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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무사터 미술관 부지에 국군병원까지 포함

    기무사터 미술관 부지에 국군병원까지 포함

    옛 기무사 터에 들어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이 국군지구병원 부지까지 포함해 건립된다. 서울관 설계는 국내 건축가가 맡는다. 문화체육관광부는 9일 이 같은 내용의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건립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논란이 됐던 국군지구병원은 새해 11월까지 서울 삼청동 교원소청심사위원회 건물로 옮겨가는 것으로 최종 결론났다. 이 건물을 사용하고 있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새해 3월까지 대체 건물로 이전하기로 부처 간 협의를 끝냈다. 서울관은 모두 2900억원을 투입해 2012년 11월까지 연면적 3만 3000㎡ 규모로 건립된다. 등록문화재인 기무사 본관 건물을 제외한 나머지 건물 전체를 리모델링할 방침이다. 기무사 본관은 벽면 등 일부를 보존하는 방안과 전체를 보존하는 방안을 놓고 문화재청등과 협의 중이다. 설계는 새해 1월까지 아이디어 공모로 선발한 5명 안팎의 설계자 중 최종 설계자를 그 해 4월까지 확정짓고 시공자는 국제 입찰을 통해 선정할 계획이다. 개관은 2013년 초로 예상된다. 박순태 문화부 문화예술국장은 “문화재 발굴로 인한 미술관 건립 지연을 최소화하기 위해 지표조사를 이미 끝냈다.”며 “공사 도중에라도 문화재가 발견되면 바로 설계에 반영해 미술관 관람객들이 함께 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기무사 터에 있다가 1981년 종로구 화동으로 옮겨진 종친부(宗親府)와 관련해서는 “원래 자리로 옮길 계획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미술평론가 정준모씨는 “가장 중요한 것은 미술관의 성격을 규정하고 이에 걸맞은 소장품을 확보하는 것”이라며 “미디어·설치 중심 미술관으로 한다는 얘기도 있는데 수명이 짧고 이미 한물 간 장르”라고 우려했다. 손원천 윤창수기자 angler@seoul.co.kr
  • [정윤수의 종횡무진] 월드컵, 각국문화 이해의 기회로

    기차는 몇 시에 떠나는가. 소설가 신경숙은 7시에 떠난다고 썼다. 그녀의 장편 소설 ‘기차는 7시에 떠나네’에는 오래 사귄 연인으로부터 청혼을 받고, 잠시 서성거리면서, 가슴아픈 추억과 미묘한 샅바 싸움을 벌이는 여주인공이 나온다. 이 소설에서 기차는 7시에 떠나지만, 원래 이 소설에 동기가 된 원곡에서는, 기차가 8시에 떠난다.그리스의 음악가 미키스 테오도라키스가 작곡한 ‘기차는 8시에 떠나네’가 그 곡이다. 영화 ‘그리스인 조르바’, ‘Z’, ‘세르피코’ 등에서 유려한 음악을 선보인 그는 그리스 독재 정권에 저항한 것으로 유명하다. 지금도 팔레스타인이나 이라크 문제에 적극적인 의견을 표명하는 행동하는 예술가다. 그는 ‘기차는 8시에 떠나네’에서 “당신은 비밀을 간직한 채 밤에는 결코 돌아오지 않겠지/ 기차는 8시에 떠나지만 당신은 홀로 카타리니에 남아있겠지.” 라고 노래했다. 그리스의 어두웠던 현대사가 느껴지는 대목이다.탱고는 우아하고 슬픈 아르헨티나 음악이다. 아스토르 피아졸라는 이 아르헨티나의 무곡을 지고지순한 사랑과 슬픔의 노래로 부활시킨 음악가다. 원래 피아졸라는 서유럽으로 건너가서 서양 클래식을 전공하고자 하였으나 그를 가르친 스승 나디아 블랑제가 아르헨티나의 땀 냄새가 배어있는 음악을 권유하였고, 그리하여 피아졸라는 탱고에 몰입하였다. 그의 음악에 대해, 그러니까 아르헨티나의 탱고에 대해 현대 음악가 존 애덤스는 이렇게 말했다. “낡은 옷처럼, 주름진 육신처럼, 감시, 꿈, 불면, 예언, 사랑과 미움의 말들, 어리석음, 충격, 목가, 정치적 신념, 부정, 의심, 긍정 따위로 순결을 잃은 영혼….”2010 남아공 월드컵 조 주첨 결과가 나왔다. 우리는 아르헨티나, 그리스, 나이지리아와 함께 B조에 속하게 되었다. 이 B조를 포함하여 전체 8개조의 전력과 16강 예상 팀에 대한 분석이 쏟아지고 있다. 그런데, ‘월드컵’ 아닌가. 말하자면 같은 조의 3개 나라 뿐만 아니라 나머지 31개 나라에 대하여 흥미롭게 공부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 셈이다. 이 기회에 각 나라의 전력이나 주요 선수에 대한 정보를 넘어 그 나라들의 현대사와 문화를 좀더 풍요롭게 알게 된다면 이보다 더 의미있는 월드컵은 달리 없을 것이다. ‘기차는 8시에 떠나네’를 흥얼거리는 그리스 사람들, 낮에는 축구에 열광하고 밤에는 탱고의 깊은 슬픔에 젖어드는 아르헨티나 축구팬들. 그리고 한국과 나이지리아가 있다. B조에 속한 나라의 공통점은 비극의 현대사를 이겨냈다는 것이다. 강대국의 치열한 다툼에 끼어 속박의 세월을 보냈고 군부 독재의 힘겨운 나날을 보냈다. 나이지리아의 근대사는 노예무역과 식민의 삶이었고 그 현대사는 수 차례에 걸친 쿠데타의 연속이었다. 우리 현대사에서 2002 월드컵이 각별했던 것처럼 그들에게도 축구와 월드컵은 단순한 대회 이상의 의미가 있을 것이다. 어두운 현대사 속에서도 네 나라의 국민들은 공을 찼고, 450g에 지나지 않는 작은 공에 더 나은 삶에 대한 열망을 실었다. 그리하여 2010년 6월 한 자리에 모이는 것이다. 비록 두 나라만이 16강에 진출하지만, 이 기회를 통하여 네 나라 사람들은 서로를 더 많이 알고, 그리하여 더 깊이 사랑하게 될 것이다.스포츠 평론가 prague@naver.com
  • [이용철의 영화 만화경] 줄리 & 줄리아

