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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주 캠핑갔던 30대 여성 실종…경찰 공개수사 전환

    제주 캠핑갔던 30대 여성 실종…경찰 공개수사 전환

    제주에서 가족과 함께 캠핑을 하던 30대 여성 관광객이 실종돼 경찰이 공개수사에 나섰다. 제주동부경찰서는 지난 26일 오후 11시 제주 구좌읍 세화항에서 캠핑을 하던 최모(38)씨가 실종돼 경찰, 해경, 해군 등이 수색을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키 155cm의 마른 체구인 최씨는 실종 당시 회색 민소매 티셔츠와 회색 반바지에 슬리퍼를 신고 있었다. 최씨 남편에 따르면 최씨는 딸, 아들과 함께 카라반에서 야영을 하다 음주 상태로 홀로 밖으로 나간 뒤 돌아오지 않았다.주변 폐쇄회로(CC)TV를 탐색한 결과 최씨는 실종 당일 세화항 주변 편의점에 들렀던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나흘간 경찰, 해경, 해군, 소방 등 230여명을 동원해 육지, 해안간, 바다 등을 수색했지만 최씨를 찾지 못했다. 경찰은 가족 동의를 얻어 이날 공개수사로 전환했다. 경찰은 지난 26일 세화항 방파제와 세화포구 앞바다에서 최씨의 휴대전화와 소지품, 슬리퍼 한 짝을 발견해 바다로 추락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중수색도 벌였지만 최씨를 찾지 못했다.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 편의점약품 판매 부작용 사례 증가.. 공공심야약국 제도화 필요성 커져

    편의점약품 판매 부작용 사례 증가.. 공공심야약국 제도화 필요성 커져

    보건복지부가 내달 초 편의점에서 판매되는 약품의 품목 조정을 위한 ‘편의점 상비약 지정심의위원회’를 개최한다. 지난 2012년 보건복지부는 일반의약품 13종을 편의점을 통해 판매하도록 지정한 바 있다. 그러나 의약품의 접근성을 높이겠다는 의도와 달리 의사의 처방과 약사의 복약지도 없이 편의점을 통해 판매되는 의약품이 부작용을 낳으며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실제로 자유한국당 장정은 의원이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1년부터 2015년까지 5년간 보고된 편의점약품 부작용 사례가 1023건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국민들이 편의점을 통해 손쉽게 접하고 구입하는 약인 만큼 그 부작용에 대한 인식이 확대되어야 하고 판매 시 전문 약사의 복약지도가 철저히 이뤄져야 하지만 편의점을 통한 판매가 이를 어렵게 만들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진행된 설문조사에서 국민들의 우려를 보다 직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조사기관 ㈜리서치앤리서치가 서울 및 수도권 만 19세 이상 59세 이하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안전상비의약품 편의점 판매에 대한 인식 및 구입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6.9%가 현재 편의점 판매 상비약품 수가 ‘적정하다’고 답했으며 공공심야약국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88%가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야간/공휴일 공공약국 운영 제도화에 대한 질문에는 응답자의 92%가 ‘동의한다’는 입장을 밝혔고, 심야 환자 발생 시 해결해야 할 문제로는 74.4%가 ‘야간/휴일 이용 가능한 의원이 연계된 심야 공공약국 도입’을 꼽았다. 이처럼 국민들은 보건복지부가 추진하는 편의점 약품 품목의 추가와 조정이 아닌 전문 약사의 복약지도를 통해 약품을 보다 안전하게 구입할 수 있는 심야, 공휴일 운영 공공약국을 원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공공심야약국은 심야에 질병 및 통증이 있는 경우 약 구입의 불편과 응급실로 지출되는 건강보험 재정을 줄이고자 약사가 자발적으로 운영하는 약국으로 주로 저녁 7시~심야 12시까지 운영된다. 선진국에서는 이미 운영되고 있는 모델이지만 국내의 경우 약사 고용난 및 적자 등의 문제로 운영에 난항을 겪고 있다. 현재 경기도, 대구시, 제주시 등에 소수의 공공심야약국이 운영되고 있다. 손해에도 불구하고 국민 건강을 위해 운영을 강행하고 있는 것. 이에 약사들은 공공심야약국을 위한 후원캠페인을 펼치는 등 노력을 이어왔다. 그 결과 모금액은 6000만원에 이르며 그 규모는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해당 금액은 적자에도 불구하고 국민 건강을 위해 운영을 강행 중인 공공심야약국 지원에 쓰이고 있다. 편의점 약품 조정과 확대보다는 공공심야약국의 확산과 법제화가 필요한 때다. 공공심야약국의 위치와 이용에 대한 보다 자세한 정보는 약준모(약사의미래를준비하는모임)에서 운영 중인 심야약국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한현민 “한국인에게 한식 좋아하냐고 왜 묻죠?”

    한현민 “한국인에게 한식 좋아하냐고 왜 묻죠?”

    타임지 선정 ‘영향력 있는 10대’ 자랑스러운 한국인 찬사 속에도 낙인이 된 다양성… 일상의 차별 내가 꿈꾸는 ‘어우러져 사는 세상’ 그날 위해 더 열심히 노력할 것“여기 3번 테이블에 김치찌개 하나, 안 맵게!” “사장님, 아녜요. 저 매운 거 엄청 좋아해요. 많이 맵게 해 주세요.” 189㎝의 큰 키, 삐죽 솟은 곱슬머리, 어두운 피부색을 가진 모델 한현민(17)군이 식당에서 음식을 시키면 매번 겪는 일이다. 현민군을 외국인으로 착각한 식당 주인 입장에선 배려한다고 한 행동일 테다. 그러나 이런 상황을 수백번은 겪었을 현민군은 “익숙하지만 아직도 씁쓸한 일상”이라고 했다. ‘한국인’ 현민군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순댓국이다. 국물에 빨간 다대기를 풀고 청양고추까지 잔뜩 넣어 먹는 토종 ‘아재 입맛’을 가졌다. 현민군은 “흔히 사람들은 제가 매운 음식을 전혀 못 먹을 거라고 생각해요. 아마도 제 생김새 때문이겠죠”라고 말하곤 “이해해요. 한국에서 누가 제 외모를 보고 얼큰한 찌개를 떠올리겠어요”라며 애써 웃어 보였다. ●아재 입맛 가진 ‘고딩’… 얼큰한 김치찌개·순댓국에 청양고추 팍팍 ‘다문화’. 한 사회 안에 다양한 민족이나 문화가 혼재하는 상태를 일컫는 말이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서 이 단어는 흔히 다름에 대한 ‘선 긋기’로 오용된다. 우리도 모르는 사이 사회는 다수와 다른 생김새, 다른 문화를 ‘다문화’로 부르기 시작했다. 다양성은 오히려 낙인이 됐다. 이런 순혈주의 한국의 지평을 확장하는 데 제 몫을 하며 묵묵히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뜨거운 폭염이 기승을 부리기 시작하던 지난 16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아직 어린 나이지만 우리 사회에 다양성을 깨우치는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는 현민군을 만났다. 까만 벙거지를 푹 눌러쓰고 “늦잠을 자는 바람에 아침을 못 먹어 배가 너무 고프다”며 2100원짜리 편의점 샌드위치를 입에 물고 들어오는 그의 모습은 영락없는 10대 청소년이었다. 2001년 한국에서 태어난 현민군은 줄곧 서울에서만 살아온 ‘서울토박이’다. 무역회사에 다니던 한국인 어머니와 수출업을 하던 나이지리아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났다. 한씨 성은 어머니의 성을 따랐고, 국적은 대한민국 국적 하나뿐이다. 2016년 모델 데뷔 전까지만 해도 그저 평범한 한국의 ‘고딩’이었다. “어렸을 때부터 공부에는 별로 흥미가 없었어요. 형들이 고등학교 가기 전엔 무조건 놀아야 한다고 해서 중학교 때는 진짜 실컷 놀았죠.” ●국적은 ‘대한민국’ 하나… 아버지 나라 나이지리아도 궁금해져 사람들은 현민군을 ‘아프리카 사람’으로 오해하지만 정작 현민군은 단 한 번도 아프리카 대륙을 밟아 본 적이 없다. 그는 “20살 전에 아버지의 나라 나이지리아에 가 보는 게 꿈”이라고 했다. 초등학생 시절 아버지가 “함께 가 보자”고 제안했지만, 현민군은 “나고 자란 한국을 떠나 모르는 곳에 가는 게 너무 무서워서 절대 싫다고 거부했다”고 했다. “한식밖에 못 먹는데, 먹는 것도 걱정이었다”고도 덧붙였다. 그래서 아직 나이지리아는 현민군에게도 낯선 나라다. 나이지리아의 문화도 최근에야 음악으로 처음 접했다. “나이지리아의 음악을 소개해 달라”고 주문한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한 것을 계기로, 현민군은 요즘 아프리카 음악에 푹 빠졌다. 현민군은 “음악을 듣고 나니 아버지의 고향이 더 궁금해졌다”고 했다. 다만 나이지리아 공용어인 영어가 걱정이다. 여느 고등학생처럼 영어 공부에 스트레스를 받는 현민군에게 아버지는 우스갯소리로 “너 거기 가서 6개월만 버티면 영어 할 수 있어”라며 놀리곤 한단다.●야구 포기하고 찾은 모델의 꿈… 내가 멈추지 않는 한 한계 없을 것 2016년 모델로 데뷔한 현민군의 원래 꿈은 야구선수였다. 하지만 가정 형편 때문에 일찌감치 돈 많이 드는 운동선수 준비를 포기했다. 공부에 영 취미가 없었다는 그는 모델 준비를 하던 아는 형을 통해 모델이라는 직업에 흥미를 느끼면서 틈틈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사진을 올렸다. 그러다 지금의 소속사 윤범 대표를 만나 새로운 인생이 펼쳐졌다. 데뷔 3년차. 한국 패션계에서 검은 피부색 모델로 쇼 중심에 섰다. 벌써 그가 선 쇼만 60여개가 넘는다. 최근엔 방송까지 넘나들며 부쩍 유명해진 그에게 “성공했다”며 농담을 건네자, 그는 “아직 10대인데 성공했다고 말하기엔 너무 이른 것 아닐까요. 이제 시작이죠”라며 씩 웃어 보였다. “모델 일은 비교적 수명이 짧다고들 하는데 몇 살까지 이 일을 하고 싶냐”는 질문에는 “제가 제한하지 않는 한 한계는 없다고 생각한다”면서 “배정남 형님도 아직 멋지게 활동하고 계시듯 가능한 한 오래 모델을 하고 싶다”고 호기롭게 말했다. 일 얘기가 나오자 그의 눈빛이 달라져 있었다. 사진 기자가 그에게 카메라를 들이밀자 모델 포즈가 바로 나왔다. 굽은 등을 하고 허겁지겁 샌드위치를 먹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열심히 달리는 현민군에게는 ‘한국 최초의 검은 피부 모델’, ‘성공한 십대’ 등 여러 타이틀이 붙었다. 지난해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이 선정한 ‘2017 가장 영향력 있는 10대 30인’에 오른 그에게 대중은 ‘자랑스러운 한국인’이라며 찬사를 보냈다. 그러나 여전히 한국에 사는 한국인인 현민군을 사람들은 ‘다르게’ 본다. ●외국보다 한국에서 낯선 시선들… 많이 변했지만 아직 갈 길 멀어 차별은 큰 사건에만 있지 않았다. 일상 속 작은 ‘가시’가 그가 다르다는 것을 되새기게 했다. 어떤 때 가장 기분이 나쁘냐는 질문에 그는 “아주 사소한 것”이라고 대답했다. 사람들이 ‘매운 것도 먹을 줄 알아요?’, ‘한식 좋아해요?’라고 물어 오거나 “한국어 되게 잘하네요!”라며 감탄하는 것이 현민군에게는 아리송한 일이다. 토종 한국인 현민군에게는 너무도 당연한 것들이니까. 현민군은 “말하는 사람은 별 의미 없이 그냥 한 말도 누군가에게는 차별로 와닿을 수 있다”면서 “서로 그런 세세한 배려를 가지면 더 좋을 것 같다”고 조심스레 말했다. 모델과 방송 일을 시작하고서 처음으로 해외에 나가 봤다는 그는 “한국에선 아직도 내가 길을 지나면 사람들이 힐끔힐끔 쳐다보는데, 외국에선 아무도 안 쳐다보고 자기 할 일을 한다”면서 “그게 참 신기했다”고 말했다. 한국 사회 속 우뚝 선 현민군은 다양한 피부색, 문화를 가진 청소년들의 희망이 됐다. 얼마 전 현민군은 한참 방황하던 중학교 시기 의지했던 상담 선생님을 만나러 모교에 들렀다가 뭉클한 경험을 했다. “어느 나라인지는 모르겠지만 저랑 피부색이 비슷한 중학교 1학년 후배가 다가와 사진 한 장 찍어 달라기에 찍어 줬더니 ‘고마워, 형. 형은 진짜 나의 우상이야’라고 말하더라고요. 순간 가슴이 찡했죠.” 현민군은 ‘서로 어우러져 사는 세상’을 꿈꾼다고 했다. 그는 “한국도 많이 변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하지만 아직 갈 길도 멀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은 정말 다양한 인종이 이질감 없이 살던데, 한국도 그렇게 사는 날이 오지 않을까요?”라고 되물었다. 그리고 덧붙였다. “제가 그런 사회를 위해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될 수 있다면 더 좋겠죠. 그러니 제 자리에서 더 열심히 살아야죠.” 이하영 기자 hiyoung@seoul.co.kr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
  • 다시 ‘타이레놀 전쟁’

