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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朴 아버지 추도… 文 애국지사 뜻 기리고 … 安 민주열사 넋 위로

    朴 아버지 추도… 文 애국지사 뜻 기리고 … 安 민주열사 넋 위로

    朴 “이제 아버지 놓아드렸으면… 피해자들에게 사과” “이제 아버지를 놓아 드렸으면 한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가 고(故) 박정희 전 대통령의 33주기인 26일 호소했다. 과거사 관련 피해자들에게도 한 번 더 사과의 뜻을 밝혔다. 더 이상 과거사에 얽매이지 않고 미래를 내다보겠다는 메시지로 읽힌다. 박 후보는 이날 오전 서울 동작동 국립현충원에서 거행된 박 전 대통령의 추도식에 참석, 유가족 인사말을 통해 “아버지 시대에 이룩한 성취는 국민들께 돌려드리고 그때의 아픔과 상처는 제가 안고 가겠다.”면서 “아픔과 상처를 치유하고 새로운 대한민국을 열어 가기 위해 최선을 다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과거사 관련 사과도 반복했다. 박 전 대통령을 두고 “당시 절실했던 생존의 문제부터 해결하고 나라를 가난에서 벗어나게 하는 것이 최고의 가치이자 철학이었다.”고 언급한 뒤 “그 과정에서 마음의 상처와 피해를 입으신 분들에게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지난달 인혁당 사건 발언에 이어 최근 정수장학회까지 논쟁이 끊이지 않았던 과거사 문제를 이날을 기점으로 정리가 되길 바란다는 뜻으로 보인다. 박 후보 자신도 논란을 정리하고 앞으로 정책과 민생 행보에 더욱 주력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그는 “산업화 시대의 역량과 민주화 시대의 열정을 하나로 모아 대한민국의 새로운 시대를 반드시 열어 가겠다.”면서 “한편으로 국민의 힘을 하나로 모으고 다른 한편으로는 잘못된 것을 과감하게 고치면서 대한민국의 대혁신을 위한 새로운 길을 걸어가겠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24일 기자회견에서 밝힌 국민대통합 의지에 더해 ‘혁신’의 가치가 보태졌다. 당시 박 후보는 “아픔과 고통을 치유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하겠다.”면서 대통합 구상을 밝힌 바 있다. 이날 추도식에는 1만 2000여명의 인파가 모였다. 매년 2000~3000명 수준의 추모객이 다녀갔지만 대선을 코앞에 둔 시점이라 박 후보 지지자들이 대거 몰렸다. 모든 추모객들과 일일이 악수를 했던 이전과 달리 박 후보는 가벼운 목례를 했지만 시간이 1시간 30분이나 소요됐다. 또 추도식에 빠지지 않고 참석했던 박 후보의 동생 박지만 EG 회장과 서향희 변호사는 이날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대신 조화만 전달했다. 서 변호사는 지난 8월 고(故) 육영수 여사의 추도식에도 불참했다. 삼화저축은행 비리 의혹 등 각종 논란을 의식한 듯하다. 유족 가운데에는 5촌 조카인 가수 은지원씨가 박 후보의 뒷자리에 앉았다. 최필립 정수장학회 이사장도 조화를 보냈다. 허백윤기자 baikyoon@seoul.co.kr 文 “친일 청산 못해… 역사 기억하고 배우겠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는 26일을 ‘안중근 의사 의거 103주년’에 초점을 맞췄다. 그러면서 백범 김구 등 애국지사 묘역을 참배하며 ‘항일 독립정신’을 기렸다. 이와 관련, 문 후보의 이날 행보가 박정희 전 대통령의 33주기 추도식이 열리는 날이라는 점을 감안했다고 보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최근 빚어진 정수장학회 논란에서 민주당 측이 “박 전 대통령이야말로 친일파”라며 새누리당을 공격한 바 있기 때문이다. 문 후보는 이날 서울 용산구 효창공원을 방문해 김구 선생의 묘역을 비롯해 안 의사의 가묘(假墓), 삼의사(이봉창·윤봉길·백정기)의 묘역을 차례로 찾아 헌화하고 참배했다. 방명록에는 “역사를 기억하고 배우겠습니다.”라고 적었다. 문 후보는 이 자리에서 “해방 이후 친일 청산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그분들의 정신이나 혼도 제대로 받들지 못한 아쉬움이 많다.”고 말했다. 친일파로 지목되고 있는 박 전 대통령을 겨냥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그는 또 “참여정부 때 중국 정부의 협조를 얻고 남북 간의 협력도 해 가면서 안 의사의 유해 발굴에 노력을 기울였지만 찾아내지 못해 아쉽다.”면서도 “정부가 노력을 계속한다고는 하는데 실제로 보면 큰 노력들을 하고 있지 않은 것 같다.”며 현 정부에 대한 비판도 쏟아냈다. 그러면서 “애국 열사들의 넋을 기려야 현재도 있고 미래도 있다.”고 강조했다. 문 후보는 이날 박 전 대통령의 추도식과 관련해 직접적인 언급은 하지 않았다. 진성준 대변인만 “오늘은 10·26 사태 33주기가 되는 날이다. 우리 현대사에서 다시는 일어나지 말아야 될 비극적 사건이 발생한 날이다. 박근혜 후보에게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는 짧은 논평을 남겼다. 앞서 문 후보는 오전 국회에서 크리스토‘퍼 힐 전 미국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를 만나 “이명박 정부가 남북관계를 악화시켰다.”며 이 대통령을 비판했다. 문 후보는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 비서실장 자격으로 6자회담 미국 측 수석 대표였던 힐 전 차관보와 만나 인연을 맺은 바 있다. 이어 그는 “미국(대선)은 TV를 통한 토론이 판세를 좌우하는 것 같다.”면서 “미국에서 어느 분이 대통령이 되든, 한국에서 어느 후보가 당선되든 한·미 관계에는 변함이 없을 것”이라며 한·미 동맹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문 후보는 이날 오후 자신의 모교인 경희대 평화의전당에서 열린 인기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스타K4’ 리허설 현장을 방문, 지원자들의 꿈을 격려하고 사기를 북돋웠다. 이영준기자 apple@seoul.co.kr 安 “민주주의 희생자 마음 잊지 않고 새 미래 열 것” 안철수 무소속 대선 후보는 26일 국립3·15민주묘지를 참배하고, 안중근 의사 의거 103주년을 언급하면서 ‘민주주의’와 ‘역사 바로세우기’의 의미를 부각시키는 데 주력했다. 이날은 안 후보가 정치권 전면에 등장한 계기가 된 10월 26일 서울시장 보궐선거 1주년이 되는 날이기도 하다. 안 후보는 경남 방문 둘째 날인 이날 오전 창원시 마산회원구에 있는 국립3·15민주묘지를 참배했다. 3·15민주묘지는 1960년 이승만 정권의 3·15 부정선거와 독재에 반발해 싸운 희생자들이 묻힌 곳이다. 이날 3·15민주묘지를 찾은 것은 마산이 1979년 10월 박정희의 유신독재에 반대한 ‘부마항쟁’의 진원지로 박정희 유신독재와 대비되는 ‘민주주의’의 의미를 강조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안 후보는 묘지 참배 후 방명록에 ‘민주주의를 위해 희생한 분들의 마음, 잊지 않겠습니다. 새로운 미래를 열겠습니다.’라고 적었다. 안 후보는 이날 경남 방문 중 통영에서 10·26 사태에 대해 “역사의 심판을 이미 받은 일이라 덧붙일 말이 없다.”면서 직접적인 언급을 피했다. 유민영 대변인이 브리핑을 통해 “불행한 일이 되풀이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짧게 말했을 뿐이다. 대신 안 후보는 경남 진주시 경상대학교에서 가진 강연에서 “10월 26일은 안중근 의사 서거 103주년”이라면서 “안중근 의사께서 여순 감옥에서 순국한 후 고국에 묻어 달라고 했는데 유해를 찾지 못해 효창공원에 가묘로 있다. 우리 민족의 역사 바로 세우기에 미완으로 남겨진 부분이 많다.”고 지적했다. 안 후보는 지난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 시작됐던 정치권 변화에 대한 국민의 열망을 강조하며 최근 자신의 정치개혁안을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하는 정치권에 재반격했다. 안 후보는 “제일 가슴 아프게 들렸던 부분이 ‘국민의 정치 혐오에 맹목적으로 편승한 포퓰리즘’이라는 말이었다. 쉽게 풀이하면 안철수가 ‘국민들이 정치를 싫어하도록 부추기고 있다’는 건데, 그게 얼마나 교만한 생각인가.”라며 “새 정치를 갈망하는 국민들의 요구를 대중의 어리석음으로 폄훼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문제의 본질은 왜 국민이 정치를 혐오하게 됐는가에서 출발해야 한다.”며 “정치권이 이를 바로잡기 위해서는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는 게 본질”이라고 강조했다. 또 안 후보는 “이번 국정감사가 안철수 감사가 됐는데, 국정감사 때 국정감사를 하지 않은 의원들은 자진해서 세비를 반납해야 한다.”고 꼬집기도 했다. 창원·진주·통영 송수연기자 songsy@seoul.co.kr
  • [2012 대선후보 심층분석]〈12〉안철수 쟁점행적(하)

    [2012 대선후보 심층분석]〈12〉안철수 쟁점행적(하)

