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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정민 캐스팅 뮤지컬 ‘나인’

    황정민 캐스팅 뮤지컬 ‘나인’

    “찰리 채플린 이후 이런 위대한 감독은 없었어.”‘나인’(3월2일까지·서울 LG아트센터)의 주인공 귀도 콘티니를 가리키는 말이다. 유명영화 감독 귀도는 아파트 층수마다 애인이 있는 남자. 막이 오르면 온갖 종류(?)의 여자들이 그의 곁으로 몰려든다. 엄마, 정부, 배우, 제작자, 평론가, 창녀…. 여자들의 한마디는 곧 하나의 소음으로 뭉쳐진다.14명의 여자들이 그를 둘러싸고 있을 때 오직 한 여자만 구석에 우두커니 서 있다. 그의 부인 루이자. 페데리코 펠리니 감독의 영화 ‘8과 1/2’에 뿌리를 댄 ‘나인’은 1982년 브로드웨이에서 초연된 작품.2003년에는 안토니오 반데라스가 주연으로 활약했다. 국내에도 비슷한 캐스팅 공식이 적용됐다. 영화 ‘슈퍼맨이었던 사나이’의 개봉을 앞두고 있는 영화배우 황정민이 4년만에 뮤지컬 무대로 돌아온 것. 스크린 속 연기력은 무대에서도 흡입력 있게 표출됐다. 명예, 여자, 예술성 모든 것을 욕망하는 바람둥이 감독은 “낼 모레면 마흔이지만 영혼은 아홉살”이라 스스로 노래한다. 무대에는 넘치는 자의식에 갇힌 그의 현재와 과거, 현실과 몽상이 교차된다. 22일 개막 공연에서 황정민의 얼굴은 10분도 안 돼 땀으로 번뜩였다. 그는 상상 속에서 다큐멘터리, 서부극을 만들어내는 장면, 추기경과 상담하는 장면에서는 1인2역을 오가며 특유의 재능을 발휘했다. 그러나 애드리브 같은 대사 처리는 영화에 더 가깝게 느껴졌고 노래에는 힘이 담겼지만 능숙함이 떨어져 극 안에 충분히 녹아들지 못했다. 육체파 정부 칼라역의 정선아의 농염한 연기와 가창력은 눈에 띄는 부분. 커튼 하나에 의지해 공중에서 내려왔다 다시 퇴장하는 장면은 아슬아슬한 만큼 시선을 끌었다. 루이자역의 김선영은 남편에게 실망과 분노를 터뜨리는 마지막 ‘Be on your own’에서야 힘을 받았다. ‘나인’은 기존 대형 뮤지컬처럼 익숙한 레퍼토리가 아니라는 점에서 낯설다. 극은 현실과 꿈을 오간다는 점에서 매혹적이지만, 인물 사이의 미묘하고 깊은 심리와 작품이 함축한 메시지가 짜릿하게 전해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난해하다. “현재를 바꾸면 미래도 바꿀 수 있다.” 황정민이 ‘나인’프로그램 책자에 남긴 멘트다. 영화 ‘슈퍼맨이었던 사나이’에서 그가 되뇌이는 말이다. 극의 결말, 아홉살 귀도는 총을 머리에 갖다대는 어른 귀도의 손을 내리고 지휘봉을 쥐어준다. 그리고 노래한다.“어른이 되길….”사랑도 재능도 확신도 잃은 감독. 그에게 다시 선택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그래서 현재를 바꿀 수 있다면, 미래도 바뀔까. 제작자는 우리에게도 해당되는 질문이라고 말한다. 정서린기자 rin@seoul.co.kr
  • 개봉 보름만에 200만명 훌쩍 넘은 이 영화… 남다른 몇가지

    개봉 보름만에 200만명 훌쩍 넘은 이 영화… 남다른 몇가지

    ‘우생순’(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제작 MK픽쳐스)의 흥행 기세가 거세다. 지난 10일 개봉 이후 보름 만인 24일 현재 이 영화가 불러모은 전국 관객은 203만명. 총제작비 53억 7000만원(순제작비 36억 7000만원)이 투입된 영화는 가볍게 손익분기점(전국 190만명)도 넘겼다. 영화가에서는 “침체의 늪에 빠져 있던 한국영화 시장에 재기의 신호탄이 돼줄 지 기대된다.”는 조심스러운 전망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우생순’의 흥행은 예견하기가 쉽지 않았다. 여배우들이 ‘무더기’ 주연하거나 스포츠 소재의 영화는 국내 흥행이 힘들다는 징크스가 있었기 때문이다. 기존 흥행공식과 거리가 있는 영화는 실제로 제작과정에서도 고비가 적지 않았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 직후 기획됐으나, 지난해 말 기자시사회가 끝난 뒤에야 투자가 마무리됐다. 제작사인 MK픽처스의 심재명 대표는 “작은 제작사에서 했으면 중단됐을 위험한 프로젝트였다.”면서 “하지만 그런 어려운 시장환경이 오히려 영화의 완성도에 절치부심하게 한 자극이 됐다.”고 말했다. ●‘영웅담’아닌 현실에 발붙인 생생캐릭터 ‘YMCA야구단’‘슈퍼스타감사용’‘말아톤’등 우리에게도 잘 된 스포츠영화가 있었다. 그러나 ‘우생순’은 한명을 영웅으로 만드는 스포츠영화의 전형을 띠지 않고 현실 속에 치이는 인물로 진정성을 부각시켰다. 영화평론가 정지욱 씨는 “영화가 보여준 아줌마들의 힘은 곧 소시민의 힘이고 우리 바로 옆에 살고 있는 사람의 얘기가 공감을 산 것 같다.”고 평가했다. 문소리, 김정은, 김지영 등 포지션만큼 다양한 사연을 지닌 캐릭터를 보는 재미도 쏠쏠했다. ●여성 연대로 여성관객 끌어 흥행 이유의 가장 큰 원인은 여성 관객을 끌었다는 것이다. 동국대 유지나 교수는 “한국영화에서 여성간의 연대를 최초로 깊이 있게 다뤘다는 점에서 이 영화는 영화 ‘친구’의 여성버전이고 한국판 ‘델마와 루이스’”라고 비유했다. 평론가 박유희 씨는 “어려운 현실, 정치적 상황과 맞아떨어지며 핸드볼이 시의적절하게 긍정적인 에너지로 작용했다.”며 “이와 함께 여성 연대가 청년층뿐 아니라 중장년층에게도 호감을 이끌어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명박 당선인의 영화관람에 따른 ‘MB효과’를 얘기하고 있다. 그러나 정치적 제스처와 영화의 본질은 구분해야 된다는 게 중론이다. ●기획력-연출력의 시너지 효과 이번 영화는 ‘공동경비구역 JSA’(2000)처럼 기획력과 연출력이 잘 맞붙은 영화라는 평가도 나왔다. 황진미 평론가는 “‘공동경비구역JSA’가 흥행할 당시 박찬욱 감독의 연출력과 심재명 대표의 기획력이 시너지 효과를 낸 것처럼 이번에는 임순례 감독이 작가주의를 넘어 대중과 소통하려 했고 그걸 기획영화로 잘 엮어냈다.”고 지적했다. 심 대표는 “당시 분단이라는 금기된 소재로 영화를 만들었는데 민감한 소재인데도 이후 한국사회에 분명한 영향을 끼쳤던 것 같다.”며 “‘우생순’역시 또다른 맥락에서 많이 사람에게 위로와 자극이 된 것 같아 의미가 깊다.”고 말했다. ●다른 스포츠영화 투자로도 이어져 임순례 감독은 관객과의 대화를 가질 때 한 관객이 “봅슬레이 선수 영화를 만들면 어떠냐.”고 제안해와 웃고 지나갔다고 한다. 우스갯소리지만 실제로 충무로에서는 ‘우생순’의 인기에 힘입어 다른 스포츠영화들의 투자도 현실화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미녀는 괴로워’의 김용화 감독이 스키점프선수를 소재로 한 영화 ‘국가대표’(가제)를 제작 중이기도 하다. 정서린기자 rin@seou.co.kr
  • 삶과 죽음의 경계 넘는 대화