    다시 ‘타이레놀 전쟁’

    약사회 “오남용 조장… 판매 중단해야”편의점에서 판매하는 ‘안전상비의약품’ 확대를 놓고 정부와 약사들이 정면 충돌할 조짐이다. 대한약사회는 29일 서울 종로구 청계광장에서 회원 3000여명이 모인 가운데 편의점 판매약 확대를 반대하는 대규모 궐기대회를 가졌다. 논쟁의 중심엔 해열진통제 ‘타이레놀’이 있다. 약사회는 타이레놀 성분인 ‘아세트아미노펜’ 부작용을 거론하며 편의점약 판매를 당장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세트아미노펜은 간 독성 부작용이 있는데 편의점 판매로 과복용은 물론 금기인 음주 뒤 복용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이다. 지난해 약사회가 편의점 300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음주 뒤 머리가 아플 때 타이레놀을 권하는 비율이 25.7%였다. 또 편의점약은 24시간 점포를 운영할 때만 판매할 수 있는데 20.4%는 이 규정을 어겼다. 약사회는 이를 근거로 “편의점약 제도가 의약품 오·남용을 조장하고 있어 즉각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찬휘 약사회장은 이날 집회에서 “편의점약 확대정책은 국민이 건강할 권리 따위는 개에게나 줘버리겠다는 적폐정책”이라고 성토했다. 그러나 약사회 주장에는 편의점이 기존 약국 영역을 침범하는 것에 대한 불안감이 더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편의점약 13종 가운데 타이레놀은 4종으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편의점약 매출은 제도 시행 이듬해인 2013년 154억원에서 2016년 284억원으로 3년 만에 84.4% 늘었다. 주력 품목인 타이레놀 500㎎ 매출도 같은 기간 52억원에서 98억원으로 커졌다. 편의점은 저녁에 문을 닫는 약국과 달리 야간에도 이용할 수 있고, 그 수도 4만여개로 약국의 2배에 달한다. 약사회의 우려와 달리 편의점약 판매 이후에도 의약품 부작용 문제가 심각해지지 않았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고려대 의대 응급의학교실이 올해 대한임상독성학회지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08~2016년 고대안암병원 응급의료센터에 온 환자 가운데 편의점약 제도 시행 전 아세트아미노펜 중독환자 비율은 7.5%(71명)였지만 시행 뒤는 4.7%(29명)로 오히려 줄었다. 이런 가운데 보건복지부는 다음달 8일 편의점약 품목 확대를 위한 ‘안전상비의약품 지정심의위원회’를 열 계획이다. 이 자리에서는 제산제와 지사제 등 일부 품목을 확대하는 방안을 논의한다. 복지부는 지난해 8개월간 5차례의 회의를 가졌지만 아무런 결론도 내리지 못했다. 특히 지난해 12월 5차 회의에서는 약사회 소속 위원이 자해소동을 벌여 논쟁이 더욱 격화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타이레놀’로 폭발한 편의점약 전쟁

    ‘타이레놀’로 폭발한 편의점약 전쟁

    “타이레놀 독성 불구 무분별 복용”편의점약 판매·확대 중단 요구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안전상비의약품’ 확대를 놓고 정부와 약사들이 정면 충돌할 조짐이다. 대한약사회는 29일 서울 종로구 청계광장에서 회원 3000여명이 모인 가운데 편의점 판매약 확대를 반대하는 대규모 궐기대회를 가졌다. 논쟁의 중심엔 해열진통제 ‘타이레놀’이 있다. 약사회는 타이레놀 성분인 ‘아세트아미노펜’ 부작용을 거론하며 편의점약 판매를 당장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세트아미노펜은 간 독성 부작용이 있는데 편의점 판매로 과복용은 물론 금기인 음주 뒤 복용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이다. 지난해 약사회가 편의점 300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음주 뒤 머리가 아플 때 타이레놀을 권하는 비율이 25.7%였다. 또 편의점약은 24시간 점포를 운영할 때만 판매할 수 있는데 20.4%는 이 규정을 어겼다. 약사회는 이를 근거로 “편의점약 제도가 의약품 오·남용을 조장하고 있어 즉각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찬휘 약사회장은 이날 집회에서 “편의점약 확대정책은 국민이 건강할 권리 따위는 개에게나 줘버리겠다는 적폐정책”이라고 성토했다. 그러나 약사회 주장에는 편의점이 기존 약국 영역을 침범하는 것에 대한 불안감이 더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편의점약 13종 가운데 타이레놀은 4종으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편의점약 매출은 제도 시행 이듬해인 2013년 154억원에서 2016년 284억원으로 3년 만에 84.4% 늘었다. 주력 품목인 타이레놀 500㎎ 매출도 같은 기간 52억원에서 98억원으로 커졌다. 편의점은 저녁에 문을 닫는 약국과 달리 야간에도 이용할 수 있고, 그 수도 4만여개로 약국의 2배에 달한다. 약사회의 우려와 달리 편의점약 판매 이후에도 의약품 부작용 문제가 심각해지지 않았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고려대 의대 응급의학교실이 올해 대한임상독성학회지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08~2016년 고대안암병원 응급의료센터에 온 환자 가운데 편의점약 제도 시행 전 아세트아미노펜 중독환자 비율은 7.5%(71명)였지만 시행 뒤는 4.7%(29명)로 오히려 줄었다. 이런 가운데 보건복지부는 다음달 8일 편의점약 품목 확대를 위한 ‘안전상비의약품 지정심의위원회’를 열 계획이다. 이 자리에서는 제산제와 지사제 등 일부 품목을 확대하는 방안을 논의한다. 복지부는 지난해 8개월간 5차례의 회의를 가졌지만 아무런 결론도 내리지 못했다. 특히 지난해 12월 5차 회의에서는 약사회 소속 위원이 자해소동을 벌여 논쟁이 더욱 격화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이마트24, ‘아이미’ 앞세워 PB시장 본격 진출

    이마트24가 오는 30일 신규 자체브랜드(PB) ‘아이미’(I’m e)를 새롭게 선보인다. 이마트24는 아이미를 통해 본격적으로 PB 상품 강화에 나선다고 29일 밝혔다. 지난해에 브랜드 리뉴얼 작업을 통해 이마트24의 인지도를 높인 만큼, 올해는 본격적으로 상품경쟁력 강화에 주력한다는 설명이다. 이마트24 관계자는 “그동안 견뎌바, 속풀이라면 3종(속풀라면, 속타는라면, 속찬라면), 하루e리터 등 단품 위주의 상품개발을 해왔지만 이번 아이미 출시를 계기로 카테고리를 아우르는 PB 강화에 집중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마트24는 우선 아이미의 첫번째 상품으로 프리미엄 팝콘 2종(부어스트맛, 더블치즈맛)을 출시한다. 이어 올해 200여개의 PB상품을 추가로 출시하는 등 카테고리를 강화해 지난해 말 기준 전체 매출의 약 10%를 차지했던 PB상품의 매출 구성비를 2020년 30%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편의점 PB시장은 2008년 1600억원에서 지난해 3조 5000억원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이에 따라 후발주자인 이마트24도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관련 시장의 경쟁력 강화가 필수적이라는 분석이다. 또 그동안 노브랜드, 피코크 등 기존의 이마트 PB를 판매하면서 지속적으로 제기돼왔던 ‘품목 겹치기’ 논란에서도 자유로워질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진영호 이마트24 MD담당 상무는 “PB상품은 고객이 편의점 브랜드를 선택하는 중요한 기준이 되고 있으며, 앞으로 그 중요성은 더 커질 것”이라면서 “차별화된 PB상품 개발을 통해 가맹점 매출 증대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희리 기자 hitit@seoul.co.kr
  • ‘서른이지만’ 양세종, 시크한 표정으로 툭 전하는 따스함 “설레네”

    ‘서른이지만’ 양세종, 시크한 표정으로 툭 전하는 따스함 “설레네”

    ‘서른이지만 열일곱입니다’ 양세종이 따뜻한 마음씨가 느껴지는 세심한 행동들로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첫 방송부터 시청률 1위를 차지하며 월화드라마 최강자로 SBS 월화드라마 ‘서른이지만 열일곱입니다’(극본 조성희/연출 조수원/제작 본팩토리) 속 공우진(양세종 분)이 순간순간 드러나는 따스한 면모로 시청자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우진은 열일곱에 생긴 트라우마로 서른 살이 된 지금까지 타인-세상과 단절한 채 살아온 ‘세상 차단男’으로, 세상의 모든 일에 무관심할 것 같았던 그가 의외의 면모를 내비치고 있어 관심을 높인다. 특히 우진은 자신의 반려견인 덕구를 언제나 1순위로 생각하며 애지중지하는 모습으로 미소를 유발하고 있다. 덕구가 밥도 잘 챙겨먹지 않고 잠도 자지 않자 걱정에 휩싸인 우진은 바로 동물병원으로 직행했다. 이어 면역력이 떨어졌다는 의사의 말에 수심이 가득한 표정을 짓는가 하면, 한번에 들기도 힘겨울 만큼의 영양제와 간식을 집어 든 모습으로 관심을 모았다. 이와 함께 우진은 서리에게 도움 받은 은혜를 몇 배로 갚는 남다른 보은 스케일로 안방극장을 훈훈하게 만들었다. 지난 4회에서 타인과 얽히기를 꺼려하는 우진은 외삼촌을 찾을 때까지 집에 머물게 해달라는 서리의 부탁에 난감해 했다. 하지만 우진은 이내 자신이 초코과자를 깔고 앉아 똥싼 것처럼 보이자 서리가 가디건을 벗어 둘러줬던 기억을 상기하고, 결국 그를 집에 들이기로 결심했다. 이는 세상에 무심한 듯 했던 우진의 착한 심성을 알게 해주며, 은근한 설렘을 전파했다. 뿐만 아니라 우진은 길을 걷다 길을 걷다 강아지를 찾는 전단지가 떼어지려 하는 것을 보고 꼼꼼하게 붙여주는가 하면, 편의점에서 물을 사서 나오다 메마른 화분을 보고 자신의 목을 축이기에 앞서 화분에 물부터 주는 등 세심하게 주변을 챙기는 모습으로 시선을 사로잡은 바 있다. 이는 우진이 세상과 얽히고 싶지 않아 겉으로는 냉정하고 무심하게 행동하지만, 내면에는 그 누구보다 따뜻하고 착한 심성을 가지고 있음을 알게 해준다. 이에 우진이 또 어떤 배려 깊고 세심한 행동들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훈훈하게 덥힐지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SBS 월화드라마 ‘서른이지만 열일곱입니다’는 열일곱에 코마에 빠져 서른이 돼 깨어난 ‘멘탈 피지컬 부조화女’와 세상을 차단하고 살아온 ‘차단男’, 이들의 서른이지만 열일곱 같은 애틋하면서도 코믹한 로코로 ‘믿보작감’ 조수원PD와 조성희 작가의 야심작. 오는 30일에 5-6회가 방송된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1년 4개월만에 문 대통령 만난 공시생, 지금은 알바생

