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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청와대가 한나라 찾아 협조 구해야”

    ‘전효숙 파문’은 정치권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서울신문은 전문가 진단을 통해 이번 사태의 의미와 정국 전망을 짚어봤다. ●김형준(국민대 정치대학원 교수) 국회가 노무현 대통령의 레임덕을 심화하겠다는 의도가 담겨 있다. 한나라당 지도부 역시 레임덕이다. 결과적으로 청와대와 한나라당이 느슨한 형태의 ‘벼랑끝 전술’을 보여주었다. 당청 갈등을 증폭시키는 계기가 될 것 같다. 청와대는 정국운영의 주도권을 쥐면 안 된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야 한다. 후유증을 차단하려면 노 대통령이 공식 기자회견을 열어 사과해야 한다. 야당에도 명분을 주는 방법이다. ●조정관(전남대 교수·한국정치학회 이사) 여야가 대권싸움의 일환으로 상대를 굴복시키려고 하면 의회정치는 불가능하다. 국회는 자질 문제보다 절차 문제로 시종일관 끌고 갔다. 이 과정에서 청와대와 국회가 오기정치로 일관했다. 이병완 청와대 비서실장이 한나라당을 찾아 협조를 구할 필요가 있다. 청와대도 국회를 찾아 직접 유감을 표명해야 한다. 야당의 명분을 세워주는 차원이다. 여당이 청와대로부터 독립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했다. 청와대는 레임덕을 인정하고 초정파적 정국운영을 해야 한다. ●김능구(이윈컴 대표) 청와대의 실책이 가장 크다. 여당도 지방선거 이후 주요 현안에 당론을 정하지 못한 채 임기응변식으로 대처해 왔다. 여권 내 ‘봉합 부작용’이 터져나온 셈이다. 여권내 정계개편의 신호탄으로 작용할 수 있다. 노 대통령의 레임덕이 표면화되는 계기가 됐다. 한나라당 지도부의 리더십도 통하지 않았다. 청와대는 정계개편의 주체로 나서려 하고 있다. 여권 내 대선주자들이 구심력을 행사하지 못하니 상대적으로 청와대가 힘을 가질 수밖에 없다. 당에 정국 주도권을 준다는 건 수사 이상의 의미가 없다. 다른 사람을 인준할 것으로 보인다. ●김종배(시사평론가) 절차가 아니라 인물 문제로 변질된 데 주목해야 한다. 헌재 기능이 강화되는 추세는 소장이 중요하다는 방증이다. 헌재를 장악하기 위한 ‘고지 싸움’의 성격이 짙다. 현 상황에서 지명 철회되면 문제가 더 심각해진다. 전 후보자가 자진 사퇴로 총대를 멜 수도 있다. 국회 차원의 마땅한 해법은 보이지 않는다. 한나라당이 지명 철회를 요구해도 문제가 풀리지 않고 민노당도 위헌성이 드러난 사건에 부담을 감수하면서까지 선뜻 공조해주기 어렵다. 이번 파문이 향후 정국에 큰 영향을 미치기는 어렵다. 추석 연휴를 지나면 국정감사 기간인데 유동적인 한국 정치상황을 고려하면 긴 시간이다. 이 문제로 파행을 거듭할 여지가 없다. 구혜영기자 koohy@seoul.co.kr
  • [김종배의 미디어 세상] 신문·방송 겸영논란 제대로 보자

    한국신문협회가 지난 11일 입장을 내놨다.CBS가 추진하는 무료일간지 발행은 현재 국회에서 논의 중인 신문법 개정이 끝날 때까지 유보돼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눈여겨봐야 할 대목은 유보 요구 다음에 내놓은 주장이다. 법을 보완해 CBS의 무료일간지 발행을 막아달라는 것이 아니라 차제에 신문사도 방송을 경영하고 방송사가 신문을 발행할 수 있도록 신문·방송 겸영금지조항을 풀라고 한다. 울고 싶던 차에 CBS가 뺨을 때려줬으니 살풀이를 하자는 취지다. 가정하자. 신문사의 염원대로 신문·방송 겸영금지조항이 풀리면 신문사 형편은 나아지고, 매체 영향력은 더 커질까. 결론부터 말하면 장담할 수 없다. 현행법이 원천적으로 신문사의 방송 경영을 막고 있는 건 아니다. 일부 신문사는 다큐멘터리, 골프, 경제정보 PP(방송채널사용사업자)를 운영하고 있거나 등록해놨다.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사업에도 진출해있다. 현행법이 막고 있는 건 지상파 방송사업과 종합편성 및 보도전문 PP다. 그러니까 신문사의 방송겸영 전략은 취재 인프라를 활용해 보도전문 PP를 운영함으로써 멀티유즈 효과를 누리거나 종합편성 채널을 운영해 사회적 영향력을 극대화하고 돈도 더 벌겠다는 것이다. 동인이 하나 더 있다. 매체시장에 제3의 지각변동을 가져올지도 모른다는 IPTV시장에서 유리한 입지를 확보하기 위해서다.IPTV의 성격을 놓고 정보통신부는 통신을, 방송위원회는 방송의 측면을 강조하는데 결론이 어떻게 날지 모른다.통신으로 규정되면 다행이지만 방송으로 규정될 경우 편성규제를 받게 된다. 이 경우를 대비해 제도적인 장벽을 걷어놔야 한다. 바람은 현실적이고 전략은 구체적이지만 그래도 앞날은 안개속이다. 여러 가지 문제 중 우선 눈에 들어오는 두 가지다. 신문사의 전략이 성공하려면 신문 콘텐츠 제작시스템이 영상 콘텐츠를 파생시키는 방식을 택해야 한다. 그래야 투입 대비 산출을 최대화할 수 있다. 신문사의 열악한 자본력에 비춰봐서도 이는 필수다.하지만 신문사는 동종 콘텐츠인 인터넷 뉴스 병행생산 모델조차 만들지 못한 전력을 갖고 있다. 이런 마당에 이종 콘텐츠인 영상콘텐츠를 멀티 유즈 시스템으로 생산한다? 기대하기 어렵다. 방송사인 CBS가 신문 발행을 모색할 수 있는 주요인은 원천 콘텐츠인 방송 뉴스가 영상이 아니라 텍스트라는 점 때문이다. 하지만 텍스트와 영상은 제작방식과 표현양식이 전혀 다르다. 이 점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영상 콘텐츠 제작주체를 별도로 꾸려야 하는데 투입 대비 산출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기자의 취재 동선에 영상 콘텐츠 제작주체를 덧붙이는 방식도 있으나 이렇게 되면 영상 콘텐츠는 ‘뒷담화’나 ‘뒷장면’ 또는 곁가지 기획물 범위를 맴돌기 십상이다. 결국 뉴스의 여성화와 오락화를 낳게 된다. 한 가지 사실만 덧붙이자. 지금까지 운위한 신문사는 ‘상대적으로’ 돈 많은 일부 극소수 신문사다.‘신문사’를 ‘일부 신문사’로 바꿔 읽으면 새로운 독해 결과가 나온다. 앞서 언급한 우려사항이 불식된다 해도 그 혜택은 한곳으로 집중된다. 이종매체간 균형발전은 둘째 치고 동종매체간 불균형 발전이 더 심화되는 문제가 발생한다.미디어평론가
  • “한국언론보도 충격적으로 잘못돼 있다”

    “한국언론보도 충격적으로 잘못돼 있다”

