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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윤수의 오버헤드킥] ‘뚜렷한 목표’ 프로리그의 힘

    지난 14일 올드트래퍼드에서 열린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06∼07 시즌 마지막 경기는 국내 축구팬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웨스트햄은 과연 축구가 무엇인가를 분명하게 보여줬다. 물론 이 경기는 박지성이 뛰는 맨유의 축하연이나 다름없었다. 결과에 상관없이 맨유는 이미 첼시와 리버풀, 아스널 등을 밀어내고 우승을 확정지었기 때문에 이날 경기는 홈 팬들을 향해 우승컵을 보여주기 위한 의식에 불과했다. 그런데 경기가 끝나자마자 진정으로 환호성을 지르며 눈물을 흘린 선수와 팬들은 바로 웨스트햄쪽이었다. 그들은 맨체스터를 1-0으로 누르고 15위가 됐다. 순위를 자축하는 뜨거운 열정. 그건 그들이 다음 시즌에도 여전히 1부 리그에 남아 있게 된 것을 의미하는 생존의 노래였다. 다른 구장에서도 생과 사가 엇갈렸다. 웨스트햄을 비롯해 풀럼, 위건이 살아 남았지만 셰필드, 찰턴, 왓포드는 2부 리그로 추락했다. 특히 셰필드-위건전은 그야말로 필사즉생의 혈투였다. 마지막 휘슬이 울리자 원정팀 위건은 억누를 수 없는 격렬한 감정을 맘껏 발산했다. 그들은 17위로 생존했다. 유럽축구에서, 특히 프리미어리그에서 1부와 2부의 차이는 천당과 지옥이다. 광고 수입이나 중계권료, 선수 확보 등 각종 수익의 원천들이 줄어들게 된다. 팀의 자존심이 흔들리는 건 물론이다.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뛰는 차두리의 우울한 소식도 같은 맥락이다. 그가 소속된 마인츠는 결국 2부 리그로 추락했고, 그 때문에 선수들에 대한 대대적인 물갈이와 긴축 경영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1부 리그 생존자들이 들려준 감격의 노래는 비단 ‘잔류’에 따른 수익 확보 때문만은 아니다. 누구나 우승을 꿈꾸지만 아무나 우승을 하는 건 아니다. 또 팀의 궁극적인 꿈은 우승이지만 실질적인 목표는 저마다 다르다. 우승을 하지 않으면 안되는 상위팀이 있는가 하면 중위권에서 교두보를 착실히 다지는 게 목표인 팀도 있고, 웨스트햄이나 위건처럼 시즌 내내 착실히 경기를 운영해 1부 리그에 잔류하는 게 지상과제인 팀도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목표가 달성되었을 때 1위 팀이나 17위 팀이나 똑같이 감격의 노래를 부르는 것이다. 바로 이게 프로의 세계이며 스포츠가 우리에게 주는 아름다움이다. 은메달을 따고도 “국민 여러분에게 죄송하다.”고 말해야 하는,1등 지상주의의 우리 사회에서 참으로 필요한 태도들이다. 내셔널리그 우승팀에 1부인 K-리그 승격권을 줘도 오히려 반납하는 국내 프로축구의 현실, 그 빈약한 산업 기반과 또 진정한 영광의 의미를 퇴색시켜 버리는 상황이 그래서 더욱 안타깝다.축구평론가 prague@naver.com
  • [부고]

    ●이옥기(KT 마케팅본부장)씨 부친상 14일 경상대병원, 발인 16일 오전 9시30분 (055) 750-8651 ●박상화(리버맨 대표)씨 부친상 안현상(문화일보 기획관리국 기획부 차장)김지광(함평 제일치과의원 원장)씨 빙부상 14일 여의도 성모병원, 발인 17일 오전 6시 (02)3779-2192 ●이영우(SPG협의회 회장)영덕(대한항공 운항본부장)씨 모친상 조선우(동아대 음악학부 교수)전윤재(대불대 컴퓨터학과 〃)씨 빙모상 14일 건국대병원, 발인 18일 오전 6시30분 (02)2030-7906 ●송선출(전 한국외환은행 63빌딩지점장)씨 별세 지영(고려대학원 재학)혜영(오르다코리아 교사)씨 부친상 조민규(국제디지털대학교 직원)씨 빙부상 15일 고대안암병원, 발인 17일 오전 7시 011-9020-7691 ●박창규(사업)정규(국민은행 투자금융본부 팀장)성규(한화석유화학 부장)씨 모친상 임학명(사업)씨 빙모상 15일 서울대병원, 발인 17일 오전 7시 (02)2072-2016 ●유현준(프렉시즈 대표)연숙(만나교회 전도사)승준(제30기계화보병사단장)희숙(대전 대덕초등학교 교사)향순(상담사)씨 모친상 황성연(다은 부사장)백삼균(한국방송통신대 교수)씨 빙모상 유정목(한국전자통신연구원 연구원)씨 조모상 15일 삼성서울병원, 발인 17일 오전 8시 (02)3410-6915 ●심명제(미국 거주)명규(원투원어학원 원장)씨 부친상 김정환(중앙이비인후과 원장)씨 빙부상 이인희(NHN 유닛장)씨 시부상 15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17일 오전 11시 (02)3010-2265 ●전관중(사업)기중(한국전기안전공사 부장)씨 모친상 김이묵(사업)이재형(〃)이장종(〃)씨 빙모상 15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17일 오전 8시 (02)3010-2262 ●유인수(상명대 미술과 교수)희수(충북대 화학과 〃)씨 부친상 오방근(전 브릿지증권 상임감사)씨 빙부상 15일 이대목동병원, 발인 17일 오전 9시 (02)2650-2745 ●정달식(서영엔지니어링 전무)송홍선(하나학원 원장)씨 빙모상 15일 삼성서울병원, 발인 17일 오전 10시 (02)3410-6914 ●장경화(광주시립미술관 금남로 분관장)씨 모친상 15일 광주 무등장례식장, 발인 17일 오전 10시 (062)515-4488 ●정의주(한국철도공사부산지사 경영관리팀장)희주(부산시교육청 공보관실)정희(울산구치소 근무)씨 부친상 정연조(부산해림초등학교 행정실장)씨 시부상 15일 부산보훈병원. 발인 17일 오전 6시 (051)601-6796 ●김재명(전북도 정무부지사)씨 모친상 15일 삼성서울병원, 발인 18일 오전 8시 (02)3410-6912 ●이정식(한국환경시험연구소 대표)철식(갤러리아백화점 타임월드점 과장)씨 부친상 15일 청주의료원, 발인 17일 오전 (043)279-2770 ●박철성(스포츠평론가)씨 부친상 차양숙(농구해설위원)씨 시부상 15일 분당차병원, 발인 17일 오전 9시 (031)780-6162
  • [시론] 영화인들 도덕적 해이가 위기 불렀다/유지나 동국대 교수·영화평론가

