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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지역조합 불법 채용 체계 수술대에 올려야

    그동안 공공연하게 나돌던 농협중앙회와 수협중앙회 산하 지역(단위) 농·축·수협의 불·편법 채용 의혹이 일부 사실로 드러나고 있다. 지역조합의 전·현직 임원이 자녀를 특혜 채용하고, 지역 유력인사는 친·인척을 채용하도록 압력을 넣는 등의 사례가 속속 밝혀지고 있다. 특히 어제 서울신문의 관련 탐사 보도 후 답안지 사전 유출설 등 제보도 쏟아지고 있다고 한다. 이는 지역조합의 특혜성 채용이 일과성이 아니고 전방위로 이뤄져 왔을 수도 있음을 방증한다. 지역조합의 특혜 채용 의혹은 지역사회에서 줄곧 제기돼 왔다. 독립 인사권과 예산권을 가진 지역조합장 선거 과정에서 도움을 준 이들에 대한 대가성 특혜 채용이 무차별적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과열 선거를 치르면서 이해관계가 난마처럼 얽혀 특혜성 채용이 관례처럼 자리를 잡았다는 것이다. 수도권 한 수협의 경우 전체 직원의 절반 이상이 전·현직 임원의 자녀란 말까지 나오고 있다. 지역조합은 해당 지역의 농·축·수산인이 자본을 출자해 만든 법인이다. 지역농·축협의 경우 전국에 1163개가 있다. 주인인 이들이 이익배당 등 혜택을 받는 것은 당연하다. 조합원 자녀에 대한 가산점(총점의 5%) 혜택은 일면 수긍도 된다. 하지만 그간의 채용 행태를 보면, 이들이 전체 조합원을 위한 공적인 조직이 맞나 하는 의구심마저 든다. 공개채용 형식을 빌렸지만 면접 과정이 형식적인 곳이 많았고, 문제지가 사전 유출됐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곳도 있다. 수시로 뽑는 계약직의 경우 채용 1~2년 뒤 객관성 없이 정규직으로 전환한 곳도 부지기수라고 하니, 말문이 막힐 정도다. 우리는 이런 불·편법 채용 행태가 지역조합이 관리감독의 사각지대로 남아 있는 데서 비롯됐다고 본다. 직원을 채용하든, 예산을 집행하든 조직은 공정하고 투명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특히 요즘같이 청년층이 취업하기 힘든 시기에 공정한 취업기회를 보장해야 할 당위성은 더욱 커진다. 농협·수협중앙회는 지역조합의 특수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보완책을 마련하길 바란다. 지역조합도 그동안의 잘못된 관행을 고치는 자정노력을 해야 한다. 가산점을 조정하고 채용시험 관리를 시·도 지역본부에 위탁하는 것도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또한 일부 탈·편법 채용이 사실로 확인된 만큼 차제에 수사 당국은 제기된 다른 의혹들도 낱낱이 파헤쳐야 한다.
  • “공무원은 초등생도 육아휴직” 서글픈 직장맘

    “공무원은 초등생도 육아휴직” 서글픈 직장맘

    대기업에 다니는 이소영(38·여·가명)씨는 최근 둘째인 아들(5)을 키우겠다며 회사에 육아 휴직을 신청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초등학교 1학년인 딸(7)을 돌보기 위해서였다. 학교생활에 적응하기 힘들어하던 딸이 수시로 눈을 찡긋거리는 ‘틱 장애’를 보이면서 아이들을 돌보던 가정부가 갑작스레 일을 그만뒀기 때문이다. 이씨는 현행법상 자녀가 6세 이하인 경우에만 육아 휴직을 사용할 수 있어 둘째인 아들을 핑계로 편법을 쓴 셈이다. 또 다른 직장인 김명진(36·여)씨는 평일 오전에 있는 초등학교 1학년 딸의 학부모 프로그램에 한 번도 참석하지 못했다. 딸의 나이가 만 6세를 넘어 육아 휴직을 쓸 수 없어서다. 김씨는 “(딸이) 단체 생활을 처음 경험하고 많은 규범을 배워 자칫 혼란에 빠질 수 있는 중요한 시기에 곁에서 챙겨 주지 못해 안타깝다”면서 “어머니회 등 학교 학부모 모임이 많은데 직종에 따라 참여 기회를 보장받지 못한다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호소했다. 초등학생(1~2학년) 자녀를 둔 부모의 육아 휴직을 놓고 공무원과 일반기업의 직장인 간 차별 논란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현행법상 공무원은 만 8세(초등학교 2학년) 이하 자녀를 돌보기 위해 휴직할 수 있지만 민간기업 직원은 자녀의 나이가 6세를 넘으면 육아 휴직을 사용할 수 없다. 지난해 개정된 국가공무원법(제71조 2항 4조)은 육아 휴직 기준을 기존 만 6세 이하에서 만 8세 이하로 상향 조정했다. 반면 일반 직장인에게 적용되는 현행법은 아직 개정되지 않아 자녀가 만 6세 이하인 경우에만 육아 휴직을 이용할 수 있다. 공무원과 일반 직장인의 육아휴직 사용 기회가 불공평하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지난해 국회에 의원입법으로 법률 개정안이 제출되기도 했다. 하지만 법률 개정안은 2년째 해당 상임위의 법안심사 소위에 계류 중이다. 개정안은 육아휴직 신청이 가능한 자녀의 나이를 만 6세에서 8세로 올린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병훈 노무법인 참터 공인노무사는 11일 “직장 여성들이 초등학생 자녀를 위해 육아 휴직을 신청하든 경력을 위해 휴직을 하지 않든, 그것은 개인적인 선택이지만 기회 자체가 주어지지 않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때문에 일부 대기업은 자체적으로 초등학생 자녀를 둔 여성 직원들에게 육아 휴직을 신청할 수 있도록 대안을 내놓고 있다. A대기업의 경우 지난해부터 현행법과 상관없이 육아 휴직 확대와 근로시간 단축 제도를 도입해 초등학생 자녀를 돌보도록 하고 있다. 김민석 기자 shiho@seoul.co.kr
  • 대구과학관 ‘채용 비리’ 수사 확대

    국립대구과학관이 합격자를 미리 결정해 놓고 형식적인 면접으로 신규 직원들을 채용한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대구 달성경찰서는 국립대구과학관 직원 채용비리를 조사한 결과 조청원(59) 국립대구과학관장의 개입·주도하에 심사위원들은 백지 채점표를 제출하고 인사실무자는 점수를 임의로 끼워 맞추는 방식을 이용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10일 밝혔다. 경찰은 최종합격자 24명 가운데 공무원 출신 5명, 공무원·공공기관 직원 자녀 7명, 신문기자 부인 2명 등 14명의 채용 과정이 특히 의심스러운 것으로 판단, 정확한 채용 과정을 추가 조사하고 있다. 지난달 7일부터 진행된 대구과학관 직원채용은 필기시험 없이 서류전형(1차)·면접(2차)으로 진행됐다. 직원채용 심사위원회는 조 관장을 비롯해 미래창조과학부 및 대구시 직원 1명씩, 과학관 인사담당자, 외부기관 임원 2명 등 모두 5명으로 꾸려졌다. 미래창조과학부 소속의 심사위원은 이번 공채시험에 합격한 미래창조과학부 김모 서기관이 추천한 동료 직원이다. 조 관장이 위원장을 맡은 심사위는 전형과정에서 응시자들 중 일부를 추천하는 방식으로 사실상 합격자를 미리 결정했다. 이어 심사위원들은 1, 2차 전형에서 응시자별 채점표에 점수를 매기지 않고 서명만 한 뒤 대구과학관 측에 제출했다. 대구과학관 인사담당자는 합격자들에게 임의로 고득점을 주고 탈락자에 대해 낮은 점수를 기재하는 방법으로 집계표를 짜맞췄다. 대구과학관은 심사과정이 담긴 녹취, 녹화, 회의록 등을 일절 남기지 않았고 심사과정에서 결정된 합격자와 최종 합격자를 비교할 수 있는 유일한 자료인 위원별 추천순위가 기록된 서류를 파기한 것으로 드러났다.경찰은 대구과학관 직원채용 심사과정에 개입한 관련자들에 대해 업무방해 혐의를 적용해 사법처리할 방침이다. 또 청탁 및 금품 제공 등에 대해서도 수사를 계속할 계획이다. 대구 한찬규 기자 cghan@seoul.co.kr
  • [열린세상] 인간의 얼굴을 한 공동체/김정기 한양대 교수·언론정보대학원장

