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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면 공간 통해 권력·경제 불평등 볼 수 있어”

    “수면 공간 통해 권력·경제 불평등 볼 수 있어”

    서울 중구 문화역서울284에서 열리고 있는 기획전 ‘나의 잠’에선 전시장 곳곳 사각형으로 붙은 색색의 마스킹테이프가 눈에 띈다. 색깔도 크기도 다양한 테이프는 복도 바닥과 계단 등 전시장 구석구석을 네모나게 구획하며 이 공간의 의미를 상상하게 한다. 그래픽디자인 작업을 주로 선보이는 스튜디오 하프 보틀의 설치 작품 ‘사람에게는 얼마만큼의 잠잘 땅이 필요한가?’ 얘기다. 이 네모는 누구를 위한 공간일까. 관람 내내 갸우뚱했던 고개는 전시장 막바지에 이르러 끄덕임으로 바뀐다. 바로 사람들이 잠을 자는 공간을 실제 크기대로 가져온 것이다. 기획전 ‘나의 잠’은 총 19개 팀(개인) 작가가 참여해 일상 행위인 잠에 주목한다. 그중 스튜디오 하프 보틀의 조현익 작가는 일반적인 회화나 조각 대신 수면 공간의 사회학을 선보인다. 최근 서울신문과 만난 조 작가는 “동시대인들이 자는 공간의 크기를 통계적으로 도식화하고, 각각이 속한 계급과 그 권력의 차이를 시각화하려 했다”고 설명했다. 조 작가가 만들고 현재 혼자 운영하는 스튜디오 하프 보틀은 사회 각종 문제에 관심을 갖고 ‘전국 투표 전도’ 등을 만들었다. 2018년 지방선거, 2020년 총선 관련 정보를 글과 인포그래픽으로 제작한 책이다. 그는 “이번 전시에서 개인 서사 외에 수면과 관련한 다양한 관점을 보여 주고 싶었다”고 했다. 그는 잠과 관련한 여러 통계를 찾아보던 중 특정한 장소에서 잠을 자야만 하거나 극한 상황에서도 잘 수밖에 없는 공간의 특수성에 주목했다. 색깔 테이프로 나눠 놓은 전시장의 공간은 총 16개.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의 파업 농성용 구조물부터 알리바바에서 판매되는 소형 난민보트, 대판 판형 신문지 6장, 구 남영동 대공분실 조사실 내 의자, 아폴로 11호 달 착륙선 이글의 승무원실 등이 포함됐다. 조 작가는 “잠을 자는 공간은 가장 편안하고 안전해야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며 “수면 공간을 통해 이 사회에 존재하는 자본·정치·위계에 따른 권력과 경제적 불평등의 차이를 바라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전시에선 관객이 자신이 자는 공간과 타인의 수면 조건을 보며 연관성을 찾고 공감하는 기회가 되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건축도면처럼 추상적으로 놓인 선 사이를 거닐며 관객은 수면 공간에 얽힌 맥락까지 함께 읽을 수 있는 셈이다. 전시는 오는 9월 12일까지.
  • 여가부 장관 “버터나이프 크루 폐지할 것… 정산 방안 협의 중” 사업기관 “사실 무근”

    여가부 장관 “버터나이프 크루 폐지할 것… 정산 방안 협의 중” 사업기관 “사실 무근”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이 청년 성평등 문화 추진단 ‘버터나이프 크루’를 폐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장관은 사업 수행기관인 사회적협동조합 ‘빠띠’가 사업 중지 의사를 먼저 밝혔다고 주장했지만, 빠띠 측은 “성평등과 젠더 관련 의제를 빼자는 주장에 응하지 않았을 뿐”이라고 첨예하게 맞섰다. 김 장관은 18일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여가부의) 새로운 목표에서 젠더 갈등 해소가 굉장히 중요하다는 관점에서, 이 사업이 적절한지에 대해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 폐지된 상태는 아니지만 폐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여가부는 지난달 5일 버터나이프 크루 4기 출범 닷새만에 ‘전면 재검토’ 입장을 밝혔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페이스북에 “지원 대상이 페미니즘에 경도됐다”며 공개 저격한 지 하루 만의 일이다. 김 장관은 “빠띠와 지난달 21일, 22일, 27일 세 차례에 걸쳐서 논의했으나, 빠띠 쪽에서 사업을 하기 어렵다고 해서 중지 방향으로 이야기를 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향후 계획에 대해 “폐지할 예정이며, 사업수행기관과 계약관계에 따라서 정산 방안을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같은 김 장관 발언에 빠띠 측은 ‘사실 무근’이라는 반응이다. 빠띠 관계자는 이날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여가부가 지난달 21일 협의에서 성평등과 젠더 관련 의제를 빼고 진행하는 방안을 제안했고 ‘그건 버터나이프 크루 사업이 아니다’는 의사를 전달했을 뿐”이라고 밝혔다. “사업수행기관과 정산 방안을 협의하고 있다”는 발언에 대해서도 “전혀 진행된 바 없다”고 말했다. 이날 김 장관은 기존의 여가부 폐지 입장도 재차 강조했다. 세계성격차지수 개선을 위해 정부의 노력이 필요한지에 관한 질의에 김 장관은 “원론에는 동의한다”면서 여가부가 폐지돼도 이는 이어져야 한다고 답변했다. 또한 “부임 후 3개월간 일을 해본 결과 협업이 많은 부처여서 단독으로 일하기 어려웠다”면서 “여가부의 업무보고에 담긴 내용은 중요한 과제인데, 어떤 틀로 가져갈지 검토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김 장관은 공군 제15특수임무비행단(15비) 성추행 사건과 관련, 성희롱 방지 조직 진단 및 현장점검에 나서기로 했다고 말했다. 성폭력방지법에 따라 국가기관 등의 장은 해당 기관에서 성폭력 사건이 발생한 사실을 알게 됐을 경우 피해자의 명시적인 반대 의견이 없으면 지체 없이 그 사실을 여가부 장관에게 통보해야 한다. 여가부 측은 “올 상반기에 일어난 사건에 대해 공군 측은 여가부에 연락을 하지 않았고, 이후 언론보도로 인지한 여가부가 공군에 확인했을 때는 ‘피해자가 원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사건을 통보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후 지난 4일 입장을 바꾼 피해자가 여가부의 개입을 요청했고, 이에 공군이 지난 9일 여가부에 사건을 통보했다. 여가부는 17일 전문가 간담회를 개최한 뒤 현장점검 및 조직진단을 결정했다.
  • “버러지” “얼마 받기에”… 영남의 진보·호남의 보수가 겪는 일상의 혐오들 [정중하고, 세련된 혐오사회]

    “버러지” “얼마 받기에”… 영남의 진보·호남의 보수가 겪는 일상의 혐오들 [정중하고, 세련된 혐오사회]

