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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북인권특사 후보 대부분 ‘매파’

    |워싱턴 이도운특파원|북한 붕괴론자인 니컬러스 에버스타트 미국기업연구소(A EI) 선임연구원이 결국 북한인권특사 후보로 선정됐다. 북한인권 관련단체의 연합체인 ‘북한자유연합(NKFC)’은 22일(현지시간) 조지 W 부시 대통령에게 6명의 북한인권특사 후보를 추천했다. 추천된 인사는 에버스타트 외에 제임스 릴리 전 주한·주중 대사, 수전 숄티 디펜스포럼 회장, 인권변호사 출신인 잭 렌들러 북한인권위원회 의장, 국방부 아·태지역 부국장을 지낸 척 다운스 정치평론가, 유대계 인권단체 사이먼 위젠털의 에이브러햄 쿠퍼 부대표 등이다. 숄티 회장은 이날 주미 중국대사관 앞에서 탈북자의 북한 송환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인 뒤 한국 특파원들과 만나 “부시 대통령이 대사 경력을 중시한다면 릴리 전 대사를, 국제 인권단체들과의 연대를 중시한다면 렌들러 회장을 임명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숄티는 “내년 초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 내정자가 의회의 인준 절차를 통과하는 대로 북한인권특사를 임명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북한자유연합과는 별도로 의회도 상원 외교위원회를 중심으로 북한인권특사 후보를 추천할 계획이다. 북한자유연합이 추천한 특사 후보들의 면면을 보면 외교관 출신인 릴리 전 대사를 제외한 나머지 후보가 모두 대북 ‘강경론자’들이다. 에버스타트 연구원은 이달 초 네오콘(신보수주의자)의 기관지 위클리 스탠더드에 ‘북한의 독재자를 무너뜨려라’라는 글을 기고할 정도로 북한체제를 혐오한다. 한반도 전문가인 에버스타트는 북한 핵 문제의 6가지 시나리오를 통해 북한의 붕괴 가능성을 제시한 적도 있다. 숄티가 운영하는 디펜스포럼은 황장엽씨의 방미를 성사시킨 기관이다. 숄티는 6명의 후보 가운데 한국인 운동가 및 탈북자들과 가장 밀접한 관계를 유지해 오고 있다. 그녀는 한국인 대학생을 중심으로 구성된 북한인권단체 ‘LiNK’와도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미네소타주 인권변호사회 사무총장 출신인 렌들러는 90년대부터 러시아를 배회하는 벌목공 출신 탈북자들의 인권문제를 제기해 왔다. ‘북한의 협상전략’이라는 책을 출간한 척 다운스는 북한정권의 ‘벼랑 끝 전술’을 줄기차게 비판해 왔으며, 유대교 랍비인 쿠퍼는 이달 초 “북한이 정치범을 독가스로 처형하고 대량살상무기 시험을 위한 생체실험에 이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dawn@seoul.co.kr
  • [24일 TV 하이라이트]

    ●진실게임(SBS 오후 7시5분) 가짜 쌍둥이를 찾아라!똑같은 외모에 어리벙벙한 것까지 닮은 어리벙벙 쌍둥이, 상큼한 외모에 깜찍한 말투의 미녀 쌍둥이, 때로는 연인, 때로는 친구같은 가을동화 쌍둥이, 재치와 입담을 자랑하는 숯불갈비 쌍둥이. 네 쌍 중에서 세 쌍은 진짜 쌍둥이고 한 쌍은 쌍둥이보다 더 닮은 남남이다. ●언론과의 대화(YTN 오후 3시15분) 한류의 현황을 정확히 짚어보고 한류열풍을 지속시키기 위한 문화계와 정부의 방안을 모색해 본다. 정동채 문화부장관 그리고 중국에 한류붐을 일으킨 배우 안재욱씨 , 문화평론가 김종휘씨가 현재 동남아는 물론 일본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는 한류열풍을 진단해 본다. ●일과 사람들(EBS 오전 7시10분) 광고의 아름다움을 책임지는 광고디자이너. 인쇄광고, 영상, 라디오CM 등 모든 매체의 광고를 디자인하여 제품이 소비자에게 효과적으로 전달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이들의 임무이다. 광고를 감각적, 시각적으로 확실하게 어필할 수 있도록 디자인하는 광고디자이너의 세계를 알아본다. ●바티칸의 크리스마스 천상의 하모니(iTV 오후 10시15분) 팝 계의 최고봉 브라이언 아담스, 천상의 목소리로 잘 알려진 사라 브라이트만, 파워풀한 보컬과 무대매너로 관중을 압도하는 톰 존스, 혼성 4인조 재즈 보컬 그룹 맨하탄 트랜스퍼 등 세계적으로 유명한 뮤지션들의 바티칸 크리스마스 공연 실황이 펼쳐진다. ●빙점(MBC 오전 9시) 소영이 콩쿠르 대회에 참가하지 못한 사실이 윤희 때문임을 알게 된 진숙은 이를 윤희에게 따진다. 이때 태훈이 들어와서는 모든 사실을 듣게 되고 이 때문에 윤희와 옥신각신한다. 잠시 후 태훈은 병원 일로 집을 나서다 자신에게 소영을 부탁하는 진숙에게 묘한 기분을 느낀다. ●사랑과 전쟁(KBS2 오후 11시5분) 집과 병원만 오가던 산부인과 의사 명훈은 우연한 기회에 ‘살사’에 빠져든다. 아내 몰래 동호회 활동을 해오던 명훈은 자신이 다니던 살사바의 사정이 어려워지자 병원을 처분하고 그 가게를 인수한다. 남편이 상의도 없이 병원을 그만둔 것을 알게 된 은영은 이혼을 신청한다. ●금쪽같은 내새끼(KBS1 오후 8시25분) 법률적인 문제까지 거론하며 아기만 보게 해 달라는 경아의 속셈이 무엇인지 모두들 걱정스러워하고, 성애는 사무실 직원들을 동원해 혹시 모르는 경아의 배후를 조사한다. 진국의 새로운 사업에 투자자가 나타나고, 뇌수술을 끝내고 사무실에 합류하기로 한 영란이 드디어 귀국한다.
  • ‘비극의 역사’ 영화로 만든다

    ‘실미도’와 ‘역도산’. 올해 한국영화의 시작과 끝을 장식한 대작들이다. 근현대사와 실존 인물을 다룬 영화들이 유독 많았던 올 영화계 트렌드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예다.‘실미도’를 제외하고 대다수 영화들이 비평과 흥행에서 기대에 못미치는 성과를 거뒀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기류는 꺾일 줄 모른다. 당장 내년에만 근현대사의 비극과 실존 인물을 소재로 한 영화가 열대여섯편에 이를 전망. 노근리 사건,10·26,5·18, 삼청교육대, 언론통폐합 등 다뤄지는 과거사도 다양하다. 영화계가 가장 관심을 보이는 현대사는 5·18민주화운동. 현재 3편의 영화가 동시에 기획 중이다.‘이재수의 난’ ‘전태일’ 등을 제작했던 기획시대는 당시 시민군의 대변인이자 지도부 홍보부장이었던 고 윤상원씨를 주인공으로 한 영화를 준비 중이고, 호엔터테인먼트는 광주항쟁 당시 시민 자치의 유토피아를 다룬 ‘광주’를 제작하고 있다.5·18기념재단에서도 제작비 100억원의 블록버스터급 영화를 추진 중이다. 80년대 삼청교육대를 정면으로 다룬 영화도 나온다. 엔이오엔터테인먼트가 제작하는 ‘삼청교육대’는 순화교육이라는 미명 아래 자행됐던 인권유린의 현장을 고발하는 영화.‘테러리스트’ ‘김의 전쟁’을 연출한 김영빈 감독이 메가폰을 잡는다. 강철웅 대표는 “삼청교육대의 실상을 본격적으로 다룬 첫 영화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 7월 개봉 예정이다. 이밖에도 80년 언론통폐합을 다룬 ‘TBC가족여러분, 안녕하세요’(제작사 마술피리),88년 탈옥수 지강헌의 인질극을 소재로 한 김의석 감독의 ‘홀리데이’(현진시네마),75년 최초의 연쇄살인범 김대두를 극화한 ‘살인마 김대두’(필마픽쳐스),70년대 중반 무등산 빈민들의 영웅으로 알려진 박흥숙을 다룬 ‘무등산 타잔, 박흥숙’(백상시네마), 일본의 진주만 공습계획을 미리 알아낸 한국인 최초의 이중 첩보원 한길수의 이야기 ‘파일명 Haan’(트라이엄프픽쳐스) 등이 촬영 중이거나 기획 단계에 있다. 최근 10·26사건을 블랙코미디식으로 그린 영화 ‘그때 그사람들’의 촬영을 마친 강제규&명필름은 한국전쟁 당시 미군의 민간인 학살을 폭로하는 ‘노근리 다리’와 일제시대 공산주의 혁명가 김산의 일대기인 ‘아리랑’까지 일련의 근현대사 영화 흐름을 주도하고 있다. 심재명 대표는 “우리 현대사는 세계 어느 나라보다 격렬하고, 드라마틱하다는 점에서 늘 영화 창작자들의 관심권안에 있었다.”면서 “검열에서 자유로워졌고, 관객들의 기대치도 높아지면서 한국 영화가 과거 금기시됐던 소재들을 다루는 데 자신감을 갖게 됐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이같은 흐름의 배경에는 무엇보다 ‘실미도’와 ‘태극기휘날리며’의 흥행 여파를 무시할 수 없다. 영화평론가 전찬일씨는 “과거의 잊혀진 근현대사가 관객에게 사랑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실미도’가 입증한 셈”이라면서 “새로운 유형의 영화들이 좋은 반응을 얻으면 아무래도 트렌드를 따라가려는 경향이 큰 만큼 당분간 한국 영화계에서 근현대사물과 실존 인물 영화붐은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한국문학상’ 정공채 시인등 3명

