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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남순의 낮꿈꾸기] 상실의 시대, 그대는 어떤 낮꿈을 꾸는가

    [강남순의 낮꿈꾸기] 상실의 시대, 그대는 어떤 낮꿈을 꾸는가

    서재를 오갈 때마다 내가 바라보곤 하는 것이 있다. 서재 문 바로 옆에 나지막한 책꽂이가 하나 있는데, 그 위 벽에 걸린 목판으로 된 현판이다. 그 현판에는 다음과 같은 글귀가 쓰여 있다. ‘낮꿈 믿는 이들(Daydream Believer).’ 인간은 왜 낮꿈을 꾸는 것인가. 인간이 동물과 다른 점 중 하나는 ‘낮꿈을 꾸는 존재’라는 것이다. 인류의 역사는 ‘낮꿈의 역사’이기도 하다. 역사에서 일어난 새로운 변화들은 이 ‘낮꿈 꾸는 이들’에 의해서 가능했다.21세기 세계가 직면한 다양한 위기들이 있다. 이러한 위기들은 한국과 무관할 수 없다. 세계 위기를 분석하는 학자들은 대략 다음과 같은 7가지를 꼽는다. 평화문제, 난민문제, 세계 정의(global justice) 문제, 환경문제, 경제문제, 인권문제, 그리고 문명 간의 충돌문제이다. 이 7가지의 세계 위기들은 한국과 상관없이 ‘저기’에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는 이제 ‘여기와 저기’ 또는 ‘우리와 그들’의 경계를 긋는 것이 불가능한 시대에 접어들었다.# 상실의 시대 예를 들어보자. 2018년 여름 한국은 물론 세계 곳곳에서 경험한 전례 없는 더위는 세계 환경문제의 위기와 직결된다. 제주도 예멘 난민문제는 일회적인 사건이나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세계 전체가 함께 지속적으로 씨름해야 할 과제이다. 남한과 북한의 평화문제는 한반도의 문제만이 아니라 세계 평화문제이다. 사회적 계층에 따른 차별과 배제의 문제, 그리고 이슬람 혐오·성소수자 혐오·여성혐오·장애혐오 등 다층적 혐오가 한국 사회가 대면하고 있는 위기들이다. 이러한 위기들 한가운데에서 우리가 상실하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사랑·희망·자유·평등·정의·환대 등 인간이 인간됨을 지켜낼 수 있도록 하는 보편가치들이다. 인간에게 삶의 의미를 부여해 오던 이러한 가치들은 상품화되고 상투화돼서, 이제 이 개념들을 호명하는 것 자체가 공허한 행위가 되고 있다. 종교·교육·정치·문화·사회 영역 등 일상 세계들에서 이 보편가치들이 왜곡되고 사라진 상실의 시대에,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 낮꿈의 두 얼굴 길거리를 오가는 사람들의 머리에는 각기 다른 낮꿈들로 가득하다. 우리의 일상적 삶은 이 낮꿈들로 이루어져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밤꿈’은 우리의 의지나 계획과 상관없이 구성돼 통제 너머에 있다. 반면 ‘낮꿈’은 어떤 미래를 자신의 삶에서 보고자 하는가에 따라서 그 내용과 방향이 달라진다. 낮꿈을 꾼다는 것은 사유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 사유를 통해 현실세계에 ‘무엇인가 빠져 있다’고 자각하는 이들은 낮꿈을 꾸기 시작한다. 지금은 없지만 다가올 미래에는 있어야 할 그 ‘어떤 것’을 생각하는 이들은 개인적·집단적 ‘낮꿈’을 꾼다. 그래서 낮꿈이란 ‘이미(already)의 세계’와 ‘아직 아닌(not yet) 세계’의 사이 공간에서 일어나는 사건이다. 그래서 낮꿈 꾸는 이들이 사라진 세계는 황폐화한다. 현상유지적 삶으로만 만족하면서, 동물적 생명만을 유지하는 세계가 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낮꿈들이 동일한 것은 아니다. 거리를 걷는 많은 사람의 낮꿈은 대부분 돈과 연결돼 있다고 어떤 철학자는 말한다. ‘돈’으로 상징되는 것은 개인적 이득과 권력의 확장에 대한 욕망이기도 하다. ‘돈’과 연결된 낮꿈은 타자의 삶을 짓밟고서라도 실현시키고자 하는 ‘파시스트적 낮꿈’으로 전이될 수 있다. 이러한 ‘일그러진 낮꿈’은 개인의 삶은 물론 한 사회를 폭력의 세계로 황폐화시키는 기능을 한다. 개별인·종교·공동체·교육·정치·경제 등 다양한 공간에서 일그러진 낮꿈은 차별과 혐오, 배제와 폭력의 메커니즘을 다양한 방식으로 생산하고 확산한다. 이렇듯 많은 이들의 낮꿈은 개인의 이득과 권력만을 확대하고자 하는 데 초점이 있다.그런데 다른 종류의 낮꿈이 있다. 보다 ‘나은 세계’에 대한 희망에 관한 낮꿈이다. ‘일그러진 낮꿈’이 아닌 ‘변혁적 낮꿈’이다. 변혁적 낮꿈은 나와 너, 우리와 그들이 ‘상호연관된 존재’라는 것에 대한 인식으로 구성된다. 현재와 미래가 연결돼 있다는 인식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이 사회에서, 누군가가 배제되고 차별받는다면, 그것은 결국 그 배제와 차별의 폐해가 나의 삶과도 연결돼 있다는 의식에서 나온다. 나의 삶이란 너의 삶과 연결돼 있으며, 살아감이란 결국 ‘함께-살아감’이기 때문이다.# 낮꿈 꾸기 배우기 1963년 마틴 루서 킹은 “나는 꿈이 있다”(I have a dream)는 역사적 연설을 한다. 6쪽 분량의 이 연설문은 심오한 ‘변혁적 낮꿈’을 담고 있다. 그의 연설은 ‘지금의 세계’가 무엇이 결여돼 있는가로부터 시작한다. 피부색에 따른 분리와 차별이 주는 극도의 비인간적 현실이 결여하고 있는 것, 그것은 인간으로서의 자유와 존엄이다. 마틴 루서 킹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결여된 것만을 지적하며 피해자 의식을 절대화하는 것이 아니다. 그는 ‘모든’ 사람들이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자유를 누릴 수 있는 ‘아직 아닌 세계’에 대한 강렬한 희망의 언어를 전한다. ‘피해자 의식’으로부터 ‘주체자 의식’으로 전이하는 지점이다. 진정한 희망의 낮꿈은 연설을 접하는 이들의 지성과 감성의 세계를 출렁이게 한다. 마틴 루서 킹의 ‘변혁적 낮꿈’은 진정성을 담은 ‘설득의 예술’을 통해서 아직 오지 않은 세계를 향한 지지와 연대를 이끌어낸다. 마틴 루서 킹은 정의가 ‘모든’ 사람들의 현실에 자리잡는 세상을 꿈꾼다. 아직 오지 않았지만 도래해야 할 세계는, 인종과 종교의 차이를 넘어서서 ‘모든’ 사람이 온전한 인간으로 살아가는 세계이다. 그러한 낮꿈을 실현하는 일은 결코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낮꿈을 공유하는 이들이 ‘함께’ 그 ‘아직 아닌 세계’를 향해 걸어야 한다. 그 세계가 이루어질 때까지 흑인과 백인이, 유대인과 비유대인이, 그리고 개신교와 가톨릭들이 ‘함께’ 걸어야 한다는 것으로 마틴 루서 킹은 연설을 매듭짓는다. 밤꿈은 저절로 온다. 그러나 낮꿈은 저절로 오지 않는다. ‘변혁적 낮꿈’ 꾸기는 배우고 만들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낮꿈 꾸기를 배우는 것은 다음과 같은 것들을 생각해 보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 첫째 지금 우리 현실세계에서 무엇이 결여돼 있으며, 무엇이 문제인가. 둘째 내가 꿈꾸는 세계는 어떠한 세계인가. 셋째 그 세계를 만들어가기 위해 어떻게 그리고 누구와 ‘함께’ 일해야 하는가. 여기에서 ‘함께’는 동질성을 지닌 사람들끼리만이 아니다. 인종, 종교, 젠더, 성적 지향 등 다양한 차이를 넘어서서 다름을 지닌 사람과도 ‘함께’의 지지와 연대를 나누는 것이다. 낮꿈 꾸기는 희망하기를 배우는 것과 같다. ‘희망 고문’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희망’이라는 가치는 퇴색되고 왜곡돼 있다. 그렇다고 해서 희망을 버릴 수는 없다. 사랑이 도처에서 상품화됐다고 해서 사랑의 소중한 의미를 버릴 수 없는 것과 같다. 값싼 희망은 공허한 기대, 망상 또는 정치적 구호로 채워져 있다. 그러나 진정한 희망은 새로운 삶과 세계에 대한 구상, 그리고 이 세계로의 개입과 변혁의 의지로 구성된다. 희망이란 고정돼 저쪽에 존재하지 않는다. 오히려 더 나은 세상을 만들고자 씨름하는 그 한가운데에서 경험하는 ‘사건’이다. 그 누구도 개인적·집단적 ‘낮꿈’이 모두 성취될 것이라는 성공과 승리를 보장할 수 없다. 낮꿈이 담은 ‘아직 오지 않은 세계’를 향해서 ‘함께’ 씨름하는 그 과정-그 과정 자체가 바로 희망의 근거이다. 그대는 지금 어떠한 낮꿈을 꾸고 있는가. 글 텍사스 크리스천대, 브라이트 신학대학원 교수 그림 김혜주 서양화가
  • [색다른 인터뷰] ‘입법 미비’ 이유로 비겁하게 숨은 법원…1심은 안희정 아닌 김지은 재판이었다