    한국 사회에서 혐오는 더이상 특정 소수자 집단만 겪는 일이 아니다. 누구든 피해자가 될 수 있다. 혐오 정서가 일상 전반에 퍼져 버린 탓이다. 피해 정도도 상당하다. 서울신문 스콘랩은 평범한 이들이 일상에서 겪는 혐오 피해 이야기를 들어봤다. 혐오의 고리를 끊지 못하면 그들이 겪는 고초는 언제든 내 이야기가 될 수 있다.특정 정당과 진영의 쏠림세가 심한 지역에서 반대 성향 활동을 하는 건 단단한 각오가 필요한 일이다. 예컨대 보수 성향이 짙은 대구·경북(TK)에서 진보 활동을 한다거나 진보세가 강한 호남에서 보수 정당 소속으로 뛰는 일이 그렇다. 일상적 혐오도 감내해야 한다. 대구 출신인 서창호(49) 인권운동연대 상임활동가는 30여년간 고향에서 인권·노동운동을 했다. 고교생 때 전국교사노동조합(전교조) 결성을 이유로 교사들이 무더기 해직된 것을 보고 노동권에 처음 관심을 가졌다. 보수 텃밭인 대구에서 진보 시민단체는 지방자치단체와 시민들에게 눈엣가시다. 최근에는 그 거부감이 더 세졌다. 그는 지난달 대구시청 앞에서 시 규탄 시위를 준비하다가 제지당했다. 수많은 집회를 열어왔던 곳인데 최근 홍준표 시장이 이를 금지했다.서 활동가는 “다른 지자체에서는 시민단체의 목소리가 시정에 반영되는데 대구에서는 기본권인 집회조차 막히니 자괴감이 든다”고 했다. 1995년 지방자치제 도입 이후 당선된 민선 대구시장 5명은 모두 보수성향이다. 현재 시의원의 97%(32명 중 31명)도 국민의힘 소속이다. 서 활동가는 사석에서 지인에게 ‘시민단체 활동가들은 버러지’라는 폭언을 듣기도 했다. 최근에는 대구 북구 이슬람 사원 건립을 반대하는 사람에게 ‘탈레반을 지지하는 서창호’라는 공개적 혐오도 당했다. 개인을 겨냥한 혐오는 인권운동가의 숙명으로 받아들인다. 다른 지역 활동가들이 “고생이 많다”며 건네는 위로에는 미소로 답을 대신한다. 하지만 진보 정책을 두고 무작정 비난하는 건 견디기 어렵다. 예컨대 학생인권조례는 광역 지자체 17곳 중 7곳에서 제정됐지만, 대구에서는 논의조차 어렵다. 시 의회와 보수단체, 보수 성향의 시민들이 크게 반발해서다. 논의 과정에서 온갖 혐오 발언이 난무하는 것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괴롭다. 전남 화순군이 고향인 김용갑(55·건설업)씨는 평생 호남을 벗어난 적 없는 토박이다. 하지만 20년째 이방인으로 살고 있다. 국민의힘의 당원(현 중앙위원회 연합회 전남회장)이기 때문이다. 김씨가 보수정당에 가입한 이유는 간단했다. ‘민주당 깃발’만 꽂으면 경쟁없이 공직선거에 당선되는 분위기가 지역 발전에 도움되지 않는다고 판단해서다. 공직 욕심은 없었기에 지금껏 공직 선거에 한번도 출마하지 않았다. 호남에서 보수당원으로 살다 보면 수시로 혐오와 마주한다. 식사 자리에서, 사우나에서, 체육관에서 불쑥 비난하는 이들이 있다. 선거철에는 더하다. “얼마나 받기에 국민의힘을 위해 저 짓(선거운동)을 하는지 모르겠다”거나 “보수당을 거들면서 호남에서 무슨 사업을 하겠다는 거냐”는 말까지 들었다. 가족들도 한때 “정당 활동을 그만하라”고 하소연했다. 다만, 지금은 김씨의 뜻을 누구보다 깊이 이해해준다. 혐오표현의 피해자이지만 그는 호남인들의 반(反) 보수정당 성향을 이해한다. 산업화 과정에서 지역이 소외됐고,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겪으면서 체화한 정서인 만큼 쉽게 설득하기 어렵다. 그는 “김대중 전 대통령 같은 걸출한 인물이 민주당 소속이었기에 민심이 더 쏠렸던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잘못한 건 인정하고, 틀린 사실 관계는 바로잡으며 주변을 이해시킨다. 김씨는 “지역 갈등뿐 아니라 세대·성별 갈등 등 국민 분열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이들이 있다”면서 “모두가 수준 높은 정치를 해야 혐오도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또 “최근 호남 지역 청년층을 중심으로 정당보다 인물을 보려는 움직임이 있다”고 했다. 성비가 크게 깨진 조직에서 일하는 소수자들도 곧잘 혐오의 대상이 된다. 정보기술(IT) 업체 여직원 김모(27)씨는 남초 직장에서 숱한 혐오·차별를 겪었다. 회사 직원 30여명 중 여성은 김씨를 포함해 단둘이다. 특히, 분위기가 풀어지는 회식 때는 혐오의 장이 열린다. 남직원들은 김씨를 향해 “어차피 애 낳으면 그만둘 건데 굳이 여자가 승진을 왜 해야 하느냐”는 말을 한다. 외모 지적은 남성 직원의 특권이다. ‘주름이 늘었다’, ‘피부에 탄력을 잃어 간다’는 등의 평가도 서슴치 않는다. 담배를 피울 때는 “여자는 아기를 낳아야 하는데 담배가 웬 말이냐”라는 핀잔도 들었다. 배려를 가장한 혐오는 더 대응하기 어렵다. 사무직인 김씨는 일을 더 잘 이해하고 싶어 현장 근무를 자처했다. 하지만 김씨의 상급자는 “여자니까 위험하니 문서나 보라”며 거절했다. 배려로 포장했지만 성역할을 고정시한 명백한 차별이었다. 가끔씩 샤워를 마친 뒤 맨몸으로 나오는 남직원들을 보면 마음이 불편하다. 김씨는 “회사에서 성평등 교육을 하지만 효과가 없다”면서 “공식적으로 문제삼아봤자 나만 이상한 사람이 되니 그냥 참고 넘어간다”고 말했다. 어린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도 언젠가부터 온라인에서 ‘맘충’(맘(mom)과 벌레충(蟲)을 합친 말)이라고 공공연히 멸시당한다. 모성과 아이를 동시에 혐오하는 감정은 익명 공간에만 머물지 않는다. 수많은 엄마들이 현실에서 맞닥뜨린다.오은선(35)씨도 다섯살 배기 아이를 키우며 혐오를 적지 않게 겪었다. 지난 13일에는 동네 수영장에서 운동한 뒤 아이를 씻겨주며 일상적 대화를 하는데 누군가 들리게 말했다. “너무 시끄럽네. 조용히 좀 씻기지.” 돌아보니 한 중년 여성이 있었다. ‘나와 아이가 그냥 마음에 들지 않는거구나.’ 오씨는 경험에 기대어 직감했다. 혐오 시선에 몇차례 부딪히고 나면 엄마들은 잔뜩 위축된다. 외식하려고 식당을 찾을 때는 ‘노키즈존’(영유아나 어린이의 동반입장을 불허하는 식당)은 아닌지 늘 살펴야 한다. 노키즈 식당에서 반려동물을 안고 있는 손님을 보면 ‘아이가 개보다 못한가’ 싶은 생각마저 든다. 혐오 당할 때마다 기록하고 있는 일기장은 금세 빼곡해졌다. 잠시 지냈던 캐나다에서는 아이와 함께 오면 서비스를 하나라도 더 챙겨주고, 덕담을 건넸던 기억이 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노키즈존을 아동 차별행위로 규정했다. 그러자 최근엔 ‘노 배드 패런츠 존’(No Bad Parents Zone)이라 써 붙인 상점이 늘었다. 아이가 시끄럽게 떠들거나 뛰어다니면 퇴장조치할 수 있다는 뜻이다. 부모에게 책임을 묻는다는 점에서 언뜻 세련돼 보이지만 통제할 수 없는 아이들의 속성을 무시한 조치이기에 혐오 요소가 숨어 있다. 오씨는 “엄마들은 공공장소에서 비난 들어도 아이가 곁에 있으면 대응하기 어렵다”면서 “이 때문에 혐오하기 쉬운 상대로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악플(악성 댓글)은 유명인만 귀롭힌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평범한 사람들을 겨냥하기도 한다. 음악가 이승빈(21)씨는 지난해 4월 ‘무지개 대한민국’이란 노래를 만들어 유튜브에 올렸다. ‘그대와 내가 좋아하는 색이 달라도 서로 미워하지는 말자’는 노랫말처럼 혐오를 멈추자는 메시지를 담았다. 하지만 무지개라는 단어가 들어갔다는 이유로 일부 보수 성향 네티즌들은 이씨를 성소수자를 옹호하는 ‘남페미’(남성 페미니스트)라며 공격했다. 또, 진보 네티즌들은 음악의 배경 이미지에 태극기를 맨 남성이 있다며 이씨를 ‘태극기 세력’으로 규정했다. 각자 보고 싶은대로 보고 창작자를 모욕했다. 노래가 한 보수 성향 온라인 커뮤니티에 공유되면서 악플이 1초에 4개씩 올라왔다. 이씨는 불면증과 우울증이 찾아와 정신건강의학과까지 다녔다. 혐오는 창작자가 자기검열하게 만들었다. 입대 청년의 애환을 담아 작사·작곡했던 노래는 아예 주제를 바꿔야 했다. 하지만 이씨는 “혐오 가해자를 혐오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그는 “혐오자들을 인터뷰를 해봤는데 그들도 나름대로 상처를 가진 사람들로 충분한 공감과 치유를 받지 못해 혐오감정이 심해진 것 같았다”고 이해했다. 실제로 이씨가 댓글을 통해 진정성있게 소통하다 보니 악플러들도 마음을 돌려 그를 응원했다. 일상의 혐오는 한 사람의 삶을 고통 속에 가둔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혐오 피해는 자존감을 낮출 뿐만 아니라 자신을 혐오하는 자기비하로 나아갈 위험이 있다”면서 “피해자가 트라우마에 빠지지 않으려면 혐오와 차별당한 게 본인 탓이 아님을 주변에서 말해줘야 한다”고 했다.※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세명대 기획탐사 디플로마 교육 과정의 일환으로 작성됐습니다.
  • 동대문구, 양성평등주간 기념 ‘아빠 육아 사진 공모전’ 열어

    동대문구, 양성평등주간 기념 ‘아빠 육아 사진 공모전’ 열어

    서울 동대문구가 양성평등주간(9월 1일~7일)을 기념해 ‘아빠 육아 사진 공모전’을 개최한다고 17일 밝혔다. 부부 공동 육아와 가사 분담 등 맞돌봄·맞살림 문화 일상화를 위해 열리는 이번 공모전은 가정 내 성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양성평등을 실천하는 다양한 모습을 담은 사진을 주제로 진행된다. 동대문구에 거주하거나 재직 중인 사람은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오는 25일까지 동대문구 홈페이지에 사진과 100자 이내 소개 글을 올리면 된다. 구는 심사를 거쳐 총 6개의 작품을 선정한 뒤 최우수상 1명 30만원, 우수상 2명 20만원, 장려상 3명 10만원 등의 상금을 수여할 예정이다. 수상작은 오는 31일 발표되며, 다음달 1일부터 7일까지 동대문구청 2층 아트갤러리에서 전시된다. 구 관계자는 “이번 공모전이 자녀와 친밀하게 소통하며 육아에 참여하는 아빠의 일상을 공유해 함께 공감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며 “지속적으로 건강한 가족문화 조성을 위해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 “웹툰으로 봉기! 동학혁명 이제 문화로 풀자”

    “웹툰으로 봉기! 동학혁명 이제 문화로 풀자”

