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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성애도 똑같은 사람의 사랑”

    동성애자가 겪는 고통과 절망은 가장 밀착된 관계에서 비롯된 인간의 본질적인 문제이지 그들의 남다른 사랑 형태가 빚어낸 비극이 아니다. 방현희(42)의 첫 소설집 ‘바빌론 특급우편’(열림원)에는 동성애나 양성애, 근친상간 같은 금기의 사랑이 넘쳐난다. 수록작 10편 가운데 예닐곱편이 여기에 속하는 걸 보면 ‘성적 소수자’ 혹은 ‘비정상적 사랑’에 대한 일관된 문제의식을 짐작할 수 있다. 논쟁적인 소재를 즐겨 다뤘다는 사실보다 더 흥미로운 건 ‘금지된 사랑’을 대하는 작가의 시선이다. 진보적인 영화나 소설이 흔히 그렇듯 성적 소수자를 연민하거나 사회적 편견을 완화하려는 의도 따위는 찾아볼 수 없다.그의 소설에서 동성애는 이성애와 하나도 다를 바 없는 지극히 평범한 일상이고, 삶이다. 문학평론가 김형중은 이런 그에게 “동성애를 어떠한 자의식 없이, 무심하게, 그저 사람이 사랑하는 방식으로 그려낸 한국 최초의 작가”라는 수식어를 붙였다. “똑같은 동성애영화라도 ‘브로큰백 마운틴’보다는 ‘해피 투게더’를 더 좋아해요.‘브로큰백…’은 갈등의 원인을 사회적인 문제로 돌리지만 ‘해피 투게더’는 오로지 두 사람의 관계에만 집중하잖아요. 동성애나 근친상간이라서가 아니라 인간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미끄러지는 관계, 그걸 쓰고 싶었습니다.” 수록작 ‘연애의 재발견’에서 패션디자이너 여자친구와 모델지망생 청년을 동시에 사랑하는 주인공이나 ‘녹색원숭이’에서 떠나간 연인을 잊지 못하는 동성애자 무용수가 겪는 고통과 절망은 “가장 밀착된 관계에서 비롯된 인간의 본질적인 문제”이지 그들의 남다른 사랑 형태가 빚어낸 비극이 아니라는 얘기다. 근친상간을 다룬 ‘바빌론 특급우편’과 ‘화이트 아웃’은 사뭇 도발적이다.‘바빌론…’에서 아들은 하반신이 마비된 엄마를 13년간 업고 다닌다. 아들의 등에 악착같이 달라붙어 있는 엄마는 시체나 다름없다. 오래 전 ‘열기를 가누지 못하고 내달리던 수소’처럼 엄마를 범했던 아들은 이제 최초의 연인이었던 엄마를 떠나보내려 한다.‘화이트 아웃’의 ‘나’는 외사촌 누이 홍주와의 근친상간을 피해 북빙양 항해길에 오르지만 그녀에게서 벗어날 수 없음을 깨닫는다. 왜 이토록 비정상적인 사랑에 집착하는 걸까.“간호학과(전북대)다닐 때 정신병동을 실습하면서 친한 친구의 동생이 철창 안에 갇혀있는 걸 보고 너무 놀랬다. 그때 이후 내게 정상과 비정상의 구분은 무의미해졌다.”는 작가는 “사회적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어려운 관계, 장애가 많은 관계를 통해 우리가 사랑이라는 감정으로부터 겪는 고통의 본질에 대해 심층적으로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말했다.2001년 ‘동서문학’신인상으로 등단한 작가는 이듬해 장편 ‘달항아리 속 금동물고기’로 계간 ‘문학·판’의 장편소설상을 수상했다.“사랑 얘기는 할 만큼 했으니 이제 다음 단계로 넘어갈 차례”라는 작가는 “인간 안에 내재된 역사성에 관심이 많다. 지난해부터 박물관 학예사를 주인공으로 한 장편소설을 집필하고 있다.”고 밝혔다.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뉴라이트, 맥락 고려않고 무분별 차용”

    복잡하고 어렵다던 포스트이론을 대중들에게 가장 쉽게 전달한 것은 역설적이게도 뉴라이트의 공이다.90년대를 휩쓸었던 탈현대론·해체주의·탈민족주의·탈식민주의로 정리되는 포스트이론은, 사실 최첨단 패션같았다. 멋지긴 한데, 뭔지는 잘 모르겠고 보통 사람이 평소에 저러고 다니긴 어렵겠다는 느낌이다. 그런데 민중·민족 중심의 세계관을 깨겠다는 ‘해방전후사의 재인식’이 ‘백두산 신화 해체’를 내세우는 등 포스트이론을 대거 차용하면서, 마침내 그 면모가 구체적으로 대중들 손에 쥐어졌다. 계간지 ‘실천문학’은 여름호 특집 ‘탈주체론을 넘어서’를 통해 바로 이 문제를 집중적으로 비판한다. ●한국과 서구는 ‘맥락’이 다르다 송두율 교수는 서구사회에서 생산된 포스트이론을 맥락이 전혀 다른 한국에 무분별하게 가져다 쓸 수 없다고 지적한다. 포스트이론의 강점은 구체적 개인의 생생한 삶을 민족·국가와 같은 거대담론에 희생시키지 말자는 데 있다. 그런데 포스트이론 수입 과정은 거꾸로 한국이라는 구체적 국가의 상황을 서구의 유행 포스트이론 아래 매몰시켜버린다. 송 교수는 특히 한국과 서구를 동등하게 비교한다는 점을 문제로 꼽는다.“특수한 유럽은 이미 보편의 힘을 가지는 특수로 한국의 특수와는 다르다.”는 것. 그렇기에 탈식민문학 문제를 건드리는 하정일 원광대 교수는 서구의 탈식민론을 그대로 가져다 오는 게 아니라 우리 현실에 맞는 탈식민론을 만드는 것이 외려 탈식민론의 본뜻에 맞다고 지적한다. 포스트이론 자체가 특수성을 옹호하는 이상 “우리의 특수성을 해명하는 것”이 보편적이라는 설명이다. 평론가 박수연이 특집 서론에서 직접적으로 되묻는 질문이 가장 뼈아프다.“따지고 보면 우리가 언제 한국사회의 특수성을 딛고 그것에 준해서, 마오주의도 아니고 스탈린주의도 아니며 다만 우리 자신일 뿐인 현실주의자로 살아있었던 적이 있기나 한 것일까.” 주체가 되어본 적이 없는데, 왠 탈주체냐는 반문이다. ●“이성중심주의 비판 목적은 탈이성아냐” 특집 가운데 가장 눈길을 끄는 글은 헤겔을 중심으로 포스트이론을 논하는 김윤상의 ‘헤겔의 차이론과 포스트구조주의’다. 알려졌다시피 푸코·들뢰즈·라캉·데리다 등 주요 포스트이론가들은 한결같이 ‘반헤겔’을 내세운다. 그러나 김윤상은 반헤겔을 일종의 ‘전략적 선택’이라 해석한다. 그 한 예가 헤겔을 로고스중심주의자·동일자의 철학자라며 강하게 비판했던 해체론자 자크 데리다의 경우다.90년대 초 러시아 철학자들이 해체론을 러시아 전통사상가들에게 적용할 수 있는지 논의하자, 그 자리에 초대받은 데리다는 외려 “나는 로고스를 사랑한다.”고 말한다. 그는 형이상학의 부활을 위해 급진적인 비판을 수행했을 뿐이며, 이런 배경을 모르고 해체론만 가져다 쓰면 “이데올로기적이고 정치적 의도가 숨어 있는 몰이해”가 될 수 있음을 경고했다. 헤겔을 정점으로 완성됐다고 평가받는 이성중심주의를 비판했던 것은, 이성을 부정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다시 한번 이성을 흔들어 일깨우기 위한 작업이었다는 얘기다. 포스트이론가들치고 나중에 ‘나는 (너희들이 해석한) 그런 포스트이론가가 아니다.’고 말하지 않은 사람이 드문 이유를 짐작해볼 수 있다. 동시에 서구에서는 급진적 기획이었던 포스트이론이 한국에서는 기껏해야 노장사상 운운하는 유미주의에 빠져들거나, 과거사청산 반대·남북통일반대 등 보수적 논리로 나타나는 이유도 짐작해볼 수 있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책꽂이]