    “그들은 선택적으로 그렇게 한다. 때때로 문맥에서 벗어나고, 노무현 정부에 대한 특정한 태도를 뒷받침하는 편향을 가지고 그렇게 한다. 한국정부의 관점에 대한 신뢰할 만한 표현을 얻기 위해 한국 매체를 볼 사람은 없을 것이다. 똑같은 현상이 미국정부의 입장을 전달하는 부분에서는 더 많이 일어난다. 종종 뒤틀기, 혹은 오해에서 비롯된 선택적인 인용이 발견된다.” 여기서 ‘그들’이란 한국언론이다. 표현만 완곡하다 뿐이지 미국은 물론, 한국의 입장조차도 한국언론은 정확히 전달하지 않는다는 낯뜨거운 비판이다. 한두 명이 이렇게 불평한 게 아니다. 한국 언론의 보도태도에 대해 미국 정부 관료들에게 물었더니 공통적으로(consensus) 이처럼 말했다. 이어 좌절감마저 느끼고 있다는(frustrated) 미국 국방부 분석가의 증언도 나왔다.“한국측 소스는 미정부의 정책이 어떻게 비춰지는지 흥미로운 통찰력을 보여준다. 그러나 실제 미국정부의 동기에 대해서는 전혀 그렇지 못하고, 미국정부의 입장에 대한 것도 마찬가지다. 미국 정부가 잘못 표현해서인지, 한국이 잘못 이해해서인지는 당신 판단에 맡겨둔다. 종합하자면 모든 것들은 충격적으로 잘못돼 있다.(shockingly bad)” 한마디로 미국 정부가 무슨 생각으로 어떻게 하려는지에는 관심없고 제 편한 대로 해석하는 게 한국 언론이니, 한국 언론에서는 미국측 입장이 어떻게 이용당하는지만 유심히 보라는 통렬한 비판이다. 이런 증언들은 크리스토퍼 넬슨 ‘넬슨 페이퍼’ 편집인이 ‘미국 정책입안가와 평론가는 한국 관련 뉴스를 어떻게 얻는가?’라는 주제를 발표하기 위해 한국 관련 업무를 맡고 있는 미국 관료 등을 인터뷰한 결과다. 민주언론시민연합 주최로 18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미간 언론정보교류 시스템의 현황과 개선 방향’ 국제심포지엄에서 공개됐다. 이번 심포지엄은 북핵위기·북한위폐문제, 전시작전통제권 등 한·미간은 물론 동북아 전체에 파급력을 가진 강력한 이슈들이 연달아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한·미 양국 언론이 이를 제대로 전달하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다. 정연구 한림대 교수는 한·미가 서로를 보도하는 행태가 ‘악순환’에 사로잡혀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은 영향력이 크다는 이유만으로 한국의 보수적인 신문을 택해 뉴스의 흐름을 따라잡는다. 그런데 한국 신문은 취재원이 다양하지 못하고, 정부나 기관·단체에 의존하는 경향이 높다 보니 다양한 목소리를 제공하지 못한다. 미국이 별도 취재를 한다 해도 영어를 잘하는 지식인처럼 엘리트층만 접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한국 역시 마찬가지다. 미국 정부의 정보통제 아래서 생산된 미국 주류언론의 기사만을 중심으로, 그것도 자신의 구미에 맞는 내용만 증폭한다. 이러면 미국 내 이라크 반전 세력이나 한국내 FTA반대 세력들에 대한 보도는 서로에게 전달되지 못한다. 정 교수는 그래서 “상생의 결과를 낳기 위해서는 서로가 서로를 두 얼굴을 가진 국가로 인식하고 이에 대해 보도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미국의 동아시아정책을 연구해온 스티븐 코스텔로 PGI회장은 이와 관련, 지금 동북아정세와 관련돼 나름의 분석을 제시했다. 스티븐 회장은 한국정부가 명확한 우선순위에 기초한 실용적인 대북·대미 관계를 설명하지 못했다.”는 점은 비판했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한·미간 마찰은 “부시 대통령이 한반도정책을 별안간 역전시켰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래서 김대중·노무현 정권의 대외정책을 평가할 때는 “커다란 성공보다는 상황이 더 나빠지지 않도록 관리하는 능력을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언론이 한국정부를 비판할 때 기준이 어디 있어야 하는지 암시하는 대목이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국경 넘어 떠도는 소녀의 험난한 삶

    국경 넘어 떠도는 소녀의 험난한 삶

    ‘난 이 국경의 동쪽 아래에 있는 작은 나라에서 태어났어요. 내가 태어난 나라와 같은 말을 쓰지만 때깔이 전혀 다르고 풍요로운 곳이라고 알려진 p국으로 가려고 했죠. 국경을 넘어서 이 나라에 들어왔어요. 처음엔 이 나라의 서쪽으로, 다시 동남쪽으로 그리고 다시 출발한 동북쪽으로 갔어요.’(344쪽) 키가 작고 갸름한 얼굴에, 이마에 노란 여드름이 난 여자애. 탄광지역 노동자인 부모의 큰딸로, 방과 후엔 유소년 직업훈련센터에 나가 밤늦게까지 기계부품을 조립해야 하는 사춘기 소녀. 강영숙의 첫 장편소설 ‘리나’(랜덤하우스코리아)는 열여섯에 국경을 넘어 스물넷이 되도록 이리저리 낯선 나라를 떠돌아야 하는 주인공 리나의 험난한 여정을 담고 있다. 소설은 국경 근처에서 태어나고 자란 리나의 가족을 비롯해 스물두명의 탈출자들이 국경을 넘는 생생한 장면 묘사로 시작된다. 국경을 탈출하는 일은 그들의 유일한 희망이었다. 탈출하다 잡히면 남자아이들은 다른 나라로 팔려가 밤낮없이 일하고, 여자아이들은 여러 나라의 매춘지역을 떠돌아야 한다는 끔찍한 소문도 그들의 발걸음을 막을 수는 없었다. 하지만 탈출 도중 리나는 괴한들에게 끌려가 성폭행을 당하는 것을 시작으로 인신매매와 마약, 매춘, 살인 등 잔혹하고 비윤리적인 행동을 저지르는 다양한 인간 군상들을 만난다. 와중에 리나는 벙어리소년 ‘삐’, 봉제공장 언니, 늙은 여가수 할머니와 가족 같은 관계를 맺게 되고, 이들과 함께 가스폭발사고로 폐허가 된 땅에서 살아간다. 소설에서 탈출자의 국적이 어디인지, 또 이상향인 p국은 어느 곳인지 불분명하다. 중국 등 제3국을 경유하는 탈북자들의 모습이 겹쳐지지만 좀더 나은 사회를 향해 끊임없이 유랑하는 현대인의 보편적인 욕구로 해석하는 편이 온당할 듯싶다. 앞으로 닥칠 일들을 모른 채 처음 국경을 넘어 버스를 타고 가면서 리나는 생각한다.“우리가 여기 있는 줄 아무도 모르겠지. 우린 공중에 떠있는 거나 마찬가지야”(24쪽) “‘나는 누구인가.’가 아니라 ‘나는 어디에 있는가.’를 물을 수밖에 없는 방황하는 존재”(평론가 소영현)가 바로 리나다. 작가는 1998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해 소설집 ‘흔들리다’‘날마다 축제’등을 펴냈다.9800원.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박성서의 7080 가요 X파일] ‘가을 편지’의 샹송가수 최양숙 (1)

    [박성서의 7080 가요 X파일] ‘가을 편지’의 샹송가수 최양숙 (1)

    ‘가을엔 편지를 하겠어요/누구라도 그대가 되어 받아주세요/낙엽이 쌓이는 날/외로운 여자가 아름다워요.’ 시인 고은의 시에 김민기씨가 곡을 붙인 ‘가을편지’다. 선율을 모르는 채 그냥 읽어도 가을의 리듬이 완연히 느껴지는, 이 노래의 주인공 최양숙씨. 최양숙(崔良淑)은 본명이다.‘양(良)’자는 ‘좋다, 뛰어나다, 또는 아름답다’라는 뜻을 갖고 있고 ‘숙(淑)’자는 ‘맑고 깊다, 혹은 정숙하다’는 의미가 담겨있다. 그래서일까, 그녀는 이 이름 그대로 ‘맑고 깊은, 그리고 뛰어난 가창력으로 아름다운 노래를 주로 부른’ 가수였다. “그저 평범한 할머니로 늙어가고 싶은데 그 것도 쉽지 않아. 이름 석자를 여전히 기억하고 있는 몇몇 사람들 때문에 병원 같은 데서 이름이라도 불려질라치면 누가 보는 것 같아 아직도 불편해. 그저 잊혀져 조용히 늙고 싶은데 말이지.” 서울대 성악과를 나온 음악도로 국내 최초의 샹송가수라 일컬어지며 ‘황혼의 엘레지’ ‘모래 위의 발자국’ ‘초연’ ‘호반에서 만난 사람’ 그리고 ‘꽃피우는 아이’ ‘세노야’ 등을 발표했던 최양숙은 샹송에 관한 한 독보적이라 해도 좋을 만큼 가창력이 뛰어났고 분위기 또한 매력적이었다. 37년 원산에서 태어난 최양숙은 경음악평론가이자 DJ로 활동하던 최경식씨의 동생. 원산 명석보통학교를 다니던 중 1·4 후퇴 때 피란 내려와 부산에서 임시로 문을 열었던 무학여중에 들어간 뒤 환도 후 지금의 서울예고에 진학한다. 당시 노래 실력이 뛰어나 서울대 음대 주최 전국콩쿠르서 ‘시인’을 불러 대상을 차지한 뒤 60년, 서울대 음대 성악과에 진학한 최양숙은 2학년 때 중앙방송국(현 KBS) 합창단원으로 입단해 활동을 시작한다. 그녀가 솔리스트로서의 자질을 주목받기 시작한 때는 이 무렵, 지휘자 이남수의 인솔로 해병대 의장대원들과 함께 한국예술사절단의 일원으로 해외 공연을 떠나던 해군함정 LST 안에서였다. 여흥시간 중 게임에 져 벌칙을 받아야 했던 그녀가 부른 노래는 샹송 ‘고엽’, 이어 앙코르 요청에 의해 부른 노래가 ‘자니 기타’였다. 망망대해 선상에서 반주 없이 부른 이 노래로 함께 동행했던 많은 이들의 주목을 받는다. 특히 당시 방송국 관계자들이 이를 놓치지 않고 눈여겨보았음도 나중에서야 알게 된다. 다음 해, 그녀는 솔로로 마이크 앞에 서게 되는 계기가 마련된다. 대학 3학년 때였다. 무대에 나서기 위해 대기하고 있는데 음악부장이 찾아와 지금 새로 시작하는 드라마를 녹음 중인데 그 주제가를 한 번 불러보지 않겠느냐는 제의를 해왔다. 처음 그녀는 완강히 거절했지만 그냥 연습 삼아 불러보자는 말에 악보를 받아 쥐고 마이크 앞에 섰다. 당시 최양숙은 이 노래가 실제로 녹음되고 있었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다고 술회한다. 그러나 바로 그날 밤, 첫 방송되는 드라마에 자신의 노래가 주제가로 방송되고 있었다. 이 드라마 제목이 ‘어느 하늘 아래서(한운사 극본)’이다. 이 주제가는 후에 한명숙씨에 의해 ‘눈이 나리는데’라는 제목으로도 발표되었다. 이 드라마는 당시 HLKA 라디오 연속극에 이어 이후 64년도 말부터 동양 TV(D-TV, 채널 7)에서 최초의 TV 일일드라마로 리바이벌, 제작되기도 했다. 이 때 드라마 제목은 ‘눈이 나리는데(황운진 연출)’.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자신의 노래가 연속극 주제가로 방송되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최양숙은 서울대 음대 학장실에 불려간다. 그리고 당시 학장이었던 작곡가 현제명씨로부터 ‘목소리의 주인공이 아니냐.’는 추궁을 당한다. 특히 노래 중 ‘모두가 세상이 새하얀데’ 라는 후렴구의 고음 부분에서 최양숙의 특징이 확연히 드러났기 때문이었다.(계속) sachilo@empal.com
  • [정윤수의 오버헤드킥] 공부하는 선수 육성 박수 즐기는 축구문화 만들 때

