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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eoul in] 13일 라이브음악 활성화 포럼

    마포구(구청장 신영섭) 라이브음악문화발전협회가 주최하고 마포구 후원으로 13일 오후 2시부터 마포구문화회관에서 ‘라이브음악 활성화를 위한 포럼’이 개최된다. 포럼 주제는 ‘라이브음악 어제와 오늘’‘음반시장 침체와 그에 따른 대책’ 등으로 토론자로는 문화평론가 김창남씨와 뮤지션 우정주씨, 공연기획자 탁현민씨 등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참여한다.
  • [정윤수의 오버헤드킥] 한국축구 젊은 피 체질개선을

    며칠 사이 A매치가 거푸 열렸다. 어떻게 보면 사흘 동안 한국 축구대표팀은 두 개의 전혀 다른 성질을 지닌 팀이었다. 필자 생각에 보다 중요한 경기는 지난 일요일 젊은 팀이 나선 가나전이다. 물론 아시안컵 본선 진출을 다툰 연륜있는 팀의 경기 내용도 중요하지만 앞으로 한국 축구가 모색해야 할 방향을 감안할 때, 젊은 팀이 치른 ‘졸전’을 돌아보는 것은 지금으로선 중요한 과제다. ‘졸전’이라는 표현을 썼지만 그저 아쉽고 속상한 ‘졸전’은 아니었다. 의미있는 ‘졸전’이라는 말이 허용될 만한 것이었다. 무엇보다 마이클 에시엔, 설리 알리 문타리, 아사모아 기안 등 세계적인 선수들과 경쟁했다는 경험은 무엇하고도 바꿀 수 없다. 설기현과 이영표처럼 해외 리그에서 몸값 수백억원 대 선수들과 매주 경기를 치르는 선수들에 비해 염기훈, 박주성, 오장은 같은 신예들은 그런 기회가 많지 않다. 국내 리그 및 아시아 지역에서의 몇 차례 원정 경기로 선수 생활을 마칠 수도 있는 상황에서 독일월드컵 16강 멤버들이 총출동한 가나와 치른 경기는 흡사 잊을 수 없는 ‘첫사랑’처럼 강렬한 체험이 될 것이다. 그렇다고 그저 ‘왕년에 에시엔하고 볼 경합 좀 해봤지.’라는 단순한 추억거리가 돼서는 곤란하다. 분명히 가나 선수들의 패스 감각은 부드러웠고 공간 장악은 섬세했다. 특히 모든 요소들은 하나의 총체적인 ‘리듬’으로 흘러넘쳤다. 그야말로 다재다능에 자유자재의 개인기가 아름답게 조화를 이룬 부드러운 ‘리듬’이야말로 한국 축구의 미래를 위해 각별한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부분이다. 요컨대 우리 젊은 선수들에게는 ‘리듬’이 없었다. 둔탁했고 성급했으며 상대 문전으로 길게 차는 데 급급했다. 그럴 만한 이유도 있었다. 모인 지 얼마 되지도 않았고 대학팀 등을 상대로 하는 연습 경기도 변변히 치르지 못했다. 이름은 서로 알고 지냈겠지만 ‘한 팀’으로 능수능란하게 움직이기 위해선 더 많은 시간이 필요했을 것이다. 시간이 있다고 해도 손쉽게 해결되지 않는 부분도 있다. 바로 선수 개개인의 ‘리드미컬한 개인기’다. 고된 합숙 훈련으로 해결되는 것도 아니고 그 흔한 마인드 컨트롤로도 해결되지 않는다. 가나 선수들이 보여준 출중한 패스 감각과 공간 창출 능력은 무엇보다 선수들 개인이 몸 속에 저장하고 있는 탁월한 개인기에 의한 것이다. 우리의 젊은 선수들이 ‘졸전’을 펼친 것은 시간 부족이나 경험 미숙보다는 개인기의 현저한 격차를 메우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 점이 우리를 우울하게 하면서 동시에 새로운 과제에 대한 아름다운 계획을 가능하게 만든다. 가나전에서 뛰었던 선수들은 여전히 어린 선수들이다. 개인기를 원숙하게 만들 나이가 지나지 않았느냐는 우려도 있지만 그 개인기가 단순히 볼 트래핑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살아있는 공간과 죽어버린 공간을 파악하는 능력, 동료와 함께 새로운 공간을 만들어 자신들의 리듬으로 경기를 풀어가는 능력이라고 한다면 아직 시간은 많다. 선수들 의욕도 차고 넘친다. 젊은 세대의 젊은 감각, 젊은 선수들의 젊은 리듬. 지금 이 시점부터 새로 던져지는 과제다.축구평론가 prague@naver.com
  • [강태규의 연예 in] 연예인 지망생 매니저 고르기

    눈에 띄는 외모의 청소년들에게, 혹시 오디션 생각 없냐며 매니저에게 명함 한 장 건네받은 적 있냐고 물어보면 십중팔구는 그런 경험이 있다 한다. 그런데 그 명함을 건넨 뜻은 대개 연예계 데뷔보다 연기학원 등록에 쏠려 있는 경우가 많다. 학원 수입을 올리겠다는 얘기다. 이 경우 부푼 꿈을 안고 학원에 등록한 뒤 연기 연습만 하다가 그친다. 처음부터 그 매니저는 연기자로 데뷔시킬 능력이 없고, 데뷔시킬 노력조차 하지 않는다. 헛바람만 잔뜩 집어넣고 꿈마저 앗아가는 셈이다. 지난 추석 연휴에 영화 ‘라디오스타’를 본 사람이라면 매니저라는 직업에 상당한 호감을 느꼈을 법하다. 매니저 역을 맡은 안성기는 퇴물가수 박중훈을 위해 빚까지 내며 강원도 작은 도시에서 온갖 희생을 마다하지 않는, 살신성인의 인물로 나온다. 매니저는 연예인과 전혀 다른 논리로 움직인다. 연예인은 한번 인기가 떨어지면 대개 재기불능이다. 그러나 매니저는 어떤 연예인을 만나고, 또 만들어내느냐에 따라 부침을 거듭한다. 매니저가 연예인을 함부로 한다는 말이 아니다. 매니저에게 연예인은 사업의 성패가 달린 일종의 무기이기 때문에, 영화 속 안성기의 마음을 가지지 않는 매니저는 없다. 연예제작자협회에 등록된 우리나라 연예기획사가 대략 400개란다.(물론 협회에 등록하지 않은 연예기획사도 많다)매니저 수로 따지면 1000명이 넘는다. 이 많고 많은 기획사와 매니저 가운데 믿을 만한 곳은 어딜까. 쉽게 손이 가는 기준은 규모다. 물론 기획사 규모가 크면 성공확률이 높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런저런 사소한 분쟁 때문에 개개인이 모두 만족할 수는 없다. 또 그동안 사례를 봐도 대형스타가 꼭 규모가 큰 기획사에서만 나온다는 법도 없다. 규모만이 최선의 선택을 위한 기준이라고 볼 수 없다는 얘기다. 또 큰 기획사일수록 처지가 비슷비슷한 동료 연예지망생들이 즐비하다는 점도 생각해야 한다. 다만 연예기획사가 그동안 어떤 길을 걸어왔고 소속 매니저들이 어떤 평판을 얻고 있는지 알아보는 일은 중요하다. 탁월한 매니지먼트 능력을 갖추고 인재를 알아보고 아끼는 인간적인 매니저를 만나는 일은 연예인 지망생들에게 가장 중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그런 곳을 찾으면 영화 속 매니저, 안성기를 만나는 셈이다.대중문화평론가 www.writerkang.com
  • 눈물·애환 어린 ‘애니깽’ 다시본다

