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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태원 회장 가정사 심경고백 편지 전문

    기업인 최태원이 아니라 자연인 최태원이 부끄러운 고백을 하려고 합니다. 항간의 소문대로 저의 결혼생활은 순탄치 않았습니다. 성격 차이 때문에, 그리고 그것을 현명하게 극복하지 못한 저의 부족함 때문에, 저와 노소영 관장은 십년이 넘게 깊은 골을 사이에 두고 지내왔습니다. 종교활동 등 관계회복을 위한 노력도 많이 해보았으나 그때마다 더 이상의 동행이 불가능하다는 사실만 재확인될 뿐, 상황은 점점 더 나빠졌습니다. 그리고 알려진 대로 저희는 지금 오랜 시간 별거 중에 있습니다. 노 관장과 부부로 연을 이어갈 수는 없어도, 좋은 동료로 남아 응원해 주고 싶었습니다. 과거 결혼생활을 더 이상 지속할 수 없다는 점에 서로 공감하고 이혼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를 이어가던 중에 우연히 마음의 위로가 되는 한 사람을 만났습니다. 그리고 그분과 함께하는 삶을 꿈꾸게 되었습니다. 당시 제 가정상황이 어떠했건, 그러한 제 꿈은 절차상으로도, 도의적으로도 옳지 않았습니다. 새로운 가정을 꾸리기 전에 먼저 혼인관계를 분명하게 마무리하는 것이 순서임은 어떤 말로도 변명할 수 없음을 알고 있었습니다. 그 무렵 시작된 세무조사와 검찰수사 등 급박하게 돌아가는 회사 일들과, 저희 부부와 복잡하게 얽혀 있는 여러 이해관계자들의 입장을 고려하다 보니 본의 아니게 법적인 끝맺음이 차일피일 미뤄졌습니다. 그러던 중 수년 전 여름에 저와 그분과의 사이에 아이가 태어났습니다. 노 관장도 아이와 아이 엄마의 존재를 알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이런 사실을 세상에 숨겨왔습니다. 아무것도 정리하지 못한 채로 몇 년이라는 세월이 또 흘렀습니다. 저를 둘러싼 모든 이들에게 고통스러운 침묵의 시간이었을 것입니다. 공개되는 것이 두렵기도 했지만, 자랑스럽지 못한 개인사를 자진해서 밝히는 게 과연 옳은지, 한다면 어디에 고백하고 용서를 구해야 할지 혼란스러웠습니다. 하지만 이미 오래전에 깨진 결혼생활과 새로운 가족에 대하여 언제까지나 숨긴다고 해결될 일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진실을 덮으면 저 자신은 안전할지도 모르지만, 한쪽은 숨어 지내야 하고, 다른 한쪽은 마치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살아야 합니다. 이 일은 제 지위와 안전에 국한된 일이 아니라 저를 비롯한 몇 사람들의 앞으로도 지속될 삶에 관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제가 평소 동료에게 강조하던 가치 중 하나가 ‘솔직’입니다. 그런데 정작 제 스스로 그 가치를 지키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 너무 부끄러웠습니다. 그래서 지극히 개인적인 치부이지만 이렇게 밝히고 결자해지하려고 합니다. 우선은 노 관장과의 관계를 잘 마무리하려고 합니다. 노 관장과, 이제는 장성한 아이들이 받았을 상처를 보듬기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모두 할 생각입니다. 그리고 제 잘못으로 만인의 축복은 받지 못하게 되어버렸지만, 적어도 저의 보살핌을 받아야 할 어린아이와 아이 엄마를 책임지려고 합니다. 두 가정을 동시에 유지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옳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가정사로 실망을 드렸지만, 경제를 살리라는 의미로 최근 제 사면을 이해해 주신 많은 분들께 다른 면으로는 실망을 드리지 않겠습니다. 제 불찰이 세상에 알려질까 노심초사하던 마음들을 빨리 정리하고, 모든 에너지를 고객, 직원, 주주, 협력업체들과 한국 경제를 위해 온전히 쓰고자 합니다. 제 가정 일 때문에, 수많은 행복한 가정이 모인 회사에 폐를 끼치지 않게 할 것입니다. 알려진 사람으로서, 또 건강한 사회를 만들어야 할 구성원 중 한 명으로서 큰 잘못을 한 것에 대해 어떠한 비난과 질타도 달게 받을 각오로 용기 내어 고백합니다. 2015. 12. 26 최태원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한·일 오늘 ‘위안부 담판’] “10억원대 기금 조성도 수용 못 해… 아베, 직접 와서 사죄해야”

    [한·일 오늘 ‘위안부 담판’] “10억원대 기금 조성도 수용 못 해… 아베, 직접 와서 사죄해야”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놓고 한·일 외교 수장 간 담판이 예정된 가운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은 일본 총리를 포함한 지도급 인사의 진정성 있는 사죄를 촉구했다. 위안부 피해자 쉼터인 경기 광주시 ‘나눔의 집’에서 지내는 이옥선(88) 할머니는 27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나눔의 집에 와서 피해자에게 무릎을 꿇고 진심으로 사죄해야 한다”면서 “(1991년 고 김학순 할머니 첫 위안부 공개 증언 이후) 20년 넘게 기다렸다. 편지 보낼 생각 말고 직접 와서 당당하게 잘못을 인정하라”고 말했다. 유희남(87) 할머니는 “일본 총리가 못 오면 전쟁 책임이 있는 일왕이라도 직접 찾아와서 사죄해야지”라고 따졌다. 일본 정부 예산으로 약 10억원 규모의 새로운 기금을 만들어 위안부 피해자에게 의료복지비를 지원한다는 보도에 대해서도 당사자들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 할머니는 “내가 지금까지 돈 바라고 이런 줄 아느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강일출(87) 할머니는 “전에 만든 기금(1995년 일본에서 발족한 민간 기금인 ‘여성을 위한 아시아평화국민기금’)과 다를 바 없다”며 “일본 정부의 법적 배상과 공식 사죄만이 정답”이라고 말했다. 일본 언론이 정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에 있는 위안부 평화비(‘소녀상’)를 서울 남산에 들어서는 추모공원 ‘위안부 기억의 터’로 옮길 예정이라고 보도한 것에 대해서도 강하게 반발했다.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가 운영하는 쉼터에 거주하는 김복동(89) 할머니는 “우리 후손에게 다시는 그런 일이 없도록 역사를 배우게 하려고 세운 건데 왜 자꾸 없애라 하는 건지 모르겠다”면서 “우리 땅에 우리가 세웠는데 왜 자꾸 일본이 이래라저래라 하는 것이냐”고 비판했다. 정대협도 26일 성명을 통해 “소녀상 철거 조건을 내세우는 것 자체가 역사를 제거하려는 폭력적 시도이며 문제 해결의 또 다른 걸림돌”이라고 주장했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사설] 日 언론플레이 접고 위안부 타결 진정성 보이라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무상이 오늘 오후 서울에서 만나 일본군 위안부 문제 타결을 위한 담판을 벌인다. 한·일 양국은 어제까지 1년 8개월간 모두 12차례의 국장급 협의를 이어가면서 위안부 문제 타결을 절충해 왔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특명을 받은 기시다 외무상이 우리 측 요구사항을 충실히 반영해 진정성을 담은, 한층 진전된 타결 방안을 내놓길 기대한다. 위안부 문제가 한·일 관계의 진전을 가로막는 결정적인 장애물이라는 사실을 감안하면 한·일 국교정상화 50주년인 올해 안에 이 매듭을 확실하게 풀고, 미래지향적인 한·일 관계를 새롭게 만들어 나가는 것이 마땅하다. 아베 총리도 지난달 박근혜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이런 취지의 박 대통령 발언에 공감하지 않았는가. 세상 이치대로라면 일본이 결자해지 즉, 매듭을 풀 수 있는 해법을 내놓아야만 한다. 게다가 그 해법 또한 받아들일지 여부는 전적으로 우리와 피해 할머니들에게 달려 있는 것이다. 말하기조차 참담한 고통을 겪은 피해 할머니들에게 진정성 있는 사죄와 배상을 하기는커녕 마치 시혜를 베풀듯 더이상 위안부의 ‘위’ 자도 꺼내선 안 된다든가 하는 등의 황당한 조건을 내걸어선 절대 안 된다. 그런데 지금 해괴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외교장관 회담을 앞두고, 확인되지 않은 내용이 일본 언론을 통해 융단폭격 식으로 쏟아지고 있다. 애드벌룬을 띄워 담판 분위기를 유리하게 이끌려는 언론플레이로 볼 수밖에 없다. 어제도 한·일 양국이 내년 3월 미국 워싱턴에서 열리는 핵안보정상회의 때 양국 정상회담을 열어 위안부 문제의 최종 타결을 확인한 뒤 공동문서를 발표하는 방안이 부상하고 있다고 교도통신이 보도했다. 요미우리신문 등은 한국 정부가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 설치된 위안부 소녀상의 이전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아베 총리가 편지 형태로 책임과 사죄를 언급할 계획이라는 보도까지 나왔다. 아베 총리가 지난 24일 기시다 외무상에게 연내 한국 방문을 지시한 사실도 일본 언론을 통해 먼저 전해졌다. 외교장관 회담 등은 양국 공식 발표라는 절차를 거치는 게 상례인데 저의를 의심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이번 담판의 진정성에 강한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일본은 다시는 문제 제기를 하지 않을 것이라는 ‘최종 해결’ 보장과 위안부 소녀상 철거를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일청구권협정으로 모든 법적 책임은 마무리됐다며 위안부 문제는 도의적 책임과 인도주의적 지원에 방점을 두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진정성 있는 해법을 제시하지 않는 한 위안부 문제는 해결될 수 없음을 일본은 명심해야 한다. 생존해 있는 46명의 피해 할머니들이 모두 수용할 수 있도록 진심을 담아 공식적으로 사죄를 하고, 피해 할머니들에게 자행된 육체적·정신적 만행에 대한 충분한 배상도 이뤄져야 한다. 언론플레이를 통해 여론을 호도하는 일은 더이상 있어서는 안 된다. 피해 할머니들과 우리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진정성이 엿보인다면 주한 일본대사관 앞의 위안부 소녀상도 평화와 화해의 소녀상으로 바뀔 수 있다.
  • [한방으로 잡는 건강] 독립운동과 함께한 활명수·우황청심원

