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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태규의 연예 in] ‘트로트 신데렐라’ 장윤정의 무거운 짐

    흔히 트로트 음악을 속되게 ‘뽕짝’으로 표현한다. 누구나 쉽게 따라 부를 수 있는 4박자 리듬의 가락을 흉내내 대중들은 이를 뽕짝이라고 비하한다. 하지만 1970년대에 접어들면서 트로트 음악은 리듬과 창법에서 많은 변화와 발전을 거듭하면서 오늘날까지 우리의 고단한 삶을 지켜준 음악으로 자리했다. 선술집에서 젓가락 반주에 맞춰 새어나오는 트로트 가락은 서민의 애환을 안으로 달래준 존재였다. 최근 몇 년 사이, 트로트 음악 장르를 들고 젊은 얼굴들이 대거 등장했다. 그중 가장 주목을 받고 있는 가수 장윤정의 눈부신 활약은 트로트 음악의 부활이라는 평가를 받을 만큼 놀라운 것이었다.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지지층을 넓혔는가 하면 트로트가 한층 젊어졌다는 세간의 인식까지 얻었으니 그야말로 ‘어머나’하고 놀랄 만한 일이다. 지난 2004년 ‘어머나’로 일약 신데렐라 반열에 오른 장윤정은 분명 트로트 음악계에서 보기 드문 일을 일궈냈다. 트로트 음악이 성인가요의 토양이라는 굳어진 공식을 깨고 유치원생까지 따라 부르게 하며 히트를 기록했다는 점은 유례가 드문 일이었다. 톡톡 튀는 표정과 무대 매너는 트로트 음악의 새로운 트렌드를 열었고, 그 이미지는 깐깐하다는 광고계의 러브콜로 이어졌다. 분명 박수를 받을 만한 성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윤정이 새로운 음악세계를 열어가는 뮤지션으로 평가받지 못하는 것이 지금 그녀가 짊어진 무거운 짐이다. 연예 기획자나 제작자들이 발굴한 연예인이나 가수가 작품을 발표하고 대중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얻는 일보다 더 어려운 일이 있다. 바로 그 인기를 지속시키는 일이다. 특히 마케팅 기획의 힘으로 만들어진 연예인이 지속적인 인기를 유지하는 일은 정말 감당하기 어려운 숙제다. 장윤정의 ‘끼’와 노력은 이미 정평이 나있다. 오랜만에 트로트 음악계에 새로운 빛줄기로 탄생한 스타의 출현이라 더욱 반갑기도 하고, 그래서 대중의 사랑을 이어가는 생명력이 지속되기를 바라는 걱정 아닌 걱정도 앞선다. 장윤정을 보면서 작가 김훈이 ‘결핍을 채우는 소리’라고 소회를 밝힌 심수봉을 떠올린다. 트로트 음악계에서 독보적인 싱어송라이터로, 자신만의 음악세계를 이어가고 있는 심수봉은 장윤정 신드롬에 대해 촌평했다. “히트곡을 평생동안 작곡자에게서 받아낼 수 있다면 더 없는 사랑받을 수 있겠지만, 그게 영원히 지속될지는 의문”이라고.대중문화평론가·www.writerkang.com
  • “난 사회 업그레이드 시키는 소셜 디자이너”

    “난 사회 업그레이드 시키는 소셜 디자이너”

    ‘시민운동의 대부’(참여연대 상임집행위원장),‘나눔과 공익의 전도사’(아름다운재단·아름다운 가게 상임이사). 박원순 변호사에게 붙여진 이름이다. 지난 3월27일 민간 싱크탱크를 자임하며 만든 ‘희망제작소’는 박 변호사가 시민과 맺은 세번째 사랑이다. 시민들의 생활에서 나오는 아이디어와 열정을 발굴해 정책과 공공의 이익으로 연결해야 한다는 차원에서 벌인 일이다.‘정책’과 ‘비전’을 중시해온 평소 지론의 연장이다. 그는 한 사석에서 “진보진영은 콘텐츠의 위기를 맞았다. 그들이 주장하는 콘텐츠가 이미 다 수용돼 좋은 사회를 만들었는가. 언제까지 명분만 외치며 불우이웃돕기 차원의 캠페인만 벌일 것인가.”라고 지적한 적이 있다. 애정을 가져온 진보진영의 역할이 아직 남아있음을 역설한 말이다. 정치권도 다를 바 없다. 정책이 아닌 정쟁 중심의 정치권에 대한 비판이 이어졌다. 그는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노무현 대통령은 말할 것도 없고 정당도 정책보다는 감정 중심의 정쟁으로만 치닫고 있다.”고 지적했다. 열린우리당의 열린정책연구원과 한나라당의 여의도연구소 등 정당 부설연구소에 1년에 수십억원이 지원되고 있지만 민생을 위한 연구개발비로 어느 정도 쓰이고 있는지 돌아봐야 한다는 쓴소리가 덧붙여졌다. ‘준비된 콘텐츠’를 강조하는 그에게 정치권은 고비마다 짝사랑을 던졌다.2007년 대선을 앞두고 여야는 앞다퉈 ‘박원순 대안론’을 흘리고 있다. 언론과 정치평론가들도 ‘경쟁력있는 참신한 외부선장’이라는 수식어를 보태고 있다. 하지만 만날 때마다 단호하다. 아예 ‘1시간 단위의 살인적인’ 일정표를 보여주며 “여기 정치권 관계자와 만나는 일정이 한 군데라도 있냐.”며 수첩을 꺼내 펼쳐보이기까지 했다. 이번에도 그는 “내가 하는 일이 이미 정치 아니냐.”며 완곡하게 부인했다. 하지만 “정치 절대 안한다.”(참여연대 물러날 당시)▶정치하겠다고 하면 말려달라(출입기자간담회)▶대선후보들과의 관계속에서 어떤 일을 할지 고민해보겠다(신진보연대 인터뷰)등 출마입장 변화가 있는 게 아니냐며 기대를 걸었던(?) 기자에게 예상 답변만 되돌아올 뿐이었다. 그는 “오래 전부터 이런 일에 열중해왔는데 모든 걸 다 바쳐 해보려고 했던 일”이라면서 “내가 만약 정치할 생각 있었다면 희망제작소 차리고 일을 이렇게까지 벌여 놨겠냐.”고 거듭 반문했다. 그러면서 “사회를 좋은 방향으로 바꾸는 고민은 같다. 조선시대에도 관리가 있으면 초야에 있으면서 상소하는 사람도 있다.”면서 “사람이 사는 데는 여러 길이 있게 마련인데 사회적 명성만 있으면 반드시 정치를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심지어는 보수진영의 한 교수가 “최근 박 변호사의 행보가 정치적으로 ‘탈색’되고 있다.”는 이유를 들어 정치권 진출의사가 있는 것처럼 말한 것을 염두에 둔 듯 “정치라는 게 분명한 자기 색깔이 있어야 하는 건데 하려고 든다면 굳이 탈색해야 할 필요가 있나.”라고까지 말했다. 인터뷰에 앞서 만났던 희망제작소 관계자는 끊임없는 박원순 영입설에 대해 “박원순 후보론은 거론 자체가 순수하지 못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의 말에 따르면 뉴라이트전국연합의 제성호 교수가 ‘박원순 후보론’을 거론한 뒤 본격화됐다는 것인데 “신종 운동권 세력들이 진보진영의 후보감이라고 생각해서 초장부터 흔들어놓기 위해 제기한 것”이라는 생각이다. 정치권의 현주소에 대해서는 신랄한 비판이 이어졌다. 정책과 콘텐츠 부재가 그의 입장에서는 못마땅한 대목이다. 여권이든 야권이든 새출발 이전에 치열한 자기반성이 있어야 하는데 그 점에서는 쉽게 동의하기 어렵다고 한다. 뒤늦은 얘기지만 그는 한나라당이 천막당사로 옮기기 전의 일화를 들려줬다. 이회창 전 총재에게 “당사를 팔고 천막당사로 옮기더라도 진정한 반성의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했더니 이 전 총재가 “팔려고 그래도 건물이 비싸서 살 사람이 없다.”고 했다고 한다. 그는 “고생할 생각이 있었다면 전세를 놓더라도 나갈 수 있었다.”며 제대로 반성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진단을 내렸다고 한다. 통합신당과 당 사수를 놓고 격론중인 여당도 자신들의 문제를 드러내놓고 자성하는지부터 되돌아봐야 한다고 그는 충고했다. 박 변호사와 인터뷰가 이어지는 동안 쉴 새 없이 휴대전화가 울렸다. 책상 위에는 희망제작소가 진행중인 지역사회 공무원 교육을 위한 교재로 가득차 있었다. 정치 얘기할 때는 고개를 저으며 쓴웃음을 보이던 그가 희망제작소가 하는 일을 설명할 때는 외국자료며 교재까지 찾아가며 너무나 신이 난 표정이었다. 하긴 그의 꿈은 ‘과로사’라고 하지 않았던가. 그는 “국민 모두가 정책입안자가 되는 세상을 만들고 싶다.”면서 “앞으로 어떤 길을 걸을지 모르겠지만 시민들의 참여를 통해 사회개혁을 만드는 길이라면 창의적인 실험은 계속될 것”이라며 4번째,5번째 ‘세상과의’ 사랑을 놓지 않을 것을 다짐했다. 구혜영기자 koohy@seoul.co.kr
  • ‘You’ 타임 ‘올해의 인물’

