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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올해에도 칠레산이 사랑받을까

    강마에와인 ‘에스쿠도 로호’(칠레), 누드와인 ‘빌라엠’(이탈리아), 칠레의 대표와인 ‘몬테스 알파 카베르네 쇼비뇽’. 지난 한 해 국내 와인시장에서 많이 판매된 히트 와인들이다. 와인 생산국으로 따지면 2005년부터 선두를 달려온 칠레산이 가장 많이 팔렸다. 올해는 어떨까. 어느 나라 어떤 와인이 애호가들의 입맛을 잡을까. 와인 유통업체 와인나라는 지난 한 달 소믈리에와 와인 매니저, 와인 평론가 20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올해 많이 사랑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히트예감 와인’을 25일 선정했다. ‘폴로 프로페셔널 말벡’(아르헨티나·권장가 4만 5000원)과 ‘마를린 노마 진 메를로’(미국·5만원), ‘덕판드 피노누아’(미국·8만 7000원) 등이 주인공. 국제와인챌린지에서 금메달을 수상한 ‘폴로 말벡’은 지난해 영국의 헤리 왕자가 폴로 시즌챔피언에게 직접 수여한 와인으로 유명세를 탔다. 마릴린 먼로의 본명 ‘노마 진 베이커’의 이름을 딴 ‘마릴린 노마 진 메를로’는 지난해 말 먼로의 사진이 담긴 먼로와인 7종 세트가 국내에 수입되면서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몬테스 알파 카베르네 쇼비뇽’은 와인매장과 와인바 등에서 줄곧 판매순위 상위권을 달리는 인기품목. 와인나라 관계자는 “와인전문가 20여명이 각 와인을 시음, 평가해 가격 대비 만족도가 높은 와인들을 골랐다.”고 밝혔다. 와인나라측은 지난해부터 이어진 유로화 강세로 올해 역시 프랑스, 이탈리아 등 유럽산보다는 미국과 칠레 등 미주지역 와인이 인기를 끌 것으로 예상했다. 와인나라 관계자는 “환율 등의 이유로 전통 유럽산 와인은 올해에도 부진이 예상된다.”면서 “칠레산이 지난 몇 년 동안 인기를 끌어온 점을 감안하면 올해에는 강한 맛이 칠레산과 비슷한 미국, 호주, 그리고 스페인산으로 인기 와인이 변화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와인나라측은 지난해 히트한 인기와인 30종과 올해 인기를 끌 것으로 예상되는 51종을 할인 판매하는 ‘히트와인 덤 & 덤 이벤트’를 이날부터 전국의 매장에서 실시한다. 진경호기자 jade@seoul.co.kr
  • [정윤수의 종횡무진] ‘운동부 아이들’의 빛이 되어주세요

    홍명보 감독님, 안녕하십니까. 청소년(20세 이하) 축구 국가대표팀의 감독이 된 것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비행기 안에서 잠시 동석해 몇 마디 나눈 ‘인연’밖에 없지만 이렇게 공개적으로 축하 편지를 드립니다. 지난 20년 동안 한국축구의 대들보였던 선수 출신으로 곧바로 청소년 대표팀의 사령탑이 된 것을 두고 많은 이들이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갖고 있습니다. 명선수가 반드시 명감독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고언도 들려옵니다. 감독 경험과 나이를 거론하는 사람도 있습니다만, 그리 걱정할 것 없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히딩크 감독은 41세 때 에인트호벤 사령탑에 올라 곧장 리그 우승을 했고, 레이카르트 감독도 36세 때 네덜란드 대표팀을 맡아 유로2000에서 4강을 이뤘습니다. 40세의 홍 감독이 청소년 대표팀을 맡는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더 중요한 것은 홍 감독님의 등장으로 세대교체가 자연스럽게 이뤄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감독님은 김태영, 서정원 같은 한 살 아래 후배들과 팀을 구성해보고 싶다고 밝혔지요. 이미 지난해부터 황선홍 감독이 부산을 맡아 원만히 팀을 이끌어왔습니다. 90년대 이후 세대의 등장이라고 부를 만합니다. 잠시 다른 얘기도 하고 싶습니다. 흔히 우리나라를 ‘스포츠 강국’이라고 부릅니다. 하지만 스포츠계의 현실은 그리 밝지 않고 그 미래는 더욱 어둡기만 합니다. 몇몇 종목의 뛰어난 스타들은 부와 명예를 얻었지만 대다수 무명 선수들의 현실은 씁쓸합니다. 냉혹한 프로 세계라고 하면 할 말이 없지만, 자라나는 학생 선수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먹먹해집니다. 지난해 10월 치러진 학업성취도 평가 때 고교 선수들 대부분이 시험에서 배제되었다고 합니다. 운동 선수는 학교 구성원에서 배제되는 현실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요. 선수들이 물리적인 폭력뿐만 아니라 이처럼 이 사회의 구조로부터 철저히 ‘배제’ 당하는 폭력 속에 놓여 있습니다. 일선 지도자와 선수들은 공허한 분노와 깊은 체념에 빠져 있습니다. 홍 감독님 역시 이런 현실이 개선되기를 누구보다 절실히 바라고 있을 것입니다. 어린 선수들이 교육과 문화의 기회를 박탈당하고 ‘운동 기계’처럼 취급받는 현실을 누구보다 안타깝게 여기리라 믿습니다. 저는 이번 사태를 보면서 체육계의 책임 있는 인사들과 선수들이 한 목소리로 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모습을 잠시 상상해 보았습니다. 차범근, 이충희, 선동열, 홍명보, 황선홍, 송진우 같은 빛나는 스타들이 앞장서서 일선 지도자와 학생 선수들의 상처받은 영혼을 위로하고 이 나라 체육 행정이 올바르게 개선되기를 호소하는 모습 말입니다. 그 호소의 목소리는 정당한 분노를 함축하고 있습니다. 물론 제가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홍 감독이나 여러 스타들이 누구보다 이 문제를 체육인 모두의 명예와 자존심과 어린 선수들의 미래의 문제로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을 것입니다. 현실적인 여건이나 위치 때문에 생경하게 발언을 하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짐작도 해봅니다. 홍 감독님이 홀로 이 문제에 앞장서야 한다고 말씀드리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이제 청소년 팀을 이끌게 된 감독으로서 이 문제를 진지하게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는 말씀을 드리고자 합니다. ‘운동부 애들은 머리도 나쁘고 학교 평균이나 깎아먹으니 시험도 볼 필요가 없다.’고 하는 이 사회의 야만적인 사고 방식은 큰 문제입니다. 학생 선수나 일선 지도자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은 너무나 야박하고 취약합니다. 앞으로 기회가 되면 홍 감독님처럼 이 사회의 빛나는 스타들이 후배 선수들을 위하여, 그리고 무엇보다 스포츠맨 모두의 자존심을 위하여 ‘장외의 그라운드’에서도 더 많은 일을 해주기를 부탁합니다. 스포츠 평론가 prague@naver.com
  • 문학평론가협회 회장 김종회씨