    [색다른 인터뷰] ‘입법 미비’ 이유로 비겁하게 숨은 법원…1심은 안희정 아닌 김지은 재판이었다

    여성운동을 이끌어 온 활동가들은 ‘안희정 재판’이 남성 편향적인 한국 사회의 틀을 바꿀 변곡점이 되리라 기대했다. 자신들도 예상하지 못했던 ‘미투’(나도 피해자다) 운동에 대한 제도권의 첫 응답이었기 때문에 많은 여성운동가들이 재판에 주목하고 참여했다. 그러나 1심 법원이 수행비서 김지은씨를 성폭행한 혐의를 받았던 안희정 전 충남지사에게 무죄를 선고함으로써 활화산처럼 타오른 미투의 분노와는 달리 우리 사회의 지반은 여전히 여성들에게는 동토(凍土)임을 확인해 줬다. 공판을 처음부터 끝까지 방청한 여성주의 연구활동가 권김현영(42)씨가 지난 17일 서울신문과 인터뷰를 갖고 재판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비판했다.→계속 재판을 방청한 이유는 무엇인가. -‘위력에 의한 간음죄’가 재판까지 가는 경우가 흔치 않다. 피해자가 나서기도 어렵고 법정에서 제대로 평가받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미투 운동이 여기까지 밀어붙인 셈이다. 더욱이 안희정은 내가 20년간 성폭력 상담과 관련 운동을 하면서 봐 온 피의자 중 권력이 가장 센 사람이었다. →안희정의 권력도 이미 끝난 것 아닌가. -방청 과정에서 엄청난 권력자라는 걸 새삼 느꼈다. 선고공판 당일 새벽 6시 전에 방청권을 얻기 위해 가장 먼저 법원 앞에서 줄을 선 이들이 안희정의 지지자들이었다. 변호사들의 조력도 남달랐다. 재판관을 주로 상대하는 중년 여성의 변호사, 증거 채택 문제에 집중한 두 남성 변호사, 피해자에게 송곳 같은 질문을 던진 젊은 여성 변호사 등 안희정의 변호인단은 전략적으로 치밀했다.→김씨 측은 어떠했나. -김지은을 지지하고 도운 사람들 가운데 남성 변호인이나 전문가는 한 명도 없다. 그 많던 남성 인권변호사들이 모두 외면했다. 한 줌의 여성들이 어떻게든 해보려고 나섰다. 재판 전체가 ‘위력이 행사되는 장’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그럼에도 유죄를 예상했나. -재판이 진행될수록 분위기가 이상해졌다. 재판부가 이 사건의 쟁점을 위력이 존재하는지와 위력이 실제로 행사됐는지로 쪼개서 본다고 말했다. 그러자 변호인이 바로 “저희도 그것을 중심으로 재판을 준비하겠다”고 답했다. 반면 검찰은 “위력 간음죄를 총체적, 맥락적으로 보겠다”고 했다. 재판부와 안희정 측 변호인단이 대화가 잘 통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판결 가운데 가장 납득이 안 가는 부분은 무엇인가. -책임을 입법에 돌린 점이다. 판사는 ‘비동의 간음죄’(No means no rule)가 없어서 어쩔 수 없이 무죄를 선고한 것처럼 말했다. 그런데 비동의 간음죄보다 권력형 성폭력 범죄를 더 확실하게 처벌할 수 있는 게 ‘위력에 의한 간음죄’다. 이 조항은 한국과 일본에만 있다. 비동의 간음죄가 있는 서방 국가도 권력형 성폭력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미투가 계속 터져 나오니까 오히려 위력에 의한 간음죄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은 위력에 의한 간음죄(형법 303조)와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죄(성폭력 처벌법 10조)가 다 있다. 이 조항을 적극적으로 해석하면 되는데 비겁하게 입법 미비로 책임을 돌렸다. →‘비동의 간음죄’ 입법이 굳이 필요 없다는 뜻인가. -비동의 간음죄도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 비동의 간음죄는 ‘노’(No)라 말했을 때 상대가 ‘노’를 수용해야 한다는 것인데, 위력 관계에서는 ‘노’라고 말하는 것 자체가 어렵다. 때문에 비동의 간음죄는 부부나 친구 관계 등에서 발생한 성폭력을 처벌하는 데 유효한 조항이다. →위력에 의한 성폭행이라는 본질을 외면한 채 입법 논쟁으로 흐를 수 있다는 우려인가. -그렇다. 미투가 비동의 간음죄 입법으로만 끝나서는 안 된다. ‘입법 물타기’를 경계한다. 이번 판결은 법이 문제가 아니라 판사의 재량에 따라 본질이 왜곡된 게 문제다. 재판부 탄핵이나 젠더 감수성을 높이기 위해 성폭력 전담 재판부를 만드는 등의 대안이 필요하다. →위력에 의한 간음죄 처벌이 보편화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인가. -피해자들이 숨었기 때문이다. 피해자가 법정까지 갔을 때 잃는 게 너무 많다. 직장 여성으로서 커리어를 다 포기하고 재판을 시작해야 하니까 입을 닫는다. 김지은의 안희정 고발은 미투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피해자가 용기 내기 어려운 사회였는데 미투 이후에 달라졌다. 이런 변화 속에서 법원이 “이제 우리가 가진 법을 활용할 수 있다”고 응답했어야 했다. →재판부가 판결문에 ‘성적자기결정권’ 등 여성주의 용어들을 언급하며 신경을 쓴 모습이 보인다. -우리가 재판부에 낸 의견서에 쓴 용어들을 어떤 의미인지도 모르면서 쓴 것 같다. 대표적인 게 ‘성적자기결정권’과 ‘성인지 감수성’이다. 성적자기결정권은 누구나 다 가지고 있고 침해당해선 안 되는 권리이지 행사해야 하는 게 아니다. 그런데 재판부는 김지은한테 왜 그걸 행사하지 않았느냐고 따졌다. 마치 ‘돈이 있는데 왜 쓰지 않느냐’고 책임을 묻는 꼴이다. 성적자기결정권을 행사하지 않은 사람에게 책임을 물을 게 아니라 그걸 침해한 사람을 처벌해야 한다. 재판부는 김씨의 성인지 감수성도 문제 삼았다. 그런데 성인지 감수성은 재판관이 가져야 하는 것이다. 법관이 성인지 감수성을 갖고 성인지 감수성이 없는 안희정을 재판해야 하는 것이란 말이다. →‘김씨가 피해자답지 않게 행동했다’는 재판부의 판단도 논란이 되고 있다. -피해자답지 않다고 지적된 행동 대부분이 업무의 연장선에 있었던 일들이다. 강간 다음날 순두부를 챙겨 줬다고 하는데, 식사 챙기는 것은 권력자를 상사로 둔 비서의 기본 업무이다. 제대로 챙기지 않으면 상사가 짜증을 내는데 안 할 수 있겠나. →이번 판결에 가장 분노하는 이들이 여성 직장인들인 것도 그 때문인가. -그렇다. 비단 여성뿐만 아니라 남성 직장인들도 위력에 의한 등산, 위력에 의한 회식으로 고통받은 경험이 있을 것이다. 전날 저녁 상사가 술자리에서 욕하고 때렸어도 다음날 주섬주섬 옷을 챙겨 입고 출근해야 하는 게 직장 내 ‘을’들의 현실이다. 김지은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여기에 성이 개입되니까 ‘이상하다’고 말한다. →우리 사회 전체가 ‘피해자다움’을 강요한 측면이 있는 것 같다. -성폭력을 당한 여성들은 다 쓰러져 있고, 인생 포기하고, 자살을 기도할 거라는 편견이 있다. 그런데 대다수 피해자들은 당장은 그렇게 못 한다. 대부분이 얼어붙는다. ‘내가 어제 뭘 겪은 거지’라고 그 일을 소화하기까지 시간이 걸린다. 김지은이 수행비서에 채용된 지 불과 3주 만에 첫 간음이 일어났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던 거다. 그리고 두 달간 3번의 성폭행이 일어났다. 김씨는 비서가 된 후 “이제 너는 안희정 사람”, “정치판에서는 평판이 전부”라는 이야기를 매일 들었다. 그런 상황에서 ‘나만 가만히 있으면 되지 않을까’라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성폭력 피해자들은 자신의 피해를 사소화시키는 과정을 겪는다. 김지은도 그 과정에 있었다고 봐야 한다. →그렇다고 ‘위력의 존재’가 곧 ‘위력의 행사’는 아니지 않나. -물론 양자를 동일시할 수 없다. 그런데 재판부는 안희정에게 ‘위력’이 있음을 인정하면서도 그것의 행사 여부를 증명할 때는 김지은에게 “왜 성적자기결정권을 행사하지 않았느냐”고 물었다. 갑자기 주어가 달라진 거다. 재판부는 안희정한테 “큰 권력을 가진 사람이, 그렇게 인권을 강조하던 사람이 왜 참모한테 그런 행동을 했느냐”고 한 번도 묻지 않았다. 안희정 재판이 아니라 김지은 재판이었다. 안희정이 “외롭다. 안아 달라”고 한 것 자체가 위력의 행사인데도 말이다. →위력에 의한 간음죄가 너무 넓게 인정되면 부하 여직원과의 불륜을 모두 처벌해야 하는 것 아닌가. -아니다. 불륜은 둘이 좋아서 하는 것이다. 보통 위력에 의한 간음죄 재판에서는 둘이 진짜 연인이었는지를 확인하는 게 중요하다. 같이 찍은 사진이나 하트를 보낸 문자가 있는지, 데이트를 한 흔적이 있는지 등이 주요 쟁점이다. 위력 관계 속에서도 상호 동의에 의해서 위력이 무력화될 수 있는 연인 관계로 전환됐는지도 중요하다. 그런데 안희정 재판의 쟁점은 이게 아니었다. 오히려 피해자에게 성적자기결정권 행사 여부를 물었다. 안희정은 둘이 연인이었다는 증거를 하나도 제출하지 못했다. →여성들의 분노가 남성 혐오로 흐르는 측면도 있다. 성평등 사회로 가려면 결국 남성과 함께 가야 하는 것 아닌가. -여성들만의 힘으로 1심까지 왔다면 2심에서는 남성들의 동참이 절실하다. 남성들도 겪었던 갑질 횡포에 대한 증언과 자백이 나와야 한다. 생물학적 성별을 떠나 한국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사람으로서 여성들과 얼마든지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공감하는 그 지점을 찾아내는 것은 남성들의 몫이다. 위력에 의한 모욕에 숨죽일 수밖에 없는, 영혼이 죽어 가는 모습들이 얼마나 많은가. →미투 이후 남성들의 젠더 감수성도 발전하고 있지 않나. -그간 남성들이 많이 놀랐을 거라고 생각한다. 강의를 하면서 여성이 겪는 폭력의 현실을 얼마나 몰랐는지 고백하는 남학생들도 많이 만났다. 밤에 택시 타고 들어갈 때 여성이 “잘 들어갔느냐”고 안부 문자를 보내면 남성은 이를 호감으로 오해한다. 그러나 이 문자는 위험 사회에 노출된 여성들의 일상의 언어이다. 이런 현실을 남성들이 조금씩 이해하기 시작했다. →문재인 정부는 과거 보수 정권에 비해 젠더 감수성이 진일보한 측면이 있지 않나. -현 정부는 ‘386 진보 남성’의 한계에 갇혀 있다. 보수의 한계와는 또 다르다. 진보 쪽 남성들은 자신이 다른 남성보다 낫고 매력적이라고 착각하며 여성들이 모든 것에 동의했다고 말하고 싶어 한다. 보수 남성들이 ‘왕’처럼 군림했다면 진보 남성들은 ‘왕자병’에 걸린 것 같다. 보수는 여성의 입을 막았고 진보는 듣는 척하지만, 결국 ‘너도 동의했잖아’라고 치부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나도 페미니스트다”라고 선언했지만, 페미니즘은 선언이 아니라 실천의 문제이다. 선언만으로는 아무것도 증명할 수 없다. →항소심은 어떻게 예상하나. -항소심이든 대법원이든 이겨야 한다. 1심 재판부는 안희정 편이었다. 검찰이 제기한 모든 문제에 아무것도 답하지 않았다. 대법 판례를 볼 때 폭행, 협박이 없고 김지은보다 상황이 더 안 좋은 사건에도 유죄를 내린 경우가 있다. 이번처럼 끝까지 싸우려는 피해자가 등장했을 때 권력형 성폭력 문제가 진전되어야만 한다. 여기서 이겨야 다른 피해자들도 용기를 낸다. 이창구 사회부장 window2@seoul.co.kr 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 ■ 권김현영은 누구 1994년 대학에 들어간 이후 줄곧 여성운동을 해 왔다. 대학 총여학생회 회장을 맡기도 했다. 대학원 졸업 후 이화여대, 연세대, 성균관대, 한국예술종합학교 등에서 강의했다.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민우회, 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 등에서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여성가족부, 한국여성정책연구원, 한국여성인권진흥원 자문위원도 맡고 있다. ‘한국 남성을 분석한다’ ‘피해와 가해의 페미니즘’ 등 다수의 책과 연구논문을 냈다. 지난 18일 안희정 무죄에 항의하기 위해 서울역사박물관 앞에서 열린 ‘미투운동과 함께하는 시민행동’ 집회에 참여했다.
  • 남성들도 분노했다… 안희정 무죄에 거리 나온 시민들