    지금 터져 나오는 한국영화 위기론은 예고된 것이다. 그 정도는 주로 자본의 측면, 특히 양적인 수치로 계산되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 한국영화 위기는 자본과 영화창작 주체, 관객이라는 삼박자가 서로 엇물리며 일어난 종합적 결과이다. 지난 10년간 일어난 수차례 위기론은 자본과 제작편수의 역학관계, 시장 점유율 등의 수치로 설명되곤 했다.1997년 환란 쇼크로 대기업이 일시에 발을 빼자 제작편수가 급감했다. 이후 창업투자회사 자본, 극장과 배급권을 가진 대기업 자본, 거대 통신자본까지 유입되면서 지난해에는 110편이 제작되는 양적 팽창을 보여줬다. 이 와중에 영화업이 코스닥에 상장되면서 자본이 넘쳐나자 ‘지금 영화를 못 만들면 바보’라는 말까지 충무로에 나돌았다. 그 속에는 영화업이 떴으니 이때 한 건을 해야 한다는 기대와 그 여파에 대한 두려움이 동시에 담겨있다. 그런 기대와 우려의 이중성이 그대로 담긴 2007년 1·4분기 성적표가 나왔다. 지난해 61.6%였던 시장점유율이 48.9%로 추락했다. 특히 3월 한 달만 보면 21.6%로 2004년 12월의 16.9%를 제외하곤 최악이다. 지난해 110편 중 90편이 적자를 냈다. 자본과 스타 매니지먼트의 유착이 영화창작의 주체인 ‘감독-기획·제작자’를 소외시키는 반영화적인 구조는 이미 문제로 지적돼 왔다. 그럼에도 자본의 논리에 공조 내지는 타협해버린 영화창작 주체들은 영화정신을 배신하면서 몸체만을 키우는 도덕적 해이를 보여왔다. 이를테면 진부한 로맨틱 코미디를 혁신한 ‘연애의 목적’은 170만명 관객 동원으로 한재림이란 신인감독을 주목하게 만들었다. 그의 두번째 영화 ‘우아한 세계’는 전작의 두배에 달하는 50억원 이상을 투자해 120만 관객을 동원했다. 천만시대니 뭐니 하지만, 실제로 인구 대비 백만 관객도 놀라운 수치다. 그런 점에서 한재림의 영화 두 편은 모두 성공이다. 스타없이, 대자본의 기대치없이 20억∼30억원대로 ‘우아한 세계’를 만들었다면 이 영화는 알찬 수익을 거두었을 것이다.‘부익부 빈익빈’ 제작풍토를 한탄하면서도 실제로는 그에 부응한 세력이 영화판도를 결정하는 도덕적 해이, 그 속에서 창작자의 자존심과 소신을 지킨 소수는 갈수록 창작의욕을 잃어가고 있다. 최근 개봉한 한국영화들을 보자. 썰렁 개그식 저열한 제목에, 스타를 앞세워 참을 수 없이 가벼운 이야기를 보여주는 영화들이 난무한다. 아무리 영화가 오락이어도 ‘자신의 저열함을 즐겨라.’라는 유혹에 넘어갈 관객층은 지속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이제 한국영화를 즐기고 지지해온 관객들은 무덤덤해져 가는 중이다. 신뢰의 상실이다. 관객의 위기이다. 게다가 드물게 나오는 품격을 갖춘 영화들,‘천년학’이나 ‘가족의 탄생’ 같은 작품들은 관객과 만날 기회조차 봉쇄당한다. 주가상승 차익에 대한 기대치를 버린 자본에게도, 제목이나 예고편만 봐도 식상함을 느끼는 관객에게도 한국영화는 이제 신뢰의 대상이 아니다. 그래서 주저앉고 말 것이냐 아니냐는 자본이나 정책 이전에 영화창작 주체의 각성, 제대로 된 영화만들기라는 상식의 회복정도에 달려 있다. 그런 점에서 이것은 위기가 아니라 그간의 비상식적 풍토가 몰고온 홍역이다. 창작주체들 즉 제작자, 감독,(스타보다)배우들이 영화창작 중심의 직업윤리 회복과 더불어 상식이 통하는 영화자본시장을 재구성하는 것이 이번 홍역을 성장통으로 만들어낼 것이다. 유지나 동국대 교수·영화평론가
  • 17회 방정환문학상 선정

    아동문학평론사(주간 이재철)가 주관하는 제17회 방정환문학상 특별부문 수상작에 최효섭씨의 동화집 ‘금순이와 백설공주’(현암사)가 14일 선정됐다. 동화부문에서는 이규희씨의 장편소설 ‘흙으로 만든 귀’(영교출판), 동시부문은 서향숙씨의 동시집 ‘연못에 놀러온 빗방울’(문원)이 각각 선정됐다.시상식은 26일 오후4시 종로구 동숭동 흥사단 본부에서 열린다.연합뉴스
  • 제주 해군기지 유치 “논란은 이제부터”

    제주 해군기지 유치 “논란은 이제부터”

    14일 제주도의 해군기지 유치 결정이 발표되자 국방부와 해군은 안도하면서도 긴장의 끈을 늦추지 않고 있다.5년 가까이 이어진 찬·반 갈등에서 지역사회가 입은 ‘내상’이 적지 않은 데다 주민투표가 아닌 여론조사로 유치결정을 내렸다는 점도 사업의 정당성에 족쇄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학계와 시민단체 등 일각에선 그동안 제기된 쟁점들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는 점을 들어 2003년 부안이나 지난해 평택에서처럼 유치 결정이 오히려 더 큰 사회적 갈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 쟁점1. ‘평화의 섬’에 웬 군사기지? 핵심 쟁점은 해군기지가 제주도의 ‘군사기지화’로 이어질 가능성. 군사평론가 김성전 예비역 중령은 “해군 전략기지가 들어설 경우 유사시 제주도는 잠재적 위협세력들의 1차적 공격목표가 된다.”면서 “자체방어를 위해서라도 대규모 지원시설이 들어설 수밖에 없다는 게 군사학적 상식”이라고 주장한다. 이같은 군사기지화는 ‘평화의 섬’이라는 제주도의 브랜드 전략과도 모순된다는 게 반대단체들의 지적이다. 이에 대해 해군은 유사시 기지는 지상군 2∼3개 중대만으로 방어가 가능하며, 함정들은 자체 대공·대함 시스템으로 반격할 수 있어 추가적 공군력이나 지원부대는 필요하지 않다는 입장. 하지만 공군력 지원 필요성에 대해서는 군 내부에서도 견해가 엇갈리는 데다 최근엔 전투기대대 배치 가능성을 담은 국방중기계획 실무자 초안이 공개되면서 의혹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 # 쟁점2. 중국 견제하는 미군의 전초기지? 핵잠수함과 핵항공모함 등을 보유한 미 태평양 7함대의 중간기착지로 활용될 수 있다는 점도 논란거리. 김장수 국방장관은 지난달 제주언론과의 회견에서 “제주기지는 미군기지로 사용될 수 없으며, 그럴 필요성도 없고, 오로지 우리나라 안보와 국익을 위한 기지”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한·미상호방위조약에 따라 제주기지를 미 함정도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은 해군도 인정하는 사실이다. 일부 시민단체들은 탄도미사일 요격이 가능한 7함대의 이지스함이 입항할 경우 제주기지는 중국을 겨냥한 해상 미사일방어(MD) 체제의 교두보로 이용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잠재적 위협세력과의 영해분쟁에 대비해서라도 제주기지가 필요하다는 국방부 의견에 대해서는 “중국을 자극하는 군사요인으로 분류돼 중국시장을 기반으로 성장하려는 제주 관광산업에도 해가 될 수 있다.”는 비판이 맞선다. # 쟁점3. 경제적 효과, 제주 몫일까? 국방부는 기지건설이 5400억원의 직접투자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추산한다. 함대급 부대의 1년 예산이 2570억원에 이른다는 점을 들어 그만큼의 소비증대 효과가 있을 것이란 사실도 강조한다. 문제는 대규모 시공능력을 갖춘 지역건설업체가 없어 경제적 과실은 대부분 외지 대기업들의 몫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기지운영 예산의 95%가 장병급여와 주·부식비, 유류비라는 점, 군인가족의 특성상 영외소비가 많지 않다는 점 등도 기지의 지역경제 기여도가 높지 않다는 목소리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이세영기자 sylee@seoul.co.kr
  • [하재봉의 영화읽기] 아포칼립토