    ‘동학농민혁명’이 세계적인 역사문화자산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문화혁명’의 방향에서 재해석하고 문화콘텐츠 개발사업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다. 그동안 동학농민혁명 기념사업은 왜곡되고 축소돼 온 역사적 사실과 의미를 복원하는 데 중점을 뒀지만 이제는 문화예술 발전과 연계해 세계화를 시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김익두(전 전북대 교수) 민족문화연구소장은 16일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21세기는 문화의 시대인 만큼 동학농민혁명도 이제는 정치혁명이 아닌 문화혁명의 방향에서 새로운 의미와 가치를 도출해 내야 한다”고 밝혔다. 동학농민혁명을 단절·고립된 정치사적 사건이 아니라 우리나라의 사상·문화적 발전사의 중요한 단계로 보는 게 합당하다는 관점이다. 김 소장은 “동학농민혁명과 관련된 사업도 사상·문화·예술적 방향에서 좀더 활기차게 전개돼야 한다”고 했다. 동학농민혁명의 의미를 강조하면서도 이를 기리는 굵직한 문학상 하나 운영하지 못하는 게 현실이라는 것이다. 이어 “동학 관련 사업은 이제 ‘동학문화’의 방향에서도 활발하게 펼쳐져야 한다”면서 “우선 사상사로서 동학의 전개 과정을 역동적으로 다루는 문학 작품들, 예술 작품들을 발굴해야 한다”고 말했다.조광환 동학역사문화연구소장도 “지금의 동학농민혁명 기념사업은 세계적 역사문화자산으로 확산시켜 나갈 수 있도록 문화콘텐츠 개발사업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류가 세계로 뻗어 나가는 지금이야말로 동학농민혁명을 문화예술 발전과 연계할 최적기라는 분석이다. 그는 “문화콘텐츠 개발사업은 동학농민혁명 선양사업의 범주를 동아시아로 넓혀 나가는 데 핵심 역할을 할 수 있다”며 그 방안으로 애니메이션과 게임을 제시했다. 조 소장은 “정보기술(IT) 산업을 바탕으로 동학농민혁명을 주제로 한 게임 프로그램을 개발·보급함으로써 기념사업의 현대화와 활성화를 동시에 추구할 수 있다”면서 “황토현전투 게임, 장성 황룡강전투 게임 등을 만들면 삼국지 게임 못지않은 작품이 나올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동학농민혁명을 소재로 한 미술 작품과 음악, 시·소설, 시나리오 등 역사·예술·문학의 만남의 장을 많이 마련할 것도 주문했다. 또 역사 드라마, 영화 등이 동아시아는 물론 멀리 남미 등지에서 ‘한류 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점을 고려해 동학농민혁명을 소재로 한 재밌고 감동적인 작품을 제작함으로써 혁명 정신을 세계적 차원으로 확장시키는 발판으로 삼아야 한다고 했다.이영일 전북도 학예연구관은 “동학농민혁명 참여자 등의 명예 회복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됐으나 선양사업에 대한 구체적인 방법이 명시되지 않아 실효성이 없다”면서 “그동안 고증 작업에 치중했던 동학농민혁명 관련 사업을 이제 200년 앞섰던 만민 평등의 민족정신을 널리 알리고 일깨워 주는 문화 운동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했다. 이 연구관은 “동학농민혁명 선양사업은 5월 11일 기념식만 하면 1년에 할 일을 모두 다한 것처럼 돼 있다”면서 “동학농민혁명과 관련된 특정 사건의 시간대에 따라 학술대회와 기념사업을 잇따라 추진하고 세계인에게 널리 알리는 문화사업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 방안으로 신세대의 입맛에 맞는 웹툰과 웹소설, 세계를 무대로 한 아이돌 테마콘서트 등을 제시했다.
  • 고추농가 초상집인데 고추축제에만 진심인 영양

    고추농가 초상집인데 고추축제에만 진심인 영양

    우리나라 최대 고추 주산지인 경북 영양지역 재배 농가들이 최근 이상기후와 병충해 확산 등으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반면 영양군은 막대한 예산을 들인 ‘영양 고추’ 홍보성 행사에 잇따라 나서 농촌 실정을 외면하는 전시행정이란 비난이 일고 있다. 16일 영양군 등에 따르면 지역 고추재배 농가들을 대상으로 이달 초 생육 실태를 조사한 결과 첫 착과된 고추의 크기는 10.7㎝로 큰 데 반해 착과 개수는 전년보다 4.5개 적은 것으로 파악됐다. 영양군농업기술센터 관계자는 “고추 모종이 자라는 지난 6월부터 지속적인 가뭄과 일부 지역의 우박 피해로 생육이 많이 부진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고추 관련 주요 병해충의 경우 지난 6월부터 지속한 폭염으로 총채벌레와 진딧물류 발생이 예년보다 늘어 ‘토마토반점위조바이러스’의 발생 비율이 5%, ‘오이모자이크바이러스’ 발생 비율이 2% 증가했다. 수확기인 요즘은 시들음병과 탄저병을 비롯해 담배나방 피해도 늘고 있다. 이로 인해 예년보다 건고추 수확량이 크게 줄 것으로 예상된다. 고추 재배농들은 “올해 고추 농사는 사상 유례없는 큰 피해가 예상된다”면서 “수확기에 일손 구하기도 어렵고 인건비마저 높아져 고통이 심하다”며 울상 지었다. 이런 가운데 군이 지역산 고추 홍보 행사에 지나치게 열을 올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오는 19일 영양군민회관에서 전국 단위 ‘영양고추아가씨 선발대회’를 열고, 28~30일 서울광장에서 ‘영양고추 핫 페스티벌’을 개최하는데 이를 성공시키기 위해 행정력을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군은 대구경북여성단체연합 등 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이 헌법에 규정한 평등권과 인격권을 침해하는 미인대회인 영양고추아가씨 선발대회의 철회를 권고하는 등 성 상품화 논란이 끊이지 않는데도 행사 강행에 나서 반발을 사고 있다. 군 관계자는 “코로나19 확산 등으로 지난 3~4년 동안 중단됐던 영양의 대표 특산물인 고추 관련 행사를 재개하게 됐다”면서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재정자립도 전국 최하위권인 영양군은 이들 행사에 3억 7000만원, 4억 5000만원을 각각 투입한다. 고추 재배농 김모(71)씨는 “고추밭이 전례 없는 병충해와 폭염, 가뭄으로 쑥대밭이 돼 농가들이 죽을 맛인데 영양군은 한가하게 축제를 즐기는 모양새”라면서 “피해 축소와 지원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군 관계자는 “수확량 감소를 최소화하기 위한 현장기술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고 했다. 지난해 영양에서는 1900여 농가가 1300여㏊에서 4400여t의 건고추를 생산했다.
  • “재난도 격차따라”…폭우로 희생된 취약계층 추모분향소에 시민 발길

    “재난도 격차따라”…폭우로 희생된 취약계층 추모분향소에 시민 발길

    최근 수도권 집중호우 피해가 반지하에 사는 주거취약계층에게 집중되면서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약자를 가장 먼저 희생시키는 불평등한 재난 사회를 해결하라고 요구가 나왔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주거권네트워크 등 177개 단체는 16일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기후위기의 불평등한 고통 분담 문제에 대해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하라”고 정부에 촉구했다. 이들은 ‘폭우참사로 희생된 주거취약계층·발달장애인·빈곤층·노동자 추모공동행동’을 결성해 23일까지 활동한다. 추모행동 측은 “수해로 집에서 희생된 두 가족 모두 반지하에 살고 있었고 발달장애인과 기초생활수급자가 있는 여성 가족이었다”면서 “서울시는 반지하 금지 대책을 내놨지만 실효성조차 의심스러울 뿐더러 주거취약계층에게 더 나은 주택을 보장하기 위한 대안이 담겨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권달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는 “지하에서 약자로 사는 것도 서러운데 대한민국에서는 재난이 올 때마다 이렇게 최약체가 희생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추모행동 측은 회견을 마친 뒤 서울시의회 청사 앞에 시민분향소를 마련했다. 분향소 안에는 신림동 40대 발달장애인 일가족 3명과 동작구에서 희생된 50대 발달장애인의 영정 그림이 걸렸다. 현수막과 함께 “불평등이 재난이다”, “폭우참사 재발방지 대책 마련하라”고 적힌 피켓도 곳곳에 붙었다. 분향소에는 국화를 헌화하고 향을 피우며 고인을 추모하는 시민의 발길이 이어졌다. 이곳을 찾은 이모씨는 방명록에 “잊지 않겠습니다 불평등 재난이 사라질 수 있도록 행동하겠습니다”라고 적었다. 추모행동은 19일 분향소 앞에서 추모문화제를 진행할 예정이다.
  • [서울포토] “불평등이 재난이다”

    [서울포토] “불평등이 재난이다”

    민주노총·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민달팽이유니온 등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재난불평등추모행동 회원들이 16일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앞에서 폭우 희생자 추모주간 선포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2022. 8. 16
  • 옥창준 “한반도와 중국 관계 더 긴 호흡에서 살펴보자” [평화연구소의 창]

    옥창준 “한반도와 중국 관계 더 긴 호흡에서 살펴보자” [평화연구소의 창]

