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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용철의 영화만화경] ‘영 어덜트’

    [이용철의 영화만화경] ‘영 어덜트’

    30대 후반 이혼녀인 메이비스(샬리즈 시어런)는 미니애폴리스의 고층 아파트에 살며 ‘영 어덜트’ 소설을 쓴다. 시리즈 소설의 인기가 시들해지면서 마지막 편을 준비 중인 지금, 그녀는 학창시절에 사귀었던 남자친구 버디의 메일을 받는다. 새로 태어난 아기의 잔치에 초대한다는 글에 그녀는 딴마음을 품는다. 결혼 생활에 지친 그가 그녀에게 다시 한 번 빠져들 것이라고 확신한 그녀는 10여 년 전에 떠난 고향마을을 찾는다. 오랜만에 재회한 버디가 담담한 태도로 응하자 메이비스는 당황한다. 평범하면서 모범적인 가장인 그는 꿈쩍도 하지 않는다. 그녀는 버디 대신 고교시절에 따돌림을 당했던 매트와 친해진다. 함께 술을 마시고 대화를 나누는 동안 두 사람은 공유하는 부분이 많음을 발견한다. 메이비스는 추락한 여왕이다. 고등학교 졸업 당시 여왕으로 뽑혔던 그녀는 모든 남학생들이 꿈꾸는 소녀였다. 원대한 희망을 품고 대도시에 진출했으나 외모보다 부족한 재능은 그녀에게 성공을 가져다주지 못했다. 결혼은 실패로 끝났고, 얄팍한 글 솜씨 덕에 대필 작가로 활동하면서 밥벌이하는 게 전부다. 여전히 십대의 환상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그녀는 자유롭고 우아한 삶을 누리고 있다고 애써 자위한다. 하지만, 현실은 씁쓸하다. 물건들이 어지럽게 널브러진 아파트에서 낮잠을 자며 하루를 보내는 신세이고, 곁을 지키는 건 강아지 한 마리뿐이다. 눈앞에 닥친 사십대는 미래를 바꾸기에 너무 늦은 시간일까. 그녀가 고향으로 돌아가 하는 짓거리는 전부 한심해 보인다. 그래도 어쩌면 마지막일지 모르는 기회라면 누구나 몸부림치게 마련이다. ‘영 어덜트’는 미국영화의 기대주로 떠오른 제이슨 라이트먼의 신작이다. 남다른 인물을 빚는 데 발군의 실력을 발휘하는 라이트먼은 이번에도 장기를 살린다. ‘영 어덜트’는 ‘흡연, 감사합니다’ ‘주노’ ‘인 디 에어’를 잇는 라이트먼 식 인물 탐구다. ‘담배업계 대변인, 임신한 십대, 해고 전문가’로부터 바통을 넘겨받은 대필 작가는 개중 밉살스럽다. 그녀가 곁에 있다면 그렇게 살지 말라고 훈계하고 싶다. 라이트먼의 영화를 보노라면 그의 악취미가 궁금해진다. 호감 가는 인물로 꾸민 사랑스러운 이야기는 그의 사전에 없다. 왜 그는 할리우드에서 가장 멋지고 예쁜 배우들을 불러와 (보통 사람의 시선으로 보았을 때) 매번 모난 인물을 연기하도록 주문하는 걸까. 메이비스의 실체를 파악한 고향 사람들은 그녀를 미친 여자쯤으로 취급하거나 불쌍한 처지를 동정한다. 보통 사람처럼 살고 싶으나 그게 마음대로 되지 않는 사람이 있다. 그럴 때 그는 성장하지 못했다고 자책한다. 철없이 굴던 메이비스가 끝내 눈물을 흘리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알코올에 의존해 숨는 그녀를 본인조차 사랑하지 못할 판이다. 라이트먼 영화의 가치는, 인물이 현실의 규칙에 적응하게끔 이끌지 않는 데 있다. 메이비스는 눈물을 털어내고 당당한 모습으로 돌아간다. 라이트먼은 관객이 그녀를 흉보더라도 상관이 없다는 투로 영화를 끝맺는다. 그것이 라이트먼 영화가 성숙을 대하는 방식이다. 하긴 세상에 평범하고 착한 척하는 사람만 있다면 무슨 재미인가. 고작 뉘우치고 사라질 임무를 안기려고 신이 골칫거리를 창조하진 않았을 게다. 개봉 없이 홈비디오로 직행한 작품이다. 영화평론가
  • 노무현 前 대통령 추모앨범 나온다

    노무현 前 대통령 추모앨범 나온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3주기를 맞아 공식 추모앨범인 ‘탈상(脫傷), 노무현을 위한 레퀴엠’이 노 전 대통령의 생일인 9월 1일에 맞춰 발매된다. 12일 노무현재단은 “노 전 대통령이 꿈꿨던 가치와 희망을 위해 (시민들이) 함께 나아가자는 취지에서 앨범 이름을 이렇게 정했다.”고 밝혔다. 추모앨범의 이름인 ‘탈상’(脫傷)은 잃을 상(喪)자 대신 다칠 상(傷)자를 썼다. 3년 상(喪)을 마치는 탈상이 아니라 모든 상처에서 벗어나자는 의미라고 재단 측은 덧붙였다. 추모앨범에는 ▲상록수 ▲작은 연인들 ▲부산갈매기 ▲사랑으로 등 노 전 대통령이 생전에 좋아했던 노래와 새로 만든 추모곡 등을 실었다. 타이틀곡은 작곡가 송시현씨가 만든 ‘시민레퀴엠’이다. 음악평론가 강헌이 프로듀서를, 송시현이 음악감독을 맡았으며, 유명 아티스트와 오케스트라 등이 대거 참여했다. 재단 측은 “앨범 제작에 힘을 보탠 이들은 추후 공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재단 측은 이와 관련, 세계 최초로 추모앨범에 참여하기를 원하는 모든 사람들의 목소리를 담아내겠다고 밝혔다. 재단 측이 이를 위해 다음달 초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참여를 원하는 시민들이 직접 부른 노래를 취합한 뒤 이를 합창곡을 만들기로 했다. 김진아기자 jin@seoul.co.kr
  • 매일 서류에 치이는 공무원 현대미술과 오후의 데이트 창의적인 정책들 쏟아낼까

    차성수 금천구청장이 지난 7일 인접 지역인 경기 안양시 예술공원을 찾았다. 20대부터 5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구청 공무원 15명을 대동했다. 민원 만족도 최우수 사례로 뽑힌 ‘친절공무원’들이었다. 차 구청장은 거창한 상을 주는 대신 이날 예술공원 미술관에서 ‘현대미술 속으로’ 전시를 함께 관람했다. 차 구청장은 매년 5~6차례씩 직원들과 예술품이나 자연환경을 돌아보는 ‘오후의 데이트’ 시간을 갖는다. 성과를 낸 직원에게 보다 창의적인 정책을 개발하라고 격려하는 취지로 마련하는 행사다. 매일 바쁜 일정으로 숨 돌릴 틈이 없지만 이날만은 오후 시간을 비우고 직원들과 차분하게 작품을 관람했다. 차 구청장은 “멀리 지방으로 내려가서 워크숍을 여는 것보다 공무원들도 한번씩 여유를 갖고 미술품을 감상해 상상력을 키우는 게 필요하다고 봤다.”면서 “문화의 힘을 빌리면 감성과 상상력이 풍부해져 창의적인 정책을 내기 마련”이라고 설명했다. 공원 곳곳에 전시 중인 야외 설치물도 빼놓지 않고 둘러봤다. 일본 작가 구마 겐고의 ‘종이뱀’, 프랑스 예술가 질베르 카티의 ‘춤추는 부처’ 등을 직원들과 함께 만져 보며 질감을 느껴보기도 했다. 현대 예술 전문가이자 평론가인 오상길씨를 직접 초청해 설명도 들었다. 예술 작품을 감상한 뒤에도 차 구청장은 “거창한 회식보다는 직원들과 만나 소통하고 대화하는 게 중요하다.”며 차와 팥빙수를 곁들인 티타임으로 대신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직원들에게 일일이 업무 환경을 물어보고 애로점과 건의사항을 들었다. 시간이 부족해 듣지 못한 이야기는 이메일로 보내 달라고 당부했다 . 정현용기자 junghy77@seoul.co.kr
  • [부고]