    [열린세상] 인간의 얼굴을 한 공동체/김정기 한양대 교수·언론정보대학원장

    고향의 후배가 전화를 걸어 왔다. 친구 아들이 수강한 과목에서 받은 낮은 학점 때문이었다. 담당 교수에게 점수에 대해 문의했는데 시원한 설명 대신 핀잔을 받은 모양이다. 실망한 새내기 신입생인 아이가 교수에 대한 불신감을 토로했고, 질풍노도의 시기를 겪는 민감한 자식 아이가 교육 무용론에라도 빠질까봐 친구의 걱정이 크다는 것이다. 그래서 대부분 대학은 학점에 대한 문의와 정정하는 제도를 마련하고 있으니 근거 자료를 가지고 담당 교수에게 겸손하게 설명하고 필요하면 적극 주장해도 된다고 일러주었다. 그러나 포기했다는 후문이다. 여러 추정이 가능하지만 그냥 감수하기로 판단한 모양이다. 근래 갑(甲)과 을(乙), 강자(强者)와 약자(弱者)의 문제가 우리 사회를 뜨겁게 달구었다. 본사의 물량 밀어내기로 대리점이 파산에 이르렀고, 목숨을 던지며 부당함을 알린 가장의 비극이 사회를 울렸다. 빠듯하더라도 자녀를 공부시키고 늙은 부모와 함께 살 수 있게 만든 골목 상권의 붕괴로 단란한 가정이 해체되는 것을 보며 야만의 얼굴을 한 시장에 분노감이 커졌다. 약자의 수난이 시장에 한정되는 것은 아니다. 암수술로 죽게 된 남편을 병원으로 보내서 치료 한번만 받게 해달라는 아내의 애간장 끊는 울부짖음에 꿈쩍도 않는 교도소 관계자는 “형집행 정지가 그렇게 쉽게 되는 게 아니다”라고 답했다. 그러나 꿈 많은 청춘의 여대생을 살인 교사한 무기징역수 윤모 여인은 2007년부터 병원 특실 생활과 외출로 도합 4년을 교도소 밖에서 지냈다. 돈이 많다는 이유로 강자가 된 그 여인이 애용한, 그 어렵다는 형집행 정지는 또 다른 강자인 의사·검사·변호사의 방조 없이는 이루어지기 어렵다(SBS, 그것이 알고 싶다, 2013년 5월 25일). 약자를 보호하려는 이른바 을을 위한 입법이 본격적으로 시도되고 있는 건 다행이다. 지난 2일 임시국회에서 ‘금융기관이 임차인에게 보증금을 우선 면제한 후 임대인으로부터 상환’ ‘대기업의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 방지’ ‘가맹점에 대한 매장 리뉴얼 강요 등 불합리한 계약 방지’ 등의 내용이 담긴 법안이 통과되었다. 입법의 폭과 깊이를 넓히는 일과 함께 이미 시행 중인 조치에 대한 보완도 필요하다. 2006년에 도입된 여성고용 우대 조치의 경우 2010년의 조사에 따르면 1000명 이상을 고용하고 있는 회사의 51%인 335개 회사, 500~999명을 고용하고 있는 회사의 55.9%인 513개 회사에서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여성고용인과 여성관리자의 비율도 모두 10%대로 여전히 매우 낮다. 약자에 대한 법적 보호조치의 전형인 미국의 소수인종보호조치(affirmative action)는 고용, 교육, 비즈니스 분야에서 역사적으로 차별을 받아 온 소수 인종과 여성을 우대하는 적극적인 선택성을 포함한다. 이 조치가 순탄하게 탄생하고 성장해온 건 아니다. 유색인종을 백인과 분리하고 권리를 제한하는 짐 크로 법에 대항하여 남북전쟁, 흑인노예해방, 흑인인권운동, 시민권운동 등 오랜 세월 동안 피와 땀, 논쟁과 소송의 혹독한 과정을 겪어야 했다. 상원에서 54일간의 필러버스터를 거쳐 1964년 6월 19일 존슨 대통령의 사인으로 소수인종의 평등권을 보장하는 시민권 법안(Civil Rights Act)이 효력을 발생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아직도 이 조치에 대한 찬반 논쟁과 실제 적용을 둘러싼 법적 다툼은 현재진행형으로 되풀이되고 있다. 거대 자본을 앞세워 나만 잘 먹고 잘 살겠다는 강자 독식에 희생되는 을의 수난은 멈추어져야 한다. 강자의 편법으로 인한 을의 눈물과 분노를 어루만지는 인간의 얼굴을 한 공동체를 만들어야 한다. 강자의 탐욕에 의한 약자의 파산을 경쟁과 효율의 시장논리로 강변하지 말자. 사람의 본질과 가치를 소중하게 여기는 공동체의식, 이념의 도그마에 물들지 않은 균형잡힌 역사의식, 물신(物神)주의에 함몰되지 않는 인간애에 토대하는 대한민국 표 약자 보호 공동체철학이 필요하다.
  • [사설] 일감 몰아주기 첫 과세 공정경쟁 촉매제 되길

    국세청이 일감 몰아주기 과세 대상자 1만여명에게 납부 안내문을 처음 발송했다. 이 세금은 내부거래비율이 연간 매출의 30%를 넘는 수혜법인(일감을 받은 기업)의 지배주주나 친인척 가운데 지분이 3% 이상인 사람들이 내도록 돼 있다. 일감 몰아주기는 재벌의 세 확장에 곧잘 이용되는 수법이다. 현대·기아차 그룹이 세운 광고회사 이노션이 설립 8년 만에 업계 2위로 급성장한 게 대표적이다. 기업이 특수관계사에 일감을 몰아주면 다른 회사의 기회를 원천 봉쇄함으로써 공정 경쟁을 저해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일감을 몰아 받은 기업의 대주주는 눈먼 이익을 챙길 수 있다. 이는 편법 상속이나 소비자 피해로 이어지게 된다. 이노션만 하더라도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과 그의 아들·딸인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 정성이 이노션 고문이 100% 지분을 갖고 있다. 따라서 일감 몰아주기 과세는 바람직하다는 게 우리의 판단이다. 어렵게 첫걸음을 뗀 만큼 시행과정에서 적지 않은 문제점이 노출될 수 있을 것이다. 당장 세법이 너무 복잡해 기업들의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고 한다. 쟁쟁한 재무팀을 거느린 대기업은 느긋한 반면 중소기업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는 얘기도 들린다. 애꿎은 피해 기업이 나오지 않도록 세정 당국의 세심한 지도가 요구된다. 중소·중견기업은 과세 대상에서 제외하자는 주장도 있으나, 편법 상속 등의 소지가 있다면 중소기업이라고 해서 봐 줄 필요는 없다. 다만 기업 현실과 너무 괴리되거나 정상적인 거래까지 위축시킬 소지가 없는지는 지속적으로 살펴보고 보완해 나가야 할 것이다. 지분 쪼개기 시도에도 대비해야 한다. 세법이 복잡하다는 것은 그만큼 빠져나갈 구멍도 많다는 의미다. 대주주나 친인척들이 지분을 3% 미만으로 쪼개면 얼마든지 증여세를 피할 수 있다. 국세청이 추산하는 일감 과세액은 연간 1000억원가량이다. 올해 과세 대상자가 1만여명이니 1인당 1000만원인 셈이다. 이 때문에 일부 대기업은 속으로 ‘그깟 세금 내고 말지’ 할 수도 있다. 자칫 대기업은 놓치고 중소기업만 잡는 세금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전혀 근거 없는 것은 아니다. 공정거래위원회, 국세청, 시민단체 등은 감시를 소홀히 해서 안 될 것이다. 기업들도 ‘소나기는 피하고 보자’ 식의 일과성 몸 낮추기나 세금을 피할 방법만 궁리할 게 아니라 내부거래를 줄이고 일감을 나누는 등 근본적인 개선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무엇보다 세제당국은 일감 몰아주기 과세가 실제 증여받지 않은 이익에 토대하는 만큼 위헌 소지가 있고 나중에 주식 배당 소득세도 따로 내는 만큼 이중과세 소지가 있다는 주장에 귀를 기울여 좀 더 합리적이고 정교하게 법규를 다듬어 나가야 할 것이다. 몇몇 구멍 때문에 제도 자체가 좌초하는 일은 결코 없어야 한다.
  • 인문·예체능계 취업률, 대학평가서 제외한다

    내년부터 대학을 평가할 때 인문·예체능 계열 취업률 지표를 반영하지 않는 방안이 추진된다. 지난달 11일 박근혜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대학평가 지표 중 하나가 취업률인데 이를 높이려 문사철(문학 역사 철학) 관련 학과를 폐지하는 대학이 생긴다”고 지적하고, 같은 달 27일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총장단이 “대학을 획일적으로 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건의한 데 따른 조치다. 교육부는 4일 “앞으로 대학평가를 할 때 양적 평가보다 질적 평가를 하도록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교육부는 인문계열 취업률 지표를 배제하는 방안 등을 담은 대학평가 시스템 개선안을 8월 말쯤 발표하기로 했다. 올해 대학평가까지는 지난해 발표한 기준대로 평가가 진행된다. 박백범 교육부 대학지원실장은 “공학·상경 계열의 경우 취업률 지표를 무시할 수 없지만 예체능 계열은 졸업 후 바로 취업하기 힘든 경우가 많고 인문계열 역시 취업률 위주 평가 때문에 교육의 본질이 흔들린다는 지적이 나온다”고 설명했다. 이어 “양적지표 중심으로 이뤄지는 대학평가는 제대로 된 대학평가라고 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한국교육개발원에 따르면 지난해 4년제 대학 취업률은 59.5%였지만, 의약계열(73.8%)과 공학계열(62.6%)에 비해 인문계열(48.4%)과 예체능계열(44.1%)의 취업률이 낮게 집계됐다. 지난해 전체 졸업생 가운데 예체능계열 졸업생이 차지하는 비율은 4년제 11.2%, 전문대 16.9%였다. 인문계열 졸업생은 4년제 13.1%, 전문대 4.0%씩이었다. 그동안 대학평가는 교육역량강화 사업, 정부재정지원 제한 대학 선정, 학자금대출 제한대학 선정 등에 활용되어 왔다. 정부의 대학평가에서 취업률 지표는 15%를 차지했다. 대학평가가 사실상 퇴출대학을 선정하는 기준이 되기 때문에 그동안 대학들이 졸업생 취업률을 높이기 위해 졸업생을 교직원으로 채용하는 등 편법을 동원해 빈축을 사왔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 교육당국 방치 틈타… 외고들, 전면금지된 ‘이과반’ 편법 운영

