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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철수의 ‘응원편지’… 중도·부동층 투표장에 불러낼까

    안철수의 ‘응원편지’… 중도·부동층 투표장에 불러낼까

    “멀리서나마 계속 성원하고 있었다.” “56년 전 로자 파크스처럼 행동에 나서자.”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막판에 등장해 박원순 범야권 단일후보의 원군으로 나섰다. 안 원장은 2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안국동 박 후보의 희망캠프를 찾았다. 오전 서울대 학장단 회의를 마친 뒤 박 후보 측에 캠프 방문 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홀로 캠프를 방문한 안 원장은 A4 용지 2장 분량의 편지를 박 후보에게 건네며 ‘응원의 메시지’라고 했다. 편지글은 민권운동의 상징으로 일컬어지는 ‘로자 파크스’에 대한 내용으로 시작됐다. 인종차별의 벽을 허문 그녀를 내세워 변화의 필요성, 당위성을 강조하는 것으로 박 후보 지원의 뜻을 밝힌 것이다. 안 원장은 그러면서 “당시 변화를 이끌어낸 힘은 작은 행동이다. 선거는 바로 참여의 상징”이라며 투표 참여를 호소했다. 안 원장과 박 후보는 20여분간 대화를 나누며 선거 승리를 다짐했다고 한다. 박 후보 측의 송호창 대변인은 “안 원장은 투표율 60%가 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安 “시민들의 생각을 믿는다” 안 원장은 별도 질의응답 없이 서둘러 캠프를 떠났다. 기자들의 요청에 “응원차 방문했다. 상식을 기반으로 하고, 누구나 미래를 꿈꿀 수 있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 시민들의 생각을 믿는다.”며 박 후보에 대한 지원을 에둘러 당부했다. 관심이 집중됐던 ‘안철수 등판’은 여기까지다. 박 후보와 유세를 함께 다니거나 심지어 지지한다는 말 한마디도 없었다. 그러나 송 대변인은 “(안 원장의 방문은) 가장 큰 힘을 준 자리라고 생각한다.”고 반겼다. 하지만 정치권 안팎에서는 ‘안철수 효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시사평론가 김종배씨는 “특정 세력의 편이 아닌 새로운 정치를 촉구한 안 원장의 메시지는 중도·부동층을 견인한다.”고 전망했다. ●별도 질의응답 없이 朴캠프 떠나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특히 20~40대층 가운데 박 후보를 떠났던 사람들과 지지는 하지만 투표에 열정적이지 않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줄 것”이라고 거들었다. 서울신문·엠브레인의 지난 10~11일 여론조사에서 ‘안 원장의 지지 선언 시 지지 후보를 변경하겠다’는 응답은 6.6%였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경우는 2.5%였다. 국민일보·리서치뷰의 지난 18일(800명 대상) 여론조사에서 무응답층 148명(18.5%) 가운데 ‘안철수 원장이 선거지원을 하면 박원순 후보를 찍겠다’고 답한 사람은 8.2%였다. 전체 응답자(800명)에 대한 백분율로 환산하면 1.5%에 해당한다. ●朴측 “가장 큰 힘 준 자리” 선거를 이틀 앞두고 등장한 ‘안철수 변수’에 대해 김윤철 경희대 교수는 “안 원장은 네거티브 선거전을 낡은 정치로 규정하며 새로운 정치 복원을 환기시키는 데 의미를 뒀다. 상징성을 노린 만큼 실제 표의 향배를 이끌 것 같지는 않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안 원장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은 데다 상대적으로 나경원 후보에 대한 보수층의 결집도 예상되기 때문에 박 후보의 우위를 지켜주는 범위에서 효과가 작동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서울대가) 안 원장을 영입하면서 그 부인도 의대 종신교수로 영입했다는데 그렇다면 안 원장은 서울대와 융합과학기술 발전에 전념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조직총괄본부장인 김성태 의원도 “안 원장의 지지율은 이미 박 후보의 지지율에 반영됐다.”고 깎아내렸다. 구혜영·허백윤기자 koohy@seoul.co.kr
  • 소녀시대·카라…김태희까지 한류스타들 잇단 일본 수난 왜?

    소녀시대·카라…김태희까지 한류스타들 잇단 일본 수난 왜?

    배용준, 장근석, 카라 등 한류스타들이 ‘가깝고도 먼 이웃’ 한국과 일본 사이를 오가며 민간 외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 내 한류스타들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이들을 겨냥한 유무형의 시위가 계속돼 우려를 낳고 있다. 지난 15일 일본 도쿄 도키와바시 공원에서는 후지TV 드라마 ‘나와 스타의 99일’ 여주인공인 김태희의 퇴출 시위가 벌어졌다. 2005년 김태희가 동생 이완과 함께 ‘독도 수호천사’로 위촉돼 스위스 취리히를 방문, 독도가 한국땅임을 알리는 티셔츠를 입고 ‘독도 사랑 캠페인’을 펼친 것이 주된 표적이 됐다. 일본 내 극우세력 등 500여명이 참석한 이 시위는 인터넷으로도 생중계됐다. 시위대는 “반일 발언을 해명하라.” “반일 여배우를 지원하는 일본 기업은 기억해 놓겠다.” 등의 구호를 외쳤다. 앞서 9월 16일에는 1200여명이 후지TV 스폰서 ‘카오’ 본사 앞에서 시위를 벌이며 ‘김태희=반일 배우’라는 내용의 전단지를 배포하기도 했다. 김태희뿐만 아니다. 걸그룹 소녀시대와 카라도 일본 진출 이후 악성 유언비어와 악플에 시달렸다. ‘K팝 붐 날조설 추적’이라는 제목으로 일본 웹 사이트를 통해 유포되고 있는 만화에선 두 그룹의 멤버들이 성 상납을 한다고 기정사실처럼 표현했다. 두 그룹을 패러디한 음란 동영상도 나돌았다. 배용준을 좀비로 형상화한 만화가 등장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드라마 ‘겨울연가’에 출연했을 당시의 이미지와 비슷한 모습을 한 배용준 캐릭터는 만화 속에서 잔인하게 살해된다. 이렇듯 특정 스타들을 겨냥한 공격이 왜 끊이지 않는 것일까.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K팝과 한국 드라마가 일본에서 큰 인기를 끌면서 한류스타들이 반한류 운동의 표적으로 내몰리고 있다.”면서 “일본의 문화가 한국에 큰 영향력을 미쳤던 과거와 달리 한국 문화가 역으로 일본에 영향을 미치면서 일부 극우주의자들이 이를 못견뎌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막연한 반한류 구호보다는 실체가 잡히는 특정인, 즉 한류스타에 대한 공격이 더 효과적이라고 판단한 것 같다는 얘기다. 하지만 일본 안에서도 이 같은 움직임은 환영받지 못하고 있다. 지난 14일 폐막한 부산국제영화제에 참석한 일본 영화감독 이와이 슌지는 ‘김태희 퇴출 시위’와 관련해 “그런 시위를 여는 것 자체가 일본 드라마가 그만큼 재미없어졌다는 반증”이라면서 “데모를 해야 할 정도로 일본 드라마가 재미없는 모양”이라고 일침을 놓았다. 김정은기자 kimje@seoul.co.kr
  • [시론] 갈림길에 선 K팝/박은석 대중음악평론가

    [시론] 갈림길에 선 K팝/박은석 대중음악평론가

    K팝은 진정 대세인가. 적어도 표면적으로는 그렇게 보인다. 한국의 대중음악이 아시아 각국 차트를 석권했다는 소식이 끊임없이 들려오고, SM과 JYP 등 일부 대형기획사들의 유튜브 동영상 조회 수가 각각 4억회에 육박해 가고 있다. 방송사들이 주최한 아이돌 스타들의 해외공연은 성황을 이루고, 아이돌을 똑같이 따라하는 ‘커버댄스 경연대회’까지 큰 화제를 모으고 있으니까 말이다. 게다가 지난 8월에는 미국의 대표적인 음악전문지 ‘빌보드’가 K팝 차트를 신설하기도 했다. 2000년대 초반 한류 열풍을 불러일으켰던 것이 드라마였다면, 이제 그 경향을 주도하고 있는 것은 K팝이라고 단언해도 충분할 정도다. 일단은 긍정적인 현상이고 발전적인 변화상으로 평가할 일이다. 하지만 벌써부터 도취감에 빠진다면 곤란하다. 외려 더욱 냉정해질 필요가 있다. 앞서 언급한 밝은 전망의 어두운 이면까지도 돌아볼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예컨대, 빌보드의 K팝 차트 신설을 생각해보자. 사실, 그건 대단한 일이 못 된다. 국내 음악시장의 현황을 집계하여 전 세계에 공개한다는 의미 이상도 이하도 아니기 때문이다. 터키와 브라질도 우리보다 앞서 자국 차트를 빌보드에 게재하고 있는 상황을 보라. 성취의 쾌거는 우리 가수들이 K팝 차트가 아니라 빌보드의 통합 차트에서 약진할 때 논해도 늦지 않다. 방송사들이 주도하는 해외공연도 분위기에 편승한 이벤트 만들기라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다. 가수들의 측면 지원에 충실하기보다는 방송사들 스스로 주인공이 되지 못해 안달하는 것처럼 보이는 지경이니까 말이다. 장기적 안목도, 치밀한 준비도 찾아보기 어렵다. 정부 차원의 우왕좌왕은 또 어떤가. 한쪽에서는 한류의 영향력 확대를 얘기하면서 다른 한쪽에서는 어처구니없는 심의기준을 앞세워 창작자들을 옥죄고 있다. 전자제품을 예술작품처럼 팔아 치우는 애플 같은 기업이 있지만, 우리의 정책 담당자들은 예술작품을 전자제품과 똑같이 취급하고 있지 않은가 의구심이 든다. 그나마 문화체육관광부가 내년도 대중음악 관련 예산의 가장 큰 부분을 국내 가수들의 외국 진출 지원에 할애하기로 한 것이 다행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 측면에서 지금 K팝은 갈림길에 서 있다고 할 수 있다. 대외적으로 조성된 여건을 발판 삼아 도약하거나, 혹은 대내적으로 고착된 관성에 발목을 잡히거나. 그러므로 기회를 살리려면, 당연한 말이지만, 내실을 다지는 일이 필수적이다. 대책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한 가지만 짚어두고 싶다. 관건은 전술이 아니라 전략이라는 것이다. 구체적 방안들을 쏟아내기에 앞서 궁극적인 방향을 설정하는 게 우선이라는 뜻이다. 요컨대, 그것은 국내 음악계의 다양성 확립과도 맞물려 있다. 알다시피, 현재 K팝의 대외적 양상은 아이돌 일변도다. 국내에서의 성공을 해외로 확장하는 모양새다. 그러나 K팝이 아름다운 소년소녀들의 화려한 댄스 음악이라는 범주에 한정되고 만다면 누구도 아닌 우리의 손해다. 한 나라의 음악적 저변이 획일적 스타일로 인식되어서는 곤란하다는 말이다. 샹송이나 칸초네가 고루하다는 선입견에 가로막혀 옴짝달싹 못하고 있음을 보라. 벌써 서양의 관계자들은 K팝의 역동성을 인정하면서도 “공장에서 찍어낸 듯한 음악으로는 미국이나 영국 시장에서 성공하기 어렵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장기적으로 본다면, 개성 있고 수준 높은 음악을 만들어내는 인디 뮤지션·밴드들에 기회를 제공하는 뒷받침이 필요하다. 비록 상업성의 산술적 수익에는 한계가 있을지 몰라도 우리나라의 음악적 수준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중요한 부가가치를 획득할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서양대중음악사에 이름을 새긴 음악가들은 대부분 대중적 성공보다 음악적 성취로 기억되고 있다. 그에 대한 정책적 지원과 미디어의 관심만 보완된다면 국내 음악계의 건전성 확립과 국제 시장에서의 위상 정립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K팝의 세계시장 진출은 이제 시작일 뿐이고 여전히 기회는 있다.
  • [이용철의 영화 만화경] ‘슬리핑 뷰티’

