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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방인의 고독, 섬이 되었다

    이방인의 고독, 섬이 되었다

    올해는 제주에 가고 싶다. 특별한 목적이 있는 여행이다. 이름하여 이타미 준의 건축 탐방. 수풍석 미술관·방주 교회·포도 호텔 등 그가 지은 건축물을 돌아보려 한다. ‘이타미 준의 바다’를 보고 한 결심이다. 기예(techne)는 직접 체험해 봐야 그 진가를 느낄 수 있으니까. 일부러 기술과 예술을 합쳐 부르는 기예라는 단어를 썼다. 건축은 실용적인 동시에 미적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좋은 건축은 기술도 예술도 아닌, 둘의 융합인 기예일 수밖에 없다. 이타미 준의 건축이 바로 그렇다. 정다운 감독은 그의 기예에 반했다. 이타미 준의 건축이 “사람을 위로하는 공간”임을 체감한 그녀는 내친김에 그에 관한 영화까지 제작했다. 다큐멘터리지만 이 작품에는 소년·청년·노인 캐릭터가 등장한다. 이타미 준의 분신들이다. 그의 생애 주기에 따른 허구화된 표상인 이들은 각각 천진·열정·성숙을 의미한다. 그리고 여기에는 한 가지 상태를 덧붙여야 한다. 이방인의 고독이다. “나는 일본에서는 조센징, 한국에서는 일본인으로 살고 있어.” 이렇게 토로하면서 이타미 준은 눈물 흘린 적이 있다. 재일한국인으로서 그는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은 경계에 서 있었다. 자연인 유동룡(이타미 준의 본명)에게 이것은 견디기 힘든 고통이다. 그러나 건축가 이타미 준에게 경계의 감각은 기예의 풍부한 자양분이 됐다. 탁월한 기예는 이질적인 요소들의 혼종에서 탄생한다. 완전히 한국적인 것도, 완전히 일본적인 것도 아닌, 이타미 준만의 독특한 건축은 그렇게 만들어졌다. 경계인의 혼란을 그는 기예로 승화시켰다. “조형은 자연과 대립하면서도 조화를 추구해야 하고, 공간과 사람, 자신과 타인을 잇는 소통과 관계의 촉매제여야 한다.” 이런 이타미 준의 건축 철학은 그가 추구한 삶의 방식이기도 했다. 정다운 감독이 강조한 이타미 준 건축의 따스함은 거기에 바탕을 둔다. 이타미 준이 언급한 ‘소통과 관계’는 그의 인생과 그의 건축에 찍힌 인장이다. 그것은 이방인의 정체성을 가진 이타미 준에게 절대적인 화두였다. 이때 나는 다음의 문구를 떠올린다.“고향을 달콤하게 여기는 사람은 아직 미숙하고, 모든 곳을 고향으로 여기는 사람은 이미 강하며, 전 세계를 타향으로 여기는 사람은 완벽하다.” 팔레스타인 출신 비평가 에드워드 사이드가 자주 인용한 구절이다. 그는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침략을 옹호한 미국에서 활동하면서 이방인의 고독에 휩싸였다. 하지만 에드워드 사이드는 그 운명을 껴안았다. 그에게 불확정성은 나쁘기만 한 것이 아니었다. 이타미 준도 마찬가지다. 그는 한국을 사랑하는 것과 별개로, 전 세계를 타향으로 여긴 사람이었다. 그래서 이타미 준은 강함을 넘어 완벽함에 어울리는 건축가가 될 수 있었다. 그 혼자 이룬 것이 아니다. 고향 같은 타향의 시간지형문화재료, 무엇보다 사람과 이타미 준이 교류한 덕분이었다. 허희 문학평론가·영화칼럼니스트
  • “하나의 중국” 외친 아이돌… 마지못한 선택일까 애국심의 발로일까

    “하나의 중국” 외친 아이돌… 마지못한 선택일까 애국심의 발로일까

    홍콩에서 범죄인인도법안(송환법) 반대 시위가 두 달 넘게 이어지는 가운데 케이팝 아이돌 그룹의 중화권 출신 멤버들이 최근 “홍콩 경찰 지지” 입장을 잇달아 밝히고 있다. 국내 대중의 인식과는 동떨어진 이들의 행보는 팬덤 분열 등의 양상으로 번지는 분위기다. 에프엑스 멤버 빅토리아는 지난 15일 인스타그램에 중국 국기인 오성홍기 사진을 올리며 “나는 중국을 사랑하고 홍콩을 사랑한다. 홍콩은 중국의 홍콩이다”라는 글을 게재했다. 전날 중국 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웨이보에 “나도 홍콩 경찰을 지지한다”는 해시태그를 공유한 데 이어 전 세계 팬들이 볼 수 있는 인스타그램에서 자신의 의사를 거듭 드러낸 것이다. 엑소 레이도 이보다 이틀 전에 인스타그램에 “홍콩이 수치스럽다”며 홍콩 시위대를 직접적으로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 또 삼성전자 글로벌 홈페이지의 국가 표기가 ‘하나의 중국’ 원칙과 어긋난다는 이유를 들어 갤럭시 스마트폰의 모델 계약을 해지하기도 했다.빅토리아와 레이를 비롯해 이미 중국 활동에 집중하고 있는 프리스틴 출신 주결경, 미쓰에이 페이, 우주소녀 성소·미기·선의, NCT 윈윈·루카스·쿤·샤오쥔·양양 등뿐 아니라 국내에서도 왕성한 활동을 하는 중화권 출신 아이돌들도 최근 일제히 “하나의 중국” 지지 의사를 밝혔다. 중국 출신인 세븐틴 디에잇과 준, 펜타곤 옌안, (여자)아이들 우기를 비롯해 대만 출신 라이관린, 홍콩 출신 갓세븐 잭슨도 SNS에 오성홍기를 게시했다. 홍콩의 자치권과 민주주의 보장을 요구하는 송환법 반대 시위가 장기화하고, 홍콩 경찰이 시위대를 무력 진압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국내에서는 홍콩 경찰과 중국 당국에 대한 비판 여론이 높다. 홍콩 시위에 부정적인 중화권 아이돌들의 태도에 국내 대중의 시선이 따가운 이유다. 이 때문에 팬덤 내 분열 분위기도 감지된다. 수년째 국내 활동 없이 중국 활동에만 주력하는 레이가 소속된 엑소 팬덤에서는 그 어느 때보다 ‘(레이를 제외한) 8인 체제 지지’ 목소리가 높다. 이들은 “팀에 민폐 끼치지 말고 빨리 탈퇴하라”는 의견을 활발히 공유하고 있다. “케이팝 인기에 편승해서 돈을 벌려는 중국 아이돌을 퇴출하라”는 네티즌들의 목소리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중화권 아이돌들의 이런 태도는 두 가지로 해석된다. 경제적 이익을 계산한 전략과 중국의 역사적·민족적 배경이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중국 정부를 지지하지 않으면 중국 내 연예 활동에서 배제되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다”며 “시장의 규모를 따지면 중국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안치영 인천대 중어중국학과 교수는 이를 역사적 배경으로 분석했다. “중국인들에게는 일본과 영국 제국주의에 영향을 받은 반(半)식민지 시절의 상처가 크게 남아 있다. 그런데 홍콩 시위가 진행되면서 영국 국기가 등장하는 등 과거의 아픔을 건드린 측면이 있다”고 지적하며 “‘하나의 중국’은 우리나라로 치면 ‘독도는 우리땅’처럼 당연하게 여겨지는 분위기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홍콩의 불안정한 분위기로 인해 아이돌들의 현지 행사가 잇달아 취소·연기됐다. 강다니엘은 18일 예정이던 홍콩 팬미팅을 미뤘다. 갓세븐 역시 오는 31일부터 다음달 1일까지 열릴 예정이던 월드 투어 홍콩 일정을 전면 취소했다. 소속사 JYP엔터테인먼트는 구매한 전 좌석에 대해 전액 환불 처리를 하겠다고 밝혔다. 홍콩 사태의 파장은 비단 한류에만 그치지 않는다. 중국 영화배우 류이페이(劉亦菲)는 최근 웨이보에 “홍콩 경찰 지지”를 밝히는 글과 사진을 올렸다가 영화 보이콧 대상이 됐다. 그가 주연으로 나서는 디즈니 영화 ‘뮬란’은 내년 개봉인데도 벌써 ‘보이콧 뮬란’이라는 해시태그가 SNS상에 퍼지면서 전 세계적으로 관람 거부 움직임이 일고 있다. 이정수 기자 tintin@seoul.co.kr
  • ‘위대한 쇼’ 송승헌-임주환, 대리기사vs고객 “웃픈 만남”

    ‘위대한 쇼’ 송승헌-임주환, 대리기사vs고객 “웃픈 만남”

    tvN ‘위대한 쇼’ 송승헌-임주환의 냉랭한 맞대면이 포착, 2대에 걸친 두 사람의 질긴 악연을 예고해 호기심을 자극한다. 오는 8월 26일 첫 방송하는 tvN 새 월화드라마 ‘위대한 쇼’(연출 신용휘, 김정욱/극본 설준석/제작 화이브라더스코리아, 롯데컬처웍스/기획 스튜디오드래곤)는 전 국회의원 위대한(송승헌 분)이 국회 재입성을 위해 문제투성이 사남매(노정의, 정준원, 김준, 박예나 분)를 가족으로 받아들이며 벌어지는 이야기. 송승헌은 ‘위대한 쇼’에서 국회의원 타이틀을 되찾기 위해 아빠 코스프레를 결심한 속물 ‘전’ 국회의원 ‘위대한’ 역을, 임주환은 극 중 합리적 보수의 새 아이콘으로 떠오른 시사평론가이자 로열금수저 변호사 ‘강준호’ 역을 맡아 열연을 예고한다. 송승헌-임주환의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가 궁금증을 유발하는 가운데 팽팽한 눈빛으로 묘한 기류를 형성하고 있는 두 사람의 대치가 시선을 강탈한다. 공개된 스틸에서 송승헌-임주환은 마주선 채 기싸움을 벌이고 있다. 송승헌은 임주환과의 만남이 달갑지 않은 듯 입만 웃고 있는 어색한 미소로 일관하고 있고 임주환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해 무슨 상황인지 궁금증을 자극한다. 특히 송승헌-임주환의 180도 상반된 매력이 눈길을 끈다. 수수한 점퍼에 킥보드를 끄는 송승헌과 달리 임주환은 럭셔리 수트에 고급 세단차를 갖춘 극과 극 모습인 것. 심상치 않은 분위기로 긴장감을 자아내고 있는 송승헌-임주환의 극적 맞대면에 기대가 높아진다. 송승헌-임주환은 리허설에서부터 질긴 악연으로 엮인 위대한-강준호의 속내를 드러내지 않으면서 서로를 향한 경계의 끈을 놓지 않는 팽팽한 감정선을 완성도 높게 표현했다. 특히 두 사람 사이에 흐르는 숨 막히는 기류가 현장을 압도하며 강렬한 장면이 완성됐다는 후문. tvN ‘위대한 쇼’ 제작진은 “극 중 고등학교 동창이자 2대째 악연을 이어오고 있는 송승헌-임주환이 21년만에 대리운전기사-고객으로 재회하는 장면”이라며 “삶부터 겉모습까지 완전히 상반된 송승헌-임주환의 모습을 보는 재미가 있을 것이다. 두 사람의 관계를 지켜봐달라”고 밝혔다. tvN 새 월화드라마 ‘위대한 쇼’는 ‘60일, 지정생존자’ 후속으로 오는 8월 26일 월요일 밤 9시 30분 첫 방송된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지상에 남은 술잔-김익두 교수 다섯번째 시집