    안철수 무소속 대선 후보는 출마선언 이후 끊임없이 도덕성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 대담집 ‘안철수의 생각’ 등에서 밝힌 자신의 말과 실제 행동이 다른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게 정치권 비판의 핵심이다. 안 후보가 깨끗한 이미지를 앞세우면서 새로운 정치를 강조하고 있지만, 표리부동한 행적이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는 것이다. 안 후보가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지나치게 깨끗한 이미지를 부각한 게 도덕성 논란의 부메랑이 되고 있다고 정치권은 보고 있다. 안 후보와 부인 김미경 서울대 의대 교수가 아파트 매입 시 이른바 ‘다운계약서’를 작성했다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안 후보는 2000년 10월 당시 실거래 가격이 2억 4000만원가량인 본인 명의의 서울 동작구 사당동 대림아파트를 팔면서 담당 구청에는 7000만원에 매각했다고 신고했다. 실거래가의 3분의1 수준으로 국세청 기준시가(1억 5000만원)의 절반 정도에 불과하다. 김 교수도 2001년 10월 송파구 문정동 올림픽훼밀리타운 아파트를 2억 5000만원에 매입했다고 송파구에 신고했다. 하지만 당시 이 아파트 시세는 4억 5000만~5억 2000만원 선으로 김 교수가 2억원 이상 거래 가격을 낮춰 신고해 취·등록세를 탈루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깨끗한 이미지 ‘부메랑’ 맞는 安 실거래 가격으로 신고하는 부동산 실거래가 신고의무 제도는 2006년 도입돼 안 후보나 김 교수의 다운계약서는 엄밀히 말하면 실정법 위반은 아니다. 안 후보는 ‘안철수의 생각’에서 “탈루되는 세금이 없도록 세무 행정을 강화하고, 탈세가 드러날 경우 일벌백계로 엄중하게 처벌해서 세금을 떼먹는 것은 엄두도 내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운계약서 논란이 일자 안 후보 측은 “당시에는 위법은 아니었다.”면서도 “안 후보가 탈루된 세액에 대해 납부할 방법을 찾아보라고 해 알아봤지만 당시의 다운계약서는 탈법은 아니기 때문에 세금을 다시 납부할 방법은 없다.”고 설명했다. 안 후보도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지만 어쨌든 잘못된 일이고 국민께 사과드린다. 앞으로 더 엄정한 잣대와 기준으로 살아가도록 노력하겠다.”고 직접 사과했다. 부동산 문제는 전세살이 및 상속·증여 논란으로 이어진다. 그는 스스로 “오랫동안 전세살이를 해 봐서 집 없는 설움을 잘 안다. 부모님께 손 벌리는 일은 절대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지만 본인의 다운계약서 논란을 불러온 사당동 아파트는 모친이 ‘딱지’를 구입해 마련해 줬다는 지적도 있었다. 안 후보는 사당동 아파트에서 4년을 살았고 이후 사당동 아파트를 전세 놓고 모친 소유의 재개발 아파트인 도곡동 아파트로 이사했다. 안 후보의 모친이 1988년 매입한 아파트였다. 안 후보와 모친은 일주일 간격으로 사당동 아파트 딱지와 도곡동 아파트 지분을 사들였고 12년 뒤에는 석 달 간격으로 두 아파트를 팔았다. 2001년에는 부인 명의의 문정동 아파트를 샀고 지난해 12월 팔았다. 현재 용산 주상복합건물에서 전세를 살고 있는 안 후보는 그동안 대전의 빌라와 여의도 주거형 오피스텔을 오가며 생활했다. 종합해 보면 안 후보가 결혼 이후 집 없이 전세살이한 기간은 2년 남짓인 셈이다. 하지만 안 후보 측은 “안 후보 가족이 자기 집이나 부모 소유의 집이 아닌 다른 사람 집에서 전세로 거주한 기간은 8년”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조부 부동산 편법증여 의혹도 또 안 후보는 저서 ‘행복바이러스 안철수’에서 “내가 살면서 할아버지께 물질적으로나 정신적으로 큰 도움을 받지는 않았다.”고 밝혔지만, 그의 조부는 1979년 부산 수영구 남천동 99㎡ 규모의 2층 주택과 224㎡ 규모의 토지를 안 후보를 포함한 가족에게 증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1994년 매각 당시 해당 토지의 공시지가는 2억 3000여만원. 안 후보의 지분 20%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9200만원 정도다. 당시 안 후보는 고교 3학년이어서 매매로 위장한 편법 증여 의혹까지 제기됐다. 두 사안에 대한 안 후보 측의 해명은 비슷하다. 딱지구입 논란에 대해서는 “부모가 직접 구해 줘 안 후보는 잘 알지 못하고 있고, 지금은 부모들이 연로해 당시 상황을 잘 기억하지 못한다. 서류도 사실관계만 나와 파악에 한계가 있다.”고 해명했다. 상속 논란에 대해서는 “돌아가신 조부가 하신 일로 현재 경위는 알 수 없지만, 안 후보는 아무런 금전적 이득을 본 사실이 없다. 부동산실명제 시행 이전의 일이어서 명의신탁이었는지 증여였는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군 생활도 책에서 밝힌 내용과는 차이가 있다. 심재철 새누리당 최고위원은 안 후보가 군생활 중 주말마다 비행기를 타고 외박을 했다고 주장했다. 심 위원은 안 후보가 1995년 출판된 저서 ‘별난 컴퓨터 의사 안철수’에서 ‘군대생활 39개월은 나에게 커다란 공백기였고 의학연구나 컴퓨터 일을 할 수 없어 엄청난 고문’이라고 밝힌 점을 거론하며 “군 복무 기간을 입대 전 사회생활 때 했던 것을 할 수 없게 됐다고 ‘공백기’, ‘고문’이라고 폄훼하는 것은 안보에 대한 오도된 가치관이자 군과 군인에 대한 모독”이라고 주장했다. 새누리당은 안 후보의 의인화(義人化) 또는 위인화(偉人化) 태도도 비판하고 있다. 심 최고위원은 “생존한 인물 중 최초로 모두 11종의 초·중·고 교과서에 실린 안 후보의 미담 중 상당 부분은 안 후보가 스스로를 의인화·위인화한 데서 시작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 사례로 안철수연구소 창업 배경과 관련해 “2001년 발간된 저서와 인터뷰에서는 ‘학교 측의 채용보류 결정에 10개월간 실업자로 지내면서 아내가 벌어 온 돈으로 사는 게 견디기 어려워 창업했다’고 했는데 2003년부터는 자신이 의대 교수직을 자발적으로 포기하고 험난한 길에 뛰어들었다는 식으로 말했다.”고 지적했다. 미담이 각색되며 과대포장됐다는 게 새누리당 측의 비판이다. ●安측 “논문의혹 문제없다” 반박 한국연구재단에 등록된 안 후보 논문은 모두 5편으로, 이 가운데 4편은 재탕 또는 표절 의혹이 제기됐다. 안 후보 측은 논문 의혹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제기된 의혹에 대해 학계에서는 전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라며 조목조목 반박하고 있다. 1993년 한 학술지에 게재된 논문은 제1저자가 5년 전 쓴 학위 논문을 재탕한 것이 아니냐는 게 논쟁의 핵심이다. 안 후보는 군복무 중일 때 이 논문에 제2저자로 참여했다. 1991년 의학박사 논문도 표절이라는 주장이 일었다. 안 후보가 2년 앞서 박사 학위를 받은 서인석 서울대 의대 교수의 논문 일부를 표절했다는 주장이다. 또 안 후보가 연구조원으로 참여해 제출된 1992년 연구보고서가 같은 해에 나온 다른 석사의 논문과 유사하다는 점, 한국과학재단으로부터 1년에 500만원씩 1000만원의 연구비를 받았으며 1993년 안 후보가 제3저자로 학회지에 발표한 논문도 1992년 다른 학회에 실린 논문과 비슷하다는 점이 생물학 연구 정보센터(브릭)의 자유게시판 등에서 논쟁거리가 되고 있다. 이에 대해 안 후보 측은 학위 논문은 학술지에 게재하는 것이 의무사항(1993년 논문)이고, 일부에서 인용 없이 사용했다고 문제 삼는 볼츠만 공식은 물리학적 원칙으로 인용문을 달지 않는 것이 관례(1991년 논문)라고 반박하고 있다. 1992년 연구보고서에 대해서는 논문에 이름이 등재된 사실을 몰랐고 연구비를 받은 적도 없다고 해명하고 있다. 김효섭기자 newworld@seoul.co.kr
  • [열린세상] 늑대 같은 지도자/이은희 과학칼럼니스트

    [열린세상] 늑대 같은 지도자/이은희 과학칼럼니스트

    만약 당신이 늑대처럼 거칠고 사나워 보이는 집단의 우두머리가 되려 한다면, 당신에게 필요한 것은 압도적인 힘과 카리스마일까, 부드러운 포용력과 솔선수범하는 자세일까. 이에 대해서는 흥미로운 실험이 있다. 실제 동물행동학자 두 사람이 한 무리의 ‘진짜’ 늑대를 대상으로 우두머리의 조건에 대해 실험을 한 것이다. 먼저 한 사람은 늑대들을 힘으로 제압할 생각이었기에 금속 보호대와 채찍을 들고 우리 안으로 들어갔다. 그는 늑대들이 조금이라도 자신에게 덤벼올 때면 채찍을 사납게 휘둘러 그들을 제압했다. 그러나 그는 얼마 지나지 않아 쫓겨나듯 우리에서 나와야 했다. 그가 채찍을 휘두르는 횟수가 늘어날수록 늑대들은 더욱 난폭해져 갔고, 결국에는 손댈 수 없을 만큼 사나워져 버리고 말았기 때문이었다. 반면 다른 이는 채찍 대신 유화정책을 사용했다. 그는 늑대들에게 조심스레 다가가 그들의 털을 쓰다듬으며 한데 어울려 놀거나 늑대처럼 짖으며 그들 무리에 동화되고자 노력했다. 놀랍게도 며칠 지나지 않아 늑대들은 얌전한 개처럼 그를 따르며 그와 어울려 장난을 치기에 이르렀다. 후자가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무엇 때문일까? 이는 늑대들이 우두머리에게 요구하는 행동 특성 탓이다. 그들은 강하고 폭압적인 지도자가 아니라 현명하고 무리를 위해 헌신할 줄 아는 지도자를 추대한다. 보통 늑대는 무리를 지어 사냥하는 습성이 있는데 먹잇감이 줄어드는 겨울에는 다른 전략을 취한다. 한꺼번에 몰려다닌다고 해서 먹이를 잘 찾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먹잇감의 주의를 끌 가능성만 높기 때문이다. 따라서 겨울이 되면 대부분의 늑대들은 동굴 속에서 휴식을 취하고, 우두머리 늑대 홀로 칼바람이 부는 벌판으로 나서곤 한다. 추위와 굶주림 속에서 먹이를 찾아 헤매는 것은 오로지 우두머리의 몫이다. 하지만 우두머리 늑대가 아무리 힘이 세고 체력이 좋다고 하더라도, 추위와 굶주림을 견디며 눈밭을 헤매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기에 종종 우두머리는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한 채 지친 몸을 이끌고 동굴로 돌아오기도 한다. 그러나 이때에도 부하들은 그를 능력 없는 지도자로 폄훼하거나 무시하지 않고 따뜻하게 맞아준다. 하지만 아무리 우두머리의 잘못이 아니라고 해도, 이런 일이 반복되면 굶주린 늑대들의 눈빛은 변하기 마련이다. 분위기가 심상찮음을 느끼면 우두머리 늑대는 동료들을 향해 애처롭게 울부짖기 시작하는데, 이 울부짖음은 다른 늑대들이 모두 함께할 때까지 계속된다. ‘늑대들의 합창’이라고 부르는 이 울부짖음은 먹이를 구하지 못해 날카로워진 늑대 무리들의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들고, 공동체의 결속력을 다지는 응원가의 구실을 한다. 이처럼 우두머리 늑대는 힘이 세지만 그 힘을 과시하지 않고, 가장 현명하지만 다른 늑대들의 의견을 무시하지 않기 때문에 공동체 구성원들에게 절대적인 신뢰와 존경을 받는다. 그러나 늑대 역시 나이가 들어갈수록 실수를 하거나 잘못된 판단을 내리는 일이 생기기 마련이다. 우두머리가 그에 어울리는 자질을 잃었다고 판단되는 경우, 늑대들은 새로운 지도자를 영입한다. 내부적으로 공인된 젊고 능력 있는 수컷이 우두머리에게 대드는 것을 묵인하거나, 우두머리의 아내가 차세대 지도자와 짝짓기를 하는 방법을 통해 기존의 우두머리를 퇴임시키고 새로운 지도자를 맞는 것이다. 지금까지 충성을 바쳤던 대장일지라도 내칠 때는 잔인할 정도로 단호하다. 그러나 이를 통해 지도력을 상실한 개체를 권력을 장악했다는 이유만으로 계속 통치하게 만드는 것을 묵인하지 않겠다는 늑대 공동체의 단호한 결의를 읽을 수 있다. 무능한 지도자의 손아귀에 권력을 계속 놓아두는 것만큼 공동체를 위협하는 것은 없기 때문이다. 늑대들이 공동체를 이루어 살아가는 모습은 인간들이 사회 속에서 살아가는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 아니, 늑대 집단의 우두머리와 구성원들이 보여주는 모습은 인간 군상들이 보여주는 그것보다 훨씬 더 효율적이고 ‘인간적’인 면모를 지니고 있다. 앞으로 5년간 우리 사회를 이끌 지도자를 선출할 날이 다가오고 있다. 이번 선거에서는 정당과 이념과 종파에 대한 편견을 접고, 늑대들의 현명한 눈과 냉철한 손을 벤치마킹해 보는 것은 어떨까.
  • “오바마, 선거인 과반 확보”… 롬니 마지막 기회는 TV토론

