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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봉석의 스크린 엿보기] ‘알이씨’

    [김봉석의 스크린 엿보기] ‘알이씨’

    올해 초 개봉한 ‘클로버필드’는 뉴욕 맨해튼에 괴수가 출현해 도시를 아수라장으로 만드는 영화였다.‘고질라’와 별다른 차이가 없는 내용이지만, 형식은 전혀 다르다. 괴수가 사라진 후 발견한 캠코더의 화면을 확인하는 설정으로, 보통 사람이 우연히 괴수를 촬영하게 되는 과정을 그대로 보여 준다. 캠코더나 디지털 카메라로 무언가의 동영상을 찍듯이, 화면은 쉴 새 없이 흔들리고 간혹 피사체 바깥을 잡기도 한다. 흔들리는 화면을 계속 바라보는 관객은 머리가 아프고 어지럽겠지만, 대신 현장감만은 확실하다. 보여 주기 위한 것이 아니라, 누가 보았던 장면을 나 역시 같은 방식으로 경험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스페인의 공포영화 ‘알이씨’(Rec·10일 개봉)의 전략도 동일하다. 리얼 다큐프로그램의 리포터 안젤라는 소방대원의 하루를 취재하다가 사건 현장에 동참하게 된다. 동행한 카메라맨과 함께 현장을 찍던 안젤라는 끔찍한 광경을 본다. 신음하며 쓰러져 있던 노파가 갑자기 경찰을 공격하여 목을 물어뜯고, 도망치려던 사람들은 군대에 의해 아파트 전체가 폐쇄되었음을 알게 된다. 아파트에서는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그 의문을 ‘알이씨’는 안젤라의 멘트가 곁들여진 카메라 시점을 통해 직접 확인해 본다. ‘알이씨’의 장점은 ‘클로버필드’와 마찬가지로 현장감이다. 아파트에서 좀비가 등장한 이유가 무엇일까. 아니 과연 폐쇄된 아파트에서 좀비를 피해 도망치는 것이 가능할까. 이 질문들에 대해 ‘알이씨’는 가장 직접적인 방식으로, 내 눈으로 직접 보는 것처럼 카메라의 시점으로 알려 주는 것이다.21세기는 누구나 동영상을 찍어 인터넷에 올려 대중과 공유하는 것이 가능한 시대다. 즉 개인이 경험한 사건을 다수가 거의 실시간으로 경험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이다.‘알이씨’ 역시 관객이 단지 멀리서 사건을 ‘관람’하는 것이 아니라, 그 현장 속에 들어가 직접 좀비를 피해 도망치는 것 같은 리얼함을 느끼게 한다. 안젤라가 느끼는 두려움과 공포를 관객도 실시간으로 공유하는 것이다. 화면이 흔들리면 마치 내 시선이 흔들리는 느낌을 받는 것처럼. 사실 ‘알이씨’나 ‘클로버필드’의 전략이 새로운 것은 아니다.1999년에 등장해 대성공을 거둔 ‘블레어 윗치’는 마녀전설을 찾아 숲속을 헤매는 청춘남녀들이 찍는 카메라 시점으로, 리얼한 공포를 보여준 적이 있다.‘알이씨’와 ‘클로버필드’는 이 영화의 업그레이드판이라고 할 수 있다.‘클로버필드’는 캠코더의 영상으로도 스펙터클이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했고,‘알이씨’는 개인적인 공포를 직접적으로 전달하는 데 성공했다. 이런 흐름을 다르게 해석한다면, 누구나 캠코더를 이용하여 대중을 감동시키는 영화를 만드는 것이 가능한 시대가 되었다는 것이다. 그것만으로도 ‘알이씨’는 흥미로운 공포영화다. 영화평론가
  • 詩, 춤으로 반추하다

    詩, 춤으로 반추하다

    1989년 서울신문사가 제정, 수여하는 예술평론상을 받는 등 시인이자 무용평론가로 살다가 지난해 별세한 김영태(1936∼2007) 선생을 추모하는 공연이 열린다. 12일 오후 6시 고인의 1주기를 맞아 아르코예술극장 무대에서 펼쳐질 ‘나의 뮤즈들’.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은 김영태 선생의 고정좌석(가구역 L열 11번)이 있을 정도로 고인이 생전 무용공연을 자주 관람한 곳이어서 의미를 더한다. 건축가 김원(광장건축 대표)이 추진위원장, 박명숙(경희대)·박인자(숙명여대) 교수가 예술감독을 맡아 그의 흔적들을 아르코예술극장에 되살려낸다. 공연 이름은 김영태 선생이 고희 기념으로 세상에 내놓았던 책 ‘풍경을 춤출 수 있을까 Ⅱ-나의 뮤즈들’에서 딴 것. 이 책에 등장하는 춤꾼들이 무대에 올라 고인의 시를 반추하며 고인의 시를 모티프로 안무한 작품들을 무대에 올리는 헌무가 이어진다. 첫 무대는 네덜란드 국립발레단과 국립발레단의 주역인 김지영과 김주원이 연다. 추모영상이 흐르는 가운데 각각 고인의 시 ‘나의 뮤즈에게’와 ‘과꽃’을 낭송·헌화한 뒤 곧바로 고인의 시를 토대로 만든 헌정 안무들이 펼쳐진다. 국립무용단 수석 무용수 장현수가 ‘남 몰래 흐르는 눈물’ 안무작을 선보이며, 독일 뒤셀도르프 발레단 지도위원인 허용순씨가 공들인 ‘깨어진 약속(Broken Vow)’(발레리나 허인정 춤)과 김순정의 초연작 ‘연(緣)’은 이 무대를 통해 처음 선뵈는 것들이다. 이 가운데 장현수의 ‘남 몰래 흐르는 눈물’은 김영태 선생 시를 배경으로 지난해 8월 춘천아트페스티벌 헌정공연 안무작으로 만든 것. 야외공연 도중 비가 쏟아져 미완성으로 끝났던 사연이 담겼다. 리을무용단 대표 황희연의 살풀이춤, 이용인ㆍ정형일의 ‘사계 중 여름’, 안성수픽업그룹의 ‘그곳에 가다中 습지’, 한서혜의 ‘돈키호테’에 이어 추모영상과 함께 김영희무트댄스 단원 양희정의 헌무와 고인의 시낭송으로 무대는 마무리된다. 공연은 전석 초대이며, 사전 전화예약을 통해 관람할 수 있다. 공연 전날 기일에는 생전 교유했던 지인들이 강화도 전등사를 찾아 참배하며, 공연이 있는 아르코예술극장 로비에서는 고인이 생전에 춤 풍경을 담은 그림 전시회도 열린다.(02)2263-4680. 김성호 문화전문기자 kimus@seoul.co.kr
  • 세계를 움직인 왼손잡이 29人