    눈물과 애환의 멕시코 한인 이민사를 다룬 연극 ‘애니깽’이 12일부터 29일까지 대학로 아룽구지 소극장 무대에 오른다. ‘애니깽’은 1905년 불법이민송출 음모에 걸려 멕시코 농장에 노예로 끌려간 조선인 1033명의 처절한 삶을 다룬 작품. 극작가 겸 연출가 고 김상열이 1988년 초연해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지상낙원의 꾐에 속아 배를 탔다가 혹독한 무더위와 온갖 악조건 속에 고군분투해야 했던 조선인 이주 노동자의 후손들은 멕시코 유카탄 반도에서 자라는 용설란의 이름을 따 애니깽으로 불렸다. 이번 공연은 8년 전 타계한 고인의 연극세계를 기리고자 창단한 극단 김상열연극사랑(대표 한보경)이 멕시코 이민사 100주년을 기념해 새롭게 무대에 올리는 것이다.1995년 장미희 주연의 영화로 제작되고,1998년 뮤지컬로도 만들어졌으나 연극으로는 16년 만의 재공연인 터라 연극계 선후배들이 발벗고 나섰다.원로 평론가 구히서(예술감독), 김벌래(사운드디자인), 마임이스트 남긍호(움직임), 등이 스태프로 참여하고, 지난해 김상열연극상을 수상한 박근형이 연출을 맡았다.고인의 아내인 한보경과 탤런트 방은희, 최정우 등이 출연한다.1만 5000∼2만원.(02)744-7304.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신일고 40돌 예술제

    신일고등학교 총동문회(회장 유선구 한미산업개발 대표)는 모교 개교 40주년을 맞아 12일 오후 7시30분 코엑스 오디토리움에서 ‘신일 예술제’를 개최한다. 연극인 장두이 교수를 총감독으로, 김관동·강창주 연세대 음대 교수, 문화평론가 김종휘, 배우 선우재덕·정진영·허준호, 가수 봄여름가을겨울, 야구인 조인성·김재현·김광산·강혁, 농구인 김진·박건연,MC 지석진, 개그맨 유상무 등 문화·예술·체육계 동문들이 출연한다.이상조 전북대교수, 이철수 판화가 등 동문 미술인들의 전시회도 10∼24일 서울 소격동 빛갤러리에서 열린다.(02)588-8206.
  • 산으로 간 문화강연

    산으로 간 문화강연

    서울시는 ㈜교보문고와 공동으로 오는 8일 오후 2시 아차산 등 서울시내 산 4곳에서 ‘자연과 함께하는 문화강연’을 진행한다. 추석연휴를 마무리하며 푸른 산에서 상쾌한 기분으로 재미있는 강연을 듣고싶은 시민은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아차산 토요한마당에서는 행복학 박사 최윤희씨가 ‘행복의 홈런을 날려라’라는 주제로 강연한다. 수락산 노원골에서는 영화평론가 황영미씨가 ‘다원화 시대의 영화 읽기’에 대해 강연한다. 또 관악산 낙성대공원에서는 작가 최복현씨가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을 주제로 한다. 청계산 청계골에서는 숲 연구소의 구인숙씨가 숲을 즐기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 한다. 참가 신청은 ‘자연 문화강연’ 홈페이지(sanrim.seoul.go.kr)에서 선착순으로 접수한다. 김경운기자 kkwoon@seoul.co.kr
  • [문화마당] 달구경/황주리 화가

    어릴적 추석은 꿈에 부풀어 기다리던 즐거운 축제였다. 송편과 빈대떡과 과일들이 그림처럼 쌓여 있던 차례상 앞에서 어린 동생과 나는 그저 즐거웠다. 빛깔 고운 때때옷을 입고 친척집을 향하던 발걸음은 아무 걱정 없는 새들의 날개처럼 마냥 가벼웠다. 새들은 뒤를 돌아보지 않는다는 누군가의 시가 떠오른다. 하지만 새가 되지 못하고 어른이 된 나는 자꾸만 뒤를 돌아본다. 어린 우리의 손을 잡고 걸어가던 어머니의 걱정이 무엇이었는지, 사업을 하시는 아버지의 부채가 얼마나 되었는지 어린 우리는 알 턱이 없었다. 저녁이면 휘영청 달은 밝았고, 하루가 가는 것이 아쉬워 넓은 대청마루에 앉아 하염없이 달을 바라보던 그리운 한옥집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바로 그 자리에 고층 아파트 단지가 들어선지 오래다. 하도 그 옛집이 그리워 나는 아파트를 구경하러 여러 번 갔었다. 아무런 추억도 불러내지 못하는 고층 아파트의 전망은 북악산과 저 멀리 청와대까지 다 보여 아주 근사했다. 요즘도 꿈에 보이는 그리운 골목길은 누가 다 가져갔을까? 막다른 골목길 하늘 위에서 어린 나를 내려다보던 한가위 보름달을 어찌 잊으랴? 달구경을 가고싶다. 성북동이나 평창동 골짜기 쯤이면 아직도 옛날 맛을 내는 달 구경을 할 수 있을까? 대학 시절 어느 추석날 누군가와 달구경을 한 적이 있다. 우리 이종 사촌오빠의 고종 사촌 형이던 그는 무척 얼굴이 잘 생긴 청년이었다. 그를 보면 가슴이 늘 설레던 나는 추석에 우리 집에 인사차 들른 그와 함께 달구경을 나섰다. 아마 김대건 신부의 묘가 있는 절두산 성지였을 것이다. 별들은 빛났고, 달님의 얼굴은 얼마나 아름다운지 눈이 부신 대보름 밤이었다. 나는 알퐁스 도데의 소설 ‘별’의 주인공이 된 기분이었다. 그날 이후 그 잘 생긴 청년은 나에게 좋아한다는 편지를 보냈다. 오랜 나의 짝사랑이 이루어지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몹쓸건 정말 이내 심사, 가까이 다가서는 순간 나는 그가 나랑 아주 맞지 않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생각하니 그는 그 누구와도 맞지 않았을지 모른다. 너무 맑은 물에서는 물고기가 자라지 못한다고, 정말 그가 그랬다. 생각처럼 그는 행복하지 못했다. 첫 결혼에 실패하고 재혼을 했지만, 그리 행복해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는 2년 전 어느 날 암에 걸려 아까운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병원 영안실에서 만난 그의 사진은 늘 그렇듯 참 잘 생긴 청년이었다. 그 옛날 달구경을 그는 기억하고 있었을까? 삶의 형이상학은 언제나 현실의 형이하학에 자리를 내주고 만다. 세상의 많은 여자들은 그렇게 맑고 바르고 세상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남자와 잘 살아내지 못하는지 모른다. 적당히 세속적인 세상의 남자들이 가정을 더 잘 꾸려가는 걸 보면 정말 그런 것 같다. 아직도 그 옛날과 똑같은 모습으로 내려다보는 달님은 세상이 점점 더 망가지는 이유가 바로 그렇게 세속에 물든 우리 탓이라고 꾸짖는다. 하지만 장을 보는 사람은 안다. 장바구니에 담긴 우리들 일용할 양식을 위해 치러지는 돈이 얼마나 가볍고 무가치한지를…. 장바구니 가득하던 추석의 기억은 어른이 되면서 서서히 그 의미가 사라져갔다. 남색 마고자를 입으신 우리 아버지가 대문을 열고 들어서던 마당 넓은 한옥이 헐려 사라진 뒤였을까? 이제는 세상에 없는 아버지와 할머니의 목소리를 잊어버려서일까? 내게 추석은 이제 별 의미없는 휴가의 한 부분일 뿐이다. 어디 내게만 그러랴? 사는 일이 넉넉한 사람들은 외국 여행을 떠나고, 이제나 저제나 가난한 사람들은 2006년 추석 대보름에도 배가 고픈, 이 불공평한 세상에 평화 있으라. 무정한 세월에 닳아, 그조차 마음이 변한 달님 하나가 무심히 우리를 내려다본다. 황주리 화가 ●알림 이달부터 필진이 바뀝니다. 새 필진은 다음과 같습니다.▲황주리(화가) ▲여건종(숙대 영어영문학부 교수) ▲황현산(문학평론가·고대 불문과 교수) ▲임영균(중앙대 사진학과 교수)
  • [강태규의 연예in] 대학가요제 30년 세대를 잇는 가교