    1년 4개월만에 문 대통령 만난 공시생, 지금은 알바생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후보 시절 홍보영상에 등장했던 공무원 시험 준비생이 1년 4개월 만에 대통령 공개 행사에 다시 참석해 관심을 끈다. 당시 문 대통령은 “서로 올해 공무원 취직하자”며 자신이 매고 있던 넥타이를 첫 출근 때 매라고 선물했다. 화제의 주인공은 지난 26일 서울 종로구청 인근 ‘쌍쌍호프’에서 열린 문 대통령과의 ‘호프 타임’에 참석한 배준(사진)씨다. 배씨는 지난해 3월 당시 대선 후보였던 문 대통령의 ‘수고했어, 오늘도’ 홍보영상에 등장해 화제가 됐다. 당시 문 대통령은 빨래방을 깜짝 방문해 배씨를 우연히 만나 소주와 삽겹살을 함께 먹으며 취업난을 겪는 청년들의 삶을 위로해 큰 공감을 받았다. 이 영상은 당시 유튜브 동영상 채널에서 420여만 회의 조회수를 보이며 문 대통령의 애칭인 ‘이니’를 만들어준 최초의 영상으로도 꼽혔다. 1년 4개월 만에 문 대통령을 다시 만난 배씨는 “그동안 공무원시험 준비를 3년동안 했는데 과감하게 고시를 접고 다음 학기에 복학해 새로운 출발을 하려고 한다”고 근황을 밝혔다. 이에 문 대통령은 “공백이 아깝겠다”고 위로하며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나”라고 물었다. 배씨는 지난주부터 어렵게 구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며 “학비와 용돈을 벌려고 알바를 구하는데 잘 안 구해진다. 많이 뽑지도 않더라”고 고충을 털어놨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런 인연으로 어제 참석자로 배씨를 청와대에서 초대했다”며 “배씨는 어제 참석자 중 유일하게 대통령이 오는 줄 미리 알고 있었던 사람”이라고 사연을 소개했다. 문 대통령의 ‘퇴근길 국민과의 대화 일환’으로 기획된 이번 행사는 최저임금 인상 등 경제현안과 관련해 구직자, 자영업자, 소상공인들의 현장 목소리를 직접 청취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날 호프집에는 청년 구직자 3명, 편의점 등을 경영하는 중소상공인과 자영업자 5명, 근로자 1명 등이 참석했다. 배씨를 제외한 이들은 고용노동부 장관 등 정부 관계자들과의 만남인 줄로만 알고 호프집을 찾았다가 문 대통령을 만나 깜짝 놀랐다. 강윤혁 기자 yes@seoul.co.kr
  • “손님에게 9시간이나 갇혀 있었다”...일본서 고객갑질 대응 움직임 확산

    “손님에게 9시간이나 갇혀 있었다”...일본서 고객갑질 대응 움직임 확산

    “손님에게 사과하기 위해 집으로 방문했다가 9시간을 갇혀 있었다.”(백화점 직원) “손님은 신이니까 모든 것을 들어주어야 한다는 훈계를 7시간이나 들어야 했다.”(가전회사 직원) 일본을 설명하는 여러 키워드 중 ‘오모테나시’가 있다. 온 정성을 다해 손님을 대접한다는 뜻이다. ‘서비스 천국’으로 불리는 일본 고객응대 정신을 함축하는 말이기도 하다. 하지만 일본에서도 최근 손님들의 불합리한 요구나 욕설, 폭력 등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려는 움직임이 노동자나 기업 측에 확산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중요한 문제로 부각된 ‘감정노동자’의 인권이 일본에서도 본격적으로 이슈화하고 있는 것이다. 27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다양한 고객 직접응대 업종의 기업 노조가 모여 있는 UA젠센(전국섬유화학식품유통서비스일반노조동맹)은 ‘고객 갑질의 추방을 위해 필요한 대책을 강구하자’는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이달 중순까지 약 170만명의 노동자들이 서명에 참여했다. 대부분 소매, 외식, 호텔, 의료·개호 등 업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다. 니혼게이자이는 “서비스를 중시하는 일본에서 고객을 ‘악질’로 간주하는 것을 망설이는 기업이 많지만, 그대로 방치했다가는 국내총생산(GDP)의 70%를 차지하는 서비스업에서 일손 부족이 심화할 수 있어 대응을 모색하는 움직임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일부 악덕 소비자의 갑질에 양보하고 굴복하는 것이야말로 전체 소비자의 손실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인식도 확산하고 있다. 일본 서비스업계는 ‘마음’을 팔아야 하는 감정노동의 부담이 가뜩이나 일손 부족이 심각한 상황에서 인력 조달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고객 갑질로부터 직원을 보호함으로써 휴가나 퇴사 등을 막기 위해 다양한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150개 제과업체가 가입해 있는 일본과자BB협회는 지난해 처음으로 ‘블랙 컨슈머’에 대응하는 지침을 만들었다. 손님이 자기가 구입한 상품이 불량품이다고 주장하더라도 실제로 해당 제품을 가져오지 않을 경우 원칙적으로 대응을 하지 않도록 규정했다. 그동안 제과업계는 불량이라는 주장만으로도 물건을 바꿔주거나 사과 물품을 보내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이를 악용하는 사람들이 다른 업종보다 더 많았다. JR 등 철도회사들은 공동으로 승무원, 역무원에 대한 손님들의 폭력 추방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후생노동성은 요양서비스 등 현장에서 요양사에 대한 성추행 등을 막기 위한 대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한 대형마트 노조는 올 봄 노사협상에서 고객 갑질에 대한 대책을 마련할 것을 사측에 요구해 관철시키기도 했다. 유럽연합(EU)은 직장내 학대와 폭력 등에 대응하는 절차를 정비하도록 기업에 요구하고 있다. 여기에는 직장상사나 동료뿐 아니라 고객이나 거래처 등도 해당된다. 니혼게이자이는 “일손 부족으로 편의점 등에서의 외국인 직원이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손님들의 횡포로부터 직원들을 지킬 수 있는지 여부가 앞으로 일본의 오모테나시의 질을 좌우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도쿄 김태균 특파원 windsea@seoul.co.kr
  • [서울광장] ‘전지적 문재인 시점’ 벗어나기/황수정 논설위원

    [서울광장] ‘전지적 문재인 시점’ 벗어나기/황수정 논설위원

    문재인 대통령의 청와대에서는 예전에 못 보던 장면들을 볼 줄 알았다. 참모들이 대낮에도 청와대 문을 여유 있게 들락거릴 줄 알았다. 걸으면 십분 거리의 삼청동 수제비집(청와대 아래 맛집)에 들러 수제비 한 그릇을 더러는 옆자리에서 땀 닦으며 먹게 될 줄 알았다. 그 덕분에 대통령의 ‘1호 인사’인 조국 민정수석이 ‘강남 좌파’라는 형용모순의 별명만은 털어낼 줄 알았다.문 대통령에게 걸었던 파격의 기대는 당연히 더 크고 야무졌다. 휴일 저녁이면 대통령이 광화문 교보문고쯤에 홀연 나타나 신간을 뒤적이곤 할 줄 알았다. 청와대 주변 마을로 불쑥 산책을 나서려는 통에 경호팀이 식은땀깨나 흘릴 줄 알았다. 그런데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런 ‘낭만 청와대’는 애초에 현실에 존재할 근거가 없는 거였다. 나른한 백일몽에서 사람들이 하나둘 깨어나는 것 같다. 그 징후들을 본다. 청와대가 다급해졌다. 문 대통령은 26일 저녁 광화문의 호프집을 깜짝 방문했다. 퇴근길 시민 속으로 들어가겠다던 공약을 취임 1년여 만에야 지켰다. 앞서 지난 23일에는 수석·보좌관회의에서 행간 깊은 작심 발언을 여럿 했다. 그중에서도 어렵게 꺼낸 본론은 “혁신성장 가속화”였다. 다만 소득주도성장과 병행해야 하는 것이지 선택의 문제는 아니라는 단서를 붙였다. 최저임금 인상 후폭풍으로 청와대의 소득주도성장론이 연일 난타를 당하니 방향을 좀 틀긴 하겠는데, 그렇다고 백기를 든 게 아니라는 완곡어법. 본론 중에 진짜 본론은 “기업, 소상공인, 자영업자, 노동계와 직접 만나겠다”였다. 기업과 노동계는 직간접으로 그래도 소통했던 경제 주체들이다. 지금 구애 신호를 정조준해 쏴야 할 대상은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이다. 최저임금 1만원, 그 선의의 공약 길목길목에 뇌관은 예상했으되 이렇게 허망하게 위협적으로 터질 줄은 미처 몰랐다. 발등의 불은 빨리 끄는 게 상책이다. 최저임금 수직 인상에 직격탄을 맞은 소상공인들은 불복종 운동에 들어갔다. 업종별 차등 적용에 반대 몰표를 던진 최저임금위원회가 현실을 완전히 외면했다고 반발한다. 내년도 최저임금 8350원을 무시하고 현장에서 알아서 정하는 불법투쟁을 진작에 선언했다. “최저시급을 감당 못해 망하나 범법자로 망하나 똑같다”며 광화문에 천막본부를 만들겠다고 한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가 170년 전 목청 높였던 ‘시민 불복종’은 어쩌다 이 염천에 서울 광화문의 구호가 됐을까. 시민 헹가래로 탄생한 시민 대통령에게 시민 불복종만큼 속 쓰릴 일은 없다. “자꾸 덩치만 키워서 ‘청와대 정부’ 만들 일 있냐”는 십자포화에도 청와대는 결국 자영업 비서관을 신설했다. 뒷북 외통수다. 바닥 민심을 조금만 일찍 챙겼어도 영세 자영업자들의 분노를 덜 키울 수 있었다. 택시만 타도, 동네 분식집에만 가봐도 일목요연하게 정리되는 불만들이 있다. 식당 아줌마 품귀 현상이 그런 거다. “같은 시급 받고 왜 종일 설거지하냐는 거죠. 면접들만 보고는 연락이 없어요.” 어쩌다 들른 식당의 안주인은 “그 아줌마들이 에어컨 빵빵한 병원 간병인으로 몰려 간다”며 식당에 사람 구하기가 하늘 별 따기라고 혀를 찼다. 나 같은 사람도 주워듣는 민심을 청와대는 못 듣는 게 아니라 안 듣고 있는 것이다. 대영제국의 ‘국민 작가’였던 찰스 디킨스는 한때 날마다 밤을 새워 도시 구석구석을 헤집고 다녔다. 불면증을 이기려는 처방이었지만, 런던 골목마다 생계로 밤을 새우는 시민 군상을 몸소 겪으며 문학의 방향을 틀었다. 노숙을 체험하고는 빈민 복지 사업에 뛰어들기도 했다. “새벽까지 파이나 뜨거운 감자를 팔던” 그때의 런던 서민들보다 한 집 건너 한 집인 손바닥만 한 편의점에서 인건비도 못 건져 헉헉대는 서울의 서민들이 나을 게 있겠나. 일자리가 씨가 마른 우리 사정이 해가 지지 않았던 빅토리아 여왕의 호시절보다 아무려면 더 낫겠나. 우리는 아무도 걷지 않는다. 청와대의 누가 골목 민심을 챙기려고 걸어 내려왔다는 소문을 들은 적 없다. 시급 몇십 원을 놓고 을과 병은 멱살 잡는데, 현실 정치가 불면증은커녕 문학보다 덜 치열하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고전이 된 디킨스의 산문 ‘밤 산책’에 현장의 고민들이 현재형으로 녹아 있다. 시민의 곁을 어떻게 걸어 현실을 기록해야 하는지, 대통령 참모들은 휴가길에 꼭 한번 읽어 보시라. 헛다리 짚지들 마시라. 현장에 깜깜한 ‘전지적 문재인 시점’을 벗어나야 이 현실은 수습된다. sjh@seoul.co.kr
  • 文, 소상공인·청년구직자와 ‘깜짝 호프’… 최저임금·고용 민심 들었다