    한의학은 민족 의학으로 우리 민족의 애환과 함께했으며, 일제강점기 일제의 민족혼 말살 정책으로 숱한 억압을 받았다. 그 영향인지 독립운동가 중에는 한의사가 많다. 한의사 강우규 의사가 대표적이다. 진료 활동으로 벌어들인 돈으로 학교를 설립해 계몽운동을 하는 등 교육을 통한 독립운동에 매진했다. 그는 1919년 3·1 독립만세 운동 이후 일본 총독을 암살하고자 서울역 광장에서 폭탄을 던져 의열단 설립의 결정적 계기를 마련했고, 항일 의열 독립 투쟁의 서막을 열었다. 한약을 판 돈은 독립운동 군자금으로 쓰였다. 그중에는 우리에게 익숙한 한방제제도 있다. 활명수와 우황청심원이다. 활명수는 원래 궁중 어의들만 사용하는 궁중 비방이었다. 이를 1897년 대한제국의 선전관이었던 노천 민병호와 그의 장남 민강이 동화약방을 창업하며 한의 신약으로 판매했다. 수익은 독립운동 군자금으로 쓰였다. 활명수에는 현호색, 후박, 육구두, 정향, 진피, 창출, 건강, 계피, 고추팅크, 멘톨, 아선약 등이 들었다. 추출 방법과 보관, 판매 등에서 근대적 제약의 형태를 띤 대한민국 최초의 제약화된 한약이다. 우황청심원도 빠질 수 없다. 조선무약의 창립자이자 3~4대 대한한의사협회 회장이기도 했던 일송 박성수는 1920년 독립운동에 가담했다가 체포돼 옥고를 치르고서 1925년 조선무약을 설립해 솔표 우황청심원을 개발했다. 조선무약은 설립 초기부터 방방곡곡에 약재를 사고팔고 나르면서 약재 속에 독립운동의 편지를 함께 전달, 독립운동 조직의 연락책 역할을 톡톡히 해 냈다. ■도움말 조희근 대한한의사협회 약무이사
  • 서정주·박목월 詩 그림으로 만나다

    서정주·박목월 詩 그림으로 만나다

    매년 시인의 작품을 소재로 한 그림들을 중심으로 전시회를 열어 온 갤러리 서림이 올해에는 탄생 100년을 맞은 미당 서정주(1915~2000)와 박목월(1915~1978) 시인의 작품을 중심으로 제29회 ‘시(詩)가 있는 그림’전을 연다. 금동원, 노태웅, 윤시영, 윤장열, 이명숙, 이중희, 전준엽, 정일, 황은화, 황주리 등 10명의 화가가 각자 좋아하는 시를 이미지로 재탄생시킨 작품을 선보인다. 소나무를 모티프로 동양적 분위기의 서양화 작업을 하는 전준엽 작가는 미당의 시 ‘연꽃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를 특유의 구도와 색감으로 표현한다. 연꽃과 소나무, 강물을 통해 인생의 철학을 담아냈다. 문학적 소양으로 글 잘 쓰기로 이름난 황주리는 어린 시절 첫사랑에 대한 애틋한 마음을 그린 미당의 시 ‘편지’를 함축미 있게 화폭에 담았다. 노태웅 작가는 박목월 시인의 ‘가을 어스름’을 통해 아늑한 시골의 가을 정취를 특유의 부드러운 색감으로 표현했다. 색면 추상작업을 하는 이명숙 작가는 미당의 ‘풀리는 한강가에서’를 오방색을 주조색으로 우리 인생의 한과 희망을 동시에 담아낸 작품으로 재구성했다. 인간의 내면에 있는 동화적 세계를 풀어내는 작업을 하는 정일 작가는 미당의 ‘귀촉도’를 때묻지 않은 순수한 시선으로 바라봤고 이중희 작가는 ‘국화 옆에서’를 단청 색상을 바탕으로 한 반추상의 작품으로 담아냈다. 금동원은 인생과 사랑, 그리움을 표현한 박목월의 시 ‘나그네’를 생명력 넘치는 이미지로 되살렸으며 윤장렬은 박목월의 시 ‘춘일’을 불교적이며 향토적인 정서를 담아 그렸다. 윤시영은 극사실적인 기법으로 눈 속에 떨어져 있는 붉은 홍시 감을 통해 박목월의 시 ‘눈이 온 아침’을 형상화했다. 시인이기도 한 갤러리 서림의 김성옥 대표는 “선조들이 즐겼던 전통시화는 삼절(三絶)이라 해서 시·서·화가 하나로 잘 조화된 형태이지만 현대작품은 글자가 오히려 회화성을 방해하는 경우가 많아 글자 없이 시의 이미지를 그림으로 형상화해 그 작품세계가 잘 수용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시화전에 출품된 작품들은 ‘시가 있는 그림달력’으로 만들어 한 해 동안 두고 감상할 수 있도록 했다. 전시는 1월 12일까지. (02)515-3377. 함혜리 선임기자 겸 논설위원 lotus@seoul.co.kr
  • (영상) 나를 돌아봐 송해, 뭉클한 결혼식 현장

    (영상) 나를 돌아봐 송해, 뭉클한 결혼식 현장

    방송인 송해와 부인 석옥이 여사가 감동의 눈물을 흘렸다. 25일 방송된 KBS2 ‘나를 돌아봐’에서 송해와 그의 부인은 63년 만에 결혼식을 올렸다. 이날 결혼식은 조우종의 인사말과 함께 시작했다. 이후 전국 노래 자랑 악단이 등장해 연주를 하며 버진 로드를 걸어갔다. 이후 멤버들도 각자 흥겨운 춤을 추며 버진로드를 걸어갔다. 특히 이경규와 박명수는 남다른 재롱으로 하객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조우종은 “송해군이 입장한다. 큰 박수로 맞아 달라”고 말하자 송해가 등장했다. 그는 두 손을 들고 식장을 걸어 들어왔다. 이어 조우종은 송해의 부인 석옥이 여사를 소개했다. 석 여사는 수줍은 표정으로 한 걸음 한걸을 발을 내딛었다. 송해는 그녀를 바라보며 “천천히 걸어오라”고 말하며 부인 손을 꼭 잡았고, 둘은 눈물을 참지 못해 보는 이들에게 감동은 선사했다 이날 송해는 아내를 위해 직접 써 온 편지를 낭독했다. 송해는 함께한 세월동안의 고마움, 미안한 마음 등을 전하며 아내는 물론 보는 이들마저 눈물짓게 했다. 사진 영상=KBS2 ‘나를 돌아봐’ 방송분(네이버 TV캐스트) 연예팀 seoulen@seoul.co.kr
  • [사설] 日 ‘위안부 특사’ 미래 향한 돌파구 만들라