    [이용철의 영화 만화경] ‘슬리핑 뷰티’

    제인 캠피온이 호주 단편영화 감독에서 세계적인 거장으로 성장하는 데 프랑스 칸 국제영화제의 수훈이 컸음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이쯤에서 뒤를 이을 여자 감독이 필요했을 터. 근래 칸영화제 측은 영국 여성 감독 안드레아 아널드를 지지하고 나섰다. 그러나 아널드의 영향력은 기대에 못 미쳤고, 더군다나 그들은 그녀보다 더 주목받고 있던 미국의 켈리 리처드를 제대로 발견하지도 못했다. 칸영화제 측이 호주의 줄리아 리를 발굴하고 나선 데는 그런 사연이 숨어 있다. 20일 개봉한 ‘슬리핑 뷰티’는 ‘헌터’라는 소설로 영미권에서 일찍이 인정받은 여류 작가의 데뷔작이다. 후배 감독의 원군으로 나선 이는 다름 아닌 캠피온이다. 또한 ‘슬리핑 뷰티’는 올해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후보 중 가장 낯선 작가의 작품이다. 루시의 몸은 끊임없이 움직인다. 실험실에 들러 임상시험에 지원하고, 학교 강의를 들은 다음엔 식당에서 아르바이트로 일한다. 밤에는 고급 바에 나가 낯선 남자의 초대에 응한다. 아침에 귀가하면 그녀는 집을 나눠 쓰는 친구들의 퉁명스러운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 그들은 월세와 청소를 두고 채근한다. 그녀는 방으로 돌아와 햇살 아래 수면을 취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사무실 보조일을 하러 나간다. 알코올 중독인 엄마의 뒷바라지와 학업 때문에 일과 일 사이로 이동하는 기계다. 그러던 중 비밀 클럽에서 일자리가 들어온다. 루시의 외모와 태도에 흡족해진 클럽의 운영자는 또 다른 서비스를 의뢰한다. 한숨 자고 개운하게 일어나면 되는 일이라는 말에 루시는 그러겠노라고 대답한다. ‘잠자는 미녀’의 반대말은 ‘잠에서 깨어난 미녀’가 아니다. 존 워터스의 영화 제목인 ‘암컷 말썽쟁이’(Female Trouble·1975)야말로 적절한 반대말이 아닐까 한다. 동화에서 아름다운 여주인공은 종종 잠든 채 남자 주인공과 대면한다. 왜 잠자고 있을까. 아니, ‘왜 그녀가 잠자고 있기를 바라는 걸까’가 더 맞는 질문일 게다. 잠이 든, 즉 ‘아무것도 하지 않는’ 여자는 남자의 야비한 욕망이 반영된 존재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단편을 각색한 ‘토니 타키타니’를 예로 들어보자. 남자는 자신의 고독을 일깨워준 여자와 결혼한다. 그녀는 패션과 쇼핑에 미친 여자였고, 남자는 그런 여자를 이해할 수 없다. 어느 날 그가 ‘그 옷들이 다 필요할까?’라고 묻자, 남편을 사랑했던 여자는 욕망을 억압하다 사고로 죽는다. 이렇듯 남자는 자기 머리에 맞춘 상상의 여자를 소원하고 사랑한다. ‘슬리핑 뷰티’의 노인들도 잠자는 루시를 보며 각자의 그림을 그린다. 그들은 어떤 반응도 하지 않는 그녀의 몸을 가지고 원하는 대로 행동한다. 한 노인은 아름다움에 취하고, 한 노인은 거친 말을 내뱉고, 한 노인은 힘 자랑의 대상으로 삼는다. ‘슬리핑 뷰티’는 이상한 하녀 이야기이자 폭력적인 희생 의식처럼 보인다. 그런데 남자 중 누구도 그녀의 실체에 접근하지 못한다. 무표정한 얼굴의 루시가 감정을 드러내는 대상은 한 사람뿐이다. 남자들은 그녀의 아주 작은 부분조차 소유하지 못하며, 종속적인 삶에 끌려다니는 듯했던 그녀는 기실 독립된 존재다. ‘슬리핑 뷰티’는 여자를 손에 쥐고 싶은 남자를 서늘한 얼굴로 조롱하는 작품이다. 움직이지 않는 카메라가 오래 찍기로 포착한 정갈한 화면과 단순하면서도 선명한 묘사는 얇게 화장한 여자의 담백한 얼굴과 닮았다. 영화평론가
  • “나꼼수 비켜라” 보수진영 방송 ‘명품수다’ 선보여

    젊은층 사이에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는 인터넷 라디오 방송 ‘나는 꼼수다(나꼼수)’에 맞서 보수 진영이 유사한 형식의 방송 ‘명품수다’로 맞불을 놓았다.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10·26 보궐선거 등을 겨냥한 ‘나꼼수 보수 버전’인 셈이다. 매주 화요일 방송되는 명품수다는 지난 18일 첫 방송을 탔다. 장원재 다문화콘텐츠협회장, 박성현 인터넷 문화협회장, 변희재 미디어워치 대표, 석수경씨 등이 출연해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의 각종 의혹들을 비판했다. 명품수다 측은 “정치·경제·문화·연예·국제 문제를 모두 논할 예정이며 비속어를 남발하며 천박함을 친밀감으로 위장하는 방식은 사절”이라면서 “콘텐츠의 부재를 공연히 목청을 돋우는 어법으로 돌파하는 방식이 아니라 품위있게 망가지는 새로운 토크쇼가 지향점”이라고 말했다. ‘나꼼수’는 김어준 딴지그룹 총수, 김용민 시사평론가, 정봉주 전 국회의원, 주진우 시사인 기자 등이 출연하고 있다. ‘가카(각하) 헌정 방송’이라는 컨셉트 아래 정치사회적인 이슈에 대해 거침없는 비판과 풍자로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
  • [문화마당] ‘불편한 진실’/조혜정 중앙대 예술대학원 교수·영화평론가

