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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성서의 7080 가요X파일] 철학박사 가수 1호 하춘화Ⅰ

    [박성서의 7080 가요X파일] 철학박사 가수 1호 하춘화Ⅰ

    봄날 피어난 꽃, 하춘화. 우리나라 신민요와 대중가요의 장르를 넘나들며 모두 소화가 가능했던 실력파 가수인 이화자-황금심-박재란의 계보를 잇고 있는 인물. 현재 52세, 가수 활동은 어느덧 46년째. 그럼에도 데뷔 당시 상황들을 소상히 기억하고 있다. 부친 하종오(87)씨가 지난 46년간 관련자료를 빠짐없이 모아두었던 덕택이다. 일기쓰기는 물론, 스크랩 자료만도 자그마치 22권 분량이다. 이 기록은 개인사를 뛰어넘어 어느덧 우리 가요사의 소중한 자료이기도 하다. 하춘화씨와 부친을 한자리에서 만났다. 이들이 인터뷰 자리에 함께 한 것은 처음이라고.1961년 12월3일에 첫 취입한 데뷔앨범은 당시 최연소 독집음반으로 화제를 모았다.1963년 4월1일, 한국연예협회 가수분과 최연소 정회원이 된다. “제가 하춘화예요. 금년에 일곱살입니다.”라는 인사말로 시작되는 그의 첫 데뷔음반.“노래란 것은 우리 생활에 있어서 슬플 때나 즐거울 때나 꼭 있어야만 한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나이 어린 제가 여러분의 생활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노래를 부를 수 있을까, 퍽 걱정이 됩니다. 아무튼 한번 불러 보겠어요.” 라는 앙증스러운 멘트가 이어진다. 이 독집음반엔 ‘효녀 심청 되오리다’를 비롯해 여덟 곡의 노래가 수록됐다. 모두 오종하 작사, 형석기 작곡의 노래다. 작곡가 형석기씨는 ‘대한팔경’ ‘맹꽁이 타령’의 유명 작곡가. 작사자 오종하는 바로 부친 하종오씨로 이른바 ‘로꾸거 이름표기’인 셈. “그 노래들의 작사자 표기가 제 이름을 거꾸로 표기했다는 것은 지금까지 생각지 못했던 부분입니다. 다만 당시 춘화가 너무 어렸기 때문에 사랑타령 같은 걸 부르게 할 수 없어 직접 가사를 손질했다는 기억만이 어렴풋할 뿐…. 아마도 작곡가 형석기씨의 제안이었을 것 같군요.” 부친의 회고다. 이 음반에 담긴 노래는 그밖에도 ‘비개인 서울거리’ ‘부산항 블루스’ ‘대구역 떠나는 완행열차’ ‘목포항 탱고’ 등으로 어린 춘화양은 노래로 전국 팔도를 순회한다. 마치 이후 전국을 누비며 ‘리사이틀의 여왕’으로 군림, 개인 최다 공연기록으로 기네스북에 등재될 것임을 예고하듯. 실제로 1991년 기네스북에 등재될 당시 공연기록은 1260회. 현재도 1년에 30∼40차례 콘서트와 디너쇼를 갖는다. “당시엔 악보는 물론 글씨조차 읽지 못하던 시절이었지요. 모두 외워서 했어요.”라고 말하는 하종오씨. 편집 없이 한번에 녹음해야 했던 시절임을 감안하면 ‘신동’이었음에 틀림없다. ‘하춘화’라는 이름이 대중에게 알려지기 시작한 노래는 1965년에 발표한 ‘아빠는 마도로스’. 불과 열살 때였다. 아울러 이 무렵 개봉된 영화 ‘아빠 돌아와요(임원직 감독)’에서 주연을 맡았고 주제가까지 취입했다. 서울수송초등학교 5학년 때였다. 1971년 ‘물새 한 마리’, 이어 작곡가 겸 가수 고봉산씨와 함께 ‘영감타령’을 새롭게 편곡해 발표한 ‘잘했군 잘했어’로 대중 앞에 본격적으로 나타났다. 그녀 나이 불과 열여섯살, 일신여상 2학년 때였다. 이때 하춘화는 정상의 가수로 급부상했기 때문에 당시 엄격히 적용되던 ‘귀밑머리 1㎝’라는 교내 규정에서도 열외 되었을 정도로 특혜를 받았다. 대중음악평론가 sachilo@empal.com
  • [美 교포학생 총기난사 파문]조승희가 올드보이 모방했다?

    버지니아공대 총격사건의 범인 조승희씨가 영화 ‘올드보이’를 모방했을까. 뉴욕타임스ㆍABCㆍCNN 등 미국 언론들은 19일 조씨가 NBC에 보낸 사진 중 한장을 예로 들어 “조씨의 사진이 영화 ‘올드보이’의 한 장면과 매우 흡사하다.”면서 영화가 범행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제기해 논란이 일고 있다. 문제의 영화장면은 주인공 대수(최민식)가 오른손에 망치를 들고 있는 모습으로, 미국 언론들은 조씨가 망치를 들고 있는 사진과 매우 흡사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뉴욕타임스 등은 문제가 된 조씨의 사진과 영화의 한 장면을 나란히 편집해 함께 실었다. 이를 보도한 기자는 뉴욕타임스에 뉴스블로그를 운영중인 마이크 니자로. 버지니아공대의 폴 해릴 교수도 이 영화와 조승희 사진의 유사점에 주목하고 뉴욕타임스 블로그에 알려왔다고. 미국 언론의 이같은 보도가 전해지자 국내 네티즌들은 대부분 “어이없다.”는 반응이다. 이번 사건과 한국영화를 연결시키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것이 대체적인 지적이다. 미국 언론이 보도했듯 조씨가 ‘올드보이’를 봤다는 증거도 없어 이같은 주장은 ‘끼워 맞추기’식 보도일 가능성이 더 높아 보인다는 것이다. 네티즌 ‘kwdemon’은 “이제 ‘올드보이’를 물고 늘어져 한국계라는 사실을 강조하려는 것 아니냐.”면서 인종주의적 시각을 비판했다. 영화평론가 심영섭씨는 “단 한장의 사진을 두고 비슷하다는 이유로 영화에 영향을 받았을 것이라고 추정하는 것은 과잉 일반화의 오류”라면서 “재고할 가치도 없다.”고 못박았다. 박상숙기자 alex@seoul.co.kr
  • [정윤수의 오버헤드킥] 더이상 ‘용병’이라 부르지 마라