    한국문인협회(이사장 신세훈)가 주관하는 제41회 한국문학상 수상자로 시인 정공채, 소설가 손영목, 아동문학가 이재철 씨가 22일 선정됐다. 수상작은 정씨의 시집 ‘새로운 우수’, 손씨의 소설집 ‘유년의 환상’, 이씨의 평론집 ‘방정환론’. 시상식은 28일 오후 4시 서울 대학로 흥사단 강당에서 있다.
  • [日 역사교과서 왜곡 실체와 해법은] (중) 역사왜곡, 누가 주도하나

    [日 역사교과서 왜곡 실체와 해법은] (중) 역사왜곡, 누가 주도하나

    ‘새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의 힘은 그들 주장의 논리성이나 합리성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이들에게 역사는 사실이냐 아니냐의 문제가 아니라 일본에게 자부심을 주느냐 못 주느냐의 문제일 뿐이다. 이런 주장이 받아들여질 수 있는 것은 정·재계는 물론 언론계 등에까지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 일본 우익의 뒷받침이 있기에 가능한 것이다. ■ 政·財·言 ‘새역모’ 전방위 지원 한때 1만명의 회원을 자랑했던 ‘새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새역모)은 최근 회원수가 줄고 있다. 해마다 200∼300명씩 떨어져 나가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새역모 주장의 설득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뜻일까. 그것보다는 무관심이 늘었다는 표현이 더 정확하다는 지적이다. 반면 정·재계에 흩어져 있는 ‘새역모’의 배후 지지 세력들은 우익을 중심으로 해마다 성장을 거듭해 왔다. 일반 대중의 무관심에다 집요한 우익의 결집까지 더해지면 결정적인 기회가 만들어질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여기에다 2001년의 패배를 설욕하기 위해 새역모는 더욱 집요해지고 있다. 새역모는 단순한 연구모임이나 단체가 아니다. 역사문제를 다루는 우익 모임으로는 자유주의사관연구회, 일본교육연구소, 역사교과서시정을 요구하는 모임 등이 있다. 이 가운데 가장 두드러지는 조직이 바로 새역모다. 자유주의사관연구회의 회원 대부분은 새역모 회원이다. 자유주의사관연구회는 일본교육연구소와 연결돼 있다. 일본교육연구소의 핵심인물은 전 자민당 중의원 에토 세이이치(衛藤晟一)다. 그는 자민당 역사검토위원회, 밝은일본국회의원연맹, 일본의 앞날과 역사교육을 생각하는 모임 등 우익 국회의원 단체들을 주도하고 있다. 이들이 중앙에서 활동하는 단체라면 실제 교육현장에서 뛰는 조직도 있다.2000년 결성된 ‘교과서개선협의회(개선협)’가 대표적이다. 문화청 장관 출신 미우라 슈몬(三浦朱門)이 관여한 이 조직은 각 지역단체와 연계해 교육위원회에 새역모 교과서를 쓰라고 압력을 넣고 있다. 이들은 역사서술에서 주변국의 이해를 고려하겠다며 1982년에 교과서 검정기준으로 삽입된 ‘근린제국조항’을 빼라는 등의 요구를 55만명의 서명과 함께 문부과학성에 제출했다. 뿐만 아니라 새역모는 정·재계에 광범위한 응원조직을 갖추고 있다. 미요시 도루(三好達) 전 최고재판장관이 97년 결성한 ‘일본회의’가 대표적이다. 평화헌법 개정을 요구하는 ‘일본회의’의 주요인물 가운데는 모모시마 유조(桃鳥有三) 일본청년회의소 대표, 이나바 고사쿠(稻葉興作) 일본상공회의소 회장 등이 눈에 띈다. 일본회의와 연결된 국회의원 간담회 멤버로는 현재 경제산업상인 나카가와 쇼이치(中川昭一), 자민당 간사장 대리 아베 신조(安倍晋三) 등 유력 정치인들을 포함,240여명의 의원이 가입해 있다. 일본회의는 그 아래 헌법연구회·정책연구회·국제위원회 등을 두고 있는데 이 모임들에는 새역모 멤버들이 대거 참가하고 있다. 재계에서는 마루베니, 도쿄미쓰비시공업, 후지쓰, 미쓰비시 종합연구소 등 이름만으로도 쟁쟁한 100여개 이상의 기업이나 기업 관련단체가 새역모를 후원하고 있다. 언론계에는 대표적인 극우신문 산케이를 비롯해 새역모 교과서를 출판하는 후소샤(扶桑社)를 계열사로 둔 요미우리신문도 새역모 주장에 동조하고 있다. 종교계의 ‘원시복음·그리스도의 막사’라는 천황주의 단체도 지원세력. 이들의 전방위적인 지원을 등에 업은 새역모는 자체 구성 멤버도 탄탄하다. 한일합방은 한국인이 원했다고 주장하는 평론가 니시오 간지(西尾幹二)가 명예회장으로 있다. 다쿠쇼쿠대 교수인 후지오카 노부카쓰(藤岡信勝)·우에하라 다카시(上原卓) 같은 학계인사는 물론 우치다 사토시(內田智)·다카이케 가쓰히코(高池勝彦) 변호사 같은 법조인, 평론가로 활동하고 있는 엔도 고이치(遠藤浩一)·이치다 히로미(市田ひろみ) 등 다양한 인물들로 구성돼 있다. 일본 우익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인물은 역시 이시하라 신타로(石原愼太郞) 도쿄도지사다. 공식적으로는 어느 단체에도 속하지 않았지만 매스컴에서 떠들썩하게 취급하는 그의 발언은 일본 우익의 심중을 대변한다. 특히 주목되는 점은 도쿄도가 내년 4월 개교할 첫 도립 중고일관교인 하쿠오(白鷗)고교 부속중학교에 새역모 교과서를 쓰기로 지난 8월 결정했다는 점이다. 중·고등학교 교육과정을 합친 ‘중고일관교’라는 개념 자체가 일제시대 명문학교 교육과정에서 따온 데다 왜곡교과서까지 채택한 것이다. 반면 일본 우익의 이런 전방위 공세에 대항할 시민사회단체들의 힘은 차츰 약화되고 있다. 아시아평화와 역사교육연대 양미강 상임공동운영위원장은 “세대교체가 이뤄지지 않아 조직의 활력이 떨어지는 데다 북한의 일본인 납치 문제가 이슈로 부상하면서 일본 우익이 시민단체에 붙인 ‘친북적’이라는 딱지가 장애물이 됐다.”고 전했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민족·국가 초월성 집착 韓우익, 日우익 ‘닮은꼴’ 사실 일본의 역사교과서 왜곡보다 더 큰 문제는 일본 우익의 자유주의사관 논리에 대한 우리의 반박논리가 제대로 갖춰져 있지 못하다는 데 있다. 외려 ‘대한민국의 정체성’이라는 이름으로 일본 우익식 논리에 푹 젖어 있는 게 현실이다. 공주대 지수걸 교수는 “일본 우익의 특징은 국가·민족의 초월성이나 신성성에 대한 집착”이라면서 “그런 점에서 유구한 민족을 강조하는 우리도 일본과 별로 다르지 않다.”고 지적한다. 일본은 ‘일본사’를 공부하는 데 반해 우리는 ‘국사’를 공부한다는 점도 시사적이다. 지 교수는 특히 대한민국 수도는 서울이어야 한다는 식의 역사정통론적인 시각은 더 치명적이라고 지적했다. 일본 우익도 한국역사교과서의 이런 부분을 집중적으로 부각하며 반격하고 있다. 여기에다 우리에게는 색깔론도 걸림돌이다. 지난 5월 금성출판사의 고등학교 ‘한국 근·현대사’가 친북·반미라는 한나라당 권철현 의원의 주장이 대표적이다.‘반공적이다’‘천박하다’는 비판도 있었다. 하지만 금성출판사 교과서를 ‘민중사관’이라 몰아세우는 한국 우익들의 논리는 자학사관을 코민테른사관이라 비난하는 일본 우익과 다를 바 없었다. 현 집권세력을 수구좌파로 규정하는 자유주의연대는 아예 창립선언문에 자학사관을 버리자는 일본 우익식 주장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특히 자유의 한계와 책임에 대한 논의를 무조건 좌파라고 몰아붙이는 우리네 우익과 주변국들의 역사교과서에 대한 문제 제기에 대해 ‘내정간섭’이라며 반발하는 일본 우익은 닮았다. 재미있는 점은 문제가 된 금성교과서의 대표 집필자였던 한국교원대 김한종 교수는 일본 역사교과서 왜곡 문제를 심층적으로 파고든 연구자였다는 사실이다. 일본 우익과 한국의 반공·우익이 묘하게 만나는 한 단면이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日우익 자유주의 사관 ‘새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새역모)에 집약된 일본 우익의 역사인식은 ‘자유주의 사관’이라 칭해진다.‘수정주의’라는 용어도 쓰지만 단순히 ‘고친다’는 의미로만 비춰질 수 있어 자유주의라는 말을 쓴다. 이는 기존 역사서술이 좌파적 시각에서 비롯된 ‘자학사관(自虐史觀)’이라는 비판에서 출발하는 것과도 관련 있다. 91년부터 자학사관을 비판하고 나선 새역모의 핵(核) 도쿄대 후지오카 노부카쓰(藤岡信勝) 교수는 자유주의 사관을 ‘사관(史觀)의 자유주의’로 정의하고 있다. 역사를 보는 데는 다양한 관점이 있을 수 있고, 이 다양한 관점을 억누르지 말고 공개적으로 토론해 보자는 논리다. 언뜻 19세기식의 낭만적 자유주의의 색채가 묻어나는 이런 주장은 역사서술에 대한 ‘책임’을 굳이 지지 않겠다는 의지가 녹아 있다. 기존 사관에 대해서는 마르크시즘, 다시 말해 소련의 국익이라는 관점에서 서술됐다는 ‘빨간칠’도 빼놓지 않는다. 이 때문에 자학사관은 ‘코민테른사관’이라고도 불린다. 후지오카 교수는 ‘오욕의 근현대사’라는 글에서 자유주의 사관의 핵심 테마로 5가지를 제시했다.▲메이지유신(明治維新)은 위대한 민족주의 혁명이다 ▲일본의 근대화는 위로부터가 아니라 아래로부터의 근대화다 ▲러시아의 위협이 없었다면 군사대국화로 가지 않았을 것이다 ▲대동아 전쟁은 전략적인 선택의 오류에 지나지 않는다 ▲전쟁에 대해 무조건 선과 악의 이분법으로만 평가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일본은 서구제국의 침략에 대한 방어막이었고 동아시아 국가들의 근대화에 도움을 줬다는 대동아공영권의 또 다른 표현이다. 후지오카식 주장은 관점의 자유에서 ‘사실에 대한 자유’라는 반역사학적인 단계로까지 확대된다. 난징대학살이나 강제동원, 위안부 문제 등에 대해 ‘그 시대 전쟁 중에 흔히 있었던 일로 일본만 지나치게 가혹했다고 볼 수는 없다.’는 불만 섞인 투덜거림에서 아예 ‘그런 사실이 존재하지 않았다.’는 거짓 주장으로까지 발전한다. 이는 곧 역사교과서에서 관련 서술을 빼야 한다는 논리로 옮아간다. 올해 1월 일본 우익을 분노케 했던 대입시험 문제가 단적인 예다. 세계사 문제에서 정답으로 2차대전기간 동안 일본에 의한 강제연행이 있었다는 문항이 제시된 것. 우익세력은 문제 자체를 아예 무효화하자고 요구했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정부지원 무용제 운영방식 혁신을”

