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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금수저’ 주식부자 재산이 무려 4조 9000억

    ‘금수저’ 주식부자 재산이 무려 4조 9000억

    미성년자가 보유 중인 주식이 지난해말 현재 시가 기준으로 4조 9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57.1%에 해당하는 2조 8046억원 어치의 주식을 0세부터 7세 이하 미성년자가 보유하고 있었다. 부모의 재력과 능력 덕분에 별다른 노력과 고생을 하지않고도 풍족함을 즐길수 있는 자녀들을 뜻하는 이른바 ‘금수저’ 현상이 여전함을 보여준다는 지적이다. 더 민주당의 민병두 의원실은 20일 주식명의개서 위탁업무를 하고 있는 한국예탁결제원, KEB하나은행 및 KB국민은행으로부터 제출받은 ‘미성년자 보유 상장회사 주식현황’ 자료를 분석한 결과, 이같이 파악됐다고 밝혔다. 이에 따르면 0세부터 18세까지 미성년자가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상장회사는 모두 1895개사로, 미성년 주주가 보유하고 있는 이 회사들의 주식 수는 총 1억 8034만주였다. 미성년자 보유 주식을 총액 순으로 살펴보면, ‘한국항공우주산업’이 2조 170억원으로 가장 큰 금액을 보였으며, ‘한미사이언스(주)’, ‘삼성전자’, ‘주식회사 지에스’, ‘신한금융지주회사’ 등이 10위권 안에 포함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는 태어나자마자 부모의 직업이나 경제력으로 인해 수저 등급이 결정된다는 이른바 ‘수저 계급론’과 맞물려 우리 사회 경제 양극화의 씁쓸한 이면을 보여주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민병두 의원은, “일반적으로 미성년자 주식은 부모의 상속으로 이루어졌다고 볼 수 있는데, 이러한 ‘금수저’들의 행태는 많은 젊은이들이 한국 사회에서 더 이상 꿈을 꿀 수 없게 만드는 것임을 인식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하며, “상속에 이어 사회공헌 활동 등 솔선수범하는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할 수 있는 자녀교육 실현이 반드시 뒷받침되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소득이 없는 미성년자들의 주식 취득과정에서 불법·탈법·편법 등의 발생 여부에 대한 감독당국의 철저한 관리·감독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檢, 오늘 오후 신격호 롯데 총괄회장 방문 조사

    檢, 오늘 오후 신격호 롯데 총괄회장 방문 조사

    서울중앙지검 롯데 전담 수사팀은 신격호(94) 롯데그룹 총괄회장을 방문 조사하기로 했다고 8일 밝혔다. 검찰은 “신 총괄회장이 출석을 거부하는데다 건강 상태 등을 고려해 방문조사하기로 했다”고 8일 밝혔다. 조사는 이날 오후 3시 30분쯤 신 총괄회장이 머무는 서울 중구 소공동 호텔롯데 34층 회의실에서 이뤄질 예정이다. 검찰은 전날 검사와 수사관을 호텔롯데 집무실로 보내 2시간 30분 가량 신 총괄회장을 면담하고 건강 상태를 점검했다. 면담을 통해 신 총괄회장이 정상적으로 조사를 받을 수 있는 상태인지, 검찰청 출석이 가능한지 등을 파악한 것으로 전해졌다. 신 총괄회장은 수사팀의 여러 질의에 큰 무리 없이 응대했으나 재차 방문 조사를 원한다는 의견을 피력했으며 담당 주치의도 같은 의견을 제시했다고 알려졌다. 신 총괄회장은 올해 1월 신동빈-신동주 ‘경영권 분쟁’으로 불거진 고소·고발전 때 한차례 검찰 조사를 받았는데 이때도 방문조사 형태였다. 신 총괄회장은 2006년 차명 보유하던 일본 롯데홀딩스 주식 6.2%를 신영자(74) 롯데장학재단 이사장과 셋째 부인 서미경(57)씨 모녀에게 편법 증여해 6000억원가량을 탈세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그는 서씨가 운영하는 롯데시네마 내 매점 등에 일감을 몰아줘 관련 계열사에 780억원의 손실을 끼친 혐의도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檢 소환 불응한 롯데家… 신격호 방문조사·서미경 곧 강제입국

    檢 소환 불응한 롯데家… 신격호 방문조사·서미경 곧 강제입국

    롯데그룹 비리를 수사하는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이 7일 신격호(94) 그룹 총괄회장을 직접 만나 건강 상태를 점검했다. 이날 검찰에 따르면 수사팀은 검사 2명과 담당 수사관을 서울 중구 소공동 호텔롯데 34층 집무실로 보내 신 총괄회장을 면담했다. 검찰은 신 총괄회장이 검찰에 나와 정상적으로 조사받을 수 있는 상태인지를 파악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이날 면담 내용을 토대로 이르면 이번 주 안에 신 총괄회장의 조사 시점 및 방식을 정할 방침이다. 신 총괄회장은 2006년 차명 보유하던 일본 롯데홀딩스 주식 6.2%를 맏딸인 신영자(74) 롯데장학재단 이사장, 사실혼 관계인 서미경(57)씨와 딸 등에게 편법 증여해 6000억원가량을 탈세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서씨가 운영하는 롯데시네마 내 매점 등에 일감을 몰아줘 관련 계열사에 780억원의 손실을 끼친 혐의도 있다. 당초 검찰은 신 총괄회장에게 이날 오전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해 조사를 받으라고 통보했으나 신 총괄회장 측은 건강상의 문제로 방문 조사를 요청했다. 검찰은 신동빈(61) 그룹 회장을 추석 연휴 직후 소환 조사하고, 서씨에 대해 이번 주 안에 여권 취소 등의 강제 입국 조치에 들어갈 것으로 알려졌다. 조용철 기자 cyc0305@seoul.co.kr
  • [열린세상] 법조비리 유감/이은경 한국여성변호사회장

    [열린세상] 법조비리 유감/이은경 한국여성변호사회장

    최근 대한민국은 갖가지 부조리로 얼룩진 사회구조에 대한 근본적 결단을 내렸다. 소위 김영란법은 부정청탁에 관한 한 혹여 오해의 소지조차 용납지 않겠다는 거다. 한마디로 국가 구조를 개조하겠다는 강력한 처방이다. 사실 한국인들처럼 새벽부터 밤까지 모임이 잦은 민족이 어디 있는가. ‘더치페이하고 백 쓰지 말자’는 건 한국인의 유전자를 바꾸라는 말로도 들린다. 혹여 ‘진솔한 도움’과 ‘따뜻한 소통’마저 막히는 일은 없길 바란다. 그런데 이 법이 태동하는 데는 연일 터진 ‘법조비리’가 큰 몫을 했다.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도 법조인이다. 법조계에 몸담았던 오랜 소회도 이 법에 담겨 있을 터다. 이제 법조인은 선망은커녕 질타의 대상으로 전락한 듯하다. 사실 어제까지 법을 집행하던 사람이 변호사 배지를 다는 순간 법을 우습게 여긴다면 공분을 살 수밖에 없다. 소위 전관의 위력 앞에 페어플레이를 하지 못할 거란 걱정도 있었다. 판검사 경력과 네트워크가 치부의 수단으로 전락하는 것에 대한 분노도 크게 폭발했다. 무엇보다 1988년 10월 어느 날 탈옥수 ‘지강헌’이 죽음을 앞두고 내뱉은 ‘유전무죄 무전유죄’란 그 유명했던 말이 어느덧 30여년 세월, 바로 지금도 통용된다는 거다. 그렇다. 판검사는 그냥 공직자가 아닌 모양이다. 변호사도 단순한 영리집단이 아닌 게다. 법을 수호하고 정의를 붙잡는 최후의 보루라 해 오지 않았나. 국민이 적어도 법을 집행하는 이들에겐 엄정하고 깨끗한 삶을 기대했나 보다. 그런데 현실은 어떤가. 현직 판검사들의 연이은 구속 수감, 재야 2만명 시대 생존경쟁에 휘둘린 변호사들의 편법, 불법까지 최근 법조계는 자조를 넘어 암흑기를 맞은 듯 참담하다. 대한변호사협회는 지난달 29일 ‘법조비리 척결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대회를 열고 강도 높은 처방전을 내놓았다. 특히 고위직 판검사의 개업 금지 논의에 한발 더 나아가 ‘판검사의 자격과 변호사 자격의 이원화’를 제안했다. 특히 토론자 한 분은 ‘마실 수 없는 물을 뿜어 내는 우물을 메워야 한다’는 강력한 메시지도 던졌다. 종전 논의대로 ‘법조 일원화’를 통해 변호사 출신으로 판검사를 임용하고, 정년제를 정착하게 해 공직 퇴임 후 개업 금지 방향으로 나갈 수도 있다. 이 부분 다양한 토론이 필요하다. 실은 판검사 이외에 정부 공직자, 대기업 임원 등의 로펌행도 고민해 볼 주제다. 하여튼 현행 제도하에서도 경력 법관은 개업 포기 의사를 받고 임용하라는 요구도 있었는데, 최근 김재형·이인복 대법관 모두 개업을 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그리고 ‘전관예우’를 막기 위해 수임 제한 3년 연장 및 위반 시 처벌, 연고관계 고지제도 및 사건처리 회피 의무 등을 토론했는데, 협회는 최근 전관 변호사의 수임제한 해제 광고를 금지했다. 또한 비리를 저지른 법조인에 대한 강력한 제재 방안으로 ‘몰래 변론’에 대한 처벌 및 징계 강화, 증거가 뚜렷한 중대 사안에 대한 판결 확정 전 징계, 이를 위한 조사권 강화 등 다양한 논의도 했는데, 실제로 최근 들어 변호사 징계 수위는 아주 엄정해졌다. 마지막으로 브로커 등 무자격자의 불법행위에 대한 지속적 단속, 탈세회피 의무 및 보수 신고제도 등도 논의했다. 실은 법조인 모두 외근 사무장 사절 운동을 강력히 추진하고, 100% 세원 노출 운동을 벌일 때도 되지 않았나 싶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건 ‘법조문화’를 바꿔야 한다는 거다. 아무리 더디다 느껴진들 ‘모럴’을 다시 세우려는 노력을 경시해선 안 된다. 법을 통해 공동의 삶을 완벽하게 규율하려는 것 또한 인간의 커다란 오만이기 때문이다. 세상을 바꾸는 게 어디 시스템과 조직, 법의 단호함만으로 가능한 건가. 결론은 우리의 마음일지 모른다. 사법의 신뢰 회복이 절실한 지금 제도 개혁과 더불어 법조인들이 뼈를 깎는 자정 노력으로 국민의 마음을 다시 얻는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길 간절히 바란다. 지금 대한민국은 거대한 공동체 실험을 하고 있다. 바로 지금이 ‘편법과 불법’을 수단과 관행으로 인식해 온 대한민국을 한 차원 높여야 할 시점이기 때문이다. 부디 성공하기를 기원 또 기원한다.
  • 檢, 롯데 신격호 회장 소환…780억원대 배임·조세포탈 혐의 등