    삶과 죽음의 경계 넘는 대화

    ‘죽은 로티’가 ‘산 김우창’과 대화한다? 반년간지 ‘지식의 지평’이 창간호(2006년 12월)부터 최근호(2007년 12월)까지 연재하고 있는 리처드 로티 전 스탠퍼드대 교수와 김우창 고려대 명예교수간의 대담은 로티 사망(2007년 6월8일,76세) 이후 지금까지 삶과 죽음의 경계를 넘는 대화로 이어지고 있다. 신(新)실용주의를 주창한 세계적인 철학자 로티와 한국의 대표적인 문학평론가 김우창 교수와의 이메일 대담은 로티가 세상을 떠나기 1년 전인 2006년 6월 김용준 한국학술협의회 이사장의 권유로 시작됐다.‘아시아의 주체성과 문화의 혼성화’란 주제로 이뤄진 대담은 두 사람이 각자의 논문(로티 ‘철학과 문화의 혼성화’, 김우창 ‘다문화주의와 아시아의 주체성’)을 교환해 읽고 서로에게 질문과 답을 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대담이 한창이던 지난해 로티가 타계했지만,‘지식의 지평’측은 미리 받아 놓은 두 사람의 대화 내용을 쪼개 세 차례에 걸쳐 연재 중이다. 로티는 미국 철학의 주류인 분석철학을 비판했다는 이유로 미국 철학계로부터는 ‘이단아’ 낙인을, 세계 철학계로부터는 학문적 명성을 얻었다. 그는 플라톤 이래 의심받지 않던 ‘불변의 진리’를 부정해 상대주의자와 반(反)철학자로 공격받는가 하면, 분석철학이 도외시한 문학, 종교, 정치 등을 문학적 글쓰기로 녹여 내면서 ‘새로운 철학´의 총아가 됐다. 로티는 김 교수에게 보낸 대담 이메일에 자신이 “향후 일 년 안에 완전히 무력화될 것”이란 말을 써 김 교수를 안타깝게 하기도 했다. 로티의 사망원인은 “슬프게도 데리다를 죽음으로 몰고 간 그 병에 나도 걸리고 말았다.”며 하버마스 앞에서 그가 탄식하게 만들었다는 췌장암이었다. 로티와 김 교수 두 사람은 가벼운 이메일 교환을 통해 본격적인 대담 주제를 잡아 나갔고, 그 결과 ‘가속화되는 세계화 속에서 서양-비서양간 문화적 혼성교배가 아시아 주체성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로 자연스레 정리됐다. 로티는 비교적 낙관적인 전망을 펼친다. 그는 “전 지구적인 사회경제 통합으로 만들어질 세계 문화는 로마에서 번성했던 문화보다 훨씬 다양한 색채를 갖게 될 것”이라면서 “그 문화는 대부분의 서구와 아시아 국가들이 제공하고 있는 것보다 더 많은 개인적 다양성을 허용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반면 김 교수는 “문명의 충돌이 현실인 것은 틀림없지만 계급에 기초했든 국가에 기초했든 생존을 위한 이해관계 충돌이 더욱 무거운 현실”이라면서 “이러한 충돌들이 추상적 아이디어나 철학이나 비전으로 해결될 수 있다는 것은 극히 순진한 생각”이라며 견해를 달리했다. 각기 다른 정체성과 문화적 전통을 가진 두 학자는 수차례 의견 교환을 통해 때론 동의하고 때론 반박하며 서로의 거리를 좁혀 나갔다. 대담이 순조롭게 진행된 것만은 아니다. 우선 로티의 건강악화가 예상치 못한 상황을 연출했고, 이메일을 통한 대담방식 또한 체계적·논리적 의견 교환을 힘들게 했다. 김 교수는 “서신을 통해 의견을 교환하는 게 쉽지 않아 두 사람 각자의 독백이 돼버린 감도 있다.”고 회고했다. 이문영기자 2moon0@seoul.co.kr
  • [정윤수의 오버헤드킥] 황선홍·안정환에 거는 기대

    ‘기록은 기억을 지배한다.’는 말이 있다. 어느 카메라 회사의 광고문인데, 물론 자의적으로 왜곡되기 쉬운 기억력보다 첨단 기계의 기록이 정확할 것이다.그런데 나는 이 문구를 항상 의심해왔다. 인간의 기억은 수치나 도표가 아니라 마치 새벽 강물 위로 번지는 안개나 폭설이 내린 벌판의 광막한 아름다움 같은 미묘한 분위기로 형성된다. 문예학자 발터 벤야민이 ‘아우라’라는 개념으로 설명한 이 미묘한 감정은, 인간을 독특하고 오묘한 사유를 하는 작은 우주로 승격시켜준다. 내게 있어 이 미학적 언어가 가장 아름답게 적용되는 사람은 새롭게 출발하는 부산아이파크의 황선홍 감독과 안정환 선수다. 황선홍 감독은 선수 시절에 비난을 많이 받았다. 요즘처럼 인터넷이 발달했더라면 그는 악플에 시달린 끝에 선수 생활을 포기했을지 모른다. 그러나 내 기억 속의 황선홍은 다르다. 아마 1995년 6월, 동대문운동장에서 열린 코리아컵이었을 것이다. 상대 팀은 기억나지 않지만, 그때 황선홍은 대각선으로 질주하면서 새 공간을 창조하였다. 끝없이 불규칙한 리듬으로 움직이다가 예기치 못한 엇박자로 달려나갔다. 상대 수비수들은 그를 잡기 위해 번번이 공간을 내줘야 했다. 나는 그때 ‘황새’의 비상이 얼마나 아름답고 강력한 것인가에 전율하였다. 그 후로 지금까지 나는 한 번도 황선홍에 대한 기대를 꺾지 않았다. 그 어떤 수치와 도표와 ‘홈런 볼’ 타령도 내 귀에는 들려오지 않았다. 황선홍의 진가가 가장 빛났던 장면은 2002월드컵 16강전에서 시도한 프리킥이었다. 절체절명의 순간에 그는 이탈리아 수비수들의 발 밑으로 예리하게 밀어넣는 슛을 했다. 세계적인 골키퍼 부폰 때문에 골은 되지 않았지만, 황선홍의 독보적인 존재감을 증명할 수 있는 최고의 순간이다. 그리고 안정환이 있다. 역시 2002년의 기억이다. 대구월드컵경기장에서 치러진 마지막 3,4위전. 터키의 공세로 패했는데, 그날 그 현장은 ‘형제의 나라’라는 분위기가 압도했다. 양국 국기를 동시에 흔드는 팬들이 많았고 경기 직후에 선수들은 어깨를 끼거나 손을 맞잡고는 그라운드를 돌면서 서로 격려를 했다. 그때 내 눈에 단 한 명의 이방인이 보였다. 안정환 선수였다. 그는 갑자기 ‘친선 모드’로 바뀐 풍경을 낯설어했다. 양 팀 선수와 벤치, 그리고 팬들까지 ‘우애와 친선’을 도모하는 분위기에서 그는 이탈했다. 그라운드를 도는 양 팀 선수들로부터 멀찍이 벗어나서 홀로 고개를 숙인 채 벤치로 걸어갔다.나는 안정환의 고독한 이면을 향해 거듭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이윽고 안정환은 모든 에너지를 소진한 듯 벤치에 걸터앉았다. 나는 그가 진실로 고독하며 승리에 목말라 있다고 생각했다. 이렇게 두 선수는 내 기억 속에 ‘저장’되어 있다. 누군가는 기록을 통해 내 기억들이 틀렸다고 말할지 모른다. 인간의 기억은 부정확하고 자의적일 수 있다.그러나 첫사랑이 애틋한 것은 그 옛날의 기억이 ‘희미하기’ 때문이다. 희미하기 때문에 미묘하고, 그렇기 때문에 멀미 나는 애틋함에 사로잡히는 것이며, 바로 그 기억들을 거듭 환기하고 성찰함으로써 인간은 존재하는 것이다. 꽃피는 춘삼월이면 항구 도시 부산에서 황선홍과 안정환이 동시에 그라운드에 나선다. 벌써부터 3월의 k-리그가 기다려진다.축구평론가 prague@naver.com
  • 이번엔 ‘리얼라이크 드라마’ 뜬다

    이번엔 ‘리얼라이크 드라마’ 뜬다

    ‘드라마의 자가분열 혹은 외연확장’ 케이블TV 채널을 중심으로 페이크 다큐, 다큐드라마, 리얼드라마 등 새로운 형식의 드라마들이 잇따라 생겨나고 있는 가운데 최근 ‘리얼라이크 드라마’(Real-like drama)를 표방한 드라마가 등장해 눈길을 끈다. 케이블채널 스토리온은 22일부터 ‘리얼라이크 드라마’로 이름 붙인 ‘돌싱클럽’(화요일 오후 11시)을 내보낸다.‘돌싱클럽´은 ‘돌아온 싱글’ 즉 이혼녀들의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다. 시선을 끄는 것은 주연 배우 4명이 실제 이혼녀라는 점. 이들은 드라마에 주인공으로 출연하는 것은 물론 인터뷰를 통해 에피소드 구성에도 참여한다. 드라마는 실제 상황인 것처럼 보이지만, 내용은 모두 허구다. 온미디어 콘텐츠개발국 전광영 국장은 “작가들이 100여명 가까운 실제 돌싱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드라마의 모티브를 얻었다.”면서 “리얼리티를 위해 실제 이혼녀들을 출연시켰는데, 이들이 마치 자신의 삶처럼 자연스럽게 연기해 진정성을 느끼게 한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촬영 때도 대사의 80% 가량을 애드리브로 처리한다. 이밖에 드라마 중간에 삽입되는 4인 토크, 출연자의 본명·본직업 사용 등도 드라마의 현실감을 높이는 데 한몫한다. 그러면 이런 ‘리얼라이크 드라마’는 기존의 유사 장르들과는 어떤 차이가 있는 것일까. ‘페이크 다큐’는 재구성된 이야기를 연기자의 재연을 통해 마치 실제 일어나는 일처럼 보이게 하는 장르다.tvN ‘독고영재의 현장르포 스캔들’‘위험한 동영상 sign’이 이에 해당한다. 또 ‘다큐드라마’는 허구에 다큐멘터리적인 요소를 가미해 리얼리티를 부각시킨 드라마다. 주로 역사적 사건을 다루는데 많이 이용됐으나 요즘은 ‘막돼먹은 영애씨’(3월 시즌3 방영 예정)처럼 멜로드라마류에서도 나타나고 있다.‘페이크 다큐’와 ‘다큐드라마’는 가짜를 진짜처럼 보이게 연기한다는 점에서 같지만,‘페이크 다큐’가 다큐에 방점이 찍힌다면 ‘다큐드라마’는 드라마가 주축이 된다. 어쨌거나 이들이 드라마의 형식으로 리얼리티에 근접하려 한다면,‘리얼드라마’와 ‘리얼라이크 드라마’는 거꾸로 실제상황을 토대로 판타지를 가미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난다.‘리얼드라마’는 기본적인 설정만 주어진 채 본인이 자신의 실제 삶을 보여주는 방식을 택한다. 일반인 출연자가 자신의 사연을 직접 연기한 채널 올리브의 ‘악녀일기’가 이에 속한다. 그렇다면 ‘리얼라이크 드라마’는 무엇일까. 이는 실제 경험이 있는 일반인을 주연으로 출연시켜 사실감을 높이지만, 극중 설정이 허구이고 주연 외 나머지 등장인물도 모두 전문 연기자로 구성되는 드라마다. 이런 새로운 측면들은 다큐와 드라마의 퓨전화된 특성을 보이는 기존 유사 장르들과도 차이를 보인다는 점에서 ‘제4의 드라마’라고 부를 만하다. 장르의 확장은 ‘소재 및 시각의 차별화’와 병행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스토리온 최인희 총괄팀장은 “그동안 이혼녀가 등장하는 프로그램은 많았지만, 이들의 고민과 갈등을 편견없이 있는 그대로 다루는 프로그램은 드물었다.”면서 “이혼자들의 경험을 보다 공감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새로운 기법을 도입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같은 장르 개척 시도에 대해서는 우려와 찬사가 엇갈린다. 실험적인 시도 자체는 긍정적으로 볼 수 있지만, 선정성·자극성이 우려스럽다는 것. 또 ‘페이크 다큐’처럼 시청자 기만, 눈속임 논란이 있을 수도 있다. 이와 관련,‘돌싱클럽’ 제작을 담당한 콘텐츠하우스 김완진 대표는 “드라마 시작 전 ‘이것은 픽션이다.’라는 것을 자막을 통해 충분히 알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대중문화평론가 정덕현 씨는 “최근 케이블에서 초기의 실험적인 수준을 넘어 ‘별순검’‘정조암살미스터리 8일’ 등 높은 수준의 작품들을 많이 내놓고 있다.”면서 “케이블 채널에서 계속되는 의미있는 실험들을 공정하게 평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나치게 관심끌기와 시청률에 치중하다 보면 오히려 시청자들이 외면할 수 있는 만큼, 적절한 수위 조절이 필요하다.”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강아연기자 arete@seoul.co.kr
  • [강유정의 영화in] ‘행복한 엠마, 행복한 돼지 그리고 남자’