    국내 프로스포츠에 뛰는 외국인 선수들을 흔히 ‘용병’이라고 부른다. 어감도 좋지 않고 실제로 전쟁터에서 용병들이 하는 역할이란 게 ‘전투 병기’에 흡사한 것이라서 권할 만한 단어는 아니다. 물론 그들은 오로지 ‘승리’를 위해 데려온 선수들이지만, 굳이 피부색 때문에 ‘용병’이라는 전투적 용어로 부르는 것은 사양해야 할 것이다. 최근 프로농구에서는 LG의 외국인선수 파스코가 심판에까지 폭력을 행사해 큰 물의를 빚었다. 그 자체로는 중징계 감이다. 하지만 농구의 특성상 기량이 뛰어난 장신의 외국인 선수를 ‘강력하게’ 막아야 하는 게 수비의 기본이 되면서 이들의 불만 또한 팽배했던 것이 사실이다. 다시 축구로 눈을 돌려 보자.17일까지 펼쳐진 정규리그의 개인 득점 순위를 보면 10위 안에 무려 6명의 외국인 선수들이 들어 있다.6경기에서 5골을 몰아 넣은 데닐손(대전)과 데얀(인천)이 선두를 달리고, 까보레(경남·4골) 루이지뉴(대구·3골) 뽀뽀(경남·3골) 제칼로(전북·2골)가 이름을 올렸다. 침체에 빠진 2년차 구단 경남FC를 중위권으로 끌어올린 뽀뽀와 까보레는 전형적인 ‘빅 앤드 스몰’ 구성으로 좌우의 측면까지 두루 활용하는 넓고 빠른 축구를 구사한다. 포항 공격의 시발점인 따바레즈는 능란한 드리블과 0.1초도 틀리지 않는 타이밍 감각을 선보이고 있고, 동유럽 출신의 데얀(인천)과 스테보(전북)는 상대적으로 ‘거친’ K-리그에서 한순간에 자기 자리를 확고히 굳혔다. 보다 중요한 건 외국인 선수들이 단순히 그 기량만으로 팀내 입지를 다지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올해 일본에서 뛰는 보띠(전북)는 축구만이 가족을 먹여 살리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높은 책임감으로 팬들의 사랑을 받았고, 현재 경남 수비수 산토스 또한 막중한 책임의식과 성실함으로 동료들의 신뢰를 받고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기량인데, 성남의 모따는 감독들이 모두 탐낼 정도의 창조적인 플레이를 선보이고 있다. 루마니아의 약체 스테우아 부쿠레슈티는 06∼07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본선에서 돌풍을 일으켰다. 우크라이나의 강호 디나모 키에프를 격파했고, 레알 마드리드와 올랭피크 리옹 같은 빅 클럽과도 인상깊은 경기를 펼쳤다. 그 팀의 감독이 90년대 수원 삼성의 전관왕 시대를 뛰었던 올리다. 그는 고국 루마니아로 돌아가 지도자 생활을 하면서 “수원에서 뛰면서 선수와 지도자로서 갖춰야 할 모든 것을 배웠다.”고 털어놓은 적이 있다. 이렇게 ‘용병’들은 기량뿐만이 아니라 신뢰할 만한 동료로서, 그리고 K-리그를 발판으로 새 축구 인생을 개척한 입지전적인 스토리까지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앞으로는 가급적 용병이라는 이름으로 그들을 일시적인 용품처럼 부르지 말자. 그들은 청부업자들이 아니라 K-리그를 한 단계 끌어올리기 위해 온 선수들이며 무엇보다 낯선 곳에서 생소한 축구문화에 적응하기 위해 애쓰는 아름다운 청년들이다.축구평론가 prague@naver.com
  • 거장의 판소리 원형 찾다

    동편제 판소리의 거장인 유성준(1874∼1949) 명창은 이동백·김창룡·김창환·송만갑 등과 함께 ‘근대 5명창’으로 꼽힌다. 유 명창은 고향인 전남 구례에서 활동하며 임방울·김연수·정광수·박동진 등 시대를 풍미한 걸출한 명창들을 줄줄이 길러낸 것으로도 유명하다. 하지만 소리 실력을 놓고는 의구심을 제기하는 사람도 없지 않았는데, 많은 음반을 남긴 다른 명창들과는 달리 거의 녹음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적벽가’의 ‘조자룡 활쏘는 대목’을 담은 유 명창의 음반 한장이 발견되면서 사정은 달라졌다. 말년의 녹음으로 6분 남짓한 짧은 분량이지만 소리꾼으로 뛰어난 역량을 평가하는 데 전혀 모자람이 없다. 문헌으로 확인된 유 명창의 음반은 이 ‘적벽가’와 ‘낙랑공주와 마의태자’ 음반 두장이 전부라고 한다. 그나마 ‘낙랑공주…’는 대화극으로 부분적으로 창이 들어있을 뿐이어서,‘적벽가’가 유성준의 판소리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유일한 음반이다. 유 명창의 ‘적벽가’를 발굴한 국악평론가 김문성씨는 “같은 구례 출신의 송만갑 명창이 대중적 취향에 부응하며 변모하는 모습을 보였다면, 유 명창은 초야에 묻혀 세속화하지 않고 법통을 이룬 동편소리”라고 설명했다. 김씨는 “최근의 ‘적벽가’를 들어보면 유 명창이 소리로 하던 부분을 말로 설명하는 아니리로 처리하기도 한다.”면서 “동편소리의 원형을 파악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귀중한 자료가 아닐 수 없다.”고 덧붙였다. 구례군은 김문성씨가 제공한 음원을 바탕으로 유 명창의 ‘적벽가’를 음반으로 만들어 지역축제인 지리산남악제가 시작되는 20일 동편제 판소리전수관에서 제작발표회를 갖는다. 이 음반은 송만갑의 남도민요와 단가, 판소리를 비롯해 서편제의 대가인 박동실의 ‘초한가’등도 담아 동·서편제를 비교할 수 있도록 했다. 구례군은 송만갑에 이어 유성준이라는 거장 소리꾼의 실체가 확인됨에 따라 2000년 세워졌으나 유명무실하게 운영되던 동편제 판소리기념관에 관광객을 위한 무료 판소리체험장을 새로 만드는 등 관광자원화한다는 계획이다.서동철 문화전문기자 dcsuh@seoul.co.kr
  • ‘편운문학상’ 문인수·유성호씨

    문인수(62) 시인과 유성호(43) 한국교원대 국어교육과 교수가 16일 제17회 편운문학상 시·평론 부문 본상 수상자로 각각 선정됐다. 수상 작품집은 시집 ‘쉬!’와 평론집 ‘한국시의 과잉과 결핍’. 신인상에는 시집 ‘시집 속의 칼’을 낸 김소원(48) 시인이 뽑혔다.
  • 신경림시인 21살때 스승시집 발문썼다

    지금으로부터 꼭 50년 전인 1957년 4월11일. 충청도에서 유촌(본명 유재형) 시집 ‘종소리와 꽃나무’가 발간됐다. 새삼 빛 바랜 이 한권의 시집에 주목하는 것은 현재 국내 시단의 정점에 올라 있는 신경림(71) 시인이 발문을 썼다는 사실 때문이다.50년 전의 신 시인은 겨우 21살, 약관을 갓 넘긴 나이에 불과했다. 아울러 시집의 저자가 우리 시대의 대평론가인 유종호(72) 연세대 석좌교수의 부친이라는 점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도대체 이 세 사람 사이에는 어떤 ‘인연’이 있었던 것일까. 잘 알려져 있는 것처럼 신 시인과 유 교수는 문단의 복잡한 편짜기와 관계없이 언제나 호의적인 조언자 사이다. 충주고 1년 선후배 사이인 이들은 감수성 예민한 청소년 시절 문청을 꿈꾸며 문학을 토론했다. 유촌은 바로 이들의 국어교사로 문학적 재능을 발견해 시종 든든한 후원자가 됐던 인물이다. 신 시인은 당시 전교생의 존경을 받고 있던 유촌으로부터 칭찬을 들은 기억을 간직하고 있다.2학년 때 교지에 시와 산문을 냈는데 지도교사였던 유촌이 극찬했던 것. 유촌이 시를 몇편 더 보여달라고 했을 때 신 시인은 끙끙대며 열편을 써갔는데 그때 유촌은 만족한 얼굴을 하면서 “우리 아이에게 보여 주마.” 하고 시를 가져갔다. 다음날 수업시간에 유촌은 교과서도 펴지 않고, 신 시인의 시를 꺼내 열편을 내리읽은 뒤 “이만하면 당장 시단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어. 우리 아이도 그러더군.” 하고 말했다. 신 시인은 유촌의 칭찬도 칭찬이었지만 유촌의 ‘우리 아이’인 유 교수가 좋다고 했다는데 입이 더 벌어졌다고 회고한다. 신 시인과 유 교수는 1956∼1957년 잇따라 등단했다. 신 시인은 그럼 스승의 시에 대해 어떤 평을 했을까. 신 시인은 50년전 스승의 시집에 쓴 발문에서 “신기하고 무질서하고 조야한 낙서 따위가 시로서 행세하는 요즈음, 실로 이 시인이 가진 인생에 대한 신세리티(성실성)는 한 그루의 대추나무가 풍기는 그런 향훈을 풍긴다. 전편을 통해 그 에센스가 되어 있는 리리시즘(서정성)도 이 신세리티로 하여 한층 더 우리에게 무엇인가 고독하고 비극적인 진실을 느끼게 한다.”고 적고 있다. 최근 충북 청주의 한 고서점에서 유촌시집을 발견한 유성호 한국교원대교수는 “우리 문학의 정점인 유종호와 신경림은 1950년대 충북 충주에서,‘유촌’이라는 커다란 존재를 통해 자신들의 문학적 열정을 키우고 있었던 사실을 이 시집을 통해 간접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유 교수는 또 유촌시집의 표제작 ‘종소리와 꽃나무’에 대해 “담담한 고독과 진성 탐구에 바쳐진 서정의 세계”라고 평했다. “저 종소리는 무엇을 뜻하는 소리였을까/그 꽃나무들은 무엇이라고 새겨 들었을까/어디에 숨었을까 꽃잎에선가/지고 나는 열매에선가/사랑 같은 그리움 애연한 음향 머언/머언 종소리 아니 귓전에서 감돌며/울리는 종소리여.”박홍환기자 stinger@seoul.co.kr
  • [책꽂이]