    2007년 10월부터 자연계열 운영이 전면 금지된 외국어 고등학교가 수년째 공공연하게 이과반을 편법 운영하고 있지만, 교육 당국은 사실상 손을 놓고 이를 방치하고 있다. 당시 교육부는 이과반을 운영하는 외고에 대해 ‘설립 취소’까지 거론하며 강력히 대응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일부 외고는 의대 진학률을 담은 이과반 홍보 자료까지 만들어 뿌릴 정도로 교육 당국의 눈치를 보지 않고 있다. 최근 국제중 입시비리 사건 이후 교육부가 전국의 외고, 국제고 등을 대상으로 교육과정 운영과 입시 등을 전면 조사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외고의 기형적인 이과반 운영 행태가 이번에는 걸러질지 주목된다. 2일 서울신문 확인 결과 전국 31개 외고 가운데 상당수가 자연계열 대학 진학을 희망하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2학년부터 최소 1~2개의 이과반을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 안양시의 안양외고는 2학년부터 영어·중국어·일어 등 전공 언어별로 이과반을 1개씩 개설해 정규 수업시간에 화학Ⅱ 등 자연계열 심화 과목을 가르치고 있다. 고양외고는 1학기 방과후 프로그램에 이과 학생들을 위한 심화반을 개설해 일주일에 6시간씩 수학Ⅱ 과목과 물리Ⅱ, 화학Ⅱ, 생물Ⅱ 수업을 운영했다. 이 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인 A군(18)은 “방과후 수업은 원래 희망자만 듣지만 이과반 학생들은 평소 수업시간에 포함돼 있지 않은 심화 과목을 듣기 위해 대부분 신청한다”고 말했다. 부산외고도 2학년에 이과 2개반을 운영하면서 수학Ⅱ 등 이과 과목을 정규 수업시간에 편성했다. 다른 외고들도 해마다 신입생 모집 철이 되면 ‘이과수업 강화’를 적극적으로 내세워 신입생을 유치한다. 서울 명덕외고는 지난 4월 입시 설명회에서 “자연계열 진학을 희망하는 학생들에게 불이익이 없도록 수리 영역에서만 10여개의 방과후 수업을 개설하고 있다”고 홍보했다. 명문대 진학률에 따라 외고의 순위와 평판이 결정되다 보니 이과반 학생들의 의대, 한의대 진학률도 중요한 홍보 수단으로 이용된다. 올해 전국의 의대, 치대, 한의대 합격생을 가장 많이 배출한 상위 15개 고교에 포함된 안양외고와 고양외고 등 외고 6곳은 “이과반 특화 운영으로 의대 합격생을 많이 배출하고 있다”고 홍보하고 있다. 당초 설립 취지에 어긋난 외고의 이과반 운영은 교육 당국의 허술한 감독 아래 사실상 방치되고 있다. 경기도교육청 관계자는 “외고가 방과후 프로그램에서 이과 수업을 운영하는 것까지 제재할 수 있는 수단이나 방법이 현실적으로 없는 상황”이라면서 “매 학기 교육과정을 구성할 때 과학탐구Ⅱ 과목이나 수학Ⅱ 등을 편성하지 못하도록 컨설팅을 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교육부는 이달 각 시·도 교육청이 실시하는 외고·자사고에 대한 감사를 통해 이런 편법 운영을 밝혀내고 제도 개선을 추진할 계획이다. 김영윤 교육부 학교지원국장은 “특수목적고가 설립 취지에 맞지 않는 교육 과정을 운영할 수 없다는 고시는 반드시 모든 학교가 지켜야 하는 법령 중 하나”라면서 “교육청 감사를 통해 외고 이과반 등 편법적인 교육과정 운영을 걸러 낼 것”이라고 말했다. 윤샘이나 기자 sam@seoul.co.kr
  • 대기업 최근 5년 순환출자 중 ‘순수 투자’ 0건

    지난 5년간 이뤄진 대기업의 신규 순환출자 20건을 분석한 결과 미래사업을 위한 투자는 단 한 건도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모두 부실계열사 지원이나 편법 상속·증여, 재벌총수의 지배력 강화 등을 위해 순환 출자가 악용됐다. 순환 출자를 금지하면 신규 사업 등에 지장을 준다는 재계의 논리가 허구란 사실이 여기에서 증명된다고 공정거래위원회가 직격탄을 날렸다. 공정거래위원회가 28일 발표한 ‘신규 순환 출자 형성 원인’ 자료에 따르면 2008~2012년 이뤄진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대기업)의 신규 순환 출자 20건 중 신규사업, 기업인수 등 순수한 투자 목적은 한 건도 없었다. 전체의 80%인 16건은 새로운 자금 투입이 전혀 없이 기존 지분을 이리저리 돌려가며 주주 구성과 지분 비율만 바꾼 구주(舊株) 취득 방식의 출자였다. 나머지 4건(20%)만 신주(新株) 취득 방식의 유상증자였다. 사유별로는 부실해진 기존 계열사를 지원하기 위한 목적의 순환 출자가 8건으로 가장 많았고 편법 상속·증여 3건, 상법상 규제 회피 2건, 지배력 강화 2건 등이었다. 전체의 75%인 15건에서 법률상 허점을 악용한 편법이 동원됐다. 특히 편법 상속·증여는 대기업 총수가 자기 주식을 결손이 난 법인에 무상으로 제공한 다음 2~3세가 이 회사를 합병하는 방식이 주로 동원됐다. 공정위 관계자는 “총수 2세에게 직접 주식을 줬을 때 내야 하는 증여세 납부를 피하기 위한 것으로 일종의 탈세”라고 말했다. 공정위가 새로운 자료를 공개하며 기업들을 압박하고 나선 것은 신규 순환 출자 금지에 대한 재계의 저항이 거세기 때문이다. 노대래 공정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경제정책포럼 강연에서 “신규 순환 출자 금지로 기업 인수가 곤란해지고 투자가 위축된다는 재계의 주장은 과장된 것”이라면서 조속한 통과를 요청했다. 김양진 기자 ky0295@seoul.co.kr
  • [커버스토리-열정 노동 강요하는 사회] 남보다 3배 더 일하고 월급은 3분의1

