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평론
    2026-06-20
    검색기록 지우기
  • 수칙
    2026-06-20
    검색기록 지우기
  • 결의
    2026-06-20
    검색기록 지우기
  • 소화
    2026-06-20
    검색기록 지우기
  • 출하
    2026-06-20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12,590
  • “낮은 자세로 독자에 더 가까이 다가갈 것”

    “낮은 자세로 독자에 더 가까이 다가갈 것”

    “젊은 작가들의 창구로, 독자와는 더 가까이.” 계간 ‘창작과비평’이 창간 50주년을 맞아 변화에 나선다. 20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의 한 식당에서 기자들과 만난 한기욱 창비 신임 주간(문학평론가·인제대 교수)은 “지난해 신경숙 작가 표절과 문학권력 논란은 창비에 시련이자 성찰의 계기가 됐다. 앞으로 낮은 자세로 작가, 독자와 소통하는 밑으로부터의 문학 활성화를 꾀해 한국 문학을 위해 헌신하겠다”고 밝혔다. 책과 독자와의 거리를 좁히기 위해 창비는 세교연구소와 공동으로 ‘창비학당’을 세운다. 문학, 인문사회, 예술 분야의 전문가와 석학들이 일반 독자들을 대상으로 강의하는 대중 교육 기관으로 다음달 문을 연다. 서울 서교동에 위치한 창비 서울 사옥에서 분기별로 10여개의 강좌를 진행하며 오는 7월부터는 온라인 강좌도 마련한다. 강일우 창비 대표는 “작년에 문학의 위기라는 말이 지배적이었는데 우리는 문학, 출판 사업의 미래를 밝게 본다”면서 “문학의 비중을 강화하고 전문 필자들이 강의하는 대중 교육 기관을 통해 저자와 독자가 소통하는 기회를 활발히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젊은 문예지’도 올 하반기에 새로 창간한다. 40~50대 편집진으로 구성된 계간 창비와 별도로 시인, 소설가, 문학평론가로 이뤄진 4~5명의 젊은 편집위원들이 편집권을 갖는 독립 잡지를 내겠다는 것이다. 한기욱 주간은 “기존 계간 창비는 문예지와 정론지를 겸하기 때문에 최근 다양한 문학 조류를 담아내는 데 한계가 있었다”면서 “시대 현실에 대한 고민을 발랄한 어법에 녹여 대중과 소통하는 젊은 창작자들을 위한 발표 공간이 충분치 않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창비와 함께 문단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겠다”고 했다. 창비는 또 올해 ‘창비시선 400번’ 발간을 기념해 한국 대표시와 창비시선 전 400권이 포함된 ‘시(詩) 앱’을 하반기 선보일 예정이다. 젊은층에 문학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한 고육지책인 셈이다. 1966년 1월 132쪽의 작은 책자로 처음 독자와 만난 계간 창비는 1980년 폐간, 1985년 출판사 등록 취소, 1988년 복간 등의 부침을 겪으며 국내 지성계를 대표하는 문예지이자 정론지로 자리매김했다. 강 대표는 “앞으로도 50년간 지켜온 기조를 유지하며 사회적 현안과 민중의 삶에 열려 있는 문학 담론으로 신선하고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설명했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영화 多樂房] ‘아버지의 초상’

    [영화 多樂房] ‘아버지의 초상’

    영화는 한 남자가 직업교육기관 직원과 말다툼을 벌이는 것으로 시작된다. 전 직장에서 부당 해고를 당한 후 몇 개월 동안 기관에서 기술 교육을 받아 왔지만, 취업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것으로 밝혀졌으니 시간만 낭비했다는 것이다. 실업급여가 끊기기 전에 재취업해야 하는 급박한 마음, 잘못을 인정하면서도 책임은 지지 않으려 하는 직원의 언쟁이 영화의 서두를 묵직하게 누른다. 마주 앉은 두 사람은 편집 없이 카메라의 패닝을 통해 번갈아 화면에 등장하는데, 이 원 신 원 컷(one scene one cut)의 롱테이크가 끝나면 ‘아버지의 초상’이라는 타이틀이 뜬다. 영화 전체의 프리뷰라고도 할 수 있는, 형식과 주제가 집약적으로 들어 있는 오프닝이다. 아내와 아들의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주인공 티에리의 구직 과정은 험난하기만 하다. 그는 가장이라는 이름 아래 모든 자존심을 내려놓고 재취업을 위해 노력한다. 그러나 나이도 많고 화려한 경력도 없으며 사교성도 모자란 그에게 되돌아오는 것은 대부분 부정적이고 신랄한 평가뿐이다. 갖가지 역경을 딛고 겨우 대형 마트에 취업한 티에리의 모습은 이제 직장을 배경으로 다시 스케치되기 시작한다. 영화는 여기서부터 좀더 명확하게 한 개인의 비애에서 일반 노동자의 삶으로 그 주제를 넓힌다. 저마다 어려운 사정을 가진 마트 직원 대부분은 티에리처럼 평범하고 선량한 노동자다. 그러나 고객뿐 아니라 직원들의 일거수일투족까지 감시하고 있는 수많은 폐쇄회로(CC)TV, 그 작은 카메라들은 감원에 혈안이 되어 있는 사장의 눈처럼 매섭고 차갑기만 하다. 매일같이 진상 고객을 상대해야 하는 고단함, 동료 잘못을 들춰내야 하는 자책감과 압박감을 견뎌내면서 티에리는 그렇게, 자신이 아버지임을 천명한다. 다르덴 형제의 후계자로 불리는 스테판 브리제 감독은 갑갑한 현실 속의 티에리를 다양한 형식을 통해 표현하고 있는데 특히, 오프닝과 마찬가지로 상당수 장면에서 현실의 시간과 영화의 시간을 동일하게 맞춤으로써 감정이 고조되는 과정을 치밀하게 그린 점이 눈에 띈다. 또한 인물을 가능한 한 큰 사이즈, 즉 웨이스트 샷 이상으로 촬영해 화면을 부러 답답해 보이도록 한다든가 핸드 헬드 카메라의 다양한 진폭을 사용해 매 신마다 조금씩 달라지는 주인공의 상황 및 기분을 세밀하게 묘사한 점 등에서 단단한 연출력을 엿볼 수 있다. 티에리 역의 뱅상 랭동이 칸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수상할 수 있었던 것은 연기력은 물론이요, 이러한 영화적 장치가 뒷받침되어 있기 때문이다. 김훈 작가는 산문집에서 노동에 대해 “아, 밥벌이의 지겨움!! 우리는 다들 끌어안고 울고 싶다”고 썼다. 브리제 감독은 그것은 어디서나 마찬가지이며 ‘아버지의’ 밥벌이는 한층 고독하고 눈물겹다고 말한다. 지금도 가족을 생각하며 질척한 삶을 견디고 있는 모든 가장들에게 헌정하고픈 작품이다. 12세 관람가. 오는 28일 개봉. 윤성은 영화평론가
  • ‘말러의 거장’ 새해 첫 작품은 거인

    ‘말러의 거장’ 새해 첫 작품은 거인

    임헌정의 ‘거인’이 온다. 국내 최초로 구스타프 말러 교향곡 전곡을 지휘하는 대장정으로 ‘임헌정=말러’라는 공식으로 통하는 임헌정 코리안심포니 예술감독이 새해 첫 작품으로 ‘거인과의 만남’을 선택했다. 오는 22일 오후 8시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리는 코리안심포니의 첫 정기 연주회에서 말러 교향곡 1번 ‘거인’을 선보인다. 20대 청년 시절 말러의 젊음과 패기, 서정성이 돋보이는 작품으로 화려한 승전가로 마무리되며 새해를 힘차게 여는 기분을 선사한다. 말러는 오케스트라 가곡의 시대를 본격적으로 연 것으로도 유명하다. 이날 공연에서는 독일을 중심으로 활동 중인 바리톤 유동직의 목소리로 말러의 가곡도 감상할 수 있다. 유동직은 깊이와 무게를 두루 갖춘 특유의 음색으로 말러 연가곡 ‘방황하는 젊은이의 노래’를 들려준다. 특히 봄날 아침 들판을 걷는 시골 청년의 순정한 기쁨을 담은 두 번째 곡 ‘나는 오늘 아침 들판을 걸었네’가 성악가의 정교한 표현력과 만나 무대에 뿜어낼 시너지가 기대된다. 공연을 즐기기 전 배경지식으로 무장하고 싶다면 19일 ‘프리콘서트 렉처’에 먼저 들러도 좋다. ‘말러 전도사’로 통하는 김문경 음악평론가가 한 시간 동안 작곡가와 곡에 대한 해설, 뒷이야기 등을 들려준다. 1만~6만원. (02)523-6258.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뉴스 분석] 잘 나가던 ‘국민의당 주춤’ 4가지 이유