    남성들도 분노했다… 안희정 무죄에 거리 나온 시민들

    여성·노동 등 시민단체 2만명 주말 집회 김지은씨 “판사는 왜 가해자 말만 듣나”안희정(54) 전 충남지사의 성폭력 혐의 무죄 판결에 대한 시민들의 분노가 고조되고 있다. 여성뿐만 아니라 남성도 사법부 규탄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350여개 여성·노동 등 시민단체가 모여 결성한 ‘미투운동과 함께하는 시민행동’(이하 시민행동)은 지난 18일 서울 종로구 서울역사박물관 앞에서 ‘여성에게 국가는 없다-못살겠다 박살내자’는 이름으로 집회를 열었다. 주최 측 추산 2만여명이 참가했다. 현장에는 여성이 대부분이었지만 주최 측이 집회 참석자에 성별 제한을 두지 않아 남성도 상당수 눈에 띄었다. 연령대도 노소(老少)를 가리지 않았다. 남성 정모(58)씨는 “그저 불륜이었다면 피해자인 김지은씨가 그렇게 목숨 걸고 방송에 나와 피해 사실을 폭로했겠느냐”면서 “남자라는 이유로 남자 편을 드는 것만큼 비논리적이고 비합리적인 판단도 없다”고 말했다. 대학생 김모(23)씨는 “안 전 지사가 김씨에게 저지른 짓이 모두 사실로 드러났는데 무죄를 받았다고 해 어처구니가 없어서 나왔다”면서 “우리 사회에 만연한 성폭력 문제를 여성의 힘만으로는 해결하기가 쉽지 않지만 남성들이 힘을 싣는다면 얘기가 달라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민행동 측은 “안 전 지사 무죄 판결은 미투 운동 이후 성평등 사회로의 전환을 기대했던 수많은 시민에게 좌절감을 안겼다”면서 “국가권력으로부터 철저히 배제되는 사회에서 더는 살지 못하겠다는 여성들이 사회를 박살 내려고 거리로 나섰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피해자인 김씨는 정혜선 변호사의 대독을 통해 발표한 편지에서 “살아내겠다고 했지만 건강이 온전치 못하다. 죽어야 제대로 된 미투로 인정된다면 당장 죽어야 하나 수없이 생각했다”면서 “판사 3명은 왜 내 답변은 듣지 않고 가해자 말만 귀담아듣는가”라고 재판부를 비판했다. 이어 “이제 한국에서 기댈 곳은 아무것도 없다”면서 “여러분이 관심을 가져 주시고 진실을 지켜 달라. 바로잡을 때까지 이 악물고 살아내겠다”고 밝혔다. 고미경 한국여성의전화 상임대표는 “사람이 먼저라는 이 정부에서 여성은 사람이 아닌가. 인권을 수호한다는 경찰에게 여성 인권은 무시돼도 되나, 검찰과 법원이 실현한다는 정의는 여성에게는 예외조항인가”라면서 “우리 여성들에게 국가는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영재 기자 young@seoul.co.kr
  • 금태섭 “안희정 재판부, 여성들의 불안과 두려움에 대해 눈길조차 주지 않는가”

    금태섭 “안희정 재판부, 여성들의 불안과 두려움에 대해 눈길조차 주지 않는가”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7일 “법원이 왜 눈에 뻔히 보이는 여성들의 불안이나 두려움에 대해 눈길조차 주지 않는가”라며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비서 성폭행 혐의에 무죄를 선고한 재판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검사 출신이자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인 금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가끔은 침을 뱉고 싶다’라는 제목으로 법원을 비판하는 글을 썼다. 금 의원은 과거 자신이 경험한 사례를 들며 “판사들이라고 해서 성평등에 대해 특별히 제대로 된 인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아니다”라며 “법원도 우리 사회 남성들이 일반적으로 가지고 있는 편견에 젖어 있다고 보는 게 합리적”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때문에 특정 사건을 다룬 특정 재판부에 대해 비판을 퍼붓는 것은 오히려 부적절한 면이 있다”며 “법원 전체가 지금까지 보여온 태도가 진짜 실망스럽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금 의원은 “너무나 현실적이고 적나라해서 오히려 초현실적인 느낌을 주는 안 전 지사에 대한 공소사실과, 그와는 완전히 대조적으로 마치 진공상태에서 써내려간 것 같은 ‘위력 행사’에 대한 법원의 법리 설명을 읽다가 던져버렸다”고 말했다. 그는 “법원은 정말 우리 사회의 현실에 대해서 전혀 모르는 것일까, 아니면 이해를 하지 않으려고 하는 것일까”라고 지적했다. 이어 “여성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남성들에 대해서는 미묘한 심리상태 하나하나까지 찾아내서 분석과 배려를 해주는 법원이, 왜 눈에 뻔히 보이는 여성들의 불안이나 두려움에 대해서는 눈길조차 주지 않는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안 전 지사에 대한 무죄 판결에 여성들의 비판과 분노가 거센 가운데 남성 의원이 이처럼 공개적으로 비판 목소리를 낸 것은 처음이다. 특히 안 전 지사의 소속 당이기도 했던 민주당이 판결과 관련해 공식 논평 등을 전혀 내지 않고 있어 금 의원의 발언이 더욱 주목받고 있다. 앞서 여성가족위원회 민주당 간사이기도 한 정춘숙 의원도 지난 15일 페이스북에서 “안 전 지사에 대한 무죄 선고는 위력에 의한 성폭력 가해자에게 면죄부를 주고, 피해자를 또다시 좌절케 했다”며 공개 비판했다. 정 의원은 “들불처럼 번져나가는 미투 운동에 찬물을 끼얹었다”며 “향후 법률의 한계는 입법 활동을 통해 보완할 것이며, 미투운동이 지속되고 성폭력 문제가 끝까지 해결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 [달콤한 사이언스] 사공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가는 까닭…개미는 알고 있었다

    [달콤한 사이언스] 사공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가는 까닭…개미는 알고 있었다

    개미집 지을 때 전체의 20~30%만 일해 3~4개 조로 나눠 일의 단계에 따라 투입 국제공동연구팀 결과 사이언스에 실려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는 옛말이 있다. 어떤 일에 관여하는 사람들이 많으면 당초 목적과는 다른 방향으로 일이 흘러가거나 시간이 지체될 수 있음을 경계하는 말인데 미국과 독일 과학자들이 사공이 많아도 배가 산으로 가지 않도록 하는 방법을 찾아냈다. 미국 조지아공대 기계공학부, 물리학부, 전자컴퓨터공학부, 생명과학부, 콜로라도 볼더대 물리학과, 육군연구소, 독일 막스플랑크 복잡계물리학연구소 국제 공동연구팀은 개미들이 집을 짓거나 터널을 뚫을 때 막힘 없이 일을 진행할 수 있는 것은 꼭 필요한 최소의 인원만 일을 하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컴퓨터 시뮬레이션과 동물 실험으로 규명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세계적인 과학저널 ‘사이언스’ 17일자에 실렸다. 연구팀은 150마리의 불개미 집단을 모래알처럼 미세한 플라스틱 알갱이들로 가득 찬 유리상자에 넣고 개미집을 짓는 과정을 관찰했다. 그 결과 개미집을 짓기 위해 터널을 뚫을 때 불개미 집단 전체가 함께 일하는 것이 아니라 10~25마리만 일을 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전체 개체 수를 달리한 다른 개미집단들도 똑같은 상황을 만들어 관찰했는데 항상 전체 개미 중 20~30%만 일에 나선다는 사실을 관찰할 수 있었다. 대신 10~25마리가 일이 끝날 때까지 계속 투입되는 것이 아니라 3~4개 그룹으로 나뉘어 일의 단계에 따라 돌아가면서 투입된다는 것도 관찰됐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 결과가 로봇을 이용한 우주탐사 작업에서 특히 유용하게 쓰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예를 들어 화성처럼 수시로 먼지폭풍이 발생하는 곳을 탐사하는 과정에서 먼지폭풍을 피하기 위해 터널이나 건물을 빠르게 완성해야 할 때 하나의 작업에 몇 개의 로봇을 투입해야 하는지 최적화 설계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대니얼 골드먼 조지아공대 물리학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를 인문사회학적 관점에서 본다면 무척이나 불평등한 상황이라고도 인식할 수 있겠지만 기능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공동체 이익을 위해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좁은 주방에 사람이 많다고 해서 요리가 빨리 만들어지지 않는 것처럼 무슨 일이든 항상 최적화된 모델이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갈등 사회의 역설…워마드와 태극기 극과 극 ‘분노 동맹’

