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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伊항공사, 여승무원에 체중유지 의무화 ‘논란’

    伊항공사, 여승무원에 체중유지 의무화 ‘논란’

    이탈리아의 한 항공사 여자승무원들이 회사에 반기를 들었다. 모델같은 몸매에만 맞는 옷을 입으라는 회사의 강요에 반발하면서다. 살이 찌면 안 된다는 회사의 의무규정에도 여자승무원들은 분노하고 있다. 논란이 되고 있는 항공회사는 최근 새 여자승무원 유니폼을 지급한 이탈리아의 메리디아나 플라이다. 회사는 유니폼을 지급하면서 여자승무원들에게 “사이즈 40-42만 입도록 하라.”는 엉뚱한 명령을 내렸다. 옷을 몸에 맞추는 게 아니라 옷에 몸을 맞추라는 얘기다. 게다가 유니폼은 지나치게 ‘섹시’했다. 초미니에다 옆에는 터진 곳이 있어 여성들이 입기엔 수치감을 느낄 정도였다. 여자승무원들의 더 큰 분노를 자아낸 건 사이즈 유지에 대한 의무규정이다. 회사는 유니폼을 지급하면서 몸무게가 늘어나면 안 된다는 내부 의무규정도 함께 전달했다. 메리디아나 플라이는 “건강상의 이유가 아니라면 여자승무원은 체중이 불어나선 안 된다.”며 “건강상의 사유로 몸무게를 불려야 하는 경우엔 의사진단서를 제출하라.”고 명령했다. 잔뜩 화가 난 여자승무원들은 “새 유니폼과 규정은 여성 차별행위이자 여성의 당당함을 짓밟는 것”이라며 항공사 회장에게 편지를 보내 강력히 항의했다. 편지에는 항공사 여자직원 400명이 서명했다. 여자승무원노조는 “여자승무원의 평균 연령이 42세인 점을 감안할 때 지나치게 짧고 옆이 터진 치마는 윤리적으로 용납할 수 없다.”며 노동자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규탄했다. 그러나 여권을 외치며 투쟁에 나선 여자승무원 중 일부는 두려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회사의 보복(?)을 걱정해서다. 현지 언론은 “체중이 불어나는 게 결코 해고의 사유가 될 수 없다는 게 여자승무원노조의 입장이지만 일부 노조원들은 지상근무 명령이 내릴까 겁을 내고 있다.”고 보도했다. 사진=매니저온라인 서울신문 나우뉴스 해외통신원 손영식 voniss@naver.com
  • [열린세상] ‘내 아이’의 문제 학교폭력/이성규 서울시립대 교수·한국장애인고용공단 이사장

    [열린세상] ‘내 아이’의 문제 학교폭력/이성규 서울시립대 교수·한국장애인고용공단 이사장

    십수 년 전 필자가 가족들과 함께 영국에 유학하던 시절이었다. 둘째 딸이 런던의 한 초등학교에 다니고 있었는데 그 반에서 유색인종으로는 유일무이했다. 어느 날 같은 반 영국 아이가 이유도 없이 딸애 얼굴에 침을 뱉는 불상사가 생겼다. 필자는 교장에게 담담한 내용의 장문 편지를 보냈고 교장은 전교생이 모이는 전체 조회에서 이런 불미스러운 일이 다시는 발생해서는 안 된다는 엄정한 주의를 내렸다. 담임 교사도 문제의 영국 학생과 그 부모를 학교로 불러 경고를 주었고 이런 조치 사항을 필자에게 전달했다. 이후 주기적으로 학급에서 ‘인종차별’과 관련된 교육이 실시됐고, 매달 이런 교육 내용과 학급에서의 조치가 기록된 가정통신문이 배달됐다. 덕분에 딸아이는 귀국할 때까지 학교 생활을 무난히 끝마쳤다. 왕따나 차별을 비롯한 학교 폭력 사태가 심각하다. 이를 이기지 못한 학생들 몇몇이 목숨을 끊는 일이 벌어진 뒤에야 실상들이 언론에 알려지고 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힘든 이유는 상황이 뒤늦게 알려지기 때문이다. 피해 학생들은 왕따를 당하거나 폭력을 당했다는 사실이 창피하고 수치스러울 뿐만 아니라 보복이 두려워 부모나 선생님에게 사실을 숨기게 된다. 주위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급우들도 보복이 두려워 모른 체한다고 한다. 학생과 부모, 학생과 학교, 그리고 부모와 학교 모두의 소통이 단절된 총체적인 난국의 형태라 할 수 있다. 전국 학교자치위원회가 최근 3년간 심의한 학교 폭력 조치 현황에 따르면 2만 2000여 건에 달하는 학교 폭력 사건 중 60% 이상이 ‘사회봉사 등 단순 봉사 활동 명령’이었다. 많은 이들이 이 같은 솜방망이 처벌로 학교 폭력 재발과 추가 피해자가 늘어났다고 지적하며 심할 경우 형사처벌도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한다. 물론 처벌만이 해결책이 아니라는 견해도 있다. 이들은 ‘법과 제도의 문제가 아니라 학교 폭력에 대한 관심이 적기 때문’이라며 처벌에 무게를 두는 해결 방법은 더욱 많은 학교 폭력을 발생시킬 뿐이라고 주장한다. 맞는 얘기다. 미국은 47개 주가 ‘왕따 방지법’을 만들었고, 독일 같은 나라는 폭행 사건 세 번이면 무조건 퇴학시키도록 하는 ‘삼진 아웃’ 벌칙을 제정했지만 학교 폭력은 줄지 않는다고 한다. 사후 처벌로는 한계가 있다는 얘기다. 학교 폭력 문제는 이미 김영삼 대통령 때부터 이슈화돼 왔다. 1995년 서울의 한 고등학교 학생이 선배들에게 구타와 함께 괴롭힘을 당하다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가족들이 뒤늦게 학교에 찾아가 가해 학생들의 처벌을 요구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이러한 사실이 언론에 알려지자 지금처럼 세상이 발칵 뒤집혔다. 대통령의 호통에 정부는 온갖 대책을 쏟아냈으나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학교 폭력은 수그러들지 않았다. 학교 폭력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라 17년의 세월 동안 정권마다 고민해 온 문제다. 청소년기는 흔히 ‘질풍노도의 시기’라 한다. 이러한 격동기에 학교 폭력의 피해자나 가해자 모두 부모와 학교와 단절된 상태로 방치돼 있다고 할 수 있다. 2010년 기준 학교 폭력 피해 학생 수는 1만 3748명, 가해 학생 수는 1만 9949명으로 나타난 반면 2012년 1월 기준 학교에 배치된 전문 상담교사는 883명에 불과하다. 한국청소년상담원에 따르면 긴급 상담이 필요한 고위험군 청소년은 93만여명에 달하나 2010년 기준 상담을 받은 청소년은 12만 8000명에 불과하다고 한다. 전문 상담 인력 1명당 1000명을 상담해야 하는 게 현실이다. 학교 폭력은 근본적으로 청소년들의 심리와 문화를 이해하고 부모와 학교가 유기적으로 소통하면서 구조적으로 접근해야 할 문제다. 며칠 전 대통령까지 나서서 학교 폭력을 뿌리 뽑아야 한다고 했다. 학교 안에 중요한 해결 포인트인 인력을 배치하는 것은 그 출발점일 것이다. 미래의 성장 동력인 청소년에 대해 일과적인 미봉책이 아니라 꾸준하고 일관성 있는 ‘어른’들의 책임과 관심이 절실히 필요하다. 이는 향후 ‘내 아이’가 살아갈 사회에 관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 [Weekend inside] ‘졸업 축제’ 열광

    [Weekend inside] ‘졸업 축제’ 열광

    초·중·고교의 졸업식이 단순히 졸업장만 받던 형식적인 통과의례에서 벗어나 졸업생 개개인이 주인공이 되는 톡톡 튀는 이벤트로 채워지고 있다. 졸업식의 진화다. 전남 순천시 향림초등학교는 졸업식 당일 강당에 레드카펫을 깔고 ‘포토존’ 행사를 하기로 했다. 졸업생 한명 한명에게 주인공이란 인식을 심어주기 위해서다. 무대 위 스크린에는 학생들이 만든 ‘20년 후의 나에게 보내는 편지’ 영상이 나온다. 졸업은 또 다른 시작이라는 의미에서다. 졸업식을 마칠 때쯤 학생들은 각자의 소망을 적은 종이 비행기를 강당 앞으로 날린 뒤 타임캡슐에 한꺼번에 넣어 보관할 계획이다. 경북 산북초등학교는 졸업장이나 개근상, 우등상 등을 미리 개별적으로 나눠 주기로 했다. 졸업식 당일 행사는 졸업생들의 어린 시절 모습과 인터뷰를 담은 동영상을 전교생이 함께 감상하도록 꾸몄다. 학교 관계자는 “상을 받는 소수를 위해 다수 아이가 들러리 서는 행사를 넘어 모두가 주인공이 될 수 있는 형식을 고민한 결과”라고 말했다. 졸업식은 재학생들의 밴드 공연과 춤, 태권도 시범 등으로 채워진다. 경기 수원시 효원고등학교는 부모와 졸업생이 짝을 이뤄 전통 악기 공연을 펼치고 졸업생들의 3년간 모습을 담은 사진을 함께 즐기는 시간을 마련했다. 경북 봉화군 물야초등학교의 경우 대학 졸업식에서나 볼 수 있는 학사모와 가운을 입는다. 또 학생들이 교사와 부모에게 큰절을 올리는 시간도 갖는다. 최준 숙명여대 사회심리학과 교수는 “이전엔 소수 학생만 행사를 준비하고 참여했지만 요즘은 학생들 스스로 영상을 제작하는 등 적극적으로 행사에 참여하며 즐기는 문화를 만들어 가고 있다.”면서 “공동체 중심의 정형화된 행사가 모든 이의 잔치판으로 변하고 있다는 것은 반가운 일”이라고 말했다. 백민경기자 white@seoul.co.kr
  • [24일 TV 하이라이트]