    무용계의 내로라하는 평론가들이 정부의 관여 아래 진행되는 각종 무용제에 제동을 걸고 나서 주목된다. 한국춤평론가회(회장 이종호)는 21일 정부가 지원하는 무용제의 운영주체와 운영 방식을 혁신할 것을 문화관광부와 문예진흥원에 촉구했다. 춤평론가회는 성명에서 “전액을 정부가 지원하는 행사인 한국무용협회 주최의 서울무용제 및 전국무용제가 본래 취지를 잃고 있다.”며 이에 관한 공청회의 공동개최를 정부에 제안했다. 이어 문화부와 문예진흥원, 서울시가 국립극장, 문예진흥원 예술극장, 대학로의 새 중형극장과 명동국립극장, 세종문화회관의 특성화와 함께 극장간 연계방안에 대해 공연예술계의 여론을 수렴하고 효율적인 극장정책을 수립할 것을 요구했다. 춤평론가회는 이와 함께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전국 각 지역에 춤 전용극장을 마련해야 하며, 공교육과정에 춤 교과를 통합해 예술교과의 정규과목으로 채택하고, 교육대에 공연예술 관련 학과를 신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춤평론가회는 “2000년 이후 서울시무용단을 비롯해 전국 공립무용단에 설치된 노조가 본래 취지를 벗어나 해당 단체내 무사안일과 예술성 저하를 심화시키고 있다.”면서 “정부와 감독기관에 대해 공립무용단 노조의 합리적 위상을 주제로 한 공청회를 공동개최할 것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마니아] 인터넷 ‘한 장 잡지’ 스타 작가 2인

    [마니아] 인터넷 ‘한 장 잡지’ 스타 작가 2인

    국내 인터넷 이용자 수가 3000만명에 육박하고 블로그, 미니홈피 등 개인미디어가 크게 발전하면서 상당수의 고정 방문객을 확보한 ‘인터넷 스타’들이 탄생하고 있다. 이들은 전문가는 아니지만 개인미디어의 장점을 활용해 소설·시 등 문학작품에 대한 자유로운 평론을 펼치거나 일러스트·음악·만화·여행·연예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의견을 표출하고 있다. 인터넷 싸이월드에서 ‘한 장짜리 잡지’를 발행하는 오형석(34·회사원), 김은정(26·프리랜서)씨도 아마추어 스타 작가다. 이들은 틈틈이 관심 분야에 대한 ‘잡지’를 발행해 각각 7500∼8000명의 고정독자를 확보하고 있다. ■”로모덕에 떴습니다 “ ‘KGB 카메라’ 광 오형석씨 500여명의 고정독자를 확보하고 있는 오형석 씨는 ‘로모’라는 카메라를 이용해 자신이 직접 찍은 사진에 감성을 담은 짤막한 글을 실은 ‘드라마틱 로모 라이프’라는 ‘한 장 잡지’로 인기를 모으고 있다.(paper.cyworld.com/lomography) 로모(lomo)는 옛 소련의 정보기관인 KGB가 첩보용으로 개발했다고 알려져 ‘KGB카메라’로 더 유명한 카메라의 한 종류. 로모는 가운데는 밝고 테두리 쪽은 어두워지는 터널효과가 자연적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일반인들도 예술 사진 흉내를 내기에 좋다. 수동카메라의 재미를 아는 마니아들을 중심으로 ‘로모족’이란 신조어까지 나올 만큼 인기를 끌고 있다. 오씨는 이같은 35㎜ 로모 카메라로 일반 사진기로는 흉내낼 수 없는 아름다운 장면들을 찍어내고 있다. 사실 오씨는 지난 2001년 로모를 처음 접하기 전까지 사진에 대해서는 문외한이었다. “아마 그때가 디지털 카메라 붐이 일던 때였을 겁니다. 저도 어떤 것을 구입할까 한참 고민하다가 우연히 로모에 관한 글을 보게 됐어요. 기능 설명이나 사용방법 등 어려운 것은 다 제쳐두고 우선 ‘KGB카메라’라는 게 흥미로웠죠. 그래서 아무 생각없이 로모를 구입했습니다.” 로모를 접하게 된 과정만큼이나 ‘한 장 잡지’를 발행하게 된 것도 우연에 가깝다. “인터넷에서 로모 관련 클럽을 운영하다가 우연찮게 싸이월드를 시작했고 이곳에 사진들을 하나 둘 올리다 보니 자연스럽게 고정 팬들이 생기더라고요. 고정 팬들을 위해 비정기적으로 하나둘 올리던 사진 때문에 결국 이렇게 고정적으로 잡지까지 발행하게 됐어요.” 주 5회 발행횟수를 지키려고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오씨는 잡지를 한 번 발행할 때마다 대글 공세에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대글, 쪽지, 메일 등 많게는 70∼80건이 몰려들어요. 그때마다 하나하나 답해주고 설명도 해주고 그래요. 로모 자체가 생소한 분들도 의외로 많더라고요.” 지난 10월부터 잡지 발행을 시작한 오씨는 12월16일 현재 54호를 발행했다. 오씨의 ‘한 장 잡지’에는 개설 두 달만에 13만여명이 방문했으며, 콘텐츠를 자신의 미니홈피로 담아간 스크랩 수도 4000건을 넘어서고 있다.‘한 장 잡지’를 보기 위해 정기구독을 신청하는 사람도 꾸준히 늘고 있다. 회사에서 의류 관련 마케팅 업무를 담당하는 오씨는 남들보다 일찍 출근해 오전 7시20분쯤 그 날의 ‘한 장 잡지’를 발행한다. 이른 시간이지만 그 시간에도 독자들이 곧바로 반응을 보여 인기를 실감할 수 있다고 한다. “처음에는 아내가 이해를 잘 못했어요. 쉬는 날마다 사진 찍고 인터넷만 들여다 보고 있으니 화가 날만 하죠. 하지만 지금은 독자들의 반응을 보고 오히려 격려해 주고 있습니다.” 김기용기자 kiyong@seoul.co.kr ■” 꿈같은 얘기 붓으로 전해요” 일러스트레이터 김은정씨 ‘한장 잡지’의 인기 작가 김은정씨는 ‘조이의 달콤한 환상’(paper.cyworld.com/joyillust)이라는 제목으로 잡지를 발행하고 있다. 프리랜서 일러스트레이터인 김씨는 ‘한 장 잡지’를 통해 주로 동화적 느낌을 주면서 귀엽고 깜찍한 일러스트를 많이 그리고 있다. “제 그림을 좋아하고 정기적으로 봐주는 사람이 8000여명이나 된다는 사실이 신기해요. 사실 저는 그동안 제 작품이 스타일 없이 제멋대로 그려진 낙서 수준이라고 생각했거든요. 딱히 확인받을 곳도 없었고요. 그래서 작품에 대해 자신이 별로 없었어요.” 김씨는 지금까지 거의 동화 일러스트만 그렸지만 ‘한 장 잡지’를 발행한 후로는 자신의 작품을 마음에 들어하는 몇몇 곳에서 다른 일러스트 의뢰도 들어온다고 밝혔다. “자신감을 가질 수 있게 된 것이 가장 큰 소득인 것 같아요. 친구 때문에 시작하게 된 인터넷 활동이 저에게 이렇게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는 꿈에도 생각 못했습니다.” 사실 김씨는 친구의 미니홈피에 들락날락하다가 지난해 6월부터 비로소 싸이월드를 시작하게 됐다. 블로그, 미니홈피 등 개인미디어를 잘 활용하는 다른 사람들에 비해 비교적 늦은 출발이었다. 튼실한 콘텐츠로 고정 방문객을 확보해 오던 김씨는 올 10월부터 ‘한 장 잡지’ 발행을 시작해 17일 현재 33호까지 냈다. 김씨가 ‘한 장 잡지’에 푹 빠진 또 다른 이유는 자신의 그림에 대해 자신이 모르는 다수의 사람들이 평가해주고 조언해 준다는 데 있다. “작품의 질을 높이는 데 큰 도움이 되고 있어요. 제 일러스트 작품은 전문 미술작품이 아니기 때문에 어렵거나 복잡하면 안 되거든요. 평범한 사람들이 한 번보고 감동을 느낄 수 있어야 하는데 ‘한 장 잡지’를 구독하는 분들이 그 척도 역할을 해주고 있죠.” 김씨는 최근 인기를 실감했다고 한다. 개인적인 일로 시간이 부족해 작품을 새로 그리지 못해서 예전에 그려뒀던 작품을 잡지에 사용했다. 그런데 독자들이 그림만 보고서도 그 사실을 알아버린 것이다. “작품에 대해 애정을 갖고 지켜보면 최근에 그린 것인지 과거에 그렸던 것인지 다 알 수 있거든요. 제 독자들이 이렇게까지 저와 작품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다는 것에 대해 놀랐습니다. 그리고 ‘이제 절대 함부로 그릴 수 없겠구나.’라고 생각했어요.” 김씨는 보통 1주일에 두 번 정도 ‘한 장 잡지’를 발행하는데, 팬이 많아져 ‘더 많이 그려달라.’는 종용도 받고 있다. 일부에서는 책으로 출간하라는 요청도 받고 있다고 한다. “결과는 나중에 생각하고 일단 지금 하고 있는 모든 일에 최선을 다 할 생각입니다. 일러스트레이터로서 제 일에도 최선을 다하고 또 ‘한 장 잡지’도 꾸준히 발행해 독자들을 실망시키는 일이 없도록 해야죠.” 김기용기자 kiyong@seoul.co.kr
  • [어떻게 지내세요] 화가 천경자