    ‘You’ 타임 ‘올해의 인물’

    미디어 혁명, 디지털 혁명의 주역이 된 평범한 인터넷 사용자, 우리 모두가 ‘올해의 인물’로 뽑혔다. 미국 시사 주간지 타임(TIME)은 2006년 올해의 인물로 ‘당신(You)’을 선정했다. 월드와이드웹(WWW)으로 대표되는 인터넷,1인 미디어 혁명을 낳은 블로그 그리고 사용자들이 생산한 동영상 콘텐츠의 대명사 ‘유튜브’까지 현 시대의 사회·문화적 변혁의 주인공들은 바로 우리들,‘보통 사람들’이란 설명이다. 이들은 세상을 바꾸는 데서 끝나지 않고 세상이 변화하는 방식마저도 바꿔 놓고 있다. 디지털 시대에 혁명가는 ‘보통 사람들’인 셈이다.AP통신 등 외신들은 16일(현지시간) ‘전자 민주주의’와 디지털 민주화 등 새로운 틀을 제시하고 창조해 온 평범한 개인들 모두(everyone of us)인 당신이 ‘올해의 인물’이 됐다고 전했다. 타임은 1927년 이후 매년 12월 한 해 동안 가장 영향력을 끼친 사람을 ‘올해의 인물’로 뽑고 있다. 타임 리처드 스텐겔 편집장은 “우리 모두를 의미하는 당신이 선정된 것은 인류가 정보화 시대에 큰 기여를 했다는 점을 평가한 것”이라면서 “이 현상은 한 개인이 만들어 낼 수 없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타임 평론가 레브 그로스먼은 “전 세계 언론의 통제권을 누르고 새로운 디지털 민주주의의 기초와 틀을 세웠고 놀이에 관한 한 전문가들을 압도하며 아무런 대가 없이 일한 당신이야말로 ‘올해의 인물’”이라고 밝혔다. 네티즌들이 편집하는 온라인 백과사전 위키피디아도 미디어 전문가가 아닌 보통 사람들이 보여준 인터넷 혁명의 사례였다고 타임은 덧붙였다. 올해의 인물 후보에는 핵실험으로 세계를 놀라게 한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 신임 교황 베네딕토 16세, 이라크연구그룹(IGS)을 주도한 제임스 베이커 전 국무장관, 오발 사고로 화제에 오른 딕 체니 미국 부통령 등이 올랐다. 타임은 18일 발매되는 최신호 표지의 컴퓨터 모니터 부분에 거울과 같은 반사 소재를 넣어 ‘올해의 인물’이 표지에 비친 당신 자신이라는 의미를 전달했다. 타임이 ‘올해의 인물’로 특정개인이 아닌 존재를 선정한 경우는 과거에도 있었다.1975년 미국 여성이,1982년 컴퓨터가 뽑혔다. 또 1988년에는 환경 오염과 온실 가스로 위협받는 지구가 선정됐었다. 지난해 올해의 인물은 빌 게이츠 부부와 록그룹 U2 리더 보노가,2004년에는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뽑혔다. 안동환기자 sunstory@seoul.co.kr
  • [강태규의 연예in] 표절, 부끄러운 창작의 열병

    어떤 영역을 막론하고 창작자의 습작기에는 한번쯤 모방과 마주하게 된다. 이 모방은 새로운 자신의 작품세계를 열어가는 일종의 디딤돌 역할을 한다. 그러나 이같은 행위는 반드시 작가가 되기 이전의 시행착오 과정에 겪는 열병중의 한 부분이어야만 한다. 작품을 대중에게 발표한 이후에도 이 모방의 흔적이 회자되면, 결국 떳떳한 작가로 인정받을 수 없다는 사실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최근 대중가요 분야에서 작곡자들의 표절 논란이 비판의 도마에 올랐다. 매년 자행되고 있는 이같은 표절의 흔적들은 단순히 곡의 분위기가 비슷하다는 차원이 아니라, 아예 특정한 부분이 똑같아 누가 들어도 표절의 대상곡을 떠올릴 수 있다는 것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이를 대범한 절도행위라고 표현할 수 있는 것도 바로 ‘돈’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누군가의 창작물을 교묘히 베껴 자신의 것으로 이득을 취한다는 것은 대중을 우롱하는 처사이자, 대중음악계의 발전을 저해하는 행위이다. 지난 10월에는 저작권에 관련한 중대한 법원 판결이 나와 이목을 집중시켰다.2004년 발표된 MC몽의 1집 음반 수록곡 ‘너에게 쓰는 편지’가 표절 판정을 받았다. 후렴구 8소절이 모던 록그룹 ‘더더’의 ‘이츠 유(It’s you)’를 표절했다는 것이 법원 판결의 요지였다. 작곡가 강현민이 MC몽의 ‘너에게 쓰는 편지’를 작곡한 김모씨를 상대로 제기한 저작권 침해로 인한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피고는 원고에게 1000만원을 지급하라.”고 원고승소 판결을 내린 것. 지난 1999년 이전에는 심의규정상 표절은 4마디,2소절이 같아야 한다는 규정을 두었지만,99년 공연윤리위원회가 공연법 개정을 통해 사전음반 심의기구를 없애 표절이 친고죄 영역으로 넘어갔다. 강현민의 소송제기가 없었다면, 이 표절곡도 표절곡이 아닌 창작곡으로 버젓이 고개를 들고 다녔을 것이다.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다. 이밖에도 올초, 이효리의 2집 타이틀곡 ‘겟챠(Get Ya)’가 브리트니 스피어스의 ‘두 섬싱(Do Something)’을 표절했다는 시비가 불거졌고, 최근 MBC 수목드라마 ‘90일 사랑할 시간’의 드라마 OST 주제곡을 부른 가수 정재욱의 ‘하루만큼’이 영화 ‘영웅본색’의 주제곡 ‘당녠칭(當年情)’의 후렴구와 거의 똑같다는 주장이 터져나왔다. 표절 의혹에 연루된 작품자나 관계자들은 하나같이 ‘비슷할 수는 있으나 표절은 아니다.’라고 주장한다. 이 말은 ‘표절에 연루되지 않기 위해 교묘히 비켜 나가겠다.’는 말로 들린다. 최근 한 인터뷰에서 밝힌 작곡자 정재형의 말은 그런 의미에서 귀담아 들을 대목이다.“더 논리적인 틀을 갖추지 않으면 금세 무너질 수 있어요. 작곡자들이 유동적이고 유연한 대중음악의 미래를 생각한다면 더 공부하고 연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대중음악평론가
  • 임권택감독 칠순에 새영화 ‘천년학’