    젊음과 패기의 축제로 꼽히는 MBC대학가요제가 지난달 30일 경북대에서 열렸다.1977년 시작한 대학가요제는 지난 30년 동안 출중한 뮤지션들뿐 아니라 각계 각층에서 눈부시게 활약하는 문화예술인을 배출했다.77년에 데뷔한 인순이, 찢어진 청바지에 기타를 둘러멘 77학번의 이문세,77년에 태어나 대학가요제를 보며 자라온 싸이와 조유진(체리필터) 등과 어우러진 12개 참가팀은 열정만으로도 관객과 시청자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그런 점에서 이번 대학가요제는 10대와 중장년층이 함께 즐길 수 있었다는 점에서 손색없는 기획이었다. 최근 가요프로그램이 10대들에게 편향됐다는 한계와 비난을 벗어날 수 있는 본보기였다. 제1회 대상곡인 ‘나 어떡해’(샌드페블즈)에서 30회 대상곡인 JJMP의 ‘21살 이야기’에 이르기까지, 대학가요제는 대중가요의 지형도를 촘촘하게 엮어냈다. 세대간 소통의 장도 마련했다. 록과 발라드로 양분되는 요즘 가요계에 힙합·솔·재즈 등 다양한 음악을 토해냈다는 점도 높이 평가할 부분이다. 특히, 대학가요제에 처음 등장한 장애인과 비장애인 학생들이 모여 결성한 그룹 ‘Z’의 무대는 어우러짐을 보여준 남다른 감동의 무대였다. 그런데 아쉽게도 이번 대학가요제는 심사기준에 대한 의혹이 제기되면서 채점 결과 공개 여부까지 논란이 됐다. 우수한 실력을 선보인 한 참가팀이 수상에서 누락된데다 대상 수상자가 기성 가수 같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공교롭게도 1978년 제2회 대학가요제가 떠오른다. 당시 입선하지 못했던 심수봉의 ‘그 때 그 사람’은 지금은 ‘명곡’으로 남았다. 당시 탈락 이유는 ‘지나치게 전문가 냄새가 난다.’는 것이었다. 치열한 예선을 통해 본선에 오른 팀들의 실력은 그야말로 백지장 차이이고 당락 때문에 인생의 희비가 엇갈릴 정도는 아니다. 참가자들은 당락 자체보다 대학생활에서 잊지 못할 짜릿한 경험의 축포를 쏘아올리는데 뜻을 뒀을 텐데, 논란이 외려 그들의 열정을 아리게 하는 결과가 될까봐 내심 걱정스럽다. 세대간의 소통을 이어가는 대학가요제가 이제 서른살이다. 대학의 젊음과 패기, 순수한 열정의 잔치로 거듭나기를 바란다 대중음악평론가 www.writerkang.com
  • 문정희 : 머리 감는 여자

    문정희 : 머리 감는 여자

    글 유종호 문학평론가, 시인   가을이 오기 전 뽀뽈라로 갈까 돌마다 태양의 얼굴을 새겨놓고 햇살에도 피가 도는 마야의 여자가 되어 검은 머리 길게 땋아 내리고 생긴 대로 끝없이 아이를 낳아볼까 풍성한 다산의 여자들이 초록의 밀림 속에서 죄 없이 천년의 대지가 되는 뽀뽈라로 가서 야자잎에 돌을 얹어 둥지를 하나 틀고 나도 밤마다 쑥쑥 아이를 배고 쑥쑥 아이를 낳아야지   검은 하수구를 타고 콘돔과 감별 당한 태아들과 들어내 버린 자궁들이 떼지어 떠내려가는 뒤숭숭한 도시 저마다 불길한 무기를 숨기고 흔들리는 이 거대한 노예선을 떠나 가을이 오기 전 뽀뽈라로 갈까 맨 먼저 말구유에 빗물을 받아 오래오래 머리를 감고 젖은 머리 그대로 천년 푸르른 자연이 될까 거짓과 검은 권력이 그득한 오염된 도시를 등지고 공기 맑고 사람다운 삶이 가능한 청정한 시골에 가서 자연과 일체가 된 삶을 살면 얼마나 좋을까? 이것은 누구에게나 문득문득 떠오르는 생각일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한갓 실현성 없는 꿈이라는 것도 누구나 잘 알고 있다. 도대체 청정한 시골이 있기나 한 것인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름다운 풍광이나 풍성한 자연의 은총이 실감되는 곳을 찾게 되면 순간적으로 다시 떠오르는 생각이기도 하다. 저 프랑스의 폴 고갱처럼 화려한 문명의 도시를 버리고 아예 세상 한 끝의 섬을 찾아가 거기서 삶을 마친 사람도 있지 않은가? 그는 충족된 삶을 살다 간 것이 아닌가? 위에 적은 시편에 나오는 뽀뽈라가 멕시코 밀림 속의 작은 마을 이름임을 시인은 작품 끝자락에 적어 놓고 있다. 멕시코 여행 중 시인은 밀림 속의 마을에서 원주민 여성들이 말구유나 나귀 구유에 받아놓은 빗물로 길게 땋아 내린 검은머리를 감는 것을 보았을 것이다. 그리고 그 풋풋한 원시의 광경에 적지 아니 매혹되었을 것이다. 그래서 시인 자신도 그러한 멕시코 원주민들의 세발(洗髮) 의식(儀式)을 본뜨고 싶은 충동을 느꼈을 것이다. 그리고 그들처럼 자연이 시키는 대로, 즉 산아제한의 인위를 거부하고, 아이를 쑥쑥 낳으면서 살고 싶다는 충동을 느꼈을 것이고 그것을 적은 것이다. 반(反)자연의 문명은 구차하고 거추장스럽고 때로는 벗어버리고 싶은 멍에가 되기도 한다. 돌마다 태양의 얼굴을 새겨놓고 햇살에도 피가 도는 마야의 여자가 되어 검은 머리 길게 땋아 내리고 생긴 대로 끝없이 아이를 낳아볼까 풍성한 다산의 여자들이 초록의 밀림 속에서 죄 없이 천년의 대지가 되는 뽀뽈라로 가서 문학 작품의 호소력은 구체의 실감이나 충격에서 온다. 아마도 태양을 숭배하는 원주민들은 돌에다 태양을 새겨놓았을 것이다. 싱싱하고 건강한 원주민의 육체는 ‘햇살에도 피가 도는 마야의 여자’라는 간결한 서술 속에서 생동감을 얻고 있다. 마야는 지금의 멕시코 동남부와 남부, 과테말라, 훈드라스에 걸쳐 살고 있던 아메리칸 인디안족을 가리킨다. 그들 자신의 상형문자를 가지고 있었고 석조(石造)건축도 발전시켰던 종족이다. ‘생긴대로’라는 말은 여기서 두 가지 뜻을 가지고 있다. 즉 인위의 조절을 가함이 없이 ‘생기는 대로’ 아이를 낳는다는 뜻도 있고 싱싱하고 건강하게 생긴 모습대로 아이를 쑥쑥 잘 낳는다는 뜻도 있다. 시인이 그것을 의식했느냐, 아니냐 하는 것은 문제가 안 된다. 우리는 작품이라는 언어의 구조물을 대하고 있고 그러한 맥락에서 언어적 사실을 수용하면 되는 것이다. 어쨌건 이러한 겹 뜻이 있기 때문에 그 대목이 재미있게 읽히는 것이다. 옛날부터 어머니인 대지란 말이 있다. 농경사회에서 해마다 새 농작물을 길러내는 대지(大地)가 인간의 대를 이어주는 아기 생산의 모체인 여성으로 비유된 것이다. 자연의 영위 속에서 아기를 낳는 것은 어떤 원인에서 나왔건 죄가 아니다. 그래서 다산의 여자들은 ‘죄 없이 천년의 대지’가 되는 것이다. 자연스럽고도 사실적인 대목이다. 검은 하수구를 타고 콘돔과 감별당한 태아들과 들어내 버린 자궁들이 떼지어 떠내려가는 뒤숭숭한 도시 저마다 불길한 무기를 숨기고 흔들리는 이 거대한 노예선을 떠나 남아 선호 성향이 많은 우리 사회에서 태아의 성감별을 해서 낙태수술을 하는 일이 많았다. 자연의 섭리를 그대로 따르는 밀림 속 원주민과는 거리가 먼 현대도시의 성풍속(性風俗)을 보여주는 그야말로 뒤숭숭한 대목이다. 현대의 도시를 거대한 노예선이라 한 것도 실감나는 어사이다 맨 먼저 말구유에 빗물을 받아 오래오래 머리를 감고 젖은 머리 그대로 천년 푸르른 자연이 될까 무구한 원시에 대한 간절한 지향이 간결하면서도 정갈하게 드러나 있다. 자유분방함이 시인 문정희의 특성이다. 그런데 여성주의 시인들의 자유분방함은 때로 여과되지 않은 성적 직설(直說)이나 공격성으로 나타나는 수가 많다. 그것이 흠이나 취약성으로 드러난다는 뜻은 아니다. 즉시적인 해방감이나 통쾌한 카타르시스를 경험하게 하는 경우도 많다. 다만 문정희의 경우 위의 작품에서 보듯이 자유분방함이 건강하고 싱그러운 여성성의 갈구로 드러난다는 것일 뿐이다. 그것은 보다 비근한 소재를 다룬 작품에서도 그대로 발견된다. 키 큰 남자를 보면 가만히 팔 걸고 싶다 어린 날 오빠 팔에 매달리듯 그렇게 매달리고 싶다 나팔꽃이 되어도 좋을까 아니, 바람에 나부끼는 은사시나무에 올라가서 그의 눈썹을 만져보고 싶다 ---<키 큰 남자를 보면>에서 단도직입적이고 거침이 없다. 그리고 특유의 무구함이 있다. 공연히 요조숙녀 티를 내는 것도 아니고 위악적으로 감정을 드러내는 것도 아니다. 그냥 감정에 충실하면서 꾸밈이 없고 그래서 독자들은 공감을 하게 된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얼마나 도발적이고 당돌한 발상인가? 작가의 의식 여부와 관계없이 작품은 작품이 생산된 사회와 역사를 반영하게 마련이다. 60년 전만 하더라도 이런 시는 시인 편에서나 독자 편에서나 상상하기가 어려웠을 것이다. 그 시절에 이런 시가 나왔다면 아마도 망측하다는 말이 나왔을 것이다. 그러나 이 작품은 지금 무구하고 솔직하고 분방한 시로 수용된다. 망측하기 짝이 없는 소설과 영화가 너무나 범람하기 때문이다. 누구에게나 있지만 항상 여자의 것만 문제가 되어 마치 수치스러운 과일이 달린 듯 깊이 숨겨왔던 유방 ----<유방>에서 자유분방함은 감정 영역에서만 드러나지 않는다. 그것은 육체에 대한 일체의 금기를 거부한다. ‘여자의 것만 문제’가 되는 모든 것으로 그의 금기 거부는 확대된다. 그러한 면에서 문정희는 여성주의 시인임에 틀림이 없다. 선구적 여성주의자이지만 전투적 여성주의자들이 곤혹스럽게 생각하는 미국의 마가렛 미드는 아무리 여성해방이 성취된다 하더라도 남성이 아기에게 젖을 물려주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그러한 의미에서 문정희는 모성적 여성주의 시인이다. 유종호 · 1935년 충북 충주 출생. 서울대 문리대 영문과를 나와 뉴욕 주립대(버펄로) 대학원에서 수학. 현재 연세대 문과대학 특임교수. 1957년부터 비평 활동을 해왔으며 저서로 《유종호 전집》(전 5권) 이외에 《시란 무엇인가》 《서정적 진실을 찾아서》 《다시 읽는 한국시인》 《내 마음의 망명지》 《나의 해방 전후》 《시 읽기의 방법》 등이 있다.     월간 <삶과꿈> 2006.09 구독문의:02-319-3791
  • [책꽂이]

