성이 여기에도 있다. [林春雄 논설위원 limcw@]
  • [대중음악 리뷰] 타악기의 명인 김대환

    “테크노다 뭐다 해서 기계음이 판치는 세상이다.앞으로 인간의 작업은 기계에 얽매이지 않는 음악을 만드는 것이 과제가 될 것 같다”타악기의 명인 김대환(67)은 지난 13일 서울 서초동 판아트홀에서 열린 “즉흥음악 페스티벌’에서 일본 프리재즈 뮤지션 사가 유키(38)와의 공연을 끝낸 후 이렇게 공연의 의미를 함축했다. 이날 공연은 김대환의 징 솔로와 특유의 6개 북채의 향연으로 막을 열었고이어 등장한 사가는 고대인들이 언어를 만들기 이전에 내뱉었을 법한 소리들을 던져주었다.속삭임,공포와 흐느낌 등 온갖 감정이 묻어나왔다.리듬만 주어지면 얼마든지 사람의 목소리로 멜로디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려는 것 같았다. “가사가 딸린 노래는 언어와 민족의 장벽을 뛰어넘지 못하지만 이같은 구음(口音)은 그러한 벽으로 둘러쳐진 세계를 자유롭게 오갈 수 있다”고 그는말했다. 그는 40여분 동안 릴레이와 에코를 적절히 활용,새가 지저귀는 소리와 쥐가찍찍 대는 소리 등을 완벽하게 재현해 내 경탄을 금치 못하게 했다. 김대환이 “그의음악에는 룰이 없어 음악이 아니라 소리의 차원으로 보아야 할 지 모르겠다”고 했다.‘음악보다 확장된 소리’로 함축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날 그는 내한무대임을 고려한 듯 김대환의 리듬반주에 맞춰 아리랑을 불렀는데 아주 색다른 맛을 안겨 주었다. 그는 때로는 몸을 활처럼 휘게 만들어 소리를 토해냈고 때로는 몸을 악기로사용하는 자유로움을 보여주었다. 두 사람의 조화는 평론가 김진묵이 말했듯이 “서로 다른 법칙과 위치에 놓여있는 소나무와 둥근 달이 겹쳐보여 아름다움을 선사하는 과정” 그 자체였다.관객이 어떻게 받아들이냐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는 즉흥음악의묘미를 잘 표현해 냈다. 공연이 끝난 후 관객들은 3분여 동안 앙코르를 외쳤다.아마도 이날 관객들은두 사람이 선사한 잔향에 꽤나 시달렸을 것이다. 임병선기자
  • 오붓한 가족문화공간 없나요-20일 문화의 날 / 문화현실 진단

    그동안 우리 문화예술은 크게 성장했다.많은 분야에서 세계적인 문화예술인들이 배출됐고,매일같이 세계무대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는 각종 공연이 줄을 잇는다.그러나 이같은 ‘문화예술의 르네상스’가 아직은 서울같은 일부지역만의 이야기인 것도 사실이다.또 서울에 사는 사람이라도 가족들과 좋은공연을 즐기기는 아직도 쉽지 않다.20일은 28번째 맞는 문화의 날이다. 이를 계기로 ‘가족중심의 공연문화’로 가는 길을 다시 생각해본다. 서울에는 세종문화회관과 예술의 전당이라는 두 개의 국제적인 규모의 공연장이 있다.이에 대해 서울의 인구와 우리나라의 소득수준을 감안하면 대형공연장이 결코 부족하지 않다는 주장도 있다.행정구역상의 서울특별시만 떼어놓고 보면 옳은 이야기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제는 전제부터가 달라져야한다는 지적이 우세하다.기존의 위성도시들이 고밀도화하고 있을 뿐 아니라 신도시들이 속속 개발되고 있어 서울과 주변도시 사이의 ‘심리적 경계’는 없어졌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신도시에 살면서 자신이 ‘지방사람’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따라서 앞으로는 문화공간 문제는 인구 1,200만명인 서울에 한정할 것이 아니라,2,000만명이 넘는 ‘수도권’이라는 초거대도시를 상정하고 접근해야한다는 것이다. 