    지난 12일 대한축구협회 주최로 유소년 축구발전 세미나가 열렸다. 일선 지도자를 중심으로 100여명의 참석자들이 열띤 토론을 벌였다는 것 자체가 의미 있는 ‘첫 단추’이다. 첫 단추이니만큼 당장 구체적인 목표와 성과를 요구하는 것은 무리다. 우선 중요한 것은 ‘인식의 공유’다. 이는 이번 세미나를 개최하게 된 근원적인 이유와 관련 있는 것일 뿐만 아니라, 총론과 각론의 토론에서 끝없이 논의된 바가 있기 때문에 그 성과는 적다고 하기 어렵다. 성장 과정의 유소년 축구 선수들이 대회 때문에 수업에 빠지거나 그에 따라 보통 학생들의 문화와 조건과는 전혀 다른 구조에서 자라나는 등 지나치게 일찍 ‘선수 생활’을 하는 문제에 대해 축구계 전체가 인식을 같이한 좋은 기회였다. ‘선수’이기 이전에 ‘학생’이다. 더욱이 모두가 각급 대표 선수로 성장하는 것이 아닌 상황에서 그동안 어린 선수들에게 평균적인 배움의 기회와 다양한 성장의 조건을 제공하지 못했다. 게다가 한국 축구의 산업적 콘텐츠가 부족한 현실이라 일찌감치 ‘선수’로 성장했다가 여러 이유로 축구를 그만두게 됐을 때 갖는 사회적 박탈감이나 재취업 부담감도 해결되지 않고 있다. 이러한 때 축구인들이 단기적으로는 학기 중 평일에 대회를 여는 것을 자제하고 장기적으로는 지역 단위 리그제를 활성화하고, 전국대회는 차차 없애는 쪽으로 방향을 잡는 등 구체적인 로드맵을 공유한 이번 세미나는 중요한 첫 단추를 꿴 셈이다. 그럼에도 아쉬움은 남는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스포츠의 관점에서 축구를 잘하는 유소년은 ‘유망주’이나 교육의 관점에선 성장 과정의 학생, 문화적 차원에서는 다양하고 활기찬 문화 시대를 살아갈 주인공이다. 때문에 이번에 공유된 인식이 구체화되려면 축구협회뿐만 아니라 문화부, 교육부의 3박자가 잘 맞아야 한다. 앞으로 협회와 문화부, 교육부의 실무자들이 ‘학생이자 선수’인 유소년들에게 축구를 통해 어떻게 문화적 즐거움과 알찬 교육적 성장을 꾀할 것인지, 또 어떻게 유망주를 발굴해 한국 축구의 기대주로 키울 것인지를 심도 있게 논의해야 한다. ‘유망주 육성 발굴’이라는 관점이 지배적이었다는 것도 아쉽다. 유망주를 발굴해 한국 축구를 짊어질 선수로 키우는 것은 중요한 과제다. 하지만 수많은 유소년들이 축구를 일찌감치 접하고, 즐겁고 유익한 성장과정의 놀이로서 축구를 함께하게 될 때의 교육·사회적 효과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유망주만이 아니라 수많은 어린이들이 공을 차며 자라는 것은 개인이나 사회 전체에 큰 활력이 된다. 선수를 그만둔 축구인들이 학교 안팎의 수많은 클럽과 동호회 지도자로 참여하는 것도 축구산업의 파이를 키울 수 있다. 이 역시 문화부, 교육부의 인식 전환과 제도 개선이 뒷받침돼야 한다.축구평론가 prague@naver.com
  • [강태규의 연예 in] 라디오스타,그 시절이 그립다

    불과 10여년 전만 해도 라디오의 힘은 대단했다. 시험공부한답시고 밤 새도록 가슴에 끼고 들었던 라디오. 이불을 뒤집어 쓰고 채널을 고정시킨 채 흘러나오는 음악에 젊은 청춘을 바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당시 라디오는 동시대를 살아왔던 청춘들에게 친구 같은 존재이자 음악적 소통과 패션의 출구였다. 라디오의 인기는 음반 시장에도 상당한 영향을 끼쳤다. 당시 유명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나오던 음악은 이내 히트곡 반열에 올랐고 음반 판매량도 크게 치솟았다.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던 음악을 녹음해 친구에게 테이프로 선물하던 일은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 가슴 속 추억이다. 그 시절, 속으로만 쌓아뒀던 고민이나 묻어두기 아쉬운 사연들을 정성스레 엽서에 수놓아 우체통에 넣고 라디오에서 자신의 엽서가 선택되기를 손꼽아 기다렸던 일은 누구나 한번쯤은 겪었던 통과의례였다.라디오의 인기는 방송사 라디오국 복도의 풍경에서도 드러났다. 당시 한 방송사 7층 라디오국은 가수 매니저들의 집결지였다. 매일 아침 매니저들이 분주히 복도를 오가며 소속 가수의 음반이 인기 라디오 프로그램에 소개되도록 치열한 홍보전을 펼쳤던 것이다. 오늘날까지 명맥을 이어오고 있는 ‘별이 빛나는 밤에’를 그 당시 한번도 듣지 않고 자랐다면 소위 ‘왕따’자리는 맡아둔 거나 다름없었건만, 라디오도 격변의 세월에 뒤편으로 물러나고 말았다. 새로운 시대의 옷을 갈아입은 라디오는 인터넷을 통해 ‘다시 듣기’와 ‘보이는 라디오’라는 콘텐츠로 옛 명성을 재건코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니 격세지감이라는 말이 떠오를 법하다. 지난주에는 이번 추석에 개봉될 영화 ‘라디오 스타’ 시사회가 열렸다. 영화는 추억의 록스타가 강원도 영월의 지방 라디오 방송 DJ로 부임하면서 소시민들과의 아날로그적 삶의 교류를 너무나도 따뜻하게 담아내고 있다. 옛 추억이 새록새록하다.이제 라디오 상자는 다른 기기의 옵션으로 자리하지 못하면 집안 어느 곳에도 설 자리를 잃어버렸다. 깊은 밤, 친구의 낯익은 귓속말처럼 정감어린 목소리의 라디오 스타가 영화처럼 탄생하기를 바라는 일이 정녕 요원한 일인가? 오늘따라 주파수를 이리저리 맞추던 그 시절이 너무 그립다.대중문화평론가 www.writerkang.com
  • 우리문화 뿌리를 찾아서…

    한국을 중심으로 동북아시아, 중앙아시아 문화를 깊이 있게 다루는 가운데 우리 문화의 원류를 찾아가는 인문 계간지 ‘유역(流域)’이 창간됐다. 이번 창간호에는 고구려와 시베리아 샤머니즘을 특집으로 꾸몄다.‘유역’이 내세우는 한국 문학의 방향성은 눈길을 끌 만하다. 지난 30∼40년간 서구 문예이론을 수입하고 적용하는 데 앞장서 온 ‘문학과지성류’와 진보적 문학의 가능성과 한계를 아울러 드러낸 ‘창작과비평류’를 모두 지양한다는 것. 그 대안의 하나로 새로운 원주민(토착민)문학과 서민문학을 적극적으로 소개한다는 방침이다.‘유역’을 펴내는 문학평론가 임우기 솔출판사 대표는 “토착적 사유가 외래종에 의해 거덜이 난 상황”이라며 “우리 민족의 원류이자 정신의 본향인 샤머니즘의 문제를 계속 천착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1만 8000원.김종면기자 jmkim@seoul.co.kr
  • 광주비엔날레 개막… 32개국 89개작품 전시

