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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주, 당은 파상공세 원내대표는 침묵…새누리 “법대로” MB와 확실한 선긋기

    민주통합당은 3일 이명박 대통령의 형 이상득 전 새누리당 의원의 검찰 소환과 관련해 개인 비리뿐만 아니라 대선 자금 조성 의혹으로까지 수사를 확대하라며 파상공세를 폈다. 그러나 정작 지도부인 박지원 원내대표는 오전 원내대책회의에서 이 전 의원의 검찰 소환과 관련해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아 의문을 자아냈다. 저축은행 정·관계 로비 의혹에 자신의 이름이 거명되고 있는 데 대한 부담감 때문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박용진 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검찰이 이 전 의원에 대한 수사를 개인 비리와 알선 수재에 국한하려 하고 있다.”며 “사건 본론에는 접근하지도 않고 본질을 피해 주변만 뱅뱅 도는 의도된 헛수사를 할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 전 의원뿐 아니라 정두언 새누리당 의원에 대한 수사의 핵심은 2007년 대선에서 그들이 했던 역할에 맞춰 대선 자금의 조성과 사용처를 밝히는 것”이라며 “대선 자금 수사로 확대하지 않는다면 임기 내 가볍게 털고 가겠다는 정권의 의도에 맞춘 맞춤형 수사”라고 검찰을 압박했다. 당내 MB비리조사특위도 성명을 내고 “무엇보다 이 전 의원이 2007년 대선 당시 ‘BBK기획입국설’의 근거로 제시된 가짜 편지의 배후, 불법 민간인 사찰의 배후가 아닌지에 대한 진실을 철저하게 규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새누리당은 연일 이명박 정부와 선 긋기를 하며 확실한 차별화에 나서고 있다. 현 정부 정책은 물론 대통령 친인척이 개입된 권력형 비리에 대해 원칙 기조를 분명히 세우며 청와대와 각을 세우려는 기색이 역력하다. 이한구 원내대표가 이날 저축은행 사태 국정조사를 갑자기 강하게 언급하고 나선 것은 이런 맥락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김영우 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에서 “실체적인 진실을 밝히기 위해서 법의 잣대와 기준으로 공정하고 신속하게 수사를 하기 바란다.”고 밝혔다.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 특검, 민간인 불법 사찰 방지법 제출 등 정치적 사안에 대해서도 새누리당은 원칙론을 고수하고 있다. 내곡동 사저 특검은 민주통합당이 ‘국정조사 후 청문회’를 주장하며 물고 늘어졌지만 새누리당은 특검론으로 맞섰다. 앞서 새누리당은 인천공항 지분 매각, 차세대 전투기(FX) 도입 사업, KTX 경쟁 체제 도입 등 굵직한 현안에서도 대립각을 세웠다. 한·일 정보보호협정이 양국 간 서명 당일인 지난달 29일 새누리당의 반발로 전격 보류된 것은 이런 선 긋기로 인한 대립의 정점이었다. 이현정·이재연기자 hjlee@seoul.co.kr
  • [열린세상] 여름을 맞는 캠퍼스 풍경/이종수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

    [열린세상] 여름을 맞는 캠퍼스 풍경/이종수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

    대통령의 친형이 뇌물 혐의로 소환되고, 국회는 이석기·김재연 의원의 제명심사로 시끄럽다. 진보진영의 종북 행적을 둘러싸고 전향한 진보와 골수 진보 사이에 어색한 공방도 이어진다. 대선 주자들은 왜 이리 많은지, 본인이 대통령으로 나라를 이끌어야 한다고 외치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요란하다. 이러는 사이에도 대학의 캠퍼스에는 어김없이 여름이 찾아왔다. 꽃샘추위 속에 봄 학기를 시작한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학기말 시험이 끝나고 여름방학의 고요가 찾아왔다. 학생들 답안을 채점하고 성적을 제출할 이 무렵에는 어김없이 편지가 날아든다. 성적을 올려줄 수 없느냐고 하소연하는 학생들의 편지다. 보경이는 아예 시험답안지에 긴 편지를 썼다. 시험공부를 밤새 열심히 했는데도, 정작 예상을 빗나간 문제가 나오는 바람에 시험을 망쳤다는 것이다. 그 사정을 다 들어줘도 C를 면하기는 어렵다. 위탁 교육을 온 총리실의 한 공무원은 A 를 받았는데, 장학금을 신청하려면 A 가 필요하다며 하소연한다. 그래도, 성적은 노력한 만큼 공정하게 배분될 수밖에 없다. 요즘에는 수강생이 80명을 넘는 대형 강의가 많아, 학생들과 친밀한 관계를 형성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학기 초에는 뜻하지 않은 실수를 범하기도 한다. 학기 초 강의를 막 마치고 나오는데, 남학생 한 명이 인사를 하는 것이었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땅을 보고 걷다 엉겁결에 인사를 받은 나는 분명하지 않은 기억에 “그래, 오래간만이다.”라고 받았다. 그러자 그 학생은 “방금 교수님 강의를 들었는데요.” 하는 것이었다. 이런 낭패가 또 있을까! 그때 이후로 나는 학생이 인사를 할 때, ‘오래간만이다’라는 말을 절대로 쓰지 않는다. 그냥 “잘 지내지?”라고 바꾸게 되었다. 이러면 학기 초의 어설픈 실수는 없어진다. 경제학과에 다니는 지영이는 더 재밌는 경험을 했단다. 올해 2학년인 지영이는 경제학 수업을 마치고 나오며 복도에서 방금 강의를 하신 교수님과 마주쳤다. 지영이는 “선생님, 안녕하시죠?”라고 인사를 했다. 그랬더니, 골똘히 생각하며 걸어가던 교수님은 “저를 아시나요?” 하더란다. 이제 캠퍼스는 여름방학으로 들어간다. 사람들로 북적이던 교정은 한여름의 정적으로 빠져든다. 매미와 찌르레기 소리가 숲을 차지하고, 이 숲의 주인이었던 학생들은 지구의 구석구석을 누비러 떠난다. 재우는 유럽으로 배낭여행을 떠나려 한다. 이탈리아의 로마유적을 살펴보고, 오스트리아의 빈을 거쳐 스위스의 시골마을을 보고 싶다고 했다. 규랑이는 경상도 함안으로 중학교 학생들의 공부를 도와주러 떠난다. 보라색 붓꽃과 노란 원추리꽃을 좋아하는 규랑이는 눈부시게 빛나는 운동장에서 아이들과 행복해할 것이다. 한여름 갑자기 쏟아지는 장대비도 느껴보라고 말해주었다. 소나기가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먼 벌판에서 군대처럼 쳐들어 온다는 사실을 보게 될 것이다. 학생들을 떠나보낸 교수들은 정작 이때부터 바빠지기 시작한다. 밀린 연구와 실험, 집필을 시작하는 시점이다. 세상 사람들은 그 긴 방학 동안 교수들은 무얼 하는지 궁금해한다. 미스터리같이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교수들은 방학 때 오히려 더 바빠진다. 방학시간을 이용해 밀린 연구나 집필을 하는 것이 보통이다. 물론, 계획만큼 다 이루기는 어렵다. 방학을 끝낼 무렵 방학에 속았다는 느낌을 갖게 되기 일쑤다. 계획했던 대로 일을 하고 몸과 마음을 충전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때 여름방학을 앞두고 시간표를 짜며 공부계획을 세운 다음, 개학 무렵 느껴야 했던 그 아쉬움과 같은 느낌이다. 17년간이나 방학에 속아 왔으니, 올여름에 또 방학에 속을 가능성이 크다. 그래도 계획은 크고 신나게 세울 만하다. 다시금 9월이 되면 개강에 맞춰 캠퍼스를 떠났던 학생들은 돌아오게 될 것이다. 방학으로 홀가분한 마음을 느끼기가 무섭게, 벌써 젊은 학생들의 눈동자가 그립다. 시끄럽고 어지러운 세상이지만, 그 속에서 희망을 보고 꿈을 발견하여 돌아오기를 소망한다. 지구의 구석구석을 누비고 태양에 그을린 얼굴로 돌아올 그들을 기다린다.
  • [심재억 전문기자의 건강노트] 잠자리, 먹거리