이같은 초거대도시의 문화공간의 문제는 사실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공연장까지의 이동시간을 물은 한국문화정책개발원의 조사 결과는 문제의 핵심을잘 보여준다. 조사는 지난 8월 한달 동안 서울시내 공연장을 찾은 1,000명의관람객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조사 결과 30분 이내에 도착했다는 사람이 14.0%,30분 이상 1시간 안에 도착했다는 사람은 47.0%였다.반면 1시간 이상 2시간 안에 도착했다는 사람이33.3%나 됐고,2시간 이상 걸렸다는 사람도 5.8%였다.40%에 가까운 사람들이공연을 보기위해 공연시간의 2배 이상을 길거리에 투자했다는 얘기다.그러나 이 수치도 공연장까지의 거리가 너무 멀어 관람을 아예 포기한 사람의 비율이 얼마나 되는지는 보여주지 못한다. 이처럼 공연장까지의 거리가 멀어지면 필연적으로 가족단위의 관람객은 찾아가기 힘들다.앞의 조사에서 공연장을 찾은 사람들을 보아도 10대가 20.4%,20대가 50.4% 등 10∼20대가 대다수를 차지한 반면 30대는 14.1%,40∼50대는 15%에 불과했다.실제 30∼50대,특히 주부들은 가족단위의 공연관람을 매우절실히 원하고 있다.그럼에도 공연예술은 현실적으로 학생층이나 일부 전문직 젊은이들의 전유물에 가깝다는 현실을 이 조사는 보여준다. 문화정책개발원의 장미진연구원은 “많은 사람들은 저녁식사 시간 이후에가족과 함께 공연을 보고 싶어한다”면서 “지역민이 가족과 함께 즐길 수있는 문화거점을 이제 시·군·구의 문화회관으로 옮겨야 한다”고 말했다. 조사 결과 각 지역축제에 참여한 사람은 전체주민의 28.6%에 이르렀고,참여만족도도 5점 만점에 평균 3.17을 기록하는 등 높게 나타났다는 것이다.게다가 문화예술의 활동공간을 지역단위로 넓혀가는 것은 주민의 문화향수를 높이는 결과를 낳을 뿐 아니라,예술인들의 창작의식을 높이는 데도 한몫을 한다는 설명이다. 음악평론가 탁계석씨는 “지방자치제가 본격적으로 실시된 이후 각시·도와 시·군·구가 경쟁적으로 공연장을 확보하여 이제 문화거점을 지역으로옮기는 데 따른 공간의 문제는 크지 않다”고 말하고 “이제 가장 중요한 문제는 누구로 하여금 그 공간을 운영하도록 하느냐”라고 단언했다. 지역민의 욕구를 파악하여,지역 특성에 맞는 공연을,그것도 중앙에 크게 뒤지지 않는 수준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전문인력의 손을 빌지 않고는 어렵다.특히 전문인력이 공연장을 운영하게 되면 예술의전당이나 세종문화회관에서 보듯 재정자립도도 높여 자치단체 재정에 부담을 덜어줄 수도 있다는 것이다.지역문화공간을 가족공간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이제 공간마련과 함께 인력양성의 문제도 적극적으로 검토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지적이다. 