    ●감각과 언어의 크레바스(방민호 지음, 서정시학 펴냄) “감각과 언어 사이에는 메울 수 없는 크레바스가 있다. 언어는 감각을 완전히 재생해 낼 수가 없고 감각은 언어 바깥에 언제나 여분을 남긴다. 언어는 감각을 애타게 그리워하되 그 감각이라는 이름의 피안에 가 닿을 수 없는 영원한 나룻배 같은 것이다.” 인간의 감각과 언어 사이에 가로놓인 깊은 간극에 관한 저자(서울대 국문과 교수)의 사유가 담긴 평론집.‘지구는 연잎처럼 오무라들고 펴고’ ‘징후적으로 읽는 이상의 것’등 5부로 이뤄졌다.2만원.●과부마을 이야기(제임스 캐넌 지음, 이경아 옮김, 뿔 펴냄) 콜롬비아 출신 신예작가인 저자의 첫 장편소설. 산간마을 마리키타를 무대로 과부가 된 여자들이 자신들만의 새로운 사회를 건설해가는 과정을 그렸다. 마리키타는 어느날 혁명을 꿈꾸는 마르크스주의 게릴라들이 남자들을 모조리 잡아가면서 여자들만 남게 된다. 작가는 혁명을 위해 전쟁을 벌이는 게릴라들의 이야기를 통해 남자들이 꿈꾸는 혁명이라는 것이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가 묻는다. 전2권, 각권 9000원.●꿀벌의 언어(이재룡 지음, 현대문학 펴냄) 누보로망 이후 신경향 소설의 개척자로 평가받는 장 에슈노즈와 장 필립 투생 등을 국내에 처음 소개한 저자의 산문집. 저자는 “언어는 설득하지만 이미지는 유혹한다.”며 “문자를 통한 설득은 하는 사람이나 당하는 사람이나 지적 노력을 요구하는 피곤한 일이지만 이미지는 첫눈에 반하는 감미로운 눈요기”라고 말한다. 제목은 프랑스 평론가 롤랑 바르트가 언어의 실용적 기능을 지칭한 표현이다. 꿀벌도 소통하기 위한 실용적 언어를 갖지만 그런 꿀벌의 언어로는 예술적 차원의 묘사에 이를 수 없다는 것.1만원.●근대 극복의 이정표들(유희석 지음, 창비 펴냄) ‘민족문학 2세대’를 자처하는 저자의 첫 평론집. 저자는 이상·김수영·기형도 등에 덧씌워진 ‘모더니스트’라는 선입견을 제거, 시대와 감응하는 시인으로서의 그들의 면모를 되살려낸다. 윌리엄 워즈워스의 장시 ‘황폐한 농가(The Ruined Cottage)’에 대한 곡진한 비평문 ‘시의 드러남에 관하여’도 눈길을 끈다.1만 8000원.●천일의 유리(마루야마 겐지 지음, 김난주 옮김, 문학동네 펴냄) 1967년 ‘여름의 흐름’으로 일본 문학사상 최연소 아쿠타가와상을 수상한 작가의 신작 장편. 인간의 삶과 사회의 모습을 사물ㆍ동물ㆍ관념ㆍ감정 등 이 세계를 구성하는 1000개의 요소들의 시각을 빌려 그려낸 실험적 소설이다. 전2권, 각권 1만 1000원.
  • ‘花기애애’ 귀신의 집으로

    귀신의 집에는 꽃이 만발했다. 지난 10일 서울 제일화재 세실극장에서 개막한 연극 ‘귀신의 집으로 오세요’는 배우 유지태가 만든 극단 유무비의 두번째 창작연극으로 화제를 모았다. 연극의 원안 아이디어도 냈던 유지태는 연극을 이끌어가는 중심 인물이다. 관객에게 직접 대화를 건네고, 이야기도 들려주며, 극에 대한 설명도 한다. 유지태가 연기하는 인물 인우도 실은 지상에 떠돌아다니는 귀신이다. 귀신의 집이라고 해서 흉가를 떠올렸다면 무대에 만발한 꽃에 의외란 느낌을 받았을 것이다. 초반부는 꽃과 자전거, 그네로 장식된 무대에 걸맞게 동화적인 분위기가 강했다. 연극은 중반이 넘어가면서 급반전된다. 퇴마사와 평론가, 프로듀서가 흉가를 찍기 위해 귀신의 집을 찾고, 귀신은 퇴마사의 몸으로 빙의한다. 흔히 귀신이 들렸다고 말하는 현상을 신들린 듯 연기해 내는 배우들의 모습에 일부 관객들은 무섭다며 잠깐 자리를 뜨기도 했다. 하지만 이 연극이 하고 싶은 이야기는 다름 아닌 어머니이다. 얼굴이 일그러지는 나병이 든 딸아이를 숨긴 채 남의 집 씨받이로 들어온 어머니의 한많은 모정이다. 지태는 ‘귀신의 집으로 오세요’ 한회 공연 전좌석을 경제적, 문화적으로 소외된 청소년들을 위해 내놓았다.29일 공연에 아름다운 재단 장학금 지원 청소년 및 소외계층 청소년 160명과 시민 40명을 초대한 것. 관객들은 어머니를 생각하며 연극을 만들었다는 유지태의 따뜻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 어머니가 비록 귀신이더라도 어머니는 어머니이기에 따뜻하고 자애롭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연극평] 수수께끼 변주곡

