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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朴 “경단녀 예방” vs 吳 “1인 가구 대책본부”… 젠더 폭력은 ‘겉핥기’

    朴 “경단녀 예방” vs 吳 “1인 가구 대책본부”… 젠더 폭력은 ‘겉핥기’

    朴 재취업 지원→경력단절 해소 진일보워킹맘 지원도 ‘남녀 일·생활 균형’ 전환전문가 “무상급식·돌봄 플랫폼 긍정적” 吳 전체의 34% ‘1인가구 5대 불안’ 해결안심소득, 근로유인 규모 먼저 확인해야여성 고용책 ‘기혼 유자녀’ 국한 아쉬움 여성 안전은 둘 다 ‘사후 대책’에만 주력4·7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성평등 실현 선거’가 될 것이란 전망이 많았지만, 부동산 개발 경쟁과 네거티브 선거운동으로 치달아 정작 젠더 공약은 주변부로 밀려났다. 특히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사건으로 관심을 모았던 여성 안전, 젠더 폭력 방지 대책과 관련해서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후보와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 모두 실효성 있는 공약을 제시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경력 단절 여성 등을 위한 고용 등에서는 진일보했다고 분석했다. 박 후보는 ‘여성 경력단절 해소를 위한 관점의 대전환’을 내세웠다. ‘재취업 지원’에서 ‘경력 단절 예방’으로, ‘워킹맘 지원’에서 ‘남녀 모두를 위한 일·생활 균형’으로의 전환을 꾀하는 게 핵심이다. 신경아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는 “여성에게만 전가되던 ‘육아’의 개념을 남녀 모두의 것으로 돌리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일과 육아의 균형을 꾀한 패러다임의 전환이 눈에 띈다”고 평가했다. 박 후보의 성평등임금공시제의 민간 확대 적용, 공공 구매 금액 중 일부를 여성 기업에 할당하는 여성기업 의무 구매 비율 제도도 호평을 받았다. 이진옥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여성정치세력민주연대) 연구위원은 “별도의 예산을 들이지 않고도 여성고용·창업을 증진시킬 수 있는 방안이라는 점에서 효과적”이라며 “다만 성차별이 일어난 기업과는 계약·조달에 임하지 않는 등 내용을 구체화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오 후보가 제안한 여성 고용정책은 기혼 유자녀 여성들에 국한됐다는 지적이다. 오 후보는 공공기관 비대면 근무 직종 여성 고용 확대, 주부 일자리 찾기 프로그램 강화 등을 공약했다. 신 교수는 “여성들에게만 비대면 탄력 근무직을 늘리는 것은 여성들을 주변적이고 단순한 작업에 종사하게 해 저품질 일자리로 내몰 수 있다”고 말했다. 젠더 폭력, 여성 안전에 대한 지원책은 두 후보 모두 사후 대책에만 주력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두 후보 공통 공약인 공무원 성비위 원스트라이크아웃제는 소송을 통해 복직이 가능한 현행 법 체계에선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다. 박 후보의 스마트 안심 호출기 지급, 오 후보의 여성안심귀가 서비스 등도 원룸·빌라 등 상대적으로 질이 낮은 주거 환경 속에 있는 여성들의 현실을 간과했다. 군소 후보들의 공약은 훨씬 급진적이다. 기본소득당 신지혜 후보, 미래당 오태양 후보, 진보당 송명숙 후보는 생활동반자 조례 제정을 약속했다. 윤김지영 건국대 몸문화연구소 교수는 “기존 부계 중심의 가족 제도를 넘어서 성평등 사회의 시작을 알리는 일”이라고 평가했다. 복지 분야 공약에서는 새로운 고용 형태와 1인 가구 증가 등 시대상을 반영한 맞춤형 공약이 주를 이룬다. 윤홍식 인하대 사회복지학 교수는 “오 후보는 보수 정당 소속으로 안심소득 등 담대한 공약을 내놓은 점을 높게 평가할 수 있으나 시장으로서 적절한 공약은 아니다”라고 총평했다. 반면 박 후보의 무상급식과 돌봄플랫폼 공약 등에는 “서울시장으로서 실현 가능한 최대치”라고 평가했다. 박 후보는 연간 200억원으로 서울시 공·사립 유치원 어린이 7만 5000명에게 중식·간식·우유를 제공하는 유치원 무상급식 공약을 내놨다. 한창근 성균관대 사회복지학 교수는 “10년 전 무상급식 반대에 시장직을 걸었던 오 후보 공격용으로 내놓은 정치적 목적의 정책”이라면서도 “저출산·고령화 문제 해결을 위해 사회가 공동으로 아이를 키운다는 관점에서 유치원 비용을 모두 지원하는 방향이 옳다”고 평가했다. 박 후보는 ‘21분 콤팩트 시티’ 공약의 일환으로 원스톱 헬스케어 개념을 제시했다. 동네 병원과 약국 중심으로 우리 동네 주치의 제도를 만들고 대형병원과 연결해 어디서든 21분 내 고품질 의료서비스를 받게 하는 게 핵심이다. 또 문재인 정부의 일자리 정책과 발맞춘 특수고용·플랫폼노동자와 프리랜서 고용보험료 지원 강화도 주요 공약이다. 오 후보의 서울시민 안심소득제 시범 실시는 기본소득을 둘러싼 논쟁과도 맞닿아 있다. 4인 가구 기준 연 6000만원(중위소득 100%) 이하 200가구를 선정해 안심소득(6000만원)에 미달하는 금액 50%를 서울시가 보장한다. 하후상박의 선별지급 방식으로 연간 40억원의 예산으로 200가구에 시범사업 후 내용을 평가해 확대 여부를 결정하는 구조다. 박기성 성신여대 경제학 교수 “현재의 생계급여 제도는 일자리를 제안받아도 지원이 줄어들 것을 우려해 일을 포기할 가능성이 크지만, 안심소득은 일한 만큼 수입이 추가로 늘어나 근로유인이 발생한다”고 평가했다. 특히 “일단 시범사업을 통해 근로유인이 얼마나 되는지를 먼저 확인한다는 설계가 바람직하다”고 했다. 청년 복지에는 중위소득 120% 이하 청년에게 월 20만원을 10개월 동안 지원하는 월세 지원을 약속했다. 오 후보는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1인 가구를 위해 ‘안심특별대책본부’를 설치해 안전, 질병, 빈곤, 외로움, 주거 등 1인 가구 5대 불안을 해결한다는 계획이다. 윤김 교수는 “전체 가구의 33.9%에 달하는 서울시 1인 가구의 삶의 질에 대한 고민이 있다”고 평가했다. 손지은 기자 sson@seoul.co.kr이근아 기자 leegeunah@seoul.co.kr이슬기 젠더연구소 기자 seulgi@seoul.co.kr
  • ‘미국판 변희수’는 강제전역 없었다

    ‘미국판 변희수’는 강제전역 없었다

    오늘 ‘국제 트랜스젠더 가시화의 날’‘트랜스젠더는 왜 군인이 될 수 없나’라는 질문을 우리에게 던진 고 변희수 전 육군 하사. 그녀가 미군이었다면 어떤 삶을 살았을까. 서울신문은 31일 ‘국제 트랜스젠더 가시화의 날’(International Transgender Day of Visibility)을 맞아 트랜스젠더로 미군에 복무 중인 부사관 리앤 위스로를 서면으로 인터뷰했다. 가시화의 날은 2009년 미국에서 트랜스젠더의 삶을 알리기 위해 처음 만들어졌다. 성전환을 이유로 군에서 강제 전역당한 변 전 하사와 달리 위스로는 미군의 얼굴인 공보 담당 부사관이자 차별방지위원으로 활약하고 있다. 위스로는 2010년 ‘이언’(Ian)이라는 남자 이름으로 일리노이주 방위군에 입대했다. 2013년엔 한국에서 열린 한미 연합군사연습 을지 프리덤 가디언(UFG)에도 참여하는 등 본토와 해외를 오가며 미군으로서 활발한 활동을 했다. 그는 남성의 외형을 갖고 태어났지만 자신의 성별 정체성을 여성이라 느껴 왔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2016년 트랜스젠더의 입대를 허용하자 그는 감췄던 성 정체성을 드러내는 커밍아웃을 결심했다. 위스로는 “수년간 정체성을 고민해 오다 해외 파병을 나갔던 2015년 확신을 갖게 됐다”면서 “진정한 내 모습으로 복무할 수 있게 돼 굉장히 신났다”고 회상했다. 기쁨도 잠시였다. 1년 만에 그는 절망에 빠졌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2017년 취임 후 ‘군대 내 트랜스젠더를 금지하겠다’는 트윗을 날렸다. 위스로는 “많은 부대 동료들에게 여성이라고 커밍아웃을 했기에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었다”면서 “경력이 여기서 끝났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하지만 미군은 그를 강제로 쫓아내지 않았다. 보수적인 트럼프 행정부조차 이미 입대한 트랜스젠더 군인의 복무는 허용했다. 오히려 위스로는 군 의료진과 지휘부의 도움으로 2019년 성확정(성전환) 절차를 밟을 수 있었다. 동료들은 이언을 여자 이름인 리앤(LeAnne)으로 부르기 시작했다. 그는 호르몬 치료를 받으면서도 남성의 체력 기준을 충족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위스로는 “감사하게도 지난 5년 동안 많은 동료들이 나의 성전환을 응원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운이 좋았다”고 했다. 일리노이주 방위군은 지난해 11월 공식 페이스북 계정에 그의 이야기를 ‘이달의 군 가족’ 사연으로 소개하기도 했다. 커밍아웃 후에도 군인으로서의 삶은 변함없었다. 위스로는 2019년 합동군사훈련 이거 라이언, 2020년 알래스카에서 아크틱 이글 훈련에 참여했다. 육군 표창 메달, 육군 업적 메달도 받았다. 트랜스젠더 미군과 퇴역군인을 지원하는 비영리단체 스파르타(SPART*A)에서도 활동 중인 위스로는 “나는 단편적인 사례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는 “미군뿐만 아니라 전 세계 동맹국에서 트랜스젠더 군인들이 훌륭하게 복무하고 있다”며 “성 정체성을 이유로 이들을 배제하는 건 군 전체의 사기를 떨어뜨리고 군대가 지켜야 하는 포용, 평등과 같은 가치를 훼손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새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 1월 트랜스젠더의 입대를 다시 허용했다. ‘트랜스젠더는 군 복무에 적합하지 않다’는 편견과 싸워 온 위스로와 동료들의 생각이 옳다고 인정했다. 위스로는 동료가 될 또 다른 ‘변희수’, ‘리앤’의 입대를 기다리고 있다. 김주연 기자 justina@seoul.co.kr
  • “경단녀 예방” 朴 vs. “1인 가구 대책본부” 吳…젠더 폭력은 겉핥기