    ●이토록 사소한 정치성(이광호 지음, 문학과지성사 펴냄) 문학평론가이자 서울예대 교수인 저자의 다섯번째 평론집. 본격문학의 개념을 규정한 ‘본격문학, 죽은 시인의 사회’, 리얼리즘 계열 비평의 문제점을 지적한 ‘문제는 리얼리즘이 아니다’,2000년대 이후 문학 흐름을 진단한 ‘혼종적 글쓰기, 혹은 무중력 공간의 탄생’등이 실렸다.1만 2000원.●이혼 지침서(쑤통 지음, 김택규 옮김, 아고라 펴냄) 장이모 감독의 영화 ‘홍등’의 원작 소설인 ‘처첩성군’을 지은 중국 작가 쑤통의 소설집. 쑤통은 1983년 등단해 소위 ‘제3세대 문학’을 이끌었던 작가로,‘이혼 지침서’는 국내 처음으로 소개되는 그의 소설집이다. 부유한 천씨 가문을 무대로 축첩제도의 현실과 여성들의 정체성을 그린 ‘처첩성군’등 3편 수록.9500원.●목련 전차(손택수 지음, 창비 펴냄)1998년 한국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시인이 평단의 호평을 받은 데뷔 시집 ‘호랑이 발자국’ 이후 3년 만에 내놓은 시집.“강이 휘어진다 乙,乙,乙 강이 휘어지는 아픔으로 등굽은 아낙 하나 아기를 업고 밭을 맨다”(‘강이 날아오른다’ 중)처럼 민중적 삶과 대지적 삶의 조화를 꿈꾸는 시인의 서정이 구술적인 어법에 담겼다.6000원.●동굴(주제 사라마구 지음, 김승욱 옮김, 해냄 펴냄) 1989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저자가 플라톤의 ‘동굴의 비유’를 빌려 현대 자본주의의 폐해를 풍자한 블랙코미디. 도자기를 빚으며 소박한 삶을 사는 늙은 도공은 어느날 사위가 일하는 첨단 쇼핑몰 센터를 돌아보다 충격적인 비밀을 발견한다.1만 3000원.
  • 봉준호감독이 들려준 영화 ‘괴물’의 포인트

    봉준호감독이 들려준 영화 ‘괴물’의 포인트

    “영화 ‘괴물’은 정말 괴물 같은 영화다.” 얼마 전 막내린 칸 영화제에서부터, 이 동어반복적인 소문이 모락모락 퍼지기 시작했다. 그야말로 화사했던 관객 반응에다 ‘최고영화’라는 평론가의 평까지 겹쳐서다. 이 덕에 해외판매액은 이미 700만달러를 넘어섰다. 도대체 무엇을 어떻게 찍었기에 하는 궁금증이 일지 않을 수 없다.8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제작보고회에서 봉준호 감독의 얘기를 들어봤다. ●“괴물 앞에 서는 사람은 톰 크루즈가 아닌 송강호다” ‘괴물’이 과연 무엇일까 하는 게 포인트. 한국영화로서는 첫 시도인데다, 기술력과 정교한 연출력이 뒷받침돼야 하고, 한국영화 가운데 SF물로 성공한 사례가 없어서다. 봉 감독은 기본 컨셉트부터 거꾸로 갔다.“우주나 땅속 깊은 곳의 괴물이 아니라 우리가 늘 보던 한강에서 나오는 괴물이에요. 그래서 무엇보다 현실성이 있어야 한다는 게 제 생각이었습니다.” 그래서 이날 선보인 괴물은 큰 덩치에 괴력을 발휘해 63빌딩을 넘어뜨리는 괴물이 아니라, 비교적 작은 덩치에 한강 오염으로 인한 기형이나 돌연변이의 느낌이 나는 괴물이었다.“괴물과 마주보고 서있는 사람은 아널드 슈워제네거나 톰 크루즈가 아니라 송강호와 그의 가족들입니다. 이것도 괴물을 디자인할 때 잡았던 컨셉트 중 하나입니다.” 흔히 보아 오던 괴수영화에서 쓰이는 ‘엄청난 괴물 vs 위대한 영웅’ 구도가 아니라,‘현실성 있는 괴물 vs 평범한 가족’의 구도를 그렸다는 설명이다. 한마디로 ‘한국적 괴물’이라는 얘기다. ●“평범한 가족 얘기지 프로파간다가 아니다” 관심을 끄는 또 하나의 요소는 정치적 메시지다. 전작 ‘살인의 추억’에서 80년대말 정치적 혼돈 상황을 워낙 매끄럽게 녹여 냈기 때문이다. 더구나 칸 영화제에서도 단순한 괴수 영화가 아니라 “스릴러와 코미디, 가족영화에다 정치적 비평까지 곁들인 작품”이라는 평가가 나왔다.“한국적인 유머가 녹아 있어서 한국 관객들이 더 많이 웃을 수 있을 것”,“여름철 시원한 액션물로도 손색이 없을 것”,“괴물 자체보다 이에 맞서는 가족 얘기에도 관심을 가져 달라.” 등등 자랑을 늘어 놓던 봉 감독도 ‘정치적 비평’이라는 대목에서는 말을 아꼈다.“원래 어떤 사회적 메시지나 프로파간다 같은 것을 좋아하지 않아요. 문제는 이렇게 평범한, 평범하다 못해 뭔가 부족하기까지 한 가족이 괴물을 상대로 싸울 때 아무도 도와주지 않는다는데 있어요.” 평소에 그토록 잘난 척하는 사람들이 모두 다 사라져 버린 상황. 거기에서 사회적 메시지가 나올 수는 있지만 미리 의도한 것은 아니었다는 설명이다. ●괴물은 어떤 영화? 한강변에서 매점을 운영하며 소박하게 살던 가족이 어느날 나타난 괴물에게 딸을 빼앗기고 이를 되찾기 위해 사투를 벌인다는 스토리.‘괴물’의 사실적 묘사를 위해 ‘킹콩’,‘반지의 제왕’ 등에 참가한 해외 CG팀까지 동원했다. 여기에 쏟아부은 돈만 해도 순제작비의 절반가량인 50억원. 봉 감독뿐 아니라 송강호·변희봉·박해일·배두나 등 출연 배우와 스태프가 ‘살인의 추억’ 멤버들을 고스란히 이어받은 영화이기도 하다. 후반작업 중이며 7월27일 개봉예정이다. 상영시간은 1시간54분 가량.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문학단신] ‘님의 침묵’ 80돌 10일 ‘만해시제’

    만해 한용운(1879∼1944)의 시집 ‘님의 침묵’ 발간 80주년을 기념하는 ‘만해시제(萬海詩祭)’가 계간 ‘시와 시학’ 주최로 10일 오후 4시 서울 중구 문학의집·서울(이사장 김후란)에서 열린다. 시인 신달자 정일근 이가림 김초혜 나태주 등이 시를 낭송하고, 제1회 만해대상을 수상한 시인 고은,2004년 만해대상 문학부문을 수상한 소설가 조정래, 만해학술원장인 문학평론가 김재홍 경희대 교수의 문학 강연이 진행된다.
  • 시내 공원서 우수 영화 즐겨보세요

    서울시는 9일부터 8월26일까지 한여름 밤 야외에서 영화를 즐기는 ‘좋은 영화 감상회’를 개최한다. 방학 기간에 가족들이 밤시간에 공원에 모여 정겨운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 영화선정위원회가 선정한 ‘맨발의 기봉이’‘킹콩’ 등 우수영화들이다. 영화 상영 전엔 다양한 부대행사가 잡혀 있어 흥미를 더한다. 영화 상영 전 평론가가 나와 작품해설과 제작과정도 보여준다. 또 관객이 직접 체험하는 특수분장체험과 레드카펫 시상식 체험 포토존, 마술 쇼 등 다양한 체험행사가 이뤄진다. 상영 장소는 서울광장과 보라매공원, 용마폭포공원, 어린이대공원, 한강시민공원 등이다. 상영 시간은 오후 8∼10시. 모두 40회가 잡혀 있다.02)3707-9471∼2. 박지윤기자 jypark@seoul.co.kr
  • [2006 독일월드컵] ‘초원의 얼룩말’ … 함께 몰아서 잡아라