    생명이란 무엇일까, 간혹, 삶과 죽음이라는 문제는 너무도 무거우면서도 가벼운 문제로 받아들여지기도 한다. 영화는 이렇게 시작한다. 한 여자가 돼지들을 안고 뒹군다. 돼지들은 마치 그녀의 사랑을 이해하는 것처럼 몸을 맡긴다. 돼지의 정수리에 입을 맞추는 그녀, 그런데 돼지를 안고 있는 왼팔 옆 다른 손에는 칼자루가 쥐어져 있다. 사랑한다는 고백과 함께 돼지의 목에 칼을 들이미는 그녀, 그녀가 바로 엠마이다. ‘행복한 엠마, 행복한 돼지 그리고 남자’는 독일 영화이다. 췌장암 말기를 선언받은 남자와 농장이 헐값에 매도되기 일보 직전인 여자가 이 영화의 주인공들이다. 남자는 삶이 얼마 남지 않음을 알고서는 동업자와 불법으로 모아둔 돈을 들고 떠날 작정을 한다. 최고급 승용차까지 빼돌려 전속력으로 돌진하던 남자는 한순간 핸들을 놓고 생에 작별을 고한다. 고통만 남은 생애라면 차라리 스스로 정리하겠노라고 선택한 것이다. 그런데 그 자동차가 엠마의 농장에 떨어진다. 엠마는 정신을 잃고 쓰러진 남자를 보자마자 반하고 만다. 그를 잡기 위해, 그리고 그의 돈으로 빚을 갚기 위해 엠마는 남자의 차에 불을 지른다. ‘행복한 엠마, 행복한 돼지 그리고 남자’는 독일식 유머라고 할 수 있을, 시시하지만 정감있는 유머이다. 제목에는 행복이 두 번이나 겹쳐져 있지만 실상 이 영화에는 행복의 조건이 없다. 파산 직전인 여자와 말기암 환자라니, 여기에 어디 행복이 있을 수 있을까? 이 영화의 장점이라고 한다면 이 불안한 삶 속에서 찾아내는 행복이다. 엠마와 막스는 행복하다기보다 남아 있는 행복의 여분을 찾아낸다. 얼마 남지 않은 여생을 위해 두 사람이 결혼을 하는 장면도 그렇다. 시한부 인생을 그리는 영화는 많지만 남은 행복을 즐긴다라고 말한다는 점에서 이 작품은 독특하다. 시한부 인생이라는 말과 함께 눈물과 고통이 넘쳐나는 여느 멜로드라마들과 작별하는 것이다. 그들을 둘러싼 주변인들의 따뜻한 시각 역시 마찬가지이다. 남편 막스가 죽고 난 후 엠마를 쫓아다니던 남자는 말한다. 언제든 필요하면 부르라고, 친구가 되어주겠다고 말이다. 뭐니뭐니해도 이 영화의 백미는 남편 막스를 죽음으로 이끄는 엠마의 손길이다. 점차 증세가 심각해지던 어느 날 막스는 엠마의 귀에 속삭인다.“나 하느님과 거래를 했어. 남은 여생 며칠을 당신과의 섹스와 바꾸기로.” 둘은 그렇게 사랑을 나눈다. 다음 장면, 엠마는 막스를 안아서 나무 밑으로 데려간다. 누구도 그 나무 밑 풀밭이 어떤 장소인지 환기하지 못하는 순간, 엠마는 오른 손에 칼을 쥔다. 그 때, 엠마가 돼지들을 죽이며 했던 말들이 떠오른다.“정말 두려운 것은 죽음이 아니라 죽음을 기다리는 것”이라는 말 말이다. 엠마는 막스의 두려움을 거둬준다. 고통스럽지 않게, 단숨에 목숨을 빼앗아주는 것, 그것이 바로 엠마의 사랑방식이다. 시종일관 고요한 서정시처럼 펼쳐지던 영화 속 풍경들은 한순간의 정적으로 가득찬다. 과연 죽음이란 무엇일까? 고통을 견디는 것도 삶이라면 죽음에 대한 공포는 무엇을 가르쳐주는 것일까? 조용하지만 파괴력 있는 작품,‘행복한 엠마, 행복한 돼지, 그리고 남자’이다. 영화평론가
  • “끊임없이 정진해 큰 문학적 성취를”

    “끊임없이 정진해 큰 문학적 성취를”

    2008년도 서울신문 신춘문예 시상식이 18일 서울 프레스센터 19층 기자회견장에서 열렸다. 이날 시상식에는 박종선 서울신문 부사장을 비롯해 김연균 한국문인협회이사장, 문효치 국제펜클럽 한국본부 이사장과, 오세영 서울대 명예교수 등 각 부문 심사위원, 장윤우 서울문우회장과 문단 선후배들이 대거 참석해 문단에 첫발을 내디디는 새내기 작가들을 축하했다. 2008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당선자는 이선애(시)·홍희정(소설)·이양구(희곡)·주지영(평론)·이성율(동화), 임채성(시조)씨 등 6명이다. 박종선 부사장은 “2008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의 모든 당선자 분들은 선배 수상자들 못지않은 큰 활약을 하실 것이라고 기대하며 부단하게 정진해 큰 문학적 성취를 이뤄 달라.”고 당부했다. 김규환기자 khkim@seoul.co.kr
  • ‘제2의 조승우’ TV 리얼리티쇼로 찾아라