    다른 시공간을 사는 두 미국여자의 이야기가 교차된다. 1950년대 프랑스가 배경인 부분은 전설적인 요리사 줄리아 차일드가 유명해지기 직전까지를 다룬다. 줄리아는 외교관인 남편과 함께 전후의 프랑스에 도착한다. 쾌활한 성격으로 무뚝뚝한 프랑스사회를 헤쳐 나가던 그녀는 좋아하는 프랑스요리를 직접 만들겠다는 목표를 세운다. 그리고 뚝심으로 명문 요리학교를 마친 데 이어 요리책을 쓰느라 8년여를 보낸다. 2002년, 뉴욕 퀸즈 부분의 주인공은 줄리 파웰이다. 직장과 가정에서 바삐 지내던 그녀는 생활의 활력과 자긍심 고취를 위해 블로그를 운영하기로 한다. 줄리아가 쓴 요리책의 524개 레시피를 1년에 걸쳐 도전하겠다는 프로젝트를 의욕적으로 시작했지만, 생활과 요리와 글쓰기의 병행이 점점 버거운 짐으로 다가온다. ‘줄리 & 줄리아’는 할리우드의 대표적 여성감독인 노라 에프론의 부활을 알린 작품이다.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를 비롯한 유명 영화의 각본가로 주가를 올리던 그녀는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 ‘마이클’ ‘유브 갓 메일’ 등을 직접 연출하면서 화려한 1990년대를 누렸다. 이후 로맨틱 코미디를 벗어나려다 고배를 마신 에프론은 ‘줄리 & 줄리아’를 통해 전공으로 복귀했다. 그리고 일상에서 벌어지는 소소한 일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마음 한쪽이 허전한 사람 곁으로 누군가를 세우는 데 자신만큼 뛰어난 사람은 드물다는 걸 재확인했다. 에른스트 루비치의 고전 ‘모퉁이 가게’를 현대적으로 해석해 ‘유브 갓 메일’을 만들었을 때처럼, 에프론은 요리라는 보편적 언어를 매개로 생면부지인 두 사람의 인연을 엮어놓는다. 요리의 비중이 높은 영화지만 극중 요리 자체의 유혹은 그리 대단하지 않다. 당연한 결과다. 에프론은 요리와 맛의 표현보다 두 여자가 맞는 전환점에 더 강세를 두었기 때문. ‘바베트의 만찬’ ‘담포포’ 같은 영화의 그윽한 음식 내음과 요리의 찬미는 크게 기대하지 않는 게 좋다. 게다가 두 인물의 공감대가 시공간을 뛰어넘어 펑하고 폭발하는 순간도 부족한 편이어서, 클라이맥스 없는 심심한 코스요리를 먹는 기분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줄리 & 줄리아’의 가치를 부정할 순 없다. 좋은 음식이 아닌 맛있는 음식, 음식을 같이 나눌 때의 온정, 손때가 묻어 있는 옛 부엌의 향수는 ‘줄리 & 줄리아’를 사랑스럽고 재미있는 영화로 기억되도록 만든다. 줄리 역의 에이미 애덤스는 근래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는 여배우 중 한 명이다. 그녀는 에프론의 영화에도 잘 어울리는데, 귀여운 외모와 깜찍한 연기는 에프론 영화의 단골배우였던 맥 라이언의 현재형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메릴 스트립을 상대역으로 두면서 그녀의 연기는 빛을 잃었다. 스트립이 연기 잘하는 배우로 평가받은 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요즘 그녀는 연기자로서의 어떤 한계를 시험하는 것처럼 보인다. 이번엔 실존했던 거대한 체격의 요리사 역을 맡아 프랑스사람도 울고 갈 정도의 거창한 표현력과 풍성한 유머를 선보였다. 경력 가운데 최고의 연기 여부와 상관없이, 스트립은 잊지 못할 캐릭터를 또 한 번 완성했다. ‘줄리 & 줄리아’의 성공은 그녀의 연기에 많은 부분을 빚지고 있다. 영화평론가
  • 군대간 게이는 어떤 사랑할까

    군대간 게이는 어떤 사랑할까

    아직은 한국 사회에서 다루기 어려운 주제라고? 그렇지 않다. 이미 국내 영화계에서는 ‘동성애 코드’가 넘치고 있다. 독립영화 얘기가 아니다. 주류영화 얘기다. 두 톱스타의 농염한 베드신으로 화제를 모았던 ‘쌍화점’을 비롯해 ‘로드무비’, ‘후회하지 않아’, ‘왕의 남자’, ‘주홍글씨’ 등 그 사례들은 많다. 이제 동성애 코드도 경쟁력이 없으면 주목받지 못하는 세상이 됐다. ●‘게이 리얼리티’를 구현하다 영화 ‘친구사이?’는 동성애의 홍수 속에서 ‘리얼리티 카드’를 꺼내든다. 게이들이 사랑하는 방식을 지극히 사실적으로 그려보겠다는 의도다. 김조광수 감독이 ‘순도 99.9% 게이 로맨스’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건 것도 리얼리티를 통해 차별성을 강조하기 위함이다. 감독 자신도 게이다. 일단 주제부터 현실적이다. 김조 감독이 2008년 제작한 ‘소년 소년을 만나다’가 10대 게이 청소년의 풋풋한 첫사랑을 애잔하게 표현해 냈다면 이 영화는 20대 게이들의 가장 현실적인 고민인 군대 문제를 다뤘다. 겉보기에 무척 심각하게 흘러갈 듯도 싶지만 감독의 손맛은 지루하지 않다. 영화의 시작과 말미에 ‘뽕짝 리듬’의 뮤지컬 요소를 삽입한다거나 주인공 민수(서지후)와 석이(이제훈)의 대사 하나하나에 재치를 버무린다. 영화 분위기는 그래서 유쾌하다. 가장 강점은 주인공 커플의 ‘촉촉한’ 감성이다. 민수를 면회온 석이가 시멘트 담벼락 앞에서 아기자기한 대화를 나누는 ‘담벼락 신’은 영화의 백미로 꼽힌다. 서로의 새끼 손가락을 꼬아대며 묘한 웃음을 짓는 민수와 석이, 키스를 위해 눈을 감는 석이에게 장난을 치는 민수, 민수를 위해 “요리사가 되겠다.”고 말하는 석이의 다짐은 ‘닭살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한다. 가냘픈 대화방식, 하지만 결코 여성적이지 않은 이들의 화법은 이성애자들의 눈에 무척 색다르게 다가온다. 동성애자들은 현실성이 뛰어나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준다. 자신들의 세계가 종종 오도되는 것이 불만이었던 이들은 “이게 정말 게이가 사랑하는 방식”이라고 입을 모은다. 감독은 “어릴 적부터 연애에 대한 촉이 좋았다.”며 은근히 자부심을 드러낸다. 주인공 배우들의 노력도 빼놓을 수 없다. 원래 이성애자인 서지후와 이제훈은 1984년생 동갑으로 절친한 사이다. 문제는 “애인 같지 않고 친구 같다.”는 김조 감독의 지적이었다. 두 사람은 5분 남짓한 담벼락 신을 위해 두 달을 연습했고 게이들이 많이 찾는다는 서울 종로의 한 모텔을 찾아 방황(?)하기도 했다. 지독한 노력 끝에 “그래. 바로 이거야!”라는 감독의 탄성을 끌어낼 수 있었다. ●이성애자가 봐야 할 동성애 영화 동성애 코드를 담아내는 주류 영화들은 동성 간의 진한 러브신에 경쟁적으로 열을 올려 왔다. ‘남자끼리 (육체적으로) 어떻게 사랑을 나눌까.’라는 말초적 호기심에 대해 주류 영화계가 충실히 답한 결과일 수도 있고, 다른 동성애 코드와 차별성을 두기 위한 자구책일 수도 있다. 하지만 농염한 베드신에도 불구하고 영화에 나오는 동성애 커플은 애인보다는 친구에 가까워 보인다는 게 일각의 평이다. “대한민국에서 동성애를 제대로 표현한 영화는 거의 없다. 동성애자를 왜곡한 판타지만 있을 뿐이다.” 김조 감독이 착잡한 표정을 지으며 뱉어낸 말이다. 물론 이 영화에도 진한 러브신은 있다. 그러나 이는 민수와 석이의 수많은 사랑 방식 가운데 하나일 뿐, 핵심은 아니라는 게 감독의 얘기다. 영상물등급위원회는 이 영화에 대해 ‘청소년 관람 불가’ 판정을 내렸다. 이 때문에 감독의 의도와 달리 ‘수위’에 쏠리는 세간의 관심이 뜨겁다. 시사회를 본 영화평론가들은 “‘아, 게이들은 저렇게 사랑하는구나.’라는 느낌을 주는 영화”라며 “동성애자보다 이성애자가 봐야 할 영화”라고 말했다. 17일 개봉. 이경원기자 leekw@seoul.co.kr
  • [이용철의 영화 만화경] ‘위대한 침묵’ 20년의 기다림이 고스란히 녹아있는…