    ●공영대(KDB대우증권 감사실장)씨 모친상 최금진(청주대 교수)씨 시모상 6일 경북대병원, 발인 8일 오전 7시 30분 (053)200-6145 ●이즈미 지하루(서경대학교 국제비즈니스어학부 일어전공 주임교수)씨 부친상 정지욱(영화평론가·Re:WORKS 편집장)씨 장인상 6일 일본 사가현 다케오시 아크로스다케오 장례식장, 발인 9일 오전 11시 010-8676-0252 ●김영식(교통방송 방송기획실장)씨 부친상 6일 분당서울대병원, 발인 8일 오전 6시 30분 (031)787-1511 ●한갑수(예비역 해군 준장·전 국토해양부 해양안전심판원장)씨 별세 상기(전 한국후지카 이사)상대(한국종합기술 전무)상한(환은아세아재무유한공사 전무)상숙 상미 상현씨 부친상 이순교(전 한국화이자 이사)김태순(한진금형공업 대표)황양연(전 대우인터내셔널 부사장)씨 장인상 6일 여의도성모병원, 발인 9일 오전 8시 (02)3779-1526 ●윤태원(신반포교회 장로)씨 부인상 상(생명보험사회공헌위원회 사무처장)영상(지식경제부 기술표준원 사무관)미숙씨 모친상 유평석(영독학원장)씨 장모상 7일 강남세브란스병원, 발인 9일 오전 7시 (02)2019-4003 ●안연·난·철·웅씨 부친상 최영준(광주MBC 보도위원)씨 장인상 7일 광주천지장례식장, 발인 9일 오전 9시 010-9513-6002 ●이경태(건축사사무소 건원 이사) 경수(싱크탑 대표) 경민(전자신문 경제금융부 수석기자) 정호씨 부친상 7일 고대구로병원, 발인 9일 오전 9시 (02)857-0444
  • [이용철의 영화 만화경] ‘미확인 동영상’

    세희(박보영)와 정미(강별) 자매는 커다란 집에 단둘이 산다. 엄마는 오래전에 세상을 떠났고 아빠는 멀리 미국에서 일하고 있다. 얼마 전 세희는 남자 친구 준혁(주원)과 사소한 일로 다투었다. 세희와 화해하려고 준혁이 정미에게 도움을 요청하자 정미는 사이버수사대에서 일하는 그에게 엉뚱한 거래 조건을 제시한다. 폐쇄된 사이트에서 동영상을 몰래 받아달라는 것. 준혁은 별생각 없이 동영상 하나를 넘겨주는데 그것이 매개가 돼 자매의 비극을 부른다. 한 소녀의 끔찍한 저주가 담긴 동영상은 재생될 때마다 다른 모습으로 바뀌고 동영상을 본 사람은 조금씩 다가오는 죽음의 공포에 떤다. 저주받은 동영상은 아이들의 호기심을 타고 수많은 컴퓨터로 퍼진다. 공포영화의 계절이다. ‘미확인 동영상:절대클릭금지’는 올해 공포영화의 본격적인 시작을 알리는 작품이다. 영화의 스타일은 근래 십대들의 사랑을 받았던 공포영화를 따랐다. 공포의 속성에 충실하게 접근하는 대신 청소년의 문화에 집중하고 거기서 공포를 안겨줄 만한 소재를 찾아낸 쪽이다. 당연히 성인 취향의 본격 공포영화를 기대한 관객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영화이며 ‘령’(2004), ‘므이’(2007)에 이어 세 번째 공포영화를 선보인 김태경 감독의 이력을 감안하면 적잖이 실망스럽다. 하지만 이것은 한국에서 비주류 장르로 취급받는 공포영화로 살아남기가 어렵다는 사실의 방증이기도 하다. ‘미확인 동영상’은 보는 것을 통한 쾌감에 통제력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작품이다. 웹의 중심이 문자와 이미지에서 움직이는 영상으로 옮겨 가면서 원하는 만큼 동영상에 접근하는 게 가능해졌다. 쉽게 소화할 수 있는 동영상 문화의 폭발은 일각에서 잘못된 생산과 소비 행태를 낳았다. 누군가가 본질과 상관없는 자극적인 영상을 웹상에 풀어놓으면 떠도는 영상을 주워 본 사람들은 무책임한 발언을 쏟아내는 것으로 반응한다. 엄청난 파급 효과가 자칫 거대한 언어의 폭력을 조장할 경우 그 때문에 상처받을 사람이 생겨나게 마련이다. ‘미확인 동영상’은 어느새 사회 문제로 자리 잡은 쟁점을 재빠르게 영화 소재로 사용했다. 이런 영화의 주 소비층인 십대의 관심사를 공략한 결과다. 동영상의 폐해라는 주제를 십대 관객층에 맞춰 아주 쉽게 전달하기도 한다. 계절용 상업영화인지라 그러한 태도 자체를 비판하고 싶지는 않다. 이 영화의 빈틈은 멈추어야 했을 지점에서 과욕을 부린 데서 발생한다. 동영상에 깃든 영혼과 십대의 문화를 연결하는 데만 주력했으면 좋았을 텐데 ‘미확인 동영상’은 매듭짓지 못할 이야깃거리까지 끌어들였다. 논리적으로 설명되지 못하는 것들은 공포영화이니 넘어갈 수 있겠으나 줍다가 버린 이야기들은 영화의 구조를 무너뜨린다. 예를 들어 ‘감시 카메라와 시선의 홍수’ ‘가족의 위기와 십대의 방황’은 영화의 성격상 함께 다루기엔 버거운 주제인데 감독은 전부 손에 쥐고 있다 슬며시 놓치고 만다. 그 밖에 공간, 미술, 음악 등에 들인 공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한국 공포영화의 고질적인 과제들도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다. 공포영화를 만들려는 감독은 최소한 이것만이라도 기억해주면 고맙겠다. 보는 사람보다 배우가 먼저, 그리고 더 크게 놀라는 공포영화를 만들면 안 된다. 5월 30일 개봉. 영화평론가
  • 충무로는 지금 ‘캐릭터 코미디’ 전성시대