    한국문학평론가협회는 지난 20일 총회를 열고 김종회 경희대 교수를 제21대 회장으로 선출했다.
  • 패러디가 꽃피는 안방극장

    패러디가 꽃피는 안방극장

    지난 16일 SBS 일산 탄현제작센터. 알록달록 화려한 무대 의상을 차려입은 SBS 예능프로그램 ‘골드미스가 간다’ 출연진이 녹화장 안으로 들어선다. ‘골드미스’들에게 주어진 과제는 소녀시대와 이효리의 뮤직비디오 패러디. 이미 한 차례 원더걸스의 ‘노바디’에 도전했던 이들은 녹화전 안무와 의상을 점검하느라 눈코 뜰 새가 없다. ‘익숙한 것을 비틀어 본다.’는 의미의 패러디(parody)가 TV를 휩쓸고 있다. 과거의 패러디가 단순히 모방하기에 그쳤다면 요즘엔 캐릭터와 설정만 빌려와 새로운 2차 창작물로 재탄생한 것이 특징이다. 이처럼 패러디가 대중문화의 화두로 떠오르게 된 까닭은 무엇일까. 본래 시트콤이나 특집쇼의 단골 메뉴로 각광받던 패러디. 최근 뚜렷한 캐릭터와 극단적인 설정의 인기드라마들이 예능프로그램의 주요 소재로 급부상했다. 그러나 패러디라고 다같은 인기를 모으는 것은 아니다. 원작의 특징을 살리되 제작자의 창작력을 더해 차별화시키는 것이 성공의 관건이다. 지난 14일 방송된 MBC ‘무한도전’의 ‘쪽대본 드라마 특집’은 ‘막장드라마’로 불리는 한국 드라마계를 풍자해 호평을 받았다. 출연진이 촬영 현장에서 쪽대본을 쓰는 방식으로 진행된 이 프로그램은 처음엔 KBS 드라마 ‘꽃보다 남자’의 설정으로 시작하더니 ‘아내의 유혹’, ‘에덴의 동쪽’, ‘가을동화’ 등의 내용으로 이어졌다. 그속에서 출생의 비밀, 기억상실증 등 식상한 소재와 억지설정, 엉성한 CG 등을 꼬집었다. 과거엔 홍보로 비춰질까 내부적으로 금기시되던 타사 드라마나 예능프로에 대한 언급도 거침없이 등장한다. KBS 2TV ‘개그콘서트’의 ‘악성 바이러스’는 MBC 인기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를 패러디한 코너로 마에스트로 ‘싼마에’와 오케스트라 단원들을 등장시켜 웃음을 유발한다. ●같은 원작이라도 차별화 여부 관건 ‘무한도전’의 김엽 책임프로듀서(CP)는 “인기 드라마는 인지도와 화제성면에서 예능 프로그램의 경쟁력 있는 패러디 소재”라면서 “예전엔 타 방송사 프로그램을 소재로 제작하는 데 내부적으로 부정적인 시각이 있었지만, 요즘은 제작자는 물론 시청자들도 이를 여유롭게 받아들이며 같은 원작이라도 얼마나 차별화해 풍자하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중독성 있는 멜로디와 특징적인 안무를 내세운 가수들이 대세를 이루는 가요계도 빼놓을 수 없는 패러디 대상이다. 특히 요즘 예능프로그램의 주요 형태인 리얼리티쇼에서 출연진이 새로운 과제에 도전하는 과정 자체가 인기 소재로 각광받는다. 실제로 ‘골미다’ 녹화장에서 만난 6명의 멤버는 두팀으로 나뉘어 맞선 기회를 놓고 각각 패러디에 도전했다. 양정아, 예지원, 송은이는 이효리의 ‘유고걸’을 ‘삼구걸’로 개사했고 장윤정, 진재영, 신봉선은 소녀시대의 ‘지’를 ‘외롭지’로 바꿔 불렀다. 노래 가사에는 자신들의 현재 상황에 대한 솔직한 심정을 담았다. 녹화 몇달 전부터 가수들에게 직접 안무연습을 받고, 실제로 뮤직비디오에 쓰였던 소품을 활용하는 등 패러디의 완성도를 높이려고 애썼다. 장윤정은 “트로트가수로서 장르가 전혀 다른 후배들의 음악에 도전한다는 데 갈등이 많았다.”면서 “가수로서 잘해야 본전이겠지만, 새로운 경험으로서의 도전 자체를 즐긴다.”고 말했다. 연출을 맡은 황인영 PD는 “기존의 출연진이 새로운 캐릭터를 만나 ‘정반합’의 효과를 거두는 것 같다.”면서 “연습하고 도전하는 과정을 일일이 촬영하며, 그속에서 또 다른 의미를 찾아내려고 애쓴다.”고 말했다. 예능프로그램의 패러디는 꼭 방송사에서만 제작하는 것은 아니다. 네티즌도 인터넷에서 드라마속 캐릭터를 패러디한다. 기존의 스토리를 재구성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자신들이 원하는 가상의 쇼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드라마 ‘아내의 유혹’의 여주인공 구은재를 SBS 리얼리티쇼 ‘패밀리가 떴다’에 출연시키거나, ‘꽃보다 남자’의 구준표, 윤지후 등의 캐릭터를 ‘무릎팍도사’에 출연시켜 가상토크를 진행하기도 한다. 패러디는 예능프로그램뿐 아니라 각종 캠페인과 예고편에도 활용되고 있다. 최근 ‘무한도전’ 멤버들은 여장을 하고 소녀시대로 변신해 에너지관리공단과 공동으로 추진하는 에너지 절약 캠페인을 촬영했고, MBC 새 일일시트콤 ‘태희혜교지현이’의 주인공인 아줌마 5인방 역시 소녀시대의 뮤직비디오를 패러디한 예고편을 제작해 각 프로그램의 마지막에 홍보용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캠페인과 예고편도 패러디 열풍…지나치면 ‘독’ 그러나 언제나 지나침은 모자람만 못한 법, 드라마 ‘꽃보다 남자’의 경우 MBC ‘스타의 친구를 소개합니다’, SBS ‘스타킹’, KBS ‘개그콘서트’ 등 각종 프로그램의 패러디 소재로 사용되면서 창작력보다 인기에만 편승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지난 연말 방송사 예능국에서 특집쇼에 가수 손담비의 ‘미쳤어’의 의자춤 패러디가 너무 반복돼 식상하다며 내부적으로 연예인 개인기 금지곡으로 선정한 해프닝도 이와 맥을 같이한다. 문화평론가 이명석씨는 “요즘 TV 버라이어티쇼의 패러디는 인기 드라마를 이중삼중으로 소비하고, 이를 또다시 자기복제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다.”면서 “익숙한 소재를 대상으로 쉽게 제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패러디의 본질인 풍자나 비판의식이 결여될 경우 결국 ‘연예인 따라잡기’에 그쳐 비슷한 프로그램의 답습 수준에 그치게 될 공산이 크다.”고 우려했다.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故 히스레저, 아카데미 역사상 두번째 사후 수상

    故 히스레저, 아카데미 역사상 두번째 사후 수상

    ‘다크 나이트’의 조커 故 히스 레저가 美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이변 없이 남우조연상을 수상했다. 아카데미 역사상 2번째 사후 수상이다. 22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할리우드 코닥극장에서 열린 제81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남우주연상 수상자로 히스 레저의 이름이 호명되자 시상식장을 찾은 할리우드 스타들과 관객들은 기립박수로 고인의 넋을 기렸다. 고인을 대신해 히스 레저의 유족인 어머니 샐리, 아버지 킴, 누나 케이트가 트로피를 받았다. 사후 수상은 1976년 ‘네트워크’로 남우주연상으로 수상한 피터 핀치 이후 2번째. 히스 레저는 ‘브로큰백 마운틴’으로 아카데미 후보에 오른 바 있으나 수상은 하지 못했기 때문에 이번 수상은 최초이자 마지막 수상이다. 이로써 히스 레저는 ‘조커’라는 역할을 맡아 명연기를 선보이며 영국아카데미 시상식(BAFTA), 골든글로브상, 영화배우조합상, 방송영화평론가협회상, 시카고 비평가협회상, 플로리다 비평가협회상, 캔사스시티 비평가협회상, 라스베이거스 비평가협회상, 뉴욕 비평가협회상, LA 비평가협회상, 워싱턴 비평가협회상, 샌프란시스코 비평가협회상, 토론토 비평가협회상까지 모조리 휩쓸었다. 서울신문NTN 이현경 기자 steady101@seoulntn.com@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이용철의 영화만화경] 핸드폰, 주연 엄태웅·박용우 연기 빛나

