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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배우 신성일씨 폐암으로 타계…한국 영화사 최고 스타

    배우 신성일씨 폐암으로 타계…한국 영화사 최고 스타

    ‘은막의 스타’ 신성일씨가 4일 오전 2시 25분 폐암으로 타계했다. 81세. 신성일 측 관계자는 이날 “한국영화배우협회 명예이사장이신 영화배우 신성일께서 4일 오전 2시 반 별세했다”고 밝혔다. 고인은 지난해 6월 폐암 3기 판정을 받은 뒤 전남의 한 의료기관에서 항암 치료를 받아왔다. 전날 오후 한때 고인이 별세했다는 보도가 나왔지만, 단지 위중한 상태로 전해져 오보인 것으로 정정됐다가 결국 몇 시간 뒤 세상을 떠났다. 고인은 1960~1970년대 최고의 인기를 누린 국민적 스타 배우였다. 본명은 강신영이지만 고 신상옥 감독이 지어준 예명 ‘신성일’을 주로 썼고, 이후 본명을 표기해야 하는 국회의원 선거 출마를 앞두고 예명과 본명을 모두 살린 ‘강신성일’로 개명했다. 1937년 서울에서 태어난 신성일씨는 생후 사흘 만에 부모의 이사로 대구에서 학창 시절을 보냈다. 1956년 경북고를 졸업, 1966년 건국대 국어국문학과에서 학사 학위를 받았다. 1960년 신상옥 감독, 김승호 주연의 영화 ‘로맨스 빠빠’로 데뷔한 고인은 1964년 ‘맨발의 청춘’으로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이후 ‘별들의 고향’(1974년), ‘겨울 여자’(1977년) 등 숱한 히트작에 출연하며 영화계에서 독보적인 남자 배우로 자리매김했다. 다작이 성행했던 시대적 특성을 감안해도 신성일씨는 출연 작품 수가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한국영상자료원 한국영화데이터베이스에 따르면 출연 영화 524편, 감독 4편, 제작 6편, 기획 1편 등 데뷔 이후 500편이 넘는 다작을 남겼다. 1963년 한 해에만 ‘청춘교실’ 등 21편에 출연했으며, 1964년에는 ‘맨발의 청춘’ 등 32편, 1965년 ‘흑맥’ 등 34편, 1966년 ‘초우’ 등 46편 영화에 출연했다. ‘안개’ 등 51편 영화에 출연한 1967년은 그의 일생에서 가장 많은 영화에 출연한 해였으니, 이해 제작된 한국 영화는 총 185편이었다. 전찬일 영화평론가는 “기록적 다작 속에서 생명력 있는 행군을 펼친 것은 한국 영화사에서 그 예를 찾기 불가하다”며 “기록적 출연 편수야말로 그 스타성 증거”라고 평했다. 명성만큼이나 수상 이력도 화려하다. 1968년과 1990년 대종상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받았으며, 부일영화상 남우주연상, 백상예술대상 남자최우수연기상,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 남우주연상, 청룡영화상 인기스타상, 대종상영화제 공로상, 부일영화상 공로상 등 수없이 많은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영화 관련 단체 활동도 적극적이었다. 1979년 한국영화배우협회 회장을 맡았으며, 1994년에는 한국영화제작업협동조합 부이사장을 지냈다. 2002년에는 한국영화배우협회 이사장과 춘사나운규기념사업회 회장직을 맡았다. ]1993년 고려대 언론대학원 최고위언론과정, 1997년 동국대 문화예술대학원, 2000년 경희대 대학원 사회학과를 수료했다. 대구과학대학 방송연예과 겸임교수, 계명대 연극예술과 특임교수를 맡아 후진 양성에 힘을 기울였으며, 자서전 ‘청춘은 맨발이다’, 인터뷰집 ‘배우 신성일, 시대를 위로하다’ 등의 저서를 남겼다. 고인은 영화계 성공을 발판으로 정계에도 진출했다. 1981년 제11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한국국민당 후보로 서울 마포·용산 선거구에 출마했으나 고배를 마셨으며, 1996년 제15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신한국당 후보로 출마했으나 역시 낙선했다. 그러나 삼수 끝에 2000년 제16대 총선에서 대구 동구 국회의원으로 당선돼 의정활동을 펼쳤다. 국회 외교통일위원장 자유한국당 강석호 의원이 그의 조카다. 고인의 생전 마지막 공식 활동은 지난달 초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 참석이었다. 그는 부산영화제 개막식에 참석해 이장호 감독, 배우 손숙과 함께 밝은 표정으로 레드 카펫을 밟았다. 전찬일 평론가는 “신성일은 투병 와중에도 그가 아니면 소화해내기 힘들 파격적 의상과 환한 미소로 부산영화제 개막식을 빛냈다”면서 “부산영화제 개막식 주인공을 단 한 명 꼽으라면 단연 신성일이었다”고 평했다. 영화계에서는 고인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영화인장을 거행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영화인 단체 대표들이 장례위원회를 구성하고 한국영화인단체총연합회 지상학 회장과 배우 안성기가 공동장례위원장을 맡는 방안이 거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족으로 당대 최고의 여배우 부인 엄앵란 씨와 장남 석현·장녀 경아·차녀 수화 씨가 있다. 빈소는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 24호실에 차릴 예정이었으나 23호실로 옮겨졌다. ☎ 02-3010-2000(대표번호)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창원시 환경영화제 개최, 영화와 환경을 접목한 영화 속 환경이야기

    경남 창원시는 3일 환경문제에 대한 시민의식을 높이기 위해 대중매체인 영화와 환경을 접목한 ‘제12회 창원환경영화제’를 오는 9·10일 창원 롯데시네마에서 개최한다고 밝혔다. 이번 영화제에는 크레이그 리슨 감독의 ‘플라스틱 바다’를 비롯해 모두 4개 작품이 무료로 상영된다. 9일 오후 7시 창원롯데시네마 1관에서 영화제 개막식을 한 뒤 플라스틱 해양 오염의 실상을 파헤치는 ‘플라스틱 바다’가 개막작으로 상영된다. 개막작 상영에 이어 김태훈 영화평론가가 관객들에게 재미있는 영화이야기를 들려줄 예정이다. 둘째날에는 롯데시네마 4관에서 오전 11시부터 ‘키리바시의 방주’, ‘울타리 밖의 사람들’, ‘산호초를 따라서’가 상영된다. 영화 상영 뒤 지역 명사 3인과 시민들이 영화 속 환경이야기를 함께 나누는 자리가 마련된다. 상영작 4편 이미지를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레드카펫 포토존이 설치된다. 참여한 시민들에게 친환경 에코백을 나눠준다. 시 관계자는 “많은 시민들이 환경영화제에 관심을 갖고 참여하도록 해양 미세플라스틱과 기후변화 등 세계적으로 논의되는 환경문제를 다룬 유익한 작품들을 준비해다”고 말했다. 창원 강원식 기자 kws@seoul.co.kr/
  • [주말의 커튼콜]객석에 등을 보인 발레리나...스베틀라나 자하로바