    미국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밋 롬니 공화당 후보가 3일(현지시간) 콜로라도주 덴버대학에서 첫 대선 TV토론을 벌인다. 다음 달 6일 대선을 한 달여 앞두고 열리는 이번 토론회는 갈수록 오바마에게 뒤처지는 롬니가 판세를 뒤집을 마지막 기회로 평가되고 있다. 이날 토론회가 올해 미 대선의 최대 분수령이라는 얘기다. 최근 판세는 롬니 후보에게 짙은 암운을 드리우고 있다. AP통신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각종 여론조사를 종합해 오바마가 전체 선거인단(538명) 가운데 과반(270명) 확보에 근접한 것으로 분석됐다고 밝혔다. ‘오늘 선거가 치러진다’고 가정했을 때 오바마가 초격전 지역인 오하이오주와 아이오와주, 그리고 워싱턴DC와 다른 19개주에서 이겨 271명의 선거인단을 챙긴다는 예상을 내놓았다. 반면 롬니는 23개 주에서 승리해 206명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됐다. 따라서 롬니가 판세를 엎으려면 아직 오차범위 안팎의 접전을 벌이는 부동층주(스윙 스테이트)인 플로리다주, 콜로라도주, 네바다주, 노스캐롤라이나주, 뉴햄프셔주, 버지니아주를 ‘싹쓸이’해야 한다. 또 이들 6개 주를 모두 가져가더라도 롬니는 267명의 선거인단을 확보하는 데 그치기 때문에 오바마에게서 오하이오주나 아이오와주를 추가로 빼앗아야 하는 힘겨운 처지에 놓여 있다. 3일 토론회의 초점은 달변의 오바마에 맞서 롬니가 얼마나 알맹이 있는 비전을 선보이느냐에 맞춰져 있다. 특히 롬니 후보가 자신을 궁지에 빠트린 ‘47% 발언’에 대해 어떤 해명을 내놓을지가 관심이다. 롬니 후보는 지난달 17일 공개된 비디오 영상에서 미국인의 47%를 ‘정부 의존형 인간’으로 폄훼해 비판을 받은 바 있다. 롬니는 현재 매사추세츠주 벌링턴의 한 호텔에서 토론회 준비에 여념이 없으며 2008년 존 매케인 공화당 대선 후보의 ‘스파링 파트너’였던 로브 포트먼(오하이오) 상원의원과 모의 토론도 진행했다. 오바마 대통령도 네바다주에서 정책고문들과 토론회 준비에 여념이 없다. 그는 2004년 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존 케리 상원의원을 연습 상대로 질의답변 연습을 가졌다. 오바마 대통령의 한 참모는 “대통령이 질문에 짧고 분명하게 답하고, 전문용어들은 될 수 있는 대로 사용하지 않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포스트가 1일 보도한 여론조사 결과 이번 토론회에서 오바마가 이길 것이라는 응답은 56%인 반면 롬니가 우세할 것이라는 응답은 29%에 그쳤다. 두 번째 TV토론은 오는 16일 뉴욕주 호프스트라대학에서, 마지막 토론회는 22일 플로리다주 린대학에서 열린다. 워싱턴 김상연특파원 carlos@seoul.co.kr
  • [지방시대] 신용불량자의 사면과 새 출발/김민배 인천발전연구원장

    [지방시대] 신용불량자의 사면과 새 출발/김민배 인천발전연구원장

    신용불량자. 경우에 따라 개념이나 통계가 조금씩 다르지만 우리나라 국민 중 600만명 정도가 신용불량자라고 한다. 빚 때문에 찌들어 사는 사람들의 대명사가 된 신불자의 명칭이나 이유 역시 다양하다. 취직도 하기 전에 신불자가 된 젊은이를 일컫는 청년신불, 재학 중 대출받은 등록금 상환을 연체한 등록신불, 사오정과 오륙도로 버림받고 자영업을 하다가 망한 자영신불, 생활비 때문에 카드와 대출을 돌려막는 가계신불, 금융권에서 대출을 받아 집을 샀지만 깡통주택이 된 주택신불, 중소기업이나 학력이 낮다는 이유로 이자 차별을 받는 이자신불 등등. 우리 사회의 암울한 자화상이다. 아르바이트로 잠 설쳐가며 푼돈 벌면서, 등록금을 대출받은 대졸자에게 우리 사회가 붙여준 딱지가 청년신불자다. 취업이 돼야 이자든 원금이든 낼 수 있는 것 아닌가. 생존을 위해 시작한 자영업자들이 시장 과잉으로 수년 내 파산하지만 경쟁의 이름으로 방치하는 게 우리 행정이다. 막다른 골목에서 주택을 담보로 빌린 돈을 생활비로 썼다고 도덕적 비난을 받는 세상이다. 그러나 돌아보면 열심히 살려고 발버둥친 이웃들에게 돌아온 결과다. 그들 대부분 성공신화의 주인공이 되기보다 신불자의 멍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신불자를 경쟁의 패배자라고 매도하거나 모럴 해저드의 대명사로 폄훼하는 사람도 있다. 물론 그들의 책임을 부인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들을 탓하기 전에 우리 사회가 만든 제도와 정책의 실패에 주목해야 한다. 또한 개인에게는 혹독하고, 대기업이나 재벌에는 관대한 정책의 이중성을 먼저 문제 삼아야 한다. IMF 외환위기 당시는 물론이고 그 전후에도 재벌과 금융이 국민경제에서 차지하는 논거를 들어 천문학적 빚 탕감이나 공적 자금을 투입했다. 재벌과 금융이 그토록 매도하는 사회주의적 조치로 그들을 살린 정부가 대한민국이다. 투입된 공적자금은 세금이고, 탕감된 빚은 노동자가 받아야 할 임금이었다. 묻고 싶다. 그들이 받은 특혜를 국민들이 받으면 안 되는가. 국제화와 경쟁력 강화의 이름으로 노동시장을 붕괴시키고, 가족공동체를 막다른 길로 내몬 것도 그들이다. 워킹 푸어의 양산체계를 만든 재벌이나 다국적기업보다 그 희생자인 개인에게 눈길을 돌려야 하는 이유다. 값싼 비용의 대명사로 전락한 비정규직과 명퇴자들에게도 과감한 탕감정책을 베풀어야 한다. 돈 때문에 자살하는 국민, 경제문제로 갈라서는 가족, 돈 때문에 저질러지는 2차 범죄를 언제까지 방치할 것인가. 600만명의 국민과 그 가족들이 잘못된 금융과 대출제도에 의해 언제까지 주눅이 들어야 하고, 범죄자보다 더 고통스러운 삶을 살아야 할 것인가. 신불자의 모럴 해저드를 말하기 전에 제도와 탐욕이 만들어낸 경제적 약자에 대해 새로운 시각을 가져야 한다. 금융권이 과학을 가장한 잣대로 돈과 자산기준으로 사람의 값을 매기고, 기준치에 미달하면 팽개치는 방식도 전면적으로 손질해야 한다. 국민들은 돈보다 자신의 재능과 기술, 지식을 평가하는 세상을 꿈꾼다. 자본과 금융의 이익논리가 아니라 인간으로 인간답게 평가받고 싶어 한다. 600만 신불자와 가족들을 대신해 새롭게 당선될 대통령에게 요청한다. 신불자의 전면 사면과 신금융정책을 실시하라.
  • “팔, 평화에 관심 없다” 롬니 잇단 말실수… 대선 악재

    밋 롬니 미 공화당 대통령 후보가 잇따른 말실수로 대선 가도에 스스로 덫을 놓고 있다. 지난 5월 플로리다주 보카러턴에서 열린 비공개 자금 모금 행사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지지하는 47%를 “정부에 의존하는 무임취식객”이라고 말해 저소득층 폄훼 논란에 휩싸인 롬니가 이 자리에서 “팔레스타인인들은 평화 구축에 관심이 없다.”는 발언까지 한 것으로 드러났다. 롬니는 “팔레스타인 문제가 풀릴 수 있겠느냐.”는 질문에 답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이처럼 당시 행사에서 몰래 촬영된 49분짜리 동영상을 통해 공개된 발언들이 대선을 7주 앞둔 롬니에게 돌발 악재로 등장했다. 국민의 절반을 무시하는 대통령 후보로 자격 논란에 직면한 롬니 후보는 서둘러 진화에 나섰다. 롬니는 18일(현지시간)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발언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내세우는 ‘큰 정부’에 반대하는 ‘철학의 차이’를 보여 준 것이라는 해명을 내놨다. 정서린기자 rin@seoul.co.kr
  • [Weekend inside]경선패배 5년만에 우뚝선 미래권력 朴, MB와의 결말은