    [이용철의 영화만화경] 핸드폰, 주연 엄태웅·박용우 연기 빛나

    일상에서 사용되는 물건은 영화의 훌륭한 소재다. 어느덧 현대인에게 친숙한 존재가 된 핸드폰이 요즘 제작되는 대부분의 영화 속에 나오는 건 당연한 일이라 하겠다. 장르를 불문하고 등장인물들은 핸드폰을 통해 자연스럽게 대화하고 정보를 교환한다. 핸드폰은 간혹 단순한 물건을 넘어 영화의 전개과정에 깊숙이 개입하기도 하는데, 대표적인 경우를 ‘폰부스’(2002년), ‘셀룰러’(2004년), ‘추격자’(2008년), ‘커넥트’(2008년) 같은 스릴러에서 찾을 수 있다. 핸드폰 하나가 사건을 일으키고, 갈등을 증폭시키는가 하면, 위기를 해결하기도 한다. 연예인 매니저인 승민의 하루는 힘들고 괴로운 일의 연속이다. 관계가 소원한 아내는 어색한 얼굴로 그를 대하고, 끊이지 않는 접대자리가 심신을 피곤하게 만들며, 사채업자가 때때로 찾아와 빚 독촉과 함께 신변을 위협한다. 새로 발굴한 여배우에게 마지막 기대를 걸고 있는 그에게 어이없는 일이 벌어진다. 바삐 움직이던 그가 핸드폰을 잃어버리는데, 그 속에 중요 업무정보는 물론 비밀 동영상까지 들어 있다는 게 화근이었다. 동영상이 유출될까 봐 불안에 떨던 그는 마침내 핸드폰을 습득한 남자와 통화하게 된다. 그런데 그의 목소리에서 이상한 낌새가 느껴진다. ‘핸드폰’은 핸드폰을 사이에 두고 벌어지는 두 남자의 게임을 그린 스릴러다. 영화를 연출한 김한민은 한낱 기계에 불과한 핸드폰이 유발한 갈등을 거의 극한으로 밀어붙인다. ‘핸드폰’은 감독의 전작인 ‘극락도 살인사건’의 단점과 장점을 반복하고 있다. 반전이 엎치락뒤치락하며 거듭되는 후반부의 상황이 여전히 눈에 거슬리지만, 단순한 사건이 복잡하게 얽히면서 우려내는 흥미진진한 맛이 좋다. 특히 높이 평가할 부분은 감독의 스타일이다. 요즘 한국감독들의 고질병인 작가연하는 자세를 던져버린 그는 오직 주제의 구축과 이야기의 결말을 향해 전력질주한다. 대중적인 남자영화를 계속 만들 것으로 기대되는 인물이다. 김한민의 장르영화를 특징짓는 건 장르의 가면 밑으로 숨겨 놓은 주제의 유별남이다(그런 점에서 그는 순수한 스릴러 감독은 못 된다). 데뷔작 ‘극락도 살인사건’이 스릴러와 공포영화의 외피 아래 ‘지식인과 권력자에 의해 희생당하는 민중의 이야기’를 은유했다면, ‘핸드폰’은 스릴러 주자로 내달린 끝에서, 잃어버린 건 핸드폰이 아니라 ‘인간에 대한 예의’였다고 말한다. 핸드폰을 잃은 민수와 핸드폰을 주운 이규는 공히 웃음을 팔며 사는 사람들인데, 타인들은 두 사람의 노력을 모멸감으로 되갚는다. 예의는 그렇게 증발한다. 영화는 환멸을 잘못된 방식으로 해소했던 두 사람의 비극으로 끝을 맺지만, 그들을 바라보는 관객 또한 죄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비극을 부른 건 우리 모두의 말과 행동이기 때문이다. 김한민의 영화는 변형된 형태의 ‘사회파 작품’이다. 가능하면 대중영화의 테두리 안에서, 한국의 근대와 현대사 가운데 잘못 끼워진 부분에 대해 그가 좀 더 많은 문제를 제기하기를 바란다. 영화를 돋보이게 한 배우들의 열연도 칭찬감이다. 엄태웅과 박용우는 승자도 패자도 없는 싸움에 휘말린 두 남자의 상실감을 훌륭하게 연기했다. 감독 김한민, 18세 관람가. 영화평론가
  • 근대문학 거장 명예회복…합법적 출판 길 열려

    근대문학 거장 명예회복…합법적 출판 길 열려

    남북한이 교류가 사실상 단절되어 있는 상황에서 월북작가 10명이 남긴 작품의 저작권을 남북경제문화협력재단이 일괄 위임받은 것은 획기적인 성과로 평가된다. 남북 문학 연구 교류의 활성화 측면에서, 또 출판 질서의 정상화 측면에서도 모두 고무적인 성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이번에 저작권 위임을 받은 월북작가들은 한국 근현대문학을 논할 때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이들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들은 1988년 해금되기 전까지 이들의 이름을 언급하는 것도, 작품을 읽는 것도 법적으로 금기시됐다. 그럼에도 문학도 사이에서 이들 근대문학사를 구성하는 대표적인 인사들은 필수 과목이나 마찬가지였다. 백석과 이용악의 시를 읽지 않고 서정시의 세계로 들어설 수 없었고, 이기영과 한설야의 소설을 읽지 않은 채 소설의 본령과 창작의 리얼리즘을 얘기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정주성’, ‘여승’, ‘모닥불’ 등의 작품으로 잘 알려진 백석은 평안도의 토속적인 언어를 구사하며 모더니즘 시세계의 지평을 끌어올린 작가로 평가받고 있다. 또한 ‘고향’을 쓴 이기영, ‘이녕’을 쓴 한설야 역시 근대문학사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최명익은 ‘심문’, ‘장삼이사’ 등으로 심리주의 소설의 개척자로 평가받고 있다. 희곡작가이자 시인인 조영출은 광복 전 ‘요지경 세상(세상은 요지경)’, ‘꿈꾸는 백마강’, ‘알뜰한 당신’, ‘신라의 달밤’ 등 대중가요 작사자로 널리 알려졌다. 또 동시를 썼던 윤복진의 작품들은 지금도 동요로서 애창되고 있다. 김재용 원광대 국문과 교수는 “문학사에서 압도적인 비중을 가진 작가들이 저작권료를 받게 됐다는 것은 이들의 명예회복이자 출판 질서의 상식적 회복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또 하나 의미있는 대목은 남북 문학 교류의 가능성이 열렸다는 점이다. 이번 저작권 일괄 위임으로 남북의 연구 성과가 교류되며, 나아가 공동 연구도 진행할 수 있는 토대가 만들어졌다. 특히 안회남, 한설야와 올해 중 일괄 위임이 예정된 이태준 등은 북쪽에서도 한동안 금기시됐던 작가였다. 이들까지 저작권 위임 대상에 포함된 것은 북쪽의 남북 민간 교류에 대한 전향적 의지를 읽을 수 있는 대목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 1년 동안 남북 정부 당국간 대화가 완전히 끊기는 등 관계의 경색 양상은 뚜렷하지만, 문학으로 남북 교류의 물꼬를 틀 수 있다는 믿음을 품게 하는 대목이다. 월북 작가의 후손이 수면위로 나타난 것도 부수적인 성과이다. 월북 작가들은 몇몇을 제외하면 거취와 행적 자체가 밝혀지지 않았다. 이번에 계약을 맺은 주체는 모두 월북작가들의 후손들이다. 문학평론가인 임헌영 민족문제연구소장은 “남북에서 문학적 공통의 의식을 갖고 우리 근현대 문학을 경계선 없이 바라볼 수 있다는 의미”라면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관련 작가의 자료를 북쪽에서 직접 구할 수도 있고 남쪽의 연구 성과를 북쪽에도 소개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와 함께 그동안 저작권료를 지급하고 싶어도 협의의 길이 막혀서 본의 아니게 ‘불법 무단 출판’이라는 오명을 받았던 각 출판사 역시 찜찜함을 털어버리고 상식적 수준의 저작권료를 내고 떳떳하게 책을 낼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게 됐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기형도 시인 20주기,배우 이은주 4주기…그리운 이들

    기형도 시인 20주기,배우 이은주 4주기…그리운 이들

    자신의 이름을 내건 시집으로는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던 ‘입속의 검은 잎’으로 한국 문학계에 큰 울림을 남긴 고(故) 기형도 시인의 20주기를 맞아 다음달 5일 ‘기형도 시를 읽는 밤’이란 행사가 열린다.  중앙일보 기자였던 기형도 시인은 29세 젊은 나이에 서울 시내의 한 극장에서 뇌졸중으로 짧은 생을 마쳤다. 그의 유고시집은 40만부 이상 팔렸으며 ‘빈집’ ‘엄마 생각’ 등은 애송시로 사랑받고 있다.  홍익대 앞 이리카페에서 열리는 ‘기형도 시를 읽는 밤’ 행사에는시인이자 대중문화 평론가인 성기완씨가 사회를 맡아 성석제, 한강, 이문재, 황인숙 등 문인들의 시 낭송과 밴드 ‘어어부 프로젝트’의 리더 백현진씨의 음악 공연 등으로 꾸며질 예정이다.  참석을 원하는 사람들은 인터넷 서점 알라딘(www.aladdin.co.kr)에 댓글을 남기면 된다. 많은 이들이 “내 20대를 지배했던 시인, 그를 다시 읽고 싶습니다.” “10대때부터 30대 중반인 지금까지, 생이 메마를 때마다 여전히 ‘입 속의 검은 잎’을 펴듭니다.”란 댓글을 남기며 참여 의사를 밝혔다.  이에 앞서 오는 22일은 영화배우 고 이은주씨의 4주기이도 하다.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 시작된 추모 행사에는 빠른 속도로 많은 네티즌들이 25살의 젊은 나이에 스러진 아름다운 여배우에 헌화하고 있다.  이은주씨의 팬클럽과 전 소속사 등에서는 추모행사를 진행할 예정이며 21일 서울 상암동 시네마테크 KOFA에서 그녀의 영화 ‘번지점프를 하다’가 무료로 상영된다.  ‘요절’이란 공통점때문에 사람들의 가슴을 짠하게 만드는 이로는 고 김성재씨를 빼놓을 수 없다. 최근 한 청바지 광고에 가수 김성재씨의 생전 모습이 다시 등장하면서 그에 대한 그리움이 더욱 불붙고 있다. 그의 의문사를 재수사하라는 네티즌들의 청원도 이어지고 있다.  고 이주일과 고 이소룡에 이어 사후에 광고모델이 된 가수 김성재씨의 의문사는 네티즌들의 청원에도 불구하고 재수사가 이뤄질지 불투명하다. 공소시효가 2년 남아있기는 하지만 2심에서 살인 혐의를 받던 여자친구가 증거불충분으로 무죄 판결을 받았고 대법원에서의 상고심도 기각됐으며 당시 판결이 잘못됐다는 새로운 증거도 드러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인터넷서울신문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정윤수의 종횡무진] BK ‘여권 분실’ 책임 분실 아니기를…