    [2006 독일월드컵] ‘초원의 얼룩말’ … 함께 몰아서 잡아라

    독일월드컵 아프리카 지역예선 12경기(1차 예선 포함)에서 22골 가운데 절반인 11골을 혼자 터뜨려 토고를 사상 처음으로 본선에 올려놓은 인물. 올 초 AS모나코(프랑스)에서 프리미어리그 아스널로 이적한 뒤에도 13경기에서 4골을 넣을 만큼 골 결정력이 탁월한 ‘사냥꾼’. 대한민국 월드컵축구대표팀이 16강을 저울질할 첫 상대인 토고의 경계대상 ‘0순위’ 에마뉘엘 아데바요르(22)는 그야말로 ‘군계일학’이다. 아직도 토고의 객관적인 전력을 놓고 온갖 ‘설’이 무성하지만 ‘그가 없으면 토고도 없다.’는 것만큼은 확실하다. 아데바요르의 장·단점은 무엇이고 그의 발끝을 무디게 할 방법은 또 무엇일까. ●골은 기본, 축구장이 좁다 190㎝의 장신에다 바싹 마른 체격. 껑충껑충 그라운드를 누비는 모습은 흡사 아프리카 초원을 가볍게 휘젓고 다니는 얼룩말과도 같다. 패스할 듯하면서도 슛을 때리는, 슛을 때릴 듯하다가도 빈 공간으로 패스를 찔러넣는 변칙과 ‘허허실실 축구’의 대명사다. 그것뿐일까. 최근 5차례의 평가전에서 넣은 2골은 극히 일부분. 더 무서운 건 그의 행동반경이다.“그라운드가 참 좁다.”는 듯 상하좌우로 종횡무진하며 전체를 조율하는 모습은 그를 더욱 위협적인 존재로 부각시키고 있다. 7일 FC방겐과의 최종 평가전은 그의 진가가 잘 드러난 경기. 투톱으로 나서 풀타임을 뛰었지만 지난 3일 리히텐슈타인전 때처럼 그는 최전방에 나서지 않았다. 후방 포백라인 근처까지 내려와 볼을 받으며 직접 공격의 실마리를 풀어나갈 정도로 그의 역할은 미드필더에 가까웠다. 자신의 선제골로 1-0으로 앞선 전반 34분 토마스 도세비가 떠뜨린 추가골도 아데바요르의 킬패스에서 나왔다. 경기를 직접 관전한 차범근(수원) 감독은 “오늘 경기처럼 일정한 자리 없이 활동 범위를 넓히고 많이 움직일 경우 1대 1 수비로는 막아내기가 매우 힘든 상대”라고 평가했다. ●협력수비로 괴롭혀라 그에게도 약점은 있을까. 조영증 국제축구연맹(FIFA) 기술위원은 “개인기와 순발력 등을 바탕으로 빅리그 주전으로 뛰는 선수라면 딱 꼬집어 약점을 찾아내기가 힘들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프리카 축구는 동기 부여의 여부에 따라 응집력을 나타낼 수도, 한순간에 허물어질 수도 있다.”면서 “아데바요르 역시 초반 강한 압박과 협력수비로 전의를 뺏을 경우 쉽게 무너질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축구평론가 정윤수씨 역시 협력수비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아데바요르의 행동반경을 감안하면 미드필더는 물론 전방 공격수까지 가세해 그의 발끝을 처음부터 철저하게 봉쇄해야 하고, 수비라인은 완벽한 커버플레이로 공격 루트를 차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대한축구협회 이영무 기술위원장은 토고-사우디아라비아 평가전을 관전한 뒤 “제공력을 갖춘 아데바요르를 상대로 가장 효과적인 수비를 펼칠 선수는 최진철”이라고 말하면서도 “그러나 많은 경우 맨투맨이 아니라 ‘존마킹(지역방어)’을 중심으로 한 협력수비에 치중하게 될 것”이라고 일찌감치 X파일을 공개했다. 결국 허용된 범위 내에서 끝없이 괴롭히는 치열한 몸싸움과 협력수비. 그것만이 흐느적거리지만 면도날처럼 예리한 아데바요르의 발끝을 무디게 할 특효약이라는 결론이다. 최병규기자 cbk91065@seoul.co.kr
  • ‘문화예술계 거목’ 하늘로…

    ‘문화예술계 거목’ 하늘로…

    팔순을 넘긴 나이에도 한달에 10여편의 연극을 챙겨보고, 또 한달에 29일은 꼬박 술을 마셨다. 하루에 두시간 이상은 책상에 앉아 희곡을 썼다.2003년 팔순을 맞았을 때 시끌벅적한 잔치 대신 신작 ‘옥단어’를 써서 소박하게 무대에 올렸던 그다. 마지막 병상에서도 머릿속은 온통 연극뿐이었다고 한다.“‘산불’의 일본어 공연을 앞두고 희곡을 번역하는 일에 끝까지 매달렸다.”고 지인은 전했다. 차범석. 그는 한국 연극의 산 증인이자 ‘영원한 현역’연극인이었다.1924년 목포 호남 갑부의 차남으로 태어난 그는 열세살때 최승희의 무용발표회를 보고 무대예술에 처음 관심을 갖게 됐다. 사범학교를 나와 초등학교 교사로 일하다 스물둘에 뒤늦게 연희전문대 영문과에 입학한 뒤 문학서클 ‘새마을회’에서 김기림, 염상섭, 유치진 등으로부터 문학과 연극을 배웠다. 1955년 ‘밀주’와 1956년 ‘귀향’으로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된 뒤 희곡작가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하는 한편 직업극단인 ‘제작극회’를 창단해 흥행주의, 상업주의를 배척하는 소극장 운동의 선봉에 섰다. 이때 발표한 ‘공상도시’‘불모지’‘껍질이 깨지는 아픔없이는’등은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1961년 한국 최초의 민간방송인 MBC 연예과장에 발탁돼 10년간 방송국에서 일하기도 했다. 이때의 인연으로 1980년 드라마 ‘전원일기’를 1년간 집필하기도 했다. 한국 리얼리즘 연극의 최고봉으로 꼽히는 ‘산불’은 1962년 12월24일 명동 국립극장에서 초연됐다. 첫날부터 관객이 몰려들어 정문 유리창이 깨지고 기마경찰까지 출동하는 대이변을 일으키는 등 엄청난 성공을 거뒀다.‘산불’을 비롯해 ‘학살의 숲’‘표류’‘안개소리’등 전후의 현대사와 사회상에 바탕을 둔 정통극을 추구하는 그를 연극계는 ‘리얼리즘의 파수꾼’이라고 불렀다. 오페라 ‘산불’‘녹두장군’, 무용극 ‘도미부인’‘은하수’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었다. 팔순의 고령에도 꼿꼿한 걸음걸이, 형형한 눈빛을 잃지 않은 그는 평생 원칙주의자와 도덕주의자로 살아왔다. 연극 입문 초기부터 고인을 사사한 극단 미추의 손진책 대표는 “실수 하나도 허투루 넘어가지 않고 매섭게 야단치는 엄한 스승이셨다.”고 회고했다. 돈에 관한 결벽증도 유난했다. 부자 부모를 뒀지만 서울로 올라온 후 한뼘의 땅도 물려받지 않고 자수성가했다. 이런 품성때문일까. 그는 일찍부터 단체의 수장 역할을 도맡아했다.1969년 마흔넷의 나이에 한국연극협회 이사장에 선출됐고, 이후 국제극예술협회 부위원장, 극작가협회 회장, 문예진흥원 원장, 예술원 회장, 광화문 문화포럼 회장 등을 지냈다. 청주대 예술대 학장, 서울예대 대우교수 등 후학들을 양성하는 데도 힘썼다.8권의 희곡집외에 ‘한국 소극장 연극사’같은 연구서와 수필집, 평론집, 자서전 등도 여러 권 남겼다. 한치 흔들림없는 길을 걸어온 덕에 연극 인생에 대한 고인의 자부심은 남달랐다. 생전에 “연극 인생 50년에 관객에게 아첨하거나 하물며 그 아첨의 대가로 수입과 인기를 올리려는 몰염치는 한번도 하지 않았다.”고 했고, 또 “내 자신을 구속하면서 살지 않았고, 또 누구를 속박하지도 않았고 연극과 함께 평생을 살아온 나는 참 운이 좋은 사람”이라고도 입버릇처럼 말했다. 언제나 안주하지 않고 쉼없는 창작열을 불태웠던 그였지만 초기작 ‘산불’에 대한 애착은 유별했다. 지난해 고인의 50년지기 동료인 극단 산울림 임영웅 대표의 연출로 국립극장 무대에 ‘산불’이 다시 올려졌을 때 무척 즐거워했다. 최근엔 ‘산불’을 원작으로 한 뮤지컬 ‘댄싱 위드 섀도우’의 작업에 지대한 관심을 갖고 있었다. 신시뮤지컬컴퍼니 박명성 대표는 “문병갈 때마다 매번 ‘뮤지컬은 잘 돼가느냐.’고 물어보는 게 낙이셨다.”면서 “선생님의 건강이 악화됐다는 소식에 뮤지컬 제작발표회를 서둘러 7월3일로 잡아놨는데 그것도 못보고 돌아가시다니….”라며 안타까워했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故 차범석 연보 ▲1924년 전남 목포 출생 ▲1945년 광주사범학교 강습과 졸업 ▲1946년 연희전문대(연세대)영문과 입학 ▲1956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희곡부문 당선, 제작극회 창단동인 ▲1961년 문화방송 연예과장 ▲1963년 극단 산하 대표 ▲1968년 연극협회 이사장 ▲1975년 극작가협회장 ▲1981년 예술원 회원 ▲1995년 예술원 부회장 ▲1998년 문예진흥원장, 예술의전당 이사 ▲1999년 광주비엔날레 이사장, 대한민국예술원 회장 ▲2003년 광화문 문화포럼 회장 ▲3·1문화상 학술상, 대한민국문학상, 서울시문화상(연예부문), 이해랑연극상, 동랑연극상, 대한민국문화예술상, 보관문화훈장
  • [2006 독일월드컵] ‘원톱’ 안통하면 ‘투톱’ 세워라