    檢, 롯데 신격호 회장 소환…780억원대 배임·조세포탈 혐의 등

    검찰이 롯데 창업주인 신격호(94) 총괄회장을 소환했다. 롯데그룹 경영 비리를 수사하는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신 총괄회장에게 7일 오전 10시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을 요구했다고 5일 밝혔다. 신 총괄회장에게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조세포탈과 780억원대 배임 등 혐의가 적용됐다. 검찰 관계자는 “신 총괄회장의 인지 상태가 연초와 크게 다름이 없다고 해서 직접 조사하는 쪽으로 방침을 정하고 일단 출석 요구를 했다”며 “아직 출석하겠다는 연락은 받지 못한 상태”라고 말했다. 신 총괄회장은 올해 1월 신동빈-신동주 ‘경영권 분쟁’으로 불거진 고소·고발전 때 한차례 검찰에서 조사를 받은 바 있다. 신 총괄회장은 2006년 차명 보유하던 일본 롯데홀딩스 주식 6.2%를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과 셋째부인 서미경씨 모녀에게 편법 증여해 6000억원가량을 탈세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그는 서씨가 운영하는 롯데시네마 내 매점 등에 일감을 몰아줘 관련 계열사에 780억원의 손실을 끼친 혐의도 있다. 그는 작년 신동빈-신동주 간 ‘경영권 분쟁’ 때 고령으로 판단능력에 문제가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올 3월에는 한국 롯데의 뿌리인 롯데제과와 호텔롯데 등의 등기이사에서 차례로 물러나며 ‘퇴진설’이 불거졌다. 법원은 지난달 31일 신 총괄회장에 대해 정신적 제약으로 사무를 처리할 능력이 부족하다며 ‘성년후견’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이에 따라 법원이 정한 후견인이 대리인으로서 법원이 정한 범위 안에서 대리·동의·취소권 등을 행사하게 된다. 신 총괄회장은 최근 여러 차례 병원에 입원하는 등 건강이 다소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커버스토리] 열등감이 낳고 관음증이 키웠다… 분노의 사생아 ‘패치’

    [커버스토리] 열등감이 낳고 관음증이 키웠다… 분노의 사생아 ‘패치’

    경찰이 최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인스타그램을 무대로 특정인들의 신상을 마구잡이로 공개하며 음해해 논란이 된 ‘강남패치’와 ‘한남패치’의 운영자를 입건하면서 이른바 ‘○○패치’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통상 ‘○○패치’는 운영자가 다른 사람의 사생활을 공개한 글을 올리고 불특정 다수의 네티즌들이 관련 제보를 댓글로 올리는 식으로 운영된다. 조직적이고 노골적인 뒷담화의 소셜미디어 버전으로 불리는데, 그 와중에 허위 사실이 유포되고 수많은 피해자가 발생하고 있다. ●사생활 공개·조직적 뒷담화 ‘강남패치’ 원조 강남패치 홈페이지에는 ‘금수저와 신분 세탁이 판치는 헬조선 속 오아시스’라는 자평이 올라 있다. 이렇게 보면 네티즌들의 열광적인 지지를 받는 것 같다. 하지만 인터넷 곳곳에서 ‘쓰레기를 까발리는 또 다른 쓰레기’라는 평가를 쉽게 만날 수 있다. 전문가들은 개인의 비뚤어진 분노와 불만이 표출되고 이 결과물이 네티즌들의 관음 심리를 충족시키며 ‘패치 신드롬’을 만들어 냈다고 설명했다. 이런 분노의 원인에 대해서는 젊은 세대들이 사회에서 정당한 보상을 받지 못하는 상황을 주목했다. ‘○○패치’의 원조는 지난 5월부터 6월 말까지 운영하며 8만명의 팔로어를 끌어 모았던 강남패치다. 연예인의 파파라치 사진으로 유명한 ‘디스패치’를 모방했다는 강남패치는 강남 유흥업소 출신이라는 여성들의 사생활을 인스타그램에 폭로했다. 입건된 운영자 정모(24·여)씨는 수십개의 계정을 이용하며 경찰을 따돌리려 하고 ‘고소할 테면 고소해봐 ’라는 식의 글도 남겼지만 피해자의 고소로 경찰이 수사에 나선 지 2개월 만에 덜미를 잡혔다. 경찰은 “인스타그램에서 여혐(여성혐오) 현상에 대해 심각성을 인지하고 IP를 전달해 준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명예훼손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는 정씨는 “자주 가던 강남의 클럽에서 한 기업 회장의 외손녀를 보고 박탈감을 느꼈고, 질투심이 일어 강남패치를 만들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고소할테면 해보라”던 운영자 두 달만에 잡혀 강남패치에 신상이 공개돼 피해를 입은 여성들은 우울 증세와 수치심을 호소했다. 하지만 운영자는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하는 피해 여성과의 대화를 다시 강남패치에 공개하고 ‘혼이 덜 났다’고 조롱했다. 대학 시절 유흥업소에 드나든 것으로 지목된 한 쇼핑몰 모델은 “그런 곳은 근처에도 가본 적 없는데 왜 마녀사냥을 당해야 하는지 화만 난다”고 토로했다. 진실인지 거짓인지 알 수 없는 여성 연예인이나 모델 등의 과거도 여과 없이 게시됐다. 강남패치의 남성 버전으로 불리는 한남패치는 6월 24일부터 29일까지 단 6일간 운영됐다. 유흥업소에서 성매매를 하는 남성의 신상을 알리는 게 목적이었다. 운영자 양모(28·여)씨는 지난달 30일 강남패치 운영자와 함께 명예훼손 혐의로 경찰에 입건됐다. 경찰 조사 결과 양씨는 성형수술 피해자로 우울증 약을 복용 중이었다. 이에 대해 양씨는 어린 시절 성폭행 경험을 주장했고, 지난달 31일 오후 9시쯤에는 자살이 의심된다는 신고를 받은 경찰이 양씨가 머물던 속초의 한 리조텔에 출동하는 소동도 있었다. ●‘성병패치’‘창놈패치’‘홍대패치’ 유사 패치 확산 강남패치와 한남패치가 각각 여혐, 남혐을 표방하면서 논란의 중심에 있지만 이외에도 각종 ‘○○패치’가 존재한다. 지하철·버스의 임신부 배려석에 앉은 남성이나 ‘쩍벌남’(다리를 넓게 벌리고 앉아 옆좌석 승객에게 피해를 주는 남성)의 얼굴을 공개하는 ‘오메가패치’, 성병에 걸린 남성의 신상정보·병명 등을 알린 ‘성병패치’, 성매매업소 등을 출입하는 성매수 남성 신상을 공개하는 ‘창놈패치’, 홍대 유명 클럽에서 문란하게 유흥을 즐기는 남녀의 신상을 알리는 ‘홍대패치’ 등이다. 전문가들은 가수 타블로의 학력에 의혹을 제기했던 ‘타진요’(타블로에게 진실을 요구합니다)를 ‘패치’의 원형으로 본다. 연예인의 인터넷 안티 카페에서 나온 뒷담화가 특권층의 편법, 반칙에 대한 불신, 학벌 중시 풍조 등과 변주되며 발생한 사건으로 해석했다는 점에서 패치 열풍과 맞닿아 있다는 것이다. 타블로 측의 사실확인 노력에도 의혹은 사라지지 않았고, 사건의 주범 6명은 실형을 받았다. 하지만 일부 네티즌들은 여전히 활동을 이어 가고 있다. 대화로 옮겨지던 뒷담화가 ‘패치’라는 기록으로 축적되고, 명예훼손의 증거가 되면서 법적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명예 훼손은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운영자뿐 아니라 제보자도 처벌될 수 있다. 하지만 실형이 선고된 타진요는 이례적인 사례이며 사이버 명예훼손은 대부분 벌금에 그친다. 경찰청에 따르면 사이버 명예훼손, 모욕죄의 발생 건수는 2012년 5684건에서 지난해 2015년 1만 5043건으로 164.7% 증가했다. 올해 상반기에는 8371건이 발생해 산술적으로 볼 때 올해 말에는 1만 6000건도 넘을 것으로 보인다. ●“우울한 청춘 탈출구 못 찾아”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2030 세대에게 삶은 팍팍하고 현재는 불안하며 미래는 우울한데, 이런 것들을 해소할 통로가 우리 사회에 없다”며 “긍정적인 배출구가 없다 보니 소셜미디어가 유일한 창구가 됐고, 이곳에서 자신의 억눌린 감정들을 잘못 해소하다 보니 패치 신드롬이 탄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법적으로 볼 때 공적 영역인 소셜미디어를 사적인 공간으로 잘못 이해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노기영 한림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소셜미디어에 익숙한 세대일수록 정보 노출에 대해 관대하며 노출 자체를 즐기기도 하는데, 그에 비례해 사적 정보의 노출이 얼마나 위험할 수 있는지에 대해 둔감해지기도 쉽다”고 말했다. 그는 “작은 명예훼손까지 모두 법적으로 처벌할 수 없기 때문에 소셜미디어 이용자들의 책임의식과 윤리의식이 강조되는 규범이 만들어져야 한다. 이런 규범을 지키지 않으면 사회적 불이익이나 비난이 뒤따른다는 사회적 공감대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사회 이면 폭로 제대로 못한 기성언론 책임론도 최승원 덕성여대 심리학과 교수는 “인터넷의 정보 홍수 속에서 사람들의 관심을 얻기 위해서는 원초적 흥미를 자극하는 은밀한 폭로나 선정적인 콘텐츠를 제시해야 하는 구조가 조성되고 있다”며 “소셜미디어상의 자극적인 폭로나 사생활 침해가 반복되는 현상을 볼 때 언론의 역할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기성 언론이 사회 이면의 실체를 폭로하지 못한다는 불신을 불식시켜야 한다”며 “특히 여성 혐오나 금수저와 같은 사회적인 대립각을 지나치게 이용해 주목도를 높여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정신과적으로 (강남패치와 한남패치의) 운영자들은 마음속에 피해의식이 자리잡고 있다”며 “소셜미디어에 남의 뒷담화를 늘어놓아 주목을 끈 것을 볼 때 낮은 자존감을 다른 이의 관심으로 보상받으려 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는 “소셜미디어는 누구나 볼 수 있고 기록으로 남기 때문에 파급 효과도 엄청나다”며 “성숙한 토론 문화와 자정 노력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김희리 기자 hihit@seoul.co.kr 그래픽 강미란 기자 mrkang@seoul.co.kr
  • 미래에셋 ‘랜드마크72’ ABS 편법판매 의혹 조사

    금융감독원이 최근 미래에셋증권이 ‘베트남 랜드마크72 오피스빌딩 자산유동화증권’(ABS) 판매 과정에서 의도적으로 공모 상품을 회피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현장점검에 나섰다. 금감원은 미래에셋이 지난달 판매한 랜드마크72 ABS에 대한 부문 감사에 착수했다고 30일 밝혔다. 금감원 관계자는 “언론 보도와 국회 지적이 잇따라 미래에셋이 발행한 ABS가 규정대로 발행됐는지 점검 중”이라고 말했다. 미래에셋은 랜드마크72 빌딩을 인수한 후 투자금 4000억원 중 선순위 대출 3000억원을 기초자산으로 ABS를 발행해 투자자들에게 판매했다. 모집 규모는 2500억원, 최소 가입액은 2억원이었다. 당시 미래에셋은 ABS에 연 4.5%의 수익률을 보장해 예비청약 이틀 만에 모집액을 채웠다. 미래에셋증권은 특수 목적회사(SPC)를 만들어 사모의 형태를 갖춰 판매했지만 사실상 공모 발행이나 다름없다는 게 금감원의 입장이다. 개인투자자 49명까지만 모을 수 있는 사모 상품이지만 미래에셋증권은 페이퍼컴퍼니를 15개나 만들어 실제로는 개인 투자자 500여명에게 판매했기 때문이다. 금감원은 개인투자자가 50명이면 투자자 보호를 위해 공모 발행을 의무화하고 있다. 유영규 기자 whoami@seoul.co.kr
  • [공약 추적] ‘우병우·이석수 파동’ 4년 전 대선 공약 눈 감은 朴대통령

