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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무줄 헌법해석(이동화칼럼)

    정치는 장난인가,싸움인가.요즘 정치권을 바라보면 한편으로는 불안하고 또 한편으로는 서글픈 생각이 든다.여야관계나 국회의 모습이 시대의 변화와 요구에 부응하기는 커녕 외면내지 역행하고 있는듯한 느낌이 강하게 들기 때문이다. 예민하게 돌출해 있는 북한핵문제,우루과이 라운드(UR)에 의한 개방압력등 힘을모아 대처해도 어려운 사안들이 우리를 압박하고 있는 현실에서 이처럼 정쟁으로 힘을 낭비하는 것이 과연 국민들의 눈에 어떻게 비칠까.한반도에서 전쟁이 나느니,어떠니하는 얘기가 공공연히 보도되고 쌀시장개방이다,금융시장도 열라는등 경쟁력과 준비도 없이 안방을 열어야 하는 판에 이런 일과도 관계없고 국민의 직접적인 이익과도 상관없이 정치판이 돌아가고 있음은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된 일이다. 최근의 총리임명동의 건만해도 그렇다.야당이 총리경질을 호재로 생각해 정치공세를 취할수 있겠으나 거기에도 한계는 있다.정치공세는 반대표를 던지고 그것을 최대화하는 노력으로 족하다.오히려 내각을 빨리 안정시켜 국정에 임하도록 도와줄 책임이 정치권에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신임총리의 국회동의를 늦추고 나아가 내각불신임권을 없앤 헌법의 정신을 무시한채 국무위원 모두에 대해 하나하나씩 해임건의안을 내놓았으며 찬반토론을 거쳐 처리하자는 주장은 해도 너무 한 것이며 위헌논쟁을 일으킬 만한 사안이다. ○아전인수식 정치공세 이회창파동후 정국의 모습은 이성과 원칙을 잃고 있다.정치공세에는 논리가 없다.야당의 주장을 보면 우리의 권력구조가 대통령중심제에 내각제가 가미되어 있다고 헌법해석을 정치공세에 아전인수식으로 맞추고 있다. 그러나 헌법에는 분명히 대통령이 국가의 원수이고 국가를 대표하며 정부의 수반이다.총리는 대통령이 임명하고 대통령의 명을 받아 행정각부를 통할하며 대통령을 보좌한다고 규정되어 있다.명백한 대통령중심제인 것이다.이런 관계가 애매해지면 국정운영의 질서가 무너진다. 시비의 여지가 있을수 없는 이런 사안을 놓고 「대통령이 헌법을 유린했고 개혁대상」이라고 자의적인 비난을 하고 있다.대통령이 헌법을 유린했다면 보통일이아니다.탄핵의 사유가 될수 있다.따라서 보다 자세한 논리와 설명이 있어야 마땅하다. 오히려 대통령은 헌법을 지키기 위해 굳이 총리서리를 임명치 않고 국회동의를 얻어 임명키위해 내정자로 발표했다.그랬기에 국회나 정치권도 이에 상응하여 법대로 지체없이 처리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매사를 정치만능의 사고속에 흥정과 편법으로 처리하려는 것은 민주주의와 참다운 정치를 위협하는 태도라고 비판을 받을수밖에 없다. ○「해임안」처리 40시간 국무위원 해임건의안도 그렇다.22명에 대한 개별적 안건을 처리할 경우 각각 제안설명 30분등 무려 40여시간이나 걸린다는 계산이다.하루종일 장관해임안으로 시작해서 끝나도 시간이 모자라 다시 회기를 연장해야 될판이다.잘못된 구습의 극치를 보는 느낌이다.이렇게 국정을 희화화해서 무엇을 얻겠다는 것인가.국민의 지지를 얻고 수권정당으로서의 자리를 굳힐수 있을 것인가,신뢰를 잃고 미숙하다는 평을 들을 것인가,자문해 볼일이다. 물론 야당도 이의 관철을 염두에 둔것이 아니라 「상무대국정조사」의 절차문제를 유리하게 이끌기 위한 양동작전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전·현직 대통령을 근거없이 참고인 명단에 넣은 것도 그런 맥락으로 보인다.민자당도 여러가지 가능성을 놓고 대응하겠지만 그 전제는 뚜렷이 인식하고 협상에 나서야 할것이다.원칙없이 정치절충에 매달리는 사고방식은 한때를 잘 넘길수 있을지는 몰라도 앞으로 더큰 난관을 몰고올수 있다. 요즘 여당이 있는지,무엇을 하는지 모르겠다는 소리가 번지는 상황이다.최근 민자당이 대통령과 총리의 권한을 구분하여 홍보자료를 내놓은 것도 많은 사람을 실소케 한 일이다.홍보하기로 결정을 했다고 홍보하고 그다음에 내용을 홍보했으니 얼마나 효과가 있었는지 의문이다. 당직자들이 소신과 논리를 갖고 국민을 설득하면 되는 일이 아닌가.오죽하면 대통령제 아래에서 대통령권한을 홍보하지 않으면 안되게 되었는지 자문하고 책임을 통감해야 할일이다. 대통령이 선거없는 해에 국가경쟁력을 높이려는 의욕적 자세를 보이고 있으면 당정은 이를 어떻게 해서든지 총력 뒷받침해야 할것이다.이를 제대로 못할때 벌써부터 자기네의 정치적 몫을 키우려는 일부정치세력의 끈질긴 공세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정신차려야 한다.
  • 「데이콤 경영」 럭금·동양 마찰 조짐

    ◎“전환사채 편법매입” 시비로 파문/동양측,“자사지원 재계합의 무시” 반발/“타그룹연대 경영권 행사 견제” 으름장 체신부의 데이콤전환사채 매각이후 (주)데이콤의 경영권이 사실상 럭키금성에 넘어갔다.그러나 기존 대주주였던 동양그룹은 럭키가 전환사채 매입과정에서 관계사를 대거 동원하는 편법을 이용했다고 주장,앞으로 데이콤경영을 둘러싸고 두 그룹간 심한 마찰이 우려되고 있다. 럭키는 통신기기 제조업체이기 때문에 현재 법적으로 기간통신사업자의 지분을 3%만 소유토록 돼 있다.실제로 럭키가 순수계열사인 금성정보통신,금성통신,금성사등 3개사를 통해 갖고 있는 데이콤 지분은 2.35%에 불과하다.그러나 이번의 2차 입찰결과 친분관계에 있는 개인이나 관계사들의 참여 지분까지 합치면 17.3%로 동양그룹(16.3%)보다 앞선다.이는 경영권을 둘러싼 힘의 대결에서 럭키가 일단 우위를 점했음을 의미한다. 관계사를 통한 럭키의 전환사채 매입은 일단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하지만 지난 2월 이통컨소시엄 구성과정에서 전경련등 재계가 『동양이 데이콤을 경영하는데 최대한 협조하겠다』는 「합의」를 무시하고 전환사채를 기습적으로 매입한 것은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시각이다. 특히 이번 전환사채 재입찰에서 럭키 관계사들은 예정가(8억3천만원)의 2배 가까운 고액으로 응찰,13개 낙찰법인중 1위부터 10위까지를 모두 휩쓸었다.이번에 낙찰된 럭키 관계사 가운데 H사와 D사,S사등은 자금력의 여유가 없는 기업인데도 수십억원어치를 매입,자금줄에 대한 의혹을 더해주고 있다.이는 럭키가 「뒷돈」을 대주면서까지 데이콤 경영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보여준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동양은 럭키측이 이달초 전환사채 1차 입찰에서 1백22장을 매입한뒤 이번 재입찰에서도 어느정도 적극성을 띨 것으로 예상했으나 이처럼 초강수로 나올줄은 몰랐다고 하고 있다.동양은 심지어 낙찰자가 발표된 26일 하오까지도 2∼3개 기업에 대해서는 럭키 관계사 여부를 가려내지 못할 정도였다. 동양의 한 관계자는 『믿을만한 대그룹이 이같은 편법을 사용한 것은 심히 유감스럽다』며 『그러나이번에 입찰참여가 예상됐던 삼성과 현대그룹이 법을 지키기 위해 불참했고 이들 그룹이 럭키의 독주를 원치 않을 것으로 보여 럭키가 확고한 기반을 다졌다고는 볼수 없다』고 말해 이들 그룹과의 연계를 통해 경영권을 행사해 나갈것임을 시사했다.
  • 윤이상 「광주여 영원히」 국내 초연