    [문화마당] ‘불편한 진실’/조혜정 중앙대 예술대학원 교수·영화평론가

    즐겨 보는 예능 프로그램 중 하나가 ‘개그콘서트’(이하 개콘)이다. 일단 코너 하나를 만들기 위해서 흘렸을 개그맨들의 땀과 열정이 여실하게 느껴지고, 상식과 통념을 ‘약간’ 비틀어 웃음의 대상으로 만들어 버리는 그들의 감각도 매우 인상적이며, 무엇보다 청중을 웃게 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실감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내 나이쯤 되면 젊은이들의 문화 코드, 예컨대 유행어, 호감과 비호감, 소통 코드에 대한 나름의 팁도 ‘개콘’을 보면서 얻게 되는 수확이라 할 것이다. ‘개콘’ 코너 가운데 ‘불편한 진실’이라는 게 있다. ‘생활의 발견’과 함께 일종의 ‘생활밀착형 개그’라 할 만한데, 이 코너의 재미는 우리가 무심결에 반복하고 있는 말이나 행위를 돌이켜 보게 하는 데 있다. 예를 들면 연인인 남자와 여자가 주문을 하기 위해 메뉴를 고른다. 무엇을 시킬까 하는 질문에 여자는 늘 ‘아무거나’ 혹은 뭐든지 다 잘 먹는다고 말한다. 몇 차례의 설왕설래 끝에 남자가 메뉴를 정하면 그것 말고 다른 메뉴를 고르는 식이다(미안하다. 글로 풀다 보니 이 코너의 재미와 매력이 휘발된 듯하다). 이에 대해 내레이터(황현희)는 여자가 ‘아무거나’라고 하는 말은 여자가 먹길 원하는 것을 콕 집어서 시켜주는 센스를 발휘해 보라는 말이라며, 이것이 불편한 진실이라고 결론짓는다. 이 코너, 이른바 ‘불편한 진실’의 재미는 이처럼 일상 속에서 지나쳤을 정황이나 심리를 소프트 터치로 ‘콕 집어내어 펼쳐내는’ 데 있다. 그러나 현실에서 ‘불편한 진실’은 결코 소프트하지 않다. 근래 최고 화제작이 된 영화 ‘도가니’(황동혁 감독)는 불편할 뿐만 아니라 충격적인 진실들을 우리 눈앞에 펼쳐 놓았던 것이다. 사실 이 영화 속에서 발생하는 일들은 이미 우리 사회에서 있었거나 여전히 일어나고 있는 것들이다. 사건 자체가 2005년 광주 인화학교에서 실제 일어났던 것이고, 판결까지 내린 사건 아닌가. 그때는 언론에서도 그다지 주목하지 않았고, 따라서 일반인들도 아예 모르거나 지나쳐 버려 묻혀졌던 사건이 소설과 영화를 통해서 그 충격적인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이 영화의 ‘불편한 진실’은 청각장애아들에 대한 학교 관계자의 성폭행과 폭력행사라는 끔찍한 행위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사실이다. 사건은 실제 일어난 일이고, 그러므로 사실에 입각해 마땅한 법적 처벌을 받으면 된다. 물론 이것은 가해자들에 대한 사법 처리의 측면이지, 그들에 대한 도덕적·윤리적 비판까지 포함된 것이 아니며, 더구나 피해 학생들의 고통에 대한 구제도 빠져 있다는 점을 전제로 말하는 것이다. 즉, 응분의 법적 처벌은 사건이 발생했을 때 그 사회에서 이루어져야 할 최소한의 제어장치라는 의미이다. 그러나 그간의 과정과 사건처리 결과를 두고 볼 때 우리 사회는 최소한의 장치마저 구현하지 못했다. ‘도가니’의 불편한 진실은 바로 이것이다. 우리 사회는 합리적이고 마땅한 조치들이 취해지지 않고 있으며, 야합과 부조리와 폭력과 부패가 곳곳에서 자행되고 있다는 것 그리고 거기에 우리 스스로 묵인하거나 방조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암묵적 동의를 해왔다는 것이다. 새삼 영화 ‘도가니’를 통하여 비등한 여론은 어쩌면 이와 같은 우리 사회의 수치와 그를 방관한 우리의 부끄러움 때문에 더욱 들끓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므로 이제는 차분해져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정확한 사실관계에 입각하여 억울한 것은 풀어주고, 잘못된 것은 바로잡고, 사회적 약자를 보호할 수 있는 안전망을 마련하고, 사법정의를 세워 ‘도가니’의 아픔과 수치가 재발되지 않도록 할 일이다. 들끓는 여론과 말만 앞세운 정치권의 행태를 반복할 게 아니라 구체적 실천으로 이어져야 할 것이다. 불편한 진실은 우리가 미처 알지 못한 사실을 가리키기도 하지만, 대개는 알고 있지만 받아들이기에는 불편하기에 외면했던 사실을 지칭하는 경우가 더 많은 것 같다. 그러나 그 어떤 경우든 진실은 알아야 하고 아무리 불편해도 받아들여야 한다. 변화는 그로부터 시작되는 것이다.
  • 신윤복 그림에 비하인드 스토리가? 이색 ‘畫·通 콘서트’

    신윤복 그림에 비하인드 스토리가? 이색 ‘畫·通 콘서트’

    옛 그림과 국악이 한 무대에 서는 이색적인 국악콘서트 ‘화·통 콘서트 畫·通 Concert’(제작/기획 문화예술감성단체 여민)가 오는 29일(토) 숙명아트센터 씨어터S에서 공연된다. 우리의 옛 그림과 우리 음악이 함께 어우러질 이번 공연은 전에 없던 독특한 무대로, 미술평론가 손철주의 재미난 해설과 젊은 소리꾼 남상일의 협연으로 우리 옛 그림과 우리 음악에 좀 더 쉽고 편안하게 다가갈 수 있는 발판이 되어 줄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국악 애호가들은 물론 다양하고 새로운 문화콘텐츠에 관심이 많은 대중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다. 이 공연은 어린시절 교과서 또는 박물관에서 많이 봐 왔지만 숨은 뜻과 내용은 모른 채 지나갔던 옛 그림을 전문가의 해설과 그에 어울리는 음악으로 독특하게 감상할 수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옛 그림 보면 옛 생각 난다’, ‘그림 아는 만큼 보인다’ 등의 저자로도 잘 알려져 있는 미술평론가 손철주가 설명해주는 ‘옛 그림 비하인드 스토리’까지 더해져 평소 그림에 문외한이었던 관객들에게도 좋은 경험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 예로 드라마와 영화의 소재로도 자주 등장하는 신윤복의 ‘월하정인’은 달빛 아래 정든 사람들의 모습을 담고 있다. 그림 속 시에는 ‘달빛은 어둑어둑 밤이 삼경인데…“라고 적혀 있는데, 삼경인 밤 12시에는 그림 속 모양의 달이 뜰 수 없는 시간이다. 이를 두고 한 천문학자는 “당시 부분월식이 진행된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하기도 했는데, 이 그림과 달을 둘러싼 의문은 ‘화·통 콘서트’에서 확인할 수 있다. 그림을 그린 작가의 의도와 그것에 내포된 또 다른 의미까지 전해주며 대중과 옛 그림을 한층 더 가깝게 느낄 수 있는 ‘화·통 콘서트’는 오는 29일 그 첫 무대를 선보일 예정이다. 송혜민기자 huimin0217@seoul.co.kr
  • 더 쉽게 더 재미있게~ 오페라 ‘3色 향연’

    더 쉽게 더 재미있게~ 오페라 ‘3色 향연’

    오페라단의 화두는 ‘편견’을 불식시키는 데 있다. ‘오페라는 어렵다. 그래서 그들만이 즐긴다.’는 편견이다. 공략법은 저마다 다르다. 귀에 익숙한 아리아를 모은 종합선물세트를 내세우거나, 누구나 알 만한 원작소설을 재탄생시키기도 한다. 발레, 미술과의 이종교배를 통해 새로운 수용층을 만들려는 시도도 눈에 띈다. 한국오페라단은 19~20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골든 오페라-오페라 갈라’를 공연한다. ‘울게하소서’로 알려진 헨델의 ‘리날도’(1711), 모차르트의 ‘마술피리’(1791), 비제의 ‘카르멘’(1875), 푸치니의 ‘라보엠’(1896) ‘투란도트’(1926), 베르디의 ‘라 트라비아타’(1853) 등 오페라와 담을 쌓았더라도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한 아리아를 한데 모았다. 1980년대 루치아노 파바로티 콩쿠르와 마리아 칼라스 콩쿠르를 휩쓸었던 김영미(소프라노)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와 박현재(테너) 서울대 교수 등 정상급 성악가들이 출연한다. MBC 오디션프로그램 ‘위대한 탄생’에 출연한 카운터 테너(여성의 소리처럼 높은 음역을 내는 남성 가수) 루이스 초이도 무대에 선다. 3만~18만원. (02)587-1950. ‘여섯 살 옥희의 눈으로 바라본 엄마와 사랑방 손님의 속마음은 어떤 걸까’. 이런 궁금증이 주요섭의 단편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를 창작오페라로 만들었다. 서울 강동지역 복합문화공간으로 생긴 상일동 강동아트센터 개관기념으로 21~22일 무대에 오른다. 창작 오페라이지만 원작의 명성 덕에 낯설지는 않다. 옥희의 시선으로 어머니와 그녀를 바라보는 사랑방 손님의 감정선을 좇는다. 여섯 살짜리에게 무대를 맡길 수는 없을 터. 초등학교 4·5학년 최예진·황시은이 옥희 역을 맡았다. 둘 다 수많은 동요제를 휩쓸고 다닌 실력파라는 게 강동아트센터 측의 설명이다. 창작오페라라고는 하지만 티켓 가격(1만~3만원)을 파격적으로 낮췄다. (02)440-0500. 29~30일 서울 용산동 국립중앙박물관 극장 용에서 선보이는 ‘하이브리드 오페라 갈라콘서트-라보체’는 미디어아트와 오페라의 결합을 시도한다. 1부에서는 피아니스트 박종훈이 연주와 사회를 맡는다. 오페라 ‘카르멘’의 주요 장면을 크로스오버 가수 카이의 목소리와 서울발레시어터 전효정·장운규의 몸놀림으로 구현한다. 2부는 음악평론가 장일범이 사회를 맡아 ‘보는 아리아, 듣는 명화’라는 컨셉트로 진행한다. 성악가들이 오페라 아리아를 부르는 무대 뒤로 바실리 칸딘스키, 펠릭스 발로통 등의 명화가 스크린에 투사된다. 단순한 배경에 그치는 게 아니라 오페라의 아리아를 시각적으로 이해하도록 돕는다. 소프라노 강혜정·서활란, 베이스 이진수, 테너 박성규, 바리톤 성승민이 선다. 1만~10만원. (02)3446-9654.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작지만 강하다” 이유 있는 흥행 롱런