    2006광주비엔날레가 8일 공식 개막,65일간의 대장정에 들어갔다. 오전 10시 광주시 북구 중외공원 야외공연장과 주 전시관 앞에서 열린 개막식에는 한명숙 국무총리와 박광태 광주광역시장, 한갑수 재단법인 광주비엔날레 이사장, 김홍희 2006광주비엔날레 총감독 등 국내외 미술계를 비롯한 각계 인사들이 참석했다.‘열풍변주곡’이란 주제로 진행되는 이번 비엔날레엔 32개국 127명의 작가가 참여,5개의 전시관에 총 89개작품을 선보인다. 이날 전시를 둘러본 전문가들은 그다지 만족스럽지는 못하다는 표정이었다. 주제를 충실히 반영했고 소재의 다양성이 돋보인다는 호평도 있지만 전반적으로 새롭거나 실험성이 담긴 작품이 많지 않다는 비판이 있었다. 아시아 정체성이란 테마 자체가 진부하고, 지나치게 소재적으로 접근함으로써 실험성을 중요시하는 비엔날레의 취지를 살리지 못했다는 것. 한 미술평론가는 “아시아 정체성은 서양의 한계를 넘는 대안 제시라는 의미가 있는데, 이번 전시는 아시아의 토속적·이국적 이미지를 강조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는 듯하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호평받는 작품들도 있다. 가장 주목받고 있는 작품은 중국 작가인 쑹둥의 ‘버릴 것 없는’(2전시실)과 한국계 미국인 마이클 주의 ‘보디 옵푸스케터스’(1전시실).2006비엔날레 대상작으로 7일 선정된 작품이다.‘버릴 것 없는’은 작가의 어머니가 30여년간 모아온 잡다한 물건들을 정리·분류해 늘어놓은 설치작품. 마이클 주의 작품은 삼국시대의 ‘반가사유상’을 이용한 설치작업이다. 불상 주변에 여러 대의 카메라를 설치해 전시실의 모니터들에 불상의 각 부분을 조각난 파편처럼 보여준다. 광주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 [책꽂이]

    ●일본의 대미 무역협상(다니구치 마사키 지음, 차재훈 옮김, 한울아카데미 펴냄) 미국과의 통상마찰에 관한 경험이 많기로는 일본을 빼놓을 수 없다.1950년대 섬유마찰에서 시작해 철강, 컬러 텔레비전, 자동차, 반도체, 공작기계, 유통산업 등 일본은 그동안 미국과 온갖 부문에서 크고 작은 통상마찰을 겪었다. 이 책은 1970년대 이래 미국과 일본의 통상마찰 문제를 이론과 사례분석을 통해 꼼꼼히 다룬다. 한·미 자유무역협정 등으로 골머리를 앓는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은 책.2만 5000원.●한국유학통사(최영성 지음, 심산 펴냄) 유교 또는 유학은 공자를 중심으로 한 교학사상이다. 이 두 용어는 혼용되고 있지만 굳이 구분한다면 유교는 하ㆍ은ㆍ주 삼대의 선왕으로부터 공자에 전승돼 정립된 유가의 ‘가르침’을, 유학은 유교의 ‘학’으로 유교사상의 체계가 학문적으로 정립된 것을 가리키는 말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은 저자(한국전통문화학교 교수)가 1990년대 펴낸 ‘한국유학사상사’의 개정판. 순수학술적인 면에 치중해온 기존의 유학사 서술방식에서 탈피, 사회사상사로서의 유학의 기능과 역할을 살핀 점이 눈에 띈다.전3권 각권 4만원.●나는 소세키로소이다(고모리 요이치 지음, 한일문학연구회 옮김, 이매진 펴냄) 근대 일본의 소설가 나쓰메 소세키. 그는 어릴 때 친부모와 양부모에게 버림받은 기억, 런던에서 이방인으로 사는 동안 고향에서 죽어가는 친구 시키의 부탁을 들어주지 못한 죄책감, 평생에 걸친 다섯 번의 전쟁 때문에 외상을 안고 살았다. 이런 ‘신경쇠약 직전’의 남자가 내뱉는 냉소는 첫 소설 ‘나는 고양이로소이다’에서부터 마지막 장편 ‘한눈팔기’, 필생의 역작 ‘문학론’, 자기본위란 말로 유명한 강연 ‘나의 개인주의’에 까지 이어진다. 소세키의 사고와 소설의 세부까지 아우른 완성도 높은 평론.1만원.●불꽃(최승희 지음, 자음과모음 펴냄) 친일예술가, 월북예술가라는 꼬리표로 인해 그동안 제대로 된 평가가 이뤄지지 않았던 신무용 창시자 최승희(1911∼1969) 자서전. 직접 쓴 9편의 수필과 친오빠이자 자신을 무용으로 이끈 정신적 지주 최승일과 주고받은 편지 3통이 실렸다. 최승희는 “군함은 나라를 위해 싸웁니다. 그러나 나는 조선의 리듬, 더 크게 말하면 동양의 리듬을 갖고 서양으로 싸우러 건너갑니다…어떤 경우에라도 민족은 망하지 아니하고 그 민족의 예술도 결단코 망하지 않는다고요.”라고 적고 있다.1만 1000원.●히포크라테스 선서(반덕진 지음, 사이언스북스 펴냄) 히포크라테스가 속한 가문의 시조인 아스클레피오스는 기원전 13세기의 인물. 그의 후손들은 그를 의술의 수호신으로 삼아 대대로 의술을 전승해왔다. 아스클레피오스의 19대(혹은 18대) 후손으로 전해지는 히포크라테스 역시 가문의 전통에 따라 의사가 됐다. 히포크라테스의 시대에 와서 의사가 부족해지자 가문 내에서만 전수되던 의학교육이 외부 학생들에게도 개방됐고 이 과정에서 가문 외부의 학생들에게 요구된 것이 바로 히포크라테스 선서다. 국내 첫 완역본.1만 5000원.
  • [OUR STORY] 봉평 효석문화제