    [어떻게 지내세요] 화가 천경자

    색채의 마술사이자 최고의 여류화가인 천경자씨. 국내 화단에서조차 그의 근황을 확실히 아는 사람이 거의 없다.1998년 국내의 모든 ‘짐’을 정리하고 훌쩍 미국으로 떠났다는 것 외에는. 서울시립미술관 남서울분관(사당동)에서는 지난달 9일부터 ‘천경자 특별전’이 열리고 있다. 천 화백이 미국으로 떠나면서 서울시에 기증한 93점 중 대표적인 소장품 43점을 재구성했다. 전시 기간은 내년 2월10일까지. 미술관 관계자는 “평일에는 300여명, 휴일에는 500여명의 관람객이 찾을 정도로 최고의 화가임을 보여주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천 화백의 근황을 알고 싶어도 속시원한 대답을 듣지 못한 채 안타깝게 발길을 돌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수소문 끝에 천 화백의 가족과 연락이 닿았다. 천 화백은 현재 뉴욕에 사는 큰딸 이혜선씨 집에서 투병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워싱턴에 살고 있는 천 화백의 둘째 딸 김정희 교수는 최근 본지 워싱턴 특파원과의 전화통화에서 “어머니는 몸이 많이 편찮으셔서 뉴욕에 계시다. 한달 전에 뉴욕에 가서 어머니를 뵈었다. 많이 쇠약하시다.”고 밝혔다. 천 화백이 자신의 인생이나 예술에 대해서 아무 말씀이 없었느냐고 묻자 “중환중이어서 그런 말씀을 하실 여력이 없다.”며 더이상 언급하기를 꺼려했다. 국내 지인들도 이같은 상황을 간접적으로 전한다. 이번 전시를 돕고 있는 한 지인은 “실어증이기 때문에 사람을 알아보기도 하고, 못 알아보기도 하는 상태인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미술평론가 L씨는 “천 화백의 큰딸과 절친한 친구가 국내에 살고 있어 (천 화백에 대해)간접적으로 전해듣고 있다.”면서 “치매로 투병 중인 것으로 안다.”고 했다. 하지만 가족들은 외부에 노출되는 것을 극도로 꺼리고 있다고 귀띔했다. 천 화백은 1924년 11월11일 생으로 내년에 81세가 된다. 천 화백을 아끼는 많은 국내 팬들이 다시 붓을 든 그의 모습을 기대하고 있다. 김문기자 km@seoul.co.kr ‘어떻게 지내세요’ 는 독자와 함께 합니다. 각계 명사는 물론 한때 스타였던 인물, 화제를 뿌렸던 사건 속 주인공들의 근황과 살아가는 이야기를 생생하게 전합니다. 독자 여러분들의 추천과 참여를 기대합니다. (연락처 : km@seoul.co.kr)
  • [시네 드라이브] 알고보면 속빈 ‘한국영화 붐’

    ‘1000만 관객시대 돌입,3대 국제영화제 석권,60%에 육박하는 한국영화 점유율.’ 올 한해 우리 영화계가 거둔 수확이다. 이 정도면 어디에 내놔도 자랑할 만한 성적표다. 그런데 백분위점수다 표준점수다 해서 성적표에 찍힌 수치만으로는 도무지 내 위치를 가늠할 수 없는 수능 점수처럼 한국영화산업의 건전성도 겉으로 드러난 화려한 외형만으로 지레짐작했다간 큰코 다치기 쉽다. 영화 제작·투자사인 아이엠픽쳐스가 최근 발표한 ‘2004 영화시장 분석’은 이같은 ‘외화내빈’의 우려를 단적으로 증명한다. 자료에 따르면 올해 전체 관객은 전년보다 1000만명 이상 늘어난 1억 3000만명. 이 중 한국영화를 본 관객은 7300만명(전년대비 22.5%증가)으로 56%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했다. 관객뿐만 아니라 개봉 편수와 제작비도 늘었다. 올해 개봉한 한국영화는 전년비 11% 증가한 71편이고, 편당 평균 제작비도 42억 1000만원으로 전년보다 13% 늘었다. 하지만 실속을 따져 보면 속 빈 강정이다. 총제작비는 전년비 25% 증가했으나 총매출액은 18% 성장에 그쳤다. 제작비 상승폭을 매출액이 못 따라간 만큼 실질 성장률은 감소한 셈이다. 이에 따라 편당 수익도 3억 4000만원으로 전년비 32%나 감소했고, 국내 매출 기준으로 편당 평균 5억 9000만원의 적자를 봤다. 그나마 해외매출에서 전년비 78%의 성장률을 보인 건 다행스러운 일이다. 영화계 안팎에서도 각성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영화평론가인 강한섭 서울예대 교수는 한 영화전문지에 기고한 글에서 “한국 영화붐은 착시현상에 불과하다.”고 강하게 주장했다. 한국영화의 르네상스 신화가 확대·재생산되는 그 시점에 한쪽에선 비디오시장의 급격한 붕괴와 잘못된 시점에 과잉투자된 자본, 그리고 극장 요금의 덤핑 등으로 영화시장이 왜곡됐다는 지적이다. 영화 관계자들은 내년에도 제작비 80억원 이상의 대작이 크게 늘고, 편당 평균 제작비도 상승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외적인 성장 못지않게 실속을 챙기는 지혜가 절실히 필요할 때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삼성 中내 브랜드가치 1위

    |베이징 오일만특파원| 중국 베이징(北京)대학의 중국내 소비재 브랜드 가치 평가에서 삼성이 1위를 차지했다. 베이징대 브랜드연구실은 이 대학이 발간하는 경영학술지 ‘북대상업평론(北大商業評論)’ 최신호(12월9일자)에서 삼성이 중국의 소비재 브랜드 가운데 가장 높은 가치를 보유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번 조사에서 삼성의 브랜드 가치는 447억위안(약 54억달러)으로 매겨졌고, 하이얼(338억위안)과 노키아(318억위안)가 각각 2,3위에 올랐다. 폴크스바겐 합작사인 상하이다중(上海大衆), 모토롤라,TCL, 제1폴크스겐, 소니, 휼렛패커드, 레노보(롄샹) 등이 뒤를 이었다. 국내기업으로 삼성 외에 LG(39억위안)가 유일하게 48위에 랭크됐다.100대 브랜드 중 중국이 62개(홍콩, 마카오, 타이완 포함), 국제 브랜드가 38개를 차지했다. 베이징대 브랜드연구실은 “삼성이 최근 강력한 브랜드 공세와 기술혁신으로 지속적인 불황을 겪고 있는 IT분야에서 앞서가고 있고 매출과 순익도 급성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평가는 올 1월부터 10월까지 중국내 주요도시 거주자 5만여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와 재무 성과 등을 종합 분석해 이뤄졌다. oilman@seoul.co.kr
  • [뒷골목 맛세상] 인천의 음식특화거리