    [커버스토리-열정 노동 강요하는 사회] 남보다 3배 더 일하고 월급은 3분의1

    지난해 한국국제협력단(KOICA) 해외봉사단에 지원했다가 떨어진 신모(25·여)씨는 고민 끝에 올해 지원을 포기했다. 지난번 경험에서 학교나 종교단체 등을 통한 해외봉사 경력이 없으면 서류 통과도 어렵다는 점을 깨달았다. 신씨는 28일 “다들 소규모 해외봉사단에 참여한 뒤 그 경력을 디딤돌 삼아 더 큰 기관이 주관하는 해외봉사를 하더라”고 말했다. 해외봉사단 지원 수요가 늘다 보니 봉사활동에도 주관 기관에 따라 ‘급’이 생긴 셈이다. 지난해 현대차·LG·포스코·G마켓 등 기업 주관 해외봉사단의 평균 모집 경쟁률은 50대1을 넘었다. 해외봉사단이 인기인 이유는 자기소개서에 쓰는 ‘한 줄’로 기업이 원하는 열정을 증명할 수 있기 때문이다. 4년제 대학 졸업 후 구직 중인 김모(28)씨는 “아무리 좋은 스토리를 준비해도 첫 질문에서 면접관 마음을 얻지 못하면 면접 내내 질문을 못 받는다”면서 “해외봉사단 경험은 서류 전형 통과에도 유리하고, 면접에서 인상적인 첫 대답을 할 때 좋은 예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해외봉사단 경험이 ‘선택’이라면 요즘 청년인턴제는 ‘필수’ 덕목으로 여겨진다. 이미 인턴 경험이 있지만 올해 또 인턴을 지원한 강인(27)씨는 “요즘은 다들 인턴 경력이 있어서 인턴을 하지 않았다면 그 직종에 대한 열정이나 준비가 부족하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1990년대 세계화 구호와 함께 영어 학습 바람이 불면서 기업이 토익 점수를 요구하고, 곧이어 구직자 영어 점수 인플레이션 현상이 생겼던 것처럼 인턴 역시 구직의 필수 코스가 된 셈이다. 실제 통계청에 따르면 2008년 5월 10만 2200여명 수준이던 청년층 인턴 경험자는 2010년 22만 7400명, 2011년 162만 7000명으로 급증했다. 정부와 기업은 인턴 직원에게 ‘열정’을 기대하지만, 청년들의 열정은 사실 억지 춘향인 측면이 있다. 인턴제가 본격 활성화되던 2011년 인크루트가 20대 구직자 659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41.6%가 인턴제의 단점으로 ‘저임금 노동착취’를 꼽았다. 이어 25.5%가 ‘정규직이 되지 못했을 때 받는 물리적·심리적 피해가 매우 크다’고 답했다. 지역 언론사에서 3개월간 인턴을 한 김모(29)씨는 이 단점들을 모두 경험했다. 김씨는 인턴 기간을 “잃어버린 3개월”이라고 불렀다. “큰 이변이 없는 한 채용될 것”이란 회사 측의 설명을 들으며 100만원 남짓 월급에 쉬는 날 하루 없이 일했고 근무 성적도 좋았지만 최종 탈락했다. 탈락 이유가 지방대 출신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김씨는 “지방대가 ‘큰 변수’라고 미리 말해 줬다면 도를 넘는 부당한 근무 지시는 거부하고 당당하게 경험 삼아 일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씁쓸해했다. 인턴 경험은 짧게는 3개월, 길게는 10개월 정도 이어진다. 편법이지만 2년 가까이 인턴으로 고용되는 경우도 있다. 구직자들은 인턴 경험을 살려 정규직으로 입사하기를 꿈꾼다. 중소기업이나 비정규직 일자리를 갖게 될 경우 중산층 이상 생활이 어렵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턴 경험 기간 자체가 이들이 공포스러워하는 ‘임금을 턱없이 적게 받지만 열정으로 버티는 기간’이 되고 있고, 인턴 이후 정규직 처우가 크게 개선되지 않는 경우도 많다. 연예기획자를 꿈꾸며 지난해 인턴으로 연예기획사에서 일하던 이모(27·여)씨가 결국 꿈을 포기한 이유는 자신의 사수였던 정규직 대리의 월급이 자신과 몇십만원밖에 차이 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다. 이씨가 “생활이 나아질 것이란 희망도 없고, 1년 내내 주말 없이 일하니 건강이 나빠졌다”며 사표를 내자 회사 측은 “열정을 높이 샀는데 안타깝다”고 대꾸했다. 회사 선배들이 “이번 생은 아닌가 보다”라며 스스로를 ‘열정 노동자’로 칭하는 것을 귓등으로 들었던 이씨이지만, 사표를 만류하는 단어로 ‘열정’이란 말이 나올 줄은 몰랐다. 김정근씨 등이 쓴 ‘열정은 어떻게 노동이 되는가’라는 책에서 유래한 ‘열정 노동자’는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한 열정을 보답으로 생각하며 정당한 보상을 받지 못하는 노동자를 이르는 말이다. 게임 업계 역시 일꾼들의 열정을 볼모로 열악한 근무 환경이 유지되는 일터로 분류된다. 게임 회사에서 캐릭터 디자인과 3D 화면 구축 업무를 담당하는 4년차 디자이너 윤모(32)씨는 “내 캐릭터에 대한 애착과 디자인을 하면서 느끼는 즐거움이 이 업계에 아직도 남아 있으려는 이유”라고 말한다. 거꾸로 말해 근무환경과 직원에 대한 복지는 이 일을 그만두고 싶은 이유 중 하나다. 게임 출시 반년 전부터는 매일같이 야근과 특근, 주말 근무가 이어지지만 초과수당은 먼 나라 얘기다. 윤씨는 “이런 열악한 환경을 뻔히 아는 상사들은 오히려 ‘다 알고도 들어온 것 아니냐’고 묻는다”고 말했다. ‘면접 때는 붙여만 주면 회사에 뼈를 묻겠다고 하더니’로 시작되는 상사들의 우스갯소리는 열정을 저당 잡힌 윤씨의 뒤통수를 때린다. 이씨와 윤씨는 “아직 결혼도 안 했고 그렇게 사는 게 힘들지는 않았다”면서도 “그래도 남들보다 3배는 더 일하면서 3분의1의 보상도 받지 못하는 것은 극복하기 어려웠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처럼 제대로 보상이 이뤄지지 않는 열정은 잘못이라는 ‘각성’이 일어나기까지 20년 가까이 걸렸다. 1995년부터 실용음악과, 방송연예과, 사진학과 등 문화 서비스 관련 이색 학과가 우후죽순 신설될 당시만 해도 1990년대 ‘신(新)인류’가 ‘신(新)직업인’으로 진화할 것이란 기대가 넘쳤다. 2001년 굶주려 사망한 최고은 감독도 당시 새로 생긴 학과에서 전문적인 교육을 받았다. 최 감독의 죽음 뒤 강우석 영화감독은 “영화계가 다 수용하지 못할 만큼 너무 많은 인력이 공급되는 것이 현실”이라고 한탄했다. “영화 쥐라기공원 한 편으로 버는 달러가 승용차 150만대 수출액과 맞먹는다”는 분석에 모두 스필버그를 꿈꾸었을 뿐 ‘돈벌이’란 현실 문제를 논하면 열정이 모자란 것처럼 취급한 관행이 문제라는 것이다. 비단 영화계뿐이 아니다. 수도권 4년제 사진학과 졸업생(29)은 “졸업 직후 60% 정도는 사진과 관계없는 일을 한다. 쇼핑몰을 운영하거나 PC방을 차리기도 하고, 시민단체로 가기도 한다. 사진으로는 먹고살기 어려우니 교수님들도 다양한 직업을 생각해 보라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사회에서 고등학생이 꿈을 좇아 사진학과를 선택한 것 자체가 열정을 증명한 일 아니냐”면서 “하지만 입학할 때 예술사진을 찍고 싶어 하던 열정가들은 작가로 성공한 선배를 봐도 생활이 어렵고 사람 자체도 어두우니 점점 회의를 느낀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꿈에 대한 열정 자체는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던 학과생들의 자부심은 취업 준비와 함께 사라지기 일쑤다. 기업은 공식적으로 “스펙보다 열정”이라고 하지만, 토익과 경영학 전공 이수 과목이 없는 이들은 초라한 ‘스펙’ 때문에 열정을 보여 줄 면접 기회조차 갖기 어렵다. 이 때문에 예술대 취업률은 50%대인 일반 대학 취업률 평균의 반 토막 수준이다. 최근에는 폐과되는 영화학과도 생겨 영화 관련 학과 수는 2010년 100곳에서 2011년 99곳, 2012년 96곳으로 줄었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우리 사회가 열정을 찬미하며 개인에게 한시도 쉬지 않는 폭주기관차 인간이 되기를 바라고 있는데 이것이 가능한가”라면서 “사회가 적절한 보상 없이 개인에게 열정을 강요하는 건 의도가 순수하지 못하다. 폭주기관차는 언젠가 열을 받아 폭발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열정 노동처럼 한 사람에게 과도한 노동을 요구하는 건 개인의 노동시간을 줄여 일자리를 나누는 요즘 시대 상황과도 맞지 않다. 박근혜 대통령이 내놓은 창조경제도 창의성을 통해 사회 시스템을 바꾸겠다는 뜻 아닌가”라고 되물었다. 윤샘이나 기자 sam@seoul.co.kr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
  • [오늘의 눈] 일자리 빼앗는 토호와 ‘어둠의 심연’/이천열 메트로부 부장급

    [오늘의 눈] 일자리 빼앗는 토호와 ‘어둠의 심연’/이천열 메트로부 부장급

    영국 작가 조지프 콘래드는 ‘어둠의 심연’(heart of darkness·영화 ‘지옥의 묵시록’의 원작)에서 문명 혜택을 받은 사람도 얼마나 쉽게 야만의 세계에 빠지는지를 그렸다. 유럽의 앞선 교육을 받은 지식인 커츠는 아프리카 오지 교역소 주재원으로 있으면서 온갖 수단을 동원해 무자비하게 상아를 긁어모으고, 원주민을 총으로 제압해 살아 있는 신으로 군림한다. 잔혹한 약탈자이자 독재자인 커츠가 만든 그곳은 암흑세계 그 자체다. 경찰관 등 그 어떤 견제 수단이 없는 오지의 공간에서 문명인 커츠는 야만적인 인간의 본성을 맘껏 드러낸다. 26일자 ‘일자리 빼앗는 토호들’ 기사를 쓰면서 이 소설을 읽을 때처럼 착잡했다. 장마와 무더위가 변주하는 후덥지근한 기후가 짜증을 보탰다. 커츠가 군림했던 아프리카의 기후를 닮아서일까. 커츠의 범죄와 대등하게 볼 악은 아니지만 그 은밀한 행위가 공정 사회를 야금야금 좀먹는 것이어서 마냥 두고 볼 일은 아니다. 요즘 같은 악조건에서도 아직 취업을 못 한 이들은 온몸이 흥건히 젖도록 땀을 흘리고 있다. 방학에도 방방곡곡 대학 도서관과 학원에 꼭두새벽부터 나와 책과 이력서와 씨름하고 있다. 그렇다고 취업이 기약된 것도 아니고, 수없이 좌절을 반복하며 참담한 시간을 보내고 있을 것이다. 기자도 그런 과거가 있어 더 처연하다. 이들의 정직한 땀 냄새와 한숨이 진동하는 공간을 비켜난 또 다른 공간에서는 토호들의 부정 취업 음모와 가증스러운 환호가 떠돌고 있을 것이다. 알량한 권력으로 가족과 친인척에게 일자리를 주기 위해 인사권자를 으르고 달랠 그 현장이 눈에 보이는듯 선하다. 은밀한 그곳에서는 온갖 교묘하고 뒤틀린 편법이 동원될 게 뻔하다. 거래는 음침하고, 부모와 자식이 공범이 되는 것도 서슴지 않는 장면을 생각하면 흉악하기까지 하다. 부의 대물림보다 더 음흉한 수법으로 수많은 일자리가 피붙이에게 제공되는 기현상은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얼마 안 되는 성공과 권세, 거짓된 명성을 앞세워 일자리를 빼앗는 과정을 모호하게 꾸미고 그럴듯하게 포장할 뿐이다. 자격과 실력을 따지지 않는 불공정 게임이 취업을 좌우한다면 사회는 불만으로 가득 차고 혼탁해진다. 커츠가 유럽행 증기선을 타고 가다 다시 정글로 도망치는 야만성을 버리지 못하듯 토호들의 부정 취업도 단숨에 사라질 문제는 아니다. 그 열매가 달콤하고 중독성이 강해서인지는 모르겠다. 문제는 토호 본인도, 사회 분위기도 큰 죄로 보지 않고 관행으로 여긴다는 점이다. 상대적으로 더 많은 수입과 안정을 제공하는 질 좋은 일자리를 빼앗는 일이 과연 돈 몇푼 훔친 죄보다 가볍다고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그걸 끊으려면 시민이 지켜보고 내부자 고발이 있어야 한다. 이에 앞서 공익과 정의를 위한 내부 고발은 ‘배신이 아니다’라는 공감대가 필요하다. 정부도 나서야 한다. 작은 권력을 누르는 것은 큰 권력이다. 그리하여 죽음을 맞으면서 “끔찍해. 끔찍해!” 하고 통렬히 자기 반성을 하는 커츠의 외마디를 일자리 훔치는 토호에게도 듣고 싶다. sky@seoul.co.kr
  • [지역 공공기관들의 도넘은 특혜 채용] 토호·공직자 가족 ‘끼리끼리 챙기기’… 일자리 약탈·독식 만연