    ◎서울시립교향악단,9월8일∼11일 서울·광주서/공윤서 연주허가… 음반·악보도 자유판매/「반체제인사」서 「세계적 작곡가」로 대접 오랫동안 「금기의 작곡가」였던 윤이상의 작품 연주에 대한 규제를 정부당국이 풀기로 결정한 것은 언제 쯤 이었을까.대답은 『하프주자 우르술라 홀리거의 독주회가 열렸던 지난해 9월부터 「윤이상 음악축제」가 공연윤리위원회로 부터 심의허가를 받은 지난달 사이의 어느 날』이 될 것이다.윤이상의 오랜 친구이자 세계적인 오보에연주자 하인츠 홀리거의 부인인 우르술라의 연주회 주최측은 당시 프로그램에 윤이상의 작품을 넣어 공연윤리위원회에 심의를 요청했다.그러나 문민정부가 출범한 한참뒤인 당시에도 「단지 윤이상의 곡이라는 이유만으로」 반려됐다고 한다.그러자 주최측은 윤이상의 곡을 빼고 다시 심의를 요청해 무사히 통과됐다. 그러나 막상 연주회 날 우르술라는 윤이상의 곡을 프로그램에 넣어 당당히 연주했고 대외적으로는 청중들의 앙코르에 윤이상의 작품으로 답한 것으로 포장됐다.사실 연주내용을공연윤리위원회로 부터 사전에 심의를 받도록 되어 있기는 했지만 앙코르로 연주할때는 별다른 제재를 가할수 없다는 점은 국내에서 윤이상의 곡을 연주하기 위해 종종 이용되어 온 편법이기도 했다. 그로 부터 불과 몇달뒤.이제 윤이상의 작품은 완전히 자유로워졌다.공연윤리위원회는 지난달 「광주여 영원히」 연주를 포함해 예음문화재단이 낸 「윤이상음악축제」 심의를 허가했다.윤이상에 관한한 마지막 사슬이었던 「광주여 영원히」에 대한 정부기관의 공식적인 심의허가가 이루어짐에 따라 그의 작품에서 이제 「금지구역」이 완전히 없어진 셈이다. 특히 「광주여 영원히」는 임원식이 서울시립교향악단을 지휘해 광주와 서울에서 연주할 예정이다.그 음악을 낳은 역사의 현장에서 그것도 국공립단체에 의해 연주가 이루어진다는 것 만으로도 의미가 있는 일이다. 「윤이상 음악축제」는 오는 9월8일부터 11일까지 열린다.첫날은 서울시향이 「교향곡 3번」과 「광주여 영원히」,그리고 강동석과의 협연으로 「바이올린협주곡 3번」을 연주한다.9일에는그의 실내악 작품,10일과 11일에는 「류퉁의 꿈」과 「나비의 꿈」등 오페라를 공연할 예정이다. 「광주여 영원히」는 19 81년 독일의 WDR방송국의 위촉에 의해 씌어져 그해 5월 와카스기 지휘의 쾰른방송교향악단에 의해 초연됐다.19 80년의 광주민주화운동을 다룬 이 곡은 3부로 구성되어 1부는 봉기와 학살,2부는 경악과 비탄의 통곡,3부는 한국의 민주주의와 정의를 위한 투쟁을 호소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윤이상은 사실 이 곡으로 해서 제5·6공화국을 거치며 더욱 우리에게서 멀어진 작곡가가 될수 밖에 없었으며 또 같은 이유로 북한 당국에 의해 영웅 대접을 받았다.이 곡은 5·6공정부를 거치며 내내 금지곡이었으나 대학가에서 복제된 카세트테이프는 클래식음반 판매에 관한 차트가 있었다면 당당히 국내 1위를 차지할 만큼 선풍적인 인기를 끌기도 했다. 윤이상의 작품은 이달에 이미 피아니스트 오경혜와 서울시향이 연주했고 27일에는 피아니스트 백낙정이 연주한다.또 5월에는 바이올리니스트 김남윤이 독주회의 레퍼토리에 포함시켰다.음반과 악보도 자유롭게 판매되고 있다.일종의 붐을 이루고 있는 셈이다.국제무대에서는 정명훈이나 김영욱보다 더 유명한 윤이상이 국내에서는 이제서야 비로소 공식적으로 「반체제인사」가 아닌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작곡가」로 제대로 대접받게 된 셈이다.
  • 수산자금 부당융자 관련8명 징계통보/감사원

    감사원은 수산청이 수산업 발전을 위해 지원토록 돼 있는 어선건조자금등 각종 지원금 1백55억6천여만원을 지원대상이 아닌 사람들에게 부당하게 융자해준 사실을 적발,관계 공무원 8명을 징계토록 수산청및 해당관청에 19일 통보했다. 수산청은 또 최근 2년안에 불법어업으로 적발된 어선이나 선주에게는 어선건조자금을 지원할 수 없는데도 불법어업자 5명을 어선건조자금 지원대상자로 선정,9억5천6백만을 융자해준 것으로 드러났다.감사원은 어선건조자금 지원대상자를 편법으로 선정한 강원도 명주군 수산과의 관계공무원 5명을 징계하도록 조치했다.
  • 북 벌목공/서울오기까지 장애 많다/한­러 협의 앞서 짚어보면

    ◎신분확인 등 소홀땐 북서 「피랍」 주장 우려/러의회 반대결의땐 난관… 대비책 필요/러 거주권·해외여행 허가 얻는데 6개월 러시아에 있는 탈출 북한벌목공들은 언제,어떤 경로를 통해 한국으로 올수 있을까.지난 14일 한·러 양국외무장관회담에서 러시아측이 이들의 한국행을 적극 돕겠다고 약속함에 따라 조만간 이 문제를 협의하기 위한 양국 실무접촉이 시작될 예정이다. 그러나 이들이 자유의 땅을 밟기까지는 아직도 숱한 장애물을 돌파해야만 한다. 북한벌목공 한사람이 실제로 모스크바의 한국공관을 통해 한국행 의사를 타진해왔을 경우를 상정해보자.먼저 이 사람의 신분확인이 선행돼야한다.이들은 여권을 소지하지 않고있어 신분확인에 필요한 별도방안이 강구돼야한다. 벌목장에서의 이탈을 막기위해 북한당국이 여권을 모두 회수해 보관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한국행이 본인의 자유의사임이 객관적으로 증명돼야한다.우리정부가 유엔난민고등판무관실(UNHCR)의 개입을 요청하는 이유중 하나가 바로 이 자유의사 입증문제다.그렇지 않을 경우북한측이 「남한이 벌북공들을 유인·납치해가고 있다」고 주장할 것임은 불을 보듯 뻔한 노릇이다. 귀환의사가 확인되는 사람들에 대해선 우선 러시아당국에 거주신청을 하도록 권유한다. 북한벌목공이 거주신청을 하면 별 하자가 없는한 러시아정부는 허가를 내주고있다. 지금까지 6명이 이 허가를 받아「합법적으로」러시아에 살고있다. 거주허가를 받으면 러시아여권과 함께 해외여행허가를 얻어 한국으로 올수있게 된다. 문제는 이들 허가를 얻는데 6개월정도 소요된다는 점으로 이 「불안한」기간을 줄이고 절차를 보다 간편하게 만드는 방안이 논의돼야한다. 탈출벌목공들이 거주신청을 꺼리는 이유는 신분노출,이에따른 체포·북송의 두려움 때문이다.따라서 신변안전과 한국행이 보장된다는 확신만 서면 신청자 수가 급격히 늘어날 것으로 이곳 관계자들은 보고있다. 무엇보다도 가장 큰 장애는 바로 북한의 방해공작이다.한·러 외무장관회담이 끝난 직후부터 외국인들이 거주허가신청을 하는 러시아 외무성「우비르」(외국인 거주신청소)앞에는 감시의눈빛을 번뜩이는 2∼3명의 북한 보안요원들 모습이 하루도 빠집없이 목격되고 있다.따라서 별도 방안이 마련되지 않는한 이들이 「우비르」를 통해 정식으로 거주신청을 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대비책이 마련돼야만 하는데 거주허가 대신 한국여권을 직접 발급해 데려오는 편법을 동원할 경우 문제가 복잡해지고 위험부담도 커지게 된다. 또한 북한당국은 이들의 한국행을 저지하기 위해 러시아를 상대로 총력외교전을 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현재 러시아의 국내정치분위기는 이 로비가 먹혀들 토양을 갖추고 있다. 의회 다수의석을 차지한 공산당등 소위 보수파가 북한과의 옛동맹관계를 내세워 벌목공들의 한국행에 반대하는 결의안이라도 채택할 경우 러시아 행정부의 입장은 상당히 난처해질수 밖에 없다. 행정부내의 미묘한 입장차도 고려돼야한다.양국 외무장관회담때 코지레프장관이 밝힌 「귀환협조」는 엄격히 말하면 「러시아외무부」의 입장일 뿐이다.그러나 벌목공문제가 해결되기 위해선 내무부,군,대외정보처,첩보부,국경수비대등 보안관련부서의 협조가 필수적이다.이들의 입장이 아직 분명치 않은 점등을 감안할때 러시아 국내정치의 역학관계를 충분히 고려한 다각적인 대비책이 검토돼야 한다는 것이 현지 관계자들의 주문이다.
  • 교육경쟁력 높여 국제화 대응/유학 자유화조치 왜 나왔나

    ◎정보화시대 부응·교육 자율성 확대/부유층 도피성유학 양성화 효과도/알선업체 난립 등 후유증 최소화 과제 교육부가 14일 내놓은 유학자율화조치는 비록 초보적인 단계지만 어찌 보면 때늦은 감이 있다할 정도로 시의적절한 것이다. 교육부가 단계적인 자율화방안을 발표하면서 「자비유학이 제한을 받는 나라는 인도네시아와 페루뿐」이라고 스스로 설명했듯이 구태여 유학을 엄격하게 제한한다는 것은 국제화·개방화의 세계적 추세에 걸맞지 않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유학자율화조치의 명분으로 ▲국제화·개방화 시대에 적극 대처하기 위해 선진학문·기술습득및 외국문화 이해의 기회를 확대시켜 교육의 국제경쟁력을 높이고 ▲정보화시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국민에게 자유롭고 다양한 유학의 길을 열어 주며 ▲교육의 자율성을 높인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또 해외여행이 자유화되고 곧 국내교육시장이 개방되는 마당에 현행규정을 통해 선별적으로 유학을 통제하기에는 그 제도적 실효성에 한계가 있다는 현실론도 상당부분 작용했다. 교육부는 유학도 생활권적 기본권인 「교육을 받을 권리」이므로 이를 자유로이 보장해 개인의 잠재력 개발을 극대화하고,「국경이 없는 무한경쟁 시대」를 맞아 국가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는 점등을 단계적 유학자율화 시행의 대외적 여건으로 내세우고 있다. 또 대내적 여건으로는 국민경제및 의식수준의 향상에 따라 유학에 대한 편견이나 무분별한 유학선호경향이 퇴조했으며,금융실명제 실시로 호화·사치유학등에 자율적인 규제장치가 마련되어 있다는 점등을 제시하고 있다. 이번 조치는 국내대학 진학이 어려운 학생들이 편법으로 택하는 도피성 유학이나 부유층 자제의 호화·사치성 유학이 일반화되어 있는 상황에서 자유로운 유학의 길을 터줌으로써 음성적 유학행태를 양성화해 부작용을 줄일 수 있다는 측면도 있다. 또 해외유학 자율화는 국내대학의 입시경쟁을 완화시켜 고액과외와 금품에 의한 부정입학등의 병폐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풀이되기도 한다. 반면 해외에서의 수학능력이 크게 떨어지는 부적격자나 맹목적 해외유학파의 과다발생으로 인한 외화낭비 또는 국가위신 실추등의 부작용이 우려되기도 해 이에 대한 효율적 계도활동이 더욱 절실하다. 아울러 유학의 급증에 따른 유학알선업체의 난립으로 변태적 유학알선행위가 늘어날 것으로 우려되기도 해 부작용을 최소화할 후속 대책마련도 필요하다. 현재 유학알선업체는 2백50여개에 이르고 있는데 이번 조치에 따라 우후죽순격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유학자율화조치 이후에 나타날 현상에 대해 서울 두산유학원의 백승범실장(28)은 『초반 몇년동안은 유학지원자가 급증하겠지만 곧 증가율이 둔화될 것』이라며 학위취득을 위한 유학생보다는 어학연수나 전문분야 직업연수자가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 무너지는 생지옥 시베리아 북한벌목장:1