    ●인간극장(KBS1 오전 7시 50분) 칠갑산과 마을 앞을 흐르는 까치내가 한 폭의 수채화를 연상케 하는 충남 청양 까치내 마을. 이곳에서 임호식씨 가족은 식당을 운영한다. 하루 종일 부지런히 일한다 해서 붙여진 호식씨의 별명은 다름 아닌 흥부. 심성 고운 아내와 손발이 잘 맞는 착한 자녀들까지 있으니, 흥부라는 별명이 결코 무색하지 않다. ●헬로우 고스트(KBS2 밤 8시 50분) 낯선 영혼이 내 안에 들어왔다. 그것도 넷이나. 죽는 게 소원인 외로운 남자 상만(차태현)은 어느 날 귀신이 보이기 시작한다. 거머리처럼 딱 달라붙은 변태귀신, 꼴초귀신, 울보귀신, 초딩귀신 등. 소원을 들어달라는 귀신 때문에 죽지도 못하게 된 상만은 예상치 못했던 생애 최고의 순간과 마주하게 된다. ●미래소년 코드 박(MBC 밤 11시 15분) ‘미래소년 코드 박’은 다큐적 요소와 시트콤 형식을 결합시켜 생각해 봄 직한 주제들을 재밌고 친숙하게 풀어보는 프로그램이다. 특히 박수홍은 MC 겸 시트콤의 주인공으로 우리사회의 코드에 대해 말해주는 남자 ‘코드 박’으로 열연한다. 김숙, 장영란, 이병진 등 화려한 입담꾼들이 총출동해 포복절도할 토크로 웃음을 선사한다. ●설날특집 짝-스타 애정촌(SBS 밤 8시 40분) 설을 맞아 결혼 적령기에 들어선 스타들이 애정촌을 찾았다. 총 12명의 스타들이 짝을 찾아 제주도로 떠난다. 애정촌 입소를 위해 새벽부터 김포공항에 모여든 남녀 스타들. 설렘 가득한 첫 만남부터 숙소에서 벌어지는 은밀한 뒷이야기까지, 스타 애정촌의 1박 2일이 낱낱이 공개된다. ●베토벤(EBS 오전 10시) 한밤중 애견가게를 덮친 개 도둑들이 강아지들을 트럭에 싣고 도주한다. 그중 세인트버나드 종 한 마리가 운 좋게 탈출에 성공한다. 추위에 떨며 방황하던 강아지는 다음 날 아침 신문을 가지러 나온 조지를 따라 그의 집으로 들어간다. 조지는 개를 극도로 싫어한다. 하지만 아이들의 성화에 어쩔 수 없이 강아지를 거둬들이는데…. ●만물유곡-스마트폰 편(OBS 오후 1시 10분) 어느 날 스마트폰이 장례식장을 찾아 간다. 그곳에서 그는 공중전화, 연애편지, 기억력 등의 여러 사물들을 만난다. 그들은 모두 휴대전화가 활성화되면서 점차 잊혀져 가는 존재들이다. 그들의 사연을 듣는 동안 스마트폰은 자신 또한 하나의 과정 속에 있는 존재로 언젠가는 사라질 운명임을 깨닫는다.
  • [이용철의 영화만화경] ‘신과 인간’

    [이용철의 영화만화경] ‘신과 인간’

    1996년 알제리에서 일어난 ‘프랑스인 수도사 납치 사건’을 영화화했다. 크리스마스를 얼마 앞둔 어느 날 산골 마을 티브히린에 위치한 수도원에도 내전의 긴박한 상황이 전해진다. 정부군의 보호 제안과 출국 요청에도 수도사들은 소명에 따라 도착한 땅을 떠나지 않기로 결의한다. 이듬해 3월 26일 새벽 1시 무장 괴한들이 수도원에 침입해 수도사들을 납치한다. 프랑스 정부와의 협상 과정에서 인질범은 일곱 명의 인질을 전부 살해했고, 그들의 죽음은 양국에 깊은 상처를 남겼다. ‘신과 인간’(원제: Des hommes et des dieux)은 납치되기 전까지 수도사들이 수도원에서 보낸 마지막 시간을 기록한 작품이다. 연기와 연출을 병행해온 자비에 보부아는 근래 비평적인 성공을 거둔 프랑스 감독 중 한 명으로 성장했다. 감독 데뷔 이후 여러 영화제에서 거푸 수상한 그는 ‘신과 인간’으로 칸영화제 그랑프리의 영예를 안았다. 종교 영화의 면모 때문에 전작들과 동떨어져 보이지만, ‘신과 인간’은 ‘네가 죽을 것을 잊지 마라’, ‘신참 경찰’에서 이미 다룬 ‘피할 수 없는 죽음과 선택’의 문제를 재차 화두로 삼은 작품이다. 보부아는 프랑스와 알제리, 기독교와 이슬람교 사이의 정치, 문화, 역사적 갈등 같은 민감한 이슈를 기점으로 ‘사랑, 평화, 자유’라는 보편적 주제에 대해 말하고자 한다. 수난의 비극을 다루고 있으나 ‘신과 인간’은 아우성이 들리지 않는 이상한 수난극이다. 인물들이 겪는 엄청난 시련과 눈물겨운 희생의 드라마는 애초에 기대하지 않는 게 좋다. 수도사들은 생존의 위협에 직면해 주어진 과업을 묵묵히 수행할 뿐이며, 느리고 조용하게 진행되는 영화 또한 수도원의 일상 바깥으로 좀체 벗어나지 않는다. 공포의 실체가 드러나면서 수도원의 일상이 버티기 힘겹게 변하고, 그럴 때마다 수도사들은 기도, 찬송, 부엌일, 정원 가꾸기, 환자와 이웃 돌보기에 정진하는 방식으로 폭력에 저항한다. 그렇다고 영화가 각자의 절규하는 내면을 외면하는 건 아니다. 일기와 편지를 쓰는 동안, 노동하다 문득 생각에 잠기는 동안, 깊은 밤에 어두운 벽을 바라보는 동안 그들은 끊임없이 질문하고 답을 구한다. 은총을 전하러 온 천사가 떠 있어야 할 자리에 전투용 헬기를 배치하는 것으로 영화는 수도사들의 절박함을 표현한다. 공포에 맞서 그들은 찬송의 소리를 더욱 높인다. 잔혹할 정도로 선명한 그 이미지에는 슬픔과 숭고함이 공존한다. ‘신과 인간’은 결국 어떻게 죽느냐에 관한 영화다. 중요한 건 인간으로서 삶을 어떻게 마치는가이며, 그것은 곧 어떻게 사느냐의 문제를 역으로 결정짓는다. 그런 의미에서 영화의 백미는 납치 전날 밤의 만찬 장면에 있다. 곧 닥칠 죽음의 그림자를 예감한 듯 수도사들은 마지막 만찬 자리에 둘러앉는다. ‘백조의 호수’를 듣고 와인을 기울이며 그들은 무언의 인사를 나눈다. 클로즈업으로 포착된 인물들은 저마다 회한 어린 표정으로 믿음, 기쁨, 불안, 슬픔, 고통의 흔적을 쏟아낸다. 특히 노 수도사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나오는 순간에는 현장에 함께 있는 듯 감정을 억누르기가 어렵다. 영화가 ‘얼굴의 춤’이 빚는 예술임을 절감하게 하는 장면이라 하겠다. 19일 개봉. 영화평론가
  • [고전 인물로 다시 읽기] (41)‘검은 피부 하얀 가면’ 프란츠 파농