    [공약 추적] ‘우병우·이석수 파동’ 4년 전 대선 공약 눈 감은 朴대통령

    “매 정권마다 대통령 친인척 및 측근들의 권력형 비리가 계속 발생해 국민 불신 심화. 대통령과 관련한 감찰에 있어 독립권이 보장되지 않아 적절한 수사가 이루어지기 어려움” 이 내용은 4년 전 박근혜 당시 대선 후보가 직접 밝힌 ‘부정부패 없는 깨끗한 정부’를 위한 현실 진단이다. 박 대통령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회가 추천하는 ‘특별감찰관제’를 도입하고 조사권을 부여해 대통령의 친인척 및 측근들의 비리와 부패를 근절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는 2012년 박 대통령 캠프 측에서 내 놓은 대선 공약집 383쪽에 명시돼 있다. ●대통령이 임명하고 대통령이 흔든 특별감찰관제 박 대통령은 이어 ‘특별감찰관제’ 등을 포함한 ‘대통령 친·인척 및 특수관계인 부패방지법’도 제정하겠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정치권이 이미 2017년 대선을 향해 움직이고 있는 현 시점에서 박 대통령의 공약 이행을 따져보면 그 결과는 참담하다. 우선 가장 큰 논란은 ‘특별감찰관제’ 공약이다. 결과적으로 특별감찰관제 도입 공약은 지켰지만, 첫 특별감찰관으로 임명한 이석수 특별감찰관의 칼끝이 박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사실상 청와대와 검찰 조직을 장악한 것으로 평가되는 우병우 민정수석을 향하자 청와대와 새누리당이 이 특별감찰관을 ‘국기 문란’ 등으로 흔들고 나섰기 때문이다. 이번 사태는 애초 조선일보가 우 수석 처가의 강남 부동산 비리 의혹을 보도하면서 시작됐다. 이에 박 대통령은 이 특별감찰관에게 우 수석 감찰을 지시했다. 당시 이를 두고 ‘감찰이 아닌 의혹 덮기’ 우려도 나왔지만 ‘이 특별감찰관이 특정 언론사에 감찰 내용을 흘렸다’는 내용의 MBC 보도가 나오면서 기류가 급변했다. 이후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은 스스로 ‘조선일보 저격수’를 자임하고 나섰고, 이 특별감찰관은 검찰의 강제 수사 대상이 되면서 특별감찰관직에서 물러나는 등 진흙탕 싸움으로 전개되고 있다. 결국 대통령 측근 수사를 위해 특별감찰관을 도입한 박 대통령이 수사 방향이 자신의 측근을 향하자 특별감찰관을 압박해 내쳤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약에 포함된 ‘대통령 친·인척 및 특수관계인 부패방지법’은 관련 내용 일부가 ‘특별감찰관법’에 포함됐을 뿐 발의조차 되지 않고 있다. ●백지장 만든 검찰개혁 공약 박 대통령의 검찰개혁 공약 이행 여부는 더욱 참담하다. 박 대통령은 ‘검찰 독립성과 중립성 확보를 위한 합리적이고 예측 가능한 인사제도 확립’을 검찰개혁 공약으로 내걸었다. 하지만 출발부터 삐걱거렸다. 박 대통령은 2013년 4월 박근혜 정부 출범 첫 검찰총장으로 채동욱 당시 서울고검장을 임명했다. 당시 정치권과 법조계에서는 박 대통령이 김학의 대전고검장을 총장으로 낙점했다는 말이 정설로 퍼졌지만, 검찰총장을 대통령 마음대로 임명할 수 없도록 검찰청법이 2011년 개정되면서 벽에 부딪혔다. 결국 김 고검장은 검찰총장후보추천위원회 검증 단계에서 탈락했고 채 고검장이 총장에 올랐다. 그러나 ‘국정원 대선 댓글 개입 사건’을 강도 높게 지휘하던 채 총장은 얼마 지나지 않아 ‘혼외자 의혹 보도’로 사퇴했고, 이 과정에는 청와대 행정관 등이 개입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사의 법무부 및 외부기관 파견 제한’과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법무부에는 변호사 또는 일반직 공무원이 근무토록 하겠다’던 공약 역시 헌신짝처럼 버렸다. 박 대통령은 ‘공약 위반’이라는 언론의 지적에도 ‘사표 제출→청와대 근무→검찰 재임용’의 현직 검사 청와대 편법 파견을 반복하고 있으며, 법무부의 주요 보직 역시 검사들이 꿰차고 있다. 최근 개인 비리로 해임·구속기소된 진경준 전 검사장 역시 현 정부에서 법무부 주요 보직을 지냈다. 이밖에 검·경 수사권 조정을 위한 관련 법령 개정과 검찰의 수사와 기소 분리 등의 공약 역시 이렇다 할 이행 움직임이 없는 상황이다.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 野, 누리예산 등 8033억 교문위서 단독 통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야당 의원들이 29일 전체회의를 갖고 누리과정(3~5세 무상보육) 비용 보전을 위해 지방교육채무 상환 예산 6000억원 등 8033억원을 추가 편성한 추가경정예산안을 단독 통과시켰다. 상임위에서 예산안을 야당이 단독으로 의결한 것은 처음이다. 새누리당은 “지방채 상환을 위한 예산을 편법 편성한 것은 국가 채무는 국가가, 지방채무는 지방이 상환토록 한 재정의 기본 원칙을 저버린 것”이라고 강력 반발했다. 교문위는 앞서 이날 오전 예산결산기금심사소위를 열어 추경안을 논의했지만 누리과정을 둘러싼 지방교육 예산을 두고 여야 간 입장을 좁히지 못해 심사를 보류했다. 이후 여야 3당 간사 협의에서도 의견을 조율하지 못하자 새누리당은 전체회의를 보이콧했고 야당은 이날이 예결위의 추경안 마지막 심사일이라는 점을 이유로 표결을 진행했다. 야당이 단독 처리한 추경안에서는 지방교육채무 상환을 위한 예산 6000억원과 학교 우레탄 트랙 교체 사업 776억원, 도서지역 통합관사 신규 건설 예산 1257억원이 각각 증액됐다. 지방교육채무 상환예산은 이번 추경안에 포함된 국가채무 상환예산 1조 2000억원에서 마련이 가능하다는 게 야당의 주장이다. 염동열 의원 등 새누리당 교문위원들은 성명서를 내고 “협치를 무시한 야당의 날치기 강행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면서 “유성엽 위원장과 야당은 책임지고 사과해야 한다”고 비난했다. 염 의원은 “예결위에서 반대하면 이 추경안은 처리되지 못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단독] 해외 출장·장관 행사도 스톱… ‘3·5·10’ 걸리면 “사랑하는 사이”

    [단독] 해외 출장·장관 행사도 스톱… ‘3·5·10’ 걸리면 “사랑하는 사이”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 시행이 한 달 앞으로 다가오면서 공무원 사회는 거대한 변화를 겪고 있다. ‘시범 케이스로 걸리는 일은 절대로 피해야 한다’며 민간과의 점심·저녁 약속을 멀찌감치 미루거나 피하는 것이 대세로 굳어졌다. “법대로 한다”를 외치며 1만~2만원짜리 식당 목록을 찾기도 한다. 관가의 일상 자체가 새로운 규율의 기준에 맞춰지는 가운데 공무원들의 문화가 실제로 어떻게 바뀔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관가에 나타나는 현상을 4가지 키워드로 정리해 본다. 1 원천봉쇄형…“아쉬울 게 없다. 만남을 갖지 말자” ‘오해의 싹’을 자르겠다는 공무원들이 꽤 많다. 김영란법이 시행되는 다음달 28일부터는 점심·저녁 식사 자리를 아예 갖지 않겠다는 것이다. 해양수산부 관계자는 “더치페이도 쉽지 않고 사무실을 제외한 식사 자리는 안 만드는 게 현재로서는 최선인 것 같다”면서 “아무 일도 없었는데 신고포상금을 노리는 ‘파파라치’들이 엉뚱하게 제보해 사실이 아님을 입증해야 하는 불편을 감수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한 경제부처 공무원은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나겠느냐”면서 “아예 연기 피울 일을 안 하면 김영란법에 걸릴 일도 없다”고 강조했다. 여기에는 공무원 ‘갑질 정서’에 대한 반작용도 있어 보인다. 일각에서는 ‘공무원들이 접대를 받으려고 김영란법에 반대했다’고 오해를 하는데 ‘우리도 아쉬울 게 없다’는 입장이다. 고용노동부의 주무관급 공무원은 “공직사회를 갑질만 하는 곳으로 오해하는 분들이 많아 억울할 때도 있다”고 털어놨다. 50대 국장급 공무원은 “저녁 자리가 줄어들면 삶의 질이 높아지는 긍정적인 측면이 더 많이 부각될 것으로 본다”며 “특히 청탁 전화가 오면 무조건 김영란법을 대며 단칼에 잘라낼 수 있게 돼 직원들의 업무상 애로점이 크게 줄어들 것 같다”고 기대했다. 2 읍소 및 현실 수용…대국민 홍보·국회 민원 어떻게 하나 부처마다 공무원이 ‘을’이 될 수밖에 없는 국회와 언론과의 관계에 대한 고민이 많다. 기획재정부 예산실은 내년도 예산 국회 통과를 위해 다음달부터 3개월간 대국회 ‘읍소’에 나서야 하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답답해하고 있다. 예산실 관계자는 “지금으로서는 상대방이 김영란법 취지를 알아주기를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국회의 ‘우회 민원’도 걱정거리다. 국토교통부의 고위 관계자는 “공무원들이 대면 민원 청취를 꺼리면서 민원인들이 국회의원에게 부탁해 해결하려는 우회 민원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국토부의 다른 공무원도 “의원과 보좌진들이 정책 협의나 제도개선 협의 등을 내세워 비공식적인 회의를 요구해 나가 보면 정책협의보다는 사실상 민원 접수 회의가 되어버리는 경우도 많다”고 털어놨다. 매일 언론을 만나야 하는 세종부처의 대변인실은 1만~2만원 수준에서 식사를 하며 담소도 나눌 수 있는 세종시의 조용한 식당을 찾고 있다. 복지부 대변인실은 “저렴하면서도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식당을 찾아 ‘답사’도 하며 식당 가이드북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음주는 1가지 술로, 1차에 한해 9시까지’라는 바람직한 음주 문화를 만들기 위한 ‘119 절주(節酒) 캠페인’도 등장했다. 산업통상자원부 대변인실은 다음달 28일부터 장차관과 언론사 데스크급 이상과의 식사 일정을 잠정 중단하기로 했다. 홍보도 중요하지만 3만원 선에서 장차관이 참석하는 고위급 모임의 식사 비용을 맞추는 게 쉽지 않다는 것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김영란법에 저촉되지 않는 수준의 식당들을 알아보고 있고 법도 읽어 보며 대비하고 있다”면서 “장차관과 국회의원, 언론사 간부 등의 식사 자리를 마련하는 데 있어 서울에서 품격이 있으면서도 가격이 싼 장소가 많지 않아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3 모든 저녁 약속은 9월까지… 마지막 불야성 8~9월 관가와 공공기관에는 출장과 행사 붐이 이어지고 있다. 김영란법 위반을 피하기 위해 하반기에 예정된 행사를 앞당겨 진행하는 것이다. 한 부처 관계자는 “전시성 행사가 아님에도 오는 10월 이후에는 참석자들이 김영란법을 이유로 손사래를 치는 바람에 부득이 일정을 당겨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며 “10월부터는 장관 행사도 진행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해외 출장에 나서는 한 공공기관 관계자는 “취소도 검토했지만 이미 다 알려진 상황인 데다 해외 파트너도 있고 해서 예정대로 진행한다”고 했다. 저녁 약속도 법 시행 이전인 8~9월로 당겨 잡고 있다. 복지부 고위 공무원은 “저녁 약속을 잡으면 술을 마실 수밖에 없는데, 그러면 술과 식사를 포함해 3만원을 훌쩍 넘을 수 있다”며 “꼭 가져야 할 술자리는 9월로 앞당겨 잡고 있어서 10월의 저녁 약속은 텅텅 비어 있다”고 말했다. 이런 트렌드를 반영하듯 서울 광화문과 여의도 일대의 고급 식당들은 ‘마지막 불야성’을 이루고 있다. 일부 식당은 2주일 이상 예약이 꽉 차 있다고 한다. 4 합법과 편법 사이…김영란법 회피 아이디어를 찾아라 요즘 세종 관가에서 떠도는 농담 가운데 백미는 ‘김영란법 피해 가기’다. 혹시라도 ‘3만·5만·10만원 룰’에 걸릴 경우 “유일한 해결 방법은 이성이든, 동성이든 상관없이 사랑하는 사이라고 우기라”는 것이다. 지난해 공직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벤츠 여검사’가 무죄를 이끌어냈던 법적 논리를 도용한 우스갯소리다. ‘후폭풍’이 워낙 커서 어느 누구도 이를 벤치마킹할 리 없지만 역설적으로 김영란법 회피 수법에 그만큼 관심이 많다는 얘기다. 경제부처의 과장급 인사는 “술자리에서 나오는 이야기이지만 그만큼 합법과 편법 사이에서 줄타기를 할 수밖에 없다는 현실을 보여 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부처별로 국민권익위원회와 로펌에 문의하는 것 외에도 일부 공무원들은 기업 관계자로부터 김영란법을 피해 갈 수 있는 ‘편법 노하우’를 물으며 정보를 교환하기도 한다. 서울 김경두 기자 golders@seoul.co.kr 세종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세종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
  • ‘119 절주’… 저녁 약속 사라지는 공직사회