    [하재봉의 영화읽기] 아포칼립토

    당신의 심장이 정말 뛰고 있는지 의심스럽다면 <아포칼립토>를 봐라. 심장 뛰는 소리가 탐탐북 소리보다 더 크게 들릴 것이다. 마야 문명이 태어난 원시림 속에서 벌어지는 거대한 생존의 혈투는, 생명력 넘치는 야성적 에너지로 가득 차 있다. 머리를 자르고 배를 가르고 심장을 꺼내는 일은 예사롭게 펼쳐진다. 그 끔찍한 잔혹함이, 폭력성과 선정성을 무기로 값싼 관심을 불러일으키려는 게 아니라는 것을 당신은 깨닫게 될 것이다. 잠시도 시선을 돌릴 수 없는 무서운 속도의 질주와 싱싱한 에너지가 화면에 가득 차 있는 멜 깁슨 감독의 <아포칼립토>. 호주에서 건너가 어느새 할리우드 최고의 배우에서 이제는 문제적 감독으로까지 성장한 멜 깁슨의 연출력이 도드라지게 드러난 작품이다. <아포칼립토>는 배우 출신 명감독 반열에 우뚝 올라선 멜 깁슨의 야심과, 날것 그대로의 에너지가 화면을 압도하는, 의심할 바 없는 올해의 수작 필름이다. 멜 깁슨 감독의 두 번째 연출작 <브레이브 하트>가 아카데미를 휩쓸 때까지만 해도 감독으로서의 멜 깁슨 앞은 탄탄대로인 것 같았다. 그러나 그는 세 번째 연출 작품으로 예수의 삶을 소재로 한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를 선택했다. 멜 깁슨 감독은 독실한 기독교 신자다. 그는 성서에 적힌 그대로 영화를 만들겠다고 선언했지만 문제는 유대인의 반발이었다. 미국 사회에서 유대인 집단이 갖고 있는 엄청난 힘은 할리우드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다.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는 제작 당시부터 처음 투자를 약속했던 투자자들이 유대인들의 압력을 받고 투자를 철회하면서 난관에 부딪쳤다. 시나리오를 검토한 사람들에 의해 이 작품이 유대인을 비하하고 있다는 소문이 돌았기 때문이다. 멜 깁슨은 주장한다. 예수를 골고다의 언덕에 오르게 한 사람들은 유대인들이다. 성서에 의하면, 빌라도 총독과 헤롯왕이 예수에게 사형 언도를 내리는 것을 서로 피하기 위해 회피하다가 결국 군중들에게 묻는다. 진짜 살인범으로 사형 언도를 받은 죄수 바라바와 예수 중에서 한 사람을 풀어줄 텐데 너희들은 누구를 풀어주기를 원하느냐고. 군중들은 차라리 흉악한 사형수 바라바를 풀어주라고 외친다. 결국 바라바는 풀려났고 예수는 골고다 언덕까지 십자가를 메고 올라가 최후를 맞았다. 그 군중들이 유대인이다. 이런 내용이 알려지면서 결국 멜 깁슨 감독은 자신의 사재를 털어 제작을 해야만 했다.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 이후 멜 깁슨에 대한 할리우드의 시선은 싸늘하다. 비록 그 영화가 엄청난 상업적 반향을 불러일으켰고 제작비의 상당 부분을 사재로 충당한 멜 깁슨에게 결과적으로 막대한 이익을 안겨 주었지만, 멜 깁슨에 대한 미국 영화계의 우호적 시선은 사라졌다. 멜 깁슨 감독이 만든 다음 작품 <아포칼립토>는 시선을 15세기 마야 문명이 꽃피고 있던 원시의 밀림으로 돌린다. <아포칼립토>를 지배하는 것은, 원시림 속에서 거의 발가벗은 채 살아가는 마야인들의 삶에 대한 호기심도 아니고, 날것 그대로 생생하게 재현되는 살인과 복수의 잔혹함도 아니다. 영화를 지배하는 가장 강력한 무기는, 속도다. 숲 속에서 거의 알몸으로 살아가는 마야의 전사들은 멈추지 않는다. 처음에는 맹수를 사냥하기 위해서 그리고 숲을 파멸시키고 부족의 부녀자를 살해하며 힘센 남자들은 노예로 끌고 가려는 홀캐인 부족의 추격을 피하기 위해서, 그 다음에는 복수를 위해서 달리고 또 달린다. 카메라는 그들의 격렬한 움직임을 어떤 때는 그들보다 먼저 달려가서 잡아내기도 한다. 멜 깁슨 감독은 마야 최후의 전사들에게 리얼리티를 부여하기 위해서 아직 대중들에게 알려지지 않은 신인들을 대상으로 오디션을 실시했다. 할리우드 경력이 거의 없는 배우들은 그러나 관객들에게는 실제로 마야 전사가 화면으로 등장한 것 같은 놀라운 충격을 주는 효과를 발휘한다. 원시의 숲 속에서 맹수를 사냥하며 자연과 함께 살고 있는 마야 부족의 리얼리티는 새 얼굴로 구성된 배우들과 그들을 효과적으로 활용한 감독의 용별술에 의해 싱싱한 에너지를 창출하고 있다. 부족장인 부싯돌 하늘과 그의 아들 표범발(루디 영블러드 분)을 중심으로 원시림 속에서 맹수들을 사냥하며 살아가는 마야 부족. 그러나 잔인한 홀캐인 부족이 마을을 습격한다. 쇠로 만든 날카로운 단검과 돌도끼와 돌몽둥이 등 선진무기로 무장한 홀캐인의 침략 앞에 마야 부족의 전사들은 속수무책으로 쓰러진다. 영화의 전반부를 장식하고 있는 홀캐인족의 마을 습격 장면은 놀라운 핏빛 에너지로 가득 차 있다. 문명인들처럼 여러 가지 이유로 계산된 행동을 하는 것이 아니라 오직 생존을 위해서 본능적으로 움직이는 그들에게서는 화면에 묘사된 잔혹함 그 자체보다 더 큰 에너지를 발생시킨다. 그러나 정말 우리들의 아드레날린을 솟구치게 하는 장면은 그 뒤로 이어지는 추격신이다. 생포된 남편의 눈앞에서 강간을 당하고 잔혹하게 죽어가는 여인, 아들의 눈앞에서 처참하게 살해되는 아버지. 홀캐인에게 생포된 남자들과 여자들은 숲 속에 건설 중인 거대한 사원 앞으로 끌려간다. 여자들은 인신매매 되어 노예로 팔려가고 남자들은 노동력을 착취당하며 노예로 이용된다. 허리에 화살을 맞았지만 탈출의 기회를 잡은 표범발은 필사의 힘을 다해 숲 속으로 도망친다. 그를 뒤쫓는 홀캐인 부족장들과 무리들. 생존을 위해서 쫓고 쫓기는 추격신은 그 어느 영화에서보다도 생생하게 만들어져 있다. 멜 깁슨 감독은 능숙한 조련사의 솜씨로 소재를 완벽하게 장악하고, 긴장의 지속과 이완의 짧은 순간으로 전체 내러티브의 완급을 조절하는 탁월한 감각을 보여! 준다. 영화의 백미인 표범발의 탈출신은 그를 쫓는 홀캐인 부족의 파괴력 있는 추격으로 더욱 빛난다. 머리 속까지 잠기는 늪, 나무 위로 도망쳤지만 거기에서 마주치는 표범, 그리고 독사의 공격까지 피하며 표범발은, 수직으로 만들어진 마른 우물 속에 숨겨 놓은 만삭의 아내와 어린 아들을 위해서 죽을 힘을 다해 달린다. 그러나 홀캐인의 추격자들 또한 용맹스럽고 막강한 힘을 가지고 있다. 멕시코의 열대우림 정글 지역인 라정글라에서 파나비전의 고감도 디지털 지네시스 시스템으로 촬영된 필름은 매우 빠른 속도로 움직이는 전사들의 미세한 동작까지 포착하고 있다. 또 국부만 겨우 가린 원시전사들이지만 각각 개성적인 헤어스타일과 이마까지 덮는 화려한 문신, 코와 입 등 얼굴 부위에 부착하는 장신구, 목과 허리 등에 걸치는 소품들이 어우러지면서 실제 마야 전사들을 보는 것같은 놀라움을 전해주는 <아포칼립토> 미술팀은 영화에 생동감을 불어넣는 데 커다란 기여를 하고 있다. 부족의 전사들이 끌려간 마야 제국. 제사장은 살아 있는 노예들을 신에게 바치면서 돌칼로 가슴을 자르고 뜨거운 심장을 한 손에 움켜쥐며 꺼낸다. 그리고 제물의 머리를 자르고 몸통을 계단 아래로 굴러뜨린다. <아포칼립토>의 이런 잔혹한 영상은 선정성으로 관객들을 유혹하는가 아니면 주제의 드러냄에 효과적으로 기여하는가 우리가 갈등할 필요는 없다. 야만과 폭력으로 얼룩진 역사는 외투만 다르게 걸친 채 현대까지 이어지고 있고 멜 깁슨 감독은 고대 마야를 배경으로 싱싱한 에너지가 넘치는 폭력적 세계의 모습을 창조해 냈다. 그가 타협하는 유일한 것은, 가족의 가치를 가장 높은 곳에 위치시키는 할리우드 전통을 따라가고 있다는 것이다. 오직 가족의 안전을 위해 자신의 숲으로 돌아가려는 표범발의 질주에 영화의 모든 것이 달려 있는 이유다. 글 하재봉 시인, 영화평론가, 동서대 교수     월간 <삶과꿈> 2007.03 구독문의:02-319-3791
  • [일요영화]