    임권택감독 칠순에 새영화 ‘천년학’

    “필름과 장비가 좋아져 누가 찍어도 비슷한 화질의 영화가 나오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거기엔 나의 삶과 인생이 담겨 있다.” 요즘 영화에 담긴 작품성과 이야기에는 상관없이 인기있는 배우와 감독이 만든 작품이 흥행을 담보하는 영화계에서 노장 감독이 어렵게 100번째 영화를 찍으며 던진 이야기이다. 임권택. 그가 우리에게 주는 느낌은 영화계의 ‘산증인’ 내지는 ‘거장’이다. 그의 나이 올해 70세. 지금 우리 사회에선 거의 뒷방 할아버지 취급을 받는 나이의 임 감독이 100번째 메가폰을 잡고 영화를 찍었다. 하지만 순탄치 않았다. 그의 이름과 명예에 걸맞은 대우는커녕 ‘돈’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영화를 찍다가 한동안 중단하는 등 큰 난항을 겪었다. 결국 배우들이 개런티를 줄이고 뜻있는 인사들의 투자로 영화가 세상에 빛을 보게 되었다. 이런 어려움을 딛고 이청준의 소설 ‘청학동 나그네’를 원작으로 한 ‘천년학’이 탄생했다. # 칠순의 ‘사랑’이란 1962년 ‘두만강아 잘있거라’로 영화판에 발을 들여놓은 임권택 감독. 무려 44년 동안이나 한국 영화계를 풍미하며 많은 작품을 남겼다. 서편제를 비롯해 춘향전, 취화선, 하류인생 등 우리 가슴속에 그가 만든 많은 영화들로 가득하다. 하지만 영화계의 거장인 그도 이번 ‘천년학’을 찍으면서 고민이 많았다. “이번 ‘천년학’은 100번째 만드는 작품입니다. 그래서인지 얼마나 힘들었는지 몰라요.”라고 말하는 그의 얼굴에 고민이 묻어 난다. 쉽게 말해 그가 만드는 100번째 영화이기에 영화팬은 물론 외국 평론가들이 특별히 주목하고 있다는 점 자체가 부담이었다.“100번째 영화인 만큼 할리우드에 내놓을 수 있을 만한 불록버스터 같은 영화를 만들어 보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는 것은 거짓말이다. 하지만 내가 영화를 통해 가장 보여주고 싶은 것은 ‘우리’의 이야기다.”라고 한다. 우리의 전통, 사라지는 것들. 그래서 이번 천년학도 ‘소리’를 주제로 했다. 그래서인지 이번 천년학이 서편제의 ‘아류’가 아닌가 라는 오해를 받는다고. 눈먼 소리꾼인 소화역으로 오정해가 나오고 이야기의 구조도 비슷해서이다.“말주변이 없기로 소문난 감독인 제가 어떻게 천년학을 말로 설명하겠습니까. 영화를 보신다면 아마 서편제와 전혀 다른 이야기란 것을 느끼실 겁니다.”라고 말한다. 영화를 찍는 내내 도대체 이 영화에선 무엇을 이야기해야 하나 머리가 혼란스러웠다는 그는 ‘사랑’이란 주제를 생각했다. “불꽃같이 한꺼번에 타오른 사랑이 아니라 커다랗고 잔잔한 호수같은 사랑, 그것이 칠순을 넘긴 나의 사랑관이다. 또 힘겨운 삶을 살지만 그 안을 지탱하고 있는 그들만의 사랑과 모습을 표현하고 존중하고 싶었다.”고 말한다. 그렇다. 칠순을 넘긴 노장 감독의 100번째 영화, 조재현 오정해 등 배우들조차 자신의 출연료를 헌납하면서 만든 영화,‘천년학’. 내년 3월쯤 개봉 예정인 천년학이 어떤 작품일까 더욱 궁금해진다.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 특징으로 살펴본 올해의 문학계

    ‘다작(多作)과 실험성, 정치논란’ 올해 발표된 국내 문학 작품들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들이다. 다작은 시, 실험성은 소설 분야에서 두드러졌다. 연말에는 정치논란이 문단을 강타했다. 올해 발표된 시집은 모두 116편(문학사상사 추산)에 이른다. 양적인 면에서 과거 어느 때보다 많은 작품집이 발표됐다. 평론가 이숭원 서울여대 교수는 14일 “올해에는 원로, 중진 시인들의 작품이 좋은 결실을 맺었다.”고 말했다. 실제 성찬경, 허만하, 문인수, 황동규, 김사인, 나태주, 남진우, 고형렬, 최서림, 박라연, 박청륭, 김소연, 하종오 등 40여명의 원로·중견시인이 올해 새로 시집을 발간했다. 최근에는 고은 시인이 4년 만에 시집 ‘부끄러움 가득’을 냈다. 1970년대에 태어나 2000년을 전후해 등단한 젊은 시인들의 활약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이들은 ‘미래파’로 불리며 전통적인 부문부터 첨단의 상상력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을 가진 시들을 발표했다. 낯선 화법으로 무장한 젊은 시인들이 등장하자 시단은 오랜만에 문학논쟁으로 한 해를 보냈다. 특히 미래파의 등장은 세대교체론과 맞물렸고, 문예지들은 잇단 특집으로 미래파를 옹호하거나 비난했다. 문학의 위기 담론이 무색할 정도로 시 전문지가 창간되고 있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올해만 해도 ‘시인시각’ ‘시에’ 등의 전문지가 창간됐다. 이같은 시의 강세는 문화예술위원회의 문학 지원사업과도 무관치 않다. 올해 우수 작품을 발표해 정부로부터 돈을 받은 시인은 모두 127명에 이른다. 정부는 문예진흥기금과 로또기금 등 총 55억원을 들여 ‘한국문학’을 사들였다. 소설 분야에서는 실험성이 강한 작품들이 주목받았다. 평론가들은 박민규의 ‘핑퐁’, 김종광의 ‘낙서문화사’, 박현욱의 ‘아내가 결혼했다’ 등을 올해 주목받은 소설로 꼽았다. 채호석 한국외대 교수는 “주제의 무거움을 우회하는 소설들이 하나의 영역으로 자리매김했다는 점이 올해 소설계의 특징”이라면서 “소설의 가능성은 영화와 게임의 상상력으로 대체될 수 없는 상상력의 영역에 있다.”고 말했다. 또한 한국 문학은 정치논란으로 한 해를 마무리했다. 지난 10월9일 북한의 전격적인 핵실험 이후 시인 정현종은 핵실험을 강력히 규탄하는 시를 발표하면서 문학작품의 정치논란에 불을 댕겼다. 이달 들어 소설가 이문열이 ‘세계의 문학’ 겨울호에 연재하던 ‘호모 엑세쿠탄스’ 마지막회를 통해 386세대를 비롯한 현실정치를 비판하는 내용을 실어 논란이 됐다. 시인 고은은 “작가는 자신들의 정치적 견해를 있는 그대로 자꾸 표출해야 한다.”며 정치논란에 쐐기를 박았다. 한편 70년대 소설을 대표하는 ‘머나먼 쏭바강’의 소설가 박영한이 8월23일,‘솔아 솔아 푸르른 솔아’의 원작시로 80년대 노동문학의 대표자였던 노동자 시인 박영근이 5월11일 별세하는 등 문단의 ‘큰 별’ 두 사람이 졌다. 박홍환기자 stinger@seoul.co.kr
  • [문화마당] 천년을 사는 기술/황현산 문학평론가 고려대 불문과 교수