    16일자 서울신문 23면 평화연구소의 창에 소개된 옥창준 정치학 박사 인터뷰 가운데 지면에 미처 소개되지 못한 대목이다. 지면 인터뷰 보러가기 https://www.seoul.co.kr/news/newsList.php?section=plan -저자와의 인연은. “2017년, 저자가 라이샤워 강연을 막 마치고 중국과 한국을 연이어 방문했다. 방한했을 때 서울대, 경남대, 한국고등교육재단에서 강연을 했다. 이 때 베스타와 인연이 있는 권헌익 케임브리지대학 교수를 통해 소개받고 인사를 드렸다. 저자의 주저인 ‘냉전의 지구사’를 번역하겠다 직접 말씀드렸는데 흔쾌히 수락해줬다. 그 인연이 이 책 번역으로 이어졌다. ‘냉전의 지구사’를 보며 우리 독자들은 당연히 냉전의 중심인 한반도의 사례가 많이 다뤄졌을 것이라고 기대했는데 정작 한반도 관련이 많이 다뤄지지 않았다. 또 중국을 포함해 동아시아 관련 논의도 의외로 적다. 그렇기에 ‘제국과 의로운 민족’이 앞 책의 보완재가 될 수 있겠다 싶어 번역을 하겠다고 결심했다. 여담이지만 번역을 막 착수했을 때 드라마 조선구마사 폐지 논쟁이 있었고, 책이 출간되기 직전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회식에서의 한복 논쟁, 석연치 않은 판정을 둘러싸고 한중 간의 감정이 격해지기도 했다. 수교 30주년을 맞이하는 시점에 시의적절한 번역서를 출간했다고 생각한다.”-번역하며 가장 힘들었던 점은. “영어로는 참 좋은 책 제목이고 의미심장하기도 한데 제목을 한국어로 적확히 옮기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었다. 서양인 학자로서 중국을 포착할 때, ‘Empire’는 자연스럽고 당연하기도 했다. 하지만 우리말 독자의 감각에서 Empire의 번역어인 ‘제국’은 조금 다른 외연을 지닌다고 생각한다. 특히 중국을 바라볼 때 제국, 제국주의보다는 ‘중화’란 표현이 우리들 피부에 좀 더 감각적으로 와 닿는다. 이를 제국으로 표현했을 때 오는 이질감이 있는데, 한글판을 읽는 독자들이 이를 예민하게 의식하면서 독서를 해나가면 좋겠다. 또 영어 단어 ‘Nation’도 마찬가지다. ‘민족’으로 번역했을 때 꼭 민족주의자가 아니더라도 한국 독자들이 자연스럽게 느낄 수밖에 없는 뜨거운 감정이 있다. 아마 저자가 사용한 이 단어의 어감은 우리가 느끼는 감각보다 좀 더 차분할 것이란 점을 의식했으면 한다. 또 저자에게 코리아는 때로는 남과 북을 아우르는 개념이다. 한국인으로선 코리아는 당연히 한국인데 외부자 입장에서는 그게 아니라는 점을 드러내고 싶어 의도적으로 한반도라는 표현을 고집했는데, 번역을 마친 뒤에도 여전히 살짝 어색한 감이 남기도 했다. 독자들의 너른 양해를 바란다.” -국제정치학을 전공하는 이로서 책에 대한 불만이 있었다면. “한국어 자료를 읽을 수 없는데, 기존의 전공인 중국사를 넘어서 한국사까지 연구한다는 생각 자체가 이해가 잘 안 됐다. 그러나 이와 같은 점이 좀 더 글로벌한 시각에서 과감한 주장을 할 수 있는 저자의 장점이라 생각한다. 분명히 자료를 제대로 못 읽고, 자료에서 표현되는 뉘앙스를 제대로 포착하지 못한 대목도 있을 것이다. 과감하게 한중관계 600년사를 그려냈지만, 그려낸 서사가 큰 방향에서 설득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중국 학자들을 만나 중국어로 의견을 교환하고, 중국 학생들도 많이 가르쳤으니 중국 사람들이 바라보는 한반도관이 투영된 것이 아닌가 걱정도 있다. 그런 약점들에도 불구하고, 중국 사람들 입장에서 한반도가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생각해보라는 베스타 교수의 지적은 충분히 음미해볼 만하다. 그러니 중국과의 대화를 채우는 것은 우리 정책 결정자들과 연구자들의 몫이다. 한반도 국가와 중국의 관계를 더 긴 호흡에서 생각할 수 있으면 좋겠다. 또 언젠가 중국어판이 나온다면 중국어권 독자들의 반응이 궁금하기도 하다.” -베스타 교수의 말을 빌리자면 중국 입장에서도 정녕 제국이 되고 싶으면 한반도와의 관계가 시금석이 되는 것 같다. 실은 지금 그것이 잘 안되고 있다. 앞으로 우리 외교가 해내야 할 일이기도 한데 우리 국민들의 대중국 감정은 완전히 다르다. 설득해야 하는데 쉽지 않은 일일 것이다. 정치권도 완벽히 통제하기 쉽지 않다. “동감이다. 동아시아에 오랫동안 누적돼 온 문제들이 있는데 그 전에는 터놓고 얘기하지 않고 서로 얼버무리며 넘기곤 했던 문제들이 이제는 서로 대등하게 성장한 상황에 평등하게 얘기를 주고받고 있다. 이는 동아시아의 관점에서 보면 사상 첫 경험이 아닐까 한다. 언젠가는 거쳐야 할 지점에 이르렀다고 할 수 있다. 처음이라 거칠게 분출하는 경향은 있지만 거쳐야 할 과정인 것 같다.” -지금까지 공부의 초점과 앞으로의 초점은. “국제정치학을 전공한다고 해서 과연 현실 국제정치를 잘 알 수 있느냐는 선문답 같은 질문을 받곤 했다. 이 질문에 대한 답으로 박사학위 논문 주제를 냉전 초기 한국 국제정치학의 역사로 잡았다. ‘냉전 국제정치’란 새로운 현상을 당대 지식인들이 어떻게 읽어냈는가 살폈다. 냉전을 ‘열전’으로 경험할 수밖에 없었던 우리 현실에 우리의 눈으로 주체적으로 냉전을 읽어낸다는 것은 역시 쉬운 일이 아니었다. 우리 지식인들은 미국 국제정치학을 수용하면서 극복하고, 또 우리의 현실을 나름대로 해석해내야 하는 삼중고에 시달렸다. 냉전기 한국이란 독특한 장소에서 국제정치를 우리의 눈으로 읽어내려는 시각이 분명 존재했다. 학위논문에서는 주로 냉전 초기를 다뤘지만 앞으로는 시공간을 넓혀나갈 계획이다.
  • 월급 20만원 줄어도 차별 아니라고? 육아휴직 복귀 ‘법 기준’ 세웠다[우리 삶을 바꾼 변론]

    월급 20만원 줄어도 차별 아니라고? 육아휴직 복귀 ‘법 기준’ 세웠다[우리 삶을 바꾼 변론]