    지상에 남은 술잔-김익두 교수 다섯번째 시집

    정년을 앞둔 노교수가 세상과 인연을 맺고 살아오며 느낀 체험들이 시어로 재탄생했다. 전북대 국문학과 김익두(64) 교수가 펴낸 ‘지상에 남은 술잔’은 시인의 감회를 몸에 배인 체험의 몸말로 풀어낸 96편의 시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햇볕 쬐러 나오다� �(1990) ‘서릿길’(1999), ‘숲에서 사람을 본다’(2015) ‘녹양방초’(2017)에 이어 다섯번째 시집이다. 시인은 골수에 사무친 체험들을 자연스럽게 시라는 장으로 갈무리했다. 간결한 시어 속에는 인생의 희로애락과 삶에 대한 경건한 성찰이 깃들어 있다. 늘상 접하는 일상들을 꾸미지도, 탐색하지도 아니하면서 초연하고 심오한 문체로 풀어냈다. 마치 문장학의 본체를 보는 듯하다. 시의 구절을 읊조리다보면 한 폭의 풍경이 그려지며 절로 숙연해진다. 때로는 가슴이 아려오고 잔잔하면서 깊은 울림으로 다가온다. 전라도 방언과 시늉말들은 생경스럽거나 난삽하지 않고 오히려 기미상합(氣味相合)의 극치를 보여준다.김 교수는 시인의 말에서 “이제 세상의 인연으로부터 벗어나 세상을 보니 그만큼 더 벗어나 세상을 보게 됐다”며 “그만큼 세상을 다양하게 볼 수 있게 됐다. 우리의 소중한 아픔들도 이젠 꽤 잘 보인다”고 전했다. 호병탁 평론가는 “김익두의 시들은 그가 평생을 젖어 살아온 전라도 민요, 판소리 가락과 전라도 방언들이 한몸져서 시세계를 융숭깊고 훤출한 득음의 경지로 인도해간다”고 평가했다 이병천 소설가는 “젊은 날의 분노, 피울음, 좌절, 욕망, 환희, 방황 등이 모두 한 데 버무려져 곰삭은 시김개의 절창을 듣는듯 하다”고 평했다. 윤효 시인도 “그의 시는 존재의 그늘에 어른대는 서늘한 결핍의 무늬들을 충일감으로 바꿔내는 시학의 결정체”라고 표사했다. 정읍 출생인 김 시인은 전북대 국문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1981년 경향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했다. 우리나라 민요, 판소리, 민속, 연극, 공연학, 대중가요를 꿰뚫는 다수의 저서를 펴냈다. 판소리와 민속문화 전문가로 폭이 넓은 학자로 유명하다. 제2회 예음문화상, 제3회 노정학술상, 제3회 판소리학술상 등을 수상했다. 콜로라도대 해외파견교수, 옥스포드대 초빙교수 등을 역임했고 현재 전북대 인문대 국문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전주 임송학 기자 shlim@seoul.co.kr
  • 광복절 경축사에 납북시인 김기림 등장한 까닭은?

    광복절 경축사에 납북시인 김기림 등장한 까닭은?

    “용광로에 불을 켜라 새나라의 심장에/철선을 뽑고 철근을 늘리고 철판을 펴자/시멘트와 철과 희망 위에 아무도 흔들 수 없는 새나라 세워가자” 15일 문재인 대통령의 제74주년 광복절 경축사의 핵심키워드인 ‘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는 극일과 자강 의지를 함축적으로 담은 구절로, 모더니즘 시인 김기림(1908년 출생, 1958년 사망 추정)이 해방 직후인 발표한 시 ‘새나라 訟(송)’에서 발췌한 것이다. 경축사의 얼개를 매만지는 단계에서 문 대통령은 ‘광복 직후 문학 작품 등에서 경제건설의 의지를 담은 희망적 메시지를 찾아보라’고 당부했고, 눈이 밝은 참모진에 의해 김기림의 시가 소환된 셈이다. 김기림은 한국 근현대 문학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구인회’ 동인으로 활동하며 이상·정지용 등과 함께 ‘모더니즘의 기수’로 이름을 알렸고, 후기에는 현실 참여문학에 몰두했다. 평론가로서 모더니즘을 비롯한 서양 문학사조를 소개하고 지평을 넓히는 데도 앞장섰다. 모더니즘의 기수였지만, 중반기 이후에는 사회 참여적 견해를 강하게 드러냈다. 자본주의에 대한 비판 의식도 보인다. 광복 후 좌파 계열인 ‘조선문학가동맹’에서 주도적 활동을 하면서도 월북 대신 서울에서 대학 강의를 계속했지만, 6·25 전쟁때 납북된 이후 정확한 소식이 끊겼다. 때문에 1988년 해금 전까지 김기림과 그의 작품은 언급되지 않았다. 김기림은 1936년부터 3년간 일본 센다이의 도호쿠 대학에서 유학했다. 이런 인연으로 한일관계가 빠른 속도로 냉각되던 지난해 11월 ‘김대중·오부치 선언’ 20주년을 맞아 한국과 일본의 학자·시민 등의 정성이 모여 도호쿠 대학내 기념비가 세워졌다. 기념비는 식민지 시대 극복의 염원을 담은 김기림의 대표시 ‘바다와 나비(아무도 그에게 수심을 일러 준 일이 없기에 흰 나비는 도무지 바다가 무섭지 않다/청(靑) 무우밭인가 해서 내려갔다가는 어린 날개가 물결에 절어서 공주처럼 지쳐서 돌아온다/삼월달 바다가 꽃이 피지 않아서 서글픈 나비 허리에 새파란 초생달이 시리다)’를 구현했다. 경축사 도입부에는 소설가이자 시인이며 독립운동가인 심훈(1901~1936)의 ‘그날이 오면’ 중 “삼각산이 일어나 더덩실 춤이라도 추고/한강물이 뒤집혀 용솟음칠 그날을 갈망하며/모든 것을 바쳤던 선열들의 뜨거운 정신은/이 순간에도 국민들의 가슴에 살아 숨 쉬고 있다”는 대목도 인용됐다. 이 시는 광복을 염원하는 작품 중 문 대통령이 가장 좋아하는 시라고 한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 한국지사 사과했지만… DHC TV ‘막말’ 계속

    한국지사 사과했지만… DHC TV ‘막말’ 계속

    “韓 불매운동 상식 밖… 자유 언론 봉쇄 앞으로도 굴하지 않을 것” 공식 입장문혐한 방송으로 논란의 중심에 선 일본 화장품 기업 DHC의 한국지사 DHC코리아가 최근 공식 사과했지만 일본 DHC TV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한국을 비방하는 ‘막말’을 쏟아내는 방송을 계속해서 내보내고 있다. DHC TV는 아예 공식 입장문을 발표해 한국에서 일어나는 불매운동 및 자사에 대한 비판에 대해 “자유로운 언론 활동을 봉쇄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13일 DHC코리아 김무전 대표는 “‘DHC 텔레비전’ 관련 문제로 물의를 일으킨 점, 깊이 사죄드린다”며 “과거의 발언을 포함한 ‘DHC 텔레비전’ 출연진의 모든 발언에 대해서 DHC코리아는 동의하지 않으며 앞으로도 ‘DHC 텔레비전’과는 다른, 반대의 입장으로 이 문제에 대처할 것임을 공식적으로 말씀드린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사과는 금방 무색해졌다. DHC TV의 시사프로그램 도라노몬뉴스에 출연한 우익 정치평론가 사쿠라이 요시코가 이날 방송에서 “한국이 뭘 하든 일본에는 별로 영향이 없다. 한일 사이 이런 일이 생기면 한국 손해가 상당히 크다”고 비아냥거렸기 때문이다. 망언은 14일 방송에서도 이어졌다. 우익 성향 산케이신문의 아비루 루이 논설위원은 켄트 길버트 미국 캘리포니아주 변호사와 함께 출연해 최근 한일 갈등과 관련, “한국은 정말 어리석다고 생각한다”며 “일본은 제대로 이유를 들어 제재를 가했지만 한국은 논리도 없이 제재를 가했다”고 말했다. DHC TV는 이날 역사왜곡 방송이라는 한국 언론의 비판을 정면 반박하는 입장문도 홈페이지를 통해 발표했다. ‘한국 미디어의 DHC 관련 보도에 대해’라는 제목의 입장문에서 야마다 아키라 대표는 “한국 언론은 (우리)프로그램 내용이 어디가 어떻게 혐한적인지, 역사 왜곡인지 구체적인 사실로 지적해 줬으면 좋겠다”면서 “말할 것도 없지만 한국 DHC가 제공하는 상품과 서비스는 DHC TV 프로그램 내용과 아무런 관계가 없으며 그러한 상식을 넘어 불매 운동이 전개되는 것은 언론 봉쇄가 아닌가라는 우려를 금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DHC 그룹은 앞으로도 자유롭고 공정한 사회 발전에 기여하기 위해 자유로운 언론의 장소 만들기를 계속할 것”이라며 “모든 압력에 굴하지 않고 자유로운 언론의 공간을 만들어 지켜나가고 싶다”고 밝혔다. 심현희 기자 macduck@seoul.co.kr
  • 혐한 논란 DHC TV, 작년엔 “자위대 헌법 명기” 아베 선전방송