    [지역 공공기관들의 도넘은 특혜 채용] 토호·공직자 가족 ‘끼리끼리 챙기기’… 일자리 약탈·독식 만연

    특혜성 채용은 축협뿐만 아니다. 일부 자치단체장, 지방공무원, 관변단체 유력인사 등 지역에서 행세깨나 하는 이른바 토호(土豪)라 할 수 있는 이들에 의한 특혜성 채용은 전방위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자치단체, 산하기관 가릴 것 없이 자신의 영향력이 미치는 곳이면 각종 편법을 동원해 가족이나 친인척 등을 취업시키고 있다. 지자체 등을 감시해야 할 국회·지방의원과 언론계 인사들까지 가담하고 있다. 일종의 일자리 빼앗기, 일자리 독식으로 표현될 수 있다. 이는 중앙 정치권이나 정부 고위공직자들의 낙하산 인사보다 더 심각한 불공정 사회를 조장한다는 게 지역사회의 시각이다. 정부 핵심 정책인 경제민주화의 토대 ‘가정경제’를 떠받치는 취업의 첫 단계부터 토호들에 의해 뿌리째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25일 대전시에 따르면 한 산하기관이 최근 공채로 신입사원을 뽑은 지 두 달여 만에 추가 공채에 나섰다. 같은 직종을 두 차례, 그것도 곧바로 공채한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었다. 추가 공채에서 한 언론계 인사의 자녀를 합격시켰다. 서류심사에서 응시자들 대부분을 통과시킨 뒤 주관적 평가가 가능한 면접 등으로 합격시키는 절차를 이용했다. 이 인사와 기관장은 학연으로 얽혀 있다. 기관 관계자는 “그 자녀가 1차 공채에서 떨어진 뒤 특별한 이유없이 추가 공채에 나섰다. 그 자녀 한 사람을 위한 추가 공채라는 게 뻔하지 않으냐”고 말했다. 이 기관은 이후 해당 직종의 신입사원을 한 번도 뽑지 않아, 다른 구직자의 입사 길이 막혔다. 기관 관계자는 “요즘은 면접 등 형식이라도 갖췄지만 7~8년 전만 해도 전부 인맥으로 들어왔다”고 귀띔했다. 이곳은 직원 정년이 공무원과 같고, 연봉은 더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 의정부시설관리공단에서는 전 시의회 의장 아들이 근무하다 직원 간 폭력사건으로 들통이 났다. 최근에는 공원관리원, 청소원 등을 무기계약직으로 채용하는 지자체가 잇따르자 지방의원 책상에 5~6건씩 청탁형 이력서가 쌓인다는 소문이 나돌고 있다. 필기시험 없이 서류전형과 면접만으로 채용하는 허점을 노리는 것이다. 단체장과 공무원의 일자리 빼앗기는 더 비일비재하다. 2010년 유명환 당시 외교통상부 장관 딸 특채 파동으로 특채로 들어온 고위층 자제를 뜻하는 은어 ‘똥돼지’가 한동안 유행했었다. 강원 철원군은 결격사유가 있는 군수의 딸 채용으로, 경북 경산시는 시장 조카를 기능직으로 임용해 시끄러웠다. 경산시의회 관계자는 “기능직이 되려고 10여년씩 묵묵히 일만 해온 일용직 공무원의 꿈을 송두리째 앗아갔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충북 모 단체장은 “지역 유지들로부터 한 달에 한건 넘게 취업 청탁을 받는다”고 밝혀 악습이 여전함을 반영했다. 대전시 공무원들은 지난해 가족과 친인척을 지하철 역무원과 대전아쿠아월드 직원으로 취업시킨 사실이 적발됐다. 대전에서 건설업을 하는 오모(50)씨는 “수의계약 여부를 알아보려고 충남 모 자치단체에 갔더니 관련 공무원이 자녀 채용을 대가로 요구하더라”고 털어놨다. 경남 양산시의회는 최근 시설관리공단 무기계약직 30명 중 23%인 7명이 시 간부 공무원의 친인척이라고 밝혔다. 경기 고양시 도시관리공사에도 전·현직 국장급 공무원 자녀들이 근무하고, 고양문화재단은 시 고위 관계자 부인의 회사 직원이 채용돼 입방아에 올랐다. 이런 상황에서 아무런 ‘빽’도 없는 대부분의 구직자들은 박탈감에 빠질 수밖에 없다. 지난달 20일 부산시 부산진구 한 모텔에서 대학 휴학 중인 박모(24·여)씨가 “엄마 아빠, 잘하지 못해 죄송해요”라는 유서를 남기고 연탄불을 피워 자살했다. 지난해 성탄절에는 경남 창원시 한 아파트 옥상에서 문모(29)씨가 뛰어내려 목숨을 끊었다. 아르바이트 등을 전전하다 극단적 선택을 했다. 문씨의 상의 호주머니 속에서 꼬깃꼬깃 찔러 넣은 이력서 한 장이 발견됐다. 같은 해 대전의 모 대학 인문학과 교수는 제자들이 취업하지 못하는 것을 안타까워하다 자살하기까지 했다. 취업 준비생의 심정도 씁쓸하다. 구유나(26)씨는 학점 평균 4.2에 토익 920점이란 스펙을 갖췄건만 지난해 2월 졸업 뒤 1년 4개월째 줄줄이 낙방했다. 구씨는 “아무리 스펙을 쌓아도 서류통과조차 쉽지 않은데 그런 부정채용 소식을 들으면 한없이 슬프다”고 말했다. 한남대에서 이력서를 쓰고 있던 올해 경영학과 졸업생 임이랑(23)씨는 “그런 얘기를 들을 때마다 힘이 쪽 빠진다”면서 “정치도 그렇고, 기대할 데가 없다”고 한숨을 쉬었다. 미대 졸업생 이소영(22)씨도 “우리 자리가 그만큼 주는 것 아니냐. 뿌리를 뽑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문제는 이들을 내보낼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한용택 전 충북 옥천군수도 2010년 4월 인사청탁과 함께 4000만원을 받아 구속됐지만 돈을 건넨 이는 지금도 청원경찰로 일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몇몇 단체장은 직권으로 특혜 취업자를 해임했지만 당사자들의 맞대응으로 결국 법원 판결로 임용 취소가 확정됐다”면서 “채용 문제는 뽑는 측의 잘못이어서 이미 합격한 사람에 대해 불이익을 주는 명백한 규정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금홍섭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 정책위원장은 “단체장 측근 낙하산 인사가 줄게 한 것처럼 지역 유력인사들의 일자리 빼앗기도 시민 감시가 절대적이다. 이를 막을 수 있는 제도적 뒷받침도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전 이천열 기자 sky@seoul.co.kr 양산 강원식 기자 kws@seoul.co.kr 서울 조태성 기자 cho1904@seoul.co.kr
  • 지자체 부실사업 예산낭비 심각

    지방자치단체들이 산업단지 조성 등 사업을 벌이면서 편법으로 민간업체 대출을 보증하거나 사업타당성 조사를 빠트리는 등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아 막대한 예산 낭비를 초래한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은 지난해 11~12월 11개 광역자치단체와 대규모 사업을 실시한 기초자치단체 등을 대상으로 주요 투자사업 추진 실태를 조사한 결과 이같이 드러났다고 20일 밝혔다. 감사원은 이와 관련, 업무상 배임 등을 저지른 공무원 6명을 적발에 검찰에 고발 또는 수사 요청을 하고 7명의 징계를 요구했다. 충남개발공사 전 기획관리팀장 A씨는 2007년 12월 이사회 의결을 거치지 않고 ‘천안 청당지구 공동주택사업’의 시공사 보증채무를 대신 갚아 주는 내용의 공사도급 약정을 체결했다. 그러나 지난해 5월 부동산 경기 침체로 사업이 중단되는 바람에 공사 측이 지급보증한 대출 원리금 1722억원의 상환을 둘러싼 법적 분쟁이 우려되고 있다. 전남 나주시는 미래일반산업단지를 조성하는 과정에서 지방의회 의결을 생략한 채 민간투자금 2000억원의 채무보증을 해 주고, 시공사와 설계·감리 용역업체를 경쟁입찰이 아닌 수의계약 방식으로 선정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기 시흥시는 타당성 조사를 소홀히 한 채 ‘군자 배곧 신도시사업’을 추진했다가 재정위기에 빠졌다. 경기 화성시는 종합경기타운 사업의 경제성이 없는데도 공익적 이유를 앞세워 ‘타당성이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가 지난해에만 40억원의 운영비 적자를 낸 것으로 드러났다. 충북 음성군 생극산업단지의 경우도 음성군이 생극산업단지 주식회사의 대출금 전액 420억원을 채무보증한 것으로 조사됐다. 사업 시행자가 주식회사였기 때문에 개발 비용은 모두 주식회사에서 부담해야 한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데스크 시각] 도서전에 간 박 대통령/이순녀 문화부 차장