    ◎서울신문 왕상관·이도운특파원 그 현장에 가다/“나는 이렇게 탈출했다” 김호씨 증언/도주­피체반복 6년만에 러거주증 획득/현장 운전수 3년만에 불순자로 낙인/몽고­중아 유랑… 두번 잡혔다 다시 도피/한국망명 신청했으나 “부답”… “서울거리 걸어 봤으면” 러시아 극동지역의 북한벌목장을 탈출한 수백명의 노동자들이 서울로 가는 꿈을 안고 러시아 전역을 떠돌고 있다. 북한당국의 추적과 지역주민들의 밀고에 쫓기는 불안과 긴장,시베리아의 혹독한 추위와 배고픔,돌봐주기는 커녕 무슨 흉물보듯 대하는 이민족들의 멸시,그리고 망명에 대한 한국정부의 어정쩡한 방침 때문에 이들 가운데 일부는 아예 서울행을 포기하고 러시아에 망명을 신청하기도 한다. 이들의 삶은 그야말로 필설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비참하기만 하다.특히 최근에는 이들의 입을 통해 벌목장의 인권유린등 온갖 비행이 폭로되는 것을 꺼리는 북한당국이 탈출자를 붙잡기 위해 특무대원을 러시아 각지에 파견하고 있어 거의 절망적인 불안속에서 고달픈 하루하루가 이어지고 있다. 이들은 스스로의 신분이 노출되는 것을 꺼려 숨어다니며 고려인(한국계 러시아주민) 행세를 하기 때문에 만나보기도 여간 어렵지 않다. ○4명에만 망명 허가 기자는 지난 13일부터 러시아에서 벌목장을 탈출한 북한노동자와의 접촉을 시도한 끝에 1주일이 지나서야,그것도 다섯 단계를 거쳐서야 블라디보스토크 근처 아르좀의 한 주택가에서 김호라는 탈출노동자를 만날 수 있었다. 놀랍게도 김씨는 지금까지 러시아정부로부터 망명허가를 받은 오직 4명뿐인 북한노동자 가운데 한사람이었다. 김씨는 망명허가를 받고도 여전히 계속되는 북한측의 테러위협 때문에 지금도 은신생활을 하고 있었다. 그는 북한에서의 성장과 파란만장한 도피과정,러시아로부터 망명허가를 받은 법적 위상등 북한벌목장을 둘러싼 모든 문제를 한 몸에 안고 사는 매우 특이한 인물이었다. 김씨는 59년7월20일 평안남도 혜산에서 태어났다.3남2녀 가운데 둘째아들이었다.아버지는 혜산일대에서 유명한 교육자였고 누나가 의사,형은 군복무를 마치고 대학에 다녔으며,여동생도러시아어 교사를 하는 성분좋은 집안이었다.고등중학교를 마친 뒤 군에 입대,휴전선근처 공군부대에서 복무하다 평안북도 정주의 군관학교를 거쳐 82년 소위로 임관했다.몇년동안 장교생활을 하다 「10만군 축소계획」에 따라 제대를 하게 된다. ○현장 당비서차 운전 사회에 나와 운전을 하던 김씨는 러시아 벌목장으로 돈을 벌러가려고 마음을 먹었다.88년 5월16일 러시아행 열차를 타고 두만강을 넘어 러시아의 북한벌목장 가운데 하나인 튀르마에 도착했다. 러시아에 와보니 세상이 달랐다.튀르마는 지방의 소도시였지만 주민들의 삶은 자유로웠고 상점에는 물건이 가득한,일종의 「천국」이었다.김씨는 벌목장에서 공산당책임비서의 운전사로 근무했다.책임비서는 벌목장에서도 위치가 확고했기 때문에 김씨도 열악한 생활환경이었지만 그런대로 적응해 지낼 수 있었다. 김씨의 운명이 바뀐 날은 벌목장에 온지 3년이 조금 넘은 91년8월24일이었다.동료들과의 술자리에서 『우리도 러시아처럼 민주주의를 해야한다』고 「불순한」 말을 내뱉은 것이 화근이었다.바로 다음날 김씨는 당위원회의 호출을 받았다.안전부에서도 김씨를 찾았다.그는 본능적으로 사태가 심각함을 깨달았다.『산에 좀 갔다오겠다』며 숙소를 나와 그길로 열차를 잡아탔다. 김씨는 러시아에 와서 북한에서의 삶이 허구였다는 것을 어느정도 깨닫기 시작했다.그렇다고 탈출을 생각해본 적은 없었다.그러나 당위원회와 안전부에서 자기를 부른 것은 전날밤의 일만을 갖고 따지는 것이 아니었다.이미 그동안의 여러가지 발언에 대한 조사를 마치고 올가미를 씌우는 것이 분명했다.이제 북한으로 돌아간다해도 정치범수용소 신세를 모면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결국 서울로 달아나는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씨는 그 지역에서 가장 큰 도시인 하바로프스크로 갔다.시장에서 윤씨라는 고려인 할머니를 만나 그 집에서 며칠동안 숨어살았다.갖고 있던 총재산 1백달러를 주고 얼굴이 비슷하게 생긴 고려인의 신분증을 빌렸다.그리고 9월7일 모스크바로 가는 비행기에 올랐다. ○고려인 아내도 맞아 김씨는 모스크바에 도착하자마자 한국대사관을찾아가 망명을 요청했다.그러나 한국대사관에서는 김씨에게 이렇다,저렇다 하는 확실한 답변을 하지 않았다.낙담천만이었다.게다가 북한당국의 추적망이 좁혀오는 것을 느꼈다. 모스크바에 더 머무르기가 어려웠다.9월 중순 고려인들이 많아 러시아보다는 신변이 안전한 중앙아시아 카자흐공화국으로 들어갔다.그러나 거기서도 결국 정착지를 찾지 못하고 고민끝에 북한 안전요원의 발길이 미치지 않을 것같은 몽골로 건너갔다.몽골로 가는 기차 안에서 우연히 고려인 청년 한명을 만났다.그 만남이 김씨의 운명을 또한번 바꿔놓았다.카자흐공화국의 타슈켄트 근처에서 농사를 짓는다는 청년은 김씨에게 함께 일하자고 했다. 그는 마침내 청년의 동생인 마야(5월이라는 뜻)라는 아가씨를 아내로 맞게 됐다.곧바로 두사람은 부부가 되고 마야의 친척들이 김씨의 신분증을 만들어주기 위해 관리를 매수할 돈을 모았다.그러나 관리들의 실수로 여권이 2중으로 발급됐고 행정처리 과정에서 그 사실이 드러나 김씨는 경찰에 체포되고 말았다.경찰은 김씨를 수도인 타슈켄트로 이송해 신분확인 작업을 벌이기 시작했다. 경찰에 수감된 김씨는 우연히 목공일을 돕다가 만일에 대비해 칼 하나를 훔쳐뒀다. 김씨의 신분확인은 한달만에 끝났다.벌목장을 탈출한 사실이 드러났고 경찰은 신병을 북한측에 넘겨주기로 결정했다.그러나 그는 죽으면 죽었지 북한에 다시 잡혀갈 수는 없었다.경찰이 호송차에 태우기 직전 품속에 숨겨둔 칼을 꺼내 자기배를 찔렀다.그리고 경찰호송차 대신 구급차에 실려 병원으로 옮겨졌다.그는 다음날 밤 의사와 간호사가 자리를 비운 틈을 타서 탈출했다. 한 고려인 집에 숨어 치료를 받은 김씨는 마야와 함께 이번에는 우즈베크공화국으로 넘어갔다.우즈베크는 바다가 육지로 변한 척박한 땅이다.탈출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불같이 끓는 모래밭 2정보를 일궈 해바라기를 심고 지게로 물을 지어 날랐다.해바라기가 자랄 때까지 푼돈이라도 벌기 위해 처형이 사는 블라디보스토크 이웃으로 가 중국과의 국경지역에서 장사를 시작했다. 그 때가 92년 여름.국경에서 떠돌이 북한인을 사귀게 됐다.며칠뒤 그를 만나기로 한 장소에 나가보니 러시아 경찰 두명이 다가와 『신분증을 보자』고 했다.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도망치려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결국 다음날 북한 안전요원들에게 넘겨지고 말았다.안전요원들은 김씨를 차에 태운뒤 팔을 뒤로 돌려 수갑을 채우고 받줄로 묶었다.다리에는 마치 부러진 다리를 기브스하듯 철제 족쇄를 두른뒤 40㎏짜리 여행용 가방에 묶었다.하바로프스크의 북한임업대표부를 거쳐 기차로 3시간 떨어진 비르비잔 벌목장의 감방으로 끌려갔다. 부인 마야는 김씨가 잡혀가자 혼자서 하바로프스크의 북한임업대표부로 찾아갔다.몇날며칠을 임업대표부 앞에 앉아 김씨를 풀어줄 것을 강력하게 요구했으며 하바로프스크주정부등 관계당국을 찾아 남편의 구명운동을 벌였다.러시아 국적을 가진 마야가 독하게 달려들자 북한측으로서는 골치아픈 일이었다.문제가 커지기 전에 김씨를 북한으로 빼돌리기로 했다. 지난해 4월3일 김씨는 북한으로 가는 열차에 태워졌다.그러나 기차를 타고 가는 이틀동안 감방에서 주은 핀침으로 수갑을 풀었다.일행은우스리스크역에서 기차를 바꿔타려고 역사로 나왔다.4명의 안전요원 가운데 2명이 표를 사러가고 2명이 남았다.김씨는 그틈에 2명의 안전요원 가우데 한명은 면상을 들이받고 다른 한명은 수갑을 찬 손으로 머리를 내리쳐 쓰러뜨리고 도망쳤다. 김씨는 북한 안전요원을 피해다니고 가짜 신분증을 만들어 다니는 편법으로는 도저히 더 이상 살아갈 수가 없다고 결론을 냈다.마야의 친척집으로 숨어들어가 모스크바의 법률가협회에 망명을 호소하는 편지를 보냈다.곧이어 모스크바로 날아가 인권위원회와 유엔,외교성등에도 도움을 청했다.모스크바당국은 김씨의 망명신청을 일단 접수했다.러시아의 법적보호를 받으며 살아갈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2년 지나면 시민권 북한은 김씨의 망명을 허가해주지 말도록 각종 채널을 통해 러시아정부에 강력히 요청했다.그러나 지난해 10월4일 러시아공민권위원회는 김씨의 망명을 허가했다.그리고 지난 1월26일 모스크바에서 김씨에게 편지가 날아왔다.그 안에는 특정지역(김씨의 경우 블라디보스토크)의 거주를 인정하는 「비트 나 지제스트로」가 들어있었다.이 거주증은 2년만 지나 본인이 원하면 러시아시민권인 파스포트로 교환받을 수 있는 것이었다. 하지만 김씨의 꿈은 여전히 남한에서 살아가는 것이다.벌목장을 탈출한 순간부터 닥쳤던 가시밭길은 모두가 서울로 가는 과정이었다고 생각한다.목숨을 걸면서까지 탈출한 것은 가족과 함께 자유로운 삶을 살기 위한 것이었다.러시아에서는 그것이 사실상 불가능했다. 김씨는 그러나 막상 한국측에서 『넘어오는 북한사람을 모두 받아주기만 하는게 능사가 아니다』라며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자 몹시 씁쓸해하고 있다.『떼를 쓴다고 될일도 아니갔디요』라고 계면쩍게 웃는 그의 표정이 꽤나 측은해 보였다.그는 『서울에 대해서는 잘 모르갔디만 아마 가보면 내눈이 뒤집힐 것』이라고 말했다.『가장 먼저 가보고 싶은 곳이 어디냐』고 묻자 그는 『그저 서울거리를 걸어보고 싶다』고 했다. 지금 러시아에는 김씨와 똑같은 처지에 있는 탈출노동자들이 수백명에 이른다.이들이 벌목장을 탈출했다는 사실은 결코 영예로운일이 아니다.행여 그들이 지나간 삶을 서울에서 보상받으려 해서도 안될 것이다.그러나 결국 누군가는 이들을 끌어안아야 한다.러시아와 북한,그리고 한국 이 세나라가 이들의 관련당사국이다.러시아는 이미 이들을 받아들일 몸짓을 보이고 있다.북한도 이들을 모두 붙잡아가는데 혈안이 돼있다.물론 그 이유는 서로 다르다.그러나 정작 이들이 그렇게 가고 싶어하는 「자유조국」은 아직 문을 열지 않고 있다.
  • 안보리 「북핵」제재 상당 시간 필요/「대북 조치」수순 어떻게 될까