    갈등 사회의 역설…워마드와 태극기 극과 극 ‘분노 동맹’

    광복절 보수단체 집회에 워마드 동참 광화문서 “文대통령 탄핵” 함께 외쳐 안희정 前지사·제주 예멘 난민 문제 등 정치→사회 문제로 갈등 영역 다양화‘촛불’로 모아졌던 시민사회가 다분화되고 있다. 사회 갈등 구조가 복잡해진 데다 난민 문제와 젠더 이슈 및 경제 정책에서 문재인 정부의 ‘우회전’ 논란까지 겹쳤기 때문이다. 특정 이슈가 불거지면 진보와 보수로 양분되던 진영 논리도 약화되고 있다. 지난 15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인근에서 열린 보수 단체의 ‘문재인 대통령 탄핵 집회’에 남성 혐오 사이트 ‘워마드’ 회원 50여명이 동참한 것은 이 같은 현상을 잘 보여 줬다. 두 단체는 서로를 경계하면서도 ‘반(反)문재인’ 구호를 함께 외쳤다. 집회장 주변에는 ‘워마드’와 정반대 편에 있는 여성 혐오 사이트 ‘일간베스트’(일베) 회원들도 보였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에 대한 무죄 판결은 사법부가 내렸지만 여성들의 분노는 문재인 정부로도 향하고 있다. 대선 국면에서 남녀가 평등한 세상을 약속했지만, 여성 차별적인 정책이 여전하다는 이유 때문이다. 기존 여성주의(페미니즘) 단체들은 안 전 지사에 대해 무죄 판결을 내린 사법부와 양성평등 정책에 미지근한 정부를 강력하게 비판하면서도 극단주의적인 워마드와는 선을 긋고 있다. 평소 진보적 가치를 지향했던 일부 페미니스트들이 제주도에 도착한 예멘 난민들을 성폭행이 우려된다며 반대하는 것도 기존 잣대로 재단하기 어려운 현상이다. 이와 관련해 윤김지영 건국대 교수는 “페미니즘 의제에선 진보와 보수의 경계선이 중요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촛불 국면에서 ‘박근혜 정권 탄핵’에 앞장섰던 진보적 시민사회세력 중 일부는 요즘 “문재인 정부의 보수화가 본격화했다”며 비판적인 자세로 돌아섰다. 민주노총을 중심으로 한 노동계에서도 최저임금 산입 범위 확대를 기점으로 문재인 정부와 선을 긋고 있다. 전문가들은 갈등이 ‘정치’의 영역에서 ‘사회’의 영역으로 옮겨 오면서 주체별 균열이 생겨 일어나는 현상이라고 진단했다. 가치가 전환하는 시대에 드러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정권 찬반 문제로 지나치게 단순화해선 안 된다는 의견도 많았다. 신광영 중앙대 교수는 “정치적으로 같은 입장을 취했던 사람들의 생각이 젠더·환경·난민 문제 등 사회 영역에서 다원화·구체화되고 있다”면서 “단순히 진영의 균열로 봐선 안 된다”고 진단했다. 박명호 동국대 교수는 “안희정 무죄에 반발하는 여성단체도 원래 문 대통령 지지층이었을 가능성이 큰데 이슈가 바뀌면서 스탠스가 바뀐 것”이라면서 “완전한 지지 철회로 이어질지는 두고 봐야 하며 현재로선 유동성이 강화된 것 정도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갈등을 발전적으로 해결하는 방법에 대해 김윤철 경희대 교수는 “사회의 영역에 그대로 두면 갈등은 더욱 심해지고 강자가 독식할 수밖에 없다”면서 “다양한 갈등의 목소리를 담아내는 동시에 이를 중재, 조정하는 정치가 구현돼야 한다”고 말했다. 기민도 기자 key5088@seoul.co.kr·고혜지 기자 hjko@seoul.co.kr
  • [피플인 월드] 부패 혐의 룰라 ‘옥중 출마’

    [피플인 월드] 부패 혐의 룰라 ‘옥중 출마’

    브라질 노동자당, 대선 후보로 등록 여론조사서 국민 3분의1 지지 받아 실형 정치인 제한 규정에 출마 불투명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전 브라질 대통령이 옥중에서 대통령 선거 후보로 등록하자 지지자 수만명이 그의 석방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15일(현지시간) AFP통신 등에 따르면 브라질 좌파 노동자당(PT)의 글레이지 호프만 대표는 이날 대선 후보 등록 마감 시한 몇 시간을 남겨놓고 룰라 전 대통령을 노동당 대선 후보로 등록했다. 룰라 전 대통령은 현재 퇴임 후 뇌물을 받은 혐의 등으로 수감 중이다. 1심에서 징역 9년 6개월, 2심에서 12년 1개월을 선고받았다. 룰라 전 대통령 지지자 수만명은 이날 수도 브라질리아에서 집회를 열고 연방선거법원까지 행진했다. 지지자들은 붉은 옷을 입고 “룰라에게 자유를”, “룰라를 대통령으로” 등의 구호를 외쳤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브라질 국민의 약 3분의1이 룰라 전 대통령을 지지한다고 답했다. 룰라 전 대통령의 인기는 그의 출신과 업적에 기인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그는 구두닦이, 철강 노동자 출신으로 대통령이 된 입지전적 인물이다. 2003년부터 2010년까지 재임했다. 브라질 사상 첫 좌파 정권이었다. 그는 중도·실용 노선으로 경제를 회생시켰고 분배정책에서도 성과를 냈다. 퇴임 시 룰라 전 대통령의 지지율은 87%에 이르렀다. BBC는 “룰라 전 대통령은 재임 기간 수십억 달러를 사회적 프로그램에 쏟아부었으며 브라질의 역사적 불평등을 뒤집 는데 기여했다”면서 “최소임금 인상률이 물가 상승률보다 높았으며 빈곤층에 대한 국가 지원을 확대했다”고 평가했다. 한 시민은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그가 부정을 저질렀다는 게 사실이라고 해도, 내 살림살이는 룰라 전 대통령 재임 시 더 풍요로웠다”며 그에 대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이 같은 국민적 인기에도 연방선거법원은 룰라 전 대통령의 대선 출마를 금지할 가능성이 크다. 브라질에는 항소심에서 실형을 받은 정치인의 출마를 제한하는 규정인 ‘피샤 림파’(깨끗한 경력)가 있기 때문이다. 강신 기자 xin@seoul.co.kr
  • 김정은 돈줄 죄는 美… 北 불법거래 도운 중·러 법인 3곳 등 제재

    러 국적 항만서비스업체 사장도 포함 “핵 신고·종전선언 ‘빅딜’ 위한 北 압박용” 워싱턴소식통 “중·러에 강력 경고 메시지” 北, 담배 밀수로 年 1조원이상 현금 수입 미국이 15일(현지시간) 북한의 담배·주류 불법 무역과 석유 등 해상 밀무역을 도운 중국·러시아 업체 등에 대한 독자 제재에 나섰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 정부의 12번째 대북 제재이자 지난 3일 이후 12일 만이다. 특히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4차 방북이 임박한 가운데 단행된 제재는 핵신고와 종전선언의 ‘빅딜’ 협상을 앞두고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한 압박이라는 분석이다. 미 재무부는 이날 해외자산통제국(OFAC)이 유엔 및 미국의 현행 제재를 위반한 법인 3곳과 개인 1명을 제재 대상에 추가했다고 밝혔다. 북한산 담배와 담배 원료, 주류의 불법 무역을 벌여 온 중국 무역회사 ‘다롄 선 문 스타 국제물류무역’과 싱가포르 자회사 ‘신에스엠에스’, 나홋카항 등 러시아 극동 항구에서 북한의 제재 선박인 예성강 1호와 천명 1호의 석유정유제품 불법 선적을 도운 항만서비스업체 ‘프로피넷’과 이 회사 사장인 러시아 국적의 바실리 콜차노프가 제재 대상에 올랐다. 이번 조치는 미 정부가 북한과 재화·용역을 거래하는 개인·기업의 자산을 압류할 수 있도록 한 행정명령 13810호에 따른 것으로, 북한을 대신해 불법 운송을 돕는 데 관여된 기업과 인사를 겨냥했다고 재무부는 설명했다.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은 “중국과 싱가포르, 러시아 기업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재 회피에 사용한 전술은 미 법률이 금지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의 이번 제재는 북한의 돈줄을 직접 겨냥했다는 분석이다. 북한은 담배 밀수로 연간 10억 달러(약 1조 1300억원) 이상의 현금을 벌어들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라선신흥과 대동강, 백산, 내고향 등 20여곳의 북한 담배회사에서 말보로·던힐 등 유명 브랜드로 포장된 위조 담배를 생산해 왔고, 현금 수입은 정권 비자금 관리를 담당하는 노동당 39호실에서 관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의 한 소식통은 “미국이 북한의 핵·관련 시설 신고와 구체적 핵폐기 시간표를 압박하기 위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비자금줄을 옥죄고 있다”면서 “특히 중·러를 겨냥해 미국이 제재 위반을 감시하고 있다는 강력한 경고 메시지도 담고 있다”고 풀이했다. 한편 ‘관세폭탄’을 주고받으며 무역전쟁을 벌여 온 미국과 중국이 4차 무역협상을 시작한다. 중국 상무부는 16일 홈페이지를 통해 왕서우원(王受文) 상무부 부부장(차관) 겸 국제무역협상 부대표가 미국의 초청으로 이달 하순 방미해 데이비드 말파스 미 재무부 차관을 만나 무역 문제에 관한 협상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상무부는 이어 “중국은 일방주의적인 무역 보호주의 행태에 반대하고, 어떤 일방적 무역 조치도 받아들이지 않는다”며 “대등, 평등, 상호 신뢰의 기초 위에서 대화와 소통을 하는 것을 환영한다”고 강조했다. 워싱턴 한준규 특파원 hihi@seoul.co.kr 베이징 윤창수 특파원 geo@seoul.co.kr
  • “노인 기초연금 확대가 소득분배 효과 가장 커”

