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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군 장성, 부하 여군 성폭행 시도… 보직해임·긴급체포

    해군 장성, 부하 여군 성폭행 시도… 보직해임·긴급체포

    해군 장성급 지휘관이 부하 여군에게 성폭행을 시도한 사건이 발생했다. 3일 해군에 따르면 진해 지역 모 부대 지휘관인 A 장성이 과거 같이 근무했던 B 여군을 지난 달 27일 밤 음주 후 성폭행을 시도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에 해군은 가해자 A 장성을 긴급 체포해 수사 중이다. 이번 사건은 B 여군 소속 부대의 양성평등담당관과의 상담 과정에서 파악됐다. 전날(2일) 밤 지휘계통으로 즉시 보고됐다. 이에 해군은 A 장성을 보직해임하고 이날 새벽 긴급 체포했다. 또 피해자에 대한 2차 피해예방 조치를 취했다고 밝혔다. 해군에 따르면 A 장성과 피해 여군은 각각 음주를 겸한 저녁식사를 한 후 A 장성이 전화를 걸어 만남이 이뤄졌다. 피해 여군은 당시 만취상태였다. A 장성이 성폭행을 시도하다 미수에 그친 것으로 파악됐다. 해군은 현재 A 장성에 대한 혐의를 준강간미수로 판단하고 있다. A 장성은 성폭력을 가한 사실은 인정하고 있지만, 과정에 대해선 피해자와 진술이 엇갈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군 관계자는 “이번 사건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하며 향후 관련 사건을 철저히 수사해 범죄 행위 확인시에는 관련 법에 따라 엄중 처벌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성희롱·성폭력 보완대책 발표...문 대통령 “성폭력 강력대응 필요”

    성희롱·성폭력 보완대책 발표...문 대통령 “성폭력 강력대응 필요”

    공공부문, 부실 처리 징계기준 마련민간부문, ‘근로감독관’ 단계적 확대수사기관 및 교대·사대 ‘성평등 교육과정’ 마련성희롱·성폭력 사건을 은폐하거나 축소한 공무원에 대해 엄중 징계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민간에서는 성희롱·성차별 감독 강화를 위해 근로감독관이 확대된다. 여성가족부는 3일 오전 국무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이 포함된 ‘성희롱·성폭력 근절 보완 대책’을 발표했다고 밝혔다. 미투 촉발 이후 5개월 간 현장 목소리를 반영해 마련된 이번 대책은 교육부와 고용노동부, 문화체육관광부, 인사혁신처, 경찰청 등 관계부처가 합동으로 추진한다. 우선 공무원징계령 시행규칙을 개정해 성희롱·성폭력 사건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은 관리자 등을 징계한다. 지난 4월 공공부문 성희롱·성폭력 온라인 조사 결과 직장 내 성희롱 발생 때 10명 중 3명(29.4%)은 적절히 처리되지 않을 거라고 응답한 바 있다. 2차 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경찰교육원(4개)과 경찰수사연수원(2개), 중앙경찰학교(1개) 등 각 교육기관에 성인지 감수성을 위한 교과목을 신설하는 안도 포함됐다. 민간사업장은 성희롱·성차별 감독 강화를 위해 근로감독관을 늘리고, 남녀고용평등 전담 근로감독관 배치를 단계적으로 확대한다. 소규모사업장은 외부전문가가 명예고용평등감독관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위촉대상 범위를 확대한다. 직장 내 성희롱 신고사건 처리·판단의 내실화를 위해 지방고용노동관서에 ‘성희롱·성차별 전문위원회’를 운영키로 했다. ‘스쿨 미투’와 ‘문화예술계 내 성폭력’으로 대책 마련이 시급했던 교육부와 문체부는 각각 성희롱·성폭력 신고 활성화와 처벌 강화, 피해자 지원체계 내실화 방안을 추진한다. 교육부는 대학 내 성폭력 담당기구 설치를 의무화하고, 성폭력 사건으로 징계가 발생하면 의무적으로 전수조사하도록 한다. 징계권자 재량이었던 사립학교 교원에 대한 성희롱·성폭력 징계 기준을 국공립교원만큼 높이도록 관계법도 개정한다. 교원 양성 기관인 교대와 사대에선 성희롱·성폭력 예방과 피해자 보호 관련 내용을 필수 이수하도록 교육 과정을 개편한다. 문체부는 한시적으로 운영되던 문화예술계 특별신고·상담센터를 상시 운영한다. 예술인의 성희롱·성폭력 피해를 막고자 ‘예술가의 지위 및 권리보호에 관한 법률’(가칭)도 제정할 방침이다.이날 문재인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주재한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우리 사회 전반에 깊숙이 자리 잡은 성차별과 성폭력을 근절하고 성평등한 민주사회를 만들어내지 못하면 국민의 기본적 요구에 답하지 못하는 것”이라면서 “발표된 대책이 현장까지 제대로 스며들어 철저히 이행되도록 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민나리 기자 mnin1082@seoul.co.kr
  • [길섶에서] 성평등 언어/이순녀 논설위원

    병아리 문화부 기자 시절 ‘여류 작가’라는 표현을 기사에 썼다가 선배에게 된통 혼이 났다. 그냥 작가라고 쓰든가 굳이 성별을 밝히고 싶다면 ‘여성 작가’라고 써야 옳다는 지적이었다. 여류(女流)는 어떤 전문적인 일에 능숙한 여성을 일컫는 말로, 남성들의 주류 문화와 구분하기 위한 폄하의 의미라고 선배는 설명했다. 창피함에 쥐구멍이라도 찾고 싶었다. 그 후 다시는 ‘여류’라는 말을 쓰지 않았다. 가끔 남이 쓴 기사에서 이런 표현을 보면 고쳐 주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남편과 함께 죽지 못했다는 의미의 미망인(未亡人)도 마찬가지다. 최근 서울시 여성가족재단이 일상에서 사용하는 성차별 언어에 대한 시민들의 의견을 모아 우선적으로 개선해야 할 10건의 ‘성평등 언어사전’을 발표했다. 처녀작, 처녀비행처럼 별 생각 없이 관습적으로 써 온 성차별 언어에 대한 날카로운 지적에 얼굴이 화끈거렸다. 저출산을 저출생으로, 유모차를 유아차로 바꿔 부르자는 의견에는 무릎을 쳤다. 시대가 바뀌고, 사회가 변하면 언어도 그에 맞게 달라져야 한다는 당연한 이치를 또 한발 늦게 깨우친다. 이순녀 논설위원 coral@seoul.co.kr
  • 좌파 트럼프의 ‘멕시코 퍼스트’…89년 만에 정권교체