    [데스크 시각] 도서전에 간 박 대통령/이순녀 문화부 차장

    박근혜 대통령이 엊그제 서울국제도서전 개막식에 참석해 축사를 하고, 전시장에서 손수 책을 구입하자 출판계가 한껏 고무된 분위기다. 올해 19회를 맞은 서울국제도서전은 국내 최대 규모의 도서전이다. 거슬러 올라가면 1947년 경기도 학무국이 주최한 교육전람회가 시초다. 1954년 도서전으로 이름을 바꿔 2회 행사를 치른 뒤 매년 전국도서전을 열어오다 1995년 국제도서전으로 외연을 넓혔다. 현직 대통령이 서울국제도서전을 방문한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1995년 김영삼 전 대통령, 1999년 고 김대중 전 대통령 이후 14년 만이니 출판계가 흥분할 만하다. 박 대통령도 1978년 청와대 시절 도서전을 찾은 이후 35년 만의 방문이니 감회가 남달랐을 듯싶다. 박 대통령은 축사에서 “책은 창조경제와 문화융성을 구현하는 인프라”라면서 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또한 정부가 출판산업에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도 했다. 불황의 늪에서 헤어나기는커녕 갈수록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는 출판업계로선 가뭄 끝에 단비나 다름없다. 책에 대한 애정과 지원 의지를 공개적으로 천명한 것 못지않게 박 대통령은 이날 중요한 메시지 두 가지를 행동으로 보여줬다. 하나는 인문서에 큰 관심을 보인 것이다. 박 대통령은 전시장에서 인문서 출판사 ‘책세상’ 부스에 들러 ‘정조와 홍대용, 생각을 겨루다’, ‘답성호원’, ‘철학과 마음의 치유’, ‘유럽의 교육’, 알베르 카뮈의 ‘이방인’ 일러스트판 등 다섯 권의 책을 샀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대통령이 인문서적에 관심을 보였다는 사실에 출판계가 고무돼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1986년 설립된 ‘책세상’은 사장까지 포함해 총 직원이 11명에 불과한 작은 출판사이지만 인문·사회과학, 문학, 예술 분야에서 양질의 책을 내는 것으로 평판이 높다. 벌써 ‘대통령이 산 책’이라는 후광 효과로 주문이 몰리고 있다는 후문이다. 다른 하나는 정가로 책을 산 것이다. ‘책세상’의 이영희 부장은 “도서전 기간에는 할인 행사를 하지만 대통령께는 정가로 드려야겠다고 생각해 그렇게 말씀드렸더니 ‘요즘 정가제가 문제 아니냐’고 관심을 보이면서 정가로 구입하셨다”고 전했다. 도서정가제는 출판계의 해묵은 현안이다. 현행 도서정가제는 출간 18개월 미만 도서만 최대 19%까지로 할인율을 제한하고, 그 이후의 책값 할인은 무제한이다. 하지만 갓 나온 신간마저도 온라인 서점의 온갖 편법과 마케팅 술책에 할인 규정이 유명무실해지면서 경영난을 못 견딘 출판사와 중소서점이 줄도산하는 등 출판 생태계가 무너지고 있다고 업계는 하소연한다. 이에 따라 기간에 상관없이 무조건 할인율을 10%로 제한하는 개정안이 입법 추진되고 있지만 온라인 서점의 반발 등으로 난항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대통령이 정가로 책을 구입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도서정가제 개정에 힘을 실어준 격이 됐다. 대통령이 도서전에서 이벤트성으로 ‘인문서’를, 그것도 ‘정가’로 구입한 것에 대해 과도하게 의미 부여를 한다고 지적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이렇게라도 인문서에 등 돌린 독자들의 관심을 환기시키고, 도서정가제에 대한 발전적인 논의의 계기를 제공한다면 얼마든지 환영할 만한 일이 아닐까. coral@seoul.co.kr
  • 건설업계 불공정 하도급계약 원천 무효화

    건설업계 불공정 하도급계약 원천 무효화

    건설 하도급 업체에 비용과 책임을 떠넘기는 불공정 계약은 원천 무효화된다. 저가낙찰 공사는 발주자가 공사비를 하도급자에게 직접 지불해야 한다. 건설 현장에서 ‘갑’(甲)의 횡포를 막기 위한 조치다. 정부는 14일 국가정책조정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건설산업불공정 거래관행 개선 종합대책’을 마련하고 관련 법규를 개정하기로 했다. 건설 현장에서 ‘을’(乙)을 보호하기 위한 다양한 제도가 이미 마련됐지만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하도급계약 시 부당 특약을 금지·처벌하고 있음에도 갑을 간 맺은 계약의 효력이 그대로 유지됨에 따라 하도급 업체가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원도급 업체가 하도급 업체에 설계변경·물가변동금액 미반영, 공기연장 불가, 손해배상책임 전가 등과 같은 비용과 책임을 전가하는 내용의 계약을 체결하면 처벌은 물론 해당 조항의 효력을 무효화하기로 했다. 원도급자가 발주자에게 하도급 내용을 통보하면 그만이던 규정도 강화, 발주자는 의무적으로 하도급계약서를 점검해야 한다. 불공정 사항에 대해서는 원도급자에게 변경을 요구하게 하는 등 하도급업자 보호에 적극 나서도록 했다. 발주자 직불 의무화도 확대했다. 현재 하도급 대금 체불, 보증서 미발급에 대해 직불제도를 실시하고 있으나, 저가낙찰(예정가의 82% 미만) 공공공사는 모두 의무적으로 직불제를 실시해야 한다. 또 회사채 평가 A 이상인 업체도 예외 없이 하도급 보증서를 발급하고 이를 하도급 업체에 알리도록 했다. 건설근로자 임금을 보호하기 위한 임금지급 보증제도와 건설장비대금 지급보증제도도 실시한다. 원도급 업체가 법정관리 신청 시 하도급 업체의 근로자 임금에 우선변제권을 인정하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불공정 계약 무효화는 발주자에게도 적용된다. 공공기관이 우월적 지위를 이용, 건설업체에 현저하게 불리한 내용의 계약을 맺으면 이를 무효화하는 것이다. 발주자 귀책 사유로 공사 기간이 연장되면 비용 증가분을 반영해 줘야 한다. 대·중소기업 간 소규모 공공공사 입찰 참여를 제한하는 대상 업종을 토건에서 전체 종합업종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국토부는 21개 과제 중 근로자 임금 우선변제제도 도입을 제외한 20개 과제를 올해 안에 시행하기로 했다. 그러나 대책의 상당수가 법 개정 사항이어서 국회 논의 과정에서 달라질 가능성도 있다. 전문건설업계가 요구하고 있는 공공공사 분리발주 법제화는 이번 대책에서 빠졌다. 김채규 건설경제과장은 “건설업계에 만연한 편법·탈법 불공정 행위를 예방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세종 류찬희 선임기자 chani@seoul.co.kr
  • 혁신안 내놓은 김한길… “중앙당 폐지 및 당직자 규모 축소”

    혁신안 내놓은 김한길… “중앙당 폐지 및 당직자 규모 축소”

    민주당 김한길 대표가 14일 당 혁신안을 발표했다. 영등포 당사를 폐쇄하고 중앙당을 ‘슬림화’하겠다는 것이 주요 골자다. 김 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중앙당 당직자수(현 160명)를 정당법이 정하는 범위(100명) 이내로 슬림화하겠다”면서 “이제까지 관행적 편법 운영으로 비대해져 있는 중앙당을 정상화하겠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이어 “중앙당 집중 상태를 분권화해 중앙당과 당 지도부가 독점해온 권력을 당원들에게 내려놓겠다는 뜻에서 영등포 당사를 오는 8월까지 폐쇄하고 10분의 1 수준의 규모로 축소해 여의도로 이전하겠다”고 말했다. 현재 1400평 규모인 영등포 당사를 없애고 10분의 1(140평) 이내로 여의도에 새 당사를 설치해 당사에는 대민업무 등 최소한의 기능만 남겨두고 나머지는 국회 공간을 활용하겠다는 구상이다. 김 대표는 “각 시·도당에 정책요원을 파견, 지원하겠다”면서 “시·도당에 정책 플랫폼을 구축함으로써 정책기능을 활성화하겠다”고 강조했다. 당 싱크탱크인 민주정책연구원도 인사, 조직, 재정을 독립시켜 정당민주주의와 풀뿌리 민주주의의 실현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점도 설명했다. 김 대표의 이같은 혁신안은 최근 안철수 무소속 의원의 독자세력화에 맞서 개혁 이미지를 부각시키려는 의도로 관측된다. 그러나 당직자 규모 축소 및 당사 폐지 등은 대규모 구조조정을 동반하는 일이어서 내부 반발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선생님 부족한 경기도, 정원외 기간제교사로 ‘땜질’

    선생님 부족한 경기도, 정원외 기간제교사로 ‘땜질’