    혐한 논란 DHC TV, 작년엔 “자위대 헌법 명기” 아베 선전방송

    혐한 방송으로 큰 물의를 빚은 일본 화장품 기업 DHC의 자회사인 ‘DHC테레비’가 과거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선전 방송’ 역할을 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 방송은 아베 총리가 일본의 재무장을 위해 추진하고 있는 ‘자위대 헌법 명기’ 주장을 그대로 내보내기도 했다. DHC의 자회사인 ‘DHC테레비’는 최근 혐한 발언이 담긴 유튜브 콘텐츠인 ‘진상 도로노몬 뉴스’를 내보내 한국 국민들의 불매 운동을 촉발했다. 이 프로그램에서 극우 성향으로 알려진 출연자들은 한국의 일본 제품 불매운동에 대해 “한국은 원래 바로 뜨거워지고 바로 식는 나라다. 일본은 그냥 조용히 두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다른 출연자들은 “위안부 평화의 소녀상에 대해 ”예술성이 없다. 내가 현대미술이라고 소개하며 성기를 내보여도 괜찮은 것인가“, ”조센징(한반도 출신을 비하하는 표현)은 한문을 문자화하지 못했다. 일본인이 한글을 통일해 지금의 한글이 됐다“ 등 한국과 한국인에 대한 혐오성 발언을 했다. 심지어 지난 12일에는 “독도를 한국이 1951년부터 무단 점유했다”는 아오야마 시게하루 일본 자민당 의원의 막말을 전하는가 하면 DHC코리아의 사과문이 나온 지난 13일에도 “한국인은 하는 짓이 어린아이 같다”는 극우 평론가 사쿠라이 요시코의 발언을 내보냈다. 사쿠라이는 심지어 “한국이 뭘 하든 간에 일본에는 별로 영향이 없다. 한일 사이에 이런 일이 일어나면 한국의 손해가 상당히 크다”는 조롱을 늘어놓기도 했다.일본 우익을 대변하는 이 방송의 행태는 과거부터 계속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9월 아베 신조 총리는 이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평화헌법 제9조 문제를 피할 수 있는 평화안전법안은 통과시켰다. 다음은 (평화헌법을 개정해) 자위대의 정당성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평화헌법 제9조는 전력 불보유 원칙을 규정해 사실상의 군대인 ‘자위대’는 법적 근거가 없다. 아베 총리는 이런 제9조는 두고 ‘제9조의 2’라는 별도 조목을 신설해 자위대의 근거 규정을 명기하는 헌법 개정안을 마련한 상태다. ‘진상 도로노몬 뉴스’가 사실상 아베 총리의 군사적 야욕을 홍보해주는 ‘선전 방송’ 역할을 한 셈이다. 한편 DHC의 한국지사인 DHC코리아는 13일 “‘DHC텔레비전’ 출연진의 모든 발언에 대해서 동의하지 않지만, 관련 문제로 물의를 일으킨 점은 깊이 사죄한다. 여러분의 모든 비판을 달게 받고, 다시 한번 국민·고객·관계사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DHC코리아는 이날 대표 명의로 낸 사과문에서 “‘DHC텔레비전’과는 반대의 입장으로 이 문제에 대처하겠다. 한국과 한국인을 비하하는 방송을 중단해 줄 것을 지속해서 요청하겠다”고도 했다. 그러나 한국지사의 사과에도 불구하고 혐한 방송이 계속된다면 불매운동은 계속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여론이 악화하자 롯데닷컴과 쿠팡은 이날부터 DHC 제품 판매를 잠정 중단하기로 했다. 전날에도 올리브영과 랄라블라, 롭스, 부츠 등 국내 헬스앤뷰티(H&B) 스토어들이 DHC 제품 판매를 중단하거나 발주 중단에 나섰고, 신세계가 운영하는 SSG닷컴도 온라인 판매를 중단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이미혜의 발길따라 그림따라] 루브르에 대해 알고 있는 두세 가지 것들

    [이미혜의 발길따라 그림따라] 루브르에 대해 알고 있는 두세 가지 것들

    루브르미술관은 최초의 공공미술관이다. 18세기에 미술관과 박물관이 하나둘씩 생겨났지만 아무나 들어갈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1759년 문을 연 영국박물관은 미리 서면 요청을 해야 했다. 1793년 프랑스혁명 정부는 루브르궁을 미술관으로 개조해 공개했다. 만민은 평등하다는 혁명 정신에 의거해 아무 조건 없이 누구에게나 공짜 관람이 허용됐다. 유명해지려면 도둑을 맞아야 한다. 1911년 8월 21일 아침 루이 베루는 여느 때처럼 루브르로 향했다. 그는 루브르를 소재로 그림을 그리는 화가였다. 살롱 카레에 들어선 순간 느낌이 이상했다. 다빈치의 ‘모나리자’가 있어야 할 자리가 휑하니 비어 있었다. 베루는 ‘모나리자’가 없어진 것을 처음 알아챈 사람이다. 도난 사건이 일어나기 전까지 ‘모나리자’는 루브르의 숱한 명화 가운데 하나였다. 사건이 언론에 대서특필되자 전국적인 관심이 쏟아졌다. 엽서가 불티나게 팔렸고, 사람들은 미술관에 몰려와 그림이 걸렸던 빈 벽을 바라보았다. 그림은 피렌체에서 발견돼 1914년 루브르로 되돌아왔다. 되돌아온 ‘모나리자’는 루브르의 간판, 나아가서 미술의 아이콘으로 떠올랐다. 루브르 방문객의 25%가 오직 이 그림 하나를 본 다음 유유히 미술관을 떠난다. 9분 14초면 루브르를 돌아볼 수 있다. ‘국외자들’(고다르 감독·1964년)에서 세 주인공은 루브르미술관을 달음박질로 9분 43초 만에 주파했다. 베르톨루치 감독은 ‘몽상가들’(2003년)에 같은 장면을 넣어 고다르 감독에게 오마주를 표했다. ‘몽상가들’의 세 젊은이는 9분 28초가 걸렸다. 2010년 스위스 예술가 비트 리퍼트는 이 시간을 9분 14초로 단축했다. 평범한 관람객들은 대략 한 시간에서 다섯 시간까지 루브르에 머문다. 루브르는 세계 최고의 미술관이다. 전시 면적, 소장품 규모, 관람객 수, 모든 점에서 루브르는 세계 최고다. 56만 8000점의 소장품 가운데 3만 8000점 정도가 전시되고 있다. 연간 1000만명 이상이 찾는 미술관은 세계에서 루브르가 유일하다. 밀어닥치는 관람객에 시달리던 루브르 직원들은 2019년 5월 스무날간 파업을 일으켰다. 미술평론가
  • 기름기 뺀 ‘현실 멜로’ 3040에 통하다

    기름기 뺀 ‘현실 멜로’ 3040에 통하다

    “인생의 소중한 것이 모두 소멸된 느낌입니다. 나비가 날아간 번데기처럼 버석한 껍질만 남은 느낌.” 채널A ‘평일 오후 세시의 연인’ 1회에서 박하선(손지은 역)은 출근하는 남편(정상훈 분)이 아무렇지 않게 차고 나간 자신의 신발을 정리하며 이런 내레이션을 읊조린다. 보온병에 커피를 챙겨 배웅하지만 다정한 말 대신 키우는 새 목욕을 당부하는 남편, 어느새 일상이 된 이들의 메마른 관계에서는 일말의 사랑도 느끼기 힘들다. 이런 상황에서 찾아온 새로운 남자(이상엽 분)은 불륜이라고 치부해버리기엔 훨씬 더 따뜻하고 인간적이다.●과장된 로맨스 대신 일상에 스며든 사랑 공감 ‘현실 멜로’가 꾸준한 시청자 공감을 얻고 있다. 과장된 로맨틱 코미디나 과거 주류였던 신데렐라 스토리를 대신해 평범한 일상에서 스며들 듯 다가오는 사랑 이야기가 인기다. 1%에 못 미치는 시청률로 출발한 ‘평일 오후 세시의 연인’은 지난 10일 방송에서 전국 평균 2.1%(닐슨코리아 유료플랫폼 기준)로 채널A 드라마 역대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다. 박하선과 이상엽이 각자의 배우자 몰래 육체적인 관계까지 이르는 ‘정통 불륜’이지만 응원의 목소리가 높다. 섬세한 심리 묘사를 통해 불륜보다는 진정한 사랑이라는 말이 어울리는 관계를 그려내면서 공감을 자극하는 까닭이다. 평일 오후면 ‘PT(개인 트레이닝)를 받듯’ 젊은 남자들을 만나는 두 아이의 엄마(예지원 분)라는, 일반적인 도덕적 잣대에서는 비난받아 마땅한 인물마저도 이해할 수 있는 여지를 남긴다.지난 9일 첫 방송한 JTBC ‘멜로가 체질’은 영화 ‘극한직업’을 만든 이병헌 감독의 첫 TV 드라마로 일과 연애로 고민하는 서른 살 세 친구를 둘러싼 이야기다. 드라마 작가 임진주(천우희 분), 다큐멘터리 감독 이은정(전여빈 분), 남편과 이혼하고 아들을 홀로 키우는 워킹맘 황한주(한지은 분)의 빽빽한 일상에도 사랑은 자연스럽게 찾아온다. 사랑이 동화 속 이야기 같을 나이를 훌쩍 지난 이들에게 사랑은 삶의 일부다. 달콤한 고백에 앞서 키스부터 시작하는 관계, 회사 후배와의 미묘한 감정 등을 자연스럽게 그려내며 호평을 얻고 있다.●섬세한 심리 묘사… 불륜마저 이해 여지 남겨 지난달 종영한 JTBC ‘바람이 분다’는 아이 없이 지내면서 연애 시절 감정을 잃어버린 감우성(권도훈 역)-김하늘(이수진 역) 부부의 이야기를 현실감 있게 풀어내며 공감을 샀다. 자칫 진부할 수 있는 불치병 소재나 다소 억지스러운 ‘거짓 불륜’ 장치마저도 일상을 세밀하게 표현한 연출과 연기 속에서 힘을 얻었다. 지난 상반기 최고의 멜로 화제작으로 평가받는 MBC ‘봄밤’ 역시 사랑을 잊어가던 남녀에게 찾아온 설렘을 담담한 느낌으로 그린 작품이다. 오랜 연인이 있는 한지민(이정인 역)과 미혼부 정해인(유지호 역)이 결국 ‘해피 엔딩’에 이르리라는 것은 누구나 예상할 수 있었지만, 이들이 불안해하면서 조심스럽게 사랑에 한발 한발 다가가는 과정은 현실만큼이나 순탄치 않아 시청자들을 조마조마하게 했다.공희정 드라마평론가는 “최근 멜로물에서는 20대 이전에는 깊이 공감하기 힘든 인간적인 고민, 일상의 작은 변화가 불러오는 고민들을 풀어내려는 흐름이 보인다”면서 “이런 잔잔한 공감의 요소가 3040세대 시청자들에게 매력으로 다가갔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정수 기자 tintin@seoul.co.kr
  • 톨스토이도 한강도 ‘장르문학’으로 읽다