    [주말의 커튼콜]객석에 등을 보인 발레리나...스베틀라나 자하로바

    ※‘주말의 커튼콜’은 최근 화제가 됐거나 내한을 앞둔 예술가들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관록의 발레리나에게도 콘서트홀 무대는 다소 낯설었다. 자기 뒤에 있는 객석이 퍽 신경쓰이기도 했다. 남편인 바이올리니스트 바딤 레핀(47)과 함께 무대에 서는 발레리나 스베틀라나 자하로바(39)의 이야기다.클래식과 발레를 대표하는 슈퍼스타 커플의 콜라보레이션 무대는 남편 레핀이 주도하는 러시아 ‘트란스-시베리안 예술축제’ 등의 무대에 오르며 관객의 큰 관심을 받았다. ‘손가락과 발가락을 위한 파드되(2인무)’ 등의 이름으로 세계 주요 국가에서 공연된 두 사람의 무대는 ‘투 애즈 원’이라는 이름으로 내년 10월 26~27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도 예정돼 있다. 자하로바는 유니버설 발레단의 ‘라 바야데르’ 공연을 위해 최근 한국을 찾았다. 전날 첫 공연을 마치고 2일 한국 취재진과 만난 자하로바에게 내년 있을 레핀과의 공연에 대한 얘기를 들었다. “등을 보이는 무대, 관객들은 좋아했죠” 2010년 두 사람의 결혼 사실이 공식적으로 알려진 뒤로 주변에서는 러시아의 슈퍼스타 커플을 가만 놔두지 않았다. 최정상 예술가 커플의 탄생이 공식화된 때부터 두 사람이 함께 서는 무대는 이미 예고돼 있었을까. 세계 최고 바이올리니스트의 연주에 맞춰 현역 최고 발레리나가 춤을 추는 무대는 공연기획자라면 누구나 탐낼만 했다. 자하로바는 남편과의 공연에 대해 “원래 제안을 받고 3년간 거절했었다”고 말했다. 음악과 발레의 공통점을 찾기가 어려웠고, 무엇보다 두 사람이 각자 일정으로 바빴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계속된 주변의 권유를 뿌리치기는 어려웠다. 그는 레핀과 공연을 하며 극장이 아닌 콘서트홀 무대에 서는 발레리나가 됐다. 레핀과 자하로바가 함께 무대에 섰던 콘서트홀들은 사실상 그들로 인해 처음으로 발레리나에게 무대를 내준 공연장이 된 셈이 됐다. 콘서트홀 무대는 자하로바에게도 낯설었다. 발레 극장은 무대와 객석 사이 오케스트라 피트가 있고 사실상 일방향적 구조다. 하지만 합창석이 있는 콘서트홀은 무대 뒤에서도 공연을 볼 수 있다.“처음에는 제 뒤에 관객이 있는 무대가 신기했습니다. 등을 보이고 발레를 하고 싶지 않아서 공연장 측에 합창석 쪽은 아예 비워두라고 했었죠.” 하지만 주최측으로서는 멀쩡한 자리를 그냥 비워둘 수 없었다. “걱정하지 마라”는 답을 들은 자하로바는 결국 무대 앞뒤로 관객이 그를 지켜보는 가운데 남편과 함께 공연을 펼쳤다. 그는 “아무래도 무대를 더 가깝게 볼 수 있다보니 오히려 합창석을 더 선호하는 분들도 있었다”며 “저에게는 새로운 경험이 됐다”고 소회했다. 공연에서 레핀은 솔리스트이자 지휘자 역할을 한다. 레핀이 무대에서 연주하는 동안 자하로바는 프로그램이 바뀔 때마다 무대 뒤에서 옷을 갈아입어야 한다. 남편과의 무대를 통해 20년 넘게 세계 최정상 무대에 섰던 발레리나가 음악을 바라보는 시각도 달라졌다. 그는 “차이콥스키 ‘백조의 호수’에서 바이올린 솔로 부분이 있는데, 남편과의 프로젝트 이후 연주를 어떻게 하는지 유심히 바라보게 됐다”면서 “평소 음악가들이 어떻게 일하는지 궁금했는데, 남편과 공연하면서 알게 됐다”고 말했다. “13년만의 내한, 여유가 있네요.” 공연 다음날 오전 취재진을 만난 그의 얼굴에서는 피곤함을 찾아볼 수 없었다. 이미 오후에 한국을 관광하기 위한 옷차림으로 나온 그는 “13년전 내한 때는 여유가 없어서 서울을 많이 보지 못했다”며 “오늘은 여유가 있으니 좀 더 둘러봐야겠다”고 했다.유니버설 발레단과의 이번 내한 공연은 전막 공연으로는 2005년 볼쇼이발레단의 ‘지젤’에 이어 두번째 내한이다. 이번 무대에서 자하로바는 인간의 상상 이상의 유연성을 보여주며 관객의 탄성을 자아냈다. 장인주 무용평론가는 1일 공연에 대해 “2005년 때보다 오히려 더 좋았다”는 평가를 내렸다. ‘라 바야데르’에서 주인공 ‘니키아’ 역으로 출연하는 그의 공연은 오는 4일 한차례 더 예정돼 있다.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 [뉴스 전에 책이 있었다] 강호를 비웃다… 그의 무협 세계관이 준 깨달음

    [뉴스 전에 책이 있었다] 강호를 비웃다… 그의 무협 세계관이 준 깨달음

    ‘사조영웅전’, ‘신조협려’, ‘의천도룡기’의 작가, 아니 1980년대 중반 중·고등학교를 다닌 세대에게는 ‘영웅문’으로 더 잘 알려진 작가 진융(金庸)이 지난달 30일 세상을 떠났다. ‘영웅문’으로 칭했으니 작가 이름도 진융이 아니라 김용으로 하는 게 좋겠다. 김용은 앞서 열거한 시리즈 외에도 ‘천룡팔부’, ‘소오강호’, ‘녹정기’ 등으로 전 세계 독자를 사로잡았다. 공식 집계된 것만 1억 부가 넘게 팔렸는데, 한국어는 물론 영어·프랑스어·이탈리아어·태국어·일본어·베트남어 등 다양한 언어로 그의 작품들이 번역되었다. 영화로 그의 작품을 본 이는 수를 헤아리기 어려우니 이쯤 되면 영향력이라는 단어는 무의미하다.기억에도 생생하다. 1985년, 지금은 역사 속으로 사라진 출판사 고려원에서 출간된 ‘영웅문’ 시리즈의 인기는 그야말로 선풍적이었다. 강호를 누비겠다는 원대한 꿈이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중학생 소년에게 숱한 영웅들이 명멸한 그곳 강호는 가히 장관이었다. 의리 빼면 시체인 주인공들이 강호의 도를 세우기 위해 분주했고, 반면 신의라고는 약에 쓰려고 찾아도 없는 이들은 강호의 도를 문란케 했다. 김용의 작품 중 내가 가장 사랑하는 작품은 ‘소오강호’(笑傲江湖)이다. 제목은 ‘강호를 비웃다’, 더 적극적으로는 ‘강호의 패권 싸움을 손톱의 때만큼도 여기지 않는다’는 뜻을 담고 있다. 비록 작품을 읽지 않았다 해도 이제 중년을 향해 달려가는 세대에게 익숙한 이름(혹은 영화 제목)이 등장한다. 한때 한국에서도 꽤 인기가 있었던 홍콩 배우 임청하가 연기한 ‘동방불패’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임청하의 매력에 풍덩 빠졌던 세대에게 ‘동방불패’는 잊지 못할 추억의 영화일지도 모른다. 다만 소설 ‘소오강호’의 주인공은 동방불패가 아니라 영호충이다. 동방불패는 이름도 찬란한 일월신교(日月神敎)의 교주로 ‘규화보전’이라는 비서(秘書)에 담긴 최강의 무공을 익힌, 가히 무림의 1인자라 할 수 있는 인물이다. 소설에서는 나이 지긋한 여장 노인으로 등장하며 전 교주의 딸 임영영을 보살피는 인물인데, 비중은 미미하다. 우리에게 익숙한 이연걸과 임청하가 등장한 동명의 영화는 극적 재미를 위해 동방불패가 젊은 여성으로, 그것도 임영영의 정인인 영호충과 사랑에 빠지는 여주인공으로 등장한다.사실 영호충은 김용이 자신의 작품들 중 가장 사랑했던 캐릭터가 아닐까 싶다. 한때 화산파의 후계자였으나 계략에 휘말려 내공마저 잃고 쫓겨난 영호충은 일월신교의 전 교주 임아행의 딸 임영영의 도움을 받아 모든 고난을 이겨낸다. 독고구검 등을 익힌 그는 정의로운 싸움에 나서고, 욕망과 욕심으로 가든 찬 모략가들이 사라진 뒤 강호를 등지고 표표히 떠나 평온한 삶을 산다. 강호를 떠나는 영호충의 뒷모습은 “화려한 빛깔은 눈을 멀게 하고, 화려한 소리는 귀를 멀게 한다”는 세상 이치를 깨달은 자의 것이었다. 사실 ‘소오강호’는 하늘을 나는 등 세상에는 없을 것 같은 강호의 모습을 그려내고 있지만, 오늘 우리의 모습과도 진배없다. 입으로는 정의를 외치면서도 추악한 행동을 일삼는 사람들의 모습에는 힘의 맛을 본 우리 시대의 권력자들의 모습이 오버랩된다. 신의를 생명과 같이 여긴다고 말하지만, 뒤에서는 칼을 가는 모습은 오늘 우리, 아니 바로 나 자신의 모습이다. 그런 점에서 김용의 ‘소오강호’를 비롯한 대개의 소설들은 무협지의 최고봉이면서, 현실을 성찰케 하는 가르침의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장동석 출판평론가·뉴필로소퍼 편집장
  • 북녘의 향기 그리워 고향의 온기 그리다