    ‘제2의 조승우’ TV 리얼리티쇼로 찾아라

    고전적인 오디션으로 뮤지컬 배우를 뽑는 시대는 지났다. 영국·미국처럼 TV리얼리티쇼로 뮤지컬 배우를 선발하는 방식이 올해부터 국내에도 본격 도입된다. 작년 영국 웨스트엔드에서는 BBC 리얼리티쇼로 ‘사운드 오브 뮤직’‘조지프 앤드 더 어메이징 테크니컬러 드림코트’의 주연이 탄생했다. 여기서 생겨난 대중의 호응은 작품에까지 이어졌다. 오디션 프로그램이 스타 등용문 역할뿐 아니라 작품 홍보에도 톡톡히 공을 세운 셈이다. ●‘마이페어레이디’주연 TV에서… SM엔터테인먼트도 합류 해외 제작시스템에 발빠른 국내 공연기획사들도 이를 중요한 마케팅기법의 하나로 눈여겨 보고 있다.‘지킬앤하이드’‘맨오브라만차’ 등을 제작한 오디뮤지컬컴퍼니는 8월 공연 예정인 ‘마이페어레이디’(세종문화회관 대극장)의 주연을 리얼리티쇼로 뽑을 예정이다. 온스타일을 통해 3월부터 16주간 방영되는 이 프로그램은 전국 3개 도시를 돌며 지원자를 모집, 후보 20여명의 훈련과정을 안방극장에 배달한다. 공연사업에 본격 진출하는 SM엔터테인먼트도 9월 두산아트센터에서 공연할 ‘제너두’의 오디션을 케이블TV와 프로그램으로 꾸밀 예정이다.3월부터 방영될 이 프로그램은 전국 5개 광역시를 돌며 ‘제너두’의 주인공 키라를 모집하는 과정을 보여 준다.SM엔터테인먼트는 그보다 앞선 2월 초부터 3개월간 tvN을 통해 클럽뮤지컬 ‘동키쇼’의 코코스타그룹 멤버들의 훈련 과정을 담은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내보낸다.SM엔터테인먼트는 10년간 쌓아온 가수 오디션, 훈련 시스템를 통해 뮤지컬 배우도 투자·양성한다는 복안이다.SM엔터테인먼트의 장준원 이사는 “배우 구하기 힘든 국내 뮤지컬 시장에서 이는 다른 제작사에도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공연예술아카데미(이사장 설도윤)도 소외계층 청소년들의 공연예술 자선학교인 ‘뮤지컬 스쿨’학생들의 훈련 모습을 하반기쯤 리얼프로그램으로 기획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진화된 스타마케팅… TV형 스타 아닌 공연형 배우 배출해야 이런 형식의 배우 발굴은 뮤지컬 장르가 산업화되고 뮤지컬 배우에 대한 관심과 수요가 늘어 났음을 보여 준다. 청강문화산업대 이유리 교수는 “대중지향적인 방송매체에서 뮤지컬 배우를 뽑는다는 건 그만큼 뮤지컬이 사회 일반적인 관심을 얻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대부분 이를 ‘긍정적인 시도’라고 평가했다. 뮤지컬 인력이 부족한 시장 여건이 가장 큰 이유다. 순천향대 원종원 교수는 “이는 문화산업으로 한단계 진화하는 과정 가운데 하나”라고 말했다. 원 교수는 “‘있는 스타’만 활용하려고 하는 현실에서 의미있는 시도이며 콘텐츠 자체의 부가가치를 넓힐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장밋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조용신 뮤지컬 평론가는 “진화된 스타마케팅이지만 ‘도박’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조 평론가는 “제작사는 ‘공연에 적합한’ 배우를 뽑는 게 목적이지만 쇼가 중시되는 방송에서는 ‘TV형 스타’에 점수를 주고 반대의 경우 시청자들이 반발하는 등 매체간 간극이 크다.”며 공연계와 방송 매체의 적절한 조화를 주문했다. 뽑고 나서도 문제다. 젊은 배우들이 공연보다 방송으로 가는 과정의 하나로 이용할 수 있다는 것. 제작사들의 마케팅 전략 차원의 이슈화에 머무를 경우 본래 취지가 흐려질 수도 있다. 시청률과 지원자 수요가 어느 정도 나올지도 관건이다. 에이콤의 윤호진 대표는 “가수 박진영의 오디션 프로그램 ‘영재육성 프로젝트 99%’도 오래 못 갔듯 아직 국내에선 저변이 형성되지 않은 것 같다.”고 지적했다. 정서린기자 rin@seoul.co.kr
  • [책꽂이]

    ●라이프플랜(로버트 애슈턴 지음, 박선영 옮김, 비즈니스맵 펴냄) 기업가이자 작가인 저자가 직장과 인생에서 성공할 수 있는 ‘열쇠’를 제시한 책. 성공을 정의하는 방법부터 우선 순위 정하는 법, 건강·부·직업·인간관계에 이르기까지 더 나은 삶을 위한 700가지의 지혜를 담았다.1만원.●한국경제의 자살을 막아라(윤계섭·윤정호 지음, 한국경제신문 펴냄) 한국 사회를 뒤흔든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을 돌아봤다. 한국이 중진국을 넘어 선진국으로 도약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하는 한편 리더십 문제도 살폈다.1만 2000원.●최고의 나(존 맥스웰 지음, 한근태 옮김, 다산라이프 펴냄) 직장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기존에 생각해오던 재능을 둘러싼 오해와 편견을 버리고, 누구나 가지고 있는 잠재적인 재능을 발견한 뒤 그것을 최대한 발휘하고 극대화시킬 것을 주문. 저자는 자기계발 및 리더십 전문가.1만 5000원●대한민국 2030 모닝파워(유성은 지음, 중앙경제평론사 펴냄) 프로그램 설계의 대가인 저자가 새벽시간을 활용하는 법과 함께 하루와 인생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지에 대한 노하우를 밝혔다.1만 900원. ●부자가 되고 싶다면 돈을 경영하라(성유승 지음, 제플린북스 펴냄) 재테크는 리스크를 사고파는 게임이라고 정의. 당신도 부자가 되고 싶다면 재테크 기술을 연구하기보다 이미 알려진 성공의 법칙을 뚜벅뚜벅 쉬지않고 실천하라고 강조한다.1만 2000원.●약이 되는 독 독이 되는 독(다나카 마치 지음, 이동희 옮김, 도서출판 전나무숲 펴냄) 우리 주변에 널려 있는 다양한 독(毒)에 대해 다뤘다. 방대한 정보가 담긴 독에 관한 입문서. 저자는 언론인이자 과학전문 작가.1만 3000원.●리더십스킬(조 오웬 지음, 신상권 옮김, 지상사 펴냄) 세계적으로 성공한 1000명의 리더들의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리더십 기술을 살폈다.‘어떻게 사람들을 이끌 것인가’에 대한 현실적이고 실천적인 방법을 제시.1만 3000원.●미코노미(김태우 지음, 한빛미디어 펴냄) 과거에 수동적인 소비자이던 개인이 능동적인 공급자의 위치에 서서 경제의 근간을 이뤄 가는 새로운 경제, 즉 ‘미코노미’의 시대가 도래했음을 강조.1만 5000원.
  • [정윤수의 오버헤드킥] 대표팀 군기잡기 언제까지

    며칠 전, 어느 문화단체의 워크숍을 다녀왔다. 지난 2002년 이후 우리 사회에서 축구대표팀에 관해 이야기하는 건 다반사였지만 특히 그날은 대한축구협회가 특별히 마련하고 허정무 감독도 적극적으로 동의한 ‘생활 수칙’이 뜨거운 화제가 됐다. ‘문화 단체’ 구성원들이기 때문인지 ‘구시대적인 발상’이라는 의견이 대세였다. 국제대회 중에 고참 선수들이 음주를 하거나 몇몇 선수가 술자리 폭행 시비로 논란을 야기한 건 문제이지만 이 때문에 규정을 정하고 대표팀 숙소의 각 방마다 붙여 놓는 건 의미도 없고 실효도 없다는 주장이었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최고 영예인 성인 대표팀에까지 이르렀는데 그 정도의 수칙 준수는 이미 몸에 배어 있을 것이며, 규정에 어긋나는 일이 발생하더라도 그때 가서 징계를 할 일이지 ‘성인’ 선수들에게 그와 같은 상징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은 어떤 점에서는 모욕적인 일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물론 반대 의견도 없지 않았다. 밤낮으로 축구 소식을 검색하는 즐거움을 가진 어떤 이는 “마치 유럽은 매우 자유롭게 선수들이 다 알아서 생활하는 것 같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면서 “유럽 각 구단은 선수와 계약할 때 ‘스키를 타지 않는다.’ ‘오토매틱 차량만 운전한다.’ 등의 조항을 반드시 넣는 등 규율과 기강을 매우 중요시 여긴다.”고 반박했다. 이런 저런 얘기 끝에 누군가 “술 좀 마시면 어때.”라고 한 마디를 툭 던졌다. 그러고 단호한 표정으로 덧붙이기를,“프로 선수가 계약을 할 때 사전에 아주 세세한 사항까지 약속하고 이에 도장을 찍는 것이라면 모를까, 왜 ‘군기 수칙’ 같은 것을 만들어서 선수 개인의 방에 액자로 만들어 걸어야만 하는지에 대해 도무지 찬성할 수 없다.”고 했다. 그 이의 말인즉슨 어떤 종류의 인간이든 기본적으로 ‘위반의 상상력’을 갖고 있으며 이 기묘한 감정이야말로 그 사람을 발전시키는 내면의 에너지라는 것이다. 익숙한 관습을 벗어나려는 욕망, 금기를 뛰어 넘으려는 상상이야말로 개인이나 인류에게 매우 아름다운 에너지가 되는 것인데,‘수칙 액자’ 같은 장치는 오히려 자생의 에너지를 가로막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액자를 걸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군기 확립’식 합숙 문화를 예고해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다. 대개의 워크숍이 그렇듯 곧 이 논쟁은 다른 주제와 뒤섞이며 혼잡해지고 말았지만, 내게는 각별한 공부가 됐다. 화장실에 가서 나는 이 ‘수칙 액자’의 상징성과 무게를 생각했다. 축구 선수가 군인이나 성직자도 아닐진대 ‘애국심이나 투지’뿐만 아니라 내면의 개인적 에너지를 극대화한 아름다운 상상력도 매우 중요하다는 생각이 퍼뜩 든 것이다. 세면대 거울 위에 콘도 측에서 내건 액자가 보였다.‘수건 등 시설물을 가져 가시면 원상회복 및 배상을…’이라고 적혀 있었다. 그 순간, 난 마음에도 없이 수건을 슬쩍하고 싶어졌다.축구평론가 prague@naver.com
  • 허경영 신드롬 다룬 MBC ‘PD수첩’ 논란 꼬리물어