    [OUR STORY] 봉평 효석문화제

    계절이 바뀌는 길목에 선다. 가을의 전령 메밀꽃이 흐드러지게 핀다. 휘영청 달이 뜬다. 문득, 장돌뱅이의 사랑이 생각난다. 달이 너무 밝아 물레방앗간에 들어가 옷을 벗었다. 아이고메라. 봉평에서 제일가는 일색인 성서방네 처녀가 울고 있었다. 어찌어찌 하룻밤 정을 통했다. 그게 첫경험이자 마지막이었다. 세월이 지난 장돌뱅이는 오늘도 메밀꽃밭을 걷는다. 자신을 빼닮은 당나귀, 그리고 꼬마 장돌뱅이와 함께. 그러면서 또 얘기한다. 유행가 가사를 인용한들 어떠리.‘사랑, 그 사랑이 정말 좋았네. 불타던 두가슴에 그 정을 새기면서, 사랑을 주고 사랑을 받고, 그 밤이 좋았네.’라고. 매년 이맘때면 장돌뱅이의 사랑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무려 50만명 이상 찾는다. 소금을 뿌린 듯, 흐뭇한 달빛에 숨이 막힐 지경인 ‘메밀꽃 필 무렵’을 찾기 위해서다. 봉평∼장평∼대화에 이르는 팔십리.‘메밀꽃 필 무렵’의 무대가 된 장돌뱅이들이 걷던 길과 시냇물,30년대의 봉평 재래장터…. 특히 8만평의 메밀밭을 직접 감상하는 맛은 서정적이다 못해 야릇해지기까지 한다. 이제 픽션의 무대와 현실의 만남이 시작된다.70년전 작가의 상상력을 내안에 끌어내어 마음껏 즐겨보자. 봉평 메밀밭에 펼쳐지는 ‘제8회 효석문화제’는 다른 때와 달리 여러 ‘특별함’이 있다. 글· 사진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 메밀과 문학이 만났을때 올 여름 수해로 많은 피해를 입었던 강원도 평창. 그 아픔을 아는지 모르는지 지금 소박한 메밀꽃이 한창이다. 기러기가 날아오고 제비가 강남으로 돌아간다는 백로(白露) 즈음에 피는 가을을 알리는 꽃이다. 밀려오는 수입농산물 때문에 대부분의 농부들이 메밀 농사를 접었지만 봉평에는 여전히 메밀의 향기가 가득하다. # 엄마 팝콘이야. 팝콘이 열려 있어요 효석문화제는 전국에서 가장 유명한 가을 축제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서울에서 2시간 거리에서, 이렇게 아름다운 꽃밭을 만나기는 쉽지 않다. 메밀 막국수 등 맛난 먹을거리, 가산의 숨결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효석문학축제는 8일부터 17일까지 열린다. 메밀꽃 축제뿐만 아니라 다양한 행사가 이루어진다. 우선 가산 이효석 선생의 탄생 100주년을 앞두고 있다. 또 올해는 도민들이 입은 수해의 아픔을 함께 나누기 위해 이벤트성 행사를 가급적 줄이고 뜻깊은 문학행사 위주로 진행된다. 효석백일장, 이효석문학상 시상식, 평론가들이 참여한 ‘이효석 작품에 나타난 성의식’ 심포지엄 등 다양하다. 또 ‘작고문인의 육필을 만나다’ 행사를 비롯, 현대문학 희귀본을 전시하는 ‘추억의 헌책방’도 운영된다. 아울러 김유정, 정지용, 유치진, 이상, 박태원, 이태준 등 가산과 함께 참여했던 구인회 문인의 고서를 전시한다. 한국문단을 대표하는 시인, 소설가를 만나볼 수 있는 자리도 마련됐다. 비록 소설에서처럼 산허리에 걸린 메밀밭은 아니지만 그 고랑을 따라 난 길을 걸으면 하늘에 떠 있는 뭉게구름 사이를 걷는 듯한 착각에 빠진다. 아장아장 메밀꽃 사이를 걷는 아이의 손을 잡은 엄마, 아빠의 모습이 평화로운 한 폭의 그림처럼 다가온다. 원래 메밀은 다섯가지 색깔로 이뤄져 있다. 꽃은 하얗고 잎은 푸르며 줄기는 붉고 열매는 검다. 뿌리는 노랗다. 그래서 ‘오방지영물’이라고 불린다. 파종부터 재배까지는 불과 두 달. 번식력이 강하기 때문에 잡초가 끼어들지 못해 하얀 바다를 이룰 수 있다. 파란 하늘에 떠 있는 듯한 메밀꽃 사이를 걸어도 좋지만 흐뭇한 달빛 아래 터벅터벅 걷고 있는 소설 속의 허생원처럼 닮아보는 것도 색다른 체험이다. # 문학의 숨결을 좇아 알다시피 평창 봉평은 가산의 고향이자 작품의 주무대이기도 하다. 곳곳에 그의 자취가 묻어 있다. 첫번째로 들를 곳이 꽃길 끝자락에 있는 물레방앗간. 허생원과 성서방네 처녀가 사랑을 나누고 동이를 잉태한 곳으로 일장춘몽처럼 지나간 하룻밤을 그리워하는 허생원의 마음이 흠씬 묻어있다. 새로 만들어서인지 옛날의 감흥을 느낄 수는 없지만 그래도 작품 속의 아련한 감동이 다가온다. 두번째가 이효석문학관. 봉평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곳에 멋지게 자리잡았다. 가산의 생애와 문학세계를 느낄 수 있는 문학전시관, 문학교실, 학예연구실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옛 봉평 장터 모형, 문학과 생애를 다룬 영상물, 유품과 초간본 책 등이 좋은 볼거리다. 세번째가 그의 생가이다. 하지만 허물어져 다시 지은 탓에 좀 아쉽다. 축제 기간에 다양한 행사가 펼쳐진다.27회 전국 효석백일장과 각종 사물놀이 공연과 흥겨운 마당놀이, 소리공연 등이 계속 펼쳐져 축제의 분위기를 한껏 띄운다. 아이들을 위한 체험학습도 다양하다. 흥정천 일대에서 나무다리, 섶다리 건너기, 맨손으로 물고기 잡기, 종이배 띄우기 등이 열린다. 이밖에 딱지치기, 굴렁쇠놀이, 통나무 빨리 자르기, 우마차 끌기 등 추억의 놀이도 가득하다. (033)335-2323,www.hyoseok.com ■ 허브도 보러오세요 흥정천 상류에 있는 봉평 허브나라. 우리나라에 최초의 허브농원으로 100여종의 허브를 만날 수 있는 기분 좋은 곳이다. 올 여름, 흥정천이 범람해 14년 만에 최대 위기를 맞았지만 직원들이 15일 동안 밤낮을 가리지 않는 복구작업으로 거의 원상회복이 됐다. 꽃이 군데군데 좀 모자란 듯하지만 가슴을 시원하게 하는 향긋한 허브향과 쭉쭉 뻗은 나무들이 뿜어내는 피톤치드에 세상 시름이 잠시 사라진다.(033)335-2902,www.herbnara.com 또한 다양한 예술 작품을 만날 수 있는 무이예술관(033-335-6700)도 들러볼 만하다. 평창지역의 화가, 서예가, 조각가 등이 힘을 합쳐 만든 복합 예술공간으로 다양한 체험학습과 야외 조각공원 등이 좋다. ■ 전국 최대 메밀밭 전북 고창 ‘학원농장’ 몇 해 전부터 전북 고창 공음면 선동리 ‘학원농장’이 전국에서 가장 큰 메밀꽃밭으로 자리잡았다. 무려 20만여평에 달하는 거대한 밭이 이맘때면 보석처럼 반짝거리는 메밀꽃으로 일렁인다. 학원농장은 진의종 전 국무총리 일가의 농지다. 현재 그의 아들인 진영호씨가 대기업에서 이사를 지낸 뒤 농사꾼이 되기 위해 지난 1992년에 낙향해 가꾸고 있다. 학원농장은 나지막한 구릉지대이다. 땅과 하늘이 만나는 공제선에 흰 꽃송이들이 구름처럼 떠 있는 모습은 봉평과는 전혀 다른 느낌을 준다. 쪽빛 하늘과 순백의 꽃송이가 끝없이 펼쳐지는 장관에 모두들 감탄사를 연발한다. 올해 메밀꽃 절정기는 이번 주와 다음 주 초이다. 물론 파종 시기를 달리해서 10월 초까지는 메밀꽃의 향기에 빠질 수 있다. 입장료, 주차비도 받지 않는다. 서해안고속도로 고창나들목에서 빠져 무장면 방면으로 달리다가 무장 읍내를 거쳐 공음 방향 10여분을 달리면 ‘학원농장(鶴苑農場)’ 돌표지판을 만날 수 있다.(063)564-9897,www.borinara.co.kr # 여행정보 강원도 평창군 봉평으로 가는 가장 빠른 길은 영동고속도로 장평나들목으로 나가면 된다. 또한 여행사의 패키지 상품을 이용해도 좋다.우리테마투어에서는 오는 9일부터 24일까지 매주 수·토·일요일에 당일 일정으로 봉평의 메밀꽃밭, 이효석생가, 가산공원, 강릉의 경포대 해수욕장까지 돌아보는 여행상품을 판매하고 있다.2만 9000원.(02)733-0882.www.wrtour.com 메밀꽃 축제에 들렀다면 메밀국수는 기본이다. 봉평축제장 주변에 메밀국수를 하는 집이 몰려있는데 그 중에서 진미식당(033-335-0242)을 추천한다. 봉평에서 원조라고 할 수 있는 집으로 시원하고 담백한 육수 맛이 가히 예술이다. 막국수 4000원, 또한 곤드레밥을 잘하는 가벼슬(033-336-0609)도 있다.
  • [정윤수의 오버헤드킥] ‘국내파’ 활용에 대하여

    한국축구대표팀에 미묘한 흐름이 느껴진다. 프리미어리거 설기현의 활약을 칭찬하는 분위기 속에 주장 김남일은 “해외파 선수들이 팀 플레이에 집중해 줄 것”을 요청했다. 이런 정도는 공식적이건 비공식적이건 얼마든지 나눌 수 있는 대화의 일부다. 더욱이 팀의 주장이 ‘전체적인 흐름’을 한번 짚어주는 것도 나쁘지 않다. 중요한 건 지난 6월 이후 팀을 새로 맡은 핌 베어벡 감독이 이른바 ‘해외파’를 어떤 관점에서 어떻게 활용하느냐 하는 대목이다. 베어벡 감독은 세대교체의 실행을 아시안컵 대회 본선 진출 이후로 유보했다. 일단 중요한 대회의 본선 진출을 성사시킨 후 차근차근 시도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이 세상의 모든 축구가 오직 월드컵으로 수렴되는 것이 아니라면, 그래서 아시안컵도 중요한 대회라고 한다면 일단 본선 진출 이후 비교적 여유있는 시간을 활용해 시도하겠다는 판단이다. 그럼에도 이 대목에서 ‘세대 교체’를 진지하게 생각해 볼 필요는 있다. 대표팀은 말 그대로 가장 뛰어난 경기력을 갖춘 23명의 대표를 뜻한다. 이런 면에서 현재 한국대표팀의 과제는 나이만 낮추는 ‘물리적인’ 세대교체가 되어서는 안 된다. 골키퍼 이운재를 제외하면 나이 많은 축에 속하는 안정환, 이을룡, 김상식만이 이제 서른을 갓 넘겼을 뿐이다. 이들을 제외하면 모두 20대인데 여러 면에서 이들을 압도하는 20대는 몇이나 될까. 현재 대표팀의 중요한 과제는 세대 교체가 아니라 해외파와 국내파의 ‘아름다운 조화의 실현’이다.‘베스트11’에 속할 선수 가운데 절반이 해외파로 구성되어 있는 현 대표팀의 상황은 자칫 미묘한 딜레마에 빠질 수도 있다. 해외파가 선전을 하면 “역시 해외파!”라는 칭찬을, 그 반대로 졸전을 하면 “시차적응도 안 된 무리수”라는 비판을 듣기 쉽다. 국내파 선수들에게 “결국 엔트리는 해외파 몫”이라는 절망감도 불러올 수 있다. 제안하건대, 어차피 베어벡 감독 스스로 “세대교체는 아시안컵 본선 진출 이후”라고 시기까지 밝혔으므로 일단 내년 7월 아시안컵 본선 전까지는 가능한 한 모든 경기를 국내의 젊은 선수들로 구성하길 바란다. 아시안게임과 올림픽 대표팀 감독까지 겸임하고 있으므로 이는 자연스럽게 진행될 터이다.이런 과정을 거쳐 국내파의 위상을 제대로 세우고 젊은 유망주에게 폭넓게 기회를 제공하는 한편 해외리그에서 선전하고 있는 선수들에게도 은근한 채찍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향후 1년 동안 이 작업의 조화로운 진행 여부가 대표팀 발전의 관건이 될 것이다.축구평론가 prague@naver.com
  • IPTV “미래 안방극장 접수 나선다”