    “육아휴직을 고민하는 직장인들에게 가장 큰 두려움은 복귀 후 업무와 승진에서 배제될 것이란 불안감, 그래서 ‘이대로 내 커리어(경력)가 끝나는 것은 아닐까’ 하는 불안감입니다. 대법원의 이번 판결은 근로자들이 그런 차별에 대한 걱정 없이 마음 편히 육아휴직을 쓸 수 있어야 한다는 원칙을 다시 한번 확인해 준 셈입니다.”  한국 사회에서 아이를 키우는 일은 가시밭길의 연속이다. 부부가 직장에서 육아휴직을 신청했더라도 마음 편한 복직은 사실상 쉽지 않다. 휴직을 마치고 돌아왔을 때 자신의 자리가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이들에게는 실존하는 위협인 까닭이다. 지난 6월 30일 대법원의 판결은 그래서 우리 사회에 작지만 의미 있는 발걸음이었다. 재판부는 “육아휴직을 마친 근로자의 업무가 복귀 전과 ‘같은 업무’에 해당하려면 업무의 성격·내용·범위·권한·책임 등에서 사회 통념상 차이가 없어야 한다”며 구체적인 법적 기준을 처음으로 제시했다. 사측의 손을 들어준 1심과 2심의 판단을 뒤집고 마침내 대법원에서 승소 취지의 파기환송을 이끌어 낸 민주노총 법률원 소속 김세희(45·변시 4회) 변호사를 지난 4일 만났다. ●돌아오니 업무·권한 싹 바뀌어  2011년부터 롯데쇼핑에서 ‘생활문화매니저’로 일하던 남직원 A(47)씨는 2015년 6월 육아휴직에 들어갔다가 이듬해 1월 복직을 신청했다. 그런데 사측은 이미 해당 지점 매니저 자리에 다른 직원이 근무 중이라며 두 달 뒤 A씨를 매니저 직급이 아닌 식품 냉장냉동 영업담당으로 보직을 바꿔 복직시켰다.  당장 업무 내용과 권한부터 달라졌다. 휴직 전 A씨의 직급은 대리였지만 맡은 업무는 ‘발탁매니저’로서 영업실적·담당사원 관리 등 현장 모니터링과 함께 제품 발주, 입점, 진열, 판매, 처분 등 매장 운영을 총괄하는 관리자 직무였다. 그러나 복직 후 맡은 ‘영업담당’은 인사평가권도 없었고, 매니저의 지휘·감독을 받아 제품 진열과 판매 등을 하는 실무직이었다.  임금도 줄었다. 발탁매니저로 근무할 때는 매달 업무추진비 15만원과 사택수당 5만원 등 20만원을 추가로 받았지만, 영업담당으로 복직한 후에는 해당 수당이 삭제됐다. A씨는 노동조합과 민주노총 법률원의 도움을 받아 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에 사측을 상대로 부당 보직변경 등에 대한 구제 신청을 했다.  노동위원회는 잇따라 A씨의 손을 들어줬다. 발탁매니저와 영업담당은 업무 성격이나 권한, 임금에서 차이가 있는 만큼 A씨의 인사 발령은 남녀고용평등법을 위반한 ‘부당전직’이라는 판단이었다. 그러나 언뜻 마무리되는 듯 보였던 사건은 사측이 중앙노동위의 결정에 불복해 행정법원에 부당전직 구제 재심판정 취소 청구 소송을 제기하면서 곧 긴 법정 다툼으로 번졌다.  김 변호사는 “육아휴직 후 전보로 인한 불이익은 해고와 달리 직무상 권한 축소나 경력에서의 불이익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차별인 경우가 많다”며 “그렇다 보니 구제의 실익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사측을 상대로 육아휴직으로 인한 불이익을 소송으로 다툰다는 게 쉽지 않고, 사건 자체가 굉장히 드물어서 관련 판례를 찾아봐도 거의 없었던 것이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사측 “임시직 변경 문제없어”  재판의 쟁점은 우선 A씨가 복직 후 맡은 영업담당이 이전에 맡았던 발탁매니저와 같은 업무에 해당하는지 여부였다. 남녀고용평등법 제19조 4항은 ‘사업주는 육아휴직을 마친 후에는 휴직 전과 같은 업무 또는 같은 수준의 임금을 지급하는 직무에 복귀시켜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측은 원래 대리 직급이던 A씨가 인력 사정상 임시로 과장 이상이 맡는 발탁매니저로 일했던 것이므로 대리급 영업담당으로 복직시킨 것이 정당하다고 주장했다. 추가로 받았던 수당도 실비 성격이기 때문에 이전 업무와 같은 수준의 임금에 해당한다고 했다. 반면 A씨 측은 발탁매니저가 임시직이 아닌 정규 직급이라고 주장했다. 실제 사측이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전체 매니저 직책 267명 중 121명이 이미 발탁매니저로 일하고 있었다. 45.3%, 절반에 가까운 인원이었다.  김 변호사는 “매니저에서 담당으로 내려온 사람들의 명단 16년치를 받아 일일이 확인해 보니 1년에 4건 정도 수준이었고, 그마저도 내용을 살펴보면 회사 인사 규정을 위반한 징계성 인사가 대부분이었다”며 “사측이 증거로 제출한 자료를 분석해 탄핵하는 식으로 변론을 이어 갔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1심과 2심은 A씨 측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발탁매니저는 인력 사정의 수요에 따라서 부여되는 임시 직급인 만큼 육아휴직 후 영업담당으로 복직시킨 것도 다른 업무에 복귀시켰다고 볼 수 없다는 사측의 주장을 인정한 것이다. 또 삭제된 수당인 월 20만원은 전체 임금의 4.3%가량에 불과한 만큼 큰 차이가 있다고 말할 수 없다고 재판부는 판단했다.  A씨 측으로선 납득하기 어려운 결과였다. 김 변호사는 “전보라는 건 회사의 재량권이 폭넓게 인정되기 때문에 통상의 전보와 육아휴직 후의 전보는 판단 기준이 달라야 한다고 봤다”며 “누군가 육아휴직을 사용하면 대체 인력을 구해야 하니 당연히 조직 환경의 변화는 있을 수밖에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복직자에게 다른 보직을 주는 것이 가능하다면 육아휴직을 쓰는 사람은 언제나 업무상의 불이익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는 뜻이나 마찬가지인 것”이라고 말했다. ●“육아휴직, 당연한 일처럼 돼야”  2017년 12월, A씨 측이 포기하지 않고 상고한 재판은 5년 만에 대법원에서 극적으로 뒤집혔다.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지난 6월 30일 원심을 깨고 피고(중노위·A씨) 승소 취지로 파기환송 결정을 내렸다.  재판부는 “육아휴직 후 복귀한 근로자의 업무가 휴직 전과 같은 업무에 해당하려면 업무의 성격과 내용·범위 및 권한·책임 등에서 사회 통념상 차이가 없어야 한다”며 “휴직 기간 중 발생한 조직 체계나 근로 환경의 변화 등을 이유로 ‘같은 수준의 임금을 지급하는 다른 직무’로 복귀시키는 경우에도 복귀자에게 실질적인 불이익이 있어선 안 된다”고 봤다.  법원이 육아휴직 복귀자에 대한 차별 기준을 구체적으로 명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근로기준법 제23조에도 이미 정당한 이유 없이 근로자를 전직시키면 안 된다는 일반 규정이 있지만, 남녀고용평등법에서도 복직자에 대한 ‘불리한 처우’를 금지한 것은 결국 근로자가 심리적으로 안정된 상태에서 육아휴직을 신청할 수 있어야 한다는 취지라고 본 판단이었다.  김 변호사는 “대법원 판결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이 바로 ‘복귀 후 맡게 될 업무가 휴직 이전과 현저히 달라져서 생기는 생경함과 두려움으로 근로자의 육아휴직 신청에 지장을 초래하지 않아야 한다’고 본 것이었다”며 “재판부도 A씨가 육아휴직을 하지 않았더라면 계속해서 발탁매니저를 하고 있었을 것이라고 본 셈”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육아휴직자에 대한 기업의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판결이 기업에 불리한 판결이 아니라는 점을 곱씹어 봤으면 좋겠습니다. 연차 휴가를 자유롭게 쓰는 사회적 분위기가 마련된 것처럼 육아휴직도 당연히 쓸 수 있는 것으로 인식이 바뀌어야 합니다. 회사가 직원들을 ‘우리 구성원’으로 받아들이고 육아휴직 후에도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도록 돕는다면 근로자들도 회사에 최선을 다해 기여하지 않을까요.”
  • 與 “민주노총 대놓고 정치선동… 국민 밉상”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 지난 13일 서울 중구에서 진행한 ‘8·15 전국노동자대회’에 대해 국민의힘이 “시대착오적 정치 투쟁”으로 규정하고 일제히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양금희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14일 “민노총은 시대착오적 정치 투쟁을 멈추고, 노동조합 본연의 역할에 충실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양 원내대변인은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이 집회에서 ‘이 나라를 전쟁의 화염 속에 몰아넣으려는 윤석열 정부를 용납할 수 없다’, ‘한반도의 운명을 쥐락펴락하는 미국에 맞서 싸워야 한다’, ‘노동조합의 힘으로 불평등한 한미동맹을 끝내자’ 등을 발언했다고 전하면서 “가히 시대착오적이며, 2022년도 대한민국 노동자들의 주장이 맞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동료 근로자들의 생계를 어렵게 하며, 낡은 이념의 정치 투쟁에만 열을 올리고 있지는 않은가”라고 덧붙였다. 같은 당 김기현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우리 사회의 슈퍼갑으로 변질된 민노총은 이제 그 존재 자체가 국민밉상이 되었다”면서 “어제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열린 민노총 집회는 그야말로 국민 민폐였다”고 꼬집었다. 그는 “마치 체제 전복을 위한 북한 노동당의 정치선동 집회를 보는 듯했다. 대놓고 정치선동을 하며 체제전복을 추구하는 권력집단으로 변질된 것”이라며 “민노총이 죽어야 이 나라가 살고 청년들이 산다”고 주장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전날 페이스북에 “외피만 노동자대회일 뿐, 본질은 정치투쟁이고 반미투쟁”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민주노총과 같은 강성노조는 이미 사회의 기득권 세력”이라며 “강성노조의 반미투쟁은 그 자체로 모순이다. 노동자뿐만 아니라 모든 국민이 혜택을 입어 왔던 한미동맹을 스스로 부정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 월급 20만원 줄어도 차별 아니라고?…육아휴직 복귀 ‘법 기준’ 세웠다 [우리 삶을 바꾼 변론]

    월급 20만원 줄어도 차별 아니라고?…육아휴직 복귀 ‘법 기준’ 세웠다 [우리 삶을 바꾼 변론]

