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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공화경선 D-3 후보 분석] (끝)미셸 바크먼

    [美 공화경선 D-3 후보 분석] (끝)미셸 바크먼

    미셸 바크먼 연방하원의원(미네소타주)의 4살 차 의붓여동생 라페이브는 똑똑한 언니 바크먼을 ‘숭배’하며 자랐다. 하지만 그녀는 바크먼이 5년여 전부터 동성(同性) 결혼 금지에 적극 앞장서는 것을 보고 큰 상처를 받았다. ●기독교인 지지로 정계진출 5년만에 대선출마 라페이브가 동성애자라는 사실을 바크먼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라페이브는 당시 바크먼에게 편지를 보냈지만 답장이 오지 않았다고 지난 13일 워싱턴포스트에 밝혔다. 바크먼은 강경 공화당 노선을 비타협적으로 고수하는 ‘철(鐵)의 여인’이다. 의료보험 확대 반대, 낙태 반대, 동성 결혼 반대, 증세 반대 등 민주당 노선의 대척점에 바크먼의 주장이 몰려 있다. ●신변위협에도 주장 안꺾는 ‘신념의 여인’ 그녀는 학교에서 진화론과 함께 창조론도 가르쳐야 한다는 주장도 한다. 민감한 이슈에 거침이 없는 만큼 적도 많다. 한창 동성 결혼 금지 주장에 앞장설 때 그녀는 신변 위협을 느끼고 아이들을 피신시킨 적도 있다. 그래도 주장은 후퇴하지 않았다. 워런 리머 미네소타주 상원의원은 “당신이 보수주의자라면 바크먼을 사랑할 테고, 진보주의자라면 미워할 것이다. 그녀한테는 중간지대가 없다.”고 말한다. 바크먼은 무려 23명의 아이를 입양하는 등 공화당의 가치를 몸소 실천하는 모습도 보인다. ● 아이 23명 입양… 공화 가치 직접실현 바크먼이 아무도 못 말리는 ‘신념의 여인’이 된 데는 성장 배경과 관련이 있다. 14살 때 아버지가 가족을 버리고 떠나 어머니와 함께 생계의 막다른 골목에 몰리면서 ‘안전’의 중요성을 절감하게 됐다. 공부도 잘하고 치어리더로도 활동하던 17살 고교시절 할로윈데이 밤에 그녀는 교회에 들른 뒤 집에서 기도를 하다 영적 체험을 했고, 이를 통해 세상에 맞설 수 있다는 확신이 생겼다고 한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정치에 대한 꿈이 뒤따랐다. 바크먼이 중앙정계에 데뷔한 지 불과 5년여 만에 대선 출마를 결행할 수 있게 된 건 달변과 함께 공화당 지지층의 근간인 기독교 복음주의자들의 열렬한 지지 때문이다. 바크먼이 만약 미국 대통령이 된다면 미 행정부는 전 분야에 걸쳐 매우 보수화될 것이다. 워싱턴 김상연특파원 carlos@seoul.co.kr
  • 7월 자살 대구 여중생 메모에는…

    7월 자살 대구 여중생 메모에는…

    대구 ‘중학생 자살’ 학교에서 지난 7월 발생한 여중생 P양의 자살도 ‘교내 폭력’과 관련된 것으로 확인됐다. 대구수성경찰서와 대구시교육청은 지난 7월 11일 목숨을 끊은 P양 옷 주머니에서 ‘날(나를) 해친 아이들’과 ‘날 구하려 했던 아이들’이라는 메모(A4 용지 1장)가 발견됐다고 30일 밝혔다. P양은 이 메모의 양쪽에 각각 5명, 6명의 명단을 남겼다. P양은 숨지기 직전 친구 1명이 또래들에게 괴롭힘을 받는 것을 알고 이를 해결해 달라는 내용의 편지를 담임 교사에게 보냈다. 담임 교사는 수업 시간에 반 학생들에게 단체 체벌을 했다. 이에 동급생들은 “누가 고자질을 해서 단체 체벌을 받게 하느냐.”는 불만을 터뜨렸고, P양은 ‘고발자’로 찍혔다. 하교한 P양은 자신의 아버지에게 “친구들의 오해를 사게 돼 힘들다. 친구 집에 다녀오겠다.”고 말하고 집을 나간 뒤 자신이 살던 아파트 건너편 동으로 가서 투신했다. P양의 부모는 학교 측에 철저한 진상규명과 후속 대책, 담임 교사 사직을 요구했다. 하지만 학교 측은 “조사할 권한이 없다.”고만 했다. P양 유서에 나오는 같은 반 학생들도 처벌받은 사람이 단 한 명도 없다. 다만 P양 부모의 끈질긴 요구에 담임 교사만 담임직에서 물러났을 뿐이다. 수성경찰서 관계자는 “현재 유족들은 경찰 수사보다는 학교 측의 태도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며 “재수사 요청이 있을 때는 언제든지 수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대구 한찬규기자 cghan@seoul.co.kr 35) 그녀와 만난 남자는 모두 죽는다 마약에 눈먼 20대 명품녀의 엽기적 살인행각 34) 하얀 피부와 사후강직이 일러준 토막살인의 진실 전철역 화장실에 유기된 30대女의 시신 33) 억울한 10대 소녀의 죽음…두줄 상처의 비밀 추락에 의한 자살? 몸을 통해 타살 증언하다 32) 살해된 20대女의 수표에 ‘검은 악마’의 정체가 담기다 완전범죄를 꿈꾸던 엽기 살인마 31) 최악의 女연쇄살인범 김선자, 5명 독살과 비참한 최후 청산염으로 가족, 친구 무차별 살해 30) 동거女 잔혹하게 살해한 30대, 시신이 물속에서 떠오르자… 살인후 물속으로 던진 사건 그후 29) 살인자가 남기고 간 화장품 향기, 그것은 ‘트릭’이었다 강릉 40대女 살인사건의 전말 28) 소리없이 사라진 30대 새댁, 알고보니 들짐승이… 부러진 다리뼈가 범인을 지목하다 27) 40대 여인 유일 목격자 경비 최면 걸자 법최면이 일러준 범인의 얼굴 26) 목졸리고 훼손된 60대 시신… 그것은 범인의 속임수였다 ‘파란 옷’ 입었던 살인마 25) 그녀가 남긴 담배꽁초 감식결과 놀라운 사실이 살인 현장에 남은 립스틱의 반전 24) 택시 안에서 숨진 20대 직장女 살인범은 과연… 돈 버리고 납치한 이상한 택시 강도 23) 살인현장에 남은 별무늬 운동화 자국의 비밀 60대 노인의 치밀한 트릭 22) 70% 부패한 시신 유일한 증거는 ‘어금니’ 억울한 죽음 단서 된 치아 21) 자다가 갑자기 세상을 뜨는 젊은 남자들…누구의 저주인가? 청장년 급사증후군의 비밀 20) 아파트 침대 밑 女 시신 2구…잔인한 ‘진실게임’ 결과는? 누명 벗겨준 거짓말 탐지기 19) 자살이라 보기엔 너무 폭력적인 죽음…왜? 가해자·피해자는 하나였다 18) 헤어드라이어로 조강지처 살해한 50대의 계략… 몸에 남은 ‘전류반’은 못 숨겼네 17) 물속에서 떠오른 그녀의 흰손…토막살인범 잡고보니 바다에서 건진 시신 신원찾기 16) 이태원 옷집 주인 살인사건…20대 여성이 지목한 범인은? 찢어진 장부의 증언 15) 무참히 살해된 20대女…6년만에 살인범 잡고보니… 274만개의 눈이 잡은 연쇄살인범의 정체 14) 백골로 발견된 미모의 20대女, 성형수술만 안 했어도… 가련한 여성의 한 풀어준 그것 13) 車 운전석에서 질식해 숨진 그녀의 주먹쥔 양팔 12) 불탄 시신의 마지막 호흡이 범인을 지목하다 화재사망 속 숨어있는 타살흔적 증거는 11) 자살한 40대 노래방 여주인, 살인범은 알고 있었다 생활반응이 알려준 사건의 진실 10) 소변 참으며 물 마시던 20대女, 갑자기 몸을 뒤틀며… 생명을 앗아가는 ‘죽음의 물’ 9) “그날 조폭은 왜 하필 남진의 허벅지를 찔렀나?”… 칼잡이는 당신의 ‘치명적 급소’를 노린다 8) 변태성욕 30대 살인마의 아주 특별한 핏자국 혈흔속 性염색체의 오묘한 비밀 7) 정자가 수상한 정액…씨없는 발바리’ 과학수사 얕봤다가 정관수술까지 한 연쇄 성폭행범 6) 천안 母女살인범, 현장에서 대변만 보지 않았더라도… ‘미세증거물’ 속에 숨은 사건의 진상 5) 강간 후 살해된 여성, 그리고 부검의 반전 죽을 때까지 여성이고 싶었던 여성의 사연 4) 살해당한 아내의 눈속에 담긴 죽음의 비밀… 흔해서 더 잔인한 위장 살인의 실체는 3) 친구와 함께 차안에서 아내에 몹쓸짓 한 남편 …사고로 위장한 최악의 선택 2) 죽음의 性도착증 ‘자기 색정사’ 혼절직전의 성적 쾌감 탐닉…‘질식에 중독되다’ 1) 데이트 강간을 위한 ‘악마의 술잔’ 한모금에 블랙아웃…24시간내 검사 못하면 미제사건 ’범죄는 흔적을 남긴다’ 전체 시리즈 목차보기 (클릭)
  • 비행학생 신고 상벌제도 되레 학교폭력 부추긴다