    “작지만 강하다” 이유 있는 흥행 롱런

    지난달 26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 예술마당 1관. ‘훈남 파티’가 한창이었다. 티켓은 판매 시작 5분 만에 동났다. 표를 구하지 못한 관객들은 발을 동동 굴렀다. ‘훈남 파티’는 뮤지컬 ‘김종욱 찾기’팀이 별도로 준비한 뮤직 토크쇼다. 공연에서는 볼 수 없는 배우들의 다양한 개인기를 볼 수 있어 인기 폭발이다. 흥행에 감사하는 뜻에서 2007년 김무열, 오나라 등 당시 출연진이 처음 선보인 이후 올해 세 번째를 맞았다. 일종의 고객 감동 서비스인 셈. 뮤지컬 팬들 사이에서는 ‘꼭 봐야 할 행사’로 꼽힌다. 이처럼 작지만 강한 창작 뮤지컬 세 편이 공연가의 화제다. 장기 흥행을 이어가며 뮤지컬 저변 확대를 견인하고 있다. 2006년 초연된 소극장 뮤지컬 ‘김종욱 찾기’는 지난 6월 매출 100억원을 돌파했다. 5년 동안 시즌 4까지 제작되며 41만명의 관객(공연 2130회)을 불러들였다. 평균 객석 점유율은 83%. 7년 전 인도 여행에서 만난 첫사랑 김종욱을 잊지 못하는 여주인공이 그를 찾아나서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뤘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졸업 공연 작품으로 출발해 같은 제목의 영화로도 제작됐다. ‘김종욱’의 인기에 버금가는 또 하나의 작품은 ‘빨래’다. 2005년 초연 이후 지금까지 30만 관객이 봤다. 임시직 서점 직원 ‘나영’과 몽골인 이주노동자 ‘솔롱고’의 고단한 서울살이를 따스하면서도 유쾌하게 그린 창작 뮤지컬이다. 몽골과 필리핀에서 온 노동자, 강원도 산골에서 상경한 사회 초년생, 반신불수의 딸을 뒷바라지하는 할머니 등 한국 사회의 약자들이 모두 등장한다. 최근 영화로 제작돼 개봉(22일)을 앞두고 있는 소설 ‘완득이’와 더불어 우리 사회의 다문화 문제를 유쾌하게, 그러나 결코 경박하지 않게 건드린다. 작품성을 인정받아 교과서에도 오른다. ‘내 이름은 솔롱고’ ‘빨래’ 등의 노래 가사와 극 중 장면이 내년 중학교 ‘국어 3-1’(대교출판사)과 고등학교 ‘문학 1’(창비출판사)에 나란히 실리는 것. ‘김종욱’팀의 훈남 파티처럼 ‘빨래’팀도 고객 서비스 행사의 하나로 극 중 주인공 이름을 딴 ‘나영이 데이’를 열고 있다. 2005년 12월 첫 공연을 올린 ‘오! 당신이 잠든 사이에’의 인기도 만만찮다. ‘오! 당신’은 지난달 30일 2000회를 돌파했다. 이날 공연에선 ‘오! 당신’을 가장 많이 본 관객 ‘오! 당신’에 대한 시상이 이뤄졌다. 주인공은 한유선씨로 무려 120번 넘게 봤다. 한씨에게는 앞으로 100회 더 볼 수 있는 무료 관람권(1000만원 상당)이 주어졌다. 지난달 30일 2000회를 기준으로 현재 누적 관객 수는 약 21만명. 대극장 객석의 10분의1 수준인 소극장 작품이 장기 흥행하는 힘은 무엇일까. ‘김종욱’과 ‘오! 당신’을 연출한 김유정 감독은 “소극장의 좁은 공간 특성상 관객과 배우의 교감이 크고, 덕분에 극의 사실성이 높아지는 장점이 있다.”면서 “관객들의 호응과 관심을 지속적으로 끌어당길 수 있는 공감 밀도가 장기 공연을 이끄는 힘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수입이나 번안 작품이 아닌, 우리 현실에 맞는 창작품이라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조용신 대중문화평론가는 “롱런 작품들의 공통점은 누구나 공감할 만한 내용과 웃음 포인트를 잘 버무린 선물세트라는 점”이라면서 탄탄한 줄거리, 강한 호소력, 파워풀한 노래를 흥행 삼박자로 꼽았다. 김 감독도 “창작 뮤지컬이다 보니 관객들이 내 이야기, 내 인생, 내 처지로 느끼면서 감정이입에 나서고 이것이 입소문으로 이어지는 것 같다.”고 풀이했다. 아울러 훈남 파티, 나영이 데이처럼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팬 서비스 행사, 캐스팅 등을 달리 해 여러 번 보는 맛을 끌어내는 노력, 소극장 뮤지컬이 초보자 입문용으로 적당해 추천작으로 자주 꼽히는 점 등도 장기 흥행 비결로 꼽힌다. 김정은기자 kimje@seoul.co.kr
  • [서울시장 보선 D-8] “羅 ‘朴검증론’ 공세 잇는다” vs “朴 ‘정권 심판론’ 살아난다”

    ‘바람은 인물을 이기고, 구도는 바람을 누른다.’ 선거판의 경구가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그대로 들어맞고 있다. 선거전 초반 ‘안철수 바람’과 ‘단일화 바람’을 등에 업은 범야권 무소속 박원순 후보는 한나라당 나경원 후보를 크게 앞질러 나갔다. 집권당과 오세훈 전 시장에 대한 시민들의 평가도 혹독해 한나라당에서조차 나 후보를 지원하는 사람을 찾기가 힘들었다. 그러나 지난 13일 공식선거운동 개시를 전후해 박 후보에 대한 갖가지 의혹이 제기됐다. 선거 구도가 ‘정권 및 오세훈 심판’에서 ‘박원순 검증’으로 바뀐 것이다. 구도가 바뀌면서 박 후보를 지지하던 부동층이 떨어져 나가기 시작했고, 지지율도 박빙 또는 역전으로 바뀌었다. 선거 구도가 승부를 가를 핵심 변수임을 눈치 챈 각 후보 캠프와 여야는 본격적으로 ‘구도 전쟁’에 들어갔다.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 등이 청와대를 압박해 내곡동 사저 백지화를 이끌어 낸 것도 선거 구도가 다시 ‘심판론’으로 바뀌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다. 이와 반대로 박 후보와 야권이 “더 이상 네거티브전을 용납할 수 없다.”며 총공세로 전환한 것은 ‘검증론’ 구도를 ‘심판론’ 구도로 바꾸려는 몸부림이다. 그렇다면 선거 구도가 다시 바뀔까. 전망은 엇갈린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인물의 한계 때문에 구도를 바꾸기 어렵다.”고 말했다. 검증되지 않은 박 후보가 야권 단일후보가 된 이상 검증 구도는 필연이라는 것이다. 신 교수는 “야당 후보가 방송 토론회를 꺼리는 특이한 현상이 벌어지는 것 자체가 인물이 가진 한계를 여실히 보여준다.”고 말했다. 정치평론가인 고성국 박사도 “야권이 이미 프레임(구도)을 선점당했다.”고 했다. 그는 “박 후보 측이 네거티브 공격에 적극 대응하겠다고 했는데, 한나라당이 이 말을 듣고 공세를 멈추겠느냐.”면서 “‘박원순 검증’을 무력화시킬 결정적인 한 방이 없는 한 구도를 전환하긴 힘들다.”고 내다봤다. 반면 시사평론가 김종배씨는 “아직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박 후보 측이 내곡동 사저 논란을 효과적으로 활용하지 못했고, 초반에 너무 ‘부자 몸조심’ 자세를 유지했다.”면서도 “여론의 기저에 흐르는 ‘심판론’은 여전하며 아직은 지지율이 박빙이기 때문에 구도가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 안병진 경희사이버대 교수도 “박 후보가 시민들의 강력한 심판 의지를 받아들이기보다 기존 정치권과는 다른 ‘정책주의자’ 이미지에 집착해 힘들어졌지만, 사회 시스템을 바꾸려는 현상과 맥락이 바뀐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박 후보를 ‘도구’로 삼아 기존 체제를 변화시키려는 민심이 지금의 선거 구도 속에서는 약화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투표장에서 발현될 폭발성은 여전하다는 것이다. 이창구기자 window2@seoul.co.kr
  • 여성 3인조, 남성 17명 성폭행…왜?

    여성 3인조, 남성 17명 성폭행…왜?

    성폭행 등 국가적인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아프리카 짐바브웨에서 지난 1년간 최소 남성 17명을 납치 강간한 20대 여성 3인조가 덜미를 잡히고 말았다. 15일 AFP 통신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짐바브웨 검찰 당국이 최근 교통사고를 일으켜 체포된 여성 3인조에 대해 성폭행 증거를 확보하고 남성 17명에 대한 납치 강간 혐의로 기소했다. 짐바브웨에서는 이미 십여년 전부터 강간 등에 의한 에이즈 문제로 남성에 대한 성폭행 혐의가 엄하게 적용되고 있다. 하지만 1년여 전부터 홀로 여행하는 남성만을 노리는 여성들이 급증하면서 새로운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었다. 체포된 용의자들은 24부터 26세까지인 3명의 여성으로 알려졌다. 이 중 두 사람은 자매 관계로 밝혀져 그 충격을 더하고 있다. 이들 여성은 지난 9일 짐바브웨 수도인 하라레에서 남쪽으로 약 300km 떨어진 지점에서 교통사고를 일으키면서 덜미를 잡히고 말았다. 당시 경찰은 차내에서 이들이 성폭행 당시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여러 도구를 발견하고 이들을 검거했다. 하라레 경찰 측은 용의자의 신병을 확보하고 최근 사회적으로 급증하고 있는 남성 성폭행 피해 사례를 조사한 뒤 이들 여성에게 최소 17명 이상의 남성이 피해를 본 것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피해자들의 증언을 종합하면 이들 여성은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남성들에게 안정제 성분이 든 음료를 마시게 하거나 총으로 위협해 성행위를 강요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회평론가인 짐바브웨 대학의 루파란간다 교수는 최근 급증한 남성 강간 사례에 대해 “일부 주민은 액땜이나 죽은 자의 부활의식 등 종교의식에 남성 정액을 사용한다.”면서 “이것이 범행 동기였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3명의 여성 용의자는 오는 28일 공개 재판을 받는 것으로 전해졌다. 사진=뉴 짐바브웨 윤태희기자 th20022@seoul.co.kr
  • [김문이 만난사람] 국내 최초 사기 완역 김원중 교수