    IPTV “미래 안방극장 접수 나선다”

    통신업계의 ‘방송 공세’가 강화되면서 ‘인터넷 프로토콜(IP) TV’가 과연 미래 안방 TV의 주인이 될 수 있을지에 관심이 모아진다. 시장의 초반 판세는 IP TV에 유리하다. 정보통신부와 방송위원회는 최근 ‘IP TV 시범사업 공동추진협의회’를 구성, 본격적인 방송 서비스에 나설 예정이다. 통신업계는 IP TV의 전 단계인 ‘TV포털’ 서비스에 뛰어들어 IP TV시장의 무한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가까운 미래에 미디어시장의 패권이 방송사의 손을 떠나 통신사로 넘어갈 것이란 예측까지 나온다. 케이블 TV업계는 통신업계의 방송 서비스 제공에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방송법 저촉에 따른 검찰 고발과 IP TV 본방송에 대한 2010년 유예 등의 ‘양면작전’을 구사하고 있다. ●통신업계 ‘TV 포털을 키워라’ 통신업계의 ‘TV포털 사랑’이 갈수록 진해지고 있다. 지난 7월 하나로텔레콤의 ‘하나TV’ 출범을 계기로 통신·방송 융합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경쟁이 뜨거워지고 있는 것이다. TV포털 ‘원조’인 KT도 하나로텔레콤에 빼앗긴 시장 주도권을 되찾기 위해 4일 TV포털 서비스 ‘홈엔’의 브랜드를 ‘메가패스TV’로 새단장했다. 또 콘텐츠의 차별화를 위해 유명 논술 학원과 제휴해 논술강의를 보강했다. 소설가와 영화감독, 시사 평론가 등 유명 인사들의 영상 강의도 제공한다. 서비스 개시 한 달여만에 4만 5000명의 가입자를 확보한 하나로텔레콤은 연내까지 가입자 25만명, 매출 50억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내년에는 매출 700억원까지 내다보고 있다.LG데이콤과 LG파워콤도 올해 TV포털 시장에 참여키로 했다. 이동통신업계의 맏형인 SK텔레콤도 TV포털 시범서비스를 하고 있다. 통신업체들이 이처럼 TV포털에 매달리는 까닭은 정통부와 방송위가 연내 IPTV 시범사업을 공동 실시키로 하면서 제반 악재들이 어느 정도 해소됐기 때문이다. 특히 TV포털은 쌍방향 데이터 통신 기능이 없다는 것을 빼면 IPTV와 거의 같기 때문에 사실상 TV포털의 시장 영향력이 그대로 IPTV 시장에서도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판단이다. ●케이블TV 대(對) IPTV 통신업계의 IPTV ‘올인’에 힘입어 IPTV는 케이블 TV를 추월할 수 있을까. LG경제연구원은 최근 ‘미래 안방 방송의 주인공’ 보고서에서 고화질 서비스를 제공하는 디지털 케이블 TV가 안정성 측면에서 IP TV를 앞서지만,IP TV 사업자들의 자금력을 활용하면 ‘안방 방송’의 판도가 변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현재까지는 케이블 TV가 유리하지만, 자금력에 앞선 통신업계가 뒤집을 수 있다는 의미다.LG경제연구원측은 “현 단계에서 기술적 안정성은 케이블 TV가 IP TV보다 우세하다.”고 진단했다. 양측의 전면전으로 가장 큰 혜택을 보는 것은 아무래도 소비자들. 채널 수가 늘어나는 것은 기본이고,IPTV의 시장 진입 때문에 케이블 TV의 요금 인상도 자제될 전망이다. 대우증권 관계자는 “2007년부터 상용 서비스될 것으로 보이는 IP TV는 정체된 유선통신 시장의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것”이라면서 “2010년에는 국내 IPTV 가입자가 610만가구, 시장 규모는 1조원 수준에 이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IP TV·TV 포털이란 IP TV는 인터넷 초고속 통신망을 통해 전송되는 TV를 뜻한다. 실시간 방송이면서 원하는 프로그램을 아무 때나 볼 수 있는 주문형 시청이 가능하다. 또 TV포털과 다르게 의견이나 메시지를 보낼 수 있는 쌍방향 방송을 할 수 있다.TV포털은 IPTV의 직전 단계로 원하는 프로그램을 원하는 시간에 볼 수 있지만 쌍방향 방송은 불가능하다. 김경두기자 golders@seoul.co.kr
  • [강태규의 연예 in] 댄스음악과 섹시코드

    올 여름 대중음악계는 어김없이 댄스음악이 주류였고 강세였다. 매년마다 반복적으로 여름 음악시장을 불타오르게 하는 것이 댄스음악이라는 사실을 이제 웬만한 감각을 지닌 대중이면 꿰뚫었을 것이다. 별 다를 바 없던 올해에 유난히 눈에 띈 현상은 노출을 내세운 ‘섹시’코드와의 결합이었다. 온라인과 모바일을 통해 음원을 구입하고 곧바로 영상까지 접할 수 있는 초간편 시대의 도래는, 이미 ‘듣는 음악’에서 ‘보는 음악’으로의 진화를 예견케 했다. 바야흐로 새로운 트렌드가 형성된 것이다. 가요 기획자들은 ‘여름=댄스음악’,‘겨울=발라드’라는 공식을 앞세워 계절적 요인에 기인한 마케팅 전략을 지난 수년 동안 활용해 왔다. 실제 매출에서 결과를 확인한 만큼, 댄스음악은 여름의 전령사 노릇을 톡톡히 해온 셈이다. 음악팬들도 그 공식을 거부하지 않고 그대로 받아들여온 만큼 음반시장에서 댄스음악 시장은 황금어장이었다. 거슬러 올라가면 지난 90년대 중반부터 여름 댄스음악 시장은 바캉스 시즌을 겨냥해 쏟아져 나오는 댄스가수들의 정규음반으로 가득 차 있었다. 댄스음반은 휴가철 이전에 기필코 시장에 내놔야 하는, 음반사의 사활이 걸렸던 시장이자 승부처였다. 뿐만 아니라, 발빠른 기획자들은 히트한 국내 음원과 외국 음원을 모아 만든 ‘댄스 리믹스’ 음반으로 수십만장을 팔아치우는 재미를 누리기도 했다. 음반 시장이 불황이라는데 가수들의 노출을 앞세운 댄스음반 수십장이 쏟아져 나온 데는 이런 배경이 깔려 있으리라. 더구나 댄스음악 2∼3곡만 실린 싱글음반은 제작비까지 줄일 수 있었을 테니까. 그러나 예전처럼 경이로운 대박을 손에 쥔 댄스가수는 그다지 눈에 띄지 않는다. 답은 하나뿐이다.“시간이 흐르면서 대중의 눈과 귀는 자연스레 더더욱 날카로워졌다, 그러나 댄스음악 자체는 지난 10년 전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뛰어난 음악인은 ‘답습’이 아니라 ‘창조’와 ‘도전’을 통해 대중의 공감을 얻어내야 비로소 탄생할 수 있다. 당혹스럽다고 해야 할 만한 올 여름 대중음악, 댄스음악계에 ‘볕들 날’은 이런 이들이 나와야 가능할 것이다.대중문화평론가 www.writerkang.com
  • 노대통령 퇴임후 진로