    일본군 위안부 문제로 교착 상태에 빠진 한·일 양국이 돌파구 마련에 나선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무상에게 위안부 문제의 타결을 위한 연내 한국 방문을 전격 지시한 것이다. 이에 따라 오는 28일 서울에서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 기시다 일본 외무상이 외교장관 회담을 갖고 실무진들의 협의 내용을 토대로 위안부 문제에 대해 최종 담판을 짓게 된다. 올해 한·일 수교 50주년을 맞았지만 양국 관계는 그 어느 때보다도 악화된 상황이다. 양국 관계는 위안부 문제에서 교착 상태에 빠지면서 한 발도 진전하지 못했다. 그동안 11차례 열린 양국 국장급 협의에서 결론을 내지 못했고 결국 장관급 협상에서 극적인 반전을 모색하는 것이다. 아베 총리의 외교책사로 알려진 야치 쇼타로 국가안보국장과 일본 대사 출신인 청와대 이병기 비서실장 사이에서 협의가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측도 분위기 조성에 애를 썼다. 우리 법원이 세월호 사고 당시 박근혜 대통령의 행적을 잘못 보도해 재판에 넘겨진 산케이신문 전 서울지국장에게 무죄판결을 내린 데 이어 헌법재판소는 한·일 청구권협정 관련 헌법소원의 각하(却下)를 결정했다. 양국 관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었던 사안들이 일단 해결된 상황이다. 위안부 문제 해결의 쟁점은 일본 정부의 책임 인정 여부였다. 그동안 일본 정부는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으로 위안부 문제의 법적 책임이 종료됐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실마리조차 찾지 못했다. 절충선에서 문제 해결을 위해 다양한 방안을 논의하면서 일본 정부가 군 위안부 피해자 지원을 위해 10억원 이상 규모의 새 기금을 설립하는 방안이나 아베 총리가 피해자들에게 편지를 보내는 형식으로 ‘책임’과 ‘사죄’를 언급하는 방식이 거론되고 있다. 일본 총리의 사과와 피해자 보상이 담긴 ‘사사에 안(案)’을 토대로 절충점을 찾을 것이란 관측이다. 경색된 한·일 관계 개선의 실마리를 군 위안부 문제 해결에서 찾아야 한다는 것이 박 대통령의 대일 외교 기본 원칙이다. 반면 일본 정부는 침략의 과거사를 미화하고 군사대국화의 길을 걸으면서 한국의 주장이 편협한 주장이라고 선전하는 이중적 태도를 고수해 왔다. 이런 맥락에서 이번 회담이 한·일 관계 개선을 강력하게 종용하고 있는 미국이나 국제적 시선을 의식해 책임 전가를 위한 외교의 장으로 변질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아베 총리는 기회 있을 때마다 한·일 양국의 미래지향적 관계 발전을 강조해 왔다. 과거사의 무거운 짐을 화해와 상생의 마음으로 내려놓기 위해서는 가해자인 일본이 결자해지(結者解之)의 정신으로 풀어 가는 것이 순리다. 한국민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일본 정부가 과거사 그대로를 인정하고 일본군에 끌려가 온갖 고통을 겪은 위안부 할머니들의 상처를 어루만져 달라는 것이다. 한·일 양국은 ‘상생의 이웃’으로 공존공영의 길을 걸으며 동북아 평화 안정에 기여할 책무가 있다. 이를 위해 아베 총리는 편협된 시각에서 벗어나 더 큰 시선으로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결단을 내려야 한다.
  • 아베 “내가 책임진다”… ‘책임·사죄’ 언급 등 일괄 타결 시도

    아베 “내가 책임진다”… ‘책임·사죄’ 언급 등 일괄 타결 시도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오는 28일 열릴 한·일 외교장관 회담에서 단숨에 최종적으로 해결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양측이 모든 쟁점을 해결한 상태에서 만나는 것이 아니라 압축된 쟁점들을 놓고 장관들이 ‘일괄타결’을 시도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양국 국장급 접촉에 이어 이병기 청와대 비서실장과 야치 쇼타로 일본 국가안보국장 간의 지난 22~23일 거듭된 협의 이후 각료급 회담이 열리면서 타결 기대감이 한층 높아진 것은 사실이다. 일본 총리실 관계자는 25일 “양측이 몇몇 문제에서 이견을 해소하지 못했다”며 “이런 상황에서 아베 신조 총리가 기시다 후미오 외무상을 보내기로 한 것”이라고 전했다. 아베 총리는 전날 기시다 외무상에게 방한을 지시하면서 “내가 책임진다”고 말한 것으로 요미우리신문이 전했다. 한국 측은 당초 쟁점을 더 좁히고 해결이 가시화되는 시점에서 외교장관회담 개최를 희망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일본 측이 동시 발표라는 외교적 관례를 무시하고 자국 언론을 통해 외무상 파견을 기정사실화하는 등 밀어붙이는 데 한국이 끌려가는 상황이 된 셈이다. 문제 해결을 위해선 무엇보다도 정치적 결단이 필요하다. 남은 쟁점들은 실무선에서 타개할 수 없는 것들이기 때문이다. 한국 측에 유리한 완벽한 해결보다는 양보와 타협이 필요한 상황에서 합의의 수위 조절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전문가들 사이에서 많이 나온다. 높은 단계의 합의냐 낮은 단계의 합의냐, 아니면 합의 미루기냐 등의 갈림길에 선 셈이다. 교도통신은 이날 “기시다 외무상이 회담에서 위안부에 강제성은 없었다는 확인을 요구할 태세여서 반발을 부를 가능성도 있다”고 보도했다. 일본 측은 정부가 강제한 증거를 찾을 수 없다는 입장을 유지해 왔다. 일본이 이런 입장을 고수하고 한국은 이에 반박하는 형태가 된다면 위안부 강제성을 두고 또 다른 갈등이 빚어질 가능성도 있다. 일본 정부가 준비하는 대책에는 피해자 지원 기금 설립, 총리 등 책임 있는 당국자의 사과, 주한 일본대사의 면담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정부는 피해자 지원을 위해 1억엔(약 9억 7000만원)을 초과하는 규모의 새 기금 설립 방안을 내놓고 있다. 일본 정부가 예산을 투입해 설립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새로운 기금은 아시아여성기금 후속 사업을 대폭 확대하는 형태다. 피해자 명예 회복을 위해 아베 신조 총리나 책임 있는 당국자가 피해자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통해 ‘책임’과 ‘사죄’를 언급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사죄 표현은 전쟁 때 많은 여성들의 존엄과 명예가 깊은 상처를 받은 것을 언급하며 “마음으로부터의 사죄와 반성”을 표명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요미우리가 전했다. 일본 측에 ‘책임’은 ‘법적 책임’이기보다는 ‘도의적 책임’을 의미하는 쪽이 강하다. 주한 일본대사가 피해자들과 면담하며 사죄하는 방안도 제기된다. 일본이 한국 측에 제시한 요구 조건들도 만만찮다. 우선 협상이 타결되면 다시는 문제를 제기하지 않고 돌이킬 수 없는 것임을 확약하라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최종 해결’을 언급하는 방안도 대안 중 하나로 거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에 있는 주한 일본대사관 앞의 위안부 소녀상을 철거하고, 미국 등 세계 각국에 추진되는 소녀상 설치를 중단하라는 요구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위안부 자료의 유네스코 등재 포기도 포함됐다. 일본 대사관 앞의 위안부 소녀상에 대해 한국 측에서는 협상 타결 후 기념관 등으로 자발적으로 옮기는 방안이 제기되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전했다. 이런 것은 한국 정부가 수용하기 쉽지 않은 조건들이다. 또 피해자들과 관련 민간단체들의 역할과 입장도 큰 변수다. 한국 정부 지도자들만의 결단으로 가능하지 않다. 일본에 비해 한국 정부가 훨씬 무거운 짐을 진 형세다. 도쿄 이석우 특파원 jun88@seoul.co.kr
  • “우리 마을에 산타 살고 있어” 북유럽 ‘원조’ 경쟁