    경기 지역 공립학교 기간제 교사 가운데 법적 근거가 희박한 정원외 기간제 교사 비중이 해마다 급증해 경기도 교육재정을 압박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13일 경기도의회 최창의 교육의원에 따르면 이날 현재 경기 지역 공립학교 교사 8만 4877명 중 기간제 교사 비중은 14%로 1만 2117명에 이른다. 정규직 교사들의 육아, 병가 등의 휴직으로 인한 채용이 51%(6281명)로 가장 많고, 파견 연수로 인한 결원 보충용 5%(646명), 나머지 42%(5190명)는 교육부 배정 인원 부족에 따른 정원외 기간제 교사들이다. 최근 5년 동안 2배 가까이 급증했다. 정원외 기간제 교사는 교육공무원법에서 ‘특정 교과를 한시적으로 담당하도록 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 근거해 채용을 허용하고 있다. 그러나 학교 현장에서는 몇 개월의 한시적 기간이 아니라 1년 단위로 5000여명씩 반복해 재계약 형태로 고용하고 있다. 교원에 포함되지 않는 시간강사는 2007년 1527명에서 지난해 1만 4120명으로 10배 가까이 폭증했다. 정원외 기간제 교사에 대한 급여는 ‘자체 채용인원’이라는 이유로 교육부의 인건비 지원 대상에서 제외돼 전액 경기도교육청이 연간 2225억원(2013년 기준)씩 부담하고 있다. 이 돈은 도내 2000여개 학교에 평균 1억원가량의 운영비를 증액해 지원하거나, 도내 220여개 학교에 체육관을 신축할 수 있는 규모다. 이처럼 정원외 기간제 교사가 많은 이유는 교육부가 인구가 늘고 있는 경기 지역에 교사 정원을 제대로 배정해 주지 못하고, 경기도교육청은 교사 부족 현상을 타개하기 위해 ‘정원외 기간제 교사 확충’이라는 편법적인 자구책을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경기도를 교육환경이 비슷한 서울·인천(2군)과 달리 1군으로 분류한 뒤, 교사 1인당 학생 수를 기준보다 2.2명, 서울·인천보다는 1.5명 더 많게 보정지수를 두고 있다. 전국에서 경기도만을 1군으로 분류해 2.2명의 보정지수를 두고 있는 것은 경기 지역 중등 교원 수가 타 시·도와 비교할 때 열악하다는 것을 인정한 꼴이다. 올해 경기 지역 중등 교원 필요 인원은 3만 7967명. 그러나 교과부 배정 인원은 3만 4842명으로 3245명이 부족한 상태다. 각급 학교는 부족한 중등교원을 정원외 기간제 교사로 채우고 있는 실정이다. 이로 인해 경기도의 교육재정 압박뿐 아니라 학교들은 수업의 연속성이나 전문성 등이 떨어져 학력 저하로 이어지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최 의원은 “정부와 교육부는 기간제 교사 실태를 면밀하게 파악하고 분석해 문제점과 개선 대책을 공식적으로 제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상봉 기자 hsb@seoul.co.kr
  • [데스크 시각] ‘법대로’가 그렇게 힘드나/박상숙 산업부 차장

    [데스크 시각] ‘법대로’가 그렇게 힘드나/박상숙 산업부 차장

    박근혜 정부의 100일을 놓고 말들이 많다. 창조경제는 아직도 안갯속이며, 고용률 70%를 시간제 일자리로 때우려는 것 아니냐는 비난도 나온다. ‘첫인상’은 더 안 좋았다. 거듭된 인사 실패로 수첩에 의존하는 불통 이미지가 부각되면서 실망을 자아냈다. 그럼에도 최근 여론조사 지지율이 65%다. 전무후무한 청와대 대변인 스캔들의 여진이 여전한데 국민들 머릿속에 지우개라도 있는 걸까. 이러니 저러니 해도 박근혜 정부가 법과 원칙에 따라 작동한다는 인상을 준 것이 높은 지지율로 나타난 듯하다. 새 정부 경제정책의 핵심기조인 경제민주화는 포퓰리즘의 산물이 아니다. 경제주체 간 조화를 통해 경제의 민주화를 규정한 헌법 119조 2항이 근거다. 이전 정부들이 우후죽순으로 신설한 경제 관련 대통령 직속 위원회를 다 없애고 헌법 93조에 바탕한 ‘국민경제자문회의’만 놔둔 것도 법과 원칙의 정신을 보여준다. 이렇게 ‘법대로’가 국민의 높은 호응을 받고 있지만 재계는 못마땅하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최근 경제민주화 정책 추진으로 기업의 엑소더스를 초래할 것이라고 엄살을 떨었다. 참다 못한 이혜훈 새누리당 최고위원이 “법대로 하면 경제위기가 오냐”며 일침을 놓기도 했다. 한국의 재벌들은 그동안 준법경영에 둔감했다. 경제성장의 공로를 참작해 각종 편법에 눈감아주다 보니 재계의 도덕 불감증이 불치병 수준에 이르렀다. 조세피난처에 유령회사 하나쯤 둬야 하고 비자금을 만들어 몰래 주머니를 차야 직성이 풀린다. 자녀의 부정입학쯤은 남다른 교육열로 이해되며, 2세의 미국 국적 취득을 위해 출산을 코앞에 두고 비행기에 몸을 싣는 모험도 한다. 최근 사회적 공분을 산 갑을문제가 과거에는 없었을까. 옛날엔 참을 수 있었던 이유는 ‘갑(甲)질’을 삭이는 대가로 내 주머니도 채워졌기 때문이리라. 하지만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대다수 을(乙)의 지갑은 탈탈 털리는데 1% 갑의 곳간은 미어터지고 있으니 더 이상의 ‘목불인견’을 인내할 수 없는 것 아닐까.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지프 스티글리츠가 ‘1대 99의 나라’라고 깎아내린 미국에는 그래도 양심적인 기업인들이 많다. 반독점 논란으로 ‘악마’로 묘사됐던 빌 게이츠 전 마이크로소프트 회장은 현재 자선사업가로 맹활약 중이다. 가족 상속에 반대하는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의 손녀는 오프라 윈프리쇼에 나와 생계를 위해 얼마나 많은 아르바이트를 하는지 구구절절히 공개해 주목을 끌었다. 탐욕의 대명사였던 조지 소로스조차도 상속세 폐지에 반대하고 나서기도 했으며, 생전 인색하기 그지없던 애플 창업자 고 스티브 잡스도 20년간 익명으로 자선사업을 펼쳐 왔다는 사실이 사후에 밝혀졌다. 솔직히 우리 재벌들에게 이런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기대하지도 않는다. 단지 법대로 하기만을 바랄 뿐이다. 양극화가 극심했던 중남미 국가에서 한때(또는 지금도) 가장 성행한 비즈니스가 경호산업이라고 한다. 중남미 부자들은 24시간 무장 경호원의 비호를 받아야 했고 출근을 하거나 외출을 할 때 헬기를 타야만 했다. 울분에 찬 빈자들이 넘친 거리는 대낮에도 안심할 수 없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광경을 보지 말란 법이 없다. 이제 수성(守成)을 하려면 ‘비즈니스 마인드’보다 ‘리걸 마인드’(준법정신)가 더 필요한 세상이다. alex@seoul.co.kr
  • [열린세상] 경제민주화의 이름으로…/차은영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

    [열린세상] 경제민주화의 이름으로…/차은영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

    예전에 읽었던 책에서 이런 구절이 생각난다. ‘종교가 과연 세상을 구원하는 데 기여했는가.’ 신의 이름으로 구원한 인간보다 종교의 이름으로 살생한 인간이 훨씬 더 많다는 것이다. 역사적으로 보면 십자군 전쟁을 비롯한 수많은 전쟁이 신의 이름을 걸고 진행되었고 최근 테러에 이르기까지 종교적 요인을 배제할 수 없다. 요새 갑과 을에 대한 논란이 분분하다. 갑이란 본래 가만히 있어도 힘이 있고 대우받는 것인데, 기어이 표나게 과잉으로 갑 노릇 하려다 봉변당한 사람들이 많다. 이런 갑 위에 군림하는 슈퍼 갑들이 경제민주화의 이름으로 양산하는 법안들을 보고 있으면 우려스러운 점이 한둘이 아니다. 뜻도 애매모호해서 각자 자기방식으로 해석하는 경제민주화라는 구호 아래 온갖 입법 과잉이 자행되고 있는 것이다. 6월 임시국회를 앞두고 여야는 더 독하고 파격적인 법안을 상정하는 경쟁구도를 보이고 있다. 법안의 타당성과 실효성을 제대로 논의하거나 분석하지 않은 채 경제민주화 법안이라는 도장만 받게 되면 반대의견을 여론 재판으로 묵살하고 소통과 의견수렴의 과정 없이 신속하게, 때로는 졸속으로 법안을 쏟아낸다. 근로환경에 엄청난 파급 효과를 초래할 정년연장법을 공청회도 없이 통과시켰다. 근로자의 정년을 3~4년 뒤부터 60세로 의무화하는 정년연장법의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변변한 경과 과정 없이 2016년부터 도입해야 한다. 고용과 임금체계에 커다란 영향을 초래하고 세대 간의 갈등과 경제구조의 변화에 대한 충분한 고려는 어디에도 없었다. 화학물질 유출 사고가 난 기업에 연간 매출액의 5%를 과징금으로 부과하는 법도 일사천리로 통과되어 버렸다. 임시국회가 열리면 대기업 계열사 간 일감 몰아주기와 밀어내기에서 최대 10배까지 징벌적 손해배상을 확대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 산업자본의 은행지분 보유한도를 9%에서 4%로 다시 낮추어 금산분리를 강화하는 금융지주회사법 개정안, 총수 지분이 30%가 넘는 계열사와의 내부거래는 무조건 총수가 관여한 것으로 추정하는 법안 등을 비롯한 소위 경제민주화법안들이 줄줄이 통과를 기다리고 있다. 여러 의견을 수렴한 심도 있는 논의와 부작용의 피해를 감안하지 않은 채 반시장적인 규제들을 경제민주화의 이름으로 양산하는 것이 과연 장기적 저성장 국면으로 접어드는 우리 경제에 실질적인 이득을 가져다줄 것인가. 만연한 규제 일변도 논리는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동반성장위원회가 발표한 중소기업 적합업종을 보면 역차별의 논쟁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만만한 국내기업만 규제하고 진정한 글로벌 갑은 대상에서 제외한 것이다. 전문성이 떨어지는 영세한 자영업자들의 과잉공급으로 말미암은 폐해와 소비자의 후생 감소는 어떻게 보상할 것인가. 전통시장을 살리려고 대형마켓을 강제로 휴점시키는 규제는 대형마켓이 담당하던 고용을 감소시키면서 전통시장의 매출로 이어지지 않았다. 오히려 동네 편의점의 매출이 증가하였다. 대형마켓이 휴점한 날은 장을 보러 가지 않거나 필수불가결한 아이템은 약간 비싸더라도 접근성이 용이한 편의점을 이용하는 소비자 패턴은 고려하지 않은 전시성 정책 탓이다. 승자는 없고 패자만 있는 정책을 고집하는 것은 무책임한 것이다. 물론 이런 규제가 나오게끔 일방적 갑 노릇을 해온 대기업과 시장의 책임이 매우 크고 무겁다. 갑이 갖는 권력과 이익을 과도하게 사용해온 결과 자업자득이라는 견해도 일리가 있다. 을이 없으면 갑도 없다는 점을 정확히 이해하고 있다면, 동반성장은 규제에 의해서가 아니라 스스로 추구해야 할 명제이다. 규제 하나에 부패가 열이라는 말이 있다.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규제는 그만큼 편법을 부추길 수 있다는 뜻이다. 실패한 정책의 답습보다는 인센티브를 통한 합의에 도달할 수 있도록 틀을 정비하고 설득하는 것이 우선이다. 모든 현상을 법으로 규제하겠다는 발상은 실효성이 없을 뿐 아니라 반민주적이다. 을의 이익을 대변한다는 미명 아래 갑에게 마구잡이 슈퍼갑질을 하는 것은 아무래도 아귀가 안 맞는다.
  • 말로만 경제민주화… 재벌 순환출자 더 심해졌다