    비행학생 신고 상벌제도 되레 학교폭력 부추긴다

    학생들 간 폭력과 집단괴롭힘 등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가운데, 비행 학생과 신고 학생에게 상벌을 주는 ‘그린마일리지’ 제도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그린마일리지(상벌점제)는 학생이 좋은 일을 했을 때는 상점(그린카드)을, 나쁜 일을 했을 때는 벌점(레드카드)을 주는 제도다. 교육과학기술부가 교내 체벌을 근절시키기 위해 도입했다. 하지만 상당수 학교는 이를 확대 적용, 학우의 학칙위반이나 비행을 학교나 교사에게 신고한 학생에게는 상점 또는 포상을 주거나 그동안 받은 벌점을 상쇄시키며, 위반 학생에게는 벌점을 주고 있다. 29일 인천시교육청에 따르면 인천지역 39개 중학교는 폭력, 집단따돌림, 금품갈취 등을 피해 당사자가 아닌 학생도 학교나 교사에게 신고하도록 하고 있다. 18개 고등학교 역시 집단폭력, 불량모임 등을 다른 학생이 신고하면 상점을 받는 그린마일리지제를 운영하고 있다. 집단따돌림 등이 워낙 은밀하게 이뤄지는 탓에 학우들이 신고하지 않으면 적발이 어렵다는 점을 감안한 것이다. 노현경 인천시의원은 신고 후 처리 과정에서 신고한 학생의 신상이 노출될 우려가 적지 않다는 점을 지적했다. 교사나 학교 측에 신고했을 경우 사실 관계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신고자가 비행을 저지른 학생이나 제3의 학생들에게 드러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때 급우 간 갈등이 생기고, 심한 경우 신고자가 왕따나 집단폭행을 당하는 2차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대구 여중생 박모양은 지난 7월 같은 반 친구가 집단괴롭힘을 당하는 것을 보고 담임 교사에게 편지로 이 사실을 알렸다가 다른 학생들로부터 비난받자 자살했다. 학교 측이 박양의 신고사실을 노출시키지 않은 채 문제를 슬기롭게 해결했더라면 비극을 막을 수 있었다는 지적도 있다. 따라서 신고 학생 보호를 위한 전문상담사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전문상담사는 인천지역 489개 초·중·고 가운데 26개 학교에만 배치됐을 뿐이다. 전국적으로도 1만 1000여개 초·중·고를 통틀어 800여명에 불과하다. 이와 함께 행정기관처럼 내부고발자 보호제를 두거나 ‘헬프라인’(Help-Line) 시스템을 운영하면서 고발자 신분을 철저하게 보호하는 방안 등도 거론되고 있다. 노 의원은 “그린마일리지제가 각종 부작용을 일으키고 있는 만큼, 신고자 학생에 대한 철저한 보호 등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제도를 폐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학준기자 kimhj@seoul.co.kr
  • 99세 할아버지, 뒤늦은 ‘황혼 이혼’ 소송 이유는?

    이탈리아의 99세 할아버지가 96세 부인과 ‘진정한’ 황혼이혼을 선언해 눈길을 모으고 있다고 데일리메일 등 해외언론이 30일 보도했다. 안토니오라는 이름의 이 할아버지는 1934년 나폴리에서 아내 로사와 처음 만나 결혼에 골인했다. 안토니오가 경찰로 일하기 시작한 1940년대, 아내 로사는 또 다른 남성과 연애를 하다 헤어졌다. 아내는 이를 끝까지 숨겼지만, 최근 두 사람이 함께 살던 로마의 아파트에서 이사를 가려고 짐을 꾸리던 중 안토니오가 두 사람의 연애편지를 발견하면서 60여 년 전의 외도가 들통이 났다. 이 사실을 안 안토니오는 배신감을 참을 수 없어 결국 이혼소송을 냈고, 두 사람은 별거에 들어갔다. 안토니오의 변호사는 “의뢰인은 아내에 대한 배신감이 극심해 결혼생활을 이어갈 수 없다고 판단했다.”면서 “로사와 내연남의 관계는 10년 가까이 지속된 것으로 보여 의뢰인을 더욱 충격에 휩싸이게 했다.”고 설명했다. 78년간 결혼생활을 이어온 두 사람 사이에는 자녀 5명과 손자 12명, 증손자 1명이 있다. 송혜민기자 huimin0217@seoul.co.kr
  • “여러분 퇴임땐 참회록 쓰지 않길”

    “여러분 퇴임땐 참회록 쓰지 않길”

    “말없이 물러가는 것이 도리겠으나 1만 일 넘게 일했던 곳을 떠나려니 소회가 없을 수 없어 몇 자 적어 봅니다.” 떠나는 이의 뒷모습은 언제나 남은 자들의 마음을 허전하게 만든다. 이번 서울시 인사에서 30년 공무원 생활을 마감하게 된 1급 공무원이 후배 직원들에게 ‘참회의 편지’를 남겨 연말 동료들의 마음에 착잡함을 더하고 있다. 29일 서울시에 따르면 최항도 전 기획조정실장은 시 직원 게시판에 ‘최항도, 이제 서울시를 떠나려 합니다’라는 제목으로 A4용지 4장에 이르는 편지를 남겼다. 최 전 실장은 궁벽한 시골에서 태어나 초등학교 졸업 때 아버지를 잃고 형제를 뒷바라지했던 청소년기, 공장 직공으로 시작한 서울 생활, 고학과 검정고시 끝에 25세 때 행정고시에 합격하며 시작한 공무원 생활을 하나하나 되짚었다. 그러면서 “타고난 본성은 내성적인 샌님형이었으나 질곡의 삶을 살다 보니 후천적으로 원만한 구석 없이 까다롭고 거친 성정으로 바뀌었다.”고 고백했다. 이어 시민들에게 열심히 봉사하지 못하고, 오만과 독선으로 동료·선후배를 불편케 한 점, 사랑하는 가족에게 자상한 가장이 돼 주지 못한 점 등에 대해 차례로 참회의 말을 전했다. 그는 “여러분이 공직을 마무리할 때에는 저의 참회록에 여러분의 것을 덧입히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기 바란다.”고 당부하며 글을 맺었다. 최 전 실장은 공무원 시절 까다로운 상사로 ‘악명’을 날렸다. 후배들이 ‘최강도’ ‘도끼’라고 부를 정도로 팍팍한 선배였다. 그만큼 참회록 형식을 빌려 남긴 편지의 울림도 크다. 한 서울시 공무원은 “상당한 분량이지만 한번에 읽어 내렸을 정도로 후배들의 마음에 와 닿는 감동적인 글이었다.”며 “까다로운 상사로 통했지만 본래 여린 분이라는 생각에 마음이 더 허전하다.”고 전했다. 함께 서울시를 떠나는 김효수 전 주택본부장, 이인근 전 도시안전본부장, 정순구 전 시의회 사무처장도 편지를 남겼다. 김 전 본부장은 주로 치열했던 주택본부장 시절의 업무를 돌아보며 “뉴타운 등 많은 과제를 남겨 놓고 가는 것 같아 마음이 무겁다.”고 말했다. 이 전 본부장은 “서울시에 있었기에 제 능력을 발전시킬 수 있었고, 여러분의 도움이 있어 이를 발휘할 수 있었다.”고 감사의 마음을 알렸다. 정 전 처장은 “여러분의 능력과 열정으로 희망 서울, 더불어 행복한 서울을 이루시길 시민의 한 사람으로 기원한다.”고 당부했다. 강병철기자 bckang@seoul.co.kr
  • ‘절대권력’ 아버지 마지막길 배웅 김정은 칼바람 맞고 서있는 인민들 생각했을까