    [Weekend inside]경선패배 5년만에 우뚝선 미래권력 朴, MB와의 결말은

    “경선패배를 인정합니다. 오늘부터 당원의 본분으로 돌아가서 정권교체를 이루기 위해 백의종군하겠습니다.” 2007년 8월 20일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한나라당 전당대회. 대통령 후보경선에서 패배한 박근혜 후보는 결과에 승복하며 이렇게 말했다. 당시 박 후보는 이명박 후보(8만 1084표, 49.56%)에 2452표 뒤진 7만 8632표(48.06%)를 얻었다. 지지율 격차는 불과 1.5% 포인트였다. 그로부터 정확하게 5년 뒤인 지난 20일 박 후보는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로 선출됐다. 여권의 역대 대선 경선 사상 최고인 84%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5년의 와신상담 끝에 여당 대선 후보의 자리에 오른 박 후보는 이명박 대통령과 오는 12월 19일 대통령선거일까지 4개월 동안 불안한 ‘정치적 동거’를 시작하게 됐다. ●5년마다 대통령 vs 與대선후보 권력충돌 지난 5년간 18대 총선공천(2008년), 세종시 수정안(2010년), 동남권 신공항 백지화(2011년) 등 현안마다 사사건건 부딪쳤던 두 사람이 ‘대선’이라는 최대의 정치 이벤트를 앞두고 ‘조용한 동거’를 지속할 것 같지는 않다. 흔히 애증(愛憎) 관계로 표현되는, 현재권력인 대통령과 미래권력인 여권 대선주자의 갈등은 역대 정치사를 봐도 거의 예외 없이 반복됐다. 2인자인 여권의 대선후보는 현직 대통령을 밟고 지나가려는 시도를 끊임없이 하며 충돌했고, 결국 상당수는 끝도 좋지 못했다. 1987년 이후 한국의 대통령들은 미래권력과 갈등을 빚다 예외없이 탈당하는 전례도 남겼다. 1992년 노태우 전 대통령은 당시 민자당 대선후보였던 김영삼(YS) 후보와 갈등을 빚다 대선을 3개월 앞두고 탈당했다. 관권선거 의혹과 노 전 대통령의 사돈인 SK그룹에 대한 특혜 의혹 등이 갈등의 원인이었다. 1997년 대선을 앞두고 당시 김영삼 대통령과 이회창 신한국당 후보의 갈등은 미래권력과 현재권력이 정면충돌한 전형적인 사례로 꼽힌다. YS는 1993년 2월 ‘대쪽 법조인’ 이회창을 감사원장에 임명한다. 같은 해 12월에는 국무총리로 중용했다. 그러나 이 후보는 헌법상 보장된 총리의 권한을 둘러싸고 청와대와 마찰을 빚다가 취임 4개월 만에 물러난다. 이 후보가 여권의 대선후보가 되자 YS는 “깜짝놀랄 만한 젊은 후보(이인제)를 내세우겠다.”며 이 후보를 압박했다. 그러자 발끈한 이 후보는 3김(金) 정치 청산을 요구했고, 급기야 YS의 인형을 불태우는 화형식까지 벌인다. 이후 김 전 대통령이 야당인 김대중 후보의 비자금수사를 중단하자 이 후보는 김 대통령의 탈당을 요구했고, 결국 YS는 대선을 한달 남긴 1997년 11월 탈당했다. 2007년 대선 당시 노무현 대통령과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도 비슷한 전철을 밟았다. 노 전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경선을 끝까지 완주했던 정 후보를 각별히 챙겼다. 대선 전 마지막 유세에서는 “차기에는 정동영도 있다.”고 까지 말할 정도로 신뢰가 깊었다. 열린우리당 창당 후 정 후보는 초대 당의장에 올랐고, ‘노인폄훼 발언’으로 시련을 겪지만 노 전 대통령은 그를 통일부장관으로 입각시킬 정도로 무한애정을 보였다. 그러나 2006년 5·31 지방선거에서 열린우리당이 참패하면서 둘 사이의 균열이 불거지기 시작한다. 노 전 대통령은 여당의 압박으로 2007년 2월 열린우리당을 탈당했고, 정 후보는 그해 8월 당을 해체했다. 당시 노 전 대통령은 “구태정치, 기회주의자”라며 직설적으로 비난했고, 정 후보는 “공포정치의 변종”이라며 맞섰다. 그나마 2002년 대선 때 김대중(DJ) 대통령과 노무현 대선 후보는 비교적 무난한 관계를 유지해 예외적인 경우에 속한다. DJ는 2002년 초 대선 불개입을 선언했고 이어 아들의 비리가 잇따르자 대선을 7개월 앞둔 2002년 5월 자진 탈당한다. 이후 노 후보는 대선까지 “자산과 부채를 승계하겠다.”는 자세를 보였다. 그렇다면 대선까지 남은 4개월, 이 대통령과 박 후보는 어떤 관계를 이어 갈까. 두 사람 역시 5년 전 경선 이후 지금까지 갈등과 반목을 거듭하며 감정의 앙금을 쌓아 왔다. 경선 당시 박 후보 측이 ‘BBK사건’, ‘도곡동땅 차명소유’ 문제를 놓고 끝까지 물고 늘어진 데 대해 이 대통령이 서운함을 안 갖고 있을 리가 없다. 박 후보도 경선 이후 했던 ‘동반자 약속’을 이 대통령이 지키지 않은 것에 대해 불만이 있을 수밖에 없다. 말뿐인 ‘권력분점’에 그쳤다는 것이다. 박 후보는 2008년 4월 18대 공천 직후 친박(친박근혜계)이 대거 탈락하자 “국민도 속았고, 나도 속았다.”며 직설적으로 불만을 토로했다. 이 대통령과 박 후보의 갈등이 정점에 이른 것은 세종시 문제를 놓고 맞섰던 2010년 2월이다. 이 대통령은 2월 9일 충청북도 업무보고 자리에서 “잘되는 집안은 강도가 오면 싸우다가도 멈추고 강도를 물리치고 다시 싸운다. 강도가 왔는데도 ‘너 죽고 나 죽자’하면 둘 다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세종시 수정안에 반대하는 박 후보를 겨냥한 것으로 해석되는 발언이다. 그러자 박 후보는 다음 날 “집안에 있는 한 사람이 강도로 돌변하면 어떡하느냐.”라고 이 대통령을 강도에 비유하며 강도 높게 맞섰다. 이른바 ‘강도론’을 둘러싼 두 사람의 마찰이다. 이어 다음 날인 11일 당시 이동관 청와대 홍보수석은 ‘박근혜 대표’가 아닌 ‘박근혜 의원’이라고 꼬박꼬박 지칭하며 “(박 의원의 태도는) 온당치도 못하고 적절치 못할 뿐 아니라 황당하다. 최소한 대통령에 대한 기본적인 예의를 지켜야 하지 않겠느냐.”고 직격탄을 날렸다. ●일각선 “당적 유지 첫 대통령 나오나” 기대도 사실 당시 두 사람의 충돌은 가장 민감한 부분인 ‘차기 대선 후보’와 관련된 발언이 직접적인 원인이었다. 이 대통령은 당시 충북 업무보고에서 ‘강도론’을 언급하면서 동시에 “일 잘하는 사람을 밀고 싶다. 정치적 계산만 하면 발전이 없다.”고 말했다. 이 발언을 일부 언론에서 세종시 원안 고수를 주장하며 정부안에 반대하는 박 후보가 차기 지도자로 적합하지 않다는 뜻을 이 대통령이 드러낸 것이라고 해석하면서 양측 갈등에 불을 붙였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일 잘하는 사람을 밀고 싶다’는 것은 이 대통령이 평소 자주하던 발언인데, 당시 박 후보가 이를 오해하면서 갈등이 생긴 것”이라고 말했다. 이후로도 두 사람은 지난 5년간 협력과 갈등을 반복해 왔다. 지난해에는 동남권 신공항 백지화를 놓고 양측이 또 충돌했다. 하지만 여전히 협력의 끈도 놓지는 않고 있다. 박 후보가 두 차례(2008년과 2011년) 대통령 특사로 외교행보에 나선 것도 이를 방증한다. 올초 여권 일부에서 이 대통령의 탈당요구가 나왔지만 금세 수그러들기도 했다. 박 후보가 지난 3월 7일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대통령의 탈당이 해법은 아니다.”라고 말한 것과 무관치 않다. 때문에 이 대통령이 1987년 민주화 이후 처음으로 당적을 유지한 채 임기를 마무리하는 첫 대통령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로 두 사람은 최근에는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도 보인다. 이 대통령은 지난 3월 12일 열린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초청 토론회에서 박 후보에 대해 “우리나라에 그만한 정치인이 몇 사람 없다.”고 대놓고 칭찬했다. 박 후보도 지난 17일 SBS 대선후보 초청 토론회에서 이 대통령의 독도방문에 대해 “포퓰리즘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이 대통령의 편을 들어줬다. 박 후보는 그러나 정책 차별화는 분명히 하고 있다. 정부의 추가감세는 물론, 연내 차세대 전투기(FX) 선정, 인천국제공항 지분매각 시도에 제동을 걸고 있다. 박 후보는 또 경제민주화를 강조하며 성장위주의 경제정책을 펴는 이 대통령과 명백히 반대의 길을 걷고 있다. 청와대는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던 ‘김영삼·이회창’(1997년 대선), ‘노무현·정동영’(2007년 대선) 조합 식의 극단적인 갈등을 이 대통령과 박 후보가 겪을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강조한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31일 “박 후보는 (갈등을 조장할 수 있는) 극단적인 언행을 하는 분이 아니며, 대통령도 이미 당에 대한 애정을 밝힌 바 있다.”면서 “차별화를 위해 당에서 제시하는 정책대안도 100%는 어렵지만, 재정건전성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정부는 가급적 수용하고 있어 당·청이 충돌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청와대의 이런 바람과는 달리 대선과정에서 박 후보가 정책차별화에서 더 벗어나 이 대통령과 정면 충돌할 가능성은 여전히 높은 편이다. 임기 이후의 불안한 미래를 보장받고 싶어 하는 현재권력인 대통령과 현직 대통령과 차별화에 나설 수밖에 없는 미래권력인 여권 대선주자는 운명적으로 ‘갈등’을 빚을 수밖에 없는 처지이기 때문이다. 야권 대선 후보가 정해지고 본격적인 여야 대결구도가 펼쳐지면 박 후보 측에서 단순히 이 대통령과의 선긋기를 넘어 ‘MB 부정(否定)’의 목소리가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박 후보가 야권 후보와 박빙의 승부를 벌이게 되거나 지지율에서 뒤지는 것으로 나오면 ‘MB 때리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그동안 잠복했던, 이 대통령에 대한 탈당요구도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를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수세에 몰린 이 대통령도 반격에 나설 수밖에 없다. 정치전문가들도 이 대통령과 박 후보의 충돌은 시간과 수위의 문제일 뿐 피하기 어렵다고 내다본다. “더 이상 얘기할 필요도 없다. 박 후보는 지금보다 더 차별화 전략으로 갈 수밖에 없다. 갈등의 정도도 과거만큼 되느냐 안 되느냐의 문제이지, 박 후보와 이 대통령의 충돌은 불가피하다. 지금은 이 대통령의 독도방문으로 인해 잠시 ‘숨고르기’를 하고 있을 뿐이다. 추가로 친인척 비리가 다시 불거진다면 갈등의 강도는 더 커질 것이다. 대통령과 여권 대선후보의 갈등 수위는 대통령의 지지도와 반비례 하는데, 지금 이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역대 최저 수준이다.”(신율 명지대 정외과 교수) “이 대통령의 존재감이 너무 없기 때문에 박 후보 입장에서는 일부러 차별화할 필요조차 못 느낄 수도 있다. 국민들이 이 대통령과 박 후보를 명백히 다르게 보기 때문이다. 박 후보 입장에선 이 대통령이 자진탈당을 해 주면 제일 좋지만 그러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앞으로도 ‘무시’하는 행보를 할 것으로 본다.”(정치평론가 고성국 박사) 김성수기자 sskim@seoul.co.kr
  • [열린세상] 말은 마음의 거울이다/문흥술 서울여대 교수·문학평론가

    [열린세상] 말은 마음의 거울이다/문흥술 서울여대 교수·문학평론가

    딸을 키우는 아버지로서, 대학에서 여학생을 가르치는 선생으로서 요즘처럼 참담할 때가 없다. 국민의 대표로 높으나 높은 자리에 있으면서 공개 석상에서 서슴지 않고 여성을 비하하는 욕설을 하고, 문제가 되자 말도 안 되는 변명을 늘어놓는 ‘분’. 그런 ‘분’을 두둔하는 또 다른 높으신 ‘분’들. 나아가 이 사태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하는 여성 지도자라 자처하는 ‘분’들. 가관이 아닐 수 없다. 여름 방학을 시작할 때마다 제자들에게, 여름에 피서 가지 말고 도서관에 틀어박혀 열심히 책 읽으면서, 어떻게 하면 사회에 나가 옳고 그름을 분명히 구분할 수 있는 비판적 지식인이 될 수 있을지를 고민하라고 늘 말한다. 그러면서 2학기 개강할 때 시커멓게 탄 모습으로 나타나면 피서 간 것으로 생각하고 엄청난 과제를 낼 테니 각오하라고 엄포를 놓는다. 그러면 학생들은 눈빛을 반짝이면서 큰 소리로 ‘예’하고 답한다. 나는 흐뭇한 마음으로 그렇게 1학기를 끝낸다. 그런데 이제 그런 엄포도 놓지 말아야 할 듯하다. 앞서 언급한 그런 높으신 ‘분’들이 한국 사회의 지도자로 있는 한, 제자들이 열심히 공부해서 사회에 나간다 한들 욕먹는 여성밖에 더 되겠는가. 박완서의 소설 ‘친절한 복희씨’에는, 반신불수가 된 상태에서도 자신의 성욕을 채우려고 할머니를 무던히도 괴롭히는 추악한 할아버지가 등장한다. 그런 할아버지 밑에서 평생 고통스럽게 살아온 할머니는 스스로를 지키기 위한 마지막 버팀목으로 늘 비상약을 품고 있다. 남성의 폭력에 전면적으로 노출된 여성이 비상약으로 자신을 보호할 수밖에 없는 극한 상황이 소설에서나 일어나면 좋으련만, 이번 일을 보면서 현실에서도 그런 상황이 충분히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를 금할 수 없다. 여성에게 욕을 하고, 또 그런 행위를 두둔하는 이들의 행동의 이면에는 남성중심주의에 침윤된 무의식이 강하게 작동하고 있다. 지난 시절만 하더라도 한국 사회에서 여성은 남성 중심의 사회를 번영시키는 데 필요한 도구처럼 여겨져 왔다. 여성 직원에게 커피를 타게 하는 일, 회식 자리에서 술 시중을 들게 하는 일 등과 같이 여성을 폄훼하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난 것도 다 남성 중심의 사고 때문이다. 다행스럽게도 21세기 선진 한국 사회에서 여성을 남성의 도구로 보는 시선은 많이 사라져 가고 있다. 여성은 집에서 밥하고 빨래하면 그만이라는 생각을 하는 사람이 지금 과연 몇이나 되겠는가. 여성과 남성의 사회적 역할에 따른 성 차별은 더는 한국 사회에서 통용되지 않는다. 여성과 남성 모두 고귀한 인간 존재로 존중받으면서 각자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열린 장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인식이 우리 사회에 널리 퍼져 있다. 그런 인식 덕분에 오늘날 사회 각 분야에서 여성은 자신의 능력을 마음껏 발휘하면서 한국 사회를 이끌어갈 선두 주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사회적 분위기가 이러한데도 불구하고, 어찌하여 사회 지도층에 있는 사람들은 이 분위기를 역행하는 것일까. 혹시나 이 사람들은 우리 사회의 올바른 변화를 전혀 감지하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오정희의 소설 ‘옛우물’을 보면, 여성으로서의 어머니는 모든 생명체의 근원이자 탄생의 신비로움과 부활의 풍요로움을 지닌 위대한 존재로 규정되고 있다. 그렇지 않은가. 우리 모두 어머니 뱃속에서 생명을 부여받은 존재가 아닌가. 폭염으로 정신마저 혼미해지는 이번 여름, 졸업을 앞둔 제자 두 명으로부터 메일을 받았다. 한 명은 교사가 되려고 도서관에 틀어박혀 시험 준비를 하고 있고, 다른 한 명은 12월의 신춘문예를 위해 집에서 밤 새워 소설을 쓰고 있다는 것이다. 두 학생 모두 자신이 꿈꾸는 바를 이루고자 청춘의 끓는 피를 공부와 습작에 쏟아붓는 것이다. 이들의 열정과 노력이 뿌린 만큼 열매를 맺을 수 있는 사회야말로 21세기 한국이 나아가야 할 올바른 방향이다. 말은 마음의 거울이다. 여성을 폄하하는 말이 횡행하는 사태를 지켜보면서, 진정으로 뜯어고쳐야 할 것이 너무 많은 듯해 심히 개탄스럽다.
  • 안철수, “나폴레옹 같다” 비난에 못참고 결국…

