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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학등록금 감사] “이지경 되도록 교과부 뭐했나”

    [대학등록금 감사] “이지경 되도록 교과부 뭐했나”

    대학 재정운용 감독기관인 교육과학부의 역할 부재와 비위 행태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감사원은 “대학 구조조정의 주요 평가지표인 ‘학생충원율’ ‘교원확보율’ 등 각종 교육여건 지표들이 미흡한 22개 대학의 학사운영 및 회계관리 실태 점검 결과, 신입생 부당 선발이나 무자격 교원 채용 등 위법 사례가 적발됐다.”면서 부실 대학에 대한 교과부의 관리가 허술했음을 지적했다. 조사 대상의 절반인 11개 대학은 학생 충원율을 높이기 위해 입학전형 기준에 미달하거나 학업 의지가 없는 교직원 가족 등 800여명을 신입생으로 부당 선발한 사실이 있었는데도 교과부는 이를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10개 대학은 주말이나 야간에 편법으로 단축수업을 하거나 결석학생을 출석처리하는 등 1700여명의 학생들에게 학점을 부당하게 부여했다. 심지어 이들 중 900여명에게는 학위까지 수여됐다. 무자격 교원 채용도 빈발했다. 전임교원 확보율 기준 미달에 따른 교과부의 학자금 대출 제한 등의 제재를 피하기 위해 교육·연구 경력이 없는 외국인, 무자격자를 강단에 세운 대학도 5곳이나 됐다. 기본재산을 교과부 허가 없이 무단 처분한 대학도 2곳 적발됐다. 감사 담당자는 “운영자금이 부족하다는 사유로 수익용 기본재산인 예금과 등록금 선수금 등 17억여원을 임의로 처분해 법인 운영비로 돌려 썼다.”고 말했다. 구조조정 지시를 내린 대학의 허위 보고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사실도 확인됐다. 모 대학은 교직원의 고임금 체계를 개선하라는 교과부의 구조조정 과제를 받았으나, 교직원 급여를 20% 삭감한 뒤 이듬해 다시 삭감액을 성과급 명목으로 지급하고도 지시사항을 이행한 것처럼 교과부에 허위 보고했다. 하지만 교과부는 이를 적발하지 못했다. 대학 편법 인수를 눈감아 주기도 했다. 교과부는 설립자가 교비 100억원을 횡령해 임시이사가 맡고 있던 A대학의 경영권을 B학교법인의 이사장 일가가 법인의 수익용 기본재산(부동산)을 증여해 인수하도록 2008년 승인한 사실이 지적됐다. 교과부 직원들의 비위행위도 여럿 적발됐다. 한 교과부 국장은 지방 국립대 사무국장으로 근무하면서 직원들로부터 승진 청탁과 함께 돈을 받았고, 직원들과 해외 골프여행을 가면서 비용을 직원들에게 떠넘기기까지 했다. 직원들과 상습 도박판을 벌여 1년간 1500만원을 따기도 했다. 모 사무관(현 서기관)은 국가보조금으로 보조사업을 진행한 C대학의 담당교수로부터 골프장 이용료, 부인 골프채 구입비, 유흥비 조로 수백만원의 접대를 받았다.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국제거래 편법 富 대물림 ‘세금철퇴’

    국제거래 편법 富 대물림 ‘세금철퇴’

    국제거래를 이용해 편법으로 부를 대물림한 중견기업 대표 등이 무더기로 국세청에 적발됐다. 국세청은 조세피난처를 활용해 자녀에게 경영권을 승계한 기업가 등 11명에 대한 세무조사를 실시해 올해 들어 지금까지 2783억원을 추징했고 혐의자 4명에 대해 강도 높은 세무조사가 진행 중이라고 3일 밝혔다. ●10개업체 추가 세무조사 착수 창업 1세대에서 2세대로 경영권 승계가 진행 중인 연매출 1000억~5000억원대의 전자,의류 등 중견업체와 고액 부동산, 금융자산을 보유한 대재산가 가운데 편법적인 부의 대물림 혐의가 높은 10개 업체에 대해서도 추가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국세청이 변칙적인 국제거래를 통한 세금 없는 부의 세습을 집중적으로 조사해 대거 적발한 것은 처음이다. 임환수 조사국장은 “최근 계열기업 간 일감 몰아주기 과세가 추진되고 편법 상속·증여 등에 대한 사회적 감시가 강화되자 조세피난처 활용 등 부의 대물림 형태가 점차 국제화되고 수법도 지능화·다양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국세청은 향후 세무조사 과정에서 외국 과세당국과의 조세정보교환, 동시 및 파견조사 등 국제공조 수단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해외금융계좌를 통한 자금 흐름은 물론 실질 귀속자를 추적해 과세할 예정이다. 부자들이 해외로 눈을 돌려 편법으로 부를 대물림하는 수법은 갈수록 교묘화되고 지능화되는 추세다. 전자부품 중견업체인 A사의 대표 김모씨는 A사를 비롯해 국내외에 여러 공장을 운영하면서 경영권을 자녀에게 물려주기 위해 버진아일랜드에 X펀드를 만들었다. A사 등이 보유한 해외지주회사의 지분을 X펀드에 싼값에 양도하고 펀드의 출자자 명의를 아들로 바꿔 경영권을 넘겨준 사례였다. 국세청은 김씨와 A사에 대해 법인세 및 증여세 800억원을 추징하고 조세범처벌법에 따라 고발조치했다. ●페이퍼컴퍼니에 지분 이전 배당 챙겨 자원개발업체인 B사의 사주 정모씨의 경우 버진아일랜드에 본인 명의의 페이퍼컴퍼니를 세워 B사로부터 자원개발 투자비 명목으로 투자자금을 끌어들였다. 개발투자는 막대한 투자이익을 냈으나 정씨는 원금만 국내 회사에 보내고 수백억원의 투자소득은 해외예금계좌에 은닉하거나 아내 명의로 미국의 고급 아파트를 구입하는 데 썼다. 정씨에게는 소득세 및 증여세 등 250억원이 추징됐다. 전자공구업체를 하는 C사의 사주 박씨는 더욱 교묘했다. 박씨는 마찬가지로 버진아일랜드에 가족 이름으로 페이퍼컴퍼니를 세우고 C사의 해외현지법인 지분을 넘겼다. 현지법인에서 발생한 소득은 홍콩 예금계좌에 예치해 관리하면서 국내에서 신고를 누락했다. 아들 이름으로 된 위장계열사에는 일감을 몰아주고 회사지분 80%를 페이퍼컴퍼니로 이전해 배당소득까지 해외에서 챙겼다. 이동신 국세청 국제조사과장은 “대재산가들이 전문가들의 조언을 받고 국제거래를 이용하고 있을 정도로 정교화되고 있지만 해외정보 수집이 쉽지 않아 어려움이 많다.”고 말했다. 오일만기자 oilman@seoul.co.kr
  • 광주시장 ‘공기업 측근인사’ 논란

    강운태 광주시장의 사조직 출신 인사들이 광주시 공기업·공단 요직 인사에 관여하면서 ‘시정의 사유화’ 논란이 일고 있다. 강 시장의 선거를 지원해 온 ‘빛나는 대한민국 연대’(빛대련)의 고문인 이정희 변호사와 자문위원인 정광훈 광주컨벤션뷰로 대표이사 등 2명은 최근 공사·공단 사장 선임 과정에서 해당 공기업 추천 몫의 임원 추천위원으로 활동했다. 지방공기업법상 7명의 위원 중 해당 공사·공단이 2명을 추천하도록 돼 있다. 추천위원은 이들 2명을 포함해 시 추천 2명, 시의회 추천 3명 등 모두 7명이다. 그런데 이들 2명처럼 시장의 사조직 출신과 시 추천 위원을 더하면 과반수를 넘는 4명이 된다. 시장의 의도대로 낙점한 인사를 공기업 수장이나 간부에 앉힐 수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지난 1일 열린 환경시설공단 상임이사 후보 면접에서 의회 추천위원 3명이 돌연 사퇴하는 등 파행을 겪었다. 이들은 “이미 내정된 인사를 뽑는 과정에서 거수기 노릇을 하기 싫다.”는 이유를 내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공단은 그러나 “이사장이 전날 임원추천위원회 면접을 통과한 정모(58)씨 등 2명 가운데 상임이사를 조만간 임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광주시청 안팎에서는 그동안 정씨가 상임이사로 낙점될 것이란 소문이 일찍부터 파다했다. 이들 2명은 3일 오후 예정된 광주도시철도공사 경영본부장을 뽑는 위원회에 앞서 이호준 사장에게 사퇴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공사 관계자는 “이들이 최근 언론 등에 자주 부정적으로 거론된 데 심적 부담을 느낀 것으로 안다.”며 “이들이 자진 사퇴할 경우 새 추천위원 2명을 선정해 임원을 뽑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변호사 등은 광주시 공기업·공단 4곳의 임추위원직을 도맡으면서 6월 도시공사 사장, 9월 도시철도공사 사장 추천에 이어 이번 2곳의 공기업 임원 선임에도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한편 이날 열린 도시철도공사 경영본부장 후보 면접 심사에는 ‘빛대련’ 운영위원인 정모(51)씨 등 3명이 참여했으며, 정씨가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광주시 관계자는 “빛대련 출신 2명의 위원을 교체하지 못한 것은 이미 해당 기관의 임원선임 절차가 상당히 진행됐기 때문”이라며 “이들에 대한 위원 위촉이나 사퇴 등은 해당 공기업이 주도한 만큼 시와는 무관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를 두고 시의회, 시공무원 노조, 시민단체 등이 한목소리로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홍인화 시의원은 “공기업 등의 인사가 진행될 때마다 전문성이 검증되지 않은 시장의 사조직 출신 인사들이 시나브로 채워지고 있다.”며 “인사청문회 제도를 시급히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강 시장이 공기업 임원을 편법 임명하는 것에 동의할 수 없다.“고 비난했다. 광주 최치봉기자 cbchoi@seoul.co.kr
  • [대학등록금 감사] 관리운영비·연구비 명목… 6552억 빼돌리고 뻥튀기고