    [연극평] 수수께끼 변주곡

    글 구희서 연극평론가 에릭-엠마뉴엘 슈미트 작 임수현 역 김광보 연출의 <수수께끼 변주곡>이 2006년 12월 15일~2007년 2월 11일까지 소극장 산울림에서 공연되고 있다. 이 무대는 소극장 산울림이 개관 22주년을 맞아 새로운 도전으로 기획한 ‘따로, 또 함께’라는 표제로 만들어지는 일련의 무대 중에 첫 번째 무대다. 이 기획에는 이성열 황재헌 김진만 등 젊은 연출가들과 산울림의 대표적인 얼굴인 임영웅등 우리무대에서 두드러진 목소리로 주목받고 있는 연출가들이 참여하고 있다. <수수께끼 변주곡>은 이 기획을 시작하는 첫 무대로 진지한 자세로 당당하게 관객 앞에 나서고 있다. 그리고 그들의 진지함과 그들의 당당함은 그들이 만나는 많지 않은 관객을 충분히 설득해 내고 있다. 이 무대의 진지함은 우선 작가 에릭-엠마뉴엘 슈미트에서부터 시작한다고 할 수 있다. 그는 2005년 이후 <부부 사이의 작은 범죄들> <오스카와 장미 할머니> 등으로 우리 무대에 소개된 적이 있다. 이 작품에서 그는 노벨상 수상작가인 아벨 쥬노르코와 그를 인터뷰하러 온 기자 에릭 라르슨 두 사람의 주인공을 등장시켜 이제는 그들 곁에 없는 한 여인의 이야기를 하게 한다. 그리고 그 이야기를 통해 고독한 두 남자의 진실과 위선을 잔인할 정도로 집요하게 파헤치고 있다. 우리는 이 작품의 대본을 통해서 작가 슈미트의 타협하지 않고 집요하게 파고드는 심리적인 대사들을 진지하게 우리말로 옮긴 임수현의 새로운 어조를 만날 수 있었다. 이 역자는 2004년 같은 작가의 <부부 사이의 작은 범죄들>, 2005년 베르나르 마리 콜테즈의 <목화밭의 고독 속에서>를 번역하면서 마치 옮기기 어려운 작가의 쉽지 않은 작품세계와 한판 씨름이라도 벌이는 듯, 집요한 자세를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물론 이 작품에서도 그의 번역은 상당히 끈질기게 작가의 숨결을 전해주고 있다. 김광보의 연출 역시 잔재주를 부리지 않고 정면 승부를 겨냥하는 듯 군더더기가 없는 맑고 투명한 모습과 어조를 만들어낸다. 그의 손길이 가장 많이 배어 있는 부분이라고 해야할 배우들의 연기가 연출의 자세를 보여준다. 외딴 섬에서 세상과 멀리 떨어져 살고 있는 괴팍한 성격의 작가 아벨 쥬노르코 역을 맡은 배우 홍원기는 실제로 극작가이며 배우와 연출로도 활동하고 있는 사람이다. 작가로서 그는 <천마도> <에비대왕> 등 주목받은 희곡을 썼고 배우로서 그는 <아프리카> <태> <백마강 달밤에> 등 목화의 주요무대를 섭렵, 인정받는 있는 연기자다. 그러므로 이 무대에서 그는 그야말로 적역을 맡은 셈이다. 그는 극의 전반부에서 천천히 역에 접근하면서 조금씩 낯을 익히다가 어느 순간부터 배우 홍원기의 얼굴에서 상당히 거리가 멀어진 다른 누군가의 얼굴을 만들어낸다. 그건 관객에게 쥬노르코를 보여주기 위해 배우가 달려온 거리가 만들어낸 환상일 수가 있을 것이다. 작가의 신작에 대해 인터뷰를 하러 온 기자 에릭 라르슨 역의 오재균은 극단 청우에서 연출가 김광보와 함께 일해온 배우로 이 무대에서 조용한 어조로 홍원기의 변화무쌍한 어조에 맞서고 있다. 나무라는 재질, 몇 개의 사각형과 사다리꼴의 선으로 구성된 무대미술은 섬, 은둔한 작가의 집, 작가의 작업실 등의 분위기를 대단히 웅변적인 자세로 그려내고 있다. 박동우의 무대미술은 이 무대의 여러 가지 요소 중에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많이 관객에게 이 작품의 진지하고 집요한 자세를 설명해 주고 있다. 연극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가? 우리 시대의 관객에게 어떤 연극을 보여줄 것인가? 관객은 연극무대에 무엇을 요구할 것인가? 초만원을 이룬 객석에서 환호하는 관객 속에 섞여 있을 때, 많지 않은 관객 틈에서 함께 박수를 치면서 무대를 지켜보고 있을 때 우리는 무대 주변에 떠도는 많은 질문을 주워 담을 수가 있다. <수수께끼 변주곡>은 가볍지 않음으로써, 진지함으로써, 군더더기 없는 깨끗함으로써, 열정적인 자세로 만들어낸 집요한 심리의 수수께끼로써, 그런 많은 질문에 대한 어떤 대답을 분명하게 해줄 수 있는 재미있는 무대다.     월간 <삶과꿈> 2007.02 구독문의:02-319-3791
  • [길섶에서] 지독한 갈증/최태환 수석논설위원

    소설가 이외수는 예술을 마시는 술에 비유했다. 술 가운데 가장 독한 술이 예술이라고…. 영혼까지 취하게 한다. 창작물은 술 주정의 흔적이라고 했다. 하지만 그도 마시는 술을 예술만큼이나 즐긴다. 뒤라스는 세상의 공허함 때문에, 신이 떠난 빈 자리를 메우기 위해 술을 마신다고 했다. 어느 평론가는 그랬다. 술은 자신을 죽이면서라도 채워야 했던 갈증이라 했다.“보들레르가 말하는 ‘가슴 찢는 지독한 갈증’만큼 깊이가 아득할 것 같다.”고.‘알코올과 예술가’(라크루아 지음)를 번역한 백선희씨의 독백이다. 그러나 황순원은 “술이 외로움을 풀어 줄 수도, 받아들여 줄 수도 없다.”고 했다. 소설 ‘나무들 비탈에 서다’에서였다. 시인 세 사람과 식사를 같이했다. 공교롭다고 할까. 셋 다 술을 거의 못했다. 혼자 소주 한 병을 홀짝거렸다. 함께했던 최창일 시인의 글이 생각난다.‘굵은 비가 창문을 두드립니다/…커피를 마시고 싶습니다/침묵을 마시고 싶습니다’ 술에 취하느니 잉크에 취하는 것이 낫겠다는 플로베르가 떠오른다. 최태환 수석논설위원 yunjae@seoul.co.kr
  • 방송계 몰카 남용 “이건 아니잖아~”

    방송계 몰카 남용 “이건 아니잖아~”

    이동통신사에 다니는 직장인 이모(30)씨는 아직도 몇년 전 일을 생각하면 씁쓸하기만 하다. 당시 한 지상파 뉴스 프로그램 제작진으로부터 몰래카메라(몰카)를 찍을 테니 마치 실제상황처럼 연기해 달라.’는 요청을 받은 것. 이씨는 실제처럼 보이도록 촬영중 몰카를 발견하면 놀란 표정으로 이게 뭐냐며 손사래치라는 연기지도까지 받았다. 다음날 밤 뉴스에 몰카화면으로 등장한 자신을 본 이씨는 시청자를 속였다는 죄책감에 사로잡혀 평소 꿈꾸던 언론사 입사까지 포기했다. 지난 8일 몰래카메라 취재방식에 불만을 품은 한 40대 남성이 MBC에 협박전화를 해 충격을 낳고 있는 가운데 방송 프로그램들의 ‘몰카’남용이 위험수위를 넘어섰다는 지적이 높다. ‘몰카’는 원래 뉴스·시사 프로그램 제작에서 취재대상이 숨기려 하는 증거를 잡아내기 위해 사용되는 취재기법. 그동안 ‘속임수가 아니냐.’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몰카의 공익적 성격이 우선시돼 온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그 부작용이 도를 넘고 있다. ●“시청자가 원하면 뭐든 보여줘” 지난 5일 방송된 MBC 소비자 프로그램 ‘불만제로’에 앙심을 품고 협박전화를 한 유모(47)씨는 경찰에서 “방송사 리포터가 욕조의 기능을 설명해 달라며 물건을 사겠다고 해 집까지 공개하며 취재에 응했는데 결국 몰래카메라로 나를 속였다.”고 했다. 이에 대해 인터넷에는 “자신이 소비자를 속인 것은 외면한 채 방송사에서 몰래 찍어 내보낸 사실만 잘못했다고 주장하는 것이 이해되지 않는다.”는 의견과 “공익을 위해 개인의 권리를 무시해도 좋다는 발상은 분명 문제가 있다.”는 반론이 맞서고 있다. 8일 방영된 MBC 오락프로그램 ‘일요일 일요일밤에’도 몰카 논란을 부추기는 데 한몫했다.‘돌아온 몰래카메라’코너는 가수 아이비가 운전연수 중 경찰의 불심검문을 받고 무면허 운전 혐의로 지구대에 이송돼 고초를 겪다 눈물을 터뜨리는 내용이 방영됐다. 비(非)지상파 프로그램의 몰카 남용은 더욱 심각하다.tvN의 ‘리얼스토리 묘’나 Q채널의 ‘리얼다큐 천일야화’,m.net의 ‘추적! 엑스보이프렌드’등 수많은 프로그램에서 몰카를 통해 불륜, 퇴폐, 폭력 등 선정적 주제를 여과없이 방영하고 있다. 상대방의 외도사실을 추적해 폭로하는 tvN의 ‘독고영재의 현장르포 스캔들’은 재연 프로그램임에도 실제상황으로 오인하도록 프로그램을 구성했다가 방송위원회로부터 사과 조치를 받기도 했다. 몰카나 모자이크 화면처럼 실체를 노출하지 않는 영상은 연출화면이라는 사실을 은폐하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되기도 한다.MBC ‘생방송 오늘 아침’은 불화를 겪는 부부의 삶을 연출한 화면을 모자이크 처리한 뒤 실제상황인 것처럼 방송한 것이 들통나 지난 1월 방송위로부터 제재를 받았다. ●내부 가이드라인 강화 필요 방송계에 몰카 등이 만연하는 이유는 ‘시청률 지상주의’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몰카 상황에서 출연자를 곤경에 빠뜨려 가학성을 극대화하는 일본 프로그램들의 영향도 몰카 남용을 부추긴다고 말한다. 문화평론가 김남훈(30)씨는 “오락프로그램 몰카의 경우 경찰, 군, 병원 등을 사칭해 관찰대상을 속이는 경우가 많은데 일반인들이 실제 긴급상황을 몰카 상황으로 오인해 위험에 빠질 수도 있다.”며 “방송사 내부 가이드라인을 통한 적절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류지영기자 superryu@seoul.co.kr
  • “전주국제영화제로 오세요”