    톨스토이도 한강도 ‘장르문학’으로 읽다

    스릴러, 판타지, 호러, 미스터리, 추리, 과학소설(SF) 등을 통칭하는 장르소설 인기가 상한가다. 인터넷서점 예스24가 2015년부터 최근 5년간 1~7월 소설 판매량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올해 장르소설 판매량은 약 25만 7000권으로 예스24 집계 사상 최다 판매량이다. ‘장르문학 산책’(소명출판)은 일찍이 장르문학에 관심을 가졌던 조성면 문학평론가의 짧은 평론 111편을 모은 책이다. SF와 판타지, 무협, 연애, 공포, 추리소설에 이르기까지 장르문학 전반을 망라한다. 한국 근대문학 100년 동안 독자들에게 사랑받은 주요 작품을 아우르며 삼국지와 북한의 문학, 톨스토이와 햄릿, 한강, 김영하 등의 작품도 장르문학의 맥락에서 읽어낸다. 지난 10년간 한국에서 가장 사랑받은 소설가인 히가시노 게이고의 인기 비결에 대해 논한 점도 흥미롭다. 그는 게이고의 소설에 대해 “인간의 얼굴을 한 추리소설”이라며 “쉽고, 잘 읽힌다. 기괴하고 엽기적인 스토리에 복잡한 트릭으로 독자들을 들볶지 않는다. 편안하고 감동적이다”(283쪽)고 했다. 조 평론가는 모바일게임·영화·웹툰 등 다양한 현대의 서사체 속에서 여전히 문학이 대중의 곁에 머물러 있을 수 있는 것은 고전 순문학과 함께 대중성과 공감 주술력을 지닌 장르문학 덕택이라고 말한다. 이어 “장르문학을 배제하는 정전(正典)의 배타성과 엘리트주의는 지양, 극복되어야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장르문학 진영도 정전의 한 자리를 꿰찰 수 있는 위대한 성과를 지속적으로 만들어내야 한다”(47쪽)고 강조한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박원순 기 살린 BTS, 인사처 특급 박찬호… 사진용 홍보대사는 가라

    박원순 기 살린 BTS, 인사처 특급 박찬호… 사진용 홍보대사는 가라

    요즘 인사혁신처는 전 야구선수 박찬호 덕분에 신바람이 난다. 지난 5월 홍보대사에 위촉된 뒤로 행사 참석과 공무원 대상 강연, 유튜브 동영상 홍보 등 온갖 ‘궂은일’을 마다하지 않아서다.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 시절 보여준 불굴의 의지와 재기 노력이 공직사회가 추구하는 가치와 잘 맞아떨어져 섭외했다는 것이 인사처의 설명이다. 그가 청사에 오는 날이면 ‘코리안 특급’을 보려고 공무원들이 인산인해를 이룬다. 언론의 관심도 크게 높아졌다. 인사처 관계자는 “우리에게 박찬호는 그야말로 굴러온 복덩이가 아닐 수 없다. 그가 모든 행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줘 너무도 고마울 뿐”이라고 전했다.●박찬호처럼… 홍보대사 잘 쓰면 서로 윈윈 이처럼 정부부처·지방자치단체가 유명인 홍보대사를 잘만 활용하면 큰 이득이 된다. 그야말로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관계로 성장할 수 있다. 하지만 홍보대사가 기관장·단체장과 사진 한 번 찍는 것으로 임무를 마치는 곳도 부지기수다. 부처·지자체의 홍보 방식이 홍보대사와 ‘상생’할 수 있는 방향으로 체계화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13일 행정안전부 등에 따르면 대다수 정부부처와 지자체는 홍보대사 제도를 운영한다. 이들이 홍보대사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단순하다. 효과가 매우 뛰어나서다. 대기업처럼 충분히 홍보 예산을 투입할 수 없다 보니 이만큼 가성비(가격 대비 효과) 높은 매개체를 찾기가 쉽지 않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지방에서 열리는 각종 행사에 인기 트로트 가수를 홍보대사로 초청하면 주민들이 구름처럼 몰려든다. 조금 과장해서 말하자면 사람들이 정부 행사가 아니라 연예인을 보러 온다”고 설명했다. 연예인 입장에서도 ‘남는 장사’다. 공인받은 기관이나 지자체의 홍보대사로 나서는 것만큼 깨끗하고 바른 이미지를 구축하기 좋은 수단은 없다. 얼마 전 남성 인기그룹을 홍보대사로 위촉한 정부부처의 고위관계자는 “소속 연예기획사에서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지난 몇 년간 돈을 너무 많이 벌었다. 이제 사회에 봉사할 때도 됐다고 생각해 활동에 나섰다’고 하더라”고 귀띔했다.●홍보대사 선정 기준·보수 등 주먹구구 운영 홍보대사 선정에 특별한 기준이 마련돼 있는 것은 아니다. 대중에게 인기가 있으면 섭외 대상이 된다. 행안부 관계자는 “정부에 뭔가 정형화된 위촉 시스템 같은 것은 없다. 담당자가 지인 등을 통해 알음알음 유명인을 소개받거나 정부 행사를 진행하는 민간 대행사에 접촉을 부탁하는 식으로 이뤄진다”고 전했다. 이들에게 지급되는 보수 역시 법제화된 규정은 없다. 2012년 이노근 당시 새누리당 의원은 “정부부처와 공공기관이 유명 연예인을 홍보대사로 위촉한 뒤 고액의 모델료를 지급해 혈세를 낭비한다”고 지적했다. 기획재정부는 가수 이승기 5억 7000만원, 배우 박보영 1억 6000만원, 가수 김장훈 2억 7000만원을 각각 지급했다. 2014년 JTBC 시사프로그램 ‘썰전’에 출연한 이철희(당시 시사평론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그렇게 많은 돈을 주는 것이라면 홍보대사가 아니라 CF 모델이라고 해야 한다”고 쓴소리를 했다. 기재부는 2017년도부터 연예인 홍보대사 관련 예산을 전액 삭감했다. 정책·사업 홍보를 목적으로 유명인을 홍보대사로 선정해도 여비·부대비용 등 실비를 보상하는 성격의 사례금만 지급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는 ‘예산 및 기금 운용 계획 집행 지침’을 제시했다. 하지만 이는 일종의 권고여서 강제력이 있는 것은 아니다. 최근 전남도는 연예인 홍보대사를 위촉하면서 과다한 예산을 집행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2017년부터 올해까지 3년간 연예인 홍보대사에게 계약금 명목으로 1억 600만원을 지급했다. 기재부의 홍보대사 예산 지침을 어겼다. 이에 대해 전남도의 행사업무 관련 공무원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연예인을 무보수로 부르면 (여기까지) 누가 오겠냐”면서 “홍보 효과를 따졌을 때 (1억 600만원은) 결코 많은 금액이 아니다”라고 항변했다.●BTS 잠재력 본 市… 연간 80만 관광객 유치 요즘 정부부처와 지자체들이 가장 부러워하는 대상은 서울시다. 세계적 그룹으로 발돋움한 방탄소년단(BTS)을 홍보대사로 활용하고 있어서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종종 “시장 재임 중 가장 잘한 일 가운데 하나가 BTS를 (서울 홍보대사로) 데려온 것”이라며 담당 공무원들을 입이 마르게 칭찬한다고 한다. 일찌감치 BTS의 잠재력을 간파한 서울시는 최근 외국인 방문객 증가 등 큰 효과를 누리고 있다. 이들의 인연은 201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6년 주한미군이 우리나라에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를 배치하자 중국이 곧바로 한한령(限韓令·비공식적 한류 제한령) 보복에 나섰다. 서울시는 드라마 ‘태양의 후예’의 송혜교 등 한류스타를 내세워 관광 홍보에 나섰지만 중국 당국의 서슬 퍼런 관리감독 때문인지 백약이 무효였다. 2017년 3월 서울시는 한 관광홍보 대행사에서 “BTS를 섭외해 국제 홍보를 추진하자”는 제안을 받았다. 미국 음악시장의 반응이 ‘장난이 아니다’라는 이유에서였다. 같은 해 5월 서울시는 BTS와 서울관광 명예 홍보대사 계약을 맺었다. 계약 뒤 BTS는 서울시 관광 홍보의 중심에 섰다. 이들은 공식 행사에 참가하는 것 외에도 한강을 걷거나 공공자전거 ‘따릉이’를 타는 장면 등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려 서울을 널리 알렸다. 글로벌 팬클럽인 ‘아미’도 자신의 SNS 계정을 통해 BTS의 서울 관련 사진과 영상을 공유했다. 지난해 말 현대경제연구원이 발표한 ‘방탄소년단의 경제적 효과’ 보고서는 “BTS 덕분에 4조 1400억원의 생산 유발 효과와 1조 4200억원의 부가가치 유발 효과가 발생했다”고 분석했다. 데뷔연도인 2013년 이후 연평균 80만명의 외국인 관광객을 BTS가 끌어왔다. 전체 외국인 관광객 가운데 80% 정도가 서울을 거쳐 가는 만큼 서울시는 ‘BTS 효과’를 독식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소모품 아닌 스토리텔링 통해 상생해야 성공 다만 이 같은 성공 사례는 ‘가뭄에 콩 나듯’ 드문 게 현실이다. 상당수는 부처와 지자체는 홍보대사를 언론 노출을 위한 ‘소모품’으로 여긴다. 사소한 오해로 서로 얼굴을 붉히며 관계를 끝내기도 한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역도선수 장미란은 이듬해 몇몇 지자체와 정부단체가 동의도 없이 마구잡이로 홍보대사로 임명하자 “제발 운동에만 전념할 수 있게 해 달라”며 공개적으로 호소하기도 했다. 국내 한 연예 매니지먼트 회사는 “홍보대사를 부탁하는 지자체나 단체가 되레 연예인에게 ‘우리를 어떤 식으로 홍보할지 알려 달라’며 적반하장식 요구를 해 당황스러울 때가 있다”고 토로했다. 최근에는 일부 연예인들이 홍보대사의 본분을 망각하고 성폭행과 마약 투약 범죄 등에 연루돼 문제가 되고 있다. 이들을 위촉한 단체에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우리 사회를 떠들썩하게 한 ‘버닝썬 사태’의 핵심인 가수 승리는 2009년 법무부 홍보대사를 지냈다. 2010년 법무부 홍보대사를 지낸 가수 박봄은 환각성 약품인 암페타민을 국내에 들여오려다가 적발됐다. 2013년 서울지방병무청 병무홍보대사로 위촉된 가수 상추는 군 복무 중 가수 세븐과 안마시술소를 찾았다가 발각돼 논란이 됐다. 이창원 한성대 행정학과 교수는 “기관장 평판이나 선거 등을 의식해 특별한 인연이나 연관도 없는 이들을 마구잡이로 위촉하는 ‘뜬금포 홍보대사’가 큰 문제”라면서 “심의위원회를 통해 홍보대사 후보에 대한 최소한의 검증 노력을 해야 한다. 위촉 이후에도 지자체와 유명인이 상생할 수 있도록 꾸준히 ‘스토리텔링’을 기획하는 시스템을 갖출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한국영화 예술화” 뉴시네마 선포… 청년영화집단 ‘영상시대’ 출발