    文, 소상공인·청년구직자와 ‘깜짝 호프’… 최저임금·고용 민심 들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26일 저녁 7시 서울 광화문의 한 호프집을 깜짝 방문해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체 사장, 청년구직자 등과 1시간 40여분 동안 맥주를 마시며 대화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23일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저부터 기업, 소상공인, 자영업자, 노동계와 직접 만나서 의견을 충분히 듣고 설득할 부분은 설득하고, 요청할 부분은 요청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날 호프집에는 청년 구직자 3명, 편의점·서점·음식점·도시락업체 등을 경영하는 중소상공인과 자영업자 5명, 근로자 1명 등이 참석했다. 이들은 고용노동부 장관 등 정부 관계자들과의 만남인 줄로만 알고서 호프집을 찾았다가, 문 대통령이 모습을 드러내자 깜짝 놀랐다. 문 대통령은 “고용부 장관을 만나는 것으로 알고 오셨을 텐데 보안과 경호 문제 때문에 일정을 미리 알릴 수가 없었다”면서 “지난 대선 때 소통을 잘하겠다고 약속하면서, 퇴근길에 시민들을 만나겠다고 약속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처음에는 퇴근하는 직장인들을 만나서 편하게 맥주 한 잔 하면서 세상 사는 이야기를 가볍게 나누는 자리로 생각했는데, 요즘에는 최저임금과 고용 문제 등이 심각하게 얘기가 나오는 상황이어서 그런 말씀들을 듣고자 자리를 마련했다”고 했다. 참석자들은 문 대통령에게 최저임금 인상, 취업난, 주 52시간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고충을 자유롭게 이야기했다. 23년간 식당을 운영한 이종환씨는 “정말 최저임금을 받는 근로자만도 못한 실적이라서 종업원을 안 쓰고 되도록 가족끼리 하고 있다”면서 “그러다 보니 국민들이 봤을 땐 사실상 일자리 창출도 안 되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제 자식에게 (음식점을) 물려주지 않고 싶다”고 했다. 도시락업체 사장 변양희씨는 52시간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어려움을 호소했다. 그는 “정부가 근로시간을 단축한 이후 퇴근을 빨리하다 보니 도시락 배달 주문이 줄었다”며 “마음고생이 심하다”고 했다.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긍정적 평가도 있었다. 서점을 운영하는 은종복씨는 “최저임금이 올라 힘든 점도 있지만, 당연히 최저임금은 1만원 이상 올라야 한다”고 말했다. 중소기업 사장 정광천씨는 “당장 최저임금, 주 52시간 근로단축의 직접적 영향을 받진 않고 있지만 업종별, 지역별로 속도를 조절할 필요는 있다”며 “특히 생산직에서는 굉장히 고통스러워한다”고 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지역별·업종별로 다르게 받아들일 수 있다”면서 “임금을 제대로 못 받는 분들을 위해 만들어진 게 최저임금인데 직종에 차별을 가하면 취지에 맞지 않기에 쉬운 문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이런 논의를 많이 하겠다”고 약속했다. 청년구직자 배준씨는 “학비와 용돈을 벌려고 알바를 구하는데 잘 안 구해진다. 많이 뽑지도 않더라”고 고충을 털어놨다. 경력단절여성인 안현주씨는 “주변 환경이 정말 100% 지원된다면 충분히 복귀할 수 있지만 그렇게 안 되는 경우가 많다. 조부모님이 도움을 주지 않으시면 여성은 일을 하기 어려울 때가 많다”며 울먹였다. 문 대통령은 “구조적 개혁은 참 힘들다. 과거 주 5일 근무제를 했을 때 기업이 감당할 수 있겠느냐는 호소도 있었지만 결국 그런 어려움을 딛고 결국은 우리 사회에 다 도움이 됐다”며 “여러 문제에 대해 굉장히 무겁게 생각한다. 그런 부분을 적극적으로 보완해 나가겠다”고 했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문 대통령, 퇴근길 시민들과 ‘깜짝 만남’…맥주 마시며 고충 들어

    문 대통령, 퇴근길 시민들과 ‘깜짝 만남’…맥주 마시며 고충 들어

    문재인 대통령이 26일 오후 호프집을 들러 시민들고 ‘퇴근길 맥주 모임’을 가졌다. 장소는 서울 종로구청 인근 ‘쌍쌍호프’, 이 자리에는 청년구직자, 편의점 점주, 식당 자영업자, 아파트 관리인, 서점 주인, 도시락업체 사장, 중소기업 사장 등의 시민이 기다리고 있었다. 다만 고용노동부 장관을 만나 ‘경제 현안과 관련된 의견을 밝히는 자리’로 알고 있었을 뿐, 대통령이 온다는 사실은 문 대통령이 도착하기 직전 알게 됐다. 이 때문에 문 대통령,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 김의겸 대변인,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 등이 모습을 드러냈을 때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청와대는 페이스북을 통해 이날 약 100분간 이어진 문 대통령과 시민들의 만남을 자세히 전했다. 문 대통령은 “깜짝 놀라셨죠?”라고 인사를 건넨 뒤 “처음에는 퇴근하는 직장인들을 만나서 편하게 맥주 한 잔 하면서 세상 사는 이야기를 나누기로 했는데, 최저임금, 노동시간, 또 자영업 그리고 고용 문제들에 대해 심각하게 이야기 되는 상황이어서 그런 말씀들 듣고자 자리를 마련했다”면서 참석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오늘 아무런 메시지를 준비하지 않고 왔다. 그냥 오로지 듣는 자리로 생각하고 왔다. 편하게 말씀해주시면 된다”면서 참석자들이 주도적으로 이야기를 하고, 문 대통령은 주로 듣는 과정이 이어졌다.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나누기 앞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이종환씨가 건배를 제의하며 “대한민국 사람들 다 대통령께서 아끼고 사랑해달라. ‘아싸’라고 (건배사를) 하겠다”고 했고, 참석자들은 다같이 “아싸”를 외쳤다. 이종환씨는 23년간 음식점을 운영해 왔다고 했다. 그는 “정부에서 정책을 세울 때 생업과 사업을 구분해주셨으면 좋겠다. 대부분이 생계형 자영업자이다. 근로시간 단축, 시간외 수당, 주휴수당 등 정책에 대한 불만이 굉장히 많다. 최저임금 같은 경우에 좀 성장해서 주면 되는데, 속으로 정말 최저 근로자만도 못한 실적이라서 될 수 있으면 가족끼리 하려고 한다. 종업원 안 쓰고... 그러다보니 일자리 창출도 국민들이 봤을 때는 안 되는 거다. 앞으로도 그렇게 될 거다”라고 영세 자영업자로서 힘든 점을 전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최저임금의 경우에는 상당 부분을 정부가 일자리 안정자금으로 지원을 하고 있는데 (어려움이) 해결되지 못하는 건가요“라고 질문했다. 이에 편의점을 운영하고 있는 이태희씨가 “4대보험을 100만원씩 매달 넣고 있는데, 일자리 안정자금 신청을 하니 20만~30만원 나오더라. 그거 받으려면 4대보험 100만원 정도를 매달 내야 한다”면서 사업주의 부담이 여전히 크다는 점을 설명했다. 또 가맹점 불공정 계약 문제를 언급하며 “심야영업만 안 하게 해달라”고 건의했다. 문 대통령은 “가맹점에 운영시간이 (계약으로) 묶여있나”라고 물었고, 임종석 비서실장은 “자영업비서관을 신설했으니, 종합적인 대안을 만들어보겠다”고 약속했다. 취업준비생인 이찬희씨는 “취업 준비에 돈이 많이 든다”고 호소했다. 이에 문 대통령이 “취업 준비에 돈이 얼마나 드느냐”고 묻자 이찬희씨는 “토익, 오픽 등 취업을 위한 시험과 자격증 취득 비용이 한달에 25만원 정도 든다”고 답했다. 또 정부의 취업성공패키지 정책으로 지원을 받고 있지만 많이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이 자리에는 지난해 3월, 당시 대통령 후보 시절 빨래방에서 만나 삼겹살 데이트를 했던 배준씨도 함께 했다. 배준씨는 “그 동안 공무원 준비 3년 했는데, 과감하게 고시를 접고 다음 학기에 복학해 새로운 출발을 하려고 한다”고 근황을 밝혔다. 이에 문 대통령은 “공백이 아깝겠다”고 위로하면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나”라고 물었다. 배준씨는 지난주부터 어렵게 구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고 전했다. 도시락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변양희씨는 “열심히 해봐야 학교 근처라 상가비가 많이 나간다. 아르바이트비 주고 나면 제가 가져가는 돈이 없다”면서 “정부가 근로시간 단축제를 발표한 이후로 저녁에 배달이 없다. 퇴근을 빨리 하고 야근을 안 하니 도시락 배달이 줄어들었다. 마음 고생이 너무 심하다”며 고충을 털어놓았다. 언어치료사로 일하다가 출산으로 경력단절이 된 안현주씨는 “쌍둥이 낳고 일을 그만둔 지 4년, 부모님이 도움을 주시지 않으면 여성은 일을 하기 어려울 때가 많다. 파트타임을 구해도 보모에게 최저임금에 맞춰서 돈을 드려야 하고, 아이 참 기르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에 문 대통령이 보육에 대한 지원이 어떤지 물었고, 안현주씨는 어린이집은 전액 지원이 되지만 그래도 부모님 손을 빌릴 수밖에 없다며 “아이가 아프기라도 하면 힘들다. 수시로 휴가를 낼 수도 없고, 아이 기르기가 참 어렵다. 꿈을 펼치고 싶었는데 아무리 열심히 한들 (잘 안된다)”고 말하며 울먹이기도 했다. 또 아이를 돌보며 할 수 있는 일자리를 찾다보니 파트타임을 찾게 되는데, 급여가 불안정해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문 대통령이 “정부가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요”라고 묻자 안현주씨는 “아동수당 지원도 좋지만 보육교사 처우도 늘려주면 좋겠다. 힘든 만큼 대가를 못 받으니 열악한 것 같다”고 답했다.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정광천 사장은 “주 52시간제와 최저임금 인상으로 생산직 기업들은 굉장히 고통스러워 한다. 최저임금 인상을 업종과 지역별로 속도 조절을 할 필요가 있다”고 건의했다. 문 대통령은 이에 대해 “최저임금 문제의 경우 서울 물가와 지역 물가도 다르고, 지역별·업종별로 다 다르게 받아들일 수 있다. 고용 규모도 다를 수 있다”면서 “그에 따른 논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편으로는 임금을 제대로 못 받아 어려움을 겪는 분들을 위해 만들어진 것이 최저임금인데, 직종에 차별을 가하면 취지에 맞지 않는다”라면서 “쉬운 문제는 아니다. 앞으로 이런 논의를 많이 하겠다”고 답했다. 정광천씨는 “중소기업은 구직도 어렵지만, 구인도 어렵다”며 관심을 가져줄 것을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그래도 대통령에게 얘기하니 시원하시겠다”고 웃음을 보였다. 아파트 경비원인 김종섭씨는 “은행이 폭리를 취한다”며 고민을 호소하기도 했다. 26년째 서점을 운영하는 은종복씨는 “남북 평화로 가는 길로 가기 때문에 책방이 힘들어도 기쁘다”면서 돈은 없지만 행복하다고 말했다. 이어 “근처 대학생이 오면 책을 공짜로도 주고, 외상으로도 주고, 밥도 같이 먹는다”고 전했다. 이날 미리 참석이 예정된 시민들뿐만 아니라 호프집 통유리 너머로 모임을 지켜보던 시민 6명도 즉석에서 자리에 합류했다. 문 대통령은 “주 52시간제 근무제를 시행하니 뭐가 좋나, 육아는 할 만 한가”라고 묻자 한 남자 직장인은 “집에서 설거지만 한다. 제 얼굴을 낯설어하던 아이가 저를 많이 찾고 좋다”고 답했다. 문 대통령은 “노동시간이 짧아져 급여나 수당이 줄어든 것에 대한 불만은 없나”라고 묻기도 했다. 박용만 상의 회장은 대화 내용을 듣다가 “대기업들이 잘하겠다”면서 “소위 임금이 낮은 분들의 임금을 올리는 것은 좋은데, 다른 정책도 같이 가면 좋지 않겠나. 직접적 분배정책도 같은 효과가 나오는 것 아닌가 싶고, 다양한 정책이 있으면 좋겠다”고 의견을 내기도 했다. 자리에 합류한 시민들 중에는 지방에서 서울에 올라와 청와대 관람을 하려다 인터넷 예약을 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돌아가야했다는 중학교 교사도 있었다. 이에 문 대통령이 “이 분들을 고려해 줄 수 없나”라고 묻자, 임종석 비서실장은 “저 분들만 새치기해서는 안 된다”고 답했고, 김의겸 대변인도 “대통령 ‘빽’으로도 안 됩니다”라고 거들어 웃음바다가 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구조적 개혁은 참 힘들다. 하는 정부도 어렵고, 그래도 시간 지나 정착이 되면 우리 전체에게 도움이 되는 것이다. 과거에 주 5일 근무제 했을 때 기업이 감당할 수 있겠냐 호소했지만 그런 어려움들을 딛고 결국은 우리 사회에 다 도움이 되지 않았나”라면서 “지지도 해 주시고, 고충을 이해해 주시고, 대안도 제시해 주셔서 정말 감사하다”고 말했다. 또 “자영업자의 어려움을 도와주는 여러 제도와 대책들이, 카드 수수료라든지 가맹점 수수료 문제라든지, 상가 임대료 문제와 함께 강구되어야 한다. 노동자들에게도 일자리안정자금뿐 아니라 고용시장에서 밀려나는 저소득층에 대한 지원책이 쭉 연결되면 그나마 개혁을 감당하기 쉬울 텐데, 정부가 주도해서 할 수 있는 과제들은 속도 있게 할 수 있지만 국회 입법을 펼쳐야 하는 과제들은 시간차가 나 늦어진다. 그래서 자영업 문제, 고용 밀려나는 분도 생기고, 그렇게 해서 자영업에 대한 사회안전망 모색하고, 여러 문제에 대해서 굉장히 무겁게 생각한다. 그런 부분 적극적으로 보완해 나갈 거고, 국회에서도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며 정책 시행의 어려움에 대해 이해를 구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오늘 정말 많은 이야기 듣고 싶어서 왔는데 경력단절, 취준생, 자영업자 등 여러분들의 많은 이야기를 들었다. 다양한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어서 앞으로 큰 도움이 될 것 같다”면서 감사인사를 전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문 대통령, 광화문 호프집 깜짝 방문