    ●택시-더 맥시멈(채널CGV 오후 9시50분) 1998년 프랑스의 뤼크 베송 감독에 의해 탄생한 ‘택시’. 프랑스 최고의 히트 시리즈로 입지를 굳힌 이 영화는 미국 20세기폭스사에 의해 할리우드 영화로 재탄생됐다.‘택시’시리즈는 영웅이 없는 이 시대, 택시운전사 같은 소시민들이야말로 진정한 영웅이라는 메시지를 코미디 형식으로 풀어낸 작품이다.2004년 미국 개봉 당시 평론가들의 반응은 냉담했지만 그래도 첫주 박스오피스 4위를 차지하는 등 만만찮은 흥행을 보였다. 뉴욕에서 여성 택시기사로 일하는 벨 윌리엄스(퀸 라티파)는 스피드광이다. 레이싱 카처럼 개조된 택시로 뉴욕 거리를 질주하며 뉴욕에서 가장 빠른 택시기사로 명성을 날린다. 그의 꿈은 레이싱 카 챔피언이 되는 것. 꿈을 이루기 위해 차근차근 준비한다. 어느날 그는 우연히 운전에 소질이 없는 형사 앤디 와시번(지미 팔론)을 태우게 되면서 인생이 꼬이기 시작한다. 번번이 범인을 놓쳐 순찰조로 강등된 와시번은 순찰조 첫날부터 은행을 턴 여성 강도단을 만나 벨의 택시를 타고 쫓게 된 것. 벨의 택시는 뉴욕 시내를 난장판으로 만드는 등 한바탕 소동을 벌이지만 범인을 놓치고 만다. 결국 이 일로 벨은 애인과 헤어지고 집에서도 쫓겨난다. 와시번은 거리를 난장판으로 만든 책임을 지고 정직처분까지 당한다. 졸지에 서로 앙숙이 된 벨과 와시번. 하지만 이 둘은 우연찮게 은행털이 강도단의 정체와 계획을 알게 되면서 공조에 나선다. 뉴욕 최고의 드라이버를 자처하는 벨을 요리조리 따돌리며 도망치는 미녀 강도단. 벨에게 비웃음을 날리며 달아나는 여강도 리더(지젤 번천)의 얼굴을 본 순간, 벨은 승부욕이 불끈 솟아오르며 추격을 시작한다. 최악의 운전 실력에도 불구하고 최고의 경찰을 꿈꾸는 와시번 또한 강도단을 잡기 위해 본격적인 스피드 게임을 벌인다. 류지영기자 superryu@seoul.co.kr
  • [강유정의 영화 in] 스파이더맨3

    영화가 시작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스파이더맨의 친구 해리는 그를 공격하기 시작한다. 보드처럼 생긴 기구 위에 서서 그는 맹렬한 속도로 스파이더맨을 추격한다. 몸에 돋아나는 칼날로 스파이더맨의 거미줄을 자르고, 이에 스파이더맨은 눈부신 속도로 거미줄을 발사해 건물을 오간다. 순간,100층이 넘는 뉴욕의 고층건물이 갑작스럽게 짜릿한 놀이공원으로 전도된다. 약 5분여간 계속되는 추격신은 이제껏 우리가 추격신이라고 불러왔던 지평을 단숨에 능가해 버린다. 자동차도, 오토바이도, 대규모 엑스트라도 등장하지 않지만 단 두사람 만으로 온몸은 바짝 긴장된다. 유례없는 속도로 꽉 찬 이 장면은 마치 비행기를 타고 있는 듯한 현기증까지 제공한다. 영화관이 아닌 롤러코스터 좌석에 앉아있는 것과 다를 바 없는 것이다. 어떤 네티즌은 스파이더맨에 대해 “하늘을 직접 나는 듯한 즐거움을 준다.”라고 썼다. 동의한다. ‘스파이더맨3’은 어떤 이야기를 해주느냐가 아니라 하늘을 나는 듯한 느낌을 얼마나 실감나게 해주었느냐로 기억될 영화이다. 과거 스파이더맨 시리즈가 이야기에 중점을 둔 것과 달리 이 작품은 얼마나 날렵하게 잘 날아다니느냐를 보여주는 데 주력한다. 이는 ‘스파이더맨’을 보는 이유가 영화의 기승전결을 비롯한 이야기 때문이 아니라는 사실과도 통한다. 관객들은 새로운 시리즈에 어떠한 신기한 캐릭터가 나오고, 얼마나 놀라운 눈속임을 보여줄지 기대한다. 사람들은 이미 스크린의 눈속임에 즐겁게 응할 준비가 되어 있는 것이다. 시뮬레이션 게임을 즐기듯 관객들은 비용을 지출해 스릴을 구매한다. 영화의 줄거리는 간단하다. 아버지의 죽음에 복수심을 갖게된 친구 해리가 스파이더맨을 노리고, 딸의 수술비를 위해 탈옥수는 샌드맨으로 변한다. 이 사이에 애인과의 갈등이 끼어들고 사진기자로 성공하기 위해 현실 속 인물 파커와 대립하는 프리랜서 기자가 등장한다. 한마디로 스파이더맨은 이야기로 보는 영화가 아니라 비쥬얼적 스릴을 충족하는 영화이다. 그런 점에서 ‘스파이더맨3’은 ‘반지의 제왕’ ‘매트릭스’가 선사했던 눈속임의 수위를 한층 끌어올린 작품으로 기억될 것이다. 이제는 눈보다 스크린이 더 빠르다. 눈의 감지속도에 맞춰 영화적 기술이 발달해 왔다면, 이제 거꾸로 스크린 위에 비춰진 비쥬얼에 맞춰 눈의 감각을 재조율해야 할 것이다. 바야흐로 패러다임의 전환인 셈이다. 영화평론가
  • ‘괴물’ 中증시

    ‘괴물’ 中증시

    |베이징 이지운특파원|‘중국 증시는 공산당이 만든 카지노다.’ 이제 전문가들은 무한 폭발중인 중국 증시를 경제 외적인 시각으로도 바라보기 시작했다.3초 남짓한 시간마다 1개의 계좌가 신설되고, 그 결과 두달 남짓만에 1000 포인트가 상승하는 이 현상을 경제적 현상만으로 설명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한 전문가는 11일 ‘공산당’ 요소를 짚었다.“객장 안에는 당이 절대로 주가를 떨어뜨리지 않을 것이라는 맹목적인 믿음이 깔려 있다.”고 했다.‘개미’에게는 객장을 지배하는 것이 경제가 아닌 정치로 각인돼 있다는 얘기다. 지난 2월 ‘증시에 거품이 있다.’는 청쓰웨이 전인대 부위원장의 한마디에 주가가 폭락했던 것도, 정치와의 상관관계가 높은 중국 증시의 특성을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공산당이 주가하락 용인 않는다” 정치적 분석도 경제평론가 천쉬민도 “투자자들은 올가을 중국 공산당 17차 당대회에 2008년 올림픽,2009년 신중국 건국 60주년 등을 앞두고 당이 주가 폭락에 따른 사회혼란을 용인하지 않을 것으로 믿는다.”고 분석했다. 그 어느 누구도 ‘카지노’를 뜨려하지 않는 이유중 하나다.‘합법의 공간’ 곳곳에서 터지는 ‘잭팟’ 소리로 속속 몰려들 뿐이다. 물론 중국 증시의 폭발에는 경제적 인과관계도 충분하다. 우선 넘쳐나는 돈이 있다. 지난 4월 상하이A주 시장으로 유입된 자금은 2500억위안(30조원).A주 시장의 예탁금은 9800억위안으로 뛰었다. 상하이종합지수가 4000을 돌파한 9일 중국 상하이와 선전 증시의 거래대금은 490억달러(45조 5700억원)였다.6개월 전보다 10배 가까이 늘었다. 이는 중국보다 경제규모가 훨씬 큰 일본 증시가 같은 날 기록한 269억달러의 2배에 가깝다. 일본을 제외한 한국·호주·싱가포르 등 다른 아시아권 증시의 거래대금 총합인 165억달러의 3배 규모다.8일 기록된 런던의 294억달러보다도 훨씬 많다. 상장 기업들의 실적들도 증시를 뒷받침해준다. 올 1·4분기 중국 1364개 상장 기업의 주당 순이익은 78.8% 늘어났다. 전체 상장사의 85%가 이익을 냈고, 전체 이익 규모는 95%나 불었다. 주가지수가 4000을 넘은 현 시점에서 투자자들의 최대 관심은 상승세가 어디까지 이어질까이다. 홍콩 문회보(文匯報)는 “중국 증시의 시가총액이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현재도 77% 수준으로 선진국의 160%에 비하면 아직 낮다.”고 진단했다. 중국 증시 계좌가 1억개 돌파를 목전에 두고 있으나 “상당수가 휴면계좌이므로 아직 전 국민 주식 투기열풍이라고 하기에는 부족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상하이A증시의 시가총액 5조위안은 16조위안의 저축총액과 비교해서는 아직 작은 숫자라는 것이다. ●시골 농민들도 고리 대출 받아 객장으로 그러나 한편에서는 상하이 증시 상장사의 평균 주가수익비율(PER)이 지난해말 현재 53.2배나 되는 점에 주목한다.12배 수준인 한국 증시보다 5배 가까이 비싸다. 중국 주식이 결코 ‘싸지 않다.’는 걸 보여준다. 많은 이들이 올 연말 주가지수 6000을 내다보면서도 ‘혹시나’ 하고 마음 졸이는 이유다. 거품에 대한 우려 못지않게 상장회사의 실적 부풀리기, 주가조작 등은 일반 투자자들에게 예기치 못한 함정이 되고 있다. 그러나 국민들의 눈은 주차장 청소부 출신 ‘주식 귀신’ 뤄(羅) 할머니의 사연에 쏠렸다. 지난 3월 수년간 모았던 2만위안(240만원)을 단타 매매로 4만위안으로 불린 그녀는,‘손실에 대한 걱정은 없었느냐.’는 질문에 “지금같은 장세에 손실을 보는 사람도 있느냐?”고 반문하며 놀랐다고 한다. 그녀의 성공 스토리로 더 많은 시골 농민들조차 고리 대출을 받아 주식시장에 뛰어들게 될 것이다. jj@seoul.co.kr
  • [박성서의 7080 가요X파일] ‘아빠의 청춘’ 부른 오기택(1)