    ‘절대권력’ 아버지 마지막길 배웅 김정은 칼바람 맞고 서있는 인민들 생각했을까

    눈이 펑펑 내리는 평양에서 28일 김정일 영결식이 거행됐다. 금수산기념궁전(생전에 김일성이 집무를 보던 곳으로 그의 1주기를 맞아 9억 달러를 들여 리모델링한 시신 보관소) 광장에서 열린 이번 행사에서 눈에 띄는 그림은 운구차를 후계자 김정은과 당·정·군 최고위 간부들이 호위를 했다는 것이다. 김정일 시신이 안치된 금수산기념궁전을 다섯 차례나 참배한 김정은은 이날 침통한 표정으로 검은색 운구차량에 한 손을 올리고 광장을 걸으며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17년 전 김일성 사망 당시 시신이 안치될 궁전에서 운구차량을 맞았던 김정일과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였다. 북한의 국화 목란꽃으로 단장된 운구차는 주요 행사 때 그가 즐겨 타던 링컨 컨티넨털이었고 주변은 경호용 모터사이클 수십 대가 배치됐다. 김정일이 생존에 받던 경호 그대로였다. 뒤로는 장의위원들이 탄 100여 대의 벤츠승용차와 수십 대의 소형버스들이 따랐다. 궁전을 출발한 영구차를 수십여 대의 모터사이클과 지프차들이 엄호하며 시작된 장례행렬은 혁신거리, 전승광장, 천리마거리, 평양체육관 광장 등을 지나 충성의 다리와 통일거리를 거쳐 평양시내를 한 바퀴 돌아 다시 귀환했다. 김정은이 운구차를 호위한 모습과 눈이 많이 내린 겨울이라는 그림만 빼 놓으면 김일성 영결식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본다. 필자가 평양에 있을 당시인 1994년 7월 19일 김일성 영결식에 동원되어 노동당에서 지시받은 행사장소인 통일거리 평양면옥(냉면전문점) 앞에 나갔던 상황을 상세히 전하면 이렇다. 19일 새벽 2시까지 본 행사장소로부터 300m 지점의 예비 집합장소에 나갔다. 오전 4시부터 이곳에서 안전원(경찰)들이 참가자의 얼굴과 신분증을 정확히 대조했다. 오전 5시부터 200m 지점을 통과하는데 이곳에서 보위원들이 휴대용 전자감식기로 참가자의 신체와 소지품을 깐깐히 검사했다. 오전 6시부터 100m 지점에서 전신용 보안검색대를 세워 놓고 양쪽에 호위총국(대통령경호실) 요원들이 지키고 있었다. 3시간 동안 초긴장 상태에서 보안검색을 마친 참가자들은 오전 7시부터 대기했다. 곳곳에 설치된 대형스피커에서는 각종 추모방송이 나왔다. 외국의 정상들과 국제기구, 단체들에서 보내 온 조전, 남조선의 양심 있는 지식인, 문화인, 종교인들이 보내 왔다는(실지는 모두 대남기관에서 조작하여 만든 것) 애도편지, 공화국 각 지역에서 올라온 인민들의 충성편지 등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오전 10시부터 행사요원의 안내에 따라 30분 간격으로 연습이 진행됐다. “모두 집중하십시오. 연습하겠습니다. 위대한 수령님을 모신 영구차가 들어섭니다.”라는 멘트와 함께 북한에서 애국가보다 더 많이 불리는 ‘김일성 장군의 노래’ 가 울려 퍼졌다. 그러면 참가자들이 누구 할 것 없이 “어버이 수령님! 이렇게 가시면 안 됩니다.”, “수령님은 영원히 우리와 함께 계십니다.”, “우리에게는 김정일 장군님이 계십니다.” 등 온갖 정치적 구호를 외치는 것이었다. 이어서 ‘김정일 동지의 노래’를 열창했다. 굳이 설명하자면 아버지 김일성을 잃은 슬픔을 아들 김정일에 대한 충성심으로 바꿔 변함없는 자식의 도리를 다하겠다는 인민들의 충성의 맹세이다. 낮 12시쯤, 필자의 20m 앞으로 운구행렬이 지나간 시간은 단 5분도 안 되었다. 그 순간을 위해 꼬박 10시간을 긴장했으니 허무한 생각도 들었다. 의아한 것은 왜 진행요원이 “진짜로 행사 시작입니다.”라는 말을 안 했을까인데 그것은 김정일 경호수칙으로 절대 비밀이다. 북한에서 인민의 자애로운 어버이라고 불리는 김일성과 김정일을 환영하는 어떤 행사도 대부분 연습 중에 거행되었다. 평생을 인민의 축복 속에 세상의 부귀영화를 모두 누려온 김정일이 갔다. 절대 권력자였지만 그도 나약한 인간이기에 신이 부르면 주저 없이 가는 존재였다. 그의 아들 김정은이 아버지의 운구차에 손을 얹고 걸으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 죽으나 사나 그 제도를 끝까지 핵으로 지켜야겠다는 비장한 결심을 했을까? 아니면 눈이 펑펑 오는 날 매서운 추위에도 아랑곳없이 뛰쳐 나와 아버지의 마지막 가는 길을 눈물로 배웅한 고맙고 순진한 인민들에게 조금이라도 감사하는 마음을 가졌을까? 그 불쌍한 인민들의 굶주림과 가난을 자신이 해결하겠다는 멋진 생각을 했으면 좋으련만. ‘소설 김정일’ 저자
  • [北 김정은시대] “국회 조문 거절은 국민의 희생 알아준 것”

    [北 김정은시대] “국회 조문 거절은 국민의 희생 알아준 것”

    한나라당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해 일어난 연평도 포격 사건으로 숨진 고 서정우 하사의 유족으로부터 감사 편지를 받았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에 대한 조문 논란에서 박 위원장이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한 것이 계기가 됐다. 서 하사의 어머니 김오복씨는 지난 22일 박 위원장의 홈페이지에 글을 올려 “사석에서 ‘천안함과 연평도 전사 장병이 눈에 떠오를 정도로 북한이 저지른 만행이 생생한데 (북한이) 사과해야 한다’고 말하고, 공식적으로 조문을 반대한다는 기사를 읽고 정파를 떠나 안타까운 국민의 희생을 알아주시고 우리나라가 지향해야 할 바를 명확하게 제시한 말씀에 아픈 마음이 위로가 되고 감사함이 느껴졌다.”고 밝혔다. 김씨는 앞서 “어떻게 나라를 위해 군 복무를 하다가 전사(戰死)한 젊은 영혼에는 조문이나 애도 한 번 안 하시던 분들이 이 나라의 수많은 국민의 목숨을 희생시키고 연평도 주민들이 사는 영토에 무차별 포격을 가한 만행을 저지른 김정일에게 조문을 하는 게 도리라고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김씨는 또 “지난해 연평도 포격 당시 직접 분향소를 방문해 주시고 유가족 대기실까지 오셔서 저의 손을 잡아 주시며 위로해 준 따뜻한 마음에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박 위원장은 지난 21일 민주통합당 원혜영 대표와의 회동에서 국회 조문단 구성 제안에 대해 “정부가 조문단을 파견하지 않기로 한 만큼 이런 문제는 정부의 기본 방침과 다르게 가서는 안 된다.”며 거절한 바 있다. 앞서 당 회의에서도 “천안함·연평도 사건이 1년이 지났지만 아직 가슴 아픈 사람들이 많으니 조의를 논할 때가 아니다.”라는 입장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허백윤기자 baikyoon@seoul.co.kr 34) 하얀 피부와 사후강직이 일러준 토막살인의 진실 전철역 화장실에 유기된 30대女의 시신 33) 억울한 10대 소녀의 죽음…두줄 상처의 비밀 추락에 의한 자살? 몸을 통해 타살 증언하다 32) 살해된 20대女의 수표에 ‘검은 악마’의 정체가 담기다 완전범죄를 꿈꾸던 엽기 살인마 31) 최악의 女연쇄살인범 김선자, 5명 독살과 비참한 최후 청산염으로 가족, 친구 무차별 살해 30) 동거女 잔혹하게 살해한 30대, 시신이 물속에서 떠오르자… 살인후 물속으로 던진 사건 그후 29) 살인자가 남기고 간 화장품 향기, 그것은 ‘트릭’이었다 강릉 40대女 살인사건의 전말 28) 소리없이 사라진 30대 새댁, 알고보니 들짐승이… 부러진 다리뼈가 범인을 지목하다 27) 40대 여인 유일 목격자 경비 최면 걸자 법최면이 일러준 범인의 얼굴 26) 목졸리고 훼손된 60대 시신… 그것은 범인의 속임수였다 ‘파란 옷’ 입었던 살인마 25) 그녀가 남긴 담배꽁초 감식결과 놀라운 사실이 살인 현장에 남은 립스틱의 반전 24) 택시 안에서 숨진 20대 직장女 살인범은 과연… 돈 버리고 납치한 이상한 택시 강도 23) 살인현장에 남은 별무늬 운동화 자국의 비밀 60대 노인의 치밀한 트릭 22) 70% 부패한 시신 유일한 증거는 ‘어금니’ 억울한 죽음 단서 된 치아 21) 자다가 갑자기 세상을 뜨는 젊은 남자들…누구의 저주인가? 청장년 급사증후군의 비밀 20) 아파트 침대 밑 女 시신 2구…잔인한 ‘진실게임’ 결과는? 누명 벗겨준 거짓말 탐지기 19) 자살이라 보기엔 너무 폭력적인 죽음…왜? 가해자·피해자는 하나였다 18) 헤어드라이어로 조강지처 살해한 50대의 계략… 몸에 남은 ‘전류반’은 못 숨겼네 17) 물속에서 떠오른 그녀의 흰손…토막살인범 잡고보니 바다에서 건진 시신 신원찾기 16) 이태원 옷집 주인 살인사건…20대 여성이 지목한 범인은? 찢어진 장부의 증언 15) 무참히 살해된 20대女…6년만에 살인범 잡고보니… 274만개의 눈이 잡은 연쇄살인범의 정체 14) 백골로 발견된 미모의 20대女, 성형수술만 안 했어도… 가련한 여성의 한 풀어준 그것 13) 車 운전석에서 질식해 숨진 그녀의 주먹쥔 양팔 12) 불탄 시신의 마지막 호흡이 범인을 지목하다 화재사망 속 숨어있는 타살흔적 증거는 11) 자살한 40대 노래방 여주인, 살인범은 알고 있었다 생활반응이 알려준 사건의 진실 10) 소변 참으며 물 마시던 20대女, 갑자기 몸을 뒤틀며… 생명을 앗아가는 ‘죽음의 물’ 9) “그날 조폭은 왜 하필 남진의 허벅지를 찔렀나?”… 칼잡이는 당신의 ‘치명적 급소’를 노린다 8) 변태성욕 30대 살인마의 아주 특별한 핏자국 혈흔속 性염색체의 오묘한 비밀 7) 정자가 수상한 정액…씨없는 발바리’ 과학수사 얕봤다가 정관수술까지 한 연쇄 성폭행범 6) 천안 母女살인범, 현장에서 대변만 보지 않았더라도… ‘미세증거물’ 속에 숨은 사건의 진상 5) 강간 후 살해된 여성, 그리고 부검의 반전 죽을 때까지 여성이고 싶었던 여성의 사연 4) 살해당한 아내의 눈속에 담긴 죽음의 비밀… 흔해서 더 잔인한 위장 살인의 실체는 3) 친구와 함께 차안에서 아내에 몹쓸짓 한 남편 …사고로 위장한 최악의 선택 2) 죽음의 性도착증 ‘자기 색정사’ 혼절직전의 성적 쾌감 탐닉…‘질식에 중독되다’ 1) 데이트 강간을 위한 ‘악마의 술잔’ 한모금에 블랙아웃…24시간내 검사 못하면 미제사건 ’범죄는 흔적을 남긴다’ 전체 시리즈 목차보기 (클릭)
  • [고전 인물로 다시 읽기] (39) ‘범신론’ 사상가 스피노자