    [고전 인물로 다시 읽기] (41)‘검은 피부 하얀 가면’ 프란츠 파농

    “나는 프랑스인입니다.” 파농이 학교에서 가장 먼저 배운 문장이다. 비록 프랑스 식민지 마르티니크 섬에서 흑인 노예의 후손이었던 아버지와 흑백 혼혈이었던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지만 완벽한 불어를 구사하는 중산층 집안에서 전형적인 프랑스식 교육을 받고 자란 파농이 스스로를 프랑스인으로 여기는 것은 당연했다. 1939년 로베르 제독이 이끄는 함대와 1만명의 군대가 마르티니크 섬에 도착한다. 조국 프랑스가 독일의 침공으로 위기에 처해 있지만 위풍당당한 함대는 자랑스러웠다. 다른 친구들처럼 파농도 그 함대와 군인들을 열렬히 환호하고 환영했다. 그러나 군인은 “자랑스러운 우리 프랑스 군인들”이 아니었다. 섬에 상륙한 프랑스 군인들은 호텔에서 창녀촌까지 모든 건물을 몰수했고, 공공시설에 흑백의 인종을 철저히 구분하는 칸막이를 쳤고, 조금이라도 항의를 하는 흑인들을 무지막지하게 두들겨 팼다. 노골적인 점령군의 행태!! 대부분의 마르티니크 흑인 주민들은 모욕을 느끼고 동시에 공포를 느꼈다. ●지배층 교육받은 흑인… 나는 누구인가 하지만 그들은 ‘진정한 프랑스인’이 아닐지도 모른다. 자유, 평등, 박애의 나라, 진정한 프랑스인이라면 인종주의적인 ‘나치즘’에 대항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그는 가출을 감행하여 도미니카로 건너가 군사훈련을 받고, 자유프랑스군에 자원한다. 그러나 1944년 출정식 당일, 자부심에 가득찼던 마르티니크의 자원병들은 어떤 환송의식도 없이 밀항자나 나병환자들처럼 한밤중에 전함에 태워진다. 예전의 흑인 노예가 그랬던 것처럼. 배에서 내린 후의 상황은 더 처절했다. ‘자유프랑스군’ 제5대대는 철저히 피부색에 따라 위계화되어 군수품의 배급부터 의복, 야영시설까지 차별을 분명히 했다. 이 피라미드의 맨 위는 유럽의 백인 병사, 맨 아래는 세네갈 원주민 병사였다. 그럼 흑인이면서 프랑스 국적이었던 파농은? 소위 앤틸리스 제도의 의용병은 ‘유럽인’으로 분류되었다. 아프리카 출신 의용병들은 원통형의 모자를 썼지만, 파농은 유럽의 백인 병사와 같은 등급의 베레모를 썼다. 만약 베레모를 쓰지 않고 유럽인 막사를 출입하면 “호되게 엉덩이를 걷어 차였다.” 유럽인이되 늘 ‘모자’로 자신을 증명해야 하는 2등 유럽인, 하지만 아프리카의 흑인들과는 다른 우월한 흑인! 웃을 수도 울 수도 없는 이 상황은 참전 내내 계속되었고 마침내 파농은 처절하게 깨닫는다. 자신은 프랑스인이 아니라는 것을. 당시 파농은 자신의 어머니에게 다음과 같은 편지를 쓴다. “우리 아들은 대의를 위해 싸우다 죽었다는 식의 말로 위안을 삼지는 말아주십시오. 어리석은 정치인들의 방패일 뿐인 그런 거짓 이데올로기는 더 이상 우리를 환히 비춰주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지금 여기에 저의 갑작스러운 결정을 정당화해 주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전쟁은 끝나고 고향으로 돌아온 파농에게 남은 것은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뿐이었다. 완벽한 불어를 구사하지만, 결코 백인이 될 수 없는 ‘검은’ 피부색을 온몸으로 경험했지만, 파농은 ‘검은색은 아름답다.’는 네그리튀드의 사상에도 동의하기 어려웠다. 도대체 온전한 흑인이라는 게 존재할 수 있는 것일까? 아름다운 아프리카 전통이라는 것이 있기나 한 것일까? 전쟁이 끝난 후 고향을 떠나 파리로 온 파농은 “파리에는 흑인이 너무 많아.”라며 파리를 떠나 리옹으로 향한다. 육체적 고향인 마르티니크를 떠나고 정신적 고향인 파리를 떠나면서 백인도 흑인도 될 수 없었던, 아니 되지 않기로 했던 파농의 최종 선택은 정신의학이었다. ●정신분석은 정치적이다 파농이 보기에 식민지배란 단순한 총칼의 지배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유럽의 백인 식민주의자들은 흑인들을 ‘비코’(새끼염소), ‘부뉼’(깜둥이), ‘라통’(쥐새끼), ‘믈롱’(멜론)으로 부른다. 물론 백인들이 흑인들을 우호적으로 대할 때도 있다. 그러나 그 때조차 그들은 “피부색에도 불구하고” 좋아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일상적으로는 흑인은 “피부색 때문에” 경멸당한다. 검은 것은 모두 ‘후진’ 것이다. 어떤 경우라도 ‘피부색’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는, 옴짝달싹도 못하는 처지! 흑인의 무의식을 지배하는 타자는 백인이다. 그러나 백인의 무의식을 지배하는 타자는 결코 흑인이 아니다. 백인의 타자는 백인이다. 흑인의 거울은 백인인데 백인의 거울은 흑인이 아닌 상황. 이런 완벽한 비대칭성에서 흑인은 사라진다. 그는 아무렇게나 던져진 물건에 불과하다. 파농은 마르크스의 ‘소외’와 ‘사물화’를 이런 상황으로 이해했다. 정신착란은 이런 사물화의 한 극한이다. 말을 빼앗기고 삶을 빼앗긴 자들의 유일한 쉼터. 미치지 않고는 살 수 없는 자들의 유일한 자유의 공간!! 정신분석은 미친 자를 정상인으로 돌아오게 하는 것이 아니다. 혁명은 단순한 주권의 회복이 아니다. 무의식조차 식민지배자들에게 저당 잡힌 사람들이 스스로 자신이 갇힌 덫에서 빠져나오는 것. 타자들이 서로에게 말을 거는 타자들의 공동체를 회복하는 것. 파농에게 이것은 정신의학의 과제임과 동시에 정치적 과제였다. 1953년 정신의학자가 된 파농은 또 다른 프랑스 식민지, 알제리로 간다. 그곳에서 그는 당시에 지배적이었던 두 가지 정신분석 담론과 대결한다. 하나는 “무의식은 역사가 없다.”는 프로이트의 보편주의 정신분석학이다. 그러나 파농이 몸으로 체득한 바, 프로이트는 틀렸다. “무의식은 역사가 있다.” 흑인들의 무의식은 식민 지배라는 역사와 식민 통치라는 구조 속에서 형성된다. 또 하나는 “정상적인 아프리카인은 전두엽 절제수술을 받은 백인과 같다.”라고 주장하는 인종주의적 정신분석. 그는 새로운 담론을 만들었고 정력적으로 일했다. 그리고 ‘검은 피부, 하얀 가면’, ‘앤틸리스의 아프리카인’ 등 쓰는 글마다 엄청난 논란을 야기했다. 또한 그를 백안시하는 동료 의사, 그를 미심쩍어하는 알제리 간호사들을 설득하여 정신병원-수용소라는 제도 자체를 변혁하는 활동을 전개한다. 다른 좌파 정신분석학자들과 함께 그가 사용한 ‘제도 요법’은 환자들을 좀 더 인간적으로 대우하자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광기’를 가두는 것이 아니라 ‘광기’를 다른 방식으로 표현하도록 하는 것, 의사와 간호사, 환자가 함께 협력하여 환자가 광기의 고통에서 벗어나도록 하는 것, 스스로 삶의 준거를 다시 찾게 하는 일. 자기가 자신을 해방시키는 일이었다. ●유럽과 결별하라! 당시 알제리는 민족해방운동이 활활 타오르던 제3세계 민족해방운동의 메카였다. 알제리민족해방전선의 투사들이 식민 통치자들의 악랄한 탄압에 맞서 몸을 숨기기에 정신병원만큼 안성맞춤인 곳이 또 있었을까? 그들의 대의에 동의했을 뿐 아니라 이미 몇몇과는 개인적 친분이 있었던 파농은 자신이 일하는 병원에 그들을 숨겨주기도 하고, 다친 투사들을 치료해주기도 했다. 파농의 병원이 프랑스 당국에 의해 ‘빨치산의 소굴’로 지목받는 건 피할 수 없는 일이었다. 시시각각 파농에게도 탄압의 손길이 뻗쳐왔다. 그곳을 떠날 때가 되었다. 그러나 알제리의 정신병원을 떠난 것은 단순한 탄압 때문은 아니었다. 파농이 보기에 그의 동료이기도 했던 프랑스의 좌파 정신의학자들에게는 식민지 문제가 부차적이었다. 그들은 식민지 상황과 개인의 광기 사이의 관계에 대해 진정으로 무지했다. 아니 무의식적으로 무시했다. 그 점은 사르트르도 마찬가지였다. 파농은 사르트르가 알제리 혁명과 관련하여 단호한 정치적 결단을 내리지 않고 있다고 생각했다. 이제 프랑스인들과 파농은 결코 같은 길을 갈 수가 없었다. “유럽과 결별하라!” “프랑스인으로서의 ‘나’와 영원히 결별하라!” 파농은 “오늘날 우리는 모든 것을 할 수가 있다. 그러나 조건이 있다. 유럽을 흉내 내고, 유럽을 따라잡겠다는 욕망에 사로잡히지 않겠다는 조건이 그것이다.”라고 선언하면서 알제리를 떠나 튀니지로 가고 그곳에서 알제리 혁명에 본격적으로 뛰어든다. 그는 알제리 민족해방전선의 기관지에서 기사를 쓰기도 하고, 알제리 임시정부의 외교관 자격으로 아프리카 신생 독립국과의 연대투쟁을 조직하려고 애쓰기도 한다. 그러나 투쟁의 과정은 동시에 시련과 갈등의 과정이었다. 그 자신이 프랑스 제국주의자에 의해 테러를 당하는 일은 오히려 부차적이었다. 그는 알제리 민족해방운동 안의 수많은 분파투쟁을 목도했고, 자신이 사랑하던 동지들이 적에 의해서뿐만 아니라 또 다른 동지들에 의해 처형되는 모습을 봐야 했다. 그 투쟁의 한가운데에서, 시련의 한복판에서 파농은 ‘백혈병’ 으로 서른 여덟 해의 짧은 생을 마감한다. 브리태니카 인명사전에 그는 “프랑스의 정신과 의사이자 사회학자”라고 소개되어 있다. 파농이 평생 프랑스인이라는 그 호명에서 벗어나기 위해 투쟁했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죽어서 다시 프랑스인이 되어 버렸다는 그 사실은 역사의 어떤 아이러니, 어떤 ‘비극’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의 투쟁은 실패했는가? 그러나 그가 원한 것은 프랑스인이 아닌 다른 무엇이 되는 것이 아니었다. 그 어떤 것이든 자신을 억압하는 모든 것에 저항하는 것.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나는 내가 아니다.”라는 방식으로 살아내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우리가 그렇게 사는 한 파농의 투쟁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 아닐까? 이희경(문탁네트워크)
  • 훼손된 그리고 사라진 안중근 유묵 미스터리