서동철기자 dcsuh@ * KBS교향악단·서울시향 연주회 KBS교향악단과 서울시교향악단의 이른바 ‘원 프로그램,투 콘서트’는 공연장 거리가 멀어 연주를 즐기기 힘든 관객들에게 조금이라도 가까이 가는 시도라는 점에서 바람직스럽다. KBS가 한 프로그램으로 두 차례 연주회를 갖는 것은지난 91년 KBS홀 개관이 계기가 됐다.KBS교향악단은 이후 모든 정기연주회를 목요일에는 여의도 KBS홀,금요일에는 서초동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갖는다. 서울시향은 지난 7월 처음 그 뒤를 따랐다.8월에 이어 11월에도 광화문 세종문화회관과 예술의 전당에서 같은 프로그램으로 각각 연주회를 가질 예정이다.서울시향은 내년에는 6차례의 정기연주회를 이같은 방식으로 갖기로 했다.KBS와 서울시향은 이같은 시도로 고정 팬을 두배 가까이 늘리는 효과도보고 있다. 사실 미국이나 유럽의 교향악단은 대부분 한 프로그램으로 2∼4차례씩 연주한다.그러나 그들은 대부분 한 연주장에서 모두 소화하는 것이 보통이다. 반면 KBS교향악단이나 서울시향은 청중에 대한 서비스라는 측면이 강하다.공연장의 거리가 멀어 어려운 가족관람도 가능케한다. 그런 점에서는 서구의 교향악단 보다 더욱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KBS교향악단의 관계자는 “한 프로그램으로 두차례 연주하게 된 데는 많은비용을 들여 좋은 지휘자와 협연자를 데려오는정기연주회를 한차례 연주로끝내는 것이 아까운데다,조금이나마 보완하여 두번째는 더 좋은 연주를 들려주겠다는 뜻도 있었다”면서 “그러나 무엇보다 공연장이 너무 멀다는 청중들의 요구를 수용했다는 측면이 강하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KBS홀 연주가 강서·영등포·은평·마포·서대문 등 강북지역,나아가 부천·인천·김포지역 주민들을 위한 것이라면,예술의전당은 강남·강동지역은 물론 성남·과천·안양·수원 등지의 주민들을 위한 서비스”라면서 “앞으로 강북지역 중심부에 좋은 연주장이 들어선다면 한 프로그램으로 세차례 연주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동철기자
  • [인터뷰] ‘아웃사이더’ 편집위원 진중권씨

    “우리 사회의 비평문화는 너무 ‘인격론’에 치우쳐 있습니다.논리적 비판을 인신공격으로 치부한 나머지 의견에 대한 ‘비판’과 ‘비난’을 구분하지 못하는 것이 문제입니다” ‘네 무덤에 침을 뱉으마’ 등의 저서에서 특유의 풍자적인 필치로 세간의화제를 모은 자유기고가 진중권(陳重權·36)씨가 최근 독일서 귀국,새 비평지 ‘아웃사이더’ 발행을 준비하고 있다.‘아웃사이더’는 제호에서 풍기는 이미지 그대로 기성과 금기에 도전하는 것이 으뜸가는 기조라고 할 수 있다.전북대 강준만 교수의 ‘인물과 사상’에 쌍벽할 비평지가 될 것이라는 성급한 예측마저 나오고 있다.격월간으로 11월말경에 창간될 이 비평지는 진씨를 비롯해 시인 김정란씨,재불평론가 홍세화씨,그리고 자유기고가 김규항씨등이 편집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진씨는 “각자 성향이 조금씩 다른 점이큰 매력일 수 있다”며 초창기에는 4인체제로 꾸려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아웃사이더’는 일단 현실정치에 비판의 칼날을 들이대는 것으로 시작하여 우리사회의 일상적 문제,즉 권위주의,비합리주의,파시즘 등에 대해서도시선을 놓치지 않을 방침이다.“비판은 하되 공격 일변도보다는 생산적 대안모색도 병행하겠다”는 것이 진씨의 설명이다.대학에서 미학을 전공한 진씨가 사회·예술비평에 눈을 돌리기 시작한 것은 외국생활이 한 동기가 된듯하다.“‘라인강의 기적’을 이룩한 독일에서는 당시 집권자인 아데나워 수상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습니다.그런데 한국에서는 유독 경제건설을 마치 박정희 개인의 업적인양 미화작업을 하고 있습니다.밖에서 보니 ‘문제’라고 느껴집디다” 진씨는 당분간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집필에 전념할 계획이다.비평은 그의 영원한 ‘화두’인듯 했다. 정운현기자 jwh59@