    ●새로운 한국식물도감(이영노 지음, 교학사 펴냄) 전세계에서 나는 식물은 대략 20여만종. 그 중 한반도에서 나는 관속식물은 4000여종으로 추정된다. 이 책에는 종자식물과 귀화식물, 양치식물, 원예식물 등 한반도에 야생하는 식물들이 망라됐다. 식물용어는 되도록 쉽게 풀어 썼으며 사진은 식물의 특징적인 부분을 보여주는 데 역점을 뒀다. 식물이름이 흉한 느낌을 주는 개불알꽃은 복주머니란으로, 풀솜대와 석산은 각각 지장보살(전남 구례의 지방명), 꽃무릇(전남 백양산 근처의 지방명)등 정다운 지방 특유의 이름으로 부르는 등 새로운 감각을 살렸다. 전2권. 한 세트 30만원.●현대 고고학의 이해(콜린 렌프류·폴 반 지음, 이희준 옮김, 사회평론 펴냄) ‘삽의 증언’이라 불리는 고고학의 세계를 종합적으로 다룬 현대고고학 개설서. 방사성탄소연대측정법과 열형광연대측정법,GIS와 DNA연구기법 등 과학적 기법에 대한 설명과 함께 과정주의고고학이라 불리는 ‘신고고학’, 인지고고학, 공공고고학 등 역동적으로 변화하는 고고학에 관한 최신 논의들이 실렸다.4만원.●역사를 움직인 157인의 마지막 한마디, 유언(한스 할터 지음, 한윤진 옮김, 말글빛냄 펴냄) 성인들의 유언은 감동스러운 데가 있다. 공자는 “지는 꽃잎처럼 현자는 그렇게 가는 구나.”라고 끝맺었다. 폭군 네로는 “한 예술가가 가고 세계는 혼란스러워지는구나.”라는 말을 남겼다. 칭기즈칸은 “죽음이 도대체 무엇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충분히 잠을 잤구나.”라고 말한 뒤 저세상으로 갔고, 대영제국의 초석을 마련한 엘리자베스 1세 여왕은 “내가 가진 모든 것은 아주 짧은 한순간을 위한 것이었어.”라며 자신을 뒤돌아봤다.“다시 볼게요. 다시 보자구요.”라는 한없이 슬픈 유언은 마릴린 먼로의 것이다. 역사를 움직인 인물들의 유언 백과사전.1만 8500원.●도산 안창호 평전(이태복 지음, 동녘 펴냄) 독립운동가 도산 안창호의 삶을 조명. 도산은 1898년 평양에서 열린 만민공동회에서 18개 쾌재와 18개 불쾌로 탐관오리들의 학정을 규탄하고 외세의 침탈에 대응할 것을 호소하면서 이름을 알렸다.1907년에 신민회를,1913년에 흥사단을 조직했으며 3·1운동 이후 상하이로 건너가 임시정부에서 내무총장직을 맡았다. 일부에선 도산을 단순한 인격수양파, 무장투쟁론에 반대한 준비론자, 조선혁명이 아닌 개량주의자로 규정하지만 도산이야말로 현실적인 조건에 기반한 과학적이고 구체화된 독립운동을 펼친 인물이라는 주장이 담겼다.1만 5000원. ●로맹가리(도미니크 보나 지음, 이상해 옮김, 문학동네 펴냄) 유대계 러시아인으로 태어나 프랑스인으로 살다 권총자살로 생을 마감한 작가이자 외교관, 전쟁영웅이었던 로맹가리. 참전중에 쓴 첫 소설 ‘유럽의 교육’으로 비평가상을 받으며 명성을 얻은 그는 ‘하늘의 뿌리’로 공쿠르 상을 받은 데 이어 에밀 아자르라는 가명으로 발표한 소설 ‘자기 앞의 생’으로 다시 한번 공쿠르 상을 수상, 프랑스 역사상 유일하게 공쿠르 상을 두 번 받은 작가로 기록됐다. 이 전기에는 24살 연하 진 시버그와의 운명적 사랑 등 일화도 실렸다.1만 8000원.
  • 日 ‘국수주의 작가’ 인생과 사상의 정수