    충무로는 지금 ‘캐릭터 코미디’ 전성시대

    ‘캐릭터가 떠야 영화가 뜬다!’ 요즘 충무로는 캐릭터 코미디 영화 전성시대다. 특이하고 재미있는 캐릭터를 전면에 내세운 코미디 영화가 봇물을 이루고 있는 것. 캐릭터 코미디 영화는 상황에서 웃음을 유발하거나 드라마를 강조하기보다 독특한 캐릭터를 통해 스토리를 풀어 나가는 측면이 크다. 이 때문에 요즘 충무로는 이색 캐릭터들의 경연장을 방불케 하고 있다. 지난 6일 관객 300만명을 돌파하며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내 아내의 모든 것’은 대표적인 캐릭터 코미디 영화다. 이 영화의 중심축은 입만 열면 불평과 불만을 쏟아내는 독설가형 아내 연정인(임수정)의 캐릭터가 이끌고 있다. 극 중 정인은 어떤 상황에서도 자기 할 말은 다 하는 잔소리꾼 아내로 튀다 못해 노골적인 것이 매력이다. 한편 정인을 유혹하기 위해 투입되는 전설의 카사노바 장성기(류승룡)도 카리스마 넘치는 코믹 연기로 웃음을 준다. 이 영화의 연출을 맡은 민규동 감독은 “정인은 노골적이고 솔직해 비호감으로 비치기도 하지만 그것이 내면의 외로움에서 비롯됐다는 데서 관객이 공감을 느끼도록 했다.”면서 “성기는 진지하면서도 익숙한 유머에서 벗어나 약간 변주된 글로벌한 이미지의 바람둥이 캐릭터를 만들려고 했다.”고 말했다. 민 감독은 영화의 인기 비결에 대해 “이야기는 단순하지만 캐릭터들을 입체감 있게 그리려고 노력했고 예측이 안 되고 호기심을 주는 캐릭터와 그들의 소동 속에서 자연스럽게 코미디가 강조된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달 30일 개봉한 영화 ‘차형사’도 캐릭터의 개성으로 승부하는 코미디 영화다. 뚱뚱하고 지저분한 형사 차철수(강지환)가 패션 모델로 위장 잠입해 벌이는 이야기를 담았다. 이런 이유로 극 초반은 노숙자를 떠올리게 하는 비호감 캐릭터인 차 형사의 에피소드에 상당 부분을 할애했다. 영화의 마케팅 포인트도 차 형사 캐릭터를 살리기 위해 실제로 살을 10㎏ 넘게 살을 찌웠다가 뺀 강지환에게 맞추고 있다. 오는 21일 개봉하는 영화 ‘미쓰GO’도 여주인공 천수로(고현정) 캐릭터의 비중이 크다. 극 중 천수로는 소심하고 대인기피증에 시달리는 여인으로 맹하고 대책 없이 착한 심성을 지닌 인물로 나온다. 고현정은 촌스러운 캐릭터를 위해 피부 메이크업조차 받지 않고 촬영에 임했다는 후문이다. 천수로의 캐릭터가 범죄의 여왕으로 변신하는 과정에서 코미디가 강조될 것으로 보인다. 같은 날 개봉하는 ‘아부의 왕’에는 ‘혀고수’라는 이름의 독특한 캐릭터가 등장한다. 성동일이 맡은 역할은 혀 하나로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인물로 보험왕, 정치인 컨설턴트, 로비스트, 남북정상회담의 주역이라는 이력을 달고 다니는 아부계의 숨은 전설이다. 능청스러운 코믹 연기의 대가 성동일이 직장인들의 공감대를 자극하는 생활 밀착형 코미디를 선보일 예정이다. 연기파 배우 윤제문의 첫 주연작인 ‘나는 공무원이다’도 10년차 7급 공무원을 주인공으로 한 캐릭터 코미디 영화다. 주인공 한대희는 마포구청 환경과 생활공해팀 공무원이다. 각종 민원전화에 대응하는 다양한 노하우를 지닌 ‘평정심의 대가’이자 10년 동안 ‘TV 친구’ 유재석과 이경규를 만나온 일상을 최고의 행복으로 여기는 독특한 인물이다. 그동안 주로 카리스마 있는 연기를 선보였던 윤제문이 귀엽고 코믹한 캐릭터에 도전해 그의 연기 변신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같은 캐릭터 코미디 영화의 열풍을 영화 관계자들은 한국 코미디 영화의 진화 과정으로 보고 있다. 영화평론가 강유정씨는 “코미디 영화가 과거 조폭 코미디류 같은 평면적인 코미디에서 잘 기획되고 입체적인 캐릭터를 강조한 코미디로 추세가 바뀌고 있다.”면서 “캐릭터 코미디는 예측과 기대를 배반한 캐릭터를 통해 웃음을 주고 그러한 캐릭터를 통해 스토리를 만들어낸다는 점에서 1차원적인 웃음에 머물렀던 한국형 코미디가 진화하는 과정으로 본다.”고 분석했다. CJ엔터테인먼트 홍보팀의 이창현 부장은 “올 상반기에는 무겁고 진지한 장르나 상황식 코미디보다 억지 웃음이 아닌 호감을 주는 생활 밀착형 캐릭터를 내세운 코미디가 인기를 끌고 있다.”면서 “총선, 대선 등 정치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기에 복잡하지 않고 쉽고 즉각적으로 이목을 집중시키고 웃음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이 캐릭터 코미디의 인기 비결”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캐릭터 코미디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무엇일까. 바로 배우에 대한 호감도와 캐릭터의 연기력이다. ‘내 아내의 모든 것’과 ‘미쓰GO’의 배급사 NEW 마케팅팀의 박준경 팀장은 “캐릭터 코미디는 기본적으로 배우의 호감도가 있어야 하고 캐릭터의 매력을 능수능란하게 표현할 수 있는 연기력이 뒷받침돼야 성공한다.”면서 “캐릭터 자체가 스토리를 만들어내기 때문에 인물의 성격을 잘 파악하는 것뿐만 아니라 다른 인물과 만났을 때의 상호 작용과 연쇄 작용까지도 계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문화마당] 노인과 서대문아트홀/강태규 대중문화평론가

    [문화마당] 노인과 서대문아트홀/강태규 대중문화평론가

    서대문역 8번 출구 앞. 서대문로터리 고가도로를 넘어가다 보면 극장 간판이 한눈에 들어온다. 화려한 개봉작 홍보 포스터 대신 노란색 바탕에 검은 글씨로 씌어진 문구가 처량하게 눈길을 사로잡는다. ‘어르신 문화를 제발 지켜주세요.’ 여기가 서대문아트홀이다. 서울 한복판의 노인전용극장으로 널리 알려진 곳이다. 장년층들에게 ‘청춘극장’으로 사랑받으며 명소가 된 이곳은 이제 자취를 감춘다. 지난해 서울시가 이 지역에 관광호텔을 짓도록 허용하는 사업시행인가를 고시했다. 개발업체 측은 올 초 서대문아트홀을 상대로 극장 자리를 비워달라며 명도소송을 제기했다. 올해 초 첫 재판이 열렸고, 지난달 22일 1심 판결에서 서울중앙지법이 소를 각하해 폐관에 직면하게 됐다. 이곳은 1964년 화양극장으로 개관했다. 대기업의 멀티플렉스 영화관이 스크린을 장악하고 있는 가운데서도 단관 극장으로 명맥을 유지한 명소였다. 개관 당시 재개봉관으로 시작해 이듬해 개봉관이 되면서 시민들의 발길이 더욱 잦았다. 1980년대에는 영등포의 명화극장, 미아리의 대지극장과 함께 홍콩 영화 3대 개봉관으로 이름을 날렸다. 1990년대 멀티플렉스 상영관이 극장가를 점령하자 1998년 드림시네마로 이름을 바꿔 시사회 전용 극장으로 위기를 돌파했다. 서대문아트홀이라는 극장 간판을 걸고 노인전용 복합문화 공간 극장으로 탈바꿈한 것은 2009년 5월이었다. 장년층의 문화 공간으로 이름을 알린 지 불과 3년 만에 막을 내리게 된 것이다. 극장 대표가 한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밝힌 말은 의미심장하다. 서대문아트홀이 이렇게 사라지면 몇 안 되는 문화공간을 뺏긴 어르신들은 더욱 갈 곳을 잃게 된다. 서대문아트홀의 지금 상황은 젊은 시절 누구보다 열심히 살았지만 세월에 밀려 소외당하는 어르신들의 상황과 비슷하다는 것이다. 최근 노인 관객 3000여명은 노인문화공연장 건립을 요구하는 서명운동을 벌이며 서울시의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연예계도 동참을 선언했다. 원로배우들과 가수, 코미디언들이 뭉쳐 합동 공연을 갖고 어르신 문화에 대한 사회적 동참을 호소하고 있다. 극장 측도 마지막 문을 닫는 그 순간까지 추억의 전시회 등 다양한 행사를 추진할 예정이다. 대기업의 잠룡 앞에 꿋꿋하게 버티고 있는 단관 극장의 추억, 노인 문화공간의 확충을 적극적으로 호소한다니 눈물겹다. 극장 현관문에는 공고문이 여기저기 붙어 있고 붉은색 페인트로 ‘철거’라는 글씨가 흉물스럽게 적혀 있다. 단돈 2000원에 추억의 명화를, 때로는 추억의 스타들이 공연하는 모습을 저렴하게 볼 수 있었던 노인들은 그나마 서울시가 지난 3월부터 은평구 연신내역 인근 메가박스 8층 1·2관을 대관해 매일 4회씩 영화를 상영하는 것에 만족해야 한다. 외곽으로 밀려난 노인들은 그 작은 ‘문화 혜택’을 누리기 위해 이제 발품을 팔아야만 한다. 서울시 한복판, 지하철과 연결된 650석의 극장 자리는 단연 노른자위다. 하지만 그곳을 노인들에게 내주는 것이 아까워 호텔을 짓는 것에 동의할 시민은 없을 것이다. 노인들을 위해 이만한 자리는 없다. 과연 이곳을 없애는 것이 사회적 비용과 비교했을 때 적절한 것인지 정부 차원에서 고민해 달라는 노인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 우리 사회는 문화를 보는 시각이 겉멋만 단단히 들었다. 한류 열풍이 이슈가 되자 국내 공연장 건립이 시급하다며 호들갑을 떨더니 결국 건립을 추진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사각지대 문화 역시 방치하면 그만큼 사회적 손실로 되돌아오게 마련이다. 한류 열기와 관심만큼 소외 지역·계층을 지원하는 일도 절실하다. 폐관 극장 앞을 서성이는 노인들은 이렇게 입은 모은다. “열심히 살아왔는데 이제 영화도, 공연도 마음 편히 볼 수 없게 됐네. 단돈 2000원으로 한나절을 여유 있게 즐길 수 있는 곳이 어디 있나? 표 구걸 할 때는 오늘이 있기까지 우리 노인들 덕이라며 존경한다더니, 이런 문화는 다 뺏어 가네. 이런 걸 두고 찬밥신세라고 하잖아.” 누가 이 노인들이 혀를 차게 했는가.
  • 김달진문학상 기념 시낭송회