    사람이라면 누구나 실수를 하기 마련이다. 아내를 부른다는 것이 옛 애인의 이름을 외쳐 부르는 게 인간이다. 스포츠도 마찬가지. 아이스링크에 엉덩방아를 찧는 선수도 있고 자기 골문에 차넣는 축구 선수도 있다. 프랑스의 축구 영웅 미셸 플라티니는 이렇게 말했다. “축구는 실수의 스포츠다. 모든 선수가 완벽한 플레이를 한다면 스코어는 영원히 0대 0이다.” 같은 맥락에서 거스 히딩크 감독도 “축구란 실수를 줄이는 경기”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장외에서는 어떨까. 2007년 7월 열린 제3회 피스컵 대회 때의 이야기다. 잉글랜드의 명문 팀인 볼턴 원더러스가 내한했고 그 팀에는 특급 공격수 니컬러스 아넬카(현 첼시 소속)가 있었다. 그런데 그는 축구화가 없어서 피스컵을 치르지 못할 뻔했다. 자신의 축구화를 챙기지 못하고 내한한 것은 일단 그의 실수지만 그의 후원사가 영국에서 보내온 축구화도 크기가 작아 신을 수 없었다. 구단 측은 첫 경기를 앞두고 축구화를 구하러 뛰어다녔다. 서울 전역을 뒤진 끝에 경기 시작 6시간 전에야 동대문매장에서 한 켤레를 찾았다. 그리고 이어지는 긴급 공수 작전. 시속 300㎞의 KTX로 그 축구화는 대구로 공수되었고 겨우 아넬카는 경기 직전 제 발에 맞는 축구화를 신을 수 있었다. 그 무렵 아넬카는 대구의 어느 대리점을 찾았으나 발에 맞는 것이 없어 돌아섰고, 그 가게의 점원은 그가 아넬카가 아니라 주한미군인 줄 알았다는 후일담도 전설처럼 전해 내려온다. 이 정도의 실수라면 훈훈한 미담이고, 뼈아픈 실수도 있다. 2002년 월드컵 당시 스페인 대표팀의 주전 골키퍼는 백전노장 산티아고 카니자레스였다. 그런데 한국으로 오기 전 욕실에서 떨어지는 화장수 병을 발로 슬쩍 걷어차다가 그만 골절상을 입었다. 그래서 21살의 백업 요원 이케르 카시야스가 주전이 되었다. 한국과의 8강전. 마지막 승부차기 당시, 중계 카메라는 관중석에 앉아 낙담해하는 카니자레스를 여러번 보여준 적이 있다. 김병현(30·전 피츠버그) 선수가 끝내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에서 제외됐다. 표면적으로는 두가지 일이 겹쳤다. 로스앤젤레스에서 개인 훈련 중이던 김병현은 최근 발목을 다쳐 한국으로 돌아 왔다. 그런데 하와이 전지훈련 참가를 위해 짐을 싸다가 그만 여권을 분실하고 만 것이다. 김인식 감독은 김병현을 전지훈련 명단에서도 뺐다. 국가대표팀의 ‘긴급한’ 사안이라면 여권 재발급을 하루 만에도 처리해줄 수 있다는 게 관계 당국의 설명이라서 ‘여권 분실’이 진짜 이유일까 하는 의혹까지 낳고 말았다. 김병현의 실수는 누구나 겪는 일이다. 그런데 그 다음이 문제다. 경기장 안에서나 밖에서나, 이런 정도의 실수가 발생했을 때 과감하고도 신속하게 대응해야 한다. 만약 진짜 이유는 다른 데 있고 ‘여권 분실’은 실수가 아니라고 한다면 이는 더 큰 문제다. 어떤 곤경을 피하기 위해 ‘여권 분실’이라는 말이 나온게 아니길 바란다. 작은 실수가 더 큰 사안으로 확산되는 것은 김병현 선수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어떤 일이 있어도 발에 맞는 축구화를 신고자 했던 아넬카 선수나 몸은 관중석에 있지만 마음은 그라운드에 있었던 카니자레스 선수의 모습이 김병현 선수에게 작은 교훈이 되길 바란다. 스포츠 평론가 prague@naver.com
  • [문화플러스]

    ■세종예술아카데미 수강생 모집 ●세종문화회관은 3월부터 ‘세종예술아카데미’ 1학기를 시작한다. 신설된 재즈 뮤지션 남궁연과 함께하는 ‘정오의 재즈클럽’, 음악평론가 조희창의 ‘클래식 플러스’, 피아니스트 김주영의 ‘클래식 인터뷰’를 포함해 정오의 클래식, 정오의 미술산책, 정오의 재즈클럽 등 6개 강좌를 오전·정오·오후로 나누어 진행한다. 과정당 시간은 기존의 12시간에서 16시간으로 늘렸다. 수강료는 22만~48만원. 정규 강좌에 앞서 강의 내용을 미리 맛볼 수 있도록 ‘정준호의 정오의 클래식’(17일 낮 12시), ‘노성두의 미술산책’(25일 낮 12시)을 무료강좌로 마련했다. (02)399-1606. ■바로크시대 음식 관련 음악 연주 ●21일 오후 2시30분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스쿨 클래식-맛있는 음악회’가 열린다. 바로크 시대 음식과 관련한 음악을 주제로, ‘앙상블 일 바로코’가 연주하고 음악평론가 장일범씨가 해설자로 나선다. 식사를 할 때 듣는 음악으로 알려진 텔레만의 ‘타펠무지크’, 커피와 달콤한 초콜릿을 연상시키는 ‘커피 칸타타’ 등을 준비했다. 인터넷 카페(cafe.naver.com/schoolclassic)에 ‘나만의 조리법’ ‘잊을 수 없는 맛’에 관한 글을 남겨 선정되면 악기 선물도 받는다. 1만~2만 5000원, (02)780-5054. ■오페라 마술피리 갈라콘서트 ●국립오페라단이 28일 오후 7시 서울열린극장 창동에서 ‘오페라 콘서트-마술피리’를 선보인다. 모차르트의 ‘마술피리’는 고대 이집트를 배경으로 절대선(善)인 제사장과 절대악(惡)인 밤의 여왕의 대결구도, 타미노 왕자와 파미나 공주의 진실한 사랑의 이야기를 흥미롭게 그린 작품. 내달 LG아트센터 공연에 앞서 갈라 형식으로 진행되며, 김주현 지휘자의 해설과 42인조 오케스트라의 선율이 어우러져 관객의 이해를 돕는다. 1만 5000원, (02)994-1469.
  • “한국어 발음 로맨틱해 공연 맛 살려”

    “한국어 발음 로맨틱해 공연 맛 살려”