    람세스 2세와 알렉산더 대왕, 율리우스 카이사르, 잔 다르크, 나폴레옹, 빌 클린턴…. 세계 인구의 90%에 가까운, 압도적 다수를 차지하는 오른손잡이들을 제치고 세계 역사를 쥐락펴락한 위대한 왼손잡이들이다. 미국 작가이자 사회평론가인 에드 라이트가 쓴 ‘왼손이 만든 역사’(송설희·송남주 옮김, 말글빛냄 펴냄)는 이집트의 람세스 2세부터 미국의 빌 클린턴 전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세계 역사를 바꾼 왼손잡이 29명의 삶을 재조명한 책이다. 저자는 이 왼손잡이들의 공통적 성격과 개인적 성격 등을 조목조목 살핀다. 책에 따르면 왼손잡이는 오른손잡이보다 문제 해결능력이 뛰어나다. 직관력과 남들과 잘 화합하는 감정이입 능력이 탁월하며, 유연하게 사고할 수 있는 수평사고 능력과 실험정신도 갖추고 있다. 이를테면 람세스 2세는 역사상 최초의 평화조약을 맺는 등 수평사고 능력과 실험정신, 알렉산더대왕은 전투현장에서의 직관력, 나폴레옹은 직관력과 수평사고 능력, 빌 클린턴은 수평사고 능력, 실험정신이 남들보다 뛰어나다. 독학으로 위대한 업적을 이뤄냈다는 점도 왼손잡이의 또 다른 강점으로 꼽힌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 미켈란젤로, 마크 트웨인, 찰리 채플린, 헨리 포드는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했지만 책보다 경험을 통한 학습에서 큰 영향을 받아 위대한 업적을 이뤘다. 물론 왼손잡이들이 화를 잘 내는 등 좋은 점만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 술에 취해 말다툼을 벌이다 친구를 창으로 찔러 죽인 알렉산더대왕부터 심판에게 욕을 해대는 ‘테니스 코트의 악동’ 존 매켄로에 이르기까지 욱하는 성질을 참지 못하는 기질이 쉽게 발견된다. 그러나 저자는 이런 대목에서마저 “그들의 삶에서 마주치는 차별에서 비롯됐을 수 있다.”고 말하는 등 지나치게 ‘왼손잡이 친화적’이란 인상을 줘 아쉬움을 남긴다.2만 4500원. 김규환기자 khkim@seoul.co.kr
  • 524쪽 1만 2000행짜리 ‘詩의 저택’

    장르를 뛰어넘는 전방위적 글쓰기를 자랑하는 김정환(54) 시인은 등단 27년만인 지난해 처음으로 문학상(제9회 백석문학상)을 받았다. 그동안 몇 권의 시집을 냈는지 헤아리기 힘들 정도로 문제작들을 다작하고,2권의 소설집과 여러권의 교양서까지 냈지만 상들은 항상 그를 비껴갔다. 지난해 백석문학상 수상 시집은 ‘드러남과 드러냄’. 졸업앨범을 뒤적이다 시심이 발동해 두달 만에 무려 6000행을 써내려갔다고 한다. 시인은 또다시 일년 만에 524쪽,1만 2000행짜리 시의 ‘저택’을 완성했다. 최근 출간한 시집 ‘거룩한 줄넘기’(강 펴냄)는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를 제외하고 모두 열일곱편의 시로 구성돼 있다. 하지만 로마 숫자로만 된 소제목이 16개 이어지고, 마지막으로 ‘사랑노래-補遺’라는 독립된 시 한편이 이어진다는 점에서 하나의 시로 묶일 만하다. “마르두크, 최고신이자 모든 신./ 얼음의 음식과 고독의 경악. 흔들리는/침묵, 푸르른/전율과 생명의/내파. 그것도/거룩한 줄넘기는 아니다.”(시 ‘Ⅰ’ 중에서) 시인조차도 “이 정도 규모로 키울 줄은 몰랐다.”고 고백한 독특하고 광대한 시의 형태에 대해 문학평론가 황광수 역시 “이 거대한 생명체를 무엇이라 불러야 할까.”라고 난감해했다. 열여섯개의 로마 숫자의 역할에 대해서는 “내용을 구획하는 울타리라기보다는 생명의 흐름을 교감하는 세포막의 기능을 하고 있다.”고 했다. 소설가 이승우는 “언어와 그림과 건축과 신화와 역사와 종교와 성과 속과 죽음과 섹스와 노래와 춤 등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을 재료로 하여 지어진, 수없이 많은 방과 복도의 미로가 있는, 한 채의 웅장한 집이다.”라면서 시인을 ‘영혼의 유물론자’라고 규정했다.1만 8000원. 박홍환기자 stinger@seoul.co.kr
  • [정윤수의 오버 헤드킥] 감독은 그라운드 지휘자

    이 칼럼에서 한두 번 언급한 적이 있지만, 음악학자 어니스트 뉴먼은 ‘지휘자 없이도 관현악 연주는 가능한가.’란 질문을 던지면서 ‘물론 가능하지만, 그것이 과연 음악일까?’라고 되물었다. 사실 지휘자 없이도 관현악 연주는 가능하다. 하지만 그저 소리일 뿐, 수미일관한 해석과 철학과 미학이 관철된 음악이 될 수는 없다. 축구도 마찬가지다. 감독 없이도 축구는 가능하다. 때때로 감독이 경기 중간에 퇴장당하거나 출장정지 처분으로 벤치에 앉지 못했지만 더러 선수들이 이를 악물고 뛰어 감독에게 승리를 안기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역시 수미일관한 전술이나 축구 철학이 담긴 것은 아니다. 박진감 넘치는 경기가 진행될 때, 감독은 고함을 지르거나 아니면 팔짱을 끼고 있을 수밖에 없다. 감독이 경기의 모든 요소에 세세히 개입할 수 있는 야구나 배구와 달리 축구는 감독의 비중이 한없이 작아만 보인다. 그런데 이 모든 말은 피상적인 관찰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스페인의 우승으로 막내린 유로2008이 증명했다. 지네딘 지단이나 루이스 피구 같은 거목들이 은퇴했지만 여전히 카를레스 푸욜(스페인)이나 미하엘 발라크(독일)가 건재했던 이번 대회에서 축구의 모든 것을 관장하는 신은 대리자로 감독을 지목했음을 여실히 보여줬다. 결과가 모든 것을 말하는 스포츠의 특성 때문이기도 하지만, 스페인의 루이스 아라고네스 감독이 보여준 세밀한 지도 방침은 결국 기본전술이나 유기적인 움직임, 세트피스나 선수 교체 등에 감독이 개입함으로써 전체적인 틀이 완성된다는 것을 증명했다. 또한번 ‘4강신화’를 이룩한 러시아의 거스 히딩크 감독 역시 조별리그에서는 나사가 풀린 듯 느슨하고 맥빠진 팀을 단단하게 조련해 막강 화력의 네덜란드를 큰 점수 차로 물리쳤다. 그런데 정작 중요한 것은, 감독들이 지대한 책임과 권한을 어떻게 무엇을 위해 사용했는가 하는 점이다. 아라고네스 감독은 일찌감치 라울 곤살레스를 탈락시켰다. 왜? 자신의 권력을 자랑하기 위해서? 아니다. 젊은 선수들의 열정과 욕망을 마음껏 풀어헤치게 하기 위해서였다. 네덜란드의 마르코 반 바스텐이나 독일의 요하임 뢰브 감독은 수시로 노장 선수들과 대화를 나눴다. 왜? 권력 분점을 위해서? 아니다. 의사소통 없는 팀은 허수아비가 되기 때문이다. 한국 대표팀의 분위기가 어수선하다는 얘기가 자주 들려온다. 아마도 3차예선 통과 과정이 감독이나 선수 모두에게 만족스럽지 못해서일 것이다. 이런 때 한국축구의 엄격한 위계질서가 부작용을 키울 수 있다. 위계가 흔들리면 선수들의 서열에 파열음이 난다. 오합지졸이 되는 것이다. 경기 중에는 말할 것도 없고, 경기장 바깥에선 감독의 역할이 절대적이다. 중요한 것은 감독이 절대적 권한을 오직 팀 전체와 선수들을 위해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정한 위계는 필요하지만 의사소통 없는 상하관계는 쉽게 부러지기 쉬운 지휘봉이 된다. 유로2008을 지켜보고 돌아온 허정무 감독의 어깨가 그래서 더욱 무거워지는 것이다.축구평론가 prague@naver.com
  • [문화마당] 국적 있는 역사교육/김종회 문학평론가·경희대 국문과 교수