    노무현 대통령의 퇴임 후 선택은 과연 낙향인가, 현실 정치 참여인가. 노 대통령은 문재인 전 청와대 민정수석을 법무부 장관으로 임명하는 문제를 포함해 최근 여러 사안을 놓고 당·청 갈등이 불거진 뒤로 퇴임 이후 현실 정치에 참여할 것이라는 추정이 가능한 발언들을 8월 내내 쏟아냈다. 청와대로 열린우리당 지도부뿐만 아니라 의원들을 불러들인 ‘식탁정치’를 통해 “퇴임 후 당고문을 하고 싶다.”고 했고,“퇴임하더라도 당에 끝까지 남아 있고 싶다.”고 했으며,“열린우리당을 한국정치의 양대 산맥으로 키워 나가자.”고도 했다. 지난 6월12일 정상문 청와대 총무비서관이 “퇴임 후 정착할 곳을 고향인 경남 진영의 봉하마을로 정했고, 현재 장소 물색중”이라고 밝혔을 때와 사뭇 다른 분위기다. 당시 언론은 ‘퇴임 후 첫 낙향 대통령’으로 보도하기도 했다. 8월의 발언들 때문에 노 대통령이 퇴임 이후 현실 정치에서 손을 떼리라고 확신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정치 평론가 등은 “노 대통령의 성격상 지역주의 타파 등을 위해 부산이나 고향에서 출마할 가능성마저 있는 것 아니냐.”고 전망하기도 한다. 의원 일부에서는 당 고문설에 대해서는 “수렴청정하겠다는 것이냐.”는 불만이 터져 나온다. 참여정부에 참여했던 열린우리당의 고위 관계자는 그러나 “당 고문이나 죽을 때까지 당과 함께 하고 싶다는 발언들은 당에 대한 깊은 애정을 표시한 것”이라면서 “여당 의원들에게 ‘당정분리’를 통해 대통령이 당을 버렸다는 오해를 풀어주기 위해 수사를 붙인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는 “노 대통령은 낙향하지, 현실정치에 깊이 관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다른 여당 핵심 관계자도 “선거를 앞두고 과거처럼 당들이 이합집산하지 말고, 정당의 정체성을 살려서 끝까지 함께 가야 한다는 것”이라면서 “사회적 약자에 대한 영원한 애정을 가진 당으로서 합리적 진보의 길을 간다면 자신도 평당원으로서 힘을 보태겠다는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역 국회의원 출마 등은 호사가들의 상상 속에나 있는 이미지일 뿐”이라며 “퇴임 이후 강연이나 저술 활동에 집중하고, 평범한 연금생활자들처럼 고향 가꾸기와 숲살리기 등에 힘쏟을 예정이다.”고 말했다. 이런 설왕설래 와중에 노 대통령이 고향인 봉하마을에 퇴임 이후 살 집과 경호원 숙소 등을 지을 터를 구두계약했고, 노 대통령이 직접 고향에 내려가 둘러봤다. 현실정치에 참여한다면 굳이 교통도 불편한 시골이 아니라 서울에 남아서 ‘힘’을 과시할 것이라고 보기 때문에 낙향은 곧 현실정치 참여 가능성을 급격히 낮춘다. 다만 여권의 핵심 관계자가 “노 대통령이 부지를 돌아보기는 했으나, 건물 신축에 대해서는 참모들과 상의해 보고 결정하겠다.”고 밝혀 ‘낙향 확정’은 아직이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도 낙향과 관련해 “지금부터 퇴임 준비를 해야 하느냐.”면서 확답하기를 꺼려했다. 문소영 황장석기자 symun@seoul.co.kr
  • ‘좋은 책 권장’ 서평위원 11명 위촉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위원장 민병욱)가 5일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 등 11명을 ‘좋은 책 권장’ 서평위원으로 위촉한다.‘좋은 책 권장’ 서평위원은 ‘이달의 읽을 만한 책’을 비롯해 ‘청소년 권장도서’,‘대학신입생을 위한 추천도서’ 등을 선정한다. 새 서평위원들은 다음과 같다.▲김갑수 문화평론가 ▲김문조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 ▲김상환 서울대 철학과 교수 ▲김정란 상지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 ▲손호철 서강대 정치학과 교수 ▲엄혜숙 아동문학가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교수 ▲이상교 아동문학가 ▲이주향 수원대 교양학부 교수 ▲정옥자 서울대 국사학과 교수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 [김종배의 미디어 세상] 언론의 무리한 실명보도

    노지원 명계남 김정길 정화삼 권기문. 언론이 사행성 성인오락 무대에 올린 인물들이다. 공통점이 있다. 대통령과 가까운 사람들이다.노지원 권기문씨는 대통령 친인척이고 명계남 김정길 정화삼씨는 대통령 최측근이다. 언론이 이들을 사행성 성인오락 무대에 올린 이유가 이것이다. 권력형 비리사건, 즉 ‘게이트’ 가능성을 타진하기 위해서다. ‘바다이야기’ 판매사가 인수한 회사의 이사였다는 사실, 동생이나 모친이 성인오락실을 운영했다는 사실이 있다.경품용 상품권 발행업체 주식을 보유한 전 청와대 행정관과 같은 아파트에서 살았고 대학동창이라는 것도 있다. 모두 사실이다.하지만 게이트를 구성하는 요소가 되기에는 부족하다. 대통령 친인척의 경우 사행성 성인오락과의 직접적인 상관성이 드러나지 않았다. 일부 최측근의 경우 사행성 성인오락과 연결돼 있지만 그 자리는 말단이다. 사행성 성인오락 사슬의 정점이 아니라 말단에서 ‘고래’ 잡는 데 골몰했던 사람들이다. 소득이 없는 건 아니다. 한나라당 권오을 의원 처남의 경우까지 버무려 말하면, 잘 나가는 사람의 특수 관계인이 기묘하게도 돈 냄새를 잘 맡는 현실을 드러냈다. 하지만 그것뿐이다. 사회 현상의 한 단면을 드러내는 데는 의미가 있지만 게이트 여부를 가리는 데는 부족하다. 그러모은 사실은 뱁새 수준인데 발걸음은 황새 수준으로 놓고 있다. 그런데도 실명 보도를 감행한다. 사행성 성인오락과는 전혀 무관한, 술 먹고 멱살잡이한 사실까지 덧댄다. 이러다가는 가랑이가 찢어질 수 있다. 아니나 다를까 일부 언론은 벌써 명예훼손 소송을 당했다. 만류할 생각은 없다. 시중에 ‘개’ 논쟁이 벌어지고 있으니까 빌려 말하자. 파수견에게 도둑만 콕 찍어 짖으라고 요구하는 건 무리다. 파수견은 인기척만 환기시켜도 된다. 도둑인지 손님인지는 집주인이 가릴 일이다. 안내견은 다르다. 뚫려 있다고 모두 길이라고 짖으면 사람이 다칠 수도 있다. 안내견의 인도에 따르는 사람 뿐 아니라 맞은편에서 걸어오는 사람도 다칠 수 있다. 사행성 성인오락사태의 현상은 드러날 만큼 드러났다. 가려야 하는 건 실상이다.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를 가려야 한다. 게이트를 가설로 설정하는 게 필요할 수도 있다. 정책 결정과정에서 상식 이하의 현상이 빚어졌기 때문에 외부 힘의 작용 여부를 가늠하는 건 ‘왜’에 대한 답을 구하는 하나의 경로일 수 있다. 그래도 그건 ‘감’의 영역에 남겨 놓아야 한다. 언론 보도에 연역적 방식을 동원하는 건 곤란하다. 과거에 그랬으니까 이번에도 그럴 것이라는 단정을 미리 내려놓고 조각에 불과한 사실을 억지로 끼워 맞추는 건 곤란하다. 용케 맞힐 수 있다. 한 치도 아니고 두 치, 세 치를 건너뛴 사실을 갖고 게이트 얼개를 짜면 구멍이 숭숭 뚫리는 단점이 있지만 끈끈이를 넓게 펼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하지만 그건 요행수다. 뒤돌아서서 던진 돌에 개구리가 널브러졌다고 개구리 사냥을 했다고 말할 수는 없다. 자칫하다간 사람이 다친다. 사실의 희미한 윤곽선을 커버하려고 무리하게 실명 보도하고 부적절한 사례를 끼워 넣으면 엉뚱한 사람 이마에 주홍글씨를 새길 수도 있다.미디어평론가
  • 정악의 고수들 ‘명상음악회’ “눈감고 빠져봐요”