    문 대통령, 광화문 호프집 깜짝 방문

    ‘광화문 대통령’ 시대를 열겠다고 약속한 문재인 대통령이 무더운 여름밤, 시민들과 맥주잔을 기울였다. 문 대통령은 26일 저녁 서울 광화문의 한 호프집을 깜짝 방문했다. 문 대통령이 취임 후 다중시설을 찾아 현안을 가지고 시민들과 격의 없는 대화를 나눈 것은 처음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대선 후보 당시 각종 토론회와 인터뷰에서 “대통령이 되면 퇴근하면서 남대문시장에 들러 시민과 소주 한잔 하며 세상사는 얘기를 나누고 시국도 논의하고 소통하겠다”고 수차례 밝혔다. 이날 자리는 ‘퇴근길 국민과의 대화’라는 명칭으로 오후 7시부터 1시간 동안 진행됐다. 청년과 경력단절여성 등 구직자, 아파트 경비원, 분식점과 편의점 업주 및 도시락 업체 대표를 비롯한 자영업자, 인근 직장인 등 30여명이 참석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최저임금 인상 등 경제현안과 관련해 구직자와 자영업자·소상공인·중소기업 등 경제주체의 현장 목소리를 듣겠다는 취지”라며 “대통령이 경제·시장 상황에 대한 목소리를 듣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참석 시민들은 당초 최저임금 인상 이슈와 관련한 애로사항을 청취하겠다며 중소벤처기업부와 대화를 나누기 위한 행사라는 취지로 선정됐다고 한다. 청와대는 행사 시작 10분 전 대통령이 직접 참석한다는 사실을 깜짝 공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참석 시민 중 청년 구직자는 현재 인턴 구직활동 중이고, 경력단절여성은 외국계 회사에 다니다 출산·육아로 퇴사한 지 10년 만에 재취업을 희망하는 시민이다. 10년째 아파트 경비원으로 일하는 시민은 최저임금 인상으로 임금이 20만원 가량 올랐지만 일자리 감소로 이어질까 불안해하고 있고, 중소기업 대표는 서울형 강소기업에도 선정된 바 있는 우수 중소기업 사장이다. 편의점주는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아르바이트생 급여를 지급하고 있지만 가맹점의 자구 노력에 앞서 본사 지원 확대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며, 도시락 업체 대표는 근로시간 단축으로 저녁 매출이 급감했다는 애로사항을 전했다. 요식업 운영 시민은 근로시간 단축과 최저임금 인상으로 직원 고용 시간을 단축했다며 직원 5인 미만 사업장은 이들 원칙에서 제외할 필요성을 주문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각자 현장에서 느끼는 여러 사연이 있는 분들을 만나기에 생생한 목소리가 여과 없이 전달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사전에 섭외된 이들과의 대화가 끝난 뒤에도 일정 시간 남아서 무작위로 입장하는 일반 직장인 등과도 대화할 예정이다.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 계속되는 폭염에 라텍스 베개 자연발화까지

    계속되는 폭염에 라텍스 베개 자연발화까지

    35도 안팎의 폭염으로 아파트 창가에 놔둔 라텍스 베개가 자연발화하고, 에어컨 실외기 과열로 추정되는 불이 나는 등 화재 위험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24일 오전 10시 41분 부산 금정구의 한 아파트에서 타는 냄새가 난다는 신고가 119에 접수됐다. 119가 현장에 출동한 집 주인 A씨는 외출중이라 아무도 없었다. 냄새가 나는 곳을 찾아보니 A씨 집 창가 바로 옆에 있는 의자로, 이 위에 놓인 베개 위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라텍스 소재의 베개는 이미 절반가량이 타 갈색으로 변한 상태였다. 부산소방안전본부 관계자는 “고온의 직사광선이 라텍스 베개에 장시간 내리쬐면서 열이 축적돼 베개와 베개가 놓여있던 의자 부분을 소훼한 특이한 화재”라고 설명했다. 이어 “라텍스 소재는 고밀도여서 열 흡수율이 높고 열이 축적되면 빠져나가지 않는 특성이 있다”며 “햇볕이 내리쬐는 공간에 라텍스 소재의 물건을 두고 장시간 외출하는 일을 자제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같은 날 오전 10시 35분 부산 수영구의 한 편의점 뒤편 창고에서 화재가 발생해 창고에 보관된 편의점 물품 등을 태워 1000만원 상당의 재산피해를 내고 15분 만에 진화됐다. 경찰은 에어컨 실외기 과열 탓에 불이 난 것으로 보고 정밀감식을 벌일 예정이다. 부산 김정한 기자 jhkim@seoul.co.kr
  • “신용등급 따라 금리 차이 공정위 차원서 살펴볼 것”

    “신용등급 따라 금리 차이 공정위 차원서 살펴볼 것”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개인 신용등급에 따라 금리 차이가 크게 나는 점을 공정위 차원에서 살펴보겠다”고 밝혔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금융사를 관리하고 있지만 개인 신용평가와 이에 따라 대출금리를 산정하는 체계에 불공정한 부분이 있는지 공정위가 직접 들여다보겠다는 방침이다.김 위원장은 24일 국회 정무위원회에 출석해 ‘신용등급 1등급과 4등급의 금리 차이는 3배로 약자일수록 매를 맞아야 하는 구조가 불공정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김 위원장은 “업종별 감독기구가 있지만 금융사라고 해서 공정위 (조사) 대상이 아닌 것은 아니다”라면서 “개인 신용평가 문제나 금리 체계 관련은 공정위가 지난해부터 업종별 약관 불공정을 통해 살펴보고 있고 금융당국과 협의 중으로 지적 사항을 살펴보겠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최저임금 인상으로 어려움을 겪는 편의점 업계와 관련, “편의점 최소 수익 보장을 현행 1∼2년에서 더 늘리는 방향으로 공정거래협약이행 평가를 통해 유도하겠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2013~2017년 공정위 퇴직자 29명 중 25명이 대기업이나 법무법인에 재취업했다는 비판에 대해 “이런 일이 다시 없도록 내부 규정뿐 아니라 공정거래법상 투명성을 높이는 절차법적 개정을 하겠다”면서 공정위 퇴직 간부 재취업에 대한 검찰 수사와 관련, “국민 눈높이에 맞추지 못한 점이 있다. 수사 결과를 수용하고 내부 혁신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밝혔다.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 “날 모른 척하다니” 편의점 불 지르고 달아나…편의점 주인 중태

    “날 모른 척하다니” 편의점 불 지르고 달아나…편의점 주인 중태

    편의점 주인이 불친절하게 대했다며 편의점에 휘발유를 끼얹고 불을 질러 전신 화상을 입힌 4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강동경찰서는 현주건조물방화 혐의로 40대 중반의 김모씨를 긴급체포했다고 24일 밝혔다. 경찰과 소방당국에 따르면 김씨는 이날 오전 2시 15분쯤 강동구 성내동의 한 편의점에 휘발유를 뿌리고는 라이터로 불을 붙였다. 이 불로 편의점 주인인 최모씨가 전신에 3도 화상을 입고 병원으로 이송됐다. 최씨는 의식을 되찾지 못하고 있을 만큼 위중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불은 건물 위쪽으로는 번지지 않은 채 30여분 만에 꺼졌다. 편의점 내부는 완전히 불에 타고 그을려 소방서 추산 2500만원 상당의 재산 피해가 났다. 불을 지른 김씨는 범행 직후 3~4㎞가량 도주하다가 지나가던 사람에게 “내가 방화를 했다. 경찰에 신고해달라”고 말한 뒤 도주를 포기하고 출동한 경찰에 긴급체포됐다. 김씨도 얼굴과 팔, 다리에 화상을 입어 병원으로 이송돼 중환자실에서 치룔르 받고 있다. 그는 “원래 자주 가던 편의점인데 나를 모른 척하고 악수를 건넸는데도 받아주지 않는 등 불친절하게 대해 기분이 나빴다”라고 범행 동기를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김씨가 퇴원하는 대로 조사를 진행해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색다른 인터뷰] 두 명의 대통령과 전면전…난 나왔고 그들은 갇혔습니다