    [뉴스 분석] 잘 나가던 ‘국민의당 주춤’ 4가지 이유

    무소속 안철수 의원이 국민의당 창당을 본격화한 이후 거침없이 치솟던 초반 기세가 최근 들어 다소 주춤해졌다. 우선 국민의당에 전폭적인 지지를 보냈던 호남 민심에서부터 변화가 일어났다. 18일 여론조사 전문 업체 한국갤럽 조사 결과에 따르면 1월 첫째 주 41%였던 국민의당 호남 지지율은 둘째 주 30%를 기록했다. 1주일 만에 무려 11% 포인트 폭락한 것이다. 이렇게 국민의당에 대한 기대가 한풀 꺾인 이유는 무엇보다 한상진 창당준비위원장의 ‘이승만 전 대통령 국부 발언’에서 비롯된 당의 정체성 논란에서 찾을 수 있다. 국민의당은 ‘합리적 개혁’ 노선을 표방하며 진보와 보수를 아우르는 ‘중도 정당’의 길을 택했다. 하지만 당 정체성에 대한 갈피를 잡지 못한 채 중도만 추구하다 보니 지나치게 보수화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이승만 국부’ 발언 자체에 대한 논란을 떠나 국민의당이 지향하는 바가 중도를 넘어서 지나치게 보수화됐다는 의구심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중도 개혁 정당으로서의 구체적인 콘텐츠를 국민들에게 선보이지 못하고 있다”며 “창당 작업이 한 달이나 지났음에도 여전히 원론적이고 추상적인 언급만 하니까 호남 민심도 ‘국민의당의 정체성이 무엇인가’라고 다시 보기 시작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둘째, 최근 더불어민주당이 의외의 ‘선전’을 펼치고 있는 것도 국민의당의 지지부진한 형세를 부각시킨다. ‘분당 사태’라는 위기에 직면했던 더민주는 김종인 선대위원장을 포함한 인재 영입에 박차를 가하며 당을 점차 안정시켜 나가고 있다. 이에 비해 국민의당의 인재 영입 성적표는 아직 초라하기만 하다. 더민주와 국민의당이 야권 지지층을 놓고 일종의 ‘제로섬’ 게임을 벌인다는 점에서, 한쪽의 지지율 상승은 다른 한쪽의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진다. 더민주에 대한 호남 지지율 반등 조짐에 신당에 합류할 것으로 점쳐졌던 현역 의원들도 탈당을 고심하고 있다. 원내 교섭단체 구성을 목표로 하는 국민의당 입장에서는 ‘빨간불’이 켜진 셈이다. 셋째, 창당 업무를 이끄는 창준위 내에서 주요 인사들 간 이른바 ‘케미(협동) 부족’ 문제도 극복해야 할 과제다. 창준위는 그동안 주요 현안에 대한 입장과 일정 조율 등에서 삐거덕거리는 모습을 자주 보여 왔다. 주요 의사 결정 과정마다 현역 의원들과 ‘안철수 측근 그룹’ 간 갈등설은 물론 실무진 간 알력 다툼설까지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은 “국민의당은 더민주가 가진 문제점과 개혁 과제를 고스란히 안고 있다”며 “창준위 내부 그룹 간 갈등이 앞으로 계파로 이어질지 모르는 위험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국민의당이 이러한 문제점들을 극복하고 제3정당으로 성공할지 여부는 안 의원의 리더십에 달려 있다. 하지만 정작 안 의원은 ‘사당화’ 논란을 우려해 당 운영에서 한발 물러나 있는 상황이다. 시사평론가 유창선 박사는 “안 의원은 신당 창당에 대한 각오, 의지만 계속 밝히고 있는데 이를 실현할 수 있는 자기만의 리더십을 발휘해야 할 때”고 분석했다. 배 본부장도 “아무래도 안 의원이 정치 경험이 짧다 보니 당의 방향을 설정하는 데 역부족인 모습을 많이 보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장진복 기자 viviana49@seoul.co.kr 강윤혁 기자 yes@seoul.co.kr
  • ‘응팔’로 확인된 ‘예능형 드라마’의 위력…방송계 강타하나

    ‘응팔’로 확인된 ‘예능형 드라마’의 위력…방송계 강타하나

    ‘응답하라 1988’의 폭발적인 흥행으로 방송가에 예능형 드라마 바람이 불 것인지 주목된다. ‘응팔’을 비롯해 ‘응사’(응답하라 1994), ‘응칠’(응답하라 1997) 등 ‘응답하라 시리즈’의 3연타 흥행은 예능의 장점으로 기존 드라마의 한계를 보완한 것이 성공 요인으로 꼽히면서 예능 작가들의 저력을 또다시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응팔’은 이우정 작가를 비롯한 예능 작가 6~7명이 팀을 이뤄 공동으로 대본을 쓰고 KBS ‘해피선데이-남자의 자격’, 시트콤 ‘올드미스 다이어리’ 등을 연출한 예능 PD 출신인 신원호 PD가 연출을 맡은 작품이다. 트렌드를 읽는 순발력이 뛰어난 예능 작가들은 캐릭터를 입체적으로 잘 표현하고 에피소드 구성력과 감칠맛 나는 대사발이 뛰어나다는 것이 장점이다. 실제로 지난해 히트한 드라마 대부분은 예능 작가의 펜에서 나왔다. KBS ‘프로듀사’의 박지은 작가를 비롯해 MBC ‘그녀는 예뻤다’의 조성희 작가와 tvN ‘오 나의 귀신님’의 양희승 작가는 모두 예능 작가 출신이다. PD와 작가들이 함께 작업하는 팀워크는 예능형 드라마의 가장 큰 장점이다. 신 PD와 이 작가는 KBS 예능국 시절부터 10여년 넘게 호흡을 맞춰 왔고 다른 작가들 역시 ‘응칠’과 ‘응사’ 때부터 팀을 이뤄 왔다. 이들은 회차별로 주제를 정하고 각자가 맡은 캐릭터의 스토리를 구체화시키는 분업화를 통해 예능 프로그램을 뽑아내듯이 매회 에피소드를 짜임새 있게 꾸려 갔다. CJ E&M 드라마사업본부 박호식 CP는 “‘응팔’은 과장된 코미디와 지극히 현실적인 드라마 사이에서 예능과 드라마의 균형을 잘 잡은 작품”이라면서 “‘응팔’ 작가들은 여러 주인공의 스토리 라인을 새끼줄처럼 꼬는 노하우가 뛰어나고, 신 PD 역시 예능에서 최초로 연예인으로 캐릭터를 만들었던 예능 감각이 드라마에서도 빛을 발한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1인 체제의 의존도가 높은 드라마 작가나 기존의 촬영 방식을 고수하는 등 타성에 젖은 드라마 PD에 비해 예능 출신 제작진이 참신한 아이디어로 시도하는 것도 예능형 드라마의 장점으로 꼽는다. 한 드라마 제작사 이사는 “‘응팔’은 뮤직비디오처럼 음악이 많이 깔리고 영화처럼 롱테이크가 많을 뿐만 아니라 카메라 앵글도 예능처럼 과장돼 기존의 드라마 공식을 깬 부분이 많다”면서 “1명의 작가에게 의존하기보다 미국 드라마의 협업 작가 체제처럼 매주 PD와 작가가 모여 머리를 맞대는 협업 시스템이 이번에 톡톡히 효과를 본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흐름 속에 지상파 방송사들도 예능 드라마에 뛰어들고 있다. KBS는 최근 예능드라마팀을 신설했다. 지난해 KBS 예능국에서 만들어 성공한 드라마 ‘프로듀사’를 진두지휘한 서수민 PD를 팀장으로 5~6명의 팀원이 본격적인 콘텐츠 개발에 들어간 상태다. KBS 관계자는 “‘프로듀사’의 성공으로 예능 드라마에 힘을 싣고 새로운 콘텐츠를 개발해 보자는 의지가 담겼다. 아직 ‘프로듀사2’가 될 것인지 다른 콘텐츠가 될 것인지는 결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KBS는 다음달 2부작 설특집 예능 드라마 ‘기적의 시간:로스타임’을 선보이고 웹툰을 원작으로 한 ‘마음의 소리’도 KBS 예능국에서 제작에 참여할 예정이다. 하지만 예능형 드라마의 한계도 분명히 존재한다. 대중의 눈을 잡아끄는 예능의 장점은 있지만 드라마가 지닌 완결성은 부족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응팔’에서도 사전 제작 분량이 소진되고 생방송 촬영이 진행되면서 마지막회에 그동안 벌여 놓은 에피소드가 제대로 해결되지 않아 아쉬움을 남겼다. 드라마 평론가 공희정씨는 “‘응팔’의 경우 초반 디테일은 뛰어났지만 정환을 비롯한 일부 인물들의 이야기가 제대로 마무리되지 않은 느낌이 컸다”면서 “예능형 드라마는 캐릭터 분석력이 뛰어나 재미와 감동은 있지만 오락성, 화제성에 집중하면서 드라마의 완성도가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을 경계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
  • 담담하게 들여다본 노년의 검은 시간들