    [대학등록금 감사] 관리운영비·연구비 명목… 6552억 빼돌리고 뻥튀기고

    감사원의 대학 등록금 감사는 ‘절반의 성공’이라 할 수 있다. 감사 착수 시 밝힌 약속과 달리 등록금 원가 등 적정한 대학등록금 수준은 제시하지 않았다. 감사에서 사실상 제외된 사립대학의 회계 투명성 확보 필요성을 제시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김정하 제2사무차장은 감사결과 브리핑에서 “대학별로 재정운용의 특성상 편차가 크기 때문에 등록금이 얼마만큼 인하될 여지가 있는지 액수를 제시하기는 사실상 어렵다.”면서도 “편법 예산운용을 비롯해 각종 비리 등 대학재정에 누수가 발생한 부분이 결국 등록금 인상으로 연결된 것으로 파악됐다.”고 평가했다. 35개 대학의 지난 5년간 예·결산 분석결과, 예산편성 시 보수, 관리운영비, 고정자산 매입비 등 5개 항목에서 실제 지출(결산액)에 비해 많이 잡거나 등록금 외 수입을 실제 수입보다 적게 잡는 편법을 쓴 것으로 드러났다. 경기도 A대학의 경우, 설계용역 실시 등 구체적 계획도 없이 2006~2008년 공과대학, 본관 신·증축비로 227억원을 계상했다가 미집행하는 등 실제 집행이 불가능한 시설사업비 예산 계상을 되풀이했다. 이런 방식으로 이 대학들은 대학별로 연평균 187억원에 이르는 예·결산 차액을 만들어 등록금 인상요인으로 활용했다. 수입을 줄이기 위해 특강이나 계절학기 수강료, 기부금, 전기 이월자금 등 항목에서 실제 수입보다 연평균 1648억원(대학별 47억원)가량 줄여 계상한 사례도 많았다. B대학의 경우 2006년부터 2010년까지 해마다 직전 회계연도의 집행잔액이 94억~345억원(연평균 188억원)이나 되는데도 한번도 이를 수입예산에 편입시키지 않았다. 학교발전기금과 학교시설 사용료 등 학교수입을 회계장부에 기록되지 않는 별도 계좌로 관리하며 업무추진비 명목으로 교직원이 나눠 갖거나 직원 회식비로 집행한 사례도 적발됐다. 법인이 부담해야 할 비용을 교비로 부담하거나 과도하게 집행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서울 유명 사립대 등 14곳에서는 법인이 부담해야 할 학교시설 건설비를 대부분 교비에서 부담해 최근 5년간 법인에서 받은 자산 전입금이 건설비의 1%도 되지 않았다. 국공립대 교직원에게 기성회계에서 급여 보조성 인건비를 지급한 사례도 있었다. 교비 횡령 등 교육현장의 비리는 재단 이사장에서부터 총장, 말단 교직원에 이르기까지 곳곳에 만연했다. 지방의 A대 이사장 일가는 3개 법인을 설립해 대학 2개와 고교 2개를 운영하면서 모두 160억여원의 교비를 횡령했다. 1996∼1997년 4년제 대학 설립자금으로 사용한 2년제 대학의 교비 횡령액을 반환한다는 명목으로 지난해 7월 4년제 대학의 교비 65억 7000만원을 다시 빼돌린 뒤 22억 5000만원만 변제금으로 쓰고 나머지는 이사장 일가의 아파트 구입 등에 돌려썼다. 또 이사장은 2년제 대학과 고등학교의 교비 15억 5000만원을 빼돌려 부인의 건물 매입 대출금을 상환한 뒤 4년제 대학 자금으로 이 돈을 갚기도 했다. D대, E대 등 국립대 총장들은 자신의 공약을 이행하는 데 공금을 마구 썼다. 인건비 동결이라는 정부지침을 위반하고 2009~2010년 교직원에게 지급하는 수당 120억여원을 부당 인상했다. 강단에 선 일선 교수들의 파렴치한 행태도 비일비재했다. D대 교수는 연구원 15명의 인건비와 장학금 수령 통장을 관리하면서 2008년부터 연구원들에게 지급된 인건비와 장학금 등 10억원 가운데 일부만 연구원에게 돌려주고 3억 4000만원을 개인 연금으로 납부하거나 자신 명의의 증권계좌 등에 이체했다.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사설] 외국어 능력 떨어지는 외교관이 무슨 외교를 하겠나

    어제 공개된 외교통상부 5~7급 직원의 영어능력 평가 결과를 보면 실망하지 않을 수 없다. 최하 등급인 5등급을 받거나, 아예 시험을 치르지 않은 등급 미취득자가 절반이 넘는 54%에 이른다. 외교관 평가의 5등급은 같은 난이도의 일반인 평가와 비교하면 2등급에 해당한다고 외교부는 설명했다. 또 이번 평가가 상대국과 협상하는 외교관들이 아니라 실무를 뒷받침하는 직원들 일부만을 대상으로 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한글본에서 300건이 넘는 오류가 발견된 데서도 나타나듯이 실무진의 영어 실력 저하는 외교 활동의 큰 걸림돌 내지는 경쟁력 저하 요인이 될 수 있다. 또 5~7급이 아니라 5급 이상 외교관을 상대로 영어 성적을 평가하더라도 국민이 기대하는 수준의 점수가 나오지 않는다는 것은 그동안 여러 차례의 조사에서 나타난 바 있다. 외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국익을 위한 장기적인 전략을 수립하고, 협상을 통해 이를 현실화하는 것이겠지만, 그런 과정에서 언어가 중요한 수단이라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외교관의 영어 실력이 실망스러운 수준이라면 기타 외국어 실력은 절망적인 상황이라는 것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영어권과 일본을 제외한 대한민국 해외 공관의 외교관 및 주재원 가운데 현지 언어로 자유롭게 외교 활동을 벌일 수 있는 인적 자원이 몇 명이나 되겠는가. 일부 국가에서는 외교관의 외국어 능력이 국정원 직원보다 못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외교부는 이번 조사를 계기로 외교관들의 외국어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근본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외교부는 그동안 외국어 능통자를 뽑기 위해 외시 2부나 특채 제도 등을 도입해 왔지만 정부 고위층 등과 가까운 사람들을 위한 편법 충원의 도구가 됐다는 논란 등 때문에 본래의 취지를 살리지 못했다. 외교관 충원 제도가 외무고시에서 국립외교원으로 전환되는 상황에서 외국어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방안이 충분히 고려돼야 할 것이다. 영어는 물론이고 중국어와 프랑어, 스페인어, 아랍어 등 국제사회에서 통용되고 우리의 전략적 이해관계가 걸린 국가나 지역들의 언어도 집중적으로 교육하기 바란다.
  • [WHO&WHAT] 장원급제지사 - 조선 최고 ‘과거 전문가’를 만나다