    훼손된 그리고 사라진 안중근 유묵 미스터리

    안중근 의사가 남긴 유묵(遺墨)은 200점가량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 같은 숫자는 백암 박은식 선생이 1914년 중국 상하이의 대동편집국에서 ‘창해로방실’이라는 필명으로 써낸 전기 ‘안중근’을 근거로 하고 있는데, 안 의사가 뤼순(旅順) 형무소에 수감돼 있던 5개월간 유묵을 써 달라는 요청이 쇄도해 하루에도 몇 점씩 써낸 것으로 전해진다. ●日측 확인에 “천천히 얘기하자” 안중근 의사 기념관이 세상에 존재하는 것으로 인정한 유묵은 57점. 이 가운데 소재를 파악하고 있는 유묵은 50점 정도이며, 기념관이 원본을 소장하고 있는 유묵은 ‘국가안위노심초사’(國家安危勞心焦思·보물 제569-22호) 등 7점에 불과하다. 나머지 현존하는 유묵은 개인이나 대학교, 일본인 등이 소장하고 있으며 총 26점이 보물로 지정돼 있다. 몇해 전 경매에 나왔던 유묵 ‘담박명지영정치원’(澹泊明志寧靜致遠·개인 소장)은 5억 2000만원에 거래된 적이 있는데, 글씨 상태가 깨끗한 유묵은 7억~8억원을 호가한다. 문제의 ‘일한교의선작소개’(日韓交誼善作紹介)는 안중근의사기념관이 2010년 펴낸 ‘대한국인 안중근’의 유묵 현황에 실려 있다. 최서면 국제한국연구원장이 1986년 원소유자의 유족으로부터 기증받은 것인데도 소장인은 ‘일본인’, 보관 장소는 ‘일본’으로 돼 있는데 이는 편집 과정의 오류인 것으로 보인다. 도록은 유묵에 대해 “국제한국연구원 최서면 원장이 확인하여, 세상에 알려졌다.”고 적고 있다. 도록에 실린 사진은 윤병석(82) 인하대 명예교수가 2001년 엮어 낸 ‘대한국인 안중근-사진과 유묵’(안중근의사기념관 출간)에 있던 것을 그대로 썼다고 기념관 측은 밝혔다. 2001년판 도록을 보면 유묵은 심하게 훼손된 상태다. 심지어 유묵 왼쪽에 써 있는 ‘경술2월 어여순옥중 대한국인 안중근 근배´(庚戌二月 於旅順獄中 大韓國人 安重根 謹拜·경술년 2월 여순 옥중에서 대한국인 안중근 삼가 씀)란 글은 원본이 없다면 어떤 문장인지 알 수 없게 훼손돼 있다. 게다가 안 의사가 글을 써 주고 찍었던 수장인(手掌印·손바닥으로 찍은 도장)도 형체를 알아볼 수 없다. 이 도록을 엮은 윤병석 교수는 “2001년 당시 이 사진을 어떻게 입수해 도록에 넣었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면서 “최 원장과는 잘 아는 사이이지만 유묵에 대해 들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소노키의 둘째 딸 도시코(사망)는 기증 이듬해인 1987년 유묵의 보존 여부를 확인하러 도쿄 미나토구 미타에 있는 연구원을 찾아갔으나, 연구원이 없어져 유묵을 확인하지 못했다고 한다. 유묵의 행방을 추적해 온 일본인 작가 쓰루 게사토시(68)도 “소노키 도시코가 기증 이후 유묵의 보관 상태를 확인하러 연구원을 몇 차례 찾아갔던 상황을 도시코의 딸에게 2009년 직접 들었으며 유족은 ‘연구원 측에 속은 것 같다’는 말을 했다.”고 밝혔다. 쓰루는 ‘천주교도 안중근’(1996년 출간)이란 책을 펴낸 안중근 연구가다. 쓰루는 “3년 전 최 원장에게 전화로 유묵의 소재를 물었더니 ‘한국의 대학 도서관에 있다’고 말해 어느 대학이냐고 재차 물었더니 ‘그 얘기는 천천히 하자’고 했을 뿐 행방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듣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안 의사 유묵 공적관리 필요” 유묵의 행방에 대해 함구하고 있는 최 원장은 ‘걸어다니는 박물관’이란 별명이 있을 만큼 한·일 관계 서지 수집과 연구의 1인자로 꼽힌다. 안중근 연구에도 조예가 깊다. 최 원장은 안중근의사기념관이 소장하고 있는 ‘국가안위노심초사’ 등을 원소유자인 일본인을 설득해 기증받은 뒤 기념관에 넘긴 바 있다. 안중근의사기념관은 최 원장 측에 유묵 등이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으나, 현재도 보관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알 길이 없다고 밝혔다. 최 원장은 ‘일한교의선작소개’ 유묵의 행방을 묻는 서울신문과의 두 차례 전화통화에서 “얘기가 길다. 병원에서 퇴원한 지 얼마 되지 않으니 나중에 얘기하자.”고 밝혔다. “유묵이 존재하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말할 수 없다.”면서 전화를 끊었다. 최 원장이 함구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갖가지 추측이 난무한다. 안중근의사기념관의 이혜균 기념사업부장은 “유묵의 일한교의(日韓交誼)란 글이 한국보다 일본을 앞세워 일(日)자를 쓴 것에 대해 안 의사가 친일로 매도당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는 말을 최 원장이 하고 다녔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고 전했다. 쓰루 게사토시는 “보관 실수로 유묵이 훼손됐을 가능성이 있으며 이런 사실이 안중근 연구의 대가라는 명성에 먹칠을 할 수 있어 자세한 경위를 밝히지 못하는 것 아닌가.”라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는 “최 원장에게 몇 차례 전화를 하거나 직접 만나 유묵에 대해 묻자 편지를 보내라고 해서 유묵을 보고 싶다는 취지로 써 보냈으나 답장이 없었다.”고 말했다. 채내희 안중근의사기념관 사무처장은 “안 의사 서거 102주년을 계기로 최 원장이 ‘일한교의선작소개’의 행방 등에 대해 밝혀 주기를 바라며, 경위야 어찌 됐든 안 의사 유묵 등 관련 자료는 공적인 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황성기·문소영기자 marry04@seoul.co.kr ■‘일한교의선작소개’(日韓交誼善作紹介)는 안 의사가 이토 히로부미를 처단한 뒤 체포돼 처형당한 1910년 3월 26일까지 취조, 재판 등에 입회해 통역을 맡았던 소노키 스에키에게 처형 전달인 2월에 써 준 것이다. 유묵은 초대 한국 통감인 이토 히로부미를 살해한 의거가 이토를 증오해서가 아니라 한국의 독립과 동양 평화를 위한 것이며 이를 계기로 한·일 양국이 단결해 동양 평화 유지에 힘써야 한다는 재판 과정과 사형집행 순간의 증언과 일치하는 귀중한 유묵으로 평가된다.
  • [씨줄날줄] 폐족(廢族)/최용규 논설위원

    “너희들은 집에 책이 없느냐. 재주가 없느냐. 눈과 귀가 총명하지 못하느냐. 무엇 때문에 스스로 포기하려 드는 것이냐.” 1803년 정월 초하루, 다산(茶山) 정약용은 유배지인 전남 강진에서 두 아들에게 편지를 보내 역경을 기회로 삼도록 신신당부한다. 다산은 ‘두 아들에게 부친다’(寄兩兒)라는 편지를 통해 “폐족(廢族)은 과거에 응시하고 벼슬하는 것만 기피될 뿐 성인이나 문장가, 진리에 통달한 선비가 되는 길은 기피되지 않는다.”면서 학문에 힘쓸 것을 권했다. 불행과 절망의 늪에서 절대 포기하지 않는 다산의 진면목이자, 위대한 사상가의 인생관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조상이 큰 죄를 짓고 죽어서 그 자손이 벼슬을 할 수 없는 족속’인 폐족도 다산에겐 절망이 아니라 새로운 도전이었다. 2007년 12월 26일 참여정부평가포럼 상임집행위원장을 맡고 있던 노무현 전 대통령의 동지 안희정(현 충남지사)은 포럼 홈페이지에 올린 글을 통해 친노(親) 그룹을 폐족(廢族)으로 규정하며 대선 패배를 자책했다. 그는 “친노라고 표현되어 온 우리는 폐족입니다. 죄짓고 엎드려 용서를 구해야 할 사람들과 같은 처지입니다. 민주개혁세력이라 칭해져 왔던 우리 세력이 우리 대에 이르러 사실상 사분오열, 지리멸렬의 결말을 보게 했으니 우리가 어찌 이 책임을 면할 수 있겠습니까.” 안희정의 폐족은 변화와 개혁의 실패였다. 그런 친노가 변화와 개혁을 기치로 완벽하게 부활했다. 친노의 핵심인 안희정·이광재(전 강원지사)·김두관(경남지사)이 당선된 6·2 지방선거는 서막에 불과했다. 15일 민주통합당 전당대회에서 친노세력의 맏언니 한명숙 전 총리가 대표로 선출됐고, 노무현을 눈물 흘리게 만든 문성근 국민의 명령 대표도 당당히 최고위원에 이름을 올렸다. 멸문지화를 당했던 친노의 화려한 정치적 복권 드라마다. 최근 한나라당 친이(親李)계의 한 의원이 “이러다 친이계가 폐족되는 것 아니냐.”고 우려했다고 한다. 2008년 한나라당 전당대회 돈 봉투 살포사건 수사가 친이계 핵심을 파고들고 있기 때문이다. 친이계 좌장인 이재오 의원은 “박희태 돈 봉투 사건이 아니라 이재오 잡기 정치공세로 가고 있다. 총선을 앞두고 이명박 정부를 잡으려는 악의적인 구도”라고 위기감을 드러냈다. 박희태 국회의장은 귀국하는 대로 검찰 수사를 받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폐족에 대한 다산의 가치는 벼슬이 아닌 학문이었고, 친노는 변화와 개혁이었다. 그렇다면 친이계는 무엇으로 폐족을 딛고 일어설 수 있을까. 최용규 논설위원 ykchoi@seoul.co.kr
  • ‘종의 기원’ 20년간 묵혀둔 이유는