    성탄을 맞은 전 세계가 ‘크리스마스앓이’를 하고 있다. 산타의 고향으로 알려진 북유럽에선 ‘원조’ 산타의 집을 가리자며 핀란드와 스웨덴, 노르웨이 등이 경쟁에 불을 댕겼다. 이상 고온으로 무산된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대신해 38년 만의 ‘크리스마스 보름달’이 지구촌 밤하늘을 비출 것이란 반가운 소식도 들려 왔다. AP는 23일(현지시간) 자국에 산타클로스가 살고 있다고 주장하는 북유럽 국가들의 이야기를 비중 있게 다뤘다. 핀란드에선 어린이들이 북쪽 황무지 코르바툰투리에, 스웨덴에서는 작은 마을 모라에 각각 산타가 살고 있다고 믿는다. 또 노르웨이 어린이들은 수백년 전 태어난 산타가 오슬로 협만 드뢰백의 바위 밑에 산다고 배우며, 덴마크에서는 자치령인 그린란드에 있다고 배운다. 산타클로스의 고향이 여기저기 널려있는 셈이다. 가장 유리한 고지를 점한 곳은 핀란드이다. 1920년대 한 라디오 방송 진행자가 “‘귀의 산’인 코르바툰투리에 산타가 살고 있어 모든 아이의 소원을 들을 수 있다”고 말한 것이 전 세계로 전파를 타면서 믿음이 깊어졌다. 공영방송인 YLE는 1960년부터 매년 붉은 망토를 두른 산타클로스가 순록이 끄는 썰매를 타고 자신의 통나무집을 나서 전 세계로 향하는 영상을 방영해 왔다. 테마공원인 ‘산타 마을’이 자리한 유럽 최북단인 핀란드 로바니에미에는 매년 전 세계 어린이들이 보낸 50만장 가까운 편지가 도착한다. 이 마을에선 산타클로스가 비서들의 도움을 받아 산타 도장이 찍힌 답장을 어린이들에게 보낸다. 해마다 30만명 가까운 관광객이 몰리면서 관광 수입만 매년 2억 1000만 유로(약 2690억원)에 달한다. 스웨덴 중부의 모라에는 ‘산타 월드’가 자리한다. 올해에만 산타를 찾는 40만장의 편지가 답지했고, 5만명이 넘는 인파가 몰렸다. 산타의 집, 오로라 호수, 난쟁이가 사는 집 등 볼거리도 풍성하다. 이 밖에 노르웨이 오슬로에선 매년 세계에서 가장 성대한 크리스마스 전야제와 박람회가 열린다. 덴마크에서는 코펜하겐 시청 앞 광장에 세계에서 가장 큰 크리스마스트리가 점등되고, ‘크리스마스 올드 타운’이 관광객을 불러 모은다. 이같이 충만한 성탄 분위기와 달리 이슬람국가인 브루나이와 타지키스탄, 소말리아는 잇따라 종교적 이유로 크리스마스 금지령을 내렸다. 동남아 산유국인 브루나이는 공개적인 장소에서 기독교 명절인 크리스마스를 기념할 경우 최대 5년의 징역형에 처하겠다고 밝혔다. 소말리아에선 이슬람 극단주의 조직의 표적이 될 수 있다며 관련 행사를 금지했다. 미국 동부에선 제트기류가 불러온 ‘이상 고온’이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망쳤다. 북동부 도시의 수은주가 역대 최고 수준으로 치솟으면서 워싱턴DC·리치먼드 영상 22.2도, 뉴욕·필라델피아 20.5도로 초여름 날씨 속에서 크리스마스를 맞게 됐다. 성탄 트리 매출은 급감한 반면 아이스크림 매출은 특수를 빚을 것이라고 외신들은 전했다. 반면 UPI는 ‘빅 문’, ‘러키 문’ 등으로 불리는 크리스마스 보름달이 이상 고온으로 망친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보상해 줄 것이라 내다봤다. 크리스마스 보름달은 1977년 이후 38년 만으로, 미국 동부 시간으로 25일 오전 6시(한국시간 25일 오후 8시) 절정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과학기술 산실 KIST 지나온 50년을 담고 다가올 50년을 열다

    과학기술 산실 KIST 지나온 50년을 담고 다가올 50년을 열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이 내년 2월 설립 50주년을 맞아 과거를 기억하고 미래를 기념하기 위한 ‘타임캡슐’ 공원을 조성한다고 24일 밝혔다. 원통형 스테인리스 특수강으로 만들어지는 타임캡슐은 높이 120㎝, 지름 80㎝, 두께 3㎝의 외부 용기에 높이 107㎝, 지름 73㎝, 두께 1㎝의 내부 용기가 들어가는 이중 형태다. 타임캡슐에는 지난 50년의 주요 성과를 확인할 수 있는 사진을 포함한 각종 사료와 축하 영상, 직원 명부, 각 부서 단체사진, 신입 직원 임명장, 급여명세서, 식당 메뉴표와 식권, 설립 초기 건물 설계 도면 및 조감도, 실험 도구, 명함, 신분증, 실험복, 전화기, 결재판, 각종 현수막이 들어간다. 또 미래 KIST 직원에게 보내는 영상 편지와 미래의 KIST에 바라는 점 등을 담은 USB 등이 담긴다. 타임캡슐은 설립 50주년인 내년 2월 4일 봉인돼 50년 뒤 KIST 설립 100주년이 되는 2066년 2월에 개봉될 예정이다. 타임캡슐이 매립되는 본관 앞 공간은 작은 공원 형태로 조성될 예정이다. 이돈재 KIST 문화홍보실장은 “반세기 넘게 선진 기술 추격을 통한 국가 경제 발전에 기여하는 임무를 성공적으로 달성해 온 KIST가 새로운 50년을 준비하고 기념한다는 차원에서 타임캡슐 공원을 조성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정부 출연 연구기관의 맏형이자 우리나라 과학기술 정책의 산실인 KIST는 1965년 5월 18일 당시 박정희 대통령과 미국 린든 존슨 대통령이 발표한 ‘한국의 공업기술 및 응용과학연구소 설립’에 관한 공동성명을 바탕으로 미국의 원조를 받아 1966년 2월 ‘한국과학기술연구소’라는 이름으로 설립됐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우리 문화 지키는 일이라면 돈쯤은 낙엽처럼 태워야지”

    “우리 문화 지키는 일이라면 돈쯤은 낙엽처럼 태워야지”

    ‘풍류의 거인’ 앵보 한창기(1936~1997)가 탄생 80년 만에 고향 순천 땅으로 돌아온다. ‘앵보’는 어려서 징징거리기를 잘했다며 스스로 붙인 그의 필명이다. 오는 29~30일 순천대와 고흥군 문화회관에서 그를 기리는 창작 장르융합 공연인 ‘한창기- 80년 만의 귀향’이 열린다. 일제강점기에 우리 문화재를 지킨 간송 전형필이 있었다면, 1970~80년대 한국이 근대화·산업화하던 시기에 남도 판소리 등 고유문화를 지키려고 노력한 한창기가 있었다. 그는 “사람이 의미 있는 일을 위해서는 돈을 낙엽처럼 태울 줄 알아야 한다”며 전통문화 유산을 모으고 보전하는데 일생을 바쳤다. ‘우리 문화 지킴이’였다. 한창기는 지식인들 사이에서는 ‘뿌리 깊은 나무’ 발행인으로 먼저 기억된다. 1976년 최초의 한글 가로쓰기 월간 잡지로 파란을 일으켰다. 철공소를 대장간으로, 식당을 밥집으로 표기하는 잡지로 방언 등도 채록했다. 사라지는 한국어와 농부나 뱃사람 등의 이른바 ‘민중의 언어와 삶’을 복원하고자 노력했다. 그러나 신군부가 권력을 잡자 ‘계급의식과 사회 불안을 조성한다’는 이유로 1980년 8월 잡지를 강제 폐간시켰다. 폐간 4년 뒤에 ‘샘이 깊은 물’이란 여성 잡지를 만들어 끈질기게 ‘뿌리 깊은 나무’의 실험정신을 이어 나갔다.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외워서 시험 보는 공부는 싫다며 당시에도 생소한 세일즈맨이 돼 미 8군에서 영어 성경책을 팔러 다녔다. 어느날 영국의 세계적인 백과사전 브리태니커사에 직접 편지를 보내 한국 지사장이 된 그는 브리태니커 전집을 전 세계 어느 나라에서보다 가장 많이 팔았다. 그 판매로 모은 돈으로 광화문에서 판소리 감상회 100회를 열어 사라져 가던 ‘판소리 다섯 마당’, 즉 춘향가·심청가·흥보가·수궁가·적벽가를 되살려냈다. 그는 한국 젊은이들이 미국 록음악이나 통기타 문화에 심취해 무시하던 우리 민중, 서민의 생활 속에 뿌리내린 판소리를 보존하고자 노력했다. 이번 공연을 연출한 박인규(58) 남추문화재단 설립추진위원은 “서울 사람들은 애타게 못 잊어 하는 그를 정작 고향 사람들은 모르고 있다”며 “현대사에서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 남도의 큰 인물을 기억하고, 그가 거둔 성과를 표현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위원은 KBS PD 출신으로 정년퇴직 후 낙향해 이번 공연을 연출하게 됐다. 그는 “모든 세대가 함께 떠들썩하게 즐기고 그 안에서 자연스럽게 새로운 통찰을 얻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생전의 모습을 담은 스크린 영상을 시작으로 퓨전국악, 명창 판소리, 상여소리, 씻김굿, 춤패, 퍼포먼스 등으로 꾸며졌다. 1시간 10분 공연으로 입장료는 무료다. 고향인 순천 낙안읍성 옆에 지난 2011년 개관한 ‘순천시립 뿌리 깊은 나무 박물관’에 그의 유품 800여점이 전시돼 있다. 순천 최종필 기자 choijp@seoul.co.kr
  • 사랑을 꽉 채운 ‘엄마의 밥상’