    국악의 뿌리, 정악(正樂)의 지킴이를 자처해 온 ‘정농악회’(회장 정재국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장)가 가을의 초입, 명상을 테마로 한 특별음악회를 갖는다. 정농악회가 웬 명상일까 하겠지만 정악에서 명상을 추출해내고, 대중들에게 인기가 있는 명상을 무기로 정악을 널리 알리자는 취지에서 이 음악회는 출발한다. 정기공연마다 영산회상과 가곡만을 고집해온 정농악회로선 기존의 연주패턴에서 다소 일탈한 것이 아닐 수 없다. 7일 하오 8시 호암아트홀에서 열리는 ‘정농악회-명상음악회’는 총 7곡 가운데 창작곡도 과감히 3곡을 넣었다. 자칫 지루하고 따분해질 수 있는 점을 감안해 10여분씩으로 구성된 곡들로 편성하고 한국예술종합학교 박은영 교수가 궁중정재인 ‘춘앵무’를 추기도 한다. 음악회는 정악의 대표적인 관악합주곡인 ‘수제천’으로 시작한다. 궁중의례와 연회에서 왕과 왕세자의 거동때 쓰인 수제천은 정농악회의 해외공연때 단골 오프닝 메뉴. 창작곡인 해금독주곡 ‘적념’에서는 명상의 분위기를 깨지 않도록 장구의 장단 대신 기타를 쓰도록 편곡했다. 하일라이트로서 가곡 ‘태평가’로 70분간의 음악회를 마무리한다. 음악평론가 윤중강씨가 사회를 보면서 정악을 이해하기 쉽도록 해설을 곁들인다. 정농악회(正農樂會)는 1976년 ‘바른 음악을 농사짓자’는 뜻에서 서울대 김정자 교수(가야금)의 발의로 성경린 김천흥 이석재(고인) 선생 등 4명이 일궜다. 우리 음악의 뿌리를 지켜야만 창작음악이든, 민속음악이든 함께 살 수 있다는 뜻에서였다. 정악을 하는 국악 단체로는 국내에 유일하다.21명의 회원 대부분이 한국예술종합학교와 서울대, 이화여대, 전남대 등 대학 국악과에서 후학을 키우고 있는 쟁쟁한 정악의 고수들이다. 김광섭 운영위원장은 “지금의 국악계는 창작음악 50%, 민속 음악 30%, 정악 20% 정도”라면서 “민속음악의 바통을 이어받아 국악계의 대세를 장악한 창작음악도 세월이 흐르면 전통음악에 편입될 터이지만, 우리 것을 지키고 보존하지 않고서는 창작 음악도 존재하기 힘들기 때문에 그런 점에서 정농악회의 활동은 소중하다.”고 말했다. 한국메세나협의회의 주선으로 삼성문화재단의 지원을 받은 정농악회는 10월 전주,11월 부산에서도 공연을 가지며, 내년 2월에는 일본으로 건너가 오사카 분라쿠 극장에서 초청 연주회도 할 예정이다. 정농악회의 막내이자 공연에서 장구를 맡은 김 위원장은 “정악은 원래 화려한 의상 등으로 시각적인 즐거움이 큰 음악이지만 이번 공연만큼은 눈을 감고 모든 걸 잊으면서 명상에 빠졌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전석 무료로 선착순 입장이다.(02)-958-2512. 황성기기자 marry04@seoul.co.kr
  • 화랑가 ‘잔혹하거나 혹은 엽기스럽거나’

    ‘여기가 갤러리야, 공포체험장이야?’ 요즘 전시장에 들러보면 관람객들이 이처럼 황당한 반응을 보이는 모습을 종종 보게 된다. 두개골과 뼈로 만든 형상이 전시장을 차지하는가 하면 인체가 통조림 안에 절여져 있거나 잘려진 자신의 머리를 들고 있는 사람의 모습 등 엽기적 내용이 담긴 작품들을 자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2일부터 충남 천안시 아라리오갤러리에서 개인전을 갖고 있는 이형구는 인조 두개골과 뼈로 구성된 조각과 설치작품, 드로잉을 선보이는 중이다.‘움직임, 생명을 불어넣다’란 의미의 ‘The Animatus’ 연작이다. 톰, 벅스버니, 도널드 덕 등 유명 만화 주인공을 해부학적으로 분석, 가상 골격을 만들었다.10월8일까지.(041)620-7266. 8일부터 10월8일까지 서울 소격동 아라리오갤러리에서 열리는 이동욱의 ‘양어장’전은 엽기의 농도가 더 짙다. 성기가 잘린 듯한 남자가 끈에 묶인 채 허공에 매달려 있는가 하면, 벌거벗은 인체가 통조림 안에 불편한 자세로 절여져 있는 작품들을 선보일 예정. 작가는 두개의 머리를 가진 변종의 생명체, 실재하지 않는 잡종의 인물을 만들어내고, 인체를 상품광고와 결합시키기도 한다.(02)723-6190. 오는 6일부터 서울 동숭동 아르코미술관에서 열리는 정정엽의 ‘지워지다’전과 이순종의 ‘Oh My God!-사랑 사랑 내 사랑’전에도 섬뜩한 이미지의 작품들이 대거 소개된다. 정정엽은 육체적 상처를 입은 여성의 얼굴, 혈관만 드러난 손, 멸종 위기에 처한 각종 동물들의 모습을 붉은 잉크를 찍는 기법으로 묘사했다.이순종은 인간형상의 물체를 고추장에 버무려 접시에 담아놓거나 소금이 깔린 쟁반에 벌거벗은 여성 인형을 올려놓는 등 기괴한 조합의 작품들을 보여주게 된다.(02)7604-598. 이들 작품들은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지만 대체로 미학적이라기보다는 사회현상학적 맥락에서 풀이된다. 평면적 만화 이미지에 생명 불어넣기(이형구), 현대 사회에서 고립된 인간의 모습 포착(이동욱), 도발적 이미지 홍수속에 살고 있는 우리 현실 표현(이순종), 거대권력의 그늘에 가려져 소멸 위기에 처한 소수의 분노 등등. 엽기적 이미지 차용에 적극적인 이들은 대부분 20·30대 젊은 작가들로, 이들 중 상당수는 국내 미술계에서 독창성을 인정받고 있다. 하지만 일부 미술 평론가들은 비판적인 시각을 보이기도 한다.90년대 초부터 마크 퀸, 데미안 허스트 등 영국의 젊은 작가들에 의해 적극 도입돼 이미 서구 현대미술의 중요 트렌드로 특징화한 것을 진부하게 부풀리고 있다는 것이다. 어쨌든 엽기적 미술에 낯선 우리 관람객들에게 이같은 전시들이 주는 미적 개념에 대한 혼란, 정서적 거부감은 당분간 피할 수 없을 것 같다.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 문학인생 40년을 되돌아보다

    문학인생 40년을 되돌아보다

    “명색 서양문학을 한다는 사람이 성경 한번 제대로 읽지 못했다는 점은 나를 황당하게 하였다. 독일문학을 포함한 거의 모든 서양문학은 기독교와의 싸움, 그 토착화, 그로부터의 이반 과정이라고 할 수 있는데 막상 기독교를 몰랐으니 모든 연구는 불구의 연구였던 것이다. 자연히 나는 기독교에 눈을 돌리게 되었고, 비로소 독일문학은 그 원죄라고 할 수 있는 낭만주의와 더불어 제 본래의 얼굴을 내게 보여 주었다.” 문학평론가 김주연(65) 숙명여대 독어독문학과 교수는 정년퇴임을 맞아 펴낸 에세이집 ‘인간을 향하여 인간을 넘어서’(문이당)에서 평생 독문학도로, 문학평론가로 보낸 자신의 학자적 삶을 이렇게 되돌아본다. 김 교수는 독문학자이기에 앞서 한국문학 평론가로 문명을 날려 왔다.“독일문학은 옛것, 한국문학은 새것에 관한 것으로 나의 호기심이나 지식은 이원화돼 있다.”는 게 그의 말. 문학평론가로서 그는 무엇보다 사회와 문화의 구심점으로서의 문학의 역할에 주목한다.“문학은 다른 예술장르와 통합·혼합되는 퓨전의 한 종(種) 이상의 것이다. 자본에 의해 지배되는 문화의 한 분야로서의 문학이 아닌, 사회와 문화의 구심으로 작용할 문학의 능력을 믿고 존중해 나가야 할 것이다.”(‘아날로그와 디지털의 통합’ 중에서) 마르쿠제가 말한 이른바 도구적 이성에 눈먼 지식인들의 행태에 대한 김 교수의 비판은 사뭇 신랄한 데가 있다.“문화의 본질은 섬세와 세련”이라고 힘주어 말하는 그는 “이를 가장 잘 알아야 할 정치인들이 자신의 비합리적인 파토스의 세계를 열정으로 위장하거나 샤머니즘적인 제스처로 말놀이를 일삼고 있다.”고 지적한다. 샤머니즘의 늪에 빠져들고 있는 한국문화에 대해서도 경계의 끈을 놓지 않는다. 김 교수는 스스로 밝히고 있듯, 샤머니즘 극복을 지난 40여년 문학평론의 중요 과제로 삼아 왔다. 샤머니즘을 우리 전통문화로 잘못 알고 옹호하는 세력이 있다고 안타까워하는 그는 괴테의 ‘파우스트’를 예로 들며 샤머니즘을 포함한 신비주의의 문화적 성격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볼 것을 권한다.‘세 치 혀가 세상을 바꾼다’‘귀신을 넘어서’‘문학, 욕망의 심연에 빠지다’ 등 3장으로 이뤄진 이 책에는 모두 40여편의 글이 실렸다.9800원. 김종면기자 jmk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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