    “당신과 관계된 것은 모두 저와 관계된 것입니다.” 그는 이 편지를 줄곧 안전하게 보관해뒀다. 얼마쯤 뒤 그는 편지 가장자리에 이렇게 써두었다. “나 죽고 나면 알아주오. 몇번이고 내가 이 편지에 입 맞추고 눈물 흘린 것을…. C.D.” 서명 C.D.는 진화론을 처음 밝힌 ‘종의 기원’의 저자 찰스 다윈을 뜻한다. 다윈은 5년간의 비글호 여행에서 진화론에 대한 확신을 얻었다. 물론 그 속에 신의 자리는 없었다. 그 확신에도 불구하고 책으로 내는 데 20여년의 세월을 보냈다. 당시는 “기원전 4004년 우주가 창조됐다.”고, 화석이 발견되면 “하느님이 언짢은 나머지 기존 종을 멸하고 새로이 창조를 시작”한 증거라 믿던 시기다. 그래서 20여년을 다윈의 망설임으로 해석하는 경우가 많다. 만약 알프레드 윌리스라는 젊은 학자가 비슷한 내용의 논문을 검토해달라고 다윈에게 요청하지 않았다면, ‘종의 기원’은 다윈이 죽은 뒤에나 발표됐을는지도 모른다. 다윈은 세상의 비난이 그토록 두려웠을까. ‘찰스와 엠마 - 다윈의 러브스토리’(데보라 하이리그먼 지음·이승민 옮김, 정은문고 펴냄)는 그게 혹시 부인에 대한 깊은 사랑 때문이 아니었을까라고 묻는다. 비글호 항해 뒤 영국으로 돌아온 다윈은 결혼을 망설인다. 그 엄청난 연구를 강행하려면, 가족을 지키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걱정 때문이다. “여성들은 대부분 신앙심이 깊고 자기 남편도 그러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진화론에 대한 다윈의 확신을 이해했던 아버지조차 “결혼하고 싶은 여성을 만나거든 그 사람에게는 그런 말을 절대 하지 말거라!”고 조언할 정도였다. 그러나 다윈은 엠마 웨지우드라는 여성과 사랑에 빠지고 결혼에 이른다. 엠마는 흠잡을 데 없다. 웨지우드라는 성이 일러주듯 도자기 제조로 유명한 집안에서 유복하게 자랐고, 쇼팽에게 따로 피아노를 배울 정도로 솜씨도 넘쳤다. 문제는 엠마가 독실한 신자라는 점이다. 부인을 평생 속일 수는 없는 법. 다윈은 엠마에게 진화론에 대한 구상을 차츰 털어놓기 시작한다. 엠마는 두려워한다. 죽으면 엠마 자신은 천국으로, 찰스는 지옥으로 갈테니 영원히 갈라져 이별하는 것 아니냐는 두려움이다. 더구나 남편은 평생 지옥불에 불타오르게 될 것이다. 어릴 적 단짝 언니를 잃고, 가장 아끼는 딸 애니까지 잃었던 엠마는 남편과 만날 수 없다는 점에 대해 괴로워했다. “인간이 모든 것을 알고, 다 증명할 수는 없다.”고 남편에게 호소한다. 다윈이 “일기와 공책 표지에 ‘비밀’이라고 쓰면서까지 그토록 오랜 세월 동안 자기 생각을 혼자 간직하기로 마음먹은 이유”가 이게 아니었을까. 다정다감하고 섬세했던 다윈의 내면과 아내에 대한 지극한 사랑에 대한 묘사가 진화론 혁명에 대해 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1만 5000원.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씨줄날줄] 노란 봉투/주병철 논설위원

    당신의 편지가 왔다기에 꽃밭 매던 호미를 놓고 (편지봉투를) 떼어 보았습니다. 그 편지는 글씨는 가늘고 글줄은 많으나 사연은 간단합니다. 만일 님이 쓰신 편지이면 글은 짧을지라도 사연은 길터인데./당신의 편지가 왔다기에 바느질 그릇을 치워놓고 떼어 보았습니다. 그 편지는 나에게 잘 있느냐고만 묻고 언제 오신다는 말은 조금도 없습니다. 만일 님이 쓰신 편지이면 나의 일은 묻지 않더라도 언제 오신다는 말을 먼저 썼을 터인데.(한용운, 당신의 편지) 마크 트웨인은 애정, 의리와 관련 있는 편지에는 답장을 쓰지 않았다. 작가 브레트 하트는 오랫동안 트웨인의 답장을 기다리다 못해 편지지와 우표를 넣어 보내면서 답장을 독촉했다. 얼마 후 엽서가 왔다. ‘편지지와 우표는 받았습니다. 봉투를 줘야 부칠 게 아니오.’ 웃음이 절로 나는 익살이다. 편지·서장(書狀)·서류 등을 넣는 종이주머니로 통칭되는 봉투(封套)는 편지 봉투가 원조다. 서장용 봉투는 특수한 원지(原紙)로 크고 기품 있게 만들어 사용했으나 우편제도의 실시로 작고 우아한 봉투로 바뀌었고 요즘에는 규격화된 봉투를 쓰고 있다. 한때 보내는 사람과 받는 사람을 거꾸로 기재해 우편물이 보낸 사람한테 되돌아오는 웃지 못할 일도 있었다. 겉봉에 보내는 사람과 받는 사람이 인쇄된 봉투가 선보인 계기였다. 봉투의 용도는 다양하다. 편지 봉투보다는 ‘돈 넣는’ 봉투가 더 낯익다. 부의(賻儀) 봉투, 축하연 봉투, 월급 봉투, 촌지(寸志) 봉투, 십일조 봉투 등. 은행의 계좌에 월급을 넣어주기 이전에는 노란 봉투에 십원, 오원까지 계산해 담은 월급을 받았다. 노란 봉투의 향수다. 빨간 봉투의 풍습도 있다. 세뱃돈 봉투다. 중국에서는 설이 되면 전통적으로 결혼하지 않은 자식에게만 ‘돈을 많이 벌라’는 뜻에서 붉은 색 봉투에 돈을 넣어준다. 베트남에는 빨간 봉투에 신권으로 소액의 지폐를 넣어 주는 ‘리시’라는 관습이 있다. 우리나라도 세배 때 아이들에게 떡이나 과일을 내주다 세월이 흘러 돈 봉투로 바뀌었다. 사람끼리 마음과 정, 그리고 작은 정성과 선물을 담는 ‘하얀 봉투’의 의미가 어쩌다 이렇게 ‘검은 봉투’로 전락했는지 모르겠다. 뇌물을 전달하는 수단으로 봉투 외에 사과박스, 쇼핑백도 등장했지만 편지 봉투의 좋은 기억을 앗아가는 것 같아 안타깝다. 최근 한나라당 고승덕 의원의 돈 봉투 폭로로 우리 정치권이 신음하고 있다. 돈 봉투 얘기에 신물이 난다. 주병철 논설위원 bcjoo@seoul.co.kr
  • 김근태 고문기록 ‘남영동’ 재출간

    김근태 고문기록 ‘남영동’ 재출간

    지난달 별세한 민주주의자 김근태의 생전 고문 기록인 ‘남영동’(중원문화 펴냄)이 재출간됐다. ‘남영동’은 1985년 9월 4일부터 20일간 ‘인간도살장’ 같은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겪은 끔찍한 고문의 기억을 세세하게 기록해 1987년 펴낸 책이다. 군부독재 정권의 끔찍한 고문 양상이 온 세상에 폭로됐다. 이 외에도 남영동에서 나와 교도소에 수감된 상태에서 가족들에게 보낸 편지, 옥중 투쟁을 이어갔던 재판기록 등 민주화운동에 모든 것을 바쳤던 고인의 숨결이 고스란히 담겼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나 돈없고 아프다”…베토벤 자필 편지 공개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는 내용을 담은 ‘악성’(樂聖) 베토벤(Ludwig van Beethoven)의 자필 편지가 지난 10일(현지시간) 독일에서 공개됐다. 이 편지는 그가 사망하기 4년 전인 1823년 당시 53세였던 베토벤이 동료 작곡가인 프란츠 스토크하우젠에게 쓴 것으로 그의 자손들이 유산으로 보관해 오다 이번에 언론을 통해 공개했다. 편지에는 특히 베토벤의 개인적 고충이 담겨져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베토벤은 편지에서 “나의 적은 수입과 병이 더 많은 노력을 하게 만든다.” 며 “‘미사 솔렘니스’(Missa solemnis)를 사줄 사람이 없을까?”라고 수취인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있다.      미사 솔렘니스는 베토벤의 후기 대작으로 베토벤이 자신의 작품 가운데 최고로 꼽는 미사곡이다. 또 편지에는 그를 괴롭힌 병과 조카의 학비 마련 등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대한 내용이 구구절절 적혀있다. 총 6장으로 구성된 베토벤의 친필 편지가 공개되자 유럽 음악계는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독일 본의 베토벤 하우스 박물관 관장 미카엘 라덴버그는 “이 편지는 정말 대단한 발견”이라며 “베토벤의 편지 자체가 드물고 내용도 사생활에 대해 기술하고 있어 흥미롭다.”고 밝혔다. 현지에서는 이 편지의 가치를 대략 10만 유로(약 1억 4000만원) 이상으로 평가하고 있으며 다음주 일반에 공개될 예정이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깔깔깔]