    [2006 독일월드컵] ‘원톱’ 안통하면 ‘투톱’ 세워라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이 지난 4일 가나와의 월드컵 평가전을 끝으로 예비고사를 모두 마치고 6일 ‘약속의 땅’ 독일로 건너간다. 남은 건 꼭 일주일 뒤 토고와의 첫 경기로 시작되는 세 차례의 본고사다. ‘아드보카트호’는 지금까지 17차례의 평가전을 통해 자신의 능력을 확인하고 주어진 과제를 성실히 풀었다. 그러나 아직은 미흡하다. 더욱이 ‘가상의 토고’였던 가나전 결과는 ‘독이 됐든 약이 됐든’ 당초 예상과는 크게 어긋난 결과다. 전문가들은 “16강 진출의 명운이 걸린 토고전에 올인하기 위해서라도 이제는 ‘베스트11’을 확정짓고 조직력을 다듬어야 할 때”라고 입을 모은다. ●베스트 확정 빠를수록 좋다 딕 아드보카트 감독은 지난 1월 해외전지훈련 당시부터 베스트 멤버 선발을 위한 포지션별 ‘조각맞추기’를 시도했다. 이는 독일월드컵 본선에 출전한 다른 31개국에 견줘 다소 하향 평가되는 한국대표팀의 전력을 극대화시키는 방법은 조직력에 의한 축구밖에 없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그러나 ‘시험 기간’이 너무 길다는 의견도 나온다. 축구평론가 정윤수씨는 “사실 베스트11은 5월 말 국내 2차례의 평가전 때 윤곽이 잡혔어야 했다.”면서 “지금 당장 베스트 멤버를 확정짓더라도 일주일 내에 다듬어야 할 부분이 많다.”고 지적했다. ●검은 축구의 템포를 주목하라 가나전 참패는 경기 속도의 완급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아프리카팀 특유의 ‘템포 축구’에 대처하지 못한 데서 비롯됐다. 유럽리그의 쟁쟁한 스타들로 구성돼 한 수 위의 압박을 펼친 상대 미드필더에 밀린 것이 화근. 신문선 SBS 해설위원은 “가나의 미드필더들이 아프리카 최고라 해도 과언은 아니지만 튼튼한 허리는 ‘검은 축구’ 어떤 팀에나 기본”이라면서 “이에 맞설 더욱 강력한 미드필드진을 구축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신 위원은 또 “공격이 지나치게 오른쪽으로만 치우친 경향이 있다.”면서 “좌우 측면을 골고루 분배하는 다양한 공격패턴이 절실하다.”고 덧붙였다. ●화력의 극대화 방안은 축구는 골로 말한다. 그러나 가나전에서 한국은 이을용의 중거리포 한 방 이외에 기억할 만한 슈팅이 없었다.‘킬러’의 부재다. 상대의 밀착수비에 스리톱이 문전에서 허둥대는 동안 공은 번번이 문전을 비켜갔다. 유일한 득점기회였던 코너킥·프리킥 등 세트피스에서도 이들의 발과 머리는 침묵했다. 이용수 KBS 해설위원은 “아드보카트호는 공격수 8명의 공격 조합을 수차례 테스트했지만 골이 터지지 않는 게 가장 큰 고민”이라면서 “차라리 원톱보다는 투톱을 세우는 것도 해결방법의 하나”라고 충고했다. 최병규기자 cbk91065@seoul.co.kr
  • [새음반] 펫 숍 보이스 9번째 앨범 ‘펀더멘털’

    펫 숍 보이스(Pet Shop Boys)를 모르는 음악 팬이라도 월드컵 시즌이 되면 자주 울려 퍼지는 그들의 노래 ‘고 웨스트(Go West)’는 익숙할 것이다. 닐 테넌트, 크리스 로로 구성된 영국 출신 신스팝의 제왕 펫 숍 보이스가 돌아왔다. 아홉 번째 스튜디오 앨범 ‘펀더멘털(Fundamental)’이다. 신스팝은 신시사이저를 주로 사용하는 장르로 테크노나 일렉트로니카의 선배격. 올해 데뷔 25년을 맞은 펫 숍 보이스는 경쾌한 멜로디와 리듬에 사회 풍자를 담으며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이번 앨범은 평론가들로부터 93년 ‘베리(Very)’ 이후 가장 잘 만들어진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어 전성기 재현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일렉트로 댄스 팝인 첫 싱글 ‘아임 위드 스투피드(I´m with Stupid)’에서는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과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를 신랄하게 꼬집는다. 올 가을에는 그들의 음악 역사를 화려한 비주얼과 디자인으로 표현한 ‘펫 숍 보이스 카탈로그’가 발간된다고.
  • 두 시인 첫 시집

    곽효환은 4년 전 ‘시평’ 겨울호에 ‘수락산’등 5편을 발표하며 등단했다. 하지만 시인의 꿈은 그보다 훨씬 오래됐다.‘인디오 여인’(민음사)은 지난 10년간 그가 스쳐지나온 사람과 사물, 그리고 풍경에 대한 서사와 서정의 기록이다. “3월에 큰 눈이 내린 후/황새 한무리 길을 잃었다/검고 흰 날개를 펴고/철원평야를 건너 순담계곡을 배회하다/날개를 접었다/바이칼호가 아득하다//나도 어딘가에 길을 잃고 버려지고 싶다/아득히 잊혀지고 싶다”(‘길을 잃다’전문)처럼 시집에는 길에 대한 묘사가 두드러진다. 기록된 행로는 국경을 넘어 러시아와 프랑스, 쿠바, 멕시코로 뻗어나간다. 그곳에서 시인은 사람을 만나고, 역사와 대면한다. 가령 아스텍 신전에서 만난 “군옥수수를 파는 인디오 여인의 그늘진 얼굴”에서 시인은 굴곡진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어머니의 얼굴”(‘군옥수수를 파는 인디오 여인’중)을 본다. 평론가 유종호는 “시인 곽효환은 눈과 귀를 활짝 열어놓고 주목하며 경청하며 적어두는 젊은 나그네”라고 평했다. 무심한 듯 풀어놓는 개인사의 풍경도 예사롭지 않다.“나는 끝내 말하지 않았다/아버지의 자살에 관하여”(‘자살에 관하여’중)라거나 “사업 실패로 추락한 아버지의 종착지”였던 “사당동 산 17번지”(‘물 길러 가는 길’)등은 시인이 겪은 가족사의 비극과 내면의 상처를 짐작케 한다. 신기섭은 지난해 12월 쏟아지는 폭설속에 거짓말처럼 세상을 떴다. 경북 문경 출신으로 서울예대 문예창작과를 나와 2005년 한국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지 채 1년도 안돼 사라진 꽃다운 시인의 죽음을 많은 문인들이 안타까워했다. ‘분홍빛 흐느낌’은 등단 후 여러 문예지에 발표한 20여편과 평소 시집 출간을 염두에 두고 시인 스스로 정리해둔 미발표작 등 53편을 묶었다. 평론가 신수정 등 시인의 은사와 서울예대 문우들이 발벗고 나섰다. 생전의 시인은 늘 웃음 띤 얼굴이었으나 시들은 대부분 어둡고 무겁고 쓸쓸하다. 죽음에 관한 시들이 유독 많은 것도 예사로이 넘겨지지 않는다. “오래 자다 일어난 것 같은데 어둡다 문득 잠결에 친구의 전화를 받은 기억, 그러나 그 친구 이미 오래 전 스스로 목을 매달고 죽은 기억”(‘봄눈’중)이나 “늙게 살면 빨리 죽는 거야/희망을 말하면 빨리 죽는 거야”(‘문학소년’중)같은 시구에서는 어느새 시인의 무의식을 짓누르는 죽음의 그림자가 느껴진다. 엄마를 대신해 시인을 돌봤던 할머니에 대한 추억은 눈물겹다. 돌아가신 할머니의 분홍색 외투를 태우며 시인은 “이제는 추억이 된 몸속의 흐느낌들이/검은 하늘 가득 분홍색을 죽죽 칠해나간다”(‘분홍색 흐느낌’중)고 노래한다. 시인 문태준은 “고통의 품에 오래 안겨본 사람만이 지닐 수 있는 대긍정이 그의 시에는 있다.”고 했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중앙정치 예속화…지방자치 후퇴 우려”