    [고전 인물로 다시 읽기] (39) ‘범신론’ 사상가 스피노자

    1677년 네덜란드 헤이그. 판 데르 스픽은 자신의 집에 하숙했던 친구의 책상을 조심스레 포장하기 시작했다. 방금 전 그는 시신도 없는 텅 빈 관(棺)으로 친구의 장례식을 치르고 돌아온 참이었다. 친구의 시신은 교회에 안치되어 있던 중 도난당했다. ‘신을 모독한 불경스러운 자’라는 꼬리표가 시신 역시 편치 못하게 한 게 틀림없었다. 그 친구는 몇 주 전, 자신이 죽으면 책상을 암스테르담의 한 출판사에 보내 달라고 부탁했다. 포장재에는 어떤 것도 적지 말고 세관에 내용물을 신고하지도 말아달라는 당부와 함께. 조심성 많은 친구의 도움 덕에 책상은 무사히 출판사에 도착했다. 그리고 얼마 후 ‘에티카’라는 한 권의 책이 출간되었다. 하지만 그 책은 곧 금서로 지정돼 압수되었다. 비록 익명으로 출간되었지만, 사람들은 그 글의 주인이 누군지 바로 알아보았던 것. 그 책의 저자는 ‘베네딕투스 스피노자’였다. 베네딕투스가 불경한 자로 낙인 찍힌 것은 1656년, 그의 나이 겨우 24세가 되던 해였다. 그는 종교재판을 피해 에스파냐에서 포르투갈로, 그리고 다시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으로 이주한 유대인 상인 집안에서 1632년에 태어났다. 아이러니하게도 그의 아버지가 아들에게 준 이름은 ‘바뤼흐’. 이 말은 히브리어로 ‘축복받은 자’라는 뜻이었다. ●불경한 자에게 저주가 있으리니 당시 신생 공화국이었던 네덜란드는 유대인 상인들을 받아들여 번영을 이루고자 했다. 하지만 이 공화국은 종교와 인종에 관용적이었던 만큼 한계 또한 분명히 규정하고 있었다. 유대인들은 기존의 신앙 이외에 이단적 교리를 만들면 안 된다는 것. 그런데 바뤼흐 스피노자는 이 금지의 선을 넘어버렸다. “낮에도 그에게 저주가 있을 것이고, 밤에도 그에게 저주가 있을지어다. 그가 앉아 있을 때에도 저주가 있을 것이고, 그가 일어서 있을 때에도 저주가 있을지어다. 그가 밖에 나가도…그가 안에 있어도 저주가 있을지어다. 신은 그를 용서치 않을 것이며…모든 천계의 저주를 통해 그를 전체 이스라엘 부족으로부터 격리시킬 것이다.” 스피노자가 신성모독의 발언들을 하고 다닌다는 소문이 파다해지자, 유대인 공동체는 그의 파문을 결정했다. 하지만 스피노자가 태어난 이후 발생한 14건의 파문 중 이와 같은 분노의 파문서는 없었다. 그것은 공식적인 책이나 가르침을 퍼뜨린 적 없는 청년이 받기에는 너무나 가혹한 저주였다. 대개의 경우 사람들은 파문을 전후해 회개하고 돌아오는 것이 상례였다. 요컨대 파문은 일종의 경고였던 셈. 그러나 스피노자는 ‘회개’하지 않았다. 돈을 주겠다는 회유도, 격리시키겠다는 협박도, 암살 기도의 공포도 그를 움직이지 못했다. 스피노자는 부모님의 침대를 제외한 모든 상속을 거부했고, 유대인의 흔적을 없애려고 라틴어 ‘베네딕투스’로 이름을 바꾸었다. 그리고 평생토록 이 파문 사건에 대해 어떤 억울한 심정도, 항변도 토로하지 않았다. 스피노자는 그저 이렇게 말했다. “나는 나에게 열려 있는 길로 기쁜 마음으로 들어서련다.” 신성모독죄에도 불구하고, 스피노자는 자신을 그 누구보다 신을 사랑하는 자라 여겼다. 그는 신의 뜻에 따라 살기를 원했다. 신이란 말 그대로 무한하고 절대적이고 완전한 존재다. 그런 존재는 외부의 어떤 것에도 흔들리지 않는 완전한 자유 속에서 자족적인 삶을 영위할 것이다. 요컨대 신이란 스스로 그러한 존재인 자연 그 자체며, 세상 만물 속에 깃들어 있다. 인간이 성취해야 할 것은 신의 본성에 따라 사는 것, 즉 자유로운 삶이었다. 스피노자에게 자유로운 삶을 일구는 것이야말로 구원이었다. 하지만 기존 교회 속의 신은 복종을 원했다. 스피노자가 보기에 그러한 신은 인간을 자유가 아닌 예속 상태에 두기 위한 상상의 작품이었다. 교회는 응답하고, 심판하고, 처벌하는 신, 즉 인간화된 신을 꾸며냈다. 스피노자에게 공화국이란 종교의 예속과 반대되는 자유를 의미했다. 전제군주와 결탁한 교회의 종교적 핍박을 피해 유대인들이 정착했던 자유의 국가. 바로 이곳 네덜란드가 그러한 공화국이었다. 하지만 그 공화국은 1669년 스피노자의 친구인 쿠르바흐에 대한 종교적 탄압에 협조하는 모습을 보였다. 스피노자의 ‘신학정치론’은 이 믿을 수 없는 현실에 대한 응답이었다. “전제주의 최고의 비결이자 그것을 떠받치는 큰 기둥은 사람들을 계속 기만의 상태에 처해 있게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그들이 억압될 수밖에 없게끔 공포를 조장하고 그것을 종교라는 허울 좋은 이름으로 포장하는 것이다. 그러면 그들은 마치 그것이 구원인 양 오히려 자신들의 예속을 위해서 싸우게 될 것이다.” 전제주의를 이끄는 원리가 공포라면, 공화국의 존립 근거는 무엇보다도 자유에 있었다. 그렇다면 쿠르바흐에 대한 탄압을 공모한 공화국은 스스로 자기의 존재 근거를 무너뜨려버린 셈이었다. 자유에 대한 억압, 그것은 곧 공화국의 종말을 의미했다. 스피노자의 이러한 우려는 2년 후 현실로 드러난다. ●자유인, 그 불온한 자 1672년 프랑스의 침공에 네덜란드는 가까스로 나라를 지켰다. 하지만 전쟁은 사람들의 삶을 피폐하게 만들었다. 죽음과 기근이 만연했다. 이 절망의 틈새를 군주제를 원했던 오란예 집안이 파고들었다. 그들은 위기의 원인을 공화국의 탓으로 돌렸다. 폭도로 변한 군중은 공화국의 지도자인 데 비트 형제를 거리로 끌어내 처참하게 살해하고, 살점은 구워 먹거나 기념품으로 팔았다. 비통함에 빠진 스피노자는 ‘극한의 야만인들’이란 격문을 들고 거리로 나서려 했지만 하숙집 주인이자 친구는 방문을 걸어 잠그고 완강히 스피노자를 막아 세웠다. 왜 군중은 자신들의 자유를 보장해 주는 공화국을 거부하고 전제주의라는 예속을 향해 달려가는가. 스피노자는 공화국이 무너지는 것을 보며 알았다. 자유는 국가가 ‘보장’한다고 생기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각자가 자신의 삶에서 자유를 ‘구성’하지 않는 한, 어떤 국가 체제도 소용없다는 사실을. 스피노자는 자신의 생각을 ‘에티카’에 적어내려 간다. ‘에티카’는 수학책을 방불케 하는 공리와 정의, 증명들로 가득하다. 이 건조한 윤리학의 주제는 우리의 감정이다. 스피노자에게 자유인의 열쇠는 감정에 있었다. 감정이란 우리 신체에 일어나는 변용에 대한 표현이다. 일반적으로 우리는 감정에 휘둘리며 산다. 요컨대, 우연적인 외적 원인에 끌려다니는 수동적 상태다. 그렇기에 “더 나은 길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더 나쁜 길을 따라”간다. 자유인이 된다는 것은 이 수동적 신체를 능동적이게 만드는 것이었다. 권력은 오로지 수동적 신체를 통해서만 작동할 수 있었다. 그들은 돈과 명예, 신의 이름으로 쾌락과 절망, 희망과 공포를 조장함으로써 우리에게 복종을 이끌어냈다. 지배자들에게 두려운 것이 있다면 그것은 외부의 적이 아니라, 자신들이 작동할 수 없는 능동적 신체를 가진 자유인이었다. ‘에티카’는 단지 자유인이라는 자기 구원을 위해 능동적 신체를 구성하는 길을 보여주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그 길이야말로 지배자들에게는 불온한 것이었다. ●자유를 생산하는 앎과 삶 스피노자는 1676년 하이델베르크의 교수직 제안을 거절한다. 그에게 대학이란 기존의 법과 종교의 계율 위에서 작동하는 공간일 뿐이었다. 대학은 철학함의 자유를 제한할 뿐 아니라, 자유의 철학을 생산하기에도 부적합한 곳이었다. 대학교수직을 거절한 스피노자는 하숙집 책상 위를 자기의 공부 현장으로 삼았다. 지인들과 주고받는 편지와 만남은 그 자체로 배움의 과정이었다. 그는 대학 강당 대신 헤이그의 하숙집에서 조용히, 하지만 뜨거운 열정으로 자유인의 삶을 만드는 공부를 멈추지 않았다. 스피노자는 말한다. “자신이 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동안, 사실은 그것을 하기 싫다고 다짐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그것은 실행되지 않는 것이다.” 그는 국가나 돈, 명예나 신, 그 무언가에 의해 미래에 찾아올 자유를 꿈꾸지 않았다. 미래로 유예된 자유란 존재하지 않으며, 그런 자유란 자신의 게으름에 대한 변명일 뿐이었다. 시신마저 사라진 뒤 스피노자의 이름으로 남은 것은 바지 두 벌, 셔츠 일곱 장, 손수건 다섯 장뿐이었다. 예속에 대한 단호함과 자기 구원의 열정. 그리고 자유인의 소박하지만 정갈했던 삶. 바로 이것이 혁명을 외친 적 없었던 스피노자를 역사상 가장 위험한 철학자의 한 사람으로 남게 했다. 남산 강학원 연구원 신근영
  • 기업들 연말행사 감동을 선물하다