    담담하게 들여다본 노년의 검은 시간들

    “나이 들어 부릴 수 있는 허세가 두 가지예요. 늙었는데도 젊은 척하는 것, 너무 늙은 체하는 것. 그런 허세 없이 썼으니 흰 눈에 덮인 노년을 천연색으로 드러낸 거지요.” 노시인이 수화기 너머로 멋쩍게 웃었다.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 ‘묘비명’ 등으로 사랑받은 김광규(75) 시인이 11번째 시집으로 등단 40주년을 자축했다. 문학과지성사에서 펴낸 ‘오른손이 아픈 날’이다. ‘종심(從心)의 전반부’를 써냈다는 이번 시집에서 그는 노년이라는 검은 시간의 속살을 담담히 들여다본다. 죽음, 소멸이라는 생의 마침표도 두려움 없이 관조한다. ‘눈앞의 바깥세상이 덜컥 닫히고/물속에 가라앉은 노란 조약돌이 보였다/조상의 잔해와 같은 색깔/처음 보는 세상의 안쪽/여기까지 오기에 얼마나 걸렸나’(여기까지) ‘나무도 짐승도 사람도 죽으면/어차피 땅 위에 쓰러질 것을/정신의 온갖 질곡 벗어나/살과 뼈와 터럭과 욕망 모두/떨쳐버리고/한없이 편안하게/땅 위에 누워 있는/부드러운 모습/와불(臥佛)을 볼 때마다/아직도 부처처럼 되고 싶은/욕심을 버리지 못한 내 마음 부끄럽다’(누워 있는 부처) 편한 일상어와 느긋한 유머로 삶의 진실을 캐내는 시인 특유의 화법은 여전하다. 이런 그의 시편들을 이숭원 문학평론가는 “유머의 윤기가 잔잔하게 흐르는 정교한 수공예품들”이라 일컫는다. 탁발승이 화자로 등장해 시집을 공양으로 받는 장면을 담은 시 ‘고금’(古今)은 실소를 머금게 한다. ‘그런데 오늘은 어느 집에서 책을 한 권 주었다/얄팍한 시집이었다/마음의 보시라 할지라도/먹지 못할 공양 받을 수 없어/합장만 하고 돌아섰다/해어진 옷가지 빨랫줄에 걸린/이 허름한 슬레이트 지붕 아래 그럼/말로 절을 짓는/시인이 살고 있단 말인가/세속의 명성은 알 수 없으나/다시 오고 싶지 않은 집이라고/휴대폰에 저장했다’(고금) 자연, 사람 등 주변에 대한 세심한 관찰과 연민, 공감도 김광규 시의 정체성을 이루는 중요한 요소다. 쪽방 할머니를 외로운 조상이라 부르는 시선이 그러하다. ‘가난에 찌들어 눈빛도 바랬고/온 얼굴 가득 주름살 오글쪼글/지하철 공짜로 타는 것 말고는/늙어서 받은 것 아무것도 없네/(…)/땅에서 태어나 땅속으로 돌아다니는/우리의 외로운 조상’(쪽방 할머니) 노시인은 시를 읽지 않는 시대에 시를 써나가는 후배 시인들에게 조언도 잊지 않았다. ‘시인의 말’에서 그는 “이제 시는 은밀한 속삭임도 못 되고 일방적인 중얼거림으로 바뀌었다. 시인은 혼자서 중얼거리는 이상한 사람이 되어버린 것이다. 시가 예술로서의 필연적 존재 이유를 발견하고, 스스로의 품위를 지켜 나가야 한다”고 했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추억여행-가족·이웃의 情… 우리 모두는 행복했다

    추억여행-가족·이웃의 情… 우리 모두는 행복했다

    지난 2개월 반 동안 시청자들을 울리고 웃겼던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이 16일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무려 28년 전인 1988년 이야기에 신인들의 대거 기용으로 연출자인 신원호 PD조차 성공을 반신반의했지만 드라마는 신드롬적인 인기를 누렸고 마지막회는 역대 케이블 TV 최고 시청률인 19.6%를 기록해 방송계의 새 역사를 썼다. 최첨단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는 요즘 시청자들이 아날로그적이고 촌스럽기까지 한 1980년대 이야기에 왜 이토록 뜨겁게 응답했던 것일까. 그 이유는 이 드라마가 기본적으로 지닌 따뜻한 휴머니즘에 기인한다. 경제 불황과 무한 경쟁 속에 앞만 보고 홀로 외롭게 달려온 한국인들은 사람 사는 냄새 가득했던 80년대를 추억했고 그 시절 서울 쌍문동 골목의 이야기에 빠져들었다. 경제적으로는 어려웠지만 이웃끼리는 작은 음식도 나눠 먹고 즐거운 일, 어려운 일을 함께 나눴으며 진심으로 서로를 아끼는 가족의 사랑과 친구들의 진한 우정이 있었기에 힘든 시절을 이길 수 있었다. ‘응팔’은 재벌 드라마에 지치고 ‘수저 계급론’에 상처받은 시청자들을 보듬고, 돈으로 살 수 없는 진짜 소중한 것의 가치를 일깨웠다. 드라마 평론가 공희정씨는 “시청자들은 팍팍하고 이기적인 삶 속에서 잊고 살던 인간의 따뜻한 본성과 착한 사람들의 휴머니즘을 강조한 ‘응팔’의 전반적인 정서에 응답한 것”이라면서 “디지털 문화에 단절되고 혼자 살아가는 데 외로움과 한계를 느낀 젊은층에게도 함께 살아가는 공존의 의미와 공동체의 가치를 되돌아보게 했다”고 말했다. 우리 시대 평범한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응팔’은 쌍문동 골목 사람들 누구 하나 소외시키지 않았다. 특히 부모 세대와 자녀 세대의 이야기가 적절한 균형을 이루며 전 세대의 공감을 얻었다. 코미디를 책임진 라미란·김성균 부부와 가슴 찡한 부모의 사랑을 보여 준 성동일·이일화 부부에 이어 택이 아빠 최무성과 선우 엄마 김선영의 재혼 이야기를 비중 있게 다루며 중장년층 시청자들의 호응을 얻었다. 그 결과 드라마가 방영되는 10주 연속 케이블, 위성, IPTV 통합 남녀 10~50대 전체 시청률 1위를 차지했다. 결국 덕선(혜리)의 남편은 천재 바둑기사 택(박보검)으로 밝혀졌지만 올해는 더 알쏭달쏭한 ‘남편 찾기’에 관심이 집중되며 후반부에 들어 로맨스 추리극으로 변모했다. 초반에 정환(류준열)이 무뚝뚝해 보이고 평범한 외모지만 속 깊은 매력으로 인기를 누렸고 순수한 미소가 매력인 택이 인기의 쌍벽을 이루면서 인터넷에는 양측의 응원전이 팽팽했다. ‘응팔’은 80년대 소품은 물론 개그, 영화, 광고 등 당대 대중문화를 고스란히 불러내 거부감 없이 추억 여행에 빠져들게 했다. 특히 그 시대의 음악은 가장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 드라마의 주제가 격인 ‘청춘’을 비롯해 ‘소녀’, ‘그대 내게 다시’, ‘어젯밤 이야기’, ‘나 항상 그대를’ 등 80년대 가요는 극의 주요 장면마다 흘러나와 감성 지수를 높였고 드라마 OST는 방영 내내 가요 음원 차트를 점령했다. CJ E&M 드라마사업본부 박호식 CP는 “‘응팔’은 사전 준비 기간이 길었고 3분의1 정도 촬영을 한 상태에서 방송에 들어가는 등 작품의 리얼리티에 공을 들였다”면서 “음악을 통해 드라마의 따뜻한 정서를 극대화하고 시청자들의 감성을 배가시키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말했다.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
  • [책꽂이]

    [책꽂이]