    프랑스는 역시 유별난 나라다. 하릴없는 사람들이 모여 ‘새해 반대 전선’을 결성하고 거리 행진을 계획하고 있다고 해서, 해당 웹사이트를 찾아가 보았더니 과연 “2007년의 통과를 적극 저지하라”고 동참을 촉구하는 슬로건이 자못 거창하다. 어이없는 장난이라고 치부해버리면 그만이겠으나, 거기에 엄숙한 어조를 들이댄다면, 지난 시대의 삶과 이 시대의 삶이 공존하고 살인적인 경쟁과 넘쳐나는 정보로 혼란한 세계에서 개개인들이 더 이상 외부의 시간질서에 기대지 않고 자기 자신의 고유한 시간을 안고 살려 한다는 식의 철학적 해석이 불가능하지는 않을 것 같다. 따지고 보면 헛된 해석이 아니다.‘느림’ 또는 ‘느린 삶’을 표방하는 이런저런 교훈적 주장들이 사실 이 철학을 울타리로 삼는다. 세상의 공적 시간 질서를 거부하고 자신의 개인적 시간 속에서 삶을 기획하려는 태도가 사회적 반항의 표지로 나타난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벌써 한 세기 반 전에, 보들레르는 ‘악의 꽃’의 시 ‘키 작은 노파들’에서, 군인들이 군악을 연주하는 공원 한 구석에 떨어져 앉은 한 노파를 이렇게 예찬한다.“아직도 꼿꼿하고 늠름하고, 단정함이 무언지 아는 그 여자는/저 씩씩한 군가를 목마른 듯 들이마시니/그 눈은 이따금 늙은 수리의 눈처럼 열리고/그 대리석 이마는 월계관을 얹기에 알맞은 품새네!” 척추가 내려앉아 키가 작아진 노파들은 이미 자본주의가 삶의 거의 유일한 형식으로 자리잡은 시대에 그 치열한 경쟁을 더는 따라가지 못하고 줄밖으로 물러서 있지만, 그렇게 물러서 있기에 세상의 분주한 발걸음이, 그리고 더 나아가서는 진보의 신화가 얼마나 공허한 것인지 살펴볼 기회를 얻는다. 승리하는 것은 그녀들이라는 보들레르의 암시는 조금 과장된 것이겠으나, 그녀들은 적어도 자기를 잃어버리지는 않는다. 전설 속의 인물들이나 역사가 희미해진 시대의 인물들은 그 수명으로도 우리를 놀라게 한다. 단군은 1908년을 살고 신선이 되었으며, 노아는 950세를 누렸고, 삼장을 도와 천축국에 경을 얻으러 갔던 손오공으로 말한다면 석가여래의 법력에 눌려 오악의 암괴 아래 갇혀 있던 세월만 해도 500년이다. 그들의 삶이 특별했다고 하기보다는 계산방식이 특별했다고 해야 할까. 이를테면, 생명과 정신의 윤회를 믿는다면, 그 윤회 속에서 전생의 기억이 오롯이 보존되기만 한다면, 우리 같은 범인들의 나이도 천 년의 세월로 계산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어쩌면 저 긴 수명의 전설은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영화 ‘모멘토’ 같은 우리 시대에 만들어낸 이야기에 비추어 볼 때 더 좋은 설명을 얻는 것이 아닐까. ‘모멘토’의 주인공은 자기 아내가 살해된 날 이후로 기억을 10분 이상 지속시키지 못하는 단기 기억상실증 환자이다. 그는 자신이 알게 된 것을 잊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메모를 해야 하며, 심지어 자신의 몸에 문신을 새겨 기억을 대신하려 하나 그 기록들은 연결되지 않는다. 그에게 10분 저쪽의 시간은 이미 기억이 지워진 전생과 같다. 그가 50년을 살건 60년을 살건 그 자아의 일관성은 10분의 한계를 넘지 못한다. 그의 수명은 10분이다. 그러나 이 10분 사내의 삶은 우리들이 지금 영위하고 있는 삶의 알레고리일 뿐이다. 눈앞의 보자기만한 시간에 얼굴을 처박고 있는 우리의 삶은 일주일전이 벌써 전생이다. 그러고 보면 윤회도 일종의 기술이다. 나의 먼 기억과 다른 사람들의 기억을 지금 이 삶에 끌어들이고 운동하게 하여 이 시간에 깊이와 넓이를 주는 어떤 기술. 이제 전시기간이 이틀쯤 남은 만 레이의 전시회도 찾아가 보고, 요네하라 마리의 가슴 아픈 논픽션 ‘프라하의 소녀시대’ 같은 책도 찾아 읽고, 가난한 먼 친척의 안부도 챙기고, 조류독감으로 키우던 가축을 죽여야 하는 사람들의 애달픔도 생각해 보고, 그렇게 해서 우리는 또 하나의 삶을 살고, 그렇게 해서 우리도 천 년을 산다.2007년이 온다고 겁날 것은 없다. 황현산 문학평론가 고려대 불문과 교수
  • ‘올해의 예술상’ 34개 작품 선정

    한국문화예술위원회(위원장 김병익)와 올해의 예술상 운영위원회(위원장 홍승찬)는 12일 도종환의 시집 ‘해인으로 가는 길’ 등 문학·미술·연극·무용·음악·전통예술·다원예술 등 7개 분야의 34개 작품을 ‘2006 올해의 예술상’ 수장작으로 선정했다. 상금은 3000만원씩이며 시상식은 18일 오후 5시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열린다. 다음은 분야별 수상자.▲문학 정찬(소설), 도종환, 김승희(시), 김남중(아동문학), 김치수(평론)▲미술 강홍구, 최슬기·최성민(디자인), 박이소, 최정화(설치·영상), 코리아나 미술관 스페이스C▲연극 극단 골목길, 극단 죽죽, 극단 놀땅(창작극), 연희단 거리패(번안극), 극단 사다리(아동극)▲음악 황성호(관현악-작곡), 양성원(관현악), 백병동(실내악-작곡), 콰르텟21, 한국페스티발앙상블(실내악)▲무용 김선희발레앙상블(발레), 국수호(한국무용), 황미숙·파사무용단,YJK Dance, 미나유(현대무용)▲전통예술 정회석, 김용우(국악), 민홍규(전통공예), 축제의 땅(전통무용)▲다원예술 서울프린지네트워크, 접는 미술관, 대안영상문화발전소 아이공, 서울공연예술가들의 모임, 한국실험예술정신.
  • 경향신문-청와대 ‘날세운 싸움’ 왜?

    “어, 청와대와 경향신문이 왜 한판 붙은 거야?” 최근의 언론계 최대 화제는 단연 경향신문과 청와대의 갈등이다. 경향신문은 지난 7일자 5면에서 ‘청와대는 민심을 제대로 읽고 있나.’ 제목의 기사를 통해 청와대의 공개질문에 대한 입장을 대대적으로 밝혔다. 앞서 청와대는 경향신문이 6일자 1면에 ‘도탄에 빠진 민생’ ‘승부에 빠진 노심(盧心)’이라는 제목으로 “민생은 도탄에 빠졌는데 노무현 대통령은 밤마다 정치에만 ‘올인’하고 있다.”는 기사를 게재하자 강력 반발했다. 청와대는 브리핑을 통해 ‘하이에나 행태로는 정론지 못된다.’고 강력 비판하면서 “한나라당 대변인 수준의 정치평론을 기사화한 배경이 뭐냐.”는 등의 5개항을 공개질의했다. 경향신문의 노 대통령 비판기사와 청와대의 날선 반박은 양측의 갈등이 간단치 않다는 점을 짐작케 한다. 지금까지 경향신문은 이른바 보수언론인 ‘조·중·동’에 대비되는 진보성향의 언론사 가운데 한 곳으로 인식돼 왔다. 의도했든, 그렇지 않든 보수언론들은 그런 경향신문에 대해 한겨레 등과 함께 ‘친여매체’라는 딱지를 붙였다. 그럼에도 경향신문과 청와대는 왜 서슬퍼런 비판과 반박을 주고받았을까. 언론계 사정에 밝은 정부 관계자는 청와대의 대응에 대해 “청와대가 ‘선물’을 준 언론사가 몇군데 되지 않지만 경향신문이 그중 하나”라면서 “이 부분을 곱씹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 청와대로서는 당연한 대응이라는 것이다. 실제 청와대는 최근의 잇단 경향신문 보도에 대해 노심초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향신문은 정부가 가장 큰 공을 들이고 있는 한·미FTA에 대해 기본적으로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부동산대책 등 서민관련 정책 실패도 가차없이 비판한다. 창간60주년 기념으로 노 대통령은 경향신문에 기고까지 했다. 그런 청와대의 입장에서 볼 때 “국민의 의사에 순응하지 않으면 노 대통령은 독재자가 될 것”이라는 최장집 고려대 교수의 인터뷰 기사(9월28일자)가 양측 갈등의 기폭제가 됐다는 전언이다. 진보 성향의 경향신문이 한·미FTA 등에 반대하는 것은 놀랄 만한 일이 아니라는 점에서, 언론계 일각에서는 경향신문의 의도된 ‘도발’로 풀이한다. 최근 열독률 상승에 따라 ‘합리적 진보’보다는 ‘읽히는 신문’ 만들기로 무게중심을 옮겼다는 것이다. 또한 내부에 친 민노당적인 목소리가 커진 게 아니냐는 조심스러운 분석도 있다. 어쨌든 경향신문이 청와대와의 ‘선긋기’를 통해 ‘친여매체’ 평가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게 될지 주목된다. 박홍환기자 stinger@seoul.co.kr
  • ‘이문열 소설’ 해석 아전인수