    ●김형준 한국사회과학데이터센터(KSDC)부소장 현 정부의 지난 3년간에 대한 평가가 폭발했다. 여론조사 결과 이번 선거의 의미에 대해 유권자들은 노무현 대통령 책임 34%, 정동영 의장 책임 7%라고 답했다. 열린우리당 광역단체장 후보만 보더라도 강금실·진대제·이재용·오거돈 전 장관 등 노무현 정부와 관련있는 인사들이 대부분이다. 온 국민이 분노한 것이다. 강금실 후보가 인물로 봤을 때 이렇게 질 수 있는 인물이 아니다. 투표율에서도 노무현 정부에 대한 평가를 해야 한다는 욕구가 그만큼 컸다고 봐야 한다. 지나친 중앙정치의 예속화가 우려된다. 일꾼이 아닌 참여정부 평가에만 초점이 맞춰져 지방자치가 후퇴할 것이라는 걱정이 든다. ●김윤재(국제변호사 겸 정치평론가) 격차가 커졌다는 것에 대해서는 분석이 필요하다. 열린우리당이 과도한 매를 맞았다는 부분에 대한 자성이 더 필요하다. 한나라당의 중앙정부 심판론에 지방권력 교체론으로 컨셉트를 잡았는데 잘못됐다. 자신들의 잘못과 무능을 심판받겠다고 했는데 민심 앞에 수그리는 자세가 아니라 역으로 민심을 가르치려고 했다. 역풍을 맞았다. 열린우리당은 반성한다고 해놓고 한나라당 부패를 공격했다. 싹쓸이 막아달라고 호소하다가 싹쓸이하면 어찌된다는 식으로 협박했다. 그것뿐인가. 이원영 의원, 김두관 경남도지사 후보 발언과 공천과정의 잡음 등이 이어졌다. 정동영 의장도 잘못했다고 하다가 정계개편 발언도 했다. 선거국면에 되는 건 다 써보겠다는 식으로 술수를 부렸다. 2일 전 적극 투표층이 높아졌다는 결과가 나왔다. 보통 투표율이 높으면 여당이 유리하지만 이번엔 격차가 더 커졌다. 여당을 심판해야겠다고 생각한 사람은 많았지만 열린우리당을 지지하는 유권자들은 외면한 결과다. ●정대화 상지대 교수 지방선거판이 원래 토호정치의 독무대라는 게 다시 확인됐다. 이번에는 집권 여당과 참여정부의 무능력이 곁들여진 데다 박 대표 피습사건이 추가되면서 민심 이반 정도가 더 심하게 드러났다. 인물 선거가 아니라는 점도 확인됐다. 일종의 ‘묻지마 투표’였다. 당대 당 구조가 철저히 지켜졌다. 어느 선거나 정도의 차는 있지만 국정운영과 정치적 활동 평가라는 것은 기정사실이다. 대선 전초전이라는 점도 크게 작용해 지방선거 본연의 의미가 실종됐다. ●정창교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수석연구위원 정당 지지율 격차가 컸고 중·노년층 투표율이 높았기 때문에 한나라당이 이길 수밖에 없는 구조다. 투표율이 높았던 것도 한나라당 지지자들이 투표를 많이 한 결과다. 주목할 점은 수도권 기초단체장 여당 후보가 전멸한 것이다. 표차도 더블 스코어였다. 광역단체장은 전략적인 인물을 내세우는 것이 관례라 하더라도 참여정부에 대한 심판 이외에는 달리 해석할 길이 없다. 정리 구혜영기자 koohy@seoul.co.kr
  • [정윤수의 오버헤드킥] 삼바축구처럼 유쾌하게 흥겹게

    1500년경 브라질은 포르투갈의 지배를 받았다. 그 과정에서 라틴계 백인들이 들어왔다. 원주민 인디오는 숲으로 숨어들었지만 혼혈 인종이 생겨났다. 백인들은 아프리카의 흑인 노예까지 데리고 물밀 듯이 들어왔다. 근대에 들어서도 다인종 국가 브라질은 많은 격변을 겪었다. 그러나 칠레나 아르헨티나처럼 쿠데타와 대량 학살은 일어나지 않았다. 이미 1880년대에 노예제도와 왕실제도를 폐지한 브라질은 20세기 들어 예술가와 축구선수들이 놀라운 상상력을 보여줬다. 스페인계 아버지의 영향으로 유럽의 음악을 터득, 이를 기초로 브라질 음악을 재해석한 빌라 로보스가 있는가 하면, 유럽인들이 전해준 ‘공차는 놀이’를 축구로 승화시킨 펠레도 있다. 문화적, 인종적인 혼란 속에서 그들이 깨우친 건 자신들의 체질에 맞게 그들을 융합시킨 재창조의 능력이었다. 축구를 구성하는 수많은 요소를 분해하면 결국 핵심은 개인기다. 체력과 조직력은 월드컵 본선무대에 오른 팀 모두에 기본적인 조건이지만 탁월한 개인기는 그것을 가질 만한 팀만이 가질 뿐이다. 바로 브라질이 그 팀이다. 지난 2002년 대회에서 독일이 강한 체력과 조직력에도 불구하고 일단 수비에 치중하면서 좌우 크로스를 올리는 단조로운 플레이로 준우승에 머문 것도 그 상대가 풋풋한 상상력과 능란한 기예를 가진 선수가 수천 명이나 되는 브라질이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심판에게 공을 줄 때도 발끝으로 차 올려 무릎으로 트래핑한 후 공손히 머리를 숙이며 헤딩으로 넘겨준다. 더욱이 중요한 것은 브라질 선수들이 함부로 욕설을 퍼붓거나 심판을 향해 눈을 부라리는 경우가 거의 없다는 것. 지난 대회에서도 브라질 선수들은 상대 팀들의 고약한 반칙에 번번이 쓰러졌는데 그럴 때마다 호나우두와 히바우두는 오로지 땅을 보며 얼굴을 찡그릴 뿐 가해자를 향해 언성을 높이는 일이 없었다. 지난 대회 우승 직후 스콜라리는 이런 말을 남겼다.“우리에게 준우승은 최하위와 같다. 그러므로 나와 선수들은 성실하게 노력해야 했다. 그러나 즐기면서 이기라고 주문했다. 우리 선수들이 즐겁게 공을 차고 우승까지 했다는 점, 이 이미지를 영원히 기억해 주기 바란다.” 독일월드컵에서 어떤 팀이 우승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다만 바라건대 브라질 선수들의 낙천성과 상상력을 다른 모든 팀들에서도 발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특히 ‘애국심’의 과잉 열풍 속에서 마치 독립운동이라도 하러 떠난 듯한 우리 대표팀의 젊은 선수들이 그 해맑은 미소를 끝까지 잃지 않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다.축구평론가 prague@naver.com
  • [2006 독일월드컵] 주영 ‘천재감각’으로 끝낸다

    “박주영, 너를 믿는다.” 딕 아드보카트 감독이 박주영을 승부수로 띄웠다. 스코틀랜드 글래스고에서 대표팀을 조련 중인 딕 아드보카트 감독은 ‘스리톱’으로 박주영(좌)-안정환(중앙)-설기현(우) ‘조합’을 중점적으로 연습시켰다. 이는 아드보카트 감독이 박주영의 ‘도우미’ 역할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는 것을 직접적으로 드러낸 것. 그렇지만 전문가들은 박주영-안정환-설기현 ‘조합’은 스타팅이 아닌 후반 15분이나 20분쯤 승부수를 띄워야 할 시기에 적합할 것으로 내다봤다. 아드보카트 감독은 독일월드컵 대표팀 소집 이후 세네갈전과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전에선 연속으로 설기현(좌)-안정환(중앙)-이천수(우) ‘조합’을 선발로 내세웠다. 축구평론가 정윤수씨는 “아드보카트 감독은 월드컵 경험을 중시해 설기현-안정환-이천수를 선발로 내세울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이천수와 설기현이 스피드를 이용한 활발한 공격으로 상대 수비수를 지치게 만든 뒤 박주영이라는 조커를 투입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박주영은 세네갈 전에서도 후반 교체투입돼 선제골을 어시스트했고, 보스니아전에서도 정확한 백패스로 두번째골을 도왔다. 박주영은 지난 3월1일 앙골라전 결승골을 포함해 3경기 연속 공격포인트를 올리면서 ‘축구천재’로서 이름값을 톡톡히 했다. 그러나 ‘박주영 승부수’의 전제조건은 선발 출장한 이천수와 설기현이 활발한 움직임으로 상대수의 체력을 떨어뜨려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만 후반 교체투입될 박주영의 활동폭이 넓어질 수 있어 결과적으로 손쉽게 골 찬스를 만들 수 있다. 안정환과 중앙 공격수를 다투고 있는 조재진의 선발 출장도 조심스럽게 점쳐진다. 안정환이 두차례의 평가전에서 무득점에 그친 반면 조재진은 후반 교체멤버로 투입됐지만 보스니아전에서 정확한 쐐기골로 물오른 골감각을 자랑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첫 경기인 토고전에서는 반박자 빠른 슈팅을 자랑하는 안정환의 스타팅 출전을 점쳤다. 정윤수씨는 “조재진은 파워와 높이에서 강세인 프랑스나 스위스전에서 선발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아드보카트 감독은 겉으로는 조별리그 3경기가 모두 중요하다고 말하고 있지만 내심 토고전에 사활을 걸고 있는 듯하다. 아드보카트 감독이 말한 대로 16강 진출을 위한 안정권인 승점 5를 얻기 위해서는 토고전 승리가 절대적이기 때문이다. 박준석기자 pjs@seoul.co.kr
  • [무너지는 학교] (하) 교권회복 모범 사례들