    [문화마당] 국적 있는 역사교육/김종회 문학평론가·경희대 국문과 교수

    여고 3학년 학생이 6·25동란을 만나, 동생들을 데리고 피란생활을 해야 하는 일시적 ‘소녀가장’이 되었다. 그 하나하나가 모두 귀한 생명들이 속절없이 죽어 넘어지는 현장에서 ‘보랏빛 가지’로 연명하며 숨죽이고 숨어 살았다. 수복된 서울로 돌아온 이후, 노년에 이르도록 일생을 두고 그 전란의 기억을 무슨 형벌처럼 안고 살아야 했다. 그는 6·25가 명백한 전면적 남침이었고 도발의 일차적 책임이 북한에 있다는 사실의 생생한 목격자였다. 지난 6월25일자로 발간된 재미 수필가 정옥희 선생의 수필집 ‘보랏빛 가지에 내 生을 걸고’에 실린 이야기이다. 팔만 리 시퍼런 태평양 너머 저쪽, 미국 캘리포니아의 미주한국문인협회 전 이사장으로서 미주 문인들의 글쓰기와 세상살이에 올곧은 사표(師表)가 되어온 그의 네 번째 수필집이다. 거기 동족상잔의 전쟁을 온 몸으로 감당한 처절한 체험담과 남북 간 민족사의 공과를 올바르게 평가하고 기록하는 보기 드문 용기가 숨어 있었다. 이 글은, 그러기에 지나간 과거의 추억담이나 반성적 성찰에 그치지 않고 다음 세대를 향한 경계와 교훈을 담고 있는, 한 원로 문인의 값있는 조국 사랑을 대변한다. 무지개의 마지막 빛깔 보라색은 그 의미가 ‘사랑’인 점도 눈여겨보아 둘 만하다. 오늘날과 같이 남북 간의 관계가 급전직하로 변화하고 수많은 변수들이 작용하는 시대에, 북한을 바라보는 시각이 전략적이고 탄력성이 있어야 마땅할 터이나 더 중요한 것은 명료한 역사적 사실을 외면하거나 왜곡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것이 이 절절한 체험기의 저자가 글을 쓴 목적이었다. 과거의 역사에서 교훈을 얻지 못하는 백성에게 미래의 꿈이 있을 리 없다. 근자에 한 여론조사 전문기관에서 전국 중·고교생 1000여명을 대상으로 ‘안보 안전의식 실태조사’를 실시한 적이 있다.6·25동란이 언제 일어났는지 물었더니 1950년이라고 정확히 응답한 학생은 43%, 절반 이상이 언제 일어났는지 알지 못했다. 누가 전쟁을 일으켰느냐는 질문에는 48%만이 북한이라고 응답했고 일본과 미국 등이 뒤를 이었다고 한다. 세계화 시대를 앞세워 국사 가르치기를 소홀히 하는 교육 시스템은 하루속히 바로잡지 않으면 안 된다. 나라를 세운 지 불과 230여년밖에 안 되는 미국이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이 된 것은 건국정신의 근본과 관련이 있고, 지금껏 미국의 학교들은 그 짧은 역사 가르치기에 강력한 중점을 두고 있다. 북한 핵문제, 중국의 동북공정, 일본의 독도 시비 등이 우리 역사의 실체적 진실 위에서 풀어 나가야 할 문제임은 불을 보듯 밝은 일이다. 이 현실 인식의 올곧은 근본주의를 훼파할 수 있는 자격이나 권한은 어느 누구에게도 주어지지 않는다. 일찍이 도산 안창호 선생이 “그대가 나라를 사랑하는가, 그러면 먼저 그대가 건전한 인격이 되라.”고 한 레토릭을 빌려 오자면,“그대가 나라를 사랑하는가, 그러면 먼저 그대가 올바른 국가관을 갖고 후세들에게 바른 역사를 가르치라.”라고 해야 할 판이다. 우리는 1년을 내다보고 농사를 짓고 10년을 내다보고 나무를 심으며 100년을 내다보고 사람을 기른다. 특별한 부존자원도 없이 지정학적으로 세계열강 가운데 놓여 여러모로 불리한 한국이, 세계 10위권의 무역국가로 두각을 나타낼 수 있었던 것은 ‘사람’이 가진 무형의 재산과 그 효용성을 극대화한 덕분이었다. 그 ‘사람’을,‘국적 있는 역사교육’을 통해 참으로 민족적 명운을 제대로 감당할 수 있도록 양육하는 책임이 우리 세대에 있다. 온갖 세월의 풍상을 다 견딘 한 원로 문필가가, 전쟁 체험 세대로서 후대에 전하는 의로운 정신과 자기 개시(開示)의 민족애를 감동적으로 읽은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다. 김종회 문학평론가·경희대 국문과 교수
  • 저작권위원장에 이보경씨

    이보경(51)전 문화체육관광부 문화산업본부장이 1일 신임 저작권위원회 위원장으로 선출됐다. 신임 이 위원장은 서울 출신으로 서울대와 미국 뉴욕주립대(행정학박사)를 졸업하고 문화부 문화산업총괄과장, 문화산업국장, 문화산업본부장 등을 역임했다. 문화부는 이에 앞서 이 전 문화산업본부장을 비롯한 17명의 저작권위원회 위원을 위촉했으며, 위원들은 첫 회의를 열어 3년 임기의 위원장을 호선으로 뽑았다. 위원들은 향후 3년간 저작권 관련 각종 사항을 심의하고 저작권 분쟁을 조정하는 업무를 맡는다. 위원들은 다음과 같다. ▲김소영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 ▲박영길 동국대 법대 교수 ▲박정하 서울싱어즈 소사이어티 음악감독 ▲박치동 서울시교육청 장학사 ▲배금자 해인법률사무소 변호사 ▲오승종 홍익대 법대 교수 ▲유혜영 단국대 컴퓨터학과 교수 ▲위정현 중앙대 경영학과 교수 ▲이대희 고려대 법대 교수 ▲이동기 국민대 법대 교수 ▲임진모 음악평론가 ▲정용탁 한양대 연극영화학과 교수 ▲정진섭 경희대 법대 교수 ▲표인수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 ▲홍승기 법무법인 신우 변호사 ▲박순태 문화부 저작권정책관
  • 신축 美대사관 ‘입방아’

    신축 美대사관 ‘입방아’

    미국 대사관 건물을 보면 미 외교 전략이 보인다? 바그다드, 베이징, 베를린 등에 새로 들어설 미국 대사관이 잇따라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뉴스위크 최신호(7일자)가 시대에 따른 미 대사관 건물의 변천사를 소개해 눈길을 끈다. 신축 대사관에 쏟아지는 비판은 디자인이 흉물스럽고, 너무 거대하며, 미국식 팽창주의를 노골적으로 드러낸다는 지적 등이다. 미국 독립기념일인 4일 베를린 브란덴부르크 문 인근에 개관하는 대사관은 독일 건축평론가들로부터 진부하고, 기괴한 건물이라는 악평을 듣고 있다. 이라크 바그다드의 대사관은 규모와 비용면에서 최고를 자랑한다. 그린존 안에 총 21개의 건물이 들어서며, 연간 운영비만 1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비판자들은 미국이 이라크에서 취할 장기적인 이득을 암시하는 상징물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베이징 올릭픽 개막일에 맞춰 8월8일 문을 여는 주중 대사관도 엄청난 크기로 찬반 양론에 휩싸여 있다. 사실 미 대사관의 수난 역사는 뿌리가 깊다.1956년 처음으로 외부 디자인 공모제로 지어진 런던 대사관의 경우 건물 입구에 장식된 황금 독수리상이 ‘외국인 혐오’와 ‘친미주의’를 상징한다며 비난받았다. 미 대사관은 반미주의자의 주 공격 대상이다. 때문에 보안과 외부인 통제는 건축 디자인의 핵심 요소로 중요시되고 있다. 특히 1998년 동아프리카지역에서 일련의 미 대사관 폭탄 테러 이후 국무부는 성벽으로 둘러쳐진 고립된 복합건물을 공식 디자인으로 규격화하기도 했다. 뉴스위크는 현재 새롭게 지어지는 대사관은 이같은 전례에서 벗어나 주재국의 전통, 상징성과 연계된 건축 디자인을 추구하고 있으나 이런 변화가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를테면 베를린의 대사관은 주변 고건축물과의 조화를 고려해 건물 색깔, 건축 자재 등을 신중히 선택했지만 비판자들은 단점만 부각시키고 있다고 전했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문화플러스] 인사미술제 7일부터 12일간