    소설가 이문열씨의 장편소설 ‘호모 엑세쿠탄스(처형하는 자)’가 정치 논란에 휩싸였다. 이 소설은 이달 초 출간된 계간지 ‘세계의 문학’ 겨울호에 문제가 된 마지막 4회분이 실렸다. ‘조·중·동’ 등 이른바 보수 언론들은 소설을 통해 이씨가 현 정부와 386세대 정치인, 시민단체 등을 비난했다는 점 등을 부각했다. 반면 한겨레는 대선과 연결시켜 이씨의 ‘의도’에 초점을 맞췄다. 이런 두 갈래 접근과 관련, 언론계 일각에서는 대선을 앞두고 보수·진보 언론간 세(勢)대결이 시작된 것으로 보고 있다. 선수를 친 곳은 조선일보였다. 조선은 소설 내용 중 현실정치 비판 부분을 발췌해 발빠르게 보도했다. 곧바로 중앙일보와 동아일보도 비슷한 취지의 기사를 게재했다. 반면 한겨레는 ‘또 선거철인가…이문열씨 활동 개시’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그의 정치적 의도를 경계했다. 문학평론가 이명원씨는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선거를 앞두고 또 시작했구나 싶은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한겨레는 “이씨가 참여정부 출범에 불만을 품은 기득권 세력의 입을 빌려 정치적으로 민감한 발언들을 거침없이 쏟아냈다.”고 보도했다. 한겨레는 1992년 12월 대선을 앞두고 ‘초원복집’ 사건이 터졌을 때 이씨가 당시 조선일보에 연재하던 소설(오디세이아 서울)을 통해 도청의 배후를 문제삼는 식으로 본질을 흐리기도 했다며 현실정치에 개입한 이씨의 ‘전력’도 소개했다. 정작 이씨는 정치적 해석을 경계하고 있다. 이씨는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문학적인 부분은 얘기하지 않고 극단화된 일부를 갖고 얘기하고 있다.”면서 “제일 먼저 쓴 조선일보는 구미에만 맞게 썼다는 점에서 비난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홍환기자 stinger@seoul.co.kr
  • [사고] 서울신문 신춘문예 공모

    ■ 모집 부문 및 상금 ●단편소설(80장 안팎) 500만원 ●시(3편 이상) 300만원 ●시조(3편 이상) 200만원 ●희곡(90장 안팎) 250만원 ●문학평론(70장 안팎) 250만원 ●동화(30장 안팎) 150만원 ※장수는 200자 원고지 기준 ■ 마감 2006년12월12일 화요일(당일 우편 도착분까지 유효) ■ 보내실 곳 100-745 서울 중구 태평로1가 25 서울신문사 편집국 문화부 신춘문예 담당자 앞 ■ 당선작 발표 2007년1월1일자 서울신문 지면 ■ 응모 요령 응모작은 기존에 어떤 형태로든 발표되지 않은 순수 창작물이어야 합니다. 같은 원고를 타사 신춘문예에 중복투고하거나 표절로 인정될 경우 당선을 취소합니다. -컴퓨터, 워드프로세서로 작성한 원고는 반드시 A4용지로 출력해 우송하십시오. 팩스나 이메일 원고는 받지 않습니다. -겉봉투에 ‘신춘문예 응모작’이라고 붉은 글씨로 쓰고, 원고 끝에 이름(필명인 경우는 본명), 주소, 연락처(집·직장 전화, 휴대전화)를 적어주십시오. ■ 문의 서울신문 문화부 (02)2000-9192∼6.
  • [이문열 소설 정치성 논란] “문학인가 정치인가”… 이문열씨 美 전화 인터뷰