    ◎1단계 「사찰 권고」 결의… 태도변화 촉구/중국이 비토명분 상실때 본격압력 가능 북한의 핵문제가 다시 유엔으로 넘어옴에 따라 안보이는 21일 하오3시30분부터(현지시간)약1시간반동안 미 영 불 러시아 중국 5개 상임이사국들은 비공개리에 이 문제에 대한 협의를 시작했다.이어 하오 5시부터는 15개이사국 비공식협의회가 열려 마들린 올부라이트 유엔주재 미국대사로부터 북핵관련 종합 브리핑을 들었다. 안보리는 오는 24일 한스 블릭스 IAEA사무총장으로부터 북한 핵사찰경위를 청취한 다음 내주중 대북결의안을 채택할 예정이다.결의안 초안은 미국이 만들어 21일 상임이사국협의회에 제시됐으나 구체적 내용은 알려지지 않고있다.다만 중국의 동참을 유도해야 하는 만큼 대단히 온건한 경고를 담고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그러나 이에대해서조차 중국측은 21일 협의회에서 상당한 이견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져 결의안 채택까지는 여러 고비를 넘겨야만 할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북한이 끝내 사찰을 거부하고 NPT(핵확산금지조약)탈퇴를 강행할 경우제재조치를 취하려면 몇단계를 거쳐야만 하는데 거부권을 갖고있는 중국의 협조가 절대적 조건이 아닐수 없다. 따라서 어번 결의안은 북한에대한 제재에 관해서는 언급을 피하고 북한이 IAEA사찰을 성실히 받도록 촉구하는지극히 온건한 내용을 담게 될것이라고 유엔의 한 고위외교관이 21일 전했다.그는 『북한에 다시한번 기회를 주기위한 것』이라고 그 이유를 설명하고 『통과가 되도록 만든 결의안이기 때문에』 중국도 반대를 하지않아 비교적 쉽사리 채택될 것이라고 낙관론을 폈다. 중국은 기본적으로 북한의 의도가 어떻든 아직은 핵을 갖지 않았고 따라서 그것이 위협적인 단계가 아니라고 보고 있는 듯하다.때문에 내주중 전면핵사찰 권고결의안이 통과되더라도 안보리가 다음단계로 옮겨가는데는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북한의 핵의도가 명명백백해지고 국제사회의 여론이 들끌어 중국이 거부권을 행사할 명분을 갖지 못하게 될때에만 북한에 대한 제재조치 결의가 가능해 질것이기 때문이다. 유엔대표부의 유종하대사는 21일 『국제사회가 북한의 핵문제에 통일된 입장을 보여주기를 기대하고 중국이 추가적인 역할을 해줄것을 바라는 것이 우리정부의 입장』이라고 설명한다. 유엔에서의 북한핵 논의는 워싱턴과 서울에서 수시로 바뀌어 부는 풍향과는 관계없이 북한이 어느날 일거에 손을들지 않는한 어렵고 지루한 소모전이 될 가능성이크다. ◎제재 앞서 「외교적 해결」 시간확보 주력/대화 성사안되면 단계적 압력 가할듯/미국의 북핵대응 전망 북한이 핵사찰불이행에 따른 미국의 제재방침과 관련,「서울 불바다」운운하며 위협을 하고있는데 대해 미국은 냉정하면서도 신중한 시각을 견지하고 있다. 카네기국제평화재단의 핵전문가인 레너드 스펙터씨는 미국과 그 동맹국들이 북한에 대해 확고한 태도를 취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경제난과 국제적 고립상태에 직면한 북한의 지도자들을 막다른 골목까지 밀어붙이지 말고 평화적으로 협력하도록 달래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클린턴행정부도 이같은 전문가들의 의견과 견해를 같이하고 있다.북한이 추가사찰을 받지않으면 유엔안보리를 통한 제재조치를 취할수밖에 없다는 대원칙 아래서도 외교적 해결을 위한 시간을 가급적 좀더 확보해보자는 쪽으로 방향을 돌리고있다. 워싱턴당국은 이미 북한과의 고위급회담을 취소한데 이어 21일 클린턴대통령이 패트리어트미사일의 한국배치와 팀스피리트훈련의 재개방침을 공식으로 밝혔다. 그러나 클린턴대통령은 패트리어트미사일의 배치시기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고 국방부도 당초 패트리어트를 공수하려던 계획을 취소하고 대신 한반도까지 30∼45일이나 걸리는 해상수송을 택했다.북한과 대화를 통한 해결의 시간여유를 갖겠다는 의도를 분명히 한것이다. 미국은 대북제재로 가기 앞서 북한과 대화를 시도하고 그래도 안될 경우 서서히 뜸을 들이면서 극히 신중하게 북한을 몰아갈 것으로 예상된다. ◎우방국 상실­대서방관계 악화 “딜레마”/안보리 상정안에 기권으로 돌아 관심/중국 거부권 행사할까 북한의 핵문제에 관한한 중국의 입장은 명백하다. 어느나라 어떤 지도자가 북경에 와서 중국지도층 누구에게 질문해도 『한반도의 비핵화를 지지한다』『대화와 협상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유엔안보리 상정은 물론 어떤 제재에도 반대한다』는 똑같은 답변만을 들을수 있다. 중국매스컴들도 이같은 내용들만 이따금 간단하게 보도할뿐 북핵관련 한반도의 구체적인 사태진전을 제대로 알리지 않고 있다. 과연 중국은 거부권을 행사할 것인가.이에 대한 답변에 앞서 우리는 북한핵문제의 유엔안보리 상정마저 반대의사를 표명해온 중국이 이번 IAEA특별이사회에서는 「반대」가 아닌 「기권」을 했다는 사실에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이는 중국도 북한이 뭔가 자세를 바꿔야할 것으로 생각한 결과인것 같다고 황병태주중대사는 풀이했다. 중국은 지금까지 유엔 안보리에서 거부권을 행사한 적이 없다.말로는 반대의사를 분명히 하고서도 막상 표결때는 거부권이 아닌 기권으로 대응해왔다.하지만 지금까지의 사안들은 중국과 직접적인 이해관계로 연결되기 어려운 경미한 사안들이었다.북한에 대한 경제제재와 같은 문제는 그렇게 간단치가 않다.만약 중국이 대북한 경제제재에 거부권을 사용하지 않게 된다면 얼마남지 않은 「사회주의 우방국가」들중 하나인 북한을 잃게될지도 모른다.그렇다고 거부권을 사용하게되면 89년 천안문사태이후 어렵게 쌓아온 서방과의 관계가 다시 악화될게 분명하다. 따라서 중국은 북한과 서방중 하나를 골라야하는 어려운 선택의 길에 들어서고 있다는 지적이다. ◎중국 투표전 “기권” 선언/쿠바마저 표결불참… 중립으로 선회/IAEA 「안보리 회부」 결의 안팎 오스트리아의 고도 빈은 남북한 외교관에게 남다른 감회를 느끼게 하는 곳이다.동서 양진영의 접점이었던 탓에 빈은 한때 남북한이 대치한 외교의 최전선이기도 했다. 그런 빈 시내의 국제원자력기구(IAEA)본부에서 21일 남북한간 대결이 벌어졌다.엄밀히 말하자면 IAEA 특별이사회와 북한간 줄다리기이고 이 점이 옛날과의 차이다. 옵서버 자격으로 먼저 발언을 신청한 북한측은 이사회의 전면 핵사찰 촉구결의안을 받아들일수 없다,이는 정치적이며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한국은 북한핵문제의 심각성을 지적하면서 결의안 채택을 촉구했다. 프랑스같은 나라는 결의안 내용이 미적지근하니 더 확고한 입장을 취해야 한다면서 결의안 공동발의국에서 빠지기도 했다. 2시간여 토론끝에 북한핵문제를 유엔 안보이에 보고한다는 결의안은 표결에 부쳐졌다.35개 이사국중 31개국이 호명표결에 참석해 찬성 25,반대 1,기권 5개국으로 결의안은 채택됐다. 이 결과는 우리의 외교적 승리라는 대결외교때의 평가보다는 국제사회의 북한관을 읽게 해주었다는 점에서 의미를 갖는 것같다. 비공개로 진행된 회의에서 중국 대사는 굳이 안보이에 보고할 필요가 있느냐며 전통적 혈맹국으로서 북한에 성의를 보였고 한나라씩 호명해 찬반을 묻는 호명투표방식을 제의했다.그리고 그 투표를 한다면 자국은 기권한다는 입장이라고 미리 선언해버렸다.외교상 기권은 찬성도 반대도 아무것도 아니다. 반대표를 던진 리비아나 기권을 한 나머지 4개국은 모두 자국의 국제적 위치나 핵개발에 대한 입장,제3국과의 관계를 배려,찬성대열에서 벗어난 것으로 분석됐다.예전 같으면 북한을 지지,반대표를 던졌음직한 쿠바는 표결불참이라는 편법으로 중립을 지켰다.결국 북한 입장을 지지해준 나라는 리비아 한나라인 셈이다. 북한은 여태까지 펴온 담담정정(불리하면 대화하고 유리하면 정치공세를 펴는 전술)나 합의한뒤 그 해석을 달리해 공세를 펴는등의 모택동 전술로 대미협상을 유리하게 이끌수도 있다.또 북한의 이런 전술을 이해한다면 굳이 북한을 외길로 몰아세워 득될것이 없다는 계산이 나올수도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IAEA의 표결결과에서 나타났듯이 북한이 「핵카드」를 마구잡이로 사용,국제사회 전체의 외면을 자초하고 있다는 점이다.
  • 실태/“마음 먹으면 얼마든지”… 조작 무방비(고교내신관리:상)