    “경단녀 예방” 朴 vs. “1인 가구 대책본부” 吳…젠더 폭력은 겉핥기

    [4·7 재보선-공약 평가] <3> 서울시장 후보 여성·사회보장 분야4·7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성평등 실현 선거’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왔지만, 부동산 개발 경쟁과 네거티브 선거운동으로 치달아 정작 젠더 공약은 주변부로 밀려났다. 특히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사건으로 관심을 모았던 여성 안전, 젠더 폭력 방지 대책과 관련해서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후보와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 모두 실효성 있는 공약을 제시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경력 단절 여성 등을 위한 고용 등에서는 진일보했다고 분석했다. 박 후보는 ‘여성 경력단절 해소를 위한 관점의 대전환’을 내세웠다. ‘재취업 지원’에서 ‘경력 단절 예방’으로, ‘워킹맘 지원’에서 ‘남녀 모두를 위한 일·생활 균형’으로의 전환을 꾀하는 게 핵심이다. 신경아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는 “여성에게만 전가되던 ‘육아’의 개념을 남녀 모두의 것으로 돌리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일과 육아의 균형을 꾀한 패러다임의 전환이 눈에 띈다”고 평가했다. 박 후보의 성평등임금공시제의 민간 확대 적용, 공공 구매 금액 중 일부를 여성 기업에 할당하는 여성기업 의무 구매 비율 제도도 호평을 받았다. 이진옥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여성정치세력민주연대) 연구위원은 “별도의 예산을 들이지 않고도 여성고용·창업을 증진시킬 수 있는 방안이라는 점에서 효과적”이라며 “다만 성차별이 일어난 기업과는 계약·조달에 임하지 않는 등 내용을 구체화했으면 좋겠다”고 했다.오 후보가 제안한 여성 고용정책은 기혼 유자녀 여성들에 국한됐다는 지적이다. 오 후보는 공공기관 비대면 근무 직종 여성 고용 확대, 주부 일자리 찾기 프로그램 강화 등을 공약했다. 신 교수는 “여성들에게만 비대면 탄력 근무직을 늘리는 것은 여성들을 주변적이고 단순한 작업에 종사하게 해 저품질 일자리로 내몰 수 있다”고 말했다. 젠더 폭력 지원책은 사후 대책에만 주력해 아쉬워 젠더 폭력, 여성 안전에 대한 지원책은 두 후보 모두 사후 대책에만 주력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두 후보 공통 공약인 공무원 성비위 원스트라이크아웃제는 소송을 통해 복직이 가능한 현행 법 체계에선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다. 박 후보의 스마트 안심 호출기 지급, 오 후보의 여성안심귀가 서비스 등도 원룸·빌라 등 상대적으로 질이 낮은 주거 환경 속에 있는 여성들의 현실을 간과했다. 군소 후보들의 공약은 훨씬 급진적이다. 기본소득당 신지혜 후보, 미래당 오태양 후보, 진보당 송명숙 후보는 생활동반자 조례 제정을 약속했다. 윤김지영 건국대 몸문화연구소 교수는 “기존 부계 중심의 가족 제도를 넘어서 성평등 사회의 시작을 알리는 일”이라고 평가했다. 시대상 반영한 맞춤형 공약 눈에 띄지만 세부 공약은 의견 분분복지 분야 공약에서는 새로운 고용 형태와 1인 가구 증가 등 시대상을 반영한 맞춤형 공약이 주를 이룬다. 윤홍식 인하대 사회복지학 교수는 “오 후보는 보수 정당 소속으로 안심소득 등 담대한 공약을 내놓은 점을 높게 평가할 수 있으나 시장으로서 적절한 공약은 아니다”라고 총평했다. 반면 박 후보의 무상급식과 돌봄플랫폼 공약 등에는 “서울시장으로서 실현 가능한 최대치”라고 평가했다. 박 후보는 연간 200억원으로 서울시 공·사립 유치원 어린이 7만 5000명에게 중식·간식·우유를 제공하는 유치원 무상급식 공약을 내놨다. 한창근 성균관대 사회복지학 교수는 “10년 전 무상급식 반대에 시장직을 걸었던 오 후보 공격용으로 내놓은 정치적 목적의 정책”이라면서도 “저출산·고령화 문제 해결을 위해 사회가 공동으로 아이를 키운다는 관점에서 유치원 비용을 모두 지원하는 방향이 옳다”고 평가했다. 박 후보는 ‘21분 콤팩트 시티’ 공약의 일환으로 원스톱 헬스케어 개념을 제시했다. 동네 병원과 약국 중심으로 우리 동네 주치의 제도를 만들고 대형병원과 연결해 어디서든 21분 내 고품질 의료서비스를 받게 하는 게 핵심이다. 또 문재인 정부의 일자리 정책과 발맞춘 특수고용·플랫폼노동자와 프리랜서 고용보험료 지원 강화도 주요 공약이다.오 후보의 서울시민 안심소득제 시범 실시는 기본소득을 둘러싼 논쟁과도 맞닿아 있다. 4인 가구 기준 연 6000만원(중위소득 100%) 이하 200가구를 선정해 안심소득(6000만원)에 미달하는 금액 50%를 서울시가 보장한다. 하후상박의 선별지급 방식으로 연간 40억원의 예산으로 200가구에 시범사업 후 내용을 평가해 확대 여부를 결정하는 구조다. 박기성 성신여대 경제학 교수 “현재의 생계급여 제도는 일자리를 제안받아도 지원이 줄어들 것을 우려해 일을 포기할 가능성이 크지만, 안심소득은 일한 만큼 수입이 추가로 늘어나 근로유인이 발생한다”고 평가했다. 특히 “일단 시범사업을 통해 근로유인이 얼마나 되는지를 먼저 확인한다는 설계가 바람직하다”고 했다. 청년 복지에는 중위소득 120% 이하 청년에게 월 20만원을 10개월 동안 지원하는 월세 지원을 약속했다. 오 후보는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1인 가구를 위해 ‘안심특별대책본부’를 설치해 안전, 질병, 빈곤, 외로움, 주거 등 1인 가구 5대 불안을 해결한다는 계획이다. 윤김 교수는 “전체 가구의 33.9%에 달하는 서울시 1인 가구의 삶의 질에 대한 고민이 있다”고 평가했다. 손지은 기자 sson@seoul.co.kr 이근아 기자 leegeunah@seoul.co.kr 이슬기 젠더연구소 기자 seulgi@seoul.co.kr
  • 한미관계 돌아본 외교원장, ‘가스라이팅’에 비유한 이유는