    [WHO&WHAT] 장원급제지사 - 조선 최고 ‘과거 전문가’를 만나다

    직장인들의 출근 시간이 늦춰지고 비행기도 잠시 쉬어 간다. 당사자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가족과 주변 친지들까지 신경이 곤두선다. 전국의 교회와 사찰에는 하루 종일 기도 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왜 아들딸이 시험을 보는데, 그 엄마가 백일기도를 하고 있는 것일까. 그렇다. 매년 늦가을이면 어김없이 ‘교육공화국’ 대한민국을 요동치게 하는 입시철이 돌아왔다. 아무리 그래서는 안 된다고 입에 거품을 물어도 여전히 한국에서 입시는 곧 교육의 목표이자 모든 것이다. 밤마다 불야성을 이루는 학원가와 수많은 경시대회, 각종 콩쿠르가 순수하게 학문이나 재능을 위해서라고 생각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수십년간 교육정책의 수장이 되는 사람마다 ‘입시 위주의 교육을 지양’하겠다고 했다. 대통령이나 시장, 도지사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과연 얼마나 나아졌을까. 나아지고 있기는 한 것일까. 아니 과연 나아지는 게 어떤 것이란 말인가. 가상 인터뷰 ‘후 앤드 왓’(Who&What)은 도대체 언제부터 단추가 잘못 끼워진 것인지 찾아보기로 했다. 조선시대는 좀 다르지 않았겠느냐는 기대를 안고, 자식을 위해 조선 최고의 시험 전문가를 찾아간 남산골 김씨 부인의 뒤를 따라가 봤다. 미리 밝혀 두지만 오늘은 역사의 결과물이고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는 점을 잊으면 안 된다. 낭랑하게 글 읽는 소리가 마을의 자랑이라고 했다. 김씨 부인은 그게 마냥 좋았다. 옆집 누구네 아들은 기생집에 드나든다고 하는데, 누가 시키지도 않는데 공부에만 관심을 쏟는 아들이 대견했다. 어렸을 때는 그것으로 충분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책만 읽는 아들이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벌써 스무 살이다. 책을 백날 읽어 봐야 쌀이 나오는 것도 아닌데 자나 깨나 서책만 붙들고 있다. 장가를 보내려 해도 초시(初試)라도 붙은 양반과 그렇지 않은 양반은 자리부터 달라지는데 말이다. 김씨 부인이 아들에게 물었다. “결국 책을 읽는 것은 과거를 보고 관직을 얻기 위함이 아니냐. 이제 한번 과장(科場)에 나서 가문의 이름을 떨쳐야 할 때가 아니냐.” 아들이 정색하며 대답했다. “학문의 목적이 어찌 개인의 출사일 수 있겠습니까. 그리고 전 아직까지 나라의 그릇이 될 정도로 배우지도 못했습니다.” 한숨이 늘어 가는 김씨 부인에게 어느 날 집안 사정을 속속들이 아는 앞집 박씨 부인이 좋은 수가 있다며 찾아왔다. 각종 서적의 필사본을 파는 아랫마을 책방 주인이 바뀌었는데, 과거에 대해서는 모르는 것이 없는 장안 제일의 전문가란다. 10대에 초시에 붙었는데, 돈 버는 일이 좋아서 관직 대신 이 길로 나섰다는 것이다. 박씨 부인이 말한다. “지난 과거에서 장원급제한 판서댁 자제도 한사코 과거가 이르다며 만류하다가 이 사람을 만난 후 불과 반나절 만에 마음을 바꿔 과장에 나갔다니까요. 일단 한번 만나나 봐요. 상담하는 건 돈도 안 받는다던데. 그 댁 아들도 초시는 붙어야 한숨 돌릴 것 아니에요.” 그냥 만나 보기만 해도 된다는데 손해 볼 것 없는 일 아닌가. 다음 날 김씨 부인의 발걸음이 책방으로 향한 것은 당연한 일. 입구에서 ‘이생’을 찾으면 된다고 했는데···. 안내를 받고 서가 사이에 앉자 잠시 후 책장 너머로 한 남성이 나타나 돌아앉아 얘기를 꺼내기 시작했다. 이생 마주 뵙고 말씀을 드려야겠지만 제 처지가 밖으로 대놓고 얼굴을 드러낼 만하지 못합니다. 이 일을 하다 보면 나라에서 금하는 것들과 연결이 될 수밖에 없어서요. 김씨 괜찮습니다. 저야 그냥 몇 가지 여쭤 보려고 찾아온 걸요. 제 아들이 올해 스물인데 책만 읽고 과장에 나가려고 하지를 않습니다. 과거를 보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를 잘 모르는 것 같습니다. 저 역시 아녀자인지라 과거의 힘을 잘 모르기도 하고?. 이생 유학을 하다 보면 욕심 없는 것을 미덕으로 여기는 경향이 있지요. 수신제가에 만족하는 사람도 많고요. 분명한 건 과거에 급제하면, 그것도 장원을 하면 본인과 가문의 격이 달라진다는 겁니다. 물론 쉬운 길은 아니지요. (조선시대 전체의) 경쟁률로 따지면 744번 열린 문과시험에서 급제자는 1만 4620명 정도입니다. 많은 것 같지만 자격시험에 불과한 초시인 생원시와 진사시 합격자가 대부분이라는 점을 감안해야죠. 정기 시험인 식년시는 500여년 동안 고작 163회에 불과하고 시험마다 전국 각지에서 2000~3000명씩 몰려들어요. 그중 장원급제자는 1명. 조선 전체를 통틀어도 연간 장원급제자는 1.4명에 불과하지요. 안정적으로 관직이 보장되는 대과 합격자까지 넓힌다고 해도 회당 고작 33명뿐입니다. 김씨 (한숨을 내쉬며) 걷기도 전부터 책을 읽는 그 수많은 사람들 중에서 최소한 33명 안에는 들어야 한다는 얘기군요. 순수하게 학문이 전부도 아니겠죠? 이생 흠. 명문세가는 대를 물리려면 문과에 급제하는 것이 필수니까, 기를 쓰고 덤벼듭니다. 어렸을 때부터 좋은 선생을 모셔 영재교육도 받으니까 진사나 생원이 차린 서당에서 수학한 선비들은 불리할 수밖에 없지요. 부인할 수 없는 건 입신양명하려면 과거에 급제하는 것이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는 겁니다. 김씨 그런데 선생께서 유명해지신 건 과거를 보는 요령을 알려 주시기 때문이라고 들었는데요. 정말 선생께 배우면 과거에 급제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건가요. 이생 허허. 물론 공부도 안 한 사람을 그냥 합격시켜 주는 방법은 거의 없습니다. ‘절대’가 아니라 ‘거의’인 이유는 조금 있다가 설명드리죠. 확실한 것은 요령 없는 시험은 없다는 겁니다. 사실 저와 동문수학한 사람들 중에는 시험관도 있고, 시험장을 감시하는 입문관도 있고, 답안을 고쳐 줄 수 있는 사람도 있습니다. 김씨 답안을 고쳐요? 그런 일이 가능한가요. 나라님께서 지켜보는 시험인데 어떻게 그런 일이?. 이생 그러니까 제가 먹고사는 것 아닙니까. 찾고자 하면 길은 얼마든지 있습니다. 당연히 위험한 길이니 비용이 들지요. 초시를 예로 들어 볼까요. 초시는 과장 사수(寫手), 거벽(巨壁), 선접꾼 이렇게 세 가지만 있으면 거의 완벽하게 통과할 수 있습니다. 김씨 시험을 보러 가는데 사람이 필요하다고요? 이생 요즘 어머니답지 않게 이쪽으로는 전혀 걸음도 안 하신 분이 분명하군요. 혹시 글씨가 예뻐야 모든 게 예뻐 보인다는 말 아시나요. 과장 사수는 악필들이 주로 쓰는데, 응시자를 대신해 글씨를 써주는 사람입니다. 가장 많고 가장 저렴하죠. 그 다음이 거벽인데 이건 과거 문제를 풀어 주고, 시문도 지어 주는 사람이지요. 이도 저도 아니면 그냥 책을 펼쳐 놓고 몰래 베끼는 게 더 나아요. 어차피 사람도 많은 데다 시험관들이 별로 감독도 안 하거든요. 선접꾼은 말 그대로 주먹을 사는 겁니다. 과장에 햇볕이 내리쬐거나 하면 시험 보는 데 방해가 되잖아요. 과장에 몇 군데 나무 그늘 같은 명당이 있는데, 공부만 하던 선비들이 뛰기는 힘드니까 선접꾼을 사서 미리 자리를 잡아 놓는 것이 유리하죠. 더 확실한 건 시험장 서리를 매수하는 건데 요새는 서체로 응시자를 알 수 없도록 서리들이 답안을 베껴서 그걸로 채점하거든요. 그때 서리가 답안을 고치면 되죠. 김씨 나라에서 금하는 일을 참 많이들 하나 보군요. 비용도 많이 들겠어요. 이생 투자 없이 얻어지는 결과물이 어디 있습니까. 진사나 생원만 돼도 호칭이 바뀐다는 점을 생각해 보세요. 운이 좋아서 지방수령 자리라도 하나 받으면 집 한 채 값이 아깝겠어요. 김씨 그런 편법이나 부정행위 말고 진짜 요령도 있나요. 예를 들어 시권(試券·답안지)은 언제 내는 것이 좋다니 하는 것들요. 이생 상담받으러 오셔서 너무 많은 걸 알려고 하시는군요. 뭐 제 직감상 또 오실 것 같아서 몇 가지 더 말씀드리죠. 시권은 빨리 낼수록 유리합니다. 어차피 같은 문제를 푸는데, 먼저 푸는 사람이 잘한다는 인상을 줄뿐더러 채점도 하다 보면 지치거든요. 특히 사서삼경의 암기와 해석을 쓰는 생원시 같은 경우에는 일단 한번 작성하면 고치지 않는 게 좋습니다. 장고 끝에 악수라고들 하잖습니까. 아. 가끔 이름을 빼먹는 사람도 있는데, 꼭 시권에 조상 이름과 자기 이름을 써야 한다는 걸 잊으면 안 됩니다. 우스워 보이지만 매년 수십 명이 이것 때문에 떨어져요. 마지막으로 종이, 종이가 중요합니다. 시험지를 각자 사가야 하는데, 이왕이면 두껍고 질 좋은 종이를 사야 합니다. 시험관들 마음이라는 것이 좋은 종이를 보면 좋은 가문으로 생각하기 쉽거든요. 김씨 선생님 말씀을 듣다 보니 착하고 바르게 살라는 학문을 배우고 있는 사람들이 출세를 위해 못하는 짓이 없다는 생각이 드네요. 이걸 아들에게 어떻게 전해야 할지 고민입니다. 아들이 이 얘기를 들으면 과장 근처에도 안 가려고 할 텐데요. 이생 과연 그럴까요. 아드님은 분명 이 길을 따라 과거를 보든가 아니면 이 같은 일을 바로잡기 위해 과거를 보든가 둘 중 하나를 택하게 될 겁니다. 낭충지추. 이런 부정과 편법이 판치는 과장에서도 탁월한 인재는 분명히 드러나게 돼 있거든요. 절 믿으세요. 제가 조선 제일의 시험 전문가로 불리는 건 그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지요.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참고문헌 -조선의 출세길, 장원급제(정구선·팬덤북스) -조선 양반의 일생(규장각한국학연구원·글항아리) -조선과거실록(지두환·동연) -18세기 조선의 문화투쟁 정조와 불량선비 강이천(백승종·푸른역사) -성균관 유생들의 나날(정은궐·파란미디어) 서울신문은 매주 1회 독특한 포맷의 가상 인터뷰 [WHO&WHAT(후 앤드 왓)]을 1개면에 걸쳐 연재하고 있습니다. 일반 신문기사로는 다루기 힘든 동서고금의 지식과 역사의 정수들을 만남 또는 대담의 형식을 통해 알기 쉽고 재미있게 소개하는 지면입니다. 청소년, 어른 모두에게 즐겁고 색다른 지식의 장이 될 것으로 자부합니다. 특히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들에게는 훌륭한 논술교재로도 활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WHO&WHAT] “퀴즈쇼서 인간에 완승한 슈퍼컴 왓슨(Watson)을 만나다” [WHO&WHAT] 무덤에서 불러낸 독재자 4인의 가상만찬 ‘재스민 혁명’을 논하다 [WHO&WHAT] 천재소년 송유근, ‘우주비행 성공 50주년’ 맞아 유리 가가린을 만나다 [WHO&WHAT] ‘슈퍼히어로’ 스파이더맨, 정신과 전문의 김상준 원장과 상담하다 [WHO&WHAT] 지구수비대 지원한 인간형 로봇 ‘마루’ “아톰·태권V처럼 지구 지켜서…” [WHO&WHAT] ‘최악’ 통념 B형 男기자, 혈액형의 아버지 ‘란트슈타이너’에 따지다 [WHO&WHAT] ‘전 세계 여성의 로망’ 버킨백을 만나다 [WHO&WHAT] 선택 따라 전혀 다른 결과…”이렇게 검색하면 진리가 밝혀질까?” [WHO&WHAT] “남느냐, 떠나느냐” 희곡으로 본 어느 서재 도서들의 열띤 논쟁 [WHO&WHAT] ‘위대한 유산’ 남긴 간송미술관의 전형필, 그리고 우피치미술관의 메디치 [WHO&WHAT] 위대한 예술가 미켈란젤로, 그는 왜 라파엘로를 죽이고 싶었을까 [WHO&WHAT] ‘美우주왕복선은 초대형 폭탄이나 마찬가지’ 물리학자 파인먼의 폭로 [WHO&WHAT] 외규장각 도서 귀환으로 본 약탈문화재의 ‘수구초심(首丘初心)’ [WHO&WHAT] “재능만 주고 사랑은 주지 않던 나쁜 부모들” 유명 인사들의 회상기 [WHO&WHAT] 인류역사를 바꾼 ‘억세게 운 좋은 사내들’ 서바이벌 현장…과연 승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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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WHO&WHAT] 조선 최고의 과거 전문가를 만나다