    1960년대 후반 ‘아빠의 청춘’ ‘고향무정’ 등으로 정상을 질주하던 오기택씨의 노래들은 일순간 방송에서 모조리 자취를 감춘다. 서울 워커힐의 한 외국인 전용클럽에서 오락을 하고 있는 그의 모습이 한 방송국 PD에게 목격된 것. 이 소식이 전파를 통해 보도되자 오씨는 전속으로 있던 신세기레코드사 강윤수 사장에게 심한 질책을 받기에 이르렀고, 이에 발끈한 그는 PD를 찾아가 거칠게 항의하면서 ‘괘씸죄’까지 적용됐다. 그의 노래들은 방송가에서 외면을 당하고 취입한 노래들마다 불발탄이었다. 이에 국내에서의 연예활동에 한계를 느낀 그는 일본을 오가며 도쿄, 오사카 등지에서 6년간 밤무대 가수로 활동했다. 이후 한국연예협회 가수분과위원장 직을 맡는 등 적극적인 활동을 해보지만 결국 무대에 설 의욕을 잃고 골프로 제2의 인생을 시작한다. 현재 그의 아파트에는 트로피와 메달이 벽과 진열장에 가득할 만큼 정상급의 골프 실력을 자랑한다.1981년부터 골프를 시작한 그는 전국체육대회에 전남 대표로 출전해 단체 금메달과 개인 1위를 하는 등 각종 아마추어대회의 상을 휩쓸었다.1990년엔 싱가포르 로렉스 오픈대회 1위,1994년엔 필리핀 소니컵 오픈대회에서 2위를 하는 등 두각을 나타냈다. 만능 스포츠맨인 그는 낚시 때문에 인생이 또 한번 바뀐다. 그는 낚시광이자 꾼이었다.1996년 12월31일, 새해맞이를 겸해 추자도의 무인도 ‘염섬’을 찾았다. 그런데 폭풍주의보로 완전히 고립되고 말았다. 이 폭풍 속에서 갑자기 빈혈증세로 쓰러져 왼쪽 팔과 다리에 마비현상을 겪는다. 하필 그가 넘어진 곳은 바다 쪽으로 급경사진 곳. 몸을 움직일 때마다 자꾸 바다로 미끄러지자 눈보라 속에서 말을 듣지 않는 몸으로 겨우 한쪽 팔로 소나무 가지를 잡고 한쪽 다리로 소나무에 걸쳐 버티면서 구조를 기다렸다. 그러기를 꼬박 24시간. 배가 고프면 소나무 잎을 씹고 쏟아지는 졸음을 쫓기 위해 쉴 새 없이 노래를 불렀다. 해병대 출신답게 강인한 체력과 정신력, 그리고 정신을 잃으면 곧바로 죽는다는 생각만이 전부여서 그는 주위에 아는 사람 모두의 이름을 목놓아 부르기도 하고, 목청껏 노래를 부르며 버텼다. 다음날 낚시꾼 배에 의해 구조되어 생명을 건졌지만, 이 사고로 그는 반신불구가 된다. 지난 10여년 동안 각종 재활훈련을 통해 차츰 회복되고 있는 그에게 최근 반가운 소식이 하나 날아들었다. 그의 이름을 딴 ‘오기택 가요제’가 올 10월 그의 고향인 해남에서 열리는 것. 당연히 그 자리에 참석, 노래도 불러야 될 듯하다. 자신의 명예가 걸린 이 ‘가요제’ 무대에 오르기 위해 그가 어느 정도까지 재활치료에 성공할지 기대된다. 대중음악평론가 sachilo@empal.com
  • [어린이책꽂이]

    ●생생한 역사화에 뭐가 담겨 있을까(이주헌 지음, 다섯수레 펴냄) 역사화가 본격적으로 그려지기 시작한 것은 르네상스 때부터. 이 시대는 고대 그리스·로마의 문화와 예술 전통이 부활한 시기다. 역사화는 타임머신을 타고 그 당시로 돌아간 듯, 역사의 흐름을 박진감 넘치는 이미지로 체험하게 만든다.19세기 러시아 화가 일리야 레핀이 17세기 러시아 황실의 권력투쟁을 소재로 그린 ‘소피아 알렉세예브나 황녀’를 보면 그런 박진감을 느낄 수 있다. 화가 렘브란트는 ‘눈먼 삼손’을 통해 유혹을 이기는 사람이 진정한 영웅임을 그대로 보여 준다.1만 2000원.●건축물에 얽힌 12가지 살아 있는 이야기(김선희 지음, 어린이작가정신 펴냄)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건물로 손꼽히는 부석사 무량수전 뒤편에는 커다란 바위가 있다. 부석이라 불리는 이 바위는 부석사를 지키는 용이 바위로 변한 것이고, 그 용은 부석사를 창건한 의상대사를 흠모한 어느 여인의 환생이라는 전설이 전해져 내려 온다. 석굴암과 관련해서는 세 조각으로 깨어진 천장돌을 선녀가 붙여 놓고 갔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신라인들은 일부러 바닥 아래로 차가운 샘물이 흐르게 해 석굴 안의 습도를 유지하도록 했다. 전통 건축물 속에 살아 숨쉬는 역사를 다룬 책.9500원.●조선의 글씨를 천하에 세운 김정희(조정육 지음, 아이세움 펴냄) 추사 김정희는 서재에서 공부에 정진하는 한편 시간만 되면 명승지를 찾아 다녔다.‘만권의 책을 읽고 만리 길을 여행해야 한다.’는 ‘만권독서 만리행(萬卷讀書 萬里行)’을 몸소 실천한 것이다. 이 책은 그림을 그리듯 글을 쓰고, 글을 쓰듯 그림을 그림 선비 김정희의 삶과 예술을 다룬다. 미술평론가인 저자는 추사의 ‘세한도’에서 뒤틀리고 말라 비틀어진 늙은 소나무가 김정희를 상징한다면, 싱싱한 소나무는 한결 같은 마음으로 김정희를 돌봐준 이상적을 상징한다고 말한다.9500원.●화가들의 천국 물랭 루즈2(그라디미르 스무자 지음, 이주영 옮김, 아트북스 펴냄) 프랑스 남부 귀족가문에서 태어난 툴루즈 로트레크는 어린 시절 불의의 사고로 두 다리의 성장이 멈춰버리는 바람에, 상체는 성인의 몸이지만 어린 아이의 다리를 가진 기형적인 외모를 갖게 됐다. 성인이 된 후에도 그의 키는 152㎝에 불과했다. 이 책은 난쟁이 화가 로트레크와 19세기 파리 풍경을 생생하게 전해주는 예술만화. 파리의 홍등가 몽마르트에서 흥청망청 밤생활을 즐기던 로트레크는 어느날 아름답고 신비한 여인 미미를 만나 사랑에 빠진다.1만 5000원.
  • [정윤수의 오버헤드킥] 호날두의 플레이에 박수를…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짜릿한 드라마가 막을 내리고 있다. 박지성 때문에 국내 팬들에게는 거의 ‘홈팀’이 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와 첼시의 용호상박은 리그 우승을 차지한 맨유 쪽으로 추가 기울고 있다. 물론 두 팀 모두 유럽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이 열리는 그리스 아테네로 가는 티켓은 확보하지 못했지만 대혈투가 마무리된 것은 아니다. 두 팀 모두 19일 FA컵 결승전을 통해 시즌 2관왕을 노리고 있다. 맨유와 첼시가 막판까지 펼치는 아름다운 혈투는 좀처럼 잊혀지지 않는 위대한 스타들이 그라운드 곳곳에 포진하고 있어 더욱 흥미롭다. 축구 인생의 모든 것을 바친 맨유 영광의 살아 있는 역사 라이언 긱스, 악동 이미지를 벗고 어디서나 골을 향해 슛을 날리는 웨인 루니, 골문은 물론 축구의 경건함마저 지키고 있는 골키퍼 반 데 사르 등이 맨유의 상징이다. 그런가 하면 잉글랜드 축구의 캡틴으로 떠오른 존 테리, 미드필드의 모든 것에 더하여 매혹적인 남성미까지 갖춘 프랭크 램퍼드 등이 첼시를 지키고 있다. 그리고 또 누구를 기억해야 하는가. 다름 아닌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있다.22세의 이 미소년에 대해 국내팬은 물론이고 잉글랜드의 전문가들도 그를 각별히 주목했다.호날두는 독일 월드컵에서 극심한 야유의 대상이 됐다.8강전 때 잉글랜드의 루니가 심한 반칙을 범했는데 호날두가 그 순간 비신사적인 윙크를 했다는 이유다. 프랑스와 맞붙은 4강전에서 호날두는 공을 잡을 때마다 수많은 관중으로부터 야유 소리를 들었다. 그러나 잘못을 범한 것은 상대방의 사타구니를 밟은 루니에게 있었다. 호날두가 놀라웠던 것은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침착하면서도 대범한 태도로 그 모든 야유를 이겨냈다는 것이다. 그리고 지금은 세계 팬을 휘어잡는 최고의 프리미어리거로 성장했다.그는 그라운드의 규칙과 상식을 깨는 놀라운 상상력의 소유자다. 예측 불허의 드리블과 급격한 코너링을 선보이는 호날두는 무엇보다 그 놀라운 테크닉을 오로지 골문을 지향하며 펼쳐 낸다는 것이다. 겉멋이 든 쇼맨십이 아니라 진정으로 골문을 지향하는 밀도 높은 집중력의 경지를 호날두는 보여 준다. 세계 최고의 선수와 클럽이 좌충우돌하는 현대 유럽 축구, 그중에서도 탁월한 이미지의 팀과 선수가 맞붙는 프리미어리그. 맨유와 첼시를 중심으로 하는 열정의 드라마가 끝나 가는 그 한복판에 바로 호날두가 있다. 이른바 ‘공격 축구’가 육박전처럼 변질되는 상황에서도 호날두는 축구의 핵심이 상상력임을 증명해 왔다. 시즌 막바지 경기와 FA컵 결승에서 호날두의 아름다운 상상력이 더욱 빛나길 바란다.축구평론가 prague@naver.com
  • ‘낚시 동영상’ 유튜브서 세계네티즌 ‘우롱’