    오래전에 받은 아버지의 편지가 생각납니다. 자식을 홀로 도회에 보내놓고도 편지를 보낸 일은 거의 없었습니다. 객지라지만 주말이면 후딱 다녀올 거리니 그랬을 수도 있고, 우체국까지 십리길을 걸어 나가 편지를 부쳐야 하는 번거로움 때문이기도 했을 것입니다. 그렇게 편지를 보내도 사흘 후에나 받아볼 수 있으니 편지 쓸 일 있으면 때맞춰 도회로 나가는 마을 사람을 수소문해 인편에 기별하는 게 훨씬 빨랐습니다. 아버지 말씀마따나 국민학교를 갓 졸업한 ‘거미새끼’ 같은 자식을 유학이랍시고 도회에 보내 놓고 꽤나 불안하셨던 모양입니다. 중학교 1학년 때 처음 아버지가 보낸 편지를 받았습니다. 평소 자식들에게 자분자분 속을 드러내시지도 않았고,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지 앞가림은 지가 하겠지.”라며 엔간하면 말을 아끼는 분이어서 긴가민가 뜯어 봤습니다. 양면지 절반도 못 채운 편지글에서 아버지는 특히 연탄가스를 조심하라 당부하시며 이런 ‘지침’을 주셨지요. ‘사람이 잘자리는 가려야 하지만 먹거리는 가리는 게 아니다. ’배 곯던 시절이니 집에서처럼 입 짧은 짓 하지 말고 잘 챙겨 먹으라는 뜻이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잘자리’에 방점이 있는 것 같았습니다. 잘자리란 곧 처신을 뜻하는 말일 테니, 매사에 바로 처신하라는 교시가 아니었을까 생각합니다. 딱히 입신양명할 일도 없이 갑남을녀로 사는 세상이니 처신 따위가 그렇게 중요할까만 그날 이후 그 융통성 없는 처신의 중압감이 족쇄처럼 저를 옥죄었던 게 사실이고, 그러다 보니 ‘죽도 밥도 아닌’ 삶이 되고 말았는데, 그 교시를 이제 두 딸들에게 물려줍니다. 갈수록 성적으로 개방되는 세상이어서 딸들에게 잘자리 가리라는 말이 결코 허튼 소리만은 아닐 터이지만, 그보다는 항상 혀끝으로만 먹거리를 감별하려 드는 요즘 아이들의 대책 없는 ‘음식 낯가림’을 경계하라는 뜻으로 하는 말입니다. 이 나이쯤 되어 생각해 보니 음식은 혀로 먹을 게 아니라 몸으로 먹어야 함을 알겠는데, 그걸 딸들에게 말하면서도 제풀에 힘이 빠지곤 합니다. 그때와는 이미 세상이 다른데, 저만 그 세상 언저리를 서성이는 것 같아섭니다. jeshim@seoul.co.kr
  • [사설] 보훈 되새기게 하는 제2연평해전 10년

    제2연평해전 10주년 기념식이 어제 평택 2함대사령부에서 있었다. 이명박 대통령은 현직 대통령으로는 처음 기념식에 참석했다. 만시지탄이기는 하나 대통령이 전사자 6명을 일일이 호명하고, 유가족을 위로한 것은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그들은 북한의 공격을 온몸으로 막아낸 이들이다. 결코 잊을 수 없는, 잊어서도 안 되는 대한민국의 자랑스러운 아들들이다. 하지만 우리는 그동안 그들을 잊고 지냈다. 그들의 영결식에 대통령은 물론 국무총리·국방장관도 참석하지 않았다. 일반인의 조문마저 막으며 황급히 그들을 떠나 보냈다. 2002년 월드컵의 열기가 온 나라를 뒤덮을 당시 조국을 위해 기꺼이 목숨을 내던진 전사자들에 대해 정부의 무관심과 홀대가 얼마나 심했는지 한 전사자의 부인은 “이런 나라에서 어떤 병사가 전쟁터에 나가 싸우겠느냐.”며 미국으로 이민을 떠나기도 했다. 유족에게 위로 편지를 쓴 사람이 당시 주한미군 사령관이었다니 부끄럽고 통탄할 일이 아닐 수 없다. 현 정부 들어 기념식을 정부 차원의 행사로 격상하며 신경을 쓰기 시작한 것도 미안하고 부끄러운 일이다. 미국은 대통령이 해외를 방문하면 미군 부대부터 찾을 만큼 군인의 자긍심을 한껏 높여준다. 군 작전 중 헬기사고로 숨진 전사자들의 유해가 도착하면 거수경례로 맞는 이도 바로 대통령이다. 군인이 기꺼이 나라를 위해 헌신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려는 의지의 반영이다. 하지만 우리는 전사자는 물론 나라를 지키는 군인 대접을 너무 소홀히 해온 것은 아닌가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더구나 나라를 위해 바친 고귀한 희생을 정치적 상황에 따라 폄훼하거나 이념적 잣대로 재단하려 한 것은 아닌지 깊이 되새겨 볼 일이다. 지금 우리가 누리는 자유와 풍요는 나라를 위해 촌각의 주저나 망설임 없이 목숨을 던진 이들이 있어 가능한 일임을 영원히 기억해야 할 것이다.
  • ‘통영의 딸 신숙자’ 남편 오길남씨 “두 딸 풀어달라” 北대표부에 서한

    ‘통영의 딸’ 신숙자씨의 남편 오길남 박사가 28일(현지시간) 북한에 남겨진 두 딸을 풀어 달라고 호소하는 내용의 서한을 스위스 제네바 주재 북한대표부에 전달했다. 오 박사는 이날 오전 ‘열린북한방송’ 권은경 국제팀장과 함께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을 수신인으로 하는 서한을 북한대표부 편지함에 넣었다고 밝혔다. 오 박사는 서한에서 “내 식솔들은 단지 노쇠하고 연약한 여인들에 불과하고 당신의 정권에 어떠한 해악을 끼칠 능력도, 의지도 없을 것이니 나의 처와 두 딸들을 제3국으로 추방해 달라.”고 썼다. 오 박사는 서한을 전달한 뒤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 강경화 부대표를 면담하고 국제사회의 지원을 호소했다. 제네바 연합뉴스
  • “나 좀 살려주시게” 흥선대원군, 명성황후에게 목숨 구걸