    “전주국제영화제로 오세요”

    남도의 봄과 영화를 제대로 만끽하려면 전주로! 올해로 8회째를 맞는 전주국제영화제가 오는 26일 고사동 영화의 거리에서 막을 올린다. 전주메가박스를 비롯해 총 13개관에서 진행되며 새달 4일까지 37개국 185편의 영화들이 선보인다. 개막작은 한승룡 감독의 데뷔작 ‘오프로드’. 은행 강도의 인질이 된 택시기사를 통해 벼랑 끝에 몰린 막장의 삶을 담은 로드무비다. 폐막작은 홍콩 두기봉 감독의 누아르 ‘익사일(Exiled)’이다. 올해부터는 경쟁부문이던 ‘인디비전’과 ‘디지털 스펙트럼’이 하나의 섹션으로 통합돼 장편 극영화와 다큐멘터리 12편이 선보인다. ‘한국영화’ 섹션에서는 경쟁부문인 ‘한국영화의 흐름’ 등 4개의 소섹션을 통해 총 26편이 관객과 만난다. 단편영화들을 비평적 관점에서 재조명하는 ‘한국단편의 선택:비평가 주간’도 경쟁섹션으로 변경됐다. 세명의 감독을 선정, 지원하는 디지털 단편영화 프로젝트인 ‘숏!숏!숏!’은 올해부터 신설됐다. 김종관의 ‘기다린다’, 손원평의 ‘너의 의미’, 함경록의 ‘미필적 고의’가 영화제를 통해 처음 소개된다. 영화제의 얼굴인 ‘디지털 삼인삼색’은 관심을 유럽까지 넓혔다. 포르투갈의 페드로 코스타, 독일의 하룬 파로키, 프랑스의 유진 그린 감독이 참여한다. 이들은 ‘카르트 블랑슈’라는 신설코너를 통해 자신들이 추천하는 작품을 관객과 함께 감상하고 이야기도 나누게 된다. 평소 만나기 힘들었던 제3세계의 영화들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이 영화제의 묘미. 이번 특별전은 터키다. 해외에서 인정받은 누리 빌제 세일란 감독의 ‘작은 마을’을 비롯해 8편의 숨은 걸작들이 공개된다. 회고전의 주인공은 ‘페이크 다큐멘터리의 대부’로 일컬어지는 피터 왓킨스.‘컬로든 전투’ ‘워 게임’ 등 9편이 선보이며 세계적인 평론가 크리스 후지와라의 설명도 이어진다. 개·폐막식과 일반상영작 티켓 예매는 홈페이지(www.jiff.or.kr)에서 가능하다. 타지 관객들이 저렴한 비용(1인 1박 5000원)으로 숙소를 이용할 수 있는 ‘JIFF사랑방’ 신청도 홈페이지를 통해 받는다. 박상숙기자 alex@seoul.co.kr
  • [강유정의 영화in] ‘천년학 애절함’의 비밀

    분분히 떨어져 내리는 꽃잎 아래 눈 먼 여자가 시조창을 부르고 있다. 고즈넉이 눈을 감고 있는 한 남자는 이 흐드러진 풍경화속 한점으로 찍혀 있다. 섬진강변을 온통 하얗게 물들이는 매화 꽃속에서 이제 이 남자는 죽음을 맞이하려는 중이다. 임권택 감독의 100번째 영화 ‘천년학’은 안타까움과 어긋남에 관한 작품이다. 이루어지지 못한 사랑의 안타까움, 어긋나기만 하는 진심의 안타까움. 그렇게 세월의 아픔으로 창연하다. 감독의 말처럼 ‘천년학’은 사랑에 관한 영화, 멜로 영화다. 중요한 것은 그 방식이 기존 사랑영화의 정반대편에 놓여 있다는 사실이다. 대개 젊은이들은 불가능한 사랑의 영원성을 보존하기 위해 장애물을 찾는다. 불치병, 집안의 반대, 신분의 격차와 같은, 보이는 장애물로 고난을 겪는다.‘너는 내 운명’의 그 남자처럼,‘약속’의 그 여자처럼 말이다. 그런데 임권택 감독이 선택한 장애물은 마음속 깊은 곳에 갇혀 있다. 보이지 않는 장애물 속에서 진심은 발효되고 인연은 깊어진다. 동호와 송화는 만나지만 서로를 지나쳐갈 뿐이다. 만남을 인연으로 매듭짓기엔 동호 곁에 있는 가족이, 송화 곁에 있는 다른 남자가 마음에 걸리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줄 수 없어 그들은 자신의 마음속 상처에 덧을 낸다. 무상한 세월 앞에 이들의 사랑은 이렇게 맴돌고 그렇게 짙어진다. 끊어질 듯 이어지고, 이어질 듯 끊어지는 그들의 인연은, 사랑은 쟁취하는 것이라 믿는 젊은이들의 안달을 충족시켜 주진 못한다. 사랑에 조급한 어린 연인들은 함께하는 것이 곧 사랑이라 믿기 때문이다. 이에 임권택은 결코 이루어질 수 없기에 순결한 사랑의 서사를 만들어낸다. 결코 닿아본 적 없기에 그 사랑이 영원해지는 아이러니, 사랑은 그런 아이러니 속에서 융숭 깊어진다. 그리워만 할 뿐, 만질 수 없는 안타까움의 서사 속에서 매화꽃 분분한 이 장면은 영화속 응어리진 감정을 단 한번에 폭발시킨다. 폭발된 감정은 지금껏 참아온 진심에 대한 안타까움을 달래는 한 방울 눈물로 응축된다. 떨어지는 한 방울의 눈물 속에 아직은 다 알지 못할 사랑과 인연의 비애가 녹아든다. 서른 셋, 여전히 열정과 격정이 사랑으로 떠오르는 나이, 나는 아직 이 눈물의 정체를 알지 못한다. 하지만 이루어질 수 없어서가 아니라 이루어지지 않아 고결한 사랑의 아이러니, 그것이야말로 노감독이 보여준 사랑의 미래이자 과거가 아닐까 싶다. 사랑의 봉인은 70년을 살아도 쉽게 열리지 않나 보다.영화평론가
  • [박성서의 7080 가요 X파일]만능 엔터테이너 조영남(2)