    강한 나라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강철규 지음, 사회평론 펴냄) 경제학자 출신으로 공정거래위원회 초대위원장을 지낸 강철규 서울시립대 명예교수가 ‘강한 나라=경제적으로 발전한 나라’라는 단순한 도식적 사고에서 벗어난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다. 380쪽. 1만 8000원. 지구의 밥상(구정은 외, 글항아리 펴냄) 경향신문 기획취재팀이 남태평양섬 나우루부터 미국 볼티모어까지 전 세계 10개국을 돌아다니며 그 나라의 밥상을 들여다보고 이를 통해 세계화가 개개인의 밥상에 미치는 영향을 조망했다. 228쪽. 1만 4000원. EBS 공부특강(EBS공부연구팀 지음, 비아북 펴냄) 청소년들의 고민 1위인 공부법에 대해 EBS가 기존의 공부법에 대한 문제의식을 갖고 평범하지만 누구나 쉽게 따라할 수 있고 지속 가능한 공부법을 소개한다. 328쪽. 1만 5000원. 김광석과 철학하기(김광식 지음, 김영사 펴냄) 지난 6일로 세상을 떠난 지 20주기가 된 가수 김광석의 노래를 통해 철학자 김광식이 우리 삶의 아픔과 슬픔을 비추고, 이를 철학적으로 성찰하고 치유할 수 있는 화두를 보탰다. 360쪽. 1만 3800원. 서당에서 하버드까지(조계근 지음, 북인 펴냄) 집안이 너무도 가난해 마을 서당에서 공부하고 초등학교도 절반밖에 다니지 못한 저자가 미국 하버드대에서 공부하고 대학교수가 되기까지의 인생 역정을 담담히 풀어냈다. 223쪽. 1만 2000원. 불만이 있어요(요시타케 신스케 글·그림, 김정화 옮김, 봄나무 펴냄) ‘어른들은 왜 제멋대로예요?’ 잔뜩 골이 난 아이의 질문 세례에 아빠는 능청스러운 대답만 늘어놓는다. 유머로 뭉친 엉뚱한 문답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부모는 아이의 마음 곁에 다가가게 된다. 32쪽. 1만 1000원.
  • “작품으로 문단에 존재감 증명할 겁니다”

    “작품으로 문단에 존재감 증명할 겁니다”

    “소설을 쓰며 살면 불행해질 것 같아 도망치려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어두운 시대에 초라하고 슬픈 것을 쓰지 않으면 스스로를 속이는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제가 왜 한국 문단에 필요한지 작품으로 증명해 보이겠습니다.”(소설 부문 당선자 김현경) 울먹임과 떨림 속에서도 작가로 첫발을 내딛는 소감은 당찼다. 15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제67회 서울신문 신춘문예 시상식장에서 정신희(시), 김주원(희곡), 유순덕(시조), 김지윤(평론), 홍유진(동화) 등 당선자들은 “실패와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김영만 서울신문 사장은 “서울신문은 지난 70여년간 훌륭한 문인을 배출하는 화수분으로 우리 문단에 자양분 역할을 해 왔다”며 “독보적인 작품으로 작가의 운명에 든 당선자들에게 한없는 축하의 마음을 전한다”고 격려했다. 심사위원을 대표해 축사를 한 유성호 문학평론가는 “작품이 아니면 말하지 않겠다는 각오로 늘 스스로를 갱신하며 작가의 운명을 마다하지 않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날 행사에는 김 사장, 윤여권 부사장, 이경형 주필, 곽태헌 이사, 오승호 편집국장 등 서울신문 임원들을 비롯해 심사위원 이근배·정호승·박기섭 시인, 최윤 서강대 교수, 유성호·이광호 문학평론가, 전성태 소설가, 장성희 극작가, 고정욱·채인선 동화작가, 장윤우 서울신문 문우회장 등 120여명이 참석했다. 정과리 연세대 교수, 강영숙 소설가, 권성우 숙명여대 교수 등도 제자의 당선을 축하하기 위해 행사장을 찾았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이미경·정윤이 등 재벌가 딸들 평사원과 결혼 후 잇따라 결별

    이미경·정윤이 등 재벌가 딸들 평사원과 결혼 후 잇따라 결별

    삼성가 이부진(46) 호텔신라 사장과 남편 임우재(48) 삼성전기 상임고문의 이혼이 14일 확정됨에 따라 파경을 맞은 재벌가 혼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앞서 이 사장의 오빠인 이재용(48) 삼성전자 부회장은 임창욱 대상그룹 명예회장의 장녀 임세령(39) 대상 상무와 1998년 결혼했다가 2009년 이혼했다. 임 상무가 이혼 및 재산 분할 청구소송을 냈다가 일주일 만에 조정이 이뤄졌다. 조정에 앞서 양측이 위자료, 재산 분할, 양육권을 합의했다. 정확한 내용이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임 상무가 수천억원대 재산과 양육권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져 한국 재벌 사상 ‘가장 비싼 이혼’으로 불린다. 범삼성가인 이명희 신세계 회장의 외아들인 정용진(48) 신세계 부회장은 1995년 배우 고현정(45)씨와 결혼했다가 8년여 만인 2003년 11월 이혼했다. 고씨가 이혼 조정 신청을 냈고, 정 부사장이 고씨에게 위자료로 15억원을 주며 두 사람 사이 1남 1녀의 양육권을 갖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 부회장은 2011년 5월 플루티스트 한지희(36)씨와 재혼해 2013년 말 1남 1녀 쌍둥이를 낳았다. 이부진 사장 이외에도 평사원과 결혼했다가 이혼한 재벌가 딸들이 많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누나인 이미경(58) CJ 부회장도 당시 삼성의 평사원이었던 김석기(59) 전 중앙종합금융 사장과 결혼했지만 갈라섰다.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의 3녀인 정윤이(47) 해비치호텔앤드리조트 전무는 1995년 현대정공에 입사한 신성재 전 현대하이스코 사장과 직장에서 만나 결혼했으나 두 사람은 2014년 3월 헤어졌다. 구자원 LIG그룹 회장의 장녀 구지연(50)씨도 1989년 평사원과 결혼했지만 2년 만에 파경을 맞았다. 한편 지난해 말 불륜 사실과 혼외자 존재를 공개한 최태원 SK그룹 회장에 대해 부인 노소영 아트센터나비 관장은 이혼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했다. 노 관장은 문화평론가 김갑수씨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에서 “어거스틴이나 성 프란시스코 다 회심하기 전엔 엉망이었거든요. 누군가가 그들을 위해 눈물로 기도하는 사람이 있었던 거죠. 그 한 사람이 저인걸요”라고 심경을 고백했다. 주현진 기자 jhj@seoul.co.kr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
  • 배우·감독들은 어떤 영화 추천할까… ‘친구들 영화제’ 임수정·류승완 등 15명 참여

    ‘2016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가 오는 21일부터 다음달 28일까지 열린다. 서울에서 유일하게 비영리 민간 단체가 운영하는 시네마테크 전용관인 서울아트시네마를 후원하기 위해 2006년 시작한 영화제다. 올해로 11회째다. 서울아트시네마가 낙원동 옛 허리우드 극장 자리에서 지난해 4월 종로3가 서울극장으로 둥지를 옮긴 뒤로는 처음 열린다. 배우, 감독, 제작자 등 영화 관계자를 비롯해 문화 예술인들이 추천한 작품을 상영하고 관객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그동안 70여명이 250여편의 작품을 소개했다. 올해는 배우 임수정과 정재영이 각각 시드니 루멧 감독의 ‘허공에의 질주’와 다르덴 형제의 ‘아들’을 추천한 것을 비롯해 대만 거장 허우샤오셴, 배창호, 박찬욱, 최동훈, 오승욱, 김홍준, 류승완, 이해영, 변영주, 장건재(이상 감독), 손아람(작가), 정한석, 정성일(평론가) 등 15명이 참여한다. 올해로 공개 70주년을 맞은 프랭크 카프라의 걸작 ‘멋진 인생’의 디지털 복원판이 개막작이다. 배창호 감독이 추천했다. 허우샤오셴 감독은 ‘자객 섭은낭’ 상영 뒤 김영진 평론가의 사회로 이창동 감독과 특별 대담을 할 예정이다. 지난해 세상을 뜬 벨기에 여성 감독 샹탈 아커만의 회고전도 곁들여진다. 여성주의적이고 실험적인 작품들을 내놓았던 감독이다. 관람료는 8000원. (02)741-9782.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데스크 시각] 선전전의 격돌로만 보이지 않는 북의 전단/이지운 정치부 차장