    [색다른 인터뷰] 두 명의 대통령과 전면전…난 나왔고 그들은 갇혔습니다

    ‘한상균의 복귀전.’ 지난달 11일 일산 사법연수원 앞에서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에 벌어졌던 사법 농단을 규탄하는 시위에 한상균 전 민주노총 위원장이 등장했을 때 한 보수신문이 단 제목이다. 이처럼 한상균은 누구에겐 불편하고, 누구에겐 두렵고, 또 다른 누구에겐 희망이다. 쌍용차 해고노동자인 그는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09년 2646명에 이르는 대규모 정리해고에 맞서 77일간 ‘옥쇄 파업’을 주도한 죄로 3년을 복역했다. 박근혜 정부에서는 대통령 퇴진을 요구했다는 이유로 2년 6개월을 감옥에서 보냈다. 당시 재판부는 그의 형량을 끌어올리기 위해 2012년 이후 그가 관여한 집회·농성 13건을 병합해 유죄 처분했다. ‘촛불 정부’를 자임하는 문재인 정부조차도 그를 사면하지 못했다. 한상균의 이미지는 헬리콥터가 동원된 전쟁터 같았던 진압 현장과 조계사 대치 등과 오버랩돼 ‘과격’으로 자리매김했다. 지난 5월 21일 가석방 이후 서울신문과 첫 인터뷰를 한 한상균은 과격한 사람이라기보다는 마음이 단단한 사람이었다. 다음은 일문일답.→이명박 정부 시절과 박근혜 정부 시절의 감옥 생활은 어떻게 달랐습니까. -두 번 다 독방에서 보냈습니다. 이명박 정권이 저를 가뒀을 때는 매달 동지들의 부음을 전해 들었습니다. 참담한 시간의 연속이었죠. 박근혜 정부 시절 감옥에서는 촛불이 불의한 정권을 무너뜨리는 장면을 목격했습니다. 가슴이 터질 것 같았어요. 두 전직 대통령과 전면적으로 맞붙었는데, 결국 나는 나왔고 그들은 갇혔습니다. →촛불집회가 진행될수록 노동의제가 점점 약화된 측면도 있습니다. -노동의제가 묻힌 것은 아쉽지만, 정의를 세우는 일에 집중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봤습니다. 옥중 편지를 통해 “한상균 석방 구호를 멈춰 달라”고 한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민주노총 위원장이 투쟁하다 구속되는 것은 숙명입니다. 제 문제가 부각되면 수많은 민중의 요구가 다른 시각으로 비칠 수도 있어요. →두 번씩이나 구속을 감수하는 게 쉽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많은 조합원들이 그래서 인간 한상균에게 부채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쌍용차 노조 지부장으로 부당한 정리해고에 맞서 투쟁한 것은 ‘상식’적인 일입니다. 정리해고를 막아 달라는 조합원들의 분명한 요구가 있었고, 저는 그 요구에 상식적으로 화답했을 뿐입니다. 제가 만일 투항했다면 ‘해고는 살인이다’라는 의제가 한국 사회에 자리잡지 못했을 겁니다. 마찬가지로 민주노총 위원장으로서 박근혜 정권이 밀어붙이던 ‘쉬운 해고, 더 많은 비정규직 체제’를 막아야 했던 것도 상식입니다. 상식적인 일을 했을 뿐입니다. →77일간의 옥쇄 파업은 노동운동사에서도 유례가 드문 일입니다. 파업을 이끈 힘은 무엇입니까. -인간에 대한 사랑, 동지에 대한 믿음이 전부였어요. 외환위기 이후 권력과 자본의 힘은 점점 강해졌지만, 노조의 응집력은 약해졌어요. 이를 극복하기 위해선 노조 간부들의 정신이 중요한데, 그 바탕은 사랑과 믿음이라고 생각했습니다(77일 동안 한상균을 옆에서 지켜본 한 노동자는 “그가 흔들리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경찰특공대의 마지막 옥상 진압을 지켜본 심정은 어땠나요. -헬기에 매달린 컨테이너에서 쏟아져 나온 특공대가 고무탄을 쏘며 무자비하게 진압하는 모습을 보며 속으로 피눈물을 흘렸습니다. 제가 있던 위치에서 불과 15m 떨어진 곳에서 벌어졌어요. 국가가 국민을 이렇게 짓밟을 수도 있구나…(담담하게 대화를 이어 가던 그의 눈에는 핏발이 섰고, 핏발 위로 눈물이 그렁그렁 고였다). →옥상에서 마지막까지 저항한 분들이 특별히 전투적이었다고 볼 수 있나요. -평범한 노동자들이었습니다. 노조 활동과 거리가 먼 이들도 많았고요. 이런 분들이 정권의 탄압에 하루이틀 분노를 쌓아 갔습니다. 이들이 나중에는 제가 투항하는지 감시할 정도로 철저한 투사가 됐어요. →최근 목숨을 끊은 김주중씨도 옥상에 계셨죠. -주중이는 아주 헌신적인 친구였어요. 그래서 상처가 더 컸을 겁니다. 파업 이후 바로 구속돼서 치유받을 시간도 없었어요. 감옥에서 나와 생계가 막막해졌고 가정은 이미 망가졌어요. 막노동을 하면서도 복직될 수 있다는 희망 때문에 견뎠는데, 결국 희망의 끈을 놓아 버렸어요. 기가 찰 노릇입니다(2015년 12월 30일 쌍용차 노사는 해고자 복직에 합의했지만, 현재 복직자는 45명에 불과하다. 김주중씨는 ‘남아 있는’ 해고자 120명 중 한 명이었다). →여전히 위태로운 분들이 많을 것 같은데요. -쌍용차 해고 노동자를 보는 시선이 여전히 차가워요. 사회가 고립시키는 것보다 더 무서운 게 자신이 자신을 고립시키는 겁니다. 해고자 낙인 때문에 취업도 안 돼요. 인간관계가 다 깨졌을 때의 고립감은 이루 말할 수 없어요. ‘희망이 보인다’는 소식이 들리면 하나 둘 연락을 하다가 그게 사라지면 다시 연락이 끊겨요. ‘희망 고문’이죠. 31번째 희생자가 나오지 않기만 기도할 뿐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0일 쌍용차 소유주인 인도 마힌드라 그룹의 아난드 마힌드라 회장에게 해고자 복직 문제를 부탁했는데요. -문 대통령은 과거 수차례 쌍용차 문제 해결을 약속했어요. 대통령의 진정성을 아직 믿어요. 외교석상에서 깊은 고민 끝에 나온 발언이라 기대가 큽니다. 또 다른 ‘희망 고문’이 되지 않길 진심으로 바라요. 쌍용차 문제는 단순한 노사 분규가 아닙니다. 무자비한 진압은 국가의 폭력이었고, 대법원이 쌍용차 해고자 판결을 박근혜 청와대와 거래했다는 사실도 확인된 만큼 정부가 해결해야 할 문제입니다(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가 작성한 재판 거래 의혹 문건에는 2014년 11월 서울고법이 내린 쌍용차 정리해고 무효판결을 불과 9개월 만에 대법원이 “해고는 정당하다”며 파기환송한 것을 국정 협조 사례로 제시했다. 대법 판결 직후 해고자 5명이 목숨을 끊었다). →정부가 진정성을 보이려면 쌍용차 노조에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부터 포기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경찰은 우리가 새총으로 헬기를 파손했다며 거액의 손해배상을 제기했어요. 사용자 측의 손배·가압류가 노동자의 단결권과 파업권을 옥죄는 가장 강력한 수단이 된 지 오래입니다. 이명박·박근혜 정권에선 오히려 국가가 더 적극적으로 손배·가압류를 남발했는데, 이는 노조를 정부의 적으로 규정했기 때문이죠. 노동조합은 적이 아니라 민주주의의 ‘심장’입니다. 문재인 정부는 손배를 포기하면 절차성이 훼손될 것을 우려하고 있는 것 같은데, 적폐 청산 차원에서 결단해야 할 문제입니다. 주중이도 국가 손배 문제로 마지막까지 괴로워했어요(파업 진압 이후 쌍용차 사측과 정부는 해고자들에게 각각 150억원, 24억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으며, 아직 재판 중이다). →문재인 정부의 ‘우클릭’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촛불혁명이 새 정부를 세웠지만, 한국 사회는 여전히 과도기입니다. 재벌과 기득권 중심 사회를 재편하느냐 아니면 다시 그 길로 회귀하느냐의 갈림길에 있어요. 촛불 혁명으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는 가진 자의 편에 설 것이냐, 빈자의 편에 설 것이냐를 선택해야 합니다. 노동자·민중이 바라는 노선에서 이 정부마저 탈선한다면 굉장히 위험해질 수 있어요. 지지율 정치는 한계가 드러납니다. 지금 탈선 여부를 점검해야 해요. →노동계에선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안(시급 8350원)이 미흡하다고 하고, 소상공인들은 과하다고 반발합니다. -재앙과도 같은 양극화를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점을 정부가 인식하고 그 첫 번째 경로로 최저임금 1만원 공약을 내세웠습니다. 보수언론과 자본가들은 이 문제를 소상공인과 노동자 간 ‘을들의 싸움’으로 몰아가고 싶겠죠. 그러나 소상공인과 노동자가 싸워야 할 대상은 대기업의 갑질과 분배되지 않는 부의 체계, 조물주 위에 있다는 건물주입니다. 일본의 편의점 업주들이 프랜차이즈 본사와 대항하기 위해 노조를 결성하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커요. 최저임금은 죄가 없어요. 여기서 더 후퇴한다면 노동자들은 이 정부한테서도 기대할 게 없다고 여길 겁니다. →최근 기아차 정규직 노조가 여성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반대해 논란이 됐습니다. 대기업 노조의 기득권 문제를 어떻게 보나요. -뼈아픈 지적입니다. 예전에는 자기 사업장 노조원만 잘 지켜도 민주노조라고 했지만 지금은 그런 시대가 아닙니다. 더 어려운 노동자를 배척하는 노조는 더이상 민주노조가 아닙니다. 민주노총은 노동조합을 만들 수 없는 약자들이 기댈 언덕이 돼야 합니다. 시대적 사명을 다하기 위해선 치부를 숨기거나 변명하지 말아야 합니다. →2014년 첫 민주노총 직선 위원장에 당선된 이후 민주노총 내 정파성이 다소 완화됐다는 평가가 있습니다. -정파적 갈등이 노동의 위기를 극복하는 데 걸림돌이 되면 이젠 현장에서 인정하지 않아요. 예전에는 절차와 과정이 싹둑 잘리고 상부 몇몇이 마치 현장의 목소리를 다 반영한다는 듯이 말하기도 했어요. 그러나 이젠 안 통해요. 현장에서 답을 찾아야 합니다. →노동자의 정치 세력화는 실현될 수 있을까요. -조직된 노동자의 힘을 지렛대 삼아 제도권 정치에 진입하는 시도는 한계에 봉착했어요. 이것을 뛰어넘는 꿈이 있어야 하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한 동력을 만들어야 합니다. 지난번 최저임금 산입 범위를 확대하는 법 개정에 반대한 국회의원이 24명뿐이었습니다. 이들을 제외하면 다 재벌 기득권 편에 선 거죠. 현장 노동자들은 일상에서 누가 내 편에 서는가를 묻기 시작했어요. 정권의 입맛에 따라 ‘사용되는’ 노동이 아니라 사회를 변혁하는 ‘노동 정치’를 갈망하고 있어요. →쌍용차 지부장과 민주노총 위원장을 하리라고 예상을 했습니까. -1985년 입사 이후 파업 전까지 24년 동안 컨베이어(자동차 생산 라인)를 탔어요. 해고를 막아 달라는 동료들의 요구를 담담하게 받아들였을 뿐입니다. 변방의 쌍용차 지부장이 민주노총 위원장이 되리라고도 전혀 예상하지 못했어요. 이 길을 가면 어떻게 될지 뻔히 알았지만 숙명이라고 생각했어요. →만약에 정리해고가 없었다면 삶이 어떻게 달라졌을까요. -좋은 아빠는 못 됐어도 꼭 있어야 할 때 있어 주는 아빠는 됐을 겁니다. 아이들 입학식과 졸업식 사진에 제가 없어요. 그때마다 감옥에 있었으니까요. →옥중 편지를 보면 시적 표현이 많이 나옵니다. 문학 공부를 하셨나요. -공고 졸업해서 줄곧 노동자로 살아왔는데 무슨 문학 공부를 해요. 아프고 슬프면 다 시인이 됩니다. 10년간 투쟁한 쌍용차 동지들의 가슴속에는 시집이 몇 권씩 있을 겁니다. →고공 철탑 농성, 단식, 투옥을 거치면서 건강은 어떻게 지켰나요. -감옥에서도 새벽 4시에 일어나서 1시간 정도 명상과 단전호흡을 했어요. 마음의 근육이 단단해지니 육체적으로도 강해지는 것 같아요. 비우는 게 가장 어렵더라고요. →노동자가 비울 게 뭐가 있습니까. -누구든 살다 보면 욕망의 찌꺼기가 쌓여요. 많이 가진 사람이 나누는 것은 나누는 게 아닙니다. 먹고살기 빠듯한 사람이 더 어려운 사람과 빵 한 조각 나누는 게 진짜 나눔입니다. (인터뷰를 마치고 한상균과 함께 덕수궁 대한문에 차려진 김주중씨 분향소에 갔다. 해고 노동자들은 그를 친형 대하듯 했다. 김주중씨의 절친이었다는 한 해고자는 “형님을 보면 마음이 짠하다”고 했다.) 이창구 사회부장 window2@seoul.co.kr 기민도 기자 key5088@seoul.co.kr■한상균은 누구인가 -1962년 전남 나주 출생 -1978년 전남기계공업고등학교 입학 -1980년 고3 때 광주 5·18 경험 -1985년 부산 소재 지프차 생산회사 거화 입사 -1986년 쌍용그룹이 거화 인수 1987년 쌍용차노조 설립 추진위원장 -2009년 금속노조 쌍용차 지부장 -2009년 정리해고 반대 옥쇄파업 77일 단행 및 구속(3년) -2012~2013년 해고자 복직 요구 송전탑 고공농성(171일) -2014년 12월 26일 민주노총 첫 직선 위원장 당선 -2015년 11월 11일 법원 구속영장 발부(세월호 희생자 추모집회 등 주동 혐의) -2015년 11월 14일 서울광장에서 열린 1차 민중총궐기 집회 후 조계사 피신 -2015년 12월 10일 경찰에 자진출두 -2016년 1월 5일 검찰, 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 등 혐의로 구속 기소(13개 집회 혐의 모두 병합) -2016년 7월 4일 서울중앙지법, 징역 5년 벌금 500만원 선고 -2017년 5월 31일 대법원, 징역 3년 벌금 50만원 확정 -2018년 5월 21일 가석방
  • 연 매출 5억원 편의점 사장님, 연봉 2500만원 실화입니까