    좌파 트럼프의 ‘멕시코 퍼스트’…89년 만에 정권교체

    부패·폭력 빠진 우파 정권에 염증 나프타 재협상·청렴 공약 내세워 트럼프 “좌파 대통령과 할일 많다” 美와 이민·무역 등 정면충돌 예고부패와 폭력에 지치고 성난 멕시코 민심이 역사상 첫 좌파 정부라는 변화를 선택했다. 멕시코에서 1일(현지시간) 치러진 대선에서 중도 좌파의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64) 후보가 50%대의 득표율로 압승을 거뒀다.변화를 갈구하는 멕시코 민심이 공화정 출범 이후 89년 만에 처음으로 좌파 정부를 선택한 것이다. 멕시코는 마약조직 등과 연관된 폭력으로 지난 한 해 동안 2만 5000여명(공식 통계)이 살해당했고, 이번 선거 기간 중에만도 133명이 목숨을 잃는 등 치안 불안이 심각한 수준이다. 경제적으로는 최저생계비에 못 미치는 빈곤율이 46.2%에 달하는 등 불평등도 만연하다. 멕시코 선거관리위원회는 이날 모레나(MORENA·국가재건운동), 노동자당(PT) 등 중도 좌파 정당들이 연대한 ‘함께 역사를 만들어 갑시다’의 로페스 오브라도르 후보가 당선됐다고 공식 선언했다. 선관위가 로페스 오브라도르의 득표율이 53~53.8% 사이가 될 것으로 예상했을 정도로 여유 있는 승리였다. 성명의 첫 이니셜을 딴 ‘암로’란 애칭으로 불려온 로페스 오브라도르 당선자는 수도 멕시코시티 시장을 거쳐 2006년 및 2012년 대선에 잇따라 야당 후보로 나서 세 번째 도전에서 승리했다. 엔리케 페냐 니에토 대통령은 즉각 정권 이양 협조를 약속했고, 경쟁 후보들도 대선 결과에 승복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서 “반체제 좌파 대통령과 함께 일하기를 무척 고대하고 있다. 미국과 멕시코에 해야 할 유익한 많은 일이 있다”고 말했다. 로페스 오브라도르 당선자는 ‘멕시코 퍼스트’를 내세워 인기를 모았고, 민족주의와 대중주의 성향을 공공연히 드러내 ‘좌파 포퓰리스트’, ‘멕시코의 트럼프’ 등으로 불렸다. 그는 선거운동 기간 중 89년간 멕시코를 통치한 우파 정권을 “더러운 돼지”, “욕심 많은 돼지”로 맹비난했다. 그의 대표 공약은 부정부패 척결, 공공안전부 설립, 최저임금 등 근로자 급여 상향 추진,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 추진 등이다. ‘경제적 민족주의자’인 그는 NAFTA가 멕시코 경제에 도움이 되지 못했다고 비판해 왔고, “외국 정부의 피냐타(과자가 들어 있는 종이인형)가 되게 하지 않겠다”는 등 미국 등과의 수평적 관계 재정립을 공언해 왔다. 그러나 전체 수출의 81% 의존율에다 3155㎞의 국경을 맞대고 있는 미국과의 관계 재정립이 쉽지는 않을 전망이다. 무역, 이민, 국경 장벽 등을 놓고 트럼프 대통령과의 충돌도 예상된다. 현안 중 하나인 마약 정책과 관련, 무력보다는 대규모 사면 등 포용을 통해 마약범죄를 줄이겠다는 입장이지만, 국가와 대항할 정도로 커져 버린 마약조직들을 통제하는 것도 쉽지 않다. 오는 12월 1일 취임하는 로페스 오브라도르 당선자는 23세에 고향 타바스코주에서 집권당이던 중도 우파 성향의 제도혁명당(PRI) 당원으로 정계에 입문했다가 1989년 중도 좌파 민주혁명당(PRD)으로 당적을 바꾼 뒤 2000년 멕시코시티 시장에 당선됐다. 시장 재임 당시엔 ‘빈곤층의 챔피언’으로 불리며 노령연금 도입, 빈민층 지원, 인프라 개선 등으로 지지율 80%를 기록했다. 멕시코에서는 1929년 PRI 창당 이후 89년 동안 우파 보수 성향 PRI와 국민행동당(PAN)이 장기 집권해 왔다. PRI는 77년 동안, PAN은 2000년부터 2012년까지 12년간 각각 집권했다. 우익 정부의 좌파 성향 대통령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좌파 정당 출신 대통령은 처음이다. 이석우 선임기자 jun88@seoul.co.kr
  • 정부-공무원노조 10년 만에 ‘정부교섭’

    정부-공무원노조 10년 만에 ‘정부교섭’

    74개 노조 교섭 창구 단일화 공노총 6명 등 총 10명 참여 인사·보수 등 7개 분야 협상정부와 공무원노조 간 ‘정부교섭’이 2008년 이후 10년 만에 재개됐다.인사혁신처는 김판석 인사처장을 포함한 정부 대표 7명과 이연월 공노총 위원장 등 공무원노조 대표 10명이 지난 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2008 정부교섭’ 본교섭 상견례를 했다고 2일 밝혔다. 이번 정부교섭은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공노총)을 비롯한 74개 공무원노조의 조합원 23만명이 대상이다. 2008년 9월 74개 공무원노조가 참여하면서 시작됐지만, 일부 교섭참여 노조의 자격 문제 등으로 법적 분쟁이 불거져 장기간 교섭이 중단됐다. 74개 노조는 교섭창구 단일화로 공노총 소속 6명, 전국공무원노조 소속 3명, 한국공무원노동조합 1명 등 총 10명이 교섭대표로 참여한다. 정부 측 교섭대표는 김판석 처장을 비롯해 기획재정부, 교육부, 행정안전부, 보건복지부, 여성가족부, 국민권익위원회 차관(급)이다. 정부교섭은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6년 처음 시작돼 2007년 12월 14일 사상 처음으로 타결됐다. 2008년 교섭이 중단되다가 지난해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후 법적 분쟁이 해소됐다. 지난해 10월 정부와 공무원노조 간 상견례를 시작으로 11차례 예비교섭을 벌이고 이날 본교섭을 하게 됐다. 이번 교섭은 2008년 중단됐던 교섭을 재개하는 것이다. 협상 대상은 조합 활동, 인사, 보수, 복무, 연금복지, 성평등, 교육행정 등 7개 분야의 218개 의제다. 공무원노조는 최우선 의제로 2009년 당시 노동부의 공무원단체협약 시정명령 철회를 꼽았다. 최빈식 공노총 단체교섭특위 위원장은 “노조와 사용자 간 자율적으로 체결된 단체협약 조항을 노동부가 일방적으로 시정 대상이라 정한 것은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공무원노조법에 임금과 근로 조건, 후생 복지에 대한 교섭이 명시된 만큼 단체교섭과 임금교섭의 분리 등을 요구했다. 정부는 공무원 임금은 국회의 예산 권한이며 성과연봉제는 제도의 문제이기 때문에 정부교섭의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성과연봉제에 대해서는 지난 1월 구성한 별도의 노사협의기구에서 논의하고 있다. 오경진 기자 oh3@seoul.co.kr
  • 생리대 착한 나눔… ‘5분의1’의 기적

    생리대 착한 나눔… ‘5분의1’의 기적

    “여성 노숙인을 위한 생리대 기부가 화수분처럼 이어지고 있습니다.”경부선 철도와 지하철 1호선이 지나는 서울 영등포역 내 여성 화장실에는 특별한 기부함이 있다. 여성 노숙인을 위해 생리대를 기부하는 손바닥 크기의 플라스틱 상자다. 화장실을 사용하는 여성이면 누구나 생리대를 넣을 수도, 꺼내 쓸 수도 있다. ‘생리대 기부함’을 설치한 사람은 광고 창작을 전공하는 평범한 대학생들이다. 서울예대 사회공헌동아리 ‘심봉사’ 회원인 배재섭(20), 김다현(19), 김희진(19), 정다빈(19), 이미산(19)씨를 2일 영등포역에서 만났다. ●‘깔창 생리대’도 캠페인 추진 배경 봉사는 지난해 11월 졸업반이던 서울예대 학생 3명(최진홍·우재하·김소영씨)의 수업 과제에서 출발했다. 캠페인 명칭은 ‘5분의1’로 정했다. 여성이 보통 휴대하는 생리대 5개 가운데 1개를 노숙인에게 기부하자는 취지였다. 지금은 17·18학번 학생 14명이 주 2~3회씩 영등포역에 들러 생리대 70~90개를 채워 넣고 있다. 최진홍·우재하·김소영씨는 오는 6일 서울시로부터 성평등상 공로상을 받는다.학생들에게 봉사를 시작한 이유를 물었더니 “여성 노숙인은 ‘있는데 없는 것처럼 여겨지는 사람’으로 느껴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우리 주변에 분명히 존재하지만 통계나 보고서에 제대로 파악되지 않는 존재라는 것이다. 또 ‘깔창 생리대’ 등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저소득층의 생리대 부족 문제도 캠페인을 추진한 배경이 됐다. 생각을 실행에 옮기는 건 쉽지 않았다. 노숙인이 많은 역의 관계자를 만나 협력을 구했지만 “노숙인이 더 많아져 승객들이 불편해할 수 있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수차례 거절당한 끝에 영등포역에서 기쁜 소식이 날아왔다. 이 역의 배은선 부역장은 “학생들의 역발상이 참신했다”고 말했다. 노숙인에게 편의를 제공할수록 일반 시민들이 더 불편할 것이라는 편견을 지우고 그들이 이미 존재하는 사람들이라면 역에서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것이 더 낫다고 판단한 것이다. 영등포역 주변 노숙인 100여명 가운데 10여명이 여성이다. 여성 화장실에 생리대 기부함을 설치하자 기부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김다현씨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메시지를 통해 주소를 묻고 택배로 보내 주는 사람들이 많다”고 전했다. 기부자는 대부분 익명의 개인들이다. 영등포역 안내소를 통해서도 2~3일에 한 상자씩 꾸준히 생리대가 들어오고 있다. 학생들과 영등포역 직원들은 “여고생들이 자필 편지와 함께 생리대를 하나하나 모아 보내 준 것이 가장 잊을 수 없는 기부”라면서 “정성 들여 쓴 편지에 모두 눈가가 촉촉해졌다”고 말했다.●“5분의1 캠페인 확대됐으면” 여성 노숙인에 대한 선입견도 사라졌다. 김희진씨는 “처음 화장실에 생리대를 넣으려고 들어갈 땐 조금 무서웠지만 이젠 우리와 똑같은 이웃으로 느껴진다”고 말했다. 남학생인 배재섭 동아리 회장은 “그동안 TV에서 보아 온 노숙인의 전형이 뒤집혔다”고 했다. 배씨의 자취방에 생리대가 수북이 쌓여 있는 걸 보고 부모님이 처음에는 당황스러워했지만 지금은 자연스럽게 여긴다고 한다.학생들은 봉사 활동을 하면서 진정한 인권을 배우고 있었다. 정다빈씨는 “빈 상자를 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다”면서 “혹시 시선을 불편해할까 봐 가져가는 모습을 봐도 전혀 티를 내지 않는다”고 말했다. 배 회장은 “궁극적인 목표는 캠페인이 없어지는 것”이라면서 “지금처럼 기부하는 개인의 선의로 생리대 문제를 해결할 것이 아니라 정책적으로 나서야 할 문제”라고 강조했다. ‘5분의1’은 이 캠페인을 한부모 가정 등 저소득층 전반으로 확대하고 싶어 했다. 이미산씨는 “서울역이나 을지로 등의 노숙인들에게도 작은 도움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
  • [단독] 생리대 착한 기부…‘5분의 1’의 기적