    “한국영화 예술화” 뉴시네마 선포… 청년영화집단 ‘영상시대’ 출발

    3년간 8편 작품서 이미지·모더니즘 미학 시도1975년 7월 18일 서울 무교동의 태화관 별관홀에 모인 30대의 젊은 감독 이장호, 김호선, 하길종, 홍파, 이원세 그리고 영화평론가 변인식은 한국의 ‘뉴시네마’ 운동을 선포한다. 이것이 바로 “한국영화의 예술화”를 기치로 내건 청년영화집단 ‘영상시대’의 출발이다. 이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김호선은 유현목, 이원세는 김수용, 이장호는 신상옥의 조감독 출신이었고, 하길종은 미국 UCLA 대학원에서 영화를 공부한 유학파, 홍파는 시나리오 작가였다. 영상시대 동인들은 신인 배우 모집, 연출 지망생 양성, 영화 전문잡지 ‘영상시대’ 발간 등의 활동을 펼쳤다. 배우 이영하·임성민, 감독 신승수·장길수·정지영 등이 그들이 발탁한 신인이다. 영상시대는 1975년 7월부터 1978년 6월까지 약 3년의 활동 기간 동안 홍파의 ‘숲과 늪’(1975)을 시작으로 김호선의 ‘겨울여자’(1977)까지 모두 8편의 작품을 선보였다. 그들은 서구의 뉴시네마 운동을 한국으로 이식시키기 위해 스토리보다는 이미지의 영화를 지향하고, 주관적 사실주의를 앞세운 모더니즘 영화 미학을 시도했다. 특히 그들은 한국적 영화예술을 정립하기 위한 단초로 불교의 윤회 사상과 무속적 요소를 주목한다. 하지만 제대로 개봉조차 하지 못한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리’(홍파, 1977), ‘한네의 승천’(하길종, 1977) 같은 작품에서 볼 수 있듯 이들의 작업은 대중 관객들의 광범한 지지를 이끌어 내지는 못했다. 변인식의 평가처럼 3년 남짓한 영상시대의 활동이 ‘바보들의 행진’에 그쳤을는지도 모르지만 이들은 분명 한국영화사에 주목할 만한 페이지를 만들었다. 이장호의 ‘바람 불어 좋은 날’(1980), 이원세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1981) 같은 사회비판적 리얼리즘 영화, 더 나아가 1980년대 ‘코리안 뉴웨이브’의 등장은 바로 영상시대의 도전과 실험정신에 기반하고 있기 때문이다.
  • “NO아베!” 청소년 1천명 선언…日규탄 촛불 든 1만여 시민들

    “NO아베!” 청소년 1천명 선언…日규탄 촛불 든 1만여 시민들

    “日, 비겁한 ‘경제전쟁’ 일으켜”“일제강점기 만행 사과하라”‘아베정부 꺼져’ 플래카드 펼쳐서대문형무소역사관 인근에 ‘No 아베’ 현수막 300개 걸려日시민단체도 아베 규탄 동참서울·광주·부산 등 전국서 촛불광복절엔 2만 대규모 촛불집회역사를 반성할 줄 모르는 일본의 경제보복이 한 달 넘게 이어지는 가운데 분노한 시민들이 일본 아베 정부를 규탄하는 대규모 촛불 집회에 나섰다. 특히 청소년 1000명은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경제 전쟁’을 일으키고 있다며 경제보복을 당장 중단하고 위안부와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사과하라며 규탄 선언문을 낭독했다. 사단법인 ‘21세기 청소년공동체 희망’은 10일 오후 4시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일본 아베 정부 규탄 청소년 1000인 선언 및 청소년 행진’ 집회를 열고 선언문을 공개했다. 서울 낮 기온이 36도를 넘은 폭염에도 아랑곳않고 청소년 30여명은 집회에 참석해 한목소리를 냈다. 이들은 “일본 아베 정부는 한국에 대한 ‘경제 보복’을 지금 당장 중단해야 한다”면서 “일본군 성노예제와 강제징용 피해자에게 당장 사과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일본 아베 정부는 지난달 4일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손해배상 판결에 불만을 품고 한국의 주력수출품목인 반도체 핵심소재 3종에 대한 대(對) 한국 수출규제를 단행했다. 이어 지난 2일에는 수출 절차를 간소화해주는 등 수출 우대 혜택을 주는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 대상국에서 한국을 제외시키는 2차 경제보복을 감행했다. 또 4일에는 일본 아이치현 나고야시에서 열리고 있는 일본 국제 예술제인 아이치 트리엔날레에서 일본군이 전쟁터에서 한국 여성을 성노리개로 삼았던 가슴 아픈 역사를 상징하는 위안부 ‘평화의 소녀상’이 출품된 ‘표현의 부자유전·그후’의 전시를 우익들의 테러 협박 등을 이유로 중단했다.이와 관련해 일본 현지 언론과 미술평론가연맹, 소비자연맹 등 일본 각계에서조차 전시 재개를 촉구하며 “표현의 자유라는 민주주의 기본 이념을 근본적으로 부정했다”며 중단 조치를 비판했다. 이런 흐름 속에 이날 집회에 참여한 청소년들은 낭독문에서 “한국 정부가 한반도 평화를 위협하는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을 즉각 폐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일제 강점기 저질렀던 만행에 대해 일본은 진정성 있는 사과나 반성도 하지 않았다”면서 “사과는커녕 아베 정부는 반도체 주요 소재 수출 규제 등 한국에 대한 경제보복을 이어가며 비겁한 ‘경제 전쟁’을 일으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지소미아를 통해 우리나라와 일본이 2급 이하 군사 기밀을 교환하고 있다”면서 “지소미아는 한반도에서 일본의 군사적 영향을 확장해주는 굴욕적인 군사 협정”이라고 지적했다. 학생들은 아베 신조 일본 총리를 무릎 꿇고 손들게 한 뒤 ‘경제보복’과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이 적힌 손팻말을 대형 가위로 자르는 규탄 퍼포먼스를 벌였다. 또 ‘경제전쟁 일으키는 아베 정부 꺼져,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폐기하라’가 적힌 플래카드를 내보였다. 서울 압구정고 2학년 유민서 양은 “강제징용 피해자분들께 무릎 꿇고 사과해도 잘못한 판에 우리나라에 경제 보복을 하는 것은 염치없는 행동”이라면서 “일본은 당장 경제 보복을 철회하고 할머니, 할아버지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학생들은 집회에 참석한 뒤 광주학생항일운동 당시 교복과 현재의 교복을 함께 입고 ‘경제 보복 철회하라’, ‘강제징용 피해자·위안부 피해자에게 사과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인사동 인근까지 광화문 일대를 행진하며 아베 총리를 규탄했다. 이날 서대문형무소 역사관 인근에는 ‘NO(노) 아베 현수막 거리’가 조성됐다. 서대문지역 20여개 시민단체·노동조합·정당으로 구성된 ‘아베규탄서대문행동’은 이날 정오쯤 서대문형무소 역사관 인근 가로수에 300여개의 ‘NO 아베’ 현수막을 걸었다. 청소년들에 이어 전국의 시민들도 아베 정권을 규탄하는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섰다. 민주노총, 정의기억연대, 한국YMCA, 한국진보연대 등 700여개 단체로 꾸려진 ‘아베 규탄 시민행동’은 이날 오후 7시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아베 규탄 제4차 촛불 문화제’를 열었다. 지난달 20일 시작한 ‘아베 규탄’ 촛불 집회는 벌써 4주째 이어지고 있으며 무더위에도 시민 1만 5000여명(주최측 추산)이 참여했다.시민행동은 대법원의 강제징용 피해에 대한 배상 판결로 촉발된 일본의 경제 보복 조처가 ‘침략의 역사에 대한 반성 거부’이자 ‘부당한 보복 조처’라고 강조했다. 시민행동은 또, 일본의 행보가 역사를 왜곡하고 경제를 침략하는 것을 넘어 한반도를 비롯한 동북아 전체의 평화를 위협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일련의 조처를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이와 함께 문재인 정부를 향해 지소미아 파기, ‘10억엔’ 반환을 통한 한·일간 위안부 합의 파기 확정 등을 촉구했다. 이들은 “강제 동원 배상 판결에 대해 경제 보복을 하는 아베 총리를 규탄한다”면서 “국민적 합의 없이 박근혜 정부가 강행한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을 즉각 파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해방 이후 반민족행위자 처벌 특별법을 발의했던 김웅진 의원의 유족인 김옥자씨는 “아직도 친일 세력이 청산되지 못하고 각계각층에서 권력을 휘두른다”면서 “아베 총리를 두둔하고 우리나라 대통령을 음해한다”고 주장했다. 김씨는 “친일 세력을 몰아내야 한다”면서 “독립운동은 못 해도 불매운동을 하는 시민들이 자랑스럽다”고 강조했다. 이날 집회에서는 일본 시민단체인 ‘일한민중연대전국네트워크’의 연대 성명도 발표됐다. 일한민중연대전국네트워크는 성명서에서 “아베 정권은 한국에 대한 보복적 수출 규제를 철회하고 진지한 과거청산에 나서야 한다”면서 “일한민중교류 확대와 ‘NO 아베’ 연대를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또 집회 무대에 오른 일본인 오카모토 아사야씨는 “일본 시민 3000명이 아베 총리를 규탄하는 성명 발표에 동참했다”고 소개하며 “일본이 강제징용 피해자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오카모토씨는 “한국 적대 정책을 그만둘 것을 아베 정부에 요구한다”며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배상 정책을 시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촛불집회를 마치고 ‘모이자 8·15 광화문’, ‘청산하자! 친일 적폐’ 등이 적힌 대형 현수막을 펼치고 지하철 3호선 안국역, 1호선 종각역, 세종대로 등을 지나 서울 중구 조선일보 사옥 앞까지 행진했다. 이날 저녁 촛불집회에는 서울뿐 아니라 광주, 부산 등 전국 각지에서 열렸다. 광주 금남로와 부산 일본 영사관 앞에 모인 1000여명의 시민들은 함께 촛불을 들고 일본의 사과를 요구했다. 다가오는 광복절에는 광화문 광장에서 대규모 촛불집회가 예고돼 있다. 촛불집회에는 2만명이 넘는 시민들과 함께 일본 시민단체, 재일 한국인들도 참여할 예정으로 전해졌다.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장동석 평론가의 뉴스 품은 책] 수도권 대학마저 ‘지잡대’ 되는 현실… 학문은 경제가 아니다