    ‘119 절주’… 저녁 약속 사라지는 공직사회

    청렴한 사회 기대 속 혼란·불안 국민들 “3만원 접대도 충분” 환영 법망 피한 ‘꼼수 공화국’ 우려도 ‘술은 1가지 종류로, 1차에 한해, 오후 9시까지만’을 뜻하는 ‘119 절주(節酒)’가 공무원 사회 음주의 일반적인 원칙으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세종청사에서건, 서울청사에서건 마찬가지로 일어나는 현상이다. 공연히 청탁을 하는 것으로 오해를 살 수 있는 인사부서 또는 감사부서와의 내부 저녁 자리도 거의 사라졌다. 세종청사의 국장급 간부는 “많은 사람들이 저녁 약속을 잡지 않거나 있던 약속도 취소하고 있으며, 우리 같은 간부들 사이에서는 부하 직원들을 어떻게 통제해야 할지가 새로운 고민거리로 등장했다”고 전했다. 공무원 사회의 이런 변화는 한 달 후면 지금까지 전혀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운 규율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오는 9월 28일 발효될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다. 2013년 이 법을 입안한 김영란 당시 국민권익위원장의 이름을 따 이른바 ‘김영란법’으로 불리는 이 법은 접대와 향응에 대한 사회의 기본 인식을 송두리째 바꾸자는 취지로 제정됐다. 국민권익위원회 관계자는 “뇌물과 청탁의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차단함으로써 공무원 등 이 법을 직접적으로 적용받는 대상뿐 아니라 우리 사회 시스템 전체를 변혁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김영란법을 바라보는 공무원 사회의 지배적인 정서는 ‘혼란’과 ‘불안’이다. 깨끗한 공직사회와 건전한 여가생활 등에 대한 기대감도 나오지만, 아직은 부정적인 의견이 압도적이다. 산업통상자원부 공무원은 “외국인을 초청하면 우리가 식사비를 내야 하는데 어느 수준에 맞춰야 할지 모르겠다”며 “오·만찬 격식이 떨어지면 자칫 외교적 결례가 될 수 있고, 그렇다고 국가적 협의가 필요한 상황에서 만나지 않을 수도 없다”고 하소연했다. 기획재정부 공무원은 “김영란법이 시행돼도 마음만 먹으면 영수증을 이중으로 발급받는 등 규정을 회피할 방법은 많다”며 “앞으로 변형된 형태의 불법과 편법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공무원들과 달리 일반 국민들은 두 손 들어 환영하고 있다. 대기업에 다니는 김모씨는 김영란법에서 식사 접대 한도를 3만원으로 정한 것과 관련해 “한 끼에 3만원이면 뭘 먹어도 충분한데 공무원들이 향응 불감증에 빠져 부족하다고 아우성을 치고 있다”고 말했다. 국제투명성기구가 발표한 ‘2015 국가별 부패인식지수’에서 한국은 100점 만점에 56점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국 가운데 27위를 했다. 사회 전반에 뿌리내린 부패와 반칙으로 자신이 피해를 보고 있다고 느끼는 국민들은 김영란법을 정의로운 사회 구현의 새로운 전환점으로 여기고 기대감을 숨기지 않고 있다. 세종 장형우 기자 zangzak@seoul.co.kr 세종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임금 체불·月100만원 수습…밥벌이 걱정하는 ‘육두품 변호사’

    임금 체불·月100만원 수습…밥벌이 걱정하는 ‘육두품 변호사’

    #개업 4년차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출신 변호사 A씨는 2년간 열심히 근무했던 법무법인에서 얼마 전 나오면서 황당한 경험을 했다. 300만원 남짓한 월급은 두 달째 밀려 있었고, 2000여만원의 퇴직금도 받지 못했다. 퇴직 뒤 두 달 동안 혼자 끙끙 앓던 A씨는 결국 서울지방변호사회 ‘변호사 근로분쟁 조정센터’의 문을 두드렸다. 두 달여의 조정 끝에 전 회사는 반년 동안 나눠 A씨에게 퇴직금과 밀린 급여를 주기로 했다. #개업 4년차의 사법연수원 출신 B변호사도 올해 초 3개월간 근무한 법무법인에서 임금 1000여만원 중 400만원을 받지 못했다. 3개월간 법무법인에 직접 항의하던 B변호사는 결국 근로분쟁 조정을 신청해 한 달 만에 미지급 임금을 돌려받았다. 임금·퇴직금 문제를 직접 해결하지 못한 젊은 변호사들이 서울변회의 변호사 근로분쟁 조정센터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운영된 조정센터에는 6건의 근로분쟁 조정이 신청돼 3건에서 조정이 성립됐다. 서울변회 관계자는 “로스쿨 도입으로 법조인 시장에 신규 진입자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중소형 법무법인에서 활동하는 대다수의 젊은 변호사들이 과거에는 상상하기 힘든 일들을 당하고 있다”며 젊은 변호사들이 겪고 있는 임금 체불 실태를 전했다. 얼마 전까지 고액 연봉을 자랑하는 대표적인 전문직이었던 변호사 업종의 위상이 크게 추락하고 있다. 수습 기간에는 고작 100만원의 월급으로 생활해야 하는 일이 허다하고, 종종 임금을 떼이는 일도 있다. 이런 현상의 배경에는 법조인력의 급격한 증가가 자리하고 있다. 사법시험 정원이 연 200명대에서 1000명 선으로 대폭 늘어난 데다 로스쿨 도입으로 변호사 시장이 크게 확대됐기 때문이다. 2009년 법조인력 양성 시스템이 사법시험과 사법연수원에서 로스쿨과 변호사시험으로 바뀐 뒤 전체 변호사 숫자는 현재 2만명에 가까워졌다. ●전체 개업변호사 37%는 5년 이하 신참 특히 5년 이하 신참 변호사는 벌써 전체 시장의 40%에 육박한다. 대한변호사협회에 따르면 전체 개업 변호사 1만 7894명 중 개업한 지 5년 이하의 신참 변호사는 모두 6624명으로 전체의 37.0%다. 법조인 시장에 신규 진입자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가장 큰 변화를 겪은 곳은 변호사 업계다. 선호도가 높은 법원, 검찰이나 대형 로펌, 대기업 등으로 진출하지 못한 대다수의 젊은 변호사들이 중소형 법무법인에서 ‘고용변호사’로 일하고 있다. 그러나 치열한 경쟁을 뚫고 취업에 성공한 이들이지만 업무 환경과 처우는 당초의 기대에 턱없이 못 미치는 게 현실이다. 중소 법무법인의 초봉은 최근 5년 사이에 기존의 70% 정도로 떨어졌다. 개업 5년차의 한 로스쿨 출신 변호사는 “로스쿨 1기 변호사가 2012년 처음 배출된 뒤 서울 서초동의 변호사 사무소에 취직할 때 월급으로 적어도 세후 400만원에서 450만원을 받았지만 이제는 300만원 수준으로 줄어들었다”고 전했다. “직접 채용을 진행하다 보면 유명하지도 않은 법률사무소에 쟁쟁한 경력의 변호사들이 이력서를 낼 정도로 경쟁이 치열하다”고도 했다. 한마디로 변호사가 ‘널렸다’는 것이다. 선배 변호사들이 자랑했던 고액 연봉은 사라졌는데도 야근과 주말 근무 등 격무는 여전하다. 6개월의 의무 연수를 받는 수습 변호사들은 박봉에 시달리기도 한다. 2년 전 로스쿨을 졸업한 한 변호사는 “로스쿨·사법연수원 출신 가릴 것 없이 지위가 하락하고 근로기준법을 지키지 않는 정도가 훨씬 심해졌다”며 “변호사시험 출신 변호사는 90% 이상이 수습 기간에는 정식 급여를 받지 못하고 대체로 월 100만원을 받는다”고 털어놨다. ●고용변호사 ‘집사 노릇’ 강요받아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적지 않은 변호사가 본연의 변호 업무와는 거리가 먼, 피고인 접견만 담당하는 ‘집사변호사’를 강요받기도 한다. 교도소에 수감된 ‘고객’의 잔심부름을 하거나 면회를 가 말벗을 해 주는 게 이러한 집사변호사의 역할이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일주일에 세 번 정도 접견을 하고 한 달에 200만원 정도 받는 집사변호사가 적지 않다”면서 “얼마 전 대한변협에서 한 달에 수백건씩 접견한 변호사들을 징계했지만 생계가 어려워져 ‘편법 수입’에 기대는 변호사들을 근절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근로자로서의 정당한 권리조차 제대로 행사하지 못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한 대기업 소속 사내 변호사는 “중소형 로펌에 근무하는 주변 변호사들은 근로자의 지위조차 인정받지 못해 육아휴직도 제대로 못 쓰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들의 근로조건은 웬만한 직장인들보다 못하다”고 밝혔다. 변호사들이 로펌에 취업할 때 여간해서는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는 관행도 문제를 일으킨다. 경력 3년차의 한 변호사는 “이직을 결심한 뒤 다니던 법무법인에 사직서를 제출했는데 이직할 회사의 대표가 출근을 며칠 앞두고 갑자기 급여를 깎는 바람에 울며 겨자 먹기로 이를 받아들여야 했다”며 “계약서를 쓰지 않다 보니 급여나 퇴직금 문제도 고용변호사는 대표변호사의 눈치만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개업 후 사무실 월세 내기도 빠듯해 결국 법무법인에 취직하지 못하고 단독 개업 변호사의 길을 걸어가는 사람도 상당수다. 그러나 이들 중 적지 않은 변호사가 자금 여력이 넉넉하지 못해 사무실이나 사무장을 두지 못하고, 아예 자신의 집을 사무실로 등록하기도 한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여러 곳에 원서를 넣어 봤지만 취직이 되지 않아 호기롭게 사무실을 개업하고 변호사로 출발했는데 사무실 월세 내기도 만만찮다. 의뢰인에게 받지 못한 성공보수와 수임료를 생각하면 ‘정말 소송이라도 해야 되나’ 싶다”고 말했다. 예전이라면 낮은 수임료 때문에 맡지 않을 사건도 적극적으로 따내려는 분위기다. 경험을 쌓기 위해 작은 사건도 마다하지 않는다. 서울변회는 최근 ‘민사소액사건 소송지원 변호사단’을 출범시켰다. 변호사 수임료를 마련하지 못해 ‘나홀로 소송’을 진행하는 약자들을 지원하는 동시에 일감이 없어 생활고에 시달리는 변호사들에게 일거리를 마련해 주는 등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서다. 변호사단은 청구 금액 2000만원 이하의 소액사건에서 대법원에서 규정한 수임료인 최소 50만원에서 150만원의 수임료를 받게 된다. 일반적인 민사사건 최저 수임료인 300만원의 6분의1에서 절반 수준이다. 서울변회 관계자는 “소위 돈 버는 일감이 아닌데도 일주일 새 500여명의 변호사가 민사소액 지원 변호사단에 지원했다”면서 “이 정도로 상황이 심각하다는 걸 실감했다”고 밝혔다. 국내 법률 소비 시장의 사정이 이렇다 보니 해외시장 진출을 모색하는 변호사들도 나오고 있다. 법무부와 대한변협이 지난해부터 진행하고 있는 ‘청년 법조인 해외 진출 아카데미’가 창구의 하나다. 올해에만 변호사 경력 10년 이내의 청년 변호사 170명이 참여하고 있다. 약 10개월간 국제 법무 전반에 대해 교육을 받고 이후 한국무역협회나 대한상공회의소 등의 법률자문관, 국내 로펌 해외사무소의 장기 인턴으로 일하는 프로그램이다. 1기 아카데미 수강생 중에서는 10명이 미국과 유럽, 아시아의 법률사무소로 파견됐다. ●SNS 등 가장 중요한 트렌드는 홍보 온라인을 적극 활용하는 것도 트렌드다.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블로그를 이용해 홍보하는 변호사들이 부쩍 늘었다. 정보기술(IT) 관련 소송을 주로 맡고 있는 5년차 변호사는 “변호사 수가 굉장히 많은 상황에서 ‘홍보’가 가장 중요한 것 같다”며 “정기적으로 쓰고 있는 법률 블로그를 보고 사건과 관련된 문의 전화나 이메일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사정이 나쁘지 않은 변호사들도 긴장의 끈을 늦추지 못하고 있다. ‘전문성’을 기르기 위해 치열한 노력들을 경주하고 있다. 사법연수원 출신의 개업 15년차 변호사는 “요즘은 고객들이 하도 전문 변호사를 찾다 보니 관심 있는 분야의 강의나 연수를 찾아 듣고 있다”며 “200만원 정도 내고 6개월가량 강의를 듣는 등 적지 않은 돈과 시간을 지불해야 하지만 ‘무한 경쟁’ 상황에서는 전문성만 한 ‘무기’가 없다”고 밝혔다. 10년 가까이 소형 로펌을 운영하다 공공기관 소속으로 자리를 옮긴 한 변호사는 “젊은 변호사나 전관 출신이 아닌 이른바 ‘육두품’ 변호사는 고객들에게 내세울 게 없으니 사무장도 같이 일하려고 하지 않는다. 당장 수입이 늘진 않지만 변호사단체나 대학원 등 수단을 가리지 않고 교육을 받는 것밖에 대안이 없다”고 말했다. 서유미 기자 seoym@seoul.co.kr 조용철 기자 cyc0305@seoul.co.kr
  • 롯데 2인자 ‘극단적 선택’… “비자금 없다” 유서