    필립 그로닝이 알프스의 1300m 고지에 위치한 ‘그랑드 샤르트뢰즈 수도원’을 카메라에 담기로 마음먹은 건 1980년대 중반이었다. 그는 침묵을 다룬 구름 같은 영화를 만들고 싶었고 자기 영화에 그 수도원보다 적격인 곳은 없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1688년 설립된 이래 몇 세기 동안 외부인의 접근을 제한해 왔던 수도원이 그의 요청을 쉽게 허락할 리 만무했다. 그로부터 15년이 지난 1999년, 그로닝은 수도원으로부터 기적 같은 연락을 받는다. 수도원이 제시한 여러 까다로운 조건에 맞춰, 그는 직접 수도원에서 생활하며 2년에 걸친 촬영에 돌입했고, 다시 몇 년이 흘렀다. 20년의 기다림이 녹아 있는 ‘위대한 침묵’의 간략한 연대기는 이러하다.  ‘위대한 침묵’은 분명 종교적 색채가 짙은 작품이지만 가톨릭 신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지레 발길을 돌릴 필요는 없다. ‘위대한 침묵’은 종교를 강요하는 류의 영화가 아니며, 보는 이의 관점에 따라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작품이기 때문이다. 또 하나, 잘못 알려진 것처럼 ‘위대한 침묵’은 상영 내내 침묵으로 일관하진 않는다. 어떤 소리도 없는 스크린을 뚫어져라 봐야 한다면 세 시간에 가까운 상영시간을 버티기가 괴로울 테지만 ‘위대한 침묵’은 ‘침묵에 관한 영화’이지, 결코 ‘침묵의 영화’가 아니다. 실제로 필자는 이보다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영화를 보지 못했다. 영원의 시간과 이미지를 통과하는 데 160여분은 오히려 짧게 느껴졌다.  감독 로베르 브레송은 ‘소음들이 (영화의) 음악이 되어야 한다.’고 쓴 바 있다. ‘위대한 침묵’은 그 말을 실천한 듯 보이는 작품이다. 침묵은 언어, 기호, 잡생각으로부터의 해방을 의미하며, 침묵을 맹세한 자들은 자연의 소리 한가운데로 침잠한다. 들리나 듣지 못했던 소리를 듣는 것. 그것은 신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것과 같으며, 자연의 소리는 ‘영원한 존재’의 현현인 것이다. 그러므로 영화는 고요에 빠지는 대신, 자연과 그 속에서 호흡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온갖 소리에 귀를 연다. 계절이 변화하는 소리, 수도사들이 작업하며 내는 소리, 물체의 작은 움직임이 빚어내는 소리 등은 불멸의 존재에 다가가려는 열망과 하나가 되어 관객을 숭고한 상태로 이끈다. 그 곳에 기도의 염원, 불꽃의 따스함, 눈(雪)의 가벼움, 구름의 침묵이 나란히 자리한다.  ‘가진 모든 것을 포기하지 않는 자는 나의 제자가 될 수 없다’는 자막이 영화 내내 자주 나온다. 수도원의 생활은 청빈 자체다. 자족하는 공동체의 미덕을 따라 수도사들은 각자 맡은 노동을 기꺼이 행하는데, 최소한의 조건으로 유지되는 삶의 검소함은 ‘버림의 가치’를 깨닫도록 만든다. 그러한 삶을 영위하면서 구도의 길을 멈추지 않는 수도사들을 때때로 정면으로 바라보는 ‘위대한 침묵’은 아름다운 얼굴에 관한 영화이기도 하다. 그 중, 길게 자란 눈썹으로 나이를 쉬 짐작할 수 있는 수사는 눈이 먼 사람인데 그의 피부는 소년처럼 부드럽고 그의 표정은 아기처럼 천진난만하다. 믿고 따르는 것에 평생을 헌신한 자의 얼굴은 그토록 경이로운 것이어서, 매일 거울을 보지만 아름다운 얼굴을 지니지 못한 우리에게 작은 미소만으로도 깊은 울림을 안겨준다.  영화평론가
  • 뮤지컬 ‘금발이 너무해’ 무대 사고… 잇단 연말 공연장 사고 왜?

    뮤지컬 ‘금발이 너무해’의 무대 사고로 연말 공연계에 비상이 걸렸다. 크리스마스를 끼고 있는 연말 시즌은 한 해 공연의 3분의 1 이상이 집중되는 ‘대목’이어서 관객들의 안전에도 주의보가 내려졌다. 3일 문화계에 따르면 ‘금발이’는 2일 저녁 공연 도중 천장 무대막이 떨어져 배우 2명이 다쳤다. 지난해 11월에는 세계적인 재즈 밴드 자미로콰이의 내한 공연을 앞두고 객석 뒤편의 VIP세트가 무너져 수 십명의 연예인들이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2007년 12월에는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라보엠) 도중 불이 나 관객들이 혼비백산하기도 했다. 가수들의 공연장 사고도 심심찮게 들려온다. 공연장 사고가 이렇듯 잦은 이유는 무엇일까. 공연계는 ‘대목을 놓치지 않으려는 성급함’을 첫째 이유로 꼽았다. 연말 공연에 많은 관객이 몰리는 만큼 공연장 사고 방지를 위한 안전 체계도 철저히 점검해야 하지만 급박한 공연일정과 비용 상의 문제로 제대로 진행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고백이다. 그 대표적 예가 부실한 ‘테크니컬 리허설’이다. 기술상의 결함과 안전문제를 집중 점검하는 테크니컬 리허설은 일반적인 공연 리허설과 별개로 반드시 실시해야 하지만 대충 넘어가는 것이 현실이라는 지적이다. 한 공연단체 관계자는 “본 공연을 올리기 전에 테크니컬 리허설을 최소한 열 차례 이상 실시해 문제점을 사전에 파악하고, 공연 도중에도 정기적으로 점검을 받는 것이 원칙”이라면서 “그러나 최근 서울은 물론 지방에서도 공연 붐이 일면서 대관 경쟁이 워낙 치열하다보니 일단 공연부터 올리고 보자는 풍조가 만연하다.”고 털어 놓았다. 공연장이 우후죽순 격으로 늘고 있는데 반해 제작비가 열악한 것도 안전점검 소홀을 부르는 한 요인이다. 기술력 부족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뮤지컬 평론가인 원종원 순천향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국내 뮤지컬 시장이 급팽창하면서 화려한 무대 장치를 활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에 따르는 설비 및 기술은 부족하다.”면서 “‘장기 공연 뿐 아니라 시설적인 측면에서도 안정적인 공연을 할 수 있는 뮤지컬 전용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실제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와 ‘맘마미아’는 음향 시스템과 무대 세트 작동 오류로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연말에 체육관에서 많이 진행되는 가수들의 콘서트는 안전사고 위험에 더 노출돼 있다는 경고다. 공연 전문 기획사 ‘좋은콘서트’의 최성욱 대표는 “최근 국내 가수들도 볼거리가 있는 공연을 선호하면서 무대가 화려해지는 경향”이라면서 “그러나 군소 기획사의 경우 시간과 전문인력 부족에 쫓겨 부실하게 무대공사를 하는 경우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은주 이경원기자 erin@seoul.co.kr
  • [사고] 2010 서울신문 신춘문예

    전통과 권위를 자랑하는 서울신문 신춘문예가 한국 문학의 미래를 밝힐 참신한 문재(文才)를 찾습니다. 모집 분야는 단편소설, 시, 희곡, 시조, 동화, 문학평론 등 6개 부문입니다. 문학을 향한 열정과 패기로 가득찬 예비 문인들의 많은 관심과 응모를 바랍니다. ■모집 부문 및 상금 ●단편소설(80장 안팎) 500만원 ●시(3편 이상) 300만원 ●희곡(90장 안팎) 250만원 ●시조(3편 이상) 200만원 ●동화(30장 안팎) 150만원 ●문학평론(70장 안팎) 250만원 ※장수는 200자 원고지 기준 ■마감 2009년 12월 11일 금요일(우편접수는 11일 도착분까지만 유효) ■보내실 곳 100-745 서울시 중구 태평로 1가 25 서울신문사 편집국 문화부 신춘문예 담당자 앞 ■당선작 발표 2010년 1월 1일자 서울신문 지면 ■응모 요령 -응모작은 기존에 어떤 형태로든 발표되지 않은 순수 창작물이어야 합니다. -같은 원고를 타사 신춘문예에 중복 투고하거나 기존의 작품을 표절한 것으로 인정될 경우 당선을 취소합니다. -직접 방문도 가능하나 이메일이나 팩스로는 접수받지 않습니다. -응모작은 반환하지 않습니다. ■문의 (02)2000-9191~9198
  • 청룡영화상’ 누가 웃을까?

    청룡영화상’ 누가 웃을까?