    김달진문학상 기념 시낭송회

    5일 서울 종암동 고려대 100주년기념관에서 열린 ‘제23회 김달진문학상 기념 시낭송회’에서 최호빈 시인이 기념시를 낭송하고 있다. ‘김달진문학상 운영위원회’와 서울신문이 공동 주최하는 김달진 문학상의 올해 시 부문 수상자는 장석남 한양여대 교수, 평론 부문은 이경수 중앙대 교수가 선정됐다. 박지환기자 popocar@seoul.co.kr
  • 섹시한 한국춤 보신 적 있나요

    섹시한 한국춤 보신 적 있나요

    일상에서는 감정에 솔직한 귀여운 여인이다. 무대에서는 신기 어린 모습에 소름 끼치는 무녀가 된다. ‘솔(Soul) 해바라기’에서, ‘코리아 환타지’ 속 ‘기도’에서 그랬다. 때로는 위엄 넘치는 왕비로(‘명성황후’), 외롭고 한 많은 후궁으로(‘코리아 환타지’), 순수하면서도 애절한 규수로(‘춤, 춘향’) 거듭 변신한다. 16년간 국립무용단 수석무용수로 활동하면서 천의 얼굴을 보여 준 장현수(39)가 또 다른 모습을 끄집어낸다. 오는 27~29일 서울 남산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 올리는 ‘팜므파탈’에서다. 국립극장이 전속단체 예술인을 소개하고 창작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만든 국립극장 기획공연 시리즈로, 그가 6월의 주인공이다. 안무뿐 아니라 세트, 조명 등 무대 전반을, 그것도 대극장 공연으로 준비해야 하는 그에게 상황을 묻자 “구상대로 진행되고 있어서 다행”이라는 밝은 대답이 돌아온다. 그는 이미 ‘검은 꽃’, ‘사막의 붉은 달’, ‘춤놀이’ 등에서 안무 역량을 인정받았다. 이제 오랫동안 품었던, 대극장에서 내 작품을 올리고 싶다는 바람을 현실화하면 될 터. 물론 그게 가장 높은 관문이지만. “한 여인의 시간 여행이라는 흐름이 전체를 관통한다.”는 그는 “사랑스러운 소녀가 남성을 파멸로 이끄는 치명적인 아름다움의 팜므파탈로 변화하는 과정을 담았다.”면서 이야기를 술술 풀어냈다. 왜 ‘팜므파탈’일까. “무용극을 만들고 싶었고, 지금껏 드러내지 않았던 모습을 담길 원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도전과도 같은 무용극’이라는 접점에 팜므파탈의 이미지가 있었다. 공연은 총 3막으로, 그 안에 다양한 춤을 녹여냈다. 1막에서 신무용을 현대적으로 해석한 다채로운 춤을 보여 준다. 살풀이와 물동이 춤, 탈춤의 일부분인 취바리 춤, 남녀의 솔로 춤, 여성의 관능미가 돋보이는 군무, 천도무 등이 녹아 있다. 3막은 무용극이다. 오스카 와일드의 희곡 ‘살로메’를 기초로 했다. 세례자 요한에게 사랑을 거절당하자 헤로데 왕을 부추겨 그를 죽이도록 한 내용이다. “타락의 이미지를 확실하게 보여 주는 이야기라고 생각했다.”는 그는 “이야기는 알기 쉽게 풀어가면서 한국적인 춤을 관능적이고 강렬한 안무로 구성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무대가 독특하다. 요한을 감옥이 아니라 계단 위 수조에 가두고, 요한이 죽음을 맞이하는 장면에서 계단에서 물이 흐르도록 했다. 계단에 앉은 살로메가 그 물을 맞으며 요한의 죽음을 깨닫고 광란의 춤을 춘다. 장현수가 심혈을 기울이는 부분이다. 스트라빈스키의 ‘봄의 제전’(1막)과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오페라 ‘살로메’(3막)를 음악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1막과 3막을 이어주는 완충 역할로서 2막은 댄스컴퍼니 무이의 안무가 김성용이 준비한 현대무용이 들어간다. 장현수는 짐짓 비장한 표정으로 “어쩌면 평론가들이나 무용계 어르신들이 ‘저게 무슨 한국춤이냐’고 할지도 모를 일”이라고 했다. 그만큼 과감하게 그동안의 한국춤과 다른, 무엇인가를 보여 주려는 의지가 단단하다. “이번 공연은 일종의 시험대이기도 합니다. 제가 구상한 대로 나오면 희열을 느끼겠죠. 무엇보다도 그 희열이 관객에게도 전달될 수 있기를 바랄 뿐입니다.”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영화단신]

    CGV강남, 이달 한 달 ‘24시간’ 행사 CGV강남은 24시간 상영 론칭 기념으로 6월 한 달간 ‘24시간 잠들지 않는 영화관’ 행사를 개최한다. 심야 유동 인구가 많은 강남역 주변의 상권과 여름 피서기를 겨냥해 24시간 상영 체제를 갖춘다. 매일 자정 이후 방문하는 CJ ONE 멤버십 고객에게 티켓 발권 시 2000원 할인 혜택을 준다. 또한 6월 한 달간 매주 월요일 24시마다 6월 기대작을 무료로 만나볼 수 있는 ‘릴레이 자정 시사회’도 연다. CJ ONE 멤버십 고객 대상으로 6월 4일 ‘후궁’, 11일 ‘락아웃’, 18일 ‘미쓰GO’ 등이 상영된다. ‘혜화, 동’ 9일부터 일본 전역 개봉 독립영화 ‘혜화, 동’이 ‘짧은 기억’이라는 제목으로 9일부터 일본 전역에서 개봉된다. ‘혜화, 동’은 고교생 때 아이를 낳고 이별한 두 남녀가 5년 뒤 재회해 죽은 줄 알았던 딸을 만나 겪는 갈등과 화해를 그렸다. 독립영화 특유의 느린 서사와 배우들의 깊이 있는 감성 연기가 돋보여 화제를 뿌렸다. 일본 개봉에 앞서 공식 사이트 오픈과 함께 5일 일본 도쿄에서 열리는 시사회에는 민용근 감독의 무대 인사가 예정돼 있다. ‘혜화, 동’은 제36회 서울독립영화제 최우수작품상과 함께 주인공을 열연한 유다인이 제31회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 여자신인상을 수상했다.
  • [K-코믹스 신한류 이끈다] (7)리얼리즘을 말하다