    “나 좀 살려주시게” 흥선대원군, 명성황후에게 목숨 구걸

    1873년 실각했던 흥선대원군 이하응(1820~1898)은 1882년 임오군란으로 재집권하는가 싶었지만 친청파인 명성황후의 역습으로 그해 청나라에 납치됐다. 유폐된 톈진(天津)에서 생명의 위협을 느낀 흥선대원군은 1882년 정치적 라이벌인 명성황후에게 목숨을 구걸하는 한글 편지를 보낸다. “그동안 망극한 일을 어찌 만 리 밖 책상 앞에서 쓰는 간단한 글월로 말하겠습니까. (중략) 다시 뵙지도 못하고 (내가 살아 있을) 세상이 오래지 아니하겠으니 지필을 대하여 한심합니다. 내내 태평히 지내시기를 바라옵나이다.” 이종덕 한국학중앙연구원 전임연구원은 27일 “흥선대원군이 편지봉투에 ‘뎐 마누라 젼(前)’이라고 써 놓은 편지가 그의 부인 민씨가 아니라 며느리인 명성황후에게 보낸 편지였다.”고 ‘조선시대 한글편지 공개 강독회’에서 주장했다. 이는 1973년 11월 문학사상 14호에서 정양완 전 한국정신문화연구원 교수가 ‘마누라’를 아내로 해석한 기초를 부정한 것이다. 이 연구원은 “‘뎐 마누라 젼’의 ‘뎐’은 대궐 전(殿) 자이며 ‘마누라’는 지체 높은 사람의 부인을 높여 부를 때 사용된 말”이라며 “(순조 임금의 딸 덕온공주의 손녀인) 윤백영 여사의 글에도 ‘뎐 마누라’라는 표현이 나오는데 이는 중전을 가리키는 말이었다.”고 했다. 그는 “편지의 사연으로 보아도 대원군의 부인이 될 수가 없다.”고 덧붙였다. ‘마마께서는 하늘이 도우셔서 환위(還位)를 하셨거니와 나야 어찌 생환하기를 바라오리까.’라는 편지 내용에서 ‘환위’는 임오군란 때 명성황후가 지방으로 피신했다가 왕궁으로 돌아온 일을 가리키는 말이라는 것이 이 연구원의 설명이다. 이 연구원은 “또한 안부를 물을 때는 임금의 안부를 먼저 묻는 것이 일반적인데 이 편지에서 흥선대원군은 아들인 고종의 안부보다 실권자인 명성황후의 안부를 먼저 물었다.”면서 “당시 상황이 얼마나 다급했으면 그랬겠느냐.”고 말했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오늘의 눈] 기부자에 대한 예의/신진호 사회부 기자

    [오늘의 눈] 기부자에 대한 예의/신진호 사회부 기자

    “있으면 있는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나눠라.” 19년간 드러내지 않고 봉사단체를 후원해 온 한 아버지가 아들에게 남긴 가르침이다. 아버지는 기부가 당대에 그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아들의 이름 ‘윤주석’으로 후원했다. 아들은 아버지의 뜻을 따랐다. 윤씨의 사연이 알려지자<서울신문 6월 25일 자 27면> 많은 사람이 댓글로 윤씨 가족을 격려하고 칭찬했다. 그러나 심사가 뒤틀린 듯한 댓글들도 눈에 띄었다. “기부를 하려면 끝까지 익명으로 해야 하지 않겠냐.”는 비아냥거리는 듯한 주장이다. 숨은 기부자가 어렵사리 정체를 드러내면 흔히 나타나는 비난이다. 윤씨가 편지로 자신을 드러낸 이유는 자신이나 가족을 드높이기 위함이 아니었다. 오랫동안 후원을 해 온 단체인 한길봉사회가 한때 문을 닫을 위기에 처했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는 미안함 때문이었다. 앞으로 봉사단체를 직접 찾아 보다 적극적으로 돕기 위해서였다. 윤씨는 직장을 은퇴한 뒤 본격적으로 봉사에 참여하겠다는 약속을 편지에 썼다. 윤씨는 “과연 언론에 소개될 만큼 대단한 일인지 모르겠다.”며 자세한 신상을 공개하지 말라고 부탁하고 다짐받았다. 이 때문에 사진을 찍거나 다니는 직장을 밝히지 않았다. 내로라하는 대기업의 총각 과장이라는 사실 정도만 보도해야 했다. 하지만 윤씨의 선행을 조금이나마 노출시키지 않을 수 없었다. 취재 과정에서 엉뚱한 사람이 윤씨로 행세하며 얼굴과 실명, 직장까지 버젓이 내세운 ‘거짓 기사’를 확인한 까닭에서다. 기사에서 ‘가짜 윤주석’은 ‘윤주석’이라는 이름은 “자신을 드러내지 않으려고 쓴 가명”이라고 설명했다. 한길봉사회의 항의로 해당 매체는 슬그머니 인터넷에서 기사를 삭제했다. ‘가짜 윤주석’도 단체에 사과했다. 숨은 기부자를 알리는 미담 기사는 단지 기부자 개인을 치켜세우기 위함이 아니다. 기부자의 마음 씀씀이를 통해 나눔의 의미를 사회가 함께 되짚어보자는 취지다. “반성합니다. 우리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나눔을 생활화해야겠습니다.”라는 한 네티즌의 댓글이 의미 있게 다가온다. sayho@seoul.co.kr
  • “틀니 선물로 조그만 효도 하고 싶었는데…”

    “틀니 선물로 조그만 효도 하고 싶었는데…”

    “아버지께서 심근경색으로 갑자기 돌아가셨습니다. 비록 사회에서 손가락질을 받는 죄인으로 살아가는 아들이지만 조그만 효도라도 하고 싶었는데….” 한 재소자의 편지가 공무원들의 심금을 울리고 있다. 15년 장기형을 선고받고 대구에서 수형 생활 중인 청년이 최근 고재득 성동구청장 앞으로 보내온 두 번째 편지였다. 25일 성동구에 따르면 이 재소자는 ‘건강한 치아가 자식보다 낫다’는 고재득 구청장의 본지 칼럼을 읽고 ‘치아보다 못한 나 자신이 후회스럽다. 이가 아파 씹지도 못하는 아버지를 위해 도움을 부탁드린다’고 지난 9일 편지<서울신문 6월 11일 자 10면>를 보낸 주인공이었다. 마침 구에서는 전국 최초로 ‘쓱쓱싹싹 3·3·3’이라는 양치시설 설치 사업을 하던 터였다. 고 구청장은 곧장 자신의 죄와 불효를 뉘우치는 그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아버지의 주소를 수소문하기 시작했다. 고 구청장은 “재소자와 통화하기 어려워 편지로 가족들의 연락처를 물었고, 답장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뜻밖의 소식을 듣게 됐다.”면서 “겨우 주소를 알아내 연락한 그의 동생으로부터 아버지가 지난 12일 별세해 발인을 치르고 돌아오는 길이라는 말을 듣고 또다시 가슴이 먹먹했다.”고 말했다. “통곡에 가까운 울음을 멈추고, 겨우 슬픈 마음을 추스르며 이 글을 씁니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받아 보기 힘든 사랑을 받았습니다. 비록 아버지는 돌아가셨지만 하늘나라에서 이런 인연을 알고 좋아하실 것입니다.” 비록 도움을 받지 못했지만 재소자는 고 구청장에게 이 같은 글을 보내 고마움을 전했다. 이어 “치료다운 치료 한 번 받지 못하고 떠나 보내 드려야 하는 아버지께 고개를 들지 못하겠다.”면서 “진심으로 지난 과오를 반성하고, 부끄럽지 않은 아들이 돼 훗날 떳떳한 모습으로 아버지를 만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고 구청장은 이 재소자와 나눈 편지의 내용을 직원 게시판에 올렸다. 고 구청장은 게시판을 통해 “직원 여러분, 풍수지탄(風樹之嘆·부모에게 효도를 다하려고 생각할 때에는 이미 돌아가셔서 그 뜻을 이룰 수 없음)의 교훈을 다시 한번 되새길 수 있기를 바란다.”면서 “곁에 있는 부모님을 한번 더 살피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 글을 읽은 한 직원은 “재소자의 안타까운 사연이 많은 직원들의 가슴을 울렸다.”면서 “정말 치아보다 부끄럽지 않은 자식이 되도록 노력해야겠다.”고 말했다. 조현석기자 hyun68@seoul.co.kr
  • 뱃속 아이 살리려 목숨 포기한 여성 감동