    사랑을 꽉 채운 ‘엄마의 밥상’

    겨울에도 전북 전주시의 아침은 항상 훈훈하다. 전주시 어딘가에서는 하루를 ‘엄마의 밥상’으로 열기 때문이다. 전주 시내 172가구 260명의 결식아동에게 매일 따뜻한 아침밥이 배달된다. 방금 지은 하얀 쌀밥에 잘 끓여 낸 맛난 국 그리고 매일 바뀌는 3가지 반찬이다. 맛도, 영양도, 정성도 여느 중산층 가정 못지않은 상차림이다. 눈보라가 몰아치거나 장대비가 주룩주룩 쏟아지는 궂은 날씨에도 ‘엄마의 밥상’은 오전 5시부터 7시 사이에 정확히 배달된다. ‘엄마의 밥상’은 저소득층·소외계층의 결식 아동들에게 아침밥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지난해 7월 1일 취임한 김승수 시장의 첫 결재사업으로 전주시 민선 6기 특수 시책이다. 허기진 배를 움켜쥐고 학교에 가는 결식아동에게 시가 엄마의 구실을 하기로 했다. ‘엄마의 밥상’은 김 시장의 ‘열정’에 관계 공무원들의 ‘사명감’, 급식업체의 ‘봉사정신’, 시민들의 ‘동참’이 함께 이뤄낸 민·관 거버넌스라고 할 만하다. 김 시장은 취임과 동시에 복지정책의 사각지대에 놓인 아이들을 지원해 ‘약자 우선, 사람 중심’의 가치를 실현하는 특수시책을 추진하겠다고 선언했다. 신임 시장의 역점 사업으로 모든 과정을 챙겼다. 시 생활복지과는 기초수급자, 차상위계층, 한부모가정, 장애인, 조손가정 가운데 형편이 어려워 아침 식사를 거르고 등교하는 18세 이하 학생과 어린이들을 지원 대상으로 선정했다. 시 직원들이 각 가정을 방문해 사정을 두루 살펴보고 결정했다. 사업을 추진하려 하니 뜻밖에 전문업체를 구하기가 어려웠다. 이른 시간에 나와 식사를 준비하고 배달까지 할 수 있는 종업원이 없을 뿐 아니라 한 끼에 5000원으로 수익이 많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자 대다수 업체가 기피했다. 다행히 어린 시절 밥을 굶어 본 경험이 있는 전북외식산업 강철(45) 사장이 기꺼이 사업을 맡겠다고 나섰다. 7월에 시동을 걸어 석 달 후인 10월 20일부터 시작된 이유는 철저하게 준비해야 했기 때문이다. 이 업체는 강 사장과 영양사이자 부인인 이문화(40)씨 등 12명의 직원이 매일 새벽 2시에 출근해 식사를 준비하고 5시부터 배달한다. 이 사업은 민·관이 함께 소통하고 마음을 주고받으며 진화해 파급 효과가 크다. 시에서 결식아동 아침 식사를 지원한다는 소식을 듣고 ‘엄마의 밥상’을 후원하겠다는 시민의 기탁금이 줄을 이었다. 모금액이 2억 9200만원이나 된다. 한 기업은 100년, 익명의 후원인은 앞으로 50년 동안 지원하겠다는 약정도 했다. 시가 주도해 시민이 함께 차려 주는 따뜻한 밥상이 됐다. 시민들의 기탁금은 주 1회 간식, 생일 케이크, 명절 선물, 방학 중 부식 등을 제공하는 데 사용된다. ‘엄마의 밥상’이 성공한 것은 단지 배고픔만을 해결해 준 게 아니라 아이들에게 따뜻한 사랑을 채워 준 덕분이다. 매일매일 꾸준히 챙겨 준 아침밥은 아이들이 혼자라는 생각에서 벗어나 미래에 대한 꿈과 희망을 가지고 성장하는 자양분이 됐다. 실제로 아이들과 보호자들은 진정성이 가득 담긴 손편지로 고마움을 표시했다. 시에서 매일 식단과 배달 여부를 점검하고 불만사항을 조사하는 등 집중적으로 관리해 성공의 밑거름이 됐다. 이 사업은 전국적인 스포트라이트도 받고 상복도 터졌다. 지방공동체가 복지패러다임을 바꾼 성공사례로 지난 1월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2015 자치분권 정책박람회’에서 보편적 복지와 지방자치 분야 우수사례로 발표됐다. 이어 7월 8일 박근혜 대통령이 전국 시장·군수·구청장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오찬을 함께하는 자리에서도 지자체 우수사례로 소개됐다.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도 ‘엄마의 밥상’을 지역의 어려움을 지역의 힘으로 해결하는 사례로 평가했다. 10월 29일 세종시에서 열린 제3회 대한민국 지방자치박람회에서는 우수정책으로 소개됐다. 전국 지자체들이 ‘엄마의 밥상’을 벤치마킹하려고 시를 방문했다. 서울 서대문구·금천구, 충남 아산시 등이 전주시와 급식업체를 찾았다. 그러나 이를 쉽사리 도입하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지자체가 예산을 확보한다 해도 새벽에 밥을 하고 배달을 해 주는 전문업체를 찾지 못하기 때문이다. 군 단위는 배달구역이 너무 넓어 엄두조차 내지 못한다. 김 시장은 “‘엄마의 밥상’은 결식아동에게 시혜를 베푸는 도시락 배달 사업이 아니다. 아이들의 자존감을 세워 주고 따뜻한 사랑을 전달하는 밥상이다. 아이들의 얼굴에서 그늘이 사라졌고 자신감에 찬 표정이 보이기 시작했다”며 “눈에 보이는 성과에 만족하지 않고 밥 굶는 아이가 없는 날까지 ‘엄마의 밥상’은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전주 임송학 기자 shlim@seoul.co.kr
  • 두려움 없다, 즐길 거니까