    [단독] 생리대 착한 기부…‘5분의 1’의 기적

    여성 노숙인 위한 ‘생리대 기부함’ 만든 대학생들대학생들의 ‘마법’에 화수분 같은 ‘나눔’ 행렬 “여성 노숙인을 위한 생리대 기부가 화수분처럼 이어지고 있습니다.” 경부선 철도와 지하철 1호선이 지나는 서울 영등포역 내 여성 화장실에는 특별한 기부함이 있다. 여성 노숙인을 위해 생리대를 기부하는 손바닥 크기의 플라스틱 상자다. 화장실을 사용하는 여성이면 누구나 생리대를 넣을 수도, 꺼내 쓸 수도 있다. ‘생리대 기부함’을 설치한 사람은 광고 창작을 전공하는 평범한 대학생들이다. 서울예대 사회공헌동아리 ‘심봉사’ 회원인 배재섭(20), 김다현(19), 김희진(19), 정다빈(19), 이미산(19)씨를 2일 영등포역에서 만났다.봉사는 지난해 11월 졸업반이던 서울예대 학생 3명(최진홍·우재하·김소영씨)의 수업 과제에서 출발했다. 캠페인 명칭은 ‘5분의 1’로 정했다. 여성이 보통 휴대하는 생리대 5개 가운데 1개를 노숙인에게 기부하자는 취지였다. 지금은 17·18학번 학생 14명이 주 2~3회씩 영등포역에 들러 생리대 70~90개를 채워 넣고 있다. 최진홍·우재하·김소영씨는 오는 6일 서울시로부터 성평등상 공로상을 받는다. 학생들에게 봉사를 시작한 이유를 물었더니 “여성 노숙인은 ‘있는데 없는 것처럼 여겨지는 사람’으로 느껴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우리 주변에 분명히 존재하지만 통계나 보고서에 제대로 파악되지 않는 존재라는 것이다. 또 ‘깔창 생리대’ 등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저소득층의 생리대 부족 문제도 캠페인을 추진한 배경이 됐다. 생각을 실행에 옮기는 건 쉽지 않았다. 노숙인이 많은 역의 관계자를 만나 협력을 구했지만 “노숙인이 더 많아져 승객들이 불편해할 수 있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수차례 거절당한 끝에 영등포역에서 기쁜 소식이 날아왔다. 이 역의 배은선 부역장은 “학생들의 역발상이 참신했다”고 말했다. 노숙인에게 편의를 제공할수록 일반 시민들이 더 불편할 것이라는 편견을 지우고 그들이 이미 존재하는 사람들이라면 역에서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것이 더 낫다고 판단한 것이다. 영등포역 주변 노숙인 100여명 가운데 10여명이 여성이다. 여성 화장실에 생리대 기부함을 설치하자 기부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김다현씨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메시지를 통해 주소를 묻고 택배로 보내 주는 사람들이 많다”고 전했다. 기부자는 대부분 익명의 개인들이다. 영등포역 안내소를 통해서도 2~3일에 한 상자씩 꾸준히 생리대가 들어오고 있다. 학생들과 영등포역 직원들은 “여고생들이 자필 편지와 함께 생리대를 하나하나 모아 보내 준 것이 가장 잊을 수 없는 기부”라면서 “정성 들여 쓴 편지에 모두 눈가가 촉촉해졌다”고 말했다.여성 노숙인에 대한 선입견도 사라졌다. 김희진씨는 “처음 화장실에 생리대를 넣으려고 들어갈 땐 조금 무서웠지만 이젠 우리와 똑같은 이웃으로 느껴진다”고 말했다. 남학생인 배재섭 동아리 회장은 “그동안 TV에서 보아 온 노숙인의 전형이 뒤집혔다”고 했다. 배씨의 자취방에 생리대가 수북이 쌓여 있는 걸 보고 부모님이 처음에는 당황스러워했지만 지금은 자연스럽게 여긴다고 한다. 학생들은 봉사 활동을 하면서 진정한 인권을 배우고 있었다. 정다빈씨는 “빈 상자를 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다”면서 “혹시 시선을 불편해할까 봐 가져가는 모습을 봐도 전혀 티를 내지 않는다”고 말했다. 배 회장은 “궁극적인 목표는 캠페인이 없어지는 것”이라면서 “지금처럼 기부하는 개인의 선의로 생리대 문제를 해결할 것이 아니라 정책적으로 나서야 할 문제”라고 강조했다. ‘5분의 1’은 이 캠페인을 한부모 가정 등 저소득층 전반으로 확대하고 싶어 했다. 이미산씨는 “서울역이나 을지로 등의 노숙인들에게도 작은 도움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
  • [백승종의 역사 산책] 오지 않은 ‘유교자본주의’를 기다리며

    [백승종의 역사 산책] 오지 않은 ‘유교자본주의’를 기다리며

    마음을 불편하게 만드는 역사적 개념이 하나 있다. ‘유교자본주의’라는 것이다. 우리가 사는 현대 한국사회는 철저히 자본주의적이다. 그런데 이 땅에는 어떤 식으론가 유교적 전통이 뿌리 깊이 살아 있는 것이 사실이다. 유교와 자본주의는 서로 얽힐 수밖에 없다.자본주의란 무엇인가. 사유재산을 근간으로 한 경제체제인데, 한 사회의 역사 문화적 성격에 따라 다른 방식으로 표현된다. 가령 북유럽에서는 복지자본주의가 발달했다. 그렇다면 유교문화권인 동아시아에서는 유교가 자본주의 발달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었을 것이다. 1960년대 이후 일본에 이어 한국, 홍콩, 대만, 싱가포르 등이 고도성장을 기록했다. 최근에는 중국과 베트남도 눈부신 성장세를 이어 간다. 덕분에 국내외의 많은 학자는 동아시아의 경제 발전을 유교자본주의라는 용어로 설명하고 싶은 유혹을 느낀다. 물론 유교자본주의에도 부정적인 측면이 있다. 1990년대 말 아시아 여러 나라가 외환위기를 맞았다. 그때 한국 경제도 벼랑 끝으로 내몰렸다. 동아시아가 경제위기로 존망의 기로에 서자 서구에서는 유교자본주의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졌었다. 그들은 온정주의와 혈연주의를 유교사회의 치명적인 약점으로 손꼽았다. 이후 국내외에는 유교자본주의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새로운 흐름이 형성됐다. 엄밀히 말해 공자와 맹자는 사적 이익의 추구를 금지했다. 그러므로 사익 추구를 목적으로 하는 자본주의와 유교 사이에는 사상적 접점이 없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도 많은 사람은 여전히 유교자본주의라는 용어를 선호한다. 그들은 공동체의 기능이야말로 이 사회를 지배하는 숨은 힘이라고 한다. 이 때문에 빈부의 격차에도 불구하고 이 땅에는 사회 구성원 모두의 공생을 중시하는 경향이 크다고 말한다. 일리가 있다. 그들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한국의 유교자본주의는 장차 서구 자본주의의 약점을 보완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멋진 주장이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과는 동떨어졌다. 가령 재벌들의 행태를 살펴보라. 그들에게서 유교의 기본 가치인 ‘인의’(仁義)와 ‘대동’(大同)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는가. 단언하기는 어려우나 공생의 가치를 실천하는 기업은 전무하다고 말해도 별로 틀린 말이 아니지 않을까. 유교 도덕이 한국의 경제 발전을 이끌었다고 보기도 어렵다. 1960년대부터 군사정권이 산업화를 적극 추진한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그런데 그들은 너무 많은 부정부패 사건을 저질렀다. 또 군사정권은 물론이고 한국의 역대 정권은 재벌과 유착 관계를 형성했다. 유교 사회의 미덕이었던 청렴과 공의(公義) 등은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았다. 그때 사회적 불평등은 또 얼마나 심각했던가. 한국 사회에서 유교적 도덕성에 기초한 자본주의를 논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그럼 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 여러 나라가 고속 성장한 비결은 무엇인가. 결국 유교문화의 덕분이었을 것이다. 유교 도덕의 힘이 아니라 유교 사회의 관행 덕분이었다. 자녀 교육을 극도로 강조했기에 산업화에 필요한 인적 자원을 양성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엄격한 위계질서를 강조하는 유교 사회의 유풍 또한 근대적 조직 문화에 효율성을 더해 주었다고 본다. 진정한 의미의 유교자본주의는 아직 오지 않았다. 선비의 높은 사회적 감수성을 되살린 유교자본주의라면 얼마든지 환영이다. 그러나 그것은 아직 첫 단추도 꿰지 못한 미래의 과제로 남아 있다.
  • 처녀작 말고 ‘첫 작품’ 유모차 말고 ‘유아차’