    기업들 연말행사 감동을 선물하다

    무리한 술자리로 연결되던 기업들의 연말 직원행사가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음악회 등으로 직원들과 조촐한 시간을 갖거나 가족 초청행사를 여는 등 차분한 분위기 속에 한 해를 마무리하고 있다. 조용하면서도 실속 있게 한 해를 정리하고 글로벌 경기 침체가 예상되는 내년을 준비하겠다는 취지다. ●구본준 부회장 3000여명 해외직원에 피자세트 23일 재계에 따르면 구본준 LG전자 부회장은 연말을 맞아 전 세계 3000여 직원 가정에 ‘깜짝 선물’을 안겼다. 구본준 부회장은 지난 22일 국내 및 해외법인 조직책임자와 노조 간부, 생산라인 관리자 등 3000여 직원 가정에 감사 편지와 함께 피자, 샐러드, 음료 세트를 전달했다. 그는 편지에서 “가족 여러분의 헌신적인 뒷바라지에 경의를 표한다.”면서 “여러분의 노력은 훗날 세계 1등 기업 LG전자를 만드는 든든한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구 부회장은 지난 4월부터 국내외 임직원들과의 스킨십 강화를 위해 1만여명에게 6000여판의 ‘CEO 피자’를 전달해왔다. 이상철 LG유플러스 부회장은 지난 13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블루보드’ 직원 50여명과 함께 소통과 단합을 위한 음악 감상의 기회를 가졌다. 블루보드는 지난해 LG유플러스가 출범할 때 만들어진 사내 조직으로, 조직 내부의 원활한 소통과 혁신을 위한 창의·혁신 조직이다 이 행사는 연말을 술자리 회식으로 보내기보다는 임직원과 함께 공연을 관람하며 문화생활을 즐기고, 격의 없이 함께 담소를 나누고 서로 이해하는 시간을 가지려는 이상철 부회장의 ‘하모니’ 경영의 일환이다. ●웅진코웨이, 종무식 대신 사내 뮤직 페스티벌 웅진코웨이는 28일 종무식 대신 ‘코웨이 뮤직 페스티벌’을 연다. 10명 이하의 솔로 및 밴드로 구성된 20개 팀이 참가해 2개월 동안 갈고 닦은 끼와 열정을 뽐낸다. 최종 우승팀엔 전원 해외여행을 다녀올 수 있는 특전이 주어진다. 솔로 참가자가 우승하면 가족들과 해외여행을 다녀올 수 있다. 2등 팀은 200만원, 3등 팀은 100만원의 상금을 받는다. 가족들과 함께하는 연말 행사를 준비하는 기업들도 점차 늘고 있다. 방위산업체 LIG넥스원은 이날 직원 90여명의 가족을 LIG넥스원 판교하우스로 초청, ‘넥스원 주니어데이 시즌1 행사’를 열었다. 미취학 아동이나 초등학생인 직원 자녀들은 이효구 대표의 환영 인사를 받고 부모가 회사에서 근무하는 모습을 담은 동영상을 시청하고 ‘주니어 사원증’도 받았다. 회사 관계자는 “야근과 출장이 많은 직원에 대한 고마움과 그 가족들에 대한 미안함을 전하고자 이번 행사를 기획했다.”고 말했다. 권장휴무제도로 직원들이 연말을 가족과 함께 보낼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경우도 많다. 삼성그룹은 26일부터 30일까지 금융 부문을 제외한 대부분의 계열사가 연말 장기 휴무에 들어간다. 최장 9일 휴가를 쓸 수 있는 셈이다. LG전자와 LG디스플레이 등 LG그룹 일부 계열사와 두산중공업, 두산인프라코어 등 두산그룹 계열사들도 연말 장기 휴무를 시행한다. 이두걸기자·산업부 종합 douzirl@seoul.co.kr
  • [Weekend inside] EU의장 각국 정상에 책선물… 희망의 새해 메시지

    [Weekend inside] EU의장 각국 정상에 책선물… 희망의 새해 메시지

    금융위기와 경기침체, 부채문제 등으로 힘든 한 해를 보낸 세계 주요국 지도자들은 헤르만 반롬푀이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이 보낸 독특한 새해 선물을 받은 뒤 잠시나마 위안을 얻을 수 있을 듯하다. AP통신은 반롬푀이 의장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을 비롯한 전세계 정치 지도자 200명에게 긍정적 사고가 얼마나 중요한지 강조하는 내용을 담은 ‘행복에 관한 세계의 책’을 선물로 보냈다고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반롬푀이 의장은 이 책을 보내며 동봉한 편지에서 긍정적 사고가 “개인뿐만 아니라 집단과 기관, 국가에도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과학적 방법”이라면서 “사람들의 행복과 안녕을 2012년 최우선 정치적 과제로 삼자.”고 촉구했다. 그는 “냉소적인 사람들은 내 말을 순진하다고 즉각 비판할 것이라는 점을 알고 있다.”면서도 “긍정적 사고는 방랑자나 몽상가, 늘 순진한 사람들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더 많은 기회를 얻고, 실적도 더 좋고, 더 나은 결정을 내리고, 협상도 더 잘하고, 회복력도 더 좋고, 다른 사람의 신뢰도 더 많이 얻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성장의 길을 걷는 사람들을 따라감으로써 우리가 더 낫고 행복한 사람들이 될 것”이라고 역설했다. 반롬푀이 의장이 선물한 이 책은 벨기에 교육잡지 ‘클라세’ 편집장인 레오 보만스가 50개국 ‘긍정심리학자’(행복학자) 100명에게 의뢰해 기고받은 행복에 관한 에세이와 행복감을 불러일으키는 사진들을 수록한 책이다. 지난해 영국런던북페어에서 처음 선보여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으며 미국, 중국, 독일, 프랑스 등 각국에서 출판돼 베스트셀러를 기록하고 있다. 한국어판은 내년 초 나올 예정이다. 이 책은 철학적인 내용만으로 채워 넣은 잠언집이 아니라 학자들이 장기간 추적한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행복이란 무엇인가’란 주제에 과학적으로 접근하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기고를 의뢰한 학자 100명도 로테르담대 벤호벤 박사 연구팀이 만든 ‘행복세계데이터베이스’에 수록된 논문 8000여건을 일일이 검토한 뒤 그중에서도 가장 탁월한 논문을 쓴 저자로 선정했을 정도다. 필진 중에는 한국인도 포함돼 있다. 서은국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는 “행복해지려면 여유를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벨기에 총리로 재직하다 2009년부터 정상회의 상임의장이 된 반롬푀이 의장은 평소 문학에 취미가 있으며 일본식 전통 단시(短詩)인 하이쿠(俳句)에 심취해 하이쿠 형식의 시집을 펴내기도 했다. 강국진기자 betulo@seoul.co.kr
  • 산타할아버지는 아무나하나?…산타 훈련 영상 화제

    산타할아버지는 아무나하나?…산타 훈련 영상 화제

    산타클로스는 평소 뭘 하며 지낼까. 모 광고에서처럼 따뜻한 벽난로가 있는 거실에서 아이들의 편지를 읽고 있을 수도 있겠지만, 한 유튜브 영상에서는 성공적인 선물 배달(?)을 위해 피나는 훈련을 받는 산타 신병들의 모습을 그려 눈길을 끈다. 공개된 영상을 보면 빨간 옷에 하얀 수염을 단 산타들이 엄격한 교관의 지휘 아래 다양한 훈련을 받는 모습이 나타난다. 이들 산타는 악마 같은 교관에게 질책을 받으며, 눈보라가 발생했을 때의 대처 방법이나 굴뚝에 들어가는 방법, 심지어 산타 모자의 방울 방향에 이르기까지 세세한 지도를 받는다. 또한 이들 산타는 선물을 들고 고공 낙하를 하고 차가운 물속에도 들어간다. 때로는 산타끼리 서로 대결을 하는 데 그 이유는 알 수 없다. 마치 실제 신병 훈련소의 모습을 방불케 하는 이 영상은 사실 매년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면 세계적으로 화제를 모으는 패러디 영상이다. 한편 크리스마스를 맞아 최근 일본의 한 여행전문 사이트는 산타의 초당 업무량을 계산해 주목을 받았다. 이들에 따르면 만약 산타가 1명이라면 1초당 5,949세대의 가정을 돌아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 산타클로스 훈련 영상 보러가기  사진=유튜브 캡처 윤태희기자 th20022@seoul.co.kr
  • “진실성 의문 품고도 공표했다면 미필적 고의”…대법 판결 의미는