    북녘의 향기 그리워 고향의 온기 그리다

    인민군·국군으로 살아야 했던 미술학도 6·25전쟁의 아픔 잿빛 화폭에 담아 통일 염원은 화려한 색채로 그려내 매번 다른 상상 속 어머니 담은 작품도“젊은 사람들은 잘 이해가 안 되겠지만서도….”고향을 떠올리던 여든여섯의 화가는 말 중간중간 젊은 기자들의 눈치를 봤다. 이동표 화가의 고향은 황해도 벽성군 동운면 주산리. 고향 땅 저수지를 떠올리며 비슷한 풍경의 경기도 양평 땅에 자리잡았다는 화가다. 해방 소식도 고향 저수지에서 멱 감다가 봤다는 화가는 한국전쟁 이래 이날 입때껏 고향 땅을 밟지 못했다. 서울 종로구 평창동 김종영미술관에서 2일까지 열리는 이동표 초대전 ‘달에 비친’전. 북녘에서 태어나 해방과 동족상잔의 비극을 겪고 60여년 실향민으로 살기까지, 노 화가의 삶이 오롯이 담긴 전시는 대한민국 현대사 그 자체다. 그는 오랜 시간 어머니를 그린 것으로 유명하다. 화가의 어머니는 그를 낳고 얼마 되지 않아 산후병으로 저세상 사람이 됐다. 어머니와 일면식도 없는 그는 오로지 상상에 의지해 어머니를 그렸다. 아이를 보듬는 어머니의 손이 유독 크고 두껍다. 화가는 “자식과 차마 헤어지지 못하겠는 마음에 손이 이렇게 커졌다고 누가 그러대”라고 했다. 화폭 속 어머니는 그날그날 상상에 따라 조금씩은 다른 모습이다. 미술학도의 삶을 송두리째 바꾼 6·25전쟁을 소재로 한 역사화는 유독 잿빛이다. ‘일인이역 골육 상쟁’(2000) 속 국군과 인민군은 모두 화가 자신이다. 1947년 해주예술학교 미술과에 입학해 그림을 그리던 소년은 1950년 6·25전쟁 당시 인민군으로 참전했다. 1·4 후퇴 때 월남해 수용소 생활을 거친 후 이번에는 국군으로 입대해 신산한 삶을 이어 갔다. 머리에 지게에 짐을 이고 지고 떠나는 ‘6·25전쟁과 피난 행렬’(2004), 총부리를 앞에 두고 부르짖는 ‘고향에 가고 싶다’(2005)는 모두 그때의 기억에서 비롯됐다. 10년 전서부터는 톤이 좀 바뀌었다. “6·25만 그리면 뭐하냔 말이야. 집에 가야 하는데.” 칠순 중반에 얻은 깨달음이었다. ‘통일이다. 고향 가자’라는 제목의 연작 시리즈는 색채부터가 빨강, 주황 일색으로 화사하다. 인물들 얼굴에도 웃음이 가득하다. ‘다함께 모여 옛집 찾아가세’, ‘만세 부르며 이날을 기뻐하세’ 등 깨알같이 글귀도 많다. “습관적으로 그러는데, 평론가 김윤환 선생이 보고 ‘더 표현하고 싶은 말을 글로 했다’고 하더라고. 내 마음을 더 쏟아내고 싶은데 (그림만으론) 한계가 있잖아.” 통일이 코앞인 양 일견 다급함도 느껴지는 그림. 최근의 남북 해빙무드가 화가의 마음을 더 들뜨게 한 걸까. “예술가들은 뭐 어느 시기에도 좋고 나쁘고가 없어. 그냥 있는 그대로 고향 가는 길목에서 한 거지 뭐.” 화실 한켠에 고향 땅을 확대한 구글 어스 지도를 두었다는 그. 생전에 고향 땅에 갈 수 있을 것 같냐는 질문에 화가는 말했다. “어쩌면 갈 수 있을 것 같기도 하고…. 지금이라도 가면 늦지 않잖아. 건강하고 그러니까. 실은 (꿈에서) 엊저녁에 고향집에 갔어. 집은 없는데 석류가 이렇게 큰 게 있어 가지고 가서 까먹고….” 고향의 추억이, 실향의 아픔이 그에겐 현재 진행형이었다. 그런 그가 눈치를 보게 하는 젊은 사람이라는 게 되레 미안해졌다. 글 사진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걸작 ‘하녀’ 만든 거장 감독, 김기영을 기린다

    걸작 ‘하녀’ 만든 거장 감독, 김기영을 기린다

    독창적이고 파격적인 작품 세계로 주목받은 김기영(1919~1998) 감독의 이름을 딴 헌정관이 생긴다.CGV아트하우스는 오는 15일 CGV명동역 씨네라이브러리에 ‘김기영관’을 개관한다고 31일 밝혔다. 우리 영화의 위상을 높인 영화인의 업적을 조명하기 위해 상영관을 헌정하는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2016년 ‘임권택관’(CGV서면)과 ‘안성기관’(CGV압구정), 지난해 ‘박찬욱관’(CGV용산아이파크몰)에 이어 네 번째다. 김 감독은 일찍부터 작가주의적인 개성과 성향을 드러낸 보기 드문 스타일리스트로 꼽힌다. 영화 시나리오부터 음악, 소품, 미술, 포스터까지 자신만의 감각을 덧입혀 그로테스크한 작품 세계를 탄생시켰다. 인간의 본능적이면서 노골적인 욕망과 성적 억압을 중심으로 내면의 숨겨진 악을 드러내는 영화를 주로 선보였다. 대표작으로는 남편과 불륜 관계를 맺은 가정부가 단란한 가정을 파멸시키는 ‘하녀’(1960)를 비롯해 ‘화녀’(1971), ‘충녀’(1972), ‘화녀 82’(1982), ‘육식동물’(1984), ‘육체의 약속’(1975), ‘이어도’(1977), ‘살인나비를 쫓는 여자’(1978) 등이 있다. 1997년 부산국제영화제 ‘김기영 회고전’을 계기로 젊은 관객들과 외국 영화인들로부터 다시금 주목받았다. 다시 영화를 만들 준비를 하다가 1998년 불의의 화재 사고로 별세했다. ‘김기영관’에는 그의 대표작 중 6편의 아트포스터와 연대기, 영화 평론가들의 헌정사 등이 전시된다. 개관을 기념해 오는 15일부터 28일까지 2주간 김 감독의 대표작들을 모은 ‘김기영 마스터피스 특별전-욕망의 해부학’도 진행된다. 헌정관 수익의 일부는 내년 초 김 감독의 이름으로 한국독립영화에 후원할 예정이다.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광주에서 열리는 아시아 문인들의 축제

    광주에서 열리는 아시아 문인들의 축제

    아시아 각국의 걸출한 문인들이 광주에 집결한다.‘아시아에서 평화를 노래하자’라는 주제로 ‘제2회 아시아문학페스티벌’이 새달 6~9일 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열린다. 페스티벌은 문학을 매개로 아시아 각국의 문화적 소통과 연대를 구축하고, 한국 문학이 아시아 문화의 소통 기지로 역할해 나가자는 취지로 마련됐다. 몽골문학의 거장이자 세계적 인문학자인 담딘수렌 우리앙카이, 중국 현대 문학사에서 논쟁적인 작가로 꼽히는 옌렌커 등 아시아 10개국 작가 11명이 참여할 예정이다. 한국에서는 문학평론가 백낙청 조직위원장을 필두로 염무웅 부위원장 등 조직위·자문위원회 참여 작가 31명과 한강·나희덕·고진하·문태준 등 문인 12명이 함께한다. 공식 일정은 6일 5·18민주묘지 방문으로부터 시작된다. 7일 오전에는 개막식이 열리고, 오후 2시부터 ‘내가 먼저 평화가 되자’라는 주제로 평화포럼이 이어진다. 오후 6시에 열리는 문학난장에서는 아시아와 국내의 여러 작가들과 시민들이 시장에서 함께 음식을 사먹고 작품을 낭송한다. 9일에는 옌렌커와 심윤경 시인, 미얀마 시인 팃사 니와 이영진 시인, 담딘수렌 우리앙카이와 이영산 작가가 ‘평화를 향한 여러 갈래 길’이라는 주제로 팟캐스트를 녹화한다. 시민참여 프로그램으로 담딘수렌 우리앙카이, 자카리아 무함마드, 신용목, 한강 등이 함께하는 ‘작가와의 만남’를 비롯해 ‘심야책방’, 독일 예술사가인 마트 아우푸더 호스트 초청강연 ‘베를린이 바라본 광주’등이 마련될 예정이다. 페스티벌과 관련한 자세한 내용은 ACC 홈페이지(www.acc.go.kr)를 참고하면 된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이미혜의 발길따라 그림따라] 슬픔이 아름다움에게