    전통문화가 살아 있는 인사동을 만들기 위해 인사동의 주요 화랑들이 주도하는 인사미술제(INSAF 2008)가 7일부터 18일까지 열린다. 올해로 2회째인 미술제에는 선화랑, 노화랑, 갤러리 아트싸이드 등 인사동에 있는 17개 화랑이 참여해 신인 및 중견 작가 52명의 작품들을 선보인다. 미술평론가 윤진섭 호남대 교수가 기획한 올해의 주제는 ‘미(美)와 추(醜)의 사이에서’. 윤씨는 “젊은 작가들이 보기 좋은 극사실화에만 몰두하는 미술풍토에 대해 고민해 보기 위해 선택한 주제”라고 밝혔다. 불편한 이미지로 예술의 또다른 면모를 보여 주는 김준, 홍일화, 차기율, 이재훈, 한효석 등의 작가들을 만날 수 있다.
  • 유치한 게 매력?… 안방극장 ‘B급 감성’시대

    유치한 게 매력?… 안방극장 ‘B급 감성’시대

    안방극장이 ‘B급 감성’에 푹 빠졌다. 케이블은 물론이고 지상파 TV에서도 ‘B급 감성’으로 무장한 프로그램들이 인기 상종가를 달리고 있다. 왜 B급일까. 사람들은 유치하고 촌스럽지만, 엉뚱한 매력이 마음에 든다고 말한다. 물건에 비유하자면 세련된 명품이 아니라 싸구려 짝퉁이지만, 그래서 어쩐지 더 친근감이 든다고 털어놓는다. 지상파의 ‘무한도전’‘무릎팍도사’‘1박2일’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에 시청자들은 환호성을 보낸다. 그들은 모자란 듯 개성이 뚜렷하고, 뒤통수를 때리는 참신함이 있다. 설정 또한 기승전결이 뚜렷했던 기존의 프로그램들과 달리, 각본 없이 즉흥적으로 진행돼 예측불가의 스릴을 느낄 수 있다.‘헤이헤이헤이’의 콩트처럼 스타들이 사정없이 망가지는 모습도 시청자들에게 큰 웃음과 카타르시스를 안겨준다. 회사원 김미영(32)씨는 “전문 진행가가 올바른 결론으로 이끌어가는 틀에 박힌 방식이 아니라, 순간적인 리액션과 피드백이 자유롭게 오고가는 흐름이 흥미진진하다.”면서 “하지만 한번 인기를 끌면 여기저기서 같은 포맷, 같은 진행자를 내세우는 경우가 많아 질릴 때도 있다.”고 말했다. B급 감성은 뭐니뭐니해도 케이블에서 대세를 이룬다. 대부분 해외 유명 작품들의 포맷을 따오거나 지상파 인기물을 패러디한 프로그램들은 기성의 질서를 뒤엎는 재미를 선사한다. 또 잘 생긴 사람이 대접받고 서로 착한 척하는 것이 아니라, 격의없이 상대를 대하며 솔직한 감정을 드러낸다. 대표적으로 패널보다 시민들의 발언이 더 우선시되는 ‘백지연의 끝장토론’,1박 2일동안 전국을 여행하며 과제를 수행하는 ‘미션X-챌린지6’, 여성연예인 6인의 좌충우돌을 담은 ‘무한걸스’ 등은 얼핏 유명 지상파 프로그램들을 연상시킨다. 하지만 포맷은 비슷할망정 보다 적나라하고 자유로운 분위기를 선사한다는 점에서 분명 차별화된 매력을 발산한다. 대중문화평론가 이명석씨는 “B급은 기성의 도덕, 우열관계를 역전시키고 권선징악, 외모 지상주의, 위선 등 정제된 것에서 벗어나 꾸며지지 않은 모습을 그대로 드러낸다는 점에서 공감을 많이 얻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같은 B급 감성의 서식지에는 한계가 없다. 리얼리티·토론·과학 프로그램, 토크쇼, 버라이어티쇼, 드라마 등 거의 모든 장르에서 발견할 수 있는 것. 지난 20일 시즌3이 종영된 다큐드라마 ‘막돼먹은 영애씨’는 솔직담백한 일상을 사실적으로 묘사해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과학실험 프로그램 ‘놀라운 발견’은 KBS ‘스펀지’와 포맷은 비슷하지만 PD가 직접 주인공으로 나서 기상천외한 실험들을 직접 수행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물론 B급 감성물의 생산 배경에는 상대적으로 열악한 제작여건이라는 현실적인 요건도 존재한다. 해외 프로그램을 본떴지만 예산이 적다 보니, 자연스럽게 A급이 아닌 B급으로 만들 수밖에 없는 상황도 있다는 것이다. 이명석씨는 “미디어가 다층화되면서 케이블TV·DMB·인터넷용 콘텐츠들은 여건상 처음에는 저예산으로 만들 수밖에 없다.”면서 “이 때문에 이들은 싸구려지만 기발한 아이디어와 참신한 감각이 넘치는 B급으로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런 B급물도 지나치게 선정성·자극성이 강할 경우 거부감을 낳는다. 회사원 민윤정(28)씨는 “정제된 작품에서는 느낄 수 없는 B급만의 자유로운 분위기, 일탈감을 좋아한다.”면서도 “지나치게 자극적이거나 저질화한 프로그램들은 몇 번 보다가 결국 멀리하게 된다.”고 꼬집었다. 강아연기자 arete@seoul.co.kr
  • 슈퍼맨·배트맨 잊어라 ‘슈퍼꼴통’ 나가신다