    프랑스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와 ‘돈 주앙’은 운명적 사랑으로 인해 파멸하는 인간의 비극성을 극단적으로 보여준다. 현실에선 잔인하지만 무대에선 더할 나위없이 낭만적인 사랑에 관객은 속절없이 마음을 빼앗긴다. 두 작품의 오리지널 연출가인 질 마으(61)는 “사랑의 끝은 항상 비극”이며, “운명적 사랑을 100% 믿는” 로맨티스트였다. 지난 6일 성남아트센터에서 개막한 ‘돈 주앙’ 한국어 공연과 13일 대구 계명대에서 막올린 ‘노트르담 드 파리’ 공연을 보기 위해 내한한 그는 “한국어 발음이 부드럽고 로맨틱하게 들려 공연에 잘 어울리는 것 같다.”고 만족해했다. ‘돈 주앙’이 프랑스어가 아닌 외국어로 공연되는 건 처음이다. 2006년 오리지널팀의 내한 공연 때 보름 만에 3만 5000명의 관객을 동원한 흥행기록에 힘입어 세계 첫 라이선스 버전을 만들었다. ‘노트르담 드 파리’는 지난해부터 한국어로 제작해 전국 순회 공연중이다. ●“시적인 무대 아시아인들 더 친숙한 듯” 3월 국내 공연을 앞둔 중국 뮤지컬 ‘디에’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참여했고, 마카오에서 상설공연 중인 태양의 서커스 ‘자이아’를 연출한 마으는 안무를 중시하고, 조명과 세트의 독창성을 잘 살리는 예술가로 꼽힌다. ‘노트르담 드 파리’의 애크러배틱과 ‘돈 주앙’의 플라멩코춤이 대표적이다. 마으는 “내 언어는 몸의 언어”라고 했다. 캐나다 퀘벡에서 태어난 그는 1998년 ‘노트르담 드 파리’를 연출하기 전까지 30년 간 자신의 극단에서 실험적인 무용극이나 마임을 주로 했다. 이미지와 은유·여백을 중시하는 그의 무대는 시적인 느낌이 강한데, 마으는 “아시아인들이 이런 느낌에 더 친숙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서 작업기회 갖고파” 마으는 노동자 가정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 예술을 거의 접하지 못한 채 자랐다고 한다. 반항심 많은 청소년기에 그는 내면의 분노를 표출하려고 연극을 시작했다. 마으는 “그때 예술가가 되지 않았다면 아마 범죄자가 됐을 것”이라며 웃었다. 그는 배우로 출발해 안무가, 작가, 그리고 연출가로 활동 영역을 넓혔다. 퀘벡은 세계적 공연단체인 ‘태양의 서커스’의 고향이다. 창립자인 기 랄리베르테와 40년 친구인 그는 “퀘벡은 셰익스피어나 몰리에르 같은 오랜 연극 전통이 없는 젊은 도시여서 예술가들에게 어떤 한계나 경계도 없다. 관객과 평론가도 새로운 예술적 실험에 관대한데 이런 분위기가 퀘벡만의 독창적인 예술을 창조하는 토대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아티스트는 특별한 시선을 가진 관찰자”라고 정의하는 그는 한국에서 작업을 할 기회를 갖고 싶다는 희망도 밝혔다. 글ㆍ사진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TV는 홍보대행사?

    TV는 홍보대행사?

    회사원 K(29·여)씨는 얼마 전 TV를 보다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오랜만에 컴백했다는 한 가수가 서로 다른 프로그램에서 똑같은 내용의 에피소드, 경험담을 쏟아내고 있었던 것. K씨는 “연예인들의 홍보기간이 정해져 있다는 것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리모컨을 돌릴 때마다 앵무새처럼 똑같은 내용이 방송되어 썩 기분이 좋지 않았다.”고 말했다. 안방극장이 또다시 ‘홍보 홍수’에 몸살을 앓고 있다. 한동안 홍보 일색 프로그램에 대한 반대심리로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었지만, 최근엔 ‘불황’을 이유로 특히 예능프로그램을 이용한 노골적인 홍보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예능 프로그램은 드라마·영화 홍보용? 방송3사의 예능 프로그램들이 ‘홍보의 장’으로 변질된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하지만 최근 빈도 수가 잦아지고 방법 또한 노골적으로 변하고 있다. 특히 연예인이 출연하는 토크쇼는 애초의 기획의도나 개성을 살리지 못하고 자사 드라마 혹은 개봉 영화 출연진에 의존하는 구태의연함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제작진은 비교적 손쉽게 스타를 섭외하고, 연예인은 출연작을 홍보할 수 있다는 이해관계가 들어맞은 결과지만, 시청자는 겹치기 출연에 식상한 내용을 보며 씁쓸함을 지울 수 없다. 일례로 아름다운 우리말을 아끼고 보존하자는 기획 의도로 주목받았던 KBS 2TV의 ‘상상플러스’는 최근 연예인들의 입담 중계에 상당 시간을 할애하고 있지만 시청자들의 눈길을 잡는 데 실패하고 있다. 지난 10일에는 현재 방영되고 있는 KBS 수목드라마 ‘미워도 다시 한번’의 주인공들이 출연했지만, 3주째 동시간대 방영되는 SBS 시사 프로그램 ‘긴급출동 SOS 24’의 시청률에 밀려 고전을 면치 못했다. MBC ‘황금어장’의 ‘무릎팍도사’에는 최근 MBC 월화드라마 ‘선덕여왕’에 주인공으로 캐스팅된 고현정편을 방송한 데 이어 지난 11일에는 자사 드라마 ‘신데렐라맨’으로 컴백하는 권상우편의 녹화를 마쳤다. 권상우는 영화 ‘슬픔보다 더 슬픈 이야기’ 홍보차 이달 중 MBC ‘놀러와’에도 출연할 예정이다. 한편 SBS 예능 프로그램 ‘절친노트’는 가수의 앨범 홍보를 둘러싸고 논란에 휩싸였다. ‘절친노트’는 관계가 소원해진 스타들의 친분을 회복시켜 준다는 취지의 프로그램. 그런데 지난달 30일과 이달 6일에 걸쳐 가수 신지와 솔비편의 방송이 나간 뒤, 이들의 프로젝트 듀엣 앨범 ‘더 신비’의 발표 소식이 나왔다. 시청자들은 “사이가 별로 나쁘지도 않으면서 앨범 홍보를 위해 의도적으로 출연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소속사측은 “3년 전 프로젝트 음반의 준비를 마쳤지만, 두 사람의 관계가 멀어져 활동이 연기됐고, 이번에 중단된 듀엣 활동 논의가 자연스럽게 재개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권지연 분과장은 “이미 방송3사의 연예정보 프로그램이 자사 드라마 혹은 개봉영화 홍보 수단이 된 것도 모자라 토크쇼까지 겹치기 출연하는 것은 지나치다.”면서 “이는 보는 이들에게 신선함을 안겨주는 것이 아니라 도리어 다양한 프로그램을 볼 수 있는 시청자들의 선택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한 방송사 홍보관계자는 “드라마 출연진이 예능 프로그램에 나온다고 해서 시청률에 즉각적인 반응을 불러오는지는 알 수 없지만, 화제성에서는 분명 효과가 있다.”면서 “계약서에 홍보 활동까지 명시된 영화계와 달리 TV드라마는 그런 규정이 없어 오히려 작품 홍보를 위해 적극적으로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하는 스타가 고마울 때도 있다.”고 말했다. ●과다 노출 ·키스신… 자극적인 홍보 백태 드라마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선정적이고 과장된 홍보 방식 또한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데 업계 관계자들도 동의하고 있다. 요즘엔 드라마 시청률이 극초반에 결정되면 회복이 힘들고, 방송사의 홍보도 외주사에서 맡는 경우가 많아 정제된 정보보다 일단 ‘띄우고 보자’식의 홍보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인터넷 포털 사이트 위주의 홍보 방식은 더욱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홍보를 부채질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사극의 ‘노출 마케팅’이다. 웬만한 사극에서 여배우의 목욕 장면은 빠지지 않는 홍보 수단이다. SBS ‘바람의 화원´의 문근영, MBC ‘돌아온 일지매’의 정혜영에 이어 최근엔 아직 방송이 한 달 남짓 남은 SBS 대하사극 ‘자명고’에 출연하는 박민영의 과감한 노출이 담긴 목욕 장면이 각종 포털 사이트를 장식했다. 드라마 ‘꽃보다 남자’ 역시 과장 홍보로 시청자들의 빈축을 샀다. 지난 2일 KBS는 보도자료를 통해 남녀 주인공의 키스신 사진과 함께 출연진의 말을 빌려 “매우 강도 높은 키스신이 될 것”이라고 홍보했다. 하지만 정작 3일 방송분에서는 공개된 사진과는 다른 장면이 전파를 탔다. 제작진이 고등학생이 주인공인 드라마에 지나친 키스신이 어울리지 않는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일부 시청자들은 “시청률을 의식한 드라마 사전 홍보가 지나친 것 아니냐.”며 불만을 토로했다. 자극적인 홍보 방식은 일시적으로 시청자의 눈길은 끌 수 있을지 몰라도 정작 전체적인 드라마의 완성도나 개성을 드러내는 데는 부정적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정덕현 드라마 평론가는 “초반 시청률 싸움이 거세지다 보니, 좋든 나쁘든 일단 논란거리를 만들 수 있는 ‘노이즈 마케팅’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면서 “단편적인 홍보방식은 편견을 형성해 전체적인 작품에 대한 그릇된 시각을 심어줄 수 있으므로 다양한 방식으로 드라마를 보여줄 수 있는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이용철의 영화 만화경] 다우트