    [이미혜의 발길따라 그림따라] 슬픔이 아름다움에게

    마리안네 베레프킨은 1892년 상트페테르부르크 아카데미에서 네 살 아래인 알렉세이 야블렌스키를 만났다. 베레프킨은 러시아 사실주의의 대가 일리야 레핀의 문하생 중에서 실력을 인정받고 있었다. 야블렌스키는 사관학교를 졸업하고 장교로 부임했지만, 그림이 좋아 공부를 시작한 참이었다. 그에게 반한 베레프킨은 이 남자를 반드시 성공시키겠다고 결심했다. 오늘날에는 사랑만으로 자신의 목표를 간단히 포기한 그녀의 행동이 잘 이해되지 않는다. 여성 미술가가 드물었던 시대에 자신이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하는 회의도 작용했던 것 같다. 가난해서 결혼에 대한 희망을 접었던 야블렌스키는 베레프킨과 평생을 함께하겠다고 맹세했다.두 사람은 미술의 새로운 중심지로 떠오르고 있던 뮌헨으로 갔다. 아내는 전심전력을 다해 남편을 지원했다. 슈바빙 기젤라스트라세에 있던 두 사람의 집에는 여러 국적의 예술가들이 모여 북적거렸다. 아무 걱정 없이 그림에 몰두할 수 있는 환경이었으나 남편은 아내의 기대만큼 빨리 발전하지 못했다. 베레프킨은 괴로워했다. 하지만 진짜 심각한 문제는 그게 아니었다. 남편이 십대 하녀와 관계를 가져 아들을 낳았을 때 그녀는 고통과 함께 환상에서 깨어났다. 베레프킨은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붓을 놓은 지 10년 만이었다. 그녀는 일기에 이렇게 적었다. “그림을 그리고 싶다. 강박적으로. 물감을 다루고 싶은 강렬한 욕망이 심장을 갉아먹는다.” 베레프킨의 그림에는 격정과 공허함이 교차한다. 선명한 원색은 불안한 화음을 이루고, 움직이는 것 같은 굵은 선이 공간을 파격적으로 분할한다. 야블렌스키에게 결코 뒤지지 않는 개성적 세계를 이루었으나 그녀가 두려워했던 대로 미술시장이나 비평계는 반응하지 않았다. 야블렌스키는 성공하자 아내를 떠나 아들의 생모에게 갔고, 빈털터리로 남겨진 베레프킨은 스위스의 작은 마을에서 여생을 마쳤다. ‘가을의 목가’는 뮌헨 인근 산악 지대에서 그린 것이다. 원경에는 가파른 산봉우리가 겹쳐 있고, 단풍나무들은 폭발한 것 같다. 아기를 어르는 부부는 세상 모르고 평화롭다. 이들을 바라보는 화가의 시선에서 쓸쓸함이 묻어난다. 미술평론가
  • BBC 선정 100대 외국어 영화에 박찬욱 ‘올드보이’ 29위

    BBC 선정 100대 외국어 영화에 박찬욱 ‘올드보이’ 29위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가 영국 BBC가 선정한 100대 외국어 영화에 한국 영화로는 유일하게 포함됐다. 방송은 43개국 209명의 평론가들에게 41개 언어로 제작된 영화 가운데 10편을 꼽아 달라고 주문한 뒤 이를 집계해 100개 작품을 선정했는데 24개국 67명의 감독들이 19개 언어로 제작한 영화들이 뽑혔다고 30일 전했다. 방송의 홈페이지에는 평론가들의 명단과 투표 내용과 함께 25위 안에 든 작품들을 여러 평론가들이 어떻게 평가했는지 등을 찬찬히 살펴볼 수 있게 했다. 국내에서는 전찬일 평론가 등 3명이 설문에 참여했다. 역시나 프랑스어가 27편으로 가장 많았고 만다린(중국어)가 12작품, 이탈리아와 일본어 작품이 나란히 11편, 박찬욱 감독의 한국과 벨라루스, 루마니아, 볼로프가 한 작품씩 선정됐다. 여성이 메가폰을 잡거나 공동 연출한 작품은 네 편에 불과했다. 투표에 참가한 여성 비평가가 94명으로 전체의 45%를 차지했는데도 이런 결과를 낳았다. 또 하나 특기할 것은 일본(11편), 중국(6편), 대만(4편), 홍콩(3편), 한국(1편) 등 동아시아 영화가 25편으로 전체의 4분의 1를 차지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가장 많은 평론가들이 꼽은 영예의 1위는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7인의 사무라이’였다. 6명의 일본인 평론가들이 희한하게도 구로사와의 작품에 한 표도 던지지 않았으며 일본을 제외한 거의 모든 나라 평론가들이 압도적인 표를 몰아줬다고 방송은 설명했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2018 베스트브랜드 대상] 제조·유통 모든 것, 20년 전문가 공개

    [2018 베스트브랜드 대상] 제조·유통 모든 것, 20년 전문가 공개

    중앙경제평론사의 ‘매출 100배 올리는 유통 마케팅 비법’은 제조·유통 경력 20년의 현직 빅3 대형 유통 업체 전문가가 유통 초보자를 위해 대한민국 실전 유통의 A부터 Z까지 모든 것을 알려준다. 이 책의 지식은 저자가 20년 동안 유통·제조 양쪽에서 직접 경험하고 습득한 것으로, 일반적인 유통 관련 서적에서는 배울 수 없는 생생한 실전 내용들로 가득하다. 또한 제조 및 유통 업체의 상황과 현실에 대해 깊이 있는 고민을 하고, 그들에 맞는 실전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처음으로 유통에 뛰어드는 사람이나 유통으로 힘들어하는 초보자에게 막혔던 부분을 시원하게 뚫어주는 역할을 한다. 특히 책은 유통을 시작할 때 내게 맞는 플랫폼, 유통 채널별 특성, 수수료 차이, 특수한 유통업체에 입점하는 방법 같은 실전적인 내용과 함께 유통 전반에 대한 개념을 꼼꼼히 담았다. 국내 유통시장의 현황 및 특징, 온·오프라인 판매의 차이점, 마케팅 전략 등 실전에 도입하기 전에 꼭 알아야 할 내용들도 일목요연하게 정리했다. 김태곤 객원기자 kim@seoul.co.kr
  • 영화 ‘리스펙트’ 개봉, 더콰이엇·도끼·딥플로우...힙합 래퍼 12人이야기

    영화 ‘리스펙트’ 개봉, 더콰이엇·도끼·딥플로우...힙합 래퍼 12人이야기

    래퍼 12인의 진짜 이야기가 담긴 리얼 다큐멘터리 영화 ‘리스펙트’가 개봉을 확정했다. 29일 커넥트픽쳐스 측에 따르면 영화 ‘리스펙트’가 오는 11월 28일 개봉한다. ‘리스펙트’는 힙합계 대표주자 더 콰이엇, 도끼, 딥플로우, MC메타, 빈지노, 산이, 스윙스, 제리케이, JJK, 타이거JK, 팔로알토, 허클베리 피 등 래퍼들 이야기를 그린 영화로, 무대 위에서 들려주지 않았던 이들의 진짜 이야기를 담는다. 또 대중음악 평론가이자 힙합 저널리스트 김봉현과 대한민국 힙합의 대표적인 프리스타일 MC 허클베리 피가 호스트가 되어 바닥에서부터 힙합의 역사를 쌓아 온 힙합 아티스트들의 과거를 비롯해 ‘쇼미더머니’를 통해 힙합이 대중문화로 떠오른 현재 그들의 삶과 철학을 인터뷰로 풀어낸다. 수식어가 필요 없는 타이거JK, MC메타를 비롯, 힙합씬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일리네어 레코즈의 도끼, 더 콰이엇, 빈지노, Mnet ‘쇼미더머니 777’ 프로듀서이자 각각의 레이블을 이끄는 팔로알토, 딥플로우, 스윙스는 물론 산이, JJK, 제리케이까지. 꿈이자 위로이고 현실이자 삶의 지향점인 힙합에 대한 그들의 깊은 속내가 힙합을 꿈꾸는 이들과 팬들은 물론 대중들의 공감을 자극하며 힙합과 그들에 대한 새로운 매력을 공개할 예정이다. 개봉에 앞서 이날 공개된 런칭 영상에서는 현재 대중문화 전반에서 가장 뜨거운 힙합 문화의 주역들이자, ‘리스펙트’의 주인공 12명 래퍼들 모습이 담겨 영화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한편 힙합을 사랑하는 12명의 이야기가 담긴 영화 ‘리스펙트’는 오는 11월 28일 관객들을 만날 예정이다. 김혜민 기자 khm@seoul.co.kr
  • [김대영의 무기 인사이드] 해상과 지상을 가리지 않는 함정 ‘고속상륙정’