    최근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조세·재정 정책 가운데 기초연금 확대가 소득재분배 효과가 가장 컸던 것으로 나왔다. 소득 하위 가구 가운데 노인 가구와 1인 가구의 비중이 늘어나면서 보다 적극적인 소득분배 정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한국노동연구원은 16일 서울 영등포구 중소기업중앙회에서 한국조세재정연구원, 한국보건사회연구원과 공동으로 ‘소득분배의 현황과 정책 대응’ 토론회를 개최했다. 한종석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전망센터장은 이날 토론회에서 기초연금 확대, 아동 수당 도입, 소득세율 인상 등 3가지 정책이 소득재분배에 미치는 효과를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다음달부터 기존 20만원에서 25만원으로 인상되는 기초연금 확대가 소득재분배 효과가 가장 컸다. 기초연금 확대로 인한 평균 수혜 증가 폭은 18만 6000원이었고, 특히 소득 10분위를 기준으로 가장 낮은 1분위(하위 10%) 가구는 평균 45만원, 2분위 46만 1000원, 3분위 32만원으로 저소득 가구가 정책 수혜를 입는 것으로 분석됐다. 한 센터장은 “1~3분위에 고령 인구가 집중돼 있기 때문에 저소득 가구의 수혜 비율이 높다”고 설명했다. 반면 다음달부터 만 6세 미만 아동이 있는 가구에 월 10만원(1인당)씩 지급되는 아동 수당은 가구당 평균 18만원 정도의 혜택을 받는 것으로 분석됐다. 소득 분위별로는 중산층 이상인 8분위 가구가 평균 37만 6000원으로 가장 큰 정책 수혜를 받는 것으로 나타났고, 9분위 가구(26만 5000원)가 다음으로 높았다. 강신욱 보건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이 토론회에서 발표한 ‘가구소득 불평등의 동향과 특징’에 따르면 소득 5분위를 기준으로 가장 낮은 1분위(하위 20%)에 속한 가구 중 65세 이상 노인 가구의 비율이 해마다 늘어 올 1분기 기준으로 67.8%를 차지했다. 아울러 1분위 가운데 1인 가구가 차지하는 비중도 58.9%(1분기 기준)로 집계됐다. 이는 전체 가구 가운데 1인 가구가 차지하는 비중(28.4%)의 두 배를 웃도는 수치다. 강 연구위원은 “저소득 가구는 취업자의 주 소득마저 감소하고 있다. 빈곤 가구를 돕기 위한 각종 정책들이 빈곤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다면적이고 확장된 소득분배 개선 정책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 관새폭탄 미중 무역전쟁 4차 협상 재개

    관새폭탄 미중 무역전쟁 4차 협상 재개

    관세 폭탄을 주고받으며 무역전쟁을 벌이던 미국과 중국이 4차 협상을 시작한다. 중국 상무부는 16일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왕셔우원(王受文) 상무무 부부장(차관) 겸 국제무역협상 부대표가 미국의 초청으로 이달 하순 방미해 데이비드 말파스 미국 재무부 차관을 만나 무역 문제에 관한 협상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이어 “중국은 일방주의적인 무역 보호주의 행태에 반대하고, 어떤 일방적 무역 조치도 받아들이지 않는다”며 “대등, 평등, 상호신뢰의 기초 위에서 대화와 소통을 하는 것을 환영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미국과 중국은 지난 5∼6월 세 차례에 걸쳐 고위급 무역협상을 진행했다.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과 류허(劉鶴) 중국 부총리가 이끄는 미·중 대표단 간 대화는 양국이 340억 달러 규모의 상대국 제품에 25%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는 것으로 끝났다. 이달 23일부터 미·중 양국은 160억 달러 규모의 상대국 제품에 각각 25%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기로 예정되어 있다.  4차 협상 대표가 기존의 부총리·장관급에서 차관급으로 낮아져 본격적인 대화 재개를 위한 탐색전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시장은 무역협상 재개에 긍정적으로 반응했다. 하루 최대 1.9%와 1.7%의 낙폭을 기록했던 중국 상하이 주가지수와 홍콩 항생지수는 이날 모두 0.4% 하락했다. 한편 미국과의 무역전쟁에 대해 논의했을 것으로 분석되는 중국 공산당 지도부의 하계 비공개회의인 베이다이허(北戴河) 회의가 지난 15일 막을 내렸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17~21일 취임 이후 처음 중국을 방문하는 마하티르 모하마드 말레이시아 총리와 일대일로(육·해상 실크로드) 등 경제 협력 논의에 나선다. 베이징 윤창수 특파원 geo@seoul.co.kr
  • 최악 실업률, 찔끔 오른 월급…양극화 더 심해진다

    국민소득 중 노동소득 비중 10%P 급락 “조세부담률 올리고 사회복지 늘려야” 올해 상반기 체감실업률이 통계를 작성한 2015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치솟았다. 반대로 국민소득에서 노동소득(임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급락했다. 일자리 자체를 구하는 게 쉽지 않고 어렵사리 일자리를 찾아도 땀 흘려 번 월급이 자산가들의 불로소득과 비교할 때 ‘찔끔’ 증가하고 있다는 의미다. 우리 사회의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는 구체적인 증거다. 15일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확장실업률(고용보조지표3)은 11.8%로 반기 기준으로 가장 높았다. 2015년 상반기 11.6%에서 2016년 11.2%로 낮아졌다가 지난해 11.4%로 반등하더니 올해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확장실업률은 실업자 외에 추가로 취업을 원하는 사람, 최근에 구직활동을 안 했지만 기회가 있으면 취업할 사람까지 합친 실업률이다. 공식 실업률은 1주일에 1시간만 일해도 취업자로 보고 구직을 포기한 사람은 아예 통계에서 제외해 구직자들이 느끼는 실업률과 괴리가 크다. 확장실업률을 체감실업률로 보는 이유다. 또 한국노동연구원이 내놓은 ‘소득불평등 지표 변동 원인에 대한 거시적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국민소득에서 노동소득이 차지하는 비중을 보여 주는 노동소득분배율이 1996년 66.12%에서 2016년 56.24%로 20년 동안 무려 9.88% 포인트나 주저앉았다. 같은 기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 20개국 평균이 63.22%에서 61.15%로 2.07% 포인트 떨어진 것과 극명하게 대비된다. 우리나라 노동소득분배율 하락 폭은 OECD 주요국 중 최대다. 주상영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보고서에서 “우리나라 노동소득분배율은 OECD 평균에 비해 5% 포인트 낮은 수준”이라면서 “금액으로 따지면 OECD 평균에 부합하기 위해 노동소득이 지금보다 90조원 많아야 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어 “비정규직 비율이 낮을수록, 최저임금 상승률이 높을수록 노동소득분배율과 가계소득분배율이 개선되는 경향을 보인다”면서 “조세 부담률을 올리고 사회복지 지출을 늘리는 게 평범한 진리”라고 강조했다. 이렇듯 체감실업률이 급등하고 노동소득분배율이 악화된 이유는 상대적으로 임금이 높고 정규직이 많은 제조업 분야 일자리가 줄어든 탓이 크다. 실제 올해 상반기 제조업 취업자 수는 453만 1000명으로 2014년 상반기 443만 2000명 이후 최소였다. 자동차와 조선 등 주력 산업의 부진 여파다.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 文 “여성독립운동가 발굴이 광복의 완성”… 강주룡·제주 해녀 언급

    文 “여성독립운동가 발굴이 광복의 완성”… 강주룡·제주 해녀 언급

    “남녀 차별 없이 독립운동 역사 쓸 것” 정부, 5월 여성독립운동가 202명 발굴 그중 26명에게 서훈·유공자 표창 수여문재인 대통령은 15일 제73주년 광복절 경축사에서 깊이 묻힌 여성 독립운동가의 발굴이 ‘또 하나의 광복의 완성’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지난 5월 202명의 여성 독립유공자를 발굴했고 이날 이 중 26명에게 서훈과 유공자 표창을 했다. 문 대통령은 경축사에서 “여성들은 가부장제와 사회·경제적 불평등으로 이중 삼중의 차별을 당하면서도 불굴의 의지로 독립운동에 뛰어들었다”고 밝혔다. 이어 문 대통령은 “정부는 여성과 남성, 역할을 떠나 어떤 차별도 없이 독립운동의 역사를 발굴해 낼 것”이라며 “묻혀진 독립운동사와 독립운동가의 완전한 발굴이야말로 또 하나의 광복의 완성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평양 평원고무공장의 여성 노동자였던 강주룡 선생과 제주 해녀 항일운동의 시발점이었던 5명의 해녀를 대표적인 여성독립운동가로 언급했다. 노동계의 여장부로 불리던 강주룡 선생은 14세에 서간도로 이주해 혼인했지만 독립운동가였던 남편과 사별하고 평양 평원고무공장에서 일했다. 세계경제공황으로 타격을 입은 평양고무공업조합이 1930년 노동자 측에 임금의 17% 삭감을 일방적으로 통보하자 그는 일제와 결탁한 자본가를 비판하며 투쟁했다. 특히 1931년 5월 평원고무공장의 파업을 주도하던 중 일본 경찰의 개입으로 공장에서 쫓겨나자 을밀대 지붕으로 올라가 “여성해방, 노동해방”을 외치며 단식투쟁을 펼쳤다. 투옥된 그는 건강이상으로 보석 출감됐지만 병세가 악화돼 두 달 만에 숨을 거뒀다. 정부는 2007년에 건국훈장 애족장을 추서했다. 또 고차동, 김계석, 김옥련, 부덕량, 부춘화 등 5명의 해녀는 1931년 일본 관리들이 전복 등 해녀의 수확물을 헐값에 매수하고 제주도해녀조합을 어용화하려 하자 이듬해 1월 7일과 12일에 제주도 구좌면에서 항일 시위를 일으켰다. 시위가 제주 각지로 확산되면서 참여인원은 800여명으로 늘었고 3개월간 연인원 1만 7000명이 238회의 집회시위를 열었다. 결국 이들 5명은 당시 도사(島司)였던 다구치 데이키와 담판을 지었고 ‘지정판매 반대’ 등 해녀들의 8대 요구조건을 관철했다. 하지만 이후 일제의 민족운동가 검거를 저지하려다 체포돼 3개월가량 옥고를 치렀다. 정부는 2003년 이들에게 건국포장을 추서했으며 현재 구좌읍에는 제주해녀항일운동기념탑이 세워져 있다. 이런 여성 독립운동가의 활약에도 발굴은 미흡했던 게 사실이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전체 독립운동가 포상자 1만 4830명 중에 여성은 296명으로 2%에 불과했다. 최소 3개월의 수형·옥고 등 획일적인 포상 기준에다 남성에 비해 독립운동기록도 많지 않았다. 정부는 지난 4월 3개월 기준을 폐지하고 학생 독립운동가의 경우 정학 및 퇴학도 인정했다. 또 실형 여부보다 실질적인 독립운동 활동을 포상의 기준으로 삼았다. 그 결과 이날 포상자 177명 중 여성이 14.7%(26명)였다. 문 대통령이 이날 서울 용산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광복절 경축식에서 직접 포상한 5명의 독립유공자 중에는 허은 선생도 포함됐다.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 [전문] 문 대통령 광복절 경축사…“남북평화 정착이 진정한 광복”