    [데스크 시각] 선전전의 격돌로만 보이지 않는 북의 전단/이지운 정치부 차장

    여명 직전 초병(哨兵)은 늘 괴로웠다. ‘국군 장병 여러분’으로 시작하는 중저음 여성의 목소리는 초병의 몽롱한 정신을 여지없이 긁어 놓았다. 소름마저 돋우는 그 목소리는 15분을 더 들어야 했다. ‘북한 주민 여러분 안녕하십니까’로 기억되는 낭랑한 목소리가 나오기까지. 소리가 뒤섞이고 나면 마음이 편해졌다. ‘왜 우리는 북보다 방송을 늦게 시작할까’가 불만이었다. 지난 9일자 서울신문 1면 보도를 보고 서부전선에서의 초병 생활이 떠올랐다. 남쪽의 확성기 방송에 대한 탈북자들의 소감에 “그들도 그랬구나” 하며 웃음 지었다. 낮에는 조금 달랐다. 그들은 노사연의 ‘만남’, 혜은이의 ‘당신은 모르실 거야’에 설렜다지만, 남쪽의 병사들은 북의 선전가요가 훨씬 흥겨웠다. “그 품을 떠나선 못 살아. 정답게 또다시 불러 보는 우리 김정일 동지”를 후렴구로 하는 노래가 그때는 가장 인기 있었다. 삽질, 낫질, 곡괭이질에 박자 맞추기에 안성맞춤이었다. 작업 때면 가끔 고참 중 누군가가 북쪽에 대고 “그 노래 안 틀어 주나?” 하고 했을 정도였다. 주현미나 최진희의 노래보다 더 환영받았다. 금강산 관광이 시작되자마자 달려가 현지 안내원 동무들에게 노래 제목을 물었더니 아는 이가 없었다. 후렴구를 불러 줘도 생뚱한 얼굴들이었다. “한참 유행했는데 왜 모르느냐”는 소리에 자존심이 상했는지, 수소문 끝에 최고참 안내원을 찾아 왔다. “오래된 노래인데 어떻게 아느냐”며 노래를 전부 불러 줬다. 그로부터 10년 뒤쯤 베이징 특파원을 가서도 이 노래에 대해서는 비슷한 경험을 했다. 김정일 우상화 작업의 과정에서 나온 곡일 텐데, 몇 년 못 가서 사라진 이유가 지금도 궁금하지만 그래도 제목은 기억에 없다. 대북 확성기를 철수한다고 했을 때도, 방송을 재개한다고 했을 때도 각각의 조치가 어떤 영향을 끼칠지 예감이 남다를 수밖에 없는 경험들이다. 북의 4차 핵실험 직후 언론 전반의 보도와 평론은 과거와 상당한 차이를 보였다. ‘당근, 채찍’ 논쟁은 잘 눈에 띄지 않는다. 북은 어떡하더라도 핵을 가지려 하고 있다는 관측이 압도적이다. 당근으로는 북의 핵 개발을 막을 수 없으리라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 주변국들의 반응 역시 이와 다르지 않다. 결과론적이지만 그런 점에서 지난해 8·25 합의 이후 대북 방송 재개는 시간문제였다. 이런 점에서라면 북의 다음 반응도 시간문제일 수 있다. ‘국가 존엄’이 모독당했기 때문이다. 2016년 한반도는 이렇게 긴장의 점증으로 시작하고 있다. 상황이 잘 관리될 것이라는 막연한 믿음이 사회 전반에서 눈에 띄게 약해지고 있다. 과거 같으면 여러 시나리오가 나올 법한데 현상이 명료해지다 보니 할 수 있는 일도 몇 가지로 오그라들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은 더욱 분명해지고 있다. 친구랑 이웃이랑 함께해야 하는데, 미국과 중국은 서로에게 떠넘기는 중이다. “상황이 나빠지면 제가 먼저 나서겠지” 하는 식이다. 또 다른 이웃 일본은 ‘이때다’ 하며 근력운동에 힘쓰고 있다.이 실타래의 한쪽 끝을 박근혜 대통령이 먼저 잡아당겼다. 지난 13일 대국민 담화 및 기자회견에서 중국에 ‘할 일’을 촉구했다. 미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 체계 사드도 언급했다. 그제서야 중국이 반응을 보였지만, 사드에 대해서만 원론적인 입장을 내놓았다. 친구들이 곧 연합해서 움직이겠지만, 북의 5차 핵실험을 막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암시하고 있다. 이날 “북한군이 또다시 대남 전단을 살포했다”고 합동참모본부가 밝혔다. 수거한 것이 수만 장이라니 한참 뿌린 것 같다. 선전전의 격돌로만 보이지 않는다. 준비를 단단히 해야 할 것 같다. jj@seoul.co.kr
  • [영화 多樂房] 스티브 잡스

    [영화 多樂房] 스티브 잡스

    대니 보일 감독과 주연을 맡은 마이클 패스벤더에게는 분명 외람된 일이겠으나 영화 ‘스티브 잡스’의 제작진 크레디트에서 가장 먼저 언급하고 싶은 사람은 각본을 쓴 아론 소킨이다. ‘어 퓨 굿 맨’(1992) 때부터 탁월한 이야기꾼이었고, ‘웨스트 윙’ 등의 드라마도 큰 인기를 얻었지만, ‘소셜 네트워크’(2010)와 ‘머니볼’(2011)의 각본은 숨이 막힐 만큼 멋졌다. 그러나 스티브 잡스를 스크린에 재현해내는 데에는 페이스북 설립자(‘소셜 네트워크’)나 미 프로야구 오클랜드 애슬레틱스 단장(‘머니볼’)의 이야기를 쓰는 것과는 또 다른 차원의 용기와 노력, 그리고 재능이 필요했을 것이다. 잡스와 그의 제품에 대한 경외심의 중량은 곧 부담감을 뜻하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소킨은 모든 불안을 불식시키고 본인이 얼마나 독보적인 각본가인지를 증명해냈다. 영화평에 감독이나 배우가 아닌 각본의 우수성을 먼저 말하게 만든 것은 바로 그 자신이다. 영화는 단 세 개의 시퀀스로 구성되어 있다. 첫 번째 시퀀스는 1984년 매킨토시 론칭, 두 번째는 1988년 넥스트 큐브 론칭, 그리고 세 번째는 1998년 아이맥 론칭 프레젠테이션을 앞둔 상황이다. 카메라는 부산히 마지막 점검을 하며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는 잡스를 쫓는다. 시퀀스마다 잡스의 기업가적 지위나 상황은 달라져 있으며, 그에 따라 주변인들과의 관계도 바뀌어 있지만 구성은 거의 유사하다. 각 시퀀스는 행사를 앞둔 상황의 긴박감, 일대일로 대면하는 사람들과의 갖가지 갈등, 열광 속에 시작하는 행사를 담고 있으며, 주인공은 1막에서 만났던 사람들을 2막과 3막에서도 만나고, 1막에 등장했던 대사나 대화들은 2막과 3막에서도 조금씩 변형되어 등장한다. 3막쯤 오면 2막에서의 학습효과와 더불어 자잘한 디테일들까지 때론 세련되고 때론 위트 있게 살려내는 솜씨에 소름이 끼친다. 강박적으로 완벽을 추구하는 잡스의 캐릭터가 서사 구조에 그대로 드러나는 것이야말로 각본가가 이 세계적인 독선가를 얼마나 잘 이해하고 표현했는지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소셜 네트워크’가 마크 저커버그의 별난 성격과 도의적 무책임을 꽤나 객관적으로 묘사했던 것처럼, 영화는 잡스의 저 유명한 괴팍함과 대인관계 장애를 파고든다. 스티브 워즈니악, 존 스컬리, 조안나 호프만 등 동료들은 물론이고 딸 리사와도 갈등을 겪었던 잡스의 캐릭터는 초반부 강하고 건조하게만 보인다. 그러나 후반부로 갈수록 인간적인 면이 부각되는데 이것은 기업가로서 그의 위대함과 함께 클라이맥스를 장식한다. 호환성 대신 ‘아우라’를 가진 IT 기기, 소비자의 논리보다 욕망을 공략했던 스티브 잡스는 이제 그가 선보인 어떤 제품보다도 더 크게 숭배받고 있음을 이 영화는 잘 보여주고 있다. 자, 이제 각본을 충실히 해석하고 발전시켜 살아있는 인물 및 영상으로 빚어낸 배우들과 감독에 대해 이야기할 차례다. 21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윤성은 영화평론가
  • [이은주 기자의 왜 떴을까] 국민 남동생 ‘해맑은 미소’ 그 안에, 거친 사내의 기억