    [김대영의 무기 인사이드] 해상과 지상을 가리지 않는 함정 ‘고속상륙정’

    고속상륙정은 우리 해군 함정 가운데 유일하게 해상과 지상을 자유롭게 왕래한다. 공기부양정인 고속상륙정은 고압의 공기를 아래쪽으로 분사하여 선체를 수면상으로 띄운 후 항해한다. 이 때문에 생김새도 독특할 뿐만 아니라 속도 또한 빠르다. 우리 해군은 국내 독자 개발한 고속상륙정외에도 러시아에서 불곰사업으로 도입한 무레나를 운용 중이다. 호버크래프트라는 이름으로 잘 알려져 고속상륙정은 공기부양정외에도 호버크래프트로도 잘 알려져 있다. 호버크래프트란 1959년 영국에서 시험 제작된 최초의 함정에 붙인 이름이 일반화된 것이다. 크리스토퍼 코커렐은 최초로 상용화된 호버크래프트인 SR.N1(Saunders Roe. Nautical One)을 설계하였다. 1953년 호버크래프트를 구상했지만, 1956년 6월이 되어서야 시속 49㎞로 주행할 수 있는 3인용 호버크래프트를 제작하였다. 코커렐은 호버크래프트 둘레의 좁은 터널에 공기를 불어넣기로 결정했다. 좁은 터널로 들어간 공기는 중앙 쪽으로 빠져 나오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호버크래프트의 무게를 지탱해주는 고압력 쿠션이 형성되어 수면 위에 뜰 수 있었다. 또한 일반 함정과 달리 속도 또한 빨라 전 세계가 주목했다. 상업용 여객선으로 실용화가 빠르게 진행되었고 뒤이어 군에서도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솔개라는 별칭 가진 고속상륙정 우리나라는 지난 1989년 한진중공업에서 LSF-1 공기부양정을 만들었다. 그러나 본격적으로 양산되지는 못했고 대형수송함인 독도함 건조와 함께 LSF-Ⅰ보다 커진 LSF-Ⅱ가 만들어진다. 2척이 건조된 LSF-Ⅱ는 솔개라는 별칭을 갖고 있다. 고속으로 기동하는 특성을 고려해 민첩한 조류인 '솔개'라는 이름을 붙인 것이다. LSF-Ⅱ는 최대 40노트로 항해할 수 있으며 전차 1대와 함께 24명의 병력을 수송한다. 다른 상륙정들과 달리 단순히 해안가에 상륙하는 것이 아니라 지형에 따라 내륙 근처까지 이동할 수 있어 해군의 상륙작전 능력을 한 단 계 업그레이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한 지난 2017년에는 마라도함에 사용될 LSF-Ⅱ 2차 사업이 시작되었으며, 기존 2척에 더해 추가로 2척이 더 건조될 예정이다. 러시아에서 온 고속상륙정 무레나 해군에는 국내에서 만들어진 고속상륙정외에 러시아에서 들여온 공기부양정 무레나도 있다. 러시아어로 뱀장어를 뜻하는 무레나는 불곰사업을 통해 3척이 해군에 도입되었다. 불곰사업은 우리나라의 러시아 차관을 무기로 상환 받는 러시아제 무기도입 사업이다. 무레나는 지난 1982년부터 1991년까지 8척이 건조되어 러시아 해군에서 사용하였다. 하지만 러시아 해군의 무레나는 전부 퇴역한 상황이고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우리 해군만 운용하고 있다. 최대 50노트 시속 93㎞로 항해가 가능한 무레나는 서해안에 배치되어 있다. LSF-Ⅱ와 달리 무레나급에는 러시아 해군에서 근접방어기관포로 많이 쓰는 AK630 기관포 2문이 장착돼 있다. AK630은 6개의 총열이 회전하면서 분당 2000발의 30㎜ 포탄을 발사할 수 있다. 고속상륙정(LSF-II) 제원 (출처 해군) 톤수 90t / 길이 27m / 최대속력 40kts (74km/h) / 항속거리 약 185km / 승조원 5명 / 12.7mm 중기관총 / 전차 1대 + 병력 24명 탑재 김대영 군사평론가 kodefkim@naver.com
  • [지금, 이 영화] 사랑이 끝나도 이야기는 남는다

    [지금, 이 영화] 사랑이 끝나도 이야기는 남는다

    영화 ‘필름스타 인 리버풀’의 원제는 ‘필름스타 돈 다이 인 리버풀’(Film Stars Don’t Die in Liverpool)이다. ‘유명 영화배우는 리버풀에서 죽지 않는다’라는 뜻이다. 이 제목은 배우 겸 작가 피터 터너의 회고록에서 따왔다. 실제 그가 겪은 이야기로 이 영화를 만들었기 때문이다.제목을 좀 더 들여다보자. 우선 리버풀. 이곳은 피터가 나고 자란 고향이자, 그와 함께 유명 영화배우가 생의 마지막을 보낸 지역이다. 그 유명 영화배우는 누구일까. 바로 글로리아 그레이엄이다. 그녀의 전성기는 1950년대였다. 1950년에는 험프리 보가트와 같이 영화 ‘고독한 영혼’을 찍었고, 1952년에는 영화 ‘악당과 미녀’에 출연해 제25회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받기도 했다. 이런 은막의 스타였던 글로리아와 배우 지망생 피터가 처음 만난 해는 1979년이었다. (사실 두 사람의 첫 대면은 1978년에 이루어졌다고 한다. 영화는 뒤에 이어지는 서사적 시간을 조밀하게 하려고 수정을 가했다.) 런던의 소박한 다세대주택에서 조우한 이들은 이웃에서 곧 연인이 되었다. 당시 글로리아가 56세, 피터가 27세였다. 둘의 나이 차이에 놀라는 사람이 많을 것 같다. 그렇지만 앞서 밝힌 대로 이것은 실화다. 영국 작가 줄리언 반스 역시 젊은 시절 나이 차이가 이 정도 나는 여성과 애정을 나눴던 일화를 소설로 썼다. 이 작품에 나오는 구절을 아래에 옮긴다. 글로리아와 피터가 했던 연애와 그 후의 감정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수전은 모든 사람에게는 자기만의 사랑 이야기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것이 대실패로 끝났다 해도, 흐지부지되었다 해도, 아예 시작도 못했다 해도, 처음부터 모두 마음속에만 있었다 해도, 그렇다고 해서 그게 진짜에서 멀어지는 것은 아니었다. 그것이 단 하나의 이야기였다.”(줄리언 반스 ‘연애의 기억’ 중) 남들이 뭐라고 쑥덕거리든, 설령 지금은 우리가 헤어졌을지라도, 서로 사랑했던 단 하나의 이야기는 사라지지 않는다. 각자에게 진실한 것으로서 간직된다. (글로리아가 뉴욕에서 세상을 떠난 것과 상관없이) ‘유명 영화배우는 리버풀에서 죽지 않는다’라는 제목의 의미를 나는 이와 같은 맥락에서 납득할 수 있었다.이 작품에서 피터 역은 영화 ‘빌리 엘리어트’의 주인공이었던 제이미 벨이, 글로리아 역은 다수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아네트 베닝이 맡았다. 배우 연기를 자세히 평가할 능력이 나에게는 없다. 다만 그들이 가장 빛났다고 느꼈던 한 장면만은 언급하고 싶다. 객석이 빈 연극 무대에 두 사람이 올라가 희곡 ‘로미오와 줄리엣’의 대사를 주고받는 부분이다. 이때 피터와 글로리아는 영원한 이별을 앞두고 있었다. 그러나 이들은 그런 상황에 아랑곳하지 않고, 나이를 신경 쓰지 않고, 밀어를 속삭인다. 그 순간 그들이 완벽한 로미오와 줄리엣처럼 보였다. 정말이다. 허 희 문학평론가·영화칼럼니스트
  • “나는 작품 지키는 묘지기”… 문학평론가 김윤식 교수 별세