    한미관계 돌아본 외교원장, ‘가스라이팅’에 비유한 이유는

    김준형 원장, ‘영원한 동맹이라는 역설’ 출간일방적 한미관계를 가스라이팅 상태로 빗대“미국이 압도당해 스스로 제어할 필요 없어”동맹 강화 필요...다만 군사 측면 강조 안 돼외교부 당국자 “한미동맹은 우리 외교 근간”김준형 국립외교원장이 한미관계 150년 역사를 되짚어보는 책을 내면서 ‘가스라이팅’이란 표현을 써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 출범 이후 문재인 정부가 한미 공조 강화에 역점을 두고 있는 상황에서 현 정부 인사가 이와 상반되는 듯한 용어를 언급하는 것은 정책의 혼선을 야기할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김 원장이 최근 펴낸 저서 ‘영원한 동맹이라는 역설’ 소개글에는 “한국은 오랜 시간 불균형한 한미관계를 유지하느라 애쓴 탓에 합리적 판단을 할 힘을 잃었고 그에 대한 문제의식조차 희박해진 상황”이라고 나와 있다. 그러면서 “한국의 관성을 일방적인 한미 관계에서 초래된 가스라이팅 상태”라고 진단했다. 이 책은 1882년 미국과 체결한 불평등 조약인 조미수호통상조약부터 2019년 하노이 회담까지 한미관계가 어떻게 변화돼 왔는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다만 양국 관계를 가스라이팅으로 규정짓는듯한 표현이 부각되면서 과거를 돌아보고 새로운 한미관계의 발판을 마련해보자는 취지는 자취를 감춰버린 형국이다. 그도 그럴 것이 가스라이팅은 다른 사람의 심리나 상황을 조작해 그 사람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하는 행위를 뜻하는 심리학 용어로 부정적인 어감이 강하다. 김 원장은 이날 통화에서 “미국이 음모를 가지고 우리를 조정했다는 게 아니라, 미국에 압도당해 우리가 지나치게 알아서 스스로 제어하는 것을 말한 것”이라면서 “국익에 입각해 상식적으로 미국과 ‘딜’(거래)를 할 수 있고 미국과 의견이 다르더라도 우리의 의견을 개진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현 정부가 가스라이팅 상태라는 뜻이 아니라 과거에 그런 현상이 있었다는 것”이라며 “일부 인사가 북한이 우리를 가스라이팅한다고 한 것에 대한 반박 논리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김 원장은 책에서 “이러한 ‘동맹 중독’을 극복하고 상호적 관계를 회복하는 것만이 건강한 한미관계를 만들어가는 길”이라며 새로운 동맹 관계를 제시했는데 ‘중독’이란 표현도 도마에 올랐다. 이에 대해 그는 “한미관계는 깊어지는 게 늘 바람직하지만 동맹의 군사적 측면이 강조되면 결과적으로 우리의 대외 환경이 안 좋아진다”면서 “마치 (군사)동맹이 없으면 우리나라가 살아남지 못하는 것처럼 비약하는 건 안 된다”고 말했다. 분리 불안감 같은 중독 현상에서 벗어나 우리의 군사력, 경제력에 맞게 행동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현 정부의 ‘연정’(연세대 정치외교학과) 라인으로 분류되는 김 원장은 한동대 교수 출신으로 문재인 정부의 신남방·신북방 정책 등 외교 틀을 마련하는 데 기여한 전략가이다. 김 원장의 책이 논란이 되자 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김) 원장이 어떻게 기술했던간에 우리 정부의 기본 입장은 분명하다”면서 “한미동맹은 우리 외교의 근간이며 지금까지 한반도 문제를 포함해 지역 및 세계의 평화·번영·발전을 위해 큰 기여를 해왔고, 앞으로도 더 굳건한 동맹으로 발전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 설훈 의원, ‘셀프 특혜’ 민주유공자 예우법 발의 철회

    설훈 의원, ‘셀프 특혜’ 민주유공자 예우법 발의 철회

    ‘운동권 셀프 특혜’ 논란이 불거진 민주유공자 예우법 제정안이 30일 철회됐다. 법안을 대표 발의한 더불어민주당 설훈 의원은 보도자료를 통해 “법안에 대한 논란 등을 고려해 오늘 오후 국회 의안과에 철회 요구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일명 ‘민주화운동 특별법’으로 불린 예우법은 유신 반대 투쟁과 6월 항쟁에 참여한 민주화 유공자와 그 가족에게 학비 면제, 취업 지원, 의료 지원, 주택 구입·임차 대부 등 각종 혜택을 제공하는 것이 골자다. 지원 대상으로 민주화 운동을 이유로 유죄 판결, 해직, 퇴학 처분을 받은 사람까지도 포함했다. 민주당의 운동권 출신 의원 중 이에 해당하는 이력을 가진 이들이 적지 않다는 점에서 ‘셀프 특혜’라는 비판이 나왔다. 이 법안은 지난 20대 국회에서도 민주당 우원식 의원의 대표발의로 추진됐다. 하지만 운동권 자녀 등에게 취업 특혜를 준다는 반발이 제기되면서 입법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다만 이 법안은 민주화 운동 관련자 중 사망, 행방불명, 장애등급을 받은 자를 유공자로 정하도록 해 국회의원 중에선 해당하는 사람이 한 명도 없다는 것이 우원식 의원 측 설명이다. 지원 대상자 선정 과정이 모호하고, 혜택이 지나치게 많다는 점도 쟁점이었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우 의원 발의안과 관련해 향후 5년간 총 58억원의 재정이 소요될 것으로 분석했다. 설훈 의원이 발의한 법안에는 20대 때보다 더 많은 범여권 의원들이 공동발의자로 이름을 올렸다. 해당 법안에는 김두관, 황운하 의원 등 민주당 의원 68명을 비롯해 민주당 출신 무소속 의원 3명, 열린민주·정의당 소속 각 1명 등 총 73명이 이름을 올렸다. 지난 20대 국회 발의 법안의 공동발의 인원은 20여명이었다. 민주유공자로서 한때 민주당에 몸담았던 김영환 전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이 나라에서 민주주의를 무너뜨린 자들이 벌이는 이 위선과 후안무치를 어찌해야 하나”라며 “광주 민주화운동 유공자를 오늘로 반납한다”고 적었다. 국민의힘 황규환 중앙선대위 부대변인은 해당 법안에 대해 “역사를 이용해 사익을 꾀하고, 민주화 열사들이 지키고자 했던 공정, 자유, 평등의 가치를 훼손하는 부끄러운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고 변희수 하사가 미군이었다면…미국은 트랜스젠더가 ‘조직의 얼굴’

    고 변희수 하사가 미군이었다면…미국은 트랜스젠더가 ‘조직의 얼굴’

    ‘트랜스젠더는 왜 군인이 될 수 없나’라는 질문을 우리에게 던진 고 변희수 전 육군 하사. 그녀가 미군이었다면 어떤 삶을 살았을까. 서울신문은 31일 ‘국제 트랜스젠더 가시화의 날’을 맞아 트랜스젠더로 미군에 복무 중인 부사관 리앤 위스로를 서면으로 인터뷰했다. 성전환을 이유로 군에서 강제 전역 당한 변 전 하사와 달리, 위스로는 미군의 얼굴인 공보 담당 부사관이자 군 내 차별방지위원으로 활약하고 있다. 위스로는 2010년 ‘이안(Ian)’이라는 남자 이름으로 일리노이주 방위군에 입대했다. 2013년엔 한국에서 열린 한미 연합군사연습 을지 프리덤 가디언(UFG)에도 참여하는 등 조국 안팎에서 굵직한 업무를 수행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2016년 트랜스젠더의 입대를 허용하자 그는 감췄던 성 정체성을 드러내는 커밍아웃을 결심했다. 위스로는 “수년간 정체성을 고민해오다 해외 파병을 나갔던 2015년 확신을 갖게 됐다”면서 “진정한 내 모습으로 복무할 수 있게 돼 굉장히 신났다”고 회상했다. 기쁨도 잠시였다. 1년 만에 그는 절망에 빠졌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2017년 취임 후 ‘군대 내 트랜스젠더를 금지하겠다’는 트윗을 날렸다. 위스로는 “많은 부대 동료들에게 여성이라고 커밍아웃을 했기에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었다”면서 “경력이 여기서 끝났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하지만 미군은 그를 강제로 쫓아내지 않았다. 보수적인 트럼프 행정부조차 이미 입대한 트랜스젠더 군인의 복무는 허용했다. 오히려 위스로는 군 의료진과 지휘부의 도움을 받은 덕에 2019년 성확정(성전환) 절차를 밟을 수 있었다. 동료들은 이안을 리앤(LeAnne)으로 부르기 시작했다. 그는 호르몬 치료를 받으면서도 남성의 체력 기준을 충족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위스로는 “감사하게도 지난 5년 동안 많은 동료들이 나의 성전환을 응원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운이 좋았다”고 했다. 일리노이주 방위군은 지난해 11월 공식 페이스북 계정에 그의 이야기를 ‘이달의 군 가족’ 사연으로 소개하기도 했다. 커밍아웃 후에도 군인으로서 삶은 변함 없었다. 위스로는 2019년 합동군사훈련 이거 라이온(Eager Lion), 2020년 알래스카에서 아크틱 이글(Arctic Eagle) 훈련에 참여했다. 육군 표창 메달, 육군 업적 메달도 받았다. 트랜스젠더 미군과 퇴역군인을 지원하는 비영리단체 스파르타(SPART*A)에서도 활동 중인 위스로는 “나는 단편적인 사례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는 “미군뿐만 아니라 전 세계 동맹국에서 트랜스젠더 군인들이 훌륭하게 복무하고 있다”며 “성 정체성을 이유로 이들을 배제하는 조치는 군 전체의 사기를 떨어뜨리고 군대가 지켜야 하는 포용, 평등과 같은 가치를 훼손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새로 들어선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 1월 트랜스젠더의 입대를 다시 허용했다. 위스로와 동료들이 ‘트랜스젠더는 군 복무에 적합하지 않다’는 편견과 싸워 이긴 성과를 인정한 조치다. 위스로는 동료가 될 또 다른 ’변희수’, ‘리앤’의 입대를 기다리고 있다. 미국은 트랜스젠더 입대 재허용…고 변희수 하사는 복직 소송 미국이 최근 트랜스젠더의 군 복무를 다시 허용하면서 한국군도 트랜스젠더를 인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고 변희수 전 육군 하사의 강제전역 취소 소송에서 사법부가 전역 처분을 바로 잡고, 국방부도 관련 규정을 개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변 전 하사가 숨졌지만 복직 소송은 계속되고 있다. 공동변호인단은 다음달 15일 첫 변론기일이 열리기 전까지 유가족이 소송을 이어받겠다는 수계 신청서를 대전지방법원에 제출할 예정이다. 재판부가 유족들의 수계 신청을 받아들인다면 트랜스젠더가 현역으로 복무하기 적합한지가 재판의 주요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공동변호인단은 미국 등 해외 선진국들이 트랜스젠더의 군 복무 적합성을 인정했다고 강조한다. 앞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1월 트랜스젠더의 군 복무를 전면 허용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미국은 2016년부터 군사문제 싱크탱크 랜드연구소에서 트랜스젠더의 군 복무를 위한 제도 개선을 연구했다. 연구에 따르면 트랜스젠더의 복무가 군 준비태세와 의료 비용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동변호인단 김보라미 변호사는 통화에서 “바이든 행정부가 내린 행정명령에는 ‘트랜스젠더 군인이 군대 운영에 영향을 주지 않으며 오히려 군대를 포용적이고 강하게 만든다’는 점이 언급됐다”면서 “이스라엘도 성전환 수술, 호르몬 치료 등 의료비용까지 지원한다”고 말했다. 반면 한국은 변 전 하사의 커밍아웃 이후 1년이 흐른 지금까지 관련 연구가 전무했다. 지난해 1월 정경두 당시 국방부 장관이 “성소수자에 대한 명확한 기준 자체가 군에 없기 때문에 정책적으로 발전시켜 나가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말로만 그쳤다. 여전히 군인사법 시행규칙상 성전환 수술을 ‘심신장애’로 규정해 강제 전역시키는 점은 변함이 없다. 때문에 성 정체성에 따른 선택을 심신장애로 적용하는 게 과연 타당하냐는 지적이 계속 제기되고 있다. 변 전 하사가 사망하고 반향이 커지자 군은 뒤늦게 반응했다. 서욱 국방부 장관은 지난 16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트랜스젠더의 군 복무를 위한 연구가 있었느냐”는 더불어민주당 김병주 의원의 질문에 “아직은 없는데 이제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향후 한국국방연구원(KIDA) 주도로 트랜스젠더 복무를 위한 비용 추계와 작전성 검토 등 전반적인 연구가 진행될 전망이다. 군 역사상 처음으로 실시되는 연구인 만큼 KIDA 내부에서도 관심이 많은 분위기로 전해졌다. 현재 관련 연구 조직 및 예산을 편성하는 단계로 이르면 올해 하반기부터 연구에 착수할 전망이다.다만 트랜스젠더 복무 논란이 또다시 수면 아래로 가라앉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또 군의 연구 결과가 트랜스젠더의 복무를 거부할 근거로 사용돼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군인권센터 관계자는 “군의 연구 언급이 말로 끝나지 않고 실제 정책으로 반영될 수 있도록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주연 기자 justina@seoul.co.kr이주원 기자 starjuwon@seoul.co.kr
  • 문 대통령 “경제 빠르게 회복 중...불평등 최소화에 심혈 기울일 것”