    뱃속 아이 살리려 목숨 포기한 여성 감동

    뱃속의 아이를 살리기 위해 자신의 목숨을 포기한 한 이탈리아 여성의 안타까운 사연이 알려져 전 세계인들의 마음에 감동을 주고 있다. 23일(현지시각) 영국 데일리메일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항암 치료를 미뤄 아이의 목숨을 살리고 지난 13일 28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 키아라 코벨라의 장례식이 지난 16일 로마에서 수백 명의 인파가 몰린 가운데 진행됐다. 남편 엔리코 페트릴로와 함께 로마 가톨릭교도인 코벨라는 생전 낙태 반대 운동가로 활동했다. 이는 그녀가 데비드와 마리아라는 이름의 두 아이를 선천성 결함으로 잃었기 때문이다. 그런 와중에 코벨라는 지난 2010년 세 번째 임신을 하게 됐고, 의사로부터도 “이 아기는 순조롭게 성장하고 있다.”는 얘기를 듣고 남편과 함께 매우 기뻐했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코벨라의 몸에는 악성 암이 자라고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의료진은 아이를 포기하고 치료 받기를 권유했지만 그녀는 아이가 태어날 때까지 항암 치료를 받지 않기로 했다. 코벨라의 굳은 결심에 마침내 프란시스코라고 이름 붙인 아이가 지난해 5월 30일 세상에 무사히 태어났지만, 그녀의 건강은 급격히 악화되기 시작했다. 치료 시기를 놓쳤는지 그녀는 급기야 한쪽 눈의 시력마저 잃고 말았다. 이렇게 그녀는 약 1년간의 투병 생활 끝에 결국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그녀는 임종 일주일 전 현재 13개월된 아들 프란시스코에게 “엄마는 너의 형과 누나를 돌봐 주기 위해 하늘나라에 간단다. 넌 아버지와 함께 이곳에 있거라. 내가 널 위해 기도하겠다.”라는 한 통의 편지를 작성했다. 남편 페트렐로는 프란시스코가 어느정도 자라면 코벨라가 취한 행동에 대해 말할 생각이라고 밝히면서 3명의 아이를 통해 생명의 소중함을 배웠다고 전했다. 그는 “어느 때보다도 더 그녀가 살아있다는 기분이 든다. 많은 어려움에 부딪히면 부딪힐수록 커진 이 사랑을 찾아낸 것은 정말 행복한 일이다.”고 말했다. 사진=유튜브 캡처 윤태희기자 th20022@seoul.co.kr
  • 19년 익명천사 ‘윤주석’ 알고보니 36세 총각과장

    19년 익명천사 ‘윤주석’ 알고보니 36세 총각과장

     1983년부터 노인들에게 무료급식을 제공하는 김종은(64) 한길봉사회 회장이 ‘얼굴 없는 후원자’<서울신문 2011년 12월 31일자 25면>를 찾았다. 19년 동안 매달 한 차례도 빠뜨리지 않고 5만~15만원씩 소액후액금을 보내주고 있는 후원자는 말그대로 김 회장의 ‘버팀목’이다. 그러나 후원자는 자신을 드러내지 않은 탓에 ‘얼굴 없는’이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김 회장도 후원자의 이름이 ‘윤주석’이라는 사실 이외에 아는 게 전혀 없었다.  지난 8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한길봉사회 사무실에 도톰한 편지 한 통이 배달됐다. 발신인은 ‘윤주석’이었다. 이름을 보는 순간 설렜다. 너무나 반가운 이름이었다. 지난해 연말부터 4차례에 걸쳐 7000만원이라는 거액을 기부한 이름이기도 하다. ‘얼굴 없는 후원자’가 마침내 정체를 드러낸 것이다.  윤주석은 놀랍게도 36세의 내로라하는 대기업의 총각 과장이었다. 역으로 따져보면 고교 2학년인 17살 때부터 기부 천사가 된 셈이다. 편지에는 기부의 사연이 담겨있었다.  1993년 기부를 시작한 사람은 2010년 12월 폐암으로 작고한 윤씨의 아버지였다. 하지만 아들의 이름을 기부자로 적었다. 김 회장이 기부자를 찾을 수 없었던 이유다. 윤씨는 지난해 연말 거액을 건넨 사연도 편지에서 밝혔다. “서울신문 기사를 보고 한길봉사회가 재정적 어려움에 처했다는 걸 뒤늦게 알았지요. 값진 봉사에 제 돈이 귀하게 쓰였으면 합니다.” 윤씨는 지난해 연말에 1000만원을 보낸 뒤 지난 1월 200만원, 2월 1000만원, 지난 7일에는 4800만원을 기부했다. 윤씨의 어머니도 3월에 3000만원을 기부했다. 가족들이 1억원의 후원금을 전달한 것이다.  “있으면 있는대로 없으면 없는대로 나눠라. 넘치도록 부유해서 나누는 것은 아니다.”라는 게 2010년 12월 폐암으로 작고한 아버지의 평소 말씀이었다. 아버지는 가난 속에서 자랐다. 주변의 도움으로 생계는 물론 대학까지 마칠 수 있었다. 때문에 아버지는 받은 만큼 어려운 이웃들에게 베풀겠다고 생각, 1993년 김 회장의 사연을 접하고 후원에 나섰다.  김 회장 역시 가난 때문에 어려서 보육원에 맡겨졌다가 무작정 상경해 서울역 인근에서 구걸로 연명했다. 인근 파출소장의 소개로 취직한 의류공장에서 잡일부터 시작해 재단사가 된 김 회장은 30년 가까이 노인 무료급식 봉사를 이어오고 있다.  윤씨는 아버지의 기부가 이제는 자신의 몫이라고 여기고 있다. 아버지는 윤씨가 대학생이 됐을 때 김 회장이 무료로 급식하는 곳을 데려가 먼발치에서 “네가 돕는 분”이라면서 “후원을 이어가라.”고 당부했다. 아버지 뜻은 남은 가족들에 의해 실천되고 있다. 윤씨는 편지에서 “1년 넘게 암투병 중인 어머니 병세가 호전되면 봉사회를 찾아 직접 노인 무료급식 봉사를 돕고 싶어 하신다.”고 전했다. 김 회장은 “돈의 액수를 떠나 더욱 고마운 것은 19년을 한결같이 함께해 준 윤씨 가족의 마음”이라면서 “자식에게 재산보다 나눔의 가치를 가르친 아버지 윤씨에게 한없는 경의를 표한다.”고 말했다. 신진호기자 sayho@seoul.co.kr
  • [보고 듣고 즐기세요]