    허경영 신드롬 다룬 MBC ‘PD수첩’ 논란 꼬리물어

    지난 대통령선거 때 경제공화당 후보로 출마한 허경영씨를 둘러싼 이상열풍을 조명한 MBC 시사 프로그램 ‘PD수첩’의 ‘시사집중-허경영 신드롬의 함정’편(15일 방송)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정확한 검증이나 비판없이 앞다퉈 허씨를 출연시켜온 방송사들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한층 높아지고 있다. ‘PD수첩’은 이날 방송에서 결혼하면 1억원 무상지원, 유엔본부 판문점 이전 등 이색 공약으로 눈길을 끌었던 허씨에 대해 제기되는 여러 의문점들을 집중 취재했다. 방송은 그가 주장하는 병 치유능력의 허구성과 정당에서 하는 수익사업의 불법성, 매관매직 의혹 등을 파헤쳤다. 허씨는 ‘허본좌’‘인터넷 대통령’ 등으로 불리며 인터넷과 매스컴 등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PD수첩’은 미디어가 그의 대중적 인기에만 주목할 뿐 실체를 검증하는 데는 소홀히 하는 현실도 꼬집었다. ●허경영 “편집 잘못됐다” 이에 대해 당사자인 허씨는 자신에 대한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허씨는 “내가 충분히 설명을 한 장면은 방송하지 않는 등 편집이 잘못됐다.”며 “모자이크 처리해 당원이라고 나오는 사람들도 내가 전혀 모르는 사람”이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같은 주장에 대해 ‘PD수첩’ 기획과 진행을 맡고 있는 MBC 시사교양국 송일준 책임프로듀서는 “방송된 내용은 모두 철저한 사실 취재를 바탕으로 제작된 것”이라면서 “프로그램에 조작이나 거짓은 있을 수 없다.”고 일축했다. ●“허경영 2탄도 고려 중” 그는 또 “아직 구체적인 일정이 잡히진 않았지만, 추가적으로 다른 제보들이 속속 들어오고 있어 2편 제작 여부를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 시청자들은 ‘PD수첩’ 역시 인기에 영합한 자극적인 내용과 고발로 일관했을 뿐, 실체를 제대로 파헤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미디어 평론가 백병규씨는 “‘허경영 신드롬’은 기존의 식상한 정치 패러다임과 달리 삶과 직결된 쟁점들을 부각시켰다는 점에서 일견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면서 “그러나 이 같은 신드롬의 부작용에 대해 정확히 가려줘야 할 미디어가 황당한 주장을 여과없이 그대로 중계하는 것은 문제”라고 비판했다. 특히 백씨는 “시사프로그램과 연예오락프로그램은 구분돼야 한다.”면서 “시사프로그램에서라도 허씨가 자신의 주장이나 발상을 실제로 이행하고 있는지, 정당을 제대로 운영하고 있는지 등에 대해 냉정하게 검증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아연기자 arete@seoul.co.kr
  • 한국 사람 만나면 한국말로 해요

    한국 사람 만나면 한국말로 해요

    킬링필드에서 온 스님 린사로 스님은 1년 6개월 째 한국 생활을 해오고 있다. 2005년 캄보디아의 큰 스님을 따라 한국 여행을 온 것이 계기였다. 그 이듬해인 2006년 4월 아예 한국 유학의 길을 택했다. 스님은 지금 도선사에서 한국 불법(佛法)을 배우고 있다. 한국 불교뿐만 아니라 한국어를 비롯한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과 애정도 각별하다. 한국 생활도 이젠 꽤 익숙해졌다. 스님이 구사하는 부드러운 한국어를 듣고 있으면 스님이 얼마나 성실하게 한국 생활을 해 왔는가를 잘 알 수 있다. 스님을 처음 만났을 때 시선을 끈 것은 특이한 옷차림이었다. 오렌지 빛이 강렬한 가사는 박음질이 전혀 없는 큰 천으로 몸 전체를 둘둘 말고 있는 듯했는데, 옷을 어떻게 입는지 그 방법이 자못 궁금했던 것이다. 스님의 설명에 따르면 오렌지 빛 가사는 캄보디아를 비롯하여 태국, 미얀마, 라오스, 스리랑카, 베트남 등 우리가 알고 있는 동남아시아 일대의 스님들이 입는 남방 가사이다. 이곳 스님들은 속옷만 입은 채 다른 아무 것도 걸치지 않은 상태로 가사를 입는데, 세 조각으로 이뤄진 천을 몸에 칭칭 감고 둘둘 말아 입는단다. 스님들은 이 가사를 절대로 벗지 않는다고 한다. 겉을 두르는 한 조각은 절 안에서는 잘 개어서 왼쪽 어깨 위에 걸치고, 절 밖에서는 활짝 펼쳐서 몸에 두른 다음 둘둘 말아 왼쪽 어깨 뒤로 넘겨 겨드랑이 밑으로 넣는다. 오른쪽 어깨를 드러내고 슬리퍼를 신은 스님들은 몸놀림이 가뿐하고 시원하다는 것이다. 캄보디아의 더운 기후에 맞춰진 가사인 셈이다. 앙코르와트의 그늘 지상 어느 나라인들 아픔의 역사가 없을까만 캄보디아는 드물게 큰 고통의 현대사를 안고 있다. 20세기 최악의 학살 사건으로 유명한 킬링필드의 나라. 그 현장에 세워진 위령탑엔 죽임을 당한 이들의 해골이 전시되어 있어 당시의 아픔을 일깨워 준다. 최대의 불교 유적지인 앙코르와트의 그늘에 이런 슬픈 역사가 있다는 건 역사의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아무튼 캄보디아는 대표적인 불교 국가다. 인구의 96% 이상이 불교를 신봉하는 캄보디아에서는 태어나면 바로 절에 와서 스님의 축복을 받고, 절에서 시행하는 교육을 받는 것이 의무이다. 청년시절에는 일정기간 출가수행 과정을 밟아야 한다. 스님도 스무 살에 이 수행과정을 밟게 되었고, 이후 승려의 길을 걷게 되었다. 보통 30명이 출가 수행과정을 밟으면 1~2명만이 승려로서의 삶을 살게 된다 하는데, 가족 중에 승려가 있다는 게 아주 기쁜 일이어서 승려로 살아가는 것은 자랑스러운 일이란다. 스님이 이방의 나라 한국에서 배우는 한국 문화와 한국 불교의 체험은 색다르고 낯설 수밖에 없다. 언어, 기후, 음식부터가 다르고, 남방불교와 한국불교가 판이하다는 건 상식이니까 말이다. 스님은 하루에 두 끼만 먹는단다. 보통 아침과 점심을 먹는데 4시 이후에는 물 이외의 음식은 절대 취하지 않아야 하는 게 남방불교의 방식인데, 한국에서도 이를 그대로 지키고 있다. 로마에 가면 로마의 법을 따르라 했지만 태어나고 자란 곳에서 익힌 불법(佛法)은 이국의 땅에서도 지켜야 하는 계율인가. 수요일을 제외한 평일 오전 9시부터 1시까지 동국대학교에서 한국어를 배우는 스님의 일정을 생각해 볼 때, 식습관을 지키는 것부터가 매우 힘든 수행으로 여겨진다. 그런데 캄보디아에서는 절에서는 취사를 하지 않기 때문에 매일 탁발로 먹을 것을 마련한단다. 가정집을 번갈아 방문하면서 공양을 하는 탁발에 익숙한 스님에게 식당에서 식사 후에 돈을 지불하는 일은 흥미로운 경험이다. 음식을 돈주고 사먹다니! 기후는 가장 큰 어려움 중의 하나일 게 분명하다. 머지않아 다가올 한국의 겨울나기도 이 스님에겐 큰 수행이 아닐 수 없겠지만, 이미 익숙해져서 괜찮다면서 미소를 짓는다. 꿈 이야기 스님에게 언어 문제는 더 이상 장벽이 아니다. 동국대학교에서 1년이 넘게 한국어 공부를 하고 있는데, 지금은 한국어 과정의 마지막 단계인 6급 수업을 진행 중이다. 한국어로 하는 토론과 연설까지 가능한 수준이니, 6급을 마치고 인도철학과에 진학하여 배움의 길을 걷겠다는 스님의 꿈도 요원하지만은 않겠다. 스님은 앞으로도 수년 더 한국에 머물면서 한국 문화와 한국 불교를 체득할 계획이다. 한국에서 대학 공부를 마치고 캄보디아로 돌아가면 그곳의 불교대학에서 불교 교육을 맡아 할 것이라 한다. 부드럽지만 강한 어조로 스님은 자신의 꿈을 살짝 열어 보여준다. 궁금했는데, 깜빡 잊고 물어보지 못한 말이 있다. 스님도 꿈을 꾸느냐고, 그렇다면 한국에서 꾼 꿈에서는 캄보디아말과 한국말 중 어떤 언어로 꿈을 꾸느냐고. 아니, 이건 질문거리도 되지 않을 듯하다. 한국 사람 만나면 한국말을 하고 캄보디아 사람 만나면 캄보디아말을 할 게 뻔한 노릇이니까. 글 전해수 문학평론가, 동국대 국제교육원 강사 월간 <삶과꿈> 2007년 11월호 구독문의:02-319-3791
  • [하재봉의 영화읽기] 비커밍 제인