    [이용철의 영화 만화경] 다우트

    1964년 늦가을의 어느 날, 플린 신부가 신도들에게 설교 중이다. 그는 불확실한 시대를 사는 신도들을 향해 ‘믿음의 상실, 함께 사는 것의 소중함’을 역설한다. 이 때, 설교에 관심 없는 아이들을 매섭게 다스리는 알로이시어스 수녀의 모습이 보인다. 교회부설 ‘성 니콜라스학교’의 교장인 그녀는 시대착오적일 정도로 준엄한 인물로서 교회의 권위를 지키고 학생들을 딱딱한 원칙으로 가두려 한다. 사건은 알로이시어스 수녀가 플린 신부를 자신의 감시 하에 두면서 벌어진다. 시대의 변화에 따라 ‘성 니콜라스학교’에 한 흑인 학생이 다니게 된다. 채 가시지 않은 인종차별 탓에 따돌림 당하는 소년을 플린 신부가 각별히 대하던 중, 그들 사이에 벌어진 작은 일을 전해들은 알로이시어스 수녀는 둘의 관계를 본격적으로 의심하기에 이른다. 난데없이 궁지에 몰린 플린 신부가 그녀의 편협함과 자비롭지 못함을 따지지만, 알로이시어스 수녀는 끝장을 보기 전까지 집요한 공격을 멈추지 않는다. ‘다우트’는 단순한 줄거리 아래 복잡다단한 문제를 안고 있는 작품이다. 간략한 줄거리만 읽으면 ‘다우트’는 영락없이 ‘억울하게 누명을 쓴 남자와 성질 고약한 마귀할멈의 싸움’에 관한 영화다. 그 싸움의 본질을 파악하기 위해선 영화의 배경을 제공하는 시간과 공간에 유념해야 한다. 케네디가 암살당한 이듬해인 1964년은 끓어오르는 사회·정치적 문제가 ‘68혁명’을 앞두고 폭발하기 직전이며, 베트남 전쟁이 불에 기름을 부으려던 즈음이다. 그리고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소용돌이가 가톨릭교회 내부에 엄청난 변화를 초래하고 있었다. 이러한 시공간 가운데 맞부딪친 플린 신부와 알로이시어스 수녀는 상징적인 인물이다. 폭풍우가 불어와 교회 정원의 나뭇가지가 부러진 날, 알로이시어스 수녀는 세상의 몰락을 감지하지만, 반대로 플린 신부는 변화의 바람이 다가온다고 생각한다. 견고한 세상을 믿고 따르며 오랜 원칙을 고수하는 알로이시어스가 보수주의 세력을 대표한다면, 플린은 세상의 변화를 지지하고 비판의 자세를 견지하는 진보적인 인물이다. 그러므로 두 사람을 선과 악으로 구분하거나 둘 중 한 명을 일방적으로 편드는 건 어리석다. 힘을 다해 중용을 지키는 ‘다우트’는 플린 신부와 학생 사이에서 실제로 벌어진 일에 대해 끝내 함구한다. 100분 동안 팽팽한 긴장을 유지하던 영화가 관객의 손이 닿을 수 없는 곳에 진실을 숨기는 이유는 간단하다. 다시 말하거니와 ‘다우트’는 싸움의 결과와 개인의 잘잘못에 집착하는 영화가 아니다. ‘다우트’는 보수와 진보의 끝없는 투쟁 앞에서 각자의 신념을 재고하고, 그 신념을 품게 만든 이유를 되새겨볼 기회를 부여한다. 중요한 건 인간에 대한 애정이 있느냐, 없느냐다. ‘다우트’는 퓰리처상과 토니상을 수상한 원작희곡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원저자인 존 패트릭 셰인리가 직접 각색과 연출을 도맡은 작품답게 ‘다우트’는 연극의 향취를 유지한다. 교회와 학교라는 제한된 공간을, 배우들의 불꽃 튀는 연기가 풍요롭게 채우고 있다. 메릴 스트립, 필립 시무어 호프먼, 에이미 애덤스, 바이올라 데이비스의 연기는 감동이라는 말로 다 설명하기 힘들며, 할리우드 일급 제작진이 힘을 쏟은 영화의 만듦새 또한 그지없이 훌륭하다. 원제 ‘Doubt’, 감독 존 패트릭 셰인리. 영화평론가
  • 老평론가, 한국 현대문학 역사를 말하다

    老평론가, 한국 현대문학 역사를 말하다

    김윤식(73). 40년 동안 한국 땅에서 문학을 공부하는 이들에게 그는 거대한 산맥과 같았다. 산맥의 속성이 그러하듯 순응하고 경외하는 이를 낳거나, 뛰어넘고 정복하고자 하는 욕망을 품은 이를 만들어낸다. 그 산맥이 거대하고 험준할수록 전자는 커지고, 후자는 줄어든다. 문학평론가 김윤식이 100권을 훌쩍 넘어서는 저작 리스트에 또 한 권을 더했다. ‘내가 살아온 한국 현대문학사’(문학과지성사 펴냄)는 한국 문학이 근대와 현대의 역사 속에서 끊임없이 교직(交織)해왔던 과정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했다. 최근 3~4년 동안 발표한 논문을 묶은 것이다. ●‘기본 설계도’ 완성 16년간의 과정 고백 대학에서 ‘근대문학’ 전공을 선택한 김윤식은 ‘강단(비평)과 현장(비평)’ 모두에서 일가(一家)를 이루기까지의 고단하고 험난했던 과정을 맨 먼저 설명한다. 김윤식에게는 먼저 ‘근대’라는 개념에 대한 해명과 정리가 필요했다. 식민지사관 극복의 과제는 인문학만의 것이 아니라 당대 문학에서도 엄존한 문제였기 때문이다. 그는 ‘근대’라는 개념에 접근하기 위해 자신이 들였던 초기 16년의 노력을 4단계로 설명한다. 먼저 세계사적인 흐름 속에서 국민국가 형성 과정에 대한 이해를 위해 4년간 정치학 공부를 했다. 이후 근대 국민국가를 공부하는 과정에서 불가분했던 경제체제로서 자본제 생산 양식을 알기 위해 경제학도로서 또 4년을 보냈다. 그제서야 겨우 보편성 획득에 이르렀지만 일제 강점기라는 식민지 경험과 역사를 안고 있는 특수성에 대한 공부가 또 필요했다고 한다. 그렇게 식민지 반제 투쟁을 이해하려 한국 근현대사를 4년간 공부했고, 반자본제 생산양식을 알고싶어 한국 경제사를 4년간 공부했다. 이렇게 도합 16년이 지난 뒤 ‘한국 근대문학의 기본 설계도’를 만들 수 있었음을 고백한다. 하지만 근대에 대한 개념 해명이 끝났다고 해서 ‘보편성과 특수성’의 치열한 다툼의 틈바구니-거의 절대모순성을 가진-에서 문학이 설 자리가 분명해진 것은 아니었다. 그래서 평론가는 근대성 탐구의 확장을 위해 현장으로 들어가 문인과 작품에 대한 구체적인 비평 작업을 진행해왔다. ●역사와 문학의 교직·구체적 작가에 대한 비평 이 책에선 일제 강점기와 한국전쟁, 베트남전쟁 등 굵직한 사건을 거치는 동안 우리 문학이 기능했던 모습과 내용, 그리고 최남선에서 시작해 이광수·최재서·김소운·백철·김종삼·김춘수·이청준 등에 이르기까지 구체적 작가에 대한 비평을 곁들였다. 아쉬운 점은 여전히 남는다. 지금도 건재한 ‘산맥의 신화’는 한 번도 부정된 적이 없었다. 그러나 2000년 초 한 대학원생(문학평론가 이명원)의 표절 의혹 제기는 많은 이들의 기억 속에 희미하게나마 분명히 남아 있다. 그 대학원생은 김윤식의 저서 ‘한국 근대소설사 연구’가 일본 문학평론가 가라타니 고진의 ‘일본 근대문학의 기원’을 표절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곳곳에 포진한 ‘김윤식의 아들들’은 분노했고, 미움을 산 장본인은 타의로 대학원 과정을 멈춰야 했다. 김윤식은 이에 대해 아직까지 ‘공식적으로’ 부정도, 긍정도, 어떤 해명도 하지 않고 있다. 산맥은 무결점이기에 산맥이 된 것이 아니다. 아름드리 나무뿐 아니라 잡목, 들풀, 잔돌까지 모두 아울렀기에 거대한 산맥이 될 수 있었다. 김윤식의 차기 저작을 다시 한 번 기대하는 이유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전주 출마설 정세현 “민주당 3대 위기”