    서울 A중학교 권모(23·여) 교사는 부임과 동시에 2학년 담임을 맡으면서 학교 전체에서 소문난 ‘문제아’ 태성(가명)이를 만났다. 학기초 태성이는 수업중 선생님의 지적에도 아랑곳없이 잠을 자기 일쑤고, 지난 3월에는 사흘간 무단결석을 하기도 했다. 친구들과 싸움도 자주 했다. ●학교와 학부모가 끊임없이 소통해야 태성이와 태성이 어머니 그리고 자신이 함께 ‘3자 교환일기’를 쓰기로 했다. 교환일기에는 먼저 권 교사가 태성이의 하루 학교생활을 꼼꼼히 기록하고 태성이와 어머니에게 하고 싶은 말을 적는다. 태성이는 이것을 보고 선생님과 어머니에게 하고 싶은 말을 적고, 어머니도 태성이와 선생님에게 하고 싶은 말을 적는 형식이다. 지난 4월부터 교환일기를 쓰기 시작한 이후 태성이의 생활 태도가 많이 달라졌다. 권 교사는 교환일기 하나로 자연스레 권위를 인정받은 셈이다. 교육평론가 한병선씨는 “고전적 교권관은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말라.’는 식의 폐쇄적이고 권위주의적인 것”이라면서 “교사가 교권을 독점하려 해서는 안 되고 학부모의 비판을 겸허히 수용하는 열린 교권관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가장 바람직한 교육은 학생을 사이에 두고 교사와 학부모가 공동선을 이뤄가는 것이고 이것이 바로 교사·학부모간 교육적 소통이 중요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수원대학 강인수 교수는 “사회전반적으로 해체 현상이 일어나면서 우리 국민들 전체가 법의식이 부족하게 됐고 그 파장으로 교권침해가 일어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안에 따라 법률적인 자문을 받을 수 있도록 시·도 교육청에 변호사를 고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미 교권보호를 위한 법률은 정비가 됐기 때문에 이를 사안에 따라 적용할 후속 조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스승 섬기기 운동과 제로 톨러런스 서울 동작구 강남초등학교의 경우 지난 3월부터 ‘스승 섬기기 운동’을 펼치는 동시에 학생들이 지켜야 할 기본 규칙·규율 등을 엄격히 지도하고 있다. 김철규 교장은 “존경할 만한 스승을 존경하도록 어렸을 적부터 유도하는 것도 학교가 해야 할 일”이라면서 “학생들이 학교 규칙을 엄격히 지키는 가운데 스승에 대한 존경심도 생겨날 것”이라고 말했다. 학교 안에서부터 작은 규율을 지키도록 하면 교사들의 권위는 자연스레 확립될 수 있다.‘제로 톨러런스(zero tolerance·무관용)’ 정책이다. 교권침해 사례가 전혀 없는 곳으로 알려진 정원여중은 학교 규율을 엄격히 적용하고 있다. 동시에 다양한 행사를 통해 학부모와 학생, 교사들이 접촉할 기회를 많이 갖는다.‘규율은 철저히 소통은 다양하게’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있다. ●스킨십없는 엄한 규율은 또다른 갈등 불러 이재령 교감은 “오전 등교지도나 생활지도 등은 학생부 선생님들뿐만 아니라 40여명의 모든 선생님들이 참여하고 있다.”면서 “복장이나 생활태도 등을 강조하다 보니 학부모들도 좋아한다.”고 말했다. 그는 “물론 엄한 규율 적용의 바탕에는 반드시 학부모와의 소통이 전제가 돼야 한다.”면서 “학부모와 소통 없는 엄한 규율은 또다시 갈등만 부추기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정원여중은 전교생이 모두 참여하는 ‘엄마와 함께 송편 빚기 대회’, 학부모-학생-교사간 역할을 바꿔 연극하는 ‘상황역전 역할극’공연 등 소통을 위한 다양한 행사를 마련하고 있다. 성균관대 양재효 교수는 소통을 위한 학교, 학생, 학부모의 노력을 강조하면서 학교분쟁조정위원회가 실질적으로 활성화되어야 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앞으로 학교분쟁조정위원회가 지금처럼 분쟁을 제재 위주로 풀어서는 안 된다.”면서 “대화와 이해를 통한 민주사회의 바람직한 문제해결 모습을 보이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기용 김준석기자 kiyong@seoul.co.kr
  • “아시아의 눈으로 아시아를 읽자”

    “아시아의 눈으로 아시아를 읽자”

    소설가 방현석(45·중앙대 교수)은 영화에 관심이 많다. 시나리오도 썼고, 단편영화도 찍었다.‘소설의 길 영화의 길’이라는 책도 냈다. 영화제작자 차승재(46·싸이더스FNH 대표)는 소문난 독서광이다. 한달에 보통 열 권은 거뜬히 읽어낸다.2004년 결성된 ‘아시아문화네트워크’모임을 계기로 친분을 쌓아온 두 사람이 최근 일을 냈다.‘아시아 각국의 문학과 예술, 사회를 읽어내고 그 가치를 함께 공유하자.’는 취지로 계간 문예지 ‘아시아’(발행인 이대환)를 창간했다. 방 교수는 주간으로, 차 대표는 문학평론가 김재용·방민호와 더불어 편집위원으로 참여했다. ‘베트남을 이해하려는 작가들의 모임’을 이끄는 등 아시아 지역 교류에 일찍 눈을 떴던 방 교수는 “우리는 그동안 지나치게 서구 편향적이었다.”면서 “이제 아시아 47개국에서 출현하는 상상력에 관심을 기울이고, 소통과 연대의 장을 마련해야 할 시점”이라고 잡지 창간의 의미를 설명했다. 아시아에 남다른 관심을 갖고 있는 건 차 대표도 마찬가지.“한국 영상콘텐츠의 주요 시장인 아시아를 올바로 이해하려는 노력은 당연한 것”이라는 그는 “아시아 지식인들 사이에 한국 대중문화를 저급하게 바라보는 시각이 존재한다. 문학과 같은 순수예술의 교류가 이런 부정적 편견을 없애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창간호에는 일본의 우경화 등을 날카롭게 비판해온 작가이자 사상가 오다 마코토,‘붉은 수수밭’의 중국 작가 모엔 등 유명 작가 외에 인도네시아 작가 프라무디아, 베트남 작가 바오니, 몽골 작가 울치툭스 등의 글이 실렸다. ‘인도네시아의 양심’으로 불리는 프라무디아는 이 잡지와 인터뷰한 후 지난달 30일 81세로 세상을 떠나 국내에는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소개되는 작가가 됐다. 10년에 걸쳐 구축한 베트남, 몽골,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작가들과의 인적 네트워크가 든든한 발판이 됐다. 그러나 번역 문제 등 난관도 만만치 않았다. 방 교수는 “나라마다 언어가 달라 이중으로 번역하는 작업이 쉽지 않았다.”며 웃었다. 모든 원고는 한글과 영문으로 번역돼 나란히 실렸다.‘아시아’는 포스코청암재단의 지원을 받아 창간호 1만부를 찍었고, 이중 2000부를 해외 한국학 연구소와 관련 단체, 문인들에게 발송했다. ‘아시아’는 문학을 기본으로 하되 문화예술 전반에 관한 주제도 매호마다 다룰 예정이다. 가을호에는 아시아 영화작가들에 대한 이야기를 싣는다. 차 대표는 “베트남, 태국, 필리핀 등의 영화감독들에게 ‘아시아에서 영화작가로 살아간다는 것’을 주제로 원고를 써달라고 요청했다.”고 말했다. 앞으로 사진작가, 미술작가 등에 대한 이야기도 실을 계획이다. 방 교수는 “한국이 아시아의 중심이 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아시아의 창조적 상상력이 자유롭게 출입하는 정신적 자유무역지대를 지향한다.”면서 “아시아의 눈으로 아시아를 읽자는 가치를 확고하게 추구하는 잡지를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발언대] 이 땅에 미술평론가는 있는가/ 김영근 서양화가