    두려움 없다, 즐길 거니까

    “욕심보다는 즐겁게 치려고 합니다. 전혀 새로운 코스를 접하게 되니까 기대감이 더 크네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최고의 해를 접고 미국무대를 밟게 될 ‘메이저 퀸’ 전인지(21·하이트 진로)가 국내 무대와 고별인사를 했다. 미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공식 데뷔를 앞둔 전인지는 21일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오늘은 계급장 떼고 편하게 얘기하자는 마음으로 나왔다”며 “승수는 생각 안 해 봤다. 올해보다 더 잘한다는 건 너무 큰 스트레스”라고 솔직한 심정을 밝혔다. 그러면서도 “브리티시여자오픈에서 우승하고 싶은 마음은 있다. 태극마크를 달고 올림픽에 나가보고 싶은 생각도 크다”고 욕심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미국 투어에 두려움은 없다”면서 “LPGA에 먼저 진출한 언니나 동생들에게 들어 보면 힘들고 외로울 때도 있다고 하던데 그 때문에 올 시즌 LPGA에서 뛰면서 외국 친구들을 많이 사귀었다”고 말했다. 그는 “태국의 아리야·모리야 쭈타누깐 자매와 친하고, 아사하라 무뇨즈, 페닐라 린드버그, 제이 메리 그린 등도 동갑내기 친구”라고 설명했다. 그는 첫 시즌 몇 승이나 생각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몇 승을 하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고, ‘톱10’ 정도로 마쳐도 스스로 다독이며 칭찬해 주고 싶다”고 몸을 낮췄다. “개인적으로는 아널드 파머를 닮고 싶다”며 자신의 롤모델을 밝힌 그는 “골프 외 삶에서 질적인 차원이 다르더라. US여자오픈 우승 이후 격려 편지를 받았을 때 큰 감동을 받았다. 그와 같은 삶을 살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US여자오픈 우승으로 미국 진출 기회가 왔지만 당시는 ‘내가 미국에 꼭 가야 하나’라는 생각을 했다”면서 “하지만 세계 무대 진출의 기회가 생긴데다 올림픽 출전 가능성이 열렸는데 도전도 안 해 본다는 건 아쉬움과 후회가 남을 것 같더라.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올림픽 때문이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상반기에는 적응하는 데 주력할 생각”이라면서 “올림픽을 목표로 하느냐, 신인왕을 목표로 하느냐에 따라 대회 스케줄이 완전히 달라진다. 신중하게 결정하고 싶어서 스케줄을 확실히, 그리고 모두 다 정하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항상 예의 바른 행동으로 ‘모범생’ 이미지를 달고 다니는 그는 골프를 하면서 가장 큰 일탈 행위에 대해 “국가대표 상비군 시절 몸이 아파 병원에 가는 길에 떡볶이를 사먹은 일”이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전인지는 오는 27일 팀 훈련지인 캘리포니아주 팜스프링스로 출국한 뒤 내년 1월 말 바하마에서 열리는 2016시즌 개막전 대신 두 번째 대회인 코츠 챔피언십을 자신의 공식 데뷔전으로 정했다. 최병규 전문기자 cbk91065@seoul.co.kr
  • 영국서 산 양말에 “고문당했다” 중국인 호소 편지 발견

    영국서 산 양말에 “고문당했다” 중국인 호소 편지 발견

    영국 뉴캐슬지역에 사는 샤키엘 아크바(25)라는 남성은 최근 지역 상점에서 구매한 유명 브랜드의 양말에서 중국어로 적힌 편지 한 통을 발견했다. 빼곡하게 쓰여진 편지 안에는 자신의 무죄를 주장하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의 21일자 보도에 따르면, 아크바가 구입한 양말은 영국의 유명 패스트 패션 브랜드 ‘프리마크’ 제품이었다. 중국에서 흔히 사용되는 얇은 재질의 종이에 적힌 내용을 번역한 결과, 해당 편지를 쓴 남성은 중국 안후이성(安徽省)에 산다는 39세 남성 딩(丁)씨였다. 편지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딩씨는 지난해 6월, 자신이 거주하는 지역을 관할하는 경찰이 부패를 저지르고 의무를 다하지 않으며, 도리어 범죄조직을 보호하는데 애쓰고 있다는 내용을 고발하기 위해 수도인 베이징을 다녀왔다. 하지만 그는 뜻을 이루지 못했고, 도리어 거짓된 고발로 누명을 쓰고 경찰에 체포돼 모진 고문을 당했으며, 현지 링비(靈璧)인민법원에서 징역형을 선고받기도 했다. 이에 굴복하지 않은 딩씨는 쑤저우시(苏州市) 인민법원에 상소장을 제출했다. 약 1년이 지난 5월, 쑤저우인민법원은 딩씨가 범법을 행했다는 증거가 불충분하다는 이유로 링비인민법원의 판결을 뒤집고 사건을 전면 재조사해야 한다는 내용의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현재(편지를 쓴 시점인 6월), 딩씨는 링비시 경찰 당국에 의해 구금된 상태며 여전히 고문에 시달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편지에서 “나의 심신은 극심한 고문으로 상처받고 있다. 누구든 이 편지를 읽는다면 시진핑 주석이나 리커창 총리에게, 혹은 언론이나 기자에게 전달해주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해당 편지에는 그가 프리마크사 소속이거나 혹은 제조공장에서 일한다는 정보는 담겨있지 않다. 다만 이 편지를 받은 영국인은 그가 프리마크의 중국 공장에서 강제로 노역을 하며 양말을 만들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추측했다. 편지를 발견한 영국 남성이 언론을 통해 이를 공개하자, 역시 프리마크의 양말에서 비슷한 편지를 발견했다는 제보자도 등장했다. 영국 잉글랜드 북부 허더즈필드에 사는 한 여성의 아버지도 딩씨가 쓴 것으로 추정되는 비슷한 내용의 편지를 양말에서 발견했다는 것이다. 프리마크사는 문제의 편지가 자사와 관련된 직원이나 제조업체와는 무관하며, 누군가가 매스컴의 관심을 얻기 위해 제품 배송 도중 물품을 빼돌려 편지를 넣은 것으로 보인다고 해명했다. 해당 브랜드의 한 관계자는 “프리마크와 중국 내 제조공장 사이에서 어떤 문제점이나 연관성도 찾지 못했다”면서 “상품 제조가 모두 끝난 뒤 운송 과정에서 누군가가 넣어놓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송혜민 기자의 월드 why] 지구촌 어린이 선물 주려면 ‘산타’의 썰매 속도는

    [송혜민 기자의 월드 why] 지구촌 어린이 선물 주려면 ‘산타’의 썰매 속도는

    산타클로스는 동심(童心)의 상징입니다. 아이가 자라면서 산타의 실체를 알게 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가능하면 오랫동안 산타의 존재를 믿기를 바라는 것이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의 마음이지요. 하지만 지금의 아이들은 어른 세대보다 훨씬 일찍 산타를 부정합니다. 아이들은 언제부터, 어떤 이유로 산타를 믿지 않게 된 것일까요. ●산타 안 믿는 美 어린이 나이 7.25세로 낮아져 최근 인터넷 검열 반대 단체인 하이드마이애스닷컴(HideMyAss.com)이 미국 부모 2036명과 그들의 미성년 자녀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구글이 론칭된 1997년부터 소셜네트워크시스템(SNS)인 페이스북이 론칭된 2005년까지 불과 8년 새, 산타를 믿지 않게 되는 아이들의 평균 나이가 8.05세에서 7.71세로 낮아졌습니다. 2015년 현재 이 나이는 다시 7.25세로 낮아졌습니다. ●구글 서비스 이후 산타 정체 파악 0.8세 빨라져 구글 서비스가 본격화된 이후 산타의 ‘공공연한 비밀’을 알게 되는 나이가 0.8세 낮아진 겁니다. 참고로 이 아이들의 부모가 어린 시절 산타의 존재를 부정하기 시작한 평균 나이는 8.7세였습니다. 아이들은 구글이나 페이스북에서 ‘산타’(Santa)를 검색한 뒤 산타클로스의 기원이나 아이들에게 적합한 크리스마스 선물을 권하는 인터넷 광고를 접하면서 산타의 비밀을 알게 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특히 조사에 참여한 어린이의 8%는 부모가 자신을 위해 인터넷으로 크리스마스 선물을 검색한 흔적을 직접 목격한 뒤 산타를 믿지 않게 됐다고 답했습니다. 인터넷이 산타에 대한 아이들의 믿음을 깨는 주된 범인이라는 사실이 입증된 것이죠. 산타와 산타를 믿는 아이들의 동심을 지켜 주고 싶다면 다음의 방법을 권합니다. 하이드마이애스닷컴이 제공하는 무료 프로그램을 설치하면 아이들이 산타와 관련한 검색어를 입력했을 때 관련 정보에 접근하는 것을 차단할 수 있습니다. 또 미국과 캐나다가 공동으로 운영하는 북미항공우주방위사령부(NORAD)의 산타 추적 서비스를 통해 산타의 이동경로를 확인할 수도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NORAD 전화교환국은 크리스마스이브 하루 동안, 산타의 위치를 묻는 어린이들의 전화와 이메일에 일일이 답변해 주는 이벤트를 60년간 이어가고 있습니다. ●핀란드인 50만명은 작년 산타에게 편지 보내 산타마을로 유명한 핀란드 라플란드는 전 세계에서 산타에게 편지를 보낸 아이들에게 답장을 보내 주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설마 산타에게 진짜 편지를 쓰겠어?’라는 생각은 동심이 사라진 어른의 착각일 뿐입니다. 라플란드 정부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핀란드에서 산타에게 편지를 쓴 사람은 50만명에 달하며 대부분이 어린이였습니다. 더이상 산타를 믿지 않는 어른이라면 아이와는 조금 다른 시각으로 산타의 존재에 접근해 보는 건 어떨까요. 지난해 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은 북극 또는 핀란드에 살며 크리스마스이브에 전 세계 어린이들에게 일괄적으로 선물을 배달하는 산타의 행적을 과학적으로 분석했습니다. ●초당 822가구·초속 1050㎞로 배달해야 산타가 선물을 줘야 할 어린이는 3억 7800만명, 총 9180만 가구이며 지구 자전의 영향으로 24시간의 절대 시간이 아닌 ‘하루 31시간’의 상대 시간 동안 선물을 배달합니다. 하루 안에 선물 배달을 마치려면 초당 822.6가구를 방문해야 하며 루돌프가 끄는 산타의 썰매는 초당 1050㎞로 달려야 한다는 계산이 나오죠. 선물을 가득 실은 썰매의 경우 선물 하나의 무게를 평균 0.9㎏으로 가정하면 32만t에 달합니다. 또 썰매를 끄는 루돌프, 즉 순록의 평균 몸무게는 135㎏이므로 제시간 안에, 제 속도로 선물을 전달하려면 21만 4200마리의 순록이 필요하게 됩니다. 재미로 해 본 분석이긴 하나, 위의 계산이 실제라 하더라도 산타는 빛보다 빠른 속도로 하루 ‘31시간’을 뛸 필요가 없을지 모릅니다. 산타할아버지는 우는 아이, 말 안 듣는 아이, 나쁜 아이에게는 선물을 주지 않는다고 선언하셨으니까요. 아무쪼록 전 세계의 아이들이 조금 더 오래도록 산타를 믿음으로써 동심 가득한 착한 아이로 자라날 수 있길 희망합니다. huimin0217@seoul.co.kr
  • [당신의 책]