  • [변혁으로서의 문학과 역사](38)한수산’욕망의 거리’

    연행 인사들은 대략 2박3일 내지 4박5일 코스로 전혀 예기치 못했던 혹독한고통을 당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는데,우선 당사자인 한수산은 이렇게 털어놓는다. “나는 공항에서 눈이 가려졌고,신원을 알 수 없는 세 명의 건장한 사내들에게 양팔과 허리를 ‘달랑 들려져’ 차에 태워졌고,우박처럼 쏟아지는 폭행속에서 승용차 재떨이에 이마를 처박힌 채 어디론가 끌려갔다.거기서의 며칠 몇 밤을 이제와서 떠올릴 분노조차 나는 가지고 있지않다.도구만은 기억한다.찢기고 부서져 가는 내 알몸 위로 쏟아지던 몽둥이,물,전기,주먹과 발길,매어달림….”(신동아 1987.12)작가에게 시종 추궁한 것은 ”현 정부에 대하여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느냐?“는 것이었던 데 비하여 정규웅부장에게는 더 한층 가혹했다.수사관은 정부장을 작가 한수산의 배후 조종인물로 설정하고 그 틀에 맞추려는 낌새였다.어느 필화나 그랬듯이 그 구성요건은 필자 한 사람만의 책임이 아니라 배후 조종인물을 가상하고 있다.말하자면 정부장은 반정부적 시각을 가지고 자신이책임지고 있는 신문지상을 통해 한수산으로 하여금 반정부 사상을 사주했다는 식이었다.여기서 끝나면 오히려 간단하다.존재하지도 않는 정부장의 배후 조종세력이 누구인가를 밝혀내는 것은 여간 어렵지 않을 테고 그 난이도에비례해서 매타작은 더 더욱 심해지기 련이다. 과연 위에 인용한 구절 때문에 이들은 고문을 당해야만 했는지,국가와 사회에 위해를 끼쳤는지에 대한 해답은 곧 필화사건은 원천적으로 불필요하다는인식으로 이어질 것이다. 이 사건으로 가장 억울했던 인사로는 박정만 시인을 꼽는다.고려원 출판사편집부장으로 작가 한수산을 몇 번 만났다는 사실 때문에 연행된 박시인에게 가해진 고문은 간첩 불고지죄 정도에 해당하는 가혹한 체벌이었다.시인은‘저 쓰라린 세월’이란 시집 ‘후기’에서 ”나를 죽인 것은 5월의 그날이다…광주사태로 민심은 소란하고 힘을 결집할 곳이 없었다.그런데 왜 가십란에도 못 오르는 뭇매가 나를 때리는가.적어도 나는 건강하게 살려고 했던 이 땅의 보통사람에 불과했다”면서 고문의 고통을 시로 읊었다. ”펄펄 끓는 물솥에수건을 적셔/내 몸의 어혈 위에 찜질도 하고…/탕기에선 한밤내 부글부글/죽은이들 끓는 소리/절명하라,절명하라,절명하라/이를 갈다 이를 갈다/가슴도 부글부글 소리를 내고…/분노도 피딱지도 약에 녹아/하나 되고”작가 한수산은 “전화번호부 두께의 책으로 만들 수 있을 것 같다”는 다양한 “고문으로 인한 육체적 고통보다는 인간에 대한 혐오감 극복이 더 힘들었습니다”라고 이 사건을 회고했다. 그는 고문 후유증으로 가끔의 폭음과 10여일씩 자취를 감추는 기행을 저지르다가 1988년 9월 일본으로 떠났다.한수산은 이해 5월 28일 교보문고의 ‘작가와의 대화’에서 “일체의 연재를 중단함과 아울러 TV와 영화에 의해 자신의 작품이 영상화되는 것을 허락하지 않으며,어떤 매스컴에도 얼굴을 내놓지 않겠다는 작가로서는 매우 의미심장한 선언”(이문재의 글)을 한 바 있다. 시인 박정만은 어땠을까.고문 이후 그는 심한 육체적·정신적 공허감으로 삶의 보금자리를 잃은 데다 병마까지 겹쳐 1988년 10월 2일 타계했는데,누구도 박정만 시인은 고문 후유증으로 일찍 세상을 떠났다는 사실을 의심하지 않았다. 소설 ‘욕망의 거리’는 80년 5월의 군부독재가 남긴 가장 비인간적인 필화사건의 한 전범으로 남을 만하다. 任軒永 문학평론가