    개인전을 할 때마다 느끼는 것인데 전시장에서 평론가들을 만나기가 참으로 어렵다. 그들이 글을 써서 먹고사느라 바빠서인지 그림에 관심이 없어서인지 알 수는 없다. 예술 작품을 만들어낸 예술가에겐 비평이 있기 마련이다. 그렇다면 그것을 비평할 능력이 정말 평론가들에게 있는 걸까? 평론가는 화가의 위에 있는 것인가, 밑에 있는 것인가? 남의 작품을 비평할 정도가 되려면 그 작품을 분석하고 읽을 줄 아는 안목이 있어야 하는데 내가 본 평론가들은 그림을 감상할 정도의 수준이지 진정 비평할 만한 지적 수준을 갖춘 사람은 많지 않은 것 같다. 정말 예리하게 작품을 비평하려면 그 화가의 작업과정이나 사상과 철학을 들여다봐야 하는데 대개의 평론가들은 슬라이드나 사진을 제공받고 평가를 해서 글을 써주는 경우가 많다. 평론가의 수준이 높아져야 훌륭한 작품이 정당하게 평가받고 좋은 작품이 탄생할 것인데 평론가가 화가 밑에 있으면 어떻게 작품을 냉정하게 평가해서 떳떳하게 세상에 알릴 것인가. 겨우 전시장에 나가는 경우가 자기와 인연이 있는 화가의 작품 몇 점을 보기 위함이라면 어떻게 그 많은 화가들의 작품을 냉정하게 비평할 수 있단 말인가. 또 평론가는 자기가 좋아하는 스타일은 높게 평가하고 자기 마음에 들지 않는 작품은 낮게 평가하는 경향이 있는데 평론가는 수준이 높아야 편견이 없는 좋은 평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에도 재능이 있는 화가들이 많은데 왜 세계적인 화가가 탄생하지 않는 걸까?그것은 창의적인 작품을 하기 위해 노력하고 연구하지 않는 화가들에게도 문제가 많지만 펜대만 잡고 방구석에 있는 평론가들에게도 큰 책임이 있다. 평론가라면 창조적 작품을 하는 화가들을 발굴해 평가하고 그 화가가 작업해 나가는 데 조금이나마 일조해야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 평론가들은 돈이나 싸들고 가서 평론해 달라고 해야지만 관심을 가져주는 것 같다. 그뿐만 아니라 이름깨나 있다는 평론가들은 글도 잘 써주지 않는단다. 평론가들이 책상 앞에서 안일한 글장난하고 있는 한 훌륭한 화가나 평론가는 나올 수 없다. 좋은 작품이 소개되지 않고 평론가가 방에만 안일하게 처박혀 있다면 화가의 미래는 어둡다. 누가 진정 실력있는 훌륭한 화가를 발굴해서 세상에 알릴 것인가! 한번쯤은 특정한 화가들의 평론이나 써주고 자기 위신이나 세우려는 평론가는 아닌지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그러한 평론가가 많을수록 훌륭한 작품활동을 하는 많은 예술가들은 죽어가고 말 것이다. 평론가들이여! 펜대나 잡고 방구석에 처박혀서 잠자지 말고 전국에서 힘들게 좋은 작품에 전념하고 있는 화가들을 찾아나서라. 그리하여 위대한 작품이 나오도록 격려하고 평가해 보라. 양심이 있는 평론가라면 지금까지 내가 화가들을 위해서 무엇을 했는지 한번쯤 생각해 보고 그들의 창조적 작품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반성해야 할 것이다. 돈 싸들고 오는 화가들을 위해 유치찬란한 글솜씨나 자랑하지 말고 자신이 어떤 위치에 있는지 자각하는 한편 사명감을 갖고 처신해야 할 것이다. 진정한 예술의 발전을 위해서 평론가는 발로 뛰어야 하며 언젠가는 그런 평론가를 만나보기를 기대한다. 그것이 우리나라 미술을 한단계 더 끌어올릴 수 있는 지름길일 것이다. 김영근 서양화가
  • [뉴스in뉴스] 선거뒤 새판짜기 ‘구심력이 변수’

    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이 24일 밝힌 ‘민주개혁세력 대연합’ 발언이 여권 내부에 만만찮은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지방선거 이후 범여권의 지각변동 기류를 감지케 한다. 물론 ‘선거용’에 불과하다는 소극적인 관측이 엄존하지만 지난 2·18 전당대회 전후로 ‘예고된’ 이슈였음을 감안하면 적극적 해석도 가능한 언급이다. 지방선거 책임을 놓고 비상체제로 돌입할 것이란 얘기다. 다만 7월 재·보선 선거 전에는 정계 개편이 급물살을 타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비상체제에서는 여권내 누구도 주도권을 잡기가 어렵고,2007년 대선 후보가 가시화되면서 본격적 개편논의가 이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불투명한 ‘민주개혁세력 대통합’ ‘민주개혁세력 대통합’은 김근태 최고위원도 전당대회 때 제안한 방식이다. 전제는 반(反)한나라당 전선이다. 이른바 ‘매니페스토식’(정책중심) 정계개편이다. 일각에서 제기됐던 헌법의 영토조항 개정이나 부동산 공개념 문제를 떠올리면 명확한 진보와 보수 구도다. 그러나 효과는 미지수다. 한 정치평론가는 “사회가 점점 보수화 기조를 띠고 있다. 이 구조는 자충수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나라당도 반발한다. 따라서 여당이 정국운영의 주도권을 갖고 정계개편을 노린다면 외연을 확장하기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민주당과의 합당 여부도 현재로선 명분을 찾기가 어렵다. 성급하지만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이 광주와 전남지역을 석권할 경우 당 대 당 통합은 더욱 어려워진다. 구도 자체의 금과옥조는 따질 필요가 있지만 여당이 정국 주도권을 쥐기 위해서는 불투명한 구조라는 해석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다.●정계개편의 중심고리 ‘개헌’ 개헌논의도 중요한 변수다. 여야 주요 인사들이 시기 차이는 있지만 한번씩은 정계개편의 화두로 언급했다. 정 의장은 내년을, 박근혜 대표는 2007년 대선 이후를 적기로 거론했다. 여당의 공통 분모는 지방선거 직후다.문제는 방법이다.4년제 중임론과 내각제로 나뉘어 물밑 셈법이 치열해 보인다. 유력 대선 주자들은 개헌 자체에 회의적이지만 선택한다면 4년제 중임론을 선택할 확률이 크다. 내각제를 선호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당 고위관계자는 “유력 대선후보를 보유하지 못한다면 피치 못할 선택 아니냐.”고 말했다. 노무현 대통령의 대연정 제안도 이 정계개편 논의와 겹쳐진다. 강력한 구심점이 없는 상태라면 현재 권력을 쥔 당사자가 흐름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물론 선택은 시기상조다.일단 “선거 후 당 쇄신 방향 속에서 이루어지지 않겠냐.”는 한 중진 의원의 말은 대선 후보가 정해지기 전에는 여권 재편은 ‘소’(小)개편’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는 말로 들린다. 지도부 동반 책임의 형태를 띠면서 비대위 체제로 돌입한다는 것이다.한 전략통은 “원내정당과 대중정당의 간극, 기간당원 문제 등 전반적인 쇄신작업과 함께 구심점을 찾지 않겠나.”라고 전망했다. 여기에 노 대통령의 탈당여부와 한나라당 당권주자의 움직임, 고건 전 총리 연대 등 외부 요인도 맞물려 범여권 재편의 방향이 잡혀갈 것 같다.구혜영기자 koohy@seoul.co.kr
  • [2006 독일월드컵] 미드필드 해법 다시 박지성이다