    대중음악 ●스윗소로우 아웃 도어 콘서트 ‘서머 비바’ 30일~7월 1일 서울 올림픽공원 내 88호수 수변무대. 감성적인 멜로디와 화음이 돋보이는 보컬 그룹 스윗소로우가 초여름 밤에 펼치는 야외 콘서트. 전석 8만 8000원. (02)747-1252. ●노을 콘서트 ‘여행’ 7월 14일 롯데호텔월드 크리스탈볼룸. 4인조 보컬 그룹 노을이 관객과 함께 여행을 떠나는 콘셉트로 색다른 무대를 선보인다. 7만 7000~8만 8000원. (02)3472-9321. 연극·뮤지컬 ●연극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 7월 29일까지 서울 세종로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 한 학생을 왕따시킨 가해 학생의 부모들이 사건을 회피하고 은폐하는 모습에서 어른의 부재라는 현대사회의 병폐와 현실을 선명하게 보여준다. 학생이 한 명도 등장하지 않고 가해와 피해 학생의 부모와 학교 교사만 출연한다. 4만~6만원. (02)577-1987. ●뮤지컬 ‘전국노래자랑’ 9월 23일까지 서울 대학로 동숭아트센터 동숭홀. KBS 최장수 프로그램 ‘전국노래자랑’을 소재로 만든 쥬크박스 뮤지컬. 25년 전 전국노래자랑에 출연했다가 앙숙이 된 지역유지 이 회장과 김 회장의 집안 내력으로 시작하는 연극은 현대판 ‘로미오와 줄리엣’을 연상시킨다. 5만~6만원. (02)762-0010. 미술·전시 ●남수정 개인전 27일부터 7월 3일까지 부산 신창동 BS부산은행갤러리. 한국화를 전공한 작가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풀, 나무, 꽃들에서 발견할 수 있는 선들의 아름다움에 집중한다. 일상 속 그냥 스쳐지나가는 것들에게서 아름다움을 뽑아낸 작품 30여점을 선보인다. (051)246-8975. 국악·클래식 ●키네틱국악그룹 옌 ‘Untitled’ 30일~7월 1일 오후 7시 서울 서강대메리홀. ‘일렉트로닉 국악’이라는 독특한 음악 세계를 보여주는 국악그룹 옌의 16번째 공연. ‘무제’라는 제목으로 국악, 퓨전음악, 인디밴드 등의 경계에서 음악의 정체성을 묻는다. 2만원. 070-8232-7464. ●더 멘즈 콰이어 정기연주회 7월 2일 오후 8시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국내외에서 왕성한 활동을 하는 남성 성악가들이 모인 합창단. ‘청산에 살리라’ ‘그리운 금강산’ 등 한국가곡과 ‘성자들의 행진’ ‘저 성벽을 향해’ 등 성가곡, ‘이등병의 편지’ ‘When I Dream’ 등 대중음악, ‘순례자의 합창’ ‘축배의 노래’ 등 오페라 명곡까지 다양한 음악을 연주한다. 2만~10만원. (02)581-5404.
  • [미주통신] 옆좌석 시체와 꼼짝없이 10시간 비행한 여성

    [미주통신] 옆좌석 시체와 꼼짝없이 10시간 비행한 여성

    옆좌석 승객이 사망했지만, 비행기가 이륙해 꼼짝없이 죽은 사람과 10시간을 보내야 했던 스웨덴 여성에게 항공사 측이 사과와 함께 항공료의 반을 환불해 주었다고 24일(현지시각) 미 언론들이 보도했다. 스웨덴 라디오의 기자인 리나 페트슨은 탄자니아로 여행을 가기 위해 암스테르담 공항에서 케냐 국적 항공기에 탑승했다. 하지만 그녀는 이내 옆좌석에 있던 30대로 보이는 남성이 식은땀을 흘리는 등 뇌졸중 상태에 빠진 것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황급히 달려온 승무원들이 응급조치를 취하고 있을 때, 비행기는 이미 이륙하고 말았다. 하지만 이륙 직후 심장 마사지 등 응급조치에도 불구하고 이 남성은 숨을 거두었고 페트슨은 죽은 시체 옆에서 꼬박 비행 10시간을 함께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시체 옆에 앉아 있을 수 없다며 다른 좌석을 달라고 요구했지만, 승무원들은 여분의 좌석이 없다며 죽은 승객을 담요로 덮어 놓았다. 이 악몽 같은 경험을 끝내고 다시 스웨덴으로 돌아온 그녀는 항공사 측에 보상과 함께 사과를 요구했다. 이후 몇 달 만에 케냐 항공은 사과 편지와 함께 그녀가 지불한 항공료의 반에 해당하는 80만 원 상당의 티켓을 보내왔다. 페트슨은 ”그 당시는 악몽이었지만 항공사 측의 환불에 기분이 나아졌다.” 면서 “아주 합리적인 결정”이라고 밝혔다. 다니엘 김 미국통신원 danielkim.ok@gmail.com
  • 백석문학의 ‘잃어버린 고리’를 찾다

    백석문학의 ‘잃어버린 고리’를 찾다

    “정거장에서 60리/60리 벌길은 멀기도 했다.//가을 바다는 파랗기도 하다!/ 이 파란 바다에서 올라온다-/민어, 농어, 병어, 덕재, 시왜, 칼치…가// 이 길외진 개포에서/나는 늙은 사공 하나를 만났다./이제는 지나간 세월//앞바다에 기여든 원쑤를 치러/어든 밤 거친 바다로/배를 저어 갔다는 늙은 전사를.!//멀리 붉은 노을 속에/두부모춰럼 떠 있는 그 신도라는 섬으로 가고 싶었다.” 평안북도 정주 출신의 시인 백석(그림·1912~1995?)이 1957년 9월 19일 북한의 문학전문 주간지 ‘문학신문에 발표한 시 ‘등고지’다. 이번에 새로 발굴된 이 시는 ‘앞바다에 기여든 원쑤를 치러’의 이념성이 강한 대목만 빼면 백석 시의 특징인 한국적 서정성과 정취 등이 고스란히 드러난다는 평가를 받는다. 백석이 북한에 머물면서 1950~60년대에 쓴 시 3편과 ‘문학신문 편집국 앞’ 등 산문 4편, ‘고요한 돈 1·2’ 등 번역소설 2편 등이 새로 발굴됐다. 이번에 발굴된 백석의 시와 산문, 번역소설은 1948년 분단 직전으로 한정됐던 백석 문학의 지평을 넓혀 주고, 북한에서의 문학 활동의 단초를 밝힌다는 데 의미가 있다. 이번에 발굴된 자료는 중국 베이징국가도서관, 옌볜도서관, 북한의 조선국립중앙도서관, 레닌도서관, 통일부 산하 북한자료실, 일본 도쿄에 있는 여러 도서관 등에서 꼼꼼히 찾은 것이다. 최동호 고려대 국문과 교수는 백석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펴낸 ‘백석문학전집 1·2’(서정문학 펴냄)에 발굴 자료를 모두 담았다. 최 교수는 “백석 문학의 전체성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으로, 작품을 하나하나 원본과 대조해 정본화하는 작업까지 거쳤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이번에 나온 백석전집이 2012년 6월 20일 현재까지 유일한 정본”이라고 선언한 뒤 “출간기록은 있지만 발굴되지 않은 ‘테스’, ‘고요한 돈 3’, 행방이 묘연한 1960년대 시집 등을 계속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문주 영남대 교수는 “이번에 발굴된 시는 ‘등고지’ 외에 ‘천 년이고 만 년이고’, ‘조국의 바다여’ 등으로 분단 이후에도 이념적 색채가 없이 공동체적 삶을 지향하는 백석의 색깔을 유지한 부문들이 확연하다.”고 분석했다. 최 교수는 “1962년 4월 10일 발표한 ‘조국의 바다여’가 흥미로운데 당성이 강한 ‘붉은 작가’로 단련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박정희 정권을 노골적으로 비판하며 부정적으로 써놓았다.”고 말했다. 백석답지 않게 이런 식이다. “…바다여 잠잠하지 말라, 잠자지 말라/세기의 죄악의 마귀인 미제,/간악과 잔인의 상징인 일제/박정희 군사 파쑈 불한당들을/그 거센 물결로 천 리 밖, 만 리 밖에 차던지라” 그러나 백석의 이런 노력에도, 그는 평양으로 복귀하지 못했다. 백석은 1958년 당성이 약한 인민들을 지방 생산현장으로 보내는 ‘붉은 편지’를 받고, 양강도 삼수군 관평리로 내려가 양치기로 살면서 생애를 마쳤다. 이번에 발굴된 ‘문학신문 편집국 앞’(1959년 1월 18일)과 ‘관평의 양’(1959년 1월 14일), ‘가츠리섬을 그리워하실 형에게’(1961년 5월 21일), ‘체코슬로바키야 산문 문학 소묘’(1957년 3월 28일) 등에서는 백석이 ‘붉은 편지’를 받고 관평리로 내려가는 과정과 그곳의 삶이 드러난다. 특히 ‘문학신문 편집국 앞’에서 백석은 “이 속에서 어찌 제가 당이 기대하는 붉은 작가로 단련되지 않겠습니까. 맡겨진 일에 힘과 마음 다하여 훌륭한 조합원이 되여 앞으로 좋은 글을 쓸 것을 다시 한 번 맹세합니다. 1월 10일 삼수 관평에서”라고 쓰고 있다. 이번에 발굴된 숄로호프의 장편소설을 번역한 ‘고요한 돈 1·2’(1949~1950)도 흥밋거리다. 러시아의 혁명 전후를 다룬 이 번역소설은 한국전쟁 때 북한군의 배낭에서 발견되곤 했단다. 방민호 서울대 국문과 교수는 작품해설에서 “세계문학의 반열에 들어 있는 작품을 매개로 한국어의 수준을 한 단계 격상시키고 있다.”면서 “번역문학이지만 토속어·토착어의 보고이자 아름다운 시적 창조물들을 감각적으로 생동감 있게 자아냈다.”고 분석했다. 백석이 1957년 1월 동화시집 ‘집게네 네 형제’를 간행해 아동문학가로 활동한 이유도 관심사다. 김 교수는 “원래 백석은 외국문학분과위에 있다가 아동문학분과위 명단에도 이름이 올라간다. 자유롭지 못한 북한 상황 탓에 아동문학을 했을 것으로 추정해 보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고 말했다. 1956년 북한 공산당은 소설가 등 작가들에게 ‘장르를 불문하고 아동문학에 투신하라.’고 지령을 내렸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이번 발굴로 백석 문학의 총체성에 한걸음 다가갔다.”면서 “본래 백석문학이 어느 지점에서 균열했는지를 연구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한편 최 교수 등이 속한 한국비평문학회는 오는 30일 서울여대에서 백석 탄생 100주년 기념 세미나도 연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박지원 “박근혜 前위원장 친일종북 원조의 딸”