    올해 영화 축제의 대미를 장식할 제30회 청룡영화상 시상식이 2일 오후 8시 서울 여의도 KBS홀에서 화려하게 막을 올린다. 청룡영화상은 예산문제 등으로 올해 개최를 포기한 대한민국영화대상과 후보작 논란에 휘말렸던 대종상영화제로 인해 특히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 작품상, 여전히 예측불허 11년 연속 ‘청룡의 여인’인 김혜수와 배우 이범수의 사회로 진행되는 이번 청룡영화상에서는 박찬욱 감독의 ‘박쥐’와 김용화 감독의 ‘국가대표’가 최다인 10가 부문에 후보로 올랐다. 특히 두 영화는 최우수작품상, 감독상, 남우주연상 등 주요부문에서 서로 경합을 벌일 예정이라 시선을 모은다. 청룡영화상이 올해 최고의 영화를 선정하는 최우수작품상 부문에는 ‘박쥐’와 ‘국가대표’를 비롯해 봉준호 감독의 ‘마더’와 윤제균 감독의 ‘해운대’, 장진 감독의 ‘굿모닝 프레지던트’가 이름을 올렸다. ◆ 김혜자 vs 하지원에 시선집중 ‘영화제의 꽃’이라 불리는 여우주연상에는 ‘마더’의 김혜자와 ‘내사랑 내곁에’의 하지원, ‘박쥐’의 김옥빈, ‘7급 공무원’의 김하늘, ‘애자’의 최강희가 이름을 올렸다. 대종상의 후보 제외로 논란을 빚었던 하지원과 김하늘은 설움을 딛고 청룡상의 여우주연상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특히 하지원은 1일 스크린 데뷔 11년 만에 제5회 대한민국 대학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데 이어 청룡상으로 2관왕을 달성할 수 있을지 기대가 모인다. 또 김혜자가 부산영화평론가협회상, 부일영화상,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에 이어 여우주연상 4관왕 행진을 이어갈지 시선이 집중된다. ◆ 장동건·김명민…별들의 전쟁 남우주연상 부문에서는 어느 때보다 치열한 ‘별들의 전쟁’이 예상된다. ‘내사랑 내곁에’의 김명민과 ‘굿모닝 프레지던트’의 장동건, ‘박쥐’의 송강호, ‘국가대표’의 하정우, ‘거북이 달린다’의 김윤석이 박빙의 승부를 벌이게 됐다. 특히 2004년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로 제25회 청룡상 남우주연상의 영광을 차지던 장동건이 올해 다시 한 번 ‘청룡의 남자’로 거듭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또 올해 대종상 남우주연상에 빛나는 김명민이 2관왕을 석권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 조연, 신인상도 불꽃 경쟁 남녀 조연상 부문에서는 ‘박쥐’ 속의 모자로 열연한 김해숙과 신하균이 함께 이름을 올렸다. 또 ‘해운대’의 김인권과 이민기가 동시에 남우조연상 후보에 올라 선의의 경쟁을 펼칠 예정이다. 대종상에서 조연상을 수상했던 ‘마더’의 진구와 ‘애자’ 김영애가 각각 2관왕을 달성할 수 있을지에 관심이 모인다. 생애 단 한 번뿐인 신인상에는 ‘국가대표’의 김지석, 신인감독상 후보에도 이름을 올린 ‘똥파리’의 감독 겸 배우 양익준, ‘과속스캔들’의 박보영, ‘해운대’의 강예원 등이 기대를 모으고 있다. 사진 = 서울신문NTN DB / 사진설명 =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하지원·김혜자·김하늘·송강호·김명민·장동건 서울신문NTN 박민경 기자 minkyung@seoulntn.com@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월북’ 꼬리표 때문에 잊혀진 지식인 재조명

    서울 계동 중앙고 교내에 있는 인문학박물관(www.kmoh.org)은 12일부터 ‘우리 인문학의 역사교실’을 연다. 박물관이 소장한 저작물 가운데 역사적 무게가 큰 책들을 골라 관련 전문가와 함께 그 안에 담긴 사상과 인문학적 의미를 가늠해 보는 자리다. 강의는 모두 12회로 구성됐다. 강의의 주제가 되는 12가지 책은 박열의 ‘신조선 혁명론’(1946), 신남철의 ‘역사철학’(1948), 김동석의 ‘뿌르조아의 인간상’(1949), 백남운의 ‘쏘련인상’(1949), 안확의 ‘조선문명사’(1923) 등 주로 월북 지식인의 저작물이다. 저자 대부분은 식민지 시기 한국의 학문 지형에 뚜렷한 발자취를 남긴 거물급 지식인. 그러나 이른바 ‘월북 지식인’이라는 꼬리표 때문에 오랫동안 그에 걸맞은 학문적 조명을 받지 못했다. 연희전문 상과 교수 출신의 경제학자 백남운, 김동리와 벌인 순수문학 논쟁으로 해방공간의 문학계를 달군 평론가 김동석, 벽초 홍명희의 아들로 단군 등 한국 고대신화 연구의 권위자였던 홍기문 등이 그렇다. 이번 인문학 역사교실은 이들의 삶과 사상을 통해 한국 현대 인문학의 뿌리와 정체성을 되짚어 보겠다는 것이다. 분야 역시 문학·철학에서부터 사학·교육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강연자로는 미학자 진중권, 김재현 경남대 교수, 오제연 서울대 교수, 이상호 건국대 교수 등이 나선다. 이 박물관 인현정 큐레이터는 “청소년들과 일반인들의 역사·문화·사회적 인식욕구를 양질의 판단력과 정서로 채우는 데 도움이 되겠다는 것이 기획의도”라며 “해당 저자의 저술동기와 발간에 얽힌 이야기, 인문학의 역사가 걸어온 지형과 지세 등 강의를 통해 우리 문화의 미적 차원에 대해 보다 인문학적인 체험을 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인문학 역사교실은 매주 토요일 오전 11시부터 낮 12시30분까지 1시간 강의, 30분 질문과 토론 형식으로 진행된다. 수강료는 회당 4000원. 기초생활수급자는 무료다.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 [정윤수의 종횡무진] ‘관중석 지휘’와 감독의 지도력

    성공회대 신영복 석좌교수는 20여년의 감옥 생활을 동양 고전을 새로 익히고 또 그것을 한자로 쓰면서 견뎌냈다. 이제는 현대의 고전이 되고 있는 그의 저서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을 보면 이런 얘기가 나온다. 강건하면서도 유려한 그의 서예 글씨가 감옥 안에서도 요긴하게 쓰였는데, 이를테면 ‘개과천선’이나 ‘정숙’, ‘정리정돈’ 같은 글씨를 써서 감옥 안의 벽에 붙이는 일도 더러 있었다. 그런 일을 할 때 꼭 다른 이를 시켜서 멀리 떨어져서 지켜보도록 당부했다. 의자에 올라가 벽에 바짝 붙어서 글씨를 걸다 보면 좌우 균형이 제대로 맞는지 알기 어렵고 그래서 다른 이가 멀찌감치 떨어져서 높이는 적당한지, 어느 한 쪽으로 기울지나 않는지 조언을 하는 것이다. 신 교수는 이처럼 시대적 상황이나 역사적 사건을 판단할 때 일정한 거리를 두고 객관적으로 통찰할 수 있어야 한다고 썼다. 축구 역시 그러하다. 농구나 배구 감독은 한눈에 모든 동작을 파악할 수 있는 비좁은 코트에 바짝 붙어서 선수들과 호흡을 함께 하며 거의 초 단위로 작전 지시를 한다. 하지만 축구장은 터치라인 위치에서는 한눈에 전모를 파악하기 어렵다. 도심 개발이나 항공모함 크기를 얘기할 때 흔히 축구장 면적의 2배니, 3배니 하듯이 축구장은 아스라이 펼쳐져 있는 대평원이다. 국제축구연맹은 국제경기의 최소 요건으로 길이 105m, 폭 68m를 제시하고 있다. 22명의 선수들이 지정된 포지션에 가만히 서 있지 않고 끊임없이 움직인다. 이렇다 보니 때로 축구 감독은 터치라인에 붙어 있는 벤치보다 ‘객관적 통찰’을 할 수 있는 위치를 찾는다. 경남FC의 조광래 감독은 지난 8월, 인천과의 경기에서 스스로 관중석으로 올라가 지휘했다. 그는 관중석에서 전체를 조망하면서 지시를 내렸고 이를 윤덕여 코치가 터치라인에 바짝 붙어서서 선수들에게 전달했다. 이날 경남은 2-1로 이겼다. 심판이 퇴장 명령을 내리면 감독은 벤치를 떠나야 한다. 하지만 원격 지휘는 가능하다. 무전기나 헤드셋이 등장하는 것이다. 국제축구연맹은 영상 장치를 제외한 이 같은 의사소통을 용인하고 있다. 감독 경험이 전무했던 k-리그 현역 최연소 신태용 감독이 성남을 챔피언 결정전까지 이끌어냈다. 그는 인천과의 6강 플레이오프 때 퇴장 당했지만 이후 관중석에서 무전기로 지휘하면서 전남과 포항을 차례로 꺾었다. 그는 “관중석에 올라가니 입체적 시각으로 선수들의 위치와 움직임을 파악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챔피언 결정전 때도 관중석에서 지휘하는 진풍경이 연출될 지도 모른다. 중요한 것은 그가 감독 부임 첫 해에 우승컵을 노리는 지도력을 보여줬다는 점이다. 노쇠한 팀을 과감히 물갈이하면서 팀 체질을 활기차게 변모시킨 ‘형님 리더십’이 있었기에 성남은 챔피언결정전까지 오른 것이다. ‘관중석 원격 지휘’는 이 과정의 흥미로운 열매이다. 신영복 교수의 글씨가 우선이고 그것을 벽에 거는 것은 하나의 방법일 뿐이다. ‘무전기 원격 지시’ 역시 하나의 방법일 뿐, 중요한 것은 39살 신태용 감독의 지도력과 야심만만한 포부다. 이 점이 올해 k-리그를 결산하는 챔피언결정전을 관전하는 또 하나의 포인트다. 스포츠 평론가 prague@naver.com
  • “브리티시 걸스의 힘은 독특한 개성·보컬”