    롯데 2인자 ‘극단적 선택’… “비자금 없다” 유서

    檢 소환 앞두고 경기도 양평 산책로서 檢 “일정 재검토… 수사엔 지장 없어” 신격호·신동빈 2대 걸쳐 신뢰 ‘최측근’ 롯데그룹의 2인자이자 신동빈(61) 그룹 회장의 최측근인 이인원(69) 그룹 정책본부장(부회장)이 검찰 소환을 앞두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에 따라 이 부회장 등 ‘가신그룹 3인방’에 대한 소환조사를 바탕으로 신 회장을 소환 조사하려던 검찰 수사는 일정 조정이 불가피하게 됐다. 검찰은 그러나 이 부회장에 대한 장례 절차가 마무리되는 대로 수사를 재개할 것이라며, 그의 극단적 선택에 수사 방향이 바뀌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26일 경찰과 검찰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7시 10분쯤 경기도 양평군 서종면 산책로 한 가로수에 이 부회장이 목을 매 숨져 있는 것을 인근 주민이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이 부회장은 현장 인근에서 발견된 승용차 안에 남긴 A4 용지 4매 분량의 자필 유서를 통해 “롯데그룹에 비자금은 없다. 이렇게 어려운 시기에 먼저 가서 미안하다. 신 회장은 훌륭한 사람이다”라고 밝혔다. 이어 가족에게 “그동안 앓고 있던 (아내의) 지병을 간병하느라 고생 많았다. 힘들었을 텐데 먼저 가서 미안하다”라고 썼다. 이 부회장은 전날 오후 9~10시쯤 “운동하러 간다”며 서울 용산구 자택에서 나온 뒤 귀가하지 않았다고 유족들은 전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이 부회장 시신을 부검한 끝에 전형적으로 목을 매 숨진 것이라고 판정했다. 경찰 관계자는 “고인의 행적 결과와 부검 소견 등에 비춰 타살 혐의점은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시신을 유족에게 인계했다. 유족은 서울 송파구 아산병원에 빈소를 마련했고, 롯데그룹 측은 이날부터 30일까지 5일간 롯데그룹장으로 장례를 치르기로 했다. 이날 오전 이 부회장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횡령 등의 혐의로 소환 조사하려 했던 검찰 롯데수사팀은 그의 사망 소식이 전해지자 “고인에게 애도를 표하며 명복을 빈다”고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롯데그룹 수사 일정을 재검토할 방침”이라며 “그러나 (비자금 의혹 등과 관련한) 증거가 이미 확보가 돼 있어 수사가 지장을 받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그룹 내 알짜 자산을 지주회사 격인 호텔롯데로 헐값에 이전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신격호(94) 총괄회장과 신 회장이 매년 계열사로부터 300억원대의 수상한 자금을 받아 챙기고, 신 총괄회장이 편법 증여를 통해 6000억원대의 세금을 내지 않은 과정에도 관여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1973년 롯데호텔에 입사한 이 부회장은 롯데그룹의 컨트롤타워 격인 정책본부 본부장을 맡아 신 회장과 함께 경영 전반을 이끌어 왔다. 창업주인 신 총괄회장에 이어 아들 신 회장의 신뢰를 얻어 대를 이은 최측근 인사다. 2011년 오너 일가 외에 처음으로 부회장 자리에 올랐다. 1997년 롯데쇼핑 대표이사를 맡은 이후 20년 가까이 롯데그룹에서 최고경영자(CEO)를 맡은, 국내 500대 기업 중 최장수 CEO이기도 하다. 최지숙 기자 truth173@seoul.co.kr 한상봉 기자 hsb@seoul.co.kr 박재홍 기자 maeno@seoul.co.kr
  • 롯데 2인자 이인원 자살…“국내 500대 기업 중 최장수 CEO”

    롯데 2인자 이인원 자살…“국내 500대 기업 중 최장수 CEO”