    [이은주 기자의 왜 떴을까] 국민 남동생 ‘해맑은 미소’ 그 안에, 거친 사내의 기억

    “나 덕선이 좋아해. 친구말고, 여자로.” 사슴 같은 눈망울을 한 ‘택’의 순수하면서도 진심 어린 고백에 연령 불문, 세대 불문 많은 여성의 마음은 ‘심쿵’했다. 그 순간 박보검(23)은 이미 차세대 스타 자리를 예약했는지도 모른다. 박보검은 지난 9일 시청률이 17.2%까지 치솟은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의 최대 수혜주로 꼽힌다. 택은 한국을 대표하는 천재 바둑기사지만 쌍문동 친구들에게는 한없이 챙겨 줘야 할 것 같은 해맑은 ‘천연기념물’ 같은 존재다. 그는 이제 대중이 지켜 주고 싶은 ‘국민 남동생’이 됐다. 그의 공식 팬카페인 ‘보검복지부’의 회원 수는 데뷔 때의 10배인 4만여명으로 늘었고 매주 금요일 그가 진행하는 KBS ‘뮤직뱅크’ 공개홀 앞에는 100여명의 팬이 진을 친다. 인터넷에는 ‘(덕)선-택’ 커플의 지지자가 넘쳐 난다. KBS는 지난 연말 연기대상 남자 조연상과 인기상, 연예대상 신인상까지 안기며 일찌감치 ‘대세’ 챙기기에 나섰다. 가수를 꿈꾸다 2011년 영화 ‘블라인드’로 데뷔한 박보검은 방송 관계자들 사이에 ‘연기 잘하는 신인’으로 통했다. 대본 리딩이 뛰어난 것이 가장 큰 장점. KBS 드라마 ‘참 좋은 시절’에서 이서진의 아역과 영화 ‘명량’에서 이순신 장군에게 토란을 건네는 소년 등 아역의 이미지가 강했던 그는 영화 ‘차이나타운’, 드라마 ‘너를 기억해’에서 연기자로 두각을 나타내다 서너 번의 오디션 끝에 ‘응팔’에 캐스팅돼면서 인생의 전환점을 맞았다. ‘응팔’ 작가들은 박보검과 수차례의 인터뷰를 통해 본래 더 밝았던 택의 캐릭터를 순수하고 진지한 박보검의 성격에 맞춰 일부 수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데뷔 때부터 함께한 소속사 블러썸 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극중 택과 성격이 거의 흡사하다. 스케줄이 바쁜 와중에도 학교 수업에도 소홀하지 않고 늘 겸손하고 예의 바르다”며 “연예계에서 1993년생 배우들의 경쟁이 유독 치열한데 감성의 깊이가 다른 것이 장점”이라고 말했다. 2012년 ‘드라마 스페셜-스틸사진’에 그를 캐스팅한 권계홍 KBS PD는 “다정다감한 성격에 촬영장에서 스태프가 인사를 받을 때까지 한다. 상대방을 배려하는 연기 스타일과 배우려는 자세가 뛰어나고 촬영시간까지 잘 지키는 ‘순둥이’”라고 기억했다. 팬들 사이에선 강아지를 닮았다는 뜻에서 ‘멍뭉이’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그는 이번 드라마로 기존의 10대 팬에 30~40대 누나팬, 이모팬까지 더해져 이승기, 유승호, 송중기, 여진구 등의 계보를 잇는 차세대 ‘국민 남동생’ 자리를 꿰찼다. 특히 상대방을 무장 해제시키는 순수한 미소가 인기의 일등 공신이다. 대중문화 평론가 황진미씨는 “박보검은 얼굴이 단정하고 강아지 같은 눈매가 웃을 때마다 선하고 겸손해 보인다. 자기 세계가 분명하고 내적 강함도 있는데 가끔씩 허점을 드러냄으로써 이를 보완해 주고 싶은 보호 본능을 불러일으킨다”면서 “기존의 ‘응답하라’ 시리즈가 마초의 순정 코드를 지지했지만, 이번에 택의 캐릭터로 로맨틱 코미디 속 ‘까도남’(까칠한 도시 남자)에 피로감을 느낀 대중의 적극적인 반응을 이끌어 냈다”고 말했다. 드라마 평론가 공희정씨는 “정규 교육과정에서 이탈해 천재 바둑기사로서 성공하기까지 인간적인 고뇌 등 아픔을 이겨 낸 미소가 힐링을 준다”며 “사회가 각박하고 치열해질수록 빈틈이 있는 순정남 캐릭터가 인기를 얻는다”고 밝혔다. 광고계에서도 ‘밀크남’ 같은 따뜻한 이미지에 주목하고 있다. 현재 박보검이 출연 중인 광고는 7~8개로 ‘응팔’ 종영 뒤엔 10개를 훌쩍 넘길 것으로 보인다. 대부분 극중 이미지를 차용한 경우가 많다. 광고계 관계자는 “경제 불황으로 극단으로 치닫는 광고가 많은데 편안함을 주는 이미지로 각광받고 있다”고 말했다. 단단한 연기력은 그의 성장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요소다. 지난해 KBS 드라마 ‘너를 기억해’에서 사이코패스 변호사 정선호 역할을 맡은 그가 애증의 감정이 뒤섞인 형 이현(서인국)과 대면해 감정을 폭발시키는 장면은 작품의 백미로 꼽힌다. ‘너를 기억해’를 제작한 CJ E&M의 배종병 제작 총괄 PD는 “작은 역할부터 오디션을 보면서 차근히 올라왔기 때문에 갑자기 뜬 청춘스타들과 달리 기본기가 탄탄하며 정확하게 자기 에너지를 잡고 표현하는 내적 파워도 있다”면서 “스타성과 연기력을 두루 갖췄다는 점에서 ‘제2의 김수현’을 기대할 만하다”고 평가했다. 공희정 평론가는 “악역을 할 때는 눈매가 싸늘하고 섬뜩한 두 얼굴이 있다. 날카로운 감성 표현으로 여러 얼굴을 잘 만들어 낸다는 점에서 연기자로서 성장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erin@seoul.co.kr
  • 김경욱 “금기시된 죽음에 대한 문제… 활발한 소통 기대합니다”

    김경욱 “금기시된 죽음에 대한 문제… 활발한 소통 기대합니다”

    “우리 사회는 급속하게 고령사회로 진입했는데 죽음을 입에 올리는 것조차 꺼리죠. 그런 문화가 오히려 의미 있는 이별을 방해하고 있지 않은가 생각했어요. 이 소설이 죽음에 대한 철학적, 종교적 관점들을 활발하게 얘기할 수 있는 사회의 작은 견해가 됐으면 합니다.” 치매 아버지의 죽음을 딸의 시선으로 그린 김경욱(45) 소설가의 단편소설 ‘천국의 문’이 제40회 이상문학상 대상작으로 뽑혔다. 11일 서울의 한 식당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작가는 “제자의 신춘문예 시상식장에 앉아 있다 수상 소식을 들었다”며 “시상식장에서 출사표를 던지던 신인들처럼 초심을 잃지 말라는 애정 어린 채찍으로 알고 정진하겠다”고 말했다. “내게 글쓰기는 뭔가를 얻기 위해서가 아니라 뭔가를 던지기 위해서 하는 일”이라는 작가는 지난해 봄 맞닥뜨린 아버지의 죽음에서 소설을 싹 틔웠다. 죽음에 대한 언급 자체를 금기시해 죽음에 대한 소통이나 대처가 부족한 한국 사회에 대한 문제의식도 밑바탕이 됐다. “우리에겐 이번 생이 끝나면 모든 게 끝나고 어떻게든 이곳에서의 삶을 하루라도 연장시켜야 된다는 사회적 분위기가 있죠. 하지만 그게 병을 앓는 당사자나 뒷바라지하는 가족들에게 최선의 길일까요. 죽음에 대해 말하지 못해서 생기는 불합리나 내놓고 말하면 치르지 않아도 될 대가들을 치르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해 보고자 했습니다.” 심사위원인 김종욱 문학평론가(서울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천국의 문’은 한국 현대사회가 안고 있는 노인과 병과 죽음, 가족공동체의 해체 등 여러 문제들을 한데 응축시켜 비정하리만큼 거리를 두고 치밀하게 구성하고 있다”면서 “설득력 있는 이야기 구성과 디테일의 구현, 시간의 능란한 구사와 서사 공간의 확대, 패러디의 감각과 주제의 새로운 해석 등을 높이 평가했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김 작가는 당대 현실에 집중력 있게 파고들어 다양한 서사 기법을 실험하는 중진 작가로 평가받는다. 1993년 ‘작가세계’ 신인상에 중편 ‘아웃사이더’가 당선되며 등단한 그는 소설집 ‘누가 커트 코베인을 죽였는가’ ‘장국영이 죽었다고?’, 장편 ‘아크로폴리스’ ‘천년의 왕국’ 등을 발표했다. 제37회 한국일보문학상, 제40회 동인문학상, 제53회 현대문학상, 제3회 김승옥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이상문학상은 월간 문학사상이 시인이자 소설가인 이상의 문학 업적을 기리기 위해 1977년 제정한 문학상으로, 전년도 주요 문예지에 발표된 중·단편을 대상으로 예심, 본심을 거쳐 대상 수상작을 선정한다. 올해 우수작으로는 김이설의 ‘빈집’, 김탁환의 ‘앵두의 시간’, 윤이형의 ‘이웃의 선한 사람’, 정찬의 ‘등불’, 황정은의 ‘누구도 가본 적 없는’ 등 5편이 선정됐다. 대상 상금은 3500만원, 우수상 상금은 500만원이며 시상식은 오는 11월 열린다. 수상 작품집은 오는 21일 발간된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열받은 中, 독자 대북제재 ‘딜레마’