    민주통합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21일 새누리당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을 “친일, 종북의 원조 박정희의 딸”이라면서 맹공을 펼쳤다. ‘종북 논란’을 ‘종북·친일’ 논란으로 확전해 정국 주도권을 회복하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박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고위정책회의에서 민족문제연구소가 발간한 ‘친일문제연구총서 친일인명사전’을 소개하면서 “이 나라 ‘친일 종북의 원조’는 박정희”라고 말했다. 그는 “박 전 대통령의 친일 행적으로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만주국 군관 지원 편지 내용에 ‘한 번 죽음으로써 충성함. 박정희’라고 혈서를 썼다. 우리는 박근혜 전 비대위원장을 ‘유신독재자의 딸’ 그리고 ‘친일 종북 원조의 딸’이라고 규정한다.”면서 박 전 대통령이 만주국을 향해 충성을 맹세한 글을 낭독했다. 한편 박 원내대표는 통합진보당의 신임 당 대표로 강기갑 혁신비대위원장의 손을 들어 주며 구당권파 측을 압박했다. 박 원내대표는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국민의 마음을 얻기 위해서는 강 위원장이 됐으면 좋겠다. 어떤 뜻인지 해석은 언론에 맡기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구당권파 측의 지지를 받고 있는 강병기 후보 선거대책위는 즉각 ‘박 원내대표의 선거 개입에 대한 기자회견’을 열고 “선거가 진행 중인 다른 정당에 대해 (박 원내대표가) 사실과도 다르게 누가 당선되면 안 된다는 식의 발언을 한 데 대해 유감을 표한다.”고 반발했다. 송수연기자 songsy@seoul.co.kr
  • [20-50 클럽 대한민국 이제 보훈을 말한다] (하) 보훈외교

    [20-50 클럽 대한민국 이제 보훈을 말한다] (하) 보훈외교

    ‘6·25 전쟁 참전국, 영원히 잊지 않는다.’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는 국가라도, 한순간 친근감을 느끼게 되는 경우가 있다. 6·25 전쟁에 파병했거나 의료 지원을 해준 참전국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 어느 나라보다 가까운 감정을 갖게 된다. 이들 나라를 잊지 않고 희생과 헌신에 보답하기 위한 이른바 ‘보훈 외교’가 활발하다. 그러나 국방부와 국가보훈처, 외교통상부 등 관련 부처 간 협업 강화와 함께, 체계적인 활동을 통한 국가 이미지 제고가 더욱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해 7월 아프리카 순방국 중 하나로 에티오피아를 택했다. 한국 대통령의 에티오피아 방문은 사상 처음으로, 60년 전 에티오피아가 6·25 전쟁에 육군 3500여명을 파병한 참전국이라는 것이 가장 중요하게 작용했다. 이 대통령은 당시 에티오피아 수도 아디스아바바의 빈민가와 인근의 가난한 농촌 마을을 방문, 봉사활동을 하며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특히 79세 참전 용사의 집을 직접 찾아 벽시계를 선물하며 “한국은 항상 여러분을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 달라. 한국에 초청할 테니 꼭 한번 오라.”고 말했다. 이스라엘에서도 보훈 외교의 꽃이 피고 있다. 이스라엘은 참전국에 포함돼 있지 않지만 마영삼 전 주 이스라엘 대사가 2008년 유대인이 연합군 일원으로 참전했을 수 있다는 생각에 착안, 이들을 수소문한 결과 약 4000명의 유대인이 6·25 전쟁에 참전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마 대사는 “유대인들은 나이가 들면 이스라엘로 돌아와 여생을 보내는 경우가 많아 언론 등을 통해 참전 용사를 찾아 나섰고, 지금까지 25명을 찾았다.”며 “2009년부터 매년 주 이스라엘 대사관저에서 이들을 초청해 ‘평화의 사도’ 메달 수여식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2009년 1차 메달 수여식에서 80대 한 노병은 가족들과 함께 ‘아리랑’을 부르며 영광스러운 순간을 만끽했다고 한다. 외교부 당국자는 “올해도 오는 25일 주이스라엘 대사관저에서 기념 행사를 열어 유대인 참전 용사 4명에게 상패를 수여할 계획”이라며 “참전국 외교단 및 무관단, 가족 등이 대거 참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국가보훈처는 지난 4월 올해 1차 참전 용사 재방한 행사로 캐나다와 영국, 호주, 뉴질랜드 등 영연방 4개국 참전 용사와 가족 200여명을 초청했다. 이들 가운데 6·25 전쟁에 참전했던 캐나다인 아치볼드 허시의 딸이 아버지 유골을 들고 방한, 같이 참전했던 큰아버지 조지프 허시가 묻힌 부산 유엔기념공원을 찾았다. 60년 만에 이뤄진 캐나다 형제의 유해 상봉으로 캐나다 정부가 감사 편지를 보내오는 등 양국 간 우호 증진에 기여했다는 평가다. 국가보훈처는 1979년부터 매년 참전 용사와 가족을 초청, 그들의 헌신과 희생에 감사하는 기념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에도 4회에 걸쳐 700여명을 초청하는 등 지금까지 2만 9000여명이 방한했다. 보훈처는 또 참전국과의 인사 교류, 참전 용사 후손 장학금 지원 등을 통해 ‘도움을 주는 나라’로 성장한 한국의 국가 이미지 제고에도 힘쓰고 있다. 보훈처 관계자는 “참전국과 우의를 두텁게 함으로써 한국이 국제사회에서 도움받은 것을 기억하고 보답하는 나라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활동을 지속적으로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 강제소환 몰린 어산지 에콰도르에 망명 신청