    ◎학과성적에 80% 비중… 사례금 등 판쳐/특활점수 반영않는등 곳곳 허점 많아 우리 교육현장을 일파만파로 흔들면서 교육계의 치부를 양파껍질 벗기듯 드러내 놓고 있는 상문고 사태는 결국 대학입시와 관련된 고교내신성적에서 비롯된 것이다.도입 14년째를 맞은 내신제도는 그동안 고교교육의 정상화에 큰 기여를 해왔지만 한편으로는 학생의 대학진학을 볼모로한채 상당한 부작용을 일으켜 오기도 했다.내신의 제도자체보다는 사람에 의한 관리의 문제에 초점을 두어 그 현황과 문제점·개선방안등을 상·중·하로 분석해 본다. 말로만 떠돌던 일선고교에서의 내신성적조작 의혹이 상문고사건을 통해 극명하게 사실로 드러나 내신성적 관리가 심각한 교육현안으로 떠올랐다. 이번 사건은 학교관계자들이 내신성적을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조작할 수 있다는 개연성을 확인시켜줘 「갈 데까지 간」 입시교육의 속살을 거침없이 보여줬다. 이번 일을 단순한 성적조작 사건으로만 보기에는 교육계와 사회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너무커 경악을 금할수가 없을 정도이다. 이 사건은 대학입시에서 40%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내신성적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강조하면서 학교현장에서의 고질적인 금품수수,사학설립자의 교육자적 양식을 저버린 축재행각등 사학의 총체적 부패상을 고스란히 드러낸 상징적인 단면이기 때문이다. 상문고 사건 역시 지난해 광운대·경원대등의 입시부정과 교육평가원 관계자의 시험지 밀반출사건등에 이어 학교측의 도덕적 불감증,학부모의 지나친 교육열,교육당국의 안이한 감사및 미봉적인 입시제도가 한데 뒤엉켜 빚어낸 또하나의 합작품이다. 이번 사건의 빌미인 내신성적제도는 지난 81년부터 고교교육을 정상화시키면서 동시에 대학입학의 선발자료로도 활용하기 위해 도입됐다. 실제로 이같은 당초의 목적은 지금까지 교육발전에 상당히 긍정적인 역할을 해온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러나 대학입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보니 그 반대현상으로 각종 부작용을 빚어온 것도 사실이다. 내신성적의 입시 반영비율은 81년 20%에서 82∼86년 30∼50%,87년 40%,88∼93년 30%이상등으로 변천했다가 올해부터 다시 40%이상으로 높아졌다. 또 고교생의 내신성적은 3년간의 학과성적 80%,출석상황 10%,특별활동 10%를 반영해 15등급으로 나눠 평가한다. 이처럼 학과성적의 비중이 거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더많은 점수를 얻으려고 온갖 방법을 동원할 수밖에 없다. 서울 K고 김모교사는 『현행 대학생 선발기준은 오로지 학생의 성적에만 의존하고 있어 내신평가를 둘러싸고 일선고교에서는 각종 탈법·편법사례가 판을 칠 수밖에 없다』며 내신제도의 한계를 지적했다. 시행 14년째를 맞은 내신제도의 문제점은 ▲학교간·지역간 내신등급의 불균형 ▲예·체능계및 과학고등 특수고교 학생의 불이익 현상 ▲내신조작의 가능성등 크게 세가지로 나뉜다. 서울등 전국 15개 평준화지역을 제외한 비평준화지역의 학생들이 선발고사를 통해 고교에 진학,우수한 학생끼리 경쟁하다보니 15등급으로 분류한 내신성적이 상대적으로 낮고,같은 성적이더라도 도시지역보다 다른지역 학생의 등급이 더 높아지는등 여러가지 불합리한 점을 안고있다. 특히 학과목보다는 실기에 중점을 두고있는 예·체능계 학생의 경우 일반학생과 똑같이 내신평가를 받고있어 그 불이익이 많은 실정이다. 무엇보다 내신성적의 조작은 상문고의 경우처럼 이 제도를 잘못 운용한데서 비롯됐다. 지난해 교육부가 서울의 명문이라는 대원외국어고·상문고등 5개교를 현지감사한 결과 모두 특활성적의 기재를 누락하는 등 잘못한 점을 적발한 사실도 내신제 관리의 허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나아가 단지 이들에만 그치는게 아니라 서울의 J고 등 명문사립고와 지방의 대부분 사립고에서도 이같은 실상이 성행하는 것으로 파악돼 내신제도문제는 소문난 것보다 더욱 심각하다.
  • 교육청 등 감독기관/전면감사·수사 촉구/전교조

    전교조(위원장 정해숙)는 17일 하오2시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 사무실에서 상문고 사태와 관련한 기자회견을 갖고 그동안 이같은 비리를 방조해온 서울시교육청 등 감독관청에 대한 전면적인 감사 및 수사 실시를 촉구했다. 전교조는 이날 기자회견문을 통해 『상문고 비리와 관련,지난 86년부터 학부모·교사등의 잇따른 진정으로 서울시교육청이 수차례에 걸쳐 감사를 실시했으나 오히려 형식적인 감사로 비리사실의 은폐와 축소에 일조해왔다』고 주장했다. 전교조는 또 학교측이 특별관리대상으로 분류했던 78명의 학부모 명단을 공개하는 한편 지난해 서울시내 91개 사학을 대상으로 자체조사한 비리실태를 예산 편법운영,인사비리 등 6개 항목으로 분류해 공개했다.
  • 세금우대저축 찾으려면 실명 증빙서류 내야