    [김문이 만난사람] 국내 최초 사기 완역 김원중 교수

    누구나 한번쯤 자신한테 물어봤음 직한 얘기다.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라고. 거울 속에 비친 얼굴을 보면서 자문자답할 수도 있겠다. 그러면서 누구는 어떻게 살았고, 무엇을 했는지 떠올리게 마련이다. 하여 잠시 먼 엣날의 편지 한통을 감상해 보자. ‘대체로 문왕(文王)은 갇힌 몸이 되어 주역을 풀이했으며 공자는 (진나라와 채나라에서) 고난을 당하여 ‘춘추’를 지었습니다. 또 손자는 발이 잘리고 나서 ‘손자병법’을 지었습니다.(중략) 저는 진실로 이 책을 저술하여 그것을 명산에 감추어 영원히 전하게 하고 다른 한편은 수도에 두어 후세에 성인군자의 살핌을 기다리기로 하겠습니다. 이것으로 전날의 욕됨을 씻고자 하며 이제는 1만번 도륙을 당해도 어찌 후회할 수 있겠습니까.’ 사마천은 궁형(宮刑·거세)을 당한 치욕을 견디며 ‘사기’(史記)라는 불후의 명작을 저술했다. 그가 대작을 탈고할 무렵 친구 임안(任安)에게 보낸 서신 ‘보임서경서’(報任少卿書)에 나오는 대목이다. 그러면서 사마천은 임안에게 “하루에도 창자가 아홉번씩 끊어지는 듯하고 집 안에 있으면 갑자기 망연자실하고 집 밖을 나서면 어디로 가야 할지를 알지 못합니다. 매번 이 치욕을 생각할 때마다 땀이 등줄기를 흘러 옷을 적시지 않은 적이 없습니다.”라고 구구절절한 마음을 전했다. 궁형이라는 치욕을 받고 살아가는 데 많은 어려움을 호소하면서 자신이 ‘사기’를 지은 목적과 존재의 이유를 명쾌하게 밝히고 있다. 이 편지는 최근 출간된 ‘사기 서’(민음사 펴냄)에 자세하게 실려 있다. 김원중(48·건양대 중문학) 교수는 지난주 ‘사기 서’에 이어 ‘사기 표’를 펴냄으로써 16년 만에 국내 처음으로 ‘사기’ 130편을 완역해 낸 주인공이다. 그는 1995년 ‘사기’ 번역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1999년 ‘사기 열전’을 시작으로 2005년 ‘사기 본기’, 2010년 ‘사기 세가’ 등에 이어 이번에 ‘사기 서’와 ‘사기 표’를 동시에 출간했다. 말이 ‘표’지 400쪽에 이른다. 모두 합치면 4000여쪽에 이르는 방대한 분량이다. ‘서’는 정치, 사회, 문화, 과학, 천문학 등에 관한 이론과 역사를 다루고 있으며 ‘표’는 인물과 사건 등을 연대별로 자세하게 정리했다. 특히 ‘서’에는 ‘사람이란 진실로 한번 죽지만 어떤 경우는 태산보다 무겁고, 어떤 경우에는 기러기 터럭보다 가벼우니 그것을 다루는 방향이 다른 까닭입니다. ’ 등 주옥같은 글들과 함께 치욕의 종류 11단계를 열거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전설의 인물인 황제(黃帝)에서부터 당대 한나라까지의 역사를 정리한 ‘사기’는 2년 전 일본에서 처음 완역됐다. 하지만 이때는 공동집필이어서 개인이 완역해 낸 것은 세계에서 김 교수가 유일한 셈이다. 중국에서는 아직까지 ‘표’가 현대어로 번역되지 않았다. 우리나라에서는 지금까지 ‘표’의 서문만 번역됐었다. 지난 11일 오전 서울 강남구 신사동 ‘민음사’에서 김 교수를 만났다. 신문과 방송 등 언론매체에서 인터뷰를 요청해 와 지방(건양대)과 서울을 오가느라 바쁘지 않으냐고 했더니 그냥 웃기만 한다. ‘사기’의 완역이란 도대체 무슨 의미일까. “그동안 ‘표’는 단 한줄도 번역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니 완역이라는 말이 있을 수가 없었죠. 단순논리로 보면 ‘표’의 번역이 매우 어렵습니다. 따라서 저의 중국 고전번역에 있어 하나의 분기점이 될 의미있는 책이지요. 중국 이십사사(二十四史)의 정수인 ‘삼국지’와 ‘사기’를 20여년에 걸쳐 세계 최초로 모두 완역하는 기나긴 노정 가운데 ‘표’ 번역은 가장 힘겹고 상당한 인내를 요하는 고통스러운 작업이었습니다. 그럴 때마다 저는 인류의 위대한 고전을 완성한 사마천의 고단한 삶, 치열한 창작열을 떠올리며 박차를 가했습니다.” 또한 그는 ‘표’를 번역하면서 ‘사기’의 다른 어떤 부분보다 중요하고 중국 상고사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와의 관계를 이해하는 데 꼭 필요하다는 사명감에 번역 작업에 채찍을 가했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촌철살인의 필치가 유감없이 발휘되면서 역사를 꿰뚫는 사마천의 안목이 응축된 명작이라는 사실을 절감했단다. 그만큼 사기 번역에 간단치 않은 열정을 두었음을 의미했다. “사마천이 그토록 고심하고 심혈을 기울여 작성한 ‘표’는 사마천보다 90년 뒤에 활동한 역사가인 후한(後漢)의 반고(班固)가 한서(漢書)에서 계승 발전시켰지요.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 이후 대부분의 역사서에서 ‘표’ 부분을 다룬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후대의 역사가들이 표라는 방식을 다루지 않았다는 점은 그만큼 연표를 작성하기가 어렵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방대한 분량의 ‘사기’를 어떤 식으로 번역했을까. “16년 동안 매일 밤 10시에 잠들고 새벽 2~3시에 일어나 번역을 했습니다. 주말과 방학은 물론 명절 때도 오후에는 연구실로 출근했습니다. 웬만한 약속은 잡지도 않았고요. 그저 ‘사기’에 푹 빠져 지낸 세월이었습니다. 아시겠지만 사마천이라는 인물이 아주 매력적이지 않습니까. 가장 치욕적인 형벌인 궁형을 당하고 모진 삶을 견뎌내면서 살아 숨쉬는 인간과 권력에 대한 경전인 ‘사기’를 완성했으니 말입니다. ‘사기’ 안에는 승자도 없고 패자도 없습니다. 모두가 잠재력을 지닌 역사의 주인공들이지요.” 김 교수는 번역 과정에서 중국 백화문(구어체로 쉽게 쓴 글)으로 쓰여진 책은 참고하지 않았다. 고전 원문을 바탕으로 하지 않으면 중역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또한 학창시절 유명한 문학평론가들의 글을 수백편씩 읽어가면서 되도록 쉽고 뜻이 잘 전달되도록 노력했다고 말한다. “중국 역사의 원형이지만 동아시아의 뿌리이기도 합니다. 이런 ‘사기’를 한글세대인 중학교 2학년도 읽을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번 완역을 하면서 때늦은 감이 있지만 폭넓게 접할 수 있도록 해서 나름대로 의미를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지요. 고생은 했지만 사마천의 치욕과 감정, 문학적 표현과 행간의 의미를 좀 더 세밀하게 들여다볼 수 있어 좋았습니다.” ‘사기’만이 가지고 있는 특장점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관뚜껑을 닫을 때까지 인간을 논하지 말라고 하잖아요. ‘사기’에는 주류와 비주류가 없습니다. 때문에 등장하는 인물을 타산지석으로 삼을 수 있고 배울 점이 많습니다. ‘사기’만 한 인간학적 교과서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서양에는 헤로도토스의 역사가 있다고 하지만 소품에 불과합니다. 예를 들어 ‘사기’에 보면 ‘태산은 한줌의 흙을 사양하지 않고 큰 강과 바다는 세세한 물결을 가리지 않는다.’고 합니다. 큰일을 하려면 작은 인재 하나도 소홀히 하지 않는다는 뜻이지요. 이러한 내용들이 담긴 스토리텔링의 보물 창고가 바로 ‘사기’이지요.” 김 교수는 스스로 사마천을 자신의 멘토라고 칭했다. 궁형을 당하면서도 후세에 남기고자 했던 그 마음, 그 정열이 가슴 깊이 새겨지는 까닭이다. 하여 재평가 작업 차원에서 번역 일을 했단다. 사기를 읽는 사람에게 어떤 대목을 권하고 싶은지 물었다. “토끼를 잡고 난 후에 사냥개를 삶아 먹는다는 토사구팽의 고사로 유명한 한신에 대한 묘사에서 사마천의 감정을 느꼈습니다. 한 고조 유방의 첫 부인으로 다른 부인의 손과 발을 자르고 눈알을 뽑고 귀를 태우고 벙어리가 되는 약을 먹여 돼지우리에 살도록 만든 여태후의 본기를 번역할 때 가장 섬뜩했습니다. 여태후는 동양 최초의 여제가 아닙니까. 아주 흥미로운 부분입니다.” 그가 생각하는 사마천은 어떤 인물일까. “역사를 안다는 것은 인생을 두배로 사는 것과 같다는 말이 있습니다. 역사는 반복되고 역사 속의 인물은 거듭해서 등장하며 오늘을 사는 우리들에게 삶의 방향을 제시해 줍니다. 거세당한 채 살아가는 고통 속에서 인간의 본질을 꿰뚫어 본 사마천은 냉정한 역사의 잣대로 인물을 재단하거나 서릿발 같은 말로 단죄하는가 하면 때로는 감성적인 언어로 인물을 감싸며 인간 그 자체를 탐색해 나갑니다. 사마천이라는 사성(史聖)을 만나 그의 대작을 한글로 복원하는 일은 저한테는 무한한 행복이었습니다.” 김 교수는 중국 고전에 지속적으로 많은 관심을 갖겠다고 했다. ‘사기’에 이어 노자, 장자 등 주요 고전의 원문을 찾아 번역하는 일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학자가 할 일이 그런 것 아니냐며 웃는다. 김문 편집위원 km@seoul.co.kr ■김원중 건양대 교수는… 충북 보은에서 출생했다. 충남대 중문과와 동대학원을 거쳐 성균관대 중문과에서 중국 고전문학 이론으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타이완 중앙연구원 중국문철연구소의 방문 학자와 타이완 사범대학 국문연구소의 방문 교수를 역임한 뒤 현재 충남 논산 건양대에서 중국언어문화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한국중국문화학회 부회장, 한국중어중문학회 편집위원도 맡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2천년의 강의-사마천의 생각경영법’(공저) ‘중국문화사’ ‘중국문학이론의 세계’ ‘통찰력 사전’ ‘중국 문화의 이해’ 등이 있다. 편저서로는 ‘고사성어 백과사전’ ‘허사대사전’ ‘허사소사전’ 등이 있으며 역서로는 ‘사기 본기’ ‘사기 열전’ ‘사기 서’ ‘사기 세가’ ‘정사 삼국지’ ‘당시’ ‘송시’ ‘손자병법’ ‘정관정요’ 등이 있다. ‘위진현학가의 자연관의 사유체계와 문론가에 끼친 영향’ 등 30여편의 학술 논문도 발표했다. 2010년 제1회 건양대 학술우수연구자상을 수상했다.
  • 잔존 친일파 한국을 위협한다