    [이문열 소설 정치성 논란] “문학인가 정치인가”… 이문열씨 美 전화 인터뷰

    소설가 이문열(58)씨가‘세계의 문학’겨울호에 연재를 마친 장편 ‘호모 엑세쿠탄스’를 놓고 문학이냐 정치냐는 논쟁이 뜨겁다. 현 정권과 386세대를 원색적으로 공격했다는 비난이 있는가 하면, 소설은 소설로 봐야 한다는 옹호론까지 다양하다. 미국에 체류 중인 그와 8일 전화인터뷰를 통해 한국에서의 논쟁과 작품에 대한 속내를 50분간 들어봤다. ▶이번 소설을 놓고 여러가지 말들이 많다. -(신문에서)자기 좋은 대로 쓰는 것 같다. 소설에서는 극단적인 사람들의 이야기인데 마치 그게 전부인 양 쓴다. ▶정치적이라는 비판이 있는데. -소설이란 게 대부분 정치 아니냐. 황석영의 ‘객지’나 조세희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이 다 정치 아니냐. 내 소설은 45장으로 이뤄져 있는데 그 중에 한두 장을 가지고 본 것이다. 전체를 본다면 다를 것이다. 정치 얘기만이 아니고 근본적이고 존재론적인 부분이 있다. 문학적 부분은 얘기하지 않고 극단화된 일부를 갖고 얘기하니 못마땅하다. ▶정치를 할 생각은. -정치를 하려면 2800장짜리 원고를 쓰고 있었겠느냐. 대선이 1년 남았다고 하지만 한국은 언제나 선거철 아니냐. 이 소설에 관해 조선일보가 가장 먼저 썼는데 구미에만 맞게 썼다는 점에서 비난받아야 한다. 조선일보가 쓰니 한겨레가 비판하고 중앙일보는 약간 중립적으로 썼다. 소설이 전제가 되지 않는 것은 문학 기사가 아니다. ▶정치성을 띤 문학에 대한 생각은. -문학에는 여러 방식이 있다. 이런 의문을 제기하고 싶다. 문학에 정치적 견해를 넣어야 하느냐, 문학이 정치에 간섭을 해야 하느냐, 문학인이 정치를 해야 하느냐. 그런데 봐라.80년대 이후 주류문학은 정치적이 아닌가. 넘어져도 왼쪽으로 넘어지면 괜찮고 오른쪽으로 넘어지면 안 된다는 건가.‘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도 그러지 않느냐. 그 소설은 정부의 잘못된 분배정책에 대해 항의한 게 아니었나. 우리 세상은 좌파적 사회주의 세계였던 것 같다. 우파적인 것을 욕하면 용기있고 명작이라고 하지만 우파적 시각에서 좌파를 비판하면 안 되는 것인가. ▶작품의도는 뭐였나. -LA에서 강연을 한 적 있다. 구원과 해방에 관한 것이었다. 어느 시대가 되면 사회모순이나 부조리가 축적되는데 그것을 해결하는 것은 종교적으로는 구원이고, 정치적 용어로는 해방이며, 사회학적으로는 문제해결이다. 그러면 우리 사회에서 만약 구원과 문제해결을 생각할 때 그 문제가 무엇이고 해결방식은 무엇이냐 하는 게 내 소설의 기본이다. 첫째는 50년 동안 쌓인 자본주의 사회의 모순인 경제적 불평등이다. 둘째는 분단이고 다른 말로 하면 통일이다. 분단의 문제에는 외세가 개입이 돼 있고 외세가 문제이다. 통일을 지금 안하면 안 된다는 소수의 의견이 은연 중에 지금은 적어도 절반 이상의 동의를 받아낸 것이다. 외세라고 하면 미국 문제이다. 예전에는 미국이 너무 오래 간섭하고, 자주권을 침해한다는 의심을 소수만 갖고 있었다. 식민주의 통치를 하는 게 아니냐는 사람이 10%를 넘지 않았다. 상당수는 우방이라고 해석했고 도와준 나라였다. 그런데 이것도 많은 사람이 미국이 우리를 착취했고 착취하려 하고 있고 정치적으로 자주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생각이 퍼져 반미기류가 최근에 형성된 것이다. 문제는 그것들을 어떻게 해결하는 가이다. 불평등이나 배분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사회주의적 개혁 밖에 없다. 외세문제는 반미투쟁으로 해결해야겠지. 통일문제는 결국은 힘의 논리에 의해 흡수통일이나 점령통일해야 하는데 저쪽은 평화통일, 공존통일이라고 한다. 지금 일부에서 보여지는 것은 오히려 북한과 협력해 미국과 투쟁하는 형태의 통일을 추구하는 것 같다. 전부는 아니지만 일부 사람은 명백히 그것을 지향하고 있다. 수령론을 믿었던 사람들이 한번도 전향했다거나 포기했다는 의사표시 없이 권력핵심에 투입됐다. 실제로 5년간 반미는 진척이 되었고 그것에 비례해 친북도 진척됐다. 반미·친북 형태의 통일이 눈에 보이는 한 방향이 되어가고 있다. 유대는 종교적 메시아를 포기하고 현실적으로 정치·군사적으로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였다. 그래서 유대 전쟁사를 떠올리고 소설에 우화 구조를 썼다. ▶비판들이 못마땅한가. -정치적으로 해석할 수 있다. 난 정치적 견해도 있다. 사람들이 문제삼는 부분은 내 견해라기보다 “지금 당신(현 정권)이 추구하는 것을 보면 극단적으로 비판하고 표현하는 사람들도 있고 이렇게 말하는 사람도 있소!” 이런 것이다. 이런 게 만일 내 보편적인 결론이라면 소설 한 구석에 처박아 뒀겠냐. ▶정치적 견해는 뭐냐. -내 견해는 지금 이뤄지고 있는 이 방향, 급진적인 해결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조심스럽게 해야 하는데 오기나 근시안적인 당리당략으로 해결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작품 평가가 엇갈린다. -80년대부터 느끼는 어려움인데 나와 같은 생각을 갖는 사람은 문단에는 없다. 좌파라고 하면 색깔론이 되지만 80년대 후반에는 사회주의적 해결이 진실하고 의식있는 해결로 여기는 사람만 있다. 평론 쪽은 더하다. 황성기 논설위원 marry04@seoul.co.kr
  • ‘미래파’ 시 논쟁 매듭 짓는다

    ‘미래파’ 시 논쟁 매듭 짓는다

    ‘미래파란 무엇인가.’ ‘탈(脫) 서정’과 ‘환상성’ 등 21세기 들어 새롭게 떠오른 젊은 시인들의 경향성을 통칭하는 용어이다. 기존 시단에서는 “그럼 우리는 과거파란 말이냐.”며 이같은 분류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다. 하지만 젊은 시인들의 새로운 시 쓰기는 1990년대와는 다른 2000년대 우리 시문학의 현주소임이 분명해 보인다. 연말을 맞아 문예지들이 7일 미래파로 불리는 젊은 시인들과 관련된 논쟁을 특집기획으로 잇따라 정리해 눈길을 끈다. 월간 ‘현대시’ 12월호는 ‘2000년대 미래파 시 논쟁과 탈국가·탈장르적 상상력’이라는 주제의 특별좌담을 실었다. 사회를 본 문학평론가 이경수씨는 “2006년 문단에서는 ‘미래파’ 논쟁이 가장 활발한 담론을 형성했다.”고 전제한 뒤 “하지만 미래파 시 담론은 시가 지닌 개성을 섬세하게 보는 데 오히려 장애가 되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문학평론가 조강석씨는 “미래파 논쟁은 젊은 시인들이 시단에 진입하는 장벽을 낮추고 나름의 영역을 확보하도록 했다.”면서 “우리 시의 지형 속에서 ‘나는 어떤 미학을 갖고 시를 쓰고 있는가.’라는 문제의식을 던져줬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시인 차창룡씨는 “미래파라고 이름붙일 수 없는 시인들은 자신의 시가 낡은 것이 아닌가 의구심을 갖게 됐고 자연스럽게 유행에 휩쓸리는 결과를 가져왔다.”며 미래파는 사실상 실체가 없다고 주장했다. 종합문예계간지 ‘리토피아’ 겨울호에서 문학평론가 김남석씨는 “최근 시인들은 90년대 시인들과도 격차를 보이고 있다.”면서 “전통, 관습, 타자(他者)지향에서 멀어지려는 욕구가 더욱 더 강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남들이 읽지 않아도 ‘내’가 쓰고 발표하면 가치 있다는 생각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문학평론가 하상일씨는 “탈 서정이 21세기를 선도할 미래파적 표상이라고 명명함으로써 전통 서정을 고수하며 문명적 세계와 맞서는 시인들을 ‘과거파’인 것처럼 몰아가고 있다.”며 미래파 논쟁을 경계했다. 박홍환기자 stinger@seoul.co.kr
  • [강태규의 연예 in] 연말 대중가요 공연 ‘풍요속 빈곤’

    12월이 되면 으레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곳엔 시야를 가득 채우는 공연 현수막과 포스터가 차고 넘친다. 그 많은 공연이 한날 한시에 막을 올리고 있는 것이다. 얼핏 보면 가수들의 공연이 호황을 누리는 것처럼 보이지만 들여다 보면 ‘풍요속의 빈곤’이 여실히 드러난다.12월이 한해 중 가장 큰 공연호황기라는 이유 때문에 준비없이 대박을 노리는 일부 공연기획사들의 관행은 한탕주의와 제살 깎아먹기라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음반 판매가 부진하고 인터넷과 모바일을 통한 음원시대가 도래하면서 이제 손쉽게 음악을 골라 듣는 편리성과 경제성까지도 시스템화됐다. 이런 가운데 공연 관람료는 호황을 누리던 지난 2000년에 비해 무려 40% 가까이 인상됐으니, 웬만큼 검증된 공연이 아니고서야 공연장을 찾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빠듯한 지갑에서 10여만원을 꺼내 공연장을 찾는 일. 가수에 대한 애정과 공연문화를 향한 열정도 뜨거워야겠지만 그렇더라도 경제적 여건이 발목을 잡을 것임은 묻지 않아도 알 일이다. 우리 대중음악 공연계의 메커니즘도 해마다 발전해 볼거리로 넘쳐난다. 그에 발맞춰 가수들의 개런티도 고공 행진을 거듭하며 공연기획사의 숨통을 죄고 있다. 우리 공연계의 하드웨어-음향, 조명, 특수효과 등의 기술은 세계적인 수준으로, 그동안 투자에 박차를 가해 관객의 눈높이를 높여 놓았다. 응당 수천명의 유료 관객이 들지 않으면 공연은 투자비도 건지지 못하는 악순환의 수렁에 빠지게 됐다. 정작 하드웨어는 혁혁한 발전을 거듭했으나 가수들이 쏟아내는 소리는 기술의 진보 속도를 누르는 감동과 성찰이 보이지 않는다. 문제는 여기에 있다. 이것이 오늘 우리 대중가요 공연이 ‘풍요 속 빈곤’이라는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가장 큰 이유이다. 물론 ‘시월에 눈내리는 마을’ ‘이문세-독창회’(좋은콘서트 제작) ‘박강성 세가지 소원’(라이브플러스 제작) 같은 공연은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흥행까지 성공한 좋은 사례다. 양희은 데뷔 35주년 기념 콘서트에서 30·40대 팬들의 예매율이 가장 높았다는 사실도 ‘현란한 무대’가 중심이 아니라 가수가 내뿜는 ‘소리의 깊이’가 관객을 부르는 큰 요소임을 증명해 보인다. 지난 92년이었던가. 대학로의 한 소극장에는 200여명의 관객이 촘촘히 어깨를 기대고 보잘 것 없는 무대를 뚫어지게 응시하고 있었다. 지금은 고인이 된 김광석의 기타 소리에 얹어진 그의 울림이 아직도 지워지지 않는 이유를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으랴.강태규 대중문화평론가.www.writerkang.com
  • 대원음악대상 정명훈씨