    ‘낚시 동영상’ 유튜브서 세계네티즌 ‘우롱’

    유명 UCC사이트 유튜브에서 동영상 조회수를 조작하여 인기동영상으로 만드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 논란이 되고 있다. 미국의 유력 일간지 LA타임즈는 최근 “동영상 인기 순위를 조작하는 등의 교묘한 수법이 미국을 떠들썩하게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동영상 조회수 조작이 문제시 되는 것은 실제 인기와는 상관없이 CF등 마케팅적인 목적으로 악용하거나 아무 내용도 없는 동영상에 네티즌이 쉽게 우롱 당할 수 있기 때문. 최근 유튜브에서 이 같은 논란을 불러일으킨 동영상은 지난 3월에 게시돼 첫날에만 17만건의 조회 수를 기록한 ‘녹차 아가씨’(Green Tea Gurlie)시리즈 물. 평범하게 생긴 한 여성이 카메라 앞에서 단순히 춤추는 모습만을 담고 있어 뚜렷한 인기요인을 알 수 없다. 신문은 “이 동영상의 제작자는 컴퓨터에 능통한 대학생으로 인위적으로 조회수를 늘리는 프로그램을 이용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어 “방대한 양의 동영상이 실리는 유튜브는 이 같은 사례를 방지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추지 못했다.”며 “한번 인기 동영상으로 뽑힌 이상 호기심에 열어보는 네티즌은 ‘낚이기 일쑤’”라고 지적했다. 인터넷 평론가 톰 포렘스키(Tom Foremski)씨는 이 같은 현상에 대해 “동영상 ‘위조품’을 가려내는 해결책을 하루 빨리 찾아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나우뉴스 주미옥 기자 toyobi@seoul.co.kr@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이헌구 비평문학상’에 신수정씨

    제19회 ‘소천 이헌구 비평문학상’에 계간 ‘문학동네’ 편집위원인 평론가 신수정씨가 7일 선정됐다. 수상작은 소설가 김영하씨의 ‘빛의 제국’을 분석한 ‘하루 동안의 고독’. 시상식은 18일 오후 5시 이화여대 삼성교육문화관 8층 강당에서 열린다. 상금은 300만원.
  • 문인들이 꼽는 소중한 책은 어떤 걸까

    “소장하고 있는 수백, 수천권의 책 가운데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책을 단 한 권만 꼽으시오.” 아직 세상을 분간하기 힘든 어린 시절,“엄마하고 아빠 가운데 누가 제일 좋아?”라는 질문만큼이나 대답하기 난감한 질문이다. 하물며 책 속에 파묻혀 지내는 문인들에게야. 하지만 그런 질문을 받은 77명의 문인들이 ‘내게 가장 소중한 책’을 각자 한 권씩 골랐다. 사단법인 ‘자연을 사랑하는 문학의 집·서울’(이사장 김후란)이 서울 예장동 ‘문학의 집·서울’에서 열고 있는 ‘내게 가장 소중한 한 권의 책’ 전시회에서 문인들의 손길이 깃든 애장 도서와 그 책에 얽힌 사연들을 만날 수 있다. 시인 황금찬씨는 1955년 출간된 박목월의 시집 ‘산도화(山桃花)’를 꼽았다. 목월의 발문 요청에 “신인인 내가 어떻게 선생님의 시집에 발문을 쓸 수 있느냐.”며 사양하다 결국 그 시집에 발문을 쓴 황 시인은 “첫 번째 손에 들린 시집은 내가 보관하고 두 번째 들린 시집은 황형에게 드린다.”며 목월이 전해준 시집을 지금껏 목월의 말과 함께 소중하게 간직해 왔다. 문학평론가 김영기씨는 80년 된 한용운의 시집 ‘님의 침묵’(1926년 발간)을 내놓았다.P씨에게서 1958년 빌려 읽었던 시집은 “이 책의 주인이 될 사람은 아무래도 김형인 것 같다.”며 2004년 P씨에게서 선물받은 감동을 잊지 못한다. 시인 김후란씨와 소설가 구인환씨는 각각 1949년 발간된 박두진의 ‘해’와 김동석 평론집 ‘뿌르조아의 인간상’을 전시회에 내놓았다. 전시회는 6월30일까지 계속된다.(02)778-1026.박홍환기자 stinger@seoul.co.kr
  • 탄생 100주년 문인 기념문학제…좌파~친일작가 ‘1세기 문학’ 다시보기