    4월 재·보선에서 전주 덕진 출마가 거론되는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이 “민주당은 3대 위기에 처했다.”며 쓴소리를 냈다.정 전 장관은 12일 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정책연구원이 연 조찬포럼에 참석, “김대중 전 대통령이 최근 민주주의·서민경제·남북관계의 위기를 말한 것은 단순히 평론가처럼 분석한 것이 아니다.”며 이같이 말했다. 정 전 장관은 민주당의 3대 위기로 민주화 세력이 떠나는 위기, 서민이 기대를 걸었다가 버리는 위기, 남북 화해 협력세력이 지지를 철회하는 위기로 규정했다. 그는 “집토끼(고정 지지층)가 나가니 정치적 노숙자가 많아졌다.”면서 “그렇다고 다른 당에는 못 가니 부동층이 많아진 것”이라고 꼬집었다.정 전 장관은 “민주당은 일이 있다고 전부 몰입해 악법이면 악법, 용산이면 용산만 가는데 나라의 문제가 그것 하나뿐이냐.”면서 “(의원들이) 전공을 살려 최소 3팀을 갖고 당을 운영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상임의장인 정 전 장관은 남북경색 국면의 타개 방안에 대해 “결자해지 차원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6·15공동선언과 10·4선언의 존중의사를 밝힐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 전 장관은 4월 재·보선 출마와 관련, “나는 관심도 없고, 민주당 지도부로부터 연락을 받지도 않았다.”고 일축했다. 하지만 정 전 장관 측근들은 출마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오상도기자 sdoh@seoul.co.kr
  • 오광수 신임 문화예술위원장 “예술창작 지원 균형감 있게”

    정부는 12일 문화예술위원회 제3대 위원장으로 현재 위원장 대행을 맡고 있는 미술평론가 오광수(71) 씨를 임명했다. 오 신임 위원장은 이날 “예술위가 겪고 있는 현재의 노사 갈등을 빠른 시간내 해결하고, 예술창작 지원이라는 위원회 원래의 목적에 맞게 일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오 위원장은 “특히 지난 정권에서 너무 일방적으로 지원이 이뤄진 부분은 덜어 내고 소외된 부분은 지원을 보강하는 등으로 예술창작 지원과 관련해 균형감각을 갖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렇게 지원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세부적인 지원 정책을 효율적으로, 객관적으로 실현하는 게 큰 과제”라면서 “모든 예술계에서 제대로 굴러가고 있다는 평가를 받도록 하겠다.”고 희망을 피력했다. 오 위원장은 부족한 재원 확보와 관련해 현재 로또와 골프장 운영 등으로 확보하고 있는 재원 외에 새로운 해결책을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때 3000억원대에 이르던 기금이 최근 세계적인 금융위기로 부실화됐기 때문이다. 오 위원장은 지난해 12월 김정헌 당시 위원장이 중도해임되자 직무 대행을 맡았고, 이후 사무처장 임명을 둘러싸고 노조와 갈등을 겪기도 했다. 그는 “현재 노조와의 갈등은 많이 누그러졌고 대화를 통해 풀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낙관했다. 오 위원장은 홍익대 미술학과 출신으로 한국미술평론가협회장을 지낸 국내 대표적인 미술 평론가다. 1999년 국립현대미술관장을 맡아 예술 행정 경험을 쌓았고, 베니스 비엔날레 커미셔너, 광주 비엔날레 전시 총감독 등 전시 기획자로도 활동했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정윤수의 종횡무진] 고지대 지옥 경기와 ‘캡틴’ 박지성의 역할

    마침내 결전의 날이 밝았다. 오늘 저녁 8시30분. 한국 대표팀은 2010남아공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4차전을 치른다. 그 상대는 이란. 격전지는 그들의 홈구장 아자디 스타디움이다. 해발 1273m로 우리의 치악산 정상 비로봉과 비슷한 높이다. 이란은 눈까지 내리는 그 높은 경기장에서 4년 넘게 단 한 번도 진 적이 없다. 2004년 10월 열린 독일과의 평가전에서 0-2로 패한 이후 이란은 아시아, 북중미, 유럽, 아프리카 등 전 대륙의 팀들과 맞붙어 A매치 25승5무를 기록해 ‘홈 30경기 연속 무패’를 달리고 있다. 다른 경기장까지 포함해도 이란은 2000년 이후 홈경기 A매치 성적 45승8무4패다. 특히 11일은 1979년 호메이니가 이끄는 이슬람 원리주의파가 50여년 동안 이란을 지배해온 팔레비 왕조를 무너뜨린 혁명기념일 다음날이다. 그들은 승리의 예감과 격정에 들떠 있고 우리 선수들은 침착하게 마무리 훈련에 임했다. 지옥의 경기가 예고되고 있는 것이다. ‘캡틴’ 박지성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경기가 되었다. 우선 그는 그 자신의 신체적 역량으로 고지대의 경기장을 지배해야 한다. 평정한 상태에서 가진 실험에서 박지성의 분당 심박수는 40회 정도로 나타났다. 마라토너 이봉주와 비슷하다. 같은 조건에서 일반인은 60~80회이다. 상대적으로 적은 산소 소비로 뛰어다닐 수 있는 조건을 타고난 선수가 박지성이다. 폐활량도 일반인(3000~4000㏄)에 비해 월등한 5000㏄ 이상이다. 물론 축구는 직진의 달리기나 수영 같은 개인 종목이 아니다. 심박수나 폐활량으로 해결되지 않는 종목이다. 박지성에게 기대하는 것은 그의 신체적 조건뿐만 아니라 경기 전체를 지배해 나가는 균형 감각이다. 경기가 격렬해질수록 냉정하게 판단해야 하는 역할이 그에게 주어졌다. 그는 그것을 잉글랜드의 정글 같은 경기들에서 3년 반 동안이나 단련해 왔다. 현재 허정무호의 평균 연령은 26.13세로 고참이자 주장인 28세의 박지성이 해야 할 일이 결코 적지 않다. 게다가 이근호, 기성용, 이청용, 박주영 같은 공격 라인은 20대 초중반으로 체력에 있어서는 큰 무리가 없지만, 이란 특유의 경기장 조건에서는 자칫 균형을 잃을 수가 있다.한국 대표팀은 박지성이 출전했을 때와 그렇지 않았을 때의 결과가 크게 엇갈려 왔다. 2006년 독일월드컵 이후 열린 A매치에서 박지성이 출전한 11경기에서는 8승2무1패로 승률 73%를 거뒀지만 그가 뛰지 않은 경기에서는 7승12무5패로 승률이 겨우 29%에 그쳤다. 박지성은 이번 대표팀의 선수 24명 중 유일하게 이란에서, 그것도 지옥의 경기장 아자디 스타디움에서 골을 넣은 선수다. 2000년 6월 그는 허정무 감독이 이끄는 올림픽 대표로 참가해 마케도니아를 상대로 결승골을 뽑은 적이 있다.오늘 밤 최종예선 4차전. 결코 쉽지 않은 원정 경기지만, 바로 오늘을 위해 축구의 신은 한국 팀에 박지성을 내려보낸 것이다.스포츠 평론가 prague@naver.com
  • [씨줄날줄] 정조 독살설/이용원 수석논설위원