    말로만 경제민주화… 재벌 순환출자 더 심해졌다

    국내 재벌 총수들이 복잡한 출자구조와 순환출자로 계열사 지배를 한층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0대 재벌의 출자단계는 6.3단계로 전년보다 오히려 0.4단계 늘었다. 신규 순환출자도 최근 5년간 더욱 증가했다. 현재 형성돼 있는 순환출자 고리 124개 가운데 2008년 이후 생성된 사례가 전체의 55.6%인 69개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순환출자는 총수일가가 상법상 상호출자 규제를 피하면서 계열사에 대한 지배력을 유지·강화하는 일종의 편법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30일 자산총액 5조원 이상인 62개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의 주식소유 및 순환출자 현황을 공개했다. 10대 기업의 총수 지분율은 0.99%로 나타났다. 1994년 3.2%에서 1998년 2.9%, 2003년 1.2% 2008년 1.1% 등으로 점차 줄어들었다. 반면 총수 일가가 실질적으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내부지분율은 1994년 43.6%에서 올해 52.92%로 10% 포인트 가까이 늘었다. 2011년 이후 3년째 50%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0.04%,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0.69%의 주식만으로 대기업 집단을 지배하고 있다. 총수가 있는 기업집단 43곳 중 총수가 지분을 전혀 갖고 있지 않은 계열사가 85.9%(1305개)였고 총수 일가의 지분이 없는 계열사도 73.3%(1114개)로 나타났다. 공정위 관계자는 “총수가 기업을 지배하는 시스템은 경영권 보호와 과감한 투자 등 장점도 갖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총수 일가가 이런 점을 악용해 극소수의 지분으로 사적인 이익을 챙기거나 소액주주의 권익을 훼손하는 등 부작용이 더 크게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총수 일가의 금융보험사를 통한 계열사 지배도 강화됐다. 총수가 있는 기업집단 중 27개 재벌이 금융보험사134개를 보유하고 있다. 그룹 계열사에 대한 금융보험사 출자금은 지난해 4조 8206억원에서 올해 4조 9423억원으로 2.5%(1217억원) 늘었다. 미래에셋 등 금융이 주업종인 기업집단을 빼면 출자금 증가폭은 8.6%(2조 2719억원→2조 4679억원)로 커진다. 고객이 맡긴 돈으로 계열사를 지원하고 있는 만큼 계열사가 휘청거리면 금융보험사까지 위험에 빠지는 구조다. 금융·보험 쪽에 출자기업의 수가 가장 많은 기업집단은 삼성으로 15개다. 삼성생명이 삼성전자(6.2%), 호텔신라(7.2%), 삼성증권(11.1%), 제일모직(0.01%), 삼성화재(9.7%) 등에 출자하고 있다. 이어 현대그룹과 동부그룹이 각각 6건이다. 계열회사 간 순환출자가 형성된 기업집단은 지난해보다 1개(한솔그룹) 증가한 14개로 나타났다. 이 중 삼성(삼성카드·삼성생명), 동부(동부캐피탈·동부생명), 현대(현대증권) 등은 금융·보험사가 순환출자구조의 핵심을 형성하고 있는 상태다. 현대차는 기업집단 내 주력 3사인 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가, 롯데는 롯데쇼핑·롯데리아·롯데제과가 거미줄식 출자 구조를 형성하고 있다고 공정위는 분석했다. 신영선 공정위 경쟁정책국장은 “국내 재벌 총수들이 상법상 상호출자 규제를 피하고 주력회사에 대한 지배력을 유지·강화하기 위해 최근 5년 동안 순환출자를 크게 늘렸다”면서 “법 개정을 통해 신규 순환출자는 금지하고, 기존 출자분에 대해서도 자발적으로 없애도록 유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 김양진 기자 ky0295@seoul.co.kr
  • [세종로의 아침] ‘여울물소리’와 ‘세이프’ 사이/김성호 문화부 선임기자

    [세종로의 아침] ‘여울물소리’와 ‘세이프’ 사이/김성호 문화부 선임기자

    최근 문화예술계에 큰 사건이 잇따라 터져 세상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하나는 황석영 작가의 기자회견으로 촉발된 ‘사재기 베스트셀러’ 폭풍이고 또 하나는 프랑스 칸에서 날아든 서른살 문병곤 감독의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 낭보다. 전자가 문단의 거장이 관련된 출판계 고질의 새삼스러운 부각이라면, 후자는 국내에선 소외된 신예 감독이 이룬 국제적 쾌거다. 얼핏 보면 별개의 두 사건. 하지만 왠지 우리 문화예술계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희비의 쌍곡선으로 비쳐져 씁쓸하다. 황석영이 ‘내 문학인생에 대한 모독’이라며 절판을 선언한 작품 ‘여울물소리’(자음과모음 펴냄)가 어떤 작품인가. 지난해 칠순과 등단 50년을 기념한 야심작 아닌가. 그 기대만발의 작품을 출판사 측이 베스트셀러로 만들기 위해 은밀한 사재기를 해 망신을 줬으니 작가가 분신과도 같은 작품의 절판 선언과 함께 사재기 조사를 검찰에 의뢰하는 극단 대응이 당연해 보인다. 단편영화 ‘세이프’의 황금종려상 수상으로 한국영화의 자존심을 지켰다는 신예 문 감독의 처지는 황 작가와는 사뭇 다르다. ‘전혀 기대하지 않아 턱시도도 살까 말까 망설였다’는 수상 후 전언이 예사롭지 않다. 본인은 물론 국내 영화계에서 전혀 예상하지 못했지만 장·단편을 막론하고 우리 영화가 칸 영화제 최고상을 받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 예측불허의 쾌거가 더욱 신선한 건 바로 지원과 관심에서 불모지대나 다름없는 우리 단편영화의 실력을 국내가 아닌 국제적으로 인정받았다는 자긍심 때문이다. 찬찬히 따져보면 황석영 기자회견이 부른 ‘사재기 베스트셀러’ 후폭풍이나 칸영화제 쾌거에 쏟아지는 찬사는 동전의 양면처럼 맞닿아 있다. 우리 문화예술계에 만연한 창작과 소비의 뒤틀리고 왜곡된 구조의 동시적 고발이라고나 할까. 출판사들이 온갖 편법의 사재기를 통해 베스트셀러로 만드는 부도덕과 횡포야 알 만한 이라면 다 아는 사실이다. 황석영 작가가 나섰으니 그나마 세상의 관심을 끌 수 있다는 비아냥이 괜한 것일까. 고생해서 만들어봐야 상영관을 확보하지 못해 개봉도 못한 채 사장되는 단편·독립영화의 제작자들이 가슴에 품고 있는 한탄이 새삼스러운 걸까. 황 작가가 극단적인 행보로 ‘사재기 베스트셀러’에 정면대응한다 해서 문제가 쉽게 해결될 것 같지는 않다. 황 작가의 충격 회견 후 출판계가 재발 방지와 자정을 선언하고 나섰지만 어디부터 손을 대야 할지 막막한 실정이다. 영화계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칸영화제에서 최고상을 받았다고 해서 우리 영화계가 바로 얼굴을 바꿔 홀대받는 단편영화와 독립영화를 크게 대우하지는 않을 게 뻔하다. 문화예술의 소비자가 나서야 한다. ‘사재기 베스트셀러’ 관행이며 단편·독립영화 홀대의 왜곡 구조를 바꾸기 위해선 처벌 강화와 단호한 예방 조치가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그 왜곡된 구조는 책 읽는 독자와 영화관을 찾는 관객이 먼저 끝내야 한다. ‘베스트셀러 지상주의’와 ‘천만관객 시대’의 허상에 언제까지 끌려다닐 텐가. 이제 그 ‘광대놀음’의 들러리를 마무리하자. kimu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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