    22일 대법원이 정봉주 전 민주당 의원에 대한 징역 1년의 원심을 확정한 것은 선거범죄에 대해 사법부의 엄정한 처벌의지를 재확인한 데 의미가 깊다. 정 전 의원은 4년 전 대선 당시 BBK의혹을 제기하며 ‘선거에 영향을 미칠 의도’로 당시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진영을 크게 압박했던 터여서 대법원의 판결 의미를 읽을 수 있다. 특히 내년에 총선과 대선이라는 두 개의 큰 선거를 앞두고 사법부가 ‘네거티브 선거전’에 의한 선거 범죄를 엄중하게 다루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도 읽힌다. 정 전 의원이 주목을 받은 것은 2007년 대선 당시. 대통합민주신당의 ‘이명박 주가조작 의혹사건 진실규명 대책단’의 공동단장을 맡았던 그는 연일 BBK 관련 의혹을 공개했다. 이른바 ‘BBK저격수’로 불렸던 그는 한나라당으로부터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고소를 당했다. 검찰은 정 전 의원이 ▲BBK사건의 핵심인물인 김경준(45·수감)씨의 변호사 박수종씨 사임 이유에 관한 허위사실 ▲이 후보의 측근인 김백준씨가 주가조작에 사용된 페이퍼컴퍼니와 거래 ▲이 후보도 BBK의 주가조작 등에 가담한 것으로 발언하는 등으로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며 기소했다. 2008년 6월과 12월 1심과 2심에서 징역 1년의 유죄가 선고됐다. 당시 원심은 “피고가 제출한 소명자료로 볼 때 사실이라고 믿어 발언했다기보다 의미를 과장하고 확대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근거가 박약한 의혹을 증폭시켜 선거인의 공정한 판단에 영향을 미치는 폐해가 크다.”고 유죄를 선고했다. 상고심은 3년 만에 진행됐다. 상고심에서의 판단도 원심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재판부는 정 전 의원이 제시한 증거가 신빙성이 약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또 정 전 의원은 자신의 행위가 죄가 될 수 있음을 예측했다고도 판단했다. 재판부는 “어떤 소문을 듣고 진실성에 대해 강한 의문을 품고도 공표를 했다면 미필적 고의가 인정된다.”고 덧붙였다. 2007년 대선 당시 ‘네거티브 선거전’에 대한 사법적 판단은 내려졌지만, 여진은 계속될 전망이다. 검찰이 BBK 사건에서 최근 불거진 기획입국설과 관련한 가짜편지 작성 의혹에 대해 수사를 개시하는 등 BBK 의혹은 여전히 진행형이기 때문. BBK 의혹과 관련해 새로운 사실이 드러나거나 기존 사실 관계가 뒤바뀔 경우, 이번 판결이 정당했는지에 대한 논란도 재연될 수 있다. 안석기자 ccto@seoul.co.kr
  • 단순 애도 ‘무죄’ 정권 찬양 ‘유죄’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사망으로 조문·조의와 관련된 위법성 논란이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뜨겁게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김일성 주석 사망 당시 법원의 판단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부는 김 주석 사망 당시와 달리 민간 단체의 조의문 발송을 허락할 방침이다. 21일 법원에 따르면 1994년 7월 김 주석 사망 당시 조문·조전을 보내는 행위에 대한 법원 판결은 엇갈린다. 법원은 단순한 애도 표현일 경우 무죄로, 이를 넘어서 북 정권을 찬양할 경우 국가보안법에 위반된다고 봤다. 관련 법은 국가보안법으로, 7조 찬양·고무는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점을 알면서 반국가단체의 활동을 찬양·고무·선전한 자에 대해 7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한다. 대법원은 2008년 송두율 교수가 김 주석을 조문하고 김 위원장에게 생일 축하 편지를 보낸 행위에 대해 무죄라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판결문에서 “송씨가 김일성 장례식에 참석해 조문하고 김정일에게 축하 편지를 보낸 행위 등은 대한민국의 존립, 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를 위태롭게 할 위험이 있는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김 주석 사망에 대해 조전·애도문을 보낸 민족자주평화통일중앙회의(민자통)의 나모 의장에게는 유죄를 선고했다. 이민영기자 min@seoul.co.kr
  • [길섶에서] 편지 사건/최광숙 논설위원

    여고 3학년 때 일이다. 당시는 수능이 아니라 학력고사를 치렀는데 시험을 치르고 난 뒤 어느 날이다. 편지 한 통이 내 앞으로 날아들면서 학교가 발칵 뒤집어진 적이 있다. 사실 편지 봉투에 내 이름 석자는 없고, 그냥 3학년 ○반 ○번 앞으로만 돼 있었다. 이래저래 미스터리한 편지였지만 ○반 ○번은 단 한 명밖에 없으니 수취인이 나인 것은 분명했다. 편지 내용인즉 “시험도 끝났는데 한번 만나보자.”며 데이트를 청하는 것이었다. 보낸 이는 인근 고교의 3학년 같은 반, 같은 번호의 남학생이었다. 장난 삼아 보낸 것인지, 작은 흑심을 담았는지 알수 없었으니 학교 선생님들은 혹여나 ‘연애편지’사건인가 싶어 난리가 났던 것이다. 결국 교무실까지 불려가 취조를 당한 끝에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수능철이 되면 그 편지 사건이 떠오른다. 시험 압박에서 벗어난 고 3의 객기 어린 행동이었으리라. 지금쯤 어느 여학생도 이름 모를 남학생으로부터 편지 한 통을 받고 당황해하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최광숙 논설위원 bori@seoul.co.kr
  • “우리 아들에게 별일 없기를…” 애타는 부모들

    “우리 아들에게 별일 없기를…” 애타는 부모들

    “김정일 사망 소식에 온 나라가 들썩이고 있단다. 전군이 비상태세에 들어갔다는데 훈련병은 혹시 예외일는지…. 우리 아들에게 별일 없기를 항상 바란다.” (OOO 훈련병에게, 엄마가) “김정일 사망 소식 때문에 어젯밤엔 잠도 제대로 못 잤다. 그래도 남북관계가 갑자기 악화되지는 않을 테니 아들은 맡은 바 임무를 잘 하려무나.”(O부대 OOO 훈련병, 아빠다.) 김정일 사망 소식이 전해진 뒤 훈련소에 아들을 입영시킨 부모들은 애만 태우고 있다. 김정일 사망 이후 군이 비상경계태세에 돌입하는 등 남북관계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기 때문이다. 급기야 부모들은 육군이 운영하는 신병교육대대 카페에 자식들을 걱정하는 편지글을 잇따라 올리고 있다. 육군은 지난 2006년부터 신병교육대대별로 인터넷 카페를 운영하고 있다. 이들 카페에서는 훈련병들의 하루 일과와 소식을 가족들에게 전달하는 한편 가족들이 게시판에 올린 편지를 출력해 훈련병들에게 전달해준다. 김정일 사망 소식을 접한 가족들은 아들에 대한 걱정을 카페를 통해 토로하고 있다. 회원수가 12만명에 달하는 포털사이트 다음의 육군 5사단 열쇠신병교육대대 카페에는 지난 19일 낮부터 이튿날 오후까지 170건이 넘는 편지글이 올라왔다. 회원 수가 7만명인 육군3사단 백골신병교육대대의 카페에도 150여건의 편지글이 올라왔다. 부모들은 ‘김정일이 사망했다는데 훈련소에는 별일 없는지….’, ‘흔들리지 말고 훈련 잘 받아라.’ 등 우려와 당부 섞인 이야기를 편지로 전하고 있다. 발을 동동 구르는 부모들과는 달리 신병교육대대들은 이전과 마찬가지로 하루나 이틀 단위로 카페에 올라오는 편지를 출력해 훈련병들에게 전달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신병교육대대에서는 훈련병들의 심리적 동요를 방지하기 위해 지나친 우려나 확인되지 않은 괴담 등이 담긴 편지는 전달하지 않기로 방침을 세우기도 했다. 김소라기자 sora@seoul.co.kr
  • [고전 인물로 다시 읽기] (38) 이기론(理氣論) 확립한 ‘주자’

    [고전 인물로 다시 읽기] (38) 이기론(理氣論) 확립한 ‘주자’