    ◎월말부터 은행·증권사 등 거래때 적용/“차명인 가려내 불이익”/일부 예금주 해약사태 내주부터 은행등에 예금한 세금우대저축을 찾으려면 이미 실명 확인절차를 거친 통장이라도 반드시 실명확인 증표를 다시 제출해야 한다.지금은 이미 실명확인을 거친 통장에서 인출하는 경우 실명확인 증표가 필요없다.이때문에 실명증표 제출을 피하기 위해 세금우대저축을 만기전에 해약하는 사태가 생기고 있다. 이환균 재무부 제1차관보는 17일 『세금우대금융상품에 대해서는 이미 실명이 확인됐다 해도 증빙서류가 갖춰지지 않은 경우 만기상환 또는 중도해지때 실명을 확인하는 증빙서류를 받도록 할 방침』이라고 밝혔다.재무부는 이같은 내용의 실명제 관련 업무지침을 마련,이달말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재무부에 따르면 만기상환 또는 중도해지때 실명관련 증빙서류를 받아야 하는 상품에는 은행,증권,보험,투신등이 취급하는 적립식 또는 거치식 세금우대저축상품이 모두 포함된다.신용협동조합과 새마을금고의 예탁금은 제외된다. 이차관보는 『실명제이후세금을 물고 차명계좌를 실명으로 전환한 선량한 예금주들과의 형평을 유지하기 위해,실명확인을 거쳤더라도 실제로는 차명인 계좌를 가려내 불이익을 주기 위한 조치』라고 말했다. 금융기관들은 가입한도가 소액으로 제한된 세금우대저축상품에 예금을 유치하기 위해 한사람의 예금을 가입한도에 맞게 복수계좌로 분할,다른 사람의 명의를 훔치거나 빌려쓰는 편법을 사용해 왔다.그러나 실명제이후 실명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고객들과의 마찰등 민원의 소지를 없앤다는 명목으로 실명 증빙서류 없이 「실명확인필」 도장을 찍어준 경우가 많았었다. 재무부가 지난 14일부터 전국 순회 실명제 설명회를 갖는 과정에서 이같은 방침이 알려지자 부산과 대구지역의 은행및 증권,투신사지점을 중심으로 실명확인 증표없이 실명확인을 받은 일부 예금주들이 세금우대 상품을 중도해약하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 대법,“영장없는 보호실유치 위법” 판결/경찰 「임의감금」 진퇴양난

    ◎피의자들 거부사태 잇따라/철창제거 등 대책마련에 부심 현행범이나 긴급구속대상자가 아닌 피의자를 영장없이 경찰서 보호실에 유치하는 것은 위법이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옴에 따라 그동안 관행적으로 피의자를 보호실에 가둬 온 경찰이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대법원 형사 3부(주심 박만호대법관)는 12일 경찰서 보호실에 가두려는 경찰관을 폭행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신현중 피고인(40·전남 C대교수·서울 동대문구 장안동)에 대한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위반 및 공무집행 방해죄 상고심선고 공판에서 이같이 판시,신씨가 보호실 유치를 거부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공무집행 방해혐의는 무죄라는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구속영장 없이 피의자를 보호실에 가두는 것은 법정주의에 어긋나는 위법행위로 보호실 유치행위가 경찰관의 정당한 공무집행이라고 볼 수는 없다』면서 『따라서 경찰관은 보호실 유치에 항의하는 피의자를 제지할 권한이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피의자가 자해할 위험이 있거나 술에 만취한경우 24시간을 넘지않는 범위안에서 보호실에 유치할 수는 있으나 이 경우 반드시 가족등 연고자에 알려야 하나 사건당시 경찰은 신피고인의 가족 등에게 아무런 통보조치도 취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신피고인은 91년 12월 술에 취한 자신을 강제연행하려는 사복경찰관을 폭행해 서울 강남경찰서로 연행된 뒤 보호실에 가두려는 경찰관 2명의 얼굴 등을 때려 폭행 및 공무집행 방해혐의로 기소됐다가 2심에서 공무집행 방해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받았었다 경찰청은 이날 대법원 판결이 나오자마자 일선경찰서의 형사계내 보호실의 철장을 없애는 방법과 당직 근무자수를 늘리는 방법등 여러가지 방안을 강구중이다. 일선 경찰서에서는 연행된 피의자들 가운데 일부가 구속영장제시를 요구하며 보호실유치를 거부,경찰이 이들을 조사실에 보호하며 교대로 지키는등 불편을 겪었다. 경찰청은 우선 서울 중부경찰서의 경우처럼 형사계내 보호실의 창살을 낮게 만들어 피의자들이 감금됐다는 인식을 거의 하지않도록 보호실구조를 개선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으나 보호실제도가 법적근거가 없는 편법인만큼 위법시비는 피할수 없는 상황이다. 형법 제124조에는 검찰·경찰등 인신구속에 관한 직무를 행하는 자 또는 이를 보조하는 자가 그 직권을 남용하여 사람을 체포·감금한 때에는 7년 이하의 징역과 10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한다고 되어있다. 경찰청 관계자는 『유치와 관련된 수사관행을 당장 전면적으로 고치는 것은 현실적인 수사 여건을 고려할때 많은 어려움이 있다』면서 『당분간 현행범이나 긴급구속대상인 경우만 보호실에 유치하고 나머지 피의자는 가능한한 유치하지 않는등 인권침해 소지를 없앨 수 있도록 점진적인 개선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 깨끗한 정치의 씨앗/백남치 국회의원·민자당(굄돌)

    이번 임시국회는 우리 정치사에 새 시대를 만들어 갈 옥동자를 분만했다.선거관련법등 정치개혁법안들이 그것이다. 불행한 우리 정치는 이제까지 부정시비없이 선거를 치른적이 거의 없다.선거법의 어디가 잘못되었다느니 어떻게 고쳐야 하느니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선거철이면 부정이 만연하고,대책없는 논란이 무성했다.대한민국은 선거로 망할 것이라는 망국론까지 나돌았다. 수도 없는 개정작업과 논란의 격전장이었던 것이 선거를 앞둔 국회라해도 과언이 아니었고,또 개정작업을 거쳐 태어나는 아이들마다 기형아거나 곧 버려지는 기아와 같은 존재였다.이제까지 우리 국회는 국민이 마음으로 반기는 아이를 한번도 낳아 본적이 없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 임시국회의 개정작업으로 그 우려는 말끔히 씻어지게 되었다.문민정부 출범과 함께 잉태된 깨끗한 정치의 씨가 산고끝에 옥동자로 국민 앞에 선보이게 된 것이다. 선거는 그 사회 정치현실의 단면이다.곪고 썩은 정치의 이면이 선거를 통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법이기 때문이다.이제 문민정부 정치개혁의 성과는 깨끗하고 생산적인 선거를 통해 나타나야 한다.그러기에 이번 선거 관련 법들의 개정이 그토록 큰 의미를 갖는 것이다. 앞으로 개정된 개혁법들이 우리 정치에 몰고 올 바람은 태풍과도 같을 것이다.하지만 그 태풍은 마구 모든 것을 쓸어버리는 것은 아니다.거세지만 신선하고 온화한 바람일 것이다.그리고 통쾌한 바람이 될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지금부터이다.그토록 어렵게 수십년을 기다려 얻은 옥동자를 어떻게 잘 키워 나가느냐 하는 문제가 목전에 남아있기 때문이다.잘 낳기만 하고 돌보지 않는다면 진정 훌륭한 부모라고 할수 없다.돌이켜 보면 미비한 법 못지않게 심각한 것이 지켜지지 않는 법이라는 사실을 되새겨야 할 것이다. 이제 어떠한 편법도,어떠한 악용도 없어야 한다.고대하던 옥동자를 얻은 마음으로 정성을 다할 일이다.이제 과거처럼 법망을 벗어난 승리란 절대있을 수 없다.
  • 의약품거래 경쟁입찰로(사설)

    병원들이 특정약품을 쓰는 조건으로 제약회사들로 부터 정기적으로 거액의 뒷돈을 받은 것은 그 이유야 어떻든 국민들의 지탄을 받기에 충분하다.공정거래위원회 조사에 따르면 3백81개 사립병원과 병원관계자가 제약회사로부터 불과 2년 반동안 받은 뒷돈규모가 무려 7백67억원에 달해 병원자체가 수술을 받아야 할 비리의 중환자임이 밝혀졌다. 사립병원가운데도 이른바 유명대학 종합병원의 비리증세가 더욱 심해 「유명세」를 톡톡히 받아낸 것으로 보인다.3개 유명대학 종합병원이 제약회사로부터 받은 뒷돈이 전체금액의 3분의 1이상을 차지하고 있어 이들 병원은 대수술을 받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이번 의약품거래를 둘러싼 불조이는 그 증세가 악화될대로 악화돼 있어 「현대의술」이 총동원되어야 하겠다. 보사부는 그같은 비리를 없애기 위해 제약회사가 의약품거래와 관련해 병원에 기부금·사례금을 줄 수 없도록 병원회계처리지침을 개정하는 등 대책을 마련하여 발표했다.병원들이 제약회사로 부터 사례금 등의 명목으로 뒷돈을 받으면 그 반대급부로실제구입하는 의약품값은 비싸게 지불할 수 밖에 없다. 병원은 의약품을 비싸게 구입한 뒤 환자에게 그 비용을 전가하기 때문에 피해를 보는 측은 병원을 이용하는 시민이다.의약품거래를 둘러싼 부조리는 결국 국민건강을 담보로 한 비리이다.따라서 보사당국은 나열식 대책보다는 한가지 방안이라도 비리근절에 실효가 있는 것을 찾아내 추진하기 바란다. 보사당국이 발표한 대책가운데 「의약품거래의 자율공정경쟁규약」제정은 병원과 업체가 이를 실천에 옮기기만 한다면 참으로 좋은 방안이다.그러나 그동안의 의약품거래관행 등으로 미루어 볼때 그 규약은 하나의 선언적 범주를 벗어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따라서 관계당국은 사립종합병원의 경우 국공립병원 같이 의약품구입을 공개경쟁입찰에 부치도록 유도하는 선에서 그칠 게 아니라 사립대학이 운영하는 종합병원은 교육당국과 협의하여 의무적으로 공개입찰 방식을 채택토록 했으면 한다. 물론 종합병원의 의약품거래 부조리는 현재의 낮은 의료보험수가 체계로 인해 빚어지고 있는 병원의 재정란을 타개하기 위한 하나의 편법이라는 점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그렇다고 해서 언제까지 부조리나 비리를 그대도 방치할 수는 없는 일이다.최소한 대학의 종합병원정도는 뒷돈거래가 아닌 투명한 기부금을 통해서 의료시설 확충 등의 재원을 마련하는 것이 올바른 방향이다. 당국의 이번 제도개선 방향에 일반기부금을 받는 것은 허용되고 있으므로 대학이 운영하는 종합병원은 이 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기를 기대한다.
  • “불우성금 모금 강제성 없었다”/이웃돕기 추진협