    서울시 여성가족재단이 성평등주간(7월 1∼7일)을 앞두고 펼친 성차별 언어 개선 캠페인 결과를 29일 발표했다. 지난달 30일부터 지난 11일까지 진행된 ‘단어 하나가 생각을 바꾼다! 서울시 성평등 언어사전’ 공모에서는 시민의견 608건이 제안됐다. 재단은 국어·여성계 전문가로 구성된 자문회의를 거쳐 우선 공유·확산해 개선할 10건을 선정했다. 가장 많은 제안은 직업을 가진 여성에게 붙는 여(女) 자를 빼는 것으로 100건이다. 여직원, 여교수, 여의사, 여비서, 여군, 여경 등을 그냥 직원, 교수, 의사, 비서, 군인, 경찰 등으로 부르자는 얘기다. 여자고등학교나 여자중학교에만 붙는 ‘여자’를 빼자는 제안도 나왔다. 여자만 다닌다고 해서 교명에 여자를 붙이는 게 성차별이라는 말이다. 일이나 행동을 처음 한다는 의미로 앞에 붙이는 ‘처녀’라는 수식어를 쓰지 말자는 의견도 50건 제기됐다. 처녀작, 처녀출판, 처녀출전, 처녀비행, 처녀등반 등에 ‘첫’을 넣어서 첫 작품 등으로 부르자는 의견이다. 유모차(乳母車)도 엄마만 끌어야 한다는 의미를 풍기기 때문에 아이 중심인 유아차(乳兒車)로 바꾸자는 의견도 있었다. 이 밖에 3인칭 대명사인 ‘그녀’를 ‘그’로, 인구문제 책임을 여성에게만 묻는 듯한 ‘저출산’(低出産)을 ‘저출생’(低出生)으로, ‘미혼’(未婚)을 ‘비혼’(非婚)으로, ‘자궁’(子宮)을 ‘포궁’(胞宮)으로, ‘몰래 카메라’를 장난을 넘어서는 범죄라는 점을 명확하게 해 ‘불법 촬영’으로, 가해자 중심적 용어인 ‘리벤지 포르노’를 ‘디지털 성범죄’로 바꾸자는 제안도 10선 안에 포함됐다. 서울시는 다음달 3일까지 ‘내 손 안에 서울’ 홈페이지에서 퀴즈로 푸는 ‘단어 속에 숨겨진 차별 타파’ 이벤트를 펼친다. 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
  • “소득주도성장, 최저임금 인상만으론 한계… 보완책 있어야”

    “소득주도성장, 최저임금 인상만으론 한계… 보완책 있어야”

    문재인 정부의 핵심 경제정책인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최저임금 인상에 갇혀서는 안 되며 재정지출 확대, 사회안전망 강화, 민간 투자 등 다양한 보완책이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최저임금 인상만으로는 정책이 의도한 효과를 거두기 어렵고 오히려 과부하 현상이 생길 수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한국개발연구원(KDI)과 경제·인문사회연구회가 29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 평가와 과제’란 주제로 연 국제 콘퍼런스에서는 소득주도성장 정책에 대한 정책 제언들이 잇따랐다. ●최저임금 산입 범위 확대는 효과 반감시킬 것 참석자들은 대체로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방향성에는 공감대를 이뤘다. 로버트 블레커 아메리카대 교수는 “최근 더욱 평등한 소득분배가 장기적으로 성장에 기여할 수 있다는 게 이론과 경험적 증거로 입증됐다”면서 “하지만 기업이 임금상승 과정에서 노동절약형 기술혁신을 추진하면 고용에 타격을 줄 수 있으므로 재정정책과 공공투자 등 고용을 늘릴 수 있는 보완책을 같이 실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상헌 국제노동기구(ILO) 고용정책국장은 “최저임금의 균형적 효과는 노동소득, 비용, 가격, 생산성 등 다양한 요인에 의해 결정된다”면서 “최저임금을 많이 올려도 적극적인 정책 지원이 없으면 의도한 효과는 없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소득주도성장은 소득분배 개선을 통해 추가 경제성장 동력을 찾는 것”이라면서 “1차 분배(시장소득)와 2차 분배(가처분소득) 양쪽에서 정책개입이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행사에 참석한 김현철 청와대 경제보좌관은 “최근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 노선이 수정될 것이란 말이 있었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며 “소득주도성장은 여전히 정부의 핵심정책 중 하나”라고 밝혔다. 지난 1년간의 소득주도성장 정책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나원준 경북대 교수는 “최저임금 인상 이후 보완정책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해 부작용이 생겼고, 경기가 하락하면서 고용 부진으로 이어졌다”면서 “결국 최저임금 산입 범위 확대로 이어졌는데, 이는 최저임금 인상 효과를 반감시킬 수 있어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경제민주화 입법, 대기업 노동조합의 임금인상 자제, 연대임금 정책을 보완책으로 제시했다. 주상영 건국대 교수는 “최저임금 인상이 중요하긴 하지만, 3년 동안 55%를 올려서 1만원을 만든다는 것은 좀 가파르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주 교수는 “낙수 효과는 여전히 중요하고 포기해선 안 된다”면서 “최저임금 인상과 함께 실업보험, 근로장려세제를 지금보다 더 관대하게 운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업보험·근로장려세제 등 더 관대하게 운용을 이어진 토론에서 최경수 KDI 지식경제연구부장은 “임금주도 성장의 대표적 사례로 1980년대 말∼1990년대 초반 한국과 일본 사례를 들 수 있다”면서 “한국은 제조업 임금이 낮아 임금 상승이 전반적으로 불평등을 줄이는 방향이었지만, 일본은 소비를 촉진하고 임금 불평등은 오히려 높이는 방향이었다”고 전했다. 그는 “최저임금 인상의 영향은 고용증가 둔화와 소득감소에서 모두 아직 미미하다”면서 “제조업 구조조정 외에는 가계지출 증가세 둔화가 고용증가폭 축소의 주요인일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외즐렘 오나란 영국 그리니치대 교수는 “소득주도성장 정책과 고용 정책, 공공투자를 잘 활용하면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동시에 혁신, 성장, 완전고용을 달성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세종 황비웅 기자 stylist@seoul.co.kr
  • [Q&A] ‘병역거부자’를 위한 ‘대체복무제’ 오해와 진실