    문 대통령 “경제 빠르게 회복 중...불평등 최소화에 심혈 기울일 것”

    문재인 대통령이 “경제가 빠르고 강하게 회복하고 있다”며 “이 추세를 더 살려 경기회복의 시간표를 최대한 앞당기고 불평등을 최소화하는 포용적 회복에 심혈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30일 문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여러 국제기구가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상향조정하고 있으며 수출·투자·소비심리 지수도 코로나 이전 수준을 회복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특히 문 대통령은 “이번 추경도 포용적 회복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4차 재난지원금 지급에 속도를 내달라. 새로 추가된 농어민 지원금도 신속히 집행해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문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법정 최고금리를 20%로 인하하는 이자제한법 시행령 의결에 대해 “208만명에 달하는 고금리 채무자들의 이자 부담이 줄어들 것”이라며 “국민과 한 약속을 지켜 매우 기쁘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소급적용이 되지 않아 이번 조치의 혜택을 받기 어려운 분들을 위해 20% 미만의 금리로 3000억원을 지원하고, 햇살론 금리도 17.9%에서 15.9%로 낮출 것”이라고 후속조치를 소개했다. 그러면서 “서민금융 확대로 2017년 말 93만명 이상이던 채무 불이행자가 지난달 80만명으로 감소했다. 코로나 상황에서 이룬 성과”라며 “금융이 서민의 삶을 지키는 역할을 톡톡히 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지난 1년 위기를 버티는 데에도 금융의 역할이 매우 컸다. 금융계에 감사드린다”고 덧붙였다. 임효진 기자 3a5a7a6a@seoul.co.kr
  • “내 흉터가 애국심이다” 셔츠 벗은 아시아계 퇴역 미군

    “내 흉터가 애국심이다” 셔츠 벗은 아시아계 퇴역 미군

    미국 내 아시아계 차별에 대한 규탄 목소리가 끊이지 않는 가운데 한 아시아계 퇴역 군인이 군복무 중 생긴 흉터를 공개하며 ‘미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강조하는 모습이 온라인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29일(현지시간) BBC 등에 따르면 오하이오주 웨스트체스터의 선출직 공무원 리 웡(69)은 지난주 열린 타운홀 미팅에서 인종차별을 주제로 연설하던 중 셔츠 단추를 풀기 시작했다. 그가 “애국심이 어떻게 생겼는지 보여 주겠다. 여기 내 증거가 있다”고 말하며 옷을 들어 올리자 가슴을 가로지르는 듯한 커다란 흉터가 선명하게 나타났다. 웡은 이 흉터가 미군 복무 중 생긴 것이라며 “사람들은 내가 이 나라에 얼마나 충성적인지 의문을 제기했고, 내가 충분히 미국인 같지 않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 헌법에 모든 사람이 똑같고 평등하다고 적시돼 있다”며 “누가 우등하고 열등하다고 얘기해선 안 된다”고 했다. 웡은 1960년대에 미국으로 유학하러 온 뒤 미국 육군에서 20년 복무를 마치고 2005년부터 공무원 생활을 하고 있다. 그는 다른 인터뷰에서 “반세기 넘게 미국인으로 살고 있는 현재까지 여전히 차별을 받고 있다”며 아시아인에 대한 차별을 멈춰야 한다고 밝혔다. 그의 연설은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다. 네티즌들은 ‘아시아 증오를 그만두라’는 해시태그(#StopAsianHate)를 달아 영상을 공유하고 “애국심을 증명하기 위해 영혼까지 까발려야 한다는 게 가슴 아프다”고 했다.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
  • 첫 기재부 관료 출신 정책실장… 보선 뒤 정세균·홍남기 바뀔 듯

    첫 기재부 관료 출신 정책실장… 보선 뒤 정세균·홍남기 바뀔 듯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장관급)이 ‘전세보증금 인상 논란’으로 낙마하면서 문재인 정부 들어 처음으로 기획재정부 관료 출신인 이호승(행시 32회) 신임 실장이 경제정책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게 됐다. 문 대통령은 지금껏 장하성·김수현·김상조 실장에 이르기까지 개혁 성향 학자 출신들을 중용해 기재부를 비롯한 경제부처와의 견제와 균형을 도모했다는 점에서 ‘이호승 체제’의 정책기조에 관심이 쏠린다. ●현안 이해도 높은 정책통… ‘닮고 싶은 상사’로 신망 두터워 김 실장의 경질이 전격적이었다는 점에서 후임을 물색할 시간이 없었지만, 인수인계가 필요 없을 만큼 현 정부의 정책현안에 대한 이해도가 깊다는 점에서 정책의 연속성을 우선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임기 말 정책사령탑으로서 국정과제를 매듭짓고, 공직사회를 장악하려면 그만 한 적임자가 없다는 것이다. 유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은 “재난지원금, 한국판 뉴딜, 부동산 정책 등 경제 정책 전반에 대한 깊은 이해를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광주 동신고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이 실장은 4년 만에 1급(일자리기획비서관)부터 차관급(기재부 1차관·경제수석)을 거쳐 장관급(정책실장)까지 탄탄대로를 걸을 만큼 문 대통령의 신뢰가 두텁다. 기재부의 요직을 거쳤고 ‘닮고 싶은 상사’에 세 차례 선정될 만큼 신망도 두터운 편이다. 지난 연말 이후 개각 때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의 후임으로 거론되기도 했다. ●文 인사 스타일 변화 조짐… 장수 장관 포함 중폭 이상 개각설 친정에 복귀했던 6개월을 제외하면 줄곧 청와대 정책실을 지켰기에 큰 틀에서 정책기조의 전환은 없을 것이란 평가가 우세하다. 그는 이날 브리핑에서 ▲코로나 위기 극복 및 조기 일상 회복 ▲기술과 국제질서의 변화 속 선도국가 도약 ▲불평등 완화 및 사회안전망과 사람에 대한 투자 강화 등 3가지 정책과제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의 사실상 경질에 이어 김 실장의 전격 낙마에 이르기까지 문 대통령의 인사스타일에도 변화 조짐이 보이면서 후속 인사 시기·폭에도 관심이 쏠린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4·7 재보궐 선거 직후 대권 행보를 본격화할 것이 확실시되는 데다 ‘시한부 유임’된 변 장관의 후임 인사는 물론 앞선 개각에서 예상을 깨고 유임됐거나 장수 장관들도 교체 가능성이 거론되는 만큼 중폭 이상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재직 2년 3개월째인 홍 부총리 역시 4차 재난지원금 지급이 완료되는 시점에서 교체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이호승 청와대 정책실장은 ▲전남 광양(56) ▲광주 동신고 ▲서울대 경제학과 ▲행시 32회 ▲기획재정부 경제분석과장·종합정책과장 ▲국제통화기금(IMF) 파견 ▲기획재정부 정책조정심의관·미래사회정책국장·미래경제전략국장·정책조정국장·경제정책국장 ▲청와대 일자리기획비서관 겸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 기획단장 ▲기획재정부 1차관 ▲청와대 경제수석
  • ‘대한항공 땅콩 회항 피해자’ 박창진, 정의당 신임 부대표 선출