    중국이 북한 제재를 놓고 깊은 고민에 빠졌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지속적인 핵실험 금지 경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뒤통수를 친 북한에 당장 강한 제재를 가하고 싶지만 그렇다고 북한을 포기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북한 핵실험에 대한 중국의 분노는 임계치를 넘어섰다. 누리꾼뿐만 아니라 언론과 전문가들도 불만을 쏟아내며 강경 대응을 주문하고 있다. 관영 환구시보는 7일 사설에서 “북한은 자신들이 핵을 보유하면 국제사회가 겁을 먹고 뭔가를 해줄 것이라고 착각하는데, 결국 더 깊은 수렁에 빠질 것”이라면서 “중국 정부가 곤경에 처할 줄 알면서도 ‘그건 중국 사정’이라고 생각했다면 너무 짧은 단견”이라고 비판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사설을 통해 “이제 중국이 북한 제재를 주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봉황라디오 평론가 롼츠산은 “중국이 북한과 동맹이 아닌 대립 관계임을 선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왕이(王毅) 외교부장은 전날 각국 대사들과의 신년 하례회에서 지재룡 주중 북한대사를 앞에 놓고 “북한이 국제사회의 반대를 고려하지 않고 다시 핵실험을 했다”고 공개적으로 면박을 줬다. 국제사회도 이제 “중국이 뭔가를 보여줘야 할 때”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유엔 차원의 대북 제재는 실효성이 없기 때문에 중국이 항공기 운항 중단, 국경 무역 중단, 송유관 차단 등 초강력 제재를 발동해 북한을 봉쇄하라는 것이다. 이 같은 주문은 주로 미국에서 나오고 있다.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연구원은 “북한과 거래하는 중국의 금융기관들도 제재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중국이 독자적인 제재에 나설지는 미지수다. 북한 핵실험을 고리로 미국이 한국 및 일본과의 동맹을 강화해 중국을 압박하고 있는 마당에 미국의 뜻대로 북한을 봉쇄하는 것은 아시아·태평양의 주도권을 미국에 넘기는 모양새가 되기 때문이다. 중국은 북한 핵 문제가 악화한 책임이 미국에 있다고 보고 있기는 하지만 북한에 대한 마땅한 레버리지도 없다. 게다가 한반도에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가 논의되는 것은 중국은 부담스러워한다. 중국국제문제연구소 아시아태평양연구주임 위샤오화는 “미국 정부의 실책을 중국 정부가 떠안아야 할 이유가 없다”면서 “이번 실험이 중·북 관계의 본질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의 중국 전문기자 앤드루 브라운은 “시진핑 주석의 인내심이 한계에 도달했겠지만, 그렇다고 북한을 버릴 수는 없을 것”이라면서 “북한은 중국의 이런 딜레마를 활용해 더 대담하게 행동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베이징 이창구 특파원 window2@seoul.co.kr
  • [서동철 칼럼] 더민주 총선 결과가 궁금한 이유

    [서동철 칼럼] 더민주 총선 결과가 궁금한 이유

    지난 연말 새정치민주연합이 더불어민주당으로 간판을 바꿔 달았을 때 주변 비슷한 또래의 반응은 한마디로 아리송하다는 것이었다. ‘처음처럼’을 비롯해 히트작을 여럿 내놓은 브랜드 네이밍 전문가를 홍보위원장으로 영입하더니 정당 이름도 소주 이름처럼 만들었다는 비아냥도 있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더불어민주당이라는 이름은 수긍할 만했다. 나아가 이름으로 장난을 쳤느냐는 지적조차 없지 않았던 더불어민주당의 줄임말 더민주는 좀 더 그럴듯하게 느껴졌다. 50대에게 더민주라는 당명이 그다지 흔쾌하지 않은 것은 어쩌면 자연스럽다. 하지만 총선을 목전에 두고 정치 세력에 대한 호불호(好不好)가 굳어 버린 세대의 취향에 굳이 아부해야 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는 젊은 세대의 감각에 부합하는 이름이 전략적으로 올바른 선택일 수 있다. 젊은 세대는 보수화의 경향이 짙다는 지적도 있지 않은가. 이름부터 반드시 잡아야 할 세대를 겨냥한 것은 광고용어로 소구대상(訴求對象·target)을 명확히 한 마케팅이다. 개명(改名)에도 불구하고 더민주의 정체성은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 과거 새정치민주연합을 구성하던 주요 세력이 이합집산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안철수 의원 세력에 이어 김한길 의원 세력이 떠나가고, 호남 세력도 모두 탈당할 것으로 가정하면 더민주에는 문재인 대표가 오래전부터 실질적인 좌장 역할을 맡고 있는 이른바 친노(親)만 남는다. 몸집이 가벼워지는 것은 단점이지만, 순도(純度)가 높아지는 것은 장점이다. 정치는 생물(生物)이니 당장 내일이라도 정치 판도가 요동칠 수는 있다. 지금은 야당의 분열에 가속도가 붙고 있지만, 총선이 코앞에 닥치고 패배가 명약관화해지는 단계가 되면 결국 통합을 모색하지 않을 수 없을 것으로 전망하는 정치평론가도 적지 않다. 하지만 멀리 갈 것도 없이 복수의 야권 예비 후보가 명함을 돌리는 출근길 우리 동네 버스 정류장의 풍경만 봐도 시간이 흐를수록 다시 합치기는 어려워질 것으로 보는 것이 정상이다. 더민주에 남아야 할지, 떠나야 할지 친노 그룹이 아닌 구성원의 고심은 적지 않을 것이다. 정치적 소신을 함께하는 정당에 몸담는 것도 중요하지만, 국회의원에 당선되는 것은 더욱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안철수 의원이 당초 전망보다 더 큰 바람을 일으키고 있고, 김한길 의원마저 탈당하면서 이 바람은 더욱 확산하여 여권마저 긴장감을 느끼기 시작한 것이 현실이다. 문재인 대표는 지금 ‘이질적 요소’가 완전히 배제된 상황을 가정해 총선 전략을 짜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의석수는 적지 않게 줄어들겠지만, 순수혈통(純血) 친노만 남은 더민주의 모습을 그려 보면 매우 흥미롭다. 우선 호남 세력이 떠난 이후의 더민주는 명실상부하게 지역주의를 덜어 낸 제1야당이 된다. 우리 정치판에서 지역주의가 발호한 이후 여야를 모두 포함해도 이런 성격의 정당으로는 가장 큰 규모가 아닐까 한다. 반면 수도권을 세력권으로 하는 정당의 성격이 짙어지고, 국토의 절반 이상에서 공동화 현상이 빚어지는 한계도 없지는 않다. 진보 정당으로 더민주의 색채는 더욱 선명해질 것이다. 그동안 친노의 이미지는 독선과 아집으로 인상 지워졌다. 하지만 이념을 같이하지 않는 정치세력과 타협하지 않는다고 악(惡)은 아니다. 이들의 비타협 정신이 민주화를 이루는 과정에서 혁혁한 공로를 세운 것도 인정해야 한다. 다만 타협을 모르는 세력이 양당 체제 아래서 한쪽의 당권을 잡았을 때 문제는 심각해진다. 국회 기능을 사실상 정지시켜 집권세력이 포부를 펼 수 없게 만드는 이즈음 정치 상황이 그렇다. 보수 새누리당, 중도진보 안철수 신당, 진보 더불어민주당이라는 스펙트럼은 나쁘지 않다. 새누리당은 국회선진화법을 넘어서려면 총선에서 180석 이상을 얻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하지만 때로는 정치적 타협이 가능한 야당의 원내 진입을 예상한다면 불필요한 희망이다. 총선에서 대화와 타협의 정치를 복원하고 진보적 목소리도 수용할 수 있는 ‘황금분할’이 이루어질지 지켜볼 일이다.
  • [북한 “수소탄 핵실험”] 美 “히로시마 원폭 위력과 비슷… 수소탄 폭발 아닌 듯”

    [북한 “수소탄 핵실험”] 美 “히로시마 원폭 위력과 비슷… 수소탄 폭발 아닌 듯”