    조선 왕조가 마지막 가쁜 숨을 몰아쉬던 1907년, 이 땅에서는 일제 침략을 막기 위해 대구에서 시작해 전국적으로 대대적인 국채보상운동이 전개되고, 오산학교 등 신식학교들이 잇따라 설립되는 등 애국적 정서와 계몽주의적 열정이 분출하고 있었다. 문학은 비로소 ‘근대’라는 이름으로 얼굴을 내밀기 시작했던 무렵이다. 그것이 바로 한 세기 전 이 땅의 모습이었다. 그런 환경을 어머니의 자궁 속에서 체감했던 문인들의 삶과 작품세계를 조명하는 뜻깊은 자리가 마련된다. 대산문화재단(이사장 신창재)과 민족문학작가회의(이사장 정희성)가 공동 주최하는 제7회 ‘탄생 100주년 문학인 기념문학제’. 오는 11일 서울 프레스센터 기자회견장에서 열리는 이번 문학제는 ‘분화의 심화, 어둠 속의 풍경들’이라는 주제를 다루는 학술 심포지엄과 ‘문학의 밤’ 등 다양한 기념행사들로 꾸며진다. 대상 작가는 ‘메밀꽃 필 무렵’의 이효석, 목가적 서정시인 신석정, 불교사상을 서정시로 승화한 김달진을 비롯, 평론가 김문집·김재철·신남철, 시인 김소운·박세영, 아동문학가 송완순·신고송·윤복진, 소설가 함대훈 등 12명. 심포지엄 주제에서 알 수 있듯 이들은 삶의 출발점이 어둠 그 자체였다. 태어나면서부터 망국의 위기를 직감했던 작가들은 성장기를 보내면서 다양한 분화를 거쳐 문학적 완성을 꿈꿨다. 사상적으로는 좌파와 우파, 본질적으로는 친일과 항일 등으로 나뉜 이들의 문학 역정은 이데올로기의 시대 이래 지금까지 ‘한쪽 편들기’로만 평가돼 왔다. 김문집, 박세영 등 이름조차 생경한 작가들의 존재는 애써 외면했다. 그런 점에서 이들을 포함한 좌파와 친일작가까지 아우른 이번 문학제는 의미하는 바가 적지 않다. 염무웅 영남대 명예교수는 심포지엄 총론 ‘가면으로서의 자연, 그리고 난파의 흔적들’에서 “1907년생 문인들의 인생역정 자체는 삶의 출발점 자체가 시대의 격랑을 피할 수 없었다는 운명의 예고처럼 보인다.”면서 “격랑의 시대에 그들이 자기의 문학세계를 찾아가는 도정은 당연히 서로 똑같은 것일 수 없었다.”고 분화의 배경을 설명한다. 실제 박세영 송완순 등의 현실 투쟁적 문학, 이효석 김달진 신석정 등의 향토적이며 자연친화적 문학, 그리고 김문집의 친일문학 등은 우리 문학이 암울한 시대 속에서도 여전히 역동적으로 분화해 가고 있었음을 시사한다. 염 교수는 김달진과 신석정의 자연친화적 작품에 대해 “당대 현실의 절박한 문제로부터 멀리 떨어져 선적(禪的) 공간에 머물러 있었던 것 같지만 실은 긴장을 감추는 오래된 가면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북한 국가의 작사자로 알려진 월북 시인 박세영에 대해서는 “솔직히 진실한 감동을 주고, 문학적 생기를 느끼게 하는 단 한 편의 시도 만나지 못했다.”면서도 “하지만 일부 작품들에서는 식민지 현실의 중압을 돌파하려는 건강한 의지와 진실한 자기반성 및 거기에 상응하는 정돈된 언어를 발견했다.”고 말했다. 심포지엄에 이어 같은 날 오후 7시부터는 서울 혜화동 올림픽기념국민생활관에서 유가족과 제자들이 참가하는 ‘문학의 밤’ 행사도 진행된다. 시사랑문화인협의회와 공동으로 추진하는 김달진 심포지엄(6월5일, 고려대 백주년기념관 국제회의실)과 전북 전주 석정문학회와 함께 추진하는 신석정 문학심포지엄(9월1일, 전주 리베라호텔) 등의 행사도 이번 기념문학제와 연계해 추진된다. 박홍환기자 stinger@seoul.co.kr
  • [강유정의 영화 in] 지아장커 감독 ‘스틸 라이프’

    인민폐 10위안 안에 그려진 풍경을 카메라는 잠시 보여준다. 지폐 속에는 아름다운 싼샤(三峽)가 그려져 있다.2000년이 넘게 중국의 물길이 되었던 도시, 하지만 그곳은 2년이 채 안돼 물 속에 가라앉고 만다. 그곳이 싼샤댐이 되었기 때문이다. 영화는 아내를 찾아 먼 길을 온 남자 한샨밍과 남편을 찾아 온 여자 쎈 홍의 이야기로 진행된다. 딸을 데리고 자신을 떠나버린 아내를 찾아 그녀의 고향에 온 한샨밍. 그녀가 남긴 단 한장의 주소를 들고왔지만 주소지는 오간 데 없다. 아내의 집은 물 속에 가라앉은 지 오래다. 남편을 찾아 싼샤에 온 쎈 홍은 2년간 소식이 끊겼던 남편이 돈 많은 기업가와 사귄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를 기다렸던 2년여의 시간과 결혼생활은 싼샤댐 위에서 산산조각 난다. 영화 속의 현실은 모든 것이 너무 쉽게, 그리고 빨리 변하는 중국의 현재를 보여준다.2000년의 역사도, 아내의 고향도, 결혼생활도 2년의 시간 앞에서 무참히 무너지고 만다. 지아장커의 영화 ‘스틸 라이프’는 매몰돼 가는 삶에 대한 아름답고 아픈 별사라 할 수 있다. 이 아픔은 지아장커의 차분하고 냉정한 시선으로 인해 배가 된다. 윤리적이거나 정치적 관점에서 격분할 수 있을 조국의 사태를 그는 냉정하고 차분하게 조형해 낸다. 영화의 초반 몇 장면들은 이런 점을 충분히 납득하게 한다. 아내를 찾기 위해 배를 탄 한샨밍은 유로화를 달러로, 달러를 인민폐로 바꾸는 야바위꾼들을 만나 돈을 뺏긴다. 배에서 내리자 원하는 곳에 태워다 주겠다며 3위안을 요구하는 건달들이 기다린다. 건달은 가라앉은 주소지로 그를 데려가고 또다시 관공서로 데려다주겠다며 돈을 요구한다. 지구상에서 가장 늦게 자본주의와 조우하게 된 중국의 형편은 이 한 장면 속에 압축되어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소한 일 모두에 사람들은 대가를 요구한다. 보존보다 개발이, 인정보다 돈이 더 먼저 요구되는 영화속 현실은 오래 전 앓았던 근대화라는 열병을 되돌아보게 한다. 소년은 지폐에 불을 붙여 담뱃불을 붙이는 주윤발을 동경하고 남자들은 좋은 차를 얻게해 줄 여자와의 만남을 바란다. 국가의 숙원사업이었던 싼샤댐 건설은 그곳에서 평생을 살아온 사람들을 유랑민으로 만든다. 10위안속 풍경화로 전락한 싼샤는 모든 삶이 지폐 속에 잠식된 중국의 현재를 보여준다. 카메라에 담긴 관광엽서 같은 아름다운 풍경 속에 피와 살을 지닌 사람들의 삶은 처참히 무너져 내린다.16살 소녀도 돈을 위해 자신을 팔러 다니고, 남편은 아내를 데려오기 위해 3만 위안을 벌어야만 한다. 사소한 움직임 하나에도 돈이 요구되는 영화속 현실은 비단 중국의 현재라고만 할 수는 없다. 사람들은 돈을 이용해 행복을 얻는다. 하지만 그림속 풍경처럼 이미 행복은 돈 속에 갇혀버렸다고 말하는 편이 옳다. 넉넉한 풍경 속에 고단하게 가라앉는 삶, 자본주의 사회의 아이러니가 ‘스틸 라이프’ 안에 담겨 있다. 영화평론가
  • ‘으랏차차’ 한국만화

    ‘으랏차차’ 한국만화

    ‘쩐의 전쟁’(SBS 16일 방영 예정),‘키드갱’(OCN 18일 방영 예정),‘위대한 캣츠비’(tvN 7월4일 방영 예정)…. 최근 만화를 원작으로 하는 드라마·영화들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일본 만화 “세분화된 소재·탄탄한 스토리 매력” ‘미스터 초밥왕’의 작가가 한 초밥집을 400번 넘게 방문했다는 이야기를 예로 들지 않아도 일본 만화의 철저한 취재는 세계적으로 정평이 나있다. 이 때문에 일본 만화를 원작으로 한 작품들은 자연스레 탄탄한 스토리 구조를 손에 쥐게 되는 장점을 갖는다. 영화 ‘올드보이’(박찬욱 감독),‘미녀는 괴로워’(김용화 감독)는 일본 만화를 원작으로 한 작품.2002년 SBS 드라마 ‘라이벌’,‘명랑소녀 성공기’(2002년작)도 일본 만화가 바탕이었다. 만화평론가 김낙호(32)씨는 “일본은 만화 대국답게 만화가 문화콘텐츠의 중심에 위치해 소재가 다양하고 작품성도 뛰어나다는 장점이 있다.”며 “이 때문에 세계 콘텐츠 제작자들이 자연스레 일본 만화를 선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 원작만화 “우리만의 독특한 소재가 경쟁력” 허영만의 만화를 원작으로 지난해 680만명이 넘는 관객을 모은 영화 ‘타짜’(최동훈 감독)가 대표적이다. 한국 만화는 우리만의 독특한 소재로 공감을 이끌어 낸다는 매력이 있다. 특히 한류가 인기를 끌면서 한국적 소재로 무장한 우리 만화들은 아시아 배급을 목표로 속속 드라마와 영화로 탈바꿈하고 있다. 허영만의 만화 ‘식객’은 2007년 개봉을 목표로 영화 제작에 들어갔으며, 여성대통령을 소재로 한 박인권의 만화 ‘대물’도 12월 개봉을 목표로 현재 주요 배역에 대한 캐스팅을 끝마친 상태다. 특히 스파이더맨 시리즈를 연출한 미국 샘 레이미 감독이 국내 만화사상 처음으로 형민우의 ‘프리스트’를 원작으로 한 동명의 할리우드 영화(2008년 개봉)를 제작하기로 해 달라진 한국 만화의 위상을 실감케 했다. ●한국에서 성공하려면 원작의 창조적 변형이 필수 하지만 원작의 국적과 상관없이 만화를 원작으로 한 작품에서 한국적 현실성을 반영하지 못하면 원작이 아무리 뛰어나도 성공하기 어렵다는 게 방송·영화계의 중론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만화적 유치함’이 용납되지 않는다. 원작에 지나치게 충실한 ‘게으른 각색’으로는 작품을 성공시키기 어렵다. ‘키드갱’에 출연중인 연기자 손창민은 “만화 원작 작품은 캐릭터나 극중 상황이 희화화되거나 과장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를 현실감있게 만드는 세심한 연출력과 연기자의 창의적 연기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류지영기자 superryu@seoul.co.kr
  • [박성서의 7080 가요 X파일] ‘아빠의 청춘’ 부른 오기택(Ⅰ)