    “브리티시 걸스의 힘은 독특한 개성·보컬”

    영국 출신 여성 싱어송라이터들의 돌풍이 거세다. 해외언론은 이를 두고 1960~70년대 영국 비틀스 등이 미국 음악시장을 점령했던 ‘브리티시 인베이전(British Invasion·영국 침공)에 빗대 ‘브리티시 걸스(Girls) 인베이전’이라고 부른다. ●와인하우스·더피 등 음악성·대중성 겸비 미국 여성 가수들이 대중성 확보에 주력하는 ‘아이돌’ 스타일인 것과 달리, 영국 출신 여성 싱어송라이터들은 음악성과 대중성을 겸비하며 영국 음악의 자존심을 세우고 있다는 평이다. 빼어난 가창력과 창작 능력이 최대 무기다. 지난해 미국 대중음악상 가운데 하나인 그래미를 점령한 에이미 와인하우스, 신인 가운데 전 세계 음반 판매량 1위(2008년)를 차지한 더피, 미국 빌보드 앨범 차트 1위에 올랐던 리오나 루이스 등이 그 대표 주자들이다. 영국 여성 싱어송라이터 계보를 잇는 기대주로 떠오르고 있는 팔로마 페이스는 1일 서울신문과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국적을 떠나 전반적으로 여성 아티스트의 힘이 커지는 것은 좋은 현상”이라면서 “에니 레녹스 등 영국 출신 여성 아티스트들은 예전부터 눈부시게 활약했다.”고 강조했다. 그래도 최근 들어 영국 여성가수들의 강세가 더욱 두드러진 인기요인을 재차 묻자 “독특한 개성과 보컬”을 들었다. 무대 위 퍼포먼스가 돋보이는 페이스는 언더그라운드 재즈 보컬, 마술사 보조, 무용수 등 다양한 경력을 갖고 있다. 평론가들이 올해 등장한 여가수 중 가장 주목할 만한 뮤지션으로 꼽기도 했다. 조만간 국내에서도 개봉하는 히스 레저의 유작이자 테리 길리엄 감독 작품인 ‘파르나서스 박사의 상상극장’에 조연으로 출연한 신인 배우이기도 하다. 정규 음악 수업을 받지 않았지만, 직접 작사·작곡한 곡이 클럽 무대에서 인기를 끌며 공식 데뷔하게 된 페이스는 “워낙 여러가지 일을 해 음악, 문학, 영화, 연극, 패션 등이 함께 거론되지만 지금 가장 기본으로 삼고 있는 것은 음악”이라고 강조했다. ●팔로마 페이스 “박찬욱의 올드보이에 감명” 1940~50년대 음악을 특히 좋아한다는 그는 “무대에서 한계를 뛰어넘는 모습을 보여준 에니 레녹스, 비요크, 그레이스 존스를 존경한다.”고 말했다. 양아버지가 중국인이라 기본적으로 동양 문화에 관심이 많고 특히 비극적인 이야기를 담은 동양 영화를 좋아한다고. 가장 존경하는 영화 감독 가운데 한 명으로 박찬욱 감독을 꼽은 그녀는 “‘올드보이’를 감명 깊게 봤지만, 사실 한국에 대해서는 많이 알지 못한다.”면서 “아시아 가운데 일본만 가봤지만 기회가 된다면 꼭 한국에 가서 많은 것을 배워보고 싶다.”고 전했다. 성시권 음악평론가는 “과거 영국 싱어송라이터들은 포크, 정통 팝, 발라드 위주였지만 최근에는 빌보드 차트나 클럽 문화 영향 속에 전 세계적으로 대세인 솔 등 흑인음악 요소들을 적극 받아들여 더욱 인기”라고 분석했다.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영화로 만나는 한국의 다섯 도시

    영화로 만나는 한국의 다섯 도시

    전 세계가 영화를 통해 아름다운 한국의 자연과 도시를 만난다. 해외 위성방송인 아리랑국제방송과 영화평론가 오동진이 대표로 있는 디앤디미디어가 함께 기획한 프로젝트 ‘영화, 한국을 만나다’를 통해서다. 단순하게 풍광만 화면에 담는 수준이 아니라 내러티브가 있는 이야기를 통해 재미를 더한다는 점이 주목된다. 배창호·윤태용·문승욱·김성호·전계수 등 국내 감독 다섯 명이 한국 문화의 아름다움을 세계에 알리기 위한 이 프로젝트에 동참했다. 배 감독은 제주를, 윤 감독은 서울을, 문 감독은 인천을, 김 감독은 부산을, 전 감독은 춘천을 배경으로 다섯 가지 시선과 색깔로 한국의 미를 담아냈다. ‘고래사냥’, ‘깊고 푸른 밤’ 등으로 1980년대 흥행 감독이었다가 최근 작가주의의 길로 들어선 배 감독은 ‘여행’, ‘방학’, ‘외출’이라는 옴니버스 3부작을 통해 제주도의 아름다움을 담았다. ‘소년, 천국에 가다’로 화제를 모았던 윤 감독은 ‘서울’을 통해 영화 제작 현장을 소재로 대도시의 구석구석을 훑는다. 특히 이 작품에는 가수 박지윤이 출연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폴란드 국립영화학교 출신으로 ‘나비’, ‘로망스’ 등으로 깊은 인상을 남긴 문 감독은 ‘시티 오브 크레인’에서 인천을 다룬다. 실제 이주노동자가 출연하는 등 이주노동자의 애환이 담겨 있어 눈길을 끈다. ‘거울속으로’를 통해 장편 데뷔를 했고 ‘황금시대’, ‘판타스틱 자살 소동’ 등의 옴니버스 영화에 참여했던 김 감독은 ‘그녀에게’에서 갈매기 도시 부산에 자신만의 판타지 색채를 입혔다. 연극과 뮤지컬에서 왕성한 활동을 펼쳤던 전 감독은 ‘뭘 또 그렇게까지’에서 젊은 예술가들의 삶을 다루며 춘천의 미를 보여준다.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기고] 성남시의 뮤지컬 ‘남한산성’을 보고/유민영 연극평론가·단국대 명예교수