    연 매출 5억원 편의점 사장님, 연봉 2500만원 실화입니까

    서울 강서구 주택가에서 2년 3개월째 편의점을 운영하고 있는 A(36)씨의 연 매출은 5억원이 넘는다. 하루 140만~150만원의 매출을 올리는데다 직원 4명을 두고 일하는 A씨는 언뜻 속 편한 ‘사장님’처럼 보이지만 실제 연봉은 대기업 대졸 신입사원 초봉에도 못 미치는 2500만원에 불과하다. 최근까지 편의점 점포 2곳을 운영했지만 경기 침체,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한계에 몰려 몇 개월 전 점포 하나를 정리했다. A씨의 지난 6월 매출 분석을 통해 편의점 수익구조를 분석했다.A씨는 주택가 단독주택 1층을 빌려 49.5㎡(15평) 규모의 편의점을 운영하고 있다. 중심 상권에서 벗어나 그나마 임대료가 비교적 저렴한 150만원 정도의 점포를 얻었다. 인근 중심 상권 임대료는 400만~500만원 수준이다.A씨는 평일 오전 6시부터 오후 9시까지는 직접 편의점에서 일한다. 나머지 시간에는 아르바이트생 4명에게 맡긴다. 아르바이트생은 평일 야간(오후 9시~오전 6시)과 주말 주간 2명(7시간씩) 2명, 야간 1명(10시간)을 쓰고 있다. 이렇게 나가는 인건비만 400만원이다. A씨는 “지난해까지 하루 9시간씩 일했지만 올해 최저임금이 14.6%가량 올라가며 인건비를 도저히 감당할 수 없어서 하루에 15시간씩 근무한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A씨 점포의 지난달 매출액은 부가세를 제외하고 약 4270만원 정도다. 매출 규모만 놓고 보면 적지 않은 액수다. 하지만 제품 구입비와 가맹수수료, 카드 수수료, 인건비, 임대료, 잡비 등을 제외하고 지난달 A씨가 번 순수익은 210만원에 불과하다. A씨의 수익을 계산해보면 지난달 매출액 4270만원 가운데 73.1%인 3120만원이 제품 구입 원가다. 여기서 가맹 수수료로 310만원을 냈다. 가맹수수료는 점포가 73%, 본사가 27% 가져가는 구조다. 통상 점포가 71~73% 가져가도록 계약하는 게 일반적이라고 한다. 가맹수수료는 총 매출에서 따지는 게 아니라, 매출총이익(전체 매출에서 상품 원가를 뺀 금액)에서 산정한다. 다시 말해서 A씨의 경우 4270만원에서 3120만원을 제외한 약 1150만원의 27%가량을 가맹수수료로 지급한 것이다. 여기에 카드수수료로 65만원이 빠져나갔다. 전체 매출액의 1.5%에 이르는 금액이다. 이렇게 만져보지도 못하고 자동적으로 빠져나가는 돈을 제외하고 A씨의 통장에 들어온 돈은 760만원이다. 여기서 다시 인건비 400만원과 점포 임대료 150만원, 기타 잡비 15만원을 제외하고 A씨가 최종적으로 가져간 돈이 210만원이다. 하루 15시간, 주 5일 75시간을 근무하고 가져간 돈은 전체 매출액의 4.9% 수준이다. A씨의 수입을 시급으로 계산하면 시간당 2500원에 불과하다. A씨는 “보통 물가상승률이 있기 때문에 가만히 있어도 상권이 그대로인 이상 연 매출이 1.5~2.0% 정도는 올라야 작년만큼 유지했다고 보는데, 올해는 매출이 말 그대로 제자리”라면서 “매출은 제자리인데 인건비가 15%씩 뛰어오르니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다른 편의점도 사정은 비슷하다. 강남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B씨는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야간에는 문을 닫을까도 생각했지만, 본사와의 특약 조건 때문에 야간에 영업을 하지 않으면 본사의 전기료 지원이 끊기고 추가배분율이 삭감되는 등 월평균 100만원을 손해 보는 셈이라 포기했다”면서 “만약 내년에도 정부 혹은 본사에서 별다른 지원책 없이 최저임금이 현안대로 인상될 경우 아르바이트생을 줄이고 주 7일 근무를 해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편의점주를 압박하는 요인은 인건비 외에 매출 가운데 상당액을 차지하는 가맹 수수료와 카드 수수료의 부담도 크다. 편의점가맹점협회(전편협)은 현재 가맹본부에 5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업종별·지역별 차등적용과 함께 가맹본사에 지불하는 가맹 수수료 인하, 근접출점 방지 대책, 정부의 카드 수수료 분담 등을 요구하고 나섰다. 전편협은 “가맹 수수료를 인하해 점주가 가져가는 비율을 상향 조정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편의점업계에서는 편의점주뿐 아니라 가맹 본부도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CU, GS25, 세븐일레븐, 이마트24, 미니스톱 등이 속한 한국편의점산업협회 관계자들은 “편의점 본사들이 올해 최저임금 인상을 앞두고 상생안을 내고 점주들을 지원한 후 영업이익률이 1%대로 떨어지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편의점 5개사의 영업이익률은 1~4%대였으며, 올해 최저임금 인상 후 1분기 영업이익률은 0~1%로 낮아졌다는 것이다. 카드 수수료 인하와 관련해서는 카드사들도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카드업계에 따르면 골목상권 또는 영세자영업자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카드 수수료 인하가 대책으로 거론되면서 지난 10년간 카드 가맹점 수수료는 실질적으로 9차례 인하됐다는 것이다. 2007년 상한 수수료가 2.30%(연 매출 4800만원 미만)에서 2017년 0.80%(3억원 이하)로 떨어지면서 ‘역마진’을 우려할 판국이라는 호소다. 가맹점주들은 생존을 위해서는 현재 같은 브랜드만 250m 이내 신규 출점을 않는 근접출점 금지를 전 편의점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한국편의점산업협회 측에서도 “근접 출점 제한은 공정위에서 담합 행위로 정해 놓은 사안이라 본사들 간 논의조차 위법 행위가 될 수 있다”면서 “근접출점 방지를 위한 업계 규약을 마련해 공정거래위원회에 법적으로 문제가 없는지 검토를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가맹 본사들은 또한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담배의 세금 관련 카드 수수료 인하도 최저임금 부담을 줄일 수 있는 방안으로 꼽았다. 편의점 점포 수 증가로 인한 과당 경쟁도 어려움을 겪게 하는 요인 중 하나다. 2012년 영업이익률 5~7%를 기록하던 국내 편의점 본사들의 영업이익률은 2% 밑으로 떨어졌다. ‘편의점 왕국’으로 불리는 일본은 여전히 5~10%의 높은 영업이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가맹점 수수료 때문일까. 한국에서 편의점주가 임대료를 부담하는 경우 대략 35% 정도 수수료를 내지만 일본 점유율 1위인 세븐일레븐은 약 43%의 수수료를 거둬간다. 일본 세븐일레븐은 점포의 70%가량을 본부가 직접 임차하고 있어 수수료율이 더 높다. 하지만 일본은 수수료를 낮춰주는 경우가 많고, 보조금도 적지 않다. 프랜차이즈비교닷컴에 따르면 일본 세븐일레븐에서 월 매출 1500만엔(약 1억 5000만원)을 내는 매장은 상품단가(1100만엔)와 제품 폐기(50만엔) 등을 빼면 매출은 450만엔 정도다. 일본 정부의 노동 정책 강화에 따라 임금이 오르자 지난해 9월부터 세븐일레븐은 특별수수료 1%를 낮춰줬다. 24시간 영업하면 2%를 더 낮춰준다. 이 경우 수수료를 13만 5000엔을 줄일 수 있어 점포는 450만엔 가운데 261만엔을 로열티로 낸다. 5년 이상 넘은 점포는 최대 3%를 더 줄여준다. 일본 편의점의 전기료에는 누진제가 적용되지만, 전기료의 80%를 본사가 부담한다. 게다가 일본과 한국의 점포당 인구수는 격차가 크다.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는 1300명당 1개, 일본은 2200명당 1개꼴이다. 일본 프렌차이즈 체인협회에 따르면 지난 5월까지 전국 점포수는 5만 5438개. 지난해 5월 대비 1.4% 늘어나는 데 그쳤다. 레드오션화된 시장에서 더 이상 출혈 확장을 자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은 최저수익을 보장한다. 세븐일레븐의 경우 24시간 영업점에 연간 2000만엔 총수입을 보장한다. 매월 우리 돈으로 1450만원 정도를 보장해주는 셈으로 여기서 운영비를 빼도 수입이 안정적이다. 한국의 편의점당 하루 매출은 150만원 내외지만, 일본은 3배가 넘는다. 대만도 한국의 2배 수준이다. 국내 업계도 최저수입 보장제가 있지만 임대료를 포함해 매월 500만원 수준이다. 여기서 인건비와 전기료, 임대료까지 내야 하고, 1~2년만 보장되는 초기 정착금 개념이다. 우리나라는 1개 점포로 수익을 얻기 어렵기 때문에 1명의 점주가 많은 점포를 내게 된다. 약 30%의 점포는 다점포 점주의 소유로, 점주 1명당 평균 2.5개를 보유했다고 알려진다. 일본은 가입 조건도 까다롭다. 처음 가맹점을 낼 때는 여러 개를 낼 수 없다. 세븐일레븐은 60세 이하의 건강한 사업주를 포함해 부모, 자식, 형제, 자매 등 친척 2명이 경영에 전념할 수 있어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우리나라에는 2012년 공정거래위원회가 만든 ‘모범거래기준’에 250m 내에 편의점을 추가로 내지 않도록 권고했지만, 2014년에 사라졌다. 결국 2014년 하반기부터 국내 편의점 출점이 급증했다. 김희리 기자 hitit@seoul.co.kr 김주연 기자 justina@seoul.co.kr
  • [집중탐구] “야! 거지XX야” 청소년 노동자 ‘인권’을 말하다