    [WHO&WHAT] 조선 최고의 과거 전문가를 만나다

     직장인들의 출근 시간이 늦춰지고 비행기도 잠시 쉬어 간다. 당사자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가족과 주변 친지들까지 신경이 곤두선다. 전국의 교회와 사찰에는 하루 종일 기도 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왜 아들딸이 시험을 보는데, 그 엄마가 백일기도를 하고 있는 것일까. 그렇다. 매년 늦가을이면 어김없이 ‘교육공화국’ 대한민국을 요동치게 하는 입시철이 돌아왔다.  아무리 그래서는 안 된다고 입에 거품을 물어도 여전히 한국에서 입시는 곧 교육의 목표이자 모든 것이다. 밤마다 불야성을 이루는 학원가와 수많은 경시대회, 각종 콩쿠르가 순수하게 학문이나 재능을 위해서라고 생각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수십년간 교육정책의 수장이 되는 사람마다 ‘입시 위주의 교육을 지양’하겠다고 했다. 대통령이나 시장, 도지사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과연 얼마나 나아졌을까. 나아지고 있기는 한 것일까. 아니 과연 나아지는 게 어떤 것이란 말인가.  가상 인터뷰 ‘후 앤드 왓’(Who&What)은 도대체 언제부터 단추가 잘못 끼워진 것인지 찾아보기로 했다. 조선시대는 좀 다르지 않았겠느냐는 기대를 안고, 자식을 위해 조선 최고의 시험 전문가를 찾아간 남산골 김씨 부인의 뒤를 따라가 봤다. 미리 밝혀 두지만 오늘은 역사의 결과물이고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는 점을 잊으면 안 된다.  낭랑하게 글 읽는 소리가 마을의 자랑이라고 했다. 김씨 부인은 그게 마냥 좋았다. 옆집 누구네 아들은 기생집에 드나든다고 하는데, 누가 시키지도 않는데 공부에만 관심을 쏟는 아들이 대견했다. 어렸을 때는 그것으로 충분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책만 읽는 아들이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벌써 스무 살이다. 책을 백날 읽어 봐야 쌀이 나오는 것도 아닌데 자나 깨나 서책만 붙들고 있다. 장가를 보내려 해도 초시(初試)라도 붙은 양반과 그렇지 않은 양반은 자리부터 달라지는데 말이다.  김씨 부인이 아들에게 물었다. “결국 책을 읽는 것은 과거를 보고 관직을 얻기 위함이 아니냐. 이제 한번 과장(科場)에 나서 가문의 이름을 떨쳐야 할 때가 아니냐.” 아들이 정색하며 대답했다. “학문의 목적이 어찌 개인의 출사일 수 있겠습니까. 그리고 전 아직까지 나라의 그릇이 될 정도로 배우지도 못했습니다.”  한숨이 늘어 가는 김씨 부인에게 어느 날 집안 사정을 속속들이 아는 앞집 박씨 부인이 좋은 수가 있다며 찾아왔다. 각종 서적의 필사본을 파는 아랫마을 책방 주인이 바뀌었는데, 과거에 대해서는 모르는 것이 없는 장안 제일의 전문가란다. 10대에 초시에 붙었는데, 돈 버는 일이 좋아서 관직 대신 이 길로 나섰다는 것이다. 박씨 부인이 말한다. “지난 과거에서 장원급제한 판서댁 자제도 한사코 과거가 이르다며 만류하다가 이 사람을 만난 후 불과 반나절 만에 마음을 바꿔 과장에 나갔다니까요. 일단 한번 만나나 봐요. 상담하는 건 돈도 안 받는다던데. 그 댁 아들도 초시는 붙어야 한숨 돌릴 것 아니에요.”  그냥 만나 보기만 해도 된다는데 손해 볼 것 없는 일 아닌가. 다음 날 김씨 부인의 발걸음이 책방으로 향한 것은 당연한 일. 입구에서 ‘이생’을 찾으면 된다고 했는데···. 안내를 받고 서가 사이에 앉자 잠시 후 책장 너머로 한 남성이 나타나 돌아앉아 얘기를 꺼내기 시작했다.    이생 마주 뵙고 말씀을 드려야겠지만 제 처지가 밖으로 대놓고 얼굴을 드러낼 만하지 못합니다. 이 일을 하다 보면 나라에서 금하는 것들과 연결이 될 수밖에 없어서요.  김씨 괜찮습니다. 저야 그냥 몇 가지 여쭤 보려고 찾아온 걸요. 제 아들이 올해 스물인데 책만 읽고 과장에 나가려고 하지를 않습니다. 과거를 보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를 잘 모르는 것 같습니다. 저 역시 아녀자인지라 과거의 힘을 잘 모르기도 하고?.  이생 유학을 하다 보면 욕심 없는 것을 미덕으로 여기는 경향이 있지요. 수신제가에 만족하는 사람도 많고요. 분명한 건 과거에 급제하면, 그것도 장원을 하면 본인과 가문의 격이 달라진다는 겁니다. 물론 쉬운 길은 아니지요. (조선시대 전체의) 경쟁률로 따지면 744번 열린 문과시험에서 급제자는 1만 4620명 정도입니다. 많은 것 같지만 자격시험에 불과한 초시인 생원시와 진사시 합격자가 대부분이라는 점을 감안해야죠. 정기 시험인 식년시는 500여년 동안 고작 163회에 불과하고 시험마다 전국 각지에서 2000~3000명씩 몰려들어요. 그중 장원급제자는 1명. 조선 전체를 통틀어도 연간 장원급제자는 1.4명에 불과하지요. 안정적으로 관직이 보장되는 대과 합격자까지 넓힌다고 해도 회당 고작 33명뿐입니다.  김씨 (한숨을 내쉬며) 걷기도 전부터 책을 읽는 그 수많은 사람들 중에서 최소한 33명 안에는 들어야 한다는 얘기군요. 순수하게 학문이 전부도 아니겠죠?  이생 흠. 명문세가는 대를 물리려면 문과에 급제하는 것이 필수니까, 기를 쓰고 덤벼듭니다. 어렸을 때부터 좋은 선생을 모셔 영재교육도 받으니까 진사나 생원이 차린 서당에서 수학한 선비들은 불리할 수밖에 없지요. 부인할 수 없는 건 입신양명하려면 과거에 급제하는 것이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는 겁니다.  김씨 그런데 선생께서 유명해지신 건 과거를 보는 요령을 알려 주시기 때문이라고 들었는데요. 정말 선생께 배우면 과거에 급제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건가요.  이생 허허. 물론 공부도 안 한 사람을 그냥 합격시켜 주는 방법은 거의 없습니다. ‘절대’가 아니라 ‘거의’인 이유는 조금 있다가 설명드리죠. 확실한 것은 요령 없는 시험은 없다는 겁니다. 사실 저와 동문수학한 사람들 중에는 시험관도 있고, 시험장을 감시하는 입문관도 있고, 답안을 고쳐 줄 수 있는 사람도 있습니다.  김씨 답안을 고쳐요? 그런 일이 가능한가요. 나라님께서 지켜보는 시험인데 어떻게 그런 일이?.  이생 그러니까 제가 먹고사는 것 아닙니까. 찾고자 하면 길은 얼마든지 있습니다. 당연히 위험한 길이니 비용이 들지요. 초시를 예로 들어 볼까요. 초시는 과장 사수(寫手), 거벽(巨壁), 선접꾼 이렇게 세 가지만 있으면 거의 완벽하게 통과할 수 있습니다.  김씨 시험을 보러 가는데 사람이 필요하다고요?  이생 요즘 어머니답지 않게 이쪽으로는 전혀 걸음도 안 하신 분이 분명하군요. 혹시 글씨가 예뻐야 모든 게 예뻐 보인다는 말 아시나요. 과장 사수는 악필들이 주로 쓰는데, 응시자를 대신해 글씨를 써주는 사람입니다. 가장 많고 가장 저렴하죠. 그 다음이 거벽인데 이건 과거 문제를 풀어 주고, 시문도 지어 주는 사람이지요. 이도 저도 아니면 그냥 책을 펼쳐 놓고 몰래 베끼는 게 더 나아요. 어차피 사람도 많은 데다 시험관들이 별로 감독도 안 하거든요. 선접꾼은 말 그대로 주먹을 사는 겁니다. 과장에 햇볕이 내리쬐거나 하면 시험 보는 데 방해가 되잖아요. 과장에 몇 군데 나무 그늘 같은 명당이 있는데, 공부만 하던 선비들이 뛰기는 힘드니까 선접꾼을 사서 미리 자리를 잡아 놓는 것이 유리하죠. 더 확실한 건 시험장 서리를 매수하는 건데 요새는 서체로 응시자를 알 수 없도록 서리들이 답안을 베껴서 그걸로 채점하거든요. 그때 서리가 답안을 고치면 되죠.  김씨 나라에서 금하는 일을 참 많이들 하나 보군요. 비용도 많이 들겠어요.  이생 투자 없이 얻어지는 결과물이 어디 있습니까. 진사나 생원만 돼도 호칭이 바뀐다는 점을 생각해 보세요. 운이 좋아서 지방수령 자리라도 하나 받으면 집 한 채 값이 아깝겠어요.  김씨 그런 편법이나 부정행위 말고 진짜 요령도 있나요. 예를 들어 시권(試券·답안지)은 언제 내는 것이 좋다니 하는 것들요.  이생 상담받으러 오셔서 너무 많은 걸 알려고 하시는군요. 뭐 제 직감상 또 오실 것 같아서 몇 가지 더 말씀드리죠. 시권은 빨리 낼수록 유리합니다. 어차피 같은 문제를 푸는데, 먼저 푸는 사람이 잘한다는 인상을 줄뿐더러 채점도 하다 보면 지치거든요. 특히 사서삼경의 암기와 해석을 쓰는 생원시 같은 경우에는 일단 한번 작성하면 고치지 않는 게 좋습니다. 장고 끝에 악수라고들 하잖습니까. 아. 가끔 이름을 빼먹는 사람도 있는데, 꼭 시권에 조상 이름과 자기 이름을 써야 한다는 걸 잊으면 안 됩니다. 우스워 보이지만 매년 수십 명이 이것 때문에 떨어져요. 마지막으로 종이, 종이가 중요합니다. 시험지를 각자 사가야 하는데, 이왕이면 두껍고 질 좋은 종이를 사야 합니다. 시험관들 마음이라는 것이 좋은 종이를 보면 좋은 가문으로 생각하기 쉽거든요.  김씨 선생님 말씀을 듣다 보니 착하고 바르게 살라는 학문을 배우고 있는 사람들이 출세를 위해 못하는 짓이 없다는 생각이 드네요. 이걸 아들에게 어떻게 전해야 할지 고민입니다. 아들이 이 얘기를 들으면 과장 근처에도 안 가려고 할 텐데요.  이생 과연 그럴까요. 아드님은 분명 이 길을 따라 과거를 보든가 아니면 이 같은 일을 바로잡기 위해 과거를 보든가 둘 중 하나를 택하게 될 겁니다. 낭충지추. 이런 부정과 편법이 판치는 과장에서도 탁월한 인재는 분명히 드러나게 돼 있거든요. 절 믿으세요. 제가 조선 제일의 시험 전문가로 불리는 건 그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지요.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참고문헌  -조선의 출세길, 장원급제(정구선·팬덤북스)  -조선 양반의 일생(규장각한국학연구원·글항아리)  -조선과거실록(지두환·동연)  -18세기 조선의 문화투쟁 정조와 불량선비 강이천(백승종·푸른역사)  -성균관 유생들의 나날(정은궐·파란미디어) 서울신문은 매주 1회 독특한 포맷의 가상 인터뷰 [WHO&WHAT(후 앤드 왓)]을 1개면에 걸쳐 연재하고 있습니다. 일반 신문기사로는 다루기 힘든 동서고금의 지식과 역사의 정수들을 만남 또는 대담의 형식을 통해 알기 쉽고 재미있게 소개하는 지면입니다. 청소년, 어른 모두에게 즐겁고 색다른 지식의 장이 될 것으로 자부합니다. 특히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들에게는 훌륭한 논술교재로도 활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WHO&WHAT] “퀴즈쇼서 인간에 완승한 슈퍼컴 왓슨(Watson)을 만나다” [WHO&WHAT] 무덤에서 불러낸 독재자 4인의 가상만찬 ‘재스민 혁명’을 논하다 [WHO&WHAT] 천재소년 송유근, ‘우주비행 성공 50주년’ 맞아 유리 가가린을 만나다 [WHO&WHAT] ‘슈퍼히어로’ 스파이더맨, 정신과 전문의 김상준 원장과 상담하다 [WHO&WHAT] 지구수비대 지원한 인간형 로봇 ‘마루’ “아톰·태권V처럼 지구 지켜서…” [WHO&WHAT] ‘최악’ 통념 B형 男기자, 혈액형의 아버지 ‘란트슈타이너’에 따지다 [WHO&WHAT] ‘전 세계 여성의 로망’ 버킨백을 만나다 [WHO&WHAT] 선택 따라 전혀 다른 결과…”이렇게 검색하면 진리가 밝혀질까?” [WHO&WHAT] “남느냐, 떠나느냐” 희곡으로 본 어느 서재 도서들의 열띤 논쟁 [WHO&WHAT] ‘위대한 유산’ 남긴 간송미술관의 전형필, 그리고 우피치미술관의 메디치 [WHO&WHAT] 위대한 예술가 미켈란젤로, 그는 왜 라파엘로를 죽이고 싶었을까 [WHO&WHAT] ‘美우주왕복선은 초대형 폭탄이나 마찬가지’ 물리학자 파인먼의 폭로 [WHO&WHAT] 외규장각 도서 귀환으로 본 약탈문화재의 ‘수구초심(首丘初心)’ [WHO&WHAT] “재능만 주고 사랑은 주지 않던 나쁜 부모들” 유명 인사들의 회상기 [WHO&WHAT] 인류역사를 바꾼 ‘억세게 운 좋은 사내들’ 서바이벌 현장…과연 승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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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생명의 窓] 화급한 인간화의 길/오강남 캐나다 리자이나대 명예교수