    [하재봉의 영화읽기] 비커밍 제인

    사랑에 빠진 남녀의 마음을 섬세하게 표현해 대중들의 열렬한 호응을 불러일으킨 여류작가 그 자신은, 과연 어떤 사랑을 했을까? 혹시 허구적 소설 속에 등장한 이야기나 인물들은 자신의 연애담에 상상력이라는 질료를 불어넣어 조금 변형한 것은 아닐까? 18세기 영문학사에 중요한 작가로 기록되는 여류작가 제인 오스틴은 평생 6편의 소설만을 남겼지만, 그 소설들은 현재의 독자들에게도 폭넓은 사랑을 받고 있고 또 6편 전부 영화나 TV영화 혹은 미니시리즈로 여러 차례 만들어져 대중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 제인 오스틴의 감성은 시대를 뛰어 넘어 2백년이 훨씬 지난 지금의 관객들에게도 통하고 있는 것이다. <와호장룡> <브로크백 마운틴>을 만든 대만 출신의 이안 감독이 <센스 앤 센서빌리티>로 제인 오스틴의 섬세한 감성을 화면에 옮기는데 성공했고, <오만과 편견> <엠마> 등 제인 오스틴의 작품 6편들은 지금까지 수십 차례 영화로 만들어져 큰 성공을 거두었다. <비커밍 제인>은 알려지지 않은 제인 오스틴의 사랑 이야기를 영화로 만든 것이다. 물론 당시의 정확한 기록이 남겨져 있지 않기 때문에 상당 부분은 허구로 재구성한 것들이다. 제인 오스틴은 1775년 12월 16일 영국 햄프셔 스티븐톤 교구에서 목사의 딸로 태어났다. 그녀의 형제는 모두 8명. 그 중에서 제인은 일곱 번째였다. 그녀가 받은 공식적인 교육은 11살 생일 직전 애비 스쿨에서 1년 반 동안 읽기를 배운 것이 전부였다. 그녀는 어려서부터 혼자 글쓰기를 좋아했는데, 기성교육을 받지 않은 그녀는 지금까지의 소설들과는 다른 전혀 새로운 스타일의 글을 시도했다. 그녀의 첫번째 소설은 《엘리노와 마리안느》로서 19살 때 쓴 작품이다. <비커밍 제인>은 제인이 첫번째 소설을 막 쓰고 난 직후부터 시작된다. 제인이 스무 살 때인 1795년 크리스마스 시즌, 그녀는 운명적인 남자를 만나는데 그는 제인의 오빠의 친구인 톰 리프로이다. 휴가차 햄프셔를 방문한 톰은 1월 중순 런던으로 돌아가 법률공부를 시작한다. 제인은 그 해 8월 런던에 가서 톰을 만나지만 1798년 8월 그들의 로맨스는 끝난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하지만 제인 오스틴의 짧은 일생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시기였을 이 무렵의 제인의 삶에 대해서는 알려져 있지 않다. 왜냐하면, 제인이 런던에서 톰을 만나고 돌아온 직후인 1796년 9월 18일부터 로맨스가 끝난 직후인 1798년 10월까지 2년 동안 쓴 제인의 편지를 제이의 언니가 모두 불태워버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제인의 언니 카산드라가 실수로 혹은 고의로 태우지 않은 두 사람 사이의 첫번째 편지는 아직 남아 있다. 제인 오스틴의 전기작가 존 스펜스는 이 편지를 바탕으로 제인 오스틴의 소설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을 끄집어내서 제인이 사랑한 톰 리프로이라는 인물의 캐릭터를 구체적으로 형상화했다. 제인이 톰과 사랑에 빠져 있던 그 시기, 제인 오스틴의 주요 걸작들이 탄생되었다. 그 2년 동안 제인은 《오만과 편견》《센스 앤 센서빌리티》《엠마》 등을 집필했고 사랑이 끝난 직후인 1979년 그녀의 마지막 작품 《노싱거 사원》을 완성했다. 하지만 제인은 1799년 이후 1817년, 42세로 세상을 떠날 때까지 깊은 사랑의 상처로 인해 더 이상 소설을 쓰지 않았다. 제인 오스틴의 연애 이야기를 그린 줄리아 제롤드 감독의 영화 <비커밍 제인>은, 존 스펜스의 전기 《비커밍 제인 오스틴》을 영화로 옮긴 것이다. 줄리아 제롤드 감독은 10년 넘게 TV 시리즈를 연출하면서 인정받은 후 2005년 영화계에 대뷔했다. <비커밍 제인>은, 기존의 자료를 바탕으로, 제인 오스틴의 소설 속에 나오는 여러 가지 상황이나 인물을 효과적으로 결합하여 상상적으로 재구성했다. 영화에서 중요하게 강조되는 것은, 사랑이냐 돈이냐 라는 선택의 문제다. 조금 더 고급스럽게 말한다면 정신적인 영혼의 사랑을 갈구할 것인가, 아니면 현실적인 물질적 풍족을 따를 것인가 하는 문제다. 제인(앤 해서웨이 분)이 사랑한 톰 리프로이(제임스 맥어보이 분)는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셔서 외삼촌의 후원 없이는 생활이 불가능하다. 더구나 그는 법대생인데 대법관인 외삼촌의 심기를 불편하게 해서는 출세할 수 없다. 즉, 외삼촌의 동의를 얻지 못하면 아무리 제인을 사랑해도 현실적으로 결혼이 불가능하다. 톰이 외삼촌의 반대로 제인과의 결혼을 망설이고 있는 사이, 제인 앞에는 부와 명예를 갖춘 귀족 집안의 위슬리(로렌스 폭스 분)가 청혼한다. 제인의 어머니(줄리아 월터스 분)는 사랑만 가지고 가난한 목사(제임스 크롬웰 분)와 결혼했기 때문에 지금도 감자를 캐고 있는 신세라면서 제인에게 위슬리의 청혼을 받아들일 것을 강력하게 권고한다. 결혼이 여성들의 신분상승을 위한 중요한 기회로 인식되는 것은 현대에서도 발견할 수 있지만, 빈부격차가 심했던 18세기 당시에는 훨씬 더 심했다. “어떻게 사랑 없는 결혼을 할 수 있지? 가족, 집, 모두 다 잃고 얻는 건 가난과 고역뿐이라도 난 이 행복을 놓칠 수 없어!” 사랑에 빠졌지만 현실적인 장벽 앞에서 절망하는 제인이나 톰은 물론 제인 주변의 위슬리나 위슬리의 후원자인 그래샴 부인(매기 스미스 분)과 제인의 언니인 카산드라 오스틴 등 <비커밍 제인>에 등장하는 많은 캐릭터들은 제인 오스틴의 소설 속 인물들에서 뼈대를 가져와 살을 붙인 것이다. 제인 오스틴의 소설에서 가장 돋보이는 것은 사랑에 빠진 남녀의 섬세한 심리묘사와, 깊은 관찰력으로 획득된 입체적인 캐릭터의 구축, 사람들 사이의 관계에 대한 성찰이다. 그것이 그녀가 창조한 인물들로 하여금 시대를 초월해서도 살아있는 생명력으로 가득차 있게 하는 것이다. 평생동안 독신으로 소설만 쓰며 살다간 제인 오스틴은 실연의 깊은 상처로 10년 넘게 절필하다가 1811년 《센스 앤 센서빌리티》가 출판되면서 활력을 되찾는다. 이미 오래 전에 탈고한 소설이었지만 출판은 되지 못하다가 《센스 앤 센서빌리티》의 좋은 반응으로 그녀의 다른 소설들 《오만과 편견》(1813년), 《맨스필드 파크》(1814년) 《엠마》(1815년)가 출판되었고 《설득》과 《노싱거 사원》은 1817년 7월 18일 에디슨 병으로 그녀가 사망한 후 유작으로 출판되었다. 제인 오스틴의 소설은 항상 결혼 직전의 남녀가 주인공이며, 매력적이지만 믿을 수 없는 남성 캐릭터가 등장한다. 그것은 그녀 자신의 사랑의 상처에서 오는 경험 때문이다. 톰 리프로이는 훗날 아일랜드의 수석변호사로 성공했으며 그는 자신의 첫 딸 이름을 제인이라고 지었다. 이런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제인 오스틴의 사랑 이야기가 섬세하게 만들어진 <비커밍 제인>은 시대가 흘러도 세상이 변해도 변하지 않는 남녀 관계의 복잡하고 미묘한 감정을 화두로, 진정한 사랑에 대해 말하려고 한다.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로 스타가 된 앤 해서웨이의 연기도 좋지만 조연들의 빼어난 연기도 영화의 격을 높이는데 일조하고 있다. 특히 제인의 어머니 줄리아 월터스나 그래샴 부인 역의 매기 스미스 등 당대를 풍미하는 노 여배우들의 출연은 <비커밍 제인>의 완성도를 높여주고 있다. 앤 헤서웨이는 지적 호기심이 강하면서도 세상에 대한 강렬한 반어적 통찰력을 갖고 있었던 제인 오스틴의 내면을 효과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글 하재봉 시인, 영화평론가, 동서대 교수 월간 <삶과꿈> 2007년 11월호 구독문의:02-319-3791
  • 팜스프링스 영화제 남우주연상

    배우 송강호가 영화 ‘밀양’으로 제19회 팜스프링스 국제영화제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그는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열린 이 영화제에서 국제영화평론가협회(FIRESCI)가 선정하는 남우주연상 수상자에 선정됐다. 한편 올해 이 영화제의 외국어영화상은 크로아티아의 ‘아르민’이 차지했으며, 여우주연상은 루마니아의 ‘4개월,3주 그리고 2일’의 아나마리아 마린차와 로라 바실리우가 공동 수상했다.
  • [시론] 문화정책, 경제논리에 빠져선 안된다/김주연 숙명여대 명예교수·문학평론가