    [당신의 책]

    대한민국 미래보고서(국제미래학회 지음, 교보문고 펴냄) 각 산업 분야를 대표하는 전문가 46인이 2035년까지 앞으로 20년 동안 변화하게 될 대한민국을 예측했다. 진대제 전 정보통신부 장관이 서문을 쓰고, 유엔 미래보고서의 저자인 박영숙 유엔미래포럼 대표,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 등이 미래를 이끌어 갈 메가트렌드부터 빅데이터로 분석해 본 미래 이슈와 핵심 기술 등을 소개하고 사회구조의 변화뿐 아니라 의식주, 문화예술, 경제와 금융 시스템의 미래상을 다뤘다. 저자들이 꼽은 미래의 가장 큰 특징은 모든 사물이 연결되는 ‘초연결 사회’와 기술의 ‘융·복합’이라고 진단했다. 608쪽. 1만 8000원. Day 1:18년째 지켜온 아마존 첫날의 서약(김지헌·이형일 지음, 북스톤 펴냄) 가장 주목할 만한 최고경영자(CEO)인 제프 베저스 아마존닷컴 창업자의 비즈니스 비결을 소개했다. 본업인 도서 판매 분야에서 줄어드는 독서 인구를 한탄하는 대신 킨들을 만들어 사람들의 독서 습관을 바꾼 아마존의 혁신을 다뤘다. 저자들은 베저스에게 직접 편지를 보내 기업공개를 한 1997년부터 해마다 주주들에게 보낸 공개서한의 번역 승인을 받았고, 베저스가 쓴 아마존의 하루하루는 늘 새롭게 출발하는 첫날(day 1)이 될 것이라는 메시지를 대화 형식으로 쉽게 풀어 전한다. 260쪽. 1만 4000원. 무지개떡 건축(황두진 지음, 메디치미디어 펴냄) 누구나 마당 딸린 단독주택을 꿈꾸지만 중세 성곽 같은 담장을 두른 아파트에 살고 있는 게 현실이다. 아파트 단지는 도시를 단절시킨다. 한옥 연구를 오래 해 온 건축가인 저자는 우리 도시의 해법으로 4~5층 저층건물에 마치 무지개떡을 얹는 것처럼 층층마다 기능을 달리한 새로운 건축 개념을 소개한다. 1층이 상가, 그 위에는 주거 공간이나 사무실, 옥상에는 마당을 배치한 수직의 마을이다. 한옥의 기하학을 살린 무지개떡 건축이야말로 마을과 도시를 살리고 소통하는 구조를 만들 수 있다고 단언하는 책이다. 262쪽. 1만 5000원. 신경 쓰지 않는 연습(나토리 호겐 지음, 이정환 옮김, 세종서적 펴냄) 우리는 많은 이유로 괴롭다. 화나게 한 사람이 용서되지 않고, 돈이나 직장 문제에 좋은 생각이 떠오르지 않아 힘들다. 건강이나 미래도 불안해 고민이다. 일본의 베스트셀러 ‘반야심경, 마음의 대청소’의 작가이자 행동하는 승려로 유명한 스님인 저자가 소박하고 직설적이면서도 유머를 담은 불안, 분노를 행복으로 바꾸기 위한 통찰을 담았다. 이 책에는 불안·분노·번뇌 등을 행복으로 바꾸는 106가지의 가르침이 들어 있다. 내가 아닌 ‘남’을 중심에 두고 살지 말자.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도 우리는 연습이 필요하다. 376쪽. 1만 5000원. 현정의 곁(고현정 지음, 꿈의지도 펴냄) 배우 고현정이 펴낸 두 번째 여행서. 그가 일본 도쿄를 만난 건 여행자가 아닌 생활자로서였다. 결혼 후 첫 2년 6개월 동안 식료품을 사고 혼자 밥을 먹고 자전거로 산책하는 그 모든 ‘처음 하는 일’을 도쿄에서 시작했다. 총 8개의 공간으로 나뉜 책은 도쿄 곳곳에 묻어 둔 그의 이야기들을 담아내고 있다. 연예인의 고백 재탕이 아닌 도쿄를 100번도 더 여행한 여자의 도쿄 여행 제안이다. 그의 여정을 따라가다 보면 새로 발굴한 멋진 장소뿐 아니라 도쿄의 동네들이 가진 매력, 아주 오래된 그의 아지트, 성숙하면서도 발랄한 그의 취향을 전부 알게 된다. 256쪽. 1만 6000원.
  • “강한 포스가 느껴진다” 제다이로 변신한 ‘저커버그의 딸’

    “강한 포스가 느껴진다” 제다이로 변신한 ‘저커버그의 딸’

    페이스북의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마크 저커버그(31)가 딸 맥스를 제다이 기사로 변신시킨 사진을 자신의 페이스북 페이지에 공개해 화제에 올랐다.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가 17일 전 세계 동시 개봉한 가운데, 주커버그 CEO 역시 사진을 통해 ‘스타워즈’ 마니아임을 인증한 것. 저커버그 CEO는 18일 페이스북 페이지에 “이 아이에게는 강한 포스가 느껴진다”(The force is strong with this one)이라는 짤막한 글과 함께 딸 맥스의 새로운 사진 한 장을 공개했다. 사진 속 맥스는 스타워즈 속 제다이 기사들이 착용하는 갈색 로브에 가려져 있다. 그 주위로는 다스베이더, 추바카, BB-8, 그리고 광선검 형태의 장난감들로 둘러싸여 있다. 결의에 찬 표정으로 윗쪽을 바라보는 맥스의 표정도 그럴싸하다. 앞으로 상당한 실력을 갖춘 제다이 기사가 될 것 같은 예감이다. 맥스의 사진은 공개된 지 불과 6시간만에 146만 명이 넘는 페이스북 사용자가 ‘좋아요’를 눌러 추천했다. 이미 3만 개를 넘어선 댓글 중에는 비슷한 콘셉트로 찍은 아이 사진을 함께 공개한 것도 줄을 잇고 있다. 공유 또한 2만 8000건을 돌파했다. 지난 1일 저커버그는 딸 맥스가 출생한 것을 계기로 페이스북 지분 99%를 기부한다고 발표해 세상을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우리 돈으로 따지면 52조 원이 훌쩍 넘는 거액이다. 특히 저커버그는 기부발표와 함께 딸 맥스에게 보내는 편지를 공개해 감동을 안겼다. 장문의 이 편지에서 그는 “맥스야. 너와 세상 모든 어린이에게 더욱 좋은 세상을 남겨주기 위해 엄청남 책임감을 느낀다”면서 “네가 우리에게 사랑과 희망과 기쁨을 주듯 너의 삶도 사랑과 희망과 기쁨이 가득하기를 빈다”고 적었다. 이어 “오늘 엄마 아빠는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일생 노력할 것을 약속한다”면서 “네가 이 세상에 무엇을 가져올지 무척 궁금하구나. 사랑을 담아서, 엄마와 아빠가”라는 글로 마무리했다. 하버드대 캠퍼스 커플인 저커버그와 프리실라 챈은 지난 2012년 5월 결혼했으며 2년 동안 세 번의 유산을 겪은 뒤, 딸 맥스를 얻었다. 사진=마크 저커버그/페이스북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요즘 19禁 흥행 코드, 간지&포스