    ‘저음의 마법사’라 불리는 중후한 목소리의 가수 오기택씨. 목소리 자체에 그윽하고 중후한 감정이 배어 있어 흡인력 또한 대단하다. 그는 이력서가 두장이다. 가수이력서와 골프이력서가 그것. 특이하게도 가수이력서는 두장인데 반해 골프이력서는 무려 네장 정도의 분량에 별지까지 첨부되어 있을 정도로 수상 기록이 화려하다. 1939년 11월18일, 전남 해남의 한 바닷가에서 부친 오월봉씨와 모친 주장악씨 사이에서 태어났다. 어릴 때 사업하시는 부친을 따라 해남과 목포를 오가며 초등학교를 세번이나 옮겨야 했을 정도로 환경변화가 많았다. 고등학교 때 상경해 성동공고 기계과를 졸업한 후 가수들의 등용문이었던 동화예술학원에 입학한다. 가수 고복수씨가 운영하던 동화예술학원 시절인 1961년 12월, 그는 제1회 KBS 직장인 콩쿠르에 동화백화점(현 신세계백화점)의 대표로 출전,1등을 차지한다. 이때 부른 노래가 창작곡 ‘비극에 운다’. 지도교사였던 작곡가 장일성씨가 대회 출전용으로 만들어 준 노래다. 아마추어 콩쿠르라 하면 일반적으로 관객이나 심사위원들에게 친숙한 곡을 부르게 마련이지만 이 예비가수가 창작곡을 가지고 출전했다는 것은 그만큼 가창력에 자신이 있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이 대회를 TV 중계로 지켜본 작곡가 김부해씨가 오기택씨를 찾아온다. “당시 ‘대전블루스’ ‘댄서의 순정’ 등으로 대단한 인기를 누리던 김부해 선생은 만나자마자 원로들의 모임인 한국작가동지회 사무실로 데리고 갔어요. 그 사무실에는 이름만으로도 쟁쟁한 가요작가들이 모여 있었죠. 전수린, 형석기, 손목인, 박시춘, 반야월, 조춘영 선생….” 결국 이 가수지망생은 쟁쟁한 실력자들에게 단숨에 인정받은 후 곧바로 김부해씨가 문예부장으로 있던 메이저 음반사, 신세기에 전속가수 계약을 맺는다. 이를 테면 음반 취입 없이 테스트만으로 전속이 된 독특한 케이스이다. 그는 1962년 4월20일, 계약금 5000원을 받고 전속가수가 되면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우중의 여인’ ‘영등포의 밤’ 등을 잇달아 취입하며 신세기의 간판스타로 발돋움하기 시작했다. 그의 이름이 대중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할 무렵인 1963년 4월, 해병대 군예대에 입대한다. 그러나 입대 후에도 그의 노래들은 계속 방송되고 있었고 또한 군복을 입은 채 틈틈이 음반을 취입, 공백기 없이 히트곡을 계속 발표했다. 영화 ‘모녀기타(강찬우 감독,64년)’에 이어 영화배우 박노식의 대표적 캐릭터로 알려진 ‘마도로스 박(신경균 감독,64년)’ ‘바람아 말하라(이형표 감독,65년)’ 등의 주제가를 비롯해 1964년 동경올림픽에 참가한 북한 마라톤선수 신금단과 남측에 있던 부친 신문준씨가 분단 15년 만에 극적으로 상봉하는 장면을 담은 ‘눈물의 십분간’을 발표한다. 신금단 부녀가 헤어질 때 외친 “아바이…” “금단아!”라는 대사는 분단의 아픔을 상징하는 단어로 금세 유행어가 되었고, 아울러 오기택씨와 최숙자씨가 함께 부른 노래에 실려 국민들의 심금을 울렸다. 제대 후에는 ‘고향무정’ ‘남산 블루스’ ‘충청도 아줌마’ ‘비 내리는 판문점’ 등을 잇달아 발표, 히트시킨다. 한달 평균 20여곡 이상씩 취입할 정도였다. 그러나 톱 가수 대열에 서 있던 그의 노래가 일순간, 모조리 방송에서 자취를 감춘다.(계속) 대중음악평론가 sachilo@empal.com
  • [정윤수의 오버헤드킥] ‘토종의 힘’ K리그 이근호

    까보레, 데닐손, 루이지뉴, 데얀 그리고 이근호. 다름아닌 K-리그 득점 상위 선수들이다. 까보레를 비롯한 외국인 선수들이 4위까지 석권한 가운데 팬들에게는 조금은 ‘생소한’ 이근호라는 이름이 있다. 대구FC 소속으로 수도권 축구 명문인 인천 부평고 출신이다. 고교 졸업 후 인천 유나이티드 선수가 됐지만 두 시즌 크게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올해 대구로 이적, 자신의 이름 석자를 그라운드 곳곳에 뚜렷이 새기고 있다. 이근호의 활약이 반가운 건 무엇보다 외국인 선수들이 두드리는 K-리그 득점경쟁에 거의 유일하게 그가 가세해 토종의 골 욕심을 맘껏 뽐내고 있기 때문이다. 축구의 세계화 시대에 ‘외국인 선수’의 활약이라고 해서 일부러 시큰둥할 필요는 없지만 그럼에도 득점 순위 다툼에 이근호라는 이름이 올라온 건 즐거운 일임에 틀림없다. 또 이근호의 활약이 변병주 감독의 안목과 전폭적인 신뢰에 기반하고 있다는 점도 기억할 만하다. 이근호는 부평고 주전으로 활약하면서 2003년 백운기전국대회에선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된 기대주였다. 졸업 후 인천에 입단했지만 주전 경쟁에서 밀려 2군리그로 내려갔다. 거기서 MVP를 차지하기도 했지만 그쯤에서 멈출 실력은 아니었다. 그의 장래성을 확인한 변병주 감독은 “스피드와 체력은 물론 드리블과 돌파력, 슈팅력 등이 뛰어나서 격렬하게 공격이 진행될 때 더욱 빛을 내는 선수”라고 평가한다. 울산의 이천수가 그렇듯 이런 유형의 공격 기질을 가진 선수들은 투톱, 섀도 스트라이커, 윙 포워드 등 미드필드 전방의 어느 포지션에서도 능력을 발휘할 수가 있는데 지금 이근호가 그것을 증명해주고 있다. 내년 베이징올림픽을 앞두고 젊은 선수들의 신선한 조합을 실험하고 있는 핌 베어벡 대표팀 감독이 이런 공격 성향의 이근호를 놓칠 리도 만무한 일. 지금 그는 대구의 공격 선두에 서 있을 뿐만 아니라 양동현(울산) 이승현(부산) 한동원(성남)과 함께 올림픽 본선행의 견인차로 뛰고 있다. 지난 3월28일 베이징올림픽 아시아지역 2차 예선 우즈베키스탄과의 홈경기에서 그는 전반 33분 측면 돌파에 이은 크로스 한 방으로 한동원의 선제 결승골을 이끌어냈다. 변 감독의 평가대로 이근호는 골과 도움을 동시에 만들어낼 수 있는 전천후 공격수로 성장하고 있음을 분명히 보여줬다.외국인 선수들이 이끌고 있는 골 행진에 당당히 가담하고 있다는 점, 약체로 불리는 대구 화력의 중심에 서 있다는 점, 그리고 양동현과 이승현·한동원·백지훈·박주영 등 한국축구의 다음 세대 공격수 대열에 당당히 합류해 서로 자극하며 성장해가는 계기를 만들고 있다는 점. 이 모든 점들이 이근호를 더욱 주목하게 만드는 것들이다.축구평론가 pragu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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