    [장동석 평론가의 뉴스 품은 책] 수도권 대학마저 ‘지잡대’ 되는 현실… 학문은 경제가 아니다

    폐허의 대학/빌 레딩스 지음/윤지관·김영희 옮김/책과함께/368쪽/2만 2000원 “벚꽃 피는 순서대로 망한다.” 출산, 이어지는 학생 감소는 현실이 됐다. 하여 대학도 이제 존폐의 기로에 놓여 있다. 수도권 대학마저 ‘지잡대’가 되는 세상이고 보니 저 말이 진리는 아니어도 진실이 될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교육부가 지난 6일 대책을 내놨다. 재정 지원을 늘리고 산학협력, 학술연구를 강화한다는 ‘그 나물에 그 밥’ 같은 대책이다. 비교문학 연구자 빌 레딩스의 ‘폐허의 대학’은 대학의 역사를 통해 말 그대로 폐허가 된 오늘날의 대학을 비판한다. 그에 따르면 중세의 대학은 ‘종교를 바탕으로 순수하게 학문을 연구하는 집단’이었다. 유럽의 지식인들은 자유롭게 왕래하며 지식을 전파했는데, 대학이 그 못자리 역할을 담당했다. 19세기 대학은 ‘민족문화의 본산’이었다. 대학은 각 나라의 문화적 특성을 체계화하고 재생산하면서 전성기를 맞았다. 한국의 대학도 그런가. 그 누구도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없을 것이다. 물론 세계의 대학도 마찬가지다. 저자는 세계 모든 대학이 수월성(秀越性·excellence)만을 추구하며 몰락의 길을 걷는다고 지적한다. 대학의 모든 기능을 계량화해 1등 따위의 지표만 강조하게 된다는 것이다. 수월성 추구는 궁극적으로 대학의 가치를 ‘비용 대비 효율’로 환산시킨다. 교육은 간데없고 행정이 대학을 지배할 수밖에 없다. 저자가 오늘날 대학을 폐허라고 부른 이유다. 벚꽃 피는 순서대로 망하고 나면, 살아남은 대학들은 본래의 경쟁력을 회복할까. 아니다. 더더욱 수월성을 추구하며 교육이 아닌 계량화된 수치에 목을 맬 수밖에 없다. 저자는 국내 대학에서도 오래전 시작된 학과 통폐합을 예로 들면서 “학문 분야 조정에서조차 학문적 고려보다 경제적 계산이 앞서게” 될 것이라고 일갈한다. 대안은 없을까. 저자는 폐허가 된 현실을 먼저 인정하고, 질문하기를 멈추지 않는 것이 대학인의 책무이자 의무라고 말한다. 질문은 곧 사유를 의미한다. 사유를 통해 서로 다른 의견이 지속적으로 논쟁되는 장소, 이를 통해 하나의 통합적 이념이 아니라 다양성을 존중하는 것이야말로 오늘의 대학이 추구해야 할 미덕이다. 한국의 대학이 벚꽃 피는 순서대로만 망하지는 않을 것이다. 경제 논리에 사로잡힌 순간 교육은 뒷전이고, 수치만 따지는 순간 대학은 폐허에 진입한 것이다. 그곳에 목을 매고 살아가는 수많은 수험생과 학부모들이 8월 불볕더위 아래 고난의 행군을 이어 가고 있음이 서글픈 오늘이다.
  • 교육당국 ‘자사고 책임’ 공방에 학생·학부모만 또 혼란

    전국단위 자사고들 재지정 평가서 ‘생존’ 진보교육감 ‘폐지’ 공약 불구 절반만 탈락 서울자사고교장聯 ‘효력정지 가처분’ 주목 자율형사립고(자사고) 재지정 평가를 둘러싼 논란이 소송전으로 비화하면서 자사고를 지망하는 학생과 학부모는 또다시 혼란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의 ‘책임 떠넘기기’에서 비롯된 결과다.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은 모두 ‘자사고 폐지’를 외쳤지만, 책임 있는 정책은 펴지 않고 ‘핑퐁 게임’만 벌였다. 서울자사고교장연합회는 8일 서울교육청으로부터 전달받은 자사고 지정취소 통지서에 대해 법원에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과 함께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가처분 신청이 인용되느냐에 따라 이들 학교가 자사고 지위를 유지한 채 내년도 신입생을 모집할지, 일반고로서 모집할지가 결정된다. 자사고 폐지를 이끌어 온 김승환 전북교육감도 다음주쯤 헌법재판소나 대법원에 교육부의 상산고 지정취소 부동의 결정에 대해 소송을 제기할 계획이다. 학생과 학부모를 혼란으로 내몬 1차적 원인은 고교 체제 개편을 국정과제로 내세운 교육부다. 교육부는 과학고와 외국어고 등 특수목적고와 자사고를 일반고로 전환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시행령 개정을 통한 ‘일괄 전환’이 아닌 시도교육청의 재지정 평가를 통한 점진적 전환이라는 방식을 고집했다. 그 결과 이번 재지정 평가는 고교 서열에서 최상층에 있는 전국 단위 자사고들이 모두 살아남는 것으로 끝났다. 이범 교육평론가는 “문재인 정부가 출범 초기에 시행령 개정을 통해 일괄적으로 자사고와 특목고를 일반고로 전환했다면 혼란은 초래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교육부가 자사고 지정취소 권한을 교육감에 완전 이양하지 않은 것도 국정과제 후퇴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교육부와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는 2017년 12월 ‘학교 민주주의 실현을 위한 교육자치 정책로드맵’을 발표했다. 실천과제 중에는 외고, 국제고, 자사고 지정취소에 관한 교육부의 동의권 폐지도 포함됐다. 그러나 교육부는 동의권을 포기하지 않았다. 올해 재지정 평가에서도 교육부는 교육청의 자사고 지정취소 처분에 동의 및 부동의권을 행사했다. 전북교육청의 상산고 지정취소 처분에는 부동의권을 행사해 제동을 걸었다. 교육청에도 책임이 있다. 지난해 지방선거를 통해 당선된 교육감 17명 중 14명이 진보교육감으로, 이들은 모두 자사고 폐지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그러나 올해 재지정 평가를 받은 24곳 중 탈락한 곳은 절반을 겨우 넘는 14곳에 그쳤다. 전국 단위 자사고인 민족사관고(강원), 포항제철고(경북), 광양제철고(전남), 현대청운고(울산), 북일고(충남), 김천고(경북)는 해당 교육청이 알아서 자사고 지위를 유지시켜 줬다. 송경원 정의당 정책위원은 “교육청이 입시 중심으로 운영되는 자사고에 대한 지정취소 의지가 있었다면 전북교육청처럼 기준 점수 상향 등의 방법을 통해 충분히 일반고로 전환시킬 수 있었을 것”이라면서 “교육청들도 지역의 눈치를 보며 일반고 전환에 대한 책임을 교육부에 떠넘겼다”고 지적했다. 박재홍 기자 maeno@seoul.co.kr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13㎝ 소녀상’ 공유하는 日시민들 “소녀상 전시 의미 알리고 싶어요”

    ‘13㎝ 소녀상’ 공유하는 日시민들 “소녀상 전시 의미 알리고 싶어요”

    참가 희망자들에게 미니어처 보내줘 올 초부터 시작… SNS서 소녀상 확산위안부 피해자를 상징하는 ‘평화의 소녀상’의 일본 예술제 전시가 일본 정부의 방해와 우익세력의 협박 등으로 행사 개막 나흘 만인 지난 4일 중단된 가운데 일본 시민들 사이에 ‘소녀상 미니어처’ 사진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공유하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8일 ‘한국 병합 100년 도카이 행동’이라는 이름의 일본 시민단체에 따르면 이 단체는 올 초부터 ‘작은 평화의 소녀상을 확산시키는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 설치된 소녀상의 미니어처(가로·세로 각 13㎝)가 포함된 사진을 SNS에 올려 공유를 확산시키는 운동이다. 시작 8개월 만에 120여장의 사진이 SNS에 게시됐다. 취지는 조금이라도 더 많은 일본인들이 평화의 소녀상을 접해 위안부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알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캠페인을 이끄는 야마모토 미하기(64·여·회사원)는 전국의 캠페인 참가 희망자들에게 최소한의 작품 비용만 받고 소녀상 미니어처를 보내주고 있다. 그는 “지난해 11월 나고야에서 평화의 소녀상을 만든 김운성·김서경 작가를 만난 자리에서 소녀상 얘기를 처음 들었다”며 “일본에 잘못된 역사 인식이 널리 퍼져 소녀상 전시가 힘든 상황에서 그 의미를 일본 사람들에게 알릴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다가 이런 방안을 생각해 냈다”고 말했다. 한편 일본 미술평론가연맹은 평화의 소녀상이 포함된 아이치 트리엔날레 기획전 ‘표현의 부자유전, 그 후’가 중단된 데 대해 “표현의 자유라는 민주주의 기본 이념이 근본부터 부정됐다”고 지적하고 전시 재개를 촉구했다. 헌법학자, 예술가 등으로 구성된 일본 시민단체 ‘표현의 자유를 시민의 손에 전국 네트워크’도 지난 7일 도쿄 중의원 의원회관에서 130여명이 모인 가운데 집회를 열고 평화의 소녀상 전시 재개를 요구했다. 이런 가운데 ‘평화의 소녀상을 철거하지 않으면 휘발유통을 갖고 가 전시관을 방해하겠다’는 내용의 팩스를 아이치 트리엔날레 주최 측에 보낸 용의자 홋타 슈지(59)가 지난 7일 경찰에 붙잡혔다. 홋타의 팩스는 트리엔날레 실행위원장인 오무라 히데아키 아이치현 지사가 지난 3일 ‘안전’을 명분으로 소녀상이 포함된 기획전을 중단하는 데 결정적인 구실로 활용됐다. 도쿄 김태균 특파원 windsea@seoul.co.kr
  • “소녀상 전시 재개하라” 日 예술·소비자단체 전시 촉구 봇물