    “사람을 잡아먹는 가르침”(루쉰), “우주에 가득 찬 엄숙한 기운”(주자학을 접한 한 유학자), “한없이 지루한 학문”(육상산). 동아시아 700년을 좌지우지한 요지부동의 사상, 엄숙주의와 비장함으로 유학자들조차 손사래를 치던 학문, 타도되어야 할 전근대의 표상. 우리에게 각인된 주자(朱子)의 이미지다. 그러나 그는 우리의 예상과 달리 높은 관직에 오른 적이 없다. 그는 여러 번 금주선언을 하지만 실패한 애주가였고 제자들을 그 누구보다도 아끼던 스승이었으며 자식들에 대한 끔찍한 사랑을 보여준 평범한 가장이었다. ●그의 삶은 배움을 향한 여정 주자는 1130년 남송(南宋)의 산골마을에서 태어나 1200년 조용한 서재에서 죽음을 맞았다. 그의 삶은 배움을 향한 여정이었다. 스승들을 찾아다니기에 바빴던 10대와 20대, 친구들에게 배우며 자신의 한계에 직면해야 했던 30대와 40대, 거짓학문이라는 비난과 눈병으로 글을 볼 수 없게 되었음에도 나아가야 할 길을 더 명확하게 보게 된 50대와 60대. 주자에게 공부하는 순간만큼 즐거운 일은 없었다. 주자는 큰 질문을 품고 공부의 세계로 들어섰다. 5살이 되던 해, 주자는 아버지에게 묻는다. “하늘 위는 무엇일까요?” 우주의 끝을 알고 싶어 했던 소년 주자. 이후 이 질문은 그만의 독특한 우주관으로 변주된다. 주자는 우주의 끝을 알기 위해 일단 세상의 모든 것을 알아야겠다고 마음먹는다. 격물(格物)하고 치지(致知)해서 우주의 모든 이치를 꿰뚫으려는 공부가 시작된 것이다. 그러나 주자가 질문을 품고 세계를 향해 나아갈수록 세계는 더욱 커져갔다. 주자는 죽기 3일 전까지도 책을 읽고 글을 고치며 제자들과 토론하기를 멈추지 않았다. 주자에게 우주는 끝이 없는 앎의 배움터였다. 주자는 불교와 도교, 역사와 병법 등을 가리지 않고 공부했다. 한번은 역사책을 읽다가 눈병이 나고 책에 밑줄을 너무 많이 그어서 글자가 보이지 않게 된 적도 있었다. 독서의 경계를 두지 말 것, 책을 꼼꼼하게 읽을 것, 자신의 질문을 향해 오늘 하루 진보할 것. 주자는 배움을 청하러 오는 이들에게 이렇게 절실하게 공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주자는 이 길이 아니고서는 어떤 공부도 높이와 깊이를 가질 수 없다고 생각했다. 앎이 곧 삶이 되기 위해서는 숱한 반복과 연습이 필요하다. 흔히 주자의 학문을 집대성(集大成)이라고 부른다. 잡다한 것을 모아 크게 이루었다는 뜻이다. 하지만 오해하지 말아야 할 것은 집대성이 단순한 종합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그것은 이질적이고 서로 섞이기 힘든 것들을 자기 질문을 가지고 통과하려고 했던 노력의 소산이다. 주자는 유교적 전통에 도교의 우주론과 불교의 인식론을 받아들여 자신만의 독특한 철학으로 재구성한다. 그가 구한 답처럼 학문은 근본적으로 우주라는 무한한 배움터로 향하는 하나의 질문이어야 했다. ●술과 사람을 사랑한 ‘인간’ 주자 주자는 평생 가난하게 살았다. 50년 동안 관직에 있었지만 그는 늘 한직에 머물렀다. 공부 때문이기도 했지만 체질적으로 정치와 맞지 않는 그의 성품 탓이기도 했다. 말년의 주자는 황제의 측근이 되어 중앙정계로 나간다. 하지만 직언을 서슴지 않다 결국 45일 만에 쫓겨나고 말았다. 이런 상황 때문에 주자는 늘 생활고에 시달렸다. 주자는 친구의 죽음에 부조조차 할 수 없는 처지가 되어버린 자신을 안타까워하기도 했다. 하지만 주자는 제자들을 위해서라면 뭐든 아끼지 않는 스승이었다. 한때 주자의 제자들은 2000~3000명에 달했다. 주자는 곤궁한 생활에도 이들이 공부하는데 필요한 서재는 계속해서 늘려갔다. 제자들이 많아질 때는 체계도 없고 어수선하기만 한 학당의 잔소리꾼이었다. 특히 공부하지 않고 밤새 딴짓을 하는 제자들에게는 단호했다. “가는 길이 틀리니 이제 충고 따위는 하지 않겠습니다.” 주자가 늘 호랑이 선생이었던 것은 아니다. 술을 좋아했던 주자는 제자들과 술을 마실 때면 흥에 겨워 시를 읊고 취묵(醉墨)을 써주곤 했다. 제자가 자신을 떠나 고향으로 돌아가야 할 때면 주자는 어린애처럼 매달렸다. “내일 꼭 떠나지 않으면 안 되겠습니까?” 떠나간 제자들에게도 주자는 수시로 편지를 썼다. ‘보고 싶습니다,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고 싶습니다.’ 주자는 자식들 걱정에 안절부절 못하는 아버지이기도 했다. 장남을 친구 여조겸에게 보내놓고 마음이 놓이지 않았는지 주자는 자주 편지를 썼다. 공부에 뜻을 두지 않으면 엄하게 다스려 달라는 부탁과 함께 그의 안부가 궁금하다고 적었다. 주자는 특히 손자들을 귀여워했는데 손자에게 애교가 잔뜩 섞인 편지를 쓰곤 했다. “이 할애비를 기억하고 있습니까? 벽에 걸린 사자그림을 좋아했으므로 지금 한 장 그려 보냅니다.” 이런 이유로 주자 주변에는 늘 사람들로 가득했다. 손님들은 끊이지 않고 찾아왔다. 병이 심할 때 제자들이 손님 만나는 것을 줄이라고 충고했지만 주자는 거절했다. “사람들은 모두 손님 만나기를 싫어하는데 대관절 무슨 마음일까? 나는 한 달이라도 만나지 않으면 한 달 큰 병을 앓을 것 같은데. 문을 닫고 손님을 만나지 않는 사람들은 어떻게 하루를 보내는 것일까?” 하지만 주자의 만년은 외롭고 쓸쓸했다. 주자학은 국가(남송)로부터 사이비 학문으로 낙인찍혔고, 이에 따른 주자 탄핵 열풍이 그의 신변을 뿌리째 뒤흔들었다. 제자 채원정은 유배지에서 목숨을 잃었고 이른바 위학자 리스트는 주자의 주변인물 59인으로 채워졌다. 주자를 주살해야 한다는 탄핵문도 등장했다. 위협을 느낀 제자들은 하나 둘씩 뿔뿔이 흩어졌다. 주자의 운명과 더불어 주자학이 사실상 와해된 것이었다. ●주자의 학문과 국가학으로서의 주자학 주자학의 핵심은 이기론이다. 기(氣)는 세상의 모든 현상을, 이(理)는 그 현상이 일어나는 이치를 의미한다. 주자 이전까지 유학은 기본적으로 윤리론(실천론)이었다. 인간은 어떠한 삶을 살아가야 하는가. 주자는 이러한 유학의 범위를 우주까지 확대시킨다. 만물은 어떻게 살아가는 것인가. 주자는 이와 기에 의해 만물이 생성되고 살아간다고 생각했다. 우주를 떠다니는 기가 뭉쳐서 만물이 되고 만물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이를 다하며 살아가는 것. 이때 만물은 자신의 본모습에 가장 가까운 삶을 살아가게 된다. 주자의 이기론은 전통적인 기(氣)일원적 사유에 대해 이(理)의 우위를 주장한 새로운 차원의 존재론이자 인식론이었다. 이기론은 거대한 우주로부터 미물까지를 관통하는 사유의 틀이었지만, 다른 한편 그것은 자신이 품었던 평생의 질문에 스스로가 구한 답이기도 했다. 그러나 주자 사후 이기론은 다시 윤리론으로 축소되어 버린다. 이와 함께 주자에게서 중요하게 다루어지던 우주, 지리, 풍수, 귀신 등은 잡술이나 미신으로 여겨져 주자학에서 퇴출된다. 존재와 윤리를 일치시키고자 했던 주자의 기획은 아이러니하게도 ‘주자학’으로 신봉되면서 생생불식(生生不息)하는 우주의 리듬 대신 인간의 도덕만을 남겨 버렸던 것이다. 1313년, 주자의 학문은 드디어 원나라의 관학(官學), 즉 국가의 학문이 되었다. 하지만 주자의 학문은 국가학이 되면서 오히려 퇴색되어 간다. 따지고 보면 위학의 참변을 당한 것이나 사후 40년 만에 해금(解禁)된 것, 이후 동아시아 사상의 주류가 된 것 등도 모두 학문적이라기보다는 정치적인 이유 때문이었다. 원나라가 유학 지식인들을 포섭하기 위해 주자학을 관학으로 규정했을 때, 주자학을 사이비학문이라 몰아세웠던 남송은 부랴부랴 주자학이 자신들의 학문이라고 주장하기 시작했다. 이 때문일까. 오늘날 우리에게 주자학은 국가학으로서의 권위적이고 위압적인 모습으로 남아 있다. 생동감 넘치는 철학이나 앎의 현장이 아니라 무겁고 피하고 싶은 과거의 낡은 유산. 하지만 진정으로 주자가 원했던 것은 자신의 학문이 이 세상의 이치를 공부해가는 사다리가 되는 것이었다. 학문에 임하는 주자의 마음과 도그마가 된 주자학은 구별되어야 한다. 주자는 평생을 통해 배움을 갈구하는 모든 학인들의 마음으로 삶을 개척했다. 앎에 대한 욕망과 무한한 열정, 그리고 삶에 대한 소박하면서도 진정어린 따뜻함은 오늘날의 우리에게도 여전히 유효한 화두가 아닌가. 앎을 향한 과정과 삶의 간격 없음, 삶의 끝없는 과정 위에서 배움을 실현하기! 주자는 말한다, 아니 그렇게 살았다. 류시성 감이당 연구원
  • BBK 김경준씨 ‘기획입국 가짜편지’ 신씨 형제 고소