    [뒷골목 맛세상] 인천의 음식특화거리

    1980년대 초였다.30대 중반으로 나이가 어슷비슷한 문인들 다섯 명이 소문 없이 작은 모임을 만들었다. 한 달에 한 번 번갈아 서로 살고 있는 곳을 찾아가 하루를 지내며 즐겁게 먹고 마시는 모임이었다. 마침 살고 있는 곳이 저마다 달라 찾아다니며 놀기에는 적격이어서, 선인(先人)들이 흔히 즐기던 세족(洗足)의 분위기를 본 뜬 느낌이 없지 않았다. 이제 와서 구태여 면면을 밝히기가 어딘지 모르게 쑥스럽지만, 문학평론가 최원식이 인천에, 소설가 김성동이 대전에, 시인 이동순이 청주에, 시인 이시영이 서울에 그리고 나는 경기도 팔탄의 월문리라는 곳에 거처를 마련하고 있었다. 소문 없는 작은 모임이지만 이름도 없지 않아 명이회(明夷會)였다. 명이는 지혜로운 최원식이 주역의 64괘 중 지화명이(地火明夷)란 괘에서 따온 이름이었는데, 한 마디로 암흑시대를 뜻하는 괘였다. 아니, 암흑시대라기보다는 어떻게 하면 암흑시대를 슬기롭게 살아남을까를 가르치는 괘라고 해도 좋았다. 명이괘는 태양이 지하에 잠겨 암흑이 오는 상(象)이며, 성인(聖人)의 밝은 덕이 지하에 묻히는 상이기도 했다. 또한 암군(暗君)이 위에 있어 지혜로운 현인들이 상하고 해를 입는 암군시대이기도 했다. 그리하여 이 시대에는 어떤 간난노고가 닥치더라도 애오라지 바른 도를 굳게 지켜, 결코 경거망동하는 일이 없기를 가르치고 있었다. 비단 지혜로운 최원식 뿐만 아니라 나머지 네 명에게도, 전두환씨가 대통령이 되어 서슬 푸르게 날뛰던 80년대란, 글을 쓰는 일은 물론 제 정신을 지니고 하루하루 살아내기마저 힘든 암군시대가 분명하였다. 그랬다. 우리뿐만 아니라 이 땅의 지식인들에게는 광주에서의 참혹한 학살을 나 몰라라 한 채, 눈 감고, 귀 막고, 입에 재갈을 물려, 스스로 자폐증 환자가 되어 살아간다는 것은 그야말로 삶 자체가 치욕스러운 암군시대임에 분명하였다. 어쩌면 명이회란 한 달에 한 번 서로 얼굴을 맞대고 서로의 자폐증을 치유하고자 한 나름대로의 몸부림이었는지도 몰랐다. ●20년 넘게 아구와 다른 생선인줄 알아 당시의 정황을 부연하기 위하여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여기에 ‘꽃 피는 봄날’이라는 자작시 한 편을 인용하고 싶다. ‘어머니, 당신이 손수 물 주어 기르신 앵두나무, 사과나무, 배나무는 이 봄에도 어김없이 꽃을 피웠습니다. 밤이면 더욱 눈부신 저 꽃무더기들은, 어머니, 어찌 당신 혼자 오셔서 꽃 피우셨겠어요. 오늘밤 저렇게 많은 넋들이 함께 몰려와 잠든 자식을 깨워 눈부시게 할 때, 아직까지 미치지도 죽지도 않은 자식을, 어머니, 단 한번만 기뻐해주세요.’ 명이회의 모임이 어언 최원식의 인천에 이르러, 그날도 우리 다섯 명은 인천의 여러 곳을 돌아다니며 먹고 마신 끝에 대취하였다. 그리고 새벽녘에 사람들이 웅성거리는 소리에 깨어보니 최원식, 이시영, 나 이렇게 셋이서 무슨 은행건물의 계단에 쓰러져 자고 있는 것이었다. 아마도 다섯 중에서 김성동과 이동순이 어디에선가 먼저 떨어져 나가고 셋이서 다시 술집을 전전한 끝에 인사불성이 되어 은행건물의 계단을 베개 삼아 그대로 잠이 든 모양이었다. 마침 추위가 닥친 무렵이라 취중에서도 셋은 서로 몸을 꼭 껴안아 체온을 아끼는 자세였다. 그런 우리를 출근길에 나선 직장인들이며 학생들이 바쁜 걸음의 와중에도 멈추어 서서 힐끔거렸고, 몇몇 여학생들은 유리알 구르듯 명랑한 목소리로 깔깔깔, 드러내놓고 웃음을 터뜨려댔다. 우리로서는 어찌 일말의 자괴가 없을 수 있으랴. 최원식이 먼저 입을 열었다. “사람이…. 이렇게까지 가면 안 되는데….”. 이시영이 뒤를 이었다.“갈 데까지 간 모양이여.” 나도 한 마디 덧붙였다.“그래도 앓던 이가 빠진 것처럼 가슴 한 쪽이 시원하기는 하네.” 짧은 자괴 끝에 최원식이 말머리를 돌렸다.“어디 가서 해장은 해야지?” 최원식이 골목길을 한참 헤매더니 마침내 허름한 음식점의 문을 밀치고 들어갔다. 그리고 처음 보는 기이한 생선매운탕으로 해장을 했다. 새벽까지 이어진 술끝이어서, 해장을 하자마자 머리 속의 명정(酩酊)은 물론 뱃속의 욕지기도 다시 맹렬하게 살아올라왔다. 그런 명정과 욕지기의 와중에서도 처음 대하는 생선매운탕의 맛이 참으로 시원하고 개운했다. 내가 생선 이름을 물어보자 최원식은 물텀벙이 하고 무심하게 대답했다. 그날 아침의 물텀벙이탕은 나의 기억 속에 무슨 꿈결에서처럼 아련하면서도 선명하게 그 맛이 각인되어 남았다. 그런 내가 물텀벙이가 아구에 대한 인천식 사투리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은 불과 얼마 전이었다. 그동안 나는 물텀벙이와 아구를 전혀 종류가 다른 생선으로 잘못 알고 지낸 것이었다. 나로서는 20년이 훌쩍 넘도록 둘을 다르게 알고 있었다는 것이 숫제 불가사의할 지경이었다. 비록 인천은 아니지만 서울에서도 한 달에 두어 번 꼴로 즐겨 찾던 요리가 아구였던 것이다. 인하대학교 어름에 있는 용현동 네거리의 물텀벙이거리는 시쳇말로 음식특화거리의 하나이다. 인천에는 물텀벙이거리 외에도 화평동의 냉면거리, 인현동의 삼치거리, 차이나타운의 밴댕이회거리 등의 음식특화거리가 있는데, 인천시에서 10여 년 전부터 적잖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모양이었다. ‘성진물텀벙’은 오늘날 용현동 네거리의 물텀벙이거리가 있게 한 원조이다. 구관(032-883-6690)과 신관(032-883-1771)이 한 건물에 나란히 있는데,1970년 1월 전병찬, 우금련 부부가 현재의 구관 자리에 비가 줄줄 새는 움막집을 월세로 얻어 인천에서는 처음으로 물텀벙이탕을 시작한 것이었다. 원래 신포동에서 왕대포집을 하다가 부부가 다 사람이 좋아서 외상만 잔뜩 주는 바람에 밑천까지 들어먹는 식으로 쫄딱 망하고, 우연히 물텀벙이에 생각이 돌아 까짓것하고 막가는 심정에서 시작한 물텀벙이탕이었다. 당시에 인천사람들은 물텀벙이 자체를 흉물스럽게 여겨 누구 하나 거들떠보지 않아, 그야말로 연안부두 바닥에 흔하게 굴러다니며 자칫 발에 걸리적거리는 천덕꾸러기가 물텀벙이였다. 물텀벙이라는 이름 자체도 어부들이 아무짝에 쓸모없이 흉물스럽기만 한 고기가 그물에 걸리면 당장 작살로 찍어서 바다에 버렸는데, 텀벙 하고 물에 빠지는 소리를 그대로 이름 삼아 물텀벙이라고 부른 것이었다. ●생김새 흉측해 연안부두의 천덕꾸러기 처음에는 물텀벙이탕을 작은 양은냄비 하나에 200원부터 시작하였는데, 무엇보다도 싸고 양이 많은데다가 막걸리에 곁들이는 술안주로는 그만이어서, 주로 연안부두의 부두노동자들로부터 입소문이 퍼졌다. 급기야 입소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퍼져 너나없이 사람들이 몰려드는 바람에 물텀벙이탕을 처음으로 시작한 이 벤처 부부는 3년 만에 움막집을 헐고 이층집을 지을 정도로 떼돈을 벌었다. 그러자 이 부부의 성공에 힘입어 용현동 네거리 일대에 하나 둘 물텀벙이탕 집들이 늘어나게 되고, 마침내 물텀벙이거리까지 이루게 되었다. 물텀벙이탕은 한 마리에 4,5kg 나가는 큰 놈을 굵직굵직하게 잘라 바닥에 안치고, 미더덕이며 새우 같은 해물에 콩나물, 미나리, 쑥갓, 깻잎, 냉이, 목이버섯, 호박 등의 갖은 야채를 넣은 다음에 번줄이라고 부르는 말린 밴댕이를 고와낸 육수를 부어 끓여내는데, 한 입 뜨자마자 그 시원하고 개운한 입맛은 20여 년 전의 어느 날 아침에 무슨 꿈결에서처럼 아련하면서도 선명하게 각인된 기억이 당장에 살아오는 듯한 기분이었다. 물텀벙이는 탕과 찜의 값이 같아 특대 4만원, 대 3만 5000원, 중 3만원, 소 2만 5000원인데, 특대며 대는 너댓 명이, 중은 서너 명이, 소는 두세 명이 족히 먹을 수 있는 양이다. 또한 탕과 찜은 각각 고기며 야채를 먹은 다음에 고소한 국물에 공깃밥을 볶아먹거나 쫄면을 넣어 쫄깃한 면발을 즐길 수도 있다. 동인천역 부근의 화평동 냉면거리는 철로의 굴다리에서 중앙시장 입구를 마주한 송월동 방면으로 들어오면서 시작된다. 소위 세숫대야냉면으로 더 알려진 냉면거리는 역시 인천시의 음식특화거리 중의 한 곳이다. 삼미소문난냉면, 웃터골냉면, 냉면천국, 화평냉면, 할머니냉면, 동그라미냉면, 일미냉면, 고향냉면, 옛날우리냉면, 아저씨냉면, 기와집냉면, 왔다냉면 등이 한꺼번에 몰려 있다. ‘삼미소문난냉면’(032-777-4861)은 화평동에 소위 냉면거리가 있게 한 원조 격으로 알려졌다.1980년 김중훈, 김현금 부부가 시작한 냉면집은 처음에는 백반도 함께 팔았는데, 둘 다 300원으로 값이 같았다. ●예나 지금이나 음식 인심 변함없어 동인천역 일대는 원래 동일방적, 이천전기, 대성목재, 동아제분, 대우중공업, 인천제철 등 큰 공장이 많아서 퇴근 무렵이면 젊은 남녀 노동자들이 우루루, 식당으로 몰려왔는데, 한창 젊은 나이의 노동자들은 너나없이 냉면 한 그릇이나 밥 한 그릇으로는 성에 차지 않았다. 그리하여 한결같이 하는 말은 ‘아줌마 냉면사리 하나 더 줘요.’ 아니면 ‘아저씨, 밥 한 그릇 더 줘요.’였다. 마음씨 좋은 부부는 밥그릇이야 그렇다 치고, 냉면그릇은 아예 그릇 자체를 바꾸어버렸다. 보통 냉면집보다 두 배는 커서 2ℓ의 물이 들어가고도 공간이 남는 커다란 양푼이었는데, 그러자 언제부터인가 손님들 사이에 소문이 돌아 냉면 자체가 숫제 세숫대야냉면이 되어버렸다. 물론 세숫대야냉면으로도 양이 모자라 하면 얼마든지 먹게끔 냉면사리를 시쳇말로 리필을 했다. 이들 부부가 20년이 훨씬 넘게 냉면을 팔면서 가장 많이 리필을 한 이는 일곱 번으로 기억하고 있다. 부부는 이 모든 것이 배고픈 시절의 이야기라면서 껄껄 웃었는데, 요즈음은 대부분이 세숫대야냉면 한 그릇을 비우는데도 벅차 하지만 이따금씩 세 번쯤 리필을 하는 이도 없지 않다고 했다. 세숫대야냉면이 소문이 나면서 주변에 하나 둘씩 냉면집들이 생겨나고,10여 년 전부터는 음식특화거리로 지정되면서 아예 골목 자체가 냉면거리가 되어버렸다. 그리고 삼미소문난냉면도 더 이상 백반은 중단한 채 냉면 하나만으로 메뉴를 고정시켰다. 그동안 냉면 값은 14년 전의 300원에서 3500원으로 껑충 뛰었지만, 냉면의 맛이나 양은 변함이 없다. 그렇듯이 손님들 또한 20년이 넘는 단골손님들이 수두룩하다. ■ 한 접시 5000원 ‘입맛대로’ 인천역 부근의 차이나타운 한 쪽에도 음식특화거리 중의 하나인 밴댕이회거리가 있다. 목포밴댕이, 제1호밴댕이, 수원집, 서산밴댕이, 터줏골밴댕이, 충남식당, 도은식당, 원조밴댕이, 포장마차밴댕이, 연화밴댕이 등이 처마를 나란히 한 채 사이좋게 늘어서 있다. 이중에서 ‘원조밴댕이’(010-0698-5023)가 이곳에 밴댕이회거리가 들어서게 한 원조 격인데,40여 년 전부터 가게를 시작한 모양이었다. 원래는 김완순씨가 주인이었는데 나이가 일흔이 넘어 일을 그만 두면서 딸인 한이정씨가 가게를 맡고 있다. 밴댕이회는 5월에 가장 많이 잡히면서 제철을 이루지만, 그 외에도 멸치나 전어잡이 등에 잡어로 함께 잡히기 때문에 철이 없이 아무 때나 밴댕이회의 고소한 맛을 즐길 수가 있다. 밴댕이회거리에는 밴댕이회만 있는 것은 아니어서, 밴댕이회, 전어회, 오징어회, 병어회, 준치회 등이 한 접시에 5000원씩인데, 저마다 입에 감치는 맛이 달라서 밴댕이회 외에도 두세 가지를 함께 곁들여 술안주로 삼으면 하루저녁이 내내 즐거우리라. 이들은 횟감 이외에도 같은 값에 구이로 내놓아서 회를 싫어하는 사람도 역시 즐거울 수가 있다.
  • 함정임 장편소설 ‘춘하추동’