    안철수, “나폴레옹 같다” 비난에 못참고 결국…

    새누리당 박근혜 경선캠프의 홍사덕 공동선대위원장이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을 루이 나폴레옹에 빗댔다. 홍 위원장은 지난 12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안 원장에 대해 “권력을 위해서는 어디든 붙는 루이 나폴레옹 같은 사람”이라고 말했다. 그는 “나폴레옹이 권력을 위해 필요하면 노동자 계급이든 소농민이든 붙고 어떤 때는 귀족계급과도 그러면서 20년을 집권했다.”고 설명했다. 프랑스 제2제정 황제였던 샤를루이 나폴레옹 보나파르트는 나폴레옹 1세의 조카로 1848년 2월 혁명 이후 대통령 선거에서 75%의 압도적 지지로 당선됐지만 포퓰리즘에 부합했던 인물로 평가된다. 홍 위원장의 발언은 대선을 5개월 남짓 남겨둔 시점까지 여론을 떠보며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는 안 원장의 행태를 꼬집은 것이다. 그는 “작은 화단을 하나 가꾸더라도 계획이 필요한데 국가를 경영하는 데 있어 안 원장은 단 하나의 비주얼라이제이션(visualization·시각화)도 보여 준 게 없다.”면서 “국민에 대해 예의가 없는 사람”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안 원장 측의 유민영 대변인은 “두려움의 표현이다. 미래 가치로 이야기하기보다 상대방을 폄훼하고 근거 없이 깎아내리는 나쁜 정치의 표현”이라고 반박했다. 이재연기자 oscal@seoul.co.kr
  • “안철수는 루이 나폴레옹 권력 위해선 어디든 붙어”

    “안철수는 루이 나폴레옹 권력 위해선 어디든 붙어”

    새누리당 박근혜 경선캠프의 홍사덕 공동선대위원장이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을 루이 나폴레옹에 빗댔다. 홍 위원장은 지난 12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안 원장에 대해 “권력을 위해서는 어디든 붙는 루이 나폴레옹 같은 사람”이라고 말했다. 그는 “나폴레옹이 권력을 위해 필요하면 노동자 계급이든 소농민이든 붙고 어떤 때는 귀족계급과도 그러면서 20년을 집권했다.”고 설명했다. 프랑스 제2제정 황제였던 샤를루이 나폴레옹 보나파르트는 나폴레옹 1세의 조카로 1848년 2월 혁명 이후 대통령 선거에서 75%의 압도적 지지로 당선됐지만 포퓰리즘에 부합했던 인물로 평가된다. 홍 위원장의 발언은 대선을 5개월 남짓 남겨둔 시점까지 여론을 떠보며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는 안 원장의 행태를 꼬집은 것이다. 그는 “작은 화단을 하나 가꾸더라도 계획이 필요한데 국가를 경영하는 데 있어 안 원장은 단 하나의 비주얼라이제이션(visualization·시각화)도 보여 준 게 없다.”면서 “국민에 대해 예의가 없는 사람”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안 원장 측의 유민영 대변인은 “두려움의 표현이다. 미래 가치로 이야기하기보다 상대방을 폄훼하고 근거 없이 깎아내리는 나쁜 정치의 표현”이라고 반박했다. 이재연기자 oscal@seoul.co.kr
  • [사설] 보훈 되새기게 하는 제2연평해전 10년

    제2연평해전 10주년 기념식이 어제 평택 2함대사령부에서 있었다. 이명박 대통령은 현직 대통령으로는 처음 기념식에 참석했다. 만시지탄이기는 하나 대통령이 전사자 6명을 일일이 호명하고, 유가족을 위로한 것은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그들은 북한의 공격을 온몸으로 막아낸 이들이다. 결코 잊을 수 없는, 잊어서도 안 되는 대한민국의 자랑스러운 아들들이다. 하지만 우리는 그동안 그들을 잊고 지냈다. 그들의 영결식에 대통령은 물론 국무총리·국방장관도 참석하지 않았다. 일반인의 조문마저 막으며 황급히 그들을 떠나 보냈다. 2002년 월드컵의 열기가 온 나라를 뒤덮을 당시 조국을 위해 기꺼이 목숨을 내던진 전사자들에 대해 정부의 무관심과 홀대가 얼마나 심했는지 한 전사자의 부인은 “이런 나라에서 어떤 병사가 전쟁터에 나가 싸우겠느냐.”며 미국으로 이민을 떠나기도 했다. 유족에게 위로 편지를 쓴 사람이 당시 주한미군 사령관이었다니 부끄럽고 통탄할 일이 아닐 수 없다. 현 정부 들어 기념식을 정부 차원의 행사로 격상하며 신경을 쓰기 시작한 것도 미안하고 부끄러운 일이다. 미국은 대통령이 해외를 방문하면 미군 부대부터 찾을 만큼 군인의 자긍심을 한껏 높여준다. 군 작전 중 헬기사고로 숨진 전사자들의 유해가 도착하면 거수경례로 맞는 이도 바로 대통령이다. 군인이 기꺼이 나라를 위해 헌신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려는 의지의 반영이다. 하지만 우리는 전사자는 물론 나라를 지키는 군인 대접을 너무 소홀히 해온 것은 아닌가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더구나 나라를 위해 바친 고귀한 희생을 정치적 상황에 따라 폄훼하거나 이념적 잣대로 재단하려 한 것은 아닌지 깊이 되새겨 볼 일이다. 지금 우리가 누리는 자유와 풍요는 나라를 위해 촌각의 주저나 망설임 없이 목숨을 던진 이들이 있어 가능한 일임을 영원히 기억해야 할 것이다.
  • [씨줄날줄] ‘의원 무노동 무임금’ /구본영 논설위원

    지난 2001년 봄. 이만섭 당시 국회의장과 여야 원내대표단의 북유럽국 방문을 취재할 때였다. 의회정치의 모범국인 핀란드·노르웨이의 의회 건물은 뜻밖에 수수했다. 웅장하기 그지없는 여의도 의사당에 익숙했던 기자에겐 퍽 인상적이었다. 19대 국회가 법정 개원일(6월 5일)을 넘기고도 언제 열릴지 감감무소식이다. 호화판 시비 속에 제2의원회관까지 지어놓고 의원들은 하릴없이 세월만 보내고 있는 꼴이다. 그래도 한가닥 염치는 남아 있는가 싶었다. 여당이 ‘의원 무노동 무임금’ 원칙 도입을 공언할 때까지는. 그러나 이마저도 자칫 구두선으로 끝날 판이다. 새누리당이 6대 쇄신안 중의 하나로 내놓은 이 방안에 대해 야권은 물론 여당 내에서도 반론이 제기되면서다. 사실 우리 의원들의 특권은 선진국 기준으로도 과도하다. 헌법상 3권분립 취지에 따른 면책특권이나 불체포특권은 그렇다 치자. 국유 철도 및 비행기·선박 무료 이용 등 크고 작은 특혜가 200가지가 넘는다. 한 의회 전문가가 “선진국 중에서도 한국처럼 의원에게 운전기사 역할을 하는 비서관까지 지원되는 나라는 거의 없다.”고 했을 때 기자는 반신반의했다. 며칠 전 미국 상무부 장관이 손수 운전 중 교통사고를 냈다는 소식을 접할 때까지는…. 물론 의정활동을 제대로만 한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국민 입장에서도 의원 1인당 연간 최소 5억원이라는 예산이 아깝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법안 발의권을 의회가 쥐고 있는 미국 다음으로 많은 7명의 보좌진을 거느린 우리 의원들의 평균 입법 건수를 보라. 내각제 요소를 가미한 상황에서 정부 발의 안건을 감안해도 생산성은 바닥이다. 더욱이 정기국회 이외에 짝수 달마다 임시국회를 열도록 돼 있으나 헛바퀴만 돌리기 일쑤다. 그런데도 여당의 ‘무노동 무임금’ 추진을 민주통합당 당직자들이 “인기영합적 구호”라고 폄훼하며 낯 두꺼운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은 논외로 치자. 새누리당의 일부 의원들이 반대 논거로 내놓은 ‘강의 준비론’도 가관이다. 즉, “교수의 강의만 노동이 아니라 강의를 준비하는 시간도 노동시간”이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의정활동 준비는 비회기인 홀수 달이면 충분하지 않은가. 회기 중에도 외유나 골프 등으로 ‘날건달 체질’을 버리지 못하는 의원들을 숱하게 보아온 터다. 19대 의원들은 선량(選良)이 아니라 한량(閑良)이란 말을 듣지 않으려면 의정활동을 제대로 하든지, 국민의 혈세를 반납하든지 택일해야 한다. 구본영 논설위원 kby7@seoul.co.kr
  • [새 음반] 슬래시 2집 ‘아포칼립틱 러브’

    길게 늘어뜨린 검정 곱슬머리 위에 살포시 얹은 톱햇(일명 마술사 모자), 신들린 듯 깁슨 레스 폴 기타를 연주하며 뿜어내는 담배 연기는 1980~90년대 록밴드 건스앤로지스 시절부터 기타리스트 슬래시의 트레이드 마크다. 멤버들의 불화, 매니지먼트와 갈등, 약물 문제 등으로 건스앤로지스는 1993년 이후 보컬 액슬 로즈를 뺀 모든 멤버가 탈퇴한다. 슬래시도 이 즈음 독자노선을 걷는다. 뒤늦게 2010년 첫 정규 솔로앨범 ‘슬래시’로 자신만의 음악세계를 그려낸 데 이어 2년만에 정규 2집 앨범을 내놓았다. 전작에서 두 곡을 불렀고, 이후 월드투어에서 보컬을 맡은 얼터브릿지 출신의 마일스 케네디가 전곡을 불렀다. 앨범 색깔은 1980~90년대 건스앤로지스의 걸작들과 오버랩된다. 첫 트랙 ‘아포칼립틱 러브’부터 슬래시는 난폭하게 질주한다. 처음 몇 곡을 들을 때만 해도 액슬 로즈의 빈 자리가 아쉽다. 하지만 앨범 후반부로 넘어갈수록 마일즈 케네디의 걸걸하면서도 내지르는 보컬 또한 슬래시와 찰떡 궁합이란 걸 깨닫게 된다. 분명 새로움은 없다. 하지만, 낡은 1980~90년대 하드록쯤으로 폄훼해선 곤란하다. 남자 냄새 나는 진짜 록음악의 귀환이다. 소니뮤직.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사설] 대·중소기업 동반성장 첫 단추를 뀄다

    동반성장위원회는 어제 대기업 56곳에 대한 동반성장지수 평가결과를 처음으로 공개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평가와 동반성장위의 체감도 설문조사를 합산해 최우수 등급인 ‘우수’ 6곳, 상위 두번째인 ‘양호’ 20곳, 세번째인 ‘보통’ 23곳, 그리고 최하위 등급인 ‘개선’ 7곳의 명단을 발표했다. 동반성장위는 조사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56개 대기업의 1, 2차 협력사 5200여곳을 직접 방문해 임원급 이상을 대상으로 공정거래(57점), 협력(22점), 동반성장체제(19점), 연계지원체계(2점) 등을 조사했다고 한다. 동반성장위는 최하위 ‘개선’ 등급 7개 업체에 대한 부정적인 시장 평가를 의식해 평가에 참여하지 않은 기업보다는 동반성장에 대한 최고경영자(CEO)의 의지와 열의가 더 높다고 강조했다. 우리는 그동안 평가 대상기업들의 ‘줄 세우기’ ‘망신 주기’ 우려에도 불구하고 시대적 화두인 대·중소기업의 협력과 상생 분위기를 유도하려면 동반성장 노력의 등급을 매기고 명단을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외환위기 이후 대기업의 납품단가 후려치기,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 협력업체 기술 찬탈 등과 같은 불공정 게임이 만연되면서 기업 규모별 양극화가 심화됐기 때문이다. 기업 생태계가 승자 독식의 약육강식 논리에 압도되면서 급기야 우리 사회를 ‘1%대 99%’의 대결구도로 분열시켰던 것이다. 이런 이유로 재계의 반발과 정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초대 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이 고집했던 ‘초과이익공유제’에 공감을 표시했다. 양극화 심화를 사회 통합과 국가 지속성에 경종을 울리는 위험 신호로 봤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는 재계가 이번 평가 방식과 결과에 불만이 있더라도 동반성장지수 자체를 폄훼하기보다는 긍정적인 방향으로 발전시켜야 할 디딤돌로 받아들일 것을 권고한다. 우리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몸살을 앓는 양극화 심화는 반드시 극복하지 않으면 안 될 대상이다. 그러자면 무엇보다도 최고경영자의 의식 전환이 중요하다. ‘독식’은 당장 달콤할지 몰라도 반드시 부메랑이 되어 역풍을 몰고 오기 마련이다. 정부와 동반성장위도 지수 평가결과 공개가 제대로 뿌리 내릴 수 있도록 기업들의 불만을 수렴해 기준을 보다 정교하게 가다듬기 바란다. 지금은 부정보다는 긍정적인 자세가 필요한 때다.
  • 풍요로운 세상, 종교 없이도 가능하다