    슈퍼맨·배트맨 잊어라 ‘슈퍼꼴통’ 나가신다

    “이토록 지켜보기 불편한 슈퍼히어로는 없을 것이다.” 영화 ‘핸콕’(Hancock·새달 2일 개봉)에 출연한 샤를리즈 테론의 말은 2008년 여름 극장가의 영웅들 이미지를 한마디로 정리한다. 이들에게는 슈퍼맨이나 스파이더맨, 배트맨 같은 슈퍼히어로의 공식이 적용되지 않는다. 최신 스판덱스 유니폼이나 잘 빠진 ‘배트카’도 없다. 은행 잔고에 좌절하고 시민을 구한다면서 도시를 아수라장으로 만들기 일쑤다. 이들은 확고한 정의감에 충실했던 ‘슈퍼맨’이나 자기분열증에 빠졌던 ‘배트맨’과 달리 축 처진 어깨로 영화를 연다.‘내가 영웅이 될 자격이 있기나 한지’부터 고민하기 시작하는 이 ‘반(反)영웅’들이 올여름 슈퍼히어로 영화의 문법을 새로 쓰고 있다. ●‘핸콕’-“저 노숙자가 영웅이라고?” ‘핸콕’의 행색은 노숙자에 가깝다.“핸콕은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불평부터 한다. 영웅이라고 칭찬 받고 싶은데 아무도 박수 치지 않으니까. 그래서 ‘박수 치기 싫으면 관두라지, 다 필요없으니 내 맘 내키는 대로 살고 한두명 구하고 싶으면 구하면 아니면 말지’하는 생각인 거다.” ‘핸콕’의 주인공 윌 스미스는 자신의 극중 캐릭터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술에 취한 채 날고 한번 나서면 로스앤젤레스 도시 전체의 기물을 파손하는 ‘핸콕’은 존경의 대상과는 거리가 멀다.600여개의 줄소송에도 직면했다. 시민들이 욕하면 되받아 욕하는 이 ‘까칠한 영웅’은 결국 감옥에까지 간다. 그래서 슈퍼히어로 사상 최초로 이미지 관리 PR 전문가까지 붙는 진기록까지 보유했다. ●‘원티드’의 웨슬리-“내가 누군지 나도 몰라∼” 26일 개봉한 ‘원티드’(Wanted)의 웨슬리(제임스 맥어보이)는 ‘자학의 달인´이다. 분당 400회씩 뛰는 심장박동 수를 가질 정도로 병약한 그는 상사에겐 무능력자로 찍히고, 여자친구도 친구에게 뺏겼다. 그런 그가 가출한 줄 알았던 아버지의 복수를 위해 1000년의 전통을 자랑하는 결사단에 들어가게 되고 폭스(안젤리나 졸리)에게 킬러 훈련을 받으면서 ‘액션의 달인’으로 변모해 간다. 그러나 그의 고민은 여전히 그칠 줄 모른다.“내가 누군지 나도 모른다고.” ●‘공공의 적’보단 전세금이 더 급한 한국형 히어로 ‘강철중’ 강철중은 단연 ‘한국형 슈퍼히어로’의 선두에 서 있다. 개봉 8일째인 27일 현재 204만여명을 불러모을 정도로 흥행도 상종가. 그러나 5년 만에 다시 강동서 꼴통형사로 돌아온 그는 전세금 5000만원을 충당할 길이 없어 사표를 던진다. 거기다 전편에서 그렇게 두드려 팼던 건달 산수(이문식)에게 손 벌릴 생각까지 한다.‘구악형사’임을 숨길 생각도 없다. ●관객들의 자기동일시…‘반영웅’ 효과 쏠쏠 이같은 ‘반영웅’들은 판타지의 영역에서 ‘존경의 대상’이던 영웅들을 일상의 영역으로 끌어내리면서 관객에게 공감을 톡톡히 주고 있다. 영화평론가 전찬일씨는 “최근에는 동경의 대상이던 영웅을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법한 일상적인 인물이나 반영웅적인 이미지로 그리는 기획이 부각되는 추세”라고 말했다. 영화평론가 심영섭씨는 “정체성에 대한 고민이 없던 ‘슈퍼맨’과 달리 ‘엑스맨’부터 정상인보다 더 열등하고 고통 많은 영웅이 나오고 ‘아이언맨’‘핸콕’에서는 바람도 피우고 성희롱까지 하는 비윤리적인 영웅이 등장했다.”며 “이들은 관객에게 나와 다르지 않다는 동일시의 감정과 친근함을 동시에 주면서 슈퍼히어로의 입체적인 면을 주목하게 한다.”고 설명했다. 정서린기자 rin@seoul.co.kr
  • [강유정의 영화 in] ‘브로큰 잉글리쉬’

    [강유정의 영화 in] ‘브로큰 잉글리쉬’

    여자 나이 서른 다섯 즈음, 가장 친하게 지내던 친구가 마지막으로 유부녀가 되었을 때. 게다가 그녀의 남편이 내가 소개해 준 대학 동창일 때, 엄마는 이런 잔소리를 하기 마련이다.“그 녀석을 소개해 주는 게 아니었다. 저렇게 멋진 총각이 또 있을 것 같아? 이제 네가 만날 사람들은 이혼남이거나 문제 있는 유부남이야.”라는 말 말이다. 그런데 이런 상황이 꼭 지금, 여기 한국에서만 발생하는 것은 아닌 듯하다. 섹시하고, 사치스럽고, 자유로운 그녀들이 사는 뉴욕도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 영화 ‘브로큰 잉글리쉬’(Broken English·새달 3일 개봉)는 바로 그 사실을 보여준다. 사람들은 ‘섹스 앤드 더 시티’를 보며 뉴욕의 삶이란 저런 것이라고 꿈꾼다. 휴일 오전 친구들과 모여 브런치를 먹고, 지미 추나 마놀로 블라닉처럼, 백만원이 훌쩍 넘는 사치품을 기분 전환용으로 사는 여자들이 살고 있을 것이라고 말이다. 하지만 뉴욕의 호텔 매니저로 살고 있는 노라의 삶은 좀 다르다. 그녀도 ‘섹스 앤드 더 시티’의 주인공들처럼 날씬하고 매력적이며 안정적 직업을 가지고 있지만 그녀의 삶은 스산하다. 담배와 술에 절어 사는 노라는 ‘캐리’보다는 ‘브리지트 존스’와 닮아 있다. ‘브로큰 잉글리쉬’는 ‘섹스 앤드 더 시티’나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와 같은 삶이 현실이 아니라 허상이라는 사실을 잘 보여 준다. 그녀, 노라는 여자 친구가 있는데도 하룻밤 쾌락의 대상으로 자신을 선택한 유명 배우에게 상처받고, 소개팅 자리에서 옛 여자친구를 그리워하는 남자 때문에 절망한다. 이런 풍경은 ‘섹스 앤드 더 시티’에는 나오진 않지만 어쩌면 훨씬 더 사실적인 뉴욕일 수도 있다. 누구든 애인 그러니까 원 나이트 스탠드 대상이 아닌 지속적 관계와 친밀감을 나눌 사람을 찾지만 쉽지 않다. 서른 다섯쯤 되는 여자에게 남자들은 하룻밤의 뜨거운 관계를 요구할 뿐이다. 물론 ‘사만다’ 같은 허상 속 여자들은 그것이야말로 여자들의 권력이라고 말하지만, 노라는 그런 날이면 쓸쓸함에 침몰한다. 그러던 노라에게 어설픈 영어를 쓰는 프랑스인이 나타난다. 여러 차례 배신을 당한 노라는 그가 다가오는 것을 거부한다.‘브로큰 잉글리쉬’의 매력이라면, 어설픈 영어로 인해 오히려 진심을 담백하게 말하는 쥴리앙과의 대화다. 그는 유창한 영어를 하지 못하기에 진심만을 담아 전달한다. 프랑스로 함께 떠나자는 말을 확대해 해석하고 겁먹는 것은 노라다. 노라가 그의 말을 직설법이 아닌 은유로 이해했으니 말이다. 프랑스로 간 노라에게 택시기사가 말한다.“파리에서 행복을 찾길 바랍니다.” 노라와 그녀의 친구는 이 말에 겸연쩍어한다. 행복을 찾으라니, 이런 말은 사람들이 구어로 하기엔 너무 낯간지러운 것 아닌가? 그런데 노라는 영어가 통하지 않는 그곳, 파리에서 결국 사랑을 찾게 된다. 사랑에는 언어가 때론 장벽이 된다. 상대방의 언어를 외국어처럼 이해할 때, 사랑은 완성되기도 한다. 영화평론가
  • [北 영변 냉각탑 폭파] 미·중·일 반응