    [전문] 문 대통령 광복절 경축사…“남북평화 정착이 진정한 광복”

    문재인 대통령은 15일 “정치적 통일은 멀었더라도 남북 간에 평화를 정착시키고 자유롭게 오가며 하나의 경제 공동체를 이루는 것이 우리에게 진정한 광복”이라고 말했다.문 대통령은 이날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제73주년 광복절 및 제70주년 정부수립 기념 경축식에 경축사를 통해 “우리의 생존과 번영을 위해 반드시 분단을 극복해야 한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다음은 경축사 전문.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독립유공자와 유가족 여러분, 해외동포 여러분, 오늘은 광복 73주년이자 대한민국 정부수립 70주년을 맞는 매우 뜻깊고 기쁜 날입니다. 독립 선열들의 희생과 헌신으로 우리는 오늘을 맞이할 수 있었습니다. 마음 깊이 경의를 표합니다. 독립유공자와 유가족께도 존경의 말씀을 드립니다. 구한말 의병운동으로부터 시작한 우리의 독립운동은 3·1운동을 거치며 국민주권을 찾는 치열한 항전이 되었습니다.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중심으로 우리의 나라를 우리의 힘으로 건설하자는 불굴의 투쟁을 벌였습니다. 친일의 역사는 결코 우리 역사의 주류가 아니었습니다. 우리 국민들의 독립투쟁은 세계 어느 나라보다 치열했습니다. 광복은 결코 밖에서 주어진 것이 아닙니다. 선열들이 죽음을 무릅쓰고 함께 싸워 이겨낸 결과였습니다. 모든 국민이 평등하게 힘을 모아 이룬 광복이었습니다. 그리하여 광복의 그날 우리는 모두가 어울려 목이 터져라 만세를 불렀습니다. 우리는 그 사실에 높은 자긍심을 가져도 좋을 것입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오늘 광복절을 기념하기 위해 우리가 함께하고 있는 이곳은 114년 만에 국민의 품으로 돌아와 비로소 온전히 우리의 땅이 된 서울의 심장부 용산입니다. 일제강점기 용산은 일본의 군사기지였으며 조선을 착취하고 지배했던 핵심이었습니다. 광복과 함께 용산에서 한미동맹의 역사가 시작되었습니다. 한국전쟁 이후 용산은 한반도 평화를 이끌어온 기반이었습니다. 지난 6월 주한미군사령부의 평택 이전으로 한미동맹은 더 굳건하게 새로운 시대를 맞이했습니다. 이제 용산은 미국 뉴욕의 센트럴파크와 같은 생태자연공원으로 조성될 것입니다. 2005년 선포된 국가공원 조성계획을 이제야 본격적으로 추진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대한민국 수도 서울의 중심부에서 허파역할을 할 거대한 생태자연공원을 상상하면 가슴이 뜁니다. 그처럼 우리에게 아픈 역사와 평화의 의지, 아름다운 미래가 함께 담겨있는 이곳 용산에서 오늘 광복절 기념식을 갖게 되어 더욱 뜻깊게 생각합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용산이 오래도록 우리 곁으로 돌아오지 못했던 것처럼 발굴하지 못하고 찾아내지 못한 독립운동의 역사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특히 여성의 독립운동은 더 깊숙이 묻혀왔습니다. 여성들은 가부장제와 사회, 경제적 불평등으로 이중삼중의 차별을 당하면서도 불굴의 의지로 독립운동에 뛰어들었습니다. 평양 평원고무공장의 여성노동자였던 강주룡은 1931년 일제의 일방적인 임금삭감에 반대해 높이 12미터의 을밀대 지붕에 올라 농성하며 “여성해방, 노동해방”을 외쳤습니다. 당시 조선의 남성 노동자 임금은 일본 노동자의 절반에도 못 미쳤고 조선 여성노동자는 그의 절반도 되지 못했습니다. 죽음을 각오한 저항으로 지사는 출감 두 달 만에 숨을 거두고 말았지만 2007년 건국훈장 애국장을 받았습니다. 1932년 제주 구좌읍에서는 일제의 착취에 맞서 고차동, 김계석, 김옥련, 부덕량, 부춘화 다섯 분의 해녀로 시작된 해녀 항일운동이 제주 각지 800명으로 확산되었고 3개월 동안 연인원 1만7천명이 238회에 달하는 집회시위에 참여했습니다. 지금 구좌에는 제주해녀 항일운동기념탑이 세워져 있습니다. 정부는 지난 광복절 이후 1년 간 여성 독립운동가 이백 두 분을 찾아 광복의 역사에 당당하게 이름을 올렸습니다. 그 중 스물여섯 분에게 이번 광복절에 서훈과 유공자 포상을 하게 되었습니다. 나머지 분들도 계속 포상할 예정입니다. 광복을 위한 모든 노력에 반드시 정당한 평가와 합당한 예우를 받게 하겠습니다. 정부는 여성과 남성, 역할을 떠나 어떤 차별도 없이 독립운동의 역사를 발굴해낼 것입니다. 묻혀진 독립운동사와 독립운동가의 완전한 발굴이야말로 또 하나의 광복의 완성이라고 믿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대한민국은 우리 국민 모두가 각자의 자리에서 힘을 보태 함께 만든 나라입니다. 정부수립 70주년을 맞는 오늘, 대한민국은 세계적으로 자랑스러운 나라가 되었습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식민지에서 해방된 국가들 가운데 우리나라처럼 경제성장과 민주주의 발전에 함께 성공한 나라는 없습니다. 세계 10위권의 경제강국에 촛불혁명으로 민주주의를 되살려 전 세계를 경탄시킨 나라, 그것이 오늘의 대한민국의 모습입니다. 분단과 참혹한 전쟁, 첨예한 남북대치 상황, 절대빈곤, 군부독재 등의 온갖 역경을 헤치고 이룬 위대한 성과입니다. 아직 부족한 부분이 많지만 전 세계에서 우리만큼 역동적인 발전을 이룬 나라가 많지 않다는 사실만큼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입니다. 선대들뿐만 아니라 이 시대를 살고 있는 모든 세대가 함께 이뤄냈습니다. 우리는 우리의 위상과 역량을 스스로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나 외국에 나가보면 누구나 느끼듯이 한국은 많은 나라들이 부러워하는 성공한 나라이고 배우고자 하는 나라입니다. 그 사실에 우리 스스로 자부심을 가졌으면 합니다. 그리고 그 자부심으로 우리는 새로운 70년의 발전을 만들어가야 할 것입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지금 우리는 우리의 운명을 스스로 책임지며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을 향해가고 있습니다. 분단을 극복하기 위한 길입니다. 분단은 전쟁 이후에도 국민들의 삶속에서 전쟁의 공포를 일상화했습니다. 많은 젊은이들의 목숨을 앗아갔고 막대한 경제적 비용과 역량소모를 가져왔습니다. 경기도와 강원도의 북부지역은 개발이 제한되었고 서해 5도의 주민들은 풍요의 바다를 눈앞에 두고도 조업할 수 없었습니다. 분단은 대한민국을 대륙으로부터 단절된 섬으로 만들었습니다. 분단은 우리의 사고까지 분단시켰습니다. 많은 금기들이 자유로운 사고를 막았습니다. 분단은 안보를 내세운 군부독재의 명분이 되었고 국민을 편 가르는 이념갈등과 색깔론 정치, 지역주의 정치의 빌미가 되었으며 특권과 부정부패의 온상이 되었습니다. 우리의 생존과 번영을 위해 반드시 분단을 극복해야 합니다. 정치적 통일은 멀었더라도 남북 간에 평화를 정착시키고 자유롭게 오가며 하나의 경제공동체를 이루는 것, 그것이 우리에게 진정한 광복입니다. 저는 국민들과 함께 그 길을 담대하게 걸어가고 있습니다. 전적으로 국민들의 힘 덕분입니다. 제가 취임 후 방문한 11개 나라, 17개 도시의 세계인들은 촛불혁명으로 민주주의와 정의를 되살리고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어가는 우리 국민들에게 깊은 경의의 마음을 보냈습니다. 그것이 국제적 지지를 얻을 수 있는 강력한 힘이 되었습니다. 가장 먼저 트럼프 대통령과 만나 한미동맹을 ‘위대한 동맹’으로 발전시킬 것을 합의했습니다. 평화적 방식으로 북핵문제를 해결하기로 뜻을 모았습니다. 독일 메르켈 총리를 비롯해 G20의 정상들도 우리 정부의 노력에 전폭적 지지를 표명했습니다. 아세안 국가들과도 ‘더불어 잘사는 평화 공동체’를 함께 만들어가기로 했습니다. 시진핑 주석과는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더욱 발전시키기로 했고 지금 중국은 한반도 평화에 큰 역할을 해주고 있습니다. 푸틴 대통령과는 남북러 3각 협력을 함께 준비하기로 했습니다. 아베 총리와도 한일관계를 미래지향적으로 발전시켜나가고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번영을 위해 긴밀하게 협력하기로 했습니다. 그 협력은 결국 북일관계 정상화로 이끌어 갈 것입니다. ‘판문점 선언’은 그와 같은 국제적지지 속에서 남북 공동의 노력으로 이뤄진 것입니다. 남과 북은 우리가 사는 땅, 하늘, 바다 어디에서도 일체의 적대행위를 중단하기로 했습니다. 지금 남북은 군사당국간 상시 연락채널을 복원해 일일단위로 연락하고 있습니다. ‘분쟁의 바다’ 서해는 군사적 위협이 사라진 ‘평화의 바다’로 바뀌고 있고 공동번영의 바다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판문점 공동경비구역의 비무장화, 비무장지대의 시범적 감시초소 철수도 원칙적으로 합의를 이뤘습니다. 남북 공동의 유해발굴도 이뤄질 것입니다. 이산가족 상봉도 재개되었습니다. 앞으로 상호대표부로 발전하게 될 남북공동연락사무소도 사상 최초로 설치하게 되었습니다. 대단히 뜻깊은 일입니다. 며칠 후면 남북이 24시간 365일 소통하는 시대가 열리게 될 것입니다. 북미 정상회담 또한 함께 평화와 번영으로 가겠다는 북미 양국의 의지로 성사되었습니다. 한반도 평화와 번영은 양 정상이 세계와 나눈 약속입니다.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이행과 이에 상응하는 미국의 포괄적 조치가 신속하게 추진되길 바랍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이틀 전 남북고위급회담을 통해 ‘판문점 회담’에서 약속한 가을 정상회담이 합의되었습니다. 다음 달 저는 우리 국민들의 마음을 모아 평양을 방문하게 될 것입니다. ‘판문점 선언’의 이행을 정상 간에 확인하고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함께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으로 가기 위한 담대한 발걸음을 내딛을 것입니다. 남북과 북미 간의 뿌리 깊은 불신이 걷힐 때 서로 간의 합의가 진정성 있게 이행될 수 있습니다. 남북 간에 더 깊은 신뢰관계를 구축하겠습니다. 북미 간의 비핵화 대화를 촉진하는 주도적인 노력도 함께 해 나가겠습니다. 저는 한반도 문제는 우리가 주인이라는 인식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남북관계 발전은 북미관계 진전의 부수적 효과가 아닙니다. 오히려 남북관계의 발전이야말로 한반도 비핵화를 촉진시키는 동력입니다. 과거 남북관계가 좋았던 시기에 북핵 위협이 줄어들고 비핵화 합의에까지 이를 수 있던 역사적 경험이 그 사실을 뒷받침 합니다. 완전한 비핵화와 함께 한반도에 평화가 정착되어야 본격적인 경제협력이 이뤄질 수 있습니다. 평화경제, 경제공동체의 꿈을 실현시킬 때 우리 경제는 새롭게 도약할 수 있습니다. 우리 민족 모두가 함께 잘 사는 날도 앞당겨질 것입니다. 국책기관의 연구에 따르면 향후 30년 간 남북 경협에 따른 경제적 효과는 최소한 170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합니다.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재개에 철도연결과 일부 지하자원 개발사업을 더한 효과입니다. 남북 간에 전면적인 경제협력이 이뤄질 때 그 효과는 비교할 수 없이 커질 것입니다. 이미 금강산 관광으로 8천9백여 명의 일자리를 만들고 강원도 고성의 경제를 비약시켰던 경험이 있습니다. 개성공단은 협력업체를 포함해 10만 명에 이르는 일자리의 보고였습니다. 지금 파주 일대의 상전벽해와 같은 눈부신 발전도 남북이 평화로웠을 때 이뤄졌습니다. 평화가 경제입니다. 군사적 긴장이 완화되고 평화가 정착되면 경기도와 강원도의 접경지역에 통일경제특구를 설치할 것입니다. 많은 일자리와 함께 지역과 중소기업이 획기적으로 발전하는 기회가 될 것입니다. ‘판문점 선언’에서 합의한 철도, 도로 연결은 올해 안에 착공식을 갖는 것이 목표입니다. 철도와 도로의 연결은 한반도 공동번영의 시작입니다. 1951년 전쟁방지, 평화구축, 경제재건이라는 목표 아래 유럽 6개국이 ‘유럽석탄철강공동체’를 창설했습니다. 이 공동체가 이후 유럽연합의 모체가 되었습니다. 경의선과 경원선의 출발지였던 용산에서 저는 오늘, 동북아 6개국과 미국이 함께 하는 ‘동아시아철도공동체’를 제안합니다. 이 공동체는 우리의 경제지평을 북방대륙까지 넓히고 동북아 상생번영의 대동맥이 되어 동아시아 에너지공동체와 경제공동체로 이어질 것입니다. 그리고 이는 동북아 다자평화안보체제로 가는 출발점이 될 것입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독립유공자와 유가족 여러분, 해외동포 여러분, 식민지로부터 광복, 전쟁을 이겨내고 민주화와 경제발전을 이뤄내기까지 우리 국민들은 매 순간 최선을 다해왔습니다. 국민들이 기적을 만들었고 대한민국은 공정하고 정의로운 나라로 가고 있습니다. 독립의 선열들과 국민들은 반드시 광복이 올 것이라는 희망 속에서 서로를 격려하며 고난을 이겨냈습니다. 한반도 비핵화와 경제 살리기라는 순탄하지 않은 과정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지만 지금까지처럼 서로의 손을 꽉 잡으면 두려울 것이 없습니다. 한반도 평화와 번영은 우리가 어떻게 하냐에 달렸습니다. 낙관의 힘을 저는 믿습니다. 광복을 만든 용기와 의지가 우리에게 분단을 넘어선, 평화와 번영이라는 진정한 광복을 가져다 줄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이미혜의 발길따라 그림따라] 풍경의 이면