    [생명의 窓] 화급한 인간화의 길/오강남 캐나다 리자이나대 명예교수

    공자(孔子)님은 우리가 따를 행동 원리로 의(義)와 이(利)를 대조시킨다. 인간으로서 마땅히 수행해야 할 올바른 일, 곧 의를 위해 사는 사람을 군자(君子)라고 하고, 자기나 자기 집단의 이해관계에 따라 이익이 되는 일, 곧 이를 위해 살아가는 사람을 소인(小人)이라고 했다. 지금 세계가 거의 의(義)보다는 이(利)를 좇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특히 경제적으로 부(富)하다는 나라에서 경제적 가치를 최고의 가치로 떠받들고 경제지수(GNP)에만 신경을 쓸 뿐 이른바 ‘행복지수’(GNH) 같은 것은 거의 무시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것이 세계적 추세이기는 하지만, 지금 경제대국으로 발돋움하려고 혼신의 노력을 경주하는 한국에서 이렇게 경제적 이를 추구하려는 의욕이 더욱 극심하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든다. 우리 주위를 보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사람을 사랑하고 물질을 이용하라는 기본 원칙과 반대로 물질을 사랑하고 그 물질을 얻기 위해 사람들을 이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경제가 사람을 위해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경제를 위해 있는 것으로 믿는 사람들이 많다. 경제라는 신을 섬기며 그 신의 표정 하나하나에 따라 희비를 되풀이하고 있다. 공자님의 시각에서 보면, 지금 우리 대한민국은 의를 위해 사는 군자나 대인의 나라이기보다 모두 이에 올인하는 ‘소인배 공화국’인 셈이다. 맹자(孟子)님도 마찬가지다. 맹자님이 양나라 혜왕을 찾아갔다. 왕은 “선생께서 이렇게 불원천리하고 오셨으니 우리나라에 이(利)를 주시겠지요.”라고 했다. 이에 맹자님은 왕을 향해 왕이 이를 말하면, 지금 말로 해서, 장관·공무원·국민들이 모두 이를 좇을 것이고 그렇게 되면 “나라가 위태로워질 것”이라고 하면서, 왕은 어찌하여 인의(仁義)를 말씀하지 않고 “하필 이(利)를 말씀하십니까(何必曰利)?”라 했다. 맹자님은 한 걸음 더 나아간다. 우리 인간은 모두 ‘네 가지 실마리(四端)’를 가지고 태어났다고 한다. 측은지심(惻隱之心), 수오지심(羞惡之心), 사양지심(辭讓之心), 시비지심(是非之心)이다. 맹자님은 우리에게서 이 네 가지가 우리 속에 있어야 하는데, 이 중 하나라도 결하게 되면 우리는 “인간이 아니다(非人也)!”고 단언했다. 우리 주위에서 지금 남의 아픔을 보고 측은히 여기는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나를 포함하여 일반인들은 물론 정치인, 종교인, 경제인, 사회지도자들 중 진정으로 남의 아픔을 나의 아픔으로 여기고 “함께 아파함”(compassion)의 마음을 지닌 이들이 몇이나 될까? 자기의 잘못을 부끄러워하고 싫어하는 마음, 겸손하고 양보하는 마음, 옳고 그름을 분간하는 마음은 또 어떤가? 위장전입을 하고 부동산 투기를 했지만 그것을 부끄러워하고 싫어하는 태도를 보이는 이도 별로 없고, 그것이 옳은 일인지 나쁜 일인지조차 분간하지 못하는 것 같다. 어느 면에서는 그렇게 편법으로 사는 것을 ‘능력’이라 부러워하기까지 한다. 자동차를 타고 가보라. 우리는 거의 모두 “양보는 곧 죽음이다.”하는 식으로 한 치의 양보도 없이 끼어들고, 이런 신념을 아침 저녁 출·퇴근하면서 실천하고 확인한다. 이런 운전 문화가 지배하는 사회에 사양의 마음을 기대할 수 있을까? 이런 물음을 놓고 우리 스스로를 냉철히 돌이켜보면 우리는 지금 모두 비인간화(非人間化)된 사회에 살아가고 있는 인간 아닌 인간들인 셈이다. 오늘 한반도에 사는 한민족이라면 모두 힘을 합해 이 소인배공화국을 군자공화국 내지 대인공화국으로 바꾸는 작업, 비인간화된 우리 스스로를 다시 인간이 되게 하는 인간화(人間化) 작업에 힘을 합해야 하리라. 그야말로 “공자왈 맹자왈”, 너무 고답적이고 추상적인 이상이라고 생각될지 모르지만 사람이 사람답게 살기 위해서 이보다 더 근본적이고 시급한 과업이 어디 있겠는가. 그러면 이런 일이 어떻게 가능하게 될 수 있을까? 이 문제는 의식 있는 모든 사람들이 서로 머리를 맞대고 궁리해야 할 공동의 과제일 것이다.
  • 박연호회장 200억 불법대출 ‘유죄’

    200억원대 불법대출로 기소됐다가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박연호(61) 부산저축은행 회장 등 임원 4명에 대한 사건이 대법원에서 파기환송됐다. 대법원 2부(주심 전수안 대법관)는 27일 골프장 건설사업을 추진하면서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해 213억원을 불법으로 대출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로 기소된 박 회장 등 임원 4명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유죄 취지로 부산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SPC 명의로 골프장 건설사업을 추진했다고 원심은 인정했지만, 부산저축은행이 골프장 건설사업을 시행하기 위해 편법으로 이뤄진 것임을 알 수 있다.”면서 “피고인들의 행위는 저축은행 설립목적에 근본적으로 반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박 회장 등은 임직원의 친척·지인 명의로 울산 울주군 등의 토지를 매수해 SPC를 설립한 다음 사업타당성이나 담보에 대한 평가 없이 213억원을 불법대출한 혐의로 울산지검에 의해 2008년 기소됐다. 1심은 이들에게 징역형을 선고했지만, 항소심은 배임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안석기자 ccto@seoul.co.kr
  • 원자력의학원 ‘수십억 수당잔치’