    일본의 작가 나쓰메 소세키(1867∼1916). 자기 나라 지폐에 얼굴이 등장할 만큼 그는 일본인들의 일상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역사의 전환점에 설 때마다 그의 사상은 어김없이 재조명됐다. 자위대 이라크 파병 문제로 일본 열도가 들썩였던 2003년 말에도 일본의 국영방송은 그의 사상을 조명하는 특집을 내보냈다. 사회가 불안할 때일수록 그는 일본인의 정신적 등대 구실을 해온 셈이다.‘국민작가’ 대접을 받고 있는 그의 주요 작품들은 국내에도 거의 다 소개돼 있다. 지난달 ‘나는 소세키로소이다’라는 평전이 출간된 데 이어 이번 주에는 장편 ‘길 위의 생’(김정숙 옮김, 이레 펴냄)이 나왔다. 소세키가 죽기 일년 반 전에 쓴 이 작품은 그의 유일한 자전적 소설로 꼽히지만 엄밀히 말해 자전소설이라기보다는 ‘자전적인’ 방법으로 쓴 창작물이다. 주인공 겐조의 유년기는 곧 소세키의 과거이며, 겐조의 현재는 소세키가 런던에서 돌아와 첫 소설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를 쓸 당시의 모습 그대로다.‘길 위의 생’에는 ‘칙천거사(則天去私)의 완성’이라는 평이 따른다. 칙천거사는 나를 버리고 하늘에 따른다는 선적(禪的)인 의미의 조어. 그만큼 만년에 이른 소세키 자신의 인생과 사상의 정수가 담겨 있다. ‘일본의 셰익스피어’라 불릴 정도로 확고한 문학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나쓰메 소세키. 그의 사상과 문학을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그가 문학적 자율성과 순수성을 온전히 지켜온 작가가 아니기에 하는 말이다. 우리로서 특히 간과할 수 없는 것은 소세키 문학이 일제의 한국침략, 식민통치와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는 점이다. 그의 작품에는 군국주의적 발상, 독단적인 사회진화론적 사고, 호전적인 정치적 요소들이 노골적으로 혹은 은미하게 녹아들어 있다.‘길 위의 생’은 다행히 그런 혐의에서는 벗어나 있다. 소세키는 죽을 때까지 조선과 조선인을 천시하고 경멸했다. 문학평론가 이보영 전북대 명예교수는 “그처럼 집요한 민족적 적대감은 세계문학사에서 유례가 없는 일”이라며 소세키의 국수주의적 애국심, 자기모순을 지적한다. 대문호의 작품도 배경을 알고 읽어야 제 맛을 알 수 있다.1만 2000원.김종면기자 jmkim@seoul.co.kr
  • “보령 관촌에 이문구 문학관 세우자”

    ‘관촌수필’의 작가 명천 이문구(1941∼2003)의 전집 완간을 기념하는 세미나가 28일 충남 보령시 관촌 솔밭과 대천문화원에서 열렸다. 이문구기념사업회(회장 김주영)가 주관한 이번 행사는 스물여섯권으로 완간한 ‘이문구 전집’(랜덤하우스코리아)의 봉헌제와 더불어 이문구 문학관 건립을 위한 방안을 논의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전집 발간사업은 2004년 2월 고인의 타계 1주기를 맞아 시작한 사업으로 김윤식 명지대 석좌교수, 이경철 전 문예중앙 주간, 문학평론가 임우기, 구자황 서원대 교수 등이 편집위원을 맡아 추진해 왔다. 전집은 1960년대 등단작부터 산문, 유교시집에 이르기까지 작가의 40년 문학인생을 총 망라한 것으로 권당 300쪽을 기준으로 시기별로 정리했다. 마지막권인 ‘숨 쉬는 장승’은 작가 생전 책으로 출간된 적이 없는 작품 10여편을 실었다. 이와 별도로 이문구 작품을 연구한 논문 10여편도 별책으로 출간될 예정이다. 세미나에선 평론가 김윤식·권영민, 신준희 보령시장, 이형호 문화부 예술정책과장 등 100여명이 참석해 고인의 문학 세계를 기리는 한편 문학관 건립 방안에 대해서도 의견을 나눴다. 소설가 박덕규 단국대 교수는 “이문구의 고향인 충남 보령의 갈머리(冠村)는 이문구의 작품 못지않은 콘텐츠다. 보령을 이문구 문학의 필수 답사지로 다양하게 개발한다면 산업적 효과도 클 것”이라며 문학관 건립을 촉구했다. 또 이문구의 작품들을 주제, 캐릭터, 소재, 작중무대, 어휘별로 분류해 데이터베이스로 구축하는 사이버문학관의 개설 필요성도 강조했다.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정윤수의 오버헤드킥] 유소년 축구 클럽 육성을 위한 조건

    제4회 MBC 꿈나무 유소년 축구리그가 김포 이회택 축구교실의 우승으로 막을 내렸다.2002년 월드컵 4강 신화를 발판으로 ‘유소년 클럽 축구 활성화’를 내세운 이 대회는 여러 가지 난제에도 불구, 전국 단위 유소년 클럽 리그가 가능하다는 것을 입증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 봄부터 각 지역 리그를 통해 무려 540여개 팀이 즐거운 시간을 가졌고 27일 대망의 결승전까지 이르렀던 과정은 ‘공부하면서 공도 차자.’는 유소년 클럽 축구의 근간을 충분히 살렸다. 특히 이번 결선 리그에서는 일본의 유소년 클럽인 히가시 도요타까지 초청돼 양국 어린이들이 추억의 한나절을 보냈다. 학교와 학원을 맴돌면서 매우 제한된 틀 안에서 익숙한 조건들에 의해 성장하는 우리 어린이들이 지역과 국적이 다른 낯선 어린이와 땀을 흘리며 우정을 맺는 과정은 앞으로 더욱 활성화해야 할 일이다. 그럼에도 몇가지 숙제는 있다. 무엇보다 체계적인 교습 방법론을 확립해야 한다. 꿈나무 축구재단 관계자에 따르면 자연스럽게 클럽으로 모인 유소년들을 체계적으로 가르칠 만한 교안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기존 ‘축구 교본’이나 외국의 교안을 번역해 참조하는 형편이다.하지만 기존 교본은 ‘직업 선수’를 위한 경우가 많고 외국 교재도 우리와 조건이 사뭇 달라 참고 사항이 될 수밖에 없다. 우리의 교육 환경, 유소년의 성장과 체격 조건 등을 두루 고려하고, 다양한 기본기를 연마할 뿐만 아니라 그 과정이 윤리 교육의 일환이 될 수 있는 교재가 시급하다고 하겠다. 또한 전국의 유소년 클럽의 현황을 두루 파악, 그 생장 환경을 북돋는 일도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아직은 유소년 클럽들이 ‘지속 가능한’ 구조를 갖추지 못하고 있다. 유명 축구인의 후원이나 교회, 사찰 등의 지원이 뒷받침되는 곳은 그나마 안정적이지만 나머지 클럽은 금세라도 ‘동호회’ 차원으로 머무를 수밖에 없는 구조다. 바로 이런 점 때문에 프로축구 구단이 유소년 클럽을 자체적으로 조직, 육성하는 일에 나서야 한다. 물론 프로 구단도 어려운 형편이나 스무 명 안팎의 유소년 클럽을 육성하는 게 불가능한 일은 아닐 것이다. 우상과 같은 프로 선수들의 유니폼을 입고 그들의 지지와 격려 속에서 공을 찬다면 그 중에서 틀림없이 그 구단의 간판 스타가 탄생할 것이다. 그렇지 않다 해도 그 유소년 클럽의 모든 관계자는 해당 구단의 영원한 서포터스가 될 것이다. 유소년 클럽 축구가 유망주 육성만이 아니라 지역 사회에서 유대감을 확보하고, 나아가 자라나는 어린이들이 ‘교실 밖의 교실’인 그라운드에서 싱싱하게 성장하는 데 한몫하길 바란다.축구평론가 prague@naver.com
  • [문화마당] 기계소음에 묻힌 영혼의 별빛/문흥술 서울여대 교수 문학평론가