    함정임 장편소설 ‘춘하추동’

    작가 함정임(40)의 ‘춘하추동’(민음사 펴냄)은 한국 최초의 여성 서양화가이자 작가인 나혜석의 삶을 모티프로 이야기를 일군 장편소설이다. 하지만 극적인 삶을 살다간 인물에 기대 어물쩍 전기소설이나 평전쯤에서 멈춘 작품은 아니다.“형벌처럼 소설이 써졌다.”고 고백할 만큼 작가는 나혜석을 빌려 치열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했던 것이다. 소설 속에서는 세 여자의 이미지가 끊임없이 오버랩된다. 작중 주인공인 서른두살의 여자 가은, 나혜석, 그리고 작가 자신. 어떤 대목이 누구의 이야기인지 구짓지 못할 정도로 세 여자의 이야기는 점성질로 단단히 뭉쳐져 굴러간다. 유부남 M을 애인으로 둔 ‘나’ 가은이 중학교 때 읽었던 소설들의 첫 문장을 기억하고 있다는 등 도입부분 묘사들에서부터 소설은 작가의 개인사와 밀착해 있다는 암시를 던진다. 서양 최초의 여성화가 아르테미시아 젠틸레스키의 평전소설을 번역(실제 작가의 이력이기도 하다)한 가은은 나혜석의 다큐멘터리를 만들기 위해 그녀의 생애를 추적한다. 1990년 등단한 이후 작가는 5권의 단편소설집을 냈다. 부지런한 글쓰기였지만 정작 장편소설을 내기는 ‘행복’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 여행, 일상, 예술 등 다양한 소재를 여러 각도에서 접근한 산문집도 자주 내온 작가였다. 그런데 긴 호흡의 소설을 새삼 내놓기까지 작가의 번민은 컸다. 자신의 이야기를 조미하지 않은 ‘날 것’ 그대로 작품 속에 풀어넣었으니 더욱이나 그랬을 수밖에. 다큐멘터리 인물 소재로만 냉정히 R(나혜석에게 붙여진 작중 이름)를 분석하려고 하지만,‘나’는 관찰자의 관점을 벗어나 속수무책으로 R의 삶 속으로 빠져들어간다. 그러는 사이 스페인으로 떠났던 M의 아내가 돌아오고,‘나’는 M을 잊지도 간직하지도 못한 채 도쿄 파리 수덕사로 나혜석의 흔적을 더듬어 미친 듯 돌아다닌다.R는 ‘나’의 또 다른 얼굴이었으며, 그 얼굴은 다시 작가의 무의식이기도 하다는 사실을 독자들은 무리없이 눈치채게 된다. 이미지와 서사가 균형있게 손잡은 극의 구도, 파격적 소재와 형식을 빌리지 않고도 응집력을 구사하는 필법이 소설을 단숨에 읽어내리게 만든다. 나혜석의 이야기를 액자소설 스타일에 빚어넣은 글쓰기에도 운동감이 느껴진다. 문학평론가 신수정은 “몇 겹의 삶이 뒤엉킨 독특한 메타픽션의 형식으로 나혜석의 삶을 재구성함으로써 궁극적으로는 자신의 초상화를 완성했다.”고 작품을 압축했다.9000원.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문화마당] 꽃향기 넘쳐흐르는 광장/문흥술 서울여대 교수·문학평론가

    언젠가 작가 이윤기와 대담을 할 때 ‘무쇠 솥을 뚫는 모기의 기’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작가가 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을 번역할 때, 너무 어려워 중도에 포기할까 말까 망설이던 중, 문득 무쇠 솥을 뚫는 모기의 기를 생각했다는 것이다. 종이도 못 뚫는 모기가 어떻게 두꺼운 무쇠 솥을 뚫는다는 말인지. 어리둥절해하는 나를 보고 작가는 다음과 같은 말을 했다. 모기는 결코 솥을 뚫을 수 없다. 그러나 뚫고자 하는 강한 의지로 덤벼든다면 어떤 형태로든 흔적을 남길 수 있지 않겠는가. 또 수천, 수백만 번 되풀이한다면 뚫릴 수도 있지 않은가. 작가는 그런 모기의 기로 불가능한 것처럼 보이는 번역 일에 덤벼들어 정말 힘들게 그 작업을 완성했다는 것이다. 이후 나는 작가의 작품들을 접할 때마다 그 속에 담겨 있는 한 거대한 장인의 치열하면서도 엄청난 기를 느낀다. 장인이 창조한 일급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는 것만큼 가슴 두근거리는 일이 어디 있겠는가. 그리고 그러한 작품과 함께 호흡할 수 있는 사회를 살아간다는 것은 얼마나 자랑스러운 일인가. 우리 문화계는 하나의 상품이 유행하면 그 상품을 무조건적으로 모방하는 경향이 있다.‘조폭’을 다룬 어느 영화가 흥행에 성공을 하면, 앞다투어 비슷한 내용을 다루는 영화가 쏟아져 나온다. 웰빙이나 돈버는 것과 관련된 책이 유행하면 그런 책이 서점 진열대를 도배한다. 이러한 모방 현상은 힘들이지 않고 쉽게 문화를 상품화해서 돈을 벌고자 하는 물욕과 무관하지 않다. 그런 문화 상품들은 반짝하다 사라져 처치 곤란한 폐기물로 전락한다. 수많은 조폭 영화들, 엄청난 웰빙 책들, 그리고 또 다른 무수한 유행추수적인 문화 상품들의 폐기물이 쌓이고 쌓이면서 우리 문화의 광장을 오염시키고 있다. 이 모든 현상은 시류에 편승해 유행만을 좇는 문화 창조자들과 또 그런 문화를 아무 비판 없이 받아들이는 문화 수용자들의 잘못된 의식에 기인한다. 대가, 전문가, 장인이 사라진 광장, 그것이 오늘날 우리 문화의 실상이라면 지나친 비약일까. 허섭스레기들이 켜켜이 쌓여 있는 두꺼운 각질층을 치열한 장인정신으로 뚫고 나가지 않으면, 우리 문화의 광장은 더 많은 폐기물들로 뒤덮일 것이다. 도자기 하나에 자신의 모든 혼을 불어넣어 시대를 초월해 사랑 받는 명품을 만들어낸 도공, 가난에 찌들리면서도 그림에 삶의 전부를 걸고 위대한 미술품을 창조한 어느 화가, 인생의 절반을 바쳐 한 편의 대하소설을 쓴 작가, 그런 이들의 정신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하나의 작품을 창조하면서 그 속에 자신의 모든 혼과 정신을 투사하여 자신만의 독특한 작품을 만들어 내고, 나아가 삶과 인생의 본질적 의미를 제시할 때, 우리 문화도 질적, 양적 측면에서 독창성과 다양성을 확보하면서 문화 본래의 모습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올 한 해의 일들을 반성하고 새로운 해를 맞이하는 자리에 서 있다. 새해에는, 딱딱하게 화석화된 우리 문화의 광장을 생명의 푸른 대지로 바꿀 수 있는 아름다운 문화가 활짝 꽃피기를 염원한다. 문화를 창조하고 수용하는 이들 모두가 ‘무쇠 솥을 뚫는 모기의 기’라는 장인의식을 가져보자. 그러면, 문화는 물론이고 우리 사회의 모든 광장은 각자의 개성을 지니면서 동시에 전체적인 조화를 이루는 각양각색의 꽃들이 화려한 축제를 펼치는 일대 장관을 연출할 수 있을 것이다. 광장 가득 넘쳐흐르는 꽃향기에 취해 황홀경에 빠져보고 싶다는 간절한 희망을 새해의 찬란한 태양에 띄워 본다. 문흥술 서울여대 교수·문학평론가
  • ‘서울 국제 미디어아트 비엔날레’ 개막