    한·일 과거사 청산은 가해자 일본의 반성과 그에 따른 보상·배상의 요구가 주를 이룬다. 침탈과 유린의 죄가에 대한 물음이고 당연한 권리이기도 하다. 그런 청산 요구의 한켠에는 늘 ‘그러면 우리는?’이라는 자문이 도사리고 있다. 우리부터 제대로 정리하지 못한 과거의 아픔과 잘못에 대한 자책인 것이다. 물론 그 자책은 여전히 사회 구석구석에 스며 있는 친일파의 건재와 후유증 때문이다. ‘친일파는 살아 있다’(정운현 지음·책보세 펴냄)는 정색하고 친일파의 문제를 파헤친 책이다. 저자는 언론사에서 20여년간 근무하다가 2005년 출범한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 사무처장을 3년간 맡았던 언론인 출신. 줄곧 친일 문제 연구에 천착하며 ‘친일파’ ‘창씨개명’ ‘증언 반민특위’ ‘나는 황국신민이로소이다’ ‘반민특위 재판기록’ 같은 친일 관련 저작을 세상에 발표해 온 친일 문제 전문가로 유명하다. ●친일청산 실패 후 활개치는 친일파 고발 새 책 ‘친일파’는 정씨가 지금까지 발표해 온 친일 관련 책들의 종합 편이다. 친일파가 생겨난 배경과 친일 행적이 낳은 해악, 그리고 여전히 떳떳하게 거리를 활보하고 있는 친일의 잔재들을 날 선 글로 낱낱이 해부하고 있다. 이제는 더 이상 생소한 이야기가 아닌 춘원 이광수와 평론가 김문집의 창씨개명을 둘러싼 변절을 비롯해 신사참배에 앞장서거나 방조했던 종교계, 그리고 일제에 조력하거나 등에 얹혀 몸집과 세력을 키웠던 기업인들…. 물론 그 많은 친일의 등장과 활보를 가능하게 했던 바탕은 위정자들이다. 세상의 변화에 가파르게 몸을 돌려 타협하고 살아남은 그 사람들을 정씨는 서슴없이 ‘민족반역자’로 부른다. ●“일제통치를 축복이라는 사람 한둘이 아냐” 책은 단순히 친일파를 까발리거나 색출해 열거하는 고발의 측면에 머물지 않는다. 책 제목 그대로 해방 후 친일의 단죄와 처벌에 실패했던 ‘반민특위’의 좌절 이후 그 잔존 세력들의 부활과 기세등등한 활보가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를 특유의 꼿꼿한 필치로 풀어 나갔다. “한국 침략의 원흉인 이토 히로부미를 처단한 안중근 의사와 일평생을 독립 투쟁에 바친 김구 선생을 테러리스트라고 궤변을 늘어놓는 자가 버젓이 행세하고 대학교수 가운데는 ‘일제 통치는 축복이었다’고 해괴한 주장을 늘어놓는 자가 한둘이 아니다. 명색이 지식인이라는 자들이 이러할진대 하물며 장삼이사는 어떠하겠는가.” 서문에서 밝힌 저자의 변이다. 해방 직후 친일파를 청산한 중국과 북한, 또 2차 세계대전 종전 직후 나치 협력자를 처단한 프랑스 등 유럽 국가들이 이런 문제로 불필요한 논란을 일으킨 적이 없다는 저자는 그래서 대한민국을 ‘친일공화국’이라고 말한다. 1만 9000원. 김성호 편집위원 kimus@seoul.co.kr
  • 1980년, 부산 민주화 투쟁 소설로 재조명

    1980년, 부산 민주화 투쟁 소설로 재조명

    요즘 시트콤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에서 ‘찌질’한 가장(家長) 연기를 탁월하게 해내는 배우 안내상씨는 토크쇼에서 충격적인 과거를 밝혔다. 1988년 광주 미국문화원에 사제 폭탄을 설치했던 골수 운동권이었다는 것. 정치인을 제외한다면 운동권 출신으로 가장 유명세를 떨치는 안씨가 그 시절을 완전히 떠났다면, 소설 ‘1980’(산지니 펴냄)을 펴낸 노재열(53)씨는 “나는 아직 현역이자 현재진행형”이라고 강조했다. ‘1980’은 부산 녹산공단의 노동상담소장으로 일하는 노씨의 첫 소설이다. 1980년 5월 17일 전국 비상계엄령 확대가 선포되자 부산 남포동에서 ‘성전 포고에 즈음하여’란 유인물을 뿌린 주인공이 고문을 당하는 장면에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5·18 30주년을 맞으면서 관련자들이 모여 회의를 한 적이 있었다. 관련 자료가 너무 없고 글이 부정확하며, 특히 당사자의 글이 없다는 이야기가 나와서 ‘내가 써놓은 게 있다’고 말했다. 글을 써놓은 지는 15년이 넘었지만 남에게 보이기 겁나 그렇게 세월이 지났다.” 노 소장의 소설은 1979년 10월 부마항쟁부터 1981년 3월까지만 집중해서 다루고 있다. 그는 고(故) 노무현 대통령이 인권변호사의 길을 걷게 된 계기인 부림사건(대학생, 교사, 직장인 등을 반국가단체 찬양 혐의로 구속하여 고문한 사건) 당시 1차로 구속돼 꼬박 2년을 교도소에서 보냈다. 전두환 군사정권 8년 동안 세 차례나 구속돼 20대의 대부분을 교도소에서 보내거나 수배 상태로 있었다. 노 소장은 “소설에서 부림사건은 다루지 않았다. 5·18 이후의 사건을 담게 되면 또 다른 이야기가 필요했기 때문”이라며 “맞아 죽은 사람, 깡패 두목 등의 이야기를 보고서 형식으로 하려면 한계가 있었다. 나 자신의 이야기가 아니라 이름도 없이 고통당하고 사라진 사람들의 이야기는 소설로밖에 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의 소설 속에 등장하는 일은 모두 실제로 있었던 일이며 가상의 인물도 없다. “물고문을 하려면 사람을 꽁꽁 묶어야 해. 통닭처럼 매달려 있는 모습은 머리가 거꾸로 서면서 하늘을 향해 입과 코가 벌어져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얼굴에 젖은 수건을 덮어씌우고 물을 부으면 항우장사라 해도 버티기가 힘들어. 숨을 쉬지 못한다는 것만 해도 죽을 고통인데 거기다가 공기 대신 물을 들이마시게 되면 급기야 폐가 난도질 당하는 느낌이 들면서 토하게 되지.” 저자의 체험에 기반을 둔 감방 구조, 내부의 자체 규율, 고문에 대한 자세한 묘사는 끔찍함을 생생하게 드러낸다. 하지만 노 소장은 당시 자신을 고문했던 사람들에 대해서 “개인에 대해서는 별 감정이 없다. 그 사람도 군부세력의 지시를 받아 끔찍한 일을 자행했던 하나의 희생자다. 뺨 한 대 때리는 게 중요한 건 아니다.”라며 그들의 얼굴도 기억나지 않는다고 털어놓았다. 1990년대에는 ‘80년대식 글 나부랭이들’ ‘우려먹기식의 운동권 후일담 소설’이란 평들이 있었다. 노 소장은 “내가 볼 때는 아직 더 해야 하고 지금까지 나온 문학은 주변부 이야기일 뿐이다. 평론가들이 벌써 문을 잠그는 게 아닌가 하는 공포심이 들었다.”고 말했다. 문학적 재미는 그다지 고려하지 않은 이 우직한 소설의 저자는 “20대 젊은 대학생이 이 책을 봐줬으면 한다.”고 바랐다. 그는 특히 1980년 5·18 광주민주화운동이 광주 지역에만 국한된 투쟁이 아니었음을 강조했다. 광주뿐 아니라 부산, 대구 등 전국에서 이뤄진 투쟁이었지만 의미가 축소됐고, 민주화 투쟁을 했던 사람들에 대한 실질적 보상도 이뤄지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예를 들어 국가유공자는 장례 비용이 나라에서 나오지만 5·18 민주화 유공자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민주화를 위해 젊음을 바친 노씨지만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사회계층 간의 내용으로 보면 변한 게 없다.“며 “우리 사회가 빨리 변해 소외된 사람이 늘었다.”고 한탄했다. 30년 전 빛났던 청춘의 아픈 기록을 소설로 풀어낸 저자의 목소리는 뜻밖에 담담했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열린세상] 추억으로 가는 가을 기차 여행/문흥술 서울여대 국문과 교수·문학평론가