     “육아휴직을 고민하는 직장인들에게 가장 큰 두려움은 복귀 후 업무와 승진에서 배제될 것이란 불안감, 그래서 ‘이대로 내 커리어(경력)가 끝나는 것은 아닐까’ 하는 불안감입니다. 대법원의 이번 판결은 근로자들이 그런 차별에 대한 걱정 없이 마음 편히 육아휴직을 쓸 수 있어야 한다는 원칙을 다시 한번 확인해 준 셈입니다.” 한국 사회에서 아이를 키우는 일은 가시밭길의 연속이다. 부부가 직장에서 육아휴직을 신청했더라도 마음 편한 복직은 사실상 쉽지 않다. 휴직을 마치고 돌아왔을 때 자신의 자리가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이들에게는 실존하는 위협인 까닭이다. 지난 6월 30일 대법원의 판결은 그래서 우리 사회에 작지만 의미 있는 발걸음이었다. 재판부는 “육아휴직을 마친 근로자의 업무가 복귀 전과 ‘같은 업무’에 해당하려면 업무의 성격·내용·범위·권한·책임 등에서 사회 통념상 차이가 없어야 한다”며 구체적인 법적 기준을 처음으로 제시했다. 사측의 손을 들어준 1심과 2심의 판단을 뒤집고 마침내 대법원에서 승소 취지의 파기환송을 이끌어 낸 민주노총 법률원 소속 김세희(45·변시 4회) 변호사를 지난 4일 만났다. 과장급 ‘매니저’였다가 복귀하니 대리급 ‘영업 담당’ 2011년부터 롯데쇼핑에서 ‘생활문화매니저’로 일하던 남직원 A(47)씨는 2015년 6월 육아휴직에 들어갔다가 이듬해 1월 복직을 신청했다. 그런데 사측은 이미 해당 지점 매니저 자리에 다른 직원이 근무 중이라며 두 달 뒤 A씨를 매니저 직급이 아닌 식품 냉장냉동 영업담당으로 보직을 바꿔 복직시켰다. 당장 업무 내용과 권한부터 달라졌다. 휴직 전 A씨의 직급은 대리였지만 맡은 업무는 ‘발탁매니저’로서 영업실적·담당사원 관리 등 현장 모니터링과 함께 제품 발주, 입점, 진열, 판매, 처분 등 매장 운영을 총괄하는 관리자 직무였다. 그러나 복직 후 맡은 ‘영업담당’은 인사평가권도 없었고, 매니저의 지휘·감독을 받아 제품 진열과 판매 등을 하는 실무직이었다. 임금도 줄었다. 발탁매니저로 근무할 때는 매달 업무추진비 15만원과 사택수당 5만원 등 20만원을 추가로 받았지만, 영업담당으로 복직한 후에는 해당 수당이 삭제됐다. A씨는 노동조합과 민주노총 법률원의 도움을 받아 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에 사측을 상대로 부당 보직변경 등에 대한 구제 신청을 했다. 노동위원회는 잇따라 A씨의 손을 들어줬다. 발탁매니저와 영업담당은 업무 성격이나 권한, 임금에서 차이가 있는 만큼 A씨의 인사 발령은 남녀고용평등법을 위반한 ‘부당전직’이라는 판단이었다. 그러나 언뜻 마무리되는 듯 보였던 사건은 사측이 중앙노동위의 결정에 불복해 행정법원에 부당전직 구제 재심판정 취소 청구 소송을 제기하면서 곧 긴 법정 다툼으로 번졌다. 김 변호사는 “육아휴직 후 전보로 인한 불이익은 해고와 달리 직무상 권한 축소나 경력에서의 불이익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차별인 경우가 많다”며 “그렇다 보니 구제의 실익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사측을 상대로 육아휴직으로 인한 불이익을 소송으로 다툰다는 게 쉽지 않고, 사건 자체가 굉장히 드물어서 관련 판례를 찾아봐도 거의 없었던 것이 사실”이라고 설명했다.“발탁매니저는 임시직, 보직변경 정당” VS “휴직 전후 같은 업무·같은 임금 원칙” 재판의 쟁점은 우선 A씨가 복직 후 맡은 영업담당이 이전에 맡았던 발탁매니저와 같은 업무에 해당하는지 여부였다. 남녀고용평등법 제19조 4항은 ‘사업주는 육아휴직을 마친 후에는 휴직 전과 같은 업무 또는 같은 수준의 임금을 지급하는 직무에 복귀시켜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측은 원래 대리 직급이던 A씨가 인력 사정상 임시로 과장 이상이 맡는 발탁매니저로 일했던 것이므로 대리급 영업담당으로 복직시킨 것이 정당하다고 주장했다. 추가로 받았던 수당도 실비 성격이기 때문에 이전 업무와 같은 수준의 임금에 해당한다고 했다. 반면 A씨 측은 발탁매니저가 임시직이 아닌 정규 직급이라고 주장했다. 실제 사측이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전체 매니저 직책 267명 중 121명이 이미 발탁매니저로 일하고 있었다. 45.3%, 절반에 가까운 인원이었다. 김 변호사는 “매니저에서 담당으로 내려온 사람들의 명단 16년치를 받아 일일이 확인해 보니 1년에 4건 정도 수준이었고, 그마저도 내용을 살펴보면 회사 인사 규정을 위반한 징계성 인사가 대부분이었다”며 “사측이 증거로 제출한 자료를 분석해 탄핵하는 식으로 변론을 이어 갔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1심과 2심은 A씨 측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발탁매니저는 인력 사정의 수요에 따라서 부여되는 임시 직급인 만큼 육아휴직 후 영업담당으로 복직시킨 것도 다른 업무에 복귀시켰다고 볼 수 없다는 사측의 주장을 인정한 것이다. 또 삭제된 수당인 월 20만원은 전체 임금의 4.3%가량에 불과한 만큼 큰 차이가 있다고 말할 수 없다고 재판부는 판단했다. A씨 측으로선 납득하기 어려운 결과였다. 김 변호사는 “전보라는 건 회사의 재량권이 폭넓게 인정되기 때문에 통상의 전보와 육아휴직 후의 전보는 판단 기준이 달라야 한다고 봤다”며 “누군가 육아휴직을 사용하면 대체 인력을 구해야 하니 당연히 조직 환경의 변화는 있을 수밖에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복직자에게 다른 보직을 주는 것이 가능하다면 육아휴직을 쓰는 사람은 언제나 업무상의 불이익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는 뜻이나 마찬가지인 것”이라고 말했다. 대법원 “‘같은 업무’ 해당하려면 사회 통념상 전과 차이 없어야” 2017년 12월, A씨 측이 포기하지 않고 상고한 재판은 5년 만에 대법원에서 극적으로 뒤집혔다.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지난 6월 30일 원심을 깨고 피고(중노위·A씨) 승소 취지로 파기환송 결정을 내렸다. 재판부는 “육아휴직 후 복귀한 근로자의 업무가 휴직 전과 같은 업무에 해당하려면 업무의 성격과 내용·범위 및 권한·책임 등에서 사회 통념상 차이가 없어야 한다”며 “휴직 기간 중 발생한 조직 체계나 근로 환경의 변화 등을 이유로 ‘같은 수준의 임금을 지급하는 다른 직무’로 복귀시키는 경우에도 복귀자에게 실질적인 불이익이 있어선 안 된다”고 봤다. 법원이 육아휴직 복귀자에 대한 차별 기준을 구체적으로 명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근로기준법 제23조에도 이미 정당한 이유 없이 근로자를 전직시키면 안 된다는 일반 규정이 있지만, 남녀고용평등법에서도 복직자에 대한 ‘불리한 처우’를 금지한 것은 결국 근로자가 심리적으로 안정된 상태에서 육아휴직을 신청할 수 있어야 한다는 취지라고 본 판단이었다. 김 변호사는 “대법원 판결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이 바로 ‘복귀 후 맡게 될 업무가 휴직 이전과 현저히 달라져서 생기는 생경함과 두려움으로 근로자의 육아휴직 신청에 지장을 초래하지 않아야 한다’고 본 것이었다”며 “재판부도 A씨가 육아휴직을 하지 않았더라면 계속해서 발탁매니저를 하고 있었을 것이라고 본 셈”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육아휴직자에 대한 기업의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판결이 기업에 불리한 판결이 아니라는 점을 곱씹어 봤으면 좋겠습니다. 연차 휴가를 자유롭게 쓰는 사회적 분위기가 마련된 것처럼 육아휴직도 당연히 쓸 수 있는 것으로 인식이 바뀌어야 합니다. 회사가 직원들을 ‘우리 구성원’으로 받아들이고 육아휴직 후에도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도록 돕는다면 근로자들도 회사에 최선을 다해 기여하지 않을까요.”
  • 與 “민주노총 시대착오적 정치 투쟁…국민 밉상”

    與 “민주노총 시대착오적 정치 투쟁…국민 밉상”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 지난 13일 서울 중구에서 진행한 ‘8·15 전국노동자대회‘에 대해 국민의힘이 “시대착오적 정치 투쟁”으로 규정하고 일제히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양금희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14일 “민노총은 시대착오적 정치 투쟁을 멈추고, 노동조합 본연의 역할에 충실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양 원내대변인은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이 집회에서 ‘이 나라를 전쟁의 화염 속에 몰아넣으려는 윤석열 정부를 용납할 수 없다’, ‘한반도의 운명을 쥐락펴락하는 미국에 맞서 싸워야 한다’, ‘노동조합의 힘으로 불평등한 한미동맹을 끝내자’ 등을 발언했다고 전하면서 “가히 시대착오적이며, 2022년도 대한민국 노동자들의 주장이 맞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동료 근로자들의 생계를 어렵게 하며, 낡은 이념의 정치 투쟁에만 열을 올리고 있지는 않은가”라고 덧붙였다. 같은 당 김기현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우리 사회의 슈퍼갑으로 변질된 민노총은 이제 그 존재 자체가 국민밉상이 되었다”면서 “어제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열린 민노총 집회는 그야말로 국민 민폐였다”고 꼬집었다. 그는 “마치 체제 전복을 위한 북한 노동당의 정치선동 집회를 보는 듯했다. 대놓고 정치선동을 하며 체제전복을 추구하는 권력집단으로 변질된 것”이라며 “민노총이 죽어야 이 나라가 살고 청년들이 산다”고 주장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전날 페이스북에 “외피만 노동자대회일 뿐, 본질은 정치투쟁이고 반미투쟁”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민주노총과 같은 강성노조는 이미 사회의 기득권 세력”이라며 “강성노조의 반미투쟁은 그 자체로 모순이다. 노동자뿐만 아니라 모든 국민이 혜택을 입어 왔던 한미동맹을 스스로 부정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 버터나이프크루 사업 요구…권성동 “페미니즘 중요하면 자기 돈 내면 돼”

    버터나이프크루 사업 요구…권성동 “페미니즘 중요하면 자기 돈 내면 돼”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 페이스북 글“왜 이념 내세워 세금 받아가려 하느냐”“남녀갈등 증폭…지원 대상이 페미니즘에 경도”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13일 여성가족부의 성평등 문화 추진단 사업 중단에 관련 비판이 나오자 “성평등과 페미니즘이 그렇게 중요하면 자기 돈으로 자기 시간 내서 하면 된다”고 맞받았다. 권 원내대표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자신의 이념이 당당하다면 사상의 자유시장에서 국민의 선택을 받으면 될 일이다”라며 “왜 이념을 내세워 세금을 받아 가려 하느냐”고 지적했다. 권 원내대표는 “문제에 대한 접근방식 자체가 틀렸다”며 “오히려 버터나이프크루와 같은 사업에 혈세가 3년동안 들어갔다는 게 개탄할 일”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어떤 사업은 한국 영화에 성평등 지수를 매겼다”며 “여성 감독, 여성작가, 여성 캐릭터가 많이 나오면 성평등 지수가 높다고 한다. 여성 비중이 높아야 성평등이라 주장하는 것도 우습지만 이런 사업을 왜 세금으로 지원하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공유주방에서 밥 먹고 성평등 대화하기’, ‘넷볼 가르치기’, ‘모여서 파티하고 벽화 그리기’ 등 일부 사업을 언급하며 “밥 먹고 토론하고 노는 건 자기 돈으로 하면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그는 또 “버터나이프크루와 같은 사업은 공공성도 생산성도 없다”며 “국민이 납세자로서 가져야 할 긍지를 저해하고 있다. 사업 중단을 넘어 사업 전체가 감사를 받아야 한다. 앞으로 여가부의 각종 지원사업을 꼼꼼히 따져보겠다”고 강조했다. 권 원내대표는 여가부가 지원하는 ‘성평등 문화 추진단 버터나이프크루’에 대해 “남녀갈등을 완화하겠다면서 증폭시키고 특정 이념에 편향적으로 세금을 지원하며 과거 지탄받던 구태를 반복한다”며 지난달 4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폐지를 주장했다. 이에 여가부는 보도참고자료를 통해 “젠더갈등 해소 효과성, 성별 불균형 등의 문제가 제기된 바 사업 추진에 대해 전면 재검토하도록 하겠다”고 같은달 5일 밝혔다.  이어 지난달 말 사업을 전면 중단하겠다고 밝혔던 것으로 알려졌다. 버터나이프크루는 지난달 30일 총 17개 팀으로 구성된 4기를 출범했다.  2019년 첫 출범한 버터나이프크루는 ‘2030’ 청년들이 성평등 관점에서 콘텐트 제작, 인식 개선 활동을 펼쳐왔다. 김현숙 여가부 장관 취임 후인 지난 5월 23일 4기 모집을 공고하면서는 명칭에 종전의 ‘성평등’ 대신 ‘양성평등’을 사용해 논란이 됐다.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버터나이프크루를 두고 ‘“대놓고 페미니즘”, “세금도둑” 같은 비난이 일었다.
  • 교육 수준이 사망불평등으로, 고졸이 대졸보다 사망 연령 3년 낮아