    [시론] 문화정책, 경제논리에 빠져선 안된다/김주연 숙명여대 명예교수·문학평론가

    글로벌 시대에서 살아남기 위해 경제발전을 통한 부강한 나라로의 도약은 어떤 다른 명분도 넘어서는 긴요한 명제가 되었다. 이명박 정부와 더불어 ‘경제시대’가 우리에게도 다시 열리고 있는 것이다. 이 시간은 지난 10여년의 정치시대와 비교되면서 많은 사람들에게 새로운 소망을 주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문화 분야로 초점을 옮기면 세심하게 검토되고 주목되어야 할 또 다른 요소가 있음을 환기하고 싶다. 무엇보다 이제 더 이상의 경제논리와 정치논리로 문화가 인식되고 재단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문화는 현실정치와 현세적 물질생활을 포함하되, 그것을 넘어서는 가치의 이름이다. 이른바 ‘초월성’이 그것이다. 한 나라의 문화가 초월성을 지니고 있느냐의 여부는 그 나라와 사회의 수준을 가늠한다. 초월성이 결여된 채 정치와 현실에 매몰된 사회와 민족에게는 참다운 의미에서의 문화란 없다. 그런 의미에서 저항, 민중, 민족이 문화를 종속항으로서 거느려온 지난 한 세대는, 그 불가피성에도 불구하고 정치에 종속된 문화의 장애현상, 결손현상으로 인정되지 않을 수 없다.10여년 전부터 시작되어 지난 5년동안 두드러지게 지속된 투사적 문화인들의 군림은, 그 이전의 고질적인 어용문화인의 행태를 연상시키며 갈등을 유발하고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쉽게 말해서 정치논리로의 문화 종속현상이다. 다른 한편, 언제부터인가 문화를 경제논리로 계산하는 발상과 그 실천도 우리 사회의 중심부를 강타하고 있어서 우려된다. 런 마당에 대통령 당선인의 경제제일주의가 행여 문화정책과 문화현장에 경제논리, 시장논리만을 더욱 확산시킨다면, 이는 매우 심각한 일로 받아들여지지 않을 수 없다. 문화행정은 그 수장에 아직 전문가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이 별로 없어 보인다. 최근 거론되는 총리 후보자들의 면면을 보더라도 돈 잘 끌어온 대학총장들이 많다. 그러나 총리는 몰라도 문화행정의 책임자로서는 이러한 배경과 조건보다, 문화적 가치의 상징성이 중요시되어야 할 것이다. 최근 몇 년새 나라의 품격과 체신이 매우 떨어졌다는 게 공론이다. 문화를 경멸하고 반문화적 언동을 서슴지 않는 정치지도층이 야기한 현상이다. 이제 요구되는 것은 그 품격과 체신을 회복하는 일이다. 정치와 경제에 함몰된 문화정책이나 인사는 오히려 품격의 추락을 재촉함으로써 문화국가로서의 위상을 곤경에 빠뜨릴 우려가 크다. 문화는 실물이 아니라 상징이며, 행동보다는 언어를 통해 그 정체성을 발현한다. 그러므로 단기적인 효율보다는 인간 자체와 가치를 지향하며, 이에 훈련된 사람을 존중한다. 양보다 질의 세계이며, 질의 제고가 목표가 된다. 한 사람의 퇴계, 한 사람의 염상섭, 한 사람의 괴테가 보다 존중되고, 소비적 영상문화보다 창조적 문학행위가 평가되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오늘날 디지털문화 속에서도 여전히 콘텐츠가 소중하며, 이를 위해 전통적 문학을 비롯한 전승문화가 가꾸어져야 하는 것이다. 결국 이명박 정부는 이념을 중시하는 정치논리로부터 문화의 품위있는 초월성을 회복시키는 것은 물론, 그것이 다시 시장중심의 경제논리에 빠져버리는 위험을 막아야 하는 이중의 사명을 띠었다. 이런 당면과제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다면 문화국가로서의 진보와 향상이라는 오랜 소망은 지체될 것이다. 그렇게 되지 않기를 희망한다. 문화에는 엄중하면서도 성대한 문화논리가 있는 것이다. 김주연 숙명여대 명예교수·문학평론가
  • 잇단 위작파문 미술시장의 최대 화두는?

    잇단 위작파문 미술시장의 최대 화두는?

    “믿고 사세요∼” 최근 박수근의 ‘빨래터’ 위작 시비 등 지난해 이후 가짜그림 파문이 잇따라 불거지자 미술계는 지금 신뢰회복을 위해 몸부림 중이다. 낙찰받고 1년 뒤 작품을 되팔 때 일정 가격을 보장해주거나 위작의혹이 제기되면 무조건 100% 환불해주는 등 전례 없이 다양한 ‘소비자 보호장치’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건 역시 온라인 시장 쪽이다. 국내 최대 미술품 온라인 사이트인 포털아트는 이른바 ‘보장경매’ 제도를 도입, 지난 12일 경매 작품부터 이를 적용하기로 했다. 보장경매란 소비자가 작품을 구입하고 1년 뒤 다시 경매를 통해 되팔 때 낙찰가의 최소 80%를 보장해주는 제도. 포털아트는 국내 화가 경매 작품 가운데 약 50%에 대해 이 제도를 우선 적용하며 소비자 반응을 지켜본다는 방침이다. 포털아트측은 “작가는 낙찰가 가운데 실제 지불받은 돈의 80%를, 포털아트는 관리비의 80%를 각각 부담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새달 21일 첫 경매를 시작하는 신생 웹사이트 오픈옥션도 소비자 위주의 판매제도로 승부수를 띄웠다. 안목이 부족해 미술품 투자를 망설이는 초보 컬렉터들에게 실질적인 길잡이가 될 수 있는 ‘골든아이(Golden eyes)’제도를 마련했다. 서성록, 윤진섭, 신항섭 등 저명 미술평론가들이 주축이 된 작품선정위원회를 구성해 그동안 미술시장에서 저평가돼온 40∼50대 작가들을 위주로 투자가치가 높은 유망작품을 엄선해준다는 복안이다. 오픈옥션 이금룡 회장은 “좋은 작품을 안심하고 구입하는 동시에 투자가치도 있는, 예술성과 상업성 모두가 보장되는 제도”라고 밝혔다. 오픈옥션에서도 구입가의 80%를 보장해주는 제도(환금성 보장 시스템)를 마련했다. 단, 이는 작품을 낙찰받은 지 1년이 지난 시점부터 1년 동안만 적용된다. 일반 컬렉터들을 위해 가격왜곡을 막는 장치도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 오픈옥션은 최고가 제한선을 정했다. 경매 전 프리뷰 행사에서 서면이나 전화로 사전에 정해둔 최고가 응찰이 이뤄지면 경매를 종료하는 방식이다. 이달 말부터 메가아트는 아예 작가들에게 직접 작품가격을 올리게 할 예정이다. 메가아트의 이호정 대표는 “처음엔 인터넷에 익숙한 젊은 작가들 위주로 시작할 계획”이라며 “작가와 소비자의 직거래 개념이어서 향후 합리적인 작품가격 정착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한국미술협회 정책연구소와 제휴해 작가를 섭외하고, 정책연구소가 발행하는 작품인증서를 판매시 추가하는 등 소비자 보호장치를 늘려가기로 했다. 포털아트, 이엠아트, 메가아트 등 주요 온라인 판매 사이트들에서 작가가 작품을 들고 찍은 사진을 올리는 장치는 이미 일반화돼 있다. 최근엔 동영상 화면까지 띄워 신뢰도를 끌어올리려는 추세이다. 외국작가들의 동영상도 찍어 작품설명 등을 자막 처리하는 건 물론이다. 위작 시비가 터져도 그나마 상대적으로 온라인 판매사이트들은 외풍을 덜 탄다. 위작 시비가 붙는 작품들이 주로 오프라인에서 고가에 거래된 것들이기 때문이다. 지난해에 비해 미술시장이 전반적으로 냉각된 건 사실이나, 일반인 컬렉터들의 시장참여는 줄지 않았다는 게 미술계의 중론이다.“다양한 신뢰장치들로 질서를 잡아가면 온라인을 중심으로 한 미술시장의 확장 가능성은 여전히 크다.”는 지적들이다.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대기환경·기후·보건 아우르는 저널로”

    “대기환경·기후·보건 아우르는 저널로”

    한국 과학자가 과학·기술·의학 분야 세계 최대 출판사인 독일 ‘스프링거’와 손잡고 대기환경 및 보건 분야의 국제학술지를 창간한다. 충북 청원군에 있는 고려대기환경연구소 정용승 소장은 스프링거사와 3년 간의 교섭과 시장조사를 마치고 연간 4차례 발간되는 계간 국제학술지 ‘대기환경과 건강’을 이달부터 발행한다고 13일 밝혔다. 현재 국내에서 발행되는 국제학술지는 모두 학회나 대학이 주도하고 있으며, 일개 학자가 국제학술지를 창간하는 것은 세계적으로도 드문 일이다. 정 소장은 1985년 제1회 국제대기환경학술회의를 창설해 20여년간 이끌어오고 있으며 청원군과 충남 태안군에 관측소를 운영하는 대기환경 전문가다. 특히 황사 및 산성비와 관련해 국제적인 권위를 인정받고 있다. 스프링거사는 유럽 최대이자 세계 3대 출판그룹으로 자연과학 분야의 권위 학술지 1000종 이상을 발행하고 있으며 독일, 프랑스 등 유럽 각국에서 신문사도 운영하고 있다. 정 소장은 “기존 학술지들이 일부 학문분야에 국한돼 있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대기환경과 기후, 보건 분야를 아우르는 학제간 학술지를 제안했다.”며 “인간 활동이 대기에 미치는 영향과 그로 인한 대기환경의 변화, 인간의 건강과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 등을 다룰 예정”이라고 밝혔다. ‘대기환경과 건강’에는 대기오염 관측, 산성비, 먼지, 대기화학, 대기오염 기후, 온실가스, 기후변화, 실내오염, 대기영향 평가, 산불연기, 대기오염 수치 예보모델, 대기청정 기술, 건강영향 평가 등의 분야에서 이뤄지는 연구활동과 종합평론 등의 논문이 실리게 된다. 논문의 심사는 대기과학과 보건 분야의 국제 전문가로 구성된 편집위원회가 맡는다. 정 소장은 창간 편집인으로 대기분야를 이끌게 되며, 보건분야는 미국 존스홉킨스대 블룸버그 공중보건대학원의 조너선 M 새미트 교수가 담당할 예정이다.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 ‘무한도전’의 위기?

    ‘무한도전’의 위기?