    며칠 전, 미항으로 널리 알려진 지방의 한 도시에서 개최된 문학제에 참석하였다. 온갖 짜증나는 일상사로부터 벗어나, 청명한 가을 하늘 아래에서 시심 가득한 향기와 일체가 될 수 있었던 것은 크나큰 행운이었다. 세속의 탁류에 전혀 물들지 않은 듯한, 맑고 순수한 눈빛으로 시와 삶에 대해 이야기하고 시를 낭송하던 이들과 호흡을 함께 하면서, 속물화되고 획일화된 일상에 길들어져 각질처럼 굳어진 무딘 감성이 되살아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다음 날 고속열차를 타고 일상의 영역으로 되돌아오는 와중에,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5시간 이상이 걸리던 여로를 2시간으로 줄인 과학기술의 경이로움에 찬탄을 금하지 못하면서 불현듯 ‘과학기술과 문학’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고, 그러면서 두 권의 책을 떠올렸다. 먼저,21세기가 열리던 해에 읽었던 한 과학자의 에세이이다. 그 책에 따르면 유전공학이 발달한 21세기에는 결혼도 자식의 출산도 필요치 않으며, 다만 유전자 조작에 의해 ‘나’와 똑같은, 혹은 ‘나’와 비슷한 ‘나’의 후손을 낳을 수 있고, 나아가 ‘나’의 영생불멸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이다. 다음은 문학의 의의를 규정한 책이다. 원래 인간은 밤하늘에 빛나는 별이 내 영혼의 별이 되어 나아갈 좌표를 제시해 주고, 어디를 가더라도 낯설지 않고 마치 집안에 있는 것처럼 아늑한 세계에서, 인간과 인간, 인간과 자연, 영혼과 육체, 물질과 정신이 합일되어 양자가 평화롭고 조화롭게 공존하는 삶을 영위하고 있었다. 그런데 자본주의가 도래하면서 이기적이고 자기중심적인 인간이 자연은 물론이고 ‘나’ 아닌 다른 인간마저 지배하고, 물질적 가치와 육체적 쾌락만을 중히 여기게 되면서, 아름다운 영혼의 별빛이 사라져 버리게 되었다. 그런 상황에서, 상실된 별빛을 회복하려는 고독한 장르가 문학이라는 것이 그 책이 내린 결론이다. 두 책을 떠올리면서, 우리네 일상이 어떠한지 생각해 보았다. 인터넷, 휴대전화, 텔레비전, 자동차, 전철 등과 같은 온갖 기계장치들이 토해내는 어찔한 빛과 소음이 난무하는 곳이 우리네 일상이 아닌가. 이전보다 물질적으로 풍요롭고 육체적으로 편안한 삶을 영위한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실상은 영혼의 빛이 사라진 채 기계화된 육체만을 지닌 우리들이 컴퓨터와 같은 정보 메커니즘에 둘러싸여 황폐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면 과언일까. 그저 컴퓨터가 시키는 대로, 주어진 위치에서 주어진 일만 기계처럼 반복하다가 낡고 빛바래면 다른 새로운 기계로 대체되는 그런 삶을 살아가는 것은 아닌지. 영혼의 빛을 상실한 기계화된 인간이 우리네 실상이라면, 그런 사이보그 같은 인간이 영생불멸을 이룬다고 한들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그것은 ‘기계들의 삭막한 축제’에 불과하다. 지금 과학기술을 폄하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앞으로 과학기술이 발달하면서 우리네 삶은 이전보다 더욱 편리해지고 윤택해질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잊어서는 안 될 것이, 정신적 가치와 영혼의 순수함이 동반되지 않는 삶은 진정으로 인간다운 삶이 아니라는 점이다. 그러기에 ‘나’와 ‘너’의 경계를 허물고 ‘우리’라는 공동체의 의식으로 영혼의 교감을 공유할 수 없는 고속열차보다는, 차라리 열 시간이 걸리더라도 사람들의 따뜻한 온정과 훈훈한 입김이 가득 넘치는 완행열차가 훨씬 인간적이지 않은가? 과학기술 만능시대일수록, 우리들 내면에 잠재하는 순수한 불꽃을 회복하려는 문학이 더욱 절실하게 필요한 까닭이 여기에 있다. 문흥술 서울여대 교수 문학평론가
  • [강태규의 연예 in] 20년 숙성된 울림, 가수 임재범

    지난 16·17일 이틀간 가수 임재범의 데뷔 20주년 기념 전국투어의 서울공연 ‘비상’이 열렸다. 결이 곱지 않은 임재범 특유의 거친 톤이 공연장에 운집한 관객 5000여명의 가슴을 칼날같이 도려내자 이내 탄성이 쏟아졌다. 그동안 기행적 음악 행보와 팬들과의 교류가 뜸해져, 예전의 목소리는 듣기 힘들어졌을 것이라는 소문은 기우에 불과했다.40여곡의 레퍼토리로 관객을 여유롭게 ‘유린한’ 임재범은 요즘의 젊은 대중가요 팬들에게까지 왜 ‘불멸의 가창력’이라는 공식이 여전히 통할 수 있는지 증명했다. 1986년 록그룹 ‘시나위’의 보컬로 이름을 알린 임재범은 그 뒤 ‘외인부대’,‘Rock in Korea’,‘아시아나’의 보컬로 활동하면서 단연 주목받는 보컬리스트로 떠올랐다.1991년 첫 솔로음반을 낸 이래 지난 2004년 낸 5집 음반 ‘공존’은 그의 가창력을 신세대 가수들에게 새로운 트렌트로 제시할 만큼 화두로 떠올랐다. 임재범의 데뷔 초기 일화들은 ‘거침 없는 표현, 그리고 자유’였다. 당시 이문세가 진행하던 한 라디오 공개방송에서 임재범은 느닷없이 “배 고프다.”고 해 주변을 당혹케 했다. 그 때 관객들이 무대로 던진 단팥빵을 그대로 주워먹었다는 얘기는 방송의 메커니즘에 앞서, 있는 그대로의 본능적 자유에 충실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그런 임재범이, 지금은 사라진 청계고가 밑 대림상가의 한 레코드가게에서 속칭 ‘빽판’(해적 LP음반)을 팔면서 시대의 가객을 꿈꾸었던 임재범이, 이제 데뷔 20주년을 맞았다. “웨이터 복장으로 손님을 맞는 심정”이라는 그의 낮은 자세도 놀랍고 공연 중에 장난끼 가득한 입심도 달라진 풍경이다.“노래하는 것 하나 믿고 앞만 보고 달려왔다. 그 ‘열심’이 오늘을 만들었다.”며 뚝심을 표현한 것은 물론이거니와,“여러분이 있기에 내가 있다는 것을 깨닫는 데 무려 20년이 걸렸다. 그동안 (행동에) 용서를 구한다.”는 임재범의 고해는 사뭇 달라진 그의 태도를 깨닫게 했다. 대한민국 명보컬리스트의 계보를 잇는다는 그가, 이제 다시 새로운 역사를 쓰는 출발점에 선 셈이다.20년 숙성된 임재범의 관록의 울림은 공연 내내 그의 노래처럼 ‘사랑보다 깊은 상처’를 남기고 있었다. 가슴을 헤집고 깊숙이 밀고 들어오는 그의 관능적인 소리는 여전히 묵직함을 준다.대중문화평론가 www.writerkang.com
  • [2007대선과 시대정신] 전문가들이 보는 ‘2007 시대정신’