    스칸디나비아의 국가들, 특히 덴마크와 스웨덴은 부(富)며 국내총생산, 삶의 질 지수, 기대수명, 청렴도 등에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늘 최상위를 누린다. 이들 나라의 국민은 대개가 종교성을 갖지 않은 비종교적 성향을 보인다고 한다. 전 세계적으로 종교적인 것에 대한 관심이 확산되고 있는 추세와는 한참 동떨어진 경향의 사람들이다. 그러면 과연 종교적인 것과 인간이 추구하는 현실 삶의 질은 전혀 상관이 없는 것일까. 미국의 종교사회학자 필 주커먼이 세상에 내놓은 ‘신 없는 사회’(김승욱 옮김, 마음산책 펴냄)는 덴마크와 스웨덴에 1년여 살면서 이 같은 문제에 천착해 발견한 흥미로운 사실을 공개한 책이다. 우선 저자가 직접 만나 인터뷰한 150명과 주변에서 겪었던 덴마크, 스웨덴 사람들은 극소수를 제외하곤 종교적인 것에 특별한 관심을 갖지 않고 살아간다. 다시 말하면 살면서 인간 삶의 궁극적인 의미며 죽음 이후의 세계를 따지지 않는 것이다. 그런데도 각종 통계를 보면 종교적 믿음에 대한 근본주의적 열정이 뿌리 깊은 미국보다 복지며 교육, 건강, 인권, 평등 등 모든 면에서 앞서고 있다. 저자 필 주커먼은 이처럼 종교성과 무관해 보이는 덴마크, 스웨덴 사람들을 실존, 그 자체에 충실한 ‘합리적 회의주의자’ ‘이상적 세속주의자’, 혹은 ‘공동체를 지향하는 개인주의자’라 부른다. 종교와 상관없이 도덕적, 윤리적, 경제적으로 잘 살아가고 있는 이들을 세속적으로 평가한 것이다. 폄훼의 ‘세속적’이 아닌, 어쩌면 종교성보다 더 나은 가치인 ‘세속적인 것’에의 높임이랄까. 자신을 ‘기독교인’으로 자칭하면서도 창조설과 하느님의 존재, 예수가 신의 인간화라는 주장, 성모 마리아의 동정녀 출산을 믿지 않는 대다수의 덴마크, 스웨덴인들. 그들은 종교적이지 않으면서도 어떻게 높은 윤리·도덕의 질을 향유하고 지켜갈 수 있을까. 저자는 여기서 ‘종교는 문화’라는 문화적 종교를 들먹인다. “‘이웃을 사랑하라.’는 가르침을 따르고 교회 건축물이 보여주는 인간 문화의 경이로움에 감탄하며 이를 생활로 받아들여 종교의 가치관이 자연스레 삶이 되었을 뿐이다. 그들에게 종교는 ‘공동체의 기념물’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이다.” 저자는 책에서 “종교성이 없는 사회가 더 행복하게 잘 산다는 것을 증명려는 게 아니다.”라고 밝히고 있다. 그렇지만 책에서 소개되고 공통적으로 묶여지는 증언과 실례들은 한 가지 사실을 분명히 가리킨다. “종교성이 약해도 사람들의 걱정만큼 위험한 사회가 도래하지 않으며, 오히려 더 도덕적이고 풍요로운 사회가 만들어질 수 있다.” 1만 6000원.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보수교단 여성안수 반대는 잘못된 성경해석 탓”

    “보수교단 여성안수 반대는 잘못된 성경해석 탓”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백석총회가 처음으로 여성 목사를 배출했다. 예장 백석 측에 따르면 이달 말까지 전국에서 100여 명의 여성이 목사안수를 받아 당당히 목회를 이끌어가게 된다. 예장 백석총회는 보수신학의 맥을 잇는 교단. 현재 기독교대한감리회(기감),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 대한 예수교 장로회 통합 총회 등 일부 교회가 여성목사 안수를 허용하고 있지만 보수교단 백석총회의 안수 허용은 적지않은 파장을 몰고올 전망이다. 지난 10일 백석총회 서울남노회 정기노회에서 안수를 받은 이명옥(56·전국여교역자연합회장) 목사를 17일 오전 서울신문 편집국에서 만났다. “총회에 여성목사 안수와 관련한 헌의안을 처음 올린 게 1998년이니 무려 14년이 걸렸네요. 이번에 안수받은 여성목사 중 (안수를)10년 이상 기다려온 이가 많습니다.” 이 목사는 여성목사 안수를 허용하는 기존 교단과는 달리 백석총회의 결정은 큰 의미를 갖는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제 문을 막 열었을 뿐입니다. 우리 여성 목사의 목회 성과에 따라 다른 교단의 입장과 조치가 엇갈리겠죠.” 백석총회 여교역자연합회장 말고도 지난해부터 기감, 기장, 통합, 백석 등 4개 교단 여교역자회의 모임인 한국여교역자회연합회장을 맡고 있는 이 목사. 한국의 보수 교단들이 여성 안수를 꺼리고 반대하는 이유는 잘못된 성경 해석 탓이 크다고 말한다. “고린도전서나 디모데전서 속 ‘여성은 교회 안에서 잠잠해야 한다’, ‘여성은 남을 가르치지도 주관하지도 못한다’는 구절에 대한 오해인 것 같아요. 전체를 보지 못한 채 일부분만 현실에 맞게 적용하는 셈이지요.” 이 목사는 초기교회부터 주체적 입장에서 어려운 문제를 해결했던 여성의 역할이 더 커진 지금, 교회가 거꾸로 여성을 폄훼하고 차별대우하고 있음은 모순이라고 못 박았다. “제사장이 하나님과 성도의 관계를 잇던 구약시대와 달리 지금은 ‘만인 제사장’시대입니다. 모든 이가 목회자를 통하지 않고 기도하는 세상에서 굳이 남녀의 차별을 따지는 억지와 무지가 우습지 않습니까.” 이 목사는 그러면서 여성들이 교회 안에서의 역할과 위상을 제대로 찾아 지켜야 한다는 지적을 놓치지 않았다. “목회자는 누리는 자리가 아니라 섬기는 자리입니다. 성도와 목회자는 계급의 차이가 아니라 직분과 기능의 차이일 뿐이라는 것입니다. 단지 남성과 동등하거나 우위의 위상을 고집할 게 아니라 하나님이 창조하신 창조의 질서를 깨뜨리지 않고 보완해야 하는 것이지요.” 여성 목회자 역시 스스로 사도의 전통을 이어가는 목양자로 바라볼 때 교회 안팎에서 할 일이 더 명확해진단다. “여성이 개인적인 것과 땅의 것에 더 관심을 둔 채 하나님의 나라에 초점을 맞추지 못한다면 시대의 막중한 책임을 감당할 수 없습니다.” 그 어느 때보다 ‘치유의 목회’가 필요한 지금 ‘부드럽고 감싸안는’ 여성의 특장을 잘 살려 가정과 교회를 살려내야 한다는 이 목사. 여성 목사 안수를 받아들이면서도 여전히 매일매일의 일상에선 여성을 뒷전으로 몰기 일쑤인 한국교회를 바꾸기 위해서도 조화의 관계에 뛰어난 여성의 역할이 다시 평가돼야 한다고 힘주어 말한다. 한편 이 목사는 대학을 졸업하고 40세의 나이에 신학대학 과정을 마친 뒤 2006년부터 여교역자의 길을 걸어왔으며 내년 초 서울 근교에서 개척교회를 이끌 예정이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인물·공약·안정·심판… 유권자 선택기준 ‘쏠림’은 없었다