    ‘대한항공 땅콩 회항 피해자’ 박창진, 정의당 신임 부대표 선출

    이른바 ‘대한항공 땅콩 회항’ 사건의 피해자였던 박창진 후보가 정의당의 새 부대표로 29일 선출됐다. 정의당은 권리당원 48.57%(1만 1271명)가 투표에 참여한 가운데 박 후보가 54.04%(5846표)의 득표율로 설혜영 후보를 꺾고 부대표에 당선됐다고 밝혔다. 박 신임 부대표는 “특권과 불평등에 맞서는 정치, 수많은 ‘을’들과 연대하는 진보 정치의 기본으로 다시 돌아가겠다”고 밝혔다. 대한항공 사무장 출신인 박 후보는 2017년 정의당에 입당, 21대 총선에서 정의당 비례대표 8번을 받았으나 당선권에 들지 못했다. 지난해 당대표 선거에 도전했다가 낙마했다. 땅콩 회항 사건은 2014년 12월 조양호 전 대한항공 회장의 장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뉴욕발 대한항공 1등석에서 이륙 준비를 하던 도중 기내에서 땅콩 ‘마카다미아’ 제공 서비스를 문제 삼으며 난동을 부려 비행기를 되돌려 수석 승무원인 사무장을 비행기에서 내리게 한 사건이다. 조 전 부사장의 이러한 행동으로 당시 같은 비행기에 탑승했던 250여명의 승객들이 20분가량 출발이 연착되는 불편을 겪었고 이후 재벌가 갑질 논란과 게이트를 떠난 항공기가 다시 게이트로 돌아오는 ‘램프 리턴’에 대한 항공법 저촉 여부 등으로 국제적으로도 큰 논란이 됐다. 그러나 이후 대한항공은 조 전 부사장을 옹호하며 책임을 승무원에게 떠넘기는 사과문을 발표해 비난 여론이 거세졌고 결국 조 전 부사장은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여주시, 수도권 광역철도 비전으로 수도권관문 역할 강화 나선다

    여주시, 수도권 광역철도 비전으로 수도권관문 역할 강화 나선다

    경기 여주시가 수도권과 비수도권을 잇는 국토균형발전 교두보 역할을 자처하고 나섰다. 이항진 시장은 29일 시청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수도권 철도 교통중심지 성장계획’ 등 수도권광역 철도 관련 비전을 설명했다. 이 시장은 기후변화 대응과 2050년 탄소 중립 달성, 경제회복 견인을 위해 한국판 그린뉴딜 추진 중심에 철도가 있다며, 탄소 배출량이 적고 에너지 효율이 높은 철도 중심의 교통체계 전환의 당위성을 설명하면서 여주시도 이러한 현안에 적극적으로 동승하겠다고 밝혔다. 여주시에는 경강선과 중부내륙선 수서~광주선이 경유하고 여주역, 세종대왕릉역, 가남역이 위치해있다. 여기에 추가로 강천역 유치를 추진 중인만큼 정부가 추진 중인 전국 동서축 1시간대, 남북축 2시간대 단축을 위해 일반철도 고속화(260km/hr)사업이 모두 해당되는 도시다. 여주시는 대도시와 30분 내로 연결되는 수도권광역급행철도 GTX-D노선이 유치될 경우 20~30분대 광역생활권이 형성되고 이는 수도권지역에 양질의 주택공급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여주시는 성장 잠재력 확대로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상생 발전과 국토 균형발전의 중심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올해 착공해 2025년 말 개통될 월판선(월곶~판교)이 향후 성남 판교~여주선, 여주~원주선, 원주~강릉선과 연결되고 KTX 이음(260km/hr) 고속열차가 운행되는 시점에 맞춰 상업?문화시설이 공존하는 여주역 복합환승센터 민자 유치도 적극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지난 2019년 대도시권광역교통위원회에서 발표한 서부권 급행철도 계획 일환인 수도권 광역급행철도 중 GTX-D노선에 여주가 포함될 수 있도록 사전 타당성 용역도 추진 중이다. 특히 하남에서 광주까지 신설(18km)하고 경기광주역~ 이천~여주 기존 경강선을 이용(41km)해 연결하는 여주시 안이 얼마 전까지는 경제성 확보가 쉽지 않은 상황이었으나 지난해 7월 김윤덕 국회의원 등 12명의 의원이 발의한 ‘대도시권 광역교통 관리에 관한 특별법’ 개정 추진으로 가능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 여주시는 여주~원주 전철 복선화가 지난 해 12월 타당성 재조사 통과해 확정된 만큼 강천역 신설 타당성조사 용역을 추진하고 지난달 1일 국토부에 강천역 신설을 건의해 곧 타당성 검증 용역을 시행할 예정이다. 강천역이 신설되면 여주~원주 간 21.95km 무정차에 따른 교통 불평등 및 사회적 갈등이 해소될 뿐 아니라 여주시 관광 자원 활용, 지역 균형 발전 활성화에 밑거름이 될 것으로 여주시는 기대하고 있다. 또한 경강선을 중심으로 수도권과 강원권 균형적 도시개발도 가능할 것으로 전망하는 여주시는 신설될 강천역 주변지역 난개발 방지하고 계획적인 지역 개발을 위해 강천역세권개발 구상 용역을 강천역 신설과 함께 추진할 계획이다. 한편 GTX-D노선, 수도권·비수도권 광역급행철도망 연결이 실현 될 수 있도록 원주시와 긴밀한 협조를 추진 중인 여주시는 지난 3일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광주시·이천시와 함께 공동으로 ‘수도권광역급행철도 도입방안 국회토론회’를 개최하는 등 인접 시군과도 협조체제를 구축했다. 오는 4월 1일에는 여주역 광장에서 ‘GTX 유치를 위한 건의문 공동서명식’을 신동헌 광주시장, 엄태준 이천시장과 함께 여주역에서 개최하고 공동서명식 후에는 이재명 도지사에게 공동건의문을 전달할 계획이다. 신동원 기자 asadal@seoul.co.kr
  • 1급~장관급 ‘탄탄대로’… 관료출신 첫 靑정책실장 이호승

    1급~장관급 ‘탄탄대로’… 관료출신 첫 靑정책실장 이호승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이 ‘전세보증금 인상 논란’으로 낙마하면서 문재인 정부 들어 처음으로 기획재정부 관료 출신인 이호승(행시 32회) 신임 실장이 경제정책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게 됐다. 문 대통령은 지금껏 장하성·김수현·김상조 실장에 이르기까지 개혁 성향 학자 출신들을 중용해 기재부를 비롯한 경제부처와의 견제와 균형을 도모했다는 점에서 ‘이호승 체제’의 정책기조에 관심이 쏠린다. 김 실장의 경질이 전격적이었다는 점에서 후임을 물색할 시간도 없었지만, 인수인계가 필요 없을 만큼 현 정부의 정책현안에 대한 이해도가 깊다는 점에서 정책의 연속성을 우선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임기 말 정책사령탑으로서 국정과제를 매듭짓고, 공직사회를 장악하려면 그만 한 적임자가 없다는 것이다. 유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은 “재난지원금, 한국판 뉴딜, 부동산 정책 등 경제 정책 전반에 대한 깊은 이해를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광주 동신고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이 실장은 4년 만에 1급(일자리기획비서관)부터 차관급(기재부 1차관·경제수석)을 거쳐 장관급(정책실장)까지 탄탄대로를 걸을 만큼 문 대통령의 신뢰가 두텁다. 기재부의 요직을 거쳤고 ‘닮고 싶은 상사’에 세 차례 선정될 만큼 신망도 두터운 편이다. 지난 연말 이후 개각 때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의 후임으로 거론되기도 했다. 친정에 복귀했던 6개월을 제외하면 줄곧 청와대 정책실을 지켰기에 큰 틀에서 정책기조의 전환은 없을 것이란 평가가 우세하다. 그는 이날 브리핑에서 ▲코로나 위기 극복 및 조기 일상 회복 ▲기술과 국제질서의 변화 속 선도국가 도약 ▲불평등 완화 및 사회안전망과 사람에 대한 투자 강화 등 3가지 정책과제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의 사실상 경질에 이어 김 실장의 전격 낙마에 이르기까지 문 대통령의 인사스타일에도 변화 조짐이 보이면서 후속 인사 시기·폭에도 관심이 쏠린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4·7 재보궐 선거 직후 대권 행보를 본격화할 것이 확실시되는 데다 ‘시한부 유임’된 변 장관의 후임 인사는 물론 앞선 개각에서 예상을 깨고 유임됐거나 장수 장관들도 교체 가능성이 거론되는 만큼 중폭 이상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재직 2년 3개월째인 홍 부총리 역시 4차 재난지원금 지급이 완료되는 시점에서 교체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 “인간은 협력하도록 진화…한국처럼 경쟁 치열한 사회는 인간 본성 역행”

    “인간은 협력하도록 진화…한국처럼 경쟁 치열한 사회는 인간 본성 역행”