    ‘서울 국제 미디어아트 비엔날레’ 개막

    세계적인 미디어 예술축제로 자리잡아가고 있는 ‘서울 국제 미디어아트 비엔날레’(미디어 시티 서울 2004)의 막이 올랐다. 올해로 3회를 맞은 이 비엔날레의 주제는 ‘게임·놀이’.15일 개막해 내년 2월6일까지 한달여 동안 서울시립미술관 전관과 서울시 일대에서 펼쳐진다. 올해 비엔날레에서는 우리 일상생활에서 경험하는 게임과 놀이의 본질을 새롭고 다양한 방식으로 제시하고 해석하는 세계적인 미디어 작가들의 작품을 소개한다. 각종 게임과 유희에 담긴 사회문화적 메시지들을 총체적으로 살펴볼 수 있는 자리다. 본전시는 상업성, 전쟁, 접촉·몸, 유희성 등 네 개의 소주제로 나뉘어 진행된다. 미디어 아트 하면 으레 상상하게 되는 어두컴컴한 블랙박스 대신 다채로운 입체 공간을 마련한 것이 특징. 관람객들은 마치 게임을 하듯 직접 참여해 작품을 감상하며 즐길 수 있다. 전시작 중 스테판 어네거ㆍ앤소니 헌트의 ‘컨테이너’는 컴퓨터 게임 이야기를 미술관이라는 물리적 공간으로 옮겨 놓은 작품. 실제 경험과 가상 경험 사이의 경계를 교묘하게 흐려 놓았다. 또 안젤라 테타니코 등이 만든 ‘서울:킬링타임’은 전투비행 모의 비디오게임상에 나타나는 서울 모습을 보여주는 미디어 설치 작품이다. 한국작가 박준범은 엄청난 높이에서 떨어지는 농구공을 일일이 되받아 치려고 애쓰는 모습을 담은 ‘25고소공포증’을 출품했으며, 게임아티스트 정동암은 압력센서가 내장된 의자와 총을 갖고 마치 슈팅게임을 하듯 작품과 상호작용하면서 게임에 몰두하도록 꾸민 ‘앤디의 꿈’을 내놓았다. 본전시와 함께 특별행사로 예술가구 작품을 관람이나 휴식용으로 비치하는 ‘퍼니 퍼니처’전, 서울시내 36개 미술관과 갤러리를 연결해 다양한 관람기회를 제공하는 ‘매트릭스 A’, 작가가 만든 게임을 인터넷에 접속해 즐길 수 있는 ‘게임 바이 아티스트’ 등이 마련됐다. 한국미술평론가협회 회장인 윤진섭 호남대 교수가 전시 총감독을 맡았다.(02)2124-8947∼9. 김종면기자 jmkim@seoul.co.kr
  • [책꽂이]

    ●세 발 달린 까마귀를 찾아서(조한풍 지음, 풀길 펴냄) 1982년 ‘아동문학 평론’지에 동시 ‘숲에서’로 데뷔한 시인의 4번째 시집. 고대사를 소재로 한 산문시가 독특하다.7000원. ●악기점(배한봉 지음, 세계사 펴냄) 시인은 1998년 ‘현대시’ 신인상으로 등단한 뒤 시집 ‘흑조’‘우포늪 왁새’ 등을 발표해왔다.10년 넘게 전원에 묻혀 과수농사를 지어온 시인답게 시들마다 서정으로 넘쳐난다.6000원. ●식구(김별아 지음, 베텔스만 펴냄) 소설가 김별아가 ‘가족’에 대한 단상들을 산문집으로 엮었다. 해체위기에 직면한 현대 가족의 문제를 때론 신랄하게 또 때론 더없이 차분한 어조로 고민해보게 한다.8800원. ●남자를 묻는다(이경자 지음, 랜덤하우스중앙 펴냄) 소설 ‘절반의 실패’ 등을 통해 여성의 억압된 삶을 돌아보게 했던 중견작가 이경자의 신작 에세이.‘여자’ 혹은 ‘여성작가’로서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가부장 제도의 모순을 짚었다.8500원. ●꿈의 벽 저쪽(엄광용 지음, 이가서 펴냄) 요절한 여류화가 최욱경의 삶을 조명한 미스터리 장편소설. 창작집 ‘전우치는 살아있다’, 장편소설 ‘황제수염’등을 발표해온 작가의 소설적 상상력이 속도감 넘치는 문장에 잘 녹아들었다.9800원. ●제국호텔(이문재 지음, 문학동네 펴냄) 모든 것이 네트워크화한 현대문명을 통렬히 고발하는 이문재 시인의 네번째 시집. 첫 시집 ‘내 젖은 구두 벗어 해에게 보여줄 때’도 개정판으로 함께 내놓았다.7000원. ●최명희의 문학세계(박현선 지음, 한길사 펴냄) 2003년 제3회 혼불학술상을 수상한 지은이(숭실대 인문과학연구원)가 ‘혼불’ 작가 최명희의 6주기를 추모해 펴낸 ‘최명희 문학연구서’.1만 2000원.
  • ‘한국 최고노래’ 20시간 연속 방송

    한국 최초의 민영방송 CBS(기독교방송, 사장 이정식)가 15일로 창사 50주년을 맞는다. 1954년 12월 15일 첫 전파를 발사한 CBS는 현재 대구·부산·광주·이리 등 지방국을 잇따라 개설해 전국적 네트워크를 형성했으며,AM과 표준 FM(98.1㎒), 음악 FM (93.9㎒)등 3개의 라디오 채널을 운영하며 전국 14개 지역 네트워크 체제를 구축했다.2002년과 2003년에는 각각 CBS TV와 인터넷 신문 ‘노컷뉴스’를 시작했고, 내년 초부터 위성 DMB방송도 시작할 예정이어서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모두 갖춘 멀티미디어그룹으로 발전했다. ‘빛과 소금의 소리’‘양심의 보도’를 표방해 온 CBS는 4·19혁명과 유신정권하의 민주화투쟁,5·18광주민주화운동 등 중요사건 때마다 비판정신에 바탕한 소신 보도로 청취자들이 가장 신뢰하는 방송으로 인정받아 왔다. 14일 저녁 서울 여의도 63빌딩 국제회의장에서 ‘CBS 창사 50주년 기념식’을 갖고 제2의 창사를 대내외에 선언한 CBS는 창사일인 15일에는 서울 양재동 예술의 전당에서 ‘조수미 초청음악회’를 개최하고, 양천구 목동 현대백화점에서 창사 50주년 기념 ‘금강·백두산 사진전’을 연다. 한편 CBS 음악FM은 창사 50주년을 기념, 지난 1954년부터 2004년까지 해마다 음악 장르별 최고 인기곡을 선정해 발표하는 특집 ‘최고의 노래(song of the year)’를 15일 방송한다. 이날 오전 7시부터 20시간 동안 방송되는 ‘최고의 노래’는 가요, 팝, 영화음악, 재즈, 기독교 대중 음악(CCM) 등 5개 장르별로 실시되며, 네티즌 투표와 음악 평론가의 추천으로 선정된다. 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
  • 타이완 野, 총선 과반유지 승리

    타이완 野, 총선 과반유지 승리

    |베이징 오일만특파원|타이완(臺灣) 입법위원 선거(총선)에서 야당이 과반을 유지하는 승리를 거뒀다. 집권 민진당은 11일 치러진 6대 입법위원 선거에서 55년 동안 입법원을 장악해 온 국민당에 또다시 패배했다. 천수이볜(陳水扁) 총통의 타이완 독립 추진 노력에 일단 제동이 걸리게 된 것이다. 타이완 중앙선거위원회의 개표 집계 결과 전체 225석의 입법위원 중 국민당 79석, 친민당 34석, 신당 1석 등 야권이 114석을 얻은 반면 여권은 민진당 89석, 타이완 단결연맹 12석 등 101석을 차지,10석은 무소속에 돌아갔다. 타이완 언론들은 야권 성향의 무소속 후보 2명을 포함, 야권의 실질 의석수를 116석으로 보고 있다. 천 총통은 선거 결과 발표 직후 기자회견에서 “이제는 단합된 타이완이 필요한 시기”라며 각 정파들의 단결을 호소했다. 민진당 장쥔슝 비서장과 리잉위안 부비서장은 선거 패배에 책임을 지고 사퇴 의사를 밝혔다. 반면 롄잔(連戰) 국민당 주석은 “야권의 승리는 중화민국의 승리이며 천 총통은 새로운 민의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타이완의 정치 평론가들은 야권의 효과적인 공천과 집중과 선택의 선거 지원 전략이 성공한 것으로 분석했다. 국민당은 ‘약한 자를 구하고 강한 자를 도와주자.’는 ‘구약보강(救弱補强)’전략과 당내 고위급 인사들의 취약지구에 대한 집중적인 지원 방식을 택했다. 반면 천 총통의 민진당은 ‘타이완의 주체성’을 앞세워 “타이완이란 국명으로 유엔에 가입하겠다.”,“재외공관의 명칭을 타이완으로 바로잡겠다.”는 등의 공약을 내걸었지만 이같은 자극적 전략이 오히려 역풍을 불렀다는 지적이다. 타이완 정치 주간지 신신문(新新聞) 양자오(楊照) 부사장은 “여권의 패배로 천 총통이 주장하던 2006년 신헌법 제정에 제동이 걸렸다.”며 “여소야대가 확정된 만큼 천 총통은 야당과의 대화를 통해 타이완의 단결을 꾀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국 언론들은 타이완 입법위원 선거에서 야권의 승리를 신속하게 보도하면서도 논평 대신 중국 네티즌들의 축하 인사를 전했다. 관영 신화통신과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등은 “천 총통의 타이완 독립 의지가 민심을 얻지 못했다.”,“통일을 이루기 위한 좋은 결과가 더욱 많아지길 희망한다.” 등 네티즌들의 반응을 보도했다. oilman@seoul.co.kr
  • [씨줄날줄] 친일서훈/신연숙 수석논설위원