    강제소환 몰린 어산지 에콰도르에 망명 신청

    폭로사이트 위키리크스의 설립자 줄리언 어산지(40)가 남미의 에콰도르 정부에 망명을 신청했다. 현재 영국에 있는 그는 성폭행 혐의 탓에 스웨덴으로 송환될 위기에 처해 있다. 리카르도 파티노 에콰도르 외무장관은 19일(현지시간) “어산지가 라파엘 코레아 대통령에게 편지를 보내 정치적 망명을 요청했다.”면서 “에콰도르 정부는 망명 신청을 수용할지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어산지는 이날 런던 주재 에콰도르 대사관에 찾아가 현재 그곳에 머물고 있다. 그는 짧은 성명을 통해 “(망명)요청을 검토하고 있는 에콰도르 대사관과 에콰도르 정부에 감사한다.”고 말했다. 호주 출신인 어산지는 자신이 성폭행 혐의 때문에 런던에서 스웨덴으로 송환되거나 처벌을 피하려 모국으로 돌아간다면 각국 정부에 의해 결국 다시 미국으로 보내질 것을 우려하는 듯하다. 어산지의 위키리크스는 2010년 11월부터 25만건이 넘는 미국 외교전문을 폭로해 국제 외교가에 엄청난 파문이 일었다. 유대근기자 dynamic@seoul.co.kr
  • 불치병 걸린 美 ‘K팝 순애보 소녀’ 샤이니와 꿈같은 만남

    불치병 걸린 美 ‘K팝 순애보 소녀’ 샤이니와 꿈같은 만남

    그룹 샤이니가 불치병에 걸린 미국의 ‘K팝 순애보 소녀’ 도니카 스털링(15)과 특별한 만남을 가졌다. 20일 서울 청담동 SM 엔터테인먼트 사옥을 방문해 샤이니와 만난 도니카는 “꿈에 그리던 샤이니를 만나게 되어 반갑고, 좋은 경험을 가지고 갈 수 있어서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또한 샤이니 중 가장 좋아하는 멤버로 꼽은 태민을 위해 한글로 직접 쓴 편지도 전달했다. 근육의 기능이 퇴화하는 난치성 희귀 질환을 앓고 있는 도니카는 시한부 삶을 살고 있지만 K팝을 들으면서 삶의 희망을 키워왔으며 평소 샤이니와 슈퍼주니어를 만나는 것이 소원이라고 밝혀왔다. 태민은 “도니카가 우리를 보러 한국에 왔다는 이야기를 듣고 정말 기뻤다. 우리 음악을 들으며 기운을 낸다는 말에 감동했고, 앞으로도 힘을 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키는 “오늘 도니카와 함께 특별한 시간을 보내게 되어 기쁘다. 뉴욕에서 공연을 하게 된다면 도니카를 꼭 초대하고 싶다.”고 밝혔다. 도니카는 지난 17일 경기도 남양주시에서 진행된 슈퍼주니어의 신곡 뮤직비디오 촬영 현장을 방문해 슈퍼주니어 멤버들과도 만남을 가졌다. 슈퍼주니어는 자신들의 음반과 직접 준비한 선물을 증정하고 도니카가 좋아하는 ‘쏘리 쏘리’를 즉석에서 불러주는 등 잊지 못할 추억을 선사했다.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서울광장] 경찰청장님, 믿어도 됩니까?/주병철 논설위원

    [서울광장] 경찰청장님, 믿어도 됩니까?/주병철 논설위원

    윤석보(尹石輔)는 연산조(燕山朝) 때 사람으로 풍기 군수가 되었는데, 처자를 고향에 두고 부임했다. 부인은 살림살이가 어려워 선대부터 내려오던 몇 가지 물건을 팔아 밭 한 뙈기를 샀다. 이 말을 들은 석보는 편지를 보내 아내를 나무랐다. “옛말에 임금을 저버리지 않는다고 한 것은 국록 이외에 탐을 내지 말라는 말인데, 내가 관직에 올라 임금의 녹을 받으면서 전에 없던 밭을 장만했다 하면 세상 사람이 나를 어떻게 보겠소. 빨리 밭을 물려 버리시오.” 청렴한 벼슬아치의 결기가 느껴진다. “판중추(判中樞) 조오(趙吾)가 합천(陜川) 원(員)이 되었을 때다. 여름에 농어가 넘쳐나는데 썩어도 집안 식구에게는 조금도 맛보지 못하게 해 사람들이 그 청렴함에 탄복했다. 그가 예조정랑(禮曹政郞)이 되었을 때는 살림살이를 걱정한 동료가 쌀 세 말을 보냈는데 받지 않았다. 나중에 공좌(公座)에서 이 일을 자랑하니 흉보는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이후 청탁을 하는 이가 없었다. 늙어서 시골집에 물러나와서도 청렴하고 삼가는 독실한 군자(君子)였다.” 조선 전기 학자 서거정(徐居正)의 필원잡기(筆苑雜記)에 나오는 얘기다. 옛날 얘기를 꺼낸 건 얼마 전 김기용 경찰청장이 경찰 내 ‘부패·비리와의 전쟁’을 선포한 게 생각나서다. 김 청장의 경찰 쇄신안은 역대 청장들이 취임 때마다 들고 나온 단골 메뉴다. 경찰이 비리 경찰 소탕에 아직도 골머리를 썩고 있다니 코미디가 아닐 수 없다. 그래서 김 청장이 결국 성과를 내지 못할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김 청장이 성공하려면? 우선 김 청장은 ‘부패·비리와의 전쟁’ 선언이 앞뒤가 바뀐 점부터 깨달아야 한다. 옛 성현들의 가르침을 언급하지 않더라도 청렴은 윗사람부터 솔선수범해야 한다. 적어도 내부 전쟁에 돌입하려면 경무관급 이상 수뇌부는 누가 보더라도 청렴의 표상이 돼야 한다. 이들의 직속 라인에 있는 사람에게 문제가 생기면 옷을 벗겠다는 서약이라도 해야 한다. 전·현직 고위 간부가 적절치 못한 처신으로 조직에 누를 끼치고, 비리 혐의로 교도소를 들락거리는 현실을 보면 더욱 그렇다. 전쟁을 치러야 할 대상을 ‘전국의 경찰관’으로 특정한 건 정말 위험한 발상이다. 부패·비리 근절을 위해 전국적으로 10년 이상된 경찰관을 모조리 뒤바꾸겠다는 김 청장의 호언이 이를 뒷받침한다. 자칫 부작용만 적잖이 초래할 수 있다. 가장 문제가 심각한 곳을 골라 본때를 보여야지, 빈대 잡자고 초가삼간을 태우는 식이 돼서는 곤란하다. 부패·비리와의 전쟁을 치르는 와중에도 소위 ‘물 좋은’ 강남 권역으로 가지 못해 안달하는 경찰관들이 득실거리는 게 현실이다. 서울 지역 경무관·총경 승진자 중 강남지역 서장이나 과장 출신이 얼마나 되는지를 먼저 따져보라. 구조적인 문제의 출발점이 어디인지를 쉽게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경찰 부패·비리는 ‘인사 양극화’와 직결돼 있다. 수장이 바뀔 때마다 조직을 신설하는 것도 신중해야 한다. 이강덕 전 서울청장은 취임 후 실종팀을, 김용판 서울청장은 주폭팀을 신설했다. 사회적 관심에 따른 대처로 보이지만 수장의 업적이나 치적용이란 비아냥도 있다. 기존의 팀에서 인원을 차출해 새 팀을 만드는 건 윗돌을 빼서 아랫돌을 메우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기왕 팀을 만든다면 근원적인 대안 찾기에 초점을 맞춰 접근해야 한다. 주폭팀을 예로 들면 술 먹고 행패 부린다고 무작정 잡아넣는 게 능사가 아니다. 이들을 둘러싼 주변 환경을 좀 더 분석해 사회적 범죄 유발을 막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얘기다. 국세청장 대행을 지낸 한 인사는 직원들에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고 한다. “내가 그만두고 나간 뒤에는 하지 않아도 될 일이라고 판단된다면 하지 말라.” 필요한 일, 해야 할 일을 시키고 이를 앞장서 실천할 때 리더는 빛난다. ‘부패·비리와의 전쟁’은 김 청장 이후 더 이상 신임 청장의 과제가 되지 않았으면 한다. bcjoo@seoul.co.kr
  • BBK·조현오·저축銀도 맹탕 수사?