    [집중탐구] “야! 거지XX야” 청소년 노동자 ‘인권’을 말하다

    노동기본권 침해 상담 1만건알바생들이 입을 열었다 노동기본권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는 청소년들이 늘고 있다. 20일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청소년근로권익센터의 노동기본권 침해 상담건수는 2015년 1794건, 2016년 8227건, 지난해 1만 794건으로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다. 식당, 편의점, 패스트푸드점, 웨딩홀, 뷔페, 배달, 카페, 마트, 주유소, 백화점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일하지만 업무에 미숙하고 단기간 일한다는 이유로 욕설, 임금체불 등에 시달리는 사례가 많다. 청소년정책연구원이 작성한 ‘청소년의 노동기본권 보장방안 연구’ 보고서 내용을 바탕으로 청소년 노동자가 직접 말하는 노동기본권 침해사례를 공개한다. 17~24세 청소년 25명과 25~27세 장애인 노동자 3명이 연구팀 면담에 응했다. 모두 가명을 사용했다. ●욕설 듣고 무시 당해도 참아야 하나요 “(배달하는 사람을) 만만하게 보면서 ‘올 때 담배 한 갑 사와라’ 그런 식으로 반말하며 말해요”(원승현·23) “호텔쪽 일도 진짜 힘들어요. 빵이 있으면 먹어도 된다고 해서 먹으면서 설거지했는데 ‘야! 거지XX야. 네가 거지냐고. 왜 먹냐고’”(박동진·23) “나는 빨리 하고 있는데 ‘빨리빨리 하라’고. 손님이 이것저것 시킬 때 여기저기에서 부르는데 다 나보고 하라고 하고 안 도와줘요. 구두를 많이 신는데 8시간 동안 계속 서 있어야 해요. 웨딩 알바 할 때는 언니들이 신입을 엄청나게 시켜요. 눈치도 줘요. 부르면 ‘너 가라’고 하고. 쉴 때도 일하라고 하고”(이고은·17) “대우가 좋지 않을 때가 많았어요. 성인이 돼서는 그런 것이 없었는데 설거지를 하다 보면 빨리해야 하는 게 많아요. 빨리해야 하니까 욕도 하고. 성인이 되니까 그런 욕을 들은 적이 없어요”(김지은·20) “저는 똑바로 하고 있는데 ‘그것도 똑바로 못하느냐’고 해요. 심하게 욕도 하고 바쁘니까. 계속 따라다니면서 ‘능률 떨어지는 애’라고 하는 거예요. ‘멍청한 애’라고 하고. 한 번 실수했다고 멍청하다고 해서 짜증났어요”(김연희·18) “늘 하던 게 아니라 처음 해보는 건데 욕을 너무 많이 해요. 모르는 게 있으면 알려줘야 되는데 알려주기보다는 그냥 욕부터 해버리니까. 이 부분이 개선됐으면 좋겠어요”(김영우·21) “팀장님이 욕설을 되게 많이 하셨어요. 그래서 실적 압박이 커요. 하루에 콜 수를 200~300건을 넘게 채워야 하니까. 전화가 길어지면 컴플레인이 들어와요. 그 사람이랑 전화를 길게 해야 하는데 콜 수는 채워야 하는 게 힘들어요. 1명한테 붙잡히면 인센티브를 못 채우잖아요”(이지혜·20)“남자가 낮은 목소리로 말하면 뭐라고 말을 못하잖아요. 여자는 좋은 목소리도 말해야 되고 그러니까 욕을 더 많이 먹는 것 같아요. 확실히 달라요. 남자 분들이 물었을 때는 ‘없어요’하고 끊고 나중에 다시 통화하는데 여자들이 물었을 때는 지속적으로 추가 질문을 하는 경향이 있어요(이예림·21) “알바라고 깔보는 게 있잖아요. 청소년이면 더 깔봐요. 1단계 더 낮춰서. 홀서빙에서 알바하는데 ‘쟤는 가출한 아이인가‘라고 말도 하고. ‘노는 애들 아니냐’라는 얘기도 하고”(이고은·17) ●성희롱과 불합리한 용모규정에 시달리다 “성희롱은 당연히 경험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나와 관련 없는 일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많이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기 때문에. 나한테 일어난 것은 없어도 언제라도 일어날 수 있는 환경이니까 등한시할 수 없지요.(김지은·20) “(성희롱) 진짜 많이 봐요. 친구들이랑 얘기하다 보면 다 1가지씩은 있는 것 같아요. 여자친구들이랑 얘기를 하다 보면 없는 친구들은 없는 것 같아요. 성인 여성이라면 성희롱을 당했으면 그래도 이것에 대해서 사건화시키고 알리고 뭔가 할 수 있는 방법들이 있는데, 미성년자가 성희롱을 당하면 그렇게는 못할 것 같아요. 오늘 이야기 중에 가장 중요한 이야기인 것 같아요”(박동진·23) “제가 식당에서 알바했었을 때 제가 당한 건 아니고 같이 일하는 예쁘장한 알바생이 있었어요. 자꾸 엉덩이를 만지는 거예요. 여자애가 기분 나빠하고 있는데 잘릴 각오를 하고 그 사람에게 가서 욕을 했어요. 그냥 밥을 먹으러 오거나 술을 먹으러 온 거지 손님이라도 그렇게 성추행까지 해버리는 건 좀 아니라고 봐요.(김영우·21) “어르신에게 ‘평일 편의점 알바생 어디 갔느냐’ 이런 얘기를 제일 많이 들었어요. 그런데 알바 금액에 차이가 있어요. 여자가 돈을 더 많이 받아요. 실제 누나가 저보다 훨씬 많이 받았고 환경도 훨씬 좋았는데 그런 게 좀 제가 생각할 때는 안 좋아보였거든요”(이민성·22) “당구장이나 남자 손님들이 많이 찾는 그런 곳은 여자만 뽑으면서 시급을 높게 줘요. 여성들을 성도구화 시키면서 예쁜 여성들을 뽑고 그런 사람들한테 돈을 많이 주고. 너무 돈으로 사람을 거래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기분이 별로예요”(강정한·21) “맨 처음 편의점 알바 했을 때 그때가 20세이고 곧 21세가 될 때인데 사장님이 50·60대 정도 됐어요. 절 너무 어리게 봐서 호칭을 좀 해주면 좋겠는데 그냥 ‘예쁜아’라고 했던 적이 있어요. 저는 그런 말 듣기 싫은데 하지 말라고도 못하고 저는 알바생이니까 손님들에게만 친절하게 대하면 되는데 그런 말 들으면 기분이 나쁘잖아요. 표정이 안 좋아지면 ‘왜 어둡게 하냐’고 하고. ‘처음엔 웃고 밝아서 뽑았는데 요즘은 왜 안 웃냐’고 하고. 손님 없을 때 들어와서 전화기 빌려달라고 해서 빌려줬는데 저도 모르게 번호 따 가고”(이정아·21) “제 친구는 햄버거집에서 일했었는데 평소에 화장을 안 하다가 알바 면접을 보러갈 때는 화장을 하고 갔어요. 알바 뽑히고 나서 평소처럼 화장 안하고 안경 쓰고 갔는데 실장님이 안경 쓰지 말라고 하더라고요 그 다음부터는 렌즈 끼고 다니다 불편해서 그만뒀어요”(이정아·21) “알바 갈 때 바지 입고 싶었는데 치마를 입히고 빨리빨리 하라고 하니까. 그리고 꽉 껴요. 타이트해서. 그런 게 불편했어요. 운동화만 신게 해줘도 좋겠어요”(김연희·18) “웨딩홀이 특히 많고 악세서리 파는 곳이 많은데 우대 조건에는 연극영화과 학생, 키 164㎝에서 168㎝로 상세히 적어놓고 구두는 몇 ㎝ 신고 어떤 경우에는 정장도 입고 오라고 상세히 쓰여 있어요”(윤희지·23) “여자 애들 보면서 휴게실에서 자기들끼리 평가하고 있고. 몸의 신체를 나눠서 A부터 D까지 해서 순위 매기고 성격까지 포함시키고. 1개월에 1번 정도는 그런 일이 있어요. 제가 듣는 게 그것뿐이지 그 뒤는 정확히 모르니까. 엿듣는 거지 다는 모르는 거지요”(이고은·17) ●위험에 방치됐지만 하소연 못하는 알바생들 “제가 아는 여자친구가 편의점에서 일하는데 상습적으로 술먹고 오는 늙은 남자분이 있었어요. 그런데 자꾸 이상한 말을 했던 거지요. 그래서 신고를 1번 했는데 (경찰이) 구두 주의를 주고 갔어요. 그때부터 ‘네가 신고 했느냐’라고 하면서 계속 위협을 가해서 트라우마가 돼 편의점 알바를 그만두더라고요. 저는 술취한 외국인들 상대하는 게 힘들었던 것 같아요. 여러 명이 목소리 톤을 높이면 감당이 안되는 경우가 많아요”(이민성·22) “저는 공장 근처에서 편의점을 했었는데 맨날 술먹고 오는 아저씨가 있었어요. 같은 시간에 매번 오는데 그 분이 저한테 계속 뭐라고 하셨거든요. 그러다가 이름이 뭐냐고 하면서 명찰이 있었는데 안 보이면 손을 뻗으시는 거예요. 그렇게 위협 당한 적이 많아요”(이다혜·22)“기름 관련된 건데 흉이 남았거든요. 패스트푸드점에서 기름이 닿아서. 사장님에게 말씀 안 드리고 그냥 넘어갔어요”(최성준·18) “오토바이 보험 안 들어도 들었다고 해요. 사장님에게 가입해달라고 하면 ‘돈은 네가 내라’고 해요. 본인 산재보험을 누가 드나요. 돈 아깝게. 절대 안해요. 미성년자는 더 안 하겠지요”(박동진·23) “고등학생이 사고가 나면 병원에 누울 수 없으니까 즉석 합의를 봐요. 병원에 가서 누울 수 있다면 그 애들도 그냥 보험 처리를 하겠지요. 그게 돈을 더 많이 받으니까. 학교도 못 가고 부모님한테도 말을 안 했고 해서. (치료 못해서) 군대 못간 애가 있어요. 아킬레스가 박살이 났는데 입원치료 안하고 통원치료 받다가 치료시기가 늦어졌어요. 그래서 군대를 못 갔어요”(박동진·23) “술, 담배와 관련해서 센 고등학생 친구들이 가끔 와요. 그러면 저도 쫄아요. 그런데 어떻게 할 수도 없고. 해외 일부 국가는 일정시간에 한해서 술이나 담배를 못 팔게 돼 있어요. 국내에서도 그런 사례를 적용하면 그나마 좀 낫지 않을까 싶기도 한데”(강정한·21) “문제가 생기면 엄청난 폭언과 ‘고소하겠다’, ‘찾아가서 죽이겠다’ 협박을 하고, 이름을 얘기하면 그 앞으로 고소장을 보내겠다고 하시는 분들도 상당히 많고. 그런데 이렇게 들었을 때 회사의 방안은 어쩔 수 없다는 거지요. 그래서 저희는 상담원이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감안하고 안고 있어야 해요”(이예림·21) “상담원이 잘 모르는 것 같다고 하면 일단 무시를 하면서 욕을 하고 약 올리듯이 끊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빈틈을 보이지 않기 위해서는 말도 세게 해야 하고 알고 있는 지식을 빠르게 말해야 되고 그러다 보니까 일상생활에서 좀 오는 게 있어요. 안 되면 그만 두는 것이고 버티면 다니는 것이고 그래요. 울 때 헤드폰을 던지고 키보드 던지는 분도 계시고. 그렇게 티가 날 때는 ‘무슨 일이냐’ 하면서 잘 얘기를 하는데 휴식시간에 누르고 울고 오는 분들도 많아요”(이예림·21)●임금 꺾기, 저임금에 시달리다 “1개월에 8만원 받아요. 금요일 날 쉬고 그 다음에 월화수목토일”(장대희·25·장애인 보호작업장) “시급이 8000원이라고 적혀 있어서 갔는데 사장님이 수습기간이 있다고 해서 최저 시급으로 받았어요”(이정아·20) “시급이 5800원이었는데 첫 1개월은 5600원, 3개월부터는 5800원을 줬어요”(이다혜·22) “저는 일 배우는 기간에는 월급을 안 줬어요. 보험 파는 곳이 있었는데 실적이 없으면 아예 돈을 못 받았어요. 기본급을 준다고 쓰여 있는데 막상 가면 안 줘요”(함정준·23) “티켓을 1장도 못 팔면 돈을 안 줘요. 시급 믿고 갔는데 기본급이 없고 인센티브로 나가버리니까. 만약에 진짜 말 그대로 하나도 못하고 돈 하나도 못 받으면 저는 그냥 완전 거지되는 거잖아요. 티켓 1장도 못 팔아가지고 집 못갈 뻔 했었는데 팀장 형이 1만원 주고 집 가라고 해서 겨우겨우 갔어요”(김영우·21)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심현희 기자의 맛있는 맥주 이야기] 4캔 1만원의 행복…‘위하여’는 계속된다

    [심현희 기자의 맛있는 맥주 이야기] 4캔 1만원의 행복…‘위하여’는 계속된다

    원가·수입 신고가→ 맥주량 기준 과세 ℓ당 세금 800원 초반대 형성 전망 수제·수입산은 운송비 부담 줄어 호재 하이네켄 등 라거 세금 늘어 비싸질 듯 해외 위탁생산 저가형 맥주 철수 위기최근 국내 맥주업계에 지각변동이 일어났습니다. 지난 10일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이 ‘맥주 과세체계 개선방안 공청회’를 열고 이르면 연말부터 맥주 관련 세금 제도를 기존 ‘종가세’에서 ‘종량세’로 바꾸겠다고 예고했기 때문입니다. 맥주의 주세는 72%인데, 여기에 교육세 30%와 부가가치세 10% 등을 합쳐 모두 112% 세금이 붙습니다. 종가세는 국내맥주에는 제조원가, 수입맥주에는 수입 신고가가 과세 표준이 되는 제도입니다. 종량세는 원가와 상관없이 맥주의 양을 기준으로 세금을 매기는 방식이죠. 종량세를 실시한다면 ℓ당 800원 초반대 세금이 형성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종량세 전환 소식을 두고 업계의 반응은 엇갈립니다. 정부가 맥주에 한해 세금 체계를 바꾸려 하는 이유는 그동안 ‘종가세’ 제도가 상대적으로 수입맥주에 세금 혜택을 줘 국산맥주를 역차별해 국내맥주 산업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 왔기 때문입니다. 우선 작은 규모의 크래프트맥주(수제맥주) 제조업체는 종량세로의 개편을 환영하는 입장입니다. 종량세를 도입하면 그동안 제조원가에 포함됐던 원료비나 인건비에 대한 주세의 부담 완화로 양질의 맥주를 생산하고, 수제맥주업체들의 고용 창출도 가속화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반면 일부 수입업체는 소비자의 부담을 가중시킬 우려가 있다며 반대 입장을 표합니다. 이들은 종량세로 바뀌면 세금이 낮아지는 맥주는 일부 수입맥주에 지나지 않고, 대부분의 맥주는 세율이 높아져 맥주 가격도 높아질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그렇다면 종량세 실시 이후 맥주 소비 환경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바뀌게 될까요? 우리는 과연 맛있는 맥주를 합리적인 가격에 마실 수 있는 걸까요? 결론부터 말하면 종량세는 크래프트맥주 마니아들에게는 희소식입니다. 특히 미국, 유럽 등에서 수입되는 크래프트맥주들의 소비자가가 낮아지거나, 같은 가격에 더욱 신선하게 맛볼 수 있게 될 가능성이 큽니다. 수입 원가가 비싸지는 주요 이유가 ‘운송비’인데 ℓ당 세금을 매긴다면 비싼 운송비에 대한 세금 부담이 사라지기 때문입니다. 주로 미국 크래프트맥주를 수입하는 한 수입업체 관계자는 “그동안 운송비 탓에 육로 이동을 해야 하는 중부 양조장들은 외면하고 배로 이동할 수 있는 서부와 동부 맥주 위주로 수입할 수밖에 없었다”면서 “종량세를 실시하면 운송비 걱정을 덜게 돼 다양하고 수준 높은 양조장의 맥주를 소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맥주의 신선함을 유지하기 위한 냉장 컨테이너나 항공기 운송 등도 큰 부담 없이 이용할 수 있게 됐다”고 덧붙였습니다. 멀리서 비싸게 들여왔던 수입맥주들의 가격도 대폭 내려갈 것으로 보입니다. 예를 들어 국내에서 ‘최순실 맥주’로 잘 알려진 미국의 ‘올드라스푸틴’ 맥주는 마트 소비자가격이 한 병에 약 8000원인데 종량세 이후엔 약 5000원에 구입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반면 대량으로 국내에 들어오는 해외 유명 라거맥주는 비싸질 확률이 큽니다. 타격을 입을 대표적인 브랜드가 하이네켄과 칭따오입니다. 하이네켄 수입사는 종량세 전환으로 연간 약 150억원의 세금을 더 내야 하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국내에 들어오는 중국 맥주 가운데 절대적인 규모를 차지하는 칭따오 수입사도 세금 부담이 상당량 증가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큰 이는 소비자가격에 영향을 주겠죠. 종량세로 시장에서 사라질 위기에 처한 맥주들도 있습니다. 국내 대기업이 해외 주문자생산(OEM) 방식으로 생산, 수입하는 ‘저가형 맥주’인데요. 대표적인 상품이 롯데주류가 독일의 공장에 위탁 생산한 ‘L맥주’입니다. 수입 원가를 최대한 낮춰 저렴한 가격에 판매됐던 이 맥주들은 이제 매대에서 자주 볼 수 없게 될지도 모릅니다. 종량세로 편의점에서 500ml 수입맥주 네 캔을 만원에 구매할 수 있었던 ‘만원의 행복’도 사라질까요? 업계 관계자들은 종량세 이후에도 소비자들은 만원의 행복을 누릴 수는 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미 4캔의 만원 시장이 형성된 상황에서 종량세하에 이 가격을 맞출 수 있는 상품들이 충분히 들어올 수 있다는 것입니다. 다만 ‘만원에 4캔’을 이루는 맥주의 구성이 상당히 달라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심현희 기자 macduck@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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