    ■美 - 신중 새 전기 마련…일각선 ‘정치적 쇼’ |워싱턴 김균미특파원|미국 언론들은 27일 북한의 영변 핵시설의 냉각탑 폭파를 주요 뉴스로 다뤘다.CNN방송은 폭파 장면을 실황중계했다. 서방8개국 모임(G8)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일본을 방문중인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 북한 핵개발의 상징물인 영변 원자로의 냉각탑이 폭파된 데 대해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하지 못하도록 수 개월간 노력해 온 불능화를 위한 걸음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말했다. 냉각탑 폭파 현장에 있었던 성 김 국무부 한국과장도 “핵불능화 과정의 중요한 걸음이며, 이로써 우리는 다음 단계(북핵 3단계)로 넘어갈 수 있는 좋은 위치에 서게 됐다.”고 말했다고 AP통신이 영변발로 보도했다. 미국의 한반도 및 안보전문가들 사이에는 영변 핵시설의 냉각탑 폭파장면 생중계를 ‘정치적인 쇼’라고 의미를 축소하는 이들도 있지만 대다수는 핵불능화 과정의 중요한 전기가 될 것으로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일부의 지적처럼 영변 핵시설이 너무 노후해 실제로 효용가치가 있는지 여부는 별개로 치더라도 냉각탑의 폭파로 북한이 앞으로 플루토늄 프로그램을 되돌이키기는 더욱 어렵게 됐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kmkim@seoul.co.kr ■中 - 환영 “北, 비핵화 강한 의지 보여줬다” |베이징 이지운특파원|중국은 어느 나라보다 북한의 냉각탑 폭파 사실을 높게 평가했다. 신화통신은 27일 “북핵시설 중 매우 중요한 설비인 냉각탑을 폭파한 것은 북한이 한반도의 비핵화에 대한 굳은 결심을 보여 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역사적으로 북핵 문제 해결이 순탄하지만은 않았지만 이번 핵신고 제출이 좋은 계기가 됐음은 틀림없다.”면서 “6자회담 참가국 각자가 대화와 교류를 강화해 갈등을 해소하고 상호 신뢰를 돈독히 함으로써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화사는 평소와는 달리 중국중앙방송(CCTV)이 현지에서 이를 중계할 것임을 알리는 예고 기사까지 냈다.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는 평론을 통해 “북한이 핵문제 해결에 대한 적극적인 태도를 전 세계에 알림으로써 족쇄와도 같은 테러지원국 지정과 적성국교역법 적용이라는 굴레에서 벗어나고 나머지 참가국 5개국으로부터 대북 지원을 얻어내고자 한 의도가 있었다.”며 한껏 적극 분석을 내놓았다. 진징이(金景一) 베이징대 조선문화연구소 소장도 “세계 언론을 초청한 가운데 냉각탑 폭파를 보여주는 이벤트를 벌인 것은 북핵 문제 진전에 대한 결실을 전 세계에 공개하는 상징적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jj@seoul.co.kr ■日 - 냉담 “국제사회 전시용 북·미 이벤트 불과” |도쿄 박홍기특파원|일본은 27일 북한의 영변 원자로 냉각탑 폭파에 대해 냉담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민간방송인 TBS(도쿄방송)가 폭파현장에서 실황을 중계했다. 일본 언론들은 폭파 소식을 신속하게 보도하면서도 “북한이 26일 핵프로그램 신고에 이어 국제사회에 비핵화 의도를 보여주기 위한 북·미 합의에 따른 이벤트”라고 강조했다. 또 북·미간의 ‘쇼’라고도 표현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사설에서 북한 테러지원국 지정해제와 관련,“미·일 동맹에 대한 타격이 심각하다.”며 지정해제 철회를 주문했다. 후쿠다 야스오 총리는 이날 “비핵화의 첫걸음으로 받아들인다.”며 거듭 환영의 뜻을 비쳤다. 그러면서 단서를 달았다.“이제부터 확실히 검증해 나가는 게 중요하다. 그 스타트를 끊은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약속한 일본인 납치문제 재조사에 대해 구체화해야 한다. 시간이 걸려서도 안 된다.”고 강조했다. 마치무라 노부타카 관방장관은 핵신고와 관련,“신고가 완전하지 않으면,(테러지원국 지정해제)결정을 철회토록 외교적 노력을 기울이는 게 당연하다.”고 했다. 그는 앞서 26일 밤 스티븐 해들리 미국 국가안보보좌관과의 전화 통화에서 북한의 테러지원국 지정해제와 관련,“일본 국민은 충격을 받고 있다.”고 일본 상황을 설명했다. hkpark@seoul.co.kr
  • [사고] 오피니언 필진 일부 바뀝니다

    [사고] 오피니언 필진 일부 바뀝니다

    서울신문 오피니언면의 ‘CEO칼럼’‘글로벌시대’‘옴부즈맨칼럼’‘문화마당’‘지방시대’의 필진 일부가 7월1일부터 바뀝니다. 독자 여러분의 변함없는 관심과 사랑을 바랍니다. ●CEO 칼럼(무순) 박중진(동양생명 부회장) 이철우(롯데쇼핑 사장) 윤용로(기업은행장) 김대유(STX팬오션 사장) 홍준기(웅진코웨이 사장) ●글로벌시대 최정아(새로움닷컴 인터내셔널대표) 정희섭(주한 덴마크대사관 투자담당관) 박현정(크레디트스위스은행 기업커뮤니케이션 이사) 박영숙(유엔미래포럼 대표) 최영민(숙명여대 교수) 간노 도모코(일본 프리랜서 언론인) 남상욱(유엔산업개발기구 서울사무소장) 앨런 팀블릭(서울글로벌센터 관장) ●옴부즈맨 칼럼 전범수(한양대 교수) 남재일(세명대 교수) 최영재(한림대 교수) 김사승(숭실대 교수) 심재웅(한국리서치 상무) 변선영(이화여대 학보사 편집국장) ●문화마당 김종회(문학평론가·경희대 국문과 교수) 석영중(고려대 노문과 교수) 박양우(중앙대 예술경영학과 교수) 이명옥(사비나미술관 관장) ●지방시대 전운성(강원대 농경제학과 교수) 조진형(금오공대 산업시스템학과 교수) 원도연(전북발전연구원 지역발전정책연구소장) 홍완식(세계사회체육대회 사무총장) 최진혁(충남대 자치행정학과 교수) 강형기(충북대 행정학과 교수) 박찬식(제주대 탐라문화연구소 연구교수) 김선범(울산대 건축학부 교수) 김준태(시인·조선대 교수)
  • [책꽂이]