    가수 조영남씨의 노래들 속에는 다분히 자전적인 요소가 담겨 있다. ‘1·4후퇴 때 피란 내려와 살다 정든 곳, 태어난 곳은 아니었지만 나를 길러준 고향 충청도’. 노래처럼 그는 1945년 해방둥이로 황해도 남천에서 태어났다.1·4 후퇴 때 피란 내려와 충청도 예산의 삽교에서 유년 시절을 보냈다. ‘여보, 무교동 어느 음악다방에서 당신과 내가 처음 만났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로 시작되는 ‘여보’에도 그의 음악과 사랑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배경은 젊은이들의 문화를 주도했던 음악감상실 ‘쎄시봉(C´est Si Bon)’, 상대는 첫사랑 윤여정씨다. 이곳에서 만나 활동을 시작한 이들은 가수 송창식, 윤형주, 이장희, 김도향씨 등 이른바 1970년대 ‘청년문화’의 주역들이며 이들과 어울려 통기타 문화의 밑그림을 그렸다. 그뿐인가. 지난 2001년에 발표, 최근 네티즌으로부터 인기를 얻고 있는 ‘은퇴의 노래’.‘제발 나같이 오래된 가수한테 은퇴란 말은 마세요. 몸은 비록 최희준 선배지만 마음만은 HOT랍니다.’며 자신의 마음을 호소하고 공감을 이끌어낸다. 그는 1973년 첫 개인전 이래 꾸준히 그림을 그리고 있다.‘음악은 대중성이 있어야 하지만 미술은 독자적이고 독창성이 있어야 된다.’고 강조한다. 그는 특이하게도 화투를 주 오브제로 사용하다가 1980년대 말부터는 바둑판, 초가집, 바구니, 태극기 등으로 소재를 넓혔다. 그러나 정작 고스톱은 못 친다. 바둑 또한 못 둔다. 최근엔 입체 콜라주로까지 영역을 확대, 설치미술가로도 활동하고 있다. ‘무게 잡기’를 싫어하는 듯한 그의 거침없는 행동, 너무 특출나 오히려 진지해 보이지 않는 면 때문에 손해도 많이 보는 인물이라는 생각이 드는 조영남씨. 칼럼니스트로도 활동하며 동시에 여러권의 저서를 집필했다. 한양음대 2년 중퇴, 서울대 음대 3년 중퇴, 그리고 미국 트리니티침례신학교의 졸업장과 목사 자격증을 받은 뒤 1981년 귀국, 첫 저서 ‘어느 한국 청년이 본 예수’를 발간했다. 이어 ‘조영남 양심학(1983)’ ‘놀멘 놀멘(1994)’ ‘예수의 샅바를 잡다(2001)’ 등에서 예의 해박함과 자유분방한 논리를 보여준다. 스스로 억제시키지 않으면 오히려 곤란할 것 같은 강렬한 개성, 본인이 하고자 하는 것은 반드시 해내고야 마는 성격의 소유자이다. 그러다 보니 대중들로부터 비난도 동시에 많이 받았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번 출간한 저서,‘맞아죽을 각오로 쓴 친일선언’의 파장이었다. 민감한 시기였던지라 더욱 논란이 되었다. 그 여파로 KBS-TV ‘체험 삶의 현장’을 비롯한 모든 방송활동을 한동안 중단했었지만 1년7개월 만인 지난해 11월, 본격 방송 DJ로 복귀했다. 현재는 최유라씨와 함께 MBC 간판 프로그램 ‘지금은 라디오시대’를 진행하고 있다. 변화무쌍한 발상의 전환을 지닌 자유주의자, 조영남씨의 활동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대중음악평론가 sachilo@empal.com
  • [12일 TV 하이라이트]

    ●일단 뛰어(KBS2 오후 8시55분) 혁진과 아버지와의 관계는 계속 악화되고, 병원에서 더 이상 경찰 일을 계속할 수 없다는 이야기를 들은 노경사는 사과를 하기 위해 혁진의 아버지에게 전화를 한다. 혁진의 아버지는 할 이야기가 없다며 전화를 끊는다. 순찰을 돌다 석영이 쓰러져 있는 것을 본 만수와 광태는 급히 병원으로 옮긴다.   ●글로벌 코리안(YTN 오전 10시35분) 베트남에서는 한국문화 열풍과 한국 취업에 대한 기대를 갖고 한국어를 배우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4년제 대학에서 한국어를 배우는 학생은 2000여명이고 한국어 전문학원만 4곳에 달한다. 이런 수요에 비해 한국어 강사가 턱없이 부족해 한국어 교육에 어려움이 많다.   ●60분-부모(EBS 오전 10시) 어린이 문학평론가 김서정씨가 추천해 주는 판타지 동화 몇 편을 함께 읽어본다. 판타지 동화가 아이들의 마음을 어떻게 어루만져주고 위로해주는지, 인지 발달에는 어떤 도움을 주는지. 정신과 전문의 하지현 교수와 인지심리학자 김미라 박사와 함께 살펴본다. 동화를 잘 읽는 방법에 대해 알아본다.   ●마녀유희(SBS 오후 9시55분) 유희를 찾은 마 회장은 대영그룹 막내와 선을 보라고 한다. 유희는 만나는 사람이 있다고 둘러대다 가정부인 무룡과 사귀고 있다고 거짓말을 한다. 충격을 받은 마 회장은 얼굴이 상기된 채 자리를 떠난다. 화가 안 풀린 마 회장은 무룡이 일하는 식당으로 찾아가 다시는 유희를 만나지 말라고 충고한다.   ●불만제로(MBC 오후 6시50분) 주부라면 한번쯤은 써보고 싶은 수입 주방용품. 그러나 그 가격은 상상초월이다.50만원대의 압력솥, 냄비는 30만원대, 심지어 냄비 뚜껑은 10만원을 넘는 등 국산 제품과의 가격차는 4∼5배. 그렇다면 가격의 차이는 품질의 차이일까. 국내에서 유독 수입 주방용품이 비싼 이유는 무엇일까.   ●문화지대 사랑하고 즐겨라(KBS1 오후 10시) 벽을 타고 건물을 뛰어넘는 야마카시부터 자동차로 미끄러지듯 도는 드리프팅까지 극단의 쾌락을 즐기는 젊은이들이 늘고 있다. 현실과 상상의 경계를 허물며 극단을 추구하는 새로운 세대에 관한 이야기를 자옥의 수다를 통해 풀어본다. 올해로 20년차 디자이너, 정경희를 만나본다.
  • [정윤수의 오버헤드킥] K리그 5만 관중의 이면