    “인간의 본성은 이기적이고 욕심은 동기를 부여하기 때문에 좋은 것이라는 생각이 현대 자본주의 기저에 깔렸다. 인간이 이기적이라는 비관적 시각은 권력을 가진 자들을 정당화하기 위해 이용됐다. 서로 신뢰할 수 없어야 통제권을 쥔 정점에 있는 사람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네덜란드를 대표하는 젊은 사상가이자 저널리스트 뤼트허르 브레흐만(33)은 서울신문과의 서면 인터뷰에서 “인간은 서로 믿지 못할 때 권력의 통제 대상으로 전락한다”며 “인간은 협력하는 방향으로 진화해 왔다”고 주장했다. 최근 인문서 ‘휴먼카인드’(인플루엔셜)의 국내 번역판을 낸 브레흐만은 “자녀의 명문대 진학에 사활을 거는 한국은 경쟁이 치열한 사회지만, 성과 위주의 문화와 극심한 생존 경쟁은 인간의 선한 본성을 거스르는 것”이라며 “사람의 내재적 동기를 신뢰하는 교육으로 바꾸면 창의성과 역동성이 발휘되는 생기있는 사회를 만들 수 있다”고 했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인간은 악하다’는 주류 이론에 반기를 들면서 이런 믿음에 기여한 ‘스탠퍼드 교도소 실험’이 조작됐다는 점도 폭로한다. 1971년 필립 짐바르도 스탠퍼드대 교수가 주도한 실험은, 학생들에게 가상의 교도관과 죄수 역할을 맡겼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교도관들은 잔혹하게 죄수들을 징벌해 “일반인들도 괴물이 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짐바르도 교수가 원하는 결과를 이끌어내려고 교도관들에게 사전에 가혹행위를 하도록 강요해 이들이 스스로 악마로 변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는 “세상을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으로 규정한 토마스 홉스보다는 자연 상태로 살았을 때 평등하고 민주적인 사회에서 살았다는 장 자크 루소가 더욱 정확하게 보고 있다”며 “코로나19 같은 전염병도 결국 동물을 가축으로 길들여 생기가 된 문명의 산물”이라고 했다.선사시대 인류인 네안데르탈인은 호모 사피엔스(현생 인류)만큼 지능도 높았고 체력은 더 좋았다. 그럼에도 네안데르탈인이 멸종하고 호모 사피엔스가 살아남은 이유로 브레흐만은 협동 능력과 모방을 꼽았다. 그는 “인류는 서로가 서로에게서 배움으로써 똑똑해지고 모든 지식을 자식에게 전수해 문명을 이뤘다”고 강조했다. 또한 “인간과 다른 동물과 구분 짓는 요소가 협동 능력이고, 근본적으로는 우리의 친절함”이라며 “이 친절함이라는 ‘초능력’ 덕분에 우리는 다른 동물과 달리 협동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인간 본성이 선하다면 왜 제노사이드와 같이 끔찍한 일이 생길까. 그는 “끔찍한 일을 저지르는 인격을 형성하는 환경에 처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친절함은 무리 지으려는 속성과 맞닿아 있어 자신이 속한 무리 이외 집단에겐 혐오를 표출하기 쉽다”며 “제노사이드를 자행한 사람들도 본인은 역사의 옳은 편에 선다고 믿었다”고 했다. 그는 “1차 세계대전 당시 전선의 군인들보다 신문으로만 전쟁을 접한 사람들이 적을 더 미워했다”며 “접촉이야말로 증오와 차별, 편견에 맞서 싸울 최강의 무기”라고 강조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내 애국심 보여주마” 셔츠 벗어 흉터 보여준 아시아계 미국 공직자

    “내 애국심 보여주마” 셔츠 벗어 흉터 보여준 아시아계 미국 공직자

    “여러분에게 애국심에 대한 의문이 어떤 것인지 보여드리겠다.” 미국 오하이오주 웨스트체스터 시의회의 타운홀 모임 도중 리 웡(69) 주민평의회 의장이 아시아인에 대한 편견을 거론하던 중 갑자기 셔츠를 벗어 가슴에 난 커다란 흉터를 보여줘 소셜미디어에서 눈길을 사로잡았다. 한편에서는 아시아계에 대한 차별에 맞서 용기있게 발언했다며 반겼는데 다른 한편에서는 애국심이란 감정을 다른 이에게 보여주고 확인받는 일이 꼭 필요한 것이냐고 묻기도 한다. 그는 일어선 채 가슴을 보여줬다. 바로 옆 여성의 걱정스러운 눈길을 애써 무시하는 척했다. 그는 “여기 내 증거가 있다. 미군에서 복무하면서 얻은 상처다. 이런 애국심이면 충분한가“라고 물었다. 이어 사람들이 자신에게 미국에 충성하느냐고 묻는다면서 자신이 “미국인처럼 보이지 않아” 그런 것이라고 했다. 또 미국 헌법에 모든 국민은 평등하다고 규정돼 있다는 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웡은 열여덟 살이던 1960년대 말 미국에 유학을 왔으며 조롱과 신체적 위해를 경험했다고 폭스뉴스에 털어놓았다. 미군에서 20년을 복무했으며 2005년에 처음 선출직 공직에 임명됐다고 했다. 미국 전역에서 아시아계에 대한 공격이 벌어지고 이에 따라 많은 이들이 인종차별과 증오가 낳는 위험성을 걱정하고 있는데 많은 이들이 그의 동영상에 해시태그 #아시아인에대한증오를멈춰라(StopAsianHate)를 달며 응원의 뜻을 밝혔다. 한 누리꾼은 “경륜도 있고 성심을 다한 그와 같은 누군가가 영혼 깊숙이 감춰둔 얘기를 정곡을 찔러 지적했다는 점이 힘있고 가슴 떨린다”고 트위터에 적었다. 다른 누리꾼은 “숨이 멎을 것 같다. 이 남자는 벌떡 일어서 미국을 위해 싸우다 얻은 흉터를 보여주고 있다”고 했다. 코미디언이자 작가인 제니 양은 웡이 강력한 메시지를 밝혔다면서도 “위엄과 존경을 받을 만한 미국인이란 점을 증명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너무 나간 측면은 있지만 재미있다는 점은 인정했다. 참전용사인 만수르 샘스는 무슬림해병 사이트에 “어떤 미국인도 누군가에게 애국심을 증명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여러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자기 생각을 추가로 털어놓았다.1970년대에 시카고에서 아시아인이라는 이유로 얻어맞아 입원한 적이 있었다면서 반세기 넘게 미국에 살고 있는 지금도 여전히 언어 희롱에 고통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웡은 “식료품 가게에서 아빠와 함께 있던 꼬마가 나한테 ‘밖으로 나가라’고 하는 식”이라며 “그냥 어린 애라고 웃어넘기지만 애가 누구한테서 그런 것을 배웠겠느냐는 문제가 이면에 있다”고 지적했다. 또 “누군가 내게 다가와 충분히 미국인 같아 보이지 않는다고 말할 때면 심장이 흉기로 찔린 것처럼 아프다”고 털어놓았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사설] ‘법앞의 평등’ 원칙 뒤흔든 수사심의위

    검찰 수사심의위원회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프로포폴 불법 상습투약 의혹 수사를 중단해야 한다고 검찰 수사팀에 권고하기로 의결했다. 수사심의위의 이 부회장 관련 권고는 벌써 두 번째다. 지난해에도 경영권 불법승계 의혹과 관련해 불기소 권고를 의결한 바 있다. 수사팀이 수사심의위 권고를 꼭 따를 필요는 없지만 수사심의위는 왜 그리 이 부회장에게 관대한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이 부회장의 프로포폴 불법 상습투약 의혹 수사는 공익신고가 국민권익위에 접수되면서 시작됐다. 권익위는 지난해 1월 검찰에 공익신고 자료를 전달하면서 수사를 의뢰했다. 이 부회장 측은 “과거 병원에서 의사의 전문적 소견에 따라 치료를 받았으며 불법 투약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혐의를 부인해 왔다. 공익신고에서 이 부회장에게 프로포폴을 상습 투약했다고 거명된 강남의 한 성형외과 원장은 이 부회장 사건과 무관한 프로포폴 투약 혐의로 구속 기소돼 처벌을 받았다. 단지 재벌이라는 이유로 이 부회장에게 과도한 법적 책임을 부여해서도 안 되지만 이 부회장 아니라 그 누구도 ‘법 앞의 평등’이라는 법치주의를 위태롭게 하면서까지 보호받아서는 안 된다. 공익신고가 제보된 수사마저 중단해야 한다면 이 땅의 모든 프로포폴 불법투약 사범에 대한 수사는 현장에서 체포된 현행범이 아닌 한 모두 중단해야 하는 것 아닌가. 수사심의위는 국민적 관심이 집중된 특정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의 절차 및 결과를 객관적으로 평가해 국민적 신뢰를 높이자는 취지에서 도입됐는데, 오히려 이 제도가 법치주의의 근간을 흔든다면 존재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 특히 이 부회장 수사가 수사심의위 안건으로 적합한지를 두고 수사심의위 내부에서조차 크게 논란이 됐다는데, 이번 기회에 수사심의위 구성과 운영 방식에 대한 전면적 재검토가 필요하다.
  • [사건기자의 취재 중 생긴 일] ‘성평등’ 현수막이 정말 선거법 위반인가요