    [이미혜의 발길따라 그림따라] 풍경의 이면

    광복절이다. 이명박·박근혜 정권 때 보수 우익은 광복절을 건국절로 하자는 주장을 펼쳐 이에 반대하는 학계, 진보 진영과 대립했다. 프랑스에서도 국경일을 놓고 보수와 진보가 대립한 일이 있었다. 1789년의 대혁명은 프랑스 국기와 국경일에 아로새겨져 있다. 공화파가 자유, 평등, 박애의 상징으로 치켜들었던 삼색기는 프랑스 국기가 되었고, 바스티유 습격이 일어났던 7월 14일은 국경일이 됐다.1870년 7월 나폴레옹 3세는 프러시아에 선전포고를 했다. 그의 기대와 달리 보불전쟁은 두 달 만에 프랑스의 참패로 끝났다. 황제는 영국으로 도망쳤고 아무도 이 사태에 책임지지 않았다. 이후 혼란 속에 시행된 1871년 2월 선거에서 농민층의 불안을 이용해 왕당파가 압승을 거두었다. 이 왕당파가 굴욕적인 휴전 협상과 왕정복고를 추진하자 파리의 노동자들은 보수 정부에 반대해 봉기했다. 파리는 해방구가 됐고 코뮌이 선포됐다. 정부는 적국인 프러시아보다 자국의 노동자들을 한층 더 두려워한 탓에 군대를 동원해 ‘파리 코뮌’을 잔인하게 진압했다. 보수 우익은 혁명의 기억을 지우려 했다. 삼색기를 왕정의 상징인 백합 문양 기로 교체하려 했고, 7월 14일을 기념하는 것도 금지했다. 1878년 정부는 6월 30일을 ‘평화와 노동의 날’이라는 국경일로 정하고 대대적으로 축하했다. 거리마다 삼색기가 나부꼈고 프랑스는 패전과 코뮌의 상처를 딛고 화합과 번영의 길로 나아가는 듯했다. 하지만 인위적인 국경일을 만들고 그럴듯하게 포장한다고 해서 민중이 흘린 피가 쉽게 지워지겠는가. 이 그림은 바로 그해에 그려졌다. 마네는 아틀리에에서 밖을 내다본다. 거리에는 여름 햇살이 가득하고 마차와 행인들이 오간다. 왼편에는 건설공사 현장이 보이고 하단에는 사다리를 멘 인부의 머리가 흘낏 보인다. 우리의 시선은 사다리 위쪽 목발 짚은 남자에게 쏠린다. 보불전쟁의 상이용사일까? 파리 코뮌에서 살아남은 노동자일까? 그의 구부정한 뒷모습이 환호하듯 나부끼는 깃발과 대조된다. 1879년 선거에서 다수당이 된 공화파는 왕당파의 조치에 대한 반격에 나섰다. 1880년에 7월 14일을 국경일로 되돌렸고 오늘날에 이르고 있다. 미술평론가
  • 이재명 “공공건설공사 원가공개 2015년부터 소급적용”

    이재명 “공공건설공사 원가공개 2015년부터 소급적용”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공공건설공사 비리 원천 봉쇄를 위해 최근 4년간 계약체결을 완료한 사업까지 원가공개 대상을 확대한다고 14일 밝혔다. 이 지사는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건설공사 원가공개 대상을 ‘향후 9월 1일부터 계약하는 10억 이상 공사’에서 ‘과거 2015년 1월 1일부터 소급 확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2015년 1월 1일부터 현재까지 계약 체결된 10억원 이상 공공건설공사는 133건으로 전체 금액은 3253억원에 달한다. 이어 “과거 4년간 건설공사의 설계내역서, 계약(변경)내역서, 하도급내역서, 원하도급대비표가 추가 공개되면 공공건설의 투명성을 높이는 귀중한 자료가 될 것”이라며 덧붙였다. 이 지사는 “27세에 취업한 청년이 수도권에서 내 집 하나 장만하는데 왜 15년에서 25년이나 걸리는지, 왜 그 기간은 점점 늘어만 가는지 의문”이라면서 “우리 사회 뿌리 깊은 불평등의 구조는 어디서 기인하고,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요. 경기도민이 맡겨주신 권한으로 오늘 당장 할 수 있는 일부터 시작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경기도는 오는 9월 1일부터 2015년 1월 1일 이후 계약체결 된 경기도 및 소속기관 소관 계약금액 10억원 이상 건설공사의 설계내역서, 계약(변경)내역서, 하도급내역서, 원하도급대비표까지 공사 착수일로부터 7일 이내에 경기도홈페이지에 공개할 계획이다. 종전에는 발주계획, 입찰공고, 개찰결과, 계약현황, 대가지급 현황만 공개했었다. 앞서 이 지사는 지난달 27일 “원가공개로 공사비 부풀리기를 막겠다”며 다음달 1일부터 도 및 직속 기관이 발주하는 계약금액 10억원 이상의 건설공사 원가를 공개하기로 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건설업계에서는 영업비밀 노출 등을 이유로 반발 움직임을 보인다. 김병철 기자 kbchul@seoul.co.kr
  • 文 “입국장 면세점 도입 검토하라”