    인물·공약·안정·심판… 유권자 선택기준 ‘쏠림’은 없었다

    4·11 총선, 표심을 움직인 것은 무엇이었을까. 서울신문은 11일 전국 투표소를 찾아 유권자들에게 직접 물었다. “인물, 정책을 선호했다.”는 대답부터 “정권을 심판하러 나왔다.”는 얘기까지 다양한 가운데서도, 여야 간 난타전에 물려 강한 정치 혐오감을 드러낸 유권자가 많았다. 서울 종로구 삼청동 제1투표소에서 만난 김모(45)씨는 “야당은 야당대로 여당은 여당대로 옳은 측면이 있다.”며 “정당보다는 후보를 보고 뽑는 편이고, 인물 중심으로 선택했다.”고 투표를 마친 소감을 밝혔다. 특정 후보에 반대해 투표장을 찾은 사람도 있었다. 장모(76·여)씨는 최근 노인 폄훼 발언을 한 민주통합당 김용민 후보에 발끈해서 나왔다. 장씨는 “노인을 무시해도 유분수지”라면서 “노인을 존중하고 노인을 위한 정책을 제시한 후보에게 한 표 던졌다.”고 털어놓았다. ●지하철공사 빨리 끝낸다는 공약에 낙점 서울 강남의 대학생 주모(28)씨는 “지역구를 위해 헌신할 수 있는 사람을 지지했다.”고 밝혔다. 주씨는 “서울 갤러리아 백화점 인근에서 진행되고 있는 신분당선 지하철 공사가 오랫동안 지속되는 게 불만이었다.”며 “후보들의 공약 연설 동영상을 보다가 공사를 빨리 끝내주겠다는 사람이 있어 그를 찍었다.”고 말했다. 강남을 지역구의 대학생 임모(24)씨는 “우리 선거구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찬반투표 같은 느낌”이라면서 “한·미 FTA에 대한 후보들의 견해를 보고 투표를 했다.”고 말했다. 당선 가능성이 낮은 한 중소정당 후보를 찍었다는 한 젊은 유권자는 “그린벨트가 해제되고 지나친 개발 위주의 정책이 싫었다. 여당이나 주요 야당이 주도권을 잡는다고 해서 문제를 해결할 것 같지 않았다.”고 말했다. 투표를 포기한 서울의 윤모(28·여)씨는 “후보 대부분이 별 특색 없이 우리 지역에 오래 산 사람에 불과했다.”며 “인터넷으로 공약을 검색했지만, 주민을 위해 뭔가를 해줄 수 있는 후보는 보이지 않았다.”고 이유를 밝혔다. ●“지역에 누가 무엇할 수 있느냐가 중요” 민간인 사찰이나 막말 발언 등 이번 선거판을 어지럽힌 이슈들은 많았어도 지역 유권자들은 무엇보다 지역공약에 관심이 많았다. 서해 최북단 인천시 옹진군 백령도 주민 전경자(53·여·진촌4리·숙박업)씨는 “민간인 사찰은 언론을 통해 알고는 있지만 별로 관심이 없다. 주민들 사는 데 걱정이 없도록 소득증대에 적극적인 공약을 내세운 후보가 최고”라고 강조했다. 손동일(69·진촌3리)씨는 “백령도는 관광 비중이 큰데 2년 전 천안함 사건 이후 관광이 많이 위축됐다.”면서 “관광 활성화에 주력할 수 있고 안보의식이 투철한 후보를 선택했다.”며 신중한 표정을 지었다. 경기 포천시 산정호수 입구에서 펜션을 운영하는 김홍수(55)씨는 집 근처 경기도예절교육원에 설치된 투표소에서 투표한 뒤 “중앙에서 사찰·막말 등 선거 중 여러 소란스러운 뉴스가 쏟아져 나왔지만 중요한 것은 우리 지역을 위해 누가 무엇을 할 수 있는가가 아니겠느냐.”고 반문한 뒤 “산정호수와 명성산 등 자연환경을 잘 보호해줄 수 있는 새로운 정당에 한 표를 행사했다.”고 말했다. 강원도 강릉시의 정순철(48)씨도 “2018평창 동계올림픽이 유일한 희망으로 살아 있을 뿐 일자리가 없고 살아갈 길이 막막해 젊은이들이 앞다퉈 고향을 떠나고 있어 안타깝다.”고 운을 뗐다. 그는 “이번 총선에서는 지푸라기를 잡는 심정으로 개발 공약이 많은 후보에게 한 표를 행사했다.”고 말했다. ●노년층엔 안정론·젊은층엔 심판론 많아 서울에서 12년째 살고 있다는 임모(37)씨는 “한국과 함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인 호주의 투표율은 96%”라며 “한국의 지난 18대 총선 투표율 46%는 지나치게 낮은 수치”라고 저조한 투표율을 지적했다. 임씨는 “이번 선거를 통해 MB정권을 심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투표한) 후보가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야권 연대 후보였기 때문에 지지했다.”고 밝혔다. 조모(30)씨도 “MB정권을 심판하기 위해 (투표소에) 왔다.”며 “현 정부는 민간인 불법사찰과 BBK 사건 등 문제가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나의 한 표를 통해 정권을 심판하고 집권당이 바뀔 수 있다면 의미 있는 일 아니겠는가.”라고 반문한 뒤 “정권 심판은 확실히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모(34)씨는 “비리가 많은 이번 정권에 큰 실망을 했다.”며 “이번 총선이 대선 전초전 성격인데, 총선부터 이번 정권에 대해 경종을 울려야 한다.”면서 “심판을 위한 한 표를 던졌다.”고 말했다. 반면 여당 후보를 지지했다고 밝힌 노모(84)씨는 “다만 나라가 안정됐으면 하는 마음에서 찍었다. 여당이 시끄러운 지금의 정국을 안정시킬 수 있는 힘을 갖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서울의 황모(56)씨는 “여당과 야당 모두 훌륭한 인물이 후보로 나와 당의 철학을 감안해 투표했다. 현 정부와 새누리당이 민생을 파탄냈다는 말이 많지만, 새누리당은 국가 질서 유지에 힘쓰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역에 따라서는 진보와 보수성향이 엇갈리게 나타났다. 강원 동해안 유권자들은 지난해 지방선거와 재·보궐선거 등 최근 두번의 선거 때 ‘바꿔보자’는 여론 속에 진보계 지지층이 급격하게 늘었지만 이번 총선에서는 다시 보수성향으로 회귀하는 분위기가 뚜렷했다. 강릉에 사는 최돈희(50·펜션업)씨는 “수도권과 멀고 인구가 적다는 이유 탓에 정부로부터 늘 소외된 지역으로 남아 있어 지역 주민들의 불만이 많다.”면서 “이 같은 이유로 지난 지방선거와 재·보선 때는 전통적으로 보수지역인 동해권 주민들이 잠시 진보성향 도지사에게 표를 줘 당선시켰지만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는 것 같아 보수 쪽으로 다시 돌아서고 있다.”고 말했다. ●강남 저소득층 정책 없어 소외감 느껴 반면 낙동강 벨트를 중심으로 한 서부경남에서는 진보성향도 적지 않게 엿보였다. 부산 남구을 제3투표소에 만난 노진상(44)씨는 “여당의 텃밭인 부산에서 역대 어느 때보다 야권이 선전하고 있어 과연 이번에 야당이 몇석을 얻을지가 관심의 대상“이라며 “부산의 경우 사실상 여당이 독주하고 있어 이를 견제하는 다수의 야당후보도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지방에서 올라와 서울 강남에 거주하고 있는 양모(29·여)씨는 “강남에 사는 저소득층도 혜택을 누릴 수 있는 공약을 찾아보려 했지만 보이지 않았다.”며 “한 후보는 ‘유학파’라며 영어로 현수막을 걸어 놓았던데, 오히려 엘리트나 특권 의식이 느껴졌다.”며 거부감을 표시했다. 서울 종로에 사는 직장인 이모(54)씨는 ”이번 총선은 나라의 미래를 결정하는 기회가 될 것이고 국가적으로도 중요한 선거가 될 것”이라며 “선거를 통해 대한민국이 한 단계 발전했으면 좋겠다.”고 기대감을 보였다. 국민들이 더 적극적으로 투표에 참여하기를 바라는 유권자도 많았다. 사업가 정모(37)씨는 “투표는 포기할 수 있는 권리가 아닌 당연히 해야 하는 의무”라며 “특히 20~30대 투표율이 낮다는 얘기를 듣고 꼭 투표를 해야겠다고 생각해 투표소를 찾았다.”고 말했다. 극도의 정치혐오증을 드러낸 유권자들도 적지 않았다. “싸움박질만 하는 정치권은 다 똑같다.”면서 불참을 고민하다 투표에 참여한 유권자들도 쉽게 만날 수 있었다. 충북 청주시의 박모(41)씨는 “여당과 야당을 가릴 것 없이 모두 자신들의 잘못은 모른 채 상대를 헐뜯고 자기네들만 잘났다며 떠들고 있는 것 아니냐.”면서 “정치권에 대한 불신이 커 투표를 하지 않으려다 나왔다.”고 말했다. 홍모(45)씨는 “마음에 드는 후보가 없어 투표를 안 할까 하다가 친정 엄마가 찍으라는 사람을 그냥 찍었다.”면서 “선거 당일까지 누굴 찍어야 할지 결정을 못했다는 사람들이 주위에 많았다.”고 귀띔했다. 경기지역의 한 유권자는 “화장터, 탄약고 이전 등 지역 숙원사업을 누가 가장 관심을 갖고 해결할 수 있을지를 감안해 후보를 선택했지만, 정치권에서 주민들과 직접 관계도 없는 일을 갖고 서로 헐뜯는 모양새가 너무 보기 싫었다. 이번 선거가 최악이었다.”고 밝혔다. ●당리당략 정치인 우려… 소통·화합 힘쓰길 새누리당 나성린, 민주통합당 김영춘, 무소속 정근 후보 등 3명이 출사표를 던져 초박빙 승부를 겨루고 있는 부산진갑 선거구 유권자인 강모(46)씨는 “매일 싸움만 할 게 아니라 여야가 힘을 합쳐서 국민이 잘살 수 있도록 경제 활성화에 힘을 써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동래구의 김일섭(55)씨는“ 소통과 화합이라는 원래의 정치적인 신념은 온데간데없고 여야를 막론하고 국민과 나라를 위하기보다는 당리당략에 철저히 따르는 정치인들을 보니 걱정이 앞선다.”면서 선거가 끝나고 나면 진정으로 나라의 발전을 위해 여야가 화합하는 정치를 펴줄 것을 요구했다. 배경헌·이성원기자 전국종합 baenim@seoul.co.kr
  • “연등회는 지혜로운 인간 염원 이젠 세계유산으로 꽃피워야”

    “연등회는 지혜로운 인간 염원 이젠 세계유산으로 꽃피워야”

    불교계의 큰 숙원 하나가 해결됐다. 연등회(燃燈會)가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된 것이다. 문화재청이 지난달 말 연등회에 부여한 중요무형문화재 일련 번호는 제122호. 연등회를 문화재로 지정토록 한다는 계획을 처음 세운 게 2007년 7월이었으니 조계종은 이 번호를 얻기 위해 무려 8년 8개월간 정성을 쏟은 셈이다. 연등회의 문화재 지정을 놓고 불교계에선 환영 일색이지만 개신교 일각에선 ‘종교 편향’이라며 불만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연등회는 과연 불교에 국한한 종교의식인가, 아니면 온 국민이 챙기고 전승해야 할 보편의 문화유산인가. 10일 오전 대한불교 조계종 총무원 문화부장 진명 스님을 만나 연등회에 얽힌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었다. “저 개인뿐만 아니라 불교계 모든 이들이 반갑게 여기고 기뻐하지만 더 큰일이 눈앞에 있어 부담이 큽니다.” 주무부서 책임자답게 진명 스님은 앞으로 해야 할 일들에 대한 고민이 커 보였다. “문화재청이 연등회를 중요무형문화재로 공식 지정한 까닭은 사라지고 변질될 위험성이 큰 부분들을 온 국민이 보존, 전승해야 한다는 메시지로 볼 수 있습니다. 우리뿐만 아니라 세계의 많은 이들이 느끼고 볼 수 있는 문화유산으로 가꿔내야 합니다.” ●부처님앞에 등 밝히고 어리석음 깨우쳐 그동안 연등회는 문화재청 문화재심의위원회에서 부결과 보류를 거듭하는 등 무형문화재 지정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 왜 그렇게 연등회는 험난한 과정을 겪었을까. “불교 안에선 충분한 가치를 담고 있다고 해도 불교의례 등에 전문성을 갖지 못한 문화재 위원들이 그 가치를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탓이 큽니다. 여기에 일제 잔재가 남아있고 연속성이 없다는 목소리가 얹혔던 것이지요.” 지난해 조계종 문화부가 나서 문화재위원과 학자들에게 연등회와 관련한 소상한 자료들을 제공해 그 오해를 푼 게 그나마 다행이란다. 연등회의 문화재 지정후 개신교 일각에서 일고 있는 불만과 반발의 움직임도 따져보면 그 연장선상에 있단다. “연등회는 1700년 한국불교의 역사 속에 면면히 이어져왔고 국민생활에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부처님 앞에 등을 밝혀 불을 켠다는 자체는 바로 무명과 어리석음을 없애 인간을 지혜롭게 만든다는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세상의 모든 반목과 질시는 지혜롭지 못해 생겨난 해악이라고 할때 좀 더 지혜롭게 살아보자는 염원을 담은 축제를 그저 종교적 상징이 강한 의식으로 보는 게 안타깝단다. “국가가 지정하는 근대문화유산에 가톨릭과 개신교 교회 건물들이 많이 포함되지 않았습니까. 연등회가 불교행사라는 이유로 종교성을 따진다면 속 좁은 처사로 보입니다. 오히려 이웃 종교들이 마음을 크게 열고 함께 기뻐할 일이 아닐까요.” 그래서 연등회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하기 위해 빈틈없이 문화재청과 호흡을 맞추겠다고 다짐한다. ●불교행사라는 이유로 폄훼 안타까워 우리 국민들은 영국의 대영박물관이며 프랑스의 루브르를 찾아 비싼 입장료를 지불하는 걸 당연시하고 그 보존과 관리의 손길에 감탄사를 연발한다. 스님은 그런 차원에서 “우리 국민은 우리가 갖고 있는 문화재를 특정 종교의 흔적으로만 볼 게 아니라 세계의 다른 문화유산 못지 않게 경쟁력 있고 가치 있는 것으로 인식해야 한다.”고 거듭 말한다. “불교계도 준비며 절차에 소홀한 책임과 잘못이 적지 않습니다. 특히 매일 매일 몸담고 있으면서도 그 가치와 중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불교 문화유산에 승가와 수행자들부터 먼저 눈떠야 합니다.” ‘인간을 가장 인간답게 하는 게 문화’라는 말에 아주 공감한다는 스님은 그래서 우리 전통문화의 유산을 가장 많이 갖고있는 승가부터 정신무장을 다져야 한다고 말한다. 그래서 최근 조계종단 차원에서 세워 시작한 무형문화유산 중장기계획은 아주 반가운 일이란다. “지금 이 시대에 우리가 만들어가는 문화행위도 100년쯤 후엔 그 또한 문화재가 될 것입니다. 그래서 대중들을 꾸준히 설득하고 공감을 확산시켜야 하는 것이지요. 물론 저부터 시작해야겠지요.” 글 사진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Weekly Health Issue] 카바 수술