    국립원자력병원을 운영하는 한국원자력의학원이 근거 없는 각종 수당을 직원들에게 지급한 데다 환자들로부터는 진료비를 초과 징수한 것으로 드러났다. 교육과학기술부는 한국원자력의학원에 대한 정기 종합감사 결과에 따라 편법·부당 예산 집행과 부실경영 책임을 물어 기관경고와 함께 이종인 원자력의학원장에 대한 징계를 이사회에 요청했다고 25일 밝혔다. 또 부당 지급된 25억 700만원을 회수했다. 원자력의학원은 이사회 심의나 의결 없이 노조와의 이면합의만으로 1010명 직원 전원에게 모두 6억 9400만원의 동기부여금(복리후생비)을 줬다. 또 연월차 보전 수당을 대체한 ‘추가조정수당’을 임의로 신설, 616명에게 10억 1600만원을 지급하기도 했다. 게다가 퇴직금 산정 때 연차수당을 1.4~1.5배 가산하거나 규정에도 없는 동기부여금등까지 포함시켜 21명에게 4600만원의 추가 퇴직금을 나눠 줬다. 감사에서 임직원의 경우 의무수당 등 38종 262억 9100만원을 원장 결재만으로 주고, 보건휴가 미사용자 775명에게 보건수당 명목으로 6억 1100만원을 부당하게 지급한 사실도 밝혀졌다. 진료비 징수과정의 부정도 적발됐다. 요양급여 대상인 진료비 항목을 비급여로 처리, 환자 5251명으로부터 3300만원을 더 받는가 하면 별도 산정이 불가능한 항목을 임의 비급여로 책정해 요양급여 환자 8만 7605명에게 1억 2300만원을 더 청구했다. 교과부는 이에 따라 관련자 문책과 함께 진료비 1억 8000만원을 환급하도록 조치했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 공공기관, 법인카드로 술 먹고 선물 사고…

    공공기관 직원들이 법인카드를 유흥업소에서 쓰거나 개인적으로 쓰는 등 정부 지침을 위반한 사례가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23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공기업(27개)과 준정부기관(82개) 등 109개 공공기관은 최근 자체적으로 특별감사를 벌여 법인카드 부정사용 사례를 적발하고 인사조치했다. 재정부의 ‘공기업·준정부기관 예산집행지침’에 따르면 공공기관의 업무추진비는 ‘클린카드’로 집행해야 하며 사적 사용이 금지된다. 클린카드는 2005년부터 도입된 법인카드로 유흥·위생·레저·사행 등의 업종 사용이 제한된다. 하지만 공공기관이 2010년도 클린카드 사용명세서를 감사한 결과, 유흥업소에서 결제한 것은 물론 휴일에 개인적 용도로 쓰거나 근무시간에 음식점에서 사용한 사례가 대거 적발됐다. 대한주택보증은 백화점에서 선물을 사는 등 사적 용도로 사용한 9건(101만원)의 금액을 환수했다. 도로공사의 경우 통상적 식사시간이 아닌 근무시간(오전 9시 30∼11시 30분, 오후 2∼5시)에 클린카드로 음식점에서 사용한 금액이 4억 2800만원(2529건)에 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도로공사는 각종 민원 대응이나 공사감독 등 불가피한 측면도 있지만, 비정상 시간대의 음식점 이용은 사적으로 사용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관리를 강화하기로 했다. 50만원 이상의 업무추진비를 지출하면 감사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결제금액을 쪼개는 편법 사례도 많았다. 한국환경공단은 한식집에서 97만원어치를 먹고 클린카드 2개로 각각 49만원과 48만원으로 나눠 지불하는 등 분할결제 3건에 대해 관련자들을 인사조치했다. 국민체육진흥공단도 같은 장소에서 5분 이내로 같은 카드를 사용하는 등 분할 결제 사례 11건을 적발했다. 이 밖에 한국석유관리원은 유흥주점과 노래방 등 제한업종에서 43만원(4건)을 사용한 직원들을 경고·주의 조치했고 소비자원은 상임위원이 제과점과 식당에서 개인적 용도로 49만원(44건)을 사용한 것을 환수하고 서면으로 경고했다. 한국연구재단은 업무와 무관할 가능성이 큰 심야(밤 11시 이후)에 사용한 111만원과 휴일에 사용한 101만원을 회수했다. 재정부는 지난 6월 국민권익위원회의 조사 발표로 공공기관의 법인카드 부정사용이 사회적 문제로 제기되자 공공기관에 자체감사를 지시했다. 재정부는 공공기관이 제출한 감사 결과를 외부에 공개하지 않고 감사원에 통보할 방침이다. 전경하기자 lark3@seoul.co.kr
  • 탐욕스런 보험사

    탐욕스런 보험사

    금융업계 가운데 올해 보험업권이 금융감독원의 검사에 가장 많이 적발돼 제재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주주 부당 지원부터 불완전판매, 보험료율 공시 위반, 차명 계좌 등 이유도 다양하다. 금융감독원에 접수된 금융소비자의 민원 역시 다른 금융업권보다 월등히 많았다. 민원인을 상대로 소송을 남발하는 관행도 크게 개선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보험업권에 외환 위기 이후 세금으로 조성해 투입한 공적자금은 무려 21조원에 이른다. 18일 금감원 제재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검사 제재 건수는 보험업권이 40건으로 저축은행(30건)보다 월등히 많았다. 은행과 증권사가 각각 17건이었고, 자산운용사(6건), 카드 및 캐피털(5건) 순이었다. 이날 동양생명은 741건의 자궁소파술(자궁 내막을 긁어내는 수술)에 대해 보험금을 총 2억 2000만원이나 적게 지급하고 과도한 외화유가증권투자로 1300만 달러(약 149억원)의 추가 손실을 낸 데 대해 대표이사를 포함해 10명이 견책 및 주의를 받았다. 흥국생명·흥국화재는 골프회원권 매입을 통해 대주주에게 220억원의 신용공여를 하는가 하면 대주주의 차명 보험계좌를 운영해 지난달 금감원으로부터 제재를 받았다. 특히 흥국화재는 보험대리점에 1년 4개월간 124억원의 대리점수수료를 지급한 후 일부를 돌려받아 회식비 및 계약직 직원의 급여로 사용하는 편법을 쓰기도 했다. ING생명은 손실이 가능한 변액보험을 판매하면서 고지의무를 다하지 않아 불완전 판매를 한 사실이, 미래에셋생명·KDB생명·하나HSBC생명 등은 보험상품의 상품요약서, 금리, 보험료 등을 공시하지 않은 것이 적발됐다. 올해 상반기 금감원에 접수된 민원인의 분쟁조정 신청에서도 보험업권(1만 9688건)이 가장 많았고, 은행·비은행(1만 5349건), 증권·자산운용(2161건) 순이었다. 그나마 금감원 수준에서 민원이 원만하게 조정되는 경우는 다행이다. 손해보험사의 경우 소송이 제기될 경우 금감원의 조정 권한은 없어진다는 점을 악용하는 경우가 여전하기 때문이다. 올해 상반기 손해보험사를 대상으로 한 분쟁조정 신청 중 소송으로 비화된 경우는 378건이었고 이 중 개인이 소송을 낸 것은 32건에 불과했다. 90% 이상이 손보사가 고객을 상대로 낸 소송이었다. 보험사들은 보험료율을 담합해 소비자들에게 큰 손해를 끼치기도 했다. 공정위는 최근 12개 생명보험사에 대해 종신보험, 연금보험, 교육보험 등 개인보험상품의 이자율을 담합했다면서 3600억여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2007년에는 10개 보험사가, 2008년에는 24개 보험사가 담합으로 각각 500억원, 265억원의 과징금이 부과된 바 있다. 고임금도 도마에 올랐다. 13개 보험사의 등기이사 평균연봉(2010년 기준)은 9억 3608만원이었다. 메리츠화재가 31억 4600만원으로 가장 많고, LIG손해보험(16억 3289만원), 삼성생명(14억 5700만원), 현대해상(10억 9900만원), 코리안리(10억 3200만원) 등도 10억원을 넘었다. 이경주기자 kdlrudwn@seoul.co.kr
  • 민주 “실정법 위반하고도 꼬리 자르기”

    민주당이 연일 ‘내곡동 사저’ 문제에 대한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재검토를 지시한 뒤 김인종 경호처장이 사의를 밝혔지만 ‘꼬리 자르기’, ‘눈 가리고 아웅’이라고 규정하며 국정조사 추진 의사를 밝혔다. 김진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18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이 대통령이 전면 재검토를 지시하고 경호처장이 사임한다고 하지만 국민적 분노가 청와대로 향하니 꼬리 자르기를 하는 것”이라면서 “이는 다른 사람의 책임으로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밝힐 것은 밝히고 책임지워야 하기 때문에 책임 규명이 이뤄지지 않으면 국정조사와 함께 19일 검찰에 수사를 의뢰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용섭 대변인은 “청와대가 재검토 방침을 밝히면서 ‘비리가 있지 않지만 실수나 오해가 있어서’라고 했는데 얼마나 오만방자한가.”라면서 “편법증여 의혹과 업무상 배임죄 등 실정법을 위반하고 있으면서도 이를 비리가 아니라고 할 정도로 도덕 불감증이 도를 넘었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의 맹공은 10·26 재·보선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범야권이 선거 승부수로 ‘정권심판론’을 내건 상황에서 내곡동 사저 문제는 핵심 변수다. 청와대와 대통령의 위법 의혹을 제기하며 도덕성을 지적할 수 있다. 나경원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가 대변인 시절,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봉하마을 사저를 두고 ‘아방궁’이라고 비판한 데 대한 맞대응이기도 하다. 아울러 현 정권과 여당 서울시장 후보를 동시 겨냥할 수 있는 사안이다. 민주당이 “이보다 심각한 비리는 없다. 백지화했다고 끝낼 일이 아니다.”라고 벼르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한편 노무현재단은 나 후보가 ‘(사저 문제는) 이 대통령과 노 전 대통령 모두 비판받을 부분이 있다’고 한 데 대해 “봉하마을 사저를 두고 ‘아방궁’, ‘국민 혈세를 물 쓰듯’ 등의 막말을 퍼부은 것은 명백한 허위사실이자 명예훼손”이라면서 “나 후보는 수백만 명의 국민들이 다녀간 봉하에 와서 노 전 대통령 사저가 비판받을 부분이 무엇인지 명명백백하게 밝히라.”며 사저 공방에 가세했다. 구혜영기자 koohy@seoul.co.kr
  • [사설] 재벌의 내부거래 악습 고리 이번엔 끊어라