    ●일곱시 삼십이분 코끼리열차(황정은 지음, 문학동네 펴냄) 2005년 등단한 작가의 첫 소설집. 표제작을 비롯해 ‘곡도와 살고 있다’ 등 9편의 단편과 ‘초코맨의 사회’‘G’ 등 2편의 엽편 등 모두 11편이 실렸다. 모자로 변하는 아버지, 직립 보행하며 말하는 모기 등이 등장하는 기상천외한 상상력과 유머가 돋보인다.1만원.●누가 더 놀랐을까(도종환 지음, 이은희 그림, 실천문학사 펴냄) 시인이 등단 24년 만에 내놓은 첫 동시집.2002년 심신이 쉽게 피로해지는 ‘자율신경실조증’이라는 희귀병에 걸려 속리산 산방에 터를 잡고 산 시인이 틈틈이 쓴 동시집. 심신을 치유하고 마음을 따뜻하게 해 주는 55편의 시가 실렸다.8000원.●소설을 살다(이승우 지음, 마음산책 펴냄) 소설 안팎의 사색을 담은 작가의 두번째 산문집. 글쓰기의 자양분이 된 인물과 경험, 소재를 고르는 법, 창작의 어려움, 이 시대 문학이 처한 상황에 대한 소회를 담았다.1만 1000원.●그리운 날의 시 또는 일기(김재열 지음, 천우 펴냄) 현직 언론인인 시인 자신이 직접 경험한 1960∼1970년대 성장통과 그 편린들을 곡진하게 그려낸 60여편의 시를 수록. 시인은 “40여년 전의 벌거숭이산을 기억하는 사람들에게 그 시절의 아름다움을, 그때를 모르는 젊은 사람들에게는 그 시절의 아픔과 낭만을 전해주고 싶었다.”고 고백한다.6000원.●유다와 세번째 인류(남한 지음, 문학수첩 펴냄) 2006년 마흔한살의 늦깎이로 등단한 작가의 첫번째 소설집. 표제작과 ‘갈라테아의 나라’ 등 6편의 중단편이 실렸다. 섹스 로봇이 인류의 성생활을 지배하는 등 흥미진진한 가상의 세계를 펼친다.9000원.●올해의 좋은시(황동규 등 지음, 현대문학 펴냄) 각종 문예지에 발표된 신작시 가운데 독서대중의 폭넓은 공감을 얻는 76편을 수록. 시인들이 온 정성을 기울여 조탁한 시어와 치열한 시인 정신을 엿볼 수 있다.8500원.‘올해의 좋은 소설’(현대문학)도 함께 나왔다.1만원.●소설의 고독(정홍수 지음, 창비 펴냄) 등단 이후 12년간 쓴 현장 비평글을 한데 묶은 평론집. 이혜경, 윤대녕, 성석제, 김인숙, 김남일, 공선옥 등의 소설집에 대한 해설을 중심으로 공지영, 방현석, 박완서, 정지아, 이청준 등에 대한 작가론과 작품론도 함께 수록.1만 8000원.
  • [사고] 오피니언 필진 일부 바뀝니다

    [사고] 오피니언 필진 일부 바뀝니다

    서울신문 오피니언면의 ‘특별칼럼’과 ‘열린세상’의 필진 일부가 7월1일부터 바뀝니다. 남북문제 전문가로 통일부장관을 지낸 박재규 경남대 총장의 ‘통일산책’이라는 고정칼럼을 신설합니다. 열린세상에는 새로 12명의 필진이 합류해 모두 23명이 앞으로 6개월 동안 분야별로 날카로운 진단과 해법을 내놓을 것입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바랍니다. ●기명칼럼(무순) 박재규(경남대 총장) 신경림(시인) 정종욱(서울대 국제대학원 초빙교수) 김형준(명지대 교수) ●열린세상 정종섭(서울대 교수) 이필상(고려대 교수) 방은령(한서대 교수) 이해영(한신대 교수) 이원덕(국민대 교수) 강미은(숙명여대 교수) 신은종(단국대 교수) 이성형(중남미전문가) 김정식(연세대 교수) 강지원(변호사) 이준한(인천대 교수) 금태섭(변호사) 하승수(제주대 교수) 황기돈(한국고용정보원 연구개발본부장) 김혜영(중앙대 교수) 현진권(아주대 교수) 박성민(민기획 대표) 최창일(시인) 박준철(한성대 교수) 김충현(서강대 영상대학원장) 윤재근(문학평론가) 이도흠(한양대 교수) 김무곤(동국대 교수)
  • [유로 2008] 스페인·러시아, 징크스 깰까

    이번에는 어떤 매직을 보여줄까. 거스 히딩크(62) 러시아 감독이 27일 새벽 3시45분(SBS-TV 생중계)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리는 유럽축구선수권(유로)2008 준결승에서 스페인을 격침하기 위해 어떤 마법을 동원할지가 관심을 끌고 있다. 히딩크 감독은 D조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1-4로 참패한 아픔을 되갚는 리턴매치에서 “전혀 새로운 플레이”로 맞서겠다고 공언했다. 그는 24일 팀훈련을 마친 뒤 “우리 선수들의 기량이 대단하다는 것을 느꼈다. 스페인과의 첫 경기에서 보여준 것과는 전혀 다른 플레이를 보여주겠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또 스페인에 대해 “우리와 스타일이 비슷하다.”며 “스페인이 선취점을 얻으면 뒷문을 걸어 잠그고 역습을 꾀하는 허점”을 노리겠다고 했다.75분 동안 이런저런 얘기를 늘어놓은 건 2002년 한·일월드컵 16강전까지 말을 아꼈다가 그뒤 가리지 않고 한 것과 닮아 있다. 러시아로선 공격의 핵 알렉세이 아르샤빈이 2경기 연속 골로 기세를 올리고 있고 스페인 공격수 다비드 비야(4골)와 이날 득점왕 승부를 내야 할 로만 파블류첸코(3골)가 갈수록 날카로움을 더하고 있어 거함을 거꾸러뜨릴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한다. 여기에 목표를 어느 정도 이뤄 부담이 없어진 점도 끼어든다. 축구평론가 정윤수씨는 “고만고만한 선수들의 역량을 엮어 체력과 조직력을 극대화하는 감독의 카리스마에 좌우되는 대회 특성을 볼 때 매우 점치기 힘든 한 판”이라며 “러시아의 상승세가 무섭지만 다채롭고도 섬세한 공격진의 조화가 돋보이는 스페인이 6-4로 유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일부 선수의 노쇠화와 수비진에서 야전사령관 페르난도 토레스에게로 건네지는 패스의 정교함이 갈수록 떨어지는 것이 아킬레스건이라고 정씨는 짚었다. 1950년 월드컵 4강과 1964년 대회 우승을 제외하곤 메이저대회 8강 이후 단판승부에서 낭패를 본 징크스도 루이스 아라고네스 스페인 감독의 머리를 짓누르고 있다. 또 히딩크의 희망과 달리, 아라고네스 감독은 토레스를 수비진까지 끌어내리는 잠그기 작전을 결코 구사하지 않을 것이라고 정씨는 강조했다. 히딩크의 가장 큰 적은 바로 자신.1998년 프랑스월드컵에서 네덜란드를 4강으로,2002 한·일월드컵에서 한국을 4강으로 이끈 이후 메이저대회 4강 이상의 성적을 올리지 못해 ‘매직은 4강까지’란 비아냥을 들어야 했다.26일 독일-터키전 승자와 30일 결승에서 맞붙으려면 무엇보다 먼저 스스로 사로잡힌 주문(자만심)에서 풀려나야 한다. 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
  • [정윤수의 오버헤드킥] ‘허무 축구’ 악평 벗으려면…