    [K-코믹스 신한류 이끈다] (7)리얼리즘을 말하다

    ‘만화 같다.’는 말이 있다. 좋게 이야기하면 환상적이라는 뜻으로, 나쁘게 이야기하면 황당무계하거나 유치하다는 뜻으로 쓰인다. 만화 특유의 상상력이 강조된 말이기도 하다. 그런데 근대 만화의 뿌리를 더듬다 보면 18~19세기 유럽 풍자화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석판이나 동판에 계몽과 풍자를 담아낸 그림들이다. 원래 만화의 출발점이 ‘사실’에 기반을 두고 있다는 이야기다. 이러한 근대 만화는 시사만화, 풍자만화라는 이름으로 한반도에 상륙해 우리 만화 역사의 첫 장을 기록하기도 했다. 최근 들어 리얼리즘 만화가 K코믹스의 새로운 흐름으로 주목받고 있다. 상상이 아닌 현실을 이야기해도 충분히 재미있고 감동적이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리얼리즘 작품들이 줄을 잇고 있다. 물론 리얼리즘 만화는 교양·학습 만화, 웹툰 등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작은 틈새 시장이다. 하지만 우리 만화 생태계에 다양성의 저변을 넓히고, 오락·상업 위주로 성장한 만화에 예술성을 부여해 다른 예술 장르와 어깨를 나란히 하게 만들어 줄 분야로 만화계는 기대하고 있다. 서울신문과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이 공동 선정한 ‘한국 만화 명작 100선’ 중엔 허영만의 ‘오! 한강’, 이희재의 ‘간판스타’, 오세영의 ‘부자의 그림일기’, 장진영의 ‘삽 한자루 달랑 들고’, 최규석의 ‘공룡 둘리에 대한 슬픈 오마주’와 ‘100도씨’, 최호철의 ‘태일이’가 넓은 의미의 리얼리즘 만화로 분류된다. 신문 만평과 네 컷 만화 등 시사 만화가 오랫동안 현실을 반영해 온 것에 비해 긴 이야기 구조를 갖춘 서사 만화에서 리얼리즘이 본격적으로 싹을 틔운 것은 얼마 되지 않았다. 해외에선 퓰리처상에 빛나는 만화 ‘쥐’의 모태인 아트 스피겔먼의 ‘지옥별의 죄수’나 미국 언더그라운드 만화의 기수 로버트 크럼의 ‘로버트 크럼의 고백’ 등 1970년대 초 작품들을 리얼리즘 만화의 초기 형태로 본다. 이웃 일본 같은 경우에도 히로시마 원폭 피해 경험을 소재로 1973년 연재를 시작한 나카자와 게이지의 ‘맨발의 겐’이 대표적이다. 시기적으로 68혁명이나 전공투 운동 등의 역사 흐름 속에서 리얼리즘 만화가 태동했다는 분석도 있다. 국내에서는 1980년대가 출발점이다. 큰 갈래 가운데 하나가 1980년대 민중 운동 흐름 속에서 나왔다. 1982년 농촌 문제를 다룬 탁영호의 ‘학마을 사람들 이야기’가 기념비적인 작품. 이후 1980년대 중후반까지 노동 만화, 농민 만화, 빈민 만화 등이 꾸준히 등장했다. 다른 갈래는 제도권 만화의 몫이었다. 1980년대 이후 이현세와 허영만이 두각을 드러내며 표현에 있어 사실성을 가미한 극화 열풍이 거세게 불었다. 한 발 더 나아가 내용의 사실성과 사회적인 탐구, 현실 비판적인 내용을 담아내려고 하는 흐름이 형성됐다. 대표적인 작가가 이희재, 오세영, 박흥용, 백성민 등이다. 특히 이희재, 오세영 등은 월간 ‘만화광장’ 등 여러 성인 만화 잡지를 통해 사회성 짙은 단편들을 쏟아냈다. 1990년대 중반 단행본으로 출간된 ‘간판스타’와 ‘부자의 그림일기’는 이러한 단편들을 모은 것으로 국내 리얼리즘 만화의 이정표를 세웠다. 오락성에 치우쳤던 기존 만화와 달리 시대와 삶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녹여내고, 한편으로 새로운 만화 문법을 제시해 작가주의 작품, 예술 작품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원래 만화는 고급 엘리트 문화가 아니라 대중 문화로 출발했다. 그렇기 때문에 보통 사람의 이야기를 담아 내는 것은 애당초 당연한 요구라고 할 수 있다.”(위원석 휴머니스트 편집 주간) 1990년대 들어서는 동구권이 몰락하는 등 사회가 변화하고 상업 만화가 정점을 찍으며 리얼리즘 만화는 흐름을 계속 이어가지 못한다. 대신 해외 리얼리즘 만화 걸작들이 속속 소개되는 한편 만화 예술 운동을 내세운 언더그라운드·독립 만화가 등장하며 다음 시기를 위한 발판을 준비했다. 2000년대, 특히 2000년대 중후반 들어 리얼리즘 만화가 다시 꽃을 피운다. 강풀의 ‘26년’과 최규석의 ‘100도씨’ 등 사실과 허구를 섞은 팩션 만화에서부터 어두운 현대사를 조명하는 역사 만화(정경아 ‘위안부 리포트’, 박건웅 ‘노근리 이야기’ 등), 개인적인 경험을 통해 사회적인 메시지를 주는 자전 만화(오영진 ‘보통시민 오씨의 북한체류기’, 고영일 ‘푸른 끝에 서다’ 등) 등으로 범주도 다양해졌다. 김홍모를 비롯한 여러 작가들이 참여한 ‘내가 살던 용산’, 김수박의 ‘사람 냄새’ 등 사회 이슈를 직접 발로 뛰며 취재해 만화로 옮기는 다큐멘터리(르포) 만화도 나왔다. 리얼리즘 만화가 재도약하고 있는 이유는 우선 1980년대 우리 만화 붐을 청소년기에 경험했던 세대가 성장해 만화 시장에서 주요 소비층이 됐다는 점에서 찾을 수 있다. 이제 30~40대가 된 독자 사이에 진지한 만화를 보고자 하는 수요가 있다는 것이다. 또 한편으론 2000년대 들어 정치 지형도가 바뀌면서 정치적 피로감과 무력감을 해소하는 미디어들이 예전만큼 다양하지 않은 상황도 한몫했다. 기존 미디어에서 균형감 있는 소통이 부족하다 보니 하위 문화인 만화로 소통에 대한 요구가 쏠렸다. 창작자들의 발언 욕구도 강화됐다. 1980년대 리얼리즘 만화가 일부 선구자들이 이끌고 가는 것이었다면 요즘 리얼리즘 만화의 창작 지형은 보편화됐다. 1인 미디어 시대의 흐름을 타고 창작자들이 만화를 통해 사회에 말하고 싶은 바를 전달하려는 분위기가 이뤄진 것. 가장 신세대적인 분야로 여겨지는 웹툰도 예외는 아니다. 오늘날 우리 사회의 모습을 동물에 빗댄 윤필의 ‘야옹이와 흰둥이’는 리얼리즘 우화의 수작으로 손꼽힌다. 또 웹툰 특유 ‘병맛’ 작품을 그렸던 이경석도 최근엔 진지한 리얼리즘 단편을 그려내기도 한다. 젊은 작가군도 사회에 대한 인식과 감각이 높아졌다는 방증이다. “지금 우리 주변에는 자본과 기득권의 시선에서 바라본 현실이 많이 유포되고 있는데 이와는 다른 시선에서 사회와 진실을 바라보는 노력들도 필요하다. 그러한 의미에서 리얼리즘 만화, 다큐 만화가 지속돼야 한다.”(박인하 청강문화산업대 교수·만화평론가) 리얼리즘 만화의 숙제는 확연하다. 일부 성공 사례들도 있지만 지속 가능한 창작 활동을 담보하기에는 아직 전체 시장이 여물지 않았다. 독자에게 소비되고 또 이를 통해 얻은 이익이 다시 창작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기가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만화계에서는 크게 두 가지를 생각하고 있다. 우선 리얼리즘 만화의 외연을 넓히는 것이다. 사회 참여적인 소재나 내용을 유지하되 주요 타깃인 성인 독자층의 정보 교양에 대한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역사나 인문 소재와의 접목도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또 리얼리즘 만화 자체가 상업·오락 만화의 대안으로 출발한 점을 고려하면 산업이라는 테두리를 벗어나 문화 운동, 예술 운동 차원의 협동조합 등 자본으로부터 독립된 창작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리얼리즘 만화가 새 시장을 만들었지만 아직 만족할 수 있는 시장이 된 것은 아니다. 만화 전체 시장의 위축 속에서 틈새 역할은 충분히 한 만큼 이를 지속시키기 위해 확장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박석환 한국만화영상진흥원 팀장·만화 평론가)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한국詩, 佛 감성 적신다

    대산문화재단은 프랑스 시 전문지 ‘포에지’를 지원해 한국시 특집호를 발간했다고 지난달 31일 밝혔다. 이를 기념한 한국시 낭독회가 대산문화재단과 ‘포에지’의 공동 주최로 프랑스와 스위스 등에서 네 차례 열린다. ‘포에지-한국’(Po&sie-Coree)을 제목으로 프랑스에서 발간된 특집호는 현존하는 한국 시인들의 시를 소개한 1부와 한국의 시, 예술, 문화를 소개하는 평론을 모은 2부로 꾸며졌다. 여기에 소개된 한국 시인은 모두 27명이다. ‘자유’라는 주제로 박이문·고은·정현종·문정희·조정권, ‘투쟁’이라는 주제로 황지우·이성복·김혜순, ‘삶’이라는 주제로 황인숙·송찬호·박상순·허수경·성기완·김행숙·이원의 시를 소개했다. 또 ‘변화’라는 주제 아래 이기성·진은영·황병승·심보선·이준규·강정·하재연·오은, ‘만남’이라는 주제로 이가림·최동호·곽효환·김경주의 시를 수록했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故권정생 작가의 따스한 이야기들