    지난 8일 K-리그에서 의미 있는 신기록이 세워졌다.5만 5397명.FC서울과 수원의 경기는 프로축구의 중흥을 바라는 수많은 팬들의 성원에 힘입어 아름다운 기록으로 남게 됐다. 이날 관중은 지난 1998년과 2002년 월드컵 직후 일시적으로 몰려들었던 ‘구름관중’과는 성질이 달랐다. 당시 관중은 축구 자체보다는 고종수와 이동국 안정환 김남일 등 월드컵 스타를 보기 위한 것이었다. 그러나 월드컵의 기억이 사라지면서 동시에 관중석도 텅텅 비기 시작했다.2006독일월드컵 때는 16강 탈락에다 이렇다 할 신예도 없어 ‘반짝 특수’도 기대하지 못했다. 그런데 이날 5만 5000여명이 입장했다. 그저 일시적인 바람으로 볼 것이 아니라 여러 측면에서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이 관중의 숫자는 서울과 수원이라는 수도권의 ‘라이벌전’이 이뤄낸 것이다. 프로 스포츠는 지역 연고를 바탕으로 전개된다.1960년대 산업화에 따라 많은 사람들이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으로 이주했다.‘탈향’ 과정 이후에 태어난 젊은 세대 또한 상당히 많다. 바로 이 젊은 세대들이 국내외의 축구 문화를 다양하게 접하고 아버지 세대의 ‘고향 의식’과는 달리 자신들의 새로운 ‘지역 문화’ 속에서 자연스럽게 성장한 세대다. 이들에게 수원이나 서울 같은 도시는 뭔가 낯설고 기이한 곳이 아니라 자신들의 성장 과정이 고스란히 담긴 곳이다. 이 조건 속에서 프로축구의 새로운 지역성 모색이 가능하다. 또 5만 5000여 관중은 월드컵이나 국가대항전, 혹은 한·일 평가전 등의 ‘민족적 의제’가 아니라 그야말로 ‘K-리그 라이벌전’이라는 프로축구의 원리 그 자체가 만들어낸 관중이다. 당일 예매표 2만 100장에 시즌 회원권 1만 5000명을 포함하면 관중의 60% 이상인 3만 5000여명이 축구 관람으로 주말 계획을 잡은 것이었다. 이러한 점을 두루 생각할 때 앞으로 선수들과 구단이 어떤 자세로 그라운드에 나설 것인가는 자명한 일이다. 사실 어떤 점에서 5만 5000여명은 동전의 양면이기도 하다. 한 경기장엔 5만명이 넘게 모였지만 전국 6개 구장에서 벌어진 다른 경기들의 총 입장 관중은 4만 3000여명에 불과했다. 특히 축구 도시 울산에서 치러진 울산과 성남이라는 빅카드도 고작 5000여명밖에 들지 않았다. 각 구단이 어떤 ‘지역 조건과 문화’에 기반하고 있으며 그 지역의 세대 구성과 특성은 무엇인가, 각 팀이 어떻게 경기마다 독특한 흥행 요소를 창출해 팬들에게 찾아갈 것인가 하는 소중한 과제를 5만 5000이라는 숫자는 부여하고 있다.축구평론가 prague@naver.com
  • [책꽂이]

    ●정신분석 시론(이승훈 지음, 문예출판사 펴냄) 정신분석을 매개로 한 자아해방의 글쓰기에 관한 성찰을 담은 시론집. 저자(한양대 국문학 교수)는 자아해방이란 자아를 의식의 감옥, 언어의 감옥, 현실의 감옥에서 풀어놓는 것이라고 말한다. 시인이기도 한 저자는 자신의 시를 자아찾기-자아소멸-자아불이(不二)라는 세 명제로 요약해 설명한다.2만 5000원.●플로스 강의 물방앗간(조지 엘리엇 지음, 한애경 등 옮김, 민음사 펴냄) 영국 여류소설가 조지 엘리엇(본명 메리 앤 에번스)의 장편소설. 전통사회에서 산업자본주의 사회로 변모해 가는 빅토리아시대 영국의 한 마을을 무대로 진취적 여성 매기와 가부장적인 인물 톰의 갈등과 화해의 과정을 그렸다. 빅토리아시대의 가부장적 질서를 비판한 페미니즘 문학의 고전.“악마는 우리를 유혹하지 않는다. 우리가 악마를 유혹하는 것이다.”라는 작가의 신념이 녹아 있다. 전2권 각 1만원.●울지 않는 여자는 없다(나가시마 유 지음, 이선희 옮김, 창해 펴냄) 소설 ‘맹스피드 엄마’로 일본 아쿠다가와상을 받은 작가의 소설집.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맺음’에 대한 성찰이 담겼다. 무대는 도쿄 옆의 도시 사이타마. 작가는 이곳을 “도쿄와 닮았지만 어딘가 개성이 부족한 도시”라고 말한다. 제목은 자메이카 가수 밥 말리의 노래 ‘No Woman No Cry’에서 따왔다.9000원.●오이디푸스의 숲(강유정 지음, 문학과지성사 펴냄) 2000년대 새로운 한국 소설의 지형을 살핀 평론집. 어머니를 아내로 취하고 그 사이에서 형제이자 아들인 아이를 낳은 패륜아 오이디푸스. 오이디푸스가 저지른 패륜을 “호명 불가능한 양가적 존재를 양산해낸 것”으로 규정하는 저자는 2000년대 문학을 눈먼 오이디푸스와 같다고 말한다.‘용서라는 이상과 자기 구원의 서사-공지영’ ‘지극한 반복, 중독의 미학-성석제’ ‘냉소라는 서사적 생존전략-은희경’ 등의 글이 실렸다.1만 6000원.●아프리카 술집, 외상은 어림없지(알랭 마방쿠 지음, 이세진 옮김, 랜덤하우스 펴냄) 아프리카 콩고 출신 환상문학 작가의 장편소설. 콩고의 ‘외상은 어림없지’라는 술집과 그 술집을 오가는 다양한 사람들의 기이한 인생을 그렸다.1998년 첫소설 ‘파랑-하양-빨강’으로 ‘검은아프리카문학상’을 받은 작가는 철학적인 아프리카 우화를 통해 사회현실을 비판하는 작품을 발표해 왔다. 마르케스와 보르헤스의 마술적 리얼리즘을 연상시킨다는 평.9000원.
  • 작가 은희경씨 5년만에 새소설집 ‘아름다움이… ‘ 출간

    작가 은희경씨 5년만에 새소설집 ‘아름다움이… ‘ 출간

    손에 착 달라 붙는 소설책을 만날 때가 있다. 마침 그런 때가 요즘처럼 봄볕 가득한 날이라면 독자들은 생각한다.“아! 행복한 봄날이어라….” 소설가 은희경(48)씨가 5년 만에 새 소설집 ‘아름다움이 나를 멸시한다’(창비 펴냄)를 냈다. 중간에 나온 장편 ‘비밀과 거짓말’(2005년)에서부터 달라졌다는 느낌을 주긴 했지만 1990년대의 은희경 작품이 ‘냉소’를 표방한 것과는 달리, 이번 소설집에 수록된 6편의 중·단편들은 대부분 물음표를 달고 있다.‘고독’이 짙게 깔려 있는 것도 특징이다. 표제작은 지난해 황순원문학상 최종후보에까지 올랐던 작품이다.35번째 생일날, 가족을 버린 아버지가 위독하다는 전화를 받고 다이어트를 결심하는 남자를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보티첼리에 의해 탄생한 ‘비너스’로 대표되는 ‘모든 아름다운 것들’이 자신을 거부하는 현실에서 가족과 아버지에 대한 부정이 음식에 대한 거부와 연결된다. 라이너 마리아 릴케가 연작시 ‘두이노의 비가’에서 언급한 “우리가 그토록 아름다움을 숭배하는 것은, 아름다움이 우리를 멸시하기 때문이다.”에서 소재를 차용했을 법하다. 이 작품은 어머니와 단 둘이서 살던 어린 시절부터 뚱보였던 주인공이 죽음이 임박해 연락해 온 아버지에게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결심하는 대목부터 시작한다. 떠났던 아버지를 돌아오게 하는 방편으로 다이어트를 선택한 것이다. 마침내 10㎏ 이상을 빼는 데 성공하지만 정작 아버지는 ‘비너스의 탄생’을 유품으로 남기고 이미 작고했다. 아이로니컬하게도 영안실을 찾는 주인공이 선택한 옷은 맞지 않게 돼버린 한벌밖에 없는 검은색 정장이었고, 그는 망설임 끝에 주억거리며 밥을 우겨넣는다.‘모든 아름다운 것들’이 자신을 멸시한다며. ‘고독의 발견’에 등장하는 만년고시생 K도 고독한 것은 마찬가지다. K는 생일날 찻집에서 몽환적인 노래를 들으며 잠에 빠졌고, 그 뒤에 마치 꿈처럼 묘한 일들이 이어진다. 한 사내가 나타나 W시의 여관을 맡아달라고 부탁하고,W시에서 마치 젤소미나와 같은 난쟁이 여자를 만난다. 여자는 자신을 여러개로 쪼갤 수 있다고 말하며 K를 스스럼없이 대한다. 다시 꿈에서 깬 K는 삶을 관통하는 거대한 고독을 발견하고 소리없이 오열한다. 가장 최근 작품인 ‘의심을 찬양함’에서는 현실의 우연과 필연의 통계학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진다. 평론가 신형철은 “질문과 고민이 응축되어 있는 이야기인 채로 아름답고 낯설고 끝내 허망하기까지 하다.”고 이번 소설들을 풀이했다. 작가는 “내 머릿속에 가득차 있는 상식적인 생각들을 밀치고 진짜 생각들을 끄집어내기 위해 중력과 반대방향으로 나 자신의 근육을 사용해야 했다.”고 토로했다.228쪽,9800원. 박홍환기자 stinger@seoul.co.kr
  • 伊영화감독 코멘시니 사망