    민간기구차원에서 불우이웃돕기운동을 주도했던 「이웃돕기운동추진협의회(회장 박숙현·70)」는 23일 불우이웃돕기성금전용에 대한 감사원의 지적과 관련,기자회견을 갖고 『전경련·대한상의등이 소속된 본 협의회는 보사부의 편법에 이용돼 강제모금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 “정부 직접적 가격규제없을것”/김정국 기획원 국민생활국장(인터뷰)

    ◎매점매석 등 가격조작 단속에 역점 『정부의 물가정책이 갑자기 때려잡는 식으로 바뀐 것은 아닙니다.자유로운 시장경제 원리를 유지하되 유통과정에서 가격조작이나 매점매석이 일어나는 품목의 경우 행정력을 동원해 바로잡자는 취지입니다』 우리나라 물가정책의 실무 사령탑인 경제기획원의 김정국 국민생활국장(종전의 물가정책국장)은 일부 서비스 요금을 3월 초까지 종전 가격으로 환원토록 한 전날의 긴급 장관회의의 결정을 이렇게 설명했다.행정력으로 무리하게 가격을 억제하는 구시대의 방식이 아니냐는 지적에 『일부 공공요금을 빼고는 정부의 직접적인 가격규제는 없어졌다』고 손을 내저었다. ­구정을 전후해 서비스 요금이 오른 게 사실이지만 이를 환원하는 것이 가능합니까. 『목욕·이발료,음식값 등 서비스 요금은 임대료가 안정돼 있어 현재로서는 뚜렷한 인상요인이 없습니다.현재까지 가격을 올린 2만개 업소 중 이미 60%인 1만2천개가 가격을 환원했습니다.지방자치단체의 행정지도에 업소들이 잘 협조하고 있습니다』 ­농산물 값의폭등은 작년의 냉해도 큰 이유지만 중간 상인들의 매점매석도 일조를 한다는데요. 『농수산물의 유통구조가 취약해 중간 상인들이 공급부족을 예상하고 출하를 기피해 가격상승을 부채질하는 것도 사실입니다.지방자치단체와 세무서 합동으로 보관창고 등을 철저히 점검할 계획입니다』 ­주부들은 공산품도 양을 줄이거나 신상품이라는 명목으로 사실상 가격을 올리고 있다고 불평인데요. 『대부분의 공산품은 수입이 개방돼 있고 원유 등 국제원자재 가격도 안정돼 있습니다.금리도 낮아져 가격인상 요인이 크지 않습니다.기업이 새 상품을 만드는 것은 자유지만 가격인상을 위한 편법으로 악용하는 것은 적극적으로 막겠습니다』 기획원 예산1심의관을 지내다 조직개편이 마무리된 21일 물가담당 국장으로 자리를 옮긴 그는 부임 첫날부터 「물가태풍」으로 홍역을 치렀다.그러나 『현재의 정책수단으로 올해 물가를 연말까지 6% 수준에서 안정시킬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자신있게 답변했다.『우리나라의 물가는 해마다 1·4분기에 연간 상승분의 50%가 오른뒤 2·4분기부터는 안정되는 모습을 보여왔습니다.지난 해의 냉해로 인한 물가상승 요인이 하반기에 농산물의 작황 호조로 상쇄되고 물가안정 대책을 착실히 추진한다면 목표달성이 가능합니다』
  • “올린 서비스료 새달초까지 환원”

    ◎정부/물가안정 미흡한 시·도지사 문책/환원 불응 업체 세무조사/공공료 인상 7개월이후로/김 대통령,물가회의서 대책수립 지시 정부는 최근 높은 상승세를 보이는 개인서비스 요금을 진정시키기 위해 시·도지사가 늦어도 3월초까지 상승률이 높은 서비스업소 요금을 원래대로 돌려놓도록 했다.또 각 지방자치단체가 소비자물가 안정노력을 강화토록 하되 그 노력이 미흡한 지역에는 사유를 확인,응분의 책임을 물을 방침이다. 정부는 21일 시·도 경제협의회를 연데 이어 정재석 부총리겸 경제기획원장관 주재로 내무·재무·상공자원·건설·보사부 장관 등이 참석한 가운데 물가대책 회의를 잇달아 열어 지난 설날을 전후해 나타난 일부 농산물의 수급차질 문제와 개인서비스 요금의 편승인상 동향을 논의,이같은 내용의 물가안정 대책을 시달했다. 1월중 소비자물가의 개인서비스 요금 상승률은 전국 평균이 1.4%인데 비해 대전은 4.7%로 전국 평균보다 상승률이 3.3배나 된다.대구와 전북은 1.7%,부산은 1.6%,충북은 1.5%가 올랐다. 대책에 따르면 파·양파·마늘등 작년의 냉해로 생산이 줄어 값이 크게 오른 농산물의 가격안정을 위해 3월중 양파 5천t,마늘과 파를 각각 3천t씩 수입하기로 했다.파의 수입은 이번이 처음이다. 또 ▲저온저장 업체와 중간상의 매점매석을 막기 위해 지방자치단체와 세무서가 합동으로 보관창고를 확인,점검하고 ▲파의 경우 최근의 밭떼기 거래를 조사해 매점매석 혐의자에 대한 자금출처를 조사하며 ▲쌀값 안정을 위해 농협 쌀 70만섬을 추가 공매하는 한편 쌀값이 오를 경우 정부가 보유한 쌀을 무제한 정가로 팔기로 했다. 공산품이나 건축자재는 상공자원·건설부 등이 가격동향을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그래도 가격을 편법으로 인상할 경우에는 국세청에 통보,철저한 세무조사를 하도록 했다. 지난 2월부터 가격이 자율화된 의약품의 경우 약사회 등이 자체적으로 가격을 점검토록 하고 부동산투기 발생 우려가 있는 지역은 국세청 조사반이 상시 점검하도록 했다. 정부는 각 부처별로 구성된 농축수산물,공산품,건자재,가공식품 및 의약품,개인서비스요금 등의 대책반에서 2월말까지 소관사항에 대한 가격점검 결과와 앞으로의 대책을 보고토록 했다.물가대책 장관회의는 김영삼대통령이 이날 정부총리에게 전화를 걸어 『최근 물가동향이 심상치 않은데도,정부의 물가대책은 미흡하다』며 『보다 철저한 대책을 수립하라』고 지시한데 따른 것이다. ◎매점매석 집중단속 내무부는 21일 각 지방자치단체,경찰,공정거래위원회 지방사무소등이 합동으로 전국 1백91개 저온저장업체를 대상으로 농산물 매점매석행위여부를 집중 단속키로 했다.내무부의 이같은 방침은 최근의 농산물가격폭등이 중간상인이나 창고업체들의 농산물 매점매석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됐기 때문이다. 내무부는 또 당초 4∼6월중에 인상키로 했던 상수도요금등 공공요금 인상시기를 올 하반기이후로 미루고 인상폭도 최소화하기로 했다.
  • 「돈봉투」 수사 왜 벽에 부딪쳤나…/「핵심」못캐내고 일단락된 사정