    롯데그룹 2인자이자 신동빈 회장의 최측근인 이인원(69) 그룹 정책본부장(부회장)이 검찰 조사를 앞두고 자살했다. 이 부회장은 숨지기 직전 남긴 유서에서 끝까지 회사를 걱정하고 신동빈 회장을 옹호하는 충성심을 보였다. 검찰은 소환 조사를 앞둔 이 부회장의 자살로 수사에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롯데는 조직 내 존경받는 선배였던 이 부회장의 자살소식을 접하고 충격에 휩싸였다. ◇ 유서 남기고 자살 = 26일 오전 7시 10분쯤 경기도 양평군 서종면 산책로 한 가로수에 이 부회장이 넥타이와 스카프로 목을 매 숨져 있는 것을 운동 중이던 주민이 발견, 경찰에 신고했다. 현장 인근에서 발견된 이 부회장 차 안에서는 A4용지 4매(1매는 표지) 분량의 자필 유서가 나왔다. 유서에서 이 부회장은 롯데 임직원에게 “롯데그룹에 비자금은 없다. 이렇게 어려운 시기에 먼저 가서 미안하다. 신동빈 회장은 훌륭한 사람이다”라며 끝까지 조직과 신 회장을 옹호하는 모습을 보였다. 또 가족에게는 “그동안 앓고 있던 지병을 간병하느라 고생 많았다. 힘들었을 텐데 먼저 가서 미안하다”고 썼다. 유서에는 검찰 수사에 대한 불만을 표시한 내용은 없었다. 경찰은 유족들의 요청에 따라, 유서 전문은 언론에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경찰은 정확한 자살 동기를 밝히기 위해 유서 내용을 분석하고 있으며, 시신을 부검해 정확한 사인을 규명할 방침이다. 고인의 아들은 경찰조사에서 “아버지는 최근 검찰수사가 시작된 이후 가정사까지 겹치면서 많이 힘들어 했다”고 진술했다.▲ 롯데 측 관계자는 “고인은 검찰 수사에 따른 심리적 압박뿐만 아니라 40여년 롯데맨으로 근무해오면서 최근 롯데그룹이 검찰 수사를 받고 경영권 분쟁에 휩싸인 데 대해 걱정을 많이 했다”며 “특히 신격호 회장과 신동빈 회장을 모시면서 롯데가 나름대로 국가발전에 크게 기여를 해왔는데 최근 발생한 경영권 분쟁과 검찰 수사로 이러한 공로가 폄하되고 비판받는 데 대해 매우 안타까워했다”고 자살 배경을 전했다. 시신 발견 당시 이 부회장은 반바지와 검은색 점퍼를 입고 있었으며, 가로수에 넥타이와 스카프로 줄을 만들어 목을 맸으나, 줄이 끊어져 바닥에 누운 상태였다. 이 부회장이 숨진 양평 현장은 생전 그가 간혹 주말이면 찾아와 머리를 식히던 곳으로, 퇴직 후 근처에 집을 짓고 생활하려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부회장 지인인 강건국 가일미술관 관장은 “이 부회장은 양평에 별다른 연고는 없지만, 개인적으로 힘든 일이 있으면 이곳을 찾아 머리를 식혔던 것으로 안다”며 “그는 산과 강이 있는 양평이 좋다면서 은퇴하고 30~40평짜리 단층 짜리 집을 짓고 소박하게 살고 싶어 했다”고 전했다. 서울 용산구에 거주하는 이 부회장은 전날 오후 10시께 “운동하러 간다”며 외출했다가 귀가하지 않았다고 유족들은 전했다. 경찰은 이 부회장이 집을 나온 뒤 서울춘천고속도로를 경유해 양평 현장으로 향했으며 경유지는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앞으로 경찰은 이 부회장의 부검결과 분석, 이동 경로 및 행적 조사, 휴대전화 통화 내역 분석 등 추가 조사 후 통상 변사사건 처리지침에 따라 사건을 자살로 종결할 방침이다. 유족은 서울 송파구 아산병원에 빈소를 마련하고, 롯데그룹 5일장으로 치르기로 했다. ◇ 검찰 ‘롯데수사’ 차질 불가피 = 롯데그룹을 수사하는 검찰은 수사에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이날 검찰 출석을 앞두고 이 부회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실이 확인되자, 수사 일정을 재검토하기로 했다. 수사팀 관계자는 “진심으로 안타깝게 생각한다. 고인에게 애도를 표하며 명복을 빈다”며 “롯데그룹 수사 일정의 재검토를 고려하겠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날 오전 9시 30분 이 부회장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횡령 등 혐의의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할 예정이었다. 이 부회장은 그룹 내 알짜 자산을 지주회사격인 호텔롯데로 헐값에 이전하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신 총괄회장과 신 회장이 매년 계열사로부터 300억원대 의심쩍은 자금을 받아 챙기고 신 총괄회장이 편법 증여를 통해 3천억원대 세금을 내지 않은 과정에도 관여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전날 이 부회장과 함께 신동빈 회장의 가신그룹으로 꼽히는 황각규 정책본부 운영실장(사장)을 불러 밤샘 조사를 벌인 검찰은 이날 모든 계획을 취소하고 향후 수사방향과 일정 등을 숙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부회장의 부재에 따라 이르면 다음 주 신동빈 회장을 비롯한 총수 일가를 줄줄이 불러 조사한다는 계획도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롯데 수사 변호인단을 이끄는 김앤장 법률사무소 측은 “저희도 매우 황망하다. 경위와 상황을 파악 중이다”고 말했다. 변호인단의 고위 관계자는 연합뉴스 통화에서 “어제까지 이 부회장을 포함한 롯데그룹 측과 논의를 했고, 고인이 오늘 소환에 응해 출석할 예정이었는데 이런 일이 일어날 줄 예상하지 못했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자세한 경위를 파악 중이며 유서가 있다고 하니 그 내용도 검토해야 할 것 같다”며 “그룹 측과 관련 내용과 대책 등을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 롯데 ‘충격’ = 이 부회장의 자살소식을 접한 롯데그룹은 큰 충격에 휩싸였다. 이 부회장은 1973년 롯데호텔 입사 후 40여년간 근무한 그룹의 ‘산 역사’이자 ‘최고참 전문 경영인’으로, 임직원들의 ‘정신적 지주’ 역할도 맡아왔기 때문에 그룹의 심리적 타격은 어느 때보다 큰 상황이다. 그룹 정책본부 관계자 다수는 이 부회장이 용산구 동부이촌동 자택에서 출발해 오전 9시께 서초동 검찰청에 도착할 것으로 예상하고, 검찰청 입구 등에서 대기하고 있다가 오전 8시 20분께 연합뉴스 보도를 통해 처음 비보를 접했다. 정책본부 고위 임원은 당황한 목소리로 “9시께나 도착할 것으로 예상하고 경호나 주변 정리 등에 신경 쓰고 있었는데 이게 무슨 날벼락 같은 소식인지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출근길에 휴대전화 등으로 속보를 확인한 서울 소공동 롯데그룹 본사 임직원들도 굳은 표정으로 삼삼오오 모여 그룹의 앞날을 걱정하고 있다. 롯데 정책본부 수석급 직원은 “이인원 부회장은 50대부터 롯데쇼핑 사장을 맡을 만큼 선후배들로부터 두루 능력을 인정받았고, 성품도 온화하고 합리적인 분이라 사실상 롯데 임직원들의 정신적 지주였다”며 안타까워했다. 다른 임원은 “신격호 총괄회장은 물론 신동빈 회장에 이르기까지 모두 이 부회장을 총애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이 부회장의 역량과 인품을 짐작할 수 있다”며 “청렴함도 항상 임직원들의 모범이 됐던 분인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마음이 여린 분이 검찰 수사를 앞두고 심리적 압박이 매우 컸던 것 같다”고 말했다. ◇ 이인원은 누구 = 이 부회장은 오너인 신동빈 회장에 이어 롯데그룹의 ‘넘버 2’로 꼽히는 인물이다. 그는 최근까지 롯데그룹의 컨트롤타워 격인 정책본부 본부장을 맡아 신 회장과 함께 경영 전반을 이끌어왔으며, 황각규 사장과 함께 신 회장의 가신 그룹으로 꼽힌다. 특히 이 부회장은 롯데그룹에 43년간 몸담으며 창업주인 신격호 총괄회장에 이어 아들 신동빈 회장의 신뢰를 얻어 대를 이은 최측근 심복이다. 그는 이같은 신뢰를 바탕으로 2011년 오너 일가가 아닌 사람으로서는 처음으로 부회장 자리에 올랐다. 1997년 롯데쇼핑 대표이사를 맡은 이래 20여년간 롯데그룹에서 최고경영자(CEO)를 맡은, 국내 500대 기업 중 최장수 CEO이기도 하다. 1947년 8월 경북 경산에서 태어나 경북대사대부고와 한국외대 일본어학과를 졸업한 이 부회장은 1973년 롯데호텔에 입사한 뒤 1987년 그룹 주력계열사인 롯데쇼핑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후 2007년까지 롯데쇼핑에서 관리이사, 전무이사, 대표이사 사장을 거치며 신격호 총괄회장을 도와 롯데쇼핑의 사세를 확장하는데 큰 공을 세우며 신임을 얻었다. 수십 년간 신 총괄회장의 ‘입과 귀’ 노릇을 해온 이 부회장은 눈빛만 봐도 신 총괄회장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복심으로 꼽혔다. 2011년 발간된 ‘롯데와 신격호, 도전하는 열정에는 국경이 없다’(임종원 전 서울대 교수 집필)라는 책에서 이 부회장은 신 총괄회장에 대해 “연세가 아흔 살에 가까우신데도 아직도 청년 시절과 다름없는 열정과 무한한 도전정신을 가지고 있지 않나 생각한다”며 신 총괄회장의 활발한 경영활동을 높이 평가한 바 있다. 이 부회장은 2007년 그룹 정책본부 부본부장(사장)을 맡아 당시 정책본부장이던 신동빈 회장을 보좌하며 능력을 또 한 번 인정받았으며 2011년 정책본부장(부회장)에 올랐다. 공격적이고 서구적인 경영 스타일의 신 회장이 주요 사업을 추진할 때마다 그는 신 총괄회장의 스타일대로 보수적이고 안정적인 사업 의견을 제시하며 신동빈 회장을 견제하는 역할을 맡아왔다는 게 롯데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신격호 사람’으로 분류됐던 이 부회장이 본격적으로 신동빈 회장 편으로 기운 것은 지난해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다. 신동주·동빈 형제간 경영권 분쟁이 치열해지고 신 총괄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사실상 손을 떼게 되면서 이 부회장은 신 회장 편으로 노선을 정리했다. 이 때문에 신 총괄회장이 지난해 7월 한국 롯데그룹 최고위 임원을 해임을 지시하는 인사명령서, 이른바 ‘살생부’에 이 부회장의 이름이 황각규 사장과 함께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8월 경영권 분쟁이 한창일 당시 신동빈 회장의 경영권 방어를 위해 계열사 사장들의 ‘신동빈 회장 지지 성명’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경영권 분쟁 이후 ‘신동빈의 오른팔’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왔다. 롯데그룹의 ‘산 역사’로도 불리는 이 부회장은 오너 일가를 제외하고는 유일하게 부회장직에 오른 인물로서 직원들의 존경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철저하고 꼼꼼한 성격으로 업무 처리가 철두철미하면서도 젊은 직원들의 생각을 존중해주는 합리적인 경영자였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룹 정책본부 관계자는 “이 부회장은 50대에 사장이 된 이후 부회장 자리까지 올라 철저한 업무 처리와 합리적인 경영 스타일로 직원들의 존경을 많이 받았던 분”이라며 “독실한 크리스천으로서 윤리의식도 강한 분이었다”고 말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롯데그룹 2인자’ 이인원, 檢 조사 앞두고 자살…“어려운 시기에 먼저 가 미안”

    ‘롯데그룹 2인자’ 이인원, 檢 조사 앞두고 자살…“어려운 시기에 먼저 가 미안”