    공정거래위원회가 공개한 대기업 계열사들의 내부거래 현황을 보면 총수 일가의 부(富) 증식 수단으로 내부거래가 광범위하게 활용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총수 일가 지분율이 30% 미만인 곳의 내부거래 비중은 12.06%인 반면 30% 이상인 곳은 17.90%이다. 총수 일가 지분율이 50% 이상인 계열사의 내부거래 비중은 34.65%나 된다. 특히 매출액 1000억원 미만인 회사는 내부거래 비중이 42.36%이다. 재벌 총수 일가가 세운 시스템통합관리(SI)·부동산·광고 등 소규모 비상장사에 계열사들이 일감을 몰아줘 편법증여나 상속의 형태로 악용되고 있다는 항간의 의혹이 사실로 확인된 셈이다. 자신의 배를 채우기 위해 다른 주주의 이익을 침탈하는 재벌 총수 일가의 이 같은 부당 내부거래는 근절돼야 마땅하다. 공정위는 기업의 공시자료를 근거로 분석한 탓에 정확한 실상 접근에 한계가 있었다고 한다. 기업들은 글로벌 경쟁력 강화 및 업종 특성상 수직계열화의 불가피성을 무시했다고 볼멘소리를 하고 있다. 기업 규모가 커지면서 분사할 수밖에 없는 사정이라든가, 영업비밀 또는 품질 유지 등의 이유로 내부거래가 불가피한 경우도 있을 것이다. 계열사 간 거래에서 가격을 현저하게 낮게 또는 높게 책정했다거나 시장 경쟁성을 저해했다는 증거가 없음에도 내부거래라는 이유로 비난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반론도 있다. 그럼에도 시장의 강자인 대기업집단의 계열사 간 내부거래는 시장 질서를 왜곡시켜 중소기업과 소액주주, 소비자의 이익을 침해하게 된다. 국회는 지금 일감 몰아주기에 증여세를 매기는 세법개정안을 심의 중이다. 시장 경쟁을 저해하지 않는 경우는 예외로 하더라도 가급적이면 내부거래를 근절하는 방향으로 법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부당 내부거래를 막는 길은 철저한 세금 환수가 최선이다. 그러자면 공정위는 내부거래 현황을 보다 소상히 공개해야 한다. 상세한 정보가 공개돼야 주주권 행사가 활성화되고 시장 규율도 가능해진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기업 스스로 편법·탈법적인 방법으로 부를 대물림하겠다는 유혹을 떨쳐야 한다. 1%의 탐욕을 비난하는 지구촌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 이익을 많이 내는 기업보다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사랑받는 기업’이 필요한 시점이다.
  • 與 보선 악재·임기말 국정운영 부담… 백지화로 정면승부

    與 보선 악재·임기말 국정운영 부담… 백지화로 정면승부

    이명박 대통령이 미국 순방을 마치고 돌아온 바로 다음 날인 17일 논란을 빚었던 ‘내곡동 사저’ 문제를 백지화하고, 취임 전 살았던 논현동 자택으로 퇴임 후 돌아가기로 신속하게 결론을 낸 것은 더 이상 이 문제를 끌면 임기 말 국정 운영에 부담이 된다는 판단을 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과정상 오해나 실수가 있었을 뿐 결코 비리나 그런 것은 아니다.”(청와대 핵심 관계자)라는 설명에도 불구하고 야권으로부터 편법증여, 용도변경 의혹 등이 끊이지 않고 있는 데다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를 비롯, 여권에서조차 내곡동 사저 문제를 “원점에서 재검토하라.”는 요구가 계속 나오고 있는 상황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내곡동 사저’를 둘러싼 정치공방이 장기화되면 당장 코앞으로 닥친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도 ‘악재’가 될 수밖에 없는 만큼 서둘러 ‘백지화’ 쪽으로 결론을 냈으며, 청와대 수석비서관들도 이미 이런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다만 당의 요구를 청와대가 전폭적으로 받아들이는 모양새를 취했기 때문에 앞으로 당의 목소리에 더욱 무게가 실리면서, 이미 가속이 붙은 레임덕(임기말 권력누수 현상)은 더욱 빨라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내곡동 사저를 원점에서 재검토한다는 발표를 두고서도 이런 분위기가 읽혀졌다. 청와대가 소극적인 반면 당쪽에서는 보다 구체적이고, 진전된 정보가 전해졌다. 홍 대표는 이날 이 대통령과 오찬 간담회를 하고 돌아와 “이 대통령이 퇴임 후 논현동 사저로 돌아간다.”고 말했다. 홍 대표는 이날 5부 요인 및 야당 대표와 함께 이 대통령과 오찬 간담회를 가졌으며, 이 대통령, 임태희 대통령실장, 김효재 정무수석과 함께 4명이 30여분간 따로 티타임을 갖고 이 같은 얘기를 나눴다고 한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그러나 “홍 대표가 그런 요구를 했으며, 논현동 자택으로 가는 게 유력하지만 아직 확정된 것은 없다.”면서 여지를 남겼다. 이 대통령이 퇴임 후 논현동으로 돌아가게 되면 현재 논현동 자택을 개·보수해 사용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당초 논현동 자택으로 돌아가기 어려웠던 것은 주변에 3~4층 건물이 밀집해 있어 전직 대통령 사저를 그대로 들여다볼 수 있어 안전상의 문제가 있고, 주변에 경호시설을 지으려면 내곡동보다 오히려 비용이 더 들 수 있다는 점에서였다. 그러나 논현동 자택으로 옮길 경우 굳이 경호훈련 시설을 사저 옆에 따로 지을 필요가 없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고, 이렇게 되면 비용을 줄일 수 있어 이 부분에 대한 논의가 추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미 사들인 내곡동 사저 부지의 처리 문제도 쉽지 않다. 현재로서는 이 대통령의 아들 시형(33)씨 명의로 된 땅을 모두 국고로 사들이는 방안이 유력하다. 홍 대표도 이날 “내곡동 사저 부지는 국고에 귀속시키고 (활용 방안을 포함한) 후속 절차는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경우 관련 예산을 다른 항목에서 전용해야 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국고 매입 등 다양한 방안을 놓고 추후 논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수기자 sskim@seoul.co.kr
  • 14개 부수법안 계류… 하위법령, 협정문에 맞춰 손봐야

    14개 부수법안 계류… 하위법령, 협정문에 맞춰 손봐야

    미국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비준 절차를 마무리함에 따라 국내 비준 절차도 탄력을 받게 됐지만 앞으로 남은 과제들도 적지 않다. 한·미 양국은 내년 1월 1일에 한·미 FTA가 발효되기를 기대하고 있지만 우리 국회 비준은 물론 관련 법안에 대한 정비 등이 끝나야 비로소 발효를 위한 조건을 충족하게 된다. 그야말로 ‘산 넘어 산’의 형국이다. 현재 비준안은 국회 상임위에서 토의 단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야당은 ‘강행 처리 시 무력저지하겠다.’며 맞서고 있어 파란이 예상된다. 물론 미국의 FTA 법안 처리에 부담을 느낀 여당과 야당이 극적으로 합의하거나 제3의 방법으로 비준안을 예정대로 이달 내 마무리한다면 다행이지만 그러지 못할 경우 상황은 어려워진다. 한·미 FTA 발효에 대비해 고쳐야 할 관련법은 모두 25개다. 이 중 공인회계사법, 세무사법 등 9개 법률은 이미 개정을 마친 상태고 14개 법안이 국회에 계류된 상태다. 2개 법안은 발효 후 3년 내 개정하면 된다. 2009년 9월 상정된 승용차 개별소비세의 배기량별 차등세율을 일치시켜 단일화하는 개별소비세법 개정안을 비롯해 지방세법, FTA관세특례법, 우편법, 우체국예금보험법, 독점규제·공정거래법, 디자인보호법 등이 남아 있다. 이들 부수 법안은 통과되더라도 시행령, 시행규칙 등 하위 법령을 FTA 협정문에 일치하도록 모두 손봐야 한다. 이를 소홀히 해 법령이 협정문과 배치되고 이로 인해 기업의 피해가 발생한다면, 최악의 경우 우리 정부가 관련 손실을 고스란히 배상해야 할 상황이 올 수 있다. 통상교섭본부 관계자는 “법률의 정비는 규정 하나하나를 협정문과 비교해 가면서 시간을 갖고 꼼꼼히 해야 한다.”면서 “그렇게 해야 향후 발생할 분쟁의 소지를 줄이고 협정 개정 시 우리에게 상황을 유리하게 이끌 수 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서는 지금도 늦은 감이 있지만 최소한 이달 내에 비준안이 처리되고 내달 중 부수 법안을 마무리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 작업이 끝나야 우리나라는 미국에 FTA를 이행할 준비가 완료됐다는 서한을 보낼 수 있다. 최동규 FTA 정책국장은 “부수 법안이 처리된 뒤에도 시행령과 시행규칙 등 후속조치를 차질 없이 준비해야 부작용이 없기 때문에 시간이 정말로 촉박하다.”고 강조했다. 서한을 주고받은 뒤 양국은 FTA 발효 시기를 정한다. 시기는 서한 교환 이후 60일이 경과한 날이나 두 나라가 별도 날짜를 정해 합의한 날이 된다. 국회에서 비준안 처리가 12월로 넘어가거나 내년 임시국회로 넘어간다면 한·미 FTA 발효 시기는 계속 뒤로 지연될 수밖에 없다. 외견상 비준안 지연으로 우리나라가 당장 입게 될 손해는 없다. FTA 발효만 늦춰질 뿐이지만 우리나라의 대외 신인도는 하락하고 현재 진행 중인 중국, 호주 등과의 FTA 협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오일만기자 oilman@seoul.co.kr
  • “위안부 보상기금 신설을” 日 마에하라 민주당 정조회장 제안

    일본 민주당의 마에하라 세이지 정책조사회장이 한·일 간 논란이 일고 있는 종군 위안부 보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새로운 기금을 신설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마에하라 정조회장은 지난 10일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과 회담한 자리에서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인도적 관점에서 생각할 여지가 없는지 서로 논의하고 싶다.”며 기금 신설을 제안했다고 산케이신문이 12일 보도했다. 일본 정부는 1995년 무라야마 도미이치 총리 때 민간기구인 ‘여성을 위한 아시아 평화국민기금’(아시아 여성기금)을 발족시켜 각국 위안부 피해자에게 보상금을 주는 방안을 추진했다. 하지만 우리 측 시민단체들이 “배상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일본 정부의 편법”이라고 지적해 무산됐다. 마에하라 정조회장은 핵무장을 하고 있는 북한과 군비 확장을 계속하는 중국에 대항하기 위해서라도 한국과의 연대를 굳게 할 필요가 있다는 차원에서 위안부 문제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제안을 한 것으로 여겨진다. 실제로 마에하라 정조회장은 지난 5일 방한을 앞둔 겐바 고이치로 외무상에게 “위안부 문제를 ‘해결 완료’라고 단언할 게 아니라 (한국 정부에) 여운을 남기는 게 좋다.”고 조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마에하라 정조회장의 발언이 알려지자 산케이신문 등 일본 언론은 외교 경험이 모자란 노다 요시히코 총리나 겐바 외무상을 돕겠다는 그의 의도는 이해하지만 정부의 공식 외교와 엇갈리는 ‘이원 외교’가 될 수 있다며 비판하고 있다. 도쿄 이종락특파원 jrlee@seoul.co.kr
  • 野 “사저 구입비 일부 세금 부담” 與 “경호동 대폭 축소 검토해야”[동영상]