    [사건기자의 취재 중 생긴 일] ‘성평등’ 현수막이 정말 선거법 위반인가요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폭력 사건 피해자를 지원하는 ‘서울시장 위력 성폭력 사건 공동행동’은 다음달 7일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지난 9일 서울시 선거관리위원회에 연락했다. ‘보궐선거 왜 하죠? 우리는 성평등한 서울을 원한다’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 게시 행위가 공직선거법 위반에 해당하는지를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다음날 선관위는 선거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답변했다. 이에 공동행동은 현수막 문구를 ‘우리는 성평등에 투표한다’, ‘우리는 페미니즘에 투표한다’로 대신하겠다고 밝혔지만 선관위로부터 같은 답변을 들었다.선관위는 선거법 제90조를 근거로 제시했다. 이 조항은 누구든지 선거일 전 180일(보궐선거 등에서는 그 선거의 실시 사유가 확정된 때)부터 선거일까지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하기 위해 현수막을 포함한 시설물을 설치·진열·게시·배부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정당 명칭이나 후보자의 성명, 이를 유추할 수 있는 내용을 명시한 경우도 금지 대상이다. 그런데 최근 이 조항을 위반해 기소된 사건들과 비교하면 공동행동이 사용하려고 한 문구들이 선관위의 판단처럼 정당 명칭 또는 후보자의 성명을 유추할 수 있는 내용에 해당하는지는 생각해 볼 문제다. 지난해 총선 때 대구 북구 의원으로 출마한 후보자의 자원봉사자로 일한 A씨는 선거일 전에 후보자의 선거공보 및 선거벽보에 기재된 ‘확실한 지역발전’이라는 문구를 차용한 현수막과 후보자의 공약을 뜻하는 ‘복합문화스포츠센터 건립’이라는 문구가 기재된 현수막을 설치한 혐의로 기소돼 벌금 80만원을 선고받았다. B씨는 지난해 3월 부산 수영구 한 정당 사무실 앞에서 ‘거대야당 해체하라’는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1인 시위를 했다. 재판부는 일반 유권자들 입장에서 당시 B씨가 말한 ‘거대야당’이 어떤 정당을 의미하는지 용이하게 유추할 수 있고, ‘해체하라’는 문구도 해당 정당 및 그 후보자를 지지하지 말라는 내용임을 유추할 수 있는 점 등을 종합했을 때 B씨의 행위는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하기 위한 것’으로 간주된다며 벌금 50만원을 선고했다. 이와 같이 피고인들이 특정 후보자의 선거공보물에 기재된 문구를 차용하거나 후보자의 공약을 가리키는 글자를 적은 현수막을 게시하는 행위, 특정 정당을 가리키며 반대 또는 지지 의사를 표현하는 행위는 ‘정당 명칭·후보자의 성명을 유추할 수 있는 내용을 명시한 경우’로 간주됐다. 공동행동이 현수막에 기재하려고 했던 문구들이 과연 이런 경우에 해당하는지는 의문이다. 또 2011년 6월 24일 선고된 대법원 판례는 “단체가 선거 이전부터 지지·반대하여 온 특정 정책이 각 정당 및 선거에 출마하고자 하는 입후보 예정자들의 공약으로 채택되거나 정당·후보자 간 쟁점으로 부각된 정치적·사회적 현안을 말하는 이른바 선거 쟁점에 해당하게 되었다 하더라도 그런 사정만으로 그 특정 정책에 대한 단체의 지지·반대 활동이 전부 선거법에 의한 규제 대상이 된다고 할 수 없다”고 판시하고 있다. 선관위가 공동행동을 구성하는 여성단체들이 오래전부터 ‘성평등’ 실현을 위한 활동을 전개한 점 등 앞서 언급한 여러 사정을 고려했는지는 의문이다. 혹시 현수막 문구에 ‘투표’, ‘선거’라는 글자가 들어가는 사정만으로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하기 위한 행위로 판단한 게 아닐까. 선관위는 조만간 공식 입장을 정리해 발표하겠다고 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 26일 “선거법 제90조·제93조 등이 선거운동 및 유권자의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여 국민의 법 감정과 눈높이에 부합하지 못하고 지나치게 규제 위주라는 지적에 깊이 공감한다”며 “위원회는 선거운동과 표현의 자유를 최대한 확대하고 보장하는 내용으로 선거법 개정 의견을 국회에 이미 여러 차례에 걸쳐 제출한 바 있다. 이번 재보궐선거일 이후에도 각계 의견을 수렴하여 개정 의견을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선거 기간에 성평등의 실현을 요구할 수 있는 자유마저 보장되지 않는 선거법은 누구를 위한 것일까. 귀를 닫은 국회가 해결할 일이다. 5sjin@seoul.co.kr
  • “신물 났다”는 청년층 품은 吳

    “신물 났다”는 청년층 품은 吳

    “지난 4년, 공정·정의 하나도 안 지켜져”분노한 청년들 유세차 직접 올라 발언吳 “똑똑한 2030에 떳떳한 정치” 화답안철수도 합동 유세 “文정부 심판하자”국민의힘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는 공식 선거운동 기간 첫 주말에 청년층 공략에 집중했다. 28일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과 삼성동 코엑스, 관악구 신림동 고시촌 등을 찾은 오 후보는 정권에 분노한 청년층과의 공감대 형성에 공을 들였다. 특히 집중 유세에서는 청년들에게 직접 발언 기회도 줬다. 코엑스 앞에서 열린 오 후보의 집중 유세에서 유세차에 직접 오른 취업준비생 양모(27)씨는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후보의 말처럼) 경험치 없는 20대가 왜 오세훈에게 투표하는지 이유를 말씀드리겠다”며 입을 뗐다. 양씨는 “(민주당의) 미래 세대에 빚만 떠넘기는 행태에 염증이 났고, 분열의 정치에 신물이 났기 때문”이라며 “지난 4년간 ‘기회는 평등, 과정은 공정, 결과는 정의’(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약속) 중에 하나도 지켜진 게 없는 것도 또 다른 이유”라고 설명했다. 오 후보는 청년들의 발언을 들으며 고개를 끄덕이고 박수를 치면서 호응했다. 그러면서 “젊은이들이 보고 싶어 하는 정치는 통합과 화합의 정치인데 현 정권은 분열 정치, 갈라치기 정치만 하고 있다”고 거들었다. 오 후보는 “우리 때와 비교할 때 정말 똑똑한 2030 친구들이 박 후보보다 저를 3배 정도 지지해 준다고 하니 너무 고맙다”면서 “이 친구들 앞에서 떳떳하고 자랑스러운 정치를 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24일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 의뢰로 서울 거주 18세 이상 806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오차범위 95% 신뢰수준 ±3.5% 포인트.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 20대에서 오 후보는 60.1%, 박 후보는 21.1%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이날 집중 유세 현장에는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도 함께했다. 안 대표는 “오세훈을 찍어 주면 이 정부도 심판하고 꺼져 가는 회색빛 도시 서울을 다시 밝게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오 후보는 내곡동 투기 의혹과 관련한 민주당의 사퇴 요구에 대해서는 “지금 민주당은 믿을 게 내곡동 땅밖에 없는 모양이다. 집권여당이 선거를 이렇게 치르는 게 서글프다”며 “시민 여러분이 흙탕물 선거에 실망하시지 않게 저라도 계속 정도를 걷겠다”고 말했다. 이근아 기자 leegeunah@seoul.co.kr
  • “품 많이 들지만 더 특별하니까…” 세상에 둘도 없는 ‘우리만의 연애’

    “품 많이 들지만 더 특별하니까…” 세상에 둘도 없는 ‘우리만의 연애’