    “나는 작품 지키는 묘지기”… 문학평론가 김윤식 교수 별세

    “인간으로 태어나서 다행이었고, 문학을 했기에 그나마 다행이었습니다. 예언자가 없더라도 이제는 고유한 죽음을 죽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남의 작품에 대한 평을 쓰는 자신을 ‘묘지기’로 비유했던 문학평론가가 갔다. 1세대 문학평론가 김윤식 서울대 국어국문학과 명예교수가 25일 오후 7시 30분쯤 숙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82세. 한국문학의 산증인인 고인은 평생을 한국문학 역사를 연구하고 기록하는 일에 몰두했다. 수십년 간 쉬지 않고 문예지에 발표된 거의 모든 소설 작품을 잃고 월평(月評·다달이 하는 비평)을 썼다. 서울대 국어국문학과에서 30여년간 교편을 잡으며 내로라하는 국문학자, 문학평론가, 작가 등 수많은 문인을 배출했다. 쉼없이 읽고 쓰고 가르치는 인생이었다. 그렇게 남긴 학술서와 비평서, 산문집, 번역서만 무려 200여 권에 달한다. 1936년 경남 진영에서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난 고인은 1955년 서울대 사범대 국어과에 입학해 같은 대학원 국문학과에서 석사·박사 학위를 받았다. 1962년 ‘현대문학’에 평론 ‘문학방법론 서설’과 ‘역사와 비평’이 추천되면서 등단했다. 그는 생전에 “글을 쓰고 싶어 서울대에 입학했지만 중도에 작가의 꿈을 접고 국문학 연구에 빠져들었다”며 ‘겁도 없이 청무밭에 뛰어든 흰나비꼴’이었다고 스스로를 회상했다. 고인은 여든이 넘어서도 꾸준히 소설 작품을 읽고 월평을 써 후배 평론가들의 귀감이 됐다. 특히 오직 작품만으로 평을 쓴다는 원칙을 고수해 작가들에게 존경받았다. 당대 현장비평을 담은 ‘우리문학의 넓이와 깊이’, ‘우리 소설의 표정’, ‘현대 소설과의 대화’, ‘소설과 현장비평’, ‘우리 소설과의 대화’, ‘혼신의 글쓰기 혼신의 읽기’ 등을 냈다. 그는 한국 근대문학사의 이광수·염상섭·김동인·박영희·임화·이상 등의 문학 활동을 비평적 전기 형태로 정리해 널리 알려졌다. ‘이광수와 그의 시대’, ‘염상섭 연구’, ‘임화 연구’ 등이 대표적이다. 일제강점기 좌익 문인단체인 카프(조선프롤레타리아예술가동맹)를 연구하고 ‘한·일 근대문학의 관련양상 신론’, ‘한국근대문학양식논고’, ‘한국근대문학사상사’ 등 문학사에 관한 연구서도 냈다. 2001년 대한민국예술원 회원이 됐으며, 예술원 문학분과 회장을 지냈다. 대한민국황조근정훈장(2001)과 은관문화훈장(2016)을 받았다. 현대문학신인상, 한국문학 작가상, 대한민국문학상, 김환태평론문학상, 팔봉비평문학상, 편운문학상, 요산문학상, 대산문학상, 만해대상(학술 부문), 청마문학상도 수상했다. 빈소는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차려졌다. 27일 오후 5시에 추모식을 한 후 28일 오전 7시 발인한다. 유족으로는 부인 가정혜씨가 있다. 유족은 조화와 조의금을 정중히 사양했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1세대 문학평론가 김윤식 교수 별세

    1세대 문학평론가 김윤식 교수 별세

    국문학 연구 대가이자 1세대 문학평론가인 김윤식 서울대 국어국문학과 명예교수가 25일 별세했다. 82세.평생 한국문학 역사를 연구한 고인은 ‘한국문학의 산증인’으로 불릴 정도로 우리 문학사에 큰 족적을 남겼다. 근대문학에서 시작해 한국문학 연구의 현대적인 기틀을 닦았으며 독보적인 학문적 성과를 이룩했다. 그가 쓴 학술서, 비평서, 산문집, 번역서 등 저서는 200여권에 달한다. 1936년 경남 김해군 진영읍 사산리에서 태어난 고인은 서울대 사범대 국어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국어국문학과에서 전임강사·조교수·부교수·교수로 2001년까지 30여년간 후학을 양성했다. 그는 누구보다도 발 빠르고 폭넓고 깊이 있게 읽어내고 비평했다는 점에서 독보적인 문학평론가로 기록된다. 수십년간 쉬지 않고 문예지에 발표된 거의 모든 소설 작품을 읽고 월평을 썼다. 2000년까지 100권을 내 이듬해 교수 정년퇴임 때 ‘김윤식 서문집’을 출간하기도 했다. 대한민국황조근정훈장(2001)과 은관문화훈장(2016)을 받았다. 빈소는 서울대병원에 차려질 예정이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 시진핑 일가 홍콩 고급주택 8채 사들여… 935억원 재산 은닉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 시진핑 일가 홍콩 고급주택 8채 사들여… 935억원 재산 은닉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등 전·현직 중국 공산당 최고지도부의 가족들이 홍콩에 고급주택을 포함해 다량의 부동산을 보유한 것으로 드러났다.지난 10일 홍콩 빈과일보(果日報)에 따르면 시 주석의 큰누나 치차오차오(齊橋橋)와 이복 생질녀 장옌난(張燕南)은 1990년대부터 자신의 신분을 숨기고 별도의 부동산 회사를 세워 홍콩 부동산에 집중적으로 투자했다. 이들이 투자한 부동산 가운데 가장 비싼 것은 홍콩의 고급주택 지역인 리펄스베이(淺水灣)에 있는 4층짜리 단독주택이다. 2009년 1억 5000만 홍콩달러(약 218억원)에 사들인 이 주택은 홍콩 부동산가격 급등에 힘입어 100%나 치솟아 시가가 3억 홍콩달러를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이 덕분에 9년 만에 무려 1억 5000만 홍콩달러에 이르는 시세차익을 거둔 것으로 평가된다. 풍광이 수려하고 바다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이 고급주택은 시 주석 일가가 홍콩에 들를 때마다 머무르곤 한다고 빈과일보는 전했다. 시 주석 일가가 여러 부동산 회사의 명의를 사용해 사들인 홍콩의 부동산은 리펄스베이 고급주택을 비롯해 모두 여덟 채에 이른다. 이 여덟 채의 시가를 합치면 모두 6억 4400만 홍콩달러(약 935억원)로 추산된다. 치차오차오와 장옌난 일가는 한때 홍콩에 거주했다가 현재 호주로 이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 주석이 당총서기에 오른 직후인 2012년 11월 블룸버그통신이 치차오차오와 덩자구이(鄧家貴) 부부의 재산이 엄청나다는 폭로가 나오자 반부패를 주도해 온 시 주석은 큰 정치적 부담감을 느꼈다. 이에 시 주석의 어머니 치신(齊心)은 가족회의를 열고 “시 주석과의 관계를 이용해 어떠한 사업 활동이나 불법행위를 저지르지 말라”고 당부했다. 그러나 치차오차오 부부는 시 주석이 당중앙정치국 상무위원에 오른 2007년부터 막대한 재산을 긁어모았다. 블룸버그는 치차오차오 부부가 희토류와 휴대전화 사업 분야에서 3억 7600만 달러(약 4300억원)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2014년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가 폭로한 조세회피자 리스트인 ‘파나마 페이퍼’에는 덩자구이의 이름이 올라 있다. 이후 치차오차오 부부는 시 주석의 권력 가도에 부담을 덜어 주기 위해 자산을 급하게 처분하기 시작했다. 2012년부터 2016년까지 부동산과 광산을 중심으로 10개 회사에 투자했던 자산을 내다 판 것으로 전해졌다. 빈과일보는 “중국 최고지도자인 시 주석의 월급은 1만 위안(약 164만원)을 조금 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그 영향력이 가족을 위해 가져온 ‘치부(致富) 효과’는 막대하다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홍콩 부동산 투자는 시 주석 일가에 그치지 않는다. 빈과일보에 따르면 중국 지도부 서열 3위인 리잔수(栗戰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장의 딸 리첸신(栗潛心)도 2013년 1억 1000만 홍콩달러의 고급주택을 사들여 남편 차이화보(蔡華波)와 함께 살고 있다. 공산당 서열 4위의 왕양(汪洋)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 전국위원회(정협) 주석의 딸 왕시사(汪溪沙)도 2010년 3600만 홍콩달러에 이르는 홍콩 주택 2채를 사들였다. 홍콩 거주증을 보유하고 있는 그녀는 2년 뒤 그중 한 채를 처분해 222만 홍콩달러의 차익을 챙긴 것으로 전해졌다. 후진타오(胡錦濤) 전 국가주석의 5촌 조카인 후이스(胡翼時)는 일찍 재테크에 눈 떠 홍콩 부동산 시장에 뛰어들었다. 홍콩 거주증을 취득한 그는 2009년 홍콩의 고급주택 등을 4640만 홍콩달러에 사들였다. 현재 그 시세가 7600만 홍콩달러에 달해 64%의 시세차익을 올렸다. 후이스가 주주로 있는 부동산 회사는 2013년 은행 대출을 받아 홍콩 도심의 호텔을 4억 8800만 홍콩달러에 사들였다가 올해 8억 1000만 홍콩달러에 되팔았다. 5년 만에 무려 3억 2200만 홍콩달러의 차익을 거둔 것으로 전해졌다. 정규대학을 다니지 않고 상하이시 국제관광직업기술학교를 졸업한 후이스는 2001년 상하이훙이(鴻翼)광고공사를 설립한 뒤 이듬해 양광(陽光)위성방송과 광고계약을 따내 그해 자산을 600여만 위안으로 불려 종잣돈을 마련했다. 단순히 학력만을 놓고 보면 그가 광고업계에 발붙이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빈과일보는 지적했다. 자칭린(賈慶林) 전 정협 주석 일가는 홍콩 부동산에 대한 ‘사랑’이 각별하다. 그의 부인 린여우팡(林幼芳)과 딸 자장(賈薔)은 일찍부터 ‘린칭’(林靑)이라는 가명을 사용해 부동산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1993년 385만 홍콩달러에 사들인 고급주택을 2001년 되팔아 153만 홍콩달러의 시세차익을 올렸다. 10여년이 지난 2016년에도 3778만 홍콩달러를 주고 사들인 주택이 현재 5860만 위안을 호가하고 있어 55% 시세차익을 남길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더군다나 자칭린 전 정협 주석의 외손녀 리쯔단(李紫丹)은 홍콩 부동산 업계의 ‘큰손’으로 불린다. 2015년 당시 나이 24살이던 그녀는 무려 3억 8700만 홍콩달러짜리 고급주택을 사들였다. 이 주택 구매 당시 담보대출 없이 전액 현금으로 지급한 것으로 전해져 홍콩 부동산 업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당중앙 정치국 상무위원을 지낸 장가오리(張高麗) 전 국무원 상무부총리의 딸 장샤오옌(張曉燕)은 홍콩 기업가 리셴이(李賢義) 신이(信義)유리 회장의 아들 리성발(李聖潑)과 결혼한 뒤 남편과 함께 부동산 투자에 나섰다. 홍콩과 중국 본토 두 곳에서 사업을 벌인 이 부부와 그 일가는 홍콩에서 무려 20채가 넘는 주택을 보유하고 있는데 이들 주택의 평가액이 8억 5700만 홍콩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서민 총리’로 불려 온 원자바오(溫家寶) 전 총리의 일가도 예외는 아니다. 뉴욕타임스(NYT)는 2012년 10월 기업 공시와 감독 당국의 기록 등 방대한 자료를 근거로 1992~2012년 20년 동안 그의 어머니, 아들과 딸, 동생, 처남 등의 명의로 등록된 자산이 최소 27억 달러에 이른다고 보도했다. 원 전 총리가 권력 핵심에 있던 이 기간에 그의 일가 재산이 크게 늘었다며 투자처는 은행과 귀금속, 리조트, 통신회사, 인프라 프로젝트, 부동산 등 다양하게 걸쳐 있다고 NYT는 전했다. 그는 1992년부터 공산당중앙서기처 서기, 국무원 부총리 등을 거쳐 2003년부터 2013년까지 총리로 재직했다. 원 전 총리는 당시 “권력을 이용해 사욕을 채운 적이 없다”는 공개 편지를 보내 NYT의 부정축재 보도를 부인했지만 결국 사위와 아들이 조세회피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한 것으로 확인됐다. 원 전 총리의 딸 원루춘(溫如春)이 2006~2008년 미국 투자은행인 JP모건에서 컨설팅비로 받은 180만 달러의 입금처가 남편 류춘항(劉春航)의 페이퍼컴퍼니인 풀마크 컨설턴트인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영국 케임브리지대 금융학 박사 출신인 류춘항은 중국은행보험업관리감독위원회 통계부 주임과 연구국장으로 재직하며 인민은행장 물망에도 오른 금융계 거물이다. 중국 최고지도부 가족의 홍콩 부동산 투자는 2016년을 정점으로 감소 추세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이 홍콩에 대한 통제 강화로 ‘홍콩의 중국화’가 급속히 진행됨에 따라 안전자산으로서의 매력이 떨어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시사평론가 류샤오(劉紹)는 “중국 공산당이 홍콩에 대한 통제를 강화해 ‘홍콩의 중국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더는 홍콩 부동산이 ‘안전자산’으로 여겨지지 않게 됐다”며 “지금은 투자 방향을 미국과 캐나다, 호주 등으로 돌리고 있다”고 말했다. khkim@seoul.co.kr ■이 기사는 서울신문 인터넷 홈페이지에 연재 중인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를 재구성한 것입니다. 인터넷에서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goo.gl/sdFgOq)의 전문을 만날 수 있습니다.
  • 당 쇄신 싸고 긴장감… 권력투쟁 비화하나