    정치 전문가들은 ‘2007년 대선의 시대정신’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다양하고 복잡하게 전개되는 사회 흐름에 맞춰 ‘다층 복합 구조의 시대정신’이 유권자들의 마음 속에 내재해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일부는 대선 주자들이 민주화나 선진화 등의 ‘거대담론’보다는 국민들의 피부에 와 닿는 미세 담론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충고했다. 김형준 교수(국민대 정치대학원)는 대선의 시대정신이 단층보다 복합적인 다층 구조로 흘러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즉 ▲국민통합 ▲경제회생 ▲남북문제 ▲양성평등 등 4대 과제가 주요 쟁점이 될 것이란 지적이다. 그는 “국민 통합은 개별 후보가 혼자 해결할 수 없는 문제”라고 강조했다. 즉 정계개편을 매개로 영·호남의 통합에 접근해야 한다는 논리다. 영·호남(지역주의) 통합은 한번도 해본 적 없는 정치실험이라는 점에서 더욱 파괴력이 있을 수 있다는 진단이다. 그는 “민주화를 위해 ‘YS(김영삼)-DJ(김대중) 연합’이 필요한 것처럼 ‘고건(호남)-박근혜(영남) 연대’나 ‘손학규-천정배 연합’ 등의 정치적 실험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한양대 제3섹터연구소의 정상호 교수는 내년 대선은 사회의 여러 이슈가 복합화, 다층구조로 치러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 교수는 “중도층의 유권자들을 흡수하려면 일원적보다는 다원적 캐치프레이즈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선 후보들에게 교육 분야에 대해 “좀더 다원적인 입장과 확고한 철학을 토대로 공교육에 접근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그는 “대선주자들이 국익과 대중경제 등 거대 담론에만 몰두해 있다.”고 지적한 뒤 중소·자영 상공인들과 서민·중산층의 이익을 구체적으로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민기획의 박성민 대표(정치 컨설턴트)도 “국가가 국민을 위해 무엇을 해줬느냐가 중심이 돼야 한다.”며 ‘삶의 질’ 문제가 주요 이슈가 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92년 미국 대선에서 당시 클린턴 후보가 이 문제를 들고 나와 국민들의 마음을 파고들었다.”며 거대 담론 중심의 선거를 경계했다. 반면 김윤재 국제변호사(정치 컨설턴트)는 복지 철학이 주요 이슈로 떠오를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복지문제의 경우 미국식과 유럽식의 사회복지 모델 가운데 지향점을 찾아 한국적 현실과 접목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는 사회 양극화 극복을 위한 방향과도 맥이 닿는다.”고 강조했다. 김 변호사는 북한문제와 관련,“이분법적인 대북 접근은 이념 대립만 증폭시킬 뿐 문제 해결에 도움이 안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구체적인 우선 순위와 방식을 정해 소모적인 ‘대립구도’를 만들지 말라고 강조했다. 시사평론가인 김종배씨는 우리 사회의 보수화 경향에 주목했다. 그는 “북한에 대한 피로증이 누적되는 상황에서 전시 작전통제권 환수 문제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은 경제 문제가 결합돼 주요 화두로 떠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그동안 민주화 세력의 반발에 따른 보수화 경향은 자연스런 흐름이지만 극우 보수화로 치달을 경우 문제는 심각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구혜영기자 koohy@seoul.co.kr
  • 1000회 맞은 ‘열린토론’

    “2003년 7월부터 진행한 방송이 1000회를 맞았지만 토론을 앞두고 긴장하는 것은 매일 똑같습니다.” 우리나라 방송 사상 최초의 매일 토론프로그램인 KBS1라디오 ‘KBS 열린토론’(월∼토 오후 7시20분∼9시)이 25일로 방송 1000회를 맞았다. 최장수 토론프로그램의 진행을 맡아온 정관용 시사평론가는 “토론프로그램이라는 성격상 얼마나 매일 진행할 수 있을지, 지속성에 대한 의문도 있었지만 사회 분위기가 바뀌고 토론자·청취자 수준이 높아져 지금까지 유지해온 것 같다.”고 말했다. ‘열린토론’은 그동안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각 분야에서 4000여명이 출연, 열띤 토론을 벌였으며 청취자 1만여명이 직접 방송에 참여한 기록을 세웠다. 홍종학 경원대 교수와 정규재 한국경제 논설위원이 18회로 가장 많이 출연했고, 정치인으로는 이혜훈 한나라당 의원과 심상정 민주노동당 의원이 11회로 최다 출연했다.또 ‘호주제 존폐론’ ‘행정수도 이전’ ‘대북정책’ ‘부동산정책’ 등 핫이슈부터 ‘이혼숙려제’ ‘예쁜 남자 신드롬’ ‘불륜드라마 붐’ ‘된장녀 논쟁’ 등 생활밀착형 주제까지 소화했다. KBS1TV에서 ‘생방송 심야토론’도 진행하고 있는 그는 “방송을 하면서 최대의 적은 바로 나 자신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스스로 지치거나 시사에 대한 업데이트를 게을리하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라디오 토론프로그램의 장점에 대해서는 “진행자가 공정하고 객관적인 중재자가 돼야 한다는 점은 두 매체가 비슷하지만 라디오는 TV보다 조금 더 자유롭고 심도 있는 이야기를 다룰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1996년 SBS라디오 ‘뉴스대행진’의 진행을 맡으면서 사회자로 첫 발을 내디딘 뒤 전문 토론진행자로 자리잡았다.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 탁신, 군부 조기총선 촉구 성명 발표

    무혈 쿠데타로 축출된 탁신 친나왓 총리가 ‘기약없는 장고’에 빠졌다. 그러면서도 쿠데타 지도부에 조기총선을 촉구, 실낱 같은 정계 복귀에 대한 미련은 버리지 못한 듯 자신의 소회를 밝혔다. 현재 그는 런던 도체스터 호텔에 머물고 있다. AP통신은 21일 탁신 총리가 영국 런던에서 성명서를 발표했다고 보도했다.탁신 총리는 “응당 받을 만한 휴식으로 생각한다.”면서 “군부는 빠른 시일 내에 총선을 치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날 성명서도 기자들의 도움을 받아 겨우 작성해 외로운 처지임을 그대로 드러냈다. 탁신 총리는 “모든 정치세력들이 국가 위기 상황에서 통합을 위한 길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그는 런던을 자신의 정치적 재기를 위한 전초기지로 삼을지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언제 고국에 돌아갈 것인가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는 “식료품이나 사러 가야겠다.”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런던 체류가 장기화될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탁신의 복귀 가능성에 대해 현지 전문가들은 대부분 회의적이지만 완전히 배제하진 않고 있다. 정치평론가 파숙 퐁파이지트르 박사는 BBC와 인터뷰에서 “단기간에 복귀하기는 어렵지만 언젠가 돌아올 가능성은 남아 있다.”면서 “재산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선택의 폭이 넓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덧붙였다.이세영기자 sylee@seoul.co.kr
  • [박성서의 7080 가요 X파일] ‘가을 편지’의 샹송가수 최양숙 (2)