    [Q&A] ‘병역거부자’를 위한 ‘대체복무제’ 오해와 진실

    대체복무 요양시설·재난 복구 유력국방부, 복무 기간 30~42개월 검토“올해 안에 합리적인 안 만들겠다”병역기피 판단할 기구 설치…악용 방지 헌법재판소가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에게 처벌이 아닌 대체복무의 길을 열어 준 것과 관련해 국방부는 29일 “올해 안에 합리적인 대체복무제 안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양심적 병역거부’라는 용어의 개념이 모호할 뿐만 아니라 대체 복무가 어떠한 방식으로 이뤄질 것인지에 대한 밑그림이 나오지 않아 각종 오해와 혼란이 확산하고 있다. 대체복무제가 어떤 형태로 모습을 드러낼지 궁금증들을 Q&A로 미리 짚어 본다. Q) 대체복무 기간은 얼마나 될까.A.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현역과 보충역의 복무기간을 고려하면 적어도 30개월(2년 6개월)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현역병은 육군 21개월, 해군 23개월, 공군 24개월이며, 보충역인 사회복무요원은 24개월, 산업기능요원은 34개월(현역)·26개월(보충역) 등이다. 공중보건의와 공익법무관의 복무 기간은 36개월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군 복무자와의 형평성과 복무 난이도 등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복무 강도가 높을수록 기간이 짧아지고 약할수록 길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현행 육군 복무 기간인 21개월의 ‘1.5~2배’(31.5~42개월)를 검토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대체복무제 도입에 반대하는 사람의 저항을 최소화하기 위한 ‘사회적 합의’는 필수 조건이다. Q)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가리는 기준은 어떻게 될까.A. 병역을 거부할 만하다고 판단을 내릴 수 있는 과거 활동 기록이 핵심이다. 대체복무가 병역 회피 수단으로 악용될 소지가 있다는 우려에 대해 국방부 고위 관계자는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판정할 수 있는 절차나 기구를 만들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종교적인 이유로 군 복무를 거부하는 사람은 자신의 신념을 입증할 수 있는 종교 활동 기록과 가족·종교인 등 주변인의 진술을 확보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Q) 비종교인도 ‘개인적 신념’으로 대체복무가 가능할까.A. 병역 기피 목적이 아님을 입증할 수 있으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헌재의 판단은 ‘선택의 자유’를 존중한다는 취지로, 종교적 신념의 유무를 판별해 복무 방향을 선별하겠다는 뜻은 아니기 때문이다. “군은 폭력을 내면화하는 곳”이라며 병역을 거부해 재판을 받고 있는 홍정훈 참여연대 활동가처럼 자신이 ‘비폭력주의자’임을 증명할 수 있다면 대체복무를 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Q) 병역 기피자를 제대로 걸러내지 못하지 않을까.A. 가능성은 있다. 과거 활동 기록만으로는 ‘선의’를 객관적으로 확인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국방부 고위 관계자가 “양심의 자유에 따른 선택이 아니라면 상식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을 정도의 대체복무제를 만들겠다”고 말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복무 기간을 늘리고 강도를 높여 기존 병역 의무자들이 ‘박탈감·상실감을 갖지 않도록 하려는 것이다. Q) 대체복무는 어디서 하게 될까.A. 노인요양시설 등 사회복지 분야가 유력하다. 과거 국방부는 대체복무자의 근무지로 사회복지시설, 노인 요양시설, 정신병원, 재활병원 등을 검토한 적이 있다. 국회에 계류 중인 3건의 대체복무 관련 법안도 사회복지 분야를 복무지로 지정하고 있다. 이미 대체복무를 도입한 대만에서도 요양시설 중증장애인 간호 업무를 부여하고 있다. 이 밖에 인명을 구하는 119 구조·소방 업무에 대체복무자가 투입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Q) ‘양심’의 의미는 무엇인가. 군 복무자는 비양심적인가.A. 헌법재판소는 병역법 5조 1항에 대해 “과잉금지원칙을 위배해 양심의 자유를 침해한다”면서 일부 위헌 의견을 냈다. 이에 시민들은 헌법에서 말하는 ‘양심’의 개념이 혼란스럽다고 말한다. 법률상 양심의 자유란 사회에 통용되는 ‘옳고 그름’에 관한 의미와 달리 ‘신념에 반하는 행위를 하지 않을 권리’를 뜻한다. 교도소의 사상범이 ‘양심수’라고 불리는 것과 같은 의미다. 이런 ‘양심’의 해석과 관련해 오해가 잇따르자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다른 용어로 바꾸자는 움직임도 있었다. 시민단체들은 ‘신념에 따른 병역거부자’ 등을 사용하려 했으나 사회적 동의를 얻는 데는 실패했다. 이용석 전쟁없는세상 활동가는 “이미 해당 사안이 양심적 병역거부자라는 용어로 굳어졌을 뿐만 아니라 헌법상 해당 권리를 ‘양심의 자유’라고 표기했기 때문에 다른 용어는 적절치 않다는 비판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Q) 양심적 병역거부는 ‘여호와의 증인’ 한 종교만의 문제인가.A. 역사상 최초의 ‘양심적 병역거부자’로 알려진 인물은 서기 295년 로마시대 누디미아(현 알제리 지역)에 당도한 로마군 징집에 거부한 개신교도 막시밀리아누스다. 초기 양심적 병역거부 운동은 개신교나 퀘이커교를 중심으로 이뤄졌고, 이후 1차 세계대전 시기 ‘평화주의자’나 ‘반전주의자’를 중심으로 확산했다. 반면 한국에선 지난 60년간 양심적 병역거부로 교도소에 다녀온 것으로 추산되는 1만 9000명 가운데 약 70여명만이 여호와의 증인이 아니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는 한국전쟁을 겪었던 국내 정서상 ‘평화주의’가 서양보다 덜 확산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국내에서도 ‘평화’라는 가치가 확산함에 따라 점차 양심적 병역거부자가 특정 종교를 초월해 나타날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1호 양심적 병역거부자로 알려진 오태양씨는 불교도로 “평화를 지향하는 종교적 신념 때문에 총을 들 수 없다”고 밝혔다. Q) 대체복무제가 도입되면 여성의 군 복무 문제도 논란이 되지 않을까.A. 현재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논의는 의무적으로 군 복무를 해야만 했던 ‘남성징병제’와 관련돼 있다. 전문가들은 여성의 군 복무 이슈를 이번 사안의 연장선으로 바라보기보다는 징병제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부터 선행돼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상화 양성평등진흥원 정책실장은 “이번 사안은 군 복무에 관해 기존 법에 반했던 이들을 위한 대안을 마련하는 논의”라면서 “여성의 군 복무는 ‘여성은 어떤 형태로 사회에 의무를 다하는 것이 맞는가’를 논하는 또 다른 사회적 담론이기 때문에 별개로 논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재성 변호사는 “대체복무제가 마련되면 여성의 군 복무 문제로까지 논의가 확장될 수는 있겠지만, 시대적으로 군대의 효용이 없는 상황에서 추가 징집의 필요성은 없다고 본다”면서 “장기적으로 양심적 병역 거부나 여성의 군 복무 문제를 넘어 군 복무 자체의 의미나 역할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Q) 군 복무 강도에 상응하는 대체복무는 어느 정도 수준일까.A. 대만 등 대부분의 대체복무제 시행 국가에서는 군 복무와 대체복무의 등가성을 ‘복무 기간’으로 조정하고 있다. 현재 육·해·공군의 복무 기간이 각 군의 근무 여건 등 특성에 따라 다르다는 점과 같은 맥락이다. 전문가들은 합리적이고 타당한 대체복무 기간을 현 복무 기간의 1.5~2배 정도로 보고 있다. 이하영 기자 hiyoung@seoul.co.kr
  • [시론] 보유세 인상과 서민경제/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