    [기고] 성남시의 뮤지컬 ‘남한산성’을 보고/유민영 연극평론가·단국대 명예교수

    미국 등 몇 나라를 제외하고 세계 모든 나라들에서 문화예술 활동은 수도를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중앙집권제를 오랫동안 해온 우리의 경우는 더욱 심해서 얼마 전까지도 서울에만 제대로 된 문화예술이 존재할 뿐 지방도시는 황량하기 이를 데 없는 불모 그 자체였다. 대부분의 지방 도시들은 지도층의 문화안목 부족과 인적 자원의 빈곤으로 중앙 문화의 아류로 만족하려는 듯 서울문화의 ‘이삭줍기’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런 가운데서도 성남시만은 전혀 달랐다. 성남시가 수도에서 가까운 주변도시임에도 불구하고 서울문화를 일방적으로 받아들이는 ‘이삭줍기’식을 거부하고 독자적으로 문화를 창출해 내겠다는 야심으로 불탔고, 그것은 4년 전 성남아트센터가 문을 열면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즉, 성남아트센터는 개관 때부터 독자적인 계획으로 직접 외국과 교섭하여 세계적인 지휘자인 길버트 카플란을 초청하여 말러의 교향곡으로 시민들을 황홀케 했고, 이듬해에는 강수진이 프리마돈나로 활약하고 있는 독일 슈투트가르트 발레단을 불러들여서 ‘말괄량이 길들이기’를 선보이기도 했다. 성남아트센터는 무대예술의 꽃으로서 웬만한 극장에서는 제작하기 쉽지 않은 오페라 ‘낙소스섬의 아리아드네’를 직접 제작연출까지 하여 화려한 무대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지방 소재의 문화공간에서 오페라를 자체역량으로 직접 기획연출까지 해서 무대에 올린 경우는 성남아트센터가 처음이 아닌가 싶다. 이처럼 성남아트센터는 4년 동안 중앙문화에 눈치 보거나 의존하지 않고 직접 독자적으로 세계와 호흡하면서 시민들에게 수준 높은 예술작품을 공급하고 있다. 따라서 성남시민들은 굳이 서울로까지 번거롭게 관람여행을 하지 않아도 되었고, 오히려 서울시민들이 성남으로 관람을 하러 오는 역류현상까지 있을 정도였다. 그렇다면 성남이 어떻게 짧은 시간 내에 그처럼 번듯한 문화도시로 변신할 수가 있었을까. 거기에는 세 가지 요인이 상승작용을 한 것으로 볼 수가 있다. 그 첫 번째가 성남을 이끄는 민·관 리더그룹의 높은 문화안목이고, 두 번째는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노하우를 쌓은 경험 많은 인재들이 성남아트센터에 모여 열정을 쏟고 있으며, 세 번째는 역시 고급문화를 알고 즐기는 수준 높은 시민층이 뒷받침하고 있는 것이다. 주지하다시피 역사가 극히 일천한 성남시가 언제나 부닥치는 것은 정체성 문제였다. 더욱이 광주 및 하남시와 통합을 목표로 하고 있는 성남시로서는 정체성 만들기가 급선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에 따라 성남아트센터가 나서서 패배와 기사회생이라는 꿋꿋한 민족사 속의 한 페이지를 상징하는 남한산성의 예술화를 과감하게 시도한 것이다. 그것이 다름 아닌 뮤지컬 ‘남한산성’이다. 사실 산성이 소설과 같은 문학작품으로서는 좋은 소재일 수 있고, 또 김훈의 유명한 소설 ‘남한산성’도 있지만 무대화하기는 좀처럼 쉬운 제재는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소재를 이번에 성남아트센터가 스펙터클하게 뮤지컬화해서 관중의 주목을 받은 것이다. 성남아트센터에는 뮤지컬을 만들어낼 만한 인적자원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크리에이티브팀이라는 임시 팀을 만들어 작품을 직접 제작했다는 것과, 극히 관념적일 수 있는 김훈의 소설을 근간으로 했음에도 불구하고 박제화된 역사를 생동하는 무대현실로 예술화한 것 등은 높이 살 만했다. 음악과 배우들의 연기만 더 좋았더라면 금상첨화였을 뮤지컬 ‘남한산성’이 정체성을 추구하고 있는 지방 도시들의 유사한 시도에 하나의 예범이 될 것임이 분명하다. 유민영 연극평론가·단국대 명예교수
  • ‘음악성 승부’ 에이트, 벌써 혼성부문 2관왕

    ‘음악성 승부’ 에이트, 벌써 혼성부문 2관왕

    올해 연말 시상식 중 ‘혼성그룹 최다 수상’의 영예는 음악성으로 승부를 걸었던 그룹 에이트(8eight)로 점쳐지고 있다. 에이트는 본격적인 시상식 시즌인 12월에 돌입하기도 전, 이미 ‘2관왕’의 영광을 안았다. 에이트는 지난 주 ‘2009 엠넷 아시아 뮤직어워드 (MAMA)’에서 ‘혼성그룹상’을 수상했으며, 이번 주 ‘멜론 뮤직 어워드’에서 발표한 ‘2009 TOP 10 가수상’에서도 유일 혼성그룹으로 밝혀졌다. ◆ 아이돌 홍수 속 예능 없이 ‘음악성 승부’ 이들의 성과는 그 어느해 보다 아이돌 그룹의 홍수로 넘쳐났던 2009년, 단 한번의 예능 출연도 없이 거둔 결과하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대중 음악 평단들은 오직 음악으로 승부를 걸었던 에이트가 데뷔 2년만에 ‘혼성그룹’에 대한 편견을 바꾸고, 정상에 설 수 있었던 의의에 대해 주목하고 있다. ◆ 올해만 총 3장 앨범 발표…2곡 ‘온라인 정상’ 지금의 ‘슈퍼스타K’라 할 수 있는 2007년 ‘쇼바이벌’ 1위를 거머쥐며 데뷔한 에이트(이현, 주희, 백찬)는 화려한 신고식과 달리, 데뷔 후 이렇다할 히트곡을 내놓지 못했다. 하지만 에이트는 2009년, 올해만 총 3장의 앨범을 발표, 어느 해 보다 활발한 활동을 펼쳤다. 특히 3월 발표한 3집 ‘더 골든 에이지’(The Golden Age)에서는 ‘심장이 없어’로 그달 내 음원 최장 1위를 차지했으며, 6월에는 ‘잘가요 내사랑’으로 온라인 1위에 장기간 머물렀다. ◆ 대중들의 음악적 성숙도 반영 대중음악 평론가 백명희 씨는 “에이트의 음악이 인정받은 것은 국내 음악팬들의 성숙도를 반영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대중문화 평론가 류헌종 씨는 “지금까지의 혼성그룹은 대중성과 친근함에 호소했던 반면, 에이트는 한층 성숙한 완성도 높은 음악으로 대중에게 접근했던 것이 아이돌 음악에 염증을 느낀 리스너들에게 특히 어필한 것 같다.”고 의의를 설명했다. 한편 에이트는 12월 13일 일요일 서울 영등포 CGV아트홀에서 릴레이 콘서트를 가지며 12월 31일에는 대구 시민회관 대극장에서 단독공연 ‘맥시멈레벨”을 개최, 알찬 공연으로 유종의 미를 거둘 계획이다. 서울신문NTN 최정주 기자 joojoo@seoulntn.com@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나이 잊은 노장배우들, 2009 스크린 맹활약