    ●두 어머니의 자식 걱정 이웃집 여자 둘이 자식 걱정을 하고 있었다. 먼저 한 어머니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했다. “대학 다니는 아들 녀석이 항상 돈을 부쳐 달라는 편지만 보내니, 도대체 그 돈으로 뭘 하는지 모르겠어요.” 그러자 다른 어머니가 더욱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한숨을 쉬며 말했다. “어머, 그런 걱정은 걱정도 아니에요. 대학생인 우리 딸은 한번도 돈 보내 달라는 말을 하지 않으니 도대체 어디서 돈을 마련하는지….” ●난센스 퀴즈 ▶물고기 중에서 가장 학벌이 좋은 물고기는? 고등어. ▶엄마가 길을 잃으면? 맘마미아. ▶건망증이 심한 사람들이 올라가는 산은? 아차산. ▶초등학생이 가장 좋아하는 동네는? 방학동.
  • 아이돌 용준형, 팬들이 준 명품 옷 입고 구하라와…

    아이돌 용준형, 팬들이 준 명품 옷 입고 구하라와…

    ‘조공’. 팬들이 돈을 모아 연예인에게 선물을 전달하는 것을 일컫는 속어다. 최근 인터넷상에서 ‘연예인 조공’ 등의 표현을 심심찮게 볼 수 있을 만큼 ‘조공’은 대중문화의 한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특히 연예인 팬클럽, 팬카페 등을 중심으로 조공 문화가 확산되고 있다. 조공품은 도라지즙, 비타민, 도시락, 건강식품부터 고가 의류, 명품 가방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팬클럽 간 경쟁의식 ‘조공’ 부채질 특히 팬클럽 간의 경쟁의식은 다양한 조공 트렌드를 낳는 동력이 되고 있다. 팬클럽들은 스타들뿐만 아니라 촬영 현장에서 함께 일하는 제작진, 동료 연예인, 기획사 직원들에게도 선물을 보내는 등 규모가 점점 커지고 있다. 가끔 아이돌 그룹 팬클럽 회원들은 언론사로도 직접 CD와 선물 등을 담아 보낸다. 보도자료 등을 동봉하진 않았지만 해당 스타들의 활동기간 동안 좋은 기사를 써달라는 애교 섞인 멘트를 남긴 편지도 세트로 따라온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아이돌에게 주는 ‘조공’만을 전문으로 관리해 주는 웹사이트까지 생겨날 정도. 조공품 가운데 가장 일반적인 것은 도시락이다. 얼마만큼 조공 도시락을 받는지가 스타들의 인기 척도로 여겨질 정도란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로 도시락 선물이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팬들은 직접 만들거나 일부 전문업체에 맡겨 다양한 먹거리로 무장한 수제 도시락을 스타에게 전달한다. 조공 도시락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업체도 있다. 스타들은 도시락 조공을 받고 인터넷에 직접 인증샷을 남기는 방식으로 팬들의 사랑에 보답한다. MBC ‘우리들의 일밤-서바이벌 나는 가수다’(이하 ‘나가수’)에 출연 중인 바이브 멤버 윤민수는 바이브 팬클럽으로부터 받은 도시락을 들고 환하게 웃는 모습의 ‘조공 인증샷’을 인터넷 게시판에 올려 눈길을 끌었다. ‘나가수’ 출신 가수 김조한도 출연 당시 팬들이 전달한 100인분의 도시락 조공 인증샷을 자신의 트위터에 올려 화제가 됐다. 이외에도 뮤지컬 공연장을 찾아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공연장 앞에 ‘드리 미(米)’라는 이름의 쌀 화환을 본 경험이 있을 터. 뮤지컬에 출연하는 배우의 팬클럽에서 축하 화환 대신 쌀을 조공해 기부하는 것. 배우들의 이름으로 조공한 쌀의 대부분은 어려운 이웃들에게 전달된다고 한다. 조공이 일반화되면서 웃지 못할 상황도 발생한다. 그룹 ‘비스트’의 멤버 용준형의 경우 지난해 ‘카라’의 멤버 구하라와의 데이트 장면이 한 언론에 의해 사진으로 공개됐다. 당시 또 다른 화제를 낳았던 건 용준형이 데이트 당시 입고 있었던 모 브랜드의 크리스마스 한정판 티셔츠였다. 팬들이 용준형의 생일을 맞아 조공으로 보냈던 명품 티셔츠였던 것. 데이트 장면이 공개된 뒤 네티즌에 의해 이런 사실이 알려졌다. ●스타들 인터넷에 인증샷 남겨 보답 조공품의 규모가 남다른 것도 있다. 데뷔앨범 발매를 앞둔 ‘슈퍼스타 K2’ 출신 존 박의 팬들이 최근 서울 강서구에 위치한 교남 소망의 집에 ‘소망갤러리’란 이름의 도서관을 만들어 줬다. 이들은 도서관 외에 2657권의 책과 136개의 CD, 113개의 DVD, 문구류와 생필품 등을 기부했으며 총 679만 851원의 모금액도 소망의 집 장애우에게 선사했다. 도서관에는 홈시어터, 냉장고, 피아노, 컴퓨터 등 최신 설비들을 갖춰 장애우들이 문화생활을 충분히 누릴 수 있도록 했다. 스타들의 ‘역조공’도 화제다. 배우 고소영은 지난해 팬카페 회원들에게 모델로 활동 중인 브랜드 화장품을 선물했으며 남성그룹 ‘제국의아이들’은 서울 압구정동 CGV 압구정의 상영관을 빌려 팬 200여명과 영화 ‘더 킥’을 단체로 보기도 했다. 한편, 조공의 부작용도 속출하고 있어 우려된다. 걸 그룹 ‘티아라’ 팬카페 운영진은 2010년 ‘조공비’ 1000여만원을 횡령한 뒤 잠적, 물의를 일으켰으며 이는 형사사건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김정은기자 kimje@seoul.co.kr 36) 목졸려 살해된 시신, 라면박스만 없었어도… 범죄가 흔적을 남기기 위해… 35) 그녀와 만난 남자는 모두 죽는다 마약에 눈먼 20대 명품녀의 엽기적 살인행각 34) 하얀 피부와 사후강직이 일러준 토막살인의 진실 전철역 화장실에 유기된 30대女의 시신 33) 억울한 10대 소녀의 죽음…두줄 상처의 비밀 추락에 의한 자살? 몸을 통해 타살 증언하다 32) 살해된 20대女의 수표에 ‘검은 악마’의 정체가 담기다 완전범죄를 꿈꾸던 엽기 살인마 31) 최악의 女연쇄살인범 김선자, 5명 독살과 비참한 최후 청산염으로 가족, 친구 무차별 살해 30) 동거女 잔혹하게 살해한 30대, 시신이 물속에서 떠오르자… 살인후 물속으로 던진 사건 그후 29) 살인자가 남기고 간 화장품 향기, 그것은 ‘트릭’이었다 강릉 40대女 살인사건의 전말 28) 소리없이 사라진 30대 새댁, 알고보니 들짐승이… 부러진 다리뼈가 범인을 지목하다 27) 40대 여인 유일 목격자 경비 최면 걸자 법최면이 일러준 범인의 얼굴 26) 목졸리고 훼손된 60대 시신… 그것은 범인의 속임수였다 ‘파란 옷’ 입었던 살인마 25) 그녀가 남긴 담배꽁초 감식결과 놀라운 사실이 살인 현장에 남은 립스틱의 반전 24) 택시 안에서 숨진 20대 직장女 살인범은 과연… 돈 버리고 납치한 이상한 택시 강도 23) 살인현장에 남은 별무늬 운동화 자국의 비밀 60대 노인의 치밀한 트릭 22) 70% 부패한 시신 유일한 증거는 ‘어금니’ 억울한 죽음 단서 된 치아 21) 자다가 갑자기 세상을 뜨는 젊은 남자들…누구의 저주인가? 청장년 급사증후군의 비밀 20) 아파트 침대 밑 女 시신 2구…잔인한 ‘진실게임’ 결과는? 누명 벗겨준 거짓말 탐지기 19) 자살이라 보기엔 너무 폭력적인 죽음…왜? 가해자·피해자는 하나였다 18) 헤어드라이어로 조강지처 살해한 50대의 계략… 몸에 남은 ‘전류반’은 못 숨겼네 17) 물속에서 떠오른 그녀의 흰손…토막살인범 잡고보니 바다에서 건진 시신 신원찾기 16) 이태원 옷집 주인 살인사건…20대 여성이 지목한 범인은? 찢어진 장부의 증언 15) 무참히 살해된 20대女…6년만에 살인범 잡고보니… 274만개의 눈이 잡은 연쇄살인범의 정체 14) 백골로 발견된 미모의 20대女, 성형수술만 안 했어도… 가련한 여성의 한 풀어준 그것 13) 車 운전석에서 질식해 숨진 그녀의 주먹쥔 양팔 12) 불탄 시신의 마지막 호흡이 범인을 지목하다 화재사망 속 숨어있는 타살흔적 증거는 11) 자살한 40대 노래방 여주인, 살인범은 알고 있었다 생활반응이 알려준 사건의 진실 10) 소변 참으며 물 마시던 20대女, 갑자기 몸을 뒤틀며… 생명을 앗아가는 ‘죽음의 물’ 9) “그날 조폭은 왜 하필 남진의 허벅지를 찔렀나?”… 칼잡이는 당신의 ‘치명적 급소’를 노린다 8) 변태성욕 30대 살인마의 아주 특별한 핏자국 혈흔속 性염색체의 오묘한 비밀 7) 정자가 수상한 정액…씨없는 발바리’ 과학수사 얕봤다가 정관수술까지 한 연쇄 성폭행범 6) 천안 母女살인범, 현장에서 대변만 보지 않았더라도… ‘미세증거물’ 속에 숨은 사건의 진상 5) 강간 후 살해된 여성, 그리고 부검의 반전 죽을 때까지 여성이고 싶었던 여성의 사연 4) 살해당한 아내의 눈속에 담긴 죽음의 비밀… 흔해서 더 잔인한 위장 살인의 실체는 3) 친구와 함께 차안에서 아내에 몹쓸짓 한 남편 …사고로 위장한 최악의 선택 2) 죽음의 性도착증 ‘자기 색정사’ 혼절직전의 성적 쾌감 탐닉…‘질식에 중독되다’ 1) 데이트 강간을 위한 ‘악마의 술잔’ 한모금에 블랙아웃…24시간내 검사 못하면 미제사건 ’범죄는 흔적을 남긴다’ 전체 시리즈 목차보기 (클릭)
  • ‘나꼼수’ 정봉주 “나를 구출하려면…” 편지논란