    [편집자주] 서울신문은 3월부터 성균관대 학보사 ‘성대신문’과 Z세대(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의 문화를 탐구하는 ‘요즘 것들의 문화 답사기’를 함께 취재합니다. 3주에 한 번씩 대학생 기자들과 요즘것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전하겠습니다.서원경(25)씨는 벚꽃잎이 흩날리던 지난해 4월 ‘과잠’(학과 점퍼)을 입고 연인과 팔짱을 낀 모습으로 대학 교정에서 사진을 찍었다. 한여름인 지난해 8월엔 원피스, 늦가을인 지난해 11월엔 가죽재킷을 입고 남자친구와 같은 포즈로, 같은 장소에서 사진을 촬영했다. 지난달 서씨가 졸업가운을 입고 남자친구와 함께 찍은 사진을 끝으로 서씨 커플의 역대 네 번째 ‘사계절 사진’이 완성됐다. 서씨 커플은 지난 4년 동안 해마다 다른 장소를 배경으로 요즘 유행하는 사계절 사진을 촬영했다. 서씨는 “친구들 중엔 제가 처음으로 시작했는데 지금은 주위 친구들이 다 따라하고 있다”며 “시간이 흘러도 그 자리에 계속 서 있는 나무처럼 우리 관계도 오래 지속할 것이라는 마음을 더욱 잘 표현할 수 있는 사진”이라고 말했다. 요즘 Z세대 커플들은 과거와 달리 다양한 방법으로 둘만의 특별한 연애를 추구한다. 같은 모양의 옷·신발·가방, 반지 등 기성품으로 연인임을 인증하던 방식에 머물지 않고 세상에 유일무이한 둘만의 ‘굿즈’(물건)를 같이 제작하거나 이색적인 경험을 공유하려는 연인들이 많아지는 분위기다. 선물 고르는 부담은 덜고, 각별함은 ‘껑충’ 28일 성대신문이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지난 18~24일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128명 중 70.3%가 ‘연애 중 커플 굿즈를 제작한 경험이 한 번 이상 있다’고 응답했다. 제작 횟수를 물었더니 ‘1회 이상~3회 미만’이 43.5%로 가장 많았고, ‘3회 이상~5회 미만’도 22.6%를 차지했다. 굿즈 종류는 다양하다. 박은정(23)씨는 현재 연인과 올해로 3년째 연애하는 동안 레터링 케이크 외에도 둘이 함께 찍은 사진을 그래픽 이미지로 활용한 휴대전화 손잡이(그립톡)와 케이스, 에어팟(무선 이어폰) 케이스 등을 만들었다. 박씨는 “남자친구랑 같이 찍은 사진 한 장만으로도 둘만의 추억을 남길 수 있지만, 함께 했던 순간들을 기록한 사진이 커플 굿즈에 담겨 있으면 더 자주 보게 된다”면서 “커플 굿즈를 볼 때마다 떠오르는 옛 추억들을 같이 이야기하면 서로가 소중하다는 사실을 한 번 더 깨닫게 된다”고 말했다. 손수 만든 커플 굿즈는 선물을 고르는 부담을 덜어주는 효과도 있다. 박씨는 “진로 문제로 고민하는 연인에게 위로가 될 수 있는 책을 선물할 때 여러 후기들을 살펴보면서 책 2권을 3일에 걸쳐 읽은 적이 있고, 향수를 선물할 때는 30종이 넘는 향수를 시향하면서 코가 마비된 느낌이 들기도 했다”면서 “시계를 선물할 때 한 달 전부터 고민하며 겨우 골랐다. 제가 시계를 사용하지 않으니까 어떤 시계가 더 편하고 괜찮을지 생각하는 게 더욱 어려웠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선물을 고를 때 상대방 마음에 드는 것은 물론이고 실용적인 선물이어야 한다는 생각에 선택에 어려움을 겪는데, 커플 굿즈 덕분에 이런 부담을 많이 덜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공방 체험도 인기를 끌고 있다. 현재 연인과 연애한지 7개월이 넘은 황지섭(21)씨는 지난해 12월 25일 크리스마스날에 여자친구와 서울 강남 지역의 한 반지 공방을 방문했다. 공방에서 손가락 크기를 재고, 반지에 박을 보석을 고르고, 반지에 새길 문구를 같이 정했다. 이후 함께 망치질과 사포질을 하면서 반지를 완성하기까지 1시간 30분 동안 특별한 추억을 쌓았다. 황씨는 “커플 아이템으로 똑같은 신발, 티셔츠 등을 사는 것보다 서로를 생각하며 무언가를 직접 같이 만들었다는 점이 이 반지가 더욱 각별한 이유”라고 밝혔다. 같이 요리하는 ‘공유주방’ 데이트도 눈길 공유주방을 찾는 연인들도 많아졌다. 현재 연인과 만난 지 올해로 3년이 돼가는 김도현(23)씨는 데이트 장소로 공유주방을 애용하고 있다. 김씨는 “둘 다 자취를 안 하다 보니 같이 요리할 기회가 전혀 없었는데, 공유주방에서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마음껏 요리할 수 있어 힐링 여행을 떠난 기분이었다”며 “공유주방이 정해진 시간에 연인끼리만 사용하는 안전한 공간이라는 점에서도 마음이 끌렸다”고 말했다. 지난해 8월부터 서울에서 공유주방을 운영하기 시작한 이민철(가명)씨는 “손님의 약 80%가 20대이고 스테이크와 파스타를 많이 요리한다. 미역국와 밀푀유나베, 떡볶이 등 다양한 요리를 하는 손님들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연인과 함께 메뉴를 정하고 장을 보며 요리하는 과정은 매우 뜻깊고 행복한 시간이지만 자취방이 없는 20대 연인들 사이에서는 펜션이나 리조트 여행이 아니면 쉽게 서로에게 요리해주는 경험을 할 수 없다”며 “시간, 비용 등 부담 없는 가까운 곳에서 함께 요리하는 경험을 가까이에서 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라고 밝혔다. 연애할 때 ‘데이트 통장’을 사용하는 젊은 연인들도 늘고 있다. 같이 사용하는 통장에 각자의 주머니 사정에 맞게 매달 일정 금액을 입금하고 데이트 비용으로 사용하는 방식이다. 인터넷 은행 ‘카카오뱅크’에 따르면 카카오뱅크가 2018년 12월 출시한 ‘모임통장’ 중 데이트를 목적으로 개설된 통장 계좌 수는 2019년 17만여개에서 지난해 27만여개로 늘었다.보다 능동적인 데이트를 선호하는 이유 김씨는 “식당에서 같이 맛있는 식사를 먹고 백화점에 함께 가서 물건을 고르는 일도 물론 좋지만 직접 요리하고 반지를 만드는 보다 능동적인 데이트를 요즘 젊은 연인들이 많이 선호하는 이유는 직접 뭔가를 체험하는 데에서 흥미를 느끼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라며 “둘만의 추억을 오랫동안 기억할 수 있다는 점이 긍정적인 영향”이라고 말했다. 서씨는 “나만의 아이템을 만들어 나만의 색깔을 드러내는 일이 이젠 익숙해진 사회”라며 “이런 영향으로 요즘 연인들도 ‘우리만의 모습’을 담아내는 것이 아닐까 싶다. 예전에 비해 DIY(Do It Yourself·원하는 물건을 직접 만듦) 제품을 제작하기 쉬워진 환경도 변화의 원인”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요즘 연인들이 무언가를 함께하는 특별한 데이트 방식을 선호하는 이유로 개성을 중시하는 젊은 세대 안에서 성평등 의식이 높아지고 있는 것과 관련이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경험의 공유는 관계 유지에 있어서 굉장히 중요한 요소다. 다양한 기성품이 생산되는 상황에서 둘만의 물건을 함께 만드는 경험을 공유하는 일은 그만큼 가치가 높을 수밖에 없다”며 “데이트를 할 때 남성은 어떻게 해야 하고 여성은 어떻게 해야 한다는 전통적인 성역할에서 벗어나 서로 동등한 위치에서 연애하려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옥하늘(영어영문학과 2학년)·조소희(경제학과 3학년) 성대신문 기자
  • 日트랜스젠더, 동성 결혼 불허 위헌 소송 제기…실제 법 개정 가능할까

    日트랜스젠더, 동성 결혼 불허 위헌 소송 제기…실제 법 개정 가능할까

    트랜스젠더, 팬섹슈얼(범성애자) 등 일본 내 성소수자들이 동성 간 결혼을 인정하지 않는 민법과 호적법은 위헌이라며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최근 일본 지방법원에서 이와 관련해 위헌 판결을 내리면서 이번에도 같은 결론이 내려질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28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트랜스젠더와 팬섹슈얼 등 성소수자 8명이 지난 26일 동성 간 결혼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위헌이라며 국가가 1인당 100만엔씩 배상할 것을 요구하는 내용으로 도쿄지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원고인 한 40대 여성은 마흔 살이었을 때 암 수술을 받아야 했는데 가족만이 함께할 수 있다고 해서 파트너였던 상대 여성을 ‘사촌’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었다며 소송에 참여한 이유를 밝혔다. 그는 “거짓말을 해야 사회의 일원이 될 수 있는 것에 숨이 막혔다”며 “남은 인생을 나답게 살고 싶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성소수자들이 적극적으로 소송을 제기하고 나선 데는 최근 삿포로지방법원이 동성 간 결혼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위헌이라고 판결한 것과 맥을 같이한다. 지난 17일 삿포로지법은 동성 간 결혼을 인정하지 않는 현행 규정은 법 아래 평등하다고 규정한 헌법 14조에 위배된다고 판결한 바 있다. 다만 도쿄지법이 삿포로지법과 마찬가지로 위헌임을 인정하더라도 관련 법이 개정되지 않는 한 같은 문제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 아사히신문이 최근 여론조사를 진행한 결과 동성 간 결혼 허용에 대해 65%가 찬성했다. 2015년 같은 내용으로 여론조사를 했을 때보다 찬성하는 의견이 24% 포인트 이상 증가한 것이다. 법 개정 주도권을 가진 자민당 내에서는 지지층인 보수층을 의식해 적극적으로 나서진 않고 있다. 가토 가쓰노부 관방장관은 지난 19일 기자회견에서 성소수자가 겪는 문제 등에 대해 “각 부처가 책임을 가지고 협력하거나 연계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두루뭉술하게 말했다. 일본의 여성가족부 장관이기도 한 마루카와 다마요 남녀공동참여담당상은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은 내 소관이 아니라 후생노동성 소관”이라며 답을 피했다. 반면 당내 개혁 성향으로 꼽히는 고이즈미 신지로 환경상은 지난 24일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일반론으로 말하면 동성 결혼에 찬성한다”고 말해 주목받았다.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 ‘살색’이 아니라 ‘베이지’…日패밀리마트 속옷 전량 수거 왜

    ‘살색’이 아니라 ‘베이지’…日패밀리마트 속옷 전량 수거 왜

    일본 편의점업체인 패밀리마트가 자체 제작 여성용 속옷의 색깔을 ‘살색’이라고 표기했다가 부적절하다는 지적을 받고 제품을 전량 회수했다. 28일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패밀리마트는 자체브랜드(PB)로 출시한 여성용 캐미솔과 팬티, 탱크탑 등 3종류의 속옷을 22만 5000장 출시하면서 색상 표기를 ‘살색’이라고 했다. 패밀리마트는 당초 간사이 지역에서 시험 판매했을 당시 살색이 아니라 ‘베이지’라고 했지만 전국 판매로 확대했을 때는 ‘살색’이라고 다시 바꿨다. 이렇게 표기를 바꾼 데는 살색이라는 표현이 모든 세대가 받아들이기 쉽기 때문이었다고 패밀리마트 측은 설명했다. 하지만 인종과 개인차에 따라 피부색이 다를 수 있음에도 특정 색을 살색이라고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따라 출시된 상품을 전량 회수해 살색이 아니라 베이지라고 정정해서 다시 출시할 예정이다. 살색이라는 표현은 한국에서도 논란이 된 바 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2002년 8월 특정색을 살색이라고 하면 평등권을 침해할 수 있다며 한국산업규격(KS)을 개정하라고 기술표준원에 권고했다. 이후 살색 대신 ‘살구색’이라는 용어로 바뀌었다.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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