    ‘BBK 의혹’을 폭로한 김경준(45·수감중)씨가 ‘기획입국설’ 근거로 제시된 가짜 편지의 작성자 신경화(53)·신명(50) 형제를 고소했다. 김씨가 신씨 형제를 고소함에 따라 가짜 편지의 배후와 관련해 수사가 이뤄질지 주목된다. 16일 서울중앙지검에 따르면 김씨는 당시 편지를 쓴 사람으로 알려진 신경화씨와 실제 작성자인 신명씨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검찰 관계자는 “오늘 고소장이 접수돼 내용을 확인해 봐야 한다.”면서 “다음 주 화요일쯤 부서 배당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2007년 11월 대선 당시 김씨는 “이명박 후보가 BBK의 실소유자”라고 주장했고, 한나라당은 “이명박 대선 후보에게 치명타를 주기 위한 기획 입국”이라면서 미국에서 김씨와 함께 수감 생활을 한 동료인 신경화씨의 편지를 근거로 제시했다. 편지에는 ‘서울에 먼저 와 보니 자네와 확신하고 고민했던 일이 확실히 잘못됐다. 자네가 큰집하고 어떤 약속을 했건 우리만 이용당하는 것이니 신중하게 판단하길 바란다.’는 내용 등 당시 여권과 약속을 암시하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그러나 신명씨는 올해 초 편지 작성자가 자신이라며 조작 의혹을 제기했고, 배후에 이명박 대통령 친인척과 여권 핵심 인사가 연루돼 있다고 주장했다. 김경준씨는 옵셔널벤처스 자금 319억원을 횡령하고 주가를 조작한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돼 2009년 대법원에서 징역 8년과 벌금 100억원이 확정돼 수감 중이다. 한편 권재진 법무장관은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 편지 조작설과 관련해 민주당이 재수사를 촉구하자 “당시 검찰에서 철저히 수사했고, 편지 작성 등에 정치권 개입이 없다고 결론 내렸다.”며 “정식 재수사를 의뢰하면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이민영기자 min@seoul.co.kr
  • “재정 긴축 철회하라” 伊 총리앞 협박 편지

    불경기와 재정위기 여파로 어수선한 이탈리아의 세밑 풍경이 폭탄과 총알 등이 담긴 협박 편지 탓에 꽁꽁 얼어붙고 있다. 이탈리아 내각의 재정긴축안에 불만을 품은 좌익단체들의 소행인 듯한데 전·현직 총리와 세무서 등을 상대로 전방위 공격을 가하고 있다. ●300억유로 재정 긴축안 하원 통과 마리오 몬티 총리와 전임자인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 등을 수신인으로 하는 협박 편지가 지난 15일(현지시간) 저녁 칼라브리아주의 한 우체국에서 분류 작업 중 발견됐다고 이탈리아 안사통신이 16일 보도했다. 극좌 단체인 ‘무장 프롤레타리아 운동’ 이름으로 발송된 이 편지는 모두 10통으로 봉투 안에는 협박 글과 함께 총알이 담겨 있었다. 편지에는 “예산안을 수정하지 않으면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는 내용이 쓰여 있다. 몬티 내각이 채택한 총 300억 유로(약 45조원) 규모의 재정 긴축안은 16일 오후 이탈리아 하원을 통과했으며 상원 표결은 다음 주에 실시된다. ●세금징수 대행업체에 편지폭탄도 앞서 15일에도 이탈리아 로마 도심에 있는 세금징수 대행 업체인 에퀴탈리아 사무실에 편지폭탄이 배달돼 주변을 긴장시켰다. 경찰 관계자는 “폭발물 처리 전문가가 검은 분말이 담긴 수상한 우편물을 발견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해 기폭장치를 해체했다.”고 말했다. 유대근기자 dynamic@seoul.co.kr
  • 카탈로그 제작이 회사 홍보에 미치는 영향?

    업체들은 회사 홍보를 위해 카탈로그, 안내서(브로슈어), 팸플릿 등을 제작한다. 받는 사람 입장에서는 쉽게 받고 버리는 그 카탈로그는 사실 해당 업체의 특성이나 개최된 행사의 정보가 속속들이 적혀 있어 파악을 쉽게 한다. 카탈로그의 역할이 극대화된 사례가 있다. 광고인쇄 전문 ‘제일디자인’은 급하게 카탈로그를 제작해달라는 의뢰를 받았다고 한다. 이틀 만에 카탈로그 디자인에서 인쇄까지 모두 마쳐야 한다는 것이다. 사건의 전말은 이랬다. 차근차근 일하기 위해 타 업체에 카탈로그 작업을 한 달 전부터 의뢰했지만, 의뢰를 맡긴 인쇄소가 없어지는 바람에 걸어놓은 선금이 날아가고, 시간도 함께 날아갔다. 선금보다 더 큰 문제는 바로 당장 내일모레 비행기로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전시회에 참석해야 한다는 사실이었다. 해외 전시회에서 카탈로그의 역할은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전시회에서 보고 들은 기억보다 명확하게 업체의 제품을 설명하는 것이 바로 카탈로그, 안내서 등의 업체 홍보 책자이기 때문이다. 시일이 촉박했지만 회사의 사활이 걸린 문제이기 때문에 제일디자인 전 직원은 바로 디자인 작업에 착수했다. 사실상 매우 힘든 작업이었지만 디자이너 3명이 붙어 가장 오래 걸리는 디자인 작업을 하루 만에 끝냈고, 인쇄와 후작업도 하루 만에, 총 이틀 만에 모든 작업을 완료했다. 제본이 끝나자마자 인천공항으로 완성품을 보냈다. 박인희 제일디자인 대표는 “물건을 받고 업체 사장님이 고맙다는 인사를 건넸을 때, 보람을 느꼈다”고 그때의 일을 회상했다. 이와 같은 촉박한 일을 성공리에 마친 본 업체는 카탈로그, 안내서, 팸플릿, 포스터, 전단(지) 등의 광고홍보 인쇄물과 레터지(편지지), 바인더, 로고, 명함 등을 제작하는 디자인회사다. 박대표는 “업체들의 홍보 보좌관이 되었다는 생각으로 작업에 착수한다”며 “정성 가득 담은 디자인으로 의뢰를 맡긴 이들이 만족스러운 결과물을 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신문 나우뉴스부 nownews@seoul.co.kr
  • 몽골 지도 바꾼 ‘동해 알리미’… 소를 사랑한 여고생 입학사정관제로 당당히 대학 합격

    고교 시절부터 자신이 관심 있는 분야에 집중했던 여학생들이 입학사정관제를 통해 올해 당당히 대학에 합격했다. 주인공은 몽골 박물관에 있는 세계 지도의 ‘일본해’ 표기를 ‘동해’로 바로잡아 ‘동해 알리미’로 유명해진 황예슬(왼쪽·18·고양 무원고교 3)양과 지난겨울 구제역이 창궐할 때 학교도 걸러 가며 송아지들을 돌봐 온 이현주(오른쪽·18·강원 홍천여고 3)양이다. 이들은 2012학년도 건국대 수시모집에서 각각 정치대학과 수의학과에 합격했다. 국제 문제 전문가를 꿈꾸는 황양은 지난해 7월 말 봉사활동을 위해 방문했던 몽골에서 ‘돈드고비 박물관’을 찾았다가 이곳에 전시된 세계 지도에 동해가 ‘일본해’라고 적혀 있는 것을 보고 표기를 고쳐야겠다고 결심했다. 한국으로 돌아온 황양은 친구와 함께 3주 동안 동해에 관련된 문헌과 자료를 찾고 몽골 의원들, 몽골문화재단·박물관 관계자들에게 동해로 표기해야 하는 이유를 쓴 영문 편지를 보냈다. 편지에는 “유럽의 ‘북해’는 유럽 대륙의 북쪽에 있는 바다로, 노르웨이의 남쪽에 있지만 ‘노르웨이 해’라고 부르지 않습니다. 아시아 대륙의 가장 동쪽에 있는 바다는 ‘동해’로 표기해야 합니다.”라고 적었다. 황양과 친구의 주장에 몽골 박물관 지도에는 결국 ‘동해’라는 글자가 새겨졌다. 황양은 “당시 ‘네가 그런다고 바뀌겠느냐’면서 내년에 고 3이니 공부나 하라는 반응들이 많았다.”면서 “실패했더라도 의미 있는 활동이었을 것”이라고 당당히 말했다. 산골 소녀 이양은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소에 대한 사랑을 키워 어릴 적부터 수의사를 꿈꿨다. 지난겨울 구제역이 창궐했을 때는 학교도 가지 못하고 아버지와 함께 소 90여 마리를 지키기 위해 방역 작업을 벌였다. 그는 “구제역의 공포를 몸소 느끼면서 진심으로 동물을 애정으로 보살피고 싶다는 결심을 했다.”면서 “수의사나 전문 검역관이 돼 동물 전염병 백신을 개발하고 싶다.”고 말했다. 사실 이양은 내신 2등급 성적만으로는 수의학과에 입학하기 힘든 조건이었지만, 전공에 맞는 이력과 자신의 열정을 강조해 합격할 수 있었다. 이양은 면접에서 “강추위로 온몸이 언 송아지를 거실로 데려와 난방기구를 틀어 주는 등 정성을 들였지만 결국 숨을 거둬 가슴이 뻥 뚫린 것 같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건국대 입학사정관실은 “이양은 꾸며진 포트폴리오가 아닌 자신의 순수한 내면이 드러나는 순박함과 동물을 사랑하는 진심을 보였다.”고 밝혔다. 윤샘이나기자 sa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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