    [박성서의 7080 가요 X파일] ‘가을 편지’의 샹송가수 최양숙 (2)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본인 목소리의 노래가 방송되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학장실에 불려가 추궁까지 당했던 가수 최양숙. 당시 여건에서 명문대생이 대중가요 가수로 활동한다는 것이 결코 쉽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아울러 그 무렵 연습 삼아 불러보았던 또 한 곡의 노래가 ‘내 옛날 온 꿈이(김영랑 시, 손석우 작곡)’. 가수 최양숙이 처음 취입한 이 노래 역시 매우 생소한 이름,‘주미옥’이란 이름으로 표기되어 발표된다. 본인의 이름을 밝힐 수 없었기 때문이다. 최양숙은 대학을 졸업한 것과 때를 같이해 방송국 합창단 활동을 접고 모교인 서울예고의 음악교사로 교단에 선다. 그러나 1년 뒤 교편생활을 접고,‘최양숙’이라는 본명으로 본격적인 가수 활동을 시작한다. 첫 히트곡은 ‘황혼의 엘레지(박춘석 작사, 작곡)’. 이 노래를 시작으로 그녀는 작곡가 박춘석씨를 비롯해 손석우, 김광수, 최창권, 김호길, 김인배, 김민기 등 대부분 대중적이라기보다는 음악적 완성도를 추구하는 작곡가들과 손잡고 분위기 있는 곡들을 주로 발표한다. 가창력과 표현력이 뛰어났던 그녀는 해외무대로도 진출한다.67년, 몬트리올국제박람회장의 한국관에서 공연을 갖기도 했던 그녀의 활동을 지켜본 작곡가이자 일본 NHK방송국의 합창단 지휘자 ‘고지 요시유키(新律善行)’에 의해 일본에서 활동할 것을 권유받고 일본 진출을 시도한 것. 최양숙씨가 이때 사용한 예명은 ‘베로니크(VERONIQUE)’, 그녀의 가톨릭 본명이다. 음반 타이틀은 ‘MIDNIGHT SPECIAL 11 P.M’. 타이틀 그대로 ‘매혹적인 밤의 무드’를 달콤하게 그리고 있는 이 노래들은 ‘클래식과 대중가요’의 접목이라 할 만큼 음악적 완성도가 높은 세미클래식의 장르를 한껏 구사하고 있다. 정통 음악도의 길을 걷고자 했다가 대중가요가수로 전향해 활동하던 그녀가 비로소 일본무대를 통해 역행했던 자신의 길을 다시 되찾아 거슬러 올라가는 듯했다. ‘클래식 기법의 노래들을 클래시컬한 창법으로, 그리고 아름다운 노래를 아름다운 발성으로 채색해, 들을수록 여자의 사랑스러움이 배어난다.’는 것이 당시 한 일본 평론가로부터 받은 호평의 일부다. 그러나 이러한 찬사를 받을 만큼 뛰어난 음악성에도 불구하고 이 노래들은 빛을 보지 못하고 이내 묻히고 만다. “당시 일본인 매니저로부터 이전 한국에서의 활동 경력을 접고 다시 신인으로 시작해야 할 것을 요구받았고 아울러 ‘한국인 가수임을 가급적 강조하지 말아 달라.’는 조건을 제시해왔기 때문이었어요. 받아들일 수 없었지요.” 그녀의 회고다. 결국 이 조건에 응할 수 없었던 최양숙은 적극적으로 활동할 의욕을 잃고 음반만을 취입한 뒤 곧바로 귀국한다. 70년. 다시 고국무대에 선 최양숙은 해외무대의 미련을 떨치고 새로운 음반 ‘꽃피우는 아이’를 발표하며 국내 활동을 개시한다. 이 음반은 당시 방송국 PD로 있던 오빠 최경식씨로부터 서울대 후배인 가수 겸 작곡가 김민기씨를 소개받으면서 취입이 이루어졌다. 이 음반은 특히 노래 전반에 깔리는 김민기씨의 기타반주가 압권으로 그녀의 분위기와 매우 잘 어우러진다. 사실 최양숙씨는 반주에 매우 예민한 편으로 반주가 거슬리면 노래에 몰입을 못하는 성격이라고 털어놓는다. 그녀는 이 음반을 통해 김민기의 곡 ‘가을편지’ ‘꽃피우는 아이’ 를 비롯해 ‘세노야’ 등 포크 명곡들을 발표한다. 최양숙은 90년대 중반, 극작가 김숙씨의 제의로 드라마에도 간간이 출연, 오랜만에 브라운관을 통해 연기자로서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러나 정작 본인은 지금까지도 연예인으로서 대중 앞에 섰던 것이 잘 선택한 것인지 혹은 그렇지 않은 것이었는지 분명한 판단이 서지 않을 정도로 갈등이 심했다는 그간의 심정을 토로했다. 그러나 이제금 본명 ‘최양숙’으로 돌아와 아름다운 노래 ‘황혼의 엘레지’처럼 어느덧 황혼을 맞은 그녀. 그녀는 현재 그 이름 그대로 맑고 깊은, 그리고 아름다운 삶을, 듬직한 두 아들 가족과 더불어 아름답게 황혼을 펼쳐 보이고 있다. sachilo@empal.com
  • [정윤수의 오버헤드킥] 해외파 총동원령의 명암

    다음달 11일, 한국축구대표팀이 시리아를 홈으로 불러들여 2007년 아시안컵 예선 5차전을 치른다. 비기기만 해도 이란과의 마지막 경기 결과와 상관없이 본선 진출이 확정된다. 현재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14위인 시리아는 한국보다 약체다. 그러나 특정한 스타일에 얽매이지 않는 중동 축구의 특성을 감안하면 난적임에 틀림없다. 지난 2월 시리아와 원정 1차전을 치렀을 때, 한국은 김두현과 이천수의 골에 힘입어 2-1로 이겼지만 포백 수비 뒤 공간이 자주 열리고 최종 수비와 골키퍼의 소통이 원활하지 않아 위기 상황을 반복한 적이 있다. 그럼에도 이번 경기를 위해 ‘해외파 총동원’이 준비되고 있다는 점은 우려할 만하다. 물론 핌 베어벡 감독이 ‘총동원령’ 카드를 딱 한번 써야 한다면 11월 이란 원정보다는 시리아전에서 사용하는 것이 나을 수도 있다. 모든 화력을 집중해서 낙승을 거두면 이란전이나 아시안게임, 베이징올림픽 지역 예선에서는 23세 이하 선수를 중심으로 젊은 기대주들을 두루 기용하는 여유까지 갖게 될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최상의 컨디션과 절정의 경기력’이다. 대표팀 발탁의 유일무이한 이 조건은 모든 선수에게 적용돼야 한다. 해외파도 마찬가지다.박지성은 상당 기간 뛸 수 없는 사정이고 이영표는 소속 팀의 주전 경쟁에서 밀리고 있다. 이러한 불안정성은 차두리도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이제 막 프리미어리그에서 상승 기류를 타고 있는 설기현에게 왕복 1만 6000㎞의 비행을 요구하는 것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나은 선택인지 고민해봐야 한다. 요컨대 베어벡 감독 스스로도 최상의 컨디션과 경기력이라는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한 안정환과 박주영을 뽑지 않았던 것처럼 해외파에 대한 깊은 이해가 필요하다. 만약 국내파의 컨디션과 기량이 현저히 떨어진다면 해외파에게 악전고투를 당부할 수 있다. 그러나 대표팀 다수인 K-리그 간판 선수들은 9월의 한반도에서 실전을 통해 언제나 현지 적응 훈련을 하고 있는 셈이다. 정조국, 김두현, 백지훈, 최성국, 김상식 등 그동안 베스트 11의 바로 뒷줄에 서있던 선수들이라도 능히 시리아를 상대로 좋은 결과를 빚을 것이다. 그렇지 않다고 해도 의외로 얻는 효과는 크다. 해외파와 국내파의 미묘한 격차를 확인하거나 이에 따라 한국 대표팀이 대단히 선수층이 얇고 취약하다는 것을 확인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전력 강화라는 숙제를 심오하게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유럽의 각 리그에서 해외파가 제대로 안착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동안 국내파는 최고 기량으로 아시안컵 본선 진출을 이뤄내고, 이로써 선의의 경쟁이 새롭게 빚어질 수 있다. 이런 측면에서 베어벡 감독의 선발 라인업 구상이 이뤄지길 당부한다.축구평론가 pragu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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