    [시론] 보유세 인상과 서민경제/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

    지난 22일 대통령 직속 재정개혁특별위원회가 종합부동산세를 강화하는 내용의 부동산 보유세 개편안을 공개했다. 공청회에서는 단기적 방안과 중장기적 방향이 발표됐다. 단기적으로는 종부세 과표인 공정시장가액비율을 올리는 방안과 6억원 초과 주택에서 구간별 세율을 차등 인상하는 안, 공정시장가액비율과 세율을 동시에 올리는 방안과 1주택자를 배려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이 외에도 3주택 이상 보유자에 대한 추가 과세와 법인 보유 부동산에 대한 것도 언급됐다. 법률 개정까지 하는 가장 강력한 방안이 도입될 경우 다주택자의 세금 부담이 최고 37.7%까지 늘어난다고 한다.보유세가 주택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정부 의도대로 될지는 미지수다. 지금 당장이야 주택 수가 줄어들지 않으니 세금 인상으로 가격이 하락할 수 있다. 그러나 보유세 인상으로 투자수익이 줄어들면 주택 투자를 줄이고, 이로 인해 중장기적으로는 주택공급도 줄어든다. 여기에 다주택자에 대한 다른 규제와 합쳐지면 주택 공급은 더욱 줄어들고, 이런 공급 감소는 필연적으로 임대료 상승으로 연결된다. 이 경우 보유세를 세입자에게 전가하는 현상도 나타날 수 있다. 정부가 의도하진 않았겠지만 중장기적으로 전월세 값이 더욱 오르고, 결국 세입자들이 대다수인 서민들만 더 고통을 받게 된다. 국민경제에 미칠 영향도 걱정이다. 그렇지 않아도 경기침체로 곤란을 겪고 있는데, 보유세 인상으로 인해 수요가 더욱 위축된다면 우리 경제의 12%를 차지하는 건설 관련 업이 타격을 입을 것이다. 여기에 무역 분쟁 등 다른 이슈가 더해지면 장기 침체로 빠질 수도 있다. 특히 이 산업들은 다른 산업에 비해 서민경제와 밀접한 연관이 있기 때문에 서민들의 생활고가 더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시기도 애매한 감이 있다. 지방 부동산시장은 지표를 산정하기 시작한 이래 처음으로 3년째 하락하는 중이다. 그나마 서울 집값이 올라 이 정도로 버티고 있는데, 서울 집값마저 꺾인다면 투자심리 위축으로 인해 지방시장은 거의 붕괴될지도 모른다. 전문가들은 강남 집값조차 지난해까지 상승한 데 대한 부담감 및 재건축 규제 강화 등으로 하락할 것을 예상한다. 최악의 고용 여건과 국내외발 악재로 인한 거시경제 불안, 거기에 금리 인상까지 예상되는 시기여서 더욱 염려된다. 정부가 보유세 인상의 필요성으로 들고 있는 경제적 불평등 해소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될지 의심스럽다. 특히 강남 집값을 잡는 데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다. 우리보다 보유세율이 훨씬 높은 나라들 가운데 부의 편중이 더 심한 나라가 있다는 점은 보유세 인상이 경제적 불평등 해소에 한계가 있음을 시사한다. 그리고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가 시작되기 전인 지난 3월까지 거래량이 폭증한 점을 보면 이미 팔 사람은 다 판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부터 ‘똘똘한 한 채’로 주택 수를 줄인 사람들이 많아서 물량 출회로 인한 가격하락 효과는 지극히 제한적일 것이다. 게다가 지금까지 버티고 있는 강남 자산가들이 과연 이 정도 세금 인상으로 영향을 받을지도 모르겠다. 수십 년간 세금을 더 낸다고 해도 한 해만 집값이 오르면 그 정도 이상은 오르기 때문이다. 지난 공청회에서 발표된 것은 확정안이 아니다. 정부가 정책을 확정할 때까지 적어도 국민경제와 서민생활에 미칠 영향을 미리 파악하고, 악영향을 줄이는 방향으로 조정해야 한다. 선진국은 조세 정책을 마련할 때 그 영향을 철저하게 조사하는데, 이는 국민경제와 서민생활에 미치는 영향이 워낙 막대해서다. 지금처럼 외국보다 보유세가 낮으니 높여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곤란하다. 우리나라 법인세가 선진국보다 높은데도, 더 오른 것을 어떻게 설득하겠는가. 조세 정책은 국민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너무나 크기 때문에 단기적 영향과 중장기적 영향을 철저하게 살펴야 한다. 아울러 그 영향이 소득계층별로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꼼꼼히 살펴야 한다. 성급한 정책으로 인해 서민들이 고통받는 상황만은 절대 피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
  • [열린세상] 1%를 이룬 ‘국대’ 축구팀과 두 번째 기회/신경아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

    [열린세상] 1%를 이룬 ‘국대’ 축구팀과 두 번째 기회/신경아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

    새 학기가 시작되는 3월 초 한 학생이 면담 신청 메일을 보냈다. 교수님 안녕하셨느냐는 인사와 함께 몇 해 전 입학해 잠시 학교를 다니다 휴학한 후 외국에서 시간을 보내고 복학한다는 내용이었다. 만나 보니 두어 해 전 우수한 성적으로 입학했지만 어느 샌가 학교에서 보이지 않아 나의 관심에서 멀어져 간 여학생이었다. 그러나 고맙게도 학생은 내가 해 준 몇 마디 격려의 말을 기억하고 있었다. 영어 성적이 뛰어났던 그에게 칭찬과 함께 열심히 공부하라는 말을 했던 것 같다. 1학기 내내 그 학생이 신경 쓰였다. 신청한 세 개의 과목 중 교양 한 과목을 제외한 두 과목을 내 수업으로 선택했다는 말도, 강의실 맨 앞에 앉아 교수를 뚫어져라 응시하던 그의 모습도 마음에 걸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더 마음 쓰였던 것은 초롱한 눈빛 속에서 가끔씩 떠오르는 불안의 그림자였다. 내가 학교를 계속 다녀도 될까? 흔들리는 눈빛은 이런 고민을 담고 있었다. 학생들이 가끔 이런 속내를 털어놓는다. 학교가 좋고 학과도 좋고 친구들과 교수님 모두 좋은데 불안하다고. 그 불안은 아마도 청소년에서 성인으로 이행하는 청년기에 겪을 수밖에 없는 정체성의 혼란과 관련돼 있을 것이다. 여기에 오늘의 20대들이 처한 사회적 상황도 큰 몫을 차지한다. 경쟁에 대한 압박, 졸업 후의 불투명한 미래. 이것뿐이랴. 가정 형편이 좋지 않은 학생들은 등록금은 국가장학금으로 대체한다고 해도 생활비와 용돈을 벌기 위해 주말을 아르바이트로 꽉꽉 채워야 한다.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가정의 학생이라도 책값과 용돈 정도는 자기가 벌어야 한다고 생각해 역시 아르바이트와 학업을 병행한다. 이런 평균적 불안 외에 소위 서울 밖 대학의 학생들은 ‘학벌 위계’로 인한 불안에 시달린다. 그 현실이 지방대라는 말 대신 ‘지역대학’이란 말을 쓴다고 해서 달라지지 않는다. 이런 현실은 기성세대가 만들어 놓은 학벌사회라는 불평등 구조에 의해 지속돼 왔지만, 20대 역시 이런 구조 속에 결박돼 있다. 마치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정규직 노동자들이 반대하듯이 대학입시 학원에서 뿌리는 등급표 속 대학의 위치를 학생들도 자신의 사회적 위치로 수용한다. 이런 현실을 걱정해 사회학자인 오찬호 작가는 ‘우리는 차별에 찬성합니다’라는 책을 쓰기도 했지만, 학벌 위계 앞에서 저항을 꿈꾸는 20대는 흔하지 않다. 어제 새벽 우리는 ‘1%의 기적’이라고 불리는 사건을 경험했다. 축구에 문외한인 나로서는 어떤 계산에서 그런 확률이 나왔는지 알 수 없고 다소 과장돼 있다고도 여겨지지만, 한국의 젊은이들이 세계 1위라는 독일의 축구를 이겼다. 월드컵 본선에서 첫 번째, 두 번째 경기를 지고 대중들의 무수한 비난을 받으며 견뎌 내 값진 승리를 얻었다. 그리고 흘리는 눈물에서 선수들은 경기에서 이길 수 있었던 이유가 다른 선수들의 노력에 있었다고 말했다. 축구라는 스포츠는 가혹하고 냉정한 승부의 게임이지만, 정작 그것을 뛰는 선수들은 동료 덕분에 견뎌 낼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약자일 수 있지만, 함께 힘을 합하면 강자와도 겨룰 수 있는 존재가 된다는, 어쩌면 당연한 진리일지도 모른다. 지역 대학에 입학한 학생들 중 몇몇은 자신이 입시라는 첫 번째 기회에서 성공하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렇게 실패한 첫 번째 기회의 상처를 평생 안고 살아간다. 이런 상처가 그들의 탓은 아니다. 그 어떤 위계보다도 강고한 학벌이라는 위계가 수많은 사람을 자책과 좌절로 몰아가기 때문이다. 우리에겐 1%의 가능성이 있지 않은가? 두 번째 기회가 오지 않는가? 학기 초 내 연구실 문을 두드렸던 학생은 최선을 다한 한 학기를 보냈다. 방학을 며칠 앞둔 마지막 면담에서 손글씨로 적은 빛깔 고운 편지를 주었다. 밤새워 보고서를 쓰면서, 하루 종일 몇 쪽을 넘기지 못하는 난해한 교재를 읽으면서 ‘몇 해 만에 처음으로 가슴이 뛰었다’는 고백이 담겨 있었다. 그의 글을 읽으면서 나는 그에게, 또 나에게 ‘두 번째 기회’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대학에서 우리는 학벌과 차별에 도전하는 새로운 꿈을 키운다. 그런 노력이 우리에게 두 번째 기회를 가져다줄 것이라는 믿음도 역시 키우고 있다. 그의 건투를 빌어 주시길. 우리에겐 두 번째 기회가 필요하다.
  • 강서, 새달 양성평등 기념 행사