    동화작가 권정생(1937~2007)의 작고 5주기를 맞아 ‘빌뱅이 언덕’(창비 펴냄)이 나왔다. 경북 안동에 있는 빌뱅이 언덕은 고인이 1983년 여름 ‘몽실언니’ 계약금으로 지은 오두막집이 있는 곳으로, 2007년까지 이곳에 살았다. 산문 43편과 시 7편, 동화 1편이 있다. 1부는 자전적 이야기, 2부와 3부는 각각 1990~2000년대, 1970~1980년대에 발표한 글들이다. 권정생어린이문화재단과 출판사는 ‘오물덩이처럼 딩굴면서’(1986년 출판 후 절판)에 실린 내용 중 일부를 찾아 넣기도 했다. 책으로 위로받은 6·25전쟁 시절을 떠올리고 친절을 베푼 사람들은 따뜻한 동화 주인공으로 되살려냈다. ‘김 목사님께’로 시작해 ‘다시 김 목사님께 2’로 이어지는 산문에서는 더 많이 차지하고 더 많이 욕심 부리고 더 많이 소비하는 우리 사회에 일침을 가한다. 문학평론가 염무웅은 발문에 “가난과 질병을 벗어난 적이 없으되 자기 몸을 돌보는 일보다 자연을 사랑하고 약자를 대변하는 일에 70년 생애를 바쳤던 그의 삶이야말로 아무도 흉내 낼 수 없는 위대한 유산”이라고 했다. 신간은 그 ‘유산’의 바탕을 짐작하게 한다.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YS·DJ 정권의 ‘언론관과 功過’ 현장 리포트

    “방송 매체들은 대통령 후보자와 유권자 사이의 소통 도구로서, 참된 민주주의로 전진하느냐 아니면 특정 정당이나 특정 후보의 기득권을 유지하고, 정권 재창출의 선전홍보 도구로 동원되느냐 하는 기로에 서 있다.” “언론은 제자리로 돌아와 새로 탄생하는 권력집단이 독선을 자행하지 않도록 감시, 비판함으로써 국민에 대한 공공서비스의 고삐를 새삼 가다듬어야 하겠다.” ‘양김시대 한국언론’(시간의 물레)은 30여년 동안 언론 현장을 지켜보고, 지켜온 원로 언론학자 유일상(건국대 교수)의 현장 리포트이자 언론 비평서다. 책 제목처럼 민주화 운동이 전개된 1990년대 초 김영삼의 ‘문민 정부’ 출범 전후로부터 2002년 말 김대중의 ‘국민의 정부’ 때까지가 시대적인 배경이다. 그 10여년 동안 언론에 대한 조언과 충고, 격려와 질타를 가리지 않고 쓴 글들에다 소논문 성격의 글들을 하나의 책으로 묶었다. 1부는 ‘양김 각축시대’, ‘문민정부시대’, ‘국민의 정부시대’ 등 시기별로 시사 칼럼과 단평을 정리했다. ‘KBS인들 지금 무엇을 할 것인가.’ ‘김현철씨 한겨레 제소의 언론 법제적 논의’, ‘언론개혁과 서울신문의 거듭남’ 등은 우리 언론인들이 무엇을 위해 고민하고 분투했는지를 돌아보게 하는 한국 언론사의 한 장을 이룬다. 당시 사례에 대한 저자의 분석과 평가는 현재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는 MBC, 국민일보 등의 파업사태를 어떻게 보고, 풀어내야 할지에 대한 통찰력과 준거의 틀을 준다. 1990년대를 시작하던 당시 언론상황이 결코 어제 일만은 아님을 저자는 보여준다. 경비원의 경호 속에 사장실에 들어가야 했고, 간부사원들만을 모아 취임식을 치렀던 1990년 당시 한 KBS 사장의 이야기는 지금도 한국의 방송사에서 되풀이되고 있는 일임을 새삼 되새기게 한다. 2부에선 ‘김영삼정부의 언론정책의 초기주문’, ‘광고윤리와 사회적 책임’ 등 본격적인 언론 평론을 실었다. 당시 대통령과 정권의 언론정책과 언론관, 언론 쟁점들이 드러난다. “법률이 정의를 위해 복무하지 않으면 불법이 되어 정당한 저항권을 낳고 법적 안정성을 해친다.”는 독일 법철학자 구스타프 라트부르흐의 말을 인용한 당시 언론상황에 대한 저자의 일갈과 비평들은 ‘법의 이름’으로 벌어져온 황당함과 부조리에 맞서느라 쉽지 않던 세월을 견뎌야 했던 한 언론학자의 외침이기도 했다. 저자는 책머리에서 “올 12월이 보수와 진보가 겨루는 대선이 있다는 점에서 독자들이 옛날 그맘때를 살았던 선배와 언론의 공과를 재점검하고 역사적 기억을 되새기는 가운데 현명한 선택을 위한 유용한 지식과 정보를 얻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1만 6000원. 이석우 선임기자 jun88@seoul.co.kr
  • 제 ‘本心’ 좀 읽어주세요 신춘문예 ‘본심’서 정말 낙방할 만했는지…

    본심(本審)에서 떨어진 작품이기도 하고 본심(本心)을 드러낸 작품이기도 하다. 단편소설 7편이 인간의 본심에 대한 이야기라는데 실은 작가의 본심에 가깝다. “어디, 정말 떨어질 만했는지 여러분의 평가를 기다립니다.”라는, 기대이거나 혹은 도발이다. 지난해 ‘나의 토익 만점 수기’로 중앙장편문학상을 받은 작가 심재천(35)은 2008년부터 2011년까지 신춘문예와 문예지에 공모했던 작품을 묶어 ‘본심’(웅진지식하우스 펴냄)을 펴냈다. 이 책을 일종의 ‘오답노트’라고 규정한 작가는 “소설을 써 볼 생각이 들 때 이 소설집을 기출문제집으로 삼아 달라.”고 했다. “나처럼 스승 없이 혼자 방에 틀어박혀 쓰고 있는 누군가에게는 참고가 될 것”이라는 것이다. ‘무산됐다’는 속어를 써서 ‘나가리들’과 ‘완전 나가리’로 나누었다. ‘완전 나가리’에 있는 단 한 편을 빼고는 6편이 본심에 올랐거나 ‘근처까지 간’ 단편들이다. 작가에게 “붙을 만하다고 생각한 작품을 꼽아 달라.”고 했더니 주저 없이 ‘산’을 꺼내든다. “폭력에 정면 대응하는 것 대신 자신을 성숙시키고 초탈하는 모습을 그려 봤는데 그 메시지가 심사위원들에게 닿지 않았나 보다.”라고 자평했다. ‘산’의 화자는 인간인지 산인지 알쏭달쏭한 ‘나’이다. 개를 묻고 사람을 묻고 사람들이 버린 집을 묻으면서 산을 차곡차곡 쌓았다. 흙 사이로 빠져나온 등이 볼록한 소년 모와 친구가 되고, 잃어버린 집을 찾아온 여자의 치마 밑에서 나온 ‘아야’라는 아이와 가까워졌다. 동쪽과 서쪽에서 온 군대에 위협당하고 급기야 모가 총에 맞아 죽었지만 ‘나’는 그들을 묻어 버리지 않는다. 대신 “더 높이 올라”가면 된다면서 흙을 얹고 산을 키웠다. 단문을 효과적으로 나열하면서 이야기를 몰아가는 게 매력적이다. 사회와 삶을 바라보는 작가의 철학을 고고한 산으로 대체해 풀어낸 알레고리가 돋보인다. 하지만 심사위원들에게는 다소 “느슨하고 도식적”으로 느껴지거나 “지나치게 단순”하게 비쳐 낙방했다. 마약과 폭력에 찌든 삶을 살던 주인공이 도피처를 찾다가 친구가 일하는 한국으로 흘러와 고급 세단을 타는 인기 영어 강사가 됐다. 영어만 하면 누구든, 현지에서 무슨 짓을 했든 상관하지 않고 우러러보는 현실을 풍자한 ‘잉글리시 티처’는 꽤 흥미롭다. 하지만 표현이 극단적이고 거칠어 뒷맛이 씁쓸하다. 덜 ‘근엄한’ 문학상에 도전했다면 가능성이 있었을까. 어찌 생겼는지 모를 권총 한 자루 때문에 평범한 직장인이 내재된 폭력성을 발견하게 되는 ‘베레타’, TV만 보면 눈에서 피를 흘리는 인턴 사원 민수가 주변 사람들이 TV 속으로 사라지는 모습을 관찰하는 ‘드라마틱’은 소재 자체가 독특하다. 개연성이 부족한 감이 있다. 그래서 안된 것일까. 책 뒤에 ‘정답’이 있다. 작가가 심사위원들에게 일일이 허락을 받아 수록한 심사평들이다. 소설이 떨어질 만했는지, 문단에서 내로라하는 작가와 평론가들이 내놓은 심사평이 적절했는지 여러 각도로 돌려 보는 재미가 있다.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이용철의 영화만화경] ‘더 스토닝’