    나이 잊은 노장배우들, 2009 스크린 맹활약

    2009년 나이를 잊은 채 스크린을 종횡무진 누비는 노장배우들이 눈길을 끈다. 국내에선 ‘굿모닝 프레지던트’의 이순재와 ‘마더’의 김혜자가 대표적이고 해외배우로는 ‘그랜 토리노’의 클린트 이스트우드와 ‘일렉트릭 미스트’의 토미 리 존스가 손꼽힌다. 드라마 ‘사랑이 뭐길래’, ‘허준’ 등을 통해 꼿꼿한 카리스마를 발산해온 이순재(76)는 지난 2006년 ‘거침없이 하이킥’을 통해 ‘야동 순재’라는 새로운 별명을 얻으며 무거운 이미지를 벗어났다. 이어 지난 10월 개봉한 ‘굿모닝 프레지던트’에서 거액의 로또 당첨금 앞에서 속병을 앓는 대통령 역을 맡아 다시 한 번 인간미 넘치는 모습을 보여줬다. 뿐만 아니라 이순재는 애니메이션 ‘업’(UP)에선 목소리연기를 맡는 등 다방면에서 활약하고 있다. 브라운관에 주력해온 김혜자(69)는 최근 대한민국 영화계에서 가장 핫한 여배우다. 연기활동 46년간 단 세 편의 작품에 출연한 김혜자는 2009년 ‘마더’로 국내외 각종 여우주연상을 휩쓸고 있기 때문. 김혜자는 제10회 부산영화평론가협회상을 시작으로 부일영화상, 제29회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 중국 금계백화 영화제, 제3회 아시아태평양영화상 등에서 여우주연상의 영예를 안았다. 토미 리 존스(64)는 ‘할리우드 최고의 연기파 배우’ ‘지성파 배우’ ‘거장이 사랑하는 배우’ 등 유난히 영광스러운 수식어가 많이 따라붙는다. 특히 ‘맨 인 블랙’ 시리즈를 통해서는 인간적이면서도 유머러스한 면모를 보여주며 전 세계 팬들의 큰 사랑을 받았다. 토미 리 존스가 이번에 선보일 작품은 다음달 17일 개봉하는 ‘일렉트릭 미스트’다. 토미 리 존스는 작은 마을에서 벌어지는 충격적인 연쇄살인사건을 해결하려는 형사의 사투를 그린 미스터리 스릴러 ‘일렉트릭 미스트’를 통해 강한 남자로서의 면모를 과시할 예정이다. 이외에도 토미 리 존스는 다음달 10일 ‘엘라의 계곡’ 개봉을 앞두고 있다. 1993년 ‘용서받지 못한 자’와 2005년 ‘밀리언 달러 베이비’로 작품상 감독상을 수상한 거장 클린트 이스트우드(80)는 연출뿐만 아니라 연기로도 관객들을 사로잡아왔다. 지난 3월 국내 개봉한 ‘그랜 토리노’ 역시 그가 감독, 제작, 주연을 겸한 작품. 그는 이 영화로 제62회 칸영화제 명예 황금종려상을 수상하며 식지 않는 노장의 열정을 증명했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많게는 팔순에 적게는 환갑을 넘어선 이 배우들은 연출이면 연출 연기면 연기 어느 것 하나 젊은 배우들에게 뒤처지지 않는다. 젊은 배우들이 판치는 영화계에서 노장배우들의 꾸준한 활약을 기대해 본다. 사진 = 서울신문NTN DB, 각 영화 포스터 서울신문NTN 정병근 기자 oodless@seoulntn.com@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김훈 등 최우수예술가 선정

    전수일 감독과 소설가 김훈, 안무가 홍경희(무용 부문), 서양화가 한오, 안무가 정선혜(연극 부문), 피아니스트 박은희 등이 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가 주는 제29회 ‘올해의 최우수예술가’에 27일 선정됐다. 또한 출판사 민음사가 출판 부문에 선정됐다. 시상식은 다음달 4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다.
  • [주말화제] ‘마당놀이 - 명성황후’ 토종극의 유쾌한 반란 비결

    [주말화제] ‘마당놀이 - 명성황후’ 토종극의 유쾌한 반란 비결

    국내 토종 공연의 기세가 매섭다. 극단 미추의 ‘마당놀이’와 창작 뮤지컬 ‘명성황후’가 새달 13일 3000회, 26일 1000회 공연을 각각 돌파한다. 햇수로 치면 마당놀이가 28년, 명성황후가 14년 됐다. 외국에 비싼 로열티를 주는 라이선스 공연이 주류를 이루는 국내 풍토에서 이들 토종물의 롱런(장기공연) 기록과 그 성공 유전자(DNA)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문화계 인사들은 그 첫번째 성공 DNA로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우리만의 콘텐츠’를 꼽았다. 손진책 극단 미추 대표는 27일 “관객들이 저절로 ’얼쑤~‘하는 추임새를 넣고, 어깨춤을 추면서 자연스럽게 무대 위에서 배우들과 어울린다.”면서 “흥(興)으로 감정을 발산하는 우리 민족의 DNA를 마당놀이와 접목시킨 게 주효했다.”고 성공요인을 분석했다. 시의성도 빼놓을 수 없다. ‘허생전‘, ’홍길동전‘, ’심청전’ 등 관객에게 친숙한 고전에서 얼개를 따오면서도 그때그때 사회상을 반영한 인물을 등장시켜 풍자와 해학을 시도한다. 객석과 무대의 경계를허물고 관객과 배우가 하나 되는 모습을 본 서양인들은 “격식을 파괴한 살아있는 연극”이라고 입을 모은다. ‘마당놀이’가 흥을 끌어냈다면 ‘명성황후’는 한(恨)에 토대한다. 1995년 명성황후 시해 100돌을 기념해 초연됐다. 제작사인 에이콤인터내셔날의 윤호진 대표는 “슬픔으로 대변되는 한은 에너지의 또 다른 근원”이라면서 “한국인의 흥과 한의 정서를 문화콘텐츠로 풀어낸 것이 세계 무대에서도 먹힌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들 공연이 감성에만 호소했다면 롱런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게 문화계의 지적이다. 1981년 초연된 마당놀이는 원년 멤버인 윤문식, 김성녀, 김종엽 3인방의 찰떡 연기 호흡으로 고정팬을 확보했고, ‘명성황후’는 이중 회전무대와 600여벌의 화려한 복식, 태껸과 무당춤을 활용한 군무 등 제대로 된 볼거리를 제공했다. 외국처럼 공연을 브랜드화시킨 노력도 빼놓을 수 없는 성공 DNA다. 이번 계기를 통해 문화 콘텐츠에 대한 재점검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해외 라이선스 공연을 경쟁적으로 수입하기보다는 그 비용을 국내 창작극에 투자해 질 높은 공연을 만드는 것이 한류의 또 다른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뮤지컬 평론가인 원종원 순천향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명성황후’나 ‘마당놀이’는 영화나 대중가요처럼 국내 창작극도 한류 콘텐츠로서 경쟁력을 갖췄음을 입증하는 기념비적 작품”이라면서 “최근 다문화에 관심이 많은 유럽 공연계가 한국문화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는 만큼 보편적 소재를 우리만의 정서로 표현한다면 세계 무대에서도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아르헨티나에 한국소설 바람부나

    아르헨티나에 한국소설 바람부나

    ‘…비극적인 과거와 고도성장의 현재를 한국문학이 어떻게 그려내고 있는가를 질문하고 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한국현대문학단편선집’이 세상의 빛을 보게 되었다. …한국현대문학은 현대사의 비극을 문학적 매개물로 삼는 작가군과 야생의 신자유주의 문제를 다루는 작가군으로 나뉜다.’(아르헨티나 일간지 ‘디아리오 클라린’ 9월21일자) ‘모든 고독과 저항의 의무를 작품 속에 묘사되는 하나의 대상에 집중시킴으로써 하나의 이미지로 우리를 감동시킨다.”(‘파히나 도세’ 10월11일자) ‘분단문학과 즐기는 문학으로 나누어 한국 현대 문학의 흐름을 짚었다. 감동과 빛깔, 강렬함의 세 가지가 시대를 이어 내려온 한국문학의 특성으로 꼽히며 한국과 아르헨티나의 문학 교류가 느리지만 멈추지 않고 이루어지고 있다.’(‘레비스타’ 10월17일자) 한국문학번역원은 26일 “최근 ‘한국현대문학단편선집(위 사진)’, ‘새의 선물’(아래·은희경), ‘낯선 시간 속으로’(이인성) 등 한국 소설 3종이 아르헨티나에서 잇따라 출간되며 한국 문학 붐을 일으키고 있다.”고 밝혔다. 현지 유력 언론들도 한국 문학 특집기사를 게재하는 등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아르헨티나의 소설가 겸 문학평론가 올리베리오 코에요가 엮은 ‘…단편선집’은 손창섭·조선작·김승옥·이동하·임철우·하성란·김영하·박민규 등 한국작가 여덟 명의 단편 소설을 묶었다. 이어 나란히 나온 장편소설 ‘새의 선물’과 ‘낯선 시간 속으로’도 아르헨티나 문단과 출판계의 호평을 받고 있다. 코에요는 최근 ‘중남미의 주목받는 작가 20인’에 뽑힐 정도로 촉망받는 젊은 작가. 특히 2007년 작가 초청 프로그램을 통해 한국에서 여섯 달 동안 머물며 한국현대문학에 대한 관심을 높였다. 한국 현대문학 단편선을 직접 엮고, 최고 유력일간지 ‘디아리오 클라린’에 글을 기고한 배경이다. 또 평론가 헥토르 파본은 ‘레비스타’ 기사를 통해 한국의 고전문학부터 사이버문학까지를 개괄하는 성실함을 보였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이번엔 늑대인간과 삼각관계