    서울 강서구는 다음달 1~7일 양성평등 주간을 맞아 ‘2018년 양성평등 기념행사’를 개최한다고 28일 밝혔다. 4일엔 강서구민회관 우장홀에서 양성평등 기념행사와 영화평론가 유지나 교수의 강연이 열린다. 유 교수는 ‘호모루덴스로 내 인생길 주인 되기’라는 주제로 영화 속에 비친 여성 역할에 대해 강의한다. 메가박스 화곡점에선 미군 달러가 지배하던 시절부터 지금까지 이태원에서 살아온 세 여성의 삶을 다룬 다큐영화 ‘이태원’이 상영된다. 5일엔 강서평생학습관에서 지역 내 경력단절 여성들에게 재취업 동기를 부여하는 교육과 임진모 음악평론가의 강연이 진행된다. 노현송 강서구청장은 “이번 행사가 지역사회에 양성평등이 올바로 자리잡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양심적 병역거부자 형집행 정지·복권돼야” “병영 밖 대체복무 허용 땐 국방의 의무 훼손”

    “양심적 병역거부자 형집행 정지·복권돼야” “병영 밖 대체복무 허용 땐 국방의 의무 훼손”

    헌법재판소가 28일 양심적 병역 거부자에 대한 처벌 조항은 ‘합헌’, 병역법에 ‘대체복무제’가 명시되지 않은 것은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린 데 대해 시민단체의 반응은 성향에 따라 엇갈렸다. 양심적 병역 거부권 인정과 대체복무제 도입을 주장해 온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군 인권센터,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전쟁 없는 세상, 참여연대 등 진보 성향의 시민단체들은 ‘의미 있는 진전’이라며 반겼다. 이들 소속 단체 회원 40여명은 이날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헌재가 많은 고민 끝에 내린 결정으로 받아들인다”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민변의 임재성 변호사는 “당장 처벌 조항이 위헌으로 결정 나면 재판이 진행 중인 양심적 병역 거부자들은 곧바로 대체복무를 시작하기 어렵기 때문에 헌재가 (대체복무제) 입법이 되면 시작할 수 있도록 해 혼란을 줄였다”면서 “오늘 이후 입법은 물론 재판 중인 사람에 대한 형집행 정지, 풀려난 이후 남은 형을 대체복무제로 이행하도록 할지 여부, 형을 살고 나온 거부자들에 대한 사면 복권 문제 등이 해결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경은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사무처장은 “양심적 거부로 감옥에 간 청년들을 즉각 석방하고 이들의 범죄 기록도 삭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정훈 참여연대 활동가는 “2016년 말 병역 거부를 선언해 1심에서 1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면서 “앞으로 병역 거부자에 대해 무죄를 선고해야 하고 국회는 내년 말까지 대체복무제를 도입해 더는 병역 거부로 처벌받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반면 바른군인권연구소, 반동성애기독시민연대, 건강한 사회를 위한 국민연대 등 보수 성향의 시민단체들은 이날 헌재의 결정에 반발했다. 이들 단체 회원 20여명도 헌재 앞에서 회견을 열고 “국방의 의무를 기피하는 것은 평등 원칙에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주요셉 반동성애기독시민연대 대표는 “병영 밖에서 대체복무할 수 있게 하는 것은 국민의 법 감정과 상식에 어긋나고, 정상적 병역의무 이행자와의 형평성도 맞지 않기 때문에 애국심과 안보를 생각하는 다수 국민이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대체복무제는 병역 기피 수단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크고 누구나 편한 보직만 선택할 것이기 때문에 ‘국방의 의무’가 훼손될 여지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군대 내에서 이뤄지는 대체복무가 돼야 한다”면서 “6·25 전쟁 당시 여호와의 증인 신도에 대해 군대 내 다른 보직을 줬던 역사를 참고해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경으로 전역한 김모(27)씨는 “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모든 국민에게 부여된 의무를 회피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면서 “양심의 의미도 모호하고 그저 군 복무를 피하려는 이기심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하영 기자 hiyoung@seoul.co.kr유영재 기자 young@seoul.co.kr
  • 홍준표 전 경남지사 채무제로 기념식수 표지석, 시민단체가 구덩이 파 매장

    홍준표 전 경남지사 채무제로 기념식수 표지석, 시민단체가 구덩이 파 매장

    홍준표(64) 전 자유한국당 대표가 경남지사로 있을 때 경남도 채무제로 달성을 기념해 사과나무를 심으며 설치했던 ‘채무제로 기념식수 표지석’이 28일 시민단체에 의해 매장 됐다. 적폐청산과 민주사회건설 경남본부는 이날 오후 경남도청 정문 앞 정원 중앙에 설치돼 있는 채무제로 기념식수 표지석을 철거한 뒤 표지석이 있던 앞쪽에 구덩이를 파 묻었다.시민단체 회원들이 표지석을 묻을 구덩이를 파는 것을 도 공무원들이 막는 과정에서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으나 공무원들이 충돌을 우려해 끝까지 제지하지는 않았다. 적폐청산과 민주사회건설 경남본부는 깊이 1m쯤 판 구덩이에 표지석을 뒤짚어 쳐박아 넣고 흙으로 덮어 묻었다. 가로 90㎝, 세로 60㎝, 높이 10㎝쯤 크기 표지석에는 ‘채무제로 기념식수. 2016년 6월 1일. 경남도지사 홍준표’라고 새겨져 있다.이 단체는 “홍준표 채무제로 달성은 무상급식 중단으로 아이들 밥값을 빼앗고 공공병원인 진주의료원 폐쇄, 시·군 보조금 삭감, 성평등 기금 및 환경보존기금을 비롯해 도민의 복지와 경남 미래를 열어가기 위한 기금 등을 전용해서 만든 채무제로”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우리는 홍준표의 채무제로 기념 표지석이 영원히 햇빛을 보지 못하도록 땅속에 파묻었다”면서 “두번 다시 홍준표와 같은 정치인이 경남도를 넘보지 못하게 할것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홍 전 지사는 채무제로 기념으로 2016년 6월 1일 사과나무를 심었으나 말라죽어 주목으로 바꿔 심었다. 첫번째 주목에 이어 두번째 심은 주목도 말라죽어 도는 27일 굴착기를 동원해 고사한 주목을 뽑아내 폐기처분했다. 도는 기념식수 장소가 나무가 자라기에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해 채무제로 기념나무는 더 이상 심지 않기로 했다. 기념나무 앞에 설치돼 있던 기념식수 표지석은 그 자체로 역사·상징성이 있다는 판단에서 그자리에 그대로 두기로 했다. 적폐청산과 민주사회건설 경남본부는 도가 죽은 나무만 뽑고 채무제로 기념 표지석은 그대로 두는 것은 마치 불법 건축물을 철거하면서 문패달린 대문은 그대로 둔 것과 마찬가지여서 없애야 한다고 주장하며 이날 철거를 강행했다. 경남도는 땅에 묻힌 표지석을 어떻게 처리할지 검토해 조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창원 강원식 기자 kws@seoul.co.kr/
  • “상처 잊지 않아야 역사가 보완될 수 있어”

    “상처 잊지 않아야 역사가 보완될 수 있어”