    [열린세상] 추억으로 가는 가을 기차 여행/문흥술 서울여대 국문과 교수·문학평론가

    머지않아 고속열차가 서울과 부산 간을 한 시간대에 주파하게 될 것이라는 기사를 접하면서 나는 ‘격세지감’이라는 단어를 떠올렸다. 1980년대만 하더라도 서울에서 부산까지 5시간 30분이 걸렸다. 그 거리를 두 시간으로 단축시킨 세월이 불과 30여년이니 우리의 열차는 그 급속한 변화의 급류를 헤쳐 온 이들의 다양한 기억을 담고 있는 셈이다. 열차에 얽힌 기억들은 세대마다 다르다, 경부 철도의 역사를 보자. 1905년 개통된 경부철도는 일제의 식민지 수탈을 위한 것이었다. 그 철도를 두고 최남선은 서구 문물의 도입을 절박하게 외치는 ‘경부철도가’를 지었다. 그리고 현진건은 ‘고향’에서 식민지 수탈로 황폐화된 농촌 현실에 눈물지었고, 염상섭은 ‘만세전’에서 억압받는 식민지 백성의 비참한 모습에 절망하였다. 전쟁과 경제개발 시기를 거치면서 또 다른 기억의 무늬가 열차에 아로새겨진다. 1980년대에 대학 시절을 보낸 나에게 있어 철도는 고향과 등가물이었다. 가난을 극복하기 위해 치열하게 살아온 부모님이 계신 정든 고향으로 돌아가는 것, 그것이 열차였다. 빨랫감이 가득 든 가방을 짊어지고 서울역으로 간다. 느리게 달리는 기차 안의 뿌연 담배 연기, 여기저기 벌어진 왁자한 술판도 고향에 간다는 생각으로 정겹게만 느껴졌다. 고향에 얽힌 기억을 곱씹고, 타향에서의 설움과 외로움을 달래다 보면 해질 무렵이 되어 부산에 겨우 도착한다. 파김치가 되어 집에 가서 어머니를 뵙는 순간 ‘아, 이제야 집에 도착했구나’ 하는 안도감을 느낀다. 어디 그뿐이랴. 천리 길이 멀다하고 자식의 먹을거리와 옷가지를 장만해 그 무거운 짐을 이고 서울 하숙집으로 오신 어머니의 사랑이 가득 담겨 있는 것이 열차이다. 또한 그 열차에는 인간적인 유대감도 넘쳐 흐른다. 낯선 사람과 동석을 하게 되면 음료수를 사 옆 사람에게 건네면서 “어디까지 가십니까.”라는 인사말로 대화를 시작한다. 그렇게 다섯 시간을 함께 가면서 세상사와 삶에 대해 이야기하고 인간적인 교감을 나눈다. 헤어질 때면 “언제 다시 뵙죠.”라는 인사말을 나눌 정도로 친근해지기 마련이다. 때론 장터에 물건을 팔러 가는 아주머니의 시원한 욕지거리를 들으면서 삶의 향기를 맡을 수 있다. 고속열차가 등장하면서 이런 풍속은 추억이 되어 버렸다. 오랜 시간 달려가는 동안 느꼈던, 고향에 가서 부모님을 만난다는 흥분과 설렘은 가공할 속도에 짓눌려 사라졌다. 이제 열차는 목적지에 빨리 도착하기 위한 수단일 뿐, 어떤 정서적 반응도 유발하지 못한다. 며칠이나 걸려 도착한 부모님의 편지에서 느끼던 따뜻한 사랑을 즉각적이고 찰나적인 한 통의 메시지가 대신하는 격이다. 다섯 시간을 한 시간으로 줄이는 데에는 한시라도 빨리 고향에 가고 싶다는 기성세대의 간절한 바람이 담겨 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우리는 그 바람을 잊어버렸다. 그리고 속도의 노예가 되어 우리 스스로 고속열차를 삭막한 공간으로 만들고 있다. 그 공간에서 젊은 세대 역시 속도의 노예가 된다. 그리움도, 설렘도, 기다림도, 여유로움도 휘발되어 버린 공간, 스마트폰과 인터넷의 속도가 지배하는 공간, 그것에 열광하는 젊은 세대를 우리가 길러낸 것이다. 간이역도, 완행열차도 이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있다. 속도를 방해하는 모든 것은 쓸모없는 것으로 치부된다. 그러나 그런 것들이 모두 부질없는 것일까. 아니다. 그 부질없는 것 속에는 단지 박물관이나 기념관에 처박아 두어서는 안 될 소중한 것들이 있다. 먼 거리를 가장 빨리 갈 수 있는 방법은 가까운 사람과 함께 가는 것이라는 말이 있다. 가까운 사람과 함께하다 보면 열 시간도 한 시간보다 짧게 느껴지는 법이다. 고속열차에서 이제 그런 정서를 찾아보기는 어렵다. 시리도록 푸른 가을이다. 사랑하는 딸과 함께 추억의 기차 여행을 떠나본다. 서로 마음을 터놓고 많은 대화를 나눈다. 부모로서 삶의 기억을 딸에게 말해 본다. 딸은 그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인다. 딸은 훗날 나의 손주가 될 아이에게 아빠보다 더 빨리 고향에 가기 위해 서울과 부산을 30분 만에 주파하는 열차를 만든 이야기를 들려주리라 다짐한다.
  • [지금&여기] 당신의 매력이 보고싶다오/최여경 영상콘텐츠부 기자

    [지금&여기] 당신의 매력이 보고싶다오/최여경 영상콘텐츠부 기자

    “옛날에 심청이가 살았어요. 효심 깊은 심청이는, 이뻐~. 공양미 삼백석에 몸을 팔아 인당수에 뛰어드는데 입수 자세가, 이~뻐~. 심술궂은 뺑덕어멈이 의외로 이뻐~.” 한 개그 프로그램이 새로 낸 콩트다. 유치원 교사가 귀여운 몸짓으로 엉큼하게 풍자하는데, 아주 맛깔스럽다. ‘쌍칼’이란 캐릭터인데, 성형외과 의사 손에 쥐어진 칼이란다. 그가 칼을 대는 부위는 ‘외모지상주의’인 셈이다. 외모를 인생이나 성공에 중요한 요소로 보는 외모지상주의, 방송을 시작하면서 자주 맞닥뜨리고 있다. 아나운서는 물론 방송기자도 예뻐야 눈길을 모은다. 거리에서 인터뷰할 때, 삼삼오오 모인 사람들을 찍을 때, 의도하지는 않지만 괜찮은 외모가 나오면 일단 반응이 좋다. 이런 게 은연중에 뇌리에 스몄나 보다. 태생이 신문기자라 글을 잘 쓰는 것이 지상 최대의 미션이었는데, 솔직히 요즘은 ‘화면에 잘 나왔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커지고 있다. 최근 이런 외모지상주의가 더욱 도드라진 듯하다.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나선 여성 후보의 외모 탓이다. 지난 선거에 이어 여성이 유력한 후보로 꼽히는 점이 반갑고 뿌듯하지만 씁쓸한 것은, 정책보다 외모 얘기가 넘쳐난 탓이다. 후보들의 방송 토론 평가를 보면 상당수가 “예쁘긴 하더라.”이다. 후보가 내놓은 금연이나 재건축, 보육시설 관련 정책은 이전 공약의 연장일 뿐이라 집중력이 떨어진다. 시사평론가 김용민은 저서 ‘조국현상을 말한다’에서 이 후보를 이렇게 표현했다. “외모 하나로 미는 정치인이라는 한계에 봉착한 자신의 캐릭터를 숙고해볼 필요가 있다.” 외모의 강점을 부정할 수 없다. 이미지가 넘쳐나는 시대에 외모 지상주의는 갈수록 위력을 떨칠 것이다. 하지만 외모는, 첫인상을 판단한다는 단 3초, 그 순간에 호감을 만들어 내는 역할, 거기까지다. 더 강하고 오래 사람을 끌어당기는 것은, 말이 통하고 기분이 좋아지게 하는, 신선한 정보와 재미를 주면서 다시 보고 싶게 만드는 ‘매력’이다. 예쁘고 멋진 사람, 만나면 좋다. 그런 사람과 즐거운 대화를 이어갈 수 있으면 그것만큼 좋은 건 없다. 하지만 그보다는 인간적 매력, 그것이 더 보고 싶다. kid@seoul.co.kr
  • “승패보다 중요한 건 싸움 중에도 망가지지 않는 것”

    영화와 소설 ‘도가니’처럼 힘없는 이들이 성추행을 당하는 일은 대한민국 최고의 기업 삼성에서도 종종 일어난다. ‘삼성을 살다’(이은의 지음, 사회평론 펴냄)는 ‘도가니’를 보며 가슴이 답답했던 이들에게는 시원한 승리의 기록이자, 조직 속에서 개인이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보여주는 교본이기도 하다. 저자 이은의(37)씨는 1998년 새로 도입했다는 SSAT(삼성직무적성검사)란 시험을 치르고 면접을 통과해 삼성에 합격한다 “너는 어느 고관대작집 딸이니?” 당시 삼성 38기 공채의 대졸 여사원 비율은 20% 수준이었다. 이런 상황이었기에 남자 동기가 위와 같은 질문을 던졌고, 잠시 멍했던 이씨는 “나 우리 엄마 아빠 딸이야.”라고 재치있게 받아넘긴다. 이씨는 부산으로 배치받아 삼성자동차 공장에서 조립라인의 부품을 현미경으로 검사하는 일을 맡게 된다. 서울 사무직으로의 복귀 기회는 우연하게 찾아왔다. 삼성자동차 빅딜 발표 이후 비디오테이프를 반납하고자 얻어 탔던 차가 노동청에 들른 것이었다. 노사협의회와 노동조합의 차이도 몰랐던 이씨는 노동청에서 질문을 던졌고, 당황한 임원진은 당장 그를 삼성전기 수원사업장으로 발령낸다. 삼성전기에서 이씨는 전공인 포르투갈 어를 살려 남미영업에서 누구 못지않은 실적을 올리며 2003년 대리로 승진한다. 물론 그동안에도 한 달에 한 번 가는 보건휴가(생리휴가)를 꼭 가야 하느냐는 과장의 질문에 “대졸 여사원도 생리하는데요. 혹시 모르시는 건 아니죠?”라고 답하는 센스를 발휘한다. 사달은 2005년 유럽 출장에서 터졌다. 2차로 가라오케까지 간 술자리가 끝나고 자정이 다 되어 돌아온 호텔에서 한 팀장이 이씨를 로비에 세워 놓고 “여사원으로서 해줘야 하는 의전이 부족한 거 아냐? 아침에 상냥하게 모닝콜도 해주고 술자리 분위기도 좀 잘 맞추고 해야지 말이야….”라고 훈계한 것. 팀장의 블루스 제안을 거절한 게 발단이 되었다. 이후 사건을 일으킨 팀장은 명예퇴직금을 받고 분사 임원으로 자리를 옮겼지만 여전히 같은 건물에서 일하게 된다. 5년이 걸린 긴 싸움의 시작이었다. 회사 안에서 아무리 인사부장과 면담을 해도 소용없자 이씨는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넣는다. 인권위는 1년 6개월 만에 차별시정권고를 내렸지만 삼성은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한다. 이씨는 맞받아 행정소송과 민사소송을 제기하고 차례로 승소했다. 회사에서 버티면서 소송에서 승리하기까지의 그 지난하고 눈물 나는 과정은 책에 절절하게 기록되어 있다. “어떤 경우에도 권리라는 것은 그 자리를 지키고 있을 때 최대한 보장된다는 것을 알았고, 증거든 증인이든 회사에 있어야 보강이 쉽고, 무엇보다도 피해 입은 개인이 떠밀려 나가는 것이 옳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지금까지 받은 것보다 훨씬 깊은 상처를 받게 되리라는 걸, 이길 확률이 높지 않은 싸움이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정면으로 싸워서 뚫고 나가지 않으면, 이 절망감과 좌절감이 평생 따라다닐 것 같아 두려웠다.” 그가 일을 주지 않는 사무실에서 스스로 일을 찾아가며 소송까지 진행한 이유다. 흔히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라.’고 말한다. ‘삼성을 살다’는 절과 싸운 믿기지 않는 중 이야기지만 현실감이 느껴지지 않을 만큼 때로 즐겁다. 저자는 한때 드라마 작가를 꿈꾸며 방송작가연수원을 우수한 성적으로 다녔던 만큼 재치 넘치는 글솜씨를 자랑한다. 그는 현재 법학전문대학원에 재학 중인 미래의 변호사다. “싸움에서 승패보다 중요한 것은 싸움하는 동안 망가지지 않도록 나를 잘 가다듬는 것, 진짜 이기는 것은 스스로 귀감이 될 만한 사람이 되는 것”이라고 저자는 조언한다. 1만 4000원.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서울시장 보선 D-11] 서울시장 후보 기업 경영 활용 SWOT 분석 적용해 보니…