    野 “사저 구입비 일부 세금 부담” 與 “경호동 대폭 축소 검토해야”[동영상]

    민주당이 이명박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 문제에 연일 십자포화를 쏟아붓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11일 부지 명의를 본인으로 전환하겠다고 했지만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이 내곡동 부지를 방문하고 원내대책회의와 국회 대정부질문 등을 통해 파상공세를 폈다. 민주당은 부동산실명제법 위반과 편법 증여, 다운계약서 작성 의혹 등을 주장하며 관련 실무진의 처벌을 요구했다. ‘사저 문제’로 ‘반MB(이명박)’ 정서를 확산, 서울시장 선거전을 ‘정권 심판론’ 구도로 만들고, 박원순 범야권 단일후보의 신상 의혹을 제기하는 한나라당에 맞서 ‘도덕성’ 맞불을 놓으려는 포석으로 읽힌다. 김진표 원내대표는 오전 원내대책회의에서 “아들 이름으로 자금을 조달해서 산 것은 명백한 부동산실명제법 위반에다 편법 증여”라고 비판하며 전면 재검토를 촉구했다. 주승용 정책위부의장은 “이 대통령의 사저 경호시설 땅값이 노무현 전 대통령보다 16배 비싸고, 면적은 200평이 더 넓다. 한나라당 나경원 후보는 4년 전 노 전 대통령에게 했던 것처럼 대통령에게 최소한의 도덕성과 염치가 있느냐고 물어야 할 것”이라고 몰아세웠다. 이 대통령의 본인 명의 이전 방침에 대해 이용섭 대변인은 “이제야 부랴부랴 대통령 명의로 옮긴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는 게 아니다. 사저 구입 비용의 일부를 국민 세금으로 부담한 데 대한 책임자 처벌이 따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맞서 한나라당은 이 대통령의 조치가 적절했다고 반박하며 서둘러 진화에 나섰다. 김기현 한나라당 대변인은 “이번 사안이 불필요한 논란과 의구심을 불러일으킨 만큼 청와대의 (명의 전환)조치는 적절했다.”면서 “사저 경호동을 대폭 축소하는 등 국민이 공감할 수 있도록 추진하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날 정치분야 대정부질의에서 민주당 문학진 의원은 김황식 국무총리를 상대로 “등기부등본을 확인해 보니 내곡동 부지를 공시지가의 40~60% 정도 가격에 구입했다. 다운계약이 아닌가.”라고 물었다. 이에 대해 김 총리는 “다운계약서는 실제 계약보다도 가격이 낮은 경우다. 다만 공시지가를 계산할 때 헐어버릴 건물까지 고려하지 않은 점은 오해의 소지가 있다. 실제 거래 가격대로 거래를 했다.”고 답했다. 민주당 의원들이 이번 논란에 대해 대통령의 사과를 촉구하자 김 총리는 “적법한 예산과 절차로 이뤄졌기 때문에 대통령이 사과하거나 철회해야 할 문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구혜영·황비웅기자 koohy@seoul.co.kr
  • [기고] 간호등급제, 생명 지키는 기본정책/조규숙 대한간호협회 대외협력특별위원장

    [기고] 간호등급제, 생명 지키는 기본정책/조규숙 대한간호협회 대외협력특별위원장

    2011년 한국사회에서 의료소비자의 주권이 강화되고 있다고는 하지만 병원을 이용하는 환자들은 여전히 많은 부분에서 약자일 수밖에 없는 게 우리의 현실이다. 특히 질 높은 간호, 안전한 간호를 받아야 하는 당연한 권리를 영문도 모른 채 빼앗기고 있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환자들이 질 높고 안전한 간호를 받을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만들어진 제도가 있다. 바로 1999년부터 도입된 간호등급차등제가 그것이다. 간호등급차등제는 의료기관에서 간호사 수를 얼마나 확보하고 있느냐에 따라 1~7등급으로 구분해 건강보험수가(간호관리료)를 차등지급하는 제도다. 간호사 한 명이 적정한 수의 환자를 맡아 충분한 간호를 제공했을 때 나타나는 성과, 즉 간호등급제 도입에 따른 성과는 국내외 여러 연구결과에서 입증되고 있다. 환자 안전 측면뿐 아니라 환자들의 만족도 조사에서도 높은 결과를 얻었다. 간호사들의 직무만족도 또한 향상됐다. 간호등급제에 참여하고 있는 의료기관은 올 2분기 기준으로 상급종합병원 100%, 종합병원 96%, 병원 22% 수준이다. 문제는 참여률이 매우 저조한 병원급 의료기관이다. 이들 병원을 이용하는 국민들은 아무 이유 없이 국가가 공인하는 ‘면허 간호사’(Registered Nurse)로부터 간호 서비스를 받을 권리를 박탈당하고 있으며, 이는 공정사회에서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다. 특히 일부에서 간호등급차등제가 의료 서비스를 양극화해 국민의 건강권을 박탈시킨다는 억지 주장을 늘어놓고 있다. 의료기관이 환자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 간호사를 더 채용하라고 장려하는 제도인 간호등급차등제가 만약 의료 서비스 양극화를 초래했다면 양극화의 한 극단에 있는 의료기관이 제대로 의료 서비스를 수행하고 있지 못하고 있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기에, 국민 건강 측면에서 그 의료기관은 퇴출되어야 마땅하다. 또한 간호등급제 인력기준에서 간호보조인력이 제외된 것이 문제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사회보험인 건강보험은 균등한 기준의 서비스에 대해 합당한 보상을 해야 한다. 그런데 의료인과 의료인이 아닌 인력을 같은 제도 내에서 보상을 한다는 것은 법적으로나 사회보험제도 입장에서 볼 때 용납될 수 없는 문제인 것이다. 의료법에 의료인이 아닌 자는 어떠한 경우에도 의료 서비스를 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는 것은 의료행위가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만약 의료인이 아닌 자의 서비스에 건강보험이 보상을 한다면, 국민의 건강권 박탈뿐 아니라 건강보험 재정 또한 파탄날 것이다. 간호등급제는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기본조치이다. 법정간호인력보다 낮게 설정된 현행 간호관리료 기준등급은 반드시 개선되어야 한다. 간호등급제는 최상의 전문인력으로부터 간호 서비스를 받기 원하는 국민의 욕구를 충족시키고 건강권을 보장하려는 필수조치이며, 선진사회가 되는 데 필요한 기본 조건이다. 의료는 노동집약적인 분야이므로 중소병원이 중장기적으로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의료인력에 대한 투자가 무엇보다 우선되어야 한다. 눈앞의 이익만 좇다가는 국민에게 외면받을 수밖에 없다. 편법으로 인력을 활용하고 수익을 올리려는 방식으로는 결코 살아남을 수 없다.
  • MB ‘내곡동 사저’ 본인 명의 이전

    이명박 대통령이 11일 장남 시형(33)씨 명의로 구입해서 논란을 빚었던 서울 서초구 내곡동 사저 부지를 다시 본인 명의로 사들이기로 했다. 언론을 통해 이미 관련 내용이 공개돼 더 이상 ‘보안’이 무의미해진 데다 불필요한 오해를 불러일으켜 야권에 공세의 빌미를 주지 않겠다는 뜻이다. 이 대통령은 당초 능안마을에 있는 내곡동 사저 부지에 집을 다 짓고 준공 허가가 날 시점에 관련 사실을 공개할 예정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민주당 등 야권이 편법 증여 의혹을 제기하면서 다운계약서를 작성했다고 주장하는 등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파상 공세의 표적이 되자 서둘러 명의 전환에 나선 것이다. 명의 전환은 이 대통령이 직접 지시했다고 한다. 이 대통령이 미국 방문을 마치고 돌아오는 오는 16일까지는 모든 절차가 끝나 이 대통령 명의로 내곡동 사저 부지 명의가 변경될 전망이다. 명의 전환 과정은 다소 복잡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논현동 자택(부지) 중 나머지 본인 소유분 673㎡(약 203평)를 담보로 은행에서 다시 대출을 받아 시형씨로부터 부지를 사들이는 절차에 착수하게 된다. 시형씨가 부지를 매입한 지난 5월 13일 이후 냈던 취·등록세 등이 3400여만원이고, 6월 말 잔금을 치른 후 약 석 달간 농협에 냈던 750여만원의 이자, 또 친척들에게 지급했던 이자 등을 감안하면 이 대통령이 실제 아들 시형씨로부터 매입하는 금액은 11억 2000만원보다는 많은 11억 6000만~7000만원 선이 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관계자는 “시형씨가 당초 구입했던 비용에 그간 냈던 이자와 세금 등을 감안해 실매입가격이 결정될 것”이라면서 “(시형씨에게) 더 높은 가격을 주고 구입하면 ‘증여’ 논란이 생길 수 있다는 점을 감안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김황식 국무총리는 이날 국회 정치분야 대정부질문 답변을 통해 “이 대통령의 내곡동 부지 매입은 부동산실명제법과 관계없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김 총리는 민주당 유선호 의원의 실명제법 위반 주장에 대해 “차용한 명의로 등기하면 부동산실명제법 위반이지만 이번 사안은 아들의 이름으로 아들이 취득하고, 나중에 건축하는 과정에서 토지소유권도 다시 대통령 앞으로 이전하는 과정을 거치게 되기 때문에 실명제법과는 관계없다.”고 설명했다. ‘재산이 3000만원인 아들이 대출받을 수 있도록 담보를 제공한 만큼 편법 증여가 아니냐.’는 질문에는 “자금을 대주고 아들이 취득하는 것으로 하면 증여가 되지만 계약주체가 아들이고, 자금을 금융기관 대출로 지급한 것이라면 편법증여 문제는 안 생긴다.”고 말했다. 한편 이 대통령은 미국 국빈방문을 위해 11일 오후 출국했다. 이 대통령은 13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진 뒤 미 하원 본회의장에서 상·하원 합동연설을 통해 한·미 FTA의 경제적 효과와 이를 통한 양국 간 동맹 강화를 역설할 예정이다. 김성수기자 ssk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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