    [이용철의 영화만화경] ‘더 스토닝’

    1986년, 프랑스 언론인 프리든 사헤브잠은 이란 국경을 향하던 중 자동차에 문제가 생겨 시골마을에 머물게 된다. 그에게 한 여인이 접근해 “그냥 묻혀선 안 될 사연이 있다.”고 말한다. 처음엔 그녀를 미친 사람으로 생각했던 사헤브잠은 진지한 태도에 이끌려 증언을 녹음한다. 그녀는 전날 투석형으로 목숨을 빼앗긴 조카 사라야에 대한 믿기 어려운 이야기를 전한다. 사라야는 두 아들과 두 딸을 둔 엄마였다. 어린 소녀와 재혼하고 싶은 남편 알리는 사라야가 이혼을 거부하자 간통의 음모를 꾸민다. 남편은 마을의 지도자들을 꼬드겨 투석형을 이끌어 내고, 두 아들을 포함한 마을 남자들도 그의 편에 선다. 두 딸과 행복하게 살기를 꿈꾸었던 여자는 억울하게 땅속에 묻힌다. 무시무시한 영화다. 사라야는 양손이 묶이고 하반신이 파묻힌 채 사람들이 던지는 돌을 몸으로 받다 죽는다. 그걸 보는데 어찌 괴롭지 않겠나. 반쯤 목숨을 잃은 그녀의 희번덕거리는 눈동자를 보느니 차라리 눈을 돌리고 싶다. 그녀가 마지막으로 힘겹게 내쉬는 숨소리를 듣느니 그냥 귀를 막고 싶다. 그러나 불의에 희생당하는 인간의 모습을 부릅뜬 눈으로 보기를 권한다. 그것이 ‘더 스토닝’을 보는 사람이 지킬 예의다. ‘더 스토닝’이라는 영화로부터 자유로운 사람은 드물 것 같다. 최소한 한국에서는 그러하다. 한낱 권력에 굴복당해 불의에 침묵한 적이 있다면, 대중의 힘에 취해 다수의 미치광이 놀음에 동참한 적이 있다면 ‘더 스토닝’은 잃어버린 양심과 정의를 되찾을 기회를 제공한다. 실화를 옮긴 책에 바탕을 둔 ‘더 스토닝’은 조심스럽게 읽을 필요가 있는 영화다. 이란에서 일어난 이야기를 프랑스인의 글을 빌려 담고 있으나 영화를 제작한 곳은 미국이며, 시간적 배경은 호메니이가 왕국을 뒤엎고 이슬람 혁명을 벌이던 때다(종교 감독관을 두어 율법이 제대로 시행되는지 감시하던 때와 지금은 형편이 다르다). 이슬람 문화에 적대적인 미국에서 제작됐다는 사실과 시대적 배경을 느슨하게 현재인 것처럼 꾸며 놓은 점은 반칙으로 느껴진다. 한 편의 영화가 상대편 문화와 사회를 야만적이고 폭력적으로 여기게 할 여지를 제공한다면, 그 영화는 공평하게 게임을 한다고 볼 수 없다. ‘더 스토닝’은 시간적 배경을 보다 명확하게 밝혔어야 했으며, 투석형이 ‘일부 지역에서’ ‘여전히 벌어지고 있다.’고 말하는 데 있어 후자를 강조하는 뉘앙스를 눌렀어야 옳았다. 형벌이란 한 사회가 유지되도록 돕는 토대 중 하나다. 투석형을 보며 두려움에 떨게 함으로써 ‘더 스토닝’은 이슬람 문화에 대한 근원적 공포를 심는다. 극 중 여자들은 수많은 권리를 박탈당한 채 살고 있으며, 투석형이라는 형벌이 진행되는 과정은 눈살을 찌푸리게 할 만큼 지독하다. 하지만 이슬람교가 불관용의 문화와 사회를 낳았다고 함부로 재단할 권리는 우리에게 없다. 설령 비판하더라도 일방적인 근거만을 바탕으로 삼아서는 곤란하다. 할리우드 영화가 특히 이슬람 문화를 다룰 때 발생하는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바른 읽기가 요구되는 상황이다. ‘더 스토닝’은 바르게 읽을 때 훌륭한 작품이다. 흥미로운 이야기를 거꾸로 읽어 ‘이란은 살기에 무서운 괴상한 사회다.’라는 편견을 낳는다면 그거야말로 최악이다. 14일 개봉. 영화평론가
  • [부고] 日 ‘독립영화 대부’ 신도 감독

    [부고] 日 ‘독립영화 대부’ 신도 감독

    인간의 본성을 직설적인 화법으로 그린 일본 독립영화계의 대부 신도 가네토 감독이 노환으로 도쿄 자택에서 별세했다고 AFP통신이 3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100세. 1934년 신흥키네마에 입사한 그는 미조구치 겐조 감독 아래서 미술 보조 일을 하다 독학으로 시나리오를 공부하기 시작했으며 200여편의 시나리오를 썼다. 1947년에 쓴 ‘안도가의 무도회’로 영화 잡지 기네마준보 평론가상을 수상하면서 전문 감독으로서의 길에 접어들었다. 신도 감독은 1950년 독립영화제작사의 선두주자인 근대영화협회를 설립하고 그 다음 해 자신의 첫번째 부인을 위해 만든 ‘애처이야기’라는 영화를 통해 감독으로 데뷔했다. 특히 원자폭탄으로 파괴된 고향 히로시마의 비극상을 그린 영화 ‘원폭의 아이’가 1953년 프랑스 칸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되면서 국제적으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신도 감독은 22세에 영화계에 입문한 이후 78년간 현역으로서 영화제작에 식지 않는 열정을 보여왔다. 1961년 연출한 ‘벌거벗은 섬’으로 모스크바 국제영화제에서 그랑프리를 수상한 그는 99세가 되던 지난해 ‘한 장의 엽서’로 도쿄국제영화제에서 심사위원특별상을 수상하면서 노익장을 과시했다. 조희선기자 hsncho@seoul.co.kr
  • [문화마당] 병사의 귀환/조혜정 중앙대 예술대학원 교수·영화평론가