    ‘나꼼수’ 정봉주 “나를 구출하려면…” 편지논란

    서울 강서을 국회의원선거 예비후보인 민주통합당 김효석(왼쪽) 의원이 자신에 대한 지지를 호소한 정봉주(오른쪽) 전 민주당 의원의 자필편지를 공개, 선거법 위반 논란이 일고 있다. 김 의원은 지난 7일 오후 4시 50분 자신의 홈페이지(hskim.pe.kr)에 ‘옥중에 있는 정봉주의 편지’라는 제목으로 그의 자필편지를 스캔한 사진을 올렸다. 편지에서 정 전 의원은 “강서을 지역주민 여러분, 김효석 의원님을 도와주세요. 저와는 친형제와 다름없습니다.”라며 김 후보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다. 또 “김효석 의원은 민주당에 꼭 필요한 분일 뿐 아니라 저 정봉주를 구출해 내기 위해서도 꼭 19대 국회의원이 되어야 합니다. 그래야 당의 지도부가 되어 당도 살리고 정권도 찾아올 수 있습니다.”라고 주장했다. 정 전 의원은 수감되기 전인 지난달 26일 당에 인사차 들러 김 후보에게 출판기념회 때 공개하라며 이 편지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봉주 마케팅’이라는 빈축과 선거법 위반 논란이 일자 김 후보 측은 이 편지를 홈페이지에서 삭제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는 “자신의 홈페이지를 통해 선거운동을 할 수는 있지만 이를 리트위트하거나 다른 사람의 블로그에 올릴 경우 선거법 위반의 소지가 되는지 현재 단속부서를 중심으로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현정기자 hjlee@seoul.co.kr
  • [훈훈한 금융권 화제 2題] “국가대표 유니폼 입으면 맛있는 거 사드릴게요”

    [훈훈한 금융권 화제 2題] “국가대표 유니폼 입으면 맛있는 거 사드릴게요”

    “은행장님, 열심히 운동해서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으면 맛있는 거 많이 사드릴게요. 그때까지 기다려 주세요.” 이순우 우리은행장은 지난해 8월 삐뚤삐뚤한 글씨로 적은 한 장의 편지를 받았다. 국가대표 축구선수를 꿈꾸는 임모(11)군이 보낸 것이었다. ●미소금융이 지켜준 태극마크 꿈 광주의 한 초등학교 축구부에 있는 임군은 어려운 가정 형편 때문에 운동을 그만둘 뻔했다가 은행의 도움으로 태극마크의 꿈을 계속 키울 수 있게 됐다. 그는 이 행장에게 직접 편지를 보내 감사 인사를 전했다. 임군의 부모는 수산물 가게에서 종업원으로 일하다 지난해 4월 창업을 결심했다. ‘내 가게’를 차려야 가정을 안정적으로 꾸릴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창업 자금을 빌리려고 은행 문을 두드렸지만 번번이 거절당했다. 아이들 뒷바라지만 생각하며 정신없이 살다 보니 신용등급이 내려가는 줄도 몰랐던 것이다. 수산물 가게 종업원 월급으로는 돼지고기 한 근 사 먹기도 어려울 정도로 살림살이가 빠듯했다. 급기야 임군은 돈이 많이 들어가는 축구부를 그만둬야 할 처지에 놓였다. 임군의 부모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우리은행 미소금융재단을 찾았다. 때마침 현장 방문을 나온 이 행장을 만나는 행운을 얻었다. 임군의 부모는 소득과 신용등급이 낮아도 담보 없이 창업자금을 빌려준다는 미소금융의 취지를 듣고 2800만원을 빌릴 수 있었다. 같은 해 5월 번듯한 가게를 열 수 있었다. 성실히 일한 덕분에 월 매출액이 커졌고 현재까지 대출금 원금과 이자를 꼬박꼬박 갚아 나가고 있다. ●전국 유소년 축구대회에도 나가 임군도 가정 형편을 걱정하지 않고 공 차기에 열중할 수 있게 됐다. 지난해 8월 화랑대기 전국 초등학교 유소년 축구대회에도 나가며 국가대표의 꿈을 키우고 있다. 우리은행 미소금융재단 관계자는 “임군의 부모는 창업 열정과 의지가 남달랐고 부부가 함께 일을 하겠다고 마음먹은 점도 눈에 띄었다.”면서 “미소금융이 서민을 위한 제도인 만큼 계속 서민과 상생하는 길을 찾겠다.”고 말했다. 오달란기자 dallan@seoul.co.kr
  • 고승덕 “돈봉투에 박희태 명함”

    고승덕 “돈봉투에 박희태 명함”

    검찰이 한나라당 고승덕(55) 의원으로부터 2008년 7·3 전당대회 당시 당대표 후보로 나섰던 박희태(74) 국회의장 측이 돈 봉투를 전달하려 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부장 이상호)는 8일 오후 2시쯤 고 의원(서울 서초을)을 참고인 자격으로 소환, 조사를 통해 “2008년 7월 전당대회 2~3일 전에 의원실로 현금 300만원이 든 돈 봉투가 전달됐으며, 봉투 안에는 ‘박희태’라고 적힌 명함이 들어있었다.”면서 “대표실에 있던 K씨에게 돈 봉투를 돌려주며 ‘박희태 대표에게 꼭 보고하고 전달해달라’고 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고 의원은 “K씨는 당시 대표가 17대 국회이원이었을 때 의원실의 비서이며, 지금은 다른 의원의 보좌관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고 의원은 돈 봉투가 건네진 구체적인 정황과 관련해 “검은 뿔테 안경을 쓴 한 젊은 남성이 내 여비서에게 노란 서류봉투를 건넸고, 서류봉투를 열어보니 흰 편지봉투 3개에 각각 현금 100만원이 들어있었으며 이들 다발은 H은행의 이름이 적힌 띠지로 묶여 있었다.”고 말했다. 검찰은 고 의원을 다음 날 새벽 1시까지 조사한 뒤 귀가조치했다. 고 의원은 검찰에 나오면서 “이 사건과 관련해 오늘 진술조서가 67쪽에 달할 정도로 상세하게 진술했다.”면서 “조만간 국회에서 자세하게 밝히겠다.”고 말했다. 검찰은 고 의원이 돈을 건넨 측을 특정함에 따라 금명간 해당 돈 전달과정에서 등장한 인물들을 불러 조사할 방침이다. 검찰은 관련자들의 조사를 마친 뒤 해외 순방중인 박 의장이 귀국하는 대로 조사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조사는 현직 입법부 수장임을 감안, 서면 또는 방문 등의 형식도 따지고 있다. 일본을 방문한 박 의장은 이날 “수사에 협조할 일이 있으면 협조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박 의장 측은 돈 전달 사실을 강하게 부인함에 따라 검찰이 확인하는 데는 다소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2008년 한나라당 전당대회에서의 돈 살포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가 구체화되면 연이은 고발로 향후 수사도 크게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당 비상대책위원회는 대국민 사과문제에 대해 9일 열릴 전체회의에서 입장을 정리하기로 했다. 최재헌·안석·장세훈기자 goseoul@seoul.co.kr
  • 어디선가 본 듯한 작품들 점·선·면으로 향수 부르다