    MBC 리얼 버라이어티쇼 ‘무한도전’이 방송을 넘어 대중문화 전방위로 파급효과를 뻗치고 있다. 방송 3년째에 접어든 이 프로그램은 최근에도 평균 시청률 20%대를 유지하며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이달 초 불우이웃을 돕기 위해 발매된 ‘무한도전’ 달력은 인터넷에서 프리미엄이 얹혀 거래될 정도다. 하지만 프로그램 영향력 확대에 따른 부작용, 특색없는 아류 프로그램 양산 등 비판의 목소리도 만만찮다. ●진솔한 캐릭터 발현…시청자와 ‘교감’ ‘무한도전’이 유재석, 박명수, 노홍철, 정형돈, 하하, 정준하가 출연하는 현재의 틀로 자리잡은 것은 2006년 5월부터.‘강력추천 토요일’의 한 코너에서 독립한 뒤 스튜디오 게임과 인터넷 이미지 투표 등을 통해 시청자들과 교감했고, 멤버들의 캐릭터가 자연스럽게 발현됐다. 특히 설정과 가식을 최악으로 여기는 젊은시청자들에게 평균 이하임을 자처하고 솔직하고 친근하게 다가서는 출연자들의 모습은 마치 시트콤을 보는 듯한 재미를 안겼다. 최영근 MBC 예능국장은 “무엇보다 PD와 출연자들의 팀워크와 독특한 아이템, 자막 등이 시너지효과를 일으켰다.”면서 “치열한 경쟁에 시달리는 현대인들이 이들의 색다른 도전기에 삶의 위안과 용기를 얻은 것도 한 인기 요인”이라고 말했다. 때문에 유행에 민감한 CF나 대중적인 홍보를 필요로 하는 영화계에서도 ‘무한도전’을 자주 활용한다. 출연자들이 프로그램 캐릭터를 살려 CF모델로 나서거나 영화 패러디의 소재로 등장하기도 한다. 최근 애니메이션 ‘꿀벌대소동’이나 ‘엘라의 모험:해피엔딩의 위기’는 유재석, 정형돈, 하하 등이 목소리 더빙 연기자로 나섰다. ●‘라인업´ 등 과열경쟁 불러 방송계에서도 리얼리티를 강조한 오락프로그램들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모두 집단 MC체제에 정해진 대본 없이 출연자들의 애드리브나 현장성을 강화했다는 공통점이 있다.SBS ‘이경규, 김용만의 라인업’이나 KBS ‘해피선데이’의 ‘1박2일’, 케이블 TV에선 MBC every1의 ‘무한걸스’나 코미디TV의 ‘월드보이즈’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이같은 유사프로그램의 등장과 잦은 매체 노출로 인한 멤버들의 이미지 소진은 이 프로그램의 또하나의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 비슷한 형태로 인해 식상함을 주기 쉽고 과열 경쟁 양상으로 치달을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인터넷상의 ‘무한도전’과 ‘라인업’ 팬들간의 상호 비방전이나 ‘라인업’ 제작진이 태안 방제 작업에 대해 악의적인 글을 올린 네티즌을 고소한 것은 과열경쟁의 폐해를 단적으로 보여줬다. 대중문화평론가 김종휘씨는 “‘무한도전’의 형태가 지금처럼 자사는 물론 타사에서 복제되다 보면 프로그램이 진화하는 시간보다 시청자들이 더 빨리 식상해 질 수 있다.”면서 “출연자들 역시 각종 방송과 매체를 통해 이미지를 소진할 경우 생명력이 단축될 수 있으므로 절제의 미덕을 발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마잉주 뜨고 천수이볜 지고

    마잉주 뜨고 천수이볜 지고

    타이완 국민당의 입법위원선거(총선) 승리 바람,3월 총통 선거(대선)까지 이어질까. 총선 결과가 워낙 압도적으로 나오면서 국민당은 8년만의 정권교체 기대에 부풀어 있다. 집권 민진당의 실정을 질책하는 분위기가 고조된 만큼 마잉주(馬英九) 국민당 총통 후보의 인기도 치솟고 있어 승리를 낙관하는 분위기다. 현지 언론의 각 여론조사에서 마 후보 지지도는 45∼50%로 셰창팅(謝長廷) 민진당 총통후보의 12∼15%에 크게 앞서 있다. 이런 지지율은 이번에 처음 도입된 정당 투표 결과(국민당 51.23%, 민진당 36.91%)와도 일치해서 믿음을 더한다. 현지 언론은 이런 상황이 3월까지 이어갈 것이라고 분석했다. 마 후보는 승리 직후 “타이완 국민이 변화를 요구하고 있음을 보여줬고 경제와 민생을 안정시키는 데 최우선을 두겠다.”고 밝혔다. 국민당은 천수이볜(陳水扁) 총통 집권 시절의 실정을 조목조목 들이밀고 있다. 민생 불안과 양안 갈등 등 정치 혼란, 측근 비리로 국력이 하락했다는 비판이다. 지난 2000년 55년 역사의 국민당 집권에 종지부를 찍고 화려하게 집권한 천 총통의 8년간 성적표는 실제로 초라하다. 지난해 10월 현재 타이완 주가지수(TAIEX)는 외환위기 발생 이전에 비해 30% 낮은 수준이다. 지난 5년간 국내투자 등 핵심경제지표는 한국 등 동아시아 경쟁국에 뒤졌다.2005년 이후 연이어 터진 천 총통 측근의 부패 스캔들은 2006년 총통 사위의 내부 거래 스캔들로 극에 달했다. 타이완 정치평론가 예야오펑(葉耀鵬)은 “천 총통은 정부 실정과 비리 의혹에 대한 유권자들의 관심을 돌리기 위해 지지층과 반대층을 나누는 이분론적 정치전술을 써왔다.”면서 “민진당의 대패로 천 총통의 ‘레임 덕(정권말기의 권력 누수현상)’은 가속화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재연기자 oscal@seoul.co.kr
  • ‘주크박스 뮤지컬’ 올드팝 부활하다

    ‘주크박스 뮤지컬’ 올드팝 부활하다

    국내 공연계는 지금 ‘주크박스 뮤지컬’이 대세다. 인기곡들로 채워지는 ‘주크박스 뮤지컬’은 요즘 제작자나 관객 모두에게 안정적인 장르로 통한다. 과거의 히트곡을 끌어들인 만큼 정보없이 찾아온 관객이라도 친밀감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세계적인 추세다. 브로드웨이나 웨스트엔드에서도 ‘무빙아웃’‘저지보이즈’ 등의 주크박스 뮤지컬이 흥행에 성공했다. 추억의 가요를 묶은 뮤지컬이 중년 관객과 20·30대의 향수를 건드려 폭발적 호응을 얻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국내 공연장에는 주크박스 뮤지컬의 순항이 예고되고 있다. ●귀에 익은 노래가… 7080세대 작품들도 잇따라 그룹 아바의 노래를 내세운 ‘맘마미아’가 작년 12월 재개막한 데 이어 2월에는 세계적인 록그룹 퀸의 노래로 무장한 ‘위윌록유’가 선보인다.2002년 영국 웨스트엔드에서 초연된 ‘위윌록유’(We will rock you)는 퀸의 노래 24곡을 들려준다. 배경은 록이 금지된 2300년 지구 ‘플래닛 몰’. 록을 되찾으려는 두 청년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공연 사업에 본격 진출하는 SM엔터테인먼트도 올 9월 브로드웨이 최신작인 ‘제너두’(Xanadu)를 중극장 규모로 올릴 예정이다. 팝가수 올리비아 뉴튼 존의 동명 영화를 뮤지컬로 만든 이 작품은 흥겨운 롤러 스케이팅 뮤지컬로 1980년대를 강타한 팝음악을 열거한다. 2월 개막하는 노인 뮤지컬 ‘러브’도 음악을 내세운다. 라이선스 공연인 ‘러브’는 아이슬란드 원작에 등장했던 낯선 음악 대신 한국인들이 좋아하는 올드팝 25곡을 심었다.1970년대 인기 하이틴영화를 각색한 창작뮤지컬 ‘진짜진짜 좋아해’(3월)는 7080세대 가요메들리. 같은 달 개막하는 ‘온에어’도 라디오방송국을 배경으로 20·30대들이 공감할 가요를 버무려 넣는다. 다시 찾아오는 주크박스 뮤지컬도 있다.6월 ‘와이키키 브라더스’,11월 ‘달고나’,12월 ‘젊음의 행진’이 각각 재공연될 예정이다. ●‘히트곡 재연 쇼’로 전락할 수도… 주크박스 뮤지컬의 음악들은 관객의 몰입 정도가 크다. 특히 ‘맘마미아’는 아바의 노래 가사들이 각 장면 상황에 절묘하게 맞아 떨어지며 공감 증폭 장치로 활용된다.‘맘마미아’‘러브’의 김문정 음악감독은 “‘맘마미아’의 성공은 원곡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수수께끼 풀듯 낯선 인트로를 통해 관객에게 기대감을 갖게 하고 상황에 맞게 노래를 배치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주크박스 뮤지컬의 인기는 뮤지컬에서 음악의 중요성을 대변하지만 국내에서는 뮤지컬 작곡 인력의 기근을 역설하기도 한다. 특히 국내작은 10년 단위로 끊어가는 세대별 가요가 주류를 이룬다. 그래서 인기곡에 기대느라 드라마는 약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음악과 장면의 연관성이 동떨어진 예도 자주 지적된다. 뮤지컬평론가 조용신씨는 “쉬워 보이지만 쉽지 않은 게 주크박스 뮤지컬”이라고 말했다. 조 평론가는 “1990년대 이후 브로드웨이와 웨스트엔드에서도 주크박스 뮤지컬이 20∼30여편 만들어졌지만 그 중 10분의 1만 성공하고 나머지는 다 실패했다.”며 국내 작품도 수가 많아지게 되면 ‘히트곡을 재현하는 쇼’로 전락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정서린기자 r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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