    교육 수준이 사망불평등으로, 고졸이 대졸보다 사망 연령 3년 낮아

    고졸 이하 남성의 최빈 사망 연령(가장 많은 사람이 사망하는 나이)이 대졸 이상 남성보다 3년 가량 낮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교육 수준이 결국 소득과 건강, 삶의 질에도 영향을 미쳐 사망 불평등으로까지 이어진 것이다. 13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행한 보건복지이슈앤포커스 ‘교육 수준별 사망 불평등의 추이와 특징’에 따르면 교육 수준이 낮을수록 최빈 사망 연령 또한 낮았다. 2015년 기준 최빈 사망 연령은 남성의 경우 고졸 이하가 83.96년, 대졸 이상이 86.90년이었다. 여성은 고졸 이하 89.71년, 대졸 이상 90.34년이었다. 또한 사망 건수의 50%가 집중된 구간도 교육수준이 낮을 수록 넓었다. 대졸 이상 남성은 12.51년인 반면 고졸 이하 남성은 15.51년이었다. 여성은 대졸 이상이 10.74년, 고졸 이하가 12.19년이다. 사망 건수가 집중된 구간이 넓다는 것은 이 기간 개인의 생존 불확실성이 더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보고서를 작성한 우해봉 인구정책연구실 연구위원은 “계층적 지위가 낮은 집단은 건강 관련 자원에 접근하기가 상대적으로 어려워 건강한 생활 방식을 유지하기가 어렵고, 병에 걸렸을 때도 체계적으로 관리할 여력이 부족하며, 이는 결과적으로 사망 연령에서 관측되는 변이의 증가로 이어질 개연성이 있다”고 말했다.
  • [열린세상] 자연스럽고 당연한/조이한 아트에세이스트

    [열린세상] 자연스럽고 당연한/조이한 아트에세이스트

    몇 년 전부터 관심을 갖고 있던 19세기 말 북유럽 여성 예술가의 작품을 원화로 보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다. 하지만 비정규직 시간강사이고 잘 팔리지 않는 책을 쓰는 작가로서 물가 비싸기로 유명한 북유럽 여행을 한다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그 일이 가능하게 된 건 우연한 시도 덕분이다. 뭐라도 해 보자는 심정으로 북유럽 4개국의 대사관에 메일을 썼다. 목적을 설명하고 자료를 모아 책을 쓸 계획임을 밝히면서 작품을 보기 위해 여행을 해야겠는데 여행비를 보조해 줄 수 있겠느냐는 내용이었다. 메일에 답이 올 거라는 기대는 하지 않았다. 그런데 놀랍게도 노르웨이 대사관에서 답이 왔다. 그들은 첨부한 지원 서류를 작성해서 보내라고 했다. 서류는 복잡했고 내용을 자세히 써야 했다. 남이 볼까 민망한 영어 실력으로 일주일에 걸쳐서 힘겹게 서류를 채워 나갔다. 공관 서류 언어는 한국어로도 힘든데 영어로 된 서류는 외계어 같았다. 번역기를 돌려도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은 여러 사람에게 물어 가며 한 칸씩 채워 나갔다. 그러다가 이상한 점이 눈에 띄었다. 내가 하려는 내용과 계획에 대해서는 세세하게 적어야 했지만, 개인 신상에 대해서는 거의 아무것도 묻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생년월일, 성별, 학력을 기재하는 칸이 아예 없었다. 그 이유를 짐작하는 건 별로 어렵지 않았다. 나이나 젠더, 학력으로 사람을 차별하거나 평가하지 않겠다는 의도일 것이기 때문이다. 외국 대사관에 메일을 쓰기 전 한국에서 지원받을 곳을 먼저 찾았다. 몇 군데 가능한 기관을 찾기도 했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아예 지원서조차 내지 못했다. 그간 내가 했던 연구나 저술 경력은 중요하지 않았다. 지원 자격에서 박사 학위를 요구했기 때문이다. 그들에게 사람을 걸러내는 일차 기준은 학위였다. 그렇게 몇 군데서 실망하고 포기하려던 차에 별 기대 없이 쓴 메일에 답을 받은 거였다. 비록 연구 여행 비용 전체는 아니지만, 여행 계획을 실현할 수 있는 결정적이고 중요한 지원을 받을 수 있었다. 나는 40일간의 긴 일정을 짰고 올해 6월 26일부터 8월 4일까지 노르웨이, 스웨덴, 핀란드, 덴마크의 수도와 주요 도시 몇 곳의 커다란 미술관 대부분을 방문할 수 있었다. 보고 싶었던 미술 작품을 실제로 본 것이 가장 커다란 성과지만 성평등 부분에서 선두를 달린다는 그곳의 일상을 부분적으로나마 살펴볼 수 있었다는 점도 중요하다.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우습게도 화장실이다. 대부분의 미술관과 도서관 화장실에 성별 구분이 없었기 때문이다. 특히 기억에 남는 건 스톡홀름의 국립 미술관 화장실이다. 그곳에는 다섯 개의 아이콘으로 다양한 젠더를 표시해 놓은 표지판이 있다. 표시는 다섯 개지만 실은 그런 구분이 필요하지 않다는 얘기일 것이다. 내가 서 있는 화장실에서 남자가 나오는 일이 드물지 않아 처음엔 놀랍고 어색했지만 곧 익숙해졌다. 그들은 불법 촬영에 대한 두려움도 없고 남성이 서서 싸면서 화장실을 무참히 더럽히지 않는다는 믿음이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두 번째 인상적인 일은 공공장소에서 아기에게 모유 수유를 하는 여성들을 본 일이다. 마치 누군가 내게 보여 주려고 계획이라도 한 것처럼 한 나라에 한 명씩, 한 번은 지하철 안에서, 두 번은 미술관, 또 한 번은 도서관 안에서였다. 아이가 칭얼대자 그들은 아이를 안고 자연스럽게 젖을 먹였다. 어떤 이는 손수건을 꺼내 가슴께를 가렸지만 아무도 그를 쳐다보지 않았고, 딱히 시선을 의식하는 것처럼 보이지도 않았다. 여성이나 남성의 몸이 차별적인 시선에 놓이지 않는 사회, 엄마가 당당하게 아이에게 젖을 주는 사회, 화장실이 공포스럽지 않은 사회, 그건 자연스럽고 당연한 사회가 아닌가.
  • [마감 후] 반지하 블루스/이두걸 사회2부 차장

    [마감 후] 반지하 블루스/이두걸 사회2부 차장

    “생의 반이 다 묻힌 반지하 인생의 나는/생의 반을 꽃피우는 이들을 만나 목련 차를 마셨다/서로 마음에 등불을 켜 갔다.” 신현림 시인의 2017년 작 ‘반지하 앨리스’의 한 대목이다. 시인은 반지하라는 절망의 공간에서 희망을 끌어올린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현실은 곧잘 비극으로 제 모습을 드러낸다. 최근 서울 등 중부 지역을 강타한 물폭탄에 반지하에 거주하던 40대 발달장애인 A씨 가족 3명이 목숨을 잃은 게 대표적이다. 반지하 주택이 우리 주거 환경에 등장한 건 채 40년이 안 된다. 1984년 건축법 개정안에 따라 지하층 높이의 절반 이상이 땅 아래에 있으면 지하층으로 인정됐다. 건폐율과 용적률 산정 때 제외가 되는 반지하는 건물주 입장에서 이득이었다. 수요도 넘쳐났다. 급격한 경제성장과 도시화에 따라 서울 등 대도시에는 사람들이 몰려들었고, 이들이 거주할 공간은 부족했다. 반지하는 옥탑방과 더불어 서민들이 낮은 임대료만 내고도 “서로 마음에 등불을 켤”수 있는 보금자리였다. 문제는 반지하라는 거주 환경이 열악하다는 점이었다. 지상보다 낮은 위치에 자리하다 보니 수해를 피해 가지 못했다. 주차장법이 개정된 2000년 이후 사라지는 추세지만 서울에만 지하·반지하 주택이 20만호에 달한다. 전체의 5%다. 전국적으로도 33만호가 남아 있다. 대부분 1980년대와 90년대에 집중적으로 지어진 탓에 노후화도 극심하다. 1인당 국민소득 수천 달러 시절의 반지하 주택과 4만 달러에 걸맞은 고층 아파트가 공존하는 게 서울 등 대도시의 어두운 현실이다. 이에 서울시는 지난 10일 반지하 주택 대책을 내놨다. 지하·반지하 형태의 주거 목적 용도를 전면 불허하고, 기존 반지하는 10~20년 안에 없앤다는 게 뼈대다. 이러한 대책을 반대할 이유는 전혀 없다. 거주는 소득이나 자산 못지않게 우리 사회가 직면한 불평등을 여실히 보여 주는 분야다. “국가는 주택개발정책 등을 통해 모든 국민이 쾌적한 주거생활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제35조 3항)는 헌법의 가치를 되살리는 조치이기도 하다. 하지만 정책의 방향 못지않게 중요한 건 실효성이다. 자청해서 반지하에 거주하려는 서민은 없다. 없는 살림에 울며 겨자 먹기로 선택‘당하는’ 것이다. 이들이 반지하 대신 살 수 있는 바람직한 대안, 곧 공공임대주택이 필요하다. 서울시는 노후 임대주택의 고밀도 재건축으로 공급을 늘리려 하고 있지만 지자체 역량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윤석열 정부는 전임 정부의 연평균 14만 가구에 못 미치는 10만 가구의 공공임대를 공급하겠다는 기존 계획을 수정해 공공임대 물량을 더 늘려야 한다. 공급을 늘리지 않은 채 반지하만 없애면 그곳에 살던 이들은 외곽으로 밀려나거나 고시원 등 열악한 주거 환경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공공임대 정책도 보다 정밀해져야 한다. 수마에 희생된 발달장애인 가족은 반지하 자가 보유자였다. 기존 반지하 건축주들에 대한 인센티브도 실효성이 담보돼야 한다. 개인의 선의에만 기댄 정책은 실패하기 마련이다. 여기에 필요한 건 반지하에 거주하는 이들도 우리와 같은 사람이라는 인식이다. 대통령이 반지하 주택 창밖에서 집 안을 내려다보는 시선은 동물원에서 창살 너머 동물 구경하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우리의 특권이 그들의 고통과 연결돼 있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숙고하는 것 … 타인에게 연민‘만’을 베풀기를 그만둔다는 것, 바로 이것이야말로 우리의 과제이다.”(수전 손택, ‘타인의 고통’ p 154)
  • “‘기생충’이 현실로…韓 빈곤층 불평등 부각”…외신도 홍수 피해 주목