    ‘허무 개그’라는 게 있다.‘너는 이쁜 천사∼∼∼ 나는 재봉틀 살게.’ 같은 말이다. 웃기기는 한데 씁쓸한 여운이 남는다. 모든 농담이 그렇듯이 이 허무 개그도 사회의 일면을 반영한다. 통쾌한 웃음을 찾아볼 수 없는 이 공허한 시대에 허무 개그는 사물의 이면을 역설적으로 성찰하게 하는 효과를 갖고 있다. 많은 네티즌들이 축구 국가대표팀의 허정무 감독을 ‘허무 감독’이라고 부르는 것도 이런 맥락의 소산이다. 한 나라 대표팀 감독의 별명치고는 고약한 셈이고 그 당사자인 허 감독도 불쾌하겠지만, 자신이 왜 ‘허무 감독’이라고 불리는가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허 감독은 2010년 남아공 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 예선을 조 1위로 통과했다. 하지만 북한, 요르단, 투르크메니스탄 같은 비교적 약체를 상대로 거둔 이 성적표에 만족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가공할 만한 득점포’ 같은 기사를 본 지 정말 오래되었다. 골이야 신이 점지해 주는 것이라 하더라도 그 골에 이르는 과정은 선수들과 감독이 마땅히 도모해야 할 길인데, 대표팀의 공격 전술은 단조롭기 짝이 없었다. 상대팀의 샅바를 흔들어 버리는 미드필더들의 섬세하고 빠른 패스는 찾아보기 어려웠고, 동네 당구장에서 흔히 들리는 ‘대충 쳐놓고 키스를 바라는’ 그런 무의미한 크로스가 많았다. 몇 가지 항변 자료들은 있다. 해외파는 너무 지쳤거나(박지성), 경기 감각이 떨어졌고(설기현), 경기 전체를 관장할 게임리더가 없었으며, 수비수의 나이와 경험은 너무 취약했다. 그러나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에 감독이 있는 것이다.감독의 진정한 기쁨이란 갖가지 악조건을 모두 이겨내고 도저히 가능하지 않을 경지에 오를 때 얻어지는 것이다. 허 감독이 본인의 권한과 책임 대신 다른 방향의 이야기를 할 때, 팬들은 그것을 ‘난 말이야. 넌 소해.’ 같은 허무 개그로 듣는 것이다. 현재 허정무 감독은 ‘세계 축구의 흐름을 파악하기 위해’ 유로2008 준결승과 결승이 예고돼 있는 유럽 한복판으로 출국한 상태다. 이에 대해 일부 언론과 팬들의 비난이 적지 않다.모든 경기가 중계되는데 굳이 시간과 돈을 낭비하며 갈 필요가 있느냐는 얘기다. 그러나 이는 단견일 뿐이다. 허 감독에게 그런 비난을 하는 일부 언론과 팬들은 앞으로 현장에 갈 생각을 말아야 한다고 지적하고 싶다.TV 중계만 보고 기사 쓰고 함성 지르면 될 것을 왜 ‘현장’에 가는가. 중요한 것은 축구의 ‘현장’이 카메라가 중계하는 잔디만은 아니라는 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허 감독은 더 심기일전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유럽이 아니라 화성에라도 가야만 하는 책임과 갈 수 있는 권리가 그에게 있다. 유로2008 현장에서 그는 자신의 축구와 유럽 국가들의 선진 축구가 어떻게 같고 다른지를 판단해야 한다. 현대 축구가 어디로 가고 있으며 그 흐름 속에서 한국 축구는 어떠한 지향점을 모색해야 하는지를 생생하게 공부하고 돌아와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관전’이 아니라 ‘체험 학습’을 떠난 그가 귀국 후에 ‘관중 열기가 인상적이었다.’는 허무 개그식 말을 한다면, 그에게 붙은 ‘허무 축구’라는 별칭은 영영 떨어지지 않을 것이다.축구평론가 prague@naver.com
  • “한국전쟁 개전, 고려인 유성철이 명령”

    6·25전쟁 때 남침을 시작하는 개전 명령은 소련 국적의 고려인이면서 참전한 유성철 북한 인민군 작전국장이 내렸다는 증언이 나왔다. 1945년 소련군 장교로 김일성 부대와 함께 북한으로 들어가 6·25전쟁에 참전한 정상진(90·문학평론가)씨는 24일 카자흐스탄에서 연합뉴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자신이 유씨로부터 말을 직접 들었다고 전했다. 연해주에서 태어난 정씨는 “김일성이 1949년초 모스크바를 방문해 스탈린에게 남침을 위한 지원을 요청했으나 거부당하자 이듬해 4월 다시 소련을 비공식 방문, 끈질긴 설득 끝에 승인을 받아 냈다.”고 말했다. 전쟁이 끝난 뒤 소련파 숙청으로 쫓겨간 정씨는 “북한은 평화통일을 외치면서도 1946년부터 소련군의 지원을 받으며 착실히 남침을 준비했고, 남한의 이승만 정부도 공공연하게 무력통일을 외치고 있었다.”면서 “그러나 1950년 전쟁이 발발하자 북한은 라디오 방송을 통해 이승만 도당이 북침해 인민군이 2시간 만에 격퇴한 것으로 선전했다.”고 털어 놨다. 한반도에서 일제를 몰아 내야 한다는 부친의 영향을 받아 소련군에 자원입대했다는 정씨는 “6·25전쟁 직전에 자신은 김일성종합대학 러시아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었으나, 전쟁이 터지자 러시아어에 능통하다는 이유로 인민군 병기총국 부국장(여단장급)으로 임명돼 참전했다.”고 전했다. 그는 또 1952년 12월초 김일성이 불러 찾아갔더니 “전쟁이 거의 끝났으니 문화선전성 제1부상(차관급)을 맡아 달라는 부탁을 받고 수락했다.”고 말했다. 그는 “문화선전성 부상에 임명된 직후 고려인 동료인 유 인민군 총부참모장 겸 작전국장(중장)이 평양의 한 술집에서 ‘전쟁은 북한이 시작했으며, 내가 6월25일 오전 4시 (공격개시를 위한) 신호탄을 쏘라고 직접 지시했다.’고 말했다.”고 회상했다. 이어 “전후 자신과 유씨를 포함해 소련국적 고려인 428명이 숙청을 당했다.”고 덧붙였다.연합뉴스
  • 세계 지성 1위 귈렌이 누구야?

    ‘이슬람 지성들은 21세기 문명의 최고봉에 서 있다?’ 전세계 인구 중 13억명을 차지하면서도 근대 들어 서방세계로부터 무지하다는 홀대를 당해온 무슬림들이 ‘세계의 지성’ 윗자리를 휩쓸었다. 영국 정치평론지 프로스펙트와 미국 격월간지 포린 폴리시가 온라인 상에서 선정한 세계의 지성 100인의 순위를 23일 공개했다.1위부터 10위까지 무슬림들이 싹쓸이하는 의외의 결과가 나왔다. 1위는 네티즌 50만표 이상의 표를 얻은 터키출신의 이슬람학자 페툴라 귈렌. 서방세계에서 무명에 가까운 그는 노암 촘스키, 자크 아탈리, 리처드 도킨스 등 쟁쟁한 서방의 석학들을 제쳤다. 2위는 그라민 은행 설립자인 무하마드 유누스(방글라데시),3위는 카타르의 이슬람 원리주의 지도자 유수프 알-카라다위가 차지했다.2006년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4위를 차지한 터키 소설가 오르한 파묵,2003년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10위를 차지한 이란 여성 시린 에바디 등도 눈길을 끈다. 노암 촘스키는 올해 11위에 그쳤다. 1위를 차지한 귈렌은 서방세계에선 이방인이나 다름없는 인물. 그러나 이슬람계에선 60여권의 저서를 낸 대표적인 근대 이슬람학자다. 특히 세속국가인 터키에서 ‘귈렌 운동’을 주도하며 주목받는 인물로 떠올랐다.귈렌 운동은 종교다원주의를 바탕으로 종교간 대화를 주도하며 이슬람 문화를 전파하는 문화운동이다.1998년 이후 미국에서 거주중인 귈렌은 자신이 설립한 ‘저널리스트 및 작가 재단’을 중심으로 대학 등 280여개에 이르는 교육기관을 설립해 이슬람 문화 전파에 힘쓰고 있다. 특히 “진정한 무슬림은 테러리스트일 수 없다.”고 주장하며 오사마 빈 라덴을 괴물로 비난하기도 했다. 2005년 이후 두번째로 진행된 이번 투표는 지난달 15일까지 23일간 포린폴리시 홈페이지에서 네티즌들의 투표로 진행됐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터키 최대 신문인 자만이 온라인 여론조사를 보도한 이후 귈렌의 지지자들이 조직적으로 투표에 참여한 게 귈렌이 1위를 차지한 이유라고 전했다. 그러나 무슬림들이 수위를 차지한 것은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다.이재연기자 osca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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