    이번엔 늑대인간과 삼각관계

    원작보다 나은 속편을 기대하는 것은 모든 영화팬의 바람이다. 특히 전세계 극장가에 뱀파이어 열풍을 일으키며 흥행 성공을 거둔 ‘트와일라잇’의 속편 ‘뉴 문’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 이런 기대감 때문인지 제작진은 전편보다 훨씬 커진 스케일과 복잡해진 인물 구조로 관객들을 유혹한다. ●더 커진 스케일·복잡해진 인물구조 ‘트와일라잇’이 남녀 주인공인 에드워드(로버트 패틴슨)와 벨라(크리스틴 스튜어트)의 러브스토리에 초점이 맞춰졌다면, ‘뉴 문’은 벨라의 소꿉친구였던 제이콥(테일러 로트너)을 비중있는 역할로 등장시켜 셋의 삼각관계로 이야기를 풀어 나간다. 에드워드가 홀연히 떠난 뒤 삶의 의욕을 잃었던 벨라는 제이콥에게 의지하며, 그를 향한 마음의 빗장을 서서히 풀기 시작한다. 자신이 초인적인 힘을 지닌 늑대인간임을 알게 된 제이콥은 벨라를 공격하는 뱀파이어들로부터 그녀를 보호한다. 이렇듯 영화는 떠나버린 옛 연인을 잊지 못해 방황하는 벨라의 새로운 사랑 찾기에 상당 부분을 할애한다. 매력적인 미남 흡혈귀를 내세워 전세계 여성팬을 홀린 ‘트와일라잇’과 달리 터프한 매력의 근육남 제이콥을 등장시킨 것도 차이점. 그러나 전편에 비해 액션 장면이 많이 줄었고 두 남자 사이에서 갈피를 못 잡는 여주인공의 삼각관계는 다소 긴장감을 떨어뜨린다. ●할리우드에서 ‘닌자 어쌔신’과 격돌 ‘현실감 있는 판타지’라는 전편의 개성은 2편에도 고스란히 이어진다. ‘황금나침반’을 연출했던 크리스 웨이츠 감독과 ‘쥐라기 공원’을 만들었던 디지털 시각효과팀은 ‘트와일라잇’과 기본적인 배경은 통일하면서도 스케일의 폭은 넓혔다. 이탈리아와 캐나다에서 촬영을 진행하고, 화려한 컴퓨터 그래픽(CG)으로 원작 속 늑대를 부활시켰다. 영화 곳곳에 3편 제작을 염두에 둔 듯한 포석이 깔린 것은 아쉬운 대목. 주인공인 로버트 패틴슨의 출연 비중은 극 전체의 절반도 채 되지 않았고 악역 뱀파이어로 짧게 등장한 다코타 패닝과 영화의 갑작스러운 결말도 3편에 대한 기대감만 높여 씁쓸함을 남긴다. 하지만 지난 20일 미국에서 개봉한 ‘뉴 문’은 미국에서 개봉 첫주 1억 4000만달러(약 1600억원)를 벌어들이며 ‘트와일라잇’의 흥행을 이어갈 조짐을 보이고 있다. 로맨스 판타지에 열광했던 젊은 관객들이 대거 극장을 찾은 탓이다. 특히 이 작품은 이번 주말 할리우드에서 비가 주연을 맡은 ‘닌자 어쌔신’과 격돌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영화평론가 정지욱씨는 “‘뉴 문’은 1편에 비해 정적으로 표현되는 부분이 많아 시청각적 판타지를 기대하는 국내팬은 다소 실망할 수도 있다.”면서 “국내·외에서 ‘뉴 문’은 판타지 로맨스를 기대하는 여성팬, ‘닌자 어쌔신’은 화려한 액션을 선호하는 남성팬으로 관객층이 양분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12월2일 개봉. 12세 관람가.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정윤수의 종횡무진] 공놀이로 끝나는 체육수업 그만!

    ‘안아공 체육’이라는 말이 있다. 특정 지역의 고향말이지만, 그 뜻은 전국적으로 비슷하다. 그러니까 체육 선생님이 축구공 서너 개를 던져 주면서 ‘여기 공 있다. 가서 차라!’ 하는 뜻이다. 예전에는 그랬다. 흙먼지 풀풀 날리는 운동장에 수십 개 축구공이 떠다니고 아이들은 누가 우리 편이고 상대 편인지 분간이 가지도 않는 상황에서 열심히 뛰어다니면서 공을 찼다. 지금은 옛 시절의 추억일 뿐이다. 우선 체육 교사들의 자각과 분발이 새로운 풍경을 만들어 내고 있다. 공 몇 개 던져 주는 대신 다양한 연구와 교재로 체육을 ‘즐거운 시간’으로 바꾸려는 열의가 곳곳에서 움트고 있다. 과거에는 환경도 열악했고, 시설이나 교보재도 부족했다. 창의적인 수업을 하고 싶어도 빠듯한 예산 탓에 바람이라도 꽉 찬 공을 공급하면 다행이었다. 그러나 이젠 다양한 종목에 걸쳐 갖가지 시도를 해볼 만한 여건이 됐다. 다음으로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학생들은 자발적으로 팀을 구성해서 야구도 하고 밤 늦게 유럽축구를 시청하기도 하며, 다음날이면 명문 구단의 유니폼을 입고 공을 찬다. 이러한 문화적 열망이 학교의 체육 수업에 곧바로 반영되지는 않지만 그래도 즐겁고 신나는 수업 방안만 있다면 얼마든지 참여할 마음을 갖고 있는 것이다. 부모들 역시 틀에 박힌 체육 수업에 대한 기억 때문에 아이들이 보다 신선한 수업을 받기를 원하고 있다. 문제는 체육 수업의 획기적인 발전이 이처럼 뜻 있는 교사와 아이들의 힘만으로 성취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입시 지옥’이라는 원죄 같은 과중한 상황은 둘째치더라도 여전히 교육 정책의 수립과 그에 따른 예산 편성이나 중점 과제 선정에 있어 체육 교과는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 그나마 조금씩 개선되고 있다 해도 그 역시 시설 확충 같은 하드웨어에 집중될 뿐, 체육 수업의 내용 개선 및 교사들의 연구와 연수 지원 같은 실질적인 콘텐츠의 발달로 이어지지는 못하고 있다. 학생들을 평가하는 기준 역시 농구 드리블을 몇 미터 이상했는지 뜀틀을 몇 단까지 넘었는지 같은 극히 세분적인 판단에 머무르고 있다. 스포츠는 그 같은 세부 기량으로 구성되지만 그 모든 것을 종합하되 그마저도 초월하는 궁극적인 신체와 정신의 움직임을 지향하는 것이다. 주말에 학생들이 농구나 축구를 하는 모습을 보라. 학생들은 순간적인 상황 판단, 신속한 대처, 동료와의 유기적인 협력 속에서 패스도 하고 드리블을 하는 것이다. 이렇게 총체적으로 살아 있는 유기체가 바로 스포츠이고 우리 인간의 삶이다. 그것을 가르치고 또한 더욱 발전시키는 것이 체육이며 그렇게 성장한 학생이 비단 육체만이 아니라 정신적인 능력이나 사회 관계까지도 훨씬 아름답게 발전해 가는 것이다. 선진국의 명문 대학들이 학생들을 선발할 때 체육 교과를 대단히 비중 있게 다루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이제는 20세기의 ‘안아공 수업’를 벗어날 때가 됐다. 체육 수업의 실질적인 콘텐츠를 21세기에 걸맞게 상상해 나가야 할 단계다. 스포츠 평론가 pragu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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