    “‘기생충’이 현실로…韓 빈곤층 불평등 부각”…외신도 홍수 피해 주목

    서울과 수도권에 내린 집중 호우로 피해가 이어지는 가운데, 외신은 이번 홍수로 인명피해가 발생한 반지하 주거 형태를 주목하는 보도를 잇달아 내놨다. CNN, BBC, 로이터 등 외신은 10일(이하 현지시간) 서울에 기록적인 비가 내리면서 최소 9명이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특히 지난 8일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한 다세대주택 반지하에 살던 일가족 3명이 폭우로 고립돼 숨진 사고를 비중 있게 보도했다.외신은 반지하를 ‘semi-basement(준 지하실·절반 지하층)’ 또는 ‘underground apartment(지하의 아파트)’ 등으로 표현했다. 일부 언론은 한국어 발음을 그대로 옮긴 ‘babjiha’라는 표기를 쓰기도 했다. 외신이 한국의 반지하 형태에 관심을 보인 것은 영화 ‘기생충’의 영향이 크다. 로이터는 이번 폭우를 “영화 ‘기생충’의 한 장면 같다”면서 “홍수가 한국에서의 사회적 차이를 보여줬다”고 전했다.‘기생충’에는 사회적‧경제적 약자로 묘사되는 주인공 일가족이 반지하에 살다가 홍수 피해를 당하는 장면이 등장한다. 로이터는 신림동 반지하 일가족의 침수 사례를 언급하며 “아시아 4위 경제 국가에서의 사회적 격차 증가에 관한 이야기이자 2020년 오스카상을 받은 한국 영화 ‘기생충’에 묘사된 반지하 침수와 불편한 유사성을 보유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홍수는) 강남 등 수도의 호화로운 부촌 지역에서의 불편과 금전적 손실을 야기했지만, 신림 같은 곳에서는 절박한 이들이 삶을 이어가려 매달려 온 몇 없는 희망을 파괴했다”고 덧붙였다.미국 뉴욕타임스 역시 해당 사건을 다루며 “한국의 도시 빈곤층이 처한 어려움은 국가적 주택 위기 및 커지는 불평등을 부각한다”면서 “한국 도시의 빈곤층은 종종 반지하에 산다. 영화 ‘기생충’에도 이러한 모습이 그려졌다”고 전했다. 이어 “서울에서 삼성과 현대 등 대기업이 건축한 고층 아파트에 산다는 것은 사회적 지위의 상징이다. 하지만 가난한 이들은 종종 값싸고 축축하며 곰팡이가 핀 반지하에 산다”고 지적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한국 현지 뉴스와 SNS에 공유된 (홍수 관련) 사진들은 아포칼립스(종말)를 배경으로 한 영화를 연상케 한다”고 보도했다. 영국 BBC는 “(침수로 일가족이 사망한) 반지하는 영화 ‘기생충’에 등장하는 아파트와 거의 똑같이 생겼다”면서 “이번 사고는 영화에서 주인공 가족이 폭우로 인해 집에 들어찬 물을 필사적으로 퍼내는 모습을 연상하게 한다. 하지만 현실은 더 최악이었다”고 전했다. 이어 “윤석열 대통령이 이곳을 방문한 이유는 이 가족의 죽음을 심각하게 인식했기 때문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 [사설] 수마가 할퀸 상처 尹 정부 총력 다해 신속 복구해야

    [사설] 수마가 할퀸 상처 尹 정부 총력 다해 신속 복구해야

    윤석열 대통령이 어제 정부서울청사에서 수해대책회의를 연달아 주재하는 자리에서 “불편을 겪은 국민에게 정부를 대표해 죄송한 마음”이라며 직접 사과했다. 윤 대통령의 이번 진솔한 사과로 정부의 대처가 충분했는지를 두고 국회와 온라인 등에서 벌어지는 감정 섞인 갑론을박이 자제되길 기대한다. 도시 기능의 마비로 8, 9일 출퇴근길에 큰 어려움을 겪은 수도권 시민의 공포와 분노 등도 이제는 수해 극복의 에너지로 전환돼야 한다. 윤 대통령은 “이상 기상 현상이 향후에도 빈번할 것으로 보고 근본적 대책을 세우라”고 지시했다.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수해경고체계나 인공지능(AI)을 활용한 홍수예보체계 운영 등이 그것이다. 2011년 당시 오세훈 서울시장이 시도한 ‘대심도 빗물터널’이나 침수조와 배수조 설치도 광범위하게 논의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한강 등 4대강 중심으로 운영되는 홍수예보 시스템을 전국 218개 지류와 지천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이번 서울 신림동 발달장애 일가족 희생도 만약 도림천의 범람 가능성 등이 일찌감치 예보됐더라면 충분히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점에서 안타까움을 더한다. 재난은 무차별적으로 보이지만, 재난의 불평등은 취약계층에 더 가혹했다. 서울 신림동 일가족 사망이 대표적인 사례다. 다세대주택 반지하에서 살던 장애인 가족은 ‘물폭탄’에 속수무책이었다. 119로 구조 요청이 몰리면서 119는 한동안 먹통이 됐고, 구조대가 뒤늦게 출동했으나 골든타임을 놓친 뒤였다. 큰비가 내리면 반지하 주택이 집중적으로 침수 피해를 보는 탓에 서울시와 정부가 개선안을 내놓지만, 그때마다 공수표에 그치니 이런 불평등한 비극이 발생하는 게 아닌지 되돌아봐야 한다. 정부는 이번 기회에 현실적 대안으로 반지하 주택 개선안은 물론이고 ‘동’ 단위까지 세분화한 조기경보체계 마련, 재난신고 통신 회선 증편 등 구체적인 대책을 실행해야 한다. 여당과 정부는 긴급 협의에서 수도권과 강원·충청도 등 수해 피해가 큰 지역에 대해서는 특별재난지역으로 신속히 선포하겠다고 약속했다. 당정이 빠른 수해복구 의지를 보였다는 점에서 다행스럽다. 특별재난지역 선포 등은 야당도 주장하는 바이니 어려움은 없을 것이다. 침수 차량과 침수 주택 지원을 위한 예비비 지출, 금융 지원, 세금 감면 등 실질적 지원 대책도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
  • [기고] 종부세 개편, 보유세 정상화를 위한 첫걸음/이준봉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기고] 종부세 개편, 보유세 정상화를 위한 첫걸음/이준봉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윤석열 정부가 내놓은 첫 세제개편안에는 다주택자에 대한 징벌적 종합부동산세 과세 기준을 주택 수에서 주택 가액으로 전환하고 적용 세율을 완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그런데 일각에서는 해당 종부세 개편안이 다주택자에 대한 부당한 감세라는 주장을 제기하고 있다. 하지만 현행 종부세가 헌법이 규정한 평등의 원칙을 침해한다는 논란이 있을 정도로 다주택자의 세 부담이 지나치다는 점을 고려하면 감세가 부당하다는 평가는 타당하지 않다. 주택분 종부세수는 2017년 3878억원에서 2021년 4조 4085억원으로 4년 새 무려 11배 증가하며 ‘폭탄 과세’라는 지적을 꾸준히 받아 왔다. 부동산 보유세는 물건별 비례세율로 과세하는 것이 국제적 기준에 부합한다. 부동산 보유세를 인별 합산 누진세율 과세와 다주택자에 대한 징벌적 중과와 같은 이중적 누진세율 체계로 운영하는 국가는 전 세계에서 유례가 없다. 농어촌특별세 포함 최고 3.24% 누진세율이 적용되는 세제개편안 역시 미실현 이익에 대한 과세로는 과중한 측면이 있다. 다주택자 중과 제도는 과열된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한 것이므로 다주택자는 그 불이익을 감수하거나 주택 소유를 포기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다주택자 중과 제도는 본래 도입 취지와 달리 지금은 주택 매매 및 전월세 시장을 교란하는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또한 다주택자에 대한 징벌적 과세는 보유 단계 과세에 한정되지 않고 취득·양도 및 증여 단계까지 이뤄진다. 정부 또는 국회가 다주택자라는 특정 집단을 지목해 제도적 불이익을 가하는 것은 헌법상 정당화되기 어렵다. 사회적 약자에 대해 허용될 수 없는 방식의 불이익은 다주택자 등 부유층에 대해서도 똑같이 정당화될 수 없다. 종부세 다주택자 중과를 놓고 조세 원칙과 무관한 정치적·정파적 논쟁이 세법 영역에서 벌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세법이 다주택자의 사용과 처분에 대한 규제를 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헌법은 재산권의 사용 또는 처분을 제한하는 것에 대해 정당한 보상을 지급하도록 한다. 그런데 세법이 규정하는 조세는 대가 없이 강제적으로 징수하는 금전적 불이익이다. 세법이 재산권 행사를 규제하려는 순간 헌법상 보장된 재산권 침해를 제한하는 규정은 세법으로 인해 무력화된다. 다주택자를 비롯한 자산가에게 누진적 세 부담을 귀속시킨다 하더라도 최소한 국민의 담세 능력을 고려한 조세 원칙에 부합하고 헌법 정신에 맞도록 설계돼야 한다. 이런 맥락에서 주택 수가 아닌 가액 기준 과세, 세율 완화안을 담은 종부세 개편안은 부동산 보유세 정상화를 위한 첫걸음이 될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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