    |파리 이종수특파원|블랙코미디로 유명한 이탈리아 루이기 코멘시니 감독이 별세했다.90세. 지나 롤로브리지다와 비토리오 데 시카가 주연한 ‘빵, 사랑, 꿈’(1953)으로 유명해진 코멘시니 감독은 영화인 생활 43년 동안 어린이와 노동자의 열악한 상황을 담은 ‘교통체증’(1979년),‘오해’(1966년) 등 50여편의 영화를 감독하고 40여편의 시나리오를 남겼다. 그는 2차대전 이후 이탈리아 전후 신사실주의의 유산을 부드럽고 역설적인 코미디로 바꿔 놓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1916년 브레스치아 인근 살로에서 태어난 그는 파리와 밀라노에서 건축학을 공부했으며 영화평론가로 활동하다 1946년 감독으로 데뷔했다. 딸 넷 가운데 크리스티나와 프란체스카는 영화배우로 활동하고 있다. 월테르 벨트로니 로마시장은 “코멘시니는 영화 역사에서 잊을 수 없는 거장이자 가장 위대한 감독 가운데 한 사람”이었다고 추모했다.vielee@seoul.co.kr
  • [박성서의 7080 가요X파일] 만능 엔터테이너 조영남(1)

    [박성서의 7080 가요X파일] 만능 엔터테이너 조영남(1)

    가수인 동시에 MC 그리고 화가, 작가로도 활동하고 있는 가수 조영남(62). 스스로 ‘변변한 히트곡 하나 없는 가수’라고 입버릇처럼 말하지만 의외로 히트곡이 많은 가수다. 가수로서 수명 또한 길다.1966년, 서울대 음대 1학년 때 첫 음반 취입을 시작한 이래 현재까지도 여전히 마이크 앞에 서고 있을 만큼 대중들의 관심에서 멀어진 적이 없다. 심지어 군 복무 3년 동안에도 꾸준히 음반을 발표하는 특혜까지 누렸다. ‘보리밭’ ‘마지막 편지’ ‘이일병과 이쁜이’ ‘불 꺼진 창’을 비롯해 ‘동해의 태양’ ‘옛 생각’ 등이 모두 이때 취입한 노래들이다.1973년 제대 후 미국으로 건너가 신학 공부를 하던 8년간의 체류기간 동안에도 틈틈이 귀국해 음반 취입은 물론 귀국공연을 수시로 가졌기 때문에 긴 외유에도 불구하고 가수로서의 공백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제비’ ‘사랑이란’ 등을 이때 발표했다. 방송 진행자로도 여전히 바쁜 그는 가수로서 트로트와 록은 물론 팝과 옛 노래, 민요나 가스펠까지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었다. 이를테면 ‘크로스 오버 맨’인 셈. 또한 ‘애드리브의 귀재’이기도 하다. 원작곡자 입장에서는 어떤 반응을 보일지가 새삼 궁금할 정도로 무대마다 노래를 제각각 다르게 구사한다. 심지어 민요를 재즈로, 또 트로트를 타령조로, 심지어 동요를 솔로 변화시킨다. 때로는 같은 노래를 저렇게 부를 수도 있구나 싶어 감탄사를 자아내게 만드는데 특히 ‘최진사댁 셋째 딸’ ‘물레방아 인생’ ‘내 고향 충청도’ 등은 번안곡임에도 우리 노래보다 더 우리 노래 같다는 생각까지 들게 만들 정도다. 사회 통념을 초월한 듯 보이는 그의 돌발 언행과 돌출 행동으로 현실과 이상의 경계를 수시로 넘나들었던 탓에 인터넷에서는 팬클럽과 동시에 안티클럽까지 생겨났을 정도다. 조영남씨는 1968년, 번안곡 ‘딜라일라’로 처음 데뷔한 것으로 알려져 있고, 본인 또한 지금까지 그렇게 말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그보다 2년 전인 1966년, 그의 목소리를 담은 첫 음반이 발표됐다. 서울대 음대생이라는 신분 때문에 ‘고철(高哲)’이라는 예명을 쓰며 작사가로도 활동을 시작했지만 당시 자신의 노래가 음반으로까지 발매된 것은 지금까지 전혀 모르고 있던 사실이라 했다. “학비 때문에 미8군 무대에 섰지요. 전공인 성악과 팝 사이에서, 순수 음악과 8군 쇼의 틈바구니에서 고민이 많았던 시기이기도 했어요. 이 무렵 무대에 함께 섰던 여가수 박일양씨 소개로 작곡가 박선길씨를 만나 아르바이트 삼아 번안곡 몇개를 개사해 건네주었고 또 테스트 삼아 마이크 앞에서 몇곡 불렀던 것 같아요.” 여기에 등장하는 박선길-박일양 부부는 1990년대 ‘오늘 같은 밤이면’의 주인공인 가수 박정운씨의 부모들이다. 성악과 학생이었지만 ‘오페라나 가곡은 재미없어’ 팝을 더 좋아했다는 그는 성악을 기초로 한 가창력으로 1968년, 번안곡 ‘딜라일라’를 비롯해 ‘내 생애 단 한번만’ ‘고향의 푸른 잔디’ ‘물레방아 인생’ 등을 잇따라 히트시키며 인기가수로 급부상한다. 아울러 Bus Stop,Our Town(서울대), 돈키호테(실험극장)의 무대경험을 바탕으로 영화 ‘내 생애 단 한번만’ ‘푸른 사과’ 등에 출연함과 동시에 TV 드라마 ‘너무하셨어’에서도 열연, 탤런트 기질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1969년 서울 시민회관에서 가졌던 리사이틀 무대에서 그는 자유분방함과 다재다능한 실력을 함축적으로 보여준다. 당시에는 무대에서 안경을 착용하는 걸 금기시 했던 시절이었다. 그러나 조영남은 큼지막한 검은 뿔테 안경을 보란 듯이 쓰고 나와 넥타이마저 풀어헤친 채 무대에서 이탈리아 칸초네 ‘카사 비안카(Casa Bianca)’를 ‘하얀 집’이란 제목으로 즉흥적 가사로 바꿔 부르는데 가히 노랫말이 압권이다. ‘시커먼 하얀 집/어쨌든 하얀 집/누가 뭐래도 하얀 집/좌우지간 하얀 집/불이 나면 빨간 집/꺼지면 까만 집/빌려주면 전셋집/팔면은 남의 집/(중략)/닉슨이 사는 The White House.’ 처음엔 지나치게 장난스러운 가사로 시작되지만 끝까지 듣고 나면 그가 지칭하는 ‘하얀 집’은 다름 아닌 당시 ‘미 닉슨 대통령이 사는 백악관’이었다는 익살로 마무리한다. 일종의 풍자송이었던 셈이다.(계속) 대중음악평론가 sachilo@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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