    “소녀상 전시 재개하라” 日 예술·소비자단체 전시 촉구 봇물

    日미술평론가연맹 “민주주의 기본이념 부정…협박에 억압 안돼”‘작은소녀상’ 공유 SNS캠페인도 日 확산 일본의 국제 예술제인 아이치 트리엔날레가 일본군이 전쟁터에서 주변국 여성을 성노리개로 삼았던 가슴 아픈 역사를 상징하는 위안부 ‘평화의 소녀상’ 전시를 중단한 것과 관련해 일본 단체들이 전시 재개를 촉구하며 중단 조치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쏟아내고 있다. 8일 아사히신문 등에 따르면 일본 미술평론가연맹은 아이치 트리엔날레의 기획전으로 평화의 소녀상이 출품된 ‘표현의 부자유전·그후’의 전시 중단에 대해 “표현의 자유라는 민주주의의 기본 이념이 근본부터 부정됐다”고 입장을 밝혔다. 미술평론가연맹은 “(기획전) 시작 당시의 모든 전시가 회복되는 사회적 상황이 조성되기를 바란다”고 의견을 피력했다. 또한, “표현활동이 폭력과 협박으로 억압되는 일은 있어서는 안 된다”면서 “폭력 행위로부터 시민의 활동을 지키는 일이 경찰을 포함한 행정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미술평론가연맹은 행정에 의한 작품의 철거나 은폐에 대해 “시민 스스로가 판단할 권리, 감상할 권리를 빼앗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이 단체는 “행정이 신뢰 관계를 포기하는 것은 이 나라가 공포에 지배돼 폭력을 추종하는 국가라고 스스로 보이는 것이 된다”고 지적했다. NHK에 따르면 일본 소비자연맹도 이날 성명을 내고 전시 중단에 대해 “소비자 운동을 내걸고 활동하고 있는 시민 단체로서 대단히 유감이고 분한 일”이라며 비판했다.연맹은 “이번 일은 시민의 알 권리를 침해하고 우리들의 ‘자유롭게 살 권리’를 매장하는 것”이라면서 “시민, 소비자에 대한 중대한 권리 침해”라고 일갈했다. 연맹은 “지금부터라도 시간이 늦지 않았다. 우리 사회가 잃어버린 것을 되돌리는 것이 가능하다”면서 “이번 기획전의 재개를 마음으로부터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아이치예술문화센터가 있는 나고야시에선 시민들의 모임이 오무라 히데아키 아이치현 지사에게 기획전 재개를 촉구하는 요청문을 제출했다. ‘표현의 부자유전·그후의 재개를 요구하는 아이치현민의 모임’은 요청문에서 “표현의 자유가 보장돼야 할 예술작품이 협박과 정치가들의 헌법 규범에서 벗어난 공갈(협박)에 의해 중지돼 버렸다”고 비판했다. 이와 함께 일본 시민들 사이에서는 미니어처 소녀상을 촬영한 소박한 일상의 사진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공유하는 운동도 확산되고 있다. 이날 일본 시민단체인 ‘한국병합(합병) 100년 도카이 행동’(이하 도카이 행동)에 따르면 이 단체는 올해 초부터 ‘작은 평화의 소녀상을 확산하는 캠페인’이라는 이름으로, 미니어처 평화의 소녀상과 사진을 찍은 뒤 SNS에 올리는 운동을 벌이고 있다.미니어처 평화의 소녀상은 손가락 한뼘 크기인 가로와 세로 각각 13㎝로 휴대가 가능할 정도로 작다. 캠페인은 불과 8개월 만에 일본 각지에서 소녀상을 촬영한 사진 120여장이 모였다.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분위기가 일본 사회에 퍼져 있는 상황에서 적지 않은 작은 소녀상을 들고 사진을 촬영해 이를 공개하는 용기를 낸 것으로 보인다. 도카이 행동 측은 캠페인을 통해 조금이라도 더 많은 일본인이 평화의 소녀상과 접해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이야기가 확산하게 하려는 것이라고 전했다. 도카이 행동이 공개한 홍보영상에는 “이 소녀(소녀상)와 함께 외출하지 않겠습니까”라면서 “다시는 (소녀상과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혼자 두지 않겠다. 할머니들의 이야기가 퍼지고 많은 사람들이 연대하면 좋겠다”며 캠페인의 의도를 설명하고 있다. 또 “불행한 역사를 마주 보고 두 번 다시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기원한다”는 말도 영상에 담겼다. 캠페인의 이런 의도대로 참가자들은 자택과 여행지, 모임, 집회, 버스안 등 일상생활의 다양한 장소에서 소녀상을 촬영한 사진을 보냈다.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황규관의 고동소리] 근대문명과 시

    [황규관의 고동소리] 근대문명과 시

    ‘녹색평론’ 발행인 김종철이 얼마 전 낸 ‘근대문명에서 생태문명으로’는 여러 가지로 의미심장한 책이다. 대부분의 글은 ‘녹색평론’을 통해 읽었지만, 한데 모아 놓은 것을 다시 탐독하니 그의 생각과 사상이 보다 더 뚜렷하게 다가왔다. 독서는 어쨌든 자신의 앎을 모름의 상태로 만들어 놓고 읽어야 제맛이다. 또 그래야만이 기왕의 앎이 흔들리고 갱신된다. 독자가 자신의 앎을 굳건히 고집하는 상태에서는 독서만큼 지루한 경험도 없을 것이다. 아는 사람은 다 알고 있지만 김종철의 정신적 고향은 ‘문학’이다. 그의 예전 문학비평을 읽어 보면 지금도 살아 숨쉬는 생동감을 느낄 수 있는데, 이 책보다 몇 달 앞서 나온 ‘대지의 상상력’이 그것을 증명한다. 혹자들은 김종철의 문학론을 고답적인 리얼리즘론이라 평하지만 중요한 것은 김종철의 생각과 사상이 그런 문학적 카테고리 안에 갇히지 않는다는 점이다. ‘근대문명에서 생태문명으로’에서 집중적으로 나타난 김종철의 ‘생태사상론’의 맹아 또는 문학적 버전이 ‘대지의 상상력’에서 블레이크, 리비스, 파농, 리처드 라이트, 이시무레 미치코 등을 통해서 숨막히게 펼쳐진다. 오래전 글이지만 아직도 가슴을 뛰게 하는 것은 그가 예민하게 인식하고 있는 ‘근대문명’이 우리의 삶을 나날이 피폐하게 하기 때문일 것이다. 김종철이 문학을 떠나 ‘녹색평론’을 창간한 것은 어떻게 보면 문학의 기존 영역을 허물고 넓힌 것일 수도 있다. 왜냐하면 김종철의 ‘생태사상론’ 자체가 시적 직관으로 번득이고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김종철의 박학다식(?)에 어리둥절해하지만 나는 김종철이 가지고 있는 단단한 눈빛은 바로 이 시적 직관 때문이라고 꽤 오래전부터 생각해 왔다. 직관은 정념이나 기분에 좌우되지 않는다. 특히 시적 직관은 이성의 활동과 기억(경험)이 응축된 바탕에서 솟아오르는 것이다. 이 시적 직관은 단박에 사태의 기원으로 거슬러 올라가기도 하는데, 나는 이것이 니체가 말한 ‘반시대적인 것’(unzeit)이라고 생각한다. ‘시대적인 것’은 당대의 통념에 묶여 있는 예가 허다하다. 김종철이 말하는 민주주의에 대한 정의를 그 예로 들어 볼 수도 있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민주주의는 고작 보통선거제도로 귀착된다. 거기에 표현의 자유와 집회결사의 자유가 덧붙여지고 그것들이 잘 운용되면 민주주의 사회라고 일컬어진다. 하지만 김종철은 민주주의를 간략하게 ‘민중의 자기 통치’라고 정의 내린다(민주주의는 국가주의와 양립할 수 없고 도리어 고(故) 권정생 선생이 말한 ‘애국자가 없는 세상’에 가깝다). 민주주의에 대한 이 정의는 고대 아테네에서 200년 동안 실제 존재했던 경험에서 유래한다. 그런데 ‘민중의 자기 통치’라는 정의에 입각할 때 대한민국은 민주주의 사회일까? 근대 자본주의 문명과 민주주의에 대한 김종철의 근본적인 비판도 여러 생각을 하게 하지만, 나는 ‘근대문명에서 생태문명으로’를 읽으면서 ‘시의 길’을 줄곧 생각했다. 이 책에는 ‘시’에 대한 이야기도 없을뿐더러 저자의 ‘시론’이 지나가는 말로나마 언급되지도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김종철의 글에서 자주 ‘시의 심장’ 소리를 듣고는 했다. 언제부터인가 시집을 읽으면서 느낀 왜소해진 시적 자아에 대한 갑갑함 때문이었을까? 적잖은 선배 시인들에게는 감상주의적인 서정이 도드라지고 꽤 많은 후배 시인들에게는 내적 필연성이 결여된 언어유희 혹은 조탁이 대부분이다. 다시 말하면 ‘테크네’로 써진 작품은 많은 반면에 ‘포이에시스’로 써진 작품들은 아주 귀하다. 어떤 시인들은 사회적 이슈와 추문에 대한 원한 감정으로 쓰기도 하는데, 씁쓸하게도 이런 작품들이 독자들의 주목과 사랑을 받는다. 참고로 ‘테크네’는 외부의 세공 작업으로 탄생한 조형물을 비유로 들 수 있고, ‘포이에시스’는 내면에 도사리고 있던 정신과 영혼의 상태에서 터져 나온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하이데거는 포이에시스를 “겨울 내내 웅크려 있다가 봄바람, 햇살, 이슬비, 그리고 땅의 기운을 받아 봉오리를 터뜨리는 순간의 기운으로 설명했다”고 한다. 하이데거의 이 말은 포이에시스가 가능하기 위해서는 얼마나 사태에 대한 깊은 고뇌와 그것을 뒤집으려는 실천이 필요한 것인지 암시해 준다. 따라서 ‘근대문명에서 생태문명으로’를 읽으면서 ‘시의 길’을 떠올린 것은 그렇게 엉뚱한 일만은 아닐 것이다.
  • 태극기는 보수도 아니고, 엄마부대 주옥순도 아니다