    요즘 19禁 흥행 코드, 간지&포스

    범죄 스릴러 ‘내부자들’이 마침내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집계 기준으로 역대 청소년 관람 불가 영화 흥행 1위를 차지했다. 올해 상반기 청불 외화로는 사상 처음으로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가 관객 600만명을 돌파했다. 그간 흥행 전선에서 뒤처졌던 청불 영화가 본격적으로 기지개를 켜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17일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내부자들’은 전날 하루 5만 6979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누적 619만 2156명을 기록해 2010년 원빈 주연의 액션물 ‘아저씨’(617만명)를 제쳤다. 지금까지 통합전산망 기준으로 600만명을 넘긴 청불 작품은 두 작품과 ‘킹스맨…’(612만명)밖에 없다. 통합전산망 집계와는 다소 차이가 있는 배급사 집계까지 끌어들이더라도 2001년 ‘친구’(818만명)와 2006년 ‘타짜’(684만명)까지 다섯 편에 불과하다. 이번 주 ‘히말라야’ ‘대호’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 등의 대작이 줄줄이 개봉하는 바람에 상영 스크린이 크게 줄었지만 ‘내부자들’의 행진은 상당 기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연기력·인지도 갖춘 ‘男배우물’의 정점” ‘내부자들’의 흥행 요인은 러닝타임 130분 내내 관객 시선과 호흡을 쥐고 흔드는 이병헌, 조승우, 백윤식의 빼어난 연기와 우민호 감독의 연출력이 첫손으로 꼽힌다. 여기에 윤태호 작가의 원작 웹툰이 이야기를 끝맺지 못하고 연재가 중단돼 결말에 대한 궁금증이 컸던 점도 요인으로 분석된다. 이용철 영화평론가는 “연기력과 인지도를 동시에 갖춘 남자 배우 2~3명이 전면에 나서고 사회 부조리까지 담아내는 범죄 스릴러, 액션물이 청불 영화에서 흥행에 성공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내부자들’은 이러한 흐름에 정점을 찍은 작품”이라고 말했다. 청불 영화는 10대 관객은 만나지 못하고, 잔혹한 내용이 있는 경우 여성 관객도 일부 포기해야 하는 핸디캡이 있다. 이 때문에 600만명을 넘어선 청불 영화가 더 낮은 연령대 관람 등급을 받았더라면 1000만명은 거뜬히 넘긴다는 게 국내 영화계의 중론이다. ‘킹스맨’ ‘내부자들’의 홍보를 담당한 호호호비치의 이채현 실장은 “각종 패러디 등이 쏟아지는 것을 보면 1000만 영화보다 파급 효과는 센 것 같다”고 말했다. ●1970년대 흥행 코드는 겨울여자 등 ‘멜로’ 물론 관람 등급이 내려갈수록 흥행에 유리한 것은 아니다. 국내 영화의 경우 15세 이상 관람가, 외화의 경우 12세 이상 관람가가 주요 흥행 등급으로 여겨진다. 배급사 집계까지 포함한 역대 1000만 영화 17편 중 15세 이상 관람가는 10편으로 모두 한국 영화가 차지했다. 12세 이상 관람가는 6편으로, 이 중 ‘아바타’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 ‘인터스텔라’ 등 외화가 절반이다. 전체 관람가는 할리우드 애니메이션인 ‘겨울왕국’ 단 1편에 불과했다. 청불 영화가 흥행에서 늘 고전했던 것은 아니다. 또 요즘 청불 영화는 범죄물이 주름잡고 있지만 과거에는 흥행 코드도 달랐다. 1970~80년대는 애들은 저리 가야 하는 영화의 전성시대였다. 서울 기준으로 58만명을 동원했던 ‘겨울여자’로 대표되는 1970년대에는 성인 멜로물이 흐름을 이뤘다. 특히 ‘별들의 고향’(46만명), ‘영자의 전성시대’(36만명) 등 ‘호스티스 영화’가 인기였다. ●1980년대 들어서는 ‘어우동’ 등 에로 인기 1980년대 들어서는 에로 영화가 새 흥행 코드로 등장한다. 최근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케이블TV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을 보면 쌍문동 삼총사 류준열, 고경표, 이동휘가 동시상영하는 ‘매춘’ 등을 보러 갔다가 학주(학생주임)인 동휘 아버지에게 붙잡히는 장면이 나온다. ‘매춘’은 1988년 서울에서만 43만명을 동원한 그해 최고 흥행 방화였다. 1980년대 한국 영화 흥행 톱 10에는 ‘어우동’ ‘애마부인’ ‘매춘’ 등의 에로물과 성인 멜로물 7편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이에 반해 1990년대는 과도기다. ‘결혼 이야기’(53만명), ‘닥터봉’(38만명) 등 로맨틱 코미디의 원조 격인 작품들이 청불 영화로 체면치레하기도 했으나 ‘장군의 아들’ ‘서편제’ ‘투캅스’ ‘편지’ ‘쉬리’ 등 다양한 장르의 12~15세 관람가 작품이 박스오피스를 점령하기 시작한 것이다.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길섶에서] 긍정적 발상/구본영 논설고문

    며칠 전 뜻밖의 이메일을 받았다. 낙선한 뒤 해외에서 공부하다가 온 전직 국회의원으로부터다. 그가 주관한 정책 토론회에 패널로 참여한 인연은 있으나, 데면데면한 사이다. 그래서 선거철을 앞두고 이름 알리기 차원의 그렇고 그런 편지라 여겨 무시할 뻔했다. 하지만 심드렁하게 읽다가 자세를 고쳐 앉아야 했다. “비판에만 능했던 정치인에서 긍정과 희망을 이야기하는 사람으로 변신하고자 한다”는 대목이 눈에 확 들어왔다. 막말과 거친 매너로 의정 활동을 했던, 그에 대한 선입견이 무뎌질 만한 내용이었다. 안팎에서 들려오는 어둡고 칙칙한 소식으로, 나 자신부터 이따금 우울해지는 연말이다. 그래서인지 설령 일시적 제스처인지는 몰라도 가급적 긍정적 마인드로 살겠다는 그의 다짐이 반갑다. 하긴 노자가 ‘기자불립’(企者不立)이라고 했던가. “조금이라도 더 높아지고자 발돋움을 해서는 오래 설 수 없다”는 뜻 그대로 과욕을 부려서도 안 되겠지만, 삶이 고달프더라도 쉬이 낙심할 이유 또한 없다. 차동엽 신부의 말처럼 사필귀정의 주관자인 신을 믿고 어떤 상황에서도 희망은 잃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뇌리를 스친다. 구본영 논설고문 kby7@seoul.co.kr
  • 이문세·박찬호, 입양아 지원 사진전 모델

    가수 이문세, 배우 류승룡, 스포츠 스타 박찬호·우지원 등이 국내 입양 활성화를 위한 사진전에 참여했다. 이들은 대한사회복지회가 사진가 조세현과 손잡고 16~21일 서울 종로구 가나인사아트센터에서 개최하는 입양 대상아동과 미혼모를 위한 사진전 ‘천사들의 편지 13th 투게더(Together)’의 모델로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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