    당 쇄신 싸고 긴장감… 권력투쟁 비화하나

    전원책 “태극기부대 극우 아냐” 포용시사 김병준 “혼란 부르는 의견” 경고 메시지자유한국당의 쇄신을 위해 영입된 김병준(왼쪽) 비상대책위원장과 김 위원장이 인적쇄신을 위해 영입한 전원책(오른쪽) 조직강화특별위원 사이에 미묘한 긴장이 흐르고 있다. 겉으로는 ‘한배’를 탄 두 사람 간 주도권 경쟁이 신경전을 넘어 권력투쟁으로 비화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마저 나온다. 김 위원장은 25일 국회에서 기자들에게 “나는 정부에도 있어 봤기 때문에 되도록 구별해서 얘기를 한다”며 “그런데 전 위원의 경우 평론가 내지는 학자로서 의견을 피력하는 부분과 특위 위원으로서 피력하는 부분이 구분이 잘 안 돼 있어 혼란이 많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나 같은 사람은 전 위원의 발언이 특위 위원으로서 한 건지, 평론가로서 한 건지 바로 느끼는데 일반 국민은 잘 느끼지 못한다”며 “이런 부분에 대해 전 위원과 앞으로 많은 얘기를 할 것”이라고 했다. 전 위원을 향한 경고성 메시지로 풀이된다. 전 위원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개인 의견을 밝혀 논란을 일으켰다. 한국당 지도부는 보수 결집을 위해 ‘집단지도체제’ 복원을 추진 중이지만 전 위원은 ‘단일지도체제’를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 전 위원은 ‘태극기부대’에 대해 “극우가 아니다”라며 포용 가능성을 시사했다. 일각에서는 당 쇄신을 위해 영입된 김 위원장이 정작 혁신의 핵심인 인적쇄신 작업을 또 다른 외부인사인 전 위원에게 넘기며 화를 자초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전 위원은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김 위원장이 어떤 상황에서 어떤 뜻으로 그런 말을 했는지 정확히 모른다”며 “답을 하고 싶지도 않고, 어떤 말을 해서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이런 진통은 수도 없이 있을 텐데 그저 지켜봐 달라”고 했다. 이근홍 기자 lkh2011@seoul.co.kr
  • 전원책 향해 경고성 메시지 날린 김병준…권력투쟁 가나

    전원책 향해 경고성 메시지 날린 김병준…권력투쟁 가나

    자유한국당의 쇄신을 위해 영입된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과 김 위원장이 인적쇄신을 위해 영입한 전원책 조직강화특별위원 사이에 미묘한 긴장이 흐르고 있다. 겉으로는 ‘한배’를 탄 두 사람 간 주도권 경쟁이 신경전을 넘어 권력투쟁으로 비화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마저 나온다. 김 위원장은 25일 국회에서 기자들에게 “나는 정부에도 있어 봤기 때문에 되도록 구별해서 얘기를 한다”며 “그런데 전 위원의 경우 평론가 내지는 학자로서 의견을 피력하는 부분과 특위 위원으로서 피력하는 부분이 구분이 잘 안 돼 있어 혼란이 많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나 같은 사람은 전 위원의 발언이 특위 위원으로서 한 건지, 평론가로서 한 건지 바로 느끼는데 일반 국민은 잘 느끼지 못한다”며 “이런 부분에 대해 전 위원과 앞으로 많은 얘기를 할 것”이라고 했다. 전 위원을 향한 경고성 메시지로 풀이된다. 전 위원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개인 의견을 밝혀 논란을 일으켰다. 한국당 지도부는 보수 결집을 위해 ‘집단지도체제’ 복원을 추진 중이지만 전 위원은 ‘단일지도체제’를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 전 위원은 ‘태극기부대’에 대해 “극우가 아니다”라며 포용 가능성을 시사했다. 일각에서는 당 쇄신을 위해 영입된 김 위원장이 정작 혁신의 핵심인 인적쇄신 작업을 또 다른 외부인사인 전 위원에게 넘기며 화를 자초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전 위원은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김 위원장이 어떤 상황에서 어떤 뜻으로 그런 말을 했는지 정확히 모른다”며 “답을 하고 싶지도 않고, 어떤 말을 해서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이런 진통은 수도 없이 있을 텐데 그저 지켜봐 달라”고 했다. 이근홍 기자 lkh2011@seoul.co.kr
  • 스크린 속에서 만난다, 맛·건축… 소수의 시선