    BBK·조현오·저축銀도 맹탕 수사?

    다음 달 초 간부 인사를 앞둔 검찰이 굵직한 사건들을 줄줄이 종결하거나 결과 발표를 서두르고 있다. 검찰은 통합진보당 관련 사건 등 ‘선거·공안’ 사건을 제외하고는 대검찰청이나 서울중앙지검이 진행하고 있는 주요 사건을 이달 안에 모두 처리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봐주기 수사’라는 비난을 받고 있는 이명박 대통령 내곡동 사저 부지 매입의혹 사건 등과 마찬가지로 ‘졸속·부실’ 처리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17일 “검사장 이상 고위간부는 7월 초, 부장검사급은 7월 중순 인사가 예정돼 있다.”면서 “가급적 인사 전에 사건을 마무리해 후임자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사건 담당자들이 마무리 수사에 열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 대통령이 직·간접적으로 연루된 ‘3대 권력형 비리 의혹사건’ 가운데 내곡동 사저 부지 매입 의혹, 민간인 불법 사찰 및 증거인멸 사건 등을 이미 처리했다. 결과는 여론의 기대치에 크게 못 미쳐 ‘면죄부·부실·봐주기’ 수사라는 비난이 제기됐다. 야권 등은 특별검사 도입과 국정감사를 벼르고 있다. 이 대통령과 관련된 또 다른 사건인 ‘BBK 가짜 편지’ 의혹도 이르면 이번 주 중 수사결과가 발표될 예정이다. 하지만 앞선 두 사건과 마찬가지로 결과는 신통치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가짜 편지’를 기획한 ‘배후’로 이상득 전 새누리당 의원 등 여권 핵심 실세들이 지목됐지만 검찰이 그 실체를 규명할지는 현재로선 불투명하다. 재야법조계의 한 인사는 “이 대통령의 고향인 대구·경북(TK)과 동문인 고대 출신이 각각 법무부와 검찰 수뇌부를 구성하고 있는 상황에서 검찰이 여권 핵심을 건드리기는 역부족”이라고 꼬집었다. 검찰 관계자는 “한·미 양국 간 자동 출입국 심사 프로그램 행사 참석 등을 위해 지난 11일 미국·브라질 등지로 출국한 권재진 법무장관이 21일 귀국하기 전까지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들은 모두 털어내려 한다.”고 전했다. 1차 수사를 마무리하고 2차 수사를 준비하는 사건들도 적지 않다. 저축은행비리 합동수사단의 솔로몬·미래·한국·한주 등 4개 저축은행 비리 수사와 룸살롱 황제 이경백(40·복역 중)씨의 공무원 뇌물 상납 사건 등이 대표적이다. 저축은행 비리는 정·관계 로비, 이씨 사건은 고위직 경찰과의 유착 등이 2차 수사의 핵심이다. 하지만 하반기부터는 본격적인 대선 국면에 접어들 것이라는 점에서 2차 수사의 ‘파괴력’은 1차 수사에 크게 못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검찰은 또 이번 주 중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딸 정연씨의 서면답변서가 도착하는 대로 정연씨가 연루된 미국 맨해튼 소재 고급 아파트 매입 과정에서의 100만 달러 송금 의혹 사건을 마무리 짓고 조현오 전 경찰청장의 고 노 전 대통령 차명계좌 발언과 관련한 명예훼손 고발사건 결과도 곧 발표할 예정이다. 김승훈·홍인기기자 hunnam@seoul.co.kr
  • 부인 “엄청난 일 저질러 조마조마”…‘대선출마 반대’ 딸 숨어서 지켜봐

    “김정숙의 남편 문재인입니다. (관중들에게) 나는 김정숙을 사랑한다. 에이 됐네요. 그만….”(문재인 상임고문), “이렇게 엄청난 일을 저지르고 나니 안타깝고 조마조마해요.”(문 고문의 부인 김정숙씨) 17일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 민주통합당 문재인 상임고문이 이날 저녁 서울 동대문구 경희대에서 열린 ‘스피치콘서트 바람-내가 꿈꾸는 나라, 우리가 바라는 대통령’에 가족들과 함께 참석해 출마 소회를 밝혔다. ‘나는 꼼수다’ 패널인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와 가수 호란의 사회로 가족 토크쇼로 진행된 ‘문재인을 말하다’에서는 “연애 시절 스킨십은 만난 지 며칠 만에 했나.”, “부인에게 사랑한다고 고백하라.” 등 가족사에 대한 짓궂은 질문이 이어지기도 했다. 이날의 하이라이트는 문 고문이 부인 김정숙(57)씨, 아들 준용(30)씨와 독립문을 통과해 단상으로 오를 때였다. 지지자들은 ‘문재인 대통령’을 연호했고, 문 고문이 연설하는 동안 10여 차례에 걸쳐 박수가 쏟아졌다. 문 고문은 특히 시인 출신인 도종환 의원의 시 ‘담쟁이’ 일부를 낭독하며 “우리 모두 담쟁이처럼 두 손 꽉 잡고 벽을 넘자.”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문 고문의 출마에 반대해 이날 출마 선언 행사에 참석하지 않겠다고 했던 딸은 군중 속에 숨어서 아버지를 지켜봤다. 문 고문은 그런 딸에게 미안하다는 애틋한 감정을 표현했다. “처는 정치를 반대했지만 또 나오니까 국회의원 선거를 도왔고, 앞으로도 도와주리라고 생각한다.”면서도 “딸한테는 꼼짝 못 하겠다.”고 웃음으로 얼버무렸다. 부인 김정숙씨는 “늘 성실하게 살아온 남편이 청와대에 들어가서 아침마다 자신을 다잡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안타까웠다.”며 “이제 이만하면 한 개인이 사회나 사람들에게 성실하게 했다고 생각했는 데 또 이렇게 엄청난 일을 저지르고 나니 조마조마하다.”고 사랑이 담긴 눈길로 남편을 흘겼다. 문 고문도 김씨에게 쓴 편지를 낭독하며 “대통령이 되어서 국민의 삶을 바꾸고 나라를 바꿔보려 나섰습니다. 이제 힘든 여정이 우리를 기다리지만 결심한 이상 난 견뎌낼 자신이 있습니다. 위대한 대통령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국민의 소박한 행복을 지키는 대통령이 되고 싶고 당신과 함께 열심히 하고 싶습니다.”라고 고백했다. 아들 준용씨는 아버지가 천생 경상도 남자라며 “집에 오면 딱 두 마디 하신다. 밥 도(줘). 불 꺼라.”라고 말해 문 고문을 당황케 했다. 그러면서도 “청렴결백한 아버지를 늘 자랑스럽게 생각했고, 묵묵히 뒤에서 아들을 지원해 주는 모습이야말로 우리가 바라는 대통령의 모습이 아닐까 한다.”고 말했다. 문 고문은 토크쇼 말미에 “노무현 대통령을 통해 현실 정치가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가족과 주변 사람들에게도 참으로 고통스럽게 가는 길을 지켜봐 정치는 할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지만, 국민이 원하는 방향으로 달라지도록 그런 역할을 해보자고 생각했다.”고 출마 결심을 설명했다. 그는 “앞으로 치열한 경쟁이 남아 있지만 그 결과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않는다.”며 “함께 희망을 주는 세상을 만들어 나가자.”고 강조했다. 안동환·이범수기자 ipsofact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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