  • [현상과 전망 21세기 미술](9) 터너의 부활 영국미술 이끈다

    오늘날 영국 현대미술의 파워는 가히 압도적이다.80년대 후반 런던의 골드스미스 재학생들로 이루어진 프리즈전 이래 소위 YBA(Young British Artist)로 불리는 영국의 20대 후반 30여 작가들의 도약은 당시로서는 가히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것이었다. 이러한 도약은 영국의 문화산업에 대한 다각적인 노력과 보이지 않는 여러요소들이 상호 교차하면서 이루어 낸 문화 정책적 산물이다. 사실 영국은 18세기까지는 특별히 기억할 만한 화가들을 배출하지 못했다. 다만 한사람의 예외가 있었는데 그가 바로 ‘색으로 물든 증기’라고 불렸던 서구미술사상 가장 위대한 색채화가라 할 수 있는 터너(J.M.W.Tuner 1775-1851)였다. 18세기의 터너가 20세기 후반 터미네이터처럼 부활해서 영국의 현대미술을이끌고 있다.1984년 테이트갤러리에서 시작된 터너미술상은 새로운 예술의후원자들(PNA)에 의해 시작되었다.영국의 젊은 작가들을 선정해서 수상하는방식으로 진행되는 이 전시회는 전통의 틀로부터 영국의 젊은 미술인들을 해방시켜 놓은 셈이다.그리고 해방된 젊은이들은 불과 15년만에 성장하여 세계미술현장의 주역으로 자라났다. 매년 10월 또는 11월에 시작되는 이 터너상은 영국현대미술의 일년을 결산하는 의미를 가진다.일년동안 참신한 가운데 괄목할 만한 활동을 펼친 작가들을 추천위원들이 추천하고,이들을 대상으로 심사하여 4∼5명의 작가로 축약한 다음 이들의 작품을 테이트갤러리에서 전시한다.이 전시회를 통해 한사람의 터너상 수상작가를 선정하게 된다. 대중적으로는 마치 미술계의 ‘가요대상’처럼 여겨지기도 하는 이 터너상은 일반인들에게는 현대미술에 대한 호기심과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계기가되기도 하며,젊은 예술가들에게는 도전하고 싶은 욕망을 자극함으로써 창작의욕을 고취시키고 있기도 하다.더욱이 1990년부터는 영국의 텔레비전 채널4가 이를 후원하고,전시개막·시상식 등을 중계하면서 미술가를 대중적인 스타로까지 부상시킴으로써 현대미술의 높은 담을 헐어냈다.그결과 팝 스타 ‘스파이스 걸스’와 작가 더글라스 고든은 영국내에서 모두 동등한 대중적인스타로 대접받는다. 터너는 이같이 영국현대미술의 대부로 다시 생환하고 있다.올해의 터너상선정을 위한 전시회는 10월20일 개막하여 내년 1월23일까지 이어지며 터너상 후보로는 트레이시 에민,스티브 맥퀸,스티븐 피핀,쟌&루이스 윌슨등이 올라와 있다.터너상 발표는 11월30일 테이트갤러리에서 있을 예정이다.올해도 새로운 스타 탄생,아니 스타 만들기는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다. 정준모 (미술평론가·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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