    ◎실명제로 예금계좌 추적 편법 안통해/공소유지의 결정적 물증확복 어려움/“증뢰실패”로 잠정결론… 의혹만 더 키운셈 국회노동위 「돈봉투사건」에 대한 검찰수사는 의원들에 대한 수뢰부분의 명확한 규명이 이뤄지지 못한채 7일 한국자동차보험 김택기사장의 구속으로 일단락됐다. 그러나 검찰수사 및 자보측의 주장에 납득할 수 없는 대목들이 군데군데 집히는데다 검찰 역시 계속수사 의지를 밝히고 있어 이번 수사는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특히 검찰 수사가 벽에 부딪힌 것은 실명제 이전만해도 「편법」이 통했으나 이제는 압수수색영장 등 적법절차를 철저히 지키지 않고는 금융기관들이 예금계좌추적에 응해주지 않기 때문이다. 검찰이 공소유지를 위한 증거로 「전가의 보도」처럼 여기던 예금계좌추적이 실명제 이후 오히려 수사의 가장 큰 걸림돌로 돌변해버린 것이다. 이에따라 검찰 주변에서는 금융실명제 이후 사실상 수뢰사건에 대한 수사는 불가능해졌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번 사건은 수뢰의원 및 수뢰액수를 밝히는 것이 관건이었다. 검찰은 이번사건을 자보측이 김사장의 지시로 8백만원의 로비자금을 조성,그중 2백만원만 민주당 김말용의원에게 전달했다가 되돌려 받았고 나머지 6백만원은 김의원 이외에 나머지 의원 2명과 서울지방노동청 간부 1명에게 건네주려다 실패한 것으로 잠정결론지었다. 검찰은 최선을 다한 수사 결과라고 거듭 강조하고 있지만 이 사건을 주시해온 국민들을 납득시키기에는 부족하며 검찰도 이 대목을 시인하고 있다. 우선 자보측이 조성한 8백만원의 로비자금을 포함,전체비자금 조성경위 및 사용처에 대한 설명이 부족한 느낌이다.회사자금 사정이 어렵다고 하지만 국내 14번째 재벌그룹 고위층이 로비를 지시했고 이에따라 자금을 조달한 상황에서 로비자금이 8백만원이라는 것은 이치에 닿지 않는다는게 정치권이나 기업주변은 물론 국민들의 공통된 시각이다.노동위 소속의원 1인당평균 1백만원도 못미치는 로비자금 책정은 재벌기업들의 통상적인 대국회 로비자금으로는 걸맞지 않다는 지적이다. 이와함께 자보측이 지난해 10월 임원회의에서 학연·지연 등을 최대한 활용해 각 임원별로 로비대상까지 선정,조직적이고 거사적으로 로비를 추진했던 점을 감안할때 과연 김의원에게만 돈을 건네주었을까 하는 의문점이 여전히 가시지 않고 있다. 검찰은 이와 관련,자보측이 접촉하려고 했던 의원 2명(야당의원으로 알려짐)을 더 밝혀냈으나 돈이 전달되지 않았고 그들의 명예를 고려해 지금단계에선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날 중간수사 결과를 두고 정치인이 완전히 혐의를 벗었다고 결론을 내리기는 이른것 같다.검찰도 중간수사단계에선 결정적인 증거를 확보하지 못해 한발 물러선 느낌이나 실명제실시 이후 첫 수뢰사건인데다 자존심이 걸려있는 만큼 증거가 포착되면 언제라도 관련의원들을 소환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고 있다. 검찰은 지금까지 밝혀진 63억원의 리베이트용 비자금 이외에 92∼93년 조성하기로 계획한 사내복지비 2백27억원,이날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이창식전무 명의로 된 3개 은행통장 계좌를 추적하면 뜻밖의 「대어」가 걸려들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검찰의한 관계자는 『이 그룹의 실세로 알려진 이전무의 계좌에서 관련의원들에게 로비했을 가능성이 점쳐지는 대목이 짚여 수사를 계속중』이라고 말해 이같은 가능성을 뒷받침했다.
  • 편법건축 묵인조건 수뢰 경찰서장 소환/수원지점

    【수원=조덕현기자】 수원지검 특수부는 2일 건축업자로부터 1억여원의 금품을 받은 혐의로 경기도 수원남부경찰서 박금성서장을 소환,이날 상오9시부터 하오7시까지 10시간동안 조사를 벌인뒤 일단 귀가조치했다.
  • 실명제속 차·도명거래 여전/장씨사건 계기로 본 “금융고질”

    ◎거액예금 유치노려 불법대출·지보/자체감시기능 보완·처벌강화 시급 장영자씨의 수백억원대 어음부도 사건으로 금융실명제의 허실이 드러났다. 제도가 아무리 좋아도 관련된 사람들이 지키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는 점을 보여줬다.지난 해 8월12일 실명제가 실시된 후 지속적인 교육과 단속,엄포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실명 미확인 ▲차·도명에 의한 입·출금 등 긴급명령에 정면 배치되는 일들이 잇따라 일어나고 있다. 금융기관의 고질적 병폐인 ▲사채조성 ▲정실에 의한 편법인출 ▲동일인 여신한도 위반 등의 불법 및 위규사실도 여전했다.수신만능 풍조가 빚은 금융계의 현주소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실명제가 검은 돈의 유통을 차단,큰손들의 활동범위를 좁힘으로써 사건의 규모를 줄이는 데 상당히 기여한 것으로 평가된다.장씨가 가·차명의 예금과 골동품 및 부동산을 미처 현금화하지 못해 자금난으로 쓰러진 점은 실명제의 위력 때문이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은행감독원의 검사 결과 동화은행 삼성동출장소는 지난 해 11월 1∼2일 장씨의주선으로 사채업자에게 CD 1백40억원 어치를 팔았다.그러나 9월 출장소장으로 부임한 장근복소장은 장씨가 사채자금으로 거액을 예금해주자 이를 고객인 윤모씨의 명의를 도용하고 정·이모씨등 4명의 이름을 차명해 매각한 것처럼 꾸미도록 지시했다.또 출장소는 지급보증을 할 수 없는 점을 알면서도 장씨의 거액예금 유치유혹에 말려 50억원에 지급보증을 섰다. 삼보신용금고도 지난 해 10월 장씨가 김·이·임모씨 등 5명의 이름을 빌려 수입부금 1억1천2백만원을 들어주자 실명확인을 않고 통장을 개설해 주었다.특히 지난 92년 경기·송탄금고가 동일인 여신한도(자기자본의 5%)를 어겨가며 1천8백억원을 불법대출한 것과 같은 수법으로 장씨에게 93억원을 대출해 주는 배짱을 보였다. 실명제 위반사례는 이전에도 여러차례 그 모습을 드러내 경각심이 강조돼 왔다.지난해 항도투금과 대구투금의 변칙 실명확인과 사채업자를 통한 실명전환으로 물의를 빚은 한화그룹 비자금사건,충남방적 직원의 차·가명 예금인출사건 등이 바로 그것이다.여기에 물린 과태료만 1억9천만원이다. 이번 사건으로 예금주의 비밀을 엄격하게 보장하는 실명제의 취지 때문에 사건전모를 신속히 밝혀내지 못하는 부작용도 빚어지고 있다.때문에 범법자에 대해서는 비밀보장 완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실명제 초기 정부는 가명계좌의 실명전환에만 관심을 썼고 차명계좌의 실태는 파악을 못했다.차명예금주의 자발적인 실명전환만 기대할 뿐이었다.장씨 사건이 표면화돼서야 신용금고에 장씨의 차명 예금이 수십억원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다른 금융기관에 차·도명 예금액이 있는지는 파악조차 못하고 있다. 재무부는 ▲감독기관의 검사요원 확충과 자질 향상 ▲위반자에 대한 엄격한 징계 ▲은행 등 금융기관의 자체적인 감시기구 설치 ▲금융기관 직원의 교육강화 등의 보완책 마련에 착수했다.이밖에 비실명 거래자에 대한 제재조치의 강화,금융기관 평가기준의 개선,실명제의 종합 점검 등도 추진할 계획이다. ◎장씨 18개월간 얼마나 굴렸나/3백억중 1백억은 위약금등 충당/2백억은 골동품투자·해외 도피설 장영자씨가 92년 3월 출소한 이후 유평상사와 이벤트 꼬레 등의 연쇄 부도가 표면화될 때까지 18개월 동안 주무른 돈의 규모는 과연 얼마나 될까.이 돈은 어떻게 조달했고 어디로 흘러갔을까. 이런 의문에 대한 해답은 아직 풀리지 않았다.그러나 금융기관에 대한 은행감독원의 검사가 진행되고 검찰이 수사에 나서면서 사건의 윤곽이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은감원의 검사로 밝혀진 부도금액은 지금까지 2백48억원.미회수 어음과 수표 1백54장이 시중에 유통되고 있어 장씨와 관련된 부도금액은 1천억원대로 불어난다는 추정도 있다. 그러나 서울신탁은행 등 10개 금융기관의 11개 점포에 대해 24일까지 나흘째 특검을 벌인 은감원 관계자는 『실제 장씨의 손을 거쳐간 돈은 대략 3백억원 정도다』라고 추정했다.이는 23일 검찰에 출두한 장씨가 『3백억원만 있으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한 것과 일치한다.따라서 아직껏 회수되지 않은 어음과 수표는 장씨가 이미 끌어쓴 3백억원을 갚기 어려워지자 견질용(담보)으로 맡겼을 가능성이 크다.장씨는 출옥 당시 부동산과 값비싼 골동품이 많았지만 현금은 별로 없었던 것으로 전해진다.때문에 땅을 담보로 제공하고 사채업자들로부터 돈을 빌려쓴 것으로 보인다. 자금사정이 꼬이기 시작한 작년 10월부터 서울신탁은행 압구정지점에서 불법으로 인출한 30억원의 예금주인 하정림씨(58·여)를 비롯,사채전주들로부터 빚 독촉에 시달렸다.간판회사를 내세워 어음을 대량으로 발행하기 시작한 것도 이 무렵이다. 장씨가 이 회사들 이름으로 발행했다가 부도낸 어음은 대명 30억5천5백만원,유평 52억8천4백만원,이벤트 꼬레 42억9천1백만원,포스시스템 1백7억원 등 2백33억원이다.장씨의 사위이며 이벤트 꼬레 대표인 김주승씨가 조흥은행 이태원지점 계좌에서 발행한 당좌수표 15억4천만원과 제주은행 영등포지점등 5개 금융기관에서 받은 개인대출 13억4천5백만원 및 서울신탁은행 압구정지점에서 예금주 몰래 빼낸 30억원 등을 합치면 장씨가 이용한 자금규모와 맞아떨어진다. 장씨가 사채와 어음할인 등을 통해 조달한 3백억원 중 용처가 확인되는 부분은 1백억원 정도다.작년 10월 부산 범일동의 땅(2천1백평) 매매계약이 파기되면서 부산화학에 23억원을 위약금으로 물어줬고,서울신탁은행 압구정지점에서 불법인출한 예금 30억원은 이벤트 꼬레와 포스시스템에 송금됐다.이밖에 삼보상호신용금고에 입금된 30억원과 부산 동구 범일동 땅의 세금으로 낸 14억원 등이다. 나머지 2백억원이 어디로 갔는지는 수수께끼다.실명제 한두달 전에 1백억원의 골동품을 사들였다는 설과 이·장 부부가 고용한 측근들이 거액을 빼돌려 해외로 도피했다는 소문들이 무성하지만 확인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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