    핵 전문가들은 6일 북한이 수소탄 실험에 성공했다고 발표한 데 대해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수소폭탄은 핵융합 무기로 기존 핵분열 무기보다 수백 배 강한 폭발력을 내야 하지만 북한의 실험은 그렇지 않았다는 게 이들의 주요 근거였다. 이번 핵실험이 일으킨 인공 지진의 규모는 기관마다 다르지만 4.8∼5.2로 2013년 북한 3차 핵실험의 4.9와 비슷한 수준이었다. 미국 싱크탱크인 랜드연구소의 브루스 베넷 선임연구원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핵분열 기술이었다”고 단정했다. 베넷 연구원은 “이번 무기는 미국이 일본 히로시마에 떨어뜨린 (원자) 폭탄의 위력과 대체로 비슷했다”며 “(수소탄이라면) 10배는 더 강력해야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북한의 발표가 거짓이거나 실험에 일부 실패했을 가능성을 거론하기도 했다. 미국의 핵 문제 전문가인 조 시린시온도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폭발력 수준을 3차 핵실험과 비교하며 “진짜 수소폭탄을 터뜨린 것은 아닌 것 같다”고 분석했다. 시린시온은 “(수소폭탄은 아니지만) 핵분열 폭탄의 위력을 강화하기 위해 삼중수소를 첨가한 개량 무기일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제프리 루이스 미국 비확산센터(CNS) 소장도 트위터를 통해 “위력이 증강됐을 수 있으나 성공한 단계의 무기는 확실히 아니다”라고 말했다. 중국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북한의 핵실험을 종합적으로 분석할 때 수소폭탄 실험이라고 볼 수 없다는 견해가 나왔다. 홍콩 봉황망 군사평론가인 류창(劉暢)은 “기술적 측면에서 볼 때 (수소탄일) 가능성은 극히 낮다”고 밝혔다. 중국 포털사이트 신랑망은 “이론적으로 볼 때 (북한의 핵실험에 따라 발생한) 규모 5.0의 지진은 TNT 2만 2000t의 폭발량과 맞먹는다”고 전했다. 워싱턴 김미경 특파원 chaplin7@seoul.co.kr 베이징 이창구 특파원 window2@seoul.co.kr
  • [영화 多樂房] ‘레버넌트:죽음에서 돌아온 자’

    [영화 多樂房] ‘레버넌트:죽음에서 돌아온 자’

    현대 영화가 ‘반드시’ 영화관에서 상영하기 위해 만들어지고 있지는 않지만, 절대적으로 큰 스크린으로 봐야만 하는 영화가 있다는 신화는 건재하다. 그 신화는 대다수 ‘스펙터클’, 즉 시각을 자극하는 화려하고 매혹적인 볼거리가 강조된 작품들에 적용되기 마련인데, 미학적인 측면에서는 그 대상을 좀더 확대시켜 볼 수 있다. 가령, ‘레버넌트:죽음에서 돌아온 자’를 커다란 화면을 통해 봐야만 하는 이유는 비단 이 영화에 장엄한 자연과 리얼한 전투신이 등장하기 때문이 아니다. 제목 그대로, 한 인간이 죽음을 거슬러 삶으로 되돌아오는 과정의 지난함과 치열함이 고스란히 전달되기 위해서는 관객들도 그 냉혹하고 잔인한 공간에 함께 있는 것처럼 느끼도록 만들어줄 장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것은 또한 영화가 집요하게 공략하는 인간의 존재론적 질문을 더욱 묵직하게 깔아줄 효과적인 도구이기도 하다. 가능한 한 큰 스크린과 입체적인 사운드가 구비된 영화관을 찾는 수고쯤은 감수할 가치가 충분한 수작이다. 알레한드로 G 이냐리투 감독은 ‘버드맨’에서의 웃음기-유머, 위트는 물론 냉소까지도-를 모두 증발시켜 버리고, 날것의 삶을 향한 인간의 투지만 남긴 후, 그것을 19세기 아메리카 대륙에 풀어놓는다. 뛰어난 모피 사냥꾼 휴 글래스(리어나도 디캐프리오)는 사냥을 하던 중 회색 곰에게 사지가 찢겨 죽음의 문턱까지 가게 되지만, 극악무도한 동료인 존 피츠제럴드(톰 하디)가 아들을 죽이는 모습을 목격한 뒤 초인간적인 생존 본능을 발휘한다. 영화는 전반적으로 복수극 구조를 띠면서도 156분이라는 러닝타임의 상당 부분을 글래스의 부활과도 같은 회복 과정에 할애하고 있다. 생존을 위한 그의 에너지와 집념이 진한 부성애로부터 비롯된다는 점은 전 인류적 공감대를 강하게 형성하며 이야기에 단단한 반석이 되어준다. 혹독한 추위 속에 찢기고 부러진 육체를 질질 끌면서 황량한 계곡과 숲을 넘는 글래스의 모습은 반쯤은 유령처럼 이 세상 사람이 아닌 듯 보인다. 처절한 고행을 마치고 그가 마침내 피츠제럴드를 뒤쫓게 된 순간의 강력한 서스펜스는 바로 여기서부터 나온다. 한 번 죽음을 경험한 자가 죽음을 두려워하는 자를 상대로 벌이는 복수극이기에 결말은 예정대로 흘러가지만, 한 치의 물러섬도 없는 두 사람의 번뜩이는 대립각이 끝까지 심장을 죄어 온다. 한편 영화는 생과 사의 경계에 서 있는 처참한 상황을 현실적으로 담아내면서도 글래스가 죽은 아내와 아들을 만나는 환상 신들만큼은 테런스 맬릭 감독의 작품들을 떠올리게 할 만큼 시적인 영상으로 연출되어 영화에 적절히 쉼표를 찍어 준다. 엠마누엘 루베즈키의 촬영, 류이치 사카모토의 음악, 리어나도 디캐프리오와 톰 하디의 연기까지 모두 황홀할 지경이지만, 이냐리투 감독은 이 모든 요소들을 섬세하게 조율하면서 완벽에 가까운 작품을 만들어냈다. 그 어떤 찬사도 넘치지 않을 만큼 경이로운 영화다. 오는 14일 개봉. 15세 관람가. 윤성은 영화평론가
  • [2016 신춘문예 평론 당선작-당선 소감] 깊은 애정 가지고 다른 이들 작품 속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파

    [2016 신춘문예 평론 당선작-당선 소감] 깊은 애정 가지고 다른 이들 작품 속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파

    메밀국수 만드는 사람을 본 적이 있다. 자꾸만 산산이 흩어지려 하고, 손아귀에서 놓쳐버릴 것만 같은 찰기 없는 메밀가루는 끈질긴 인내심으로 힘써 뭉쳐야 아주 조금씩 은근히 질겨진다. 글을 쓰고, 문학을 공부하면서도 충분히 뜨겁지 못했던 20대가 후회로 남았다. 그래서 남김없이 모든 힘을 쏟아보겠다고, ‘다시 시작’했다. 학문의 길에서 방향을 찾기 위해, 자꾸 미끄러지고 흩어지는 언어들을 모아 빚어내어 글을 쓰기 위해, 한동안 참 간절하고 절박했던 것 같다. 박사 수료에 즈음하여 믿기지 않는 감격스러운 당선 소식을 들었다. 내가 만들어 놓은 국수 그릇은 배부를 만큼 풍족하거나 깊은 맛을 담아내지는 못하겠지만, 그래도 ‘만드느라 애썼다’고 넘치는 위로를 받은 것만 같다. 주변에서 늘 격려를 아끼지 않았던 가족과 벗들, 귀한 가르침을 주셨던 은사님들께 그 공을 돌리고 싶다. 처음 글을 쓰기 시작하던 시절에는, 문학이 세상의 어둠 속에서도 남아 있는 빛을 발견하여 기록하는 일이라고 믿었다. 물론 그렇기도 하지만, 이제 나는 그 어둠에 균열을 내어 빛이 흘러들어오게 하는 문학의 시선의 날카로움에 대해 생각한다. 녹슨 연장을 더 힘껏 갈고 뜨거운 불 위에 달구어 벼리어야만 할 것이다. 쓰는 것과 읽는 일은 나에게는 하나의 몸이 하는 두 가지 일처럼 느껴진다. 예리한 미각과 후각을 갖추고 세상의 훌륭한 맛들을 감각하는 능력은 내가 만드는 한 그릇의 조촐한 국수에도 필요하다. 나는 깊은 애정을 가지고, 다른 이들의 작품 속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싶다. 글을 쓰는 이들의 정신은 나의 마음과 부딪치고 대결하며 위무하고 공감한다. 그 가운데 생기는 울림은 내 마음 속 소리와 섞여들며 공명한다. 그 소리가 밖으로 퍼져나가 다른 사람들의 마음에도 어떤 진폭을 가져다주고 비록 작고 희미하더라도 세상에 의미 있는 떨림을 만들어줄 수 있기를 감히 소망한다. 비평의 길로 나아갈 문을 열어주신 서울신문과 부족한 작품에 신뢰를 보여주신 심사위원 선생님들께 깊이 감사드리며, 조심스레 발을 내딛어 본다. ▲1980년 서울 출생 ▲연세대 국문과 졸업 및 동 대학원 석사 ▲2006년 문학사상 신인상 시 부문 수상. 2012년 시와시학상 젊은 시인상 수상. 시집 ‘수인반점 왕선생’. 현재 숙명여대 국문과 박사 과정 중.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