    롯데그룹 2인자이자 신동빈 회장의 최측근인 이인원(69) 그룹 정책본부장(부회장)이 검찰 조사를 앞두고 자살했다. 이 부회장은 유서에서 끝까지 신동빈 회장을 옹호하는 충성심을 보였다. 검찰은 소환 조사를 앞둔 이 부회장의 자살로 수사에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롯데는 조직 내 존경받는 선배였던 이 부회장의 자살소식을 접하고 대책회의에 들어갔다. ◇ 유서 남기고 자살 = 26일 오전 7시 10분께 경기도 양평군 서종면 산책로 한 가로수에 이 부회장이 넥타이와 스카프로 목을 매 숨져 있는 것을 운동 중이던 주민이 발견, 경찰에 신고했다. 시신 옷 안에서 발견된 신분증으로 미뤄, 시신은 이 부회장으로 추정되나 경찰은 더 정확한 신원확인을 위해 지문을 분석하고 있다. 현장 인근에서 발견된 이 부회장 차 안에서는 자필 유서가 나왔다. 유서에서 이 부회장은 끝까지 신 회장에 대한 충성심을 보였다. 이 부회장은 A4용지 4매(1매는 제목) 분량의 유서를 가족과 롯데 임직원에게 보내 가족에게 “그동안 앓고 있던 지병을 간병하느라 고생 많았다. 힘들었을 텐데 먼저 가서 미안하다”고 썼다. 또 롯데 임직원에게는 “이렇게 어려운 시기에 먼저 가서 미안하다. 신동빈 회장은 훌륭한 사람이다”라며 끝까지 신 회장을 옹호하는 모습을 보였다. 유서에는 검찰 수사에 대한 불만을 표시한 내용은 없었다. 경찰은 정확한 자살 동기를 밝히기 위해 유서 내용을 분석하고 있다. 롯데측 관계자는 “고인은 검찰 수사에 따른 심리적 압박뿐만 아니라 40여년 롯데맨으로 근무해오면서 최근 롯데그룹이 검찰수사를 받고 경영권 분쟁에 휩싸인데 대해 걱정을 많이 했다”며 “특히 신격호 회장과 신동빈 회장을 모시면서 롯데가 나름대로 국가발전에 크게 기여를 해왔는데 최근 발생한 경영권 분쟁과 검찰 수사로 이러한 공로가 폄하되고 비판받는 데 대해 매우 안타까워했다”고 자살 배경을 전했다. 시신 발견 당시 이 부회장은 가로수에 넥타이와 스카프로 줄을 만들어 목을 맸으나, 줄이 끊어져 바닥에 누운 상태였다. 아직 이 부회장이 이 현장과 어떤 연고가 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서울 용산구에 거주하는 이 부회장은 전날 오후 9시∼10시께 반바지 차림으로 “운동하러 간다”며 외출했다가 귀가하지 않았다고 유족들과 롯데 관계자들이 전했다. ◇ 검찰 ‘롯데수사’ 차질 불가피 = 롯데그룹을 수사하는 검찰은 수사에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이날 검찰 출석을 앞두고 이 부회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실이 확인되자, 수사 일정을 재검토하기로 했다. 수사팀 관계자는 “진심으로 안타깝게 생각한다. 고인에게 애도를 표하며 명복을 빈다”며 “롯데그룹 수사 일정의 재검토를 고려하겠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날 오전 9시 30분 이 부회장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횡령 등 혐의의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할 예정이었다. 이 부회장은 그룹 내 알짜 자산을 지주회사격인 호텔롯데로 헐값에 이전하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신 총괄회장과 신 회장이 매년 계열사로부터 300억원대 의심쩍은 자금을 받아 챙기고 신 총괄회장이 편법 증여를 통해 3천억원대 세금을 내지 않은 과정에도 관여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전날 이 부회장과 함께 신동빈 회장의 가신그룹으로 꼽히는 황각규 정책본부 운영실장(사장)을 불러 밤샘 조사를 벌인 검찰은 이날 모든 계획을 취소하고 향후 수사 방향과 일정 등을 숙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부회장의 부재에 따라 이르면 다음 주 신동빈 회장을 비롯한 총수 일가를 줄줄이 불러 조사한다는 계획도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롯데 수사 변호인단을 이끄는 김앤장 법률사무소 측은 “저희도 매우 황망하다. 경위와 상황을 파악 중이다”고 말했다. 변호인단의 고위 관계자는 연합뉴스 통화에서 “어제까지 이 부회장을 포함한 롯데그룹 측과 논의를 했고, 고인이 오늘 소환에 응해 출석할 예정이었는데 이런 일이 일어날 줄 예상하지 못했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자세한 경위를 파악 중이며 유서가 있다고 하니 그 내용도 검토해야 할 것 같다”며 “그룹 측과 관련 내용과 대책 등을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 롯데 ‘충격’ = 이 부회장의 자살소식을 접한 롯데그룹은 큰 충격에 휩싸였다. 이 부회장은 1973년 롯데호텔 입사 후 40여년간 근무한 그룹의 ‘산 역사’이자 ‘최고참 전문 경영인’으로, 임직원들의 ‘정신적 지주’ 역할도 맡아왔기 때문에 그룹의 심리적 타격은 어느 때보다 큰 상황이다. 그룹 정책본부 관계자 다수는 이 부회장이 용산구 동부이촌동 자택에서 출발해 오전 9시께 서초동 검찰청에 도착할 것으로 예상하고, 검찰청 입구 등에서 대기하고 있다가 오전 8시 20분께 연합뉴스 보도를 통해 처음 비보를 접했다. 정책본부 고위 임원은 당황한 목소리로 “9시께나 도착할 것으로 예상하고 경호나 주변 정리 등에 신경 쓰고 있었는데 이게 무슨 날벼락 같은 소식인지 모르겠다. 급히 그룹 본사로 복귀하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출근길에 휴대전화 등으로 속보를 확인한 서울 소공동 롯데그룹 본사 임직원들도 굳은 표정으로 삼삼오오 모여 그룹의 앞날을 걱정하고 있다. 롯데 정책본부 수석급 직원은 “이인원 부회장은 50대부터 롯데쇼핑 사장을 맡을 만큼 선후배들로부터 두루 능력을 인정받았고, 성품도 온화하고 합리적인 분이라 사실상 롯데 임직원들의 정신적 지주였다”며 안타까워했다. 다른 임원은 “신격호 총괄회장은 물론 신동빈 회장에 이르기까지 모두 이 부회장을 총애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이 부회장의 역량과 인품을 짐작할 수 있다”며 “청렴함도 항상 임직원들의 모범이 됐던 분인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마음이 여린 분이 검찰 수사를 앞두고 심리적 압박이 매우 컸던 것 같다”고 말했다. ◇ 이인원은 누구 = 이 부회장은 오너인 신동빈 회장에 이어 롯데그룹의 ‘넘버 2’로 꼽히는 인물이다. 그는 최근까지 롯데그룹의 컨트롤타워 격인 정책본부 본부장을 맡아 신 회장과 함께 경영 전반을 이끌어왔으며, 황각규 사장과 함께 신 회장의 가신 그룹으로 꼽힌다. 특히 이 부회장은 롯데그룹에 43년간 몸담으며 창업주인 신격호 총괄회장에 이어 아들 신동빈 회장의 신뢰를 얻어 대를 이은 최측근 심복이다. 그는 이같은 신뢰를 바탕으로 2011년 오너 일가가 아닌 사람으로서는 처음으로 부회장 자리에 올랐다. 1997년 롯데쇼핑 대표이사를 맡은 이래 20여년간 롯데그룹에서 최고경영자(CEO)를 맡은, 국내 500대 기업 중 최장수 CEO이기도 하다. 1947년 8월 경북 경산에서 태어나 경북대사대부고와 한국외대 일본어학과를 졸업한 이 부회장은 1973년 롯데호텔에 입사한 뒤 1987년 그룹 주력계열사인 롯데쇼핑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후 2007년까지 롯데쇼핑에서 관리이사, 전무이사, 대표이사 사장을 거치며 신격호 총괄회장을 도와 롯데쇼핑의 사세를 확장하는데 큰 공을 세우며 신임을 얻었다. 수십 년간 신 총괄회장의 ‘입과 귀’ 노릇을 해온 이 부회장은 눈빛만 봐도 신 총괄회장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복심으로 꼽혔다. 2011년 발간된 ‘롯데와 신격호, 도전하는 열정에는 국경이 없다’(임종원 전 서울대 교수 집필)라는 책에서 이 부회장은 신 총괄회장에 대해 “연세가 아흔 살에 가까우신데도 아직도 청년 시절과 다름없는 열정과 무한한 도전정신을 가지고 있지 않나 생각한다”며 신 총괄회장의 활발한 경영활동을 높이 평가한 바 있다. 이 부회장은 2007년 그룹 정책본부 부본부장(사장)을 맡아 당시 정책본부장이던 신동빈 회장을 보좌하며 능력을 또 한 번 인정받았으며 2011년 정책본부장(부회장)에 올랐다. 공격적이고 서구적인 경영 스타일의 신 회장이 주요 사업을 추진할 때마다 그는 신 총괄회장의 스타일대로 보수적이고 안정적인 사업 의견을 제시하며 신동빈 회장을 견제하는 역할을 맡아왔다는 게 롯데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신격호 사람’으로 분류됐던 이 부회장이 본격적으로 신동빈 회장 편으로 기운 것은 지난해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다. 신동주·동빈 형제간 경영권 분쟁이 치열해지고 신 총괄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사실상 손을 떼게 되면서 이 부회장은 신 회장 편으로 노선을 정리했다. 이 때문에 신 총괄회장이 지난해 7월 한국 롯데그룹 최고위 임원을 해임을 지시하는 인사명령서, 이른바 ‘살생부’에 이 부회장의 이름이 황각규 사장과 함께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8월 경영권 분쟁이 한창일 당시 신동빈 회장의 경영권 방어를 위해 계열사 사장들의 ‘신동빈 회장 지지 성명’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경영권 분쟁 이후 ‘신동빈의 오른팔’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왔다. 롯데그룹의 ‘산 역사’로도 불리는 이 부회장은 오너 일가를 제외하고는 유일하게 부회장직에 오른 인물로서 직원들의 존경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철저하고 꼼꼼한 성격으로 업무 처리가 철두철미하면서도 젊은 직원들의 생각을 존중해주는 합리적인 경영자였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룹 정책본부 관계자는 “이 부회장은 50대에 사장이 된 이후 부회장 자리까지 올라 철저한 업무 처리와 합리적인 경영 스타일로 직원들의 존경을 많이 받았던 분”이라며 “독실한 크리스천으로서 윤리의식도 강한 분이었다”고 말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검찰 롯데수사팀, 이인원 자살에 “애도와 명복을 빕니다. 수사일정 재검토”

    검찰 롯데수사팀, 이인원 자살에 “애도와 명복을 빕니다. 수사일정 재검토”

    롯데그룹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이 26일 오전 이인원(69) 그룹 정책본부장(부회장)이 검찰 출석을 앞두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애도를 표했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 관계자는 이날 “진심으로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고인에게 애도를 표하며 명복을 빕니다”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아울러 “롯데그룹 수사 일정의 재검토를 고려하겠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날 오전 9시 30분 이 부회장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횡령 등 혐의의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할 예정이었다. 이 부회장은 그룹 내 알짜 자산을 지주회사격인 호텔롯데로 헐값에 이전하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신 총괄회장과 신 회장이 매년 계열사로부터 300억원대 의심쩍은 자금을 받아 챙기고 신 총괄회장이 편법 증여를 통해 3000억원대 세금을 내지 않은 과정에도 관여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전날 이 부회장과 함께 신동빈 회장의 가신그룹으로 꼽히는 황각규 정책본부 운영실장(사장)을 불러 밤샘 조사를 벌인 검찰은 이날 모든 계획을 취소하고 향후 수사 방향과 일정 등을 숙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부회장의 부재에 따라 이르면 다음 주 신동빈 회장을 비롯한 총수 일가를 줄줄이 불러 조사한다는 계획도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檢 수사받던 ‘롯데그룹 2인자’ 이인원···총수 일가 비리 규명 핵심인물

    檢 수사받던 ‘롯데그룹 2인자’ 이인원···총수 일가 비리 규명 핵심인물

    26일 오전 검찰 출석을 앞두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상태로 발견된 이인원(69) 롯데그룹 정책본부장(부회장)은 신동빈(61) 회장의 최측근이자 그룹 2인자로 꼽히는 인물이다. 정책본부장직은 총수 일가의 경영 활동을 보좌하는 것은 물론 90여개 그룹 계열사를 총괄 관리하는 막강한 자리다. 자금관리를 비롯한 그룹·계열사의 모든 경영 사항은 모두 이 부회장의 손을 거친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2011년에 정책본부장 자리에 오른 뒤 총수 일가를 제외한 그룹 내 최고 실력자 지위를 공고히 했다. 지난해 신동빈 회장과 신동주(62) 전 부회장 간 ‘형제의 난’이 터졌을 때도 신동빈 회장 편에 서서 사태를 마무리 짓는 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위상 때문에 그룹 내 누구보다 경영상 탈법적 요소와 총수 일가의 허물을 잘 알고 있을 것으로 관측됐다. 롯데그룹 비리 의혹을 수사해온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이 부회장을 진작에 주요 수사 대상자 리스트에 올려놓고 각종 비리 단서를 수집해왔다. 이 부회장은 지난 6월 검찰의 수사 착수와 동시에 출국금지 조치됐다. 검찰은 이날 오전 9시 30분 이 부회장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및 횡령 등 혐의의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할 방침이었다. 검찰은 이 부회장을 조사한 뒤 신 회장을 비롯해 신격호(94) 총괄회장,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 신 총괄회장의 셋째 부인인 서미경(57)씨 등 총수 일가를 줄줄이 조사하는 수사 일정을 짜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 소환 조사가 총수 일가 쪽으로 향하는 징검다리였던 셈이다. 검찰은 이 부회장이 그룹 내 알짜 자산을 지주회사격인 호텔롯데로 헐값에 이전하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등 배임 혐의가 있는 것으로 봤다. 아울러 신 총괄회장과 신 회장이 매년 계열사로부터 300억원대 급여·배당금을 받는데도 역할을 한 게 아닌지 조사할 계획이었다. 그룹 측에서는 정상적인 경영활동으로 얻은 수입이라고 해명했지만 검찰은 신 총괄회장 부자가 부적절한 방법으로 빼돌린 회사 자금일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사해왔다. 신 총괄회장이 차명 보유하던 일본 롯데홀딩스 주식을 신영자(74·구속기소) 롯데장학재단 이사장과 서미경씨에게 편법 증여해 3000억원가량을 탈세하는 과정에 개입했는지도 조사 대상이었다. 하지만 이 부회장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총수 일가 소환 전에 최종 수사 내용을 점검할 기회를 잃음에 따라 검찰로서도 난감한 상황이 됐다. 검찰도 이 부회장의 사망과 관련해 애도의 뜻을 표하면서 수사 일정을 재조정하겠다는 입장을 공식 밝혔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강덕수 ‘일감 몰아주기’ 증여세 소송 패소