    어디선가 본 듯한 작품들 점·선·면으로 향수 부르다

    “뉴욕에 계실 때였어요. 편지를 보내셨는데, 그 내용이 참…. ‘낮엔 햇볕이 아까워 그림을 그리고, 밤엔 전깃불이 아까워 그림을 그린다’고 하시더군요. 하루에 16~18시간 정도 그림만 그리셨던 거 같아요.” 딸 금자(75)씨에게 김환기(1913~1974)는 대가 이전에 아버지다. 남들은 모두 3000여 점의 작품을 그렸고 구상과 추상을 한데 아울렀으니 ‘한국의 피카소’라고 부른다지만, 낮이나 밤이나 그림만 그리는 아버지가 안쓰러웠다. ●구상·추상 넘나드는 한국의 피카소 더구나 후기 추상에 접어들면 본격적으로 점으로만 작업한 작품들이 줄을 잇는다. 남들은 아버지 작품에 등장하는 무수한 점이 뿜는 색깔과 기기묘묘한 배치를 보고 예쁘다, 좋다 했지만 딸 머릿속엔 ‘저 많은 걸 다 그리려면 얼마나 힘들었을까.’라는 생각뿐이었다. “이번에 전시한다고 해서 다시 작품들을 보니 참 행복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저거 그리느라 그렇게 돌아가셨나 싶고 그래요.” 김환기의 작품 세계를 더듬어 보는 ‘한국 현대미술의 거장 - 김환기’ 회고전이 6일 서울 종로구 사간동 갤러리현대 본관과 신관에서 열렸다. 2010년 박수근, 2011년 장욱진에 이어 갤러리현대가 기획한 ‘한국근현대미술의 거장전’ 세 번째다. 5월쯤엔 유영국(1916~2002)을 조명한다. 이번에는 모두 60여 점의 작품이 걸렸다. 박명자 갤러리현대 회장은 “700여 점의 유화들 가운데 대표작으로 꼽을 수 있는 70여점을 추려냈고, 그 가운데 60여 점을 전시했다.”면서 “작가의 일생에 걸친 작품 경향과 흐름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앞으로도 다시 보기 어려운 전시라고 자신한다.”고 말했다. 실제 이번 전시작 가운데 유족이나 화랑 소유 작품은 없다. 1년여의 준비과정을 거치면서 소장자들에게 일일이 연락하고 부탁해 받아온 작품들이다. 박 회장은 “다행히도 1984년 국립현대미술관과 10주기 기념전시를 공동으로 열면서 소장자들을 파악해 뒀는데, 그게 참 많은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를 통해 처음 공개되는 작품도 있다. ‘메아리’(1964년작), ‘귀로’(1950년대), ‘항아리와 꽃 가지’(1957), ‘무제’(1964~65) 등 4개다. ●우리 정서 반복적 구현으로 시선 끌어 전시는 크게 본관과 신관으로 나뉘어 있다. 본관은 한국과 프랑스에서 활동했던 1963년까지의 작품들이다. 한국전쟁의 참혹함이 끼여 있었던 시기였던 만큼 헐벗고 가난했던 시절들에 대한 구상화들이다. 자그마하면서도 어두운 느낌이 드리워져 있다. 신관에는 흔히 ‘뉴욕시대’라 불리는 본격 추상화 작업물들이 전시되어 있다. 점, 선, 면으로 이뤄져 단순하면서도 울림이 큰 대작들이다. 워낙 유명한 현대미술의 대가였던 만큼 문외한의 눈에도 어디선가 본 듯 익숙한 작품들이 많다. 그런데 구상에서 추상으로 넘어가고, 서울과 파리와 뉴욕을 오갔다지만 작품 경향이 단박에 알아챌 정도로 크게 변화했다고 느끼긴 어렵다. 오히려 오밀조밀한 기하학적인 요소들, 여백을 둔 공간배치, 깊숙하게 우러나오는 듯한 색감, 우리 땅 어디선가 한번은 본 듯한 바다와 하늘과 산의 느낌, 그리고 산·달·학·매화·백자 같은 주요 소재들이 일정한 차이는 있다지만 반복된다는 느낌이 강하다. “프랑스에서 물 한 잔만 마시고 와도 작품이 확 바뀌는데 김환기만은 변하지 않아 좋다.”던 미술사학자 최순우(1916~1984)의 평, 그리고 그 평을 가장 좋아했다는 김환기의 모습이 어른거린다. 부대행사도 준비했다. 10일 오후 2시에는 신관 지하 전시장에서 유홍준 명지대 교수의 특강이 열린다. 2월 20일에는 유홍준의 안내로 김환기의 생가를 둘러보는 ‘신안 김환기 생가 투어’도 준비됐다. 유홍준은 서양적 기법에다 한국적 정감을 담아냈다는 의미에서 김환기를 ‘동도서기’(東道西器)의 가장 성공적인 사례로 꼽아왔다. 특강과 생가투어 문의 (02)2287-3500. 전시는 2월 26일까지. 3000~5000원.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씨줄날줄] 탁월한 홍보의 조건/이도운 논설위원

    빌 와인트로브. 마케팅 분야 세계 랭킹 1위인 노스웨스턴 대학 켈로그 스쿨 졸업. P&G 브랜드 관리 책임자, 켈로그 마케팅 책임자, 쿠어스 맥주 마케팅 담당 부사장. 브랜드위크가 선정한 ‘올해의 마케터’, 프롤링거가 꼽은 ‘최고의 마케터’. 2002년 1월 유학 중이던 콜로라도대학 마케팅커뮤니케이션학과에 와인트로브가 교수로 초빙됐다. 그는 ‘브랜드 전략’을 강의했다. 첫 수업부터 악연이었다. 5분 늦게 도착했는데, 이미 강의는 한참 진행 중이었다. ‘지각생’이라는 선입견 때문인지 그는 유난히 나에게 매정했다. 첫째 주 과제물에 C를 줬다. 자존심 때문에 더 열심히 공부를 했다. 중간고사에서 93점을 맞았다. 그런데 성적표를 받아보니 B였다. 쫓아가서 따졌다. 그는 태연히 말했다. “A는 94점부터야.” 입에서 욕이 저절로 나왔다. 유태인인 그가 한국인을 차별하는 것 아닌가라는 의심까지 하게 됐다. 사람을 싫어해도 존경할 수 있다는 것을 와인트로브를 통해 깨달았다. 그는 혹독하게 과제를 많이 주고, 까칠하게 평가했다. 그러나 그는 이론과 실무 양면에서 최고의 마케터이자 선생이었다. 학기를 마치고 월드컵을 보기 위해 귀국했다. 인터넷으로 기말성적을 확인하니 A였다. 그에게 장문의 편지를 썼다. “내가 당신에게 A를 받을 자격이 있는지 모르지만 자랑스럽다. 당신 때문에 괴로웠지만 정말 많이 배웠다.” 다음 날 답장이 왔다. 학교에 남을지 뉴욕의 컨설팅 회사로 갈지 고민 중이었는데, 나의 편지를 받고 남기로 했다고. 와인트로브는 마지막 수업에서 말했다. “지금까지 배운 것은 다 잊어버려도 됩니다. 그러나 여러분이 성공하려면 두 가지는 꼭 기억하세요. 첫째, 최고의 제품 또는 서비스를 만드세요. 둘째, 홍보 특히 TV 광고 잘하세요.” 둘 가운데 어느 쪽이 중요하냐는 질문이 당연히 나왔다. 그는 답변했다. “그렇다면 첫번째입니다. 제품이 최고이면 시간이 걸려도 반드시 성공합니다. 그러나 제품이 나쁘면 아무리 광고가 좋아도 오래가지 못합니다.” 한나라당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광고쟁이’라는 조동원씨를 홍보기획본부장에 임명했다. 그가 만든 카피 가운데 ‘침대는 가구가 아닙니다’는 에이스 침대가 첨단과학기술을 응용했기 때문에, ‘우리강산 푸르게 푸르게’라는 카피는 유한킴벌리가 실제로 숲을 가꿔왔기 때문에 생명력을 가진 것이다. 그가 한나라당을 위해 얼마나 탁월한 카피를 쓸 수 있을까. 결국 한나라당의 실체에 달려 있다. 이도운 논설위원 dawn@seoul.co.kr
  • [4일 TV 하이라이트]

    ●스카우트(KBS1 밤 7시 30분) 2012 임진년 새해 꿈의 기업 프로젝트 ‘스카우트’를 위해 전통과 예술의 혼이 넘치는 도예 전공 학생들이 뭉쳤다. 전국 특성화 고등학교 중 5개 학교의 도예 학과 관련 인재들이 ‘대림바스’ 디자인실 입사를 앞두고 한판 승부를 펼친다. 과연 우열을 가릴 수 없는 실력으로 중무장한 5명의 결선 진출자 중 최종 선택은 누가 될까. ●파워 마스크(KBS2 오후 4시 30분) 진호는 게임 속의 괴물을 물리치기 힘들자 용에게 도움을 처한다. 용은 처음으로 하는 게임의 재미에 푹 빠져 밤을 새운다. 결국 용은 차원의 문이 열릴 시간까지 게임을 하고, 잠이 모자라 제대로 싸우지 못한다. 한편 게임 속의 ‘푸푸 괴물’이 강하다는 이야기를 엿들은 다크는 ‘푸푸 괴물’을 자신의 편으로 끌어들일 계략을 세운다.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MBC 밤 7시 45분) 지원은 오랜만에 스쿠터가 타고 싶다. 하지만 내상으로부터 키를 빼내올 길이 없어 난감해한다. 그러던 중 돈이 필요한 수정이 안예술에서 같이 아르바이트를 해 주면 스쿠터 키를 빼내 주겠다며 거래를 한다. 한편 지석은 자신이 하선에게 준 편지가 두 집 사람들에게 돌고 돌아 모두 봤다는 걸 알게 된다. ●한밤의 TV연예(SBS 밤 8시 50분) 2012년 새해를 맞아 야심차게 특별 코너를 준비했다. 이름하여 ‘올해 뜰’ 용띠 스타들이라는 코너다. 행운의 상징이라는 ‘흑룡의 해’를 맞아 대박 조짐이 강하게 보이는 용띠 스타들이 다 모였다. 승천하는 검은 용처럼 올 한 해 승승장구 연예가를 휘어잡을 용띠 스타들은 누가 있는지 ‘한밤의 TV연예’에서 만나 본다. ●극한직업(EBS 밤 10시 40분) 새벽 어둠이 가시지 않은 아침, 터널 굴착 작업 준비가 한창이다. 이들에게는 계절은 물론 주야의 구분도 없다. 공사 기간 단축을 위해 24시간 1분도 쉬지 않는 교대 체제로 투입되기 때문이다. 극한의 상황을 빗댄 ‘막장’이라는 단어. 저마다 두툼한 마스크를 착용하고 ‘막장’으로 들어가는 근로자들의 얼굴엔 결연함이 가득하다. ●송영길 시장에게 듣는다(OBS 밤 10시) 2012년 새해, 도약의 물꼬를 준비하는 인천시가 세계 속에서 우뚝 서기 위한 전략과 방안은 무엇일까. OBS는 신년특집 ‘송영길 시장에게 듣는다’를 통해 인천시가 세계로 뻗어 나가기 위한 방안을 모색해 본다. 또 지역과 세계를 연결하는 인천시의 현재와 미래를 송영길 인천시장에게 직접 들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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