    1993년 나온 ‘영원한 제국’은 요즘 유행하는 팩션소설의 원조격인 작품이다. 조선 22대 임금인 정조가 세상을 뜨기 직전 24시간을 배경으로 전개되는 이 작품은, 절대왕권을 추구하는 정조와 이에 맞서 ‘사대부의 나라’를 지키려는 노론 벽파 사이의 음모·갈등을 스릴 넘치게 묘사해 큰 인기를 모았다. 작가 이인화씨(현 이화여대 교수)는 책 후기에서 소설을 쓰게 된 계기를 고향인 영남 일대에서 어려서부터 들어온 정조 독살설 때문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이 책은 허구”라고 강조하고 “허구화를 위해 움베르트 에코의 ‘장미의 이름’ 등 여러 추리소설의 모티프를 응용했다.”고 공개했다. 허구에 불과한 정조 암살설에 치밀한 논증을 가해 역사 영역으로 끌어들이려 한 이는 역사평론가 이덕일씨이다. 이씨는 2005년 내놓은 책 ‘조선 왕 독살사건’에서 조선왕조실록 등 사서를 동원해 벽파가 정조를 제거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를 열거했다. 특히 정조가 ‘급서(急逝)’할 즈음 약을 처방한 심인이 벽파의 영수 심환지의 친척이고, 임종할 때 유일하게 곁을 지킨 이가 최대의 정적인 정순왕후라는 데 방점을 찍었다. 어쨌거나 이인화·이덕일 두 사람이 지목한 독살의 주범은 심환지였다. 그러나 정조 연구의 대가인 정옥자 국사편찬위원장을 비롯한 역사학자들은 그동안 정조 독살설을 전면 부정해 왔다. 학계가 추정하는 정조의 사인은 일종의 과로사이며 그 직접적인 원인은 종기 때문이었다는 것. 정 위원장은 서울대 규장각 관장 시절에 한 인터뷰에서 정조는 “암살을 피하고자 새벽 닭이 울 때까지 잠을 자지 못하며 공부했고” 그러다 보니 “옷을 입은 채 잠자리에 드는 버릇이 생겨” 이에 따라 생긴 지병인 “피부병으로 돌아가셨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정조의 어찰 299통을 분석한 결과 심환지는 정조의 대척점에 섰다기보다 심복인 것으로 드러났다. 게다가 붕어(崩御) 열사흘 전 편지에서 ‘심각한 건강상의 문제’를 호소했다. 또 정조는 의서 ‘수민묘전(壽民妙詮)’을 편찬할 만큼 의학에 조예가 깊어 제 병에 대한 처방과 약 조제를 직접 관장했다. 독살당했다고 보기 어려운 이유들이다. 정조 독살설은 정사(正史)의 영역에는 아직 비껴나 있다. 이용원 수석논설위원 ywyi@seoul.co.kr
  • 후지카와 “ML보다 껄끄러운 상대는 한국”

    후지카와 “ML보다 껄끄러운 상대는 한국”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 일본 대표 후지카와 규지(29·한신 타이거스)가 상대하기 싫은 국가로 한국을 꼽았다. 후지카와는 10일 ‘산케이 스포츠’ 전속 평론가이면서 고교 선배이기도 한 에모토 다케노리(62)와의 대담을 통해 한국 국가 대표팀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그는 ‘메이저리거들이 대거 출장한다. 승부하고 싶은 선수가 누군가’란 에모토의 질문에 “특별히 없다. 그러나 팀으로서는 한국이 싫다”고 솔직히 말했다. 후지카와는 2006년 WBC 당시 한국전 2경기에 나서 1이닝 1안타 1삼진 무실점을 기록했지만 1안타가 이종범(2라운드)에게 허용한 결승 2타점 2루타였다. 이어 작년 베이징 올림픽 준결승전 역시 1이닝 2안타 1실점(1자책) 1볼넷의 부진한 내용으로 일본 프로야구 내에서의 위상과는 다른 투구 양상을 보였다. 후지카와는 “메이저리그는 나를 몰라 오히려 상대하기 쉽다. 그러나 한국은 가까운 나라다. 자료 수집이나 연구가 용이하다”며 나름대로 이유를 분석했다. 에모토가 ‘그렇다면 후지카와 또한 (한국이란 상대에) 익숙해진 것 아니냐’고 묻자 그는 “공략법이 떠오르고 있다”며 역회전 변화구 슈트 사용을 언급했다. ”올림픽 때는 좌타자에게 몸 쪽. 우타자에게 바깥 쪽이란 단순한 배합으로 상대했지만 슈트 같은 변화구가 있으면 다를 것”이란 후지카와의 부연 설명이다. 작년 후지카와는 38세이브 방어율 0.67 WHIP 0.69란 역사적인 성적을 남겼다. 기사제휴/스포츠서울닷컴@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이용철의 영화만화경]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이하 ‘벤자민 버튼’)는 스콧 피츠제럴드의 단편집 ‘재즈시대 이야기’(1922년)에 수록된 작품이다. 평론가 패트릭 오도넬은 펭귄판 ‘재즈시대 이야기’의 서문에서 “‘벤자민 버튼’이 (장차) 영화화된다고 해도 놀라운 일이 아닐 것이다. 첫눈에 보아도 이 이야기는 단순하며 영화적 판타지에 적합하다.”고 썼다. 이윽고 데이비드 핀처에 의해 영화로 만들어진 ‘벤자민 버튼’이 올해 미국 아카데미의 13개 부문 후보에 오르며 만듦새마저 인정받고 있다. 1차 세계대전이 끝난 1918년, 뉴올리언스에서 여든 살 남자의 얼굴을 가진 사내아이가 태어난다. 수치심에 아버지가 양로원 계단에 내다 버린 아이는 그곳의 살림을 도맡은 한 흑인여성의 보살핌 아래 자란다. 곧 죽을 거라는 의사의 진단과 달리 생명을 부지해 나가던 아이에게 이상한 일이 일어난다. 나이를 먹을수록 외모가 차츰 젊어지는 것이 아닌가. 어느 날, 소년은 할머니를 찾아온 소녀 데이지에게 첫사랑을 느끼는데, 이후 두 사람의 관계는 오랜 질곡의 세월을 통과하게 된다. ‘신체 나이를 거꾸로 먹는 남자’라는 설정만 같을 뿐, 영화와 원작의 내용은 완전히 다르다. 굳은 껍질을 뒤집어쓴 사회와 역사에 대한 풍자를 바탕으로 써진 피카레스크 소설은 영화로 옮겨 오면서 두 남녀의 끈질긴 인연과 사랑을 주제로 삼는다. 다른 장르인 문학과 영화를 일일이 비교하면서 잘잘못을 따지는 건 옳지 않거니와, 필자 또한 그러고 싶은 생각이 없다. 다만 옷을 갈아 입은 이야기가 새롭게 얻은 건 무엇이고, 과연 어떤 성과를 거두었는지는 반드시 생각해 봐야 한다. 사실 ‘벤자민 버튼’은 핀처의 영화라기보다 각본을 쓴 에릭 로스의 산물로 보는 게 맞다. 첫째, 영화의 주제, 스타일, 분위기가 핀처의 전작들과 판이하고, 둘째 영화의 내용과 전개방식이 로스의 대표작이자 아카데미 각색상 수상작인 ‘포레스트 검프’의 그것과 흡사하기 때문이다. 두 영화의 주인공은 남다른 조건을 부여받은 채 태어난 인물이고, 자기의 의지와 별 상관없이 격동의 시간과 사회를 헤쳐 나가며, 어릴 때 만난 첫사랑이 두 남자의 평생을 좌우한다. ‘검프’의 세상살이와 사랑 만들기에는 감동이 있다. 지능이 조금 떨어지는 남자가 착실함과 진실함으로 인생의 승리자가 되고, 한 여인을 향한 변함없는 사랑이 결실을 본다는데 목석처럼 바라볼 관객은 드물다. 반면 버튼과 데이지의 삶에는 적극성이 결여되어 있다. 두 사람은 기묘한 인연으로 맺어졌음에도 정작 사랑 앞에서 무책임하고, 때론 상대방을 거부하며, 현실에서 벗어나 도피하기 일쑤다. 영화는 영웅을 필요로 한다는 점에서 ‘벤자민 버튼’의 두 주인공은 가히 실격감이다. 혹자는 ‘벤자민 버튼’의 지고지순한 로맨스로부터 감동받았다고 이야기한다. 장애를 극복하고 일생 동안 지속되는 사랑. 물론 좋은 소재이며 마음을 움직이기에 충분한 이야기다. 그러나 버튼과 데이지의 사랑과 그 전개과정은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그 사랑이 어떻게 시작되고, 어떻게 유지되고, 어떻게 부서지고, 어떻게 끝을 맺는지 하나씩 떠올리면 껄끄러움과 불편함이 온몸을 감싼다. ‘아름답고 위대한 사랑’이라는 감상은 영화에서 주어진 게 아니라, 혹시 영화와 별개로 관객의 머릿속 상상으로 구한 게 아닐까. 어쩌면 착각할 법한 게, 두 주연 배우 - 브래드 피트와 케이트 블란쳇은 드물게 우아하고 아름다운 배우인 데다 성실한 자세로 연기에 임했다. 게다가 ‘벤자민 버튼’의 촬영·음악·미술·의상·분장은 한 치의 모자람이 없이 영화의 예술성을 뒷받침한다. 그래서 나는 ‘벤자민 버튼’에 대한 열광을 ‘미혹’이라 여긴다. 영화가 말하려는 게 무엇인지, 영화의 주제에 진정성이 있는지, 감동의 실체가 진정으로 느껴지는지, 다시 한 번 질문해 보기 바란다. 원제 ‘The Curious Case of Benjamin Button’, 감독 데이비드 핀처, 12일 개봉.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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