    [서울시장 보선 D-11] 서울시장 후보 기업 경영 활용 SWOT 분석 적용해 보니…

    중반전으로 접어든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초빅빙으로 흐르고 있다. 보수·진보, 여성·남성, 정당세력·시민세력 등 다양한 대결 구도가 복잡하게 얽히면서 판세 분석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특히 선거전에서는 특정 후보의 강점이 상대 후보의 약점과 일맥 상통하는 동전의 앞뒤 면과 같은 만큼 두 후보가 지닌 장단점과 선거 여건이 승부를 가를 변수가 될 것 같다. 기업 경영에 자주 활용되는 SWOT(강점·Strength, 약점·Weakness, 기회요소·Opportunity, 위협요소·Threat) 분석을 통해 한나라당 나경원 후보와 무소속 박원순 후보의 장단점과 선거여건을 살펴봤다. 나경원 한나라당 후보의 최대 강점은 수려한 외모와 높은 대중적 인지도이다. 자신의 부족한 점을 단시간에 메우는 압축 학습 능력도 높은 평가를 받는다. 실제 박원순 범야권 후보와 맞붙은 세차례 TV 토론 등에서 보여준 토론·설득 능력은 지난해 한나라당 서울시장 경선 당시에 비해 일취월장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약점으로는 지난 8월 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에 ‘올인’했던 보수적 이미지가 꼽힌다. 대중적 인지도에 비해 서민층과의 스킨십은 다소 약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표의 확장성을 가로막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나 후보를 위협하는 가장 큰 요인은 ‘정권발 악재’다. 이명박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부지 구입 논란과 이국철 SLS그룹 회장발(發) 정권 실세 비리 의혹 등이 대표적이다. 외생 변수라 통제도 불가능하다. “박 후보보다 X맨(내부의 적)이 더 무섭다.”는 얘기도 심심찮게 들린다. 별다른 악재 요인 없이 보수·진보 간 대결 양상으로 치러진 무상급식 주민투표 때와 달리 대형 악재는 보수층 이완으로 연결될 가능성도 있다. 반대로 ‘박근혜 효과’는 기회 요인이다. 박 전 대표의 지지층이 갖는 결집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만큼 보수층 결집을 이끌어 낼 여지가 남아있다는 얘기다. 박 후보의 강점은 시민운동가 출신으로서 깨끗한 이미지다. 그만큼 기존 정당에 염증을 느끼는 중도층과 부동층을 흡수할 가능성이 크다. 선거에서 ‘변수’(變數)를 넘어 ‘상수’(常數)가 된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도 박 후보의 텃밭이다. 정당 조직력 못지않다. 지난 3일 범야권 서울시장 후보 단일화 경선에서 트위터는 박 후보의 지지자들을 투표장으로 이끌어 내는 등 맹위를 떨쳤다. 약점은 지지층의 안정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대학원장으로부터 ‘빌려온 지지율’은 휘발성이 강할 수밖에 없다. 민주당 등 야권 지지층이 소극적으로 지원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박빙 승부에서 이러한 결집력 약화는 선거 결과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박 후보를 가장 크게 위협하는 요인은 학력·병역·시민단체 경력 등에 대한 ‘현미경 검증’을 내세운 나 후보 측의 ‘네거티브 공세’다. 박 후보는 ‘네거티브에 대응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지만, ‘잔매에 장사없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반면 ‘안철수 바람’은 여전히 기회 요인이다. 잠시 잦아드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으나, 선거 막판으로 갈수록 ‘게릴라식 개입’만으로도 상당한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TV 토론 결과 정책이 두 후보의 승부를 가를 중요한 변수가 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본다.”면서 “선거 막판으로 갈수록 유권자들은 감성적으로 투표하는 경향이 강해지는 만큼 네거티브 공세와 정권발 악재의 폭발력이 가장 클 것”이라고 내다봤다. 시사평론가 김종배씨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처리 문제가 새로운 돌발 변수”라면서 “보수·진보층이 결집된 상황에서 중도층이 한·미 FTA에 어떻게 반응하고, 여야가 어떤 입장을 내놓을지 등이 문제”라고 강조했다.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 ‘한성주보’ 영인본 출간

    ‘한성주보’ 영인본 출간

    관훈클럽신영연구기금(이사장 문창극)이 대한제국 때 발행된 한성주보와 일제 강점기 및 광복 직후 발행된 언론 전문잡지인 ▲신문춘추 ▲평론 ▲신문평론 3종을 영인 출간했다.한성주보는 최초의 근대신문인 한성순보가 갑신정변으로 폐간된 뒤 제호를 바꿔 발행된 신문이다. 관훈클럽신영연구기금은 그동안 공개되지 않았던 한성순보 9호를 찾아내 추가로 영인하고 원문을 모두 텍스트로 입력하는 동시에 전문을 번역했다.
  • 16회 부산국제영화제 폐막…뉴커런츠상에 ‘소리없는 여행·니뇨’

    16회 부산국제영화제 폐막…뉴커런츠상에 ‘소리없는 여행·니뇨’

    제16회 부산국제영화제가 9일간의 공식 일정을 마치고 14일 폐막했다. 올해 부산영화제는 수영만 시대를 마감하고 전용관인 영화의전당을 마련해 제2의 도약을 시작했다. ●한국 애니메이션 ‘돼지의 왕’ 3관왕 차지 부산영화제는 영화의 전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쟁부문인 뉴커런츠상 수상작을 발표했다. 이란 모르테자 파르샤바프 감독의 ‘소리없는 여행’과 필리핀 로이 아르세나스 감독의 ‘니뇨’ 등 2편이 선정됐다. 비아시아권 경쟁부문인 플래시 포워드상은 이탈리아 귀도 롬바르디 감독의 ‘그곳’에 돌아갔다. 이 밖에 선재상은 인도 뱅카트 아무단 감독의 ‘그를 기다리는 카페’(아시아), 일본 요시노 고헤이 감독의 ‘스스로 해보세요’(특별언급), 이우정 감독의 ‘애드벌룬’(한국), 오현주 감독의 ‘천국도청’(한국)이 차지했다. 한국 연상호 감독의 애니메이션 ‘돼지의 왕’은 아시아 영화진흥기구상, 한국영화감독조합상 감독상 및 CGV 무비꼴라쥬상 등 3관왕을 차지했다. KNN 관객상은 인도 망게슈 하다왈레 감독의 ‘인디안 서커스’, 국제평론가협회상은 모르테자 파르샤바프 감독의 ‘소리없는 여행’, 부산시네필상은 스웨덴 구스타프 다니엘손 감독의 ‘쌍생아’가 각각 차지했다. 올해 영화제에는 총 70개국에서 307편의 영화가 초청됐다. 영화제의 위상을 나타내는 월드프리미어는 86편, 자국외 첫 공개인 인터내셔널 프리미어는 45편에 달했다. 해운대 일대 5개 극장, 36개 상영관에서 상영된 영화를 본 관객은 19만 6177명으로 나타났다. 좌석 점유율은 83%로 지난해(78%)보다 늘었다. 영화제기간 총 8828명의 초청손님이 부산을 찾았다. 국내외 언론의 관심도 높았다. 외신 452명을 포함해 모두 2440명이 9일간 해운대 곳곳을 누비며 영화제 소식을 국내외에 전했다. ●좌석 점유율 작년보다 5% 늘어 83% 올해는 산업적인 부문에서도 괄목할 만한 성과를 냈다. 영화산업박람회에는 지난해보다 10개 업체가 많은 9개국 59개 업체가 참가해 620건의 비즈니스 미팅을 진행했다. 아시아필름마켓에도 28개국 177개 업체가 참가하는 등 아시아 최대 영화토털마켓의 가능성을 보였다. 특히 1개의 야외 상영장과 4개의 실내 스크린을 갖춘 영화의 전당은 뛰어난 디자인과 현대적 시설로 영화제 참석자와 관객으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그러나 서둘러 전용관을 개관하면서 발생한 운영 미숙은 아쉬움을 남겼다. 영화의 전당이 영화제 개막 전날까지 마무리 공사를 했지만, 곳곳에서 파손된 외부장식물이 발견되는 등 졸속 개관의 흔적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이용관 집행위원장은 “첫날 기자회견 때부터 마이크가 나오지 않는 등 여러 가지 크고 작은 문제가 발생해 시정을 요구했지만, 제대로 되지 않는 등 이번 영화제는 역대 영화제 가운데 가장 힘든 영화제였다.”면서 “재정적인 문제로 가장 슬림한 조직으로 최대의 효과를 내야 하기 때문에 인력을 전문화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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