    스크린 속에서 만난다, 맛·건축… 소수의 시선

    부쩍 차가워진 가을을 감성으로 물들일 각양각색의 영화제가 열린다. 건축, 음식, 퀴어, 무용 등 주제도 다양하다.서울국제건축영화제는 25~29일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내 아트하우스 모모에서 열린다. 올해 10회째로 아시아 유일의 건축 영화제다. 17개국 총 24편이 상영된다. 개막작은 맷 타노어 감독의 ‘시민 제인:도시를 위해 싸우다’가 선정됐다. 자본의 논리에 의한 도시개발에 저항했던 건축 저널리스트 제인 제이컵스의 활약을 다룬 다큐멘터리다. 전하영 프로그래머는 “부동산과 재개발 광풍이 부는 한국 사회에서 생각해 볼 문제의식을 제시하는 영화”라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삶의 미각을 되찾고 싶다면 서울국제음식영화제가 좋겠다. 25일부터 새달 4일까지 서울 동작구 아트나인과 서울 중구 남산골한옥마을에서 열린다. 음식 영화의 고전부터 건강한 먹거리와 지속가능한 식문화에 대한 논의를 담은 작품 등 세계 21개국 52편의 음식 영화가 상영된다. 개막작은 스페인 출신의 라우라 코야도·짐 루미스 감독의 ‘알베르트 아드리아의 재구성’이다. 역사상 가장 훌륭한 레스토랑으로 손꼽히는 ‘엘 불리’를 만드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지만 형 페란 아드리아의 그늘에 가려졌던 알베르트 아드리아를 조명한 다큐멘터리다. 영화를 보며 음식을 즐기는 ‘먹으면서 보는 영화관’, 영화 상영 후 감독과 평론가, 셰프 등과 함께 하는 관객과의 대화 등 부대 행사도 놓치지 말자. 세계 각국 성소수자들의 삶과 이야기를 엿볼 수 있는 제8회 서울프라이드영화제는 새달 1~7일 서울 중구 CGV명동역 씨네라이브러리에서 열린다. 전 세계 31개국 78편의 영화가 상영된다. 개막작은 지난 10월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됐던 배우 이영진 주연의 ‘계절과 계절 사이’다. 올해 신설된 ‘오픈 프라이드 섹션’에서는 성소수자 외에도 여성, 장애인, 이주민, 난민 등 다른 사회적 소수자들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를 선보인다. 새달 2~4일 서울 동작구 아트나인에서 열리는 제2회 서울무용영화제는 인간의 자유로운 몸짓과 그 속에 담긴 의미를 탐구하는 영화들을 소개한다. 개막작에는 영화 ‘잉마르 베리만-안무가의 눈으로 바라보다’가 선정됐다.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59세 ‘펑키 이문세’…그 안에 사람을 담다

    59세 ‘펑키 이문세’…그 안에 사람을 담다

    200여곡 블라인드 심사로 타이틀 선곡 개코·헤이즈 등과 협업… LP로도 출시 “어른들도 BTS 듣는 시대 안주해선 안 돼” 50%는 새로운 도전·50%는 발라드 채워펑키한 리듬의 ‘우리 사이’ 전주가 흘러나온 순간 이문세(59)에 대한 선입견이 산산히 부서졌다. 과거 인기에 안주하지 않는 이문세지만 35년 음악 인생이 주는 무게감은 그 자체로 자칫 ‘올드’하게 여겨질 수 있다. 3년 반 만에 발표한 정규 16집 ‘비트윈 어스’는 환갑을 앞둔 뮤지션의 앨범이라고 생각하기 힘들 만큼 새롭다. 그 가운데에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이야기’라는 키워드가 있다.지난 22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블루스퀘어 카오스홀에서 이문세의 새 앨범 발매를 알리는 미디어 음악감상회가 열렸다. 무대는 조금 특별하게 꾸며졌다. 라디오 스튜디오 느낌으로 꾸민 테이블 중앙에 DJ가 된 이문세가 앉았다. 사회를 맡은 박경림은 게스트 자리에 앉았고 테이블 위에는 방송 중임을 알리는 ‘온 에어’ 조명이 켜졌다. 이문세는 1985년부터 11년간 MBC 라디오 ‘별이 빛나는 밤에’를 진행한 대표 ‘별밤지기’다. 박경림도 2008~2011년 ‘별밤지기’로 활약했다. 두 사람이 처음 인연을 맺은 것 역시 1996년 김기덕이 진행한 라디오 ‘두시의 데이트’를 통해서였다. 그는 “새 음반을 세상에 처음 들려드리는 건데 제가 DJ처럼 들려드리면 좋지 않을까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LP도 출시하는데 LP로 음악을 전해드렸으면 완전히 감흥이 다르지 않을까 했다. 그런데 독일에서 아직 도착을 안 했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그는 첫곡으로 더블타이틀곡 중 하나인 ‘우리 사이’를 틀었다. 이번 앨범을 통한 새로운 시도를 가장 극명하게 드러내는 트랙으로 선우정아의 곡이다. 노래 선별을 다 마친 상태에서 마지막으로 도착했지만 타이틀곡이 됐다. 그는 “선우정아의 장점이 살아 있는 곡이지만 저한테는 어울리지 않아서 싣지 않기로 했다. 그런데 20대 회사 막내 직원이 조심스럽게 ‘형님이 부르시면 참 따뜻할 것 같다’고 말해줘 열심히 녹음했다”고 설명했다. 앨범 발매에 앞서 지난 16일 선공개된 ‘프리 마이 마인드’ 또한 이문세의 노래라는 사실이 놀라운 곡이다. 직접 곡을 쓴 뒤 어쿠스틱한 랩이 첨가되면 좋겠다는 생각에 다이내믹 듀오의 개코 연락처를 수소문해 피처링을 부탁했다. 또 다른 타이틀곡 ‘희미해서’는 헤이즈가 쓴 곡이다. 200여곡을 놓고 블라인드 심사를 한 끝에 선택됐다. 그는 “사실 이번에 헤이즈를 알게 됐다”며 “데모를 듣고 어쩜 목소리가 이렇게 맑고 섹시하지 했는데 나중에 (헤이즈의 인기를 알고) 깜짝 놀랐다”는 일화를 털어놨다. 이밖에 ‘길을 걷다 보면’에는 잔나비와 김윤희가, ‘빗소리’에는 기타리스트 임헌일이 참여했다. 여러 후배 뮤지션들과의 작업은 그의 음악적 색깔을 풍성하게 만들었다. 그렇다고 인기를 노린 컬래버레이션은 아니다. 그는 “저와 각별한 친분이 있는 뮤지션들도 블라인드 심사에서 아쉽게 떨어졌다”고 말했다. 앨범이 나온 직후엔 참여한 뮤지션들을 불러 모아 저녁을 대접했다. 한 곡 한 곡이 사람과의 인연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김경진 대중음악평론가는 이번 신보에 대해 “그의 디스코그래피에서 손에 꼽을 만한 수작”이라고 평했다. 이어 “30년 전 성공의 정점을 누린 뒤 지난 세월의 영광을 반추하거나 발라드 가수라는 견고한 틀에 안주할 수도 있었지만 그의 음악은 동시대를 지향한다”는 설명을 곁들였다. “지난 앨범은 이미 내 음악이 아니라고 두부 자르듯 하고 들어간다”는 이문세는 “BTS(방탄소년단)가 요즘 세계를 강타하니까 40~50대 분들도 BTS를 듣는다. 어르신들도 새로운 음악을 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소신도 밝혔다. 그렇다고 새 앨범이 오랜 팬들에게 낯설기만 한 것은 아니다. ‘멀리 걸어가’, ‘리멤버 미’ 등 이문세표 발라드의 연장선 상에 있는 곡들에는 여운을 주는 그의 보컬이 녹아 있다. 그는 “이번 앨범의 50%는 늘 기대하는 안정적인 발라드를 세련된 기법으로 하려 노력했고, 나머지 50%는 새로운 시도를 했다”고 말했다. “공연 무대에 서는 게 아직도 두렵지만 너무 좋다”는 이문세는 12월 29일부터 31일까지 사흘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비트윈 어스’ 발매 기념 공연을 연다. 이정수 기자 tint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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