    중견·중소기업 혜택 방안 지시 문재인 대통령은 13일 “입국장의 혼잡 등 부작용 대응 방안까지 포함해서 입국장 면세점 도입 방안을 검토해 주기 바란다”고 지시했다. 문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혁신이 특별한 것이 아니라 경제와 국민 생활의 크고 작은 불합리와 불평등을 바로잡는 것이 혁신”이라면서 이렇게 밝혔다. 오랫동안 민원이 제기돼 온 입국장 면세점 문제를 규제혁신 차원에서 과감히 검토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국민 불편 해소는 물론 내수 진작도 감안한 것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해외여행 3000만명 시대를 눈앞에 두고 있는데도 입국장 면세점이 없어서 (관광객들이) 시내나 공항 면세점에서 산 상품을 여행 기간 내내 휴대하는 불편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관광수지 적자가 해마다 늘고 국민의 국내 소비 증가보다 해외 소비 증가율이 몇 배 높다”고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입국장 면세점 도입은 해외여행을 하는 국민 불편을 덜고 해외 소비 일부를 국내 소비로 전환할 수 있다”며 “외국인들의 국내 신규 소비를 창출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우리와 왕래가 많은 일본과 중국에서도 이미 도입했고 확대하는 추세라고 한다”며 “관계 부처는 중견·중소기업들에 혜택이 많이 돌아갈 수 있도록 다양한 방안을 함께 검토해 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 실·국장 장애인공무원 고작 9명…주요직위에도 5.4%

    50개 중앙부처 임용된 장애인공무원 4967명 중 실·국장급 고위공무원은 고작 9명(0.2%)에 불과했다. 인사혁신처는 이런 내용이 담긴 ‘장애인공무원 인사관리·근무여건 개선을 위한 실태 및 인식조사 결과’를 13일 발표했다. 지난 5월말부터 50개 중앙부처에서 근무하는 인사담당자와 장애인공무원 4967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했다. 중앙부처 정규직 공무원이고 교사나 경찰 등은 조사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장애인공무원의 직급은 주로 7급 이하 하위직공무원에 편중됐다. 중앙부처에서 실장이나 국장에 속하는 장애인공무원 비율은 0.2%로 전체 국가공무원 중에서 고위공무원단이 차지하는 비율(0.6%)보다 낮았다. 이들은 주로 하위직에 편중된 경향을 보였다. 7급에 상당하는 직급을 가진 장애인공무원이 33.2%로 가장 많았다. 8급(22.5%), 9급(11%)까지 포함해 7급 이하 하위직이 66.7%로 대다수를 차지했다. 부처에서 핵심기능을 수행하는 ‘주요직위’에 임용된 장애인공무원도 266명(5.4%)에 불과했다. 주요직위는 직무의 중요도와 난도가 높아 공무원의 역량개발과 경력발전을 위해 선호되는 부서 내의 직위로 기관장이 실·국별로 1개 부서를 정한다. 국가인권위원회의 기획업무나 국가보훈처 인사·감사·조직업무, 법제처의 법제심사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각 기관 인사담당자들을 상대로 장애인 채용의 적극도를 조사한 결과 5점 만점에 3.8점 정도인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65.3%가 장애인 채용에 “적극적인 편”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중증장애인 경력채용과정에서 인사담당자들은 장애인에게 적합한 직무를 찾는데 어려움(71.4%)을 호소하고 있었다. 채용된 장애인의 근무태도나 대인관계에 대한 만족도는 5점 만점에 3.8점, 생산성과 업무능력에 대한 만족도는 3.5점이었다. 장애인공무원의 평균 승진 소요연수는 비장애인 공무원보다 더 짧았다. 5급에서 4급으로 승진하는 데는 3개월, 6급에서 5급은 8개월, 7급에서 6급은 9개월, 9급에서 8급은 5개월 정도 평균적으로 더 적게 소요됐다. 한편 장애인공무원 중 남성이 4236명(83.1%)로 다수를 차지했다. 이에 대해 인사처는 “여성장애인이 지원하는 비율 자체가 적기 때문”이라면서 “앞으로 채용정보를 적극적으로 홍보하는 등 양성평등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오경진 기자 oh3@seoul.co.kr
  • [In&Out] 여성장애인의 지속가능한 스포츠 활동을 위하여/전혜자 대한장애인체육회 사무총장

    [In&Out] 여성장애인의 지속가능한 스포츠 활동을 위하여/전혜자 대한장애인체육회 사무총장

    대한민국의 여성장애인은 105만 3463명이다. 이들 여성장애인이 살아가는 데 가장 중요한 지원 사항은 무엇일까? 현재 국가에서는 여성장애인에게 임신과 출산, 육아에만 지원이 집중되어 있다. 그러나 삶에 있어서 가장 큰 자산은 건강이다.장애인 실태조사(2014, 보건복지부)에 의하면, 본인의 건강상태가 나쁘거나 매우 나쁘다고 응답한 여성장애인이 63.3%라는 수치는 건강권의 불평등에 대한 반증이기도 하다. 여성장애인에게도 건강은 매우 중요한 정책의 우선 대상이지만 스포츠 활동 참여에는 너무나 걸림돌이 많다. 이들은 대부분 스포츠 활동의 참여 기회가 부족한 환경에서 성장했다. 성인이 되어서도 결혼과 육아 등으로 스포츠 활동은 더욱 멀어져만 가고 있다. 여성장애인의 스포츠 활동을 위해서는 다양한 투자와 지원이 필요하다. 구체적으로는 첫째 체육시설이 확보되어야 한다. 저해요소 1위가 장소와 체육시설의 부족이다. 거주지역과 가까운 공공체육시설 또는 스포츠센터 등이 저비용으로 개방되어야 할 것이다. 둘째 여성스포츠 프로그램의 개발과 지원확대가 필요하다.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참여 기회를 확대하고, 스포츠 활동 바우처 운영과 가족프로그램 및 자녀보호 서비스 등의 지원이 동반되어야 한다. 셋째 여성스포츠의 전문성을 겸비한 지도자를 양성하고 배치하여야 한다. 그리고 여성지도자가 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제도가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넷째 여성장애인이 지속적으로 스포츠 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클럽이 활성화되고, 전담하는 조직이 강화되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여성장애인 스포츠선수의 활발한 미디어 노출이 필요하다. 지난 평창동계패럴림픽에서 ‘엄마의 힘’을 보여 준 노르딕스키 이도연의 도전하는 모습은 꿈과 희망의 아이콘으로 많은 공감을 얻었으며, 여성장애인의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줬다. 미디어를 통한 공감작용으로 여성장애인에 대한 새로운 이미지 창출과 인식전환의 효과를 누림과 동시에 여성장애인의 스포츠 활동에 대한 접근 기회 또한 더욱 많아질 것이다. 대한장애인체육회에서 실시한 생활체육참여 실태조사(2017년 말 기준) 결과에 따르면, 여성장애인의 스포츠 활동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고, 참여하는 활동은 달리기와 걷기(68.6%), 수영(8.6%), 웨이트트레이닝(3.9%), 스트레칭(3.5%), 등산(3.5%)으로 조사됐다. 참여의 증가라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종목이 적은 것은 여성장애인 스포츠 활동의 현주소다. 앞으로 여성장애인의 스포츠 활동 활성화를 위한 정책이 실현되어, 다양한 종목으로 참여가 확대되고 건강한 스포츠인으로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길 바란다.
  • 확산되는 ‘이스라엘 유대민족국가법’ 반대 시위

    확산되는 ‘이스라엘 유대민족국가법’ 반대 시위

    지난달 이스라엘 의회를 통과한 유대민족국가법에 반발하는 대규모 항의 시위가 11일(현지시간) 최대 도시 텔아비브 중심가에서 벌어졌다. 이날 시위에는 아랍계 이스라엘인뿐 아니라 유대인들도 ‘평등’이라고 적힌 팻말을 든 채 법안 반대 시위에 동참했다. ‘이스라엘은 유대인 국가’라고 천명한 이 법은 히브리어를 유일한 국어로 지정하고 아랍어를 공용어에서 제외했다. 이스라엘 전체 인구 900만명 중 20%에 달하는 아랍계 차별을 정당화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텔아비브 AFP 연합뉴스
  • 줄 잇는 최저임금 차등 적용 법안..정의당 “개악”

    줄 잇는 최저임금 차등 적용 법안..정의당 “개악”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에서 최저임금법 개정안이 잇따라 발의되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 국면에서 발생하는 몇몇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업종·연령 별로 구분해 적용하는 내용 등이 주로 담겼다. 이에 대해 정의당은 최저임금법 취지에 어긋나는 ‘개악’이라고 반발했다. 11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7월 이후 야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모두 9건의 최저임금법 일부개정안이 발의됐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장인 김학용 자유한국당 의원은 지난 10일 최저임금 결정을 격년제로 하고 업종별·연령별 차등적용을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은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김 의원은 “현행 최저임금위원회를 통한 결정과정이 이해당사자의 의견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고 단일 최저임금제도로 인한 구조적인 문제점에서 비롯됐다는 개선의 목소리가 높다”고 제안 이유를 설명했다. 같은 날 바른미래당 이언주 의원과 한국당 강효상 의원도 각각 사업 규모별·종류별 구분 적용과 지역·산업의 경제규모에 따라 차등 적용을 골자로 한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특히 강 의원은 시·도별로 최저임금위원회를 구성해 사업 종류별 최저임금을 중앙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정한 최저임금의 80~120% 범위 안에서 정할 수 있도록 제안했다. 농·축산업에 종사하는 외국인근로자에 초점을 맞춘 법안도 있다. 엄용수 한국당 의원이 발의한 법안은 농·축산업에 종사하는 외국인 노동자에 대해 최저임금법에 따른 최저임금이 아닌 농림축산식품부장관과 협의해 고시하는 최저임금을 적용하도록 했다. 엄 의원은 “농가 소득은 하락하는데 인건비 부담이 가중돼 고충이 크다”고 강조했다. 다만 이같은 최저임금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 여부는 불투명하다. 일단 정의당 정책위원회는 10일 환노위원장인 김 의원의 개정안에 대해 “소득불평등을 더욱 심화시키는 개악안”이라고 비판했다. 업종별·연령별 차등 적용 방안에 대해선 “임금 노동자들 사이의 분열과 갈등을 조장하려는 불순한 의도가 있다”고 지적했다. 매년 결정하던 최저임금을 2년에 한번 결정하는 제도로 바꾸는 안에 대해선 “물가 인상률 등 최저임금 인상요인을 무시하고 인상률을 기존의 절반 수준으로 억제하려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정책위원회는 “중소상공인을 힘들게하는 대기업들의 갑질과 가맹점 수수료, 높은 임대료, 카드 수수료 등의 문제점을 숨기는 것”이라며 “김 위원장의 최저임금법 개정안은 철회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유미 기자 seoy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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