    대원문화재단(이사장 김일곤 대원주택 회장)은 4일 제1회 대원음악상 대상 수상자로 지휘자 정명훈씨를 선정했다. 상금은 1억원. 심사위원장인 신수정 서울대 음대학장은 “서울시향의 예술감독 겸 상임지휘자인 정씨가 국내 오케스트라의 체질을 개선하는 데 기여했으며, 침체한 국내 순수음악계를 활성화시켰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작곡상은 작곡가 강석희 계명대 교수, 공로상은 음악평론가 이강숙 한국예술종합학교 석좌교수가 수상한다. 상금은 각 3000만원이다.
  • [사고] 서울신문 신춘문예 공모

    전통과 명성을 자랑하는 서울신문 신춘문예가 한국 문학의 미래를 열어갈 참신한 문재(文才)를 찾습니다. 모집 부문은 단편소설·시·시조·희곡·문학평론·동화 등 6개이며, 문단의 권위와 공정성을 인정받는 전문가들이 부문별 심사를 맡아 문단의 샛별들을 가려낼 것입니다. 문학을 향한 열정과 패기로 가득찬 예비 문인들의 도전을 기다립니다. ■ 모집 부문 및 상금 ●단편소설(80장 안팎) 500만원 ●시(3편 이상) 300만원 ●시조(3편 이상) 200만원 ●희곡(90장 안팎) 250만원 ●문학평론(70장 안팎) 250만원 ●동화(30장 안팎) 150만원 ※장수는 200자 원고지 기준 ■ 마감 2006년12월8일 금요일.(당일 우편 도착분까지 유효) ■ 보내실 곳 100-745 서울 중구 태평로1가 25 서울신문사 편집국 문화부 신춘문예 담당자 앞 ■ 당선작 발표 2007년1월1일자 서울신문 지면 ■ 응모 요령 -응모작은 기존에 어떤 형태로든 발표되지 않은 순수 창작물이어야 합니다. 같은 원고를 타사 신춘문예에 중복투고하거나 표절로 인정될 경우 당선을 취소합니다. -컴퓨터, 워드프로세서로 작성한 원고는 반드시 A4용지로 출력해 우송하십시오. 팩스나 이메일 원고는 받지 않습니다. -겉봉투에 ‘신춘문예 응모작’이라고 붉은 글씨로 쓰고, 원고 끝에 이름(필명인 경우는 본명), 주소, 연락처(집·직장 전화, 휴대전화)를 적어주십시오. -응모작은 반환하지 않습니다. ■ 문의 서울신문 문화부 (02)2000-9192∼6.
  • [강태규의 연예 in] 드러머 강수호, 그의 스틱은 쉼이 없다

    1990년 중반 이후 나온 대중음악계의 음반을 무작위로 뽑아 표지를 펼쳐 보자. 여기서 이 사람 이름을 찾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공연장을 찾아도 마찬가지다. 육중한 북소리, 예리한 심벌소리가 인상적이라면 이 사람일 가능성이 아주 높다. 가수 이승철의 공연무대 제일 뒤쪽을 지키고 서있던 이는 이승환·이문세·심수봉 같은 톱 뮤지션의 공연장에서도 같은 자리를 지키고 있다. 바로 강수호다. 우리 대중음악계의 독보적인 드러머다. 이 사람이 혜성처럼 나타난 것은 1995년. 도미 6년 만의 귀국 직후다. 그룹 ‘평균율’에서 출발한 그는 1989년 가을, 홀연히 미국으로 떠나 LA 뮤지션스 인스티튜트에서 드럼을 공부했다. 손톱이 부서지고 물집이 잡혀 드럼스틱에 피가 묻는 일이 다반사였다. 부러뜨린 드럼스틱만 해도 수십개다. 성공한 사람의 후일담이 늘 그렇듯 그에게도 드라마틱한 얘기들이 따라다니지만, 그가 겪은 고통은 말로 다 표현할 길이 없다. 미국 생활 6년 동안 돈 한푼 없이 오직 연습에만 매달렸다. 원래 유학기간은 2년이었다. 그러나 강수호는 귀국을 잠시 미뤄야 했다. 드럼과 함께 레코딩 엔지니어도 공부했던 그는 한국 대중음악계의 흐름도 파악하고 있었다.90년대 초반 대중음악계는 미디 음악 일색이었다. 연주자가 설 자리가 없다는 점을 알고 다시 연습에만 몰두했다. 그런 그였기에 귀국하자마자, 그의 정확한 터치와 맛깔스러운 연주는 사람들의 눈길을 끌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그에 대한 얘기는 국내에서도 늘 한결 같았다. 무대 뒤 대기실 한구석은 언제나 그의 자리다. 거기서 언제나 드럼 스틱을 놀리며 연습에 몰두하고 있다. 그 이듬해 강수호는 그룹 ‘패닉’의 이적과 ‘전람회’의 김동률이 결성한 프로젝트 그룹 ‘카니발’의 2집 음반에 드럼 세션을 맡으면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지금은 한국 최고의 드러머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 1997년 필자가 음반 기획에 참여했던 ‘쿠바 1집’ 음반의 객원 드러머이기도 했던 강수호를 최근 심수봉의 공연장에서 만났다. 여전히 대기실 한구석에서 드럼스틱을 쥔 채 부지런히 손을 놀리고 있었다. “천부적 자질? 연습 없이는 그것도 다 무용지물이라니깐. 하하하…….” 그의 경상도 사투리가 더욱 정겨운 까닭이다.대중문화평론가 www.writerkang.com
  • 이병률 시집 ‘바람의 사생활’

    “어디로든 가지 않아도 됩니다/어디든 지나가도 됩니다/혼자인 것에 기대어 가고 있기에”(‘동유럽 종단열차’중)“이를테면 내가 당신의 누구인지도 모르는 것과/내가 누구인지조차 모르는 것/알게 되면 그것을 잃는 일이므로 껴안고 있으면서도 모르는 것”(‘아무도 모른다’중) 이병률 시인의 두번째 시집 ‘바람의 사생활’(창비)에는 삶의 풍경과 풍경 사이를 외로이 훑고 지나가는 바람의 한숨이 배어 있다. “거대한 시간을 견디는 자가 할 일은 그리움이 전부”라는 시인의 말처럼 시집 곳곳에서 비애와 쓸쓸함이 전해진다. 이는 가닿을 수 없는 것들과 쉽게 말해질 수 없는 것, 명확하지 않은 존재들에 대한 애틋한 갈망에서 비롯된 것이다. 시인에게 일생은 “몇십 갑자를 돌고 도는” 시간이고,“무심히 당신 앞을 수천년을 흘렀던” 시간이다. 고독한 시간을 견디기 위해 시인은 “자꾸 먼 데를 보는 습관이 난 길 위”를 걷거나 “수많은 풍경과 풍경 너머의 풍경”을 찾아 여행을 떠나기도 한다. 평론가 신형철은 시인을 가리켜 “혜어짐의 풍경, 공기, 기미를 가장 아름답게 노래하는 바람”이라고 평했다.1995년 한국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시인은 시집 ‘당신은 어딘가로 가려 한다’와 여행산문집 ‘끌림’ 등을 펴냈고, 올해 ‘현대시학 작품상’을 수상했다.6000원.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정윤수의 오버헤드킥] K-리그 스토브리그 ‘축구미학’ 실현을