    [Weekly Health Issue] 카바 수술

    건국대병원 흉부외과 송명근 교수가 개발한 카바(CARVAR·종합적 대동맥 근부 및 판막성형술)에 대한 관심이 식지 않고 있다. 이제는 환자들이 나서는 형국이다. 이들은 카바를 급여 대상으로 지정해 환자 선택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환자들은 “의료계 내부 논란 때문에 더 나은 치료를 받을 환자들의 권리가 침해되어서는 안 된다.”면서 “애당초 논란에 불을 지핀 정부가 불구경하듯 방관만 할 게 아니라 무엇이 환자를 위한 것인지를 이제 결정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소모적인 의료계의 논란을 지켜볼 만큼 지켜봤으니 이제는 전향적인 결정을 내려달라는 주문이다. 이렇듯 뜨거운 논란의 중심에 있는 카바수술에 대해 전북대병원 흉부외과 최종범 교수로부터 듣는다. ●카바가 어떤 치료술인지 설명해 달라 대동맥 근부는 좌심실과 상행대동맥을 잇는 복잡한 부위로, 대동맥판막·판막륜·발살바동(대동맥 시작 부분)·동관이행부 등으로 구성된다. 이 네 구조부가 조화를 이뤄야 대동맥판막이 원활하게 작동한다. 카바는 이처럼 이상이 생긴 대동맥 근부를 원래의 형태로 복원시켜 주고, 판막에 이상이 생기면 정밀하게 계산해서 만든 판막엽으로 복원해주는 치료법이다. 따라서 4개 주요 구조부의 문제를 다루는 카바는 단일 수술법이 아니라 네 가지 병변에 따라 적용되는 다양한 수술법으로 이해해야 한다. ●카바가 기존 치료법과는 어떻게 다른가 대동맥판막 및 근부의 문제에 대한 기존 치료법은 구조의 일부나 전부를 인공판막이나 인공혈관으로 교체하는 것이었다. 이에 비해 카바는 심장이 박동하는 상태에서 대동맥 근부의 움직임과 형태 변화를 파악해 원래의 정상적인 구조와 기능을 회복하도록 판막을 복원시키는 방식이다. 기존 수술은 인공물을 사용해 기능을 제대로 살리지 못한 점이 있었고, 혈전 등의 합병증 때문에 항응고제를 복용해야 하는 문제를 갖고 있다. ●카바가 가진 장단점은 무엇인가 카바는 대동맥판막 질환의 경우 인공판막 대신 이종 조직으로 판막엽을 만들어 치료하며, 대동맥근부 이상에도 인공혈관 대신 본래의 조직을 살려 형태와 기능을 복원한다. 복원된 판막은 인공판막과 달리 판막을 둘러싼 링, 즉 판막륜의 기능이 회복돼 환자의 운동능력에 제한을 받지 않는 것은 물론 항응고제도 필요없어 임신·출산이 가능하며, 혈전색전 등의 합병증도 없다. 물론 모든 수술이 그렇듯 카바수술도 100% 내구성이 보장되지는 않는다. 다양한 변수가 작용하기 때문이다. 기계판막이든 조직판막이든 수술 후 15년 정도 지나면 재수술이 필요할 수 있다. 놀랍게도 카바수술은 지금까지 그런 기대를 충족시킬 만큼의 결과를 보이고 있다. ●카바로 치료가 가능한 질환은 무엇인가 카바의 적응증은 대동맥 근부질환과 판막질환으로 나눌 수 있다. 대동맥 근부질환에서는 말판증후군을 동반한 대동맥 근부확장증, 상행대동맥류를 동반한 대동맥폐쇄부전증과 대동맥박리증이 주요 수술 대상이며, 대동맥 판막질환으로는 판막엽이 손상된 대동맥 판막협착증과 폐쇄부전증을 들 수 있다. 특히 대동맥 판막협착증은 빠른 노령화에 따라 고령 환자가 급증하고 있으며, 최근 발생빈도가 증가하고 있는 심내막염도 주요 대상 질환으로 꼽힌다. ●카바수술의 국내 치료 성과는 어떤가 최근 4년 반 동안 카바수술 개발자인 송명근 교수에 의해 700건 이상의 카바수술이 시행됐는데, 이 중 판막만을 수술한 400여 사례에서는 아직까지 사망례가 없고, 대동맥근부 병변에 대한 수술에서도 약 2%의 낮은 사망률을 보이고 있다. 국내외 의료계에서는 이를 놀라운 결과로 받아들이고 있다. 대부분의 기존 수술법이 국한된 병변과 한정된 환자에게만 적용되는데 비해 카바수술은 대동맥근부 및 판막질환을 가진 모든 환자들에게 적용된다는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필자가 곰팡이 심내막염으로 두번이나 판막치환술을 받은 뒤 다시 재발한 환자를 송 교수가 카바로 치료하는 과정을 지켜봤다. 그 환자는 지금까지 재감염 없이 건강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이것이 카바의 실체라고 느꼈다. ●카바수술이 활성화되지 못하는 이유는 흉부외과 학회 차원에서 아직까지 진지하게 논의해본 적이 없다. 아직도 국내의 많은 의사들이 국내 의학자가 개발한 수술법에 관심을 갖거나 그런 의술로 환자를 치료하는 것이 자존심 상하는 일이라고 여긴다. 그러면서 별로 신통치 않은 외국 수술법에만 매달리는 모습을 보면 솔직히 안타깝다. 수술방법은 개별 의사가 선택하는 것이다. 따라서 의료인이라면 당연히 카바수술 등 유효한 치료법에 대해 열린 자세를 가져야 한다. 그것이 환자 중심의 의료이고, 의료 발전의 핵심 전제 아니겠는가. ●해외에서 카바수술이 관심 끄는 이유는 최근 6년 동안 매년 3∼4회에 걸쳐 해외 각국의 흉부외과 의사들이 송명근 교수로부터 카바수술 연수를 받고 있다. 1주일 기간의 아카데미 코스로 진행되는 연수에서는 돼지 심장을 이용해 수술수련을 받기도 한다. 파키스탄 등에서는 이미 카바수술과 콤바수술(승모판막 성형술)이 대대적으로 시행되고 있다. 또 의료기술에 관해서는 매우 보수적인 일본에서조차 송 교수를 초청해 직접 수술시연을 하게 하는가 하면 지난해 11월에는 일본의 흉부외과의사 모임이 송 교수를 초청, 3시간 반동안 카바수술을 강의하고 심도 있는 토론을 할 정도다. ●카바수술과 관련해 정책적인 문제는 카바수술은 세계의 어느 누구도 이뤄내지 못한 판막 복원수술을 우리 의학자가 완성한 신기술이자 업적이다. 이런 세계적 신기술을 보호·육성해야 할 정부가 무려 4년 반 동안 방치해 논란을 확대시키는 것이 안타깝다. 전문성이 부족한 탓도 있지만 소신이 없는 탓이다. 그간의 논란이 카바수술 자체에 관한 것인지, 카바에 사용되는 의료제품에 관한 것인지조차 정리하지 못하고 있다. 학회에서도 논의되지 않은 문제에 느닷없이 정부기관이 개입하고, 정치인들까지 가세해 국가의 경쟁력이기도 한 의료신기술을 폄훼하며, 엉뚱한 논란으로 본질을 왜곡하고 있다. 상을 줄 사람에게 벌을 가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을 정부기관이 자행하고 있다. 반드시 짚어야 할 문제다. 심재억 전문기자 jeshim@seoul.co.kr
  • [데스크 시각] 명의(名醫) 단상/심재억 사회부 전문기자

    [데스크 시각] 명의(名醫) 단상/심재억 사회부 전문기자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직도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누가 명의인가.’라는 다분히 속물적인 질문에 대한 저의 솔직한 답입니다. 어떤 기준, 어떤 판별식을 적용하든 거기에 걸맞은 명의가 없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신문이나 방송, 심지어 인터넷 매체까지 가세해 경쟁하듯 주워섬기는 명의 열전을 보고 있노라면 우울한 감상을 떨치기 어려운 것이 사실입니다. 명의 명패를 달고 여기저기 얼굴 내미는 일부 의사들의 ‘장삿속’ 때문입니다. 많은 사람들 앞에 내놓고 ‘이 사람이 명의’라고 말하려면 먼저 어떤 잣대로 쟀는지를 밝혀야 합니다. 사회적 합의나 동의도 없이 작위적으로 ‘명의’ 작위를 남발하는 것은 확실히 위험한 일입니다. 자칫 엉뚱한 논란을 부를 수도 있고, 혼란의 단초가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하소연을 들었습니다. “그 사람이 명의래서 어렵사리 줄을 대 진료를 받았지요. 그런데 퇴원할 때까지 그 의사 두번 봤고, 들은 말이라곤 ‘수술합시다’와 ‘결과를 지켜봅시다’가 전부였어요.” 지방 병원에서 암 진단을 받은 환자는 놀란 김에 서울로 올라와 내로라하는 병원에서 수술을 받았다. 명의라는 의사가 대뜸 수술을 하자고 해 안도했단다. 통상 수술이 가능하다면 의료적으로 통제가 가능한 상황일 것이라고 믿었다. 그 환자는 수술 후 2년여 만에 숨지고 말았다. “암인데 죽을 수 있지요. 그런데 죽을 때까지 어디까지 치료가 가능하고, 수술은 어떻게 됐으며, 나중에 어떤 문제가 생길 수 있는지 등 정말 궁금한 것에 대해서는 들은 게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래서 화가 납니다.” 그는 명의를 ‘전지전능’의 다른 말로 이해했는지 모릅니다. 거기까지는 아니더라도 “그래도 한국 최고라는데….”라며 엉뚱한 기대를 했을지도 모릅니다. 그 환자의 절명이 의료적으로는 도리 없는 결과였다 하더라도 이미 인플레 수준인 ‘명의’ 작위의 남용이 증폭시킨 의료에 대한 지나친 기대가 까닭 없이 아픈 사람들을 실망시켰을 수도 있습니다. 어쩌면 명의답게 지나치게 근엄한 의사의 태도도 실망과 분노를 부른 다른 이유였을 수 있습니다. 이런 ‘명의 바람’은 특정 병원으로 환자가 쏠리게 합니다. 환자 탓이 아닙니다. 누구라도 자신의 병을 유능한 의사에게 맡기고 싶어 하니까요. 그렇다고 병원을 나무랄 일도 아닙니다. 병원이 “우리 병원으로….”라고 호객한 것도 아니지요. 그냥 그렇게 된 것입니다. 건강보험공단의 최근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대병원·세브란스병원·서울아산병원·삼성서울병원·서울성모병원 등 5개 상급종합병원에 지급한 급여비가 2조 971억원이나 됩니다. 전국 44개 상급종합병원에 지급한 5조 7133억원의 급여 중 37%를 이들 5개 병원이 차지한 것입니다. 다른 선진국도 이럴까 싶을 만큼 엄청난 환자 쏠림현상이고, 그 이면에는 ‘큰 병원 선호’뿐 아니라 “아, 그 의사” 하는 세간의 인식, 즉 소위 명의라는 의사들의 흡인력이 작용했다는 사실도 부인할 수 없습니다. 그렇다고 제가 의사들의 전문적 역량을 폄훼하려는 건 아닙니다. 단언컨대, 명의는 존재합니다. 자기 분야의 전문성과 인품으로 존경받는 의사들, 정말 많습니다. 많은 분들이 각종 매스컴에서 명의 작위를 받았지만 그런 평가에 초연한 분들도 계십니다. 문제는 ‘바람 든 명의들’입니다. 물론 사람마다 사는 방식은 다르지만, 의사 이름으로 환자들에게 고통을 심는 사람들이 너무 많습니다. 이건 사는 방식의 차이가 아니라, 절대적인 가치의 문제입니다. 그렇다면 우리 사회도 묵시적일지라도 명의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이룰 때가 됐습니다. 명의를 의술만으로 규정할 것인지, 거기에 사회적 기여 정도나 인품을 더할 것인지도 고민해 볼 문제입니다. 왜 새삼 이런 문제를 거론하느냐 하면, 의료는 생명을 다루는 존엄한 분야이고, 그래서 상업적 의도를 숨긴 ‘명의 잔치’가 혹시라도 혹세무민으로 흐른다면 그것은 곧 생명에 대한 중대한 위해행위가 될 수도 있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jesh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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