    태극기는 보수도 아니고, 엄마부대 주옥순도 아니다

    “태극기 부대를 이해해야 하나요? 이해도 안 되고, 이해하고 싶지도 않아요.” 박근혜 탄핵을 계기로 거리에 쏟아져나온 ‘태극기 부대’의 존재. ‘반문재인’, ‘빨갱이’, ‘반공’, ‘박근혜 석방’을 주장하는데…. 도대체 말이 통하지 않는데다 일부 과격한 행동과 발언이 언론에 비치면서 젊은이들에게 태극기 부대는 마치 ‘혐오’의 대상이 되어버린 듯 하다. 왜 이들은 왜 극단적인 발언을 수정하지 않는 걸까. 왜 이들은 늘 화가 나 있는 걸까. 사회 주류가 태극기 부대를 이해하는 일이 가능할까. 전문가들은 그들이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고 말한다. 오히려 문제는 어르신들의 순수한 ‘애국심’, ‘외로움’을 이용하고 있는 어떤 세력일지도 모른다고.NA> 좀처럼 이해할 수 없는 어르신들이 있습니다. 젊은이들의 눈에는 더욱 그렇습니다. ‘반문재인’과 ‘빨갱이 타파’, ‘박근혜 전 대통령의 석방’을 요구하는 태극기 부대. 망가져 가는 나라를 지키기 위해 거리로 나왔다는 어르신들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태극기 집회 참가자> 너무 안타까운 거예요. 이 세상이. 꼭 이 나라가 오물 속에 내가 들어앉은 심정이라. 그래서 이렇게 나온 거에요 우리는. 저도 자식이 하나 있는데 태극기 집회라 하면 눈이 쓱 돌아가요. 지금 내 자식도. 젊은 사람들을 깨닫지 못해서 그런 거여요. 그래서 우리 어른들이 깨닫게 하기 위해서 그래서 이렇게 나오는 거예요. NA> 젊은이들은 태극기 부대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요? 시민 1> 자기주장들만 길거리에서 저러고 그러고 있는 게 다른 사람한테 민폐가 되지 않을까…. 시민 2> 자기 스스로 세뇌를 하고 있는 거 같아요. 자기 암시인지 몰라도 자기가 생각하는 게 다 맞다 옳다고 여기시는 분들이기 때문에. 곽동수 시사평론가> 상대 이야기를 듣고 그럴만하다 공감하는 대신에 그래도 그렇지 얘가 나에게 맞먹었어. 본인 주장을 지르는 데만 익숙하셔서 그게 저는 ‘강압’이라는 단어가 되는 거라 보고요. 지금 그래서 태극기 부대가 나와있는 건 선과 악 구도로 보는 거죠. 우리가 옳고 우리가 경제 성장을 시켰고 그 기반에 너희가 자랐는데 왜 그 모든 것을 부정하려 드느냐. NA> 파독 광부로 청춘을 보낸 태극기 부대 어르신을 만나 박정희 대통령을 잊지 못하는 이유를 물었습니다. 파독광부 출신 태극기 집회 참가자 이재영 씨> 이 조국이 어떻게 왜 이렇게 여기까지 왔는가 내가 조금 격해. 고생도 무지무지했어. (고생 많으셨죠) 광부 8000명, 간호원 12000명 가서 광부 한 100명 죽었다고. 그 죽는 것도 보고 광부 그때 일하다 올라와서 1964년. 내가 갔더니 육영수 여사, 뤼브케 대통령 광산을 간 거야 가서 일하다 말고 잠깐만 올라와 보래 땅속에서 올라오는 거야 올라와서 우리 대통령님. 서로 막 붙잡고 울고 그때 이제 박정희 대통령이 말씀하시다가 몇 번 울고 그 옆에 육영수 여사님 도대체 눈물이 나가지고 왜? 자기 자식들이란 말이야 자식들이 와서 죽을지 살지도 모르는 사지에 와서 시커멓게 해서 올라오니까….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 군사정권이었고 독재정권이었지만 이들을 어쨌든 그 박정희 정권과 함께 해서 우리나라의 산업화를 이뤘다는 자부심이 있기 때문에 당시 박정희 정권의 가족이었던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 됐을 때도 마치 우리 세대에 대한 어떤 평가 절하, 비하 이렇게 받아들였고요. 아마 이제 그 부분은 당연히 우리가 동일시라고 하는 심리 기제가 있기 때문에 그런 마음이 있었을 겁니다. 박근혜를 탄핵하고 박정희를 욕하는 것은 우리 산업화 세대인 우리 세대를 욕하는 생각을 가졌기 때문에 또 많이 화가 나셨을 거 같아요. 곽동수 시사평론가> 저희 아버지가 살았던 시대는 박정희 대통령이 경제 성장을 일군 세대로 내가 거기에 기여했다고 생각했는데 인생을 통째로 도둑맞는 느낌이 들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재영 씨> (손자들에게) 조금 얘기하려고 하면 지 엄마 아빠가 막 가로막는 거야 그리고 할머니는 왜 쟤들한테 그런 고통을 주느냐고 왜 그런 어려운 얘기 옛날 얘기하느냐고.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 지금처럼 뭔가 본인이 배신감을 느꼈고 이 사회나 가족들에 대해서 또 본인의 사회적 영향력이 줄어들기 때문에 소외감 같은 것들이 느껴졌겠죠. NA> 어르신은 자신들의 공로를 인정해준 박근혜 정권에 큰 감사를 느끼고 있었습니다. 이재영 씨> 공개적으로 받은 거에요 전부 다 우리 광부 간호원들 박근혜 대통령이 되면서 연락이 왔더라고 나한테. NA> 하지만 태극기 부대를 바라보는 젊은이들의 시선은 차갑기만 합니다. 시민2> 이해가 되지도 않고 이해하고 싶지도 않고…. 시민3> 말이 안 통할 것 같고 자기 할 만만 계속 하시는 그럴 거라 생각이 드는데 (만약에 저분들이 대화를 해보고 싶다. 젊은 사람들한테 이러면 대화를 할 용의가 있어요? 해보고 싶어요?) 아니요. 곽동수 시사평론가> 태극기 부대가 열심히 외치지만 그 사이에 보면 외로운 어르신들이 축제 한마당으로 나와 있는 경우가 더 많아요. 어머님들은 나오실 때 떡 사오고 케이크에 사탕에 나눠가면서 그냥 그 세대도 외롭단 말이에요…. 이재영 씨> 놀러다니기도 하지 (놀러다니시기도 하세요? 등산도 하시고요?) 일주일에 한 번 두 번은 (집회 나오시는 분들이랑 같이?) 처음에 나오지 않았지 그놈들이 근데 요새는 내가 여기 와서 너무 열정적이고 그러니까 내가 지네 뒷바라지도 좀 해주고 하니까 친구들이 이제 살살 나오기 시작하더라고. (집회 끝나고 약주도 하고 하세요?) 그렇지 집회 끝나고. 곽동수 시사평론가> 그 어르신들의 그런 순수한 마음을 가지고 노는 세력이 있어요. 그게 작전 세력이 아니라. 저는 정치 세력이 잘못 써서 그렇다고 보고요. 그들이 좋아서, 무식해서 쫓아가는 게 아니라 이 사람들 얘길 들어주는 사람들이 그 사람들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 사회적 약자인 노인들에 대해서 관심을 더 가지고 또 노인에 대한 뉴스를 늘리는 것도 그분들을 위한 배려나 양보의 시작이 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곽동수 시사평론가> 대한민국이 뭐니뭐니해도 외국단어로 설명 안 되는 ‘정’이라는 게 있는 나라거든요. 싸우더라도 죽이지 않을 거고 태극기 어르신들 욕한다고는 하지만 백색 테러가 일어나지 않아요. 서로 양보할 준비를 해야 하는데 (젊은이들은) 어르신들 체면 좀 살려 드리면서, (어르신들은) 젊은 애들한테 “미안하다 우리가 이런 세상 만들어서”라고 하는 어른들이 많아지면 그렇게 되면 더 나아질 거예요. NA> 태극기 부대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김형우 기자 hwkim@seoul.co.kr
  • 조용원, ‘불타는 청춘’이 소환한 청순 미녀 “내면도 예쁜 사람”

    조용원, ‘불타는 청춘’이 소환한 청순 미녀 “내면도 예쁜 사람”

    80년대 하이틴스타로 인기를 누렸던 배우 조용원이 ‘불타는 청춘’ 새 친구 찾기 특집의 첫 번째 주인공이 됐다. 6일 방송된 SBS ‘불타는 청춘(불청)’에서는 시청자가 보고 싶은 새 친구를 찾는 내용이 나갔다. 제작진은 출연진에게 5년 동안 섭외하다 보니 힘들다며 이제 ‘불청’ 멤버들이 직접 친구를 찾아보라고 선언했다. 그렇게 시작된 ‘보고 싶다 친구야’ 특집의 첫 번째 주인공은 조용원이었다. 시청자들이 보고 싶어 하는 스타로 꼽힌 것이다. ‘불청’ 멤버들은 조용원에게 가졌던 기억을 나눴다. 권민중은 “옛날에 음악 프로그램 MC도 보고 그랬던 것 같은데”라고, 최성국은 “정말 순백의 맑은 결정체였다”라고 말했다. 최민용은 “제가 기억하는 조용원 선배님 이미지는 대한민국뿐 아니라 전 세계에 이런 이미지는 없었다”고 치켜세웠다. 멤버들은 조용원을 한국의 ‘브룩 쉴즈’, ‘소피 마르소’라고 표현했다. 강문영은 “개인적으로 친하진 않았지만 같은 시대 활동하면서 주변 사람들에게 얘기 들은 거로는 굉장히 똑똑했다. 어린애 같고 동안이지만 굉장히 효녀인 거로 알고 어머님이 매니저로 같이 다니셨다. 굉장히 생각하는 게 항상 어른스러웠고 지금도 워낙 예쁠 거란 생각이 든다. 워낙 내면이 예쁜 사람이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광규, 강문영, 최성국은 경기도 용인시 수지구 죽전동에서 조용원 찾기에 나섰다. 이들은 조용원이 죽전 카페 거리에 나타난다는 시청자 댓글을 보고 카페 거리를 방문했다. 이때 한 카페에서 조용원의 지인이 근처에 있다는 소식을 듣고 그를 만나러 갔다. 이들은 조용원의 대학 선배인 지인을 만나 근황을 알게 됐다. 지인에 따르면 조용원은 현재 한국에 있고, 결혼하지 않은 상태였다. 지인은 조용원의 어머니가 아파서 병원에 있다는 소식을 들려주며, 조용원이 방송 등 외부에 노출되는 것을 꺼린다고 전했다. 그래서 이들은 직접 연락하는 대신 문자를 남기기로 했다. 1981년 미스 롯데 선발대회를 통해 데뷔한 조용원은 영화 ‘신입사원 얄개’, ‘열아홉살의 가을’, ‘땡볕’, ‘여왕벌’, ‘흐르는 강물을 어찌 막으랴’, ‘키위새의 겨울’, ‘고속도로’, ‘정글 스토리’, ‘만날 때까지’ 등 다수 작품에서 주연을 맡았다. 대종상 신인상, 영화평론가협회상, 아시아 태평양영화제 신인상 등을 받았고, 1997년에는 극단 ‘원’을 설립했다. 이후 원앤원픽쳐스 대표를 맡았고 씨네버스를 창간하기도 했다. 조용원은 빼어난 미모로 단숨에 톱스타 반열에 올랐지만, 교통사고로 극심한 부상을 입고 연에계를 떠났다. 당시 사고에 대한 심정이 담긴 그의 목소리가 공개되기도 했다. 그는 “몸을 많이 다쳤기 때문에 얼굴 다친 것은 신경을 쓸 수 없었다고 한다”며 “(얼굴을) 먼저 해줘야 하는데 이 신경이 끊어지면 팔을 못 쓴다, 다리를 못 쓴다해서 다른데 먼저 고치다 보니까 피부에 대한 치료가 늦었다”고 전했다. 또한 이날 보고 싶은 스타로 꼽힌 인물은 가수 김민우, 박혜성, 배우 김찬우, 이제니, 가수 겸 배우 김수근 등이었다. 김민우는 현재 기업에서 영업부장으로 일하고 있었고, ‘불청’의 새 멤버로 합류했다. SBS ‘불타는 청춘’은 매주 화요일 밤 10시에 방송된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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