    올해 축구 농사가 거의 마무리되고 있다. 이번 주말이면 수원과 성남의 K-리그 챔피언결정 2차전이 펼쳐지게 된다. 그리고 새로운 경기가 치러진다. 야구 쪽 말을 빌리자면 ‘스토브 리그’가 전개되는 것. 스카우트 이적 임대 방출 재계약 등 감독과 선수들로서는 생계와 자존심이 걸린 ‘진짜 경기’가 펼쳐지는 셈이다. 그 한복판에 감독들이 있다. 감독 자리는 14개로 한정된다. 후보자는 갑절 이상이다. 현재 사령탑을 맡고 있는 감독 외에 전직 감독, 그리고 이제 코치로 야심만만한 신예 지도자까지 무대 뒤에서 각축전을 벌인다. 구단이 모두 사령탑을 교체하지는 않을 것이므로 그 자리는 고작해야 네댓개로 축소된다. 대구의 경우 이미 박종환 감독과 재계약하지 않기로 했다. 장외룡 인천 감독은 스스로 “이제는 물러날 때”라는 미묘한 말을 남겼다. 그런가하면 제주는 연고지 이전 과정에서도 팀을 묵묵히 꾸려온 정해성 감독에게 2년 더 팀을 맡기기로 했다. 차범근 수원 감독과 김학범 성남 감독은 독특한 스타성과 올해 성적으로 더욱 입지를 다질 것으로 보인다. 음악학자 어네스트 뉴먼이 “지휘자가 없어도 연주는 가능한가.”라는 질문을 던진 바 있다. 그가 스스로 “물론 가능하다. 그러나 그것이 엄밀한 의미에서 음악이 될지 미지수”라고 답했다. 음악이란 그저 수십 명의 단원들이 동시에 일정 수준으로 합주하다가 동시에 연주를 끝내는 단순한 복기가 아니다. 그 정도라면 지휘자가 없어도 해낼 수 있다. 진정한 음악이란 악보에 대한 신선한 해석이며 이를 시간의 흐름 속에서 실현해내는 고도의 예술적 행위다. 이를 위해 지휘자가 존재하는 것이다. 선율, 템포, 화성 전개, 강약 등 우리 귀에 들려오는 음악은 누가 그것을 해석하고 지휘하느냐에 따라 세계관과 질감이 전혀 다른 것이 된다. 축구에 있어 감독 역할이 이와 같다. 프로 선수라고 한다면 당장 대표로 뛰어도 손색이 없을 실력파다. 감독 없이도 몇 경기쯤은 일정 수준 이상 뛸 수 있다. 그러나 단순한 공차기 이상을 넘어서지 못한다. 어떤 축구 철학을 바탕으로, 어떤 전술을 구사해 어떤 미학적 수준을 성취할 것인가는 감독의 몫이다. 스토브 리그에서 몇몇 감독은 경질되거나 팀을 바꾸기도 할 것이다. 진정으로 바라건대 자신의 축구 철학과 가치관, 전략과 전술의 고유한 색깔, 선수와 팬을 위한 최고 수준의 지도 등을 실천하려는 진정한 축구인의 욕망이 실현되는 스토브 리그가 되길 바란다. 축구평론가 prague@naver.com
  • 등단 6년차 30대 두 작가의 연작소설집

    등단 6년차 30대 남성 작가 두명이 나란히 연작소설집을 냈다.2000년 한국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해 장편 ‘서울특별시’로 ‘오늘의작가상’(2003)을 수상한 김종은(32)과 같은 해 계간 ‘문예중앙’신인문학상으로 문단에 나온 김종호(36)가 그들이다. 등단 햇수도 같고, 이름도 비슷(?)하지만 소설집 제목에서 느껴지는 차이만큼이나 두 작가가 보여주는 작품 세계는 확연히 다르다. ■ 첫. 사. 랑. 잊지못할 기억들 14편 김종은의 ‘첫사랑’(민음사)은 누구나 가슴 한편에 아릿하게 간직한 비밀스런 추억의 언저리를 건드린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줄기차게 다뤄져온 진부한 주제지만 전작들에서 경쾌한 감수성을 인정받은 작가는 이를 새로운 접근방식으로 풀어낸다. 소설은 첫사랑의 실체를 다양한 선율과 리듬으로 변주해낸 14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됐다. 작가의 이력을 빼닮은 1974년생 남자 ‘정은’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탓에 작가의 자전적 이야기로도 읽힌다. “첫사랑 없어요?첫사랑 얘기 좀 해보라니까요.” 친구의 부탁으로 소개팅 자리에 대신 나간 ‘정은’은 상대 여자의 갑작스런 질문에 불현듯 시간을 거슬러 첫사랑에 얽힌 옛 기억들을 하나씩 떠올린다. 그 기억들속에는 교회 예배당에서 정은의 마음을 설레게 했던 소녀가 있고, 정은의 눈에 천사로만 보였던 술집 아가씨도 있다. 첫사랑의 대상이 꼭 사람일 필요가 있을까. 어릴 적 애써 모았던 딱지, 구슬같은 사물이나 “연애라도 하는 듯 즐거웠던” 소설도 정은에겐 잊지못할 첫사랑의 기억이다. 그리고 자신의 첫사랑뿐만 아니라 주변의 모든 첫사랑들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본다. 임현정의 ‘첫사랑’, 이은하의 ‘미소를 띠우며 나를 보낸 그 모습처럼´ 등 곳곳에 녹아있는 대중문화 코드가 타임머신마냥 독자를 과거의 시간으로 되돌려놓는 것도 소설의 또 다른 재미다.9500원. ■ 정. 체. 성. ‘나’ 찾아 떠나는 글쓰기 김종호의 ‘산해경草’(랜덤하우스)를 읽기 위해선 독한 마음의 준비가 필요하다. 전통적인 서사의 틀을 깨는 자유분방한 텍스트 구성, 과감한 문법해체, 난해한 형이상학적 사변 등이 책장을 쉬 넘기지 못하게 한다. 소설의 서두는 글을 쓰는 화자 ‘나’의 얘기로 시작한다.‘나’는 ‘너-그녀’가 떠나가자 상실감을 메우려 글을 쓴다. 글쓰기를 통해 그녀와 다시 만날 방법을 모색하지만 글을 쓰는 도중에 ‘나’는 애벌레에서 고치로, 그리고 나비로 변모하는 환각의 세계를 경험한다. 소설에서 명확한 것은 없다. 골방에 틀어박혀 글을 쓰는 ‘나’의 실체도 모호하다. 작가가 강조한 “나는 쓴다, 고로 존재한다”는 명제가 말해주듯 다만 쓰는 행위를 하는 ‘나’는 자유롭게 사고하고, 시·공간을 넘나드는 주체적 행위자로 존재한다. 평론가 김인호의 말을 빌리면 김종호는 “문학이 세계에 무엇인가를 할 수 있다는 환상을 버리고서 문학 자체의 문제에만 파고드는”작가다. 말(언어)에 대한 집착이 만들어낸 꿈과 환상을 다룬 등단작 ‘섞어가다, 말’, 욕망과 무의식이 뒤엉킨 사유의 세계에 천착한 첫 소설집 ‘검은 소설이 보내다’에 이어 작가는 이번 연작소설에서도 자신만의 독특한 문학세계를 굳건히 지켜가고 있다.9800원.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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