    강덕수 ‘일감 몰아주기’ 증여세 소송 패소

    강덕수(66) 전 STX 회장이 그룹 계열사 사이의 ‘일감 몰아주기’를 이유로 20억원대 증여세를 내라고 한 과세 당국의 처분에 불복해 소송을 냈지만 1심에서 졌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부장 호제훈)는 강 전 회장이 “증여세 26억 8000여만원 결정을 취소하라”며 서울 서초세무서장을 상대로 낸 증여세 결정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고 23일 밝혔다. STX 대주주로서 그룹 경영권을 행사하던 강 전 회장은 상속세 및 증여세법(상증세법)에 따라 서초세무서가 2013년 11월 증여세 징수 결정을 내리자 이에 불복해 지난해 1월 소송을 냈다. 상증세법 제45조의3은 기업집단 계열사 사이 내부 거래를 통한 편법 증여(일감 몰아주기)를 규제하기 위해 2011년 신설됐다. 이에 따라 2012년부터 대기업 계열사가 내부 거래로 얻은 매출액 비중이 30%를 넘으면 그 법인의 지배주주가 증여받은 것으로 간주돼 증여세를 내야 할 의무가 생긴다. 강 전 회장 측은 재판에서 “(법이) 미실현 이익을 기초로 증여세를 매긴다”며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하고 “지배주주가 배당을 받으면 소득세와 증여세가 이중 과세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법인이 얻은 이익을 기초로 세금을 징수하는 방법은 합리성이 인정된다”며 위헌제청 신청을 기각하고 “(상증세법이) 입법 재량을 벗어났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서유미 기자 seoym@seoul.co.kr
  • 미디어 행사 올스톱… 기업들 ‘김영란법’ 눈치보기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 시행이 당장 다음달 말로 다가오면서 업계가 자체 임직원을 상대로 설명회에 나서는 등 교육에 만전을 기한다는 목표다. 그러나 법 시행이 전례가 없는 데다 참고할 만한 판례도 없을 만큼 불명확한 부분들이 많아 당분간 언론을 상대로 하는 마케팅 행사를 모두 중단시키고 눈치 보기에 급급할 것이란 반응이 나온다. 국내 주요 그룹들은 법무팀 등 관련 부서에서 대응책을 마련하고 교육 일정도 잡고 있다면서도 이달 말 국민권익위원회가 법 시행 세부지침을 내놓을 때까지 일단 분위기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삼성은 21일 “김영란법 관련 직원 교육이나 매뉴얼 정비 등은 계획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것이 오히려 편법을 도모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어 곤혹스러워하는 눈치가 역력하다. 거액의 포상금을 노린 파파라치들의 표적 1순위가 될 수 있다는 위기감에 준법령이 내려진 것으로 전해졌다. SK는 이번 주중 자사 법무팀이 임직원들을 상대로 김영란법 설명회를 연다. SK 관계자는 “지금까지 권익위에서 질의응답식으로 나온 사례들을 중심으로 설명할 계획”이라면서도 “권익위 지침이 나온 뒤에도 교육이 계속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워낙 다양한 사례에 대한 질의가 많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권익위 세부지침이 나와 봐야 명확해지는 만큼 교육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LG그룹도 대관과 홍보 등 각 부서에서 쏟아지고 있는 김영란법에 대한 질문들을 사내 법무팀에서 일괄 취합하고 있다. 법무팀에서 질문에 대한 답을 해 주거나 권익위로부터 답변을 받아 전달하는 단계지만 여전히 불분명한 부분이 많다는 반응이 대부분이다. 네이버도 김영란법을 어기면 즉시 처벌 대상이 되기 때문에 직원 보호 차원에서 재무·인사·법무팀이 김영란법 전반을 살피고 있다. 그러나 “워낙 여러 분야의 콘텐츠를 수급하고 있어서 어느 부분에 김영란법 저촉 여지가 있는지 검토 하는데 어려움이 있다”며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그룹들이 기존에 언론을 상대로 했던 미디어 행사는 올스톱 상태에 빠졌다. 현대차그룹은 당장 오는 11월에 중대형 세단인 그랜저와 경차 브랜드 모닝 출시 관련 마케팅 문제를 놓고 고민하고 있다. 권익위는 신차 발표회 행사를 모든 기자들에게 알렸고 일률적으로 식사와 경품을 지급한다면 ‘3, 5, 10’ 규정을 엄격하게 적용하기 힘들다는 입장이지만 당장 현대차 출입기자만 수백명이 넘는 상황이다. 관계자는 “이전과는 다른 형태로 신차 발표회를 진행할 수밖에 없어 최소한의 비용으로 최대한의 효과를 내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고 밝혔다. CJ그룹은 법 시행 이후 미디어 관련 행사는 개별 계열사가 자의적으로 결정하는 대신 그룹 법무팀과 상의한 뒤 적법성을 따져보고 실시하도록 했다. 전자 업계는 더욱 혼란스러운 분위기다. 당장 월드 모바일 콩그레스(MWC),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 등 매년 해외에서 진행하는 가전제품 전시회 홍보를 위한 취재기자단 운영에 대한 해석이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해외에서 제공되는 숙박과 각종 편의 제공이 법에 저촉된다고 보는 의견이 있다. 반면 김영란법 8조 3항의 예외규정을 적극 해석하는 쪽에서는 공식적인 행사에서 주최자가 참석자에게 통상적인 범위에서 일률적으로 제공하는 교통, 숙박 등의 금품은 받을 수 있어 현행 유지가 가능하다는 견해도 있다. 한 관계자는 “김영란법이 모든 출입기자에게 공평하게 기회를 제공하면 위법이 아니라고 해서 보도자료를 받는 기자 수십명을 모두 데리고 가전 쇼 출장을 갔는데 갑자기 1인 미디어 매체 기자들이 나도 출입기자라고 우기면 우리가 법을 어기게 되는 건지 어떤건지 모든 게 모호하고 불안하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대부분의 업체들은 명확한 규정이 나오거나 처벌받는 사람이 나올 때까지 눈치 보기 분위기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업체 관계자는 “다른 업체들이 하는 것을 따라하는 게 상책으로 보고 연말까지 몸을 바짝 웅크리고 있겠다”고 말했다. 주현진 기자 jhj@seoul.co.kr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커버스토리] 생떼 쓰고 협박하고… 질서 무시한 청탁에 국회는 만신창이

    [커버스토리] 생떼 쓰고 협박하고… 질서 무시한 청탁에 국회는 만신창이

    여야 국회의원들은 각종 악성 민원에 시달린다. 시쳇말로 힘없고 ‘백’(배경) 없는 사람들이 손쉽게 하소연할 수 있는 창구가 지역구 의원이라지만, 민원으로 포장된 탈법·편법 청탁도 적지 않다. 가장 골치를 썩이는 민원은 취업과 승진, 전보와 같은 인사 청탁이다. 한 의원은 “총선 직후라 선거 지원을 빌미로 한 인사 청탁이 하루에도 몇 건씩 들어온다”면서 “무작정 도와 달라고 요구하고 은근히 협박을 하기도 한다”고 귀띔했다. 이는 청탁 과정에서 뒷돈이 오가는 ‘검은 거래’라기보다는 청탁자의 일방적인 ‘읍소형 요구’에 가깝다. “우리 아들이 △△에 지원했는데 거기 인사 담당자가 ○○○, 연락처가 010-XXXX-XXXX이니 전화 한 통 넣어 달라”, “어디든 좋으니 우리 손주 취직 좀 시켜 달라”, “딸이 A 공기업 지방지사에서 근무하고 있는데 서울로 옮길 수 있도록 해 달라” 등의 식이다. 정부 사업 수주나 처벌 면제와 같은 부정 청탁도 적지 않다. “이번에 ○○부처 공모 사업에 신청했는데 낙찰받을 수 있도록 해 달라”, “주정차 위반 과태료를 부과받았는데 면제받도록 해 달라” 등이다. 이에 대해 한 의원은 “할 수도 없고 해서도 안 되는 민원”이라면서 “면전에서 거부할 수 없어 ‘알아보겠다’는 식으로 대응한다”고 말했다. 각종 편의를 봐 달라는 요청도 다반사다. “항공권을 업그레이드해 달라”, “공연 티켓 좀 구해 달라”, “콘도를 예약해 달라”, “물건 좀 싸게 살 수 있게 해 달라”, “병원 입원실을 빨리 잡아 달라”, “어린이집 대기순번을 좀 당겨 달라” 등이 대표적이다. 청탁자 입장에서는 금전적·시간적 편익만 챙기기 때문에 대수롭지 않게 여길 수 있지만 우리 사회에서 통용되는 각종 규율과 질서를 허무는 행위라고 할 수 있다. 심지어 자기 소유 부동산 가격을 올려 달라는 요구도 심심찮게 들어온다고 한다. 또 여야 지도부나 이름값 높은 중진 의원들을 괴롭히는 대표적인 민원은 ‘화환 요구’다. 여당의 한 중진 의원은 “전국적으로 하루 5~6개 정도의 화환 요청이 들어온다”고 전했다. 화환 개수 등을 경조사 주관자의 사회적 위신과 연결 짓는 왜곡된 시각 탓으로 해석된다. 지역구에서 ‘배지’를 놓고 경쟁하는 상대 후보들의 ‘낚시 민원’은 의원들과 보좌관들의 ‘경계 1순위’다. 불법 또는 편법 없이는 처리가 불가능한 민원을 끊임없이 제기한 뒤 해당 의원이 문제를 해결하면 선거운동 과정에서 “불법을 저질렀다”, “갑질을 했다”는 식으로 관련 내용을 악의적으로 유포한다는 것이다. 한 의원실 보좌관은 “신입 보좌관들이 민원 해결에만 몰두하다 실수를 하게 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의원들의 정상적인 ‘입법 활동’으로 포장된 특혜 제공 요구도 있다. 특정 단체가 특별법 제정을 통해 지원의 근거를 마련해 달라는 식이다. 한 의원은 “구한말에 채권을 샀는데 시효가 만료돼 돈을 받지 못했다며 특별법을 만들어 보상해 달라는 요구도 있다”고 전했다. 민원 유형도 시대에 따라 달라진다고 한다. 예전에는 “군대를 빼 달라”는 민원이 가장 많았지만 요즘은 거의 사라졌다는 것이다. 오히려 “내 아들이 어떻게 하면 빨리 입대할 수 있느냐”는 등의 문의가 늘었다고 한다. 최근에는 대출 관련 민원이 급증하고 있다. 신용불량자라 대출이 안 되는데 가능하도록 해 달라거나, 대출 금리를 낮춰 달라거나, 보험사가 지급을 거부한 보험금을 수령할 수 있도록 해 달라는 식이다. 의원들은 이를 ‘들어줄 수도 무시할 수도 없는’ 민원 유형으로 꼽는다. 한 여당 의원은 “은행권이 아닌 지인을 통해 돈을 무이자로 빌려 달라는 사람도 있다”면서 “이 사람이 시시때때로 찾아와 생떼를 쓴다”며 혀를 내둘렀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장진복 기자 viviana49@seoul.co.kr 송수연 기자 songsy@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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