    대한민국 월드컵축구대표팀을 이끄는 딕 아드보카트 감독은 ‘토고 해법’을 찾은 것일까. 지난 23일 ‘가상의 토고’ 세네갈과의 평가전을 1-1 무승부로 끝낸 아드보카트 감독의 경기 소감은 의외로 간단하고 명료했다. 그는 “선수들이 체력면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 만족한다.”면서 “부족했던 부분은 나머지 평가전을 통해 메워 나가겠다. 결과는 결코 중요하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그의 발언에는 자신감까지 담겨 있었다. 그가 확신한 것은 무엇이었을까. 우선 자신이 누차 강조해 온 강력한 미드필더진 조합에 대한 결론이다. 김두현-이호-백지훈 등 신참들에게만 미드필드를 맡긴 것은 우선 박지성-김남일-이을용 등 ‘몸을 아껴야 할’ 선배들의 결장에 따른 ‘고육책’이었다. 그러나 또 다른 목적은 ‘젊은피’들에 대한 시험.‘4강 멤버’들과의 최적 조합을 구상하기 위한 저울질이었던 셈이다. 결국 아드보카트 감독은 토고전 승패를 좌우할 ‘미드필드 전쟁’에서 이들만으로는 뭔가 부족하다는 결론을 얻게 됐다. 최진한 전 전남 드래곤즈 수석코치는 “물론 세네갈전에 나선 중원 라인은 감독이 구상하는 최적의 조합이 아니라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을 것”이라면서 “그동안 아드보카트 감독의 훈련을 돌이켜보면 박지성을 중심으로 이을용과 김남일의 더블 수비형 미드필더 체제가 될 것”이라며 ‘4강 멤버’가 주도하는 허리 구축에 무게를 실었다. 시험은 공격진의 좌우 날개에도 적용됐다.4-3-3의 전형을 구사하는 아프리카팀을 상대하려면 무엇보다 측면 공격이 효과적이기 때문. 박주영은 선발에선 빠졌지만 후반 이천수 교체 당시 왼쪽에 있던 설기현이 그 자리를 메우면서 제 자리를 찾아갔다.‘포지션 논쟁’의 와중에서도 박주영의 ‘왼쪽자리’를 고집한 아드보카트 감독은 설기현에 이어 정경호까지 오른쪽 날개로 배치하면서 가능성을 타진했다. 축구평론가 정윤수씨는 “박주영의 왼쪽 날개 가능성은 김두현의 선제골 어시스트로 충분히 확인됐다.”면서 “에릭 아코토 등 토고의 장신 수비수들을 뚫을 오른쪽 공격수를 저울질해 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26일 국내 마지막 평가전이 될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전까지 박지성 김남일의 결장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 속에 대표팀은 24일 오전 서울월드컵경기장 보조구장에서 회복훈련을 가진 뒤 ‘스위스전 모의고사’격인 보스니아와의 평가전 준비에 들어갔다.최병규기자 cbk91065@seoul.co.kr
  • 빅리그 진출 유망주 누가 있나

    빅리그 진출 유망주 누가 있나

    독일월드컵을 통해 유럽 빅리그(이탈리아, 스페인, 잉글랜드) 진출을 노려볼 만한 젊은 태극전사들은 누가 있을까. 축구평론가 정윤수씨는 “월드컵 뒤 유럽 전체가 세대교체를 단행,30대 노장들이 은퇴하고 20대 유망주들이 대거 발탁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물론 16강 이상의 성적을 내야 주목을 받을 수 있다는 점도 상기시켰다. 박준석기자 pjs@seoul.co.kr ●박주영(21·FC서울) 국제축구연맹(FIFA)은 일찌감치 독일월드컵을 빛낼 신인상 후보에 웨인 루니(잉글랜드), 크리스티아누 호나우두(포르투갈) 등과 함께 박주영의 이름을 올렸다. 그리고 궁극적인 목표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진출이라는 말까지 덧붙였다. 이미 박주영은 청소년대표 시절 자신의 존재를 알렸다.2004년 말레이시아에서 열린 아사아청소년선수권대회에서 한국이 기록한 11골 중 6골을 터뜨리면서 득점왕과 최우수선수상을 휩쓸었다. 그해 아시아축구연맹(AFC) 올해의 청소년선수에 선정되면서 아시아를 평정했다. 지난해 네덜란드 세계청소년선수권을 통해 세계적으로도 검증을 받았다. 겉으로는 어눌해 보이지만 축구를 보는 눈에는 천재성이 담겨 있다. 특유의 물 흐르는 듯한 드리블과 동물적인 위치 선정, 그리고 타고난 유연성으로 중앙과 측면을 가리지 않는 득점력은 유럽에서도 통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다소 호리호리한 체격으로 거친 유럽축구에 부담이 된다. 장기레이스를 펼치는 유럽무대 진출을 위해서는 일단 체력보강이 선결과제다. 올 초 실시된 해외전지훈련에서 슬럼프에 빠져 한때 자질논란을 불러일으켰지만 아드보카트 감독은 그의 천재성을 그냥 지나치지 않았다. ●김동진(24·FC서울) 유럽의 거친 플레이를 충분히 소화할 능력을 가진 선수로 보인다. 특히 빠른 스피드를 갖고 있어 공수 전환이 빠른 유럽축구에 적응하는 데 큰 문제가 없다. 수비는 물론 미드필더로 활약할 수 있어 멀티플레이어의 장점도 있다. 이영표(토트넘)의 맹활약을 지켜본 유럽은 비슷한 능력을 지닌 김동진에게 눈독을 들일 것으로 예상된다. 독일에선 이영표와 왼쪽 윙백을 놓고 주전경쟁을 벌여야 한다. 물론 지난해 월드컵 아시아최종예선에서 퇴장을 당해 첫 경기인 토고전에는 나설 수 없지만 두번째 경기부턴 치열한 내부경쟁을 할 수밖에 없다. 힘든 싸움이 될 것으로 보이지만 프리미어리거인 이영표와의 주전 경쟁에서 승리할 경우 그 자체가 유럽진출에 청신호인 셈이다. 김동진은 “이영표는 나의 우상이자 숙명”이라면서 선의의 경쟁에 물러설 뜻이 없음을 명백히 했다. 공격력도 눈여겨볼 만하다. 프랑스나 스위스는 수비력이 좋기 때문에 한국의 조직력이 한계에 부딪힐 수 있다. 기습적인 중거리슛으로 득점할 가능성이 높다. 중거리슛 능력이 탁월한 김동진으로서는 득점까지 노려볼 만하다. 일찌감치 프리미어리그 진출을 최종 목표로 정했다. 그 전에 다른 유럽리그에서 경험을 쌓겠다는 마음의 준비도 돼 있다.‘준비된 프리미어리거’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이를 악물었다. ●조재진(25·시미즈 S펄스) 이동국의 부상으로 엔트리에 합류한 행운을 얻은 측면도 있지만 그렇다고 그의 실력을 부정할 수는 없다. 특히 185㎝ 81㎏의 당당한 체격은 유럽무대에서도 전혀 주눅이 들지 않을 정도. 올 초 해외전지훈련 당시만 하더라도 독일행 가능성이 절반에 불과했다. 이동국과의 경쟁에서 밀렸고 전지훈련에서도 공격포인트가 없었다. 그러나 소속팀에 돌아가자마자 득점포를 쏘아올리면서 자신의 가치를 급상승시켰다. 독일월드컵에서 안정환(뒤스부르크)과 주전자리를 다툴 정도까지 성장했다. 특히 체격이 좋기 때문에 몸싸움이 가능한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그리고 공중볼 경쟁에선 이동국보다 낫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큰 신장에 비해 파워가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움직임을 더 활발히 해 상대 수비수를 교란시키는 역할에 더 충실해야 한다는 과제도 있다. 이같은 단점을 어느 정도 극복하느냐에 따라 유럽행 여부가 결정날 것으로 보인다. 물론 본인도 이런 단점을 잘 알고 있다. 이를 의식한 듯 최근 체력을 끌어올리는 데 주력해왔다. 그는 “월드컵에서 골을 넣을 자신이 있다.”면서 본선 무대에서 자신의 진가를 확실하게 알리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김진규(21·주빌로 이와타) 강력한 중거리 슛은 브라질의 카를로스를 연상케 할 정도. 청소년대표 시절부터 한솥밥을 먹은 골키퍼 김영광도 대표팀내에서도 김진규의 슈팅 능력을 최고로 꼽고 있다. 어린 나이지만 주전 중앙 수비수로 낙점을 받은 것에서 실력을 알 수 있다. 수비에선 대인마크 능력이 뛰어나다. 특히 거친 몸싸움에 능한 것이 장점이다. 유럽축구계가 눈독을 들일 만하다. 아드보카트 감독도 거리가 다소 먼 프리킥엔 김진규에게 슈팅기회를 줄 정도. 발이 다소 느리고 흥분을 감추지 못해 쓸데없는 파울을 저지르는 단점도 있다. 그러나 대표팀 맏형 최진철과 호흡을 맞추면서 노련미를 전수받고 있다. 일본에서 발 빠른 공격수를 잡는 법을 깨달았다고 말했을 정도로 단점 보완에 열을 올리고 있다.183㎝ 83㎏에서 드러나듯 당당한 체격도 갖췄다.‘짱돌’이라는 별명이 어울린다. 본인도 유럽 선수들과의 대결에 자신감을 드러내면서 월드컵을 통한 유럽진출도 희망했다. 그는 “이번 월드컵이 내 인생을 바꿀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면서 “파워 면에서 유럽 선수들과 상대해도 밀리지 않을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경험도 어느 정도 쌓았다. 고교졸업 뒤 바로 프로무대에 뛰어들었고 지난해 J리그로 이적했다.2004년 아시안컵 대표,2005청소년선수권대표 등을 지내면서 벌써 29차례의 A매치를 경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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