    친일진상규명법 개정안이 여야 합의를 이뤄 국회처리를 기다리고 있다. 네티즌 모금운동에 힘입어 친일인명사전 편찬사업이 국고지원도 받게 됐다. 아마도 이런 친일청산 분위기에 지하에서나마 가장 감격해 할 이는 고 임종국선생이 아닐까 한다. 임선생은 아무도 ‘친일파’란 말을 입에 올리지 않던 1960년대에 ‘친일문학론’을 펴내면서 친일연구의 서막을 연 재야사학자다. 원래 문학평론가였던 선생은 한·일국교회담에서 너무도 당당한 일본의 모습과 당시 장관이 “제2 이완용이 되더라도…”운운하는 것을 보고 분노해 친일파 연구로 인생의 행로를 바꾸었다고 한다. 선생의 업적은 ‘일제침략과 친일파’ ‘밤의 일제침략사’ ‘친일논설선집’ 등 5권에 집대성됐다. 오늘의 ‘친일인명사전’은 선생의 유업 ‘친일파총서’를 계승한 것이다. 선생의 서거후 민족문제연구소가 설립되는 등 친일 연구 명맥은 이어지고 있지만 항상 문제는 자료부족이다. 선생이 기술한 ‘일제 하 작위취득 상속자 135인 매국 전모’는 한일병합 공로로 작위와 은사금을 받은 친일파들의 전모를 세세히 밝힌다. 선생이 신문, 잡지, 조선총독부 관보는 물론 관계자 증언까지 취합해 쓴 글들은 그대로 친일연구 자료가 돼왔지만 아직도 진상규명에 필요한 원사료는 태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그런 의미에서 국가기록원이 일본 국립공문서관에서 들여온 일제하 일본정부 서훈명단은 기대를 모은다. 최고훈장인 ‘대훈위 국화 대수장’을 받은 이완용 등 친일 관료와 판·검사, 교사, 경찰 등 무려 1500명의 수훈사실이 자세한 공적과 함께 적혀있다고 한다. 작위취득자의 경우처럼 거절하거나 반납한 경우 등만 확실히 가린다면 친일 진상규명에 획기적 근거자료가 될 것이다. 지난 3월에는 조선총독부의 ‘조선공로자명감’도 개인에 의해 공개됐다. 진상규명 의지만큼 민·관의 자료 발굴도 활발해진 것으로 이해된다. 친일규명의 필요성은 이제 정치권도 이의가 없다. 친일진상규명법이 하루빨리 통과돼 우리의 과거청산 콤플렉스가 깨끗이 해소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신연숙 수석논설위원 yshin@seoul.co.kr
  • [시네 드라이브] ‘실존인물 영화’ 징크스 깰까

    실존인물을 스크린으로 부활시키는 것은 어려운 도전이다. 관객이 이미 어느정도 결말을 예상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뛰어넘는 색다른 재미와 깊이를 창조해야 할 뿐만 아니라, 시간적 제약 안에 강약을 갖춰 한 인물의 총체적 이해를 아울러야 하기 때문이다. 일대기를 짚다간 영락없이 지루한 전기영화로 전락하기 십상이고, 특정한 사건이나 성격에만 초점을 맞추다간 표피적인 재미만 좇았다는 비난의 화살이 날아오게 된다. 이같은 어려움 때문일까. 최근 한국영화계에선 ‘실존인물 영화 전성시대’라며 유행처럼 떠들어댔지만,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속담대로 줄줄이 개봉과 함께 흥행과 비평에서 쓴 맛을 보고 있다. 연말 화제작으로 한껏 기대치를 부풀려온 ‘역도산’ 역시 이같은 ‘실존인물 영화’의 징크스를 시원하게 깰 수 있을 것 같진 않다. 최근 실존인물 영화의 성적표를 한번 열어보자.‘챔피언’(곽경택 감독)은 복서 김득구의 인생을 2시간에 걸처 나열식으로 구겨넣다 보니 지루해졌고, 상투적인 휴머니즘에서도 벗어나지 못했다. 삼미 슈퍼스타즈의 패전처리 투수 감사용을 소재로 한 ‘슈퍼스타 감사용’(김종현 감독)은 뻔한 기대치를 넘어서지 못해 전국관객 81만명을 모으는 데 그쳤다. ‘도마 안중근’(서세원)은 도덕교과서 같은 스토리에 안중근 의사를 액션 영웅처럼 희화화해 관객과 평단의 싸늘한 시선을 받았다.‘바람의 파이터’(양윤호)는 동명만화의 인기에 힘입어 유일하게 흥행에 성공하며 전국관객 240만명을 모았지만, 대중적 코드에 맞춰 액션만 강조했다는 비판을 면치 못했다. ‘청연’(최초의 여류 비행사 박경원),‘아리랑’(혁명가 김산),‘그 여자 김추자’(여가수 김추자) 등 앞으로도 실존인물 영화가 속속 제작 리스트에 올라있다. 그 안엔 과연 흥행·비평을 모두 만족시키며 동시대의 공감을 감싸안을 영화가 있을까.“‘바람의 파이터’와 ‘역도산’의 중간쯤 되는, 적절히 영웅적이고 적절히 인간적인 영화가 나와야 한다.”는 영화평론가 전찬일씨의 말을 다시한번 되새겨볼 때다. 김소연기자 purple@seoul.co.kr
  • [리뷰] 영화 ‘오페라의 유령’

    요즘 세계 문화계에는 같은 소재로 만든 여러 가지 형태의 문화상품이 많다.‘원 소스 멀티 유즈’현상인데, 말 그대로 하나의 원작을 영화나 뮤지컬 등 다양한 문화 콘텐츠로 구현해 부가가치를 창출해낸다는 의미이다. 디즈니의 만화영화 ‘미녀와 야수’가 뮤지컬 공연으로 탈바꿈되고, 한 시절을 풍미하던 대중음악을 모아 팝 뮤지컬로 환생시키는가 하면, 베스트셀러가 된 소설을 영상화해 ‘해리 포터’ 시리즈를 만드는 것 등이 대표적 사례이다. 이때 흥행의 관건은 새로 등장하는 문화상품이 얼마만큼 새로운 생명력을 갖고 있느냐는 점이다. 그런 의미에서 영화로 만들어진 ‘오페라의 유령’은 일단 성공적이다. 스크린 버전에서 덧붙여진 치밀한 노력은 ‘영화로 유령을 만나는 재미’를 배가시켜주고 있기 때문이다.4조원을 육박하는 매출을 기록, 모든 영화와 공연을 통틀어 가장 높은 입장권 수익을 올린 뮤지컬 작품을 다시 영상화한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모험이었을 것이다. 제작진의 섬세한 배려는 과거의 여러 시점을 교차시키는 화려한 영화적 기법이나 대규모 세트, 갖가지 특수효과 등에서 여실히 만날 수 있다. 유령의 비밀을 알려주는 마담 쥐리의 어린 시절이나 피날레 신에 크리스틴의 무덤에 놓여있는, 유령이 다녀간 것을 암시하는 장미 한 송이 등도 빼놓을 수 없다. 여기에 공연에서는 1막 마지막에 떨어지는 대형 샹들리에가 영화에서는 후반부에 등장한다든지, 크리스틴의 아버지 무덤에서 벌어지는 라울과 유령의 격투 장면, 유령의 오페라인 ‘돈 주앙’ 중 무대 위 높은 다리에서 탈출로로 이어지는 박진감 등은 새롭게 연출된 영화에서만 만날 수 있는 재미들이다. 그러나 뮤지컬 공연과의 연계성에서 앤드루 로이드 웨버는 영화가 ‘대체재’가 아닌 ‘보완재’가 되길 바란 듯하다. 확실히 영화 ‘오페라의 유령’은 뮤지컬을 알고 보았을 때 더욱 재미있다. 압축적이고 환상적이었던 무대 버전에 비해 스크린 속 영화에서는 설명적이고 이야기를 풀어 나열해놓은 느낌을 받게 된다. 추측컨대 웨버는 영화를 통해 뮤지컬에서 못다한 배경 설명을 시도하고 있는 것 같다. 덕분에 뮤지컬을 잘 알면 알수록 영화는 흥미로워지고, 영화에 심취하면 심취할수록 뮤지컬의 라이브 무대가 그리워진다. 내년 중반쯤 영어 버전의 투어팀이 내한 공연을 가질 예정이라는 소식도 들린다. 뮤지컬 마니아는 물론 영화를 먼저 만나게 될 관객들에게도 ‘세기의 명작’을 여러 방식으로 조리해 맛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일 듯싶다. 원종원 순천향대 교수·뮤지컬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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