    [문화마당] 병사의 귀환/조혜정 중앙대 예술대학원 교수·영화평론가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강제규 감독, 2004년)는 유해 발굴 장면으로부터 시작한다. 흙 속에 묻혀 있는 유해를 찾아내 흙을 털고 조심스럽게 정리하는 모습, 유해와 함께 찾아낸 유품 위에 하얀 국화꽃을 얹는 모습이 영화 메인테마 음악의 유려하지만 구슬픈 가락에 힘입어 숙연함을 더한다. 비록 전쟁을 직접 체험하지는 않았으나, 나라를 위하여 싸우다 묘비도 없이 어느 산하에 묻혀 있을 고혼(孤魂)들을 생각하면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한국전쟁으로 전사한 병사 중 13만명의 시신이 아직 수습되지 않은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2000년 ‘6·25 전사자 유해발굴사업’이 시작된 이래 현재 약 3% 정도의 유해만이 발굴된 상황으로, 시간이 많이 흘러 어려움이 크다고 한다. 그렇지만 “마지막 한 분의 유해를 찾을 때까지 사업을 계속 추진해야 합니다. 전사자 유해발굴사업은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 모두의 영원한 책무이기 때문입니다.”라는 국방부(홈페이지)의 결기 어린 문구는 이 사업에 임하는 자세를 보여주는 듯해 작으나마 위안이 되었다. 얼마 전 한국전쟁 전사자 12구의 유해가 송환되어 유해발굴사업의 의미를 다시 새기게 되는 계기가 있었다. 5월 25일 서울공항에 12구의 한국전쟁 전사자 유해를 실은 비행기가 도착했고, 이 자리에는 대통령과 국방부장관 등 고위인사가 참석해 봉환된 전사자 유해에 대해 최고의 예우를 갖추며 맞았다는 소식이었다. 엄밀히 말해서 이번 유해 봉환이 가능하게 된 것은 미국의 힘 덕분이라고 하겠다. 전사자들은 전쟁 당시 국군으로 입대해 미군에 배속되었던 카투사(KATUSA)였다. 미국은 2000년부터 2004년 사이 함경남도 장진호 주변지역에서 유해를 발굴, 미국 합동전쟁포로실종자확인사령부(JPAC)에서 신원확인 작업을 진행했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12구의 시신이 아시아계로 밝혀지고 우리 국방부와의 합동감식 결과 한국군임이 확인된 것이다. 미국영화를 보면 종종 전사한 미군병사의 유해 봉환 장면이 나온다. 성조기 혹은 파란 천이 덮인 관이 운구되는 장면에서 병사들의 절도 있는 동작과 최고의 예우는 늘 그 장면에 엄숙함과 경건함의 분위기를 입혔다. 미국영화가 국가 이데올로기를 전파한다는 식의 지적이야말로 상투적으로 느껴질 만큼 미국영화의 프로파간다는 널리 알려진 것이지만, 그럼에도 이 장면을 볼 때의 엄숙함과 경건함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았다. 아울러 그들이 자국의 병사를 항상 기억하고 있다는 사실이 많이 부러웠다. ‘조국은 당신을 잊지 않는다.’(You are not forgotten), ‘한 사람의 병사도 적진에 남겨두지 않는다.’(Leave no man behind)’, ‘그들이 집으로 돌아올 때까지’(Until they are home)를 모토로 하고 있다는 JPAC의 활동은 그런 점에서 미국에 대한 부러움을 더욱 자아내는 작용을 한다. 조국을 위하여 목숨 바친 이들의 고귀한 희생정신의 토대 위에 미국이라는 나라가 건재할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이것이 비단 미국영화의 국가이데올로기 전파에 의해 형성된 가치라 하더라도, 유난스러울 만큼 철저한 자국민 보호주의에 대해서는 경탄과 부러움이 절로 나오는 것이 사실이다. 국지전과 전면전을 포함, 어쩌면 지구상에서 가장 많은 전쟁을 수행하고 참전하는 나라가 미국일진대, 이처럼 철저하게 자국민을 보호하고 자국의 병사에 대해 배려하고 존중하는 것이 미국을 지탱하는 또 하나의 힘이 아닐까. 이제 6월이 된다. 6월은 ‘호국보훈의 달’이다. 현충일과 한국전쟁 발발일 등이 있는 6월은 조국을 수호하다 희생된 선열과 병사들을 추모하며 기억하는 달이다. 그분들이 있어 지금의 우리가 있고 나라가 건재할 수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62년 만에 고국으로 돌아온 병사의 귀환을 보며 나라를 위해 고귀한 목숨을 바친 분들을 다시 생각해 본다.
  • 상임위·소위통해 충분한 협의… 투표때 당론 강요 말아야

    상임위·소위통해 충분한 협의… 투표때 당론 강요 말아야

    ‘파행·폭력·불량’…18대 국회가 남긴 많은 오명 뒤에는 여야의 ‘당론’이 자리 잡고 있었다. 쟁점 법안을 두고 여야가 강제적 당론을 고집하다 보니 충돌은 늘 예정된 수순이었다. 2008년 12월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에서 시작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갈등은 지난해 11월에야 종지부를 찍었다. 4년 가까이 시간을 끌었지만 결과는 새누리당의 강행처리였고 야당은 이를 막기 위해 해머·전기톱·최루탄까지 들고 나왔다. 여야 당론의 ‘중간’은 없었다. 극한 대립을 막아 보자며 여야 의원들 일부가 모여 한·미 FTA가 발효되는 즉시 투자자국가소송제(ISD) 존치 여부를 협상하자는 내용의 중재안을 제시했지만 각당 지도부가 용납하지 않았다. 비준안이 통과되자 민주당은 한·미 FTA 무효화 결의안을 당론으로 채택했다. 2009년 초 미디어법이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에 상정된 뒤부터 문방위는 여야 의원들의 전장이 됐다. 상임위 회의장에서 점거농성이 벌어졌고 그나마 회의가 열리면 신문·대기업의 방송지분 소유 문제를 두고 의원들은 각당의 입장만 되풀이했다. 7월 본회의를 일주일 앞두고 당시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당론에 반대되는 의사를 내세우자 한나라당은 그제서야 급히 수정안을 만들었다. 이어 7월 22일 박 전 대표의 입장이 반영된 미디어법을 날치기 통과했다. 세종시 수정안은 17대 국회에서 정해졌던 당론이 여당 내 분열을 심화시킨 계기가 됐다. 2005년 17대 국회에서 정해진 세종시법을 2010년 정부가 백지화하려 하자 친이계와 친박계가 첨예하게 대립했다. 17대 국회의 당론을 변경하는 절차를 밟을 것인지, 세종시 수정안 자체로 새로운 당론을 채택할 건지를 두고 4개월 남짓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이 같은 국정현안뿐 아니라 교육·복지 등 사회분야에도 어김없이 당론이 정해졌다. 민주당에서 전 계층 100% 무상보육, 반값등록금 등을 당론으로 정하면 한나라당에서는 이와 배치되는 입장을 냈다. 6·2 지방선거에서 교육의원을 어떻게 선출할지를 두고도 여야 당론이 어긋나 교과위가 파행하기도 했다. 전문가들도 독립된 헌법기관인 국회의원이 당 지도부의 의견에 휩쓸리는 강제적 당론은 지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조정관 전남대 교수는 29일 “우리 국회에서 당론이라는 것은 당 지도부와 여당에서는 대통령, 야당은 다음 대권 주자들의 일방적인 의견에 휘둘리는 경우가 많다.”면서 “국회 상임위나 소위원회를 통해 여야가 충분히 토론을 거쳐 합의를 이루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고 각당에서도 투표에 한해서는 당론을 강요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시사평론가 김종배씨는 “당 지도부의 의견을 두려워하는 것은 결국 공천이 걸려 있기 때문이고, 자유투표는 제도의 문제이기 이전에 의지의 문제”라면서 “당의 정체성과 직결된 문제는 당론을 정하되 나머지는 자유롭게 열어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허백윤·송수연·최지숙기자 baikyoon@seoul.co.kr
  • 조계종 20대 출가자 ‘수혈’ 나서

    ‘오늘을 살아가는 청년들이 주인된 삶을 살아갈 수 있는 길은’ 조계종이 출가학교를 운영한다. 7월 1일부터 8박9일간 전남 해남 미황사에서 20대 청년들을 대상으로 개설하는 ‘단기 출가학교’(학교장 법인 스님). 종전 자발적 출가에만 기대던 소극적 출가를 탈피해 적극적으로 출가자를 영입하는 첫 시도여서 주목된다. 참가비 전액을 종단이 지원하는 출가학교는 젊은 세대들에게 불교가 새로운 사상과 대안임을 제시하고, 출가 수행에 대한 바른 안내를 통해 자신의 삶으로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자리. 스님의 일상을 피상적으로 경험했던 종전의 프로그램과는 크게 다르다. 우선 참가자들은 8박9일 동안 지도법사의 강의와 함께 예불 참선, 사경 수행, 운력, 산행, 108배 등 스님의 일상을 경험하게 된다. 그러면서 ‘부처님의 삶’과 ‘깨어 있는 삶’, ‘자유로운 삶’, ‘내려놓는 삶’ 등을 주제로 몸과 마음을 다스리는 법을 배우게 된다. 도법(자성과쇄신결사추진본부장)·용타(행복마을 이사장)·혜민(미국 뉴햄프셔대학 교수)·자현(월정사) 스님과 조성택 고려대 교수, 고전평론가 고미숙씨가 교수로 참여한다. 교육부장 법인 스님이 학교장을, 미황사 주지 금강 스님이 각각 지도법사를 맡아 학교에 상주해 지도한다. 법인 스님은 “조계종 출가학교는 출가에 대한 참된 발원과 원력을 가진 분들에게 바른 출가의 길을 안내하기 위해 마련된 프로그램”이라고 밝혔다. 출가학교 프로그램에 참가하려면 조계종 홈페이지(www.buddhism.or.kr)에서 신청서류를 다운받아 6월 22일까지 접수하면 된다. (02)2011-1803. 한편 조계종 승가교육진흥위원회는 다음 달 14일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국제회의장에서 ‘출가제도 개선과 출가자 활성화 방안을 위한 공청회’를 열어 출가제를 바꾸기 위한 여론을 수렴한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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