    초·중·고생 5500여명 참가 김소민·황지호·정혜원 대상 태국 참전용사에 감사편지 전달“당신의 헌신 잊지 않겠습니다.” 지난 16일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에서 ‘제16회 한국전쟁 참전용사 감사편지’ 공모전 3차 실기 시험이 진행됐다. 이날은 태국의 한국전쟁 파병 기념일인 10월 22일 현지의 참전용사들을 직접 찾아 감사편지를 전달할 대상 수상자를 뽑는 날이었다. 올해 공모전에 참가한 5500여명의 학생 중 1, 2차 시험을 통과한 32명(초등학교 7명, 중학교 7명, 고등학교 18명)은 유창한 영어 실력 등을 뽐내며 선의의 경쟁을 펼쳤다. 그로부터 10일 후인 지난 26일 공모전을 공동 주최한 국가보훈처와 H20품앗이운동본부는 최종 수상자 명단을 발표했다. 대상에는 서울 한영외고 2학년 김소민(왼쪽·17)양, 부산 해연중 2학년 황지호(가운데·14)군, 인천 수정비전학교 5학년 정혜원(오른쪽·11)양이 선정됐다. 이들은 다음달 7일 전쟁기념관에서 국가보훈처장상을 받는다. 고등부 대상을 받은 김양은 27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역사책과 영화를 보면서 ‘전쟁이 끝난 지 오래됐지만 잊으면 안 되겠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면서 “우리를 지금 여기 있게 해 준 참전용사들이 얼마나 고마운지도 깨달았다”고 말했다. 김양은 이번 공모전에 참가하면서 “참전용사가 전쟁 이후 어떤 상처를 안고 살았을지를 떠올렸다”고 했다. 그러면서 “상처를 잊지 않고 같이 아파 해야 역사가 보완될 수 있다고 봤다”며 “이분들에게 감사인사를 하는 것은 우리들의 의무”라고 강조했다. 김양의 영문편지 끝 부분에도 “당신 덕분에 남북 관계가 큰 변화를 맞고 있다”면서 “이 긴 여정의 끝에 좋은 결과가 분명히 있을 것”이라는 감사의 메시지가 나온다. 중등부 대상을 받은 황군은 “참전용사의 헌신을 잊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공모전에 참가했는데 상까지 타게 됐다”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평소 전쟁 역사에 관심이 많아 역사 동아리에서 활동하고 있다”면서 “한국전쟁 당시 흥남 철수 작전에서 유엔군이 무기와 식량을 버리고 주민들을 배에 태우는 장면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이어 “훌륭한 참전용사들이 있었기에 대한민국 사람들이 자유와 평등이라는 소중한 가치를 누릴 수 있게 됐다”고 덧붙였다. 초등부 대상에 선정된 정양은 미국에서 오래 지내 아직 한국말이 서툴지만 한국전쟁에 대해서는 할아버지를 통해 많이 배웠다고 자랑했다. 정양은 “참전용사들이 가족도 아닌 우리나라 사람들을 기쁜 마음으로 도와줬다는 사실에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면서 “나도 다른 사람을 돕는 사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고혜지 기자 hjko@seoul.co.kr 유영재 기자 young@seoul.co.kr
  • 남녀 임금격차 7년 새 7.2%P 감소

    남녀 임금격차 7년 새 7.2%P 감소

    비정규직·중상위 임금노동자는 각각 20%대·35% 수준 제자리한국여성정책연구원은 다음달 1~7일 양성평등 주간을 맞아 성별 임금격차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시간당 평균 성별 임금격차가 30.7%로 2010년(37.9%)보다 7.2% 포인트 감소했다고 27일 밝혔다. 연구를 진행한 정성미 부연구위원은 성별 임금격차가 줄어든 원인으로 35~44세 성별 임금격차 감소와 하위 임금 근로자의 실질임금 상승을 꼽았다. 여성의 경력단절 영향이 가장 뚜렷하게 드러나는 35~44세 성별 임금격차는 2010년까지 40%대를 유지하다 지난해 25.5%까지 줄었다. 임금 수준이 가장 낮은 하위 임금 근로자의 성별 임금격차도 2010년 20.8%에서 지난해 12.6%로 8.2% 포인트 감소했다. 반면 비정규직이나 중상위 임금 노동자의 성별 임금격차는 제자리걸음이다. 비정규직은 2008년 이후 임금격차가 20%대를 유지하고 있다. 성별 임금격차가 35%를 상회하는 중상위 임금 노동자 또한 2012년 이후부터 지난해까지 거의 변화를 보이지 않고 있다. 민나리 기자 mnin1082@seoul.co.kr
  • “최저임금 인상, 양극화 해소 만병통치약 아냐”

    “최저임금 인상, 양극화 해소 만병통치약 아냐”

    “미국서 시급 두배로 인상할 경우 생산성 낮은 미시시피州 문제 생겨” 상속 과세·교육 등 복합 접근 주문 주52시간엔 “그것도 놀라운 시간” “양극화는 세계 경제 성장의 어두운 단면입니다. 최저임금 인상이 양극화 해소의 만병통치약은 아닙니다.” 세계적으로 가장 영향력 있는 경제학자 중 한 명인 폴 크루그먼(65) 뉴욕시립대 교수는 27일 전국경제인연합회 주최로 서울 영등포구 전경련회관 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양극화, 빈곤의 덫 해법을 찾아서 특별대담’에서 우리나라의 소득 격차 해소 문제와 관련해 복합적인 접근을 주문했다. 크루그먼 교수는 미국 레이건 행정부에서 백악관 경제자문위원으로 활동했으며 2008년에는 무역이론과 경제지리학을 통합한 공로로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했다. 크루그먼 교수는 양극화 해소에 대해 “임금 인상과 같은 사전분배와 하위 계층에 보조금을 적용하는 재분배라는 두 가지 전략이 있는데 이 두 가지 모두 만병통치약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에서 시간당 임금을 7.75달러에서 15달러로 인상할 경우 앨라배마나 미시시피 같은 생산성이 낮은 주(州)에서는 문제가 발생한다”면서 “적정한 정도를 유지해야 하며 한국은 상대적으로 높아 보이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는 교육을 통한 인적자본 훈련, 상속에 대한 과세, 부의 편향을 완화하기 위한 세금 인상, 사회 안전망 강화 등 다양한 해법을 제시했다. 크루그먼 교수는 이날 특별강연에서 “1980년대 이후의 세계 경제성장은 전 세계 신흥 중산층에게 막대한 이익을 만들어 주는 등 경제사적으로 가장 훌륭한 업적을 만들어 냈다”면서도 “이러한 경제성장 이면에는 양극화와 같은 문제가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크루그먼 교수는 “부(富)의 분배는 우리의 상상보다 훨씬 불평등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를 설명하기 위해 미국 경제학자 브랑코 밀라노비치의 ‘코끼리 곡선’을 인용했다. 코끼리 곡선은 세계화가 활발히 진행됐던 1988~2011년 전 세계인을 소득 수준에 따라 100개의 분위로 줄을 세웠을 때 실질소득 증가율이 얼마인지를 보여 주는 곡선이다. 이에 따르면 지난 20년간 신흥국, 특히 중국과 인도 등 아시아 신흥국의 중산층의 실질 소득은 가장 가파르게 올랐던 반면 서유럽과 미국, 일본 등 고소득 국가의 중하위층은 20년간 실질소득이 전혀 증가하지 않았다. 크루그먼 교수는 “극빈 국가의 극빈층과 선진국의 노동계층, 선진국으로 진입하지 못하는 중산층 국가가 양극화의 세 가지 덫”이라고 지적하면서도 “한국은 중산층의 덫을 빠져나가는 데 가장 근접한 국가”라고 평가했다. 이날 크루그먼 교수는 우리나라의 ‘주 52시간 근로’ 도입에 대해 “52시간도 선진국 대비 많은 시간”이라고 말했다. 크루그먼 교수는 “한국도 선진국인데 그렇게 많은 시간 동안 일을 한다니 놀랍다”면서 “개개인이 선택적으로 근로시간을 정할 수 있지만 인간적인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정부의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신상진 의원 ‘여성정치발전인상’ 수상

    신상진 의원 ‘여성정치발전인상’ 수상

    신상진 자유한국당 의원(경기 성남 중원)은 27일 여성의 권익향상과 양성평등 실현을 위해 의정활동을 한 공로를 인정받아 한국여성유권자연맹으로부터 ‘여성정치발전인상’을 수상했다. 신 의원은 우월적 지위·압력에 의해 발생하는 권력형 성폭력 가해자에 대해서 강력 처벌하고, 특히 공직자에 대해서는 임용결격 사유에 포함하는 내용의 ‘형법’,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국가공무원법‘ 등 8건의 개정안을 대표발의 하여 법적 사각지대를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했다는 평이다. 신 의원은 “우리 사회가 여성의 권익신장과 양성평등 확립, 정치참여의 확대에 대해서 끊임없이 외쳐 왔지만 예방·근절되기 보다는 권력형 성추문과 여성을 특정으로 한 강력범죄 뉴스가 계속 보도되고 있는 것이 현실” 이라면서 “여성이 안심하고 마음껏 나래를 펼칠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결국 입법을 통해 제도를 보완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이번 수상을 계기로 ‘여성이 살기 좋은 대한민국’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신동원 기자 asada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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